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시골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수도원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리포터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엔화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동남아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654
  • 가난·건강·외톨이 걱정 없다… 지역활력타운서 ‘인생 이모작’ [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가난·건강·외톨이 걱정 없다… 지역활력타운서 ‘인생 이모작’ [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베이비부머, 전체 인구 30% 차지은퇴자 대부분이 노후 준비 부실장수가 미래 위협하는 리스크로일자리·병원 때문에 도시 못 떠나정부, 지역활력타운 조성 총력전귀촌 희망자에 타운하우스 제공노인 돌봄케어·복지시설 등 갖춰지자체 통해 일자리 얻을 수 있어 요즘 핫하다는 챗GPT에 물었다. “한국 지방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 지방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감소입니다. 인구 감소는 지방에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일자리 부족, 소비 감소, 기업 이탈 등이 발생하면서 경제적·사회적 약화가 생겨나게 되고….” 인공지능(AI) 이놈, 꽤 똑똑하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나는 원인을 물었다. 인구 감소는 ‘현상’이지 ‘원인’은 아니다. 질문이 여기에 머물면 지방 위기의 해결책은 ‘떠난 이들을 돌아오게 해야 한다’로 귀결된다.문제 해결을 돕는 가장 좋은 처방은 ‘현상을 만드는 근원적 힘’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럴 때 유용한 게 ‘꼬리에 꼬리는 무는 질문’이다. 이어지는 질문 끝에 복잡해 보이는 사회적 난제들이 하나의 원인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지방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산업구조의 변화’다. 산업은 그 시대에 맞는 적합한 터에서 싹튼다. 농경과 목축이 주를 이루는 농업사회에선 토지와 노동이 중요했다. 농지가 흩어져 있으니 노동 인력도 흩어져 사는 게 효율적이었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며 자본과 노동이 중요해졌다. 산업사회에선 기계와 호흡을 맞출 대규모 인력이 필요했다. 자본이 특정 공간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거점도시가 만들어졌고 도시로 향하는 거대한 인구 흐름이 만들어졌다. 정보사회에서는 산업 기능이 다시 도시 근교의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도시의 외연이 팽창했다. 지금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첨단 기술이 세상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능정보사회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지능정보사회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건 ‘인재’다. 첨단 기업은 자신들의 존망을 결정하는 부가가치의 원천인 ‘아이디어’를 청년 인재로부터 얻는다. 이런 젊은 인재를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은? 수도권이다. 기업이 수도권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만 청년들 역시 일자리를 좇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기업과 청년이 서로를 좇으며 수도권만 성장하는 모양새다. 4차 산업혁명은 대도시 중심으로 일자리를 재편하게 하고 공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베이비부머 60% “귀촌하고 싶어” 수도권 쏠림으로 인해 수도권은 아귀다툼의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공간이, 지방은 일자리 감소로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공간이 돼 가고 있다. 수도권 젊은이와 지방 젊은이 모두 아이 낳길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계속 신기록을 깨며 0.78명까지 내려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자 증가율과 맞물리고 있다. 고령자 증가율도 전 세계 최고인 이유는 베이비부머라는 거대 인구 덩어리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1955~1974년의 20년 동안 태어난 이들이다. 무려 16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할을 차지한다. 58년 개띠가 올해부터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로 편입됐다. 앞으로 17년 동안 매년 약 85만명의 인구가 고령자가 된다. 앞으로는 더 적은 수의 젊은이들이 더 많은 수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문제는 베이비부머가 처한 경제적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은퇴자의 적정생활비는 부부 기준으로 280만원 정도다. 이 정도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은퇴자는 극소수다. 허리띠를 졸라매면 200만원 정도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이걸 최소생활비라고 부른다. 최소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은퇴자도 그리 많지 않다. 55세에 은퇴한 사람이 30년을 더 산다고 치자. 매월 200만원을 쓰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7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요즘은 85세를 훌쩍 넘어 장수하는 이도 많다. 그러려면 10억 이상은 있어야 한다. 이 정도 자산이 있는 이들이면 전국 상위 10%에 들어간다. 장수가 자신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로 떠올랐다. 수적으로 우세한 고령인구는 정치적 목소리를 키울 것이다. 정년이 연장될 것이다. 그러면 청년의 취업 기회는 줄어든다. 설상가상으로 젊은이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고 지금보다 고통스러운 시기를 맞이할 수 있다. 청년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 베이비부머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베이비부머가 도시에서 청년들과 밥그릇 싸움을 하는 한 두 세대는 윈윈할 수 없다. 다행히도 이들 중 도시를 떠나고 싶어 하는 이들이 꽤 있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듯 베이비부머의 60%는 농촌으로 이주할 의향이 있다. 도시를 떠나 인생 이모작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이들도 10~15%나 된다. 실제로 통계청 인구이동 통계에서도 베이비부머의 귀촌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젊은 세대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다. 하지만 너무 낙관하진 마시라. 이들의 움직임이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은 건 아니다. 시골로 향하는 결정이 망설여지는 건 주위의 만류 때문이다. “돈이 없을수록, 나이 들어 힘이 빠질수록, 외로울수록 도시를 떠나면 안 된다”는 말, 꽤 설득력이 높다. 돈이 없으면 소일거리라도 해야 하고, 쇠약해지면 병원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하고, 친구가 없으면 복지관에라도 나가야 한다. ●수도권에 사람 몰려 모두 힘들어 베이비부머가 귀촌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가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대부분은 충분한 노후 대비 없이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잠시 은퇴했다가 다시 일을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실질 은퇴연령’은 72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무려 7년이나 길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건 은퇴자의 노후 준비가 그만큼 부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조그만 일거리라도 잡을 수 있는 곳에 붙어 있어야 한다. 농촌으로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베이비부머가 귀촌을 망설이는 두 번째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을 자주 간다고들 하는데, 이건 실제 의료 통계로도 확연히 나타난다. 1인당 병원 진료비는 30대나 40대나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50대 중반부터 로켓 상승한다. 질병의 수도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 그러니 나이가 들면 병원 옆에 붙어 사는 게 좋다. 대도시를 벗어나면 의료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이 또한 도시를 떠나기 힘든 이유로 자리잡았다. 귀촌을 실행하지 못하는 세 번째 이유는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은퇴자들은 빠르게 끊어지는 인적 네트워크에 당황해한다. 오랜 세월 함께 일했던 동료들로부터 연락이 줄어들면 배신감마저 느끼는 이도 많다.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할 일도 없다. 시간은 많고 관계는 빈곤하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뭘 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삶이 정신 건강에 좋을 리 없다. 그런데 귀촌하면 그나마 남아 있던 관계의 약한 고리마저 끊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든다. 자, 이제 중간 정리를 해 보자. 산업구조의 변화가 70년대 당시 젊은층이었던 베이비부머의 이동을 촉진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산업구조 변화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일자리를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시키고 있다. 수도권으로만 사람이 몰리니 수도권과 지방 모두가 힘들어졌다.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고 베이비부머는 가난과 실업의 공포에 두려워한다. 해결책은 오히려 단순하다. 베이비부머를 대도시에서 탈출시키는 것이다. 이게 쉽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베이비부머가 가진 세 가지 두려움만 해결하면 된다. 베이비부머의 귀촌을 장려하려면 지방에서도 부족한 생활비를 메울 수 있는 환경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건강도 체크하고 친구와 함께 노닥이거나 무언가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올 상반기 지역활력타운 7곳 지정 최근에 베이비붐 세대의 인생 이모작을 돕는 사업을 정부가 내놓았다. 일명 ‘지역활력타운’ 사업으로, 귀촌이나 귀농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주거, 문화, 복지 기능을 모두 갖춘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역활력타운은 베이비부머와 청년 모두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인구 이동의 흐름을 고려한다면 베이비붐 세대가 이 사업에 더 크게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귀촌을 희망하는 베이비부머가 가장 먼저 고민하는 건 ‘집’이다. 지역활력타운에는 주로 타운하우스 형태의 주택이 제공된다. 분양 주택도 있고 임대 주택도 있다. 주변엔 입주민들을 위해 도서관이나 체육시설도 짓는다. 노인을 위한 돌봄케어 시설과 복지시설도 갖춘다. 이뿐만 아니다. 입주민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한다. 머물고(live), 놀고(play), 건강을 챙기는(care) 데 더해 입주자가 원한다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일자리(work)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이 많은 걸 하나의 부처에서 하긴 힘들다. 지역활력타운 조성을 위해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7개의 정부 부처가 손을 잡았다. 역대급 규모의 협업 사업이다. 이 사업에 추가적인 재정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 각 부처에서 이미 진행 중인 사업 중 일부를 주거단지 조성을 위해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조금은 지루하겠지만 잠시 각 부처가 지역활력타운 조성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열거해 본다. 지역활력타운은 인구감소 위기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한다. 행안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해 매년 1조원의 규모로 인구감소지역을 지원하고 있다. 이 기금의 일부는 지역활력타운 조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국토부는 지역개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활력타운 내 주택을 공급하고 기반시설을 지원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존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화여가체육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국민체육센터 건립을 지원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지역에 필수적인 농촌공동아이돌봄, 사회적농장 등 연계사업을 마련한다. 보건복지부는 노인맞춤돌봄,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을 지원하며, 해양수산부는 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숙박시설, 해양산책로 등 경제생활 기반시설 구축사업을 연계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주자들이 직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일자리 연계사업을 마련한다. 이렇게 많은 사업이 하나의 장소에서 서로 연계돼 진행될 예정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하나의 단지에 필요한 게 다 갖춰진 ‘올인원’(allin one) 마을의 모습을. 직주락 기능이 섞이며 만들어 내는 활기찬 시너지가 느껴지지 않는가. 베이비부머의 상당수는 시골 출신으로 1970년대부터 거대한 이촌향도의 흐름을 만든 주인공들이다. 마음 깊숙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잡고 있다. 대도시의 경쟁적 인간관계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두 번째 인생을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고자 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시작하고 텃밭을 가꾸거나 여가생활을 하는 두 번째 인생. 반나절 정도 일한 뒤 저녁에는 이웃과 바비큐 파티를 하는 삶.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지 아니한가. 올해 상반기에 7곳의 지역활력타운이 지정될 예정이다. 인생 이모작의 두 번째 농사를 지방에서 지으려 하는 많은 이가 지역활력타운에 큰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살바도르 달리, 구원의 여인/사비나미술관장

