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시골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조각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20위권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황연주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 새 비전
    2026-08-0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717
  • [남해군 송남·소량리 ‘금연마을 도전기’] “왕따 당할라” 50년 골초할배도 ‘뚝’

    [남해군 송남·소량리 ‘금연마을 도전기’] “왕따 당할라” 50년 골초할배도 ‘뚝’

    경남 남해의 바다마을. 파도마저 잦아든 한적한 시골마을이 모처럼 소란스럽다.‘담배 없는 마을 만들기 주민 설명회’가 있는 날이다. 회관 앞은 군청 보건소와 외지에서 온 차량으로 북적이고, 주민들도 속속 모여들어 썰렁했던 회관에 활기가 돈다. 지난 12일 금연마을에 도전하는 남해의 두 마을을 찾아가 봤다. ●미조면 송남리, 첫 시작 “내 잡아갈라꼬 왔나?” 보건소 직원이 들어서자 마을 어른인 채금순(83) 할머니가 대뜸 한 소릴 한다. 소문난 ‘골초’인 이 할머니는 보건소 직원들의 행차가 영 못마땅한 눈치다. “송남마을이 담배연기 없는 마을로 지정된 거 아시죠? 저희가 담배 끊으시도록 도와드릴게요.” 간호사의 설명이 시작됐지만 여기저기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내 나이가 몇인데 담배를 끊어. 얼매나 더 살끼라고.” “그래도 한번 들어보세요. 이게 건강한 사람 폐고, 이게 담배를 피운 사람의 폡니다. 건강한 폐는 발그스름하니 예쁜데 담배 피운 사람 거는 새카맣지요? 골골 안 하시고 건강하게 살다 가시려면 담배를 끊어야 됩니다.” 색색의 폐 모형에 주민들의 시선이 고정된다. 간호사가 일산화탄소 측정기까지 들이대자 관심도가 한층 높아졌다. 간호사가 “입을 대고 후∼부시면 담배를 피웠는지 안 피웠는지 나타납니다. 담배를 안 피우셨으면 신호등의 초록색이 ‘괜찮다’하고 반짝이고요, 담배를 많이 피우셨으면 빨간불이 번쩍댑니다. 경고라는 표십니다.”라고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지원자가 나선다. 담배를 안 피운다는 배일옥(68) 할아버지가 먼저 불어본다. 역시나 초록색 불이다.50년을 넘게 담배를 피웠다는 저점률(72) 할아버지가 측정기에 입을 댔다.“뻐얼∼겋다.” “대자마자 뻘건색이 나와삔다.” 여기저기서 신기한 듯 거든다. 저 할아버지는 빨간불이 걱정스러운 듯 “아무리 해도 안된다.”고 담배를 못 끊겠다며 하소연한다.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있도록 니코틴 패치도 드리고 니코틴 껌도 드리고, 금연침도 놔드릴 거라는 보건소의 설명이 이어지자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한번 끊어보시겠어요?” 간호사의 질문에 안 끊겠다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래.” “한번 해보께.”라며 금연의지를 보인다. 설명에 나선 정현주 간호사는 “송남마을에서 금연마을 신청을 하긴 했지만 호응도가 높지 않아 걱정했던 마을이었다.”면서 “이 정도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 셈”이라고 했다. ●상주면 소량리, 시작이 반 송남마을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소량마을은 이미 금연 분위기가 잡혀 있는 마을이다. 김차비생(73) 할머니는 보건소 직원들을 보자마자 “파스처럼 붙이는 것 좀 줘봐.”라며 금연 패치를 찾는다.“약국에 갔더이 한 갑에 만원이 넘대. 그냥 담배 피뿐다고 했다.” “거 파스 주면 집에 있는 재떨이 싹 없애삘긴데.” 김 할머니의 능청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금연 5일째라는 김남년(71) 할머니는 “사탕을 물고 산다.”며 입 속의 사탕을 내보인다.“내가 신랑 병간호하면서 담배를 피기 시작했제.40년 넘게 피면서 세번 끊어봤는데 안 해본 사람은 몰라. 담배 먹고 잡아서 아주 죽겠다.” “근데 왜 끊으시려고요?” 기자가 묻자 “보건소에서 준 달력에 담배를 피면 주름살도 많아지고, 폐암도 생기도, 별별 병이 다 생긴다카데.”라면서 “끊어야 된다.”고 재차 다짐을 한다. 박옥우(65) 할아버지도 단단히 다짐을 했다. 할아버지는 “바다 사람은 바닷일 나갔다 피우고 일하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피우고 한다.”면서도 “단디 각오를 했다.”고 의지를 보인다. 덕분에 소량마을은 보건소 설명회를 마치고 내친 김에 결의대회까지 해치웠다. 이 마을 이장인 정고원(53)씨는 “나부터 끊어야 된다.”며 결의문을 읽어내렸다. 마을 주민들도 한 마음으로 “상주면 소량리는 건강한 장수마을을 만들기 위해 금연을 한다.”고 다짐했다. ●일주일에 한번 찾아가는 서비스 설명회를 가진 마을은 당장 금연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우선 전 주민을 상대로 소변검사를 통해 흡연 여부를 확인한다. 흡연자로 판명되면 일산화탄소 측정을 통해 흡연 정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니코틴 패치를 제공한다. 몸에 붙이는 니코틴 패치는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을 담배가 아닌 패치로 몸에 넣어주어 흡연욕구를 감소시킨다. 금단 현상의 정도에 따라 니코틴 양을 점점 줄여야 하기 때문에 보건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상태를 체크하게 된다. 금단 현상이 심하면 니코틴 껌이나 귀에 맞는 금연침을 보조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남해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금연마을 어떻게 운영하나 금연마을은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정부의 금연클리닉 사업을 계기로 시작됐다. 보건소마다 설치된 금연클리닉을 통해 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 금연클리닉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가 반반씩 들어가고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국민건강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246개 보건소에서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금연클리닉 사업에만 지난 한해 270억원이 투입됐고, 올해는 1.5배 정도 늘어난 400억원이 배정됐다. 복지부는 “이 비용은 담배가격 인상분으로 조성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조달된다.”면서 “흡연자에게 받은 세금을 흡연자를 위해 활용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국 보건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금연클리닉은 정부에서 보조하는 사업인 만큼 흡연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담배를 끊을 때까지 상담치료와 금연보조치료가 제공된다. 금연클리닉이 활성화되면서 최근엔 보건소에서 흡연자를 찾아가는 이동 금연클리닉도 운영되고 있다. 금연마을 역시 이동 금연클리닉 사업의 일환으로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금연클리닉 사업으로 할당된 예산 범위 내에서 지역 보건소가 자율적으로 금연마을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續 사랑과 야망’ 19년만에 재회

