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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더러운 책상(박범신 지음,문학동네 펴냄)작가가 등단 30주년을 기념하여 내놓은 장편.감성이 예민한 열여섯살부터 스무살까지 작가의 체험이 날 것처럼 퍼덕이는 성장소설이다.특히 작가로서의 의식이 형성되는 모습을 다뤄 평론가 류보선은 “하나의 위대한 예술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소설”이라고 평가.9500원. ●멀리 보이는 마을(최하림 지음,작가 펴냄)시와 시론,신문 사설 등 다양한 성격의 글을 쓴 저자의 산문집.70년대부터 2000년까지 발표한 48편의 산문을 엮었다.전남일보 논설위원 재직시절의 칼럼을 비롯, 시인과 시작(詩作)에 대한 사색 등이 담겨 있다.9800원. ●사르트르는 세명의 여자가 필요했다(박숙희 지음,한숲 펴냄)실존주의 철학자이자 프랑스의 행동하는 지성으로 유명한 사르트르의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보부아르와의 정신적 사랑이 너무 교과서적”이라고 느낀 작가가 돌로레스 바네티와의 만남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8500원. ●작은 사건들(롤랑 바르트 지음,김주경 옮김,동문선 펴냄).기호학자로서 문화에 대한 폭넓은글쓰기를 시도한 저자의 수필·일기 모음집.모로코 여행을 소재로 ‘소설적인 것’이라는 글쓰기를 실험한 ‘작은 사건들’ 등을 싣고 있다.1만4000원.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임레 케르테스 지음,정진석 옮김,다른우리 펴냄)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운명’ 3부작의 완결편.지난해 국내 번역된 ‘운명’이 인간의 체념·순응적 자세를 비판한 것이라면 이 작품은 ‘운명 없음’을 이야기한다.8500원. ●나무 동화(미셸 투르니에 등 지음,전대호 옮김,궁리 펴냄)프랑스의 대표적 작가 미셀 투르니에와 르 클레지오,독일의 베르톨트 브레히트,이탈리아의 칼비노 등 12명이 나무를 소재로 쓴 창작·전래동화 24편을 모은 것.9000원. ●밤(발터 뫼어스 지음,귀스타브 도레 그림,안영란 옮김,문학동네 펴냄)프랑스의 유명한 판화가의 작품 21편을 모티브로 독일 작가가 지은 소설.12세 선장과 일행이 난파된 뒤 겪는 다양한 모험담을 통해 삶의 의미와 본질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9000원. ●새(박성웅 지음,문학마을사 펴냄)82년 등단한 뒤 왕성한 시작활동을 해온 시인의 시선집.다섯권의 시집에서 표제시 등 100편을 골랐다.시인은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드러내고,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이면을 탐구하려 했다.”고 말한다.6000원.
  • [시론] 北核회담 관전법

    북핵 위기를 협의하기 위한 베이징회담을 앞두고 북·미 당사자간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샅바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미국이 베이징 회담의 성격을 3자회담이라고 못박으며 ‘북한의 핵폐기 보상이 없다.’고 선수를 치고 나가자 북한은 3자회담이 아닌 북·미회담이라고 응수하며 ‘핵연료봉 재처리 진행중’이란 강수를 구사하며 정면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이라크 전쟁 승리의 여세를 몰아 북한을 완벽하게 압박하여 핵 동결이 아닌 포기시킨다는 적극 공격자세로 상대방이 백기를 들도록 회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반면 북한은 샅바싸움에서부터 밀리면 회담은 하나마나라는 절박감 속에서 보내기번트보다는 강공전략을 채택하고 있다.이러한 신경전은 향후 회담의 갈 길이 만만치 않으며 모든 의제와 안건이 회담장에서 결정되어야 하는 어려운 회담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회담을 둘러싼 북·미간 신경전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의 불안감은 깊어만 가고 있다.야당에서는 한국이 회담 당사자로서 참여하지 못하고 경제적 부담만 감당하였던 제네바합의의 재판이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핵위기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평화적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3자회담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국내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하다.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정부와 국민들은 베이징 회담에 대한 바람직한 관전법은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 같다.국익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관전전략이 필요하다. 첫째,회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현재 시점에서 성급한 낙관도,비관도 현명치 않다.한두 차례 회담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여 중장기 대응전략을 수행하여야 한다.베이징 회담은 길고 지루한 회담 장정(長征)의 시작일 뿐이다.어차피 양측의 사활적 국익이 걸린 이상 토씨 하나를 수정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둘째,북한이 다자간 회담의 틀을 수용하였으나 회담은 기본적으로 북·미 양자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북측이 금번 회담에서 중국은 장소국(場所國)으로서의 해당한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회담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다.중국 역시 이러한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미국의 희망대로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다자틀로 확대된다고 하여도 한·일의 역할은 경제적 부담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때문에 양자틀의 회담포맷을 이해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마지막으로 회담이 국론 분열과 정쟁의 소재로 비화하지 않도록 신중하여야 한다.냉정하게 판단해 볼 때 평화적 해결의 구도가 형성되면서 고조되던 전쟁의 분위기가 가라앉음에 따라 국민들에게 여유가 생기면서 모두가 너무 이상적인 해결을 그리고 있지 않은지 심사숙고하여야 한다. 물론 북한의 무리수로 사태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북한이 협상에 나오는 것은 순리이며 한국이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그간 한반도 관련 회담에서 한국이 당사자로 참여한 회담은 소수에 불과하다.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은 어제오늘의 전략이 아니며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 분단 상황은 현실이며 북측에 우리와 다른 체제가 57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실존이다.결국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 인식하에서 베이징 회담을 관전하는 것이 실망과 좌절을 사전에 예방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남 성 욱 고려대교수 북한학
  • [시론] SK사태가 남긴 것

    크레스트증권이 SK㈜)의 대주주가 되면서 SK텔레콤을 비롯한 SK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크레스트는 SK㈜ 지분 14.99%를 확보해 SK㈜의 SK텔레콤에 대한 지배권을 무위로 돌려놓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매우 특이한 작전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단일 외국인 지분이 15%를 넘는 경우 국내 기업도 외국인으로 간주된다.모든 외국인들의 지분이 49%를 넘는 경우 그 이상 보유한 외국인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크레스트가 SK㈜의 지분 0.11%를 더 매입해 15%의 지분을 확보하면 SK㈜는 SK텔레콤에 대한 경영권 행사가 어려워진다. 크레스트측은 앞으로 많은 선택권을 갖고 있다.외국인으로 분류된 SK㈜)에 대한 완전 지배권을 확보하거나 0.11%의 지분을 더 사들여 SK텔레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적대적인 M&A(인수·합병)를 할 수 있다.SK그룹측은 이러한 요구를 전폭 수용하거나 대규모 우호세력을 결집해야 한다.우호세력을 확보한다고 해도 이들과 중요안건을 협의해야하므로 과거처럼 대주주 가족 중심의 선단식 경영은 어려워진다. SK㈜는 오랫동안 수십조원의 주식가치를 가진 SK 텔레콤의 모회사면서도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대표적 저평가 주식이다.과거에는 재벌에 대한 공격시 계열사 뿐만 아니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의 재계가 나서 이를 막았다.국민정서도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헐값에 사는 것을 매우 배척하는 분위기였다.그런데 SK글로벌 회계부정 사건으로 인해 총수가 구속되고 경영권이 흔들리는 틈을 타 적대적 M&A를 감행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의 크레스트의 SK㈜ 대주주 출현 사건은 외국인에 의한 재벌기업 지주회사 M&A라고 볼 수도 있으나,국내 경영사의 관점에서 보면 향후 이들의 역할에 따라 가족중심 대주주 경영이 주주중심 경영으로 전환되는 큰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오랫동안 저평가 주식을 들고 있었던 일반 주주들은 크레스트증권 덕분에 2주만에 40%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이 때문에 이사회를 통해 주가하락을 초래할 향후 기업결정에 반대의사를 표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또 적정 규모의 배당을 요구하며 경영 각 분야에 글로벌 스탠더드의 도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SK글로벌에 대한 지원,현재 거론되는 주유소 체인을 높은 가격에 재매입한다는 등의 일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이를 은근히 기대했던 금융기관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실망스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900억원만 동원되면 이 같은 것을 할 수 있었던 국내 기업집단은 왜 잠잠했는가.재벌이 다른 재벌을 샀을 때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과거 삼성이 기아 매수에 관심을 기울일 때 온 국민이 얼마나 반대했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기업이 적절한 방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출자총액제한제는 기업에 많은 비용을 지불토록 한다.이는 주식을 헐값에 매각토록 유도함으로써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기도 한다. SK사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빨리 세계 기준에 적응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정직하고 투명한 경영과 탄력적인 금융감독정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웅변해 준 사례인 것이다. 선우석호 홍익대 교수 경영학