    [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살바도르 달리, 구원의 여인/사비나미술관장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평생 한 여자 또는 한 남자만을 사랑한다는 것은 한 개의 양초가 평생 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실험 결과도 있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에 따르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18~30개월에 불과하다. 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호르몬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애감정이 한시적이라는 이론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불변함과 영속성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평생토록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한 사례도 드물지만 발견된다. 미술에서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사랑을 꼽는다. 달리는 10년 연상인 아내 갈라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녀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53년 동안 오직 갈라만을 사랑했다.달리에게 갈라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였고 절대적 존재였다. 이는 그가 “갈라는 나의 구원의 여인이 될 운명이었다.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승리의 여신, 그러기 위해 나는 치유받아야 했는데 그녀는 정말로 내 광기를 치유해 줬다. 나는 그녀와 결혼해야만 했다”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갈라는 달리의 과대망상적 행동과 기발한 상상력, 자기애, 강박증을 천재의 특권으로 이해하고 존중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달리의 천재성을 간파한 갈라는 치유 천사, 매니저, 딜러, 비평가, 후원자, 뮤즈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며 스페인 시골 출신 무명화가인 남편을 세계적 거장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비평가 니나 소피아 미랄레스는 “갈라가 없었다면 위대한 예술가도 없었을 것”이라고 갈라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달리는 갈라에게 모든 것을 의존했고 아내를 여신처럼 숭배했다. 그 증거로 1930년쯤부터 작품에 ‘갈라 살바도르 달리’라는 공동 이름으로 서명했다. ‘포트 리가트의 성모’라는 그림에서는 초월적 존재인 성모 마리아로 분한 갈라가 등장한다. 달리는 1982년 갈라가 세상을 떠나자 방에 커튼을 친 채 먹고 마시기를 거부했으며 누구도 아내의 이름을 입 밖에 꺼내지 못하게 했다. 전기작가 팀 맥거크는 “갈라의 죽음 이후 달리는 그림 또는 삶에 대한 의지를 잃었다”고 적었다. 살아 있지만 죽은 상태였던 달리는 1989년 85세로 사망했다.
  • [길섶에서] 착각/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착각/서동철 논설위원

    시골집의 전기가 끊겼다. 겨우내 돌아보지 못했더니 전기요금이 적지 않게 밀렸던 모양이다. 공과금을 내지 못하는 것이 위기 가정의 신호라는데 내가 그렇게 됐다. 윗집 아저씨도 계시고 하니 잘 설명하기는 했을 것 같지만, 그래도 면사무소 복지담당 직원이 찾아오기라도 했다면 민망하고도 미안한 일이다. 흙벽에 슬레이트지붕이었을 때는 각종 고지서를 툇마루에 던져 두면 됐지만, 세월이 흐르며 이제는 컨테이너 집이다. 나무상자로 우편함을 만들기도 했었는데, 그것도 비바람에 쓸모없게 된 지 오래다. 한전 지사에 전화하니 친절하게 대해 준다. 전기를 이어 줘도 다시 요금을 못 낼까봐 걱정이라고 했더니 웃으며 설명한다. 이메일로 고지서를 받고 은행자동이체로 요금을 내면 된단다. 도시에서 오래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 시골집은 왜 옛날과 변함없을 것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편지함을 어떻게 만들까 며칠이나 고민했으니 마음은 아직도 흙벽 시대인가 보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사라지는 순간의 아름다움/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사라지는 순간의 아름다움/미술평론가

    모네는 1883년 지베르니로 이사해 192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다. 여든여섯 해의 생애 가운데 마흔세 해, 딱 반평생을 지베르니에서 보냈다. 파리 북서쪽으로 8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베르니는 모네 덕택에 명소가 됐지만, 당시에는 한적한 시골이었다. 센강 지류인 엡트강 가에는 포플러와 수양버들이 늘어서 있고, 강 건너편 언덕에는 작은 마을들이 있었다. 모네는 보자마자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무리해서 집을 산 후 모네는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이었다. 그림이 팔리기 시작하고 값도 점차 오르면서 모네는 경제적 곤란에서 벗어났다. 모네는 정원 가꾸기가 취미였다. 가난할 때도 살 곳을 구하면 마당에 화초부터 심었다. 지베르니에는 원래 손바닥만 한 마당이 딸려 있었는데 모네는 주변 땅을 사들여 정원을 넓히고 연못을 만들었다. 정원을 꾸미는 데 열중하던 모네는 어느 날 붓을 들어 연못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어 야외로 사생을 나가는 게 힘들어진 화가에게 연못은 좋은 소재가 됐다.모네는 붓 하나로 명성과 부를 쌓아 올렸다. 수련이 활짝 핀 지베르니의 정원은 성공의 증거였다. 그러나 우울한 말년이 앞에 놓여 있었다. 1911년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1914년에는 맏아들 장이 지병을 앓다가 사망했다. 게다가 일흔이 넘은 모네는 시력을 잃어 가고 있었다. 평생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느라 직사광선 아래 눈을 혹사했기 때문이었다. 바깥세상도 어두웠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젊은이들이 무수히 죽고 있었다. 그럴수록 모네에게 남은 것은 그림뿐이었다. 그는 슬픔과 고통을 참으면서 ‘수련’에 매달렸다. 시간이 갈수록 모네는 연못 주변의 세세한 묘사를 생략하고 수련이 핀 수면, 수면에 비친 하늘이 만들어 내는 뉘앙스에 집중했다. 시력을 잃은 대신 마음의 눈을 뜬 것처럼 화면은 밝고 신선하게 빛난다. 250여점 가운데 가장 대작은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는 여덟 점의 ‘수련’ 연작이다.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도 수련이 있다. 1966년 모네의 차남 미셸은 수련을 포함해 모네의 작품 150여점을 국가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오랑주리의 수련보다 크기는 작지만, 초기에서 후기에 이르는 작품이 망라돼 있어 변모 과정을 볼 수 있다.
  • “반려견 모임서 오지 말래요”… “믹스견 차별” vs “진돗개라서” [넷만세]

    “반려견 모임서 오지 말래요”… “믹스견 차별” vs “진돗개라서” [넷만세]

