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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생활에 소외감” 친구·아들·딸 목졸라 여고동창이 ‘질투殺人’

    독신인 30대 여성이 화목하게 사는 여고 동창생 가족을 질투해 여고동창생과 그의 두 자녀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9일 오후 7시쯤 서울 송파구 거여동 모 아파트 나모(34)씨 집에서 나씨의 아내 박모(31)씨와 아들(3),딸(1)이 목이 졸린 채 숨져 있는 것을 나씨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나씨는 “퇴근 후 벨을 눌렀으나 대답이 없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3명 모두 작은방에 쓰러진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30일 오후 숨진 박씨의 여고 동창인 이모(31)씨를 용의자로 추적한 끝에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이씨는 경찰에서 “친구의 집에 가면 소외감을 느꼈고,친구의 시댁에서 내가 친구 집에 자주 드나드는 것을 헐뜯었다.”면서 “내가 결혼하지 못하고 혼자 살자 친구가 무시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사건 당일인 29일 오전 박씨의 집에 들러 150만원을 빌려준 뒤 오후 3시쯤 다시 박씨의 집을 찾아가 오후 5시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이씨는 작은방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처럼 속여 박씨를 안심시킨 뒤 아들의 입을 수건으로 막고 보자기를 머리에 씌운 채 목졸라 살해했다는 것이다.이씨는 이어 “아이들이 깜짝쇼를 보여준다.”며 안방에 있는 박씨의 눈을 가리고 작은방으로 데려가,빨랫줄로 올가미를 만들어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한살짜리 딸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질식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 직후 현관열쇠가 든 박씨의 손가방을 들고 나가 현관문을 밖에서 잠근 뒤 창문으로 손가방을 집어 넣고 귀가했다고 밝혔다.박씨의 남편 나씨는 퇴근 직후 인기척이 없자 이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며,이씨가 창문을 통해 열쇠가 든 손가방을 꺼내자 함께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고교 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이씨와 박씨는 2년 전 동창 모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다시 만났으며,혼자 사는 이씨가 박씨 집에 일주일에 3,4차례씩 왕래하면서 한가족처럼 지내왔다.경찰은 “이씨가 친구의 남편인 나씨에게 일방적으로 ‘좋아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종종 보냈다.”면서 “박씨의 화목한 가정생활을 시기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열린세상] 정신장애의 올바른 이해

    최근 어린 두 자녀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한강에 던져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가 국민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저항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익사를 하게 된 어린 생명들이 너무 불쌍하고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던 아버지의 행동은 말로 표현하기 곤란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일들이 우리 사회에는 비교적 자주 발생하고 있다.작년에는 유치원에 한 남자가 침입하여 원생들을 칼로 마구 찌른 사건이 있었고,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아동학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과연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를 하기 힘든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분명 이런 사건들을 저지른 사람들은 현실 판단력에 심각한 장애가 있거나 충동조절이 되지 않는 등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하지만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정신적 문제들을 평가받거나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 사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심한것 같다.그 결과 시의적절한 치유의 기회를 놓치게 되어 한 개인과 가정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나아가 이번처럼 어린 생명을 앗아가는 사건이 발생되기도 한다.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 덕분에 두뇌의 문제로 야기되는 정신적 장애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진일보하고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장애에 대한 개념이 아직도 30년 이전 수준으로 고착되어 있는 것 같다.“정신장애는 100% 피로 유전된다.” “정신장애는 한번 발생하면 완치가 되지 않는다.” “정신장애 환자들은 항상 공격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한다.” “정신적 문제는 마음이 나약해서 생긴다.” 등의 오해와 편견이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정말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필자는 특히 어릴 때부터 가지각색의 이유로 학교나 사회에서 적응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있다.집중력이 짧아서 학업이 어려운 초등학생,불안해서 잠시도 어머니와 떨어지지 못하는 유치원생,충동조절이 되지 않아 돌출행동을 일삼는 청소년까지 참으로 다양한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이다.이들이 왜이런 문제행동을 하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부모와 교사들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의학적으로 약물치료가 필요한지 등을 전문적으로 판단하여 도움을 주게 된다.이 아동들은 적절한 시기에 전문적 도움을 받게 되면 완치되거나 최소한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런 치유의 과정을 방해하는 요인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무지와 편견이다.심지어 행동 문제가 심각한 아들을 아버지 몰래 어머니가 병원에 데려와 치료를 하면서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이 행여나 알게 될까 불안해하는 경우도 있다.여러 번의 설득 끝에 아버지를 만나 아이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고 설득하는 경우 의외로 협조적인 자세로 바뀌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문제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정신적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교육을 받게 되는 기회가 막혀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성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가족의 협조와 이해가 최우선으로 중요하다. 또한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아직도 사회에 정착되지 못해 효율적 대처를 방해하고 있다.예를 들어,선진국의 경우 학교에서 정신적 문제로 인해 학업과 교우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문적 평가를 통해 부모에게 치료를 권유하는 것이 제도화되어 있다.하지만 우리의 경우 담임교사가 혼자 노력하다가 지치게 되고 이로 인해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정신적 문제는 성격의 문제,기분조절의 문제,충동이나 분노 억제의 문제,판단력이 흐려지는 사고장애 등 그 종류와 심각도가 몹시 다양하므로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판단하기 어렵다.따라서 직장,학교,부부관계 등 일상생활에 적응이 어려운 경우 전문가에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 제도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아이를 익사시킨 아버지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주변의 우리 이웃들이 그 아버지를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길만이 어린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신 의 진 연세대 의대 교수 소아정신과
  • [맛 에세이] 우리 된장

    제가 음식에 관한 무지로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시댁과 친정에서 교대로 얻어다 먹는 된장이 마침 떨어졌기에 슈퍼에 가서 작은 된장을 하나 샀습니다.뚜껑을 열어보니 된장 빛깔이 연하면서 입자가 참 곱더군요.“파는 된장은 이렇게 고운가 보네.”하면서 된장을 다시마 우린 물에 풀고 호박·고추·두부를 넣고 끓여 식탁에 올렸죠.그런데 한 숟갈 입에 넣는 순간 뭔가 잘못 됐구나 싶더군요.된장찌개가 이상하게 들척지근한 것이 우리가 아는 된장 맛이 아니었습니다.아차 싶어서 된장을 들고 다시 보니 그건 왜된장이었습니다. 엊그제 경북 김천에 갔는데 그 기억이 나더군요.지인의 부모님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김천으로 내려가 된장을 만드신다는 얘기를 듣고 된장 구경을 갔거든요.예부터 그 동네가 된장으로 유명했다더군요.음력 정월이면 집집마다 메주 콩 삶아 찌는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했고요.그분의 홀어머님 역시 겨울이면 메주를 만들어 파시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콩밭이 과실수 밭으로 바뀌면서 우리 콩이 사라졌답니다.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우리 콩이 사라지고,수입 콩으로 만든 메주가 팔려 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게 아닌데 싶으셨던 거죠. 30년 전부터 고향 집 주위의 땅을 조금씩 조금씩 사들여 4만여 평의 땅을 확보하고 전국을 다니며 큼지막한 옹기 항아리를 모았답니다. 그리고 10년 전부터 우리 콩을 구해 시험적으로 된장을 담그기 시작했고요. 같은 50㎏에 우리콩은 15만원이나 하는데 수입콩은 3만원이랍니다. 퇴직 후 본격적으로 머물 집을 마련하고 볕바른 앞 마당에 그동안 모은 옹기 항아리 1000여개를 줄맞춰 놓고,동네 분들의 힘을 빌려 우리 콩으로 만든 ‘김천정월된장’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게 벌써 4년이 넘었다네요.음력 정월에 콩 삶아 메주 만들어 말리고 장 담가 석 달 후 된장이랑 간장 갈라내고,한두 해 더 묵히니 정성을 꽤 들여야 하는 일입니다. 추운 겨울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고 돌아오면서 저는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우리 대(代)에서 ‘맛 나는 된장의 맥이 끊어지겠구나.’하는 생각에 좀 불안했거든요.그렇다고 나라도 꼭 배워서 된장을 직접담가 먹겠다는 용기도 없고,공장에서 매뉴얼대로 나오는 된장을 사먹기는 싫고,아이들에게 그런 된장을 사먹이기는 싫다는,막연한 불만만 키우고 있었으니까요.그런데 이렇게 1500여년 동안 내려오는 방식 그대로,우리 콩을 사용해 된장을 만들어 공급하는 곳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럽던지요.김천에서 들고 온 된장을 풀어 된장찌개를 끓였습니다.바글바글….맛도 맛이지만 맘이 참 편했습니다. 신혜연 월간 favor편집장
  • “태극기 달고 올림픽 뛰고싶어요”日 육상선수 스즈키 한국귀화

    “한국마라톤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어요.” 최근 삼성전자 육상단에 입단한 일본 출신 여자육상 선수 스즈키 마도카(사진·28)의 당찬 목표다.‘코리안드림’을 위해 일본 국적까지 포기했다.지난달 한국 귀화신청이 받아들여져 내년 정식으로 국내선수로 등록할 참이다.지난달부터 팀에 합류해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장거리선수였던 스즈키는 현역시절 5000m 최고기록이 15분52초(1994년)로 한국기록 16분7초42(권은주·97년)를 능가한다.3000m(9분9초3·93년)에서도 한국기록보다 9초나 빠른 실력파 선수. 그러나 지난 96년 일본 실업팀 노리츠팀을 떠나면서 한동안 육상과 인연을 끊었다.98년 막연하게 한국에 들어와 어학연수를 받으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만두었던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한국에서 열리는 일반인 대회에 자주 출전하면서 한국생활을 꿈꿨다.그러다가 2001년 제주시청 육상선수인 김근남씨와 결혼했다.지금은 10개월된 아이도 있다. 물론 오랫동안 체계적인 운동을 하지않아 재기 가능성은 미지수다.그렇지만 국내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삼성 여자마라톤 임상규 감독은 “일본인 특유의 정신력과 의지가 있어 어린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즈키의 의지도 남 다르다.운동을 위해 결혼한 뒤에도 간직했던 일본 국적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아이를 시댁에 맡기면서까지 운동을 다시 시작한 만큼 후회없이 노력하겠다.”고 집념을 보였다.한국식 이름도 ‘김달림’으로 할 것을 고려중이다. 박준석기자
  • [여성 思秋期](1)폐경