  • [시론]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관용’이란 뜻을 가진 tolerance의 프랑스어식 발음인 ‘톨레랑스’가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기 시작한 건 불과 몇년전 일이다.20여년간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한 홍세화 씨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에서 프랑스문화의 키워드를 ‘톨레랑스’로 규정했다.그에 따르면 ‘톨레랑스’는 “나와 다른 남을 다른 그대로 용인하는 이성의 목소리”로서,다른 종교·사상·지역 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좁은 의식에서 벗어나 ‘다름’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사회의식을 말한다.물론 프랑스에서도 ‘톨레랑스’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은 아니며 중세이후 유럽역사를 피로 물들인 신구교 갈등과 분쟁,그로 인한 반성과 성찰에서 시작되어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뿌리내린 것이라 한다. 사실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나와 다름(異)을 인정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작게는 부부·가족간의 사소한 다툼에서 크게는 기업·조직·지역·국가간의 분쟁에 이르기까지 이질적인 문화와 가치관,특성에 따른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서로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톨레랑스’정신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더욱 확대되는 것이다.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그토록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았음에도 단일 민족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통성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고유의 공동체의식에 기인한 바 크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해 끈끈하게 이어온 공동체의식이 어느새 우리만을 위한 ‘배타성’으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볼 때인 것 같다.외국인노동자의 불안정한 지위를 악용한 차별과 인권침해,단일민족국가임을 자랑스레 말하면서도 같은 민족인 중국교포를 무시하고 배척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 등은 이미 낯설지 않은 우리사회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문제 또한 그러하다.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동네에 장애인시설이 생긴다고 하면 집값 떨어지는 걱정에 당장 반대부터 하는 게 현실이다.어느 누구를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에겐 아직도 나와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의식이 부족하다.장애인복지의 선진국이 여러가지 제도나 재정적인 면에서 앞선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다른 것은 장애인에 대한 기본 인식의 차이이다.장애인이라면 나와는 너무나 멀기만 한 이질적인 집단,사회로 나오는 것보다는 집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생각이 남아있는 한 어떠한 그럴듯한 제도도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최근 그러한 인식이 많이 없어지는 듯하지만,장애인이 살아가기에 아직 우리사회에선 너무나 많은 장벽이 있다.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다닐 수도,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사람들과 마음껏 어울릴 수도 없는 장벽.그러한 장벽을 없애고,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도 떳떳하게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장애인 스스로 복지의 대상자가 아닌 당당한 소비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신정부 출범후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복지를 강조하며 이들에 대한 차별금지 제도도 곧 법제화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제도보다는 그 제도를 뒷받침하는 기본정신,즉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24절기중 여섯번째로 ‘봄비가 내려 백곡이 윤택해진다.’는 곡우(穀雨)이기도 하다.해마다 돌아오는 장애인의 날이 그들을 더욱 외롭게 하는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부디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마음을 윤택하게 하는 봄비가 되어,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톨레랑스’정신이 우리사회에도 깊이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신 필 균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본지 자문위원
  • [시론] 접대비축소 기업에 맡겨라

    최근 국세청이 내놓은 국세행정 혁신방안에서 사업과 직접 관련성이 적은 향락적 접대비를 세금계산상 손비(損費)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안(案)이 제시되자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우리 정부는 상당히 오랫동안 접대비를 기업이 성장하는 데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이를 손금(損金)으로 인정해 왔다.그러나 이처럼 접대비에 대해 관대하게 손비를 인정해 주는 정책은 기업들로 하여금 상품의 질과 가격으로 경쟁하기보다는 로비를 통해 영업하려는 경향을 부추겼다.그리고 이런 관행은 기업의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룸살롱과 같은 향락문화와 지하경제를 급성장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러던 차에 1996년의 과소비 현상과 비자금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사회 전체의 투명성 제고와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을 위해정부는 접대비의 손비 인정 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2년 현재 접대비 한도액은 1995년에 비해 70∼80% 정도나 줄었다.그래도 기업의 접대비 지출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예를 들면 1995년 이후 기업의 접대비는 IMF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을 제외하곤 연간 10% 가까이 증가했다.총매출액에서 접대비가 차지하는 접대비 지출 비율은 1995년 0.25%에서 2001년 0.19%로 줄어들었을 뿐이다.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도를 초과한 접대비 지출에 대해 손금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기업들은 계속 접대비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이는 기업들의 세금부담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에 있어 접대문화와 제살 깎아먹기식의 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영업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이 사업과 직접 관련이 적은 향락적 접대비는 손비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러한 접대비의 예로 룸살롱 같은 향락 유흥업소 등의 접대비와 골프장,수렵·요트·승마장 사용료,헬스장,스포츠 클럽 등의 고액 접대비를 지정했다.지금까지는 접대비 한도내에서 영수증만 첨부하면 용도에 관계없이 손비로 인정해 주던 관행이 바뀌는 것이다. 접대비를 전혀 인정해 주지 않거나 인정해 주더라도 사업에 직접 관련된 접대비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그리고 작은 액수로 인정해 주는 선진국들에 비해 이 정도나마 인정해 주는 것도 기업들로서는 감지덕지해야 할지 모른다.그리고 공정경쟁을 위해,그것도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해 더욱 강화된 접대비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명분상으로도 분명히 맞는 것이다.다만 문제는 아직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접대비를 쓸 수밖에 없는 관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서비스산업의 불황이 바로 경제침체와 저소득층의 생활고로 직결되는 작금의 경제상황에서 접대비 규정의 강화가 초래할 경제적 결과이다. 궁극적으로 공정한 경쟁과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기업의 접대비,특히 향락적 접대비가 줄어들어야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문제는 명분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켜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당분간 접대비의 용도에 대해 제한을 가하기보다는 접대비 한도를 점차 축소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1997년 IMF경제위기 때나 최근의경제침체에 대비해 기업들이 향략적 접대비를 스스로 줄이려 노력하는 데서 보듯이 총체적 한도만 줄여 나가고,나머지는 기업들에 맡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과 우리 사회가 선진 스탠더드에 스스로를 적응해나가도록 하는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나 성 린 한양대교수 경제금융학부
  • [시론] 이라크戰 이후의 北核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미군은 바그다드 공항을 장악하여 공중 보급로를 확보하였으며 시내 서부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시가전을 앞두고 있다.물론 미군이 바그다드 전지역을 장악하더라도 게릴라전은 계속되어 연합군의 인명 피해는 늘어날 것이고,미국이 군정을 거쳐 과도정부를 세운다 하더라도 무력 전복 시도가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그렇지만 대국적으로 볼 때 미국은 승리 일보 직전에 도달해 있다. 단기전으로의 전쟁 종결은 북핵문제 해결 구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먼저 전쟁의 전개과정을 예의 주시하여온 김정일은 1993,94년 위기시 클린턴에게 통했던 벼랑끝 전술이 부시에게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고 오히려 위험하고 무모하다는 것을 재인식할 것이다.부시는 여세를 몰아 대북 압박 정책을 공세적으로 전개하고 싶겠으나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을 연속으로 치른 상황에서 재정과 국내 여론을 고려하여 양보를 접수할 여지는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황의 전개 방향은 수세에 몰린 김정일의 선택에 좌우될 것이다.그가 북핵 포기를 결심하면 상황은 해결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나,모험주의를 고수한다면 급속히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특히 북한이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미국이 상정한 한계선을 넘는 무모한 조치를 취할 경우,북핵문제는 이라크전의 일단락 여부와 상관없이 세계의 주목을 끌면서 신속히 위기로 비화할 것이다. 우리는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현 위기를 국익 증진의 기회로 선용해야 한다.