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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정세력, 개헌 안되는 줄 알면서도 정국 몰아가”

    “특정세력, 개헌 안되는 줄 알면서도 정국 몰아가”

    “연출은 아무리 잘해도 부자연스러워요.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합시다.” 28일 오후 2시45분,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인터뷰에 앞서 연출 사진을 제안했다. 국회의 민주당 대표실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두 사진 사이에 손 대표가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손 대표는 손사래를 치며 회의용 책상에 앉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손 대표가 앉은 자리도 김·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한꺼번에 카메라에 담기 좋은 위치였다. 손 대표는 인터뷰에서 10·27 재·보선과 개헌, 정치권 사정 움직임 등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이 1시간 10분 동안 진행했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 ●재·보선 평가 →정치부 기자들이나 교수, 최고경영자들이 뽑은 차기 대통령 1위로 여러 번 선정된 적이 있지만, 대중적인 지지도는 정치 엘리트들의 지지만 못한 것 같다. -가까이 아는 사람들은 능력이나 배경, 입장, 자세를 보고 나를 평가하지만, 일반 대중은 그럴 기회가 드물다. 외향적 이미지로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럼 대중과의 소통을 늘리면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보나. -대중과의 접촉도 중요하지만 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당의 신뢰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 →10·27 재·보선을 어떻게 평가하나. 광주 서구청장 선거에서 패했는데. -글자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이 무섭다. 광주 시민들이 민주당에 다시 채찍을 들었다.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표로 나를 뽑은 것과 같은 변화 요구이다. 으레 민주당을 찍어 줄 것이라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자세로는 민주당이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엄격한 교훈을 얻었다. →비록 손 대표가 공천은 안 했지만, 선거는 손 대표 지휘로 치렀다. 선거 패배에 책임감을 느끼나. -공천을 누가 했건 책임은 현 지도부가 져야 한다. 광주에서 ‘지금 우리가 어려우니 도와 달라.’는 게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큰 가르침을 준 것이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호남에 과도하게 의지해 온 방식에서 벗어난다는 뜻인가. -호남에 기대고 안 기대고의 문제가 아니다. 호남의 애정과 신망은 계속 이어가야 한다. 그 애정은 민주당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다만 호남이라고 당연히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안이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결국 전국적인 지지를 확장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수 있나. -다른 거 없다. 진정성을 갖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걸 하나하나 챙겨 아픔 덜어주고 어려움을 도와주고, 그런 모습이 쌓일 때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실천 능력을 보여 줄 때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대선 구도 →박근혜 전 대표가 호남 지역에서도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대선에서도 그 정도 득표를 할까. -지금 그걸 논할 때는 아니다. 다만 박 전 대표는 당이나 지역을 떠나 상당한 맹목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 현상을 좀 생각해 봐야 한다. →손 대표는 영남·호남·충청도 출신이 아니다. 이들 지역 외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나. -지역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 영·호남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필요로 하는 리더십을 갖췄느냐가 중요하고, 당의 선택이 중요하다. 당의 선택과 후보가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문제인데, 그런 게 시대정신이다. 지역보다는 시대정신이다. 역대 대통령도 시대정신에 의해 뽑혔다. →한나라당이 이른바 부자감세 철회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서민과 중산층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가. -한나라당이 부자감세를 철회하면 박수치고 찬성할 일이다. 우리가 계속 부자감세를 철회하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면 된다. 우리의 목표가 집권이지만, 최종목표는 국민이 잘사는 것이다. 국민이 잘사는 문제를 놓고 겨뤄서 한나라당이 이기면 우리가 깨끗하게 승복하면 된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설령 부자감세를 철폐한다고 해서 반서민적인 철학이 바뀌겠나. 두고 보자. ●사정 정국 →검찰이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여행을 압수수색했다. 어떻게 보나. -진정으로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뤄지는 수사라면 환영할 일이다. 무늬만 하고 말 거면 이 정권 사정이 뭔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해야 한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천신일 회장의 비리가 나와도 개인적인 것이고, 현 정권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는데. -그렇게 얘기하겠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이들을 적극 보호할 것인가, 일단 법 집행을 지켜볼 것인가. -법 앞에는 누구나 평등하다. 그래서 정권과 권력에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라고 하는 것이다. 비리는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공정하게 집행될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 여태껏 편파적으로 법의 잣대가 적용돼 왔기 때문이다. 법의 집행이 공정하면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공정하게 집행될 것이라고 누구도 기대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법이 부당하게 운영되면 분명하게 맞서 싸울 것이다. 사정이란 이름 아래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나 야당 탄압이 이뤄지면 국민들이 먼저 알 것이다. 국민들과 함께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 →국민과 함께 싸운다면 장외로 나간다는 뜻인가. -장외라는 말 하지 말라. →손 대표 주변은 정치자금 문제에서 깨끗하다고 봐도 되나.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다짐한다. ●개헌 논란 →손 대표 취임 직후 이재오 특임장관이 예방했는데 그때 개헌 얘기는 안 했나. -나에게는 ‘개’자도 꺼내지 않았다. 떳떳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개헌과 관련해 많은 얘기를 한다고 하는데, 왜 내 앞에선 말 한마디 안 꺼내나.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개헌 논의 자체가 불순하고, 온당치 않기 때문이다. 이건 세상이 다 안다. 개헌해서 서민생활이 나아지나 물가가 안정되나. 세상이 아는 얘기를 놓고 언론은 제대로 말도 못한다. 정권 내 특정 세력이 권력을 연장하려는 것 아닌가. →특정 세력은 누구를 말하나. -다 아는 거 아니냐. 이제 좀 성숙하고 솔직하게 말하자.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에서 개헌과 관련된 통일된 안을 가져 오면 얘기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그건 (그냥) 하는 얘기다. 지금 개헌 논의가 일어나면 모든 정책논의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간다. 민생, 대북 문제 다 덮자는 얘기인가.정권말기가 됐으니, 어떻게든 권력을 연장하자는 의도가 아닌가. 하다가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정국을 그렇게 끌고 나가려고 한다. 지금의 헌법만 잘 지켜도 권력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그럼 당내 개헌 논의를 중단시킬 의사는 없나. -우리는 민주정당이니까 강제로 논의를 억누를 수는 없다. 이 정도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최근 관훈토론에서 다음 정권 출범 초에는 개헌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만일 집권을 하면 개헌 절차를 밟은 것인가. -그렇다.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나 현 정권은 사실상 1년밖에 안 남았다. 1년 뒤면 개헌 논의를 할 여유가 없다. ●FTA ·4대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한 당의 통일된 입장은 뭔가. -재협상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게 지금 상황이다. 미국은 강력하게 쇠고기와 자동차 부문에서 추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분명한 건 기존합의에서 우리가 더 불리한 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우리당 내의 재협상 주장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자는 게 아니라,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같은 독소조항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현 정부가 미국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면 우리도 단순하게 판단할 텐데, 정부의 태도가 모호하다. 우리는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 정부의 재협상 태도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독소조항 제거가 목적인 재협상 요구가 제기된 만큼 공청회, 특위를 통해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 →4대강 사업 문제는 충남·경남도와 공동 대응하고 있나. -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운하사업으로의 전환 반대, 대규모 보와 준설 반대다. 제발 더 이상 공사를 진전시키지 말고 검증특위를 만들어서 검증해 보자. 4대강 때문에 수 많은 복지, 교육, 지방사업도 못 하고 있다. →손 대표는 경부고속도로, 청계천 사업에 찬성했나. -경부고속도로는 1960년대 사업이다. 왜 50년 전 얘기를 하나. 그때는 반대했는데 지금 찬성했다고 하는 논리가 웃기는 것이다. 야당은 여당의 선거공약에 반대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경부고속도로와 청계천을 누가 그렇게 심하게 반대했나. 내가 반대했나. 억지 논리다. 어떻게 청계천과 4대강이 같은가. →4대강 공사가 끝난 뒤 여론이 좋아지면 민주당도 좋다고 인정하지 않겠나. -당장 좋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100년 이상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나. ‘다 파헤쳤으니 어쩔건데’ 하는 게 나쁜 거다. ●통일·외교 →이명박 정부는 한·미 관계가 역대 정부 최고라고 자평한다. -뭐가 최고인가. 정권과 정권과의 관계가 좋다는 것인지, 장기적인 국가 이익에서 최고인지 봐야 한다. 물론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대한민국이 성장할 때는 이미 지났다. 다변적 관계, 동북아의 새 질서, G2라는 새 경제 질서 속에 살고 있다. 대미일변도의 외교가 최고의 국익인가는 생각해 봐야 한다. 대미관계가 좋아야 하지만 다른 우방국과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충돌할 때 우리는 어느 쪽에 가까이 가야 하나. -냉전시대라면 둘 중 하나를 택해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해관계가 전부 다 걸려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외 경제 의존도가 미국이 70~80% 정도였지만 지금은 미국보다 중국, EU가 더 커지는 상황이다. →북한이 권력 승계 과정에 있다. 통일방안을 가지고 통일에 대비하는 게 가능할까. 아니면 전혀 예상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까. -3대 세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상대를 안 할 것이냐. 이건 현실의 문제다. 상대가 있는데도 상대를 안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 개념으로 규정하는 게 맞다고 보나. -어떤 게 현명할까. 국방은 우리나라의 안전을 보호하는 게 최종 목적이다. 지금은 6·25 상황도, 1970년대 상황도 아니다. 과연 전쟁으로 승패를 판가름할 것인가. 가치의 문제다. 정부에 물어봐야 한다. ●당내 구도 →민주당 당원들이 손 대표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는데, 대선 국면에선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전략적 선택이란 게 그때그때 이용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당원들은 수권정당을 만드는 데 손학규가 적당하다고 본 것이다.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다. -내가 당권에 목표를 두고 있다면 기반을 강화하겠지만, 목표는 정권교체다. 어떻게 처신하는지 지켜보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롤 모델이라고 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섭섭하지 않겠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김 전 대통령을 다 존경한다. →한나라당이 공천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도 개혁안이 나오나. -바람직한 모습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보고 자극 받았을 것이다. 서로 긴장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변하면 우리도 긴장해야 한다. 그게 선의의 정치다. →경기지사 시절 대표적 업적은 뭔가. -많다. 흔히 외자유치, LG필립스 유치 얘기를 많이 한다. 나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지사직을 수행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데 경기도가 앞장섰다.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데도 앞장섰다. ●정치인 손학규 →손 대표의 이념은 뭔가. -굳이 얘기하면 중도진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념으로 묶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누가 보더라도 진보적인데, 그는 중도개혁을 말했다. 국민은 이념의 노예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병역을 마쳤다. 최근의 잇따른 병역기피 논란에 어떤 생각을 하나. -군대가 좋아서 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35개월 육군 사병 생활을 하면서 특별 휴가도 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복무했다. 내가 민심현장을 자주 찾는데, 그 바탕이 사병 생활에서 나왔다. 군에서 손학규 DNA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는데, 두 전직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나. -재평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도전과 모험에 대해 상대적으로 두려움이 없다. 고초를 겪고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싸우고 투쟁하면서 인생관을 단련해 왔다. 중요한 건 운동권 출신이라는 사실보다 그 정신을 제대로 지키느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종교 문제가 불거진다. 손 대표도 기독교 신자인데 종교와 정치 문제를 어떻게 보나. -종교는 두 개의 가치가 있다. 믿음과 관용이다. 이창구·구혜영·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대세론은 독이다

