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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선교사 집 창고에서 원주민 뼛조각 2000여 개 발견

    美 선교사 집 창고에서 원주민 뼛조각 2000여 개 발견

    미 연방수사국 FBI가 한 가정집에서 수천 개의 뼛조각을 발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현지시간으로 26일 미국 CBS 방송사는 FBI가 지난 2014년 인디애나주 시골마을에 거주하던 선교사 돈 밀러 씨의 집에서 2000여 개의 뼛조각을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2015년 91세의 나이로 사망한 돈 밀러 씨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엔지니어로 일하다 아이티에서 포교 활동을 한 선교사다. FBI는 밀러가 수십년 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불법적으로 수집한 4만2000여개의 유물을 집 안에 보관해왔다고 설명했다. CBS는 보도에서 밀러가 집 전체를 박물관처럼 만들고 지역주민은 물론 보이스카우트와 언론에까지 수집품을 자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집품 중 사람의 뼈가 섞여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FBI는 수사에 착수했고, 밀러의 집에서 2000여 개의 뼛조각을 압수했다. FBI 예술범죄단장 팀 카펜터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밀러의 집을 찾았을 때 그의 수집품 규모에 압도당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개인수집품 중 규모가 가장 컸다”고 밝혔다.밀러의 집에서 압수된 유골은 대략 500여 명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FBI의 설명이다. 선교사 출신 미국인의 주거지에서 다량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사실에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고고학 교수 홀리 쿠삭 멕베이는 "밀러가 수집한 유골은 노스다코타를 중심으로 거주한 아리카라 인디언 등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천 년 전 미국 원주민의 매장지는 고고학자들에게 매혹적인 연구 대상이었다면서, 수세기에 걸쳐 도굴의 표적이 된 무덤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홀리 교수는 “이것은 미국 사회에 뿌리깊은 인종차별주의를 방증한다. ‘하얀 무덤’ 즉 백인의 무덤이 파헤쳐지는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FBI 카펜터 단장은 “이 유골은 우리의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조상일 수도 있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유골이 개인 수집품으로 묻혀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지금 FBI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 미국 원주민 조상들의 유골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펜터는 “이 유골은 사람의 것이다. 우리 FBI는 이들을 품위 있게 대할 것이다. 인디언들은 우리에게, 우리의 미래에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뒤늦게 밝혀진 돈 밀러의 수집품에는 콜림비아아와 이탈리아의 골동품은 물론 기원전 500년의 중국 보석이라고 쓰여 있는 유물 등 4만2000여 점도 포함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밀러 씨는 사망 전 자신의 수집품 중 일부가 불법적으로 수집됐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5000여점의 유물에 대한 압수를 받아들였다. CBS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밀러의 수집품 중 일부가 캄보디아, 캐나다, 콜롬비아,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 반환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대표단 역시 이번 주 인디애나주를 방문해 유물을 회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인디언 부족을 찾아 대규모 유해 송환 작업을 벌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봄맞이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봄맞이

    설을 쇠고 나니 봄 소식이 자주 들려옵니다. 벌써 남녘은 매화가 만발하고 수선화 꽃 핀 모습을 보여주네요. 장호원은 겨우 수선화 촉이 올라올 뿐이고 매화는 겨우내 앙다문 꽃눈 그대로 꼼짝 않고 있습니다. 참으로 메마른 겨울이 지나갑니다. 부는 바람에 흩어진 낙엽들은 쓸다 보면 절로 바스러지고 진 빠진 수풀은 손 대면 툭툭 부러져 버립니다. 작년에는 혹한으로 배롱나무가 얼어 죽었는데, 긴 겨울 가뭄에 어린 나무들이 어떻게 살아날지 걱정입니다. 봄이 온다는 데도 꽃 소식보다 기다려지는 눈 소식. 그래도 봄은 오겠지요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닭들이 먹을 물그릇은 여전히 꽁꽁 얼어 아침마다 얼음 깨고 비워 내어 물을 채워 줘야 합니다. 지난해와 달리 닭들은 이틀에 하나씩 겨우 알을 내놓아 서운하긴 해도 탈 없이 이 겨울을 보내네요.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요. 봄 되기 전 닭장 안에 쌓인 거 긁어 내어 퇴비로 만들고 새로이 왕겨 깔아 주어야 합니다. 겨우내 춥다고 쌓인 먼지도 무심히 보아넘겼는데 아지랑이 피어 오를 따뜻한 봄 오기 전에 청소도 해야지요.복숭아 맛있기로 유명한 저의 마을은 요즘 복숭아 나무 가지치기 하느라 바쁩니다. 꽃눈이 움직이기 전에 곁가지들 정리하고 벌레들 깨어나기 전에 방제도 해야 하고 퇴비도 넣어 줘야 한답니다. 여전히 추위가 물러서지 않은 나날, 사람은 뵈지 않는데 지나다 보면 잘려진 잔가지들 묶어 놓은 것이 나무들 주변에 잔뜩 쌓여 있습니다. 묵은 것들 쌓아 달집 태워 대보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얼음은 풀리고 땅이 부풀어 오르며 봄은 시작하겠지요. 조만간 냉이도 달래도 쑥도 지천일 봄, 묵은 것을 털어내고 잘라 내고 쓸어 태우며 나무들을 깨우고 땅을 두드립니다. 그렇게 피어날 봄을 위해 궂은일을 해야 할 요즘입니다. 깨어나기 전 준비해야 하기에 절기상 입춘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본 것이겠지요. 어데 시골살이만 그러한가요. 아직까지 묵은 것 치우지 못하고 껴안고 사는 우리들. 꽃 피고 새 우는 계절이 와도 여전 겨울 그늘이 많은 세상. 그래도 봄은 오지요. 오지 않을 듯해도 언젠가 맞이할 봄입니다. 모두 함께 조금 더 따뜻해지는 세상 꿈꿔 봅니다.
  • “콩밥 먹는다고 눈물겨워 마십시오”… 의연했던 열아홉살 심훈

    “콩밥 먹는다고 눈물겨워 마십시오”… 의연했던 열아홉살 심훈

    “어머님! 날이 몹시도 더워서 풀 한 포기 없는 감옥 마당에 뙤약볕이 내리쪼이고 주황빛의 벽돌담은 화로 속처럼 달고 방 속에서는 똥통이 끓습니다. 밤이면 가뜩이나 다리도 뻗어 보지 못하는데 빈대, 벼룩이 다투어 가며 짓무른 살을 뜯습니다. (중략) 콩밥을 먹는다고 끼니 때마다 눈물겨워하지도 마십시오. 어머님이 마당에서 절구에 메주를 찧으실 때면 그 곁에서 한 주먹씩 주워 먹고 배탈이 나던, 그렇게도 삶은 콩을 좋아하던 제가 아닙니까?” 소설 ‘상록수’의 저자로 잘 알려진 소설가 심훈(1901~1936)이 1919년 3·1운동에 참여한 뒤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을 때 어머니께 쓴 편지 ‘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린 글월’의 일부다. 좁은 감옥에서 목사, 시골 노인, 학생 등과 함께 지낸 것으로 알려진 심훈의 고단한 옥중 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투옥 당시 19살이었던 심훈이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어머니를 위안하는 모습에서는 의젓함과 의연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경성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해 박열, 박헌영, 윤극영 등과 동문 수학하던 심훈은 3학년 재학 중 3·1운동에 참여했다. 일제의 수탈에 대한 분노와 조국의 독립을 향한 열망을 울부짖은 그는 3월 5일 덕수궁 앞 해명여관 앞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그해 11월까지 옥살이를 한 심훈은 감옥에서 보낸 시간을 토대로 작품을 창작하기도 했다. 한 방에서 함께 지냈던 장기렴 천도교 서울대교구장의 옥사를 모티브로 1920년 집필한 단편소설 ‘찬미가(讚美歌)에 싸인 원혼’이다. ‘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린 글월’에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듯 칠십을 넘긴 노구로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굳은 심지를 가졌던 한 영혼에 대해 이야기했다. 35년이라는 짧은 인생을 살았던 심훈은 출옥 후 작품 활동을 통해 독립에 대한 열망을 꾸준히 노래했다. 1932년 출판하려고 했지만 일제의 검열에 걸려 무산된 ‘심훈시가집’에 수록된 시 ‘그날이 오면’은 그 마음이 극적으로 표출된 작품이다.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한다면,/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와 같은 구절은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한 한 청년의 단단한 의지를 대변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공중보건장학제 시범사업 새달 시행… 먹튀엔 속수무책

