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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일 개봉 ‘맨 인 블랙2’ 그때 그 외계인 지구로 돌아오다

    검은 옷을 입은 비밀요원들이 지구를 침략하려는 외계인들을 소탕한다는 다소 황당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지난 97년 전 세계에서 6억달러를 벌어들인 영화 ‘맨 인 블랙’.그 후속편인 ‘맨 인 블랙2’(Men In BlackⅡ·12일 개봉)가 새로 단장한 채 관객들을 찾아온다.지난 97년 7월 첫 편이 개봉된 이후 꼭 5년만이다. ‘내 이웃이 외계인이라면?’이라는 단순한 상상 속에서 출발한 영화의 줄거리는 여전히 간단명료하다. 그러나 감독의 유머와 재치는 전편보다 훨씬 앞서 5년동안의 기다림이 무색하지 않아 보인다. 25년전 MIB(Men In Black) 요원인 케이(토미 리 존스)에게 속아 은하계의 보물인 ‘자르다의 빛’을 빼앗긴 외계인 셀리나(라라 플린 보일)는 그것을 되찾기 위해 지구로 돌아와 MIB 아지트를 장악한다.그러나 케이는 MIB에서 근무했던 기억이 제거된 채 시골마을에서 평범한 우체국장으로 살아가고 있다.1편에서 케이의 파트너였던 제이(윌 스미스)는 케이를 찾아가 그의 기억을 소생시킨 뒤 ‘자르다의 빛’을 지구 밖으로 빼돌릴 계획을 세운다.영화는 전편이 그랬듯이 뛰어난 특수효과와 CG(컴퓨터 그래픽)로 특이한 외계인을 만들어 볼거리를 제공한다.머리가 두개 달렸거나,문어처럼 얼굴에 다리를 달고 있거나,새의 머리를 하고 있는 다양한 외계인들만으로도 영화보는 것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이다. 또 ‘B급 코미디’를 닮은 유머를 덧입혀 보는 이를 유쾌하게 만든다.굉음을 내며 지구에 착륙한 우주선이 겨우 콜라캔만하고,속옷 모델의 모습으로 변한 셀리나는 인간을 삼킨 뒤 배불뚝이가 된다.‘자르다의 빛’의 행방을 알려 주는 단서가 되는 사진은 사진 속의 인물이 손가락으로 직접 열쇠를 가리키고 있는 모양으로 벽에 걸려 있어 관객을 요절복통하게 만든다.지하철 사물함 속에서 케이의 야광시계를 신이 내린 빛으로 믿고 살아가는 외계인들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다. 그러나 ‘맨 인 블랙’을 그럴 듯한 CG와 코믹한 이야기로 비벼진 SF영화로만 보는 것은 곤란하다.영화에는 인간의 ‘절대고독’을 담은 장면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제이가 외계인끼리의 살생장면을 목격한 파트너 로라의 기억을 지우려 하자,로라는 “기억을 지워도 괜찮지만 당신은 외롭겠군요.”라고말한다. 멋지게 보이기 위해 MIB요원이 됐다는 파트너의 기억을 지우면서 제이는 “MIB는 고독한 직업”이라고 우울하게 말한다. 인간인 척 하며 살아가는 외계인들이나,스스로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MIB요원들의 이야기는 타인과 융화하지 못한 채 ‘세상에서 오직 하나’인 것같은 고독감을 느끼는 현대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또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간이 우주에서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전편 ‘맨 인 블랙’과는 다르게 다가선다. 이송하기자 songha@
  • 문화광장/연극

    ◇2002 첫사랑= 8월25일까지 평일 오후6시,토·일요일 오후3·6시(월요일은쉼) 소극장 아리랑(02)741-5332.방은미 작·연출.기숙학교 학생들의 꿈과 가치관을 첫사랑의 경험으로 풀어낸 청소년을 위한 연극.극단 아리랑. ◇찬란한 슬픔= 5∼14일 평일 오후7시30분,금·토요일 오후4시30분·7시30분(첫날 낮 쉼) 학전블루 소극장(02)766-1482.노경식 작,박용기 연출.80년 5월광주를 통과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을 통해 역사의 양면성을 고찰.극단 고향. ◇허망허망= 8일 오후7시30분 9·10일 오후4시30분·7시30분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031)828-5841.고선웅 작,류근혜 연출.순수했던 전쟁영웅이 권력욕에 빠져 스스로 자멸하는 과정을 그림.극단 로얄시어터.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21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일요일 오후4시30분·7시30분(월요일 쉼) 소극장 리듬공간(02)392-6890.김현묵 작·연출.시계 수리공의 생활을 따라가며 엿보는 느림과 빠름의 세상.김성구 마임극단. ◇춤추는 여자= 8월4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일요일 오후4시30분·7시30분(월요일 쉼) 동숭무대 소극장(02)941-7042.최진아 작,김학선 연출.절망에빠진 30대 여성이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희망을 찾아감.‘철도원’의 작가아사다 지로의 ‘수국꽃 정사’를 모티브로 삼음.극단 동숭무대. ◇사랑을 먹고사는 나무= 21일까지 평일 오전11시 오후2시30분·4시,토·일요일 낮12시 오후2·4시(월요일 쉼) 인켈아트홀(02)734-4908.소재익 작,방지영 연출.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나무를 통해 잊혀져가는 소중한 것을 되돌아보게 하는 어린이극. ◇개그맨과 수상= 8월11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요일 오후4시30분·7시30분,일요일 오후4시30분(월요일 쉼) 정보소극장(02)762-0810.김재엽 작,박광정 연출.상관없는 듯 보이면서도 공인이라는 공통된 분모로 연결돼 있는 정치계와 연예계의 모습을 밝고 경쾌하게 풍자.극단 파크. ◇하얀자화상= 28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요일 오후4·7시30분,일요일 오후4시 마로니에극장(02)744-0686.손현미 작,정현 연출.시골 작은 마을에서바보라고 놀림 받지만 순수를 간직하고 살아온 여자의 눈으로 본세상.극단민예. ◇김시라의 품바= 14일까지 화·수·목요일 오후7시30분,금·토요일 오후4·7시,일요일 오후4시(월요일 쉼) 강강술래극장(02)3674-0110.김시라 작·연출.식민지 시대부터 자유당 말기까지 살다간 각설이패 대장의 일대기.극단 가가의회.
  • [굄돌] 삶보다 더 소중한 것

