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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100대 국정과제] 적폐청산 - 공수처 설치 - 검·경 수사권 조정 ‘5개월 속도전’

    [文정부 100대 국정과제] 적폐청산 - 공수처 설치 - 검·경 수사권 조정 ‘5개월 속도전’

    권력기관 개혁·司正 드라이브문재인 정부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제시한 100대 과제 중 첫 번째 과제로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꼽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찰 개혁 등을 통해 강력한 부정부패 청산에 나설 전망이다. 검찰에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주어졌다. 과거 정권에서 이뤄진 적폐를 청산해야 하는 주체인 동시에 스스로가 개혁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당분간 검찰 주도 사정 정국이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 스스로 권한 축소를 감행해야 하는 셈이어서, 두 가지 과제가 동시 실행되며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점쳐진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날 5개년 계획을 통해 개혁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사안별로 제시했다. 공수처 설치, 경찰에 수사권을 넘기는 형태의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탈검찰화 등은 더이상 ‘논쟁적 과제’가 아니라 연내에 추진해야 할 과제가 됐다. 대부분은 공약에 포함된 것이지만 구체적인 시간표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위 공직자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공수처 설치 관련 법령은 올해 안에, 다시 말해 남은 5개월 내에 제·개정이 완료된다. 국정기획위는 공수처 신설 근거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수행의 독립성이 훼손되어 왔던 검찰을 개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동시에 검찰의 인지·직접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고 검찰은 기소·재판에 전념하며 경찰 수사를 보충하는 2차 수사만 하게 하는 형태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동시에 이뤄지면 검찰의 사정 역할 대부분이 훼손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올해 안에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검찰 외 다른 권력기관의 개혁도 단행된다. 중앙집권화된 경찰을 광역 지자체별 단위로 쪼개는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는 올해 안에 법령 정비, 내년 시범 실시, 2019년 전면 실시된다. 올해부터 감사위원회의 의결 공개가 실시되고 성과감사를 매년 20%씩 확대 실시해 공직사회 적극 행정 지원 강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감사원도 투명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탈바꿈된다. 국가정보원은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된다. 이 중 감사원·국정원 개혁 방향이 공적 영역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는 쪽으로 설계됐고 ‘광역단위 자치경찰제’가 수사권을 쥘 경찰권을 견제하기 위한 대안적 성격임을 감안하면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새 정부의 관심이 검찰 개혁에 쏠린 형국이다. 다만 공수처 등이 설치되기 전 당분간 적폐 청산을 전담하는 국가기관은 명실상부 검찰이다. 국정기획위가 강조한 국정농단 공소 유지, 최순실씨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환수 등의 노하우를 지닌 곳도 검찰이다. 검찰은 최근 전 정권의 방위산업 관련 수사에 나서며 사정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에서 발견된 전 정권의 국정농단 관련 문건을 토대로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의 효율성 등이 부각되면 공수처 신설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는데, 실제 참여정부 당시 대선자금 수사로 검찰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게 검찰개혁 동력을 떨어뜨린 하나의 요인이 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원하는 과목, 게임하듯 수업… “자는 아이 없어요”

    원하는 과목, 게임하듯 수업… “자는 아이 없어요”

    “만약 달러 환율이 계속 떨어진다면 지금 여행 가는 게 좋을까, 한 달 뒤에 가는 게 나을까.”18일 한서고 2학년 1반 교실. 경제 과목을 맡은 장만진 교사가 질문을 던지자 학생 22명이 그룹을 이뤄 의견을 나눴다. ‘환율’ 개념을 가르치며 단순히 외우도록 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 접목해 생각할 기회를 준 것이다. 아이들은 ‘생생한 경제를 배우고 싶다’며 이 수업을 선택했다. 60명이 3개 학급으로 나눠 수업에 참여한다. 장 교사는 “담당 학급 수나 학생 수가 지난 학기보다 줄다 보니 게임이나 실습, 시청각교재 등을 활용한 수업이 가능해졌다”면서 “자는 아이들도 확 줄었다”며 웃었다. ‘학교 교실은 거대한 수면실’이라는 냉소가 우리 학교 현장의 현실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필요한 것들은 학원에서 배우고, 공교육이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내지도 못한 결과다. 하지만 한서고는 달랐다. 한서고는 서울 고교 318곳 가운데 ‘개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9개 학교 중 하나다. 올 1학기부터 2학년생 257명을 중심으로 본인이 선택과목을 정해 시간표를 직접 짜는 개방형 교육과정을 적용했다. 한 학기에 듣는 9개 과목 중 국어와 영어, 수학, 체육 등 필수 과목을 뺀 나머지 수업을 직접 골랐다. 수강생이 5명인 ‘교육학’부터 120여명이 신청해 30여명씩 4개반으로 나눈 ‘한국지리’까지 수강 학생 수가 저마다 다른 여러 수업이 개설됐다. 문과생이 이과 선택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이과생이 문과 수업을 들어도 된다. 개방형 교육과정은 문재인 정부가 교육계의 오랜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꺼내 든 ‘고교 학점제’ 카드의 초기 모델이기도 하다. 학년에 관계없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 듣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도록 했다. 한서고의 실험은 이제 한 학기 진행됐지만 효과가 눈에 띈다. 멍하던 아이들이 수업에 조금씩 몰입하기 시작했다. 장 교사는 “경제수업에는 상경계열 학과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많아 예전 수업 때보다 집중력이 좋다”고 말했다. 이 과목을 들은 손미주(2학년)양은 “초등교사가 꿈인데, 모든 과목을 잘 가르치려면 여러 지식이 필요할 것 같아 한국지리, 법과정치, 세계사, 경제 등 다양하게 선택했다”고 했다. 한서고에는 다른 학교 학생이 찾아와 듣는 수업도 있다. 이 학교가 협력교육과정의 거점학교이기 때문이다. 단일 학교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과목이 있을 때 거점학교에 과목을 개설해 다른 학교 학생들이 모여 수강하도록 한 방식이다. 현재 서울에는 47개 학교가 거점학교로 지정돼 53개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남상일 교장은 “우리 학교는 국제정치 과목을 개설했는데 멀리는 서초구의 서문여고 학생이 와서 듣기도 했다”면서 “아이들 열의에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다양한 선택 과목 탓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커지고, 수강 인원이 적은 과목에서는 좋은 내신 등급을 받기 어려운 문제점도 있다. 신가림(2학년)양은 “문과생이지만 관심이 있어 생명과학을 듣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과 친구들과 성적 경쟁을 해야 하다 보니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개방형 교육과정은 꿈을 이루는 데 도움될 과목을 고민하고 시간표를 짜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남 교장은 “학생 중 절반 정도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않아 ‘꿈’을 찾아주는 작업을 먼저 했다”면서 “1년 정도 여유를 두고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로·적성 지도를 하고, 진학과 진로에 필요한 학과목을 알려 주어야 개방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베를린 구상 활용, 남북경색 풀고 대화 테이블 마련해야”

