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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정잡배도 그런 표현 안써”靑, 한화갑前대표에 직격탄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진들은 19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노 대통령을 겨냥해 ‘시정잡배’라고 공격한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문희상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일부 참모들은 한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한 참모는 “시정잡배도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한 전 대표를 공격했다.그는 “한 전 대표의 인격을 볼 때 믿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태영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후보시절이나 당선자 시절,그리고 취임 이후 일관되게 낡은 정치의 청산과 새정치의 창조,정치개혁을 시대정신으로 강조해 왔다.”면서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의 해소와 투명한 정치,정당민주화를 강조해 왔는데 한 전 대표가 그렇게 말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광주·전남 언론인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지역감정만 잘 부추겨 낡은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사람들이 문제”라면서 “노무현과 호남을 싸우게 만들어이득을 보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동교동계를 비롯한 민주당 잔류파를 공격했다.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18일 “대통령의 말로는 대단히 품위가 없는 말”이라며 “시정잡배도 그런 말은 안쓴다.”고 반박했다. 곽태헌기자
  • [편집자문위원 칼럼] 태풍 ‘매미’와 입체적 재난보도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 연휴 중에 남부지방 일대를 강타했던 태풍 ‘매미’의 충격이 다시 한번 국민들의 시름을 자아내고 있다.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났는지,왜 이처럼 강력한 태풍이 발생했는데도 사전경보와 대책이 미흡했는지,향후 피해복구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15일 아침 받아 든 대한매일은 이러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적절한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특히 1면 첫머리에 ‘태풍사망·실종 115명…국가 기간망 파손 심각’이란 제목으로 이번 태풍피해의 심각성을 알리면서도 ‘정부·예비비·특별교부세 긴급지원…총력복구’라는 부제를 통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을 준 것은 균형 있는 편집 자세였다고 할 수 있다.또 3면에서 6면까지 4개 면을 ‘태풍에 할퀸 남부’라는 특집으로 할애하고 11면과 사설을 통해 “기상재해의 근본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함으로써 입체적인 재난보도를 보여주었다. 즉 3면에 농수산·교통,인명피해,산업·전기 등 분야별 피해상황을 점검하고,4면에는 르포기사를 통해 피해가 컸던 마산시 해운동 상가수몰 현장과 부산항 피해 현황을 살피고 정부의 대책을 점검한 것이나, 5면에서 컨테이너 크레인이 무너진 이유와 함께 도로·철도의 낙석이 많았던 원인을 찾아내서 국도면의 절개지에 대한 새로운 안전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재난보도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6면에 태풍 ‘매미’의 진로와 피해상황을 그래픽과 함께 시간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오늘의 재난을 후일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자료를 남긴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특히 사설을 통해 “방재체제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한 것은 “발 빠른 강제대피령을 발령함으로써 고귀한 인명피해를 막았던 부산서구와 영도구에 비해 사전경보를 발령하지 않음으로써 해일이 오는 줄도 모르고 참변을 당했던 마산시의 사례”를 볼 때 매우 적절한 지적이었다.11면에서도 지적했듯이 지자체 방재인력의 무분별한 감축이 방재체제에 구멍을 나게 했다면 이것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이처럼 대한매일이 추석연휴라는 취재의 공백기에도 비교적 알차고 풍부한 재난보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9일 지령 2만호의 “처음처럼 하겠습니다”란 다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임영숙 주필은 이 다짐을 통해 “지령 2만호를 맞는 이 아침에도 우리는 지난날을 교훈 삼아 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옷깃을 여밉니다.초심으로 돌아가 대한매일신보의 창간정신을 되새기면서 시대정신을 이끄는 신문을 만들고자 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매일의 이러한 다짐이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매일신보가 그랬듯이 대한매일 역시 민족의 앞날을 먼저 생각하고,새로운 시대의 동인을 먼저 읽고 사상의 자유로운 시장기능을 수행하면서 세상을 보는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기 바란다. 또 상업주의나 자사이기주의에 빠져 진실을 왜곡하는 일 없이 독자의 편에서 뉴스를 판단하고 독자와 함께하는 신문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한 마음으로 처음처럼 하겠다는 다짐이 실천됨으로써 독자의 사랑을 받고 독자가 꼭필요로 하는 신문이 될 것이라 믿는다. 김 덕 모 호남대 교수 커뮤니케이션학부
  • 지령 20000호에 부쳐 / 처음처럼 하겠습니다

    대한매일이 2003년 9월9일 지령 2만호를 기록합니다.지령 2만호를 맞는 이 아침,우리는 대한매일이 걸어 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고자 합니다. 솔직히 대한매일의 지난날은 영욕이 엇갈린 역사입니다.대한매일의 지령은 대한매일신보와 서울신문의 지령을 계승했습니다. 1904년 배설·양기탁·박은식·신채호 등 선각자들이 창간한 대한매일신보는 언론학자들이 “가히 전설적인 신문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대한제국 말기 우리 민족의 구심점이었습니다.최초의 시민운동이라 할 애국적인 국채보상운동과 항일 비밀결사조직인 신민회의 실질적인 본부 역할을 하면서 항일운동을 확산시키고 민족의 입장을 대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이었습니다.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국한문,한글,영문판(Korea Daily News) 세가지 신문을 동시에 발간했고 발행부수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당시 발행되던 다른 신문의 발행부수를 모두 합쳐도 대한매일신보의 발행부수(약 1만부)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였다고 합니다. 대한매일신보를 강탈해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를 발간한 일제가 패망한 1945년,서울신문은 매일신보의 시설을 흡수해 창간되면서 대한매일신보의 지령을 이어 받았습니다.3·1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두사람(오세창 사장,권동진 고문)과 당시 문단의 원로이자 소설 ‘임꺽정’의 작가인 홍명희(고문) 등이 서울신문 창간에 참여했습니다. 서울신문은 1968년 모든 기사와 제목을 한글로 쓰기 시작했을 만큼 한글전용과 신문말 다듬기에 선구적 역할을 했습니다.서울신문의 신문말다듬기를 통해 만들어진 새 말 가운데는 ‘사재기’등 요즘 널리 쓰이는 것이 많습니다.상업주의와 선정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어느 신문보다 재벌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는데 과감했습니다.문화예술 활동 지원에도 앞장섰습니다.서울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비롯,애국선열 동상 15기를 건립했고,금이 간 보신각 종을 새로 만들어 제야의 종소리가 계속 울리게 했습니다.언론환경의 변화에 따라 컴퓨터 조판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것도 서울신문입니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4·19때 성난 시위대에 의해 사옥이 불타는 오욕의 역사도 지니고 있습니다.해방후의 좌우익 대립,군사독재 등을 거치면서 지면과 논조가 굴절되고 권언유착의 폐습에 물들었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한국 제도권 언론이 자의든 타의든 빠져들었던 곡필의 역사에서 선두에 섰던 적도 있습니다. 이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바탕으로 1998년 서울신문은 대한매일로 이름을 바꾸었고 2002년 사원들이 최대주주가 되는 민영화를 이룩해냄으로써 소유형태에 있어서도 완전한 독립언론으로 탈바꿈했습니다.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국민의 신문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민영화 이후 대한매일은 온건합리주의 개혁노선을 지향하며 민족문제와 남북 공동체 회복,인권,시민의 권리 신장,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진취적인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내년이면 창간 100주년을 맞는 대한매일은 이처럼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항상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지령 2만호를 맞는 이 아침에도 우리는 지난날을 교훈 삼아 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옷깃을 여밉니다.초심으로 돌아가 대한매일신보의 창간 정신을 되새기면서 시대정신을 이끄는 신문을 만들고자 합니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해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오늘의 상황은 일본이 세력을 확장하며 서구 열강들이 앞다퉈 아시아를 넘보던 100여년전의 상황과 매우 흡사합니다.대한매일은 대한매일신보가 그랬듯이 민족의 앞날을 먼저 생각하는 신문이 될 것입니다.아울러 새로운 시대의 동인을 먼저 읽고 사상의 자유로운 시장기능을 수행하면서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이 있는 신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무한경쟁의 신문시장에서 상업주의나 자사이기주의에 휩싸여 진실을 왜곡하지 않고 독자의 입장에서 뉴스를 판단하겠습니다.독자가 참여해 독자가 신문을 만드는 참신하고 도전적인 신문이 될 것입니다. 임영숙 주필 ysi@
  • 지령 20000호 특집 / 노무현 대통령 특별기고

