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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3) 재소자의 인권(영국)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3) 재소자의 인권(영국)

    교도소는 지은 죄를 징벌하기 위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법으로 합의한 곳이다. 그러나 높은 담이 상징하듯 폐쇄적인 교도소에서는 징벌이 강조됐지, 인권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져 왔다. 오랜 행형의 역사를 가진 영국은 교도소의 담을 낮추고 재소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 왔다. 죄는 엄격히 벌하되 인권은 존중하고, 나아가 재사회화를 통해 재범을 줄이는 영국의 앞선 교도행정 현장을 찾았다. |워튼언더에지(영국) 이효용특파원|런던에서 자동차로 서쪽으로 달린 지 2시간여, 글로체스터주(州)의 한적한 마을에 닿는다. 나지막한 붉은 벽돌 건물들과 여기저기서 담소하는 사람들은 영락없이 한가로운 시골 풍경의 하나다. 정문의 차단막과 제복을 입은 직원들이 아니라면 농장이나 학교쯤으로 보일 법한 이곳은 1948년 탄생한 영국 최초의 개방형 교도소 레이힐이다. 여권을 맡기고 철저한 신분 확인을 거쳐 정문을 지나자 ‘방문자 출입 제한’이라는 푯말이 나타난다. 보안 정도에 따라 A(중구금시설)∼D(개방형)급으로 분류되는 영국 내 137개 교도소 가운데 D급에 속하는 이곳의 재소자는 크게 두 부류다.5개월∼1년 정도의 형을 선고받은 경범죄자들과 살인·성폭행 등으로 12년∼종신형을 선고받고 10년 이상 복역한 장기수들이다. 특히 장기수들에게는 사회와 비슷한 환경에서 직업활동을 익히도록 해 복역을 마친 뒤 사회적응이 쉽도록 도와주고 재범을 줄인다는 것이 레이힐의 설립목적이다. ●재소자들 각방 자유롭게 드나들어 체육관과 의료센터를 지나 도서관 옆 건물 안에 들어서자 복도 양 옆으로 늘어선 방들에서 시끄러운 록음악이 새어 나온다. 마을 목공소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해 쉬고 있던 매튜(39·가명)가 선뜻 방을 보여주겠다며 열쇠를 꺼내 문을 연다. 이 곳은 대부분 1인용 방으로, 재소자들이 각자 방 열쇠를 가지고 자유롭게 드나든다. 침대와 책상,TV, 옷가지 등이 널려 있는 모습이 마치 학교 기숙사 같다. 음주운전으로 건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5개월형을 선고받은 매튜는 첫 2주를 일반교도소에 있다가 4주 전 이곳으로 왔다. 그는 “전과자로 낙인찍혔다는 두려움이 이곳에 와서 사라졌다.”면서 “죗값은 치르지만 복역기간 중에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넷이나 우편으로 개방대학 다녀 중범죄자 수용동에 들어서자 바닥을 쓸고 있던 대런(60·가명)이 반갑게 말을 건넨다. 성폭행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2년을 복역하다 지난해 이곳에 온 그는 건물 청소를 하며 주당 15파운드(약 2만 7105원)를 번다. 나이가 많아 비교적 수월한 직업을 택했다면서 “벌써 2000파운드나 모았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탈옥할 수 있지만 남은 인생을 위해 하지 않는다.”면서 “내년 10월 출소하면 모아 둔 돈으로 새 삶을 시작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살인으로 11년을 복역하고 이곳에 온 로이(27·가명)는 대학 갈 꿈에 부풀어 있다. 어린 나이에 의도하지 않은 살인으로 오랫동안 사회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대학에서 전기·배관 기술을 배워 출소할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그는 “이곳 생활은 거의 완벽한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사회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아직 젊은 만큼 남은 2년간 많은 것을 배워 가치 있는 삶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소자들은 교도소 안팎에서 일을 하거나 교육을 받는다. 교도소 내 농장, 목공소, 인쇄소, 식당은 물론 인근 마을에서 트럭 운전, 기계공, 상점 직원 등으로 일하고 주당 10∼20파운드를 번다. 읽고 쓰기, 수학 등 기초교육에서 외국어, 컴퓨터, 경제학까지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고, 인터넷이나 우편으로 개방대학에 다니기도 한다.512명의 재소자 가운데 100여명이 마을로 출퇴근하고 70명이 외부 교육을 받고 있다. 재소자들의 직업소개를 담당하는 토니 로바그로바(47)는 “어떤 일을 원하는지 상담한 뒤 고용주에게 데리고 가 왜 교도소에 왔고 왜 일하고 싶은지를 직접 설명하게 한다.”면서 “직업을 갖는 것은 책임감을 키워 주고 더이상 범죄가 필요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부티 레이힐교도소장은 “10년 넘게 교도소에서 살다가 나오면 적응하기 어려워 다시 범죄의 유혹을 받게 마련”이라면서 “이들을 그냥 사회로 내보내는 것은 매우 게으르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허가없이 교도소를 나가 A∼C급 교도소로 돌려보내지는 경우도 한 달에 3∼4번꼴로 있다.”면서 “그러나 제한된 자유를 시험하는 장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소전 6개월간 일반주택서 생활 영국에는 개방형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교도소가 있다. 그렌든 교도소와 같은 의료집중교도소는 최신 의료시설과 심리 프로그램을 갖춰 정신질환자나 마약 중독자들이 수감된 기간을 치료기간으로 활용해 내보내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여성만 수용하는 브론즈필드 교도소 등은 임신한 재소자를 위한 의료서비스는 물론 영아와 산모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해 모성을 보호한다.‘호스텔’이라 불리는 중간처우시설은 출소 직전 6개월간 10∼20명 단위의 그룹홈 형태로 일반 주택에서 생활하면서 ‘가족과 사회’를 만난다. utility@seoul.co.kr ■ ”인권감시 자원봉사모니터링 큰 효과” |런던 이효용특파원|“범죄자라 할지라도 수감된 기간에 존엄하게 처우하면 법을 존중하는 시민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습니다.” 런던킹스칼리지 국제교도소연구센터 소장 앤드루 코일 교수는 “교도소 내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재소자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낳기 때문에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25년간 교정국에서 근무하며 교도소장을 역임하는 등 실무를 겸비한 교정학의 권위자다. 코일 교수는 이를 위해 독립적 기구와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국은 교도소에 대해 복수의 감시장치를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재소자들이 일상 속에서 가장 가깝게 손을 뻗을 수 있는 곳이 137개 교도소마다 구성돼 있는 교도소모니터링위원회다.16∼18명의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재소자들을 만나 불만을 듣고, 잘못된 점의 시정을 요구하며, 진정이 필요할 때는 진정서 작성을 돕기도 한다. 교사, 법조인, 전직 경찰, 의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상담을 한다. 모니터링위원회가 지역 중심의 1차 감시기구라면 교도소사찰위원회는 전문적 사찰을 담당하는 중앙 기구다. 모든 감옥을 5년에 한 차례씩 불쑥 방문해 1주일간 300여개 기준으로 집중 사찰한다. 문제점에 대해 권고 조치를 내리며 수용률은 96%다. 행형옴부즈맨위원회는 특정 사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우선 자살을 포함한 모든 죽음에 대해 예상이 가능했는지, 의료 서비스를 받았는지, 교도관의 부당 행위는 없었는지를 조사한다. 또한 공식 진정을 접수해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권고 조치한다. 수용률은 98% 정도. 코일 교수는 “교도소 인권 감시는 꼭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모니터링위원회와 같은 자원봉사 제도를 통해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관리가 매우 비싼 교도소의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범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utility@seoul.co.kr ■ 기고 우리나라 수용자 1명이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면적은 법무시설준칙이 규정한 0.75평에도 채 미치지 못해 이른바 ‘칼잠’을 자야 하는 실정이다. 교도소 내 과밀수용 문제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우리 행형법은 독거수용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교정 현실에서 독거수용은 오히려 예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구교도소의 경우 1실 평균 수용인원이 8.77명에 이른다. 법규와 현실이 일치될 때만 인권은 보호될 수 있다.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족한 이래 지금까지 구금시설 내에서의 인권침해를 이유로 위원회에 접수된 진정사건은 총 5500여건으로 전체 인권침해 사건의 44.4%에 해당한다. 이러한 진정사건의 처리와 조사 등을 통해 구금시설 내 인권상황의 점진적 개선을 가져온 것은 위원회가 이룩한 가장 가시적인 성과 중의 하나다. 모든 국민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우리 헌법 최고의 원리다. 여기에 교도소 수용자도 포함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반사회이든 구금시설 내부이든 질서는 법에 의해 구축돼야 한다. 거리의 자유로운 시민이든 시설에 갇힌 수용자든 최대한의 인권보장은 민주국가가 갖추어야 할 필수요소다.“구금시설의 상황은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선진사회는 사회의 가려진 모든 구석에 대한 헤아림을 바탕으로 가능해진다. 갇혀진 자들 역시 이러한 포용의 대상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김호준 인권위 상임위원
  • 윌리엄 셰익스피어/엔터니 홀든

    전 세계적으로 셰익스피어에 관한 책이 적어도 하루에 한 권 이상은 출간된다고 한다. 또 셰익스피어 만큼 각각의 시대에 맞게 재창조되며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도 드물다. 그러나 그의 삶의 궤적을 면밀히 추적한 평전을 많지 않으며, 특히 국내에 소개된 셰익스피어 평전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는 그 작품의 방대함과 위대함으로 인해 작가 보다는 작품에 일방적으로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영국의 저명한 전기작가 앤터니 홀든이 지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장경렬 옮김, 푸른숲 펴냄)는 셰익스피어에 관한 기존의 관점을 정리·분석하고, 또한 거기서 놓쳐버린 행적들을 꼼꼼히 채워낸 최신 평전으로써 주목을 끈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모습이 포착되지 않도록 하면서 산 것 처럼 보이는 한 인간’에 대해 몽타주 사진을 제작하듯 셰익스피어의 내밀한 모습들을 책에 그려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책은 스트랫포드의 시골뜨기 소년이 런던의 극작가로 성공하고,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삶의 여정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특히 눈길을 모으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공연되던 당시의 풍경과 시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드러내주는 도판들이다. 에드먼드 캠피언의 순교, 화약음모 사건, 에섹스 백작 모반사건 등과같은 당대의 역사적인 사건들의 생생한 자료들. 그리고 셰익스피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인물에 관한 그림 및 다양한 풍속화. 이 도판들은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 시대와 조응하며 살아갔던 한 인물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4만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독후감 숙제는 어떻게 쓰죠?”

    “독후감 숙제는 어떻게 쓰죠?”