    완행열차에서 내린 충청도 어느 소읍.시골은 어디나 버스가 뜸합니다.바닷마을까지 삼십릿길이 안타깝게도 포장되어 있습니다.포장도로는 자동차와 같은 기계의 길일 뿐,사람의 길이 아닙니다.오래 걸어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포장도로가 비포장 흙길보다 걷는 데 얼마나 더 힘 드는지를.우리들의 발바닥 구조부터가 그렇지요.발은 본래부터 비포장용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얼핏보면 편리해보이지만,우리 몸뚱아리가 그 기계적인 편리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몸속 곳곳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한쪽이 편리해지면 어느 한쪽은 불편해지는 것이 우주의 법칙입니다. 길 위에서 몸뚱아리가 짓뭉개진 지렁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길을 건너다가 자동차에 치인 것입니다.기계의 길이 반생명의 길이라는 걸 미쳐 몰랐던 지렁이입니다.하반신은 도로에 눌러붙어 있고,상반신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살아남은 반신의 지렁이를 구해 길가 풀섶으로 옮겨주었습니다.몸이 토막나도 다시 살아날 수 있게 한 조물주의 은혜에감사하면서-. 그런데,이 무더운 여름날,지렁이는 무슨 일이 있어서 시원한 땅속을 두고 밖으로 나왔을까,그리고 어디로 가는 걸음이었을까.그렇습니다.목숨을 걸고라도 가야할 곳이 그에게 있었을 것입니다.그렇다면 죽어서라도 가야할 것입니다.잘 가거라,친구여.길가 농협 창고 처마 아래 멧비둘기 한 마리가 죽어누워있습니다.몇 날을 저렇게 누워 있었을까요.그렇게 가볍고 날렵하던 두날개도 지상에 뉘고보니 저토록 무겁습니다.살아있는 동안,애욕의 살덩어리가 얼마나 짐스러웠을까를 생각했습니다.모든 애욕을 버린 채 누워 있는 모습이 참으로 평온해보입니다. 몇 마리의 이름 모를 곤충들이 모여 그의 시신을 열심히 염습(殮拾)해주고 있습니다.그 위로 낙엽이 수의(壽衣)가 되어 떨어져 덮힙니다.그런데,멧비둘기는 육신을 벗어놓고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갔을까요.이승을 돌아도 보지 않고 아주 미련 없이-.그렇습니다.그에겐 생사(生死)가 없는 영락(永樂)이 어디엔가 있었을 것입니다.삶보다 더 아름답고 오래토록 즐거운 곳이 있었을것입니다.다만 그것이죽음 뒤에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 그래,잘 가거라.친구여.나도 언젠가는 그리로 가게 될걸세. 김재일 (두레생명문화硏 대표)
  • 탈북자 2인 남한 적응기

    전혀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은 통일을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시사해 준다.북한이탈주민후원회의 소개로 탈북자 김모(40)씨와 정모(42)씨의 고충을 들어봤다. ◇김씨=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일하다 러시아 화물선에 몸을 싣고 남한으로 귀순했다.새롭게 시작한 한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잠을 자고 일어나 접하는 뉴스는 북한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하던 정치인 비리,강도·사기사건 등으로 가득했다.과연 이 사회가 내가 적응하며 살아 갈 수 있는 사회인지 불안했다. 지금은 언론의 자유,국민의 알 권리등에 대한 개념이 생겨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그러나 탈북자들이 뉴스거리가 되는 것은 정말 싫다. 학교를 다니며 병행하던 직장생활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북한과 전혀 다른 회사체계,인간생활,상하관계 등….업무는 큰 문제가 안됐지만 동료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나를 화제로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북한문제가 언론에 나오기라도 하면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는다.처음에는 잘 대답해 주었지만 그것도 오래 지속되니 짜증이 나고 나중에는 “내가 북한 전문가인가? 내가 아는 것도 당신과 똑같다.”라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기도 한다.이제 가정도 있고,귀순 당시처럼 외로움은 없다. 그러나 북한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적응을 못하고 혼자 왔다는 죄책감으로 방황하고 있다. ◇정씨= 지난 95년 남한에 첫발을 내디딘 후 지금까지 온 몸으로 체험하며 배운 것 가운데 가장 절실한 것은,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뒤따르며 인생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그리고 사회주의 평등의식은 능력위주의 냉정한 남한사회에서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나원에서 나온 뒤 6개월간 영세업체에서 월 60만원을 받으며 일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와 처지가 비슷한 친구가 대기업에 취업하여 봉급을 100만원 이상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사회주의 평등의식에 길들여져 있던 나는 이상한 허탈감을 느꼈다. 다니던 직장을 오기로 그만두고 화장품과 건강식품 외판원으로 나섰다.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남한사람들의 탈북자에대한 편견이다. 어느 시골 읍사무소에서 화장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내 말투를 이상하게 여긴 사무실 사람들은 귀순자인지를 묻더니 이후로는 상품보다 북한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만을 보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결국 외판원을 그만두고 말았다. 그후 열심히 노력한 끝에 정부투자기업에 취업한 후에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 문화광장/연극

    ◇ 사랑을 먹고사는 나무= 7월21일까지 평일 오전11시 오후2시30분·4시 토일 낮12시 오후2시·4시(월 쉼) 인켈아트홀(02)734-4908,소재익 작,방지영 연출,아낌없이사랑을 주는 나무를 통해 잊혀져가는 소중한 것을 되돌아 보게 하는 어린이극. ◇ 개그맨과 수상= 8월11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 토 오후4시30분·7시30분 일 오후4시30분(월 쉼) 정보소극장(02)762-0810,김재엽 작,박광정 연출,상관없는 듯 보이면서도 공인이라는 공통된 분모로 연결돼 있는 정치계와 연예계의 모습을 경쾌하게 풍자.극단 파크.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7월6∼17일 평일 오후7시30분 토일 오후4시30분·7시30분(첫날 낮 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02)762-0010,테네시 윌리엄스 작,연출가 권오일의 연극인생 40주년 기념 무대.문명이라는 속박과 본능적인 욕구의 틈새에 비틀린 현대인.극단 星座. ◇ 하얀 자화상= 28일∼7월28일 평일 오후7시30분 토 오후4시·7시30분 일 오후4시마로니에 극장(02)744-0686,손현미 작,정현 연출,시골 작은 마을에서 바보라고 놀림 받지만 순수하게 살아온 여자의 눈으로 본 세상.극단 민예. ◇ 혜화동 파출소2= 7월4∼28일 오후4시30분·7시30분(월 쉼) 창조 콘서트홀(02)744-8617,김은숙 작,윤영선 연출,죽은 자를 재판하는 파출소의 풍경을 통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돌아봄.극단 얼. ◇ 별이 쏟아지다= 7월7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 토일 오후6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02)762-0810,김낙형 작·연출,외양을 중시하는 현실에서 꿈이 좌절되는 한 여자와 교실에서 소외당하는 학생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 지적.두개의 단막극을 묶은 작품.극단 竹竹. ◇ 정글이야기= 29·30일 오후4시 미추산방 흰돌극장(031)879-3100,러디어드 키플링 작,정호붕 연출,‘정글북’을 각색.늑대소년 모글리가 살아가는 정글을 정치와 집단성이 지배하는 세계로 그려 인간세계를 우화적으로 꼬집음.극단 미추. ◇ 강택구= 7월10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 토 오후4시·7시30분 일 오후3시·6시(월 쉼) 바탕골 소극장(02)744-8025,전훈 작,김노운 연출,전쟁을 겪지않은 전후세대의 눈으로 보는 이산가족의 문제.극단 애플씨어터. ◇ 김시라의 품바= 7월14일까지 화수목 오후7시30분 금토 오후4시·7시 일 오후4시(월 쉼) 강강술래극장(02)3674-0110,김시라 작·연출,식민지 시대부터 자유당 말기까지 살다 간 각설이패 대장의 일대기.극단 가가의회. ◇ 고도를 기다리며= 7월28일까지 화수목 오후7시30분 금토 오후4시·7시30분 일 오후3시 산울림 소극장(02)334-5915,사뮤엘 베케트 작,임영웅 연출,부조리극의 효시.33년째 공연을 이어오는 극단 산울림의 대표작.
  • 당선자들 “방문객이 두렵다”

