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시력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디오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주택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스승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 최정
    2026-04-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722
  • [미래유산 톡톡] 긴 역사만큼이나 갖은 사연 품은 광진교

    지난 13일 투어단이 찾은 광나루 일대의 서울미래유산은 천호대교와 강변테크노마트, 한국점자도서관 등 3곳이었다. 점자도서관은 탐방했지만 코스 사정상 천호대교와 테크노마트는 광진교 쉼터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국점자도서관은 1969년 시각장애인 육병일 선생이 사재를 털어 종로5가에 설립한 게 모체이다.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1979년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당시 문교부에 등록한 우리나라 최초의 점자도서관이다. 1980년대 찾아가는 이동도서관, 시각장애인들의 사회 참여를 위한 정부간행물 보급, 인터넷 전자도서관 개관 및 디지털 토킹 북을 도입했다. 1985년부터는 중도실명자를 위한 상담도 했으며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촉각도서와 점자라벨 도서를 활용해 독서에 지장이 있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의 특성상 방문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 전화 문의 후 우체국 무료 택배로 도서를 대출받고 반납한다. 이곳을 예약 방문하면 점자와 녹음도서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역사사료관에서 점자관련 기기 관람도 가능하다. 점자를 발명한 프랑스의 루이 브라유(1809~1852)는 5살 때 시력을 잃은 뒤 15세 때 6개의 점으로 알파벳을 고안해 점자체계를 완성했다. 우리나라도 브라유 점자를 도입, 1926년 박두성 선생이 ‘훈맹정음’을 만들었다. 그는 맹인들의 세종대왕이다. 광진교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지 못한 이유가 궁금하다. 1936년 준공된 광진교는 광진구 광장동과 강동구 천호동을 잇는 다리다. 광나루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걸맞게 서울에서 한강대교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다리이지만 한국전쟁 때 폭파됐다가 1952년 복구됐다. 1994년 철거된 뒤 2005년 새로 지었다. 서울에서 유일한 보행전용도로를 지향했으나 차량통행이 없는 보행자 전용다리가 되지 못하고 차량보다 사람이 우선하는 자리로 자리를 잡았다. 잠수교를 제외한 서울의 모든 다리에 ‘대교’라는 호칭이 붙었지만 광진교는 제외됐다.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광진교 8번가를 비롯, 이 다리가 품고 있는 사연만큼은 미래유산에 손색이 없는 것 같다. 서울미래유산연구팀
  • KT 키즈랜드 2.0, 모바일 앱·육아 콘텐츠로 ‘진화’

    KT 키즈랜드 2.0, 모바일 앱·육아 콘텐츠로 ‘진화’

    새 육아교육 ‘오은영 박사…’ ‘뽀로로…’도인터넷(IP)TV의 ‘킬러 콘텐츠’로 부상한 어린이 콘텐츠가 모바일로 전장을 넓혔다. 통신업계가 자체 기획하는 어린이 콘텐츠도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KT는 16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설명회를 열고 자사 IPTV ‘올레tv’ 육아·교육 서비스인 ‘키즈랜드’를 업그레이드한 ‘키즈랜드 2.0’을 이날부터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어린이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육아 콘텐츠를 추가한 게 핵심이다. 앞서 지난 5월 선보인 ‘키즈랜드 1.0’은 연령별 놀이학습, 맞춤 메뉴 등을 제공해 왔다. 키즈랜드 2.0은 크게 ▲‘키즈랜드 모바일’ 앱 ▲육아 전문 콘텐츠 ▲TV시청 습관 캠페인으로 구성됐다. 키즈랜드 모바일은 가입 통신사에 상관없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키즈 채널 13개를 광고 없이 무료로 볼 수 있고, 자사 고객에게는 주문형비디오(VOD) 1만편을 추가 제공한다. 특히 광고와 유해 콘텐츠를 차단해 유튜브와 차별화했다. 신규 육아 콘텐츠로는 ‘오은영 박사의 아이 그리고 부모’, ‘뽀로로의 왜요쇼’가 새로 나왔다. 각각 정신건강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부모의 육아 고민을 상담해 주고, 3∼5세 미취학 어린이의 질문에 뽀로로 캐릭터가 답변해 주는 방식이다. 연말까지 영유아 두뇌 발달을 위한 ‘사운드북’ 등이 추가된다. KT는 또 시력에 영향을 주는 ‘블루라이트’를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콘텐츠 추천 연령 정보를 24개월, 3∼4세, 5∼6세, 7∼8세, 9∼10세로 세분화했다. 포화된 통신시장에서 이동통신 수익 대신 IPTV 수익 비율이 늘면서 통신사마다 주요 고객인 어린이 콘텐츠를 강화하는 추세다. 키즈랜드 1.0은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수 360만명을 달성했고, 지난해 선보인 LG유플러스 ‘아이들나라’는 1년여 만에 월평균 이용자 수가 70만명을 넘어섰다. SK브로드밴드 BTV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살아 있는 동화’가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명경재의 DNA세계] 노벨상과 세종대왕

