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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환경 개선·관광수입 증대 겨냥

    전남도의 ‘한옥 시범마을 조성사업’은 집에 생명을 불어넣고 주거환경을 개선해 민박 등 관광사업과 연계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다. 도는 이 사업 추진에 앞서 건축비를 줄이기 위해 표준 설계도를 제작했다. 종류는 기본형,2층형 등 14개다. 마을회관도 2층 한옥으로 짓는다.1층은 공동식당,2층은 회의실로 활용한다. 또 마을 전봇대를 뽑아내고 전선을 땅으로 묻는다. 한옥이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원 내용은 한옥을 마을단위로 신·개축하면 최대 ‘보조금 2000만원, 융자금 3000만원’을 지원하고 개인이 신축하면 최대 4000만원, 개·보수하면 2000만원을 저리로 지원하는 등 몇 가지가 있다. 이 아이디어를 낸 박준영 전남지사는 “한옥은 선조의 얼과 혼이 스며 있고 외국인이 좋아하는 관광 상품이다.”면서 “풍광이 좋더라도 시골집의 불편함으로는 도시인을 끌어들일 수 없어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50여가구 단위로 한옥마을을 만들고 있다. 한옥 1개동에 손님방 1개씩이 만들어져 마을마다 50개의 방을 가진 한옥호텔이 들어서는 셈이다. 전남도는 앞으로 3억여원을 들여 한옥 관련 기술자도 키워 대표적 농촌 웰빙사업으로 키울 계획을 갖고 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기고] 간판 개선은 도시 개혁/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기고] 간판 개선은 도시 개혁/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사무실 근처에 와인 바가 하나 있다. 이 가게는 골목을 끼고 한참 돌아서 그 골목 끝에 위치해 있다. 간판도 멋있게 만든 것은 좋은 데,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바글바글하다. 와인이 보편화됐기도 하지만, 가게는 골목 안이어서 오히려 조용하고 분위기 좋고 친절하기까지 하니,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이 가게를 보면서 평소 음식점이나 가게들이 큰길 바로 옆에 있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깨뜨리게 됐다. 이런 기억이 하나 더 있다. 소설가 최일남 선생 등과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는데, 횡성에 이르러 점심 때가 됐다. 최 선생님은 이름난 미식가인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손을 잡아끌고 허름한 막국수집으로 안내했다. 시골의 할머니가 운영하는 막국수는 별미였다. 간판이 제대로 달려 있지도 않은 이 집을 서울의 유명한 문인이 알 정도로 소문이 나 있는 것이었다. 사실 요란하게 간판을 만들어 손님을 유혹하는 건 모두 ‘한탕’식 접근법이다. 뜨네기 손님을 끌어 한번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하고 그것으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역이나 광장 주변의 식당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말하자면 뜨네기식 영업이고 뜨네기 가게들이다. 가만히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매번 식당이나 가게의 주인이 바뀌고 업종이 바뀐다. 내부 시설을 매번 뜯어고치느라 바쁘다.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다. 우리도 외국처럼 10년 되고,100년 된 가게들이 줄줄이 생겨나면 얼마나 좋을까. 외국의 여러 도시들을 둘러보면 아름다운 도시와 골목들이 참 부러워진다. 골목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간판에 있다. 그래서 예쁜 간판들을 찍다가 시간을 다 흘려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미국 뉴멕시코의 산타페, 캘리포니아의 맨도시노나 소노마 등에서 그랬다. 이런 도시일수록 관광객도 많고 그만큼 예쁜 간판과 골목으로 먹고 살 수 있다. 좋고 예쁜 가게들이 즐비한 문화예술의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관광객이 많고 수입이 높아지며, 선진 도시가 된다는 것과 비례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연히 한번 들러본 식당이나 가게에서 값싸고 물건 좋고 친절하면 그 다음 반드시 찾기 마련이다.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도 소개해 그 집은 단골 손님들로 가득 차고, 사시사철 문전성시를 이루는 법이다. 간판에 신경쓸 것이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의 질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간판개선운동은 단지 아름다운 미관을 만드는 것을 넘어, 진정으로 가게 주인들이 손님에게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진실된 마음, 훌륭한 마음 갖기 운동과 다를 것이 없다. 간판개선운동이 우리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희망제작소는 출범 당시부터 간판문화연구소를 설립한 뒤, 다양한 캠페인과 컨설팅을 벌여왔다. 간판개선은 단순히 정부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간판을 만드는 제작업자, 그것을 의뢰해 자신의 가게 앞에 내거는 가게 주인들, 그것을 보고 칭찬할 줄 아는 시민과 소비자들의 인식이 함께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간판개선은 종합행정이요, 민·관·기업의 거버넌스 체제로 이뤄져야 효과를 더할 수 있다. 더구나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이러한 노력은 시작됐고, 작지만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번 불이 붙으면 바람을 타고 삽시간 전국으로 번지는 것이 대한민국의 특징이다. 간판개선과 도시개혁의 좋은 바람도 힘을 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토요영화]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EBS 세계의명화 오후 11시25분) 시골 출신 카우보이 청년 보(돈 머레이)는 로데오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피닉스로 간다. 그곳에서 보는 클럽 가수 체리(마릴린 먼로)를 만나 한 눈에 반하고 단숨에 결혼신청을 한다. 하지만 체리는 할리우드의 인기스타를 꿈꾸고 있어 보의 청혼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느 날 친구와 함께 보의 로데오 경기를 보러 간 체리는 거기서도 보에게서 공개적인 결혼 신청을 받는다. 체리가 도망을 가버리자 보는 경기 도중에 그녀를 찾아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보의 시골집으로 가는 버스에 함께 탄 두 사람. 버스는 폭설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그 와중에 보의 애정공세는 열기를 더해 간다. 끝내 체리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 놓는다. 보를 좋아하지만 순진한 그에게 상처를 입힐까봐 차마 마음을 열 수 없었다고도 고백한다. 비로소 체리는 보를 향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 ‘버스 정류장’은 마릴린 먼로가 설립한 영화사 ‘마릴린 먼로 프로덕션’에서 만든 첫번째 작품. 개봉 당시 빤한 러브스토리에 그칠 뻔했던 영화가 기대치 이상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이 영화는 ‘7년 만의 외출’과 함께 마릴린 먼로의 출연작들 가운데 그녀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대표작으로 손꼽힌다.‘노래 못하는’ 가수로 변신한 먼로의 극중 연기에도 사실감이 넘친다.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내면 연기에도 작품의 전반적 정서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을 만큼 진정성이 스며 있다. 흥행에도 성공해 할리우드 간판배우이자 제작자로서 먼로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져 주었다. 조슈아 로건 감독은 대학에서 연기지도를 하다 뒤늦게 감독으로 데뷔했다.‘미스터 로버츠’(1955)에 공동연출로 이름을 올렸다. 윌리엄 홀덴과 킴 노박 주연의 ‘피크닉’(1955)이 감독의 첫번째 장편영화. 첫 장편으로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거머쥐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후 말론 브랜도 주연의 ‘사요나라’,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남태평양’ 등으로 꾸준히 메가폰을 잡았으며,‘페인트 유어 왜건’을 끝으로 연출현장에서 물러났다. 원제 ‘Bus stop’.94분.18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90세 생일상 받은 만델라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90세 생일을 맞았다. 전 세계에서 축하와 칭송이 쏟아졌다. 만델라의 생일 축하 웹사이트(happybirthdaymandela.com)에는 18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지도자, 음악가, 운동선수들의 축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당신의 희생과 업적, 이 세상에 준 많은 선물은 이미 세상을 뜬 사람들뿐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당신의 삶은 우리의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넬슨 만델라는 감옥이나 위협, 협박조차 침묵하게 할 수 없는 지도자다.”면서 “그의 지혜와 포용은 90년 세월보다 더 위대하다.”고 칭송했다. 만델라는 지난 27일 영국 런던에서 자신의 90세 생일을 기념한 ‘46664’ 자선 콘서트에 참석한 이후 각종 생일 기념행사에 참석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이날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남아공의 이스턴 케이프 주(州) 쿠누의 시골집에서 생일상을 받았다. 커다란 천막 아래서 전통방식으로 열린 생일잔치에는 음스와티 3세 스와질랜드 국왕, 음펜둘로 시카우 코사족 왕,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 제이콥 주마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총재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쓰촨성 지진’ 드라마 첫방…中 ‘눈물바다’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대지진이 발생한지 2개월여가 지난 가운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소재로 만든 드라마 첫 회가 방영됐다. 지난 17일 저녁 첫 방송된 14부작 드라마 ‘세계를 울린 7일’(震撼世界的七日)은 평범해 보이는 작은 시골마을에 들이닥친 지진으로 생긴 안타까운 사연들을 그렸다. 드라마에는 중국 유명배우 판웨이(范偉)와 영화 ‘무간도’, ‘쿵푸덩크’ 등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증지위(曾志偉)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 출동해 완성도를 높였다. 드라마는 콧노래를 부르며 아들에게 줄 새 운동화를 사서 집에 가던 판웨이가 오후 2시 28분 경 갑자기 지진과 맞닥뜨리며 겪는 놀라움과 당혹감을 첫 장면으로 담았다. 지진으로 인해 일상의 아름답던 모든 것들이 파괴되는 순간을 담은 첫 장면을 본 많은 시청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당시의 아픈 기억을 회상했다. 시청자들은 “시작한지 10분 만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지진이 그렇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등의 댓글을 남기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1부에서는 연기파 배우로 유명한 증지위가 지진으로 사망한 아내의 시신을 자신의 몸에 단단히 묶어 끝까지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애썼던 실제 지진 피해자의 모습(사진 좌측)을 재연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눈물을 자아냈다. 드라마 제작팀의 한 관계자는 “촬영 중에도 여진공포가 사그러들지 않았었다.”면서 “실제 지진현장에서의 촬영신이 많았던 만큼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모두 위험을 감수했다.”고 전했다. 현지언론들은 “비록 40여 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서둘러 제작해 ‘옥의 티’가 자주 등장한다.”며 “그러나 이재민과 사망자를 애도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반론할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70년대 향수 자극한 시골 새댁의 모성애