    ‘續 사랑과 야망’ 19년만에 재회

    요새는 시청률 50%를 넘어서는 드라마를 찾기 힘들다. 시청률 조사기관이 없던 1970∼80년 대에는 시청률 70%를 우습게 여기는 작품이 많았다. 채널 수가 적었던 까닭도 있다. 이 때 시청률은 비공식 집계다. 그럼 어떻게 시청률을 가늠했을까. 곽영범 PD는 “세운상가를 오가며 수많은 전파사들이 켜놓은 TV 채널을 일일이 확인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1987년 1월부터 약 11개월 동안 방영되며 최고 74% ‘시청률’을 자랑했던 드라마 ‘사랑과 야망’이 2006년 버전으로 다시 부활한다. #‘사랑과 야망’은 어떤 드라마? 87년 힘을 합쳤던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작가와 곽 PD가 19년 만에 ‘사랑과 야망’을 새로 쓰고, 다시 찍고 있다. 새달 4일부터 50부 예정으로 SBS를 통해 시청자들과 재회한다. 30대 초반 시청자라 해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 있다.‘사랑과 야망’은 격변하는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집안의 가족사을 다루고 있다. 남편을 잃고 시골 마을 방앗간을 운영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한 여인과 삼남매의 삶과 사랑이 집중조명된다. 특히 냉철하지만 이기적인 박태준, 거칠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박태수 등 두 형제가 펼친 사랑과 일에 대한 판이한 인생역정은 당시 시청자들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고 남성훈과 이덕화가 각각 태준과 태수를 연기했고, 특히 태준의 첫사랑이자 끊임없이 애증 관계를 유지했던 김미자 역의 차화연은 단숨에 톱스타 반열에 올랐으나, 곧바로 연예계에서 은퇴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2006년, 이 점이 새롭다 당연히 연기자들이 달라졌다. 그런데 연령대가 젊어졌다. 옛날에는 고 남성훈이 40대 초반, 이덕화와 차화연이 30대 중반에 각각 태준, 태수, 미자를 연기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민기, 이훈, 한고은 등은 그보다 최고 8살까지 어리다. 캐스팅이 젊어진 것이다. 97회였던 드라마가 50부로 압축된다. 그만큼 빠른 템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 10부까지 나온 대본에는 87년의 20회 분량이 담겨 있다. 시대와 장소도 달라진다. 장소는 ‘강원도 춘천-서울’에서 ‘전라남도 순천-서울’로 바뀐다. 이를 위해 순천 1만 2000평에 50억원을 들여 대규모 세트를 지었다. 또 예전에는 58년에서 출발,80년대 중반까지 다뤘지만 이번에는 60년에서 시작해 90년대 중반까지를 그린다. 무엇보다 결말이 달라지는 점이 주목된다.87년 버전에는 태준과 미자의 애증 관계 등을 보여 주며 막을 내렸으나,2006년 버전은 그 이후를 비춘다. 곽 PD는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중반 이후 흐름이 예전과 바뀌게 될 것”이라면서 “20년 전과 시대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조민기는 “애증에서 화해로 이어지는 부분이 추가된다.”면서 “87년에는 없었던 주인공들의 노년 시절이 보태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준·태수의 동생 선희와, 미자를 영화 배우로 키우는 혜주 역의 비중이 커지는 한편, 파주댁 등과 함께 행상에 이어 식당을 꾸리는 명자(김나운)라는 새로운 감초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순천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Book&Life] 엄석대 VS 황우석 ‘일그러진 영웅’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엄석대’란 인물이 자주 보입니다. 실존 인물은 아니고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한 인물 이름이지요. 이미 알아채셨겠지만, 황우석 교수 때문입니다. ‘국민영웅’에서 자칫 ‘희대의 사기꾼’이란 오명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 황 교수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80년대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때 이문열이 내놓은 이 작품은, 그 일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합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초등학생인 주인공 나 한병태가 시골로 전학을 갑니다. 거기서 만나는 친구가 엄석댑니다. 그는 키도 크고, 힘도 세고, 공부는 항상 전교 일등입니다. 아이들을 못살게 굴고 많은 비위를 저지르지만 누구도 그 위세에 눌려 저항하지 못하지요. 나 한병태는 여기 저항해봅니다. 그러나 결국 돌아오는 것은 ‘고자질쟁이’란 낙인과 담임 선생님의 핀잔, 급우들의 집단따돌림뿐이었지요. 결국 나는 그 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굴복합니다. 연필도 주고, 그림도 대신 그려줍니다. 하지만 학년이 바뀌면서 엄석대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그가 시험 때마다 과목별 우등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써내게 했던 사실이 새로운 담임 선생님에 의해 밝혀집니다. 또 그동안 모두 쉬쉬하며 감춰 주었던 비위행위들도 하나씩 파헤쳐집니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황우석 교수가 엄석대라면, 나를 비롯한 반 아이들은 ‘묻지마 지원’을 강요한 국민들과 언론쯤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엄석대의 실체를 벗긴 새 담임 선생님은 황우석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한 MBC PD쯤 되지 않을까요. 오래전 넣어두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책이 주는 교훈은 의외로 강력하다.’고 말이지요.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이래서 웃지요”

    “이래서 웃지요”

    #1. 어르신들이 수강하는 ‘장수문화대학’에서 수료식을 할 때마다 기념촬영을 하곤 한다. 어느날인가 분명히 목1동 수료식에서 봤는데 목2동 수료식 때도 나타난 어르신이 있었다. 살짝 여쭤봤더니 “장수문화대학이 너무 좋아서 매 학기마다 동을 바꿔서 다닌다.”고 했다. 무슨 큰 잘못을 들킨 것처럼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는 어르신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추재엽 양천구청장) #2. 마곡지구개발계획이 확정 발표된 날 송년모임에서 건배 제의를 하게 됐다. 나도 모르게 ‘마곡’할 뻔하다가 ‘곡’은 얼른 삼키고 “마∼이 행복해라.”고 말해버렸다. 좌중이 뒤집어졌는데 정작 나는 사람들이 왜 웃어대는지 몰랐다.‘많이’의 강원도 사투리가 ‘마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유영 강서구청장) #3. 아들이 파푸아뉴기니로 3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떠났다. 아들은 도착한 다음날 편지 한통만 덜렁 보내고 감감무소식. 결국 귀국하기 1주일 전에야 편지가 도착했는데 말라리아 때문에 몸무게가 무려 12㎏이나 줄었고, 파푸아뉴기니가 워낙 시골이어서 전화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자식의 안부만큼 부모에게 기쁜 일이 있을까. 불행 중 다행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홍사립 동대문구청장) #4. 연말이었다. 동사무소 직원이 마무리 제설작업을 하고 있어서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직원은 ‘제가 할 일인데요. 모두 자고 있는 늦은 밤 눈을 치우니까 몰래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산타 같잖아요.”라고 대답하는 것.“정말 그러네요.”라고 말하자 날 알아보고 당황했던 직원을 떠올릴 때마다 흐뭇한 웃음이 번진다.(박홍섭 마포구청장) #5.‘어린이 걷기 대회’에 참가하면서 어린이들의 보폭에 맞추지 못하고 무심히 걷다보니 한 어린이가 ‘구청장 할아버지, 이건 달리기 대회가 아니잖아요.”라고 볼멘소리로 고함을 쳤다. 어찌나 귀엽고 우습던지.(한인수 금천구청장) #6. 늦게 낳은 딸 혜리(5세)가 말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눌한 말(아빠가 듣기에는 또렷한 말이었다.)로 ‘아빠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태어나서 들은 말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말이어서 처음에는 웃다가 잠시 울컥하기까지 했다. 팔불출이라 하지 마시길.(현동훈 서대문구청장) #7. 평소 강연이나 인사말을 할 때 청중들에게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말씀드린다. 오빠라는 말이 가깝고 친근하게 들려 경직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민들이 그걸 기억하고 등산하거나 외부 행사에 참여할 때 우연히 만나면 갑자기 ‘오빠’라고 불러 당황스러운(?) 웃음을 짓게 한다.(김현풍 강북구청장) #8. 한성백제문화제 둘째날 국제민속축제가 열릴 때였다. 카자흐스탄 가수 한 명이 관람석에 있던 나를 갑자기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춤을 유도하기에 구청장이라는 체면을 벗어던지고 신나게 흔들어댔다. 커다란 체구의 구청장이 이리저리 춤추는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주민들도 하나둘씩 일어나 같이 춤을 췄다.(이유택 송파구청장) #9. 지난해 12월31일 저녁 제야의 타종을 하기 위해 보신각으로 향했다. 어떤 분이 다가와 어디 가냐고 묻기에, 보신각에 간다고 했더니 보신탕 드시러요?라고 물어서 한참 웃었다. 경제는 어려워도 짧은 유머 한마디가 활짝 핀 웃음을 낳게 하는 것 같다.(김충용 종로구청장) #10.35년째 살고 있는 우리집의 주소는 역촌동 61-61호. 처음 이사할 때 만든 나무문패 역시 35년 동안 우리 식구들과 함께했다. 그런데 지난여름 문패가 떨어져나가 ‘구청장이 60평짜리 아파트로 이사가서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즉시 문패를 크게 제작해서 내 이름 석자와 아내, 아들, 며느리 이름까지 나란히 주인으로 올렸다.(노재동 은평구청장) 김유영 박지윤기자 carilips@seoul.co.kr
  • 儒林(515)-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5)

    儒林(515)-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5)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5) 쇄언에 보이는 퇴계의 격려내용을 율곡 스스로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나는 예안에서 이틀을 유숙하고 작별을 드렸다. 강릉으로 돌아가 있을 당시 퇴계선생은 나에게 편지와 시를 보내주셨는데, 그 편지에 이르기를 다음과 같이 하셨다. ‘세상에 영명한 재질이 어찌 한정이 있을까마는 다만 옛 학문에 마음 두기를 즐겨하지 않음이 도도한 물결같이 모두가 그렇습니다. 그 중에 스스로 이러한 세속에서 벗어난 자가 있어도 혹 재질이 미치지 못하거나 나이가 이미 늙거나 합니다. 그런데 그대는 높은 재주와 약관의 나이로 바른 길을 향하여 출발하였으니, 후일에 성취할 바를 어찌 측량할 수 있으리오. 바라건대 오직 천만번 원대(遠大)해지기를 스스로 기약하고 소득(小得:문사나 부귀와 같은 도학에서 벗어난 공리적인 헛된 명성)에 스스로 자족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나서 율곡은 퇴계로부터 받은 다음과 같은 시 두 편을 전재하고 있다. “고래로 이 학문은 세상이 놀라고 의심했는데 이(利)를 노려 경(經)궁리 도는 더욱 멀어졌네. 아, 그대 홀로 능히 추서(墜緖)를 찾아 말을 듣고 새로운 지식을 찾으려 함이오.(從來此學世驚疑 射利窮經道益離 感子獨能尋墜緖 令人聞語發新知).” 퇴계가 율곡에게 보낸 첫 번째 시의 내용은 ‘지금 세상이 혼탁하여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이익만을 탐하고 올바른 도에는 더욱 멀어지고 있지만 오직 그대만이 추서(墜緖:땅에 떨어진 도의 실마리)를 찾아 말을 듣고 온고지신(溫故知新), 즉 옛길을 찾아 새로운 지식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음이 참으로 가상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음인 것이다. 퇴계가 율곡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는 다음과 같다. “시골로 돌아와 오래할 바를 몰라 탄식하다가 고요한 가운데 틈새로 비치는 빛 겨우 엿보았소. 권하노니 그대는 제때에 바른 길 추구하고 궁향에 들었던 일 슬퍼하지 말아주오.(歸來自歎久迷方 靜處才窺隙光 勸子及時追正軌 莫嗟行脚入窮鄕)” 퇴계가 율곡에게 준 이 시는 2박3일의 짧은 만남 동안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주된 내용이 무엇이었던가를 강렬하게 암시해주고 있다. 궁향(窮鄕). 두 번째 시 속에 나오는 궁향은 원래 ‘궁벽한 시골’을 가리키나 여기서는 불교를 말함이었던 것이다. 이 용어는 사기의 ‘조세가(趙世家)’에 나오는 ‘궁향은 괴이한 것이 많고 곡학은 말이 많다.(窮鄕多異曲學多辨)’라는 구절에서 빌려온 것. 그러므로 ‘궁향에 들었던 일을 슬퍼하지 말아주오.’라는 마지막 문장의 뜻은 ‘불교에 심취하였던 과거를 너무 상심해 하지 말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율곡은 19세 된 해 봄 3월에 홀연히 종적을 감추어 금강산으로 입산하였다. 이듬해 하산하여 강릉의 외갓집으로 돌아왔으니 그가 불교에 입문하였던 것은 이처럼 1년 반에 가까운 오랜 기간이었던 것이다.
  • [길섶에서] 겨울향수/염주영 수석논설위원

