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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생활로봇’ 왕국 꿈꾸는 日 오사카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생활로봇’ 왕국 꿈꾸는 日 오사카

    “500년 제조업 벤처의 전통을 살려 오사카를 로봇산업의 메카로 만들자.”. 오사카의 중소기업과 대학, 시 당국은 물론 시민들이 로봇산업 부흥을 통한 ‘모노쓰쿠리(제조업) 오사카’ 부활의 꿈을 키우고 있다.2만여개 중소기업들이 선두에 서고, 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오사카시·부 정부는 예산을 지원한다.260여만 시민들은 시제품 실험에 적극 응해주는 등 산·학·관·민 일체다. |오사카 이춘규특파원|오사카의 제조업은 16세기 말 오사카성을 축성할 때부터 본격화된다. 총기 제조가 주류였다. 19세기 말 방적업이 활발, 동양의 맨체스터로 불렸고 이후 기계, 부품, 소재산업과 전후에는 철강, 조선, 화학 등을 거쳐 태양전지, 액정패널 같은 각각의 시대가 요구하는 산업과 상품에 끊임없이 도전, 발전해 왔다. ●‘로봇산업=오사카시대’ 열겠다 도전의 도시 오사카시, 나아가 인구 1700만명의 오사카 생활권이 최근 수년간 “로봇산업 하면 오사카”를 세계인이 떠올릴 수 있도록 로봇산업 진흥에 도전하고 있다. 마사키 히로시 오사카부 홍보실장은 “로봇은 물론 바이오, 나노 등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에 도전하겠다.”면서 오사카인들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다카노 슈이치 오사카시 로봇산업담당과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오사카는 마쓰시타전기산업, 샤프, 산요전기, 미즈노 등 세계적인 제조업의 전통이 있는 고장”이라며 “이처럼 실생활과 관련된 벤처에서 출발한 기업들의 모태인 오사카가 10년 뒤에는 ‘로봇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사카시 주택가에 산재한 2만여개의 중소기업 중 로봇과 관련된 150여개 기업이 현재 로보(RooBo)라는 중소기업네트워크에 가입해있다.7개 안팎씩의 기업·대학연구소 등과 20여개 컨소시엄을 형성, 생활로봇을 만드는 데 도전중이다. 오사카시는 연간 2억 5000만엔을 지원한다. ●도전하는 중소기업이 앞장선다 중소기업중 로봇 연구 및 생산에만 전념하는 기업은 아직 없다. 내년에 로봇전업기업의 출범을 꿈꾼다. 현재는 기업들이 핵심 부품기술을 갖고 개별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로봇제품을 개발, 대기업이 실용화하거나 직접 대량생산하는 것도 목표로 한다. ㈜에잇테크 기무라 토시오 사장, 후쿠치금속㈜ 후쿠치 마모루 사장 등은 현재 산학 연계 컨소시엄을 결성, 대형 수족관 내부를 청소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누전 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수력을 이용한 로봇이다. 비행기 모형이나 특수스탠드, 금형 등 수많은 제품을 소량 생산하고 있는 에잇테크의 기무라 사장은 “세계에서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기술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소방로봇도 개발하고 싶다는 의욕을 비쳤다. ●교수, 연구원, 학생, 시민도 참여 오사카시의 산·학·관·민 합동 로봇산업 진흥에는 오사카대학 대학원의 아사다 미노루 교수 등이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시와 오사카부 당국은 자금과 연구공간을 지원한다. 오사카 시내 대학생들은 인턴사원으로 중소기업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고, 자원봉사도 한다. 시민들도 기업들이 행하는 제품 실험에 적극 협조한다. 지역특성이다.“오사카사람들은 남을 돕길 좋아한다. 로봇팬들도 많다. 그게 중소기업에는 힘이 된다.”(간사이국제홍보센터 아리야마 히토시 심의역) 오사카 로봇산업의 연구지향점은 인간의 삶의 질 개선. 각종 로봇관련 대회나 이벤트를 만들어 기술력 향상도 꾀한다. 그러면서 병간호나 말동무, 청소 등 인간생활에 도움이 되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아사다 교수는 설명한다. 아사다 교수는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침해하거나 인간성을 상실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인간이 싫거나 힘든 것을 로봇이 대체하면 된다.”고 로봇만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사카의 꿈 2009년 시작 지난해 11월 로봇전문가인 이시구로 슈가 중심이 돼 오사카역 근처 역전 제3빌딩 16층에 로봇연구실험실을 열었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 오사카 경제인들이 힘을 모았다. 차세대 로봇산업 진흥과 개발, 지원의 총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로봇연구실험실은 중소기업 로봇산업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연구자·기술자와 산업계의 교류를 촉진한다. 시장에서 제품실험프로젝트도 실시한다. 로봇산업 활성화 이벤트도 자주 마련한다. 특히 2011년까지는 오사카역 북쪽의 드넓은 화물열차기지에 로봇산업기업, 도시형주택, 호텔, 연구·개발전시관, 상업지구, 비즈니스센터 등이 들어서는 ‘지식자본’기지를 완성, 로봇산업의 총본산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꿈의 로봇산업비즈니스거점은 2009년 우선 완공된다. 오사카시는 지식자본기지 가시화를 위해 지난 15일 북미지역투자유치단 등을 상대로 설명회를 통해 “첨단기술과 인간의 피드백이 잘되고, 서비스와 거주지가 제공되며 노하우가 축적돼 사업 성공률이 높은 오사카에 투자하라.”고 호소했다. 다카하시 토루 오사카시 도시재생기획담당과장은 “마쓰시타, 샤프, 산요 등은 오사카에서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크게 성공했다.”면서 ‘로봇은 왜 오사카인가.’를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2025년 차세대 로봇산업시장은 7조 2000억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오사카시와 연구자, 중소기업인들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오사카시 남항지역에서 로보컵2005세계대회를 개최했다. 로보컵은 일본 연구자들이 제창,1997년 시작돼 올해로 9회를 맞았다. 올해는 한국·미국·일본 등 31개국 330여개 팀에서 2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taein@seoul.co.kr ■ 아카자와 요헤이 (주)시스테크 사장|오사카 이춘규특파원|항공·우주산업 부품 등을 생산하는 ㈜시스테크 아카자와의 아카자와 요헤이 사장은 “자원이 없는 일본은 제조업을 해야 하는데 비행기, 로켓, 반도체, 디지털제품 등의 부품은 최근 1년반 사이에 새로운 모델이 나오는 등 경쟁이 심해 로봇산업에 도전하게 됐다.”는 전형적인 오카사 중소기업인이다. 아버지 때부터 일궈온 그의 회사는 65년 역사를 자랑한다. 주택가에 위치한 회사에서는 지금도 항공기나 로켓 부품 등을 만들고 있으며 로봇은 전체 매출에서 10%를 차지한다. 시스테크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 왔다.1950년대에 화물열차 부품을 만들었다. 이후 중공업시대가 열리면서 선박 부품을 만들었고,70년대 이후 원자력발전소 터빈, 모터, 발전기 등의 부품을 제작했다. 신칸센과 전차 부품, 항공기와 로켓, 반도체관련 부품까지 만든다. 15일 오사카시내 공장에서 만난 아카자와 사장은 91년 일본경제의 거품 붕괴는 시련이었다고 말했다. 새롭게 도전할 사업을 물색하다 2003년 로봇산업에 뛰어들었다. 전업은 아니고 ‘7명의 로봇산업 사무라이’가 지혜를 모은, 네트워크 형식이다.2003년 300만엔이던 로봇관련 매출은 지난해 2900만엔으로 급증했고, 올해 6000만엔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오사카의 부활은 로봇산업의 성공여부에 달렸다고 강조한다.2만개의 중소기업 중 800개사가 로봇관련 잠재기술을 갖고 있고, 그 중 150여개사가 로봇산업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오사카 차세대 로봇산업의 기수라는 것이다. 아카자와 사장은 “오사카대 아사다 미노루 교수 등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로봇을 연구시켜 기업들에 연구성과를 제공하는 등 오사카는 로봇산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로봇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다. 아울러 90년대 중반 도산위기를 경험한 뒤 대기업 하청만이 아닌 스스로의 사업으로 활로를 찾아야 미래가 있다고 판단, 오사카시 비즈니스인큐베이터에 가입해 그 곳에서 교수·연구원 등의 지원을 받으며 희망을 일궜다. 그의 꿈은 원대하다. 한국기업과 실용로봇 수출관련 상담을 진행중이다.17일 끝난 로보컵2005대회 인간형로봇부문 축구대회에서는 그의 회사가 포함돼 있는 네트워크가 2연패했다.2연패후 지명도가 높아져 지난해 우승한 로봇 ‘비전’을 대학과 다른 중소기업들이 연구용으로 250대나 사갔다. 가격을 현실화시키자 공립중학교들로부터 교재용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다양한 로봇도 개발중이다. 손님을 안내하는 펭귄로봇에 대한 주문을 받고, 제작을 서두르고 있다. 피아노에 광택을 내는 로봇도 생산 가능성을 타진받고 신이 나 있다. 로봇사업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로봇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그는 ‘세계인들에게 로봇하면 오사카’라고 알리고 싶단다. 현재는 로봇의 매출에서 연구비를 빼면 마이너스이지만 2년뒤에는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다른 부품사업들도 포함하면 회사는 수년째 흑자경영이다. taein@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8) 토정 이지함과 ‘토정가장결’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8) 토정 이지함과 ‘토정가장결’

