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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 TV 하이라이트]

    ●사미인곡(KBS1 오후 11시30분)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 하나로 뭉쳤다.독립영화 창작집단, ‘키노망고스틴’의 4인방 류훈,오영두,장윤정,홍영근씨.지금까지 수십 편에 이르는 영화가 이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지만,이들에겐 못내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바로 ‘내 영화’를 만드는 것.우연한 기회에 서로의 꿈을 확인한 이들은 곧바로 행동을 개시하는데.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한국으로 입양된 러시아 소녀 장수인과 한국인 엄마 김경희 모녀를 만나본다.수인이를 입양하게 된 계기와 수인이에게 듣는 한국 가족과의 첫 만남,한국 엄마와 러시아 엄마의 차이를 들어본다.6개월만에 한국어를 마스터하고 친구들의 고민 상담가로 인기 만점인 수인이의 학교생활도 함께 한다. ●창사47주년 특별기획 에덴의 동쪽(MBC 오후 9시55분) 신태환의 핏줄이 아닌 걸 다행으로 알라던 레베카의 말을 확인하러 명훈은 레베카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가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한다.명훈은 친자 확인을 위해 신태환의 침실에 들어가 머리카락을 줍는다.결과가 나왔다는 원장의 전화에 명훈은 잔뜩 긴장하는데. ●TV로펌 솔로몬(SBS 오후 8시50분) 무능한 남편 강산뿐 아니라 사사건건 괴롭히며 못살게 구는 시어머니 옥순과 시누이 강자로 인해 순정의 시집살이는 항상 고되다.급기야 이들과 다투던 중 유산까지 하게 되고 지독한 시집살이를 견디다 못한 순정은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과연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지나친 시집살이,이혼 사유가 될까 ●실버퀴즈 노노클럽(EBS 오후 7시50분) 이번 시간에는 신내복지관 부설 애원시니어대학 어르신들과 함께 한다.말년에 새롭게 학창시절을 마음껏 즐기는 어르신들.체계적인 수업과 철저한 성적관리로 공부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고 한다.졸업 후 아쉬워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대학원 코스까지,학구열에 불타는 어르신들의 활기차고 유쾌한 모습을 소개한다. ●세계 세계인<교양학교>(YTN 오전 10시30분) 일본에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전통 요리를 하거나,기모노를 입는 것은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구경하기 힘든 모습이 됐다.평소에 하지 않다보니 기모노를 제대로 입거나,전통 요리법을 아는 사람도 점점 줄고 있다.일본 전통 교양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를 찾아가 본다.
  • [14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2 오후 8시20분) ‘샬롯’이라는 이름 대신 “야야“라고 부르는 경상도 토박이 시어머니 뒤를 쫓아다니며 살림공부를 하는 여자 샬롯. 하지만 지금도 산과 들에서 나는 온갖 나물들로 못하는 음식이 없는 살림꾼 시어머니의 그림자도 쫓아가지 못한다. 시어머니의 뒤를 잇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캐나다 며느리 샬롯의 하루.   ●타짜(SBS 오후 9시55분) 지리산 작두가 아귀가 찾는 대호라는 사실을 알게 된 고니는 충격을 받는다. 고니는 대호가 3년 동안 어머니께 연락도 하지 않았다며 불효를 꾸짖자 아버지 죽음의 이유조차 모르고 지낸 불효보다 더 큰 것이 있겠냐고 말한다. 한편 최소장을 찾아간 영민은 비밀장부를 건네지만, 불곰이 나타나 진짜 장부를 건넨다.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30분) 하빌이 시장을 보는 사이, 경선씨는 아이들을 챙기고 마트 문을 연다.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를 하고 다 같이 식사를 하는 가족들. 부부를 꼭 빼닮은 세 아이에 시어머니, 시누이, 시동생, 아주버님, 조카들까지. 방글라데시에서 온 10명이 넘는 대가족을 알뜰살뜰 보살피는 하빌과 경선씨 부부를 만나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0분) 멕시코 툴룸에서는 최근 역사와 문화, 환경을 지키면서도 관광산업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기에 분주하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기암절벽 위에 자리한 800년 역사의 툴룸 유적지. 이곳은 멕시코의 가장 중요한 마야 유적지 가운데 하나로, 여행산업은 이곳 경제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다큐프라임(EBS 오후 11시10분) ‘문명의 교차로´ 스페인. 수백 년에 걸친 이슬람과 가톨릭 간의 전쟁은 오래도록 이 땅을 긴장과 대립으로 몰아넣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류문화를 남겼다. 알함브라 궁전과 이슬람 대사원, 플라멩코와 투우가 있는 문화 공존의 현장을 역사기행전문가 권삼윤과 함께 누벼본다.   ●창사47주년 특별기획 에덴의 동쪽(MBC 오후 9시55분) 한국으로 들어온 지현은 병원에서 동욱과 마주치고, 동욱에게 지현은 이제 그만 민주화 운동은 포기하고 학업에만 열중하며 편히 살라고 말한다. 동욱은 자신이 진짜 힘들었던 건 지현이를 마음속에서 몰아내는 거였다고 고백한다. 한편 기순을 납치한 왕건은 동철에게 전화를 하는데….
  • [26일 TV 하이라이트]

    ●주말 (N)(YTN 오후 8시35분)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춤 탱고. 탱고의 매력에 흠뻑 빠진 동호회 사람들을 만난다. 경기도 고양의 이색 동물원도 찾아간다. 눈으로 구경만 하는 동물원이 아닌, 동물들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별난 동물원이다. 킥보드를 타는 오랑우탄부터 기침하는 앵무새까지 동물 친구들의 재롱이 펼쳐진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논일, 밭일, 과수원 일에 집안살림까지 혼자 도맡아 하는 미경. 게다가 가까이 사는 시누이들은 매일같이 남편에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서는 온갖 요구사항을 다 늘어놓는다. 이 와중에 남편인 기태마저 건달처럼 빈둥거리며 산다. 다방 아가씨들과 대놓고 어울려 다니며 미경을 무시하기 일쑤인데…. ●애자언니 민자(SBS 오후 7시20분) 채린은 병원 침대에 누운 청민을 보며 안절부절못한다. 하지만 청민은 운동신경이 빨라서 괜찮다며 채린을 위로한다. 의사는 청민에게 다친 곳을 일러주며 당분간 조심하라고 말하고, 채린에게도 남편 걱정 말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채린은 자신은 어머니가 될 자격이 없다며 울먹인다. ●살기 위하여(EBS 오후 1시15분) 새만금 간척사업이 갯벌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본다. 정부와의 힘겨운 싸움에 지친 계화도 내부에서도 반목이 일어난다. 갯벌을 유지하길 원하는 어민들과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다른 주민들. 정부는 누구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분열을 조장한다.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KBS1 오후 10시) 1등급 이상의 명품에만 편중된 한우의 생산 및 소비 현상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난 3월28일 ‘위험한 잠자리, 재탕 매트리스를 고발한다’ 방송 이후에도 여전히 재탕 매트리스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를 고발하고, 유통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흔들리지마(MBC 오전 7시50분) 수현은 용대에게 엄마가 딸을 만나는데 무슨 권리로 막는 거냐고 말한다. 드디어 정희는 수현을 찾아온다. 엄마 없이 사느라 힘들었겠다는 정희의 말에 수현은 어떻게 연락 한번 없을 수가 있냐며 죽은 줄만 알았다고 한다. 정희는 수현이 기회만 준다면 한국에서 엄마 노릇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 ‘恨가위’

    가족의 정을 느끼는 훈훈한 명절이 ‘옛일’이 되고 있다. 이번 추석에는 가정불화로 경찰서를 찾은 이들이 유난히 많았다. 친지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시부모를 자주 찾지 않는 올케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시누이가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추석인 14일 시누이와 올케 관계인 안모(45)씨와 박모(42)씨를 폭력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연휴 내내 말다툼을 하다 결국 몸싸움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마포경찰서도 시댁에 전화도 하지 않는 부인을 마구 때린 혐의로 최모(5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는 “며칠 전부터 아내에게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면 어머니께 안부 전화라도 하라고 했으나 이를 거부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성북경찰서는 15일 새벽 추석에 시댁은 찾지 않고 친정에만 다녀온 부인을 폭행한 김모(5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추석을 맞아 한복을 입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가족 일행을 보고 돈이 없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길가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쇠파이프로 내려친 김모(27)씨를 입건했다. 실제로 명절 이후에는 이혼 신청이 급증한다. 서울가정법원 홍창우 공보판사는 “2005∼2007년 서울가정법원 이혼신청 통계를 보면 3년째 설날과 추석 이후 이혼 신청이 크게 증가해 ‘명절이혼’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면서 “명절 때 처가나 본가를 방문하는 문제로 다투거나, 가족들이 많이 모였을 때 잠재됐던 갈등이 증폭돼 이혼을 신청하는 부부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 신청은 모두 18만여건. 특이하게도 유독 3월과 10월이 월 평균(1만 5000여건)보다 1000∼2000건 정도 많은 이혼 신청이 접수됐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27일 TV 하이라이트]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정부가 지난주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주에는 공기업 선진화 2차 방안도 내놓았고, 다음 주에는 양도세 종부세 등을 포함해 세제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이 경제불황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나라당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본다.   ●산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분) 인수와 가깝게 지내던 4년차 레지던트 여자친구가 보건소를 방문해 며칠 지내다 간다고 하자, 종아는 왠지 모를 소외감과 불안감을 느낀다. 유미는 남자에게 여자친구란 없다며 종아를 가르치려 들고, 결국 종수와 함께 종아가 한심하다며 탓하다 들켜 시누이 올케 사이에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간다.   ●낭독의 발견(KBS2 밤 12시45분)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부분을 낭독하며 무대를 연 정훈희.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보릿고개 넘기기가 힘들었던 시절 읽은 책이다. 남북전쟁으로 폐허가 된 고향을 다시 일으키는 스칼렛의 강인한 모습은 그녀에게 삶의 지표가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가수 정훈희와 낭독의 무대를 함께한다.   ●극한직업(긴급 전기 보수팀)(E BS 오후 10시40분) 그저 서있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 100m의 상공에서 안전하고 밝은 밤을 만들기 위해 전기 보수에 한창인 긴급 전기 보수팀.2만 2000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만지며 늘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는 작업환경 속에서도 주어진 일에 묵묵히 매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대한민국 변호사(MBC 오후 9시55분) 잠에서 깬 민국은 자신 옆에 잠든 이경의 모습이 믿기지 않고, 이경은 여기서 뭐하냐는 민국의 말에 눈을 뜬다. 이경은 민국의 멱살을 잡고 자신의 맘을 드러낸다. 법정에 들어온 변혁이 판사에게 아파트는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하자 이경은 기가 막힌다.   ●애자언니 민자(SBS 오후 7시20분) 민자는 애자로부터 세아가 집으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반가워한다. 그러자 애자는 범만이 세아를 만나 설득했고, 더구나 자신이 바람을 피운 사실까지도 이야기했다고 털어놓는다. 애자는 자신이 채린을 낳은 데 대해 세아가 아직 용서를 안 했다며, 그건 앞으로 살아가면서 풀어갈 문제라고 말한다.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3) 봄나물 캐는 여인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3) 봄나물 캐는 여인