    ‘중대형견 모임서 차별’ 믹스견주 사연 화제“동물병원·애견카페도 진돗개 차별” 공감도품종견·믹스견 급 나누는 세태 비판 많지만“진돗개는 맹견” 글쓴이 잘못 지적도 있어 반려견 모임에 나갔다가 ‘가입 불가’ 통보를 받았다는 이른바 ‘믹스견’(잡종견) 견주의 사연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개의 품종을 나눠 차별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비판이 많은 가운데 진도믹스견의 특성상 모임 참석 불허도 이해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반려견 모임에서 차별받고 왔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9㎏ 진도믹스견을 키우고 있다는 글쓴이 A씨는 동네에 중대형견 반려견 모임이 있다고 해서 참석했다가 다음부터는 오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A씨는 “그냥 ‘네’ 하고 말 끝내려다가 이유를 물어봤더니 ‘진도믹스견은 자기네 모임 특성에 안 맞는다’고 하더라”며 “저희 개와 비슷한 강아지가 문제가 된 적도 있어서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핑계 같고 그냥 저희 개가 미운 거 아닐까 싶다”고 토로했다. A씨는 “타견들과도 잘 놀다왔다 ‘이쁘다 귀엽다’ 칭찬 들었는데 겉으론 그래 놓고 속으론 싫어나 생각하니까 기분이 너무 나쁘다. 모임 참석 안 해도 그만이지만 괜히 나가서 차별만 받고 왔다 생각하니까 너무 화가 난다”며 “같은 견주로서 저런 생각 품고 사는 것도 소름 끼친다”고 털어놨다. 이 사연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네티즌들은 현실에서 믹스견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감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의 한 이용자는 “진도믹스·진돗개 진짜 차별 많이 받는다. 미용 가도 진도 섞였다고 하면 애가 아무리 순해도 퇴짜 맞고, 애견팬션·애견카페 가려면 미리 전화해 봐야 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우리 개는 진도믹스인데 안 받아주는 병원도 있었다”고 말했고, “동물병원 같은 관련 업종에서조차 동물을 누군가의 가족이 아니라 팻숍 쇼케이스의 가격으로 취급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사연 속 반려견 모임 구성원들을 향한 비판이 쇄도했다. 다수의 더쿠 이용자들은 “고급스러운 품종견 모임 하고 싶었는데 웬 시골개냐 이거지”, “개 모임이 아니라 이런 개를 키우는 나에게 취한 사람들의 모임이라 그럼”, “품종견이라는 게 근친교배 해서 인위적으로 만든 혈통인데 뭐가 그렇게 잘났나” 등 댓글을 이어갔다. 반면 ‘디시인사이드’(디씨)의 관련 글에는 믹스견 차별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진도믹스견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해되는 결정이라는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 한 디씨 이용자는 “진돗개 같은 맹견을 저런 데 데리고 가는 게 문제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냐”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이용자도 “진돗개는 성격부터 고양이 같고 주인밖에 몰라서 사회성은 떨어진다. 애견카페에서도 진돗개·진도믹스견 안 받는 거 종종 봤다”고 적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토랜드’에서도 “개들도 이제 특권의식 가득하네”라는 반응과 “저건 ‘믹스’가 차별 포인트가 아니라 ‘진도’가 포인트다. 진돗개들 사회성 떨어지고 갑작스레 마운팅(교미를 흉내내는 행동) 시도하고 해서 어지간한 모임에선 기피종이다”라는 반응이 맞섰다. [넷만세] 네티즌이 만드는 세상 ‘넷만세’. 각종 이슈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 [서울광장] 필수 전문의의 ‘외도’부터 잡아라/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필수 전문의의 ‘외도’부터 잡아라/임창용 논설위원

    3년 전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란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극중에 김준완(정경호 분) 교수가 본과 실습생 시절 심장수술을 받고 살아난 아이의 심장을 만지면서 흉부외과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는 장면이 나온다. 국내외 의학 드라마에서 이처럼 흉부외과 의사는 단골 주인공인 경우가 적지 않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 많은 외과나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에선 ‘영웅’ 대접을 받는 이들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올 상반기 전공의 모집 경쟁률을 보면 소아청소년과 0.2대1, 흉부외과 0.5대1, 외과 0.6대1, 산부인과 0.7대1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진료를 전공의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는 대학병원에선 인력난을 호소하고, 지방에선 소아과·산부인과 전문의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를 안고 소아과 전문의를 찾아 헤매고, 산통이 온 임신부는 아이를 받아 줄 산부인과를 찾다가 길거리서 출산해야 할 판이다. 시민단체나 언론에선 의사 부족을 지적한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한의사 제외)가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6명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부족한 의사수가 3만~5만명에 달하고,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더 커질 경우 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수치상으론 의사수가 부족한 게 맞다. 하지만 의료 현장의 아우성이 단순히 의사수 부족으로 인한 것인지는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의료과잉 나라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국민 1명이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약 17회로, OECD 평균(약 7회)의 2.5배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의료 접근성이 좋고 의료비가 저렴해 병원을 자주 찾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아픈 아이와 임산부, 위급한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뭘까. 전체 의사수 부족보다도 피부과 등 특정 분야와 지역으로의 의사 쏠림이 극심해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의대 증원 못지않게 시급한 건 의료 쏠림 해소다. 필수의료 전문의를 빨리 늘릴 실질적 방안은 피부미용·성형 분야로 ‘외도’를 나선 전문의들을 돌아오게 하는 일이다. 2021년 기준 필수의료 전문의 중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개설자는 외과 1012명, 산부인과 696명, 흉부외과 253명, 소아청소년과 243명에 달한다. 어렵게 취득한 전문의 자격증이 장롱 신세로 전락한 이유는 간단하다. 진료 대상과 자리가 부족해서다. 소아과, 산부인과 의사는 임산부와 아이를 진료한다. 한데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여명에 불과하다. 40~50대들이 태어난 1970년대 연 80~100만명에서 4분의1 토막 났다. 그마저도 수도권 쏠림이 심하다. 반면에 과별 정원은 크게 변화가 없다. 아이와 임산부가 크게 준 상황에서 의대생들이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는 건 당연하다. 흉부외과와 외과 등 다른 필수의료과도 비슷하다. 이들은 의료 특성상 개원보다는 대학병원 등 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근무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필수의료는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수가는 낮아 병원들은 최소한의 전문의만 고용하려고 한다. 전문의 자격을 따도 제 역량을 발휘할 곳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의료 쏠림을 해소하려면 필수의료 전문의들이 당당히 간판을 달 수 있도록 현 수가구조부터 수술해야 한다. 아이들 수가 4분의1 토막 났으면 줄어든 4분의3에 해당하는 수가를 국가가 보전해 줘야 소아과 의사들이 외도하지 않는다. 대학병원들이 흉부외과와 소아과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해도 적자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구가 급감한 지역에선 인구에 반비례하는 지역수가를 적용해야 시골에서도 의사 만나기가 쉬워진다. 전문의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미용시술로 대거 빠지는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필수의료 공백 문제는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 [기고] 누구나 문화를 향유하는 사회/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기고] 누구나 문화를 향유하는 사회/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소외계층에 절실한 건 당장의 의식주일지 몰라도 스스로 소외됐다고 느끼게 되는 건 문화생활의 수준 차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생활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일이다.” 문화누리카드 이용자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당연한 것들’에서 발췌한 이야기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으나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마음에만 꿈을 품었던 이 학생은 고3 때 처음 문화누리카드를 접했고 영화, 전시, 연극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하게 됐다. 그 힘으로 원하던 예술대학에 입학했고, 그는 이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꿈꾸고 실현해 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비단 이 학생만이 문화의 힘을 경험한 것은 아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유학을 왔는데, 반 친구들 몇몇이 자연스럽게 주말에 본 영화, 음악회 이야기를 꺼내면 시골에서 자라 문화생활이라고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도무지 대화에 어울릴 수 없었다. 그러다 중학교 때 단체로 ‘무녀도’라는 연극을 보게 됐다. 처음 가 본 국립극장의 웅장함과 TV에서 보던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 공연이 너무도 놀라웠고,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대학생이 된 후에야 유년시절에 느꼈던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과 불평등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게도 문화누리카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중학교 때의 그 체험이 내 삶을 바꿔 놓았다. 그래서 정치를 하면서도 문화 향유에 중점을 둔 정책을 고민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거쳐 지난 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원장으로까지 오게 된 계기가 됐다고도 생각한다. 2022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를 보면 문화예술 행사 관람률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고소득층은 전년 대비 24.7% 포인트 상승한 반면 저소득층은 2.7% 포인트가 올라 저소득층의 회복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경제적인 것만이 삶의 격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욕구는 필요를 채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문화예술은 충족돼야 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며,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욕구이다.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하면서 사회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올해 문화누리카드 예산은 2983억원으로, 사회적 취약계층 267만명에게 연간 11만원을 지원한다. 문화누리카드가 출시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약 1500만명이 이 카드를 통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었다. 지난해 문화누리카드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이용자의 80.1%가 정서·사회·문화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한다. 특히 이용자 대부분이 문화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며, 이용 전보다 행복해졌고 생활이 활기차진 느낌이라고 답했다. 문화누리카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문화의 공정한 접근, 약자와의 동행을 지속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브레이크 헷갈려”…79세 운전자, 행인 치고 식당 돌진 ‘7명 중경상’

