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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 기념식, 시대정신 되새긴다

    올해 5·18 32주년 기념행사는 ‘참여와 연대’란 시대정신을 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5·18민주항쟁 32주년 기념행사위원회는 19일 “‘5월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사회가 나아갈 이정표를 세우는 내용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위는 ‘따뜻한 5·18’, ‘80년 이후 세대를 위한 문화행사’, ‘생활 속의 5·18’, ‘찾아가는 행사’ 등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위기의 한국’을 돌아보고 함께 대안을 마련해 보는 자리가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행사위는 극단 신명과 토박이의 5월극 상설공연(5~27일 민들레소극장), 역사기행 ‘민주올레’(12~27일 5·18유적지), 세계인권도시포럼(15~18일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아시아포럼(16~18일 5·18기념문화관), 헌혈·주먹밥 나눔(18일 광주주요거리) 행사 등을 마련한다. 또 오월의 가치를 알리는 5월 창작가요제(12일 전남대 운동장), 광주인권상 시상식(18일 5·18기념문화관)·축하음악회(19일) 등을 연다. 행사위 상임위원장은 나간채 전남대 5·18연구소장이 맡는다. 행사위는 22일까지 전자우편(518gj@hanmail.net)으로 슬로건을 공모한다. 당선작에게는 2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서울광장] 진영논리 수명 다했다/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진영논리 수명 다했다/김종면 논설위원

    진영논리라는 말이 요즘 부쩍 입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말이 좋아 논리지 속을 들여다보면 형편없는 반논리다. 내 편이면 무조건 옳다는 식이니 애당초 건강한 공론은 이뤄질 수 없다. 4·11 총선을 통해 우리는 그 허상을 똑똑히 봤다. 민주통합당은 총선 전까지만 해도 원내 과반의석, 아니 통합진보당과 함께 여소야대 국회까지 내다봤다. 그러나 민간인 불법사찰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참패했다. 단순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말하면 민주당의 실패는 한마디로 어설픈 진영논리 때문이다. 야권연대라는 편가르기 득표수단에 매몰돼 별다른 정책도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조작 파문에 민주당은 진보진영 눈치만 살피며 허송세월했다. ‘나꼼수’ 멤버 김용민 막말사태도 얼버무리기식 사퇴 권고로 어물쩍 넘어가려다 성난 민심에 덜미를 잡혔다. 너른 중원에서 사슴을 쫓을 생각은 안 하고 제 울타리 안의 토끼나 잡으려 했으니 어떻게 천하의 표를 모을 수 있겠는가. 진영논리의 저주다. 진영논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반독재 민주화운동 세력에게는 꽤 유용한 무기였다. 강철 같은 단일대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진영논리로 무장하는 게 필요했다. 피아를 엄격히 구분하는 일도양단의 흑백논리도 한수 접고 봐줬다. 민주화라는 대의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를 모색하는 지금 그런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다. 진리의 빛깔은 흑도 백도 아닌 회색이라는 역설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는다. 좌니 우니 진보니 보수니 하지만 그 경계는 날로 희미해지고 있다. 복지포퓰리즘 전선에는 왼쪽도 오른쪽도 없다. 한국 사회에는 진보주의는 있는데 진보파는 없고 보수파는 많은데 보수주의자는 없다고들 한다. 이론과 실제의 괴리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우리 주위에는 생각은 진보, 삶은 보수 혹은 그 반대인 이들이 적지 않다. 비난을 하자는 게 아니다. 이념이 더 이상 소용이 닿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할 따름이다. 진영논리는 수명이 다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특정 진영의 논리에 사로잡혀 국민 다수의 생각을 읽지 못한 것을 패인으로 꼽는다. 총선의 교훈을 바로 새기지 못하면 대선의 미래도 없다. 진영논리에 기대지 않겠다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선언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야 융합과 통섭의 시대정신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한편에는 여전히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를 갈라치고 분열의 프레임을 이어가려는 세력이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야권연대 총선 멘토단으로 나선 그는 김용민 막말파문 와중에 “관타나모 성폭행을 비판하며 한 말” 운운해 눈총을 받았다. 총선 후에는 “단박에 과잉 우편향 세력관계가 바뀌지 않는다.”며 진보진영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인보다 더 정치에 몰두한다는 소리를 듣는 그에게 파당성을 버리라고 하는 것은 무리인지 모른다. 하지만 지적 엄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학자라면 사물을 보는 최소한의 균형감각은 있어야 한다. 한 방향으로 멈춰선 정치 나침반에 따라 세상을 재단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젊은이들에게 특정 진영논리만 전파해 편협한 터널 비전을 갖게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멘토의 역할이 아니다. 국민이 역(逆)계몽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나. 미국 컨트리 가수 멀 해거드가 부른 ‘무스코기에서 온 오클라호마 촌놈’(Okie from Muskogee)이란 노래가 있다. 히피로 몸살을 앓던 40여년 전 미국에서 유행한 ‘애국계몽’ 가요다. 국내에는 ‘철날 때도 됐지’라는 번안곡으로 알려졌다.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죠/어릴 때는 벌써 지났다고/다운타운 정이 들었지만/ 때가 되면 멀리 떠납니다…” 조 교수도 이제 그 넓은 오지랖 좀 거두고 학문이든 정치든 한곳에 닻을 내렸으면 좋겠다. 그게 자신이 말하는 ‘후진 진보’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 아닌가. jmkim@seoul.co.kr
  • [서울광장] 시대정신 잘 읽어야 대권이 보인다/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시대정신 잘 읽어야 대권이 보인다/구본영 논설위원

    4·11 총선은 역대 어느 총선보다 뜨거웠다. 연말 대선의 전초전다웠다. ‘정권 심판론’과 ‘거대 야당 견제론’이 창과 방패처럼 부딪쳤다. 그 맨 앞줄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 등 대선주자들이 섰다. 또 다른 대선 잠룡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투표 독려 멘션을 날리며 존재를 알렸다. 하지만 무대의 열기에 비해 관객들은 심드렁했다. 조국 교수와 김제동·김미화씨 등 야권 성향 소셜테이너들이 투표율 제고 치어리더로 나섰다. 안철수 원장은 “투표율이 70% 넘는다면 미니스커트 입고 노래까지 하겠다.”고 했다. 조(兆) 단위 ‘무상 시리즈’ 공약도 넘쳐났다. 그런데도 투표율은 54.3%에 그쳤다. 생뚱맞은 상상일까. 선거 유세 무대와 객석의 온도차를 느끼면서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로 만든, 로버트 레드퍼드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다. 주인공 개츠비는 참 이중적 인간이었다. 가난 때문에 실연한 뒤 밀주사업으로 떼돈을 번 속물이었다. 그러면서도 옛 연인 집 건너편에 대저택을 짓고 밤마다 파티를 열어 첫사랑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순정파였다. 개별 유권자들도 개츠비처럼 양면적일 수도 있다. 이번에도 지역주의에 휘둘리거나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을 게다. 그러나 긴 눈으로 보면 유권자의 총합으로서 국민은 언제나 현명했다. ‘위대한 국민’은 이번에도 투표 참여를 통해, 혹은 ‘거기가 거기 같은’ 이전투구 선거판을 외면함으로써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고 봐야 한다. 그 결과는 야권연대(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패배로 귀착됐다. 이른바 여권의 트리플 악재(레임덕, 측근 비리, 민간인 사찰 파문)로 인해 야권이 유리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민심의 번지수를 잘못 짚은 업보다. 애당초 국민의 바람은 여야의 상대 당에 대한 네거티브가 아니라 스스로의 집권 역량을 보여달라는 것이었을 듯싶다. 영화 속 개츠비가 간절히 기다린 것은 첫사랑 데이지였지, 파티에 몰려든 사람들의 수군거림이나 입에 발린 칭송이 아니었듯이…. 그럼에도 선거 직전 민주당은 여당 시절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론과 제주 해군기지 무효화론을 들고 나왔다. 첫 실착이었다. 이후 통합진보당의 경선조작 파문과 나꼼수 김용민 후보의 저질 막말 파문이 터졌다. “유영철을 풀어 미 국무장관 라이스를 ××해 죽여야 한다.”니, 상식으로 이해가 될 말인가. 그런데도 대응 태도가 더 나빴다. 물러난 민주당 한명숙 당시 대표는 나꼼수 눈치 보기에 급급했고, 통진당 이정희 대표는 “김 후보를 신뢰한다.”고 했다. 민심을 들을 요량은 않고 진영의 논리만 오만하게 들이댄 꼴이다. 이러니 지역적으론 충청과 강원, 성향 면에서 중도층이 야권연대에 등을 돌렸다고 봐야 한다. 가뜩이나 야권연대의 지나친 ‘좌클릭’에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던 유권자들이었다. “과격한 이들의 억지와 열정은 중도층에 염증만 안겨줄 뿐”이라는 진보논객 진중권 교수의 분석이 그럴싸하다. 그렇다고 해서 새누리당 박 비대위원장의 대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것인가. 여당의 서울·수도권 총선 성적표는 외려 그 반대 징후다. 박 위원장이 여전히 수도권의 젊은 민심 흡인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더욱이 야권연대를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등 범보수진영의 정당 득표율은 48대48이었다. 대선 레이스는 이제부터인 셈이다. 연말 대선에서 승리하려는 주자라면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 그런 ‘시대정신’은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옥타브 높은 목소리에 있지 않음을 이번 총선 결과는 말해준다. 대선주자들이 보수든 진보든 양 극단에 속하지 않은 채 침묵하는 다수의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다. kby7@seoul.co.kr
  • [사설] 국민 64% “포퓰리즘 알지만 무상공약 좋다”

