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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공간] 자전거가 넘치게 하자/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얼마 전 독일 환경수도 프라이부르그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자전거 도시로 환경연수를 다녀온 지역활동가들은 많은 감동과 부러움을 드러내었다. 이들 도시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30∼40%에 달해 공기가 맑고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으니 모두가 살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득 자동차가 도로와 골목길에 가득 찬 우리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공기는 오염되고 교통혼잡으로 짜증과 욕설이 난무하고, 아이들은 호흡기질환과 아토피성 질환으로 병원에 장사진을 이룬다. 건설교통부는 백두대간 생태축을 잘라내고 야생동물 로드킬을 뒷전으로 한 채 수없이 신규 도로를 건설해도 교통혼잡, 대기오염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나치게 중복, 과잉투자해서 소중한 시민의 세금을 5조원 이상 낭비하고,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만 늘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007년 국가 예산을 보면 사회일자리 창출 등 공공성을 갖는 예산은 줄고 수송, 교통 등 지역 민원성 예산은 늘었다.2007년 교통시설 특별회계 10조 7000억원 중 도로계정은 6조 4000억원으로 도로건설 비용이 60%에 이른다. 여전히 정부 교통정책은 자동차 이용을 늘리는 자동차 도로 건설을 위주로 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초대형 관용 전용차를 타는 고위관료와 정치인이 줄고 자전거와 도보를 즐기는 관료들이 늘면 교통정책이 바뀌려나. 그동안 정부가 대형 국책사업으로 주도해 온 사회기반시설은 이제 공급과잉에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 파괴와 주민생존을 앗아가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공급 논리로 댐, 도로, 원자력 발전소, 갯벌 매립을 확대해 온 정책은 생태계 파괴와 환경 갈등으로 깊은 성찰과 발상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녹색 상상력과 생활력 있는 정치와 행정이 필요하다. 대규모 토목프로젝트에 시민의 상상력과 생활력을 빼앗기고 있다. 소외된 지역민심을 볼모로 진행하는 도로 건설 등 토목프로젝트는 지역이 갖는 자생력과 주민의 상상력을 앗아가며 과거 선거 시기 주민을 동원하는 방식에 다름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대선후보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대권을 향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씨의 경부운하 구상도 그 중 하나이다. 백두대간에 24㎞ 터널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한다는 발상부터 괴이하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가르지 못한다는 자연의 이치와 물의 흐름을 한참 모르는 소리이다. 국가의 경제성장 동력을 환경파괴형 토목사업에서 찾는 낡은 수법이며 우리나라 교통과 물류체계를 근본으로 진단하지 못한 처방이다. 백두대간을 뚫고 하상을 정비하고 댐을 지어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의 물줄기를 거덜 낼 일이다. 흐르는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 생명을 부양하고 변화하는 자연의 이치를 아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아쉽다. 시대정신과 시민의 공공가치를 실현할 대안과 생활력 있는 정책을 실천할 정치인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시민정신이 살아나길 기대한다. 경쟁과 불신, 개발이 만연한 사회에서 배려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희망한다. 희망의 단서가 되어 준 자전거를 다시 생각한다. 자전거를 마음 놓고 타는 사회가 되면 배려와 공존의 가치가 보편성을 가질 것 같다. 비로소 생명과 평화에의 깊은 인식이 싹트는 것이다. 자전거가 자동차처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자전거 점포와 수선집이 정겹게 지역기반이 되고, 전국 자전거도로망과 지도를 가지고 20%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자랑하는 미래를 준비하자. 국가 장기 교통계획안에 자전거 정책을 중요하게 세우고 시민들의 생활로 자리잡게 하는 새로운 상상력과 생활력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이다. 무엇보다 대형 개발프로젝트에 민심을 내놓지 않고 시민가치를 지키는 시민의식이 중요할 것이다.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 [데스크시각]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강동형 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인은 정치가 제일 썩었다고 침을 뱉으면서도 기존 정치판의 문화에 저항하는 정치인은 ‘지도자감’이 아니라고 배척하는 사기극을 천연덕스럽게 저지르고 있다. 그렇게 정치를 시궁창에 처박아 놓고서도 개혁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진 않는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100% 전가시킨 다음에 다음 쇼를 기다린다. 나는 이러한 국민 사기극을 끝장낼 것을 제안한다.’(강준만 지음 ‘노무현과 국민 사기극´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에 대한 담화를 발표하던 날 먼지가 쌓인 책장을 다시 펼쳤다. 노 대통령 후보 시절에 나온 책이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남은 시점에서도 그 내용이 구구절절하다. 우리 동네 횟집 사장님은 장사가 안 되거나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육두문자를 동원해 대통령을 나무란다. 계절적으로 장사가 안 되는데도 대통령 탓이다. 이치에는 맞지 않지만 확신에 찬 모습이다. 횟집 사장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우리의 자화상이다. 누구도 이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변에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친구가 더러 있는데 모임에서는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아이스 맨’으로 통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맹목에 가까울 정도의 불신과 냉소가 대통령에 대한 일상적인 표현 방식이 돼버렸다.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진실을 보고 있으며,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니면 노력은 하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많은 시민사회단체 및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대해 “공감하지만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옳은데 시기는 다음 정권이 적절하다는 이야기다. 논점이 ‘개헌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헌 시기’에 맞춰져 있다. 개헌 내용과 개헌 시기는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내용에 대한 토론은 배제되고 시기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톨스토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와 중요한 사람, 중요한 일에 대해 ‘지금 내곁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듯이 우리에게 ‘지금’은 가장 소중한 시간이요, 시기이다.‘적절한 시기’,‘다음 정권’은 상대적 개념이다.‘국민의 정부’에서 개헌 문제가 나왔을 때 “개헌은 다음 정권에서 하는 것이 순리다.”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결국 이 말은 반대를 위한 반대의 논리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개헌의 성패 여부를 떠나 개헌 내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시에는 1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한 현안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원회수시설의 광역화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년 가까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시설 인근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지만 다수의 주민들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동안 ‘내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덕분이다. 이밖에도 용산기지 활용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 현대차 노사문제, 화장장 건설을 둘러싼 주민간 갈등, 개발과 환경보전 등 우리 사회에는 서로 이익이 상반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방식이다. 반목과 질시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마침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이석연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대표 등 입장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지난 10일 한자리에 모여 “시대정신을 앞장서 구현해야 할 종교 시민사회지도자들이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한다.”고 고백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와 같은 관용과 이해의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강동형 지방자치부 부장 yunbin@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정운찬과 이수성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정운찬과 이수성

