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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예인, 단아한 미모에 시선강탈 ‘시골경찰3 MC 맡았어요~’

    장예인, 단아한 미모에 시선강탈 ‘시골경찰3 MC 맡았어요~’

    장예인 아나운서의 미모가 화제다.1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더 리버사이드 호텔에서는 MBC에브리원 새 예능프로그램 ‘시골경찰2’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황선규 PD와 배우 신현준, 이정진, 이청아가 참석했다. 이날 장예인 아나운서는 ‘시골경찰3’ 제작발표회 MC로 참석했다. 장예인은 프로그램 콘셉트에 어울리는 경찰복을 입고 등장했다. SBS 장예원 아나운서의 동생으로 알려진 장예인 아나운서는 또렷한 이목구비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MBC에브리원 ‘시골경찰3’은 연예인들이 직접 관할 내 치안센터의 순경으로 생활하며 모든 민원을 처리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16일 오후 8시 30분 첫 방송. 사진=뉴스1 연예팀 seoulen@seoul.co.kr
  • [公슐랭 가이드] 무한 情 리필

    [公슐랭 가이드] 무한 情 리필

    세종특별자치시는 여러 면에서 특별하다. 물론 1982년 과천, 1997년 대전으로 다수 행정기관과 소속 직원들이 이전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청사가 대도시 내에 건설되면서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와 함께 원주민들과 어울려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세종은 공주시, 연기군, 청원군 등 기존 농촌지역에 거대한 택지를 조성하고, 그 위에 건설한 계획도시이며 신도시다. 특히 정부세종청사 이전 초창기인 2012년에는 이전 기관 직원들에게 세종시는 춥고 낯선 도시였다. 그 당시 세종시는 ‘세베리아’(세종 시베리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춥고 낯설었던 시절 시골밥상을 내주던 식당 3곳을 소개한다. 가족을 떠나온 이들에게 따뜻한 집밥이었고, 도시에서 이주한 이들에게는 먼 고향의 추억을 소환하는 시골밥상이었다. 지금 세종시는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전국에서 제일 젊은 도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되었지만, 이 식당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 식당들의 공통점은 상호가 모두 식당으로 끝나고, 차가 있어야 갈 수 있으며, 식사 후 주변 논과 밭, 산을 둘러보며 간단한 산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메뉴는 몇 가지 밑반찬을 기본으로 메인 메뉴가 추가되는 형식인데, 반찬은 ‘무한리필’이 된다. 가격은 8000원 내외다.반찬 가짓수만 13개… 밥 덜었다가 더 먹고 오는 ‘든든한 한 끼’ #감성식당(세종시 금남면 감성리) 감성식당이 내놓는 반찬 가짓수는 13개다. 연중 같은 반찬도 있고, 계절에 따라 바뀌는 반찬이 있다. 밥은 커다란 옛날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처음 가는 손님들은 밥의 반을 덜어냈다가, 나중엔 다 먹고 나온다. 그리고 예약전화를 하면 전화를 받는 분이 예약자의 성명, 연락처 등을 묻지도 않고 그냥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예약이 안 되는 것이다. 무조건 일찍 가야 한다.걸쭉한 닭볶음탕·청국장… 주인 눈치 덜어낸 ‘셀프 반찬 리필’ #선영식당(세종시 장군면 대교리) 선영식당은 6개 종류의 반찬을 내놓는데, 추가로 제육볶음, 청국장, 닭볶음탕 등을 시킬 수 있다. 4명이 가면 제육볶음 2인분, 청국장 2인분 조합이 괜찮다. 닭볶음탕 매니아들은 묵직하고 걸쭉한 국물을 칭찬한다. 밑반찬들이 모두 맛있는데 ‘셀프’라서 무한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주인이나 일하는 분들이 눈치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만원도 안되는데… 제육볶음·생선구이 한 쌈 ‘점심의 행복’ #학마을식당(세종시 금남면 감성리) 학마을식당의 반찬 수는 10개 정도다. 앞에 소개한 식당들과의 차이점은 쌈을 싸 먹을 수 있는 채소와 풋고추가 나온다는 점이다. 특히 점심 특선에 제육볶음과 생선구이가 나온다. 손님 중에는 주변 공사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아 ‘현장식당’으로 불리기도 한다.최해일 명예기자(권익위 기업민원팀 사무관)
  • 외딴집 지하실에 숨겨진 끔찍한 과거…‘실종: 비밀의 소녀’ 예고편

    외딴집 지하실에 숨겨진 끔찍한 과거…‘실종: 비밀의 소녀’ 예고편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디 아더스’, ‘식스 센스’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스릴러 ‘실종: 비밀의 소녀’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는 고향집에 간 캐서린이 자신의 끔찍한 과거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다. 남편 마커스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캐서린은 아버지의 부음을 접한 뒤, 아버지의 유산인 작은 시골집을 처분하기 위해 고향을 찾는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을 보낸 그곳에서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집에서 발생한 의문의 실종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후 집안 곳곳에서 실종사건의 단서를 캐던 캐서린 앞에 신비로운 소녀 ‘데이지’가 나타난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쉿! 조용히 해봐”라는 대사를 시작으로,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듣고 고향집으로 향하는 캐서린의 모습과 그곳에서 의문의 소녀와 마주하는 상황이 담겨 있다. 이어 술래잡기를 하자는 아이와 함께 집 안에서 놀던 중, 그녀는 자신이 잊고 지냈던 과거의 비밀을 조금씩 알아간다. 아름다운 설경과 그 안에 고립된 외딴집에서 펼쳐지는 공포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스릴러 영화 ‘실종: 비밀의 소녀’는 오는 4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15세 관람가. 81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길섶에서] 봄나무 아래/황수정 논설위원

    자꾸 생각나는 라디오 사연이다. 몇 년째 실직인 중년 아빠는 훗날 아이들이 꽃도 보고 열매도 먹게 몇 그루 과실수만은 꼭 물려주고 싶었다. 땅값이 거짓말처럼 싼 시골에 언젠가 손바닥만 한 과수원을 일구는 기적 같은 꿈이다. 꿈은 이자가 없으니까. 이태 전 봄에 사과며 복숭아 묘목 서너 그루를 덜컥 사고 말았다. 심을 땅도 없으면서. 주말농장 주인에게 통사정해 밭 둔덕에 묘목들을 겨우 앉혀서는 잘 키웠다. 그런데 지난가을에 농장이 개발돼 껑충 자란 나무들을 비좁은 집으로 데려왔다. 맹렬했던 겨울을 화분에서 용케 견뎌 준 나무한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화분의 나무들은 그래도 봄이라고 힘껏 물오를 것이다. 사과 꽃이 벙글고 복숭아 꽃이 터질 것이다. 대견해서 어쩌나, 무연히 마음은 닳을 것이고. 무른 흙이 발밑에서 뭉클 부푼다. 뿌리를 있는 대로 뻗대고 가지마다 실컷 싹눈 틔우는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영광스럽다. 이 나무도 저 나무도 깊고 뜨거운 꿈이었을까. 화분의 그 나무들에 십년 백년 봄꽃이 피기를. 그늘이 없어도 길게 앉아 오늘은 꿈을 꾸는, 봄나무 아래. sjh@seoul.co.kr
  • ‘위대한 유혹자’ 우도환♥조이, 핑크빛 동침 후 이별 선택 ‘맴찢’

    ‘위대한 유혹자’ 우도환♥조이, 핑크빛 동침 후 이별 선택 ‘맴찢’