    대한매일 지령 2만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도 반년이 넘었습니다.그동안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가 “언론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입니다.또 “개인적으로 언론에 대한 감정이 있으면 이제 그만 풀라.”고 충고합니다.언론과 맞서 싸우면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으니 그만 양보하고 타협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우선,일부 언론과의 편치 않은 관계가 사사로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우리 사회에서 언론과 맞서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손해보는 일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이런 환경과 관계가 옳지 않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며 국정 운영에 임하고 있는 것입니다.이것은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왜 언론과의 합리적 관계 개선이 중요한가? 첫 번째 이유는 어떤 권력이든 상호 견제와 균형의 건전한 긴장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권력’하면 ‘정치권력’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많은 권력집단들이 존재합니다.그 중 대표적인 것이 ‘언론권력’입니다.언론은 국가나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정치권력 이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 때문에 ‘제4의 권력’이라고도 합니다.시민단체나 노동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두,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권력’인 것입니다.이러한 권력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나 전리품이 아니라 국민이 부여한 ‘소명’입니다. 권력을 마치 전리품인 것처럼 착각하는 순간,권력에 도취하게 되고 그것을 남용하게 됩니다.그 결과 많은 국민들을 불행에 빠뜨리고 권력 스스로도 정당성을 잃고 맙니다.소명을 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나아가 권력은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합니다.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보장하고 개척해 가는 것이 권력의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권력은 스스로 절제해야 합니다.힘을 행사하는 자격과 합리성을 갖춘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외부 견제장치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언론은 더욱 그렇습니다.언론 내부의 자정과 견제,비판이 필요한 것입니다.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국회를 지배하려 하거나,검찰·국가정보원 등을 정권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유혹을 물리쳐야 합니다. 그러나 권력 스스로의 절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상호견제가 있어야 합니다.일방적인 힘의 행사로 자기 의견만 관철하겠다는 자세는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합니다.그런 권력이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상호견제를 통해서 반드시 절제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 제도’도 여기서 출발합니다.국가권력을 나누어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것입니다.그뿐만 아니라 행정부 내에서도 감사원 등을 통해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권력 스스로의 절제는 불완전하며 믿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입니다. 언론과 정부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상호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언론과 정치권력이 결탁했을 때 야기되는 많은 폐해들은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가장 강한 권력인 정치권력과 언론이 ‘누이 좋고매부 좋고’ 식으로 불의의 공생을 도모했습니다. 그 때마다 시대정신은 후퇴하고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특히,저항할 힘이 없거나 정의의 편에 서고자 하는 사람들의 피해가 컸습니다.일제시대가 그랬고 독재정권 시절이 또한 그러했습니다.우리 사회에서 힘을 정의로 믿는 기득권이 형성된 것도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야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정치권력과 언론은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장악하거나 서로 유착할 때 편한 관계가 됩니다.그러나 잘못된 것이 바로잡히지 않습니다.오로지 어느 한 쪽의 굴종이나 서로간의 음험한 거래가 있을 뿐입니다.힘들고 불편하지만 각자의 정도를 가야 합니다.정부기관의 가판구독을 중단한 것도,기자실을 폐지하고 브리핑 제도를 도입한 것도 그러한 생각에서입니다. 언론과의 관계에 대한 참여정부의 입장은 분명합니다.정부와 언론 모두 자기절제의 토대 위에서 각자의 소임에 충실하자는 것입니다.정정당당하게 상대방을 견제해 나가자는 것입니다.그리하여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가자는 것입니다.그랬을 때 정부도 언론도 바로 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언론과의 합리적 관계 개선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우리 사회에 ‘건강한 공론의 장’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이익집단이나 사회계층간에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하며,많은 경우 이해가 서로 다르고 대립하게 됩니다.이같이 서로 다른 의견들이 공론의 장에서 자유롭게 주장되고 또 경쟁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원리입니다.그런 가운데 상충하는 의견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타협점을 찾고 합의에 이릅니다.이는 일찍이 존 밀턴이나 존 스튜어트 밀이 주장한 자유언론사상의 핵심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언론이 설정하는 의제는 곧바로 사회적 의제가 됩니다.언론이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규정하면 국민들 사이에서 그것을 중심으로 열띤 논의가 벌어지고 여론이 형성됩니다.‘데모크라시’를 ‘미디어크라시’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따라서 언론의 의제 설정은 매우 신중하고 공정해야 합니다.편파적이거나 불공정한 의제는 국민들간에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합의를 어렵게 합니다.과거지향적이거나 창조적이지 못할 때는 우리 사회를 정체 또는 퇴보하게 합니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냉정한 논리의 제공도 필수적입니다.그래야 서로 다른 의견과 주장 사이에서 공정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언론이 펼치는 공론의 장에 관여하는 것은 대단히 제한적입니다.우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사실이 잘못 전달되었거나 왜곡 보도되었을 때 합법적으로 대응해서 바로잡는 것입니다. 이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고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언론 또한 공론의 장에서 이런 견제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언론의 자유’가 사실을 왜곡,과장하거나 억측을 사실인 양 호도하는 자유까지 의미하진 않기 때문입니다.“사실은 신성하다.”는 언론의 금언도 있지 않습니까? 균형 있고 건강한 공론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두 번째 일은,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실제로 참여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행정정보와 정책을 적극 공개하고 있으며,이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 참여 기회를 확대해오고 있습니다.이 달 초 개통한 인터넷 ‘국정브리핑’도 그런 취지에서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언론과 정부는 공론의 장에서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그리고 보다 나은 사회 건설을 목표로 경쟁하고 협력해야 합니다.서로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되고,앞서 언급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끝으로,언론이 시장경제의 공정한 룰을 지키도록 원칙을 지속할 것입니다. 사회환경의 감시가 소명인 언론사의 위법행위와 불공정거래는 일반 기업들보다 엄격하게 다루는 것이 원칙일 것입니다.저는 무엇보다 최소한의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언론을 압박하는 일도 없겠지만,예외적인 특권이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개혁’을 요구하며 그 당위성을 강조합니다.언론의 영향력과 중요성에 비춰볼 때 그 어떤 다른 개혁보다 시급하게 단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왜 정부가 나서지 않는가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개혁은 정부가 주도할 성격의 일이 분명 아닙니다.언론과 언론인 스스로의 몫입니다.또 언론의 수용자인 국민들이 언론개혁의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정부는 언론이 국민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그리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제한된 범위 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입니다.참여정부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당당하고 차분하게 언론과의 관계를 정립해갈 것입니다.좌고우면하지 않고 처음 세운 원칙 그대로 일관된 길을 갈 것입니다.지름길이나 뒤안길 대신 가장 올바른 길을 찾아 우직하게 걸어갈 것입니다.그래서 앞으로 3∼5년 후에는 정부와 언론 모두,힘들었지만 그 길을 선택하길 잘 했다고 자부하게 되길 바랍니다.또 그렇게 국민들이 평가해주길 기대합니다.공정한 언론과 투명한 정부가 건강한 관계를 이루는 가운데 우리 사회가 보다 밝고 건강하며투명해지기를 소망합니다. 다시한번 대한매일 지령 2만호 발간을 축하합니다.
  • 野조직책 선정 ‘시끌시끌’