    19대 총선만큼 각종 무상복지 공약이 난무하고 있는 선거판이 또 있었을까. 여야 중앙당은 물론 지역구 후보마다 “공짜로 주겠다.”는 약속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심 공약으로 인해 언젠가 들이닥칠 재앙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이 사탕발림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이지만, 유권자라도 여기에 휘둘려선 결코 안 될 것이다. 그제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여야의 복지공약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도 이로 인한 부작용을 어렴풋이 인식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국민이 이미 각 당의 포퓰리즘 공세에 흔들리고 있는 듯하다. 국민 64.4%가 무상복지 공약을 지지하는 입장을 나타냈다는 보고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더군다나 이를 위해 필요한 세금 부담에는 응답자의 51.3%가 반대한다니, 자못 걱정스럽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직면한 국가부도 위기도 국민마저 정부와 정치권의 경쟁적 포퓰리즘 정책에 장단을 맞춘 결과가 아닌가. 그제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을 비롯한 10개 시민단체가 공개한 각 정당의 교육공약을 들여다보자. 몇몇 당이 내건 ‘반값 등록금’의 실현 가능성도 미심쩍지만, 민주통합당의 ‘친환경 무상급식’ 공약은 숫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도가 25% 불과한 데다 그중 친환경 농산물은 13%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도대체 어디서 친환경 우리 농산물을 구해 공짜로 먹이겠다는 것인가. 새누리당도 ‘유아교육 국가책임제’라는 솔깃한 약속을 내놓고 있지만, 재원 조달 대책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물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 강화는 시대정신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이것저것 쓰다 보면 미래 세대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마련이다. 국가 공동체의 앞날을 걱정하는 후보라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생산적 복지나 지속가능한 복지를 표방하며 정직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유권자도 깨어 있어야 한다. 온갖 ‘무상 시리즈’와 그럴싸한 지역개발 공약으로 접근하는 후보부터 철저히 경계하고 심판해야 한다는 뜻이다.
  • [서울광장] 그래도 ‘희망’을 뽑자/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그래도 ‘희망’을 뽑자/오병남 논설실장

    4·11 총선이 코앞이다. 연말 대선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선거여서 관심이 높다. 그러나 국민은 썩 내키지가 않는다. 흔쾌히 밀어줄 정당이나 후보가 확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모든 정당이 태산을 옮기고도 남을 기세로 쇄신과 변화를 외쳤지만, 공천 혁명은 없었다. 공식 선거운동은 초반부터 네거티브 전쟁의 조짐이 뚜렷하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지 국민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온 나라를 들쑤셔 놓았던 여야의 공천은 ‘3월의 광란’으로 부를 만큼 뜨거웠지만, 구태와 코미디가 판치면서 실망만을 남겼다.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으로 변신한 것이 고작이다. 국민의 환골탈태 기대는 ‘늙고 낡은 기득권 정당’의 과거 프레임을 뚫지 못했다. 야당이라고 나을 것은 없다. ‘친노’는 민주통합당을 접수했지만, 대표상품으로 내놓은 국민참여 경선은 동원 경쟁으로 전락했다. 야권연대에 매몰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형국을 자초한 것도 딱한 일이다. 국익에는 별 관심 없다는 듯 표만 좇다 스스로 머쓱해졌다. 중도개혁의 넓은 표밭은 제쳐놓고 ‘왼쪽 3%가 당락을 가른다.’는 선거공학에만 매달린 건 안타깝다. 역공의 빌미를 줘 ‘정권 심판’의 파괴력을 스스로 반감시켰으니 말이다. 줏대 있고 사려 깊은 행보를 했더라면 의석은 물론 집권 가능성을 훨씬 높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여야 모두 외부인을 등장시켜 공정공천을 분식했지만, 결국 하향식 공천의 한계를 되풀이한 셈이다. 낡은 방식 그대로 허둥지둥하다 보니 민주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했다. 아무리 지역기반이 탄탄해도, 의정활동이 훌륭해도, 전문성이 있어도, 지도부의 낙점 없이는 공천받을 수 없다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국민의 선택보다 지도부의 선택이 사실상 금배지를 가름하는 현실이야말로 정치권 폐해의 원점이나 마찬가지다. 지역일꾼을 뽑는 총선인데 공식 선거전은 초반부터 마치 대선을 치르는 형국이다. 누가 제1당 자리를 차지하느냐, 여소야대냐 여대야소냐에 따라 차기 대권의 향방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지지율이 날마다 요동치고, 수도권 선거구 60~70곳에서 지지율 5% 포인트 이내의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 격렬함의 방증이다. 벌써부터 서로 물어뜯으며 바람몰이에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면 국민이 바라는 정책선거는 이번에도 틀린 것 같다. 더구나 국민 입장에서는 여야 정책의 차별성을 가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묻지마식 복지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다 보니 어떤 정책이 어느 당의 것인지조차 헷갈릴 판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무상급식을 내세워 톡톡히 재미를 본 뒤 생긴 현상이다. ‘판박이 공약’의 내용도 설익고 엉성하다. “여야 모두 경제 공약의 실현가능성, 합리성, 효율성 등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빈약하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질타는 정곡을 찌른다. 총선과 대선을 치른 이후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 공천 실망과 선거전의 혼탁함으로 국민은 이미 피곤하지만, 그래도 선거는 좋은 것이다.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를 입법 활동보다는 싸움의 장으로 만든 인물은 기필코 바꿔야 한다. 사실상 막을 내린 18대 국회에는 아직도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405건이나 잠자고 있다지 않은가. 용케도 공천을 따냈지만 부패와 비리, 편법과 네거티브에 전 인물, 국민을 장기판 ‘졸’ 정도로 여기는 인물도 걸러내야 한다. 이들의 빈자리를 서민의 고단함을 덜어 줄 인물, 국익을 위해 당당한 인물, 시대정신과 알찬 정책으로 페어플레이를 펼친 인물, 청렴한 새 인물로 채우는 것이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드는 일이다. 정치 쇄신 요구는 쇳물을 녹일 만큼 뜨겁다. 그러나 ‘꼭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는 절반을 조금 넘는다. 자가당착이다. ‘청년들의 꿈을 찍자.’는 청년유권자연맹의 호소처럼 남은 선거전에 눈을 부릅뜨고, 한번쯤 공약과 정책을 따져보는 수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4월 11일 그래도 ‘희망’을 뽑자. obnbkt@seoul.co.kr
  • [사설] 대한민국 미래 걸고 깨끗한 승부 펼쳐라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4·11 총선을 앞두고 어제부터 여야가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모든 출마자들은 소속 당이나 정파를 불문하고 공동체의 미래 청사진을 걸고 페어플레이를 펼쳐야 할 것이다. 당파심과 사욕 대신 애국심과 청렴성을 갖춘 새 인물을 골라야 할 국민의 책임도 무겁다. 유권자들부터 투표 당일까지 13일간 전국 방방곡곡의 거리에 울려 퍼질 확성기 소음 속에서 갈피를 잘 잡아야 한다. 공식 선거전이 어제 0시를 기해 막이 올랐건만, 불길한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제19대 총선을 앞둔 27일 현재 선거범죄 고발과 수사의뢰가 각각 154건, 64건으로 집계됐다. 18대 총선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로, 상당수 입후보자들이 승리지상주의에 눈이 멀어 변칙적인 선거운동을 일삼고 있다는 징표다. 각종 선거 관련법 위반 행위로 당선된 후보들이 결국 배지를 떼게 됐던 역대 총선의 구태가 되풀이된다면 불행한 일이다. 이로 인해 재·보선이 치러지게 되면 그 사회적 비용은 온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각 후보들이 선거법이라는 게임의 룰을 지키는 게 기본이라면 후보들이 소속된 여야 정당이 네거티브 캠페인을 자제하는 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상대 당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나 인신비방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뜻이다.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민생을 돌보는 경쟁을 하라는 게 국민적 여망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네거티브 선거전에 탐닉한다면, 이는 정치권의 공멸을 부르는 일이다. 여야는 무소속 안철수 교수의 지지도가 그의 모호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도 기성 정치권의 자업자득임을 깨달아야 한다. 사상 처음으로 4000만을 넘어선 유권자의 어깨에도 큰 짐이 올려졌다. 공동체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생존 기반을 뿌리부터 흔드는 선동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온갖 ‘무상 시리즈’로 표를 사려는 후보들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재정 건전성의 한계를 넘는 사탕발림 공약으로 미래세대에 감당키 어려운 부담을 가중시키는 후보들은 표로 심판해야 한다.
  • [공생발전 특집] 협력사 이웃과 함께 착한기업 전성시대