    “선생님, 생활수기는 어떤 종이에다 써 와요?” 29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양원초등학교 1학년 2반 교실. 고예곤(57) 담임교사가 방학 숙제를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진다. 학생들은 모두 60대 전후의 ‘늦깎이’들이지만 방학식을 맞아 들뜬 분위기는 여느 초등학교 교실과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국내 최초의 성인 대상 학력인정 초등학교로 문을 연 이 학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 방학식이 열렸다.4년 12학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17일간의 짧은 방학이지만,1학년 학생 280명은 “평생의 첫 여름방학”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방학숙제는 크게 3가지. 일기와 독후감 쓰기, 구구단 3번 쓰고 외우기 및 1∼100까지 숫자 2번 쓰기,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 온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생활수기 쓰기다. 대부분 한글을 처음 배운 학생들이라 아직 서툴지만 그래도 한학기 동안 써 온 일기는 자신있다는 눈치다. 문제는 난생 처음 쓰는 독후감 쓰기.28일 미리 나눠준 ‘이솝이야기’‘1학년 그림동화’‘우리나라 옛날이야기’ 중 한 권을 읽고 써야 한다. ●“글쓰기 잘 익혀 살아온 얘기 시로 쓰고파” 시키지도 않은 이솝우화의 ‘시골쥐와 서울쥐’ 얘기를 줄줄 늘어놓던 변두리(65·여)씨는 “수학 숙제는 어제 다 해치웠다.”고 말한다. 그는 “글을 쓰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는데 너무 행복하다.”면서 “대학도 꼭 가고싶고, 그동안 내가 살아온 얘기를 글로 쓰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전순(57·여)씨는 “평생 학교에 가 본 적이 없어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도 쓰지 못해 답답했는데, 이번 방학에는 바닷가에 가서 그림도 그리고 시랑 일기도 쓸 것”이라면서 “언젠가 내가 책도 낼 날이 올 것이니 기대하라.”며 활짝 웃었다. 최고령 학생인 박중은(80·여)씨도 방학이 설레긴 마찬가지다. 짐짓 “애들도 아닌데 방학이라고 들뜨기야 하겠느냐.”면서도 “틈틈이 보고싶은 책을 볼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고 좋아했다. ●“한글 깨쳐 운전면허 꼭 따야지…” 매일 밤새 청소원으로 일하고 바로 등교했다는 하종심(58·여)씨는 “방학 숙제도 열심히 하고 손자도 실컷 볼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본에서 살다가 9살 때 돌아와 말이 안통하는 바람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박동섭(69)씨는 “아들이 면허만 따면 그 날로 차를 사준다고 했다.”면서 “이번 방학 때는 한글을 완벽하게 익혀 꼭 운전면허를 딸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재 교장은 “평생 한글도 깨치지 못하고 살아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있다.”면서 “개학 뒤에는 동화구연대회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도시 한가운데 8000평 낚시터

    수도권 도시 한 가운데에 한가롭기 그지없는 낚시터가 있다면 믿겨질까. 인천 남동구 남촌동 510의 59에 있는 ‘남촌낚시터’에 가보면 궁금증이 풀린다. 낚시터 동쪽으로는 터미널·백화점·종합문화회관·경찰서 등이, 서쪽으로는 인천 최대의 공단인 남동공단이 자리잡았다. 또 남북으로는 대형 아파트단지들이 즐비해 있고, 북쪽 아파트에서 조금만 더 가면 2002년 월드컵을 치른 문학경기장이 있다. 이들 시설이 모두 반경 2㎞ 이내에 있어 낚시터는 마치 ‘도심속의 섬’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사정을 들여다 보면 낚시터가 도심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본래 ‘주인’이었던 낚시터가 주변의 급격한 개발로 ‘이방인’처럼 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곳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좁은 흙길로 간신히 갈 수 있는 완연한 시골이었다. 주변에는 논·밭이 널려 있었고 낚시터는 물을 대는 개인 소유의 저수지였다. 그러나 개발의 여파로 인근 농토들이 잇따라 사라지자 저수지는 할 일을 잃은 썰렁한 존재로 전락했다. 활용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저수지 주인은 마침내 1990년 유료 낚시터로 업종전환(?)을 시도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어서 적지 않은 낚시꾼들이 교통이 편리한 이곳을 찾아들었다. 낚시 경력이 20년이 넘었다는 박모(47·연수구 선학동)씨는 “자다가 일어나서라도 낚시가 생각나면 아파트에서 5분 거리인 낚시터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의 주어종은 참붕어·잉어·메기 등 토종 민물고기로 충남 청양·홍성 일대에서 기른 것을 사들여 일주일에 0.5∼1t씩 방류한다. 때문에 ‘물 반 고기 반’이어서 실력이 어지간해도 반나절만 낚시를 하면 50∼60마리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붕어는 15∼20㎝, 잉어는 30∼40㎝ 짜리가 주를 이룬다. 요금은 주간(오전 3시∼오후 7시) 야간(오후 3시∼다음날 오전 8시) 구분없이 모두 2만 5000원인데, 서너시간 더 잡아도 관리소측이 크게 간여치 않는다. 특이한 것은 낚시터(8000평) 주변에 4000여평의 녹지가 있어 캠핑을 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쪽 구석에는 매점과 식당도 있다. 성수기인 5∼8월에는 매달 1000여명이,3∼4월,9∼10월에는 600∼700명이 찾아든다. 겨울철(11∼2월) 넉달간은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폐장한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웰컴투 동막골’ 정재영

    ‘웰컴투 동막골’ 정재영

    ‘다른 옷을 입으면 전혀 안 어울리는’ 이미지의 배우가 있는가 하면,‘어떤 옷을 걸쳐도 잘 소화해내는’ 이미지의 배우가 있다. 정재영(35)은 전자의 느낌으로 다가와 후자의 존재감을 건네는 배우다. 출연작을 일별해보자.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을 시작으로 ‘조용한 가족’‘간첩 리철진’,‘킬러들의 수다’,‘피도 눈물도 없이’,‘실미도’,‘아는 여자’,‘귀여워’…. 비록 많은 사람들이 ‘실미도’의 성질머리 더러운 훈련병 ‘한상필’로 그의 이미지를 각인하고 있지만, 그는 줄곧 ‘긴장’과 ‘이완’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질감의 캐릭터를 선보여 왔다. 다만 너무도 ‘조용하게’ 다가와 느끼지 못했을 뿐.‘없는 듯 하면서 있고, 같은 듯 하면서 다르다.’고나 할까. 역시나 새 영화에서도 그만의 분위기가 도드라진다. 새달 4일 개봉하는 ‘웰컴투 동막골’(감독 박광현·제작 필름있수다)에서 그는 겉보기에는 거칠어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인민군이 됐다.11월 개봉 예정으로 한창 촬영중인 차기작 ‘나의 결혼 원정기’(감독 황병국·제작 튜브픽쳐스)에서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신붓감을 구하러 떠나는 촌티 팍팍 풍기는 시골 노총각으로 변신했다. ●배우 같지 않은 배우 스크린을 벗어나도 좀체 ‘무장해제’를 못하는 배우들이 태반인데 반해, 그의 실제 모습은 너무나도 평범해 마치 딴 사람 같이 보인다. 심하게 말하면 ‘망가져’보이기까지 했다. 티셔츠에 청바지 등 수수한 옷차림은 둘째치고라도, 선한 눈빛과 수줍은 미소, 숫기 없는 말투가 영락없는 옆집 형·아저씨다. 스크린에서 보여준 선 굵은 연기와 카리스마·살기 넘치는 눈빛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전 평범함을 좋아해요. 생긴 것도 그렇잖아요?‘세련’과는 거리가 멀죠(웃음)여태껏 작품 선택권이 많지 않다 보니 약간은 강하고, 비정상적인 캐릭터 등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앞으로는 서민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캐릭터 위주로 연기 하고 싶단다. ●윤활유 같은 배우 그에게 ‘윤활유’또는 ‘도우미’라는 단어는 꽤나 잘 어울린다. 주로 조연이나 카메오로 출연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전작들에서 자신의 연기를 배경삼아 상대 배우나 작품 전체의 느낌을 더욱 맛깔나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웰컴투 동막골’에서도 그의 이같은 매력은 묻어나온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강원도 산골 마을 동막골로 들어온 한국군, 인민군, 미군이 벌이는 웃기면서도 가슴 찡한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그는 신하균, 강혜정 등 동료 배우들의 캐릭터를 은근히 살려주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연기 비중의 많고 적음보다 주어진 역할의 세기를 조절하고 적절히 안배하는 ‘힘조절’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새로움을 찾는 배우 그는 작품에 임할 때마다 항상 딜레마에 빠진다고 했다. 일종의 강박관념과도 같은 것인데,“이번 영화에서 내가 가진 능력을 다 보여주면 다음엔 어떡하나.”라는 생각에 늘 걱정이 앞선다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이 영화에서는 이게 정재영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야.’라고 한다면, 다음 영화에서는 제 모습을 보고 싶어할까요? 실망하겠죠? 그 다음부터는 아예 배역을 맡겨주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가 새 영화에서 가능하면 전작과 180도 다른 이미지의 배역을 맡으려 하는 것도, 전작에서의 연기를 수시로 모니터하며 주어진 캐릭터를 자신만의 새로운 연기 스타일로 흡수하려 노력하는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1996년 영화계에 데뷔하기 전까지 연극 무대 등을 통해 혹독한 연기 경험을 쌓은 그는 나름대로의 연기 철학을 소개했다.“‘일상의 리얼리티’를 정확히 연기로 옮겨서 관객들과 최대한 공명(共鳴)하도록 하는 게 연기의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특유의 너스레로 인터뷰를 맺었다.“우리나라 배우들은 두 종류가 있는데, 한 부류는 ‘연기파·개성파’연기자이고, 다른 한 부류는 ‘꽃미남’연기자예요. 저요?에이∼알면서. 평생 그럴 리는 없을 것 같지만,‘꽃미남 정재영’으로 한번 불려보고 싶은데요. 하하”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민초의 숨결이 담긴 ‘보통 사람들의 자서전’

    민초의 숨결이 담긴 ‘보통 사람들의 자서전’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일상사나 미시사가 유행이다. 지배계급과 권력구조 중심으로 서술하던 기존 역사에서 외면당했던, 일반인들의 숨결을 되살려내겠다는 것이다. 역사는 이제 발전법칙의 과학이라기보다 이러저러하게 살아온 얘기들을 담은 소설에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우리 토양에 뿌리박은 연구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번역서들은 쏟아져 나오지만 대개는 일상사나 미시사의 탈을 쓴 대중역사서 수준이다. 고질병인 ‘학문의 식민주의’의 한 단면이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의 ‘20세기 한국 민중의 구술자서전’(소화펴냄) 발간 소식은 반갑다. 우리 손으로 우리 스스로를 탐구한 책이기 때문이다. 어민을 다룬 ‘짠물, 단물’에서부터 ‘흙과 사람’(농민),‘장삿길, 인생길’(상인), ‘굽은 어깨, 거칠어진 손’(노동자)편을 거쳐 ‘고향이 어디신지요?’(이주민),‘징게맹갱외에 밋들 사람들’(김제만경평야 사람들) 등 시적인 제목이 붙은 6권으로 이뤄졌다. 내용은 쉽고도 재미있다. 뱃사람과 시골농사꾼과 장사꾼, 막노동꾼 등 한마디로 우리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 얘기가 구술형식으로 기록돼 있다. 그 덕에 일상사니 미시사니 구술사니 하는 말은 그만두고라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이렇게 살았단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또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얘기에서 격동의 20세기 한국사를 느껴볼 수도 있다. 이번 연구는 영남대 인문과학연구소·민족문화연구소, 목포대 호남학연구소,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 중앙대 인문과학연구소 등 5개 연구소와 한국문화인류학회, 역사민속학회 등 2개의 학회가 주축이 돼 100여명의 연구자들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영남대 박현수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공식’문헌은 왜곡됐다 먼저 구술사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박 교수는 “미시사나 일상사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정의했다. 미시사나 일상사는 ‘공식문헌’ 중심의 기존 역사학을 비판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즉, 공식문헌이라 가장 믿을 만한 게 아니라 ‘공식’문헌이기에 왜곡되어 있다는 지적이다.“미국 족보연구자들끼리 ‘메이플라워호 참 힘들었겠다.’는 농담을 합니다. 미국인 조상들 가운데 메이플라워호 타고온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범죄자 등 사회부적응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조상이 범죄자여서 추방당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 족보로라도 조상들을 메이플라워호에 탑승시켜버린 겁니다.” 그래서 구술사는 그 시대 사람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경향성’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를 담는다 그렇다 한들 모든 사람의 육성을 다 담을 수는 없다. 어차피 구술할 대상자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에는 연구자들의 선입관이 들어가지 않을까. 비의도적 왜곡은 아닐까.“인류학적 접근과 사회학적 접근의 차이가 거기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오스카 루이스라는 학자는 멕시코시티에 거주하는 5가족의 얘기를 중심으로 해서 멕시코의 역사·사회·문화를 모두 설명해냅니다.‘평균적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이 사회학이라면, 인류학은 ‘경향적 인간’을 연구한다는 겁니다. 그 시대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어떤 경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구술의 대상입니다.” ●혹시 대중독재론? 혹시 이번 연구가 한양대 임지현 교수의 ‘대중독재론’과 맥락이 통하는 게 아닌지 물었다. 각 권의 얘기들은 그 시대가 꼭 암울하지만은 않았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기술을 익히고 일해서 자식들 교육 다 시켰다는 내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실 연구단과 책 이름에 ‘민중’이 들어가 있다는 점은 대중독재론과 각을 세울 만도 한데 연구내용은 그렇지 않아 보일 수 있다. 박 교수는 “상당히 충격적인 지적”이라면서도 “해석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연구가 그만큼 기초적인 연구이기도 하다는 얘기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박 교수가 구술사에 매달리는 이유와 연결되어 있다.“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90년대 문화연구 가운데 지금껏 남아 있는 것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허망하기 때문입니다. 이론 틀만 빌려왔지 그걸 가지고 우리 스스로에 대해 실제적으로 연구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자서전’ 쓰고 ‘전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은 9월쯤 20권의 책을 낼 계획이다. 한권당 1명의 생애를 다루는 이른바 ‘생애사’ 연구 작업이다. 역사의 흐름과 맞물린 한 개인의 일생을 책 한권으로 쭉 풀어내겠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책 제목을 ‘×××전기’ 혹은 ‘×××구술자서전’이라 붙일 예정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김말자전기’,‘최금순구술자서전’ 하는 식이다. 꼭 유명인이어야만 ‘자서전’을 쓰고 ‘전기’가 나오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구술사 연구자들다운 발상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강원 춘천 ‘유포리막국수’

