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시련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소환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화사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의성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재수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425
  • 「잔인한 달」의 숨은 뜻/이태동 서강대문과대학장(굄돌)

    일년중에 가장 괴로운 계절이 있다면 여름이나 겨울이 아니라 봄이 오는 문턱의 순간이리라.영국의 유명한 시인 TS 엘리어트는 「황무지」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사월이 이렇게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은 죽음의 겨울과 재생의 아픔을 견디어 낼 수 있는 자들의 특권이기 때문이리라.봄의 부활은 추억으로 가득찬 죽음의 겨울로부터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빙벽을 뚫고 올라오는 새로운 생명들의 고통속에서 온다.그래서함은 라일락을 꽃피우듯 찬란한 봄을 위한 부활의 아픔이라고 말할수 있으리라.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보라.사월을 결코 잔인한 달이라고만 말할 수 없으리라.그동안 멈추었던 분수대에 물보라가 솟아 오르고 봄의 들판에는 신의 숨결이 전원 교향악처럼 들린다. 그리고 선운사로 가는 길 양쪽에는 흰 벚꽃이 대낮처럼 피어있고,플라타너스가 있는 비갠 사월의 신작로 길은 『히아신스 소녀』와 나무 냄새나는 누님의 눈빛만큼이나 신선하고 상쾌하다.신을 부정하는 사람이나 생을 혐오하는 사람이라도 사월의 빛 한가운데로 걸어 나와 푸른 잔디와 호숫가에서 미풍에 나부끼는 수선화를 보면 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새로운 애착과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찬란한 봄의 아름다움을 맞이할 수 있는 기쁨과 그 축복은 겨울의 죽음과 사월의 잔인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에게만 허락되어 있다.사월이 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말지만,그것을 부활의 시련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으리라.항상 깨어있고 을 꾸는 자들만이 잔인한 사월뒤에 찬란한 봄의 꿈이 있다는 것을 안다.
  • 고도 경주 내일이 위태롭다/반영환 논설고문(시론)

    천년 고도 경주의 내일이 위태롭다.개발과 번영의 기세에 눌려 유적보존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신라 천년의 도읍지로서,유적과 문화재를 가장 많이 안고 있는 경주,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10대 사적도시인 경주가 고도임을 스스로 포기하려 하고 있다.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서라벌의 숨결이 서린 고도 경주는 80년전 일제때 이미 개발이란 미명하에 크게 훼손당했다.남의 나라를 강점한 일제가 우리 고적에 무슨 살뜰한 애정이나 관심이 있었을까.경부선 철도가 부설되고 대대적인 토목공사가 착수되면서 경주는 만신창이가 돼버렸다.무열왕릉이 위치한 서악고분군을 도로가 갈라놓았으며 사천왕사지도 무참하게 두동강이 났다.궁성인 월성을 가로질러 철로와 도로를 내기도 했다.철저한 유적파괴가 이루어진 것이다. 70년대들어 정부에 의해 추진된 경주고도개발사업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기능성·편의성에만 치중한 이 개발은 수려한 경주의 자연경관을 망가뜨렸다.불국사 입구에도,서악고분군 경내에도 반문화적인 시멘트로 칠갑을 해놓았다.거대한고분이 밀집한 경내 소로를 시멘트로 다져놓다니.유현한 고분의 분위기를 삭막하게 망쳐놓은 것이다. 최근 수년동안 경주는 더욱 고도다운 면모를 잃어가고 있다.20층짜리 고층아파트가 외곽에 들어섰고 시내 중심가에도 5층 상가가 세워졌다.경주시내에 들어서면 맞닥뜨리던 거대한 고분군이며 아늑하게 이어지는 스카이라인도 이제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경주는 지금 중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건강했던 옛날의 모습은 외부로부터의 박해에 나날이 시들어가고 있습니다』원로 문화재위원의 탄식이 실감되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고도경주는 최근 중대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경부 고속전철이 경주시내를 관통하고 시내에 위락시설인 경마장이 건설된다는 것이다.지상노선으로 설계된 고속전철은 유적의 파괴는 물론 진동과 소음이 문화재에 치명적 손상을 줄 것이 분명하다.경마장부지는 조사결과 중요한 유적지로 밝혀졌다.경마장건설은 경주를 유흥도시화할 것이 뻔하다.이같은 위험으로부터 경주의 고적을 보존하기 위해 학계가 「고속전철 우회」와 「경마장 외곽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이와함께 한국고고학회등 16개 학회가 공동으로 지난 18일 「경주 문화재 보존」공개세미나를 열었다. 그러나 학회의 세미나는 경주시민대표들의 완강한 방해로 세명의 발표자중 한사람만 겨우 끝낸채 중단되고 말았다.이들은 『누구를 위한 반대냐』라며 단상을 점거하고 세미나를 방해했다.이 장면은 문화재의 보존과 도시개발이라는 양극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현장이었다.경주시민의 주장은 「재산권의 침해,또는 제한」을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주시민들이 건축물의 고도제한등 재산권행사에 상당한 불이익을 당한 것은 사실이다.이에대한 정부의 보상이나 지원이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다.그렇다고 경주가 여느 도시처럼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무분별하게 개발될 수는 없는 것이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이며 지정문화재가 밀집된 우리나라 최대의 사적지가 아닌가.경주는 경주시민만의 것도,오늘의 우리세대만의 것도 아니다.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할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다.이제 경주가 더이상 파괴되거나 훼손되지 않게 국가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은 경주를 고도답게 보존하고 신도시를 건설하는 일이다.로마나 파리,그밖의 역사적 고도가 신·구도시로 구획된 것처럼 늦었지만 우리도 그 유형을 따라야 한다.일본은 고도 나라의 도읍지인 평성궁 유적을 국가에서 사들여 수백년계획으로 조금씩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유적보존의 그 원대한 계획에 비하면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부끄럽고 초라하기만 하다. 고도 경주는 어떻게 해서라도 반드시 살려야만 한다.
  • 광복 50돌 기념사업 308건 확정/해외선열 유해봉환·묘소 단장

    ◎8월엔 「세계 빛낸 음악인 향연」/경축행사도 3개 주제로 나눠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 김계수)는 27일 정부사업 41건,정부투자기관및 산하단체사업 56건,민간단체사업 33건,지방자치단체사업 1백78건 등 모두 3백8건의 광복50주년 기념사업을 확정했다. 기념사업은 「현대한국민족의 역사적 조명」 「화합과 참여의 공동체실현」 「세계에의 도전과 미래창조」 등 3개 주제별 경축행사를 비롯,학술·공연·전시·체육 등 각분야에 걸쳐 올 한햇동안 경축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진다. 위원회는 우리의 올바른 과거를 역사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애국선열의 유업을 기리는 사업 17건,은폐·왜곡된 과거역사를 바로잡는 사업 12건,지난 날 삶의 모습을 재현하는 사업 13건 등 모두 42건의 행사를 펼친다. 또 우리의 현실을 진단하고 화합과 참여의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광복 50주년 경축식 등 축전 4건,한국인의 문화와 삶을 진단하는 사업 12건,민족의 화합과 화해분위기를 조성하는 사업 13건,관련사업 15건 등 모두 44건의 사업을 펼친다. 세계 속에 우리의 위상을 새롭게 정림하는 사업 8건,국제경쟁과 미래사회를 향해 도전하는 사업 16건,민족통일을 추구하고 대비하는 사업 14건,관련행사 6건 등 모두 44건의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념사업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광복 50주년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로서가 아니라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현재를 창조하고 다시 미래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전제,『일제에 의해 왜곡된 민족사와 지난 반세기의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유례없는 발전을 이룩한 우리 과거를 재조명하고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 “다음 목표 될수도”뉴욕·런던「초비상」/세계 휩쓴「독가스 공포」

    ◎지하철에 두고내린 화물 철저 검색/뉴욕/폐쇄 TV로 승객동정 샅샅이 감시/홍콩 도쿄시내 지하철 독가스테러사건의 공포가 지하철이 놓인 세계 주요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치명적인 살인가스에 의한 테러가 도쿄시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뒤 뉴욕지하철당국이 비상경계에 들어갔으며 홍콩은 영내 38개 지하철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하루 3백50만명이상이 오가는 뉴욕지하철의 앨 오리어리 대변인은 『우리는 열차승무원과 경찰관·역무원에게 수상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보고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가뜩이나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뉴욕지하철당국자들은 이에 따라 승객이 실수로 두고 내린 조그만 음식포장상자까지도 체크하며 철저한 검색을 하고 있다. 홍콩지하철당국도 철도운행을 관장하는 MTR의 통제실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만일에 대비하는 모습이며 38개 노선별로 순찰을 강화하면서 구내에 설치된 폐쇄회로 TV를 통해 승객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수상한 점을 조사하고 있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하루 2백13만명을 실어나르는 홍콩철도당국자들도 『모든 직원에게 수상한 행동을 예의주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파리와 런던 등 유럽의 철도 역시 다국적 시민의 왕래가 잦은 취약성 때문에 잔뜩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데 이들은 하루빨리 범인의 정체와 범행동기가 가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사카 등 일본내 다른 도시에서도 같은 사건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경계태세에 임하고 있다. 특히 간사이대지진으로 큰 시련을 겪은 일본은 피해의식이 급격히 확산돼 도쿄시내의 지하철승객숫자가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으며 지하철구내는 물론 주변에까지 곳곳에 무장한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펴면서 구석구석을 조사하고 수상한 물건이 놓여 있지 않은지를 살피고 있다. 지난 2월 일본내 대도시에서 독가스테러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는 카일 올슨씨는 『독가스공격사건이 런던이나 파리·뉴욕등 다른 대도시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했다.워싱턴에 본부를 둔 화학생물무기통제센터의설립자인 올슨씨는 지난해 6월 미쓰모토시 독가스공격의 범인이 아직도 잡히지 않고 범행동기도 불분명한 사실이 유사사건의 재발가능성을 예측케 하고 있다면서 『범인은 보다 대담한 다음번 공격을 준비중이며 런던이나 뉴욕도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북한,사린가스 다량 보유/시안화물 등 화학무기 1천t비축/연 4천 t생산능력… 전시엔 1만t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의 독가스 사린(GB) 살포사건이 전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 가스를 북한이 다량 보유하고 있음이 밝혀져 주목된다. 2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사린(GB)·타분(GA)·포스겐(CX)·아담사이트(DM)·머스타드가스·수산화 시안화물(HC) 등 화학작용제 1천t을 비축하고 있으며 연간 4천5백t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또 전시에는 1만2천여t까지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현재 이 화학무기를 안주·아오지·청진·흥남·만포·신흥·순천·신의주 등 8개지역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산음리·황촌·삼산동·사리원 등6개지역의 특별탄약고에서 보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무기는 핵무기의 5분의1 정도 비용으로 쉽게 생산할 수 있으면서도 핵폭탄에 맞먹는 인명살상의 위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우리 군은 GB해독제로 아트로핀 주사·DS2·2PAN 등을 지급하고 있으나 유사시 민간에 지급할 예비 해독제는 충분치 못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노사불이」 지속·확산돼야(사설)