    중년이란 보통 40∼50대를 일컫는다.수명이 짧던 시절,중년이란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시점이었다.그러나 평균수명 80세 시대인 요즘엔 인생의 중간 지점으로 지금부터 ‘늙고 죽는 연습’을 하기엔 너무 아까운 때다.그래서 새로운 삶을 설계해야 할 때라고도 한다.중년기에 이르면 남성은 물론 여성도 외부의 가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부로 눈을 돌리는 시기이다.중년을 폐경,젊음,독립 등을 주제로 풀어본다. 폐경(閉經)은 부정할 수 없는 노화의 신호다.말 그대로 초경이 ‘시작’이라면 폐경은 ‘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그래서 폐경을 맞으면 “이젠 여자로서는 끝났다…”라고 우울해지게 마련이다.지긋지긋하던 생리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하는 여성들도 아쉬움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폐경이 된 이후 30년간을 ‘여성이 아닌 여성’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이는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남성적인 시각이라는 지적에 여성들은 공감한다.임신과 출산만이 여성이가진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폐경이야말로 임신과 출산으로부터 해방된 여성의 독립된 제2의 인생의 출발점,끝이 아닌 ‘월경을 완성’했다는 뜻으로 ‘완경(完經)’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속절없이 세월만… ” 허무하고 아프고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최성숙(56·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지난 몇 년간을 돌아보며 긴 터널을 통과한 것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어려운 집안에 시집와서 시동생과 시누이 5명을 모두 공부시켜 결혼시키면서도 큰소리내지 않고 잘 지냈어요.그런데 모든 것이 귀찮고,세상사람들과 만나기도 싫어졌어요.남편은 물론 가족들을 돌보기도 싫고,시댁 식구들에게 더이상 ‘희생·봉사’하기 싫어졌어요.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지않은 곳이 없었고….” 자신이 부쩍 늙고 있다는 사실에 우울하기 그지없다는 김영순(48·서울 서초구 서초동)씨.그는 폐경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아무래도 호르몬 요법을 받아야 할 것같아요.그전에는 남편이 짜증을 내도 내가 몇 마디 우스개를 하거나,푼수를 떨면서 풀고 살았어요.그런데 요즘엔 뭐든 못 참겠어요.속절없이 세월만 갔다는 것이 너무 슬퍼요.” 폐경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증상은 아니다.흔히 폐경기 증세로 일컬어지는 우울과 심한 감정의 변화,불안·초조 외 안면홍조,식은 땀,수면 장애 등은 폐경 2∼8년전부터 시작된다.전세계적으로 여성들의 25%는 아주 심각할 정도의 증상을 보이고,50%쯤은 한두가지 증상은 겪으며 폐경을 맞는다. 그런데 왜 여성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생리현상을 이야기하게 된 것일까.왜 대한폐경학회가 설립되고,11월을 ‘폐경 여성의 달’로 정하고 있는가. 이를 포천중문의대 안명옥(산부인과)교수는 “평균수명이 늘어나 폐경 이후 30년을 사는 여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그런데 이 시기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곤란하다.”고 말했다.클레오파트라가 살던 기원전 100년경 여성의 평균수명은 25세에 불과했고 15세기까지도 30세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1942년 평균 수명이 45세에 불과했다.폐경기에 이르도록 사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40세의여성을 늙었다고 여겼고,50세가 지나면 고령으로 생각했던 것이다.그러므로 폐경기의 고통은 당연한 것이자 부끄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50세 이상 여성은 무려 600만명에 이른다.이들이 고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폐경에 대한 인식,남성적인 것 폐경기(menopause)란 단어는 ‘남자로부터 자유로워지다(pause from men)’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성진(49·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30대 후반에 자궁근종 때문에 자궁적출수술을 받았다.이미 30대에 폐경을 맞았지만 그는 3년 전부터 폐경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나름으로는 열심히 살았고,교회에서 봉사도 해왔는데 잘못 살았다는 생각에 붙잡혀 있어요.잠을 잘 이루지 못해서 늘 피곤해요.” 그러나 자신에게 일어난 최근 현상을 폐경기의 일반적인 현상임을 알게된 후 오히려 우울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단다.“자궁없이 지낸 10년간 생리도 없었는데 이 나이가 돼서야 폐경기가 시작됐다니 놀랍지 않아요?물론 다른 친구들보다는 제가 좀 빠른 편이지만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제게 힘을 줬어요.”라고 말했다. 흔히 갱년기 증세는 호르몬 분비가 감소한 탓으로 돌리지만 그 원인은 신체적·정신적 요인이 복합된 것이다. 미국의 여성건강 전문의 크리스티안 노스럽은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란 책에서 폐경은 “여성의 뇌에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가임기 동안 가족을 돌보며 자신의 양보로 가정의 행복을 꾸몄던 여성들이 뇌에 열이 오르면 분노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분노는 결국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내면 지향적인 행동을 하게된다는 것이다.자기실현에 일종의 죄의식을 느껴온 대부분의 여성들이 진정 자신을 위한 삶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때,그것이 바로 폐경기라는 것이다. 폐경기를 인생의 종말이 시작되는 두려운 변화로 보는 것은 전통적인 시각,남성적인 잣대에 지나지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 김준기씨는 “임신만이 여성의 가치냐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그렇다면 폐경을 인생의 마무리로 볼 것이냐,더 자유롭게 후반기 인생을 만들어가는 계기로 생각할 것이냐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폐경을 맞은 여성들에게 선택의 기회는 주어졌다. 허남주 기자 hhj@
  • ‘술 마시는 여성’ 왜 늘까/ 가정법률상담소 27일 세미나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27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의 이 단체 건물 6층 강당에서 ‘여성들은 왜 술을 마시는가-여성음주,개인의 선택인가 불평등의 결과인가’ 세미나를 개최한다. 통계청은 여성 음주 인구를 86년 20.6%,92년 33.0%,99년 47.6%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와같은 현상에 대해 사회여론은 여성 음주 운전자의 증가와 같은 부정적인 면만 강조,여성 음주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남녀간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편과의 불화,시댁 스트레스가 음주 부추겨 가정법률상담소는 지난 9월 한달동안 전국의 만18세 이상 여성 4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59%가 20대에 음주를 시작했으며,18∼20세에 음주를 시작한 사람도 29.5%나 됐다고 밝혔다.대체로 고교를 졸업한 직후인 18∼20세에 음주를 시작한 것이다. 음주량은 한번에 소주 반병∼한병을 마시는 사람이 43%로 술을 마시는 빈도는 절반이상(54.5%)이 월 1회 이하로 마시지만 31.5%는 1∼2주에 한번 마시는 등 정기적으로 술을마시는 여성이 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혼 여성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음주를 통해 해소하려는 경향이 30.9%였고,시부모와의 갈등(38.3%)도 음주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사노동에 보람을 느끼지 못한 여성(33.3%)도 음주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술,여성에게 더 치명적 영동세브란스병원 남궁기(정신과)과장은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남성들 중에서 평생 알코올 중독을 앓는 비율이 80년대 18.9%에서 2001년 12.1%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여성은 80년대 1.2%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는 3배 이상인 3.9%로 증가했다.”며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알코올중독은 빠르게 발병해 남성이 술을 마신 지 10년이 지나야 정신과를 찾는다면 여성은 4년이면 중독에 이른다고 한다. 여성은 알코올 분해 효소도 남성에 비해 적어 술에 쉽게 취할 뿐 아니라 태아에게도 나쁘고,남성들에 비해 지방간 고혈압 빈혈 위장관 출혈 위궤양 간경화 등 부작용에도 더 일찍 노출된다.알코올성 치매도 더 빨리올 수 있다. 허남주기자
  • 덩더쿵속 性스캔들 “통하였느냐”/마당놀이 ‘이춘풍전’ vs ‘어을우동’

    신명나는 노래와 춤,질펀한 해학과 풍자로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마당놀이의 계절이 돌아왔다.20년 전통을 자랑하는 마당놀이의 ‘명가’ 극단 미추와 지난 2001년부터 미추와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공연을 제작해온 MBC가 올해에도 불꽃튀는 2파전을 벌인다.지난해 ‘심청전’으로 맞대결을 벌였던 두 단체가 이번엔 조선시대 최고 남녀 바람둥이를 내세워 관객몰이에 나서는 점이 흥미롭다. ●극단 미추 ‘이춘풍전’ 지난 14일 막올린 ‘이춘풍전’은 여색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이춘풍과 그런 남편을 지혜로 구하는 아내의 이야기이다.평양으로 장사를 떠난 춘풍이 평양 기생에 빠져 돈을 몽땅 날리고 종 신세가 되자,그의 아내가 남장을 하고 나타나 남편을 구한다.작품 곳곳에 조선 후기 양반 계층의 위선과 허세,부정부패와 매관매직으로 얼룩진 당대의 사회상이 속시원한 풍자의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윤문식,김성녀,김종엽 등 미추가 자랑하는 마당놀이 3인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주인공으로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극작가 김지일이 대본을 쓰고,손진책 미추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12월14일까지.(02)747-5161. ●MBC ‘어을우동’ 조선시대 성스캔들 사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호된 시집살이에 시달리던 어을우동이 시댁에서 쫓겨나 당대의 한량들에게 성적으로 수난을 당하면서 한편으론 그들에게 조롱을 퍼붓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렸다. 여성 억압적인 사회분위기에 희생된 어을우동을 통해 여성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의도다. 인기사극 드라마 ‘다모’를 집필한 정형수 작가가 각색했고,배우 이재은이 국악 전공을 살려 어을우동으로 출연한다. 23일부터 12월15일까지 장충체육관.(02)368-1515. 이순녀기자 coral@
  • ‘엄마 점수’가 자녀 대학 결정한다?/대입 수험생 둔 어머니들의 이야기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7조원에서 2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일부 상류층뿐만아니라 전 국민이 나름대로 무리해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국이다.모든 길은 대학입시로 통한다던가.더욱이 대학입시에는 어머니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엄마점수’가 아이들의 학교를 결정한다고 한다.그러나 아이를 유명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정해두고 아이의 운전기사로,좋은 학원과 좋은 선생을 찾아내는 매니저로 뛴 어머니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재미있게도 한결같이 “다른 사람에 비해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했다.”는 아쉬움에 젖어 있었다.‘오만’한 개인을 ‘겸손’한 어머니로 내려 앉게 하는 대학입시라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수험생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 성적 부모하기 나름? 수능이 끝난 후 김연희(44·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호된 감기몸살을 앓고 있다.수험생 아들과 똑같이,아니 더 스트레스에 파묻혔다가 긴장이 풀린 탓이라고 했다.“아이가 하나라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시험성적이 나빠 컨디션이 안 좋다는 아이의 얼굴빛만 봐도 가슴이 철렁했다.이제야 남편이 눈에 들어온다.그동안 남편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수험생 부모가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아이 중심으로 살았다.” 아들이 원하는 법대에 안착하도록 김씨는 끝까지 ‘엄마노릇’을 잘 해낼 계획이라고 했다. 연년생인 두 아이의 고3부모 노릇을 2년 연거푸했다는 서정순(46·서울 송파구 삼전동)씨는 다이어트하지 않아도 살이 저절로 내렸다.“조금만 방심하면 살이 찌는 체질이라 늘 그게 고민이었는데 2년간 대입을 치르니 체중이 너무 내려가 나중에는 건강진단까지 받았다.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이젠 엄마의 열성으로 채워야겠다.‘엄마 점수’가 빛을 발할 때다.”라고 학교설명회 홍보자료로 눈길을 돌렸다. ●이 시대 학부모는 이중인격자? 수험생 집에는 전화도 안하는 게 예의라고 한다.어디 학원을 다니는가,얼마나 돈을 들이는가도 서로 묻지 않는 게 수험생 부모들 사이의 불문율이라고도 한다.물론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마음씨 좋은’ 엄마가 최고 인기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부분 “우리는 별로 안해.”라고 말하며 내숭을 떨게 마련이다.그래서 교육에 관한 한 부모들은 모두 ‘이중 인격자’라는 말이 있다.이중이 아니라 아예 ‘다중 인격자’라는 말도 한다.공교육을 믿지 못하는 학부모에게 섭섭한 교사도 자신의 아이 역시 사교육에 맡기고,입시관계자들도 역시 자녀들의 대학입시에 대해서는 비책을 찾아헤맨다.‘보통 사람’은 모두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간절하게 사교육 시장을 헤맨다. 경제력에 따라 사교육비는 크게 차이난다.월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아니 그 이상도 ‘투자’한단다.“이때 능력껏,능력 이상으로 뒷바라지하지 않는 것은 부모로서의 직무유기다.” “빚을 내서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하겠다.”는 말에 수험생 부모들은 대부분 공감한다.“부모 인생 따로 있고,아이 인생 따로 있는데….”라고 반대의견이라도 내놓는 이가 있다면 “아직 아이가 어리니 그렇지.어디 한번 입시 겪어봐.어떻게 남들하는 만큼은 안할 수 있나!”라고 단숨에 ‘고 3엄마’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까탈스러운 시부모도 뒷전 이명선(46·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둘째딸의 수능이 끝나자마자 오랜만에 시댁을 다녀왔다.수험생이 있는 집에서는 시댁 어른들도 ’뒷전’에 밀리게 마련이란다.“저희 시부모님께서는 아들에게 퍽 기대를 많이 하셔서 결혼한 이래 20년을 주말마다 시댁에서 지냈어요.그런데 딱 하나 아이들 입시때만은 제가 오직 아이에게만 신경쓰도록 해주세요.정말 감사하지요.” 늦둥이 입시 때문에 힘들게 지냈다는 윤성진(59·서울 성북구 길음동)씨는 “부모 노릇도 젊어야 한다.”며 막내에게 미안함을 표현했다.“공부를 자신의 머리로만 하는 시대가 아니래요.부모의 노력과 지원이 더해져야만 아이가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다는데….큰애들 때는 저도 치맛바람께나 날렸지만 벌써 그것도 10년 전이라 정보에서 뒤질 수밖에 없었으니 아이에게 미안했지요.” 오직 아이를 위해서만 ‘뛰는’ 엄마들 틈에서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아무래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엄마가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이에게 소홀했던 탓’이라거나,‘엄마가 틀어쥐고 학원정보,좋은 선생을 찾아서 쥐어줘도 따라가기 힘든 세상이다.’고 말한다.아이들도 고3이 되면 슬그머니 엄마탓을 한단다.그래서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수험생 뒷바라지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도 있다. 전희성(4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도 그 중 하나다.“진작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돌봤어야 한다는 후회가 가슴을 친다.큰애가 어릴 때는 무척 공부를 잘 했는데,중학교가 되면서 내가 직장일로 너무 바빠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컴퓨터게임에 빠졌고 결국 바라던 대학에 못갔다.둘째마저 그렇게 할 수는 없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1년간 아이 뒷바라지만 했다.그래도 아쉽다.입시준비는 중3부터는 시작해야 한다는데 우리는 고3이 돼서야 시작했으니….” 수험생 부모들은 모두 아쉬움에 젖어서 자신들의 ‘역부족’을 탓했다.거기에는 아이들의 삶이란 부모의 노력과 후원으로만 ‘완성’된다는 믿음이 굳건했다. ●부모의 자기 만족일 뿐 그렇다면 이런 교육열에 아이들은 감사할까.정하늘(대학 2년)양은 “엄마덕분에 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이 우리 엄마의 생각이다.그러나 나는 엄마가 비싼 과외비를 쓴 것이 과연 나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엄마의 허영이자,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열등의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야멸차게 말했다.“친구들도 그렇게 말했다.”며 부모들의 착각이자,자기만족이라고 말했다. 고학력 전업주부들이 에너지를 분출할 곳이 자녀교육밖에 없기 때문에 이렇게 교육에 매달린다는 것이다.솔직하게 경제적 부담도 크고,자신만은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리라던 소신과도 충돌해 갈등을 겪는다고 한다.그래서 교육을 여성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시인 김승희씨는 ‘여성 이야기’란 책에서 “자녀에게는 무능력자”가 되고마는 이 시대 중년여성들을 향해 “어머니의 치명적인 사랑에는 독성이 있다. 그 독성은 교육열과 과보호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 종중재산 분배 ‘딸들의 반란’ 대법서 첫 공개변론/“출가한 딸도 후손” “시댁서 권리 찾길”