    강원 춘천 ‘유포리막국수’

    “찌는 듯한 삼복더위에는 시원한 물막국수 한그릇이 제격입니다.” 막국수의 고장 강원도 춘천에서 35년전통의 ‘유포리 막국수집’을 모르는 사람은 이곳 사람이 아니다. 소양강댐 인근의 한적한 시골에 위치해 있지만 이곳 막국수에 맛들인 사람들은 다른 곳을 찾지 않는다. 시원한 동치미국물과 김, 양념간장만으로 담백하게 손님상에 내는 이곳 막국수의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달고 느끼한 조미료를 섞어 내는 퓨전 막국수와는 거리가 먼 ‘단순한’ 맛으로 승부하지만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평일에도 예약을 해야 제시간에 먹을 수 있다. 우선 이곳의 막국수는 양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골인심이 듬뿍 묻어난다. 그래서 나이드신 손님들이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또 숭덩숭덩 썬 무와 함께 얼려서 육수로 내는 동치미국물은 적당히 삭혀 감칠맛을 더한다. 막국수에 고명으로 올라오는 것도 김과 양념간장이 전부다. 이렇게 올라온 막국수에 동치미국물을 붓고 식초와 겨자, 설탕을 살짝 뿌려 한입 먹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반찬으로 열무김치 맛도 일품이다. 더구나 막국수의 원료인 메밀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 현대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효과까지 있다니 건강식으로도 제격이다. 더구나 물 맑고 공기 좋은 강원도 춘천의 한적한 시골풍경속에서 먹는 막국수맛이란 어디와도 견줄 수 없다. 술과 고기,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인들은 한번쯤 찾아 봄직하다. 이 곳에서는 내는 메뉴는 물막국수(4000원)외에 돼지고기 편육(7000원), 녹두 빈대떡(4000원), 감자부침(4000원), 직접 만드는 촌두부(3000원), 직접 담그는 동동주(5000원)가 있다. 막국수집 주인 황남중(48)씨는 “어머니때부터 수십년동안 손끝으로 만들어 내는 막국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춘천에서는 막국수의 원조로 더 잘 통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구슬아 구슬아 TV를 보여다오

    7월에 선보이는 국내 창작 TV 애니메이션 가운데 마지막 주자인 ‘천하통일 파이어비드맨’이 27일부터 시작됐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10분 KBS 2TV를 통해 후덥지근한 안방에 시원한 구슬 바람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10개월 동안 남자 어린이들에게 만화, 완구, 캐릭터, 게임 등 다방면에서 ‘구슬 신드롬’을 일으켰던 ‘구슬대전 배틀비드맨’의 후속편이다.‘구슬대전…’ 52부,‘천하통일…’ 51부 등 103부로 이루어진 대작 시리즈. 공동제작사인 ㈜손오공과 일본 디라이쓰사는 팽이 돌풍을 일으켰던 ‘탑블레이드’ 시리즈를 만들었던 회사. 그동안 침체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도 불구, 철저한 기획과 프로모션으로 수익 모델의 전형을 만들고 있다. ‘구슬대전…’에서는 구슬전사로 자라나며 악의 세력과 맞서는 시골 소년 강토의 성장기가 그려졌고,‘천하통일…’에서는 필살구 ‘스트라이크샷’을 차지하기 위한 강토, 스카이, 그레이, 염주, 산초 등 구슬전사들의 경쟁이 펼쳐진다. 비더월드 정복을 꿈꾸는 사악한 무리들과의 대결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그리스 로마 신화-올림포스 가디언(28일 개봉)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0.33%(전체) 감독/배우는 김준 어떤 줄거리 동명 베스트셀러 만화 원작 국산 애니메이션. 이래서 좋아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는 ‘교양’애니메이션. 이래서 별로 성인들에게는 단조로울 듯. 홈피 반응은 “책과는 또 다른 재미” 친절한 금자씨(29일 개봉) 장르/예매율 스릴러/81.38%(18세) 감독/배우는 박찬욱/이영애·최민식·오달수 어떤 줄거리 13년 억울한 옥살이, 처절한 여인의 복수 이래서 좋아 비틀린 이영애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이래서 별로 여배우에게 더 친절한 ‘박찬욱표’ 스릴러 홈피 반응은 “…” 아일랜드 장르/예매율 SF스릴러/9.07%(12세) 감독/배우는 마이클 베이/이완 맥그리거·숀 빈 어떤 줄거리 복제인간들의 ‘시스템 탈출기’ 이래서 좋아 화려한 액션이 균형있게 녹아든 SF. 이래서 별로 윤리적 메시지가 생각보다는 약한 점. 홈피 반응은 “재미도 있고 생각도 하게 되는 영화” 로봇(28일 개봉)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4.48%(전체) 감독/배우는 크리스 지/이완 맥그리거·할리 베리 어떤 줄거리 시골뜨기 로봇 로드니의 좌충우돌 모험담. 이래서 좋아 로봇들이 쉼없는 빚는 유머와 풍자. 이래서 별로 중간중간 끼어든 ‘성인용’음악. 홈피 반응은 “영상미, 내용 모두를 만족시키는 가족영화” 우주전쟁 장르/예매율 SF스릴러/0.24%(12세) 감독/배우는 스티븐 스필버그/톰 크루즈·다고타 패닝 어떤 줄거리 외계인의 공격에 맞서 딸을 지키는 아버지. 이래서 좋아 광선 쏘는 세발 괴물, 엄청난 스케일의 화면. 이래서 별로 스필버그의 천재적 감각은 어디로? 홈피 반응은 “기존 재난영화들보다 스케일은 한수 위” 마다가스카 장르/예매율 애니메이션/1.86%(전체) 감독/배우는 에릭 다넬·톰 맥그라스/벤 스틸러·크리스 락 어떤 줄거리 ‘뉴요커’ 동물 친구, 마다가스카에 떨어지다. 이래서 좋아 발랄한 동물 캐릭터들, 절묘한 패러디와 유머. 이래서 별로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지는 흡인력. 홈피 반응은 “빈약한 스토리…‘2% 부족한 느낌’” 스텔스(28일 개봉) 장르/예매율 액션스릴러/2.54%(12세) 감독/배우는 롭 코헨/제이미 폭스·조쉬 루카스·샘 섀퍼드 어떤 줄거리 무인 전폭기, 통제불능의 상황을 만들다. 이래서 좋아 컴퓨터 게임을 즐기듯 속도감 만점. 이래서 별로 배우들이 아무래도 약하네∼ 홈피 반응은 “고공비행의 아찔함에 온몸이 전율”
  • [이사람] 해마다 해외의료봉사 실천 홍경섭 원장

    [이사람] 해마다 해외의료봉사 실천 홍경섭 원장

    자고로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있는 사람들이 베풀 줄도 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부자들이 베푸는 삶에 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도 있다. 서울 신촌의 의춘당한의원 홍경섭(70) 원장. 그는 돈을 벌 만큼 벌었다고 밝혔다. 신촌에서 30년 동안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고, 부인은 바로 옆에서 약국을 했었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한 끝에 서울 신촌에 5층짜리 건물도 소유하고 있다. 한의원도 그 건물 3층에 있다. 걱정거리라고는 없어 보이는 홍 원장은 매년 국내외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가진 자들의 베푸는 삶 정도로 치부될 수 있다. 그가 인터뷰 도중 부인과 자식에게 평생 숨겨왔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 전까지는 흔한 미담의 주인공 가운데 한사람 정도로 생각되어졌다. ●”식후 3번 복용이라는 말을 이해못해” 홍 원장은 해외봉사활동으로 말문을 열었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부터 중국·베트남·캄보디아·방글라데시의 오지로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의술을 접할 기회라도 있지만 이들 나라의 오지에 있는, 평생 약이나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해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홍 원장은 지난해 네팔에서 만난 한 환자의 기억을 떠올렸다. “진료를 마친 뒤 하루 식후 3번 약을 먹으라고 처방을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식후 3번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하루에 한끼조차도 먹기 어려운데 식후 3번 복용이란 개념이 와닿을리 없죠.” 홍 원장은 이같은 환자들이 눈에 밟혀 의료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그 역시도 뇌경색증이 있는 등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가족들은 의료봉사활동을 그만두라고 성화다. 하지만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년 보름 가까이 해외 의료봉사활동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선친 때문이다. ●작고하신 부친 때문에 의학공부 시작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아버지가 무슨 이유로 돌아가셨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사인이 궁금해서 의학을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병명도 모른 채 돌아가셔 가족들의 슬픔도 배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학을 공부하겠다는 목표는 쉽게 세웠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어머니로서는 누나와 10살 아래 동생 등 3남매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조차 역부족이었다. 홍 원장은 1956년 경북 상주농잠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의학을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4∼5년 동안 가정교사 등 온갖 일을 한 뒤 동양의학대학(경희대 의대 전신)에 입학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인 20대 중반에서야 의대에 진학한 것. 늦은 만큼 세월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만 했다. 그러나 홍 원장의 기쁨도 잠시. 입학 1년여 만에 동양의학대학이 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폐교됐다. 그로서는 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인생의 계획을 조금 수정하면 된다. 늦더라도 조금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자위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그는 야간대학 상업과에 다시 진학했다. 상업과에 다니면서 중등교사 자격증을 따냈다. 교사생활을 하면서 돈을 번 뒤 의학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생각에서 교사 자격증을 딴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홍 원장에게 의학을 전공할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30살이 되던 해 경희대 한의대 편입학에 성공한 것이다. 한의대에 편입학했을 때는 이미 지금의 부인 전정숙씨를 만나 결혼까지 한 상태였다. 그는 학부 졸업 후 석사, 박사과정도 마쳤다. 다만 석사와 박사과정은 한의학이 아닌 양의학을 택했다. 석사학위는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는 일본 도호대학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했다. 한의원을 개업한 것은 40살이 돼서다. ●“평생 숨겨왔던 비밀, 이제는 공개하고 싶어” 홍 원장은 인터뷰 도중에 불쑥 부인과 자식에게 숨겨왔던 비밀 한 가지를 털어놓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갑속에 감춰놨던 시각장애 6급이라고 적힌 복지카드를 빼냈다. “중학교 때 사고로 왼쪽 눈을 실명했습니다. 부인과 자식들에게 괜한 짐을 안기기 싫어서 이제껏 말을 안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제는 가족들에게 떳떳하게 밝혀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한쪽 눈이 실명된 이후 여러 차례 좌절도 겪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의대에 진학하겠다고 했더니 담임선생님이 문학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하더군요. 담임선생님은 내가 사고로 한쪽 눈이 실명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고집을 부려 결국 경북대 의대에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신체검사에서 탈락이었습니다.” 홍 원장은 그때도 의학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 언젠가는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한쪽 눈이 안 보이니까 책을 오랫동안 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한의대에 입학한 뒤에도 남들보다 2배 이상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한쪽 눈으로는 현미경을 통해 세포를 관찰하면서 다른 한쪽 눈으로는 세포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면 정말이지 공부를 포기하고 싶을 때도 여러 번 있었다고 했다. ●“한의원을 물려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홍 원장은 중매로 부인을 만나 29살 때 결혼했다. 부인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재원이었지만 결혼 당시만 해도 홍 원장은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었다. 주변에서 홍 원장의 성실함을 알아줘 부인과 결혼까지 하게됐다고 자랑했다. 3남매 중 큰아들 영준(40)씨는 원자력병원 의사다. 둘째딸 영선(39)씨는 이화여대 의대 교수다. 사위 역시 정형외과 개업의사로 가족 모두 의료인이다. 막내 영모(36)씨는 신학을 전공했다. 홍 원장은 “내심 자식 중 한 명은 한의학을 전공해 내가 갖고 있는 서적이나 의술을 물려주고 싶지만 뜻대로 안 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5분 데이트 (11) - 강형숙

