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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안방극장, 더 강력해진 ‘펜’들이 온다

    새해 안방극장, 더 강력해진 ‘펜’들이 온다

    지난해 좀처럼 정 붙이고 볼만한 드라마가 없었다면 2016년은 기대해도 좋다. 화려한 글발과 탄탄한 구성력을 갖춘 스타 작가 군단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로 불릴 만큼 작가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들 작품에 출연하는 스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연초부터 안방극장에서는 스타 작가들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신사의 품격’ 등 인기 드라마를 집필해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로 불리는 김은숙 작가는 2월 중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컴백한다. ‘여왕의 교실’을 썼던 김원석 작가와 공동 집필을 맡았지만 멜로에 강한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티저 예고편에서 특전사 소속 해외 파병 팀장 유시진(송중기)과 여의사 강모인(송혜교)이 나누는 대화에도 통통 튀는 김 작가의 대사발이 강조됐다. 150억원이 투입된 100% 사전 제작 드라마로 송중기의 군 제대 복귀작이다. ‘시청률 제조기’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드라마계의 대모 김수현 작가도 다음달 13일 방영될 SBS 주말극 ‘그래, 그런 거야’로 컴백을 앞두고 있다. 전작인 ‘인생은 아름다워’ ‘무자식 상팔자’ 등에서 동성애, 황혼 이혼 등 한국 사회 이면의 문제를 통찰력 있는 시각과 날카로운 필체로 다뤄 온 김 작가는 신작에서 현대 사회에서 대가족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60부작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SBS는 지난해 3월 ‘떴다 패밀리’ 이후 폐지했던 오후 9시대 주말극 시간에 김 작가의 신작을 편성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 등 추리 수사물로 정평이 나 있는 김은희 작가는 tvN에서 ‘응답하라 1988’ 후속으로 22일 첫 방송되는 금토 드라마 ‘시그널’로 컴백한다. 김혜수가 데뷔 이후 첫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한 데는 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신뢰가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드라마 ‘부활’, ‘마왕’을 집필한 김지우 작가도 3월 방송되는 tvN 드라마 ‘기억’으로 돌아온다. 꽃피는 봄에도 스타 작가들의 컴백은 계속된다. 4월 방영 예정인 ‘폭군’은 장영철 작가의 복귀작으로 올해 MBC 드라마 가운데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 중 하나다.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부터 20년에 걸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남성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를 50부작에 걸쳐 담는다. 장 작가는 ‘자이언트’ ‘기황후’ ‘돈의 화신’ 등 장편 시대극에서 선 굵고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2010년 ‘자이언트’로 연기자로서 한 단계 성숙했던 황정음이 여주인공의 물망에 올라 있다. 단단한 마니아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노희경 작가는 5월에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로 돌아온다. ‘괜찮아, 사랑이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으로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다져 온 노 작가는 이번에는 황혼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고현정도 3년 만에 드라마에 컴백하며 노희경 사단으로 불리는 조인성과 이광수도 특별 출연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 감수성 짙은 드라마를 집필해 온 이경희 작가는 오는 9월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로 돌아온다. 소지섭, 비, 장혁, 송중기는 이 작가의 작품으로 줄줄이 스타덤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 가슴 아픈 악연으로 헤어졌던 두 남녀가 안하무인 톱스타와 비굴하고 속물적인 다큐 피디로 재회해 그려 가는 사랑 이야기로 김우빈과 수지가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한편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도 SBS와 올 하반기 컴백을 논의 중이다. 박 작가는 배우 전지현 소속사와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어 전지현의 컴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또한 ‘고개 숙인 남자’ ‘로비스트’ 등을 썼던 베테랑 주찬옥 작가는 드라마 ‘장미 전쟁’으로 복귀를 앞두고 있고 김남주가 여주인공으로 출연을 검토 중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스타 작가들은 필력과 내공은 물론 대중이 원하는 코드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면서 “스타 작가들이 최근 시청률 한 자릿수 드라마가 속출하고 있는 침체된 안방극장을 살리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돈 먹는 ‘좀비기업’… 구조조정 절박

    돈 먹는 ‘좀비기업’… 구조조정 절박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성동조선 채권단인 시중은행장과 금융공기업 수장들이 줄줄이 불려갔다. 성동조선이 위치한 경남 통영이 지역구인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긴급 호출 때문이었다. 당시 성동조선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있던 채권단은 국회에서 ‘혼쭐’이 났다. 성동조선은 지역구 의원의 ‘입김’이 아니어도 채권단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데다 이를 조정할 컨트롤타워마저 실종되면서 구조조정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STX조선 채권단은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실사를 한 뒤 지난달 말쯤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달 초 개각설과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 등이 맞물리면서 발표가 계속 지연됐다. 부실기업 지원 여부는 표면적으로는 채권단의 판단 몫이지만 사실상 청와대와 정부의 ‘사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중순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에 “1조원 이상 유상증자를 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석 달 뒤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는 대우조선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과 노조 확인서 없이는 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지침을 정했다. 대우조선에 딸린 식솔과 지역 경제 등을 의식해 ‘묻지 마 지원’을 하려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방침을 살짝 바꾼 것이다. 갈팡질팡한 구조조정의 결과는 암울하다. 한국은행이 22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만성적 한계기업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10.6%인 2561개다. 기업 10곳 중 1곳이다. 2009년보다 2.4% 포인트 늘었다. 만성적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태가 2005년 이후 10년간 2차례 이상 있었던 기업을 뜻한다. 대기업 한계기업 비중이 같은 기간 6.6%에서 10.8%로 올라 중소기업(8.5%→10.6%)보다 더 가파르다. ‘대마불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큰 고통을 수반하는 수술”이라며 “(일정 정도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청와대의 확고한 시그널, 정부의 과감한 추진력, 정치권의 무간섭이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구조조정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기 전에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선거 등과 맞물리면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면서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든 (한국 신용등급을) 강등시키겠다는 무디스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환기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환경에서는 어떤 구조개혁도 성공하기 어렵다”며 “좀더 과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생각나눔] ‘회사채 시장 살리기’ 처방

    [생각나눔] ‘회사채 시장 살리기’ 처방

    미국 금리 인상과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얼어 가는 회사채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내년 초 처방전을 내놓는다. 돈이 안 돌면 기업 경영난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회사채 시장의 큰손인 연기금과 기관투자가 등이 좀 더 편하고 쉽게 회사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량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는 연기금의 투자 기준을 신용등급이 다소 떨어지는 회사채에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바꾸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되레 구조조정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와 “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거래량은 전달보다 3조 4669억원 줄어든 6조 1128억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8년 11월(4조 4028억원) 이후 최저치다. 최고 신용등급(AAA)인 SK텔레콤조차 지난달 회사채 발행 수요 예측 결과 200억원이 미달했다. 기업 신용도 하락에 부담을 느낀 투자가들이 회사채 매입을 꺼린 탓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회사채 시장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말이 좋아 다양한 회사채 투자 독려지 비(非)우량 회사채도 사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당장 터져 나왔다. 이하진 키움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한계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채권을 찍는 업종이 조선업”이라면서 “지난해 중순 ‘우량’ 등급을 받았던 대우조선해양처럼 업황이나 실적이 안 좋은데도 등급만 높은 회사채가 섞여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률이나 거래상황 등은 시장의 잣대(바로미터)인데 정부 방향성에 맞춘 회사채 매입은 시장의 건전한 신호(시그널)를 막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승 현대증권 운용전략부장은 “시장 논리에 따른 건전한 자본경쟁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 여신담당 관계자는 “국민 노후자금인 연기금이 지나친 변동성에 노출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면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면서 “부실기업 연명을 도와 결과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되레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옹호론도 있다. 내년 미국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자금이 빨려들어가 유동성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시장 기능만 믿고 있기에는 한국의 자본시장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진단에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시장이 필요 이상 휘둘릴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연기금에 억지로 회사채를 떠넘기거나 정부가 개입해 참여를 독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연기금을 포함해 좀 더 회사채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최재성 불출마… 주류發 물갈이 신호탄?

    최재성 불출마… 주류發 물갈이 신호탄?

    “돌아갈 배를 불태우고 밥할 솥을 제 손으로 깨뜨리는 ‘분주파부’(焚舟破釜)의 정신으로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분주파부는 2200여년 전 중국의 장수 항우가 진나라 군대와 싸우면서 부하들에게 사흘치 식량만 챙긴 채 솥을 모두 깨뜨리도록 한 뒤 타고 온 배마저 물에 빠뜨린 고사에서 비롯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17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비주류 역시 호남, 중진이란 이유로 인적 쇄신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앞서 김성곤 의원과 신학용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주류에서는 최 본부장이 처음이다. 전날 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혁명’을 선언하며 정면돌파에 나선 직후란 점에서 의미는 명확하다.앞서 문 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의 탈당과 윤건영·이호철·양정철 등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측근들의 불출마를 매듭지었지만 비주류 반응은 시큰둥했다. 측근 현역은 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4선 고지를 넘볼만 하다던 최 본부장의 불출마는 비주류를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주류 일각에서는 최근 ‘시집 강매’로 구설에 오른 3선 노영민 의원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다.최 본부장은 이날 다른 인사들의 ‘희생’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중진 용퇴론·험지 출마론으로 옮겨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지난 11일 안 의원의 탈당 직전 중진들이 중재안을 만들었을 때 “최소한의 진정성을 확보하려면 (중진들이) 그런 것(용퇴)을 포함해 헌신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중진들이 전부 황금 지역구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신인 가산점 결선투표제’ 등 공천혁신안 상당 부분이 최 본부장의 작품일 만큼 ‘문재인 혁신’의 선봉에 서 왔다. 불출마로 기득권을 내려놓은 최 본부장이 총선기획단장 등을 맡아 인적쇄신 및 시스템 공천의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비주류 측은 “비주류 공천 학살의 서막”이라며 우려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문 대표 측이 지금 시점에서 굳이 최 본부장의 불출마를 재확인한 건 치밀하면서도 추진력이 강한 그를 앞세워 칼자루를 휘두르겠다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번 주 전세계는 ‘옐런 입’만 바라본다

