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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예향천리 ‘마실길’ 열린다

    전북 예향천리 ‘마실길’ 열린다

    산 좋고 물 좋은 전북의 구석구석을 두루 거닐어 볼 수 있는 예향천리 ‘마실길’이 이달 중에 모두 열린다. 전북도는 도내 14개 시·군에서 조성하는 총 500㎞의 마실길이 이달 중에 모두 완공, 개방된다고 7일 밝혔다. 마실길은 제주 ‘올레길’과 같은 전북 도보길의 총칭이다. 지난해부터 1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닦기 시작한 마실길은 핵심 3대 권역 8개 노선 230㎞와 14개 시·군 명품 마실길 270㎞ 등 모두 500㎞에 이른다. 3대 권역은 ▲모악산 마실길 ▲예향천리 백두대간 마실길 ▲서해안 해변 마실길 등이다. 모악산 마실길은 전주~김제~완주에 걸쳐 있는 모악산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56㎞에 이른다. 모악산의 경관을 즐기며 주변 고찰과 한적한 시골 마을, 도시 근교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어 도시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예향천리 백두대간 마실길은 무주~장수~진안 등 전북의 동부 산악권 명소를 연결하는 역사·문화 탐방길이다. 섬진강 발원지인 장수 뜸봉샘, 논개 생가, 무주 반딧불장터와 도산서원, 진안 풍혈냉천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전체 길이가 111㎞에 이른다. 서해안 해변 마실길은 경관이 빼어난 부안군과 고창군의 서해안을 끼고 있다. 새만금 전시관, 격포항, 곰소항, 부안자연생태공원, 고창 선양제와 미당시문학관 등을 연결하는 63㎞의 아름다운 옛길이다. 14개 시·군마다 조성된 명품 마실길도 각 지역의 특색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뛰어난 코스로 평가되고 있다. 전주시는 한옥마을 인근 아·태무형문화 유산의전당~남고산~초록바위를 돌아오는 15㎞를 조성했다. 익산시는 웅포고분전시관, 금강변, 익산토성, 미륵사지 등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2개 코스의 마실길을 개발했다. 김제시가 금구면 당월저수지와 당월마을, 인근 편백나무 숲을 돌아볼 수 있도록 닦은 명품길도 눈길을 끈다. 임실군 마실길은 옥정호 주변을 돌아보는 15㎞ 코스다. 완주군도 위봉폭포~송곶재~다자마을~대부산재 등을 연결하는 고종시 마실길을 조성했고, 고창군은 고창읍성~김기서 강학당~신기계곡~고인돌박물관~운곡저수지 등 관내 명소를 연결하는 40㎞의 마실길을 개발해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도내 곳곳에 마실길이 완공됨에 따라 도는 지도를 제작해 전국에 알리고 홍보하는 등 마실길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지도는 나홀로 도보여행이 가능하도록 거리, 휴게시설, 대중교통 등 다양한 정보를 담게 된다. ‘걷기 열풍’을 타고 부쩍 늘어난 도보 여행자들을 유치, 관광지를 널리 알리고 경제도 활성화시킨다는 구상이다. 도 관계자는 “올해 개방되는 마실길은 지역 유지와 향토사학자,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생태, 문화, 역사, 경관 등이 뛰어난 옛길을 중심으로 조성됐다.”면서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자연미를 살려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깔깔깔]

    ●경상도 할매와 미국 사람경상도 할매가 읍내 장에 갔다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한참을 기다리자 저 멀리 버스가 오고 있었다.할매가 반가워서 소리쳤다.“왔데이~”옆에 함께 있던 미국 사람이오늘이 무슨 요일이냐고 묻는 줄 알고 대답한다.“Monday”이 소리를 들은 할매는 저기 오는 게 뭐냐고 묻는 줄 알고 바보려니 생각을 하곤,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버스데이~!”그러자 미국 사람이 할머니의 말을 듣고서 오늘이할머니 생일인 줄 알고 축하한다며 “Happy Birthday”라고 하자 미국 사람이 버스 종류를 잘 모르는 줄 아신 할매. “아니데이. 시골 버스데이.”
  • [영화 프리뷰] ‘짐승의 끝’

    [영화 프리뷰] ‘짐승의 끝’

    을씨년스러운 겨울날 오후. 만삭의 순영은 아기를 낳기 위해 고향에 가는 길이다. 황량한 시골길에서 야구모자를 쓴 남자가 합승을 한다. 차에 오른 ‘야구모자’는 신내림 받은 무당처럼 택시기사와 순영의 은밀한 과거사를 줄줄이 꿴다. 그러더니 장난처럼 “곧 마을에 전기가 나갈 것”이라고 내뱉는다. ‘야구모자’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섬광이 번쩍이는 순간, 어둠이 찾아온다. 순영이 정신을 차렸는데 아무도 없다. 시골 마을은 거짓말처럼 멈춰버렸다. 만삭의 몸을 끌고 휴게소를 찾아 나선 순영은 엄마를 잃은 소년, 젊은 커플, 자전가 탄 남자를 만난다. 하지만 동반자나 구원자의 손길을 내밀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본색을 드러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악몽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영화 ‘짐승의 끝’은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등과 함께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3기)에 뽑혀 5000만원의 제작비로 완성된 작품이다. 2010년 캐나다 벤쿠버 국제영화제 용호상 부문, 2011년 네덜란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영국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스는 “‘짐승의 끝’은 평범한 재난 영화를 벗어나 어둠의 속을 관통하고 있다.”라고 호평했다. 각본·연출을 맡은 조성희 감독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약하고 고독한 인간(순영)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낯선 곳에 내동댕이쳐진 순영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감독의 의도대로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된다. 초현실적인 설정을 미스터리 구조로 버무려낸 영화의 독특함은 양날의 칼이다. 새로운 형식에 목마른 이들에겐 분명 매력 포인트일 터. 첫 장편영화임에도 2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을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주류 영화의 관습에 익숙하거나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엔딩 자막이 올라간 뒤 ‘찜찜함’만 남을지도 모른다. 114분 내내 당하기만 하는 순영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왜’(why)에 대한 답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전지전능한 ‘야구모자’의 정체나 굳이 괴물이 등장해야 하는 이유도 알 수가 없다. 조성희 감독은 독립영화계에선 유명인사다. 2009년 중편 ‘남매의 집’으로 7년 동안 빈자리였던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을 차지한 것을 필두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학생 경쟁 부문) 3등상, 전주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최우수작품상 등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었다. ‘야구모자’ 역의 박해일(오른쪽)은 시나리오만 보고 무보수로 참여했다고 한다. ‘연애의 목적’(2005)에서 본 듯한 능청스러우면서도 껄렁한 느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야구모자’ 캐릭터를 살아 숨쉬게 한다. 칼바람이 부는 허허벌판에서 죽도록 고생하는 순영 역의 이민지(왼쪽)도 눈길이 간다. 하얀 얼굴에 겁이 많아 보이지만 답답할 만큼 고집스러운 순영과 100%의 ‘싱크로율’을 보였다. 18세 이상 관람가. 17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8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밤 7시 30분) 2년 전, ‘러브 인 아시아’에 출연했던 줄리아·정중성 부부에게 얼마 전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우즈베키스탄에 두고 왔던 아들 나브로즈가 한국에 온 것이다. 그토록 그리웠던 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한 줄리아. 하지만 나브로즈는 아직 한국 생활이 낯설기만 하다. 나브로즈는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희망 릴레이(KBS2 오전 9시) 인세기부는 책이 판매되는 금액의 일부를 기부하는 재능기부의 한 종류로 한국에서는 2001년부터 소설가 박완서 등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주 희망릴레이 우리는 한 가족의 주인공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작가가 출연한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가방 들어주는 아이’ 등으로 유명한 고정욱 작가다. ●일일연속극 남자를 믿었네(MBC 밤 8시 15분) 사무실에 출근한 남기는 경주가 버리고 간 구두를 보란 듯이 건넨다. 그 일로 인해 경주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이 끊이지 않는다. 진헌은 아픈 인희를 배려해 입주 대신 출퇴근을 하라고 권하고 인희는 진헌의 마음에 감동해 더욱 열심히 집안을 정리한다. 한편 선우의 뒷조사를 한 화경은 은밀한 장소로 선우를 부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국민MC 유재석도 놀라게 할 러닝맨 차림의 9살 꼬마 지훈의 등장에 MC도 뛰고, 제작진도 뛰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엄마와 지훈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지훈이 때문에 엄마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지훈이가 그토록 엄마를 피해 도망다니는 이유는 바로 공부하기 싫어서라는데….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완도 선착장에서 배로 3시간, 완도 최남단에 여서도라는 섬이 있다. 담이 높아 지붕의 처마와 닿을 듯한 여서도의 가옥들은 긴 세월 거친 바닷바람에 맞서 삶을 지탱해 온 여서도 사람들의 삶을 보여 준다. 물 사정이 안 좋기로 소문난 섬마을에 특이하게도 7년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샘이 있어 찾아가 본다. ●가족(OBS 밤 11시 5분) 전라북도 임실군 한적한 시골 길 마을의 소문난 효자 상기씨가 끄는 손수레는 어머니 고순덕씨의 전용 자가용이다. 조심스럽게 굴러가는 바퀴에는 어머니라서 힘들지 않다는 아들의 땀과 애처로운 어머니의 한숨이 실려 있다. 서로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상기씨와 어머니 고순덕씨의 이야기를 함께해 본다.
  • 저소득층 학생 주축 오케스트라 65개 창단 “음악 연 주하며 인성 가꿔요”