    6·1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린 가운데 선거 후 으레 나타나는 ‘논공행상’ 바람이또다시 불고 있다. 2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모 구청장 당선자는 요즘 ‘예상돼온’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선거운동에 깊이 관여한 사람들마다 자신의 공을 내세우며 은근히또는 노골적으로 ‘자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선거 막판 조직표 동원을 위해 향우회·친목회 등 각종 단체 관계자들을 캠프에 합류시킨 것이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무거운 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현 구청장 후보를 큰 표차로 물리친 당선자 A씨는 요즘 찾아오는 사람들이 겁난다.최근 상가번영회 임원진 10여명이 찾아와 “상인들이 단합해 몰표를 준 만큼 약속대로 구청장에 취임하는 즉시 상가에 공영주차장을 설치하고 환경개선사업에 착수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하지만 구청 간부에게 문의한 결과 예산 편성이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취임 초기부터 선심 공방에 시달릴 우려가 있어 확답을 미룬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다른 단체장 당선자 B씨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증도 받지 않은 채 잠적했다.주위에는 “선거운동 기간 중 건강에 무리가 생겨 당분간 시골에 가 쉬겠다.”고 말했지만 선거공로자들의 자리 요구를 모면하기 위한 방책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전남 목포시에서는 선거에서 남다른 공을 세운 시청 모직원이 당선자에게 주요 보직을 요구하는가 하면 공무원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꼬리를 물자,이를 비난하면서 신임 시장 집에 몰리는 공무원들의 발걸음도 비꼬는 글이 시청 홈페이지에 올랐다.그러자 전태홍 목포시장 당선자는 비밀스러운 업무보고를 빙자하는 등 어떤 이유로도 자택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지 말도록 공무원들에게 ‘금족령’을 내렸다. 박태영 전남지사 당선자는 선거에 도움을 준 인사가 정무부지사에 기용된다는 소문이 일자 한 방송프로에 출연,“인사와 관련된 아무런 구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당선자들이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자리 요구에 고민하는 것은 논공행상용으로 줄 수 있는 공직이 생각과는달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물론 이를 헤아리지 않고 선거기간 중 급한 마음에 자리 약속을 남발한 것은 후보들의 ‘원죄’다. 인천시의 경우 단체장이 임의로 임명할 수 있는 보직은 산하기관과 투자기관까지포함하더라도 40여개 정도.그나마 현 보직자의 임기문제 등 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자리는 더 적다.전임 단체장은 취임 초기 비서실장마저도 자신의 측근을 기용하지 못했다.설사 선거공로자에게 마련해줄 자리가 있다 해도 자질 검증이 되지 않은 이들을 기용하면 이권 개입이나 인사 전횡 등의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어 논공행상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은 “당선자들이 논공행상 요구에 시달리는 것은 스스로 만든 업보”라면서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 어울리지 않는 감투를 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정리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장미희 5년만에 스크린 나들이

    장미희(사진·45)명지대 연극영상학과 교수가 5년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현재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영상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하는 장교수는 이민용 감독의 축구 영화 ‘보리울의 여름’(강제규필름)에서 고지식하고 깐깐한 원장 수녀로 등장,축구선수 출신 신부 역의 차인표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 장교수는 지난 98년 ‘육남매’,2000년 ‘엄마야 누나야’등 TV 드라마에는 간간이 얼굴을 내밀었으나 영화 출연은 97년 ‘아버지’이후 처음이다.‘보리울의 여름’은 새달 15일 경남 김해의 시골마을에서 촬영에 들어가 11월쯤 개봉할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purple@
  • [일본에선] “피부색 다르지만 어엿한 日대표”

    ■브라질 출신 산토스 [도쿄 간노 도모코 객원기자] 등 번호 14.월드컵 일본 대표팀 23명의 전사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곱슬머리에 갈색 피부의 소유자.“일본 사람이 아니잖아?” 아니 그는 일본인이다.브라질에서 귀화했을 뿐.일본 대표팀 미드 필더 산토스 아레산드로(24·J리그 시미즈 소속). “일본인이 되어 정말 좋았다.”그가 산토스(三都主)라는 일본 이름을 갖고 일본인으로 새 인생을 출발한 것은 지난 해 11월.일본 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 극구 반대하는 부모를 이틀동안 설득해 국적을 바꾸었다. 그가 일본 땅을 밟은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던 1993년 여름 16살 때였다.고치(高知)현 메이토쿠(明德) 고교 축구부 감독이던 기타무라 야스오(北村保夫)가 브라질 시골의 한 공터에서 공을 차던 그를 발굴했다. J리그의 외국인 선수는 발족 당시의 5배를 넘는 260여명.프로야구의 59명에 비하면 외국 선수층이 두껍다.이 가운데 브라질 선수가 절반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귀화한 선수는 라모스 루이 등 7명. 자이토쿠 겐지(財德健治) 도쿄신문운동부장은 “국가대표는 브라질 선수에게 엄청난 명예”라면서 “어느 나라의 대표가 되든 그 가치는 같다.”고 말했다. 브라질 출신으로는 산토스 이전에 로페스 와그나가 일본 대표팀에 들어가려고 귀화를 택했다. 축구계에서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귀화'이지만 다른 스포츠,특히 재일동포의 경우 문제가 전혀 달라진다. 하리모토 이사오(張本勳·한국명 장훈·張勳)는 통산 3085안타로 1990년 야구의 전당에 들어간 일본 프로 야구계의 거물.그는 일본인들로부터 야유를 받아가면서도 귀화하지 않았다.지금도 재일 한국인 2세 야구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이름을 유지하며 선수생활을 하는 선수도 있다.요미우리 자이언츠2군인 재일 한국인 3세 이경일(李景一·20) 포수이다. 한 민단 관계자의 말.“재일 동포도 4대째로 내려오면 귀화를 간단히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다.한국명을 일본식 읽기로 해달라는 지금까지 없었던 문의가 자주 온다.” 다시 산토스 얘기.그의 은사 기타무라는 “고민을 거듭했던 산토스가 귀화한 것은 대표 선수가 되고 싶었던 탓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일본인 여자 친구의 존재도 있다.”면서 “비밀이지만 결혼할 것”이라고 귀띔한다. 산토스는 1차 리그 첫 경기인 벨기에전(4일) 후반에 기용된 이후 나머지 두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다.18일 8강 진출을 가름할 일본-터키전에 그가 그라운드에 나서는지 한국의 시청자들도 한번 눈여겨 볼만 하다. marry01@
  • 비포 나잇 폴스, 억압 동성애작가의 자유 갈망…

