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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고향 같다” 76%… 나이 들수록 “떠나고파”

    서울시민들의 고향인식도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서울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시민의 날을 맞아 28일 공개한 ‘e-서울통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년 후에도 서울에 계속 살겠다는 응답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떨어졌다. 2만가구에 거주하는 15세 이상의 시민 4만 8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에 진행한 이번 조사 결과 10대(15~19세) 응답자의 75.6%는 “계속 살겠다.”고 대답했다.20대는 71.4%,30대 68.5%,40대 64.5%,50대 63.3%,60대 61.3%로 낮아져 10대와 60대의 응답률은 14.3%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서울시민으로 느끼는 자부심도 연령대가 높을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자부심을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을 때 10대는 평균 71.9점으로 최고점을 주었지만 20대는 69.2점,30대 67.9점,40대 67.8점,50대 67.1점,60대는 64.4점으로 평균점이 점점 떨어졌다. 한편 서울이 고향같다고 대답한 사람(서울·타지역 태생 모두 포함)은 2003년 65.1%,2005년 71.8%, 지난해 76.3%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중 서울 태생이 아닌 응답자가 41.4%로, 서울 태생(34.9%)보다 많았다. 시 관계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골 생활에 대한 동경심이 강해진다는 의미로 분석된다.”면서 “서울을 고향으로 느끼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으나 거주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이같은 인식이 낮아 서울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HAPPY KOREA] 오지마을 관광명소 ‘환골탈태’

    [HAPPY KOREA] 오지마을 관광명소 ‘환골탈태’

    자신감이 넘쳤다. 머리는 하얗게 셌지만 눈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전직 공무원으로 민·관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지역자원인 가야부키(억새지붕집)를 이용해 마을을 되살린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관광 카리스마’ 고마 가쓰미(69)이다. 고마는 일본 교토부 나탄시 미야마초 지역만들기의 핵심 인물이다. 미야마초 산업진흥과장이었던 1976년부터 지역만들기에 투신했다. 18년여의 노력 덕분에 산간오지 마을은 도시민들의 귀촌과 더불어 연간 7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과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고마는 “주민 설득에만 10년, 체계를 갖추는 데 3년, 지역자원 상업화에 5년이 각각 걸렸다.”면서 “지역을 살리려면 끈기가 없어선 안되며, 긍정적·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마는 “주민 100명 중 30%는 찬성,30%는 반대, 나머지 40%는 자신의 결정을 미루는 사람들이며, 이 40%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게 마을리더의 능력”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가야부키촌을 복원·유지하는 게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예산 지원에 소극적인 지방의회와 공무원 동료들과 끊임없이 대립했지만, 결국 설득했다고 한다. 고마는 “정부는 지역에 얼마나 많은 기회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며, 지역에서는 청년단 등 지역문제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리더를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소통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리나라를 비롯, 지역만들기 과정에서 애를 먹는 부분이 바로 주민과의 갈등이다. 고마는 “한꺼번에 다 이루려고 해서는 안되며, 무엇이든 다 해 줄 수 있다는 식의 표현도 금물”이라면서 “반박하고 부정하거나 단도직입적으로 ‘안돼’라고 말하지 말고,10~20% 조금씩 높여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골은 보수적이고 빈부격차가 크기 때문에 대의명분에 기초해 노년층과 여성 등 모두를 평등하게 이끌고 가야 기초가 탄탄해질 수 있다.”면서 “긍정적·적극적인 자세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목표의식을 공유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고마의 집은 온통 지역자원인 삼나무로 꾸며져 있었다. 탁자·전등·식기 심지어 집까지 모두 삼나무로 만들었다. 그는 “지역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어야 지속적이고 새로운 발전이 가능하다.”면서 “마을의 역사·문화를 살리려는 주민들의 내부 노력은 물론, 외부와의 연계도 강화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마는 공무원 퇴직 후 마을로 들어왔으며, 여생을 이곳에서 보낼 계획이다. 한국의 지역만들기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국 고유의 색깔과 문화를 지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결코 일본을 흉내내려 해선 안되며, 배우는 것과 흉내내는 것은 분명 다르다.”면서 “한국 나름의 문화와 민족성을 인식해 한발 앞서가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 사진 미야마(일본)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팔려간 아가씨 10명이나

    팔려간 아가씨 10명이나

    『다방「레지」「하꼬비」구함. 초보자 환영 월3만원 보장』은 알고 보니 검은 손의 미끼였다. 이런 신문광고를 보고 부푼 가슴으로 전화「다이얼」을 돌린 10명의 처녀들은 어느 새 교묘한 인신매매망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무단 가출한 구직처녀들을 노리는 인신매매시장의 실태. 10번째 걸려든 아가씨가 맨발로 탈출, 경찰에 고발 서울 성동경찰서는 8일 불과 14일동안에 10명의 처녀들을 팔아넘긴 일당 3명중 김장예(金長禮)씨(40·전북 익산국 왕궁면 도순리)와 양금수(梁金洙)양(21·서울 영등포구 신림동)을 검거하고 박(朴)모양(23)을 수배했다. 이들은 구랍20일부터 지난 3일 사이에 10명의 처녀들을 꾀어 시골 인신매매시장으로 데려가 한 사람에 1만2천원을 받고 팔아먹은 혐의. 이들의 꼬리가 경찰에 잡힌 것은 10번째의 처녀 김(金)모양(21·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 시골의 인신매매시장에서 맨발의 탈출에 성공, 경찰에 고발한데서였다. 『세상에 이런 도둑놈들이 있을 수가…』 7일 새벽 성동경찰서에 달려온 김양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치를 떨었다. 김양은 지난 3일 신문광고를 보고 연락처로 적힌 72-7503번에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광고를 보고 전화했읍니다만, 어떤 곳인지-』 『전화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아가씨를 만나봐야겠으니 하오 3시 정각에 신설동 우체국 앞에서 다시 전화를 주시지요』-상냥한 아가씨의 목소리가 친절하다. 전화걸면 교묘하게 유인 신원·경력 넌지시 캐물어 신설동에 있는 다방이려니 생각하고 이미 취직이 된 듯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누르며 약속대로 하로3시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예의 상냥한 목소리가 차림새를 물어 온 뒤『잠깐만 기다리고 계세요. 곧 나갈 테니…』 이때의 기쁨이야 말로. 조금 뒤 한 처녀가 김양에게 다가 왔다. 이 처녀가 경찰에 잡힌 양양. 양양은 김양을 신설동 K여관으로 안내했다. K여관에는 양양과 함께 잡힌 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김양이 전화를 건 연락처는 광화문 근처의 모 「빌딩」5층, 이곳에서 수배중인 박양이 전화를 받아 김씨와 양양에게 지시한 것. 김씨는 김양에게 간단히 신원과 경력을 물은 다음 이만하면 자기네들의 그물에 걸려들었다고 판단했음인지 넌지시 직장이 시골이라고 밝혔다. 『의향이 없으시면 그만 두시죠. 지원자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직장이 시골이라는 걸 알고 실망, 망설이던 처녀들은 보통 이 말에 떨어지고 만다는 것. 미모따라 몸값 떨어지고 불량배들이 일일이 감시 김양은 잠시 망설였으나 마음을 다그쳐 먹고 시골이라도 좋다고 달라붙었다. 약속한 시간에 김양은 짐을 챙겨 고속「버스」「터미널」에 나갔다. 김씨는 말끔한 신사차림으로 이미 나와 김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때로는 2~3명을 한꺼번에 인솔해 가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3시간만에 육군훈련소가 있는 논산연무대에 도착했다. 여기서 김씨는 김양을 정(鄭)영감(70세가량)에게 넘겼다. 정영감은 이렇게 끌려온 처녀들의 미모에 따라 한사람에 1만2천원에서 1만5천원을 김씨에게 지불하던 인신매매의 한패. 정영감은 불량배들을 시켜 처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엄중 감시한다. 설령 함정에 걸린 아가씨들이 빠져나온다 해도 몸값 1만5천원은 어김없이 물어놓아야 하도록 되어 있다. 구직처녀들에게 이만한 돈이 있을리 없다. 이렇게 며칠 갇혀 있다 보면 웬만한 아가씨들은 자포자기. 정영감이 시키는대로 순순히 창녀나 작부로 팔려 가게 마련. 몸값은 껑충 뛰어 2만원에서 3만원. 김양은 미처 팔려가기 전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결사적인 탈주에 성공했던 것. 한편 정영감에게 처녀들을 팔아 넘긴 김씨는 몸값중 3~4천원을 전화로 지령하던 박양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기가 챙겼다. 한 사람에 보통 8천원씩을 번 셈이다. 양양은 여관에서 묵고 자며 잔돈푼 밖에 얻어 쓰지 못한 듯. 이들 3인의 관계도 묘하게 얽힌 것. 김씨와 양양은 박양이 언제부터 이런 인신매매를 시작했는지 모른다고 경찰에서 주장. 김씨는 지난해 12월중순 상경, 박양이 낸 광고를 보고 연락, 동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양양도 거의 같은 때「레지」를 해 보겠다고 전화를 걸었다가 인연을 맺게 됐다는 것. 고향인 전북 익산에서 3년 전부터 술집을 경영, 보름이 멀다 하고 말없이 도망쳐 버리는 작부를 구하기 위해 이리 저리 수소문하다가 연무대의 정영감을 알게 됐다는 김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경기가 좋지 않아 장사를 집어치우고 궁리 끝에 서울로 올라왔다는 것. 자칫 잘못해서 빠져들면 나오기는 좀처럼 어려워 그는 지난 12월23일에 2명, 25일에 2명, 30일에 2명, 1월2일에 3명, 3일에 1명 등 도합 10명을 정영감에게 넘겨 줬다고 자백했다. 양양은 고향인 전남 나주에서 3년전에 상경, 공장·이발소종업원·식모살이 등으로 전전해 오다 박양의 꾐에 빠졌다며『처녀들을 여관으로 데려오는 심부름만 했지 사실이 이런줄은 새까맣게 몰랐다』고 울먹였다. 김씨와 양양은 도망쳐온 김양의 안내로 K여관을 덮친 경찰에 잡혔으나 박양은 경찰이 이들을 앞세우고 광화문의 5층 사무실을 급습했을 때는 벌써 어떻게 연락을 받았는지 행방을 감추고 없었다. <휴(烋)> [선데이서울 72년 1월 16일호 제5권 3호 통권 제 171호]
  • [동티모르 여행기①] 동티모르에는 어린 천사들이 산다