    [공생발전 특집] 협력사 이웃과 함께 착한기업 전성시대

    이제 자본주의는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 전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회의에 찬 물음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직에서 물러나 사회운동가로 변신한 빌 게이츠는 “그렇지 않다.”고 확답했다. 그의 확신은 어느 정도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느냐에 인류의 진보가 결정되는 만큼 새로운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나왔다. ‘창조적 자본주의’ 또는 ‘따뜻한 자본주의’로 불리는 그의 화두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시장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의 말처럼 새로운 시대정신을 따르려는 기업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이른바 ‘착한기업 신드롬’이다. 이윤 추구라는 전통적 가치에서 벗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새로운 소명이자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토대라는 정서가 경제위기를 계기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공생발전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기업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 소비자들이 일단 특정 기업에 나쁜 인식을 갖게 되면 그 어떤 기술혁신과 실적 개선으로도 이미지를 회복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기업도 주변과 더불어 살아야 할 확실한 목표가 생긴 것이다. 소비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사는 기업의 장기발전을 위해 이 같은 흐름은 일시적 유행이나 단순한 이미지 개선 차원을 넘어 기업의 명운을 결정할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국제표준 ‘ISO 26000’ 등에 명시돼 있을 만큼 시장의 표준으로 인식된다. 이에 기업들은 중소협력업체와 동반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책임을 역설하는 중이다. 연말연시 취약계층을 위한 일회성 지원에서 벗어나 소외계층의 자립 기반을 다지기 위한 그룹 내 전담조직 출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사회적기업도 잇따라 돛을 올렸다. 돈 잘버는 착한기업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도 가능할지 지켜볼 일이다.
  • [열린세상] 생명과 공감 그리고 희망이 실종된 정치/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생명과 공감 그리고 희망이 실종된 정치/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요즘 정치엔 생명이 없다. 성큼 다가온 봄기운이 꽃샘추위 속에서도 생명의 움을 틔우지만 정치는 여전히 언 땅에서 죽음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 정치가 선거를 통해 꽃을 피우기는커녕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커진다. 생명은 성장과 성숙의 원동력이다. 발전하지 못하는 정치는 죽은 정치다. 정치가 시대정신을 구현하지 못하고 여전히 구태의 굴레에 머물러 있다. 공천과정과 비례대표 후보의 면면에서 일관된 국정철학과 가치를 찾아내기 어렵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발표한 공약을 살펴보면 현실적 타당성과 구체성이 결여된 선심성 공약들이 많다. 재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거나 총선과 대선이 끝나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급조된 공약에 생명이 있을 리 없다. 여야의 공천도 변죽만 울리다 끝나 버렸다. 공천 방식과 공천 결과에 대해 말이 많다. 하향식 공천 방식이야말로 정치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이라고 지목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야 모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새로운 인물은 있지만 새로운 정치를 상징할 만한 대표 주자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권력을 만들어 가는 현실정치의 속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생력(自生力)과 자정력(自淨力)을 통해 정치의 건강한 생명성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생명의 정치를 외면하고, 새로운 시대가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에 너무 정신이 팔렸다. 국민들이 정치에 좌절하고 분노하는 이유다. 요즘 정치엔 공감(共感)이나 감동이 없다. 총선을 앞두고 각 당과 후보들이 내건 현수막은 한마당 벌어질 정치적 축제를 알리는 휘장이 아니라 구호만 요란한 공해다. 조만간 확성기를 통해 들려올 후보의 목소리나 음악에 맞추어 어설프게 흔들어대는 율동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정치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공감이 없으니 감동도 없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어야 한다. 국민의 공감이 표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선거다. 정치가 정당과 정책, 그리고 정치인을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공감과 감동이 없는 선거에서는 최선을 선택하기보다는 최악을 피하는 선택이 선거의 기본 구도가 될 확률이 높다. 선거를 통해 선택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강요된 선택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국민이 많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적 이상과 가치가 부각되지 못하고 권력투쟁만 부각되는 정치에 공감과 감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전장에서조차 적군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공감의 위력을 알려준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를 우리 정치는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한 아기가 울면 다른 아기도 따라서 울게 된다는 ‘공감의 확장 현상’을 우리 정치에서 기대하기란 아직 힘들다. 공감을 그토록 외치면서도 공감의 정치를 펼치지 못한 정치인의 잘못이 크다. 요즘 정치엔 희망도 없다. 올바른 정치는 비전을 만들고 국민의 마음에 건강한 꿈을 심는다. 폐허에서 예쁜 장미가 피는 꿈을 심어주는 것이 희망의 정치요, 실제 장미를 심는 것이 실천의 정치다. 정치인 스스로를 위한 정치나 미사여구로 포장된 정치구호는 국민에게 진정한 희망을 주지 못한다. 선거구 개편에 대한 여야의 이상한(?) 합의나 당리당략에 휘둘리는 모습은 희망의 정치를 포기했다는 정치권의 자기고백이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된 몸통 논란이나 경선 파문과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도 절망의 정치가 보여주는 어두운 현실이다. 희망의 정치를 맛보지 못한 국민은 불행한 국민이요,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인은 무능한 정치인이다. 한동안 추위에 움츠렸던 꽃망울이 터진다는 봄소식이 남쪽으로부터 전해졌다. 아무리 매서운 꽃샘추위도 봄기운을 이기지는 못한다. 이제 정치에 봄기운이 전해질 차례다. 실종된 생명과 공감 그리고 희망의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정치가 국민에게 답을 주지 못하면 국민이 정치에 답을 주어야 한다. 국민이 곧 정치의 본질이요, 국민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 전태일家·해직기자·재벌 개혁론자… ‘진보’ 주축