    이번 주 전세계는 ‘옐런 입’만 바라본다

    이번 주 지구촌의 눈과 귀는 온통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입에 쏠려 있다. 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지속된 제로 금리(0~0.25%)에 종언을 고하면 아무리 예고된 ‘이벤트’라고 하더라도 세계 금융시장이 한 차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15~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한다. 올해 마지막인 이번 회의에서는 2008년 12월 이후 제로 수준을 유지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2006년 12월 이후 9년 만이다. 옐런 의장은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돈을 풀어 성장을 떠받치자는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올 들어 금리 인상 시그널을 시장에 꾸준히 보냈다. 지난 5월 22일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지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올해 어느 시점(some point this year)에 금리 목표치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며 첫 신호를 냈고,이후에도 FOMC 정례 기자회견과 포럼 등을 통해 최소 8차례 이상 연내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다. 지난 2일 워싱턴 이코노믹클럽 강연에서는 “금리정책 정상화 시작을 너무 미루면 향후 급하게 긴축정책을 펼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다분히 매파적 경고까지 내보냈다. 시장도 ‘제로 금리 종식’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65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7%가 이달 금리 인상을 점쳤다. 블룸버그가 79명의 전문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3명을 제외하고는 같은 결론을 제시했다.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와 함께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갔던 글로벌 자금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등 세계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연준의 소통 및 인상 강도에 따라 시장이 받는 충격이 달랐다. 1994년 2월 3.0%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1년 만에 6.0%로 올랐을 때는 신흥국이 큰 혼란에 빠졌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 국가가 외환위기에 빠져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아시아까지 번졌다. 이른바 ‘테킬라 효과’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낸 보고서에서 “그 사이 우리나라는 외환건전성이 좋아졌고 국가부도 위험도 현격히 떨어져 ‘테킬라 효과’의 영향권에서 비켜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세계은행은 “둔화세를 보이는 신흥국 경제가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대외 악재를 만나면 퍼펙트 스톰(여러 충격이 겹쳐 엄청난 파괴력 발생)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우려 등을 의식해 옐런 의장도 “금리 인상이 단행되더라도 점진적으로 올릴 것”이라며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 2004년 6월 1.0%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5.25%까지 올랐을 때는 시장의 충격이 덜했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은 시장에 꾸준히 신호를 보내며 충격을 줄였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파급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오랜 기간 초저금리에 익숙해진 시장이 힘든 적응 기간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미 여러 차례 예고돼 당장 환율이나 금리, 주가지수 등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시장을 괴롭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2016년 주가 대전망] “위기속 잉태하는 대박 기회를 잡아라”

    [이명선 기자가 만난 사람] [2016년 주가 대전망] “위기속 잉태하는 대박 기회를 잡아라”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15~16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거의 확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65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응답자의 97%가 12월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특히 얼마 전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미국 경제단체 이코노믹클럽 주최 강연회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는 금리정책 정상화의 개시를 너무 오래 미룰 경우 추후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급작스럽게 긴축정책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얼마전 유럽중앙은행(ECB)은 거꾸로 예금금리를 0.10% 포인트 인하하고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2017년 3월까지로 연장하는 등 추가 부양책을 단행했다. 다음주 미국 금리인상이 확실시됨에 따라 세계 및 우리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인상시 국내 일반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자못 궁금하다. 1만% 신화적인 수익률로 주식매매의 달인이자 검증된 실전매매전문가 김웅성(필명 우슬초)씨에게 향후 한국증시의 궁금증에 대해 들어봤다. ⇒ 12월 중순 미국 금리인상 시 세계 및 국내 주식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결론적으로 과거사례를 보면 단기적 충격은 분명히 나온다. 근데 과거엔 금리인상을 전격적으로 했으나 지금은 1년 전부터 계속 시그널을 주고 있다.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불확실성이 지배될 때가 불안과 공포감이 온다. 그러나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단기적 충격은 있으나 이후 긍정적인 반등세가 이어질 것이다. 단 큰 사이클로 상승하는 게 아니라 단기적으로 상승과 하락이 반복된다는 얘기다.미국은 1990년 이후 3차례 금리를 인상했는데 가장 최근인 2004년에는 2년 동안 무려 17차례 걸쳐서 금리를 4.25%p나 올렸다. 앞서 1994년에는 1년 사이 6번에 나눠 3%p를 인상했는데 당시의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는 신흥국 시장의 위기로 이어졌다. 94년 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에서는 자금이 무더기로 이탈해 남미국가는 물론,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외환위기로까지 번졌다. 2004년 금리 인상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촉발하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왔고 우리 시장에서는 20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우리경제는 지표상으로는 단기외채나 외환보유액 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금리인상은 또다시 취약한 신흥국가들에 충격을 주면서 신흥국에 묶여있던 자금이 급격히 유출돼 통화가치 하락과 증시급락을 유도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진단된다. ⇒ 2016년 종합지수는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보나.2016년 주가지수의 기술적 고점은 2200P근처라고 본다. 이를 돌파하려면 경기흐름이나 새로운 주도주가 나와야 가능하나 아직 이런 신호가 안나오고 있다. 최저점으로는 1800P정도라고 본다. 노무라증권에서는 주가지수가 내년 상반기 안좋고 하반기에나 좋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반대일 듯하다. 외려 하반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2200P라는 의미는 지수 고점을 얘기하는 게 아니고 종목별 흐름이 상반기에 좋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연말까지 매수매도세력이 힘겨루기 파워게임을 할 것이므로 좀 안좋을 것이다. 종합지수는 사실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왜냐면 코스피 차트를 보면, 월봉으로 봤을 때 최고점은 경기가 좋았을 때, 주도주가 있을 때, 미국, 유럽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때다. 근데 지금은 주도주도 없고 해외도 안좋다. 우리나라가 큰 위험은 없고 현재 종목별 주가가 많이 빠져 있다. 종합지수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거고 문제는 지수보다 종목이 키포인트다. ⇒ 그렇다면 위기속 시나브로 잉태되는 대박의 기회가 있을까?향후 시장은 여러번에 걸쳐 대내외적인 악재와 다양한 변수로 인해 종목별 등락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도 늘 있어왔던 주기적 패턴이라는 사실이다. 이 흐름을 명확하게 읽고 미리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오히려 큰 부와 자산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술적 분석에 능한 사람이라면 주가나 부동산 최저 바닥권에서 나오는 몇 가지 중요한 시그널을 참고하면 가장 저점에서 매집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허나 애석하게도 대다수 일반 국민들은 그러한 안목이나 기술적 노하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 일반투자자들이 어렵지 않게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물론 있다. 아주 단순한 예로 각 언론과 방송과 매체에서 계속해서 위기라고 얘기하며 반복적으로 메인뉴스에 최소 2회 이상 언급되고 있으면 그때가 바로 최적의 바닥권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1년에 분기별로 반드시 한두 번 이상 국내주식시장이 폭락했다고 언론사 메인뉴스에서 난리부르스를 칠 때가 있다. 하루에 최소한 주가지수가 40~50P씩 폭락한다. 이게 한번, 두번 거쳐 3번째정도 투매가 나오면 주가가 더 이상 안 빠지면서 등락을 반복한다. 이때가 주식 매수찬스다. 이후 대표우량 종목들은 반드시 언제 그랬냐는듯 급상승한다. 1년에 서너 번만 이 방법을 반복해 활용해도 어렵지 않게 큰돈을 벌 수 있다. 물론 이때 아무 종목이나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글로벌 화두가 되거나 시장 주도업종이나 종목이었던 것들을 사들여야 단숨에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럼 내년 주식시장을 이끌 핵심 업종과 주도주는 무엇인지. 드론, 로봇주, 실버산업, 핀테크, ICT, 2차전지, 중국소비관련주를 주목해라.이 중에 내년초 1분기에 폭발력을 보여줄 강력한 테마주가 나올 것이다.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고 있는 신성장 산업, 신기술 개발업체가 내년에도 시장을 선도해 가는 주도주 역할을 할 것으로 진단된다. 세계적인 불경기하에서 그 틈새로 새로운 패러다임산업이 등장하고 있다. K팝, 한류열풍과 맞물리며 새 산업이 형성되면 어떤 업종이든 보통 3년간 대시세를 냈다는 사실이다. 실적으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투자 후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커진다. 근데 우리나라엔 그런 산업이 많지 않아 호재종목에 돈이 집중적으로 몰리게 된다. 요즘 뜨는 바이오, 제약, 화장품, 헬스케어, 의료정밀기기 등은 우리나라가 과거 30년간 투자한 건데 여태 한번도 결과가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 올해 처음으로 한미약품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한미약품 외에 LG생명과학, 동아제약, 녹십자 등에서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 반대로 내년엔 접근하지 말아야 할 주식은 뭘까.한국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60%에 육박한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전 국가적 전략이던 1990년대 중반까지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율은 25% 정도였다. 그런데 외환위기 발생 직후인 1998년 이 수치는 44%로 급등한 후 꾸준히 상승해 마침내 2008년 53%로 GDP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중국이 27%, 일본이 15%, 미국은 14% 정도다. 그런데 이런 우리 수출 전선에 최근 빨간불이 커졌다. 글로벌경제 침체속 저유가로 영향받는 국내 주력산업이었던 업종들이 꺾이고 있다. 특히 수출주력 업종들 중 선박, 철강, 자동차, 석유, 디스플레이, 섬유, 가전, 자동차부품, 컴퓨터, 반도체 등이 역성장한 것들이다. 중장기투자로선 조심할 필요가 있다. ⇒ 개미투자자들이 주식투자 시 가장 조심해야 점을 조언해달라.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의지하는 게 경제학자나 전문가, 애널, 정부의 말만 듣고 투자하는 것이다. 사실 이걸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가장 믿었던 전문가들한테 많이 당했다고 말한다. 저들의 말을 아주 무시하라는 게 아니다. 개인들이 스스로 기본적인 것만이라도 노력해 배우고 파악하는 훈련을 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경제신문, 뉴스를 자주 접하고 흐름을 파악해서 자기것으로 만들어라. ⇒ 좀더 구체적으로 주식매매 실전에 견줘 얘기한다면.사실 주식은 사람의 심리를 사고파는 게임이다. 근데 일반투자자들은 눈앞에 보이는 현상들, 호재, 뉴스만을 보고 쉽게 주식을 산다. 사람심리가 주로 올라갈 때 사고 싶어 따라잡는다. 이건 실전에서 정말 트레이딩을 잘하는 전문가들이 할수 있는 거다. 한마디로 사람들의 “심리가 멈추는 자리”, 즉 심리가 멈춘다는 건 매수-매도가 전멸일 때다. 이는 거래량을 보면 아는데 거래량이 완전바닥일 때다. 가격은 안빠지면서다. 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외국인들의 매매패턴 활용법이다. 일명 “외국인그림자매매기법”이다. 1주일에 한번씩 외인매매동향을 봐라. 외인연속 순매수, 순매도종목을 본다. 연속으로 16번, 25번, 30번 계속 산다. 이런 종목들을 평균단가에서 매수해놓고 잊어버려라. 단, 인내심이 아주 필요한데 1년이상 관찰해야 한다. 1~2년 후엔 대박으로 이어질종목이다. ⇒ 주식해서 수익내기가 어려운데 주식초보자도 가능한 필살기를 한가지만 공개한다면.검증된 기술이 40여가지가 있다. 근데 서로 유기적 상관성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게 캔들과 거래량법칙이다. 실전서 이걸 정립하는 데 10년 넘게 걸렸다. 필살기 중 가장 강력한 건 캔들과 거래량과 급소자리다. 이는 거래량으로 알 수 있는 것으로 이것만 알면 모든 종목거래시 정복가능하다. 일반인들이 거래량만을 보고서 가장 쉽게 초보도 수익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어느날 A종목이 거래량이 바닥에서 미미하다가 갑자기 40~50배이상 엄청나게 터진다, 그럼 이 종목은 1년동안 잠겨 물려 있는 주식을 세력들이 싹쓸이했다는 얘기다. 하루이틀 눌림목을 주는데 단타세력들, 물린 사람들의 것을 받아먹기 위해서다. 단, 그당시 최저가격을 깨면 안된다. ⇒ 이른바 “거래량 회전의법칙”이 가장 강력한 필살기라고 들었는데?예를 들면, A회사 전체주식량이 500만주라고 치자. 대주주지분이 30%라고 하면 이를 빼고나면 시중 유통가능한 매물은 350만주다, 근데 이게 바닥에서 350만주 이상 물량이 하루나 이틀, 삼일내 터지면 대박가능한 종목이다. 단, 음봉이든 양봉이든 꼬리가 달리든 최저점을 깨면 절대 안된다. 대박 시기는 세력들 맘이나 요즘 세력들은 얼마 안있다가 주가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거래량이 총주식 500만주를 넘기거나 700만주를 넘으면 더욱 좋다. 주로 중소형 종목 중에서 많이 나온다. ⇒ 2~3년 안에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서 엄청난 변화가 올수 있다는데?현재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두는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그리고 고령화다. 20년 이상 저성장 국면에서 최장기 반복적 경제위기를 격고 있는 일본과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그리고 유럽 국가들의 금융위기 이면에는 베이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로 인한 과도한 복지지출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적 위기가 아직도 진행형이고,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다지만 글로벌 시장은 계속해서 돈을 풀어대고 있고 이 돈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보다는 미국이나 일부 유럽, 그리고 일본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또다시 엄청난 버블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올해 부동산 착공 건수가 무려 70만 가구로 역대 최대치 물량이다. 약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문제, 그리고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인구절벽이 결국 국내 시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국내경기는 장기적 저성장국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국민 각자가 사전에 대비책을 세워놓지 않는다면 3년 안에 대다수 국민들은 현재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실전매매 전문가 김웅성씨는 누구?1984년 대학생 때 처음 주식투자를 했다. 그러다가 1987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100만원가량으로 아무런 기술적 지식도 없이 시작했다. 그때 최고였던 금성사와 대우전자주식을 매수했는데 한두달 후에 80%의 엄청난 꿀맛수익률을 맛봤다. 허나 나중엔 다시 떨어져 쓴맛을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바로 IT벤처 붐이다. 팍스넥이라는 주식정보 사이트가 생겨나면서 그는 ‘새롬기술’이라는 종목을 분석해 사이트에 게재하며 회사 탐방도 하고 치밀하게 분석해 그 종목이 100배가 올라 대박을 터뜨린 신화 종목이 됐다. 이것이 알려진 뒤로 국내서 매스컴을 타며 일본, 독일언론서도 취재요청이 올 정도로 언론에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종잣돈이 불어나 100억원대가 넘어가며 증권사 한 지점의 약정고를 좌지우지할 정도였다.김웅성씨는 현재 ‘우슬초 투자전략 연구소’에서 대표이사로 있고, 증권전문방송 이토마토TV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카페 ‘종자돈 500으로 10억 만들기’ 카페지기이기도 하다. 주요저서로 불패의 비책1 (상한가와 급등주), 불패의 비책2 (이동평균, 재료, 테마), 종자돈 500만원으로 10억 만들기, 제4의 물결에 투자하라, 외국인 그림자 매매기법, 이겨놓고 싸우는 주식투자 등이 있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뉴스 분석] 좌절 OIL… 앞이 안 보인다