    근로자와 사용자가 갈라진 둘이 아니라 한몸임을 다짐하는 「현대전자와 건설」의 「노사불이횃불」을 크게 반긴다.특히 현대그룹산하에서 불댕겨진 것을 더욱 의미있게 생각한다. 현대중공업등은 해마다 노사가 극심한 갈등을 보여 우리를 불안하고 실망스럽게 하던 산업체다.게다가 현대는 단순한 민간기업군이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국민적 산업체다.그런 현대가 노사갈등으로 어마어마한 소모전을 벌여오는 것에 국민은 참담함을 경험해왔는데 적어도 올해부터는 그런 양상을 보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우리를 많이 기쁘게 한다. 특히 당사 기업의 노사가 스스로 자각하여 실천하게 된 일이어서 더욱 대견하게 생각한다.국내경기의 확장세,엔고의 강세,달러화의 하락 등 우리 경제가 맞고 있는 이 도약의 호기에 때맞춰 밝혀진 노사안정의 횃불은 너무도 시의절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횃불은 우리 산업계전체로 옮겨붙을 것도 기대한다.노사불화가 낳는 어리석은 손실에 대해서는 너나없이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관망만 하던 산업계에 「현대의횃불」은 선도적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횃불」이란 처음 불댕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꺼뜨리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하다.이 불을 꺼뜨리지 않는 무한동력의 연료는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아량과 함께 시련을 극복하는 궁량,그리고 서로 믿고 지키는 신뢰로 이뤄진다.그래서 평화란 갈등보다 지키고 이행하기가 더 어렵다.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이 그 출발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세계시장에서 바로 한국으로 상징되기도 하는 현대의 산업평화는 우리 산업 전체의 평화를 국제사회에까지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산업평화의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사명도 함께 부여된 것이다.부디 이 힘차게 타오른 횃불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사가 함께 있는 지혜를 다 발휘하기를 거듭 당부한다.
  • 대EU 수출전진기지 “기반 다지기”/한·영 정상회담의 의의

    ◎전자공장 등 5년동안 9억달러 투자/97년까지 대영박물관에 한국실 개관 영국의 임금은 싸다.세제나 정부지원면에서 유럽연합(EU)의 어느 나라보다 투자환경이 좋은 곳 또한 영국이다.한국의 기업들이 EU시장의 공략을 위한 생산시설을 집중적으로 영국에 설치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영협력위 활성화 김영삼 대통령의 영국방문,8일 메이저총리와의 정상회담은 한국의 유럽시장 생산거점 역할에 걸맞도록 양국관계에 기름을 치기 위한 것이었다. EU안에서 지금까지 한국기업의 최대투자국은 독일이었고 영국은 그 다음 차례였다.그러나 영국의 투자환경이 개선되면서 투자증가율면에서 독일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삼성은 북잉글랜드의 윈야드지역에 99년까지 9억달러를 투자해 복합전자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LG전자도 북잉글랜드의 뉴캐슬지역에 1천3백만달러를 들여 전자공장을 설립하고 있으며 포스코개발은 3백만달러를 들여 철강기술개발회사를 이달안에 차리려 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처럼 EU시장의 생산기지가 되고 있는 영국과의 정부간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데 정상회담의 초점을 맞추었다.이날 회담에서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던 한·영 산업협력위원회를 활성화해 민간차원의 구체적인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점이나 외무차관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한 점등에서 정상회담의 지향점을 잘 읽을 수 있다.김대통령은 또 이미 합의된 한·영과학기술공동협력자금의 조속한 설치를 촉구하고 대영박물관안에 97년까지 한국실을 개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전체적으로 새로운 양국관계의 설정보다는 전통적인 우호관계의 원활화를 추구한 셈이다. 영국은 51개의 영연방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다.세계5위의 교역대상국이며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특히 영국은 우리의 4각외교 대상국인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의 중심국가 가운데 하나다. ○4각 외교체제 보완 청와대의 한 외교관계자는 이날 정상회담의 외교적 의미에 대해 『우리의 주변 4각외교에 대한 보완체제를 구축했고 주요외교현안에 대한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국제적 지지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나라정상은 우리의 주요외교현안인 북한핵문제,OECD가입문제,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문제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두 정상이 남북대화의 재개를 포함한 핵합의문의 합의사항을 북한이 충실히 이행하도록 촉구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이 문제에 대한 공동인식을 재확인했다.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여부가 발표문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정상이 포괄적으로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정치·경제·문화등 제반분야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심화·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이들 여러 현안에 대한 우리의 정책에 대해 국제적 지지기반을 확충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북핵문제 공동인식 현재 두나라의 교역량은 수출입이 15억달러수준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상대방 시장점유율은 매우 낮아 한국의 영국시장 점유율이 0.7%고 영국의 우리시장 점유율은 1.8%다.두나라가 무역균형을 이루고 있음은 경제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음을 뜻한다.그럼에도 시장점유율이 낮으므로 발전의 여지가 크다는 이야기가 된다. 김 대통령의 영국방문과 메이저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균형상태에 있는 두나라의 경제협력을 확대시키고,EU시장의 생산거점에 대한 한국기업의 활동을 보다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대통령 영 상원의장 만찬 답사 한평생을 한국의 민주화에 몸바쳐 왔으며 9선의원을 거치면서 의회민주주의의 길을 걸어온 나로서는 영국의 의회정치를 이끌고 계시는 의원 여러분과 자리를 같이 하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귀의회는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심금을 울리는 웅변장이며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토론장입니다.그런 바탕위에서 인류사에 길이 빛나는 대헌장과 권리청원,권리장전 등을 산출할 수 있었습니다.귀의회에서 태동되고 고양된 자유민주주의는 이제 세계의 보편적 가치와 제도로 정착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날 일제 식민통치,국토의 분단,동족상잔등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뿌리내리기에 매우 척박한 땅이었습니다.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문민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으며 신흥공업국의 선두에 설 만큼 산업화에 성공했습니다.2년전에 출범한 문민정부는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 왔습니다. 우리는 인간으로 누리는 기본적 자유와 권리가 우리의 휴전선 북쪽으로도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나와 한국국민은 대승적인 자세로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오도록 끈질긴 노력을 해왔습니다.그 길만이 북한이 국제사회의 당당한 성원이 되고 우리와 함께 평화통일로 가는 「기회의 창」을 활짝 열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우리의 이런 입장에 대해 귀의회와 영국민들의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지도자 처칠경은 「미래의 제국은 정신의 제국이다」라고 말했습니다.처칠경의 통찰처럼 21세기의 세계는 정의와 평화,인간과 자연의 조화등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증진에 기여한 나라들에 의해 향도되어 갈 것입니다.우리는 귀국이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 온 점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우리 정부도 「세계화」정책을 통해 국제교류를 증진시키고 인류공통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이런 점에서도 우리 양국은 정부는 물론 의회차원에서도 상호지원과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심화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 불 베르베르 「개미」인기 힘입어 동물소설 잇달아 번역

    ◎소설 「개미」에 「두거지」·「오소리」 도전장/땅속 동물의 생태·습성 철저한 관찰 바탕/생명에 대한 외경·환경보전 메시지 전달 「개미」에 「두더지」와 「오소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93년 국내에 처음 번역소개된 프랑스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동물소설이 잇달아 번역,출간되고 있다.지난 1월 출간된 윌리엄 호드의 「두더지」(자작나무 펴냄)와 최근 나온 에이런 클레멘트의 「오소리」(고려원미디어 펴냄)가 그것.둘다 영국의 숲을 무대로 한 영국 문학작품이다. 이중 3권을 한질로 한 「두더지」는 한달 남짓한 기간동안 1만질 이상이 팔리는 판매호조를 보였다.「개미」에 비하면 사소하지만 우리 독자들이 낯설어 하던 의인화소설에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최근 이같은 분위기에 고무되어 고려원미디어도 「오소리」를 앞세우고 동물소설 경쟁에 뛰어들었다. 「두더지」「오소리」는 모두 탄탄한 구성을 갖추고 작가의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다.「개미」와 마찬가지로 땅속을 주거지로 하는 동물의 생태와 습성에 대한 철저한 관찰을 바탕으로 생명에 대한 외경과 환경보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그러나 「개미」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한 곤충학자가 남긴 저서를 찾는 인간들의 암투를 그린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면 「두더지」와 「오소리」는 두 동물세계의 난맥상을 통해 인간의 삶과 권력욕구를 풍자한 우화소설의 경향이 짙다. 「두더지」는 영국 남부 덩크톤 숲의 땅밑에서 인간들처럼 사랑을 나누고 자식을 키우며 사는 두더지들의 세계가 작품배경이다.이곳에 맨드레이크라는 폭군 두더지가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거쳐 지배자가 되면서 폭력이 난무하고 불신 깊은 세상이 된다.한편 천덕꾸러기로 따돌림받으며 자랐지만 도전정신이 강한 브레컨이라는 두더지가 새로운 세상의 지배자로 성장하며 폭군의 외동딸인 레베카와 사랑을 나눈다.이밖에 두더지세계의 올바른 전통을 지키려 하지만 폭군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장로 할버,반역을 꾀하는 악의 화신 룬,브레컨과 감동어린 우정을 나누는 학자 두더지 보즈웰,수다쟁이루 등 온갖 군상이 등장,인간과 다를바 없는 두더지의 세계를 보여준다.결국 브레컨이 온갖 시련과 도전 끝에 평화와 희망이 충만한 새 세상의 지도자가 되며 레베카와 영원한 사랑을 맺는다는 내용이다. 「오소리」는 가축 떼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된 오소리에 대해 인간들이 오소리박멸팀을 조직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인간들의 박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뱀버라는 오소리가 다른 숲속의 동족들에게 찾아가 대재난을 경고하자 「실그윈 숲」속의 오소리들이 새로운 이상향을 찾아 길을 떠난다.오소리들은 죽음의 늪과 눈보라,뒤를 바싹 쫓는 헬리콥터와 사냥개의 추격등 도피과정에서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는다.탁월한 지혜와 용기로 모든 오소리들의 존경을 받는 벅휘트와 권력욕에 불타는 팔로스의 대결이 그것이다.결국 오소리들이 자연의 혹독한 시련과 인간의 끈질긴 추격,형제들끼리의 증오와 대립을 모두 극복하고 새로운 낙원인 무지개언덕을 찾는데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인에게는 한낱 보약거리에 지나지 않을 두 동물에 감정을 불어넣고 그로부터 교훈을 찾아내는 서구인의 세심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소설들이다.
  • 김 대통령 3·1절 기념사 요지