    ‘토정비결’(土亭秘訣)을 굳게 믿는 친구가 있다. 그는 해가 바뀔 때마다 자기 자신의 일년 신수는 물론 가족과 친지들의 새해운수도 일일이 챙겨준다. 실은 그 친구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엔 그런 이들이 참 많다. 토정(土亭) 이지함(李之·1517~1578년)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토정은 매월당 김시습, 북창 정렴과 함께 조선의 3대 기인으로 손꼽힌다. 놀랍게도 ‘정감록’가운데는 토정이 지었다는 ‘토정가장결’이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끈다. 더욱이 이 예언서는 여러 대 동안 비밀리에 전해졌다고 하므로 더욱 호기심이 일어난다. 그런데 ‘토정가장결’에 무슨 사연이 담겨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친숙한 이름이긴 하지만 실상 우리가 잘 모르는 토정 이지함의 비극적인 생애를 알아보자, 이 기회에 그가 후세에 남겼다는 ‘토정비결’과 ‘토정가장결’, 그리고 ‘정감록’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좋겠다. ‘토정비결’(土亭秘訣)을 굳게 믿는 친구가 있다. 그는 해가 바뀔 때마다 자기 자신의 일년 신수는 물론 가족과 친지들의 새해운수도 일일이 챙겨준다. 실은 그 친구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엔 그런 이들이 참 많다. 토정(土亭) 이지함(李之·1517~1578년)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토정은 매월당 김시습, 북창 정렴과 함께 조선의 3대 기인으로 손꼽힌다. 놀랍게도 ‘정감록’가운데는 토정이 지었다는 ‘토정가장결’이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끈다. 더욱이 이 예언서는 여러 대 동안 비밀리에 전해졌다고 하므로 더욱 호기심이 일어난다. 그런데 ‘토정가장결’에 무슨 사연이 담겨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친숙한 이름이긴 하지만 실상 우리가 잘 모르는 토정 이지함의 비극적인 생애를 알아보자, 이 기회에 그가 후세에 남겼다는 ‘토정비결’과 ‘토정가장결’, 그리고 ‘정감록’의 관계를 정리해보면 좋겠다. ●토정은 대단한 기인(奇人) ‘조선왕조실록’엔 토정의 풍모를 전해주는 몇 가지 기록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이지함을 토정이라 불렀다. 이지함이 거처하던 곳이 토정(土亭)이었기 때문이다. 토정은 일찍이 한양의 마포 항구(麻浦港口)에 흙을 쌓아 언덕처럼 만들어 놓고 그 아래 굴을 팠으며 위에는 정자를 지었다. 그런데 큰물이 졌을 때도 토정이 만든 흙 언덕은 언제나 그대로였다(실록, 선조 수정 11년 7월1일 경술). 토정은 여느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어 보이는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이었다. 특히 발이 무척 컸다고 한다. 토정의 얼굴은 둥글고 검은 편이었고 눈빛이 강렬했다. 목소리는 우렁차고 맑아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토정은 보통 선비들과는 차림새도 확연히 달랐다. 그는 짚신을 신고 죽립(竹笠)을 쓴 채 걸어 다녔다고 한다. 초립(草笠)에 나막신을 신은 구부정한 모습이었다는 진술도 있다. 그 당시 선비들은 당연히 조랑말이라도 타고 다녀야 되는 줄로 알았고, 항시 의관을 정제했다. 고급스러운 말총으로 꾸민 큰 갓을 쓰고 가죽신을 착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토정은 이런 풍습을 도외시했으므로, 그가 길거리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비웃기 마련이었다. 담화를 나눌 때도 토정은 수수께끼나 농담을 즐겼고, 점잖지 못한 모습을 보일 때도 많았다(실록, 선조 수정 6년 5월1일 경진). 한마디로, 토정은 격식을 초월했다. 혼례를 치른 다음 날에도 의외의 행동으로 가족과 친지들을 놀라게 했다. 모처럼 새로 지은 도포를 입고 외출한 토정은 어느 다리 밑을 지나다가 추위에 떨고 있는 세 명의 거지아이를 만났다. 토정은 입고 있던 새 도포를 벗어 세 폭으로 찢어서 그 아이들에게 입혀주었다. 그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종일 바깥에서 일을 보았다. 토정은 이처럼 호방한 성격이었다. 도인의 면모를 보인 적도 많았다. 그는 열흘 정도는 굶어도 거뜬했다. 무더운 여름철에도 냉수 한 모금 마시는 일이 없었다. 요즘의 건강상식에 크게 어긋난 행동이었다. 토정은 간혹 천리 길을 걸어 어딘가를 바람처럼 다녀오기도 하였다. 배를 타고 방랑하기를 좋아해 제주도를 여러 번 찾았다는데 태풍이 불거나 파도가 거센 날을 용케 피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게 여겼다. 간혹 여행 중에 기생들이 별의별 수단을 다 써 유혹했으나 한 번도 넘어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토정은 정욕마저 완전히 끊어버린 이를테면 속세의 신선이었다는 이야기다. ●임진왜란을 예언했다는 설화도 그래서일까. 토정에겐 앞일을 내다보는 예지 능력이 있었다. 젊은 시절 그는 장인에게 화가 닥칠 것을 미리 알았다 한다. 명종 초년의 일이다. 하루는 토정이 그 부친에게,“아내의 가문에 불길한 기운이 있어 집을 떠나지 않으면 장차 화가 미칠 것입니다.” 라고 아뢴 뒤 식구들을 이끌고 서둘러 한양을 떠났다. 바로 그 다음 날, 토정의 장인은 사화에 연루돼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까지 용했을까 하는 일말의 의문이 없지 않다. 어쨌거나 ‘실록’은 토정의 예언 능력을 무척 칭찬한다. 한 번 사람을 만나보면 그 성품은 물론, 앞날의 길흉까지 환히 알아 맞혔다 한다. 토정은 이미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오래 전에 사태를 예언했다는 구비설화가 남아 있다. 만년에 그는 조선 팔도를 두루 유람했다고 한다. 당연히 천하명산 금강산에도 들렀다. 하루는 날이 기울자 토정은 지친 몸을 이끌고 암벽 위에 서 있는 초라한 암자를 찾아갔다. 워낙 피곤해서 제대로 자리를 펴고 누울 겨를도 없이 방안에 들어가 한 쪽 벽에 기대어 깜빡 잠이 들었다. 조금 있다가 꿈속에 스님 두 분이 나타났다. 그들은 병풍과 자리를 깔며 부산을 떨었다. 토정은 스님들에게 그 까닭을 물었더니, 여러 산의 산신령들이 모여 장차 다가올 난리를 의논할 거라는 답변이었다. 과연 전국 명산의 산신령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회의를 열었다. 여러 주장이 난무했다. 그러자 금강산 산신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왜놈들이 동방예의지국 조선을 침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선을 다해 놈들을 물리치자고 주장했다. 놀란 토정은 퍼뜩 깨어났다. 조금 전 기대어 잠을 청했던 암자는 오간 데 없었다. 암벽 위엔 한 그루 늙은 소나무만 외롭게 서 있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토정은 왜란이 일어날 줄을 짐작했다. 이것은 한낱 설화다. 토정을 뛰어난 예언가로 간주하게 된 후대의 민중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가 있다. 역사 속에서 믿고 따를 만한 인물을 재발견하는 것이 민중들로선 익숙한 일이었다. 그들은 본래 토정이 특이한 선비인 줄 알고 있었으므로, 이런 설화를 덧붙여 민중의 스승으로 이상화했다고 풀이된다. 왜란에 관해선 또 다른 이야기가 토정의 문집에 실려 있다. 일찍이 그는 상중(喪中)에 있던 제자 조헌(趙憲)을 조문하였다. 그날 혜성(彗星)이 밤하늘에 뻗쳐 조헌이 그 조짐을 물었고, 토정은 이 혜성이 천하에 큰 난리가 일어날 조짐이라며 그때에 대비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다 한다(실록, 영조 30년 11월27일 임인). 스승의 말을 가슴에 새긴 조헌은 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장이 돼 금산에서 북상하던 왜적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문집의 기록은 사제간의 문답을 확대 해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토정이란 인물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되기도 한다. 그는 일상적인 일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국가의 장래를 염려했던 것이다. 토정은 다분히 도가적(道家的)이었지만 본질적으론 유가(儒家)의 선비였다. ●사화에 얽혀 불우했던 토정 사실 토정은 국가경영에 관심이 컸다. 평상시 그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내가 일백 리 되는 고을을 맡아 다스리게 되면 가난한 백성을 모두 부자로 만들고 야박한 풍속을 돈독하게 바꿀 것이다. 어지러운 정치를 바로잡아 나라의 평안을 지킬 것이다.” 그러나 토정은 벼슬에 나아갈 기회를 얻지 못했다. 명종5년(1549년) 토정이 33세 되던 해에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토정의 장인이 역모사건에 연루돼 사형을 당했고, 연좌법에 걸린 토정은 벼슬길이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죽마고우(竹馬故友) 안명세(安名世)마저 필화를 입고 죽었다. 사관(史官)으로 이름이 높았던 안명세는 명종 연간 을사사화(1545년)에 관련해 윤원형과 이기 등 소윤(小尹)이 윤임 등 대윤(大尹)을 모함해 몰살했다고 적었다. 윤원형 일파는 몰래 사초를 들여다보았고, 자기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 안명세를 제거한 것이다. 이후 토정은 울적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기인(奇人)으로 처세하게 됐다. 