    “출가한 딸들도 후손이다.” “사회적 관습을 뒤집지 말라.” 종중재산 분배를 둘러싼 ‘딸들의 반란’을 놓고 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열어 심리하기로 했다.이번 소송심리는 여성에게는 종중의 재산을 주지 않거나 적게 줘도 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것이다.호주제의 변화에 이은 가부장적 제도에 대한 또하나의 논란이다. 원고측은 여성을 종원(宗員)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가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변경을 요구한다. ●시대흐름 맞춰 종중개념 바꿔야 황덕남 변호사는 “가족내에서 딸을 차별하는 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됐는데 종중 문제만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 있다.”면서 “헌법상 보장된 남녀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종중 개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여성단체 관계자는 “종중의 역할이 묘소관리 등에서 친목도모로 바뀌고 있는 만큼 제사를 모시지 않는다고 종중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종친회 등은 “종중이란 부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관습조직”이라면서 “딸들에게 문중재산을 나눠줘 수백년 내려온 사회적 관례를 뒤집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종친회 한 관계자는 “문중을 위해 시집간 딸이 하는 일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권리는 시집에서 찾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불평등 재산분배에 잇따라 소송 종중이 임야 등을 매각한 뒤 아들·며느리·딸에게 불평등하게 나눠주자 ‘반란’이 시작됐다.특히 시집간 딸을 ‘출가외인’으로 봐 재산분배에서 차별하는 것은 남녀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청송 심씨 혜령종중,성주이씨 안변공파 등이 대표적. 대법원이 이번에 공개심리할 용인 이씨 사맹공파도 99년 3월 종중 소유 임야를 350억원에 매각한 뒤 돈을 아들·딸들에게 불평등하게 배분하면서 소송에 휘말렸다.성년 아들에겐 1억 5000만원,미성년 아들에겐 연령에 따라 1650만∼5500만원,출가하지 않은 딸에겐 3300만원,출가한 딸에겐 2200만원을 지급했다. 출가한 딸 이모(62)씨 등 5명은 2000년 종친회를 상대로 종회회원확인 소송을 냈다.그러나 1심,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 판례 ‘남성만 종원’ ‘종중’개념은 성문법에 없고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대법원은 지난 92년 “종중 구성원은 성인 남성”이라고 정의했다.종중의 전통적 역할이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 묘소를 관리하는 것이기에 성인 남성만을 종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였다. 종중 규약상 ‘남녀 후손’이라 해도 법적으론 ‘성인 남성’만이 해당하며,재산 분배에서 여성이 제외되는 것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최종영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으로 구성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음달 18일 오후 2시 공개변론을 열어 이 문제를 심리할 예정이다. 원·피고의 변호인은 물론 대법원이 정한 이덕승 안동대 교수,이진기 숙명여대 교수,이승관 전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이 참고인으로 나온다.법률심인 대법원이 변론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 사회적 관심이 주목된 사건에 대해 매년 수차례 공개변론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대법관들이 이번 소송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은주기자 ejung@
  • 포털 운영자들이 전하는 트렌드/ 여성 네티즌 최대관심 ‘돈과 사랑’