    우리는 오늘 벅찬 감격과 새로운 결의로 기미독립운동 일흔여섯돌을 맞았습니다.광복 50주년에 맞는 3·1절은 우리 모두에게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뜻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문민정부는 기미독립운동의 정신과 선열들의 이상에 충실한 나라를 만들고자 개혁에 매진했습니다.「변화와 개혁」은 나라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활력과 희망이 넘치고 있습니다.지금처럼 우리 민족의 자존이 높아진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열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합니다.세계의 뒤편에 머물며 타율의 역사를 살던 비운에 종지부를 찍고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서 민족의 뜻을 활짝 펼치는 영광을 실현해야 합니다.그것이 기미독립운동 일흔여섯돌을 맞은 우리의 결의이자 광복 50주년을 눈 앞에 둔 우리 모두의 소망입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사의 거대한 새 흐름과 마주하고 있습니다.정보화시대,WTO 출범,지역통합등 거대한 물결이 세계화시대를 열고 있습니다.여기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한가지 뿐입니다.시대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모든 분야가 세계화되고 세계일류 수준으로 올라서야 합니다.그것만이 21세기에 우리가 생존과 번영을 확보하며 세계의 중심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3·1운동은 「역사창조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자존의 의지와 자결의 원칙에 의해 민족의 밝은 앞날을 창조하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우리는 지금 스스로의 결단으로 세계화의 길로 나서고 있습니다. 3·1운동은 또한 「민족단합의 정신」을 말하고 있습니다.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민족애와 공동체의식으로 뭉치는 것은 민족의 자랑스런 저력입니다.그것은 어떤 시련과 도전도 이겨낼 수 있는 우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1백년전보다 더 큰 역사의 도전 앞에서 우리는 세계화의 기치 아래 다시 하나가 되어 힘차게 전진해야 합니다. 3·1운동은 나아가 「공존공영의 정신」을 갈파하고 있습니다.독립선언서는 동양평화와 인류공영이 겨레의 이상임을 천명했습니다.우리는 이제 세계 모든 나라와 당당하게 경쟁하고 협력해 나가면서 민족의 앞날을 개척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더 크게 기여해야 합니다. 반세기가 다하도록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은 민족사의 수치입니다.선열들이 세우려 했던 나라는 결코 분단된 조국이 아니라 통일과 선진의 자주독립국가입니다.남과 북은 이제 통일의 큰 길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남과 북은 먼저 화해하고 협력하는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우리는 이미 북한의 경수로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경제협력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우리는 모든 면에서 북한과 교류하고 협력할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이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북한은 특히 같은 민족에 대해 비방 중상하는 일을 즉각 중지해야 합니다.이는 「민족자존」과 「민족단합」의 3·1정신에도 반하는 일입니다.아울러 남과 북은 다같이 실현 가능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부터 착실히 실천에 옮겨나가야 합니다.나는 기미독립운동의 76주년이 북한이 3·1정신을 회복하는 뜻깊은 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기대합니다.그리하여 분단 50주년인 올해가 통일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해로 민족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우리는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역사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피와 땀,용기와 지혜가 요구되는 때입니다.우리 모두 3·1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통일과 선진의 21세기 일류국가라는 겨레의 소망을 기어이 이루어 냅시다.우리 자손들이 정의와 도의가 충만한 나라의 국민으로서,자존과 단합으로 빛나는 민족의 일원으로서 자랑과 긍지를 누리는 새 시대를 우리 손으로 만듭시다.이 세계의 모든 나라,모든 민족이 동경하고 선망하는 신천지를 우리 세대가 엽시다.그리하여 세계평화와 인류번영을 앞서 이끄는 한민족의 위대한 역사를 우리가 창조합시다.
  • 서울대 졸업식 김종운 총장 치사

    새 인생도정의 출발점에 선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몇가지를 당부하고자 합니다.저는 먼저 지식인의 윤리를 강조하고 싶습니다.여러분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 나라 최고의 지식인들입니다.이 말은 이제 여러분이 습득한 지식에 대한 평가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이제 여러분은 실천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으므로,그말은 곧 우리 사회와 이웃을 올바르고 복된 길로 인도해야 할 남다른 책무가 여러분에게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우리 사회가 시련이나 난관에 부닥치면 그것을 앞장서서 해결할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우리 주위의 비합리적인 것이나 비효율적인 것이 있으면 그것을 솔선하여 개선해야 할 사람도 바로 여러분입니다.그러므로 여러분은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더라도 개인의 안위나 이익보다는 사회와 이웃의 복리를 우선하여 생각해야 하고,그런 공동의 선을 위하여 진력하여야 할 것입니다.그것이 남보다 탁월한 지능과 남보다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의 도덕적 의무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감,사명감이 행여 오만이나독선으로 빗나가서는 안될 것입니다.남을 위해 일하는 의로운 사람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자신의 의로움에 도취하는 것입니다.그것은 세상에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자기뿐이라는 그릇된 환상에 빠지게 하고 그 결과 자기만이 옳다는 착각을 갖게 합니다.우리는 숭고한 이념을 가지고 출발한 사람이 나중에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이 되어서 실패한 많은 예를 역사에서 보아왔습니다.여러분이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늘 겸손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태도를 간직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저는 여러분에게 창조적 사고를 할 것을 부탁합니다.지난 20∼30년간 여러분의 선배들은 국가발전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였습니다.그들은 이 나라의 민주화의 초석을 놓았을 뿐 아니라,우리의 경제적 수준을 획기적으로 제고하였습니다.그들의 노력 덕분으로 지금은 정치,경제,문화,학술 등 제분야에서 기본적인 여건은 갖추어진 상태입니다.여러분은 이제 그것을 토대로 하여 한 차원 높은 발전을 이룩해야 할 것입니다.특히 여러분은 앞으로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할 처지에 있습니다.지금까지는 남을 따라 잡기 위해서 남이 이루어 놓은 것을 받아 들이고 모방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남을 앞지르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새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창조적인 사고가 없이는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저는 여러분이 이후로도 계속 탐구하는 태도를 견지하기를 당부합니다.여러분들 중의 대부분에게는 오늘로 제도교육이 끝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배우는 것 자체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여러분이 지금까지 배운 것은 앞으로 여러분의 인생을 살아나가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와 훈련에 불과합니다.이제부터 여러분은 가장 종합적이며 난삽하고 심오한 연구 대상인 인생과 맞부딪치게 됩니다.이 어려운 문제를 제대로 풀어 나가려면 지금까지 습득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과 훈련을 쌓아야 할 것입니다.그것은 언제나 배우고 생각하는 탐구적인 태도를 가져야만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 일류국가 건설에의 도전/김영삼 대통령 취임2주년(사설)

    오늘로 우리는 김영삼 대통령 취임과 문민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았다.지난 2년은 부정 부패 비리의 척결과 개혁으로 흐트러진 국가기강을 바로잡고 세계속의 일류국가 중심국가로의 제2도약을 준비한 과감한 도전의 기간이었다.짧은기간 이었으며 끊임없이 계속된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 도전의 과정은 성공적 이었으며 성공을 거두어가고 있다고 우리는 평가한다. 이제 바야흐로 문민정부는 그러한 변화와 개혁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중심국가 대열에 동참하기 위한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목표를 국가전략으로 다지고 있다.대통령이 취임한 첫해 93년이 추상같은 사정으로 부정 부패 비리를 척결, 사회기강과 분위기를 바로잡아 새로운 국가발전의 토대를 다진 한해였다면 집권2년차인 94년은 그개혁 토대위에 내실화와 확산을 통해 21세기를 향한 세계화의 진군을 시작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부정·부패의 단호한 척결 지난2년,혁명적 개혁의 도도한 물결이 한국사회의 지난 50년에 걸친 적폐를 파헤치고 청산하며 총체적 위기상황을 극복해가는동안 국민들은 때로는 긴장으로 지켜보았고 때로는 답답하던 체증을 뚫어내리는 문민정부의 시원한 척결에 환호하기도 했다.세계도 문민대통령이 펼쳐가는 신한국 건설을 주의깊게 지켜보았다.40여년의 민주의회정치 경험이 바탕이된 대통령의 과감하고 공명정대한 변화와 개혁의 도전은 그래서 더욱 효과적 이었고 강력한 설득력을 지닐수 있었다. 시련과 도전을 이겨낸 집권2년의 공과를 검증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그러나 최근 사회단체인 경실련이 김 대통령 국정2년을 평가하는 전국의 남녀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여론조사는 그 67.5%가 대통령의 직무수행 능력에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금융·부동산 실명제 혁명 변화와 개혁을 향한 대통령의 전략은 솔선수범을 통한 보편화와 국가사회적 확산이 특징이다.우선 리더십의 솔선을 통해 개혁의 시동을 걸고 이를 사회 전 부문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대통령은 취임직후 정치자금을 받지않겠다는 다짐과 스스로의 재산공개를 통해 역동적인 대혁신운동에 불을 댕겼다.윗물 맑기의 치밀한 전략을 시작한 것이다.강력한 대통령중심제를 바탕으로 직접 주도한 개혁및 사정의지의 예외없는 집행은 범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금융및 부동산실명제,부패척결,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위한 행정개편 등 권위주의통치가 남긴 오랜 적폐를 말끔히 청소했거나 하는 도중이다.특히 돈못쓰게하는 선거법 등 과감한 정치관계법의 마련을 통해 금권 부패와 소모적 정쟁대립에 안주해온 구정치의 틀을 깨려는 시도를 본격화 하고 있다.집권여당의 총재로서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함으로써 정당의 위상정립등 21세기를 준비하는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돈 안드는 정치의 문 열고 지금 우리주변에는 한세기전 구한말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각성의 소리가 높게 일고있다.시대변화를 예측하지 못한데서 빚어진 오류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말자는 것이다.지난30년간 우리가 추구해온 경제성장 중심의 국가발전전략은 국가와 국민을 절대빈곤에서 해방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많은 과제들을 남겨놓았다.과거의 성장을 담보했던국내외적 조건들은 이제 판이하게 달라졌다.바야흐로 시대적 상황은 새로운 국가발전 철학과 전략을 요구하고있는 것이다. 세계화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대답이다.세계화의 비전은 개혁의 확대재생산을 기초로하는 경쟁력제고를 통한 국가발전 원리와 전략의 한차원높은 승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사회 각주체의 협력절실 의욕에찬 문민정부 2년은 짧은 기간동안에 우리나라의 모습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이제는 이러한 개혁성과를 바탕으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번영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때다.자만과 안주는 금물이다.보다 깨끗하고 도덕적인 사회를위해 변화와 개혁은 임기중에도 계속되어야할 제1의 과제다.특히 정치권의 개혁을 기대하는 국민총체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물론 국민일반의 삶의 질도 외면하는 구태의연한 정치풍토는 하루빨리 개선돼야할 우선적 과제가 아닐수없다.대통령의 개혁의지를 국민의식에 보다 근접시키고 그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작업의 병행도 필수적이다. 이제 정부는 지난2년의 성과를 토대로과감한 정책집행을 통해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키는 가시화 작업을 펴나가야 한다. 개혁과 변화의 결실을 키워나가면서 국민의 피부에 체감되게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과 국민 등 사회의 각주체가 세계의 일류중심국가 건설의 목표를 향해 함께 지혜를 모아 미래를 열아가는 성숙된 의식과 행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 「가뭄을 안타려면…」/이태형 사장은 말한다