    전태일家·해직기자·재벌 개혁론자… ‘진보’ 주축

    민주통합당은 ‘여성과 노동,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로 비례대표의 키워드를 잡았다. 앞 순번에는 ‘노동계의 대모’인 고 이소선 열사의 딸이자 전태일 열사의 동생으로 현재 사회적 기업인 ‘참 신나는 옷’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전순옥 박사를 비롯해 노동계와 여성계, 보편적 복지와 재벌개혁 등을 이끌 경제 전문가들을 망라했다.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은 전순옥 박사와 함께 민주당 총선의 핵심 공약인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이끌어갈 인물로 추천, 선정됐다. 홍종학 위원장은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과 가까운 인사로,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로 꼽힌다. 노동계 인사들의 진입도 두드러졌다. 노동계에서는 한국노총 전국 금융노조위원장을 지낸 김기준씨와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낸 한정애씨, 문명순 참여성노동복지터 수다공방 대표,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비례대표 앞 순번에 진입했다. 은수미 후보는 1980년대 말 박노해·백태웅씨 등과 함께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사노맹)을 결성,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인물로 6번을 받은 김용익 민주당 보편적 복지특별위원장과 함께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공약을 책임질 후보로 발탁됐다. 다만 문명순 수다공방 대표는 2010년 12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노동위원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문제가 됐지만, 당적을 가진 적이 없는데다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의 정책 연대 차원에서 단순 참여했다고 보고 공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구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도종환 시인도 비례대표 앞 순번에 이름을 올렸다. 도종환 시인은 앞서 공천 심사에 들어가며 어떤 식으로든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당 지도부와 비례대표 공심위의 전원 합의로 안도현 시인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선미 민변여성인권위 위원장, 이재화 변호사 등 한명숙 대표가 여러 차례 공언해 온 검찰개혁을 수행할 율사들도 발탁됐다. 1989년 전대협 대표로 북한을 방문한 임수경씨는 21번을 받았다. 명예퇴직 형식으로 해직된 부산일보 배재정 전 기자는 공심위가 ‘삼고초려’끝에 영입한 케이스다. 안병욱 공심위원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잔재가 아직 청산되지 않았고 그 중심에 정수장학회가 있다.”며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인사”라고 직접 설명했다. 안 공심위원장은 “개혁성과 시대정신을 겸비한 인물,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안정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인물, 경제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하는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박근혜 “산업화과정 피해입은 분께 사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께 저는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져왔다. 그분들께 제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부산에서 열린 지역민영방송 초청토론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의 주역이지만 당시 민주화 인사들이 고생을 겪기도 했다. 이들에게 먼저 움직일(다가갈)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고 “나라를 위해 손잡을 일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지금의 시대정신 중 하나는 국민통합”이라고 전제한 뒤 “양극화도 심하고 계층·지역·세대 간 격차가 자꾸 벌어지고 있어 이런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이 하나되는 통합으로 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산업화와 민주화 두 세력의 화해와 통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신공항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입지 문제는 객관적인 위치에 있는 전문가들이 결정하도록 할 것임을 약속드리겠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로 통합된 해양수산부를 부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3면이 바다인 나라인 만큼 해양수산 분야에서 미래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해양수산부 부활을 적극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이대통령 편협토론] “정치 목적 남북정상회담 안해… 한·미FTA 반대는 反美”

    [이대통령 편협토론] “정치 목적 남북정상회담 안해… 한·미FTA 반대는 反美”

    임기 5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탈당 등 국내 정치 현안과 이어도 문제, 탈북자 북송 문제, 남북관계 등 국정 전반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청와대 바깥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총선·정치] 개헌은 다음정권서 논의해야 박근혜 한계론은 못 들어봐 이명박 대통령은 국내 정치 현안 중 하나인 자신의 ‘탈당’ 문제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평당원인데, 앞서 대통령들은 총재나 명예총재로 있었다.”면서 “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있어서도 (지금은) 매우 시대에 맞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탈당문제는 과거에 이랬으니까 이렇게 하고 저랬으니까 저렇게 하고 하는 식으로 대입하는 건 맞지 않는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대세론’, ‘박근혜 한계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세론은 들어봐도 한계론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한계론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겠느냐고 보고, 아마 여론을 봐서 대세론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유망한 정치인이다.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유능한 정치인 중 한 사람임을 국민들이 다 아는데 더 언급을 하게 되면 선거법상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여당의 ‘정권 재창출’과 관련,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야권통합이다, 반 MB정서가 있다 하지만 다 국민이 판단할 일이며 국민의 의식은 정치공학을 뛰어넘는 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3김(金) 시대 정치공학으로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풍토로 단정할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국민의 의식 속에 건강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개헌문제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녀 간의 동등한 권한 등을 포함해서 권력구조뿐 아니라 시대에 맞는 정신에 대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의회와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시대정신과 남북 간 현실, 선거법 문제 등을 두루 검토해서 국민투표에 부친다든가 해서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성공단 철수한다고 했더니 北, 문닫겠다는 소리 안하더라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언급하면서는 개성공단의 예를 들면서 원칙을 토대로 새로운 관계를 정립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경우 취임 이후 (북한이) 걸핏하면 문을 닫겠다, 기업을 내쫓겠다고 하는 등 북한이 갑, 우리가 을의 관계였다.”면서 “이에 개성공단 기업을 모두 빼 국내나 해외로 옮길 경우 비용이 얼마나 들 것인지를 조사하니까, 그때부터 북한이 ‘우리(남한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을 철수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개성공단 문을 닫겠다는 소리를 일절 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번은 갑작스레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노임을 두 배로 올려달라고 해서 일언지하에 거절하고는 남북한 공동으로 중국, 베트남의 한국 기업이 어떻게 하는지 (실태를) 조사토록 했다.”면서 “이 실태를 보고는 북한이 (그런 요구를) 철회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대등하거나 우리 쪽 입장이 갑이 됐다.”고 소개하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미 합의와 관련,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한국을 뛰어넘을 수 없으며, 더 이상 ‘통미봉남’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대한민국이 북한을 변화시키기보다 북한 주민이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는 힘이 더 클 것이며, 앞으로도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한두 번 있었으나 과거와 같은 관례적, 조건적 만남은 국내정치적으로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남북관계 진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강력한 조건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니며 총선에 영향을 주려고 북한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 한 총선 전에 대화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관련, “과거 지도자들보다 더 폐쇄적일 것인가, 개방적일 것인가 등 젊은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고 본다.”면서 “나 자신은 정치적 목적으로 임기 중 한번 해야겠지 하는 생각을 갖고 정상회담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복잡한 내부 사정에 의해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염려는 있지만, 실질적 도발 위험은 적고 다만 협박은 많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탈북자·이어도 문제] 탈북자 북송은 인권의 문제 中 책임있는 노력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도를 통한 중국의 해양 위협과 관련, “이어도 문제는 근본적으로 ‘영토분쟁은 아니다’라는 것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어도는 우리 영토에선 149㎞ 떨어져 있고, 중국은 가까운 데서 272㎞ 정도 떨어져 있다. 양국이 수역을 가지고 논의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간에 대한민국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만일 어떤 해상에서 통과과정에 분쟁이 생긴다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제주 근방 수역 관리는 대한민국 경제와 대단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탈북자 북송 문제의 해결 방안과 관련, 이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국이 북한에 편중돼 있지 않다. 중국과 대화가 상당히 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과 공개적으로 4년간 9번 정상회담을 했고, 원자바오 총리와도 7번 만나는 등 모두 16번 만나며 중국 정상과 긴밀하게 대화를 나눴다.”면서 “탈북자 문제는 인권문제이기 때문에 중국이 세계 경제 2강에 들어가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 국제규범에 따라 처리하려는 노력을 해줘야 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올해 수교 2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이 6·25때 참전한 역사적 관계가 있지만 한반도 안정을 위한 노력을 나름대로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북한의 새로운 도발이 있을 때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것을 중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알려줬고 중국도 북한에 이를 공식 전달했다고 답을 줬다.”고 설명했다. [해군기지·FTA 등 현안] 제주 해군기지·한미 FTA 정치적 이용 너무 갑갑하다 이 대통령은 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에 유독 반대가 큰 것은 혹시 이데올로기, 반미(反美)와 관련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안보 플러스 경제문제라고 생각한다. 안보는 이상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현실이며,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은 제주해군기지,(한·미)FTA 반대”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FTA나 제주 해군기지, 이런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 이걸 가지고 (정치권이) 싸우고 항의하기보다는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너무 갑갑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공약과 법안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은 “당장은 표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우리 아이 세대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정치인들도 생각을 할 것”이라면서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가 나오면 거부권을 행사하기 이전에 잘 설득시키고 논의해서 그런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을 더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편 최근 KBS, MBC 등 방송사들의 파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이 어느 개별 회사가 파업한다고 언급을 하게 되면 오히려 그것은 간섭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정부는 불법파업이냐, 법적으로 어떤 고발이 있느냐 이런 것에 한해서 적극적으로 할 수 있으며, (다만) 국민의 볼 권리 이런 데 대해서 회사 스스로 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3) 연개소문과 김춘추