    ‘위대한 유혹자’ 우도환이 박수영(조이)을 위해 가슴 아픈 이별을 선택했다. 행복이 절정에 오른 상황에서 맞닥뜨린 얄궂은 운명이 시청자들의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다.지난 9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극본 김보연/연출 강인 이동현/제작 본팩토리) 17-18회 방송에서는 시현(우도환 분)이 과거 어머니의 뺑소니 교통사고 피해자가 다름아닌 태희(박수영 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를 위해 모진 이별을 선택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답사를 떠난 시현과 태희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막걸리를 마시다 만취한 시현 탓에 서울에 갈 수 없게 됐고, 주말이라 민박집에 남은 방은 하나뿐이라 어쩔 수 없이 동침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 단둘이 민박집 방 안에 앉은 시현과 태희는 어색함과 설렘이 공존하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했다. 태희는 시현의 손바닥에 ‘사랑해’라는 단어를 수줍게 적었고 시현 역시 태희의 귓가에 “사랑해”라고 속삭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달콤한 입맞춤을 나눴고, 태희는 시현의 품에 안겨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다. 서로를 향한 애정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 속에서 얄궂은 운명이 두 사람을 급습했다. 시현과 함께 시골길을 걷던 태희는 다가오는 차에 하마터면 치일 뻔했다. 다행히 시현의 보호로 사고를 피한 태희는 “나 찻길에서 원래 긴장했는데 네가 있어서 안심했나 봐”라며 과거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었노라고 밝혔다. 태희로부터 사고 장소가 정읍이었으며 사고 시기가 2년 전임을 들은 시현은 태희가 과거 자신의 엄마가 낸 뺑소니 교통사고의 피해 여고생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시현은 조심스레 태희에게 “만약 범인을 찾으면 어떡할 거야?”라고 물었다. 태희는 “어떡하긴 가만 안 두지. 나 아직도 가끔 악몽 꿔. 진짜 파렴치하지 않냐?”며 분노했고, 태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시현에게 죄책감이 돼 가슴에 쌓였다. 서울로 돌아온 시현과 태희는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시현이 태희의 집에서 과거 자신이 태희에게 줬던 ‘유전가 검사 결과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태희가 결과지의 내용을 봤다고 유추할 수 있는 상황. 이에 태희는 시현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긴장감이 흘렀다. 시현은 “나 그래서 집에서 나온 거야. 버스에서 너 처음 본 날, 나도 그날 알았어. 내가 아버지 아들이 아니라는 거. 진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세주, 수지도 몰라. 가능하면 세상에서 아무도 몰랐으면 했어”라며 울적한 얼굴로 자리를 뜨며 두 사람의 애정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한편 시현의 가슴앓이는 날이 갈수록 커졌다. 생각하면 할수록 태희와 자신이 이루어 질 수 없는 사이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졌기 때문. 시현은 영원(전미선 분)으로부터 “다 털어놓거나 아님 들키기 전에 멈추겠어요. 차라리 모르는 게 마음이 덜 아프니까”라는 조언을, 세주(김민재 분)로부터는 “안 되는 사이면 이제 그만 제대로 하지?”라는 충고를 듣고 태희와의 이별을 결심했다. 여기에 당초 내기대로 태희를 차버리면 석우(신성우 분)의 내연녀가 누구인지 알려주겠다는 수지(문가영 분)의 도발까지 더해졌고, 시현은 가능한 한 모질게 태희 곁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이별을 결심한 시현은 태희에게 저녁 때 만나자며 약속을 잡았다. 시현의 화가 누그러졌다고 생각한 태희가 한껏 들떠 꽃단장을 하는 동안 시현은 엄마의 묘소를 찾았다. 엄마의 사진 앞에서 시현은 “나 그 동안 엄마 원망 한 번도 안 했었는데 대체 왜 그랬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 애한테 왜 그랬어요. 내가 태희 만나는 것도 다 보고 있었으면 좀 말리지. 못 만나게 좀 말리지”라며 눈물과 함께 원망을 쏟아냈다. 이어 시현은 “태희한테는 우리가 더 미안해지기 전에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혼자서 이별을 준비했다. 이후 시현와 태희는 수지-세주-경주(정하담 분)와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시현을 태희에게 위악을 떨기 시작했다. 태희는 자신을 망신 주려고 애쓰는 듯한 시현의 태도에 “시현아 너 나쁜척 하지마. 너 지금 나한테 뭐 하려고 하는 거야?”라고 애써 당황한 마음을 감췄지만, 시현은 “나쁜 사람인 척 하는 게 아니라 원래 나빠 나. 괜찮은 사람인 척 하는 거 지겨워. 그만 하자 이제”라며 이별을 통보했다. 태희는 시현이 ‘유전자 검사 결과지 사건’ 때문에 심기가 뒤틀린 탓이라고 생각하고 “왜 그런지 아니까 우리 둘이 얘기하자”며 설득했지만 시현은 비밀을 이 자리에서 말해버려도 상관없다며 싸늘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태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마지막 질문이라는 듯이 시현에게 “너 혹시 내가 싫어졌어?”라고 물었고 그 순간 시현의 눈빛이 흔들리며 극이 종료돼 향후 전개에 궁금증을 수직 상승시켰다. 이처럼 서로를 향한 사랑이 극에 달한 순간, 자신의 손으로 행복을 깨뜨릴 수 밖에 없었던 시현의 선택에 시청자들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더욱이 세상이 무너진듯한 충격, 그리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 나아가 애써 나쁜 사람인척 연기를 해야 하는 복잡다단한 시현의 심경을 깊은 눈빛에 담아낸 우도환과 첫사랑의 두근거림에 몸 둘 바를 모르는 순수함과 야무진 듯하면서도 여린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낸 박수영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션태커플’의 안타까운 이별에 푹 젖어 들게 만들었다. 청춘남녀가 인생의 전부를 바치는 줄 모르고 뛰어든 위험한 사랑게임과 이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위태롭고 아름다운 스무 살 유혹 로맨스 MBC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는 오늘(3일) 밤 10시에 19-20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슬로 예능’ 뜬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슬로 예능’ 뜬다

    바쁘고 복잡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의 쉬고 싶은 마음이 통한 것일까.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의 느린 생활을 보여 주는 ‘슬로라이프 예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특별한 캐릭터도, 애써 웃기려는 노력이나 장치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삶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나영석 PD와 소지섭·박신혜의 자급자족 생활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새 예능 ‘숲속의 작은 집’(tvN)이 전파를 탔다. 남녀노소의 연예인 넷이 외국에 나가 한식당을 하며 맛있는 음식과 여유로운 일상을 보여 준 ‘윤식당’(tvN)으로 식당 예능 붐을 불러일으켰던 나영석 PD가 이번에는 자연을 배경으로 행복 실험에 나섰다.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가 행복 실험의 피실험자가 돼 제주도 숲속의 작은 집에서 각각 1박 2일, 2박 3일간 수도, 전기 없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오프 그리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첫 번째 과제는 ‘미니멀리즘’. 챙겨 온 물건 중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반납하고 식사도 흰 쌀밥과 반찬 한 가지로 제한했다. 이 밖에 ‘(알람 대신) 햇빛으로 일어나기’, ‘계곡 소리 담기’, ‘꽃 이름 붙이기’ 등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한 시간 30분 동안 내레이션과 인터뷰, 그리고 이들이 각자 동영상을 촬영하며 혼자 하는 말 외에는 어떤 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 새와 물소리가 프로그램을 꽉 채웠다. 음식을 만들 때에는 무 자르는 장면, 밥 끓는 장면을 클로즈업한 것 역시 특징이다. 여러 가지 소리가 섞여 소음을 만들어 내는 도심과 달리 한 가지 소리와 한 가지 영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 쾌락반응)을 의도한 것이다. “대화 대신 자연의 소리, 얼굴 대신 삶의 방식을 보여 주려고 했다. 금요일 밤 TV를 켠 채 푹 잠들기 좋을 것”이라고 소개한 나 PD는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은 것일까. “시청률을 내려놓았다”는 그의 말과는 달리 첫 시청률 4.7%(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소확행’을 이뤘다.●별전문가와 뮤지션들이 함께 떠난 여행 앞서 채널A에서는 여섯 명의 뮤지션이 도심을 벗어나 별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 ‘우주를 줄게’를 지난달 21일부터 방영하고 있다. 유세윤, 휘성, 슈퍼주니어 예성, 싱어송라이터 카더가든, 하이라이트 손동운, 멜로망스 김민석이 별 전문가와 함께 경북 안동과 충북 영동을 여행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서로의 인생담을 나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자막과 효과음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모습을 화면 가득 채웠다. 이들이 감흥에 겨워 흥얼거리는 노래는 그대로 배경음악이 된다.●청년들의 소소한 삶 영화 ‘리틀 포레스트’ 흥행 자연에서의 삶을 보여 줌으로써 힐링을 주는 추세는 예능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말 개봉해 아직도 상영관을 지키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장기 흥행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자취를 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혜원(김태리)의 모습은 많은 청년들의 현주소다. 그런 그가 임용고시에서 떨어진 뒤 고향인 시골로 내려와 직접 밭을 가꾸고 거기서 수확한 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친구와 나눠 먹는 모습은 팍팍한 도시 생활과 경쟁에 지친 젊은이들이 한 번쯤 상상하는 모습이다. 자연 풍광뿐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식감을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ASMR의 효과를 준다. 영화는 2시간 가까이 큰 서사 없이 흘러가지만 관객들은 적어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함께 휴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시나리오 없이 ‘스웨터 만들기’ 등 해외서 인기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슬로 TV’ 장르가 화제가 됐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에서 2009년부터 방영하고 있는 ‘Minutt For Minutt’는 별다른 시나리오 없이 7시간 동안 기차가 달리는 모습, 8시간 30분 동안 양털로 스웨터 만들기, 12시간 동안 벽난로 타는 모습, 6박 7일간의 노르웨이 전역을 도는 크루즈 여행 등을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은 30~4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관광객 마음 흔든 출렁다리… 잠자던 지역경제도 깨웠네

