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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년간 한푼두푼… 모교에 장학금 1000만원

    36년간 한푼두푼… 모교에 장학금 1000만원

    50대 여성 공무원이 36년간 조금씩 모은 1000만원을 시골 모교에 장학금으로 내놨다. 경남 함양군 안의고등학교는 24일 안의고 25회 졸업생으로 경기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보안과에 근무하는 이덕순(58·여)씨가 그 주인공. 1978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모교 발전을 위해 언젠가 뜻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교정협회 복지금 가운데 매월 1만원씩을 모으기 시작해 차츰 적립금액을 올려 30여년 동안 1000만원을 모았다. 서울에 살고 있는 이씨는 지난 17일 학교 계좌로 돈을 보냈다. 이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교정직 공무원이 돼 동생 4명의 뒷바라지도 했다. 이씨는 인터뷰나 별도의 장학금 전달식을 사양했다. 이씨는 “퇴직할 때 장학금을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스스로 약속한 것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어 공직생활 중에 기탁하게 됐다”며 “저의 인생을 개척하는 데 힘을 준 모교의 어려운 후배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양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토닥 토닥’ 대중문화계에 부는 ‘위로 신드롬’

    ‘토닥 토닥’ 대중문화계에 부는 ‘위로 신드롬’

    ‘더 소박하고 더 따뜻하게.’ 지치고 상처받은 대중의 마음을 보듬고 위로하는 콘텐츠가 TV 드라마, 예능은 물론 가요 등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한동안 유행하던 ‘힐링’코드를 넘어 직접 대중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은 이들 콘텐츠는 소박한 일상성에 따뜻한 아날로그적 정서를 기반으로 삼는다. 지난 14일 자체 최고 시청률(7%)을 기록한 tvN ‘삼시세끼’는 대표적인 위로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흔히 등장하는 게임이나 경쟁구도 없이 고정 출연자도 단 2명뿐이다. 두 사람이 시골집에서 하루 세 번 밥해 먹는 단조로운 콘셉트지만 사람들은 이 ‘느린 예능’에 열광하고 있다. 이명한 tvN 본부장은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은 30~40대들을 대신해 이서진이 대신 숨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솔로족이 함께 모여 서로의 외로움을 다독이는 MBC ‘나혼자 산다’나 직장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tvN ‘오늘부터 출근’ 등도 일상성을 기반으로 했다. 특히 드라마 ‘미생’은 고된 직장 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에 대한 위로에서 출발한다. 판타지를 주는 연애담을 포기하고 일상성을 통해 공감대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15일 방송에서 일에 치이고 직장 상사에게 치인 장그래가 밤늦도록 불이 켜진 사무실을 바라보며 “(그래도) 내 일이니까. 내게 허락된 세상이니까’라고 읊조리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대사는 “꼭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며 위로를 받았다는 직장인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위주 토크쇼나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한 드라마는 최근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18일 폐지된 SBS ‘매직아이’나 시청률 3.4%로 종영한 KBS 미니시리즈 ‘아이언맨’ 등이 대표적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멜로나 액션은 상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폭이 좁아 인기를 얻기 힘들다. 대중이 비현실적 이야기에 공감할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미생’의 경우 각각의 캐릭터가 다양한 연령대와 폭넓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처지에서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지점이 많다”면서 “바쁜 일상에 치여 삶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많아지면서 따뜻하고 소박한 위로를 주는 콘텐츠가 힘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요계는 더욱 직접적이고 강렬한 메시지로 대중을 위로한다. 올해 가요계는 god, 김동률 등 90년대 가수들이 대거 컴백하면서 아날로그적 정서를 담은 따뜻한 음악들이 대중 사이를 파고들었다. 최근 실력파 보컬 그룹 어반자카파의 신곡 ‘위로’는 음원차트 상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하 사랑을 받았다. “나 그대의 외로움 모두 알아줄 순 없지만 그저 아무 말 없이 안아 줄 수 있다면”이라는 후렴구는 듣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전한다. 7년 만에 정규 7집을 발표한 토이도 90년대 아날로그적 정서를 그대로 재현한 곡들로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앨범의 작곡·작사를 맡은 유희열이 컴퓨터가 아닌 피아노 앞에서 손으로 악보를 그려 가며 쓴 음악들이다. 21일 8집 정규 앨범으로 3년 만에 컴백하는 가수 김범수는 신곡 제목을 ‘집밥’으로 정했다. 김범수는 “올 한 해 웃을 일도 많이 없었고, 공허함과 외로움에 위축되고 현실에 치인 현대인들이 많은데 노래를 통해 ‘집밥’ 같은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음악은 가장 짧은 시간에 강한 메시지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콘텐츠다. 올해 세월호 참사 등 힘든 일이 많았는데 대중에게 위안을 주는 음악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문화계의 위로 신드롬은 안전에 대한 불안, 경제 불황에 따른 불만, 사회에 대한 불신 등 이른바 ‘3불 시대’가 낳은 결과로 진단하는 시각도 있다. 이창태 SBS 예능국장은 “국가와 사회가 보호막이 돼 주지 못한다는 현실을 자각한 대중이 자연스럽게 위로 콘텐츠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심심할 권리, 멍 때릴 권리/황수정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심심할 권리, 멍 때릴 권리/황수정 문화부장

    경기도 버스 안에는 텔레비전이 붙어 있다. 하루 평균 423만명이 그 버스들에 설치된 TV를 본다는 집계를 본 적 있다. 그러나 그건 온전한 진실이 아니다. 승객들은 TV를 보고 싶어 보는 게 아니라 보기를 ‘강요’당한다. 앞뒤 출입구와 운전석 뒤까지, 어디 한번 안 볼 재간 있거든 해 보라는 태세로 TV 화면들이 버티고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강렬한 전자파의 자극을 무시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대면하는 화면에는 역시나, 쓴 입맛이 다셔진다. 온라인 화제 영상, 공중파에서 방영된 오락 프로그램 재탕 장면 등이 맥락 없이 스팟 광고처럼 스쳐가기를 무한 반복한다. 그럴 때마다 승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 화면에 의미 있는 시선을 던지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눈먼 예산을 얼마나 밀어넣었을까, 어쩌자고 저런 요령부득의 아이디어를 냈을까. 경기도의 의도는 앞으로도 계속 궁금할 것 같다. 경기도의 씀씀이를 타박하자고 꺼낸 얘기는 아니다. 잠시 잠깐이라도 머릿속을 비워 내고 싶을 때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다. 그래서 작정하고 휴대전화를 무음 모드로 돌려놨을 때라면 경기도 버스는 ‘최악’이다. 얼마 전 서울시청 앞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려 화제였다. 백주대로 옆 잔디밭에 매트를 깔고 앉아 누가 더 멍해질 수 있는지를 겨룬 별난 게임이었다. 최연소 참가자였던 9세 꼬마의 압도적인 승리는 어쩌면 당연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모양의 트로피를 받아든 꼬마는 “힘들 때면 저절로 멍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 시대 평균치의 성인들이라면 힘들고 복잡한 일 앞에서 머리가 비워지지 않는다. 속도전에 과잉 노출된 우리에게 뇌의 여백을 조절하는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회를 제안한 30대 예술가는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다가 뇌가 피곤해져 자신도 모르게 멍해지는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말했다. 그러나 수정돼야 할 얘기다. 스마트폰을 떼어 놓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언제부턴가 멍해질 여유 자체가 없다. 24시간 분초를 다퉈 제 존재를 확인시키는 스마트폰의 위력에 멍해질 수 있는 자기조절 능력을 빼앗겼다. 뾰족한 대안이 없음에도 그런 위기를 경고하는 책들은 쉼 없이 쏟아져 나온다. 경고의 요지는 한결같다. 지나친 휴대전화 사용으로 뇌가 고주파 신호 자극에 노출되면 전두엽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전두엽의 발달이 누구보다 중요한 청소년들에게 그 치명성이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모두가 얼마나 ‘멍 때리기’에 갈증나 있는지는 텔레비전 앞에서 확인된다.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tvN의 화제작 ‘삼시세끼’는 심심함이 최고의 미덕으로 연결된 프로그램이다. 고정 출연 배우 이서진은 시골집 마당에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 달걀을 부쳐 먹고, 텃밭에다 푸성귀를 가꾸고, 거친 밥상을 차린다. 속도전에 가담하지 않아도 탈없이 세상을 살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위안을 찾는다. 수다 없이 심심하고 느린 화면 앞에서 모처럼 멍 때릴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우리 뇌는 무언가를 생각할 때 1초에 10만 회의 화학작용을 한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1분만 들여다봐도 뇌가 600만 회의 노동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순간에도 노트북 옆의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들어오고 뉴스 속보가 날아온다. 심심해지고 싶다. 당장 내일이라도 서울을 오가는 경기도 버스에서 TV가 치워졌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sjh@seoul.co.kr
  • “엄마, 공장 때문에 전학가기 싫어요”