    5분 데이트 (11) - 강형숙

      『전 외교관 부인이 될래요』 미스·모의(模擬)유엔총회 강형숙(姜馨淑)양 『직접 제가 외교관이 되는 건 싫고요. 외교관 부인으로 뒤에서 뒷바라지 해주고 싶어요』 하는 이 깜찍한 아가씨 강형숙양은 방년 20세. 외대 영어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교동국민학교, 숙명여중, 경희대부고를 거친 재원으로 어학에는 재주가 있어 중·고교 시절부터 꼭 1등 차지. 대신 수학, 역사 등이 싫었고. 『남자친구는 많이 사귀어 보았지만 아직 맘에든 애인감은 없어요. 저와 목적하는 바가 다르거나 똑똑해 보이지 않으면 같이 앉아 말할 기분조차 안나요』 그래서 남학생들 사이에선 약간「콧대 센 아가씨」로 통하는 모양이나 붙임성은 좋다. 한두 번 집안을 통해 중매가 들어왔으나「전적으로 제가 결정할 문제」라 선도 안보았고. 고등학교 때 별명은「새침이」. 중국요리「깜붕기」가 먹기 좋고 겨자든 초밥은 딱 질색. 식모아줌마가 시골간 틈에 꼭 한 번 밥을 지어봤는데 가까스로 먹을만한「61점짜리」가 되었고. 저녁엔 8시, 9시면 잠이 든다는 초저녁파. 그래서 엄마가『시집가서 남편 늦게 돌아오면 어쩔래?』하는 꾸중을 들어도『잠 안오는 약 먹고 기다리죠』하는 정도. 대신 새벽 3, 4시면 깨어 일어나 中·日 등에 사귀어 놓은「펜·팔」에게 편지를 쓴단다. 「펜·팔」하고 있는 사람 중 대만에 있는 대학교수 한 분은 자식이 없다고 강양을 자기 친딸처럼 생각, 지난번 대학총학장회의에 참석차 한국에 왔을 땐 집에 들러 강양의 부모들과 인사를 나누고 하룻밤 묵어가기도. 「퀴즈」를 하나 내라니까『달이 물에 비치면 왜 커보이나?』알아 맞추란다. ※ 뽑히기까지 지난 11월 21일 열린 제7회 모의UN총회엔 70여명의 여대생들이 참가, 시선을 끌었는데 이중에도 특히 한복차림의 귀여운 사회자 강양의 재치있고 애교있는 사회는 이날 남학생들에게 인기의 초점이었다. 그래서 만장일치로「미스·모의UN총회」. 지난번 외대 영어극『다리 위에서의 조망』에서도「히로인」을 맡은 바 있다. [ 선데이서울 68년 12/8 제1권 제12호 ]
  • [26일 TV 하이라이트]

    ●문화 문화인(EBS 오후 10시50분) 디지털 화가 김점선과 낙서 작가 김태중이 만났다. 스스로 그냥 ‘작가’라고 불리길 원하는 두 사람은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고정관념을 깬 작품들로 21세기 오늘날의 다양화된 미술세계를 보여주는 디지털 화가 김점선과 낙서작가 김태중의 세계를 들여다 보자. ●세계 세계인-불상을 찾아서(YTN 오후 3시40분) 세계문화유산인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석불은 탈레반에 의해 깡그리 파괴됐다. 바미안 석불을 복구했던 타르지 박사가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던 3번째 석불을 찾기 시작했다.3번째 석불은 ‘누워있는 불상’으로 길이가 파리 에펠탑 높이와 맞먹는 규모이다. ●논스톱5(MBC 오후 6시50분) 문화예대 동아리연합회가 위문공연단을 모집한다. 타블로의 야심 찬 기획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아무도 없다가 유일한 지원자인 효주가 등장한다. 위문공연단으로 함께 하고 싶지만 효주의 노래와 춤 솜씨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또 논씨네 감독을 사칭하며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위험인물이 있다는데….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SBS 오후 11시5분) 이승철 강원래 구준엽 유선 채민서 장윤정 레아 이성진 등이 출연해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한 닭살 이벤트를 공개한다. 이승철이 말하는 닭살애교 노하우, 구준엽이 여자 출연자 중에서 찜한 사람이 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으며, 장윤정에게 관심 보인 가수가 누구인지도 공개한다. ●新 TV는 사랑을 싣고(KBS1 오후 7시30분) 지난 57년 무렵, 전쟁 직후라 학교 건물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시골에서는 산 속에서 돌을 깔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런 속에서도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열심히 가르쳐 주신 최상혁 선생님. 탤런트 박윤배가 초등학교 시절 인생 최고의 선생님으로 기억하는 최상혁 선생님을 만난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아라의 마법검으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암흑세계 지배자는 아라를 암흑전사로 만들기 위해 불덩어리 형태로 아라의 몸 안에 들어가려 한다. 아라는 꿋꿋이 버텨내고, 아라를 보며 미르네 가족은 안타까워한다. 아라를 구하기 위해 마패와 미르, 가온은 암흑세계를 헤맨다.
  • [儒林 속 한자이야기] (81)野合(야합)

    儒林(383)에는 ‘野合’(들 야/합할 합)이 나오는데, 이 말은 ‘夫婦(부부)가 아닌 男女(남녀)가 서로 情(정)을 통하거나 좋지 못한 목적(目的)으로 서로 어울림’을 뜻한다. ‘野’의 原字(원자)는 ‘’(야)이다.‘’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과 거기에 세워놓은 ‘男根石(남근석)’의 모양을 본뜬 ‘ ’(두)를 합한 會意字(회의자)라는 설이 흥미롭다. 이 글자는 뒷날 밭(田)과 흙(土)을 합하고, 다시 音符(음부)에 속하는 ‘予’(여)를 더한 형태인 ‘野’로 바뀌었다.用例(용례)에는 ‘野心(야심:무엇을 이루어 보겠다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욕망이나 소망),下野(하야:시골로 내려간다는 뜻으로, 관직이나 정계에서 물러남을 이르는 말)’ 등이 있다. ‘合’자는 뚜껑이 덮인 그릇 모양을 본뜬 것으로 ‘그릇’이 본래 의미였으나 점차 ‘서로 합하다’‘모이다’‘만나다’ 등과 같은 派生(파생)된 뜻이 더 널리 쓰였다.用例로는 ‘合格(합격:시험, 검사, 심사 따위에서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 어떠한 자격이나 지위 따위를 얻음),談合(담합:서로 의논하여 합의함),意氣投合(의기투합:마음이나 뜻이 서로 맞음)’ 등이 있다.史記(사기)에 의하면 숙량흘(叔梁紇)은 안씨(顔氏)의 딸과 野合(야합)하여 孔子(공자)를 낳았다. 이때의 野合을 ‘正式(정식) 婚姻(혼인)을 하지 않은 두 남녀의 通情(통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唐代(당대)의 張守節(장수절)이 해석하는 野合은 의미가 다르다. 남자는 8개월이면 乳齒(유치)가 나고,8세에 永久齒(영구치)가 난다.8과 8을 합하면 16이 되는 바, 남자는 16세에 陽道(양도)가 형성되어 通(통)하다가,8과 8을 곱한 64세에 이르면 陽道(양도)가 消滅(소멸)한다. 여자는 생후 7개월 무렵부터 젖니가 나고,7세부터 영구치가 난다.7과 7을 더한 14세면 陰道(음도)가 通(통)하기 시작한다.7과 7을 곱한 49세에 이르면 陰道가 모두 斷絶(단절)된다. 이를 벗어난 연령의 婚姻(혼인)을 ‘野合’이라는 것이다. 신라 제 29대 太宗(태종:金春秋)과 金庾信(김유신)의 막내 누이 文姬(문희)도 野合에서 婚姻(혼인)으로 이어진다.文姬는 언니 寶姬의 꿈이 至尊(지존)을 孕胎(잉태)할 胎夢(태몽)이라고 보고 언니로부터 꿈을 샀다. 그로부터 열흘 뒤 김춘추는 유신과 놀다가 옷고름이 떨어졌다. 김춘추는 옷고름을 달기 위해 김유신의 집에 들렀고, 여기서 문희와 눈이 맞아 姙娠(임신)을 하고 말았다. 김춘추와 문희의 情分(정분) 所聞(소문)이 왕에게까지 이르렀다. 결국 두 사람은 婚事(혼사)를 서둘렀고, 둘 사이에서 난 아이가 훗날 三國統一(삼국통일)의 偉業(위업)을 이룬 文武王(문무왕)이다. 신라의 高僧(고승) 元曉(원효)와 瑤石公主(요석공주)의 野合도 흥미롭다. 이미 출가한 신분이었던 원효는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주려나, 하늘 받칠 기둥을 깎아 보고싶구나’(誰許沒柯斧 我斫支天柱:수허몰가부 아작지천주)’라는 노래를 읊조리고 다녔으나 그 뜻을 아는 이가 없었다. 태종(太宗)은 그 뜻을 알아차리고 瑤石宮(요석궁)에 홀로된 공주에게 원효를 불러들이게 하였다.宮吏(궁리)가 왕명을 받들고 원효를 찾아가니, 그는 蚊川橋(문천교)를 지나다가 일부러 물 속에 빠졌다. 요석궁으로 案內(안내)된 원효는 젖은 옷을 말린다는 구실로 그곳에 留宿(유숙)하면서 공주와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신라 十賢(십현)의 한사람인 薛聰(설총)이다. 김석제 경기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지금 거창에선] 연극·예술 활기… ‘아시아의 아비뇽’ 꿈꾼다