    구정을 넘기면 마을 어른들은 새해 농사채비로 분주하다. 밭에 나가 거름도 내고 밭둑의 마른 풀에 불을 놓는다. 들판 곳곳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래도 아직은 귓불을 때리는 칼바람이 여전하다. 이때쯤 시골 초등학교 꼬맹이들은 아래채의 토담방에 장작불을 지피고 삼삼오오 모여든다. 방바닥은 설설 끓어 단 1분도 궁둥이를 대지 못한다. 그래도 궁둥이를 들썩이며 동그랗게 둘러앉아 아궁이에서 갓 구워낸 고구마로 배를 채운다. 살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 국물맛은 청량음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아이들은 절로 신이 난다. 이날만큼은 마을 어른들도 꼬맹이들의 쥐불놀이를 묵인한다. 빈 깡통에 구멍을 뚫고 줄을 매달아 송진이 듬뿍 밴 관솔 잔가지를 불붙여 돌려댄다. 하늘엔 동그란 보름달이 내리 비치고 동네 어귀엔 아이들의 불깡통이 활활 타오른다. 쥐불놀이 마력에 흠뻑 빠진 우리들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올 겨울엔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요즘엔 날씨조차 인심이 박해서인지 삼한사온도 없어졌나 보다. 도심의 겨울밤, 아파트 베란다에서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을 바라보며 겨울향수에 젖어본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고유가 넘는 외나무다리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 고향 만나면 즐거웁던 외나무 다리…’ 어릴 적 시골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고 최무룡씨의 ‘외나무 다리’노래다.6일 오전 경북 예천군 보문면 신월1리의 내성천. 이곳에 사라졌던 외나무 다리가 10년 만에 다시 놓여졌다. 외나무 다리는 폭이 20㎝, 길이 50m로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들어 보인다. 주민 30여명은 이날 차가운 강물 속에 들어가 길이 2∼3m가량인 나무토막 20여개를 연결해 외나무 다리를 만들었다. 마을 50여가구 주민 150명은 올 겨울에 외나무 다리를 오가며 땔감용 나무를 집으로 운반하게 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외나무 다리는 농산물과 땔감 수송통로로 이용됐다. 집집마다 기름보일러가 공급되고 유수량도 줄어들면서 외나무 다리는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 기름값이 오르자 주민들은 다시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단순히 경제적 이유뿐만은 아니다. 주민들은 외나무 다리를 놓으면서 옛 문화를 되살리고 화합을 다지기도 한다. 조선시대 때 이 마을에서는 추수가 끝난 뒤 매년 외나무 다리놓기 행사를 해왔다. 외나무 다리를 건너면 우거진 숲이 나오고 참나무, 소나무, 잡목의 죽은 가지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이곳에는 조선 선조 때 이순신 장군을 특별사면토록 건의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한 약포 정탁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도정서원’도 자리잡고 있다. 신월1리 권상기(60) 이장은 “외나무 다리를 통해 조상들이 살아가던 모습을 오늘에 다시 본다.”며 “사라져가는 전통을 되살린다는 차원에서 기름값이 하락하더라도 매년 외나무 다리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예천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女子 송윤아, 배우로 거듭나다

    女子 송윤아, 배우로 거듭나다

    “몸을 많이 사린 탓에 연기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굵직한 작품들을 놓쳐왔어요. 이 작품을 끝내면 새로운 나를 경험하고 싶다고 막연히 기대했는데, 실현될 듯해요.” 다음 작품은? “억척이거나 엄청 쿨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송윤아는? 배우다, 여자다, 배우다, 여자다, 배우다, 아니…. # 송윤아는 ‘여자’였다 송윤아(33)는 그 자신, 이 도돌이표의 마침표를 “여자다.”란 지점에서 찍는다.“데뷔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아직도 ‘배우’라기보다는 ‘송윤아란 여자’로 나를 기억한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변(辯)한다.“무슨무슨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이러이러한 여자로 얘기되는 배우란 사실이 나의 최고 장점이자 최대 단점”이라는 그다. 이번엔 멜로의 주인공이 됐다.26일 개봉하는 ‘사랑을 놓치다’(제작 시네마서비스·감독 추창민)는 공포영화 ‘페이스’(2004년) 이후 햇수로는 2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도발과는 거리가 멀다. 사랑하는 남자의 주변만 맴돌다 어긋나기만 하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누구나 청춘기에 한두 번쯤은 앓아봤을 일상성으로 가득한 연애담에서 그는 또 한번 익숙한 그 송윤아이기로 했다. “평생 연기하며 살 텐데 뭐든 자연스러울 수 있는 걸 하자 싶었다.”는 그는 “한방 가슴을 치는 극적 장치가 없어 답답하다는 시사회 평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걸 봤다. 그러나 그게 매력”이라 운을 뗐다. 무심한 척하지만 몇년새 많이 달라져 있었다. 기실 “어느 작품보다 치열하게 찍었다.”고 했다. 왁자한 배경장치 없이 일상성으로만 승부 거는 어쩌면 좀 “심심한 영화”(상대역인 설경구의 표현)에서 마침내 연기력을 검증받고 싶었던 것이다. 극중 역할은, 대학 때부터 짝사랑한 남자 우재(설경구)를 10년 뒤에 다시 만나서도 계속 엇갈리는 사랑만 하는 여자 연수. 청바지 입은 대학생에서부터 혼자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혼녀, 시골의 홀엄마(이휘향)에게도 잔정을 쏟는 사려깊은 딸. 이 모두를 떠안은 캐릭터에 순도를 더하느라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은 장면도 많았다.“리얼리티를 위해 로션만 바른 적이 많았죠. 그런 게 힘든 게 아니라 절제된 감정연기를 해달라는 감독님의 주문이 힘들었어요. 사랑을 떠나보내는 장면(특히 후반부 옥상신)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말라는 주문이었으니까.” “아직도 내 연기를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난다.”는 그는 “‘더 잘할 걸’보다는 ‘뭔가 덜 했어야 할 걸’하는 생각을 요즘엔 많이 한다.”고 했다. 넘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이 영화의 힘이 된다는 걸 알 듯해서이다. # 송윤아는 ‘배우’일 것이다 꼼꼼한 감독 스타일을 따라가느라 멜로물치고는 촬영이 길었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꼬박 다섯달.“‘광복절 특사’로 만난 경구 오빠와는 더할 수 없이 편했다.”는 그에게 현실의 사랑에게도 벙어리 냉가슴 앓느냐고 슬쩍 떠봤다.“아이쿠, 끔찍하죠. 그렇게 번번이 사랑을 놓쳐서야 되겠어요?” 박속처럼 고르게 하얀 치아를 드러내는 웃음이 시원했다. 그는 “이 영화가 진짜 연기자로서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어했다.“늘 한발짝 늦게 왔던 것처럼(자신을 ‘뭐든 늦게 이루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이젠 꼭 있어야 할 배우가 돼야 하겠다.”는 짧은 말에도 여운은 깊었다. ‘사랑을 놓치다’는 송윤아에게 반동(反動)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몸을 많이 사린 탓에 연기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굵직한 작품들을 놓쳐왔어요. 이 작품을 끝내면 새로운 나를 경험하고 싶다고 막연히 기대했는데, 실현될 듯해요.” 깜짝 놀랄 캐릭터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다음 작품은? “억척이거나 엄청 쿨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세상 밝게 만든 시골 군수의 ‘나비 효과’

