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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이혼때 포기한 양육권 되찾고 싶어요

    십수년의 결혼생활 동안 남편의 폭행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 때문에 참았습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오히려 엄마를 더 격려하면서 아빠와 이혼을 하고 더 이상 맞고 살지 말라고 할 정도입니다. 이혼 얘기를 꺼내자 남편과 시댁에서는 이혼을 해주는 조건으로 아이들을 남편이 맡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당장 아이들을 양육할 경제적인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협의이혼을 하면서 양육권자는 남편으로 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아이들의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유지영(43·여) 아내들이 이혼을 결심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양육권 문제입니다. 경제적 자립이나 주위의 냉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힘들게 배앓이 하면서 낳고 애지중지 키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과 헤어진다는 것에 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경제력이 있는 여성은 당당하게 양육권을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여성들은 혹시 이혼을 해서 자식을 잃게 되는 게 아닐까 두려워 이혼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식 걱정과 애정 때문에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었던 상황은 어머니의 양육권을 인정받기 어렵던 과거의 일입니다. 요즘에는 이혼과정에서는 양육권자를 정할 때 양육하고자 하는 자녀의 연령, 교육적인 면이나 능력 면에서 부모 중 누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적당한가 등을 따져서 양육권자를 결정합니다. 또 당사자인 아이가 누구와 살기를 원하는지도 중요한 판단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이혼 당시에는 경제적인 여력이나 기타 사정으로 아이의 양육권을 갖지 못한 부모라고 해도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에 양육권자가 아이를 양육할 형편이 되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에 양육권자 지정변경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맡았던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양육권을 가져갔던 남자가 재혼해 아이가 생기자 전처 자식에게 소홀히 한 경우였습니다. 중·고등학생이던 아이들은 아빠와 살기 싫고 엄마와 살고 싶다고 했는데 법원은 아이들의 양육권자를 엄마로 변경해 주었습니다. 다만 법원에서는 단순히 엄마의 경제적인 형편이 좋아졌다는 것만으로 친권자와 양육권자를 변경해 주지는 않습니다. 예를 든 것처럼 아버지가 양육에 소홀했다든지 하는 이유가 있을 때 아이들의 행복이나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혼을 하게 되면 자식은 같은 성을 가진 아버지 쪽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비록 부부가 헤어져도 그 사이의 아이들은 여전히 둘 사이의 자식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녀 양육권을 주장할 때는 부부 사이의 나쁜 감정을 떠나서 자식을 위해 누가 어떻게 키워야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아이들이 상처를 덜 받고 엄마 아빠의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가족갈등 해소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은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족상담소(www.e-happyhome.or.kr/032-8627-119)에서 상담을 통해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 손범수부부 후쿠오카 로맨스

    손범수부부 후쿠오카 로맨스

    아나운서 커플 손범수(40)·진양혜(36)씨가 둘만의 오붓한 여행을 떠났다. 가까운 일본 후쿠오카(福岡)로. 결혼 10년차인 이들은 모처럼의 부부 여행을 위해 아들 둘을 시댁에 맡겼다. 30분 단위로 시간을 관리하는 이들 부부가 바쁘고 바쁜 방송일정을 쪼개고 또 쪼개 겨우 짬을 냈다. 부부 모두 스케줄이 비는 주말은 ‘밧줄을 바늘귀’에 꿰기보다 어렵단다. 금요일 오후 인천공항을 출발, 일요일 밤 늦게 돌아오는 밤도깨비 여행이었다. 스타 부부의 일본 여행을 따라가봤다. 후쿠오카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밤도깨비 여행의 시작 후쿠오카 공항을 도착하니 오후 7시30분. 택시로 후쿠오카에서 가장 좋다는 시호크호텔에 15분만에 도착했다. 한국의 스타부부를 호텔 지배인 곤도 미쓰히사가 곧바로 안내한 곳이 6층 일식당 바라몬(波羅門). 갑오징어회·대구요리 등의 하카타지역의 정통 일식 코스요리 가이세키가 나왔다. 정종과 일본 소주가 서너순배 돌았다.(시호크호텔 0120-58-2586·www.nikkohotels.com) #도심 조망은 역시 전망대 짧은 여행일정, 한꺼번에 많이 보려면 전망대가 제격이다. 달려간 곳이 후쿠오카에서 가장 높은 후쿠오카타워. 타워는 높이 234m이지만 123m의 전망대에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외관은 8000장의 반투명 유리로 된 것이 특징. 때문에 ‘미러 세일’로도 불린다. 후쿠오카 니시진(西新)역에서 걸어서 20분. 입장료는 800엔.(후쿠오카타워 092-823-0234·www.fukuokatower.co.jp) #옛날의 후쿠오카로 가려면 이전엔 무역항으로 하카타(博多)가 더 알려졌지만 시와 현의 이름이 후쿠오카로 바뀌었다. 통역 겸 안내를 맡은 고가 다케시는 “하카타가 1개 구로 남았지만 후쿠오카의 뿌리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찾은 곳은 하카타 마치야(町家)고향관. 하카타와 후쿠오카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민속촌 같은 시설이다. 하카타인형과 하카타직물의 제작과정을 보고, 기념품을 살 수도 있다.3개 건물을 들어가는 데 200엔이며, 중학생 이하는 무료. 지하철 기온(祇園)역에서 내리면 된다.(하카타마치고향관 092-281-7761) 바로 옆 구시다( 田)신사에 들렀다.757년 세워진 구시다신사는 불로장생과 상업번성의 신이 있다는 곳이다. 온갖 인형이 매달린 높이 3m의 호화로운 수레가 전시돼 있다. 고가는 “전염병이 창궐하자 조텐지(承天寺)의 쇼이치 고쿠시(聖一國師)스님이 큰 가마에 올라가 물을 뿌렸더니 전염병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소개했다. 이를 기려 해마다 7월15일 열리는 축제인 기온(祇園) 야마가사(山笠)가 시작됐다. #개화기의 현관문 모지코(門司港)레토르지구 후쿠오카가 속한 규슈(九州)와 본섬인 혼슈(本州)를 연결하는 가교인 간몬(關門)해협에 조성돼 있다. 여기서도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려면 메카리(和布刈)공원 전망대를 찾으면 된다. 모지코는 일본 근대역사의 산실로서 150∼100년 전의 건물과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20세기초 국제무역항으로서 번창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인력거를 타고 한바퀴 도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3000엔. 간몬의 역사와 문화, 자연 등을 소개한 배모양의 해협드라마십도 들를 만하다. 대한 스크린과 종이인형이 간몬 해협의 역사를 재연하고 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JR모지코역에서 지하철로 1시간가량 걸린다. 모지코역에서부터 메카리 공원이 5분거리다. 공원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산책코스로 알맞다.(해협드라마십 093-331-6700·www.dramaship.jp) #밤문화는 역시 캐널시티 건물 가운데 인공 운하가 흐르는 캐널시티는 언제나 쇼핑객과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곳이다. 호텔과 백화점, 극장과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밤늦게까지 하는 식당도 많다. 괜찮은 음식점의 1인당 가격은 보통 3000엔.1500엔만 추가하면 소주·맥주·정종 등의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대표적으로 4층 우마야(092-263-2340)가 있다. 우리의 돌솥비빔밥도 정식 메뉴로 내는 집이 많다. 지하철 나카스 가와바타(中洲川端)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캐널시티 092-282-2525·www.canalcity.co.jp) 포장마차도 후쿠오카의 밤문화 가운데 하나. 덴진과 나가하마, 나카스 지구에 포장마차가 많다. 하타카라멘을 비롯해 닭꼬치 등 다양한 메뉴와 여러 종류의 술을 내놓고 있다. #망중한의 강유람 야나가와 다음날 아침, 가방 하나 달랑 차에 싣고 1시간 거리의 고색창연한 작은 도시 야나가와(柳川)로 향했다. 아기자기한 일본의 옛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야나가와 관광의 백미는 강유람이었다. 강은 야나가와 성의 주위를 둘러흐르는 해자를 따라 조성됐다.4㎞를 한바퀴 도는데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승선료는 1인당 1500엔. 배에서 내리면 기타하라 하쿠슈(北原白秋·1885∼1942)의 생가와 기념관도 필수코스. 근대 일본의 ‘시성’으로 추앙받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1985년 개관됐다. 시에서부터 일본 단가 와카(和歌·일본 가요의 한 형식), 동시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약했다.‘물의 고향’ 야나가와를 자신의 시가의 모체로 삼았다. 생가엔 당시의 모습과 그가 쓰던 물건들과 책자, 육필원고 등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야나가와의 향토역사 박물관도 겸하고 있다. 출출할 때 야나가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장어구이 덮밥(2100엔). 뱀장어를 가볍게 양념한 다음 찹쌀을 섞은 밥과 함께 찜통에 넣어 쪄냈다. 그위에 계란 노른자를 고명으로 올렸다. 장어는 특유의 냄새가 없으며 밥은 고소하고 찰지다. 이런 음식을 대표적으로 하는 곳은 오하나(御花). 오하나는 식사를 위해서가 아니라도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1697년 야나가와의 영주 다치바나(立花)가문의 별저로, 자연을 그대로 축소해 옮긴 듯한 7000평에 이르는 쇼토엔(松濤園)이 무척 아름답다. 일본의 3대 풍광으로 꼽히는 미야기(宮城)현의 마쓰시마(松島)를 축소 모방한 정원이다. 메이지시대에 세워진 서양관은 지역과 가문의 역사자료관으로 쓰이고 있다.(오하나 0944-73-2189·www.ohana.co.kr) 한적한 시골 같은 정취를 살린 거리를 걷다 보면 오하나 바로옆의 쓰무라(0944-72-8148)도 빠질 수 없다. 여자 아이를 위한 작은 인형을 많이 판다. 작은 인형을 매달아 모빌처럼 보이는 사게몬 장식이다. 해마다 3월이면 장식품(사게몬)으로 여자 아이들의 첫돌을 축하한다.500엔부터. #학문의 신 덴만궁(天萬宮)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다자이후(太宰府)시의 덴만궁(天萬宮)은 한국사람들도 많이 찾는 일본 신사다. 학문의 신 스가와라 마치자네(菅原道眞)를 모시고 있다. 합격을 기원하는 수험생과 부모들이 많아 찾는단다. 서기 901년 우대신인 그가 권력다툼에 밀려 다자이후의 관리로 좌천됐다. 학문과 후학 양성에 힘쓰다가 그가 죽자 소가 그의 관을 끌고갔다. 하지만 현재의 자리에서 소가 가지않고 누워 여기에 묘를 썼다고 전한다. 화려하고 호화로운 본전은 1591년 건축됐으며 일본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교토에서 하룻밤만에 날아왔다는 ‘도비우메(飛梅)’가 명물이다. 관광객들이 우메가에모치(매화가지떡)를 사서 먹기도 한다.(덴만궁 092-922-8225) 뒤로는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를 통해 일본 4번째인 규슈국립박물관으로 바로 연결된다. 오는 10월16일 개관하는 박물관의 1층 어린이관은 어린이들이 세계 각국의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옷을 입어볼수 있는 체험식 박물관으로 꾸며졌다. 개관기념으로 50일간 ‘미의 나라 일본’전을 연다. 입장료는 1300엔. 후쿠오카(덴진)역에서 승차, 후쓰카이치(二日市)역에서 다자이후선으로 갈아탄 다음 다자이후역에서 내리면 된다.20분 가량 걸린다.JR하카타역에서 가고시마 본선을 탄 다음 후쓰카이치역에서 내려도 된다.15분쯤 걸린다.(규슈국립박물관 092-918-2807·www.kyuhaku.cpm/pr)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6시.8시20분 서울 도착. 짧지만 감미로운 스타 부부여행 동행취재는 이렇게 끝났다. ■ 진양혜의 ‘10년전 일기를 꺼내어’ 무작정 설다. 사실 후쿠오카는 여행객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유명한 휴양지도 아니고, 세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미항도 아니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문화를 꽃 피운 곳도 아닌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도시다. 그러나 내게는 한 낮 숲에서 즐기는 휴식같이 특별한 곳이다. 입사 1년 만에 ‘유부녀 아나운서’가 되고, 결혼 1년 만에 아이 엄마가 된 내 신입사원 시절은 늘 롤러코스터를 타고 다니는 것처럼 정신없고 분주했다. 숨 돌릴 틈이 없었다. 남편 범수씨도 마찬가지였다. 쏟아지는 방송 스케줄에 비명이 터질 지경이었다. 아이 때문에, 일 때문에 바쁜 내 얼굴을 보기조차 쉽지 않았다. “떠나자!” 그래서 간 곳이 후쿠오카였다. 신기하게도 남편과 내가 모두 일이 없던 주말-그 당시로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8개월짜리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특별한 계획도, 여행지의 정보도 없이 가장 짧은 비행시간과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무작정 떠났던 곳. 비 맞으며 걷기, 히히덕거리며 주전부리하기, 계속해서 또 걷기, 같이 소소한 물건사기, 전철 타고 교외로 나가 또 걷기, 배고프면 라면 먹기, 그리고 강가의 조그만 카페에서 맥주 마시며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하기.“우리 이렇게 사는 거 사랑하며 열심히 사는 거 맞지?” 서로 확인하고 인정하고 눈물 찔끔 웃음 피식 났던 곳. 우리 부부의 추억이 서린 그 곳을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찾은 것이다. 여전히 후쿠오카는 조용하고 깨끗하고 맑은 공기로 우리를 맞았다.‘정말 다른 나라에 왔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운 곳이지만 타지에서 느껴지는 낯설음과 약간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동시에 익숙함을 느끼면서. 이번 여행의 백미는 야나가와에서 즐긴 가와쿠다리였다. 가와쿠다리는 야나가와의 수로를 사공이 젓는 돈코부네라는 배를 타고 한 시간 10분 정도 유람하는 것인데 은근히 낭만적인 데가 있다. 주위의 경관도 아주 잘 가꿔져 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고, 사공 아저씨가 불러주는 단가도 들을 만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배에 몸을 싣고 남편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시간을 거슬러 마치 ‘80년대식’ 연애를 하는 것 같다. 뺨까지 살짝 달아오르는 듯하다. 남편은 사공의 단가에 우리의 가요로 답해 흥을 돋웠다. 야나가와는 거리나 상점이나 전통적인 일본의 모습과 현재의 삶이 어우러져 있는 곳으로 일본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특히 여러가지 작은 박물관이 많았는데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것들을 소중하게 정리하고 포장해 가꾸고, 또 그곳을 찾아 관심있게 자료를 보는 일본인들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번 여행은 참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속내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사실 후쿠오카에서의 멋진 2박은 근사한 스카이라운지에서 가진 술자리나 후끈후끈 옆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야타이(포장마차)에서나 최근 자꾸 문제가 된 일본의 신사참배나 독도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을 피하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문화를 둘러보면서 ‘우린 참으로 다르구나!’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해의 폭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거창하게 국가와 조국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결국은 개인의 삶이 모여 역사를 이루는 것! 그동안의 내 삶의 모습이 너무 불성실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반성을 거듭하게 된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더니 촌스럽게 2박3일의 짧은 일정동안 ‘애국 관광’을 한 것 같다.
  • [블루버드의 냠냠 다이어리] 가지런히 무쵸 볼까요