    [지금 거창에선] 연극·예술 활기… ‘아시아의 아비뇽’ 꿈꾼다

    경남 거창군이 ‘아시아의 아비뇽’을 꿈꾼다.‘거창국제연극제(KIFT)’의 성공을 발판삼아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관광지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거창읍 내에 국제연극문화타운을 조성하고, 사계절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산악형 경전철을 건설, 관광객을 연간 100만명 유치할 수 있는 관광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거창군은 한반도 남부 내륙에 깊숙이 자리잡은 인구 7만의 작은 군이다. 지리산국립공원과 덕유산국립공원, 가야산국립공원의 중심에 위치,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을 자랑한다. 아울러 교육과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하며, 친 환경·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청정의 고장이다. ●감성의 숲에 꽃들이 피어나다 이곳에서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린다. 올해로 17번째.‘감성의 숲에 꽃들이 피어나다’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수승대 일대 야외극장과 거창연극학교, 거창문화센터 무대 등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참가극단과 작품도 45개로 역대 최고다. 특히 프랑스·독일·루마니아·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유럽 지역과 페루·브라질 등 남미, 그리고 일본 등지의 극단도 참가, 모두 199회의 공연을 갖는다. 올해 관객목표는 15만명. 지난해에는 10개 국가에서 42개 극단이 참가,150회 공연을 했다. 관객도 11만 3000여명에 달해 객석 점유율 140%가 넘는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이는 입장권 발매숫자를 집계한 것으로 무료 입장객을 포함하면 관객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3년 관객 6만 4000여명에 비하면 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연극제 집행위원회 이영철 홍보국장은 “올해는 공연 일수와 공연 횟수가 늘어 관객 유치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지난 1989년 이종일(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씨 등 지역의 연극인들이 ‘인간·자연·연극’을 모토로 내걸고 개최한 ‘시월연극제’가 모태가 됐다. 객석이 77개뿐인 작은 극장과 학생들이 주로 찾는 한정된 관객, 예산부족 등으로 시련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 연극제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시월연극제는 연극인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열정으로 5회까지 이어오다 지난 94년부터 거창연극제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이듬 해부터 국제연극제로 격상됐다. 그러다 98년 군수가 대회장을 맡으면서 일대 전기를 가져왔다. 군으로부터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 범 군민적 성원에 힘입어 명실상부한 국제연극제로 자리잡았다. 연극제 개최 시기를 여름 휴가철로 변경하면서 부족한 공연공간 및 관객확보 문제를 해결했다. 국민관광지 수승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무대로 활용하는 등 여타 연극제와 차별화해 지방적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KIFT 로드맵으로 꿈★ 이룬다 거창군은 이를 발판으로 관객 100만 시대를 열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우선 73억여원을 투자해 2008년까지 거창읍 김천리 일대에 연극문화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국제연극문화센터를 건립하고,KIFT문화거리와 아비뇽 공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연극문화센터는 현 문화센터를 증·개축, 활용하고, 거창교까지 1.2㎞에 KIFT문화거리를 조성한다. 이 구간에 설치된 전주와 통신선을 모두 땅속으로 묻고, 보도를 확·포장해 가로수의 수종을 다양화하는 등 테마를 달리할 계획이다. 주변 상가도 이미지에 맞게 단장키로 했다. 거창교 주변에 조성되는 아비뇽공원은 소규모의 거리공연과 이벤트장소 등 주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주말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 수승대 문화관광 상품화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이미 KIFT를 통해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이름나 있는 위천면 수승대에 사업비 70억원으로 실내극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부지 7000여평에 지상 3층, 연건평 2100평 규모다.1층은 객석 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만들고,2층에는 전시장과 세미나장, 휴식공간 등을 꾸미고,3층에는 세계 연극박물관을 조성한다. 사계절 주말 프로그램은 계절별로 테마를 달리한다. 봄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축제를 개최하고, 여름에는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며, 가을은 농촌체험 프로젝트, 겨울은 가족이 테마다. 월별로도 주제를 정한다. 예컨대 1월은 ‘연극, 눈썰매와 겨울이야기’로 어린이들이 연극인과의 만남으로 연극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무대의상 만들기와 분장하기, 대본만들기, 연극 한 토막 따라하기 등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자연과 역사, 문화가 어우러진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거창을 브랜드화한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되면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거창을 찾고, 관광수입도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창의 브랜드화로 사과·딸기·쌀·애우(쑥먹인 쇠고기) 등 지역의 농특산물이 얼굴을 갖게돼 1조원에 달하는 간접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준화 거창군 부군수는 “군이 추진하는 계획이 완성되면 거창은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난다.”고 장담했다. 거창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거창 국제연극제’ 매력은 프랑스에 ‘아비뇽 페스티벌’이 있다면 한국에는 ‘거창국제연극제(KIFT)’가 있다. 거창연극제가 비록 역사는 짧지만 아비뇽축제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과 개성을 갖고 있다. 매년 7월 아비뇽페스티벌이 열리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비뇽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십만의 관광객이 모여든다. 축제가 펼쳐지는 3주간 도시는 연극과 발레·음악 등 공연예술로 가득찬다.1947년 9월 연극배우이자 무대감독인 장 빌라르가 ‘아비뇽에서 예술의 주간을’이라는 기치를 걸고 교황청 안마당에서 3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시작돼 세계적인 연극축제로 자리잡았다. 피서철에 개최되는 거창연극제에도 10만이 넘는 관객이 몰린다. 지난 89년 영어교사인 이종일(거창연극제 집행위원장)씨 등 지역 연극인들에 의해 시작돼 올해로 17번째를 맞는다. 아직까지 연극 위주로 진행되지만 마당극과 악극·국악 뮤지컬 등으로 장르를 넓혀가고 있다. 거창연극제의 매력은 무대에 있다. 수승대 계곡의 거북바위와 옛 서원, 대나무 숲, 낡은 초가, 허름한 정자, 고목나무 주위 등 자연공간이다. 특히 강변에 세워진 수변무대는 관객들이 벌거벗은 채로 물놀이를 하면서 공연을 만끽할 수 있어 피서문화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이다. 또 다른 특징은 ‘은행나무 카페’. 수령 300년이 넘는 고목나무 아래 마련된 카페는 배우들과 관객, 연극계 인사들이 친교를 다지는 만남의 장이다. 즉석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공연 후일담이 오가며, 배우들을 보러온 관객들로 항상 시끄럽다. 관객들은 무대보다 더 뜨거운 뒤풀이를 보면서 연극의 매력에 빠져 든다. 거창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강석진 거창군수 “월성계곡·가조온천 관광명소도 많아” “거창국제연극제에서 한 여름 피서지의 낭만과 연극의 향기에 젖어 보십시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는 29일 개막되는 제17회 거창국제연극제(KIFT) 대회장인 강석진 거창군수는 “바가지 상혼이 판치고, 볼거리·놀거리가 부족한 유명 해수욕장 대신 수승대에서 휴가를 즐기라.”며 거창연극제 홍보에 열을 올렸다. 강 군수는 “올해 연극제에는 세계 9개국에서 45개 극단이 참가해 모두 199회 공연한다.”면서 거창연극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참가단체 등 외형적인 규모는 물론 작품의 수준 등 내적인 측면에서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임을 자랑했다. 또 “문화·예술이 중앙으로 집중되는 흐름을 깨고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예술축제가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했다. 그는 성공비결로 연극인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변함없는 열정, 군민들의 헌신적인 성원을 들었다. 또 수승대라는 자연공간에 마련된 무대와 한 여름 피서철에 개최되는 것도 성공 비결의 하나라고 말했다. 강 군수는 “올해도 15만여명의 관광객이 수승대를 찾을 것으로 전망돼 150억원 이상의 관광수입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강 군수는 “거창에는 수승대를 비롯, 월성계곡, 가조온천 등 관광객들이 쉽게 접극할 수 있는 관광명소가 많다.”면서 “이와 연계해 프랑스의 아비뇽과 같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군수는 “오는 2008년까지 교육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로드맵을 완성할 것”이라며 “관광객 100만시대가 열리면 거창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이 얼굴을 갖게 되고, 연간 2000억원의 관광수입은 물론 1조원 이상의 간접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거창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영화·드라마 주인공처럼…

    영화·드라마 주인공처럼…

    영화·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되는 여행을 떠나자. 바쁜 일상 탓에 영화와 드라마로 평소의 여가를 대신하는 도시민들에게 영화 촬영지는 한번쯤 가보고 싶픈 여행지. 화면을 통해 보던 멋진 풍경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세트장을 돌아보며 잠시 영화 속으로 빠져도 좋고, 주인공 기분을 내도 좋다. 올초 개봉해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마파도’는 영화의 재미만큼이나 경치가 아름답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펼쳐진 해안선은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마파도는 가상의 섬. 지도를 아무리 훑어봐도 찾을 수 없다. 영화 속에서는 전남 고흥 앞바다에 있는 섬이라고 소개돼 있지만 실제로는 전남 영광군 백수읍 동백마을에서 촬영됐다. 섬은 아니지만 섬보다 더 멋진 해안선을 뽐내고 있는 영화 속의 그곳, 마파도의 절경 속으로 가족들과 함께 떠나보자. 글 사진 영광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아담하고 깔끔한 해수욕장 개펄을 끼고 펼쳐진 해안도로 주변 어느 곳에 가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지만, 그래도 가마미해수욕장과 모래미해수욕장이 가장 좋은 피서지다. 해수욕장을 거점 삼아 2∼3일 쉬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좋다. 가마미해수욕장은 예부터 호남 3대 피서지로 알려진 곳. 병풍처럼 넓게 드리워진 솔숲에서 낮잠을 즐겨도 좋은 곳이다. 깨끗한 백사장과 바닷물 등 깔끔한 것이 최대 장점. 시골 인심이 살아 있어 바가지도 없다. 주차료 2000원만 내면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정에 관계없이 쉬다 갈 수 있다. 물론 별도 입장료도 없다. 해수욕장에는 군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널찍한 숙박용 텐트 30동이 해변과 마주하고 있으며 4인 가족이 묵기에 충분하다.1일 숙박료는 2만원,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민박집은 성수기 3만원이다. 가마미해수욕장 관광협의회(356-1020). 즐길거리도 많다. 밤마다 매주 3차례씩 백사장에서 무료 영화가 상영된다. 해변에서 바나나보트(1회 1만 2000원)와 플라이피시(2만원)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원전홍보 전시관을 무료로 둘러보며 원자력에 대해 배워볼 수 있다. 모래미 해수욕장은 아담한 해수욕장. 해안선은 길지 않지만 해안선을 때리는 파도소리가 정겨운 곳이다. 곱디고운 모래와 아직 때묻지 않은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다소 작은 것이 흠이다. 촬영지에서 멀리 보이는 송이도에는 멋진 조약돌 해수욕장이 있다. 섬 전체 모양이 사람의 귀처럼 생기고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송이도는 납작하고 매끈한 하얀 조약돌이 넓게 깔려 아름답다. 길이가 2㎞나 되며 맨발로 밟고 다녀도 전혀 아프지 않다. 계마항에서 하루 1차례 배편이 있으며,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마파도를 찾아 영광 동백마을로 ●엽기 할매들의 보금자리 마파도로 향하는 길은 즐겁다. 영화 속의 코믹한 장면을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쏟아진다.160억원짜리 로또 당첨권을 들고 잠적한 여자를 찾아 마파도에 잠입한 비리형사(이문식 역)와 모범 건달(이정진 역), 마파도 다섯 할매의 코믹 연기가 머릿속을 맴돈다. 서울을 떠난지 3시간.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를 빠져나와 영광읍을 거쳐 백수해안도로에 들어서자 바다 내음이 코를 찌른다.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굽이 뻗은 해안도로를 달리자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다. 해안도로는 백수읍 백암리 답동마을에서 시작해 동백마을을 거쳐 원불교 성지까지 총 16.3㎞에 이른다. 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 달리자 ‘마파도 촬영지’라는 조그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뻔했을 정도로 표지가 크지 않다.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지만 마을엔 주차할 곳이 없다. 도로에 차를 세우고 좁은 샛길을 따라 100여m를 걸어 내려가자 17가구가 모여 사는 아담한 시골마을인 동백마을이 나타난다. 봄이면 홑동백꽃이 아름답게 피는 마을이다. 해변 마을이지만 동글동글한 돌을 쌓아 만든 돌담은 마치 섬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파도(麻婆島)라는 이름은 영화 속의 소재인 대마(大麻)와 노파(老婆)에서 만든 합성어다. 마을을 지나 해변에 이르자 언덕 위에 폐허 같은 허름한 흙집 몇 채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마파도 세트장. 집 앞에서 머뭇거리자 마을 주민 정병양(61)씨가 다가와 “거기가 촬영지여, 들어가서 봐요.”라면서 “저 집이 할매들이 살던 집이고, 언덕 위의 저것이 일용엄니(할매역을 맞은 김수미)가 기도하던 사당이니까 천천히 돌아봐요.”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정씨는 “이 동네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영화를 6개월 찍었는데 동네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다.”면서 “영화 시사회 때 동네사람을 모두 초청해서 봤는데 우리마을이 나오니까 신기했다.”고 후일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촬영을 위해 지은 집은 모두 다섯채. 바다를 내려보는 밭뙈기 위에 집을 짓고, 돌담을 쌓고, 밭을 일구어 가상의 섬을 탄생시켰다. 안으로 들어가자 항아리며, 가구며, 절구, 우물 등 영화 속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세트장의 담벼락에는 관광객들이 써놓은 낙서들이 눈길을 끈다. 집 안에서는 마치 “이놈들아 뭐하는 거여!”라며 소리치는 할매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특히 세트장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과 바다를 연결한 한적한 길이 눈에 익는다. 산등성이를 넘어 꼬불꼬불 이어진 길에서는 갯내음과 풀내음이 마파도의 정취에 흠뻑 빠지게 한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대마밭은 이곳에 없다. 영화 속 이 장면만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율무밭을 빌려 촬영했다고 한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경 촬영지에서 나와 해안을 따라 연결된 오솔길을 따라 전망대 방향으로 올라가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평지가 많은 서해안답지 않게 높은 해안 절벽이 장관을 연출한다. 오솔길 정상에 있는 백암해안전망대에 오르자 광활한 개펄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보이는 송이도와 안마도, 칠산도 갈매기 섬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7개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한데 묶은 칠산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 389호)로 지정돼 있다. 전망대에서 가파른 절벽길을 타고 해변으로 내려가자 갯내음이 상쾌하다. 바닷물이 만나는 해안에는 거북이 모습의 거북바위와 어머니와 아들이 껴안고 있는 형상인 모자바위 등 멋진 바위들이 솟아 있다. 개펄은 진흙과 모래가 적절히 섞여 물 빠진 개펄 위로 차를 몰고 달릴 수 있을 만큼 바닥이 단단한 게 특징. 개펄을 호미로 헤집으면 백합과 바지락, 맛 등 각종 조개를 잡을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관광지로는 정유재란 열부순절지와 숲쟁이 꽃동산을 비롯해 원불교 영산성지, 소태산 박중빈 생가,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등을 만난다. 정유재란 열부순절지는 정유재란 때 부인들이 왜군으로부터 화를 면하기 위해 서해바다에 투신, 순절했던 곳으로 이 곳에서 보는 서해 낙조가 매우 아름답다. 공기가 맑고 시원한 공원이 조성된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생가는 잠시 쉬어가는 맛이 있다. 백제불교 문화의 진원지 불갑사와 함께 해변을 끼고 있는 나무 데크가 예쁜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도 둘러볼 만하다. 불갑산 기슭에 자리잡은 불갑사는 백제불교 문화의 진원지로 백제 불교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 있다. ●풍성하고 맛깔스러운 먹을거리 먹을거리로는 영광의 대표 음식인 굴비백반을 비롯해 백합죽, 덕자찜 등이 유명하다. 백합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 있는 백합죽은 각종 약재를 넣어 따뜻하고 맛깔스럽다. 갖은 양념에 맛좋게 익힌 덕자찜은 영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다. 굴비백반과 굴비구이를 파는 음식점이 많지만 굳이 백반을 시키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식당에서 기본 반찬으로 굴비구이가 나온다. 고두섬의 절경을 마주한 언덕 위에 있는 고두섬 횟집(352-0001)은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백합죽(7000원)과 백합탕(2만 5000원)을 비롯해 자연산 활어(5만원) 등 각종 싱싱한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다. 영광굴비는 기본 반찬으로 맛볼 수 있다. 민박도 겸하는데, 최성수기에도 4인가족 기준으로 3만∼5만원이면 숙박이 가능하다. 이 집은 마파도 촬영팀 일부가 촬영기간 중 민박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법성포에 가면 예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던 영광 굴비를 만날 수 있다. 음력 3월경 칠산앞바다에서 잡은 산란 직전의 조기를 법성포에서 소금에 절여 건조시켜 맛이 독특하고 영양이 풍부한 영광 대표 특산품이다. 법성포 굴비거리에는 300여개의 굴비 판매점이 즐비하다. 크기에 따라 50만∼70만원짜리 굴비세트부터 3만∼5만원짜리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굴비특품 사업단(356-5667). 이 중 천연 옥물에 담가 굴비의 비린맛을 없앤 옥굴비(356-5002)가 맛있다.20마리짜리 굴비세트가 5만원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절반가격에 좋은 품질의 영광 굴비를 살 수 있다. 가는 길은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에서 나와 영광읍 방향(22번 국도)을 타면 된다. 대중교통은 서울·안양·안산·성남·이천에서 고속버스가 운행되며 3∼4시간 소요된다. 영광읍에서 가마미해수욕장까지 군내버스가 운행되는데 30분 걸리며 요금은 1900원이다. 영광터미널(351-3379). 영광군청 문화관광과(061)350-5208.
  •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삶속의 차 (1)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삶속의 차 (1)

