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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가자미는 동해안에서 1년 내내 잡히는 흔한 물고기이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강원도 속초사람들의 밥상을 채워 주었던 효자 물고기. 함경도 추운 바닷가에서는 많이 잡히는 명태나 가자미로 식해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가자미로 차린 어부의 밥상이 우리에게 무슨 말을 걸어오는지 들어본다. ●쁘띠쁘띠 뮤즈(KBS2 오후 4시 30분) 쌍둥이 자매 아리와 아라 사이에 어색한 관계가 시작되고,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 각자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리는 개울가에서 민재를 만나 함께 물고기를 구경하다가 그만 실수로 마법아이템인 목걸이를 빠뜨리게 된다. 민재는 울상 짓는 아리를 대신해 물속에 들어가 목걸이를 찾아준다. ●7일간의 기적(MBC 오후 6시 50분) 요리사를 꿈꾸며 조리학과에 입학했지만 어려운 형편으로 휴학 중인 준모,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를 간병하느라 미용사의 꿈을 접어두었던 보람이. 각종 기술을 배우며 사회에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 왔지만 한 가지씩 부족했던 여섯 청년들. 이들의 사연을 듣고 기적의 아이콘 슈퍼스타원정대가 함께한다. ●미소코리아(SBS 오후 6시 30분) 직접 낚은 물고기로 끓인 매운탕과 봄 향기 가득한 냉이를 넣어 끓인 된장국 등을 맛본 파란눈의 프랑스 새댁이 말하는 경기도 양평의 맛. 시원한 강변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한강의 멋진 풍광까지 둘러보고 돌아온다. 이상벽이 준비한 또 다른 선물인 ‘세시봉 콘서트’에서 세시봉 멤버들과 함께한 유쾌한 여행기가 공개된다. ●하나뿐인 지구(EBS 밤 11시 10분) 누렇게 찌든 흰 옷을 새옷처럼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초강력 세제와 식탁 위의 두루마리 휴지, 아이들이 사용하는 깨끗한 새 책과 공책. 이 생활 용품들의 공통점은 하얗고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형광 증백제’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형광증백제의 하얀 마술이 단순히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생명(OBS 밤 11시) 운동으로 건강하기만 할 줄 알았던 성혁에게 갑작스럽게 시련이 찾아온다. 이유 없이 피곤하고 빈혈을 자주 느끼다가 결국엔 쓰러지고, 그리고 지난 10월 병원에서 진단 받은 성혁이의 병명은 백혈병. 다른 백혈병 환자들에 비해 성혁이의 몸 상태가 심각하다고 말해 곧바로 항암치료에 들어간 성혁이는 실의에 빠지고 마는데….
  • 靑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

    ‘4월은 잔인한 달’이 되나. 이명박 대통령의 대 국민사과(1일)로 문을 연 4월은 청와대에 만만치 않은 시련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공항 백지화로 집단반발하는 영남권에 이어 이번엔 충청권 주민들이 잔뜩 벼르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을 놓고서다. 이 대통령은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유치하겠다고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신공항 백지화의 보완책으로 대구·경북(TK)에 분산 배치할 것이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4·27 재·보선은 또 다른 정치적 시련이 될 수 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분당을에서조차 ‘접전’이 예상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권 관계자는 “분당을은 한나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와도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임시국회에서는 신공항 백지화를 놓고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일부에서도 집단 성토를 하면서 ‘신공항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또 속수무책으로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물가도 유효한 대책을 찾아내서 기류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민심이반 현상이 빨라지며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주말 영화]

    ●남극일기(OBS 토요일 밤 11시 20분) 영하 80도의 혹한이 6개월씩 계속되는 남극에서 탐험대장 최도형(송강호)을 비롯한 6명의 탐험대원은 도달불능점 정복에 나선다. 해가 지기 전 도달불능점에 도착해야 하는 세계 최초 무보급 횡단. 이제 남은 시간은 60일.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이 시작된다. 우연히 발견한 낡은 깃발 아래에 묻혀있는 80년 전 영국 탐험대의 ‘남극일기’가 발견되고, 일기에 나오는 영국 탐험대도 자신들과 같은 6명이다. 그런데 팀의 막내인 민재(유지태)는 일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탐험대는 ‘남극일기’를 발견한 뒤부터 서서히 알 수 없는 일들을 겪기 시작한다.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 블리자드와 함께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되는데…. 어느 날부터 베이스캠프의 유진(강혜정)과의 교신도 끊어지고 통신 장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동시에 베이스캠프에 송신되는 기이한 영상과 비상 교신음들.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하얀 눈밖에 없는 공포의 순간에 하나둘 대원들이 남극 속으로 사라져간다. ●키다리 아저씨(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미국 뉴욕의 백만장자 저비스 펜들턴 3세(프레드 에스테어)는 34개나 되는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미술과 재즈 그리고 춤에 조예가 깊은 괴짜이다. 어느 날 저비스는 국무성의 연락을 받고 파리로 출장을 가게 된다. 그런데 여행길에 차가 도랑에 빠져서 도움을 요청하려고 들어간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매력적인 18세 고아 소녀 줄리 앙드레(레슬리 카론)를 보게 된다. 저비스는 자신의 친구이자 미국 대사인 알렉을 만나 줄리를 양녀로 들이고 싶다고 말하지만, 18살이나 된 소녀를 입양했을 경우 언론의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고 만류한다. 결국 저비스는 줄리의 후견인이 되어 ‘존 스미스’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돕기 시작하고, 덕분에 줄리는 미국으로 건너와 저비스가 이사로 있는 월스톤 대학에 입학한다. ●참새들의 합창(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시험을 앞둔 청각장애인 큰딸의 보청기가 고장나서 수리를 하려 하니 어마어마한 비용에 좌절하는 아빠. 설상가상으로 타조 농장에서 일을 하던 그는 타조 한 마리가 도망을 가는 바람에 직장까지 잃게 된다. 시내에 나갔다가 우연히 오토바이 택시 운전을 하게 된 아빠는 딸이 시험 보기 전 보청기를 수리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한다. 한편, 자신의 보청기 때문에 고생할 아빠를 생각한 큰딸은 도로에 나가 꽃을 팔기 시작하고, 그런 누나와 아빠를 돕기 위해 여덟 살 아들은 폐수로 가득 찬 우물을 살릴 궁리를 한다. 우물에 금붕어 10만 마리를 사다가 키워 내다팔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사고를 당하는 또 한번의 시련이 찾아온다.
  • [사설] 천안함 1년… 다시 안보를 생각한다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된 지 오늘로 꼭 1년이다. 우리는 조국을 지키다 백령도 앞바다에서 산화한 46명의 젊은 용사를 잊지 못한다. 기억해야 할 죽음은 또 있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수중폭파대(UDT) 한주호 준위다. 그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에게 진정 가치있는 삶이 무엇인지 감동으로 보여줬다. 지난 1년 우리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겪었다. 그러나 시련이 곧 좌절을 의미할 수는 없다. 적(敵)이 눈앞에 있는 한 언제 닥쳐올지 모를 불확실성의 먹구름에 대비해야 한다. 천안함의 비극을 교훈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처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의 경우 적잖은 혼선을 빚었다. 군은 천안함 침몰 시간과 상황을 국민에게 설명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뢰제거함이 늑장 출동해 등잔 밑 함미를 찾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불신을 자초한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5·24선언을 통해 “북한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은 북한이 조준사격 운운하자 확성기 심리전마저 슬그머니 포기했다. 이런 무기력한 모습이 결국 8개월 뒤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졌다는 안팎의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에 잘못된 신호 보내 오판 빌미 줘선 안돼 대북 대결정책만이 물론 능사는 아니다. 5·24 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경직된 대북자세를 누그러뜨리고 좀 더 유연한 전략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북한이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일련의 대화 제스처와 맥을 같이한다. 북한은 백두산 화산 문제를 협의하자고 전격 제의했다. 20년 넘게 외면해온 남북-러시아 가스관 건설사업을 협의하자고도 한다. 가히 ‘대화 스토킹’ 수준이다. 북한의 진의를 충분히 파악하기까지 속단은 금물이다. 잘못된 신호를 보내 오판의 빌미를 줘선 안 된다. 북한은 지난달 “천안함은 한·미 간 초대형 모략극”이라며 남북 군사실무 예비회담장을 뛰쳐나갔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 만행이 대화공세에 묻혀 또다시 망각의 강을 건넌다면 제2, 제3의 천안함·연평도 참극을 불러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군은 최근 방위태세를 재정비하고 실질적인 대북 전쟁억지력을 확보하는 국방개혁에 착수했다.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다. 문제는 뿌리 깊은 자군(自軍)이기주의와 낡은 조직 관성을 어떻게 극복하고 ‘합동성 문화’를 정착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육·해·공군의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의 추가도발 가능성에 경각심 새롭게 해야 국방개혁은 이 대통령도 지적했듯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용을 그리려다가 고양이를 그리는 꼴이 돼선 안 된다. 국방개혁을 완성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스마트 강군(强軍)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국방부는 그제 발간한 천안함 백서를 통해 대북 정보전이 취약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국가안보는 총구가 아니라 정보로부터 시작된다. 군은 대북 정보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0%가 천안함 피격은 북한 소행이라고 응답했다. 북한의 사과 없이 남북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도 65%나 됐다. 특히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의 안보관이 두드러지게 변화하는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안보에 눈을 뜨게 된 애국과 평화, 실용과 개성의 ‘P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신(新)안보세대다. 해병대 입대에 열광하는 ‘현빈 세대’의 용틀임도 만만찮다. 북의 서해 도발 이후 국민의 안보의식이 크게 고양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 한편에는 아직도 이른바 천안함 음모론을 제기하는 세력이 없지 않다. 국내외 전문가 73명이 수십 차례 현장검증과 모의실험을 통해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 결론을 냈음에도 막무가내다. 더 이상 사회 불신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3대 세습에 따른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언제든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대북 경각심을 새롭게 해야 한다. 천안함과 함께 침몰된 평화를 건져올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안보를 생각하게 하는 오늘이다.
  • 이근호 “브라질 월드컵까지 살아 남겠다”

