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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영화 볼까]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장르/등급 멜로/15세 감독/배우 폴 맥귀간/조시 하트넷·다이앤 크루거 줄거리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여자, 세월이 흘러 옛애인의 흔적을 좇는 남자의 절절한 사랑. 20자평 최루성 멜로로 빠지지 않고 스릴러의 긴장까지 갖췄다. 로맨틱 무드를 기대하진 말 것. 오락성 좋음 작품성 별로 ●케이브(20일 개봉)장르/등급 액션 어드벤처/12세 감독/배우 브루스 헌트/콜 하우저·에디 시브리언 줄거리 우연히 발견한 동굴속에서 정체 불명의 초현실적 괴물과의 사투를 벌이는 탐험대원들. 20자평 ‘에이리언’과 ‘버티컬 리미트’를 한데 뭉쳐놓은 모양새.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엔 역부족. 오락성 별로 작품성 별로 ●베니스의 상인(21일개봉) 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마이클 레드퍼드/알 파치노·조셉 파인즈 줄거리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걸작 ‘베니스의 상인’을 처음으로 스크린으로 옮겼다. 20자평 악역 샤일록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며 원작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오락성 별로 작품성 좋음 ●신화-진시황릉의 비밀장르/등급 서사액션/15세 감독/배우 당계례/성룡·김희선·양가휘 줄거리 진시황의 후궁과 그를 지키는 장군의 세월을 뛰어넘은 슬픈 사랑. 20자평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기엔 너무 늙은 성룡, 중화제일미녀 김희선의 늘어지는 연기. 오락성 안좋음 작품성 별로 ●너는 내 운명장르/등급 멜로/18세 감독/배우 박진표/전도연·황정민 줄거리 에이즈에 걸린 다방 여종업원을 끝까지 지켜내는 시골 노총각의 가슴저린 순애보. 20자평 감독의 대담한 연출력, 남녀 주인공의 호연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수작. 오락성 좋음 작품성 좋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민규동/엄정화·황정민·임창정·김수로 줄거리 여섯 커플들에게 일어나는 일주일 동안의 아주 특별한 사랑이야기. 20자평 한국판 ‘러브 액추얼리’. 유머와 감동의 균형미, 안타깝게 중언부언 늘어지는 스토리. 오락성 좋음 작품성 별로 ●새드무비(20일 개봉)장르/등급 멜로/12세 감독/배우 권종관/정우성·임수정·차태현·염정아 줄거리 이별 앞에서야 비로소 완전연소하는 4개의 사랑이야기. 20자평 ‘종합선물세트’.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전에 먼저 감정과잉된 스크린. 오락성 좋음 작품성 별로
  • ‘미스터 굿빠이’ 30일까지

    씨름선수 출신의 시골청년 차일봉.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는 그는 고향의 애인에게 돈 벌어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무작정 상경한다. 하지만 체격만 건장했지 세상물정 모르는 차일봉에게 서울살이는 고난의 연속이다. 스파링 파트너, 때밀이, 포르노 영화배우, 러브호텔 주차원 등등을 전전하지만 돈은 모이지 않고, 결국 몸을 파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연극 ‘미스터 굿빠이’의 원작은 1970년대 발표된 황석영의 소설 ‘장사의 꿈’이다. 가진 것 없고, 못 배웠지만 현실의 부조리와 억압속에서도 건강한 생명력을 잃지 않는 민초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80년대 극단 연우무대를 이끌었던 극작가 겸 연출가 오인두가 2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렸다. 차일봉역의 신인 배우 이협을 비롯해 1인13역의 연기파 배우 정석용,1인8역의 여배우 이유선 등 배우들의 열연이 소극장 무대를 가득 채운다.30일까지. 아룽구지소극장.(02)762-001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 가을 발레가 있어 행복했네!

    이 가을 발레가 있어 행복했네!

    이 가을은 발레로 익어간다.10,11월은 무용팬들을 설레게 하는 굵직굵직한 발레무대들로 달력이 넘어간다.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순수 국내 창작품이 있는가 하면, 처음 내한하는 해외 유명발레단의 무대도 있다. ●심청(20∼22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용산으로 자리를 옮긴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극장 ‘용’이 개관 기념으로 올리는 작품. 초연(1986년)된 지 1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대표 창작 레퍼토리이다. 세계무대에서도 이미 크게 호평받아온 이 작품은 전통 춤사위와 발레 동작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무대 컨셉트로 유명하다. 고전 ‘심청전’을 3막4장으로 재구성했다. 선원들의 역동적 군무(1막)와 용궁 앞에서 펼쳐지는 심청과 왕자의 2인무(2막)가 특히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강예나, 안지은, 유난희가 심청을 연기한다.2만∼10만원.1544-5955. ●신데렐라(27∼29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첫 내한공연. 금빛 가루를 묻힌 맨발로 무대를 압도하는 신데렐라의 몸짓이 강렬하게 인상에 남을 작품이다. 유리구두를 벗어던진 ‘적극형’ 신데렐라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명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했다.1999년 프랑스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작품이,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내는 장기가 탁월한 그의 손을 거치면서 전혀 색다른 맛으로 변주될 것이라는 기대들이다.3만∼14만원.(031)729-5615. ●지젤(11월10∼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로맨틱 발레 ‘지젤’을 아직도 못 봤다면 이번 기회를 잡아볼 일이다. 세계 발레사를 빛내온 고전 레퍼토리로, 이번은 유니버설발레단이 국내 정기공연 100회를 기념해서 꾸미는 무대이다.20여명의 윌리(처녀귀신)들이 발목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튀튀(접시모양의 치마)를 입고 추는 2막의 군무는 이 작품의 최고 명장면. 쾌활하고 순박한 시골 처녀와 윌리 사이를 오가는 지젤의 변신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크다. 발레리나 황혜민 임혜경 강예나, 발레리노 김용걸 엄재용 이원국 황재원 등 스타들이 무대를 책임진다.1만∼30만원.1588-789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3) 차와물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3) 차와물