    [뉴스 분석] 좌절 OIL… 앞이 안 보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7달러대를 찍으면서 6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장기간 저유가가 지속된 데에는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 부족도 빼놓을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발(發) ‘금리 쇼크’마저 덮치면 세계 경제가 ‘시계 제로’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8일 발표된 중국의 11월 수출마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재점화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린 이유다. 우리 경제도 이 충격에서 예외는 아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2.32달러(5.8%) 떨어진 배럴당 37.65달러에 마감했다.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럽산 브렌트유도 30달러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2.27달러(5.3%) 내린 배럴당 40.73달러를 기록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0.76달러 내린 배럴당 38.85달러로 집계됐다. 유가 급락에 당장 신흥국들의 금융 위기 가능성이 불거졌다.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은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가 부도 위험이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면 충격파는 더 커질 수 있다. 경제예측기관들은 일부 신흥국에서의 급격한 자본 유출을 경고한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도 금융 위기에 노출돼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유가가 앞으로 더 떨어지면 이는 수요 부진에 따른 하락을 의미해 우리 경제에 좋은 시그널(신호)이 아니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한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의 ‘오버 리액팅’(급격한 출렁거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긴장감을 갖고 원자재 수출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동향과 국내 투자자금 유·출입, 실물경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혹시라도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 선제적으로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8.6원으로 전날보다 달러당 10.4원 올랐다. 이틀 연속 10원대 상승은 지난 8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코스피도 국제유가 급락 등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으로 전날보다 14.63포인트(0.75%) 내린 1949.04로 장을 마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2박 3일 광저우~홍콩 크루즈 여행