지지난 호에 소개한 정렴은 사화를 일으킨 장본인의 아들이라 스스로 세상을 피했던 데 비해, 토정은 억울하게도 세상에 용납되지 못해 기벽(奇癖)을 갖게 됐다고 해야 맞다. 어찌 보면 세상을 원망하고 자포자기하기가 참 쉬웠을 텐데, 토정은 절망하지 않고 학문에 힘썼다. 성리학뿐만 아니라 천문, 지리 및 의학에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고, 조헌과 이산보를 비롯해 여러 제자를 키웠다. 조정이 토정에게 벼슬길을 열어준 것은 한참 지나서였다. 을사사화의 주도세력이 조정에서 물러난 선조 초년이었는데, 그 사이 토정은 이미 늙어버렸다. 그는 60이 가까운 나이에 사실상 초임이나 다름없는 아산군수 자리에서 세상을 떴다. 평생 닦아온 선비의 웅지를 펼칠 겨를도 없었다. 토정이 남긴 글은 뒷날 ‘토정유고’(2권1책)로 정리됐다. 이와는 별도로 민간에서는 ‘토정비결’과 ‘토정가장결’, 주역(周易)에 관한 ‘월영도’, 풍수지리를 다룬 ‘농아집’ 등을 토정의 저술이라 일컫는다. 그런데 실상 ‘토정유고’에는 위에 언급한 어떤 책자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 만일 실증주의의 입장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토정비결’이나 ‘토정가장결’ 등은 토정의 저술이 될 수 없다.‘토정유고’외에는 이지함의 저술로 단정할 만한 결정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모두 후대의 위작으로 볼 것인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토정비결의 매력 물론 어느 쪽도 단언하긴 어렵다. 그러나 다른 책은 몰라도 ‘토정비결’만은 토정의 붓끝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토정은 의학과 점에 능통했기 때문에 그를 찾아와 운수를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일반의 그런 요구가 많아지자 토정은 아예 한 권의 책을 지어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해방되기를 도모했을 법도 하다. ‘토정비결’은 주역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주역과는 다르다. 주역의 기본 괘는 48개인데 비해 ‘토정비결’은 32개다. 괘를 짓는 방법도 달라 이른바 사주 가운데 시(時)를 뺀 년(年), 월(月), 일(日)을 사용할 뿐이다. 조선시대 민간에는 시계가 없어 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의 편의를 도모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토정비결’은 주역을 이용하면서도 조선의 특성을 십분 고려했다. 그러다 보니 점괘의 총수도 주역과는 다르게 됐다. 주역에는 총 424개의 괘가 있으나 ‘토정비결’은 총 144개뿐이다. 훨씬 간편하다고 말할 수 있다. 토정 이지함처럼 기발하고 독창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토정비결’은 열두 달의 운수를 시구(詩句)로 적어 놓았다.“동쪽에서 목성을 가진 귀인이 와서 도와주리라.”,“관재수가 있으니 혀끝을 조심하라.”는 식이다. 간단명료한 글귀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점괘다. 각 항목마다 길흉이 적절한 비율로 배합돼 있어 낙관도 실망도 하기 어렵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토정비결’은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며, 일마다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해 처리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토정비결’은 운수를 판별하는 데 중점이 있다기보다 일반 민중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토정비결’은 단순히 점을 봐주고 금품을 요구하는 직업적인 점쟁이의 저술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 눈엔 그것이 점을 통해 점을 치는 사람들이 점에만 의존하지 않게 유도하는 기능이 숨겨진 반점술서(反占術書)로 보인다. 토정 이지함과 같이 점에 능통하면서도, 본질적으론 유가(儒家)의 철학을 신봉한 큰선비가 남겼을 법한 저술이다. ●그럼 ‘토정가장결’은? 정리하면, 토정은 살아생전에 이미 기인, 도사 그리고 큰선비로 세상에 유명했다. 더욱이 후세에는 ‘토정비결’과 같은 명저의 지은이로 민중에게 더욱 친숙한 이름이 됐다. 그가 만일 무수한 개인의 운명을 점칠 수 있다면, 나라의 운수인들 모를 까닭이 있었겠느냐는 의견이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맴돌았음이 틀림없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토정이 남긴 예언서가 어디선가 발견돼야만 했다. 이것이 조선후기 ‘토정가장결’이 탄생한 문화적 배경이다. 분명한 사실은 ‘토정가장결’에 앞서 ‘정감록’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조선왕조가 망하고 진인 정씨가 새 나라를 세운다는 ‘정감록’의 예언을 참작해 ‘토정가장결’이 쓰였다.“내 비록 재주 없으되 우러러보고 굽어 살피며 수년 간 별의 숫자로 헤아려 보니 한양이 500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토정가장결’은 이런 식으로 조선왕조의 멸망을 점쳤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수년 간 별의 숫자로 헤아려” 본 결과, 조선왕조의 운수를 짐작하게 됐다고 했다. 천문에 중점을 두고 예언을 했다는 점이 ‘토정가장결’의 특징이다.‘감결’을 비롯해 다른 예언서들이 풍수지리에 의존해 국운을 점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참고로, 천문 점의 전문가들은 서북지방에 많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의 천문지식은 중국 사람들도 감탄할 정도였다. ‘토정가장결’에 보이는 두 번째 특징은 압록강 이북의 요동이 중시된다는 점이다. 이 점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잠시 비결을 인용하겠다.“장류수(계사) 운은 푸른 옷과 흰 옷이 서쪽, 남쪽에서 침략한다. 이때 전읍(奠 , 즉 鄭姓 眞人)이 바다 섬의 군사를 이끌고 방성, 두성의 장수와 함께 갑오년 섣달 즉시 금강을 건너면 다시 천운이 커질 것이다.(중략) 곽 장군이 요동 군사를 이끌고 방씨, 두씨 장수와 함께 왜적 및 서남 오랑캐를 무찌르며, 청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를 돕는다. 정씨를 편들고 이씨를 공격하면 이씨는 제주로 들어갈 것이니 4,5년간의 운수에 지나지 않는다.” 요약하면, 계사년에 외침이 있는데 만일 그 때 요동의 곽 장군이 나서서 정씨를 도우면 동아시아의 정치질서가 재편된다고 했다. 곽 장군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확립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인데, 곽 장군은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 사람으로 상정되었다. 늦어도 19세기 후반엔 고구려의 옛 땅이던 만주가 가난에 쫓겨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간 상당수 민중들의 손길로 개발되고 있었다.‘토정가장결’에 등장하는 곽 장군은 아마도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반영하는 인물로 해석된다. 달리 말해, 간도에 진출한 빈농들이 이상적인 지도자로 여겼을 법한 가상인물이다. 셋째,‘토정가장결’은 난세의 피란지로 전혀 새로운 장소를 거론했다.“만약 요동 간방으로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라면 반드시 삼척부 대소궁기를 향하여 부지런히 힘을 기울여 곡식을 쌓을 일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정감록’은 주로 삼남 지방에 십승지 또는 길지를 설정해두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상도의 풍기, 충청도 공주 및 전라도 운봉이었다.‘토정가장결’은 이를 정면에서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요동과 삼척이란 뜻밖의 장소를 최고의 길지로 내세운다. 확실히 새로운 변화였다. 여기서 나는 ‘토정가장결’이 출현한 시기를 좀더 정확하게 짐작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간도로의 ‘불법이민’이 본격화된 19세기 후반에 이 예언서가 창작된 것은 아닐까. 참고로, 삼척이 길지로 대두된 이유를 헤아려 보겠다. 토정에 관한 구전설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한때 토정은 삼척에 머문 적이 있었다는데 거기서 스님 행색으로 위장한 왜놈 첩자를 붙들었다. 이 일로 임진왜란 때 왜군은 토정이 살던 삼척에는 아예 얼씬도 못했다는 설화가 있다. 신기하게도 구전설화는 예언서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 모양이다. 물론 거꾸로 됐을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토정은 정치적으로 무척 불우한 재사였다. 그래서 그는 기인이자 도사가 되기도 했고,‘토정비결’ 같은 책을 지어 고난 받는 민중의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으려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토정은 민중의 스승으로 자리매김돼 ‘토정가장결’의 저자로도 둔갑됐다.‘토정가장결’은 ‘정감록’의 논리를 존중하면서도 19세기 후반의 변화된 사회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알 자는 알리라.” (푸른역사연구소장)
  • [깔깔깔]