    필자와 차(茶)의 인연은 벌써 35년 가까워 진다. 참으로 비릿하고도 아련한 생의 출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초의스님과 차는 마치 벼락치듯 나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먼 생의 출구에서부터 윤회의 물결과 인연의 흔적들이 내 생(生) 내면에 깊이 잠재했었던 것 같다. 갓 출가를 한 필자는 선방수좌들이 공부하는 남해 용문사에서 공부를 했다. 초 겨울 추위가 절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원주스님을 감기에 들게 했다. 당시 남해는 남해대교가 없던 시골이어서 약을 구할 수가 없었다. 마땅한 약이 없어 고민을 하는 나에게 한 보살이 넌지시 ‘민간담방약’을 일러줬다.“지난 겨울 안거때 보니까 스님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후원 찬장에 있는 무슨 풀을 달여 마시고 몸이 낫는 것을 봤습니다.” ●처음 대한 이상한 풀잎의 약효 나는 급히 찬장을 뒤졌다. 보살의 말처럼 찬장 깊숙한 곳에 대나무가 그려진 푸른 통에 푸르스름하게 말린 아주 작은 풀잎들이 반통 넘게 들어 있는 것 아닌가. 질그릇 약탕기를 꺼내고 숯불을 지펴 그 풀잎을 전부 쏟아붓고 부채로 부쳐 달이기 시작했다. 한 시간 가량 푹 삶은 그 풀잎국물은 농익다 못해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녹색이었다. 냄새를 맡아 보니 쓴 냄새가 코를 독하게 찌르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소중한 약은 약인 모양이다. 이렇게 독하게 쓴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내가 제대로 골라 달인 게 분명하구나.’라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정성스럽게 체에 걸러보니 사발로 반쯤됐다. 나는 좋은 감기몸살약이라며 원주스님에게 드렸다. 단숨에 약사발을 마신 원주스님은 얼굴을 찡그리며 ‘도대체 무슨 약이기에 이렇게 소태보다 쓴가.’라고 물었다. 나는 지금까지 일을 자초지종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원주스님은 갑자기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여보게 행자 그 차가 얼마나 귀한 차인 줄 아는가. 큰 스님 공부하시는데 가끔식 드리려고 소중하게 보관해온 것인데. 그걸 전부 다 달이면 어쩌란 말인가. 자네는 차도 모르나.” 도대체 매미 날개 같기도 하고, 감나무잎을 말려놓은 것 같기도 했던 ‘이상한 풀잎’들이 차인지 그 무엇인지 알기나 했겠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쓸 만한 차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웠던 시절 한약으로 고았으니 얼마나 쓰고 어이가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나의 차 생활의 첫 경험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뉘라서 차 한잔의 깊은 맛을 헤아릴 수 있으랴. 잡것이 한번 스치면 차의 오롯한 진성(眞性)을 잃나니….”하며 한국의 다성 초의스님이 ‘동다송´에서 노래한 이시가 내 삶의 절대적인 중심으로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차는 이렇게 마치 천둥번개처럼 삶을 통째로 관통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차는 곧 우리의 정신문화 대변 우리의 삶속에 차(tea)는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내재적 가치이며 문화이며 시간이기도 하다. 차는 약용, 음식, 기호음료, 수행의 매체로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왜 차를 마셔야 하는가를 잘 모르고 살고 있다. 차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왜 차를 마셔야 하는가를 모르고 마시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고서’(古書)에서는 “차를 마실 때 사람을 가려 마시고 아무 때나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적고 있다. 차는 곧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시대의 삶에 대해 나는 가만히 한번 묻고 싶다. 우리곁을 지키던 맑은 달, 칠흑같은 어둠을 밝히던 반짝이는 별, 깊은 호흡으로 온 육신을 상쾌하게 하던 맑은 공기는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며,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던 삶의 도리는 실종된 지 오래다.‘금전’의 논리와 욕망의 극대화는 인간을 철저하게 자본의 노예로 귀속시켜버린다. 생명이니 환경이니 사랑이니 하는 전통적인 삶의 명제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오로지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밖에 없다. 우리시대에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문화와 문화사이, 조직과 조직사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생존’논리에서 빚어지는 스트레스다. 현대인의 만병의 원인은 바로 ‘스트레스’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도한 긴장과 흥분, 마라토너처럼 끝없이 경쟁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여유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시대에 차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고, 조직과 조직의 긴장을 풀어주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삶에 촌각의 여유를 붙들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차인 것이다. 초의스님은 영혼을 일깨우는 인간의 찻 자리에 대해 일갈했다.“밝은 달 촛불이 되고 또 벗이 되니/흰 구름 자리되고 또 병풍이 되어주네/솔 솔 솔 찻물 끓는 소리 시원하고 고요하니/맑고 찬 기운 뼈에 스며 영혼을 일깨우네/오직 흰 구름 밝은 달 두 벗을 삼으니/도인의 찻 자리 이보다 빼어날 소냐.” 가만히 감상해 보라 참으로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이 우리마음에 자리를 잡으며 ‘하얀 도라지 꽃’처럼 피어날 것이다. 텃밭에 톡톡 빗방울을 튀겨내며 서있는 도라지꽃, 사무실 책상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능수버들처럼 휘어진 풍란을 보며 차를 한잔 마실 수 있는 삶의 여유가 바로 ‘삶의 찻자리요, 도인의 찻자리’인 것이다. ●차의 미덕은 어디서 오는가 그렇다면 차의 미덕은 어디에 있는가. 명나라 도륭은 ‘고반여사´(考槃餘事)에서 “차는 행실이 바르고 덕을 닦은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음료다. 백석의 맑은 샘물을 길어 끓이는 절차를 법도에 맞게 하여 중도에 그만두는 일이 없이 한결같이 계속하여 그 법식을 완전히 익히고 깊이 음미하여 정신이 융회하고 심취해서 제호나 감로에 비교할 만한 참다운 맛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서 다도를 휼륭하게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라 하겠다. 모처럼 좋은 차를 마시면서 그 사람 됨됨이가 미흡하다면 마치 좋은 샘물을 퍼서 잡초에 주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이보다 더 큰죄가 없을 것이다. 차의 멋을 모르고 꿀꺽 단숨에 마셔 맛의 분간도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상 속될 수가 없다.”고 했다. 차는 육우의 ‘다경´에서도 나와 있듯이 하늘아래 그 귀함을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신령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뜬 구름처럼 하늘위에서 노니는 신비스러움이 아니다. 여기에서 ‘신령’이라 함은 인간의 영혼을 맑고 담백하게 일깨우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는 인간을 위한 것이고, 현존하는 필요충분한 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차는 또 적요(寂寥)한 것이다. 적요라는 것은 고요하고 그윽한 평안한 경지에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시대 우리문화는 이른바 ‘들뜸’의 문화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참을 줄도 기다릴 줄도 모른다.‘원 스톱 문화’시대에 자신의 뜻과 목적을 관철시킬 일방통행의 ‘들뜸’의 문화를 차분하게 가라앉힐 또 하나의 정적인 작용인 것이다. 우리가 ‘차’를 단순히 ‘차’라 부르지 않고 ‘다도’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차를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을 ‘차’요 ‘다도’라고 하는 것이다. 산과 들을 달리며 활과 검을 쓰며 심신을 단련했던 신라의 화랑들도 차를 통해 문과 무의 품격있는 조화를 이루었으며, 고려시대 스님들과 문인들도 “한잔의 차는 곧 참선의 시작. 차의 맛은 선의 맛”이라며 차를 진리의 정신세계를 고양시키는 ‘도의 동반자’로 봤다.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도 “차를 끓여마시는 것이 바로 도의 본체를 체득하는 것이다.”며 차의 진리적 가치를 극찬하고 있다. ●삶과 문화 바꿀 새로운 인연으로 차는 또 그 과학적 효능에 있어서 이 시대의 삶과 또 다른 동반자적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도륭은 ‘고반여사´에서 “진짜 좋은 차는 갈증을 없애고, 음식을 소화시키며 가래를 제거하고 잠이 들게 하며, 소변이 잘 나오고, 눈을 맑게하여 머리가 좋아지게 한다. 식사가 끝날 때마다 차로 입안을 가시면 기름기가 말끔히 제거되며 뱃속이 저절로 개운해진다. 이(齒)사이에 낀 것도 차로 씻어내면 다 삭아 줄어들어서 모르는 동안 없어지기 때문에 번거롭게 이를 쑤실 필요가 없다. 이에는 쓴 것이 좋기 때문에 자연히 이가 튼튼해져서 충과 독이 저절로 없어진다.”고 적고 있다. 차는 또 모든 음식 가운데 으뜸이다. 단순한 으뜸이 아니라 희(喜)로(怒)애(哀)락(樂)애(愛)오(惡) 등 인간의 모든 성정을 통칭해 으뜸이라는 것이다. 초의스님은 ‘동다송´에서 “모든 음식 가운데 차만이 홀로 육정의 으뜸이다.”고 격찬한다. 진나라의 뛰어난 문장가였던 장맹양도 “정식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하고 갖은 요리는 그 맛이 절묘하고 뛰어나네. 향기로운 차는 육정의 으뜸이어서 넘치는 맛이 천하에 퍼진다.”고 품평하고 있다. 신농은 또 ‘식경´에서 “차를 오래마시면 사람이 힘이 있고 뜻을 즐겁게 한다.”고 적고 있다. 음식중의 으뜸인 차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하루 하루의 삶을 즐겁게 하는 약리적인 작용을 한다. 차는 만병지약(萬病之藥)이라는 말이 있다. 차가 실생활에서 약용으로 식용으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수천년을 이어온 차의 강물은 여전히 깊고 멀다. 우리시대 문화코드로 새롭게 복원되고 있는 차는 우리시대의 삶과 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오늘 우리가 차를 마시고 차를 생각하고 차를 곁에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여연스님은 ▲ 1970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 ▲ 1971년 해인사에서 혜암스님을 은사로 출가 ▲ 1982년 인도 다람살라 티베트 문헌도서관 수학, 스리랑카 게라니야대학 동양문화연구소에서 근본불교와 팔리어 연구 ▲ 1984년 불교잡지 ‘해인’ 창간 편집주간 ▲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사무처장 ▲ 11·12대 조계종 종회의원, 불교신문 논설위원·주간,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역임 ▲ 현재 해남 대흥사 일지암 주석, 사단법인 일지암초의차문화연구원 이사장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박범준·장길연 지음