    “브레이크 헷갈려”…79세 운전자, 행인 치고 식당 돌진 ‘7명 중경상’

    부산에서 79세 고령 운전자가 행인을 잇달아 들이받은 뒤 식당으로 돌진해 7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20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33분쯤 부산 부산진구 한 도로에서 달리던 셀토스 차량이 행인 2명을 잇달아 치고 한 식당 문으로 돌진해 들이받은 뒤 멈춰 섰다. 이 도로는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였다. 이 사고로 식당 내부에 있는 손님 5명도 다쳤다. 손님 중 2명은 차량에 부딪혔고, 3명은 의자 등이 넘어지면서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는 점심시간이어서 식당 내부 좌석은 가득 찬 상태였다. 경찰은 “행인 1명은 중상을 입었고, 나머지는 모두 경상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운전자는 부산소방본부가 당초 80대로 파악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만 79세로 정정됐다. 해당 운전자는 인근 주차장에서 출발해 운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액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렸다’는 취지로 사고 경위를 진술했다”면서 “음주운전 등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국민 52.9%, 고령 운전자들 면허 반납해야” 한편 이날 국민의 52.9%가 고령 운전자들이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국민 3289명(남녀 무관)을 대상으로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2.9%가 고령 운전자들이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납하면 안 된다’고 한 비율은 47.1%였다. 반납해야 하는 이유로는 ‘고령 운전자 사고 비율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8.0%로 가장 많았고 노화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도 높음(33.3%), 타 교통 수단 이용 가능(7.3%) 순으로 이어졌다. 반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는 ‘노인 차량 추월 자제 등 교통체계 재정비 우선’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대중교통이 부족한 시골의 경우 이동권 제한(22.9%), 고령 운전자 나이 기준부터 필요(17.9%) 등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현재 고령 운전자에게 일정 교통비를 지급하고 아예 면허를 돌려받는 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반납자 수가 미미해 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 이에 정부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 능력을 평가해 조건부로 면허를 발급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할 예정이다.
  •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될 때까지, 기우제/작가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될 때까지, 기우제/작가

    ‘인디언서머’라는 말이 있다. 북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사는 대륙에 가을 초입부터 늦가을 사이 비정상적으로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비가 좀처럼 내리지 않는 가문 날씨를 일컫는다. 인디언서머가 이어지면 당연히 여러모로 불편해지는데, 정작 인디언들은 이때를 ‘절망 가운데 놓인, 뜻밖에 얻은 희망’의 시간으로 비유한다고 한다. 가뭄이 시작되면 다 같이 모여 기우제를 올릴 것이고, 그러고 나면 비가 올 테니까. 비가 올 때까지 하늘에 비는 기우제를 단순히 허무 개그나 미신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실제로 척박한 땅에서 ‘기우제’는 공동체의 결속력을 단단히 다지는 기제이자 굳건한 신념 체계로 이어져 내려왔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러 가끔 가까운 가평의 시골 마을로 간다. 1박 2일 일정으로 자는 곳, 먹는 곳 언제나 같은 곳을 들러 온다. 그날도 저녁 식사를 하러 늘 가던 닭갈비집에 갔다. 밭에서 상추랑 고추를 직접 키워 따서 상에 올리고, 요즘 흔치 않은 집된장으로 찌개를 끓여 주는 곳이다. 닭갈비 2인분을 시키고 조용히 바깥 텃밭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테이블의 가스레인지 불을 탁 켜면서 말씀하신다. “이번에도 양념 좀 덜 얹었어요.” 고추장으로 만드는 음식은 좀 과하게 허옇다 싶을 정도로 양념을 덜어 내고 먹는 편인데, 아주머니는 나와 내 식성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닭갈비집에 늘 혼자 와서 먹는 손님은 안 잊어버리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 와중에 주인 아저씨가 밖에서 돌아왔다. 곧이어 두 분이 나란히 붙어 앉아 늘 켜 두는 텔레비전을 올려다본다. “장사 하나도 안되고….” 할머니가 시선은 계속 위쪽으로 꽂아 두며 푸념하듯 말씀하신다. “그러다가 다음달엔 더 잘되기도 하는 거고 그런 거지. 설마 굶어 죽겠나.” “내가 굶어 죽는 거 걱정하는 걸로 보이남.” “그럼 뭐가 걱정이여.” 세상 어디든지 이렇게 걱정거리들이 한 움큼씩 기본 토핑으로 뿌려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 맛있게 집어 먹고 있던 닭갈비도 얼마간의 나의 ‘불안’을 갈아 넣어 번 돈으로 사 먹고 있는 것일 터이다. 이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이 이어질까, 내가 이 작업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내 글을 읽고 어떤 ‘평가’를 할까. 한 배우는 처음부터 꿈을 크게 잡지 않고 작게 잘라 낸 현실적인 소망을 단계별로 올렸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작품에 캐스팅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한 단계, 작품이 끝나면 불안한 마음이 들 여지 없이 다음 작품이 예정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 또 한 단계…. “그냥 장사 안되는 게 걱정이지.” “그렇게 반복해서 걱정하는데, 위에서 참 그거 안 이뤄 주겠다, 이 사람아.” 고통아, 걱정아, 불안아 다 나한테 쳐들어와라. 살포시 눌러 주마. 삶의 고통이 크면 클수록 내가 그만한 적수가 되니까 들어오려니 생각하고 어린아이처럼 놀이로 알고 즐기는 자세. 그 정도까지는 아직 무리이지만, 나는 그날 닭갈비집에서 초인을 만난 듯했다. 그렇다. 우리 일상에서 ‘인디언 기우제’는 어떤 방향으로든 꽤 많은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
  • ‘범죄도시’ 배우, 생활고…“신문지를 고기라 생각하고 씹었다”

    ‘범죄도시’ 배우, 생활고…“신문지를 고기라 생각하고 씹었다”

    배우 민경진이 근황을 공개했다. 민경진은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MBN ‘특종세상’에 출연했다. 민경진은 ‘범죄도시’, ‘카지노’ 등에 출연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약해온 그의 출연작은 장르 무관 100여편에 달했다.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은 충남 논산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민경진을 만났다. 홀로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 어느덧 12년째라는 그는 직접 담근 간장, 된장, 각종 장아찌 등을 주변에 아낌없이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민경진은 “지독하게 슬프다면 슬픈 현실이 있었다. 밥을 먹을 수도 없고 그러면 수돗물을 마셨다. 그리고 배가 좀 차면 이제 녹음실 다시 가서 스튜디오 들어가서 다시 연습하고”라며 “신문지 조각을 씹고 그게 고기라고 생각하고 먹었다”면서 가난했던 연극배우 시절의 생활고를 고백했다. 가난한 연극배우였던 민경진은 배고픔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음식을 원 없이 주고 싶은 마음에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민경진은 평생 정극을 한 본인과 달리 상업극에 도전한 아들의 연극을 보러 갔다. 아들이 “하지 말라던 연극 하고 있는데 어떠냐”고 묻자 민경진은 “하지 말라던 연극이지만 네가 판소리도 했고, 연극 쪽으로 한다고 했을 때 못하게는 안 했지 않냐”며 “네 길을 찾는 게 힘든데 오늘 너무 잘했다.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다. 아들이라서 잘한다고 하는 게 아니다. 선배 배우로서 얘기하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다만 민경진은 “즐겁게 살라. 배우가 가난하지 않냐”며 돈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이에 아들은 “나는 가난하지 않다. 있을 만큼 있다”고 답하며 “어디 지원하고 할 때 첫 문장이 거의 ‘가난한 연극배우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이거다”고 너스레 떨었다. 이어 “아빠가 하도 어릴 때 가난한 연극배우라고 말해서 나는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고 가난하게 연극하고 싶지 않았다”고 속내를 밝혔다.
  • ‘관광·백신·농업’ 3박자가 빚어낸 화순… 머물고 싶은 곳으로 뜬다