    70년대 향수 자극한 시골 새댁의 모성애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영화 ‘님은 먼곳에’(제작 타이거픽쳐스·24일 개봉)는 가수 김추자의 동명의 노래 한 줄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니, 내 사랑하나?”는 말만 남기고, 베트남으로 떠나버린 남편. 주인공 순이(수애)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총성 요란한 1971년 베트남 전쟁터로 뛰어든다.‘님은 먼곳에’의 두 가지 키워드인 ‘음악’과 ‘여성’을 통해 영화를 짚어본다. ●음악으로 풀어낸 70년대 향수 이 작품의 연출자인 이준익 감독에게 ‘음악’은 ‘영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비와 당신’ ‘아름다운 강산’ 등의 7080 가요를 통해 아날로그 감수성을 건드렸고,‘즐거운 인생´에서 ‘불놀이야´ ‘한동안 뜸했었지´ 등 80년대 록음악으로 직장과 가정에서 소외된 40대 가장들의 울분을 폭발시켰다. 그는 이번엔 특유의 가창력과 섹시함으로 1970년대를 주름잡은 김추자의 히트곡들로 현대사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이 감독은 “김추자의 목소리엔 영혼의 밑바닥에서 나오는 절절함과 처연함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평범한 시골 아낙네에서 베트남 위문공연단 가수로 변신한 순이. 그녀의 삶의 고단함과 서러움은 영화 속 노래들을 통해 전달된다. 첫장면부터 등장하는 김추자의 데뷔곡 ‘늦기전에’와 베트콩에게 붙잡힌 뒤 죽음의 위협 앞에서 절절하게 부르는 ‘님은 먼곳에’는 ‘음악은 모든 이념과 국적을 초월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남편이 전쟁터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순이가 미군들 앞에서 ‘수지 Q’를 부르는 대목에선 전쟁에 대한 인간의 분노와 절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님은 먼곳에’는 음악으로서 다양한 세대공감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면서 “그러나 감독의 이전 음악영화들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고 초반에 지루한 전개를 보이는 것은 단점”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시각에서 본 전쟁의 허무함 사실 순이의 베트남행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가슴 속에 다른 여자를 품고 자신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남편을 찾으러 전쟁터에 뛰어든다는 설정 자체가 요즘 시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그녀는 어떤 대답을 하기 위해 그토록 애타게 남편을 찾았던 것일까. 영화는 여성성보다는 모성애에 더 초점을 맞춘다. 주인공 순이의 캐릭터는 분노와 원망보다는 포용과 치유의 상징에 가깝다. ‘님은 먼곳에’는 상당부분 주인공 수애의 전통적인 여성미에 기댄 영화다. 하지만 망사스타킹에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를 입고 개다리춤까지 추는 그녀의 변신은 극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순이는 수동적인 한 여성에서 점차 강인함과 당당함을 보이는 모성애를 지닌 인물로 변모한다.“우리나라에서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를 지닌 배우인 수애에게서 예의 바르면서도 용감한 얼굴을 봤다.”는 이 감독은 “그런 그녀가 강인한 여성이 되어 전쟁터 한복판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최근 영상 중심의 남성영화 일색인 영화계에 등장한 서사 중심의 여성영화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여성의 시각에서 전쟁의 허무함을 전달한 것은 의미있지만, 순종적이고 외유내강형 여성에게서 삶의 구원을 얻는다는 메시지는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미래의 휴양자산 섬] 뭍사랑 빠진 섬사람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미래의 휴양자산 섬] 뭍사랑 빠진 섬사람

    ■ 농업이 주업… “해산물도 사다 먹어요” 섬에는 ‘그리움’과 ‘기다림’이 있다. 밭일을 하던 섬 아낙네가 선착장에 들어오는 통통배 소리에 목을 늘인다. 육지에 나갔던 남편에 대한 기다림이다. 뭍에서 온 아들의 전화를 받는 할머니의 굽은 허리는 이 애틋함을 더한다. 섬은 ‘고된 삶’이 묻어나는 곳이다. 이래서 섬의 낭만과 멋, 자유는 육지 사람만의 전유물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홀로 풍랑을 맞는 섬들의 자태는 예나 지금이나 여러 ‘태고의 흔적’과 ‘감성의 샘’을 간직하고 있다. 변한 것은 섬 사람들이 부쩍 경제·정치사에 관심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삶의 팍팍함 때문이다. 남·서해안의 전남 신안은 이 같은 섬들이 모여사는 시골 고향같은 곳이다. 자그마치 1004개다. 국내 섬 10개 가운데 6개가 신안에 있는 셈이다. 수년 전만 해도 14개 읍·면이 모두 섬이었다. 이제야 2개 섬에 다리가 놓여 그나마 섬 주민들의 발품을 덜어주고 있다. 신안의 섬들은 ‘섬 속의 육지’로도 불린다. 섬에서 해산물을 돈 주고 사먹을 정도로 주업이 어업이 아니라 논농사다. 섬 연구가들은 섬 사람들이 전통 농업사회에서 ‘뱃놈’,‘섬놈’이란 하대(下待) 풍조에 반항, 내 농토를 갖고 농사지으려는 육지 지향성을 보였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이아몬드제도 사람들 신안의 읍·면 가운데 흑산면만 고기잡이로 먹고 산다. 나머지는 농사가 생계 수단이고 어업은 부업이다. 논·밭 경작지 면적은 2만여㏊로 전남도내(22개) 시·군에서 5번째쯤 된다. 안좌도·압해도·지도는 논농사가 저마다 1000㏊를 넘는다. 다이아몬드제도로 불리는 자은·암태·도초·하의·신의·장산·비금·팔금도 등 8개 섬도 웬만한 육지보다 농토가 더 넓다. 하의도 대리 1구 양성열(55) 이장은 “마을 62가구에서 50가구가 논농사를 짓고 3가구는 농사와 어업을 한다.”면서 “섬이지만 농촌처럼 노령화가 심각하고 주민들도 순박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비금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읍동리 조탁균(44)씨는 “섬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도 주 소득원인 농산물값 안정”이라며 주업은 단연 농사일이라고 말했다. 천일염전으로 유명한 증도에는 횟집이 한 곳도 없다. 풍어제를 모시는 흔한 사당도 없다. 교회만 11개로 주민 10명 가운데 9명이 교회에 나간다. 국내 최대인 태평염전은 463만㎡(140만평)로 소금 생산으로 돈벌이를 삼는다. 한창 더운 날 만들어지는 천일염은 단순 노동력이 만들어 낸다. 오죽하면 인부 ‘땀 한 됫박에 소금 한 됫박’이라고 했을까. 최근 천일염이 광물에서 식용으로 법적인 인정을 받았으니 증도 섬주민들의 호주머니는 더 풍족해질 듯하다. ●토속민요에 삶을 녹여 2006년 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녹음실에는 신안의 각 섬에서 내로라 하는 소리꾼 50여명이 모였다. 토속민요 21곡을 음반에 담았다. 음반 제목은 ‘신안 섬사람들의 삶의 노래, 희로애락’.‘섬에 사는 물고기는 잡혀서 서울 구경하는데 우리들은 육지 구경 한 번 못했네’. 가거도 뱃노래다. 죽은 시어머니를 욕하지만 그리워하는 청춘가, 진도 아리랑과 흡사한 가락에 흑산도 산다이(파시에서 부르는 노래)도 있다. 이밖에 얼씨구타령, 난초노래, 물레노래, 해녀들의 놋소리, 보리타작, 연자방아 노래 등 힘든 삶에서 나온 노동요가 태반이다. 이 음반 발매를 기획한 신안문화원 최성환(37) 사무국장은 “육지 민요가 국악화된 반면 섬 민요는 삶의 애환을 실어 부르기 쉬운 노래”라며 “섬 민요는 신세 한탄으로 노랫말이 구슬프지만 가락은 아주 흥겹고 즐겁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음반 발매 이후 섬 가수들로 ‘섬들이 민요합창단(주민 40여명)’을 꾸려 3년째 운영해 박수를 받고 있다. ●열린 섬사람들 지난 6월 18대 총선에서 신안(무안군 포함) 유권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임에도 불구, 대통령 아들과 민주당 후보 대신 무소속을 찍어 놀라게 했다.2006년 4월 신안군수, 이해 10월 치러진 군수 재선거에서도 민주당 대신 무소속 후보를 선택했다. 섬 사람들이 품은 속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연구원이었던 김준(45·해양관광) 박사는 “섬은 지형상 폐쇄적이지만 주민들은 아주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라며 “이는 모든 길이 뱃길로 열려 있어 문화와 문물 흡수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섬 문화가 넘실대는 전남지역에는 1964개(유인도 276개) 섬이 존재한다. 이곳에 사는 주민만도 20만 772명. 섬 면적을 합치면 1755㎢로 서울시(605㎢)보다 3배 가까이 넓으니 섬은 주민들의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다. 신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주식·생필품 죄다 내륙서 ‘공수’ 가거도 사람들은 국토 최서단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소흑산도). 이곳은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136㎞ 거리다. 쾌속선을 타면 4시간30분이 걸린다. 독도에서 뜬 해가 한반도를 지나 마지막으로 가거도로 떨어지는 곳이다. 오가는 사람이 적다 보니 주민들은 때 묻지 않아 순박하다. 오죽 먹고살 게 없었으면 사람이 살 만하다고 해 ‘가거도(可居島)’라 했겠는가. 가거도에는 305가구 529명(남자 302명)이 산다. 섬 크기는 900만㎡(300만평)로 논농사는 전혀 하지 않는다. 밭농사도 텃밭에서 푸성귀 정도만 키운다. 주식과 생필품을 죄다 뭍에서 실어다 먹는다. 주민들은 요즘 “물가는 올라가고 벌이는 줄고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가게에서는 두홉들이 소주 한병이 2500원,1.5ℓ짜리 음료수가 3000원이다. 육지보다 거의 곱절이다. 조기·멸치를 빼면 바다에서도 별로 나는 게 없어 주민 생활도 궁핍하다. 섬 가운데로 독실산(해발 639m)이 심술궂게 솟아올라 길마다 가파르다. 물양장에서 가거리 2구와 독실산 군사기지까지 4∼5㎞ 남짓만 찻길이다. 나머지는 경사도 40∼60도인 골목길이다. 어찌나 가파른지 노인들은 맨몸으로 걷기조차 힘들다. 배로 생필품이 도착하면 다시 2만∼3만원을 줘야 집까지 날라다 준다. 박인영(50) 흑산면사무소 가거도출장소장은 “집들이 대부분 비탈면에 지어져 있어 노인들은 걸어 다니기조차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 주 소득원이 한약재로 쓰이는 후박나무 껍질이다.6월 한달동안 섬사람들은 후박나무 밑동을 잘라낸 뒤 껍질을 벗겨 삶고 말리는 일에 매달린다. 주민 임진욱(44·가거1구)씨는 “가장 잘 벗기는 사람이 하루에 10만원 조금 넘게 번다.”고 말했다. 신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뜨거운 美대선 현장] 오바마 vs 매케인 판세 분석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뜨거운 美대선 현장] 오바마 vs 매케인 판세 분석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오는 11월4일 제44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실시된다. 올해 미국 대선은 최초의 흑백대결로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이 높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8년간 임기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미국 국민들이 변화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흑백이라는 인종 변수와 전통적인 민주·공화 표밭을 감안할 때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46) 상원의원이 공화당의 존 매케인(71) 상원의원에 일방적으로 앞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270명을 확보하기 위한 오바마와 매케인의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의 대선 판세 지도를 보면 민주당은 캘리포니아 등 서부 연안 대형주와 뉴욕, 매사추세츠, 메인, 펜실베이니아 등 북동부 주들과 일리노이, 미시건 등 중부 산업 주들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반면 공화당은 남부와 중서부 주들에서 강세를 보였다. ●오바마, 매케인에 지지율 5∼7% 포인트 앞서 대선 지도를 보면 민주당을 의미하는 파란색보다는 공화당을 의미하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것은 선거인단 수가 많은 캘리포니아(55명)와 뉴욕(31명) 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대선에서는 격전주(스윙 스테이트)들이 늘어났다. 민주·공화 양당 후보는 상대의 아성을 공략하며 대선 판도 변화를 선언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지난달 26∼29일 실시한 전국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가 47%로 42%를 기록한 매케인을 5% 포인트 앞섰다. 라스무센(27∼29일) 조사에서도 49%대44%로 오바마가 매케인에 5% 포인트 높았다. 미국의 정치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지난달 15∼29일 실시된 여론조사들을 평균한 결과 오바마가 47.5%로 40.4%인 매케인에 7.1% 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는 전국지지율보다 선거인단 수가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격전 주별 지지율이 중요하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7월1일 현재 민주당의 오바마는 238명의 선거인을, 공화당의 매케인은 163명의 선거인을 각각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11개주의 선거인단 137명을 놓고 오바마와 매케인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11개 격전 주를 공략하라 격전 주에는 플로리다(27명)와 오하이오(20명), 미시건(17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버지니아(13명)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주들의 결과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서부의 콜로라도, 뉴멕시코, 네바다, 중부의 미주리, 인디애나 등도 관심이다. 현재 주별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매케인이 5% 포인트와 4.2% 포인트 앞서 있다. 네바다 주에서는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콜로라도와 오하이오에서는 오바마가 5.3% 포인트와 4.5% 포인트씩 앞서고 있다. 미시건에서도 2.0% 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다른 주들에서는 거의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오바마, 남부·중서부를 공략하라 오바마는 40년 만에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등 남부 주들의 탈환을 노린다. 여기에 콜로라도와 히스패닉 유권자가 많은 네바다, 뉴멕시코주도 겨냥하고 있다. 버지니아의 경우 최근 수년간 실시된 의회·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잇따라 선출되면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가 지난달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뒤 본선 ‘출정식’을 버지니아에서 가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제정책을 내걸고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미주리 등 남부 주들을 순회한 것도 남부 탈환 전략의 일환이다. 흑인 유권자들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하지만 선거전문가들은 그동안 흑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반대급부로 보수적인 백인 유권자들의 참여율이 높을 경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케인, 중부 산업 주를 공략하라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는 그동안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중부 산업 주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미시건과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이 주요 대상 지역이다. 이 지역은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모두 패한 곳이다. 백인 노동자 계층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선거운동을 펴고 있지만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이 변수다. 매케인은 보수적인 시골과 소도시를 중심으로 적극 공략에 나섰다. 오바마보다 일찌감치 TV광고를 시작하며 선점효과를 노리고 있다. 오바마는 경제를, 매케인은 안보를 각각 전면에 내세우며 흔들리는 표심 잡기에 나섰다. kmkim@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음악가가 음향기기 만드는 ‘통섭의 시대’ 온다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음악가가 음향기기 만드는 ‘통섭의 시대’ 온다