    저소득층 학생 주축 오케스트라 65개 창단 “음악 연 주하며 인성 가꿔요”

    일본영화 ‘스윙걸즈’를 본 적이 있나.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던 말썽꾸러기 시골 여고생들이 우여곡절 끝에 ‘빅밴드’를 만들고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된다는 내용의 유쾌한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이들이 학생오케스트라 음악제에 참가해 멋지게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올해 말에는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 속에서 벌어진 일이 현실이 된다. 12월에 학생오케스트라단이 참여하는 ‘전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학생오케스트라는 저소득층이나 문화혜택을 받기 힘든 지역의 학교 학생들이 단원으로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다. 음악을 통해 자긍심과 유대감, 인성을 가꾸기 위해 마련된 음악수업 방식이다. ●교과부 1억씩 지원… 12월 전국 음악제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초등학교 36개교, 중학교 22개교, 고등학교 7개교 등 65개 학생오케스트라 운영학교를 선정했다. 선정된 학교에는 악기 구입 등 창단에 필요한 비용을 1억원까지 지원한다.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학교당 1~2명의 예술교육 인턴교사도 뽑아 학생들에게 음악기초 이론과 오케스트라 합주 등을 가르친다. 교과부는 학생오케스트라 운영학교를 앞으로 100개교로 늘릴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된 학교들의 대부분은 관·현·타악 형태의 오케스트라를 만든다. 하지만 전북 정주고는 특이하게 국악오케스트라를 운영할 계획이다.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할 학교오케스트라 단원은 문화혜택을 받기 힘든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자녀 등 학생의 가정형편을 감안해 뽑는다. 물론 음악에 대한 흥미와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도 포함된다. 악기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학교에서 플루트, 트럼펫 등 악기를 구입한 뒤 학생들에게 무료로 빌려준다. 물론 연습을 위해서다. 학생 수가 적어 한 학교만으로는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없는 곳은 소규모 학교가 공동으로 악단을 만들기도 한다. 학교별로 현악단, 관악단, 타악단을 따로 만들어 배우다가 거점학교에서 전체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식이다. 전북에서는 화정초·가래초·칠곡초가 모두 합쳐 ‘두레현악단’을 만들고, 경남에서는 구이초·청명초·전주예술고가 협력 관현악단을 만든다. ●악기 무료임대… 지역사회와 연계 학생오케스트라의 성공을 위해선 지역사회의 힘도 필요하다. 교육지원청에서는 인근 대학, 지방자치단체, 예술단체 및 기업 등이 참여하는 ‘지역예술교육협의회’를 만들 계획이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나 강사를 활용하고 기업과 지자체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식이다. 최은희 교과부 창의인성교육과장은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제공해 예술적 능력과 인성을 높이고 문화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학생들은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과 재능계발은 물론 함께 악기를 배우고 공연하는 과정에서 자긍심과 유대감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문화마당] 아름답고 편안한 시골길이 되기를/공선옥 소설가

    [문화마당] 아름답고 편안한 시골길이 되기를/공선옥 소설가

    마을 앞으로 고속도로가 났을 때, 우리동네 아이들은 ‘우리나라도 부자가 되었네.’라며 춤을 추며 기뻐하였다. 아이들은 난생 처음으로 ‘아스팔트’길을 보았다. 이제 막 개통한 그 아스팔트 고속도로를 달리며 아이들은 아스팔트에서 나는 냄새가 도시 냄새려니 여기며 코를 벌름거렸다. 마을 앞에 고속도로가 나고도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야 우리동네 앞 신작로가 드디어 ‘확·포장’되었다. 신작로가 확·포장됨으로써, 오랜 세월 동안 신작로가에 무성하던 고목의 미루나무도 베여 없어졌다. 우리는 마을 앞에 고속도로가 생기고 미루나무 무성했던 신작로가 차 다니기 좋은 아스팔트길로 변하는 것이 발전인 것이라고 여겼다. 고속도로가 나고 비포장길이 포장길이 되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에 마을 사람들은 그 도로들로 행복해졌는가. 고속도로 주변에 우리 논이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논에서 일하면서 저 고속도로를 차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고속도로를 차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고속도로 주변에 사는 사람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이 그야말로 ‘지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차 타고 지나가기 좋으라고 만들어진 고속도로 덕에 그 주변에 사는 우리 마을 사람들이 행복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고속도로는 차만 다니는 길이라서 소음 이외에는 특별히 해를 끼친 일이 없다고 치자. 확·포장된 신작로길은 달랐다. 길이 확장되고 포장되면 무조건 좋은 줄만 알았는데, 그것은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임을,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마을사람들은 차 씽씽 지나다니는 신작로길을 위험스레 지나다니면서야 알았다. 확장되고 포장되기 전의 신작로길은 하나도 위험하지 않았다. 우선 차들이 다니기 불편한 길이라서 사람에게는 위험하지 않았다. 그러나 차 다니기 좋은 길은 사람 다니기에 위험하다. 대부분이 노인들인 시골사람들이 그 위험한 길을 조마조마하며 오간다. 길이 넓어지고 포장되면서 이웃동네는 더 멀어졌다. 이곳과 저곳, 이웃과 이웃,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이 역설적으로 이곳과 저곳, 이웃과 이웃, 마을과 마을을 갈라놓았다. 이제 시골에는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자박자박 걸어서 이웃마을로 마실을 다니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너무 삭막한 길들만 있다. 우리나라 어느 시골을 가도 그렇다. 도시사람들한테 아름답고 좋다고 소문난 올레길, 둘레길도 사실은 시골 사람들의 길이 아니고 도시 사람들의 길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 길들은 그저 생업의 현장인 논두렁 밭두렁일 뿐, 길은 아니다. 이제 시골사람들은 이웃마을과 이어주는 신작로길은 차에 빼앗기고, 생업의 현장인 논두렁 밭두렁길은 도시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시골에 차 다니기 좋은 길을 만들었으면 사람 다니기 좋은 길도 만들어야 한다. 도시엔 찻길이 있으면 사람길도 있다. 시골 사람들도 안전하게 길을 다닐 권리가 있다. 도시 사람들이 차 타고 휭 왔다가 떠나기 좋은 길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걸어다니기 좋은 길. 이웃 마을로 편안하게 마실 다닐 수 있는 길. 그 길 가장자리로는 예전처럼 미루나무건 포플러건, 은행나무건, 예쁜 가로수를 심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을 누가 할까. 아직도 도로 내는 일에만 골몰하는 권력자들이? 토목공사 해서 이득 남길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 돈 있는 사람들이? 시골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도시 사람들이? 힘없는 시골 사람들이? 나는 이 다음 대통령에 나올 사람 입에서, 우리 시골 어디를 개발하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나라 시골을 아름답게, 살기 편하게 만들겠다는 말이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이 나라 사람들 아무도 시골길에 인도 만들고 인도에 가로수 심자는 사람 없는 마당에 ‘아름다운 시골’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그 한가지밖에는 없을 것 같기에.
  • 하동 ‘야(夜)한 길’에 놀러오세요

    경남 하동군은 28일 농촌의 아름다운 밤 정취를 즐기며 문화체험을 하는 ‘별난 야(夜)한 길’ 조성 및 문화체험 사업을 한다고 밝혔다.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시골의 야경을 발굴하고, 지역·계절별 특색을 살린 야간 테마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야간 테마길은 토지문학제·야생차문화축제·섬진강 생태학교가 연계된 최 참판댁 주변의 악양면 코스와 공포·횃불체험을 할 수 있는 적량·횡천면 코스, 코스모스 둑길을 걸을 수 있는 고전·양보면 코스, 백의종군로를 체험할 수 있는 옥종면 코스 등 4곳을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다. 악양면 코스는 최 참판댁 주차장을 출발해 동정호, 부부송, 축지교, 하신대마을 앞 세월교, 덕계마을, 하평마을 뒷길을 거쳐 최 참판댁으로 돌아오는 6㎞ 구간이다. 적량·횡천면 코스는 하동읍 공설운동장에서 적량면사무소, 명천마을, 상남마을, 용소보, 안성제방, 공설운동장으로 연결되는 편도 20㎞의 길이며 고전·양보면 코스는 배들이공원과 주교천 둑길, 명교1교, 양보생활체육공원, 지내제, 애동제, 배들이 공원으로 이어지는 편도 10㎞ 구간이다. 옥종면 코스는 길이 7㎞로 두양교와 문암정, 용연사, 창촌교로 이어진다. 악양면 코스는 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리는 4~5월과 7~8월, 10~11월에, 적량·횡천면 코스는 횃불놀이와 물놀이 등을 할 수 있는 여름 7~8월에 운영한다. 또 고전·양보면 코스는 코스모스가 피는 10~11월에, 옥종면 코스는 4~5월에 각각 운영한다. 군은 자연생태해설사 등 전문인력도 확보해 운영할 방침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도시 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농촌의 밤 정취를 느끼는 건 물론 관광 하동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동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다카기 마사카쓰 “내 작업은 순간들을 표현”