    새벽달빛이 창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풀벌레소리는 어느새 수곽의 물소리에 젖어들고 있다. 새벽예불을 위해 가만히 문을 열면 사방은 바로 고요해진다. 인간의 소음에 모든 삼라만상이 긴장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 분별과 자만으로 인해 자연과 소통하지 못한다.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인류최악의 강진도 제일 먼저 동물들이 그 반응을 보인 것은 그 같은 자연과학적인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문을 열고 나와 발우를 부여잡고 청수(淸水)를 공양하기 위해 자우홍련사 툇마루를 나선다. 오렌지처럼 푸른 달빛이 축축한 대지에 차가운 기운을 전달하고 있다. 맑고 청아한 물소리가 내 영혼을 먼저 깨운다. 초의스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샘물인 유천의 물소리다. 산등성위에 살짝 얹힌 두개의 바위 틈 사이로 대나무가 박혀 있다. 그 대나무를 타고 세 개의 작은 수곽을 지나 유천의 물이 숙성되면 암반으로 흘러넘친다. 마치 안개비처럼 산구름처럼 소리없이 물이 흘러내린다. 그 물소리가 혼탁한 세상을 맑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유천에 가볍게 반배를 한다. 그리고 발우를 수곽에 얹으면 또르륵 이슬방울처럼 스며드는 유천의 물은 마치 광망한 바다에 아침을 물고 나오는 붉은 해가 세상에 젖어들 듯 장엄한 울림을 전해준다. 발우에 담긴 유천의 물을 부처님께 공양한다. 지심귀명례 지심귀명례. 물에 대해 초의스님은 이렇게 말했다.“물은 차의 몸이요 차는 물의 정신이 되는 것이다.” 물은 차의 맛을 좌우한다.“나에게 젖샘이 있어 이 물을 떠서 찻물을 끓이면 수벽탕이나 백수탕이 돼버리니 어찌하면 목멱산 아래 해거옹에게 이 물을 드릴 수 있을까.”라며 찻물을 끓이는데, 좋은 물을 권하고 있다. 찻맛의 절반은 물맛이라는 말이 있다. 차는 물에 우려내는 것이므로 물의 등급에 따라 찻맛과 그 효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옛 차인들은 물을 차를 내는 데 가장 우선순위로 두었다. 차를 우려내는 데 있어서 물은 그 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찻물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게 되었다. 그나마 좋은 찻물을 먹을 수 있었던 산골이나 시골지역도 개발의 바람과 대기오염으로 인해 그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은 현대산업사회의 폐해가 자연환경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인들에게 차의 물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좋은 차는 좋은 물을 통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의스님은 “차는 물의 마음과 정신이요, 물은 차의 몸이니 참 된물(眞水)이 아니면 다신(茶身)을 나타낼 수 없고, 참된 차 (眞茶)가 아니면 수체(水體)를 나타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물과 제대로 된 차가 만났을 때 좋은 차는 그 생명력이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물이 참된 물일까. 환경이 오염돼 버린 현재의 지구촌에서는 좋은 물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옛날 차인들이 추천했던 물의 품수(品水)를 통해 차를 우려내기 위한 참된 물을 정의해볼 뿐이다. 물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물에서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졌다. 물의 존재는 곧 생명체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좋은 물을 마시면 육신과 영혼을 증장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나쁜 물을 먹었을 때는 육신과 영혼을 갉아먹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정말로 순수한 물은 바로 깨달음을 얻은 부처 같은 물이다. 무색(無色), 무미(無味), 무취(無臭)한 것이 참된 물인 것이다. 초의스님께서는 이렇게 소중한 물에 대해 여덟가지 덕(八德)이 있다고 했다. 가볍고(輕), 맑고(淸), 시원하고(冷), 부드럽고(軟), 아름답고(美), 냄새가 나지 않고(不臭), 비위에 맞고(調滴), 먹어서 탈이 없는(無患) 여덟가지로 물의 덕을 설명하고 있다. 초의스님의 설명에 따른다면 물은 완전무결한 식품이다. 인간이 즐길 수 있는 모든 맛과 효용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이렇게 완전무결한 것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에는 품천(品泉)이 있다. 육우는 (다경)에서 물의 등급을 “산의 물을 쓰는 것은 상품이고, 강물은 중품이며 우물물은 하품이다.”고 평하고 있다.(자천소품)(煮泉小品)에는 “돌은 금의 근본이요, 돌에서 흐르는 정기는 물을 낳는다.”고 깊은 산중에서 나오는 물이 최고임을 밝히고 있다. 산중의 물중에서도 최고는 이름난 명산의 샘물이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샘물은 바로 돌샘이다. 돌은 산의 뼈요, 물은 산의 골수같은 것이기 때문에 돌샘에서 나오는 샘물이 최고인 것이다. 돌샘은 산의 정기가 모인 것으로 담백하고 맑고 차기 때문에 물을 길어놓아도 오랫동안 물의 기운이 그대로 유지된다. 산중의 물중 산마루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맑고 가벼우며, 돌 사이에서 나는 석간수는 맑고 달며, 자갈샘은 차갑다. 땅밑의 샘은 담백한 물을 뿜어내고 황석(黃石)에서 솟아나는 물은 좋은 물이다. 다만 청석(靑石)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결코 좋지 않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계곡의 물은 발원지에서 멀수록 좋으며 그 흐름이 조용하고 완만하게 흐르며 맑아야 한다. 또한 계곡 위쪽의 인적이 끊어진 곳이어야 한다. 흐르는 물이 발원지에서 멀수록 좋은 것은 물이 흐르면서 광물질 이물질 등이 자연스럽게 여과되어 어느정도 흐르면 담백한 물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명산의 물중에서도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샘에 고여 있는 물이다. 물이 넘쳐 흐르지 않고 고여 있다는 것은 샘이 죽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물도 함께 죽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은 강물이다. 강물 역시 명산을 발원지로 해서 시작해 흐르는 물이 좋다. 강물은 또한 오염도를 줄이기 위해 가능하다면 인간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좋으며 빛깔은 맑으며 물맛은 지극히 찬 것이 좋은 것이다. 다음은 우물물이다. 인가가 밀집된 지역에서 인공적으로 솟아나게 하는 샘물인 우물물 중에서도 돌이나 모래속에서 솟아나는 상품의 물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물물은 가까이에 있는 인간의 오물이 섞일 수도 있고, 기름진 논이나 비옥한 땅에서 건수가 스며들 가능성이 많아서 제일 하품으로 쳤던 것이다. 이밖에도 호수물, 빗물, 웅덩이물 등이 있으나 찻물로서 적합하지 않다. 물은 흐르는 유천(流川)이 좋고 돌틈의 석간수가 솟아나는 샘물이 좋다. 물의 종류에는 하늘의 은택으로 내린 샘물인 영천(靈泉), 하늘에서 떨어지는 하늘 물인 천수(天水), 바위틈에서 솟아 흐르는 지천(地泉), 강물인 강수(江水), 우물물인 정수(井水), 유황성분이 함유된 온천(溫泉),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약수(藥水)가 있다. 이중에서 현재 찻물로 쓰일 수 있는 물은 영천 지천 정수 정도일 뿐이다. 현대에는 그 만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다천(茶泉)이 몇군데 존재한다. 신라시대의 다천으로 사선(四仙)들이 차를 달여마신 강릉 한송정, 보천과 효명 두 태자가 차를 달여마시고 차공양을 올린 오대산 서대 우통수, 고려시대 송악의 안화사(安和寺) 샘물, 충주의 달천수(達川水), 금강산에서 시작되어 한강으로 흐르는 우중수(牛重水), 속리산 삼타수(三陀水), 초의스님이 마셨던 두륜산 일지암의 유천(乳泉)등이 있었다. 현존하는 다천중 가장 유명한 것은 경주 기림사의 오종수(五種水)다. 석간수로 최상의 찻물로 꼽히며 물색이 음수(陰水)중 음수인 감로수(甘露水), 물맛이 젖처럼 달콤하며 마시면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지는 화정수(和靜水), 물에 기운이 있어 장수가 된다는 장군수(將軍水), 눈이 맑아지는 물인 안명수(眼明水), 까마귀가 쪼는 자리에 물빛이 배어 그 자리를 파서 감로수가 샘솟았다는 오탁수(烏啄水)가 그것이다. 초의스님이 계시던 일지암의 유천(乳泉)도 명수(明水)중 명수다. 초의스님은 “나에게 젖샘(乳泉)이 있어 이 물을 떠서 찻물을 끓이면, 수벽탕이나 백수탕이 돼버리니, 어찌하면 목멱산 아래 해거옹에게 이 물을 드릴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있다. 일지암의 유천은 찻물로는 최상의 물로 평가할 수 있다. 오죽하면 초의스님이 젖샘이라고 불렀겠는가.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써야 할 찻물은 어떤 것이 있는가. 차를 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물의 소중함과 귀함을 알고 있으나 도시에서 찻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선 가장 좋은 찻물은 아침일찍 인근에 있는 높은 명산의 약수터 물을 길어 오는 것이다. 국가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약수터인가를 확인한 후 찻물을 먹을 만큼 길어다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2∼3일 동안 먹는 것이다. 그다음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生水)다. 인위적으로 생산한 생수는 요즘 차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생수의 생명은 짧다.3∼4일이 지나면 생수의 본 성품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정수기를 통해 걸러진 물도 찻물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정수기를 통해 정수된 물은 많은 부분에서 물의 본 성품을 강제로 빼앗아버려 썩 좋은 찻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가장 흔히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이다. 수돗물을 찻물로 쓰기 위해서는 하루쯤 침전해야 한다. 침전하는 도구로는 옹기항아리가 가장 좋으며 유리병도 무방하다. 옹기항아리나 유리병 바닥에 삼투압을 할 수 있는 물질인 맥반석, 돌, 굵은 모래등을 가라앉혀 놓으면 맛있는 물을 얻을 수 있다. 여름에는 뚜껑을 삼배보자기로 덮는 것이 좋으며 겨울에는 본래 뚜껑을 덮어두면 된다. 한 항아리의 물은 3분의2만 쓰고 나머지는 허드렛물로 쓰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일지암 암주 ■ 김노경과 초의스님 ‘유천일화’ 일지암에는 유천이란 샘물이 있다. 유천(乳泉)은 말뜻 그대로 마치 어머니의 가슴에서 나오는 젖처럼 맑고 담백한 천상의 물이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생명을 기르는 젖과 같은 샘이다. 명나라 전예형은 (자전소품)에서 “젖샘이란 종유석의 샘이며 산골의 고수다. 그 샘물의 빛깔은 희고 비중은 무겁다. 매우 달고도 향기로워서 마치 감로와 같다.”고 적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물에 대한 비유다. 유천에 대한 또 다른 일화가 있다. 바로 추사의 부친인 김노경과의 일화다. 추사의 부친이었던 김노경은 일지암에서 가까운 완도 고금도에 유배를 왔다. 그곳에서 4년을 보낸 김노경이 마침 그 유배가 풀렸다. 해배가 되어 서울로 돌아가던 도중 김노경은 일지암을 들를 결심을 했다. 그가 촉망하는 아들 추사의 인품에 비해 초의스님의 인품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노경은 초의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학식과 선풍이 뛰어남을 알았다. 그런 그가 초의스님이 권하는 유천을 맛보았다. 김노경은 중국의 유명한 차와 물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었다. 유천의 물을 맛본 김노경은 “일지암 유천의 물은 그 물맛이 ‘수락’보다 더 좋다.”고 극구 칭찬을 했다. 일지암 유천의 물맛은 참으로 뛰어나다. 당나라 때 소이는 (탕품)에서 물을 끓이는 기술에 따라 3품, 뜨거운 차를 잔에 따르는 솜씨에 따라 3품, 탕기의 종류에 따라 5품, 물을 끓이는 땔감의 종류에 따라 5품 등으로 분류했다. 소이는 이 중 가장 잘 끓인 물을 ‘득일탕’(得一湯)이라 했고 그 다음을 어린탕, 너무 많이 끓어버린 물을 백수탕으로 구분해놓았다. 좋은 물도 물이지만 좋은 용기에 잘 끓여야 제대로 된 찻물이 된다는 뜻이다. 소이는 “사람이 백살을 넘은 것처럼 너무 오래끓은 물을 이야기하다가, 때를 놓치거나, 볼일 때문에 내버려두다가 비로소 사용하려면 물은 이미 성품을 잃은 뒤다. 감희 묻거니와 머리털이 희고 얼굴이 창백한 나이 많은 늙은이가 활을 들고 과녁을 맞힐 수 있겠는가. 아니면 씩씩하게 높은 곳을 올라가거나 활발하게 걸어서 멀리까지 갈 수 있도록 돌이킬 수 있겠는가.” 끓인 물이 차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일 수 있다. 그러나 물 못지 않게 끓이는 물에 대한 차인의 정성은 소중해야 한다.
  • “가족애도 덤으로 수확했죠”

    “주말농장 때문에 행복해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사는 주부 김수정(39)씨는 요즘 주말농장에 심은 배추로 김장을 담그는 꿈에 부풀어 있다. 지난 여름에는 상추와 쑥갓도 식탁에 올릴 수 있었다.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기 전에는 꿈도 못꿨던 즐거움이다. 게다가 올해는 대풍까지 들었다. 가족애는 ‘은평구 주말농장’에서 덤으로 얻은 수확이다. 시어머니는 김씨의 주말농장 단골 동반자다. 때론 온 가족이 나서기도 한다. 그때는 어김없이 밭에서 거둔 상추와 삽겹살이 곁들여진다. 주말농장 야유회다. 김씨의 주말농장은 은평구가 진관외동 삼각산 기슭에 조성한 것. 총 1500여평으로 200여가구에 3∼5평씩 지난 3월 분양됐다. 주민들의 휴식공간 겸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주민들의 정성 때문인지 올해는 배추와 무 등 채소들이 농민들이 재배하는 것 못지않게 잘 자랐다. 김씨는 “이곳에 오면 시골에 온 듯 마음이 푸근해진다.”면서 “주말농장을 통해 가정의 화목을 다진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아침을 먹자] 아침은 곧 보약이드래요