    [블루버드의 냠냠 다이어리] 가지런히 무쵸 볼까요

    전엔 가지를 잘라 조리거나 볶아서 먹곤 했었는데 며칠 전 시댁에 갔더니 어머님이 가지를 쪄서 무쳐 주시더라고요. 조리거나 볶은 것보다 맛이 깔끔하고 좋아 집에서 다시 무쳐 봤어요. 역시나 국물이 자작한 게 고소하고 맛있더군요. 재료:가지 5개, 청양고추 1개, 풋고추 1개, 다진마늘 1스푼, 다진파 1스푼, 통깨 1스푼, 참기름 1스푼, 소금 조금 1. 가지를 잘 씻어 반으로 갈라 2등분하고 찜통에 넣고 쪄주세요. 2. 잘 찐 가지를 꺼내 손으로 먹기 좋게 결대로 찢어 그릇에 담고 청양고추, 풋고추, 다진마늘, 다진파, 참기름, 통깨를 양껏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 주세요. 3. 양념이 고루 배도록 손으로 자박자박 주물러 줍니다. 너무 세게 주무르면 가지가 물러 질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4. 이제 마지막으로 예쁜 그릇에 담아 통깨 살살 뿌려 내놓으면 된답니다. 오늘 역시 아주 간단하죠? 가지의 예쁜색소는 지방질을 잘 흡수하고 혈관안의 노폐물을 용해, 배설시키는 성질이 있어 피를 맑게 하고 빈혈, 하혈 증세를 개선한다고 하네요. 유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요리엔 청양고추가 거의 빠지지 않는 답니다. 매운 것을 유난히 즐기기도 하지만 매운 고추에 많이 들어있다는 캅사이신이란 성분이 암세포를 억제하고 비만예방에도 아주 효과가 있다고 해요. ■ 블루버드의 조잘조잘 지난주 찜통 같던 더위는 시원한 빗줄기와 함께 한풀 꺾인 듯싶네요. 저희는 100년만의 더위란 기상청의 예보가 오보라는 소문에 올여름 에어컨 없이 보내려했다가 톡톡히 낭패를 보았답니다.ㅡ ㅡ;;;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샤워를 해봤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30분도 안돼 등에 땀줄기가 주르륵…….ㅡ ㅡ 새벽에도 식지 않는 뜨거운 열기 탓에 밤잠을 설치신 분들이 많을겁니다. 물론 에어컨이 있는 집 사정이야 그보단 나았겠지만요. 작년엔 30년 만의 더위라더니 올해는 100년 만의 더위. 해가 갈수록 점점 더 강한 더위에 내년 여름을 맞이하기가 벌써부터 무서워지네요.^ㅡ^;;;내년엔 200년 만의 더위가 오는 건 아닌지???? ㅎㅎㅎㅎ 아직도 휴가 떠나지 않은 분들이 제법 많은 듯 싶은데요. 더위를 식히는 것도 참 좋지만 부디 건강한 휴가계획으로 안전한 여행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혹 저처럼 떠나지 못하시는 분들은 시원한 수박 한 통 옆에 차고 공포영화 한 편 보시면서 더위를 식혀 보는것도 괜찮은 피서가 아닐까 싶은데 어떠세요?
  • 재벌가 딸 광고업계 누빈다

    광고업계에 재벌가 딸들의 활약이 거세다.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박현주(52) 부회장, 농심기획의 신현주(50) 부사장, 이노션의 정성이(43) 이사가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이화여대 동문이다. 회사 규모로는 상암과 농심이 업계 순위 30위권으로 엇비슷하다. 이노션은 신생 회사다. 맏언니격인 박 부회장은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딸이다. 얼마전 세상을 뜬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의 여동생이자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이기도 하다. 상암은 대상그룹의 계열사로, 박 부회장이 지분의 7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다. 박 부회장 입장에서는 ‘시댁’인 대상그룹과 ‘친정’인 금호그룹이 주된 고객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450억원. 박 부회장은 한달에 두세번씩 서울 순화동 사무실로 직접 출근해 영상물을 점검한다. 창의성을 무척 강조한다. 해외유학중인 둘째딸 상민씨가 2대 주주(17%)여서, 졸업후 합류 여부가 주목된다. 큰 딸 세령(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의 부인)씨는 지분도 전혀 없을 뿐 더러 회사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박 부회장은 꼼꼼하면서도 소탈해 아랫사람들 사이에 평이 좋다. 박 부회장과 이름마저 같아 묘한 인연을 보여주는 농심기획 신 부사장은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맏딸이다. 이대 서양미술학과를 나왔다. 결혼후 남편(박재준 전 조양상선 부회장)과 아이들 돌보는 일에 전념하다 10년쯤 전부터 일을 다시 시작했다. 미술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감각이 섬세하고 날카롭다는 평이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다. 매주 월요일 아버지와 점심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다른 형제들도 함께한다. 신라면·새우깡 등 그룹의 라면·과자 광고가 주된 일감이다. 신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전업주부에서 광고인으로 변신한 이노션의 정 이사는 정몽구(MK)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의 맏딸이다. 그룹이 올초 광고사를 신설할 때, 최대 지분(40%)을 투자하면서 업계에 뛰어들었다. 전공은 행정학이지만 원래부터 광고쪽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얼마전 기아자동차의 ‘그랜드 카니발’ 신차 발표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데뷔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이달 말부터 전파를 탈 현대자동차의 ‘뉴쏘나타’ 일본 현지광고도 맡았다. 그룹사의 든든한 자금력 덕분에 욘사마(탤런트 배용준)를 광고모델로 캐스팅했다. 아직은 신생회사이지만 워낙 그룹 계열사가 많은 데다 아버지의 애정이 두터워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여담여담] 나도 둘째를 낳고 싶다/주현진 산업부 기자

    둘째를 언제 낳을 거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애가 하나 있다고 말하면 아직 도리를 다 하지 못했다는 듯 으레 따라오는 질문이다. 그러나 일하는 엄마로서 이런 반응이 오히려 놀랍다. 전업 주부도 애를 낳지 않아 출산율이 저하되고 있다며 야단들인데 도리라니 무슨 소리인가 싶기 때문이다. 애 둘을 낳으라는 논리는 간단하다. 혼자는 외롭다는 것이다. 그러나 슬하에 둘을 두었지만 시댁과 친정에 각각 하나씩 맡겨가며 ‘치열한’ 육아를 하는 사람들을 기자는 종종 본다. 주 중에 애가 아프기라도 하면 한밤 중에도 달려가는 이들의 수고는 애처로울 정도다. 어린이 집에 맡기는 사람도 많다.‘꿀꿀이 죽’을 먹였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니 이들의 시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성부가 직장보육시설 설치 기준을 기존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에서 내년부터 남녀 500명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한다는 소식에 은근히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법을 어떻게 강화해도 처벌이나 인센티브가 없어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사회공헌에 앞장선다고 자랑하는 기업들도 육아 문제에는 팔짱을 끼고 있다. 삼성이 맏형답게 전국 40여개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것 말고는 눈에 띄는 곳이 없다. 5만여명의 임직원을 둔 현대차는 울산공장에 100여명 수용 규모의 어린이 집을 두고 있고,LG는 계열사 중 CNS만 유일하게 사내 보육원을 운영한다.SK,CJ,GS, 신세계 등 시가총액 10위안에 드는 그룹들마저도 보육 문제에는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어린이 집을 운영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모두들 저녁 7시까지 애를 찾아가도록 하기 때문에 반일 근무자나 정시 퇴근이 가능한 보조 인력 정도가 이용하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는 ‘엄마 노동자’가 마음 놓고 애를 맡길 곳은 역시 친정이나 시댁뿐인 것이다. 여자들이 애를 낳지 않는 게 문제라지만 이는 육아 부담에 대한 심각성을 아는 아빠의 합의 하에 가능한 것이다. 언제쯤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실질적인 육아부담 해결을 담은 보도자료를 받게 될지 정말 기다려진다. 주현진 산업부 기자 jhj@seoul.co.kr
  • [블루버드의 냠냠 다이어리] 초간단 콩나물 밥