    어느 사회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동성애는 금기시된다.공산주의 사회라면 상황은 더 어렵다.‘비포 나잇 폴스’(Before Night Falls·21일 개봉)는 쿠바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통과한 동성애 작가의 삶을 통해 욕망에 대한 권력의 억압과 자유에의 갈망을 그린 작품이다. 쿠바 오리엔테 지방에서 태어난 레이날도 아레나스.외딴 시골에서 대자연의 감성과 자유를 만끽하지만,시적 재능이 있다는 학교 교사의 말에 벌컥 화를 내는 아버지를 둔,가난하고 무지한 가정에서 자란다.10대에 무작정 집을 떠나 카스트로 반군에 가담한 그는 스무살 때 아바나 대학에 입학,문학적 재능을 키워나간다.동성애자로서 정체성에 눈을 뜬 뒤 그의 삶에는 격풍이 찾아온다. 60년대 동성애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탄압을 벌이는 카스트로 정권.영화는 인간의 사적인 욕망인 동성애가 정치권력과 맞물리는 지점을 포착한다.아레나스와 친구들은 정부의 탄압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더욱 성의 향연을 벌인다.그들에게 동성애란,가장 내밀한 감정을 억압하는 권력에 대한 저항의상징이다.그들의 처절한 몸짓에는 어느 정치범 못지 않은 울림이 있다. 천재적인 문학적 재능과 남과 다른 감수성을 가졌기에 먼 인생여정을 힘겹게 걸어가야 한 아레나스.미국으로 망명을 선택하지만,자신의 꿈이 시작된 곳과 멀리 떨어진 이국 땅에서 ‘존재하지 않는 자’로 낙인찍힌 채 살아가는 삶이 행복할 리 없다.결국 에이즈에 걸리고 외롭게 죽음을 맞는다. 이 비극적인 작가의 행로를 좇아간다고 해서 영화의 색채가 어둡고 우울한 것은 아니다.‘바스키아’를 만든 화가 출신의 감독 줄리앙 슈나벨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영화에 풍성한 질감을 덧입힌다.영화는 아레나스의 시각에서 전개된다.그가 클럽에 갔을 때 연인 페페 말라스가 다른 여인과 춤을 추자,흥겹던 쿠바음악 대신 루 리드의 몽환적인 음악이 흐르고 대사없이 천천히 화면이 전개되면서 아레나스의 심리를 그려낸다. 배우들의 감칠 맛 나는 연기도 일품.아레나스 역의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은 순수한 욕망에서 공포 속 절망까지 다양한 표정을 연기한다.동성애자들의 연인인봉봉과 아레나스를 거칠게 심문하는 군인 빅터로 1인2역을 소화해 낸 조니 뎁,혁명에 참여하려는 아레나스를 마차에 태워주는 농부로 잠시 얼굴을 내미는 숀 펜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하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것은 이 영화가 철저히 서구인의 시각에서 그려져서일까.체 게바라의 휘장을 뒤로 하고 쿠바를 떠나는 망명인들,무자비한 폭행을 일삼는 군인들의 모습에서 공산주의는 절대악으로 묘사된다.‘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빔 벤더스가 소유에 대한 욕심이 없으면서도 미국에 대한 갈망을 가진 이중적인 쿠바인의 모습을 잡아냈다면,이 영화가 쿠바를 바라보는 시선은 단면적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고 스페인 배우가 주연을 맡았음에도,지난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고 각종 미국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2000년 베니스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대상,최우수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김소연기자 purple@ ■영화속 동성애/ 異性사랑하는 일반인과 동일 조명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주류영화에 대해 당당히 ‘커밍 아웃’한 것은 80년대.윌리엄 허트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85년작 ‘거미 여인의 키스’는 70년대 군사독재 시대의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정치범과 동성애자의 교감을 아름답게 그리면서 일반 관객들의 휴머니즘을 자극했다. 이후 주류영화에서 동성애를 다루는 방식은 대부분 이 휴머니즘의 공식을 따른다.동성애자가 이성을 사랑하는 이들과 하등 다를 것이 없음을 역설하는 것.동성애 변호사의 힘겨운 투쟁기를 그린 ‘필라델피아’,동양인과 서양인의 동성애를 통해 서로 다른 삶을 인정하게 되는 가족 드라마 ‘결혼 피로연’,편견을 꿋꿋하게 이겨가는 아름다운 영혼들의 여행기 ‘프리실라’,남성의 정체성을 가진 여성의 슬픈 사랑이야기 ‘소년은 울지 않는다’,동성애자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시골마을 교사를 유쾌하게 그린 ‘인 앤 아웃’등의 90년대 영화는 동성애자를 일반인과 같은 감정과 인권을 가진 인간으로 조명한다.동성애를 역사,정치,가족 등 복합적인 관계 속에 놓고 성찰하는 영화도 많이 나왔다.방황하는 영혼을상징한 ‘아이다호’,아일랜드의 정치와 접목한 ‘크라잉 게임’,서양의 오리엔탈리즘으로 동성애를 끌어들인 ‘M 버터플라이’,70년대 보수주의 정권을 배경으로 하위문화의 짧고도 화려한 날갯짓을 그린 ‘벨벳 골드마인’.그밖에도 ‘패왕별희’‘토탈 이클립스’‘바운드’등에서 동성애는 여러 얼굴로 등장한다. 한국영화에서는 여전히 동성애란 소재를 찾아보기 힘들다.96년작 ‘내일로 흐르는 강’이 한국현대사를 훑으며 가부장적 가정에서 성장한 남성의 동성애를 다뤄 화제가 됐지만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이후 동성애는 양념 구실에 그쳤다.‘번지점프를 하다’에서는 인연과 윤회 속에 묻혔고,‘와니와 준하’도 주인공의 사랑 주변을 맴도는 코미디로 희화화했다.하지만 동성애를 소재로 현대인의 성을 솔직하게 그리겠다고 선언한 ‘욕망’‘로드무비’가 올 하반기에 개봉을 앞두고 있어 본격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김소연기자
  • [선택6.13/시.군.구 핫이슈] 영남

    6·13 지방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군·구마다 후보들간에 현안을 둘러싸고 불꽃튀는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부산 동래구는 문화회관 위치,대구지역은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경북 포항시는 남구 송도동 아파트 건립,경남 창원시는 창원광장 교통난 해소가 쟁점이다.해당 지역 후보들의 시각과 해법을 살펴본다. ●부산 동래문화회관 위치= 동래구 명륜2동 137 문화회관을 놓고 접점 없는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진복 후보는 1999년 9월 126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된 동래문화회관의 위치가 막다른 곳인 데다 주변에 우회도로가 없어 주민들이 이용에 큰 불편을 겪는다고 주장한다.이규상 후보와 동래구청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단견행정’으로 주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에 현 구청장인 무소속 이규상 후보는 주민들의 문화복지 향상 등을 위해 문화회관을 세웠으며,온천장 입구에서 문화회관으로 올라가는 길인 ‘시시골’의 소통이 잘 되는 등 차량을 이용하는 데 별다른 불편이 없다고 반박한다.다만 명륜동쪽에서 진입하는 길이 없어 명륜파출소에서 문화회관으로 가는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현재 보상작업 중이며,내년쯤 이 도로가 개통된다고 말했다. ●대구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한나라당 말뚝만 박아도 당선된다.’는 대구지역정서에 맞서 무소속 후보들은 “기초단체장은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며 한목소리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외친다.이에 맞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당의 일방적 낙하산식 공천이 아니라 후보경선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한다. 대구 중구 김인석,동구 최규태,서구 서중현,달성군 김건수 등 무소속 후보들은 “중앙정치권이 공천을 통해 자치단체장 선거에 관여하는 것은 지방분권화에 역행함은 물론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부채질하는 것”이라며 폐해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달서구 황대현,수성구 김규택 등 한나라당 후보들은 “정치권의 눈치를살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지역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중앙 지원예산 확보에 유리한 점 등 장점도 많다.”고 맞받아친다. ●경북 포항 송도동 아파트 건립= 민간 건설회사가 동지중·고교 이전 부지에 아파트 600여채를 건립하려는 계획이 지난 4월 포항시 건축심의위를 통과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포항지역 10개 시민단체들이 송도해수욕장 인근 송림(松林) 훼손 등 ‘환경 파괴’를 이유로 거세게 반발한다. 재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정장식 후보는 낙후된 송도 개발과 붕괴위험이 있는 동지중·고교의 이전건축비를 마련하려면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개인의 재산권 보장과 교육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초대민선시장을 지낸 무소속 박기환 후보는 수려한 풍광을 보전하기 위해 아파트건립을 반대한다.시 예산을 들여서라도 학교 이전부지를 아파트가 아닌 시민휴식공원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학교부지에 아파트 건립이 가능토록 한 것은 특혜라고 주장한다.부지 용도 변경 자체가 학교 이전 재원을 마련해 준다고 보고 있다. ●창원광장 교통난= 경남 창원시청 앞 로터리 주변에 대형 유통매장이 건립되면서 교통혼잡이 극에 달해 시민들이 아우성이다.후보들은 한결같이 미착공 대형 매장건립에 반대한다.그러나 해법은 제각각이다. 한나라당 배한성 후보는 미착공 대형 유통업체에 대체부지를 마련해 주고,로터리주변 부지를 시가로 매수해 녹지공간이나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민노당 이재구 후보는 광장 주변 백화점과 할인점 허가자에 대한 책임을 묻고,교통혼잡 부담금을 부과해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무소속 박완수 후보는 교통량이 집중되는 방향으로 지하차도를 건설한다는 구상이다.제3섹터 방식으로 광장지하를 개발,공영주차장 확보 및 수익사업을 통해 시민부담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무소속 차정인 후보는 기존 유통업체 부지 안에 버스와 택시승강장 건설을 유도할 계획이다. 창원 이정규·부산 김정한·대구 황경근 포항 김상화기자 jeong@
  • [선택 6.13 7대 승부처] (5) 서울·경기·인천