    [동티모르 여행기①] 동티모르에는 어린 천사들이 산다

    정일근 《삶과꿈》기획위원과 안남용 사진작가는 지난여름 커피 시즌을 맞아 동티모르 커피생산지인 고산지역을 취재하고 왔습니다. 21세기 최초의 신생독립국가이며 우리에게 미지의 국가인 동티모르에 대한 생생한 현지 취재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본지를 통해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동티모르(Timor-Leste)는 아시아권이지만 우리에게는 먼 나라다. 일요일 저녁 8시 30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르공항을 경유 동티모르 수도인 딜리공항에 도착하니 월요일 낮 12시 40분이 넘었다. 적도를 지나는 16시간의 긴 비행이 끝나자 우리 일행은 경험하지 못한 끈적끈적한 뜨거운 햇살 아래에 서 있었다.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기 시작했다. 소도시의 시외버스터미널 규모인 딜리공항을 빠져나가는데도 1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동티모르는 노비자 국가이지만 길게 줄을 서서 1인당 30달러의 입국세를 지불해야했고, 잦은 정전으로 짐을 찾는데도 힘이 들었다. 그러나 무더위 속에 진행되는 느린 시간이 나그네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다. 묘한 편안함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 편안함의 비밀은 시간에 있었다. 때로는 시간이 마법을 부린다. 16시간의 시간이 지났는데 우리나라 1950년대쯤으로 찾아온 것 같았다. 동티모르는 우리나라와 같은 시간을 사용하는 나라여서 시차가 없다. 발리 덴파사르공항에서 1시간의 시차가 있었지만 산호섬들이 그림처럼 뿌려진 뜨거운 바다를 건너오는 동안 그 시차마저 두통에 두통약을 먹은 듯 깨끗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나라는 동북아시아의 동쪽이고 동티모르는 동남아시아의 동쪽이다. 결국 우리 일행은 우리나라에서 남쪽 아래로 아래로 해서 같은 동쪽으로 왔다. 우리와 같은 동쪽나라이기에 같은 시간에 해가 뜨고 같은 시간에 해가 진다. 시계의 시간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나그네를 더욱 편안하게 한 것이었다. 동티모르는 섬이다. 티모르(Timor)란 그 나라 토속어인 테툼어로 동쪽이란 뜻이다. 결국 인도네시아의 동쪽이란 뜻이다. 우리가 동티모르라고 부르는 것도 알고 보면 동동(東東)이라 중복해서 부르는 것이다. 악어처럼 생긴 티모르 섬은 하나의 섬이지만 지금은 동서 티모르로 나뉘어져 있다. 서쪽은 인도네시아의 땅이고 동쪽은 21세기에 독립한 지구에서 가장 어린 신생국가다. 동티모르 민주공화국은 2002년 5월 20일 인도네시아로부터 힘들게 독립했다. 그래서 한 섬에 두 국가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서티모르 안에도 동티모르의 도시가 있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티모르 섬을 양분해서 식민지로 가졌었는데, 포르투갈이 이 섬에 첫 발을 디딘 기념적인 그 땅을 네덜란드에게 넘기지 않고 동티모르의 소유로 남겼다. 동티모르 정부는 서티모르 안에 섬으로 남은 그 지역을 포함해서 13개의 지역을 통치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은 섬이다. 동서 길이 256km, 최대폭 92km인 우리나라 강원도만한 땅이다. 산도 강원도처럼 높다. 섬 중앙에는 동티모르에서 가장 높은 산인 타타마일라우가 해발 2,963m로 백두산보다 높이 솟아올라 있다. 타타마일라우 산을 정점으로 라멜라우 산맥이 동서 길게 펼쳐지는 것도, 영동과 영서로 나눠지는 강원도 같은 느낌이다. 쉽게 이렇게 생각하자. 강원도에 13개의 시와 군이 있는 것으로. 그러나 우리의 시와 군의 규모와 형편은 아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비일비재하다. 앞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나라의 1950년대 같다고. 어디든 손을 내밀면 덕지덕지한 손 시린 가난이 그대로 묻어난다. 동티모르 인구는 2002년 100만 명 정도 추산되었으나 독립 후 아픈 내전을 겪은 탓으로 2004년 유엔 통계로는 70만 명 정도 추산하고 있다. 내전으로 인구의 30%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수도 딜리는 요란했다. 인구 10만 명 정도가 산다는 최대 도시. 그 10만 명 인구가 모두 밖으로 나온 것처럼 도로는 요란하다. 시장이 서는 곳은 더욱 요란하고 이웃 지역으로 가는 버스 정류소가 있는 곳은 더더욱 요란하다. 내전으로 파괴된 시설이 그냥 그대로 방치된 곳도 있고, 새로 짓고 있는 국가 건물도 많다. 한국 사람이 가르치는 이곳 유소년축구팀이 인기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곳곳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 골목 축구 수준이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대단하다. 필자는 베트남을 다녀온 적이 있다. 동티모르도 베트남 정도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남국의 정서가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오래 고민하다가 무릎을 치며 답을 찾았다. 아, 사람이 다르다! 500년 이상 포르투갈 식민지를 지낸 동티모르는 전형적인 작고 새까만, 들창코를 가진 동남 아시아인들과는 외형이 다르다. 굉장히 서구화되어 있다. 키가 크고 피부도 갈색이 많다. 검은 색에 흰색을 섞어 나온 아름다운 갈색이다. 눈도 아름답고 코도 오뚝하고 이름도 이국적이다. 아우렌티노, 발렌티노, 루이스, 아구스…, 허나 나는 그런 이름 앞에 슬픔을 느낀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칠수’와 ‘순례’를 만나야 하는데 ‘제임스’와 ‘메리’를 만나는 기분이다. 지난 초여름 포항에서 포항제철 창사 4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아시아 문학포럼에서 만난 전쟁 중인 국가에서 온 한 작가와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전쟁의 비극을 강조하는 그 친구에게 나는 전쟁이 식민지보다는 덜 불행하다고 말했다. 파괴하는 전쟁은 복구가 가능하지만 식민지는 민족의 정신과 씨앗을 말살시킨다고. 전쟁 다음에는 평화가 오지만 식민지 다음에는 상처가 오래 남는다고. 일제강점기 36년, 우리 민족이 겪는 후유증은 전쟁의 후유증보다 더 심각하다고. 동티모르는 더욱 심각했다. 그들의 삶은 이미 복원이 불가능한 식민지화 DNA를 가져버렸다. 정부도 그렇다. 스페인어에서 파생된 지역 고유어인 테툼어가 있는데, 국민의 1%밖에 모르는 스페인어를 국어로 정해 놓았다. 정부와 국민은 다른 언어를 쓰는 것이다. 화폐도 자국 화폐가 없다. 미국이 독립에 많이 도와주었다고 달러를 국가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 내전 이후 동티모르 치안은 UN경찰이 맡고 있다. 딜리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이 만나는 고급차량은 UN마크가 선명한 UN경찰 차량이었다. 동티모르에서 교육은 본인이 원할 경우 대학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학교를 다녀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기에 그냥 가족공동체를 이뤄 생활하는 경향이 많다. 전국에 700여 개의 초등학교가 있지만 배우는 학생도 가르치는 교사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 나라의 미래는 이 나라 아이들에게 있다. 한 가구당 7.8명이나 된다는 아이들이다. 수도인 딜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들은 가족 단위, 부족 단위로 생활을 한다. 더러 도시의 아이들은 어깨 짐을 지고 생선이나 채소, 과일 등을 팔러 나서기도 하지만 시골아이들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현실 속에서 하루를 오직 웃음과 미소로 견딘다.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공부를 하지도 못하고, 병이 들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가지는 연민도 어쩌면 나그네의 마음일 뿐인지도 모른다. 동티모르 어린이들은 누구나 행복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제였다. 그 행복의 증거가 그들의 웃음이며 그들의 눈빛이었다. 이국의 나그네가 들이대는 카메라 앞에, 그것도 즐거워 웃음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 그 백만 불짜리 미소가 아이들이 가진 자산이었다. 동티모르 어린이와 우리나라 어린이는 비교할 수 없는 비교급이다. 단 한 벌 옷으로 1년을 살며 맨발로 살아가는 아이들과 고급 운동화에 명품 의류, 영상휴대폰, MP3로 무장한 우리 어린이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물론 한국의 어린이가 다 그런 것이 아니고, 동티모르 어린이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평균 대 평균의 비교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동티모르를 여행하는 중에 책을 들고 있는 어린이를 단 1명 만났다. 그것도 책을 거꾸로 보고 있었으니 책을 읽고 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행복했다. 행복지수가 우리 아이들과는 분명 달랐다. 동티모르 어린이들은 인도나 네팔의 아이들처럼 구걸을 하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외국인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 그 손으로 그들은 부모를 돕고 가사를 돕고 어린 동생을 돌본다. 나라는 가난하지만 영혼만은 절대 가난하지 않은 동티모르 어린이들. 그 증거가 그들의 눈동자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번 우리 취재팀이 담아온 15,000여 장의 사진 속에 남은 아이들 눈동자는 모두 남국의 빛나는 별빛을 닮아 있었다. 그래서 천사 같은 그 아이들을 만나는 일로 지치고 힘든 여행 내내 나그네는 행복했다. 글 정일근 본지 기획위원 / 사진 안남용 다큐멘터리 사진가       월간 <삶과꿈> 2008년 10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물은 미래다] (3) 깐깐한 수돗물 어떻게 만들어지나

