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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눈으로 마음껏 뛸래요

    마음의 눈으로 마음껏 뛸래요

    VMK클럽 박준호·이민규씨“장애는 얻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달려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 박준호(31)씨는 6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애능중앙교회 옆 카페에서 만나 마라톤 사랑에 빠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창립 10년에 회원이 80명인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VMK) 클럽 회원 6명과 나란히 오는 19일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에 나선다. 올해 첫날 서울신문 해피뉴런에도 뛰었지만 이번 대회와는 첫 인연이다. 시각장애인 신도가 90%인 교회에서 서로를 보듬는 VMK 회원 이민규(34)씨도 카페에 자리를 함께했다. 두 사람 모두 시신경 위축증으로 스무살 무렵 시력을 잃었다. 흐릿한 윤곽이 보이는 정도다. 휴대전화를 눈에 가까이 대면 글자나 사진을 볼 수 있다. 이씨는 3년 전 아내가 에쓰오일 ‘감동의 마라톤’에 출전하자고 해 입문했다. 그리스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얘기에 혹해서였다. 그렇게 지금까지 17차례 대회에 출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 하프마라톤을 경험한다. 장애를 입기 전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이씨는 국내에 2명뿐인 시각장애인 트라이애슬론을 해 보고 싶어 수영을 4~5년 한 뒤 마라톤 익히기에 한창이다. 10차례 대회를 뛰었다. 지난주 제주 구좌읍에서 열린 텐덤 사이클(둘이 페달을 밟는 자전거) 대회도 함께 다녀왔다. 박씨는 “건물과 도로의 형태는 보이지만 별 같은 게 많이 보이고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면 별이 더 크게 보여 힘들다”고 했다. 이씨는 “걸을 땐 2~3m 앞 형체가 흐릿하게 보이지만 달리면 1m 정도로 좁혀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 “마라톤을 하면서 밝아지고 긍정적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마라톤에 출전하며 가이드러너를 어렵게 찾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박씨는 “안전하게 주행하려면 저와 속도가 비슷한 가이드러너를 만나야 하는데 쉽지 않아 어떤 땐 출전선수 4명에게 한 가이드를 따라 붙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주최 측에 문의하면 10곳 중 9곳은 스스로 구하라고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를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인식에도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전맹인 마라토너가 음료 공급대에서 지체하면 시각장애인 조끼를 보면서도 빨리 비키라고 뒤에서 소리 지르는 이도 있다고 했다. 또 어느 대회 땐 기념품을 나눠 주는 텐트 한쪽에서 시각장애인끼리 도시락을 먹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핀잔을 들은 일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요즘은 사원 복지 차원에서 시각장애인을 안마사로 고용하는 기업들이 늘어 두 사람 모두 일하고 있다. 평일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주말 지방 대회에도 출전하고, 해외 대회에도 참가하고 싶은데 가이드러너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면 VMK 카페를 검색하거나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남산 순환길 케이블카 주차장 근처 목멱산방 앞에 가면 된다. 특별한 일만 없으면 늘 훈련을 진행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광주 폭행 가해자 7명, 경찰 출동에도 무신경…시민들 ‘공분’

    광주 폭행 가해자 7명, 경찰 출동에도 무신경…시민들 ‘공분’

    조직 폭력배들과 택시 시비에 휘말린 30대 남성이 심한 집단폭행을 당해 실명 위기에 처했다.30대 남성 A씨는 2일 오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광주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다’며 친동생이 조직 폭력배가 낀 무리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월요일인 지난달 30일 오전 5시에 발생했다. 동생 B(33)씨는 자신을 포함해 남성 3명, 여성 2명과 광주 광산구 수완동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일행 중 한 명이 먼저 집에 간다며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는 과정에서 20대에서 30대 후반인 남성 7명, 여성 3명이 함께 있던 무리와 시비가 붙었다. B씨 일행이 택시를 잡았는데 상대 쪽이 이 차량에 여성을 먼저 태우려 하면서 시비가 붙어 폭행이 일어났다. 뒤늦게 술집 밖으로 나온 B씨는 상황을 목격하고 말리러 다가가 말을 걸었으나 상황이 악화해 또다시 싸움이 붙었다. A씨는 동생 B씨가 처음에는 상대측 남성들과 일대일로 싸웠으나 이후 집단으로 달려들어 매우 심하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상대측 남성들이 B씨를 도로 건너편 풀숲에 쓰러뜨려 놓고 큰 돌로 수차례 머리를 내리찍고 나뭇가지로 눈을 찌르기도 했다고 밝혔다.B씨는 현재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향후 심각한 시력저하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 소견을 받은 상태다. A씨는 “동생이 발음도 안 되고 대소변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며 “경찰은 3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남자 7명 모두 폭행에 가담했고 죄명도 살인미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사건을 담당한 광주 광산경찰서는 폭행 가담 정도를 구분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상해) 혐의로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주변 CCTV와 피의자 조사를 통해 피해자 측에서 주장한 폭행 피해가 대부분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일부가 문신을 하고 있었고 G파 소속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범죄단체 구성·활동 혐의를 적용할 만한 폭력조직이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며 “폭행 정도가 심각해 주도한 이들을 구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공개된 영상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를 말리거나 제압하는게 아니라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가해자들은 경찰이 와도 길가에 주차된 차 위에 비스듬히 기대앉거나 도로 한복판에 앉는 등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7명 중 3명만 구속영장을 신청한 점도 공분을 샀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광주 폭행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과 경찰 공권력 강화에 대한 글이 다수 올라왔고 서명한 시민도 늘어났다. 아래 영상의 5초 부분부터 집단 폭행 장면이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천연과즙으로 쓴맛 잡은 키즈 간식, 교원더오름 ‘웰씨드 키즈’ 2종 출시