    ‘나비축제’로 시골의 조그만 군을 일약 친환경 생태농업지역으로 탈바꿈시킨 전남 함평군 이석형(48) 군수가 ‘2005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선정됐다. 전국 234개 자치단체장 가운데 이 군수가 유일하다. 이 상은 환경재단(대표 최열)이 도전과 실천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 수준을 높이고 각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이를 실천한 인물들을 뽑아 주는 상이다. 이 군수는 나비축제를 기획하고 차별화된 축제로 자리매김해 어린이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꿈과 희망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군수는 “자치단체를 이끌면서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면이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기쁘다.”며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함평군을 만들어가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가 계획으로 확정된 ‘2008년 세계 함평 나비·곤충 엑스포’를 성공리에 개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지난해 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엑스포조직위가 출범해 함평읍내 함평천을 습지 생태공원으로 조성중에 있으며, 대동면에는 자연생태공원이 내년에 문을 연다. 이곳은 곤충과 수생식물, 희귀란 등 생태학습장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7회를 마친 함평 나비축제는 관광객 163만명이 다녀가는 등 지금까지 모두 849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축제가 열리기 전에는 연간 20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던 관광객이 2003년부터 300만명으로 늘었다.축제로 인해 나비·곤충생태관 입장료 5억여원을 비롯해 식당과 숙박업소, 자운영쌀 판매 등 직·간접 수입이 1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두번째인 이 상은 심사위원 11명이 3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모두 88명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수상자는 탤런트 고두심·김선아·김혜자·유인촌, 영화배우 문근영, 아나운서 손석희, 축구감독 아드보카트, 김홍남 국립민속박물관장, 서재응 야구선수, 이구택 포스코회장, 최일도 한마음공동체 목사, 허동수 GS칼텍스정유회장,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등이다.함평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김병학씨 첫 시집 ‘천산에 올라’ 천산에 올라

    고려인 최초 강제 이주지인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시골마을 ‘우슈토베’에 한글학교가 들어선 건 1991년이다. 이듬해 전남 신안군 출신의 한국인 청년이 교사를 하겠다며 그곳으로 건너갔다. 한두해, 길어야 서너해를 기약했던 청년은 그러나 고려천산한글학교장, 알마타국립대 한국어과 강사, 카자흐스탄 한글신문 ‘고려일보’기자 등을 지내며 지금까지 ‘자발적 이주’를 지속해오고 있다. 김병학(40). 소설가 윤후명의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하얀 배’의 실제 모델로 13년째 카자흐스탄에 머물고 있는 그가 첫 시집 ‘천산에 올라’(화남)를 펴냈다.2002년 재외동포재단 주최 문예작품 공모에 ‘사마르칸트의 시’로 입선한 경력이 있는 그는 김지하·김준태 시인의 추천으로 국내 문단에 데뷔 시집을 상재했다. ‘우리들 선배 고려인들은/뼈를 깎아 쟁기를 만들고/피땀으로 거름을 이겨/버려진 자의 땅 우슈토베를/서럽도록 푸른 논밭으로 일구었다’(‘우슈토베에서’중)에서 명징하게 드러나듯 이번 시집은 1937년 가을, 러시아 연해주에 살던 동포들이 스탈린의 박해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해야 했던 쓰라린 민족사를 형상화하고 있다. ‘오늘은 이렇게 달려왔지만/내일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나그네로 떠도는 자 저마다/발자국만 남긴 채 외로이/홀로 먼 길을 걷느니’(‘길’중)에서는 외지를 떠도는 디아스포라(이산자)의 처연한 운명이 절절하게 묻어나고,‘어머니, 시베리아가 나를 부릅니다/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이 나를 부르고/그 너머 북극을 둘러싼 눈 덮인 산맥이 나를 부릅니다’(‘시베리아여!바다여!’중)에서는 광막한 시베리아 벌판의 아련한 향수가 느껴진다. 시인 김준태는 “오늘날 한국시 풍토에서 잃어버린 아름답고 광활한 대자연의 목소리를 전해주고 있다.”고 평했다.6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맛풍경에 담은 기인의 인생고백

    맛풍경에 담은 기인의 인생고백

    “최원식이 골목길을 한참 헤매더니 마침내 허름한 음식점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그리고 처음 보는 기이한 생선매운탕으로 해장을 했다. 참으로 시원하고 개운했다…내가 생선 이름을 물어보자 최원식은 ‘물텀벙이´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다…물텀벙이가 아귀에 대한 인천식 사투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이다.” 작가 송기원(58)은 인천의 명물 물텀벙이탕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젊은 시절 동료 문인들과 술 취해 인천 시내를 헤매던 ‘낭만’을 들려준다. 사람 냄새 가득한 뒷골목 맛세상 이야기.‘장돌뱅이’ 소설가 송기원이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도서출판 이룸)이란 재미있는 책을 펴냈다. 최근까지 서울신문 수도권 섹션 ‘서울인(Seoul in)’에 연재돼 호평받은 음식 이야기를 묶은 것이다. 종로 피맛골, 성남 모란시장, 가리봉 조선족 골목, 인천 차이나 타운 등 수도권 일대의 값싸고 맛있는 음식골목 이야기가 다양한 일화와 함께 실렸다. 이 책은 기존의 음식 관련 책들과는 크게 다르다. 기본적인 음식 정보뿐 아니라 ‘기인(奇人)’에 가까운 작가 송기원만의 분방한 인생역정과 삶의 철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을 장돌뱅이로 보낸 그는 지금도 어쩌다 5일장에 가면 장터 특유의 축제 분위기에 사로잡혀 흥분하게 된다고 한다. 이 책엔 그런 시골 장터와 같은 흥과 멋이 담겨 있다. 작가 송기원에겐 사연도 많다.20여년 전 미당 서정주 선생과의 아련한 기억이 스며있는 흑석동 연못시장에 얽힌 이야기는 자못 서글픔마저 안겨준다.“어쩌다 내가 술집 여자의 가슴에 손이라도 넣거나 아니면 입이라도 맞추고 있노라면 미당 선생은 대번에 쯧쯧, 혀를 찼다…미당 선생은 고작해야 옆에 앉은 술집 여자의 손이나 조물거리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혀를 차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나를 귀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그 연못시장은 이제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술집거리는 사라지고 빈민가가 돼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자, 드세나. 더군다나 지금은 봄이 아닌가, 꽃이 피면 벙어리도 우는 봄이란 말일세.”하던 미당 선생은 또 어디로 갔는가. 일장춘몽 같은 그 날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작가 송기원의 탄식이 길기만 하다. 이 책은 음식 이야기이기 전에 송기원 자신의 인생 고백록이기도 하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儒林(508)-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30)

    儒林(508)-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30)

    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 (30) 퇴계는 49세 되던 명종 4년 9월에 풍기군수를 끝으로 사임장을 감사에게 올린 것을 시작으로 70세 되던 해 선조3년에 최후사장인 걸치사장(乞致辭狀)을 올리기까지 21년 동안에 무려 53회의 사퇴원을 제출한다. 간곡한 임금의 부름으로 한양에 올라와 성균관대사성, 공조판서, 예조판서, 홍문관 대제학 등 요직에 오른 적도 있었지만 잠깐만 몸을 담고 있었을 뿐 대부분 상소를 올리고는 곧바로 귀향하여 학문에 정진하였던 것이다. 율곡이 퇴계를 떠올린 바로 그 무렵에도 퇴계는 명종에게 자신이 벼슬에 나올 수 없다는 이유를 어리석음과 병, 헛된 이름(虛名), 그리고 직무를 수행하지 못함 등 다섯 조목으로 제시한 후 다음과 같이 간곡히 읍소한다. “…어리석은 것을 숨기면서 벼슬의 지위를 도둑질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겠습니까. 병으로 폐인이 된 자가 마땅한 것이겠습니까. 헛된 이름으로 세상을 속이는 것이 마땅한 것이겠습니까.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면서 물러나지 아니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겠습니까. 이 다섯 가지 마땅하지 못함을 가진 채 조정에 선다면 그 신하된 자로서 ‘의(義)’가 아님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엎드려 원컨대 신의 사정에 어둡고 어리석은 것을 살피시옵고 신의 잔약하고 수척한 것을 불쌍히 여기시어 앞서 허락하신 대로 이 곳 시골에 물러나와 허물을 고치고 병을 조리하게 하여 여생을 마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율곡은 이미 퇴계가 명종에게 올린 그 상소문을 읽고 마음속에 깊은 감명을 받은 바 있었으며 자신도 언젠가는 퇴계를 본받아 물러나 시골에 집을 짓고 ‘사람의 할 도리를 날로 더욱 힘쓰고(臨流日有省)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벌떡 일어나 앉은 율곡은 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퇴계선생을 찾아 안동으로 가자.” 그 무렵 퇴계는 아직 도산서원을 세우지 못하고 시냇물 동쪽 초당골에 단칸 서당을 지어서 이를 계상서당(溪上書堂)이라 이름 짓고 이곳에서 찾아오는 제자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때 퇴계는 한서암에 부엌과 방 둘을 만들어 아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이 집에서 퇴계는 질그릇의 세숫대야, 짚으로 엮은 자리, 갈대의 문발과 자리, 베옷에 실로 꼰 허리띠, 미투리신에 대나무 지팡이를 짚는 철저한 청빈 생활을 하고 있었다. 때마침 퇴계를 찾아온 영천군수. 허시(許時)가 그 광경을 보고 다음과 같이 물었다고 한다. “어른께서는 찌는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어떻게 견디십니까.” 그러자 퇴계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별 불편없이 지낼 수 있네.” 이처럼 신선처럼 은둔하여 살던 퇴계. 아들 준이 가난하여 처가살이를 하게 되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지만 빈궁(貧窮)은 선비의 떳떳한 일이거늘 너무 부끄럽게 여기지 말아라.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서 하늘을 믿고 인간이 할 도리를 잘 지켜 순리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라고 청렴한 청빈을 가르쳤던 퇴계는 이 무렵 실제로 적빈(赤貧)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 ‘핑퐁’ 新 르네상스 ‘즐탁’