    “엄마, 공장 때문에 전학가기 싫어요”

    학부모와 교사들의 노력으로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폐교 위기를 극복한 시골초등학교 분교가 또다시 폐교 위기를 맞았다. 분교에 인접한 뒷산까지 개발돼 하나 둘 공장이 들어서 교육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경기 남양주시에 따르면 수동면 수동초교 송천분교 학생 수는 2008년 14명에 불과했다. 학부모 및 교사·학생들이 사교육 없는 교육공동체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입소문이 나 도시에서의 전학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1년 50여명으로 불어나더니 현재는 1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재학할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3~4년쯤 전부터 학교 주변에 공장들이 들어서더니 지난해부터는 학교 후문 바로 앞 뒷산까지 개발돼 공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학부모들이 학생 통학 안전과 수업 환경을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허사였다. 특히 지난 8월 또다시 후문 5m 앞 임야의 개발이 진행되자 학부모 40여명이 들고 일어났다. 시청 정문 앞에서 항의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허은서(39) 학부모회장은 “학교 주변에 개발행위허가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시의 무관심으로 초등학교 주변이 공단화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와 인접한 임야는 숲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거나 교육청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매입해 공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행 산지법상 토지주가 개발행위를 신청할 경우 임목 상태와 경사도에 문제가 없으면 허가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아직 허가하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가급적 반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돌 틈마다 서린 오랜 전쟁의 기억들… 三國 마주한 요충지, 충북 보은 ‘삼년산성’

    돌 틈마다 서린 오랜 전쟁의 기억들… 三國 마주한 요충지, 충북 보은 ‘삼년산성’

    우리나라는 산성의 나라다. 반도 안팎으로 전쟁이 잦았던 오랜 역사의 흔적이다. 그 가운데 특히 많은 산성이 몰려 있는 곳은 중부 내륙이다.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던 지역이다. 명산 가장 좋은 곳에 사찰이 있듯 산자락 전망 좋은 곳에는 산성이 있다. 충북 보은의 ‘삼년산성’도 그렇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국경을 맞댄 요충지에 세워진 산성으로, 세월의 흔적이 더께로 쌓인 성벽을 들여다보면 돌 틈마다 오랜 전쟁의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는 듯하다. 여기에 이웃한 선병국 가옥과 속리산 국립공원 등을 묶어 돌아본다면 늦가을 나들이로 제격이지 싶다. 한데 의아하다. 보은 같은 골짜기가 무슨 요충지 노릇을 했다는 걸까. 시계추를 되돌려 보면 의문은 간단히 풀린다. 삼국시대 때 영남에서 한양을 거쳐 북진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널리 알려진 문경새재는 조선시대에 열린 ‘고속도로’다. 이웃한 이화령도 일제 강점기 때 열렸다. 그나마 156년 신라왕 아달라가 문경에서 충주를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 계립령(하늘재)을 열었지만 많은 인원과 물자가 오가기엔 턱없이 좁았다. 당시 보은은 지금과 달랐다. 상주에서 청주, 한양 등으로 나가는 길목이자 대처였다. 그러니 걸핏하면 북진하려던 신라나 호시탐탐 아래쪽을 째려보던 고구려 등이 이 자리를 놓칠 리 없었던 것이다. ●신라 축성술 정수… 높이 20m, 3년간 쌓아올려 몇 차례 주인이 뒤바뀌었던 보은을 사실상 지배한 쪽은 신라였다. 신라는 자비왕 13년(470년)부터 3000여명의 인부를 동원해 3년 동안 보은의 요지에 성을 쌓는다. 성의 이름이 ‘삼년’이 된 건 이런 까닭이다. 당시 보은의 지명이 ‘삼년산군’ 또는 ‘삼년군’이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년산성은 둘레 약 1.7㎞, 너비 8~10m, 높이 13~20m 규모다. 전체적인 면적은 크지 않은 편. 하지만 곧추선 성벽의 높이는 그야말로 까마득하다. 조선시대까지 축조됐던 성곽들이 대부분 3m 안팎인 것에 견줘 여간 기골이 장대한 게 아니다. 삼년산성은 신라 축성술의 정수다. 당대 최고의 기술이 총동원돼 세워졌다. 구들장처럼 납작한 자연석을 한 칸은 가로, 한 칸은 세로로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가지런하게 쌓아 올린 뒤 내부를 돌로 가득 채웠다. 당시 대부분의 성들이 밖에만 돌을 쌓고 내부는 흙으로 받쳤던 것에 견줘 대단히 견고한 형태다. 어지간한 투석기로는 흠집조차 내지 못할 정도다. 이 덕에 크고 작은 150여 차례의 전투를 치르면서도 단 한 차례도 함락되지 않았다. 뚫을 수 없는 방패라 불러도 좋을 만큼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셈이다. ●옛 봉수대 오르면 속리산 품에 안긴 듯 삼년산성의 들머리는 서문터다. 예서 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 양옆은 산성길이고 가운데는 산성 내 보은사로 드는 길이다.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은 대부분 서문에서 출발해 남문, 동문, 북문을 거쳐 다시 서문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선호한다. 서문터 바로 앞은 연못이다. 아미지(蛾眉池)라는 고운 이름을 가졌다. 연못 바로 옆 바위에 그 이름이 음각돼 있다. 글쓴이는 신라 명필 김생이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물이 빠져 형체만 어렴풋하지만, 김생이 이름을 새길 당시엔 아리따운 여인의 고운 눈썹을 닮은 연못이었지 싶다. 이름과 달리 연못이 품은 속뜻은 섬뜩하기 이를 데 없다. 서문은 산성의 네 문 가운데 가장 낮다. 적들이 만만하게 볼 만한 높이다. 한데 서문을 나서면 곧바로 연못이다. 이는 서문 양쪽 성곽에 병사들이 매복해 공격할 경우 공성에 나선 적들이 꼼짝없이 연못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른쪽 성벽을 따라 오른다. 제법 가파르지만 힘이 들 정도는 아니다. 복원된 성벽은 반듯하게 잘 생겼다. 한데 너무 희고 반질반질하다. 서문 건너 거무튀튀한 옛 성벽에 견주자니 꼭 ‘기생오라비’를 보는 듯하다. 이 때문에 복원 당시에도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흔아홉칸 ‘선병국 가옥’서 명당의 氣 받자 가쁜 숨 몇 차례 내쉬고 나면 남문터다. 아직 복원되지 않은 옛 성벽이 잡초와 함께 이지러져 있다. 외려 이 모습이 더 자연스럽다. 말끔하게 복원된 성벽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옛 병사들의 밭은 숨결도 그제야 온전히 전해오는 듯하다. 성벽은 야트막한 산릉을 휘감아 돌며 넘어간다. 군데군데 무너진 곳에는 목책을 둘렀다. 동문터는 동쪽 성벽의 중간에 뚫린 문이다. 예전엔 ‘ㄹ’자 형태로 문을 만들어 적의 침입에 대비했다고 한다. 산성에서 가장 전망이 빼어난 곳은 옛 봉수대다. 지금은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다. 전망대 위에 올라서면 장쾌하게 자락을 펼친 속리산과 너른 보은의 들녘 그리고 정겨운 시골마을들이 두 눈 가득 들어찬다. 사방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천혜의 전망대다. 신라가 삼년산성을 지키기 위해 고구려, 백제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 까닭을 옛 봉수대 자리에 오르면 확연히 알게 된다. 북문에서 된비알을 하나 넘으면 다시 서문이다. 산성을 한 바퀴 도는 데 두 시간이면 족하다. 산성에서 8㎞쯤 떨어진 곳에 ‘선병국 가옥’이 있다. 삼가천 옆자락에 세워진 보성선씨 종갓집이다. 호남에서 첫손 꼽히는 만석꾼이었던 보성선씨 가문이 당대 최고의 풍수사를 대동하고 전국을 돌다 찾아낸 명당자리에 지었다. 1903년부터 1925년까지 건립기간만 무려 22년을 헤아린다. 칸 수는 예의 ‘아흔아홉칸’이다. 궁궐을 제외하고 민간에 허용되던 최대치까지 지었던 셈이다. 길게 이어진 행랑채와 헛간은 고시원으로 운영됐는데, 거쳐간 고시생만 4000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예까지 와서 속리산 국립공원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553년 신라 진흥왕이 세운 법주사와 팔상전 등 고풍스러운 볼거리들이 많다. 보은의 상징인 정이품송도 빠뜨리지 말 것.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소나무다. 1464년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할 때 타고 있던 가마가 이 소나무 가지에 걸릴 뻔하자 소나무 스스로 가지를 번쩍 들어 임금을 안전하게 통과시켰다고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세조가 소나무에게 정이품 벼슬을 하사했다고 한다. 한때 완벽한 삼각형을 자랑하던 나무였으나 지금은 한쪽 면이 병들어 완전치 않다. 글 사진 보은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43) →가는 길 수도권에서 가자면 청원~상주 간 고속도로 보은 나들목으로 나온다. 보은 방면으로 1㎞ 직진하면 막다른 삼거리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보은읍 방향이다. 삼년산성은 보은군청에서 1㎞ 떨어진 곳에 있다. 542-3384. 법주사를 먼저 보겠다면 청원~상주 간 고속도로 법주사 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고속버스는 센트럴, 남부, 동서울에서 각각 출발한다. 10여분 간격으로 고속버스가 다니는 청주까지 간 뒤 직행버스로 보은까지 갈 수도 있다. 보은군 관광안내소 542-3006. →맛집 경희식당(543-3736)은 한정식으로 이름났다. 용궁식당(542-9288)은 오징어볶음과 매운 닭발볶음이 맛있다. 김천식당(543-1413)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순대전골 맛집이다. 국보식당(543-6369)도 순대를 잘한다. 대추왕순대찜으로 이름났다. 신라식당(544-2869)의 된장뚝배기와 북어찌개 등도 좋다. →잘 곳 숲에서 잠들고 싶다면 말티재자연휴양림(543-6282),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543-1472)이 좋다. 선병국 가옥(543-7177)의 고택 체험도 권할 만하다. 그랜드호텔(542-2500), 힐파크(543-1996) 등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증한 ‘굿 스테이’ 숙박업소다.
  • 연극으로 다시 보는 ‘위대한 유산’