    다카기 마사카쓰 “내 작업은 순간들을 표현”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작품을 선보여 온 일본의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다카기 마사카쓰(32)가 한국에 온다. 다카기는 세계 각국에서 촬영한 영상을 독특한 기법으로 편집해 선보이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2008년 한 차례 한국전을 가졌던 그는 이번엔 ‘콘서트가 있는 전시’를 시도한다. 새달 4~5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콘서트(전석 6만 6000원)를, 이어 7일부터 20일까지 삼청동 aA 디자인 뮤지엄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전시에 앞서 6일에는 간단한 강연도 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영상 작업과 피아노 연주를 종종 섞곤 했던 그는 단순히 첨단 테크놀로지를 선보이는 게 아니라 첨단과 감성을 서로 만나게 했다는 점에서 각광받았다. 두 번째 방한은 지난해 11월 시작한 ‘이메네 투어’의 일환이다. 이메네는 일본말로 ‘꿈의 근원’이라는 뜻. 서정적인 작품 경향을 함축적으로 말해 준다. 다음은 그와 이메일로 주고받은 일문일답. →피아니스트에서 어떻게 영상으로 보폭을 넓혔나. -거꾸로다. 어릴 적 클래식 피아노를 배운 건 맞다. 그런데 예술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영상 때문이었다. 19살 이후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면서 비디오 카메라를 만지게 됐고, 그 뒤 영상 작업에 흥미를 느꼈다. 그러니 출발은 어디까지나 영상이다. 그 뒤에 피아노를 덧붙여 보면 어떨까 생각했던 거다. →미디어 아트는 최첨단 미디어를 활용하는 까닭에 아무래도 차갑고 이지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당신의 작품은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특별히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열려 있는 순간이 좋다. 가령, 얌전하게 있던 아이가 갑자기 소리 높여 웃고 떠드는 순간은 마치 꽃이 활짝 피는 듯한 느낌이다. 그 순간들을 표현해 내고 싶었다. →유화물감의 느낌을 영상에서 그대로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데 구체적 작업방식이 궁금하다. -일단 작품에 쓸 자료를 모두 컴퓨터에 입력한다. 그런 다음 최대한 확대하면 모자이크 같은 사각형 픽셀들이 나오는데, 이 픽셀들 하나하나마다 일일이 색을 입히고 효과를 줘가면서 작업한다. →고통스럽지 않나. -무척 힘들고 어려운 건 사실이다. 어떤 때는 얼굴 하나 만지는 데 3주 이상 걸릴 때도 있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쓰면 편하긴 해도 섬세한 질감을 살릴 수 없다. →새달 한국 콘서트 때는 가수 이상은도 무대에 서는데. -(이상은씨는) 일본에서도 동양적인 작업을 한 분이라 통하는 대목이 있다. 목소리나 창법, 곡의 전체적인 느낌이 서로 잘 어울려 무척 기대가 크다. →세계 각국의 풍경을 담아 왔는데 한국을 등장시킬 생각은 없나. -이번엔 일정상 어렵다.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도시 말고 시골 같은 곳에서 한번 작업해 보고 싶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세대공감] 세월따라 변한 ‘부의 상징’

    [세대공감] 세월따라 변한 ‘부의 상징’

    농산물 수입개방이 되기 전인 1986년 봄. 초등학교 1학년 꼬마는 소풍에서 자신의 짝지가 완전 부잣집 딸이란 것을 알게 됐다. 꼬마가 태어나서 한번도 하나를 온전히 먹어보지 못한 노란 바나나. 짝꿍의 소풍 가방에는 바나나가 무려 3개가 나왔다. 하나는 선생님 것. 하나는 짝의 것. 그리고 하나는 꼬마에게 쥐어졌다. 금지옥엽으로 자란 짝지의 어머니가 자신에게도 나눠주라고 챙겨준 것이었다. ‘바나나 한개를 혼자 먹다니.’ 이후 1학년 꼬마에게는 바나나가 ‘부의 상징’이 됐다. 이젠 바나나는 가장 싼 과일중의 하나로 전락했다. 하지만 30대가 된 꼬마에겐 여전히 바나나가 ‘있는 집’의 상징으로 생각된다. 세태가 급변하면서 경제력의 척도를 나타내는 물건도 바뀌고 있다. 세대마다 깊게 각인된 ‘부의 상징’은 여전히 “우리 때는 저거 있으면 정말 사는 집이었지.”라는 말을 끄집어낸다. 세대별 부의 상징을 찾아봤다. 친구의 메이커 운동화 흙 묻히며 심술냈어요 서울 봉천동의 김진화(24·여)씨는 초등학교 시절 ‘메이커 운동화’가 그렇게 갖고 싶었다. 4학년 때까진 어머니께서 사 주신 신발을 아무 말 없이 신었지만 5학년이 되고 나서 ‘메이커’에 눈을 떴다. 메이커라고 해 봤자 아는 것은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가 전부. 꼬마였던 김씨는 이런 브랜드들을 하나 하나 외며 친구들 앞에서 제법 아는 척 했다. 당시 김씨의 눈에 메이커 운동화를 신은 아이는 하나 같이 잘사는 집 아이들이었다. 아버지의 직업이 의사, 사업가, 유명 학원장 등이었다. 한마디로 그때 김씨의 학교에서는 메이커 운동화가 일종의 부의 상징이었던 것. 이런 친구들은 새로 산 티가 나는 운동화를 친구들 앞에서 내밀며 괜스레 자랑하고 다녔다. 김씨는 “솔직히 부럽기는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산 운동화는 밟아 줘야 오래 신는다며 일부러 흙을 묻히기도 했죠.”라며 그때를 떠올렸다. 서울 신월동에 사는 송유경(26·여)씨는 마음의 여유가 곧 부의 상징이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송씨는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출판사에서 성인을 위한 영어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송씨는 돈을 버는 데 아등바등하기보다는 적은 돈이라도 여유롭게, 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천천히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하며 살고 싶다. 웰빙이 곧 부의 기준인 셈이다. 송씨는 “세상에 돈이든 보석이든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사람이 있지만 마음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적지 않나요? 전 마음이 부자이고 싶어요.”라며 미소지었다. 외제차 부럽지만 엄두는 못 내죠 서울의 회사원 최영민(27)씨에게 부의 상징은 소위 ‘명품 외제차’이다. 결혼식에 번쩍번쩍하는 외제 승용차를 몰고 오는 친구들은 완전 선망의 대상이다. 최씨는 “남자가 명품 자동차를 몰고 예쁜 여자가 옆에 타고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기도 한다.”면서 “여자와 사귈 때도 고급 승용차가 있으면 작업이 더 잘 된다.”면서 부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씨는 명품 자동차를 사기 위해 딱히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최씨는 “부의 상징은 단지 상징일 뿐 내가 하기에는 막연한 거리감이 있다.”면서 “이제 직장생활 1년차인데 아껴서 장가갈 돈 모으는게 더 급하죠.”라고 말했다. 그에게 명품 차는 아직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갓 입학한 여대생들은 명품 가방에, 명품 구두까지 갖춘 졸업반 여대생들은 옷이 날개인 듯 명품 의류에 필이 꽂힌다. 서울에 사는 피아노 강사 김영희(34·여)씨에게 부의 상징은 ‘교정기’이다. 김씨는 요즘 들어 TV에서 유명 스포츠 스타나 탤런트들이 교정을 통해 과거에 비해 확연히 예뻐진 모습을 보며 교정의 효과에 새삼 놀란다. 김씨는 “그동안 절친들이 미용을 위해 교정을 한다는 것에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며 시큰둥했던 자신이 후회스럽다.”면서 “연예인들은 물론 주변 친구들이 교정을 하고 달라진 모습에서 부러움과 환상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사귀는 이성도 없어 결혼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게 된 김씨에게 교정기는 그야말로 탁월한 성형 효과를 가져다주는 부의 상징이다. 김씨가 교정기를 부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웬만한 사립 대학의 등록금에 맞먹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 하지만 김씨는 일주일 전 큰 마음을 먹고 교정을 하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지난 1년 간 피아노 강사를 하며 모은 돈을 쪼개 나를 위해 투자할 생각”이라면서 “현재 학원 수업 도중 틈날 때마다 주변 치과에 들러 교정하는 데 드는 비용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등촌동에 사는 대학생 지은송(25·여)씨의 부의 상징은 ‘직업’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취업만 해도 성공한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어떤 일을 하느냐가 성공을 넘어서 그 사람의 삶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서다. 지씨는 “취업난으로 불안한 마음은 대학입학 때부터 항상 있어 왔던 일이잖아요. 그래서 대학입학 때부터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며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지씨는 현재 졸업을 1학기 남겨두고 휴학 중이다.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 근처에서 살며 매일 하루에 4시간씩 자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엔 떨어졌지만 올해는 꼭 붙겠다는 각오다. 지씨는 “매일 반복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합격할 저를 생각하면 다시 한 번 힘이 나요.”라며 밝게 웃어 보였다. 모두가 안정적인 공무원, 고시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도전의식이 없다고 비판하는 어른들에게 지씨는 “이렇게 불안한 시대에 안정적인 것을 찾는 게 오히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아닐까요. 미래에 제가 안정적으로 원하는 일을 하면서 여유롭게 사는 게 좋은 일 아닌가요.”라고 대답한다. 사는 곳이 자신의 경제력을 말해주죠 ‘부동산 광풍’이라는 말은 순천에 사는 주부 정연순(48·여)씨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만 같다. 전세살이로 전전하다 8년 전에 마련한 시골 마을의 1층 단독주택이 정씨의 보금자리. 넓은 집은 아니지만 정원에는 봄꽃이 봉오리를 틔울 준비를 하고 있고 누렁이 한 마리도 있다. 아담한 보금자리다. 하지만 정씨는 “우리 나이대의 사람들에게 부의 상징은 바로 아파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씨의 생각에 아파트는 보금자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정씨는 서울 강남의 남동생 부부가 내려와 아파트값이 떨어졌다느니, 어느 곳에 신도시가 개발되는 데 괜찮을 것 같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를 실감했다. 정씨는 몇년 전 서울에 갔다가 강남에 우뚝 솟은 고층 아파트들을 봤다. 벽면은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로 뒤덮여 있고 꼭대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정씨는 문득, ‘저런 아파트가 아니어도 살기 좋은 집은 많은데 굳이 저런 아파트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정씨는 “아파트를 부의 상징으로 보기 때문에 투기가 발생하고 땅값이 오르는 것 아니냐.”면서 “집을 부의 상징이 아닌 사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이나 서초 등 사는 지역도 부의 척도가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쌀이 부족하니 보리혼식을 합시다’. 제주에 사는 김성진(58)씨는 1960년대에 한참 나돌았던 이 구호를 떠올리면 헛웃음이 나온다. 제주에는 쌀이 턱없이 부족해 사람들은 보리밥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제주는 논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해 다른 지역보다도 쌀 부족 현상이 심했다. 1960년대 제주에서는 ‘쌀밥’이 부의 상징이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당시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집은 곧 부잣집”이라면서 “제사상에 쌀밥과 쌀떡을 올리는 집 아이들은 제사를 지낼 때마다 친구들을 데려와 제사상에 올려진 쌀밥과 떡을 슬쩍 보여주곤 그걸로 며칠 동안 목에 힘을 주고 다녔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평범한 집이라도 소풍이나 운동회 날이면 쌀밥을 먹고 싶은 게 아이들의 인지상정. 김씨는 “운동회 날이면 어머니께서 모처럼 쌀밥을 지어서 보리밥 위에 한두 숟갈 얕게 얹어서 도시락을 싸 주었지.”라며 “도시락을 열었을 때 하얀 쌀밥이 눈에 들어오면 지금 말로 완전 대박”이라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TV는 부잣집에서나 볼 수 있었지 서울 목동에 사는 김성일(58)씨는 텔레비전을 꼽았다. 김씨는 “지금이야 엄청나게 화질도 좋고 선명한 큰 텔레비전이 많이 있지만 제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흑백 텔레비전은 마을에서 하나 있을까말까 했어요.”라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 동네에서 제일 부잣집에 한대 있던 텔레비전은 아이들이 그 집으로 모이게 했다. 마음씨 좋은 집주인 아저씨는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하루에 한 시간 정도 텔레비전 보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그 집 아들이 문제였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텔레비젼을 보지 말라며 생떼를 썼기 때문. 그때마다 김씨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부끄러웠다. 김씨는 “기분은 무척 나빴지만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꾹 참았지만 나름대로 마음의 상처였는지 가끔 생각하면 씁쓸하네.”라고 말했다. 김씨는 부잣집 아들의 구박에도 당시 인기 드라마였던 ‘미워도 다시 한번’ 같은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었다. 김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상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바뀔 수 없는 것은 그때의 추억”이라면서 “지금 젊은 세대들은 그때 다같이 사람들이 웃고 울던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안양에 사는 김기숙(52·여)씨는 부의 상징이란 곧 ‘가방끈’이라고 단언했다. 전남 함평 출신인 김씨가 학창시절을 보낸 1970년대만 해도 까만 교복을 입고 여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손에 꼽을 정도. 설사 학교에 다닐 수 있어도 운이 좋으면 초등학교 때까지 혹은 초등학교 3, 4학년까지 다니는 게 고작이었다. 4남매의 첫째였던 김씨도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초등학교만 나온 게 전부였다. 김씨는 “3학년인가 4학년인가 그때쯤 아버지가 이제 학교 다니지 말고 집에서 일하고 동생들 돌보라고 하셨을 때 난 학교를 가겠다고 소리 지르면서 집을 뛰쳐나갔던 게 생각난다.”면서 “첫째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던 아버지가 어찌나 원망스럽던지.”하며 한숨울 내쉬었다. 결국 김씨의 아버지는 초등학교를 끝까지 다닐 수 있도록 허락했다. 몇몇은 중학교에 진학했다. 김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그 애들이 지나갈 때면 저도 모르게 집에 숨었어요.”라면서 “지금 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선생님, 교수가 됐는데 저도 똑같이 공부했다면 그 친구들처럼 자신 있게 명함을 내밀수 있지 않았을까 하면서 혼자 웃곤 해요.”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연평도 초·중·고 北 포격 3개월만에 합동 졸업식