    “베를린 구상 활용, 남북경색 풀고 대화 테이블 마련해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정세를 요동치게 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베를린 구상’을 밝히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 간의 화해·협력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상호 중단, 남북 간 접촉과 대화 재개 등을 제안했다. 남북 관계의 해법을 찾기 위해 정부의 통일 기반 마련과 남북 대화 등을 책임졌던 전직 통일부 장관의 조언을 들어 봤다.●정세현 “국제 정치도 생물과 같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연이어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세현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을 긍정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ICBM 발사 직후 상황 때문에 당장 실천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는 있지만 남북 관계와 관련해 새 정부가 내놓아야 될 로드맵은 다 나왔다”면서 “베를린 구상을 북한이 마냥 거부하거나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 정치도 생물과 같다”면서 “국제 정세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북·미 간에 비공개 접촉 같은 것이 진행 중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남북 간에도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 될 상황이 올 때를 대비해 해야 할 건 다 끝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은 확성기 방송을 서로 합의해 중단하자는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 때 재개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 북한한테는 당장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판문점의 전화선도 끊어졌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이든 군사회담이든 체육회담이든 먼저 판문점 채널 복원이 제일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 관계 메시지는 북핵 등 미사일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개선 병행이라는 ‘투 트랙 정책’을 확인한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운전대론’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 관계가 북핵 문제 해결 과정보다 한 반발짝 정도 앞서 나가면서 북핵 문제 해결의 여건을 조성한다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 한·미 정상회담의 운전대론”이라고 설명했다. 재임 시절 개성공단 조성 사업을 추진했던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은 낮은 단계의 기능주의적 접근으로 인도주의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 사회·문화적 접근인 평창올림픽 단일팀과 공동 입장, 안보 문제인 군사적 적대행위 금지를 제안했다”면서 “개성공단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확성기 방송 중지 같은 데서 서로 합의가 되고 성과가 나면 시작할 수 있는 그다음 단계의 사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제안했던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사업에 대해선 “군사지역에 생태평화공원을 만들려면 지뢰를 제거해야 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꾼 연후에나 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아이디어는 좋지만 ‘백일몽’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나진·하산 물류사업이나 러시아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서도 “남북 간에 정치·군사·경제적인 신뢰 관계가 굉장히 잘 돼야 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우리의 경제적 이득이 크고 매력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중장기적인 대북 정책을 위해 “기능주의적 접근을 입구로 해서 정치적 화해협력이라는 출구로까지 간다는 식으로 순서를 잡아야 한다”면서 “소위 낮은 단계의 화해협력에서 시작해 높은 단계의 화해협력으로 가는 게 바로 베를린 구상의 철학적 기초”라고 조언했다.●정동영 “9년간 압박 붕괴론 폐기 선언”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9년간 역사를 퇴보시켰던 압박 붕괴론의 폐기를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방향은 잘 정했는데 제목에 따른 내용물이 채워져야 한다”면서 “아직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고 평가를 보류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대북 제안을 공중으로 날려 보내는 데에만 그쳐 진정성이 없었다”면서 “이 내용이 실현되려면 평양과 워싱턴 접촉과 설명이 됐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2005년 6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김정은 정권의 대화 의지에 대해 “탄도미사일은 전략무기라서 숨기는 것인데 북한이 계속 공개한다는 것은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북·미 대화를 원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9년간 이명박, 박근혜, 오바마 정부 역시 대화를 원하면서도 핵을 포기한다면 보상으로 대화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면서 “대화는 보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에 외교적 수단으로 가기 위한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동맹이면 미국의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북·미 대화와 함께 남북 대화 재개가 병행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린 구상에 대해선 “과거에는 인도적인 교류인 이산가족 상봉, 경제 교류, 사회문화적인 교류를 통해 정치, 군사 문제로 나아가는 점층적·단계적 접근을 했다면 지금은 극점에 이르렀다”면서 “인도적인 문제, 경제·사회·문화적인 교류와 북한 핵, 미사일 등 정치 군사적인 문제가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런 점에서 베를린 구상이 긍정적”이라며 “평화체제와 협상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테이블이 있어야 하는데 북미, 남북, 4자회담, 6자회담 등 테이블이 여러 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전 장관은 “지난 9년 동안 한국의 역할은 ‘제로’였다”면서 “역할 자체를 외면하고 미국이 알아서 하도록 외주를 주고 한·미 동맹만 강조한 결과 남북 관계가 최대로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에서 평화통일을 조성하는 데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한 점은 당연한 일”이라며 “불교 용어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말처럼 주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임 기간 개성공단 활성화에 힘썼던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라서 폐쇄한 게 아니라 상관없이 폐쇄한 것”이라며 “법적 절차 없이 이뤄진 법과 헌법 위반이다. 그래서 당시 청와대도 통치권적 행위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상적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과 헌법을 초월하는 통치권은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통해 강한 압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안보리 사무국에 설명해야 될 문제”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문제는 미국 허가 사항이 아니라 주권국가로서 남북이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며 “개성에 투자한 기업들의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거다. 이들이 공장 설비 보전을 위해 가도록 즉각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이것은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맨 먼저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남북 문제에 관한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여기서부터 첫 단추를 꿰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재정 “즉각적 반응보다 인내심 가져야”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통일부 장관을 맡았던 이재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우리 대통령으로서 취임한 이후에 표명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다만 문 대통령의 일방적인 하나의 표현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과거의 민주정부가 남북 대화를 할 때 실현 가능했던 내용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남북 관계가 실 매듭을 풀 듯이 맺힌 부분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맺힌 상태에 있기 때문에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베를린 구상에 대해 “남북 간의 상황이 좋아져야 각론도 따질 수 있다”면서 “방법론으로 보면 대통령이 의지를 표명했으니까 일단 대북 특사를 파송하는 방법이 좋지 않을까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통령 특사를 파견해 대통령의 의지와 하나의 포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대북 정책의 내용들을 설명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며 “대통령의 의지가 정말 어떤 것인지 연설 하나만으로는 충분한 표현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9년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좀더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취해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건 잘했고, 북과의 대화를 열어 가는 방법으로 특사를 보내는 건 우리 측의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선 “아주 확실한 북한의 상황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황 변화 이후에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에 있는 걸 이어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려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국내에 남북 관계를 풀어 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면서 “색깔론과 이념 논쟁으로 아직 우리 내부가 갈등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해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 대화의 채널을 상시적으로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적대 관계를 해소하고 상시적인 대화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중장기적인 대북 정책의 방향에 대해 “북·미 관계나 다른 국제 관계까지도 9년 동안 막혔던 걸 풀어야 한다”면서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의 공약수를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류길재 “통일교육으로 국민 관심 높여야” 박근혜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을 맡았던 류길재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해 “문 대통령께서 북한에 강한 메시지와 함께 대화라든가 정상회담이라든가 이런 것들도 같이 얘기한 건 잘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류 전 장관은 “당연히 북한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당장 호응해 나올 거라고 기대할 순 없다”면서 “북한은 자기들 시간표와 전략에 따라 계속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만약에 북한을 설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면서 “우리 정부가 북한을 못 움직이면 마치 대북 정책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보는 건 대북 정책을 대단히 좁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과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믿을 만하고 설득력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내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를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선 “지금 남북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얘기를 하나 빼고 덜고 할 것 없이 다 잘됐다고 본다”면서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 오느냐, 안 오느냐 문제지 제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정치적인 조건이 중요하다’고 얘기한 것이 북한의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제안들이 중요하다기보다 우리나라의 대북 정책과 남북 관계의 큰 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류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말한 것은 굉장히 잘한 것”이라며 “북한은 기본적으로 오랫동안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 온 것이 공식적인 입장인데 그런 측면에서 북한에는 하나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대북 정책을 입안했던 류 전 장관은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제고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통일 대박이 됐건, 통일준비위원회가 됐건, 통일 기반 조성이 됐건 어떤 말을 쓰더라도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인 대북 정책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근본적인 관점에서부터 통일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가져야 한다”면서 “단순히 통일 비용이나 통일 편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초중고를 다니는 우리 아이들에게 통일교육을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의 방향과 이유를 알게 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경부고속도로 사고, 오산시 책임론…“휴식 보장” 버스기사 민원 ‘방관’