    ◎“댐 증설·광역 상수도망 확충 시급”/물소비 세계 최고수준… 절수 생활화를/「17개 광역수도」 여름까지 물걱정 없어 『물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그러나 자신이 그 물을 개발하고 아껴써야 하는 분은 드문 편입니다』 용수를 공급하고 발전도 하는 다목점 댐과 광역상수도를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이태형 사장은 만나자마자 대뜸 물의 중요성부터 강조했다. 임명장을 받기 이틀 전인 지난 달 18일부터 「가뭄극복 비상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그는 요즘 여러 곳의 현장을 챙기고 대국민 절수 캠페인을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현재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9개 다목적 댐의 평균 저수율은 38% 가량이다.이 사장은 『이 정도면 우리가 관리하는 대규모 공단과 17개의 광역상수도 공급지역에는 올 여름까지 물을 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물을 공급하는 지역에선 가뭄피해가 극심합니다.그래서 수자원공사가 댐에 가둬 놓은 물을 극심한 물기근을 겪고 있는 지역에 나눠주고 있습니다』 저수율이 50%가 넘는 전남 주암댐의 비상용 밸브를 열어 하루 15만t씩 영산강으로 흘려보내 나주와 목포 지역의 갈증을 덜어주고 있다.남강 댐에서도 하루 95만t 씩 방류해 부산과 마산 등지에 공급하고 있다. 그는 요즘의 가뭄도 큰 일이지만 앞으로 수자원을 더욱 개발하고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수자원공사가 광역 상수도망을 통해 물을 공급하는 지역은 전국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이를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한정된 수자원의 이용 효율을 높이려면 과감한 투자로 댐을 더 짓고 광역 상수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근본적인 처방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대체 수원으로 지하수를 더욱 많이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에는 뜻밖에도 반대한다.『인도 북부지방에서 장기간 지하수를 뽑아 쓰는 바람에 그 지역의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소개한 뒤 『후손들에게 물려 줄 귀중한 자원임을 감안해 지하수 개발에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절수다.돈이 넉넉해 댐을 짓더라도 공사 기간이 최소한 7년 이상이라 지금 당장은 국민 모두가 물을 아껴쓰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값이 싸고 그동안 부족함 없이 쓸 수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처럼 물을 많이 쓰는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소득 수준과 비교하면 단연 세계 최고입니다.오죽하면 무엇이든 헤프게 쓰는 경우를 가리켜 물 쓰 듯 한다고 하겠습니까』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7천4백달러인 우리나라의 물 사용량은 1인당 3백94ℓ.소득이 우리의 4.5배인 일본의 3백97ℓ와 같은 수준이고,소득이 2.5배나 되는 영국보다는 오히려 1ℓ가 많다. 이 사장은 『각 가정에서 한방울의 물이라도 아껴 전국에서 하루에 10%씩만 줄이면 부산시의 하루 사용량의 90%인 1백44만t의 물이 절약된다』며 『이제부터라도 인식을 바꿔 물을 절약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 달 28일 전국적으로 실시한 물 절약 가두 홍보를 조만간 한 차례 더 하고,절수 교육용 비디오를 만들어 3월부터 전국의 국민학교와 중학교에 나눠줄 계획이다. 서울신문 기자출신으로 옛 민정당 및 민자당에서 전문위원과 정책조정실 부실장을 맡는 등 정책기획 전문가인 이 사장은 지난 93년부터 수자원공사 감사로 있다가 지난 달 사장으로 승진,선임됐다. 그는 『사상 최악인 가뭄과의 전쟁으로 힘은 들지만 그동안 국민들이 심각하게 여기지 않던 물을 관리하고 그 중요성을 알리는 업무를 맡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며 『우리 국민들이 모두 물 절약을 생활화하면 이번의 시련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 민자 새 당직자 프로필

    ○강용식 대표비서실장/판단·기획력 출중… 「정치계 컴퓨터」 치밀한 성격,정확한 판단력을 갖춰 「정치판의 컴퓨터」로 불린다. 기획력도 뛰어나 87년 대통령선거때는 노태우후보의 친밀한 이미지구축을 주도했고 이번 민자당 전당대회 준비과정에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 아래위 모두에게 친근감을 준다.특히 이춘구대표와는 「6공 취임준비위」때 같은 멤버. 20년 이상 방송기자로 명성을 날리다 지난 85년 12대 전국구로 정계에 입문,공보처차관 등을 지낸 재선 의원.서울 출신.56세.부인 한춘희씨(50)와 2남1녀. ○김운환 조직위원장/건설업 실무경력… 상황판단 빨라 의욕이 넘치고 자신에 차 있다.상황판단도 빠르다. 대학 졸업후 2년만인 76년 고향인 울산에서 주택건설업을 시작,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건설업 경력을 바탕으로 「건설분야 전문의원」으로 꼽힌다. 지난 87년 대통령선거 때 김영삼후보의 울산군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정계에 들어왔다.88년 13대 전국구의원으로 원내에 진출,국회 건설위 등에서 활약.서석재총무처장관이 동아대 선배이자 친형의 사돈뻘된다. 49세. 부인 문정숙씨(47)와 1남2녀. ○김길홍 홍보위원장/언론계 출신… JP비서실장 역임 지모가 뛰어난 집념의 정치인으로 불리운다.경북 안동 태생으로 53세.지난 14대 총선 때 민자당 공천에서 탈락하는 시련를 겪었으나 무소속으로 출마,당선된 직후 재입당. 신아일보·경향신문을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지난 72년부터 10년동안 청와대를 출입.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거쳐 13대때 민정당 전국로 정계에 입문. 김종필 의원이 민자당 대표로 취임하자 대표비서실장을 줄곧 맡았으나 김의원이 탈당하면서 결별. 외국어대 영어과 졸업.부인 서용석씨(48)와 2남1녀. ○김영일 정세분석위장/치밀한 분석력… 실천형 법률통 「6공화국」때 청와대 사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초선의원(김해시·김해).합리적인 사고에 치밀한 분석력으로 주어진 일을 소리 없이 해내는 실천형.특히 기억력이 뛰어나다.여야 정치특위위원으로 지난해 정치개혁입법을 마무리짓는데 기여한 법률통. 눈썹 끝이 치켜올라간 무인풍모의 인상처럼 성격은 무뚝뚝한편. 서울대 법대 졸업.사시8회 출신으로 검사생활을 하다 지난 82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들어가 92년까지 10년동안 사정업무를 맡았다. 53세로 취미는 바둑.부인 고인숙씨(48)와 1남2녀. ○송천영 1정책조정위원장/30여년 야당생활… 다정다감형 대세를 읽는 눈이 빠르고 그에 따른 행동도 주저하지 않는다.의리가 있고 다정다감하다.소신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면 따르지 않는다.민자당에 들어오기 전까지 30년 가까이 야당을 지켜온 「골수 야당맨」이다. 지난 92년 총선에서도 야당인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됐다.그러나 야당 시절 친하게 지내던 민자당내 민주계 인사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총선후 얼마안돼 민자당에 합류했다.지금은 최형우의원과 친한 편. 대전출생으로 올해 56세.부인 강순자씨(52)와 1남1녀. ○김기도 3정조정위원장/호방한 성격에 일처리 치밀 MBC 정치부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 초선의원(삼천포·사천).호방한 성격으로 사람을 두루 잘 사귄다.그러나 일처리는 매우 치밀하다는 평.「과학적 선거관리」등 4권의 책을 펴낼 정도로 자기관리에 엄격하다. 지난 83년부터 5년동안 청와대 공보비서관을 지낸 뒤 88년 안기부장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91년까지 재직. 좌우명은 「음수사원」.물을 마실 때 그 원천을 생각하듯 매사에 감사한다는 것.취미는 등산.50세.부인 홍은애씨(46)와 1남1녀.경남고,연세대 정외과 졸.
  • “가시적 실천으로 당화합 추구”/김덕룡 민자총장 포부와 면모