    작자 미상의 작품 ‘나물 캐기’(그림(1))는 봄나물을 캐는 여자 둘을 그린 것이다. 오른쪽의 여인은 비 촉촉히 내린 어느 봄날 시누이와 함께 산나물을 캐러 나왔다. 그림(2)는 윤두서의 ‘나물 캐기’다. 그림으로 보자면, 윤두서 쪽이 훨씬 잘 그린 것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나물은 캐는 것이 있고, 뜯는 것이 있고, 꺾는 것이 있다. 뿌리째 먹는 나물은 캠대로 캐고, 뿌리를 먹지 않고 잎을 먹는 것은 뜯고, 고사리처럼 줄기를 먹는 것은 꺾는다. 그림(2)의 왼쪽 여자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바로 캠대다. 도대체 무슨 나물을 캐는가? 우리가 익히 아는 쑥이며 냉이·달래·민들레·곰취·원추리 등이 아닐까? 봄이면 도시에서도 쑥을 캐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내가 사는 해운대 신시가지의 뒷산은 장산이다. 아파트를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곧 산으로 접어든다.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을 때에도 볕이 드는 곳은 제법 따뜻하다. 천변 양지 바른 쪽에는 쑥 캐는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그림 같다. 쑥 캐는 사람이 보이면 ‘이제 봄이로구나.’ 하는 상투적 감탄사를 다시 발하게 된다. 이처럼 나물을 캐는 모습은 언제나 정겹게 느껴진다. 위의 그림에도 그런 조용한 정겨움이 있다. 나물은 매일 먹는 것이지만, 정작 나물이 무엇인가 물으면 대답이 금방 나오지 않는다. 하기야 일상적인 것, 너무나 익숙한 것을 물으면 원래 답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나물은 먹을 수 있는 식물이다. 그것은 나무일 수도 있고, 채소일 수도 있다. 뿌리, 잎사귀, 줄기 어느 것도 다 나물이 된다. 다만 생것 그 자체로는 나물이 아니다. 가공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 삶거나 생것이거나 참기름과 간장, 된장 따위의 조미료를 넣어 무쳐야 나물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산과 들에서 나는 푸새와 길러서 얻는 남새를 한국 사람처럼 다양하게 가공해서 먹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서양의 샐러드는 나물에 비하면 그 종류와 가공의 다양성이 한참 모자란다. ●“고려 사람들 도축 서투르고 조리법 형편없어” 나물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고기가 맛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고기는 맛도 있고 또 에너지도 높다. 하지만 고기는 귀한 것이다. 고기와 곡물의 교환비율은 6대1 정도 된다. 즉 곡물 6㎏을 가축에게 먹이면 고기 1㎏이 생산되는 것이다. 고기가 부족해서 나물을 먹게 되었던 것인가. 이것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이유도 있다.1123년 고려에 송나라 사신 서긍이 남긴 ‘고려도경’에 의하면, 고려는 불교를 독실하게 믿어 짐승을 잡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사신을 대접하기 위해 양이나 돼지를 잡기는 하지만, 그 방법이 서투르고 조리법 역시 형편 없었다고 한다. 고려 시대의 식생활을 우리는 잘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고기를 먹는 것은 아주 드물었고, 반찬의 주류가 채소, 곧 나물이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그렇다면 무슨 나물을 먹었을까. 허균은 1611년 ‘도문대작’이란 글을 쓴다.‘도문대작’이란 푸줏간을 지나면서 입을 쩍쩍 다신다는 뜻이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먹었던 맛있는 떡과 과실, 새와 짐승 고기, 수산물, 그리고 채소를 소개한다. 그는 고사리·아욱·콩잎·부추·미나리·배추·송이·참버섯·가지·외·호박·무는 어디서나 나고 맛이 좋다고 쓰고 있다. 그 외에 특별한 채소로 죽순·원추리·순채·석전·요목·표고·홍채·황각·청각·참가사리·우뭇가사리·초시(椒)·삼포(蔘脯)·여뀌·동아·산개자·다시마·올미역·김·토란·생강·겨자·파·마늘 등은 어떤 산지의 것이 특별히 맛이 있노라고 소개하고 있다. 양념류도 섞여 있지만, 대부분은 나물이다. 실로 다양하다. ●맑은 식생활과 청렴한 삶의 상징 앞에서도 말했듯 나물은 고기와 대립하는 것이다. 나물은 곧 청렴한 생활의 상징이었다. 한석봉의 시조는 이렇게 말한다.“짚 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앉으랴/ 솔불 켜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희야 박주 산채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달빛이 뜰에 가득한 밤이다. 짚으로 짠 방석조차 필요 없다. 낙엽에 앉으면 그만이다. 관솔불도 켜지 마라, 달빛이 내려앉지 않느냐? 이때 한 잔 탁주가 없을 수 없다. 안주는 산나물이면 그만이다. 이처럼 나물은 맑은 생활의 상징이다. 나물은 유쾌한 식품이기도 하다. 다산 정약용은 ‘천진암에서 놀고 난 뒤 기념으로 쓴 글’에서 나물을 먹은 모임을 회고한다.1797년 여름 다산은 형제와 일가들과 어울려 집과 가까운 소내로 가서 천렵을 한다. 그물을 쳐서 크고 작은 고기 50여 마리를 잡는다. 고기가 얼마나 실했으면,“작은 배가 고기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물에 잠기지 않은 부분이 몇 치밖에 안 되었다.”고 한다. 그 고기를 일행은 배불리 먹는다. 다산은 일행에게 “옛날 진나라 장한은 벼슬을 하다가 자기 고향 강동의 농어와 순채가 생각나 벼슬을 그만두고 돌아갔습니다. 물고기는 우리가 맛을 보았고, 지금은 산나물이 한창 향기로울 때이니, 어찌 천진암으로 가서 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제안한다. 이 말에 형제 4명과 일가 3,4명이 천진암으로 향한다. 글을 직접 읽어보자. 산으로 들어서자 초목이 울창하였다. 산 속에는 가지가지 꽃이 만개하여 짙은 향기가 코를 찔렀고, 온갖 새들이 목구멍을 울려 맑고 매끄러운 소리를 주고받았다. 길을 가면서 새 소리를 듣고 서로 돌아보며 몹시 즐거워하였다. 천진암에 이르자 술 한 잔에 시 한 수를 읊으며 하루를 보냈고, 사흘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지은 시는 모두 20여 수고, 먹은 산나물은 냉이·고사리·두릅 등 모두 56종이었다. 다산 일행은 사흘을 머물고 무려 56종의 나물을 먹고 돌아온다. 아, 유쾌한지고. 화목한 가족과 일가가 모여 강과 산을 찾아 술을 마시고 시를 짓고 산채를 먹으며 보내는 여름 한 철은 얼마나 행복했을 것인가. ●세종 때도 “나물캐는 백성 들판 뒤덮어” 이처럼 나물은 청빈한 삶의 상징이었고, 또는 다산의 경우처럼 가족과 함께 소박한 행복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나물은 굶주림과 가난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 나물을 캔다는 것은 곡식이 바닥이 나서 굶주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던 것이다. 세종 시대는 조선조 500년 동안 가장 풍요로운 시대였음에도 굶주리는 사람이 허다하였다.‘세종실록’ 26년(1444) 4월27일조를 보면, 진무(鎭撫) 김유율·박대손 등은 지방 여러 곳을 돌아본 뒤 돌아와서 “쌓아 둔 곡식은 많아야 1,2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적은 사람의 경우 1,2되 밖에 없었고, 혹 다 먹어버리고 남은 것이 없는 사람도 있었습니다.”라고 보고한다. 기근이 들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덧붙여 나물만 먹는 자도 있으며, 부종이 난 사람도 있었다고 보고한다. 이어 23일 병조판서 정연은 청안 지방의 일부 사람들은 나물만 캐서 먹고 있는 실정이라는 자신의 목격담을 보고했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을 시켜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나물을 캐는 백성이 들판을 뒤덮고 있으며 먹는 것이라고는 오직 나물뿐’이라는 것이다. 나물에 의지하여 사는 백성들의 처참한 삶은 조선후기로 올수록 점점 더하였다. 정약용은 ‘다북쑥을 캐다’(采蒿)란 시에서 그 처참한 삶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다북쑥을 캐네, 다북쑥을 캐네/ 다북쑥이 아니라 새발쑥이네/ 양떼처럼 떼를 지어 /저 산등성이 넘어가네/ 푸른 치마 붉은 머리/ 허리 굽혀 쑥을 캐네/ 다북쑥 캐어 무얼 하나/ 눈물만 쏟아지네/ 쌀독엔 쌀 한 톨 없고/ 들엔 벼 싹 다 말랐네/ 다북쑥 캐어다가/ 둥글게 넓적하게/ 말리고 또 말려서/ 데치고 소금 절여/ 죽 쑤어 먹을밖엔/ 달리 또 무얼 하리”(송재소 역 ‘다산시선’, 창작과비평사) 조선후기 나물 캐기와 백성들의 처참한 삶의 관계를 이처럼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은 없을 것이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 보자. 그림 속의 여인들이 캐는 나물은 청빈의 상징인가, 아니면 가난의 상징인가, 아니면 가족과 함께 먹을 단란한 저녁식사의 찬거리인가. 바라건대 맨 마지막의 것이었으면 한다. 지금 세상의 나물은 가난도 아니고, 청빈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채식이 인간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데, 나물이야말로 한국인에게 가장 부합하는 즐거운 채식이 아니겠는가.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벼락부자 노익장 생과부에 “맴맴”

    벼락부자 노익장 생과부에 “맴맴”