    [선택! 역사를 갈랐다] (3) 연개소문과 김춘추

    642년 초겨울 신라의 김춘추가 살을 에는 삭풍을 뚫고 고구려 평양성을 방문하여 막 정권을 장악한 연개소문을 만났다. 김춘추는 ‘양국의 오랜 다툼을 중단하자.’고 제안하면서 백제 공격을 위한 군사 지원을 요청한다. 이에 연개소문은 ‘한강유역을 돌려주면 구원병을 보내주겠다.’며 매몰차게 대답했다. 김춘추가 ‘신하의 몸이라 영토와 같은 중대한 문제를 결정할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히자, 연개소문은 그를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이 엇갈린 선택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그 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엇갈린 선택을 하면서 고구려와 신라의 운명마저 엇갈리게 만들었다. 양자에 대한 후세의 평가도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유교 명분론이 지배하던 고려와 조선시대, 연개소문이 임금을 죽이고 대국의 명을 거역해 나라를 망친 악인으로 지목된 반면, 김춘추는 사대의 예를 다하고 대국의 위엄을 빌려 삼국을 통일한 성군으로 칭송받았다. 이에 비해 민족의 자주독립을 쟁취해야 했던 20세기 전반, 연개소문은 자주적 대외투쟁가로, 김춘추는 외세의존적 음모가로 뒤바뀐 평가를 받았다. 그럼 유교명분론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고, 근대 민족국가의 국경선마저 낮아지고 있는 오늘, 두 사람의 선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과연 그들의 삶과 선택으로부터 남북분단을 극복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할 지혜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신흥귀족의 후예 vs 방계 왕손 김춘추는 602년에 태어났다. 정복군주 진흥왕을 증조부로 두었지만, 할아버지인 진지왕이 폐위된 다음 그의 집안은 진골귀족들의 배척을 받았다. 다만 김춘추가 정치활동을 개시할 무렵에는 그의 집안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50여년간 재위하면서 왕권을 다진 진평왕이 진골귀족을 견제하기 위해 같은 혈족인 그의 집안을 중용한 것이다. 그리하여 아버지 용춘이 진평왕의 둘째 딸과 결혼하고, 왕실업무를 총괄하며 왕족의 위상을 조금씩 회복했다. 이와 더불어 금관가야의 후예인 김유신 집안과도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진평왕을 이어 선덕여왕이 즉위함에 따라 왕권에 제동을 걸려는 진골귀족의 움직임이 재연되었다. 이런 가운데 642년 여름 김춘추는 일생 최대의 시련을 맞았다. 사위의 잘못으로 인해 서방의 요충지인 대야성(경남 합천)이 백제에 함락당한 것이다. 김춘추는 패전의 책임을 떠안아야 할 위기에 몰렸다. 신라로서도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춘추의 평양행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결행되었다. 한편, 연개소문 집안은 대대로 병권을 장악하고 국권을 좌우하던 유력한 귀족세력이었다. 다만 조상의 연원을 시조 주몽과의 관계가 아니라 물에서 탄생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신흥귀족으로 파악된다. 이 무렵, 고구려 정치체제를 보면, 왕권은 약화되고 최고위 귀족인 대대로(大對盧)가 실권을 행사하는 귀족연립체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唐)이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함에 따라 귀족세력은 강온 양파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특히 640년 고창국을 멸망시킨 당이 압박을 가해오면서 귀족세력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었다. 이때 영류왕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 귀족들이 연개소문을 장성 축조 책임자로 임명하여 중앙정계에서 축출하려고 모의했다. 642년 늦가을, 대동강 변에서 벌인 피의 만찬은 극단적 위기상황에 몰린 연개소문의 자구책이었다. 정치상황이 복잡했기 때문에 그의 쿠데타는 쉽게 성공할 수 있었지만, 쿠데타의 명분이나 권력기반은 미약했다. 연개소문으로서는 무언가 전리품이 필요한 시기에 김춘추가 평양성을 방문한 것이다. ●국가권력의 사유화 vs 정치제도의 개혁 642년 두 사람의 엇갈린 선택에는 개인의 정치적 이해가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김춘추가 방계 왕손으로서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선을 넘었다면, 연개소문은 명분 없는 쿠데타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던 것이다. 이러한 두 사람의 위기와 한계의 연원을 찾다 보면 양국의 유동적인 정치상황과 만나게 된다. 당시 양국의 귀족세력은 분열되어 있었고, 왕권도 약화되거나 많은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양국의 정치상황은 겉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이한 역사시간 속을 걷고 있었다. 고구려가 중앙집권체제에서 귀족연립체제로 전환한 상황이라면, 신라는 중앙집권체제를 향해 도약하는 중이었다. 또한 두 사람의 정치적 입지에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양자 모두 다수 귀족으로부터 배척받고 있었지만, 연개소문이 일반 귀족에 불과했던 반면 김춘추는 방계 왕손이지만 잠재적인 왕위 계승권자였다. 실제 연개소문은 왕족이 아닌 한계로 인해 왕위에 오를 수 없었다. 이에 연개소문은 보장왕을 옹립한 다음, 반대파 귀족세력을 제압하려다 여의치 않자 주로 사적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데 치중했다. 어린 자식에게 높은 관등을 수여하고 군사권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로써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여 종신집권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귀족연립체제의 모순을 개혁하고 권력을 정당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귀족연립체제의 모순은 오랫동안 잠복했다가 665년 그의 죽음과 함께 폭발했다. 한편, 김춘추는 647년 비담의 난을 평정하고 김유신과 함께 정치적 실권을 장악했다. 그리고는 국정을 총괄하다가 진덕여왕 사후 귀족회의의 추대로 왕위에 올랐다. 연개소문과 달리 합법적 절차를 거쳐 최고 권력을 획득한 것이다. 또한 중앙집권체제를 향해 도약하던 역사적 상황을 활용해 당의 육전조직에 준하는 정치제도를 갖추고, 유교사상을 받아들여 새로운 시대정신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이처럼 양자는 동시대 인물이었지만 상이한 역사시간 속에서 살았고, 정치적 입지도 달랐다. 김춘추가 유리한 역사시간과 정치적 상황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권력을 획득하고 제도개혁에 주력한 반면, 연개소문은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국가권력의 사유화라는 유혹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러한 차이는 궁극적으로 대외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독자세력권 유지 vs 당(唐) 중심 국제질서의 활용 양국은 국제관계에서도 상이한 역사시간을 걷고 있었다. 5세기만 하더라도 고구려가 동북아 일대에 독자세력권을 구축한 반면, 신라는 고구려에 예속된 상태였다. 그런데 6세기 중반 신라의 한강유역 장악으로 양국 관계는 점차 대등한 양상으로 변모했다. 더욱이 중국대륙을 통일한 수와 당이 ‘일원적 국제질서’를 추구함에 따라 고구려는 이들과 맞서야 했던 반면, 신라는 고구려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수나 당이 추구하던 신국제질서가 양국에 정반대의 역사시간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물론 고구려가 당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또한 고구려와 신라가 영원히 적으로 남아 있으란 법도 없었다. 가령 630년대 당이 대수(對隋) 전승기념비인 경관을 파괴하자, 고구려는 천리장성 축조로 맞서면서 세자를 파견하는 강온 양면책을 구사했다. 그리고 김춘추가 평양성을 방문했듯이 고구려의 대외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신라와 손을 맞잡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연개소문은 당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시도하면서도 신라에 대해서는 강경 자세를 취했다. 이는 하루빨리 전과를 올리려는 성급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선택의 화살은 이미 날아간 뒤였다. 당은 그의 불법적 쿠데타를 명분 삼아 고구려 원정에 나섰다. 연개소문으로서도 대당(對唐) 강경책으로 선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개소문은 입체적 군사방어체계 덕분에 당의 침공을 물리칠 수 있었지만,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648년 김춘추가 당으로 건너가 군사동맹을 체결한 것이다. 이로써 고구려는 남북에서 협공을 받는 상황으로 몰렸다. 연개소문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지만, 대세를 뒤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지만 신라라고 ‘중국만이 태양이다.’는 당의 대외정책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실제 당은 660년 백제 멸망 직후부터 신라를 병탄하려는 야욕을 드러냈다. 이를 간파한 신라는 왜와의 적대관계를 개선하고 군사역량을 강화하는 등의 대비책을 세워 고구려 멸망 이후 전개된 나당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경쟁 vs 연대 이렇게 본다면 고구려 연개소문이 독자세력권을 고집하며 당에 맞서다가 멸망한 반면, 신라 김춘추는 당 중심 국제질서를 활용해 삼국통일을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신라가 고구려 영역의 일부만 관할한 데서 보듯이 삼국통일은 명확한 한계를 띠었다. 김춘추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지 모르지만, 긴 역사적 흐름에서는 역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동족의식이 희박했고 또 정치적 이해관계도 달랐던 연개소문과 김춘추가 상대방을 생존경쟁의 대상으로만 인식한 결과이다. 바로 이 점이 남북분단을 극복하고 국제정세에 대처할 지혜를 얻기 위해 곱씹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남북한이 불필요한 경쟁을 자제하고 진정한 연대의 대상으로 인식할 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남북한에 의해 형성된 구심력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나갈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진정한 대응책도 바로 이 속에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642년 초겨울 연개소문이 김춘추의 손을 맞잡는 장면을 상상해 보는 것이 그렇게 헛된 망상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호규(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교수)
  • [시론] ‘지역주의적 대의정치’의 장벽 넘어서나/김형수 소설가