    [블루버드의 냠냠 다이어리] 초간단 콩나물 밥

    오늘의 요리는 말그대로 너무 쉬운 초간편 콩나물밥이랍니다. 콩나물밥 하면 물 맞추기가 어렵다는 생각부터 드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러나∼ 볶음밥보다 쉽게 해드실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재료 (4인기준):콩나물 1봉지, 간장양념장(실파 3뿌리, 고춧가루 2스푼, 청양고추 1/2개, 통깨 1스푼, 다진마늘 1스푼, 다진양파 2스푼, 간장 6스푼, 참기름 1스푼) 1. 냄비에 물을 세컵 붓고 콩나물을 넣고 뚜껑을 덮고 센불에서 끓이다가 김이 나면 중불에 놓고 끓이다가 5분후에 불을 끕니다. 콩나물 삶은 물은 버리지 말고 콩나물을 건져 두세요. 2. 이제 필요한 분량대로 쌀을 씻어 아까 콩나물 삶은 물로 밥을 지을 거랍니다. 밥이 될 동안 할일이 또 있죠. 3. 양념장을 만들 차례입니다. 실파는 잘게 채썰어주고 나머지 재료는 위에 적힌 분량대로 넣고 잘 섞어주면 준비 끝입니다. 이제 잘 지어진 밥위에 콩나물을 얹고 양념장 얹어 슥슥 비벼 드시면 되겠네요. 어떠세요? 너무 간편하지 않나요? 물을 조금만 잘못 맞추면 밥이 질어지거나 콩나물이 덜익거나 푹익어 솔직히 어렵게 생각하던 음식중 하나였는데 이 방법을 알고 난 후부턴 자주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답니다. 콩나물은 숙취 해소에도 좋으니 전날 과음한 신랑을 위해 간편한 아침상으도 그만이 아닐까 싶네요. ■ 블루버드의 조잘조잘 한동안 저희집 이사로 정말 정신없이 지냈답니다. 시댁에 함께 살던 터라 그다지 짐이 많지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포장이사 대신 직접 하나둘 짐을 싸다 보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예전에 포장이사가 없던 시절엔 대식구들이 어떻게 이사를 다녔을지…. 다음 이사땐 꼭!! 포장이사를 해야겠다고 맘 먹었답니다.ㅎㅎ 제가 가지고 있는 장롱이랑 가구들이 하이그로시 장이라 쉽게 운반을 할 수 없어서 아침부터 이삿짐센터를 다시 알아보느라 애를 많이 먹었거든요. 이사하면서 컴퓨터도 새로 사야 했고 시댁에 살 때 함께 쓰던 세탁기 등 가전들도 다 새로 사느라 첨 시집올 때보다 더 분주한 이사준비가 되었지 뭐예여. 여럿이 함께 살다 우리끼리 살려니 신혼분위기가 나서 좋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허전하기도 하네요. 이사라 해야 가까운 거리이니 자주 찾아뵙기로 약속드렸답니다. 아직 이삿짐정리가 다 끝나지 않아서 집이 어수선하네요. 다음주엔 더 맛있는 이야기로 인사드릴께여. 즐건 주말 보내셔요~. 김항아 cyworld.nate.com/parangsegaeun
  • [사설] 농어촌 외국인 주부 대책 시급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을 이룬 농어촌 지역 남성 가운데 27.4%인 1814명이 외국여성과 결혼했다. 농어촌 총각이 국내에서 짝을 찾지 못해 주로 동남아국가 여성들과 혼인하는 현상은 10여년전부터 있어 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젊은이들이 대부분 고향을 떠나 농어촌에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지 오래된 마당에 국제결혼을 해 농어촌을 지키는 가정은 그만큼 소중한 존재이다. 따라서 농어촌의 외국인 주부가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우리사회에는 있다 할 것이다. 외국인 주부들은 우리말을 배우고 문화를 익히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국 땅에서 대화상대 없이 지내느라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는가 하면 때로는 남편과 시댁식구들에게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이같은 어려움은 본인에게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 길러도 그 2세가 우리 말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또래집단에서 소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이 외국인 주부가 개인적으로 극복하기에는 힘든 과제들이다. 현재 일부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이들을 돕는 활동을 벌이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에는 힘이 달리는 상태이다.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여성과 그에게서 태어난 2세는 당연히 한국인이다. 게다가 새로 구성되는 가정의 27.4%가 국제결혼을 했다는 것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농어촌 인구의 상당수가 그 2세들로 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이들을 방치해 소외계층으로 성장한다면 부작용이 어떠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 농어촌 외국인 주부가 한국생활에 빨리 적응해 건실한 가정을 이루게끔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 “배 가른 아픔보다 심적 고통이 더 커요”

    “배 가른 아픔보다 심적 고통이 더 커요”

    “다른 엄마들은 제왕절개 안 하고도 잘만 낳던데, 제가 유독 인내심이 부족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왕절개를 하고 나니 시댁에서 ‘사흘 동안 배 앓아서 낳은 사람도 있다.’는 말씀까지 하시더라고요.”지난해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A씨는 자궁수축 주사로 훗배앓이를 하고, 젖이 돌지 않아 고생한 것보다는 심리적인 고통이 훨씬 더 컸다고 털어놓았다. 수십시간 동안 진통을 하다 산모와 아이가 모두 위험할 수 있다는 의사의 판단으로 제왕절개를 택했지만, 왠지 인위적인 방법으로 아이에게 생명을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됐다. A씨는 “병원에서 아기 침대에 ‘제왕절개’라는 표시를 해놓았는데 이걸 보고 어른들이 다들 한마디씩 했다.”면서 “시아버지는 ‘우리 손자보다 머리가 1㎝ 작은 아이도 자연분만이더라.’는 말씀까지 하셨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다들 순산했느냐고 묻는데, 수술을 한 나는 순산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정말 속상했다.”고 덧붙였다. 제왕절개 분만을 한 여성들은 정상적으로 아이를 낳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인내심이 부족한 엄마라는 주변의 평가 속에 심한 심리적 위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산모들은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뒤 출산에 대해 아름다움의 이미지보다 고통이나 두려움을 먼저 떠올렸다. 이런 사실은 한국여성개발원이 만든 ‘출산여성의 건강증진 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밝혀졌다. ●“비정상적인 분만, 아이에게 너무 미안” 여성개발원은 33세 이하 여성 가운데 최근 1∼1년6개월 사이에 제왕절개로 첫 아이를 낳은 산모 19명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흔히 자연분만이라 불리는 ‘질식분만’을 한 산모들과 다른 측면에서 심리적인 변화를 겪고 있었다. B씨는 제왕절개로 첫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해 두고두고 아쉽고 미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질식분만=자연분만=엄마의 의무’라는 생각 때문에 ‘제왕절개=인위적 분만=엄마가 피해야 할 일’로 등식화하고 있었다.B씨는 “자연분만은 어머니가 되기 위한 관문과도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아기를 키우는 데 필요한 좋은 품성의 시험과정이라고 여겼는데, 그 경험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역시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C씨는 아이가 밤마다 영아산통을 겪으며 울고 보채는 것이 제왕절개 때문인 것만 같아 불안한 마음마저 든다. 그는 “제왕절개를 한 시각인 밤 9시30분쯤에 자주 우는 통에 아이가 혹시 수술경험을 기억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면서 “젖을 빨리면서 아이를 첫 대면하고 싶었는데, 거친 조명이 번쩍이고 칼이 보이는 수술실부터 떠올리게 된 사실이 안타깝다.”고 속상해했다. ●아이와 정서적 분리감…모성애 형성 느려 제왕절개를 한 산모는 수술 뒤 마취에서 깨어나는 동안 아이와 분리되는 경험 때문에 “정말 내가 낳은 아이인지 모르겠다.”는 느낌마저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D씨는 마취에서 깨어난 뒤 자기가 과연 아이를 낳았는지도 제대로 분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 하루가 넘게 진통을 하다 수술을 했지만 분만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돼 바로 옆에 있는 아이가 보이지도 않았고, 이 때문에 출산을 했다는 것 자체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실감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아기를 데리고 왔는데 너무 고통스러워 오히려 우울한 기분마저 들었다.”면서 “몸이 회복되고 조리원에서 아이를 좀 안고 나서야 모성애가 생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E씨는 출산 뒤 우울증을 겪었던 것이 제왕절개로 분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E씨는 “자연분만을 했다면 아기에게 더 강한 애정이 있어 우울증이 덜 했을 것 같다.”고 했다. ●의료의 질에 실망…아름다움보다는 고통 조사에 응한 대부분의 산모들은 제왕절개로 인해 출산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고 응답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자녀를 그만 낳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질식분만은 안해 봐서 모르겠지만, 제왕절개 수술은 사무적으로 와서 마취하고 면도를 합니다. 출산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고통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마취가 깨지 않은 비몽사몽간에 아이를 만나니 예쁜 줄도 모르겠고, 수술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더 무서워졌어요. 예전에는 출산도 행복한 일이고 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무서운 기분뿐이에요.” 제왕절개 수술은 다음 출산에서의 분만방법에도 영향을 미쳤다. 산모들은 둘째를 낳을 때 어떤 분만법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어차피 진통하다 낳을 거면 처음부터 수술하자.”는 응답과 “첫째를 수술로 낳은 만큼 둘째는 꼭 자연분만을 하고 싶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제왕절개를 한 뒤에도 질식 분만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연구를 진행한 정진주 연구위원은 “특별한 가족력이나 병력이 있는 여성이 아니고서는 제왕절개 분만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도 병원에 미칠 영향을 고려, 분만과정 중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에서 제왕절개 가능성을 논의하고 결정한다.”면서 “이 때문에 구체적인 정보를 얻지 못하고 수술을 받는 산모들의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여성의 최소한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분만방법 선택을 위한 교육 및 정보 제공을 활성화하고, 의료기록 평가를 통해 의사가 주도하는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5일 TV 하이라이트]

    ●사랑찬가(MBC 오후 7시55분) 자신도 모르게 수정에게 키스를 하고 만 혁은 왠지 허전한 마음에 소라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한다. 한편, 동파가 여배우와 아파트에서 살림을 차린 것을 안 난희는 노발대발하며 아파트로 들이닥친다. 나이스키친 주방장 준상을 마음에 두고 있던 양자는 선물을 사들고 레스토랑에 들어서고…. ●인사이드 월드-고베 대지진(YTN 오전 10시25분) 지난 95년 일본 고베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5500여명이 사망하고 4만 1500명이 부상했다. 실종된 사람과 사망한 사람 대부분은 빌딩 붕괴 및 붕괴로 인한 화재로 사망했다. 따라서 앞으로 닥칠 재해를 대비하기 위해선 낡은 건물들을 보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삼색토크 여자(EBS 오후 8시) 영공을 지키는 항공 통제사 이정실 하사를 초대했다. 그녀는 특공무술 3단, 태권도 2단, 유도 2단, 합기도 1단, 검도 1단 등 종합 무술실력 9단의 강인하고 절도있는 대한민국 대표 여군이다.‘여자는 약하다.’는 편견을 깨고 스스로 여군을 선택한 이정실 하사의 색깔 토크. ●일요일이 좋다(SBS 오후 6시) 업그레이드된 ‘개구리 엉덩이 밀치기’, 엑스맨의 하이라이트 ‘당연하지’코너를 선보인다. 가수 팀과 양미라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동갑내기 로맨스 윤은혜와 이민기. 이민기의 좌충우돌 엑스맨 적응기는 물론 MC몽과 박경림의 미와 힘의 승부, 이재원의 유재석 성대모사 등이 준비돼 있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하루도 보내기 전에 시댁 나들이에 나선 아리와 지환. 아리더러 아버지께 잘 대하라며 당부를 하는 옥화의 모습이 아리에게도, 노 여사에게도 가엾게 비친다. 아리에게 처음으로 어머니라 불린 노 여사는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고, 아리는 딸에게 아가씨라 부르는 어머니는 없다며 투정을 부린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도자기 한 점. 물고기 문양의 도자기는 소박한 조선의 미를 함축한 듯하다. 이 분청자기는 언제, 어떤 용도로 만들어진 것일까. 이와 함께 진품명품 제작진이 미국에서 입수한 애국가 영문 악보가 눈길을 끈다. 필기체로 쓰여진 이 글은 안익태 선생의 친필일까?
  • [공연포커스]여자들 수다가 ‘아트’야

