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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보선 따라다니는 중앙당 흉하다

    열린우리당이 어제 경기 포천에서 상임중앙위원 회의를 가졌다. 오는 30일 실시되는 포천·연천 국회의원 재선거를 겨냥한 조치다. 앞서 한나라당은 역시 재·보선 지역인 경북 영천 등에서 대표, 총장,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당직자가 대거 참여한 대책위원회를 열었다. 여야가 지원유세를 넘어 중앙당을 지역으로 옮겨놓은 듯 법석을 떨고 있다. 지금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다. 비정규직법, 국민연금법 등 국가 명운을 가를 수 있는 경제·민생입법이 표류중이다. 핵심당직자들이 국회를 지키며 협상하고, 의원들을 독려해도 처리가 쉽지 않은 안건들인데 몸과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민생현안이 제대로 챙겨질 리가 없다. 상임위를 열어도 의원들이 자리를 비우기 일쑤고, 여야 대변인 논평은 선거를 의식한 상대당 헐뜯기에 몰두하고 있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공천 때부터 무리한 영입을 시도하다가 실패를 맛봤다. 그리고 지역선거라면 그에 걸맞은 공약을 내놓아야지, 수조원이 소요되는 선심성 약속을 남발해선 안 된다. 세간에서 “재·보선 지역에 땅을 사면 떼부자될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실정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과반의석 유지가 걸린 선거라지만 여당이 앞장서 재·보선을 이렇듯 과열시켜서야 되겠는가. 한나라당이 제시한 공약 또한 실현가능성이 의심되는 내용이 많다. 한나라당은 여론조사 결과 텃밭이라고 여기던 영남지역 선거구에서 여당이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다시 지역감정에 호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슨 짓을 하건 이기면 된다는 무모함을 이제는 버릴 때가 됐다. 이전 선거에 비해 흑색선전, 금품살포가 줄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그러나 선거가 종반으로 가면서 박빙 양상이 거듭되자 금품제공 고발이 잇따르고, 상대후보 비방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정치불신은 더 심해지고, 정치개혁은 멀어진다. 선거가 며칠 안 남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 [서울광장] 연금 잣대부터 통일하라/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연금 잣대부터 통일하라/우득정 논설위원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부모세대는 근대화에 기여하고 자녀들을 고등교육시킨 세대”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들은 공적지원체계에서 배제돼 있을 뿐 아니라 핵가족화로 자녀들에게도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그럼에도 40대 이전 세대는 노인 부양을 위해 새로운 보험(노인요양보장제도)을 만들자고 하면 반발한다.”면서 “그들을 부양하는 것은 부양받은 우리 세대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연금전문가도 “연금역사 100년에 부모세대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제도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우리의 연금제도는 한마디로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63만명의 저소득층 노인에게 월 3만 1000∼5만원의 경로연금을 지원한다지만 그게 ‘연금’이냐고 반문했다. 국민연금 개혁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가운데 연금 이기주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안의 핵심도 현 세대가 덜 내고 미래세대의 몫을 가로채 더 받는 얌체구조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현재의 수급체계를 지속할 경우 세대간 갈등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래세대가 연금납입을 책임질 무렵이면 부모세대를 사회안전망밖으로 내팽개친 현 세대에 대해 책임 추궁이 따를 것이라는 우울한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는 별도로 현 세대의 이기주의, 미래 세대와의 갈등 가능성을 제기한 이러한 주장은 틀린 게 아니다. 하지만 국민연금만 그럴까. 어찌보면 군인·공무원·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의 이기주의는 훨씬 더 심각하다.1973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매년 수천억원씩 국고지원을 받는 군인연금은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연금도 올해 6344억원, 내년 1조 754억원 등 2010년까지 11조원 이상의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 2030년에는 공무원 보수예산의 절반이 연금 적자보전에 투입돼야 할 판이다. 현 세대 공무원들의 연금비용을 다음 세대 공무원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구조로 된 탓이다. 지난 2000년 공무원연금법 개정 당시 공무원과 정부가 적자발생액의 절반씩 부담토록 돼 있던 조항을 전액 국고에서 부담토록 바꾸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은 투입원가 대비 연금수급액이 4.22∼6.16배에 이른다. 소득대체율 50∼76%도 선진국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높다. 사학연금도 2019년부터 적자로 전환돼 2026년에는 재정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정된다.2047년에 재정이 고갈되는 국민연금은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미 바닥이 났거나 훨씬 일찍 바닥을 드러내게 돼 있음에도 재정지원에만 의존하는 특수직역연금 개혁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국은 공무원연금은 퇴직공무원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국민연금은 ‘노후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납세자인 국민은 ‘기초생활’만 하라고 하고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온 공복(公僕)은 안정된 노후 삶을 누리겠다니 황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제기구들도 ‘미래세대로의 부담 전가 유혹’을 경계하면서 수지상등의 원칙과 세대간 형평성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연금 개혁을 원한다면 특수직역연금도 함께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외환위기 과정을 거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과거 민간부문의 노후생활을 담보했던 ‘이자소득’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군인연금에 이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그리고 최후에는 국민연금까지 재정에 손을 내미는 사태를 막으려면 잣대를 통일해야 한다. 그래야만 연금 이기주의도 바로잡을 수 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사설] 비정규직, 생존권 차원에서 접근하라

    25일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26일 전체회의 표결처리라는 비정규직 법안 처리시한을 앞두고 노사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위원장이 국가인권위 권고안 수용을 요구하며 공동 단식투쟁에 들어갔는가 하면, 경제5단체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원안대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교수노조 등은 인권위 안을 지지하는 시국성명서를 발표한 반면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시변) 등은 인권위 안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논란에 가세하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을 놓고 국론이 양분되는 상황이다. 5월부터 본격화되는 임단협을 앞두고 단위 사업장의 혼란을 줄이려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다만 국가인권위는 ‘인권’이라는 잣대로 비정규직 법안을 재단함에 따라 갈등을 증폭시켰지만 비정규직의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노사 대타협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 하면 비정규직에게 가해지고 있는 불합리하고도 부당한 차별을 해소해 생존권을 보장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면 현실 가능한 합의안 도출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기간제근로에 대한 사용기간을 제한한 정부안을 인권위의 권고대로 ‘사용사유 제한’으로 바꾸되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법에 명시하지 않고 차별시정을 통해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를 해소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고용 유연성을 요구하는 기업 현실과 차별 해소를 바라는 비정규직들의 절규를 대칭점에 놓고 접점을 구한다면 이 정도가 적절한 절충점이 될 것이다. 하나를 더 차지하려다 모두 잃게 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 비정규직법안 막판 진통