    공중보건장학제 시범사업 새달 시행… 먹튀엔 속수무책

    공공병원·보건의료원 의사 충원 차원 1인당 연간 2040만원 장학금 지원 졸업후 공공의료기관 2~5년 의무복무 국립공공의료대 2022년 개교 준비 분주 ‘지역사회 의료 역량’ 갖춘 의대 드물어 기준 충족 대학 11곳뿐… “사립대 지원을”올해부터 공중보건장학제도 부활과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 등 공공 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교육 정책이 본궤도에 오른다. 공공보건의료업무에 종사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장학금을 지원하는 공중보건장학제도 시범 사업이 다음달부터 시행되고, 국립공공의료대학 2022년 개교 시간표를 맞추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먼저 공공의료기관의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의대 졸업생들을 공공의료로 유인할 실질적 지원책을 함께 마련해야 공공의료 기피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2017년 기준으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보건소 등에서 일하는 의사는 전체의 약 11%다. 25일 전국의 지역거점공공병원과 보건의료원의 부족한 의사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공중보건의를 제외하고 286명이 더 필요하다. 공공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지방 소재 의료원은 수도권 의료원보다 연봉이 두 배 높은데도 특정 진료과목의 의사를 구하지 못해 진료를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공공병원의 의사 인력 현황을 보면, 경기·전남·전북·충남·경북 등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의대생 중 여학생이 증가하면서 2012년 이후 의료취약지 의료 공백을 메워 온 공중보건의(대체복무) 수가 평균 5000명대에서 3600명 수준으로 급감해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는 중단기적으로 부족한 인력을 메우려고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에도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운용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서 장학금을 조기에 상환하고 의무 복무를 꺼리는 바람에 1996년에 중단됐다. 장학생을 선발해 한 사람당 연간 2040만원을 지원하고 졸업 후 2~5년간 공공보건의료 업무에 의무 복무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제도는 과거와 유사하나, 선발한 학생에게 공공의료를 집중 교육한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여전히 장학금 상환 후 의무복무하지 않는 이른바 ‘먹튀’를 방지할 뾰족한 수단은 없다. 공중보건장학을 위한 특례법에 따라 의무 복무를 하지 않으면 정부가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지만 과도한 제재라는 비판이 적지 않아 보건복지부도 개정을 검토 중이다. 공중보건장학제도가 중·단기 대안이라면 국립공공의료대 설립은 역학조사관을 비롯한 전문 공공의료인을 길러내기 위한 장기 대안이다. 국립의과대학이 공공 의료인 양성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지만 공공 의료에 특화한 교육과정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인 지방 공공의료기관에는 근무하길 꺼려 한계가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전국 40개 의대·의전원 중 ‘지역사회 의료 역량’을 졸업 기준에 포함하는 대학은 11곳뿐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한 공공인력을 모두 확보할 수 없어 최소한 국립의대가 의무적으로 지역의료 필수선택 교육과정을 도입해 권역 내 공공의료 교육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원하는 사립대학도 참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시골로 가는 의사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국립·민간 의대에 투자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비용적으로는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준섭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기존 대학이 광역시 단위까지 지역 인재 배출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더 밑의 단위까지는 확산하지 못했다”며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국립공공의대처럼 특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인도 시골의 생리대 공장 다룬 ‘Period’ 오스카 단편 다큐 수상

    인도 시골의 생리대 공장 다룬 ‘Period’ 오스카 단편 다큐 수상

    인도 시골 마을의 생리대 공장을 다룬 ‘Period. End of Sentence’가 오스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달거리, 형벌의 끝“ 쯤 되겠다. 이란계 미국인 영화감독 레이카 제브타치와 제작자 멜리사 버튼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진행된 제91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의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수도 델리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을 달려야 도착하는 카티케라 마을에서 생리대 공장을 운영하는 22세 여사장 스네흐와 동료들을 담았는데 제브타치와 스네흐가 함께 레드카펫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정을 모르는 EPA 통신 등은 제브타치 옆에 인도 전통 의상을 걸친 여성을 ‘게스트’라고만 소개했는데 사실은 스네흐였다. 할리우드 북부의 한 학생 단체가 크라우드펀딩 모금으로 제작비를 모아 생리대 제조 기계와 제브타치 감독을 이 마을로 보내 영화로 만들었다. 델리에서 115㎞ 떨어진 이 마을은 이 나라의 수도와는 딴판이다. 2시간 반을 달려야 한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BBC 기자는 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4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마지막 마을에 이르는 7.5㎞는 포장이 안돼 자갈밭이나 다름없었다. 인도의 여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월경은 여자들에게도 금기시되는 단어였다. 달거리 중인 여자는 정결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종교시설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스네흐 역시 15세 때 첫 경험을 하기 전에 어머니나 자매들로부터 단어조차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건강 문제에 관심 많은 자선단체 ‘Action India’가 이 마을에 위생냅킨 공장을 차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단체와 일하던 수만이란 이웃이 2017년 1월 생리대 공장 얘기를 처음 꺼냈다. 대학 졸업반으로 델리에서 경찰 일을 하겠다고 꿈꾸던 스네흐는 어머니의 동의를 구했는데 아빠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가족의 중요한 문제는 남자 책임이다. 아빠에게 생리대가 아니라 아기 기저귀를 만드는 곳이라고 얘기해야 했다. 두 달 뒤 어머니가 생리대 만드는 곳이라고 알렸더니 아빠는 “일하긴 하는군”이라고 말해 안도했다고 했다. 18세부터 31세까지 7명의 여성이 일주일에 엿새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월급은 2500루피(약 4만원). 하루 600개를 만들어 ‘플라이’란 브랜드로 판매한다. 공장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부족한 전기 공급이다. 낮에 정전이 되면 밤새 일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낡은 옷 등을 찢어 썼는데 지금은 마을 주민의 70%가 생리대를 사용한다. 과거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인데 이제는 여자들도 생리를 당당히 얘깃거리로 삼는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스네흐가 학교 시험 준비에 몰두해야 할 때면 어머니가 대신 일했고, 다큐 제작진이 처음 마을에 왔을 때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가를 주민들에게 심문 받았다. 두 아이를 둔 수슈마 데비(31)는 지금도 남편과 언쟁을 벌인 뒤에야 공장에 출근할 수 있다. 남편은 집안 일을 다 끝낸 뒤에 출근하라고 해 새벽 5시 일어나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고 버팔로 먹이 주고 아침 준비하고 점심까지 차린 뒤에야 출근하고, 퇴근하면 곧바로 저녁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왜 월급도 적은데 일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늘어놓는다. 수슈마는 월급 일부를 남동생 옷가지 사는 데 써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다큐에 그대로 나오는데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가 될줄 알았으면 뭔가 조금 더 지적인 것처럼 말할걸 그랬다”며 웃었다. 넷플릭스에서도 이 소중한 다큐를 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누구도 해외로 나가본 적조차 없어 그의 할리우드 여행은 주민들에게 너무도 큰 자랑거리다. 스네흐도 한 번도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미국에 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지금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겐 노미네이트 자체가 상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눈이 떡 벌어질 정도의 꿈이 이뤄졌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뜨물 커피’, ‘톱밥 커피’/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뜨물 커피’, ‘톱밥 커피’/손성진 논설고문