    [공연포커스]여자들 수다가 ‘아트’야

    대학로가 여자들의 수다로 시끄러워진다.1억 8000만원짜리 그림 한 점을 둘러싼 세 친구의 이전투구로 남성들의 속물근성을 유쾌하게 까발린 연극 ‘아트’의 여성 버전 ‘6월의 아트’(야스미나 레자 작, 이해제 연출)가 2일부터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아트’가 겉으론 대범한 척하는 남성들의 허위의식을 집요하게 파헤쳐 관객의 공감을 샀다면,‘6월의 아트’는 작품의 주제와 배경, 인물들의 대결구도는 그대로 두되 30대 중반 여성들의 일상생활을 디테일하게 잡아냄으로써 여성 관객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는데 힘을 기울였다. 철학원에서 상담받은 이야기, 시댁식구들에 대한 험담 등이 일례다. 화·목·토는 정경순 심혜진 박호영이, 수·금일은 김성령 조혜련 진경이 번갈아 출연한다.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는 탤런트 심혜진이 첫 연극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2만∼3만원.7월31일까지.1544-15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데스크시각] 부모 자격증/허남주 주말매거진WE팀장

    출근길이 유난히 멀어 아침부터 지쳤던 어느 날, 낯선 이메일이 일상의 틀을 깨고 날아들었다. “전처 자식, 내 자식이 따로 있나요. 다 제 책임이기에 제 아이로 인연이 맺어진 것이겠지요.…언젠가는 정말 더 기쁜 일도 올릴 때가 오겠지요?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편지까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일을 보낸 이는 전처 소생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낀 점을 인터넷에 올렸던 한 어머니였다. 그녀는 글을 통해 ‘시댁에서 아이들의 어머니, 전처를 아이들 앞에서 나쁘게 말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밤늦은 시각에 우연히 본 사연이라 그랬을까, 감동에 젖어 짤막한 소감을 그녀에게 보냈었다. 메일을 보낸 사실조차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받은 뒤늦은 답장이 반가웠지만, 한편 걱정이 뒤따랐다. 구태여 ‘백설공주’,‘콩쥐팥쥐’를 떠올리지 않아도 “아무리 잘해도 제 어미같을까….”라는 식의 편견이 나도 모르게 내비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그 사연에 감동을 받았던 이유에는 ‘친어머니보다 더 갸륵한 사랑’이라는 점이 분명 포함돼 있었던 것도 같다. 친 어머니의 사랑이 가장 진한 사랑이란 가정하에 ‘절대적 사랑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는 식의 편견과 폄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두고두고 나를 괴롭혔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흘깃거리면서도 대글조차 남기지 않는 ‘눈팅족’으로서 처음 시도한 소통에 실패한 것 같아서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새삼 그 사건이 떠오른 것은 ‘가정의 달’인 5월에 신문지면을 크게 장식했던 이 시대 가족구성원들 사이의 뒤틀린 인간관계때문이었다. 비단 이 5월에만 많았으랴만 참혹하다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한 가족내 가해와 피해의 사슬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엄마가 도망갔다.’고 울부짖는 아이, 끝내 폭력의 가해자인 아버지를 죽이고만 여학생…. 가족이란 분명 울타리이자 짐이다.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울타리임엔 분명하지만 가족을 안전하고 평화롭게 지켜내기 위해선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가족구성원은 가장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 더욱이 아이들은 부모에게 분명 사랑의 대상이지만 삶에 지치거나 인격적으로 부족한 부모에게는 엄청난 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짐을 내팽개치는 사건이 날로 늘어간다. 지난해 아동학대 긴급신고전화(1391)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모두 6998건으로 2003년 4983건보다 40.4%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학대의 75.5%는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학대자가 아동의 부모인 경우가 전체 아동학대의 81.4%를 차지했다. 전국 45만명의 아이들이 학대를 받고있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그중 보호받는 아이는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동학대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가부장제 전통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부모는 여전히 아이들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권위와 힘을 행사한다. 더욱이 주변에서 이를 제재할 경우 “내 아이 내가 가르치는데 왜 참견하느냐”는 부모의 말은 당당하다. 가정이란 울타리가 범죄를 타당화한다. 더욱이 부모를 신고한 후 ‘아이의 인생을 책임질 수도 없는’ 타인으로선 이를 선뜻 행동에 옮기기에도 망설여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제 부모만한 사람이 없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고, 사회의 보호는 미약해 보인다. 하지만 이 5월에 가정의 윤리만을 믿고 맡기기에 이 시대 가정의 울타리는 낡고 허물어졌음을 지적하고 싶다. 아동복지법 제26조에 따라 의사, 교사,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등을 ‘신고의무자’로 규정, 아동학대 발견 즉시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나 신고하지 않았을 때의 처벌조항이 없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가정의 윤리에만 맡겨져 있다. 반면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의사, 교사 등이 아동학대 사실을 알고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 처분, 자격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다못해 낚시 자격증도 있는데 왜 부모 자격증은 없느냐?”는 미국영화 속 아이의 항변을 웃고 넘기기엔 껄끄럽다. 비정한 부모의 양식과 가정의 윤리에 아이를 맡겨놓기엔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가정의 벽은 드높고 굳건해 보인다. 허남주 주말매거진WE팀장 hhj@seoul.co.kr
  • 재벌딸 행세 결혼… 시댁돈 80억 ‘펑펑’

    재벌가의 딸이라고 속이고 결혼한 뒤 사업자금 등 명목으로 남편과 시집에서 80억원을 빌려 갚지 않은 30대 여성이 쇠고랑을 찼다. A(37)씨가 B(38)씨를 만난 것은 2002년 초. 둘은 와인바에서 우연히 동석한 것을 인연으로 가까워졌다.A씨는 10년 가까이 다른 남자와 결혼해 자녀도 두고 이혼을 했지만 “나는 서울 명문여대를 졸업한 중견기업 회장의 딸”이라면서 “여러 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B씨를 속였다. 의사인 B씨도 “재벌가 사위도 되고 병원 운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결혼에 동의했다. A씨는 재벌가의 딸로 행세하려고 사채까지 빌려 명품을 구입해 치장하기도 했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채 독촉에 시달리던 A씨는 온갖 감언이설로 남편을 속여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3억 5000여만원을 빌렸다. 결혼 후 남편의 부정한 행각을 담은 ‘몰카’가 있어 무마하겠다면서 1억여원을 받는 등 16억원을 더 빌렸다. 또 시어머니에게 “국세청에서 탈세를 문제삼아 돈을 요구해 뇌물이 필요하다.”며 40여차례에 걸쳐 64억여원을 얻어내기도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처가의 행패 더 이상 못참겠어요

    저는 결혼한 지 10년째이고 7살난 딸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저는 공무원으로 12년째 근무 중이고 아내는 외국인회사에서 간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나뿐인 아이마저 거의 얼굴을 볼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제가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둘째아이 낳기를 거부했습니다. 아내는 집안 살림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의 유치원을 처가 근처로 정하고는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아이를 친정에 데려다 주고 저녁에는 처가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다가 밤 10시가 넘어야 집에 오거나 아예 집에 오지 않고 처가에서 자고 출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러한 문제로 자주 다투었는데 아내는 말다툼만 일어나면 친정 식구들을 불러들였고 장모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제가 돈을 많이 못벌기 때문에 딸이 직장을 다니는데 그도 이해를 하지 못하느냐면서 갖은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는 처남과 달려들어 구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창피해서 다른 데는 이야기도 못하겠고 이제는 이혼마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가 식구들의 이런 행패도 이혼 사유가 되나요 -장진영(가명)- 정말 마음이 답답하시겠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을 결혼시키고도 심리적으로 떠나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식을 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다 있겠지만 일단 성장한 자녀들에게는 특히 혼인까지 시킨 경우라면 스스로 심리적으로 자립을 하도록 떼어놓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것보다는 친정 식구들이 돌보아 주면 안심도 되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되니까 친정에 더 치우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친정에서 적절히 조절을 해야 하는데 일단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로 생각해서 딸이 직장에 다니는 것도 사위의 잘못이라고만 몰아붙인다면 이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우선은 처가 식구들과 화합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면 처가 식구들도 함부로 하지는 않을 것이고 진영씨도 처가에서 하는 것이 간섭으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가족간의 갈등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부부가 중심이 되는 가정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두 부부의 마음이 우선 하나가 되어야 친정 식구들에게든 시댁 식구들에게든 대화가 될 것입니다. 진영씨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내에게 서로 잘 살아보자고 만난 것이 아니냐는 원론적이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두 사람이 이렇게 갈등 상태에 있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것이 두 사람을 위해서나 아이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적인 문제에 협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합의에는 처가 식구들의 도움이 절실한데 처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이니 우선 어렵더라도 처가 식구들과 자주 대화와 전화로라도 접촉을 하도록 해보세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할 것이나 먼 미래에 진영씨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한번 시도해 보세요. 처가 식구들에게 우선은 아이를 양육해 주어서 고맙다든지, 장모님이 딸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셔서 아이가 건강하다든지, 아내를 직장에 다니게 해서 미안하다든지, 칭찬 거리를 만들어서 장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해보세요. 장모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여는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이렇게 처가식구들과 자주 대화를 해서 서로의 마음이 열리게 되면 서로 심리적으로 분리해서 생활을 할 수 있는 요령이나 기회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하신 이혼 문제는 최악의 경우에 선택하실 것이나, 재판상 이혼 사유로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것’이라는 조항과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따라서 진영씨가 위와 같은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모나 처남들의 횡포가 계속되고 아내와의 화합도 되지 않는다면 위 조항에 따라 이혼을 하실 수는 있습니다. 가족 갈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상담은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족상담소(032-862-7119,www.e-happy home.or.kr)에서도 하실 수 있습니다. ●가족클리닉의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아이고 죽겠다’하면 일본인 깜짝 놀라

    “한국 문화를 느끼면서 배운 한국어를 일본인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축구 국가대표 출신 최성용 선수의 부인인 일본인 탤런트 아베 미호코(30)가 일본에서 한국어 교본을 펴낸다. 책은 ‘아베 미호코의 사랑해요!한국어’(아르크 펴냄)라는 제목으로 오는 25일 일본 현지에서 발행된다. ●“한국문화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 아베는 “일본내 한국어 교재에는 보통 직접 살면서 느낀 문화가 담겨있지 않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단어를 써야할지 설명되어 있지 않다.”면서 “한국인이 자주 일상에서 쓰는 한국말을 일본인이 가볍게 배울 수 있도록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한국 사람은 ‘밥 먹었어요?’라는 질문을 친한 사이에 인사말로 쓰는데 ‘배가 고프면 싸움을 할 수 없다.’는 격언을 쓰는 일본 사람의 생각과 비슷한 것 같다.”라든지 “‘∼죽겠어’는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표현으로 한국인이 이 말을 쓸때 ‘죽는다고요?’라고 되묻지 말아야 한다.”는 식이다. 아베는 지난 2003년 12월 28일 최 선수와 결혼, 현재 경기 용인에 살고 있다. 그는 한국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직접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손길을 꼽았다. 아베는 “결혼 초기 경남 마산에 있는 시댁에서 한달 동안 살았는데 그때 시어머니가 된장, 간장 등을 손수 만드시는 것을 보고 감동 받았다.”면서 “일본에서는 대부분 장을 돈주고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만드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아베는 당시 배운 떡볶이, 떡국, 미역국, 된장찌개, 김치찌개, 비빔국수, 잡채, 파전, 갈치조림, 약식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의 조리법도 교본에 소개했다. ●“교본통해 한국·일본 좋은 친구 됐으면” 아베는 최근 한·일관계에 대한 생각을 묻자 “우리는 일본인이고 한국인이기 이전에 지구인으로 서로 존중해야 할 존재”라면서 “서로의 처지를 잘 생각해보고 대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이 더 좋은 친구가 되는데 교본이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길섶에서] 바보 아빠/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자식자랑하는 사람은 옛날부터 팔불출이라 하여 조롱거리가 돼 왔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선배 한 분의 천연덕스러운 편지가 출근길 나를 웃겼다. “딸 자랑하고 싶어 소식 보냅니다. 딸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와튼, 예일,MIT에도 붙었는데 이렇게 빅 스쿨만 네 군데나 합격한 예는 드물다는군요…” 와튼에서 장학금까지 제시해 와튼과 하버드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맨 마지막으로 합격자 발표한 MIT 경영대학원에 사위가 붙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하버드에 가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시댁에서도 아주 자랑스러워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너무도 정중한 문체가 역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마지막 대목에 가서는 그만 소리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이제 내 나이에 자식자랑할 것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그가 정말 할 일이 없어서 이 편지를 보냈겠는가.‘불출’소리를 듣더라도 자식 사랑은 못 말리는 게 부모다. 다만 나이에 대한 언급은 약간의 면구스러움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담은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편지라도 주고받으며 사는 게 바쁜 세상 격조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이려니 생각하며 ‘바보 아빠’를 ‘용서’하기로 한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결혼하면 여자가 더 손해다?