    비정규직법안 논의를 위한 국회와 노사정간의 실무회의가 진통을 겪고 있다. 노사정은 23일 오후부터 25일 새벽까지 국회의사당 내에서 수차례 실무회의를 갖고 비정규직법안의 쟁점사항에 대한 논의를 거듭했으나 합의를 이뤄내는 데는 실패했다.24일 오전까지만해도 노사정 실무대표들이 핵심 쟁점 사항인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사유제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안 명문화 등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져 합의 가능성을 밝게 했으나 오후 5시10분 이후 속개된 회의에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실무대표 회의에는 정병석 노동부 차관과 이목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 민주노총ㆍ한국노총 사무총장, 경총ㆍ대한상의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노동계는 실무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대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안에 명문화하고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사유를 제한할 것을 요구했으나 재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부도 정부안의 골격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인권위안 수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계가 갑자기 자신들의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하는 바람에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비정규직의 보호와 고용이라는 두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계의 요구를 모두 다 들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노사정 모두 비정규직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고 쟁점에 대한 의견차도 좁혀지고 있어 조만간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밝혔다. 국회 환노위는 노사정 실무자간 의견접근이 이루어질 경우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열어 이를 추인하도록 할 계획이지만 합의에 실패할 경우 25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26일 전체회의에 상정해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인권위안이 수용되지 않은채 비정규직법안이 강행처리될 경우 즉각적인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노·사 ‘비정규직’ 입장관철 충돌

    노·사 ‘비정규직’ 입장관철 충돌

    노동계와 재계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정규직법안 의견 표명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특히 25일로 예정된 국회 환경노동위의 비정규직법안 입법심사를 앞두고 ‘단식농성’ 등 긴장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사유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문화 등을 수용해 비정규직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번에 반드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앞으로 법안 통과를 위해 양 노총의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양 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 법안의 국회 처리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단식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 재계도 ‘강수’를 두고 나섰다. 경제5단체장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국가인권위를 맹비난했다.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5단체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간제 사유제한 등 인권위가 인권적 잣대로만 비정규직 문제에 개입해 간신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노사정간 논의에 혼란만 더 부추겼다.”면서 “정치권과 정부가 인권위와 노동계의 주장에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5단체장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한 경제계 입장’이란 제목의 공동 성명문을 통해 “인권위와 노동계의 주장을 여과없이 수용하면 기업의 부담 증가로 고용 창출이 오히려 저하돼 실업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당초 합의한 대로 국회가 이달 안에 비정규직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5단체장이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노동계의 ‘단식 시위’에 결코 밀릴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견에는 해외출장 중인 강신호 회장을 대신해 조건호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참석했다. 박용성 상의 회장은 “같은 정규직 내에서도 연공이나 호봉에 따라 임금이 1.7∼2.5배 가량 차이가 나는데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에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적용하자는 노동계 주장이 말이 되느냐.”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수영 경총 회장도 “개별 기업 입장에서 비정규직 법안은 그 자체가 부담스럽지만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고민 끝에 법안 수용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4월 처리 무산 가능성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관철 의지를 다졌다. 최용규 안미현기자 ykchoi@seoul.co.kr
  • 비정규직안 노사 쟁점

    비정규직안 노사 쟁점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법안심사를 이틀 앞두고 노사정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승부수를 던지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22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상 처음으로 공동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경영계도 경제 5단체장이 긴급회동을 통해 성명을 발표하는 등 ‘올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도 국회에 제출한 비정규직 입법안이 ‘최선’이라며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강경 처리땐 총파업 불가피” 이처럼 노사정이 물불가리지 않고 동원 가능한 모든 수를 쓰는 것은 비정규적 법안의 4월 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을 경우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의견 표명은 노동계를 제외한 재계 및 정부를 당혹케 했으며 이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인권위의 의견 표명으로 사실상 유리한 고지를 점한 노동계는 인권위의 안이 ‘사회적 기준점’이라며 정부·재계·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고 있다. 양 노총 위원장은 단식농성에 돌입하면서 발표한 회견문에서도 인권위가 제시한 기간제 근로자(임시 및 계약직)의 사용사유 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 명문화 등을 수용해 비정규직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노동계는 인권위의 이같은 의견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보고 전혀 후퇴할 뜻이 없음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도 “정부가 인권위의 최소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사회적인 합의 없이 법안을 강경처리한다면 총파업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인권위의 사실상 노동계 손들어주기와 노동계의 강공드라이브는 위기의식을 느낀 재계의 응수를 불러왔다. 재계가 노동계와 맞대결을 피하지 않는 것은 노동계의 ‘인권위안 굳히기’에 맞서 재계의 ‘원안 굳히기’가 불가피하다는 판단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동부 “정부안 뼈대 유지돼야” 22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장이 긴급회동을 통해 인권위의 비정규직 법안 관련 의견표명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경제5단체장은 이날 회견에서 “인권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간제 사유제한 등 노동계 주장을 여과없이 수용함으로써 힘들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노사정간 논의에 혼란만 초래했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또 “정부와 정치권은 인권위나 노동계의 무책임한 요구에 흔들리지말고 당초 합의된 일정에 따라 원안대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마무리,4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후퇴, 노동계나 인권위 입장을 수용한다면 기업의 부담 가중 및 고용창출 저하로 직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노동부는 “정부안의 골격은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안의 뼈대가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노사간 합의사항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최용규 안미현기자 ykchoi@seoul.co.kr
  • “실적과시용 마약단속으론 한계” 관세청 박재홍 조사국장 쓴소리