    조직책 선정 문제로 4일 한나라당이 시끄러워졌다.전날 공천심사위원회는 9개 사고지구당 가운데 6개지역에 조직책을 선정했으나,이날 열린 상임운영위와 운영위에서 원안의 의결을 거부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결국 탤런트 김을동씨와 송광호 의원이 각각 단독 추천된 성남 수정과 충북 제천·단양 조직책은 다음주 초 재심키로 했다.당초 김을동씨의 단수추천은 16명 심사위원 가운데 여성위원 5명이 강력히 요구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이 두 곳은 운영위원회 등에서 소장파 위원 등이 강력 반발해 복수추천을 하게 됐다.이들은 “현역 프리미엄을 인정,경선 자체를 피해가면 앞으로 어떤 신진인사가 공천을 신청하겠느냐.단수추천은 상향식 공천이라는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중진인 양정규 의원도 “인지도 위주로 공천을 하면 결국 현역이 공천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당의 기본 공천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서울 강동갑과 경기 군포 역시 보류지역으로 분류됐다.김충환 현직 구청장이 신청한 강동갑은 가급적 자치단체장을 배제하려는 원칙 때문에 보류시켰다는 후문이다.지역구 세습 논란을 빚었던 속초·고성·양양·인제는 정재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문헌 고려대 연구교수와 정영호 부대변인을 경합시킴으로써 문제를 비켜갔다. 인천 남을은 아예 3명을 임명했다.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 윤상현 한양대 겸임교수가 살아남아 조재동 전 인천시의원,홍일표 변호사 등과 경쟁하게 됐다.서울 광진갑은 홍희곤 부대변인과 구충서 변호사가,서울 금천은 강민구 변호사와 윤방부 연세대 의대교수가 각각 복수추천됐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왔다.첫 조직책 임명인 만큼 향후 공천 원칙과 방향,당이 선호하는 컬러 등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었는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또 “신진인사 영입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인재풀이 전혀 준비돼 있지 않음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지운기자 jj@
  • [대한포럼] 1野多與 구도와 신당

    정치지형이 어지럽다.한나라당을 대칭으로 민주당과 김원웅·유시민 의원의 개혁당,‘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이부영·김부겸 의원 등 국민통합연대,부산·경남지역 개혁인사 중심의 신당연대로 갈려있다.코드로 보면 ‘1야(野)다여(多與)’구도인 셈이다.국민의 정부 초기 민주당과 자민련의 ‘1야(野)2여(與)’구도 이후 두번째 맞는,한국 정당사에서는 희귀하고 매우 불안정한 정치지형이다. 신당논의가 안개속임을 보여주는 증거다.올 1월초 민주당내 개혁파 의원들이 인적청산을 전격 제기했을 때만 해도 서슬퍼런 파죽지세로 비쳐졌던 신당논의였다.야당도 잔뜩 겁먹은 표정이었고,‘탈당파 5인방’을 만들어낸 동인이 됐다.노무현 대통령도 ‘내 마음은 뻔한 것 아니냐.’는 말로써 힘을 보탠 그 부동의 대세가 반년이 다 되도록 표류하는 이유는 뭘까. 민주당 개혁신당파의 첫 그림은 인적청산을 통한 주류의 교체였다.압축하면 대선때 후보단일화에 힘을 실었던 민주당 중진의원들에 대한 2선후퇴 시도였다.당시 한 의원으로부터 “이들이 반발해 당을 뛰쳐나가 봐야 ‘호남의 민국당’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그럴듯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상당히 고난도의 정치셈법이었던 셈이다. 호남의 민국당화는 한마디로 ‘이회창 학습효과’다.지난 2000년 총선때 공천에 탈락한 김윤환·이기택 전 의원들이 민국당을 창당했으나,결국 영남지역을 휩쓴 반 DJ정서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전례를 염두에 둔 계산이다.‘노무현 신화’의 창출로 새정치에 대한 기대가 광풍처럼 몰아치는 분위기에 휩쓸려 중진들의 반발도 결국 ‘영남 민국당’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게 아닌가 한다. 현재 정치권은 현대비자금의 2000년 총선때 유입여부를 놓고 혼란스럽다.전 정권의 실세였던 동교동계가 이로 인해 거의 초토화된 상태이다.확실한 텃밭을 가진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국민회의가 왜 이런 거금이 필요했던 것일까.그 원죄는 새천년민주당의 창당으로 봐야 한다.원내 과반수를 목표로 한 인위적인 신당 창당은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밖에 없었고,정권의 실세 누구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악연이 오늘의 사태를만들었다. 이처럼 과거 잣대로 보면 신당은 확실한 텃밭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을 읽는 안목과 정치흐름에 대한 통찰이 전제되어야 한다.또 국민의 관심속에 그럴듯하게 출발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신당이 표류하는 이유는 개혁파 의원들의 새정치에 대한 열정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이나 정치역량은 과거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의원선서때 유시민 의원이 보인 파격이 시선을 끌긴 했으나 국민적 동의를 얻었는가는 별개인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신당은 처음 밑그림처럼 그리기에는 역부족임이 드러나고 있고,타이밍도 상당히 잃었다.정체성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추진 동력이 약해져도 속수무책이고, 지역주의 후폭풍 역시 간과했다. 오죽했으면 노 대통령을 보좌하다 총선출마를 위해 나온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몸을 의지할 당을 찾지 못하고 있겠는가.다음달 초 민주당을 제외한 개혁당,통합연대,신당연대가 3자회동을 갖고 단일신당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나,아마 십중팔구 정기국회를 앞두고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신당은 이미 출발선상을 떠났고,실험대에 올랐다.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아니면 해일을 동반한 특급 태풍이 될지 아직은 예단할 수 없다.다음 총선에서 살아남을까도 불분명하다.확실한 것은 해안선의 경계를 바꿀 특급 태풍은 못 되더라도 새로운 정치실험적 요소가 많다.과거 3김의 젊은 정치가 그랬듯이 지역과 보혁,빈부,세대 갈등이 씨날처럼 얽힌 한국정치를 단번에 풀어내기는 애초부터 어려웠다.하지만 정치는 자기를 내던져야 새 길이 열린다. 양 승 현 논설위원 yangbak@
  • [시론] 사법개혁과 대법관 인선

    사법부 안팎으로 파문을 일으키며 사법파동으로 이어질 뻔했던 대법관 인선문제가 진정국면에 들어섰다.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는 대법관 인선의 공정성을 위하여 만들어진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의 파행 운영이었다.동 위원회에서 제청방식과 후보자 선정에 문제를 제기한 일부 자문위원들이 사퇴하였고,다수의 판사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 보였다.게다가 강력한 사법개혁을 바라는 재야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이 가세하면서 대법관 인선문제는 우리 사회의 폭풍이 될 조짐까지 보였었다.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사법부 사상 처음으로 전국판사회의를 개최,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 노력한 것은 사법부를 위해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법부의 갈등은 과거 세 차례 있었던 소위 사법파동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갈등봉합만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과거 사법파동이 행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면,이번 사태는 그동안 누적되어왔던 사법부 인사문제에 사법개혁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것이다.사법개혁의 문제가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왔던 우리 사회의 과제이고,더구나 사법개혁의 핵심이 법관인사제도의 혁신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파문의 여파는 아직도 남아 있다. 특히 이번 대법관 인선 문제에서 나타났던 사법부 내외의 사법개혁에 대한 견해차이는 이 문제를 단순히 판사회의를 통한 의견수렴 정도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적극적인 사법개혁의 차원에서 대법관 인선을 바라본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사법시험이나 사법연수원 기수에 근거한 기존의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를 철폐하고 개혁 내지 진보성향의 외부인사도 발탁하여 다양한 사회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대법원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기존 대법관 인사방법을 고수하는 입장에서는 대법원은 법률심의 최고기관으로서 불편부당하고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 대법관으로 구성하는 것이 옳으며 특정인사를 추천하는 것이 개혁만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대법관 인선에 관한 양자의 주장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다시 한번 논해야 할 필요는없다.이미 사법개혁의 논의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그 논의의 출발점이 법관인사문제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지금 이 문제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법치주의적 사고이다.대법관의 인선문제는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것처럼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 및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대법관의 임명에 모든 국가권력이 관여하고 있는 것은 권력분립이 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존재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국민의 직접적인 주권행사에 의하여 형성된 국가권력이 아니다.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직접적인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권력으로서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 및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결을 통하여 정당성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이와 함께 국민의 권리보호와 법률분쟁의 해결기구로서 사법부가 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독립과 함께 법관의 독립이 핵심적인 요소이다.이번 대법관의 인선문제는 사법개혁을 통한 사법부의 진정한 독립이라는 점에서 논의가 되었어야 한다. 이 시대는변화를 요구하고 있다.헌법기관으로서 사법부는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변화를 실정법의 테두리 내에서 수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민주적 법치국가는 단순히 법적 안정성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이제 대법원도 헌법의 틀 속에서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이번 대법관 인선 파문에서 나타났던 사법부 내외의 변화의 요구에 걸맞은 대법원의 향후 변신이 필요하다. 김 상 겸 동국대 교수 헌법학
  • 기고 / ‘광복의 달’ 국민정신 바로 세워야