    ●술말 꽃에는 꽃말이 있듯이 술에도 술말이 있다. * 맥주의 술말 : 후텁지근한 여름날 나와 함께 미쳐봐요. * 소주의 술말 : 짜증나고 싫증나고 열받는 날 한잔 먹고 미쳐봐요. * 양주의 술말 : 맛없고 독해도 대접할 땐 좋지요. * 샴페인 술말 : 제발 터뜨리지 말고 마셔줘요. 나는 탄산음료가 아니야∼! *막걸리 술말 : 서울에선 무시해도 농촌에선 최고랍니다. * 동동주 술말 : 내가 죽더라도 닭갈비와 함께 할래. * 뱀술의 술말 : 아들아!제발 몰래 먹고 콜라랑 맥주 섞어서 넣어놓지 말아라! ●상담 (문)인터넷을 하는데 한 10분쯤하면 자꾸 다운이 돼요. 어떻게 해야 하죠? (답) 9분만 하시구려.
  • [박기철의 플레이볼] 인기 되살린 ‘슈퍼스타즈’

    1984년 6월23일 잠실(수용규모 3만 500명)에서는 지금까지도 최다 관중으로 기록된 3만 5000명의 관중이 찾은 가운데 올스타전이 열렸다. 그 해는 LA 올림픽이 열리는 해여서 많은 야구 관계자들의 우려를 샀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1996년 7월9일 필자는 필라델피아의 베테랑스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관전할 기회가 있었다. 경기 시작 전 대형 스크린에는 아지 스미스와 칼 립켄 주니어를 한 화면에 비추면서 “여러분은 지금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두 명의 유격수를 마지막으로 한 구장에서 동시에 보고 있습니다.”라는 장내 방송이 나왔고 모든 관중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두 선수의 소속 리그가 달라 둘이 한 무대에서 뛰는 것을 보기란 올스타전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런 올스타전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광주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관중이 4000여명에 머물렀다. 때문에 한국프로야구는 이후 3경기를 치르던 올스타전을 한 경기로 줄여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의 인기 역시 예전만 못하다. 가장 큰 원인은 인터리그. 월드시리즈가 아니면 맞붙을 기회가 없던 팀들이 인터리그를 통해 수시로 만난다. 선수들 역시 FA로 한두 번은 팀을 옮겨 다녀 평생 한번도 마주치지 못하는 경우는 크게 줄었다. 하락하는 올스타전의 인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메이저리그는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역시 연예인 공연이나 경품 등의 관중 유인책으로 인기회복을 노렸지만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올해 올스타전(문학)을 보면서 야구의 인기는 야구로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가장 참신한 기획은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을 초청한 것. 영화 덕도 있었겠지만, 인천 팬들은 왕년의 슈퍼스타즈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시구를 연예인이나 고위 관료가 아닌 인천 출신의 슈퍼스타이자 암투병 중인 박현식 전 감독이 한 것도 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슈퍼스타즈 선수들은 유니폼을 벗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팬들은 그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이날 박수를 받은 것은 인천 연고의 야구 선수뿐만이 아니다. 최근 현역 생활을 마감한 장종훈이 마지막 9회말 타석에서 땅볼 아웃됐을 때와 경기가 끝난 다음 선수들이 그를 헹가래쳤을 때, 팬들의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지역 연고를 넘어 기립박수를 보내는 팬들의 수준에서 올스타전은 물론 한국 야구의 인기 회복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처럼 팀 수가 적은 나라에서 올스타전이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팬들도 연예인을 보거나 경품을 타기 위해 야구장을 찾지 않는다. 이번처럼 올스타전이 팬의 추억을 되살리고 야구로서 야구의 인기를 살리는 대회로 발전해 나가길 기원한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tycobb@sports2i.com
  • [문화마당] 남북작가들 ‘내면의 교류’/방현석 소설가

    오는 20일 남북의 문인들이 평양에서 만난다.60년만의 만남이다. 남북의 작가들이 마지막으로 한 자리에 모였던 것이 1945년이었다. 분단의 징후를 가장 먼저, 본능적으로 예감했던 작가들은 그해 12월13일 서울에서 전국문학자대회를 열어 문단이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둘로 갈라지려는 모국어의 영토를 지키려 했던 작가들은 그날 이후 지금까지 다시 만날 수 없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여러 분야에 걸쳐 만남이 이루어졌다.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의 대표까지 북의 최고 실권자와 회담하고, 남북의 노동자 조직들도 벌써 여러 차례 공동행사를 가졌다. 문화예술 분야의 교류도 빈번했다. 그러나 문학은 예외였다. 실무회담에 나온 북측의 작가들도 ‘문학이 제일 늦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남과 북의 동질성을 확인해주는 여러 징표가 있지만 핵심은 역시 언어다. 모국어의 영토를 굳건하게 지켜온 남과 북의 작가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만났어야 할 사람들이다. 문학이 지닌 독특한 속성은 가장 먼저 만났어야 할 사람들이 가장 나중에 만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문학은 언어를 다루는 예술이다. 언어는 인간이 사용하는 가장 정밀한 표현 수단이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체계는 그 사람의 내면, 사유체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한 집단의 언어체계는 그 집단의 사상체계와 무관할 수 없다. 남과 북의 작가들이 만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법, 언어체계, 사유체계의 만남을 뜻한다. 작가들의 만남은 어쩔 수 없이 ‘내면의 만남’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작가들이란 모국어를 가장 탁월하게 구사할 뿐만 아니라 언어 사이에 놓여 있는 행간을 예민하게 읽어내는 존재들이다. 지금까지 있어온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남북교류,‘내면의 교류’가 이번 민족작가대회를 통해서 시작될 것이다. ‘내면의 교류’가 실패하지 않아야 통일이 실패하지 않는다. 지난 4월 독일에서 만났던 한 작가의 말이 자주 생각난다. “통일과정에서 독일문학은 실패했다. 문학의 실패가 바로 통일이후에 무거운 짐이 되었다.” 독일의 작가들은 통일과정에서 동서독간의 ‘내면적 교류’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통일은 이루었지만 사회통합에 성공할 수 없었다. “과거에 동독과 서독은 분단되어 있었지만 하나였다. 우리는 서로 통일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있었다. 내면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통일을 이룬 다음, 동서독은 서로를 부담스러워하고 미워하게 되었다. 내면에서 분단이 발생했다.” 한국문학은 독일문학이 실패한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내면의 교류는 남북철도를 잇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다. 분단되었던 모국어의 영토를 온전한 규모로 회복하는 일은 작가들의 몫이다. 이 대회를 계기로 남쪽의 작가들은 북쪽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북쪽의 작가들은 남쪽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양쪽 작가들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독자들은 온전한 규모로 회복되어가는 모국어의 영토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문학적 연방제’를 이루겠다는 준비위원회의 의지도 대회의 다른 성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작가들의 만남인 만큼 무엇보다 대회 기간 내내 문학적 향기가 은은해야 할 것이다. 평양대회에 사용할 현수막에도 구호 대신 시구를 써넣기로 남북이 이미 합의했다. 평양에 이어 백두산과 묘향산에서 열리는 공동행사의 향기도 지금까지 있어왔던 남북의 만남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으면 한다. 방현석 소설가
  • 은행원 신분 갈수록 ‘위태위태’

    ‘정년퇴직하기가 행장되기보다 어렵다.’ 공무원과 함께 정년이 보장되는 몇 안 되는 직군 중 하나였던 은행원들의 신분이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시중은행에서 정년(58세)을 채우고 퇴직한 사람은 모두 합쳐 27명에 불과했다.12명이 정년퇴직의 ‘영광’을 누린 외환은행을 뺀 나머지 은행은 가장 많은 곳이 6명이었다.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의 경우 정년퇴직자는 한 명도 없었다. 두 은행의 지난해 정년퇴직 이외의 퇴직자는 각각 153명과 82명에 이르렀다. 직원이 1만 6780명에 이르는 국민은행도 지난해 퇴직자 140명 가운데 3명만이 정년을 채웠다. 조흥은행 역시 69명의 퇴직자 중 1명이 정년퇴직자였다. 국책은행도 예외가 아니어서 산업은행은 정년 퇴직자가 한 명도 없었고, 기업은행도 4명뿐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6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직장을 다니다 정년 퇴직으로 떠난 경우가 11%였는데 은행들은 채 1%도 안 된다.”면서 “다행히 정년퇴직을 한 사람들도 일반 행원이라기보다는 기술 및 시설관리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8개 시중은행 직원 5만 9521명 가운데 50세 이상은 2674명으로 4.5%에 불과해 앞으로 정년퇴직자는 더욱 귀해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7일 현재 50세 이상은 839명으로 전체의 5%에 그쳤고, 전체 3809명인 씨티은행은 50세 이상이 고작 50명이었다. 하나, 신한, 외환은행의 50세 이상 직원 비중도 3%대에 머물렀다. 이처럼 정년퇴직자와 50세 이상 직원이 적은 것은 물론 외환위기 이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올초 2200여명을 정리했고, 조흥, 외환 등도 각각 500여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더욱이 최근 은행별로 조기퇴직제, 본부장급 이상 계약직 전환 등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어 은행원들의 퇴직 연령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특히 실적이 저조한 영업점장과 본부장·임원 등으로 승진하지 못한 부장들을 본부로 불러들여 ‘조사역’,‘관리역’ 등으로 발령낸 뒤 특별한 업무를 맡기지 않는 방법으로 자동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올 수능도 교육방송서 대폭 출제