    “마약 대책은 발본색원에 맞춰져야지 단순 검거 실적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국내 세관의 마약과 위조화폐 단속을 총괄하는 관세청 박재홍 조사감시국장이 정부의 마약 대책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박 국장은 세관의 마약대책이 도마에 오른데 대해 “마약 사용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유입 책임에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무조건적 비판으로 고군분투하는 관세 공무원들의 사기가 꺾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담조직에 수백명이 배치돼 있는 검·경과 달리 관세청의 마약 단속 부서는 조사와 탐지를 포함해 8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4년 기준 세관이 검거한 밀수범은 전체의 57%, 압수량은 68%, 특히 필로폰은 66%나 된다. 실적만 보면 가장 뛰어나다. 그러나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박 국장은 “여행자 휴대품 단속은 단순 운반책이고 특송이나 국제우편은 물건 압수로 끝난다.”며 “관세청은 통제배달과 추적조사로 밀수조직을 검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적 불안감 해소를 위한 마약 밀반입 차단대책도 내놨다. 우선 400명에 이르는 인천공항 통관 업무 담당자를 마약조사 요원화하는 등 업무 재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중점 검사대상에 대해서는 가방을 찢어서라도 강력히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세칙을 연내 개정키로 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유산·사산때 45일 휴가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1일 유산이나 사산한 여성근로자에게 45일의 출산휴가를 보장하기로 했다. 또 여성 근로자가 출산 전후 90일간의 휴가 기간에 받는 급여액을 고용보험과 정부 일반회계에서 전액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원혜영 정책위의장,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과 정병석 노동부 차관, 장병완 기획예산처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는 여성 근로자의 산전 후 휴가급여액(통상임금) 60일분을 기업이,30일분을 고용보험이 부담하고 있다. 종업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2006년부터,300인 이상 대기업은 2008년부터 개정되는 내용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2006년부터는 1100억여원,2008년부터는 900억여원의 재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5)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下)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5)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下)