    ‘핑퐁’ 新 르네상스 ‘즐탁’

    ‘사라예보의 기적을 아십니까.’ 분쟁지역으로 알려진 사라예보에 크고 작은 사건이 오죽 많았겠습니까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탁구를 떠올립니다. 대한민국 처녀들이 지구촌을 뜨겁게 한 사건이었습니다.‘작은 고추가 맵다.’는 사실을 세계인들에게 또렷이 보여준 후련한 장면이었지요. 1973년 4월20일이었습니다. 온 국민들이 밤새 가슴 졸이며 지켜봤답니다. 당시만 해도 시골이면 동네에 몇 안되던 텔레비전 앞이나 라디오를 틀어놓고 옹기종기 모여들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유고슬라비아 수도 사라예보….” ‘머리에 뿔 달린 사람들’이 산다고 여겼던 공산국가라는 말만 들었을 뿐, 이름도 낯선, 지금은 여러나라로 갈라진 유고 땅. 지구촌 건너편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 결승전은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자신감에 더할 수 없는 채찍질이 됐지 뭡니까. 지금도 탁구 전도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에리사(51), 정현숙(53), 박미라(50)씨가 무대의 주인공이었지요. 그 때 그들의 별칭은 이제 생각하면 참 우습기도 하죠.‘낭자 3인방’이라고 불렀으니 말입니다. 그런 탁구가 언젠부터인가 다른 즐길거리들에 밀려나면서 우리들 눈앞에서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살기 바빠서인지 주변에 흔했던 탁구장이 보기도 힘들어졌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을 정도로 탁구 열기가 식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던 탁구가 최근 다시 살아났습니다. 유승민(23)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은 잘 아시죠. 히딩크를 떠올리는 ‘어퍼컷 세리머니’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줬지요. 그 장면은 국민들을 또 들뜨게 만들었고 탁구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평소 형님이라고 부르던 김택수 감독과 호흡을 맞춰 아테네올림픽에서 일궈낸 값진 쾌거여서 흐뭇한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최근 탁구는 TT(Table­Tenis), 핑퐁(Ping-Pong)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 앞에 다가서 있습니다. 노인, 여성들이 앞장섰다는 점은 꼬리를 내렸던 탁구의 저변이 다시금 세상을 호령하게 됐다는 점을 알려주는 대목이라 봐도 좋겠습니다. 특히 국내 생활체육에서는 아직 낯선 라지볼(Large-Ball)이 인기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름 38㎜ 무게 2.5g의 공에서 40㎜,2.7g으로 바뀐 것이지요. 무엇보다 탁구 저변에 시사하는 점은 ‘길거리 게임’과 ‘어르신 TT’가 확산 일로에 있다는 것입니다. 즐기는 탁구, 이른바 ‘즐탁’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이에리사-유승민’으로 이어진 한국 탁구의 위세가 어떤지를 알 수 있습니다. 길거리 탁구는 이제 내년부터 당당하게 리그(www.pingpong21.co.kr)까지 갖추게 됐고,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밀레니엄플라자 광장이나, 서울파이낸스빌딩 건너편 광장 등에서 점심시간이면 펼쳐지는 ‘즐탁’ 장면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살고 있는 남보옥(60·여)씨는 최근 열린 ‘전국 최강전’에서 챔피언에 올랐을 정도로 당당한 실력을 가졌습니다. 여풍(女風)을 잘 말해주는 것이지요. 최강전이란 나이, 경력 등으로 ‘핸디’를 매기지 않고 그야말로 기량만으로 맞대결하는 것이어서 남씨의 우승은 ‘사라예보의 기적’을 상기시키며, 탁구의 기사회생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글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사진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www.seoul.co.kr)
  • 중국여성작가 장아이링 소설집 경성지련·첫번째 향로

    “내 작품에는 전쟁이 없고, 혁명이 없다. 나는 사람들이 연애할 때가 전쟁이나 혁명할 때보다 더 소박하고 더 대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장아이링(張愛玲,1920∼1995)의 대표 소설집 ‘경성지련’과 ‘첫번째 향로’(김순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가 나란히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서는 영화 ‘반생연’의 원저자로 알려졌을 뿐 ‘번역하기 힘든 독특한 문체’로 인해 그녀의 작품이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불우한 유년시절을 거친 그녀는 이데올로기나 혁명에 복무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대신 현대인의 일상, 남녀간의 애정문제 등 개인적 성향의 작품을 당당히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1940년대 초 ‘경성지련’‘붉은 장미와 흰 장미’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명성을 얻었지만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수립한 신정부를 거부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서 그녀의 작품은 오랫동안 사장됐다. 그러다 이국 땅에서 쓸쓸히 숨진 뒤에야 타이완, 홍콩 등지를 중심으로 열광적인 환호를 받게 됐고, 그 열풍은 대륙으로까지 번져나가 루쉰과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 작가의 반열에 들었다. 소설집 ‘경성지련’에는 ‘도시를 무너뜨린 사랑’이란 뜻의 표제작을 비롯해 ‘붉은 장미와 흰장미’‘황금 족쇄’등 7편이, 소설집 ‘첫번째 향로’에는 ‘재스민 차’‘유리기와’등 9편이 실렸다. 시골뜨기 상하이 처녀가 학업을 위해 영국화된 홍콩의 고모집에 머무르면서 겪는 충격과 변화를 그린 ‘첫번째 항로’나 봉건적인 집안에서 탈주하는 방법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여성이 주인공인 ‘경성지련’등 그녀의 소설에는 불안한 시공간에 놓인 나약한 인간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미국 이민 이후 시나리오와 번역 작업에도 힘썼던 그녀는 말년에는 ‘홍루몽’연구에 몰두했으며,1994년 타이완의 ‘중국시보’로부터 ‘시보문학상’과 ‘특별성취상’을 받았다. 각 권 1만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백두산 일출을 보다