    ‘관광·백신·농업’ 3박자가 빚어낸 화순… 머물고 싶은 곳으로 뜬다

    전남 화순군은 올해 군정 운영 방향 가운데 공직사회 조직문화 개선과 신뢰행정 구현에 가장 큰 역점을 뒀다.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구복규 화순군수의 의지가 반영됐다. 구 군수에게는 군민이 주인이 되는 행정을 펴 주인의 믿음을 얻는 게 지방자치의 기본이라는 신념이 있다. 화순을 남도관광 1번지로 바꾸고 농업인들이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군정으로 잘사는 화순을 만든다. 신성장 미래산업을 육성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군민을 행복하게 하는 복지정책을 시행한다. 교육도시를 조성해 군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해 쾌적한 화순을 조성한다. 다양하면서도 촘촘한 올해의 화순군정을 16일 알아봤다.●청렴·투명한 공직문화로 바꾸자 화순군은 먼저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꿀 방침이다. 성과를 올리면 걸맞은 보상을 하고 인사제도를 투명하고 예측할 수 있게 운영한다. 공직자들이 맘 편히, 열심히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군정발전혁신단을 운영해 조직에 혁신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군수가 직급별·세대별로 직원들을 자주 만나 소통하면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로 했다. 군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 이를 위해 구 군수는 13개 읍면을 순회하면서 대화마당을 펼치고 사랑방 좌담회를 연다. 공직사회를 청렴하게 만들고 군민들의 어려움을 지혜롭게 해결해 신뢰받는 행정을 펼 방침이다.●인프라 늘려 남도관광 1번지 실현 화순군은 문화와 관광 인프라를 갖추면 찾는 이들이 저절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우선 고인돌 유적지를 활용해 사계절 내내 축제를 열기로 했다. 야생화와 유채꽃 축제 등을 열고 선사문화를 체험하게 해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를 주는 것이다. 다음달 21~30일 열릴 고인돌 축제와 연계해 반려식물 다육을 테마로 한 ‘다육 가드닝대회’를 개최한다. 이서면 화순적벽을 생태관광 명소로 만들고 동복면 구암리 일원의 연둔리 마을숲과 김삿갓 유적지를 관광벨트로 묶을 계획이다. 동면 서성리 서성제(환산정) 주변에는 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한다. 화순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마케팅을 담당할 관광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농민들의 소득을 늘려 잘사는 화순을 만든다. 특화작목을 개발·육성하고 농산물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귀농인을 유치하기 위해 청년농과 은퇴자들에게 9㏊에 이르는 시설하우스를 지어 주고 주택구입비를 100% 융자해 준다. 시골 생활에 적응하도록 단계별로 지원한다. ‘농촌에서 살아보기’와 영농현장 체험교육도 한다.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게 스무 가지가 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생산과 유통, 관광이 한데 어우러지는 수산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첫 단계로 이번 달에 내수면 스마트 양식장 시범단지를 착공한다. 농특산물 온라인 쇼핑몰 ‘화순팜’과의 직거래를 활성화한다.화순군은 백신산업특구를 지렛대 삼아 전남도와 함께 ‘국가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할 방침이다. 생물의약산업단지 안에 147만 2000㎡의 부지를 확보했다.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년 동안 면역 특화 의료 의학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면역치료 의약 의료기기를 연구·개발할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바이오산업을 적극 육성해 화순을 ‘K 바이오산업’ 거점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2년 전부터 시작된 국가 면역치료 플랫폼을 내년까지 완성해 면역치료제를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거쳐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한다. 2026년까지 mRNA백신 실증 지원 기반을 구축하고 국가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기능을 늘리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백신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 ● 따뜻한 복지·교육에 최선 ‘따뜻한 복지’를 주창하는 화순군은 청년과 신혼부부, 다문화가족과 장애인, 노인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4년 동안 ‘만원 임대주택’ 400호를 공급한다. 결혼 축하금은 물론 육아용품 구입비, 1000만원의 결혼장려금도 지원한다. 공교육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45가지 교육사업을 50가지로 늘리고 초중고 교육경비를 지원한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도 지원한다. 화순읍 교리에 청소년수련관을 짓고 방과후 아카데미와 청소년 문화의 집을 운영한다. 화순군은 도심 경관을 깨끗하게 하고 지역 랜드마크도 만든다. 화순읍 삼천리에서 대리까지 화순천변에 꽃강길을 조성하고 연양리 개미산에 전망대를 만들 계획이다. 너릿재 옛길에는 소공원을, 이양면 홍수조절지에는 수변공간을 조성한다. 군내 순환버스도 시범 운영한다. 화순읍 학포로에 다목적체육관, 대리에 테니스 돔구장 등 체육시설도 조성한다.
  • “죽은 동생 똑닮아” 기안84 보고 울컥

    “죽은 동생 똑닮아” 기안84 보고 울컥

    ‘나 혼자 산다’ 기안84가 고향 친척 집을 방문했을 때의 ‘국룰’ 코스, 밥 두 공기 뚝딱 먹기와 잔소리 타임으로 웃음과 공감을 유발한다. 오는 17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MBC ‘나 혼자 산다’(연출 허항 강지희 박수빈)에서는 여주 고모 댁을 방문하는 기안84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기안84는 고향 할머니 댁이나 친척 집을 찾았을 때 보편적으로 하는 국룰 코스를 따라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예정이다. 기안84는 여주 쌀밥부터 주꾸미 볶음, 생선구이, 불고기 등 고모가 푸짐하게 준비한 시골 밥상을 맛깔나게 먹는다. 기안84는 고모 집에서 느끼는 추억의 맛에 “여주 음식이 내 입맛에 딱”이라며 밥 두 그릇을 뚝딱 비워낸다. 기안84 고모는 밥그릇을 금방 비우는 조카를 보며 세상을 떠난 기안84의 아버지이자 자기 동생을 떠올린다고. 그는 “네가 찾아와서 밥 먹으니까 조금 마음이 아려…”라며 울컥해 한다고 전해져, 이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어 기안84는 고모가 간직한 가족사진을 보며 할머니, 아버지의 모습과 꼭 닮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그는 “아버지 취미를 내가 하고, 할머니 습관이 내게 배어 있더라”며 추억에 잠긴다. 특히 기안84는 “완전 아기 때부터 19살 때까지 키워 주셨다. 옷 한 번 입고 벗어 놓으면 혼났다”면서 검소했던 할머니와의 기억을 떠올려 뭉클함을 자아낼 예정이다. 기안84는 친척집 방문 시 피할 수 없는 또 다른 국룰 잔소리 타임에 직면한다. 기안84 고모는 실물과 다른 TV 속 촌스러운 의상과 셀프 미용을 거침없이 지적하고 걱정해 기안84의 진땀을 빼놓는다는 전언이라 본방 사수 욕구를 자극한다. 여주 고모 댁을 방문한 기안84의 추억 소환은 오는 17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혹시 ‘저장 강박’ 갖고 있나요/정신과의사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혹시 ‘저장 강박’ 갖고 있나요/정신과의사

    완물상지(玩物喪志)란 ‘쓸 데 없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자기 뜻을 잃는다’는 뜻이다. 물질에 너무 집착하다가 마음의 빈곤을 가져와 본심을 잃음을 경계한 말로, 출전은 무려 서경(書經). 주나라의 무왕에게 서역에서 진귀한 개 한 마리를 보내 왔을 때 신하인 소공이 왕을 훈계하여 한 말이라고 한다. 이처럼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TV를 보다 보면 생생한 현재의 사연이 되기도 한다. 온갖 잡동사니를 집안 가득 쌓아 두고 사는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제발 정리 좀 하라는 주변의 권유에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이건 이때의 추억이 있으니 안 되고, 저건 저때 쓸지도 모르니까 잘 간수해 둬야 한다고. 물론 일리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만에 하나’일 뿐. 추억의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의 사연은 또 어떤가. 배냇저고리에서 시작해 자식의 온갖 것을 버리지 못하는 할머니의 사연을 본 적이 있다. 집안 가득 들어찬 물건들 때문에 정작 할머니의 자식들은 어머니의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자식의 추억 때문에 현실의 자식을 만나지 못하는 기막힌 주객전도. 정신의학도 이런 이들을 주목한다. 대표적 질병 분류 체계인 DSM은 가장 최근 판인 5판부터 ‘저장 강박’이란 이름으로 이와 같은 증상을 정신과 질환으로 등재했다. 방송에 나오거나 치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도 우리 마음에도 크고 작은 저장 강박이 숨어 있다. 10년 만의 이사를 앞둔 나부터 그렇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이사 준비의 과정은 온통 저장 강박과의 싸움이다. ‘이번엔 기필코 버리겠다’ 다짐하고 구석구석 쌓인 잡동사니들을 꺼내 놓고 보면 ‘이걸 왜 여태 갖고 있지?’ 싶은 물건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어느 물건 앞에선 밀려드는 추억으로 순간 뭉클해지기도 한다. 일본의 ‘정리 여왕’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명언을 남겼다지만 그 또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버리려고 집어 든 물건마다 추억으로 설레어 버리니까. ‘이사 가며 세간의 절반을 처분한다’는 대전제를 세운 아내의 눈을 피해 그 ‘사연 깊은 물건’을 몰래 감추는 내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럴 때면 피천득 선생의 수필 ‘시골 한약국’의 내용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양복 한 벌 변변한 것을 못해 입고 사들인 책들을 사변통에 다 잃어버리고 그 수 5년간 애면글면 모은 나의 책은 지금 겨우 3백 권에 지나지 아니한다.” 이렇듯 한번에 없어질지도 모르는, 그저 ‘물건’일 뿐인 것들에 왜 그리 마음 닳아하고 있을까. 시절인연이라는 불가의 가르침에 따르면 업과 연이 닿을 때 다시 만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집착해도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집착해 안달하거나 가물가물한 추억에 매이는 일은 어리석다. 중학교 때 수학여행 가서 사 온 돌하르방에 집착하기보단 지금 훌쩍 제주도 여행 계획을 세워 보면 어떨까. 옛 친구의 사진을 고이 간직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이번 주말 같이 저녁이라도 먹자고 전화를 넣어 보는 것은? 추억은, 반추할 때도 아름답지만 다시 현실로 빚어질 때 더 빛나는 법이니까.
  • 주인과 경찰 공격한 얼룩말 사살, 라이벌 무리에 당한 ‘라이언 킹’