    ◎“지방선거 앞둬 걱정” 신중성 여전/“YS 분신”… 71년부터 김 대통령 「밀착 보좌」/새정부 첫 정무장관… 개혁작업 최일선 활약 8일 민자당 사무총장으로 다시 정치전면에 나서게 된 김덕룡 의원. 「김영삼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릴만큼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그는 논리가 정연하고 분석력이 뛰어나 「컴퓨터」라는 별명을 듣고 있다.표정이 변함없고 늘 조용한 성격이라 「자크」라는 소리도 듣지만 새정부 출범과 함께 정무장관으로서 개혁작업의 최일선에서 활약하며 뛰어난 업무추진력을 발휘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임명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총재로부터 정식 임명장을 받기 전』이라고 상기시키고는 『임명권자의 뜻이 있을테니 총재를 만난 뒤 다시 한번 얘기할 기회를 달라』고 특유의 신중함을 보였다.그러면서도 『경륜도 짧고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 지방선거를 앞둔 중대한 시점에 중책을 맡아 걱정도 든다』고 겸손해 한 뒤 『당을 단합시키고 당직자들과 협의해서 좋은 방안들을 내도록 하겠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화합방안에 대해서는 『말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이 필요한 때』라고 했고 「세계화에 걸맞는 차세대형 정치인」이라는 주위의 평가에 대해서는 『세계화는 함께 해 나가야 할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만 했다. 서울대 문리대 학생회장 출신의 김 총장이 김영삼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71년 수행비서로 들어가면서부터.「6·3운동」의 주역으로 옥고를 치르던 대학시절 김영삼 의원을 처음 만난지 8년만이었다. 시인 김지하씨의 양심선언사건 때 김영삼 신민당총재를 「제거」하기 위한 중앙정보부의 「작전」에 따라 구속된 뒤 79년 YH사건 백서발간,83년 김영삼 단식사건의 외신제보등으로 세차례 김 총재를 대신해 옥고를 치렀다.79년 김총재의 비서실장에 임명된 뒤 10·26,「서울의 봄」과 5·17,「민추협」결성 등 시련기는 물론 3당통합 때 통합추진위 대변인 등으로 격동의 한복판에서 김대통령의 곁을 한번도 떠나지 않았다.김 대통령은 지금도 그를 「김실장」으로 부르고 있다. 정치규제에 묶여 13대 들어서야 서울 서초을에서 원내에 진출한재선의원에 불과하지만 그를 중진급으로 부르는데 시비를 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정무장관으로서 공직자재산공개·금융실명제 등 굵직한 개혁작업을 입안·추진하던 그가 지난 93년말 장관직을 갑자기 물러나자 항간에서는 「너무 잘나가던 실세」로 찍혀 「물을 먹은 것」이라는 입방아도 있었다.그러나 김대통령은 이런 평가를 비웃듯 지난해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까지 『김의원을 아끼는 마음은 결코 변할 수 없다』고 깊은 신뢰를 표시했다. 지난해 8월 민자당 서울시지부장에 임명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12·23개각」을 앞두고 「새시대 새인물론」을 편 것이 「젊은 총리 대망론」으로 확대해석돼 김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자 일부에서는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하지만 이번에 집권당 사무총장으로 중용됨으로써 그같은 인식이 피상적인 것이었음을 입증시켰다고 할 수 있다.그는 최근 자전적 에세이집 「머리가 하얀 남자」에서 『21세기 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사고의 대전환』을스스로에게 촉구하고 있다.「세계화」를 내걸고 새출발을 다짐한 민자당의 「눈」으로 그가 다시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부인 김열자여사(53)와 사이에 2남.▲전북 익산 출신(54세) ▲서울대 사회학과졸 ▲신민당 총재비서실장 ▲민추협 기조실장 ▲통일민주당 대변인 ▲민자당 총재비서실장 ▲정무1장관 ▲민자당 서울시지부장.
  • 덕담 좀 하고 삽시다/이근배 시인(새봄맞이 제언)

    ◎서로 힘 모으고 「신명」을 주는 사회로 우리 겨레는 예부터 음력으로 설을 지내왔고 정초가 되면 웃 어른이나 친지에게 세배를 하러 다니거나 길에서라도 가까운 이들을 만나면 서로 덕담을 나누는 아름다운 풍속을 가져왔다.또 대문에 입춘대길을 써붙이는가 하면 복조리를 걸어두고 집안가득 복이 굴러들어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이맘 때쯤의 일이다. ○축복받아 마땅한 겨레 그래서 덕담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정말로 우리 겨레는 축복을 받은 겨레이고 축복을 받아 마땅한 겨레라는 생각을 명절 때면 해보곤 한다.생각해보자.이번 설에도 그랬지만 명절 때면 으레 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부모형제,조상의 묘소가 있는 고향을 찾아 민족이동의 큰 행사를 치른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일에 쫓기다가 모처럼 얻은 명절의 황금연휴,누군들 집에서 편히 쉬고 놀고 싶지 않을까마는 금싸라기 같은 시간을 길에다 뿌리면서 고향길이 고생길인줄 알면서 죽자 사자 고향엘 다녀와야 직성이 풀리고 그것을 오히려 즐거움으로 아는 이나라의 사람들,어찌 축복받지 않을수 있다는 말인가. 지난 역사의 고비마다 고난과 역경이 없지 않았지만 그 시련을 이겨내어 오늘 약소민족이라는 허울을 벗고 세계의 열강들과 어깨를 겨루게 된 것도 모두 조상과 부모를 극진히 섬기는 겨레의 아름다운 전통이 가져온 힘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거기서 슬기가 솟아나고 근면과 성실을 얻은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 겨울 가뭄으로 남쪽에서는 물고생을 하는 안타까움이 없지 않지만 일본의 대지진이나 유럽의 대홍수에 비하면 역시 하늘도 우리에겐 큰 고통을 주시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대지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이제 국민도 일본을 보는 눈이 크게 달라졌고 의연한 마음씨를 보여 주게 되었다. 관동대지진 때 저들은 유언비어를 날조,애꿎은 우리 동포들을 무차별 학살했었지만 우리는 먼 옛일로 덮어두고 이웃사촌답게 구호품을 보내주었고 재일동포들을 위한 성금까지 모금하고 있다.TV화면을 통해 재난당한 일본인들이 침착하고 질서있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칭찬하기도 했다. ○역시하늘도 우리편 일본의 방송이나 언론들이 시신발굴이나 부상자들의 참혹한 모습과 빈소등에서 울부짖는 광경들은 일체 방영치 않고 보여줄 것만 가려서 보여주는 애국심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우리도 저런 것은 배워야지 하고 겸손도 할 줄 알게 되었다. 큰 재난을 당할 일은 앞으로 있을 턱이 없지만 작은 일이라도 당하면 우리라고 자랑스럽게 못할 일이 무엇인가.지난번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만해도 추락한 젊은 의경들이 인명구조를 해낸 것 같은 그런 장엄한 드라마를 저들은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이 아닌가. 정말 이제는 덕담좀 하고 살아야겠다.우리 것은 다 나쁘고 남의 것은 다 좋고 우리는 다 잘못하고 남들은 다 잘한다는 비뚤어진 사고는 버릴 때가 되었다.작은 땅덩어리 그나마도 두쪽으로 갈라져서 반세기 동안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데 돈과 시간과 힘을 다 빼앗기고도 이만큼 살게 되었으면 우리 국민들 참으로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살아온 것이다. ○「통일한국」 출발점으로 올해는 광복50년,분단50년의 아프게 살아온 한 시대를 마감하고 통일한국의 이정표를 향해 새출발을 하는 해이기도 하다.나라가 잘 되자면 무엇보다도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서로 헐뜯고 헤쳐 모여를 일삼는 정치가 아니라 서로 덕담하고 힘을 모아 나라를 튼튼히 만드는 정치,국민에게 덕담하는 정치,국민에게 신명을 주어서 국민들로부터 덕담을 듣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우리 이제 덕담좀 하고 삽시다.
  • 새로운 정치를 향한 새출발/세계화 민자당/김영삼 총재 연설 전문