    연평도 초·중·고 北 포격 3개월만에 합동 졸업식

    “밝고 티 없이 자라야 할 아이들이 폭탄 소리에 놀라고, 눈총을 받아가며 외지 학교를 떠도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1일 오전 10시 인천 옹진군 연평초등학교에서 열린 연평도 초·중·고교 합동 졸업식. 학부모 대표인 최재숙(44·여)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육지로 피란 간 연평 학생을 당시 다른 학교들이 수용하지 않으려 하자 “이곳마저 거부하면 우리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며 영종도 운남초등학교에 눈물로 호소해 임시학교를 개설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졸업식에는 면장, 우체국장, 농협장 등이 단골 멤버인 여느 시골 학교 졸업식과 달리 교육부장관, 해양경찰서장, 부교육감까지 참석해 무게감을 더했다. 하지만 흥겨운 ‘지역 잔치’로만 치러질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북한군 포격 사건이 잊을 수 없는 충격과 고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오른 인사들은 잇따라 지난 일을 거론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무사히 학업을 마친 학생들을 격려했다. 피란 생활을 마치고 3개월 만에 본교를 찾은 재학생과 졸업생이 뒤엉켜 그동안 못다 한 얘기를 나누면서 숙연했던 졸업식장 분위기는 활기를 띠었다. 이 학교 박안수 연구부장은 “학생들이 태어나 살아 온 섬에서 졸업식을 치르게 돼 다행”이라며 “오늘 졸업식이 연평도가 주민들의 터전으로 다시 자리 잡기 위한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학생 대표로 연단에 선 5학년 이인영(12)군은 “지난겨울은 너무나 아프고 슬펐지만 지금 마을 어귀에는 파란 싹이 돋고 있다. 우리 마을도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1시간 30분 동안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된 졸업식이 끝나자 학생들은 졸업식 때 흔한 ‘자장면 외식’조차 없이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섬에 식당들이 아직 영업을 재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지로 배움터를 옮겨 가면서도 학업을 계속한 학생들이기에 이날 무엇보다 값진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생은 초등학교 12명, 중학교 10명, 고등학교 7명 등 모두 29명. 초·중학교 졸업생은 연평도에 있는 중·고교에 진학하며, 고교 졸업생은 전원 육지에 있는 대학교 입학이 결정됐다. 최영호(49) 교사는 “대학 입시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6·25전쟁 당시 천막 교실을 연상케 하는 고초를 겪으면서도 대학에 합격한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김민지양은 편부인 아버지가 지난해 대장암으로 타계하는 슬픔과 이어진 피란 생활 속에서도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에 당당히 합격했다. 유한대 기계과에 진학하는 이정석군은 북한군 포격 이후에도 계속 섬에 남아 시각장애 1급인 아버지를 돌봐 이날 효행상을 받았다. 이군은 “앞으로 육지로 나가면 아버지는 여동생이 모시겠지만 조금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호서전문대 애견동물관리과에 합격한 염현아양은 “한때 너무 힘들었지만 졸업해서 행복하다. 뛰어난 애견미용사가 되겠다.”며 밝게 웃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폐교 위기서 명품학교로… 서울 교동초교의 부활