    온 라인 세상에서도 부익부빈익빈의 경제 논리는 계속될 것이란 말은 몇년 전만 해도 여성들을 우울하게 했다.정보홍수 시대에 많은 여성들이 외로운 섬이 될 것이라는 상상만으로도 그랬다.그러나 여성들은 인터넷에서 마음껏 유영(遊泳)하면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집에 홀로 남아 외로웠던 주부들,‘여자가 무슨…’이란 덫때문에 궁금증을 꼭꼭 숨겨뒀던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기 시작했다.여성들을 위한 포털사이트가 80여개나 되고 한창 성황을 이루고 있다.업무를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남성들보다 오히려 여성들의 사이트 이용이 더 활발한 시대가 됐다.여성포털사이트 운영자들과 함께 인터넷과 친해진 여성들의 트렌드를 읽어보는 자리를 가졌다.참석자는 박수진(32·여자와닷컴 콘텐츠팀장) 황상윤(30·아줌마닷컴 마케팅 랩 실장) 손영희(32·엠파스 포털사업본부 근무) 임선화(30·위민넷 운영팀 근무)씨 등 4명. -요즘 포털사이트에서 여성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박수진:단연 돈 버는 것이죠.경기 침체로 생활에 압박을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잘 쓰고 잘 사는 것,부동산 재테크 등이에요.남성들과 거의 차이가 없어요.30대 초반의 석사 출신 한 전업 주부는 ‘젊을 때 함께 벌자.’며 직업갖기를 권하는 남편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집에 있었죠.인터넷을 하면서 우연히 부동산 정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그게 ‘대박’을 터뜨렸대요.그 사람의 성공기같은 것에 여성들이 고무돼요. 황상윤:대부분의 주부들은 횡재를 바라는 것 같지는 않아요.‘어려운 때,가정 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을 갖고 있지요.저희 사이트에서 기업모니터 요원을 소개하고 있는데,모니터 요원의 기회를 갖게 된 뒤 5만원을 번 여성이 “결혼 후 처음으로 내가 돈을 벌었다.”고 감격해서 사이트에 자랑 글을 올리세요.자신감을 얻은 것이지요.그래서 이런 기회를 되도록 늘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임선화:여성들의 교육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지만 정작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하위에 속하지요.그러니 주부나 고학력 여성들이사이트에서 기회를 찾으려고 합니다.인터넷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가는 것은 고학력 여성들이 많은 탓인 것 같아요.경제적인 자립에 대한 열망,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몸짓 등 여성들의 움직임이 사이트에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지요. 황상윤:요즘엔 인터넷쇼핑몰을 여성들끼리 개설하는 것이 유행이에요.저희는 ‘아줌마비즈니스센터(ABC)’를 개설했는데,여기에서 고추장을 잘 담그시는 60대 여성이 20∼30대 여성들에게 고추장을 판매하기도 하고요,시댁 과수원에서 키운 배로 즙을 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쇼핑몰에서 파는 여성도 있어요.큰 돈이 되지는 않지만 뭔가 이런 일을 기획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업 주부인 여성들은 행복해하지요.또 믿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 이용한 회원들이 계속 이용합니다.최근에는 유기농이나 건강을 위한 상품 등 웰빙 상품들에 관심이 많으니까요.또 감각있는 여성들은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떼다가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등 소규모 쇼핑몰을 열기도 합니다.돈을 버는 것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정도이지요. 박:그 다음 관심은 역시 사랑과 성(性)이죠.게시물만도 1000여건씩 있으니까요.거의 모든 고민에 조언이 뒤따르는데 대개 20대 초반 여성들은 남자 친구와의 관계나 연애에 관심이 많죠.최근에는 남성들도 여성을 잘 이해하기 위해 여성사이트를 이용하는 추세예요.저는 저희 사이트에서도 글을 쓰고 스포츠 신문에도 사랑에 대한 궁금증을 연재하고 있는데,인터넷에서 성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담론화됐다고들 말하지만 제가 보기엔 여전히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아직도 ‘처녀막 신화’에 20대도 젖어 있긴 마찬가지고 특히 “내가 거절하면 ‘남친’이 싫어할까봐 거절하지 못하겠다.”고 고민하는 여성이 의외로 많아요.남자들은 여자들이 엄청나게 주의주장이 강해졌다고 알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오히려 여자들이 여전히 의존적인 것이 이 시대,남녀 부조화의 원인인 것 같아요. 황:그점에서는 주부들도 마찬가지예요.19세 이하는 못 들어가는 ‘행복한 부부의 성’코너가 있어요.선정적인 것이 아니라 의식주 등 우리 생활의 한 부분으로서의 성이야기인데요,리얼한 이야기에 리플도 많이 붙지요.그러나 정말 생각하는 것만큼 여성들이 달라졌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요.여전히 남성의존적이고,틀 속에 갇혀 있지요. -여성들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친근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손:흔히 ‘수다’로 비하돼 왔지만 여성 소비자들을 잡으려면 입소문마케팅이 최고이고,이것이 바로 21세기적 마케팅이라고 하지요.그런데 우물가나 담장너머 이웃들과 만날 수 없고,각기 문을 걸어 잠근 아파트에 있는 여성들은 자신이 사용해보고 좋은 물건을 스스로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통해 입소문을 내게 됐어요.그런점에서 인터넷과 여성은 굉장히 잘 맞는 것같아요. 임:21세기는 여성적인 생각,사고가 더 요긴할 것이라고들 말하지요.‘접대’ 등 남성적 기업문화,서로 합의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밀어붙이는 식,목표치 그래프 등이 발전을 이끌었다면 인터넷을 통한 매스 마케팅,이벤트와 프로모션 등 체험마케팅이 늘어나는 것은 모두 여성적인 것이지요.그래서 결혼과 동시에 집에 머무는 여성들에게 바깥으로 연결된 통로로서 인터넷이야말로 유용한 매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손:인터넷은 친구를 만들어줘요.외로운 주부들에게,친구가 필요한 여성들에게 인터넷이야말로 같은 관심을 가진 친구들을 단숨에 만들어주지요.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여성들이 인터넷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추세랍니다.젊은 주부들,육아란 공동관심사를 가진 엄마들,또한 직장을 갖고 바쁘게 일하는 여성들 역시 시간이 늘 부족하다 보니 인터넷과 빨리 친해집니다.쇼핑몰도 그들이 빨리 이용했고요.대부분 뉴스,게임이나 주식 등에 관심이 많고,원하는 정보가 없으면 재빨리 들렀다 나가버리는 남성들과 달리 깊숙이 들어와 꼼꼼하게 체크하고 게시판에 글도 남기는 여성들이 인터넷의 주인이 된 것 같아요. 황:50∼60대 여성들의 커뮤니티에는 손주들 자랑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요.손주 사진 올리기 위해 컴퓨터에 대해 더 관심도 갖게 되고,또 메신저를 통해 대화도 하지요.늘 활달한 미국회원 한 분이 속마음을 털어놨어요.“남편이 암인데 한국에는 각종 비법이 많다는데 좀 도와달라.”고 요청한 겁니다.그랬더니 곳곳에서 암에 대한 정보는 물론 좋은 재료를 보내겠다는 회원들의 사연도 물밀듯 쏟아졌지요.여성들이 인터넷을 정이 흐르는 휴먼 공간으로 만들고 있어요. 손: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도구에 지나지 않지만,전업 주부들에게는 ‘일’이지요.아침에 집안일이 끝나면 여성들도 인터넷에 들어가는 것을 ‘출근’이라고 합니다.남편에게 의존했던 여성들이 뜻을 공유하는 친구들을 사귀면서 “내가 그동안 남편을 너무 괴롭혔다.”라고 말할 정도로 ‘나의 세계’를 갖게되면서 여성들이 성장한다고 할까요. -그렇다면 부정적인 면도 이야기할까요. 황:우리 사이트에서 인기코너 중 하나는 가슴아프게도 ‘나 너무 속상해’예요.속상한 일,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남편의 외도와 부정에 대해서 여성들이 털어놓지요.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아줌마사이트의 그많은 걱정거리 때문에 괜히 남자 친구에게도 “남자들은…”,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지레 못을 박고 그러죠. 손:외도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예요.결혼 2년밖에 안된 신혼의 남편이 바람이 나고,능력있는 여성들 중에서는 남편에게는 이야기 못하지만 마음을 털어놓는 또 다른 연인을 갖는 것에 대해서 죄의식도 없어요.서로 모른 체하면서 사는 부부도 적잖은 것 같아 인터넷이 빠른 속도로 결혼의 의미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닐까,염려될 때도 있어요. 박: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성적인 이야기를 쉽게하는 것은 사실이죠.그러나 저는 그 전에 없었던 것이 갑자기 인터넷으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라 숨겼던 것을 이제 인터넷에 드러냈다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더욱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정보들이 널려 있는 인터넷에 대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접근한다고 해도 결국 여성들의 의식을 인터넷이 깨울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흔히 성지식이 없이 ‘남자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여성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얼핏 생각하면 나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성이 의존성을 벗어난다는 것을 결코 나쁘기만한 일이 아니거든요. -‘지금 우리 사이트에서는…’이라는 제목 아래 공지하고 있는 것을 얘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황:저희 사이트는 1인 미디어 블로그를 지난달에 오픈했어요.여성들이 자신의 할 말을 하는 것인데,홈페이지와 달리 단순하지요.한 달 만에 1000개의 블로그가 생성됐는데 하루 평균 20만회 이상의 접속통계가 나와 있어요.전문가급 아줌마는 물론 자녀교육에 대한 직접 경험을 털어놓는 보통 아줌마를 통해 표현의 욕구,발언의 욕구를 이해하게 됩니다.물론 아줌마라고 무시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도 되지요.소비자모니터센터(cmc.azoomma.com)에서는 면사랑맛체험단 1기모집 이벤트를 실시하는 중인데 마케팅 주부사원 100명을 채용합니다. 임:공익포털사이트인 저희 위민넷에는 각종 사이트의 유료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대용량 웹메일과 웹폴더,홈페이지 구축 서비스는 물론 유아와 초등학교 교육프로그램,창업관련프로그램인 창업적성검사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연말까지 취업관련 서비스,금융자산 관리를 위한 ‘머니 다이어리’ 서비스 프로그램도 구축할 예정이며,위민넷(Women-net.net)에서 활동할 국내 기자 25명,해외 기자 20명을 모집중입니다.많은 참여바랍니다. 사회·정리 허남주기자 hhj@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하여 / (上)부부 애정계좌 확인하라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 했던가. 이혼율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혼은 더 이상 뒤에서 쑤군거릴 특별한 일이 아니다.그렇다면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잘 맞지 않으면 이혼하고 ‘새 생활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도 좋을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해야 할 이유는 많지만 ‘이기적으로’ 나 자신만을 위해서 생각해보자. 미국의 임상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병에 걸릴 확률이 35%나 높고 수명도 4년 단축된다.반면 행복한 결혼은 면역시스템의 능력을 높여줘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는 부부의 백혈구는 외부로부터 공격받았을 때 잘 증식하고,암 세포 등을 파괴하는 건강한 ‘킬러 세포’도 많이 갖고 있다.즉 스포츠 클럽에서 1∼2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그중 20분만 결혼 생활에 쏟아붓는다면 운동보다 3배 이상의 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결혼생활은 갈등의 연속이다.누군가는 말하지 않았던가.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한 세트의 갈등을 선택하는 것이라고.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상·하로 나눠 결혼에서의 행복비법을 찾아본다. 흔히 결혼은 99%의 화학작용과 1%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분명 ‘그에겐 확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거나 ‘서글서글한 성격’,‘마치 아이같이 맑은 눈빛’‘편안한 남자’라는 둥 이유가 있다.‘그냥 좋았다.’는 비논리도 사랑에서만은 통한다.더욱이 어떤 부인은 ‘향긋한 땀냄새가 좋다.’며 남편의 샤워를 말릴 정도로 체취에 호감을 느끼기도 하고,남들이 비난하는 이상한 성격마저 ‘멋지다.’고 생각해서 결혼에 이른다. 이런 현상은 본능적인 ‘번식 명령’에 따라 짝을 찾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마음을 뒤흔들었던 사람이 그렇게 미워질까. ●‘깡통계좌' 되면 이혼? 정신과전문의 김준기(결혼지능연구소 부소장) 박사는 부부간의 갈등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일방이 참기만 하면 유지되던 지난날의 결혼은 없어졌으며,복잡한 사회에서 부부간이 함께 나눌 시간은 부족하지만 오히려 상대방이 이해하고 받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불행을 부른다.더욱이 수명이길어져서 서로 뭔지 모르면서 싸우다 50대가 되면 더욱 틈새가 벌어지게 마련이다.”고 말하며 “행복하게 살려면 애정계좌를 늘 확인하고,잔고가 부족하면 새롭게 채워넣는 1%의 노력,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노력만 있으면 된다.”고 충고한다.이미 우리는 99%의 화학작용으로 만난 짝이기 때문이다. 흔히 부부 사이를 원만하게 만드는 비결을 촛불이 켜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해변에서 부부가 함께 휴가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비결은 ‘일상의 평범한 일을 상대방과 진지하게 마주보는 것’이다.사실 사이 좋은 부부라면 촛불켜진 식탁이 무드를 더하겠지만,사이 나쁜 부부가 촛불을 켜고 마주 앉으면 “왜 이리 어두컴컴해.”라고 불평이나 쏟아놓게 되기 때문이다.어른거리는 촛불에 상대의 얼굴이 ‘유령처럼’보인다는 사람들도 있다.즉 평소 서로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쌓아두지 않으면 어떤 좋은 환경이나,고급 선물도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이렇게 쌓인 긍정적인 감정을 ‘애정계좌’라 말한다.서로 신뢰가 쌓인 부부 즉 애정계좌가 두둑한 부부라면 어쩌다 큰 문제가 생겨도 애정계좌는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쿠션역할을 한다.잔고가 많기 때문에 나쁜 감정(마이너스 감정)으로 적잖이 애정이 없어져도 아직 애정잔고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반면 애정잔고가 거의 없는 부부에게는 작은 문제 하나만 생겨도 ‘깡통계좌’가 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이혼’은 당연하게 따라붙는다. ●애정계좌 어떻게 채울까 애정계좌의 잔고는 ‘돈’이 아닌 ‘애정’이다.그렇다면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은 어떻게 생길까.낭만적인 저녁식사나 휴가보다는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화’,그것이 바로 잔고를 늘린다. 대화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만 하면 싸우게 되는데 무슨 말을 해?”라고 고개를 흔든다.“차라리 우리집 강아지랑 이야기하는 게 나아.꼬리라도 흔들어주면 얼마나 위로가 되는데….”라고 말하는 부인도 있다. 미국 부부 심리의 권위자 존 M 고트맨 박사는 부부가 단 3분간 대화를 나누는 모습만으로도 부부의 앞날을 알 수있다 한다.부부 상담을 통해 지금 행복한 부부라도 언젠가는 헤어지겠다고 예견하거나,때로는 별로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는 상황임에도 이혼하지 않을 것임을 96%의 정확도로 알아맞힌다는 고트맨 박사는 저서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에서 “행복한 부부는 10분간 눈빛이나 표정 등 정서적으로 다가가는 반응을 100번 이상 보인다.”고 말한다.결혼은 긍정적인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함께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은 차츰 부정적인 감정을 높이게 마련이다. 행복한 부부가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의 비율이 5:1이라면,이혼을 앞둔 부부는 1:1.25정도라고 한다.긍정적인 감정이란 애정과 친밀감,우정,성적인 이끌림,이해와 인정,관심 등이라면 부정적인 감정은 미움과 서운함,불평불만,화,무시,비난,경멸,모욕 등의 감정이다. ●다가가기·외면하기·시비걸기 김영진(38·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씨는 남편과 대화를 하지 않은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친정 형제들이랑 문제가 좀 있었어요.그래서 이야기를 했더니 나를 위로하기는 커녕 마치 자신이 재판장인양 내 잘못을 조목조목 따지는 바람에 나는 상처받았어요.결혼초부터 시댁이야기라면 어떤 것도 듣지 않으려는 통에 내심 분노가 쌓였었는데 그 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그런 남편이 참 야속했거든요.아이들과의 문제나 동네 일이나 친구들 사이의 문제에서도 남편은 단 한번도 내 편이 되어준 적이 없어요.” 부부간의 대화는 세 가지 유형이다.다가가기,외면하기,시비걸기. 예를 들면,명절 전 아내가 “명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할 때 세 유형은 극명하게 차이나는 반응을 한다.다가가기를 잘 하는 남편은 “명절날이 더 힘드니 어떻게 하지? 내가 조용조용 운전 할테니 고향가는 차안에서만이라도 좀 쉬어.”라고 말하지만 외면하는 남편은 “당신,아버님 용돈 챙겨.”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시비걸기를 하는 남편은 “일년에 한번밖에 없는 명절인데 그것도 못해? 당신만 명절에 일하는 거야? 다른 여자들도 다 해!”라고 윽박지른다. 다가가기에는 “나는 당신에게 관심있다.”“이해한다.”“돕고싶다.”“당신을 믿는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반면 외면하기는 상대방의 감정적인 연결시도에 반응을 안보이고 얼른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이는 가장 빨리 이혼에 이르는 반응이다.대개 남편들의 경우 무심해서 이런 반응을 보이지만 아내는 이때 마음이 상하고,상처를 받는다. 시비걸기는 감정적인 연결을 갖고자 하는 상대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호전적이고 논쟁적이며 때로는 비꼬고 비웃는 반응을 보인다.대개 상대방에게 화가 나 있거나 상대방을 이기려 할 때 이런 반응을 보인다.많은 부부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전형적인 대화법은 시비걸기다. 남편:야 저기 지나가는 차 멋지다.내년에는 꼭 사자. 아내:당신 월급을 생각해서 꿈 깨셔. 긍정적인 대화와 관심으로 애정계좌를 두둑하게 해놓는 1%의 노력이 없다면 99%의 화학작용은 형체도 없이 소멸하고 마는 것,그것이 사랑과 결혼의 불가해성이라고 한다. 허남주 기자 hhj@ 다가서는 부부인가 테스트 해 보세요 평소 외면하거나 시비거는 부부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과연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는 부부인가 한번 테스트 해보자. 나는 아내(혹은 남편)에게 정서적으로 잘 다가가는 스타일인가?(‘예’는 1점,‘아니오’는 0점) 1.나는 아내(남편)의 기분이 어떤지를 알려고 애쓴다. 2.나는 종종 우리 관계가 어떤지에 대해서 아내에게 물어본다. 3.나는 아내의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대체로 즐겁다. 4.나는 아내의 말에 귀기울인다. 5.아내를 위해 그 자리에 함께하는 것이 내게는 중요하다. 6.내 아내가 내 시간과 관심을 필요로 할 때 나는 대부분 그에 반응해준다. 7.나는 아내가 혼란스러워하는 일이 있을 때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눈다. 8.아내가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때 나는 대개 격려해준다. 9.아내가 힘들어할 때 나는 그것을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 10.아내가 이야기하기를 원하면 나는 바쁜 일이 있어도 대개는 응할 수 있다. *풀이:6점 이상이면 다가가기를 제대로 하는 것이며 5점 이하라면 아내(혹은 남편)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 오늘의 결혼문화 / (하)행복한 결혼준비