    백두산 일출을 보다

    낯선 남녀가 서로 만나 100번째 되던 날, 대부분 조촐한 기념식을 하겠지요. 더욱 사랑하자는 뜻에서 말입니다.‘주말매거진 We’가 이번호로 독자와 만난 지 꼭 100번째가 됐습니다. 하여 어떤 좋은 선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문득 눈덮인 백두산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혹 가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서 못가는 독자 여러분에게 간접 체험이나마 선사하려는 뜻에서이지요. 아울러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백두’의 기(氣)를 흠뻑 느껴 보자는 취지이기도 하지요. 정말이지 하얀 눈보라가 휘날리는 겨울 백두산은 똑바로 서서 걷기조차 힘들 정도의 바람과 영하 30∼40도의 차가운 날씨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쉽게 오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간단한 장비만 갖추면 등산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백두산 북쪽 천문봉에서 만주벌판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신천지 새벽의 붉은 태양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습니다. 또한 드넓은 얼음평야처럼 꽁꽁 얼어 버린 천지의 장엄함 앞에서는 절로 머리가 숙여지더군요. 자 함께 가보실까요. 백두의 계곡으로 말입니다.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백두산은 정말 춥데.”,“겨울에 백두산은 못간데.”라는 사람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속초에서 배를 타고 출발했다. # 백두로 향하다 백두산에 가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이번에는 속초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 훈춘에서 연길로 해서 가는 방법을 택했다. 속초에서 러시아 자루비노항구까지는 585㎞이며 1만 4000t급 동춘호로 무려 열여섯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배에서 장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동춘항운 김세광 과장은 “말이 열여섯 시간이지 금방 지나갑니다. 오후 3시에 출항해 짐 풀고 저녁 먹고 한잠 자면 러시아에 도착해요. 어쩜 아침에 씻고 짐 챙기느라 바쁩니다.”라고 안심시킨다. 정말이지 막상 타고 보니 배의 위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멀미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을 배정받았다.4인실.2층 침대 2개와 TV, 화장실까지 설치돼 있었다. 추운 동해의 바람을 맞으며 멀어지는 속초를 바라보았다. 김 과장의 말대로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맥주를 한잔 마시고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아침이 밝아왔다. # 전혀 다른 세상에 갑판에서 사진을 찍었다. 난생 처음 보는 러시아. 낡은 배, 녹슨 공장의 굴뚝, 눈덮인 야산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과 가장 다른 것은 ‘기온’이다. 부는 바람이 차가운 것이 아니라 콕콕 바늘로 찌르는 듯한 동통(冬痛)이 느껴진다.‘우와 추워!’ 정말 1분 이상 갑판에 서 있지 못할 지경이다. 이윽고 배가 접안했다. 자루비노항에서 동춘항운의 셔틀버스로 중국 훈춘의 장영자 세관으로 이동했더니 버스로 약 2시간 걸렸다. 하얀 눈이 덮인 불모의 땅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오고 가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마주 오는 차도 거의 없었다. 어느덧 버스 유리창에 서리는 차가운 얼음장으로 변해 버렸다. 밖의 기온은 영하 25도란다. 러시아 군인들이 지키는 크라스키노 세관에서 러시아 출국수속을 마치고 드디어 중국 장영자 세관에 도착했다. 장영자는 ´긴고개 들로 이어진 끝´이란 뜻의 마을 이름이다. 연변 지역은 고구려, 발해시대의 먼 조상들이 말 달리며 지배했던 땅이고 일제시대에는 많은 항일 독립투사들이 조국 독립의 꿈을 키웠던 곳이어서 새삼 감회에 젖어본다. 연길 등을 거쳐 백두산의 관문인 이도백화(조그마한 시골 마을)까지 약 300㎞. 버스로 꼬박 5시간이다. # 민족의 영산을 마주하며 우리나라는 백두산에서 일어나 지리산에서 마치고 그 세는 물(水)을 근본으로 하고 나무(木)를 줄기로 한다고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은 말했다. 또한 백두산은 우리 국토의 시작이며 백두대간을 품고 있는 민족의 영산이 아닌가. 또 한민족의 발상지인 단군신화를 잉태한 가장 성스럽고 고결한 산이다. 오는 길이 멀고 힘들다 할지라도 우리 민족의 시작점에 설 수만 있다면 그 정도 수고는 감내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날씨가 구름 끼고 추운 탓인지 이도백화에서 그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가슴속에 느껴지는 맑고 성스러운 기운이 온몸에 짜릿한 전율로 다가온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호텔을 나섰다. 강원도청 환동해 출장소 직원들과 현지 가이드를 포함해 우리 일행은 모두 16명. 환동해 출장소 직원들은 동해바다의 어업과 해로를 관리하기 위해 강원도청에서 파견됐다. 이들과 함께 백두산의 일출을 보기 위해 지프에 나누어 타고 어둠 속을 달렸다. # 민족의 아픔을 간직하고 자고로 백두산에서 일출을 본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영하 30도, 체감온도를 측정할 수 없는 그런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된다. 한겨울에도 백두산 천문봉까지 차가 다닌다. 물론 일반 승용차는 아니고 중국에서 특수하게 불도저를 개조해서 만든 특수 버스인 ‘설령차’를 타면 천문봉 입구까지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 새벽 5시, 장백산(張白山)이라고 써 있는 아치형 문을 통과한다. 이제 정말 백두산의 품에 들어왔다. 하지만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 장백산이라니. 이 산에 숨쉬고 자라고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하나 우리 조상의 손길과 정성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건만 어찌하여 이곳을 장백산이라 부르며 내 나라를 거치지 못하고 남의 땅을 밟아야 이곳에 도착할 수 있는가. 반쪽짜리 나라의 아픔이 전해진다. # 찬란하다, 백두여 설령차에 올랐다. 이미 중국인 관광객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얼어서 닫히지 않는 창문 틈 사이로 무서운 백두산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하다.‘휘잉∼잉 휘∼잉’하며 눈보라가 칠 때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간혹 새벽 달빛 사이로 백두산의 자태가 스친다. 목도리, 마스크, 귀마개, 장갑 등으로 온몸을 칭칭 둘렀건만 손끝과 발끝에는 여전히 한기가 느껴진다. 아침 6시가 넘어서자 동녘 하늘에 붉은 기운이 조금씩 올라온다. 마음이 조급해진다.‘이렇게 어렵게 올라가는데 혹시 해가 불쑥 나와버리면 어떡하나, 빨리 가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앞선다. 굉음을 내며 설령차는 계속 백두산을 오른다.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차문이 열리면서 내렸다. 다행히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백두산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에 앞이 보이지 않는다. 기상대가 있는 주차장에서 천문봉까지는 걸어서 10여분. 일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천문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중학생을 둔 주부 홍복순(46)씨, 겨울산이 난생 처음이라는 정준호(47)씨도 고개를 숙인 채 천문봉을 향해 기어오른다. 만주벌판 저쪽 흐린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든다. 대륙의 저쪽에서 시작된 차고 거친 바람은 백두의 16개 봉우리를 타 넘어 천지에 부딪치고 솟구치며 눈과 함께 얼굴을 강타한다. 그래서 눈썹에는 하얀 고드름이 생기고, 덜덜 떨린다. 어느 누구 하나 바람과 추위를 피해 내려가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발 아래 천지는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눈보라가 소용돌이치며 우리의 아픈 역사를 뱉어내고 또 뱉어냈다. 모두 천문봉에 손을 잡고 섰다. 갑자기 누군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어느덧 차가운 백두의 머리끝에서 하얀 입김을 뿜어내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장엄하게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첫머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붉은 태양을 기다리며 우리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추위 속에서 그 애틋한 기다림 끝에 먼 구름 사이로 거짓말처럼 붉은 덩어리가 솟는다. 자신의 몸을 열어 고귀한 생명을 품듯 시뻘건 태양이 나타난다. 숨이 멎고 맥이 풀린다.‘와’하는 탄성조차 지를 수 없는 신성함에 고개가 먼저 숙여진다. 이날 백두의 아침은, 아니 한반도의 신새벽은 이렇게 찬란하게 시작했다. 광활한 붉은 바다를 향해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내려왔다. 뜨거워진 가슴으로 추위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는 박욱기(33)씨, 추위의 고통이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날아갔다는 김남순(39)씨, 평생에 잊지 못할 아침을 맞았다는 김용국(45)씨. 함께했던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저마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백두산 천문봉을 내려왔다. # 하얗게 변한 천상의 호수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천지를 보러 나섰다. 산장 주변에는 일반인들을 위해 옷, 신발, 장갑 등을 빌려준다. 아이젠이 달린 털장화와 털점퍼는 각각 3000원,4000원에 빌려주며 마스크는 1000원, 장갑은 3000원에 판다. 그러니 장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백두산 온천지역에서 장백폭포를 거쳐 천지까지 왕복 3시간이 걸린다. 매표소 입구부터 백두산의 이름이 실감난다. 산 정상 부위가 화산활동으로 인한 부식토로 하얗게 뒤덮여 ‘머리부분이 하얗다’해서 붙여진 이름처럼 순백으로 변한 백두산은 입구부터 아름답다. 10여분을 오르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매달린 거대한 얼음 사이로 굉음을 내며 물줄기가 떨어진다. 이름하여 장백폭포.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거의 물이 얼지 않고 흐른다. 장백폭포 산장을 지나자 터널이 시작된다. 터널 속 ‘가파른 천 개의 계단’을 올라야 천지를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터널로 들어섰다. 좀 답답하다. 하지만 차디찬 눈보라를 맞지 않고 천지까지 갈 수 있다는 데야 어디 문제인가. 천지로 가는 터널은 관광객을 위해 한국인이 5년여 걸친 공사 끝에 2003년에 완성했다고 한다.35년간을 사용하고 중국측에 기부채납을 한단다.‘참 우리나라 사람은 불가능을 모르는 민족이야. 이렇게 가파른 곳에 터널을 만들 생각을 했으니.’ 가파른 천 개의 계단은 4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지 않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등산을 하는 기분이 든다. 어느덧 터널의 끝쪽 문에서 휴식을 한다. 밖의 기온이 낮아 몸에 난 땀을 식히고 나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문을 열고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친다.‘역시 쉽게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구먼.’ 하지만 난간 옆으로 물이 흐른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영하 30도에도 얼지 않고 이렇게 물이 흐르다니. 바로 이 물이 천지에서 흘러 ‘승사하’를 이루고 중국 송화강의 출발점이다. 승사하를 지나자 본격적인 백두의 품이다. 양쪽으로 깎아지르는 용문봉과 천문봉이 우뚝하고 곳곳에 작은 바위들이 시베리아의 벌판을 연상케 한다. 세찬 눈보라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타나는 잊지 못할 광경에 연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 정상에 이런 거대한 봉우리들과 천지라는 커다란 호수를 품고 있으니 경이롭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거센 눈보라를 맞으며 20여분 걷자 공룡 동상이 나온다.“와∼천지다.”하며 모두가 하얀 얼음판으로 뛰어든다. 맞다. 바로 여기가 백두산 천지, 하늘의 연못이라는 이곳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무려 둘레가 14.4㎞, 최대 너비가 3.6㎞, 최대 깊이가 384m인 연못. 어떻게 이런 산 정상에 커다란 호수가 있다고 누가 상상을 할 수 있겠는가. 모두 천지에 뛰어들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아예 드러누운 장희순(39)씨는 “만세 만세”를 외치며 “여기가 천지예요.”라며 북받쳐 오르는 감격에 말을 잇지 못한다. 바람에 연신 눈을 비비며 “한번이라도 더 봐야지. 내가 평생에 언제 다시 여기를 밟아 볼 수 있겠어요.”라는 유현진(53)씨의 눈에는 이슬이 맺힌다. 친구들과 함께 중국 여행을 한다는 천안 나사렛대 문성진(21)씨는 “남쪽의 산들과 달리 웅장하고 위엄있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라며 “좀 춥지만 정말 오지 않았으면 너무 후회할 뻔했습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렇게 다들 백두산의 정기와 천지의 성스러움은 우리를 감동에 빠지게 했다. # 색다른 백두산의 별미 백두산의 또 하나 명물은 온천이다. 온천물의 온도가 섭씨 82도로 아주 뜨거워 계란을 담가 놓으면 자동적으로 삶아진다. 이렇게 삶은 계란은 정말 특이하다. 손으로 계란의 반을 잘라보면 흰자위는 반숙, 노른자위는 완숙이다. 먹기가 부드럽고 좋다. 온천수의 효능 때문이란다.3개에 1000원이다. 아주 맛있다. 주변에는 온천장이 몇 개 있다. 입장료는 1만원. 비싸다고 생각하지 말고 들어가면 정말 색다른 경험이 기다린다. 물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노천으로 나가보라. 고드름과 흰눈이 쌓인 탕에 몸을 담그고 백두산의 이름 모를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1분도 안 돼 머리카락이 얼어버린다. 그러면 탕에 얼굴을 담가 녹이면 된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하얀 눈가루가 탕을 휘감아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 정도면 겨울 백두산의 참맛을 만끽했다고 할 것이다. # 민족의 혼이 서려 있는 연변 예전에 만주로 불렸던 연변지역에는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곳곳에 항일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으며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이 지역에는 우리 조선족을 위해 간판에 모두 한글과 중국어가 병행 표기돼 있어 외국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한국 돈’이 거의 모든 식당과 상점에서 통용이 될 정도로 한국적인 곳이다. 다만 거리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나라 70년대를 보는 듯하다. 훈춘 주변에 안중근 의사 유적지는 안중근 의사가 한달 동안을 머무르며 거사를 준비했던 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마당에 유적비도 있다. 연길 근처인 용정에는 우리 가곡 ‘선구자’의 일송정과 해란강을 만날 수 있다. 연길에서 용정으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산 위에 자리잡은 조그만 정자가 바로 일송정. 전에는 늠름한 자태의 소나무가 서 있었다고 하나 일제에 의해 고사당하고 지금은 작은 소나무 한 그루와 정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또한 민족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대성중학교가 있다. 현재 용정 제일중학교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현지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구관 앞에는 윤동주 시비가 세워져 있고 건물 2층에는 사진, 화보, 책자 등 윤동주 시인의 기념전시관이 꾸며져 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남양시와 중국 도문을 연결하는 도문대교, 북한의 나진 선봉과 훈춘을 연결하는 권하대교 등이 있어 멀리서나마 북한땅을 바라볼 수 있다. 지금은 훈춘시청으로 쓰이는 간도 일본총영사부는 ‘토지’드라마에서 길상이가 폭파하려고 했던 건물이다. 밀강 민속마을에 강운학(79) 박옥선(80)씨 노부부의 집은 60년 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함북 흑룡군과 연결된 사만자대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군 폭격으로 끊어진 채로 있었다. 이처럼 백두산을 가는 길에 둘러볼 만한 유적지와 역사적인 흔적이 많아 산 교육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백두산 관광의 선두는 동춘항운은 2000년 4월 28일 우리나라의 속초에서 러시아의 자루비노 항을 경유하여 중국의 훈춘시를 연결하는 최초의 해륙을 연계한 카페리 항로.즉 ‘백두산항로’라는 이름 아래 매년 여객 및 컨테이너 화물 등을 운송한다.또한 2003년 11월 6일부터 러시아 연해주의 수도이자 물류의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톡항까지 연장 운항을 하고 있다. 동춘항운 부설 준여행 에서는 이 카페리를 이용해 중국 백두산과 러시아 등을 여행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겨울철에 중국 연변지역 관광과 백두산을 오를 수 있는 6박7일 상품이 39만9000원,백두산을 서쪽에서 북쪽을 종주하는 5박6일 상품이 68만원,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로프스크 등을 열차로 여행하는 6박7일 상품이 79만원 등이다.www.dongchunferry.co.kr ,(02)720-0271
  • “12월 징글벨은 비상벨” 냄비 든 선량들