    원효의 화엄사상 해설이나 조선 말기 실학자 최한기의 기(氣) 철학에서 주로 사용됐다. 정치적으로는 ‘총괄하여 관할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재해석해 도입한 개념이다. 요즘 한국 지식사회의 최고 화두는 ‘통섭(統攝)’이다. 대학들은 앞다퉈 통섭을 표방한 학과를 설립하고, 석학들은 지식의 통합을 외치고 있다. 통섭이 ‘새로운 변화’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4년 전 일개 학설로 한국에 소개된 통섭은 이제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우리 사회가 가야 하는 방향으로 대접받고 있는 셈이다. 통섭이 왜 국내 지식사회의 주제어로 떠올랐고, 그것은 왜 필요한 것일까. 통섭을 주장하는 많은 학자들은 통섭이 ‘한국적 특수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 이과의 구분에 익숙해진 한국 사람들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별개의 학문으로 생각한다. 서양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편의상의 학과 구분이 한국에서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고, 결국 그것은 유연하고 복합적인 사고를 갖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학자들은 인간과 기계, 우주, 생명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과학적 방법과 인문학적 방법으로 동시에 고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1933년부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교류가 시작됐고, 일본도 학문 전 분야를 아우르는 ‘슈퍼대학원’의 등장을 앞두고 있다. 물론 특수한 학과가 오히려 인기를 끌 정도로 ‘전문성’이 강조되는 한국사회에서 통섭을 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노령화, 산업 변화의 가속화 등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섭적 사고를 갖춘 인간상이 필요하다. 한 예로 평생 직업의 개념이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직업을 찾기 위해 매번 새로운 자격증을 따고 공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폭넓은 사고를 갖고, 뛰어난 적응력을 가진 사람을 키운다면 그만큼 새 길을 모색하고 목표를 세우는 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학자들이 ‘통섭형 사고 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통섭은 학문의 벽을 허무는 일에서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대학사회는 같은 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없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이같은 구분은 오히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장애로 작용할 뿐이다. 특히 다른 학문에 대한 관심과 기본적인 개념의 이해는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개미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인간사회를 기본으로 연구하거나, 기계공학자 대신 음악 전공자가 음향기기를 만든다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미분방정식으로 경제를 예측하는 대신 자기공명영상을 도입해 경제활동을 하는 인간의 뇌를 분석하기 시작했다.MIT에서는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은 채 전자기기가 오페라의 막을 올리고 공연을 한다. 여러 학문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아리스토텔레스 통섭의 원조 통섭은 인류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지식의 경계’를 넘어서려고 했던 모든 노력을 통섭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각종 학문에 ‘광범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지식의 경계가 없던 시절인 만큼 그의 관심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그 결과 수많은 분야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원조’로 떠받들어진다. 박지원, 홍대용, 최한기 등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들도 인문사회과학을 배워 자연과학에 적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통섭의 역사에 기록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200여년의 시간 차이는 있지만 서양의 다빈치와 조선의 정약용이 약속이나 한 듯 기중기(거중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은 통섭적 사고가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환경과는 상관없이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통섭은 ‘자연을 흉내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인간사회를 바꾼 수많은 도구와 아이디어가 자연에서 비롯됐다. 기업들은 동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연구해 새로운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현실에 존재하는 통섭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MIT 미디어랩은 1985년 ‘함께 모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자.’는 소박한 목표로 시작됐지만, 매년 수백건 이상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상상력 공장’으로 발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국내 연구 현주소 2005년 최재천 교수 등 윌슨의 ‘컨실리언스’를 번역 학문적 기반 아직 취약… 대학들 전면도입 움직 통섭의 개념이 국내 학계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과학철학자 장대익 박사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통섭’이란 이름으로 번역, 출간한 2005년의 일이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받은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이자 생태학자인 윌슨은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섬 생물지리학과 사회생물학이라는 두 개의 학문을 개척했다. 윌슨이 주창한 컨실리언스는 르네상스 회귀로 집약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모든 학문이 언젠가는 자연과학적인 방법론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컨실리언스는 19세기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이 처음 만들어냈다. 라틴어의 ‘컨실리에르(consiliere)’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된다.‘컨(con)’은 영어로 ‘함께’라는 뜻을,‘살리에르(salire)’는 ‘뛰어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결국 휴얼과 윌슨의 ‘컨실리언스’는 ‘서로 다른 현상들로부터 도출되는 결론들이 서로 일치하거나 정연한 일관성을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최 교수와 장 박사는 컨실리언스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찾기 위해 고심하다가 원효대사의 화엄 사상에서 통섭이라는 말을 찾아냈다. 그러나 이들의 통섭은 방법론과 지향점에서 윌슨 것과 다르다. 윌슨이 자연과학으로의 통합을 강조한 데 반해, 이들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동등한 위치에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통섭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들의 상당수가 무조건적인 생물학 중심의 학문적 통합보다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통섭이 ‘학문간의 벽을 허물자.’라는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그것의 정확한 의미나 지향점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은 취약하다. 올 초 서울대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기계적으로 학과가 통합되는 것을 물리학적 통합, 두 학문이 새 학문을 만들어내는 것을 화학적 통합으로 정의한다면 통섭은 생물학적 결합으로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구체적 지향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가설과 학문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 중인 외국과 달리, 전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움직임은 다소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인위적인 벽 허물기가 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통섭의 시대’ 다시 주목받는 다빈치식 사고 통섭을 언급하는 학자들은 통섭형 인간의 표본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꼽는다. 다빈치식 사고는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경험을 통한 증명정신, 예리한 관찰과 섬세한 감각, 모호한 것까지 포용하는 묘사법, 과학과 예술의 조화, 건강한 육체와 정신, 그리고 한 가지 아이디어에 다양한 분야를 엮어내는 연결 습관 등으로 집약된다. 시대와 환경을 뛰어넘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 셈이다. 과연 다빈치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사고방식이 그로 하여금 위대한 업적을 쌓게 만들었을까. 다빈치식 사고를 가진 수많은 사람을 키워 새로운 시각으로 현대를 바라보게 할 수는 없을까. 이탈리아 각지에 숨어 있는 다빈치의 발자취를 찾아, 왜 그가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빈치·피렌체·밀라노(이탈리아) 박건형특파원|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잡은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 앞 광장. 거대한 성당 두오모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꼭 지나야 하는 이곳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동상이 우뚝 솟아 있다. 동상 아래에 적혀 있는 ‘과학과 예술의 혁명가(AL Rinnovatore Delle Arti E Delle Scienze)’라는 문구는 다빈치를 설명해주는 가장 짧은 수식어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추앙받는 다빈치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헌사다. ●거대한 박물관이 된 다빈치 고향 5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탈리아 곳곳에는 다빈치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다빈치는 이탈리아인들의 영웅이자 정신적 지주다. 수도 로마 공항의 공식 명칭은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기차의 이름 역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다. 공항 곳곳에 다빈치의 작품을 형성화한 조형물들과 그의 동상을 목격할 수 있다. 암흑의 중세를 벗어나 인문학의 부흥을 이끌어낸 르네상스의 핵심도시 피렌체를 지나 피사 방향으로 65㎞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빈치에 도착했다. 나지막한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고, 사방 어느 곳에나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만이 가득한 특별할 것 없는 시골마을이 바로 다빈치의 고향이다. 마을 중심지의 가장 높은 곳에는 3m가 넘는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도’ 조형물이 다빈치의 고향임을 말해주고 있다. 다빈치는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이론에 따라 기하학적으로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원 안에 사람의 몸을 그렸다. 이 비례도의 원본은 베니스 박물관에 소장돼 있지만, 공개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빈치가 빈치에 살았던 기간은 태어난 이후 피렌체에서 베르키오의 도제로 들어가기 전까지 16∼17년간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그의 생가는 세 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 집 내부에는 다빈치의 생애와 작품에 관한 글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다빈치의 흔적은 벽난로와 책상뿐이었다. 생가를 지키고 있는 빈치 시청의 알베르토 로카티는 “다빈치는 세르 피에로와 카테리나라는 하층계급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다.”면서 “다빈치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다빈치의 왕성한 학구열이 어린 시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반사작용이란 설도 있다.”고 소개했다. 마을의 중심지 폭이 채 500m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빈치지만, 마을 전체가 거대한 다빈치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성당 옆에 자리잡은 다빈치 박물관에는 그가 설계한 물레와 기중기 등의 원리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다빈치 아이디어 박물관은 다빈치의 사고가 어떻게 형성됐으며 후세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체험관이다. 박물관 학예사인 세르지오 페오네는 “다빈치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사고가 다방면으로 발달해 있었다.”면서 “이 박물관의 첫 번째 전시물도 플라톤의 흉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빈치가 스케치한 작품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작업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 곳곳에 자리잡은 상점에서는 티셔츠나 엽서 등 흔한 기념품 대신 다빈치가 고안한 시계와 헬리콥터 모형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학문과 예술 꽃피운 피렌체, 밀라노 다빈치 연구자들은 그의 생애를 크게 제1차 피렌체 시대(1466∼1482), 제1차 밀라노 시대(1482∼1499), 제2차 피렌체 시대(1499∼1506), 제2차 밀라노 시대(1506∼1513), 그리고 로마ㆍ앙부아즈 시대(1513∼1519) 등 다섯 시기로 구분한다. 말년을 제외하면 그의 성과가 대부분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이뤄진 셈이다. 피렌체 우피치 박물관에는 다빈치의 작품 중 가장 오래된 1473년의 데생이 걸려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빈치는 보티첼리, 크레디, 페루지노 등 베로키오 산하의 수많은 제자들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로키오의 도제로 있는 동안 다빈치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건축, 도형 연구, 광학론, 원근법, 기하학, 자연과학, 음악 등을 폭넓게 익혔다. 이때 배운 원근법의 결실이 바로 1495∼1497년에 다빈치가 완성한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최후의 만찬’이다.15분에 단 25명의 관람객에게만 공개되는 이 불후의 거작은 성당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크고 장엄했다.‘최후의 만찬’ 전문 가이드인 실비아 솜바루는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미술사학자, 구조학자, 역사학자, 광학자 등 각 분야에 걸쳐 있다.”면서 “지금도 이 그림 연구로 연간 수십편의 논문이 쏟아져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성당 길 건너편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 과학기술박물관이 있다. 온통 과학에 관한 내용으로 꾸며진 박물관 전시물 중 다빈치가 고안한 각종 기계들이 단연 인기다. 피렌체 시내에도 다빈치의 기계를 실물 크기로 재구성해 전시·체험할 수 있도록 한 두 곳의 박물관이 있다. 두 도시의 대형 서점에는 다빈치 관련 서적들이 별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탄생 555주년을 맞았던 지난해에는 도시 전역이 다빈치 기념물로 꾸며지기도 했다. 빈치시의 다빈치 박물관장 알레산드로 베조시는 “다빈치의 지식은 대부분 직접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단계를 거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빈치가 ‘단순한 천재’였다면 그저 동경의 대상이자 신화적인 존재에 머물렀겠지만, 다빈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각고의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닮고 싶은 존재’ ‘배워야 할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kitsch@seoul.co.kr ■다빈치는 어떻게 만능학자가 되었을까 호기심·증명정신 겸비 ‘노력하는 천재’ 해부학자, 건축가, 식물학자, 도시계획가, 의상·무대디자이너, 요리사, 해학가, 엔지니어, 발명가, 지리학자, 지질학자, 수학자, 군사과학자, 음악가, 화가, 철학자, 물리학자, 이야기꾼…. 다빈치는 인간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여러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이탈리아 전역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에도 다빈치 박물관이 있고 대부분 진품을 최소한 한 가지 이상 소장하고 있다. 평생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얼마나 방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탄생한지 55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빈치는 지식인들이 꿈꾸는 ‘만능인’(Universal Man)의 표상으로 꼽힌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가 주창한 지능의 다양성에 대한 이론에 따르면 천재는 논리·수학(스티븐 호킹, 아이작 뉴턴), 언어(윌리엄 셰익스피어, 에밀리 디킨슨), 공간·기술(미켈란젤로), 음악(모차르트), 신체·운동감각(무하마드 알리), 사회적 대인관계(엘리자베스1세, 마하트마 간디), 자기 인식적 대인관계(틱낫한, 테레사 수녀) 등 일곱가지 척도 중 하나에서 특이성을 보인다. 그러나 다빈치는 일곱가지 분야에서 모두 천재성을 나타냈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현대 사회에서 다빈치가 다시 각광받는 것은 그가 거의 모든 학문에서 특이성을 보인 이유가 단순한 천재여서가 아니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노력하는 천재’였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실용주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가 해부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정확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고, 물의 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좋은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유체역학에 대한 연구는 비행기 설계로 이어졌고, 노년에는 이 모든 기계의 원리를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근원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빈치의 사고방식을 이해함으로써 교육법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이클 겔브가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생각하기’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교육서적 목록에 올라 있다. 겔브는 “다빈치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재다능하고 균형잡힌 인간, 예술과 과학 양쪽을 모두 편안하게 포용할 수 있는 인간을 이상형으로 삼았다.”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폭넓은 지식을 쌓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다빈치식 사고는 최적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철학적 원칙 있어야 아름다운 승리 가능