    경제력과 상관없이 딸을 결혼시킬 때는 무리하게 마련이어서 딸을 결혼시킨 집은 문을 열어놓고 살아도 도둑이 들지 않는다고 했던가.‘기둥뿌리를 뽑아간’ 뒤 친정에 남겨진 혼수 빚을 메워 나가느라 고민하는 여성들도 적잖다.결혼식을 앞두면 신랑·신부는 물론 어른들도 주위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남들은 어떻게 하나?”“흉잡히지 않으려면….”그러나 이런 생각이 결국 과소비를 부르게 된다.그러나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돈으로 ‘구매’한 결혼이 절대로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했다.”는 몇 가정의 행복비결을 공개한다. “다 잘해서 보내고 싶지요.그런데 마음껏 못해 보내는 부모 마음을 안다면 어떻게 ‘잘했네,못했네’타박할 수 있을까요?기성 세대의 이기적인 마음이 젊은 세대의 결혼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차춘자(63·서울 도봉구 쌍문동)씨는 10월11일 아들의 결혼식이 결정된 후 주위 사람들로부터 “뭘 할거냐?”“뭘 받았느냐?”“뭘 해왔냐?”는 질문을 듣는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사람이 아닌 물질에 초점이 맞춰지는 결혼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서로 덕담은 주고받아도 그렇게 오가는 물질을 입에 올리는 것은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그러면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괴롭겠습니까.” ●겉치레 싫어하는 시어머니 “특별한 분” 그래서 예비 며느리 한윤경(28·소화아동병원 뇌파검사실)씨는 시어머니를 ‘특별한 분’이라고 주저없이 소개했다.“대부분 시어머니들이 ‘괜찮다.’‘필요없다.’고 사양하는 말씀은 하지만 정작 안하면 섭섭해 하신대요.하지만 저희 시어머니는 한번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겉치레로 뭘 했다가는 야단치실 걸요.친구들이 ‘너 그러다 나중에 큰일 당할 것’이라고 걱정할 정도예요.”친구들은 시댁에 인사갈 때에는 10만원을 훨씬 넘는 백화점 과일바구니가 제격이라고들 말하지만,자신은 “2만∼3만원 정도의 과일이나 과자 등 소박한 선물이라야 오히려 더 좋아하신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결혼준비를 하면서 대부분 싸울 뿐만 아니라 때로는 헤어질 위기에도 처한다면서“저는 결혼준비하면서 단 한번도 예비신랑과 싸운 적도 없고 여느 친구들과 달리 살이 빠지지도 않았어요.대부분 결혼식을 앞두고 너무 신경쓸 일이 많아 신부들은 한결같이 살이 마르기 때문에 드레스 치수를 작게 하거든요.하지만 저만은 예외랍니다.”라고 말하며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다음 주말에 사돈댁으로 보낼 함준비에 바쁜 차씨는 ‘사랑과 정성·축복이 듬뿍 든 함’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구색맞추는 일에 신경쓰지 않으니 그리 바쁠 일도 없다는 이 예비 고부는 지난 토요일(27일) 오후,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결혼 5년차 성진영(32·서울 마포구 연남동)씨는 주위에서 “결혼 잘했다.”는 덕담을 늘 듣는다.결혼할 때,시어머니가 보낸 함에서 나온 편지 덕분이다.“함이 오던 날,저희 친정에 친지들이 모두 모였어요.함을 딱 열었는데 그 속에 시어머니가 붓글씨로 쓰신 편지가 한 장 들어있었어요.저를 며느리로 맞아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는 말씀을 쓴 글을 보고 저희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감동받았어요.모두 정성을다해 결혼한다지만 정작 이런 인생의 가르침이 될 말을 해주는 어른은 별로 없거든요.” 성씨는 ‘결혼생활이 처음처럼 행복한 것만은 아니고,때때로 어려움도 있고 참아야 할 일도 있겠지만 현명하게 잘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잘 부탁한다.’는 그 편지만 생각하면 웬만한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단다.“물론 시어머니가 정성을 다해서 함을 보내셨어요.그러나 어떤 귀한 패물보다,비싼 옷보다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좋은 선물이었어요.저희 집에 보낼 함을 위해 붓글씨를 배우셨다는 정성도 대단하시고요.그래서 저희 부부는 시댁이나 친정에 서로 잘 하려고 경쟁할 만큼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결혼 9년째인 길정은(35·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씨는 결혼을 앞두고 닥친 친정의 어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결혼해야만 했다. ●함 속에 붓글씨로 쓴 편지 담아보내 그때 시어머니가 보여주신 마음에 지금도 감사한다.“다들 ‘그렇게 시집갔다가는 제대로 못산다.’고들 말했어요.가구까지도 모두 시어머니께서 마련해 주셔야만 했으니까요.솔직히 저나 친정 엄마는 걱정했어요.하지만 시어머니는 ‘형편 나은 편에서 더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친정에서 못해온다고 소홀함을 전혀 보이지 않으셨죠.아무것도 안해와도 저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오히려 화려한 예단에 지참금까지 갖고 갔던 아이들 중에는 이혼한 친구도 있는데….”물질이 절대로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길씨는 “오순도순 잘 사는 게 진짜 선물이고 효도”라는 시어른들의 말씀을 지키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그리고 “혹시 시어머니가 싫은 말씀을 하셔도 그것을 ‘내가 결혼할 때 제대로 안해왔다고 저렇게 야단친다.’고 괜한 자격지심은 갖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색만 갖출 뿐인 예단 대신 시어머니께 김치냉장고를 선물했다는 강혜경(27·서울 성동구 광장동)씨,시누이와 의논해 정말 시어머니가 갖고 싶어하는 응접소파를 바꿔드렸다는 윤영란(29·경기 고양시 일산구)씨 등 허례허식에서 벗어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예단 대신 꼭 필요한 제품 선물도 11월13일 아들 결혼 날짜를잡았다는 정유정(56·서울 강남구 잠원동)씨는 주위의 결혼식을 보면서 결심했다.“성의껏 최선을 다해서 결혼준비를 할 것이고,사돈댁에서 보내는 선물은 작아도 반갑게,많으면 고맙게 받는다는 생각입니다.아들이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양가 부모님의 욕심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어요.단순한 커플링만 주고받아도 행복한 젊은이들을 부모가 힘들게 해서는 안되잖아요?”정씨는 주관없이 ‘남들 하듯,남들만큼’이란 기성세대의 생각이 바뀌면 결혼문화가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주 기자 hhj@ ■인성교육원 원장 권명득씨 “함을 싸면서 지갑 속에 100만원짜리 수표를 넣는다거나 지나치게 많은 양의 함을 보내는 것 등은 자신을 과시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사돈댁에 ‘나 이만큼 했다.’거나 ‘이렇게 잘 산다.’는 식의 과시는 오히려 흉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통혼례강좌 강사 권명득(63)한국인성교육원장은 혼례강좌를 할 때마다 이렇게 강조한다. 교사 출신의 그가‘예지원’을 비롯,문화센터에서 혼례강좌를 하게 된 것은 전통적 결혼의식을 간소화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25년이 지난 요즘은 오히려 전통적인 정신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간소화하는 과정에서 결혼에 대한 정신이 모두 빠져버린 겁니다.게다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예단과 혼수 등의 허례허식은 더해지고 있어요.전통적인 결혼의 의미와 복잡하다고 할 만큼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 어른들은 물론 젊은 세대들도 결혼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주자사례(周子四禮)의 혼인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인 의혼(議婚),날짜를 정하는 납채(納采),예물을 보내는 납폐(納幣),혼례식을 올리는 친영(親迎) 등의 복잡한 절차와 의미를 반드시 가르친다.함 싸는 법을 가르치면서 오곡주머니 청홍채단,혼서와 쌍가락지 등을 어디에 어떻게 놓고,어떻게 쌍가락지를 매달아서 풀리지 않게 하라는 설명이 복잡하다.“옛날에는 엄격하게 심사를 거쳐 함진아비를 선정했어요.‘함사려’하고 소문을 내면서 혼례를 공지하고,또 혼례의 증인이 되는 겁니다.” 다소 복잡한 결혼절차를 통해 쉽게 만나고,쉽게 헤어지는 세태를 바꿔나갈 것을 기대하는 그의 강의에는 결혼을 앞둔 자녀를 둔 ‘주부 학생’들이 혼례의 의미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허남주기자 ■결혼정보업체 웨딩매니저 천정아씨 ‘결혼 준비가 즐겁지 않으면 결혼생활도 행복하지 않다.’고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천정아(29) 웨딩매니저는 말했다.웨딩매니저란 결혼식과 관련된 일을 총체적으로 도와주는 직업인이다.드레스를 비롯해 폐백음식과 촬영,허니문여행까지 신랑·신부와 업체를 연결해줄 뿐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다른 두 가정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행복을 주는 일을 평생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결혼 후 직업을 바꿨다는 천씨는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 동안 100커플의 결혼을 도왔다.남들을 행복하게 하는 직업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그는 결혼준비과정 중 힘들어하고,때로는 결혼을 포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행복한 준비과정’을 강조했다.“결혼준비가 즐거운 일이 돼야합니다.이 순간부터가 바로 결혼생활의 시작이니까요.” 요즘엔 예식장 예약을 위해 6개월 전부터 결혼준비가 시작돼야 하고,최근 들어 이벤트성 결혼식 등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 준비기간이 길어진다고 한다.더불어 문제가 생길 이유도 더 늘어났다.천씨는 “시어머니와 서로 대화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어렵게 생각해서 작은 일을 괜히 오해를 뒤섞어 키우기보다는 직접 물어보고 뜻에 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그리고 또 한가지는 신랑의 역할론이다.“신랑이 제 역할을 해주면 편안한 결혼식이 됩니다.서로 자존심 싸움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양가 어른들에게 ‘휘둘리기’시작하면 끝도 없어요.신랑·신부가 결혼준비부터 주체가 돼야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돼야 흉잡히지 않겠죠?’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무리하지 않는 게 정답이다.”라고 답한다는 천씨는 서로가 지나친 기대를 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허남주기자
  • 오늘의 결혼문화 (상)혼수·예단의 갈등