    [김형준 정치비평]대세론은 독이다

    이번 주말로 국정감사가 종결된다.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간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손학규 신임 대표를 정점으로 4대강 예산, 한·미 FTA 재협상, 집시법 개정 등의 이슈를 매개로 정부 여당을 향해 파상 공격을 펼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주목할 만한 사실이 발견된다. 우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최근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예전처럼 안정적인 30%대를 되찾고 있다. 지난 8일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9.4%로 압도적 수위를 차지했다. 광주, 전남·북 등 호남에서도 야권의 차기 유력 주자군을 제치고 18.3%로 선두였다. 하지만 국민들의 차기 정권 선호도에서는 대선후보 지지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차기정부 이념성향 선호도’ 조사에서 ‘진보개혁 정부’(56.2%)를 ‘보수안정 정부’(33.2%)보다 훨씬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 결과는 현재 정권을 쥐고 있는 보수세력에게 던지는 함의가 크다. 민심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고, 현재 대선 후보 지지도를 토대로 한 대세론은 한방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협하는 요인들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경제 극복의 온기가 서민·중산층에 전달되지 못하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최대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서울신문과 한국리서치가 지난 8월 말에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해 보면 이런 주장에 무게감이 실린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해 “나라 경제가 좋아졌고, 자신의 경제상황이 좋아졌다.”고 응답한 ‘절대 만족층’의 비율은 7.4%였다. 반면, “나라 경제가 나빠졌고, 자신의 경제상황도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절대 불만층’의 비율은 13.2%였다. 한편, ‘나라 경제는 나빠졌지만 자신의 경제상황은 차이가 없고, 오히려 좋아졌다.’는 층과 ‘나라 경제는 차이가 없지만 자신의 경제 상황은 좋아졌다.’는 층을 포함한 ‘잠재적 만족층’은 15.1%였다. 반면, ‘나라 경제는 좋아졌지만, 자신의 경제 상황은 차이가 없고, 오히려 나빠졌다.”는 층과 ‘나라 경제는 차이가 없지만 자신의 경제 상황은 나빠졌다.’는 층을 포함한 ‘잠재적 불만층’은 27.8%나 되었다. 여하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제에 대해 만족하는 층은 22.5%인 반면, 만족하지 못하는 층은 41.0%로 2배 정도 많았다. 문제는 보수층에서조차 불만족층(42.5%)이 전체 평균보다 높고, 만족층(25.7%)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한 보수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정작 차기 대선에서는 진보성향의 야당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서울신문 조사에 따르면, 여당후보 지지층의 21.3%, 박 전 대표 지지층의 22.0%가 정작 대선에서는 야당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경제를 반드시 살려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약속했던 MB정부와 보수 정치인들은 거시경제지표보다는 현재 국민들이 실물경제에 대해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와중에 4대강 사업과 개헌을 매개로 한 ‘빅딜론’이나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은 국민을 우롱하는 사치스러운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개헌이냐.”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5년 단임제 대통령을 ‘바꿔야 한다’(41.6%)보다 ‘유지해야 한다’(54.3%)는 응답이 훨씬 높았던 서울신문 조사 결과가 이런 비판에 힘을 실어준다.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지키려면 대세론에 안주하지 말고 대담하게 변화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당은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대세론’에 도취되어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참담하게 패배했던 쓰라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이 진정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복지 확대든 공정사회 실현이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담대한 자기 혁신을 진정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 “3대세습, 사회주의 정체성 무너뜨린 일”

    “21세기에, 그것도 사회주의를 근본으로 삼는 나라에서 어떻게 3대 세습이라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요. 이건 본인들이 서 있는 기반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일입니다.” 20년 넘게 에리히 호네커 전 동독 공산당 서기장의 한국어 통역을 맡았던 헬가 피히트 전 훔볼트대 교수는 1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이 공식화한 김정은 후계자 발표에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피히트 교수는 1950~1960년대에 걸쳐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하며 독일 최초이자 최고의 한국어 공식 통역사로 이름을 날렸다. 김일성과 호네커 서기장의 비공개 비밀회의에 여러 차례 동석했던 한반도 전문가로, 지난 10년 동안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독일어 번역작업도 해 오고 있다. 피히트 전 교수는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모든 이념이나 북한이 그나마 대외적으로 우길 수 있었던 정당성조차 3대 세습이라는 시대정신의 역행으로 인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스스로 완벽하게 고립되는 길을 택하고 말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권력을 지키려는 정권의 무리수로 인해 더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변국 내부변화 예의주시해야 그는 그러면서도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김정은의 3대 세습에 직접적으로 간섭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에서 외부의 압력은 북한 고위층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외교적인 해결책보다는 내부적인 폭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언제까지나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일단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내부 사정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흐름을 읽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일 때부터 北 ‘희망’ 사라져 피히트 교수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던 북한 사회가 김정일 체제 들어 계속된 잘못된 선택으로 망가졌다고 분석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여러 차례 직접 만난 바 있는 그는 “정치·사회적 문제점이 많기는 하지만 김일성은 북한 발전을 위해 공업화 등을 이끌어 북한 사회의 발전에 일조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김일성이 말년에 진행한 유엔 가입이나 남북정상회담 등은 북한 사회가 변화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는 “김정일은 주민을 위한 정책은 전혀 시도하지 않고, 자신의 정권 유지에만 혈안이 돼 있기 때문에 북한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베를린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 (3) 이인영 486그룹 단일후보