    “생전 처음 마셔 보는 커피 한 잔 값이 옥수수 다섯 되 값이라니 분노가 치솟은 것이다.” 1971년에 시골에서 상경한 10대 소년들이 서울 영등포 다방에서 카빈총을 난사한 사건을 놓고 신문에선 이렇게 평했다(경향신문 1971년 9월 8일자). 커피 두 잔과 위스키 4잔을 먹은 소년들이 “왜 이렇게 비싸냐”며 총질을 한 사건이다. 1950~70년대는 다방의 전성시대였다. 커피 없는 다방은 상상할 수 없었다. 커피가 비쌌던 이유는 커피에 타 먹는 비싼 설탕 때문이기도 했다. 커피는 목욕 요금, 짜장면 값, 택시 요금 등과 함께 철저한 가격 통제를 받았다. 1960년대 중반에 커피 한 잔 값은 목욕 요금(30원), 짜장면 값(35원)과 엇비슷했다. 먹는 것도 귀했던 시절이라 체감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지자 다방들은 커피에 물을 타 농도를 옅게 해 손님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는데 ‘숭늉 커피’라 불렸다. 현미차 같은 커피 대용품이란 것들이 소개됐지만 커피 맛을 알아 버린 대중의 미각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커피는 양담배처럼 외화 낭비의 주범 취급을 받고 사치성 수입품으로 분류됐다. 1971년 국감에서 국방장관은 “사단장실의 커피를 없애고 보리차를 내는 등 사치 풍조를 없애고 있다”고 답했다. 1961년 5·16 직후 서울 시내의 다방들은 “커피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외래품을 배격한다는 뜻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군부의 강제적인 지시였다(경향신문 1961년 5월 29일자). 홍차, 주스, 코코아도 팔지 못하게 했으니 다방에 손님이 없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커피 판금에도 ‘밀수 커피’, ‘가짜 커피’가 몰래 나돌았다. 경찰은 다방과 전쟁을 벌이다시피 했다. 1961년 11월 서울의 다방 76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부산에서는 외제 커피를 팔던 마담 9명과 손님 5명이 검거돼 마담들은 구속됐다(경향신문 1962년 11월 22일자). 처벌을 각오하고 외제를 팔고 마신 이유가 있다. 그 시절 국산 커피 맛은 ‘뜨물처럼 밍밍’했다고 한다. 밍밍한 커피 중에는 가짜 커피도 있었을 것이다. 가짜 커피는 썩은 콩가루에 엿과 설탕을 섞은 것, 다 거르고 버린 찌꺼기를 수거해 국산 커피와 섞어 만든 것, 심지어 톱밥을 염색한 것도 있었다. 대중은 커피 맛에 중독돼 있었고, 커피 없는 다방은 ‘앙꼬 없는 찐빵’이었다. 1964년 10월 3년 만에 커피 판금이 해제됐다. 가격 통제는 계속됐다. 통제 속에서도 1965년 커피 물품세율을 50%나 올렸다. 미국과 합작한 동서식품이 인스턴트 커피를 발매해 누구나 쉽게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1970년대 초의 일이었다. sonsj@seoul.co.kr
  • 자이언트 코카시안 셰퍼드의 ‘절대 위엄’

    자이언트 코카시안 셰퍼드의 ‘절대 위엄’

    60대 할아버지와 자이언트 코카시안 셰퍼드가 함께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화제다. 2018년 중국 북부 허베이성 한 시골 마을에서 촬영된, 이 둘의 다소 ‘묘한 조합’을 지난 21일 뉴스플레어, 라이브 릭 등 여러 외신이 소개했다. 영상 속, 자그마한 체구의 60대 할아버지가 자신보다 2배 이상은 족히 되보이는 자이언트 코카시안 셰퍼드 한마리와 함께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이 할아버지는 녀석과 5년 동안 함께 지내왔다고 한다. 코카시안 셰퍼드종은 원래 러시아 카프카스 산맥지역의 야생동물로부터 가축과 인간을 지키기 위해 사육됐다고 한다. 덩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활동량도 많고 그 만큼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 함은 당연한 터. 때문에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할아버지는 작은 트럭을 이용하여 녀석을 싣고 이곳저곡을 이동한다고 한다. 하지만 녀석을 위해 늘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힘든 몸으로 이곳저곳을 함께 다녀야 함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보디가드 역할을 하고 있는 녀석이 그저 예쁘기만한지 연신 녀석의 등을 쓰다듬고 애정을 표시하는 모습이다. 천생연분인가보다.사진=Top Life 2020 영상부 seoultv@seoul.co.kr
  •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죽은 시인이 남긴 울림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죽은 시인이 남긴 울림

    ‘연인들은 부지런히…’ ‘착한 사람이…’ 등 꽃잎으로 산화한 그의 심장 같은 시편들꼬박 50년 인생을 살았던 시인은 살아생전 부지런히 죽음에 관한 시어를 골랐다. 그랬던 그가 가기 직전 그러쥔 것은 사랑과 이별이었다.지난해 2월 3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뜬 박서영(사진 왼쪽·1968~2018) 시인 1주기를 맞아 시집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사진 가운데·문학동네),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사진 오른쪽·걷는사람) 등 유고 시집 2권과 2006년 출간됐다 절판된 첫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걷는사람) 등이다. 1995년 ‘현대시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박 시인은 첫 시집 때부터 ‘죽음으로 가득 찬 시 세계’에 천착했다. 경남 고성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마을 주변에 널린 수많은 무덤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유족, 지인들이 모은 원고에 문예지 등에 발표됐던 시를 모은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에서 시인은 ‘나는 흰 사람처럼 서 있다/노란 국화꽃 화분을 들고 서 있다/애도할 무언가 있는 것처럼 서 있다/수많은 의자를 배경으로 둔 채/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 있다’.(‘기다리는 사람’) 시인의 병은 완치 후 재발이라는 과정을 겪었고, 상황이 악화됐던 그 1년 새 저간의 사정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김경복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박서영이 홀로 죽음을 맞기까지 가졌을 내면의 풍경을 짐작해 보는 것은 안타깝다 못해 섬한 느낌”이라고 했다. ‘어머니에겐 미리 말하는 게 좋을 뻔했어요/주치의가 말했다 나는 그날 이후 주치의를 바꾸었다.’(‘연인들’) 시인이 차마 제목을 붙이지 못한 원고 몇 편은 시의 마지막 구절을 제목으로 했다. 또 다른 유고시집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노래다. 사랑은 나와 너의 사랑이기도 하고 생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고 스러져가는 몸뚱어리에 대한 사랑 같기도 하다. 나는 너가 아니고, 너도 내가 아니어서 생기는 필연적인 오해와 헤어짐에 관한 한 이 시집처럼 지극할 수가 없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등을 돌렸다. 이제 내 몸에서 돋아나는 그림자를 이해하기 위해 계절의 밤을 다 소비해야 한다. 우리의 그림자는 한패가 아니다. 그림자는 암호처럼 커진다. (중략) 우리는 오로지 나였을 한 사람과, 너였을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붙어 있다.’ (‘홀수의 방’) 장석주 시인은 발문에서 말한다. ‘사랑은 부재하는 것과 현존하는 것을 그러쥐려는 욕망이고, 그 욕망은 불가사의한 영역에 속한다.’(106쪽) 사람이 어렵고 사랑이 어려운 이들에게 큰 해답이 되어 줄 시집이라는 출판사 측 설명이 이해가 된다. ‘관 뚜껑이 열리듯 꽃이 피면/내 몸은 쫙쫙 찢어진 꽃잎이 된다’고 첫 시집의 표제작에서 시인은 말했다. 꽃잎으로 산화한 시인의 마지막 심장 같은 시편들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미추리’ 출연 확정한 손나은..모모랜드 연우까지 ‘특급 라인업’