    깊은 밤에 TV 스위치를 올렸다. 제법 긴 글을 써야 할 일이 있어서 밤과 새벽 사이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습관적으로 켰던 것이다. 케이블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광고를 아무 생각없이 물끄러미 쳐다보니 한 아파트 광고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세련된 차림의 여자 모델이 아이들과 함께 잔디 위에서 공을 차고 있었다.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주의해서 그 광고를 바라보았다. 화면 속에서 아이들은 구김살 없는 웃음을 터트리며 잔디밭을 뛰어다녔고, 근사하고 세련된 차림의 여주인공은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찼다. 봄날의 벚꽃처럼 터지는 웃음과 맑은 하늘, 그리고 자유롭게 비상하는 둥근 축구공. 사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축구가 의미있는 소품으로 등장한 지는 꽤 오래됐다. 물론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의 영화 ‘지중해’처럼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르고 축구에 열광하는 군인들 이야기나 아마추어 선수가 유럽 최고의 클럽 선수로 발전해 나가는, 자우메 골렛 세라 감독의 ‘골’이라는 영화도 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축구를 소재로 삼지 않았어도 축구공은 여러 영상에서 자주 볼 수 있다. 90년대 초반의 최고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에서도 여러 사연 때문에 시골을 떠돌게 된 최민수와 고현정은 어느 작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차고 논다. 세상 시름 다 잊고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동네 꼬마들과 공을 차는 그 순간만큼은 두 주인공이 천사의 땅에 사는 듯 느껴진다. 이 장면은 비록 주인공들의 사연을 좀더 애틋하게 치장하는 작은 도구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축구와 축구공이 가지는 순백의 미학을 그대로 증명해 보였다. 물론 우리의 삶은 드라마와 광고처럼 달콤하지 않다. 그리고 축구 선수들 역시 화면 속의 주인공들처럼 아무런 강박관념 없이 공을 차는 것은 아니다. 어느 오락 프로그램의 유행어대로 ‘광고는 광고일 뿐 오해하지 말자’.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아름다운 경지를 외면하거나 포기할 일은 아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숨막히는 90분 동안 그와 같은 ‘딴 생각’을 해서도 곤란할 수 있다. 그러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명감독 아르센 벵거는 이렇게 말한다.“내가 추구하는 축구가 단 5분만이라도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 바로 그런 철학적 원칙이 필요하다. 그래야 아름다운 승리도 가능하고 축구의 진정한 발전도 가능한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악취 풍기던 대치 유수지 체육공원으로