    관광객 마음 흔든 출렁다리… 잠자던 지역경제도 깨웠네

    출렁다리 열풍이 불고 있다. 환경훼손이 거의 없고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관광객 유치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둘레길이 붐을 이뤘던 때와 같다. 출렁다리를 설치한 뒤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주변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출렁다리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곳은 경기 파주시가 대표적이다. 9일 파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광탄면 마장호수에 개통한 흔들다리는 길이가 220m로 물 위로 걷는 다리로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 당초 연간 30만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첫 주말 하루평균 1만 2000여명이 개수기를 통과했다. 이대로라면 연간 60만명 이상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일 100여명 남짓 찾던 한적한 호숫가 시골마을에 약 5㎞ 차량행렬이 이어지자, 파주 광탄면 보광사 일대뿐 아니라 개점휴업 상태였던 양주시 장흥유원지와 기산저수지 등 인접지역까지 덩달아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주변 땅값도 개통 전 대비 2배로 뛰어 파주시가 주차장 추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2016년 9월 앞서 개장한 적성면 감악산 출렁다리에도 지난해 67만 1790명이 다녀갔다. 감악산은 7년 전 태풍 곤파스로 큰 피해를 입기 전까지만 해도 연간 38만명이 찾던 명산이었으나 계곡과 하천이 폐허가 되면서 15만명으로 줄었다. 2년 전 계곡을 가로지르는 150m 길이 출렁다리 개통 후 파주시는 깜짝 놀랐다. 몰려드는 관광객 수가 예상치를 훨씬 웃돌아 휴일이면 공무원들이 비상근무에 나설 정도였다. 감악산과 마장호수 주변은 파주에서 가장 외지고 낙후한 편이다. 출렁다리가 그저 그랬던 시골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아시아의 레만호수(스위스 제네바)’로 불리는 파주 마장호수는 경기 양주시 기산리 저수지 아래에 있다. 마치 포천 산정호수처럼 지대가 높은 곳에 호젓하게 자리하고 있다. 파주시는 2016년 8월부터 마장호수 일원에 7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관광과 휴양을 접목한 수변 테마 체험 공간을 만드는 ‘마장호수 휴(休)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달 29일 정식 개장한 이곳은 9만 8000㎡ 규모로 관찰 및 여가의 2가지 테마로 꾸며졌다.관찰테마로 호수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것은 길이 220m, 폭 1.5m의 흔들다리이다. 물 위를 걷는 다리로는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파주시는 2016년 9월 감악산 계곡 사이 150m를 잇는 출렁다리를 개통하면서 호수를 가로지르는 흔들다리 건설공사에 나섰다. 몸무게 70㎏ 성인 1280명이 한꺼번에 지날 수 있는 흔들다리는 초속 30m의 강풍도 견딜 수 있고, 진도 7 규모의 강진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다리 중간 18m 거리 바닥에는 방탄유리가 설치돼 호수 위를 실제 걷는 기분이 든다. 무서운 사람은 나무발판이나 철망을 딛고 걸으면 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구명환도 준비돼 있다. 호수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이 15m짜리 전망대와 조망 데크 2곳도 있다. 파주시는 호수 둘레길 총 4.5㎞ 중 3.3㎞ 구간에 산책로를 만들었다. 한 번에 480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완비됐다.여가 공간은 수상체험과 오토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카누·카약을 즐길 수 있도록 계류장 등을 만들었다. 호수에서 수상 레포츠를 즐긴 후 자연에서 캠핑하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도록 캠핑장 3600㎡도 만들었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공원과 분수대를 감상하며 곳곳에 쉬어갈 수 있게 마련된 벤치, 야생화가 가득한 하늘계단, 호젓한 둘레길 역시 인상적이다. 가족이나 연인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맑은 호수 표면에 비친 푸른 하늘과 푸른 산이 한폭의 대형 그림 같다. 마장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갓을 쓴 형태의 용미리마애이불입상, 보광사, 벽초지수목원, 장흥유원지 등 다른 볼거리도 많다. 마장호수는 파주시와 양주시 경계에 있어 두 지자체의 상생이 가능하다. 파주시는 마장호수 흔들다리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흔들다리 이용객 음식점 할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흔들다리를 방문한 여행객이 마장호수에서 찍은 사진을 호수 인근 음식점(30곳)에 제시하면 음식값의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포털사이트 파주 관광 전자지도(paju.noblapp.com)를 검색하면 할인 음식점의 위치, 메뉴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며 네비게이션과 연동해 길찾기도 가능하다.김준태 파주부시장은 “마장 휴 프로젝트 사업으로 연간 30만명 이상 새로운 관광객들의 유입이 예측됐으나 지난 2주를 보면 당초 기대치를 2배 이상 크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감악산이 있는 적성면은 파주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 중 한 곳이다. 2011년 태풍 곤파스로 산행이 불가능할 만큼 큰 피해를 입어 연간 38만명에 이르던 관광객이 15만명으로 급감했었다. 그러나 요즘 이 지역 상인들은 “살 만하다”고 말한다. 감악산에 순환형 둘레길과 출렁다리를 만드는 ‘감악산힐링테마파크’가 만들어지면서 그렇다. 특히 운계출렁다리가 개통하자,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초창기 휴일에는 1만여명이 찾았으며, 2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봄가을 행락철에는 하루평균 5000여명이 찾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67만여명이 다녀갔다. 곤파스로 피해를 입기 전보다 2배가량 많다. 같은 기간 42만명이 다녀간 포천아트밸리에는 256억원이, 123만명이 다녀간 광명동굴에는 810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됐다. 반면 감악산 테마파크에는 67억원이 투입됐다. 감악산 윤계출렁다리는 제1회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 공모 대표사업에 선정돼 경기도에서 대부분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계곡과 계곡을 잇는 구름다리 형태로, 감악산을 연간 60만~70만명이 찾는 명산의 반열에 다시 올려놓았다. 또 안전요원, 여행업자, 식당 개업 20곳 등으로 3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이끌어 냈다. 감악산은 개성 송악산(705m), 포천 운악산(936m), 가평 화악산(1,468m), 서울 관악산(629m)과 더불어 ‘경기 5악(五岳)’으로 불리는 명산이다. 산 정상을 중심으로 북서쪽은 파주시 적성면, 북동쪽은 연천군 전곡읍, 남동쪽은 양주시 남면 등 3곳과 접한다. 이 때문에 파주시뿐 아니라, 연천군과 양주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감악산은 예로부터 임진강을 끼고 있는 남과 북의 교통 요충지이자 삼국시대 이래로 한반도 지배권을 다투던 군사 요충지다. 한국전쟁 때는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했던 영국군 글로스터 출신 부대원들의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당시 글로스터 연대 1대대와 왕립 제170 박격포대 C소대 용사들은 설마리 235고지에서 7배나 더 많은 중공군 주력 63군 3개 사단을 맞아 사흘 밤낮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한국군과 유엔군이 서울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줬다. 파주시는 영국군의 헌신적인 사투를 기념하기 위해 출렁다리를 ‘글로스터 영웅의 다리’로 별칭해 부르기로 했다 김 부시장은 “감악산 힐링파크 내 먹거리촌 분양과 화장실 및 주차장을 추가 조성하는 등 방문객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감악산 출렁다리가 파주시를 넘어 경기북부 최고의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숨막히는 현실, 오지 않는 희망… 그래도 나아가라는 거장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숨막히는 현실, 오지 않는 희망… 그래도 나아가라는 거장