    8월이 오면,우리 대한민국의 시련과 극복,그리고 광복의 감격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돌이켜 보게 된다.올해는 광복 쉰여덟 돌이다.‘평화는 평화를 갈구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지킬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일 것이다. 58년 전 광복의 그날! 일제 강점이라는 암흑 속에서 고난의 세월을 겪어야 했던 우리 민족이 태극기를 높이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벅찬 기쁨을 함께 나눈 날이다. 돌이켜 보면 20세기 초 우리는 냉엄한 국제정세 속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국권을 빼앗겨 더할 수 없는 시련을 감수해야만 했다.그러나 국권회복을 위해 독립운동이 활발히 일어났고,그 양상도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의병투쟁과 애국계몽운동,3·1독립운동,독립군과 광복군의 활동이 이어졌다.또한 중국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여 국가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다.이러한 선열들의 50여년에 걸친 길고도 험난한 항일구국운동은 마침내 광복의 환희를 안겨 주었다. 지금도 고난의 시기에 천신만고의 파란과 형극의 길을 걸으며,오로지 대한의 광복을 위해 위국헌신한 선열들의 애국혼이 8월의 산하에 서리는 듯하다.횃불을 높이 들고 겨레의 등불이 되었던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세월이 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정신이 없는 민족은 살아 남을 수 없으며,국가의 흥망성쇠는 나라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정신에 의해 결정된다는 교훈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세계 역사를 보면 한때 위세를 크게 떨쳤던 나라가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져 버린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나라사랑의 호국정신이 살아 있었기에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고서도 그때마다 슬기롭게 대처하여 반만년의 유구한 맥을 오늘날까지 이어 올 수 있었다. 이러한 국민적 저력은 6·25전쟁이 남긴 폐허,IMF경제위기 등 광복 후 반세기가 넘는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면면히 이어져 왔다. 우리는 이러한 선열들의 위국헌신 정신을 나라사랑 국민정신으로 승화시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국내외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이러한 의미에서 국가보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보훈이야말로 우리 근현대사의 시대정신이었던 독립정신과 호국정신,그리고 민주정의 정신을 나라사랑 국민정신으로 승화시켜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국가공동체 유지·발전의 기본 분야이다. 참여정부에서는 지난 달 호국보훈정책 중장기 발전 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국가보훈정책이 원칙과 철학에 입각한 국가기본정책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국가보훈기본법의 제정과 국가보훈처의 위상 강화를 통해 보훈정책의 추진 기반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그리하여 보훈가족의 명예로운 삶을 보장하고 보훈을 통해 역동적인 국민적 에너지를 창출해 나가고자 한다. 오늘의 보람된 삶은 내일의 역사를 아름답게 창조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21세기 선진 대한민국을 이룩하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무이다. 우리 선열들이 피땀 흘려 오늘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이루어 냈듯이,희망찬 번영의 터전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더 나아가 통일이라는 완전 광복의 의지를 다져보는 광복절이 되었으면 한다. 안 주 섭 국가보훈처장
  • [사설] ‘노조 경영 참여’ 부작용 없게

    현대자동차 임단협 협상이 어제 부분파업 돌입 42일만에 노사합의로 타결됐다.3000여개에 이르는 하청·협력업체를 비롯해 우리경제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 파업이 노사자율에 의해 타결된 점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특히 정부가 정한 긴급조정권 발동 시한 하루전에 극적으로 타결됨으로써 ‘대화와 타협’이라는 노사관계의 기본틀이 유지될 수 있었던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노사합의가 노조의 경영참여를 일정부분 인정하는 등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잘된 것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현대차 노사는 수요·판매 부진을 이유로 노사공동위원회 의결없이 국내 생산공장을 축소 또는 폐쇄하지 못하며,사업확장과 공장 이전시에는 90일 전에 노조에 알리도록 합의했다.이 규정에 따르면 현대차가 추진·검토중인 해외 현지공장 설립이나 인원 조정을 할 때 노조의 동의 없이는 어렵게 됐다.물론 노조가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는 전제부터 성급한 것이긴 하나,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할 경영 유연성이 떨어질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우리경제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자살이 잇따르는 등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가뜩이나 중국이 외국기업들에 대한 투자유치 ‘블랙홀’로 급부상하면서 간신히 수출로 연명하고 있는 우리의 이익이 갈수록 줄어드는 판이다. 그러나 ‘노사 동반자관계’가 시대정신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경영참여를 외면하긴 어렵다고 본다.노조의 경영참여는 궁극적으로 노사 신뢰와 협력을 전제로 한다.불필요한 ‘도미노 현상’으로 국가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현대차 노사가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그 첫걸음은 총 3조 6000억원대의 파업 피해를 생산성 향상으로 조속히 복구하는 것이다.
  • [데스크 시각] 경영행정의 그늘

    지금도 시골에 가면 옛날 고을 원님의 훌륭한 다스림을 기리는 송덕비(頌德碑)를 가끔 볼 수 있다.송덕비를 요즘 식으로 해석하면,아마도 주민들의 삶을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챙겨 복리를 증진시킨 민선 자치단체장에게 다음 선거 때 표(票)를 몰아주는 것쯤 되지 않을까?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등장한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가장 먼저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온 슬로건은 경영마인드.중앙집권식 관료주의의 오랜 병폐인 비효율을 혁파하기 위해서는 행정에 효율성을 중시하는 민간부문의 경제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개혁과 개방의 시대정신에 비춰볼 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공공요금을 소나기식으로 올리면서 일제히 ‘경영마인드’ 실천 차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 시내버스 요금과 지하철요금을 올린 서울시는 수송 원가와 버스업체 및 지하철공사의 경영 상태를 고려해 시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인상했다고 설명했다.서울 4대문안 도로 공영주차장요금도 청계천 복원 공사를 앞두고 인상됐다.도심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전남 등 대부분의 지역 버스요금이 함께 올랐고,대구시는 하수도요금마저 큰 폭 인상했다.경영마인드가 논거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사람들은 곧 다른 공공요금들도 널을 뛰게 될 것을 짐작하게 된다.과거에는 물가에 영향을 주는 공공요금을 올리려면 눈치라도 보면서 ‘인상’이란 말 대신 ‘현실화’란 용어를 동원하는 등 무언가 미안해하는 듯한 태도라도 보였다.비단 서울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자체가 민선 단체장을 앞세워 너무 쉽게 공공요금을 원하는 만큼 올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앞에 예를 든 요금들은 원가에 견줘 턱없이 낮거나 길게는 10년 가까이 묶여 있어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수익자부담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당위론에도 수긍은 간다. 그러나 행정에서는 경영마인드 못지않게 서비스 마인드,나아가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서번트 마인드(Servant Mind)’도 강조돼야 한다.시장의 논리에만 매달려서는 결코 구현될 수 없는 가치들을 일궈내야 하는 것이 바로 행정의 또 다른 측면인 것이다.지자체가 편의주의적인 형식논리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시 의회가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보금자리인 동대문구장을 비롯해 구민체육회관,한강시민공원 등의 사용료 인상안을 보류하는 등 지자체의 소나기식 공공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그래서 매우 희망적이다.공공부문이 안아줘야 할 부담을 시민들에게 너무 쉽게 떠넘기고 있다는 공감대가 싹트고 있는 조짐이기 때문이다. ‘낙서하지 맙시다.’라는 낙서처럼 경영마인드로 무장한 행정이 자칫 진정으로 행정의 손길이 필요한 계층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는지 생각해봐야 한다.좀 더 나은 행정을 위해 접목한 경영마인드가 행정 자체를 말소시키는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로부터 ‘참 목민관’으로 인정받고,송덕비나 마찬가지인 선거에서의 몰표를 움켜쥐려면 경영마인드 못지않게 서비스마인드에도 충실해야 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민선시대의 행정은 경영마인드와 서비스마인드라는 두 바퀴를 동시에 굴릴 때 균형이 잡히는 수레이기 때문이다.
  • 기고 / 국민은 ‘시원한 정치’를 보고싶다