    [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 (3) 이인영 486그룹 단일후보

    이인영 전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의 ‘뜨거운 감자’다. “하청 정치를 끝내겠다.”고 선언한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소장파) 그룹은 그를 단일후보로 ‘옹립’하며 독자 정치의 깃발을 들게 했다. 486 후보 간 단일화 과정은 기대만큼 아름답지 못했고, 아직 단일화가 완성되지도 않았다. 발가벗고 당권 투쟁을 하는 전대에서 독야청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다른 후보들과의 대립이나 협력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그가 어떤 전술을 쓰느냐에 따라 전대 판세가 요동칠 수도 있다. 14일 제주도당 대회에 참가해 쟁쟁한 선배 정치인들과 표 대결을 벌인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미완의 단일화, 숨가쁜 유세 일정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놀랍게도 차분했다. →당내 전·현직 486 의원들이 단일후보로 추대했지만, 단일화가 아직 매듭지어지지는 않았다. -조금 더 지켜 보자. 최재성 의원이나 나나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본인으로의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나. -나는 줄곧 우리 그룹을 신뢰했고, 그들의 결정에 나를 맡겼다. 단일화 논의에서 개인적인 주장을 펼치지 않았다. 동료들이 공동으로 결정했고 합의한 것이다. 합의 정신이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 →단일화 논의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는데.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노출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잘 되면(단일화가 되면) 누구도 못한 일을 우리가 해낸 것이 된다. →왜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나.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가치를 나는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했다고 본다. 2012년 정권교체는 절박한 문제다. 민주세력과 진보세력이 분열해선 승산이 없다. 지금부터 통합을 준비해야 하는데 양쪽의 접합면을 내가 비교적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진보 정당이나 진보적 시민운동 세력에게 좀더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세력이 민주당의 미래에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의 통합까지도 생각한다는 뜻인가. -나의 핵심공약이 민주·진보 대통합당이다. 그 길을 열어 보겠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담대한 진보를 얘기한다. -애초 내가 구상한 것을 그분이 가져갔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진보적 가치가 공유되고 넓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민주당 전체로 확산되고 있지 않나. →손학규 전 대표도 이 전 의원과 연대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있다. 특정 후보와의 연대를 고려하고 있나. -다른 후보와의 연대는 없다. 특정 계파나 지도자와 연계되지 않고 가치 중심으로 통합하자는 게 486의 결심이다. 누구누구의 편이라고 가르는 줄 세우는 문화를 넘어서야 한다. →이 전 의원에게 김근태 상임고문은 어떤 의미인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을 마치고 감옥에 갔고, 석방된 뒤 처음 들어간 재야단체가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이다. 그때 김 고문이 정책실장이었다. 재야와 제도정치권에서 함께하면서 노선과 방향이 서로 어긋난 적이 없다. 역사의 정도를 걷는 분이고, 존경하는 분이다. →전대협 시절의 시대정신과 지금의 시대정신은 어떻게 다른가. -당시의 정신은 자주·민주·통일이었고, 민족민주운동이 중심이었다. 이 정신을 계승하되, 지금에 맞게 새롭게 발전시켜야 한다. 진보정치가 그 핵심이다. →지도부 입성이 목표인가 당 대표가 목표인가. -둘 다 1차 목표는 아니다. 우선 진보적 가치를 당에 뿌리내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 →486은 어떤 정치를 꿈꾸는가. -경쟁만이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성공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서로 협력하고 양보해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더 합리적인 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좋은 사회, 좋은 리더십을 만들고 싶다. →민주당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나. -서민·중산층이 민주당의 모습을 보고 속 시원해하지 않는다. 마음속에 와닿지 않는 것이다. 진보개혁적인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지도부도 눈높이를 낮춰야 핵심당원, 기층당원이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 그래야 새로운 당원이 모인다. 또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새 인재가 들어온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미술·전시

    ●패트릭 휴즈 전 27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 역원근법을 이용해 보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입체적으로 보이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신작 개인전. (02)549-7575. ●임동식 개인전 11월3일까지 서울 신문로 스페이스공명. 유년시절의 추억, 고목나무의 사계절 등 자연과 교감해온 이야기를 담은 그림 20여점. (02)730-5850. ●시대정신 20일까지 서울 한남동 류화랑. 수묵회화, 페인팅, 드로잉, 사진, 아트퍼니처 등 젊은 작가 9명의 작품. (02)6326-3113. ●프로포즈7 Vol.5 26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와 금호미술관의 연례기획전. 7명의 평론가·큐레이터가 선정한 7명 작가의 작품. (02)720-5114.
  • [옴부즈맨 칼럼] 1면 톱기사의 중요성에 대하여/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1면 톱기사의 중요성에 대하여/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 교수

    지난 3일 자 서울신문 1면을 본 일반 독자들은 다소 의아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신한금융 두 실력자의 파워게임이 10년 만의 최대 태풍인 곤파스를 누르고 1면 톱기사로 올랐기 때문이다. 내용을 보니 신한의 1인자(신한금융지주 회장)가 2인자(같은 사의 사장)를 배임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기업의 지배권을 놓고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물론 이런 일이 번번이 검찰 고발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다른 신문은 어떤가 하고 보았더니 중앙일보가 비교적 서울신문과 비슷한 편집을 했다. 어느 한 신문이 경쟁하는 다른 신문과 다른 편집, 다른 뉴스가치를 보이는 것은 일견 환영할 만한 현상이다. 독자들이 여러 개의 신문을 놓고 취향이나 가치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어 의견의 다양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외면을 받은 신문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적자생존은 이 과정의 부산물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지금처럼 인터넷을 서핑해 다른 주장, 다른 가치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칫 하나의 주장, 하나의 입장만을 강요하게 될 수도 있다. 항상 변할 수 있는 가치가 고정되는 단점도 크게 우려된다. 1면, 특히 톱기사는 그날 발생한 여러 사건들이 경쟁하는 자리다. 편집진은 자신이 견지해 온 기존 입장, 경쟁지의 1면, 다른 매체(방송)의 보도, 어제 일자의 1면 기사 등 여러 기준을 고려해 이 기사를 선정한다. 신한금융지주의 파워게임과 태풍 피해 등 역시 이 과정에서 1면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경제지도 아닌데, 신한지주 건이 톱이 된 이유는 아마도 일반 예금자를 비롯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은행에서 발생한 고소고발사건이라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관련자들의 성을 딴 ‘신·라 파워게임’으로 제목이 붙여진 이 기사가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는 것마저 부인하기 어렵다. 이와 경쟁했던 같은 1면의 기사인 ‘이광재 강원지사’건, ‘강성종 체포동의안’건, 그리고 ‘유명환 장관 딸 파문’건 등이 가져온 파급력과 비교해 볼 때 그렇다는 뜻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신한의 파워게임 기사는 ‘중요할 수도’, ‘호기심이 갈 수도’ 있다. 이 게임의 여파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으므로 주주나 금융관계 종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예금자도 관심이 있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은행을 지배해왔던 제왕과 2인자의 이전투구식 싸움이 대중적 흥미를 모으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이 과연 앞으로도 일파만파로 다양한 영향을 주게 될 (해당 장관조차 사임시킨)장관 딸의 특채 파문 건보다 더 중요할지에 대해선 그렇게 장담하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 확정 단계에 다다른 행정고시의 개편안조차 달라질 것이라는 후속보도를 지켜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지난 청문회를 지켜 본 시민들은 이어진 낙마에 대부분 ‘국민청문회는 이제 시작’(서울신문, 2일 자 박대출 논설위원 칼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중대사를 눈앞에 두고도 딸의 특채 때문에 더 이상 직을 유지하지 못한 유 장관의 사건 즈음에 발표된,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을 총리, 장관후보자들이 부담스럽게 여기지 말고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는 칼럼(4일 자, 곽태헌 논설위원)에도 마찬가지로 반응했을 것이다. 이제 도덕성이나 공정성은 개별 정부를 떠나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신한지주가 이번 건을 잘 마무리하고, 다른 은행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 한국의 은행 전반의 지배구조가 건전화된다면 서울신문 역시 나름의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서울신문은 꾸준히 감시해야 한다. 이번 건으로 신한은행이 그렇게 오랫동안 특정한 지배에 있었는지 몰랐던 대부분의 독자들 역시 그러길 바란다. 언론이 그런 일관된 진정성을 보여줄 때,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인정한다.
  • [글로벌 나눔 바이러스 2010] 미디어 배우는 이주 노동자들 꿈·소통 나누다