    경부고속도로 사고, 오산시 책임론…“휴식 보장” 버스기사 민원 ‘방관’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와 관련해 경기 오산시의 책임론이 13일 불거졌다. 사고를 낸 버스기사가 소속된 오산교통의 인력수급에 문제가 있음을 사전에 알았지만 시민들로부터 교통 민원이 제기될 것을 우려, 오산시가 별다른 행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사고 원인은 버스 운전기사 김모(51)씨의 졸음운전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경기도 오산과 서울 사당동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몰았다. 그는 이틀 동안 하루 16시간 운전을 하고 하루 쉬는 형태로 일했는데, 사고 당일에는 오전 6시에 일어나 7시 15분부터 운전을 했다. 전날 18시간 근무한 뒤였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과로로 운전하던 중 깜빡 정신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고 당일 수면 시간이 5~6시간에 불과했다며 “하루 16~18시간 근무하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하긴 하다. 피로가 누적됐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산교통 소속 버스 기사들은 이러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민원을 내기도 했다. 올해 3월 오산교통 소속 기사들은 “버스 기사에게 8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기로 한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에 진정을 냈다. 국토부는 같은 달 해당 민원을 오산교통 행정처분 관할 관청인 오산시로 넘겼다. 오산시는 오산교통을 상대로 현장점검을 벌였다. 하지만 휴식시간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4월 초 오산시는 민원 회신 공문에서 “휴게시간 준수 등에 대한 내용을 오산교통측과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규정을 (강력하게) 적용하면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기사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사 인력을 충원하거나 운행 횟수를 줄여야 하지만, 인력 충원은 어렵고 운행 횟수를 줄일 경우에는 시민들의 교통 민원 발생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개정 여객운수법에 따르면 연속 휴게시간 8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운수회사에 대해 과징금 180만원을 부과할 수 있지만 오산시가 이 문제로 오산교통에 행정 조치를 한 적은 없다. 오산시는 또 현장점검 당시 회사로부터 “현재 기사는 116명인데, 계산해보니 160명은 돼야 개정된 여객운수법상 휴게시간 보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오산교통 소속 기사는 12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들의 휴게시간 보장이 방치된 사이, 버스기사들은 격무에 시달렸다. 오산교통 M버스 버스 5대에는 기사가 8명 배치됐다. 기사들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5∼6회씩 왕복 운행해야 했다. 오산교통 소속 한 버스 기사는 “오산시가 개정된 여객운수법에 따른 제대로 된 단속을 하지 않아 이번 참사가 일어났다”며 “문제는 M버스뿐 아니라 시내버스나 마을버스 등 다른 버스 기사들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산시 관계자는 “강력하게 행정처분을 하면 해당 운수업체는 기사를 증원하는 대신 버스 운행 횟수를 줄이게 된다”며 “이는 곧 시민들의 교통 불편 민원으로 연결되다 보니 강력하게 지도할 수 없었다. 다만 오산교통은 휴게시간 준수를 위해 운행 시간표를 약간씩 수정하면서 차츰차츰 개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 美전문가 “북, ICBM 안정·정확성엔 1~2년 더 필요…억지력은 충분”

    美전문가 “북, ICBM 안정·정확성엔 1~2년 더 필요…억지력은 충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에서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운용하려면 1~2년이 더 걸리겠지만 지금 수준에서도 억지력은 충분하다는 미사일 전문가의 발언이 5일 나왔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 존 실링 연구원은 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한 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 실전용으로는 시간이 더 걸린다면서도 북한이 자신들에 대한 공격을 억제하는 억지 용도로 이용하기에는 “매우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항공우주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 연구원인 그는 이날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당초 북한이 2020년 초쯤 ICBM 능력을 갖출 것으로 생각했었으나 북한이 가진 시간표는 이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매우 가까운 미래에 전략적, 외교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심각한 의미를 함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오늘부터 당장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최소한 하와이나 알래스카까지 전화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로 인해 이 지역의 방위와 안정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미국의 동맹국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미국 정치 지도부가 머리를 싸매야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사일은 엔진의 연료 분사기가 단 몇 초만 일찍 또는 늦게 닫혀도 해군기지나 도시 같은 큰 목표물마저 빗나갈 수 있는 데다가 미사일의 탄두 역시 재진입 과정에서 완전히 불타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예정 경로 밖으로 튕겨 나가는 일이 많다. 따라서 북한이 선전하는 대로 미국의 특정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위협이 되려면 “1~2년 더 개발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실링 연구원은 예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① 朴·이재용 첫 ‘법정 만남’ ② 최순실 등 건강이상 호소 ③ 블랙리스트 김기춘 구형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 관련 공판이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같은 법정에 마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 연루자에 대한 검찰 구형도 이번 주중 이뤄진다. 석 달 넘게 매주 3, 4일씩 집중심리가 이어지며, 고령 피고인들의 건강상태가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① 朴, 5일 李재판 증인… 출석은 불투명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들의 뇌물 혐의를 심리하며 국민연금공단,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측으로부터 통합 삼성물산 출범 과정 증언을 청취한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이번 주 전 정권 청와대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4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5일 박 전 대통령 순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3차례 독대에서 “정유라를 잘 지원해 달라”고 말하고, 이에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을 부탁했는지 추궁할 계획이다. 당시 독대를 ‘뇌물 모의 현장’이 아닌 ‘권력에 기업이 강요당한 현장’이라고 주장하는 이 부회장 측도 박 전 대통령 증인 채택에 동의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박 전 대통령에겐 이미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재판의 증인 출석을 두 차례나 거부한 선례가 있다. 당시 건강 문제를 들어 불출석했던 박 전 대통령은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지난달 30일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도 어지럼증을 호소한 바 있다. ② 崔, 만성질환 호소… 재판 일정 변수 혹서기가 다가오면서 피고인들의 건강 상태는 재판 일정에 파행을 부를 변수로 급부상했다. 77세 고령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최순실씨 등이 만성질환에 따른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있다. 구속 재판의 경우 기소 뒤 1심 선고까지 최대 6개월 안에 선고해야 하는 촉박한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느라 법원 역시 집중심리를 이어갈 수밖에 없음을 파악한 피고인들은 검찰 쪽으로 공격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작성한 조서를 반복해 읽는 방식으로 증인을 신문하고 있어, 재판이 길어진다”고 주장했다. ③ 블랙리스트 선고, 朴 재판 영향 줄 듯 김 전 실장, 조윤선·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대상으로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가 심리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에선 3일 검찰 구형이 나온다. 선고는 이르면 이달 중순쯤으로 예상된다. 블랙리스트 작성·지원 배제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 중 하나로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선고 결과가 박 전 대통령 공판에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한·미 정상회담 결산] 사드 이견 없는 한·미, 절차적 정당성 ‘고삐’

    美 의회 등 반발 땐 갈등 재점화할 수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애초 우려와 달리 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관한 이견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향후 사드 배치는 우리 정부의 시간표에 따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文대통령, CSIS 연설서 “사드 배치, 한국 주권적 사안”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는 선에서 배치 절차 등 나머지 부분은 우리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초청 만찬 연설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의 주권적 사안이며, (이에 대해)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하는 것은 옳지 않고 부당한 일이기 때문에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는 문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해를 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정당한 법 절차를 지키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한·미 동맹의 발전에도 유익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軍, 조만간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 진행할 듯 현재 군 당국은 사드 부지 32만여㎡를 대상으로 적법 절차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초 국방부는 청문회가 필요 없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했지만 청와대가 지난달 진상조사 끝에 제동을 걸면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포함한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이해를 표하면서 조만간 군 당국은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향후 배치 과정에서 양국 간 갈등이 재점화될 소지는 여전히 있다. 지난해 7월 한·미 군 당국은 사드 배치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올해 말 실전 배치가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절차를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배치 과정이 해를 넘길 경우 미군과 미국 의회 등에서 다시 비슷한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현재 사드 발사대 6기 중 2기는 경북 성주 기지에 배치됐지만 나머지 4기는 미군기지에 보관 중이다.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워싱턴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獨 동성결혼 합법화되나…메르켈 “의원들 양심의 문제” 유연해진 태도