    “자, 이제 가자.” “안 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아, 그렇군.” 바짝 마른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빈 무대에 허름한 점퍼를 입은 두 사람이 앉아 구두를 벗으려 애쓴다.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는 고도가 올지 안 올지를 두고 대화한다. 도대체 고도는 누구인지, 왜 고도를 기다리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싱거운 대화만 몇 번이고 반복한다. 주인과 노예가 잠시 등장하고, 소년이 등장하여 고도가 그날은 오지 않고 내일도 오지 않을 거라고 알린다. 고고와 디디는 왠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 두 사람은 무의미한 대화로 시간을 때운다. 1막에서는 고고가 가자고 하고, 2막에서는 디디가 가자고 한다. 쓸데없는 장난과 엉뚱한 대화를 듣는 관객이 왜 내가 여기 앉아 있어야 하나 고민할 때 막은 내린다.●파리로 온 작가·화가·철학자 1906년 4월 13일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에서 태어난 사뮈엘 베케트(1906~1989)는 부유한 개신교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졸업 후 파리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1937년 파리 몽파르나스 언덕에 정착한 베케트는 이듬해 장편소설 ‘머피’를 발표했다. 1938년 1월 6일,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나오던 베케트는 소위 ‘묻지마 폭력’을 당한다. 모르는 청년이 느닷없이 그에게 칼을 휘둘렀던 것이다. 법정에서 범인이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하자 충격을 받은 베케트는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인생을 숙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41년 파리에서 그는 조국도 아닌 프랑스 레지스탕스 친구들을 돕는다. 더블린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부잣집 아들이 어떻게 이런 위험을 결심했는지 모르지만, 1942년 동지들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베케트는 시골 농장으로 피신하여 ‘와트’라는 소설을 썼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그는 집중해서 작품을 썼다. 우주의 인연이란 기이한 바, 베케트가 태어나기 5년 전 한 인물이 옆 나라에서 태어났다. 1901년 10월 10일 스위스에서 탄생한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 스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후기 인상파 화가였던 아버지 덕에 자코메티는 거대한 서가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자코메티는 10세 때부터 소묘와 그림을 그렸으며, 14세 때 동생 디에고를 모델로 처음 흉상을 만들었다. 18세 때 자코메티는 제네바 미술 공예학교에 들어갔다. 자코메티는 눈앞에서 몇 번의 죽음을 목격했다. 아이를 위해 제왕절개를 거부했던 여동생의 죽음을 보았다. 어제까지 함께 베네치아 여행을 즐겼던 병든 할아버지 이야기도 황당하다. 아침에 깬 자코메티는 죽어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그때 자코메티는 깨닫는다. 죽음이란 늘 곁에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폭격으로 잘린 팔 등 그는 죽음을 목격하고 강제로 성찰해야 했다. 그의 예술은 죽음이라는 한계에서 탄생했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베케트처럼 자코메티도 파리에 있었다. 그 무렵에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도 파리에 있었다. 세 사람은 양차 대전을 모두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쟁의 비극으로 아수라장이었던 파리라는 공간을 작가 베케트, 화가 자코메티, 철학자 사르트르는 같은 시기에 체험했다. 세 거장은 죽음의 심연을 극복하는 실존주의 문학(베케트)-미술(자코메티)-철학(사르트르)의 연대를 보여줬다. 이후 1953년 1월 파리 몽파르나스 바빌론 소극장에서 초연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기다리는 사람과 걸어가는 사람의 만남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텅 빈 무대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가 있다. 처음 이 연극을 보았을 때 홀쭉이와 빵빵이 같은 개그맨이 나와서 만담하는 줄 알았다. 노숙자 복장을 한 괴이쩍은 두 사람은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고도가 온다는 확신도 없이, 두 사람은 그저 기다리지만 고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림 자체가 희망이다. 반세기를 기다렸건만, 고도는 오지 않고 다만 심부름꾼을 보낸다. 디디는 고도의 심부름꾼에게 “나를 만났다고 말해”라고 부탁한다. 두 사람은 견딜 수 없는 시간을 버티기 위해 구두끈을 풀었다 다시 감기를 반복한다. 두 인물이 대체 몇 번이나 구두끈을 풀고 다시 묶는지 세어보다가 포기할 정도다. 어찌보면 이 한심한 방법이 아우슈비츠의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꿈꾸었던 생명들이 견뎌내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아니 전쟁이 아니더라도 삶 자체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베케트는 고도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영어 ‘신’(God)이 무의식에 있어서 절대자를 생각하고 썼을 수도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고 한다. 희망이란, 숨은 신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이 연극이 세계에 널리 알려진 배경에는 자코메티가 있다. 1961년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하려 할 때 베케트는 자코메티에게 무대 디자인을 맡겼다. 두 거장은 밤새도록 나무 하나를 구부려도 보고, 꺾어도 보고, 부수고, 다시 세웠다. 목매달아 죽고 싶어도 매달리면 부러질 것 같은 연약한 나무를 구상했다. 나뭇잎이 한두 개 달린 앙상한 나무를 석고로 만들어 마치 뼈다귀 같은 느낌을 줬다. 자코메티와 베케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만났다. 석고로 만든 이 나무 하나로 자코메티는 열매 맺을 수 없는 죽은 나무의 비극을 미니멀리즘 무대 양식으로 표현했다.베케트가 무대 디자인을 자코메티에게 부탁한 까닭은 자코메티가 1년 전인 1960년에 발표한 ‘걸어가는 사람’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은 사진으로, 모작으로 하도 많이 봐 와서 별 감동이 없었다. 과연 저 삐쩍 마른 철사 같은 존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파리 퐁피두센터 5층에서 저 삐쩍 마른 이상한 작품이 몇 점 있어 한참을 봤지만, 부끄럽게도 모자란 서생은 철사인간의 깊이를 공감할 수 없었다. 뭔 뜻인지 몰랐다. 이번에 예술의 전당 전시회에서 이 작품 하나만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묵상하는 방에서 나는 사십여분을 응시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운명을 쏘아보는 듯 눈알이 크고 둥글었다. 원효의 눈부처를 보듯, 저 둥근 눈에 내 눈을 겹쳐 놓으니 가슴이 떨렸다. 대지를 버티는 두툼한 발, 해골 같은 머리를 촬영하면서 저 철사 같은 인간을 내 삶에 전이시켜 보았다. 183㎝ 키의 철사인간을 자코메티는 비정상적으로 늘어뜨리고 불필요한 것은 다 덜어냈다. ‘덜어냈다’는 표현이 대단히 중요하다. 죽음을 곁에 둔 인간이 덕지덕지 무엇을 품고 걸을 필요는 없었다. 자코메티 이전의 화가들은 ‘본 것’을 만들려 했지만, 자코메티는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하려 했다. 동양철학에 깊이 영향을 받은 자코메티는 쓸데없는 것을 다 덜어낸 인간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는 선배 화가 피카소를 향해 엄청난 말도 했다. “난 피카소가 예술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천재더라.” 자코메티의 말은 무서운 자세를 보여준다. 예술은 명성이나 기술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상에서 탄생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피카소는 기술로만 그리는 천재(기술자)일 뿐, 사상을 가진 예술가는 아니라는 비판이다. 나는 피카소와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라는 자코메티의 생각은 사뮈엘 베케트의 정신과 만난다. “우리는 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걸까요?” “그건 말이야, 인간이 더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인간을 만든 베케트처럼, 자코메티는 걸어가는 인간을 말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에 계속 걸어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순간을 경험한다. 비록 이것이 하나의 환상 같은 감정일지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이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나가야 한다.”●걸어가는 고도가 만든 실존주의 철학 희망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죽음이 앞에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주인공은 베케트 자신이었다. 동지들이 죽어가는 전쟁 속에서 레지스탕스로 숨어 지내면서 그는 끊임없이 글을 썼다. 고독을 벗하며 쓰고 또 쓰면서 사망 전까지 그는 매년 작품을 발표했다. 자코메티, 베케트, 사르트르는 인간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절망하지 않고, 걷는 인간, 기다리는 인간, 실존주의 철학을 만들어냈다. 그들에게 파리는 창조의 공간인 동시에 죽음을 체험하게 한 공간이었다.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두 등장인물의 모습은 요즘도 파리에 많은 집시, 난민, 노숙자의 모습이다. 젊은 시절 나치를 피해 도망쳐야 했던 베케트와 자코메티가 한때 저런 처지가 아니었을까.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삶 자체는 무의미요, 전쟁의 아수라와 유사하지 않은가. 세 사람은 뜬구름 잡는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살을 유도하는 염세주의를 자극하지도 않았다. 숨막히는 현실에서 오지 않는 희망을 기다리는 세 거장의 자세는 운명을 견디는 잔혹한 낙관주의라 할 수 있겠다. 이 땅에서는 식민지의 어둠 앞에서 쫄지 말고 “눈 감고 가라”고 했던 시인 윤동주, 독재 시대에 아마득한 혁명을 꿈꾸었던 시인 김수영, 제주도에서는 4·3의 비극에 숨죽이며 지금까지 많은 눈물을 삼켰던 이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저 철사인간이 바로 내 모습,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여 눈시울이 뜨끈해진다. 무의미한 세계에서 베케트는 금욕적인 수도승처럼 살았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글쓰기와 연출에만 전념했던 그는 196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시상식에 가지 않았다. 자코메티와 함께 잔혹한 낙관주의를 가르쳐 준 베케트는 1989년 12월 22일에 조용히 고도가 있는 곳을 찾아 까마득한 여행을 떠났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그 책속 이미지] 꽃의 계절 눈앞에 두고 밥벌이가 뭣이 중헌디