    정국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대개 7∼8월은 휴가철인 데다가 9월 정기국회의 예산심의를 위한 준비 관계로 여름철의 정치권은 다소 소강 상태인 것이 일반적이다.그래서 여름의 정치를 가리켜 ‘하한정국’이라고 불러 왔다. 그런데 올 여름의 정치는 매우 뜨겁다.7월 국회가 열리고,여야도 팽팽하게 맞서 있는 상황이다.게다가 여당 내부의 갈등과 야당 내부의 갈등도 아무도 점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름 정국을 바라보는 심정이 편한 것은 아니다.정쟁에 열을 올리느라 민생과 국정 현안의 처리가 계속 뒤로 밀려왔기 때문이다.7월 국회도 일을 하기 위해 열렸다고 볼 수 없다. 개원 3년이 지난 현재 16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채 끌어안고 있는 각종 법안과 의안은 800건가량이나 된다.그만큼 일을 안 했다는 뜻이다.추경예산만 해도 그렇다.6월 국회에서 추경예산안을 다루지 못한 이유가 예결위원장을 어느 당에서 차지하느냐를 놓고 다툰 것이었으니 얼마나 한심스러운가.새 특검법 문제와 대선자금 문제로 7월 국회의 앞길도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그러니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이 어찌 곱겠는가. 정치가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17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이제 열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내년 선거의 승리를 위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나가려는 여야가 사사건건 맞부딪치고 있다. 여야가 정치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고 그 첫 단계로 정당개혁을 꾀했지만 낡은 정치는 여전하다.그럴 수밖에 없다.민주당은 신당 창당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반년이 넘도록 신주류와 구주류,그리고 중도파가 뒤엉켜 싸우고 있다.책임 떠넘기기,비난,몸싸움과 욕설이 그치지 않는다.서로에게 원한만 쌓여갈 뿐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그러다 보니 집권당이라 할 민주당이 국정운영에서 방관자 또는 국외자가 되어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있다.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이다.한나라당은 민주당과는 달리 정당개혁을 발빠르게 추진해 당헌을 고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했다.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다.당내에서조차 경선 과정의 줄세우기와 금품·향응 제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또 지도부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남으로써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시대정신인 개혁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그러니 이부영 의원 등 개혁 성향의 의원들이 한나라당을 탈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국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책임은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있다고 생각한다.원내 의석 과반인 한나라당은 사실상 국회의 의결과정을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개헌과 대통령 탄핵,그리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재의결을 빼면 한나라당이 할 수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때문에 국민은 다수당의 대표가 된 최병렬 의원의 정치력을 주목하는 것이다.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가 번영과 국리민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점점 높아져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소리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국회의장이 앞장 서서 낙선운동을 꾸짖는 것은 옳지 않다.오히려 국회의장은 낙선운동이벌어지도록 빌미를 준 잘못을,국회의 수장으로서 273명의 국회의원들과 더불어 반성해야 온당할 것이다.밀려 있는 각종 법안과 추경예산안 등을 제대로 심의하고자 국회의원들을 독려하는 게 마땅하다. 낙선운동이나 당선운동이 벌어진다면 판단은 유권자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다.그리고 뜨거운 감자가 된 대선자금 문제도,여야를 가리지 말고 고해성사를 함으로써 돈 정치를 없애는 계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그래서 더위를 식혀주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 같은 정치가 이뤄진다면 올 여름 피서는 그보다 더 좋을 게 없을 것이다. 김형문 유권자운동연합 공동대표 본지 자문위원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문학지성들의 진단과 예언

    대한매일은 창간 99주년을 맞아 다양한 시리즈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먼저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라는 제목으로 문학 지성인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합니다.‘혼돈과 격변의 시대,한반도와 한국인은 어디에 와 있으며 미래는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라는 담론을 놓고,시대정신을 온몸으로 호흡하며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해답을 구합니다.문학평론가인 방민호(38·국문과)국민대교수가 주 1회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 줄 것입니다.지면에 등장할 문학 지성인들의 면면과 대화의 주제(가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인훈> 냉전 해체 후 세계사의 전개와 한반도 ●김윤식 한국문학 100년과 한국문학의 향방 ●현기영 남북한에서의 민주주의와 통일의 현단계 ●조동일 한국의 학문,학문의 탈(脫)식민화를 위하여 ●이청준 문학의 본원적인 기능을 회복하자 ●김지하 새로운 시대,새로운 세대,새로운 시 ●이어령 세계사의 새로운 조류와 한국 지성인의 활로 ●김우창 격변기 지성의 의미와 기능 ●신경림 새로운 국가독점과 민중의 새로운 발견 ●박경리물질문명 시대,생명의 가치 회복 대한매일은 중국 대륙에 휘몰아치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다루는 기획 ‘中國 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시리즈와,‘수평사회를 만들자’캠페인의 제3부인 ‘경찰과 시민’시리즈도 시작합니다.
  • [열린세상] 재특검법 ‘일사부재리’ 위배