    연극으로 다시 보는 ‘위대한 유산’

    “어떤 왁스칠도 나뭇결을 가릴 순 없단다. 왁스칠을 하면 할수록 나뭇결이 더욱더 잘 드러나게 마련이란다. 신사의 품격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결코 신사가 될 수 없단다.” 교양 있는 말투와 잘 갖춰진 옷차림, 품위 유지에 필요한 경제력이 ‘신사’의 조건으로 통용되던 시대에 찰스 디킨스가 강조한 진정한 신사의 의미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고착화됨에 따라 신사의 조건은 번지르르한 겉치레, 부와 권력 등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요소로 대체돼 갔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이 연말 연극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19세기 영국인의 위선과 속물성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고귀한 인격의 가치를 되물었던 ‘위대한 유산’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중에서도 사회 비판과 해학이 가장 두드러는 작품으로 회자된다. 작품은 가난한 시골 소년 핍이 어느날 막대한 유산의 상속자가 되면서 런던으로 건너가 신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말투와 옷차림 같은 겉치레만 배우며 낭비를 일삼고 순수함을 잃어 가던 핍은 큰 아픔을 겪은 뒤에야 자신에게 주어졌던 ‘위대한 유산’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 연출을 맡은 최용훈 극단 작은신화 대표는 “영국 상류사회의 모순이 복잡한 서사구조로 표현되는 작품으로, 희곡에 담아내는 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면서 “원작이 2014년 한국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각색을 맡은 김은성 작가는 속물이 돼 버린 핍과 순수했던 어린 핍이 곳곳에서 만나는, 시공간이 열린 대본을 만들었다. 여기에 여러 시공간이 계단으로 이어지는 중층적인 무대가 어우러진다. 최 연출은 “주인공 핍이 황폐한 무대를 유영하고 떠도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면서 핍의 인생이 흘러가는 모습을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공 핍은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김석훈이 맡았으며 오광록, 길해연, 조희봉, 정승길 등이 출연한다. 12월 3~28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1644-200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북적이는 세상속 외로움·노년의 삶·현대인의 콤플렉스…부조리한 세상에 또 한번 묻다

    북적이는 세상속 외로움·노년의 삶·현대인의 콤플렉스…부조리한 세상에 또 한번 묻다

    “작가는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말하는 존재이고, 소설은 작가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소설가 김경욱(43)은 당대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새 소설집 ‘소년은 늙지 않는다’(문학과지성사)에서도 그 예리함이 번뜩인다. 사회의 제도·구조적 모순이 개개인에게 억울함을 강요하고 그 억울함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더 수렁에 빠지는 불합리한 현실이 돋을새김돼 있다. 소설집엔 2012년 이상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스프레이’, ‘빅브라더’, 표제작 ‘소년은 늙지 않는다’, ‘인생은 아름다워’, ‘승강기’, ‘염소의 주사위’ 등 9편의 단편이 실렸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우리 시대의 그릇됨이다. ‘소년은 늙지 않는다’에선 현대인의 도시 생활을 특징짓는 아파트를 화두로 삼았다. 빙하기, 폐허가 된 아파트에서 사망한 지 오래된 할아버지와 동거하는 소년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몇 년 전 봄에 이상 한파가 몰아쳤을 때 ‘소빙하기’라는 말이 회자됐다. 그때 진짜로 빙하기가 오면 도시의 고층 아파트 숲은 어떻게 바뀔까라는 상상을 해 봤다. 빙하기라는 특수 상황을 설정해 슬럼화된 아파트를 형상화하긴 했지만 현재 아파트에서의 삶도 서로 단절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살지만 정작 혼자뿐인 삶의 모순을 빙하기에 빗대 표현했다는 의미다. ‘승강기’에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데도 보수 비용을 내라는 아파트 관리소장의 강압에 대항하는 사내가 등장한다. 보통 아파트는 공동주택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비용을 분담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관리소장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증거를 직접 대라고 윽박질러 억울함을 부채질한다. ‘염소의 주사위’에선 동생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회에서 정의를 세워주지 않자 사적으로 복수하는 사내가 나온다. 작가는 “삶의 부조리한 현실이 주를 이루지만 그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인생을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노인의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자살면허를 따는 게 노후 계획이 될 정도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한 할머니를 만나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할아버지 얘기를 다룬 ‘인생은 아름다워’를 두고 한 말이다. 인간의 내재된 심리도 파고든다. ‘빅브라더’에선 남들이 보기엔 괜찮은데 본인만 느끼는 콤플렉스를, ‘스프레이’에선 정형화된 일상에서의 일탈과 해방을 다뤘다. 작가는 “명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무언가를 견디기 위해 소설을 쓴다”며 “다른 사람들도 시시포스처럼 다시 굴러내려올 것을 알면서도 산 정상으로 밀어올리는 바윗덩어리를 갖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쉼 없이 동시대 사람들에게 던질 질문인 ‘바윗덩어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계간 ‘문학과 사회’에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1980년대 초 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통해 80년대 사회의 모순과 이면을 탐구하고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브래드 피트, 눈빛은 더없이 착한 남자 심장은 한없이 강한 남자