    노익장(老益壯)이라던가.토지개발「붐」을 타고 하룻밤사이에 억대의 갑부가 된 70노인이 40대의 생과부와 불장난을 하다 결국 돈잃고 망신하고 답답해서 「맴맴」-. 술내기 섰다판서 첫 대면 “어쩐지 좋아” 「호텔」로 직행 망신살이 뻗은 노인은 박택상(朴澤相·70·가명·서울 영등포구 상도동). 조상으로 부터 물려 받은 상도동의 야산이 주택지로 각광을 받아 벼락부자가 된 그는 슬하에 아들, 며느리, 손자등을 줄줄이 거느린 다복한 할아버지. 애인역은 임영숙(任英淑)여인(43·가명·서울 영등포구 봉천동). 남편있는 몸이나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편이 첩살림을 차려 오랫동안 별거한 생과부. 남·녀가 처음 만난것은 지난해 봄, 상도동의 어느 술집에서였다. 시내 여러기관에 구내이발소를 별여놓긴했지만 아들들에게 맡겨두고 동네늙은이들과 어울려 술내기 섰다판을 벌이며 소일하는게 박노인의 유일한 일과였을때 이 섰다판에서 임여인을 만났다. 독수공방이 서러워 친구집을 찾아 다니며 외로움을 달래던 임여인이 친구의 술집에 들렀다가 노인네들의 섰다판에 끼여 든 것. 이렇게 무료를 주체할 길없던 두 남·녀는 판이 끝나 다른 노인네들이 돌아가자 이심전심이라고 할까, 다방으로 갔다. 제법 아기자기한 이런 저런 이야기끝에 『내일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그날은 그대로 헤어졌다. 다음날 다시만난 둘은 다방에서 영화관, 식당을 거쳐 끝내는 여관으로 갔다. 동네에서는 지독한 구두쇠 영감으로 소문난 박노인이지만 임여인에게는 아낌없이 돈을 썼다. 그래서 둘이 든곳도 도봉유원지의 S「호텔」의 화려한 특실. 이렇게하여 40대 생과부의 달아 오른 뜨거운 몸을 안아버린 박노인은 다음날 부터 정력에 좋다면 무엇이든지 먹어대며 늘그막의 사랑을 즐겼다. 생과부 뜨꺼운 몸 안뒤엔 매일같이 보신탕집 찾아 냄새를 맡기조차 싫어하던 보신탕집을 찾아 다니는가 하면 염소탕집을 찾아 몇십리 길을 멀다않고 청계천까지 가는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둘은 그럭저럭 1년동안의 밀회를 끌어 왔다. 그러나 달구어진 쇠는 식기 마련. 올봄 둘의 사이가 흐지부지하게 끝나 버렸다. 박노인으로 볼때는 나이70이라 정력에 한계를 느끼게 되자 그동안 임여인에게 준 돈이랑 비용에 쓴 돈등 50여만원이 아까운 생각까지 들었으며, 임여인은 임여인대로 『영감쟁이가 너무 늙어 만족도 못주는 주제에 갈수록 돈에 인색해져 싫어졌다』는 것. 그러다가 지난8월 어느날, 헤어진지 반년도 지났는데 박노인은 임여인의 전화를 받았다. 『뵙고 싶으니 하오7시까지 E다방으로 나와달라』는 것이었다. 둘이 다시 만난지 1시간쯤 뒤, 채 어둠이 깔리기도 전에 X여관 맨구석방에서 박노인과 임여인이 벗다시피하고 한창 「무드」를 돋구어가고 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방문을 박차고 한 여인이 뛰어 들었다. 엉겁결에 당한 둘은 몸을 가릴 생각도 못하고 꼭 껴안은채 눈을 감고 있었다. 『흥』하는 코웃음 소리와 문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임여인의 시누이인 김경례(金慶禮)여인(가명·40)이 정사의 현장을 덮친 것이다. 남편이 전직경찰관이라서 인지 『눈치와 계산 빠르기로 알아주는 아낙네』라는 임여인의 귀뜸이고 보니 그렇지 않아도 눈앞이 캄캄해 진 박노인은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누라 보다 다 큰 자식과 며느리 볼 낯이 없었다. 가족이 알까 “쉬쉬”하며 혼자 애태웠는데… 궁리끝에 박노인은 사업관계로 알게된 『눈치 빠르고 수단 좋은』황택민(黃澤珉)씨(48·가명)에게 사실을 털어 놓고 『말썽나지 않게 가운데서 수고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 수고의 댓가로 땅 40평을 주기로 하고. 황씨와 김여인의 담판이 사작됐다. 김여인은 『3백만원만 받아 주면 10%의 「커미션」을 주겠다』고 황씨에게 제안했다. 물론 『오빠(임여인의 남편)와도 타협이 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황씨는 수단이 좋기로 이름난 사람, 흥정끝에 결국 합의된 금액은 2백만원으로 낙착됐다. 그 공으로 황씨는 40평의 땅을 얻었다. 또 김여인측에게 전해 주라는 2백만원도 받았으나 이중 40만원을 자기 몫으로 빼놓고 1백60만원만 넘겨줬다. 1백60만원을 받은 김여인은 『약속대로 10%만 「커미션」으로 떼고 나머지 20만원을 더 내 놓으라』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황씨는 『그까짓것 남의 사랑에 끼어 들어 생긴 공돈 좀 떼어 먹기로서니 무슨죄가 되느냐』며 배짱을 부렸다. 이렇게하여 김여인이 황씨를 상대로 문제의 20만원을 받게 해달라 경찰에 고소. 엉뚱한 곳에서 말썽이 생겨 참고인으로 14일 경찰에 불려온 박노인은 『당초 유부녀를 욕심낸게 잘못이긴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모든게 그들이 짜고 한짓에 걸려든것 같다』면서 『여관에 든지 10분도 안돼 시누이가 나타난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그녀의 남편에게 위자료를 주었는데 또 그녀에게도 돈을 줘야합니까?』어디가서 탁 터놓고 얘기할 수도 없는 처지인 박노인의 심정은 고추를 먹은것보다 더 쓰리고 따가운 처지. <유창하(柳昌夏)기자> [선데이서울 71년 10월 24일호 제4권 42호 통권 제 159호]
  • ‘워킹맘’ 시청률 9.7%…일지매 쫓다 ‘헉헉’

    ‘워킹맘’ 시청률 9.7%…일지매 쫓다 ‘헉헉’

    SBS 수목드라마 ‘일지매’의 후속으로 첫 방송된 ‘워킹맘’이 한자릿수 시청률로 다소 아쉬운 출발을 보였다. 시청률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30일 방송된 ‘워킹맘’은 9.7%의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KBS 2TV ‘태양의 여자’는 25.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주 기록한 20.3%보다 무려 5.2%포인트 상승하며 수목 드라마 새 왕좌에 앉았다. 또한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하던 MBC ‘대~한민국 변호사’도 전주 4.6%의 시청률에서 2.6% 상승한 7.2%를 기록했다. 이날 ‘워킹맘’ 첫 방송으로 4년 만에 안방극장 신고식을 한 염정아는 혈기왕성한 억척녀를 리얼하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염정아는 남부러울 것 없이 잘나가던 커리어우먼에서 졸지에 시집살이에 시누이살이까지 하게 된 가영의 기구한 신세를 실감나고 코믹하게 선보였다. 또한 봉태규도 염정아와 막강 호흡을 자랑하며 재미를 선사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배우들의 눈에 착착 감기는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염정아의 시원시원한 연기에 매료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워킹맘’ 너무 기대된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극이 산만하다’,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다’ 등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사진캡처=SBS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일 TV 하이라이트]

    ●YTN 스페셜(YTN 오전 10시40분) 식당서 일하던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춤추기를 좋아하는 LA 로버트슨 거리의 괴짜 노숙자 ‘웨슬리 저메인’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내놓은 티셔츠가 눈길을 끈다.`No money,no problem(돈이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알아본다.   ●리얼실험프로젝트 X(EBS 오후 7시55분)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법한 무전여행. 험한 세상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용기백배하고 나선 7인의 도전자가 있다. 서로 낯선 얼굴들이지만, 태백에서 한라까지 7박8일 동안 함께 먼길을 떠난다. 땡전 한 푼 없는 극한 상황에서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목적지인 한라산에 도착하는지 함께 지켜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30분) 눈 뜨자마자 고함을 지르는 데다 아침부터 엄마에게 거친 말들을 쏟아붓는 아이. 다각적인 검사를 통해 밝혀진 아이의 속마음이 충격적이다. 엄마에게만 유독 심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횡포에 가까운 집착으로 타인에게 매달리고, 이상한 행동까지 보이기 시작한 이유를 찾아본다.   ●춘자네 경사났네(MBC 오후 8시20분) 욕지도 보건소장 주영을 찾아간 춘자는 보톡스를 맞아야겠다며 아는 사람을 통해 약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분홍은 창피하다며 춘자의 손목을 잡아 억지로 끌고 나간다. 한편 분희는 목욕탕 탈의실에서 고스톱을 치던 시어머니 복심과 시누이 삼숙에게 손님들 보기에 안 좋다며 쓴소리를 한다.   ●클래식 오디세이(KBS2 밤 12시45분)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으로, 최근 고양 아람누리 개관 1주년 기념 예술제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소프라노 안드레아 로스트. 오는 8월 세이지 오자와와 함께하는 슈트라우스의 ‘박쥐’ 공연, 앙드레 프레빈과의 미국 탱글우드 페스티벌 협연 등이 예정돼 있는 그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30분) 1970년 원양어선 수리공으로 아메리칸 사모아를 찾은 이대종씨. 외로운 타향살이를 하던 그때 운명의 여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모아의 여인 로사에게 첫눈에 반해 버려 백년가약을 맺었다. 먼나라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2남2녀의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있는 이민 1세대 이대종씨 부부를 만나본다.
  • [25일 TV 하이라이트]

    ●시네마 천국(EBS 밤 12시10분) 한·미 합작영화 ‘두 번째 사랑’에서 영어 대사를 훌륭하게 소화한 배우 하정우. 하정우는 배우라면 누구나 할리우드 진출을 꿈꿀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 역시 막연하게나마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며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영어공부를 해왔다고 한다. 한국영화계의 중심에 우뚝 선 영화배우 하정우를 만나본다.   ●코끼리(MBC 오후 8시20분) 건망증 심한 해영이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 신혼재미에 빠져 있던 영수는 해영이 잃어버린 반지가 계속 신경쓰인다. 해영이 속상해 할까봐 영수는 반지를 찾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한다. 한편, 며칠 동안 해영네 쇼핑몰의 짐을 맡아주기로 한 덕배는 커피 몇 잔에 방까지 내어준 것 같아 본전 생각이 난다.   ●뉴스Q 2부(YTN 오후 4시30분) 베스트셀러 ‘뇌’‘개미’ 등으로 ‘기발한 상상력의 천재’라 불리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YTN이 주최하는 월드사이언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6년 만에 방한한 그는 국내 팬클럽 회원만 70만명을 거느리고 있다.‘개미’ 등을 번역한 이세욱씨도 함께 출연한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억세고 거친 시누이들이 위로 셋이나 있지만, 현준의 매력에 이끌려 정은은 결혼을 결심한다. 결혼 1년 만에 시댁 식구들과 다함께 리조트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 만삭인 정은의 갑작스러운 진통으로 정은과 현준은 남게 되고, 나머지 식구들만 남녀로 차를 나눠타고 출발하는데….   ●있다! 없다?((SBS 오후 6시30분) 최근 놀라운 화제를 몰고 온 태극기가 등장했다. 어마어마한 크기로 번쩍이는 초대형 태극기의 재질은 다름아닌 황금. 정말 황금으로 만든 초대형 태극기가 있을까. 휘발유 1ℓ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 큰 콜라병 한 통 양 밖에 안 되는 기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를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KBS1 오후 10시) 감기약 때문에 희귀병에 걸리는 사례 등을 소개하며 ‘약물 부작용’에 대한 허술한 국내 의료계 관리 시스템을 고발한다. 또 간식용 혹은 식사대용으로 즐겨먹는 피자에 뿌려지는 치즈가 ‘모조’라는 사실도 파헤친다. 시중의 피자업체들이 버젓이 가짜치즈를 사용하고 있는 실태가 놀랍다.
  • 동침거부로 죽음부른 신혼(新婚)한달