    악취 풍기던 대치 유수지 체육공원으로

    유수지가 웰빙형 체육공원으로 대변신했다. 사계절 심한 악취를 풍기며 모기 등 해충 서식지였던 것과 크게 달라졌다. 한강으로 흘러드는 탄천이 옆을 지나는 강남구 대치유수지가 바로 그곳이다.2년여 공사 끝에 테마공원과 복합체육시설로 단장해 16일 개장한다. 14일 강남구에 따르면 유수지를 끼고 있는 대치동 74의 8만 4053㎡ 부지에 ‘대치유수지 체육공원’을 조성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하수 설비는 온데간데없고, 건강과 활력이 넘치는 공원이 주민들을 맞는다. 체육공원은 4개 존으로 꾸며졌다.▲환경조형물 ‘빛의 날개’와 자연형 연못이 어우러진 ‘그린존’ ▲음악분수, 인공암벽등반 코스, 스케이트장, 홍보관, 전시 공간이 있는 ‘멀티프라자존’이 있다. 조형물 빛과 날개는 환경조각가 안필현(48·여) 경기대 미술학부 교수의 작품이다. 또 ▲국제공인 규격의 인조잔디 축구장과 농구장 2면, 테니스장 2면, 족구장을 겸한 배드민턴장, 인라인스케이트장을 갖춘 ‘스포츠 콤플렉스존’도 자랑거리다.▲생태공원, 안개분수, 인공폭포, 등허리 지압기 등 9종의 운동시설을 완비한 ‘웰빙존’도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9월 체육공원 사용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 축구장만 사용료를 받고 나머지 시설은 모두 무료 개방한다. 조례제정 전까지는 축구장 사용도 무료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 예약을 받는다. 체육공원의 전체를 가로지르는 400m 길이의 시냇물에서는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공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출입문을 5곳이나 만들었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오수와 빗물을 일시 저장, 집중호우 피해를 방지하는 유수지 본래의 기능은 그대로 살아 있다. 공원의 지하에 6000t의 저류조(지하 탱크)가 있기 때문. 오수가 넘치면 물을 퍼내는 펌프 12대(550마력 5대 등)에 720마력 5대를 추가로 설치, 성능을 강화했다. 시간당 30㎜ 폭우가 쏟아져도 지하에서는 펌프가 가동 중이고, 위에서는 축구경기가 가능하다. 체육공원은 185억원 공사비 전액을 국내 처음으로 민간투자(BTL) 방식으로 조달해 건설됐다. 구청이 20년 동안 이자를 포함해 한해 22억원씩 갚으면 된다. 준공식은 오는 23일 갖는다. 강남구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서 토목, 조경, 생태 등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꾸려 국내 최고의 주민시설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HAPPY KOREA] (2부)사람이 곧 희망이다 1.아름다운 마을, 행복이 보인다

    [HAPPY KOREA] (2부)사람이 곧 희망이다 1.아름다운 마을, 행복이 보인다

    마을 조경사업 하면 으레 적지 않은 사업비를 들여 대대적인 공사를 벌여야 하는 것으로 알기 십상이다. 하지만 마을 리더의 열정과 감각, 주민들의 참여의식만 뒷받침되면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쾌적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 수 있다. 강원 원주시 승안동마을과 횡성군 덕고마을, 경기 고양시 행신3동의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친환경 공간디자인이 돋보이는 승안동마을 강원 원주시 흥업면 대안1리(승안동마을)는 105가구,326명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쌀과 고구마를 주로 생산하고, 알려진 산이나 유적 등 관광자원이 거의 없어 일반인들에게 낯선 마을이다. 하지만 매년 1만여명의 도시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수년 전부터 진행하는 농촌체험프로그램이 호응을 받는 데다 마을 곳곳에 스며 있는 미술적 테마들이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사업의 일환으로 ‘승안동마을을 새롭게 디자인하라.’란 제목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다. 마을에 들어서다 보면 입구의 하천변 난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인근 학교 아이들이 나무판자에 그린 그림들을 철제 난간에 줄지어 매달아 놓았다. 당초 실족 위험이 커, 철제 난간을 설치하다 보니 너무 딱딱한 느낌이 들어 아이들의 작품을 활용한 것. 방문객들은 마을에 들어서기 전 그림들을 들여다 보면 친근함을 느낀다고 한다. 마을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녹색농촌 체험관 앞 마당 한쪽엔 ‘그림책버스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200여만원의 비용을 들여 폐버스를 리모델링해 내부에 도서관을 꾸민 것. 수천여권의 그림책은 각종 사회단체로부터 기증받았다. 방과후나 휴일에 마땅히 갈 곳이 없던 마을 아이들에게 놀이터 겸 책방으로 인기 만점이다. 또 동네어귀의 콘크리트 벽엔 아이들이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찍은 벽화가 눈길을 끈다. 그밖에 마을 창고 등 각종 시설물에 벽화그리기, 맨발지압공원 및 마을입구 화단, 느티나무 쉼터 조성 등을 통해 마을이 바뀌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같은 마을가꾸기 사업에 들어간 비용이 3000여만원에 불과하다는 것. 벽화는 공공미술 전문가 그룹에 요청해 협조를 받았고, 각종 작업은 철저히 주민들이 나서 진행했다. 프로젝트 진행을 주도하는 사람은 마을 가꾸기의 총체적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조종복(41) 사무장. 그는 4년 전 벤처회사를 그만두고 내려와 쌀·고구마 농사에 의존하고 있던 마을에 체험관광을 도입, 새 활로를 모색해 왔다. 조 사무장은 “이장을 중심으로 노인회와 부녀회, 청년회로 이사회를 꾸려 기업을 경영하듯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제 주민들이 ‘자원이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사는, 아름다운 마을을 가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마을이 아름다워야 소득도 높아진다 강원 횡성읍 정암3리 덕고마을은 덕고산 자락에 둘러싸인 조용한 농촌이다.46가구가 사는 이곳은 횡성 조씨 집성촌이다. 노인회와 부녀회, 작목반 등을 중심으로 마을 대소사를 비교적 원활하게 처리하고 있다. 마을에선 지난해 2월 이후 행정기관으로부터 2000여만원을 지원받아 ‘전통이 깃든 마음의 고향 덕고마을 가꾸기’란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중 핵심은 철쭉단지 조성사업과 1가구 1화단가꾸기 사업. 철쭉단지 조성사업은 마땅한 관광자원이 없는 마을에 볼거리를 만들고, 주민 소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됐다. 마을 입구에 자리한 농업체험관 뒷산 3000여평에 2011년까지 철쭉단지를 꾸며 축제를 개최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또 철쭉 묘목을 구입해 마을주민들에게 1개당 100원에 분양하고, 주민들이 2년 동안 키운 철쭉나무를 1000원에 다시 사들임으로써 주민 소득에 도움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키운 철쭉은 주민들이 직접 산에 심어 철쭉단지를 완성하게 된다. 덕고마을에선 또 가구마다 화단가꾸기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아름다운 마을은 주민에게 행복감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자원이기 때문. 참여 가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마을을 구경하러 오는 방문객수도 연간 7000여명이나 된다. 마을 이장 조범진씨는 “처음에는 환경가꾸기 사업이 당장 주민 소득으로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주민 참여가 소극적이었지만, 점차 외부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민 참여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자투리 공간만 활용해도 마을이 살아나요 경기 고양시 행신3동은 대단위 아파트촌과 낡은 단독주택촌이 혼재한 ‘복합마을’이다. 아파트 지역은 비교적 정리가 잘 돼 있는 반면 주택 지역은 복잡하고 쾌적감도 떨어진다. 양쪽 주민들간 이질감도 커 사업추진에 어려움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행신3동에선 주민자치위원회와 부녀회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손길이 가지 못한 곳 중심으로, 마을가꾸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단독주택부지의 후미진 공터, 도로변 삭막한 담벼락, 공원의 자투리땅 등이다. 후미진 공터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무단투기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지저분한 것들을 깨끗이 치우고, 스테인리스 재질의 재활용 수거함과 화분을 배치하면서 동네가 한결 쾌적해졌다. 또 담벼락엔 담쟁이 덩굴을 심어 삭막함을 없앴다. 김용석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수가 적은 시골마을과 달리 도시의 특성상 주민자치위원들과 부녀회 간부들 중심으로 마을가꾸기 사업을 진행해 왔다.”면서 “동네 분위기가 한결 쾌적해지면서 일반 주민들의 참여도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횡성·고양 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길섶에서] 베푸는 기쁨/ 구본영 논설위원