    ‘미추리’ 출연 확정한 손나은..모모랜드 연우까지 ‘특급 라인업’

    ‘미추리’ 손나은이 출연을 확정했다. 16일 손나은 소속사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측은 “손나은이 SBS ‘미추리’에 게스트로 출연한다”며 “이달 말 촬영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시즌2 첫선을 보인 SBS ‘미추리’는 예측불허 예측불허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24시간 시골 미스터리 스릴러 예능 프로그램이다. 앞서 배우 전소민이 첫 회 게스트로 출연한 데 이어 모모랜드 연우가 게스트 출연을 확정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뉴스1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춘절 후 부모와의 이별에 몸서리치는 中 ‘유수아동’의 눈물

    춘절 후 부모와의 이별에 몸서리치는 中 ‘유수아동’의 눈물

    “엄마, 가지 마!” 시골 마을 어귀에서 발버둥 치며 울부짖는 어린 여자아이의 동영상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다름 아닌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고향에서 보내고, 다시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떠나는 부모와 헤어지는 유수아동(留守儿童)의 눈물 어린 호소다. ‘유수아동’은 ‘남겨진 아이’라는 뜻으로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에 남겨진 아이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 11일 중국 구이저우(贵州)성 롱장(榕江)현의 한 마을 어귀에서는 떠나는 부모를 쫓아가 헤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어린 여아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매년 춘절이면 도시로 돈을 벌러 떠났던 부모가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을 보러 돌아온다. 일 년에 한번 가장 오랜 시간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아이들은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어김없이 이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부모는 돈을 벌기 위해 다시 도시로 떠난다. 친척 손에 남겨진 아이들은 또다시 부모와의 이별에 몸서리친다. 잠정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농촌에 남겨진 유수아동은 700만 명이 넘는다. 베이징에 유수아동을 위한 공익재단을 창설한 언론인 출신의 뤼신위(刘新宇) 씨는 ‘유수아동 심리상태 백서’를 발표했다. 그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는 참담하다고 전했다. 지난 4년간 유수아동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유수아동의 70%가 다양한 이상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수아동의 34%는 자살 성향이 높았고, 유수아동의 48.3%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집계됐다. 또한 유수아동의 10%는 “부모가 세상을 떠났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부모가 사망하지 않았지만,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원망으로 바뀌면서 부모가 죽었다고 여김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지난 2015년 6월 구이저우성 비제시의 한 농가에서는 부모 없이 지내던 5살, 8살, 9살, 14살짜리 4남매가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초등학교 6학년 큰 아들은 ““죽음은 나의 오랜 꿈이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또한 재작년 안후이성에서 할머니와 살아가는 한 어린 남자아이는 엄마가 춘절에 가지 못하다는 전화를 받고,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밖에도 범죄 위험에 노출된 유수아동의 탈선, 범죄, 성범죄 등이 매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 ‘유수아동 보호 강화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유수아동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유수아동의 범죄와 탈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고속 성장이 농민공의 희생 위에 이루어졌다면, 여기에는 농민공 자녀들의 희생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봉황망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대사 없어도 눈길 사로잡는 채식주의자 좀비… 영화 ‘기묘한 가족’ 배우 정가람

    대사 없어도 눈길 사로잡는 채식주의자 좀비… 영화 ‘기묘한 가족’ 배우 정가람

    러닝타임 112분 중 대사는 고작 한두마디쯤. 그 외에 내뱉는 말은 ‘우어어어어’ 신음 소리가 전부다. 그럼에도 보는 사람의 눈길을 단박에 끈다. 영화 ‘기묘한 가족’(이민재 감독)에서 사람 말 알아듣는 좀비인 ‘쫑비’를 연기한 배우 정가람(26) 이야기다. 정가람은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박인환 등 이 영화를 이끄는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그들 못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한다. 코미디 영화 ‘기묘한 가족’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충청도 시골 마을에 좀비(정가람)가 나타나면서 주유소집 가족이 겪게 되는 소동을 그렸다. 좀비 자체에 대해 아예 모르는 한 마을에 불시착한 쫑비가 아무리 시체처럼 걸어다녀도 사람들은 동네 바보나 거지 쯤으로 여긴다. 주유소집 삼남매의 아버지인 만덕(박인환)이 쫑비에게 머리를 물린 뒤 회춘을 하게 되면서부터 이 가족들이 쫑비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는 게 영화의 골자다. 쫑비가 망해가는 주유소집의 ‘히든카드’가 된 셈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마주한 정가람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어지는데다 ‘쫑비’는 흔치 않은 역할이어서 작품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면서 “사람이었다가 한 순간에 텅 비어버린 좀비가 한 가족을 만나면서 무언가를 채워나가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쫑비’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와는 확연히 다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빠진 얼굴로 홀로 동네를 배회하는 모습은 좀비라기보다는 허약한 동네 청년 같다. 사람보다 사람의 뇌를 닮은 양배추를, 피보다는 케첩을 좋아하는 식성도 유별나다. 정가람은 “여러 영화를 보면서 좀비들이 걷는 모습이나 좀비들이 어떻게 몸의 균형을 잡는지 움직임을 3개월간 연구했다”면서 “다른 좀비와 다르게 혼자 다니다보니 과장돼 보이지 않게 움직임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생양배추를 씹어먹는 장면이 많아서 처음에는 고생도 많았다고. 그는 “촬영 내내 한 트럭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양배추를 먹었다”면서 “주먹으로 내려쳐도 잘 부서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서 처음에는 턱이 많이 아팠는데 나중에는 잇몸이 튼튼해지는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정가람은 충청도 보은에서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배우들끼리 허물없이 지낸 까닭에 진짜 가족이 된 느낌이었다고 했다. “매일 함께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저희끼리 농담삼아 ‘기묘한 가족2’도 나오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쫑비도 주유소집 가족의 한 일원이 되었으니 또 다른 이야기가 벌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웃음).” 2012년에 데뷔한 정가람은 영화 ‘4등’(2016), ‘시인의 사랑’(2017), ‘독전’(2018) 등에서 안정감 있는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떤 것이든 다 해보고 싶다”는 정가람의 포부는 다부졌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뭐든지 다 해보는 게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여러 가지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배우는 참 매력적이고 즐거운 것 같아요. 그만큼 어렵지만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42.195㎞ 마라톤과 같이 꾸준히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반딧불이 / 안재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반딧불이 / 안재찬