    천연과즙으로 쓴맛 잡은 키즈 간식, 교원더오름 ‘웰씨드 키즈’ 2종 출시

    교원그룹의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부 교원더오름이 천연과즙을 사용해 쓴맛을 잡음으로써 아이들이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도록 한 건강 간식 ‘웰씨드 키즈’ 2종을 출시했다. 교원더오름이 선보인 이번 신제품은 성장기 어린이들의 건강과 올바른 성장에 도움을 주는 키즈 건강기능식품이다. ‘웰씨드 키즈 튼튼 홍삼젤리’, ‘키즈 쑥쑥 멀티 비타민 구미’ 2가지 제품 모두 천연과즙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웰씨드 키즈 튼튼 홍삼젤리’는 국내산 6년근 홍삼만을 엄선해 주원료로 사용한 홍삼 젤리 제품으로 비타민E를 함유하고 있어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 홍삼 외에도 아이의 두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 원지, 석창포, 백복령 등 총명탕에 사용되는 전통원료가 포함돼 있다. 또한 이 제품의 특징적인 부분은 개별포장 스틱형으로 제작돼 아이들이 스스로 간편하게 챙겨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합성감미료와 액상과당 대신 벌꿀과 천연과즙을 사용해 아이의 건강을 고려했고 쓴맛 때문에 홍삼을 먹기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웰씨드 키즈 쑥쑥 멀티 비타민 구미’는 비타민A, 비타민B, 비타민C 등 성장기 어린이를 위한 9종의 필수 멀티 비타민을 함유한 구미 타입의 젤리 제품이다. 비타민 성분 외에도 초유에서 분리한 성장 촉진 특허 성분 CBP와 시력보호 및 눈의 피로 개선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A와 블루베리를 함유하고 있다. 해당 구미 제품 역시 홍삼젤리와 마찬가지로 천연과즙을 사용해 새콤달콤한 맛을 내어 아이들이 간식으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며 합성보존료 및 합성착색료를 사용하지 않아 합성첨가물 사용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교원더오름 관계자는 “신제품 웰씨드 키즈 2종은 3세 이상 어린이라면 부모님의 지도 하에 언제 어디서든 맛있게 섭취가능하며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기존의 제품들과 같이 흘리기 쉬운 액상 제형이 아닌 젤리(구미) 제형으로 제작된 만큼 섭취가 간편하고 개별 포장돼 위생적이고 휴대가 용이하다”며 “다가오는 어린이날 선물용 제격인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스마트폰 블루라이트, 암 위험 높인다 (연구)

    [건강을 부탁해] 스마트폰 블루라이트, 암 위험 높인다 (연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LED(발광 다이오드)의 블루라이트가 암 유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블루라이트는 LED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란색 계열의 광원으로, 모니터나 스마트폰, TV 등을 통해 노출될 수 있다. 또 시력저하나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가 교외나 시골에 비해 도로 가로등이나 전광판 등 다양한 LED 기기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글로벌건강연구협회는 2008~2013년, 11개 지역에 거주하는 4106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중 여성 1219명은 유방암을, 남성 623명은 전립선암을 앓고 있었으며, 나머지 중 여성 1385명, 남성 879명은 건강한 사람이었다. 평균 연령은 20~85세였다. 연구진은 이들의 건강상태와 거주지 및 LED의 블루라이트 노출 빈도 등의 정보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도시에 살면서 LED에 많이 노출되는 그룹은 교외에 살면서 LED에 덜 노출되는 그룹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은 2배, 유방암에 걸릴 위험은 1.5배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집 창문에 커튼을 치고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빛을 차단한 채 비교적 어두운 집에 사는 사람들 역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암의 위험이 높았다. 연구진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찍은 밤 사진을 보면, 전 세계 도시들이 얼마나 많은 LED 불빛을 쏟아내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블루라이트를 뿜어내는 LED 빛이 암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밤 9시에서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우리 뇌에서는 수면주기를 관장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에스트로겐 호르본 수치가 증가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은 유방암을 유발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암 역시 호르몬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가 많으며, LED에서 뿜어져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호르몬 분비에 이상을 발생시켜 암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영국 엑스터대학의 알레한드로 산체스 데 미구엘 박사는 “우리 인체는 24시간 주기를 가지고 있으며, 수면시간에는 주위가 깜깜해야, 활동시간에는 주위가 환해야 그에 맞는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LED 불빛은 우리 몸의 24시간 생체리듬을 방해하며, 이것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인 ‘환경보건전망’(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최신 호에 발표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제주항공에는 ‘안경 쓴 승무원’

    제주항공에는 ‘안경 쓴 승무원’

    네일아트도 색깔 제한 없이 허용 “승무원 개성 살리고 불편 덜고”앞으로 비행기에서 안경을 쓰거나 네일아트(손톱 장식)를 한 승무원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최근 ‘객실 승무원 서비스 규정’을 변경해 남녀 승무원의 안경 착용과 네일아트를 허용했다고 24일 밝혔다. 지금도 승무원이 안경을 쓰면 안 된다는 별도 규정은 없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선 시력이 나쁜 승무원은 안경이 아닌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다. 손톱 역시 화려하지 않은 단색 매니큐어만 칠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새 규정에 ‘승무원의 안경 착용을 허용하고 파손에 대비해 여분의 안경 혹은 콘택트렌즈를 소지한다’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네일아트 역시 승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큐빅’이나 ‘스톤 아트’ 등 스쳤을 때 승객에게 상처를 입힐 정도가 아니라면 허용하고 네일아트의 색이나 종류도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야간이나 장거리 운항 등 힘든 스케줄에서 장시간 콘택트렌즈를 낀 채 충혈된 눈으로 비행하는 승무원이 의외로 많다”면서 “승무원의 불편을 덜어 주고 개성도 살릴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내부 규정을 바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4월의 좋은 날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4월의 좋은 날