    “12월 징글벨은 비상벨” 냄비 든 선량들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소액 후원금 모금을 위한 국회의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10만원까지 정치자금을 후원하면 연말정산 때 11만원을 환급해주도록 돼 있다. 의원들은 이 사실을 적극 홍보하면서 학연, 지연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푼이라도 더 모으려는 의원들의 모금형태도 ‘읍소형’ ‘당당형’ ‘에둘러형’ 등 가지각색이다. ‘읍소형’은 후원금 모금에 애를 먹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밝혀 상대방의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이다.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이 여기에 속한다. 이 의원은 최근 지인들에게 ‘후원금 빈익빈 부익부’라는 제목의 장문의 e메일을 보냈다. 후원금 모금도 인맥·학맥 등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자신은 시골에서 학교를 다녀 학맥도 없고 학생운동을 하다 외국유학을 다녀왔기 때문에 인맥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따라서 12월의 ‘징글벨’이 ‘비상벨’로 됐다며 자신의 딱한 처지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감정자극법이 주효했는지 이 의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 이상 많은 후원금을 모았다. 이 의원측은 “솔직하게 글을 쓴 것이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면서 “e메일을 보고 언론인 중에서도 후원금을 낸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은 ‘당당형’에 속한다. 김 의원은 ‘바르게 쓰고, 되돌려 드리겠습니다.’라는 이메일을 통해 자신을 후원해 달라고 ‘당당하게’ 호소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최근까지 후원금 순위 10위에 올라 있음을 강조하면서 계좌이체, 신용카드,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후원방법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놓았다. 김 의원측은 “돈 이야기는 원래 쑥스러운 것이지만 그래도 두루뭉술하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명쾌하게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원들은 직접적으로 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정책이야기나 정치활동 이야기 등을 쓰면서 슬쩍 끼워넣는 ‘에둘러형’이다. 열린우리당 유선호 의원은 호남지역 폭설현장을 다녀온 이야기를 쓰면서 마지막에 후원금을 부탁했고, 임종석 의원은 성탄 메시지를 보내면서 후원금 납부 코너를 끼워넣었다. 유기홍 의원은 사학법 개정 등 최근 자신의 정치활동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하단부에 후원회장 영화배우 문성근씨의 얼굴 사진이 실린 연말정산 후원코너를 마련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2005 재계 ‘말말말’

    올해도 재계는 부침의 굴곡수만큼이나 ‘말의 성찬(盛饌)’들이 쏟아졌다.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의 ‘말말말’을 통해 다사다난했던 재계의 한 해를 되돌아본다. ●‘철의 여인’ 현정은 회장, 올해 최고의 화술 선보여 ‘김윤규 파동’으로 대북사업 위기를 겪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고비마다 의미심장한 발언을 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현 회장은 9월12일 현대그룹 홈페이지에 올린 ‘국민여러분께 올리는 글’에서 “16년간 대북사업을 보필했던 사람(김윤규 전 부회장)을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대북사업의 미래를 위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었다.”며 북측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는 강단을 보여 ‘철의 여인’ 대처 전 영국총리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의 “비굴한 이익보다는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는 발언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현 회장은 이어 10월10일 현대아산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는 “우리는 얼마전 남에게 알릴 수 없었던 몸 내부의 종기(김 전 부회장)를 제거하는 커다란 수술을 받았다. 마취에서 깨어나 몸의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오랜 친구(북측)는 우리의 모습이 변했다고 다가오기를 거부한다.”는 ‘절묘한’ 비유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전 부회장은 연이은 현 회장의 초강수에 10월22일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귀국하면서 “오너가 아니면서 오너처럼 행동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좌초한 ‘미스터 쓴소리’ 지난 7월 말 불거진 두산그룹 ‘형제의 난’은 숱한 말을 남긴 채 ‘4형제 불구속 기소’로 결론났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답게 화려한 수사로 형인 박용오 전 회장을 몰아붙였다. 박 전 회장은 박용오 전 회장이 ‘비리사건’을 고발한 다음날인 7월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박용오 전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경영권 탈취 미수사건”이라며 “100년 전통에 금이 갔다기보다는 열 손가락 중에 손가락 하나가 없어진 것일 뿐이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은 검찰 수사결과 비자금 조성 등이 사실로 드러나자 그룹 회장직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 등을 내놓으며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글’을 띄워야 했다. ●고삐 죄는 최고경영자들 올 한 해도 한 치의 긴장도 허용치 않는 총수와 CEO들의 질책과 주문이 이어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4월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가진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최고 경영진부터 현장 사원까지 디자인의 의미와 중요성을 새롭게 재인식해 세계 일류에 진입한 삼성 제품을 품격 높은 명품으로 만들 것”을 강조하고 “명실공히 월드 프리미엄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 브랜드 등 소프트경쟁력을 강화해 기능과 기술은 물론 감성의 벽까지 모두 넘어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본무 LG 회장도 지난 3월 경기 이천 소재 LG인화원에서 열린 ‘연구개발 성과 보고회’에서 “무한경쟁 시대에 진정으로 고객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1등 제품이 아니면 안된다.”고 전제하고 “1등 제품의 핵심은 바로 R&D이며,R&D 인력은 글로벌 경쟁의 첨병인 동시에 LG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R&D를 통한 제품 및 사업 차별화와 R&D 인력의 주도적 역할도 당부했다. 올해 사상 최대의 경상이익을 기록한 현대건설 이지송 사장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명이 끊어진 기업이다. 기업이 이윤을 남기는 것은 죄가 아니다. 이윤을 최대한 창출하되 사회 환원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이다.”라며 자칫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는 직원들을 독려했다. ●쏟아진 론, 론, 론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처음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프리미엄 전략 고수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강아지론’을 예로 들며 고가정책을 고수할 뜻을 내비쳤다. 이 사장은 “시골 장에서 강아지를 팔러 온 할머니도 가격이 안 맞으면 보자기에 싸서 도로 갖고 간다. 하물며 삼성전자 직원들의 땀과 정성과 기술이 녹아 있는 휴대전화를 어떻게 헐 값에 판매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도 ‘유목민론’을 들고 나왔다. 황 사장은 9월12일 세계 최초로 50나노미터(nm) 공정의 16기가비트(Gb) 플래시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동하는 자가 승리하고 성을 쌓는 자는 패배할 것이다.”라며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자만 살아남는다며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남중수 KT사장은 “바람을 막기 위해 돌로 담을 쌓지 않고 풍차를 돌리겠다.”며 ‘풍차론’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남 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이는 피할수 없는 시대의 트렌드”라며 “KT의 경영환경을 거센 바람이라고 한다면 최고경영자(CEO)로서 바람이 불면 피하지 않고 풍차를 돌린다는 발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박해춘 LG카드 사장은 “LG카드는 겨우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긴 단계다.”라며 ‘병원’에 빗대 매각을 앞두고 있는 LG카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산업부 jrlee@seoul.co.kr
  • 최초 여성비행사 박경원의 삶 그려…29일 개봉 청연