    [글로벌 나눔 바이러스 2010] 미디어 배우는 이주 노동자들 꿈·소통 나누다

    “다문화라는 말이 사라질 때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미디어 교육을 받는 한 이주노동자가 말하더라고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국경 없는 마을’인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는 예술인들이 모인 공동체이자 전시공간인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가 있다. 산성에서는 붉은색으로, 알칼리성에서는 파란색으로 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한국도 다양한 색깔의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 이주민이 전체 주민의 70%가 넘는 원곡동은 한국의 다문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곳. ‘리트머스’를 이끄는 작가 이민씨는 2007년 10월부터 매주 일요일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AFC)에서 비디오 카메라 촬영법과 편집 등의 미디어 교육을 하고 있다. AFC에서는 미디어 교육 외에도 한국어, 컴퓨터, 생활문화 교육과정이 있다. 서양의 미디어는 아프리카의 빈곤과 폭력을 담은 이미지를 상업화해서 돈벌이를 한다. 1달러를 받고 기꺼이 카메라 앞에서 모델이 되던 아프리카 사람들은 직접 자신의 삶을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작은 돈벌이에 어느 날 자신의 생존 기반이 되던 산업이 사라져 버리는 현실을 본 이들은 직접 카메라를 잡게 된다. 네덜란드 영상 작가 렌조 마르텐스가 콩고에서 촬영한 ‘빈곤을 즐겨라’의 내용이다. ●일요일마다 교육… 발표회 열어 리트머스는 외국의 현실에서 미디어 교육의 아이디어를 얻진 않았다. 평일에는 하루 12시간씩 노동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일요일에 시간을 내어 미디어 교육을 받는 이유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달리 다양하다. 취미활동으로 배우거나 자신의 삶을 기록해서 가족들에게 영상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미디어 교육을 수료하고 모국인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서 결혼식 촬영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 이민씨는 “처음에 미디어 교육을 담당한 활동가 가운데 한 명은 인권 교육 차원에서 접근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부당한 현실을 영상으로 기록해서 발표하는 일에 이주노동자들도, 제작발표회에 참여하는 한국인들도 거부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교육을 받은 이주노동자들은 한 해에 2~3차례 제작발표회를 연다. 내용은 일, 사랑, 돈 등 본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비디오 카메라에 담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민씨는 우리보다 이주노동자의 역사가 더 긴 ‘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에서 1996년부터 10여년간 유학 생활을 했다. 자신이 프랑스에서 받았던 시선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받는 시선과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나이 든 프랑스인들이 보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우리가 동남아시아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똑같았어요. 공부가 아니라 정착하러 온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경우가 많았죠. 법적 차별은 없는 것 같아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고, 표면적으로는 평등해도 막상 취업을 하려면 불이익이 있었어요.” 10여년간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을 통해 이씨는 이주노동자들의 심정을 세심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미디어 교육을 통해 원하던 미술 교사의 꿈을 이룬 사례도 있다. 러시아에서 온 스트로에바 타티야나는 러시아에서 그림을 전공했으며 미술 선생님으로 일했다. 공장에서의 노동이 힘들고 낯설었던 그는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찾았다. ●미술선생님 꿈 이루기도 추운 날씨 때문에 꽃을 자주 볼 수 없는 모국과 달리 봄이면 종류가 다양한 예쁜 꽃이 많이 피는 한국의 봄을 타티야나는 좋아했다. 그래서 봄꽃을 촬영한 ‘봄바람’과 본인의 그림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제작해 발표회에서 소개했다. 이주민 축제 ‘욜라뽕따이’에서는 초상화를 그려주는 인기 작가였고, 러시아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와 같은 공예품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꿈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미술 교사였기 때문에 다짜고짜 경기도 미술관을 찾아 “미술관 사장님 어디 있어요! 나와요!”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결국 미술관 교육팀장의 소개로 원곡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타티야나는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외국인 작가에게 숙소도 제공 리트머스는 7, 8월에 외국인 작가에게 작업 공간과 숙소를 제공하는 국제 레지던시를 운영한다. 주로 아시아에서 온 미술 작가들은 안산외국인주민센터의 옥상을 야외 공동 스튜디오로 사용한다. 한국인에게는 원곡동이 이국적이지만 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작가들에게는 환경 자체가 익숙해서 잘 적응한다고 한다. 작가들은 다문화 환경과 어우러져 창작 활동을 하고 주로 ‘소통’을 주제로 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흔히 ‘돈 벌러 왔다.’고 생각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자부심과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미디어 교육이다. 초창기에 미디어 교육을 받은 이주노동자 가운데 지금도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 나와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리트머스의 유승덕 대표는 “예술이 시각적으로 아름다움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언가를 베풀거나 밥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부딪치는 모든 일과 관여되어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예술”이라고 말했다. 시대정신, 지역과 소통해서 지역의 역사와 상황을 창작활동에 끌어들이는 것이 바로 미술의 힘이다. 안산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객원칼럼]40대 총리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과 마음/박명재 CHA의과학대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객원칼럼]40대 총리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과 마음/박명재 CHA의과학대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다소 예견들은 했으나 막상 마흔여덟의 김태호 전 지사가 국무총리로 내정, 발표되자 그 정치적 함의와 함께 파장과 영향이 만만치 않다. 김태호 총리 지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과 감정을 정치 전문가가 아닌 순수한 아마추어 입장에서 몇 가지 관전 포인트로 살펴본다. 먼저 김태호 총리 지명자 당사자 입장이다. 한 광역자치단체장의 지위에 머물러 있던 그가 일약 전 국민의 관심과 이목을 받으면서 신선한 충격과 함께 화려하게 중앙정치 무대에 등장함으로써 지금까지는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 문제는 이제 그가 얼마나 탄탄한 내공과 내실 있는 콘텐츠, 그리고 새로운 시대정신과 가치관으로 세대교체의 상징과 부담 위에 자신의 역량과 지도력을 검증받고 발휘할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40대 대통령과 총리가 비교적 성공적인 세대교체와 정치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선출을 받지 아니하고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한국의 40대 총리가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 과연 어떤 성공과 실패를 거둘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일종의 정치 실험이 갖는 의미는 자못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국민과 언론이 염려하는 경험과 경륜의 미흡과 부족을 딛고 대통령이 키우는 의존형 지도자가 아닌, 스스로 커가는 자립형 지도자로 성장해갈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몫인 동시에 일정 부분 우리 정치권과 국민들의 몫이기도 하다. 다음은 대선과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이명박 대통령의 심모원려 내지 정치적 속내를 읽는 일이다. 김태호 총리 지명이 당사자보다 더 큰 관심과 주목을 끄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정치공학과 복합방정식이 알 듯 모를 듯 궁금하고 흥미롭다. 다만 이 대통령의 김 총리 지명의 정치적 포석과 회심의 미소는 김 내정자가 종래의 총리처럼 단순히 의전 총리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전개될 정치 상황 속에서 독립변수로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할 때 의미를 지니지만, 자생력과 파괴력 없이 대통령의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을 때 40대 총리론은 실패한 실험이 될 수도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군, 소위 잠룡들 간 경쟁구도의 변화와 격화이다. 40대 총리가 부각되면서 이미 어떤 쪽은 고사의 밀명을 띤 인물로, 어떤 이는 밤새 자고 나니 느닷없이 돌출한 마땅찮은 인물로, 또 어떤 이는 화살통의 또 하나의 화살로, 어떤 이는 더도 덜도 아닌 같은 경쟁자로 비유하면서 노골적인 시비와 견제 그리고 응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시샘과 당황으로 모두가 뜨악한 심정일 것이다. 바야흐로 한 마리 승천할 용이 되기 위한 이무기들 간에 물 밑 싸움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은 크게 염려할 바가 아니다. 대선 후보군이 넓어지고 미리부터 검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상호 간의 경쟁과 절차탁마를 통해 미래 국가 지도자의 경쟁력 강화에 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경쟁이 가장 강한 경쟁력이 된다. 마지막으로 40대 총리의 등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차별화된 시각이다. 우선 총리 지명자와 같은 연령대인 40대나 그 이하에서는 신선한 충격과 호기심으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들은 새삼스러워지는 자신들의 무게감에 왠지 어깨가 으쓱해지며 이 시대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하는 심정일 것이고, 반면 총리보다 윗세대에서는 김 전 지사의 등장 무대가 장관이 아닌 총리라는 점에 일견 놀라고 대견해하면서도 까닭 모르게 밀려나는 듯한 씁쓸한 은퇴감으로 선뜻 수긍과 동의가 가지 않는 엉거주춤한 마음일 것이다. 건국 초기도, 군사정권도 아닌 이 시대에 40대의 김 총리 지명자가 새별(新星)에는 틀림없으나 소위 새벽 하늘에 빛나는 샛별(晨星)이 될지 혹은 갑자기 나타나 두각을 드러내는 혜성(彗星)이 될 것인지 아니면 종래의 총리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또 하나의 유성(流星)이 될 것인지를 애정 어린 기대와 함께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 [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 (1) 25개월만에 정치 복귀 손학규 상임고문