    [그 책속 이미지] 꽃의 계절 눈앞에 두고 밥벌이가 뭣이 중헌디

    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권산 지음/우드스톡/296쪽/1만 8000원전남 구례군 산동면 계천리 현천마을. 능선에서 바라본 마을이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산수유가 지천이다. 마을을 뒤덮은 금빛 물결을 보노라면 ‘화양연화’(花樣年華)란 단어가 떠오른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화려한 계절은 ‘꽃’이라는 옷을 입은 봄일 것이다. ‘꽃은 눈을 헤치고 달려온다’는 지리산 자락으로 11년 전 터전을 옮긴 여행 작가 권산의 사진 에세이집이다. 사시사철 다른 옷을 갈아입는 지리산 풍경과 살면서 마주치는, ‘암시랑토’ 않은 말로 인생사를 깨닫게 하는 시골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꽃, 나무, 논, 산 그리고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담은 사진이 살갑고 정겹다. 화려한 계절을 사진으로 맞이하는 내 처지를 돌아보니, 밥벌이가 ‘뭣이 중헌디’ 싶은 마음이 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승현♥’ 한정원 “연애 초부터 결혼 결심..‘동상이몽2’ 출연하고파”

    ‘김승현♥’ 한정원 “연애 초부터 결혼 결심..‘동상이몽2’ 출연하고파”

    농구 스타 김승현과의 결혼 소식으로 세간의 이목을 뜨겁게 달군 배우 한정원이 bnt와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이번 화보 촬영에서 한정원은 콘셉트마다 스토리를 정해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체크 패턴의 보라색 원피스는 마치 봄을 연상케 하며 청순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레드 드레스와 화이트 슈트를 착용해 예비 신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골프장에서 김승현과의 첫 만남을 생각하며 골프웨어를 선택한 그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며 남다른 의미가 담긴 화보를 완성했다. 이어 촬영을 마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먼저 5월의 신부가 되는 소감을 전했다. 연애 초부터 결혼을 결심했다는 그는 “결혼을 앞두고 걱정되는 마음을 많이 가지는데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안정되더라. 제2의 인생이 펼쳐지는 만큼 기대되는 마음이 크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김승현의 매력에 대해 묻자 그는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시골 촌놈 같은 느낌이 있다. 정 많고 순수한 모습이 좋았다. 또 대화를 나눌 때면 항상 배려 깊은 모습이 나를 감동케 한다. 이 남자랑 살면 여자로서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숫기 없이 쭈뼛한 모습으로 나에게 생애 첫 고백을 해줬다”라고 답해 부러움을 자아냈다.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껏 살면서 남자에게 음성으로 사랑한다고 말한적이 없다. 결혼식에서 축가를 들으며 처음으로 신랑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싶다”고 전하며, 오랜 롤모델인 故장진영 배우의 출연 작품 중 영화 ‘국화꽃 향기’는 남다른 의미가 있어 소중한 사람과 보기 위해 아껴뒀다며 남편과 함께 보고 싶다고 말했다.김승현의 애칭으로 ‘현데렐라’라고 답한 그는 “오빠는 술을 마시면 11시부터 졸기 시작하고 12시 전에는 꼭 집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현데렐라가 되었다”고 숨은 이야기도 공개했다. 2001년 영화 ‘화산고’로 데뷔한 배우 한정원. 당시 장혁을 보기 위해 촬영장에 찾아간 그는 즉석에서 캐스팅되어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정원이라는 이름에 대중들의 인식이 깊지 않은 것에 대해 그는 “보다, 이다은 등 활동 이름이 많이 바뀌어 생소할 수 있다. 연기에 집중하기보다 예능 출연을 했던 날들이 많아 정체성을 잃어가기도 했다”며 힘들었던 시간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오랜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대표작이 없는 그는 “아쉬움은 없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성 있는 캐릭터로 나를 알릴 것”이라고 답하며 담담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로는 “허스키한 목소리와 어울리는 암울한 분위기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임상수 감동의 작품 ‘하녀’와, ‘돈의 맛’을 꼽았다.배우 외 모델, 쇼핑몰 CEO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한정원. 가수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고 전한 그는 “돋보이고 싶은 욕심과 질투가 많은 여성의 성향이 강한 걸그룹은 나와 맞지 않았다”며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친한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의류 사업을 시작한 그는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부분도 놓칠 수 없었다고 사업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덧붙이기도 했다. 평소 골프, 서핑, 격투기 관람 등 여러 가지 스포츠를 즐기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그는 친한 스포츠 선수에 관한 질문에 어렸을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야구선수 김현수, 황재균, 민병헌을 언급하며 한기주 선수가 주최하는 봉사 단체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다양한 운동을 즐겨서일까 모델 남부럽지 않은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운동과 식단 조절을 꾸준히 하고 있다. 촬영 당일에는 아무것도 안 먹는 편이다”라고 관리 비결을 공개했다. 이어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에 대해 묻자 SBS 예능 ‘동상이몽2’를 꼽으며 “신랑과 함께한다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고, “결혼 후 아이를 빨리 가질 계획이다”라며 육아 관련 프로그램도 욕심냈다. 마지막으로 가지고 싶은 수식어에 대한 물음에 한정원은 “‘옆집 언니’처럼 편한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 대중들에게 나를 많이 보이고 싶다”라고 답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보상금 지급에… 의미 퇴색되는 ‘中 자발적 장기 기증’

    [특파원 생생 리포트] 보상금 지급에… 의미 퇴색되는 ‘中 자발적 장기 기증’

    기증자 가족들 최대 1072만원 받아 뿌리 깊은 유교 문화 탓 비난은 여전효경에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身體髮膚受之父母)이라는 공자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공자를 최고의 철학자로 추앙하는 중국은 불법 장기 적출과 밀매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이런 중국에 최근 장기 기증 문화가 퍼지고 있다. 수십년간 중국은 사형수의 장기를 필요한 사람에게 이식했지만 2015년부터 금지됐다. 현재는 뇌사 상태에 이른 사람의 자발적인 장기 기증만이 유일한 합법적 방법으로 장기 적출과 밀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못했다. 장기 이식이 필요한 중국인은 30만명에 이르지만 매년 이식을 받는 사람은 1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사형수의 장기 이식을 금지하기 전인 2010년 3월부터 11개의 성(省)에서 적십자사와 보건부의 주관으로 장기 기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재는 41만 1000명이 적십자사에 장기 기증을 서약했다. 2015년 전에는 이식에 사용되는 장기의 20%가 사형수로부터 적출된 것이었다고 황제푸(黃潔夫) 중국 국가 장기기증·이식위원회 위원장이자 전 보건부장은 밝혔다. 자발적 장기 기증 프로그램이 시작된 첫해에는 11개 성에서 고작 37명만이 장기를 기증했다. 2013년 2월 중국 전역으로 장기 기증 프로그램은 확산됐지만 아직 유교 관습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중국 시골 마을에서는 장기 기증자의 가족들이 오히려 비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중국의 인구 100만명당 장기 기증률은 2016년 기준 2.98명으로 유럽연합(EU)의 19.6명, 미국의 26.6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모든 시민을 자발적 장기 기증자로 법제화한 스페인은 지난해 인구 100만명당 46.9명의 장기 기증률을 기록했다. 2010년 자발적 장기 기증 프로그램을 시범 실시한 저장(浙江)성 취저우(衢州)의 양젠쥔(47)은 뇌출혈로 식물인간이 되자 장기를 기증했다. 건강할 때 장기 기증 서약을 맺었던 양은 시신을 매장해 보존해야 한다는 관습을 깬 영웅으로 적십자사의 칭송을 받고 있다. 하지만 취저우 커청인민병원에서 장기 기증을 위해 장기를 떼는 수술을 한 60대 여성의 가족은 상황이 다르다. 끝내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그들은 친척과 이웃, 친구들로부터 돈을 받고 가족의 장기를 팔아넘겼다는 비난에 시달릴까 두려워하고 있다. 양의 행동에 고무되어 장기를 기증했다면서도 여성의 동생은 “언니가 여전히 숨을 쉬고 있는데 장기를 뗀다는 상상을 하니 너무 끔찍하다”며 “그래도 글을 읽지 못하는 80살의 노모도 망설임 없이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자발적 장기 기증이 서서히 늘고 있지만 장기 기증자의 가족에게 3만 3000~6만 3000위안(약 560만~1072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60대 여성의 가족도 4000위안의 보상금을 받았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장기 기증에 대한 보상이 따로 없지만 중국 정부는 현금 보상을 허용했다. 중국 적십자사는 90%의 자발적 장기 기증이 빈곤 가정에서 이뤄진다며 생명을 구하고도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비빔이냐, 물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비빔이냐, 물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