    시골 초등학교 동기생인 A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암 치료를 받고 있는 다른 동기생 B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용건을 밝혔다. 집안 사정도 딱한 친구이니, 십시일반으로 돕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동참을 권유했다. 자영업을 하는 A도 나라 전체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 가게 형편이 그리 좋지 않다는 소문을 들은 터였다. 그런데도 전화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넘쳐났다. 그래서 요즘 사업이 잘 되냐고 묻자 그건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중병을 앓고 있는 옛 친구를 돕기 위해 벌써 친구들 여럿이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제서야 그의 목소리가 활기를 띠고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유대인의 생활의 지혜를 담은 경구가 생각난 까닭이다. 즉,“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릴 때에 자신에게도 몇 방울 정도는 묻기 때문이다.”는 탈무드의 한 구절이 떠오른 것이다. 병을 앓고 있는 친구가 쾌유하길 기원한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뮤지컬 신작 3편 3색 관전포인트

    뮤지컬 신작 3편 3색 관전포인트

    올 여름 국내 뮤지컬 시장은 신진세력과 구세력의 춘추천국시대라고 할 만하다. ‘맨오브라만차’ ‘시카고’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입증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쏟아진다. 그런 한편 개성과 정통성을 갖춘 신작의 공세가 거세다. 쟁쟁한 재공연과 대결 구도를 이룰 신작 세 편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브로드웨이에서 뜨는 작곡가 라키우사의 초연작 ‘씨왓아이워너씨’ 15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하는 ‘씨왓아이워너씨’(See What I wanna see,8월24일까지)는 사면에 객석을 두고 시작한다. 무대에서 6m 위 고정틀에 드리워진 흰 천이 걷히면 무사와 그의 아내가 등장한다. 브로드웨이에서 최근 주목받는 작곡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의 2005년 초연작인 ‘씨왓아이워너씨’는 일본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세 편을 모은 작품이다.‘덤불 속에서’ ‘용’ ‘케사와 모리토’를 재료로 해 2000년대 뉴욕 센트럴파크로 배경을 옮겼다. 남편은 아내가 겁탈당하는 장면을 본 뒤 죽고, 여자는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고 진술한다. 강도는 자신이 살인범이라 주장한다.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점과 그들이 말하는 ‘서로 다른 진실’이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어려운 주제를 던진다. 묵직하면서도 때로는 현란하고 날카롭게 신경을 그어대는 피아노와 관악기의 선율이 감정선을 세게 죄어온다. 무대 바닥과 사면에는 영상이 설치돼 시공간의 변화에 입체감을 더한다. ●버나드 쇼의 연극 ‘피그말리온´ 원작으로 하는 ‘마이페어레이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가 무대에서도 통할까.‘마이페어레이디’(8월22일~9월14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꽃 파는 처녀 일라이저가 사교계 공주로 떠오르는 신분상승을 그린 뮤지컬.1956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첫 선을 보인 뒤 1964년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동명영화로 더 인기를 얻었다. 버나드 쇼의 연극 ‘피그말리온’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히트곡이 많은 뮤지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뮤지컬평론가 조용신씨는 “격조 있는 세트와 화려한 의상으로 50년대 영국 상류사회를 간접체험하게 해주는 작품”이라면서 “다만 당시 영국사회의 신분 차이를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진행된 TV 공개 오디션에서 1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인공 일라이저 역에 뽑힌 신인의 역량도 관심거리다. ●영화와는 어떻게 다를까?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시골 학교에 막 부임한 23살 선생님과 열여섯 늦깎이 학생 홍연이의 수줍은 사랑을 담은 영화 ‘내 마음의 풍금’(22일∼9월11일·호암아트홀)이 뮤지컬로 다시 고개를 내민다. 창작 뮤지컬은 음악 문제가 항상 고질병으로 지적됐으나 이 작품에서는 음악에 대한 기대가 높다.‘명성황후’ ‘맘마미아’ 등 대작 뮤지컬의 음악감독을 도맡아온 김문정 감독이 직접 작곡한 7개의 곡을 선보이기 때문. 총각선생님을 연기할 오만석, 조정석의 각기 다른 연기 색깔을 비교해 보는 것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제작사인 쇼틱커뮤니케이션즈의 김종헌 대표는 “갓 부임한 총각선생의 풋풋한 느낌을 살려 내는 조정석의 상큼함과 어린 제자와의 로맨스를 그려내는 오만석의 능수능란함이 비교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복더위보다 뜨거운 ‘伏마케팅’

    복더위보다 뜨거운 ‘伏마케팅’

    오는 19일 초복을 앞두고 복(伏) 마케팅이 한창이다. 현대백화점은 13일까지 서울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 7개 점포에서 ‘복상품 사전주문 예약제’를 실시한다. 고객이 프리미엄급 초복 식품을 미리 예약하면 원하는 날짜에 매장에서 가져가는 형태다. 전복과 제주 자연방사 재래닭, 수삼, 유기재배 찹쌀, 대추, 밤 등으로 구성된 전복삼계탕세트는 3만 7000원이다. 제주 자연방사 재래닭(900g)은 2만원, 자연산 전복(1㎏)은 18만원, 음성 하우스 수박(12㎏이상)은 2만원, 여름 자연송이(1㎏)는 55만원 등이다. 인터컨티넨탈호텔도 복을 겨냥한 예약 보양식을 내놓았다.6인분 기준으로 조리된 상태에서 포장 판매돼 집에서 간단하게 데워 먹을 수 있다. 세금봉사료 포함 60만원. 풀무원의 친환경식품 전문 브랜드인 올가홀푸드에서는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해 사육한 이른바 웰빙 닭을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올가홀푸드는 일반 닭장(3.3㎡당 50∼70마리)보다 넓은 환경(3.3㎡당 32마리 이하)에서 80% 이상의 유기 사료로 사육한 유기인증 시골닭(통닭 900g 1만 3000원), 제주 청정지역에서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을 주지 않고 사육한 올가 무항생제 영계(삼계닭 550g 6800원) 등을 신제품으로 선보였다. 포장 상태로 끓는 물이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올가 즉석 삼계탕(900g 9800원)도 새로 내놓았다. 무항생제 영계에 유기농 찹쌀, 국산 수삼, 대추 등의 재료를 넣고 화학첨가물 없이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와인도 복 마케팅에 가세했다. 수석무역은 최근 바롱 드 레스탁 보르도 레드(5만원)를 복 상품으로 출시했다. 보르도 지역 가운데 무겁지 않은 와인 스타일을 생산하는 엉트르 두 메르 지역에서 나는 와인이다. 적당한 탄닌과 풍부한 과일향으로 삼계탕의 풍미를 살려준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삼계탕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레오나르도 키안티(2만 3000원), 이오스 샤도네이(3만 7000원), 루 뒤몽 부르고뉴 루즈(5만 3000원) 등도 추천했다. 신동와인도 복 상품으로 다이아몬드 셀러 세미용 샤도네이(2만 2000원), 로버트 몬다비 프라이빗 셀렉션(3만 8000원) 등을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4대가 오순도순 함께 가꾸는 가족사랑

    빠알간 뾰족구두를 신은 엄마가 지금 막 이삿짐을 풀고는 빈 밭을 바라보고 섰네요. 도회지에서 시골로 이사온 첫날, 엄마는 ‘저기에다 콩을 심어야지.’ 당장 마음 먹는답니다. 근데 생각처럼 쉬울 턱이 없지요. 달랑 콩 열다섯알을 심고는 엄마는 밭이랑으로 펄썩 주저앉고 맙니다.“엄마!도와줘!” 이어지는 이야기는 상상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도와달라는 엄마의 말에 엄마의 엄마가 뛰어오고, 또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밭으로 달음질쳐 오지요. 엄마가 호미로 주욱 선을 그으면, 엄마의 엄마는 삽으로 밭이랑을 만들고,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밭을 간답니다. 이제 콩이 무럭무럭 자라날 일만 남았겠지요? 거창한 주제어를 매달고 있지 않아도 아이 손에 쥐어주기 흐뭇한 책이 있습니다.‘세 엄마 이야기’(신혜원 글·그림, 사계절 펴냄)의 행간에는 묘한 즐거움이 스며 있습니다. 우선, 애써 교훈을 던지지 않는데도 곱씹을 만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만드는 대목이 신통하네요. 어린 화자를 포함해 4대가 오순도순 함께 다독이며 사는 소박한 전원의 삶은, 핵가족 시대에 가족의 참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진지한 울림입니다. 어느덧 가을이 와서 콩꼬투리가 누렇게 익었을 때 엄마는 또 엄마를 부릅니다.“엄마!도와줘!” 한 달음에 달려온 ‘엄마들’이 콩밭을 ‘접수’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가을 햇살 가득한 시골 너른 마당엔 콩타작이 한창입니다. 온가족이 모여 메주를 만들고, 그날 밤 엄마와 ‘엄마들’은 닮은꼴의 꿈을 꿉니다. 함께 맛난 된장을 먹는 꿈을요. 보물찾기 하듯 행간을 뒤져 읽는 재미가 큽니다. 협업의 기쁨, 콩으로 만드는 음식의 종류, 가족의 의미 등이 짧은 글 구석구석에 숨어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까지. 9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성동구 ‘녹색 쉼터’ “자연학습장도 되네”