    2박 3일 광저우~홍콩 크루즈 여행

    #널 만나기 전 거리는 130㎞ 우리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나면 이상한 버릇이 생긴다.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에 만들어진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1994)에서 ‘경찰 223’은 5월 1일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은다. 사랑이 돌아올 때까지. ‘그는, 그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유통기한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사랑에 유통기한을 적어야 한다면 만년 후로 적고 싶다’는 다소 낯간지럽고 오글거리는 대사와 함께. 왜 하필 어깨 위에 한 줄기 햇빛이 내려앉기도 전에 일찍 길을 나설 때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오전 9시 50분에 탄 색동 비행기는 3시간 30분을 훌쩍 넘겨 반팔을 입어도 좋은 11월의 중국 선전(深?)공항에 몸을 내려놓았다. 중국 국내선 공항 중에 가장 큰, 이 무슨 우주선 모양의 공항 건물을 빠져 나오자 가이드가 주저리주저리 경제특구 선전을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덩샤오핑의 개방정책에 따라 가장 먼저 중국에서 경제특구로 지정됐고 30년도 안 돼 인구가 1000만명으로 늘었다는 사설과 함께 버스기사들이 1분이 멀다 하고 경적을 빽빽 울린다는 생뚱맞는 얘기였다. 승용차가 끼어들기를 하다가 사고가 나도 버스 책임이 70%라서 보험료가 무서워 그 놈의 설잠을 깨우는 경적을 울린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20여분간 기사는 참 열심히도 경적을 울려 댔다. 여행은 항상 약간의 긴장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이번 여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이 누구나 한번쯤 ‘심쿵’하는 크루즈 여행이 아닌가. 그리고 항로가 하필 전 세계적으로 핫이슈인 분쟁 해역 남중국해를 끼고 있다. 절묘한 타이밍. 설렘이 불안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게다가 의사 소통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는지 투어버스는 우릴 기다리며 정박해 있는 크루즈가 있는 항구로 가는 대신 제3의 갑문을 헤맸다. 배가 출발하기 1시간 전까지 우린 광저우 난사항의 어디쯤에서 뱅뱅 맴돌았고, 기름때 묻은 채 노을보다 더 붉게 귀가하는 오토바이족들을 만날 때에서야 크루즈를 간신히 만났다. 어쩔 것인가. 이런 돌발 상황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분인 것을. 그 붕 뜬 시간 때문에 오히려 여행이 좀 더 너그러워졌다. 크루즈 여행은 황혼에 접어든 노부부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론 그 황혼처럼 크루즈에선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일상도 멈춘다. 정치마저도 멈춘다. 그 속에선 분쟁도 멈추고 평화만 있을 뿐이다. 중국 공안의 다소 까다로운 검색 시간마저 안전을 더욱 약속하는 듯도 했다. 스타크루즈 버고호는 마치 타이타닉을 연상시킬 만큼 거대했다. 7만 6800t급으로 13층 높이였다. 승객은 1870명을 태울 수 있고 승무원 수는 900명이다. 총 객실 수는 935개. 움직이는 호텔이라 생각하면 틀리지 않다. 광저우에서 홍콩까지 130㎞를 아주 천천히 항해했다. 이 배의 선장보다 더 끗발 있는 부사장 마이클 고가 말하듯 배에선 여행을 방해하는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널 만난 후 거리는 0.13m 움직이는 호텔 버고호는 호텔 객실이 부럽지 않다. 삼시 세끼 내내 입이 호강한다. 거위발부터 랍스터, 살살 녹는 스테이크까지 나오는 코스 요리는 수준급이다. 저녁엔 세계의 음식이 즐비한 가운데 바비큐 파티가 기다린다. 그것도 홍콩의 야경을 풍경 삼아서. 어디 그뿐인가. 8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 리도극장에선 세계적인 공연이 펼쳐진다. 이날은 ‘언더 더 시’, 인어공주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좀 더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 있는 7, 8층에서, 커플끼리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12층 선상 카페에서 콘서트를 즐기며 맥주 한잔하면 더할 나위 없다. 물론 거기엔 수영장, 어린이 풀장, 스파, 골프연습장까지 갖추고 있어 뻐근한 근육을 풀 수도 있다. 돈 많은 중국인들은 카지노에서 시간을 보내며 밤을 지새우고, 조금은 ‘부비부비’하고 싶은 젊은 커플들은, 혹은 어떤 설레는 만남을 기다리는 솔로는 댄스파티에서 광란의 춤을 추며 날을 새워도 흉 보지 않는다. 이곳에선 언어도 피부도 하나가 된다. 한배를 탔다는 동질감 때문일 것이다. 스타크루즈는 원래 홍콩에서 베트남 하롱베이, 다낭, 마카오를 끼고 주로 돌았다. 소문엔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중국인들이 세계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고도 했다. 그만큼 중국풍을 배제했다는 얘기다. 고마운 것은 울렁증 심한데도 멀미가 없다. 망망대해에서 배는 멈춘 듯 움직였다. 단 한 번의 출렁임도 없이. 홍콩 빅토리아 항구에 정박한 배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일행은 배가 쉬는 동안 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 국제무역센터(ICC) 스카이 100, 그 꼭대기에서 아찔한 풍경에 반했다. 세계에서 7번째 높은 빌딩. 빅토리아 항구뿐 아니라 홍콩 전경이 한눈에 내다보인다. 현기증이 날 만큼 아찔한 풍경. 운 좋게도 이날은 빌딩 사이로 무지개가 피어 오르는 보기 드문 광경까지 목격했다. 특별한 선물이었다. 비가 왔던가. 그 무지개는 문득 작년 9월 말부터 12월까지 있었던 우산혁명을 떠올리게 했다. 행정장관 직선제 선출을 하면서 친중 성향의 후보만 추천하는 바람에 반발한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버고호는 내년 1월 3일부터 난사에서 이곳 홍콩을 2박 3일 일정으로 항해한다. 어쩌면 이 버고호가 새로 취항하는 노선을 통해 홍콩과 중국을 좀 더 하나로 묶어 줄 것 같다. 두 도시를 연결하는 버고호. 중경삼림의 시그널처럼 ‘언젠가는 둘을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할 지 모른다.’ 130㎞가 0.13m만큼 가까워진 느낌이다. 2박3일의 마지막 밤은 크루즈 여행의 백미를 선사했다. 홍콩 야경…. 빅토리아 항구를 빠져나올 때 홍콩의 밤은 정말 낮보다 아름다웠다. 타이타닉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대사가 야경의 자막처럼 오버랩됐다. 이 배에 승선한 건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 너,를 만났으니까. 버고호여 안녕. 글 사진 광저우·홍콩 강동삼 기자 kangtong@seoul.co.kr ■여행수첩 >>스타크루즈 버고호 일정은 크게 두 가지다. 매주 금요일 난사항을 출발해 홍콩에 기항하는 2박 일정과 일요일 출발해 베트남 하롱베이, 다낭을 경유하는 5박 일정이다. 선내 전압은 220V. 한국인 승무원도 상주한다. (02)733-9033. >>국제상업센터(ICC)에 있는 홍콩 최고층 빌딩인 ‘스카이 100’ 전망대는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해발 약 393m의 전망대로 홍콩섬, 주룽반도, 신계지구가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분이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홍콩에서 가장 빠른 더블데크 엘리베이터가 있다. 홍콩지하철(MTR) 주룽역에 있으며 홍콩국제공항에서 공항철도로 약 20분 거리에 있다. 입장료는 어른 168홍콩달러(약 2만 5000원), 어린이(11세 미만)와 65세 이상 노인은 118달러(약 1만 7500원).
  • ★ 볼일 많아진 케이블 드라마

    ★ 볼일 많아진 케이블 드라마

    예능에 이어 드라마의 무게 중심이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상파가 안정적인 연속극 시청률에 안주하는 사이 참신하고 트렌디한 케이블 드라마는 20·49(20세에서 49세) 시청층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톱스타들과 스타 작가들까지 케이블로 대거 이동하면서 지상파 안방극장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 2006년 OCN에서 최초의 케이블 드라마 ‘썸데이’를 방송한 지 10년 만에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 사이의 경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트렌디한 드라마로 20·49시청층 파고들어 초기 케이블 드라마는 신인 발굴의 장이었다. tvN ‘응답하라 1997’로 데뷔해 지금은 지상파 미니시리즈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정은지와 서인국이 대표적이다. 이후에는 인기가 한풀 꺾인 스타들의 재기의 발판이었다. 이들에겐 일종의 ‘패자부활전’이었던 셈이다. 배우 이진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KBS ‘스파이 명월’ 등에 출연했으나 크게 빛을 보지 못하던 그는 tvN ‘로맨스가 필요해’와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의 주연을 맡으며 남자 배우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최근에는 톱스타들의 케이블 직행이 늘고 있다. 배우 김혜수는 2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내년 1월 방영되는 tvN 드라마 ‘시그널’을 골랐다. ‘유령’의 김은희 작가와 ‘미생’의 김원석 PD가 만드는 드라마로 영화배우 이제훈과 조진웅도 주연으로 출연한다. 고현정은 노희경 작가의 신작인 ‘디어 마이 프렌즈’(가제)에 김혜자, 고두심, 조인성 등과 함께 출연한다. ‘황혼 청춘’들의 이야기이지만 고현정의 시각으로 드라마가 전개되기 때문에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류스타 박해진도 tvN ‘치즈 인 더 트랩’에 출연한다. 이들의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지난해 방영된 ‘미생’이다. 기존 드라마의 소모적인 촬영 방식 대신 영화적 기법을 적용한 것이 배우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케이블행이 잦아진 것. 한 케이블 드라마 PD는 “지상파 드라마는 배우들을 카메라 프레임에 맞추지만 케이블에서는 마치 연극처럼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하는 영화 촬영 기법이 입소문이 났고 이에 관심을 보이는 연기파 배우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출연료도 지상파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 여배우들의 경우 영화에서 할 만한 작품이 줄어들고, 지상파에서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되면서 케이블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tvN ‘두번째 스무살’의 최지우나 JTBC ‘사랑하는 은동아’의 김사랑, tvN ‘풍선껌’의 정려원 등이 대표적이다. 한 연예기획사 홍보팀장은 “지상파에서는 30대가 넘으면 누구 엄마 아니면 불륜 드라마밖에 없지만 케이블에서는 소재의 폭이 넓기 때문에 출연할 만한 작품이 많다”면서 “출연료도 지상파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랐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최지우는 ‘두번째 스무살’에서 회당 5000만원, ‘오 나의 귀신님’의 박보영도 회당 3000만원선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소재에 도전하고자 하는 배우들이 먼저 출연 의사를 밝히는 운 좋은 케이스도 있다. 유승호의 전역 이후 첫 드라마 복귀작인 MBC 에브리원의 8부작 드라마 ‘상상고양이’가 대표적인 경우. ‘상상고양이’는 고양이와 인간의 동거를 그린 드라마로 실제로 네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유승호가 적극적인 출연 의사를 밝혔다. MBC 에브리원 관계자는 “담당 PD도 전혀 친분이 있지 않은 상태였지만 유승호가 고양이를 통해 얻는 위로를 많은 이들과 공감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스타 작가들은 시청률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충실하게 작품을 쓰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케이블로 몰리고 있다. 노희경 작가가 소속된 리퍼블릭 에이전시의 최원우 대표는 “기존에는 작가가 외주제작사와 제작비에 대한 공동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에 PPL 등에 신경을 써야 했지만 케이블에서는 그런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상파에서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지상파 드라마 관계자는 “조직 내부의 결정 구조가 복잡해 점점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드라마를 만들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일주일에 네 번 하는 미니시리즈를 두 번으로 줄여야 한다는 ‘미니시리즈 무용론’까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시청률·PPL 부담 적어 스타 작가들도 이동 20·49 시청자를 집중 겨냥한 케이블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면서 광고주들도 케이블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투자가 늘면서 배우들과 작가가 모이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 tvN 콘텐츠편성전략팀 신종수 팀장은 “20·49 타깃에 집중한 젊고 참신하고 차별화된 콘텐츠가 톱스타들의 이미지와 화제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CF 모델로 기용되는 사례까지 늘면서 톱스타들의 출연이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북,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계기로 북중관계 복원시도 관심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계기로 북중 관계 복원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0일 평양 김일정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중국 국가 서열 5위인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 3일 중국의 항일전승절 기념행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옆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위치하면서 전통적인 북중혈맹관계 대신 새로운 한중관계를 과시한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앞서 류 상무위원은 방북 첫날인 9일 김 제1위원장을 만나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하며 특사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며 긴밀한 소통과 심화된 협력, 장기적이고 건전하며 안정적인 관계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김 제1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에서도 “두 나라와 두 나라 인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며 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류 상무위원은 김 제1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양국간 고위층 교류를 강화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제1위원장도 류 상무위원에게 “조중관계는 단순한 이웃과의 관계가 아니라 피로써 맺어진 친선의 전통에 뿌리를 둔 전략적 관계”이며 김일성·김정일 선대 지도자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이 북중친선이라며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그는 “전통은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기록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계승하고 빛내어야 한다”며 그동안 북중관계 경색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앞으로 조중친선이 쌍방의 노력에 의해 더욱 힘있게 과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그동안 냉랭했던 북중관계에 대해 개선의사를 밝히고 북한 역시 개선의사를 확인하면서 지난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그리고 시 주석의 선(先) 한국 방문으로 경색됐던 북중관계가 혈맹관계를 회복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중 양국 지도자들이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냉랭한 관계가 계속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더 이상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용인할 수 없다는 측면과 함께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건설적 역할’에 대해 일정 부분 응할수 밖에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함께 G2형성하며 동북아에서 지역강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중국으로서는 한국 등의 입장을 배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국제사회의 고립과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도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 때문인지 북한은 지난 7월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중국인민지원군에 경의를 표시하고 화환도 보낸 데 이어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중국 전승절 행사에 보내는 등 관계개선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류 상무위원이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과 함께 노력할 의지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북한이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성의있는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다만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을 변경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만큼 당장 입장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 견해도 있다. 즉 북한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의 적대정책을 이유로 핵을 고집해 북중 간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당면 현안에 대한 합의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흔들리는 여권 권력 지형] 친박 “金대표 독단적… 조언그룹에 친이계 포진” 원초적 불만