    이근호 “브라질 월드컵까지 살아 남겠다”

    “돌아갈 때는 주인공으로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이근호(26·감바 오사카)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눈빛은 더 깊고 단단해져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무려 7개월 만이었다. 이근호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겉돈 것 같다. 올해는 새롭게 해야 하니까 다시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근호는 온두라스전을 앞두고 22일 축구대표팀에 소집됐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긴장되지만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원래 파주를 ‘밥 먹듯이’ 드나든 이근호지만, 오랜만에 찾은 파주NFC는 낯설었다.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호흡을 맞췄던 ‘터줏대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영표(알 힐랄) 등은 없었다. 새까맣게 어린 후배들이 뽑혀 이근호도 이젠 중고참에 속했다. “잘하는 후배들이 많이 뽑혀 걱정된다. 그래도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만 든다. 나 역시 아직 젊은 만큼 걱정하지 않는다.”고 웃어 보였다. 사실 이근호의 2010년은 ‘시련’이었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7골을 넣으며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불렸던 이근호다.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일등공신. 그러나 대회 직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15개월 동안 A매치에서 한골도 넣지 못했다. 결국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이근호는 “월드컵을 보면서 기쁘고도 슬펐다. 묘했다.”고 마음고생을 드러냈다.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전에서 조광래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이근호는 “이제 조광래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겠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다시 이런 아픈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며 신발끈을 묶었다. 그러나 또 상처였다. 그라운드도 밟지 못한 채 벤치만 서성였다. 올 1월 아시안컵도 못 나갔다. 조 감독은 “근호는 좋은 선수지만, 전방공격수로 박주영이나 박지성 등 다른 선수보다 큰 장점이 없다.”고 혹평했다. 이후 태극마크는 점점 멀어져 갔다. ‘잊혀진 황태자’ 이근호는 25일 온두라스와의 A매치(서울월드컵경기장·오후 8시) 명단에 다시 포함됐다. 일본 J리그에서 맹활약한 덕분이었다. 이근호는 J리그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도우며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하더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두 경기에서 2골 1어시스트로 절정의 컨디션을 뽐냈다. 냉담하던 조 감독이 다시 이근호에게 러브콜을 보낸 이유다. 물론 이근호의 주전자리가 보장된 건 아니다. 박주영(AS모나코)이 ‘부동의 스트라이커’를 꿰찬 지는 오래고, 아시안컵을 통해 지동원(전남)이 후계자로 떠올랐다. 장신공격수 김신욱(울산)과 신예 박기동(광주) 등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근호가 동계훈련을 착실히 잘한 것 같다. 소속팀 활약이 좋은 만큼 제대로 검증해 보겠다.”고 ‘열린 자세’를 취했다. 이근호 역시 “어렵게 온 기회다. 짧은 기간이지만 평가받을 기회를 준다면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 자신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브라질 월드컵을 향한 새로운 출발인 만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까지 밝혔다. 이근호는 이번 소집에서 지독했던 ‘비운’의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파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도쿄 프리즘] 때늦은 현장방문 간 총리… 흔들리는 日 리더십

    [도쿄 프리즘] 때늦은 현장방문 간 총리… 흔들리는 日 리더십

    2003년 야당 시절의 민주당 대표였던 간 나오토 총리를 단독 인터뷰한 적이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절정의 인기를 누릴 때다. 당시만 해도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가 굳건했다. 정권교체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결코 여당을 꿈꾸지 못할 만년 야당의 당 대표, 솔직히 그에게 품고 있던 이미지였다. 돌파하고 싸우며, 부서지고도 다시 일어서는 YS, DJ로 대표되는 한국의 야당 당수 같은 투쟁력이 결핍된 모습. 인터뷰 내내 든 인상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세월이 흘러 총리의 자리에 오른 그는 큰 시련에 직면해 있다. 패전 이후 일본 최대의 위기다. 국난 극복의 과제가 던져졌다.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생명도 걸렸다. 그런데 신속하고 정교하고 일사불란한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서방 언론들은 리더십의 실종이라며 야유를 보내고 있다. 뭘 하는지 궁금했던 간 총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지진 발생 열하루 만인 21일 재해지역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20 km 인근 지역을 시찰한다고 한다. 2003년의 정치 파트너 고이즈미가 지금 총리였다면 대재앙 발생 직후 곧바로 현장에 달려가 “우리는 국난을 이겨낼 수 있다.”고 외쳤을 것이란 상상을 해 본다. 잃어버린 20년, 오랜 경기침체 속에 일본은 생기를 잃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 가야마 리카는 월간지 문예춘추에서 일본을 ‘우울증에 걸린 나라’라고 표현했다. 그런 와중에 일어난 대재앙이다. 세계가 일본을 주목하고 있다. 1945년 패전 후 19년 만에 경제부흥을 이루고 도쿄올림픽을 치른 저력의 열도, 일본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점쳐보고 있다. 해답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퍼즐을 풀 실마리가 있다. 민영방송인 후지TV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일본은 부흥할 수 있을까’라는 설문에 일본인의 94.6%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놀랍다. 끔찍한 재앙에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본인의 희망에 총리는 어떻게 화답했던가. 국민 앞에 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총리. 원전을 둘러싼 일본 국민과 전세계의 공포와 불안에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는 총리. 열하루 만에 현장에 가는 총리다.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일본이라 총리의 역할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절체절명의 시대, 리더십은 국민을 희망의 길로 이끄는 중요한 길잡이다. 오죽하면 대지진 전 24%대였던 지지율이 20일 현재 35%까지 올라갔을까. 일본은 총리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하면 수명이 끝난 것으로 간주한다. 인정사정없이 무대에서 끌어내린다. 그런 그가 대지진 후 지지율이 올랐다. 국난 극복 과정에 총리를 바꾸는 혼란보다는 밉지만 맡겨보자는 뜻일 것이다. 1995년의 고베 대지진 때 오자토 사다토시 방재대신이 작업복 차림으로 현장에서 직접 지휘를 한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이 재해규모가 훨씬 큰 데도 현장에 내려가 책임을 다하는 각료는 한명도 없다. 용인(用人)이 잘못이라는 지적이 들린다. 도쿄공업대 응용물리학과 출신에 변리사 자격을 지닌 간 총리는 늘 ‘기술자’라는 낙인이 따라다닌다. 그래서 원전과 시버트(방사선량 단위)에만 신경 쓴다는 비아냥도 있다. 우울증에 걸린 일본이 대재앙을 계기로 침체를 딛고 활기를 되찾을지는 일본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으는 데 달렸다. 하지만 그 힘과 지혜를 모으는 구심점은 역시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점을 역사는 말한다. 재해지역 시찰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궁금하다. marry04@seoul.co.kr
  • [도쿄 리포트] 日정부의 은폐체질·언론의 비판실종이 재앙 키웠다