    [아침을 먹자] 아침은 곧 보약이드래요

    아침 먹기 습관은 늪과 닮았다. 건강해지는 걸 몸으로 느끼기에 한번 들여놓으면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하지만 첫 발을 내딛기란 쉽지 않다. 서울신문은 CJ㈜와 함께 ‘아침을 먹자’는 건강캠페인을 시작한다. 바쁜 직장인과 학생, 가족들에게 매주 목요일 아침도식락 30개를 무료로 배달하는 행사다. 비용과 시간을 고려해 도시락은 5개단위로 배달한다. 대상 지역은 서울 전지역과 강남구 삼성동에서 퀵서비스로 한시간 이내에 있는 경기지역으로 제한한다. 매주 수요일 오전까지 아침을 먹자 게시판(www.seoul.co.kr)이나 이메일(breakfast@seoul.co.kr)로 사연과 함께 도시락을 신청하면, 사연을 보고 대상그룹을 선정한다. 서울신문은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아침을 반드시 챙겨먹는 세 가족을 만나 이들로부터 ‘아침 예찬론’을 들어봤다. 이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즐겼다. 휴일이라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늘어지는 일이 없다. 굶거나 폭식도 적었다. 육류보다는 야채와 생선을, 백미 보다는 현미와 잡곡을 좋아했다.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아침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 아침도시락 어떻게 만드나 서울신문과 CJ㈜가 함께하는 ‘아침을 먹자’ 건강캠페인의 아침도시락은 쿠킹스튜디오 ‘노다플러스’(Noda+)가 만든다. 부부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노다(31), 김상영(28) 부부가 웰빙두부 ‘백설 행복한 콩’을 활용해 개발했다. 주 메뉴는 두부샐러드와 두부셰이크. 부부는 매주 수요일 밤 12시∼1시 서울 서초구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샐러드용 야채를 고른다. 신선한 채소를 구입하려 산지에서 올라온 채소가 매장으로 나오는 밤시간에 쇼핑을 나서는 것이다. 요리 시작은 새벽 5시. 아침 9시까지 도시락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샐러드는 만든 지 3시간 이내에 먹어야 제맛이 난다. 도시락 배달지역을 서울·경기로 제한한 것도 비용과 더불어 맛을 고려한 선택이다. 도시락에는 행복한 콩 두부(235g)와 미소참깨 드레싱(100g), 야채 샐러드(100g),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두부(150g), 두부 셰이크(430㏄)가 들어간다. 셰이크는 두부에 우유와 땅콩, 아몬드, 잣 등 건과류를 섞어 갈아 만들었다. 소금으로 간을 맞춰 약간 짭짤하다. 거품이 꺼져 텁텁해지면 빨대나 젓가락으로 저어주면 맛이 살아난다. 야채 샐러드에는 양상추와 유기농 야채 9종류 적양파 양파 파프리카 새싹채소 옥수수 과일 등을 넣었다. 김씨 부부는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1회용 비닐장갑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요리한다. 우선 양파 적양파 파프리카 양상추 등은 얇게 슬라이스한 후 찬물에 담근다. 매운 맛을 없애고 채소를 싱싱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새싹 채소는 그대로 사용한다. 물에 씻으면 영양소가 파괴되기 때문. 깍두기 모양의 두부에 샐러드 야채를 넣어 드레싱을 곁들이면 웰빙 아침식사가 완성된다. 직장에서도 쉽게 버무려 먹도록 종이펄프 용기에 내용물을 담았다.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고급 소재로 전자레인지에도 사용 가능하다. 배달비용과 시간을 고려해 도시락 5개를 한 세트로 묶어 보낸다. 아침도시락이 필요한 사연과 함께 도시락을 5개,10개,15개씩 신청하면 된다. 김씨는 “몸에 좋은 아침 먹거리를 나눠준다는 사명감으로 도시락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 사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오늘, 아침은 드셨나요.” 챙기지 못했다면 서울신문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세요. 매주 목요일 아침, 아침도시락 30개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신청방법 ●누구:아침 도시락이 필요한 독자는 ●언제 수요일 오전까지 ●무엇을 도시락이 필요한 사연과 연락처를 ●어디에 아침을 먹자 게시판(www.seoul.co.kr)이나 이메일(breakfast@seoul.co.kr)로 보내세요. ■ 아침밥 가족(1) 단란한 핵가족 웅진쿠첸 기술연구소 전준섭(38) 차장은 결혼하며 아침식사형으로 바뀐 ‘행운아’다. 어머니가 해주던 아침을 먹다가도 결혼하면 굶기 십상인데 그는 아침을 챙겨 먹는다. “대학 다니며 자취할 때는 아침식사 못 챙겼죠.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아내를 만나니까 자연스레 습관이 바뀌더군요.” 아내 문수량(36)씨에게 아침식사는 필수과목이다. 평생 아침밥을 굶은 횟수가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아침을 거르면 기운이 없어서 밖에 나가지도 못해요.” 경남 양산시 원동면 시골마을에서 자란 장씨는 어려서부터 온가족이 둘러앉아 아침을 먹었다. 그 습관은 자취하며 직장을 다닐 때도, 결혼 후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부모 덕에 딸 소희(10)·재현(6)양도 아침을 거르는 일이 없다.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 사는 전씨 가족의 아침식사는 그리 이르지 않다. 남동공단에 자리잡은 웅진쿠첸 기술연구소가 집에서 차로 10분거리이기 때문. 초등학교 4학년인 소희양 학교도, 재현양 유치원도 10분 안팎이다. 부부가 일어나는 시간은 아침 7시30분. 남편이 출근을 준비하면, 아내는 아침상을 차린다. 백미와 현미를 7대3으로 섞은 현미밥은 남편이 개발한 ‘황동 IH 압력밥솥’으로 짓는다. 불리지 않아도 높은 압력과 화력 덕에 20분이면 쫀득한 밥이 나온다. 아내는 그 사이 조개살에 무와 호박, 풋고추, 두부를 넣은 된장찌개를 끓인다. 7시50분, 이제 아이들이 일어날 시간이다. 밥을 맛있게 먹도록 아침식사 10분 전에 깨운다. 남편은 어느새 식탁에 앉았다. 야근이 잦은 아빠가 하루 중에 아이들과 마주하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소희·재현양은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자연스레 식탁에 자리한다. 엄마는 반찬을 숟가락에 올려주며 과제물은 다 챙겼는지, 짝궁과 잘 지내는지 물어보곤한다. 소희가 밥맛이 없는지 시래기국에 밥을 말았다. “밥 먹기 싫을 때도 있어요. 그럼 엄마가 빵과 우유를 주죠. 그것도 안 먹으면 학교 못가요.”소희양이 속삭였다. “아이들이 투덜거리면, 아침을 거르면 머리가 깨어나질 않아 공부가 안된다고 타일러요. 한참 클 때라 빈 속으로는 학교를 보낼 수 없죠.” 부지런한 부모가 건강한 아이를 키우는 법이다. ■ 아침밥 가족(2) 맞벌이 부부 “따르릉∼ 따르릉∼.” 6시 30분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다. 결혼 3년차인 경영전문 잡지 엑셀런스 코리아(Excellence Korea) 유승용(31)편집장과 대한YWCA연합회 조영미(30)팀장 부부의 아침이 열렸다. 부인 조씨는 일어나자 마자 밥솥 불부터 켠다. 지난 밤에 안쳐놓은 잡곡밥을 짓는 것. 현미에 검정쌀, 발아현미, 콩 등을 섞었다. 밤새 불린 터라 금방 익는다. 씻고 나올 때면 어느새 밥이 ‘칙칙폭폭’ 요란하다. 기다리던 남편은 불을 끄고 목욕탕으로 향한다. 반찬 챙기기는 조씨가 맡는다. 주말에 만든 밑반찬을 냉장고에서 꺼내고, 지난밤에 끓인 국이나 찌개를 데운다. 남편이 나와 밥을 푸고, 국과 수저를 식탁에 올리면 아침식사 준비 끝. 부부의 조찬모임이 시작된다. 오늘 해야할 일이나 가족·친구들 얘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다.20분은 쏜살같다. 마무리는 남편 몫. 반찬을 집어넣고, 밥그릇을 개수대에 담근다. 그리고 나란히 출근길에 오른다. 구리시에서 서울 명동과 강남구 수서동으로…. “아침식사는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정리도 되고, 계획도 세워지죠. 빼먹으면 숙제를 안한 것처럼 하루종일 찜찜하죠.” 조씨는 어려서부터 아침을 꼭 챙겨먹었다. 아침을 거르면 어머니가 학교를 보내지 않았단다. “아침 6시이면 어머니가 창문을 열고, 음악을 틀었죠. 그 소리에 깨어 아침 식탁에 둘러앉곤 했어요.” 결혼할 때도 부모님은 “아침식사를 꼭 함께하라.”고 당부했다. 하루를 함께 시작하는 부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다. 남편 이씨가 집안일을 ‘아내의 일’이 아니라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는 것도 아침식사를 편하게 만든다. 청소, 빨래는 물론 식사 준비도 부부가 함께한다. 남편 이씨는 “보고 자란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7남매를 키우는 어머니를 늘상 도왔기 때문. 명절 때면 부엌에서 야채를 다듬고, 전을 부쳤단다. 부인 조씨는 반조리식품이나 가공식품으로 요리를 하지 않는다. 조미료 대신, 멸치와 표고버섯을 갈아 사용하고, 다시마로 국물을 우려낸다. “아침식사도, 요리도 직접 해보세요. 귀찮기보다는 행복함이 밀려와요.” ■ 아침밥 가족(3) 싱글족 속이 아파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귀찮은 것보다, 더부룩한 게 더 싫어서. 청아출판사 편집부 공영아(31) 과장은 혼자 자취하면서도, 경기 부천에서 파주출판단지까지 출퇴근을 하면서도, 아침을 챙겨먹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학교 때 아침을 먹지 않고 등교하는 습관이 들었어요.1년쯤 지나니까 속이 쓰리고 아프더라고요.” 병원에 갔지만 신경성이라며 별다른 처방이 없었다. 부모님 걱정에 아침밥을 챙겨 먹었더니 속쓰림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때부터 ‘아침밥 먹기’가 시작됐다. “대학 때 친구들과 자취를 했지만,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하루가 편안했거든요.” 그러나 직장생활을 시작해 야근이 잦아지자 아침 식사에 소홀해졌다. 증상은 금세 나타났다. 명치 끝이 아프고, 속이 쓰려 앉아 있기조차 어려웠다.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신경성 위염이라고 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 별다른 치료약도 없었다. “예민하거나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 거예요.” 더부룩한 속을 달래려고 다시 부지런을 떨었다.30분 먼저 일어나 밥을 짓고, 반찬을 차렸다. 한 숟가락이라도 먹으니 속이 나아졌다.“아침을 먹으면 점심에 폭식할 일이 없어요. 규칙적으로 먹으니까 위도, 대장도 건강해지더군요.” 배고픔에 허겁지겁 먹지 않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란다. 공씨는 바쁘더라도 예쁜 접시에 반찬을 가지런히 놓아 먹는다. 그는 “습관”이라 말했다. 그래도 홀로 반찬 만들기란 만만치 않단다. 그래서 어머니가 경주에서 1∼2개월에 한번씩 택배로 보내주는 밑반찬이 너무나 반갑다. “나물을 데친 뒤 냉동고에 넣어 얼려 보내세요. 별로 녹지 않은 채로 배달되니까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죠.”된장, 고추장, 간장도 할머니와 어머니가 담근 것만 먹는다. 요즘에는 점심도시락까지 들고 다닌다. 식당음식이 지겨워져서다. 남편이 아침밥을 먹기 싫어하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다.“설득해야죠. 아내를 위해 아침밥을 먹고, 건강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요. 처음엔 힘들어하겠지만 나중에는 고마워할 거예요.” 그는 자신만만했다. 글 사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아침드라마가 상쾌해진다