    [명경재의 DNA세계] 노벨상과 세종대왕

    10월은 프로야구의 열풍이 극에 달하는 때이자 과학자들에게는 또 다른 흥분을 주는 달이다.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때문이다.올해도 여러 분야의 훌륭한 성과를 놓고 어떤 연구가 노벨상을 수상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추측이 있었고 ‘혹시 한국에서도’ 하는 기대도 있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 중 한 명인 로드니 루오프 박사의 경우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 업적 덕분에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IBS의 많은 연구자들이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애석하게 올해 노벨화학상은 다른 연구자가 수상했지만 연구의 중요성으로 볼 때 몇 년 안에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올해 노벨과학상도 탁월한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생리의학상은 면역세포를 이용한 항암치료법을 가능케 한 연구가 선정됐다. 이 연구는 이미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암으로 사망 직전까지 갔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이 면역치료로 완치가 되면서 기적 같은 치료법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필자는 DNA 상해복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면역항암치료에 효과가 있는 암종들이 DNA 상해복구 시스템에 이상이 있는 암이라는 결과가 밝혀지면서 면역치료와 DNA 상해복구 과정 간 연관성 연구가 활발하다. 물리학에서는 레이저를 이용해 극미세 물질을 보거나 움직이는 연구가 선정됐다. 이 연구도 현재 많은 분야에 응용돼 쓰이고 있다. 레이저로 시력을 교정하는 라식 수술의 펨토초 레이저 사용이 대표적이다. 필자가 작은 단백질, DNA 등을 조작하는데도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노벨화학상은 무작위 돌연변이를 통한 다양한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의학 및 과학 발전에 공헌한 연구에 돌아갔다. 이 연구는 약물의 표적을 찾거나 새로운 항체를 만드는 등 공정에 사용되고 있고 많은 바이오 신약이 이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많은 사람들이 “왜 한국에서는 노벨상이 나오지 않을까”, “한국의 과학정책이나 연구방향이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국인의 교육 방법이나 성향이 노벨상과 거리가 먼 것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필자가 한국에 돌아온 지난 4년 동안 매년 받는 질문들이다. 필자는 현재 한국에서 진행하는 과학기술 정책, 연구방향, 교육, 한국인의 성향 등은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답한다. 문제는 과학정책, 연구방향, 교육방향을 너무 자주 바꾼다는 것이다. 일단 방향을 정하면 이것을 꾸준히 지켜나가야 한다. 노벨상을 탈 만한 연구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한번 믿고 방향을 잡은 연구정책을 10~20년 이상 꾸준히 밀어주는 끈기가 필요하다. 1983년에 나온 일본 이토 준타로 교수 등이 집필한 ‘과학사기술사사전’에 따르면 조선 세종 재위기간 동안 세계를 변화시킨 연구 업적이 21건이나 된다. 이는 유럽, 아랍 19건, 중국 4건, 일본 0건에 견줘 압도적인 성과다. 세종 재위기간 동안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바로 꾸준한 관심을 갖고 밀어주는 정책 덕분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와 한글날을 보내면서 세종대왕의 훌륭한 업적을 가능하게 한 국가 경영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흠모하게 된다.
  • 광주소방본부,구급대원 폭행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는 주취자 등 이송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구급대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엄중 대응키로 했다. 15일 광주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구급대원의 폭행피해는 2016년 2건, 2017년 4건, 올해 4건으로 모두 10건이 발생했으며, 가해자는 모두 음주(주취)상태에서 구급대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광주소방본부는 이에 따라 폭행사고 발생 즉시 소방본부 소속 변호사가 직접 수사 및 검찰 송치토록 하고 오는 12월 중 섬광랜턴(시력 일시 무력화)을 보급할 계획이다. 또 증거 확보를 위한 CCTV와 웨어러블 캠 보급, 폭행 당한 구급대원의 병가 등 휴무 실시, 병원 진단서 발급 비용 지원, 공무상 요양처리 및 심리상담 프로그램 참여, 타 부서 전보 등도 이뤄진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대원들이 임무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인도 환자 눈에서 발견된 15cm 기생충

    인도 환자 눈에서 발견된 15cm 기생충

    인도의 한 환자 눈에서 기다란 기생충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미러는 최근 인도 카르나타카의 한 병원을 찾은 60세 환자 눈에서 15cm의 기생충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환자를 진료한 스리칸스 쉐티 의사는 환자가 시력을 잃을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 눈 속의 기생충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쉐티 의사는 웜 모양의 기다란 기생충을 핀셋을 이용해 제거했으며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기생충의 길이는 놀랍게도 15cn에 달했다. 해당 기생충은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파리와 모기로부터 감염되는 반크로프티 사상충(Wuchereria Bancrofti)으로 주로 척추동물에 기생하며 생활하는 기생충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M HOTNEW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희귀 백호랑이에 물려 가장 잃은 가족 “자비를 베풀어달라”

    희귀 백호랑이에 물려 가장 잃은 가족 “자비를 베풀어달라”

    멸종 위기에 몰린 백호랑이에게 가장을 잃은 일본인 가족이 자비를 베풀었다.  가고시마 시에 있는 히라카와 동물원에서 일하던 푸루쇼 아키라(40)가 지난 8일 저녁 우리 안에서 목 부위가 피범벅인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동물원에 살고 있는 네 마리 백호랑이 가운데 ‘리쿠’란 이름의 수컷에게 공격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보통 호랑이들은 직원이 우리 가운데 사람들이 관람하는 공간을 청소하기 전에 다른 장소로 옮겨져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후루쇼가 들어갔을 때 리쿠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리쿠는 응급 처치반과 경찰이 도착했을 때 이미 마취제를 맞고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이 자비를 구해 백호랑이는 살아 남게 됐다.  동물원 간부인 나가사코 타쿠로는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족들의 뜻을 좇아 리쿠를 사살하지 않을 계획이며 계속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경찰은 동물원 측이 이 백호랑이를 어떤 식으로 다뤄 이런 공격을 유발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영국 캠브리지셔주 동물원 직원이 호랑이에게 물려 사망했다. 또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동물원 직원은 호랑이 공격을 받고도 구사일생한 일이 있다.  BBC는 백호랑이가 오렌지색 벵갈 호랑이의 아종(亞種)이며 유전자 퇴행으로 털이 하얗게 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제한된 개체수 때문에 같은 종끼리 교배시키는 종족 보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동물원에 감금된 일부 개체는 시력 문제와 기형 문제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에서는 이따금 야생에서 목격됐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마지막 야생 백호랑이는 1958년에 사살된 것으로 전해진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추일서정