    반딧불이 / 안재찬 어머니에게 인사를 시키려고당신을 처음 고향 마을에 데리고 간 날밤의 마당에 서 있을 때반딧불이 하나가당신 이마에 날아와 앉았지 그때 나는 가난한 문학청년나 자신도 이해 못할 난해한 시 몇 편과머뭇거림과그 반딧불이밖에는줄 것이 없었지 너무나 아름답다고두 눈을 반짝이며 말해 줘서그것이 고마웠지어머니는 햇감자밖에 내놓지 못했지만반딧불이로 별을 대신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자란 고향에서는반딧불이가 사람에 날아와 앉곤 했지그리고 당신 이마에도그래서 지금 그 얼굴은 희미해도그 이마만은환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지 - 한때 나는 반딧불이가 색색의 별처럼 반짝이는 인도의 시골 마을에 살았다. 가로수들이 일렬로 선 크리스마스트리 같았다. 밤길을 걷고 있으면 원주민 마을의 소녀가 캄캄한 풀숲 속에서 튀어나와 나마스테! 인사를 했다. 소녀의 눈도 반딧불이처럼 반짝였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벽에 걸어 둔 외투에 반딧불이가 앉아 반짝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이 이가 나를 따라왔을까. 밤은 동화처럼 푸르고 꿈길은 포근했다. 안재찬의 필명은 유시화다. 곽재구 시인
  • 세계 관광지 점령한 중국인 비매너 퇴치법

    세계 관광지 점령한 중국인 비매너 퇴치법

    전 세계 관광지를 장악한 중국인 여행객의 무례한 행동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4일 지난해 약 1억 5000만명에 이르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해외여행에 나섰다고 보도했으며 이는 전년보다 14.7% 늘어난 규모다. 지난 9일 필리핀에서는 중국 여학생이 두유 푸딩을 들고 전철을 타려다 제지하는 경찰에게 들고 있던 액체 음료수를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필리핀 경찰은 폭탄 테러 위협에 도시철도에 액체류를 반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일본 오사카의 한 뷔페식당에서는 중국인 여성 2명이 무례한 식사 태도를 이유로 쫓겨나기도 했다. 식당 측은 이 여성들이 새우 껍질을 바닥에 버렸다고 주장했고, 중국인 관광객은 단지 중국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일본 식당의 남성 종업원이 돈을 받지 않겠으니 식당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동영상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널리 공유되며 논란을 낳았다. 2017년 6월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에서는 한 중년 여성이 비행기 엔진에 행운을 기원하며 동전을 던졌다가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의 출발이 지연됐다. 승객들은 이 여성이 탑승 계단에서 동전을 던지는 것을 목격하고 승무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중국 동방항공 측은 모두 9개의 동전을 현장에서 찾아냈고 이 가운데 1개는 실제로 비행기 엔진 안에 있었다. 지난 설 명절 연휴에 중국인 200만 명이 일본을 찾았으며 춘절 기간에 해외여행에 나선 중국인은 모두 722만 명에 이른다. 교토 니시키 시장에서는 영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로 ‘걸으면서 음식을 먹지 말아달라’는 팻말을 붙였고, 홋카이도에서는 렌터카 수요가 급증하면서 5년 새 교통량이 5배 늘어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등 과도한 관광객으로 일본은 몸살을 앓고 있다. 캐롤 장 영국 포츠머스대 교수는 중국 관광객을 직접 인터뷰하고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중국인들의 외국 여행 시 비신사적 행동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장 교수는 관광객들의 충격적인 행동이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져 나간다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무례한 행동이 세계 최악이란 사실은 중국 정부와 중국인 스스로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관광객의 급작스런 증가 때문에 주로 시골 지역의 중장년 단체관광객들이 ‘혐오스런 중국인 관광객’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주범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광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관광부는 비문명적 행동을 한 중국인 여행객의 실명을 명시한 블랙리스트를 펴내기도 했다. 중국 관영 중앙(CC)TV는 설 연휴 기간 큰 소리로 떠들지 않기,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지 말기, 새치기 금지 등 관광지에서의 행동요령을 알리는 영상을 내내 내보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공무원 대나무숲] “법치 무력화 과거 정부 답습하나… 예타 면제 신중해야”

    요즘 공무원 동기 카톡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상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었다.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건 정부가 적폐 정부에서 하던 일을 서슴지 않고 하기 시작해서다. 박근혜 정부만큼은 아니지만 청와대의 권위적 태도가 되살아나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요즘 공직 사회에서 가장 크게 이슈가 된 것은 지난달 말 발표한 ‘사회간접자본(SOC) 부양 카드’다. 정부는 24조원 규모의 지역 숙원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 줬다. 이 정도의 대규모 일괄 면제는 2008년 9월 이명박 정부의 ‘30대 선도 프로젝트’ 이후 10년 만이다. 내년에 있을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日 SOC 카드 남발… 일부 ‘다람쥐 도로’ 오명 정부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선심성 사업을 펼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진짜 문제는 이 정부도 과거 정부처럼 ‘법에 의한 통치’를 우습게 여기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예타는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대형사업의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으려고 만든 제도다. 총사업비가 500억원이 넘고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이 대상이다. 2009년 4대강 사업이나 2010년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경기장 건설사업 등은 예타 없이 진행했다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예타는 세금을 아끼기 위해 정부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극히 일부 사업에 국한해 특별하게 적용해야 할 예외 조항을 이렇게 남발하는 것은 법치를 무력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채무의 덫에 안 빠지게 대비해야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은 “4대강 사업이 22조원의 혈세만 강바닥에 쏟아붓고 아무런 경제적 이득도 내지 못했다”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랬던 이 정부가 똑같은 일을 반복하니 공무원들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한 선배 공무원은 “모든 정권이 다 그런 거 아니겠냐. 이 정부에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라”고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에 가면 ‘다람쥐 도로’라는 게 있다. 거액을 들여 도로를 만들었지만 사람은 안 다니고 다람쥐만 다닌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또 지역 규모에 맞지 않는 매머드급 미술관이 시골마을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어 놀랄 때가 있다. 이것은 일본 정부가 선거를 위해 경기 부양용 SOC 카드를 남발한 결과물이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일본은 국가채무의 덫에 빠졌고 성장에도 발목이 잡혔다. 혈세를 투입하는 사업이라면 예타 면제에 신중해야 한다. 이것은 공직 사회가 한목소리로 바라는 것이다. 정부세종청사 한 사무관
  • [이은경의 유레카] 과학기술 유산 찾아보기

    [이은경의 유레카] 과학기술 유산 찾아보기

    올해부터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사에서 중요했던 제품, 기구,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해 말 과학관 관련 법률 개정으로 과학기술 유산들을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하여 관리하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낯설게 들릴 수도 있는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란 ‘과학기술 역사에서 보존 가치가 있는 과학기술의 문화재’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과학 잡지, 최초의 국산 라디오나 자동차,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지정문화재, 등록문화재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든 것은 과학기술 유산의 보존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과 경제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의 압축성장을 이루었다. 그동안 우리는 발전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사용 가치가 없어진 과학기술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새 물건, 기계, 장비를 들이면 이전 것들을 내다버리거나 구석에 밀어두고 잊어버릴 때가 많았다. 그러므로 만들어진 뒤 많은 시간이 지나 가치를 인정받은 후에야 지정되는 문화재 제도로는 이렇게 빨리 사라지는 과학기술 유산을 보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막상 여유와 관심이 생겨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자취를 살펴보려 하니 많은 중요한 유산들이 이미 없어졌거나 남아 있더라도 잘 관리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하루가 다르게 신기술과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이때에 몇 십년 지난 옛 기술과 물건을 굳이 등록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본 또는 진품이 갖는 아우라와 역사성 때문이다. 아우라는 예술작품에서 원작이 가진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함이다. 예술작품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과학기술 자료 역시 오직 그때 그곳에서 생산되고 사용되는 과정에서 고유한 가치를 얻게 되고 이를 통해 아우라를 가질 수 있다. 근대 이후 과학기술을 주도해온 서구 과학관들은 이런 점에서 한국의 과학관들보다 유리하다.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는 인류 최초의 달 착륙에 사용되었던 아폴로 11호 관련 실물이 전시돼 있다. 직접 보면 생각보다 작고 평범하다. 21세기 관람객의 눈에는 ‘이 정도 기계로 정말 달에 다녀왔나’ 싶을 정도로 소박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달에 다녀온 장비라는 바로 그점이 관람객들을 그 전시에 불러들이고 우주과학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영국의 과학관은 왓슨과 크릭이 ‘직접’ 얼기설기 만들었던 모형을 보여주면서 DNA 이중나선구조를 설명한다. 그 앞에서 관람객들은 두 젊은 과학자가 그 모형을 가지고 연구에 골몰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반짝반짝 멋지게 만들어진 모형이 가질 수 없는 힘이다. 이미 없어져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지금부터 노력하면 우리도 진품을 전시해놓고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다.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등록제도는 그 출발점이다. 여기에 과학기술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관심이 더해질 때 한국 과학기술이 걸어온 길을 보여줄 남부럽지 않은 컬렉션을 가질 수 있다. 지금 당장 오래된 실험실 선반이나 캐비닛, 시골 할아버지 댁의 안 쓰는 물건들을 모아둔 창고를 뒤져보자. 뜻하지 않게 중요한 과학기술자료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 기초보장 소외 93만명… “부양의무제 없애 빈곤 사각 해소해야”