    1997년 7월2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여당 사상 첫 대통령후보 자유경선이 실시되고 있었다.6명의 후보들이 마지막 사자후를 토하며 지지를 호소한 뒤 이어진 2시간가량의 자유시간. 부동의 1위였던 이회창 후보는 물론 2위 그룹의 이인제 이한동 김덕룡 후보 등도 발에 땀이 날 정도로 대의원들을 찾아 다니며 막바지 현장 득표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유독 별천지에 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후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수성이었다. 경기장 주변을 산책하며 사색을 즐기는 그의 모습에서 필자는 ‘이 양반이 경선에 나선 후보가 맞나.’라고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다른 후보들과 정반대의 모습에서 현실 정치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그를 안타깝게 바라본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는 꼭 필요한 인물을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수단도 부족했던 것 같다.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데다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몇 만명 된다는 그이지만 정작 선거운동에 큰 도움을 줄 만한 의원이나 인물에게 자신의 뜻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오히려 그 쪽에서 “제가 어떻게 도와야 됩니까.”라고 물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괜찮아.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 하지 뭐.”라고 했단다. 그러니 측근들의 푸념이 늘 수밖에…. 사실 그는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견제할 만한 블루칩이었다. 한때 김심(金心·김영삼 대통령의 의중)까지 보태졌고 연장선상에서 범민주계(정치발전협의회)의 지원도 한몸에 받았었다. 물론 강력한 후원자였던 최형우 의원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이회창 후보의 반발로 김 대통령이 발을 빼고 정발협이 해체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 여건상 이회창 대항마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고작 4위에 그친 게 경선 성적표다. 평생 학자로 지낸 탓에 총리와 같은 임명직은 잘 해내지만, 대통령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권력 의지는 약했던 게 아닌가 싶다.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가 가진 개혁성향에다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학자로서의 경제 전문성, 거기다 충청도 출신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성 등이 여권에선 매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필자 기억으로도 정 전 총장은 명석한 두뇌와 정확한 판단력, 소탈하면서도 만만찮은 뚝심을 가진 인물이다. 총장 재직 시절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역균형선발제를 밀어붙인 것은 그의 업적이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아이비리그 대학의 높은 연봉과 교수직을 마다하고 서울대에서 후학을 가르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도 그의 인간 됨됨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가 현실정치에 진입하기에는 벽이 높아도 너무 높다. 조직과 자금을 말한다. 바람으로 대선에서 이길 수는 없다. 바람은 상대 역시 바람일 때만 승산이 있는 법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의 승리가 강금실 바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그에게서 물씬 풍기는 엘리트주의도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설령 여권의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여하더라도 김근태와 정동영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그는 한낱 흥행용 보조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정 전 총장이 나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그것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인지 치열한 고민 끝에 신중한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그리고 그때까진 이랬다 저랬다 혼동을 주는 발언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잘못된 결정은 그가 학계에서 쌓아온 명성을 한순간에 날릴 수도 있다. 이수성 선배 총장의 실패가 그에겐 귀감이다. jthan@seoul.co.kr
  • 정운찬 前총장 모종의 결심?

    정운찬 前총장 모종의 결심?

    여권 내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최근 회동을 가진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달 초 김 의장과 정 전 총장이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들은 이날 회동 외에도 최근 자주 만나 범여권의 정계개편 기류와 차기 대권구도에 대해 깊숙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김 의장의 핵심 측근도 이런 정황에 “노 코멘트”라고 말해 회동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정 전 총장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실정을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정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김 의장은 ‘통합신당’의 구체적인 모델로 ‘반한나라당에 동의하는 평화개혁세력의 총집결’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김 의장은 “차기 대선에서 평화개혁세력이 승리하려면 정 전 총장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자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는 “논쟁이 불가피한 측면이 많은 후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때문에 김 의장이 통합신당의 연대 대상으로 정 전 총장을 지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의 유인태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내에서도 정 전 총장을 좋게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차기 주자인데 현재 대통령과의 관계가 중요할까.”라며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에따라 정 전 총장이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한층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정 전 총장의 선택은 여당은 물론 범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후보단일화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17대 대선구도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호남의 맹주로 자리잡았지만 또 다시 어려움에 봉착했다. 시대정신에 따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최대한 규합해 빅 텐트를 쳐야 한다.”며 고 전 총리와 정 전 총장을 예로 든 뒤 “정 전 총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러브 콜’에 대해 정 전 총장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정 전 총장은 김 의장과의 회동에 대해 “지난 2년간 사석에서 김 의장과 만난 것은 두차례밖에 없다.”면서 “(이달 초 회동설은)각자 따로 가서 그 호텔에서 만난 것뿐”이라고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北, 작년 제3국서 정상회담 타진”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12일 국민대 정치대학원 초청 특강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망에 대해 “(2005년) 통일부 장관 시절 남북간에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갔다.”면서 “논의과정에서 (정상회담 장소로) 한반도 이외의 지역도 가능하냐는 북한의 타진이 있어 한반도 이외의 장소도 고려할 수 있다는 답변을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남북한 협의를 벌였으며, 북측이 남한이 아닌 제3의 장소를 타진했다는 게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전 의장은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복원할 의사가 있다고 간주할 수 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또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평화의 문제와 밥과 빵의 문제 즉 경제문제”라면서 “정치권과 기업, 국민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며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부동산, 교육문제 등의 개혁에 힘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정 전 의장은 이어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정계개편 과정에) 진통이 있다.”며 “이는 정치인 자신을 위한 것으로 비쳐지지만 이것 없이 건전한 (진보-보수) 경쟁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 또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었다.”는 참석자의 질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공감을 표시한 뒤 “국민은 부동산과 교육, 일자리와 양극화와 같은 생활의 고통을 덜어주는 쪽의 개혁을 기대했지만 이 부분이 악화됐고 여기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시론] 노무현 대통령이 할 일/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시론] 노무현 대통령이 할 일/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아이콘이었다.‘바보 노무현’의 극적인 대통령 당선은 한국정치의 변화 가능성과 방향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특정 지역에 압도적 지지기반을 가진 카리스마적 1인 보스가 끌어가던 사당정치, 지역정치 극복의 가능성이 보였다. 돈이나 색깔론, 언론의 위력도 낡은 질서를 거부하고 새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꺾지 못했다. 그래서 16대 대선은 ‘주춧돌 선거’라 평가받았다. 노무현 당선의 가장 큰 원동력은 그의 정치적 행보가 시대정신인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란 기대를 국민에게 주었다는 점이다. 낡고 썩은 정치에 실망하고 좌절했던 국민이 노무현 후보에게 새로운 기대를 걸게 된 것은 그의 일관된 정치역정 때문이었다.‘노무현 바람’은 ‘노무현 개인’에 대한 기대와 지지라는 좁은 뜻으로만 해석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국민이 정치인 노무현에게 희망을 걸게 된 것은 ‘국가지도자로서의 역량과 자질’보다는 ‘일관된 소신과 원칙의 정치’에 높은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주의 극복과 언론개혁이란 현안에 대해 보인 ‘일관된 개혁적 태도’는 새로운 정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4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역대 최저이다. 레임덕과 임기단축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민은 마침내 5·31지방선거에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 열린우리당에 대해 엄정한 심판을 내렸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노라 했지만 속으로는 억울할지도 모른다. 열심히 했는데 국민이 몰라준다고 서운해할지도 모른다. 왜 이런 상황이 빚어졌을까. 우선 노 대통령과 국민의 인식이 서로 달랐던 것 같다.‘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노 대통령이 믿었던 일과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국민이 기대했던 일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내세운 국정목표는 ‘깨끗한 정치, 잘 사는 나라’로 집약할 수 있다. 참여정부는 ‘깨끗한 정치’를 위해서 부패청산, 정치개혁, 지역주의 극복에 힘을 쏟았고 성과도 거두었다. 이는 국민도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바랐던 ‘잘 사는 나라’를 위해 일자리 창출, 부동산 안정, 양극화 해소 등에서 성과가 없었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었다.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민주적 리더십이다. 토론공화국, 탈권위, 대화와 타협 중시, 국민참여 등이 모두 민주적 리더십의 징표이다. 사회갈등과 현안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겠다는 탈권위적·민주적 태도는 참여정부의 코드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노 대통령의 민주적 리더십은 이중적 성격을 지녔다. 권력기관의 탈권위주의가 이루어졌고, 정책결정과정의 거버넌스도 정착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연정, 한·미FTA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은 권위주의적으로 엄숙한 결단을 내리곤 했고, 이들이 민심을 떠나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열린우리당은 새판짜기를 꾀하고 있다.2004년 총선에서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여대야소를 이룬 뒤 백년 갈 정당을 만들겠노라고 기염을 토했던 열린우리당은 3년도 안돼 간판을 내려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통합신당이건 재창당이건 중요한 것은 새 판이 지역이 아니라 정책을 중심으로 짜여져야 한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남은 1년 동안이라도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 지식인 논쟁 이렇게 연말을 달군 적 있었나