    아침드라마가 상쾌해진다

    ‘아침 드라마가 달라졌어요∼!’ 언제부터인지 아침 드라마는 눈 뜨고 지켜보지 못할 정도의 불륜이나, 엽기적인 고부 갈등, 비정상적인 삼각·사각관계 등의 대명사로 여겨지게 됐다. 자극적인 소재가 아침 드라마의 주시청층인 가정주부들의 눈길을 잡아둘 수 있는 코드라는 생각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잘나왔던 것도 사실. 그런 경향이 짙어지다 보니 시청자들의 아침을 오히려 불쾌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숱하게 받았다. 그러나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그러한 오명을 이제 벗어버려도 될 분위기다. 8월 초부터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시대극 ‘자매바다’는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자매가 각자의 방식으로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초반 아역들의 빼어난 연기로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한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며 잔잔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8월 말 TV에 등장한 KBS1 ‘고향역’도 역시 시대극.1960년대 경기도 안성역을 배경으로 시골우체국 여직원이 역경을 딛고 양조장 사업으로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따뜻한 가족애와 함께 버무리며 수채화처럼 담아가고 있다. 지난 10일 첫선을 보인 SBS ‘들꽃’은 부모 대신 동생 3명을 돌보며 일곱 살짜리 이복동생까지 떠맡게 되지만 억척스럽게 세파에 맞서는 30대 여성의 성공 스토리다. 제목처럼 정말 시청하기가 위험했던 ‘위험한 사랑’의 후속인 KBS2 ‘걱정하지마’까지 31일 시작하게 되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소재들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걱정하지마’는 18세 연상의 엄마 동창과 결혼하는 스무살 신부의 이야기와, 연하 총각과 사랑에 빠지는 서른아홉 엄마의 이야기를 밝고 건강하게, 코믹 터치로 그려나갈 계획이다. 여성의 성공 스토리라는 점에서 공통된 맥락을 갖고 있고, 이들 모두 이전 아침 드라마와는 다르다고 자부하고 있다. 대부분 가족을 강조하고 따뜻한 감성을 보듬는다고 말한다. 방송사 관계자는 “아침 시간대에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점차 방송가에서 사라지고 있다.”면서 “깊이 있고, 따뜻한 드라마가 보는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물론 삼각관계나 불륜 등의 설정이 완전하게 빠져버린 것은 아니다.‘자매바다’는 한 남자가 주인공 자매 사이에서 갈등한다.‘고향역’의 여주인공은 여전히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고, 한 남자를 두고 다른 여성과 삼각관계를 이룬다.‘들꽃’의 여주인공은 기억을 잃어버린 재벌 유부남과 핑크빛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지난해까지 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을 6년 동안 역임했고, 현재 ‘자매바다’를 집필하고 있는 이희우(66) 작가는 “불륜,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등은 드라마 전개를 극적으로 만드는 고전적인 설정으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그것을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왕도로 여기고 남발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요즘 아침 드라마가 불륜 등 천편일률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은 드라마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좋은 현상”이라면서 “방송사,PD, 작가 모두 시청률에 연연하기보다는 시청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도록,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새로 그리는 청계천 풍경