    브래드 피트, 눈빛은 더없이 착한 남자 심장은 한없이 강한 남자

    “시골에서 자란 제게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관점을 만들어 줬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것들을 끊임없이 작품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죠.” 할리우드 스타이자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51)가 새 영화 ‘퓨리’(20일 개봉)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다.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머리에 쓰고 있던 검은색 페도라를 벗어 흔들며 취재진에게 반가움을 표했다. 전쟁액션 영화인 ‘퓨리’에서 그는 냉철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리더십으로 전차 부대를 이끄는 대장 역을 맡아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워 대디)를 구사했다. 전장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그의 얼굴은 흙과 그을음으로 얼룩져 전쟁의 고단함을 생생히 드러낸다. “전쟁터에서 지휘관이 실수하면 순식간에 전 소대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워 대디는 강인하고 엄격하지만 동시에 대원들의 사기까지 관리해야 하는 인물이죠. 하지만 정작 자신은 긴장을 풀 수 있는 곳이 없어요. 리더로서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 오랜 전쟁에 지치고 피곤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배우 앤젤리나 졸리와의 사이에 6명의 자녀를 둔 그는 극 중 4명의 병사와 함께 탱크 퓨리를 이끌어야 했던 순간에 아버지로서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탱크는 마치 파탄된 가정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탱크의 지휘자로서 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 아버지로서의 경험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머니볼’, ‘월드워 Z’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제작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다. 속도감과 스케일을 추구하는 요즘 유행과는 다소 동떨어진 전쟁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저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전쟁의 끔찍함은 물론이고 서로 싸우고 죽이다가 그다음 해 친구가 돼 식사를 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군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잔인한 시대에 이 영화는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자로서의 신념도 뚜렷하다. “할리우드는 현재 상업 영화 위주로 돌아가지만, 저희는 작고 복잡하고 심오해서 만들기 어려운 작품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작자로서 아티스트를 모으고 편집 과정에 끝까지 참여할 때 보람을 느끼죠.”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화의 제작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그는 “한국은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도 독창적으로 잘 성장해 자리 잡아 가는 시장이다. 특히 한국 음식은 최고”라면서 친근감을 표했다. 배우 생활 28년째. 굴곡도 많았지만 “슬럼프도 삶의 일부”라고 담담히 말하는 관록의 배우가 됐다. “누구나 실패할 때가 있어요. 그러나 그 순간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중요하죠. 실패가 있어야 성공도 있는 법이니까요.” 결과가 어떻든 그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분신과도 같은 작품에 대한 절절한 애착의 표현 방식이다. “내가 그 작품을 사랑한다면 최소한 그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은 있는 거니까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퓨리’ 브래드 피트 내한, ‘명량’과 비슷하다고 하자…

    ‘퓨리’ 브래드 피트 내한, ‘명량’과 비슷하다고 하자…

    ‘퓨리 브래드 피트’ 영화 ‘퓨리’의 주인공 브래드 피트(52)가 내한해 화제다. 브래드 피트는 13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퓨리’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피트는 이 자리에서 “배우 생활을 돌아봤을 때 난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시골에서 성장한 내게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관점을 형성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어 “슬럼프 역시 내 삶의 일부고 중요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슬럼프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며 “슬럼프가 닥쳤을 때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슬럼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분명히 알려준다. 모든 성공의 기반은 실패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한국 영화 ‘명량’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며 ‘명량’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로건 레먼은 “명량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아직 보진 못했다”고 답하며 “(명량에서의) 전투장면이 대단하다고 들어 기대가 된다. 우리 영화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의 엄청난 팬”이라면서 박찬욱 감독을 언급했고, 옆에 있던 피트는 마이크를 들고 “봉준호”를 외쳐 눈길을 끌었다. 한편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탱크 부대원들의 활약을 그린 전쟁 영화다. 브래드 피트, 로건 레먼, 샤이아 라보프, 마이클 페나, 존 버탈 등이 출연했다. 브래드 피트는 극중 전차부대를 이끄는 워대디 역을 맡았다. 퓨리 브래드 피트를 접한 네티즌들은 “퓨리 브래드 피트, 영화 얼른 보고싶다”, “퓨리 브래드 피트, 언제 개봉하지?”, “퓨리 브래드 피트, 올해 나이가 52살 젊어보여”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관록/정기홍 논설위원

    타작을 하려고 볏단을 쌓을 때 겪었던 일이다. 어른은 일에 앞서 방식을 일러 주었다. “한갓 농사일에 뭔 기술이 필요하랴”라며 아예 무시했다. 쌓은 볏단은 이내 중간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그것 봐라”라는 무언의 눈치에 되게 무안했던 경험이다. 땔감용 솔가리를 새끼로 동여맨 나뭇짐을 지려는 순간, 짐이 허물어져 헛일이 된 적도 많다. 평소 하찮게 보았던 것들에 농사꾼만의 노하우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얼마 전엔 시골분과 함께 도토리를 주웠는데 바구니에 담긴 건 그분의 절반이 안 됐다. 그제 끝난 삼성과 넥센 간의 한국시리즈는 관록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석패한 넥센은 야구에 어수룩한 나의 눈에도 잘 짜여진 팀으로 보였다. 타선도 만만찮고 수비도 야무졌다. 감독의 지시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작은 수비 실수는 승기를 상대팀에 자주 넘겨주었다. 창단 이후 처음 치르는 결승 경기라 긴장해서 그렇다고 한다. 큰일이 닥치면 누구나 몹시 긴장하게 된다. 오늘은 수능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수능 초짜 수험생들이여, 졸지 말고 실수하지 않기다. 시험 공화국에서 익혀 온 관록들이 있지 않은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퓨리’ 브래드 피트 내한, ‘명량’과 비슷하다는 말에…

    ‘퓨리’ 브래드 피트 내한, ‘명량’과 비슷하다는 말에…

    ‘퓨리 브래드 피트’ 영화 ‘퓨리’의 주인공 브래드 피트(52)가 내한해 화제다. 브래드 피트는 13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퓨리’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피트는 이 자리에서 “배우 생활을 돌아봤을 때 난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시골에서 성장한 내게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관점을 형성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어 “슬럼프 역시 내 삶의 일부고 중요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슬럼프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며 “슬럼프가 닥쳤을 때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슬럼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분명히 알려준다. 모든 성공의 기반은 실패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한국 영화 ‘명량’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며 ‘명량’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로건 레먼은 “명량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아직 보진 못했다”고 답하며 “(명량에서의) 전투장면이 대단하다고 들어 기대가 된다. 우리 영화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의 엄청난 팬”이라면서 박찬욱 감독을 언급했고, 옆에 있던 피트는 마이크를 들고 “봉준호”를 외쳐 눈길을 끌었다. 한편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탱크 부대원들의 활약을 그린 전쟁 영화다. 브래드 피트, 로건 레먼, 샤이아 라보프, 마이클 페나, 존 버탈 등이 출연했다. 브래드 피트는 극중 전차부대를 이끄는 워대디 역을 맡았다. 퓨리 브래드 피트를 접한 네티즌들은 “퓨리 브래드 피트, 영화 얼른 보고싶다”, “퓨리 브래드 피트, 언제 개봉하지?”, “퓨리 브래드 피트, 올해 나이가 52살 젊어보여”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퓨리’ 브래드 피트, 물만 마셔도 화보…올해 나이는?