    미혼 남녀 한 쌍이 가정을 꾸리는데 필요한 결혼비용이 평균 9000만원이라 한다.이 엄청난 액수에 대해 “평균일 뿐,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9000만원 중 약 6000만원은 주택자금이고,혼수에 무려 결혼비용의 20%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주택자금은 물론 혼수까지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는 미혼 남녀는 결혼준비 중 적잖은 갈등을 겪는데,갈등은 ‘예물과 예단’에서 시작된다.사랑해서 결혼한다지만,결혼날짜가 잡히면 ‘갈등’이 사랑의 기쁨을 환치한다.그래서 결혼준비중 헤어지는 커플도 드물지 않다.‘돈으로 사랑을 완성한다.’는 오늘의 결혼문화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1.14일,강남의 최고급 한복가게 딸의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나왔다는 김선혜(56·서울 광진구 구의동)씨는 “막상 딸을 결혼시키려니 사돈댁에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싶다.딸이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다.”고 말했다.김 씨는 “뭣 때문에 내가 이렇게 비싼 것을 해가느냐?”고 화를 내는 딸 정선우(28)씨를 “결혼생활 해본 엄마말을 들으라.”고 설득한 끝에 무려 1000만원을 지출했다.‘요즘엔 시아버지 한복은 잘 안하는 편이 아니냐?’고 물으니 “그래도 드리면 좋아하실 거다.”고 김씨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2.19일,남산의 H호텔 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의 살롱 쇼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결혼시즌을 앞두고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만큼 여느 외국의 살롱쇼처럼 객석의 면면들이 화려했다. 마침 기존의 웨딩드레스에선 좀체 볼 수 없는 모피를 곁들인 웨딩드레스가 선을 보이자 나란히 앉은 어머니와 딸들의 눈빛이 반짝였다.눈에 띄는 손님은 20대 청년들,나란히 앉아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다.쇼가 끝난 후,한 청년에게 물으니 “12월 결혼을 앞두고 내 신부가 입으면 좋을 드레스를 고르러 왔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에게서는 ‘한번 뿐인’ 결혼에 비용을 아낄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같아 보였다. ●‘돈’으로 사랑을 완성한다? 한 예비신부는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는 말을 “사랑이 아니라 돈이 있어야 결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속물이 곧어른”이라는 말로 들린다고 했다. 결혼이 낭만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란 각성은 엉뚱하게도 ‘돈이 행복을 보장한다.’는 왜곡된 결혼관으로 연결되는 추세다.결혼을 앞둔 여성,딸을 둔 50∼60대 여성들은 한결같이 ‘이런 잘못된 결혼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그러나 문제에 대한 인식과 달리 이들에게는 ‘통념’을 깰 용기가 부족하단다.“남들이 하는만큼은 해야죠.능력있다면 더 하는 것이고…” 10월에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미란(28)씨는 고민이 많다.“이렇게 어려운 일인줄 몰랐어요.마치 제가 돈으로 팔고사는 상품같아요.아니면 무슨 결함이 있어서 이를 감추려고 돈을 들이는 것도 같고.우리는 예단비를 1000만원이나 보냈는데 시댁에서는 딱 200만원만 보내니 저희 어머니는 섭섭해 하시고,주위에서도 모두들 ‘그런 법은 없다.’고들 난리에요.” 그러나 박 씨는 자신이 유별난 케이스는 아니라고 말했다.혼수준비를 하면서 대부분 갈등을 겪고,파혼 위기까지 가기도 하고,또 결혼 이후에도 적잖은 앙금이 남는 것을 봤단다. 시댁의 과다한 혼수요구를 다 맞출 수 없어서 고민끝에 결국 파혼했다는 정여진(29)씨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아직도 아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아들이 신부집에서 많이 받으면 자기 집안의 자산이 늘어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에요.무식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겉으론 교양있는 대부분의 중산층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이들 젊은 여성들을 괴롭히는 것은 늘 문제가 된 호화혼수 뿐 아니라 최근 ‘결혼시장’에서 상식화된 ‘예단비’때문이다. 대개 결혼에 앞서 신부는 시댁어른들에게 혼수를 장만해 보내게 마련이다.은수저와 고급 반상기,침구세트는 기본이라는데 최근 여기에 예단비가 포함됐다.액수는 보통 500만원에서 1000만원선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 부유층은 1억원도 넘게 쓴다는 말도 오간다. 옛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께 신부가 직접 지은 옷을 한벌씩 보내며 ‘인사’하던 풍습이 산업화 과정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도록 현금화한 것은 당연한 일.그러나 오늘날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여자쪽에서 돈을 보내면 그 반정도를 돌려주는 ‘이상한’ 신풍속이다. 예단비 액수 책정도 만만찮은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달라 이 과정에 대부분 갈등을 겪는다는 것이다.정작 정신은 사라지고,물질만 남아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갈등은 결코 의사나 판·검사 사위를 맞기 위한 졸부들에게서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결혼이 있는 곳은 어디든 혼수와 예단비라 불리는 ‘돈’으로 인한 갈등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예단비는 ‘필요악’인가 결혼이야기를 꺼내면 ‘700만원을 보냈는데 단 300만원밖에 못 받았다.’,‘1000만원을 보냈는데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2500만원 중 불과 500만원만 돌아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7000만원의 예단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도대체 어디에 쓰라는 거냐?”고 물었다는 시어머니 이야기도 있고,“맏동서가 워낙 잘해서 니가 웬만큼 하지 않으면 시집와서 힘들 것이다.’고 말한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에피소드도 있다.게다가 “차라리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시는 시어머니가 고마웠다.”고 이야기하는 여성들도 있다. 돈만 있으면,예단비만 많이 보내면 행복이 확실하게 보장될까. 이정기(59·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씨는 아들 부부가 모두 의사로 연애결혼을 했다.그런데 결혼후 한참이나 마음이 찜찜했다.“부모들끼리 만나서 받지도 말고,주지도 말자고 약속했어요.우리는 똑같은 의사니까.그래놓고선 사돈이 1000만원을 넣어서 보낸 겁니다.그런데 돈이란게 참 이상한 것이더군요.아마 핸드백 선물을 받았다면 달랐겠지만 현금봉투를 받고 보니 영 기분이 언짢아요.그러려면 제대로 격식차려서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고….돈이 많고 적고가 아니라 돈을 주고 받는다는 것 자체가 감정을 상하게하는데 왜들 그런 일을 하는 지 모르겠어요.” 금전이 오가는 결혼,주는 쪽도 받는 쪽도 기분이 찜찜한 것은 마찬가지라고들 말한다.“다들 그렇게 한다.”는 ‘상식’을 뛰어넘어 결정하니 행복한 결혼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작년 2월에 결혼한 이호선(31)씨는 ‘왔다갔다 하는’번거로운 예단비를 없앴는데 주변으로부터 “시집살이 꽤나 할거다.”라는 걱정을 들어야만 했다.“저희 시부모님께서는 아예 돈을 보내지말 것을 다짐하셨어요.그래서 선물로 성의를 표했는데,정작 다른 사람들이 ‘두고봐라.후회할 일이 있을 것이다.’고 겁을 줬어요.그래서 돈을 보내야 할 것은 아닌가 흔들리기도 했지만,지금 생각해도 안보낸 것은 잘한 일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선 한짝이라도 정성이면 된다.”고 아름다운 말로 결혼준비를 시작한다.그러나 정작 ‘버선 한짝’에는 섭섭해하는 이중성에 시달린다. 이는 혼수와 예단 등 조건이 사람을 앞서는 중매결혼이 아닌 연애결혼에서도 똑같이 작용한다. 김진숙(54)씨는 “연애결혼해도 갈등은 마찬가지”라고 각박해져가는 세태에 혀를 내둘렀다.“10여년 전만 해도 ‘연애하면 괜한 허례허식을 안 찾는다.’고들 말했는데 이젠 그것도 아닌 것 같다.남자들이 변했다.부모욕심이라고만 말할 수만도 없다.혼자 벌어서는 집장만이 쉽지 않은 현실도 문제지만 청년들이 독립적이지 않고,처가가 좀 있는 집안이길 원하는가 하면 처가에 바라는 것도 노골적이다.”며 딸애 결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예전의 인기는 누리지 못한다지만 아직도 ‘사’자 붙은 신랑감들 사이에는 누군가가 받은 특별한 대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사실이다.김영진(31)씨는 약혼자에게 예단비를 2000만원 하겠다고 말했다가 “겨우 2000만원 밖에 안해?”라는 대꾸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신랑감은 대학 친구인데,그가 공인회계사가 됐다고 내게 뭔가를 바라지는 않을줄 알았다.주위에서 많이 받는 것을 봐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라지만 기분은 묘하다.”고 말했다. ●정신적 혼수가 더 중요해 그나마 불행중 다행은 혼수나 예단비와 행복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혼수가 화려할수록,예단비가 많을수록 생색내고 싶고,적게 보낼 수밖에 없을 때에는 괜히 주눅들게 마련이지만 사랑하는 남녀에게까지 시장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혼수와 예단비가 무려 2억원이나 됐지만 결혼 3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는 김수지(가명·33)씨는 “무리해서라도 행복을 ‘사려고’ 한 내가 바보였다는 생각이 든다.그러나 결혼할 때에는 남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 흔들렸다.더 많이 보낼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혼수의 속성을 결혼전에만 알았더라도 현명하게 대처했을 것이고,그 결혼의 늪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때늦은 후회를 했다. 듀오의 커플매니저 송민정씨는 “결혼을 앞둔 사람들이 대부분 나보다 학력도 외모도 경제력도 나은 사람들을 원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같다.”라고 말하며 “조건을 지나치게 따지는 사람일수록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조언했다. 혼례절차를 가르치는 신세계문화센터 강사 권명득씨는 “물질이 절대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오히려 예단비가 많을수록 갈등도 많고,혼인의 실패도 많을 수밖에 없다.그래서 60%는 정신적인 혼수를 하고,40%정도를 물질로 인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가르친다.”며 이 시대의 결혼풍속이 달라지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남주 기자 hhj@
  • 철도원 부부 ‘추석 잊은 18년’

    충남 논산 강경역의 역무팀장 박정애(42·여)씨 부부에게 추석은 없다. 선물 꾸러미를 든 귀성 인파로 붐비는 추석 때가 되면 박씨 부부를 기다리는 것은 24시간 비상근무다.남편 성한교(41)씨도 철도청 e비즈팀장을 맡고 있어 이들은 ‘철도 부부’다. 추석날이 되면 남들은 흩어져 사는 가족 친지들이 모여 못다 한 정담을 나누지만 박씨 부부는 도리어 이산가족 신세가 된다.대전 문화동에 집이 있는 박씨 부부는 올해도 어김없이 10일부터 추석연휴 5일 동안 비상근무에 들어간다.남편은 철도청 배차실,박씨는 강경역 역무원으로 흩어진다.처음에는 아이들의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도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어느새 고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으로 자란 아이들은 박씨 부부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홀로 사시다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님한테는 불효막심한 자식이지요.” 부부가 가장 죄송스러운 것은 명절인데도 시댁과 친정 어른들을 찾아뵙지 못한 것이다.박씨는 79년 부산역 매표원을 시작으로 역무원이 된 뒤추석을 쇤 적이 없다.특히 18년 전 결혼한 후로는 친정인 부산은 물론이고 충남 서산의 시댁에도 찾아가지 못했다.물론 명절 준비로 바쁜 가족,친지들의 일손을 거들어주지도 못했다.추석 전날 잠시 짬을 내 아이들만 시댁에 데려다 준다.남편 송씨는 아내 박씨가 미안해할 때면 “편안한 귀성을 위해서는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위로해 준다. 귀성객들이 들뜬 마음으로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부부가 하는 일은 기차역이나 사무실에서 기차 운행 상황을 살피며 승객들이 무사히 고향으로 가도록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다.사고없이 명절 승객운송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부부는 위안을 삼는다. 박씨는 79년 부산 동주여상을 나와 친척의 권유로 철도원 10급 공채에 합격,여성 철도원의 길로 들어섰다.지난 83년 어느날 가야역에서 철도 수송원으로 근무하던 남편을 만났다.1년여 동안 역 주변에서 만나며 연애를 한 끝에 부부가 됐다.81년 철도고교를 졸업한 남편 성씨는 그동안 역무원수송원,여객전무,운전사령,철도청 배차주임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박씨 부부는 2년 전부터 마라톤에 뛰어들었다.2001년 10월 춘천마라톤대회(하프)에 출전한 이후 지금까지 매년 4∼5회 완주를 하고 있다. “어렸을 때 추석은 지금보다 훨씬 정겨웠습니다.보따리를 싸들고 친척집을 돌아다니며 떡과 고기들을 맛있게 먹었지요.요즘에는 그런 정겨움이 자꾸 사라져 아쉽습니다.” 후루하타 야스오가 만든 영화 ‘철도원’을 보고 감동했다는 박씨 부부는 올 추석에도 고향은 마음 속으로 그리워만하며 플랫폼에서 승객들을 맞고 있다. 김문기자 km@
  • 명절모습 바꾸는 사람들 / “차례 꼭 큰집에서 지내야 하나요”