    지식인 사회가 올해처럼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 연초부터 시작된 학계 내부의 비판과 논쟁, 대결 국면이 연말까지 지식인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1980년대의 ‘사회구성체 논쟁’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예 작정하고 상대방을 지목해 비판하는 ‘실명비판’의 양상으로 치닫는다. 진보-보수 양자 대립 국면도 아니다. 진보와 보수간 ‘일전’을 거쳐 진보 내부, 보수 내부에서도 분화된 대결이 이어지고 있다. 논쟁의 끝은 어딜까.‘끝장 토론’이 없다면 2007년 대선까지 치열한 학계 내부의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논쟁의 핵심에 서 있는 뉴라이트재단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런 만큼 현재 지식인 사회의 논쟁은 대선 전초전 성격까지 띠고 있는 셈이다. 불씨는 보수 쪽에서 먼저 지폈다. 지난 2월 박지향·이영훈 서울대 교수, 김철 연세대 교수,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 등이 중심이 돼 펴낸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재인식)’은 386세대의 필독서였던 ‘해방전후사의 인식(해전사)’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타깃은 해전사 주요 편집자였던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와 최장집 고려대 교수. 재인식은 해전사를 ‘좌파 민족주의 진영의 정치학’이라고 폄하했다. 민족주의에 매몰돼 산업화, 근대화의 가치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지난달 성대 윤해동 교수 등이 주축이 돼 출간한 ‘근대를 다시 읽는다(재재인식)’에 의해 또다시 반박당했다. 윤 교수 등은 재인식이 오히려 과도하게 국가주의에 빠져 있다고 맹공했다. 이같은 역사인식 논란은 사실상 ‘대리전’ 성격이 짙다. 이제 학계의 보수·진보 진영 ‘대표주자’들은 상대방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상대측 논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계간지 ‘시대정신’ 겨울호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분단체제론’을 작정하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통일보다는 남한의 선진화가 우선”이라면서 “백 교수의 분단체제론은 이론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허구”라고 주장했다. 시대정신은 지난 가을호에도 강만길 교수를 도마에 올려놓고 공격한 바 있다. 더욱이 앞으로도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등 ‘우리 시대의 진보적 지식인’들을 차례로 검증할 계획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진보 쪽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백 교수는 계간지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서 안 교수를 겨냥,“한반도의 전쟁 위협이 고조되고, 북의 모험주의적 행동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남한의 선진화가 가능하겠느냐.”고 역공했다. 사실 이같은 실명비판은 지난 5월 안 교수가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부터 예고됐었다.70∼80년대 대표적인 좌파 이론가였던 안 교수는 우파로 전향, 일제 강점기에 수탈도 있었지만 근대화의 기초가 마련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토대를 만들었다. 진보 진영에서는 ‘전향한 좌파’로 낙인찍은 학자다. 올해초까지 일본에 있던 그가 뉴라이트를 업고 돌아오자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일본 우익의 논리가 한국으로도 수출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안 교수를 비난했다. 논쟁의 분화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진보 진영에서는 ‘평화’와 ‘통일’ 가운데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백낙청 교수는 지난 5월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이라는 저서에서 최장집 교수의 ‘평화우선론’에 대해 “분단체제를 간과한 채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주장”이라고 공박했다.“민주화 이후에 오히려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는 최 교수의 주장은 “보수세력의 결론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꼬집었다. 보수 진영에서는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이 ‘4·19는 학생운동,5·16은 혁명’이라는 내용의 새로운 역사교과서 시안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자유주의연대 등 뉴라이트 단체들은 즉각 “산업화에 대한 지나친 미화와 민주화에 대한 평가절하라는 오류와 편향을 보였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치고 받고’ 전면전