    6·1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수도권이다.서울시장·경기지사 선거에서 이기는 당이 전국적 판도와 관계없이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두 지역에서 한나라당-민주당 후보간 경쟁양상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치열하다.대한매일이 시리즈로 보도하는 ‘7대 승부처’기획의 일환으로 서울 및 경지지역 선거 민심을 알아보고,더불어 최근 변화가 감지되는 인천지역 선거전 양상도 살펴본다. ■서울 - “뉘신지요?”…표심없는 표밭 시장선거만을 놓고 본다면 서울은 안개 속이다.종착점이 며칠 안남은 7일까지도 시계(視界)는 여전히 뿌옇기만 하다.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와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후보가 맞잡은 저울추는 벌써 한달 가까이 꼼짝않고 곧추서있다.지난 3월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뒤 석달 가까이 숨가쁘게들 달려왔건만 상대의 거친 숨소리는 좀처럼 귓전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눈 앞이 흐린 건 그들뿐이다.거리의 시민들은 월드컵 한국의 화창한 하늘을 만끽하고 있다.그라운드에 박힌 이들의 시선은 좀처럼이명박·김민석 레이스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무관심-. 6·13지방선거를 상징하는 이 한마디는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다.아니 그 어느 지역보다 서울의 표심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벤처회사에 다니는 함성식(36)씨는“지방선거요?…관심없어요.”라고 잘라 말했다.대학생 이모(21·여)씨도 “친구들끼리 월드컵 얘기는 많이 하지만 선거얘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선거 무관심은 동네 구석구석에서 계속되는 정당연설회나 후보연설회에서도 잘 나타난다.지난4일 저녁 불광동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열린 한 정당 후보의 연설회.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이 연단에 올라 목청을 높였다.그러나 10분여간고작 30여명이 잠깐 걸음을 멈췄을 뿐 대부분 곁눈질로 지나쳤다.월드컵 한국-폴란드전을 코앞에 둔 까닭이긴 했지만 월드컵과 지방선거의 비중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월드컵에 파묻힌 표심은 그 자체로 선거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특히 김민석 후보진영은 젊은 층의 투표율 저조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투표 무관심이 정당투표 성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무관심층이 많을수록 후보 대신 정당을 보고 투표할 가능성이 높고,이는 최근 당 지지율을 감안할 때 지극히 불리한 상황이라는 판단이다.여의도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모(42)씨도 “누가 낫다고 할 만큼 아는게 없다.”면서도 “부패다 뭐다 하는데 표를 주기는 좀 뭐한 것 아니냐.”고 말해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장년층에 지지기반을 둔 이명박 후보측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무관심을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그러나 그 역시 불안정한 표심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선거막판 노풍(盧風)과 같은 ‘바꿔바람’이 불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있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구청장 선거나 광역·기초의원 단위로 내려가면 더욱 극심하다.불광동에서 제과점을 하는 전모(33·여)씨는 “각 후보진영이 매일 명함을 돌리고 찾아오는데 솔직히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서초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모(19)양은 아예 “누가 나왔는데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선거 무관심은 ‘누가 돼도 상관없다.’는,유권자 의식의 실종으로 이어진다.조모(48·식당주인)씨는 “지난 선거를 봐도 누가 되든 관계없는 것 아니냐.”며 “지금으로선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전반적인 무관심 속에서도 한표를 꼭 행사하겠다는 유권자도 없지는 않다.초등학교 교사 임모(32·여)씨는 “TV토론을 보고 후보를 결정했다.”며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파출부 일을 한다는 정모(55·면목동)씨도 “정한 후보는 없지만 투표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6월 서울에는 월드컵 관중만 있을 뿐 유권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1000만명의 시민을 4년간 책임질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어쩌면 월드컵이 드리운 진한 그늘속에서 슬그머니 탄생할지 모를 일이다. 진경호기자 jade@ ■경기 - “똑같은 사람” 정치혐오 팽배 “선거요,관심 없습니다.” 유권자들의 지지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의견은 지역과 세대,직업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그러나 “별로 관심없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왔다.광역단체장인지사 후보에 대해서는 그래도 관심을 보였으나,시장·군수 등 기초 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후보에 대해서는 누가 나왔는지조차 거의 몰랐다.경기도는 지난 98년 지방선거 때도 전국 평균인 52.7%에 못미치는 5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회사원 안덕균(安德均·34·화성군 상남면)씨는 “회사가 용인에 있는데 동료끼리 선거에 대한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기초단체 의원들에 대해서는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아 관심을 갖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600만명이 넘는 유권자를 갖고 있는 경기도는 면적이 넓을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도 유권자들의 특성 차이가 크다.민주당 진념(陳^^) 경기지사 후보측은 경기도를 성남 부천 안양 일산 과천 등 ‘서울인접 도시권’,수원 용인 안성 평택 등 ‘남부임해권’,이천 광주 양평 등 ‘동남내륙권’,고양 파주 등 ‘서북해양권’,의정부포천 가평 등 ‘동북내륙권’으로 분류한다.한나라당도 비슷하게 권역을 나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크게 봐서 서울주변의 위성도시와 외곽의 농촌 지역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하지만 “대통령 아들들 비리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는 지역과 무관하게 나온다. 조민행(趙敏行·60·수원시 권선동)씨는 “DJ가 당초에 잘 할 것 같았는데 기대에 못미쳤고 민주당은 대통령 아들 비리 때문에 인상이 나빠졌다.”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로 따지면 한나라당이 조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듯하다.”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았다.조씨는 “경기지사보다는 3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심재덕 수원시장의 당선 여부가 더 관심 거리”라고 지역민심을 전했다. 비교적 정치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들도 선거와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을 토로했다.주부 이옥희(李玉姬·63·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씨는 “투표는 꼭 할 것”이라면서도 “도지사야 인물 위주로 뽑겠지만 기초단체 의원 후보 가운데는 함량 미달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당을 보고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또 “대통령 아들들 비리 때문에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한 인상마저안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일부 젊은이들은 진보정당에 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박혜원(26·여·고양시 일산구)씨는 “월드컵 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누가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겠느냐.”고 반문한 뒤 “정치에 관심이 많으신 아버지도 집에서 선거에 관련된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또 “선거가 옛날처럼 흥이 나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심드렁하니 운동원들도 신이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선거무관심을 지적했다. 회사원 서현규(33·부천시 송내동)씨는 “진보정당에 투표하기로 마음을 결정했다.”면서도 “하지만 남동생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대학생 반모(21·안성시)씨는 “난생 처음하는 투표라 꼭 참가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친구들끼리 만나면 월드컵 얘기만 한다.”고 소개했다. 외곽의 농촌 지역은 도시보다는 투표율이 높을 듯하지만 민심이 흉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포천군 강산면 세월리 이장인 심재준(42)씨는 “40대 이상은 그래도 누가 군수가 될지에 관심을 표시한다.”면서 “쌀 수매가 준 데다 농민들의 빚도 늘어 시골에서는 민주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포천군 일동면의 김모(45·여)씨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진배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서 “투표는 하겠지만 아직 뽑을 사람을 정하지는 못했다.”고 속내를 감췄다. 전영우기자 anselmus@ ■인천 - 부동표 막판 증가 ‘기현상' 인천지역은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전국 어느 곳보다 심한 편이다.민심을 비교적 잘 반영한다는 택시기사들조차 시장후보로 누가 나왔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천지역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7일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부동층이 줄어드는 게 보통인데,인천지역은 부동표가 선거운동기간 전 40∼50%대에서 지금은 50∼60%대로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투표율이 35%를 넘기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은 역대 선거에서도 투표율이 낮아 전국 꼴찌를 면치 못했다.그런데 이번에는 월드컵 열기와 한나라·민주당간 극심한 상호비방전이 유권자의 무관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인천시장의 경우 인지도에서 앞선 한나라당 안상수(安相洙) 후보가 민주당 박상은(朴商銀) 후보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게 현지 각 당 선거운동원과 지역언론들의 견해다.‘어느정도 유리한가.’에 대한 시각 차이만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안 후보가 선거운동 돌입 이전과 마찬가지로 박 후보에 2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려 놓았다고 주장한다.98년 인천시장 선거와 99년 6·3 재·보선에 출마했던 안 후보의 인지도를 박 후보가 쉽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안 후보에 대한 병역기피 의혹 제기 등 적극적인 공세가 유권자에게 먹히면서,안 후보와의 격차를 오차범위인 5%포인트 이내로 좁혔다고 강조한다. 결국,막판 대세는 투표율이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투표율이 높을수록 인지도에서 앞선 한나라당 안 후보가 유리하고,낮으면 조직력이 비교적 탄탄한 민주당 박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여겨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인천지역 역대 선거에서 주로 여당이 우세했다.”면서 “사실상 여당인 민주당이조직과 자금력 면에서 우월한 상황에서 유권자의 23%가량에 달하는 호남표가 결집할 경우 민주당이 막판 역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실제 9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 지역 기초단체장 10개를 석권했을 때 투표율은 27∼28%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투표율과 상관없이 승산은 한나라당에 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양측의 이전투구 속에 녹색평화당과 민주노동당,사회당 등 군소정당이 선전할 것이란 관측도 일부 나온다.이와 함께 유권자의 27%에 달하는 충청표는 지지성향이 갈려있어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상연기자 carlos@
  • [2002 길섶에서] 선거 인심