    올 수능도 교육방송서 대폭 출제

    오는 11월23일 실시하는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처럼 교육방송(EBS) 수능강의에서 상당 부분 출제된다.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예전에 나왔던 문제라도 중요한 내용은 형태를 바꿔 다시 출제한다. 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벌도 크게 강화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정강정 평가원장은 “난이도를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되 탐구 및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는 과목별 난이도를 적절하게 맞춰 지난해처럼 2등급이 아예 없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고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등급별로 정상분포가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교육방송 강의를 적절히 공부한 수험생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수능에서도 교육방송의 강의 내용이 대폭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에서 교육방송 강의 반영비율은 언어 86.7%, 수리 82.5∼83.3%, 외국어(영어) 82% 등으로 80%대를 웃돌았다. 정 평가원장은 또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은 이전 수능에서 나왔던 문제라도 변형해서 또 출제할 수 있다.”며 기출문제를 철저히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해당 시험을 무효 처리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최장 2년 동안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다. 복도 감독관에게 휴대용 금속탐지기가 지급돼 시험을 보다가 화장실에 가거나 부정행위자로 의심받을 때는 검색을 받아야 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부정행위자로 간주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시험장별로 휴대용 전파탐지기도 한 대씩 시범 설치된다. 또 대리시험을 막기 위해 답안지에 짧은 시구(詩句)나 금언(金言)을 자필로 쓰는 필적 확인란도 생긴다. 수능 원서접수 기간은 다음달 30일부터 9월14일(토·일요일 제외)이며, 성적은 12월19일 통지한다. 원서를 접수하고 접수증을 받은 뒤에는 응시 영역이나 선택과목을 바꿀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기초의원 정당공천 철회하라” 전국 시구자치구의원들 성명

    전국 시구자치구의회 의원들은 29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기초의원선거 후보를 정당 공천 대상에 추가한 데 대해 성명을 내고 “일방적이고 편견된 정치적 야합에 의한 것으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과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지방자치를 중앙정치화하려는 것으로 지방화·국제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지방의회 의원 정수를 축소코자 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을 포기하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 2600년전 서정시 이집트서 발견

    고대 그리스의 여류시인 사포가 2600년 전 쓴 시가 새로 발견돼 24일 발표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이 이날 보도했다. 지금까지 전해졌던 사포의 3편의 장시에 이어 새롭게 발견된 이 시는 101개 단어로 구성돼 젊음과 사랑, 활기를 향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서정시인이자 사랑의 예술가로서 사포의 명성이 3편의 시와 더불어 63개의 시구,264개의 불완전한 문장에 바탕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완전한 형태의 이번 시는 엄청나게 희귀한 것이다. 사포는 철학자 플라톤이 시와 음악의 여신인 9명의 뮤즈 중 1명으로 경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이번 시는 이집트 미라를 넣어둔 상자안에서 젖은 채 굳어진 천과 파피루스 사이에서 발견됐다. 그는 이번 시에서 그리스신화에서 새벽의 여신 에오스의 사랑을 받은 미남인 티토노스를 등장시켜 젊은 남성들의 사랑을 얻기 위한 갈망을 노래하고 있다. 에오스가 제우스에게 요청해 티토노스를 불사(不死)의 몸으로 만들었으나 불로(不老)의 몸으로 만들어 주는 것을 깜빡 잊는 바람에 노쇠해진 티토노스는 방에 갇혀 끊임없이 지껄이다 마침내 매미가 됐다는 내용이다.연합
  • [클릭 이슈] 서울 뉴타운 개발법 ‘주도권 다툼’

    [클릭 이슈] 서울 뉴타운 개발법 ‘주도권 다툼’

    서울 뉴타운 개발을 둘러싸고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뉴타운 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놓고는 주도권 다툼 양상까지 빚고 있다. 건교부는 서울시만의 힘으로 안되는 사업이므로 정부가 도와주겠다고 나선 반면 서울시는 뉴타운 사업은 시의 고유 사업인 만큼 건교부는 법 제정이나 국고지원 등 지원역할만 하라는 입장이다. 뉴타운 등 낙후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구도시권과 신도시권의 격차해소를 위해 추진해온 건교부의 ‘도시구조개선 특별법’ 내용을 서울시가 입맛에 맞춰 ‘뉴타운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 의사를 밝히는 등 선수를 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골 깊은 건교·서울시 갈등 건교부와 서울시간 불협화음은 뿌리가 깊다. 뉴타운 건설에 관한 갈등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달 초 건교부와 서울시가 벌인 집값 책임 공방도 밑바탕에는 뉴타운이 깔려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당시 ‘정부 부동산정책은 군청수준’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건교부는 서울시가 한계에 봉착한 뉴타운 사업의 돌파구를 찾는 방안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당시 “생활여건이나 교통여건 등에서 강남·북, 강동·서간 균형발전을 촉진시키지 못한 점도 서울시에 1차적 책임이 있다.”면서 “특별법을 통해 뉴타운 사업 지원을 준비중인데 이럴 수 있느냐.”며 서울시에 대한 섭섭함을 내비쳤었다. 양측의 갈등은 서울시장이 정부여당의 정치적 대척점인 야당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과거에는 사전에 정책조율이 원활했고, 정책 갈등을 빚다가도 쉽게 해소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서울시장이 야당의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란 점도 갈등 해소를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특별법 베끼기 논란 21일 서울시가 건의한 ‘뉴타운특별법’에 대해 건교부는 ‘카피제품’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건교부가 지난해 말부터 낙후지역 개발을 위해 입법 추진중인 가칭 ‘낙후지역 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교부는 뉴타운 특별법이 국고보조의 폭이나 특목고, 개발이익환수 문제 등을 제외하면 내용이 거의 똑같다며 건교부가 작성중인 법안을 베꼈다고 발끈하고 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건교부내 ‘광역개발 검토위원회’에서 이미 논의중이라는 것이다. 건교부는 또 서울시 방안에는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뉴타운 특별법의 핵심인 도로와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 설치비용의 50%를 국고에서 지원해 달라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와 함께 개발이익환수라는 대전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서울시 방안대로 특별법을 제정하면 강북지역까지 투기장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건교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국고 지원과 특목고 유치 등 강북을 포함한 낙후 지역 개발의 필요충분조건을 빠뜨리고 있다.”면서 “강남 등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 직무유기했던 정부는 강남북 격차 해결에 ‘선무당’이 아닌 ‘전문의’의 자세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합심해도 될성 부르지 않은데” 비난 여론 양측의 갈등에 대해 부동산전문가들은 집값안정 등이 시급한 상황에서 사업의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개발이익환수 등 등 투기억제 장치는 뉴타운이나 낙후지역 개발에 꼭 필요한 것이고 장기적으로 뉴타운 개발을 활성화하는 것”이라면서 “양측이 대승적인 견지에서 협력을 통한 생산적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곤 이두걸기자 sunggone@seoul.co.kr
  • [내 인생의 등대] 이춘식 서울시 정무부시장

    [내 인생의 등대] 이춘식 서울시 정무부시장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입니다. 논어(論語) 안연편에 나오는 구절이죠. 평생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습니다.” 서울시 이춘식 정무부시장은 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온화하고 친화력 있는 간부로 정평이 높다. 이는 절반 이상이 경북대부속고 재학 시절 탐독했던 논어 덕분이다. 그가 논어에 손을 댄 것은 많은 이들이 공자를 말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논어는 이 부시장에게 일종의 ‘지적 충격’이었다.‘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하라’(不患人之不己知,患不知人也),‘군자는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는다.’(君子和而不同) 등의 귀절은 한창 예민하던 청소년 시절의 이 부시장에게 오롯이 새겨졌다. “요즘도 매일 잠들기 전 ‘남을 위해 충실했나, 벗에게 믿음직스러웠나, 가르침을 익히지 못하지 않았나’라고 세 번 반성(日三省)하곤 합니다.” 그에게 있어 논어는 종교를 떠나 사람과 사람의 올바른 관계를 설명해 주는 교과서다. 논어를 통해 공자가 들려주는 삶의 지침은 오랜 정당과 공직 생활에서 올바른 방향을 비추는 ‘등대’가 됐다. 이 부시장은 원래 대학(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후 일반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나 ‘개인의 발전에 상응하게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민정당에서 당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바쁜 정당 생활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특히 청년국에서 일하던 80년대 말에는 마르크스 원전이나 김일성 저작 등 사회주의 서적도 탐독했다.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던 청년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불교, 기독교는 물론 힌두교, 이슬람, 조로아스터교 등 동서양의 종교 서적도 섭렵했다. 요즘은 서강대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 한창 빠져 있다. 그는 “‘사랑하는 것, 그리고 견뎌내는 것,…이것만이 인생이고, 기쁨이며, 왕국이고, 승리이다.’라는 셸리의 시구에 매혹됐다.”고 밝게 웃었다. 이 부시장이 요즘 자주 떠올리는 단어는 이순(耳順)이다.49년생인 그는 아직 예순을 몇 해 남겨뒀지만 ‘무슨 말을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자세를 익히려 하고 있다. 이 부시장은 “‘어떤 말이라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먼저 생각하는 게 공복의 자세”라면서 “어디에 있건 앞으로도 사회에 봉사하는 자세는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유림 속 한자이야기](74) 鼓盆之痛(고분지통)