    순제작비만 97억원이 투입된 드라마 ‘청연’은 블록버스터급 화면이 관객을 압도할 만하다. 영화는 최초의 민간인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짧은 삶에 픽션을 가미한 휴먼멜로. 창공을 배경으로 내지르듯 자신있게 다듬어진 CG, 미국 중국 일본 등 원정 로케이션의 스케일이 살아있는 화면은 ‘합격선’ 이상이다. 영화는 시골 소녀 박경원이 일제 강점기에 바다 건너 일본의 비행학교 비행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압축묘사하며 긴 드라마(2시간10분)의 운을 뗀다. 택시운전을 하며 이국땅에서 어렵게 유학하던 경원(장진영)은 한국인 유학생 지혁(김주혁)을 만난다. 실존하지 않았던 남자 캐릭터(지혁)를 끌어들인 영화는 애초의 의도대로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멜로 감성에 푹 젖도록 다듬어간다. 그러나 영화는 멜로의 얼개를 빌렸을 뿐 연애감정 이상을 뛰어넘는 (관객들의)감동을 겨냥했다. 보기 드물게 여성 캐릭터들이 열쇠를 쥐고 극을 끌어가는, 희소가치 높은 드라마가 됐다. 경원을 구심점으로 일본 외무대신의 여자이자 비행사인 기베(유민)와의 우정, 이정희와의 갈등과 화해 과정을 조화롭게 부각시켰다. 품격있는 호흡의 웰메이드 영화로 인정받을 만하나, 흥행은 별개 문제일 듯하다.‘제작기간 3년’이란 부담을 털기 위해 제작사로서는 더는 개봉을 미룰 수 없는 형편. 하지만 빠른 호흡의 오락성 높은 블록버스터들이 극장을 점령한 상황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주말탐방-돌아온 나무땔감] 공주 계룡마을 ‘아궁이 예찬론’

    [주말탐방-돌아온 나무땔감] 공주 계룡마을 ‘아궁이 예찬론’

    나무보일러가 불티나고 연탄주문이 한달치나 밀릴 정도로 폭주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기름보일러를 나무보일러와 아궁이로 개조하거나 난방연료를 연탄으로 바꾸는 가정이 농촌을 중심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정부도 올해부터 비축탄을 풀기 시작했다.1970년 이전 궁핍한 시절에나 경험했던 이같은 난방문화의 복고적 바람에서 갈수록 곤궁해지고 있는 서민들의 서글픈 현실이 묻어나오고 있다. “지름값이 어지간히 올라야지….” 계룡산 갑사 초입인 충남 공주시 계룡면 중장1리 ‘윗장마을’ 김양길(68)씨는 기름보일러를 뜯어내고 아궁이를 앉혔다. 김씨는 “기름값을 댈 수가 없어 바꿨는데 그렇게 하길 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가 10년 동안 사용한 기름 보일러를 뜯어내고 아궁이로 바꾼 것은 4년전이다. 김씨는 “해마다 기름값으로 1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시골에서는 엄청나게 큰 돈”이라고 말했다. 논 300평에 남의 논 1800평과 밭 600평을 빌려 농사를 짓고 틈틈이 막노동을 해도 한해 수입이 600만원이 채 안돼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내가 직접 고쳤다.”는 김씨는 “아궁이를 앉혀 놓으니 좋은 점이 많다.”고 자랑했다. 뜨거운 구들장에 몸을 지지기 좋고 훈기가 더 오래 간다고 한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두번 군불을 지펴놓으면 방이 하루종일 훈훈하다.”면서 구들장 자랑에 열심이다. 부뚜막에 솥을 앉혀 밥을 해먹고 메주콩도 쑨다.“군불로 밥을 해서 밥맛이 훨씬 좋아.” 장을 달이거나 숯불에 개밥도 끓이고 있다. 김씨는 “저번에 손주들이 와 아궁이에 고구마를 구워줬더니 되게 좋아하더라.”고 아이처럼 기뻐했다. 숯불을 꺼내 마당에서 삽겹살을 구워먹기도 한다. 이웃들이 연탄밑불로 쓰려고 벌겋게 달아오른 숯불을 가져가기도 한다고 그는 귀띔했다. 나무는 매년 늦가을 주변 산속에 널려 있는 간벌목 등을 한 데 모았다가 2만∼3만원 주고 1t 트럭을 빌려 한꺼번에 실어오고 있다.3∼4대 정도면 겨울나기가 가능하다.160가구 가운데 10여가구가 아궁이나 나무보일러로 바꾼 이 마을 주민들은 “국립공원 안이어서 나무를 하려면 먼산까지 가야한다.”며 계룡산에서 삭정이를 줍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기름보일러를 땔 때는 기름값이 아까워 낮에는 돌리지 않고 마실을 가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아궁이 예찬론을 펴면서도 “매일 군불을 지피고 데운 물을 쓰려면 가마솥에 불을 때야 하는 게 좀 귀찮다.”고 말했다. 글 공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신과 함께 가라(KBS1 밤 12시10분)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수도사 세 명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담은 로드무비. 수도사들이 작품 속에서 부르는 아카펠라의 아름답고 감미로운 선율이 귀를 사로잡는다. 독일 출신 졸탄 슈피란델리 감독은 시나리오까지 직접 썼던 이 데뷔작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다니엘 브륄은 ‘굿바이 레닌’(2003)으로도 국내에 잘 알려진 독일의 신진 스타이다. 모험, 웃음, 감동, 로맨스와 성장통이 어우러진 수작. 어려울 것 같은 종교적인 문제를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종단으로부터 파문을 당해 수도원 2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칸토리안 교단. 이 가운데 독일에 있는 아우스부르크 수도원에는 고지식한 원장 신부와 젊었을 때 잘나가던 벤노 수도사(미하엘 귀스텍), 시골 농부 같은 타실로 수도사(마티아스 브레너), 꽃미남 아르보 수도사(다니엘 브륄)가 살고 있다. 어느 날 후원이 끊기고 수도원장마저 숨을 거두자 3명의 수도사들은 교단의 보물인 규범집과 염소를 한 마리를 챙겨 이탈리아에 있는 마지막 남은 수도원으로 떠난다. 이들은 우연하게 매력적인 여인 키아라(키아라 숄라스)가 운전하는 차를 얻어 타게 된다. 평화로운 수도 생활에 익숙해 있던 수도사들은 낯선 바깥 세상에서 난처한 상황을 수시로 겪게 된다. 아르보 수도사는 난생 처음으로 여성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2002년작.106분. ●아저씨 우리 결혼할까요?(SBS 밤 12시55분) 198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서 한 시기를 풍미했던 홍콩 영화가 요즘은 맥을 못추고 있다. 그 홍콩 바람의 끝자락을 잡고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정이건이 나오는 작품.‘풍운’(1998),‘중화영웅’(1999) 등 액션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그가 코믹 이미지로 변신한 점이 관심을 끈다. 상대역인 채탁연은 현재 홍콩을 대표하는 여성 듀오 ‘트윈스’의 멤버로 만능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문근영과 김래원이 주연한 우리 영화 ‘어린 신부’(2004)가 이 작품과 여러모로 비슷해 표절시비가 일기도 했다. 영국에 살고 있는 서른 살 대학원생 쳉(정이건)은 자신이 쓴 논문 ‘여성에 대해’가 수년째 통과되지 않고 있다. 여성 심사위원들의 혹평을 받고 있기 때문. 그러던 쳉은 죽기 전에 결혼한 손자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소원으로 맞선을 보게 된다. 맞선 자리에 나온 사람은 18세 천방지축 홍콩 여고생 요요(채탁연). 쳉은 할머니 때문에 요요와 계약결혼을 한다. 홍콩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티격태격 다툼을 벌이면서도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데….2002년작.103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