먼저 북한이 우라늄 고농축 방식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려면 적어도 1년이 소요되므로 재처리 가동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북핵문제는 북·미 양측간의 상호 불신에서 기인한 정치문제의 수준에 머물 것이기 때문에 외교적 해결 시간은 충분하다. 또한 양측의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하여 사태가 악화됐으나 북한의 요구는 체제 안전 보장에 그치고 있고,미국은 순서를 강조하지만 북한이 핵을 확실히 포기한다면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먼저 우리는 양측간 긴장이 더 이상고조되지 않도록 북한을 설득하고,양측간 대화가 어떤 형태로든 재개되는 데 기여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것이 성공하면 미 국무부와 의회의 여야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핵포기와 체제보장 의사를 공동 선언함으로써 협상을 개시한다.우리는 미국의 주한미군의 부분감축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여 한·미간 비대칭관계 조정과 남북한 군축 협상 개시의 계기로 삼되,미제2사단 총원의 후방 재배치는 미국에 대북 압박과 공세를 강화할 소지를 주어 남북 양측을 불안하게 하므로 적어도 북핵 문제 해결 때까지는 이를 보류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남·북·미 3자간 협상이 개시되면 탈냉전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상호안보 개념에 입각하여 북핵 포기와 철저한 검증 절차,북한 체제보장,주한미군 일부 감축과 연계한 남북한 군축 협상 개시,미사일 개발 보류와 일본의 대북 경협자금 지불,대북 에너지 및 경제지원 등을 포괄적으로 타결한다. 끝으로 동북아 6개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중국,러시아,일본이 보장하는 남·북·미 3자 평화협정을체결하고,동북아 6자 안보협력기구를 창설하여 협정의 실행을 감독한다.이처럼 우리는 이번 위기를 선용하여 한·미동맹과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그리고 중층적 양자 안보협력 관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홍 현 익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 [시론] 하이닉스 상계관세 해법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D램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 사실을 인정해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잠정적으로 57.37%라는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논거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정부가 하이닉스에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의 반도체업계가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보조금 상쇄를 위한 관세의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의 발표에 대해 한국정부는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각적인 방향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또 하이닉스측은 상계관세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미국 현지 생산물량의 확대와 동남아 현지법인에의 수출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받은 자금지원이 정부 보조금이라는 미국측 논리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국제적으로 보조금 지급이란 정부나 공공기관의 개입,특정기업에 대한 선택적 지원,지원을 받은 기업의 재정적 혜택이라는 3가지 요소를 동시에 충족할 때 인정될 수 있다.하지만 하이닉스가 외환위기 때 받은 금융지원은 민간 채권단에 의한 것이라는 면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에 의한 지원과는 성격이 다르다.더욱이 관련된 국내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이라는 점에서 특정기업에 대한 선택적 지원이라고도 할 수 없다. 즉 외환위기 기간에 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시행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화의 등에 따른 조치는 기존 제도의 범위에서 불특정한 다수 기업에 대한 민간 채권단의 순수한 상업적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다.이러한 지원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인정해 초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미국측의 지나친 자국기업 보호조치의 일환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미국도 9·11테러 직후 자국 항공업계에 대하여 보조금을 지급한 선례가 있지 않은가.그런데도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에 따른 지원을 문제삼는다면 미국 자신의 경우와 비교해 형평성을 잃은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경영위기에 놓인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채권단의 지원이 보조금이라면 수많은 기업들이 상계관세 부과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에 맞서 정부와 관련 업계는 긴밀한 협조 아래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WTO 분쟁해결 절차를 포함한 적극적 대응과 아울러 정부대표 등 고위급 접촉을 통한 로비,관련 학술대회의 개최 등 직·간접적이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통상협상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유럽연합의 유사조치와 다른 산업에 미칠 영향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물론 전경련을 포함한 재계 차원의 로비나 협상채널의 동원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이번 조치가 우리 경제의 시장친화성을 제고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하이닉스에 대한 그간의 정책이 시장원리가 아닌 정치·사회논리에 좌우되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이로 인해 이번 미국의 조치가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따라서 이참에 하이닉스반도체를 시장원리에 따라 명확히 처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시장원리에 따른 조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여러 기업에 대한 향후 처리의 선례가될 수 있으며,국가경제의 장기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승 철 전경련 조사본부장
  • [시론] 이라크 파병 국익 도움 안돼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과 관련,논리와 명분의 문제가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여기서 국익이란 무엇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의미한다. 과연 명분이 국제정치 현실에서 그렇게 하찮은 의미밖에 없는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명분과 도덕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9·11테러 피해 당사자인 뉴욕시민도 전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했다.필자는 국제정치 현실에서도 명분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힘이 진리인 시대라고 해도 각국의 생존과 번영에 있어 상호 의존성이 결정적으로 증대하고 있기 때문에 힘에 의한 일방적 지배만으로는 자국의 이익이 확보되기 힘들다. 적나라한 이해관계에 따라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의문은 제기된다.즉,우리가 세계 각국에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호소하여 미국을 설득하는 일은 어렵고,미국과 세계 각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도 순전히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것을 인정해 보자.이때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반도 긴장관계를 보다 용이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는 섣불리 군사행동을 감행할 유인이 약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다.북한은 중동의 석유 같은 돈 되는 자원을 보유한 것도 없고 그냥 붕괴하면 이익은커녕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 모든 정황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의 지배 엘리트는 빨리 자본주의 세계시장 경제에 편입해 들어오는 것이 체제의 붕괴를 막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며 스스로는 정치 권력자에서 경제적 이권소유자,즉 자본가로 변신할 기회를 갖고 싶어할 수도 있다. 그 이외의 대안은 체제 붕괴와 그에 따른 지배집단의 멸망일 뿐이므로 당연한 태도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특히 보수적 집권세력이 북한을 세계시장의 일원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얻는 이득은 작은 데 비해 이라크정권 붕괴 이후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긴장을 유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정치,경제적 이득은 훨씬 크기 때문에 이러한 포섭정책을 서두를 아무런 이유를 갖지 않는다는 데있다. 우리는 미국 경제에서 군수산업이 국민총생산의 10%를 차지하며,그들의 경제 체제 자체가 전쟁에 대한 충동을 내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을 계속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면 어떻게 되는가.이 전략이야말로 퇴로를 박탈당한 쥐가 고양이를 물 듯이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부추기지 않겠는가.북한은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물론 무조건 북한에 이른바 ‘퍼주기'를 하는 것이 능사라는 뜻은 아니다.서서히 개혁,개방으로 몰면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여기에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국익인가.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절대 북한 문제는 무력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군사적 긴장의 심화를 막고,또 정부는 이를 외교적으로 이용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북한을 세계시장의 일원으로 끌어내는 정책을 미국에 설득하는 방법이 올바른 국익 확보의 유일무이한 길이라고 본다. 이번에 미국에 협조한다고 한반도 평화가 보장될 리 없다.오히려 국제여론만 나쁘게 만든다.당연히 자주외교를 공언한 대통령의 신뢰도 떨어뜨린다. 조원희 국민대 교수 경제학 ●편집자 주 최근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이라크전 국군 파병 문제와 관련,지난달 28일자에 이장춘 명지대 초빙교수의 ‘찬성론’을 실은 데 이어 이번에는 반대쪽 견해를 싣습니다.