    시골 노인네가 오랜만에 읍내로 나갔다.그런데 웬일인가.아는 척도 않던 정미소 주인이며,심지어 읍사무소 서기까지 깍듯했다.“농사는 어떻느냐.” “시집간 딸소식은 자주 듣느냐.” 살갑게 안부를 묻는다.그리곤 막걸리나 한잔하자며 소매를 잡는다.주막을 나서자 한약방 주인이,그리곤 종묘사 사장이 붙잡는다.술잔엔 이번 선거에 누굴 밀어야 한다는 당부가 담겼다. 지는 해를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노인네는 기분이 좋았다.발걸음은 흐트러졌다.마을입구 전신주를 잡고 속삭였다.“선거야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릴 적 들은 선거 풍속도다.분위기는 달라졌지만 선거 인심이 지금이라고 다를까.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 입구에서 쑥스러운 인사 받기는 예전의 읍내 장터와 다를 바 없다.노골적인 막걸리 향응이 없어진 게 다르다면 다를까.그런다고 마음에 없는 후보를 찍을까 싶지만,선거란 사람 접촉에서 시작된다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후보측과 유권자의 접촉 기회는 많을수록 좋을 듯 싶다.불법이 거래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최태환 논설위원
  • 새 비디오

    ●마르티나= ‘하몽하몽’‘달과 꼭지’의 비가스 루나 감독 최신작.삼각관계에 빠진 세 남녀의 비극을 다뤘다.시골 처녀 마르티나는 고등학교 문학선생인 우리시즈와 불타는 사랑에 빠진다.두 사람은 결혼해 아이까지 낳지만 우리시즈가 바다에 빠져 행방불명이 된다.슬픔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마르티나는 옆에서 자신을 지켜준 시에라와 결혼한다.7년이 지난 어느날 우리시즈가 마르티나 앞에 나타난다.18세 이상.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바톤 핑크’‘파고’의 코엔 형제의 신작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북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에 사는 에드 크레인은 이발사다.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어느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아내의 정부에게서 돈을 뜯어낼 궁리를 세운것.그러나 에드가 계획을 추진하기도 전에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18세 이상.
  • [굄돌] 밤을 빼앗긴 생명

    집을 나섰습니다.여행은,떠나는 것이 아니라 먼 옛적 우리가 떠나온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인류의 옛 조상이 그러했듯이 우리들도 원래는 모두가 자연에서 태어난 네 발 가진 야성의 동물이었습니다.그러나,너무 오랫동안 자연을 떠나 인위적인 환경과 도시적 삶에 젖어버렸기 때문에 자연으로 가는 길이 마치 낯선 곳을 찾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지요. 생태기행은 우리들 마음 깊은 자리에 잠들어 있는 야성(野性)을 일깨워 우리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자연에로의 여행입니다.완행열차에서 내린 충청도 어느 소읍.바꿔타야 할 막차는 놓쳐 버렸지만,시골 저녁길을 걷는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그러나,찾아가야 할 바다마을까지 삼십리길이 안타깝게도 포장되어 있었습니다.포장도로는 비포장 흙길보다 걷는 데 더 힘이 듭니다.포장도로는 자동차와 같은 기계의 길일 뿐,사람의 길로 만든 게 아닙니다. 우리들의 발바닥 구조부터가 그렇지요.발은 본래부터 포장도로가 아니라 비포장길에 맞게 조물주가 설계해 내놓은 것입니다. 얼핏 보면 편리해 보이지만,우리 몸뚱아리 요소요소가 그 기계적인 편리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곳곳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한쪽이 편리해지면 어느 한쪽은 불편해지는 것이 우주의 법칙입니다.도로 옆 들판은 상추를 키우는 비닐하우스들로 온통 뒤덮여 있습니다.해가 저물자,이윽고 농부들이 들판의 상추 비닐하우스를 돌아다니며 전등을 켜기 시작합니다.밤새도록 켜놓을 전등입니다. 요즘 들녘은 전에 보지 못했던 희한한 불야성이 펼쳐집니다.상추 농사는 꽃이 피면 끝장입니다.꽃이 피면 상추잎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등불을 켜놓으면 상추들은 낮인 줄 알고 쉬지 않고 자랍니다.그래서 농부들은 더 많은 상추잎을 따기 위해 상추가 꽃을 피우지 못하도록 밤새껏 하우스 안에 불을 켜두는 것입니다.모든 생명들은 밤이 있어야 합니다.어두운 밤을 지나온 것만이 참생명입니다.하지만,시중에 나온 상추나 깻잎들은 그렇게 잠 한숨 자지 못하고 웃자란,가여운 반생명들이지요.그런데도 사람들은 그저 겉모양만 보고 싱싱하다고 합니다.과학영농,인간들의 또다른 교활입니다.깊어가는 시골의 밤,들길을 걸으며 상추들의 길고 힘겨운 불면(不眠)의 밤을 생각합니다.밤을 빼앗긴 생명들을 위해 오늘 이 한밤은 함께 뜬눈으로 걸어가려고 합니다. 김재일/ 두레생명문화硏 대표
  • 뮤지컬 ‘밀리’ 토니상 석권