    獨 동성결혼 합법화되나…메르켈 “의원들 양심의 문제” 유연해진 태도

    독일에서 9월 총선 이후 동성결혼 합법화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집권 기독민주당-기독교사회당 연합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의원들이 ‘양심의 문제’로 향후 동성결혼 이슈를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동성결혼에 대한 법안이 연방하원에 상정될 경우, 기민-기사당 의원들이 당론과 무관하게 자유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기민-기사당 연합은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해왔다. 메르켈 총리도 이에 동조해왔지만, 4번째 연임이 걸린 총선을 앞두고 상당히 유연해진 모습이다. 메르켈 총리의 이러한 변화는 동성결혼 합법화가 9월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 급부상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9월 총선 결과에 따라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는 녹색당이 최근 동성결혼 합법화를 차기 연정 참여 전제로 삼은 데 이어, 기민-기사 연합의 최대 라이벌인 사회민주당 역시 이를 차기 연정 참여 전제로 내걸었다. 특히 사민당은 총선 후 100일 안에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며 구체적인 입법 시간표를 제시했다. 사민당 소속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은 최근 “동성결혼 합법화는 정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독일 내 여론도 동성결혼 합법화에 우호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독일 연방 반차별기구의 연구 결과, 독일인 83%가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지난 2001년 동반자등록법을 도입, 동성 커플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다만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은 기민-기사 연합의 반대로 연방 의회에 계류돼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쫄쫄 굶은 카타르에 당했다? 무슬림들은 어떻게 경기 준비하나

    쫄쫄 굶은 카타르에 당했다? 무슬림들은 어떻게 경기 준비하나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해임을 불러온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은 현지시간 밤 10시에 킥오프했다. 국내 팬들은 무더위를 피하려고 밤 늦게 열린 것 아닌가 싶겠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무슬림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라마단 금식 기간이기 때문이었다. 일출 전부터 일몰 후까지 한 끼도 챙겨 먹지 못하고 해가 진 뒤 약간의 식사를 해 이를 소화시키려면 밤 늦게 킥오프해야 하는 것이다. 세 끼를 모두 챙겨 먹은 대표팀 선수들은 종일 굶다가 해가 진 뒤 요기 수준으로 챙겨 먹은 카타르에게 2-3으로 지며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을 의미하며 올해는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24일까지다.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해가 진 뒤 이프타르와 해 뜨기 직전 수후르 두 끼를 챙겨 먹고 물도 마실 수 있다. 올해 라마단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과 겹쳐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무슬림 선수들이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호기심이 고개를 든다. 정말 그들은 쫄쫄 굶는 것일까?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어떤 노력을 할까? 종교당국은 승리를 기원하며 예외를 인정해주는 건 아닐까? 등등이다. 먼저 과거 사례부터 살펴보자. 2012 런던올림픽 때 에미리트연합(UAE) 선수들은 종교당국으로부터 경기일엔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 메수트 외칠(독일) 역시 예외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독일과 16강전을 벌인 알제리 선수들은 면제 허락을 받고서도 굶고 경기에 나섰다. 영국 BBC는 지난 13일 밤 11시(이하 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의 파이살 알후세이니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오만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019 UAE 아시안컵 예선 경기를 앞둔 팔레스타인 선수단의 준비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봐 눈길을 끈다. 이날 킥오프 시간은 원래 오후 9시 45분으로 정해졌다가 한 시간 미룬 뒤 다시 밤 11시로 확정됐다. 심야 경기에 관중을 유인하려고 팔레스타인축구협회는 무료 입장을 결정했고 서안지구 북쪽 끝과 남쪽 끝 주민들을 경기장으로 데려오느라 2시간 이상 걸렸다. 두 팀 선수단 모두 체력단련과 훈련을 밤 시간으로 옮겨 음식과 컨디션 조절을 위한 시간표를 조정해야 했다. 의사인 바데르 아?은 “선수들에게 해진 뒤 적어도 3리터의 물을 마시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아? 등 의료진은 이프타르에도 선수들이 음식을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모니터링한다. 흰쌀과 같은 탄수화물과 저단백, 곡물과 샐러드 등의 메뉴로 쉽게 소화되고 경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채우도록 한다. 때때로 코칭스태프는 해가 있는 동안 아무것도 안하는 선수들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기 위해 이프타르 한 시간 전에 체육관에 보내기도 한다. 아?은 “라마단 기간 너무 많이 자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밤 11시가 돼야 훈련을 시작했다. 호텔에 돌아가 얼음 목욕을 하거나 개인 트레이닝을 한 다음 새벽 2시 45분에 후수르를 들었다. 한국 대표팀을 한때 이끌었던 핌 베어벡(네덜란드) 오만 감독은 이전에 모로코의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경기를 했을 때도 라마단과 겹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물론 달라요. 하루 한 번 훈련하다가 두 번 훈련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죠. 저녁 훈련도 좋더군요. 경기를 위해 힘을 아껴야죠”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레딩의 골키퍼 알리 알합시는 오만 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데 새벽 3시 50분부터 저녁 7시 45분까지 이어지는 17시간 동안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기 때문에 심야시간 킥오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린 오슬로, 볼턴 원더러스, 위건 애슬레틱, 레딩 등 유럽에서만 14년을 보낸 그는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금식을 할지 안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데 그는 지난달 허더스필드와의 챔피언십(2부 리그) 플레이오프 때 딱 한 번 라마단 기간과 겹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금식하지는 않았다. 팔레스타인 선수 가운데 5명이 그곳 출신이 아니어서 더욱 복잡하다. 4명은 칠레 출신으로 모두 크리스천이며 자카 이흐베이셰흐는 슬로베니아 어머니와 팔레스타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이들은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플라자호텔에서 제공되는 아침과 점심을 먹는데 금식하는 선수들과 방을 함께 쓰지 않는다. 다른 무슬림 선수들이 허기, 갈증과 싸우는 반면 이들은 지루함과 씨름한다. 일부는 금식하는 선수들의 일정에 맞춰 아예 아침 일찍 잠들었다가 정오에 일어난다. 수후르는 호텔 가장 위층의 레스토랑에 차려지는데 선수들은 훈련, 얼음목욕, 헬스 등으로 시간을 보낸 것을 화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유대감을 키운다. 경기일에도 마찬가지였다. 1만 8000명을 수용하는 파이살 알후세이니 스타디움 관중석의 3분의 2를 채운 1만 1000여명의 관중 역시 금식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다. 조나산 칸틸라나는 킥오프 전에 도착하려고 출발했으나 야세르 핀투 이슬라메가 후반 36분 2-1로 달아나는 골을 터뜨리는 장면부터 봐야 했다. 맨오브더매치로 뽑힌 이슬라메는 “단식하는 선수들 때문에 훈련 일정도 조정했다. 코칭스태프는 환상적으로 해냈다. 경기에서 우리가 더 많이 뛰어다녔다”며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1200원이면 제주 한 바퀴… 시내버스 타고 여행 떠나요