    ‘퓨리’ 브래드 피트, 물만 마셔도 화보…올해 나이는?

    ‘퓨리 브래드 피트’ 영화 ‘퓨리’의 주인공 브래드 피트(52)가 내한해 화제다. 브래드 피트는 13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퓨리’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피트는 이 자리에서 “배우 생활을 돌아봤을 때 난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시골에서 성장한 내게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관점을 형성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어 “슬럼프 역시 내 삶의 일부고 중요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슬럼프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며 “슬럼프가 닥쳤을 때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슬럼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분명히 알려준다. 모든 성공의 기반은 실패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한편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탱크 부대원들의 활약을 그린 전쟁 영화다. 브래드 피트, 로건 레먼, 샤이아 라보프, 마이클 페나, 존 버탈 등이 출연했다. 브래드 피트는 극중 전차부대를 이끄는 워대디 역을 맡았다. 퓨리 브래드 피트를 접한 네티즌은 “퓨리 브래드 피트, 영화 얼른 보고싶다”, “퓨리 브래드 피트, 언제 개봉하지?”, “퓨리 브래드 피트, 올해 나이가 52살 젊어보여”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퓨리’ 브래드 피트 내한, ‘명량’ 질문에 “봉준호” 외친 까닭은?

    ‘퓨리’ 브래드 피트 내한, ‘명량’ 질문에 “봉준호” 외친 까닭은?

    ‘퓨리 브래드 피트’ 영화 ‘퓨리’의 주인공 브래드 피트(52)가 내한해 화제다. 브래드 피트는 13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퓨리’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피트는 이 자리에서 “배우 생활을 돌아봤을 때 난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시골에서 성장한 내게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관점을 형성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어 “슬럼프 역시 내 삶의 일부고 중요한 순간이라 생각한다. 슬럼프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며 “슬럼프가 닥쳤을 때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슬럼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분명히 알려준다. 모든 성공의 기반은 실패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한국 영화 ‘명량’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며 ‘명량’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로건 레먼은 “명량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아직 보진 못했다”고 답하며 “(명량에서의) 전투장면이 대단하다고 들어 기대가 된다. 우리 영화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의 엄청난 팬”이라면서 박찬욱 감독을 언급했고, 옆에 있던 피트는 마이크를 들고 “봉준호”를 외쳐 눈길을 끌었다. 한편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탱크 부대원들의 활약을 그린 전쟁 영화다. 브래드 피트, 로건 레먼, 샤이아 라보프, 마이클 페나, 존 버탈 등이 출연했다. 브래드 피트는 극중 전차부대를 이끄는 워대디 역을 맡았다. 퓨리 브래드 피트를 접한 네티즌들은 “퓨리 브래드 피트, 영화 얼른 보고싶다”, “퓨리 브래드 피트, 언제 개봉하지?”, “퓨리 브래드 피트, 올해 나이가 52살 젊어보여”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상파 위협하는 ‘메이드 인 tvN’ 무엇이 다른가

    지상파 위협하는 ‘메이드 인 tvN’ 무엇이 다른가

    최근 방송가에서 정설처럼 통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상파 위에 케이블, 형보다 나은 아우 있다”는 얘기다. ‘킬러 콘텐츠’로 내놓는 족족 흥행에 성공하는 케이블 채널 tvN의 위력을 빗댄 말이다. “지상파 방송 쪽에서 새 프로그램을 내놓을 때 가장 많이 의식하는 건 시청자 반응보다 tvN”이라는 말도 들린다. 지상파 방송의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케이블 채널의 약진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삼시세끼’, ‘미생’ 등 최근 대중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프로그램은 십중팔구 그 출처가 tvN이다. tvN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철옹성 같던 지상파의 벽을 깬 ‘메이드 인 tvN’ 콘텐츠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방송가 안팎에서 입을 모으는 tvN의 가장 큰 흥행 비결은 “장르의 벽을 깨고 융합하는 조직의 유연함”이다. tvN에서는 예능담당 PD가 드라마를 만들고 드라마에도 다큐멘터리 요소가 거침없이 가미된다. ‘tvN표 킬러 콘텐츠’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롤러코스터-남녀생활백서’는 극화된 스토리에 다큐멘터리 전문 성우를 출연시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푸른 거탑’ 역시 예능과 드라마를 혼합해 성공했다. 롱런하며 인기를 모은 ‘막돼먹은 영애씨’는 아예 다큐드라마라는 낯선 장르를 개척한 산물이다. 예능국에서 제작한 ‘예능형 드라마’도 tvN만의 특장으로 꼽힌다. KBS에서 ‘남자의 자격’ 등을 연출했던 예능국 출신 신원호 PD는 tvN으로 이적한 뒤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시리즈를 연이어 히트시켰다. ‘식샤합시다’, ‘잉여공주’, ‘아홉수 소년’ 역시 예능 PD들이 만든 드라마다. 이명한 tvN 본부장은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을 히트시킨 전력이 있는 송창의 tvN 초대 본부장 때부터 장르 간 융합을 적극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리얼리티, 시트콤, 코미디 전문 PD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흥행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크다”고 자평했다. tvN의 기획회의 시간에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은 “지상파스럽다”는 것이다. 구태의연하고 익숙한 콘텐츠를 경계하자는 의미에서 나오는 말이다. CJ E&M 드라마사업본부 박지영 제작국장은 “지상파의 전형성은 우리의 기획회의에서는 깨뜨려야 될 그 무엇”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에서는 문학적인 웹툰이라는 이유로 제작을 꺼렸던 ‘미생’이 탄생한 것도 그런 배경 덕분이었다. 최근 시중 최고의 화제작으로 뜨고 있는 영화채널 OCN의 ‘나쁜 녀석들’도 그런 경우. 영화 쪽 스태프들을 드라마 제작에 대거 참여시켜 ‘영화 같은 드라마’를 추구한 결과다. 2040 젊은층의 폭넓은 관심을 끌어내는 것도 tvN의 힘이다. “신참 PD들한테도 시청률 부담을 주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허락하는 풍토가 주효했다”는 게 내부평가다. 지상파에서는 조연출 이력 10년쯤을 거쳐야만 입봉하지만 tvN에서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5~6년차에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맡을 수 있는 것. 이 본부장은 “예능이나 드라마가 성공하는 데는 PD의 감성이 키포인트로 작용한다. 우리가 기획안 자체보다 연출진을 먼저 보는 이유”라면서 “PD가 브랜드화되면 어느 정도의 질이 보장되고 시청자들도 그 이면의 맥락까지 읽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귀띔했다. 시골 출신으로 ‘촌놈’ 정서를 지닌 나영석 PD에게서 ‘삼시세끼’가 나왔고 1994년 대중문화의 열혈 소비자였던 신원호 PD에게서 ‘응답하라’ 시리즈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 PD의 개성과 정서에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들이 따라붙는다는 얘기다.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도가 인정되면 낮은 시청률을 문제 삼지 않는 것도 tvN만의 제작 풍토다. 편집 감각이 뛰어난 입사 3~5년차의 젊은 PD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캐스팅, 제작이 졸속으로 진행되기도 하는 지상파와는 제작 시스템부터 다르다. tvN에는 드라마를 기획하고 재정을 책임지는 프로듀서(기획 PD)가 따로 35명이 있고 이들이 외주제작사의 대표처럼 드라마의 기획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그런 덕분에 기획 제작 기간이 지상파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충분히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 방송계 인사는 “요즘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는 방영 두 달 전 캐스팅해서 한 달 전 촬영에 들어가는 졸속 제작 사례도 많다. 무조건 스타 캐스팅에만 의존하는 데다 보수적인 시각에 더디기까지 한 의사결정 구도로는 케이블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인기 드라마 ‘미생’의 판권 계약과정에서부터 참여한 이재문 프로듀서는 “원작 판권 계약 이후 지난해 겨울 내내 작가들과 한 번에 최소 8~12시간씩 회의를 거치고 조연 캐스팅에 200~300명의 오디션을 실시하는 등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쳤다”면서 “프로듀서는 기획 및 제반 사항을 관리하고 연출자는 작품에만 관여하기 때문에 책임감과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프로그램 편성은 각 채널장(본부장)이 결정하는데 기획이 새롭고 신선하다면 2~3개월이 아니라 2시간 만에도 제작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삼시세끼’ 情으로 차려낸 이 남자의 손맛