    초록빛 잎 사이로 색동호박과 수세미가 주렁주렁 매달린 7월의 농촌풍경이 서울 한복판에 재현됐다. 8일 오후 서울 행당동 성동구 행정타운 앞마당. 교사의 인솔 아래 청사에 견학온 유치원생들이 돌연 함성을 지른다. “선생님, 엄청나게 큰 오이가 열렸어요.” 박과(科) 덩굴식물을 본 적이 없는 도시 아이들에게 수세미는 ‘큰 오이’일 뿐이다.“오이가 아니라 수세미”라는 교사의 설명에도 아이들은 “수세미는 부엌에서 설거지할 때 쓰는 거잖아요.”라며 좀체 고집을 꺾지 않는다. 성동구가 행정타운 광장 주변에 덩굴식물 200여분(盆)으로 녹색 쉼터를 조성한 것은 지난 1일. 조롱박과 수세미, 색동호박, 오이, 여주 등 17종이 선보였다. 어린이들에게는 자연체험학습장으로, 어른들에겐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을 만들어 도심에서도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했다는 게 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성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지만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가 달려 있는 모습을 본 주민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추억에 잠기거나, 자녀에게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며 설명해주는 등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구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가까이서 자연학습체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식물들을 계절에 맞게 배치할 계획”이라면서 “구청을 찾는 민원인들도 잠시나마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안희정 “정부, 盧 공격해 위기 넘기려고 한다”

    안희정 “정부, 盧 공격해 위기 넘기려고 한다”

    “시골에서 오리농법으로 농사 짓고 계신 분을 왜 자꾸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 민주당 안희정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국가 기밀을 포함한 자료 등을 유출했다는 청와대측의 주장에 대해 “현 정부의 어려움을 전 정부를 공격해서 넘어가려는 의도인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9일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갑자기 전임 대통령의 결점을 중앙으로 끄집어 내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검찰이 이번 자료 유출 의혹 외에도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참여정부가 ‘이명박 죽이기’ 공작을 벌였다는 주장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전화기록까지 다 조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측의 보도자료를 인용,“청와대측은 노 전 대통령이 기록을 다 가지고 간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 기록은 법에 따라서 이미 국가기록원에 다 가 있는 것들”이라고 주장한 뒤 “전직 대통령에게는 그 기록을 열람할 권리가 있지만 열람 서비스 시스템을 현 국가기관이 갖춰놓고 있지 못해서 복사본을 가져다 보고 있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또 “청와대에서 자료를 ‘빼내갔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가져간 지정 기록자료들은 전직 대통령만이 열람할 권리가 있는 것들이 때문에 그런 식으로 표현할 법적 근거와 권리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반출한 자료에 대해 “그 자료들은 현직 대통령이 보고나서 쟁점으로 삼을 수 있는 전직 대통령의 각종 비망록과 의사협정 과정이 들어 있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만 열람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설명한 그는 “어차피 전직 대통령만 열람할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왜 청와대에서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은 지금 전직 대통령으로서 많은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자꾸 (노 대통령을)흠집내려고 하면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3000이닝 도전 ‘살아있는 야구 전설’ 송진우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3000이닝 도전 ‘살아있는 야구 전설’ 송진우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프로데뷔 20년, 만 42세의 사나이, 통산 200승과 2000 탈삼진 돌파, 올해 3000이닝 달성도 눈앞에 보인다. 그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등장만 해도 전설은 계속된다. 모든 것들이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전무후무의 대기록이다. 지난 3일 오후 대전광역시 한밭야구장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다름 아닌 ‘송진우 한국프로야구 최초 2000탈삼진 기념 시상식’이 열렸던 것. 이날 송진우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와 박성효 대전시장의 특별 기념패를 받았다. 한화는 이와는 별도로 순금 187.5g(50돈)으로 제작된 김승연 구단주 명의 기념패와 한화증권 주식 2000주도 전달했다. 송진우의 팬사인회 등 각종 기념식도 다채롭게 열렸다. 행사에 앞서 송진우 선수를 만났다. 장소는 한밭야구장의 한 사무실. 그는 충북 증평초등 재학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야구인생 35년째. 그동안 야구 이야기는 신물나도록 했을 터. 하여 ‘먹고 사는 얘기’부터 먼저 꺼냈다. “식당은 잘 됩니까.” 그는 대전 시내에서 ‘개마고원’이라는 한우 전문점 식당을 운영한다. “별로 신통치 않습니다. 미국산 쇠고기도 들어오고…, 요즘 소 장사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혹시 앞으로 다른 사업계획이라도 있나요.” “누가 그러더군요. 양초 장사를 하면 잘 된다고 말입니다. 촛불집회는 당분간 계속된다고 하더군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씩 웃었다. “고기를 자주 드시는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시골 입맛이라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눌은밥을 좋아합니다.” 식당운영은 전적으로 부인한테 맡겨놨으며 시합이 없는 월요일에 가끔 들러 부인의 일을 거들어준다고 했다. 부인을 처음 만난 것은 대전에서 방위복무를 할 때. 현역병으로 복무 중인 아는 선배의 소개로 사귀게 됐다고 했다. 슬하에 중학 2학년과 초등 6학년인 아들 둘을 두었다. “아이들도 야구합니까” “큰놈이 충남중에서 포수를, 작은놈은 신흥초에서 투수 포지션을 맡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끔 원포인트 레슨 같은 것도 합니까.” “물론이죠, 집안에 있으면 온통 야구 얘기뿐입니다.” 아들 둘 다 야구부여서 그럴까, 관련 선행도 많이 베푼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후원은 물론, 바쁜 와중에도 가끔 찾아가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또한 장남이 다니는 야구부 선수 중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회비를 대납해 주기도 하고,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추천받아 장학금을 지원해 준다. 또한 청주에 사는 노부(83)에게 매달 용돈을 드리는 등 효행도 잊지 않는다. 모친은 프로데뷔 후 돌아가셨는데 아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평소 “우리 아들 장가 가는 것만 보고 세상 떠났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자주 하셨단다. “부친께서는 아들의 야구경기를 보시나요.” “제가 등판하는 청주 경기 때에는 자주 오십니다. 항상 본부석 쪽에 앉아 계시는데 공을 던지다가 가끔 눈길이 마주치는 경우도 있지요.(아버지 앞에서 시합한다는 것은)예나 지금이나 가슴이 뭉클한데 자꾸 지는 시합만 보여드려서 원….” 부친은 원래 야구하는 것을 말렸다고 한다. 누나가 배드민턴 선수여서 아들까지 체육선수를 한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것.2남4녀 중 막내인 송진우는 어릴 적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때 야구부가 창단되자 교장 선생의 권유로 야구에 뛰어들었지만 한동안 집안 눈치를 보며 도망다녔다고 회고했다. “어쨌거나 집안 내력이 체육에는 타고난 소질이 있나 봅니다.” “저희 작은아버님(송병오)이 축구 국가대표선수까지 지냈습니다. 왕년에 차범근 선수가 드리블하면서 치고들어가 센터링을 하면 장신의 김재한 선수가 솟구쳐 올라 헤딩 슛을 하고…, 아시아의 명 골키퍼 이세연 선수 등이 활약했던 시절에 선수로 활동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게 야구선수가 안됐다면 지금쯤 어떤 모습이었겠느냐는 질문에 “축구선수를 하다가 코치쯤 됐을 것”이라는 대답이 얼른 돌아온다. “야구 외에 어떤 운동을 즐깁니까.” “비가 오거나 게임이 없을 때 선수들끼리 식사값 내기 당구를 자주 즐깁니다. 낚시와 골프도 가끔 하지요.” 그의 당구 실력은 300이고, 골프는 80대 중반을 친다. 스타크래프트도 수준급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경기운영을 할 때 순간적인 전략적 사고에 도움이 된다. 당구는 각도의 게임, 그는 각도를 정확하게 재기로 소문나 있다. 골프 라운딩 할 때에도 이리저리 각도를 재고, 잔디를 바람에 날려보기도 한다. 티샷할 때 눈에 거슬릴 정도로 연습스윙을 자주 한다. 너무 꼼꼼하기 때문에 골프를 좋아하는 동료선수는 송진우와 한 조가 되기를 꺼린다. 체력 유지 비법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고 했다. 그저 부지런히 움직인다. 원래 살이 많이 찌는 체질도 아니지만 많이 움직이다 보니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고 또 선수 생활을 오래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에겐 남다른 승부욕이 있다. 부친이 시골 읍내에서 조그마한 장사를 했지만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어릴 적부터 ‘헝그리 정신’이 싹텄다. 자기관리의 습관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스트레칭 하나, 연습 투구 하나도 얼렁뚱땅하는 일이 없다.200승,2000탈삼진의 전설을 만든 것도 타고난 승부근성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송진우는 “경기에서 야구를 즐기려고 한다. 경기 중 항상 마음을 즐겁게 하면 좋은 결과가 따른다.”고 했다. 처음 프로데뷔할 때는 7년을 목표로 했는데 즐기다 보니 벌써 20년이 됐다고도 했다. 송진우 선수를 좋아하는 팬들은 성실성과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가끔 식당에 있을 때 40대 아저씨들한테 “당신은 40대의 희망이다. 표본으로 삼아 열심히 살겠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 엄숙한 책임감을 느낀다. 송진우의 실제 나이는 1965년생, 우리 나이로 44세다. 구도 기미야스(45·요코하마), 제이미 모이어(46·필라델피아) 등 미국과 일본의 최고령 투수와 비교하면 한두 살 아래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고졸 신인과는 무려 24년이나 차이 난다. “체력이 젊은 선수들과 비교하면 한계를 느끼지만 공 던지는 것만큼은 아직 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나이로 봤을 때)정리를 해야 되고, 우선 올해 3000이닝을 채우고 내년 1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할 겁니다.” 그는 요즘 싱커(sinker)와 슬라이더(slider)를 승부공으로 던진다. 빠르게 날아오다가 타자 근처에서 밑으로 떨어지거나 밖으로 빠지면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특징이 있다.“위기에 닥쳤을 때 싱커볼인지, 아니면 다른 구질의 공을 던질지 한순간에 생각하고 그 선택된 공을 자신있게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의 인생철학과 비유된다. 문득 좌우명이 무엇인지 물었다.“내가 힘들면 남이 편하고, 내가 편하면 남들이 힘들다. 항상 부지런히 움직이자.”는 대답이 ‘찡하게’ 다가온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한화이글스 홍보팀 ■ 그가 걸어온 길 ▲1966년 충북 증평 출생 ▲79년 증평 초등학교 졸업 ▲84년 대통령배 야구대회 우수투수상 ▲85년 세광고 졸업 ▲87년 백호기야구대회 최우수선수상 ▲89년 동국대 졸업. 프로데뷔(빙그레 이글스) ▲90년 최우수 구원투수상 ▲91년 한일 슈퍼게임 우수투수상 ▲92년 최다승, 구원투수상 ▲2002년 골든글러브 투수부문 ▲04년 제18회 프로야구 올해의 선행상 ▲07년 제1회 페어플레이상 ▲08년 통산 200승,2000탈삼진 달성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27) 우아한 취미 ‘서화 감상’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27) 우아한 취미 ‘서화 감상’