    오늘은 드디어 옥상 쪽 벽면을 이루고 있는 유리문들을 다 열어젖혔다. 미닫이라서 벽을 절반밖에 열어 놓지 못하는 게 아쉽다. 아, 햇살 좋고! 바람 한 점 없는 게 이리 마음에 화평을 주다니. 헤르만 헤세의 소설에서(이제 제목도 기억 안 나네. ‘청춘은 아름다워라’였나, ‘크늘프’였나) ‘나보다 더 구름을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말해 보라’는 구절을 읽으며 반사적으로 “나보다 더 바람을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말해 보라”고 포효할 정도로 바람을 좋아했건만. 바람 소리를 들으면 가슴 설레었건만. 이제는 심지어 바람이 좀 거세게 분다 싶으면 지레 움츠러들고 쇠약감이 몰려온다. 그럴 때면 베토벤의 ‘템페스트’를 방이 쩌렁쩌렁 울리게 틀어 놓고 들으면 좋지. 그럴 시간이 있다면 말이지만. 좋은 날씨건 나쁜 날씨건 쉼 없이 나다녀야 하는 내 팔자야. 마치 제 운명을 닮은 폭풍우 속에 내몰린 리어왕처럼.요 며칠 셰익스피어 희곡들을 읽고 있다. 몇 해 전에 김정환 시인이 번역한 예쁘장한 장정의 전집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이라면 어릴 때부터 자주 접해서 다 읽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동용이나 다이제스트 본으로 읽어 내용만 아는 거니까 제대로 한번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장에 꽂아 둔 뒤 잊었었다. 이제라도 읽기 시작한 건 내 해방촌살이 첫 셋방 주인인 백민기씨 덕분이다. 그 곱고 젊었던 그이는 지금 갖은 병고를 겪고 있다. 대표적인 병 두 개만 들자면 일주일에 두 번 투석을 받아야 하는 신장병과 시력을 많이 잃게 한 당뇨병인데, 참으로 난처한 게 당뇨병에 좋은 음식물엔 칼륨이 많아 신장에 안 좋다는 것이다. 가혹하기만 했던 그이의 삶의 정황들이며 그럼에도 늘 꿈이 많고(듣는 사람을 난감하게 하던 그 꿈들!) 인생의 그 어떤 악의도 이겨 먹는 낙천성으로 해맑은 그이의 성품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그 또한 애잔하다. 사실 나는 이기주의자이기 때문에 그이의 외로움과 나에 대한 우정을 알면서도 종종 모른 척했다. 이런 나를 가장 친한 친구로 칠 정도로 우리 세대 ‘아줌마’들은 외롭다.얼마 전에 백민기씨의 외아들이 ‘미국식 퓨전 중국집’을 표방하는 작은 식당을 차렸다. 내가 거기 살았을 때는 신발가게였던 그 건물의 1층에. 다행히 손님이 많이 드는 것 같다. 내가 찾아간 날에는 재료가 일찍 떨어져서 주문 가능한 ‘레몬 치킨 튀김’을 시켰는데, 감탄스러울 정도로 맛있었다. 유치원 다니던 꼬마가 삼십대 중반을 훌쩍 넘기고 버젓한 요리사가 되다니, 새삼 ‘세월, 참…’이었다. 제 엄마보다 겨우 두 살 어린 나를 누나라고 부르는 기특한 녀석, 꽤 오래 방황할 때 우연히 동네에서 마주치면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제 환히 얼굴이 빛나서 보기 좋았다. 문 앞의 개업축하 화환도 웃음을 줬다. 길게 늘어진 리본 한쪽에는 ‘백종원보다 대박나라!’, 다른 한쪽에는 ‘싸커마니아’라고 적혀 있었다. 축구동호회 친구들이 보낸 화환인가 보다. 그날 늦은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가려는 내게 백민기씨가 셰익스피어 책을 대출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이참에 집에 있는 전집을 얼른 읽고 그이한테 넘기기로 한 것이다.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를 넘기고 이제 ‘폭풍우’, 즉 ‘템페스트’를 읽는 중이다. 와, 셰익스피어! 어쩜 그리 청산유수인지! 그 청산유수가 말말이 촌철살인이다. ‘맥베스’만 건성으로 훑어도 “종종 우리를 해코지하려고 어둠의 수단들은 진실을 말해 주지”, “오라, 눈꺼풀 꿰매는 밤, 가려다오, 목도리로, 가여운 날의 부드러운 두 눈을, 그리고 피비리고 보이지 않는 네 손으로 말살하고 갈가리 찢어라, 그 위대한 생명의 임대 계약을” 이런 대사가 수두룩하다. 16세기 영국인 대단하다. 영화라면 자막이라도 있지, 극장 객석에서 이런 대사들을 듣고 즐겼단 말이렷다. 4월 24일은 ‘세계 실험동물의 날’이다. 인간이 참 죄가 많다. 우리 집 장녀 고양이 란아가 조금 아까부터 보챈다. 빗질을 해달라는 것이다. 사람 중에 안마 중독자가 있는 것처럼 란아는 빗질 중독이다. 그래, 인간의 죄를 대속하는 뜻에서라도 다소곳이 오늘치의 빗질을 하자.
  • [월드피플+] 30년 넘게 이웃집 중증장애인 돌본 60대 미망인

    [월드피플+] 30년 넘게 이웃집 중증장애인 돌본 60대 미망인

    장애가 있는 이웃을 수 십년 동안 곁에 두고 보살핀 여성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있다. 그녀는 가난하지만 그 누구보다 ‘베품’의 의미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었다. 20일(현지시간) 펑미엔신원(封面新闻) 보도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출신의 미망인 우 위샤(60)는 심각한 장애가 있는 이웃 남성 류 쓰치앙(56)을 30년 넘게 밤낮으로 돌봐왔다. 류씨의 딱한 사연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였다. 류씨는 6살 때 어머니를, 10살 때는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냈고, 이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었다. 대가족인 집안에서 자랐지만 큰 형이 숨지고 세 명의 누나도 결혼해 멀리 떠나면서 류씨는 혼자 남겨졌다. 그를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우씨는 그때부터 류씨의 손발이 되었다. 그녀는 “30년 전 류씨의 집은 진흙 방이나 다름없었다. 약 20년 동안 류씨 집에서 그를 돌보다 10년 전 그와 함께 살 수 있도록 집 옆에 방 하나를 증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씨의 사정도 녹록치 않았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남편이 사망한 뒤 그녀는 세 아이와 조부모를 모두 돌봐야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그녀는 잡부로 일하면서도 자신의 가족과 류씨의 생계를 책임졌다. 특히 매일 새벽 2시와 5시에 일어나 류씨가 화장실 가는 것을 돕고 그에게 물을 주고있다. 이 때문에 우씨는 수년 동안 하룻밤도 제대로 자본 적이 없으며 친척집도 가보지 못했다. 다행히도 지난해 관계 당국이 우씨의 노고를 인정하고 보조금을 지불하기로 하면서 그녀는 류씨를 돌보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마을 시장 딩 루이잔은 “언젠가 우씨가 그를 돌볼 수 없게 되면 그때는 정부가 나서서 대신할 사람을 찾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많은 지원을 받는다 해도 지난 30년 동안 정성을 쏟은 그녀를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qq닷컴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예비’ 숨기는 인천 예비후보들