    1200원이면 제주 한 바퀴… 시내버스 타고 여행 떠나요

    제주지역의 대중교통이 오는 8월 26일부터 전면 개편된다. 무려 30년 만이다. 교통난을 겪는 제주도민들과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개편의 목표다. 제주지역의 취약한 대중교통은 그동안 도민은 물론 여행객들에게 원성의 대상이었다. 이용자 편의를 외면한 불합리한 노선과 시내·외 구분 등 비싼 요금 등으로 도민들은 외면했고 여행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제주를 돌아다니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동안 대중교통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어 쏟아져 왔으나 예산과 의지 부족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대중교통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년간 대중교통 개편 준비에 매달려 왔다.15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역의 교통난 해소와 대중교통 편리성 확대를 위해 우선차로제 도입을 비롯해 환승센터 및 환승정류장 개선, 버스 증차 및 디자인 개선, 버스정보시스템 확충 및 시설 인프라의 획기적 개선 등을 시행한다. 급행버스 신설 및 노선개편, 버스요금체계 단일화, 환승할인 확대 등 운영시스템도 대폭 개선된다. 현재 동지역과 일부 읍면지역만 운행되던 시내버스를 도 전역으로 확대, 제주 전 지역에 단일버스 요금체계를 구축해 제주시에서 서귀포시까지 1200원(교통카드 사용 시 50원 할인)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환승할인 혜택도 하차태그 후 30분에서 40분으로 늘어난다. ●모든 버스에 무료 와이파이 제주국제공항을 기점으로 일주도로, 평화로, 번영로 등을 운행하는 급행버스 12개 노선을 신설, 제주 전역을 1시간 내외에 다닐 수 있게 된다. 요금은 2000원(20㎞까지), 5㎞당 추가요금 500원, 최대 4000원이다. 도는 이를 위해 버스도 현재 530대에서 797대로 267대 증차하고 모든 버스에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버스 이용이 한결 편리해진다. 급행버스는 빨간색, 간선버스는 파란색, 지선버스는 녹색, 관광지순환버스는 노란색으로 기능별로 디자인과 색상을 통일했다. 번호체계도 버스종류, 시·종점, 운행 지역별로 통일된 번호를 부여해 도민은 물론 여행객도 색상과 번호만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업체별로 무질서하게 이뤄지는 버스광고도 제한적으로 허용, 제주 이미지 개선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도는 버스우선차로 도입으로 출퇴근 시 교통체증을 빚는 제주시 중앙로(광양사거리~아라초교 2.7㎞)와 관광렌터카가 몰리는 공항로(공항입구~해태동산 0.8㎞)의 대중교통 운행 속도가 현행 시속 13.1㎞에서 23.7㎞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 노형로, 도형로, 동서관로(무수천 사거리~국립제주박물관 11.8㎞) 가변차로는 13.9㎞에서 18.3㎞로 향상될 것으로 예측한다. 환승체계 구축을 위해 읍·면 소재지 17곳 등 22곳에 추진 중인 읍면환승정류장 시설은 다음달 초까지 모두 마무리할 예정이다. 환승 정류장에는 안전조명 시설, 온열의자, 무료 와이파이 및 충전설비, 안심벨 등 전국 최고 수준의 편의시설을 확충한다.●버스 준공영제 도입… 공공성 확보 제주지역은 그동안 버스 업체별 수익성 위주의 노선운영으로 수익 과당경쟁과 적자노선 운행 기피, 노선조정 등에 곤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번 대중교통 개편 이후에는 수입금 공동관리와 표준운송원가에 의한 재정지원을 하는 준공영제를 도입, 노선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을 통한 서비스 수준 향상도 꾀하게 된다. 준공영제 도입을 위해 지난달 버스운송조합과 운수업체, 노조 등이 업무협약을 맺고 수입금 공동관리위원회를 구성, 8월 대중교통 개편 시점부터 본격 활동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 행정시별로 운영되는 공영버스는 51대에서 86대로 증차하고 지방공기업법 시행령의 ‘30대 이상 운송사업자의 경우 지방공기업 설립 의무화’ 규정에 따라 지방공기업으로 전환된다. 도는 공기업 전환 타당성 용역결과를 반영, 직영기업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조례 개정과 하반기 조직개편을 거쳐 내년 1월 지방공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버스 증차에 따라 공영 및 민영버스 운전원도 800명 채용해 일자리 확대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관광지 순환버스 새달부터 시범 운영 제주 대중교통 개편으로 여행객들도 편리하게 버스를 타고 제주를 여행할 수 있다. 제주 동·서부지역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2개 노선 16대의 관광지 순환 버스가 운행된다. 동부지역 관광지 순환 버스는 대천 환승센터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대천동사거리~세계자연유산센터~선녀와 나무꾼~다희연~알밤오름~동백동산 습지~한울랜드~메이즈랜드(미로공원)~비자림~다랑쉬오름~제주레일바이크~용눈이오름~당오름~아부오름~거슨세미오름~대천동사거리 45㎞를 순환한다. 서부지역 관광지 순환 버스는 동광 환승센터~신화역사공원~재주항공우주박물관~오설록티뮤지엄~유리의성~환상숲(곶자왈)~생각하는 정원~저지문화예술인마을~제주현대미술관~방림원~제주전쟁역사평화박물관~제주곶자왈도립공원~소인국테마파크~세계자동차박물관~헬로키티아일랜드~동광육거리 48㎞를 순환한다.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증 보유자를 대상으로 교통관광도우미를 시범 운영, 교통 및 관광 정보 제공과 함께 탑승객의 안전도우미 역할도 한다. 관광지 순환 버스는 다음달부터 시범 운영한다. 도는 이번에 개편되는 제주 전 지역 버스노선과 배차시간표를 확정한다. 확정된 노선은 안내책자, 모바일 웹, 학생용 포켓북 제작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할 계획이다. 카카오와 업무협약, 개편 노선은 물론 목적지까지 최단거리 검색 서비스도 제공해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우선차로제는 제주지역 최초로 도입되는 만큼 운전자 및 이용객의 혼란방지와 사고예방을 위해 일정 기간 시범운행을 거쳐 오는 8월 전면 개편 시행일에 맞춰 도입한다. 원 지사는 “내부 예산 개혁 등으로 대중교통 개선에 필요한 재원 확보에도 별 문제가 없는 등 제주 대중교통 개선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30여년 만에 대중교통 체계를 개선하는 만큼 예측되는 문제점과 시행 초기 혼란 최소화를 위해 교통관련 부서와 유관기관, 운송업계 등과 공동으로 꼼꼼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일은 善이다? 관념을 버려라

    일은 善이다? 관념을 버려라

    일하지 않을 권리/데이비드 프레인 지음/장상미 옮김/동녘/352쪽/1만 6000원‘지금은 아침 여덟 시입니다.(일터에서) 나올 때는 이미 어두워진 뒤일 겁니다. 태양은 오늘 당신을 위해 빛나지 않을 겁니다.’ 태양이 오늘 나를 비켜 간 기분. 종일 일터에서 에너지와 영혼을 탈탈 털리고 나면 누구나 이런 기분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1971년 이탈리아 영화 ‘천국으로 가는 노동계급’에 나오는 대사다. 삶의 다양성을 바닥내는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고 일 바깥에서 더욱 풍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이탈리아 자율주의 운동을 담은 영화는 일, 일, 일 끝에 소진된 지금 우리를 정확히 겨냥한 듯하다. 현대사회에서 일은 하나의 ‘종교’처럼 떠받들어진다. 처음 사람을 만나면 으레 따라붙는 “무슨 일 하세요?”란 질문은 일 바깥의 범주에 머무는 사람은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 그리고 일하기 원하는 사람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 이 정부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부”라는 영국 캐머런 총리의 2013년 연설은, 일하지 않는 사람은 주홍글씨로 낙인찍어 온 사회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구분 짓기는 마치 온전한 사람 대 미친 사람, 정상인 대 비정상인, 비위험인물 대 위험인물이란 이분법적 구도에 압도돼 왔다. 그렇다면 그렇게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고 난 우리에게 남는 건 뭘까. 황폐해진 영혼, 너덜너덜해진 육신만 기신기신 남아 있을 뿐이다. 노동시장은 개인의 창조성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실패한 일자리들로 무너진 지 오래다. 대량 실업, 일자리 부족, 저임금 노동 등으로 고용은 더이상 만족할 만한 소득이나 권리, 소속감을 얻는 원천이 되지도 못한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이런 현실을 낱낱이 해부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올바른 생활 방식이자 국가 번영을 위한 소명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어떻게 우리 삶을 망가뜨리고 개인에게 모멸감을 안기고 있는지 들려준다. 그리고 일 자체를 그만두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인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들의 시도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탐구한다. 사회는 일하지 않는 이들을 게으름뱅이, 식충이, 악인 취급을 하지만 저자가 만난 일에 저항한 사람들은 ‘놀려고’ 일을 그만둔 사람들이 아니었다. 망가진 몸을 회복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창조적으로 쓰기 위해 일을 거부하거나 줄인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을 “긴 잠에서 깨어난 결과”라고 말한다. 일을 그만두게 된 경로에는 일 자체가 주는 부정적 경험, 개인의 역량을 죽이는 관료주의의 득세, 의미 없는 관계 등이 수반됐다.이들은 ‘언제나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회의 주입식 요구에서 벗어나 이런 삶이 옳은지 깊이 성찰한다. 그리고 다른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삶을 재발견하면서 높은 열의와 자부심도 보인다. 시간표, 의무, 일과, 규정 등 타인이 정해 놓은 세계를 거부함으로써 진정한 자유와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저자는 “이들은 일을 거부하는 사람은 기피자나 게으름뱅이라는 낡고 오래된 고정관념을 넘어서게 해 준다”며 “창조성을 발휘하고 타인을 돕고 성공을 물질적 부나 사회적 지위 개념이 아니라 개인 역량을 개발할 기회로 보는 등 진정한 유익함에 이끌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에 저항하는 삶에 낙관만 흐르는 건 아니다. 저자 역시 일을 덜어낸 삶에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감상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일 윤리’가 굳건한 사회에서 일을 거부한 사람들은 새로운 감각과 기쁨을 누리기도 했지만 경제적 어려움, 고립과 모욕, 소외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경제적 성장이라는 원칙과 여가시간을 소비로 밀어 넣으려는 자본주의의 노력은 노동 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 방해하고 있다. 개인적 차원의 노력은 삶을 생산하고 소비하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우리를 해방시키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일에 대한 저항은 환경, 건강, 성 평등, 가족, 개인의 자율성, 재미를 위한 저항이기도 하다. 이는 일에 대한 재평가, 일과 여가, 부의 재분배를 위한 열린 토론으로 사회적, 정치적,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이유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위비, 더 쉽고 풍성해졌다..출시 2주년 맞아 업그레이드