    [물은 미래다] (3) 깐깐한 수돗물 어떻게 만들어지나

    우리가 먹는 수돗물은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맛도 좋고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수돗물은 냄새 나고 이물질이 섞여 있다는 불신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돗물의 생산·공급 과정을 알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활성탄으로 냄새↓… 숯 이용한 조상 지혜 수돗물 생산 과정은 복잡하고 엄격하다. 취수장에서는 끌어들인 물을 1차로 눈에 보이는 이물질만 제거하고 정수장으로 보낸다. 정수장으로 들어온 원수(原水)는 7~8시간 동안 20여 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먼저 약품처리를 하기 위해 물의 양과 수위를 조절하는 곳(착수정)을 지난다. 다음에는 물과 약품을 골고루 섞어 이물질을 걸러내기 쉽도록 작은 알갱이로 응집시킨다. 응집지에서 생긴 알갱이들은 침전지를 통과하면서 바닥에 가라앉는다. 이렇게 하면 물에 섞여 있던 웬만한 오염물질은 없어진다. 그래도 남은 이물질은 두꺼운 모래층을 통과하면서 걸러낸다.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남아 있는데 이를 없애기 위해 염소를 넣어 소독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물에 활성탄을 넣어 냄새를 줄이고 맛도 좋게 한다. 우리 조상들이 깨끗한 물을 만들기 위해 물에 숯을 담가뒀던 지혜를 응용한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물을 내보내지 않는다. 깐깐한 수질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취수에서 정수까지 검사하는 항목이 무려 300여개나 된다. 합격 판정을 받아야 비로소 수돗물로 태어난다. 이 과정을 거친 물은 먹는 물(생수) 수준이기 때문에 그냥 마셔도 탈이 나지 않는다. 가끔 수돗물에서 나오는 녹물이나 이물질은 정수장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배수지에서 가정까지 연결된 급수관이나 물탱크 등에서 생긴 것이다.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은 일정한 압력을 주면 대형 송수관을 타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배수지를 거쳐 비로소 가정으로 들어가고 공장용수로도 쓰인다. 수돗물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관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서울시(아리수)다. 이중 수공은 4대강 유역에서 광역상수도사업을 운영하면서 전국 수돗물의 46%를 공급하고 있다. 하루 생산능력은 1654만㎥에 이른다. ●가구당 수도 요금, 통신비 지출의 12분의1 수돗물의 가정 공급은 지자체별로 이뤄진다. 만약 광역상수도망이 없다면 지자체는 각각 수돗물 생산 시설을 갖추고 전문가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값싼 수돗물을 생산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공급도 기대하기 어렵다. 수공이 공급하는 수돗물값은 ㎥당 394원으로 전국적 단일 요금이다. 지자체별로 물값이 제각각인 것은 지자체 공급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공은 수돗물값 안정을 위해 2007년부터 5년간 물값 동결을 선언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가구당 월 평균 지출한 수도요금은 1만 1331원이다.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하면 전기요금은 3.7배, 통신요금은 11.8배 많이 지불하고 있다. 이처럼 저렴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안전하게 공급받기까지는 다목적댐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수돗물은 67%를 다목적댐에서 얻기 때문에 기상이변에 따른 오랜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그래서 다목적댐은 홍수를 막는 안전판일 뿐만 아니라 생명수(生命水)를 공급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방의 작은 도시나 시골·섬지역은 아직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았다. 보편적 서비스 차원에서 소외지역 상수도 보급을 늘리는 과제가 남아 있다. 소외지역 상수도 보급을 위해서는 엄청난 시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수자원공사와 같은 대형 물 공급기관이 나서야 한다. ●수공 수돗물 센터 세계 4대 분석센터 꼽혀 우리나라 수돗물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수공의 수돗물은 대전에 있는 수자원공사 수돗물분석연구센터에서 안전성 품질을 테스트한다. 수돗물연구센터는 세계 4대 물 연구·분석센터로 꼽힌다. 이곳의 시험 결과는 45개국에서 통용된다. 수돗물연구센터에서는 먹는 물로 적합한지 평가한다, 맛있는 수돗물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활동도 한다. 항온항습·무균실·방진시설 등 수질 분석을 위한 최적의 전자동 장비와 화학·유기·무기·미생물 등 4개 분야 16개 실험실을 갖췄다. 잔류농약·항생제·방사선물질·각종 바이러스 등을 분석해낼 수 있는 시설이다. 물 맛, 냄새 등을 측정하는 설비도 갖췄다. 검사 기준은 먹는 물 수질기준 55가지와 먹는 물 수질감시 20항목 등 75개 법정 항목에 175개 항목을 추가, 모두 250항목이다. 일본·미국 등 선진국보다 훨씬 강화된 수질 기준을 적용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깔깔깔]