    ‘치고 받고’ 전면전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간 정계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김 의장의 말마따나 ‘계급장을 뗀’ 한판이 벌이지는 형국이다. 노 대통령과 김 의장이 결별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 의장은 1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전날 ‘통합신당=지역당’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제2의 대연정’과 다를 바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당이 나아갈 길은 당이 정할 것”이라면서 “당이 최종적인 결론을 내면 당원은 그 결론을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수석당원인 노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통합신당 논의는 초심으로 돌아가 참여정부를 출범시켰던 모든 평화세력을 대결집시키고자 하는 목소리이자 시대정신을 담자는 얘기”라면서 “이런 노력을 지역당 회귀로 규정하는 것은 모욕감을 주는 것”이라며 유감의 뜻을 거듭 나타냈다. 김 의장 등 우리당 지도부는 이날 밤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심야회의를 갖고 당초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 당 의총에서 정계개편 방향을 제시하려던 계획을 노 대통령이 ‘아세안+3’ 회의 참석 후 귀국하는 13일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김 의장의 반박과 관련,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 비서실장의 이같은 언급에 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이 실장은 “대통령은 정계개편과 통합신당 문제가 열린우리당의 법적·역사적·정책적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과정이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지역주의·지역당으로 회귀하는 통합신당 논의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또 “정계개편, 통합신당에 대한 무성한 얘기들이 있었지만 당론을 거쳐서 얘기가 나온 것도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적 정치 입지를 위해 대통령과의 ‘구시대적 차별화 전략’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을 만한 발언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안타깝다.”며 김 의장을 겨냥했다. 특히 “개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대통령을 흔들고, 차별화하는 전략은 과거에도 그랬고 정치사에서 성공한 적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는 구조”라며 “서로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역설, 김 의장을 비롯, 열린우리당의 최근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실장은 “계속 당에서 대통령이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정치를 어떻게 했는지 그 부분도 설명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정치에 매몰돼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매우 온당치 않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나아가 “우리당은 모든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의 책임만을 얘기하는데, 과연 우리당도 그런 면에서 얼마만큼 책임있게 임해왔던가에 대해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홍기 구혜영기자 hkpark@seoul.co.kr
  • “백낙청 교수 분단체제론은 논증 실패”

    “백낙청 교수 분단체제론은 논증 실패”

    “백낙청 교수의 분단체제론은 결국 논증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창비’ 편집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분단체제론’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백 교수가 ‘창작과 비평’을 통해 안 교수 등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을 비판한 데 대한 응답이다. 안 교수는 27일 발간된 뉴라이트재단의 계간지 ‘시대정신’의 겨울호 ‘우리시대의 진보적 지식인’ 연재물에 백 교수의 분단체제론을 비판하는 ‘허구로서의 분단체제’를 기고했다.‘분단체제론’이란 백낙청 교수가 1987년 6·29 민주화선언을 계기로 정초한 이론틀로 “이제 한국 현대사는 남북관계를 한국정치의 중심적 과제로 설정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 교수는 “백 교수의 분단체제는 세계체제, 남한의 자본주의체제 및 북한의 사회주의체제가 하나의 체제로 지양(止揚)돼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 결합돼 있는 것”이라며 “백 교수의 분단체제에는 체제원리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백 교수의 분단체제론이 ‘-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이론적 정합성이 결여됐다는 것. 안 교수는 “백 교수는 통일이 왜 국정의 우선적 과제인가를 밝히기 위해 분단체제론을 제기한 것”이라면서 “백 교수가 생각하는 통일이란 단계적ㆍ점진적인 통일을 전제로 하면서 남북 민중의 실질적 화해와 접근 아래 이뤄지는 남북정부 간의 국가연합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국가연합론이 제대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남북 민중의 실질적 화해와 접근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가를 명확하게 밝히고, 또 남북 민중의 실질적 화해와 접근이 남북 주민의 동의로 볼 수 있는가도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백 교수의 이론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론의 취약성과 한국사회에 대한 그의 인식상의 오류에 있다.”면서 “그가 의거하는 이론은 근대시민사회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전근대사회로부터 근대사회로의 이행기에 있는 사회의 특질을 밝혀내기 위한 이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의 말미에서 “나와 백 교수 두 사람의 한국현대사에 관한 의견의 차이는 통일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가, 선진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데에 있다”면서 “백 교수는 통일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10여년이나 연구했으나, 결국 논증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26년 평교사 ‘교장선생님’ 됐다