    폐교 위기서 명품학교로… 서울 교동초교의 부활

    지난 1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경운동 교동초등학교 3층 강당에서는 6학년 22명의 졸업식이 진행됐다. 여느 초등학교의 한 교실 규모도 채 되지 않는 적은 졸업생이지만, 6년간 한 교실에서 동고동락한 친구들과 헤어지는 자리여서인지 행사 내내 강당은 작별의 인사로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1894년(고종 31년)부터 우리나라의 초등교육을 이끌어온 서울 교동초등학교는 매년 졸업식 때마다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첫 번째는 올해 117년째 되는 학교 역사와 함께 ‘그날이 오면’의 소설가 심훈, ‘반달’의 동요작가 윤극영, ‘어린이날 노래’의 아동문학가 윤석중 등 쟁쟁한 졸업생으로, 또 다른 하나는 서울에서 가장 적은 전교생 100명 남짓의 학생수 때문이다. 올해도 22명이 학교를 떠나고 3월 7명의 신입생이 들어오면 전교생은 94명까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최근 폐교설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반대로 적은 학생수 덕분에 서울에서는 불가능한 특성화 명품 교육도 가능해져 입소문을 전해들은 학부모들의 발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교동초등학교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교육방법혁신연구팀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을 기초로 이 학교 교사들이 도입한 ‘창의적교수법’(CTS)은 학생 한명 한명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넣어주는 수업 방식으로, 모든 학생이 빠짐없이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 수업시간에는 ‘40대 10대 4’라는 학습 원칙을 적용한다. 초등학생의 평균 학습 집중력이 3~4분이라는 점에 착안, 40분 수업에서 10분 단위로 섹션을 정해 책 읽기, 발표하기, 게임하기, 짝꿍과 토의하기 같은 프로그램을 바꿔서 진행하고 4분마다 아이들에게 직접 활동하도록 시키면서 학습 개념을 알려준다. 그래서 빙고게임으로 시작된 수업은 노래 부르기로, 또 그림 그리기로 이어져 40분 수업에서 그날 배울 개념을 적어도 6차례 이상 반복해 듣게 된다. 이유남 교감은 “인간의 뇌가 단기에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갈 때 기억력이 가장 높아진다는 점에 근거해 이미지와 음성 등 각종 학습 도구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CTS의 특징”이라면서 “한명도 빠짐없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어려운 개념도 즐겁게 토론하며 즐기다 보니 아이들이 더 수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은 학습법이지만, 교사 1명당 학생이 30명에 이르는 국내에서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학생이 적은 시골 학교나 교동초교 같은 도심의 특수한 일부 학교에서만 가능하다. ●교육방법 혁신 ‘최우수’교로 이 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학년당 한개 반만 있는 독특한 교실 구조 덕분에 모든 아이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함께 수업을 듣는다는 것. 저출산 기조로 한 가정에 한명뿐인 시대에 또 하나의 형제, 자매를 갖게 돼 전인교육 효과도 저절로 따른다는 것이 교사들의 설명이다. 아이들은 6년간 한 교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지내다 보니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가서도 돈독한 우애를 갖게 되고, 교장·교감을 비롯해 학교의 모든 교직원들이 아이 개개인의 얼굴과 이름을 자연스레 외우게 돼 교사와 학생 간 결속력도 뛰어나다. 종로 한복판에 위치한 학교 특성상 주변에 사교육을 받을 만한 학원이 전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보통의 학교라면 오히려 학부모들이 꺼릴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 같은 장점을 찾아 학교로 오는 학생도 많다. 실제 전교생 가운데 절반 정도가 종로구가 아닌 일산, 분당 등 타지역 출신이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엄마, 아빠가 직장을 마치는 오후까지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한개 반이 몽땅 모여 야구와 피구도 즐긴다. 또 영어전용교실과 방과후 초등 돌봄교실이 따로 설치돼 저녁까지 자유롭게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지낼 수도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는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1명뿐이지만, 상대적으로 학생 숫자가 적다 보니 일반 학교의 3~4배 되는 학습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별도로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부모가 서울 도심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로, 또 도시 아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거나 시골처럼 사교육 학원 없는 학교를 찾기 위해서 등 이 학교를 찾는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이날 자녀의 입학 문의를 위해 자녀와 함께 경기도 용인에서 학교를 찾은 이수연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로 1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전통뿐만 아니라 한반에 15명 수준의 화목한 분위기가 좋아 일부러 입학시키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에서 온 또 다른 학부모는 “직장이 종로에 있는데 학교에서 오후 9시까지 아이를 돌봐줄 수 있다고 해서 입학을 시키고 싶다.”면서 “무엇보다 학원이 없어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경쟁에서 아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6년간 한 교실서 수업… 전인교육 으뜸 이유남 교감은 “올해 정식 입학생은 7명뿐이지만 최근 우수한 교육프로그램과 사교육 없는 학교, 전인교육이 가능하다는 학교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하루에도 학부모 서너명씩 입학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면서 “일종의 공립형 대안학교 형식으로 진행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학년당 정원은 15명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미국 문화 바꿔버린 ‘현대차 그룹의 힘’

    “9년전 디트로이트에서 800마일 가량 떨어진 이 도시에서 자동차 산업에 관해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이 곳 사람들은 자동차 산업과 현대자동차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채 10년이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현대자동차 그룹이 바꿔놓은 미국의 오래된 도시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와 알라배마주 몽고메리를 집중 조망했다. 초창기 미합중국의 수도였던 몽고메리시는 최근 몇 년새 쉴 틈이 없다. 수천개의 일자리가 생겨났고, 근로자들은 더 많은 차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념이 없다. NYT는 “올해로 미국 운전자들에게 차를 팔기 시작한지 25주년이 된 현대차는 이제 포드를 제치고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가 됐다.”면서 “그 사이 몽고메리는 다른 알라배마 지역보다 두배의 소득을 거둬들이는 도시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몽고메리를 거점으로 한 현대차와 조지아 공장을 갖고 있는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 자동차 회사다. 현대차는 지난해 몽고메리 공장에서만 30만대의 차를 생산해 미 전역에 팔아치웠다. 존 크래프칙 현대차 미주지사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어느 미국 제조업체도 우리만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면서 “심지어 우리 스스로도 현대차가 이렇게 빨리 커질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특히 미시간호를 중심으로 한 미국 전통의 자동차 산업이 침체되면서 높은 실직률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미국 고용시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차는 몽고메리에서 265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받은 높은 임금은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시장창출 효과를 낳고 있다. 조지아 기아차 공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산타페 생산을 시작하면서 600명을 추가로 고용하는 등 최근 1000여명을 신규채용했다. 계열사와 협력업체 역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현대차에 공급하는 계열사 파워테크를 비롯해 알라배마 지역에만 최소한 138개의 현대차그룹 협력사가 위치해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혼다와 메르세데스, 토요타 등에도 부품을 공급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한국인들의 파견과 이민도 크게 늘었고, 도시문화 자체도 변하기 시작했다. 9년전 현대차 공장이 지어지기전 100여명을 밑돌던 몽고메리지역 한국인은 현재 3000명에 이른다. 10여개의 한국식당이 성업중이고, ‘서울마켓’ 등 한국식품점도 생겼다. 애틀랜타에서 몽고메리로 이사와 한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지니박씨는 “주말이면 머리를 자르려는 남자들이 줄을 선다.”면서 “가끔 한국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라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자리잡은 기아차 공장 주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내의 오래된 19세기 건물들 사이에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초밥식당이 문을 열었고, 피자헛은 갈비집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NYT는 “웨스트포인트의 주요산업이었던 섬유공장들은 기아차에 자리를 내주고 중국과 인도로 옮겨갔다.”면서 “이곳에서 기아차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애쉴리 프리예 부사장은 “사람들은 현대차그룹의 등장을 마치 록스타가 시골 도시에 온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현대차 로고가 찍힌 자켓이나 티셔츠를 입고 시내로 나가면 사람들이 쫓아와서 ‘어떻게 그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느냐’고 묻느라 난리를 친다.”고 전했다. NYT는 현대차그룹의 성장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NYT는 “현대차는 지난 1월에만 22%가량 판매가 늘었고, 기아는 무려 25.6% 성장했다.”면서 “이는 대형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2위 크라이슬러보다 6만 5000대를 더 팔았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주말 영화]

    ●떠날 때는 말 없이(EBS 일요일 밤 11시) 1955년 서울. 빈민촌에서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주던 미영(엄앵란·왼쪽)은 작은 사고로 가난한 청년 명수(신성일)와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그 후 우연히 다시 미영과 마주치게 된 명수는 그녀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 딸이었음을 알고 사표를 제출한다. 그러나 며칠 후, 가면무도회에서의 재회를 계기로 다시 회사에 출근하게 된 명수는 미영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게 되고, 옥신각신하는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한편 미영의 부모는 그녀를 은행장의 아들 준호(윤일봉)와 결혼시킬 계획이지만 현재의 어머니가 생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미영은 집을 뛰쳐나와 명수를 찾아간다.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곧 행복한 둘만의 생활을 꾸려나간다. 경제적인 궁핍에서 비롯된 갈등의 시간들이 지나간 뒤, 미영은 집안에서 재봉일을 하고, 명수는 직장에 다니며 고등고시를 준비하는 등 평온한 생활을 이어가다 첫딸 영옥을 얻는다. ●명화극장 굿 바이(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도쿄의 한 오케스트라에서 프로 첼리스트로 일하던 고바야시 다이고. 어느날, 갑자기 악단이 해체되어 꿈을 포기한 채 아내인 미카와 함께 고향인 야마가타현의 시골 마을로 이사간다. 취직자리를 찾고 있던 다이고는 신문에서 ‘여행 준비 도우미’라는 구인 광고를 보게 된다. 여행사인줄 알고 찾아간 사무실에서 뜻밖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채용된다. 하지만 NK 에이전트라는 이 회사는 알고 보니 납관 전문 사무실. 난처해진 다이고는 일을 그만두려 했지만 사장인 사사키의 권유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다이고는 시간이 갈수록 납관사 일에 충실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새 직업에 대한 소문이 동네에 퍼지자 아내인 미카는 더러운 일이라며 그만 두라고 말하는데…. ●일요시네마 향수(OBS 일요일 밤 11시 20분) 18세기 프랑스, 악취나는 생선 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벤 위쇼). 난생 처음 파리를 방문한 그곳에서 그르누이는 살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여인’의 매혹적인 향기에 끌린다. 그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한물간 향수제조사 주세페 발디니(더스틴 호프만)를 만나 향수 제조 방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인의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더욱 간절해진 그르누이는 마침내 파리를 떠나 ‘향수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그라스(프랑스 남동부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향수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한편 그라스에서는 의문의 살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 어메이징한 드라마 ‘싸인’의 3대 인기키워드