    사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행복한 삶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또 많은 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때’라고 답한다. 그러나 지금 당신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고개를 젓는다. 그래서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을 보면 다시 한번 올려다보게 된다. 만일 그가 단단한 사회적 통념의 굴레를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전북 무주 진도리란 산골마을에서 사는 30대 초반의 박범준·장길연 부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결혼과 함께 도시를 버리고 산간오지의 흙집을 빌려 2년째 살고 있는 이들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정신세계원 펴냄)란 책을 냈다. 특이한 것은 이 두 사람이 거창한 생태주의자거이거나, 복잡한 문명세계를 탈출하고자 한 방외지사를 꿈꾸고 산골마을까지 들어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똑떨어지는 논리도, 산골 삶에 대한 고집스러운 예찬도 없다. 다만 예전부터 복잡하고 바쁜 도시보다 시골이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었고, 이제 그같은 삶을 실제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통념상 이들은 도시에서의 삶이 더 어울리는 커플이다. 남편 박범준은 서울대 독문과를 나와 벤처기업 이사를 지냈고, 아내 장길연은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졸업한 재원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까지 배운 교육과 지식에 매달리기보다, 낯설고 새롭지만 스스로 원하는 삶을 택했다. 박씨는 친구들과 벤처 창업후, 사업 규모가 커지고 직원도 수십명으로 늘면서 사회적 성공에 가까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해졌고 사람간 갈등도 심해지면서,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연애 중이던 아내도 도시의 삶을 유독 힘들어했다. 하지만 시골에만 가면 생기가 넘치는 것을 보며 결국 함께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을 모았다. 산골에서 뾰족한 생계대책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박씨는 궁여지책으로 드라마 극본 공모에 응했지만 떨어졌고, 번역일에도 기웃거렸다. 한데 번역을 부탁한 출판사에서 그의 독특한 삶의 방식을 보고, 글을 써보라고 해 요즘은 글쓰는 게 가장 큰 일이다. 아내 장씨는 예전에 틈틈이 배워두었던 조각보와 천연염색 솜씨를 발휘, 인근 학교 등에서 강습을 한다. 과학영재 소리를 듣던 사람이 바느질로 먹고 산다는 게 어찌보면 아이로니컬하다. 하지만 생계대책에 대한 이들의 개념은 일반인들과 조금 다르다. 이들은 먼저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과 행복에 대한 그림이 있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적인 계획이 나올 때 진정한 생계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발 딛고 있는 곳에서 행복찾기를 추구한다. 월 5만원씩 내고 빌린 흙집은 400여평의 텃밭까지 끼고 있다. 여기에 감자와 고추, 배추, 상추, 양배추, 딸기, 참외 등을 가꾼다.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스스로 만든 퇴비만으로 이들을 정성스럽게 키운다. 아이주먹만한 감자가 주렁주렁 달려나오는 것을 보며 이들은 아이처럼 좋아하며 기념사진까지 찍는다. 초여름 땡볕에 새빨갛게 익은 딸기를 한 바구니 따서 시원한 그늘에 함께 앉아 먹는 재미는 예전에 결코 맛보지 못한 것이다. 부족하지만 내 손으로, 내 오줌을 뿌려서, 제철에 키운 딸기의 맛에 이들은 행복감을 느낀다. 도시에서 그렇게 힘들어하며, 여위기만 하던 장씨는 시골생활 1년만에 살이 붙었다. 남편 박씨가 보기에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하지만 이들도 이따금 도시를 향한 향수에 빠진다. 그럴 땐 트럭을 타고 전주에 나가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 또 대학가 분위기 좋은 곳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신다. 이들은 단순히 자연이나 생태적 삶을 예찬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실천하고자 한다. 선생님과 부모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나가던 두 엘리트 젊은이에게 높은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는 그 자유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지 못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자신의 자유로운 이상을 일상의 삶에서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99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9) 변신하는 국립대학

    [일본을 다시본다] (9) 변신하는 국립대학

    |도쿄 특별취재팀|“바뀌려면 제대로 바뀌어야 살아남는다.’ 일본 열도 곳곳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130여년간 ‘철밥통’이란 따가운 시선을 받아온 국립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변화의 몸짓은 다른 어떤 부문보다 철저하고, 지독하다.도쿄에서 동북쪽으로 100㎞ 남짓 떨어진 이바라키현 외곽의 쓰쿠바대학이 바로 그런 곳 중의 하나다. 도쿄에서 전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1시간 30여분 만에 도착한 쓰쿠바대학 캠퍼스 본관. 동서로 800m, 남북으로 4㎞에 이르는 넓은 부지에 여기저기 들어서 있는 단과대학 건물과 민간 아파트단지들은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시골 대학의 촌스러운 모습이었다.“이런 곳이 대학개혁의 성공사례로 꼽히다니….”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미리 약속된 본관 6층의 히로미치 요시타케 총장 특별보좌 겸 비즈니스과학연구과 교수 연구실로 들어섰다. “민간기업의 경영노하우를 대학 운영에 접목시키겠다는 의도로 국립대로는 처음 민간인 출신을 영입한, 그리고 국립대학간 통·폐합 작업을 다른 대학보다 먼저 시행한 곳이 바로 쓰쿠바대학입니다.” 반갑게 맞이하는 그의 얼굴에는 강한 자신감이 엿보였다.“국립대학이 법인화 되기 1년전인 2003년 4월 총장 특별보좌 겸 교수로 영입된 이후 이 대학의 경영과 조직 등 장기적인 청사진을 설계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시스템 구축이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신일본제철에서 경영·조직·인사 등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근무했었다. 그의 말대로 쓰쿠바대학은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한발 앞서 나가고 있었다.2002년 10월 국립대로는 가장 먼저 인근 도서관정보대학과 통합한 게 시발점이었다.1만 2000여명의 학생을 가진 쓰쿠바대학이 800여명에 불과한 도서관정보대학을 흡수하는 게 남보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였지만, 쓰쿠바대학으로서는 새로운 비전을 찾는 계기가 됐다. 전공분야를 넘나드는 ‘초전공적인 연구풍토’를 특화·발전시키는 데는 도서관정보대학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게 요시타케 특별보좌의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건축과 생물, 체육과 의학, 심리와 의학 등 전공간의 다양한 접목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심리와 의학이 서로 별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전예방적인 심리와 사후조치 성격이 강한 의학을 서로 접목하면 종합적인 학문으로 발전한다는 논리다. 도서관정보대학의 인프라가 연결고리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 요시타케 특별보좌는 “쓰쿠바대학은 교육과 연구분야에서 새로운 ‘학문적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남보다 빨리, 그리고 완벽하게 변화를 주도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의 본격적인 변화는 지난해 국립대학 법인화가 기폭제가 됐다고 한다. 법인화 이후 조직과 인사·급여 등 모든 부문이 변화의 대상이 돼 버렸다. 이와사키 요이치 총장도 ‘총장추천회의’를 거쳐 임명됐다. 특히 교수와 직원의 신분이 민간인으로 바뀐 것이 획기적이다. 이 대학 직원들은 전에 교육공무원특례법을 따랐지만, 지금은 노동법 적용을 받는다. 다만 변화의 적응기를 고려해 연금·퇴직금 등의 기존 혜택은 공무원공제조합 회원 자격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수들도 앞날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자신의 강의에 더욱 충실하고, 학원을 다니면서 강의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예도 적지 않다. 문부과학성 국립대학법인지원과 하구치 히로 사무관은 “무엇보다 국립대학 법인화가 교수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다.”며 “질높은 강의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다는 절박감이 교수사회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쓰쿠바대학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우수학생 유치제도. 몇년전 입학실(입시센터), 학생교육실, 학생생활지원실, 취업담당지원실 등 4개 부서가 대학조직에 신설됐다. 입학에서 졸업, 취업까지 대학이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파트별로 4∼5명의 교수들이 있고, 부총장이 총괄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AC(Admission Center) 제도. 입학실 담당 교수들이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전국의 일선 학교를 돌아다닌다. 유치 대상자로 선정하면 1차적인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아본 뒤 면접을 통해 곧바로 선발하는 식이다. 일종의 무시험제도다. 이때 대학은 해당 학생들에게 강의 커리큘럼 등을 상세히 소개해주기 때문에 입학 후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예가 거의 없다고 한다.3년 전 공부는 안 하고 컴퓨터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노보리라는 ‘문제 학생’을 대스타로 만든 일은 학생선발의 대표적인 성공케이스로 회자되고 있다.3학년에 재학 중인 노보리는 ‘천재 프로그래머’로 통하며 대학내 컴퓨터 관련 벤처기업 사장직을 맡고 있다. 물론 국립대 법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바대학 법경제학부 신도우 무네유키 교수는 “법인화 이후 대학사회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문부성과 대학의 수직적 관계가 유지되는 한 한계가 있다.”며 “공무원 신분을 민간인 신분으로 바꿔 놓았지만, 기존의 혜택을 그대로 주고 있어 대학개혁은 ‘눈가리고 아웅’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일본에서 국립대학의 변화는 대세다. 정부의 울타리에 안주해 온 국립대학이 ‘새로운 10년’을 위해 도약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국립대 법인화로 이미 대학간의 레이스는 시작됐다.” 요시타케 특별보좌의 끝맺음이다. bcjoo@seoul.co.kr ■ 국립대 법인화 왜 하나 |도쿄 특별취재팀|일본 고이즈미 정권이 국립대 법인화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개성 있고, 매력 있는 대학 없이는 일본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국립대 법인화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문부과학성 고등교육국 국립대법인 지원과의 히구치 구로 사무관으로부터 추진 상황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일본 공무원의 인식 때문에 공식적인 인터뷰 대신 비공식 면담을 가졌다. 그는 “2년 뒤에는 전국 18세 이상의 인구가 대학 입학 정원과 거의 같게 돼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대학의 변신은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독립법인화의 성공 여부를 물었다.“지난해 4월 출범한 만큼 오는 9월쯤 1년간의 성과를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립대학이 앞으로는 매년 지원 금액의 1%씩 삭감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어 “현재 국립대학의 비중(학생 등 규모)은 일본 전체 대학의 30%에 불과하지만 매년 예산 지원(운영비 교부금) 규모는 1조 2000억엔이다. 반면 사립대는 70%가량 되지만, 예산은 3000억엔밖에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며 법인화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각 대학이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에 국립대 통·폐합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bcjoo@seoul.co.kr ■ 협찬 국립대총장 권한·책임 |도쿄 특별취재팀|일본 국립대학 총장은 법인 내부의 경영협의회와 교육연구평의회 대표자 등의 전형을 거쳐 문부과학상이 임명하며 임기는 6년이다. 내부의 추천을 거치기 때문에 총장의 권한과 위상은 막강하다. 정부로부터 매년 지원받는 운영비교부금(지원금) 가운데 연구비 등을 총장이 자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교수·직원 등의 봉급 등 인건비와 채용·퇴출 등 정원의 증감 등도 총장의 재량권에 속한다. 총장 비서실을 강화하고, 총장 특별보좌 등 고문그룹을 두도록 해 중요한 의사결정 때는 수시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한다. 권한에 비례해 책임이 뒤따르는 것은 물론이다.6년간의 중장기계획을 제출한 뒤 매년 국립대 법인평가위원회의 사후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가 좋지 못하면 각종 교부금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총장간의 우열은 이때 가려진다. 총장의 독단과 문부성의 간섭 등을 우려해 총장이 임명하는 임원회 이사 가운데 1명 이상은 반드시 외부에서 영입토록 해 독립성을 강화했다. 경영협의회의 외부 인사 비율은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 문부성의 조사에 따르면 임원회 이사와 경영협의회 위원 가운데 외부 인사로는 기업체 사장 및 임원 출신이 각각 34%,35%로 가장 많다. 특히 법인화 이후에는 대학마다 학칙 개정으로 총장이 외국인 교수를 채용하고, 기업체 임원 등을 대학의 사외감사로 겸직할 수 있게 하는 등 문호 개방에도 적극적이다. bcjoo@seoul.co.kr ●특별취재팀 한종태 국제부장(팀장), 황성기 사회부장, 이춘규 도쿄특파원, 주병철(경제부)·손원천·이언탁(사진부)차장, 안미현(산업부)·김상연(정치부)·황장석(국제부)·유지혜(사회부)·정연호(사진부)기자
  • 추억의 고무줄 넘기 ‘짱’ 가린다