    “교육이 변화하는 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교장·교감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가 처음으로 ‘교장 선생님’이 됐다. 주인공은 전북 정읍고에서 공통사회를 가르치는 소찬영(52) 교사. 최근 교육부에서 개방형 자율학교로 선정된 정읍고 교장 공모에 지원해 학교운영위원회와 전북교육청 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다른 후보자 2명을 제치고 교장으로 선출됐다. 예·체능계 학교나 일부 자율학교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나 최고경영자(CEO)형 교장이 선임된 적은 있지만 평교사가 곧바로 교장이 된 것은 소 교사가 처음이다. 그는 “사회에서 교육계를 보수적이고 방어적이라며 많이 질타하고 있는데 솔직히 그 때마다 속상하다. 개방형 자율학교가 교육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 시기는 지금이고, 장소는 정읍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자리에 우연히 내가 있어서 교장이 된 것일 뿐”이라면서 “부담스럽지만 인성과 진학지도 등 전인교육은 물론 학교 발전을 위해 힘을 쏟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소 교사는 전주고와 공주사대를 졸업하고 1981년 이 곳에서 처음 교단에 선 뒤 26년째 줄곧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라고와 전주고 등을 잠시 거쳐 ‘마음의 모교’인 이 곳에 돌아온 뒤 13년째 근무 중이다. 독일어를 전공해 처음에는 독일어를 가르쳤지만 수요가 줄어 지금은 부전공인 공통사회 과목을 맡고 있다. 그는 교장 공모에 지원한 이유로 “남다른 애정을 담고 있는 정읍고의 교육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져 이를 개선하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고 소개했다.“처음 이 곳에 부임할 때만 해도 학생들이 실력도 있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았다. 눈이 나쁜 친구를 위해 집에서 당근을 가져와 나눠먹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다.” 그는 교장이 되면 무엇보다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전인교육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생활 속 모든 일을 학생 스스로 해결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인성 교육도 해결하고, 자연스럽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책꽂이]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엘리아스 카네티 지음, 조원규 옮김, 민음사 펴냄) 불가리아 출신으로 198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모로코 여행 에세이. 고도 마라케시의 역동적인 장터와 고즈넉한 구시가지 골목들을 돌아보며 느낀 삶과 죽음, 예술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작가는 도살을 앞둔 낙타를 바라보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체험하고, 뼈만 앙상한 늙은 나귀의 강렬한 욕정에서 힘없는 자의 생명력에 새삼 눈뜬다. 카네티는 ‘군중의 광기’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작가다.9800원.●데카메론(박상진 지음, 살림 펴냄) 조반니 보카치오를 단테, 페트라르카와 더불어 불멸의 지성으로 만든 ‘데카메론’ 해설서.‘데카메론’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완전한 의미에서 문학적 창작은 아니다. 당시 떠돌던 이야기와 보카치오 자신이 이미 써놓았던 소설들을 모은 것이다.1348년 페스트를 피해 피렌체 교외의 별장으로 옮겨온 10명의 남녀가 10일 동안 이야기하는 100편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중세의 그늘에서 싹튼 새로운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다.7900원.●고려에 시집온 칭기즈칸의 딸들(이한수 지음, 김영사 펴냄) 고려 왕비가 된 몽골 여인의 삶으로 읽는 여몽관계사. 고려 제25대 충렬왕부터 제31대 공민왕까지 100년간 고려의 왕들은 모두 몽골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충선왕은 두 명, 충숙왕은 세 명의 몽골 여인과 혼인했다. 세계를 정복한 몽골이 유독 고려에만 공주들을 시집보낸 것은 항몽전쟁에서 보여준 고려인의 투지와 저력 때문. 충렬왕비 홀도로게리미실, 충선왕비 보탑실련, 충숙왕비 역련진팔라, 공민왕비 보탑실리 등 8인8색 몽골 공주들의 다양한 면모를 살폈다.9900원.●개념어 사전(남경태 지음, 들녘 펴냄) 인간의 기억은 나무와 같다. 삶의 작은 상처는 나무가 자라면서 껍질에 난 생채기가 아물 듯이 쉽게 잊힌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중대한 사건을 경험하면 마치 깊게 파인 도끼 자국이 나무에 영구적인 상처로 남듯 당사자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된다. 이 책은 트라우마에 대해 이런 설명을 붙인다. 트라우마는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비롯된 말로 상처라는 뜻. 트라우마의 정식 병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다. 1만 3000원.●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김용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부조리극의 대명사 ‘고도를 기다리며’는 변치 않는 시공간과 성격 없는 인물을 내세워 ‘권태’라는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도대체 고도는 누구이며 왜 그를 기다리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하이데거는 권태의 의미를 짚으며 ‘시간 죽이기’에 몰두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실존의 의미를 찾으라고 말한다. 세계문학 작품 속에 담긴 철학 담론을 꺼내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책. 1만 2000원.●기독교신앙(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 지음, 최신한 옮김, 한길사 펴냄) 교부신학의 전통을 계승, 프로테스탄트 신학을 집대성한 근대 신학의 아버지 슐라이어마허 신학사상의 결정판. 저자의 초기 사상을 대변하는 작품이 종교를 멸시하는 교양인을 위한 강연인 ‘종교론’이라면, 이 책은 완숙기에 들어선 신학자의 진면모가 드러난 대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교의학과 신앙론의 종합을 시도한다.2만 5000원.
  • [기고] 순국선열들이 있었으매/박유철 국가보훈처장

    “나라를 빼앗겼을 때 그 나라를 찾고자 목숨을 바치고 풍찬노숙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들을 잡아 죽이고 곤죽을 만듦으로써 영달과 편안함을 취하고 있었다면 선열들은 무엇 때문에 나라를 찾고자 애썼고 목숨을 바쳤던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가 최일남 선생이 쓴 ‘거룩한 응달’의 일부다. 오늘은 예순일곱 돌을 맞는 ‘순국선열의 날’이다. 소크라테스가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바르게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듯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자신을 희생하여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일 것이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제에 항거하다 희생된 선열들의 위훈을 기리고자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제정한 순국선열공동기념일이 모태다.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는 비운을 맞게 되자 조국 광복을 위해 방법은 각기 달랐으나 국권회복에 대한 염원은 오직 하나로 수많은 선열들이 소중한 생명을 바쳤다.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은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미얀마 인도 등 매우 넓은 지역에 걸쳐 장기간 지속되었다. 의병투쟁을 시작으로 3·1운동 임정활동 의열투쟁 무장투쟁 외교투쟁 등의 항일 독립운동이 광복을 맞기까지 50여년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선열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혹한 고문으로 옥사하거나 일본의 비인간적인 만행에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일본에 맞서 국내외에서 희생적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한 선열들의 순국정신은 시대를 초월한 역사 발전의 동인이며,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필요한 참다운 시대정신이다. 조국을 찾기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바치신 선열들의 살신성인의 정신, 사회와 국가를 위해 이기심을 버리는 멸사봉공의 정신, 이런 정의의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삶의 지표다. 100년 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우리나라가 이제 차기 유엔 사무총장직을 맡게 되었으니 세계 외교의 중심으로 성장한 것이다. 순국선열들의 값진 희생으로 오늘의 대한민국 위상은 세계 속에 빛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우리 사회는 경제적 풍요 속에서 부지불식간에 형성된 극단적인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로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 할 정의의 정신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더불어 세대와 계층, 지역간의 벽을 넘어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선진한국 건설의 기반을 튼튼히 조성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가보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보훈은 만년지대계(萬年之大計)라 했다. 정부는 국민이 공감하는 미래지향적 보훈체계 확립과 수준 높은 의료·복지체계 구축, 국민과 함께하는 나라사랑 정신의 확산 등 한 차원 높은 보훈정책을 펼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민족은 생존할 수 없다. 수난과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국선열의 날에 우리는 오늘의 사표가 되는 애국선열들의 순국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아야 한다. 박유철 국가보훈처장
  • [오일만 기자의 여의도 프리즘] 한반도 대운하와 日열도 개조론