    동침거부로 죽음부른 신혼(新婚)한달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해로하자던 굳은 백년가약이 서툰 애정관리로 결혼 한달만에 무서운 갈등과 증오로 돌변, 신랑은 그래도 사랑했기 때문에 신부의 배를 식칼로 찔러 죽게했다니 「사랑」과 「증오」의 사이는 백지한장 사인가. 얌전한 신부,만혼의 기쁨 1주일도 못돼 깨져버려 지난 5월4일 살인혐의로 구속돼 대구지검에 송치된 대구시 남산동 260 신현길(申鉉吉)씨(31)는 5월 26일밤 잠자리를 거절한다고 아내 임순임(林順任)여인(31)을 칼로 찔러 죽게 한 혐의. 이들은 지난 3월14일 대구 고려예식장에서 화촉을 밝힌 신혼부부. 그러니까 하객들의 뜨거운 축복을 받으며 예식장을 물러 나온지 꼭 한달 12일만에 이같은 끔찍한 참극을 빚은것. 이들이 서로 알게 된 것은 결혼 1년전인 70년 4월. 연애도 중매도 아닌 야릇한 사이로 접근돼 거리낌 없는 「데이트」를 통해 사랑은 전적으로 무르익었다. 30살이 넘은 그들의 경우로선 목마른 판에 단비 격으로 서로 다급한 심정에서 조심스럽게 상대방을 두드려보는 주의를 흘렸다. 신씨는 특별한 기능을 가진게 없어 일자리를 찾느라 부심했으나, 끝내 놀고 먹는 신세로 임(林)여인을 아내로 맞게됐고, 임여인은 중류이상 집안(경북 달성군 화원면)의 규수로 마을에서 얌전하고 부지런한 신부감으로 손꼽혔다. 마땅한 배필을 고르느라 혼기가 늦어진 그녀로서는 직업인임을 자처한 신씨에게 시집을 가고 말았던 것. 만혼의 기쁨을 만끽하기 1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이들 신혼부부에겐 애정의 실천에 벅찬 짐이 뒤따랐다. 애정넘친 아내의 조언(助言)도 꾸지람만 같고 신랑 신씨는 결혼 그날부터 아내를 먹이고 입힐 힘이 없는 「무직」의 흠을 드러내지 않고 실망을 주지않기 위해 말없는 가출이 빈번. 자기딴엔 돈벌이에 나선 것이었다. 한주일이면 2.3일씩 가정을 빠져나와 닥치는대로 일거리를 잡아보았으나 돈벌이는 쉽지가 않았다. 아내 임여인은 날이 흘러도 고무신 한켤레를 들고 돌아오지 않는 남편의 설명없는 나들이가 걱정스럽기만 했다. 게다가 술만 취해 들어오는 남편, 심지어는 결혼예물로 임여인이 준 팔뚝시계를 잡혀먹고 날로 타락의 빛을 드러냈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새출발을 통해 짊어진 무거운 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포자기 해버린 신씨는 아내의 조언이 꾸지람으로만 여겨졌다. 아내 임여인은 친지들에게 손을 뻗어 남편의 취직을 서둘러왔으나 헛일, 날이 갈수록 신씨의 신경질적인 횡포는 더해갔다. 임여인은 남편이 이성을 되찾아주기를 바라는 방법으로 비극의 불씨를 생각해냈던 것. 임여인은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면』어떠한 설득도 가능하리라 믿고 친정으로 몸을 피해 남편에게 자극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래도 반응이 없는 남편을 찾아 임여인은 되돌아왔다. 그날이 참변을 당하기 바로 이틀전인 4월 25일. 임여인은 일부러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을 생각으로 시아버지 신씨(71)와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잠자는 아랫방에서 잠을 재촉했다. 아내가 돌아온 것을 알아차린 신씨는 자기방(3m건너)에서 아내를 애타게 불렀다. 사나운 남편의 횡포도 그렇지만 남편에게 자극을 주기위해 임여인은 남편에게 건너가기는커녕 더욱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사랑과 분노가 증오로 변한 순간 눈이 뒤집힌 신씨는 길이 20cm의 식칼을 들고 아랫방으로 뛰어들며 임여인을 찔렀다. 시간은 자정쯤, 잠결에 외마디소리에 눈을 뜬 가족들은 며느리의 처참한 모습을 발견, 놀랄사이도 없이 등에 업고 대구동산병원에 옮겼으나 다음날인 27일 새벽 4시쯤 임여인은 숨지고 말았다. 진실로 사랑한 아내에게 흠잡힐수 없어 죽였다고 아내에게 칼질을 한 신씨는 경찰진술에서 그 흉기를 사고전날인 25일 대구시내 덕산동 염매시장의 한 철물점에서 사다가 책상밑에 숨겨두었었다고 자백했다. 아내를 찌른뒤 신씨는 미친듯이 거리를 방황하다가 아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다음날 남대문경찰서에 자수했다. 『나는 그사람을 진실로 사랑했기 때문에 나의 흠을 감추려했는데, 아내가 부부의 정마저 외면할 수가 있는가』고 신씨는 아내의 얼굴을 되새기기나 하려는 듯 눈을 감았다. 10대독자라는 신씨의 아버지는 『자식 잘못두어 멀쩡한 며느리와 뱃속의 손자마저 잃었다』고 며느리 임여인이 임신중이었다는 의사의 진단을 듣고 더욱 슬퍼했다. 죽은 임여인의 장례는 지난 1일 가족들에 의해 치러졌는데 이웃 아낙네들은 임여인을 가리켜 『보기드문 얌전한 여자』였다고 그녀의 죽음에 입을 모아 명복을 빌고있다. 경찰 진술에서 신씨는 직업없이 놀던 64년 이후 절도·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로 철창신세를 진일이 있다고 전과를 자백했는데, 가족들도 『마음을 잡아주려고 서둘러 결혼을 시켰다』고 전과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씨는 끝내 사랑하기 때문에 아내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면서 『도둑질을 할망정 사랑하는 아내에게 자신의 행실을 실토할 수 있었겠느냐』고 -『그러기에 사랑은 더욱 괴로웠으나 불타는 애정자체엔 흠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대구(大邱)=배기찬(裵基燦)기자> [선데이서울 71년 5월 23일호 제4권 20호 통권 제 137호]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 빨래터의 여자와 남자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 빨래터의 여자와 남자

    김홍도의 그림 ‘빨래터’다. 아낙네 몇이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그림 왼쪽의 어린아이가 딸린 여성은 머리를 풀어헤쳐 감은 뒤 다시 땋고 있다. 앞에는 빗이 놓여 있다. 재미있는 것은, 어린아이다. 아랫도리를 홀랑 벗고 있는데 이놈은 심심한 것인지 배가 고픈 것인지 엄마 젖을 만지고 있다. 그 아래의 여성은 긴 빨래를 비틀어 짜면서 건져내고 있다. 그 오른쪽에 방망이질 하는 여성 둘이 무슨 이야기인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빨래터는 온갖 수다가 난무하는 곳이 아닌가. 시누이 험담인가, 동서 험담인가, 아들 자랑인가, 건너 마을의 아무개 남편의 이야기인가. 우물과 빨래터는 여성들 고유의 일터이자, 수다판이다. ●여성의 일터이자 은밀한 이야기 나누는 곳 빨래는 밥짓기와 함께 여성노동에 속한다. 아니, 속하는 것이 아니라, 빨래와 밥짓기는 여성을 여성으로 규정하는, 좀 더 어렵게 말해 여성성을 규정하는 본질적 노동이다. 곧 밥과 빨래란 가사노동은 곧 여성이란 말과 등치된다. 밥짓기와 빨래가 언제부터 여성 노동으로 규정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 가부장제 사회가 성립하고부터가 아니었을까.1123년 고려에 왔던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이렇게 말한다. 옷을 빨고 비단이나 베를 희게 말리는 것은 모두 부녀자의 일이다. 비록 밤낮으로 부지런히 일해도 감히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물을 파고 물을 긷는 것은 대개 시내 가까운 곳에 한다. 우물 위에는 두레박을 걸어 함지박에 물을 긷는다. 함지박은 배의 모양과 같다. 빨래는 오래 전부터 여성의 노동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고려나 조선이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조선의 여성은 고려의 여성에 비해 훨씬 부자유하였다. 지난 호에 말한 바와 같이 조선의 양반-남성들은, 여성의 외출을 금했다. 하지만 고려조의 여성은, 남편의 승진과 출세를 도모하기 위해 엽관운동을 하러 남편의 상관을 찾아가는 일도 가능했고, 굿을 하기 위해 신당을 찾거나, 불공을 올리기 위해 절을 찾을 수도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구경거리가 생겼을 때도 당연히 떳떳하게 외출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조선조가 들어서면서 여성의 외출은 금지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외출이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금지의 원칙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활동의 의지를 축소시켰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남아 있는 여성의 합법적 탈출로, 곧 해방구는 우물과 빨래터였다. 그것은 힘든 노동의 공간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동네의 소식을 주고받고 은밀한 험담을 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그곳은 성적 담화가 가능한 해방의 공간이었다. 단원의 그림 오른쪽 위의 갓을 쓰고 쥘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양반, 이 양반의 자세는 분명 성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사내의 포즈는 지난 호에서 소를 타고 길을 가던 여인의 얼굴을 훔쳐보던 그 사내의 포즈와 같다. 부채를 넘어서 보내는 눈길의 속내는 곧 남성의 성욕인 것이다. 빨래터 그림은 이것 말고 더 있다. 아래쪽의 그림은 신윤복의 그림 ‘빨래터의 사내’다. 개울가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 흰 천을 펼치는 할미, 그리고 목욕을 마쳤는지 젖은 어여머리를 땋고 있는 젊은 여성이 있다. 이 젊은 여성은 저고리 아래 가슴을 드러내고 있다. 왼쪽의 젊고 늘씬한 몸매의 사내를 보라. 활과 화살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반이 분명하다. 이 사내의 눈길은 젊은 여성의 가슴에 꽂혀 있다. 우물가가 남성과 여성이 접촉하는 성적 공간인 것처럼 빨래터 역시 성적인 공간이다. 고려가요 ‘제위보’를 들어 우물가의 성적 접촉의 실례를 확인해 보자.‘고려사’에는 국문가사는 없어지고 이제현이 한시로 번역한 것이 남아 있는데, 이 노래의 사연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어떤 아낙이 죄를 지어 제위보에서 노역살이를 하던 중 남자에게 손을 잡혔는데, 씻을 방도가 없어 노래를 지어 자신을 원망했다. 이제현이 한시로 그 노래를 풀어 옮겼다. 빨래터 시냇가 수양버들 아래서 손을 잡고 자기 마음 말하던 흰 말 탄 그 사람 처마에 석 달 비가 내린다 해도 손 끝에 남은 향기 어찌 차마 씻을 수 있으리. 아낙이 지은 죄의 구체적 내용이야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애정에 관계된 것이 아니었을까. 어느 날 자신과 관계하던 남자가 빨래터에서 일을 하던 여자를 찾아왔다. 여자의 손을 잡고 사랑한다는 말을 털어놓는다. 남자는 이내 떠난다. 손끝에 남자의 체취가 남아 있다. 석 달 비가 쏟아진다 해도 씻을 수가 없다. 여자는 남자를 따라갈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이처럼 빨래터는 남자와 여자의 성적 신호가 오가는 그런 공간이었던 것이다. ●황진이는 빨래터에서 만난 남녀의 작품 ‘제위보’는 이별을 노래한 것이지만, 빨래터에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17세기 초 이덕형이 쓴 ‘송도기이’란 책은 개성에 관계된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거기에 황진이가 태어난 내력을 밝힌 부분이 있다. 이 이야기는 이덕형이 공무로 개성에 머무를 때 채록한 것이기에 당시 개성에 유포되어 있던 이야기다. 황진이의 어머니는 이름이 현금인데,18살에 병부교 다리 밑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 훤칠한 대장부 하나가 다리 위에서 나타나 현금을 보고 웃기도 하고 손으로 가리키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잘생긴 사내라, 현금의 마음도 적잖이 쏠리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사내는 갑자기 사라졌고, 빨래하던 아낙들도 모두 흩어졌다. 인적이 끊어지자 그 사내가 다시 나타나 기둥에 기대어 노래를 한 곡 뽑는다. 노래가 끝나자 사내는 현금에게 물을 한 잔 달랜다. 현금이 냉큼 물을 떠 주었더니, 반쯤 마시고 돌려주면서 마셔보라고 하였다. 현금이 마시자 물이 아닌 술이었다. 말하자면 마술을 동원한 ‘작업’이었던 바, 현금은 거기에 넘어가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황진이는 빨래터에서 만난 두 남녀의 작품이었다. 우물가에서 만나 왕비가 되었던 그런 이야기는 빨래터에도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은 빨래터에서 만난 여성과 관계하여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은 고려의 두 번째 왕이 된다. 왕건은 태봉의 궁예의 장수로서 903년 수군을 이끌고 후백제 땅인 나주를 공격한다. 목포에 배를 정박시키고 있는데, 멀리 오색 구름이 서린 동네가 보인다. 찾아가 보니, 어떤 처녀가 빨래를 하고 있다. 즉시 ‘신원조회’를 해 보니, 처녀의 할아버지는 부돈, 아버지는 다련군이란 사람이었다. 다련군이 사간 벼슬을 지낸 연위란 사람의 딸 덕교와 혼인해서 낳은 딸이 바로 이 처녀다. 뭐 이렇게 말해 보아야 감이 잡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요약하자면, 그 여자는 그 지방 호족의 딸이었다. 보니, 인물이 괜찮다. 무슨 말로 수작을 걸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여자와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시집 안 간 처녀를 건드려 놓고 왕건은 여자의 출신 성분이 낮다 하여, 임신을 원하지 않았다. 해서 돗자리에다 사정을 한다. 그런데 이 처녀의 행동이 놀랍다. 여자는 전날 밤 용이 자신의 뱃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용은 곧 왕이 아닌가. 여자는 이불에 흘린 정액을 쓸어 넣었다. 일종의 인공수정인 셈인데, 어쨌거나 임신이 되었고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바로 혜종이다. 혜종은 특이하게도 얼굴에 돗자리 무늬가 있었다. 원래 왕건이 사정한 곳이 돗자리였으니, 말이 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혜종을 ‘돗자리 대왕’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한다. 빨래터는 용흥사란 절이 되었다. 용흥은 용이 나타났다는 뜻이다.‘고려사’는 혜종이 용의 아들답게 늘 물을 잠자리에 뿌리고, 큰 병에 물을 담아 팔꿈치를 씻었다고 전한다. ●남성이 성적 욕망 따라 여성 관찰하던 곳 이제 빨래터가 단지 옷을 세탁하는 공간만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빨래터는 남성이 자신의 성적 욕망이 시키는 바에 따라 여러 여성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었으며, 또 여성은 자신의 나신 일부를 슬쩍 남자들에게 보일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단원과 혜원의 빨래터 그림에 남자가 등장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태국전하와 사랑맺은 한국여인