    기초보장 소외 93만명… “부양의무제 없애 빈곤 사각 해소해야”

    비수급 빈곤가구 중위소득 월 50만원대 기초수급 가구 평균의 95만원보다 낮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年 10조원 필요 “부양부담에 빈곤 대물림… 사회비용 커” 대안으로 급여별 순차적 기준 폐지 거론이모(82)씨는 아들과 며느리로부터 학대를 받고 낡은 시골집에 버려졌다. 재산을 모두 물려줘 남은 것은 보일러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시골집 하나다. 부엌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장기요양보호사가 식사를 챙겨주지 않으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이씨의 수입은 기초연금 25만원이 전부다. 기본적인 생계조차 이어가기 어려운 형편인데도 이씨는 아들 내외 때문에 소위 ‘부양의무자’(1촌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기준에 걸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에 처지를 호소하면 지방생활보장위원회 심사를 통해 수급자로 선정될 수도 있지만, 이씨는 “아들 내외가 처벌받을까 걱정돼 학대당한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씨처럼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2015년 기준 93만여명이다. 대다수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있지만 대상을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 있는 빈곤층으로 제한했다. 가령 이씨처럼 비장애 중장년층 자녀에게 학대받아 버려지거나 아예 연락이 끊긴 이들은 깐깐한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빈곤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된 것은 기초수급 4개 급여(주거·교육·의료·생계) 가운데 주거·교육 급여뿐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11일 “가장 핵심적인 것이 소득 보장인데, 주거급여로 임대료만 보충해줘선 부족하다”며 “임기 내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는데도 정부 출범 2년이 다 돼가도록 실질적 폐지안을 내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7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의 총소득은 월평균 95만원이나 기준중위소득 30~40% 이하 비수급 빈곤가구의 총소득은 월평균 50만~60만원이다. 수급가구보다 더 빈곤한 삶을 사는 셈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를 분리하는 게 맞다고 보지만 재원 문제와 사회정서 때문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재정 부담이다.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2018~2022년 연평균 10조 1502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부양 부담이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른 정책과제 연구’에서 “막 독립한 청년이 부양 부담까지 진다면 본인의 미래 설계가 불가능할 것이고, 중장년층은 노부모 부양으로 본인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해 동반 빈곤화의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급여별 순차적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거론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생계급여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그다음 의료급여를 손보는 것이다. 부양의무자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인정액이 일정액 이하면 일단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지원하고, 사후에 이를 부양의무자로부터 징수하는 ‘선(先) 지원 후(後) 부양비 징수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징수하는 데 행정비용이 과다하게 들어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문대통령이 홍천 초등학교에 보낸 깜짝 졸업선물

    문대통령이 홍천 초등학교에 보낸 깜짝 졸업선물

    전교생이 32명인 강원지역 작은 시골학교 6학년 학생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잊지 못할 졸업선물을 받았다. 홍천 내촌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최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초 학생들이 직접 쓴 동시를 엮은 ‘동생은 외계인’이라는 시집을 청와대에 보낸 것에 대한 답장이었다. “소중한 마음을 담은 편지 잘 읽어보았어요”라고 시작하는 편지에는 문 대통령의 어린 시절 일화와 함께 “서로 신나게 뛰어놀고 마음껏 꿈을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게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문 대통령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사진이 동봉됐다. 학생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책 속에 10편의 시를 실은 이우빈군은 “처음에는 거짓말 같았고 살짝 꿈꾸는 기분이었다”며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상상까지 했다”며 기뻐했다. 청와대까지 간 시집 ‘동생은 외계인’은 우빈 군 등 이 학교 5명의 6학년 학생들이 학교와 일상에서의 즐거움과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 시 51편을 담았다. 최고봉 담임 교사는 “농·산·어촌 학생들이 갖는 어휘력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시작했던 글쓰기 수업의 결과가 책으로까지 나왔는데 대통령이 직접 읽고 답장까지 보냈다”며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졸업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7’ 공감력+웃음 만렙 ‘맘충’ 발언에 “개저씨”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7’ 공감력+웃음 만렙 ‘맘충’ 발언에 “개저씨”