    주인과 경찰 공격한 얼룩말 사살, 라이벌 무리에 당한 ‘라이언 킹’

    미국에서 개인이 기르던 얼룩말이 주인의 팔을 물어뜯으려 한 것도 모자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까지 공격하다 사살됐다. 영국 BBC가 미국 지역 언론 등을 인용해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데 따르면 12일 오후 오하이오주 서클빌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한 남성이 911에 “얼룩말한테 팔을 물어뜯겼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신고자는 집 근처 목초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흥분 상태로 보이는 수컷 얼룩말이 주변을 어슬렁대고 있었다. 얼룩말은 출동한 경찰차의 운전석 문까지 들이받았다. 경찰은 사이렌과 경적을 시끄럽게 울려 잠시 얼룩말을 쫓아낸 뒤에야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워낙 다급했던 신고 내용 때문에 경찰은 신고자의 팔이 절단된 것으로 생각했으나 다행히도 팔은 피해자의 몸통에 제대로 붙어 있었다. 경찰이 지혈을 마치고 피해자를 앰뷸런스에 태워 보낼 때쯤 문제의 얼룩말이 다시 접근해 왔다. 다만 이때는 얼룩말이 더 접근하면 사살해도 좋다는 피해자 가족들의 허락이 떨어진 상태였다. 경찰은 몇 차례 고함과 경고에도 얼룩말이 물러서지 않자, 결국 산탄총을 쏴 얼룩말을 쓰러뜨렸다. 경찰관의 몸에 부착된 카메라에는 다가오는 얼룩말이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이 생생히 찍혀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얼룩말이 왜 이렇게 사나워졌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현장 근처에 있던 암컷 대여섯 마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오하이오주는 얼룩말을 야생이나 위험한 동물로 분류하지 않아 주민들은 반려동물처럼 얼룩말을 기를 수 있다.한편 아프리카 동부 탄자니아 북부와 케냐 남부에 걸쳐 있는 세렝게티 초원을 주름잡던 사자 무리의 제왕인 ‘밥 주니어’가 최근 라이벌 사자 무리들에 죽임을 당했다고 BBC는 전했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패키지 투어 전문 운영업자와 방문객들은 ‘스니그베’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이 전설적인 밥 주니어의 죽음을 온라인으로 추모했다. 아프리카에서 사자들의 이름은 종종 연구원이나 자연보호 운동가들에 의해 붙여지거나 가이드 등에 의해 명명된다. 밥 주니어는 사진이 잘 받는 가장 멋진 고양잇과 동물로 세렝게티 초원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는 동생인 트리그베의 도움을 받아 세렝게티 초원을 7년 동안 지배했다. 그러나 이들 형제를 더 젊은 사자들이 공격해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렝게티 보전 관리인 프레디 시리마는 방송에 “그들은 밥 주니어를 타도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사건은 보통 무리의 우두머리가 늙거나 때론 다른 수컷 사자들이 광대한 영역에 대한 그의 통제에 불만을 가질 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두 사자는 따로 당했거나 아니면 미리 짜여진 공격에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보전론자들은 밥 주니어가 항상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유명세를 누렸다고 말했다. 밥 주니어는 10살 정도로 그 아비 밥 말리의 이름을 본떠 이름이 붙여졌다. 밥 주니어는 지난 11일 공격을 받았을 때 싸움을 벌이지 않고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곳의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관리들은 조만간 밥 주니어를 위한 특별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
  • 원로 연극배우 권병길씨 77세로 타계, 사회운동에도 열심이었던

    원로 연극배우 권병길씨 77세로 타계, 사회운동에도 열심이었던

    경기 문화의전당 이사장을 맡기도 했던 원로 연극배우 권병길(본명 권병근)씨가 전날 밤 늦게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유족이 12일 전했다. 향년 77. 1946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8년 차범석 작 ‘불모지’에 출연하면서 극단 신협에 입단하고, 명동예술극장에서 ‘윤지경전’ 무대에 오른 뒤 극단 자유에 입단해 지금까지 몸담아 왔다. 2020년에 경기 문화의전당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그가 출연한 연극은 ‘거꾸로 사는 세상’, ‘따라지의 향연’, ‘돈키호테’, ‘바람 부는 대로 꽃은 피고’, ‘햄릿’, ‘대머리 여가수’, ‘별의 노래’ 등 130여편에 이르렀다. 드라마 ‘무풍지대’와 ‘해피투게더’, ‘보이스’ 등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영화는 장산곶매의 16㎜ 장편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 강우석 감독의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5)과 ‘돈의 맛’(2012),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등 30여 편에 출연했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시골 노의사 역할이었다. 작품들을 보면 알겠지만 진보 진영에, 통일과 사회운동에 열심이었다. 대한민국연극제 신인상,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연기상, 영희연극상, 최우수예술가상, 평론가가 뽑은 최우수 배우 등을 수상했다.일본 동경·나고야·오사카·히로시마·오키나와·삿포로·아사히카와, 프랑스 렌느 연극제·낭시 세계연극제·에피날·메츠·칼카존 세계연극제, 독일 본 샤우슈빌 극장, 스페인 시저스 연극제·바로셀로나 연극제·말라가 연극제, 튀니지 하마마트 연극제 등에서 공연했다. 1987년 전두환 정권 말기 4·13 호헌 조치에 반대하는 연극인 시국선언을 주도했다. 스크린쿼터폐지 반대운동에도 열심이었다. 박근혜 탄핵 촛불 시위와 최근 윤석열 정권 규탄 집회, 지난해 국립극단 자리에 민간자본으로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정부 방안에 반대하는 연극인들의 시위 등에 함께 했다. 지난 1일에는 검찰독재민생파탄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 추진위원회 주최로 종로 탑골공원에서 열린 대한국민 주권선언 선포식에 참여했고, 그 뒤 파주 임진각으로 향하는 ‘민족 통일을 염원하는 원탁회의’를 주창하고 걸어서 평화누리까지 향했는데, 이것이 고인의 마지막 발걸음이 되고 말았다. 고인은 지난해 ‘배우 권병길, 빛을 따라간 소년’을 펴내 격동의 시기를 건너온 연극배우의 꿈과 좌절, 기쁨, 한 극단의 집단 창조에 참여해 온 소중한 경험 등 생생한 이야기들을 글로 남겼다. 연극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인생 행로를 이렇게 분명히 정리하고 떠난 사람이 많지 않아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빈소는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14일 오전 7시, 장지는 양재동 서울추모공원이다.
  • 원조 ‘지젤’ 매력 뽐낸 파리오페라발레 “정말 행복했다”

    원조 ‘지젤’ 매력 뽐낸 파리오페라발레 “정말 행복했다”