    결혼하면 여자가 더 손해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결혼을 하면 어느 쪽이 손해일까.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사랑’을 전제로 하는 만큼 손익계산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한 이불 속에서도 “왜 이 인간과 결혼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하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남녀 모두 할 말들이 많겠지만 각종 여론조사와 통계, 학계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손해를 느끼는 쪽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혼을 후회하는 여성, 남성의 2배 LG카드는 지난달 10일부터 17일까지 30∼40대 기혼남녀 396명을 대상으로 ‘한국 부부들의 생각’이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결혼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은 남성이 12.6%에 그친 데 비해 여성은 두 배에 가까운 23.7%나 됐다.‘이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남성은 27.8%, 여성은 43.4%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남성은 65.2%에 이르렀지만, 여성은 절반에 불과한 33.3%에 그쳤다.‘자신과 배우자 중 누가 더 오래 살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도 남편의 67.2%는 ‘아내’라고 답했지만 아내는 51.5%만이 ‘남편’이라고 대답했다. 배우자를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도 다양했다. 남성은 ‘아내가 경제능력이 없어서’가 43.3%로 가장 많았고,‘처가문제’ 20.0%,‘외모’와 ‘학벌’이 각각 10%를 차지했다. 여성도 ‘남편의 경제능력’이 54.5%로 가장 많았고,‘시댁문제’가 19.5%,‘학벌’이 2.6% 등의 순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남편의 외모를 문제삼은 여성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남성은 결혼으로 이익을 누린다” 학계의 연구에서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타난다. 보통 여성에게 낮게 나타나는 ‘결혼만족도’는 여성들이 결혼을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결혼만족도’란 실제 결혼생활과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비교해 주관적으로 평가를 내린 수치다. 학계는 197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다수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결혼생활에서 아내가 남편보다 만족을 적게 느낀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깨가 쏟아진다.’는 신혼부부에서 황혼의 노년부부까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2002년 계명대 교육대학원 김성현씨가 대구에 사는 결혼 5년차 이하 남녀 2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초기 부부도 결혼만족도는 남성이 높았다.100점 만점으로 신혼의 남자는 65.3점을 기록한 반면 여성은 63.9로 근소하나마 차이를 보였다. 또 2003년 전남대 생활환경복지학과 김경신 교수가 광주에 거주하는 노부부 218쌍을 대상으로 조사해 대한가정학회에 발표한 결과도 비슷했다. 결혼생활의 만족을 묻는 질문에 할아버지들은 평균 63.6점을 줬지만, 할머니들은 61.6점으로 평가했다. 아내의 불만족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도 모든 연령대에 걸쳐 남편의 결혼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행옥 원주대 여성교양과 교수는 “외국의 생활만족도를 조사해 보면 결혼한 남성이 독신 남성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여성은 정반대로 나타났다.”면서 “남성들이 결혼으로 이익을 누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결혼 이후 여성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짐 이 교수는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결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여성들이 결혼한 뒤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부부 가운데 여성의 역할이 과도하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같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은 육아와 사회진출, 가사노동까지 과도한 짐을 지기 때문에 만족도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결혼기간과 만족도의 관계는 이견이 분분하다. 결혼만족도는 신혼기에 가장 높았다가 점차 낮아지며, 중년기 이후 다시 높아지는 ‘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그나마 긍정적인 이론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린다는 우울한 이론도 있다. 또 전반적인 추세는 비슷하지만 출산과 육아, 자녀의 결혼 등에 따라 오르내린다는 S자 이론까지 다양하다. 모든 이론의 공통적인 결론은 ‘신혼시절의 만족도’가 회복되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박민자(한국가족문화원 원장) 덕성여대 교수는 “한국 부부 사이의 사랑은 열정보다 책임감이 높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면서 “누가 손해를 보는가의 문제를 떠나 부부간에 대화를 자주해 소통과 이해의 공간을 넓혀 나간다면 만족도 역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여보, 미워도 다시한번…”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3월 이혼숙려제도를 시범도입한 서울가정법원에는 한달간 683쌍이 협의이혼을 신청했으나 무려 80쌍(15.50%)이 신청을 취하했다. 이 법원이 새 제도를 실시하기 전인 지난 1월 555쌍 중 39쌍(7.51%)이 취하한 것과 비교하면 취하율은 갑절쯤 높아졌다. 판사 앞에서 이혼을 확인하기 전 상담을 받거나 혹은 상담을 받지 않으려면 1주일쯤 생각할 시간을 주는 숙려기간을 두도록 협의이혼 절차를 바꾼 결과다.2월까지는 협의이혼 신청 당일이나 다음날 이혼을 확인해 줬다. ●첫 출발 순조로운 이혼숙려제 20대 후반의 A씨 부부는 첫돌도 안된 아들까지 있는 결혼 2년차의 부부. 하지만 성격차로 신혼 초부터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았고 결국 협의이혼을 하겠다며 법원을 찾았다. 바뀐 절차에 따라 부부는 상담을 하게 됐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모자랐음을 느끼고 신청 취하에 합의했다. 결혼 12년차의 B씨 역시 남편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며 부부가 법원을 찾았다.B씨는 상담때 “무슨 대화가 필요하냐.”면서 대화를 피하던 남편 앞에서 가슴에 쌓아뒀던 말을 털어놨고 결국 남편도 자신이 잘못한 점이 있음을 인정했다.B씨 부부도 서류를 찢고 가정으로 돌아갔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B씨의 사례는 이혼을 하려는 마음보다는 남편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것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새 제도가 없었다면 이혼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새 제도에도 불구하고 이혼의사가 분명한 부부들은 대부분 이혼 전 상담을 거쳐 당일이나 다음날 확인을 받는다. 상담을 받은 76쌍의 부부 중 이혼의사를 굽히지 않아 확인된 부부가 59쌍으로 83.1%에 달했다. 그러나 상담 후 5쌍의 부부가 취하서를 바로 법원에 제출했고, 다른 5쌍은 상담을 받고 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취하로 간주됐다. 또한 1주일을 기다렸다가 처리된 445건 가운데 확인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부부도 70쌍이나 됐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부부 양쪽이 기일에 오지 않아 취하로 간주된 이들 모두가 이혼의사를 철회했다고는 할 수 없고 생활에 쫓겨 못 온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짧은 1주일이지만 다시 한번 이혼에 대해 생각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홧김이혼 줄이는데 도움될 것” 가정법원의 다른 관계자는 “배우자의 불륜, 가정폭력 등 정말 이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상담과 숙려제도는 무의미하다.”면서도 “다만 홧김에 이혼을 하려고 한다거나 이혼을 할지말지 고민하고 있는 부부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댁과의 경제적 문제로 가정법원을 찾은 C씨의 사례가 그렇다. 결혼생활 1년에 1살짜리 딸을 둔 C씨는 남편과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혼수가 빌미가 됐다. 시댁에서 혼수를 문제삼을 줄 몰랐던 C씨는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말을 꺼냈고, 부인을 이해할 수 없던 남편도 협의이혼에 동의했다. 상담을 통해 그동안 부인의 힘들었던 사정을 알게 된 남편은 “앞으로는 내가 도와주겠다.”면서 이혼의사를 뒤집었고, 결국 C씨도 이혼은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서울가정법원 김선종 수석부장판사는 “상담 등을 통해 이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거나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 이혼 후 친권·양육권·면접교섭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이혼 직전의 상담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부부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④-현대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④-현대그룹