    [흔들리는 여권 권력 지형] 친박 “金대표 독단적… 조언그룹에 친이계 포진” 원초적 불만

    여권의 권력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간의 갈등이 길고 심각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김 대표는 어떤 관계이며 앞으로 어떤 관계를 형성해 갈 것인가. 또 박근혜 대통령과 갈수록 친밀해진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최근 들어 존재감을 다시 확인해 가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여권 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1, 2, 3위를 차지하는 세 사람과 청와대의 관계를 짚어 본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일까. 6일자 조간에 일제히 실린 전날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 사진은 그런 쪽으로 해석됐다. ‘현장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시선도 맞추지 않았다’는 게 초점이었다. 청와대를 포함한 친박(친박근혜)과 김 대표는 사이가 개선될 만하면 다시 틀어졌다. 정권 출범 이후만 해도 여러 차례다. 해외 순방 트라우마도 생겼다. 지난해 10월 ‘상하이 개헌 발언’이나 이번 안심번호 공천 파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친박 인사는 “유엔에서 통일외교 한다고 애쓰고 돌아오니 국내에서는 정치판이 벌어졌다”며 분개했다. 안심번호 공천 문제가 불거지고, 친박들의 불만은 “김 대표가 독단적으로 일을 한다”는 데 쏠렸다. 김 대표는 야당과의 협의 사실을 청와대에 알렸다는 것이지만 친박은 이를 ‘협의’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인사는 “왜 당 밖에서 답을 찾느냐. 당 안에서 먼저 논의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불만의 핵심은 ‘상의하지 않는 당 대표’지만 불만의 본질은, 좀 더 들여다보면 ‘상의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김 대표가 조언 그룹을 친이명박계로 채운 것이 친박들의 원초적인 불만이다. 이 조언 그룹을 친박과 김 대표 간 관계 개선에 가장 큰 장애로 보고 있다. “이 친이계 조언 그룹은 때로는 청와대를 향해 야당 이상의 극언을 퍼붓는데 이런 사람들을 계속 곁에 두고 관계 개선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게 친박들의 생각이다. 김 대표를 둘러싼 조언 그룹에 대한 친박계의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험악하다. 일부는 김 대표가 주변을 그렇게 포진시킨 것을 배신 행위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대표의 최대 고민은 청와대가 김 대표의 최대 경쟁자인 서청원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시그널을 보냈고 청와대는 이 시그널을 화해의 메시지로 해석하고 전대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당 대표 선출 이후 친박이 원한 것은 사무총장직 하나였는데 김 대표가 이를 거부하고 자기 측근 인사를 앉혔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주변에 인물을 더 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 “당은 집단지도체제이고, 김 대표는 대표최고위원일 뿐인데” 등 친박들이 내놓는 표현에는 이런 감정들이 녹아 있다.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언론 플레이’를 비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처럼 반복된 갈등으로 박약해진 신뢰가 정치적 생사를 가르는 공천의 문제와 결부되면서 위기는 더욱 증폭됐다. 그렇다고 항간에 떠도는 ‘김무성 제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친박도 그리 높게 보고 있지 않다. 한 인사는 “원하든 원치 않든 현실적인 세력으로서의 김 대표를 인정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으냐. 또한 대통령은 누구도 배제한 적이 없다. 김 대표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현재로서는 친박이 차기로 염두에 둔 첫 번째 카드라기보다는 마지막 카드에 가까운 것 아니냐. 신뢰를 회복하면 순번이 올라가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도 다른 후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압축 정리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스티븐 호킹” 지적 외계인, 지구 침략·식민지화 할 수 있다”

    스티븐 호킹” 지적 외계인, 지구 침략·식민지화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인 스티븐 호킹(영국 천체물리학자, 73) 박사가 외계 생명체의 침입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호킹 박사는 "옛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땅을 발견하고 원주민들을 한 짓을 보라"고 예를 들면서 "아메리칸 원주민들에게 결코 좋지않은 결과가 있었듯 외계 생명체가 우리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미러가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를 인용, 보도했다. '화성에 흐르는 물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았다는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발표와 관련해 이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생명체가 살았거나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진화된 외계 생명체는 그들이 다다르는 행성을 정복하고 식민지로 만드는 유목민(nomad)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73세의 노 물리학자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수학적으로 볼때 외계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이성적이며 "문제는 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호킹 박사는 "재해로 지구가 파괴될 위험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인류을 위한 최상의 생존 전략은 새로운 행성에 '새로운 삶의 터전'(home)을 찾는 것"이라며 우주 연구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즉 그가 외계 생명체의 침략과 인류 생존 경고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우주 비행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인식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킹 박사는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또한 그들과의 접촉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경고 메시지를 대중에게 보낸 적이 있다. "어딘가 우주에서 아마도 지적 생명체들이 우리가 보낸 시그널들의 의미를 이미 알면서 그 빛들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기 행성의 자원을 고갈시킨 문명이 우리를 발견하면 어떤 행동을 할지 뻔하다고 경고하며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능이 높은 생명체는 절대로 접촉하고 싶지 않은 생명체로 진화할 것이라는 점은 우리 자신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사진=미러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윤용로 시민의 단상] 희망의 노래를 듣고 싶다

    [윤용로 시민의 단상] 희망의 노래를 듣고 싶다

    얼마 전 만난 공직 선배 한 분은 놀랍게도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주로 이삼십대 젊은이들과 공부하고 있다는 그는 “60대가 넘은 우리는 이미 목사더라”고 하였다. 젊은 사람들이 책을 보면서 배우는 것들을 이미 인생에서 배웠다는 뜻이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일이 있어도 우쭐대지 않고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담담해지는 법을 익혀가는 듯하다. 세상을 살면서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가 있고 내려가면 또 올라가게 된다는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다.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기복이 있듯이 국가 경제에도 오르내림이 있다. 최근 30여년의 세계 경제 흐름을 살펴보자. 1980년대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의 주도하에 재정적자 축소, 규제완화와 세율인하 등 경제 각 부문에서 효율성 향상을 위한 소위 레이거노믹스 정책이 추진되었다. 몇 집 건너 한 집이 실업을 경험했던 힘든 시기였다. 반면 일본은 엔저에 힘입어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었으며 1989년에는 미쓰비시가 미국의 상징 록펠러센터를 매입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후에 도쿄도지사를 역임했던 이시하라 신타로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을 선보이며 일본의 힘을 과시했으며, 이에 대해 미국의 조지 프리드먼 교수 등은 ‘다가오는 일본과의 전쟁’(The Coming War with Japan)이라는 책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경쟁력을 기른 미국경제는 1990년대 이후 (물론 중국의 세계공장화에도 힘을 얻었지만) 승승장구했고 부동산 버블이 꺼진 일본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에 접어들었으니 처지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하지만 20여년의 호경기를 경험한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제야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반면 일본은 엔저를 바탕으로 한 아베노믹스에 의해서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일본정부가 시장에 대해 ‘일관된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긴가민가하던 기업들도 일관된 신호에 의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경제는 본격적인 경제발전이 시작된 1970년대 이후 고도성장을 지속하다가 18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엄청난 충격을 견디면서 경제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후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세계시장을 주도하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유로지역의 부진 지속, 특히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으로 다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복지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등으로 저성장 기조에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어느 부문을 가릴 것 없이 경보음이 울리고 있으며 사람들은 희망보다는 비관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어려움은 분명히 극복되고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중요한 것은 이런 힘든 시기에 우리의 경쟁력을 키우고 체질을 단단히 해서 도약의 시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낙관론도 문제지만 지나친 비관론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에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노동개혁안이 합의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직도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공감한다. 하지만 이것이 최소한 출발점은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정치권 등 모든 부문이 합심하여 더 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성숙함이 발휘되어야 한다. 그동안 경제 발전과 정치 발전을 함께 이뤄 칭찬받던 우리나라가 요즘 너무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 “해방되던 날 오전까지 그 누구도 우리나라가 해방될 줄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김동길 교수의 말씀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돌파구는 반드시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희망이 없어 보이고 힘든 지금이 바로 새로운 시작의 초입일지도 모른다. 국민 모두에게 힘을 주는 희망의 노래를 듣고 싶다.
  • ‘초대’ 받지 못한 TK 의원들… ‘정치적 시그널’ 있나