    1733년 7월 전라도 남원성벽에 괴벽보가 나붙었다. 머지않아 영조 임금이 쫓겨나고 새 세상이 열린다는 내용이었는데 벽보를 직접 작성한 사람은 남원 부자 김영건의 아들들이었다. 이 벽보에는 김씨들의 숙적인 이유성 일가의 이름이 도용돼 있어 이씨들을 모함하기 위해 그랬을 거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그처럼 단순하고 우발적이었을까? ●이여매와 이여진 형제의 이름으로 된 벽보 남원성벽에 내걸린 벽보는 이유성의 아버지 이여매와 숙부 이여진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이 형방은 문서를 읽고 나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상에 이런 흉악한 문서에 제 이름 석자를 붙여 걸어둘 바보가 과연 있겠는가? 형방은 박 호장, 최 이방 등과 이 문제를 상의한 다음 이씨 집안과 다투고 있던 김영건 부자에게 혐의를 두었다. 일차로 김영건 부자를 연행한 다음 그 집안을 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벽보의 초안이 발견돼 사건은 싱겁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김씨들이 괴문서의 말미에 이여매 형제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면, 그것은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그러나 원수의 이름을 빌려 반역의 의지가 명백한 벽보를 붙일 만큼 김씨들은 무지몽매했을까? 벽보를 손수 쓴 김원팔로 말하면 제법 공부를 많이 한 사람으로 그 정도 계산도 못할 만큼 청맹과니는 결코 아니었다. 김원팔 형제가 남문 옆 성벽에 벽보를 붙여두고 집으로 돌아간 직후, 세 사람의 괴한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둘은 좌우에서 망을 보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벽보의 맨 끝에 “이여매와 이여진 씀”이란 글귀를 추가했다. 그 글씨체는 영락없이 김원팔의 것이었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 보면 왼쪽으로 좀더 비스듬히 올라간 것이 눈에 띌 만도 했다. 눈썰미가 남다른 이방 최정도는 그 점을 이미 정확히 짚고 있었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필체의 미세한 차이를 말하지 않았다. “사건은 이 정도로 마무리돼야 한다. 만약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면 남원은 헤어날 길이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건의 근원적인 규명이 아니다. 확대 수사는 도리어 민심을 뒤흔들어 놓을 뿐이다. 여기서 종결시키자. 더 이상의 불필요한 잡음을 불러일으키지 말고 사적 원한에 근거한 우발적인 사건으로 마무리하자. 그것이 모두에게 좋다. 어차피 이 세상은 그런 것이다!” 이것이 남원의 사정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던, 아니 18세기 한국사회의 물정을 정확히 파악했던 최정도 이방의 생각이었다. ●김영건 일가를 저버린 지하조직 따지고 보면 그랬다. 조직은 김원팔 일가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작정했다.18세기에는 하삼도만 해도 남원 운봉 함양의 지리산, 부안의 변산, 충청도 계룡산과 오서산, 합천의 가야산 등지를 잇는 지하조직이 결성돼 있었다. 조직원의 수가 얼마나 됐고 조직의 구성이 어땠는지 전모를 정확히 파악할 길은 없지만, 수십 수백 명이 가담한 비밀결사가 존재했던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그런 지하조직의 최종 목표는 조선왕조를 전복시키고 용화세계 또는 미륵세상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동학에서 말하는 지상천국, 후천세계의 원형이 이미 18세기에 형성되고 있었다. 지하조직은 ‘정감록’을 비롯한 각종 비결을 앞세워 민심을 선동했다. 조직은 나라를 원망하는 각양각색의 인사들을 점조직으로 편성했다. 조직의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처의 부자들을 포섭하거나 도적질을 하기도 했다. 남원부자 김영건 같은 이는 지하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쓸모있는 인물이었다. 김영건은 천민출신이라서 기존의 사회질서를 반대했으며 자금력도 어느 정도 충분한 데다 김원팔과 같이 유능한 아들이 있어 지하조직의 한 귀퉁이를 맡길 만했다. 김영건 자신은 아마 짐작도 못했을 테지만, 지리산에 근거지를 둔 지하조직은 오래 전부터 김영건 일가를 포섭하는 데 큰 관심이 있었다. 일찌감치 지하조직의 지도부는 김영건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남원, 운봉, 함양 일대를 제 손금 들여다보듯 훤히 아는 탁발승들이 바로 조직의 중추였는데,17세기 후반 영건의 어머니 분금이 무작정 노씨 집을 뛰쳐 나왔을 때 지리산에서 굶어 죽지 않고 무사히 남원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 실은 어느 탁발 승려 덕택이었다. 그 인연은 영건이 모르는 사이에도 계속됐었다. 나중에 분금이 아들 영건에게 남긴 유언 가운데 부처님의 원력을 말한 것도 다 그런 사정이 있어서 나온 말이었다. 양반 정 노인의 신분시비 사건으로 김영건은 큰 충격을 받아, 현세를 지배하는 논리에 회의를 품게 된다. 하지만 그는 천품이 온화하고 조심성이 많으며, 이미 노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조직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희생을 바칠 사람은 못 되었다. 지하조직은 그런 판단을 했기 때문에, 그의 세 아들들에게 더더욱 큰 기대를 걸었다. 지하조직은 지도부에 속한 변산의 승려 태진과도 연줄이 있는 최봉희를 시켜 김원팔, 김원하, 김원택 3형제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 최봉희는 우선 비결을 가지고 그들을 설득하려 했고, 가장 먼저 그 먹이를 문 사람은 김영건의 막내아들 김원택이었다. 그 덕분에 김원팔과 김원하를 조직에 가담시킬 수 있게 됐다. 그런데 1732년 가을부터 김원택은 조직을 이탈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김원택은 지하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이 지극히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고, 조직 활동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해 김씨 일가의 담당인 최봉희 보기를 꺼려했다. 그는 형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취하고 있었다. 조직은 김원택에 대해 다각도로 회유책을 폈으나 전혀 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 조직은 마지막 수단을 고안했다. 김영건 일가에게 괴벽보를 작성해 남원읍성에 부착하도록 지시했다.3형제가 공동으로 하라는 명령이었다. 이런 식으로라도 그들을 묶어두지 않으면 장차 조직을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게 상부의 판단이었다. 김원팔 형제가 벽보를 붙이는 순간에도 조직은 멀리서 그 광경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 나타난 것은 약속한 3형제가 아니었다. 김원택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 담당책 최봉희는 상부와 긴급히 상의했고, 그 처방은 간단명료했다. 김씨 일가를 희생시켜라! 그리고 최봉희 넌 멀리 도망쳐라! 우리 조직의 남원 지부는 당분간 활동중지다! 그러나 이 벽보를 계기로 민심을 한 번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김원택과 최봉희의 머리싸움 거슬러 올라가 살펴 보면, 남원의 일부를 담당한 최봉희는 부자 김영건이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 김원택에게 접근했었다. 최는 세상 물정에 두루 밝은데다 붙임성이 대단히 좋았다. 게다가 남원에선 손꼽히는 양반가문의 후예였다. 집이 가난한 것만 빼놓으면 도무지 나무랄 데가 없는 선비였다. 출신이 미천해 고민하고 있던 김원택 일가로선 그런 최봉희와 사귀게 된 것이 큰 영광이었다. 최봉희의 지식에 매료된 김원택은 장형 원팔과 중형 원하에게 차례로 최를 소개했다. 김원팔 등은 매일 같이 최봉희를 만났고 그 때마다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후의를 베풀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마치 최봉희가 김원팔의 식객(食客)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처음엔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최봉희는 김씨 일가의 내면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시작했고, 김원택은 바로 그 점을 못마땅해했다. 그래서 원택은 최가 자기 형들과 함께 만든 필묵계에도 관여하길 거부했다. 그는 두 형과 아버지 김영건에게 최를 멀리하라고 몇 차례 간청하였으나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벽보를 붙이는 문제가 집안에서 거론되자 김원택은 최가 배후 인물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는 가장 충직한 종 남산을 성밖으로 내보내 최봉희가 숨을 만한 곳을 미리 수소문하라고 했다. 만일의 경우 관가에 연락해 최봉희가 즉각 검거되도록 손을 써둔 것이었다. 김원택은 장차 아버지와 형들이 벽보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멸문의 화를 당할 게 너무 억울했다. 만일 집안에 화가 닥치면 최를 비롯한 지하조직도 분쇄되어야 마땅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하조직은 점조직이라 최봉희 위에 누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원택은 그동안 최봉희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모두 정리해 보았다. 문득 변산 승려 태진의 이름이 뇌리에 떠올랐다. 가만히 생각할수록 태진과 최봉희의 관계는 예사롭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사건이 터졌을 때 원택은 배후조종자로 태진을 고발했다. ●‘정감록’ 사건의 마무리 김영건 4부자를 비롯해 최봉희, 태진 등은 제각각 검거된 장소와 시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서울로 압송되었다. 그들은 창덕궁의 정문인 인정문(仁政門)에 설치된 특별수사본부에 끌려가 엄한 취조를 받았다. 때로 국왕 영조가 직접 심문에 나설 정도였다. 제1급 시국사건으로 취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에 연루되어 전라도에서 서울까지 끌려가 조사를 받은 사람이 삼사십 명이나 됐고, 전라도 각처에서 일시 검거돼 취조받은 사람은 수백을 헤아렸다. 인정문 앞에선 열흘 넘게 날마다 지독한 고문이 계속됐다. 몽둥이찜질은 기본이고, 인두로 몸 지지기, 정강이뼈 뒤틀기, 무릎 관절 부수기 등은 이를테면 선택사항이었다. 혐의자들은 차례로 단독 심리를 거쳐, 관련자와 대질 신문을 받은 뒤 다시 재심리를 받았다. 중간에 말이 바뀌면 모든 수사과정이 처음부터 되풀이됐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거듭된 고문과 그 중간에 잠깐 끼어든 달콤한 회유, 그리고 교활한 유도신문이 연달았다. 머리 좋고 경험 많은 의금부 관리들을 비롯해 조정대신들 그리고 국왕 영조까지 직접 심문에 나섰기 때문에, 그 자리에 끌려 나온 사람은 여간한 배짱과 지능으로는 조금도 숨기거나 속일 수가 없었다. 며칠만 닦달을 하면 고분고분 모든 사실을 실토하게 되었다. 특히 사건 심리의 초기 단계에는 가능한 모든 범위로 수사가 확대되었다. 털끝만큼이라도 혐의가 있어 뵈는 사람은 연일 추가로 체포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원팔과 그의 아버지 김영건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판결도 내려지기 전에 형틀에서 죽고 말았다. 실상 벽보 사건에 전혀 가담하지 않는 김원택도 맞아 죽었다. 고문을 잘 견뎌 용케 살아남은 이는 김원하였다. 그는 역적의 아들이란 죄로 또다시 두들겨 맞은 다음 변방으로 유배되었다. 이럴 때도 고수는 따로 있었다. 지하조직의 하급간부 최봉희는 사형을 받아 마땅하다는 수사관들의 의견이 있긴 했지만 그의 죄를 증명할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아 외딴섬으로 귀양가는 데 그쳤다. 본래 점조직으로 운영된 조직이다 보니 김영건 부자는 최봉희의 윗선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수사과정에서 최봉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지만, 특수 훈련을 받은 최봉희는 노련했다. 최는 갖은 고문에도 불구하고 지하조직의 비밀은 하나도 노출시키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제침으로써 수사본부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수사본부는 최봉희를 미치광이로 규정함으로써 그에 대한 수사를 매듭지었다. 조직의 거물이자 당시 전라도내에서 이름난 승려였던 변산의 태진은 자신을 변호하기에 충분한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남사고 비결’을 소장했다는 점만 인정했을 뿐, 벽보 사건과 무관하다는 점을 끝까지 주장했다. 영조는 “태진의 대답이 범행을 자백한 것이나 마찬가지구나!”라고 하여 태진이 사건에 관련돼 있다고 보았지만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다른 방법이 없어 태진을 함부로 죽이지 못하고 섬으로 귀양보냈다. ●조정은 지하조직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가? 당시 도승지 홍경보는 영조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지금 영남 하도(下道, 경상남도)와 호남의 인심이 매우 험악합니다. 만약 수사를 여기서 멈춘다면 괴수들이 비웃을 것입니다. 각별히 헤아려서 연루자를 체포해야겠지만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런 뜻으로 공문을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영조는 홍경보의 말이 옳다며 민심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를 계속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불가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하조직에 음양으로 관련돼 있었던 데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사정이 조금만 더 악화되면 조직에 대거 참여할 기세였다. 이런 판국에 혐의자들을 함부로 붙들어다 고문하게 되면 조정이 정말로 우려하는 반란 또는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그야말로 혹 떼려다 혹 붙인다는 말처럼 될 수도 있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리들은 자신들의 임기에만이라도 그저 별일 없이 조용하기를 바랐다. 얼마나 애를 써서 얻은 벼슬자리인가. 아직 본전을 다 뽑지도 못했는데 만일 난리가 일어나 벼슬을 놓치게 되는 일이 생겨선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 관리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뢰었다. “엄히 조사를 해봤습니다만 별탈은 없는 듯합니다. 백성들이 불안해서 생업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이제 수사를 종결해야 됩니다. 이번 사건은 배후에 무슨 특별한 조직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저 시골의 무식하고 못돼 먹은 반역자 김영건 4부자가 사적인 원한으로 엉뚱한 짓을 벌인 것입니다.” ●영조의 선택 영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또한 알고 있었다.“역적 놈들은 과인의 목을 요구한다. 놈들은 이 나라가 망하기만 바라고 있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사건을 축소해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처리하는 것이 제일이다. 이것은 일부 몰지각한 놈들의 소행이라고!” 결국 왕의 생각이나 조정대신들, 지방관들의 뜻은 남원 이방 최정도의 견해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게 둘러대긴 했지만 왕의 마음은 께름칙했다. 하필 왜 남쪽 지방, 그것도 전라도에서 이런 고약한 무리들이 자꾸 나오는 것일까. 왕은 자기의 친어머니가 전라도 출신의 미천한 나인인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더욱 산란했다. 그는 불편한 심기를 완전히 눅이지 못한 채 목청을 돋워 각도의 관찰사들을 독려했다. “전라도는 우리나라에서 잡술을 가장 숭상한다고 들었다. 근래 태진이란 중놈의 예언서를 보면 그 폐해의 심각성을 알만 하다. 예언서를 엄금해야 한다. 너희들 휘하의 지방관들에게 명하여 어리석은 백성들이 일체 그런 불온서적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라. 삿된 경전(邪經)을 버리고 성리학에 힘쓰게 하라.” 왕은 ‘정감록’에 대한 이데올로기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낡은 성리학으로 ‘정감록’을 이길 수 있을까.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지방의회 선거제도 개편 정부·정치권 반응