    [민주당 당권주자 인터뷰] (1) 25개월만에 정치 복귀 손학규 상임고문

    오는 10월3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구도가 가시화하고 있다.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사람은 없지만, 벌써 후보자들 간 연대설이 나돌 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신문은 2년1개월간의 칩거를 끝내고 최근 정치권으로 복귀한 손학규 상임고문을 시작으로, 민주당 당대표 경선 후보자 인터뷰를 시리즈로 게재한다.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2년1개월동안 춘천 칩거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오는 10월 전당대회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됐음에도,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우리끼리 야당하자는 게 아니라 집권당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정치로의 복귀에는, “사회가, 대한민국이 손학규를 필요로 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을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칩거기간 뭘 했나. -흔히들 외국에도 나가고 하는데, 아무 것도 안 해보기로 한 것이다. 뭘 배우는 일조차 안 하기로. 알몸으로 나를 한 번 보자고 했다. 그런데 나 자신한테 알몸이 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더라. 국민들이, 정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정치에 대한 불신, 폄하가 유행이 됐을 정도다. 선거 유세하면서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하면 한 명 꼴로는 ‘해주긴 뭘 해줘요, 할 능력도 없으면서’라고 면전에서 면박을 준다. 안 될 줄 뻔히 아는 것이다. 불신이다. 그럼 ‘어서 그렇게 해달라.’고 하는 9명은 정말 공약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가? 그렇지 않다. 그 사람들도 믿지 않는다. 노골적인 불신 뒤에 더 큰 불신이 국민들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 →알몸은 봤나. 한계를 느끼고 나온 건가. -(…)제대로 못 봤다. 자꾸 덧씌울려고 하고 치장하게 되더라. 지난 7·28 재·보궐선거 지원 나왔다가 춘천에 되돌아 갈 때 ‘반성이 끝나지 않았다.’고 했는데, 반성이 끝나서 나온 거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끊임 없이 반성하고 자기 성찰하면서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정치를 생각하고 있나. -나오면서 쓴 글이 ‘함께 잘 사는 나라’였다. 공동체를 복원해야겠다는 게 절실했다. 사회가 점점 갈라지고 양극화되고 어려운 사람들이 주눅이 들어 있고 이게 제일 심각한 문제다. 정치가 뭘 했나. 스스로는 젊어서 민주화 운동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자책감마저 들었다. →어떤 공동체인가. -멀리 생각할 거 없다. ‘가족공동체’로부터 시작해 그것을 확대해서 보면 된다. 지금 가족공동체마저 흔들린다. 어려운 사람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 그러나 함께 못사는 사회가 아닌 함께 잘살 사회를 말한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혼재됐다고들 한다. -소속 정당의 문제라기 보다 정신의 문제, 가치의 문제다. 지금 진보 논쟁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 사회 현상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진보란 뭐냐. 복잡할 것 없다. 못사는 사람 잘살게 하고 힘없는 사람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것이다. 좌냐 우냐 나누는 것은 잘못됐다. 좌파는 실천없이 구호만 난무하는 이데올로기다. 실천 없는 진보는 도그마다. 실천은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경기도 지사할 때 파주 LCD 디스플레이 단지를 조성하고 기업과 외자를 유치했는데 이를 두고 ‘진보가 아니지 않느냐.’고 한 사람도 있었다. 진보도, 민주화 운동 세력도 이런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민주세력과 진보세력이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얻는 길이다. 이념과 구호만 난무하고 국민을 잘 먹여살리지 못할 때 진보는 폐기되는 것이다. 사회주의가 패망한 것처럼 말이다. →대북 및 좌파 문제와는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나. -북한의 잘못은 지적하고 문제점은 그대로 인식하되 북한 주민은 우리와 같은 동포고, 북한 땅은 한반도의 일부이고 한민족의 땅이라는 애정을 가져야 한다. 북한에 대해 화해하고 협력하자고 하는 것을 좌파라고 보는 시각이야말로 철학의 빈곤이다. →당의 뿌리가 없어 정통성 논란이 여전하다. ‘굴러온 돌’이라고도 한다. -야당만 하자는 얘기인가. 편하게 우리끼리 야당하는 게 아니라 집권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 야당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시대정신’과 ‘통합’이다. 한편으로는 시대정신이 곧 통합이기도 하다. 다시 얘기하지만 당면한 과제는 양극화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심지어 여당에서조차도 ‘성장’이란 단어가 쑥 들어갔다. 성장 안 해서는 안 되는 건데 그만큼 사회 분열, 공동체 붕괴,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진단은 비슷하다. 그러나 왜 안 될까. -야당의 발언이 진정성 있게 들리게 해야 한다. 도덕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국민과 함께하는 진정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진정성이란 게 선명성인가. -선명성일 수 있지만, 역효과를 불러와서 불신을 조장할 수도 있다. 싸울 때는 싸우는 게 정답이다. →청문회 정국이다. 어떻게 보나. -경찰청장 후보자의 망언은 이 정권의 사고방식, ‘천박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나. 그건 권력층의 핵심이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집권층의 심장부에서 공유했던 얘기가 노무현 대통령의 폄하발언으로 나온 것 아닌가. 국민들만 불쌍하고, 준비하는 야당 의원들이 안타깝다. 이지운·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체벌금지·학생인권 법제화 검토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 권리신장 방안 법제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서울시·경기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교과부가 미리 관련 법령을 만들어 자치단체별 인권조례 기준을 제어하려는 시도인지 주목된다. 교과부는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체벌금지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체벌금지 등에 관한 논의는 교과부가 후원하고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해 18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학생 권리신장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뤄졌다. ‘학생의 권리와 학교교육의 사명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강인수 수원대 부총장은 “학교의 교육력 강화와 학생의 인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가치의 조화와 균형의 기준을 마련하고, 국가와 지자체 간 교육에 관한 역할 관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체벌 허용 여부와 관련해 3개 안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안은 ▲체벌을 완전히 금지하고 대체벌 지도수단을 법령에 명시하는 안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를 금지하되 팔굽혀펴기와 같은 간접적인 고통을 주는 벌을 허용하는 안 ▲시·도별로 법령 범위에서 체벌의 금지 정도를 자율로 정하는 안으로 구분된다.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강 부총장은 “법령에서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원칙적인 보장과 절차의 적정성을 보장할 법적 근거를 만들고, 조례는 법령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세부적인 학생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도별로 추진하는 조례의 상위 법령인 법률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로, 교과부가 주도권을 찾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체벌 금지와 학생인권 보장이 시대정신임을 다시 확인하고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입법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으니, 교육청은 체벌금지 등을 위한 논의와 실천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씨줄날줄] 광화문 현판/함혜리 논설위원

    태조 이성계는 조선 건국 후 한양으로 도읍지를 옮긴 뒤 최고의 길지를 택해 지금의 경복궁을 지었다. 당대 최고의 유학자이자 경복궁 건설 책임을 맡았던 정도전에게 모든 건물과 문의 이름을 짓도록 명했다. 정도전은 태조 4년(1395년) 10월7일 경복궁의 남쪽 정문이 정남으로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하여 정문(正門)이라 이름 붙였다. 이 문의 명칭은 세종 8년(1426년) ‘왕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의미의 광화문(光化門)으로 바뀌었다. 광화문은 임진왜란 때 경복궁과 함께 불타 없어지고 고종 2년(1865년) 흥선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함께 복원됐다. 일제 강점기에 총독부 청사를 지으면서 건춘문 북쪽으로 옮겨졌다가 6·25전쟁 때 폭격으로 목조 다락이 불에 타 없어졌다. 현판도 이때 사라졌다. 1968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광화문을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 원래 자리에 세우고 박 전 대통령은 직접 한글로 ‘광화문’이라는 이름을 써 걸었다. 광화문의 파란만장한 역사는 계속된다. 참여정부 시절 재야 사학계에서는 광화문 복원이 크게 잘못됐다고 목청을 높였다. 위치가 13.5 m 뒤로 밀렸고, 문의 방향각이 3.5도 틀렸으며, 글자순서도 우좌횡서가 아니라 좌우횡서로 그 의미를 반감시켰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2006년 광화문을 고종 중건기 모습으로 복원하고, 한글 현판도 교체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이 사료 수집 중 다시 세워진 광화문의 현판을 경복궁 중건 공사를 총지휘한 훈련대장 임태영이 썼다는 것을 확인했다. 임태영을 광화문 현판의 서사관(書寫官)이라 표기하고 있는 공사일지 ‘경복궁 영건일기’에서였다. 일제시대 찍은 광화문 사진 등을 근거로 글씨체를 복원해 냈다. 오는 8월15일 광화문 새 현판 일반 공개를 앞두고 논란이 재점화됐다. 정부는 문화재 복원은 원형 그대로를 살리는 것인 만큼 옛 한자 현판을 거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한글단체 등은 시대정신을 살려 훈민정음 글씨체로 된 현판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글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해도 모자랄 판에 한자로 된 현판 제막식은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 등 20여개 단체는 광화문의 박 전 대통령 친필 한글 현판 철거가 ‘박정희대통령 흔적지우기’의 일환이라며 친필 현판을 다시 내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경솔한 결정으로 이런 소모적인 논쟁을 낳게 한 장본인은 부끄러워할 줄이나 아는지 궁금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이문열의 오해/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 교수

    [열린세상] 이문열의 오해/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 교수

    축제가 끝나면 허무해진다. 월드컵이나 지방선거도 하나의 축제다. 이 축제들은 합의된 규칙에 따라 경쟁하며 누가 승리하는가가 중요하다. 축제가 끝난 이후 국민들이 경험하는 것은 모두가 어떤 목표를 향해 질주했다는 사실이다. 월드컵에서 우리는 더불어 살고 있다는 공통의 정서를 경험했다. 어떤 목표를 향해 함께 가고 있다는 경험은 무너지는 공동체를 회복하는 힘을 발휘한다. 지방선거는 월드컵과 성격이 다르지만 앞으로 펼쳐질 정치목표나 이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국민적 축제가 끝나면 그 자체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아진 에너지는 지속하려는 경향이 있고 어디로 분출하고자 한다. 지금은 그 에너지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이달 초 작가인 이문열 선생은 한 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요즘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무력감에 빠져 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세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선 월드컵 열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현대사에서 몇십만 명 혹은 백만 명 이상 모인 경우가 흔치 않은데 그때마다 대부분 비상한 결과로 끝났다는 것이다. 히틀러 시대의 광장은 나치로 끝났고, 중국의 문화혁명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때도 결국 대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거 생각하면 이번에는 뭐가 오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세계’는 오히려 이문열 선생의 현실인식이다. 히틀러 시대, 문화혁명과 2002년 월드컵은 많은 대중들이 모였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무엇보다도 히틀러와 문화혁명은 ‘위로부터의 대중조작’이었지만, 우리 시대 광장문화는 ‘아래로부터의 참여’이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대중이 참여하고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어떻게 대중 선동과 동일한 수준에서 바라볼 수 있는가. 나는 이문열 선생의 현실인식에 심각한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대중을 지나치게 불안한 존재, 계몽되어야 할 존재로만 바라본다. 그의 인식대로라면 대중은 언제나 선동되거나 조작가능한 수동적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 현대정치사를 보면, 우리 대중은 조작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정치변화를 추구하면서 민주주의를 이끈 주체였음을 알 수 있다. 이문열 선생의 불안한 대중관은 인터넷과 관련된 발언에서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터넷의 쌍방향성은 일종의 허구이며, 인터넷은 집단 지성이라기보다 오히려 집단 최면이며, 심하게 말하면 집단 사기, 집단 선동이라는 것이다. 선생의 인식에 따르면,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활용하고 있지만, 히틀러 시대와 마찬가지로 집단 사기와 선동에 빠져 있는 것이다. 월드컵은 베를린 올림픽과 유사하고, 인터넷은 나치정권 선전상인 괴벨스(Goebels)가 서둘러 도입한 텔레비전과 등가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 대중은 소수의 정치적 신념을 가진 집단이 벌이는 집단 사기극에 빠져 있는 것일까. 대중은 집단 광기 속에서 방향을 상실하고 있는가. 인터넷이 집단 지성인가의 문제는 논란 여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집단 사기나 집단 선동의 도구는 아니다. 보수가 갖는 건강함은 ‘방어적 태도’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주체적 대중의 부상을 두려워하는 것은 합리적 인식이 아니라 감정적 태도다.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고 자기가 익숙한 것에 매달리는 감상적 애착이 이문열 선생에게 공포심과 무기력을 초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월드컵과 지방선거 이후 쌓여진 에너지는 지금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문열 선생은 “이번에는 뭐가 오나.” 두려워할지 모르지만, 나는 누군가가 혹은 어떤 세력이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 뭐가 오기를 희망한다. 지금 정부여당은 세대교체와 더불어 소통, 서민, 미래준비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여당이 제안하는 가치들은 끊임없이 주장해온 것들이어서 새로움이 없다. 반면 야당은 어떤 비전이나 가치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근시안적 시각에서 한 발짝 앞도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새로운 비전은 보이지 않고, 무덥고 불쾌지수만 높아지는 중복(中伏)이 다가오고 있을 뿐이다.
  •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 취임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 취임