    ◎정치부패·타락공천·금권선거 영원히 추방/정치가 더이상 비난과 냉소의 대상돼선 안돼/세계화로 선진과 통일의 신한국 창조해 내야/1백년전의 「실패한 역사」 되풀이 말라 우리는 지금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광복 반세기라는 민족사의 고비에서,선진과 통일의 신한국을 창조하는 주역으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여러분과 나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땅에 문민민주주의를 실현하고,변화와 개혁을 주도한 우리 당이 이제 「세계화」를 위한 「새로운 정치」의 기치를 높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이 역사적인 전당대회가 있기까지 전국의 당원 동지 여러분이 보여주신 열과 성에 뜨거운 치하를 보냅니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나를 민주자유당의 총재로 다시 선출해 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우리 당의 앞날에 애정어린 기대와 따뜻한 성원을 보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1세기의 문턱에서 오늘의 세계는 근원적인 변혁을 하고 있습니다. 「정보화」,「세계화」의 물결속에서 새로운문명이 태동하고 있습니다. WTO체제 출범으로 무한경쟁의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왔습니다. 세계를 상대로 겨루어 오직 일류만이 살아남는 무서운 현실이 닥쳐온 것 입니다. 세계속에서 경쟁하고 세계와 더불어 협력하는 것은 이미 역사의 큰 흐름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여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개척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입니다. 나라마다 개혁의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1백년전 우리 겨레가 실패한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역사의 대세를 따라 우리도 뛰어야 합니다. 올해로 우리는 광복 50주년을 맞습니다. 이 뜻깊은 시점에서 우리는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고 새로운 반세기로 전진해야 합니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가난의 유산과 전쟁의 폐허 위에서 오늘의 번영을 일구어 냈습니다. 분단의 제약으로 파란 많은 헌정사가 이어졌지만 끝내 문민민주주의를 꽃피웠습니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룸으로써 나라의 기둥을 굳건히 세웠습니다. 이제는 「세계화」로 민족의 기나긴 소망을 실현할 때 입니다. 선진과 통일의 신한국,「21세기 일류국가」를 창조하고 세계의 중심으로 당당히 나아갈 때 입니다. 지난 2년간 우리는 「변화와 개혁」을 통해 세계화의 든든한 바탕을 마련했습니다. 문민민주주의가 가져온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는 민주주의의 활력과 창의가 넘치고 있습니다. 날로 커가는 우리의 경제력 또한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1백년전과는 달리 우리는 자신과 용기를 가지고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 입니다. ▷새로운 정치◁ 지금 나라의 모든 부문이 세계화를 위한 개혁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 전체가 혁명적인 수술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기업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가 달라져야 합니다. 그동안 정당과 정치인에게 쏟아졌던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의 정치가 더 이상 국민의 비난과 냉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정치인도 국제경쟁을 하는 시대입니다. 「정치의 세계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우리의 정치가 세계수준으로 뛰어오르고 세계화를 앞서 이끄는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새로운 정치」가 펼쳐져야 합니다. 「새로운 정치」는 「깨끗한 정치」입니다. 정치부패,타락공천,금권선거라는 말은 이제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합니다. 지난 2년간 공직자 재산공개를 시작으로 「깨끗한 정치」를 위한 개혁이 추진되어 왔습니다. 정당법,정치자금법,통합선거법 등 정치개혁에 필요한 입법조치들도 단행되었습니다. 이제는 온 국민이 열망하는 도덕의 정치,청렴의 정치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어떠한 대가와 희생이 있더라도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로 치루어 선거혁명을 반드시 이룩할 것 입니다. 「새로운 정치」는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정치입니다. 국민을 지역과 계층으로,세대와 이념으로 나누어 반목케 하는 것은 낡은 정치입니다. 특히 지역을 볼모로 삼아 국민을 분열케하는 정치는 결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도,통일염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국민이 하나되게 하는 크고멋진 정치가 나올 때 입니다. 「새로운 정치」는 대의민주주의의 원칙 아래 국리민복에 헌신하는 정치입니다.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며 오직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을 대변해야 합니다. 정치의 본령은 권력의 추구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에 봉사함에 있습니다. 불필요한 정쟁으로 민생을 소홀히 하고 국익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정치는 사라져야 합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으로 겨루는 정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새로운 정치」는 미래지향의 정치입니다. 과거에 매달리어 분열하고 소모할 것이 아니라 화합속에 미래로 함께 전진해야 합니다. 그것이 경쟁력있는 정치입니다. 역사의 흐름을 미리 내다보고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앞장서 개척해 나가는 비전과 통찰력있는 정치가 펼쳐져야 할 때입니다. 이제 「새로운 정치」는 역사의 소명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를 선도해야 할 사명은 우리 당에 있습니다. ▷당의 세계화◁ 우리당은 이제 「세계화」의 새로운 과업을 앞에 놓고 있습니다. 「당의 세계화」로 「새로운 정치」를 선도해야 합니다. 세계 속에서 선진국들의 정당과 당당히 겨루며 새로운 시대를 주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당은 변화와 개혁의 산실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겉만이 아니라 속까지도 철저하게 달라져야 합니다. 당헌과 정강정책을 새로이 하고 기구와 진용을 개편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자세와 각오,인식과 발상… 그 모든 것에 일대 전환을 이룹시다. 이와 아울러 우리 당은 안정의 구심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세계로 미래로 힘차게 나아가는데 있어서는 나라의 안정이 튼튼하게 뒷받침해 주어야 합니다. 세계화는 개혁과 안정의 두 바퀴로 전진하는 수레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혁과 안정을 함께 이끌 우리 당은 무엇보다 진정한 「국민정당」으로 뿌리내려야 합니다. 정당은 정치인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진실로 국민의 동반자가 되어,국민과 고락을 같이하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의 품 속에서 커 나가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국민의 꿈과 희망은 물론 고통과 좌절까지도 함께하는 정당이 됩시다.둘째로,「민주정당」의 수범을 보여야 합니다.당내 민주주의를 확고히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당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우리는 모든 공직후보와 주요 당직의 자유경선을 목표로 하여,경선제도를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아울러 당 운영에 참여의 폭을 크게 넓혀 당에 활력이 넘치게 할 것입니다.나아가,당원 전체가 당을 이끄는 시대를 열어 우리당에 신바람이 일게 합시다. 셋째로,「정책정당」의 면모를 더욱 드높여야 합니다.우리 당은 국민에게 보다 나은 정책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적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중산층의 안정을 도모하고 중산층을 확충하는 정책개발에 진력할 것입니다.그리하여 우리 당이 국민에게 봉사하고 나라를 키우는데 있어 세계에서 으뜸가는 정당이 되게 합시다. 넷째로,「차세대 정당」으로 변모해야 합니다.「세계화」는 원대한 비전과 탁월한 역량을 갖춘 새로운 인물을 필요로 합니다.우리 당은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미래지향적 정당으로 발전되어야 합니다.우리는 각계의 전문가들과 21세기의 주역들에게 문호를 확짝 개방할 것입니다.우리 당을 유능하고 참신한 차세대 지도자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요람으로 만듭시다. 다섯째로,「통일주도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광복 50주년이 되는 올해는 분단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민족사의 뜻깊은 시점을 맞아 이제 남과 북은 반세기에 걸쳐 반목과 대결로 얼룩진 분단시대를 청산해야 합니다.화해와 협력으로 평화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합니다.우리 당은 이제 겨레의 소망인 민족통일을 주도하는 중추세력으로 그 소명을 다해야 합니다.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통일을 앞장서서 대비해 나가는 선도세력이 되어야 합니다.우리 모두 분단 반세기가 되는 올해를 「통일시대의 원년」으로 만들어 나갑시다. ▷희망의 정치◁ 우리는 집권당으로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변화하고 개혁하는 용단을 내렸습니다.오늘 우리가 채택한 세계화선언은 그러한 우리 당의 개혁의지를 담은 것입니다.우리는 「희망의 정치」,「가능성의 정치」를 향해 새출발을 하고 있습니다.우리 앞에는만만치 않은 도전도 있을 것입니다.역경이 우리의 의지를 시험할 것입니다.그러나 우리가 용기와 자신감을 가질 때,그 어떤 시련도 우리를 굴복시키지 못할 것입니다.우리가 굳건한 신념과 동지애로 뭉칠 때,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시대를 함께 열었듯이 이 순간부터 세계화를 위해 우리 모두 하나가 됩시다.나는 동지 여러분을 믿습니다.우리 당에 한없는 신뢰를 보냅니다.이제,우리의 전도는 양양합니다.우리에게는 국민의 사랑과 신뢰가 있습니다. 높은 도덕성과 강한 실천력이 있습니다.국민의 여망과 역사의 소망 앞에 충실한 우리가 「세로운 정치」를 실현할 것입니다.우리에게 남은 것은 전진이요,우리가 얻을 것은 오직 승리 뿐입니다.이미 출정을 알리는 우렁찬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민족사의 제단에 우리 모두 피와 땀과 눈물을 기꺼이 바칩시다. 총재인 나부터 역사와 국민이 부여한 소임을 다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칠 것입니다.우리,온 국민과 함께 저 넓은 세계로,저 밝은 미래로 힘차게 달려 나갑시다.이 땅에 평화와 번영,선진과 통일의 신천지를 열어 놓읍시다. 「21세기 일류국가」신한국을 기어이 창조해 냅시다.그리하여 우리 당이 「민족사에 신기원을 연 위대한 정당」으로 길이 빛나게 합시다.
  • 화가 천경자/화려한 색조…꽃·뱀·여인집착(이세기의 인물탐구:68)