    태국전하와 사랑맺은 한국여인

    유사(有史)이래 우리나라 여성이 타국의 왕실과 인연을 맺기는 고려(高麗)말엽 원순제(元順帝)의 제2왕후가 된 기(奇)씨가 최초. 이로부터 6백여년이 흐르는 오늘, 태국의 왕족과 결혼, 15년만에 모국을 찾은 박명복(朴明福) 여사(44)가 두번째의 여성이 될 듯-.「몸·박(朴)」이라는 왕족의 존칭을 받고 있는 이 화제의 주인공은? 사귈땐 왕족(王族)인줄도 몰라…남편은 국왕(國王) 할아버지뻘 태국은 1782년의「차쿠리」왕조 이래 입헌군주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57년 결혼한 박여사의 부군「차오·조티시·데바쿤」씨(64·차오는 왕족 남자에 대한 존칭)는 9대째인 현「부미볼」태국왕의 할아버지뻘이 되는 근친. 『저의 시아버님께서는 4대국왕의 왕자였어요』 왕족 촌수를 풀이하는 박여사의 얘기다. 박여사와「조티시·데바쿤」씨가 부부의 인연을 맺기는 57년 서울에서. 『그때「언커크」태국 대표로 저의 주인이 한국에 나와 있었어요』 이화여대로는 제1회 영문과출신. 49년에 한국은행에 입행했다가 EAC로 옮겨 미국 유학을 마치고 54년에 귀국한 박여사에게 당시 WHO에 있던 태국인의 소개로 약1년간 교제끝에 태국왕족의 아내가 된 것. 처음 교제할 때는「전하」라는 칭호를 받고있는 왕족인 줄을 몰랐었다는 얘기. 『결혼은 서울서 간단하고 조촐하게 했어요. 저의 주인이 마침 미국 대사로 가시게 되어 몇 년간 미국서 살았지요』 “우리애들 모두 친한파(親韓派)죠…어머니 나라를 절대지지” 그후「유엔」대사를 역임, 태국 외무부국장 자리에서 4년전 정년퇴직, 현재는 조용히 가정에서「골프」를 즐기고 있다고. 현재 태국에 있는 한국인중 외국인과 결혼한「케이스」는 29가구. 부인이 태국인인 경우는 12, 남편이 태국인인 경우가 7, 남편이 미국인인 경우가 10가구인데 이중 남편이 태국인인 경우는 유일하게 박여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태국군인이 한국에 주둔했을 때 맺어진 것이라고. 15년만인 지난 4월 22일 3주간 예정으로 잠시 귀국한 박여사는 과거 주 태국무관이던 손장래(孫章來)준장 부인 정영자(鄭英慈)여사의 안내로 부산까지 관광하기도 했는데『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더니 정말 모국이 놀랍도록 변했어요』라고 탄성을 연발한다. 『이번에 우리 어린애들을 데리고 오지 못한 게 여간 섭섭하지가 않아요. 어머니 나라가 보고싶다고 여간 아닌데 말이지요…』 자녀는 1남1녀를 두고 있다는데 올해 14살인 딸은 왕족 학교에, 12살의 아들은「인터내셔널·스쿨」에 보내고 있다고. 『우리 아이들…어머니 나라 보지는 못했지만 한국이라면 열성이 보통 아닙니다. 아빠와 엄마가 정구를 해도 엄마가 이기라고 응원할 정도로-. 『저번 축구시합때 한국이 승리하니까 얼마나 좋아들 하는지 아버지가 우스갯 소리로 한국으로 추방하겠다고 말해 웃음바다가 된 일이 있어요』 처음 태국에 도착했을 때의 얘기를 묻자, 무지무지하게 더운 나라라는 것과「바나나」를 비롯, 풍족한 과일이 제일 먼저 눈에 띄더라고. 『내가 왕족과 결혼했다니까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들 있는데 사실은 그저 먹고 살 정도의 재산뿐입니다』 “부부함께 태국과 한국의 교량이 되고파” 아직도 변함없이 또렷한 모국어로 말을 잇는다. 현재 왕족으로서 받는 대우는 연4백「바트」의 국왕이 내리는 명목상의 은사금(恩賜金) 정도라고. 『계보상으로 저의 시댁 집안을 말하면 시아버지께서는 31명의「라마」4세 자녀중 내이시고 주인은 다음대의 11형제중 막내입니다』 불교의 나라 태국에서는 승려를 거쳐야만 지도자나 요직에 앉을 수 있기 때문에 박여사 가정은 철저한 불교신도들이라고. 시누이는 76세의 노처녀로 왕족학교의 교장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 궁중 의식중 진기한 풍습은 높은 분 앞에 갈때는 저만큼서부터 무릎을 꿇고 기어가는 것. 『태국 국민들의 왕족에 대한 신뢰도는 보통이 아닙니다. 우상적인 존재로서가 아닌 정신적인 지주로 말입니다』 지금 태국에는 약 4백여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는데, 모두 부유하게 잘들 지내고 있다고 교포들의 근황을 박여사는 말하고 있다. 『태국나라 국적을 얻는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태국 정부가 배정한 한국으로부터의 이민「쿼터」가 매년 5백명이었는데 금년엔 50명으로 줄었어요. 자기만 좀 부지런하면 살아가는데 아무 불편 없읍니다』 더위만 잘 참을 수 있다면 우리 한국인이 많이 태국에 건너와 살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주인과 저는 미력하나마 한국과 태국간에 하나의 교량적인 역할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금 태국에는 무역진흥공사가 나가 있는데 가장 인기있는 품목은 인삼과 모직물이란다. “한국여성의 긍지 지키려 각별히 언행에 조심해요” 태국에 있는동안 제일 먹고 싶었던게 김치였다고 말하는 박여사, 귀국하자마자 정여사에게 김치부터 찾았다고 웃는다. 『우리 한국 여성들, 이번에 와 보니까 더 세련되고 많이 예뻐졌더군요. 아주 유행에 민감한 것 같아요』 며칠전 미장원에 들러 태국은 지금「맥시·스타일」이 유행이라고 했더니 한국에선 벌써「맥시·스타일」이 한물 갔다고 해서 새삼 놀랐단다. -왕족이 외국인과 결혼하는걸 꺼리는 경향은 없나요? 『별로 그런거 없읍니다. 전 지금까지 태국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백안시한다거나 그런 경우를 당해 본 일이 없어요』 -왕족이기 때문에 특별히 받는 제약 같은 건 없는지요? 『옛날엔 격식도 갖추어야 했겠고 제약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런거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매사에 주의하고 있읍니다』 한국여성의 긍지를 끝까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한마디. 지금 박여사의 가장 큰 소망 하나가 있다면 태국에 멋진 회관 하나를 지어 양국간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일이다. 이번에 다시 태국으로 가면 한 10여년 후에야 다시 모국을 방문하게될 것 같아 안타깝단다. 『그래서 지금 한국의 모습을 열심히 뛰어 다니며 보고 있읍니다. 다음에 올 땐 한국이 더 멋지게 발전되어 있기를 간절히 바라겠읍니다. 그리고 그때의 모습을 보는 재미로 기다리고 참겠어요』라고 동족애에 넘친 인사를 잊지 않는다. <承> [선데이서울 71년 5월 16일호 제4권 19호 통권 제 136호]
  • 간통이라지만 결혼할래요