    [오일만 기자의 여의도 프리즘] 한반도 대운하와 日열도 개조론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는 분명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선 승부수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총 연장 553㎞의 대수로를 만드는, 한국의 지형 자체를 바꾸는 대역사인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뜨거운 논쟁이 시작됐다. 정치권이 시끄러울수록 그는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 전략적 측면에서 대형 이슈를 선점하는 동시에 ‘경제’라는 시대정신과 정책선거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는 노림수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를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양동작전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수도이전 공약과 닮은 점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그의 지지자들도 청계천 복원을 성공시킨 장본인이 국토 종합개발에 착수한다는 구상에 벌써부터 열광하고 있다. 대운하 프로젝트 자체가 그의 여론 지지율 1위를 지키는 ‘수문장’이란 지적도 수긍이 간다. 현재 시점까지는 그의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승부수가 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개연성도 적지 않다. 대운하 자체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34년전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본 열도개조론’을 상기시킨다. 초등학교 학력인 전부인 다나카 가쿠에이는 천신만고 끝에 정계를 장악했고 1972년 총리 취임 직후부터 야심찬 일본열도 개조를 추진한다. 그 역시 이 전 시장처럼 건설업계에서 신화를 남긴 인물이다.‘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란 별명답게 다나카 수상은 60년대 고도성장 과정에서의 불균형 성장을 시정하겠다며 ‘국토균형 개발 청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초기의 국민적 열광은 잠시였다. 열도개발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땅값이 치솟았다. 사업을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부동산 투기로 일본 열도는 몸살을 앓게 된 것이다. 집권 초 70%대의 인기를 누렸던 다나카 총리는 임기 말엔 20%대로 주저앉는다. 이렇게 다나카 내각은 붕괴됐다. 일본열도 개조는 시뮬레이션으로 완벽한 계획이었지만 현실에 접목되는 순간 상황이 반전된 대표적 사례다.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우를 범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보다 치밀하고 정치한 논쟁이 더욱 필요한 대목인 것이다. 하나 더 짚어야 할 것은 이 전 시장을 둘러싼 리더십 논쟁이다. 분명 그의 공적인 청계천 복원이나 최근 내놓은 과학도시 건설계획, 대운하 프로젝트 등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의 성격이 강하다.“과거 개발시대의 패러다임으로 21세기의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는 라이벌들의 공세도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21세기 초입에 진입한 한국 사회는 반목과 대립, 분열 등의 숱한 문제점들이 안에서 곪아터지는 형국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불도저’란 이미지 위에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느냐가 오히려 그의 대선 승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민족문학 이름으로 평화의 시 노래하자”

    |금강산 이순녀기자·공동취재단|분단 60년 만에 처음으로 남과 북의 문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일 문학인 조직이 탄생했다. 남한과 북한을 대표하는 문인 100여명은 30일 오후 금강산에서 만나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을 갖고 남북한 단일작가 모임을 공식 출범시켰다. 남북한 문인들이 단일 협의체 형식의 문학인 조직을 결성한 것은 분단 후 처음이다. 이들은 남북 문인들로 구성된 공동회장단을 선출하고, 남북 문인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6·15통일문학상’을 제정, 협회기관지인 ‘통일문학’ 발행 등을 결의했다. 협회는 ‘6·15공동선언을 지지하고 남북, 해외 문학인을 망라하는 전 민족적 문학단체’이며 향후 민족문화 전통과 민족어의 우수성을 지켜내기 위한 문학활동을 벌여 나가겠다는 내용을 담은 총 4개조 13개항으로 구성된 협회규약을 발표했다. 협회를 이끌어갈 공동회장단은 남북측 문인 각 8명으로 구성됐다. 남측회장단에는 회장 염무웅(평론가)씨를 비롯해 부회장 신세훈(시인), 정희성(시인), 집행위원 도종환(시인), 김재용(평론가), 이문재(시인), 정도상(소설가), 한분순(시인) 등이 선출됐다. 북측 회장단에는 회장 김덕철(소설가)을 비롯, 남대현(소설가), 장혜명(시인), 최길상(평론가), 박철(시인), 황원철(소설가), 허일용(수필가), 주종선(수필가) 등으로 구성됐다. 도종환 시인이 협회 결성까지의 경과를 보고하면서 시작된 행사는 광복 후 60년 만에 남북 문인들이 첫 공동단체를 결성했다는 역사적 의미 때문에 시종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북측 명예손님으로 참석한 정덕기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부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겨레의 마음 속에 통일의 희망과 신심을 안겨줄 통일문학 창조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역사적 사변”이라면서 “6·15 시대정신이 반영되고 민족자주의식이 맥맥히 흐르는 통일문학을 창작해 나가자.”고 말했다. 남측 명예손님으로 초청된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도 “협회 출범은 6·15공동선언 실천에 있어 또 하나의 큰 발걸음이 됐다.”며 “협회 활동을 통해 나타나는 문학의 다양한 쇄신은 이 땅 주민들과 해외동포들에게 분단의 폐해를 한층 절실하게 체득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문인들은 30여분간에 걸친 결성식을 마친 뒤 양측 문인들이 번갈아 가며 시와 산문을 낭송하는 ‘금강산 문학의 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연회 등의 행사를 이어 나갔다.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된 결성식 행사는 31일 삼일포 산책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된다. 남쪽 문인들로는 도종환, 나희덕, 박범신, 장석남, 황인숙, 윤정모, 은희경, 이문재, 정양, 최인석, 송기숙씨 등 50여명이 참가했으며, 북한에서는 정기종, 김우경, 김철, 리준길 등 30여명이 참가했다. 협회 공동회장을 맡은 평론가 염무웅씨는 연회 연설에서 “이번 남북단일작가모임 출범은 분단문학의 역사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제 민족문학이라는 이름으로 겨레말의 아름다움을 가다듬어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는 평화의 시를 노래하게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coral@seoul.co.kr
  • 여당發 정계개편 ‘3대 변수’

    여당發 정계개편 ‘3대 변수’