    일본이 지난해 중국에 2위 자리를 내주었다고 하지만 경제규모에서 세계 3위인 강국이다. 여전히 특허나 원천기술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지식기술 강국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사태 수습에 고전하고 있다지만 강국 일본의 위상을 당장 의심하는 나라는 없다. 지진 초기 남을 먼저 배려하고, 침착하게 정부 지시에 따라 대재앙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세계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기록의 민족 일본인은 집요하고, 반드시 과거에서 배운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대지진·방사능 유출 사태 이후를 생각하자는 흐름도 형성되고 있다. 물론 지진 발생 일주일이 흐른 18일 현재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비판의 소리가 나오면서도 일본 사회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책임지기를 두려워하는 일본 사회의 은폐 체질을 개선하자는 지적도 많다.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는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관해 “정부와 도쿄전력이 올바른 정보를 신속히 공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에 만연한 은폐 체질에 대한 반성이다. 실제 일본 정부가 신중을 넘어서 과잉 보안을 하면서 원전사고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이것이 억측으로 연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원전 정보를 즉각 정확히 알려 달라.”고 하는 등 국제사회도 일본 정부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국에 공개하기 어려운 은밀한 프로젝트가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돼 있어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협조 제의에 응하지 않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플루토늄 연구와 연관시키려는 지적이지만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미국 등과 초기에 협력에 응할 수 없는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국격과 관련된 측면이 있다. 세계최고 원자력 기술을 자랑하는데 외국에 의지하는 게 허락되지 않는다.”면서 “여러 나라 기술진이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우려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위기관리 능력 향상을 위한 극단적 의견까지도 나오고 있다. 중립적인 지식인들마저 “한국이나 미국 같은 군대가 없기 때문에 위기관리 능력이 약하다.”면서 “자위대 위상의 전면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사회전체의 위기관리 능력이 한 단계 오를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으로 연결될 수 있고, 헌법개정이 필요해 아직 소수지만 대지진을 계기로 세력을 얻으려 해 주목된다. 언론의 비판 기능이 부족하다는 점도 새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이 지난 12일 언론사에 헬기를 이용한 피해 현장 촬영 자제 및 보도 협조를 공개 요청하자 언론이 이를 받아들여 비판 기능을 하지 않는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문·방송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국민들의 동요를 우려, 사람이 쓰나미(지진해일)에 휩쓸려 가는 장면 등의 보도자제를 원하자 언론들이 알아서 정확한 피해상황을 알리지 않아 상황의 심각성이 은폐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일부 언론학자들은 일본 주요 신문들이 모두 민영방송을 갖고 있어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언론이 정부에 저자세일 수밖에 없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일본 언론의 정부 견제와 비판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물론 일본 언론은 발행부수나 질적인 면에서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시각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찌됐든 대지진은 은폐 체질 개선과 언론의 비판 기능 강화 필요성을 사회적 화두로 부각시켰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런 지적에 펄쩍 뛰고 있지만 “지진이나 방사능 유출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들이 정부나 언론을 불신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엄연하다. 향후 사회적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로부터 물밀듯이 밀려오는 응원을 업고 일본이 재기할까. 사상 최대의 거대지진과 동시에 터진 원전 방사능 유출이라는 겹시련에 처한 일본이 저력을 발휘해 상황을 돌파할지 세계의 시선이 열도에 집중되고 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서울광장] 그들인들 어찌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까/박홍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들인들 어찌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까/박홍기 논설위원

    일본엔 ‘마음으론 울면서 얼굴로는 웃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되도록이면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내가 울면 나보다 더 큰 불행을 당한 이에게 폐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메이와쿠(迷惑·폐) 방지 문화이다.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 등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공포 속에서 보여준 일본 국민의 침착성과 차분함은 세계인들에게 진한 울림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죽음의 사신 같은 시꺼먼 파도에 사랑하는 자식을, 부모를, 이웃을, 정든 집을 잃은 그들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대재앙에 항상 신경쓰고 경계하고 대비해 왔건만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제대로 손을 쓸 틈조차 없었다. 아름답고 평온하던 동북부 해안은 더 이상 아름답지도, 평온하지도 않다. 숲의 도시로 불리던 센다이는 질퍽질퍽한 개흙과 건물 잔해더미에 덮였다. 처참한 광경이다. 대지진이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확인된 희생자만 1만명이 넘고 이재민도 40만명 이상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재난이다. 리히터 규모 9라는 수치보다 훨씬 큰 시련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흔들림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들인들 가슴이 미어지지 않겠는가. 화가 안 나고, 분노가 일지 않겠는가. 자연 재앙보다 공포스러운 방사능의 위협에 피난을 떠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삶의 터를 지켜줘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정부, 갈팡질팡하는 총리, 원전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했던 도쿄전력에 부아가 치밀지 않겠는가. 방사능 대량 누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말이다.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원폭’으로 끔찍한 아픔을 겪은 그들이기에 더욱 무섭고 두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매뉴얼대로, 배운 대로 참고 견디며 행동하고 있다. 주먹밥 한개로 세끼를 때우고 종이박스를 깔고 모포 한장을 덮고 자면서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4㎞가량 줄을 서며 두세 시간씩 기다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눈에 띌 만한 새치기도, 사재기도, 소란도, 약탈도 없었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찾아 폐허를 헤매는 노부모, 시신 앞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주민들, 남편이 숨져 있을 부서진 집터에서 조용히 합장하는 여인…. 고통과 슬픔에 의연하게, 감정을 절제하는 그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은 내내 무거웠다. 최후까지 마이크를 붙잡고 “빨리 도망치세요.”라며 대피방송을 하다 쓰나미에 스러져간 25세의 말단 동사무소 직원, 언제 폭발할지 모를 원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퇴직 직전의 원전 직원에 대한 사연도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 디 이들뿐인가. 일본 방송도, 신문도 유난히 재난에는 흥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냉정하다. 1995년 고베대지진 때도 그랬다. 공영방송이자 재난방송인 NHK의 앵커, 기자와 아나운서들은 초유의 대재앙 앞에서 평소보다 차분한 어조로 피해 상황과 대피 요령, 피난처 정보, 구조활동 등을 상세히 전달했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섣부른 추측을 하지 않고 갈등과 불안을 부채질하거나 자극하지도 않았다. 유족들의 통곡 보도도 자제했다. 불필요한 제2, 제3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절망을 희망으로 함께 바꿔야 하는 재난 극복이 우선인 까닭이다. 문제는 우리다. 그들이 위기 때마다 결집, 연대하는 공동체 및 시민의식에 경탄만 할 게 아니라 ‘우리는 안전한가.’를 다시 묻고 챙겨봐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화(和·조화)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 재난대응 시스템의 산물임을 직시해야 한다. 거대한 자연의 힘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가 아닌, “할 수 있는 것은 많다.”라는 교훈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국민의 행동에 대해 ‘인류정신의 진화’라고 평가했지만 그들도 속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고 있다. hkpark@seoul.co.kr
  • [열린세상] 일본의 위기극복을 위한 다자협력/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일본의 위기극복을 위한 다자협력/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미증유의 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누출문제가 위협적으로 다가오면서 일본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참혹한 인명피해와 천문학적 재산 손실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도로·항만·공항 등 기간시설이 마비되고 각 분야의 최첨단 공장들이 멈춰 섰다. 전기와 식수 공급이 중단되고 통신망은 두절되어 일본 동북부의 경제는 마비 상태다. 대지진 이후 여진이 지속되고 있고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누출 위험이 가중되면서 일본 열도 전역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일본의 대재앙 앞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명과 재산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이런 자연 재난과 방사능 재앙이 일본에 국한된 게 아니라 모두에게 예상도 못한 때에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앙이 세계화된 국제사회에 연쇄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일본의 경제적 고통이 다른 국가에 기회로 분석되기도 하지만 세계 3대 제조업 국가의 생산 중단은 인접한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는 상당기간 어려움을 주게 될 것이다. 20세기 국제정치의 큰 화두는 이데올로기와 전쟁이었다. 제국주의가 첨예화하고 이로 인한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국제사회는 겪어내야 했다. 그러나 20세기 역사의 종말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승리로 심판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21세기 현재 국제사회는 새로운 현상으로 세계화가 가속화하면서 국가 상호 간의 영향력이 그 어느 시기보다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화란 우리가 사는 지구촌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거리감이 없어지면서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 되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국가가 가장 중요한 행위자이지만 정보와 교통수단의 발달로 세계가 가까워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러나 지금은 세계화가 주는 기회의 가능성보다는 위기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준비할 시대이다. 경제가 더욱 상호의존하게 되면서 부의 창출을 증가시키는 기회인 동시에 최근 금융위기에서 보듯 한 국가의 불안정성이 다른 국가로 옮겨가는 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특히 21세기 들어 늘어나고 있는 대지진과 쓰나미 현상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일본 원전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이로 인한 방사능 노출 등에 따른 재난의 범위가 늘고 있다. 재난의 세계화 현상 속에서 국제체제를 관리하는 구조의 결핍성을 인정하고, 한 국가의 역량으로 재앙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 간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일본 대지진과 방사능의 공포로 인명의 손실이 1만명을 넘고 손실액도 수백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한·일 협력은 중요하다. 일본의 경악할 만한 재앙과 시련 앞에서 한·일관계를 과거 역사의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관계, 가깝지만 먼 이웃이라는 과거의 도식적 사고에서 벗어나 일본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을 정부는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지진으로 고통을 겪는 일본을 향한 한국민들의 온정 또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다양한 모금 행사를 보면 성원의 분위기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전혀 원치 않는 위기지만, 이를 통해서 정부와 국민이 일본에 대한 인식의 통합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하여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상호 중요성을 인정하고 더욱 성숙한 협력적 동반자로 격상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은 적극적인 일본 지원을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을 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전통적 동맹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로 일본 위기에 대한 사후처리 방안과 향후 동아시아에서의 예방적 위기관리에 대한 협력체제 구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신흥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하고 새로운 한·중·일 다자협력의 실현을 일본의 위기극복 과정을 통해 구체화시킬 수도 있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불확실성과 새로운 위기의 시대에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박명재 세상 추임새] 춘래불사춘, 그들에게 진정 봄이 오게 하라