    김홍도의 작품 ‘그림 감상’을 보자. 유건을 쓴 유생들이 둘러서서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워낙 단순한 그림이라 그림 자체에 대해서는 달리 설명할 것이 없다. 작자 미상의 ‘후원아집도(後園雅集圖)’는 연못까지 있는 부유한 양반가의 후원을 그린 것이다. 왼쪽에는 바둑이 한창이다. 그 오른쪽 소나무에 기댄 두 사람을 보기 바란다. 두루마리를 펴서 감상하는 장면이다. 아마도 그림이나 글씨를 보고 비평하는 중일 것이다. ●안평대군 서화 소장품 어마어마 이처럼 서화를 감상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던 일이다. 하지만 그 농도는 다르다. 이 부분을 약간 검토해 보자. 세조 때 인물인 신숙주의 ‘화기(畵記)’란 글은 안평대군의 어마어마한 서화 소장품에 대한 기록이다.‘화기’를 통해 조선전기 서화의 수집과 감상 풍조가 유행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서화들은 남아 있지 않다. 고려와 조선전기 서화가의 작품도 전해지는 것은 몇 안 된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전쟁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불타면서 궁중에 소장된 책과 서화, 골동품 등이 모두 소실되었다. 또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판이니, 민간에서도 서화를 챙길 여유가 없다. 이래서 대부분이 망실된 것이다. 서화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임진왜란, 병자호란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다. 이 문제를 조금 살펴보자. 박지원의 글 중에 ‘필세설’이란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시커멓고 우묵하게 생긴 돌덩이 하나를 골동품이라고 하며 팔러 다니는데, 그게 무슨 골동품이냐며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연암의 친구 중 서상수란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그 물건을 보더니, 단박에 “이것은 필세(붓 씻는 그릇)다.”라 하고는 그 재질과 생산지를 따지더니, 보물이라면서 거금을 던지고 소유해 버린다. 연암은 이 글에서 서상수의 높은 안목을 칭찬하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인즉 “처음 시작한 공로는 있지만 감상안은 투철하지 못했다.”라고 평가한다. ●18세기 서화·골동 수집의 선구자 김광수 그의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광수부터 골동품과 서화의 감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만은 틀림없다. 김광수는 김동필의 아들인데, 김동필은 소론 온건파로서 영조의 탕평책에 협조하고, 이인좌의 난을 평정한 공으로 이조판서에 이른 인물이다. 김광수는 “감식안이 신묘하여 한 물건이라도 마음에 들면 가산을 기울여 후한 값을 치렀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소장품의 대부분이 중국 수입품이란 것이다.19세기의 서화가 조희룡은 김광수를 두고 “사람됨이 소탈하고 우아하여 집 재산을 기울여서 멀리 연경에서 고서·명화·벼루·먹·골동품 등을 많이 사들여 종일토록 그 사이에서 읊조리고 완상하였다.”라고 했으니, 김광수는 서화와 예술품, 골동품을 수집하고 감상하는 것을 자기 인생의 유일한 즐거움으로 알았던 사람이었다. 김광수는 1696년 출생이고 사망한 해는 모른다. 대체로 영조 일대를 살았을 것이고, 좀 오래 살았다면 정조의 치세도 경험했을 것이다. 김광수가 서화 골동을 소장하고 또 애호하는 취미의 선구자라면, 조선후기의 서화 골동 취미는 18세기 이후의 산물인 것이다. 김광수에게서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그가 북경에서 서화와 골동품을 수입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 주목해 보자. 조선은 병자호란 이래 청을 섬기게 되어 여전히 북경에 사신단을 파견했다. 청은 조선을 의심하여 조선 사신단을 숙소에 묶어 놓고 내보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18세기 중반에 와서 청 체제가 안정되자 조선의 사신들은 비로소 서적과 서화, 골동의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유리창 거리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거창한 규모의 서화와 골동품이 서울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최초의 대량 구입자가 바로 김광수였던 것이다. 이 수입 서화와 골동은 국내의 생산을 자극했다. 도화서와 선비 화가들의 작품이 쏟아져 나와 감상과 품평의 대상이 되고, 급기야 예술품 수집가들의 소장 대상이 되었다.18세기를 지나면서는 그 풍조를 비판하는 소리까지 나왔다.18세기의 문인 이정섭은 이런 풍조를 “요즘 사람들은 고서화를 많이 소장하는 것을 청아한 취미로 삼아 남에게 비단 한 조각이라도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떳떳하지 못한 온갖 수단으로 기필코 구해 농짝을 가득 채우고 진귀한 보배인 양 자랑을 한다.”라고 비판하였다. 이제 서화와 골동품을 수집하고 그것에 대해 지식을 쌓아, 그림이나 글씨 혹은 골동품을 보면 거기에 대해 진위를 가리고 비평을 하는 것은 양반들의 독특한 문화가 되었다. 서화 수집가이자 비평가인 남공철(영의정을 지낸 인물이다)은 자신의 삶을 이렇게 멋있게 포장했다.“정자를 용산과 광릉 사이에 지어두고 매화, 국화, 소나무, 대나무를 많이 심어 간소한 차림으로 나가서 한가롭게 거닐었다. 손님이 찾아오면 향을 사르고 단정히 앉아 경전과 역사에 대해 토론하였고, 곁에 고금의 법서(法書)·명화·골동품을 두고 품평하고 감상하였으니, 마음이 담박하여 세상의 영리를 바라지 않았다.” 서화와 골동을 품평하고 감상하는 것을 아주 고상한 삶의 형태로 보고 있는 것이다. ●광통교서 산 그림을 자기 작품이라 속이기도 이런 풍조로 인해 별별 희극이 다 벌어졌다. 다산 정약용이 이정운이란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보내주신 신선 그림은 대릉(이정운이 살던 곳을 말함)에 계시는 여러분의 그림은 아닌 듯싶은데 혹 광통교에서 사 오신 것은 아닙니까? 어떤 신선이기에 눈은 순전히 욕심으로 불타 있고 얼굴은 순전히 육기뿐이니 말입니다. 우열을 비교해 봤자 반드시 하등일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림으로 승부를 걸려면 반드시 우리 모임의 벗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대면하여 직접 그린 것만이 시합에 응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워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간사스러운 폐단이 있어 두루 방어할 수 없을 것이니, 우스운 일입니다. 이정운은 다산과 같은 서클에 든 사람이고, 이 서클은 그림을 그려서 서로 돌려보며 품평을 하기도 했던 것이다. 위의 그림도 그런 그림 감상, 품평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정운은 그림에 별 솜씨가 없어 광통교에서 파는 그림을 사와서 자기 그림이라고 남에게 돌려보였던 모양이다. 광통교는 청계천에 놓여 있던 다리다. 추측건대 18세기 후반에 광통교에 그림을 걸어놓고 파는 상인이 생겼고, 서울 시민들은 집치레 그림을 여기서 구입하였다. 이정운은 요즘 말로 하자면 이발소그림을 사서 동료들에게 자신의 것인 양하고 보냈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다산은 또 윤참판이란 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윤참판이 자신에게 그려 보내준 난초와 매화 그림을 격찬한 뒤 장난조로 다시 이정운을 비난한다.“오사(이정운)께서는 언제나 광통교 위에서 걸어놓고 파는 하찮은 그림을 사다가 사중에서 일등을 하려고 하니 이러한 사실을 시험관에게 알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정말 웃음이 터지는 일입니다.” 이정운의 가짜 그림은, 그림을 그려 동료들 간에 돌려 보이고 품평하는 풍조가 낳은 희극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이발소에 가면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시골풍경을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 그림을 보며 지루한 이발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이발소그림을 굳이 예술사조로 따지면 낭만주의 풍이다. 이발소그림이 다루는 가장 흔한 제재, 곧 목가적 풍경이나 장엄한 풍광이 낭만주의 풍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얼마 전 퇴근길에 보니 길거리에 그림을 잔뜩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이발소그림이었다. 반가운 생각이 왈칵 들었다.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천천히 그림을 보았다. 배운 사람들은 이발소그림을 한 마디로 폄하하지만, 이른바 제대로 된 예술품 대접을 받는 그림은 값이 너무 비싸 구입하기 어렵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발소그림이야말로 자신의 가슴 속에 있는 이상향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김홍도의 ‘그림 감상’을 보고 절로 떠오른 생각이다. 그런데 ‘그림 감상’ 속의 그림은 어떤 그림이었을까? 궁금하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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