    [시론] ‘지역주의적 대의정치’의 장벽 넘어서나/김형수 소설가

    세상의 모든 현상에는 진원지가 있다. 강물의 발원지처럼 그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낙동강 육백리의 유장함 속에서 강원도 태백의 작은 연못을 읽는 이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황지에서 솟는 물이 낙동 대하의 원동력이다. 그 샘이 흐름을 만들고, 그 힘에 떠밀려간 물이 길을 찾는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자란 ‘인기 있는 자’가 아니라 ‘맨 앞에 있는 자’, 즉 길을 찾는 자이다. 인류는 지금 새로운 길 찾기를 하고 있다. 작년에 신세계 질서의 향방을 묻는 세 가지 사태, 재스민 혁명, 후쿠시마 원전사고, 월가 점령 시위를 경험했지만 어디에서도 대안이 제시되지 못했다. 지구의 곳곳에서 수많은 폭동과 시위가 일지만 뚜렷한 주체도, 요구사항도 쉬 파악되지 않는다. 누구도 집단적 신념 체계를 내놓지 못하는, 대안이 고갈된 ‘이후 체제’가 진행 중인 셈이다. 극심한 정치 불신을 겪는 나라가 한두 곳이 아니다. 정당들은 다투어 정책을 세우고 대안을 말하지만 시민들은 믿지 않는다. 이제까지 전대미문의 생산력을 과시해온 신자유주의는 절대 다수를 분배의 자리에서 격리시켰다. 근대정치의 최대 권능을 얻은 국회들은 대의기구와 유권자 사이를 얼마나 멀리 떨어뜨렸는가. 위기와 증상은 있지만 해결책이 없다는 것, 이것이 오늘의 시대정신을 민란으로 몰아가는지 모른다. 다 함께 나서서 어떤 자유를, 어떤 사회를, 어떤 정부를, 어떤 행복을 바랄지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 밖에 답이 있을 것인가? 신기한 것은 물이 흐르는 만큼 세상도 흐른다는 것이다. 진창에서 출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배제된 자들을 응집시킨다. 최정예 디지털 기기를 장착한 미디어는 놀라운 속도로 고립된 대중을 연결시킨다. 그래서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국가나 파워 엘리트뿐 아니라 똑똑하지 못하거나 바보 같은 군중 에너지도 사회 시스템을 통제, 마비시킨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정치 환경의 본질이다. 한국 정치의 열정은 민간 소통의 가장 낮은 곳에 내려가 민란을 외치던 한 사내의 가슴에서 시작되었다. 한반도의 시골 벌판을 역사의 광야로 삼아 눈보라 속에서 외치던 사람의 처절한 진정성을 생각해 보라. 그 의분에 찬 사내의 발걸음을 따라 산업사회적 간접민주제는 스러져 가고 새로운 형태의 직접민주제가 싹을 틔웠다. 2008년 촛불 때도 보았지만, 온 누리를 뒤덮는 거대한 빛 무더기를 세 갈래, 네 갈래로 쪼개 버린 것이 ‘대의기구’의 참여자들이었다. 한때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노당 등으로 나뉘었던 정당들은 그 어떤 지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 정치세력인 ‘제5의 당’, 즉 시민대중을 배척한 벌을 톡톡히 받고 있다. 여기서 칠흑 같은 어둠을 깨뜨리며 솟아오르는 달빛처럼 서늘한 민란이 노약한 정당의 손을 잡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다. 그 민란에 뛰어들지 못해 구체적인 경로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신세계의 대중을 움직이게 만든 건 사실이다. 현실정치는 제5세력의 순정이 개입하면서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안철수 신드롬도, 문재인 희망론도, 혁신과 변화의 바람도 모두 그곳에서 현실의 옷을 입었다. 그러나 다들 출구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빛의 범람을 맛본 하늘의 낮달처럼 광휘를 잃은 그것을 편의상 ‘낮달 캠프’라고 부르자. 그 ‘낮달 캠프’가 낙동강을 따라간 것은 참으로 상징적이다. 그동안 합리적 궤도를 벗어난 막무가내의 정견들이 그 강을 따라 전개됐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낙동강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끝에 주목할 만한 대선 후보가 있어서만이 아니다. 모처럼 이 땅에 굽이쳐 온 변화의 열정이 ‘지역주의적 대의정치’라고 하는 낡은 장벽을 넘을지 못 넘을지 판가름하는, 숨가쁜 미래 전망이 거기에 있어서다. 왜 자꾸 잊는가? 지금은 대선 후보에 한눈 팔 때가 아니라 ‘낮달 캠프’의 고투에 주목할 때이다.
  • [이명박 대통령 취임 4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성과”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 초래”

    [이명박 대통령 취임 4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성과”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 초래”

    집권 4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치학자들의 평가는 보수·진보를 떠나 기대치를 크게 밑돈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수 학자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과 한·미 동맹 복원 등 경제·외교 부문의 성과를 지적했지만 대통령의 사회 통합 노력은 기대 수준에 크게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진보 학자들은 현 정부가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경제 부문에 있어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부자 감세, 4대강 사업, 고용 없는 성장 등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외부 자문그룹 멤버인 김도종(56)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 집권 내내 이어진 소통 부재 식의 인사와 사회 통합을 일궈 내지 못한 정치력 부재, 자기반성의 부재 등이 국민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며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회 통합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대통령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사회적 양극화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돼 1997년 외환위기 후 지표로 보면 참여정부 때 가장 악화된 과오가 있다.”며 “이 대통령의 책임은 서민 경제에 안전 장치를 만들지 못하고 정권 초반부터 국민에게 낙인시킨 ‘부자 정부’의 이미지를 끝내 깨지 못한 데 있다.”고 말했다. 보수 계열의 계간지인 ‘시대정신’ 발행인 김세중(65)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종합적으로 볼 때 중간보다는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다.”며 “이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등 적지 않은 경제적 성과를 보였고,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대북 원칙 고수 등을 통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허실을 바로잡은 점은 역사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두둔했다. 진보 정치학자인 박상훈(48) 후마니타스 대표는 “보수 정부라고 더 가혹하게 비판하는 건 문제가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국민 의사를 대변하는 데 충실하지 못했다.”며 “현 정부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권위주의를 벗지 못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절차적 공동체의 가치 기반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후퇴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그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지만 이미 국회에서 절차를 통해 비준한 정책을 야당이 또다시 뒤집으려는 건 역시 절차적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학 전문가인 이창원(52)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처음부터 정책 가치로 양립하기 어려운 ‘작은 정부’와 ‘실용 정부’를 내세우다 보니 두 가치 모두 실종됐다.”며 “실용정부의 시작은 좋았지만 이를 실현할 도구와 철학을 중도에서 상실했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 학자의 견해가 첨예하게 갈렸다. 김세중 교수는 “햇볕정책의 대북 퍼주기로 인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대북 강경기조를 통해 북한에 확고한 메시지를 주는 게 필요하며 남북 간 대화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저자세로 대화를 위한 대화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도종 교수는 “북한 내부 체제의 불안정성이 문제이지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반면 김근식(47)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이명박 정부의 목표는 슬로건만 됐을 뿐 구체적 실천 방안도 미흡해 긴장만 고조시키는 결과만 낳았다.”고 비판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도 “이 대통령이 기존의 국민적 합의인 화해평화 정책보다 강경책을 쓰다 보니 국민 의사와 충돌만 했다.”고 진단했다. 정치학자들은 이 대통령의 임기 말 주요 과제로 서민 경제의 연착륙과 경제 불평등 완화, 공정한 선거 관리 등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김도종 교수는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겸허하게 자기 반성을 하는 건 국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서민 생활 안정과 구조화되고 있는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중 교수는 “막판에 폼을 내려는 유혹에 빠져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진행 중인 정책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훈 대표는 “정치적 이행기인 올해의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 개의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며 “선거를 통한 국민 의사가 제대로 표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원 교수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한 정책 기조를 더욱 강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동환·하종훈기자 ipsofacto@seoul.co.kr
  • 문성근 “신진인사 공정한 평가 못 받아”