    새로 그리는 청계천 풍경

    조선시대 청계천은 지금의 한강과 도시사회학적 기능이 유사했습니다. 현재 한강 남쪽이 조선시대에는 청계천 북쪽에 해당했지요. 청계천 북쪽은 강북, 청계천 남쪽은 강남인 셈이지요. 그런데 강북인 북쪽엔 잘 나가던 양반님들이, 강남인 남쪽엔 중인이나 몰락한 양반님들이 살았습니다. 한강의 경계선과는 다르죠. 이덕무나 홍대용 등 조선 후기 실학자들이 남산 근처 집에서 교류했다는 기록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일제 때는 청계천을 사이로 남쪽은 일본인, 북쪽은 조선인들이 장악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많아지면 끼리끼리 모이고, 넓어지면 구분되기 마련입니다. 망국적인 지역색이라지만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지역색의 가장 큰 특징인 사투리는 우리 말 연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문제는 좁디 좁은 서울에서 지역색이 ‘빈부의 차’ ‘한의 크기’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강남·북 균형발전, 더불어 사는 이웃만들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강북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청계천이 지역 화합의 장이 되고, 서울의 균형발전과 화합에 초석이 되길 바랍니다. 과거의 청계천과 지금의 한강이 갈등을 잉태했던 경계선이었다면, 새로 복원된 청계천은 한데 어우르는 물줄기가 돼야 합니다. 이미 화합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청계천에서는 지역도, 계층도 없습니다. 강북의 주부도, 강남의 직장인도, 그리고 지방에서 올라온 농부도 청계천은 넉넉히 감싸안고 있습니다. 청계천의 물줄기와 천변 풍경은 청계천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습니다. 출근길 천변풍경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환경의 변화는 사람들의 생활이나 사고 방식도 바꿔 놓는다.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은 전국을 1일생활권으로 묶으면서 마이카 시대를 열었다. 최근의 ‘웰빙 열풍’은 일산 호수공원과 월드컵공원, 그리고 올해 개장한 서울숲 등 도심공원의 증가를 요구한다. 푸른 물결이 서울 도심에 모습을 드러낸 지 14일째 청계천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3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청계천은 서울 시민들의 삶에 변화를 주고 있다. 시민들은 압축성장의 희생양으로 사라졌던 청계천을 이제 다양한 모습으로 즐기고 있다. 청계천과 천계천을 찾는 사람들이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는 ‘천변풍경’을 24시간 동안 들여다봤다. ■ 시시각각 이색풍경 ‘만인만색’ #출근길 12일 오전 7시.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고산자교 인근은 ‘마을 공원’이다. 쌀쌀하게 느껴지는 가을 바람을 가르며 천변을 달리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조간 신문이나 책을 펼쳐들고 벤치에 앉아 모닝 커피를 마시는 ‘낭만파’도 눈길을 끈다. 청계천변 주민인 정강자(47·여)씨는 “아침 식사 뒤 운동을 하러 청계천에 나오는 게 일상이 됐다.”면서 “물길을 따라 걷다가 돌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상쾌한 기분은 걸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고 흐뭇해했다. 오전 8시.‘넥타이 부대’가 하나둘 출현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등 근처까지 대중 교통으로 왔다가 천변 산책로를 따라 도심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다. 경기도 분당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나종웅(61)씨는 “청계천이 개통된 뒤에는 버스로 종로까지 왔다가 매일 20분 가까이 걸어서 출근한다.”면서 “시골 개천을 건너 학교까지 등교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자연학습장 오전 9시가 지나자 청계천은 학생들의 ‘자연 학습장’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전국 곳곳에서 견학 온 학생들의 웃음 소리와 앳된 미소가 푸른 물결과 함께 포개진다. 분수와 다리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다. 다리 밑에서 김밥을 몰래 까먹는 모습도 정겹기만 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중에 다니는 서세민(13)군은 “하천 바닥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인공적인 것 같지만 물고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물이 깨끗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인 배낭족 다나카 마사코(23·여)씨는 “TV에서 청계천 개통식을 보고 꼭 오고 싶었다.”면서 “도쿄나 오사카 등에는 없는 자연 하천이 서울에 생겨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넥타이부대 정오. 점심 시간을 조금 넘기자 천변에는 다시 직장인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점심 식사를 일찍 마치고 청계천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청계천 시점부인 청계광장부터 동대문까지 정장 차림의 신사 숙녀들이 청계천을 메웠다. 아이스크림이나 테이크아웃 커피 등을 든 젊은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종로2가 삼일빌딩의 한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데이비드 알프레도(42)는 “6년 전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삭막한 도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났다.”면서 “하늘과 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청계천을 걷는 것은 서울에서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밝게 웃었다. 아직 가을 햇살이 따가운 오후 3시. 직장인들의 빈 자리는 중·장년층이 대신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여성들의 탄성과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손을 잡고 돌다리를 건너가는 노부부들의 모습도 미소를 짓게 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은 한가로운 가을 오후를 즐기고 있다. 시점부 광장에는 ‘청계천 사진사’가 등장, 시골에서 올라온 관광객과 노인들을 상대로 상행위를 하고 있었다. 경기도 안산시 와동에서 농사를 짓는 장일순(69)씨는 “서울시청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 물어물어 찾아왔다.”면서 “어릴 적 봤던 청계천보다 훨씬 깨끗하고 아름답게 복원된 것 같다.”고 떠올렸다. #연인들의 사랑 늦은 오후. 청계천의 평균 연령은 대폭 낮아졌다. 수업을 마친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가득 찼다. 동대문시장에서 쇼핑을 한 뒤 검은 봉지를 들고 청계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오간수교 아래에는 자리를 깔고 사주팔자를 보는 여인도 눈에 띄었다. 해가 지고 가로등이 밝혀지자 청계천은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푸른색 네온으로 치장한 다리는 밤하늘 별들과 함께 장관을 연출했다. 연인들이 이곳을 그냥 지나칠리 만무하다. 저녁 때 도심 천변은 절반 가까이가 ‘쌍쌍’이다. 커플들은 손을 마주잡은 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변을 걸었다. 다리 밑 벤치나 돌 위에 앉아 밀어를 속삭이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구석진 자리에서 몰래 입맞춤을 나누는 연인들도 흐뭇하기만 하다. 동대문을 지나자 운동족들이 천변을 차지했다. 특히 고산자교 인근에서는 밤 9시가 지나도 걷거나 뛰는 사람들로 붐빈다. 정장에 운동화를 신은 채 ‘퇴근 운동’을 하는 직장인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도심이 어둠에 잠긴 13일 새벽 2시. 하루 종일 인파에 시달린 청계천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다. 음침한 청계로와는 달리 천변은 적당한 조명으로 오히려 아늑하다. 낮에는 들리지 않았던 물소리와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온 몸을 휘감는다. 삼일교 아래서는 20대 젊은이들 8명이 조용히 맥주를 기울이고 있다. 광통교 아래에서는 한 젊은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노상방뇨를 시도한다. 취기 오른 한 커플은 광교 아래 천변에서 발을 담근 채 물장구를 치고 있다. 새벽 운동을 나선 아주머니들의 발걸음도 활기차다. 가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천변풍경’은 이렇게 다시 쓰여지고 있었다. 이두걸 서재희기자 douzirl@seoul.co.kr ■ 관리자들이 말하는 청계천 꼴불견 ‘청계천에서 이러지 마세요!’ 청계천 관리 담당자들은 어떤 사람들을 ‘청계천 꼴불견’으로 꼽을까. 멀쩡한 시설물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개구쟁이들이 첫째로 지목됐다. 청계천 시점부 광장에 조성된 ‘청계 미니어처’의 물이 올라오는 부분에 장식용으로 놓은 구슬은 장난꾸러기들이 자꾸 빼버려 아예 없애 버렸다. 지난 4일에는 짓궂은 학생들이 물길을 발로 막아 광장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민병찬 청계천관리센터 시설관리팀장은 “오간수문의 ‘오버플로(수위가 높아졌을 때 물이 흐르도록 뚫어놓은 관)’ 뚜껑 위에 놓았던 두꺼비상은 등에 발자국이 새겨질 정도로 사람들이 밟아 관이 막혀 물이 넘치곤 했다.”면서 “지금은 두꺼비상을 밟지 못하도록 자리를 옮겨 물 속 깊이 넣어뒀다.”며 혀를 내둘렀다.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는 사람들도 문제다. 금붕어 미꾸라지 다슬기 등 각종 어류를 청계천에 몰래 풀어놓는가 하면 청둥오리와 비슷하게 생긴 집오리 세 마리를 데려다 놓은 시민도 있다. 강수학 청계천관리센터 생태관리팀장은 “호기심에 풀어놓는 생물들이 청계천의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면서 “청계천에서는 물고기를 잡아서도 안 되지만 동물을 풀어놓는 ‘방생’ 행위도 금지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청계천의 유명세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얌체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다리에 ‘대리운전’ 등 홍보 플래카드를 은근슬쩍 붙여놓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허가 없이 공연을 벌여 관리팀을 당혹케 하기도 한다. 지난 5일 세운교 밑에서 색소폰을 멋들어지게 연주한 외국인 예술가는 ‘모금통’역할을 하는 모자를 돌리다 관리팀에 적발됐다. 관리팀은 ‘상행위뿐만 아니라 예술 공연도 허가 없이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제지했지만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왜 막느냐.”는 일부 시민들의 항의를 감수해야 했다. 이밖에 청계천에서 술에 취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사람, 급한 김에 다리 밑에서 ‘실례(노상방뇨)’를 하는 사람 등이 청계천 꼴불견으로 꼽혔다. 청계천관리센터 박호영 경영관리팀장은 “대부분의 청계천 방문객들이 질서를 매우 잘 지키고 있다.”면서 “아름다운 청계천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시민들 스스로 규칙을 잘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신화-진시황릉의 비밀 장르/등급 서사액션/15세(14일 개봉) 감독/배우 당계례/성룡·김희선·양가휘 줄거리 진시황의 후궁과 그를 지키는 장군의 세월을 뛰어넘은 슬픈 사랑. 20자평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기엔 너무 늙은 성룡, 중화제일미녀 김희선의 늘어지는 연기. ●4브라더스 장르/등급 범죄액션/18세(14일 개봉) 감독/배우 존 싱글턴/마크 월버그 줄거리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 넷,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그들이 펼치는 복수혈전. 20자평 가슴이 뻥 뚫리게 호쾌한 총격전. 스크린을 압도하는 대규모 화력은 기대하지 말길…. ●가문의 위기 장르/등급 코미디/15세 감독/배우 정용기/신현준·김원희·김수미·탁재훈 줄거리 조폭 가문에 여검사 며느리가 들어오게 된다는, 황당하고도 웃기는 이야기. 20자평 영화 내내 이어지는 웃음 속 허한 느낌. ●찰리와 초콜릿 공장 장르/등급 팬터지 드라마/전체 감독/배우 팀 버튼/조니 뎁 줄거리 전설적 인물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초콜릿 공장에 초대된 5명의 어린이. 20자평 컴퓨터그래픽·특수효과를 만나 꽃을 피운 팀 버튼의 상상력. 그러나 김빠지는 계몽동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장르/등급 멜로/15세(13일 개봉) 감독/배우 폴 맥기건/조시 하트넷·다이앤 크루거 줄거리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여자, 세월이 흘러 옛애인의 흔적을 좇는 남자의 절절한 사랑. 20자평 최루성 멜로로 빠지지 않고 스릴러의 긴장까지 갖췄다. 로맨틱 무드를 기대하진 말 것. ●너는 내 운명 장르/등급 멜로/18세 감독/배우 박진표/전도연·황정민 줄거리 에이즈에 걸린 다방 여종업원을 끝까지 지켜내는 시골 노총각의 가슴 저린 순애보. 20자평 감독의 대담한 연출력, 남녀 주인공의 호연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수작.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민규동/엄정화·황정민·임창정·김수로 줄거리 여섯 커플들에게 일어나는 일주일 동안의 아주 특별한 사랑이야기. 20자평 한국판 ‘러브 액추얼리’. 유머와 감동의 균형미, 안타깝게 중언부언 늘어지는 스토리.
  • [메리츠금융클래식] 한희원·김미현 샷 대결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스타 한희원(27·휠라코리아)과 1세대 대표주자 김미현(·28·KTF)이 2년 만에 국내 갤러리 앞에서 샷대결을 펼친다.14일부터 경기도 여주의 한일골프장(파71·6094야드)에서 열리는 제1회 메리츠금융클래식(총상금 2억 5000만원)이 그 무대. ‘미시골퍼’ 한희원은 오피스디포챔피언십에서 통산 4승째를 거둔 데 이어 롱스드럭스챌린지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근 절정의 샷 감각을 유지해 99년 제주삼다수오픈 이후 6년 만에 국내 정상을 넘본다. 한희원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신인이던 98년 회장배에서 우승한 뒤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국내 대회 출전 기회가 없었다.”면서 “마침 컨디션이 좋을 때 귀국한 만큼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무려 11승을 쓸어담고 LPGA 투어에서 5승을 올린 ‘땅콩’ 김미현도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2003년 10월 우리증권클래식 이후 2년 만에 국내대회에 출전하는 김미현은 올들어 페이스가 처진 데 대해 “결혼을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라며 너스레를 떤 뒤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출전한 만큼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미현이 국내 우승컵에 입을 맞춘 것은 2000년 현대증권오픈이 마지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감 익는 청도 ‘감 좋다’

    감 익는 청도 ‘감 좋다’