    서울 서초구는 15일 오전 10시 구청 뒤 양재고 체육관에서 고무줄 넘기 대회를 연다. 공부에 쫓기거나 컴퓨터 게임 등으로 운동할 짬이 없는 학생, 어른들에게 적당한 운동을 권장하고, 협동심이 희미해져 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준다는 뜻에서 마련했다. 1가정 1자녀가 많아지면서 비만 아동이 늘어나는 세태에 알맞은 운동이다. 놀이가 별로 없었던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고무줄 넘기는 시골이든, 도시든 동네 빈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놀이인 셈이다. 서초구는 이날 초등생 40팀, 성인 24팀 등 모두 192명을 초청한다. 강남교육청과 공동 주관이다. 대회에서는 3명이 한 팀을 이룬다.2명이 양쪽에서 고무줄을 돌리고 한 명은 줄을 넘는 방식이다. 종목은 고무줄 높이에 따라 발목 높이, 무릎 높이, 허리 높이 단계로, 고무줄 숫자에 따라 두줄, 세줄 고무줄로 각각 나뉜다. 학생·일반부 토너먼트로 진행된다.1차전에서 8개 조로 나뉘어 8강을 가려낸 뒤 2차전부터 토너먼트로 치러진다. 성적에 따라 으뜸상과 버금상, 장려상 등 상금도 준다. 조남호 구청장은 “아이들에게는 어머니 세대가 즐겼던 놀이를 직접 해보는 체험을, 어른들에겐 사그라져 가는 고무줄 넘기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용인시 새청사 덩치 시비

    용인시 새청사 덩치 시비

    신축중인 용인시 청사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용궁’ 또는 ‘용인궁’으로 표현하며 사치의 표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연일 공격성 보도와 지적에 시달린 용인시는 “촌놈은 초가집에 살아야 분수를 지키는 것인가.”라는 원색적 입장을 문서로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용인시의 청사규모는 이미 오래전 확정됐다. 지난 1996년 기본계획에 착수해 이듬해인 97년 주민설명회를 거쳐 토지보상을 실시한 뒤 2001년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용인시 도시기본계획안을 기초로 인구 100만명 기준으로 기본계획을 완성했다. 새청사는 2001년 12월 공사에 들어가 이달중 입주를 앞두고 있다. 용인시 삼가동 산 1번지 일대 7만 9420평에 들어서는 행정타운은 연면적 2만 4070평으로 이 가운데 시청사 본관건물은 연면적 9917평에 지하 2층, 지상 16층으로 건립된다. 행정타운에는 시청사외에 보건소와 복지센터, 문화예술원, 야외공연장, 용인경찰서, 교육청, 우체국이 한꺼번에 들어선다. 총사업비는 1620억원이 소요됐다. 얼마전 모 중앙일간지를 포함한 몇몇 언론사는 용인시 새청사를 용궁으로까지 표현하며 호화청사로 평가했다. 대부분 행정타운내 경찰서와 문예회관, 교육청 등 타 시설이 들어가는 것은 제외하고 면적과 크기를 타자치단체의 시청사와 단순 비교했다. 그러니까 클 수밖에 없다. 용인시 행정타운에는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1671평 규모의 문화예술원이 자리잡고 있다. 인구 100만명을 예상했을 때 결국 다시지어야 할 운명에 놓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소규모다. 성남시 문화예술회관(성남아트센터)은 지난 2000년 5월 869억원(국비 200억원, 도비 60억원)의 예산으로 분당구 야탑동 1만 2000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착공됐다. 회관내에는 1778석 규모의 대극장과 1000석짜리 중극장,424석의 소극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비해 용인시는 300석 규모 공연장 하나가 전부다. 성남시에 비하면 판자촌(?) 수준이라는 자평이다. 인구수에 비해 지나치게 좁아 경기도내 1인당 치안수요가 가장 많았던 용인경찰서는 더 이상 좁아터진 사무실을 참지 못하고 행정타운에 이미 입주했다. 당장 인구 70만명을 돌보아야 하는 행정타운내 보건소는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1506평으로, 성남시 분당구 보건소 규모다. 사정이 이러니 용인시가 발끈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현재 용인시의 인구가 7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한창 공사중인 동백지구까지 입주하면 인구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눈치밥 먹으며 인구 100만명의 안목을 가지고 지었지만 오히려 작다는 지적이 나올까 걱정이다 행정자치부의 청사규모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 행자부는 지난 2002년 8월 ‘지방청사 설계표준면적 선정기준 시달’이란 공문을 자치단체로 발송했다. 이 문서에는 지방청사의 경우 행정수요기구 인력의 증감 등 장래수요를 감안한 적정규모로 지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구아래 청사규모를 측정하는 ‘표’가 문제다. 이 표는 자치단체가 새 청사를 지을 경우 기준을 삼도록 하는 공무원 수와 직제 등을 명시하고 있다. 표기상 현재를 기준으로 삼고, 자치단체가 청사를 지을 경우 잣대로 삼고 있다. 이러니 일선 시·군이 인구증가율을 감안해 제출한 설계규모와 마찰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용인시의 경우도 지난 2001년 융자신청을 냈다가 행자부가 ‘규모가 너무 크다’며 대출규모를 줄였다. 또한 2003년에는 ‘적정규모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정부청사기금융자를 거부했다. 결국 시는 예산을 털어 공사를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용인시가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5년 인구 12만여명때 두배가 넘는 30만명을 예상해 지은 하남시청. 당시 호화청사로 지목됐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장 이상적인 청사로 평가받고 있다. 풍산지구와 덕풍지구 등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시청사는 단순 행정기구가 아닌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널찍한 잔디밭과 주차장, 운동시설 등은 시청사의 이미지를 바꿔놓았고, 저녁때면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청사도 크지 않았다. 지나치게 넓은 지하주차장이 예산낭비로 지적됐지만 지금은 직원들의 차량도 출입이 제한돼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의 차량이용이 늘고 있어 추가로 주차장 확보에 나섰다. 만약을 위해 농구대 등을 설치해 청사 인근에 남겨 두었던 부지에는 조만간 지하주차장 공사가 시작된다. 시는 만약에 대비해 청사 앞 덕풍천을 복개하는 방안도 마련해 인구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1987년 수원시청을 완공하면서 청사뒤편에 부지를 남겨놓았다. 이 부지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영통지구 등 굵직한 아파트단지가 개발되면서 인구증가로 자칫 새청사로 이전해야 할 판이었지만 얼마전 청사 본관 뒤편에 제2청사 신축공사에 들어가 금년 말 완공한다. 당초 내년 2월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사무실공간이 워낙 협소해 공기를 앞당겼다. 수원시는 2년여전부터 사무실 공간부족으로 8개과가 인근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의정부시도 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1989년 당시 인구 40만명에 50만명 기준으로 신축된 의정부시청도 당시 잘 지은 청사와 널찍한 주차장, 테니스장 등 여유공간으로 인근 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샀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 교통행정과와 차량등록사업소가 남의집 신세를 지고 있다. 직원들은 일찌감치 복개천 임시주차장 신세를 지고 있다. 세간의 지적과는 달리 성남 등 기초자치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용인시를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청사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난 것이 화근이지만 조직이 세분화되면서 공무원 수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여기다 주민들을 위한 문화강좌와 직업교육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청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83년 인구 20만 기준으로 지은 청사를 여태껏 사용하고 있는 성남시도 수년전부터 새청사를 지을 예정에 있지만 여의치 않다. 청사내 위치한 예술회관을 제외하면 분당구청보다 작은 규모로, 상당수 부서가 인근 건물을 임대 사용하고 있다. 이러니 용인시 사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자치단체들은 최근 중앙부처나 언론이 새청사 건립비용을 거론하며 자신들을 정신나간 사람 취급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따지면 정부가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것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용인인구 10년만에 3배로 2010년엔 100만 넘어설듯 용인시 새청사의 덩치시비는 지나친 인구증가와 이에 따른 택지면적의 기하급수적인 확대에서 비롯된다. 인구폭발로까지 일컬어지는 용인의 인구증가는 수지에 아파트단지가 처음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4년 12월 수지택지개발 1지구 아파트단지에 첫 입주가 시작되면서 용인시의 인구는 용틀임을 시작했고, 같은달 31일 처음으로 인구 20만을 돌파했다. 이듬해부터 인구증가율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94년부터 95년까지 수지지구와 구갈지구에는 모두 4만여명이 입주, 인구는 24만명이 넘어섰다. 이어 96년 3월에 시로 승격된 후 지금까지 도시 곳곳에 무려 18개소에 이르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가 준공됐거나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인구는 10년 동안 매년 2만에서 많게는 6만명가량 꾸준히 늘었고 지금은 7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95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무려 3배로 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단지가 많다. 신갈택지개발지구를 포함해 죽전·동백·보라·구성·서천·흥덕지구 등이 올해 말부터 오는 2007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이 가운데 동백지구와 죽전지구만 무려 10만여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들 택지개발지구에다 인구자연증가분을 포함해 오는 2010년에는 102만명,2015년에는 123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율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000년 용인시는 2005년 12월31일 기준으로 인구가 68만 4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지난 6월31일 현재 이미 68만 5000명을 넘어섰다. 택지면적도 지난 1995년 1589만㎡에서 지난 2003년에는 2배 가까운 2818만㎡를 기록했다. 여기다 택지개발지구를 제외한 소규모 공동주택까지 감안한다면 인구수로는 원만한 광역시 수준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화난 이정문 용인시장 이정문 용인 시장이 잔뜩 화가 났다.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심정이라고 한다.‘촌놈은 초가집에 살아야 분수를 지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도 발표했다. 이시장의 하소연을 담은 글을 가감없이 소개한다. ‘최근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가 준공을 앞두고 있는 용인시 문화복지행정타운을 비난하며 호화청사, 한국에서 제일 좋은 시청사라고 수식하고 있다. 말그대로 시골의 조그만 시에서 분수에 맞지 않게 시청 건물을 호화스럽고 너무 크게 지어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시청사로서 크다는 지적이라면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단순 시청사가 아닌 행정타운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많이 서운하다. 전국 최초의 복합 행정건물이니 겉으로 보기에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청사가 차지하는 면적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과거 인구 20여만명에 맞춘 열악한 행정편의시설이 새로 입주한다. 여기다 문화예술회관과 복지센터, 경찰서, 교육청 등까지 입주한다. 복지센터에는 시민들이 혐오시설로 옆에도 못오게 하는 노인치매시설이 들어온다. 문화예술회관에는 불과 300석규모의 소극장과 200석 규모의 도서관 등이 입주한다. 이게 용궁인가? 일제시대인 1926년 지어진 서울시 본청사나 중앙 정부청사보다 크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나 중앙부처 등은 민원인이 항상 붐비는 기초단체의 청사와는 달리 거의 공무원만 상대로 근무해 청사가 클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여건을 간과하고 있다. 행정청사만을 비교해도 인구가 훨씬 작은 서울 도봉구청이나 천안시, 강릉시보다 비슷하거나 작으며, 시세가 비슷한 부천시는 오히려 우리보다 4600여평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시가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인구 100만을 바라보는 시를 여전히 과거의 자그마한 촌으로 생각하며, 없는 집이 갑자기 살림이 늘어 집을 크게 지은 것을 보아넘기지 못하겠다는 심산이다. 본인이 처음 행정타운을 계획하였다면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들었을 것이다. 행정타운내 장례식장 등 혐오시설을 넣었을 것이고, 공연장도 최소 1000석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취임전 이미 공사에 들어간 바람에 변경이 불가능해 미련이 남는다. 이제 지방청사는 휴식과 문화, 교육, 행정이 복합된 의미를 담고 있다. 주말에 가족나들이 코스로, 어린이들에게는 놀이공간으로 변한 지 오래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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