    [이재무의 오솔길] 추일서정

    ‘처서 백로 거쳐 추분에 들자/계곡은 더욱 맑고 투명해졌다/바닥 환히 드러내 보이는 물빛/밝아진 시력으로/제 몸보다 훨씬 더 큰 것들을 담고는/평상심으로 제 갈 길 가고 있었다/손을 담그면 서늘한 기운 솟구쳐 올라/ 쭈뼛, 머리끝이 곤두서기도 했다/가끔, 나는 그곳에 들러/문장 연습을 하다 오고는 하였다’(졸시, ‘가을 계곡’ 전문)시월이 왔다. 시월은 바쁘게 한 달을 살다 갈 것이다. 가을걷이를 해야 하고 남국의 햇빛으로 열매들 끝물을 들여야 하고 짐승들 털갈이도 시켜야 하고 지친 초록들 단풍도 들게 해줘야 한다. 시월은 쉴 새가 없다. 하늘도 더 맑게 닦아야 하고 저온의 공기를 단단하게 만들고 계곡물도 괄괄 흐르게 하고 밤의 상점을 위해 별빛들을 반짝반짝 켜놓아야 한다. 그러는 한편으로 사람들 관광도 시켜 줘야 하고 온갖 축제며 행사도 치러야 하고 백화점 세일도 열어야 한다. 시월이 왔다. 오자마자 시월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시월은 일복을 타고났지만 얼굴에선 광채가 난다. 벼이삭이 여물며 무논은 점차 마른 논이 돼 간다. 물이 떠난 뒤로 논둑 미루나무가 드리웠던 몸을 꺼내고 한여름 소리의 만화방창을 꽃 피우던 개구리도 떠나고 한낮 건달처럼 어슬렁대던 구름도 떠나고 밤마다 술청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술꾼들처럼 찾아오던 별빛이며 달빛도 떠나고 오로지 벼들만 남아 햇살과 울력하며 이삭 영그는 일에 진력을 다할 것이다. 벼이삭이 떠나는 날 논은 아들딸 여운 양주마냥 갑자기 늙은 얼굴을 할 것이고, 가을도 인생도 저물어 깊어지면 그새 길어진 산 그림자가 홑이불이 돼 마을을 덮어 올 것이다. 마당귀 내려서 수북하니 쌓인 볕 낱이 눈짐작으로 족히 서너 되는 되겠다. 저걸 쓸어다 마음의 뒤주에 쟁였다가 볼 까칠한 이들 봉창에 슬쩍 찔러 주면 어쩔까 하면서 추분과 한로 사이를 걷는다. 거리에도 낱알처럼 단단하게 여문 햇살 수북하게 쏟아져 내린다. 얼굴에 쏟아지는 햇살이 까칠까칠 따갑다. 양손을 벌려 낱알을 받아 본다. 통통 살 오른 햇살들! 햇살 알갱이 쏟아지는 한낮을 걷다 보면 나도 한 알 낱알이 된다.가을 하늘이 말의 온전한 의미 그대로 티 없이 맑다. 저 하늘이 달포 전 덥고 습한 기운을 줄기차게 지상으로 내려보내던 그 하늘이었나? 하늘의 파란 호수에는 미풍조차 다녀가지 않는지 파문이 일지 않고, 나무 한 그루 없고,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구름 한 마리도 어슬렁거리지 않는다. 호수 한 장이 크게 펼쳐져 있을 뿐이다. 저 파란 호수에 파랗게 물들 때까지 마음을 풍덩, 풍덩 빠뜨리며 놀고 싶다. 하늘 목장에 어제는 없던 열서너 마리의 구름이 나타나 방목하고 있는데 바람이 불지 않는지 구름은 한자리에 앉아서 골똘하게 명상 중이다. 저 느린 산책을 탁본하여 마음의 방에 걸어 둔다. 휴일을 맞아 나는 달콤하게 졸기 위하여 창문을 열어 놓고 눈을 감은 채 강의 하류처럼 잔잔히 흘러오는 바람의 결을 촉감의 손으로 어루만진다. 가을바람은 비단 스카프처럼 맨살에 와서 살갑게 감긴다. 세상은 누군가 수제비를 떼다가 남긴 밀가루 반죽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 아래 골목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공처럼 튀어 오르고 오가는 행인들이 내는 잡음이 먼지처럼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가물가물 의식이 흐릿해지자 몸이 수초처럼 는적는적 흐느적거리다가 한 마리 뼈 없는 강장동물이 된다. 나는 목소리의 얼굴을 내 멋대로 그려 보다가 까무룩 잠의 수면 아래로 잠기어 간다. 가을 화면에 키보드를 두드린다. 키보드를 두드리면 새가 날고 별이 돋는다. 키보드를 두드리면 감들은 더욱 붉고 밤알들은 후두둑 쏟아진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길을 걸으면 풀들이 파랗게 웃고 꽃들은 다투어 피어난다. 키보드를 두드리면 네 가슴의 파란 바탕화면에도 사랑이 돋아 활짝 웃는다. 시월이 다 가기 전 봄 소쩍새와 여름의 천둥, 먹구름과 상강의 무서리를 견딘 산국을 보러 가야겠다. 산국에서는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 ‘사지 완전’ 경찰 채용기준 개선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약지 손가락이 없는 사람의 응시를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8일 경찰청장과 해양경찰청장에게 “경찰공무원 채용 시 응시자들의 기회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사지가 완전한 자’라는 신체 기준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왼손 약지 손가락이 절단된 장애를 지닌 김모씨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사지가 완전한 자’라는 채용 기준을 확인하고,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에 채용 가능성을 문의했다. 두 기관 모두 손가락이 절단된 경우 채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응시를 포기한 김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청 등은 “손가락 등 사지가 완전하지 못하면 총기 및 장구를 사용해 범인을 체포하는 데 상당한 지장이 있고,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채용 기준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약지는 총기나 장구 사용과 관련성이 적고 손가락이 완전한 사람도 파지력과 악력에서 차이가 있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업무에 필요한 능력은 체력검사를 통해 충분히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손가락 절단’을 이유로 응시자격을 원천 박탈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또 “‘사지의 완전성’을 기준으로 외형적인 신체 결손이나 변형이 있는 사람을 무조건 경찰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봤다. 미국, 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채용공고 단계에서 직무와 관련된 최소한의 시력과 청력 등 기준만 제시하고, 신체 및 체력 조건이 직무에 적합한지는 직무적합성 심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심현희 사망 ‘세상에 이런일이’ 임성훈 “재활 치료 중 불의의 부상”