    ‘예비’ 숨기는 인천 예비후보들

    구청장 오인 위한 ‘꼼수’ “선거법 규정 미비 악용” 씁쓸16일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연수구의 중심 사거리. 고층 건물이 많은 곳이어서 각 당의 예비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대형 현수막을 건물 외벽에 붙여 놓았다. 그런데 예외 없이 ‘연수구청장’이라는 문구는 크게 부각시켰으나 ‘예비후보’라는 글씨는 너무 작아 보일락 말락 한다. 시력이 좋은 사람들도 가까이 다가서야 겨우 인지할 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현수막 문구로만 판단하면 현직 구청장이 출마한 것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또 예비후보들은 ‘예비’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교묘하고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한다. 예비후보라는 글자를 더 작게 보이기 위해 정사각형으로 배열하거나 ‘예비’라는 문구는 더 줄여 ‘후보’ 앞에 세로로 배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색을 이용해 ‘예비후보’라는 글씨가 잘 안 보이게 하는 수법도 등장한다. 즉 현수막 바탕색과 비슷한 색으로 표기해 분간이 쉽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비후보 글씨를 전체 구도와 상관없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배치하는 수법도 있다. 예비후보들이 배포하는 명함도 사정이 비슷하다. 가뜩이나 작은 명함에 ‘예비후보’라는 글씨를 깨알같이 표기해 돋보기를 쓰지 않는 한 식별이 어렵다. 시의원이나 구의원 예비후보들도 기교 부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현행 선거법에 홍보물 글씨 크기나 배치에 관한 규정이 없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 홍보물 글씨 크기 등에 관한 규정이 없어서 단속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는 인천에만 국한되지 않는 현상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모(28·연수구 동춘동)씨는 “벌써 얄팍한 수법을 일삼는 사람들이 당선되면 무슨 일을 할지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여기는 남미] 여성 모델, 눈동자 색 바꾸려다 시력 80% 상실

    [여기는 남미] 여성 모델, 눈동자 색 바꾸려다 시력 80% 상실

    기회만 되면 성형을 즐기던 미모의 여자모델이 과한 욕심을 부리다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눈동자 색을 바꾸려다 평생 앞을 잘 보지 못하게 된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모델 나디아 브루나(32)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스타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0만 명에 육박한다. 특히 팬들을 열광케 하는 건 SNS를 통해 현직 모델이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털어놓는 성형수술담. 브루나는 성형 후 항상 후기(?)를 올린다. 아슬아슬한 비키니 차림으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이번엔 '어디'를 수술했다"고 당당히 밝힌다. 역시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여동생과 나란히 성형을 하고 인증샷을 올려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그런 브루나가 처음으로 성형을 후회했다. 눈동자 색을 바꾼다고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가 시력을 거의 잃게 때문이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브루나는 2016년 콜롬비아 보고타로 날아갔다. 실리콘 임플란트로 눈동자 색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미국에선 금지돼 있는 이 시술을 콜롬비아 보고타에선 쉽게 받을 수 있었다. 더구나 SNS에 후기를 올리는 조건으로 가격협상도 가능했다. 브루나는 주저하지 않고 콜롬비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브루나는 3000달러(약 320만원)를 지불하고 양쪽 눈에 실로콘 임플란트를 받았다. 갈색이던 눈동자는 하루아침에 멋진(?) 그레이로 바뀌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면서 1년 가까이 충혈이 계속됐다. 가려움증도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안과를 찾은 그에게 의사는 "실리콘 때문에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며 제거를 권유했다. 브루나는 눈물을 머금고 실리콘을 도로 빼냈했지만 후유증은 심각했다. 백내장이 생기고, 한쪽 눈은 80%, 또 다른 한쪽은 50% 시력을 잃었다. 회복은 불가하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된 브루나는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브루나는 "실리콘 임플란트 시술 전 양쪽 눈 모두 정말 건강했고, 시력도 좋았다"면서 "(눈동자 색을 바꾸려고 한 건) 너무 순진하고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대중의 반응도 이번엔 싸늘했다. 개중엔 동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네티즌은 "이번엔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외모에 그토록 집착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등 성형중독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나디아 브루나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한줄기 빛’ 점자블록이 끊겼다… 공포의 미로에 갇혔다