    문성근 “신진인사 공정한 평가 못 받아”

    민주통합당 문성근 최고위원은 21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가 4·11 총선 공천심사와 관련, “통합의 효과를 내는 데 굉장히 기여하고 있는 분들이나 신진 유능 인사들이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옛 민주당 세력에 비해 시민통합당이나 시민단체 출신들, 넓게는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이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 표출이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포함된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단도 전날 민주통합당의 민주계를 겨낭한 흔적이 역력한 공천 혁신 요구 성명서를 발표했었다. 이틀 연속 친노의 공세다. 민주통합당 내 민주계와 혁통계를 축으로 하는 친노 세력 간 공천 대전이 점점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현재 친노 세력의 기세가 등등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사람들이 주축인 옛 민주계 인사들은 물갈이 대상 구세력으로 몰리고 있다. 친노의 공세는 집요하다. 친노들은 민주계에 대해 “새로운 정치에 맞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며 쉴 틈을 주지 않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민주계는 “친노가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것은 당 분열을 초래한다.”며 분개한다. 개별 지역구의 공천 경쟁은 대부분 ‘친노 공세-민주계 방어’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전 KBS 앵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때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을 지낸 노식래씨와 서울 용산에서 공천경쟁을 하고 있다. DJ 비서 출신 설훈 전 의원은 경기 부천 원미을에서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한병환씨와 경쟁한다. DJ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남 목포에서 KBS 기자 출신인 배종호 혁통 전남 상임대표의 도전을 받고 있다. 전북 군산에서는 국민의 정부 경제수석 비서관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3선의 강봉균 의원이 함운경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신영대 참여정부 홍보수석실 행정관 등 친노 2명의 거친 공세에 직면해 있다. 이 밖에도 국민의 정부 민주당 실세였던 4선의 정균환 전 의원은 서울 송파병에서 조재희 전 참여정부 정책관리비서관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공천 경쟁의 열쇠는 공천심사위 세력 분포상 친노 세력이 쥐고 있다는 평이 우세하다. 개혁적 시대정신이란 명분에서도 친노가 앞선 분위기지만 최종적으로는 개인별 경쟁력과 여론의 흐름이 공천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춘규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서울광장] 새누리당, 복지 경쟁을 두려워 말라/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새누리당, 복지 경쟁을 두려워 말라/구본영 논설위원

    “때론 스무살 청년보다 예순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열정을 잃으면 마음이 시든다….” 학창 시절 애송시였던 새뮤얼 울만의 ‘청춘’의 일부다. 지금도 가만히 읊조리면 가슴이 뛴다. 울만의 시구처럼 사람은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열정을 잃고 변화를 멈춤으로써 늙는다. 사회적 유기체 격인 정당도 변화에 굼뜨면 노쇠한 것처럼 비치기 마련이다. 여당이 뒤늦게 이를 인식한 건가. 15세 한나라당이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제 당 간판을 바꿔 달았으니 국민에게 제1 당 자리를 지켜 달라고 요구할 텐가. 속 보이는 일이다. 영국의 집권당인 보수당은 182년째 굳건히 당명을 지키고 있는데…. 등 돌린 민심이 강요하는 변화의 물결에 떠밀린 탓일까. 여권 전체가 혼비백산한 느낌도 든다. 정강·정책을 고치느라 법석을 떨면서 총부리를 안으로 돌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박근혜 위원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가 새 정강·정책에서 ‘북한의 개혁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환’이란 문구를 빼자 전여옥 의원은 “진짜 미쳤나?”라고 치받았다. 여권이 진작 시대정신을 잘 읽어내 변화를 모색하는 데 힘을 모았다면 이처럼 황망한 지경에 처했겠나 싶다. 보수 정당이 계속 집권하려면 미래에 대한 비전과 자기 희생의 모습을 함께 보여 현재의 질서를 수용할 만하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 영국 보수당처럼 말이다. 그래야만 국가적 위기 시 국민에게 땀과 눈물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처칠이나 대처 총리가 그랬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어떠했는가. 야당이 전면 무상급식 등 인기영합성 이슈를 들고나올 때마다 무작정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는 데 급급해했던 인상이다.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의 처지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대안을 찾는 데도 게을렀다. 그렇다고 다수 여론이 지지하는 정부 정책도 집권당답게 힘있게 뒷받침하지 못했다. 친이-친박이 사사건건 부딪치면서다. 그러면서 야당과 짝짜꿍해 의원들의 평생연금이 걸린 헌정회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이런 게 쌓여 이명박 정부와 범여권의 곤경이 시작됐다. 보수를 표방해서가 아니라 참보수다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도덕적 책무)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위기가 싹튼 셈이다. 그래서 여당이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하느니 마느니 하는 논쟁은 부질없는 일이었다. 열린 보수나 합리적 진보라면 어느 한 쪽이 절대 선, 다른 쪽이 절대 악일 리야 없다. 상대적으로 진보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당장의’ 해결책에 치중하는 쪽이다. 반면, 보수는 모든 국가 구성원들을 지키는 ‘궁극적인’ 정책을 모색하는 편이다. 이로 인해 보수는 단기적으로 기득권 편으로 비치기 쉽다. 이는 보수 정당이 외려 적극적 복지 정책을 추진해야 할 이유다. 역사적으로도 보수적 정체성을 가진 정당이 ‘복지 원조’였던 사례가 많다. 부국강병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옛 독일제국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가 건강보험범, 산재보험법, 고령장애연금법을 차례로 도입한 주인공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선진국들이 선망하는 우리의 건강보험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설계돼 노태우 정부 때 완성되지 않았는가. 반면 무상배급·무상의료를 선전하지만 인민들에게 줄 식량도, 약품도 없어 구걸행각을 일삼는 북한정권의 실상을 보라.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개인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 줘야 한다는 얼치기 좌파의 프레임에 휘말려선 안 될 것이다. 까닭에 새누리당은 변화를 추구하되 중심을 잃어서는 안 될 듯싶다. 유권자들의 한 표가 아쉬워 달콤한 포퓰리즘 정책 경쟁으로 국가공동체의 미래 생존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일이 책임 있는 공당이 할 짓일까. 새누리당은 보수(保守)를 폐기할 게 아니라 보수(補修)하는 데서 살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적극적인 복지 확대 정책을 펴되 지속가능한 생산적 복지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정홍원 “정말 바뀌었다고 느끼게 할 것”