    ‘삼시세끼’ 情으로 차려낸 이 남자의 손맛

    남자 둘이서 강원도 정선의 시골집에 머문다. 이들이 하는 일은 하루 세 끼 밥을 직접 해 먹는 것뿐. 평온한 시골의 정경 속에서 수수를 베고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일상이 전부다. 하지만 심심할 것 같은 프로그램은 이들이 좌충우돌하고 투덜거리는 장면을 포착해 툭툭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달래된장국 한 그릇으로도 시청자들을 웃길 수 있는 재주는 신기할 지경이다. 배낭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새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까지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며 tvN의 대표 예능 PD로 자리매김한 나영석(38) PD를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CJ E&M에서 만났다. 그는 연이은 성공의 비결에 대해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자세를 낮추면서도, 자신의 색깔에 관해서는 또렷한 대답을 내놓았다. “제 프로그램은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여행을 하든, 요리를 하든 그 밑바닥에는 따뜻한 정서가 깔려 있었으면 하죠.” 칠순 넘은 어르신들을 배낭여행 보내드린 것도, 시골의 강아지와 닭, 염소에게 이름을 붙여 주는 것도 자극적인 웃음이 아닌 훈훈한 온기를 전달한다. 또 기존 프로그램이 놓치고 있는 ‘이면의 정서’를 끌어다 앞에 놓는다.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라면 어디에 가서 뭘 보는지에 주목하죠. 하지만 저는 누가 왜 여행을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할배’들이 여행을 가니 좌충우돌하고 실수도 하시는 이야기를 그리는 거죠.” 지난달 17일 전파를 타기 시작한 ‘삼시세끼’ 역시 나 PD의 색깔이 고스란히 담겼다. “기존 예능프로그램은 최대한 다양한 풍경과 다양한 인물을 보여 주죠. ‘삼시세끼’는 단 두 명의 출연자가 내내 같은 공간(시골 집)에 있어요. 하지만 참을성을 가지고 쭉 지켜보니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빠르게 전개되지는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러나는 맛이죠.” 그런 나 PD라고 ‘삼시세끼’의 성공을 자신한 건 아니었다. 이서진과 옥택연은 2시간이 넘도록 말 없이 설거지를 하고 수수를 베는 일도 많았다. 첫 방영을 앞두고 그가 한 말은 “망했구나”였다. “역시나 둘은 말이 없었고, 시골 집은 심심했어요. 편집해서 이어 붙일 재미난 장면이 없으니 망했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망했다’며 식은땀을 흘린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7%에 육박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지루한데 이상하게 재미있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한 끼 식사를 마련해 손님을 대접하는 모습이 소소한 웃음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시골 생활’과 ‘밥’이라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소비됐던 소재를 맛깔나는 밥상으로 요리해낸 건 나 PD의 손맛이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잘 담근 장맛 같은 프로그램이 하나쯤은 있어도 좋을 것 같았어요. 제가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성공 여부에 대해 걱정할 때, 새로운 재미를 찾아낸 건 시청자들의 눈썰미입니다. 어쩌면 시청자들이 저희들보다 더 앞서 다음 세대의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바젤, 현대미술의 메카로 키운 진정한 미술애호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바젤, 현대미술의 메카로 키운 진정한 미술애호가

    바젤 아트페어와 바이엘러 재단을 설립한 에른스트 바이엘러(1921~2010)는 세계적인 화상(畵商)이면서 미술품 수집가로 명성을 날린 현대미술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남다른 식견으로 세계 미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바젤을 세계 미술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그의 긴 여정은 바젤의 작은 시골마을 바움라인가스의 작은 고서점에서 출발했다. 철도 인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오스카르 쉴로스라는 노인이 운영하는 고서점에서 견습생으로 일했다.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서점을 운영해 온 쉴로스는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청년 에른스트 바이엘러를 처음부터 눈여겨보고 그에게 역사, 미학, 문학, 철학 등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쳤다. 1945년 쉴로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에른스트는 은행 빚 6000프랑을 내어 고서점을 인수한다. 자금 회수를 위해 잘 팔리는 책을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잘 팔리지 않는 책들을 처분하기 위해 고서점에서 판화와 도판 전시회를 열었다. 차츰 발전해 미술 전문 갤러리로 자리 잡게 됐고 현대미술로 분야를 특화하면서 영향력을 더욱 키워 나갔다. 바이엘러는 명작을 알아보는 탁월한 안목과 기지, 겸손함, 신사다움을 겸비한 화상으로 미술계의 신뢰를 받았다. 다른 딜러들이 며칠씩 걸려서 작품값을 측정해 내는 것을 그는 앉은 자리에서 서로가 원하는 조건대로 협상을 이끌어내고 상호만족하는 선에서 거래를 성사시키곤 했다.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 각국의 미술관들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는 데 그의 안목과 중재력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피카소의 화실에서 직접 작품을 고를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유일한 아트딜러였다. 칸딘스키의 아내는 남편이 남긴 유작의 대리인으로 바이엘러를 지목하며 ‘최고의 아트딜러’라고 칭하기도 했지만 정작 자신은 “다른 20세기 초의 유명한 갤러리스트들에 비해 시대를 창조하지 못했다. 나는 인상주의 작품부터 팝아트까지 좋은 작품들이 널리 알려지도록 보급하고, 좋은 작품을 선택하도록 도와준 것일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그가 더욱 존경받는 이유는 타고난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아트딜러이기 이전에 진정한 예술애호가로서 예술의 발전을 위해 앞장섰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파리나 스위스 제네바 등 당대 미술의 중심지를 찾아 떠나지 않는 대신 바젤을 현대 미술의 메카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1971년 당대의 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아트바젤을 주도해 만들었다. 첫 회에는 10개국 90개 화랑이 참가하는 데 그쳤지만 지리적 이점과 지역 화상들의 노력으로 아트바젤은 곧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로 발전했다. 자코메티, 칸딘스키, 클레, 피카소 등 현대미술의 거장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교류하며 스스로도 대가들의 작품을 수집했던 그는 1982년 갤러리 비즈니스를 재단으로 전환시키며 바젤시에 많은 작품을 기증했다. 하지만 전시할 장소가 마땅치 않자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미술관을 지어 1997년 10월 개관했다. 그의 나이 76세였지만 여전히 현역이었다. 왜 은퇴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또 다른 좋은 작품을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던 그는 2000년부터 아트바젤의 디렉터를 맡았던 사뮈엘 켈러를 2008년 바이엘러 재단의 디렉터로 스카우트했다. 60여년 전 그의 멘토였던 쉴로스처럼 아들 같은 켈러의 멘토가 되어 미래의 주역에게 진정한 아트 비즈니스의 정신을 심어주고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전 세계의 언론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사회적 소통’ 書簡, 근대화 이끌다