    ‘한줄기 빛’ 점자블록이 끊겼다… 공포의 미로에 갇혔다

    장애인 정책은 실제로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까.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의 시각장애인 체험은 이 근본적인 질문에 의해 실현됐다. 그는 체험 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해 오히려 기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눈을 완전히 가리고 홀로 거리로 나가는 체험은 안전상 매우 위험했다. 그래서 구청 직원이 ‘안내자’로 정 구청장과 동행했고, 기자는 먼발치에서 취재했다. 꽃샘추위가 몰아친 지난달 22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정 구청장은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흰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거리로 나갔다. 난생처음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당과 전통시장을 찾았다. 정치인이 거리로 나가 시각장애인 체험을 한 것은 정 구청장이 처음이다.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정 구청장이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체험담을 그의 수기(手記) 형식으로 싣는다.(1)체험 시작…난 누구 여긴 어디 오후 1시, 구청 7층 구청장실. 구청 직원이 약국에서 5600원을 주고 사온 안대를 상자에서 꺼냈다. 눈 크기에 맞게 동그랗게 만들어진 살색 안대로, 눈에 붙이는 식이었다. 직원이 내 눈에 하나씩 붙였다. 캄캄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너무 답답해 당장 떼어내고 싶었다.(앞이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는지 기자가 직접 사전에 눈에 붙여 봤는데, 전혀 보이지 않았다.)심호흡을 크게 한 뒤 오른손에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를 쥐고 첫발을 뗐다. 손과 발이 떨렸다.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거리감이 없어 지팡이로 어디를 두드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늘 일하던 익숙한 공간인데도 머릿속에 공간 구조가 그려지지 않았다.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이렇게 무서울 줄은 정말 몰랐다. 안내자가 왼쪽으로 2m 가면 출입문이 있다고 했다. 안내하는 대로 걸었는데 자꾸 엉뚱한 데로 가는지, 안내자가 “왼쪽, 왼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왼쪽으로 가는 듯했는데 이쪽저쪽으로 왔다 갔다 했나 보다. 평소 집무실에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걸어서 10초도 걸리지 않는데 눈을 가리니 10여분이 걸린 듯했다.안내자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고 했다. 문이 금세 닫힐까 봐 발걸음을 재촉했다. 안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 소리가 뒤섞여 한꺼번에 들렸다. 무슨 소리인지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어느 방향에서 소리가 나는지도 몰랐다. 그저 웅성웅성할 뿐이었다. 눈을 가리니 소리에 굉장히 민감해졌는지, 평소 들리지 않던 소리까지 들려 머리가 복잡했다. 1층 로비에서 내렸다. 안내자가 5m 정도 가면 구청 정문이 있다고 했다. 지팡이로 두드리며 조심조심 걸었고, 안내자가 문을 열어줘 밖으로 나간 순간 찬 기운이 확 느껴졌다. 어두운 광야에 홀로 내버려진 기분이었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에 사람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지팡이로 더듬더듬 걷는데, 안내자가 1m만 가면 점자블록이 있다고 했다. 이쪽저쪽 헤매다 점자블록을 밟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했다. 평소 별것 아니라 여기고 눈여겨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중요할 줄 몰랐다. 생명줄 같았다. 얼마나 갔을까. 점자블록이 끝나는 지점에 툭 튀어나온 뭔가에 부딪혔다. 안내자가 차량의 보도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볼라드’라고 했다. 일반인의 보행안전을 위해 세워 놓은 볼라드가 시각장애인에겐 지뢰를 밟은 듯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횡단보도 앞에 섰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 따르릉 소리와 함께 “녹색불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라는 안내 말이 희미하게 들렸다. 차들이 내게 달려드는 것만 같아 몸이 굳었는지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다 건너기 전에 신호가 바뀌었는지, 뒤쪽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차들이 빵빵거리며 경적을 누르는 듯해 불안했다. 몇 초면 건너던 횡단보도가 까마득히 먼 길을 걸은 듯, 식은땀이 절로 났다. (2)식당에서…문턱서부터 턱! 안내자가 “50m쯤 직진하면 순댓국 가게가 있다”고 했다.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한 발 한 발 움직였다. 안내자가 식당 문 앞에 도착했다며 문턱을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앞이 보일 땐 아무 생각 없이 오르던 문턱이 거대한 산처럼 다가왔다. 높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몰라 몇 번씩이나 발을 헛디뎠고 문에 부딪혔다. 겨우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자가 식당은 66㎡(20평) 정도 되는 크기이며 통로가 비좁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줬다. 지팡이로 두드리며 나아가는데, 의자·식탁 등 바닥 위 입체적 구조물들이 모두 장애물이었다. 설명을 들어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팡이로 하나하나 두드리고 손으로 만지며 천천히 움직였는데도 식탁이나 의자에 두세 번 허리가 부딪혔다. 겨우 안쪽 식탁의 의자에 앉았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순댓국이 나오자 안내자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손에 쥐여 주고 국과 밥, 반찬 위치를 알려줬다. 밥공기가 뜨거웠다.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보이질 않으니 뜨거운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밥을 한 숟가락 떴다. 밥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턱으로 가는지 감각이 없었다. 분명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는데, 번번이 턱 쪽으로 향했다. 볼 수 있을 땐 밥을 먹으면서 사람도 보고 TV도 보고 얘기도 했는데, 전혀 그럴 수 없었다. 오로지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는 데만 집중해야 했다. 젓가락질은 더 어려웠다. 깍두기 하나 제대로 집을 수 없었다. 결국 반찬 먹는 걸 포기하고, 국과 밥만 먹었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니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보일 때는 눈으로 먼저 맛을 예상한 뒤 느끼며 먹는데, 앞이 보이지 않으니 입에 넣고 씹고 나서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시각장애인이 외식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공간이 익숙한 단골가게는 몰라도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았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식당조차 찾을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3)마을버스…커브마다 휘청밥을 먹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전통시장을 찾기 위해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안내자가 “마을버스가 도착했는데 1차로에 다른 차들이 정차해 있어 2차로에 섰다며 도로로 내려가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알려줬다. 차도에 내려섰다. 소름이 돋았다. 차도를 걷는 건 공포 그 자체였다. 차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2m도 안 되는 거리를 걷는데,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듯했다.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버스 앞에 섰다. 앞문 계단에 발을 올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계단 높이가 훨씬 높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했는데, 계단에 발이 걸려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버스에 올라 안내자가 알려준 위치에 교통카드를 찍었다. 앞쪽 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이쪽으로 앉으라며 자리를 양보하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다며 사양했다. 버스에 오른 순간, 좌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아 어떻게 앉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위쪽으로 손을 더듬어 손잡이를 찾았다. 한 손은 손잡이를 잡고, 한 손은 지팡이를 낀 채 의자 손잡이를 잡았다. 버스가 출발했다. 보이질 않으니 균형감각이 확 떨어졌다. 버스가 조금만 흔들려도 몸은 그 몇 배로 요동쳤다. 얼마쯤 갔을까. 버스가 좌회전하는 듯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팔과 몸에 힘을 주고 버티는데, 계속 뒤로 밀려났다. 눈으로 볼 땐 회전하는 정도를 계산해 몸을 지탱할 수 있었는데, 보이질 않으니 어림짐작으로 버틸 수밖에 없어 힘들었다. 두 정거장을 지나니 안내자가 내릴 때가 됐다고 했다. 지팡이를 두드리며 뒷문으로 더듬더듬 걸었다. 내릴 때도 계단 높이가 생각보다 더 깊은 느낌이 들었다. (4)왕십리역에서…길을 잃다왕십리역 4번 출구 앞에 다다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간 뒤 5호선을 타기 위해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공간은 완전히 미로였다. 앞이 보일 때는 왕십리역이 이렇게 복잡하게 돼 있는지 몰랐다. 점자블록도 엉망이었다. 한 줄로 이어지다 갑자기 사방팔방으로 나뉘고, 길이 아닌 계단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뚝 끊기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은 한 줄기 빛과 같다는 생각을 하니, 울분이 솟구쳤다. 장애인을 위해선 지상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한 번에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전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힐까 봐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전철에 올라 손을 위로 올려 손잡이를 잡고 섰다. 전철에선 버스와 달리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답십리역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개찰구에 도착, 카드를 대고 앞으로 나갔다. 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엔 바가 없어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개찰구에 바가 없으니 이동하기에 편했다. (5)시장에서…소리가 공포용답시장에 도착했다.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식당에선 사람들이 대충 어디에 있는지 감이라도 잡혔는데, 시장은 사방에서 떠드니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안내자가 알려주는 가게의 판매대 앞에서 목도리를 골랐다. 촉감에만 의존해야 했다. 가게 주인이 재질, 무늬, 디자인 등을 상세히 설명해 준 대로 골라 구입했다. 그런데 나중에 체험을 마친 뒤 눈으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주인이 말한 검은색이 내 생각과 달랐고, 무늬도 내가 생각한 체크무늬와 달랐다. 과일가게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다 무릎 부근이 판매대에 부딪혔다. 너무 아파 나도 몰래 ‘악’ 하고 소리를 냈다. 진열대 사이 통로가 좁아 몇 번씩이나 판매대에 부딪혔다. 시장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뒤에서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났다. 몸이 절로 굳었다.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나한테 달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오토바이가 옆으로 지나갔다. 오토바이는 차들과는 전혀 다른 공포감을 조성했다. (6)체험 끝…4시간 값진 경험 예정됐던 4시간의 체험이 모두 끝났다. 밝은 곳에서 안대를 벗으면 시력을 다칠 수 있다고 해서 어두운 관용 차량에 올라 안대를 떼어냈다. 잠을 자다가 눈을 뜬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어지러웠고, 사물도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차츰 시력이 회복됐다.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식당에서 나왔을 때 포기하고 싶었다. 너무 답답하고 눈이 아파 당장이라도 안대를 벗고 싶었다. 무섭고 두려웠다. 겨우겨우 체험을 끝내고 나서 돌이켜 보니 고작 4시간의 체험으로 힘들다고 호들갑을 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평생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러웠다. 그래도 포기할 뻔한 고비를 극복한 끝에, 체험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배우지 못했을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시각장애인 정책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시각’에서 다시 세워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에 감사함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체험 전과 체험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월드피플+] 매일 밤 돼지 옷 입고 딸과 노점하는 아빠의 사연