    국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에서 법사위 통과 때처럼 민주당의원들이 반대,퇴장한 가운데 대북송금 재특검법을 통과시켰다.그러나 이번 재특검법은 우선 수사대상을 과거보다 확대하거나 중복 규정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재특검법의 수사대상은 ‘대북송금 및 그와 관련된 150억원 사건을 포함한 관련 비리의혹사건,북한의 핵 고폭실험 인지 이후에 제공된 남북협력기금,현대를 통한 대북현금제공 의혹,청와대 등의 비리사건’ 등이다.이로 인해 수사대상이 1차 특검과 중복되면서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헌법상 일사부재리의 원칙의 침해라는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있다.더구나 이번 재특검에 단서를 제공한 북한의 핵 고폭실험 완료를 한·미양국정부가 검증할 수 없다고 밝힌 마당에 수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이뿐만 아니라 수사기간 연장도 종전에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했으나 재특검법은 보고만으로 가능케 해 특검을 국회 정쟁속에 휘말리게 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그리고 지난 특검법에서 위헌요소로 지적되었던 수사완료 전 중간수사결과 발표 조항도 수정 없이 그대로 통과되었다.경제와 민생법안 등 국정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외면하고,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처리하여야 할 대북송금 특검법을 무엇이 급해서 강행처리하였는지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2월14일 김대중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월26일 노무현 대통령은 문제조항을 개정해줄 것이라는 야당의 정치적 신의만을 믿고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법을 수용했다.그 이후 문제조항의 개정은 고사하고,특검은 국민의 알권리와 국가이익 및 대외관계발전이라는 양자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물론 70일 동안의 특검수사는 자금조성의 경위와 사용처까지 밝혀내 국민의 알권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그러나 대북송금이 절차상 정당성이 결여됐고,국민적 의견수렴이 많이 부족했다는 이유만으로 소모적 남남갈등을 겪은 결과 정상회담에 관여한 자를 모두 범죄시하는 등 국가적 에너지를 크게 소진시킨 측면도 있다.이로 인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을 약속했던 6·15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와 성과는 현재 크게 폄하됐고 실종위기에 놓여 있다.이러한 과정에서 야당은 정상회담 시의 정경유착,북측의 핵폭탄 제조에 남측의 현금이 사용됐을 가능성,그리고 국민의 의견수렴과정 미흡이라는 이유로 재특검법을 제안했다. 그러므로 정상회담과 관련된 대북송금에서 절차상 정당성의 하자는 국회에서 국정감사나 정치력으로 해결하고,정상회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소위 ‘150억원’은 개인비리차원에서 일반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고 처리해야 할 뿐,더 이상의 재특검은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헌법상 평화적 책무를 진 대통령으로서 평화를 제도화하기 위해 내렸던 정상회담과 그 일련의 정치적 결단은 어떠한 대가를 지불했더라도 공공성을 지니면서 국가의 기본적 대외정책의 정치적 결정행위(헌법 제73조)로 보아야 하며,좁은 사법적 잣대로 재단해서는 아니된다.한반도 문제를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정치적 신뢰성이 담보된 6·15합의는 그 이후 남북교류에서 어려운 고비마다매듭을 푸는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은 재특검법 자체의 위헌성 그리고 6·15의 역사적 성과를 폄하할 가능성 그리고 남북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의 관점에서 특검수사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재특검법을 거부하는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국민의 알권리도 헌법 제37조 2항에 의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어느 정도 제한이 가능하며,무제한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또 제1차 특검이 내세우는 절차적 정당성의 기준인 현행 냉전적 실정법도 분단현실을 돌파하려는 시대정신과 대통령의 헌법상 평화통일책무에 맞게 이제 개정되어야 한다. 이 장 희 한국외대 법대 학장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 명창 박동진 그는 누구인가 / 소리에 눈 뒤집혀 산 ‘큰 광대’

    8일 타계한 박동진 옹은 20세기 후반을 대표할 만한 판소리 명창이었다.1992년 한 TV 광고에 출연하여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고 일갈한 것이 지금도 화제가 되고 있듯,우리도 몰랐던 우리 것의 소중함을 심어준 진정한 광대(廣大)였다.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인 박 명창은 1916년 현재의 충남 공주시 무릉동 감나무골에서 태어났다.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부모는 면서기라도 시킬 요량으로 그를 대전에 있는 중학교에 보냈지만,졸업을 몇달 앞두고 이동백 송만갑 장판개 이화중선 김창용 등 당대 명창이 망라된 협률사의 공연을 보고 자신의 말처럼 “눈깔이 홀랑 뒤집혀지는” 체험을 한다. 이후 머슴노릇을 하며 청양의 시골소리꾼에게 배우고,대구의 기생들 소리선생을 하다가 박초월 김소희 박귀희 등이 활동했던 여성창극단의 뒷바라지를 하기도 했다.조학진에게 적벽가,정정열에게 춘향가,박지홍에게 흥보가,유성준에게 수궁가,김창진에게 심청가를 잇따라 배우면서 앞길이 열리는가 싶더니 25살 무렵 목소리에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자살을 하려고 독약을 마시는 쓰라린 기억도 있었다. 그러나 열등감을 오기로 극복하면서 한국전쟁 직후 만난 두 번째 부인의 내조 속에 하루 10시간씩 6년 동안 소리공부에 전념한 것이 오늘날 그를 있게 한 바탕이 됐다.1962년에는 국립국악원,1967년에는 국립창극단에 들어가 소리공부를 계속하면서 1968년 흥보가를 시작으로 판소리 다섯 마당을 완창했다.잊혀져 가던 판소리를 부흥시키고,수많은 명창들이 완창에 도전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1970년 서울신문 문화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973년에는 적벽가로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됐고,1982년에는 은관문화훈장도 받았다.1998년 늦가을 고향에 판소리 전수관을 세우면서 후진양성에도 의욕을 보였지만,다음해 평생을 뒷바라지하던 부인과 사별한 뒤 급격히 쇠잔해졌다. 그는 지난달 7일 언론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다시 태어나도 소리를 하시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하지.소리보다 더 좋은 것을 보지 못했어.요즘은 너무 양악에들 빠져 있지만….세상이 미쳐 돌아가 민족의 얼과 정신을 잃어가는 거지.”라고 변함없는 우리 것에 대한 애정과 걱정을 남겼다. 한편 박 명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저녁부터 조문행렬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노무현 대통령과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심대평 충남지사 등 각계에서 보낸 조화도 빈소 안팎을 메웠다. 빈소를 찾은 윤미용 국립국악원장은 “판소리 발전에 큰 획을 그으신 분”이라면서 “앞으로 이만큼 국악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추모했다.국악인 신영희씨는 “내가 TV코미디에 나가는 것을 두고 말이 많았지만 ‘국악인이 무슨 귀족이냐,광대지.’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자신감을 얻은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빈소에는 이밖에 고인과 30여년 동안이나 호흡을 맞춰온 중요무형문화재 고법 보유자 주봉신 명고수와 이영희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을 비롯하여 최승희·강정자 등 후배 국악인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한편 고인이 마지막까지 원로사범으로 적을 두고 있던 국립국악원 광장에서 10일 신영희씨의 추모창 등으로 영결식이 치러지면 유해는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선영에 안장된다. 서동철 기자 dcsuh@ ■소리에 시대정신·현장성 담아 민초 곁으로 69년 흥보가 등 다섯마당 완창 신기원 “나는 명창보다 광대가 더 좋다.좌중을 웃기고 울리는 광대야말로 소리꾼이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다.” 박동진 명창이 생전에 몇 번이고 강조하던 얘기다.그는 종종 ‘욕쟁이 명창’이라고 불릴 만큼 육두문자를 섞은 욕설을 늘어놓는 것이 특기였다.품위를 떨어뜨린다고 곱지않은 눈으로 보는 사람도 없지 않았지만,“관객이란 파안대소하면서 웃음보를 터뜨려야 비로소 마음을 열고 소리에 서서히 빠져들기에” 적절히 의도된 것이었다. 박 명창은 국악팬들로부터 판소리의 대부로 떠받들어지기 이전까지는 ‘근본을 알기 어려운 소리’라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당대의 명창들로부터 판소리 다섯 마당을 모두 섭렵했지만 스승들로부터 충분한 구전심수(口傳心授)를 이루지 못하고 ‘피나는 탐색 끝에 스스로 터득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박 명창의 ‘약점’은,역설적으로 판소리의 시대정신과현장성을 살리는 강점으로 작용했다. 완벽하게 물려받은 스승의 바디가 없으니,평생 추종해야 할 소리의 모범 또한 없었다.판소리 문화의 보수적인 틀에서 벗어나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설도 과감히 바꾸었고,어려운 한문투를 쉬운 요즘 말로 고치는 것은 물론,그때그때 유행하는 말까지 집어넣은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러나 대중성에만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박동진으로 추앙받지는 못했을 것이다.그는 1969년 흥보가를 시작으로 판소리 전 마당을 완창해 토막소리에 그치던 소리판에 일대 경종을 울렸다. 여기에 변강쇠타령과 배비장타령,옹고집타령,숙영낭자전,무숙이타령 등 판소리 열두 마당 가운데 잊혀졌던 마당을 차례로 모두 세상에 빛을 보게 만들었던 것은 그가 판소리 문화의 재정립을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1973년에는 9시간40분짜리 창작판소리 ‘이순신전’을 발표하고,‘예수일생’을 판소리로 짜 선교활동을 폈던 것은,현대사회에서도 판소리가 살아있는 예술로 충분히 효용을 갖고 있음을 확신했기에가능했던 일이었다. 서동철기자
  • 달라진 한나라