    ‘사회적 소통’ 書簡, 근대화 이끌다

    문맹이 수두룩하던 시절 시골 마을. 대처에 나간 자식의 편지가 오면 어머니는 동네를 돌며 언문을 뗀 사람을 찾았고, 그의 입을 보며 자식의 얼굴을 떠올렸다. 문맹률이 ‘0’에 가까워진 뒤에도 사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때 글줄깨나 쓰는 친구는 연애편지를 대필하다 보니 친구들의 연애사를 줄줄이 뀄고, 어느 날 문득 시인이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옛 선비들 역시 편지를 품격 있게 교유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편지를 통해 남녀 연애는 물론 정치적 밀담 등도 모두 담아냈다. 편지. 서간(書簡)이다. 서간은 간독, 간찰, 서신, 서찰, 서한, 척독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왔다. 발신자와 수신자 두 사람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지극히 사적인 교감을 나누는 개인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편지는 이미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문화사적 의의를 내포하고 있었다. 김성수 성균관대 교양학부 교수는 근대적 텍스트로서 서간 양식, 근대적 글쓰기로서 서간에 주목했다. 20세기 전반 한국 근대문학사, 문화사 연구에서 존재론적으로 소외됐던 서간(문)의 의미를 학술 연구의 대상으로 회복시켰다. ‘한국 근대 서간 문화사 연구’(성균관대 출판부)는 1920~1940년대 공공을 대상으로 출판된 서간집 등을 중심으로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 및 계몽적 기능을 살펴보며 당대 문학과 어떻게 조우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서간론’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아닌,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갖는 서간의 문화사적 의미를 학술적 연구 대상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서간은 역사 연구의 자료로만 취급되거나 서간을 쓴 사람을 좀 더 잘 알기 위한 작가론의 보조 자료로 대상화되는 한계를 보였다”면서 “소설과의 관련에서만 문제 삼던 종래의 연구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간 자체의 존재 양상과 사적 변모를 중심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가 살핀 서간 텍스트의 역사적 계보를 보면 근대 서간은 긴 철학적 서간과 구별되는, 짧은 정감적 편지를 일컫는 척독(尺牘)류를 모범으로 삼는 단계로 출발해 1920년대에는 ‘사랑의 불꽃’과 같은 연애 서간집의 유행을 거쳤다. 1930년대에 이르러 ‘조선문인서간집’ 같은 명사들의 문인 서간집으로 변천하는 통시적 흐름을 보인다. 문인 서간집은 기행문, 시, 소설 등 근대문학의 형성에 큰 영향을 줬다. 실제 서간체 양식은 고스란히 문학이 되기도 했다. 1920~1930년대 논설문 등의 글쓰기나 문화예술인들의 상호 비평, 시, 소설 등을 보면 가상 혹은 실제의 수신인을 설정해 특정한 이에게 글을 써 보내듯 편지글 형식을 취한 것들이 제법 눈에 많이 띈다. 최서해의 단편소설 ‘탈출기’는 대표적인 서간체 소설의 하나다. 소설은 ‘김군’을 수신인으로 계속 호명하며 자신이 간도로 떠난 뒤 겪었던 경험과 감회를 상세히 적어 나간다. 그리고 집을 떠나 ‘××단’ 활동을 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한다. 이 밖에도 조명희의 ‘R군에게’, 송영의 ‘다섯해 동안의 조각 편지’ 등도 서간체 소설 작품들이다. 김 교수는 “서간체 소설은 새로운 시대 조류의 도래로 인해 민감한 문제를 공론화시키되 이 과정에서 따를 수 있는 윤리적 비난이나 책임을 면제받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서간체 소설이 갖는 사회적 기능을 설명했다. 이는 서간체 소설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불특정한 수신인들에게 자살 충동을 부추기며 ‘베르테르 신드롬’을 일으켰음을 상기하면 이해가 더욱 쉬울 법하다. 서간체 시는 특히 임화, 김해강 등 카프 작가들을 통해 많이 활용됐다. 임화는 ‘네거리의 연인’, ‘우리 옵바와 화로’ 등을, 김해강은 ‘변절자여! 가라-변절자인 남편에게 주는 투사인 젊은 안해의 절연장’ 등 시를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문학적 이념을 구체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카프의 서간체 시는 묵독을 해야만 하는 근대시와 달리 낭독성을 강조하면서 대중을 끌어들이려는 대중화 의도의 산물이라고 평했다. 또한 일제강점기 문학평론가이자 언론인인 오용순은 1943년 ‘조광’ 6월호에 ‘여인윤리관-동서신화의 비교 고찰’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제목만을 보자면 딱딱한 논설문이 될 법하지만 글의 스타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서간체를 차용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서간체 기행, 서간체 수필, 서간체 비평 등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편지글 형식을 빌린 문학의 장르는 더욱 확대된다. 김 교수는 “서간문이 품고 있는 자기 이야기의 의미화와 사회적 소통의 다양화라는 특징은 언문일치를 통한 사회적 소통의 근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면서 서간문이 갖는 근대적 의의를 설명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송파구에서 온 낙엽 남이섬의 ‘화룡점정’

    송파구에서 온 낙엽 남이섬의 ‘화룡점정’

    송파구는 버려지는 은행잎을 모아 새로운 관광명소나 친환경 비료로 만드는 등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10일 구에 따르면 강원 춘천시 남이섬 중앙에 늘어선 100m 남짓한 ‘송파은행길’이 송파구 출신의 고운 은행잎으로 채워졌다. 구는 2006년부터 매년 가을이면 남이섬에 양질의 은행낙엽을 선별해 보내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은행잎을 모아서 관광객들이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조용히 산책로를 거닐 뿐 아니라 가을 낭만을 즐기는 연인들, 두 손 가득 은행잎을 담아 머리 위로 뿌리는 아이들, 은행잎을 귀에 꽂고 기념촬영을 하는 외국인까지 저마다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송파구가 만든 셈이다. 발에 짓밟혀 버려진 낙엽도 시골 농장으로 보내져 친환경 비료로 거듭난다. 구는 매년 800t쯤 낙엽을 농가에 무상 제공하고 있다. 도심에 많이 심어진 버즘나무 등의 낙엽은 땅심을 북돋고 뛰어난 통기성 덕에 친환경 퇴비로 인기를 끈다. 올해는 지난 6일 강원 홍천 오미자 농장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낙엽 재활용 사업을 이어간다. 구는 연간 1000t쯤의 낙엽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이를 처리하려면 수수료만 해도 t당 10만원이나 들여야 하지만, 낙엽 재활용을 통해 구는 매년 1억원 이상의 처리비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구 관계자는 “천덕꾸러기인 낙엽이 오히려 이름난 관광명소에서 우리 송파구를 홍보하는 아이템으로 활약하고, 농가에선 친환경 퇴비로도 활용돼 반갑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낙엽을 재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겠다”고 덧붙였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가난이 낳고 무관심이 키운 病 ‘비만’