    [월드피플+] 매일 밤 돼지 옷 입고 딸과 노점하는 아빠의 사연

    밤마다 어린이 만화영화 속 돼지 캐릭터 복장을 차려입고 길거리로 출근하는 남성이 있다. 그는 판매할 간식을 자전거에 잔뜩 싣고 매일 밤 10살 딸과 함께 길을 나선다. 지난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산둥성 지난에서 눈길을 끄는 복장으로 길거리 대표음식인 쟝빙을 판매중인 조우 잉팡(35)의 사연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우씨의 특별한 외출은 2016년 10월, 당시 2살이었던 둘째 딸이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문제는 인슐린 주사 등 치료에 들어가는 막대한 의료비용이었다. 그는 딸의 치료비용을 모으기 위해 잡다한 일을 해왔지만 벌이가 충분치 않았다. 이에 친구와 친척들에게 빌린 16만 위안(약 2700만원)을 비롯해 지금까지 딸 치료비에 23만 위안(약 4000만원)을 썼다. 그러나 딸의 증세는 계속 악화됐다. 자주 기절했고, 숱한 합병증에 시달렸다. 조우씨는 “딸이 시력을 잃거나 다리를 잘라야하는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더 나은 치료를 받게하려고 주기적으로 큰 도시로 거처를 옮긴다. 현재는 약 3평짜리 집에서 다섯식구와 머물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그는 한푼이라도 더 벌어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매일 밤 길을 나서는 것이다. 조우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된 시민들이 주머니를 털어 쟝빙을 사주지만 가격은 불과 10위안(약 1700원). 조우씨는 "쟝빙을 사고 잔돈이나 아예 음식을 받지않은 시민들도 많다"면서 "그들의 도움을 너무나 고맙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치료비로 20만 위안(약 3400만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딸을 끝까지 치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친구들과 치어리더 꿈 이룬 뇌성마비 소년

    친구들과 치어리더 꿈 이룬 뇌성마비 소년

    치어리더가 되고 싶었던 뇌성마비 소년이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랄프 캐드월러 중학교에 다니는 개릿 에스코토(14)가 그 주인공. 개릿은 어린시절부터 뇌성마비를 앓았던 탓에 시력이 좋지 않았고 늘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개릿은 치어리더가 되고 싶었지만, 불편한 몸으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개릿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치어리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비영리단체 스파클 이펙트의 도움이 컸다. 이 단체는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교 학생들이 치어리더 팀 및 댄스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개릿은 스파클 이펙트의 도움을 받아 만난 같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팀을 이뤄 최근 지역 내에서 열린 치어리더 대회에 참가했다. 몸은 불편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개릿의 열정에 수많은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를 격려했다. 아래는 개릿과 동료가 함께한 치어리딩 공연 영상이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딸을 위해…” 밤마다 돼지 복장하고 출근하는 中 아빠

    “딸을 위해…” 밤마다 돼지 복장하고 출근하는 中 아빠

    밤마다 어린이 만화영화 속 돼지 캐릭터 복장을 차려입고 길거리로 출근하는 남성이 있다. 그는 판매할 간식을 3륜 자전거에 잔뜩 싣고 10살 딸과 함께 길을 나선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피어비디오는 28일(현지시간) 산둥성 지난에서 눈길을 끄는 복장으로 중국식 핫케이크 쟝빙(jianbing)을 판매중인 조우 잉팡(35)의 사연을 공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조우씨의 특별한 외출은 2016년 10월, 당시 2살이었던 둘째 딸이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딸의 치료비용을 모으기 위해 잡다한 일을 해왔지만 벌이가 충분치 않았다. 친구와 친척들에게 빌린 16만 위안(약 2700만원)을 비롯해 지금까지 딸 치료비에 23만 위안(약 4000만원)을 썼다. 그러나 딸의 증세는 악화됐다. 자주 기절했고, 숱한 합병증에 시달렸다. 조우씨는 “딸이 시력을 잃거나 다리를 잘라야하는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더 나은 치료를 받게하려고 주기적으로 큰 도시로 거처를 옮긴다. 현재는 약 3평짜리 집에서 다섯식구가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비에 4000만원이 더 들것이 예상되지만 아픈 딸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며 “자신을 도와주러 쟝빙을 사러오는 손님들이 있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운전자 2/3, 하향 전조등에도 눈부셔 사고 위험”

    “운전자 2/3, 하향 전조등에도 눈부셔 사고 위험”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겠지만, 오늘날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전조등)가 지나치게 밝아 운전자들이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어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영국에서 진행된 한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24일(현지시간) 위와같은 내용이 담긴 영국 왕립자동차협회(RAC)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영국인 운전자 2061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약 3분의 2의 운전자는 심지어 상대편 차량이 헤드라이트를 상향이 아닌 하향 조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눈이 부셔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중 67%의 운전자는 눈부심에 정상 시야를 되찾는 데 5초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는 시속 60마일(약 96㎞)로 달리는 자동차에서는 운전자가 앞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150야드(약 137m)를 더 달린다는 말이다. 또 다른 10%의 운전자는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는 시간이 10초까지 지속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RAC 측은 헤드라이트 기술의 발전이 이런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사대상 운전자 중 약 15%는 다른 차량 운전자들이 상향등을 사용해 눈부심 때문에 충돌 사고를 당할 뻔했다고 답했다. RAC 안전담당 대변인 피터 윌리엄스는 “일부 새로운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강도와 밝기가 상대 운전자들에게 명확하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최근 몇 년간 헤드라이트 기술은 크게 발전해 이를 적용한 운전자들은 혜택을 볼 수도 있지만, 상대 운전자들에게는 원치 않는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에서 도로용으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제연합(UN) 자동차안전기준국제조화기구(UNECE/WP.29)에 따라 설정된 표준을 준수하는 헤드라이트를 장착하고 있다. 현재 UC 산하 실무 위원회는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차기 회의에서 다룰 자동차 헤드라이트 눈 부심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RAC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년 기억, 젊은 시절 추억…어르신들 지적 활동 도와요