    심현희 사망 ‘세상에 이런일이’ 임성훈 “재활 치료 중 불의의 부상”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출연해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은 신경섬유종 환자 심현희 씨가 사망했다. 4일 방송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서는 심현희 씨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MC 임성훈은 “저희 방송을 통해 사연이 소개된 후에 많은 분들이 성원을 보내주셨던 심현희 씨가 재활 치료를 받던 중 머리 부분에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심현희 씨는 수술 후 재활 치료를 받던 중 머리를 다쳐 과다 출혈로 상태가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현희 씨는 2016년 해당 프로그램에 소개됐다. 심현희 씨는 두 살 때 녹내장을 앓아 13세에 시력을 잃고, 피부와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나타나는 신경섬유종으로 인해 눈코입의 형태를 거의 잃은 모습을 공개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방송 이후 심현희 씨를 향한 관심이 쏟아졌고, 제작인은 펀딩과 밀알복지재단을 통해 생활비와 수술비 등 치료에 대한 지원을 했다. 심현희 씨는 과거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사랑의 손길로 저에게 작은 정성과 마음을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넓은 시야로 씩씩하게 살겠다”는 편지를 전한 바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골프공 실명’ 일주일도 안돼 또 여성 갤러리 이마 찢기고 출혈

    ‘골프공 실명’ 일주일도 안돼 또 여성 갤러리 이마 찢기고 출혈

    라이더컵 대회 첫 날 여성 갤러리가 골프공에 맞아 오른 눈의 시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또 여성 갤러리가 공에 맞아 이마가 찢기는 횡액을 당했다. 4일(이하 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킹스반스 골프 클럽에서 열린 알프레드 던힐 링크스 챔피언십 첫날 타이렐 해튼(27 영국)이 15번홀에서 날린 샷이 불규칙 바운드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 갤러리의 이마를 맞혔다. 이 여성은 피를 흘려 응급 처치를 받은 다음 카트에 실려 골프장 내 메디컬센터로 이송됐다. 프랑스 파리 근교 르 골프 나시오날에서 열린 라이더컵 첫날 6번홀 티샷을 날렸다가 역시 불규칙 바운드되는 바람에 프랑스 국적으로 이집트에서 대회를 보러 남편과 온 코린 르망드(49)의 오른 눈을 맞혀 시력을 잃을 위기에 빠뜨린 브룩스 켑카도 이 대회에 출전했다. 아마추어 골퍼로 홀인원을 두 차례나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진 르망드가 시력을 잃을 위기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은 켑카는 가슴이 찢어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어제는 아마도 내 인생 최악의 날 중 하나였을지 모른다”며 “난 가족 중 누구도 그런 비극적인 사건을 겪지도 않고 세상을 떠난 이도 없어 그런 비극을 많이 겪지 못해 행운아였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지난 2일 프로암 이벤트에 나섰던 켑카는 “이 코스에 나올 때까지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난 빅 스타가 아니다. 여기 오느라 일곱 통의 전화와 25개의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그 소식을 들었고 진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가슴이 철렁했다”고 덧붙였다. 르망드는 3일 BBC 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죽을 수도 있었다”며 “앞으로 한 눈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내 불행으로 인해 앞으로 골프장 안전에 대한 조치가 강화돼 다시는 이런 불행이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녀는 골프 대회 마셜들이 티샷이 날아올 때 “공 간다(fore)”라고 갤러리들이 들을 수 있게 큰소리로 외쳐야 하고, 줄지어 서있지만 말고 선수들과 소통해 드라이버를 날리는 시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이 병원에 후송된 뒤에 어떤 대회 관계자도 찾거나 용태를 점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입장권이나 경기장 주변 안내판에도 안전 경고가 부족했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길섶에서] 처음처럼/황수정 논설위원