    명절증후군이란 ‘특별하고,유별난’ 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명절을 앞두고 감기와 몸살이 겹치기도 하고,두통에 우울해지기도 한다.명절연휴 동안 이어지는 부엌일에 대한 부담은 물론 철저한 남녀불평등이 명절문화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명절풍습은 그전보다 간소화됐고,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달라졌다.“추석에는 남자들이 설거지하는 거래.”라고 말하며 팔을 걷어붙이는 남자들도 늘고 있고,전통을 고집하셨던 어르신들도 요즘엔 “성현도 시속(時俗)을 따르라 했다.”며 앞장서서 명절문화를 바꿔가기도 한다. ‘함께 웃는 명절’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다만 그 실천방법이 문제다.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은방희 회장은 “평등하고 즐거운 명절문화는 건강한 가정과도 직결된다.남성의 의식변화와 함께 여성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명절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명절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할까.곳곳에서 시작된 명절개혁을 몇 가족을 통해 알아본다. ●상경하는 형, 차례준비하는 동생 심종철(40·경남은행 대치지점 과장)씨 가족은 올 추석은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마산의 큰형 가족이 서울로 올라오고,서울의 작은형 가족과 함께 차례를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손님처럼 내려가기만 하다가 이렇게 직접 차례준비를 하니까 기분이 다릅니다.더욱이 우리가 시골로 내려가면 아내의 경우 서울의 친정은 마음뿐 명절에는 아예 갈 수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오후에는 처가에도 인사드리러 갈 겁니다.”심씨는 오랜만에 아내에게 빚을 갚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심씨의 부인 오숙희(38·서울 강동구 둔촌동)씨에게 “시골가는 것보다 차례준비가 더 힘들지 않겠느냐.”고 묻자,손사래를 쳤다.“천만에요.늘 형님이 모두 준비하신 것이 미안했는데 오랜만에 형님 가족들을 제가 대접한다는 생각이에요.물론 조상님 대접도 그렇고요.”심씨는 아내와 형수 구영숙(39·서울 송파구 가락동)씨와 함께 오랜만에 슈퍼나들이를 했다. “큰형님이 많이 변하셨어요.그전에는 당연히 맏형 책임이고,도리라고 생각하시더니 오히려 ‘내려오는 길이 막히니 우리가 서울가는 게 동생들을 배려하는 것이 되겠다.’고 생각을 바꾸셨어요.저도 오랜만에 아들 노릇,동생 노릇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3형제가 만나니 서울인근 나들이 계획도 짜야겠다는 그는 “14시간씩 걸리는 자동차를 타는 스트레스가 없어지니 어린 시절의 명절처럼 설렌다.”고 말했다. ●시아버지는 제기 닦고 남편은 메밀전 부쳐 권희은(29·전남 여수시 문수동)씨는 강원도 인제까지 12시간을 달려가는 명절 나들이가 떠들썩한 분위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는 늘 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들이야 ‘고향에 온 보람’을 한아름 안고 흐뭇하게 떠나지만 여자들은 빨리 집에 가서 누울 생각만 하게 마련이잖아요.” 그러나 특별한 이벤트인 ‘롤링 노트(rolling note)’를 제안한 뒤 명절이 기다려진다.“대학시절 MT 가서 선배가 후배에게,후배가 선배에게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썼던 롤링페이퍼에서 벤치마킹했어요.아버님 노트부터 제 딸아이 것까지 8권을 마련해서 온가족이 이야기를 남기기로 했어요.첫해에 남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저는 아버님과 아주버님,남편의 노트에 명절 음식장만에 함께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지요.그러자 다음 명절부터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남편형제가 메밀전을 부치는가 하면 뒷짐을 지고 있던 시아버지가 제기를 닦으면서,“그럼,힘들 때는 서로 도와야지.”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달라졌다고 한다.롤링 노트는 서로 격려와 사랑을 듬뿍 담은 이 집안의 보물로 자리매김했다. 결혼 9년차의 안미숙(40·부산 사상구 감전2동)씨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는 명절’이 아니라 손꼽아 기다려지는 명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이 바뀌어야 하지만, 여성들의 의식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충남 논산의 시댁에 갈 때는 평소 부산에서 생선 값이 쌀 때 미리 준비해 둔 것을 갖고 갑니다.그리고 음식은 조금씩만 준비하고,일할 때도 속으로는 힘들지만 꾹꾹 참고 하다가 결국 화내고 마는 악순환대신 ‘도련님,저것 좀 갖다주세요.’‘아버님,이건 어떻게 하나요?’라고 식구들을 동참시켜요.참,남자들이 얼마나 꼼꼼하게 일하는지 아세요? ‘감히 어른에게…’이런 생각을 하는 여성이라면 명절증후군,평생 못 벗어나요.” 생각만 바꾸면 명절이야말로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가장 좋은 계기가 된다고 안씨는 자신했다. 젊은 세대들만 명절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주부경력 30년이 넘었건만 명절이면 아직도 가벼운 두통이 느껴진다는 이홍화(60·서울 동대문구 청량리2동)씨는 지난해부터 명절마다 두 며느리 중 한 사람은 친정나들이를 하는 ‘명절 개혁’을 했다. “큰며느리는 전업주부고,둘째는 직장을 다녀요.그런데 동서가 있는데도 명절에 자신만 일하니 큰며느리가 기분이 좋았을리 없지요.게다가 재작년 추석 저녁에 전을 부치던 큰며느리가 둘째네가 오자 일어서다 그만 뜨거운 프라이팬에 손을 데게 됐어요.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며느리는 울음을 터뜨렸고,가족들 마음이 모두 편치 않았어요.가만히 생각해보니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키웠을 외동딸을 심성이 무던하다는 것만 믿고 제가 너무 많은 일을 시킨 것은 아닌가 자책도 들었고,그렇다고 직장에서 일하다 허둥지둥 달려온 작은애를 야단칠 일도 아니고….결국 명절이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이씨는 명절준비 합리화대책을 세웠고,작년 설날에는 큰아들 가족을 일찌감치 처갓집에 보낸 후 장보기부터 둘째네와 함께 시작했다.물론 음식양도 반만 준비했고,‘여자들’이 일하는 대신 ‘가족’이 함께 일하니 한결 쉬워졌다고 한다. “그리고 옥상에서 가족이 함께 달맞이 행사도 하고 손주들에게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려고 합니다.아이들의 명절 추억이란 것이 고작 손님들로부터 용돈받은 것이라는 일기를 본 후 추억을 만들어주는 할머니가 되기로 했어요.” ●아들마다 돌아가며 제사 모시기도 올 가을에 딸이 결혼한다는 송재원(53·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씨는 형제가 돌아가면서 제사를 모시는 것이 귀성전쟁에서 벗어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새벽 3시에 출발할 때는 아침에 시댁에 도착해서 큰동서를 도와 음식장만할 계획이었지요.하지만 아침도 굶고,점심도 굶으면서 16시간을 길에서시달린 뒤 저녁 어둑어둑해서야 도착했죠.우린 우리대로 짜증이 났고 맏동서는 거드는 손 하나없이 음식을 만드느라 늘 힘이 들었죠.”처음에는 제사는 맏이의 의무이자 권리라는 유교적 관습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방마다,가정마다 풍습이 다른 만큼 얼마든지 개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그래서 추석 차례는 며칠 앞서서 지내고,설날은 양력 1월1일에 차례를 지내는 것으로 바꿨다. “그래도 반드시 장남의 집에서 제사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만은 벗기가 어려웠어요.그런데 아버님께서 ‘어디서 지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정성이 들어가면 되지.’라고 결론을 내려주셔서,아들마다 돌아가면서 제사를 모시게 됐어요.망자(亡者)는 음식냄새 따라 온다는 말이 있기도 하고,또 음식장만을 소홀히 하는 게 싫어서 모두 모여서 음식을 장만하는데 이젠 손이 척척 맞아요.어느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조상님이 원하는 방식일까 싶어요.”‘상놈 명절지내듯 한다.’고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염려하면서,송씨는 “옛것을 그대로만 지켜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개선해서 지속시킬 수 있는 미풍양속도 그나마 사라지고 말지도 몰라요.”라고 기성 세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년에 7번이나 제사를 모시느라 제례와 명절맞이 준비로 젊음을 다 보냈다는 권정순(58·강원도 횡성군 횡성읍)씨는 3년 전부터 제례 풍습을 완전히 바꿨다. “저희 집안에서는 반드시 약주와 송화와 삼색다식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왔어요.그런데 제가 절편과 육류 등 제수를 대폭 줄였고,몇 가지씩 담던 김치도 나박김치 하나로 줄였어요.또 모든 일은 당번제로 했지요.제사에 참가하는 사람이 어른 아이 모두 41명인데 설거지 당번을 젊은 층에서 아들,딸,며느리를 구분하지 않고 3년에 한 번씩 하도록 했고,향을 사르는 것도 나이순으로 위에서 아래로 남녀차별없이 하는 등 현대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지요.그대신 추석에는 송편을 빚고,설날 전에는 만두를 함께 빚는데 아무리 바빠도 모두들 참석하려고 멀리에서 달려옵니다.” 그는 “간소하게 하려고 했던 당초 계획과 달리 먼 친척들까지 참여하게 돼 모이는 숫자가 더 늘어난다.”고 말하면서도 “제수는 줄어도 정성과 기쁨은 오히려 두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 [열린세상] 누구를 위한 양육권인가

    얼마 전 직장 생활을 고집하며 연년생인 어린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친정에서 지내는 부인에게 남편이 이혼을 요구한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결국 법원의 판결은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친정에서 두 아이를 기를 것을 고집하고 친정으로 가버린 부인에게 있다고 보고 아내가 남편에게 위자료를 지불하도록 하였다.또한 아이들은 시댁과 친정에서 각각 한명씩 키우라는 명령도 덧붙였다.여성단체들은 “육아의 책임을 여성의 책임만으로 판단한 것은 시대착오적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였다. 이 문제를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각각 시댁과 친정에서 떨어져 살아야 할 어린 두 아이들의 처지가 딱하기 그지없다.육아의 책임이나 혼인파탄의 원인을 따지는 것도 필요할지 모르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가장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주도록 하는 것이다.아직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두 아이는 “엄마,아빠,우리는 함께 살고 싶어요.”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부모와 법원 그 누구도 이들의 소리 없는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과연 우리 어른들이 자신들만의 논리로 연년생인 두 형제를 떨어져 살도록 명령할 권리가 있는 것일까. 최근 우리 사회에는 출산율이 저조하고 아이들이 귀하다 보니 너무 떠받들고 키워 버릇이 없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들린다.가끔 식당에서 마구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그 생각에 동감할 수가 있다.하지만 과연 우리 아이들이 그렇듯 귀하게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일까.오히려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어른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대접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주된 흐름으로 보인다.어려서부터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이 영어,한글 공부에 시달리다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증이 생기기도 하고,어머니가 직장을 다니게 되면 이곳,저곳에 맡겨지다 보니 분리불안이 심해지기도 한다.부모가 이혼하게 되면 자신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엄마,아빠 중에 1명과 살아야 하고 심지어 버려지기까지 한다. 선진국의 한 소아정신과 의사는 만 4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은 부모가 이혼할 때 법원이 결정하기 전에 의사에게 보내 엄마,아빠 누구와 더 애착이 형성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양육권을 주고 있다며 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당시에는 단순하게 “우리보다 이혼이 더 흔한 사회이니까 합리적으로 양육권을 결정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이혼율이 몹시 높아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양육권을 결정할 때 아이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또한 최근 이혼 상황에서 아이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아 많은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하여 병원의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어느 사회의 복지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정확한 기준은 “어린이,노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얼마만큼 반영되는가.”라고 한다.아직 우리 사회는 이들 스피치리스(speechless)군들의 목소리는 많이 무시되고 있다.어린이들은 우리의 미래인데 이들의 목소리가 무시된다면 그만큼 우리 미래에 그늘이 드리워지는 일이 된다.특히 요즘처럼 가정 파괴가 많아지고 도처에 위험이 가득한 상황에서 아이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점점 암울해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양육권 결정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충실하게 반영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가 법원의 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법원의 결정은 절대적인 정의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가치에 의해 상대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또한 의료와 법원이 더 밀접하게 협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양육권 결정을 위해 자녀·부모 관계의 질을 평가하는 선진국의 소아정신과 의사처럼 언젠가 우리도 법원과 병원 사이에 더 긴밀한 협조체제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이렇게 우리 사회의 모든 결정이 당사자들의 눈높이에서 입장을 고려한 뒤 이뤄진다면 많은 오해와 분쟁이 줄어들 것이고,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타인에게 이해를 받아본 사람만이 남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기에…. 신 의 진 연세대 의대교수 소아 정신과
  • 머리 아프고 가슴 답답하다고? 엄마 명절증후군 아닐까

    이맘때면 적지 않은 주부들이 두통과 가슴이 짓눌리는 답답함,소화불량,손발 마비,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한다.명절때 겪을 정신적,육체적 부담감 때문에 생기는 ‘명절 증후군’이다.특히 명절 증후군으로 나타나는 위경련과 우울증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어서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위경련과 우울증을 중심으로 명절 증후군의 특징과 대책을 살펴본다. ●위경련 위경련은 우리나라의 30∼40대 주부 20% 정도가 겪는 신경성 증상으로 스트레스와 정신적 긴장이 원인이다.힘든 가사 노동과 가족간의 갈등,폭식 등은 위통이나 위경련을 일으키기 쉬우며 방치하면 만성 질환으로 발전한다.위통이나 위경련,신경성 위장질환은 위가 과도하게 수축해 명치와 배꼽 사이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유발한다.식은땀을 흘리거나 호흡이 어려울 때도 있다.얼굴은 창백해지고 손발이 차며 먹지도 못한다.이런 경련이 몇 분 혹은 몇 시간동안 계속된다.증상이 나타나면 진경제를 이용해 경련을 멈추게 해야 한다.항콜린제인 진경제로는 알기론,스파몬,옥티란,듀스파타린 등 전문의약품과 처방전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부스코판 등도 있다. ●우울증 더러는 정상인도 명절때면 우울증을 보이나 평소 우울증을 앓는 주부들이 더 심하다.명절 증후군은 특정 기간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우울증은 자연회복이 어렵다.예방을 위해서는 편한 마음,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어려운 목표나 과중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증세가 2주일 이상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치료약은 선택적으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항우울제가 보편적으로 이용되며 증상이 심한 경우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약을 함께 쓰기도 한다. ●명절 증후군의 극복 명절을 현실로 받아들이고,매사를 편하게 생각한다.나아가 명절을 시댁과의 갈등이나 불만을 푸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정신적 부담을 더는 방법이다.바쁘더라도 짬짬이 휴식을 취하며,심호흡이나 편한 자세로 굳은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가족의 배려도 중요하다.가사노동을 분담하는 것은 물론 남성 중심의 권위적 명절문화를 바꾸는 것도 주부 부담을 더는 방법이다. ■ 도움말 김선미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한창환 강동성심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 친정서 육아 고집하다 이혼한 맞벌이/ 법원 “아내가 위자료 줘라”

    맞벌이 부부가 자녀양육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맞소송으로 다투다 결국 이혼했다.특히 법원은 직장생활을 고집하며 자녀들을 친정에 맡긴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여성단체들은 “법원이 자녀양육을 여성의 책임만으로 판단한 것은 시대착오적 판결”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맞벌이 부부인 A(36)씨와 B(32)씨는 99년과 2000년 두 아들을 연년생으로 낳아 키우면서 양육문제로 다투기 시작했다.간호사인 아내는 자녀들을 맡긴 친정에 밤늦게까지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친정에서 잠을 자다 바로 병원으로 출근하는 날도 잦아졌다.공무원인 남편과 시부모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두든지 시댁에 들어와 살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아내는 이를 거절했다. 화가 난 남편은 “2년간 아들을 외가에서 키우려면 2년 동안 친가에서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장모에게 각서를 요구했다.장인·장모도 사위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손자들을 돌려보냈다.남편은 한발짝 더 나아가 “직장을 다니고 싶으면 차라리집을 나가라.”고 말했고,아내는 바로 친정으로 가버렸다. 시부모,장인·장모의 설득 끝에 부부는 아들을 한명씩 친가와 외가에서 나눠 키우는 데 합의했다.그러나 시어머니는 허리통증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다며 부부에게 데려왔다.아내는 “도우미를 구하는 것도 비싸고,직장다니며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것도 무리”라는 메모를 남기고 친정으로 가 별거를 시작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 홍중표)는 3일 “남편이 양육문제의 다툼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장모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점이 인정되지만,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은 친정에서 두 아들을 키울 것을 고집하면서 친정으로 가버린 아내에게 있다.”면서 “두 아들을 시댁과 친정에서 한명씩 키우고,아내는 남편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여성단체협회 남인순 사무총장은 “부부 공동의 책임인 자녀양육을 법원이 아내의 몫으로 판단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특히 “요즘은 자녀양육을 부모는 물론 사회·국가의 책임으로 보는데 이번 판결은 시대를 역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진실은 반드시 승리하는 법입니다”/‘수지김’ 3년 무료변론 전해철 변호사