    내년에 치러질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무엇보다 지방의원 정수 등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쟁점이다. 지방의원 선거구제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꿀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 배제 문제는 정부, 정치권의 미묘한 입장 차이로 법개정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과 정부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 갈피 못잡는 정부 지방의원 선거구제를 바꿀지에 대해서는 정부안에서도 논란 중이다. 아직 모아진 의견은 없다. 다만 참여정부가 2003년 7월 마련한 ‘지방분권 추진 로드맵’에 올해 중 지방선거제도 개선안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부터 시행하기로 돼 있다. 이에 행정자치부는 지방의원들의 ‘보수제도와 전문성 확보방안에 대해서만’제도를 개선해 시행하자고 주장한다. 선거구제는 정치적인 문제여서 정치권에 맡기자는 것이다. 어차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개정할 때는 정부 입법이 아니라 의원입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추진하기보다는 여야 정치개혁특위가 방안을 마련하면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그런 만큼 행자부가 직접 나설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반면 정부 고위층은 로드맵대로 선거제도도 보수 및 전문성 확보 방안과 함께 마련하자는 입장이다.‘선거구제 개편은 정치권에 맡기자.’는 행자부의 입장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행자부가 지방의원의 보수 및 전문성 확보 방안을 이미 마련해 놓고도 확정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 관계자는 “지방의원 선거제도 개선 문제는 지방분권 로드맵 과제로 나와 있지만, 사실 아직 접근도 못하고 있다.”면서 “이 과제는 행자부에 주어진 과제인데 부처안에서 계속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 진전을 못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9일 새로 출범하는 지방분권전문위원회에서 선거제도 개선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행 소선거구제는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기초의원의 경우 지역별로 1명씩 선발하다 보니 소지역주의와 문중·동창회간 갈등이 빚어져 유능한 인재의 진출을 막기도 한다. 게다가 의정활동비와 회의참가 수당을 지급하던 것을 급여제로 전환키로 함에 따라 의원들의 급여가 오를 전망이어서 현재 의원수를 그대로 유지할지도 관건이다. 그래서 제기되는 것이 중선거구제다. 선거구를 현재보다 넓게 하는 대신 의원수를 2∼3명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여야 새달부터 본격논의 정치권은 지방의회 의원 축소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일부에서 축소 주장이 있는 상황이고, 한나라당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가 선거법 개혁안을 확정했다. 정개협은 지방의원 수와 관련, 광역의원 기초의원의 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도록 의견을 냈다. 물론 정개협 안이 그대로 정치권의 입장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위원장 이강래)에서 정개협안을 토대로 본격 논의된다. 이강래 위원장은 “향후 정개협과 정개특위가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각당의 입장도 있으니 절충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5월부터 본격논의에 돌입해 6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정개특위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은 의원 수와 관련,“아직까지 논의하지 못했다.”면서 말을 아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은 “수를 줄이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만 좀 더 논의를 해봐야겠다.”며 역시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한나라당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위 한나라당 간사 박형준 의원은 “인원에 대해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행정구역 개편 등 계기가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니냐.”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외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 여부. 정개협은 현행대로 정당공천 유지 결정을 냈지만 열린우리당은 “정쟁적 요소가 부각되고 있다.”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인재를 걸러내는 최소한의 시스템이라며 맞섰다. 박형준 의원은 “정치자유를 스스로 제한하는 일을 왜 하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무보수 명예직인 의원의 보수문제는 유급화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권오을 의원 대표발의로 지난해 7월 유급화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을 제출했고, 열린우리당도 유급화에 사실상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주민과 소통… 담장 허무는 대학들