    밤하늘 올려다보는 일을 까맣게 잊었다. 도심 불빛에 놓치는 줄도 모르고 놓치는 것이 밤의 하늘이다. 가는귀가 먹었더라도 밤이 내려와 풀썩풀썩 주저앉는 소리가 시골길에서는 들린다. 어느 영화에서는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센티미터라 했는데. 가을바람에 꺼칠해진 수수밭 너머로 해가 떨어지는 속도를 나도 보았다. 분속 수숫대 한 마디쯤. 보름달만 믿고 밤길 한번 걸어 보리라 묵혔던 마음을 지난 보름밤에야 풀었다. 가로등 없는 둑길을 잘 살폈다가 밤보다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발끝을 챙겨 또박또박 걷다 보면 보름달 아래 실꾸리처럼 환하게 풀어지는 밤길. 식은 죽 먹기다. 함지박으로 별을 퍼붓는 밤하늘은 시골에서도 전설이 되려 한다. 한참 시력을 맞춰야 별들이 안간힘을 써 돋는다. 분별없는 지상의 인공 조명에 칠흑의 밤은 칠흑이 아니라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길을 찾던 시대는 행복했었다고. 어느 사상가의 오래된 문장이 발 아래 오래 뒹구는 밤. 돌아갈 수 있다면! 밤은 본디 검어서, 보름달이 뜨면 느리게 걷고, 발소리 내줄 한 사람만 곁에 있으면 아무것도 겁나지 않았던 그때 처음으로.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골프대회서 볼에 맞아 실명한 여성 관람객 주최측 고소

    골프대회서 볼에 맞아 실명한 여성 관람객 주최측 고소

    미국과 유럽의 남자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한 선수가 친 골프공에 맞아 실명한 여성 관람객이 주최측을 상대로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AFP통신이 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42회 라이더컵의 첫날인 지난달 28일 6번홀에서 경기를 보던 여성 관람객 코린 레먼데(49)는 갑자기 날아온 골프공에 얼굴을 맞아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고 말았다. 미국 선발 브룩스 코엡카(28)가 친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갤러리로 날아왔던 것이다. 이에 따라 레먼데는 2일 프랑스 리옹에서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는 “안전 규칙의 부재”에 관한 책임으로 주최측에 “선수는 영어로 ‘포어’(볼)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거리를 고려하면 대회 관계자들이 정보를 그린까지 전달했어야 했다”고 쓰여 있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리옹 병원에서 안와골절과 안구파열을 진단받은 레먼데는 1일 “갤러리로 볼이 날아오기 전 대회 직원들로부터 어떠한 경고도 받지 못했다”면서 “이는 분명히 주최측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회를 담당한 유럽골프투어(EPGA) 측은 레먼데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관람객들에게 몇차례 경고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지만 관람객들이 언제 어디서 볼이 떨어질지 매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고 말하며 유감을 표했다. 또한 주최측은 현재 레먼데의 가족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파리에서 리옹까지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등 귀국을 위한 이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관람객의 요구에 따라 계속 지원하겠다”면서 “이번 사고는 우리도 매우 마음이 아파 여성 관람객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레이저 물리학 대변혁’ 美·佛·加 3명 노벨물리학상…55년 만에 여성도 수상

    ‘레이저 물리학 대변혁’ 美·佛·加 3명 노벨물리학상…55년 만에 여성도 수상

    광학 집게·시력교정 활용 레이저 파동 의학·산업용 고도정밀기기 개발 기여 2018년 노벨 물리학상은 ‘빛의 도구’인 레이저 물리학의 혁신적 발전을 견인한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아서 애슈킨(왼쪽·96) 미국 벨연구소 박사, 제라르 무루(가운데·74)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 교수, 도나 스트리클런드(오른쪽·59)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은 초미세 물질은 물론 빠르게 움직이는 생체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초정밀 레이저 장치를 개발해 의학 분야와 산업 분야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사제 관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55년 만에 탄생한 물리학 분야의 여성 수상자로 역대 세 번째다. 앞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여성은 1903년 프랑스 마리 퀴리 박사와 1963년 미국 마리아 괴퍼트메이어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 교수 2명밖에 없었다. 애슈킨 박사는 질량이 1g보다 적은 미세입자에 레이저 광선을 쪼이면 입자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포획할 수 있으며 이를 미세하게 조작할 수 있는 ‘광학 집게’ 원리를 발견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출신인 물리학자 스티븐 추 박사는 애슈킨 박사가 발견한 광학 집게 원리를 바탕으로 미세입자를 극저온까지 냉각시키는 장치를 개발한 업적으로 199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이 기술은 DNA 염기서열 분석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연구할 때 활용된다.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고강도, 초단파 펄스를 발생시키는 레이저를 연구해 물질의 기본 특성을 분자 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는 ‘펨토초 레이저’ 개발에 바탕이 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펨토초 레이저를 고출력으로 높일 때 발생할 수 있는 출력과 정밀도 저하를 막을 수 있는 ‘처프 펄스 증폭’ 기술도 만들어 냈다. 최근 펨토초 레이저는 라식 수술과 같은 시력 교정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에게는 상금 900만 스웨덴크로나(약 11억 2491만원)가 주어진다. 공헌도에 따라 애슈킨 박사가 절반인 450만 스웨덴크로나를 받고,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가 나머지를 절반씩 나눠 갖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3일 화학상, 5일 평화상, 8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시상식은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2018년 노벨물리학상은 ‘레이저물리학’ 대변혁 가져온 老학자 품으로