    새누리당 4월 총선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가 공천 심사를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2일 공천위원들은 국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오후에 공천 심사를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공천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어떻게 해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공천할 수 있을까 하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임명장을 받은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공천 작업이) ‘쓴잔’임에도 이 일을 맡게 된 것은 나라가 위기에 빠졌는데 몸 바쳐서 일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라면서 “조그만 사심도 버리고 ‘정말 이제는 바뀌었구나’ 하고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연기획자인 박명성 공천위원은 비유를 통해 공천 기준을 밝혔다. 그는 “대중적이고 인지도 있는 배우와 실력 있는 배우 중 어느 배우를 선정할까 고민하는데 일시적으로는 대중적이고 인지도 있는 배우가 좋을지 몰라도 작품성을 보면 실력 있는 배우가 낫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비대위원장은 “진심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요구와 시대정신에 맞게 당의 가치와 방향을 전면 수정했고, 국민이 정말 원하는 인물을 공천할 수 있는 공천위 구성도 마쳤다.”면서 “생각과 사람, 이름까지 바꾸면 우리 당은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찬을 함께한 공천위원들은 오후에 공천심사를 위한 첫 공식회의에 돌입했다. 공천심사의 책임감을 의식한 듯 회의에 참석한 공천위원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정 공천위원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공천에 대한 저항이나 반발은 뚫고 가겠다.”면서 “공천 작업을 양심껏 사심 없이 진행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제가 위원장으로서 방패막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언론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대변인을 두기로 했지만 아직 정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례대표 신청과 입당 전력에 대한 거짓말 논란으로 진영아 공천위원이 사퇴한 데 대해 박 비대위원장은 “그걸로 일단락됐다.”면서 “자진해서 당에 누를 더 끼치지 않겠다고 사퇴했는데 자꾸 토 달고 이런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위원 10명으로 계속 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민주당 공심위원 후보군은… 이민화·전하진·우석훈 등 거론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자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공천심사위원장에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1일 임명한 민주통합당은 3일까지 강 위원장과 손발을 맞춰 공천심사 작업을 진행할 공천심사위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공심위원은 당 내외 인사로 6대6 또는 7대7 정도로 구성될 예정이다.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호남 물갈이’ ‘공천 혁신’ 등을 거듭 강조했던 민주당 지도부인 만큼 공심위원들로 누가 선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내외 인사 6대6·7대7 구성 민주당은 재벌개혁·검찰개혁·경제민주화 등을 총선 공약으로 내건 만큼 ‘청렴’ ‘강직’ ‘공정’의 가치에 맞는 인물들로 공심위원들을 꾸리기로 했다. 여성위원 30%를 할당하기로 했으며 당내 위원 7명에는 기존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통합당 출신들을 골고루 섞을 예정이다. 또 계파 간 불만이 없도록 최고위원들의 추천을 받아 탕평 인사를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계파 간 ‘사람 심기’ 등 눈치작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한나라당 공심위원 면면을 보면 국회의원 이름도 제대로 모르거나 정치에 문외한인 분들이 다수여서 어떻게 심사를 할지 궁금하다.”면서 “민주당은 시대정신에 맞고 (민주당 공약에 걸맞은) 상징성 있는 분들을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위원 30% 할당키로 공심위원 후보로 벤처기업 ‘메디슨’ 설립자인 이민화 KAIST 교수, 전하진 세라(SERA) 인재개발원 대표,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민화 교수는 “연락받은 바 없으며, 정치 성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고, 우석훈 교수는 “요청이 있다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경민 대변인은 “공심위원 선임은 확정 단계 내지는 본인의 동의를 얻는 단계까지 와 있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면서 “2∼3일 중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정세균 전 최고위원 등 대권 주자들은 “위원을 추천하지 않겠다.”(정세균), “선발에 관여하지 않겠다.”(손학규·정동영)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운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계파간 ‘사람심기’ 치열할 듯 이는 이번 공심위가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의정활동, 경쟁력 등의 잣대로 현역 의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킬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심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대선 경선 과정에서 판세의 유불리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심위가 구성되면 공천 기준과 경선의 세부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오는 9일쯤 후보 공모를 시작하려면 그 전에 지도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 민주당은 ▲도덕성 ▲정체성 ▲개혁성 등을 심사 기준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김종인 말말말…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던 1990년 대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4800만평을 매각하도록 했다. 이보다 앞서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1989년에는 전 국민 의료보험제 도입을 주도, 현재의 건강보험제도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기도 하다. ‘반재벌주의자’로 불리면서, 유럽형 복지론자로도 불리는 배경이다. 재벌 개혁 및 복지와 관련해 그가 각종 인터뷰 등에서 했던 주요 발언을 정리한다. ▲재벌은 무소불위다. 법 위에 있어서 법의 적용을 안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MB노믹스는 없다. 747공약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공약이다. 가당치도 않은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법인세 감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후진국, 선진국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얘기다. ▲시장주의란 옛날부터 이론가들 얘기고, 현실에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그걸 믿고 따라가면 사회가 폭발해 버린다. 길게는 수백 년간 자본주의를 하면서 별별 모순을 다 겪고 그걸 이렇게 저렇게 해결해서 만들어 놓은 사회, 그게 오늘날 유럽이다. 미국도 역사가 짧아서 그렇지 곧 따라갈 것이다. ▲압축 성장을 하면서 만들어진 재벌 구조에 어느 정권도 손을 못 대고 지금까지 왔다. ▲무상급식을 하려면 부자나 가난한 사람 따지지 말고 다 해줘야 한다. ▲복지는 자신의 능력 안에서 하면 된다. 이제까지 복지를 해서 망한 나라는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일 먼저 복지를 주창한 사람들이 바로 보수주의자다. 보수를 지키기 위해 보수가 먼저 양보를 해야 한다. ▲복지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정신이다. 빅토르 위고는 ‘이미 도래한 아이디어는 지구상의 어떤 힘도 정지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복지논쟁이 같은 상황이다. 우리 능력의 범위 내에서 조화롭게 복지제도를 만들어 끌고 갈 것인가를 얘기해야 한다. ▲복지는 지속성을 가져야 하고 경제 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이것을) 아는 사람 하나도 없이 정치권에서 떠들기만 하고 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신춘문예 당선 젊은 문인들에게

    [최동호 새벽을 열며] 신춘문예 당선 젊은 문인들에게

    신춘문예는 한국문학을 위한 거대한 축제의 자리이다. 해마다 신년 벽두를 장식하는 젊은 문인들의 패기와 열정은 우리 문단의 미래를 밝혀왔다. 국민적 관심 속에 등단한 그들에게 부여되는 화려한 조명은 이제 첫 등단한 신인을 위한 것치고는 과분하다. 그럼에도 한국의 거의 모든 신문사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해를 거르지 않고 이 축제를 마련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부여되어 왔기 때문이다. 1929년부터 시작된 신춘문예는 그동안 한국문학사를 장식하는 걸출한 문인을 배출해 왔으며 이러한 성과가 신춘문예를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올리는 힘이 되었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금년에도 100여명의 신인들이 탄생했다. 시를 중심으로 그들의 작품을 일별해 본다면 실험적인 시편보다는 보편적인 서정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당선자들의 연령도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 같다. 20대 안팎의 젊은이들이 아니라 인생 경험이 어느 정도 축적된 30~40대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과격한 실험시들이 주류를 이루던 것과는 대조적인 경향이다. 세기말적인 전환의 혼돈과 불안 속에서 실험적인 시들이 문단의 전면에 대두된 것이다. 미래파라 지칭되는 시들에 미래를 조망하는 역사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필자는 지적하면서, 장황하고 난삽한 시적 유행을 극복하고 시대정신을 펼쳐나갈 극서정시의 출현을 강조한 바 있다. 스마트폰의 동영상이 대중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회를 선도하는 디지털적 상황에서 활자문화시대의 서정시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극서정시론의 요지였다. 소통불능의 실험시에서 다시 한 번 변신해야 우리 시의 나아갈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일단 금년도 신춘문예 관문을 뚫고 나온 당선자들에게 축하와 함께 간곡한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우선 오직 각자 자신만의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유혹과 난관이 그들 앞에는 가로놓여 있다. 그것을 회피하거나 그것과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문단 선배들로부터 흔히 듣는 평범한 당부처럼 보이지만 신인으로서는 가장 실천하기 힘든 사항일 것이다. 문학은 화려하고 영광된 것이라기보다는 고독한 작업이다. 자기와 고독한 싸움의 결과로 탄생한 문학에 부여되는 것이 찬사와 명예이다. 다음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른 문인들의 작품을 더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한국의 많은 시인들이 타인의 작품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오직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다른 시인들의 작품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인들도 많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필수적으로 타인의 작품을 깊이 읽고 자신과의 변별점을 찾아내는 시인만이 자신의 독자적인 세계를 펼쳐 나간다는 사실이다. 타인의 작품을 깊게 숙독한 사람만이 그들과 다른 자기의 개성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조언은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사색하라는 것이다. 가치의 중심이 흔들리고 디지털적 풍문이 난무하는 혼돈의 시대일수록 들뜬 감정에 사로잡히기 쉽다. 이를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읽고 경험한 것들을 발효시킬 적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찰나적이며 감각적인 문학은 지속성을 가지기 힘들다. 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신춘문예 당선자들 중에 10년 후까지 생존하는 시인은 불과 10% 내외라고 한다. 그 후 다시 10년, 20년이 지난 다음에도 문단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더욱 축소된다. 그리고 문단의 정상에 올라가는 문인은 불과 한두 사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문학의 미래는 이제 갓 등단한 젊은 신인들에게 달려 있다. 그들 중의 누군가가 힘차게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 우리 문학을 세계적인 문학의 반열에 올려놓는 대가가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들의 장도를 기리며 아낌없는 축복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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