    유년 기억, 젊은 시절 추억…어르신들 지적 활동 도와요

    지성사 ‘어르신 이야기책’ 40권 글자 크기 키우고 단락은 짧게 자연주의 그림 더해 안정감도 고령화 시대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점잖고 품위 있게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다. 특히 뇌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발병하는 치매 등 신경정신계 질환은 노년기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뇌를 깨우고 훈련하기 위해 권하는 방법 중 하나가 책읽기다. 인지 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을 고려한 특별한 이야기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출판사 지성사는 책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익숙한 이야기에 편한 그림을 더한 ‘어르신 이야기책’ 40권을 펴냈다.이원중 지성사 대표는 “보건소 등 노인 돌봄 기관에서 치매가 진행됐거나 혹은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그림책 읽기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책이 대부분 10세 미만의 어린이 그림책”이라면서 “어르신들의 지적 활동에 적합한 콘텐츠를 생각하다가 이번 시리즈를 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지성사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인지행동센터 책임자인 김상윤 교수의 자문에 따라 국내 작가 15인의 작품을 선정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노인들의 기억 인자를 활성화시키려면 새로운 정보 주입보다 어린 시절이나 가족과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에 지성사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담은 황순원의 ‘별’, 권오길의 ‘어머니의 베틀노래’를 비롯해 젊은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주요섭의 ‘아네모네의 마담’,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과 부모로서의 기억을 반추할 수 있는 김태길의 ‘삼남삼녀’, 양귀자의 ‘유황불’ 등 40권을 선정했다. 노인들의 읽기 능력에 따라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도록 원고지 70장 이상의 긴 글(9권), 30~70장의 중간 글(8권), 30장 이하의 짧은 글(11권), 그림과 짧은 글 한 줄만을 실은 그림책(12권) 등 총 네 단계로 나눠 구성했다. 시력이 약한 독자들이 안경을 벗고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글자 크기를 15포인트에 맞추고 독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글을 짧은 단락으로 구성했다. 책에는 김영희, 남인희, 임진수 등 화가 3명이 판화, 수묵 기법으로 그린 삽화도 실렸다. 현재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 치료 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희 작가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책의 재질이나 형태를 왜곡시킨 그림책보다는 자연주의적인 기법을 사용한 판화 등의 그림이 노인 독자들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얼굴 화상 입은 길고양이 ‘나리’, 학대범 찾는다

    얼굴 화상 입은 길고양이 ‘나리’, 학대범 찾는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대구 길고양이 ‘나리’ 학대자를 찾는데 1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지난 19일 케어에 따르면, 대구에서 얼굴에 화상을 입은 길고양이 ‘나리’ 학대자에게 100원의 현상금을 내거는 한편,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또 ‘나리’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모금 활동을 진행한다. 나리는 지난 3일 대구시 검단공단 공터에서 한 시민이 발견해 대구북구청에 신고했다. 당시 나리의 얼굴은 큰 화상을 입어 심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움직임이 없던 나리는 대구유기동물보호소로 옮겨졌다. 보호소 관계자는 입소 당시 나리 몸에서 탄내가 강하게 났으며 끔찍한 화상을 입은 채 고통을 체념한 듯 울음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마치 ‘살고 싶다’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듯 사료를 한 알씩 삼키며 삶의 의지를 보였다고 덧붙였다.발견 당시 ‘나리’의 얼굴은 심한 화상으로 인해 피부가 완전히 죽었고, 귀도 괴사해 절단을 해야 하는 상태였다. 오른쪽 눈은 고름이 가득 차 있었고, 시력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의료진 소견은 ‘순간적인 강한 불에 의한 화상’이다. 케어는 ‘나리’가 토치 같은 분사형 화염방사기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다른 부위는 괜찮은데 유독 얼굴에만 심한 화상을 입었다는 점과 만약 화재현장에서 일을 겪었다면 연기를 마셔 장기에 손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학대’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리가 완치되어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갈 때까지 책임지고 돌볼 것이며, 나리를 이렇게 만든 학대자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함께 나리 회복을 응원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학대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면 이메일(report@fromcare.org) 또는 전화(070-7727-8894)로 제보할 수 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딸 아이의 비뚤어진 미소, 알고보니 뇌 종양 때문

    딸 아이의 비뚤어진 미소, 알고보니 뇌 종양 때문

    딸의 사소한 변화를 빨리 알아차린 한 부부는 딸 아이 목숨까지 살릴 수 있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 데일리 리코드 등 외신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메간 에반스(7)가 뇌 종양 진단을 받게 된 사연을 전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에반스 가족은 함께 즐거운 핼러윈데이를 보내고 있었다. 메간의 아빠 제이슨과(34)과 엄마 샤를린은 그날따라 딸 아이 미소가 평소와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갔고 딸의 뇌에서 오렌지 크기만한 종양을 발견했다. 다음 날인 11월 1일, 메간은 12시간에 걸친 대 수술로 종양을 제거했지만 시신경에 손상을 입어 3%밖에 보이지 않는 처지가 됐다. 혼자 돌아다니려면 시각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흰색 지팡이가 필요하다. 아빠 제이슨은 “수술 후 메간은 마치 유아가 처음 말을 배울 때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악몽같은 순간이 펼쳐졌다 생각했지만 딸은 점자를 배우는 등 침착하게 끔찍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간이 시력 회복 수술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영국에서는 해당 수술을 받을 수 없어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가야한다. 막대한 수술비용 5000파운드(약 746만원)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메간 역시 “극적인 삶의 변화에 적응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일부 자금을 모아 독일에서 전기 자극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여러분들의 지원과 기부가 내 인생을 더욱 멋지게 바꾸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도움을 호소했다. 사진=페이스북(#HelpGetMeganToBerlin)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태극전사 스토리] ‘생존율 1% 미숙아’ 스키 만나 새 삶 그리다