    [박명재 세상 추임새] 춘래불사춘, 그들에게 진정 봄이 오게 하라

    자연은 이제 완연한 봄이다. 산과 강·들의 온갖 꽃과 나무들 그리고 땅속의 갖가지 생명들이 탄생과 부활의 소생을 시작하고 있다. 봄을 찬미하고 노래한 시인과 문인들이 참으로 많지만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이 “봄이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은 봄의 갈무리(收藏)이다.”라고 말한 것만큼 봄의 계절적 의미를 잘 압축해서 표현한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 봄은 자연 속에 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생명과 향기의 계절이다. 동시에 우리 인간들에게는 고난의 겨울을 이기고 새로운 시작과 출발 그리고 전진과 성장의 아름답고 행복한 희망과 꿈을 주는 계절이다. ‘낡은 말뚝도 봄이 돌아오면 푸른빛이 되기를 희망한다.’라는 핀란드의 속담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 탓에 이 땅의 아름답고 약동하는 봄의 기운과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진정한 봄을 느끼게 될 때 이 땅의 봄은 완전한 자연의 봄, 참다운 인간의 봄이 될 것이다. 먼저, 지난 겨울 내내 구제역과 폭설, 가축 전염병 등으로 한없는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는 농어민, 축산 농가들이 하루빨리 시름을 털고 재기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과 완벽한 후속 대책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경제논리와 축산주권 이론이 부딪치는 혼선과 정책의 갈등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그들의 얼어붙은 가슴에 희망의 봄 강물이 다시 흐르게 하여야 한다. 매몰된 가축의 침출수가 겨우내 얼었다 녹아 흐르는 강물에 스며들어 우리의 산하를 더럽히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완벽한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졸업과 함께 대학을 떠나 사회 속으로 취업의 문을 찾아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최대한 일자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청년 실업대책이 효율성 있게 추진되기 바란다. 봄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고 받아들여야 할 이 땅의 젊은이들이 얼음 두께보다 더한 무거운 가슴과 답답함, 막막함으로 이 봄을 맞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청년들을 위한 취업정보, 취업지도, 취업알선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다해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과 꿈을 실은 봄의 전령사가 되게 하여야 한다. 봄은 누가 뭐래도 무릇 젊은이들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의 못된 만행으로 자식과 가족, 삶의 터전을 잃고 겨울보다 더 혹독한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는 천안함 유족과 연평도 주민들에게 재기와 새 출발의 기운을 북돋아 그들의 가슴에 봄의 온기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 땅을 수호하고 지킨 자랑스러운 호국 용사로서, 접적지역의 용감한 국민으로서 그들에게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 못지않게 진정어린 국민들의 존경과 감사, 고마움을 느낄 때 그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통한의 잔설이 조금씩 녹아내릴 것이다. 끝으로 7000만 대한민국 국민 전체와 삼천리 금수강산 전 국토에 봄의 햇살이 구석구석 골고루 비치기 위해서는 우선 경색된 여야 관계가 원활하게 작동되어 산적한 국정현안과 민생대책이 효율성 있게 추진되고, 좌초한 남북관계에 대화와 타협의 물꼬가 터져 더 이상의 포격과 폭침 그리고 핵전쟁의 위험이 사라져 평화와 공존의 남북관계가 이루어져야만 진정 이 땅에 완전한 봄, 진정한 봄이 오게 될 것이다. 어디 그들뿐이랴. 혹한과 폭설 못지않은 사회의 높은 벽과 단절에 응어리진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고통받는 이들의 가슴에도 진정 봄이 오게 될 때, 우리의 산천에 버들잎은 제대로 가지마다 푸르고(楊柳絲絲綠) 복숭아꽃 또한 제대로 송이송이 붉게(桃花點點紅) 피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올해는 이 땅에 봄이 와도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이 아닌, 봄이 오니 진정 봄 같다는 춘래여진춘(春來如眞春)이 되었으면 한다.
  • ‘왕자의 난’ 갈등 떨치고 옛 名家 회복