    ●저 또 왔슈 공짜를 좋아하는 구두쇠 맹구. 돈이 아까워 그냥 버티다 도저히 참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서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안내판을 보니, 초진은 5000원, 재진은 3000원이라 적혀 있다.3000원짜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요걸 어떻게 할꼬?’ 하고 뒷짐을 지고 왔다갔다 하기를 수십번 하다가 갑자기 진료실 문을 벌컥 열더니 “선생님, 저 또 왔슈!”●어떤 노총각 여자가 없어서 장가를 못 간 시골 노총각이 어느날 여자를 구하러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 올라온 노총각은 네온사인이 화려한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골목 쓰레기통 옆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자고 있는 예쁜 아가씨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그녀를 자기 숙소로 데려왔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바로 시골에 있는 친구 노총각들에게 급히 전보를 날렸다. “빨리 서울로 오기 바람. 서울에는 쓰레기통에도 여자가 많이 있음.”
  •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초상화 다락방서 발견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초상화 다락방서 발견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젊은 시절 초상화가 한 시골집 다락방에서 발견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9일(현지시간) “이스트서섹스 주(州)의 한 시골집에 100년 넘게 방치돼 있던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가 약 8억원에 미술시장에 나왔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 초상화를 소유한 미술상 필립 모울드(Philip Mould)는 “과거 소유자들은 이 그림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여러 세대 동안 가족이 갖고 있던 그림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1세의 26세 전후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초상화의 정확한 제작연대는 확인 중이다. 초상화에서 엘리자베스 1세는 심플한 검은 옷차림에 성경을 들고 있다. 그러나 X-레이 스캔 결과 성경 없이 화려한 주름칼라가 있는 옷차림을 한 초상화 위에 다시 그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가들은 성경을 들고 있는 젊은 엘리자베스 1세의 모습이 “자신이 신교도임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구교도였던 메리 1세 여왕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다가 즉위했다. 한편 작년 소더비 경매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의 전신 초상화가 50억원에 팔려 화제가 된바 있다. 사진=텔레그래프 서울신문 나우뉴스 문설주 기자 spirit0104@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1일 TV 하이라이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30분) 한적한 시골마을을 놀이터 삼아 한손엔 막대기를 들고 맨발로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사고뭉치.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자의 이런 행동까지 마냥 사랑스러워 오냐오냐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사고치는 아이를 따라다니느라 쉴 틈 없는 엄마는 점점 지쳐가는데….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30분) 강원도 정선의 농사꾼 아내로 살아가는 리사. 마을사람들 사이에선 노래를 잘 부르는 그녀가 단연 인기최고다. 그의 반쪽인 남편 지윤씨가 늘 함께 하며 노래를 지도한 덕분이다. 정선아리랑 대회를 앞둔 그녀에겐 남편과 이웃들의 힘찬 응원이 연일 쏟아져 들어온다. 행복에 겨운 리사의 오늘을 만난다. ●1 대 100(KBS2 오후 8시55분) 첫 번째 도전자는 고려대 법학과 출신의 연예계 숨은 엘리트, 이수나. 그녀가 연예인 최초로 5000만원의 상금을 타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두 번째 도전자는 민족사관고, 서울대 출신의 2008 멘즈헬스 쿨가이 우승자이자 대우증권 선물옵션 트레이너인 연준모. 누가 최종 승자로 웃을까. ●다큐프라임(EBS 오후 11시10분) ‘여인’과 ‘색’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아 조선을 충격에 빠뜨렸던 신윤복은 퇴폐적이고 자극적인 그림을 그렸던 저속한 화가로 오인되어 왔다. 그런데 그런 평가가 온당했던 걸까? 아니면 뛰어난 미적감각과 섬세함을 가졌던 화가였을까? 그의 그림을 집중 분석해 이런 의문들을 풀어본다. ●흔들리지마(MBC 오전 7시50분) 정희는 희정을 찾아와 수현이 잘못은 있지만 그렇다고 쫓겨나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희정에게 정희는 수현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희정은 마음대로 손주를 데리고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수현은 강필에게 자신을 나쁜 여자로 만들지 말라며 강필을 쫓아내고 아들과 둘이 살 것이라고 소리친다. ●세계 세계인(곤충 박물관)(YTN 오전 10시30분) 미국에서 가장 큰 곤충박물관이 문을 열어 아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오두본 곤충박물관.7000㎡ 크기의 곤충박물관에는 수백 종류의 생물이 전시되어 있다. 곤충을 처음 봤을 때 느낀 아이들의 두려움은 곧 호기심으로 바뀐다.
  • [뉴스&분석] “셀코리아 막자” 외환 긴급조치

    정부의 금융시장안정화 종합대책은 사실상 ‘외환 긴급조치’다. 달러난에 빠진 국내 금융계를 우리 스스로 구하기 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한 셈이다. 외화·원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추가적인 ‘셀코리아(Sell Korea)’를 막고, 국내투자자들의 ‘펀드런(대량환매)’ 가능성 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해외를 향해 안방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과 똑같거나 더 나간 정책을 내놓지 않는 한 한국 시장이 반사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그동안 불필요하게 위기감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과 호주가 은행간 채무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을 선언한 데 이어 홍콩(14일), 싱가포르(16일) 정부까지 외화예금 보장조치를 발표하면서 다급해졌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3년 전 주가로 추락한 증권시장의 ‘패닉’과 1500원선을 향하는 원·달러 환율을 얼마나 안정시킬지는 미지수다.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런’을 막기 위한 조치로는 아주 미흡하다는 평가다.‘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투자평론가는 “주가 폭락에 대한 불안심리를 해소하기에는 이번 조치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오히려 연간 펀드가입액을 600만원으로 낮추고 소득공제를 연간 50%로 확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약속한 펀드 판매수수료 대폭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전문가들은 정부가 은행의 대외채무를 1000억달러까지 보증하고 은행권에 300억달러의 외화유동성을 확대하는 방안은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선진국과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와 홍콩 등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수출 등 실물뿐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있는 외국인 채권 투자자들이 옮겨갈 가능성을 차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경제의 기초체력(수출·실물경제)은 좋은데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이 지속돼 외국인들이 탈출을 시작하면, 외화·원화 유동성 압박으로 궁극적으로 실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2400억달러에 못미치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수준에서 이런 정부의 보증과 지원 대책이 가능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은행의 대외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한다고 당장 외화가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또 은행이 지급불능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 정부가 대신 상환하고 은행의 해외자산을 매각해서 외화를 보전하면 되므로 문제가 없다고 정부와 한국은행은 설명한다. 또 은행에 지원하는 달러 유동성 역시 일시적으로 외환보유액에서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구조이므로 중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가짜 중령에 속은 아가씨 이야기

    가짜 중령에 속은 아가씨 이야기

    B= 지난 26일 용산경찰서엔 육군 중령 복장을 한 청년이 아가씨에게 멱살을 잡힌채 끌려왔더군. 국군 용사치고는 상당히 허약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 접근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가짜 중령이더군. 신(申)모씨 (31)로 밝혀진 이 청년은 지난 9월말 육군 중령「유니폼」을 입고 종로 2가 M다방에 나타난것. 가슴에 훈장까지 단 이 청년은「레지」로 있던 홍(洪)모양을 꾀기 시작, 결국 그날밤 「데이트」를 하는데 성공했지. 홍양도 상대자가 고급장교인데다 마음씨도 좋아모여 호감이 간거야. 이들은 1주일동안 매일밤 「데이트」를 하게 되어고 결국 결혼할 것을 약속, 동숭동에다 방을 얻어 동거생활을 시작했지. 신은 『이렇게 살게 아니라 부모를 만나 정식 결혼을 하자』고 제의, 시골 홍양집으로 내려가 선을 보인 끝에 사윗감으로는 A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즉석에서 승낙을 받은거야 결혼날을 2월로 잡아놓고 동거를 계속하던 신은 지난 20일 형이 재미교포인데 3천만$를 보내와 큰 사업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수숙금이 급히 필요한데 15만원만 구해달라더라는 것. 그래 빚을 내어 주었더니 3일뒤 또 15만원, 다음날 5만원등 3차례나 돈을 내라고 성화더라는 거야. 홍양은 돈을 주다보니 아무래도 이상했겠지. 육군본부에 조회를 해 보았더니 역시 가짜라는 것이확인되어 멱살을 잡힌거지. 경찰에 잡혀와서도 『내가 왜 가짜냐』며 형사들에 호통까지 쳤지. 저자세가 된 형사들은 신분증을 보자고 했더니 집에 두었다는 것. 형사들은 꾀를 내어 『당신이 진짜면 신고 한번 해보라』고 했더니 입을 열지 못했다는 거야. 그래서 가짜라는 정체가 손쉽게 탄로. [선데이서울 72년 1월 9일호 제5권 2호 통권 제 170호]
  •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시급 실물경기 추락 공포 막아야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시급 실물경기 추락 공포 막아야