    儒林 342에는 ‘鼓盆之痛’(두드릴 고/동이 분/어조사 지/아플 통)이 나오는데,‘버치를 두드리는 비통함’이라는 뜻으로,‘아내를 잃은 슬픔’을 말한다. 남편의 죽음은 ‘崩城之痛’(붕성지통:성이 무너질 만큼 큰 슬픔이라는 뜻),兄弟姉妹(형제자매)의 죽음은 ‘割半之痛’(할반지통:몸의 반쪽을 베어내는 고통이라는 뜻)이라 한다. ‘鼓’는 ‘북과 북채’의 상형이다. 왼쪽이 ‘북’의 상형이며 오른쪽은 북채를 든 손의 상형이다.鼓의 用例(용례)에는 ‘鼓動(고동:피의 순환을 위하여 뛰는 심장의 운동),鼓舞(고무:힘을 내도록 격려하여 용기를 북돋움),鼓手(고수:북이나 장구 따위를 치는 사람)’ 등이 있다. ‘盆’은 ‘동이’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意符(의부)인 ‘皿’(그릇 명)과 音符(음부)인 ‘分’(분)이 합쳐진 글자이다.用例에는 ‘盆地(분지:해발 고도가 더 높은 지형으로 둘러싸인 평지),花盆(화분:꽃을 심어 가꾸는 그릇),覆水不歸盆(복수불귀분:엎지른 물은 되담을 수 없다는 말로, 이미 범한 실수는 만회할 수 없다는 의미)’ 등이 있다. ‘之’는 ‘止’(지)와 ‘一’(일)을 합친 글자이다. 발을 나타내는 ‘止’ 아래에 出發線(출발선) 또는 地面(지면)을 가리키는 ‘一’을 넣어 ‘가다’라는 뜻을 나타낸 것임은 앞서 여러 차례 言及(언급)하였다. ‘痛’자는 ‘아프다’라는 뜻을 나타내는 形聲字(형성자)이다.用例에는 ‘苦痛(고통: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陣痛(진통:해산할 때에, 짧은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복부의 통증),痛哭(통곡:소리를 높여 슬피 욺),痛快(통쾌:아주 즐겁고 시원하여 유쾌함)’ 등이 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뜻하는 ‘鼓盆之痛’은 莊子(장자) 至樂(지락)편의 다음 逸話(일화)에서 由來(유래)한 成語(성어)이다. 莊子(장자)의 아내가 죽자 혜자(惠子)는 弔喪(조상)을 갔다. 그때 莊周(장주)는 바야흐로 두 다리를 뻗고 앉아 동이를 두드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기가 막힌 혜자는 莊子의 奇行(기행)을 나무랐으나 장자는 ‘나도 처음에는 아내의 죽음을 目睹(목도)하고 슬퍼하였으나, 본래 인간의 出發點(출발점)은 生命(생명)도 形體(형체)도 氣(기)도 없는 無(무)의 세계이며, 죽음이란 그 본래 상태로 回歸(회귀)하는 것임을 알고 나서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게 되었다.’는 要旨(요지)의 反駁(반박)을 하였다. 朝鮮(조선) 正祖(정조) 때의 文人(문인) 沈魯崇(심노숭)의 다음 詩句(시구)는 讀者(독자)들의 心琴(심금)을 울린다. ‘오늘 우연히 제수씨가 차려준 밥상에/부드러운 쑥이 놓여 있음에 문득 목이 메네./지난날 나를 위해 쑥 캐주던 아내/그 얼굴 위로 흙이 도톰히 덮이더니 그곳에 쑥이 돋았네.’ 아내와 死別(사별)한 이듬해 봄. 아내와 함께 살던 옛집에 잠시 들렀더니 마당 한 모퉁이에는 쑥이 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다.平素(평소) 쑥 飮食(음식)을 즐겨 만들며 쑥을 보거든 자기인 양 여겨 달라던 아내는 이미 세상에 없다. 이런 맘 알리 없는 제수씨는 쑥으로 만든 반찬을 시아주버니 밥상에 올린 것이다. 이를 대한 심노숭은 목이 멜 수밖에. 김석제 경기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사고] 섹스토리 연재를 시작하며… 마광수교수의 말

    ‘섹스토리(sextory)’란 ‘sex’와 ‘story’를 합쳐서 만든 말이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단어 ‘faction’과 비슷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신문사 주말매거진 WE의 새 연재 ‘마광수의 섹스토리’를 통해 나는 관능적 상상력을 힘껏 펼쳐 보일 생각이다. 관능적 상상력은 우리의 무의식에 갇혀 있는 리비도(libido)를 성욕으로 해방시켜 대리 배설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상상이 실제화(實際化)한 것이 우리 인류의 역사였다. 바다 속 용궁 이야기는 ‘인어 이야기’로 발전하였고, 또 그것은 다시 ‘잠수함’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달나라에서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는 상상은 곧 달로켓의 발명에 이어 우리가 직접 달에 가 월석(月石)을 채집해 오는 일로 이어졌다. 또 “새처럼 날고 싶어”라는 시구는 곧바로 비행기의 발명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 상상력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관능’이다. 관능적 상상은 억압된 도덕윤리 때문에 질식해버릴 것만 같은 우리의 일상에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서, 우리는 이 관능적 상상을 통한 대리만족감 때문에 그럭저럭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창조적 인간’이 되려면 관능적 상상력을 좀 더 뻔뻔스럽고 대담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윤리적 초자아의 압박에 눌려 질식해버릴 것만 같은 우리의 자아를 살려내야 한다. 관능적 상상은 지금까지(특히 우리나라같이 촌스러운 봉건윤리의식을 가진 나라에서는) ‘외설’이냐 ‘예술’이냐 식의 이분법에 휘말려드는 경우가 많았다. 나 자신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을 겪은 것도 오직 관능적 상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관능적 상상이 해방될 날이 꼭 오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 [의회]“한마음으로 뭉칩시다”

    [의회]“한마음으로 뭉칩시다”

    서울 자치구 의원, 의회사무처 직원 등 1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지방의회의 정보를 교환하고 우의를 다진다. 서울시구의회의장협의회(회장 이재창)는 오는 26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2005 서울시구의회의원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한다. ●체력·결속 다지고 정보 교환하고 체육대회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각 자치구의원들은 결속력을 다지고 정보를 교환하며 미래 지향적인 지방 의정상을 찾아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특히 이번 대회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회의 위상과 전문성을 높이는 관련법 개정에도 의원들의 뜻을 모으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 대회를 처음 주선한 협의회 이재창 회장은 “의회는 개별적으로 독립된 기관이다 보니 공동 현안을 논의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체육대회를 계기로 자주 만날 수 있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역별로 5개 의회 묶어 1개팀으로 14년째를 맞는 지방의회이지만 서울의 각 자치구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3년째다. 협의회가 구성돼 있었지만 각 의회 의장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마음 체육대회가 정례화되면서 일반 의원들뿐 아니라 의회 사무처 직원들끼리도 공동체 의식을 가꿔 가고 있다. 의원 및 의회간의 상호협력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체육대회 참가팀은 권역별로 5개 자치구의회를 1개팀으로 묶었다. ▲종로, 중구, 용산, 성동, 광진구의회 등 5개 자치구는 창조팀으로 ▲노원, 중랑, 성북, 강북, 도봉구의회는 단합팀 ▲동대문, 은평, 서대문, 마포, 관악구의회는 도전팀 ▲강서, 구로, 금천, 영등포, 양천구의회 화합팀 ▲동작, 서초, 강남, 송파, 강동구의회 미래팀 등으로 나눠져 열전을 벌인다. 권역별로 평소 의견도 교환하고 지역 현안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팀을 짰다. 이한선 노원구 의회의장은 “서로 인근에 위치한 의회 동료들이지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간의 고충을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축구·제기차기·줄다리기등 종목 다양 이날 대회에는 의원 512명을 비롯해 1200여명이 참여해 다양한 게임과 경기를 펼친다. 구기종목으로는 각 의회별 2명씩 출전하는 배구와 축구경기가 펼쳐지고 의회 사무직원과 함께 참여하는 한마음 릴레이와 줄다리기로 흥을 돋운다. 오후에는 팀별로 50명이 대거 참가하는 지네발 릴레이, 참가자 전원이 펼치는 자기부상열차, 협동심을 겨루는 깃발 서바이벌 등 다양한 종목들이 준비됐다. 특히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마련된 고리던지기, 행운을 맞춰라, 제기차기, 투호게임, 월드컵 슛돌이 등은 참가자 모두에게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안내하게 된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야구에 빠진 ‘정치1번지’ 워싱턴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야구에 빠진 ‘정치1번지’ 워싱턴