    간통이라지만 결혼할래요

    외국 가요의 편곡을 의뢰받았던 작곡가가 해달라는 일은 하지 않고 부탁받은 가수를 꾀어 여관에서 엉뚱한 편곡을 해버렸다. 2명의 귀여운 딸과 처를 거느린 작곡가 성호민씨(31·본명 마영건(馬永健))와 현직국회의원 김(金)모씨의 친동생이며 가수인 김현양(25)의 「뽕짝」조 사랑은 즐거워라 쿵작작의 쇠고랑찬 전말. 서로가 「히트」노리는 신인…편곡하다가 사랑의 편곡 성호민이란 멋드러진(?) 예명으로 알려진 작곡가 마영건은 가요계에서도 그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존재. 「레코드」회사나 가수로부터 작곡·편곡을 청부맡아 생활하는 처지로서 별로 「히트」를 쳐본 일은 없지만 편곡은 수10곡으로 편곡 위주로 생활하는 작곡가. 대표 편곡작은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고 작곡한 『엽서한장』이 그런대로 알려져 있다. 가수 김현양도 비슷한 신세. 『동그라미』라는 묘한 제목의 노래를 최근 불렀고 김호길(金虎吉)작곡 『눈물의 사연』이 「히트」를 쳤다는 사실 이외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가수. 『명동블루스』라는 영화의 주제가를 불렀고, 69년 1월23일 월남 위문공연에서 돌아왔고 최근에는 이렇다할 전속계약사도 없었다는 것. 귀국한 뒤 「나이트·클럽」등에 나가 저녁으로 노래를 불러왔으며 68년 5월 가수협회원으로 가입한 사실이 있다. 성호민은 대구(大邱)D고교를 졸업, 작곡가에의 꿈을 꾸며 음악독학을 하다가 63년 입대, 군악대원으로 대구에 근무중 현재의 부인 김영자여인(金英子·24·가명)을 「화양」이라는 술집에서 알게돼 동거생할로 들어갔다. 66년 4월에 제대한 성호민은 서울에 올라와 본격적인(?) 작곡가 행세로 들어가 가요계에 「데뷔」했고, 이때 이미 딸 둘을 두어 결혼·출생신고를 한꺼번에 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부인 김여인은 18살에 중매로 결혼했다면서 술집의 작부라는 남편의 주장은 헐뜯는 것이라고 일축. 김여인이 남편의 수상한 바람기를 느낀것은 70년 11월께. 어떤 가수와 동거생활에 들어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지난 가을 갑자기 부인이… 달콤한 도피끝에 피소(被訴)돼 소문을 확인해본 결과 김현이라는 처녀 가수와 「뜨거운 관계」라는 것. 어느날 김여인은 「라디오」에서 「아나운서」와 방담하는 「프로」를 통해 김현이 서울시내 서대문(西大門)구 창천동 68의 3호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주소를 적어둔 김여인은 12월27일 상호 7시20분께 창천동을 기습, 한이불 속에서 뒹굴고 있는 그들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점잖게 저는 타일렀읍니다. 앞으로 교제를 끊어달라고 했어요』 진술조서에서 김여인이 밝힌 말. 『그날 김여인이 찾아와서 비로소 그분이 처자식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나 이미 처녀를 바쳤으니 나쁜줄은 알지만 계속 교제했어요』 김현이 경찰 신문에서 밝힌 얘기. 그러나 김여인은 이들이 부정한 관계를 청산하지 않고 자기를 피해 서울시내 신당(新堂)5동 9통 3반으로 전셋집을 옮겨 동거생활하는 한편 『71년 4월22일 하오 5시에 남편과 김현, 시동생·시누이가 찾아와 마구 구타하며 살림살이를 두들겨 부수는』 행패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고 4월19일 가정법원에 이혼소송제기와 동대문(東大門)서에 간통죄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성·김 양인은 경찰신문에서 이러한 고소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애초 정을 통하게된 것은 70년 7월께. 당시 김현이 동남아공연을 위해 동대문상가「아파트」소재 「애플·레코드」사 사무실에서 성호민을 만나 외국가요의 편곡을 부탁했다. 편곡사무로 자주 만나게된 이들은 7월하순께 남산(南山)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자 후암동의 어떤 여관을 찾게됐다. 소나기 퍼붓는 밤, 할수없이 여관으로 시간은 밤 12시가 가까울 무렵. 첫정을 통하던 순간의 진술에서 이들은 다음과 같이 수사관에게 답변. 『처음 여관으로 갈 때 술에 취해서 무어라고 했는지 기억이 없읍니다. 김현이 잘 안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 순순히 옷을 벗었나? 『소나기는 억수로 내리고 시간은 12시여서 별 수 없이 들어갔는데 여관에 들어가자 옷을 잘 벗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로 벗겼읍니다』 다음은 김현쪽의 답변. 『그냥 산책하다가 연관에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허락했읍니다』 - 처자가 있는걸 알았나? 『처음엔 몰랐어요. 뒤에야 알았지만 오늘내일 이혼한다고해서 계속 사귀었읍니다』 부인 김여인은 김현이 『창천동 160에 살고 있으며 현국회의원 김모씨가 그의 오빠』라고 주장. 그러나 김현은 조서에서 가족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관들의 견해는 김현의 신분이 모 국회의원의 일가족이라는게 확실하다는 것. 『물론 남의 가정을 파괴한것에 대해선 죄과가 없을수 없죠. 그러나 그이는 1년이상 부인과 이혼하기 위해 별거생활을 해왔어요. 위자료 1백만원으로 합의 이혼하기로 했으니까 잘 될 겁니다』 단독 「인터뷰」를 통해 밝힌 김현양의 발언. 성호민은 『애정없는 결혼생활은 할 수 없는거 아녜요? 결혼신고를 했기때문에 우리의 사이가 어차피 부정한 관계가 된건 사실이지만 사랑으로 결합된 관계니까 앞으로 떳떳하게 정식 결혼식을 올리겠읍니다』라고 밝혔다. 『남의 가정을 그렇게 마구 짓밟아도 좋다는 사람들은 백번 벌을 받아 마땅해요』 작달막한 키에 다부진 용모의 김여인은 경찰서 뜰에 앉아 원망스럽게 뇌까렸다. (A) [선데이서울 71년 5월 9일호 제4권 18호 통권 제 135호]
  • [이정연 가족클리닉-행복찾기] 이혼한 시누이만 챙겨주는 남편

    Q직장 동료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안정된 공무원 신분이고 자상한 면에 끌려 결혼했는데 시누이와 너무 각별한 것이 문제입니다. 어머니와 여동생 그렇게 세 식구가 어렵게 살면서 성장해서 그런지 자기 가족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해 분가할 때에도 심하게 다투었습니다. 이혼한 시누이를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라며 시간만 나면 가서 챙겨주는데, 심지어는 우리 딸보다 여동생의 아이를 더 보살필 정도입니다. 그렇게 10년을 살다 보니 이제는 우리가 부부인 게 맞나 싶고, 죽어도 남편과 같이 묻히고 싶지 않다고 하는 친정 엄마의 말에 수긍이 갑니다. - 윤가현(가명·38세) A요즘엔 사위가 처가에 더 잘한다고 하지요. 그런데 윤가현씨 사례를 보면 이런 경우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아내, 자기 아이보다 여동생을 더 보살핀다고 하면 드라마의 내용이라면 모를까, 현실적으로 흔한 사례는 아닙니다. 남편의 특수한 가족배경에 의해 그렇게 학습된 것으로 이해는 되지만 남편의 관심이 여동생에게 우선 맞춰져 있다면 부인의 입장에서는 마음 고생이 무척 심하리라고 봅니다. 가족상담을 하다 보면 문제성 상담이 대부분입니다. 남편의 외도, 사업실패, 부인의 낭비벽, 자녀의 패륜행동 등 가족 체계를 통째로 흔드는 사건 말입니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는 뚜렷하게 악역을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들 착하고 성실합니다. 서로를 속이거나 폭력을 가하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누구도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없는데 가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당사자들이 해결책을 찾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우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조율해야 합니다. 오빠가 동생을 보살피는 게 잘못인지, 오누이 사이를 의심하는 게 잘못인지, 그것만으로도 끝이 없는 싸움을 하게 됩니다. 가족이 어떻게 사는 게 정상인지를 따지기보다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부부가 먼저 자기 생각을 말해 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향을 잡아가야 합니다. 온 식구가 오순도순 사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 해도 자기 가정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있으며, 의식적으로 메우려고 합니다. 아마도 남편에게 있어서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책임의식이 강하고, 부인의 경우는 애정 없이 살아온 친정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는 욕구가 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분은 각자의 결핍된 욕구를 채워나가도록 배우자가 자신의 뜻을 따라와 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두 분은 함께 추는 춤이 서툴러 서로의 발등을 밟고 있습니다. 아무리 동기가 순수하다고 해도 의도적으로 끌고 나가려고 하면 주변 사람들과도 부딪치게 마련입니다. 윤가현씨는 애정만큼이나 동정심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기 때문에 남편이 여동생에게 향하는 마음과 경쟁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여동생이 오빠를 조종하거나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할 수 있겠지만, 불쌍하게 사는 여동생을 돕는 남편의 마음은 그런 차원을 넘어선 것일 수 있으므로,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부부사이만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10년보다 더 많은 시간이 두 분 앞에 놓여 있습니다. 자신의 가정, 자신의 노후 계획도 세워야 합니다. 남편은 부모형제를 다 안고 가려는 무리한 계획을 내려놓고, 학자금 지원이나 보험 등으로 일부분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세요. 생기는 대로 퍼주는 식은 의존심만 기르게 됩니다. 그리고 부인은 오누이간의 애틋한 정을 떼어놓으려고 하기보다는 부부간의 독립된 시간과 일정을 잡도록 하세요. 남편의 지갑보다는 남편과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부인이 표현한다면 남편도 점차 균형을 잡아갈 것입니다. <목포대 교수·한국가족상담사협회장>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과 이정연 목포대 교수의 가족클리닉은 오늘로 연재를 마칩니다.
  • [新 인디아 리포트] (2) 아시아 최대 슬럼가 다라비를 가다