    위비, 더 쉽고 풍성해졌다..출시 2주년 맞아 업그레이드

    우리은행이 모바일 플랫폼 위비뱅크 출시 2주년을 맞아 서비스를 대폭 개선했다. 우선 회원가입 절차가 휴대전화 번호와 계좌번호 인증으로 단순해졌다. 화면에 ‘마이메뉴’를 추가해 사용자가 원하는 항목을 선택해 담을 수도 있게 했다. 간편송금은 ‘드래그 앤 드롭’ 방식을 도입해 손가락으로 송금내역 이미지를 선택해 이동하기만 하면 된다. 해외여행 가계부, 대학생 강의시간표, 학점계산기, 과외홍보마당 등도 추가했다.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우대금리 혜택 제공 이벤트와 경품 이벤트도 진행한다. 위비뱅크를 통해 ‘위비모바일통장’을 개설한 고객에게는 3개월간 일잔액 최대 50만원까지 연1.0% 포인트 우대금리를 위비꿀머니로 지급하는 등 최대 연1.4%의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위비모바일대출 신규 고객에게는 연0.5% 포인트 금리우대 혜택을 위비꿀머니로 3개월간 제공한다.위비뱅크 신규서비스 화면 곳곳에 숨어있는 위비프렌즈 캐릭터를 찾거나, 우리은행 페이스북 계정에 댓글과 게시물을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총 800여명에게 위비프렌즈 캐릭터상품과 아이스크림 쿠폰을 제공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판자촌 출신 17세 家長 → 위기의 한국호 경제 사령탑으로

    상고 졸업 전 취업해 야간대학 15분 계획표… 입법·행시 합격 백혈병 장남 묻은 다음날 출근 “일자리로 계층 사다리 재건” 소신 서울 청계천의 무허가 판잣집을 전전하던 소년 가장이 40여년이 흘러 한국경제를 이끄는 실무 사령탑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김동연(60) 아주대 총장이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성공 스토리를 쓴 김 후보자의 인생역정을 5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판자촌 소년가장 1968년 11세 소년 김동연은 아버지를 여의었다. 충북 음성에서 상경해 미곡 도매상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33살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 할머니, 동생 셋과 함께 청계천 7가 무허가 판자촌으로 쫓겨나듯 이사했다. 그마저도 2년 뒤 마을이 철거되면서 경기 광주, 성남으로 강제 이주했다.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무대가 된 곳이다. 김 후보자는 가난한 수재들이 많이 간 덕수상고에 진학했다. 졸업 전인 17세에 한국신탁은행에 입사했다. 성과가 좋은데도 선임들에게 밀리기 일쑤였다. 은행에도 학벌이 존재했다.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우연히 은행 기숙사에서 옆방 선배가 쓰레기통에 버린 고시 관련 잡지를 읽었다. 새로운 꿈이 생겼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야간대학(국제대)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고시 공부를 했다. 15분 단위로 짠 시간표대로 살았다. 1982년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했다. 그러나 당장 가족의 생계가 급했던 그는 공무원 출근 전날까지 은행에 다녔다. ●계층이동 사다리 ‘개천에서 나온 용’에 비유되는 김 후보자는 그동안 계층 이동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사회적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기면서 계층이 굳어지는 것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신분 상승의 주요 수단이었던 교육이 오히려 신분과 부를 대물림하고 공고화하는 것을 특히 우려해 왔다. 김 후보자는 “없는 사람, 덜 배운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 사회적 이동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년들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소득 불평등을 낮추고 사회적 이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철학’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 ●선공후사(先公後私) 2013년 10월 10일 국무조정실장(장관) 시절 그는 원자력 발전 비리 종합대책을 TV 생중계로 발표했다. 백혈병을 앓다 끝내 하늘나라로 간 큰아들을 땅에 묻은 다음날이었다. 부고도 내지 않았고 부의금도 받지 않았다. 2년이 넘게 이어진 아들의 투병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포퓰리즘 파이터 2012년 4월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기재부는 여야 복지 공약의 소요 재원을 분석해 발표했다. 정치권의 예측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 현실성 없는 공약이라며 정면 비판을 가했다. 분석과 발표는 당시 재정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2차관이었던 김 후보자가 주도했다. 이 일로 기재부는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기관 경고 조치를 받았다. 김 후보자는 “재벌가 손자에게까지 정부가 보육비를 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에 그는 최초의 ‘예산통’ 경제수장이 되었다. ●걸리버 여행기·레미제라블 김 후보자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능하다. 고전 완역본 거듭 읽기가 취미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특히 좋아한다. 부하 직원들이나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 책이 걸리버 여행기다. 인간 본성과 정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을 통해 배울 것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충북 음성(60) ▲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건대 정책학 박사 ▲행정고시 26회 ▲경제기획원 예산실·경제기획국·대외경제조정실 ▲기획예산처 사회재정과장·재정정책기획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국정과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2차관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마지막 도전이 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나를 웃게 했다