    2018년 노벨물리학상은 ‘레이저물리학’ 대변혁 가져온 老학자 품으로

    2018년 노벨 물리학상은 ‘빛의 도구’인 레이저 물리학의 혁신적 발전을 견인한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아더 애쉬킨(96) 미국 벨연구소 박사, 제라드 모로(74)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닉 교수, 도나 스트릭랜드(59)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 3명의 과학자들은 초미세 물질은 물론 빠르게 움직이는 생체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한 초정밀 레이저 장치를 개발함으로써 의학분야와 산업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수상한 제라드 모로 교수와 도나 스트릭랜드 교수는 사제관계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도나 스트릭랜드 교수는 물리학 분야의 세 번째 여성 수상자로 55년만이다. 역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 여성은 1903년 프랑스 마리 퀴리 박사와 1963년 미국 마리아 괴퍼트-메이어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 교수 2명 밖에 없었다. 애쉬킨 박사는 질량이 1g보다 적은 미세입자에 레이저 광선을 조사하면 입자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포획할 수 있으며 이를 미세하게 조작할 수 있는 ‘광학 집게’ 원리를 발견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출신인 물리학자 스티븐 추 박사는 애쉬킨 박사가 발견한 광학 집게 원리를 바탕으로 극저온까지 냉각시키는 장치를 개발하는 등 실제 활용 가능한 공정을 만든 업적으로 199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이 기술은 DNA 염기서열 분석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연구할 때 활용된다. 모로와 스트릭랜드 교수는 고강도, 초단파 펄스를 발생시키는 레이저를 연구해 물질의 기본 특성을 분자 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는 ‘펨토초 레이저’ 개발에 바탕이 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펨토초 레이저를 고출력으로 높일 때 발생할 수 있는 출력과 정밀도 저하를 막을 수 있는 ‘처프 펄스 증폭’(CPA) 기술도 만들어 냈다. 최근 펨토초 레이저는 라식수술과 같은 시력교정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3명의 과학자들에게는 상금 900만 스웨덴크로나(11억 2491만원)가 주어진다. 상금은 공헌도에 따라 애쉬킨 박사가 절반인 450만 스웨덴크로나를 받고, 모로 교수와 스트릭랜드 교수가 나머지인 450만 스웨덴 크로나를 절반씩 나눠 갖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3일 화학상, 5일 평화상, 8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시상식은 노벨상을 받은 알프레드 노벨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생명유지장치 끄자 기적적으로 호흡 시작한 11개월 아기

    생명유지장치 끄자 기적적으로 호흡 시작한 11개월 아기

    추락사고로 생존율 1%의 생사기로에 섰던 어린 아이가 기적적으로 부모 품에 돌아왔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지난달 30일 보도에 따르면 런던에 사는 안와르 냔지는 생후 11개월 무렵 높이 12m의 아파트 4층 난간에서 떨어지는 추락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냔지는 뇌뿐만 아니라 허리와 목 등 전신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늑골 여러개가 부서졌고 왼팔과 왼손의 부상도 극심했다. 이에 당시 의료진은 냔지의 생존율이 1%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다. 의료진은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해 있는 냔지가 건강을 회복할 가망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냔지의 부모에게 호흡기 역할을 하는 생명유지장치를 끄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했다. 냔지가 생명유지장치가 해제될 때 오는 충격으로 깨어날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지만, 가족 일부는 이미 작별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의료진이 생명유지장치의 스위치를 내리자 냔지의 몸이 잠시 쇼크상태에 빠지더니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냔지가 스스로 호흡을 하기 시작한 것. 이후 희망을 찾은 의료진과 가족은 11일간 각종 검사를 진행했고, 생존율 1%를 뚫고 살아난다 할지라도 심각한 장애를 앓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청력과 시력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2m에서의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냔지는 다시 일어서 부모에게 다가가는데 성공했다. 현재 2살이 된 냔지는 여느 또래와 다르지 않은 건강한 삶을 보내고 있다. 냔지의 엄마는 “처음 사고가 났을 때 나는 아이가 곧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작별 키스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면서 “아이의 몸에서 생명유지장치를 끄는 것은 차마 볼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노래를 부르고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났다”고 소감을 전했다. 냔지는 추락사고 직후부터 치료를 받았던 세인트조지병원에서 현재까지도 일명 ‘기적의 아이’로 통한다. 해당 병원 의료진은 “냔지가 건강을 되찾은 모습에 우리 팀 전체가 매우 기뻐했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라이더컵 골프공에 맞은 여성 “오른쪽 시력 상실 중…소송 준비”

    라이더컵 골프공에 맞은 여성 “오른쪽 시력 상실 중…소송 준비”

    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간) 막을 내린 라이더컵을 찾은 여자 갤러리 한 명이 브룩스 켑카(미국)의 공에 맞아 시력을 잃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코린 르망드란 이름의 49세 여성이 지난 28일 대회 첫날 6번홀(파 4) 티샷으로 날린 켑카의 드라이버 공에 눈 부위를 맞았다. 유로피언 투어는 처음에 그렇게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라고 발표했는데 AFP통신은 르망드가 오른쪽 시력을 잃고 있으며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1일 전했다. 이집트에서 대회를 보려고 왔다고 밝힌 르망드는 “오른쪽 눈을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사들이 내게 말한다”고 털어놓은 뒤 치료비를 대기 위해 법적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다. 공에 맞았을 때 어떤 통증도 못 느꼈다”며 “공이 내 눈을 때렸다고 느끼지도 못했는데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날 정밀진단을 해보니 오른눈 주위가 골절됐고 안구가 터진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회 조직위원회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고 접촉하지 않았다며 코스 담당자들이 볼이 갤러리를 향해 날아올 때 경고로 외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세 차례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켑카는 사고 직후 그녀가 어떤 상태인지 보러 와 많은 갤러리들이 찬사를 보냈는데 당시 그녀는 켑카가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자신의 사고를 애써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켑카는 경기 뒤 “많이 다친 것처럼 보였다”며 “골프공을 마음대로 컨트롤하긴, 특히 300야드 거리라면 쉽지 않다. 그리고 많은 경우 팬들이 페어웨이에 너무 가깝게 서 있다. ‘공 간다(fore)’라고 외칠 수 있지만 300야드에선 통하지 않는다. 여러분은 듣지도 못한다”라고 말했다.  라이더컵 대변인은 영국 BBC에 “누군가 공에 맞아 장기간 고통에 빠진다는 소식을 듣는 것은 암울한 얘기”라며 “우리는 피해자 가족과 얘기를 나누고 있으며 대회 코스에서 곧바로 응급 처치를 했으며 피해자가 가족과 함께 파리에서 리옹으로 후송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원을 했다. 또 가능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갤러리가 공에 맞는 것은 이따금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번 사고와 같은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며 “‘공 간다’라고 여러 차례 외쳤을 뿐만 아니라 군중 속에 있다면 언제 어디서 그런 소리가 들렸는지 알기가 힘들다는 점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 케어란 전문 보험회사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매년 병원 처치가 필요할 정도로 다치는 골프 관련 사고는 평균 1만 2400건 정도 발생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시각장애 동급생 괴롭힌 아이들…교장 “놀이일 뿐” 황당 해명 논란