  • [시론] 미국과 동맹하려면 파병을

    ‘노사모’ 등이 이라크전을 명분 없는 전쟁이라며 여론압박을 가하자 국회의 파병 결의안 표결이 연기된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까지도 파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라크전은 유엔의 합법적 승인을 거치지 않은 불법적 전쟁인데다 수십만 명의 생명을 유린할 수 있는 반인도적 전쟁으로 이라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게 반대 이유다. 언뜻 들어보면 한국이 대단히 고매한 명분국가로 격상된 것 같고 그 사활의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깨트려도 될 만큼 안보에 자신을 갖게 된 것 같다.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한 데 문제가 있다. 도대체 역사상 어느 전쟁이 명분 있는 전쟁이었고 합법적 전쟁이었는가. 미국의 희생으로 우리가 살아남은 6·25전쟁에 대한 유엔안보리 결의도 완전히 합법적이지는 못했다. 당시 소련의 안보리 불참으로 안보리 결의가 가능했으나 그 자체 법적 문제가 전혀 없지 않았고 소련이 안보리에 복귀한 후에는 소련이 망할 때까지 한반도에 관한 어떤 안보리 결의도 통과될 수 없었다. 유엔 헌장에 규정된 대로 유엔이 직접적으로 무력을 사용했던 적(direct UN action)은 유엔 창설 이래 단 한 번도 없었다.유엔의 승인을 받는 것(UN-authorized action)은 일종의 편법이다. 유엔을 거치지 않고 무력이 사용된 경우는 허다하다.우선 인권과 인도주의를 위해 당연히 유엔이 개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보리의 거부권 때문에 그러지 못하여 유엔을 비켜가게 된다.최근의 실례로는 1999년 코소보 위기에 즈음,나토(NATO)가 단행했던 베오그라드 공습으로 인종청소 등에 의해 수십만 명의 인명을 희생시킨 세르비아 대통령 밀로셰비치의 축출이다. 또 유엔을 통하지 않고 무력을 쓰는 가장 빈번한 케이스는 자위권 발동이다.미국도 이번에 대 이라크 공격의 근거로 세 개의 안보리 결의 이외에 자위권을 꼽았다.후세인에 대한 3월17일자의 최후통첩에서 부시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공격을 받은 후라야만 적에 대응한다고 하는 것은 자위가 아니라 자살”이라고 선언한 것은 바로 선제공격론에 바탕을 둔 전쟁 이유다.미국 본토가 역사상 처음으로 당한 2001년 9월11일의 테러 피격은바로 전쟁 원인이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계속하자면 파병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미국의 전쟁이유와 전쟁원인에 시비가 따르고 나라마다 동정의 강도가 다를 수 있지만 그 안보를 미국에 의지하고 있는 한국만은 달라야 한다. 전쟁은 국가간의 가장 극악한 패싸움이다.그런 싸움에서 동맹은 중간을 허용하지 않는다.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으면 보험이 끊기는 것과 마찬가지다.동맹이 전쟁에서 이기도록 도와야만 위급할 때 동맹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고 국제적 발언권이 생긴다. 9·11테러로 바뀌기 시작한 세상이 이번 이라크전으로 엄청난 변화의 요동을 칠 것은 뻔하다.국제석유가격을 포함한 중동정세에 굴곡이 일고 강대국관계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빚어지는 가운데 대량살상무기 문제로 야기될 분란으로 점철될 탈 이라크전의 추이는 한국이 당면할 도전임에 틀림없다.한국 외교에 과연 얼마만큼의 마진이 붙게 될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노무현 외교는 ‘햇볕’으로 고장난 한·미동맹을 치유하는 호기로 이라크전을 잘활용할 만하다.“한국 역사상 가장 반미적(反美的) 대통령”을 바로 이은 노 대통령은 멍든 한·미동맹을 화끈하게 수리해야 할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북한의 핵문제까지 걸린 외교는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지를 헤아리는 데 그 오차범위가 좁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장춘 명지대 초빙교수 외교평론가 ●편집자 주 대한매일 오피니언난은 다양한 의견을 담는 열린 마당입니다.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이라크전 지원 문제와 관련,찬성쪽 견해를 싣는데 이어 다음번 시론은 반대쪽 견해를 실을 예정입니다
  • 문학 책꽂이/독일문학의 장면들 외

    ●독일문학의 장면들(이병애 엮음,문학동네 펴냄) 여성 독문학자 15인이 ‘문학·영화·음악 속의 여성’을 주제로 계몽주의 작가 노이버에서 괴테,그리고 귄터 그라스에 이르는 거장의 작품에 나타난 여성의 모습을 분석했다.엮은이의 정년퇴임 기념 논문집.1만 2000원. ●어머니(김정현 글,정현주 그림,문이당 펴냄)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어머니의 끈질긴 사랑으로 다시 일으킨다는 내용의 원작을 ‘청소년 현대문학선’에 맞게 눈높이를 낮췄다.부드러운 터치의 삽화 20여컷을 넣어 청소년의 이해를 돕고 있다.8500원. ●서랍 속의 반란(백시종 지음,문학수첩 펴냄) 등단 36년째를 맞은 중견작가의 7번째 소설집.자신의 대기업 근무 경험이 많이 실린 듯한 표제작을 비롯해 4편의 중단편을 실었다.재벌과 폭력집단의 결탁,재벌 사회의 이면 등을 통해 재벌의 비도덕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8000원.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성석제 지음,강 펴냄) 활발한 창작 활동으로 눈길을 끄는 작가의 첫 소설집 ‘새가 되었네’를 개정한 것.표제작은 실질적인 그의 등단작품.특유의 상상력과 이야기꾼의 실력이 싱싱하게 살아 있다.8000원. ●외로운 노인(아달베르트 슈티프터 지음,권영경 옮김,열림원 펴냄)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낭만주의 작가의 자전적 소설.아버지와 수양어머니,백부의 못다한 사랑 등을 얼개로 인간의 희로애락,희망과 절망,삶과 죽음을 대비시키면서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을 그렸다.7000원.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김훈 지음,생각의나무 펴냄) 소설가로 탄탄한 입지를 굳힌 저자가 언론인 시절 쓴 시론을 모은 것.‘아들아,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는 제목을 개정했다.9500원. ●고전문학과 여성주의적 시각(정출헌·조현설·이형대·박영민 지음,소명출판 펴냄) 한국고전문학,한문학 연구자들이 자기 전공분야의 여러 텍스트를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해석.여성의 욕망과 능동성에도 주목했다.1만 7000원. ●아동문학의 현실과 꿈(김제곤 지음,창작과비평사 펴냄) 초등교사이자 아동문학평론가인 저자가 들려주는 동시,문학교육 등에 대한 생각.구전동요에서 동시의원형을 찾아 근대성의 논리에 갇힌 기존 한계를 극복.김용택·임길택 등의 작품 분석과 아동문학 작품론도 곁들였다.1만 2000원.