    서울시내 대학들의 담장이 없어지고 담장이 있던 자리는 녹지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 푸른도시국은 20일 올해 말까지 총 38억원을 들여 연세대·숙명여대·경기대·한신대·기독대·그리스신학대·고려대병설보건대 등 7개 대학의 담장 2390m를 허물고 7400㎡(약 2242평)의 녹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2002년 대학담장 허물기 첫 사업으로 5억원을 투입해 중앙대 담장 260m를 없애고 1200㎡의 녹지를 조성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현재 공사중인 곳을 포함해 숭실대·고려대·외국어대·명지대·서울산업대·서울대의대 등 6개 학교의 담장 4560m를 허물고 3만 2100㎡의 녹지를 만들었다. 최용호 푸른도시국장은 “높은 땅값때문에 공원이나 녹지 확보가 어려웠던 대학가 주변이 담장 허물기 사업을 통해 변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녹지공간을 제공하는 등 대학이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담장 허물기 사업에 대해 대학측의 우려와 걱정이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900m의 담장을 없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경우 담장을 허물자 일부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서울대의대는 경비 문제 등을 이유로 원래 계획보다 담장개방을 축소하기도 했다. 외국어대 주변에 사는 안모(30)씨는 “담장개방 후 쓰레기 무단투기 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러나 일부 극소수의 이야기일 뿐이고 담장이 없어진 이후 녹지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등 주민들에게는 이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춘희 서울시 조경과장은 “아직도 많은 대학에서는 면학 분위기를 헤친다는 이유로 담장 허물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담장을 없앤 대학이 늘어갈수록 일부 대학의 우려가 기우(杞憂)일 뿐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차상위계층 가족사망·파산등 생계위기땐 의료·주거비 즉시 지원

    가족의 갑작스러운 사망이나 질병, 이혼, 가정폭력 등으로 생계위협을 받는 차상위계층 위기가정에 대해 사전조사없이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긴급지원제도’가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차상위계층의 긴급한 위기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합의한 ‘긴급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차상위계층이란 월소득이 기초생활수급자의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113만 6000원)보다 20% 많은 136만 3200원 사이의 준극빈층을 말한다. 입법안에 따르면 지원대상은 가장의 사망과 질병, 부상, 파산, 이혼, 채무 등으로 가족의 생계가 곤란해진 경우다. 특별법은 올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시행돼 총 24만 1000여 가구에 혜택을 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은 국고와 지방비를 포함, 올해 553억원, 내년에 183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인 지원대상자는 향후 특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명시할 명시할 계획이다. 생계위기의 개인·가구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별도 조사없이 즉시 지원되며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할 경우, 우선권이 부여된다. 지금까지는 복지전담공무원을 통한 실사를 거쳐 지원했으나 긴급지원은 ‘선지원 후조사’로 바뀌는 셈이다. 지원방식은 음식물과 의복 등 생계지원은 금전 또는 현물로 2회 또는 4개월까지, 각종 검사·치료 등 의료지원은 1회로 제한했다. 주거지원을 비롯, 난방 등 기타 위기상황 극복에 필요한 물품지원은 1개월 동안 제공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활한 복지업무 지원을 위해 올해 복지전담공무원을 1800여명 충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인물 현대사 ‘씨알의 소리-함석헌’(KBS1 오후 10시) 민족의 큰 사상가, 우리 시대의 스승 함석헌. 그의 사상은 여전히 연구의 대상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함석헌의 글과 행적, 그리고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함석헌과 그의 시대를 다시 보고 그가 이 시대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찾아본다. ●진실게임(SBS 오후 7시5분) 특수분장을 한 것처럼 놀라운 얼굴을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귀엽고 깜찍하고 드라큘라를 닮은 소녀, 마음은 비단결 같지만 무섭게 생긴 도깨비 눈썹, 청순한 얼굴에 코 밑 수염이 있는 콧수염 여자, 매력적인 원숭이 이마를 가진 상큼한 미녀 중에서 단 한 명의 진짜를 찾는다. ●박주현의 시사 업클로스(YTN 오후 3시5분) 철도청 러시아 유전 투자의혹, 이른바 오일 게이트가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수석부대표와 함께 오일게이트 공방은 어떻게 진행될지 4월 임시국회의 쟁점들을 짚어본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 수석부대표, 한나라당 임태희 원내 수석부대표가 패널로 참석한다. ●기획특강(EBS 오후 8시50분)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로, 척박한 이 시대에 철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르네상스적 지식인, 인문학적 교양인으로 평가되고 있는 박홍규 교수와 함께한다. 이번 시간에는 모차르트에서 현대 작곡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오페라 작곡가와 작품을 사회적 시각에서 살펴본다. ●굳세어라 금순아(MBC 오후 8시20분) 오미자네 집으로 간 금순은 가불을 어렵게 부탁하지만 오미자는 원칙을 내세우며 거절한다. 하지만 금순의 진심어린 부탁에 오미자는 필요한 돈의 절반만을 가불해주겠다고 말한다. 배웅해주러 따라나섰던 재희는 금순에게 미용실에 함께 왔던 남자가 누군지 말해달라고 한다. ●윤도현의 러브레터(KBS2 밤 12시15분) 밴드 클래지콰이, 그룹 마이앤트메리, 여가수 거미,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밴드 커먼 그라운드, 밴드 MOT가 함께 펼치는 환상의 무대를 만나본다.‘김제동의 리플해주세요’에서는, 남자친구의 메일을 몰래 본 뒤 갈등에 빠진 어느 여자의 사연을 함께 이야기한다.
  • 본회의 결석률 이인제·이강두·이정일順