    [新 인디아 리포트] (2) 아시아 최대 슬럼가 다라비를 가다

    |뭄바이(인도)최종찬특파원| 뭄바이의 아시아 최대슬럼가인 다라비에는 5만 7000여채의 다 쓰러져 가는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60여만명의 주민들이 대물림된 가난으로 굽은 등을 서로 맞대며 살아가는 곳이다. 뭄바이 시내와 외곽을 잇는 철도 옆에 길게 분포하고 있으며 한쪽 끝은 국제공항과 맞붙어 있었다. 식스티피트 도로에 의해 두 구역으로 나눠지며 북쪽으로 맹그로브 늪지대와 신흥 금융중심지인 반드라-쿨라 콤플렉스가 인접해 있다. 총면적은 525에이커(64만평)에 달한다. 조용한 어촌이었던 이곳은 남인도인들이 먹고 살 거리를 찾아 상경하면서 슬럼가로 변했다. ● 뭄바이 전체인구 중 55% ‘슬럼가 생활´ 입구 큰 도로는 늘 차량들로 심한 교통체증을 앓고 있었다. 경찰까지 나와 교통을 정리해도 역부족이었다.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각에도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한낮을 방불케 했다.‘도떼기 시장’의 왁자지껄 모드로 사람들은 떠밀려 가고 떠밀려 왔다. 다름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주민들은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을 인도인 특유의 익살스러움으로 대했다. 사람과 차량으로 꽉 찬 큰 길을 중심으로 양쪽에 ‘판잣집’ 같은 이층집들이 군인들 열병하듯 나란히 도열해 있었다. 재봉틀로 옷감을 수선하는 일에서부터 가족제품을 만드는 일에 이르기까지 돈 되는 것이면 뭐든지 만드는 2∼3평짜리 가내수공업공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공장마다 서너명의 직원들이 바쁜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싸구려 장신구, 전기 장비, 가짜 물건을 팔면서 생계를 연명한다. 이곳의 특산품은 진흙을 이용한 생활도자기로 서민들의 생활필수품이다. 길 한쪽엔 일거리가 없어 하릴없는 사내들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서 있었다. 스쿠터위에 앉아 있던 ‘35년차 터줏대감’ 압둘 세이크(53)는 “그동안 채소장사를 하며 괜찮은 생활을 해 왔는데 타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수입이 줄어들어 지금은 놀고 있다.”면서 “그래도 안 굶기고 키운 자식 4명이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살기에 나는 행복한 편”이라며 큰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동네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취재수첩과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방인을 신기하다는 듯 구경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젊은이들은 장난기와 수줍은 미소가 오버랩되는 자세로 포즈를 취했다. ● 한달 내내 일해야 손에 쥐는건 4만~5만원뿐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개천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인력거에 앉아 쉬고 있던 ‘20년차 주민’ 데벤드라 팔(48)은 꿈이 있는가라고 묻자 “인력거 벌이가 신통찮아 한달 수입이 2000루피(46960원) 정도다. 하루 세끼를 다 못 먹을 때도 있는데 어떻게 꿈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도 “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니 식품류 캔을 수집하는 공장이 나오고 사내들이 캔에 남아 있는 기름을 땅에 쏟아 붓고 있었다. 이 공장을 지나자마자 앳된 얼굴의 여성이 흙이 잔뜩 묻은 플라스틱 병들을 큰 부대자루에 담고 있었다. 거친 일에도 불구하고 예쁜 미소를 짓는 신혼주부 비마마(23)는 “카르나카타 주에서 1년 전에 시집와 시부모, 남편, 시동생, 시누이 두명과 함께 살며 모두 돈벌이한다.”며 “내 꿈은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인데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힘없이 털어놨다. 그녀가 플라스틱 병 등 재활용품을 수집해 버는 돈은 한 달에 2500루피.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대가치고는 너무 적었다. 그녀와 얘기하는 동안에 공장 한쪽에서 인근 공항에서 가져온 기내 도시락용기와 포크, 스푼 등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던 중년 아낙들이 잠시 손을 놓고 이방인을 구경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한쪽에 서 있던 젊은 사내가 일을 하라고 호통을 쳤기 때문이었다. 뭄바이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 있는 재활용업체 사장 사에드 가우스(28)는 “직원은 모두 6명으로 한 달 순수익은 5000∼1만루피정도”라며 “내 꿈은 이 사업을 키워 재활용공장을 세우고 독일로 수출하는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현재 뭄바이 인구 1700만명 가운데 55%는 2500개의 슬럼가에서 살고 있다. 이 중 50%는 사유지,25%는 정부소유의 땅,25%는 시유지에 산다. 지금 이 시각에도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한 이들이 ‘뭄바이 드림’을 꿈꾸며 슬럼가를 찾고 있다. 연간 뭄바이 유입인구 50만명 가운데 40만명은 슬럼가에 정착한다. ● 정부 재개발계획 불구 주민들 반대 목소리 커 뭄바이 한 복판에 있는 다라비는 계속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 마하라슈트라 주정부가 대대적인 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엔 세계 40대 도시의 건설업체들이 참여한다. 소요되는 자금은 총 23억달러로 추정된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라비는 고층아파트단지와 대형 상가 등이 들어선 신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계획을 추진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먼저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지금의 분위기로 보면 대부분 찬성하지 않을 것 같다. 삶의 터전이자 생계 기반인 이곳을 쉽게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성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만모한 싱 인도총리의 말처럼 개발보다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 성격상 주민들이 반대하는 한 무리하게 개발을 강행하지 않을 것 같아서다. “재개발을 해봤자 우리의 생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이익은 건설업자에게만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이대로 지금처럼 이곳에서 살기를 원한다.”는 가우스 사장의 말이 다라비 주민의 정서를 오롯이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siinjc@seoul.co.kr ■ 용어 클릭 ●나비 뭄바이 뭄바이 도심에서 30㎞ 떨어진 아라비아해 연안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 계획도시. 뉴인디아의 상징으로 여의도 면적의 116배에 달한다.100㎢ 규모의 경제특구를 건설해 4500개 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국제공항뿐만 아니라 세계 수준의 학교, 병원, 호텔도 2000개나 들어서게 된다. ■ “관상을 봐주는 것은 좋은 카르마(業) 얻는 것” |뭄바이(인도)최종찬특파원|“인생은 무(無)다. 도를 깨우치려면 명상을 하라. 명상은 호흡과 함께 이뤄져야 최고 효과를 얻는다. 왜냐하면 몸 안이 신전이기 때문이다.” 구루(정신적 지도자 또는 스승) Y S 두갈(70)은 나이에 비해 젊고 건강했다. 나비 뭄바이 네룰 지역 주상복합 4층에 사는 그는 인도 최대 신문인 인디아타임스에서 1998년 7월11일자에 소개했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그에 따르면 관상은 사람의 모든 것을 알려 준다.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게 해 준다. 그가 관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2세 때였다. “어머니와 함께 기차여행을 했는데 생면부지의 승객들이 우리 얼굴만 보고도 우리들에 대해 얘기했었다. 이때부터 나는 관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스승을 만나 체계적으로 배웠다.” 거실 한쪽 벽엔 스승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는 “스승을 화두로 명상을 하면 무아지경에 이른다.”며 “호흡으로 명상이 가능하며 우주와 삶이 호흡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스승의 이름을 묻자 그는 스승의 이름은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관상은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관상을 봐주면서 돈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남을 도와 주게 되면 좋은 카르마(業)를 얻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그는 “사람들의 특징, 목소리, 자세를 보면 그의 성격을 알 수 있고 그의 과거와 미래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마다 마음속에 신을 지닌다는 인도인답게 머리로 살아 가는 그는 “이혼문제로 힘들어 하는 대학교수인 딸의 고민을 명상을 통해 쉽게 해결했다.”고 자랑했다. 명상이 실생활에 응용된 사례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태아 4개월째에 자신의 모든 것이 다 정해진다는 그는 끝으로 손가락을 모아 명상하는 법을 보여 줬다.“엄지손가락은 뇌, 새끼손가락은 심장과 통한다. 손가락은 세상을 향한 안테나로 세상의 모든 것이 이 안테나를 통해 내 몸안으로 들어온다.” siinjc@seoul.co.kr
  • 105세 시어머니·정신지체 시누이 보살펴

    105세 시어머니·정신지체 시누이 보살펴

    100살이 넘은 시어머니와 정신지체 장애인인 시누이를 30년 넘게 보살펴온 70대 할머니가 올해의 ‘삼성 효행 대상’을 받았다. 삼성복지재단은 올해로 32회째를 맞은 삼성효행상 대상 수상자로 김찬임(73)씨를 선정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삼성효행상은 1975년 이병철 당시 삼성 회장(1987년 별세)이 제정했다. 효행, 경로, 특별, 청소년 4개 부문으로 나눠 포상한다. 대상 수상자는 올해부터 3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김씨는 전남 완도군 약산면에서 시댁 식구들과 함께 산다. 시어머니는 올해 105세로 완도군 최장수 노인이다. 하지만 중풍으로 6년 전부터 거동을 못한다. 올해 57세인 손아래 시누이는 정신지체 장애인이다.40대에 남편을 잃은 김씨는 그때부터 굴과 미역을 채취하거나 허드렛일 등을 하며 시모·시누이를 보살피는 한편 5남매를 키웠다. 효행상은 김순복(여·46), 김진원(남·59)씨, 경로상은 구도회(단체·회장 최병욱)와 제주시 구좌읍(단체·읍장 이순배), 특별상은 박진석(남·69세) 등에게 각각 돌아갔다. 시상식은 고(故) 이 회장의 20주기인 다음달 20일 서울 서소문 호암아트홀에서 이 회장 추모행사를 겸해 열린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05일 TV 하이라이트]