    “한편에서는 국수를 누른다. 잔치를 보러 온 아낙네들은 국수 그릇을 얼른 받아서 후룩후룩 들이 마시면 색시 잘났다고 추었다.”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에서 태어난 작가 김유정(1908~1937)의 단편작품인 ‘산골나그네’(1933)에도 여지없이 고향 음식인 국수가 등장한다. 설설 끓고 있는 큰 솥 위에 국수틀을 얹고, 귀한 쌀 대신 메밀가루로 반죽을 으깨어 구멍 안에 넣은 다음 공이로 힘껏 눌러 국수를 만들었다. 이렇듯 ‘막’ 뽑아낸 메밀면을, 바로 ‘막’ 김칫국물이나 장국물에 말아서 먹는다고 하여 ‘막국수’로 불리운다. 춘천의 대표 향토 음식인 막국수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곳,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이다. 막국수는 말 그대로 원초적인 국수다. 혀와 줄다리기 시합을 벌일만한 힘을 지닌 쫄깃한 글루텐 성분은 애시당초 막국수에는 적다. 그러하기에 은은하면서도 담백하고, 순하면서도 거친 음식이다. 또한 성질도 급해서 면을 뽑아 바로 ‘막’ 먹지 않으면, 금방 불어터져 뚝뚝 젓가락위에서 끊어진다. 그러하기에 해 빨리 저물어, 느긋하게 밥때 찾지 못했던 강원도 산골의 음식으로는 단연 그만이었다. 바로 이런 강원도의 향토 음식인 막국수 음식 문화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관람객들도 직접 만들어 먹어 볼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이다. 박물관 1층에는 강원도 지역에서 유래한 막국수의 전통 소개, 만드는 법, 메밀 재배 방법, 전통 조리 과정 및 조리 도구들이 보존되어 있다. 또한 조상들이 국수를 만들 때 사용하던 각종 도구 및 메밀 재배 농기구들도 전시되어 있어 전통음식으로서의 막국수 음식 문화가 오래되었음을 한 눈에도 알 수 있다. 1층을 다 둘러보고 난 뒤, 2층으로 올라가면 막국수 체험박물관의 하이라이트인 막국수 체험장소가 있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직접 메밀면을 반죽하고, 국수틀을 사용해 자신이 만든 메밀반죽에서 뽑아낸 막국수를 시식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한 때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지만, 모 유명 방송프로그램에 소개된 뒤로 요사이는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인기가 많다.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아 늘상 웃음소리가 2층 체험관실에는 끊이지 않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춘천의 명소임에는 분명하다. 메밀에는 항산화 물질인 루틴(Rutin)이 많이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단백질 함량도 아주 높고 비타민 B1, B2 니코틴산 등도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에서 메밀로 만든 막국수 한 그릇 먹고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 속에서 봄 건강 단단히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춘천 막국수 체험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직접 내린 국수로 먹는 점심 한 끼는 별미다. 2. 누구와 함께? - 가족 단위,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3. 가는 방법은? - 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북로 264 / 244-8869(033) 4. 감탄하는 점은? - 내실있는 박물관. 직접 막국수를 만들어 먹는 희열.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춘천의 명소로 거듭나는 중. 주말은 인산인해. 6. 꼭 봐야할 장소는? - 2층 체험관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샘밭막국수’, ‘춘천막국수’, ‘명가막국수’, ‘퇴계막국수’, ‘시골막국수’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romantic.chuncheon.go.kr/open_content/page/include/nudle/sub05_03.html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김유정 문학촌, 책과 인쇄 박물관, 에니메이션박물관, 청평사, 옥광산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적극 추천. 반드시 예약을 하고 가야 체험할 수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공포 스릴러 ‘데드 스토리’ 예고편 공개

    공포 스릴러 ‘데드 스토리’ 예고편 공개

    공포 스릴러 ‘데드 스토리’가 3월 29일 디지털 개봉을 확정 짓고 예고편을 공개했다. 영화는 한적한 시골 마을로 이사 온 부부가 마주하게 되는 공포를 그렸다. 공개된 예고편은 시골 마을로 이사 온 부부 ‘앤’과 ‘헤럴드’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새로운 출발을 꿈꾸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앤은 친구로부터 집에 관한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된다. 오래전, 이 집에 살던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이후 앤이 혼자 있을 때면, 집 안에서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앤이 헤럴드에게 위협을 가하는 기이한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렇게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연쇄적 사건들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궁금케 한다. 영화는 오는 3월 29일 IPTV, 디지털 케이블 VOD, 온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81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지구에 가장 많은 화합물을 먹을 때 벌어지는 일들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지구에 가장 많은 화합물을 먹을 때 벌어지는 일들

    지구에 존재하는 단일 종류 화합물로 가장 많은 것은 ‘셀룰로오스’다. 해마다 10억t씩 생산되는 셀룰로오스는 식물의 세포벽 성분이다. 나무뿐만 아니라 면화, 채소에서도 발견된다. 목조건물, 면바지, 종이에도 포함돼 있어 우리가 의식주를 포함한 모든 문화생활을 누리는 데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이런 셀룰로오스는 녹말처럼 탄수화물이면서 포도당으로 구성되어 있다.인간은 녹말은 소화시킬 수 있지만 셀룰로오스는 소화시킬 수 없다. 포도당을 연결하는 방식이 녹말과 셀룰로오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과 달리 말, 코알라, 코끼리, 초식성 새, 많은 영장류, 토끼와 일부 설치류 그리고 소, 들소, 사슴, 양 같은 반추동물 등 꽤 많은 동물들이 셀룰로오스를 주식으로 삼아 에너지를 얻는다. 셀룰로오스를 소화시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동물들은 대부분 긴 소화기관을 갖고 있다. 반추동물은 되새김위를 이용해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흡수한다. 또 몸속에 있는 공생 미생물과 세균의 도움으로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기도 한다.육식동물도 셀룰로오스를 먹이로 삼는 경우가 있다. 흔히 판다라고 불리는 대왕판다가 그 주인공이다. 매일 대나무 잎만 씹고 있지만 대왕판다는 엄연히 식육목에 속하는 곰과의 구성원이다. 대왕판다 유전체를 분석해 보면 다른 곰과 마찬가지로 육식동물의 특징을 갖고 있어 셀룰로오스를 소화할 수 없다. 그러나 대왕판다는 셀룰로오스를 소화시키는 다른 동물들처럼 공생 미생물로 셀룰로오스를 소화시킨다. 대왕판다와 공생하는 미생물의 유전체에는 셀룰로오스 분해효소 유전자가 들어 있다. 공생 미생물만 있으면 육식동물이 초식동물 코스프레를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곰팡이 중 일부도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데 이런 엄청난 분해 능력 덕분에 막대한 양의 물질이 지구에서 재순환할 수 있다. 소화시키기가 어려울 뿐 사람도 셀룰로오스를 섭취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셀룰로오스 섭취로 에너지를 얻을 수는 없지만 그를 통한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는 대장 건강이다. 셀룰로오스가 풍부한 채소를 섭취하면 분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식도, 위, 소장을 지나 대장에 이르게 된다. 셀룰로오스는 덩어리를 이루어 물리적으로 대장 벽을 자극하게 되고 원활한 배변을 유도한다. 그러므로 대장 건강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 실제 셀룰로오스가 풍부한 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대장암이 예방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둘째는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포만감을 느끼지만 에너지 흡수가 일어나지 않아 에너지 저장에 따른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에게도 공생하는 미생물이 있는데, 야채를 섭취하면 비만 유도물질을 막는 미생물이 증가하여 비만을 막을 수 있다.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아프리카 시골에서 사는 어린이들과 이탈리아 도시 어린이 집단의 식단과 장내 세균의 분포를 관찰한 적이 있다. 아프리카 아이들은 채소 위주의 소박한 식단인 데 반해 이탈리아 아이들은 기름기 많은 고기 위주의 식단이었다. 연구자들은 아프리카 아이들의 대장에는 의간균 계열의 미생물이 많고 이탈리아 아이들 대장에는 후벽균 계열의 미생물이 많은 것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를 통해 아프리카 아이들이 섭취하는 채소의 섬유소 덕분에 의간균이 늘었고 이 균들 중 일부가 점액을 분비해 장벽을 튼튼히 만들어 후벽균에 의해 만들어지는 비만 유도물질의 흡수를 막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육류를 많이 섭취하더라도 섬유소를 일정 정도 먹으면 비만에 이르지 않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삼겹살을 된장에 찍어 파, 마늘과 함께 상추에 싸서 한 입 가득 먹는 친숙한 모습을 보면 따로 배우지 않았는데도 셀룰로오스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한국인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제 작심삼일 다이어트는 그만두고 공생하는 미생물을 믿고 삼시세끼 채소부터 먹어 보자.
  • 도랑으로 아이 내던지는 중국 여성 ‘충격’