    어메이징한 드라마 ‘싸인’의 3대 인기키워드

    ‘한국판 CSI’로 기대를 모았던 SBS 드라마 ‘싸인’이 미국드라마 ‘CSI’와는 차별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겹겹이 싸인 미지의 사건들의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한층 긴박감을 더하는 ‘싸인’의 3가지 인기 키워드는 무엇일까. 일단 싸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천재 법의학자인 윤지훈(박신양 분)과 신참 고다경(김아중)이 부검을 통해서 은폐된 진실을 조금씩 파헤쳐 나가는 것이 기본 줄거리다. 한류스타 서윤형의 사망사건, 굴지의 대기업 한영그룹의 직원 의문사, 트럭 연쇄살인사건 등의 진범을 찾는 녹록치 않은 여정을 그리는 동시에 거대 권력에 맞서는 법의학자의 양심과 사회정의의 가치를 강조한다. ▶ 1대 키워드 : 음모 방영 전부터 ‘싸인’이 미국 의학드라마의 인기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충족할까가 최대의 화두였다. 컴퓨터그래픽 기술과 영상미 등은 당연히 ‘CSI’, ‘그레이아나토미’ 등 드라마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그럼에도 ‘싸인’은 기본 줄거리에 음모와 숨겨진 배후권력을 파헤치는 과정을 덧입힌 흥미로운 구성으로 기술적 부족함을 만회했다. 서윤형 사망사건의 배후세력을 유력한 대선후보자로 그린 점은 ‘싸인’의 짜임새 있는 구성의 백미로 일컬어졌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감독다운 탄탄한 연출력이 돋보인다는 평이 지배적. 진범을 찾아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모를 밝혀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 2대 키워드 : 반전 이전까지 한국 드라마의 반전은 출생에 얽힌 내용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단순했고 식상했다. 하지만 ‘싸인’은 극중에 의도적으로 복선과 반전이라는 일련의 장치들을 삽입해 회당 영화 한편씩을 보는 듯한 몰입을 이끌어냈다. 가장 인상적인 반전으로 꼽히는 부분은 한영그룹 연구원이 위스키에 독을 타서 이른바 ‘논개작전’으로 정 대표를 살해하는 장면. 청첩장을 보고 최이한 형사(정겨운)가 놀라는 부분이 복선이었다면, 이철원 연구원이 마지막 희생자가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정 대표를 독살하는 장면은 기발한 반전이었다. ▶ 3대 키워드 : 스릴러 장항준 감독의 의도대로 ‘싸인’은 법의학 드라마란 기본 틀로 출발했다. 하지만 서스펜스 스릴러물에 가깝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법의학자들이 미지의 사건 진범을 추적하고 배후 세력을 알아내는 과정이 수사물과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을 동시에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트럭 연쇄살인자에 고다경이 납치되는 부분과 고립된 시골마을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은 스릴러 영화 ‘추격자’나 ‘이끼’ 등을 연상케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을 받았다. 13회까지 방송된 ‘싸인’은 음모, 반전, 공포 등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복잡한 장치들을 극에 삽입해 호평을 받았다. 장항준 감독의 짜임새 있는 구성력과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싸인’은 국내 최초 법의학 수사물이란 매력적인 장르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만기적금 찾으러 왔는데…” 분통

    “영업정지를 발표하기 사흘 전에 1050만원을 맡겼는데 우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능교…” 17일 오전 영업정지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김인옥(71) 할머니는 철문이 굳게 닫혀진 저축은행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대부분 노인 ‘고성·아수라장’ 본점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예금자 수백명이 몰려와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저축은행 담벼락에는 영업정지 공고만 보일 뿐이다. 예금자들은 “예금 지급계획 등 향후 일정을 설명해주는 직원이 아무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발만 동동 굴렀다. 김 할머니가 2년 전부터 부산저축은행에 정기예금으로 맡긴 돈은 1억 4000만원. 일찍 남편을 여의고 행상을 하며 삼남매를 키워 모두 출가시킨 뒤 노후를 위해 시골땅과 집을 정리해 맡긴 돈이다. 일반은행보다 예금이율이 높다는 주위의 권유로 예금을 이곳으로 전부 옮겼다. 할머니는 “지난달에 받은 무릎 수술비 500만원을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한 예금자는 “오늘이 적금 만기가 되는 날이라 낮에 돈을 찾으러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영업정지를 당했다니 황당하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대전 중구 선화동 대전저축은행 본점에도 예금자들이 몰려나왔다. 정문은 철문으로 닫혀 있었고, 예금자들은 쪽문을 통해 저축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예금자 50여명은 창구에 나와 있던 직원들에게 “돈을 찾기는 찾을 수 있느냐.” 등 꼬치꼬치 캐물었다. ●은행 “새달 2일부터 일부 지급” 은행을 찾은 예금자들은 대부분 노인이었다. 한 60대 초반 아주머니는 “딸 결혼자금으로 든 적금이 다음달 만기”라면서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어 망설이다가 믿을 수 있는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했다고 해서 안심했는 데 결국 이런 꼴을 당했다.”고 혀를 찼다. 부산저축은행 측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 이하까지는 가입 당시 이율대로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서 “다음달 2일부터 가지급금 형태로 1500만원 한도로 예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日 온천명소 나가사키현 ‘운젠 지옥’

    日 온천명소 나가사키현 ‘운젠 지옥’