    공감력 만렙 웃음을 업그레이드하고 돌아온 ‘막돼먹은 영애씨17’이 첫 방송부터 레전드 시리즈의 위엄을 뽐내며 ‘불금’을 제대로 접수했다. tvN 불금시리즈 ‘막돼먹은 영애씨17’(연출 한상재, 극본 한설희·백지현·홍보희, 제작 tvN / 이하 ‘막영애17’) 1회 시청률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2.6% 최고 3.0%를 기록하며 뜨거운 호평 속에 첫 방송 됐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막영애’를 대한민국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로 일궈낸 공감 제조 드림팀의 변함없는 하드캐리와 ‘맘영애’로 레벨업한 영애씨의 새로운 이야기는 더 확장된 공감과 화끈한 웃음을 선사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특히 12년 내공을 자랑하는 원년 멤버들과 정보석, 박수아(리지), 연제형 등 개성 충만한 새 멤버들이 보여준 ‘막영애’ 군단의 핵꿀잼 시너지는 명불허전이었다. 이날 방송은 남편 승준(이승준 분)을 따라 내려간 시골에서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영애(김현숙 분)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뭘 해도 파란만장한 영애답게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웃음을 유발했다. 딸 헌이를 안은 채 멧돼지에 쫓기며 논두렁 질주를 선보이는 영애의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화끈한 육아활투극을 예고하는 듯했다. 서울을 떠나 강원도에서 승준과 꿀벌이와 함께 인생 2막을 시작한 영애. 결혼 생활은 생각보다 더 만만치 않았다. 멧돼지를 잡아 상까지 타는 다이내믹한 시골 생활은 둘째 치더라도 오랜만에 찾아온 급한 신호(?)에 큰일과 함께 모유 수유를 하며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애의 리얼한 모습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막영애 표’ 육아에 궁금증을 높였다. 그런 영애 앞에 새로운 강적이 나타났다. 영채(정다혜 분) 부부의 치킨집 개업식에 참석차 영애는 꿀벌이와 서울행 버스에 오르게 됐다. 때마침 낙원사 사장을 맡게 돼 같은 버스를 타게 된 보석(정보석 분).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세상 성격 급한 보석은 1분 늦게 버스에 오른 영애도 못마땅한데, 울음을 멈추지 않는 헌이에 영애의 숙면 수유 현장까지 목격하게 된 보석은 놀라 자빠졌다. 미안한 마음에 상처에 대라며 건넨 얼음팩이 모유임을 알게 된 보석은 폭발했고, 버스에서 내린 영애를 따라가 ‘맘충’이라며 폭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에 가만히 있지 않을 영애씨. 택시까지 가로챈 보석을 쫓아 ‘개저씨’라고 불을 내뿜는 영애의 모습이 사이다와 함께 폭소를 유발했다. 특히, 낙원사 사장이라는 사실을 알 길 없는 영애가 보석과 재회해 펼쳐나갈 낙원사 스토리에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더불어 낙원사 식구들도 변함없는 대환장 케미로 즐거움을 안겼다. 영채의 치킨집 판촉물을 맡은 미란(라미란 분), 서현(윤서현 분), 지순(정지순 분)은 개업식 경품을 노리며 코끼리코 돌기 맹훈련에 나서는 등 눈빛만 마주쳐도 폭소가 터지는 하드캐리로 극의 재미를 견인했다. 낙원사에 새로 부임하게 된 사장이 애초 일정보다 빨리 회사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낙원사 식구들도 비상이 걸렸다. 낙원사의 박힌 돌이자, 주춧돌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주자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첫날부터 ‘굴러온 돌’ 보석에게 호되게 당한 낙원사 식구들의 모습이 웃음을 유발했다. 무엇보다 워킹맘으로 낙원사에 돌아올 영애와의 앙숙케미를 예고한 엔딩은 향후 전개에 기대를 더했다. 첫 방송부터 ‘막영애17’은 12년 동안 시청자들의 웃음과 공감을 책임져 온 레전드 시리즈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줬다. 출근은 없지만, 퇴근도 없고 결정적으로 월급마저 없는 영애의 육아는 이전보다 더 현실적이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엄마이자 아내, 워킹맘으로 돌아온 ‘맘영애’의 사이다 활약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응원도 뜨겁다. 확 달라진 분위기로 제2의 도약을 기대케 하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첫 회였다.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들의 웃음 하드캐리는 더욱 강력해졌다. ‘맘영애’로 돌아온 영애씨의 몸을 날린 연기는 한층 진화한 캐릭터의 매력을 뽐냈다. 소름 끼치는 딸바보 승준은 물론 라미란을 비롯한 낙원사 터줏대감들의 변함없는 찰진 연기는 매 순간 빵빵 터지는 웃음을 견인했다. 존재만으로 낙원사 식구들의 오금을 저리게 한 정보석의 코믹한 연기 변신은 김현숙과의 티격태격 앙숙케미를 기대케 했다. 업그레이드된 능청 연기를 선보인 규한(이규한 분)과 그의 말에 “그러시던가요”로 일관하는 세상 시크한 어시스턴트 제형(연제형 분)의 츤데레는 색다른 브로맨스로 여심을 저격하는 포인트. 여기에 규한과 얽히기 시작한 수아(박수아 분)의 깜짝 등장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전개는 기대 이상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케미로 첫 방송부터 ‘불금’을 제대로 접수한 ‘막영애’군단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tvN 불금시리즈 ‘막돼먹은 영애씨17’은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雪國列車’ 눈의 장막 사이로 과거를 달리는 기차

    ‘雪國列車’ 눈의 장막 사이로 과거를 달리는 기차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라는 아주 오래된 영화가 있다. 영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따뜻한 겨울’이라는 역설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다. 정말 따뜻한 겨울이 있을까? 그런 겨울은 없어 보인다. 특히나 올겨울처럼 눈 한 송이 내리지 않으면서도 달포 가까이 추위만 기승을 부리는 것을 보면 ‘따뜻한 겨울’은 그저 말잔치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겨울이 따뜻한 곳이 있다. 일본 혼슈 북쪽의 아키타현이 그렇다. 일본의 한갓진 이 시골은 겨울이면 온 종일 눈이 내린다. 그 눈의 장막을 한 겹 젖히고 들어가면 인정 넘치는 사람들과 언 몸을 녹여 주는 따끈한 온천이 있다. 진짜 아키타를 만나면 우리의 겨울은 따뜻하다.●설국 열차 타고 가며 맛보는 식도락 기차를 타고 가며 도시락을 먹는 일. 일본 여행의 로망 가운데 하나다. 일본에는 수없이 많은 기차가 있다. 또 기차마다 각각의 지방색이 담긴 아주 다양한 에키벤(도시락)을 판다. 그렇게 많은 도시락 열차 가운데서도 아키타 내륙종관열차에서 운영하는 곳쓰오 다마테바코 열차에서 먹는 도시락은 특별하다. 아키타 내륙종관열차는 아키타현의 깊숙한 산골을 남북으로 잇는다. 에도시대의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무사 마을 가쿠노다테에서 다카노스까지 94.2㎞를 운영한다. 이 철길에는 모두 29개의 역이 있다. 대부분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이다. 이곳을 오가는 기차는 두 량이 전부다. 손님이 적을 때는 달랑 한 량만 운행하기도 한다. 기차 이용자 절반은 현지인, 나머지 절반은 관광객이다. 이 꼬마 기차를 다다미 객실풍의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것이 곳쓰오 다마테바코 열차다.‘곳쓰오’는 맛있는 요리라는 뜻의 일본어 고치소우(ご馳走)의 아키타 사투리다. 다마테바코(玉手箱)는 일본의 유명한 설화에서 따온 것인데, 열면 깜짝 놀라는 물건, 혹은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물건을 뜻한다. 이 열차에서 그 ‘물건’은 도시락을 의미한다. 이 도시락은 기차가 지나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지은 농산물을 재료로 정성을 담아 만든다. 기차가 간이역에 설 때마다 아주머니들이 손수 만든 도시락을 하나씩 기차에 실어 준다. 그렇게 실어 주는 도시락은 모두 일곱 개. 에피타이저로 군밤이 나오고, 본 요리는 소바와 쌀밥이다. 마무리는 젤리다. 메뉴는 계절마다 조금씩 바뀐다. 도시락에는 저마다 이름이 붙어 있다. 이를테면 ‘게이코씨의 채소절임’, ‘세쓰코씨의 소바’, ‘쇼코씨의 밤밥’ 같이 음식을 만든 이의 이름을 함께 적어 놓는다. 곳쓰오 다마테바코 열차는 기차가 지나는 마을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운영한다. 이용객이 적어 언제 폐선이 될지 모를 기차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 손수 농사를 짓고, 그 농산물로 만든 요리를 자신의 이름으로 내놓는 그 마음이 얼마나 고운가. 기차에 도시락을 실어 준 후 기차가 사라질 때까지 간이역에 서서 손을 흔드는 아주머니들을 보면 지극한 정성이 느껴진다.●마음까지 녹여 주는 따뜻한 온천들 아키타는 일본에서도 오지다. 그런 아키타가 한국에 널리 알려진 것은 TV 드라마 ‘아이리스’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드라마는 아키타의 이름난 여행지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드라마에는 주연배우 이병헌과 김태희가 남녀 혼탕인 줄 모르고 들어섰다가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곳이 뉴토온천향에 있는 쓰루노유 온천이다. 아키타의 대표적인 온천마을 뉴토온천향에는 쓰루노유를 비롯해 7개의 온천이 있다. 이 온천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다. 온천수 성분도 다르고, 온천탕 또한 제각각이다. 이런 연유로 온천탕을 순례(유메구리)하는 재미가 있다. 뉴토온천향에 있는 온천 료칸에 숙박하면 온천 순례수첩(1800엔)을 구입할 수 있다. 이 수첩만 있으면 온천 순례 버스를 타고 다니며 7개의 온천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2개의 온천이 휴업한다. 쓰루노유 온천은 뉴토온천향을 대표하는 온천이다. 1638년 아키타 영주가 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았을 때 지은 건물을 료칸으로 개조했다. 38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쓰루노유 온천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온천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 가운데 하나로 불린다. 쓰루노유 온천은 료칸 자체가 완벽한 촬영세트다. 억새를 엮어 덮은 지붕과 목조 가옥은 시간을 단박에 과거로 돌려놓는다. 겨울에는 료칸으로 드는 길에 이글루 모양의 거대한 눈집을 만들고 그 안에 촛불을 켜놓는다. 목탑 위에 설치한 화재를 알리는 종탑에도 세월의 흔적이 물씬하다. 이런 빼어난 자태가 있어 투숙객들은 특별한 유흥거리가 없음에도 ‘셀카놀이’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니바 온천의 노천탕은 자연미가 넘친다. 이 노천탕으로 가려면 비밀스런 오솔길을 걸어야 한다. 료칸 뒷문을 열고 나가면 사람 키보다 높게 눈이 쌓인 오솔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50m쯤 가면 작은 계곡 옆에 자리한 노천탕이 보인다. 사방에 흰 눈을 이불처럼 덮은 너도밤나무가 있어 정취가 그림 같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나뭇가지에 힘겹게 매달려 있던 눈뭉치가 툭~ 하고 떨어진다. 이 소리를 제외하면 사방은 고요하다. 함박눈만 소리 없이 풍경 속으로 낙하한다. 글 사진 김산환 여행작가 ■여행수첩 아키타로 가려면 센다이공항을 이용한다. 3시간 30분 소요. 도쿄에서 신칸센을 이용해도 된다. 아키타에도 국적기가 취항했지만 현재는 휴항 중이다. 아키타 도시락 열차는 자주 있지 않다. 가을걷이가 끝난 후 농한기에만 예약을 받아 운영한다. 많을 때는 한 달에 3회, 적을 때는 1회에 그치기도 한다. 도시락 열차의 종점 아니아이역에서는 언제든지 열차 시간에 맞춰 돌아올 수 있다. 도시락 열차 가격은 6900엔(약 7만원). 도시락 열차가 아니라도 꼬마 기차를 타고 간이역을 찾아 떠나는 여행만으로도 행복하다. 1일 프리패스 2500엔(주말 2000엔). 아키타 내륙종관열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키타현 한국코디네이터사무소에서 아키타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일본스키닷컴은 온천호텔에서 숙박하면서 다자와코 스키장을 이용하는 다양한 스키 패키지를 출시했다. 홋카이도나 타 지역에 비해 스키 상품이 저렴한 편이다. 다자와코 스키장은 3월 말까지도 이용할 수 있다.
  • 도시에 살고 싶다…공존을 위한 진화