    ◎독창적 화풍… 한색깔 고르려 수십번씩 검토/91년 「미인도사건」뒤 잠적… 심한 우울증 앓아/묵화 능한 어머니 곁에서 그림 시작… 글솜씨도 뛰어나 천경자 「깊은 우물속에 깔린 신비한 보라색과도 같은 「한」과 「찬란한 절대 고독」의 이미지,꽃과 뱀과 여인과 화려한 파스텔조의 환상적인 색조라면 누구라도 쉽게 화가 천경자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화면은 날이 갈수록 청청하여 영혼과 빛과 눈부신 색채의 향연을 변함없이 변주하고 있다.그림 외에 글솜씨로도 유명한 그는 수필집 「한」의 경우 「한이 한없이 나간다」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였고 70년대 남태평양 풍물전을 비롯한 해외스케치전은 관람객이 줄을 짓는 이변을 낳았다.어쨌든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중에서 대중적인 인기스타가 아닌 이상 글과 그림으로 이처럼 폭넓게 회자된 인물은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이는 미술관」이 전시한 그의 「미인도 모사품사건」이후 그는 한때 화단에서 모습을 감춰버렸다.당시 이 작품의 진위여부를 놓고 『내그림이 아니라』는 작가의 주장과 『작가의 그림이 틀림없다』는 미술계와의 팽팽한 대립속에서 작가를 믿지 못하는 세태에 심한 환멸을 느낀 나머지 그는 오랫동안 심적 타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듯했다. ○대인관계 비사교적 그의 성품은 그가 좋아하는 미모사만큼이나 민감하다.작은 바람소리 하나에도 무심하지 않아 옳지 않은 것을 동조하거나 싫은 것을 적당히 수용하는 법이 없다.대인관계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로서는 전혀 비사교적일 뿐만 아니라 사람을 가리고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그림도 그렇다.색깔을 쓸 때도 발색을 억제하는 반대색을 쓰기 위해 연보라·남보라·황토에서 녹청을 동원하고 그것이 이 그림에서 얼마만큼 확실한 효과를 나타내는가를 까다롭게 따진 다음 이를 선택한다.그러고 나서도 멀리서,가까이서 수십번씩 견주어보고 3∼4개월이 지나 썩 괜찮다는 결론이 나올 때 비로소 화폭 앞을 떠난다. 이른바 동양적인 정조를 바탕으로 하는 그의 작품에서의 조형적 특징은 「천경자풍의 인물을 전형화」하는 데 결정적 성공을 거둔 점이다.평론가 심항섭은 동양화의 인습에서 벗어나 섬세한 감각과 신선한 착상력을 지닌 그의 그림에 대해 『화가로서의 최종적인 꿈인 자기만의 화풍을 선명히 세웠고 색채선택과 배치에도 그만의 확고한 독창성을 성취하고 있다』고 단적으로 평한다.즉 「새로운 조형적 가치실현」과 「개별적 형식의 완결」이라는 어려운 등식을 동시에 갖추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초기에는 주로 뱀(사)의 무리에서 느낀 감흥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표현했고 특히 부산 피란시절에 발표한 서른다섯마리의 뒤엉킨 뱀의 「생태」는 풍경과 정물에 집착하던 화단에 커다란 충격의 논란을 던졌다.이후 초현실적인 시적 이미지들이 화면을 지배하면서 그는 자전적 요소를 띤 모티브로 아네모네·라일락·팬지·아스파라거스 같은 요요한 이향이 가득한 꽃무리 속에 화사하게 떠오른 여인의 희구를 그려내고 있다. 그의 운명은 그가 항상 예감한대로 줄기차게 쏟아져내리는 폭포수와 같진 않았다.세차게 흘러내리다가 어느 대목에선가 브레이크가 걸리듯 곤두박질치는 아픔과 정면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는 마치 파란을 자초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따라서 한이 많고 고독하다고 하지만 그의 한은 그가 스스로 선택한 한이며 고독 또한 그러하다. 어릴 때는 연극배우를 꿈꾸기도 하고 노랑·파랑·분홍색등 밀랍냄새가 코를 찌르는 오사마(왕양)크레용과 미쓰보시수채화물감을 으깨고 주무르면서 묵화·서도에 능한 어머니 박운아여사 곁에서 그는 하루종일 그림그리기를 지루해 하지 않았다. ○여동생 죽음에 충격 광주농고 졸업후 군청에 다니던 부친(천성욱씨)은 딸이 의과대학에 가기를 원했으나 그의 심성과 감성을 이해한 어머니가 패물과 논을 팔아 마련해준 여비로 어렵게 도쿄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3년만에 돌아오자 집안은 몰락했고 그의 결혼실패에 이어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의 죽음,그 불운의 소용돌이에 말려 시련을 견디고 있을 때 부친마저 세상을 떠나는 불상사가 겹쳤다.언젠가 그는 「낙인」이란 수필에서 「나의 인간성에 배어 있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적요한 낙인은 바로 부친의 불행과 이 여동생의 죽음 때문에 박힌 슬픔의 표적」임을 밝힌 적이 있다. 화가의 일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에는 가정과 인간에의 정이 스민 화면에 「고통과 황홀감을 공존」시켜왔고 자녀가 모두 출가하고 평생의 반려이던 어머니마저 85년 타계후 가정도 혈육도 떨쳐버린 상황에서 그는 「꽃도 피고 가족도 많던 시절에는 생기찬 리듬감이 화면에 넘쳤으나」 이제는 대양에 뜬 섬처럼 오로지 홀로 남아 「화가」로 존재하는 자신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설령 찬란한 미래가 또 있다 하더라도 그는 「비오지 않은 가문 봄날,움트려고 파닥거리는 라일락나무 같은 과거에 더 깊은 애착과 미련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자녀는 2남2녀. 모사품사건이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글은 쓰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빛과 색채의 순례자로서 그는 정밀(정밀)한 시적 정취와 아름다움을 넘어선 승화된 고독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9년전부터 살고 있는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의 모든 방은 그가 그린 그림만이 가득,그속에서 지난 4년간 예술원 회의에 나간 외에 올 11월1일부터 한달간 호암미술관이 초대한 화력 50년전과 80년이후 15년만의 개인전을 위한 작업에만 온통 매달려 있다.회고전 성격을 띤 이 전시에는 그가 직접 소장하고 있는 42년 선전 입선작들과 부산시절의 「생태」,최근작인 「우수의 티나」 「누가 울어」시리즈등 평생의 화업이 한눈에 펼쳐진다. 거의 하루종일 화폭 앞에 대좌한 채 이제로부터 몸속에 침잠한 예술적 기운을 한점 미련없이 출산시키는 순간이다.그 외엔 영화광이던 젊은 시절을 되살려 공포영화·공상영화를 보거나 겐자브로의 소설을 읽는다.여전히 걸어다니는 화폭처럼 화려한 옷차림을 즐기고 아침시간에 커피 한모금,지난해부터 술은 하지 않는다. ○화사한 옷차림 즐겨 그는 특유의 호남사투리로 아무리 괴롭고 슬픈 것을 말할 때도 웃고 또 별로 슬프지 않은 일도 그가 한을 담아 말하면 왠지 콧날이 시큰해지는 순수한 감동과 감상을 잃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그러나 나이에 따라 슬픔이나불행은 역시 세월의 금사망속에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버리고 관유온자한 자세로 자신에게 얼마나 더 충실할 수 있는가를 때때로 자문하기를 잊지 않는다. 그의 삶은 그대로 예술에 집결하고 귀결하고 있으며 그의 그림들은 「서정적인 분위기」와 「서정시적인」 내용을 함축하면서 작품 하나하나가 「천경자사」라는 하나의 커다란 물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남과 다르다.그리고 지금 「고독으로 미채(미채)된 삼림속에 그가 꿈꾸는 예술의 전당을 짓기 위해」 화폭이라는 그만의 광산에서 그는 진짜 보석을 캐내고 있는 것이다. 사치하리만큼 눈부신 색채의 범람으로 그의 화면은 한층 탁마된 다이아몬드를 구사하고 어느때는 투명한 루비며 사파이어가 그림의 창안에서 언뜻언뜻 상서로운 광채를 발한다.인물의 눈이라든가 중요한 부분에 미점으로 사용하는 금분조차도 단순히 호사스러운 치장이 아닌 것이 세상사로부터 절연된 듯한 순화된 감정과 표정은 그 자체가 그대로 「극미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연보 ▲1924년 전남 고흥 출생 ▲1941년광주욱고녀 졸업 ▲1944년 도쿄녀미전졸업, 일본문전 무감사작가 소한천청·부산금성사사.재학중 일본문전·청금회전 입선,조전(선전)「조부상」(23회)「노부」(24회)연입선 ▲1946년 첫개인전(광주여고 강당) ▲1949년 서울개인전(동화백화점화랑) ▲1949∼52년 조선대 교수 ▲1952∼74년 홍익대 교수 ▲1953년 부산 개인전 ▲1954∼74년 홍대교수 ▲1955년 대한미협전서 「정」으로 대통령상 수상,백양회 창립멤버 ▲1960∼81년 국전 초대작가및 추천작가 심사위원 심사위부위원장 운영위원역임,국전 초대출품 ▲1963년 도쿄개인전(서촌화랑) ▲1965년 도쿄개인전(이토화랑) ▲1967년 말레이시아 초대전 ▲1969년 프랑스 파리 아카데미 고에즈 연수,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사모아 타이티 첫스케치 여행,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 ▲1970년 남태평양 풍물전 ▲1973년 현대화랑 초대전 ▲1974년 아프리카 풍물전 ▲1977년 한국현대동양화 유럽순회전 ▲1978∼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정회원,이후 예술원 회원전 출품 ▲1979년 인도 중남미 풍물전 ▲1980년 개인전(현대화랑) ▲1981년 하와이등 미주지역스케치 ▲1990∼94년 권옥연 변종화 윤중식과 4인전(이목화랑),멕시코여행 오월문예상(65년) 서울시문화상(71년) 3·1문화상(75년) 예술원상(79년) 은관문화훈장(83년) 수필집 「언덕위의 양옥집」「여인소묘」「유성이 가는곳」「한」「자유로운 여자」「쫑쫑」「캔맥주 한잔의 유희」「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자서전 「내 슬픈전설의 49페이지」,기행문 「천경자 남태평양에 가다」「아프리카 기행화문집」 등
  • 팥쥐어멈처럼(송정숙 칼럼)

    단 20초만에 첨단문명의 구조물을 건설쓰레기로 만드는,무서운 재앙을 만난 일본사람들이 그들의 시련을 어떻게 수렴하는지를 우리는 보았다.발달된 정보통신기기로 시차와 거리를 완벽하게 극복한채 볼 수 있었다.그들은 몸부림치며 실신하지도 않았고 악을 쓰며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다.그런 중에서도 줄을 섰고 무엇보다도 「조용」했다. 그 모습은,졸지에 불행과 만난 이웃이 안쓰럽고 걱정스럽던 우리 마음 한편에 어떤 예감을 심었다.아마도 그들은 이 불행조차도 세계의 칭송속에 「극복」할 것이고,그것은 동시에 우리의 자학증(자학증)을 발동시키리라는 예감이었다.과연 두 예감은 다 적중했다.그들은 현명하게 대처했고,마치 의붓자식 지청구 주듯 「우리사람들」을 빗대는 신랄함을 발휘하며 우리의 입 있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과연 일본사람들은 다르고,훌륭하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다른 외국의 보도를 인용하여 그 신빙성을 보증하며 칭찬했다. 기회있는대로 남의 미덕을 기리고 대비하여 자기반성을 하는 일은 나쁜 일이 아니다.그러나 콩쥐 구박하는 팥쥐어멈같은 이런 지청구식 비판에 이제는 진력나고 신물도 난다.그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찬찬히 훑어보는 일이 더 긴요하련만. 그들 지진시민들 곁에는,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면 위로한답시고 달려가 원한의 핑계를 만들어주는 「마이크」도 없었고 설움을 부추기며 「억울한 넋두리」를 확성하여 반복하는 「활자」도 없었다.지진의 도괴밑에 깔린 주검들을 파내는 처참한 모습에 망원렌즈까지도 서슴없이 들이대고 공개하여 두려움을 확대재생산하고,성급하게 「보상금」을 충동하고,누구에게 책임의 올가미를 씌울까를 「특종」으로 경쟁하는 어마어마한 위력의 「매스컴」도 없어 보였다.영안실에 안치된 즐비한 주검들을 시시때때로 클로즈 업 하여 보도용으로 활용하는 따위는 할 줄 모르는 듯한,냉철하게 시민을 존중해주는 사회.시민들의 「조용한 질서」는 그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본의 지진이 일어난 곳은 「간사이」지방이다.지진 이전에 「간사이」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것은 간사이 국제공항이었다.첨단공법으로 최근에 완공시킨 거대한 구조물이다.이 국제공항의 지역이름이 지진 지역과 같다는 것이 안팎사람들에게 일깨워지는 일을 일본의 보도들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국제공항만이 아니다.국제도시 「오사카」가 지진지역과 인접한 곳임을 상기시키는 일도 별로 눈에 안 띄었다.오직 「고베」로만 국한시키는 절묘한 「축소보도」였다.「공정보도 신드롬」같은 것에 안 걸리는 「불공정한」 나라.성수대교사고 뒤 서울의 모든 다리가 당장 주저앉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세계 방방곡곡에 들리도록 외친 우리의 「양심적인 보도」에 비하면 매우 「비양심적」이기도 한 나라. 오래전에 일본에서 민항기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그때 일본의 언론은 일제히 항공기결함의 가능성에만 눈에 불을 켰다.모든 보상과 책임의 문제가 다 끝난 뒤에 일본의 한 잡지는 그때 그 비행기 조종사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음을 오랜 시간에 걸쳐 조사하여 특집으로 실었다.그들의 「양심의 발현」은 그렇게 시간이 걸렸다.항공기사고가 날 때마다 목청이 터지도록 종사자들의 잘못을 캐내는 일에 혈안이 되는 우리와는 정말 다르다. 시민을 지청구 줘서 애정결핍에다 의심꾸러기를 만들지 않고 주검의 품위까지 완벽하게 보호하여 모두가 함께 가장 현명한 해결을 할 것이라는 신뢰를 쌓아온 나라의 국민은 질서와 예의를 지키는 일에 신념이 생긴다.고베시민도 그랬다. 「구호품」을 선뜻 받았다가 「비지떡」받고 「쌀떡」으로 갚는 일이 될까봐 손을 함부로 내밀지 못하고 조심스레 선별수용하는,생선회칼보다 예리한 이기주의.그게 자율적으로 뭉쳐 국가단위의 집단이기주의로 발달하니까 세계사람들이 미덕이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소단위로 분할된 우리의 집단이기주의가 자괴와 자학의 원인이 되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약고 얼마나 현명한가.그러면서도 노상 제식구 지청구 주기에 신명이 나 있는 우리는 꼭 서로가 의붓 부모자식만 같다.
  • 꿈·용기갖고 「인권의 새벽」열었다