    “믿겨지지 않았다.” 2003년 8월 4일 새벽. 그룹 비서실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아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훗날 지인에게 “처음엔 얘 아빠(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나 남편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시숙(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에게서 그룹을 지켜야 했다. 경영 전면에 나섰다. 스물한살에 현대가로 시집와 30년 가까이 살림만 했는데 세상에 나오는 것이, 그것도 시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가 평생을 일군 그룹을 덜컥 떠맡는 게 두렵지 않았을까. 지인의 얘기다.“나도 그 점이 궁금해 언젠가 한번 물어봤었다. 그랬더니 그 때는 (경영권 분쟁으로) 상황이 너무 다급해 두려워할 겨를조차 없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현대가의 ‘조용한’ 며느리에서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때가 2003년 10월 21일. 그로부터 1년여.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관리종목’의 악몽에서 벗어나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4279억원)을 올렸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 역시 소폭이나마 첫 흑자(8억원)를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839억원), 현대증권(580억원 추정치), 현대택배(74억원), 현대경제연구원(3억원)도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거나 흑자를 지켰다. 그룹 경영을 맡은 지 불과 1년 만에 6개 계열사 모두를 흑자로 돌려놓은 것이다.2010년까지 그룹 매출을 20조원(지난해 말 6조 6400억원)으로 끌어올려 재계 10위권(현재 19위)에 입성하겠다는 현 회장의 ‘2010 프로젝트’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운’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왕회장(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현대에 몸담아온 한 임원의 해석은 다르다.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현 회장 취임후) 해운 경기가 살아나면서 그룹의 주축인 현대상선이 살아났으니까….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 전에 비해 그룹의 방향이 매우 뚜렷해졌다. 현 회장은 한번 결정을 내리면 단호하다. 흔들리지 않는다. 배포와 결단력은 오히려 몽헌 회장(MH)을 능가한다는 게 임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와 관련해 또다른 임원의 말이 재미있다.“현 회장을 보고 있으면 사업가 유전자라는게 따로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업가 집안의 둘째딸 현 회장은 1955년 딸만 넷을 둔 사업가 집안의 둘째로 태어났다. 훗날 현대상선에 흡수된 당시 신한해운의 현영원(78) 회장이 아버지다. 일제때 ‘호남의 거부(巨富)’로 이름을 날렸던 현준호씨의 후손이다. 어머니는 김용주 전남방직 창업주의 외동딸인 김문희(77) 현 용문학원 이사장이다.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현 회장에게는 외삼촌들이다. 현대가의 며느리 가운데 손아래 동서 김영명(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부인·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딸)씨와 더불어 친정이 가장 화려한 편이다. 현 회장은 그룹 홈페이지에 올린 ‘나의 삶 현대의 길’에서 “기업가 집안의 엄격한 가정교육 속에서 세상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시각을 조금씩 키워나갔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임원의 해석처럼 ‘유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업가 집안의 가풍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현 회장의 자매들 이름이다. 언니가 일선씨, 여동생이 지선씨다. 현 회장의 시조카들과 이름이 똑같다.“정씨 집안과의 혼사는 숙명”이라는 우스갯말이 나올 만도 하다. 언니 일선씨는 수입 침장(沈臧) ‘쉐르단’으로 유명한 홈텍스타일코리아 유승지 회장과 결혼했다. 유 회장은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의 친동생이자 유유산업 창업주인 고 유특한씨의 아들. 현 유유산업 유승필 회장의 친동생이다. 동서지간인 유 회장과 생전의 MH는 나이가 같아 유난히 친했다고 한다.MH가 죽기 직전 가족들과 외식을 할 때도 유 회장이 함께 했었다. ●‘군인’ MH와의 첫 만남 대학(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때인 1975년 1월 어느날. 현 회장은 아버지를 따라 울산의 현대중공업 선박 명명식에 갔다. 당시 아버지는 사업관계로 잘 알고 지내던 홍콩 행정 장관(C.Y. 퉁)이 방한하자 때마침 열린 선박 명명식에 ‘모시고’ 갔다. 애초 맏딸만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둘째딸의 성화에 딸 둘을 대동하고 나섰다. 몇달 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쪽에서 넌지시 연락이 왔다.“군대간 아들이 마침 휴가 나왔는데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선박 명명식에서 ‘참한 인상의 늘씬한 재원’을 처음 본 정 회장이 단박에 며느릿감으로 점지한 것이다. 이 때가 75년 5,6월께. 현 회장과 MH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뤄졌다. 언젠가 현 회장이 사석에서 털어놓았다는 MH의 첫인상이다.“요샛말로 필이 꽂히거나 그렇진 않았다. 군인이라 머리도 짧았고…그래도 듬직해 보였다.” 첫 데이트 장소는 ‘군인 커플’답게 서울 태릉사격장. 이듬해 7월 두사람은 결혼했다. ●“나도 내게 이런 속배짱이 있는 줄 몰랐다” 현 회장은 결혼 후 첫딸을 낳고도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라 페어리 디킨슨 대학원에서 인간개발론을 전공했다. 귀국해서 얘들 키우고 살림하는 동안에도 짬짬이 걸스카우트연맹(이사)·대한적십자사(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 등에서 ‘표 안나게’ 사회활동을 했지만 사업가로 나서게 되리라고는 그 자신 상상도 못했다. 현 회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임원의 얘기다.“그룹 경영을 맡은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확실한 것은 배포가 여간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 참여를 결심한 것도,8개월에 걸친 경영권 분쟁을 버텨낸 것도 이같은 배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현대가의 조용한 며느리인데 어디에 그런 배포가 숨겨져 있는지 모르겠다. 본인 스스로도 ‘내게 이런 속배짱이 있는 줄 몰랐다.’며 웃더라.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경영권 분쟁때의)그 지독했던 마음 고생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의지력도 대단하다. 더러 확신이 서기까지 결단을 늦추는 경향이 있어 답답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일단 확신이 서면 무섭게 밀어붙인다. 번복하는 일도 없다.”결단을 내려놓고도 마음이 여려 ‘가신’들의 주장에 흔들리곤 했던 MH와는 대조되는 면모다. 현 회장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일화 한가지. 지난해 8월 그룹 비전을 선포할 때의 일이다. 당시는 경영권 분쟁을 매듭짓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던 때라 사내외에 선언할 ‘비전’이 매우 중요했다. 현 회장은 ‘용기와 자부심의 현대’라고 직접 쓴 쪽지를 내밀었다. 임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살림만 하던 사람이 기업 경영과 직원 심리를 얼마나 알겠느냐.”는 냉소도 은근히 깔려 있었다. 그러나 현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용기와 ‘재계 1위 현대’에 대한 자부심이 절실한 때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선언문에는 이 문구가 그대로 들어갔다. 시간을 지체해 물건너갔다고 생각했던 가신그룹(김재수 당시 경영전략팀 사장 등)에 대한 인사도 그 해말 전격 단행해 임직원들을 다시한번 놀래켰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 숙부의 난 현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다른 사람도 아닌 시삼촌과 길고 지루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2003년 8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이면서 본격화된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30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은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집안의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비즈니스가 얽혀있어 개입할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중립이 현 회장을 도왔다. 현 회장측은 분쟁의 단초가 된 금호생명 대출 200억원에 대한 정상영 회장의 보증과 관련,“정 명예회장은 조카(MH)에 대한 의리라고 주장하지만 처음부터 경영권을 뺏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였다.”고 주장한다. 한 측근은 MH가 정상영 명예회장을 인간적으로 따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왕자의 난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정상영 회장이 MH의 자금줄을 교묘하게 막았다.”면서 “이 때문에 MH가 ‘그룹을 위해 (내가) 이렇게 희생했는데 상영 삼촌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언젠가 몹시 화를 낸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KCC측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여전히 팔지 않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이다. ●경영수업 받는 큰딸…‘코디’ 둘째딸… 사격 좋아하는 외아들 시어머니(변중석)가 아이 잘 낳는 보약을 하루가 멀다하고 들이미는 바람에 얼떨결에 일찍 가졌다는 큰딸. 딸을 낳자 시댁보다 딸만 넷인 친정의 실망이 더 컸다고 한다. 그 딸이 지금은 현 회장의 든든한 친구이자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지이(28)씨다. 서울대 고고미술학과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을 나온 그는 외국계 광고회사에 다니다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지난해 1월 3일 현대상선 재정부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올 1월 1일 대리로 승진했다. 회사 흐름을 가장 빨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재정부에 배치한 것을 보면, 제대로 경영수업을 받게 하려는 현 회장의 의지가 읽혀진다. 경영권 분쟁때도 현 회장은 정상영 명예회장 등 시댁 어른들과의 대면 자리에 반드시 지이씨를 데리고 나갔다. 맏이답게 찬찬하고 침착해 현 회장에게는 큰 의지가 된다고 한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이 매우 좋다. 지난해 10월 그룹 해체후 처음 가진 신입사원 수련회때는 다른 ‘신참’들과 똑같이 텐트에서 잠을 자고 장기자랑도 마다하지 않아 주위의 경계심을 녹였다.‘싼타페’를 직접 몰고 출퇴근한다. 아직 사귀는 사람은 없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터울이 크면 아들일 확률이 높다.”는 집안 어른들의 압력에 6년 7개월만에 가졌다는 둘째딸 영이(21)씨는 서울 상명여고 1학년때 혼자서 미국 유학을 떠났을 만큼 당차다. 보스턴에서 한시간 거리인 사립 고등학교 ‘쿠싱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현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부에 재학중이다. 언니와 달리 성격이 매우 활달하다. 방학을 맞아 귀국하면 엄마의 의상을 열심히 조언해준다. 막내 외아들인 영선(20)씨는 모 대학 경영학과를 다니다 지금은 휴학한 상태다. 군대를 먼저 다녀온 뒤 미국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아버지 장례식때 고3(경복고) 수험생이었는데도 어찌나 많은 친구들이 빈소로 몰려왔던지 조문객들 사이에 화제가 됐었다. 아버지를 닮아 총쏘는 것을 좋아한다. ●옛 영광 재현 꿈꾸는 핵심 브레인들 경영전략팀이 그룹의 ‘싱크 탱크’다. 다른 그룹으로 치면 구조조정본부에 해당한다. 현 회장 사람들로 전부 세대교체가 이뤄진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최용묵(57) 사장을 사령탑으로 이기승(55) 전무-하명호(47) 상무로 수직 연결된다. 현대엘리베이터 사장도 맡고 있는 최 사장은 경영권 방어전략을 촘촘히 짜 현 회장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급진적 개혁보다는 점진적 개선파로, 조직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현 회장 체제에서는 적임이라는 평을 듣는다.76년 현대건설 평사원으로 입사,84년 현대엘리베이터 창립과 함께 관리부장을 맡으면서 조직관리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임직원들과 회사 앞마당에서 족구를 하고 삼겹살 소주 뒤풀이를 즐긴다. 이 전무는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금융전문가의 보완을 절실하게 느낀 현 회장이 지난해 6월 외환은행에서 영입해온 이다.KS(경기고-서울대 법대) 출신답게 머리회전이 빠르면서도 친화력이 뛰어나 핵심인맥의 자리를 굳혔다. 미국 디킨스대 MBA(경영학석사) 출신인 하 상무도 재무 전문가다. 현대석유화학에서 지난해 말 그룹 심장부로 옮겨왔다. 그룹의 정신적 뿌리인 대북사업은 ‘서울대 트리오’가 이끌고 있다.“대북사업에 인생을 걸었다.”는 김윤규(61) 현대아산 부회장이 단연 첫 손에 꼽힌다. 왕 회장때부터 ‘소떼 방북’ 등을 성사시키며 현대와 동고동락해 온 김 부회장은 MH가 그 앞으로 남긴 별도 유서를 통해 “자주 윙크하는 버릇 고치라.”고 농담을 던졌을 만큼 2대에 걸쳐 각별한 신임을 얻었다. 얼마전 부회장으로 승진해 대북 라인 접촉 등 대외 업무에만 힘을 쏟고 있다. 대내 업무를 떼준 것은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이자 ‘거리 두기’라는 해석도 있다. 대내 업무는 윤만준(60) 현대아산 사장의 몫이다. 고문으로 물러나 있다가 김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된 그는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초창기부터 관여해 실무에 밝다. 서울법대를 나와 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MH와 함께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일궜다. 김 부회장의 서울대 공대 직속 후배인 심재원(58) 현대아산 부사장은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업무처리가 치밀하다. 그룹의 ‘캐시 카우’(돈버는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노정익(52) 사장이 이끌고 있다. 유동성 위기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던 2002년 9월 사장에 취임해 1000원대이던 주가를 2만원 가까이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자동차 운반선 매각 등 뚝심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때 들어온 1조원대의 현금이 없었다면 뒤이어 터진 대북송금·분식회계 등의 악재를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취임하자마자 승선 체험을 자청, 선원들과 거센 파도와 싸우며 하나가 된 덕분에 ‘캡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안살림을 꼼꼼하게 챙기는 안홍환(55·부사장) 지원본부장, 회사 매출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이재현(54·전무) 컨테이너본부장, 일반화물 영업을 이끄는 이동렬(56·전무) 벌크선영업본부장, 해양대 항해학과를 나와 선장으로도 근무한 ‘마도로스’ 신용호(56·전무) 해사본부장 등도 상선의 중추 세력이다. 2003년 6월 부국증권에서 스카우트돼 온 김지완(59) 현대증권 사장은 ‘현투(현대투자신탁증권) 책임분담금’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지어 그룹의 고민을 덜어주었다.‘숙부의 난’때는 오랜 증권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권 방어 전략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어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하마평에 자주 오르기도 한다. 김 사장을 떠받치고 있는 노치용(53·전무) 도매영업본부장은 그룹 홍보도 겸하고 있어 여의도와 광화문을 오가며 ‘셔틀 업무’를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때 설득력있는 논리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숙부의 난 당시 격전지(경영전략팀) 한복판에 있었던 현기춘(51) 현 현대엘리베이터 전무도 눈에 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또다른 한 축인 한승준(51) 전무와는 춘천고 같은반 친구이다. 기획·관리 전문가로 ‘선 굵은 CEO’로 불리는 김병훈(55) 현대택배 사장, 경제연구원 최초로 수익모델 창출에 도전한 재무관료 출신의 김중웅(64) 현대경제연구원 회장,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주현(53) 현대경제연구원장 등도 그룹의 핵심 브레인들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경영권 분쟁이 오히려 약이 됐다. 몽헌 회장의 죽음으로 흔들리던 임직원들이 경영권이 위협받자 현 회장을 중심으로 차돌처럼 뭉쳤다. 이번 기회에 전열을 확실하게 정비해 그룹의 모태로서 옛 현대의 영광을 반드시 재현하겠다.” hyun@seoul.co.kr ■ ‘비운의 황태자’ 정몽헌 현대가 사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 한 현대맨은 “90년대 들어 언론에서 빅3(MK,MH, MJ) 운운했지만 그 때는 이미 왕회장이 MH를 후계자로 형제들에게 선언한 뒤였다.”면서 “좀체 칭찬을 하지 않는 왕회장이었지만 MH에 대해서는 심지가 깊은 아이라며 믿음을 내보였다.”고 전했다. 보성고와 연세대를 나와 미국 페어리 디킨슨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학위)를 딴 MH는 귀국후 1983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세워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급기야 2000년에는 그룹 단독 회장에 취임했다. ‘왕자의 난’의 상처를 털고 MH시대를 여는 듯했다. 하지만 2003년 8월 4일 계동사옥 12층 집무실에서 몸을 던지고 만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저 유서를 통해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만 했을 따름이다. 대북송금 특검 등에 따른 중압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한 측근은 당시 “극심한 중압감 때문이었다면 가족들이 낌새를 알아챘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일축했었다. 투신하기 직전, 가족과 식사한 것을 두고 미리 자살을 준비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이 역시 MH가 일요일에는 가족들과의 외식을 즐겼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MH는 바깥일을 집에 와 자상하게 털어놓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가급적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등 가정적인 편이었다. 한 측근의 얘기다.“(대북송금·비자금 수사 등이 진행되자) 나 혼자 책임지겠다는 말씀을 여러번 하셨다. 그때는 혼자 감옥가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살을 염두에 뒀던 것 같다. 그렇더라도 투신하기 두달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자 부인(현 회장)에게 매일 순두부를 끓이라고 했던 점으로 미뤄보아 투신 결심은 순간적으로 이뤄졌던 것 같다.” 소탈하면서도 합리적이고 머리도 좋아 따르는 이가 많았던 MH. 그는 그러나 끝내 아버지의 꿈(대북사업)을 완성하지 못하고 삶을 접었다. 이 때가 그의 나이 55살때였다. hyun@seoul.co.kr ■ 현대家 며느리들 현대가의 며느리들은 4월을 ‘제사의 달’이라고 부른다. 시아버지(정주영 회장)가 생전에 워낙 제사를 중시한 데다 온갖 제사가 몰려있어 4월에는 아예 청운동 시댁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다. 시아버지의 독특한 ‘밥상머리 교육’ 때문에 새벽마다 시댁으로 가 아침식사도 직접 준비해야 했다. 한 며느리는 “새벽 3시반에 갔다는 항간의 얘기는 다소 과장이고 이를 때는 4시반, 보통때는 5시나 5시반쯤 갔다. 시아버님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새벽마다 수행원들 몫까지 김밥을 엄청나게 쌌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언젠가 한번은 아들들이 꾀가 나 아침식사 회동에 몇번 빠졌다. 대로한 왕회장이 “모두 들어와 살라.”고 불호령을 내려 1년간 청운동 시댁 주변에 모두 모여산 적도 있다고 한다. 여자들이 나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왕회장이지만 말년에는 겸상 식사도 허용했다고 한다. 맏며느리 이양자씨는 수도여대를 나와 한때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이씨가 91년 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실질적 맏며느리 역할을 해온 둘째며느리 이정화(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인)씨는 당시 명문으로 꼽히던 숙명여고를 나왔다. 빼어난 미모로 유명했던 넷째며느리 이행자씨는 한양대 출신으로 세간에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숙명여대를 졸업했다. 유난히 여대 출신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여자는 여대를 가야 한다.”는 왕회장의 보수성 때문이었다. 이화여대에 수석 입학해 화제가 됐던 손녀 유희씨(고 몽필씨 딸)도 원래는 연세대 원서를 다 써놓은 상태에서 할아버지에게 ‘보고’했다가 된통 혼이 난 뒤 여대로 틀었다고 한다. 며느리든 딸이든 해외유학까지 다녀오고도 회사 경영이나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이가 거의 없는 것도 유교적 가풍 탓이다. 왕회장은 “살림에만 신경쓰라.”며 며느리들에게 골프도 치지 못하게 했다. 현정은 회장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골프장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월이 훨씬 흐르고서야 뒤늦게 골프를 배웠지만 영 재미가 붙지 않아 골프장에 딱 세번 나가본 뒤 관뒀다고. 오는 10월 ‘금강산 골프장’ 개관에 맞춰 상징 티샷을 날리라는 임원들의 압력이 많아 여간 고민이 아니라고 한다. 한때 기체조를 배웠으며 ‘걷기’ 가 취미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③-현대·기아차 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③-현대·기아차 그룹