    가을 청도는 풍요롭다. 국내 최대의 감 생산지답게 청도는 진홍빛 감에 폭 싸여 있다. 파란 하늘 아래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반시(盤枾)를 따는 농부의 모습은 가을의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조용한 산사를 울리는 운문사 비구니의 예불 소리는 아늑한 가을의 품속에 안긴 듯 마음이 편하다. 새벽을 여는 운문호의 물안개는 가을을 더욱 호사스럽게 한다.‘맑은 길이 있는 고장’이라는 뜻의 청도(淸道). 그 곳에 가면 높고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 여유로운 전원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파란 하늘에 홍시가 걸렸네 청도에는 감나무 천지다. 감나무 밭인지 마을인지 구분 하기 힘들 만큼 가는 곳마다 온통 감나무다. 추수가 한창인 논과 밭, 산등성이, 마을 담장은 물론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까지 감나무가 즐비하다. 때문에 청도의 가을 하늘은 붉은 감과 어우러져 유달리 높고 푸르다. 차를 달려 비슬산 자락에 있는 풍각면 상수월 마을에 들어서자 때묻지 않는 시골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호박 넝쿨이 휘감긴 돌담과 도리깨질을 하며 깨를 터는 농부, 하늘을 향해 갈고리가 달린 긴 장대를 휘두르며 감을 따는 농부의 모습에서 시골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감이나 하나 맛보소.”감을 따던 마을 주민 정육지(71)씨가 갓 딴 홍시를 건넨다. 환갑도 채 안돼 보이는 그의 나이를 듣고 놀라자 “감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라며 농을 건넨다. 정씨는 “청도에는 흔한게 감나무여, 우리 동네 감은 씨가 없어서 먹기에도 좋아.”라며 자랑을 늘어 놓는다. 청도하면 으레 소싸움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감의 고장이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감이 연간 2만여t. 전국 생산량의 20%에 이를 정도로 국내 최대 생산지다. 주민의 70% 이상이 감농사에 의지해 살고 있다. 청도의 감은 반시(盤枾)라 부르는데 감이 납작한 모양이 쟁반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명종 때인 1545년 청도 이서면 출신의 박호 선생이 평해 군수로 있다가 귀향하면서 가져온 감나무가 반시의 효시라고 한다. 조선시대 궁중에 진상될 정도로 유명했다. 반시는 씨가 없다. 타 지역에서 새 종자를 들여와도 청도에만 오면 씨가 없어진다. 청도군에서 대학 연구소에 이 같은 미스터리를 밝히기 위해 연구 의뢰를 했지만 암나무가 대부분이라서 수정을 못하고 씨가 맺히지 않는다는 결과를 내놨을 뿐 정확한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반시는 공판장에서 10㎏(60∼80개)에 1만 50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웰빙’으로 거듭난 감 흔한 게 감나무다 보니 감을 이용한 ‘웰빙’ 제품들이 많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감 와인. 세계 최초로 지난해 감와인 ‘감그린’을 개발했다. 청도와인(gamwine.com·054-372-8314)의 하상오(45)대표가 5년여 동안 연구를 거듭한 끝에 개발했다. 그는 “감은 화이트와인에 많은 ‘탄닌’ 성분이 많아 심장병과 노화방지에 좋은 고급 와인으로 청도 감은 씨가 없어 와인 생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750㎖ 1병에 2만 2000원. 아이스 홍시와 감말랭이는 대표 먹거리. 반시는 수분과 당도가 높아 곶감을 만들기 쉽지 않아 그 대신 감을 네 조각으로 나눠 말린 감말랭이를 만들거나 통째로 얼린 아이스 홍시로 판매한다. 곶감에 비해 부드럽고 쫄깃한 감말랭이를 만드는 농가는 두산농원(054-372-2428) 등 10여곳이 있다. 감말랭이는 1㎏(250g짜리 4박스)에 1만 5000원. 전통 염색기법에 따라 감물 천연염색은 색다른 체험거리다. 감을 씻어 즙을 낸 뒤 염색과 건조를 4∼5회 반복해서 천연 원단을 만든 뒤 이를 이용해 개량한복과 침구류, 커튼, 가방, 차받침, 지갑 등을 만든다. 개량 한복 한벌을 만드는데 감즙 한말(20∼30㎏), 감 150∼160개 정도가 들어간다. 때문에 가격은 한벌에 30만∼50만원선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감물들이기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예던길따라(054-372-8314)에서는 손수건과 스카프 등 간단한 소품을 물들여 가져갈 수 있다. 체험료는 1인당 5000∼1만원. ●산사에 울리는 은은한 예불소리 병풍처럼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천년고찰 운문사(054-372-8800)는 호젓한 가을 분위기가 묻어난다. 울창한 솔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조용한 산사를 울리는 예불소리가 마음을 맑게 한다. 천년의 세월을 지킨 비구니 도량으로 다른 사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늑함과 섬세함이 숨어 있다.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때인 560년 창건된 사찰로 현재는 270여명이 불법을 닦는 비구니 승가대학 등 총 30여동의 전각을 갖춘 도량이다. 이름난 법승들이 이곳에서 수도했다. 1200년전 원광법사는 당나라에서 돌아와 세속오계를 이곳에서 전수했고, 삼국유사를 쓴 일연은 왕명에 따라 운문사에서 주지를 맡은 바 있다. 신라 때는 화랑들의 훈련장으로 쓰였다. 경내에는 화려한 당대 불교예술의 혼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신라때 지어진 삼층석탑과 석등, 고려때 지어진 원응국사비, 조선초에 세워진 비로전 등 7점의 보물이 있다. 불가의 예법도 볼 수 있다. 오후 6시면 어김없이 저녁예불이 행해진다. 가죽짐승을 깨우는 북소리, 물고기를 위한 목어, 그리고 입구에 걸린 커다란 범종 소리와 함께 예불이 진행된다. 10년전 운문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운문호는 청도의 아침을 연다. 새벽이면 몽환적인 물안개를 토해낸다. 구불구불한 호반길을 돌다 보면 호수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 신라의 고도 경주와 청도를 잇는 운문댐 주변 도로는 운문사와 삼계리 계곡의 전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이 밖에 소요당 박하담이 벼슬을 사양하고 이곳에서 후학을 양성했던 운강고택과 운곡 김몽로의 생가인 운곡정사, 전국 6개의 석빙고중 가장 오래된 숙종 때 세워진 석빙고 등은 역사 체험코스로 손색이 없다. ●시원한 청도 추어탕 청도역 주변의 추어탕 거리에서는 시원한 청도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청도 추어탕은 남도 추어탕과는 달리 운문댐 아래 동창천에서 잡은 미꾸라지 외에 떡붕어와 쏘가리, 미꾸라지, 꺽지, 메기 등을 갈아서 맑은 국물을 낸 뒤 시래기를 듬뿍 넣어 끓인다. 자연산청도추어탕(054-371-5510)은 추어탕(4000원)과 올갱이로 끊인 고디탕(4500원)을 판매한다. 용암온천 인근의 음식점 하늘정원(054-373-3334)은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오리황토연잎구이와 오리바비큐보쌈 등을 맛볼 수 있다. 숙박은 이 지역에서 유일한 1급 호텔인 용암온천관광호텔(054-371-5500)이 좋다. 숙박료는 주중 6만 8000원, 주말 7만 8000원. 호텔에 있는 용암온천은 1000m의 암반에서 뿜어나오는 양질의 게르마늄 유황온천으로 각종 성인병에 좋다.6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요금 6500원. ●청도로 가는길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에서 빠져 대구신천대로와 30번 지방도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5시간 정도 걸린다. 기차로는 서울에서 동대구역까지 KTX를 타고 내려가 청도행 무궁화로 갈아타면 2시간30분에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다.(barota.com·1544-7788) 청도군청 문화관광과(054-370-6373). 청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완벽한 부인, 진정한 불륜?

    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연하는 ‘빨간 구두’(Don´t Move·14일 개봉)는 제목이 다분히 기만적(?)이다. 강렬하고 도발적인 이미지를 앞세우는 제목과는 딴판으로 영화는 오히려 처연한 멜로에 가깝다. 경쾌한 템포로 감성을 건드려주는 ‘쿨’한 멜로를 기대하는 신세대 관객들에겐 부담스러울 만큼. 유능한 중년 외과의사 티모테오(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지난날의 지독한 사랑을 더듬는 과정이 그대로 기둥줄거리가 됐다. 하나뿐인 딸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경을 헤매는 병실 앞에서 불현듯 남자가 불러낸 기억의 편린은,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애절한 사랑. 영화는, 재능과 미모를 완벽하게 갖춘 아내 엘자(클라우디아 게리니)를 곁에 두고서도 늘 진정한 사랑에 목말라 하던 젊은 티모테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우연히 머문 시골마을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여인 이탈리아(페넬로페 크루즈). 가난하고 무식하지만 영혼의 상처까지도 위무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순수한 여자에게 티모테오는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한때 톰 크루즈의 여인으로 외신을 달궜던 페넬로페 크루즈. 그녀가 연기를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던진 영화로 오래 기억될 만하다. 한 남자를 욕심없이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배우로서의 성적 매력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거칠고 볼품없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의지가지 없이 살아가는 이 가난한 여인은, 자신을 위안처로 삼으려는 남자를 조건없이 사랑할 뿐이다. 불륜 소재 등 딱히 참신할 것 없는 주변장치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기대보다 훨씬 강렬한 감정의 요철을 선사한다. 딸아이가 태어나자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탈리아를 버려야 했으며, 이후 삶의 유일한 목적이었던 딸이 죽음에 맞닥뜨린 시간에 옛사랑을 반추하는 티모테오의 사연은 ‘신파’에 가깝도록 애절한 감상을 자극한다. 중년관객들에게 한결 편안하게 다가갈 멜로임에 틀림없다. 티모테오를 연기한 이탈리아 출신의 배우 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연출까지 했다.18세 이상 관람가.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길섶에서] 운동회/ 박홍기 논설위원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운동회는 예나 별다름이 없습니다. 운동장에 만국기가 걸리지 않았지만 아직도 동네축제 분위기는 그대로입니다. 손자의 뜀박질을 보기 위해 할머니·할아버지도 모처럼 나들이를 하시고요. 동네 어른들도 구경 나옵니다. 어머니는 김밥에다 불고기, 음료수, 과일 등을 바리바리 싼 보퉁이를 한쪽에 내려놓습니다. 머리띠의 색깔로 가른 청군, 백군은 신이 나서 목청껏 응원합니다. 매스게임을 보는 어른들의 눈에는 아이들이 마냥 기특하기만 합니다. 차전놀이는 학생들이 힘들어해 뺐답니다. 오자미에 몰매를 맞은 광주리가 터져 종이 꽃가루와 함께 ‘사랑해요’라고 쓰인 긴 천이 펴지자 아이들은 외칩니다.“사랑해요.”라고. 청·백군 계주로 운동회는 절정에 달합니다.“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힘찬 응원은 맑은 가을을 가득 채웁니다. 손자가 뛸 때면 구부정한 할머니의 몸도 손자의 발놀림에 따라 들썩입니다. 며칠 전 상경하신 할머니는 운동장이 좁아 학년별로 치러진 손자의 운동회에 다녀오신 뒤 “아이들은 시골서 맘껏 놀면서 커야 튼튼하기라.”라면서 서울 운동회가 영 마뜩찮은 듯 자꾸 시골 운동회와 비교하십니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틈나면 북치고 장구 친 결실이에요”