    ‘텅빈 국회.’ 4월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의 마지막날인 14일 오후 3시 재적의원 293명 중 의사정족수 59명을 간신히 넘긴 60명의 국회의원들만이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었다. 자칫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 질문이 중단될 수도 있었다. 국회법 73조에 의하면 본회의가 개의한 후 1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의사정족수에 달하지 못할 때는 본회의가 유회(流會)될 수 있다.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꿈꾸는 17대 국회에서도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왔다. 참여연대는 14일 ‘17대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열린 37차례의 본회의 중 한자릿수 출석(3회)으로 불명예스러운 1위를 한 이인제 자민련 의원에 이어 2위 이강두 한나라당 의원,3위 이정일 민주당 의원,4위 김홍일 민주당 의원,5위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등으로 뒤를 따랐다. 참여연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의정활동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면서 “본회의는 국회의 의사를 최종 결정하는 곳으로 본회의 출석 현황은 의정활동에 대한 성실성과 책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100% 본회의 출석률을 보인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25명, 한나라당 1명(이성구 의원)이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자민련에서는 한명도 100% 출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은 본회의 불출석에 대해 다양한 이유를 내세웠다. 이강두 의원은 “급작스러운 병환으로 장기간 요양하는 과정에서 출석률이 저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다른 의원은 “본회의 시간에 정당별 각종 모임, 회의, 토론회 등 행사가 잡혀 있어 본회의에 출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본회의장 입구에 있는 휴게실에서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채 삼삼오오 수다를 떨고 간식을 먹는 등 놀기 바쁘다.”면서 의원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인권위 “동일노동 동일임금”] 화해무드 노사정 재충돌 위기

    [인권위 “동일노동 동일임금”] 화해무드 노사정 재충돌 위기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정규직법안 ‘의견표명’으로 모처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던 노사정 대화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노사정 협상의 논의대상인 비정규직법안도 노사정의 충돌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정규직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인권위의 의견표명을 ‘단순한 의견표명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깊은 우려감을 나타내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정부는 일단 정치권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노사정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법안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노동계는 벌써부터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적어도 인권위의 의견표명으로 노사정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만큼 정부·여당과 사용자단체를 최대한 압박, 실리를 챙기려 들 게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계와 달리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스탠스는 종전과 달라진 게 없다.”면서 비정규직법안 논의를 계속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인권위의 관심사는 ‘최대한 인권보장’에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이와 똑같을 수 없다는 시각도 나타냈다. 전적으로 인권만 강조하다 보면 어느 기업이 고용을 하겠냐는 불만도 내비쳤다. 비정규직 보호를 근간으로 고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현 임금체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지금처럼 연공서열, 생활급 중심의 임금체계가 직무급 중심으로 완전히 개편되지 않는 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역시 인권위 의견표명에 대해 불만이다. 현재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 노사정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인권위의 의견표명이 되레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인권위 권고안은 그동안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당초 계획했던 일정도 순항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비정규직법안 폐기를 주장해왔던 노동계를 자극, 강성으로 흐르게 할 가능성도 있다. 인권위가 의견을 내자마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일제히 환영의 논평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노총은 ‘인권위의 결정을 전면수용해 비정규직법안을 즉각 개정하라.”고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인권위의 의견이 정부나 여당에 의해 묵살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메시지도 담겨 있다. 하지만 노동계가 인권위의 의견표명을 계기로 강성기류를 고집한다면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싼 노사정 대화와 협상은 국민의 기대와 달리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서울 등산로 31곳 말끔히 단장