    ●해피투게더(KBS2 오후 11시5분) 유재석과 함께 웃음으로 가득 채워 줄 MC군단.7년 만에 KBS에 컴백한 박명수와 이유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자칭미녀 신봉선, 버라이어티 MC에 처음 도전하는 쌍칼 박준규가 스쿨 시트콤 버라이어티에 도전한다.`방과 후 퀴즈´에서는 장학금을 걸고 MC군단과 고등학생군단이 리얼 대결을 펼친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재외국민에게 참정권을 주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동포사회의 의견을 들어본다. 대부분은 권리를 찾게 돼 기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들이 투표권이 몇 년 뒤에 부여될 것이라는데 아쉬워한다. 재외국민들이 국내 정치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동포사회가 분열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똑똑! 교육충전소(EBS 오후 8시) 우리나라 중고생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작심삼일로 자기주도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학습 솔루션과 가족상담 솔루션을 실시해 가정에서의 어떤 습관이 아이들의 작심삼일을 부추기는지 알아본다.   ●슈퍼 코리언(SBS 오후 3시55분) 시골에서 자란 윤무부 박사는 어려서부터 새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청둥오리를 잡고 먹음직스럽다고 말하는 친구와는 달리 청둥오리를 관찰하고 공부하면서 새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다.“예전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새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라는 새 박사 윤무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불만제로(MBC 오후 6시50분) 보험계의 빅히트 상품 실버보험. 그런데 광고만 믿고 가입했던 소비자들이 큰코 다쳤는데…. 모든 위험을 다 보장해 준다는 실버보험 무엇이 문제일까? S라인과 멋진 근육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헬스 보조제의 열풍이 불고 있다. 먹으면 무조건 살이 빠진다는 이 약의 정체는 무엇일까?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30분) 결혼 2년차 새댁으로 일본에서 온 마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천진난만한 그녀는 오늘도 시어머니 옆에서 동화구연을 배우기에 한창이다. 이제 막 태어난 아들을 위해 저금통을 채우고, 시누이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며 이벤트를 준비하는 마키 부부의 신혼생활을 엿본다.
  • [여성&남성] ”지나친 내리사랑 간섭같아 싫어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나와 그의 만남’이라기 보다 ‘내 가족과 그의 가족’이 만났다는 의미가 더 크다. 수십년을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가족 행세를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 그래도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의 가족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 짝의 가족들을 살갑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것만은 정말 참을 수 없다는 것, 모두가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결혼한 여와 남들로부터 푸념을 들어 봤다. ■ 남 ●과도한 관심이 외려 부담스럽기만 회사원 이모(34)씨는 처가를 찾을 때마다 손이 큰 장모가 고봉으로 퍼주는 밥그릇이 공포다. 연애 시절 인사를 가기 전 아내가 “우리 엄마는 밥 잘먹는 남자를 좋아해.”라고 하기에 밥을 두 공기나 후딱 처리했던 게 화근이었다. 당시 흐뭇해 하시는 장모를 보고 눈치를 보며 음식을 먹다 보니 결혼한 뒤에도 처가에 가면 과식을 하게 된다. “배가 불러 죽겠는데 자꾸 음식을 더 주실 때 정말 괴롭죠. 그렇다고 이미 잘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양을 줄이면 섭섭해 하실까봐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회사원 한모(27)씨 역시 너무 잘 챙겨 주는 장모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고향이 강원도라 아무래도 처가가 접근성이 뛰어나다 보니 자주 만나게 되는 한씨에게 장모는 비싼 식사나 계절별 옷까지 사서 챙겨 준다. 얼마 전에는 친부모 생신이라며 양복을 맞춰 준다고도 했다.“복에 겨운 소리인 거 같지만 과도하게 챙겨 주시는 건 사실 부담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위계 질서에 차별까지, 집에선 그러기 싫어” 회사원 이모(35)씨는 사위들 간에 위계질서를 잡으려는 처가가 영 못마땅하다.6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한 이씨는 손위 동서가 자신보다 2살 어려 편하게 대하려고 했지만 처가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일부러 그러는지는 몰라도 이씨만 앞에 있으면 장인 장모가 손위 동서에게 “큰사위, 큰사위”하며 은근히 위계를 강조한다.“밥 한번 먹으러가도 자꾸 그러시니 가시방석이지요. 아내도 못마땅해하지만 얘기하면 왠지 속이 좁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회사원 김모(36)씨는 친아들과 사위를 차별하는 처가가 눈에 거슬린다. 김씨는 평소 장모가 먼곳에 가기 위해 차가 필요하다거나 무거운 쌀 등을 옮길 일이 있으면 부탁을 받고 발벗고 나서 일을 도왔다. 허드렛일이라고 생각됐지만 그래도 장모 사랑만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처남들은 그 시간에 뻔히 놀고 있었다.“나중에 아내한테 들었더니 애매한 궂은 일은 전부 사위에게 시키려고 하신다더군요. 맥이 탁 풀렸습니다.” ●천냥 빚을 마음에 지운 비수 같은 말 한마디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마음속에 품게 된 경우도 있었다. 회사원 김모(33)씨는 최근 장인과 저녁을 먹다가 언짢은 소리를 들었다. 장인은 “어제 야유회를 갔는데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이 직접 빚은 토속술을 가져 왔더라고.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좋더구만.”이라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씨의 마음이 불편했던 건 김씨의 고향집에서도 장인에게 매년 직접 담근 술을 보내 왔기 때문이다. 장인은 “사돈이 보내 주는 술은 소주 냄새가 나던데 그 술은 안 그렇더라고.”라고까지 했다. 아내가 나서서 장인의 입을 막았지만 섭섭함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회사원 정모(33)씨는 아내를 걱정하는 장인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결혼한 뒤 살이 오르기 시작한 자신에 비해 아내는 외려 살이 빠진 게 화근이었다. 장인이 “자네가 고생시켜 그런거 아닌가.”라더니 처가 가족들이 모두 “밥 좀 챙겨 먹여라.”고 공세를 펼쳤다.“모두가 농담이라며 말을 건넸지만 사실 농담 속에 뼈가 있는 거죠. 안 그래도 결혼한 뒤 회사도 그만두고 시부모까지 모시고 사는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인데 직접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상처가 되어 마음을 후벼파더군요.” 회사원 정모(31)씨는 아이 봐주기 힘들어하는 장모의 푸념이 아쉽다. 정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태어난 지 7개월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탁아시설에 맡기기는 또 불안해 장모에게 아이를 보게 하고 있다. 자신의 부모에게 맡길 생각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외국에서 사업을 하셔서 어머니가 자주 외국에 나가 보셔야 하기 때문에 여건상 어렵다. 이 때문에 결혼한 뒤 집도 일부러 처가 근처에 얻었다. 하지만 장모는 요즘 볼 때마다 “더 이상 못 봐주겠다.”며 투정을 부려 정씨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항상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있고 용돈도 넉넉히 드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말씀을 공공연히 하시면 사실 미안한 마음보다 난감한 마음이 먼저 들죠. 어려운 건 알지만 내색은 안해 주셨으면 좋겠다 싶어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여 ●며느리들의 영원한 스트레스 ‘명절’ 어버이 날을 비롯해 뜻깊은 가족행사나 명절이 다가오면 며느리들에게는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임모(32)씨는 “일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다.”면서 “정작 문제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을 왜 친정에서는 할 수 없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누이는 시댁에 갔다가 저녁에 친정에 옵니다. 시부모는 언제나 시누이에게 빨리 오라고 전화를 해요. 그래놓고는 나보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시누이 보겠느냐.’면서 시누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친정에 가라고 해요.” 장모(33)씨는 “시부모는 딸 같으니까 맛있는 거 더 해주고 싶어서 더 있다가 가라며 명절 연휴 마지막 날까지 붙잡으려 하신다.”면서 “하지만 그 맛있는 음식 준비하고 설거지하는 건 누구 몫이냐.”고 반문한다. ●수년을 살았어도 여전히 ‘이방인’ 김모(35)씨는 결혼 5년차인 지금도 시댁에서 자신이 이방인이라고 느낀다.“시댁에서 비빔밥을 먹는데 시어머니는 마침 하나밖에 없던 달걀을 슬그머니 남편 그릇 위에 얹어 놓는 거예요.” 김씨는 “그냥 모른 척했지만 항상 그런 식”이라면서 “그 이후로는 시댁에서 비빔밥을 절대 안 먹는다.”고 털어놨다. 마모(33)씨는 지난 설날 때 시어머니가 던진 ‘농담(?)’ 한마디가 앙금으로 남았다. 그는 “방 보일러가 고장나 냉방이었는데 시어머니는 나와 동서에게 ‘너희가 보일러가 고장난 방에 가서 같이 자라.’고 하셨다.”면서 “내가 딸이었더라도 그렇게 말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때론 시부모의 ‘배려’가 며느리에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직장에 다니는 박모(31)씨의 시부모는 “피곤할 테니 평일에는 시어머니가 차려 준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한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하고 과일 먹고 얘기 좀 하고 집에 오면 밤 11시가 훌쩍 넘는다. 집에 돌아와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침준비하고 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박씨는 “가끔은 피곤해서 일찍 자고 싶다.”면서 “일주일에 하루 만이라도 ‘회식’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 한모(35)씨는 아기 문제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는 “시어머니가 가끔 친정에 전화해서 애가 빨리 안 생겨 걱정이라고 말하신다.”면서 “시어머니는 내가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그런다지만 내 처지에선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한다. 그는 “한약을 지어라,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봐라 얘길 하시는데 애가 안 생기는 게 무조건 며느리 탓이냐.”고 항변했다. 아기를 낳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김모(38)씨는 시부모가 지나치게 손자만 챙기는 게 걱정이다. 그는 “시부모는 항상 큰 동서네 손자만 예뻐하고 우리 딸은 관심 밖이다.”면서 “딸이 눈치 보느라 방에서 혼자 노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때론 시부모보다 남편이 더 얄밉다. 황모(36)씨는 남편이 툭하면 “엄마는 그 나이 먹도록 직장 다녀서 불쌍하고 여동생은 남편 잘못 만나서 애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 게 불쌍하다.”고 할 때마다 화가 난다. 자신이 아이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 건 당연한 줄 알기 때문이다. 강모(39)씨는 “명절 때 며느리 둘이서 정신없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으면 남편은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과일 깎아 달라, 새참 차려 달라고 요구한다.”며 서운해 했다. 그는 “어느 명절엔 음식을 다 끝내고 시어머니가 다함께 맥주 한 잔 하자며 며느리들에게 밤 11시에 술심부름을 시켰다.”면서 “그런데도 남편이 못 들은 척할 때 정말 얄미웠다.”고 말했다. 시부모가 고마웠던 때도 있다. 연모(30)씨는 “설이나 추석 중 한번은 친정에 간다.”면서 “친정은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엄마밖에 없어서 결혼할 때 시부모에게 양해를 구했다.”면서 “시부모가 흔쾌히 허락해 줘서 많이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고마운 마음에 시부모에게 더 마음을 쓰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모(34)씨는 “남편과 말다툼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시부모는 항상 내 편을 들어준다.”면서 “이제는 ‘시부모에게 알리겠다.’고 말만 하면 남편이 내 뜻을 따라준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데스크시각] 경제에 성역은 없다/백문일 경제부 차장급

    부부 싸움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시댁과 친정 얘기다.“네집은 뭐가 잘났기에 큰소리야.”라고 내뱉는 순간, 상황은 심각해진다. 자식 때문에 참고 지낼 문제들도 제 부모님을 들먹거리면 발끈한다. 효자, 효녀라서가 아니라 집안의 자존심이 걸려서다. 자칫 ‘칼로 물 베기’라는 부부 싸움이 ‘말로 파탄 내기’로 끝날 수도 있다. 친구끼리도 지켜야 할 ‘불문율’ 3가지가 있다. 친구의 연애담과 술자리, 보너스 얘기는 ‘모르쇠’로 나가야 한다.“그 친구랑 2차 갔는데 잘 놀더구먼.”이라고 했다가는 “당신, 나 만나기 전에 사귀었던 박양이 누구야.”라는 아내의 말을 듣게 된다. 친구가 보너스를 받았을 때에도 침묵을 지켜야 한다. 한마디로 ‘성역(聖域)’이다. 아내들도 그들만의 성역이 있다. 시부모나 시누이와의 갈등에서부터 신체적 고민, 자녀교육, 남편과의 ‘밤일’ 등이다. 하지만 이런 성역들은 지킬수록 ‘도움’이 되고 가정의 평화가 유지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독’이 되는 성역이 있다. 그동안 건드리기만 해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부분으로 이제는 깨뜨려야 할 대상이다. 농업과 중소기업, 영세자영업 등이다. 매맞을 소릴는지 모르지만 ‘농자는 천하의 대본’일 수가 없다. 인구의 8%나 되는 농촌을 포기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식량안보나 농촌의 특수성을 거론하기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를 껴안고 가서는 농업이 살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한·미 FTA 협상에서 농업 분과위가 잘했다고 한다. 쌀은 관세화를 피했고 쇠고기나 마늘 등은 관세철폐를 10년 이상 늦췄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독약처방’과 다를 바 없다. 농업은 지금 스스로도 변하고 있다. 신기술과 유기농 식품을 개발,‘블루오션’을 헤쳐나가는 농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농촌을 관광화하려는 시도도 잇따른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금융지원의 문턱은 높고 신기술 인증은 까다롭다. 복잡한 규제도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쟁력이 뒤처지는 농업 부문에 지원할 여력을 조금만이라도 이들에게 돌린다면 농업 환경은 금세 달라질 것이다. 기존의 농촌 시설과 자생력이 없는 분야에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정치적 날품’이자 ‘국가적 낭비’이다. 농업도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산업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퍼주기식 지원이 줄었다고 하지만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증은 2003년에만 43조원에 이른다. 외환위기 이전 10조원의 4배를 넘는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신용보증 비율은 한국이 6.2%인 반면 미국 0.1%, 프랑스 0.4% 등이다. 반면 중소기업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0년 5.8%에서 2005년 4.4%로 떨어졌다. 중소기업 10개 가운데 1∼2개는 시장에서 ‘회생불능’ 판정을 받은 지 오래다. 이쯤되면 중소기업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은행들은 대기업이나 가계를 상대로 한 대출이 막히자 중기 대출을 늘리고 있다. 일반은행의 중기 대출은 1996년 50조원에서 지난해 200조원에 육박했다. 문제는 우량기업이나 불량기업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못되면 부담은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온다. 재벌이나 은행의 ‘대마불패’ 신화가 깨진 지 오래건만 정부와 정치권은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도 골칫거리다. 전국에 식당이 60만개가 있다. 우리 인구를 감안하면 식당 1개당 고객은 80명이다. 처음부터 수지맞지 않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경제적 약자라는 이유로 정부는 이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방송에선 대박나는 식당으로 소개, 과잉공급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이 왜곡됐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성역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백문일 경제부 차장급 mi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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