    |워싱턴 이도운특파원|14일(현지시간) 밤 9시40분. 미국 워싱턴 시내 남쪽의 RFK(로버트 케네디)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4만 2829명의 야구팬들은 서로 경이에 찬 눈빛을 교환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워싱턴 시내에는 세상이 뒤집어질 듯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와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둥과 비는 오후 6시가 넘도록 그치지 않아 7시로 예정됐던 워싱턴 내셔널스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는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워싱턴의 야구팬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자리를 지켰고, 새벽까지 이어진 게임이 끝날 때까지 양팀 선수들에게 뜨거운 환호와 응원을 보내며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내셔널스 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날 밤의 감격을 기록한 팬들의 글이 15일까지 계속 이어졌다. 론이란 이름의 내셔널스 팬은 “2시간30분을 넘게 기다리며 온몸이 젖어버렸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매 분마다 기다린 보람을 느꼈다.”고 적었다. ●“야구는 가족 사랑이다” 15일 낮 가족과 함께 RFK스타디움을 찾은 톰 타이는 “야구는 가족 행사”라면서 “온 가족이 함께 나와 내셔널스를 응원하는 것은 정말 흥겨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첨단기술 업체인 마인드시프트에서 근무하는 톰은 해외 근무를 마치고 최근 워싱턴으로 복귀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야구팀이 35년 만에 워싱턴으로 돌아온 것은 그에게는 너무 큰 ‘귀향 선물’이었다고 한다. 톰은 친구들과 돈을 모아 내셔널스 팀의 시즌 티켓(1년 동안 모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구입했다.6가족이 10∼12경기 정도씩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톰은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야구팬이어서 나도 자연스럽게 야구장을 다니며 컸다.”라면서 “큰 아들 에단(5)이 축구와 야구를 배우고 있지만 나를 닮아 야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 리암(3)은 너무 어려 야구장에 오면 먹는 즐거움에 더 빠진다고 했다. 톰이 에단과 리암을 돌보는 사이 부인은 계속 매점을 오가며 팝콘과 핫도그, 아이스크림 등 가족이 먹을 음식을 날랐다. ●“야구는 데이트다” RFK스타디움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만난 조시 크레폰과 페이지 매컬리는 이날 야구를 보며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 웹 콘텐츠 매니저인 크레폰은 지난해까지 보스턴 레드삭스 팬이었지만 올해 몬트리올 엑스포스팀이 워싱턴으로 옮겨오면서 응원팀을 바꿨다. 스스로를 ‘야구광’이라고 지칭한 크레폰은 김병현과 박찬호, 최희섭의 근황까지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 크레폰은 역시 야구를 좋아하지만 룰에는 익숙지 않은 매컬리에게 ‘지명타자’(투수 대신 공격하는 타자)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준 뒤 “내년 3월에 미국·한국·일본·도미니카공화국·푸에르토리코 등이 참가하는 야구 월드컵이 열리게 되면 지명타자를 쓰는 아메리칸 리그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까지 했다. ●“야구는 형제간의 우애다” RFK스타디움은 내셔널스의 홈 구장이지만 15일 맞붙은 시카고 컵스의 팬들도 적지 않게 몰려들었다. 내셔널스를 상징하는 빨간 모자 사이로 컵스의 파란 모자가 3분의1은 돼 보였다. 동생 크리스와 함께 3루측 상단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댄 포스나트는 “워싱턴에서 일하고 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컵스 팬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컵스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크리스는 “컵스와 레드삭스 팬들은 팀에 대한 충성심이 워낙 커서 절대 응원하는 팀을 바꾸지 않는다.”면서 “아마 두 도시의 야구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밤에도 야구장에서 비를 맞으며 끝까지 경기를 봤다는 댄은 “멋진 시간이었으며, 내셔널스의 팬들도 컵스 팬 못지않게 충성심이 대단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야구는 동료애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에도 1층 응원석 상단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남성 1명과 여성 3명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평화군의 충원 및 배치 담당 부서에 근무하는 직장동료들. 청일점인 로버트 스컬스는 “휴일을 맞아 야구를 보며 동료간의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소개했다. 야구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 미첼 기셀리는 “TV에서는 느낄 수 없는 팬들간의 상호교감이 느껴지지 않느냐.”면서 “그런 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디 스트레브는 “TV로는 야구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릴랜드대학에서 일하는 페이지 존슨은 “사람들 속에 묻혀 흥분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야구장 분위기를 예찬했다. ●“야구는 직업이다” 버지니아주 헌든중학교 야구 선수인 매튜 라인은 어머니 파멜라, 친구 드루 심슨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이 날은 헌든 지역의 리틀 리그 선수 1000명이 단체로 관람을 왔다고 한다. 포수인 매튜는 “앞으로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좋아하는 선수는 신시내티 레즈의 켄 그리피 주니어. 유격수를 맡고 있는 드루도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일주일에 6∼7일을 연습한다고 말했다. ●내셔널스, 어린이 홈베이스 돌기 서비스 오후 1시에 시작한 야구 경기는 4시쯤 끝났지만 관람객들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선수들의 경기가 끝나면 팬을 위한 서비스가 이어진다. 내셔널스는 낮 경기가 끝나면 야구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1루,2루,3루를 거쳐 홈베이스까지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걷기 어려운 어린이들은 부모가 안고 돌아도 된다. 왼손으로는 큰딸 에마(4)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작은딸 올리비아를 안은 채 내야를 한 바퀴 뛴 매트 호트는 “에마의 생일을 기념해 함께 달렸다.”면서 대견스러워했다. 미국의 프로야구가 어린이들에게 서비스를 집중하는 것은 부모들이 원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어린이들이 장래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경기 중 파울이 난 공을 볼보이가 잡으면 꼭 관중석의 어린이에게 주는 것도 같은 이유다. dawn@seoul.co.kr ● 부시, 리틀리그 출신 첫 대통령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정치와 외교가 주력산업인 워싱턴에서는 야구도 정치의 도구가 되곤 한다. 워싱턴에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표적인 야구 마니아다. 부시 대통령은 리틀 리그 출신의 첫 대통령이며, 지금까지 250개의 ‘사인 볼’을 수집했다고 한다. 부시가 1989년부터 1994년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영에 참여했던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에도 야구 경기를 TV로 관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이 “야구를 보느냐.”고 묻자 “텍사스 경기를 봤다.”면서 “박찬호가 잘 던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정치 상황을 야구에 빗대 표현하곤 한다.“도널드 럼즈펠드(국방장관)식 야구가 있다. 좀 성마르지만, 뭘 하고 있는가는 정확히 안다.”라고 럼즈펠드 장관을 편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시 대통령의 ‘야구 어록’을 소개하는 웹 사이트도 생겼다. 부시 대통령의 비유 대상이 됐던 럼즈펠드 장관 본인도 야구를 화두로 사용하곤 한다. 일리노이 출신인 럼즈펠드 장관은 시카고 컵스 팬이다. 그는 이라크전과 관련한 기자들의 날카로운 추궁이 쏟아지면 “그런 질문은 컵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느냐 여부보다도 덜 중요한 것들”이라고 받아넘기곤 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야구가 아니라 미식축구 팬이다. 한때 미식축구리그(NFL) 위원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또 최근까지 미식축구 선수 출신과 데이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대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보스턴 레드삭스 팬. 보스턴 출신인 힐 차관보는 최근 재기에 성공한 박찬호가 레드삭스 전에 등판하는 날 “살살 던져 달라.”고 애교있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는 지난 주말 LG트윈스 잠실 홈경기에서 시구를 하기도 했다. 힐 차관보의 바로 다음 자리인 에번스 리비어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레드삭스와 앙숙인 뉴욕 양키스 팬이다. 이 때문에 힐 차관보와 리비어 부차관보의 사이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워싱턴에서 야구를 둘러싸고 진짜 ‘정치적 세대결’이 벌어진 것은 지난 4월15일의 내셔널스 개막전 입장권 확보전이었다. 당시 공식적인 입장권의 가격은 자리에 따라 750달러(75만원)까지 책정됐고, 암표는 1000달러가 넘게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요인들과 상·하원 의원 등 워싱턴의 실세들이 개막전 입장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dawn@seoul.co.kr
  • 한국사랑 스트라이크 던질까

    한국사랑 스트라이크 던질까

    지난달 말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폭소가 터졌다.“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표정이 무겁던데, 북핵 문제가 심각한 것이냐.”는 질문을 당국자가 “그 사람 표정이 원래 무겁다.”고 받아쳤기 때문이다. 살이 없는 얼굴에 늘상 진지한 표정, 그리고 주로 아래를 향하는 시선 때문에 ‘미스터 진지’란 별명으로 불리는 힐 차관보의 한국과의 스킨십을 중시하는 행보가 화제다. 무엇보다 힐 차관보가 14일 오후 6시30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지는 프로야구 LG-기아전에서 시구를 하기로 한 것이 얘깃거리다. 이는 ‘야구광’인 힐 차관보가 평소 친분이 있던 손명현 전 싱가포르 대사에게 요청해서 이뤄졌다고 한다. 앞서 힐 차관보는 그가 응원하는 미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달 29일 레인저스팀의 박찬호 선수에게 “내 팀이니까 너무 잘 던지지 마라.”고 익살스러운 전화메시지를 남겼고, 경기에서 이긴 박 선수는 “이겨서 죄송하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야구 시구 행사 하루 전인 13일 오후 그는 ‘또’ 한국에 왔다. 이로써 한달새 3차례나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과하는 진기록을 남긴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됐다. 그는 지난달 12일 주한 미 대사에서 국무부 차관보로 임명돼 미국으로 떠난 지 불과 11일 만인 23일 한·중·일 3국을 순방한다며 방한했다. 그리고 3일을 머문 뒤 중국·일본을 하루씩 돌아보고 28일 다시 한국에 들어와 30일 미국으로 떠났다. 그랬는데 다시 2주 만에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의 잦은 방한은 물론 북핵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 한국에 남아 있는 아내와 두 딸을 보고 싶어서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각각 이화여대와 용산기지내 서울 아메리칸 스쿨에 재학중인 두 딸은 학기문제로 같이 떠나지 못했다. 13일 힐 차관보가 미국을 방문했던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나란히 입국한 점도 눈길을 잡는다. 당초 각각이었던 두 사람의 도착 스케줄이 합쳐진 것을 놓고도 ‘힐의 작품’이란 얘기가 나온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책꽂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신현림 지음, 글로세움 펴냄) ‘내 무덤앞에서 울지 마세요/나는 거기에 없습니다’로 시작되는 유명한 영시(A thousand winds)에서 세상살이의 희망과 아름다움을 읽어내는 시인의 포토 에세이집.‘굿모닝 레터’‘아!인생찬란 유구무언’ 등 다수의 포토 에세이를 펴낸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도 시어와 사진의 절묘한 조화를 선사한다.8500원. ●삼천갑자 복사빛(정끝별 지음, 민음사 펴냄) ‘흰 책’이후 5년 만에 낸 세 번째 시집. 시인은 자서(自序)에서 ‘삼천갑자, 그러니까 육 삼 십팔, 십팔만년이, 금세 스러질 내 삶에, 내 몸에, 내 사랑에 슬어 있다고 믿는다.’고 고백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상처들과 이를 웃음으로 넘기는 농담으로 가득하다.7000원. ●굶주린 여자(홍잉 지음, 한길사 펴냄) 2000년 ‘베이징 만보’의 10대 인기작가,2001년 ‘중국도서상보’가 정한 최고의 여성작가에 뽑히는 등 중국 페미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장편소설. 문화대혁명 시기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1930년대 중국을 무대로 삼은 연애소설 ‘영국 연인’도 함께 나왔다. 작가는 현재 영국 런던에서 작품 활동 중이다. 각권 9000∼9800원. ●어느날, 크로마뇽인으로부터(이평재 지음, 민음사 펴냄) 도발적 상상력으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 내면에 깃든 추악성과 공격성을 집요하게 파헤쳐온 작가가 두 번째 소설집을 냈다. 표제작을 비롯해 총 8편의 단편을 묶었다. 작품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 24컷이 작가의 독특한 소설세계에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더한다.1만원. ●어머니, 우리 어머니(김종해 김종철 지음, 문학수첩 펴냄) 신춘문예를 통해 나란히 등단했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두 형제시인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향한 마음을 시로 노래했다.‘…아아 엄마하면/그 부름이 세상에서 가장 짧고/아름다운 기도인 것을!’(김종철, 엄마엄마엄마)이란 시구에서 삶의 위안이자 시의 생명으로서의 어머니가 오롯이 전해진다.8000원. ●풍경의 탄생(장석주 지음, 인디북 펴냄) 시인이자 평론가인 저자의 6번째 평론집. 지난 7년간 써온 평론을 엮은 것으로 ‘이미지’라는 프리즘으로 바라본 한국시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했다. 세기말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 달려가는 젊은 소설가들의 작품에 대한 분석, 제도권에 갇혀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문학비평의 현주소를 살핀 글들이 실려있다.2만 5000원.
  • 소설보다 때론 더 깊은 울림