    산간 마을 여기저기에서 수증기가 구름처럼 솟아오릅니다. 멀리서 보자니 꼭 선계(仙界)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면 척박한 땅의 바위 사이로 온천수가 부글부글 끓어 오릅니다. 대기에 스민 유황 냄새는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지옥과 닮았다는 일본 시마바라 반도의 ‘운젠지옥’(雲仙地獄) 풍경입니다. 관광객들의 평온한 표정과 주변 건물들의 넉넉한 자태가 없었다면 영락없이 지옥이라 여겼겠지요. 사람과 화산이 공생하는 독특한 여행지, 일본 규슈 서쪽의 시마바라반도를 다녀왔습니다. ●화산과 사람의 공생 나가사키현 운젠시는 1934년 일본의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작은 온천마을이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차로 세 시간쯤 걸린다. 운젠지옥은 땅 속 마그마가 지상으로 고온의 가스를 뿜어내면서 늪처럼 형성된 곳으로, 운젠시에서 으뜸가는 볼거리로 꼽힌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산책을 하거나 계란 등을 삶아 먹으며 ‘지옥’을 즐긴다. 화산과 사람이 공생하고 있는 셈이다. 운젠온천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화산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게다가 최근 규슈 남단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 사이의 신모에다케가 ‘폭발적 분화’를 거듭하고 있어 궁금증이 더할 터다. 1990년 11월 운젠국립공원의 주봉인 후겐다케(普賢岳·1359m)가 용암과 가스를 내뿜으며 분화를 시작했다. 이듬해엔 화구 분화로 형성된 용암돔이 붕괴, 시속 100㎞가 넘는 화쇄류로 돌변하면서 시마바라(島原)시 남쪽 마을을 덮쳤고, 취재진과 화산학자 등 4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때 분화로 후겐다케 위에 높이가 124m나 되는 헤이세이신잔(平成新山·1483m)이 새로 만들어졌다. 화쇄류는 1996년 5월 1일까지 총 9432회 발생했다. 앞서 1792년엔 대규모 분화와 대지진, 그리고 산의 붕괴와 쓰나미로 무려 1만 5000명이 희생됐다. 시마바라시 문화관광해설사 하세가와는 “당시 후겐다케 옆의 마유산(眉山) 3분의1이 무너졌고, 화쇄류로 324채의 집이 매몰됐다.”며 “바다가 메워져 산에서 800m 떨어져 있던 아리아케만(灣)이 지금은 1.5㎞ 거리가 됐다.”고 전했다. 약 700m의 바다가 뭍으로 변한 셈이다. 덩달아 시마바라 시내도 평균 6m가 높아졌다고. 마유야마의 붕괴로 아리아케만에선 높이 23m의 쓰나미가 일었다. 20㎞ 떨어진 맞은편 구마모토현을 오가며 피해를 키웠다. 시마바라시의 시라치(白土) 호수도 이때 만들어졌다. 하지만 운젠시가 속해 있는 시마바라반도가 남규슈의 신모에다케와 100㎞ 이상 떨어진 데다, 바람도 태평양쪽으로 불고 있어 여행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350년 역사 자랑하는 온천지대 화산이 재앙이라면, 온천은 축복이다. 시마바라반도의 온천을 대표하는 운젠온천은 화산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후겐다케 남서쪽 산자락의 해발 700m 고지에 터를 잡았다.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지대다. 이중 6㏊의 펄펄 끓는 늪지대가 운젠지옥이다. 운젠지옥 주변에 2㎞의 ‘지옥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천천히 돌아보는 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크고 작은 지옥마다 이름이 붙여져 있다. 갖가지 나쁜 생각들을 경계하라는 ‘팔만지옥’, 수다스러움을 멀리하라는 ‘참새지옥’도 있다. ‘대규환지옥’(大叫喚地獄)은 운젠지옥 중에서도 가장 압력이 높고 수증기 끓는 소리가 큰 곳. 분출할 때 소리가 땅 아래 망자들이 울부짖는 절규처럼 들린다고 해 이름 지어졌다. 350년 전에는 개종을 거부한 천주교 신자들을 고문하고 사형시킨 ‘진짜 지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운젠온천은 유황이 함유된 강산성 온천이다. 온천수 온도는 70~100도. 하루 400t가량 솟는다. 히로시 히데야마 운젠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온천수를 파이프로 연결해 운젠온천마을의 20개 료칸과 호텔 등에 공급한다.”며 “살균효과가 뛰어나 습진 등 피부병과 신경통, 미용 등에 효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입욕 전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발끝이나 손끝부터 천천히 물을 묻혀 피부 혈관을 확장시킨 뒤 어깨까지, 고혈압 환자인 경우 하반신만 물에 담가야 한다.”며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하면 물에서 나와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권했다. 온천은 숙박시설에 딸린 곳도 있고, 공동 온천도 있다. 온천욕만 할 경우 500~1000엔 정도 받는다. 100엔짜리 대중탕도 두 곳이 있다. 유노사토와 신유 공동온천으로, 역사가 100년을 헤아린다. 운젠시 서남쪽 해안마을인 오바마(小浜)는 해수온천으로 이름난 곳. 지하에 고였던 바닷물이 데워진 뒤 마을 해안길이나 바닷가 테트라포드(삼발이)를 가리지 않고 솟구친다. 용출량이 많은 곳엔 발을 담글 수 있는 무료 족탕과 고구마, 달걀 등을 온천수에 쪄 먹을 수 있는 시설을 해 놓았다. 족탕 길이는 온천수 온도와 같은 105m. 일본에서 가장 길다. 105도의 온천수를 80도로 식히고, 다시 바닷물과 섞어 40도로 낮춘 뒤 흘려 보낸다. 족탕 끝엔 애완견 전용탕도 마련해 뒀다. 바다 경치를 보며 온천을 즐기는 노천탕도 있다. 1시간 300엔. 만조 때는 타는 듯 붉은 바다가 눈앞에 넘실댄다. 여기에 따뜻한 사케(정종) 한 잔 기울인다면 세상에 더없는 호사겠다. ●사무라이 숨결 오롯한 시마바라 운젠 인근 시마바라시도 잊지 말고 찾자. 시마바라성(城)을 중심으로 발달한 고도(古都)다. 운젠시에 견줘 제법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남아 있다. 헤이세이대분화 때 마유산이 방벽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해자로 둘러싸인 시마바라성을 중심으로 무사도의 숨결이 오롯한 사무라이저택, 시라치 호수 등 관광지가 몰려 있다. 후쿠오카에서 원자폭탄 피폭지인 나가사키를 통해 운젠을 오갈 경우 한번쯤 고속도로를 버리고 옛 도로를 이용하길 권한다. 현도(縣道) 128호선이다. 산자락과 바닷가를 고루 아우르며 달리는데, 편백나무와 삼나무 우거진 길이라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자로 잰 듯한 일본의 현대식 풍경과는 전혀 다른, 조금은 남루한 일본의 시골 풍경과도 마주할 수 있다. 여기에 나가사키 시내 폭심지에 들러 일본인의 아픔까지 공유한다면 나가사키 여행으로 모자람이 없겠다. 글 사진 운젠·시마바라(일본 나가사키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인천~후쿠오카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각각 하루 3회, 부산~후쿠오카는 대한항공 하루 2회, 아시아나항공 하루 1회 운항한다. 후쿠오카공항에서 지하철로 JR하카다역으로 이동한 뒤 특급 갈매기를 타면 이사하야역까지 1시간 30분(일반표 3790엔, 약 5만 1000원), 이사하야역에서 운젠온천까지 버스로 1시간 20분(1300엔) 걸린다. 운젠온천마을(www.unzen.org)에 숙소를 예약한 경우 후쿠오카 하카다역에서 운젠온천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운젠온천마을에 일본 10대 료칸 가운데 하나인 한즈이료(半水盧·81-957-73-2111)가 있다. 경북 청도 출신의 재일동포 가네우미 류카이(海龍海·61·유코그룹 회장)가 운영하는 최상급 료칸이다. ‘평생에 한번, 최상의 음식과 서비스’가 모토다. 바깥세상과 차단된 가운데 쾌적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14동의 복층형 독채 객실이 들어서 있다. 객실마다 별도의 정원이 딸려 있고, 요리사 8명 등 35명의 종업원이 ‘1손님 1종업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실엔 전용 노천탕도 있다. 숙박료는 1인 5만엔부터. 민박은 보통 7000~1만엔, 호텔과 료칸은 1만 5000엔선이다. 부산 나가사키시 관광사무소 (051)463-3111, ▲시마바라의 향토 음식 구조니(具雜煮)를 꼭 맛볼 것. 찹쌀떡에 버섯과 야채, 장어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고 끓였다. 농민 봉기 ‘시마바라의 난’을 이끌었던 소년 지도자 아마쿠사 시로(天草四郞)가 농민군과 나눠 먹었던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시마바라성 정문 앞 히메마쓰야(姬松屋) 등이 유명하다. 유부초밥을 곁들인 구조니 정식이 1200엔부터. 나가사키 짬뽕도 빼놓을 수 없다. 오바마온천지역 내 자노메(蛇の目) 등이 유명하다. 850~1050엔.
  • 송윤아 “꿈 있죠? 도전성취때 행복10배”

    송윤아 “꿈 있죠? 도전성취때 행복10배”

    영화 ‘광복절특사’에서는 탈옥수 재필의 왈가닥 여자 친구로, 드라마 ‘온에어’에서는 흥행 제조기를 달고 다니는 대박 작가 서영은으로. 대종상과 방송사 연기대상을 휩쓸고, 각종 드라마와 영화 속 여주인공을 두루 거친 16년차 노련한 스타도 이날은 여느 화면 속 주인공보다 더 흔들렸다. 한 듯 안 한 듯 옅은 화장에 길게 풀어 헤친 머리, 수수한 옷차림. 한 남자의 부인으로 또 아이 엄마로 2년간 무대를 떠났던 그녀는 대본도 없이 텅 빈 무대에 서서 오로지 마이크만 쥔 탓일까. “이 자리에 선 것이 쑥스럽고, 무안하고, 민망하다.”를 연발했다. 이 같은 떨림도 잠시, 꿈 많던 어린 시절과 연기자가 되기까지의 지난한 삶을 이야기하는 순간 그녀는 다시 드라마 속 독백을 읊조리는 명배우로 돌아갔다. ●확실한 희망과 꾸준한 노력 강조 9일 서울교육연구정보원 주최로 오후 서울 노량진동 CTS 아트홀 1층에서 열린 ‘명사들의 재능 기부를 통한 나눔의 실천 릴레이’의 첫날 강연자로 나선 송윤아는 ‘꿈·도전·행복 이야기’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미래에 대한 확실한 희망과 꾸준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고교생들 앞에 선 송씨는 “여러분은 꿈이 있고 목표가 있으시죠? 그래서 이런 자리 신청하신 거죠? 제 얘기를 들려드릴게요.”라며 입을 열었다. 송씨는 이날 연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북 김천에서 홀로 상경했던 일화를 털어놨다. 그녀는 “어렸을 때 장래희망이 연기자였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고 조언자도 없었다.”면서 “더욱 낙담하게 만든 것은 시골 촌구석에 산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송씨는 “지금은 경상도·전라도 사투리, 강원·충청도 사투리가 많이 나오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TV에 나오는 연기자들은 그런 사람이 없었다.”면서 “공부를 하려 한 게 아니라 어렸지만 혼자 책상에 앉아 서울말 배우려고 국어 사회 자연 교과서를 읽었다. 교과서대로 표준말을 연습하니 말도 습득하고 암기는 암기대로 되고 시험 성적은 성적대로 잘 나오게 되더라.”고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뿐” “외모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내 속에 진정한 내공이 쌓이지 않는 한 아무도 나를 거들떠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결국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에 몰두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학 1학년 말인 1995년 KBS슈퍼탤런트 선발대회에 응모해 합격한 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송씨는 “그 당시에도 연기자를 꿈꾸는 친구가 많아 선발대회 1회 응모자만 3만 5000명이 왔다.”면서 “다른 친구들이 유명 작가 시나리오를 구해 암기하길래 멋지게 연기하려던 생각을 바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녀는 “난 달라야지. 다른 사람들이 연기를 막하는 동안 자리 구석에 앉아 대사를 썼다. 내가 재수할 때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독백 한 페이지를 써서 외워서 말했다. 나도 모르게 그 재수 기억이 나면서 눈물이 흘렀다. 보는 사람마다 쟤 연기 잘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합격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돌이켜보면 초·중·고 때 책을 많이 보지 않고 공부를 안 했더라면 긴박한 순간에 그런 글을 썼을까. 정말 감사하구나. 뭔가 해 두면 중요한 순간에 쓸모가 있더라.”고 조언했다. ●“뭐든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 송씨는 “지금 살아 보니 지나온 순간들이 하루하루 허투로 보낸 날이 없다.”면서 “낭비한 만큼 대가를 치를 순간이 다시 온다. 학창 시절은 고되지만 즐겁게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 채워 나가면 무슨 일을 하든 이룰 수 있다. 도전 성취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리면서 고생한 시간의 10배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최근 전 세계 수백만명이 시청한 하버드대 최연소 교수 마이크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TED 강의에 영향을 받아 서울시교육청과 TEDx서울이 국내 명사 11명의 재능 기부 릴레이 강의 형태로 만들어 11일까지 이어진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핸드볼코리아컵]핸드볼에 봄은 오는가