    서울시 푸른도시국은 14일 서울시내 31개 자연·근린공원 등산로 16.6㎞를 정비한다고 밝혔다. 등산객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불편한 형태의 계단과 과도한 이용으로 인해 노면이 심하게 훼손된 곳이 우선 정비대상이 된다. 또 집중호우 때 빗물에 의해 씻겨 내려간 경사지형도 자연형계단으로 꾸며지며, 뿌리가 드러난 나무도 생육에 지장받지 않도록 흙을 덮어준다. 시는 배봉산·봉산·용마산공원 등 3곳에 시범적으로 3∼4개의 미팅 포인트를 설치해 등산객들이 약속 장소로 활용하도록 하고 단계적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주변과 조화되지 않는 철재·콘크리트 안내판이나 일부 시설 표기가 누락된 안내판 등 217개를 목재 안내판으로 교체한다. 최용호 시 푸른도시국장은 “주변 생태계나 경관을 적게 훼손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비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시민들이 주말마다 산을 찾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서울의 산 리프레시(Refresh)’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여의도in] 박재완의원 ‘겹경사’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에게 경사가 겹쳤다. 박 의원과 딸 신영 양이 세계 3대인명사전 가운데 하나인 ‘케임브리지 인명사전’과 ‘후즈후’에 각각 등재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또 그의 법안이 잇따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17대 국회 들어 293명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모두 1135건, 그 중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29건이다. 양도 압도적이지만 질도 만만찮다. 먼저 고위공직자의 주식백지신탁과 부동산매매 제한을 골자로 하는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이 제출된지 6개월여만에 공직자들의 잇단 낙마로 주목받았다.12일엔 ‘정부투자기관 관리 기본법 개정안’ 등이 화제였다. 한나라당이 12일 ‘오일 게이트’ 관련 ‘낙하산 인사’ 95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박 의원의 작품이다. 이밖에 한나라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중점 추진키로 한 법안 가운데 국가건전재정법, 의원 겸직 금지가 주된 내용인 국회법 개정안 등도 박 의원이 발의했다. 모두 고위공직자들의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그는 동료 의원들이나 옛 동료였던 고위공무원들로부터 “너무 앞서 가는게 아니냐.”는 등의 볼멘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학부모 등골 휘거나 말거나?

    새 학기마다 학부모들에게 짐을 지우는 학교발전기금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무산돼 학부모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학교발전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불법 찬조금을 걷던 일부 학교들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학교발전기금이 명시돼 있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해 10월. 부패방지위원회로부터 제도 개선 권고를 받은 뒤 학부모와 교원단체의 의견수렴을 거쳐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과도한 모금으로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고 할당하다시피 이뤄지고 있는 불법 찬조금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학교발전기금 제도 자체를 올 1학기부터 폐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던 개정안은 교육위원회에서 학교발전기금 제도를 폐지하는 조항만 빼고 다른 내용을 손질한 법안만이 통과됐다. ‘발전기금 자체를 폐지하면 불법 모금활동이 음성적으로 기승을 부릴 수 있고, 자발적인 기부금까지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는 이유에서였다. 발전기금 조항은 자동 폐기됐다. 이에 따라 법 개정만을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새 학기 일부 학교에서 또다시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요구하는 불법 찬조금에 시달릴 형편이다.‘학부모회가 자발적으로 내는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분 아래 교묘하게 돈을 걷는 학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참교육학부모회에 따르면 불법 찬조금 규모는 학교급별로 학생 한 명당 10만∼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경양 회장은 “현행 법에도 발전기금 관련 규정은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 이를 빌미로 사실상 불법 찬조금을 걷기 때문에 발전기금 폐지를 주장했던 것”이라면서 “학부모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물론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수입쌀 2만t 9월부터 시판

    수입쌀 2만t 9월부터 시판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해 말 타결된 쌀협상 결과를 받아들임에 따라 오는 9월쯤 밥쌀용 수입쌀이 처음으로 국내에 시판될 예정이다. 정부는 12일 이런 내용의 쌀 관세화 유예 추가연장에 대한 WTO의 이행계획서 공식 인증결과를 공개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중국·미국·태국 등 9개국과 쌀협상을 타결한 뒤 결과를 WTO에 통보했었다. 정부는 이행계획서를 6월 임시국회에서 비준받을 예정이지만 농민단체 등의 반발로 진통이 예상된다. 농민단체와 농촌지역 출신 의원들은 의무수입물량 확대와 수입쌀 시판은 국내 쌀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쌀 관세화 유예를 10년간 추가 연장하는 대신 올해 4%(1988∼90년 국내 평균 쌀소비량 대비·20만 5000t)인 쌀 의무수입물량을 매년 같은 양으로 늘려야 한다. 이에 따라 2014년에는 기준연도 소비량의 7.96%(40만 8700t)를 수입해야 한다. 또 쌀과자 등 가공용으로만 허용하던 수입쌀의 밥쌀용 시판을 올해부터 허용하고 시판물량은 2005년 의무수입물량의 10%에서 2010년까지 30%로 확대한 뒤 2014년까지 30%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국회비준이 끝나면 쌀 보관이 어려운 장마철(7∼8월)을 피해 9월께 수입쌀을 국내로 들여와 시중에 유통시킬 계획이다. 수입쌀 시판이 시작되면 소비자들은 중국과 미국의 자포니카(중단립종) 쌀과 태국의 안남미 등을 시중에서 직접 살 수 있다. 올해 밥쌀용 시판물량은 2만 2575t,15만 8000섬으로 연간 쌀 예상소비량(3200만섬)의 0.5% 수준에 불과하지만 국내산 쌀과 수입쌀의 경쟁은 불가피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국 등 일부 국가별로 농수산물 조정관세 부과 품목 축소 등에 대한 양자간 전문가 협의 등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차기 대선 주자들 헤어스타일 경쟁?

    열린우리당의 차기 대선 주자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헤어스타일을 각각 변화시켜 치열한 경쟁 관계임을 새삼 확인시켰다. 1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의 답변에 나선 정 장관은 지난 2월 임시국회 때와는 다른 헤어스타일을 보여줬다. 정 장관은 왼쪽 가르마를 최신 유행인 사선으로 탔고, 앞머리 일부만 무스 등으로 세웠을 뿐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오른쪽 이마를 살짝 가리는 변화를 줬다. 정 장관의 측근은 “주변에서 이마를 드러내는 머리 스타일이 나이가 좀 들어보이고, 보수적으로 보인다고 조언을 해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변화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월 ‘아톰머리’로 바꾼 김 보건복지부 장관을 떠오르게 했다. 김 장관은 ‘알렉산더 김’이라는 헤어 디자이너로부터 “젊고 친근한 이미지를 위해 뒷머리를 기르는 것이 낫겠다.”는 조언을 듣고 뒷머리를 아톰머리처럼 뻗치도록 손질했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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