    정몽구(67^MK)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격의없이 지내는 지인들은 정 회장을 이렇게 평가한다. “곰같은 외모에 뱀같은 머리를 지녔으며 여우같은 행동가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현대의 한 고위임원은 서슴없이 정 회장을 ‘지략가’라고 정의했다. “현대차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정공, 현대차써비스 네 집안이 합쳐진 회사다. 그런데도 큰 잡음이 없다. 카리스마만 갖고서는 이렇게 이끌 수가 없다.MK가 대단한 지략가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햇볕도 잘 들지 않는 땅(서울 원효로)에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을 만든 이가 MK다. 다른 아들들이 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한테 기업을 물려받은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는 사실상 창업자나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이 결코 요행이나 우연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 정 회장은 2000년 9월 그룹에서 독립한 지 불과 4년만에 현대차를 세계 6위 반열에 올려놓았다. 독립 당시 10개에 불과하던 계열사 수는 28개로 불어났으며, 종업원 수도 10만명을 넘는다. 총자산 규모 67조원(3월14일 현재)에 올해 매출목표액 85조원, 재계 서열 3위다. ‘싸구려 현다이’라고 비웃던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제 현대차를 두려움의 존재로 인식한다. ●갤로퍼 신화에서 품질경영까지 서울 경복고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나온 정 회장은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현대자동차써비스(74년)와 현대정공(77년)을 잇따라 설립하면서 일찌감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이후 기아차를 인수해 자동차 전문그룹을 만들기까지 평생을 차(車)와 함께 했다. 그를 가까이서 본 고위임원의 얘기다.“세상 사람들은 보여지는 외모와 어눌한 말투만 보고 MK의 저력을 더러 간과한다. 그러나 현대정공 시절, 그는 일일이 차를 뜯어보고 조립하면서 갤로퍼 신화를 만들어냈다. 차에 관한 한 누구보다 전문가다.” 그런 정 회장이 충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98년 미국 JD파워의 신차 품질조사에서 현대차가 꼴찌를 한 것이다. 이듬해, 그 이듬해에도 꼴찌권을 맴돌았다. 엄청난 모멸감에 휩싸인 그는 “이제부터 등수는 잊어라. 대신 무조건 품질을 끌어올려라.”라고 일갈했다. 현대·기아차의 보도자료에서 ‘세계 톱5 진입’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품질본부가 즉각 하나로 합쳐지고,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품질 회의가 꾸려졌다. 올초 쏘나타는 ‘세계에서 가장 결함이 적은 차’로 선정(컨슈머 리포트지)됐다. 몇년 전의 수모를 보기 좋게 설욕한 것이다. ●부인 이정화여사 실질적 맏며느리 정 회장은 평범한 ‘실향민’ 집안의 셋째딸(이정화·66)과 결혼해 1남3녀를 두었다. 고향이 이북인 부인 이씨는 손위동서인 이양자씨가 91년 암으로 세상을 뜨자 이때부터 집안의 실질적인 맏며느리 역할을 도맡아 했다. 시아버지 생전에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3시30분이면 청운동 시댁으로 달려가 아침을 준비하곤 했다. 시어머니(변중석)가 이 무렵 거동이 불편해져 병원 신세를 졌기에, 대식구의 아침 준비는 오롯이 며느리들 몫이었다. 틈날 때마다 현대아산병원을 찾아 시어머니를 돌보는 일도 맏며느리인 그의 몫이다. 시어머니가 그랬듯,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이렇다할 직함도 없다. 굳이 찾자면 그룹 계열사인 ‘해비치 리조트’(제주도 다이너스티 골프장과 콘도 등을 운영하는 회사)의 개인 대주주라는 정도다. ●외아들 의선… ‘ES 시대’ 개막 그룹의 핵심인 자동차는 정 회장의 막내 외아들이자 현대가의 종손인 의선(35·ES)씨가 한 축이 돼 이끌고 있다. 이달초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 겸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자동차부품 전문회사) 부사장도 맡고 있다. 본텍·글로비스·엠코 등 비상장 계열사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오너 3세’의 프리미엄만을 업고 사장에 오른 것은 아니다.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정 회장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는 ‘현대정공 자재부’에 94년 과장으로 입사, 현장감각을 익혔다. 이후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건설 등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면서 차세대 리더로서의 잠재능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얼마전 기아차 수출 500만대 돌파 기념식때는 임원들의 넥타이를 기아차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즉석에서 통일시켰을 만큼 회사에 대한 애착과 감각이 남다르다. 자기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상대에게 겸손하다는 느낌을 준다.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우스갯소리도 곧잘 해 평이 좋다. 생전에 정주영 회장이 지선(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장남)씨와 더불어 가장 예뻐했던 손주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의 사촌여동생이 미국에 유학을 오자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 95년 결혼에 성공했다. 훗날(2000년) INI스틸에 흡수된 당시 강원산업 정도원 부회장의 딸 지선(32)씨가 부인이다. 스물다섯, 스물둘의 나이에 일찌감치 결혼한 두사람은 딸 진희(9)양과 아들 창철(7)군을 두고 있다. ●의사집안 대 잇는 큰사위 정 회장의 큰딸 성이(43)씨는 저명한 정형외과 전문의 고 선호영 박사의 둘째아들 두훈(48)씨와 결혼했다. 역시 의사인 두훈씨는 현재 대전 선병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목동 선병원, 중촌 선병원, 선치과병원, 건강증진센터, 유성 선병원 등이 모두 같은 계열이다. 서울집(한남동)과 대전을 오가며 병원 일을 보고 있다. ●금융 사업 이끄는 둘째 사위 93년 현대차 원효로 사옥에서 프로젝트팀 형태의 현대오토파이낸스㈜로 출발한 현대캐피탈은 우리나라에 자동차할부 금융업을 처음 선보였다. 그러나 ‘카드 사태’ 등으로 현대카드가 어려워지자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가 정태영(45)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이다. 정경진 종로학원장의 아들이자 MK의 둘째딸 명이(41)씨의 남편이다. 한 임원의 얘기다.“그 분(정태영 사장)은 스스로를 오너의 사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아깝다며 골프조차 안친다. 회사가 안정될 때까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골프에 할애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식이다.”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착실히 손실을 털어낸 덕분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올해 ‘동반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궁금한 게 있으면 실무자에게 직접 휴대폰을 걸어 물어봐 직원들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현대차 근무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제갈걸(53) 부사장, 옛 현대그룹 문화실장을 지낸 김상욱(52) 전무 등이 그와 함께 금융소그룹을 이끄는 핵심 브레인들이다. ●꿈의 철강 라인업 셋째 사위-조카 한보철강(현 당진공장) 인수를 계기로 그룹은 열연(당진공장)-냉연(현대하이스코)-스테인리스(INI·BNG스틸)로 이어지는 철강 풀라인업을 달성했다. 이 꿈의 라인업에 정 회장의 셋째 사위와 조카들이 포진하고 있다. 김원갑(53) 부회장과 함께 현대하이스코(옛 현대강관)를 이끌고 있는 신성재(37) 사장은 현대정공에 근무하던 시절, 정 회장의 동갑내기 셋째딸 윤이씨를 만나 결혼했다. 미국 페퍼다인대학 MBA 출신이다.98년 현대하이스코로 옮겨 수출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이달초 사장으로 승진했다. 영업본부장 시절에 1조원대에 머물던 연간 매출액을 2조 3000억원대로 끌어올려 ‘장인’의 인정을 받아냈다. 김 부회장은 78년 현대건설 경리부로 입사해 건설과 자동차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 전문가다. 이계안 현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1년 7월 현대차에서 물러날 때 함께 사표를 냈지만 정 회장이 다시 발탁했다. INI스틸(옛 인천제철) 김무일(62) 부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철강 인맥이다. 정통 철강맨은 아니지만 취임하자마자 한보철강 인수를 보기좋게 성공시켜 정 회장의 신임을 확실하게 굳혔다. 지난해 4월 현대·기아차 구매총괄본부장(부사장)에서 사장을 거치지 않고 곧장 INI스틸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했다.‘수처위주 입처개진’(隨處爲主 立處皆眞·언제 어디서건 그 곳의 주인이 돼라)이 좌우명이다. 김 부회장이 지인에게 털어놓은 현대차의 타이어사업 진출 무산 뒷얘기가 재미있다.90년대 초반 현대차는 현대정공을 통해 타이어사업 진출을 모색했다. 그러나 정주영 명예회장이 “공예산업(타이어에 홈을 파는 작업을 공예에 비유)은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막판에 철회했다고한다. ●LS전선·김&장과의 혼사 BNG스틸은 젊은 나이에 타계한 동생 몽우씨를 생각해 MK가 조카들에게 대부분 맡긴 회사다. 몽우씨의 세 아들이 모두 이 회사에 있다. 큰아들 일선(35)씨가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룹이 2000년 말 삼미특수강(BNG스틸의 전신)을 인수할 때 실무를 맡아 내부사정에 밝다. 철강의 꽃으로 불리지만 유통구조는 낙후된 스테인리스 업계에 서비스센터(코일센터)를 도입해 새 바람을 일으킨 이도 그다. 운동을 워낙 잘해 그룹사 축구시합때면 직접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사촌인 의선씨와는 생일이 일주일 밖에 차이 나지 않아 어려서부터 유난히 친했다. 유학중에 ‘어린 신부’를 만난 것도 똑같다.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일선씨는 같은 대학 심리학과로 갓 유학온 여섯살 연하의 구은희씨를 만나 96년 결혼했다. 현대가 내로라하는 재벌 집안과 처음 혼사를 맺는 순간이기도 했다. 은희씨는 구자엽 희성전선 부회장의 딸로, 구태회 LG전선(현 LS전선) 명예회장의 손녀이다. 결혼할 때 스무살이었다. 지금은 세 아이(창현·진주·창민)의 엄마다. 일선씨의 동생 문선(31)씨도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김&장 법무법인 김영무 대표변호사의 딸 선희(31)씨가 부인이다. 재정부에서 이사로 근무하다 미국 연수길에 올라 현재 미시간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다. 올 연말에 귀국한다. 미국 버클리대학 회계학과를 나온 막내 대선(28)씨는 지난해 11월 품질혁신부 대리로 BNG스틸에 합류했다. 아직 미혼이다. ●MK의 용병술 현대차그룹의 인사 시스템은 ‘예측 불허’다. 그런데도 떠난 사람들 가운데 그룹을 욕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 전직 고위임원의 분석이다. “MK는 아버지를 몹시 어려워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자신 아버지와 몹시 닮았다. 우선 그룹내에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현대차그룹에는 2인자가 없다. 웬만한 간부는 회장에게 모두 직접 보고한다. 충성 경쟁을 유발하는 셈이다.” 그는 “빈번한 패자부활과 적절한 견제도 MK 용병술의 특징”이라고 했다. 이를 그룹내 파벌싸움의 산물로 보는 이도 있지만 ‘권위에 대한 도전’을 용납지 않는 MK의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더 많다. ●자동차 전문인맥 ‘탱크 박사’ 김동진(55) 현대차 부회장이 단연 눈에 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의 전문 엔지니어로 국방연구소에서 ‘K1탱크’ 국산화를 주도하다가 78년 정 회장에 영입됐다. 정의선 사장과도 가깝다. 중국시장을 거의 개척하다시피하고 있는 화교 출신의 중국통 설영흥(60) 부회장과 ‘갤로퍼 신화’의 숨은 조력자 전천수(59·생산노무담당)사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정·재계에 발이 넓은 채수일(52·방송인 이숙영씨 남편) 고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사대우 5년 만에 사장이 된 MK의 대학후배 최한영(53·전략조정실장겸 마케팅총괄본부장)사장은 한때 ‘MK의 입’으로 불렸었다. 본인은 “99년 해외출장중에 갑작스럽게 홍보실 컴백 명령이 나 사표쓸 생각까지 했었다.”그렇지만, 곧이어 터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누구보다 MK의 의중을 정확히 짚어내 파격 승진을 거듭했다. GE캐피탈과의 자본제휴, 글로비스 지분 매각 등을 주도한 재무통 채양기(52·기획총괄부본부장)부사장도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다. 그가 쓴 ‘채권관리 실무교본’은 지금도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 필독서로 꼽힌다. 그룹 ‘암행어사’ 인 이전갑(58·감사실장)사장, 품질경영 전도사인 서병기(58·품질본부장)사장, 신차 기술개발 주역인 김상권(59·연구개발본부장)사장, 미국시장 공략의 중책을 맡고 있는 최재국(57·국내외 영업기획담당)사장, 김수중 전 사장의 계보를 잇는 ‘영업의 귀재’ 이문수(57·내수영업본부장)부사장, 치밀한 홍보맨 이용훈(55)부사장 등도 현대차를 이끄는 중추세력이다. 기아차의 선두주자는 단연 김익환(55) 사장이다.‘오너 아들’과 대표이사를 같이 맡고 있어 적잖은 부담이지만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영업·수출·홍보를 두루 거쳐 실무에 밝다. 외모만큼이나 선이 굵다. 양쪽 날개로는 구태환(50·재경본부장)부사장과 김용환(49·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이 있다. ●‘오랜 동반자’ 정공 인맥 현대·기아차 출신들이 ‘신측근’으로 분류된다면, 현대정공과 현대차써비스 인맥은 ‘전통가신’으로 분류된다. 유홍종-박정인-김동진-김익환으로 이어지는 정공 인맥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 한토막. 언젠가 MK가 해외출장지에서 뜬금없이 막걸리를 찾았다. 현대차 출신들은 난색을 지었다. 정공 출신들은 “어떻게든 구해보겠다.”며 나가 정말로 막걸리를 구해왔다. 유홍종(67) BNG스틸 회장은 MK와 양궁 신화를 함께 써내려간 정공 인맥의 대부다. 그 뒤를 잇는 박정인(62) 현대모비스 회장은 현대차써비스가 일개 사업소(현대차 원효로사업소)에 불과했던 72년,MK를 처음 만났다. 이후 자재부장과 경리담당 대리로 황금콤비를 이루면서 30년 넘게 MK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인터넷 화상회의·전자결재 등을 정착시킨 ‘스피드 경영’으로도 유명하다.“맹꽁이”가 부하직원들을 나무라는 가장 심한 욕일 만큼 점잖지만 허점이 너무 없어 오히려 겁날 때도 있다는 게 아랫사람들의 얘기다. 서울 양재동 사옥을 사들일 때 점쟁이까지 불러 감정한 것으로 유명한 이중우(57) 다이모스(자동차부품회사) 사장, 등산 마니아인 김평기(60) 로템·위아 사장, 이여성(55) 서울시메트로 구호선 사장, 정석수(53) 현대파워텍 사장 등도 정공이 ‘뿌리’다. 서비스업체(해비치리조트) 사장에서 하루아침에 그룹의 신생 건설사업을 책임진 김창희(52) 엠코 사장도 시선이 쏠리는 인물이다. hyun@seoul.co.kr ■ 인간 정몽구회장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아침 꼭 라면으로 해장하는 버릇이 있다. 폭탄주 20잔도 끄떡없을 만큼 주량이 세지만 절제력이 강해 실수하는 일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폭탄주보다 소주를 즐긴다. 해외출장길에 수행원들이 맨먼저 챙기는 것도 소주와 라면이다. 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를 닮아 먹성이 소탈하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에는 서울 양재동사옥의 지하2층 중역식당을 애용한다. 임원들의 구내식당행도 개의치 않는다. 이는 아버지와 다른 면이다. 왕 회장은 임원들이 구내식당에 나타나면 “밖에 나가 사람들 만나라고 접대비를 줬더니 기껏 안에서 먹는다.”며 불호령을 내리곤 했다. 가정적인 면모도 아버지와는 딴판이다. 주말이면 아들딸 사위들과 함께 곧잘 산을 찾는다. 대신 골프는 별로다. 좋아하지 않다보니 실력도 그저 그렇다. 여느 현대가 사람처럼 ‘새벽형 인간’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아침을 먹고 6시30분쯤 출근한다. 대신 밤 10시면 잠자리에 든다. 그를 가까이서 본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는 “겉 인상과 달리 마음이 매우 여리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잘 자르지 못한다. 현대차는 한때 이사만 100명에 이르렀었다. 더는 버틸 수 없는 포화상태에 이르러서야 MK는 “진급한 숫자만큼 자르라.”며 지난해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어눌한 말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처음 그를 접하는 사람들은 말뜻을 해석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해석이 쉬워질 때쯤이면 “참모들보다 서너배는 빠르다.”는 그의 머리회전에 진땀을 흘리게 된다고. 어떤 이는 이를 “아버지의 ‘방목’과 형제간 경쟁과정에서 터득한 본능적인 생존지수”로 해석했다. 효심도 남다르다. 한 현직임원의 얘기다.“일을 하다 보면 종종 과거에 잘못 벌여놓은 일과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면 MK는 ‘이거 참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고 잘했다고도 할 수 없고‘하며 말을 흐린다. 한번도 대놓고 선친때 일을 지적한 적이 없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섭섭한 감정이 남아 있을 텐데도 말이다. 형제들 일도 마찬가지다. 장남으로서의 원초적 책임감 내지 부담감을 늘 갖고 있는 느낌이다.” 경영권 분쟁때 동생(정몽헌)과 그토록 부딪쳤건만, 그 동생이 2003년 8월 계동사옥에서 몸을 던졌을 때 맨먼저 사고현장에 달려가 시신을 수습한 이도 그였다. 한 전직 임원은 “빈소 뒤에서 나를 붙잡고 우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여담여담] 보상은 다음 순서다/구혜영 정치부 기자