    “제일 급한 것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입니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를 피해야 합니다.” 떨어지는 주가와 치솟는 환율로 어지러운 요즘 정부가 할 일에 대해 박경철(43)씨는 이렇게 답했다. 박씨는 경북 안동에 있는 신세계병원장인 의사이지만 필명 ‘시골의사’로 더 유명한 주식투자자이자 경제평론가다. 지난 총선에는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화 인터뷰에서 박씨는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면서도 금융위기가 실물 위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공포감을 줄이는 데 정부 정책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 엄청난 공포는 금융위기에서 실물위기로 넘어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입니다. 금융에서 실물로 위기가 넘어가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금은 거의 동시간대에 일어나고 있거든요. 그게 공포의 핵심입니다.”공포감을 피하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은 소비자 지갑에 현찰을 든든히 채워주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발 경제위기의 본질도 미국 중·하위 계층 소수민족의 소비둔화다. 자산가치는 무너지는데 당장 내 주머니에 쓸 돈이 없다. 공포감 때문에 지갑을 더 닫아버리니 실물 경기가 추락하는 공포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무너지면서 내수 기반이 붕괴됩니다. 그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법이 있을까.“감세와 재정정책이 함께 가야지요. 단, 무차별적인 감세는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법인세를 깎아주더라도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한 회사에 혜택을 주는 방식이지요. 그래야 실물경기 침체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함께 고통을 극복한다는 일체감이 형성되면서 돌파력이 생깁니다.”최악의 경우에는 중·하위층 주머니에 직접 돈을 넣어줄 수 있는 방안까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될까. 박씨의 대답은 ‘예측불가’였다.“주가만 해도 그렇습니다. 모두들 너무 싸다고 합니다. 기업의 과거·현재가치를 따지면 맞는 말입니다. 자산도 충분하고 수익성도 좋거든요. 그렇다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냐. 그렇지 않다, 모르겠다는게 바로 지금 위기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코스피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이냐, 이 위기가 얼마나 갈 것이냐라는 예측은 지금 시점에선 무의미합니다.”상당 기간 어려움이 계속 되리라는 얘기다. 그러나 지나친 공포감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나타냈다. 외환위기 경험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까지 겹쳐져서 시장이 더 어렵다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코스피 500선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이런저런 험한 말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 시나리오 같은 것을 운운하는데 그런 논리로 따지면 한국 말고 더 좋은 먹잇감이 세계에 널려 있습니다.” 대신 투자자들에게는 보수적인 대처를 주문했다.‘여윳돈’,‘장기투자’ 두가지 원칙을 되돌아보라고 했다.“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할 만한 곳을 찾을 법도 하지만 부채가 있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빚을 먼저 갚고 투자를 삼가는 게 정석입니다.” 1990년대 초반 의대 재학시절부터 금융시장을 공부해왔던 박씨는 10여년 전부터 투자자 게시판에서 아이디 ‘시골의사’를 통해 탁월한 분석력과 놀라운 수익률로 명성을 쌓아왔다.‘묻지마 펀드’가 유행하던 지난해에 이미 한국·중국의 증시가 곧 꺼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었다.‘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시작으로 각종 베스트셀러를 펴냈고 최근에는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노·사 상생의 전형 ‘獨 폴크스바겐사’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노·사 상생의 전형 ‘獨 폴크스바겐사’

    |볼프스부르크(독일) 박건형특파원|독일 중북부의 대표 도시 하노버에서 동쪽으로 70㎞쯤 떨어진 볼프스부르크. 이곳에선 ‘라인강 기적’의 상징물인 네 개의 거대한 갈색 굴뚝을 볼 수 있다. 여러 개로 연결된 초대형 건물을 따라 일렬로 우뚝 솟아 있는 굴뚝들은 독일 교과서와 역사책에 2차대전의 패전을 극복하고 독일의 오늘을 일궈낸 형상물로 묘사된다. 볼프스부르크는 독일의 국민 자동차 ‘폴크스바겐’의 본거지이다. 폴크스바겐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외부인 견학용으로 제작된 전기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공장의 모토는 ‘문화를 판다.’는 것. 전기차는 기차 형태로 한 번에 30여명이 탈 수 있고, 독일어와 영어로 안내된다.“볼프스부르크는 19 00년대 초반만 해도 조그마한 시골 도시에 불과했습니다. 1938년 폴크스바겐이 본사와 공장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지만,2차대전때 완전히 파괴됐죠.1945년 지금의 공장이 그 자리에 다시 지어졌고, 현재 인구 13만명의 폴크스바겐 도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기자와 동승한 폴크스바겐 본사 홍보팀의 니콜라스 바텐 팀장은 기계를 좋아하고 진취적이었던 독일인들의 사고방식이 폴크스바겐이란 자동차 기업을 탄생시켰다고 강조했다. ●라인강 기적·폴크스바겐의 본거지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전기차는 창문을 내리고 관람객들에게 공장 안의 소음을 그대로 들려줬다. 거의 대부분의 공장 라인이 전자동으로 움직였고, 직원들은 끊임없이 얘기를 나누며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텐 팀장은 “천편일률적인 차들이 계속 생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차마다 붙어 있는 바코드는 차의 색상과 내장구조, 오디오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갖가지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면서 “자동화된 공장이라고 해도 기계조작과 차량의 특성에 맞춘 제작 등은 숙련된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장 직원들은 하루에도 수십차례 이상 이뤄지는 관람객 맞이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공장 안을 이동하던 직원들뿐 아니라 라인마다 갖춰진 휴게실에서 쉬고 있는 직원들조차 관람객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650만㎡에 달하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에는 현재 5만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에 2200대의 ‘골프’와 1000대의 ‘아우디 A4’,800대의 ‘투란’,1000대 이상의 ‘티구안’을 생산해낸다. 폴크스바겐 전체 차량의 3분의1 정도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두차례 걸친 기업협정으로 기사회생 독일의 상징으로 불렸던 폴크스바겐은 1970년 이후 20여년에 걸쳐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노조는 ‘노조원 개인이 느끼는 삶의 질이 회사 이익보다 우선’이라는 사고방식에 젖어 있어 노사간 대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80년대 후반 시작된 일본차의 유럽시장 본격 진출은 폴크스바겐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결국 지난 93년 당시 돈으로 10억유로의 적자를 기록하고 나서야 폴크스바겐은 대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바텐 팀장은 “93년 체결된 ‘고용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협정’은 회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노사협의안이었다.”며 “회사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동유럽이나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회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 해 폴크스바겐은 전체 종업원 12만명 중 5만명을 감축하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위기감을 느낀 노조는 소득보전을 받지 않고 근로시간을 단축해 모두의 고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급선회했다. 대신 회사측은 경영을 총괄하는 경영감독회 구성원의 절반을 노조원에게 내줬다. 또 종업원 평의회는 생산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받았다. 독일의 노조시스템은 한국과 같은 산별노조체제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차원에서 사전에 의견조율이 이뤄지는 만큼 극한의 대립은 사라진 상태다. 이같은 협상은 2004년에도 재현됐다. 독일 전체의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을 위해 폴크스바겐은 볼프스부르크와 엠덴에 새로 공장을 지었고,2011년까지 10만여명의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노조는 임금 동결과 노동시간 유연화로 화답했다. 바텐 팀장은 “두 차례에 걸친 협약을 통해 노조는 36시간 근로시간을 28.8시간으로 단축했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연간소득은 12% 정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일이었지만, 폴크스바겐이 좀더 일찍 합리적인 노사관계에 눈을 떴더라면 세계 1위 자리(지금은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임)에 올라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노동자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합리적 노·사 세계3위 폴크스바겐 만들어” 폴크스바겐 노조는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상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지난해엔 회사 창립 이후 최대의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노조 간부들이 회사측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접대와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공장 직원인 에밀리오는 “노조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었기에 실망이 컸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회사와 노동자의 공존’은 훼손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itsch@seoul.co.kr ■“폴크스바겐·아우토슈타트의 조합 차 넘어 유럽 대표문화 판매하다” |볼프스부르크(독일) 박건형특파원|“볼프스부르크에 오면 폴크스바겐 그 자체와 만날 수 있다.” 독일인들은 볼프스부르크를 단순히 공업도시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 폴크스바겐이 단순히 차를 잘 만드는 기업이라는 것보다는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를 판매한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생각의 중심에 세계 최대의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가 있다.1994년 시작한 아우토슈타트 건설은 전세계 400여명의 건축가가 참여해 6년에 걸쳐 이뤄졌다.2000년 5월 완공된 아우토슈타트의 전체 면적은 25만㎡에 달한다. 당초 아우토슈타트는 폴크스바겐에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직접 차량을 공장에서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아우토슈타트의 가이드를 맡고 있는 앤디 보먼은 “테마파크 건설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도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장 직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과 테마파크 주변시설을 통해 도시 발전에 기여하자는 방안이 보태졌다.”고 밝혔다. 아우토슈타트가 완성되면서 볼프스부르크는 그야말로 ‘폴크스바겐의, 폴크스바겐에 의한, 폴크스바겐을 위한 도시’로 거듭났다. 공원 내에는 폴크스바겐, 스코다, 람보르기니,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등 폴크스바겐의 7개 브랜드를 상징하는 각각의 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부터 첨단 F1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의 자동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동차역사관도 인기다. 공원 내에는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한 최고급 호텔과 호수공원, 다리 등이 계절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하루 평균 6000명, 연간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우토슈타트를 찾는다. 특히 ‘아우토튀르메’로 불리는 원통 모양의 거대한 쌍둥이 유리탑은 아우토슈타트의 상징이다. 유리 탑 내부의 거대한 로봇은 자동판매기처럼 움직여 고객들이 주문한 차량을 눈 앞에 배달한다. 바로 옆에 위치한 공장에서는 매일 600여대의 차량이 지하터널로 이동해 이 탑에 보관된 후 고객을 맞는다. 아우토슈타트는 볼프스부르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폴크스바겐 직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직원 및 가족들이 테마공원의 곳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근처에 형성된 패션 아웃렛과 각종 쇼핑몰은 공업도시에 불과했던 볼프스부르크를 독일 중북부의 거점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안내를 맡은 보먼은 “자동차 제조업에서 자동차 서비스업으로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바꿨고, 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상당한 직업 만족도 향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kitsch@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생활부 박건승부장(팀장)·이도운차장·박상숙·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 도쿄 박홍기·파리 이종수특파원, 국제부 박홍환차장·안동환·이재연기자
  • [19일 TV 하이라이트]