    큰잔치. 왠지 마당으로 뛰어나가 꽹과리라도 쳐야 할 것 같은 촌스러운 느낌이 든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렸던 핸드볼대회의 명칭이다. “큰잔치라는 이름에서 시골장터가 떠오른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대회명을 바꿨다. ‘2011 SK 핸드볼 코리아컵’이다. 대한핸드볼협회 정형균 부회장은 “핸드볼인 모두가 합심해 새롭고 역동성 있는 대회로 치러 보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름만 바뀐 게 아니다. 두둑한 상금도 내걸었다. 우승팀에 무려 3000만원을 준다. 준우승은 2000만원, 3위도 1000만원이다. 지난해 우승 상금이 1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액수다. 거기에 매 경기 최우수선수(MVP)를 뽑아 100만원을 전달한다. 대회 MVP는 300만원, 대회 베스트7은 각각 200만원씩 받는다.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경기의 박진감도 높아질 거라는 계산이다. 코리아컵은 1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막을 올려 27일까지 광명체육관을 오가며 열전을 치른다. 남녀 각 7개팀이 조별리그를 치르고 4강부터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남자부는 두산·인천도시개발공사·웰컴론코로사·상무·충남체육회·한국체대·조선대가 나선다. 여자부는 인천시체육회·삼척시청·서울시청·부산시설관리공단·용인시청·광주도시공사·한국체대가 출전한다. 제대로 멍석이 깔린 만큼 감독들의 신경전도 불꽃 튀었다. 대회 2연패를 차지한 두산 이상섭 감독이 “모두 우승하고 싶겠지만, 그러려면 우리 두산을 넘어야 한다.”고 불을 질렀다. ‘월드스타’ 윤경신에 이재우·박중규·정의경·박찬영 등 초호화 라인업을 보유한 두산의 자신만만한 출사표였다. ‘3중’으로 꼽히는 인천도개공과 웰컴론, 충남체육회는 이를 갈았다. 대회 첫날에는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여자부 부산시설관리공단-용인시청(오후 5시 30분), 남자부 상무-한국체대(오후 7시) 경기가 펼쳐진다. 개막식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오후 1시에 열린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PDP TV, LCD TV, 드럼세탁기 등 푸짐한 경품과 팬사인회 등을 즐길 수 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시론] 카라 사태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시론] 카라 사태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최근 일본의 한 지방에 다녀온 한 선배가 불쑥 걸그룹 카라 얘기를 꺼냈다. 카라 사태에 대해 국내에서는 심지어 제2의 한류 자체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며 위기 운운하는데 과연 일본 내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는 것이다. 동행한 시골 가이드에게 카라 위기에 대해 묻자, 의외로 시큰둥하더라는 것이다. “그런 건 연예 관계자들이나 기획사들 얘기고, 우리는 그저 카라가 보고 싶을 뿐”이라고 하더란다. 사실 언론이 호들갑을 떨며 당장이라도 카라가 해체될 것처럼 떠벌리고, 또 그것이 마치 이제 가까스로 새로 지펴놓은 제2의 한류에 찬물이라도 끼얹을 것처럼 겁을 잔뜩 주었지만, 실제 일본에서 대중들이 느끼는 체감은 사뭇 다르다는 얘기다. 카라 사태가 처음 불거져 나왔을 때만 해도 이거 또 ‘동방신기’ 사태의 재판인가 했을 것이다. 물론 계약 부분이 핵심적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차츰 진행되는 상황은 카라 멤버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부모들이나 기획사들, 심지어 협회들이 더 목소리를 높이는 등 이권 다툼이 사실상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카라 멤버들도 물론 허탈감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각종 예능을 포함한 살인적인 방송일정에 일본 활동을 더불어 하고, 각종 행사까지 뛰는 건 엄청난 강도의 노동이었을 테니까.그런 고강도 노동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돈이 몇 푼 안 된다는 현실은 누구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라 멤버 본인들은 함께하고 싶다는 게 공통된 뜻이었다. 카라 본인들이 원하고, 대중들도 원하고, 한류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본 대중들까지 원하는 이 온전한 5인 체제의 카라는 애초부터 갈라서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카라는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대중가수들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원치 않는 선택은 카라의 자멸을 의미한다. 그 누가 그걸 선택할 것인가. 물론 카라 사태가 내놓은 문제 제기는 의미 있는 것들이다. 즉, 한 아이돌 그룹의 성패가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한류, 나아가 국가 브랜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잘 키워놓고도 잘못하면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 있는 국내 연예계의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법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어떤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가수를 키우기까지의 투자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막상 가수가 성공하고 나면 기획사 입장과 가수의 입장이 충돌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노래로 얻는 수익이 가수 본인에게 돌아갈 수 있는 유통구조다. 카라 사태는 여러모로 혼돈을 준 게 사실이지만, 국내 연예계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도 이런 혼돈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고통이 있어야 고쳐질 가능성도 생기는 것이다. 문제 제기를 했던 카라 3인은 현재 소속사와 ‘5명의 카라가 함께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다시 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올바른 결정이다. 물론 해결된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여전히 그녀들 앞에는 살인적인 스케줄이 놓여져 있을 것이고, 체감할 수 있는 수익은 충분하다고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연예 산업 시스템에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해서 그들 자신이 그 열매를 얻기는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다만 이런 문제 제기들이 숨겨지지 않고 자꾸 밖으로 드러나고 공론화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훨씬 나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따라서 이런 문제 제기를 좀 더 정확하고 발전적으로 공론화시킬 언론의 기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언론의 의제 기능은 발휘되기 어렵다. 이것은 문제 제기가 아무 소용없다는 절망감을 안겨 연예계를 무력감에 빠뜨릴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사태 이후 카라에 대한 일본 대중들의 열광은 더 깊어졌다고 한다. 자칫 그 열광 속에 카라가 제기했던 문제 제기가 그저 묻혀지지 않기를 바란다. 숙제는 여전히 우리 손에 남아 있다.
  • [씨줄날줄] 가훈의 반란/박홍기 논설위원

    가훈은 말 그대로 가정의 윤리 지침이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다스린다는 수신제가(修身齊家) 방법을 가르쳐주는 도덕적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집집마다 가훈은 달라도 지켜야 할 도리는 별로 차이가 없다. 지금이야 주택 양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엔 시골집의 대청이나 마루 한가운데 걸려 있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글귀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중국의 남조 사람 안지추(531~591)의 ‘안씨가훈’은 기나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공감을 주고 있다.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이라는 바탕 아래 자녀교육, 세상사는 지혜, 학문 등을 망라한 까닭에서다. ‘부모의 바른 행동만큼 훌륭한 가훈은 없다.’, ‘재산을 천만금 쌓아 놓았다고 해도 자기 몸에 지니고 있는 하찮은 기능 하나만 못하다.’는 등의 말은 팍팍한 삶 속에서 한번쯤 음미해볼 만하다. 400년 가까이 내려온 경주 최 부잣집의 가훈도 ‘좋은 부자’의 본보기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재물을 모으되 만석 이상 쌓지 말라, 흉년에 땅을 사지 말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등.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지 말고 주위에 어려운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보살피고 챙기라는 부자의 도리를 설파한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가훈이 보편화되고 있다. 법무부가 2009년 3월부터 ‘가정헌법 만들기’ 운동을 펼친 결과다. 참여한 가정이 4460곳을 넘는다. 가정헌법은 가족이 지향하는 목표와 가치, 도달을 위한 원칙 등을 담은 ‘21세기형 가훈’이다. 과거 절대적이었던 가장의 발언권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대신 자녀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만들어진 3000여 가정의 헌법에서 자녀가 지켜야 할 조항이 차지하는 비율은 36%, 아빠와 엄마가 지켜야 할 조항은 25%와 23%였다. 예컨대 아빠에겐 ‘절대로 보증을 서지 않는다. 리모컨을 뺏지 않는다.’, 엄마에겐 ‘아빠에게 잔소리를 자제한다. 화가 나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자녀에겐 ‘혼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인다. 짜증부리지 않는다.’ 등을 명문화했다. 한자성어도 없다. 가정헌법엔 핵가족화와 함께 변화된 세태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가훈의 반란’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소통·사랑·화목·건강·존중·신뢰 등은 중요도에서 다소 차이가 나지만 예나 지금이나 기본 덕목임에 틀림없다. 가훈은 시공을 떠나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설 연휴를 보내며 다시 한번 가훈을 되새겨 보면 어떨까.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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