    여권 인사들은 현재의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차기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10%대의 당지지율과 현재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당내 ‘잠룡’들의 한자리 숫자의 지지도를 감안했을 때 2002년처럼 ‘노란색 돌풍’을 일으킨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란 뜻이다. 여당 소속 의원들은 10·25재·보궐 선거의 참패 앞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보수화되는 정치환경에서 또다시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다. 여당은 정계개편을 통해 대선의 동력을 찾고 싶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친노세력의 동향 등 3가지 변수를 극복해야하는 게 선결 과제일 것이다. ●고건은 신당논의에 참여하나 열린우리당의 고건 전 국무총리에 대한 ‘러브 콜’은 일방적이다. 유력한 대권주자들 중에서 그래도 여당과 힘을 합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무소속의 그밖에 없다. 범여권 인사로 두 자리 숫자의 인지도·지지도를 가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의 어설픈 국정운영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고 전 총리의 대과없는 행정가의 모습에서 위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측은 최근 고 전 총리가 “여권의 통합신당 논의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하자 크게 고무되기도 했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그 후 침묵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고 전 총리는 여권에서 신당의 틀을 완벽하게 정비하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대를 기다리지,‘오픈프라이머리’와 같은 경쟁체제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한다. 여당이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당 대권주자의 지지율은 올라갈 것인가 40%대의 공고한 지지율을 자랑하는 한나라당과 10%의 열린우리당. 때문에 여당 의원들 대부분은 18대 총선에서 ‘배지’를 뗄 각오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대표적 ‘잠룡’인 정동영 전 의장은 정계개편보다 자신의 지지율을 현재 5% 수준에서 1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 정계개편의 동력이 되려면 유의미한 지지도가 필요하다. 한 측근은 “지지율을 급속히 끌어올릴 방법은 고향인 호남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26일 전북대에서 강연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당에 복귀한 뒤 강연 정치를 시도했지만, 인지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낮은 지지율은 김근태 의장 등 여당 잠룡들이 조기 정계개편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여당이나 잠룡들은 지지율 제고를 위해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다소 과격한 수준의 새로운 관계설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영남권 유권자와 광범위한 친노세력을 의식할 때 운신의 폭이 좁다. ●친노 세력은 과연 침묵할까 조기 정계개편과 ‘헤쳐 모여’식 신당 창당 논의에 가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당내 세력은 친노 세력이다. 이광재 의원은 “조기 정계개편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여당과 참여정부의 패배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계개편 논의가 내년 전당대회 때까지는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노 측에선 “지금 정계개편 논의를 시작하면 여당은 더이상 여당이 될 수 없다.”면서 “지역주의 극복, 시대정신 구현이라는 창당정신을 버릴 것이냐.”고 반문한다. 친노 세력들은 정계개편이 ‘손쉬운’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문소영 구혜영기자 symun@seoul.co.kr
  • “北붕괴 예측 빗나간 건 DJ 때문”

    “北붕괴 예측 빗나간 건 DJ 때문”

    올해로 우리나라에 망명한 지 10년째인 황장엽(83)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17일 ‘황장엽 회고록-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1999년·시대정신 발간) 개정판을 냈다. 황 전 비서는 회고록에서 “내가 북한을 떠나던 1997년 초 북한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이대로 나가면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완전히 붕괴할 것으로 예견했다.”면서 “그러나 역사는 나의 예측이나 의지와는 정반대로 굴러갔다.”고 밝혔다. 황 전 비서는 자신의 예측이 빗나간 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남한에 와서야 미국(클린턴 정부)과 한국이 북한 붕괴를 막기 위해 김정일 정권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황 전 비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장에도 국민이 놀라지 않고 있으니 이 얼마나 천양지차의 변화인가.’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국민을 잠들게 하는 마취약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김대중씨는 김정일을 적극 원조해주는 것이 북한을 자본주의화하는 최상의 길이라며 그것이 북한을 자유민주주의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면서 “중국식 개혁·개방마저 반대하는 김정일이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2007대선과 시대정신] 전문가들이 보는 ‘2007 시대정신’

    정치 전문가들은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다양하고 복잡하게 전개되는 사회 흐름에 맞춰 ‘다층 복합 구조의 시대정신’이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 내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부는 대선 주자들이 민주화나 선진화 등의 ‘거대담론’보다는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미세 담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형준 교수(국민대 정치대학원)는 대선의 시대정신이 단층보다 복합적인 다층 구조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국민통합 ▲경제회생 ▲남북문제 ▲양성평등 등 4대 과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국민 통합은 개별 후보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즉 정계개편을 매개로 영·호남의 통합에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다. 영·호남(지역주의) 통합은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정치실험이라는 점에서 더욱 파괴력이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민주화를 위해 ‘YS(김영삼)-DJ(김대중) 연합’이 필요한 것처럼 ‘고건(호남)-박근혜(영남) 연대’나 ‘손학규-천정배 연합’ 등의 정치적 실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의 정상호 교수는 내년 대선은 사회의 여러 이슈가 복합화, 다층구조로 치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중도층의 유권자들을 흡수하려면 일원적보다는 다원적 캐치프레이즈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후보들에게 교육 분야에 대해 “좀더 다원적인 입장과 확고한 철학을 토대로 공교육에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대선주자들이 국익과 대중경제 등 거대 담론에만 몰두해 있다.”고 지적한 뒤 중소·자영 상공인들과 서민·중산층의 이익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정치 컨설턴트)도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줬느냐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삶의 질’ 문제가 주요 이슈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92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클린턴 후보가 이 문제를 들고 나와 국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며 거대 담론 중심의 선거를 경계했다. 반면 김윤재 국제변호사(정치 컨설턴트)는 복지 철학이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문제의 경우 미국식과 유럽식의 사회복지 모델 가운데 지향점을 찾아 한국적 현실과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사회 양극화 극복을 위한 방향과도 맥이 닿는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북한문제와 관련,“이분법적인 대북 접근은 이념 대립만 증폭시킬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우선 순위와 방식을 정해 소모적인 ‘대립구도’를 만들지 말라고 강조했다. 시사평론가인 김종배씨는 우리 사회의 보수화 경향에 주목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피로증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경제 문제가 결합돼 주요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민주화 세력의 반발에 따른 보수화 경향은 자연스런 흐름이지만 극우 보수화로 치달을 경우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2007대선과 시대정신] ‘시대정신’의 역사적 흐름

    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4번의 대선을 치러 노태우·김영삼·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4명으로 대통령을 배출했다. 대권을 거머쥔 4명의 대통령들은 저마다 당시의 ‘시대 정신’을 반영하며 승리를 낚았다. 16년만에 국민의 직접선거로 치러진 87년 대선은 ‘직접 민주주의의 복원’이란 성격이 강했다.87년 이후 봇물처럼 터졌던 민주화 요구를 동력으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형성됐다. 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고 DJ(김대중)와 YS(김영삼)의 분열로 대선에서는 패했지만 이후 20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한 ‘87년 체제’를 탄생시켰다. 1992년 대선은 ‘군정종식과 문민정부 탄생’이 화두였다. YS는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충청이 손잡은 3당 합당을 발판으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민간인이 주도하는 정부의 출범’이란 의미를 지녔다.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97년 대선은 선거를 통한 첫 정권교체라는 의미가 강하다. IMF 금융위기 속에서 DJ는 ‘정권교체와 경제민주화’의 시대정신을 국민들에게 설파했다. 반(反)한나라당 전선인 ‘DJP(김대중, 김종필)연합’을 성사시켜 DJ를 괴롭혔던 ‘색깔론’의 덫을 통과했다.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200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구시대 정치와의 단절과 ‘개혁’을 외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시기적으로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의 종언과 일치했고, 노 후보는 ‘낡은 정치의 단절, 선명한 개혁’이란 시대정신을 최대한 활용했다. 노 후보는 대세론으로 기세를 올렸던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권위주의와 3김 정치의 아류’로 몰아치며 기득권 유지의 표상으로 부각시켜 승리를 낚았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2007대선과 시대정신] ‘선진화·통합 리더십·민주개혁 평가’ 화두로