    ◎오늘의 영광 민주화에 동참한 국민에 바칩니다/김 대통령 킹평화상 수상연설 요지 영예로운 킹 평화상의 수상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새벽은 반드시 오고야 만다고 믿었기에 가장 어두운 밤에도 꿈과 용기를 잃지 않았습니다.토머스 제퍼슨의 말처럼 인간에게 삶을 준 하느님은 자유도 함께 주었다고 믿었기에 끈질기게 투쟁했습니다.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기도 하고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당했던 많은 동지들이 있었습니다.나는 오늘의 영광을 오직 평화의 길을 통해 자유와 민주를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했던 자랑스러운 동지들,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민주화운동에 적극 동참했던 우리 국민 모두에게 바칩니다. 우리에게는 수천년동안 이어져온 민족정신인 「홍익인간」이 있습니다.우리는 이 이념을 민주주의를 통해 활짝 꽃피우게 할 것입니다.이러한 이상 앞에서 나는 북녘의 동포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은 반세기가 다하도록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채 억압과 빈곤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우리는 북한동포들에게 자유와 인권,평화와 번영이 깃드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그리하여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보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계를 만드는데 더욱 크게 기여하는 시대를 열 것입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한국인간에 겪었던 한때의 어려움을 우리는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1968년 멤피스에서의 마지막 연설에서 킹목사가 행한 것처럼 우리 모두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향해 함께 전진합시다. ◎킹평화상 증정사 요지/민주개혁 위해 40년간 비폭력투쟁/김 대통령 자유·존업 신장 모범보야 이 상은 용기,자기희생,정의,인권,평화를 추구하면서 킹박사가 신조로 삼았던 비폭력원칙에 모범을 보인 개인에게 주어집니다.우리는 오늘 이 상을 각하의 한국세계화 계획을 뒷받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4천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51개 아프리카 국민,모든 인종의 평화애호인들과 국민을 대신하여 각하에게 드립니다. 김영삼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은 정치적 탄압과 권리침해에 반대하는 투쟁을 함에 있어서도 비폭력원칙을 고수해야하는 명제에 훌륭한 본이 되고 있습니다.각하는 한국민의 자유를 위해 40년간 투쟁하시면서 많은 고난과 희생을 겪으시면서도 민주개혁을 이룩하려는 결의를 조금도 굽히신 일이 없습니다.비범한 비전과 헌신으로 도전을 극복하시고 한국민의 존엄과 자유를 신장시켰습니다.자유,지역적 평화,경제발전이 아시아 전역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셨습니다. 국제간의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김대통령이 쏟으신 헌신은 바로 마틴 루터 킹 2세가 꿈꾸던 아름다운 국제사회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우리는 이 상이 또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한국인들간의 이해와 우의증진을 위한 새로운 교량건설의 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 세계화시대 창조적언론 선도한다/정론지로 대변신을 선언하며(사설)

    서울신문은 대변혁의 세계질서속에 새로운 세기를 개척하는 세계화의 출발점에 선 오늘의 시대상황에서 정도의 언론으로 걸어나갈 새로운 진로를 밝히고자 한다.우리는 광복과 창간 50주년을 맞아 제2 건국이라는 시대적사명에 투철한 「권위있는 정론지」로 대변신 할 것을 다짐 한다.이러한 노력은 새 발행인의 취임을 계기삼아 제2 창간의 결의로 기울여 나갈 것이다. ○일류국가 건설의 과제 이념투쟁이 끝난 세계질서는 무한경쟁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민주화이후 계속된 대대적인 개혁으로 우리사회역시 대변천의 시대를 맞고 있다.망국과 전쟁의 시련을 독립과 건국,그리고 발전의 승리와 영광으로 바꾼 우리의 지난 1백년사는 한국인이 누구인가를 세계에 보인 자랑스러운 기록이었다.우리의 다음 한 세기는 민주와 번영의 토대 위에 변혁의 도전을 국력배가의 전기로하여 통일과 선진의 민족공동체,세계중심국가의 건설이라는 금자탑을 쌓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세계화 목표는 바로 그러한 새 역사창조를 위한 시대적·국가적 비전이 아닐 수 없다.그것은 우리가 다음 세기에 세계의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느냐 아니면 변두리 국가로 떨어지느냐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적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의 자기혁신이 필요하지만 특히 언론의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함을 직시한다.스스로의 과거에 대한 고통스러운 자성과 아울러 언론의 자세와 행태가 논란되고 있는 오늘에 대한 성찰의 바탕 위에서 진지한 자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론·국책담는 공기로 변혁의 시대,창조의 시대의 국론을 바로 이끌수 있는 정론의 그릇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상업주의와 선정주의,투쟁주의의 왜곡이 없이 공동체의식과 지도철학,그리고 새로운 방법론을 담는 그런 국가적 공기의 역할을 담당할 자세가 되어있는가. 건국과 더불어 탄생하고 국가와 함께 발전해온 서울신문은 최고 권위지로서 바로 그러한 정론의 그릇,국론과 국책을 담는 공기로서의 소명을 자임하지 않을 수 없다.그것은 언론의 바른 길이 증면경쟁과 같은 물량의 무한경쟁이 아니라 합리성과 전문성,그리고 책임성을 갖춘 보도와 논조의 질적경쟁에 있다는 확신에서다.시대적변혁의 무한성과 그것이 안고 있는 통합과 분화의 모순성은 혼란을 막고 앞길을 밝혀줄 고도의 규명능력을 요구한다.정보홍수 속의 정보빈곤을 가져올 정서적 획일보도나 시대인식의 혼선을 조장할 상업적 영합주의 논조의 풍미를 우리는 경계 한다.우리는 국가발전의 설계도를 요구하는 책임있는 사회지도층의 갈증을 풀어주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변화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대응방안을 아쉬워하는 지식층·관료층·기업인,그리고 중산층의 고급지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려 한다. ○국민적 공감대 확산노력 세계화를 위한 정치·경제·사회·문화등 모든 분야에서의 일류화 과제는 특히 정치와 언론의 질적 수준향상을 전제로 한다.우리가 지향하는 언론의 고급화는 선진국의 고급지수준에 손색 없는 질적향상을 통해 우리사회의 견인력을 강화하는데 기여 할 것으로 믿는다.그리하여 세계화를 주도하는 사회주류의 형성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명제를 안고 우리는 먼저 국가의 목표와국정의 기본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새로운 편집의 초점을 맞출 것이다.국경없는 세계화시대는 오히려 확고한 국가적 정체성을 요구하고 있다.국가의 운영을 위한 국민적 선택인 정부의 민주적 정통성에 대한 시비가 종식됨으로써 우리는 이제 정상적인 정부와 국민간의 관계를 가꿀수 있게 되었다.그것을,언론이 지난 시대와 같은 불화와 대립을 조장하던 낡은 잣대로 저해한다면 국가적 발전역량을 훼손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독립투쟁과 민주투쟁이라는 한국언론의 전통은 이제 국가건설을 위한 창조적 역할로 전환되어야 한다. ○합이성과 전문성에 바탕 세계일류국가 건설의 동력을 극대화하는 정부와 국민간의 협력관계의 발전은 우리의 언론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우리는 긍지와 소신을 가지고 정부와 국민간의 의사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교량 역할을 충실히 맡아 나갈 것이다.어디까지나 합리성과 전문성에 바탕을 둔 국정지표의 평가논리를 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또한 우리의 독자층을 위한 전문적정보와 수준 높은 논평을 제공해나갈 것이며,취재의 국제화를 추구하고 심층취재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며 과감한 지면개혁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서울신문은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시계추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오늘과 미래의 좌표를 제시하는 균형추로서 확고한 위치를 지켜 나갈 것임을 거듭 다짐한다.
  • 러시아 언론/체첸 참상보도… 반전여론 주도

    ◎체제 홍보 탈피… 달라진 TV·신문/공습 현장·러군포로 모습 무삭제 방송/“체첸에 매수됐다” 옐친 강한 불쾌감 러시아의 체첸침공에서 주목할 만한 점중의 하나로 이 작전이 여론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크렘린에서 멀지 않은 국방성청사 앞에는 연일 「병사의 어머니회」 등에서 나온 수십명의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반전구호를 외쳐대고 있고 가이다르 전 총리,주가노프 공산당수같은 유명정치인들이 가두연설을 통해 정부의 체첸침공을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반전여론을 가장 앞서서 주도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 나라의 언론이라는 게 체제·이념홍보 수단에 불과했던 점을 생각하면 분명 놀라운 변화라 할 수 있을 것같다.민영 텔레비전인 NTV는 그로즈니 중심가에 불타 주저앉은 러군 탱크들,겁에 질린 채 체첸군들에 잡힌 러군 포로들의 모습,시가지에 나뒹구는 러군병사의 시체,러공군기의 무차별 공습으로 피투성이가 된 채 울부짖는 노파 등 연일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내보내고 있다.이런 장면들을 지켜보며 수백만 러시아 시청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왜 이런 무의미한 전쟁을 계속하는가 분노하면서 반전 정서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신문들도 마찬가지다.네자비시마야 가제타, 세보드냐 등 유력언론들은 하나같이 사설과 해설 등을 총동원해 옐친 대통령의 무모한 전쟁놀음을 비난하고 있다.지난 93년 의사당 강제진압 때만 해도 일방적 옐친 지지로 일관했던 이즈베스티야 신문도 반전 논조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관영방송 구태 여전 정부의 방해기도도 물론 있다.옐친 대통령은 연말 텔레비전 연설을 하며 『일부 언론이 체첸 마피아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고 언론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크렘린 경호원들이 NTV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었고 NTV의 방영권이 곧 취소될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기도 했다.이타르타스 통신,오스탄키노 텔레비전 등 관영언론들을 통해 관급 왜곡정보들도 숱하게 내보냈다. 러군이 그로즈니 시가전에서 체첸군에게 수치스런 패배를 당하고 있을 때 이 관영언론들은 『러군이 그로즈니를 완전장악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특히 오스탄키노의 하오 9시 종합뉴스는 거의 소련시절로 되돌아갔다는 평을 듣고 있다. ○거짓보도 중지 요청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들은 사실보도에 충실하다.민영 언론기관들로 구성된 모스크바언론인회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관영언론을 통한 왜곡·거짓 정보의 유포를 중지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고 『체첸 마피아로부터 돈을 받은 언론의 이름을 대라』고 옐친 대통령 앞으로 공개서한을 내기도 했다. 옐친 대통령이 강경파 측근들에 둘러싸인 채 무모한 전쟁을 계속하는 가운데 군부 쿠데타설이 나도는 등 러시아 정국은 어수선하기 그지없다.어찌보면 옐친 개인의 정치적 미래 뿐 아니라 러시아 민주주의의 최대 시련기인 셈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