    “공연이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준다는 느낌으로 호흡을 맞췄어요. 정말 행복했습니다.”(제르맹 루베) 전 세계 발레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지젤’의 알브레히트 역할을 맡은 제르맹은 그야말로 왕자님이 따로 없었다. 죽을힘을 다해 숨을 헐떡이며 동이 트기까지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은 알브레히트 그 자체였다. 182년 전 ‘지젤’을 처음 선보였던 파리오페라발레(POB)가 원조의 매력을 제대로 뽐내며 한국 관객들에게 봄날의 설렘을 전했다. 지난 8일부터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지젤’을 공연 중인 POB의 무대에선 세계 최정상 발레단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젤’은 1841년 6월 프랑스 파리 르펠르티에 극장에서 POB가 초연했다. 사랑스러운 시골 처녀 지젤과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의 사랑을 그렸다. 지젤은 알브레히트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과 배신감으로 죽음에 이른다. 숲속을 지나는 남자를 유혹해 죽을 때까지 춤추게 하는 영혼(윌리)이 되면서도 알브레히트를 끝까지 지키려는 지고지순한 지젤의 사랑이 애절한 작품이다. 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이 “‘지젤’은 프랑스 발레를 이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POB의 ‘지젤’은 수준이 남달랐다. 무용수들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화려한 몸짓으로 누구 하나 빠질 것 없는 작품을 완성했다. 많을 땐 무대 위에 50명이 넘는 무용수가 올라 공연을 더 풍성하게 했다. 무대 장치도 작품 속 세계를 그대로 구현해냈다 싶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9일 주연을 맡은 두 에투알(수석무용수) 미리암 울드-브라암과 제르맹은 수준 높은 연기력과 발레로 ‘지젤’이 어떤 작품인지 제대로 보여 줬다. 정상급 공연을 경험한 관객들은 무대를 향한 힘찬 박수로 화답하며 30년 만에 다시 찾아온 POB를 반겼다.이날 공연이 끝나고 POB는 두 주연과 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이 나와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했다. 관객들은 직접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오픈 채팅방을 통해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며 ‘지젤’이 준 여운을 함께 나눴다. 제르맹은 “‘지젤’은 어렸을 때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처음 본 공연”이라며 “12~13살 때 느꼈던 감정을 이번 연기에 대입해서 역할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미리암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발레로서 다리의 섬세한 무용을 보여 주려고 했다. 다리의 움직임을 어떻게 하면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중점을 두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함께 맞춘 호흡에 대해 연기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미리암은 “제르맹과 하면서 춤추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지젤이구나’ 생각했다. 제르맹과 함께 호흡을 맞춘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 말했다. 제르맹 역시 “미리암이 똑같이 느낀 게 놀랍다”면서 “우리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싶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고 자연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팬들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이들에게 평소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질문의 수준도 높았다. ‘발레가 가진 힘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호세 마르티네즈 감독은 “발레가 오래된 장르이긴 하지만 발레의 큰 목표는 감정을 구현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며 “해석이 각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공연마다 새로운 감정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에도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객들과 알찬 대화를 마친 이들은 감사인사를 전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제르맹은 “공연할 때 정말 만족했다”고 했고 미리암은 “관객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편안함을 느꼈고, 여기에서 공연해서 만족스럽고 좋았다. 감사하다”고 했다. 마르티네즈 감독은 “예술감독이 되고 이번이 처음 순회공연이라 감회가 새롭다”면서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에 대해 뿌듯하고 자부심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고, 거기에 관객들이 호응을 잘해줘서 여러분께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 그리스 노예의 성공담, 우화같은 죽음…거지꼴을 한 철학자 이솝[으른들의 미술사]

    그리스 노예의 성공담, 우화같은 죽음…거지꼴을 한 철학자 이솝[으른들의 미술사]

    한 남자가 한 손엔 책을, 한 손은 옷에 찔러 넣은 채 정면을 무심히 바라본다. 헝클어진 머리, 주름진 얼굴, 아무렇게나 막 입은 옷으로 볼 때 그는 세상의 가치를 초월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이름은 화면 오른편 상단에 적혀 있는 대로 아이소포스(Aesopus·BC 620~BC560)다. 아이소포스는 고대 그리스 기원전 6세기 사람으로 소크라테스보다도 한 세기 먼저 태어난 사람이다. 많이 들어본 이름 같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다. 그는 이솝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우화 작가다.  ‘이솝 우화’ 작가의 삶을 함축한 벨라스케스의 작품 <이솝>  우화(寓話)란 동물을 주인공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글이다.  언뜻 생각나는 이솝 우화만 해도 개미와 베짱이, 시골 쥐와 서울 쥐, 여우와 포도 등 신랄하고 재치 번뜩이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동물에 빗댄 이솝 우화는 인간 사회를 통찰하는 이솝의 철학적 직관과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이솝의 초기 삶은 우아한 철학자의 삶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는 노예의 아들로 태어나 노예의 삶을 살았다. 그에 대한 기록은 별로 없어도 그의 외모에 대한 기록은 하나같이 그가 추남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솝은 낮은 이마, 들창코에 튀어나온 입,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해 오늘날 미의 기준으로 보면 잘생겼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솝의 스토리텔링 솜씨와 재치, 지혜는 주변의 많은 노예들로부터 인기가 있었다. 그의 재주는 주인에게까지 알려져 대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솝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웃 나라에까지 알려졌다. 사모스 철학자 크잔토스가 이솝의 능력을 눈여겨 보고 그를 곁에 두고자 했다. 크잔토스의 도움으로 이솝은 노예 신분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솝의 능력은 최고 통치자에게도 알려져 통치자 곁에서 국사를 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느 그리스 노예의 성공담이다.  입담 넘치는 노예에서 국사를 논하던 철학자  그러나 이솝의 죽음은 너무 어이없었고 죽음 자체가 우화였다. 이솝이 출세하면 할수록 이를 배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날 이솝이 델피로 길을 떠나자 시기심에 눈이 먼 사내들이 이솝의 길을 막아섰다. 노예 주제에 어디를 감히 돌아 다니느냐, 어디 감히 국정을 논하느냐 등 지금까지 이솝이 해왔던 모든 일들이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들의 시기, 모함은 끝이 없었다. 델포이 사람들은 이솝의 짐에 잔을 미리 숨겨 이솝을 도둑이라 몰아세웠다. 이 절도 때문에 이솝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여기서 그친 게 아니라 이솝을 절벽에서 떨어뜨려 사형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렇게 이솝은 허무하게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얼마 후 현자를 살해한 델포이에 전염병이 돌았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솝을 살해한 델포이는 이솝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똑같은 결말을 맞았다.  이제 벨라스케스(1599~1660)가 그린 <이솝>을 자세히 보자. 이솝이 입은 걸인의 옷은 바로 노예의 삶을 상징하며 한 손에 든 책은 이솝 우화로 그의 업적을 상징한다. 왼편의 물통은 이솝을 해방시켜준 크산토스와 나눈 지혜의 샘을 의미한다.  오른편에 있는 물건은 델포이 사람들이 잔을 숨긴 이솝의 짐으로 그의 죽음을 상징한다. 벨라스케스는 모델에게 실제로 거지가 입는 옷과 신발을 신겨 사실성을 더했다.  이는 철학과 배고픔을 동일하다고 본 바로크식 관념을 보여준 것이다. 거지꼴을 하고 남루한 옷을 입었어도 철학자 이솝의 태도는 당당하다.  벨라스케스의 시선에서 본 고귀한 존재들  17세기는 다들 먹고살기 바쁠 때라 인권, 기본권과 같은 인간의 권리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배려와 보살핌은 기대할 수 없던 시기였다. 그러나 벨라스케스가 그린 거지, 난장이, 광대들을 보면 사회적 편견과 달리 인간의 품격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사실 궁정에 사는 광대와 난장이들은 말 그대로 왕실의 장난감이었다.  태엽을 감거나 건전지를 갈아 끼울 필요가 없는 살아있는 장난감으로서 이들은 왕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는 서글픈 존재들이었다. 현실에서도 서글픈 존재들이 있다. 바로 노인들이다. 벨라스케스 작품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하나같이 쓸모를 다한 잉여 존재들이 아니라 지혜를 갖춘 인물들로 등장한다. 벨라스케스의 시선으로 보면 이들은 고귀한 존재들이다. 벨라스케스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현자 앞에 마음이 못난 사내들이 길을 막아섰을 때 이솝이 느낀 감정을 표현했다. 철학자가 느낀 이 감정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 이솝의 달관한 듯한 표정에서 할 말은 많은데 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가 읽힌다. 2500여 년 전 이솝에게서, 400여 년 전 벨라스케스에게서 으른들의 품격이 느껴진다.
  • “주머니에 11000원뿐”…전세 사기당한 고시원 모녀, 이웃들은 외면하지 않았다