    시각장애 동급생 괴롭힌 아이들…교장 “놀이일 뿐” 황당 해명 논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시각장애를 가진 동급생을 괴롭히고 물건을 빼앗는 모습이 공개돼 미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문제의 영상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5일,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고등학교에서 촬영된 것으로, 영상 속에서 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은 17살 마이클 위숀이다. 위숀은 한쪽 눈은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남은 다른 쪽 눈에도 장애가 있어 앞을 거의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 소년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밝은 성격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의 가족 역시 이런 위숀을 도왔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당일, 같은 반 친구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위숀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급기야 위숀의 아이폰을 빼앗고 벽돌로 이를 부숴버렸다. 몇몇 친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위숀을 보며 비웃었고 누구하나 말리려 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 날은 위숀의 17번째 생일이었다. 생일날 이 같은 일을 당한 위숀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당시 또 다른 동급생이 이러한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고, 이를 입수한 그의 사촌이 SNS에 영상을 폭로하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위숀의 가족은 해당 학교 교장에게 이 사건에 대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교장은 “아이들이 악의가 있어서 한 행동이 아니라 그저 ‘꼬리잡기’ 놀이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해 가족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위숀의 엄마는 “아들이 학교에서 오면 언제나 옷에 풍선껌 등이 붙어있었다. 아들은 지금까지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슬픔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편 문제의 영상이 SNS에서 조회수 9만 3000건을 기록하는 등 주목을 받자 결국 현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와우! 과학] 곤충 최고 사냥꾼 사마귀, 물고기도 낚는다

    [와우! 과학] 곤충 최고 사냥꾼 사마귀, 물고기도 낚는다

    사마귀는 곤충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냥꾼으로 다른 곤충뿐 아니라 자신보다 작은 생물이라면 도마뱀, 개구리, 쥐를 가리지 않고 사냥한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하늘을 나는 벌새도 종종 매복 공격을 하는 사마귀에 잡아먹힌다. 하지만 이런 사마귀도 육지 생물이기 때문에 물고기를 낚는 일은 쉽지 않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인도와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은 인도에서 사육 상태가 아닌 자연상태에서 물고기를 낚는 어부 사마귀를 발견했다. 라제쉬 푸타스와마이흐가 이 어부 사마귀를 포착한 것은 깊은 숲속이 아니라 인도 카르나타카주 (Karnataka)의 어느 건물의 옥상에 있는 정원이었다. 그는 여기서 아시아 지역에 흔한 사마귀인 넓적배사마귀속의 사마귀(학명: Hierodula tenuidentata)를 관찰했다. 5일간의 관찰에서 이 사마귀는 연꽃 같은 수생 식물의 넓은 잎을 배처럼 이용해서 물속을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를 긴 낫처럼 생긴 앞다리로 낚았다. 사마귀는 능숙한 사냥꾼처럼 물고기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고 공격해 낚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5일간의 관찰 기간 동안 적어도 9번의 사냥 성공을 확인했다. 사마귀는 사육 상태에서는 잡아먹을 수 있는 모든 생물을 잡아먹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사마귀에도 물고기는 쉽지 않은 상대다. 물고기가 눈치채지 못하게 다가간 후 정확한 깊이를 예측해서 앞다리로 낚아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물고기를 놓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마귀가 물에 빠질 수도 있다. 사마귀는 좋은 시력을 지니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곤충의 눈은 여러 개의 작은 눈이 모인 겹눈 구조다. 이 눈으로 물속에 있는 움직이는 먹이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사냥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연구팀은 밤에도 이 사마귀가 사냥에 성공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사마귀의 놀라운 사냥 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볼 수 있다. 비록 자신보다 훨씬 큰 동물에게는 먹이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비슷한 크기라면 하늘을 나는 새든 물속의 물고기이든 사마귀의 앞다리에서 무사할 수 있는 생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외출 시 선글라스 필수…디즈니 공주 닮은 2세 여아의 사연