    ‘왕자의 난’ 갈등 떨치고 옛 名家 회복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타계한 지 10년. 옛 현대그룹을 이룬 기업들은 뭉뚱그려 ‘범현대그룹’으로 불리고 있다. 범현대그룹은 분열에 따른 후유증을 딛고, KCC·현대백화점그룹·한라그룹 등과 ‘범현대가’를 이뤄 국내외 시장에서 옛 명성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범현대그룹은 재계 지도에서 10여년 전 못지않게 덩치를 키웠다. 2000년 공정위자료에 따르면 옛 현대그룹은 35개 계열사로 자산기준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LG반도체와 한화정유, 기아차를 인수·합병(M&A)을 통해 끌어들인 덕분이다. 이로부터 10년 뒤인 지난해 차남 정몽구 회장의 현대기아차그룹(재계 2위)과 6남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그룹(재계 8위)은 10대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며느리인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과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그룹도 각각 재계 순위 20위권을 넘나들고 있다. KCC 등 범 현대가의 자산까지 아우르면 자산 규모는 190조원을 훌쩍 넘겨 삼성과 거의 맞먹는다. 잃어버린 10년일지도 모르는 현대가의 시련은 2000년 3월 이른바 ‘왕자의 난’에서 비롯됐다. 계열사 부실로 계열 분리라는 살점 떼어내기도 경험했다. 정 회장 타계 1년 전부터 시련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정 회장은 정몽구 회장이 아닌 5남인 고 정몽헌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하려 했다. 갈등이 빚어졌고 정몽헌 회장은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등 26개 계열사를 물려받았다. 정몽구 회장도 현대차 등 자동차 관련 10개 계열사를 갖게 됐다.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분리해 나갔다. 고난은 이어졌다. 정몽헌 회장의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이 잇따라 부도를 맞고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다. 정몽헌 회장은 대북사업에 매진하던 중 대북 송금 관련 검찰 수사 과정에서 2003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몽헌 회장의 아내인 현정은 회장이 그룹 수장에 오르며 범현대가의 ‘적통론’ 싸움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가는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기준 계열사만 42개로, 삼성에 이어 재계 서열 2위까지 올랐다. 지난 8일에는 현대건설을 채권단 공동 관리에 들어간 지 10년 만에 되찾아 오기도 했다.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그룹도 16개 계열사의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2009년 말 현대건설과 함께 현대를 상징하던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일본통신] ‘대지진 여파’ 라쿠텐의 큰 시련

    [일본통신] ‘대지진 여파’ 라쿠텐의 큰 시련

    올 시즌 김병현(32)의 입단으로 야구팬들의 관심 구단으로 떠오른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시련에 빠졌다. 지난 11일 발생한 지진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라쿠텐의 연고지인 센다이시가 큰 혼란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일본야구 퍼시픽리그 개막일은 3월 25일이다. 개막전을 불과 십여일을 앞두고 터진 이번 지진으로 인해 리그운영이 정상적으로 치뤄질지는 장담하기가 힘들다. 특히 라쿠텐의 홈구장인 크리넥스 스타디움이 파손돼 구장을 보수하는데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진 피해를 입은 크리넥스 스타디움은 클럽하우스와 그라운드 일부가 함몰돼 있는걸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와봐야겠지만 최소 한달 정도는 정상적인 야구일정을 소화할수 없을 것으로 전해진다. 더 큰 문제는 설사 홈구장의 보수가 끝나더라도 이전과 같은 관중이 들어찰지 여부다.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이번 지진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미야기현 센다이다. 즉, 야구장을 찾는 홈팬들의 절대다수가 지진피해를 입었다는 뜻이다. 지진 이후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지금 야구가 문제가 아니다’ 라고 했는데, 정말로 지금 센다이는 야구에 시선이 갈만큼 한가한 도시가 아니다. 도시가 정상적으로 돌아 오기까지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라쿠텐이 센다이를 연고로 창단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4년 오사카 긴데쓰 버팔로스와 오릭스 블루웨이브의 합병으로 퍼시픽리그는 홀수 구단(5개팀) 운영이 불가피했었다. 두 구단의 합병으로 오사카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지금의 오릭스 버팔로스가 탄생했지만 기존의 6개팀이 5개팀으로 줄어들었던 것. 하지만 리그가 홀수 구단으로 운영이 되면 경기일정에 따른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했다. 때를 같이해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가 경영난을 이유로 소멸대상으로 부각, 이 기회를 빌어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를 합쳐 10개팀의 단일리그로의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을 했던 사람이 바로 요미우리 자이언츠 회장인 와타나베 쓰네오다. 돌이켜 보면 와타나베 회장의 무서운 욕심이 아닐수 없다. 결국 적자에 허덕였던 다이에 그룹의 야구단도 2004 시즌 후 재일교포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에 매각 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당시 다이에 문제가 이렇게 해결됨에 따라 이제 남은 것은 긴데쓰와 오릭스의 합병으로 인해 생긴 공백이다. 어떻게 해서든 짝수팀(6개팀)으로 리그운영을 원했던 선수들과 팬들의 바람은 결국 인터넷포털업체였던 라이브도어와 정보통신 기업인 라쿠텐의 신구단 창단 싸움으로 불이 붙었다. 하지만 2004년 11월 라이브도어의 재정문제를 걸고 넘어진 기존 구단의 반대로 인해 라쿠텐이 새 구단으로 선정, 도호쿠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지금의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창단된 것이다. 하지만 신생구단 라쿠텐은 선수 수급에 있어 어려움을 겪으며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긴데쓰와 오릭스의 통합으로 인해 이 팀에서 선택받지 못했거나 기존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를 데려오는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팀 전력은 떨어질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9년, 노무라 카츠야 감독의 라쿠텐은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강팀 반열에 오른다. 비록 지난해 다시 리그 꼴찌로 추락하긴 했지만 올 시즌 알찬 전력보강을 통해 다시한번 비상을 준비중이던 라쿠텐은 시작도 하기전에 날개가 부러졌다. 지금 라쿠텐 선수들은 카와사키 시내 실내 연습장에서 훈련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지진으로 순식간에 집을 잃은 라쿠텐이 시련을 딛고 일어설지 주목된다. 한편 일본야구기구(NPB)의 실행위원회는 15일 임시회의를 열어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라쿠텐의 개막전 경기, 그리고 향후 리그일정 등에 관한 논의를 할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이봐, 해 봤어?”…도전·창조·결단의 정신 압축

    “이봐, 해 봤어?”…도전·창조·결단의 정신 압축

    “우리가 좌절할 필요가 없어요. 더 잘할 수 있다, 어려운 것은 우리가 다 극복할 수 있다 난 이렇게 생각합니다.” 요즘 TV에서 방영 중인 현대중공업 CF 속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자신감 넘치고 열정적인 모습은 대한민국 경제사의 한 획을 그은 ‘정주영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10년이 됐지만 좌절과 포기를 용납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과 모험을 즐겼던 그의 리더십은 불확실한 세계 경제의 험난한 파고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정주영 리더십의 핵심은 그의 어록에서 잘 드러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명언은 무일푼으로 상경해 쌀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숱한 고생 끝에 국내 최초로 해외 건설시장에 진출하고, 자동차 산업을 일군 뚝심의 리더십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정 회장이 생전에 즐겨 썼던 “이봐, 해 봤어?”란 말도 마찬가지. 부하 직원들이 힘든 일을 앞두고 지레 포기하려 할 때마다 어김없이 이 말을 던지며 독려를 아끼지 않았다. 해 보기도 전에 손을 놓는 것은 정 회장에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위기 상황을 매번 결정적 도약의 기회로 전환시켰던 도전정신과 창조적 발상, 그리고 결단력은 정주영 리더십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조선사업 초기에 석유파동으로 석유 물동량이 줄어들자 선주들이 주문한 배들을 인도해 가지 않았다. 이때 정 회장은 이들 유조선을 가지고 현대상선을 창업했다. 또 자동차 공업 초창기 포드자동차 조립생산사업의 뼈아픈 실패와 좌절을 딛고 과감하게 독자개발에 나서 성공했다. 서산 간척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 낡은 유조선을 바닷속에 가라앉혀 물길을 막았던 유조선 공법이나 수백 마리의 소를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소떼 방북’으로 남북 경협 물꼬를 튼 것 역시 창조적 발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펴낸 책 ‘정주영 경영을 말하다’는 “정주영의 경영철학과 경영방식은 일종의 ‘학문’으로 정립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이었으며 일관성이 있었다. ”면서 “투철한 보국이념을 바탕으로 나라에 보탬이 될 만한 사업 위주로 확장을 시도했으며, 내수보다는 해외시장을 겨냥해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는 목표를 초지일관 추구했던 기업가”라고 정의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범현대家 화합의 멜로디로 다시 뭉쳤다