    소설가에게 산문은 ‘본업’에서 조금은 비켜난 글쓰기이다. 근육의 긴장을 풀어놓고 틈틈이 써내렸을 산문글들은 그러나 소설만큼이나 힘이 세다. 정색을 한 소설보다 때로 더 깊은 진심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산문집을 두 소설가가 약속한 듯 나란히 묶어내 반갑다. 중진작가 한승원(66)의 ‘시방 여그가 그 꽃자리여’(김영사 펴냄), 여성작가 함정임(41)의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강 펴냄)이 동시에 시중 서가에 꽂혔다. 10년 전 고향마을인 전남 장흥 안양 바닷가 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긴 한승원. 몇 주 전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 길’을 상재한 뒤 만났을 때 그는 “‘가둬놓기’와 ‘놓여놓기’의 길항작용 속에 굴러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고 했었다. 산문집은 그때 그 장담 그대로이다. 고향 바닷가 글집(‘해산토굴’이라고 이름붙였다)에서 스스로를 가뒀다 풀었다 해온, 간단없는 사유의 주름살들로 꽉 차 있다. 새 산문집은 ‘고향의 문화와 풍경 들춰보기’ 그것이다.“고향의 문화와 풍경의 속살들을 깊이 읽고 싶었다.”는 작가는 그 일련의 작업을 “신명나는 발견이었고 깨달음의 눈으로 찬양하며 오독(悟讀)하기였다.”고 고백했다. 해산토굴을 기점으로 그는 광양 순천 여수 목포 해남 완도 진도 등 남도땅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강진 다산초당과 백련사 사이 오솔길, 고독을 노래하는 순천 갈대밭, 가슴을 끓이는 섬진강 매화마을, 꿈꿀 수 있음이 곧 행복이라고 깨우쳐주는 흑산도와 다도해의 여러 섬들…. 천연색 사진을 곁들인 흐벅진 글들은 단순한 여행감상기에 머물지 않는다.“우리 국토를 더 뜨겁게 사랑하고 찬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작가는 책머리에서 당부했다. 한승원의 책이 태를 묻은 고향 언저리를 맴돌아 ‘머무는’ 글이라면, 함정임의 것은 훌훌 털고 길 나서길 재촉하는 ‘떠나는’ 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는 이성복 시인의 시구를 빌려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 눈먼 바람에 몸을 내맡기는 것”이라고 풀어 써놓기도 했다. 3부로 나눠 묶은 책에서 작가는 요령있게 속엣말을 다 했다.1부 ‘일상적 인간’편에는 가족을 비롯해 일상을 함께 채우는 주변 인물들과의 이야기,2부 ‘움직이는 인간’ 편에는 여행길 위에서 낚은 단상들,3부 ‘예술적 인간’에는 영화 음악 미술 등 다방면을 활강하는 작가의 예술적 감식안이 녹아 있다.“여행이란 뜻하지 않은 돌발성을 내포하는 법. 나는 삶도 그렇지만 여행에서의 우회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적은 작가는 ‘길 떠남’의 매력을 갈피갈피에서 웅변했다. 그는 파리 기행서 ‘인생의 사용’, 미술에세이 ‘나를 사로잡은 그녀, 그녀들’, ‘하찮음에 관하여’ 등 다수의 산문집을 내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삼성전자 ‘축구마케팅’으로 유럽시장 잡는다

    삼성전자 ‘축구마케팅’으로 유럽시장 잡는다

    ‘올림픽 파트너’로 브랜드 위상을 크게 높인 삼성이 이번에는 축구에 명운을 걸고 있다. 올림픽 후원이 전 세계에 삼성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면 축구 마케팅은 유럽시장 공략 및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6일 영국의 명문 프로축구단 첼시(Chelsea FC)의 홈구장인 런던 스탬퍼드브리지에서 구주총괄 김인수 부사장과 첼시의 피터 캐년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클럽 후원계약(Official Club Partner)’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오는 6월부터 2010년 6월까지 5년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전자는 첼시 선수단 유니폼에 ‘삼성 모바일(SAMSUNG mobile)’ 이라는 브랜드 광고를 할 수 있고 경기장 광고와 클럽 선수단 이미지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공식적인 후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언론들은 5000만 파운드(약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했다. 수원삼성 블루윙스의 연간 운영비가 100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액수지만 삼성측은 전혀 아깝지 않다는 계산이다. 연간 평균 60게임(우승시 최대 70게임)을 통해 전세계 161개국 2억 5000만명이 첼시의 경기를 시청하는데 연간 AEV(미디어 노출 광고 환산지수)만 6200만달러(약 62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런던의 대표적인 부촌인 풀햄을 연고로 하는 첼시구단이 갖고 있는 ‘프리미엄&쿨’이미지와 삼성 제품을 연결시켜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 김 부사장은 “이번 후원 계약을 통해 유럽 내에서 삼성 휴대전화 등 모든 제품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창단 100주년을 맞은 첼시는 러시아 석유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소유로 현재 영국 프리미어리그 1위 및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있다. 구단 가치는 4억 4900만달러(포브스 선정)로 세계 8위다. 때문에 아랍에미리트항공과의 스폰서 계약이 끝나는 첼시를 잡기 위해 삼성전자, 노키아,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각축을 벌였다. 한때 노키아로 기우는 듯했지만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 능력과 브랜드 파워가 전세를 역전시켰다. 캐년 사장은 “단순한 스폰서가 아니라 동반자인 삼성전자와 함께 전세계에 첼시 팬들이 넘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후원에 이어 올 들어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후원사로 지정되는 등 축구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샬케04’의 홈구장 명칭권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전자도 독일 축구 대표팀 후원에 이어 최근 영국 리버풀의 휴대전화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국내업체들의 축구를 활용한 유럽 공략이 붐을 이루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기업도시 후보8곳 땅값 특별감시

    기업도시 시범사업 신청지인 전국 8개 지역이 부동산투기 특별감시지역으로 관리된다. 따라서 국세청은 이 지역들에서 땅값 상승 조짐이 보이면 대책반을 만들어 정밀 조사를 한 뒤 투기혐의자에 대해서는 자금출처 등을 조사하게 된다. 20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까지 전국 8개 지역이 기업도시 시범사업을 신청함에 따라 이 지역들에 포함된 10개 시·군을 지가동향감시구역으로 관리키로 했다. 건교부는 지가동향감시를 통해 해당 지역 땅값이 급등 조짐을 보이면 규제가 없는 지역은 허가구역으로,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투기지역으로 각각 묶는 등 규제 강도를 한 단계씩 높이기로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키로 했다. 건교부는 이와 별개로 기업도시 시범사업 신청지와 그 주변지역을 특별감시해 줄 것을 최근 국세청에 요청했다. 건교부는 특히 기업도시 신청지역의 투기관리 정도에 따라 종합평점에서 차등을 두기로 했다. 기업도시 지정 관련 용역업무를 맡고 있는 국토연구원은 해당 지역의 투기관리 정도 및 지가상승 폭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눠 1·2등급은 2점,3등급은 5점,4·5등급은 7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도시 시범사업 신청지역 가운데 전남 무안, 전남 해남·영암, 전북 무주, 경남 사천은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충남 태안, 강원 원주는 토기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아직 아무런 규제가 없는 충북 충주는 22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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