    박근혜 대통령이 7일 대구·경북(TK)을 방문한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한 명도 행사에 ‘초대’를 받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현장 행보 과정에서 여당 현역 의원들의 참석을 배제시킨 게 이례적인 데다 정치적으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서울신문 8월 28일자 6면>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구 달성군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대구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번 업무보고는 2013년 강원과 인천, 경북 등 3개 광역자치단체 업무보고 이후 처음 열렸다. 또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은 것은 지난해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 이후 11개월 만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해 출범식 당시 대구 지역 의원 등과 오찬까지 함께했지만 이날 행사에서는 참석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이를 놓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치적 의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반면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확대해석을 ‘우려’하는 상반된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국정과제에 집중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현장 행보를 할 때 의원들에게 오지 말라는 얘기는 늘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주변의 판단은 사뭇 다르다. 지난 6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파동 등으로 생긴 ‘과거의 앙금’이 작용한 것으로, 한발 더 나아가 내년 총선 등 ‘미래를 위한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이는 박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 개입 여부와 무관하게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8·25 남북 합의와 중국 전승절 참석 등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고공 행진 중이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8월 31일~9월 4일 전국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50.4%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정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지난 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54%로.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 50%대에 재진입했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득표율(51.6%)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지율 상승은 곧 국정 장악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여당의 지지율 역시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연동돼 있는 상황에서 당·청 관계 주도권까지 가져갈 수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날 행사의 정치적 의미와 관련, “여당의 독자 노선화 또는 당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고 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심층적으로는 (대구 의원들이) 자신의 지지 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는 상징적 시그널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박(친박근혜)계,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비박(비박근혜)계의 관계가 향후 어떤 식으로 정립되느냐에 따라 박 대통령의 이번 대구 방문이 공천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도, 반대로 정치적 ‘오해’를 낳은 해프닝에 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뉴스 분석] 北中 혈맹 넘어 韓中 새 패러다임 연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6번째 한·중 정상회담을 하게 됨에 따라 숨 가쁜 동북아 외교전의 막이 올랐다. 이번 방중은 남북이 8·25합의 이후 대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을 바탕으로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까지 내다보는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역내 외교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방중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에서 박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시 주석의 바로 옆에 설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깍듯하게 환대한다는 얘기다. ‘중국 경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국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열병식 참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박 대통령은 시 주석으로부터 한·중·일 정상회담에 소극적인 중국의 참석 약속을 답례품으로 받아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 5월 이후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담을 정부가 가동시킬 수 있다면 과거사 문제로 인한 한·미·일 공조 약화를 우려하는 미국을 안심시킬 수 있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1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한·미 동맹이 ‘최상의 파트너십’ ‘글로벌 전략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이 ‘늘 푸른 동맹’의 상징으로 소나무 묘목을 케리 장관에게 선물하기로 한 것도 한·중 관계 강화가 굳건한 한·미 동맹의 바탕 위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시그널이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무력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한·중 양국 협력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북한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만 열병식에 참가한다. 1954년 10월 당시 김일성 내각 수상이 마오쩌둥 옆에 서서 열병식을 참관했는데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북·중 혈맹을 넘어서는 상징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에서 “어렵게 이뤄낸 이번 남북 합의를 잘 지켜 나간다면 분단 70년간 계속된 긴장의 악순환을 끊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협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 한·미·중 차원의 협의를 강화해 나가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뉴스 분석] ‘南 정책전환’ 유도 김정은의 속도전

    [뉴스 분석] ‘南 정책전환’ 유도 김정은의 속도전

    북한이 연일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실무접촉을 다음달 7일 갖자”고 제안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9일 흔쾌히 “동의한다”는 전화통지를 보내왔다. 응답에 한참 뜸을 들이거나 다른 날짜를 역제의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곤 했던 과거와 판이하다. 앞서 지난 27일쯤 김 제1위원장이 북한 군부(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앞에서 남북 화해를 언급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며, 이 자리에서 일부 군 핵심인사를 해임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이 같은 변화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0일 “북한이 신속하게 호응하는 것은 이행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결국 이것은 남측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으며 체제를 인정해 달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대학원 교수는 “고위급 접촉에서 이뤄진 합의 사항은 간접적인 정상 간의 의사 표현”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남북 관계가 잘 풀어져야 금강산 관광 및 5·24조치 해제 등을 논의할 수 있기에 신속하게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제1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해 북남 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남북 관계 진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일부 위원을 해임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지난 28일 조선중앙방송의 보도는 의미심장하다. 북한이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만일 비무장지대 지뢰도발 및 포격사건 지휘라인에 있는 군부 인사에 대한 문책이 이뤄졌을 경우 관계 개선을 위한 강력한 시그널이 될 수 있어서다. 작전권을 총괄 지휘하는 리영길 총참모장과 대남도발 총책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입지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준전시 상태 등을 선포하고 위기를 고조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을 개연성은 있다”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누구를 해임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문책성 인사보다 조직 재정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남북 관계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현재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로켓 발사장의 발사대 증축 공사도 마친 상황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향후 정부가 전단 살포를 중지하고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자제와 같은 신뢰를 쌓는 행위가 서로 이뤄져야 한다”며 “당분간 불안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뉴스 분석] ‘南 정책전환’ 유도… 김정은의 속도전

    [뉴스 분석] ‘南 정책전환’ 유도… 김정은의 속도전

    북한이 연일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김정은(얼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실무접촉을 다음달 7일 갖자”고 제안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9일 흔쾌히 “동의한다”는 전화통지를 보내왔다. 응답에 한참 뜸을 들이거나 다른 날짜를 역제의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곤 했던 과거와 판이하다. 앞서 지난 27일쯤 김 제1위원장이 북한 군부(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앞에서 남북 화해를 언급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며, 이 자리에서 일부 군 핵심인사를 해임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이 같은 변화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0일 “북한이 신속하게 호응하는 것은 이행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결국 이것은 남측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으며 체제를 인정해 달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대학원 교수는 “고위급 접촉에서 이뤄진 합의 사항은 간접적인 정상 간의 의사 표현”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남북 관계가 잘 풀어져야 금강산 관광 및 5·24조치 해제 등을 논의할 수 있기에 신속하게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제1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해 북남 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일부 위원을 해임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지난 28일 조선중앙방송의 보도는 의미심장하다. 북한이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만일 비무장지대 지뢰도발 및 포격사건 지휘라인에 있는 군부 인사에 대한 문책이 이뤄졌을 경우 관계 개선을 위한 강력한 시그널이 될 수 있어서다. 작전권을 총괄 지휘하는 리영길 총참모장과 대남도발 총책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의 입지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준전시 상태 등을 선포하고 위기를 고조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을 개연성은 있다”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누구를 해임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문책성 인사보다 조직 재정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남북 관계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현재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로켓 발사장의 발사대 증축 공사도 마친 상황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향후 정부가 전단 살포를 중지하고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자제와 같은 신뢰를 쌓는 행위가 서로 이뤄져야 한다”며 “당분간 불안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교통안전 행복두배] “횡단보도 신호등에 ‘스마트폰 중단’ 음성 장치를”

    [교통안전 행복두배] “횡단보도 신호등에 ‘스마트폰 중단’ 음성 장치를”

    시민들과 함께하는 지역별 교통안전 대토론회가 24일 대구에서 열렸다. 국토교통부, 대구시, 대구지방경찰청이 주최하고 교통안전공단과 도로교통공단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대구지역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특히 자동차 대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끌었다. 횡단보도 양쪽 신호등 아래에 ‘스마트폰 사용 잠시 중단’,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없다’는 음성 멘트나 시그널 음악을 홍보용으로 제작해 설치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운전 중 횡단보도 앞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여학생이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뛰어들어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경험한 문순덕 시민이 내놓은 아이디어다. 가로 기준으로 일직선으로 그어진 횡단보도를 개선하면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박진희씨는 매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우회전하던 차량이 속도를 늦추지 못해 보행자가 숨지는 사고를 보고 자동차가 신호대기선을 침범하지 못하게 횡단보도 보행방향을 표시하자고 주장했다. 차량 진행 방향에서 먼 쪽으로 보행 방향을 유도해 안전거리를 확보하자는 취지다. 학교 앞 등 어린이가 많이 이용하는 구간에는 차량 일시 정지선을 많이 만들면 등하교길 어린이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녹색어머니회 정희숙씨는 교차로 신호등 꼬리물기를 막기 위해 시간초과를 표시한 교차로 신호등을 확대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신호 변경 시간을 알 수 있어 무리하게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을 막아 사고발생을 줄이고 차량 정체 해소가 기대되는 아이디어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교통위반 단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오귀숙씨는 고속도로 2차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중앙분리대에 사고를 알리는 경고장치를 설치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뒤따르는 차량에 전방의 사고를 알려 서행을 유도하고 주의 운전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한편 대구시는 도로교통안전을 위해 유관기관 협의를 강화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교통안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심임석 교통정책과장은 “교통요지임에도 교통안전 지수는 다른 도시보다 낮다”며 “교통안전시설을 확대하고 교통약자의 편익시설을 확충하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차로·횡단보도 235곳 정비와 회전교차로 16곳을 설치하는 등 교통사고 다발구역 도로구조를 개선하는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회 구성원 요구에 맞는 도로시설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며 “자동차 간의 충돌은 물론 보행자 충돌 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맞춤형 교통안전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 사진 대구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당황하셨어요? ‘서울불바다’ 통하지 않는 이유