    전교생이 61명에 불과한 시골 초등학교가 전국음악대회에서 1등을 해 주목받고 있다. 경북 안동시 서후면 성곡리 서후초등학교 국악반이 최근 서울교대에서 열린 제42회 전국아동음악경연대회 국악합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이 학교 국악반에는 4∼6학년 전원(40명)이 참여하고 있다. 합주부문에는 비록 4개팀이 참가했지만 다른 3개팀은 경기도 등 수도권과 도시지역 학교라는 점에서 서후초등학교의 성과는 평가받고 있다.   이 학교에서 국악이 시작된 것은 2003년 3월 임성국(36) 교사가 부임하면서부터다. 임 교사는 우리 전통의 악기와 소리를 들려주며 시골 아이들을 하나하나 국악반으로 이끌었다.공부에 지장을 줄까 싶어 특기·적성교육 시간은 물론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고 방학 때는 3∼4일 동안 국악공부방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안동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한 대에 200만원 하는 가야금 10대를 구입했고 단소, 소금, 피리, 꽹과리, 모둠북 등은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회, 학교 등의 도움을 받아 마련했다. 졸업생들한테서 연주복을 물려받기도 했다. 가르치기 어려운 가야금은 안동국악단 전미경 단장의 도움을 받는 등 전국 대회에 대비해 아이들과 선생님은 혼연일체가 돼 대금을 불고 북을 두드렸다.이같은 노력 끝에 전국대회 1위라는 결실을 보게 됐고 전교생 61명의 작은 시골학교는 개교 이래 최대의 경사를 맞았다. 국악반은 11월 경북학생축제,12월 안동학생학예전 등에 초청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내년 전국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틈나는 대로 연습을 하고 있다. 임 교사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음악을 아껴 준 아이들과 주위 분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겠다.”고 말했다.안동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이색공연 국립발레단 ‘고집쟁이딸’

    우아함 대신 유쾌함, 이야기가 꼭꼭 씹히는 서사가 튼실한 발레무대를 만나고 싶다면 국립발레단의 ‘고집쟁이 딸’(La fille mal gardee)을 기다려볼 일이다.15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이 공연은 지난 2003년 국내 초연돼 발레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로맨틱 코믹 발레. 초현실적 존재들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발레들과는 달리, 평범한 인간들이 등장하는 데다 마임을 동원한 연극적 요소가 많아 이야기 재미가 크기로 정평난 작품이다. ‘고집쟁이 딸’의 태생지는 프랑스.1789년 프랑스 보르도 대극장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현존하는 발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전막발레로 지금까지 몇 차례 개정판이 선보여 왔다. 이번 공연은 쿠바 버전이다. 쿠바 발레단의 안무가 필립 알롱소가 다시 안무하고, 올랜도 발레단의 안무가 사만타 던스터가 재구성했다. 제목에서 엿보이듯 이 작품은 줄거리부터 대단히 ‘인간적’이다. 프랑스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부자에게 시집보내려는 어머니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딸의 유쾌한 해프닝을 따라가는 이야기 구도다. 요정이나 귀족, 왕자와 공주가 등장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소구력 있는 발레작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귀띔하는 설정이다. 박인자 단장도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는 인물들의 성격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탁월할 것이라는 기대들이다. 필립 알롱소가 캐릭터의 성격 묘사와 유머 감각에 뛰어난 장기를 발휘한다는 평을 받는다. 부담없이 가볍고 경쾌한 템포의 무대는 시각적으로도 특별한 감상을 안길 듯하다. 딸의 고집을 꺾으려는 어머니 역을 덩치 큰 남자 무용수(신무섭, 정현옥)가 맡아 여장을 하고 나온다는 점이 우선 흥미롭다. 작품의 최초 안무자가 농가의 판화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18세기 유럽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재현한 무대도 신선하다. 무대 및 의상 디자인을 맡은 이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27일 성남아트센터 개관 기념작)의 무대를 꾸미는 제롬 카플랑. 발랄한 군무 장면, 무용수들의 시원시원한 도약, 조역들의 코믹한 춤 등이 어우러져 무대는 갈수록 풍성하게 덩치를 키워간다. 김주원 이원철 장운규 김현웅 강화혜 전효정 등 국립발레단의 ‘간판’스타들이 번갈아가며 무대를 책임진다.15·18·19·20일 오후 7시30분,16일 오후 4시.(02)587-6181.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희원 2주연속 V ‘예감’

    ‘미시골퍼’ 한희원(27·휠라코리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주연속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희원은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번의 리지골프장(파71·6235야드)에서 계속된 롱스드럭스챌린지(총상금 100만달러)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몰아치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간합계 11언더파 202타로 단독선두 니콜 페롯(칠레·9언더파)에 3타 뒤진 공동2위. 지난주 오피스디포챔피언십에서 물오른 샷감각을 뽐낸 한희원은 이번 대회 첫날 2오버파 73타로 공동 79위까지 떨어졌지만,2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며 공동 9위로 뛰어오른 데 이어,3라운드에서 5타를 더 줄여 선두권으로 점프했다. 이날 3번(파3)·4번홀(파4) 연속버디로 깔끔하게 스타트를 끊은 한희원은 7번홀(파4)에서 1타를 까먹으며 잠시 주춤했지만, 곧이은 8번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한 데 이어 13∼15번홀 줄버디로 낚아 최종일 역전우승의 발판을 놓았다. 오는 11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리츠금융클래식 출전차 귀국 예정인 한희원은 “지난 3일 오피스디포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면서 “최종라운드에서는 순위표를 눈여겨보겠다.”고 역전승에 대한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비둘기 납 오염 15배… 사람은?

    서울과 부산 등지에 사는 비둘기의 중금속 농도가 섬에 사는 비둘기보다 약 1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대 생명과학과 이두표 교수팀은 도시지역(서울)과 공업지역(안산·여천·울산·부산), 시골지역(덕적도)에 서식하는 집비둘기 60마리를 대상으로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도시지역과 공업지역의 중금속 오염도가 시골의 15배에 달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결과는 이 분야 유명 국제저널인 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인터넷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생존기간이 비슷한 각 지역 집비둘기의 조직(뼈, 콩팥, 간, 허파)과 소낭(모이주머니), 사낭(모래주머니) 내용물 중 납과 카드뮴 오염 정도를 비교했다.●서울 대기중 납농도는 30% 감소 납이 잘 축적되는 뼈의 납 오염도()를 보면 ▲서울이 29.5 ▲울산이 24.6 ▲부산이 23.8 ▲안산이 10.5 ▲여천이 2.13 ▲덕적도가 1.80 등의 순으로 서울, 울산, 부산이 덕적도보다 약 15배가량 농도가 높았다. 서울의 경우, 지난 93년 무연휘발유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대기 중 납농도가 3분의1 수준으로 줄었지만 집비둘기의 허파 내 납농도는 그 이전보다 3배 높아진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카드뮴의 평균농도도 서울 및 4개 공업지역이 덕적도보다 높았다.●콩팥속 카드뮴도 서울·공업지역이 10~15배 특히 카드뮴이 잘 쌓이는 콩팥의 경우는 서울 및 4개 공업지역이 0.66∼1.27으로 덕적도(0.06)의 10∼15배에 달했다. 비둘기 먹이주머니의 내용물은 주로 옥수수·밀 등 곡류였는데, 곡류의 납 평균농도는 부산이 2.19으로 다른 5개 지역의 0.39∼0.64보다 월등히 높았다. 카드뮴 평균농도는 6개 지역 모두 0.2 수준으로 비슷했다. 납은 체내에 축적되면 피로, 두통, 시력장애, 변비, 빈혈, 어린이 성장장애 등의 증상을 나타내며, 카드뮴은 만성적으로 콩팥기능을 저해하고 골연화증을 일으키면서 급성적으로는 이타이이타이병을 유발한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영화 ‘…동막골’속 ‘팝콘눈’의 진실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영화 ‘…동막골’속 ‘팝콘눈’의 진실

    ‘6·25 전쟁’ 당시 첩첩산중 산골마을인 동막골로 흘러들어간 남·북한 군인들이 티없이 맑은 주민들과 얽혀지내는 과정을 소개한 영화 ‘웰컴투 동막골’. 영화 개봉 이후 지금까지 800만명의 관객이 몰렸다고 하니 정말 ‘마이’(많이) 봤다. 이 영화에서 화제가 되는 장면 가운데 하나로 팝콘이 눈처럼 내리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며칠째 잠도 자지 못하고 대치하던 남·북한 병사들이 불발이 된 줄 알았던 수류탄을 ‘강원도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옥수수 저장고에 다시 던지자 폭발하게 되고, 폭발과 함께 옥수수는 팝콘이 되어 우수수 떨어진다. 과연 수류탄이 터지면 옥수수가 팝콘으로 변할 수 있을까. ●강냉이와 팝콘의 차이는? 한적한 동네나 시골 장터를 일순간에 잔치 분위기로 바꿔놨던 ‘뻥튀기’를 언뜻 생각해보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뻥튀기 장수의 “뻥이요!”라는 외침과 함께 만들어져 나오는 ‘튀밥’이나 ‘강냉이’는 온도와 압력 사이의 관계를 이용한 것이다. 밀폐된 용기에 쌀이나 옥수수를 넣고 온도를 높이면 용기 속 압력도 올라가게 된다. 이 때 닫혀 있던 뚜껑을 갑자기 열면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쌀이나 옥수수가 부풀어 오르게 된다. 즉, 옥수수 내부의 압력이 외부 압력보다 커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팝콘이 튀겨지는 원리를 알아보자.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태로 존재한다. 모든 물질은 액체에서 기체로 될 때 부피가 크게 증가한다. 예컨대 물 한 방울이 수증기로 변하면 부피가 약 1800배 가량 증가해 PET병을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렇게 부피가 늘어나는 것이 팝콘을 튀겨내는 힘이 된다. 팝콘은 흠집이 없는 옥수수 알갱이 속에 포함된 수분이 열을 받아 수증기로 변해 부피가 늘어나다가 알갱이 속에서 더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커졌을 때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이다. 팝콘용 옥수수에는 15% 가량의 수분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처럼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부피가 커지는 것은 증기기관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팝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분의 상태 변화로 팝콘이 튀겨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 팝콘용 옥수수를 반으로 잘라서 튀겨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옥수수를 쪼개서 튀기면 알갱이 속 수분은 밖으로 손쉽게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에 팝콘으로 부풀어 오르지 않게 된다. ●수류탄으로 팝콘을 튀긴다? 뻥튀기가 옥수수 안팎의 압력차를 이용한 것이라면, 팝콘은 수분의 상태 변화에 따른 부피 증가 현상을 활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강원도 옥수수가 수류탄이 터질 때 팝콘으로 튀겨져 눈처럼 내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지는 않다. 보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 장면은 ‘옥에 티’이다. 같은 옥수수라고 하더라도 색깔이 다르고, 크기가 다른 것처럼 팝콘을 만들기 위해서는 팝콘용으로 적당한 알이 작은 옥수수가 필요하다. 물론 팝콘용 옥수수와 강원도 옥수수를 비롯한 모든 옥수수는 같은 ‘종’이다. 그러나 같은 사과라고 하더라도 부사와 홍옥 등 종류와 특성이 다른 품종이 있는 것처럼 팝콘용 옥수수와 강원도 옥수수도 서로 다른 ‘아종’이다. 옥수수에는 6개의 아종이 있으며, 이 중 팝콘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폭립종’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재배되지 않는 품종이다. 강냉이는 흔히 찰옥수수라고 하는 ‘납질종’으로 만들 수 있다. 때문에 강원도 옥수수는 팝콘보다는 강냉이가 되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울 것 같다.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강원도 옥수수가 팝콘으로 변하지는 않겠지만,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중요한 소품이 되었으니 속아줄 만하다.
  • [새영화] ‘리플리스 게임’