    “피해를 당한 국민 스스로 국가의 위법행위를 밝혀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었습니다.” 해철(41) 변호사는 ‘수지김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무료로 변론을 해왔다.3년 전 수지김(본명 김옥분)씨 오빠인 고 김만식씨가 윤태식씨를 검찰에 고소할 때부터 사건을 맡아 국가가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 42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금전적인 보상이 14년간 겪어온 유족들의 고통을 완전히 삭여줄 수는 없었지만 국가가 잘못을 인정했다는 것은 그동안 사건에 쏟은 열성의 결실이었다. ●3년 전 수지김 오빠와 처음 만나 전 변호사가 수지김 사건을 접한 것은 2000년 3월.법무법인 해마루에서 한솥밥을 먹던 이덕우 변호사가 “도와줘야 할 사람”이라며 김만식씨와 부인 이명수씨를 소개해줬다.김씨는 쉰이 갓넘은 나이에도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패어 동생 일로 몹시 고통을 겪은 듯했다.김씨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소주잔을 연거푸 마신 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확인된 대로 87년 1년 홍콩에서 여동생 수지김씨가 남편 윤태식씨에게 살해당했고,윤씨가 이를 숨기기 위해 여동생을 간첩으로 몰았다는 얘기였다.국가안전기획부도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이다.살해범 윤씨는 벤처기업 경영자로 변신해 있었다. “고문치사 사건 등 수많은 시국사건을 맡아봤지만,이 사건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얘기였습니다.” 전 변호사는 사건 발생 후 홍콩 경찰이 수지김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윤태식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그러나 정부가 ‘공안사범’이란 이유로 수사협조를 거부했다는 것도 알아냈다.당시 정부는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으로 돌파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전 변호사는 2000년 3월9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자격으로 사건을 맡아 서울지검에 윤씨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서울지검 외사부 강인철 검사를 찾아가 전 변호사는 언론사 취재자료 등을 넘겨줬다.술에 의지해 고통을 잊으려 했던 유족들의 지난 세월도 전해줬다.강 검사도 홍콩 경찰이 보낸 수사자료를 직접 번역하는 등 의욕적으로 수사했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왔다.2000년7월 김만식씨가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다.다른 유족들을 찾아갔지만,“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 손사래를 쳤다.강 검사도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으로 사건에서 손을 떼게 됐다.게다가 윤씨는 변호인을 통해 “고소인이 이미 사망한데다 앞길 창창한 경제인을 수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거세게 반격했다. ●“국가 위법행위 피해보상 길 열어” 전 변호사는 다시 소매를 걷어붙였다.변협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가가 조직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결국 검찰은 윤씨를 소환한 끝에 진실을 찾아내 2001년 11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수지김이 사망한 지 14년10개월,공소시효 만료를 한달 남짓 남긴 시점이었다. 윤씨는 법정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유족들의 치를 떨게 했다.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자 윤씨는 태도를 바꿔 합의를 제의했다.현금,주식 등 5억원을 주겠다고 했다.유족 대부분이 하루 끼니를 걱정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거절했다. “유족들은 ‘진솔한 사죄의 모습’을 보이지않는 한 돈을 받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윤씨는 2심에서 징역 15년6월을 선고받았고,지난 5월 대법원에서 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가 위법행위 피해보상 길 열어” 전 변호사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2002년 5월 국가가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모든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국가가 유족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는 현실을 그냥 두고볼 수 없었습니다.” 국가와 윤씨,그리고 사건 발생 당시 안기부장이던 장세동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108억원을 청구했다.인지대는 법원 소송구조 신청과 독지가의 도움으로 겨우 마련했다.유족들의 피해사실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서울대 양현아 교수팀이 나섰다. 교수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사실을 녹취,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전문가.다섯달 동안 유족 10명과 함께 생활하며 유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6남매는 모두 안기부에서 혹독한 조사를 받은 뒤 극심한 후유증으로 피폐한 삶을 살았다.큰언니는 ‘간첩가족’이란 이유로 전매청에서 해직된 뒤 정신질환을 앓다 숨졌다.결혼한 여동생들은 시댁의 갖은 핍박과 주위의 질시로 대부분 이혼하거나 집에서 쫓겨났다.조카들도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다 자퇴했다.‘간첩의 씨앗’이라며 시댁식구들에게 버림받은 아이도 있었다.유족들은 신분을 숨기기 위해 서로 연락을 끊고 타향과 산사(山寺)에서 흩어져 살았다.그렇게 14년이 흘렀다. 원고와 피고는 소멸시효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정부는 수지김이 사망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났기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전 변호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내세웠다.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위법행위를 하고도 반성하기는커녕 국민들이 뒤늦게 속은 사실을 알았기에 배상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또 최근까지 안기부가 윤태식씨를 보호·관리했다는 점을 들어 위법행위의 지속성을 증명했다.“하지만 장세동씨의 경우 87년에 안기부를 떠났기 때문에 위법행위를 증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장세동씨 부분만 소송을 취하했지요.” ●“국가 위법행위 피해보상 길 열어” 법원은 전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진실을 밝혀야 할 국가가 시간이 지났다고 배상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또 국가의 고의적 잘못을 인정,배상금도 이례적으로 한 가족당 7억원씩 42억원으로 산정했다.유족들은 “이제야 한을 풀게 됐다.”며 흐느꼈다.배상금의 일부는 사회에 기증하기로 했다.전 변호사는 “60∼80년대 국가가 주도한 위법행위로 고통받은 피해자들도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그가 새삼 느낀 것은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사실이었다. 정은주기자 ejung@
  • “복날 음식 형편따라 즐겼지요”/서울 班家음식의 산증인 김숙년씨

    현대인들은 24절기를 대부분 잊고 지낸다.하지만 복날만큼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여름 무더위가 지겨웠던 까닭일까,여름 보양식을 즐겁게 먹었던 기억 때문일까. 초복(16일)을 앞두고 전통요리연구가 김숙년(金淑年·69)씨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났다.마른 장마 속에 몹시 더웠던 이날 그는 2시간 남짓 계속된 인터뷰 동안 앉음새를 흩뜨리지 않았다.흰색 모시 저고리에 포도색 치마로 곱게 차려입고 단아하게 화장을 한 김씨는 일흔을 바라보지만 수줍어하는 듯한 소녀티가 가시지 않았다.목소리 또한 낭랑했다. ●혀끝의 기억으로 350가지 맛 찾아 김씨는 최근 100년간의 서울 토박이 반가(班家) 문화를 대변한다.그의 고조부 김석진(金奭鎭) 이전 11대가 서울 사대문 안에서 살았고 증조부 김영한(金寗漢) 이후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다. 더위를 화제로 삼은 김씨는 복날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옛날엔 초복은 여름을 맞이하는 기분으로,말복은 한여름을 넘겼다는 다소 허전한 느낌으로 맞았지요.제가 어릴 때만 해도 복날엔 ‘복놀이’가있었지요.학동들은 천렵을 나서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았고,어른들은 황구를 몰고 산등성이로 넘어 갔지요.” 복날 음식 이야기가 끝이 없다.복날 형편은 가세에 따라 다 달랐다.서민들은 보신탕과 추어탕을 즐겼고,반가에선 육개장이나 삼계탕으로 더위를 이겼다. “‘더 있는 집’에선 민어 잔치를 벌였지요.민어로 구이와 매운탕을 먹고,부레로 순대를,알로 어란을 만들었지요.” 인삼이 귀하던 옛날,서민들은 삼계탕 대신 닭곰탕을 먹었다. “장닭 몇 마리를 푹 고아 식구들이 한 그릇씩 먹으며 더위를 달랬지요.” “당시에도 음식 사치가 있었고 경제력이 있던 중인들은 궁궐 못지않게 먹었습니다.대표적으로 용봉탕을 들 수 있지요.” 용봉탕이란 잉어와 닭을 함께 고아 낸 다음 잣·호두 등으로 고명을 한 것으로 겉보기에도 화려하면서 먹음직한 것이다. 또 한겨울 동짓날의 팥죽도 복날 먹었다고 한다.붉은 팥을 액막이로 여겼기 때문이다. “참외와 수박도 빠지지 않았지요.” 그러면서 김씨는 참외와 증편(떡)을 살갑게 갖고 나왔다. 이렇게 당시의음식을 꿰뚫고 있는 김씨는 ‘김숙년의 600년 서울음식’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김씨는 어린시절 혀끝의 기억만으로 350가지나 되는 전통 서울음식의 맛을 찾아낸 것이다.이 책은 단순한 요리책의 차원을 넘어 서울 반가의 생활문화와 예의범절이 담긴 역사책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엄한 가풍… 4대 42명 한집서 살기도 음식 이야기로 바뀌면서 김씨는 추억속에 빠져드는 듯했다. “어릴 적의 가풍이 무척이나 엄했지요.” 그도 그럴 것이 김씨 집안은 조선 인조 때 예조판서를 지낸 김상헌(金尙憲)을 배출했고,순조의 둘째딸 복온(福溫)공주의 시댁이기 때문이다. 김씨 가문은 김상헌 이후 잣골(효자동) 등 서울 4대문 안에서만 살아왔으나 1910년 한일합방 당시 형조판서였던 고조부 오천(梧泉) 김석진이 “세상을 보고 듣지 않겠다.”며 두메산골이던 서울 도봉구 번동 드림랜드 자리의 한 부분인 오현(梧峴·당호)집으로 이사를 했다.오천은 결국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못이겨 자결했다. 고조부의 자결 이후 일본의 감시와 수탈이 한창이던 1934년 김씨는 오현집에서 5남매의 장녀로 태어났다. 어린 김씨는 대가족의 울타리 속에 살았다.오현집에 증조부·조부모·부모·삼촌·고모·당숙·당고모·김씨의 5남매 등 4대 42명의 식구가 살았다고 회상했다.일제시대 가족은 엄했지만 언제나 따스하고 정겨웠다. 이런 대가족이자 일제를 거부하는 집안의 맏며느리였던 어머니의 손이 마를 날이 없었다.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제사와 어르신들의 생신,세시풍속을 다 챙겼기 때문이다. 대신 집안에서는 구수한 음식 냄새 또한 가시질 않았다.댕기머리 소녀였던 김씨는 감히 음식을 먹지 못했지만 부엌에선 할머니와 어머니가 ‘숙아 맛좀 보렴.’하고 한 숟가락 떠준 덕분에 맛을 봤다.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음식은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 해방과 더불어 김씨는 학교 교육을 받았다.일제 때 증조부가 신식교육은커녕 외출도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6·25 때 800평에 이르던 오현집은 인민군에게 빼앗겼고 유엔군에게 폭격됐다.현재 드림랜드에는 폭격에서 살아남은 사랑채만 남아 있다.안채는 수년 전에 복원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김씨는 1957년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졸합하고 성심여고에서 음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서예 교사로 교편생활을 시작했다.1959년 국전에서 입선하기도 했다.1973년 전근갔던 창문여고에선 가정 교사였지만 서예도 많이 가르쳤다.그동안 틈틈이 서예를 출품,국전에 입선한 적이 여러차례였다.한글 서예의 지평을 연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이 그의 숙부이다. 지난 1996년 교사를 그만둔 뒤 서예에서 멀어지는 대신 전통 음식에 가까워졌다.“감기 기운이 있다가도 부엌에만 들어가면 감기가 다 나았어요.” 그에겐 음식이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 같아 보였다.“언젠가 쇠골찜을 만들었는데,‘할아버지,숙이가 만들었어요.드셔보세요.’라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지요.그리곤 즉시 전화를 걸어 7살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던 음식’이라며 먹으라고 했지요.” ‘…서울음식’ 발간 이후 김씨는 잡지와 방송에서 음식 코너를 맡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요리 연구가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서울 반가음식의 산 증인인 김씨.그에게는 요즘 전통 음식과 생활문화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이언탁기자 u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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