    한나라당이 ‘최병렬호(號)’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당 안으로는 분권체제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고,대외적으로는 매일 아침 정부·여당을 향해 속사포처럼 퍼붓던 공세를 눈에 띄게 줄이기 시작했다. 먼저 분권형 지도체제가 눈에 띈다.원내정당·정책정당을 표방하는 새 당헌당규에 맞춰 ‘신(新) 당3역’인 대표·원내총무·정책위의장의 기능과 지위에 상당한 변화가 감지된다. 회의 시스템부터 달라졌다.대표가 매일 주재하던 아침회의가 이원화돼,대표는 1주일에 이틀 상임운영위만 챙기고 나머지는 총무나 정책위의장 등이 이끌게 된다.“23만명에 의해 선출된 직선 대표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3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한 홍사덕 총무는 이를 “최병렬 대표의 ‘광폭정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대표를 대외적으로 품위와 힘을 갖도록 격상시켜놓고 내부적으론 당권을 분리했기 때문에 굉장히 시대정신에 맞다.”고 말했다. 회의의 내용도 바뀌고 있다.‘막말’을 동원한 대여(對與) 공세에서 민생을 챙기고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원희룡 기획위원장은 “현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당3역이 당의 입장을 백화점식으로 발표,여야간 정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당내 자성(自省)기류를 전했다. 당 쇄신 실험은 정책기능 강화로도 나타나고 있다.정책위 의장단 회의가 매일 아침 열려 정책현안과 관련,당의 입장을 정리하는 한편 당내 두뇌그룹인 여의도연구소의 개편과 정책연구재단 설립 등이 이른 시일 내에 추진될 전망이다.정책위의장의 기능 또한 막강해졌다.TV토론이나 방송매체에 출연하는 의원들은 사전에 의장과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국민들이 의원 개인의 의견을 당의 의견으로 착각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정경기자 olive@
  • “이대론 공멸” 최후카드 / 민주신주류 탈당 시사 안팎

    민주당 신주류측이 집단탈당을 통한 독자적인 범개혁신당 창당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11일 알려져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대선 이후 민주당 신주류는 줄곧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와 신당창당을 주장했지만 전략부재와 추진력 미약으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그러나 이번에는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내년 총선 대세는 세대교체 신주류측이 신당창당 방침을 굳힌 것은 “민주당을 혁명적으로 리모델링하든,아니면 통합신당을 하든 호남지역당의 한계를 털어내지 못해 내년 총선에서 참담한 패배를 하게 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라고 한다. 6개월 가깝게 신당창당을 외치면서 기존 민주당표의 분열을 우려,결단을 못하면서 신주류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이런 행태가 유권자들에게는 역설적으로 ‘구태정치 재현’으로 비쳐져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게 신주류측의 자체진단이다. 신당에 대한 지지여론이 대북송금 특검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압박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등으로인해 출렁거렸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여론의 대세는 변화와 세대교체여서 민주당이나 신장개업으로는 이런 시대정신을 담아내기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여망 담아내 신당 성공한다 하지만 신당추진세력들 내부에는 성공을 확신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기류가 여전하다.이런 기류를 반영,신주류 핵심권인 민주당 이호웅·이미경·천정배 의원과 개혁국민정당 김원웅·유시민 의원 등은 이날 내심은 어떻든 집단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청와대 핵심부는 집단탈당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다만 신당이 ‘노무현당’이 되어선 안 된다는 인식도 확산 중이다.노무현당으로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흡수할 수 없고,사당화되기 때문에 신당은 명실상부한 ‘21세기형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자민련도 신당영향권 여권 신당이 노무현당이 아닌 21세기형 정당을 지향할 것으로 알려지며 한나라당과 자민련도 신당바람 영향권에 진입하는 기류다.김부겸 의원이 전날 범개혁신당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지를 비쳤고,다른 개혁파의원도 ‘정계빅뱅’ 가능성을 예상했다.개혁당 김원웅 의원도 “단기간내 민주당 탈당사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한나라당 경선 이후 내분이 일 것이고,그것이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춘규 김상연기자 taein@
  • “北核조율에 비중 과거사 제기 자제”盧대통령 도쿄 기자간담회 오간말

    |도쿄 곽태헌특파원| 노무현 대통령은 9일 도쿄 영빈관에서 수행기자들과 방일(訪日)을 결산하는 조찬간담회를 가졌다.간담회는 주로 국내언론에서 제기하는 문제점들을 풀어주는 자리처럼 느껴졌다.북한핵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의견차가 크지 않다는 것,그리고 과거사 부분을 강하게 거론하지 않은 이유 등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최대의 목표였던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하기로 한 것은 성과”라면서 “하지만 과거사 문제 등과 관련해 심경이 착잡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대통령이 되고 일해보니까 마음 급한 게 많으면 다른 문제를 돌아볼 수 없다.북핵문제가 제일 중요한 일이었고,평화적 해결에 의견일치를 본 게 성과라고 생각한다.어느정도 일본이 받아들였는지는 모르지만,정서와 느낌은 좋았던 것 같다. ●“日과 북핵 평화적 해결 공감” 북핵문제와 관련해 대화(노 대통령)냐,압력(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이냐로 갈리는데. -정상회담 직후 회견하면서 고이즈미 총리의 모두말씀 중 그런 느낌이 나와 조금 당황했다.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다.그래서 모두발언 때 “우리는 대화쪽에 무게를 두고있다.”고 토를 달았다.고이즈미 총리가 첫번째 질문에 답변하면서 “압력은 대화를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게 실제 정상회담 분위기를 정확히 표현한 것으로 느낀다.전반적으로 대화과정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생각은 평화적 해결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느낌을 받았다.마음속은 대화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해석하고 싶다. 그런데 일본 여론이 좀더 강경한 쪽으로 가고있고,협상에서 모든 카드를 보이는 게 적절치 않으므로 발언이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미·일 정상 공동선언에서 밝힌 것도 있고 해서,중간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한·일 정상의 표정이 굳어있었던 것 같은데. -표정이 굳은 적은 없었다.앞으로 인상관리를 잘 하겠다.평소 말할 때 속을 확 열어놓고,안 할 말도 하고 해서,상대방에게 뜨겁다는 인상을 주는 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이즈미 총리와 대화해 보니,그도 나와 같이 (솔직하다는 점에서)약점을 가진 것 같았다.그래서 나도 대통령하는 데 지장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만찬장에서 우호적인 얘기를 하면서 상황 설명을 하고,내 손을 잡기도 하고,탁자를 치기도 했는데 말을 뜨겁고 숨김없이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나처럼 심하지 않지만 고이즈미 총리도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국내여론 따라 국제관계 언급하면 위험” 착잡하다고 했는데.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이유가 100대0으로 명쾌한 경우는 없다.과거사문제 말하지 않겠다고,결심하고 선택했다.그런데 그 선택이 과연 잘한 것인가.또 정치인 마음속 결정이 전부가 아니고,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중요하다.이번 회담에서 과거사 제기하지 않은 게 마음속에는 아쉬움으로 남아있다.성취하고자 하는 확고한 목표(북핵 평화적 해결)가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어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때때로 착잡하다.(하지만)큰 뜻은 없다. 솔직히 말(과거사 부분)을 안 해서 일본이 적당히 넘어갈까 하는 것보다는 국내여론이 두려웠다.하지만 국내여론을 보고 국제간 관계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내가매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유익하면 이렇게 하는 게 좋다.그래서 강력한 메시지를 말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일본 국회 연설에서 과거사문제 언급이후 구체적으로 촉구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촉구하는 것은 없다.미래지향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일본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다.일본이 경제력과 자위대 등 군사력에 걸맞은 역할을 주장하려면 전세계 국가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시대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시대정신에 맞아야 한다.유럽에서 독일이 받는 대우는 아시아에서 일본이 받는 것과 다르지 않으냐.독일에 대해서는 긍정적 역할을 의심하지 않는다.일본이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할 때,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이의제기를 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이 점에서 일본 국민여론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일본 지도자 중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때 ‘아 그렇게 가고 있구나.’하는 긍정적 생각이 들 수 있다. tiger@
  • 오피니언 중계석/‘왜 청소년 참여인가’ 세미나