    [2007대선과 시대정신] ‘선진화·통합 리더십·민주개혁 평가’ 화두로

    ‘시대정신을 읽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2007년 대선이 1년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포스트 노무현 시대’를 규정할 ‘시대정신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마음 깊숙하게 자리잡은 정치적 염원을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대선 필승전략으로 직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정신의 실체는 여전히 안개 속에 휩싸여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의는 활발하지만 한 줄기의 도도한 흐름으로 수렴되지는 않은 상태다. ●2007년 대선의 흐름 내년 대선은 ‘민주 개혁세력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따라 시대정신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YS(김영삼 전대통령) 이후 15년,DJ(김대중 전대통령) 이후 10년간 민주화 운동세력 집권기간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도 맥이 닿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치적 담론으로 개방화, 세계화, 선진화 등의 시대정신이 복합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민주화와 개혁의 토대 위에 ‘신(新)성장’이라는 경제적 요소가 더해질 수 있고 ‘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먹고 사는 문제’가 전면으로 도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야권에서는 일단 ‘노무현 정권’의 반사이익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라는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정치세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선주자들의 시대정신 현재 박근혜·이명박과 ‘빅3’로 꼽히는 고건 전 총리는 “우리 사회가 분열과 갈등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대정신은 국민 사회의 통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시대적 과제로 ‘10년내 선진국 진입’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도 ‘통합’에 무게를 두면서도 ‘경제 어젠다’를 강조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적 경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추가 성장을 통한 복지의 선순환과 한반도와 동북아의 협력과 공동번영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비전을 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시대 정신을 찾아 열린우리당은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독일 연수를 떠났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하는 그림과 설계도가 중요한 국민적 의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이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경험한 독일로 날아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서민 경제 살리기와 선진사회 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시대정신의 대전제는 선진사회 진입이며 경제, 특히 ‘서민경제 살리기’가 내년 대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선진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선진화를 위한 목표를 향해 국민들의 에너지를 결집해야 하며 경제, 외교, 안보, 교육 등 모든 정책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일 민심 대장정’에 나선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1세기 시대정신의 본질을 ‘신문명 시대’로 규정한다. 그는 “역사는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열린우리당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가 자꾸 과거로 돌아가고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실사구시의 실천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념간·지역간·세대간 반목과 대립·갈등을 치유하고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와 시각이 매우 유사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데스크시각] 서울시장님,그거 문화재 되겠습니까? /서동철 공공정책부장

    육조(六曹)거리였던 세종로에서 조선시대 관아(官衙)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1967년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원군 시대에 부활된 삼군부(三軍府)의 청헌당(淸憲堂)이 남아 있어 옛 체신부의 일부가 들어 있었다. 이 청헌당을 공릉동의 육군사관학교로 옮기고 지은 것이 정부중앙청사이다. 문화재를 몰아낸 자리에 관청 건물을 세운다는 것은 요즘 같은 ‘보존 지상주의’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당시 정부는 아예 청헌당을 건축자재로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자칫 붐을 이루던 일본인 기생관광용 요정으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조선초기 삼군부에서 예조(禮曹)로, 다시 삼군부로 역사를 이어온 터에 중앙청사가 지어지는 과정을 몰문화적 군사정권의 횡포로만 보고싶지는 않다. 개발시대에도 개발시대 나름의 논리는 있게 마련이다. 당시 청헌당 보존과 중앙청사 건립을 국민투표에 부쳤다면 ‘조국 근대화’시대에 걸맞은 현대식 정부청사에 기꺼이 ‘한 표’를 던질 국민이 아마도 더 많지 않았을까. 요즘 경복궁이 단계적으로 복원되어 옛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면서, 조선시대 육조거리도 복원하면 더욱 훌륭한 문화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2000년 역사도시 서울이 고풍스러운 모습을 조금이라도 되찾기를 바라는 보통사람들의 목소리일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이들은 세종로 주변의 정부기관들이 옮겨간 이후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황당한 꿈만은 아니라고 날개를 편다. 물론 문화예술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벌써부터 정부기관이 떠난 세종로는 문화공간과 열린광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중앙청사까지 매각해 행정도시 건설비에 충당하겠다는 완강했던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 길 건너편의 문화관광부 청사만 매각한다는 수정안을 최근 내놓았다. 문화재로 떠받들어지는 건축물이라고 지을 때부터 후세의 인정을 받겠다고 벼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궁궐도 아닌 관아는 쓰임새에 충실하면 되지 않았을까. 청헌당이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조선시대 조정의 관아라는 희소성이 먼저 작용한 것은 틀림없다. 나아가 지금도 날선 듯 치켜올라간 청헌당의 처마선에서 열강의 침략이 가시화되던 시기, 문약(文弱)해진 조선의 분위기를 추슬러 보겠다는 의지를 읽었다면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 깊은 뜻은 몰라도, 중앙청사라도 보존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중앙청사의 보존은 20세기 후반기 대한민국 정부의 ‘물리적 흔적’을 남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육조거리가 복원되면 참 멋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흔쾌하지 않았던 것도 한 시대를 조금 더 되살리기 위해 다른 한 시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중앙청사는 예술품일 수 없지만 ‘정부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문화재라고 생각한다. 개발독재시대 권위주의의 상징이라는 비난은, 한편으로 이 건물에 내포된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같은 차원에서 이조(吏曹)터에 자리잡은 문화부 청사를 팔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아쉽다. 조선왕조에서 대한민국에 이르는 ‘관가(官街)’라는 세종로의 역사성이 훼손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청사를 보존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도 이렇듯 골치가 아픈데, 고유한 건축양식마저 완전히 생명력을 잃어버린 마당에 상징성있는 관청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은 정말로 큰 일이다. 21일 아침 서울신문은 서울시가 새청사를 세우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너무 서두르지 말라는 판에 박힌 충고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문화시장’이 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것만은 묻고 싶다. “시장님, 새로 짓는 건물이 훗날 문화재가 되겠습니까?” 서동철 공공정책부장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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