    [뉴욕 연합] 도시의 환상에 젖어 무작정 뉴욕 맨해튼을 찾은 시골 처녀 밀리의 도시생활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완벽한 현대적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가 뮤지컬 작품상을 포함해 올해 토니상의 6개 부문 상을 받았다.2일 밤 뉴욕 라디오 뮤직홀에서 거행된 올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또한 공중화장실을 장악한 악덕기업가가 화장실 이용료를 징수하는데 맞서 싸우는 주민들의 얘기를 그린 뮤지컬 ‘오줌마을(Urine town)’은 작곡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노엘 카워드 작품으로 두남녀가 이혼을 한 후 각자의 새 애인과 함께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어느 호텔의 옆방에 같이 묵게 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 희극 ‘사생활(Private Lives)’도역시 연극리바이벌상을 포함해 모두 3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 [일본에선] 日축구 J리그 통해 ‘업 그레이드’

    월드컵 2회 출전에 첫 16강 진출을 노리는 일본 축구의 놀라운 비약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것은 지역을 발판으로 세계를 노리는 프로 축구 J리그에 있지 않을까.J리그에서도 일본 축구의 이상을 찾으라면 단연 ‘가시마(鹿嶋) 앤틀러스’를 꼽을 수 있을것 같다. J리그 4차례 우승을 달성한 앤틀러스는 2002년 월드컵 대표팀에 6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다.J리그 28개팀 가운데 가장 많은 대표선수 배출 기록이다. 앤틀러스 출신인 대표팀의 포워드 야나기사와 아쓰시(柳澤敦·25)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전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이탈리아 프로구단 페루지아로부터 입단권유를받았으나 “월드컵에 전념하겠다.”고 앤틀러스 잔류를 택했다. 월드컵이라는 눈앞의 목표가 있다고 하지만 그가 세계 톱클래스를 마다하고 시골중의 시골팀이라고 할 수 있는 앤틀러스를 택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앤틀러스의 본거지 이바라기(茨城)현 가시마의 인구는 불과 6만 2000명.J리그는 앤틀러스의 리그 가맹을 꺼렸으나 앤틀러스는 주민들로 자원봉사자와 응원단을 구성하는한편 브라질 출신의 지코를 초빙하는 등 사력을 다해 팀을 키웠다.지금은 총인구의 3분의 1인 1경기당 2만 2000명을 넘는 관람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려움은 많다.J리그는 유럽의 전통적인 클럽 제도를 본떴다.그러나 20년 역사도 되지 않는 프로축구는 아직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오락에 지나지 않는다.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J리그의 사업 전개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유럽의 전통까지 수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998년 인기를 누리던 요코하마(橫濱) 후루게르즈는 모회사가 손을 떼자 곧바로 요코하마 F마리나즈에 합병됐다.J리그의 기업의존 체질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다.앤틀러스도 모체인 스미토모(住友) 금속공업 없이는 경영이 쉽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경기장의 정비나 유지는 해당 자치단체에 맡기고 있어 일부 주민들로부터 “사기업인 축구클럽에 편의를 제공하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어 이래저래 클럽운영이 쉽지는 않다. 축적된 전통이 적은 만큼 전 경기의 전국 TV방영권을 일괄 판매해 J리그 산하 클럽에 배분하는 유럽식을 채택하는 등 경영면에서 여러가지 궁리를 하고 있다. 덴쓰(電通)종합연구소의 가미조 노리오(上條典夫)연구1부장은 “일본의 스포츠는 지금까지 기업과 학교가 지탱해 왔으나 불황과 아이 덜 낳기로 이마저 어렵게 됐다.”면서 “이제는 지역밀착형의 클럽을 요구하는 기운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국민이 주시하고 있는 J리그가 어디에서 어떤 인재를 키웠는지를 증명할 월드컵은 J리그의 미래를 건 싸움이기도 하다. 도쿄 김현 객원기자 kmhy@d9.dion.ne.jp ■동경신문에서/ ‘산골마을' 나카쓰에무라 촌장 카메룬 응원 ●늙은 촌장님의 열띤 응원= 1일의 카메룬-아일랜드전이 열린 니가타(新潟) 경기장에는 오이타(大分)현 나카쓰에무라(中津江村)의 촌장님이 울긋불긋한 응원복 차림으로 카메룬을 열심히 응원,눈길을 끌었다.나카쓰에무라는 카메룬이 캠프장을 차렸던 산골 마을. 사카모토 야스무(坂本休) 촌장은 이날 촌의회 의원 7명과 함께 비행기와 신칸센(新幹線)을 갈아타고 8시간 걸려 경기장을 찾았다.그는 카메룬 선수들의 사인이 들어간 카메룬 국기 모양의 옷과 모자 차림에 소리 질러 카메룬을 응원. 1대 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사카모토 촌장은 “열심히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수 있어 만족스럽다.”면서 “조그만 마을을 일본 전국에 알려준 카메룬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신분증명서 요구하지 않아= 첫 경기가 열린 1일 니가타와 삿포로(札幌)에서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입장객에 신분증명서를 요구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니가타 경기장에서는 출입구에서 금속탐지기를 사용한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했을 뿐 신분증명서를 제시해 달라는 요구는 없었다.입장권을 양도받아 온 관전객들은“규정이라고 해서 신분증을 복사하고 명의 변경서를 지참했지만 전혀 필요없었다.”고 불필요한 규정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한편 삿포로 경기장에서는 까다로운짐 검사로 입장에 시간이 걸려 행렬이 한 때 1㎞에 이르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바티스투타를 첫 기용=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비엘사 감독은 스타 선수끼리의 포지션 다툼으로 화제를 모았던 2일의 대 나이지리아전의 원톱에 바티스투타를 기용한다고 발표했다. 비엘사 감독은 “J리그의 가시마나 센다이팀과의 연습시합에서는 팀 플레이에 정밀함이 모자랐지만 그 뒤의 연습에서 고쳐졌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정리 도쿄 황성기특파원 ■“역대 두번째 골 내게 맡겨라” “일본 대표팀의 두번째 골은 내게 맡겨라.” 4일의 대 벨기에전을 앞둔 일본 대표팀 선수 23명의 꿈이다. 프랑스 대회가 월드컵 첫 출전이었던 일본팀은 당시 예선 3경기에서 단 1골만을 넣었다.일본의 유일한 월드컵 골은 34살의 백전노장 나카야마 마사시(中山雅史)가 기록했다. 이번 대회 일본팀의 포워드는 나카야마를 비롯, 모두 4명.최근 3차례 연습경기에서 프리킥이나 페널티킥을 제외한 순수한 골은 단 1골.포워드의 부진이라고 할 만큼 저조한 성적이다. 올들어 일본팀이 8개 경기에서 올린 9골 가운데 포워드의 득점은 니시자와 아키노리(西澤明訓·25) 1명뿐이다. 니시자와는 지난달 31일의 개막식을 TV로 지켜보고 “골을 넣는 것은 쉽지않다.빠른 공격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다짐했다.나머지 3명의 포워드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사상 두번째 골의 주인공이 되고자 한다.왼쪽 손 골절상을 입었던 야나기사와 아쓰시(柳澤敦·25)는 최근 보호대를 풀 정도로 회복,일본인들의 기억에 남는 사상 두번째 골을 넣겠다는 각오가 가득하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입장권 다 팔렸다더니… “다 팔렸다더니 무슨 조화인가.”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경기장 곳곳이 비는 해프닝이 발생했다.첫 경기가 열린 1일삿포로(札幌)와 니가타(新潟) 경기장 두 곳을 합쳐 모두 1만 9000석이 비었다. 월드컵 일본조직위원회(JAWOC)에 따르면 대량의 빈자리가 발생한 것은 해외 판매를 담당한 영국의 바이롬사가 다량의 미판매분 입장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축구팬들로부터 비난이 폭주하자 JAWOC는 2일 새벽 이날 오후 열리는 잉글랜드-스웨덴(사이타마·埼玉)전의 경우 2600장을 국제축구연맹(FIFA)의 인터넷을 통해 당일판매키로 했다고 발표했다.다른 경기도 해외 미판매분이 있을 것으로 보고인터넷상에서 판매할 방침이다. 이날 새벽 기자회견을 가진 JAWOC 관계자는 “빈자리가 계속된다면 입장권을 팬들에게 넘기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시종 당황한 표정이었다. FIFA는 지난 프랑스 대회 때 횡행했던 암표를 근본적으로 없애고 선수와 관람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대회부터 당일 판매가 금지되는 기명식을 도입했다. 일본 국내에서 개최되는 32개 경기의 해외 판매분 68만장의 입장권 판매는 바이롬이 맡되 남을 경우 JAWOC에 넘기기로 돼 있었으나 JAWOC는 바이롬이 이를 모두 판매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메룬-아일랜드전이 열린 니가타(4만 2000명 수용) 경기장에는 9000명이 모자란 3만 3000명이 입장했으며 독일-사우디아라비아전이 열린 삿포로(4만 2000명수용) 경기장에는 1만개의 자리가 비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 책꽂이