    이화여대 제14대 총장에 이 학교 김선욱(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취임했다. 23일 오전 이화여대 김영의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 총장은 “경쟁이 아닌 상호 협력, 개인주의가 아닌 공동체 중심, 기독교적·여성적 가치에 근거한 이화의 이념이 새로운 시대정신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열린 학문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식에는 백용호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기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고려대 총장), 손병두 KBS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조지 워싱턴 ‘위스키 과세’부터 조지 부시 ‘이라크 침공’까지 美대통령 18명의 치명적 오판 20

    조지 워싱턴 ‘위스키 과세’부터 조지 부시 ‘이라크 침공’까지 美대통령 18명의 치명적 오판 20

    대통령제 아래 대통령은 고독하다. 정책 수립 및 정치적 의사 결정의 최고 정점에 있음은 물론, 정치적·역사적 책임의 최대치를 홀로 감당해야 한다. 이론적으로야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삼권 분립을 통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조금 많이 다르다. 물론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다만 책임과 비난, 그리고 명예와 영광까지 모두 대통령으로 몰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민주주의와 대통령 역할의 상관 관계는 어떠해야 하나 등의 논의는 잠시 접어 두자. 대통령은 당대의 제도 속에서 자신에게 집중된 권력을 삶과 철학, 시대정신, 혹은 정치적 세력 관계 등에 비춰 최대한 누렸고 활용했다. 남은 것은 냉철하고 엄정한 평가다. ‘대통령의 오판’(토머스 J 크라우프웰·윌리엄 펠프스 지음, 채은진 옮김, 말글빛냄 펴냄)은 미국 역대 18명의 대통령을 골라 의사 결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 된 사례들을 둘러본다. 또한 이런 잘못된 정책들이 미국의 역사는 물론, 미국이 ‘세계의 경찰 국가’를 자임해 온 만큼 세계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위스키 과세’부터 시작해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이라크 침공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18명이 시행한 20개 정책을 보고 있다. 자칫 결과론적 판단의 오류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에는 선의를 갖고 최선이라며 선택했지만 훗날 다른 평가가 나올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워싱턴은 미국 독립전쟁을 마친 뒤 정부가 부담하게 된 막대한 부채 청산의 필요성에 직면했다. 그 재원 마련을 위해 위스키에 세금을 매겼다. 펜실베이니아 시골마을에서부터 시작해 각 주정부 서민들의 폭동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무려 3년이나 지속됐다. 결국 주 정부주의자들의 득세와 연방주의자들의 몰락을 야기했다. 그 뒤를 이은 토머스 제퍼슨은 영국과 프랑스 전쟁 와중에 자국 선원들이 억류되는 상황이 잇따르자 아예 ‘출항금지법’을 제정했다. 그 결과 3만명의 선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농민, 제조업자, 선박 소유주, 상인들까지 제퍼슨을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자신의 선의만 믿고 의회건, 국민이건 제대로 된 소통을 추진하지 않은 탓이었다. 대공황 중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허버트 후버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를 포함한 ‘노병 퇴역군대(보너스 군대)’ 등 2000여명이 보너스 지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더글러스 맥아더를 지휘관으로 하는 정규군대를 파견해 진압했다. 어린이 2명을 포함해 4명이 죽었고 1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이들을 공산주의자, 체제 전복자로 몰았던 후버와 맥아더는 ‘파시스트’라는 비판에 오랫동안 시달려야 했다. 모든 사건과 정책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느껴진다. 그것은 바로 대통령이 정책을 세우거나 혹은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이 정책으로 인한 수혜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그로 인해 감내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과 명확히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자체가 분명한 교훈이다. 전임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계획했던 쿠바 피그스만 침공 계획을 미적지근하게 수행하며 피델 카스트로 쿠바정권 전복을 꾀했던 존 F 케네디는 오히려 미국에 대한 쿠바의 미사일 공격을 자초하고 돌이킬 수 없는 적대 관계를 고착시킨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크메르루주 공산당을 분쇄한다는 명분으로 중립국이었던 캄보디아에 폭격을 가한 리처드 닉슨, 아무런 증거도 없이 대량살상무기를 찾겠다며 이라크를 침공한 조지 W 부시 등은 세계 냉전을 이끌고 숱한 생명을 살상한 미국의 존재를 드러내준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다. 저자들은 “우리는 칭찬 혹은 비판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시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처해 있던 상황을 재검토해 보며 그들이 그렇게 행동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4대강 사업 등 국가적 논란이 일고 있는 현안들이 제법 있다. 대통령이 짐짓 장엄하게 내뱉는 “평가는 역사에 맡기겠다.”는 말이 훗날 진짜 신랄한 평가로 되돌아올 수 있음을 책은 분명하게 말해준다.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인사들까지, 휴가 떠나는 짐가방에 한 권씩 넣어갈 것을 권한다. 2만 9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홍준표식 비주류/박대출 논설위원

    정치권에는 JP가 둘 있다. 물론 원조 JP는 옛 자민련 김종필 총재다. 또 다른 이는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다. 영문 이니셜은 이름의 첫 자음 ‘ㅈ’‘ㅍ’에서 따왔다. 홍 최고위원은 음역(音譯)에서 그치지 않는다. 의역(意譯)까지 붙인다. ‘Justice & Passion’. 해석하면 정의와 열정이다. 정식으로 트위터에 내걸었다. 그전엔 Justice & Purity라고 했다. 정의와 순수라는 뜻이다. 두 가지 모두가 인생 궤적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홍 최고위원은 별명이 많다. ‘모래시계 검사’, ‘돈키호테’, ‘홍반장’, ‘버럭준표’, ‘이회창 전위대’, ‘김대중 저격수’…. 대학시절엔 ‘무계’란 별명도 얻었다. 황당무계의 준말이다. 엉뚱한 짓을 잘한 탓이다. 모든 별명의 공통점이 있다. ‘튀는’ 속성을 표현한다. 외골수 패션에서도 잘 드러난다. 항상 빨간 넥타이를 맨다. 겨울 내의도 빨간 색을 입는다. 빨간 색은 정의와 순수, 열정의 상징이라는 게 지론이다. 빨간 색은 주목도가 가장 높다. 그는 TV 드라마 ‘모래시계 검사’의 실제 인물이다. 12년 검사 경력은 화려하다.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의원 구속, 노량진 수산시장 사건 수사, 슬롯머신업계 비호세력 수사 등. 5·6공 권력의 아픈 곳을 파헤쳤다. 외압에 굴하지 않는 표상이었다. 정치 스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그런 김 전 대통령을 향해 아들 현철씨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인생도 튀는 비주류의 연속이었다. 늘 주목 받았고, 주목을 피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가 또 주목 받고 있다. 안상수 대표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비주류 정신’을 공개 강조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규정했다. 보수개혁론도 내걸었다. 안 대표의 보수대통합론에 맞섰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당당한 보수, 깨끗한 보수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7·14 전당대회 때는 시대정신을 아는 돈키호테를 자처했다. 한쪽에선 안 대표 체제의 불안정을 걱정한다. 집권 여당의 불협화음, 국정 운영의 난맥상을 키울 뿐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그가 쏟아내는 비판들은 ‘맞는 말’도 많다. 한나라당이 귀담아 듣고, 실천하면 약이 될 수도 있다. 그의 정의와 열정을 깎아내릴 일만은 아니다. 전당대회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뒤끝’ 탓이든, 남 모를 속셈이 있든, 그게 문제는 아니다. 어떤 그릇에 담아내느냐는 안상수 대표의 지도력에 달려 있다. 그러더라도 홍 최고위원은 집권 여당 지도부의 일원이다. 비판의 품격도 생각해볼 때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서울신문 자랑] “사회의 파수꾼·정론지 106년… 대한민국 미래 선도하길”