    ●영상앨범 산(KBS1 오전 7시) 제주도 한가운데 우뚝 솟은 대한민국 최고봉 한라산. 해발 1950m의 한라산은 그 높이만큼이나 깊은 역사와 다양한 이야기들을 지니고 있다. 지난 4월 히말라야 나야칸가 등정에 나섰던 장애인 희망원정대 회원들이 또 한번 새로운 산행에 도전한다. 불편한 몸으로 한 발 한 발 한라산을 오르는 그들의 투지가 뜨겁다. ●체험, 삶의 현장(KBS1 오전 9시) 구수한 목소리로 사랑받는 가수 최헌이 요즘 한창 제철을 맞아 사랑받는 무화과 수확에 나선다. 개성만점 탤런트 홍석천은 타조농장 일꾼으로 출동한다. 타조들을 방목장으로 몰아 운동시키는 게 첫 일감인데…. 트로트 가수 박상철은 시끌벅적 기사식당 일꾼으로 일일 체험에 나선다. ●대결! 노래가 좋다(KBS2 오전 8시20분) 도레미 패밀리로 출연한 성진우는 숨은 가창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500만원의 상금을 걸고 노래 가사 대결을 펼치는 ‘대결! 노래가 좋다’에서는 노래신동 현승희 양이 최연소 도전에 나선다. 오래된 트로트와 가요에서부터 최신 댄스곡까지, 나오는 노래마다 막힘없이 척척 불러낸다. ●늘 푸른 인생(MBC 오전 6시10분) 충청도의 구수한 인심이 느껴지는 곳, 충북 보은군 회인면 용촌1리를 찾아간다.70년 우정을 간직하고 있는 용촌1리 죽마고우 어르신들,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남편의 생사를 지금까지 알지 못한 채 홀로 자매를 키운 84세 김남열 할머니의 가슴 아픈 이야기 등을 들어본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남편을 잃은 기구한 운명을 가진 여인 벨 거너스. 그녀는 미국 인디애나 주의 작은 시골 마을 라포르트에 정착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평화를 한순간에 깨뜨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갑작스런 화재로 잿더미로 변해버린 벨의 집과 가족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밤 12시10분) 엄마의 정신지체와 아빠의 신경섬유종증을 그대로 물려받은 요한이는 뇌병변에 주기적인 경기 등 태어날 때부터 복합장애를 앓았다. 말도 못하고, 스스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열네 살의 요한이. 아무리 불러도 요한이는 대답이 없지만, 아빠는 오늘도 아들 이름을 불러본다. ●시네마 천국(EBS 오후 6시40분)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조감독을 거쳐 문소리, 김태우 주연의 영화 ‘사과’로 데뷔한 강이관 감독을 ‘더 인터뷰 플러스’에서 만나본다. 뛰어난 관찰력과 섬세한 연출로 주목받고 있는 강 감독을 만나 ‘사과’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과 개봉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들어 본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5시30분) 캄보디아는 30년간의 내전으로 찬란한 문화유산을 상당수 잃을 수밖에 없었다. 고대 크메르의 이카트 직조 기술도 안타깝게 사라져 갔다. 지난 몇 세기에 걸쳐 손에서 손으로, 어머니에서 딸로 전해져 오던 전통 직조 기술이 명맥조차 잇지 못하게 됐는데….
  • 영혼 깊은 곳서 찾아낸 삶의 지혜

    영혼 깊은 곳서 찾아낸 삶의 지혜

    전세계 1억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61). 한국에도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그가 첫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을 내놓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필집이라기보다 인간의 영혼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삶의 지혜가 담긴 우화집이다. ‘다르게 여행하기’‘길을 여는 열쇠’‘평화로운 세상을 위해’‘보이지 않는 책’ 등 101편의 짤막한 글이 실린 이 산문집에는 작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의 경험과 동서고금의 지혜가 녹아들어 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겪은 일들과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층 성숙해진 사유가 담겼다. 코엘료 문학의 시원(始原)을 살펴볼 수 있다. ●일 중독증에 걸린 현대인에 경종 작가는 우화를 통해 워커홀릭(일 중독자)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경종을 울린다.“꿈속에서 천사가 묻는다.‘자넨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분주하게 사는가?’ 마누엘이 대답한다.‘책임감 때문이지요.’ 천사는 다시 묻는다.‘하루에 십오분만이라도 일을 멈추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세상과 자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없나?’ 마누엘은 그러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고 대답한다.‘누구에게든 시간은 있네. 용기가 없을 뿐이지. 노동은 축복일세. 그것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나 일에만 매달려 삶의 의미를 도외시한다면 그것은 저주야.’˝ (‘마누엘은 없어서는 안 될 인물’ 중에서) 바쁜 가운데서도 여행을 게을리 하지 않고 삶을 온전히 즐기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인생살이의 지혜를 들려 준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자연인으로서의 코엘료의 면모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일년의 절반은 고향인 브라질의 리우데자이네이루에서, 절반은 프랑스 피레네 지방의 작은 시골마을 방앗간 집에서 보낸다. 옆집 노인과 나무 한 그루를 놓고 옥신각신하는가하면(‘가지 않은 길’), 아내와 함께 산을 누비며 노르딕 워킹도 하기도 한다(‘규칙보다 중요한 것’). 그야말로 평범한 소시민의 하루하루다. 그에게 영향을 미친 작가들에 대한 애정도 살뜰하게 피력한다. 브라질의 위대한 시인 마누엘 반데이라와 무명인 코엘료를 묵묵히 지켜봐준 거장 조르지 아마두에 대한 감사(‘나의 진정한 수호자’), 그가 흠모하는 헨리 밀러의 아내였던 호키 밀러를 만난 일화(‘사랑, 그것이면 충분하다’) 등은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소중한 단초를 제공한다. 자신의 작품을 번역하는 번역가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글 ‘바벨탑의 저편’은 사뭇 뭉클한 감동을 안겨 준다. ●자연인의 면모 엿보여 ‘세계의 경찰 ’ 미국을 비판한 글도 눈길을 끈다. “당신의 결정에 반대하는 우리를 한결같이 무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구의 미래는 소외된 사람들의 것이니까요. 당신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을 조직화할 능력이 있음을 발견하지 못할 뻔했습니다.”(‘부시 대통령, 고맙습니다’ 중에서) 이라크 전쟁 발발 직전 한 영어 웹사이트에 실려 전세계 5억명의 독자들이 읽은 글이다. 1만 2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펀드 반토막 개인 탐욕탓?” 미래에셋 부소장 직위해제