    [밀리터리 인사이드]당황하셨어요? ‘서울불바다’ 통하지 않는 이유

    남북이 43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군사적 대치를 중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과 대북방송 재개, 이어진 북한군의 포격 도발로 초래된 일촉즉발의 상황은 북한의 유감 표명과 준전시상태 해제, 우리의 대북방송 중단 합의로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북한은 협상 과정에 전방으로 화력을 집중하고, 잠수함을 출동시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었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북측은 목함지뢰 도발을 사실상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은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키려 했지만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상황은 차분하게 흘러갔습니다. 유례없는 군사적 대치 상황에도 우리 군과 국민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남북한의 군사력에 있습니다. ●포병 전력, 물량으로 승부보는 시대는 끝났다 북한은 도발 뒤 늘 단계적으로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수시로 “수도권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그 뒤에는 우리 수도권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북한의 포병 전력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물량으로 위력을 과시해왔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물량으로 승부를 가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북한이 대내외에 군사력을 과시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이 포병 전력입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1년 집권 이후 전국의 거의 모든 부대를 순시하며 훈련에 열을 올렸습니다. 특히 스스로를 ‘포병 전략의 귀재’라고 추켜세운 만큼 대규모 포격 훈련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 모든 훈련상황을 점검해왔습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고사포병 사격경기, 10군단 포병 야간 해상화력타격연습, 4군단 포병 서해5도 타격훈련에 직접 참관했을 뿐만 아니라 훈련을 지휘하는 홍보 사진과 영상을 대거 공개하며 화력을 대내외에 과시했습니다. 또 포병 총책임자인 군 총참모부 포병국장 윤영식 중장을 훈련 때마다 대동하며 포병 전력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이 보유한 야포는 8600여문에 달합니다. 또 5500여문의 ‘방사포’를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방사포는 북한식 표현이며, 정식 이름은 ‘다연장로켓포’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어 광범위한 지역을 효과적으로 타격하는데 쓰입니다. 북한군은 군사분계선(MDL) 인근 산악지대 동굴 진지에 이른바 ‘주체포’로 불리는 사거리 40~60km의 170mm 자주포와 사거리 60km인 240mm 방사포를 배치했습니다. 차량으로 이동시키는 122mm 견인방사포와 130mm, 152mm 자주포도 전방지역에 집중 배치해놓았습니다. 해안에는 76~130mm 등 다양한 구경의 해안포를 배치해 우리 서해 도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들 무기를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김정은과 북한 군부의 복잡한 속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1994년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 북한이 자랑하는 주체포부터 살펴볼까요. 이름만 거창할 뿐 1959년 소련의 T-54 전차를 개량해 만든 중국의 59식 전차, 1957년 개발한 소련의 T-62 전차 등 낡은 차체를 붙여 놓은 구식 무기입니다. 구경이 170mm로 사거리가 길지만 1985년부터 도입한 우리 K-55, 1999년부터 실전 배치한 K-9 자주포와 기동력과 정확도 측면에서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구식 견인포는 끌고 다닐 수 있는 차량이 부족해 트랙터로 끌고 다니는 실정입니다. ●트랙터로 구식견인포 끌고 다니는 北 개전 초기 우리 포병 전력을 궤멸시키지 못한다면, 뒤에 일어날 상황은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우리 군도 155mm 주포를 갖춘 K-9 900여문과 K-55 1000여문을 보유하고 있어 다연장 로켓포 200문과 3000문 이상인 견인포를 제외해도 화력 측면에서 결코 뒤지질 않습니다. K-9은 최대 3분간 분당 6발을 발사할 수 있는 고성능 자주포로, 정밀 사격 측면에서 북한군의 낡은 자주포나 견인포를 압도합니다. 한 발을 쏘는데 10~30분이 소요되는 북한의 구식 자주포와 속사성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북한은 사거리 200km인 300mm 방사포를 개발했지만 아직 실전 배치하지 못했습니다. 현재는 연평도 포격 당시 사용한 122mm 방사포와 대구경인 240mm 방사포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요. 자주포와 마찬가지로 선제공격이 가능할 뿐입니다. 대규모 화력을 남쪽으로 이동시킬 만한 유류도 충분치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지난 수십년간 대부분의 포병 전력을 언덕이나 산 아래 갱도 안에 넣어두고 발사 뒤 회피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갱도 진지조차 대부분 우리 군의 감시망에 노출돼 있습니다. 더욱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대규모 퍼레이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장·단거리 미사일 등 상당한 규모의 핵심 전력이 빠진 상태입니다. 당장은 공세를 취할 만한 여건이 안된다는 뜻입니다. ●정면으로 화력전 벌여서는 승산없는 北…전략은? 정면으로 화력전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는 사실은 북한 군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혼란과 공포입니다. 화력을 민가에 집중시켜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그들의 전략은 이미 연평도 포격사건 때 확인됐습니다. 북한은 고위급 접촉과 동시에 노골적으로 도발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잠수함 50여척을 기지에서 내보냈습니다. 20여척인 로미오급(1800t)과 30여척을 보유한 상어급(325t) 잠수함 대부분을 동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2000t에 달하는 신포급 잠수함 1척도 동원됐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여론이 들썩거렸지만 잠수함이 물 속으로 들어간다고 모두 ‘무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 잠수함은 모두 선령 30년 이상의 낡은 디젤 잠수함으로, 소음이 크고 1~3일 안에 한 번은 물 밖으로 나와야 하는 약점이 있습니다. 심지어 잠수함 기지 대부분이 노출돼 있어 단기적인 심리전 효과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해군은 대잠 소나를 갖춘 이지스함 3척을 포함해 구축함 12척과 P-3C 초계기 16대, 호위함 15척, 고속함 15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잠수함 전력도 비록 물량면에서 뒤지긴 하지만 올해 잠수함사령부를 별도로 설치하고, 훨씬 신형인 209급(1200t) 9척과 214급(1800t) 4척 등 13척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넓은 해역을 모두 감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모든 공격 시도를 예측해 무력화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북한의 낡은 잠수함들이 우리의 모든 해상 전력을 상대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군이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460여척으로 숫자만 많을 뿐 낡은 소형 연안 전투함들은 위협요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일본 요코스카에 있는 핵잠수함과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된 ‘B-52 전략 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등 미국 전력의 전개를 요청할 지 탄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혀 오히려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요코스카를 거점으로 하는 미 7함대 핵심전력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는 핵연료 교체 및 수리를 위해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은 이런 상황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러나 항공모함이 없다고 해도 북한을 압박할 카드는 많습니다. ●한미 연합전력은 북한 도발 의지 누르고도 남아 전면전에 준하는 위기상황이 벌어지면 요코스카에 정박 중인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한 다수의 미국 ‘미사일구축함’(DDG)과 괌에 대기 중인 공격기가 대응 전력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B-52는 지난해 2월 전북 직도에서 폭격 훈련을 한 적이 있죠. 최대 27t의 폭탄을 싣고 6400km 이상의 거리를 날아가 폭격할 수 있습니다. 5만 5000ft까지 상승할 수 있어 북한의 방공망으로 막기는 역부족입니다. 재래식 폭탄 35발과 순항미사일 12발을 장착할 수 있고 사거리 200~3000km의 공대지 핵미사일까지 탑재할 수 있다고 합니다. B-2 스텔스 폭격기도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JASSM 16발, GPS형 관성유도 폭탄인 원거리용 유도폭탄(JSOW) 16발, 합동정밀직격탄인 JDAM 80발 등 엄청난 양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어 북한 도발 억제 효과가 큽니다. 주한미군도 전투기 90여대와 공격헬기 20여대, 전차 50여대, 다련장 로켓포 40여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사시 한반도 방위를 지원하기 위해 투입되는 미 증원전력은 육·해·공군 및 해병대를 포함해 병력 69만여명, 함정 160여척, 항공기 2000여대로 북한 전력을 압도하고도 남는 수준입니다. 반면 북한의 우방인 중국은 대규모 전승절 행사를 앞둬 오히려 긴장 수위를 낮추라는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이번에는 항공전력을 볼까요. 북한의 항공전력은 820여대에 달하지만 우스갯소리로 ‘박물관급’으로 불리는 미그 15·17·19·21이 대부분이며, 그나마 최신 전투기로 분류하는 전력이 ‘미그 29’일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북한이 40여대 보유하고 있는 미그 29는 정밀 레이더 공격 모드가 없어 1998년 코소보 사태 당시 F-16과 F-15에 격추되는 등 자존심을 구긴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 공군은 전투기 400여대로 북한 전력의 절반 수준이지만 F-15K 60대, KF-16 및 F-16 160여대를 보유해 공중전과 지상 화력 지원 측면에서 월등한 우위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전차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우리 군은 2400여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물량면에서는 훨씬 많은 4300여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낡은 T-62를 개량해 ‘천마호’, ‘폭풍호’라 이름붙이고 최신 전력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전에서 미국의 M1 에이브람스 전차가 T-62 뿐만 아니라 수준이 더 높은 T-72 전차를 대부분 유린하다시피한 전례에 비춰보면 우리 전차 전력과는 격차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군은 M1 전차의 한국형 모델인 K1 1200여대와 개량형인 K1A1 480여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K1 계열 전차는 북한의 구형 전차와 달리 열영상 장비와 레이저 조준기를 갖추고 있어 야간 전투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입니다. 북한은 유류는 부족한데 우리보다 장비 대수가 많아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항공유가 부족해 김정은 앞에서조차 조종사들이 장난감 전투기와 표적기를 손에 들고 모의훈련을 벌이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죠. 항공기나 전차를 대규모로 기동시킨다고 해도 지속적인 전투는 어려울 것입니다. ●차분하게 대응하자 조급해진 北 ‘사재기’ 조작 방송 이런 군을 믿고 우리 국민들이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하자 북한은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와 달리 ‘사재기’는 커녕 국민들의 동요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죠. 북한은 마음이 급했는 지 과거 패턴대로 ‘서울 불바다’ 협박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3일 대남선전용 온라인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인구의 48.2%가 밀집된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만 전쟁 발발 하루 동안 100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날 것”이라면서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남쪽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위협했죠. 전면전이나 국지전이 발발하면 어느 정도의 피해는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결코 승기를 잡을 수 없고, 시도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언론은 아예 ‘소설’ 수준의 허위 날조된 주장까지 내놓았습니다. “인천의 한 백화점에서는 주민들이 식료품을 무더기로 사가면서 백화점 안이 난장판으로 변해 경찰이 조치에 나섰다”, “예비군 훈련에 동원된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훈련장을 이탈했다. 극도의 공포와 불안이 감지됐고,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자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이 몰려 비행기 표값이 10배 폭등했다”고 주장했죠.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70%를 외자에 의존하고 있는 남조선 경제가 회생불능의 참혹한 파괴를 당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면서 “실제 남조선 종합주가지수가 50% 이상 떨어졌다”고 우겼습니다. 사재기가 일어나길 기대했다가 실망이 컸는 지 마트에서 물건을 담는 우리 방송 자료 화면을 빠른 속도로 돌려 마치 허겁지겁 물건을 쓸어담는 것처럼 조작해 북한 주민들에게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낱낱이 지켜본 우리 국민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죠.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았고, 오히려 더 똘똘 뭉치게 됐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북한을 비판하고 군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단호한 대응과 우리 군을 믿고 냉정함을 잃지 않은 국민들이 북한의 ‘유감’을 얻어낸 셈이 됐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좌 인도양 우 대서양… 두 대양 사이에 서다