  • [시론] 이라크 파병과 國益

    정치권은 25일 정부가 제안한 이라크 전쟁 파병 동의안을 놓고 치열한 찬반 논쟁을 벌인 끝에 국회 표결을 연기했다.우리 국민 여론은 81·4%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보도되고 있다.정부는 실리를 선택하고 국민은 명분을 선택한 것인가.아니면 정부 결정은 옳은데 국민이 잘못 이해하는 것인가. 이번 전쟁은 석유를 둘러싼 패권전쟁임에 틀림없다.중동이 세계의 화약고가 된 것은 그곳이 세계의 석유고(石油庫)였기 때문이다.중동국가 상호간에도 지역 패권경쟁이 계속됐고 강대국들은 막대한 석유가 매장된 중동을 향한 ‘접근전쟁’(struggle for access)을 계속해왔다.바트당을 중심으로 중동 패권을 장악하고자 했던 후세인은 1979년 이란을 공격했고,1990년에는 쿠웨이트를 침공했다가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의 공격을 받아 원상회복시킨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전쟁은 중동패권을 둘러싼 후세인과 미국 및 영국간의 오랜 대결,충돌의 연장선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또 다른 패권경쟁의 양상은 강대국간 대결이다.영국과 미국에의존했던 이라크의 후세인은 자신의 장기집권을 보호받으려,그리고 이제 패권확대에 장애물이 된 미·영과 대결하기 위해 러시아,프랑스,중국을 끌어들여 원유개발권을 나눠 주었다.그 결과 이라크전쟁은 후세인의 패권저지나 대량살상무기의 무장해제를 넘어 세계 제2위의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의 원유지배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미·영과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러·프·중간의 대결로 비화된 것이다. 국가이익을 둘러싼 패권 각축에서 명분은 국가이익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수천명의 쿠르드족을 학살했고 미국을 위협하며 테러세력을 지원하는 후세인정권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9·11 테러로 수천명이 희생된 상황에서 새로운 안보란 곧 위협적 테러세력에 대한 예방전쟁(preemptive war)이거나 정권교체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반면 국제여론의 대세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그렇게 위협적인 것은 아니며,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의 일방적 방식으로 진행돼선 안 되고 국제적 합의를 통해 하라는 것이다. 패권이라는 국가이익과 이를 치장하는 각종 명분이 바로 우리가 목도하는 이라크 전쟁이다.그야말로 모든 나라,모든 세력의 패권과 이익이 함께 걸려있는 것이고 모든 명분이 함께 어우러진 냉혹한 국제정치의 장이다.미국이 밉다고 해서 우리가 1968년 이후 38년간 패권정치를 일삼고 아들,사촌 그리고 사돈 등으로 이루어진 족벌적 반 민주,반 평화 독재체제를 옹호하거나 미국이 전쟁에 지기를 바라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그렇다고 후세인의 장기독재와 패권정치가 싫다고 해서 미국,영국이 자기 국익차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일방적 전쟁추구 행위가 정당한 것도 물론 아니다. 그렇기에 결국 우리가 돌아보아야 하는 것은 우리 한반도 현실과 국가이익이다.선악(善惡)의 개념이 결부되기 어렵기도 하지만 ‘전쟁반대’라는 명분만 가지고는 지금 펼쳐지고 있는 전쟁의 성격을 다 싸안을 수 없기 때문이다.한국은 세계 제6대 석유소비국이다.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석유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석유의존도가 가장 크면서 석유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의 하나라는 현실이 제3자적 중립을 허용하지 않는다.이라크의 후세인이냐,아니면 미국이냐,그것도 아니면 러시아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논리는 향후 전개될 북한의 핵무기개발 저지과정에서도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오직 남북 8000만 한민족의 생존과 평화,그리고 자유와 번영이라는 국익과 명분만이 유일한 잣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 광 동
  • [시론] 軍인사 기수파괴도 좋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파격적인 인사개혁 바람이 요지부동이던 군(軍)에도 불어닥칠 모양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인물들이 국가와 조직을 이끌어 나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워낙 파격적이다 보니 기대감 반 불안감 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철옹성이나 다를 바 없었던 기수 위주의 검찰조직에 메스를 가한 결과 기득권 세력들은 큰 충격에 휩싸인 듯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평검사와의 대화’란 형식을 빌려 급한 불을 껐다.새 인물들의 공명정대한 개혁의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개혁과 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인데,사람이 일을 한다고 새 정권이 들어서 마치 큰 선물 나눠주듯 하는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군 인사문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군,특히 영관급 장교들이 인사적체로 고통받고 있고,새 정권이 들어선 만큼 인사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며 군 인사의 방향을 예고했다. 하지만 인사 적체가 인사 개혁의 중요한 배경이 되겠지만 군 인사는 그야말로 진정한 군의 발전과 개혁을 주도할 인물인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군의 인사개혁은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의 안보 상황과 30∼40년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추진되어야 하는 일이기에 여타의 조직보다도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철두철미한 명령계통으로 이뤄지는 집단이기에 전격적인 개혁을 이루기란 검찰조직 못지않은 한계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지금까지의 군 내부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원적 회의감에 싸여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군의 개혁과 변화를 군 스스로에만 맡겨놓아서 될 문제인가라는 우려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휴전선을 중심으로 막강한 화력이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육군 중심의 군 편제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고,여기에 해·공군력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자연히 기존의 세력들이 타격을 입을 것은 뻔한 일이기에 환골탈태하는 개혁과 변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현대 군사전략의 변화로 첨단 무기의 획득은 절대적인 요소인데 이를 어떠한 방법으로 어떠한 목표로 획득해야하는가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은 없고 우선은 급한 대로 첨단 장비만 획득하면 된다는 정도의 무기 획득방법은 국가안보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이웃나라 일본은 전투기 한 대라도 언젠가는 자체 생산하겠다는 비전 아래 초창기에는 2배 이상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 가며 F-15 전투기를 생산해왔기 때문에 ‘미·일 군사기술역전’이라는 별칭의 F-2 전투기를 생산해 낼 수 있었고 민간 여객기인 보잉 777 생산의 20% 이상을 일본이 담당하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과연 2030,2050년의 안보 환경은 어떻게 될 것인가.그리고 한국의 안보 철학은 통일 이전·이후에 어떠한 철학을 갖고 수립되어야 하는가.이러한 물음이 있고 나서 어떠한 무기 체계를 들여와야 되고,조직은 어떤 식으로 짜여져야 하는가라는 개념 설정을 해야 할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군 인사는 인사적체의 해소와 함께 미래의 안보 환경을 면밀히 투시해서 종합적인 군 조직을 재구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각 군의 이해관계에 상관받지 않고 군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사람들로 구성될 때 비로소 역사에 남는 변화의 바람이 일 것이다.군 인사를 생각하며 깊은 배려가 뒤따라야 할 일은 지속적으로 감소되어온 국방예산을 개혁에 걸맞게 적정 규모로 증액 편성할 일이다. 김 경 민