    범현대家 화합의 멜로디로 다시 뭉쳤다

    “(정 명예회장은) 참으로 위대한 분이셨다. 그분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은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준 명언이다.”(박희태 국회의장)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 추모식과 추모음악회가 14일 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오는 21일 고인의 기일을 앞두고 열린 행사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정몽준 국회의원 등 고인의 가족들과 추모위원장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황식 국무총리, 박희태 국회의장, 현인택 통일부장관,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환희의 송가’등 1시간 연주 손경식 대한상의회장, 이희범 경총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회장 등 재계 인사와 언론·체육·연예계 인사 등 참석 인원만 3000명을 넘었다. 정 명예회장의 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지난 10일 추모 사진전 개막식에 이어 모습을 나타냈다. 추모식은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이홍구 위원장의 추도사와 박희태 의장, 김황식 총리, 정몽구 회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정 명예회장은)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제일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면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꾼 이상주의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도 “선친의 창의적 도전정신과 근면 성실한 마음가짐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며 “선친의 열정이 오늘 다시 우리에게 전해져 오는 것 같아 무한한 존경과 깊은 감회를 금할 길이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 회장 “화해 제의오면 고려할것” 20여분간의 공식 추모식 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지휘로 추모음악회가 진행됐다.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와 베토벤 9번 합창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 등이 1시간 동안 연주됐다. 이번 10주기 추모행사는 사진전에서 음악회에 이르기까지 범현대가 기업들이 공동 참여하는 통합행사로 치러졌다. 범현대가의 임원이 참여하는 추모위원회가 구성됐고, 장자 격인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이 행사 실무를 주도했다. 한편 이날 정몽구 회장과 현정은 회장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정 회장은 오후 6시 30분쯤 먼저 도착했고, 현 회장이 도착한 오후 7시 15분쯤에는 지하 사진 전시장에 머물러 있었다. 현 회장은 “오늘은 범현대가가 공존하고 화합하는 자리”라면서도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이 우리에게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정 회장으로부터 화해 제의를 받은 적은 없지만 제안이 오면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순녀·오상도기자 coral@seoul.co.kr
  • 태평양 연안 20개국 50개지역 쓰나미 경보 ‘초비상’

    11일 일본을 강타한 쓰나미가 태평양 연안국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북미와 남미 서부 해안가를 비롯, 사이판·괌·타이완·인도네시아·호주·뉴질랜드·하와이·러시아 등까지 쓰나미의 영향권에 들면서 태평양 연안국들이 잇따라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최소 20개국 50개 지역에 경보를 내렸다고 CNN이 보도했다. 각국 정상은 일본 국민을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쓰나미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국민 보호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中·칠레·페루 등 쓰나미 경보 하와이 태평양 쓰나미경보센터는 미국 본토와 캐나다를 제외한 호주, 남극대륙, 남미 등 태평양 전체로 경보 발령을 확대했다. 미국 하와이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오전 3시 24분 카우이섬에 첫 쓰나미가 발생, 하와이 열도를 덮치기 시작했다. 쓰나미경보센터 관계자는 “마우이섬에 밀려든 파도가 최대 2m를 기록했다.”면서 “파도가 밀려들면서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오후 11시쯤에는 리히터 규모 4.5의 지진이 하와이 남동부 힐로에서 50㎞ 떨어진 빅아일랜드에서 발생했으나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하와이는 일본 강진 직후 주민과 관광객을 긴급 대피시켰고 마우이, 카우이, 빅아일랜드 등 주요 섬 3곳의 공항도 폐쇄했다. 러시아 쿠릴 열도에서도 쓰나미가 관측됐다. 러시아 비상상황부 공보관은 이타르타스통신에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전 10시 5분쯤 말로쿠릴스크 마을에 도착한 첫번째 쓰나미 파도는 높이 0.5m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도 11일 남부 말라쿠섬에 10㎝가량의 약한 쓰나미가 관측됐다. 타이완 정부도 10㎝ 높이의 파도가 타이완 동부와 북동부 해안가에 밀려들었으나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타이완 해안 도시에 위치한 학교와 사무실은 오전 쓰나미에 대비, 문을 닫았다. 필리핀 루손섬 북동부 해안과 남쪽 최대섬 민다나오 동부 해안에도 차례로 0.3~1m의 쓰나미가 밀려들었으나 피해는 없었다. 지난달 22일 지진 피해의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은 뉴질랜드도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뉴질랜드 당국자는 “쓰나미 예측모델을 보면 사상 최대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 동부 연안에도 낮은 단계의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남미 칠레, 페루도 경보를 내렸고 에콰도르는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포토]최악의 대지진…일본열도 아비규환의 현장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엄청난 시련의 시기에 놓여 있는 일본 국민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즉각적인 구호활동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는 “(아내) 미셸과 나는 일본 국민, 특히 이번 지진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자국민들에 대해 “일본과 태평양 연안의 쓰나미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영향권에 드는 지역의 모든 국민은 지역 당국의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연방긴급사태관리청(FEMA)에 하와이와 다른 미국 지역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각국 구호활동 착수 중국 지진관리청(CEA)도 “구조팀이 언제든지 일본으로 떠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등도 일본의 비극에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총장은 유엔 본부에서 “이 어려운 시기에 놓인 일본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40돌 맞은 KDI “올 재도약 원년”

    한국의 국가대표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설립 40주년을 맞아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KDI는 별관 대회의실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 조순 전 부총리 등 관련 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KDI는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발표한 ‘2010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 세계 75대 싱크탱크로 선정된 우리나라 최고의 정책연구기관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71년 설립된 KDI는 한국 경제의 도약기인 1970년대를 맞아 거시·금융·재정·산업·무역 등 경제개발과 직결되는 분야는 물론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1980년대 들어 KDI는 연구 영역을 폭넓게 확장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발맞춰 기초 연구를 수행했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제도 마련에 기여했다. 북한 경제 실상에 관한 연구를 통해 남북경제협력의 단초를 놓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1990년대에는 우리 경제 개방에 집중했다. 금융자유화·개방화·국제화를 위한 개혁과제 수행을 위해 노력했으나, 외환위기로 혹독한 시련기를 거치기도 했다. 2000년대에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화두가 됐다. KDI는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고민하는 한편 앞으로 닥쳐올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중장기 정책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제는 베트남 등개발도상국에 우리의 개발 노하우를 전수하는 단계다. 현오석 현 원장(13대) 이전에 KDI를 이끌었던 역대 원장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12대 원장(2005~09년)이었던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현재 무역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중수 현 한국은행 총재도 11대 원장(2002~05년) 출신이다.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10대 원장(2001~02년)이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연수원생, 법무부에 ‘로스쿨 검사임용’ 철회요청

    연수원생, 법무부에 ‘로스쿨 검사임용’ 철회요청

    사법연수원생들이 법무부의 로스쿨생 검사 임용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귀남 법무부 장관 등을 만나 법무부 방침 철회를 요구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3일 오후 3시 40분 경기 고양시 장항2동 사법연수원 대강당은 42기 연수원생들로 꽉 차 있었다. 전날 입소식에 절반 이상 참가하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한 시간 남짓 차분하게 진행된 42기 자치회 창립총회에서 이들은 법무부의 로스쿨생 임용 방침 전면 무효화와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사법연수원 제42기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에는 42기 연수원생 974명 가운데 휴학생 130명을 제외한 844명이 참여했다. 창립총회에서 손정윤(43) 자치회장은 “우리 기수는 선배들과 달리 시련이 닥쳤다.”면서 “도전과 화합으로 변화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자.”고 말했다. 이어 ‘현대판 음서제도 즉각 철회하라’, ‘로스쿨생 검사임용 반대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구호를 외쳤다. 앉아 있던 연수원생들은 구호를 따라 외치지는 않았지만 박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로스쿨 졸업생에게 검사 임용 기회를 주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법조 일원화 정책과도 배치된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판·검사에 임용됐을 때 국민이 겪을 피해는 누가 책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수원생들은 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조영곤·42)를 구성했다. 손 자치회장은 “헌법소원 제기와 함께 정당 대표들과의 면담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법조인으로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의견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과 수업 등은 정상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41기도 성명에 동참했다. 41기 자치회 관계자는 “검사임용시험도 없이 로스쿨생 중 원장 추천을 받은 자가 검사로 임용된다면 서민층 자제들은 검사로 임용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며 현대판 ‘음서제도’라고 비판했다. 전날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이어 경남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도 성명을 내며 연수원생 측에 가세해 법조계의 ‘밥그릇’ 싸움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김이수 연수원장은 이날 첫 특강에서 “예비 법조인으로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의사를 표명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법무부 등에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2) 영주 순흥면 소수서원 솔숲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2) 영주 순흥면 소수서원 솔숲