    알랭 들롱 의 슬픔에 찬 눈빛 연기가 인상적인 ‘태양은 가득히’(1960)와 맷 데이먼이 주연해 리메이크된 ‘리플리’(1999)를 기억하는가. 6일 개봉한 영화 ‘리플리스 게임’(RIPLEY‘s GAME)은 ‘태양은 가득히’의 원작자로 유명한 패트리샤 하미스미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주인공 리플리는 완전범죄를 위해 주도면밀하게 행동하는 사기꾼으로 앞선 두 영화 속 주인공과 동일 인물. 리플리는 ‘리플리스 게임’을 통해 상실감에 좌절하던 청년기를 지나 원숙한 중년의 모습으로 돌아와 다시 살인 게임을 벌인다. 연출은 ‘비엔나 호텔의 야간배달부’로 명성을 얻은 이탈리아 여성감독 릴리아나 카바니. 음악은 ‘시네마 천국’으로 유명한 엔니오 모리코네가 맡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영화의 얼개를 촘촘히 하는 일등공신은 주인공 리플리역을 맡은 존 말코비치의 연기. 냉철한 표정 속에 감춰진 미묘한 심리 변화를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히 요리했다. 그가 저지르는 범죄를 지켜보며 영화 내내 두근거림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냉혈한이며 천재적인 사기꾼인 리플리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유유자적한다. 어느날 그는 파티를 함께한 백혈병에 걸린 가난한 이웃 조너선(더 그레이스콧)에게서 “돈은 많지만 예술은 모르는 미국인”이라는 비난을 듣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이에 리플리는 살인 청부를 부탁한 옛 동료에게 돈이 궁한 조너선을 소개해 곤경에 빠뜨린다. 돈의 유혹에 넘어간 조너선은 성실한 가장과 킬러의 이중생활을 하며 살인에 빠져들고, 결국 상황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전개된다.15세 이상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김성수의 맛있는 영어 English]웃기는 영어(14)

    Taxi Drivers’ Favorite Jokes Two worms who live under a golf course wake up one morning.One says to the other,“Go up top and see if it’s raining.” The other worm says,“I don’t want to.If it is raining,I’ll get all wet.” So they argue back and forth like this until they decide to draw straws.One of them wins,and the other has to go up and check. Just at this minute two women golfers happen to be passing overhead.One mentions that she has to pee,and the other woman says,“Hey,look.There is nobody else around.Why don‘t you do it right here?” So the woman squats down and takes a piss at the exact moment the little worm breaks through the surface.He takes one look around,gets totally drenched,and hurries back down below. The other worm says,“So,I see it’s raining.” “Yeah,” says the worm,wiping off his face.“As a matter of fact,it’s raining so hard that the birds are building their nests upside down!” (Words and Phrases) worm:벌레 wake up:일어나다 go up top:맨 위로 올라가다 get all wet:흠뻑 젖다 back and forth:이러니저러니 draw straws:짚으로 하는 제비를 뽑다 check:살피다 just at this minute:바로 이 때 pass overhead:머리 위로 지나가다 pee: 오줌을 누다 squat down:쪼그리고 앉다 take a piss:오줌을 갈기다 break through the surface:땅 표면을 뚫고나오다 take one look around:한 번 휘둘러 보다 get totally drenched:흠뻑 젖다 hurry back down below:아래로 급히 되돌아오다 wipe off∼:∼을 훔치다 build a nest:둥지를 틀다 upside down: 거꾸로 (해석) 골프 코스 아래에 사는 벌레 두 마리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한 벌레가 다른 벌레에게 말하길,“맨 위로 올라가 비가 오고 있는지 알아봐.” 다른 벌레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비가 오고 있다면 흠뻑 젖을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 둘은 짚으로 제비를 뽑을 때까지 티격태격 다투었습니다. 둘 중에 하나가 이기고 다른 벌레가 위로 올라가 비가 오는지 살펴봐야 했습니다. 바로 이 때 두 여성 골퍼가 위로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오줌이 마렵다고 말하자, 다른 사람이 “여기 봐. 주위에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여기서 누지 그래?”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여자가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갈겼는데, 바로 이 때 그 조그만 벌레가 땅 표면을 뚫고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벌레가 한 번 휘둘러보고는 온 몸이 흠뻑 젖어 급히 땅 아래로 되돌아왔습니다. 다른 벌레가 말하길,“아, 비가 오고 있구나.” 얼굴을 훔치며, 원래 벌레가 말했습니다.“그래. 사실, 비가 너무 세게 와서 새들이 둥지를 거꾸로 틀고 있을 정도야!” (해설) 땅 밑에 사는 벌레들이 기어 나올 때인가 봅니다. 두 벌레가 서로 상대방에게 밖에 나가 비가 오는지 알아오라고 다투고 있었습니다. 결국 제비를 뽑아 진 사람이 위로 올라가 알아보고 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임무를 수행하려고 땅위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친구와 골프를 치러 온 여자가 자기들 외에 아무도 없자 쪼그리고 앉아 바로 그 자리에다 오줌을 갈겨댔습니다. 오줌 세례를 맞고 급히 되돌아온 벌레가 말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압권입니다. 세찬 오줌발에 여자의 거시길 덮고 있는 숲이 한 쪽으로 뉘여진 모습을 보고 새들이 거꾸로 둥지를 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Life Essay for Wrighting 묻어둔 세월(다시 다가온 시련) 집안을 꿈에 부풀게 했던 대사명(大使明) 덕에 한참 공부할 나이를 집안의 작은 머슴으로 보낸 김 회장은 실업고를 졸업하고 5급 공무원에 합격, 외부 공사판 감독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꿈이 없는 보통 사람의 경우엔 5급 공무원 생활도 시골에선 안정된 생활로 반쯤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회에 눈을 뜨고 인생이라는 먼 항해를 준비하는 김회장에게 5급 공무원 현장 감독 생활이란 인생의 무덤을 의미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기에 직장에선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지만 그렇게 보내는 하루하루를 김회장은 견딜 수가 없었다. 번민과 번민을 거듭한 끝에 김회장은 아버지와 식구들 몰래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밤잠을 거른 지 2년 만에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하게 된다. 몰래 대학을 준비하다 아버지에게 들켜 실컷 혼나고,“네가 대학에 붙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If you pass a college entrance exam,I’ll eat my hat.)”는 반대 속에서 꿈에 그리던 대학 진학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시엔 실업고를 졸업하고 예비고사에 합격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시기였기에 집안의 반대도 아들 보호 차원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었고 그런 상황에서의 대학 진학 준비란 무모한 도전이었기에 김 회장의 대학 진학은 별을 딴 것과 진배없었다. 직장 생활 중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면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아픔과 괴로움으로 몇 날을 고통 속에서 보내곤 했는데 이제 대학에 가게 된 것이다. 당시 자신의 대입 준비를 위해 많은 격려를 해준 친구가 토목과를 다니고 있었기에 미래에 그 친구와 많은 일을 이루기 위해 건축과를 지원하게 된다. 장밋빛 꿈들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공부하는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꾸며 보내던 대학 시절. 그렇게 나를 격려하고 나를 위해 꿈을 함께 꾸어 주었던 친구가 군대 생활 중 죽음을 맞게 된다. 아!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곳에서 이토록 번민하며, 답도 없는 질문들을 찾아 헤매는가? 끝없이 생겨나는 많은 질문들에 답을 찾지 못하고, 친구와 꾸었던 많은 꿈들에 밧줄을 동여매고, 무심히 대학을 졸업한다(He just graduated from the university without finding any answers to infinitely many questions that had arisen,holding back many dreams that he and his friend had dreamed together). ■ 절대문법 (7) 자리매김 학습 문법 능력은 의사소통 능력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의사소통을 할 때에 지켜야 할 문법 규칙이 없다면 언어 사용은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영어 문법 규칙에서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 문장에서 쓰이는 단어의 자리 개념이다. 지난 시간까지 문장을 구성하는 기본 자리에 위치할 수 있는 동사, 명사, 형용사, 부사를 중심으로 하여 단어의 자리와 특성, 그리고 역할을 살펴보았다. 이상의 네 가지 품사는 문장 구성에 핵심이 된다. 특히 영어 문장은 동사를 기준으로 하여 앞뒤에 위치하는 자리에 따라 역할과 특성이 달라지므로 문장 구성의 핵심 단어가 위치하는 자리 개념을 순서대로 이해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오늘은 한국어에 없는 자리 개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영어와 한국어의 문법에서 가장 차이 나는 개념 중의 하나가 관사이다. 영어는 거의 대부분의 명사가 관사와 함께 쓰인다. 관사는 영어를 사용하면서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것인데 이의 적절한 쓰임에 대해서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Woman is actor.(x) The woman is an actor.(o) 관사는 반드시 명사 앞에 위치하여 관사의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살려준다. 그리고 관사의 뒤에 오는 명사가 정해진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것인지를 알려주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관사의 자리와 역할, 특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 bird lived in the tree. 이 문장은 새가 살았는데 나무에 살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a bird이므로 새로운 정보로 정해지지 않은 한 마리 새를 나타내고 있으며,the tree 라고 했기 때문에 나무는 이 문장을 쓴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 모두 알고 있는 특정한 나무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관사는 문장의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살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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