    [서울신문 자랑] “사회의 파수꾼·정론지 106년… 대한민국 미래 선도하길”

    창간 106돌을 맞는 서울신문에 각계에서 축하의 메시지가 답지했다. 한류스타 이병헌에서 부터 걸그룹 원더걸스까지 다양한 연예인들이 서울신문에 애정을 표하고, 발전을 기원했다. 특히 공공부문 뉴스 전달에 공을 들여온 서울신문의 특성에 맞게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 등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역단체장들도 축하와 함께 공공분야의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해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이들은 서울신문이 대한민국 언론사에 새로운 100년의 금자탑을 쌓아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신문 10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서울신문은 ‘바른 보도로 미래를 밝힌다. 공공 이익과 민족 화합에 앞장선다.’는 사시(社是)에 걸맞게 공정보도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회의 파수꾼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왔습니다. 또한 1904년 민족정론의 선봉에 선 대한매일신보의 창간정신과 지령을 승계한 현존하는 신문 중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매체입니다. 그간 서울신문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면서 민족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특히 행정뉴스와 자치뉴스를 특화해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우리나라 행정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쳐 왔습니다. 서울신문 창간 106주년을 계기로 행정과 자치를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국가로 가는 데 더욱 큰 몫을 해주길 기원합니다. ■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서울신문 창간 10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가 아는 서울신문 기자들은 다른 기자들보다도 훨씬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었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국민의 곁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겠지요. 서울신문의 더 큰 발전과 성취를 기원합니다. ■ 안철수 벤처기업인·교수 ■ 오세훈 서울시장 균형잡힌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우리 사회의 다양한 담론을 냉철하고 공정하게 전달해 온 서울신문이 어느덧 창간 106주년이라는 뜻깊은 날을 맞았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서울의 고도성장 과정 속에 눈물과 웃음을 함께하며 지방자치 발전을 선도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서울신문의 역사에는 서울의 역사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제호변경과 민영화 등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시대정신을 투철하게 읽고 기사에 담아온 사명감에 박수를 보냅니다. 서울신문이 앞으로도 민족혼을 일깨우고자 했던 창간정신을 흔들림 없이 지키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하는 새로운 100년을 열어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서울시에도 깊은 혜안으로 함께해 주시기 바라며, 서울신문의 무궁한 발전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 서울신문 창간 106주년을 1200만 경기도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격동하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서 정론직필 언론의 사명을 다해 온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애독자 여러분께도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민선 5기 경기도는 서민우선 행정으로 어려운 분들을 먼저 돌보겠습니다. 보육과 교육, 복지, 의료, 주택, 일자리 등 가능한 모든 행정을 통합하고 도민이 부르시면 어디든지 쏜살같이 달려가는 119식 스피드 행정을 하겠습니다. 365일 24시간 무한섬김으로 봉사하고, 언제나 현장에서 도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서울신문이 경기도의 발전적 비판자로서 동행해주시기를 당부드리며, 선진 일류 대한민국의 대표 언론으로서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송영길 인천시장 구한 말 항일 독립언론의 횃불을 높이 든 대한매일신보를 뿌리로 겨레와 나라를 생각하는 신문으로서 바른 언론의 길을 한 세기 넘게 걸어온 서울신문의 창간 106주년을 280만 인천시민과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 인천은 21세기 한반도의 성장을 이끌어나갈 동력을 창출해 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 국제공항과 국제항, 경제자유구역을 품고 있는 인천은 광역시를 넘어 특별시의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서울신문이 인천시와 시민들이 막힘없이 소통함으로써 시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그 역동성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읽고 싶고, 찾고 싶은 서울신문’의 밝은 미래를 축원하며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안희정 충남지사 서울신문 창간 106주년을 축하합니다. 그동안 서울신문은 우리나라 대표 언론매체로 자리해 왔습니다. 공정한 보도와 함께 건전한 비판을 통해 우리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특히 우리 충남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줌으로써 지역민의 소통과 지역의 발전을 이루는 데 많은 기여를 해주셨습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서울신문이 한 세기를 넘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원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선도하는 방향타와도 같은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합니다. ■ 허정무 前국가대표 축구 감독 서울신문이 어느덧 106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23명의 남아공월드컵 전사들과 함께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서울신문은 그동안 우리 사회, 특히 체육계의 다양한 현상을 공정하고 냉철하게 다루면서 공익언론으로서의 소임을 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축구대표팀은 최근 사상 첫 원정 16강을 목표로 ‘유쾌한 도전’에 나섰고, 전 국민의 성원 속에 마침내 그 뜻을 일궈냈습니다. 서울신문도 이제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기 위해 새 도전에 나서길 바랍니다. 축구는 물론, 소외된 종목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체육기사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 스매싱 펌킨스 10년만의 귀환