    “주머니에 11000원뿐”…전세 사기당한 고시원 모녀, 이웃들은 외면하지 않았다

    “얼마 전 전세 사기를 당했습니다. 가까운 가족이란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던 현금까지 전부 잃었습니다. 가진 게 당장 없으니 딸을 데리고 한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며 살고 있습니다. 고시원 비용과 아이 고등학교 입학준비를 하고 나니 주머니에 단돈 11000원 남네요.” 사기를 당해 한 평 남짓 고시원에서 고등학생 딸과 사는 엄마가 온라인 맘카페에 올린 글이다.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도 받지 못한 채 홀로 힘들게 아이를 키워 온 엄마는 최근 전세 사기를 당해 돈을 전부 잃었다. 시골에서 은둔생활을 하다가 딸의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수원으로 돌아온 모녀는 집을 구할 수 없어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엄마는 지역 맘 카페에 생활고를 알렸는데, 이들의 사연에 이웃들이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난 8일 JTBC에 따르면 40대 남모씨와 그의 17세 딸은 침대 하나와 책상 하나를 놓으면 움직일 공간조차 없는 고시원에서 석달째 살고 있다. 11년 전 남편과 이혼해 홀로 딸을 키운 남씨는 전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해 월 100만원이 안 되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했다. 남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해봤지만, 신장병 때문에 이마저도 포기했다. 결국 남씨는 ‘엄마니까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수원 지역 맘카페에 사연을 털어놨다.해당 글에서 남씨는 “며칠을 고민하다 겨우 싸게 팔아달라는 글을 올렸다”면서 “많이 부끄러웠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제가 받는 상처는 괜찮지만, 자식은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계속 뭐가 먹고 싶다고 말하는 딸을 보니 제 창자에서부터 밀려 올라오는 이질감과 부끄러움, 울컥함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남씨는 “지금 먹는 게 고시원에서 제공되는 쌀밥과 김치, 단무지, 콩자반, 무말랭이가 전부”라면서 “그렇게 지속적으로 먹고 있다. 그나마 밥이 있으면 먹는데 없으면 못 먹는다”고 털어놨다. 이웃들은 남씨의 글을 외면하지 않았다. 해당 글에 도움을 주겠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남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위로와 응원들이 쏟아졌다. 밥주걱, 프라이팬, 생리대, 아이 스타킹 등”이라면서 “이웃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고맙고 미안하고 꿈 같았다. 살면서 누군가한테 이렇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못 받고 살았다”고 전했다. 도움 준 이웃들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인계동에 사는 정은숙씨는 JTBC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이잖아요. 조그만 힘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남씨 딸은 “도와주신 거 꼭 잊지 않고 세상에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 도시숲 침엽·활엽수 섞여야 공기 오염물질 정화 효과적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도시숲 침엽·활엽수 섞여야 공기 오염물질 정화 효과적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3월이 되자마자 ‘언제 추웠나’ 싶을 정도로 낮 기온이 쑥 올라갔습니다. 물론 완전한 봄이 되기 전까지는 몇 차례 꽃샘추위가 더 찾아올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최근 2~3년 동안은 좀 괜찮았지만 매년 봄 한반도는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습니다. 교통량이 많은 도시는 더 심합니다. 날이 더워지면 도시는 시골보다 평균 기온이 더 높아지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는 도시 숲 조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도시에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고 폭염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도시 숲을 조성하는 것이 좋을까요. 스웨덴 예테보리대, 예테보리 수목원, 예테보리 생명다양성연구센터, 룬드대 산업·환경의학부, 스웨디시 농업과학대, 영국 옥스퍼드대 공동 연구팀은 도시 숲은 침엽수와 활엽수가 골고루 섞인 혼효림으로 조성하는 것이 좋다고 8일 밝혔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생태 지표학’ 3월 6일자에 실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침엽수는 공기 정화에 효과적이고 활엽수는 입자가 큰 오염물질을 더 효과적으로 걸러낸다고 합니다. 이에 연구팀은 예테보리 수목원에 있는 11종의 나뭇잎에서 흡착된 오염물질의 종류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나뭇잎들에는 32종의 서로 다른 오염물질이 붙어 있었고 입자 크기도 다양했습니다. 활엽수는 자동차의 불완전 연소 때 배출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를 빨아들여 제거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덜하지만 대기 정체로 오염이 심해지는 겨울철에 도시의 공기 청정기 역할을 확실히 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도시 숲이 조성되는 장소나 규모에 따라 똑같은 나무라도 공기 정화 효과가 달라지는 만큼 나무 종류는 물론 크기까지 고려한 조경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미국 콜로라도 덴버대,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대), 국제 환경단체 네이처 컨서번시 등 26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덥고 건조한 날씨는 산불 발생 후 숲 재생 속도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3월 6일자에 발표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곳곳에서 큰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산불을 진화한 뒤 조림 사업이 이어지지만 이전보다 숲 조성 속도가 더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전 세계 1만 곳 이상의 삼림을 대상으로 산불이 난 다음 심어진 8개 주요 침엽수 종의 성장 속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건조한 환경은 묘목을 말라 죽게 만들거나 성장 속도를 늦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1981~2000년에는 연구 대상 지역의 95% 이상이 산불 이후에도 삼림 재생에 적합했지만 현재와 같은 속도로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에는 2050년이 되면 산불 직후 삼림 재생이 가능한 지역은 4분의3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숲이 기후변화로 인해 잦아진 산불로 빠르게 훼손되고 되살리기는 어려워져 이전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해졌다는 말입니다. 더이상 기후변화를 갖고 한가하게 탁상공론할 때가 아닙니다. 당장 편해지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마저 미뤘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 30년 만에 온 원조 ‘지젤’… 낭만발레와 맞는 봄

    30년 만에 온 원조 ‘지젤’… 낭만발레와 맞는 봄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원조만의 맛과 멋이 있다. 30년 원조만 해도 간판이 으리으리한데 무려 182년이나 됐다. 전 세계 수많은 발레단과 발레 팬들이 사랑하는 ‘지젤’의 원조 파리오페라발레(POB) 이야기다. POB가 낭만 발레의 정수 ‘지젤’을 들고 3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지난 3~4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먼저 선보였고 8~1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총 5회에 걸쳐 공연한다. 7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호세 마르티네즈 예술감독은 “다른 발레단의 ‘지젤’은 상당히 자유로운 재해석도 많은 걸로 아는데 우리 ‘지젤’은 최대한 오리지널에 충실하게 재해석한 작품”이라면서 “‘지젤’은 프랑스 발레를 이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해외 공연을 통해 프랑스 발레의 전통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즈는 30년 전 POB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지젤’을 공연했을 땐 무용수로서 무대에 오른 터라 이번 공연의 의미가 더 특별하다. 1841년 6월 프랑스 파리 르펠르티에 극장에서 POB가 초연한 ‘지젤’은 지금까지도 발레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고전으로 꼽힌다. 사랑스러운 시골 처녀 지젤은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과 배신감으로 죽음에 이른다. 숲속을 지나는 남자를 유혹해 죽을 때까지 춤추게 하는 영혼(윌리)이 되면서도 알브레히트를 끝까지 지키려는 지고지순한 지젤의 사랑이 애절한 작품이다. POB의 ‘지젤’은 파트리스 바르와 외젠 폴리아코프가 1991년 재안무한 버전으로, 파리 공연에 최대한 가깝게 구현하기 위해 무용수 70명 포함 총 120명이 한국을 찾았다. 주인공인 지젤의 춤은 무용수들이 테크닉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최고의 발레리나라면 필수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꼽히는 이유는 서정적이고 섬세한 안무에 고난도 연기력까지 필요해 도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POB의 최고 등급 무용수 ‘에투알’인 도로테 질베르는 “‘지젤’은 다리 움직임이나 기술적인 움직임이 중요하고 2막 같은 경우 점프한 다음에 착지하는 테크닉의 난도가 상당히 높다”면서 “각 무용수가 가진 기술적인 성숙도가 드러나다 보니 각자의 지젤이 다 다르다. 훌륭한 무용수들이 ‘지젤’을 췄는데도 지금까지 공연이 계속되는 이유”라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에 POB의 첫 한국인 ‘에투알’인 박세은은 출산으로 불참하지만 세 번째 등급인 ‘쉬제’ 강호현이 군무에 참여한다. 강호현은 “실감이 잘 안 날 때도 많지만 영광”이라며 “다음엔 박세은과 또 다른 단원인 윤서후가 함께 한국 투어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선 백인이 아닌 알브레히트도 등장한다. 2018년 POB에 입단해 쉬제에 오르며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기욤 디옵은 이날 “왕자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역할”이라며 “극적인 순간마다 어떻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에둘러 드러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