    알싸했던 겨울의 기억을 붙들어 안은 꽃샘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 교정은 아이들의 웃음꽃으로 왁자하다. 겨울방학을 마치고 전국의 모든 학교들이 교문을 열어젖혔다.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는 봄의 더딘 걸음걸이를 한껏 재우친다. 학교는 언제나 이 땅 이 나라의 희망이다. 옛 사람들에게도 학교가 내일의 희망을 일궈가는 자리였음은 틀림없다. 그래서 선현들은 학교를 짓고 맨 먼저 주변에 나무를 심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에 그런 학교 숲의 원형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솔숲 가운데 하나다. 소수서원 솔숲에는 오래 전부터 ‘학자수’(學者樹)라는 별명으로 불려 온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소수서원 설립 초기에 경내에 심은 1000그루의 소나무 중 우여곡절을 거치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나무들이다. ‘학자수’라는 이름은 처음에 나무를 심을 때부터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소수서원은 470년 전인 서기 1542년(조선 중종 37)에 주세붕(周世鵬, 1494~1554)이 ‘백운동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다. 이곳은 원래 ‘숙수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여서, 당간지주와 같은 불교 유물을 볼 수도 있다. 주세붕은 허물어진 숙수사 터를 지나다가 언덕 아래로 개울이 흐르는 이곳의 풍광에 마음이 기울어 서원을 세울 자리로 점찍었다. 맞은편 연화봉 기슭에 늘 흰 구름이 머물고 있어서 백운동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유생의 표상’ 현재 150여 그루 자라 1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서원은 완공됐으나 건축주인 주세붕의 눈에는 평지인 서원 터의 기운이 약해 보였다. 땅의 기운을 보완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건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기왕에 심을 나무라면 이곳에서 배움의 길을 닦아 나갈 유생들의 표상이 될 소나무가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좋은 소나무를 구해 서원 곳곳에 심었다.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학문의 뜻을 굽히지 않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기 위한 나무로 소나무만 한 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주세붕이 심은 소나무 가운데 이미 수명을 다해 쓰러진 것도 있지만, 여전히 생명을 이어가는 나무도 있고, 솔숲 안에 떨어진 솔방울에서 저절로 싹을 틔워 자라난 나무들도 있다. 어림잡아 150여 그루의 소나무가 무리지어 있는데, 한눈에 봐도 나무의 수령은 들쭉날쭉해 보인다. ●쓰러지면서도 피해 없게 ‘장엄한 최후’ “나무도 오래 자라면 영험함이 깃드는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어요. 저기 매표소로 들어서면 솔숲에서 가장 오래된 굵은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지요. 비스듬히 서 있어서, 인상적이었던 그 나무가 4년 전 한여름에 쓰러졌어요. 관람객이 유난히 많았던 날이었죠.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 달려갔는데, 놀랍게도 다친 사람이 한명도 없었어요.” 10년째 경내의 문화재를 안내하는 최옥녀씨의 이야기다. 쓰러진 나무는 굵기로 봐서 서원 설립 초기에 심은 500살쯤 된 나무였다. 부러진 줄기 안쪽은 썩어서 텅 비어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쓰러져야 했지만 다른 소나무들이 솔숲의 새 주인으로 자라날 때까지 고통의 세월을 견뎌온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엄하게 생을 마친 한 그루의 노송을 바라보았던 최씨는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한 것은 나무가 자비의 덕을 가졌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한다. 소나무로만 이루어진 숲 가장자리에는 곧게 뻗어오른 소나무들보다 굵은 줄기로 서 있는 한 그루의 고사목이 있다. 소혼대라는 이름을 가진 낮은 둔덕 위에 서 있는 죽은 나무다. 소혼대는 글공부에 지친 유생들이 머리를 식히던 쉼터로, 이 자리에 줄기가 중동무이된 채 서 있는 고사목은 바로 좋은 그늘을 드리워 주던 정자나무였다. 솔숲이 소나무 특유의 까탈스러움을 갖췄다면, 이 한 그루의 고사목은 오래 전부터 그 곁에서 푸근함을 갖춘 정자나무로 살아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이승에서의 삶을 마친 나무이건만 가만히 바라보면, 나무 그늘에 들어서 삶과 학문을 이야기하던 유생들의 옛 모습을 떠오르게 할 만한 기세다. 솔숲 안의 커다란 소나무들처럼 살아 있었다면 500살은 됐음 직한 고사목이다. “꼭 찾아봐야 할 고사목이 또 있어요. 소수서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던 이황 선생이 손수 심은 나무랍니다. 이황 선생은 죽계수라고 부르는 개울 건너편을 자주 산책하셨다고 해요. 선생은 자신이 제일 좋아한 곳을 ‘취한대’라 하고 주위에 스물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어요. 그중 두 그루가 고사목으로 남은 거죠.” ●이황선생 손수 심은 나무도 고사목으로 하얗게 말라죽은 이황의 고사목은 서원 입구의 경렴정에서 훤히 내다보인다. 이황이 쓴 ‘白雲洞’과 주세붕이 쓴 ‘敬’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어 ‘경자바위’라고 부르는 큰 바위 바로 옆이다. 스스로를 ‘청량산 지킴이’라고 했을 정도로 자연을 사랑했던 이황 선생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도 자연 사랑을 몸소 실천했던 것이다. 솔숲을 일군 주세붕이나, 스물한 그루의 나무를 심은 이황이나 모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실천으로 보여준 모범적인 큰 스승들이었다. 이황의 고사목을 바라보면서 최씨는 “늙어 죽은 나무이지만, 요즘 사람들이 선현의 자취가 남아 있는 귀한 나무라는 걸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수서원의 솔숲과 나무에는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평범하면서도 오묘한 생명의 철학이 담겨 있다. 숲과 나무가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천년의 지혜다. 글 사진 영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경북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151-2. 소수서원은 중앙고속국도의 풍기나들목에서 10여㎞ 떨어져 있어서, 수도권에서도 하루 만에 너끈히 다녀올 수 있다. 나들목을 나가서 우회전한 뒤 소수서원까지는 줄곧 직진하면 닿는다. 서원 1㎞ 못미처에서 나오는 사거리에서 한번만 좌회전하면 된다. 갈림길마다 소수서원 방면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1) 영주 순흥면 태장리 느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21) 영주 순흥면 태장리 느티나무