  • [시론] 알 권리와 기자실 개방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기자실 개혁이 언론계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청와대와 문화관광부가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고,정부의 다른 부처들도 이를 뒤따를 것이라고 한다.기자실이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언론사 기자들에게 제공해주는 사무실이다.기자실이 언론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운영방법 때문이다.외국의 경우 관공서의 기자실은 민원실과 같은 공공장소로,기자이든 시민이든 관계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평등하고 개방된 공간이다.다만 미국 백악관이나 유엔본부처럼 취재진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만 그 출입을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자실은 개방된 공간이 아니다.거의 대부분의 기자실은 해당 관공서를 출입하는 기자들로 구성된 기자단에서 승인한 기자들만 사용할 수 있다.그래서 기자회견 중 기자가 기자를 내쫓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심지어는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위해 기자실을 사용하겠다는 데도 못하게 막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기자실 임대료나 전화사용료를 내는것도 아니다.기자실 운영비는 대부분 국민의 낸 세금으로 충당된다. 최근 인터넷 언론이나 전문매체가 늘어나면서,기자실 사용방법을 두고 많은 불만이 제기되어 왔다.현재의 기자실은 기자단에 가입 못한 신생 언론사나 군소 언론사 기자들은 들어갈 수 없고,이로 인해 그들은 취재경쟁에서 일단 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나 학계,그리고 공무원 노조에서도 현행 기자실 제도의 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으며,현재 위헌소송까지 제기된 상태이다. 한때 기자실이 언론에 생명선과 다름없었던 시절도 있었다.인터넷도,휴대전화도,노트북도,승용차도 없던 시절,분초를 다투어야 하는 기자들에게 유선전화기를 갖추어 놓은 관공서 기자실은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기자실에 하나뿐인 전화기를 먼저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곤 했다고 원로 언론인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동전화와 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세계 어디에서나 취재를 하고,기사를 작성하고,사진을 전송할 수 있게 된 지금,기자실은 그 효율성이 소진된 구시대의유물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실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언론의 신속한 보도나 국민의 알권리와는 무관한 이유 때문이었다.오히려 그 반대였다.정부는 기자실을 이용해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과 질을 조절할 수 있었다.수많은 기자 대신 기자실 출입이 허용된 소수의 기자들만 잘 관리하면 되기 때문이다.한편 기자실을 선점한 기자들은 뉴스보도에 필요한 고급정보를 독과점할 수 있었다.권력과 언론이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한솥밥을 먹고 한 지붕 밑에 기거하는 한 식구로 전락한 것이다. 물론 모든 기자실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공개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기자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개방 정책에 대한 저항과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정권차원의 본격적인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신보도지침”이라며 공격했다.많은 신문들이 국민의 알권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비판했고,기자실의 개방이 ‘미디어 하향 평준화’를 가져온다며 특권의식을 노골적으로나타내기도 했다.반면 문화관광부는 과거와 같은 정부와 언론간의 ‘밀월관계’를 청산하고,각자의 길을 가면서 “잘잘못에 대해선 서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취지”라고 해명했다.누가 진정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일하는지는 결국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장 호 순
  • [시론] 위원회 혁신 해법

    최근 위원회조직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의하면 행정부내 위원회 숫자가 상당히 많을 뿐만 아니라,위원회 운영실적도 상당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 세간의 비판과 원성을 사고 있다.일부 위원회는 중요한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해동안 아예 운영실적이 없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일부는 사후심의나 서면심의로 회의를 대체한 경우도 있고,일부는 위원들의 위상이 고위직으로 격상되어 불참률과 대리참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또 상당수 위원회는 형식적인 명분제공역할에 머문 경우도 있었다.따라서 위원회 조직정비가 당장의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조직정비차원에서 위원회를 정리하곤 했다.그런데 문제는 위원회 조직정비가 거의 정기적으로 되풀이되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이번에는 위원회 조직정비를 추진하되 문제를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하는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각종 법률이나 대통령령 등에 의해 설치된 위원회가 본래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고 법률이나 대통령령을 개정하고 일몰제를 도입하는 문제까지 확실한 개선방안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행정자치부의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부령 및 훈령 등에 근거하여 설치된 위원회도 그 운영실태를 종합적인 차원에서 평가하여 통폐합 등 여러 조직정비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원회정비의 핵심초점은 위원회 운영의 활성화에 맞춰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 스스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때부터 좋은 정부와 좋은 가버넌스(good governance)를 강조한 바 있는데 이러한 인식이 새로운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좋은 정부나 좋은 가버넌스의 요체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국민과의 대화와 국민참여를 중시하며 국민의 만족감과 신뢰를 제고하는 협력 관리에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이나 시민사회 등과 함께 파트너십을 발휘하며 공동생산하는 체제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으며,이러한 정신을 위원회 운영개선의 원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위원회 운영에 대한 종합평가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도록 가칭 ‘위원회조직운영평가위원회’를 둘 것을 제안한다.자체 정비노력에 대한 신뢰가 쌓여 있지 못한 현 상황에서는 위원회 운영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 관리방안의 일환으로 이 위원회를 설치해 여기서 모든 위원회의 운영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부실한 위원회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공개하거나 부처평가나 장·차관 실적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위원회 조직,인적구성(여성이나 시민사회의 참여율 등),회의개최 주기,회의내용 공개여부,위원회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정도 등 여러가지 평가지표를 개발하여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은 위원회조직을 관장하는 기관에서 ‘위원회종합편람’이나 ‘위원회운영종합백서’ 등을 매년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그 속에 각 위원회의 조직과 인적구성은 물론 주요 활동내역을 담아 외부평가가 용이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정부의 조직과 인력을 줄이자는 주장보다는 늘리자는 요구가 항상 많은 법이다.이러한 행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위원회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렵다.이번에야말로 위원회조직에 대한 새로운 혁신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 김 판 석