    가난이 낳고 무관심이 키운 病 ‘비만’

    [富] 한 달에 600만원을 버는 회사원 최모(42)씨는 아무리 바빠도 점심 때 짬을 내 회사 내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점심은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저녁은 채소와 콩 위주로 먹는다. 최씨의 몸무게는 72㎏로 날씬한 데다 피부도 좋아 종종 훈남 소리를 듣는다. [貧] 두 달 전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발을 다친 휴학생 김모(26)씨는 온 종일 집에서만 시간을 보낸다. 생활비도 충분치 않고 딱히 밥을 차려줄 사람도 없어 끼니는 대부분 라면으로 해결한다. 스트레스는 과자를 먹으며 푼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빨리 먹고 빨리 일해야 하니 라면이나 정크푸드, 빵 등을 주로 먹었다. 지금 김씨는 키 173㎝에 몸무게 93㎏로 비만이다.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 뚱뚱하다는 것은 옛말이다. 요즘 비만은 가난 탓이다. 과일과 채소는 비싸서 살 엄두도 못 내고, 주로 싸고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라면이나 햄 등 고칼로리에 나트륨 덩어리 음식으로 밥상을 차리다 보니 날씬해지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은 부모가 일하러 나간 동안 싸구려 과자를 먹으며 텔레비전 시청에만 매달린다. 어릴 적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된다. 저소득층의 비만은 대물림도 된다. 날씬함은 이제 가난한 가정에서는 누릴 수 없는 사치품이 됐다. ‘비만도 나라가 구제해야 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2년부터 2013년까지 11년간 쌓인 일반건강검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9일 초고도비만율을 소득수준별로 분석한 결과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초고도비만율이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높고, 건강보험가입자 기준으로는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초고도비만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정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사회복지시설수급자, 북한이탈주민 등 취약계층으로 2013년 기준 145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초고도비만율은 1.23%로 재산이나 소득이 높아 보험료를 많이 내는 최상위 집단(보험료 상위 5%)의 0.35%보다 3.5배가 더 높았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더 비만해 여성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초고도비만율은 1.57%에 달했다. 남성 의료급여 수급권자(0.87%)보다 3배 이상 높다. 건강보험료 가입자 중 보험료 최하위 집단(보험료 하위 5%)과 최상위 집단 간의 초고도비만율 격차도 2002년 0.12%에서 2013년 0.40%로 계속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와 시골의 비만율 격차도 컸다. 최고도비만율은 2013년을 기준으로 16개 시·도 가운데 제주도(0.68%)가 가장 높고, 대구·울산(0.39%)이 가장 낮았다. 질병관리본부 오경원 건강영양조사과장은 “아무래도 농촌 지역은 도시보다 평균 소득이 낮다 보니 몸 관리에 소홀하고,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만큼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난병=비만병’이란 씁쓸한 현상은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영국 해외개발연구소의 ‘미래다이어트’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과체중·비만 인구는 1980년 2억 5000만 명에서 2008년 9억 4000만명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초고도비만율도 2002년 0.17%에서 2013년 0.49%로 상승해 최근 11년간 2.9배가 증가했다. 정부가 우선 저소득층 비만치료를 지원할 대책이라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비만 예방 대책은 첫발을 뗀 수준이다. 비만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건강보험공단의 비만관리대책위원회가 지난 10월에야 출범했고 아직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담뱃세를 올려 흡연율을 낮추듯 정크푸드 등 고칼로리 음식에 ‘비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됐지만, 저소득층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반발이 거세 아직은 먼 이야기다. 미국은 2010년 어린이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모든 학교 내에 설탕이 들어간 음료와 정크푸드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또 미국 50개 주 가운데 28개 주가 탄산음료 등에 별도의 세금을 매기거나 판매세 면세규정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비만세를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는 식품과 음료광고에 당류·소금·인공감미료에 대한 건강 경고 문구를 넣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연간 광고예산의 1.5%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비만인구가 서민에 집중돼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비만세를 부과하면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세금을 걷는 것과 반대로 칼로리가 낮은 건강식품의 부가가치세를 내리거나 보조금을 지급해 서민도 건강식을 사서 먹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건강식품의 가격 수준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은 예산 부족이 문제다. 대한비만학회는 고도비만 치료에 보험급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술 비용이 600만~800만 원에 달하는 위 밴드 수술이나 1200만~1300만원이 드는 소매절제술, 위 우회술 등을 건강보험 도움 없이 저소득층이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비만학회와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등 관련 학계는 비만 수술 보험 적용을 위해 10년이나 공을 들여 왔지만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 이후 위 밴드술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난감해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는 최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주최로 열린 식품건강포럼에서 “비만 수술을 받은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 후 5년 내 사망률은 수술받지 않는 고도비만 환자보다 89%나 낮다. 즉 고도비만 수술은 득이 실보다 더 크다”면서 “고도 비만과 병적(病的) 비만을 포함한 모든 비만에 대해 예외 없이 건강보험 비급여를 고수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용어 클릭] ■ 초고도비만 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BMI)를 기준으로 비만의 정도를 5단계로 분류했을 때 가장 심한 수준을 말한다. 체질량지수가 18.5 이하면 저체중, 18.5~23은 정상, 23~25는 과체중, 25~30은 비만, 30~35는 고도비만, 35이상은 초고도비만이다.
  • 도시에 사는 여성, 노화 진행속도 10%↑ (연구)

    도시에 사는 여성, 노화 진행속도 10%↑ (연구)

    도시에 사는 여성은 피부노화가 더욱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중국 베이징 공군 종합병원(General Hospital of Air Force of the Chinese People’s Liberation Army) 피부과학(Dermatology)과 연구진은 도심지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한적한 도외지에 사는 여성들에 비해 피부노화가 가속화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30~45세 사이 여성 200명의 피부 및 각종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베이징을 비롯한 도심지역과 시골에 살고 있는 여성들 사이에 피부노화 정도가 현저히 차이 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도심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약 10% 가량 더 피부노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도심지역에서 거주하는 여성들은 시골에 사는 여성들에 비해 피부 상의 콜라겐(collagen) 성분량과 각질(keratin)의 수분함유량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도심지 공기 속에 함유되어 있는 질소 산화물, 이황화탄소, 탄소, 일산화탄소, 오존, 납 등의 224가지 공해물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0.1 마이크로미터 정도로 모래알갱이보다 작은 먼지 속 독성입자가 피부세포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지역의 삶은 교외 지역에 비해 오랜 교통체증, 장시간 과다업무, 삭막한 거주환경 등 화학공해물질 외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다른 요소도 함께 공존한다. 이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피부노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이 연구진의 견해다. 도시의 오염된 공기는 피부 뿐 만 아니라 몸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노인학 센터 연구진에 따르면, 공기 속 오염미립자는 두뇌에 악영향을 끼치며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지어 조기 사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먼저 가능하면 외출 시 소매가 긴 복장을 착용해 미세먼지 노출정도를 최소화해주고 대기 상태가 심각하게 안 좋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거나 필터가 내장된 황사마스크 등을 착용해준다. 집 안에서도 가능하면 평소 창문을 닫아주고 실내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도록 노력한다. 또한 평소 물 등을 자주 마셔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은데 몸속에 침투한 유해물질(중금속)이 잘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역, 과일, 채소 등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양치질·세안을 빠짐없이 해주는 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한편 이 연구는 미국의 대표적 비누·세제 제조업체 프록터 앤드 갬블(Procter and Gamble)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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