    외출 시 선글라스 필수…디즈니 공주 닮은 2세 여아의 사연

    미국 미네소타주(州)에 사는 여자아이 멜라니 마르티네스(1)는 디즈니 만화 속 공주처럼 크고 아름다운 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 이 예쁜 눈은 그저 불편할 뿐이다. 왜냐하면 희소 유전질환 탓에 밝는 곳에서는 눈이 부셔 선글라스를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8일(현지시간) 최근 트위터 등 SNS상에서 큰 눈으로 화제를 모은 여아 멜라니 마르티네스의 사연을 소개했다. 멜라니의 어머니 카리나 마르티네스(21)는 딸이 태어났을 때 그저 완벽하게 예쁜 아이라고만 생각했다. 다른 가족들은 아이의 눈이 좀 특이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 멜라니는 ‘악센펠트-리이거 증후군’(Axenfeld-Rieger syndrome)이라는 희소 유전질환을 진단받았다. 이 증후군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 중에는 홍채가 작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 홍채 형성저하증이 나타나는 데 동공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그 모양이 원형이 아닌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일부 아이는 여러 개의 동공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큰 동공을 통해 빛이 과하게 들어간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멜라니 역시 빛이 강한 실외로 나가려면 꼭 선글라스를 써야 하는 것이다. 또한 멜라니는 이 증후군으로 인해 동반할 수 있는 녹내장도 앓고 있다. 환자 50%에서 나타나는 녹내장은 안압을 높여 시력을 잃게 할 수도 있다. 멜라니의 부모는 악센펠트-리이거 증후군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지만, 녹내장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나이가 들어 생기는 질환으로만 생각했다. 멜라니의 경우 녹내장은 조기에 발병했다. 아이는 곧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녹내장은 후기 아동기나 초기 청소년기에 진단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멜라니가 아직 시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생후 5개월 때 받은 수술이 일부 작용했기 때문이다. 멜라니는 이 증후군 때문에 눈물 배출관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았고 눈물이 고여 녹내장을 악화했다. 이 수술이 없었다면 아이의 시신경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됐을 것이다. 현재 멜라니는 인공적인 눈물 배출관을 갖고 있어 안압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멜라니가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벗고 있을 때 호기심이 많은 낯선 사람들이 아이 눈이 예쁘다며 다가오지만 이들은 곧 이상한 점을 알아챈다. 카리나는 그럴 때마다 사람들에게 사실대로 말해줘야 할지 그저 칭찬으로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지만 후자를 택한다. 그녀는 단지 웃으며 고맙다고 말할 뿐이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딸이 무엇 때문에 낯선 사람들이 다가와 예쁘다고 말하는지 확실히 알게 하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멜라니가 다른 아이들에게 다가갔을 때 역시 걱정이 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짓궃게 말해 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녀는 딸에게 자신처럼 고맙다고 말하며 웃어넘기라고 알려준다는 것이다. 카리나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이와 같은 고민을 털어놨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그녀는 자신의 게시물이 화제를 모아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자 악센펠트-가이거 증후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자신처럼 이 증후군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알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악센펠트-가이거 증후군 발병률은 20만 분의 1에 불과하지만, 아이와 아이어머니는 트위터를 통해 수많은 지지자를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카리나는 트위터에서 약 40명의 사람에게 직접 연락을 받았는데 그들은 자녀나 가족, 또는 사랑했던 사람이 해당 증후군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진=카리나 마르티네스/트위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스마트폰 삼매경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스마트폰 삼매경

    18세기 유럽에서는 ‘독서과잉’으로 인한 위기의식이 고조됐다. 엘리트들은 독서의 보편화, 특히 하층민의 독서량 증가가 가져올 위험을 우려했다. 정치철학자 존 로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글 가르치는 것을 반대했다. 글을 읽어봤자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깨닫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무지’는 자비로운 신이 하층민의 비참함을 덜어 주기 위해 내려 주신 아편이었다.사람들은 독서가 건강을 해칠까 우려했다. 18세기 말의 한 기록은 과도한 독서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감기·두통·시력감퇴·발진·구토·관절염·빈혈·현기증·뇌일혈·폐질환·소화불량·변비·우울증 등을 열거했다. 그러나 이 모든 우려에도 유럽의 독서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1800년경 유럽인은 대단히 집중적인 독서를 했고, ‘독서문화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나가미네 시게토시의 ‘독서국민의 탄생’은 일본이 ‘독서국민’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메이지유신(1868) 직후 사회 최하층인 인력거꾼마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신문·잡지를 일상적으로 읽을 정도로 독서 습관이 일본 국민의 몸에 배어 있었다는 것이다. 지하철 노숙자마저도 책 사랑에 흠뻑 빠져 사는 일본의 독서열은 19세기에 시작되었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서양이 500년 걸려 이룩한 업적을 달성했다. 기적과도 같은 경제성장이 있었고, 반도체 등 몇몇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에 올랐다. 하지만 독서의 영역만은 성장 과정에서 생략됐다. 우리 역사에는 유럽이 경험한 ‘독서문화의 황금시대’도, 일본이 경험한 ‘독서국민의 탄생’도 없다. 꼭 책을 읽어야 하느냐, 인터넷으로 읽는 텍스트 양이 많지 않으냐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스벤 버커츠는 ‘구텐베르크 엘레지’에서 인터넷이야말로 인쇄물이 제공해 주던 ‘수직적 경험’을 파괴한 주범이라고 말한다. 책을 마주 대하는 경험은 독자를 사색(思索)의 세계로 안내하지만, 하이퍼텍스트가 제공하는 것은 ‘수평적 경험’으로서, 자아성찰에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곱게 차려입은 소녀가 골목길을 걸으며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다. ‘독서문화의 황금기’를 경험하지 못한 채 디지털 시대로 훌쩍 넘어온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골목 귀퉁이의 구겨진 인쇄물은 종이 책과 종이 신문의 초라한 처지를 말해주는 것만 같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초빙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