    ●일하는 아이들(이오덕 엮음)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시골 어린이들이 쓴 시를 엮은 아동시집 개정판.한때 농활에 나서는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힐 만큼 20여년 전부터잘 알려진 어린이 시집이다.엮은이가 “나는 이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쳤지만,한편으로는 이 아이들한테서 참된 시를 배웠다.”고 술회할 정도로 진솔한 동심이 곳곳에 넘쳐난다.보리.1만 1000원. ●미생물의 힘(버나드 딕슨 지음,이재열·김사열 옮김) 인간의 적이자 동지인 미생물,즉 세균과 곰팡이의 특성에 근거해 역사적 사건들을 재해석해 냈다.유전공학을 전공한저자가 75가지 짧은 얘기를 역사·문화·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재미있게 설명했다.연령,계층에 상관없이 읽을 수있는 미생물 교양서.사이언스북스.1만 5000원 ●도발·Art Attack(마크 애론슨 지음,장석봉 옮김) ‘아방가르드의 문화사-몽마르트에서 사이버 컬쳐까지’라는좀 장황한 부제를 단 예술문화사가 ‘도발’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팝아트는 물론 초현실주의,다다이즘,입체주의같은 현대예술의 흐름을전통적인 예술과 비견하는 시각에서 서술함으로써 아방가르드의 실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이후.1만 7000원. ●소로스(마이클 T.카우프만 지음,김정주 옮김) ‘국제적인 환투기꾼’‘자본주의의 악마’또는 ‘세계적인 자선사업가’등 다양한 별칭을 가진 세계적인 헤지펀드 투자자소로소의 평전.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저자는 논란에 싸인 소로스의 삶을 오랜 시간의 대담과 미발표 원고,그의친구 및 가족과의 인터뷰를 통해 객관적으로 서술했다는평가를 받는다.월간 베스트인코리아,1만 5500원. ●일부일처제의 신화(데이비드 P.버래쉬·주디스 이브 립턴 지음,이한음 옮김) 부제가 ‘자연의 짝짓기를 통해 본인간의 욕망과 불륜’.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자신의 배우자를 서로 속이는지,여성·남성은 왜 일부일처제의 속임수에 빠져드는지,인간의 도덕은 자연스러움을 거스를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생물학적인 고찰.해냄출판사.1만 2000원.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는 날(니혼게이자이신문 엮음,이정환 옮김)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사가 ‘변화하는 세력도’란 부제로 엮어낸 중국 경제보고서.중국경제의 잠재력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이비즈니스.1만 3000원. ●디스이화(This Ewha)(김희중 ) 국내 최초로 ‘내셔날 지오그래픽’편집장을 역임한 사진작가의 포토에세이.이화여대 교육공학과 초빙교수로 일한 것이 계기가 돼 지난 2년간 사진을 찍고 편집·디자인·인쇄까지 총괄했다.교정을 배경으로 담은 이화여대 학생들의 사진 160점도 소개한다.이화여대출판부.4만원. 심재억 문소영 기자jeshim@
  • [2002 길섶에서] 감동 만들기

    중·고등학교 시절,가을 초입만 되면 기분이 좋았다.얼마 안 있으면 열릴 시민(경주)축제 ‘신라문화제’ 때문이었다.마음부터 바빴다.당시(1970년대) 행사준비의 상당 부분은 각급 학교의 몫이었다.시가행진에 쓰일 박혁거세·김알지의 탄생설화를 형상화한 조형물이며,김유신 장군의 기마상(像) 등이 선생님과 학생들의 손으로 완성됐다. 행사준비를 하느라 수업이 줄거나,자습으로 때울 때가 많아 더 행복했다.축제 때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훔쳐본 노래자랑이나 약장수·야바위꾼의 묘기는 묘한 흥분을 일으켰다. 얼마전 시골친구를 만났다.‘감동’없는 밋밋한 삶이 서글프다고 했다.자취방에 모여 담배 피우며 캑캑댔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했다.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고,더 이상 함께할 감동을 만들지 못하는 데 대한자탄이기도 했다.나이 때문만은 아닐 듯 싶다.웬만한 충격으론 놀랄 게 없는 세태 탓인지도 모르겠다.‘감동 주는인생만들기’ 이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걸까. 최태환 논설위원
  • 서울 2006년부터 근로자 감소

    오는 2010년이후 대도시의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조기퇴직과 취업자 감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서울시는 2006년부터 취업자수가 감소세로 돌아설전망이다. 29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특별·광역시의 고령인구 비중은 5.27%로 도(道)지역의 9.99%보다 4.62%포인트 낮았다.그러나 특별·광역시와 도지역간의 고령화 격차는 2010년 4.99%포인트를 고비로 2020년 3.28%포인트,2030년 2.36%포인트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2010년이후 도시지역의 고령화가 지방보다 더욱 빠르게진행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별·광역시의 전체 취업자수는 2012년 처음 감소하는반면 도지역 취업자는 2021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다.부산광역시와 서울시는 각각 2004년,2006년부터 취업자수가 감소세로 바뀔 것으로 분석됐다. 이우성 책임연구원은 “향후 특별·광역시의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지는 것은 대도시와 시골간의 취업구조와 고령자 경제활동 참가율 차이에 따른 결과”라며 “대도시 조기퇴직자들의 미취업과 성장잠재력저하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건승기자 ksp@
  • 임권택감독 고향 장성에 영화촌 세운다

    최근 제5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아 일약세계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임권택(68) 감독의 고향인 전남장성에 영화촌이 만들어진다. 장성군은 29일 조선 후기 천재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취화선’을 출품한 임 감독이 권위있는 영화제에서감독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물밑에서 추진하던 영화촌건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밝혔다.주민들도 ‘국민 감독’으로 입지를 굳힌 임 감독의 예술정신을 기리기 위해영화촌 건설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군은 97억원(민자 32억원)을 들여 기존 군 지정 영화마을인 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과 휴양림이 있는 축령산 일대8만 8000여평에 세트장과 위락 및 휴게시설을 갖추는 영화촌 기본계획을 96년에 세웠다. 임 감독은 남면 월곡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서울로떠났으며 현재 당숙 등 친척이 살고 있어 머리를 식힐때면 고향을 찾는다고 한다. 금곡마을은 94년 개봉됐던 ‘태백산맥’과 ‘내마음의 풍금’ 등을 촬영했던 곳으로 장성 백양사 등을 오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이다.첩첩산중인 이 마을은 60년대 이전 시골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전체 20여가구 중초가집 6∼7가구가 보존돼 있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장성 남기창기자 kc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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