    도랑으로 아이 내던지는 중국 여성 ‘충격’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중국에서 포착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미러는 최근 중국의 한 시골길에서 우는 아이를 도랑에 내던진 여성의 영상을 기사와 함께 보도했다. 영상에는 도랑이 흐르는 시골길을 3명의 여성이 걸어간다. 그들 중 한 여성이 울부짖는 아이의 팔을 잡고 그를 사정없이 도랑으로 내던진다. 아이의 머리가 도랑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부딪히며 물속으로 빠진다. 그들 중 한 여성이 도랑 밑으로 내려가 물속에 빠진 아이를 건져낸다. 이 충격적인 영상은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면서 급속도로 중국 전역에 퍼져나갔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분명하지 않지만 중국인 것으로 추정되며 여성은 아이의 엄마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영상= Bravenew world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해외에서 온 편지] 일상이 된 유니버설 디자인…장애도 국적도 품었다

    [해외에서 온 편지] 일상이 된 유니버설 디자인…장애도 국적도 품었다

    필자가 머물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서해안 남쪽 끝에 있다. 기후가 일년 내내 따뜻하고 쾌적해 은퇴한 노령층이 선호하는 곳이다. 수십년 전에는 해군 기지가 있는 시골 도시였으나, 지금은 퀄컴, 소크연구소,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등 정보통신과 생명과학 분야 선두 기업, 연구소, 대학을 갖춰 세계 각지에서 인재들이 모이고 있다.# 스타트업 중심이자 배려의 도시 美샌디에이고 2014년 경제지 포브스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기에 가장 좋은 도시로 샌디에이고를 선정했다. 2017년 미국상공회의소는 혁신을 선도하는 중심지로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필리델피아에 이어 네 번째로 꼽았다. 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이곳의 한 스타트업에서 우리 정부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항상 느낀다. 공공도서관, 대형 매장, 놀이동산 등 어디를 가든 휠체어를 타고 온 사람들이 많다. 노약자가 느리게 행동해도 독촉하지 않고, 영어에 서투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을 자주 본다.보행 장애를 예로 들면, 어느 주차장이든 가장 편한 곳에 장애인 주차 공간이 있고, 거기서 매장 입구까지 휠체어를 위한 파란색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다. 대형 할인점이 준비한 전동 카트를 빌려 매장 안을 다니며 물건을 살 수 있다. 필자가 사는 동네의 시립도서관에서는 출입문 가까운 벽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문이 천천히 열려 휠체어를 타고도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외국인 이주자가 사회보장카드를 신청하러 사회보장국을 방문하면, 입구에서 통역 안내 포스터를 볼 수 있다. 미리 전화로 요청하면 통역 요원이 대기해 도와준다는 내용을 아랍어, 한국어, 베트남어 등 19개 언어로 안내하고 있다. 20번째 언어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통역 서비스로 음성통화 대신 문자메시지로 신청하는 방법(TTY)이 적혀 있다. 집을 며칠 비워서 받지 못한 소포를 받으러 우편 물류센터에 가보니, 그곳에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차량국(DMV)에 전화로 문의할 때 담당자에게 한국어 서비스를 요청하면, 통역 요원과 3자 통화로 편하게 상담할 수 있다고 한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이제 종이 시험지 대신 터치 스크린 방식이다. 시험장 모니터 화면에서 신청자가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10개가 넘는 언어 중 원하는 것을 고르면, 시험문제가 그 언어로 나온다. 시립도서관에서는 외국인 방문자의 문의에 대해 직원이 모니터에 구글 번역기를 띄우고 필담을 나누는 것도 봤다.# 고령화·다문화 제도 개선, 결국은 경쟁력 될 것 우리는 누구나 나이가 든다. 이미 장애가 있거나,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가질지도 모른다. 여행을 하며 언어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노약자거나 장애인이거나 현지 언어에 서투르기 때문에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축복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형평을 기하자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그만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마도 서로 다른 의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회안전망을 갖추려는 노력이 미국에서는 1964년 민권법, 1990년 장애인법 등의 제정을 통해 강제성을 확보했다. 문턱, 통로의 폭, 계산대 높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기준도 마련했다. 이를 어긴 곳은 소송에 휘말렸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 많은 시설과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외국인이 176만명인 다문화 사회가 됐다. 장애인이 251만명이고,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일상에서 접하는 환경과 서비스 곳곳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만약 노약자, 장애인, 외국인 등을 위해 각종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면, 그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새롭게 성장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 [公슐랭 가이드] 희희낙락… 순대예찬

    [公슐랭 가이드] 희희낙락… 순대예찬

    살면서 때때로 엄습해 오는 좌절과 분노, 우울과 불안이 우릴 공격할 때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열풍이 한창인 이때 뜨끈한 국물이라도 들이켜야 속이 풀리지 않을까. 음식의 섭생에 관해서는 어릴 적 환경이 지배적이겠지만 본격적인 음식의 맛을 알게 된 때는 아마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주체적인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서울청사 주변에는 이름난 맛집들이 즐비하다. 일에 쫓기다 보면 화려함보다 한가함을 추구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니던가. 사직공원 주변 맛집들은 지리상 중심부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고 봐야 한다. 낮 동안의 치열했던 궁리를 던져버리고 풀어 헤쳐진 머릿결로 편하게 고개를 내밀 수 있는 맛집이 있다.# 술잔 부르는 목포세발낙지 ‘연포탕’ 완전 새로운 맛 어둑한 저녁 무렵 경복궁역 1번 출구를 나와 길을 걷다 보면 사직동 주민센터 옆길에 자그마한 3층 건물이 있다. 곰삭은 간판에 고개를 숙여 출입문을 들이밀면 조도가 낮은 불빛에 비릿한 남녘의 갯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주인장의 말끝은 시골 아낙처럼 뭉툭하다. 투박한 교자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고춧가루와 시큼한 식초 몇 방울 떨어뜨려 버무린 푸성귀와 아삭한 오이겉절이, 양념장을 두른 연한 두부가 밑반찬의 전부다. 이곳에 들를 때마다 찾는 메뉴가 있다. 3명 정도가 앉아 술 한 잔을 곁들이며 먹을 수 있는 연포탕인데 4만원 정도 한다. 그러나 흔히 먹었던 연포탕과는 모습이 완연히 다르다. 살짝 데친 부추로 감싼 큼직한 접시에는 살이 탱탱한 낙지가 굵직굵직 썰어져 있다. 몸에 좋은 부추와 낙지를 초장에 찍어 한 입 넣으면 지금껏 먹었던 낙지와는 너무 다르다. 낙지는 뭐니 뭐니 해도 신선도다. 이 집 낙지는 전남 고흥에 사는 바깥주인의 친형님이 직접 잡아서 그날 새벽 택배로 보낸다고 한다. 주인장의 낙지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낙지를 다 먹고 나면 바지락이 들어 있는 매생이국수가 추가로 나온다. 이 또한 별미다. 남녘의 바다향이 가득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서촌을 걸다 보면 광화문의 불빛이 어지럽다. 혼돈과 질서가 교차한 삶의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뜨끈하게 후룩… 서촌전통순대국집의 ‘순대국밥’ 서촌은 예스러움과 잘 어울린다. 그것이 한옥이든 양옥이든 족발이든 피자든 간에 묘하게 어울리는 곳이다. 세종음식문화거리를 쭉 따라 끝까지 올라가다 보면 조그만 기와집이 보인다. 벽을 트고 바닥을 콘크리트로 마감했지만 그래도 한옥에서 풍겨나오는 맛이란 콘크리트 건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집은 주로 점심시간 무렵 직장인들로 붐빈다. 저렴한 가격에 뚝배기에 가득 담긴 순대국밥을 보면 최영미 시인이 생각난다. 혼자서 국밥집에 앉아 후르르 마시는 그 민망함과 쓸쓸함, 그리고 오롯이 혼자서 짊어져야 하는 삶의 고통까지 한꺼번에 느낄 수 있기에 순대국밥이 주는 묘한 기분을 알 것 같아 이곳에 자주 온다. 순대국밥은 맛이 집집이 다르고 사람마다 즐기는 취향이 다르겠지만 이 집 순대국밥은 너무 진하지 않아서 좋다. 국물을 우려낸 비법이야 주인장의 영업 노하우라 알 수 없지만 잡냄새 없이 개운한 국물에 피순대 몇 개와 얇게 썬 돼지부속들이 섞여 있어 한 끼 식사로 만족이다.취향에 따라 송송 썬 대파나 들깻가루를 넣기도 하고 다대기를 넣어 얼큰하게 먹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순대국밥만 먹는 것은 아니다. 가끔 뼈해장국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집의 주메뉴인 순대국밥을 자주 찾는 것은 뜨끈한 국물을 후르르 마시는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에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위성개 명예기자(여가부 권익기반과 사무관)
  • [재개봉작] 소중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개 같은 내 인생’ 예고편