    도시에 살고 싶다…공존을 위한 진화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메노 스힐트하위전 지음/제효영 옮김/현암사/369쪽/1만 7000원지구의 지배자는 누가 뭐래도 인간이다. 온갖 자원을 캐내 쓰고, 식량 대부분을 먹어 치운다. 밀림 속 오지나 깊은 바닷속을 제외하고, 인간은 지구 곳곳을 뒤덮은 채 살아간다. 단일 생물종이 지구를 이렇게 완전히 차지한 사례는 인간이 처음이다. 누군가는 ‘공룡도 지구를 지배했다’고 반박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공룡은 수천 종의 동물을 통칭한다. 인간, 즉 ‘호모사피엔스’ 종이 지금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는 비교하기 어렵다. 인간이 만들고, 집중적으로 살고 있는 도시를 자연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여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이 원래 거주하던 동식물을 몰아내고 도시를 만들면서 생태계를 모두 파괴해 버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합당한 지적이긴 하나 도시를 잘 둘러보라. 의외로 많은 동식물이 우리 주변에 살고 있다. 비둘기, 개미, 이름 모를 풀들을 비롯해 수많은 동식물이 인간과 함께 안정적인 일상을 영위하며 순조롭게 번식한다. 강력한 지구의 지배자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이 힘은 바로 진화에서 나왔다.네덜란드 레이던대 진화생물학 교수인 메노 스힐트하위전의 신간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는 도시에서 진화한 동식물을 추적하고, 이 과정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선 도시보다 시골에 더 많은 생물이 살고는 있지만, 오히려 생물종 수는 도시가 더 많았다는 게 이채롭다. 도시는 애초부터 생물이 번성하기 좋은 지리적인 특성이 있는 데다 여러 이주민이 들고 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또 도시 경계와 맞닿은 외곽 지역의 좋은 서식지가 점차 사라지고, 도시 곳곳에 생물이 서식하기에 알맞은 곳이 군데군데 생겨나면서 도시에 더 많은 생물종이 살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인간의 생활양식에 맞춰 진화했다. 예컨대 산업혁명으로 대기오염이 심해지자 하얀 날개 대신 어두운 날개의 회색가지나방이 많아졌다. 그러다 공기가 다시 맑아지자 밝은 색 날개의 나방이 늘어났다. 국화과 잡초인 ‘상크타’는 민들레처럼 씨앗을 날리면서 번식하는데, 도시에 서식하는 상크타의 씨앗이 시골보다 더 무거웠다. 그래야 보도블록을 피해 땅에 바로 낙하하기 때문이다. 유럽 찌르레기는 과거보다 날개가 좀더 둥그레졌는데, 도시에서 방향을 빨리 전환하거나 신속하게 날아오르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흔히 보는 비둘기는 아연과 같은 중금속 오염 물질이 체내에 유입되면 깃털로 보내 중금속을 제거한다. 짙은 색 비둘기 날개를 조사해 보니 밝은 색 비둘기보다 아연의 양이 25% 더 많았다. 특이한 점은 이들 동식물의 변화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도시마다 유사한 형태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생태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인간임을 따져 볼 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도시의 변화가 점차 빨라지므로 이에 맞춰 진화의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또 전 세계 도시마다 적용되는 기술이 비슷해지고 생활양식도 비슷해지면서 함께 사는 동식물도 유사한 종이 많아진다. 그래서 저자는 도시 속에 살아가는 동식물에 관한 책임 역시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외래종 생물을 모조리 잡초와 해충으로 여기고 모두 없애려는 노력은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인간 중심의 급격한 변화에서 조금만 더 이들을 배려해 줘야 한다고 덧붙인다. 일본 롯폰기 힐스에 마련된 옥상 정원, 30층 높이를 덩굴 식물로 덮은 싱가포르의 오아시스 호텔 다운타운, 두 개의 타워에 거대한 숲을 조성한 밀라노의 수직 숲 건물들이 이런 사례다. 저자는 이를 가리켜 ‘다윈의 조언이 담긴 건축 가이드라인’이라고 명명한다. 정원사처럼 굴지 말고, 조경하듯 생물종을 선별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채워지도록 그냥 내버려 둘 것, 무조건 외래종을 배척하거나 토종을 고집하지 말 것, 그리고 굳이 통로를 만들어 도시 내 자연을 연결하기보다 곳곳에 특색 있는 환경이 유지되도록 제대로 분리할 것. 지금 생태학적 도시 설계와 다소 어긋나 보이는 제안일 수 있다. 그러나 도시 동식물과의 공존을 위해 눈여겨볼 제안임은 분명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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