    16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금융위기, 확대인가? 안정인가?’에서 한상춘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의 “반토막 난 펀드는 개인 탐욕의 결과”란 발언이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이같은 네티즌들의 반발을 감안한 미래에셋측은 17일 문제의 발언을 한 한 부소장을 전격 직위해제 조치했다.  한상춘 미래에셋 부소장은 이날 토론에서 “반토막난 분들은 어떻게 합니까?”란 진행자 손석희씨의 질문에 “저희들이 12월과 1월초에 이러한 위험에 대해 사전경고를 많이 한 상태다.지금까지 환매를 못한 것은 개인의 탐욕이나 기대심리가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상태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기 회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낫다.”라고 답했다.  한 소장의 문제의 발언을 하는 동안 이 말을 들은 방청객들이 뒷목을 잡거나 실소를 터뜨리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됐다.  이에 대해 ‘시골의사’란 필명으로 유명한 재야의 주식전문가 박경철씨는 “일단 부채부터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작년말부터의 경고를 못 들은 사람들이 많다. 지금 자산투자하면 언젠가는 높은 값에 팔 수 있지만 그 ‘언제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기간 중에 쓰러질 수 밖에 없다면 차라리 그걸로 밥도 사 먹고 빵도 사 먹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 투자자들도 “환매하려고 할때마다 갖은 감언이설로 더 넣어놓게 하더만 이꼴 내게 하려고 그랬냐! 이제와서 개인탐욕의 결과라고? 내 다시 펀드하면 사람이 아니다.” “펀드가 마이너스여도 금융사 수수료는 왜 따박따박 다 챙겨가는가.”라며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한술 더 떠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올해 1월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중국은 올림픽이 지나면 경제도, 주식시장도 더 좋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고 인터뷰를 한 바 있어 ‘개미’ 투자자들의 분노와 반발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제가 확대되자 미래에셋측은 17일 한상춘 부소장의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고 “개인적 의견을 피력해 투자자 여러분의 심려를 끼친 한상춘 부소장을 직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한 부소장의 발언이 “장기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미래에셋 입장과 달리 부적절한 표현을 썼다.”고 해명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문화마당]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구효서 소설가

    [문화마당]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구효서 소설가

    평생 소설을 써서 먹고살자니 이야기가 달린다. 알겨먹다 알겨먹다 나중에는 제 살을 깎아먹는다. 이야기가 달리면 소설가는 염치도 체면도 없어진다. 이것만은… 하면서 꽁꽁 감추어 두었던 부끄러운 경험과 비밀까지도 종당엔 써버리고 만다. 말해 봐, 괜찮아, 라는 회유에 넘어가기도 하고, 직업상 어쩔 수 없잖아, 라고 눈 딱 감은 채 자신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러다 이런 재산 저런 재산 똑 떨어지면 남이 써 놓은 이야기마저 슬쩍 훔치고 싶어진다. 표절의 유혹과 싸우는 것도 소설가의 일상 중 하나다. 표절은 창작자의 무덤이니 언감생심 기웃거려선 안 된다. 결국 가장 깊이, 가장 마지막까지 꿍쳐 두었던 얘기를 슬슬 꺼낸다. 나로선 가족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누님들의 이야기. 나도 슬프지만 누님들까지 슬프게 할 수 없어서 입 딱 다물었던 것인데, 몇 년 전부터 몰래 누님들의 얘기를 소설에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여지없이 들켰다. 문학지라는 게 전국 서점에 깔리는 공개 매체이니 안 그럴 수 없고, 막내 동생을 작가로 둔 나름의 자랑이 있어 누님들은 내 발표작에 대한 정보를 이래저래 듣고 직접 찾아보기도 하는 것이다. 미안하고 고맙게도 누님들은 그런 나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좀 멋지게 써 줄 수 없니? 하고 웃거나, 그래 참 그때 그런 일이 있었어, 라며 떨리는 목소리를 전해 오기도 했다. 얼마 전에도 단편 하나를 발표했다. 시골집에 뒹굴던 책 한 권에 대한 기억을 다룬 내용이었다. 책은 달랑 한 권뿐이었는데 식구들의 기억이 제각각 다르다는 얘기. 그런데 재미난 사태가 벌어졌다. 내 소설에 등장하는 몇 명의 여자들을 누님들은 자신들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골집에 정말로 그 책이 있었다고 믿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얻어들은 걸 짜깁기하여 소설로 쓴 것뿐인데. 누님들은 뭐 그럴 만도 했다. 요즘 들어 심심찮게 누님들의 실제 얘기를 써 왔으니까. 누님들께 이렇다 저렇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내 미필적 고의로 인해, 남의 얘기에 불과한 것이 누님들껜 자신의 얘기가 돼 버린 것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내가 얼버무리는 바람에 누님들이 소설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난 뒤, 이번에는 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얘기는 진짜 누님들과 시골집 책에 관한 거였는지도 모른다고. 아니라고 해야 할 사람은 나뿐이었는데 나조차 자신이 없어졌다. 나라고 착각하지 말란 법 있는가. 순간 소름이 확 돋았다. 소설은 허구, 즉 픽션인데 내가 쓴 소설에 그만 내가 걸려들고 만 꼴이었다. 자승자박인지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건지 하여튼 그리되었다. 그러고 나니 내 경험과 기억, 지식과 정보, 믿음과 신념 따위가 갑자기 모래 위에 지어진 집처럼 위태롭게 느껴졌다. 그 모든 것들 또한 내가 말로 지어낸 거푸집에 지나지 않는 건 아닐까. 소설이 그러하듯이, 내가 만들어낸 것에 내가 갇히는 셈 아닐까. 말이란 건 참 무섭다. 내가 강하다고 말하고 그 말을 주문처럼 외우면 믿음이 생기고 정말로 강해진다. 강해서 좋을 것도 있지만 나쁠 것도 있다. 언어적 암시가 강하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으나 자신을 기만할 수도 있는 거니까. 시험점수를 그래서 많이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점수가 적을 때는 핑계를 만들고 그것마저 믿어 버린다. 한 사람의 사유와 신념은 개인의 언어 체계에 의해 이루어지되, 그것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간섭하고 지배한다. 그리고 발화된 말은 부메랑처럼 세상을 돌아와 자신에게 꽂힌다. 말 직업인이라 할 수 있는 작가, 학자, 기자, 정치인들의 숱한 말, 말, 말. 그 중 말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직업인 작가는 세상에서 말을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구효서 소설가
  • 짚풀공예 달인 가린다

    우리의 전통문화인 짚풀공예 ‘달인’을 찾는 이색 대회가 열린다. 종로구는 16일 한옥청사인 혜화동 주민센터 뜨락에서 우리 문화의 소중함과 조상의 슬기로움을 알리고자 ‘짚풀공예 솜씨겨루기 대회’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이 행사는 혜화동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남·여 어르신 중 짚풀공예를 과거 시골 등에서 만들어 봤거나 짚풀공예에 관심이 있는 주민이 대상이다. 지난 달 22일부터 10월10일까지 참여신청을 받았다. 행사 당일 심사위원이 1개의 품목을 발표할 예정이며 만들기에 약 3시간 정도가 주어진다. 심사는 짚풀생활사박물관 관계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대상·금상 각 1명, 은상 3명, 동상 4명에게 상장과 상금이 차등 지급된다. 또 경진대회 우수선발자에 대해서는 짚풀생활사박물관과 함께 노인일자리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은 가내수공업 형태로 멍석, 망태기 등 다양한 종류의 공예품목을 생산하게 된다. 김충용 구청장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짚풀공예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통 놀이문화로 정착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면서“가회동, 혜화동을 중심으로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전통성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길섶에서] 다문화동문/임태순 논설위원

    전남 여수 인근 시골학교 출신 인사가 얼마전 모교 살리기에 성금을 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정다웠던 고향 초등학교가 폐교되는 것이 안타까워 약간의 돈을 보탰다. 동창들의 십시일반이 힘이 됐는지 모교에선 기념식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옛 추억을 되살리고 친구들도 만날 겸 찾아갔다. 하지만 행사장에서 만난 동문은 서먹서먹했다. 생김새가 다른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인종사회,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이 나돌 때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일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생김새가 다른 한국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의외로 ‘동문’이란 이름으로 가까이에 있었다. 결혼이주여성의 2세들 중 80%가량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다인종 동문’이 지금은 초등학교에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학교, 고등학교로 확산된다는 이야기다. 더이상 장벽을 쌓고 살 일이 아닌 것이다. 인종이나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 인권이다. 인권은 멀리 있지 않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여성&남성] 노처녀·노총각은 왜 결혼을 못할까