    협상적(協商的) 민주주의가 있고,성찰적(省察的) 민주주의가 있다고 한다.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각각 목소리를 높일 때 협상으로 정리하는 것이 협상적 민주주의라면,사회 구성원들이 전체의 공동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것이 성찰적 민주주의라는 것이다.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가 ‘왜,청소년 참여인가?’를 주제로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청소년 정책 연구 세미나를 연다.기조강연에 나설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청소년의 참여가 성공하려면 질서와 전통을 존중하는 평화적 과정이어야 하며,자신들의 주장과 사회전체의 공동선을 조화시키려는 성찰적 내용이어야 한다.”고 말한다.박 교수의 충고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김형주 청소년단체협의회 연구위원은 청소년뿐 아니라 정책 당국에 할 말이 많다.‘청소년의 참여의 정당성과 필요성’이라는 김 연구위원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지난 연말 대통령 선거를 통해 분출된 새로운 사회로의 요구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청소년관(觀)이나 청소년정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청소년정책은 유감스럽게도 참여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분산되어 있는 청소년 부서들의 눈치보기 속에서 실종되고 있거나 청소년 정책 또한 증보판으로 부분 보완되거나 그것도 밀실에서 급조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땅의 청소년의 인권과 복지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청소년 참여’라는 세계적 추세이자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않는 지나간 청소년 정책의 증보판은 더 이상 청소년의 권익 증진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또 한번의 실패한 정책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연령차별’이란 용어는 서구에서는 1969년에 처음 사용된 이래 청소년들의 직무나 경험에 대한 토론에서 자주 등장하였다. 청소년들은 ‘전(前)정치적’ 존재로 이해되며 너무도 자연스럽게 서구에서는 18세 이하,우리 나라에서는 20세 이하의 청소년 참정권을 박탈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어떠한 정당도 청소년정책에 관심을 갖거나 청소년의 이해를 대변하려 하지 않게 만드는 꼴이 된다.청소년들이 직무환경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한다.청소년 차별은 작업장에서의 불이익을 주며 이는 청년실업의 장기화가 잘 말해준다. 연령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집단 행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청소년들은 스스로를 정치적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필요하다면 20세 이하의 납세자들이 연대하여 참정권을 주지 않으면 납세하지 않을 것을 결의할 필요도 있다.의무는 있으되 권리는 없는 ‘불법적 국가’에 대한 시민의 불복종은 이 시대의 정신이요 진보이기도 한 것이다.청소년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의 일부로 볼 때에만 청소년 정책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지도자들은 정부와 정치권에 청소년의 권익증진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게 청소년 참여를 진작하는 청소년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증진할 수 있는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의 청소년 분야 공약사업이 실현되도록 주목하고 감시하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이 기회에 분산되어 있는 청소년 업무가 집중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할 것이며,공약사업 중에 특히 ‘대통령 청소년 특별회의’를 실현시켜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증폭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들도 스스로의 권익을 증대하기 위해 연대해 나가야 한다.청년실업 문제나 ‘선거연령 18세 인하’문제뿐 아니라 대중매체의 연령차별에 대한 감시활동과 지방자치단체에 ‘청소년의회’를 설치하여 청소년 참여의 기회를 증대해 줄 것을 요구하는 활동도 필요하다.무엇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있어 청소년 관련 예산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홍보하는 사업도 결국 청소년들의 몫이다. 정리 서동철기자 dcsuh@
  • 책꽂이

    ●샤롯데모텔에서 달과 자고 싶다(김재석 지음,천년의시작 펴냄) 93년 등단한 시인의 두번째 시집.에로틱한 제목과는 달리 시인은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꿈꾼다.6000원. ●전생을 굽다(배기환 지음,작가마을 펴냄) 부산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사회비판 의식이 담긴 작품집.표제시 등 75편의 시를 통해 부패한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다.7000원. ●오늘,오래된 시집을 읽다(박영희 지음,문학과경계사 펴냄) ‘팽이는 서고 싶다’등의 시집을 낸 시인의 시론집.시대정신과 시의 관계를 설명한 뒤 한용운·고은·김남주 등의 시인론에서 민족시의 의미를 탐색.9500원. ●바텍(윌리엄 벡퍼드 지음,정영목 옮김,열림원 펴냄) 1782년 영국 작가가 쓴 환상문학의 걸작.아라비아의 통치자 바텍이 신을 배반하고 보물을 얻으러 가다가 저주를 받는다는 내용.7000원. ●퍼레이드(요시다 슈이치 지음,권남희 옮김,은행나무 펴냄) 일본의 권위있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의 첫 장편소설.현대 일본 젊은이들의 일상생활을 조명하면서 의사소통 부재의 문제점을 지적.8500원. ●워터십 타운의 열한 마리 토끼(리처드 애덤스 지음,햇살과나무꾼 옮김,사계절 펴냄) 재앙이 닥친 마을을 탈출하여 이상향을 찾아가는 열한 마리 토끼 이야기.2만 2000원. ●오봉옥의 서정주 다시 읽기(오봉옥 지음,박이정 펴냄) 시집 ‘붉은산 검은피’로 필화사건을 겪은 저자의 이론서.미당 서정주 시선집 ‘푸르른 날’을 꼼꼼히 분석한 뒤 “한국적 모더니즘을 실현시킨 시인”이라고 결론내린다.1만 2000원. ●검객의 칼끝(이영유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연극연출과 시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저자의 시집.평론가 정과리는 “세상을 흉내내어 살되 엇비슷하게만 흉내를 내어,무의미에 저항하는 세계”라고 평한다.5000원. ●어매(김순명 지음,열매출판사 펴냄) ‘독야’‘소국’을 낸 작가의 경험이 실린 장편소설.지방도시의 밤무대 밴드마스터로 일하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이야기가 감동적.8500원. ●티티새(요시모토 바나나 지음,김난주 옮김,민음사 펴냄) 1988년 ‘키친’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가 처음 낸 장편.주인공 마리아가 열아홉시절 사촌들과 함께 바닷가 마을에서 보낸 추억을 그린 성장소설.8000원.
  • 공초문학상 김지하 시인 / 수상작 ‘절, 그 언저리’

    대한매일신보사가 제정한 공초문학상 제11회 수상자로 시인 김지하(사진·62)씨가 선정됐다.수상작은 지난달 7일 출간된 김시인의 수묵시화집 ‘절,그 언저리’에 실린 표제시.한국 자유시의 선구자인 공초 오상순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이 상의 심사는 이근배(공초숭모회장·한국시인협회장),임헌영(중앙대 겸임교수·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김종해(시인·제10회 공초문학상 수상자)씨가 맡았다. ▶관련기사 27면 심사위원들은 수상작이 “절에 가서도 절의 모습을 못 찾는,처절한 궁극적인 시대정신의 갈구 자세를 그렸다.”며 “김지하의 새 미학적 항구가 보일 듯 한 예감이 든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시상식은 6월 5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이종수기자 vi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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