    요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치자면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 맞은편에 있는 ‘세안빌딩’건물이 으뜸일 것 같다. 이곳 8층에는 일제하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가 있다. 평생 ‘과거사’의 한(恨)을 지니고 살아온 사람들이 이제야 빗장을 풀기 시작한 정부를 원망하며 이곳을 찾는다.“호적에 있는 이름과 집에서 부르던 이름이 다른데 어떡하냐.”,“접수번호는 받았지만 어디로 끌려가신지 모르는데….”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많은 사연들을 두서없이, 눈물과 함께 쏟아냈다. 유족으로 보이는 한 60대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할머니는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보낸 어린 시절만 해도 가슴 아픈데 돈 받을지 모르니까 여기저기서 연락온다.”며 담당자를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아버지가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뒤 연락이 없자 외갓집 식구들이 나서서 어머니를 재혼시키자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도망갈까 봐 자기 전 몰래 어머니의 고쟁이에 끈을 묶어놨다는 할머니. 그러나 눈떠보니 끈만 풀어진 채 어머니는 없어지고 할머니는 고모집에서 쇠주걱으로 맞아가며 눈치꾸러기로 컸다고 한다. 다른 한 할머니도 내 얘기 좀 들어보라며 자리를 뜰 줄 몰랐다.30년 전 정부가 일제 피해 사망자들에게 준 30만원도 시댁에서 챙겨갔다며, 어린 자식 출생신고를 못해 학교에도 못 보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일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보상해줄 것처럼 알려지자 그 시절 친척들이, 시댁 식구들이 연락을 해온다는 것이다.“그래도 친척이 거기밖에 없어서…”라며 잊고 싶은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슬픔은 또 고스란히 할머니들의 몫이다.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보상’보다 더 급한 게 있지 않을까 싶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손녀들을 데리고 와서 “이 분이 너희 조상”이라며 같이 향을 피우고, 영정 앞에서 수십년 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를 밤새도록 털어놓을 수 있는 추도·기념관이라도 좋다. 하루종일 살풀이춤을 출 수 있는 추모제를 마련하는 것은 또 어떨까. 가슴 밑바닥에 쌓인 상처를 달래는 너른 마당부터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구혜영 정치부 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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