    [태극전사 스토리] ‘생존율 1% 미숙아’ 스키 만나 새 삶 그리다

    “딸에게 인생은 투쟁의 연속입니다.”14일 평창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양재림(29)의 아버지 양창근(61)씨는 이렇게 운을 뗐다. 여섯 달 반 만에 1.2㎏의 미숙아로 태어난 양재림은 곧장 인큐베이터로 향했다. 호흡이 자주 끊겨 속을 시커멓게 태웠다. 인큐베이터에서 산소를 투입하던 중 압력 조절이 안 돼 망막 손상을 입었다. 출생 한 달째에야 딸을 본 아버지는 의사에게서 “실명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400g이나 빠진 갓난아이는 네 차례의 대수술을 견뎌야 했다. 양재림이 처음 스키를 접한 건 네 살 무렵이다. 아버지는 왼쪽 눈 전맹에 오른쪽 눈마저 비장애인에 비해 10분의 1만 보여 몸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했던 딸에게 균형 감각을 길러주고자 스키를 가르쳤다. 속도감에 반한 양재림은 해마다 겨울만 오면 친척을 따라 스키를 타러 갔고, 고등학생 땐 선수급에 이르렀다. 양재림은 대학 때 동양화를 전공했다. 스키와 함께 버팀목이다. 국가대표로 고된 훈련을 견디면서도 훈련 당일 새벽 네 시까지 눈을 캔버스에 거의 붙이다시피 하고 그림을 그린다. 아버지는 딸을 두고 “하나에 꽂히면 무서운 집중력과 끈기로 해내고 만다. 덕분에 1% 생존율에도 버틴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2010년 말 국가대표에 합류한 양재림은 6개월 만에 첫 국제대회인 남반구컵에서 3위를 꿰찼다. 하지만 이후 스키 인생도 투쟁으로 뒤덮였다. 외국 전지훈련을 가면 바로 앞에 형광등을 켠 듯 눈이 부시고 두통으로 훈련을 다 마치기가 버거웠다. 고도가 높은 곳에 올라가면 망막이 견딜 수 없으니 당장 내려오라는 시그널이었다. 양재림은 물론 감독과 코치도 이를 모른 채 오스트리아 등지에 있는 높은 고도의 스키장에서 훈련을 거쳤다. 2014 소치패럴림픽 알파인스키 대회전에서 아쉽게 4위에 그친 뒤 절치부심하던 양재림은 또 고난을 만났다. 2016년 1월 타르비시오(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다 넘어져 왼쪽 무릎뼈가 부서졌다. 초진한 의사는 “72시간 내에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를 타고 800㎞ 떨어진 밀라노로 옮겨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양재림은 비행 내내 극한의 고통에 떨었다. 부상 사흘째 수원 아주대병원에 도착해 무사히 수술을 마쳤지만, 그해 1년은 재활을 하느라 스키와는 멀어졌다. 양재림은 무서운 집념으로 다시 우뚝 섰다. 14일 강원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대회전 시각장애 부문에서 12명 중 9위를 달렸다. 아버지는 “빛 때문에 시력이 악화할까 봐 스키를 반대했다”며 “하지만 소치에서 너무 안타까워하기에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했다”며 웃었다. 또 “4년 새 숱한 곡절을 겪었지만 마침내 평창에 왔고 개회식 땐 성화를 봉송하는 영광도 누렸다. 이미 메달을 받은 셈”이라며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선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안녕하세요’ 백색증이란?...멜라닌 합성 결핍 희귀병

    ‘안녕하세요’ 백색증이란?...멜라닌 합성 결핍 희귀병

    백색증을 가진 여자아이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백색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KBS 2TV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 12일자 방송에는 백색증을 앓고 있는 서현 양의 어머니가 제보자로 등장해 “내 아이를 전염병 걸린 사람 취급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백색증은 멜라닌 세포에서 멜라닌 합성이 결핍돼 나타나는 선천성 유전질환의 일종으로 ‘알비노’로 더 많이 알려졌다. 피부, 털, 눈에서 모두 증상이 나타나는 눈피부 백색증과 눈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 눈 백색증으로 나뉘며 환자가 체질적으로 가진 피부색깔과 백색증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눈피부 백색증은 흰 머리부터 진갈색 모발까지 다양하며 피부색 역시 분홍색, 연한 백색, 적갈색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눈 백색증은 망막의 색소 소실로 인해 적색 동공을 나타내며, 홍채는 청회색, 갈색, 적갈색 등 다양하다.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의 결핍으로 자외선에 대한 방어기능이 떨어져 일광 화상을 입기 쉽고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또한 입사광량의 조절이 불가능해 눈부심을 호소하며 그 외 시력감퇴나 유루증 등의 안구 질환이 나타나기 쉽다. 현재 백색증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정기적인 피부과 검진과 안과 검진이 필수인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른아홉, 다섯번째 패럴림픽 11번째 金

    서른아홉, 다섯번째 패럴림픽 11번째 金

    브라이언 매키버(39·캐나다)가 패럴림픽 통산 11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매키버는 12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20㎞ 프리 시각장애인 부문에서 42분06초40에 결승선을 통과해 완주자 13명 가운데 가장 앞섰다. 같은 B3 등급의 2위 유리 홀룹(불가리아)에 1분5초 빨랐다. 가이드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금 7, 은 2, 동메달 1개를 합작한 형 로빈(45) 대신 4년 전 소치 대회부터 맡은 그레이엄 니시카와(35)다. 더욱이 그는 다섯 대회 연속 금메달을 꿰차면서 게르트 숀펠터(독일)의 역대 통산 최다 금메달(16개)과 격차를 줄였다. 14일 1.5㎞ 스프린트 클래식과 17일 10㎞ 클래식에도 출전한다. 19세 때 슈타르가르트 질환에 걸려 시력의 90%를 잃은 매키버는 2007년 크로스컨트리 세계선수권에서 비장애인들과 겨뤄 21위를 차지하며, 패럴림픽 아닌 올림픽 출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10% 정도 남은 시야와 기억에 의존해 가이드 없이 홀로 레이스를 펼쳐 2010년 1월 밴쿠버 대회 대표로 선발됐다. 그러나 대표팀 코치가 메달 가능성을 따져 매키버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대회에 출전하지는 못했다. 그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간격을 좁히는 데 기여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대신 밴쿠버패럴림픽과 4년 전 소치에서 금메달을 3개씩 더했다. 또 지난해 4월 스웨덴에서 열린 220㎞ 노르딕스키 마라톤 대회를 완주해 비장애인과의 거리를 완벽히 무너뜨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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