    [여성&남성] 노처녀·노총각은 왜 결혼을 못할까

    명문대 출신에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직업과 억대연봉, 훤칠한 키와 아름다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따지다 결혼적령기를 놓쳐 노총각·노처녀로 살아가는 그들. 결혼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그들이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들이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은 너무 까다롭다 못해 독특하기까지 하다고 한다. 조건만 따지다 세월가는 줄 모르고 있는 노총각·노처녀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커플매니저들에게 들어봤다. ■ 男 ●“노처녀·노총각임을 인정 안 하는 게 문제죠”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커플매니저 오지윤(46)씨는 “노총각·노처녀들은 자신들이 노총각·노처녀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제일 큰 문제예요.”라며 말을 꺼냈다. 결혼적령기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그게 심할 정도로 관대한 사람은 문제라는 것이다. 오 매니저가 실례로 소개한 변호사 고모(38)씨는 명문대 졸업에 미국유학까지 다녀왔고 유명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A클래스 회원´이다. 하지만 고씨는 나이 마흔에 가깝도록 여전히 느긋한 태도를 취하며 자신이 세워놓은 까다로운 조건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씨는 집안, 직업, 외모 외에도 ‘천주교도, 수도권 출신´ 등 요구하는 조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해외에서의 방탕한 경험을 우려해 ‘해외 유학 경험이 없을 것´ 같은 특수한 조항도 요구하고 있어 중매 성사가 더욱 어렵다. “이런 분들은 스스로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결혼이 조금 늦어진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위기감이 없다보니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느긋한 게 문제죠.” ●여자는 땅, 남자는 하늘이라는 노총각들은 무조건 퇴짜 명문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정부부처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모(39)씨. 완벽한 조건을 갖춘 강씨지만 아직까지 짝을 만나지 못했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커플매니저 고재수(46·여)씨는 강씨를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정의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여동생 세 명이 늘 떠받들어주는 것에 익숙해진 게 강씨의 문제였다. 신경이 예민한 강씨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은 항상 조용했고, 강씨가 먹고 싶다고 말한 반찬은 반드시 그날 저녁상에 올라왔다. 강씨는 고 매니저에게 “여성들로부터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5년전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한 강씨는 고 매니저에게 자신이 원하는 여성상을 당당히 요구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면서 살림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을 잘 내조할 수 있는 팔방미인을 원했다.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여성을 만났지만, 어떤 여성도 강씨에게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 첫 만남에서부터 “나는 집안의 기둥이다. 결혼 후에도 아내가 기둥을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남성에게 끌릴 여성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 가지 조건만 고집하다보면 좋은 사람도 놓칠 수밖에 결혼정보업체 웨디안의 커플매니저 부유경(33·여)씨는 이름난 ‘커플 제조기´다. 내세우는 조건이 까다롭던 고객들도 부씨의 코칭을 받고 난 뒤에는 결혼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씨에게도 좀처럼 조언이 통하지 않던 회원이 회사원 최모(41)씨였다. 유명제약회사에 다니는 최씨는 수십억원대의 자산가이자 177㎝의 키에 서글서글한 외모까지 갖춘 ‘훈남´이다.“마음만 통하면 어떤 여성이라도 좋다.”던 최씨였지만, 유독 ‘170㎝´가 넘는 키를 고집했다. 부 매니저는 우여곡절 끝에 프로필에 키가 172㎝라고 밝힌 이모(32·여)씨를 찾아 만남을 주선했다. 그런데 최씨는 첫 만남에서 이씨가 자신의 키를 “168㎝”라고 했다며 거절했다. 알고보니 큰 키가 콤플렉스였던 이씨가 키를 4㎝ 낮춰 말했던 것. 부 매니저는 최씨의 고집을 꺾어보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키가 170㎝가 넘어야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낀다는데 어쩌겠어요. 알고 보니 다른 업체 커플매니저들 사이에서도 독특한 조건을 내세우기로 유명한 분이시더라고요.” ■ 女 ●성공한 여성의 고정관념과 결벽증이 장애물 결혼정보업체 비애나래의 커플매니저 이경(44·여)씨는 가끔 답답한 고객들 때문에 한숨 지을 때가 많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수많은 엘리트 여성들의 결혼을 성사시켰으나 가끔 난감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씨의 고객 중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김모(39·여)씨는 국내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뛰어난 영어실력과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외국계 회사에서 빠른 승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김씨는 남자를 경쟁대상으로 보는 고정관념과 결벽증을 갖고 있었다. 직장에서 수많은 남성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만큼 결혼할 남성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직장에서 ‘남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성공하리라.´는 목표에만 매달렸던 김씨는 나이 마흔을 코앞에 두고 결혼에 성공하지 못하자 초초해졌다. 그러나 김씨는 40∼44세의 남성에 소득수준이나 사회적 지위는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전문직이어야 한다는 조건만은 버릴 수 없었다. 게다가 불혹이 넘도록 여자 경험이 없는 ‘숫총각´만 소개해달라며, 결혼정보회사가 이를 검증해서 엄선해 달라고 ‘특별주문´까지 하는 등 난감한 요구사항이 한둘이 아니었다. “다른 조건은 그렇다쳐도 ‘숫총각´ 부분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죠. 사실 여자가 35세 이상 나이를 먹으면 결혼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이 경우 가장 적합한 상대는 나이든 재혼 남성인데 현실적으로 혼기를 놓친 많은 성공한 직장여성이나 전문직 여성들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 ●느낌·조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 결혼정보업체 큐피앙의 커플매니저 이연정(40·여)씨는 노처녀가 결혼 못하는 이유는 느낌과 조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씨의 고객 중 국내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금융회사에 다니는 유모(30·여)씨는 인형같이 생긴 얼굴과 168㎝의 늘씬한 키로 주변에 항상 남자가 많았다. 같은 직장 연하의 미국인과 사랑에 빠졌지만 어머니의 극렬한 반대로 국제결혼에 실패했다. 유씨는 변호사, 의사, 검사등 ‘사´자 라인은 일단 만나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미 결혼시기를 놓친 유씨는 “상대가 감성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니 마음이 닫혀 결혼생각까지는 안 든다.”며 상대 남성과의 지속적인 만남에 모두 실패했다. 조건은 조건대로, 느낌은 느낌대로 따지는 유씨의 마음을 사로잡는 남성은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자들은 조건에 굉장히 민감하죠. 그렇다고 느낌을 배제하지도 않아요. 연애할 땐 나쁜 남자를 선호해도 결혼할 땐 자상한 남자를 원하거든요. 특히나 ‘골드 미스´들은 명예와 부를 갖추고 있으니 더 그렇죠.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다가 결혼 시기가 점점 늦어지면 그냥 혼자 살고 만다는 경우가 적지 않죠.” ●“옛사랑의 상처를 잊지 못하는 여성분들은 정말 안타까워요”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커플매니저 전선애(37·여)씨는 옛사랑의 상처가 때로는 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며 한모(34·여)씨의 이야기를 꺼냈다. 중학교 영어 교사인 한씨는 대학교에 입학해 처음 만난 남자친구와 7년 동안 연애를 해왔지만 결국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말았다. 그녀가 차인 이유는 단지 남자친구에게 너무 잘해줬다는 것 때문이었다. 또 차일까 두려워 남자를 쉽게 못 만나는 우유부단한 여성이 되고 만 한씨는 어쩌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남성이 있으면 “이 남자 플레이보이 아닐까요? 나를 쉽게 버릴 것 같아서 불안해요.”라고 호소하면서도 하루라도 전화가 안 오면 “벌써 사랑이 식은 것 아닐까요?”라면서 상담을 요청한다. “자신의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 상대의 감정에 너무 좌지우지되다 보니 짝을 여태 못 만난 거죠. 안 됐지만 한씨는 앞으로도 결혼하기는 힘들어보여요.” 김정은 장형우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고향의 대바람 소리를 담다

    고향의 대바람 소리를 담다

    30년도 훨씬 넘게 독일에서 살아온 작가 송현숙(56). 강산이 세번 넘게 바뀐 세월에도 그는 아직 고향집 대바람 소리를 못 잊고 있음에 틀림없다. 소격동 학고재 화랑에서 선보이는 그의 그림들은 신통하다. 대나무가 없어도, 화포 너머로 서걱서걱 바람에 댓잎 부대끼는 소리가 들린다. 전남 담양이 고향인 작가는 1972년 보조 간호사로 독일로 떠났다. 향수를 달래려 붓을 잡았다가 결국 함부르크 미대로 진학하며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달걀과 안료를 혼합한 템페라에 송진을 섞어 쓰는 작가는 적막하되 더없이 고아한 풍치를 화폭 넘치게 담았다. 하지만 말할 수 없이 담백하다. 풀칠할 때 쓰는 붓인 크고 넓적한 귀얄로 쓱쓱 크게 획을 긋는 게 전부인 그림들이다. 말뚝기둥, 시골집 한 모퉁이, 항아리, 축축 늘어진 삼베와 모시 등이 용케도 붓질 몇번으로 다 형상화 됐다. 제목에도 구구한 설명이 없다.‘1획 위에 12획’‘23획’ 등 모두 획 수 만큼 붙였을 뿐이다.“선(禪)적인 작업이어서인지 독일사람들도 그림을 아주 좋아한다.”는 작가는 그림에서 대바람 소리가 나는 듯하다는 물음에 “머리로 계산하지 않고 그때그때 가슴으로 생각해서 붓질을 한 덕분”이라고 했다.26일까지.(02)720-152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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