    좌 인도양 우 대서양… 두 대양 사이에 서다

    열사의 땅 사막. 그 척박한 땅 위로 카타르의 하마드 공항이 서 있습니다. 아라비아 만(灣) 일부를 메워 조성한 중동의 허브 공항입니다. 비행기는 이제 막 ‘아라비안 나이트’의 궁전 같은 하마드 공항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오른 참입니다. 누런 모래바람 뚫고 이륙한 비행기가 향한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탄압, 폭력, 흑백갈등 따위의 암담한 단어 너머로 ‘희망봉’이란 멋진 곳을 안배해둔 나라지요. 가는 길은 정말 멀고 험합니다. 하지만 희망봉을 밟는다는 기대만으로도 가슴은 부풀어 오릅니다. 가도 가도 모래뿐인 중동 땅을 벗어나니 인도양의 아덴만이다. 우리에겐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귀에 익은 곳. 여기서부터 중동과 아프리카가 갈린다. 남아공은 수도가 세 곳이다. 입법, 행정, 사법 수도가 다르다. 이번 여정에선 ‘입법수도’인 케이프타운과 ‘경제수도’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크루거 국립공원 중심으로 돌아보게 된다. 첫 기착지, 요하네스버그는 분주했다. 현지인들이 흔히 ‘조벅’(Joburg)이라 줄여 부르는 곳. 도로는 차들로 홍수를 이뤘다. 서울의 강남대로 뺨칠 정도다. 도로 옆은 주택가다. 한데 양 옆의 경계가 너무 분명하다. 도로 한쪽은 서민층, 다른 쪽은 부유층이 산다. 빈민촌에서 백인 얼굴 볼 수 없듯, 부촌에서 흑인 얼굴 찾기도 쉽지 않다. 물과 기름의 경계가 이럴까. 이 대목에서 슬그머니 남아공의 악명 높은 치안 문제가 떠오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나친 걱정은 안 해도 좋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가는 곳은 ‘유럽 같은 남아공’이다. 치안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곳은 ‘타운십’(Township)이라 불리는 빈민촌이다. 남아공 어디나 타운십은 있다. 연소득 5만 달러의 백인이 아닌 다음에야 3000달러 흑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타운십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 거리를 걷자면 아무래도 불편하고 섬뜩한 시선들과 수시로 마주해야 하는데, 외국인 혼자서는 무리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만델라 스퀘어’ 같은 명소 한두 곳 보고는 서둘러 조벅을 떠난다. 남아공 남쪽의 케이프타운으로 내려간다. 작은 유럽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세련된 도시 풍경을 갖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흑인보다 백인 수가 많고, 케이프타운이 속한 웨스턴케이프 주의 주지사 자리도 남아공에서 유일하게 백인이 꿰차고 있다.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는 테이블 마운틴이다. 수억년 전 지각변동으로 바다 밑바닥이 융기해 산이 됐다. 우리 식으로는 ‘탁자 산’쯤 될 텐데, 해발 1086m의 정상 일대가 대패로 민 듯 평탄한 모습을 하고 있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편평한 돌산은 동서로 3㎞, 남북으로 10㎞ 정도 이어진다. ●‘테이블 마운틴’ 오르면 보이는 12사도봉·넬슨 만델라가 수감됐던 로벤 섬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오른다. 케이블카에서 좋은 자리 잡으려 애쓸 필요 없다. 바닥이 회전하기 때문이다. 두 번 정도 사방을 빙 둘러보고 나면 곧 승강장이다. 정상에 서면 사방이 툭 터진다. 일망무제다. 해안을 따라 공룡의 등뼈를 닮은 ‘12사도봉’이 이어지고, 멀리 로벤 섬도 보인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27년 수감생활 중 18년을 보냈다는 곳이다. 외딴섬에서 절망과 고독에 맞서 싸우던 그에게 뭍의 테이블 마운틴은 어떤 의미였을까. 언젠가 딛게 될 ‘희망봉’이라 여기지 않았을까. 야경은 시그널 힐에서 본다. 테이블 마운틴 아래의 야트막한 언덕으로, 소문난 풍경 전망대다. 테이블 마운틴이 갈기 없는 검은 사자처럼 앉아 있고, 주변으로 주황빛 도시 야경이 너울대며 춤춘다. 이 모습이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아 현지인들도 ‘골든 파우더’라 부른다. 이제 저 유명한 희망봉을 둘러볼 차례다. 남아공 땅을 밟은 이유의 ‘8할’이 담긴 곳이다.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희망봉까지는 대략 65㎞, 차로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가는 도중 헛베이(Houtbay)에 들른다. 물개 관광으로 이름난 작은 포구 마을이다. 유람선을 타고 인근의 물개 서식지 ‘더커섬’(Dulker island)을 보고 돌아온다. 왕복 45분 정도 걸린다. 백상아리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백상아리는 물개가 주요 먹이다. 먹이가 많으니 포식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몸길이 최대 9m, 체중 2t에 육박하는 최강의 포식자가 물 위로 솟구쳐 물개를 공격하는 ‘동물의 왕국’ 수준의 장면을 은근히 기대했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다. 헛베이에서 희망봉까지는 채프먼스 피크(Chapman’s Peak) 도로를 타고 간다. 바닷가 절벽 중턱을 깎아 만든 도로다. 죄수와 전쟁포로 등을 동원해 7년 동안 조성했다고 한다. 1922년 완공됐다. ●350여년 남아공 역사 시발점 케이프타운… 그 들머리 노릇을 했던 곳이 희망봉 남아공 사람들은 케이프타운을 ‘머더 시티’라 부른다. 350여년 남아공 역사의 시발점이 케이프타운이기 때문이다. 그 들머리 노릇을 했던 곳이 바로 희망봉이다. 희망봉에 대해서는 몇 가지 엇갈린 견해들이 있다. 표기에서 비롯된 오해 때문이다. 지형적으로 보자면 희망봉이 있는 곳은 곶이다. 그래서 표지판도 ‘희망의 곶’(Cape of good hope)이다. 희망봉은 ‘희망곶’ 표지판이 있는 곶부리 바로 뒤의 야트막한 암봉이다. 여기는 기준 삼을 만한 표지판이 없다. 그래서 희망봉보다는 희망곶으로 불러야 옳다는 것이다. 한데 곶이면 어떻고 봉이면 또 어떠랴. 세상과 부딪쳐 입은 상처로 남루해진 몸을 추스를 수만 있다면 이름은 그리 중요할 게 없다. 희망봉 이야기의 첫 등장인물은 포르투갈의 뱃사람 바르톨로메우 디아스다. 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남진하던 그는 1488년 대륙의 남쪽 끝 작은 반도에 이른다. 당시엔 폭풍우 뒤에 닿았다 해서 ‘폭풍의 곶’이라 불렸다. 9년 뒤, 1497년 또 다른 뱃사람 바스코 다 가마가 이 곶을 지나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했다. 당시 포르투갈 왕 주앙 2세는 ‘인도 항해를 찾는 데 희망을 준 곶’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희망의 곶’으로 고쳐 부르도록 했다. 이게 희망봉이다. 희망봉 뒤는 케이프 포인트다. 해발 248m의 해안절벽으로 인도양과 대서양 두 바다가 만나는 접점이다. 정상엔 등대가 있다. 등대에 등 대고 서면 왼쪽은 인도양, 오른쪽은 대서양이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마음 착한 이’에겐 두 바다의 색깔이 달리 보인다고 하니, 한번 테스트해 보시길. 케이프타운에서 들러야 할 명소가 몇 곳 있다. 해안가에 조성된 워터 프런트는 쇼핑몰, 음식점 등이 밀집된 거리다.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값 싸고 질 좋은 ‘귀국 선물’도 살 수 있다. 저녁 늦게 현지 맥주 한 잔 즐겨도 좋겠다. ‘올드 비스킷 밀’은 폐공장을 활용해 조성한 벼룩시장 같은 곳이다. 주말에만 여는데, 아침부터 브런치와 쇼핑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댄다. 보캅스는 말레이계 무슬림들이 몰려 사는 곳이다. 형형색색의 집들이 인상적이다. 도심에서 멀지 않다. 글 사진 케이프타운·요하네스버그(남아공)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도하서 환승 시간 넉넉하다면? ‘공사비 18조원’ 하마드 공항 놀이·무료 시티투어 어때요 남아공 여정의 중간 경유지인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은 자체가 볼거리다. 우선 규모가 대단하다. 아라비아만을 개간한 땅 위에 2200㏊ 규모로 지어졌다. 공사 비용으로 155억 달러(약 18조 4000억원) 이상 투입됐다고 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호화롭다. 대리석과 고급차 람보르기니 내부에 쓴다는 가죽 소재 등을 사용해 꾸몄다. 천장은 아라비아만의 파도를 모티브 삼은 듯 곡선 형태로 조성했다. 공항 터미널 곳곳엔 26개의 전시 예술품을 설치했다. 메인홀의 대형 테디베어가 특히 눈길을 끈다. 높이 7m에 무게 17t으로 스위스 현대미술가 우르스 피셔가 제작했다. ‘알 무르잔’은 카타르 항공이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 승객을 위해 조성한 프리미엄 라운지다. 기도실, 흡연실, 샤워실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환승 시간이 넉넉하다면 도하 시티 투어에 나서는 것도 좋겠다. 도하에서 환승 시 유·무료로 시티 투어를 이용할 수 있다. 도하 시내 관광지 서너 곳을 세 시간가량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메인홀의 대형 테디베어에서 A 구역으로 가는 길 왼쪽에 시티 투어 부스가 있다. 임시 비자를 받은 뒤 가이드의 안내에 따르면 된다. 유료는 30달러와 45달러 두 종류다. 무료는 선착순 운영된다. 카타르 항공 홈페이지(qatarairways.com/kr) 상단의 ‘Holidays’ 메뉴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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