    [재개봉작] 소중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개 같은 내 인생’ 예고편

    영화 ‘개 같은 내 인생’(1985 作)이 재개봉을 앞둔 가운데 예고편이 공개됐다. ‘개 같은 내 인생’은 사랑하는 엄마, 그리고 강아지와 헤어져 스웨덴 시골 마을에 가게 된 소년 잉마르가 그곳에서 따뜻한 위로를 얻는 과정을 그렸다. 스웨덴 출신의 거장 라세 할스트롬 감독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공개된 예고편은 미국 작가 커트 보네거트가 “인생을, 그리고 사람을 더 좋아하게 만들어준 영화”라 평한 것을 시작으로, 순수하고 솔직한 소년의 어린 시절이 이어진다. 어린 잉마르가 기찻길 아래에서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약속하는 장면에 이어 수업 중 짝사랑하는 친구에게 선생님 몰래 쪽지를 보내는 장면, 사고를 친 뒤 혼날 것이 두려워 강아지와 함께 공터에 숨어 있는 장면 등 잉마르의 일상을 볼 수 있다. 소년을 통해 추억과 향수, 사랑과 우정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상황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쁨과 행복에 젖어들게 하는 한편, 사랑하는 엄마, 그리고 강아지와 헤어져 외삼촌 가족과 만나는 그의 새로운 여정은 그 자체로 슬픔을 자아낸다. 하지만 따뜻하고 푸근한 정으로 잉마르를 맞아주는 스웨덴의 순박한 시골 마을 사람들의 태도를 통해 상처받은 소년을 안아주는 특별한 방식이 울림을 예고한다. 유년 시절 결핍과 상실을 위로해주는 영화 ‘개 같은 내 인생’은 오는 4월 재개봉한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이순재 주연 ‘덕구’, 촬영장 눈물바다 된 사연 공개

    이순재 주연 ‘덕구’, 촬영장 눈물바다 된 사연 공개

    영화 ‘덕구’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순재가 촬영장에서 부상 투혼을 펼쳤던 비하인드 스토리와 아역배우 정지훈이 직접 전하는 따뜻했던 제작 현장 영상이 공개됐다.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세상에 남겨질 아이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이순재는 촬영 현장에서 부상투혼을 할 만큼 열연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크랭크인 날 ‘덕구 할배’가 ‘덕구’와 ‘덕희’를 부엌에서 씻기고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 촬영에서 이순재는 시골집의 높은 문지방에 걸려 넘어졌다. 방수인 감독은 “너무 놀라서 다리를 잡았는데 피가 나고 있었다. 머리가 하얘졌었다”라며 다급했던 당시 현장 상황을 말했다. 이어, “죄송해서 눈물이 났는데, 스태프들도 다 같이 울어서 눈물바다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이순재는 다쳤던 당일 아침 촬영장으로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첫 촬영에 지장이 있을 것을 염려해 비밀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수인 감독은 “한겨울에 추위와 싸웠고, 인도네시아 해외 촬영 때는 한여름 더위와 싸웠다”며 그의 열연이 있었기에 ‘덕구’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공개된 제작기 영상은 아역배우 정지훈이 직접 내레이션을 맡아 ‘덕구’의 시점에서 현장 스토리를 전달해 귀여움을 더했다. 이순재, 장광, 성병숙 등 대배우들이 아역배우 정지훈, 박지윤을 친손자처럼 돌보며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하모니를 선보인다. 배우 이순재 부상투혼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제작기 영상 공개만으로 따뜻함을 예고하는 영화 ‘덕구’는 오는 4월 5일 개봉한다. 전체 관람가. 91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문화마당] 맨홀 주위는 깨진다/정종홍 작가

    [문화마당] 맨홀 주위는 깨진다/정종홍 작가

    아이가 물었다. “엄마 왜 하수도 주위마다 바닥이 다 깨져 있어요?” 젊은 엄마는 “그거야 하수구를 뚫느라 그랬지!” 말했다. 그녀의 대답이 틀렸다는 것은 대수롭지 않았지만, 어른들도 간과했을 것에 세심한 관찰을 기울인 아이의 질문엔 무척 놀랐다. 맨홀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 새로 아스팔트를 깨고 뚫은 것은 아니다. 설령 그리한다 해도 흔적 없이 닦아 매끈하게 포장한다. 금이 간 것은 하수구 점검 때문이다. 보통 3인 1조로 검침 작업을 하는데 두 명은 갈고리를 구멍에 넣어 뚜껑을 들어 올리고 한 명은 쇠망치로 세게 맨홀을 내리친다. 오래된 하수구는 먼지 따위 이물질로 가장자리가 딱딱히 굳어 바닥에 들러붙는다. 망치로 모진 매질을 먹여야 뚜껑이 바닥과 떨어져 그제야 쇳덩어리를 끄집어낼 수 있다. 무심한 망치질에 맨홀 주위는 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진다. 작업은 도심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 지각하기에 때론 본질을 오류하고 그 판단을 정답으로 굳게 믿는다. 맨홀 주위가 깨져 있는 것에 주목한 아이처럼 ‘그것은 다르다’ 의문한다면 소수의 검토자가 형성되고 논리는 검증을 거쳐 더 단단해졌을 수 있다. 거르지 않은 지식은 설령 그 잘못을 깨우쳐도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정보 제공자의 고집과 습득자의 확고함이 무시 못할 걸림돌이다. 귀농을 꿈꾸었다. 꿈꾼 것이라 표현함은 그것이 어찌나 말랑말랑한 각오였는지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이다. 도시에서 일용직으로 제법 굳은살이 붙었다 으쓱했지만 농부의 일은 쓰이는 근육이 달랐다. 원예 작물인 딸기는 하우스 재배를 한다. 첫날 작업한 농장은 서서 딸기를 솎는다. ‘솎아낸다’는 딸기 수확이 한창일 때 더 큰 딸기를 얻기 위해 꽃의 개수를 제한하고 익은 딸기를 따기 쉽게 곁 줄기를 쳐내는 작업이다. 반나절 쉼 없는 노동이었지만 서서 일하니 편하고 제법 재미도 붙어 손이 빨랐다. 나중에야 그것이 손해만 끼친 헛수고였고 농장주의 알고도 모른 척이었음을 알았지만. 오후에 작업한 하우스는 달랐다. 고랑을 깊게 판 땅에 딸기가 박혔다. 입구에서 보니 밭 끝이 가물가물 보였다. 고랑 사이를 그냥 걷기도 휘청휘청인데 허리를 숙여 딸기를 따려니 얼굴에 피가 몰리고 무릎은 깨져 나갈 듯 저렸다. 작업이 끝났지만 농장주는 나를 쉬게 두지 않았다. 하우스를 돌며 일일이 지켜보게 했다. 그제야 하우스의 생김새가 눈에 들어왔다. 햇볕이 지면 천장을 닫고 단열재를 덮어 난방하고 열어 둔 옆문을 닫는다. 모든 동작이 모터의 힘으로 움직였기에 순서를 지켜 차근차근 않고 성급하면 과부하가 걸린다. 서서 하는 ‘고설재배’는 여러 모로 유용하지만 ‘토경재배’에 비해 몇 배의 시설비가 든다는 것도 알았다. 다 같은 비닐하우스라 치부했던 나의 우매함은 아이의 시선과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한 선별 작업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수확한 딸기를 크기별로 보기 좋게 담는 작업은 오랜 숙련을 거쳐야 가능하다. 선별은 가격 측정의 척도다. 공판장을 거쳐 마트에 진열된 딸기 가격에는 농부의 고된 수고의 값이 전부였다. 돌아오는 차창 밖 황량한 논 위에 덩그러니 놓인 하얗고 둥근 공을 이젠 마시멜로라 부르지 않는다. ‘곤포 사일리지’. 그리고 길게 누운 하우스의 생김새를 유심히 본다. 저기 잡초를 뽑는 시골 할매는 평생 글로만 농촌을 그려 온 나보다 백배는 땅을 더 잘 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 치우쳐 모든 것을 다 안다 자만한다. 오판은 깨우침보다 돌이킴에 더 큰 용기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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