    오래 전에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마을을 이뤘다. 마을의 한 어른은 마을에 들어서는 길 어귀에 한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 사람에 의해 생명을 얻고, 보금자리를 얻은 나무는 마을을 들고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도담도담 몸을 키웠다. 나무가 사람보다 더 큰 키로 자라나자 사람들은 나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마을에 어울려 사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게 살게 해 달라는 소원은 언제나 모든 소원을 압도하는 으뜸이었다. 사람이 나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빈 것은 나무가 사람보다 더 하늘에 가까이 닿아 있는 까닭이었다.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은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나무가 마을로 들어오는 온갖 잡귀 잡신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수백년에 걸쳐 부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화롭게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었던 걸, 사람들은 나무가 마을을 지켜준 덕이라고 믿었다. 여태 나무 앞에 모여 동제를 올리는 것도 나무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방제용 차단막으로 막힌 당산나무 경북 영주시 순흥면 태장리 느티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목이며 당산목으로 6백년을 살아왔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에 우람한 자태로 서서 세월과 맞서 왔건만 구제역 파동을 지켜내기에는 힘에 부쳤다. 태장리 느티나무는 영주 시내에서 부석사를 향해 난 지방도로를 지나려면 저절로 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위용을 갖춘 천연기념물 제247호의 큰 나무다. 그 훌륭한 느티나무 바로 앞 길목이 노란색의 방제용 가로막으로 막혔다. 가로막 안팎의 흑빛 도로는 방제를 위해 무시로 뿜어대는 소독약으로 하얗게 뒤덮였다. “우리만 이런 것도 아니고, 전국이 다 난리인 걸 어쩌겠어. 천재지변이라잖아.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지. 우리 마을엔 구제역 사태 터지기 바로 전에 축사를 다시 짓겠다고 그동안 기르던 소를 죄다 팔아치운 집도 하나 있어. 그 집은 얼마나 좋겠어. 다들 그 집을 부러워하지.” 소독약이 흩뿌려진 도로를 천천히 걸어 나무 곁으로 다가온 칠순 노파가 마을 사정을 안타까워하는 나그네에게 꺼낸 이야기다. 끝을 알 수 없는 구제역 사태로 힘들어하는 중에도 그나마 사태를 살짝 피해간 집을 들먹이며, 그게 다 하늘의 뜻일 뿐이라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흐름은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며, 애써 농촌 사람들 특유의 넉넉한 표정을 짓는다. “천재지변을 나무가 어떻게 지켜주나. 한동안 이 나무에 당산굿을 지내지 않았어. 그러다가 몇해 전에 정부에선지, 시에선지 굿하는 걸 도와주기 시작했지. 그래서 이제 다시 또 당산굿을 올려. 당산굿을 올릴 때는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모여. 한데 나는 안 와.” ●상처 깊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로 나무는 좋지만, 당산굿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구제역 때문이 아니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때문이다. 노파는 50여년 전에 남편을 따라 이 마을에 들어온 모태 신앙의 기독교 신자다. 노파는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고, 나무에 기도를 올리는 게 못마땅하다.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평화와 안녕을 기원했건만, 사람의 정성에 아랑곳없이 구제역 파동은 들이닥쳤다. 태장리는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당산제를 올리는 나무는 이 나무 외에도 또 있다. 상태장, 중태장, 하태장으로 나뉜 마을마다 당산나무가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태장리 느티나무에서 모여 당산제를 한꺼번에 지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노파로서야 불만이 아닐 수 없겠지만, 태장리 느티나무가 마을 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나무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키가 18m나 되고, 가슴높이에서 잰 줄기둘레도 9m에 이르는 태장리 느티나무는 나뭇가지도 무척 넓게 펼쳐져 있다. 어림짐작으로 나무의 가지펼침은 키보다 훨씬 더 커 24m쯤 돼 보인다. 당산굿을 지내기 위해 모이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제 품에 너끈히 품어 안을 만큼 넉넉하다. 오랜 연륜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전체적인 균형을 잃지 않고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다. 상처가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줄기 아랫부분은 오래 전에 썩어 안쪽으로 텅 빈 동공이 생겼다. 더 이상 썩지 않도록 충전물로 동공을 메워주는 외과수술을 한 건 20년 전이다. 줄기 껍질보다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상처는 이미 다 아물었다. 짙은 회색의 상처는 오히려 오래 살아온 나무임을 보여주는 증거처럼 자연스럽다. 나무를 바라보며 힘겹게 보내는 나날을 털어놓는 노파 앞에서 나무는 커다란 제 몸집이 부끄러웠는지, 가늘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꿈쩍하지 않고 숨을 죽인다. 마을 수호목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수치심에 나무는 아마도 겨우내 이처럼 숨죽이며 사람 못지않게 암울한 시간을 보냈으리라. 큰 나무이지만, 안쓰러운 느낌이 앞서는 이유다. ●마을 수호목으로 다시 일어나야 이제 긴 침묵과 시련의 계절을 떠나 보내려고 나무가 가만히 새봄을 준비한다. 줄기에 귀 기울이면, 뿌리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울컥 물을 끌어올리는 소리가 들릴 듯도 하다. 잿빛 줄기와 가지마다 한줌 햇살을 끌어들여 새잎을 틔우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중이다. 진정한 마을 수호목으로서의 기운을 되찾으려는 안간힘이다. 땅 깊은 곳의 물 한 방울과 바람 결에 묻어오는 햇살 한줌으로 나무는 다시 수백 만장의 잎을 틔울 것이다. 푸르고 싱그럽게 살아나서 나무는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어야 한다. 방제용 가로막이 어서 치워지고, 마을로 잠입하는 모든 불안과 고통을 막아내는 진정한 수호목으로 남아야 한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의 발자국이 침울하게 겨울을 보낸 이 마을에 안녕을 가져올 수 있기를 나무와 함께 간절히 바랄 뿐이다. 글 사진 영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북 영주시 순흥면 태장리 1095. 중앙고속국도의 풍기나들목을 나가 영주시로 가는 길은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속도를 늦출 만하다. 태장리 느티나무에 가려면 풍기나들목을 나가서 북영주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1㎞쯤 간 뒤 봉현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난 931번 지방도로를 이용한다. 왼편으로 동양대학교를 지나서 3㎞ 더 가면 왼편으로 길가에서 태장리 느티나무를 만나게 된다. 나무 바로 앞에 구제역 방제를 위한 차단 가로막이 놓여 있다.
  • [23일 TV 하이라이트]

    ●행복한 교실(KBS1 오전 11시) 교과 내용뿐 아니라 방과 후 프로그램과 특기적성까지, 학생들의 모든 학습을 책임지는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에 위치한 동성중학교. 학교의 특별한 수업 속에 학생들은 학습 내용을 쉽게 이해하며 창의성을 키워간다. 과연 동성중학교의 학습 비밀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동성중학교와 함께한다. ●추적 60분(KBS2 밤 11시 5분) 강원지방경찰청은 1월 28일 원주 307부대를 전격 해체했다. 지난 24일 조현오 경찰청장은 구타나 가혹행위가 구조적으로 이어져 온 부대는 해체하겠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추적 60분’에서는 경찰서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의경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해 취재한다. 특히 현직 경찰관과 구타 피해자들을 집중 취재한다. ●아침드라마 주홍글씨(MBC 오전 7시 50분) 병상에 있는 동주의 아버지에게 경서에 관한 것을 모든 것을 말하겠다는 혜주. 동주는 혜주를 안 봐도 상관없다고 말하고, 경서는 이럴수록 자신이 더욱 힘들다며 혜주를 설득하려 한다. 한편 성준에게 혜란이 위암이 아닌 이유를 설명하는 인서. 그의 설명을 들은 성준은 혜란의 행동을 점점 의심하게 되는데…. ●드라마 스페셜 싸인(SBS 밤 9시 55분) 이수정의 죽음과 함께 결백이 드러나고 서윤형 살인 사건의 재수사가 시작된다. 우진은 강서연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결심하고,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다급해진 장 변호사는 이명한에게 윤지훈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아줄 것을 당부한다. 한편 지훈은 이명한에게 자신의 신분증과 사직서를 내민다. ●리얼리티쇼 유아독존(EBS 밤 7시 30분) 유아독존 1년이면 못 할 게 없다. 삼촌도, 이모도,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직 아이들의 힘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강화도에 가는 버스를 찾았다. 하지만 도대체 석모도는 얼마나 가야 나타나는 것인지. 배는 어디서 타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과연 아이들은 석모도까지 무사히 가서 일몰을 볼 수 있을까. ●메디컬 다큐 생명(OBS 밤 11시 5분) 메디컬 다큐 ‘생명’은 병마의 시련 앞에서 굴하지 않고 희망을 찾는 우리 이웃들의 투병기를 통해 삶에 대한 소중함을 시청자들에게 일깨운다. 또한 소중한 그 사연을 통해 생(生)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짚어본다. 수술을 앞둔 의사와 환자의 1분 1초 숨 막히는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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