    스매싱 펌킨스 10년만의 귀환

    “이제서야 한국에 오다니 난 정말 바보다.” 2000년 7월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첫 내한공연을 하던 스매싱 펌킨스의 리더 빌리 코건 이 내뱉은 말이다. 아마도 열광적인 관객들이 인상적이었을 게다. 미국으로 돌아간 스매싱 펌킨스는 그런데 음악성에 대한 고민, 내부 불화 등으로 그만 해체를 선언한다. 코건을 중심으로 새롭게 깃발을 올릴 때까지 6년이 걸렸다. 스매싱 펌킨스는 2007년 대망의 7집 앨범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귀환을 알렸다. 코건이 한국 팬을 다시 만난다면 과연 무슨 말을 던질까. 스매싱 펌킨스가 10년 만에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8월14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다. 시카고 출신으로 1988년 결성된 스매싱 펌킨스는 1990년대 너바나, 펄 잼 등과 함께 얼터너티브 록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밴드다. 얼터너티브의 전설 커트 코베인(너바나)이 자살한 이듬해인 1995년 걸작 ‘멜랑콜리 앤드 디 인피니트 새드니스’를 발표했다. 강렬하고 묵직한 기타 사운드에 감성을 구슬프게 자극하는 음악을 들려줬던 스매싱 펌킨스는 800만장이 팔린 이 앨범을 비롯해 3000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자본 논리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독자적으로 앨범을 발표하는 등 예술가적인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밴드의 중추 신경인 코건(보컬, 기타)은 건재하지만 손발은 모두 달라졌다. 제프 슈뢰더(기타), 니콜 피오렌티노(베이스), 마이크 번(드럼)이 새 멤버로 함께한다. 내한공연에서는 지난 5월 발표한 미니앨범 ‘티어가든 바이 컬라이디스코프’에 담긴 네 곡을 비롯해 ‘자이트가이스트’에 담긴 곡, 그리고 ‘1979’, ‘투데이’, ‘불릿 위드 버터플라이 윙스’ 등 기념비적인 명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서태지컴퍼니가 후원사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공연기획사 엑세스엔터테인먼트는 서태지가 오래 전부터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을 좋아했으며 서태지컴퍼니는 이번 공연의 홍보와 무대 준비 등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8만 8000~9만 9000원. (02)3141-3488.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객원칼럼] 확성기 보수와 짹짹이 진보/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객원칼럼] 확성기 보수와 짹짹이 진보/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매우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매우 높게 나왔고, 언론매체들은 한결같이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선거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럴 리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왜 보수의 예상은 빗나갔을까. 이명박 정부 들어 보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10년간의 진보좌파정권 하에서 무력감을 느꼈던 보수진영은 취임 초기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촛불에 혼난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진보의 잔재를 청산하는 데 열을 올렸다. 정부여당을 정점으로 보수진영은 ‘나를 따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확성기를 크게 설치하고 일방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의 목소리는 메아리쳤고, 세상이 보수진영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스스로 믿게 될 정도가 되었다. 더구나 천안함 사태까지 발생, 보수의 단골 메뉴인 안보문제마저 크게 부각되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보수진영은 자기만족적 안심감에 빠져들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자가발전적으로 떠벌리더니 급기야 자기 말에 스스로 취해 떡을 반드시 받을 것이라고 굳게 믿은 것이나 다름없다. 진보진영의 소통 통로는 달랐다. 젊은 세대들과 감성적으로 호흡하는 법을 알았다. 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를 뜻하는 트위터나 다른 인터넷 매체를 통해 소곤소곤 속삭이는 ‘짹짹이’ 소통을 해 온 것이다. 보수가 눈에 거슬리는 아날로그적 ‘확성기’에 의존했다면 진보는 디지털화된 네트워크를 잘 이용해 짹짹이 통신에 힘을 쏟은 것이다. 젊은 세대라고 모두 진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들은 자유분방하며 일방적인 주입을 거부하는 세대이다. 이들에게는 다양한 견해를 접하고 격렬하게 토론할 수 있는 수많은 공간을 잘 알고 분초 단위로 옮아다니며 정보를 발신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판단해 옳다고 믿으면 거리낌 없이 실천에 옮기는 매우 현실적이고 감성적인 세대라고도 볼 수 있다. 선거결과만을 놓고 볼 때, 이들이 투표장으로 향하고 있을 때는 이미 ‘확성기’적인 보수의 일방적 강요에 등을 돌린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보수를 무조건 거부했다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진부한 방식을 퇴짜 놓은 것이다. 그러면 보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소통하는 보수가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성숙해지고 사회가 다양화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견해는 점점 진보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보수정당인 공화당의 어젠다가 점차 진보화되어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보수도 보수 이데올로기의 근간을 뒤엎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면 진보적 견해라 하더라도 시대정신에 맞는 것은 과감히 받아들이는 열린 보수를 지향해야 한다. 둘째, 자기만족적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의 매체 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아무리 시장점유율이 높은 매체라 하더라도 이에만 의존해서 상황을 판단하면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없다. 세상에는 보수진영만 모르는 다양한 견해의 채널이 이미 수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셋째, 보수도 보다 매력적인 존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나친 극우적 발상이나 수구적 태도는 보수 전체를 매력 없는 존재로 전락시키고 만다. 진정으로 균형 잡힌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가 여론이라는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확성기적 보수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평가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짹짹이들의 소근거림에 백전백패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선거 후 한나라당이 내놓는 처방책이란 것이 고작 세대교체라니 참 초라할 지경이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건전한 보수를 확립시키고, 매력 있게 소통시켜 정당한 평가를 받게 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처방의 초점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제 제발 시끄러운 확성기 좀 끄고 소곤거림의 짹짹이 소통법을 진지하게 연구하기 바란다.
  • [열린세상]2002년 6월과 2010년 6월/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2002년 6월과 2010년 6월/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2002년 6월과 2010년 6월은 겉으로 보면 매우 유사하다. 2002년 월드컵은 5월31일부터 6월30일까지 열렸다. 2002년 6월13일 지방선거가 있었고, 당일 효순·미선 양은 미군 장갑차에 희생되었다. 6월29일 연평도 인근해역서 서해교전(제2연평해전)이 발생했다. 노무현은 민주당 국민경선을 통해 부상하기 시작했다.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가 있었고, 노풍(風)은 거셌다. 천안함 사건은 두 달 넘게 정치사회 쟁점으로 떠올랐고 6월11일부터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월드컵, 노무현, 지방선거, 남북문제는 2002년 6월과 2010년 6월의 공통점이다. 2002년 월드컵은 거대한 블랙홀이었다. 모든 사회정치 쟁점이 월드컵의 열기 속에 빨려들어갔다. 지방선거는 무관심으로 48.8%라는 최저 투표참여율을 기록했고, 효순·미선 양의 죽음도 당시엔 기억되지 못했다. 서해 교전으로 여섯 명이 전사, 열여덟 명이 부상했지만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언론은 남북한 간 군사적 충돌에도 조용했던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을 비판하기도 했다. 2010년 6월의 상황은 바뀌었다. 2002년 월드컵이 블랙홀이었던 것처럼 2010년 천안함 사건도 그 모든 것을 흡반처럼 빨아들이는 듯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은 ‘아래로부터’ 분출된 축제와 놀이였지만, 천안함 사건은 ‘위로부터’ 확산된 불안과 단절이었다. 월드컵은 열린 공간의 축제였지만, 천안함 사건은 벽과 벽을 만들었다. 소문의 벽은 세대와 이념에 따라서 물 밑으로 증폭되었다. 국민들은 소중한 죽음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인류학자인 호이징아는 거대한 축제나 사회적 사건이 발생하면 끝난 뒤에도 지속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특수 상황에서 함께 있다는 감정, 무언가 중요한 것을 공유한다는 감정, 일상 세계의 규범을 함께 배격한다는 감정은 지속적으로 남아 어떤 방향으로 분출된다는 것이다. 2002년 노무현은 분출되는 에너지를 참여와 공유로 이끌었다. 노무현은 지역패권주의나 지역할거주의라는 한국 정치의 거대한 벽을 허무는 방향으로 유도했고, 이것을 수평적 연대를 통해 성취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은 우리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상처였고 슬픔이었다. 보수는 북풍(北風)을 통해 결집했다. 그러나 보수의 공동체만을 결집시켰을 뿐이었다. 그들만의 공동체였고 시대정신의 퇴행이었다. 2002년 월드컵을 시점으로 부상해서 2008년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젊은 세대들은 보수의 공동체에 가장 비판적이었다. 또한 중도적 정치성향을 갖고 있는 대중들도 보수의 공동체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공적으로 말하기보다 사적으로 이야기했을 뿐이었다. 침묵의 나선이 형성된 것이다. 이들이 2002년 이후 침묵하기보다 참여를 선택했던 집단이었음에도 불구하고말이다. 독일 사회학자 노엘레 로이만은 여론형성과정에서 침묵의 나선형 모델을 제시했다. 언론에 의해 지배적으로 표출된 여론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의견 표출보다 침묵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과 노무현 1주기를 맞아 적지 않은 대중은 침묵의 나선을 선택했다. 많은 대중들은 보수언론이나 정치권력이 확산한 북풍을 지배적 여론으로 여겨 의견을 숨긴 것이다. 북풍이 거세게 불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 침묵의 비판도 커져갔다. 따라서 여론조사에서 이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없었다. 지방선거가 끝난 뒤 침묵의 실체가 오히려 다수였음이 확인됐다. 이제 개막된 남아공 월드컵은 또 다른 계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축구팀이 월드컵에서 선전한다면 새로운 대중정서와 에너지가 분출될 것이다. 누가 그 에너지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끌어갈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세력은 헤게모니 싸움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점이다. 2002년 6월과 2010년 6월은 겉은 유사했지만 속은 달랐다. 그러나 우리 축구팀만큼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선전하기를 기대한다. 2002년 월드컵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꺾은 것처럼 이번에도 그리스를 2대0으로 물리친 것을 보면서.
  • [한국전쟁 明著] 백선엽 ‘군과 나’

    유월이 오면 얼굴에 생기가 도는 아흔 살의 노병이 있다. 전국 방방곡곡 군부대, 학교, 단체 등을 누비며 열변을 토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4성 장군이자 한국전쟁 당시 국군 제1사단장이었던 백선엽 예비역 장군이다. 백 장군이 펴낸 한국전쟁 회고록 ‘군과 나’(시대정신)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군과 나’는 매년 유월이면 팔려나가는 책이다. 10년 주기로 언론에 회자되는 책이다. 이 책의 출발점은 한국전쟁 발발 40주년을 앞둔 1989년이었다. 한 일간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묶어 단행본으로 펴냈다. 10년이 흐른 1999년 재출간했지만, 출판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책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었다. 개정판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한 해 앞둔 지난해 만들어졌다. 한국전쟁에 대해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학생들에게 알릴 만한 책을 찾던 행정가의 권유에 의해서다. 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한국전쟁의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백 장군은 1950년 6월 25일 그날부터 휴전까지 ‘3년 1개월 2일 17시간’을 꼬박 전선에서 보냈다. 그래서 그의 서술은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누구의 기록보다 살아 숨 쉰다. 장군은 “나라가 북한의 침공으로 부산 앞바다까지 밀려 떨어질지도 모르는 존망의 위기와 압록강까지 국군이 진격하여 통일의 꿈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순간까지 전투의 최전선을 온몸으로 체험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36.9%가 한국전쟁 발발연도를 모른다고 답했다. 이 중 20대가 56.6%로 가장 많았다. 30대 28.7%, 40대도 23%에 달했다. 2008년 시민단체가 서울시내 초·중·고교 학생 1955명에게 물어보니 초등학생 778명 중 35%가 ‘한국전쟁을 일으킨 건 남한’이라고 답했다. 답답한 일이다. 역사교육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발발 6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백 장군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의미는 각별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가는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장군이 노구를 이끌고 젊은이들에게 강연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장군은 “아직도 많은 국민이 한국전쟁과 군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고 끝날 때까지 비교적 한국전쟁 전체를 조감할 수 있었던 나의 경험이 당시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과 에너지를 총동원했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토록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술회했다. 젊은 군인과 청소년들에게 ‘군과 나’는 한국전쟁 교과서가 될 만 하다. 전쟁에 참가한 126만 9000여명의 국군 중 현재 살아 있는 노병은 24만여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80살이 넘은 고령이다. “나의 회고는 승리의 기록이라기보다 전쟁의 기록”이라는 백 장군의 지적에 동의하는 까닭이다. ‘군과 나’는 한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전쟁에 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인정받는다. 한국전쟁에 관한 기록과 연구. 책은 숱하다. 그러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이해관계를 가진 다른 나라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군과 나’는 한국전쟁의 의미에 대해 우리 스스로 기록한 가치 있는 기록서라 할 수 있다. 당시 미8군 사령관이었던 밴플리트 장군은 “미국의 참전에 관한 기록은 많지만, 대한민국의 처지에서 이 전쟁을 쓴 기록은 별로 없었다. 백선엽 장군의 책은 그 비어 있는 부분을 채워준다.”라고 말했다. 백 장군은 전후 세대에게 육성으로 말한다. “나라의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 세대들이 한반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었는지 생생한 기록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봄으로써 잘못 알고 있던 6·25전쟁을 바로 알게 되고 동시에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군과 나’는 생생한 기록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한국전쟁을 후세에 전달하고 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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