  • [시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난상토론은 일요일의 평온을 깨기에 충분했다.토론이 끝난 직후 검찰총장은 사직을 표하였고 곧바로 수리되었다.‘일요일의 전투’였다. 전쟁터였으므로 그곳에서 오간 평검사들의 언행을 되새김질할 것은 없다.하지만,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본래의 뜻과는 상관없이 전파를 타고 전달된 그들의 토론태도는 검찰개혁에 있어서의 검찰의 ‘국민적’ 입지 내지 그 운신의 폭을 좁힐 것이다. 반면,검찰의 최종적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저토록 초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까닭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지워지지 않는다.그런 점에서,노무현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벌인 검찰과의 정당성 싸움이라고 하는 전투는 양쪽 모두에게 상처를 주었다. 한 나라의 공권력은 검찰권에 한정되지 않는다.거기에는 이미 두 차례의 쿠데타를 거사한 경험을 가진 군권,전국 곳곳에 그 망이 뻗쳐 있는 경찰권,그리고 정치권력에 좀 더 직설적 영향을 주는 정보사찰권을 지니는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의 권력도 있다. 이들 권력기관에 비할 때,검찰권은 오히려수사와 기소라고 하는 준사법적 권한에 한정된 소박한 수동적 기관 정도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 왜 검찰이 문제인가.전두환 정권의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박종철 사건으로 경찰권의 사회적 위신은 땅에 떨어졌으며 이후 공동체의 질서형성기능에 주도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권위를 잃었다.이를 밝힌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상대적으로 커 갔다.노태우 정부 때부터의 일이다.문민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와 국민의 정부의 햇볕 정책 등으로 국정원이나 군권의 상당 부분도 침잠했다.검찰이 공동체의 질서와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고관대작이건 필부이건 법 앞의 평등 원칙에 따른 검찰권 행사로 “정의는 결국 승리한다.”는 사회적 기상을 창조하였어야 할 시대적 과제의 실천에 대한 미진함은 늘 지적되어 왔다. 12·12 군사반란에 대한 ‘성공한 쿠데타론’에 의한 처벌불가론이라든지 사상 최초의 특검을 가져 온 옷로비 게이트에 대한 수사미진 등이 그 한 예이다.경찰은 일부 수사권의 이양을 주장하고 있으며,그토록 비난받던 정치인과 그들이 임명한 정무직인 장관의 인사권에 의한 검찰권 통제의 가능성이라는 위기 상황으로까지 오고 있다. 이제 검찰은 80년대 중반 6월 시민항쟁에서 얻은,국민과 함께 선 사회적 신뢰의 상징이라는 위치를 되살려야 한다.공동체 리더로서의 기능 복권을 몸으로 느껴야 한다.대통령과의 토론에서 정치권으로부터의 인사의 독립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가져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상황은 다시 제 자리를 잡기 시작할 것이라는 평검사들의 단순한 인식은 답답하였다. 그 자리가 얼마나 어려웠던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만,어쨌든 그들은 적극적으로 법질서 유지를 위한 검찰의 자세를 대통령에 대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을 상대로 한다는 진심 어린 자세를 가졌어야 했다. 검찰은 범법자들을 벌주는 것에 만족해서는 아니 된다.누구에게도 냉정하게 벌을 줌으로써 공동체의 법질서를 세우는 국민의 검찰이 되어야 한다.그것이 치안질서 유지를 일차의 목적으로 삼는 경찰과의 차이다.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그래야 이제라도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능동적으로 함께 저어 갈 수 있는 검찰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강 경 근
  • 책꽂이/설득,마음을 움직이는 전략 외

    ●설득,마음을 움직이는 전략(게리 스펜스 지음,이순주 옮김,세종서적 펴냄) 가장 훌륭한 설득의 무기는 ‘나 자신’이다.어떻게 하면 설득에 카리스마와 힘을 더할 수 있을까.미국 최고의 변호사로 꼽히는 저자는 맘대로 울고 웃는 어린애처럼,구구대는 비둘기처럼,반가워 꼬리치는 강아지처럼,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 설득의 요체라고 말한다.1만 2000원. ●한·일 국가기구 비교연구(정용덕 지음,대영문화사 펴냄) 19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의 국가기구를 실증적으로 비교 분석한 연구서.다원주의적 시각·엘리트론적 시각·개인주의적 시각·자본주의적 시각 등으로 나눠 접근한다.1만 6000원. ●이야기 고사성어(장연 엮음,동방미디어 펴냄) 중국 3000년의 역사와 지혜가 녹아있는 고사성어의 유래를 풀어 썼다.초패왕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싸움의 승패를 결정지은 사면초가.진시황의 법치주의와 수구세력의 갈등이 빚은 분서갱유,초나라 한신의 이야기에서 나온 토사구팽,공자의 도덕정치 실현에의 꿈과 좌절을 말해주는 상가지구,당송팔대가중 첫째가는 한유의 기백을 나타낸 태산북두 등 300여개를 대상으로 했다.9000원. ●미디어와 쾌락(강준만 등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 넷세대에게 미디어는 존재 그 자체다.그들은 ‘미디어제국’에 파묻혀 산다.휴대전화 알람으로 눈을 떠 인터넷 서핑을 끝으로 잠자리에 든다.이 책은 넷세대의 ‘미디어소비’에 대한 기록이자 그들의 삶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회사다.1만원. ●엥케이리디온(에픽테토스 지음,김재홍 옮김,까치 펴냄)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은 제자이자 역사가인 아리아노스에 의해 모두 8권의 ‘담화록’이란 책으로 정리됐다.그러나 지금은 네 권만 전한다.이 책은 그 ‘담화록’을 한 권으로 간략하게 압축한 도덕교본이다.기독교적인 금욕주의와 도덕주의가 일치하는 점이 많아 특히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널리 읽혀온 책이다.1만 1000원. ●중국 근현대 사상의 탐색(조경란 지음,삼인 펴냄) 중국 근대 30년의 사상은 서양이 300년에 걸쳐 이룬 근대사상의 압축판이다.그런 만큼 그것은 일상으로 경험한 것이라기보다는 주의로서만 경험한 측면이 강하다.이 책은 중국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논쟁의 전선을 형성하며 긴장을 연출해온 이들의 사상을 살핀다.캉유웨이,량치차오,리다자오,리쩌허우,옌푸,첸무,후스,장둥쑨,장빙린,덩샤오핑 등이 그들이다.1만 2000원. ●포커 MBA(그레그 딘킨 등 지음,송대범 옮김,럭스미디어 펴냄) 포커는 인생과는 달리 제로섬 게임이다.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 돈을 잃는다.이 책은 비즈니스를 위한 교육방법으로 포커게임만한 게 없다고 말한다.포커게임은 사업과 마찬가지로 위험을 측정하고 초를 쪼개는 순간적인 판단능력이 관건이다.1만원. ●사람이 중요하다(홍성민 지음,바움 펴냄) 한 문제 때의 이광은 적진에서 주인처럼 행세해 위기를 모면했고,제나라의 전단은 적뿐만 아니라 아군까지 속임으로써 상황을 역전시켰다.이렇듯 사람을 움직이려면 먼저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저자는 “성공의 공식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을 아는 것”이라는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인용,인간관계의중요성을 역설한다.9000원. ●노빈손의 남극 어드벤처(박경수 지음,뜨인돌 펴냄) 고대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가 “지구 남쪽에 몹시 추운 거대한 땅덩이가 있다.”고 예언한 지 2500여년.그러나 남극은 200여년 전에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냈다.이 책은 미지의 땅 남극에서 벌어지는 모험담이다.시간여행을 통해 주인공 노빈손은 100여년 전 ‘영웅시대’의 남극에 도착,목숨 걸고 남극을 탐험한 섀클턴,아문센,스코트와 동행하며 좌충우돌 모험을 펼친다.7900원. ●독일 담시론(안진태 지음,열린책들 펴냄) 독일의 시문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담시문학.담시는 민담이나 동요,또는 특기할 만한 사회적·역사적 사건을 주로 다룬다.게르만 민족의 민족성과 역사에서 비롯된 문학으로 매우 관념적인 것이 특징이다.담시(譚詩)에 대해 학문적으로 정리했다.1만 6000원.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임재춘 지음,마이넌 펴냄) 영어는 한 문장에 16∼20개 이상의 단어를 쓰지 말라고 권한다.한 번의 숨으로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길이가 적당하다는 것이다.우리도 신문은 한 문장을 40∼60자 이내로 쓸 것을 권하니 영어와 비슷한 길이다.과학기술부 원자력실장을 지낸 저자는 특히 이공계 출신들을 위해 실제적인 글쓰기 방법론을 제시한다.8000원.
  • 조병화시인 별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역임한 시인 편운(片雲) 조병화(趙炳華)씨가 8일 오후 8시55분 서울 경희의료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82세. 21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성사범학교와 일본 도쿄(東京)고등사범학교를 나와 경희대·인하대 교수를 지냈다.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으로 등단한 뒤 지난해 ‘남은 세월의 이삭’까지 52권의 시집과 수필집 37권,시론집 5권 등 모두 160여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유족은 장남 진형(眞衡·세종대 대학원장)씨 등 1남3녀.발인은 12일 오전 9시,장지는 고향인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02)958-9545.