    마지막 도전이 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나를 웃게 했다

    다음달 5~21일 올해 1491명을 선발하는 제1차 순경 공채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전국 64개 고사장에서 실시된 필기 시험에는 모두 6만 1091명이 응시원서를 제출해 40.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집 단위별 선발 인원을 살펴보면 일반공채 1221명(남 1100명·여 121명), 전의경경채 150명, 101경비단 120명이다. 일반공채 경쟁률은 남성 35.5대1, 여성 117대1로 집계됐다. 서울신문은 다가오는 순경 공채 시험 준비생들을 위해 지난해 31대1의 경쟁률을 뚫고 중앙경찰학교 291기 교육생이 된 합격자 3명으로부터 공부 방법, 생활 패턴 등 합격 전략을 들어 봤다.우리나라 경찰 공무원 11만 6674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지난해 처음 10%대로 진입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여경이 되려면 100대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남성에 비해 2~3배 정도 더 치열한 경쟁률이다. 지난해 12월 순경 공채로 선발된 김소연(30)씨는 합격하기까지 2년 3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김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합격의 밑거름이 됐다”며 웃었다. 대학에서 법·경찰행정학을 전공한 김씨는 졸업 후 은행권에 취직했다가 도피성 해외 연수 등 방황을 거듭했다. 수험 생활에 본격 돌입한 시기 김씨의 나이는 29살이었다.그는 자신의 합격 비결로 ‘나만의 시간표’를 꼽았다. “늦깎이 도전이다 보니 처음엔 다른 수험생들을 따라 무작정 공부시간을 확보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 부족에 시달렸고 공부 효율성은 떨어졌죠. 이후 제가 정신이 가장 맑은 시간대를 파악해 시간표를 다시 짰습니다.” 과목 별로 집중해야 할 포인트를 달리한 것도 김씨의 합격 비결 중 하나다. 그는 “경찰·수사학은 암기 위주인 반면 형법 및 형소법은 세부적인 내용까지 짚고 넘어가야 고득점을 할 수 있다”며 “형법은 필수 판례의 전체 내용을 알고 유추해야 하며, 새로운 판례는 수시로 익혀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2차 공채 면접 시험에는 상사와의 의견 충돌 시 해결 방안, 스트레스 해소법, 경찰의 다양한 입직 경로에 대한 생각, 경찰의 비효율적 업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경찰이 되기 위해 준비해 온 과정, 외국 경찰과 우리나라 경찰의 차이점 등이 나왔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을 향해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붙을 수 있을 것”이라며 “쉴 땐 푹 쉬고, 집중할 때는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하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간부후보(경위) 시험을 준비하다 순경 공채로 전환한 이준기(33)씨는 합격 비결을 묻자 “책, 시간, 과목 배당 점수 등 요소를 고려해 철저한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5개 수험과목 가운데 형소법·경찰학을 제외한 영어·한국사·형법 위주로 자신의 공부 방법을 설명했다. 이씨는 “영어는 문장 이해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단어 암기가 안 돼 있으면 해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1~2일에 한 번씩 30분간 텝스 단어집을 암기했다”며 “기출 문제는 실제 시험일에 임박한 시점에 풀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국사 시험의 특징은 다른 공무원시험에 비해 지엽적으로 출제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요약집으로 국사 연표 흐름을 외우되, 국정교과서 지문을 눈에 익혔다”며 “각 시대별 왕, 사건 순서를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법의 경우 각론은 단순히 외우는 방식으로도 문제를 풀 수 있지만, 총론은 내용 전반을 이해하지 못하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게 이씨의 표현이다. 그는 “이론을 숙지하고 판례에 적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에도 필기 시험에 합격했지만, 면접 준비와 어머니의 병 간호를 병행하다가 최종 면접에서 한 차례 낙방한 후 고된 시기를 보냈다는 이씨는 “당시 인터넷으로 면접 관련 자료만 찾아보고 실제로 다른 사람을 마주해 면접 시험을 보듯 연습을 한 적이 없었다”며 “면접 대비 때는 반드시 상대방에게 받은 질문에 답해 보는 연습을 해 볼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에서 경찰 시험 지원 동기, 2015년 면접에서 낙방한 이유, 수험 기간, 응시 횟수, 전공을 경찰 업무에 연계시킬 방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등의 질문을 받았다. 이씨는 “중앙경찰학교에 처음 입교해 훈련을 받을 때 기쁜 마음에 숨어서 울기도 했다”며 “온 힘을 다해 맡은 바 본분을 다하고, 위험 앞에 등 돌리지 않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단 8개월 만에 순경 공채 합격 문턱을 넘은 최성현(27)씨는 “한국사와 영어는 공통과목이라 원점수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수험 생활에 돌입 후 2개월 정도는 법 과목 말고 한국사, 영어 위주로 봤다”고 말했다. 지엽적으로 암기해야 하는 내용은 점심·저녁 식사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했다. 대신 주간에는 기본서와 요약집 암기를 반복해 모든 과목의 회독 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 최씨의 비결이다. 특히 최씨는 매일 오전 기상 후 아침 식사 전까지 1시간 30분 정도와 매 식사 후 30분씩 영어 문제 풀이와 단어 암기에 투자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독해집부터 국가직, 서울시, 지방직 등 다양한 공무원시험 영어 문제를 풀었다”며 “3월이 돼서야 시작한 형법은 첫 강의를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정도였지만 이해가 될 때까지 강의를 무한 반복해 들었다”고 했다. 최씨는 “필기 시험이 9월이었는데, 시험 두 달 전부터 점수가 가파르게 올라 기분 좋게 마무리한 과목”이었다며 “형사소송법 역시 매일 할당량을 충실히 공부해도 점수가 나오지 않다가, 문제 풀이양을 엄청나게 늘리면서 합격할 만한 점수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학개론은 외운 것도 금세 잊어버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휘발성이 강한 과목’이라 불린다”며 “강의를 듣기보다는 스스로 집중해서 공부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아베 “헌법에 자위대 명기… 합법화 내 시대 사명”

    헌법 9조 개정 언급은 자제하며 ‘교육 무상화’ 등 포함시켜 ‘물타기’ 北도발·中 갈등 빌미로 여론몰이 “2020년 개정 헌법의 시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겠다.” 전쟁 포기와 함께 교전권을 부인한 일본의 ‘평화헌법’이 시행 70주년을 맞은 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20년까지 헌법을 뜯어고쳐 새 헌법을 시행하겠다는 개헌 시간표를 내놓으면서 개헌 화두를 던졌다.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의 변신을 위해 헌법 개정을 추진해 온 아베 총리는 이날 보수 성향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와 개헌세력 집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 등에서 “도쿄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일본이 새롭게 태어나 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2020년을 새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초 집권 자민당의 당헌 개정으로 2020년까지 집권 길이 열린 상황에서 자신의 집권 중에 개헌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군대) 합헌화가 내 시대의 사명”이라며 자위대 관련 내용을 명시해 합법화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전과 달리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의 기존 내용을 그대로 놔두면서도 자위대 관련 기술을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쉬운 것부터 고쳐 나간다는 2단계 개헌론을 추진하겠다는 자세다. 평화헌법 조항 개정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상황에서 가능한 것부터 고치겠다는 전략이다. 아베 내각은 헌법 9조 개정 언급은 자제하면서 ‘교육 무상화’나 긴급사태 조항 신설 등 논란이 덜한 부분의 개헌을 강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대학까지 공짜로 교육시키겠다는 ‘무상화’ 이슈로 야권을 개헌 논의에 끌어들인 뒤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까지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에 대한 논란을 지적하면서 “북한 정세가 긴박해 안보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는 가운데 ‘위헌일지도 모르겠지만, 무슨 일 있으면 생명은 구해 달라’는 식은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 중국의 공격적인 해양 영유권 주장 등을 헌법 개정의 빌미로 들고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제1야당인 민진당 등 야당은 성명을 내고 “헌법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미사일 도발 등 한반도 주변 위기를 이용한 안보환경 불안감 강조 등 ‘북풍’(北風) 몰이로 개헌론이 점점 세를 불리고 있다. 3일 공개된 마이니치신문(4월 22·23일) 전화여론 조사에서 개헌 찬성론이 48%로 반대론(33%)보다 높았다. 마이니치신문의 지난해 조사에서는 개헌 찬성과 반대 여론이 각각 42%로 같았다. 1년 새 여론이 개헌 찬성으로 돌아선 셈이다. 동북아정세가 더 험악해진 지난 1년 새 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해야 한다는 의견이 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젊은층의 생각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이동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날 호헌파와 개헌파는 각각 도쿄 등에서 집회를 열고 세 확장을 모색했다. 이날 평화헌법을 지키자는 호헌 세력은 도쿄 고토구에서 5만 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헌법 개정 저지를 호소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용어 클릭] 헌법 9조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1항), ‘전항(1항)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2항)
  • [김일수의 樂山樂水] 정의와 시간의 문제