  • [시론] 新행정수도 건설이 지닌 뜻

    신 행정수도 건설이 균형 있는 국토발전의 수단으로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그동안 수도권 집중과 지역격차는 한두 가지 시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타성적 인식과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런데 갑자기 중앙정부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국가적 어젠다로 등장해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논란은 신 행정수도 건설에 따른 비용을 근거로 한 실현가능성 여부와 신 행정수도 건설의 파급효과에 집중되었다.회의적인 주장에 의하면 신 행정수도 건설에 경부고속전철 건설비의 2∼3배에 달하는 40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며,국회와 중앙부처 등이 모두 빠져나가면 서울과 수도권이 공동화해 부동산 값은 폭락하고 가정경제 파탄과 금융부실 등 대혼란이 온다는 것이다.반면 찬성론자들은 4조∼6조원 정도면 건설 가능하며,정부기능이 지방으로 이전되면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이 해소되고 규제시책의 부담이 없어져 계획적이고 활력 있는 동북아 경제·물류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시점에서는 찬성이나 반대보다 신 행정수도 건설 주장이 지닌 국가정책적 의미와 과제를 살펴보는 것이 향후 정책 수행의 판단과 추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신 행정수도 건설이 지닌 가장 큰 상징적 의미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격차의 원인에 대한 인식론적 전환이다.사람과 경제활동이 수도권에 집중하고 지방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이유는 고등교육,정보,취업기회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와 집적경제기반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신 행정수도 건설 주장은 수도권 집중의 근본원인을 국가적 자원배분의 통제력을 지닌 권력의 집중으로 본다.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정치,행정권력을 분산함으로써 권력집중에 의한 공간적 불균형을 막자는 것이다. 둘째,수도권 집중완화와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접근방법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그동안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해서는 공장과 대학,일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하고,대규모 건축물과 공장의 수도권내 입지를 규제하는 등 한정된 공간정책 수단에 의존해왔다.그러나 신 행정수도 건설은대증요법적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한공간정책 수단에서 벗어나 수도권 집중의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구조적 접근방법을 채택한다.수도권 집중과 지역균형발전 문제를 공간정책적 차원으로 다룰 때는 범부처적 대응과 전략이 뒷받침되지 못했다.그러나 이제 수도권과 지역균형발전 문제는 국가적 어젠다로서 범정부적 대응이 가능하게 되었다. 셋째,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막대한 경제·사회비용과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정치적 의지의 표명이다. 마지막으로 신 행정수도 건설은 21세기 지속적 성장을 위한 국가발전전략의 전환을 의미한다.산업화시대에 국가성장과 발전은 국가의 총량적 성장에 의존해 왔으나 국경의 의미가 약화되는 세계화시대에는 고유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지닌 지역발전이 국가발전을 좌우한다.신 행정수도 건설은 고유한 잠재력과 다양한 역량을 지닌 지역발전을 촉진하는 분권형 국가발전전략의 또 다른 표현이다.수도권과 지방이 갈등구조에서 벗어나 상호 보완과 협력을 통한 상생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이같은 차원에서 보면신 행정수도의 건설은 중앙정부기관의 지방분산 차원을 넘어 21세기 지구화된 개방경제체제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국토발전전략과 틀을 제시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김용웅
  • [시론] 용산 미군기지의 공원화

    한국은 21세기에 이르러 안으로는 국민참여의 사회로 전환되고 있으며,밖으로는 이념을 초월한 평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와 참여의 시대에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 구체화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용산기지 100만평은 여의도와 비슷한 규모다.여의도가 국제화를 중심으로 한 개발이라면,용산기지는 친환경과 민족자주의 의미를 갖는 개념이어야 한다.오래 묵어서 오히려 서울의 노다지가 된 이 땅은 풍수지리학 차원에서뿐만 아니라,서울의 중심에 있기에 중요한 곳이다.예로부터 외침(外侵) 또는 외세(外勢)의 주둔지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더욱 중요한 땅이다. 이 땅을 돌려받는다면,서울의 중심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꿀 수 있음은 물론,특히 우리의 국제관계가 시혜와 종속,대립과 단절의 관계에서 호혜와 자주의 관계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해 ‘평화와 자주’를 전 세계에 천명할 수 있다. 15년 전,서울시는 용산기지를 전 국민과 서울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었다.서구사회가 200년 정도 걸렸던 도시화·산업화 과정을 서울은 전쟁 이후 거의 50년 만에 이루었다. 여기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도시문제는 환경악화,일조권·조망권 침해,무분별한 개발,교통체증 등 물리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심리적 황폐함,박탈감,왜소화 등을 심화시켰다. 최근 여가 및 스포츠에 대한 욕구의 증가도 이런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꽉 짜여진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억눌린 자신을 풀고,자연과 함께함으로써 자신을 재발견하고 다시 도시생활을 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이러한 수요는 상당하며,외국의 국제적 도시를 봐도 뉴욕의 센트럴파크,런던의 하이드파크,파리의 튈러리공원(루브르 박물관 앞)은 도시의 중심이며,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다.서울도 이런 차원의 충족되지 못한 수요를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따라서 용산기지는 전 세계에 ‘평화와 자주’의 메시지를 주며,시민들에게 도시에서의 심리적 압박을 해소할 수 있고,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마당인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어느 특정집단의 이기주의나 정치적인 계산을 뒤로하고,그동안 시·공간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했던 장벽을 허물며,모든 서울시민에게 열려있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자주공원’,‘참여공원’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참여공원’은 조성과정에서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기능적으로는 내부적으로 시민의 여가공간을 제공하고,공원의 역사성 및 자주성을 밝혀야 할 것이다.외부적으로는 도시녹지축을 완성하는 바탕이 되어야 한다.도시교통체계를 보완하고,용산구 일원의 주변 개발 및 재개발을 촉진해 광역적인 공간구조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단순히 용산기지의 공원화뿐만이 아니라 주변 지역의 영향권을 고려한 모든 관련계획이 수반돼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참여공원’이 될 것이다. 이 소중한 땅,지난 100년간 묵혀왔던 이 땅은 현재를 사는 우리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가오는 100년 후의 후손을 위한 땅이다. 미래를 위해 국민의 합의와 참여를 모아 차근차근 가꾸어가는 지혜를 발휘할 때가 왔다.용산기지의 공원화 계획은 그런 의미에서 21세기 우리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양승우
  • 문학 책꽂이/천개의 태양 外

    ●천개의 태양(도미니크 라피에르 지음,정지영 옮김) 인도의 나병환자들과 극빈자를 위한 구호단체를 만들어 자원봉사활동을 해온 저자의 경험이 담긴 소설.프랑스 잡지 파리마치의 기자 출신인 저자는 인도 캘커타 빈민가를 그린 다큐멘터리 ‘시티 오브 조이’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좋은책 만들기 8000원. ●사람의 가을(김성옥 지음) 그리움을 주제로 전통적 서정시 기법에 충실한 시세계를 보여준 시인의 세번째 작품.자칫 종교적으로도 읽힐 수 있는 주제를 연애시 형식으로 끌어들이고,사랑을 갈구하는 시선을 담고 있다.민음사 6000원. ●선생님의 가방(가와카미 히로미 지음,서은혜 옮김) 37세의 늦깎이로 등단했지만 설화적 상상력을 토대로 인간의 본질을 묻는 독특한 문학세계로 아쿠타가와상 등 일본의 문학상을 잇따라 받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아내에게 버림받은 선생과 30대 후반이 된 그의 여제자가 벌이는 순애보가 줄거리.청어람미디어 9000원.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박용재 지음) 84년 등단한 이후 신문사 기자와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시작을 해온 시인의 네번째 시집.시인은 저서에서 “그냥 우주에 빌붙어 살면서 내 마음 속에 들어앉은 노래들을 솔직하게 읊고 싶었다.”고 말한다.민음사 6000원. ●리얼리즘의 시정신과 시교육(윤여탁 지음) 급속한 변화 속에서 한국 현대시의 지향점과 이에 걸맞은 시 교육방법론을 모색.20∼30년대,70년대의 참여시,80년대의 민중시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의 다양한 시적 성과를 펼쳐보인 뒤 리얼리즘 시론의 창조적 수용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4부의 시교육에 대한 창조적 시각이 특히 눈길을 끈다.소명출판 1만 6000원. ●1930년대 소설과 근대성의 지형학(김양선 지음) ‘근대성의 위기와 극복’이란 주제로 30년대 작품을 분석.미학·페미니즘 등 다양한 분석틀로 이상,박태원,최명익,강경애,염상섭 등의 작품을 연구했다.지은이는 이전의 가치관이 허물어지는 90년대의 소용돌이를 이해하고자 사회 분위기가 비슷한 30년대에 천착했다고 밝힌다.소명출판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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