    [김일수의 樂山樂水] 정의와 시간의 문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고통의 바다에 가라앉고 세월호는 떠올라 뭍으로 나왔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갖가지 진실공방은 결국 사법적 정의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세월호를 둘러싼 진실공방도 사법과 정의의 문제로 돌아갈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에서 정의가 충족되지 않으면 사회는 불안한 항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적 책임을 따지고 그 책임에 상응한 제재를 논하는 자리에서 내놓은 어떤 사법적 결론이 보통 사람들의 정의감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 사회적 불화는 커지고 통합도 좌초될 공산이 크다.그런데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난제가 있다. 때에 맞는 정의와 때에 맞지 않는 정의의 문제이다. 흔히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진실과 정의, 형평과 공정을 중요시하는 사법절차에서도 간혹 재판의 신속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탄핵재판에서도 당사자들과 재판부 사이에서 일방 당사자의 지연전술이냐 의도를 가진 재판부의 졸속 진행이냐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사법 정의는 신속한 절차 속에서 신선할 수 있고, 신선할수록 그 향기가 더욱 높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법언이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증인들의 기억력도 생생한 맛을 잃어버릴 수 있어 오판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의 방어권을 위축시킬 정도로, 미리 정해 놓은 시간표에 짜 맞추려는 재판 태도는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고 당사자의 정의감에 상처를 줘 승복효과를 저감시킬 수 있다. 탄핵재판에서 재판장과 일부 재판관의 임기 만료를 고려해 재판부가 선고 일을 미리 예단하고 서두르는 인상을 준 것은 일부러 지연작전을 쓰는 것 같은 인상을 준 일방 당사자 측의 모습 못지않게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었다. 너무 늦은 정의의 범주에 넣을 일들이 우리 주위엔 실제 다양하기도 하고 또한 너무 많다. 선거사범들의 교묘한 지연술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산가족들의 교류와 서신 왕래, 생사 확인 등은 사실 촌음을 아껴 서둘러야 할 과제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정한을 풀어내는 노력도 그 밑에 시간과의 싸움이 가로놓여 있다. 그 밖에도 고령사회의 출현과 출산율 저하, 청년실업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필요를 채우는 사회정의의 실현도 때를 놓치면 안 될 사회적 난제들이다. 때를 놓친 정의 못지않게 너무 섣부른 정의실현 요구도 큰 문제이다. 너무 늦은 정의가 정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듯 너무 이른 정의도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나 법치주의가 내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회일수록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큰 반면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생략하거나 무시하고 조급하게 결실을 거두려고 하는 경향이 현저하다. 여기에 권력의 간계가 개입하거나 군중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아 민의를 대신해 인민재판이나 중세의 마녀재판 같은 폭력적 지배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성급하게 앞질러 가려는 정의 요구에 대해 스스로 절제하도록 더 큰 경종을 울려야 한다. 지체된 정의보다 섣부른 정의 요구가 진정한 정의의 실현에 더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출두하는 피의자들을 포토라인에 세우고 대답하기 힘든 질문 세례를 퍼붓는 광경은 체제의 적을 탄압하던 전체주의국가에서나 봄직한 구시대적인 현상처럼 보인다.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경계선에 서서 피의자와 여론전을 벌이는 수 싸움을 하는 광경도 문명국가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재판 중인 사건을 놓고 여론재판을 펴는 정당의 일상화된 모습들, 아우성과 혐오적인 피켓을 들고 광장에 모여 사법기관들을 농락하려드는 모습은 민주공화국을 입에 담는 시민문화의 모습일 수 없다. 대선 고지를 향해 뛰는 낯익은 얼굴들조차 거기에 끼어 있었다는 게 부끄럽게 느껴지는 현실의 단면이다. 재판이 개시되기도 전에 양형을 따지고 사면 운운하는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도 정의를 앞질러가려는 조급성의 표현이 아닐까 한다.
  • 안전지대 많게… 서대문구,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시설물 41곳 점검

    안전지대 많게… 서대문구,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시설물 41곳 점검

    서울 서대문구가 봄 새 학기를 맞아 어린이 안전을 위한 종합 대책을 시행한다. 안전하고 쾌적한 통학로 확보를 위해 이달 말까지 초등학교·유치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 총 41곳의 각종 안전 시설물을 점검, 정비한다고 8일 밝혔다. 횡단보도, 차로, 주차금지선, 옐로 카펫, 노면에 표시된 각종 문자·기호 등의 마모 상태, 위치 적합성, 식별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작업이다. 보호구역 내 모든 교통안전표지에 대해서는 파손이나 흔들림, 탈색, 흙먼지 오염 상태를 살핀다. 특히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신호등, 보행등, 잔여시간표시기 정상 작동 여부, 신호 시간 적정성, 과속방지턱, 미끄럼방지 포장, 안전난간, 반사경, 볼라드(길 말뚝) 파손 상태, 위치 등도 살핀다. 구 교통시설팀과 서대문경찰서, 학교별 녹색어머니회가 함께 참여한다. 이와 함께 구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지역의 18개 초등학교 주변의 불법 주정차 단속도 병행한다. 구청 직원과 사회복무요원 6명으로 3개 조를 편성, 이동식 단속카메라로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시간은 등하교 시간대인 오전 8∼9시, 정오∼오후 4시다. 초등학생들의 안전 의식과 재난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오는 4∼9월 중 지역의 9개 초등학교에서 ‘찾아가는 어린이 안전체험교실’도 개최한다. 1∼3학년 어린이들이 차량 안과 승하차 시 안전, 자전거 안전을 비롯해 지진·화재 등 재난안전 교육, 유괴·폭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체험 교육을 받는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어린이 행복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안전’을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군, 패트리엇 포대 전투대기 지시… 한·미·일 제재 공조

    군, 패트리엇 포대 전투대기 지시… 한·미·일 제재 공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의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북한은 어떠한 외적인 상황이 있더라도 핵무기의 투발(운반)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한 장관의 이 같은 답변은 북한이 국제사회가 경악하는 ‘김정남 독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사면초가’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북한이 자신들의 핵 개발 시간표대로 차곡차곡 추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질문에서도 “항상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사항이기 때문에 외교당국에서도 국제사회를 통한 외교적 조치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혔다. 앞서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군사적·비군사적 조치를 이행, 정부의 대북 제재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북한의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패트리엇 포대의 전투대기를 지시하는 한편 탄도미사일 탐지자산의 추가 운용을 준비하고 ISR(정보·감시·정찰) 자산의 운용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심리전 방송을 강화해 북한의 도발행위를 규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8일 한·미·일 차관보급 화상회의를 열어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후 28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 46발을 발사했다. 이날 오전 7시 34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4발은 우리 군의 세종대왕함과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에서 오전 7시 36분 최초로 포착했다. 이후 동해상으로 1000 ㎞가량 비행한 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동쪽 300여㎞ 지점 해상에 낙하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경기대, 성희롱·성차별 발언 교수 수업 철회…늑장 대처 비판

    경기대, 성희롱·성차별 발언 교수 수업 철회…늑장 대처 비판

    경기대가 “남자는 여자에게 돈을 대주고 여자는 남자의 종이 되는 것” 등의 성희롱·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됐던 교수의 강의를 개강 직전 철회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가 국가인권위의 공문을 받고서야 ‘늑장 대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28일 경기대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모학과 A교수는 성희롱 및 성차별 발언 등으로 학내 감사팀과 양성평등위원회 조사를 받는 중이다. 지난해 말, 해당 학과 일부 재학생들은 그동안 A교수의 성희롱 발언 등으로 피해를 봤다면서 그의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과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 자체 설문조사 결과 등을 학교에 제출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A교수는 수업시간에 “여자는 무기가 많다. 하이힐로 남자 ○○(중요부위) 때리고 속 썩이면 눈과 코를 찌르는 등 표현이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돈을 대주고, 여자는 남자의 종이 되는 것이다” 등의 성희롱 및 성차별 발언을 했다. 한 재학생은 “교수가 언제는 뽀뽀 안 해봤으면 손을 들어보라더니 ‘뽀뽀도 안 했으면 수업에서 나가라고 하려고’라고 했다”면서 “여자는 시집이나 잘 가면 된다. 뭣 하러 취직하려 하냐. (나이를 묻고선) 곧 있으면 가치가 없다. 아무도 안 데려가니깐 빨리 시집이나 가라‘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수업 중 A교수로부터 성희롱 및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다는 응답자는 76명 중 69명으로 90%에 달했다. 학교는 이 같은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도 올해 1학기 전공 및 교양 수업에 A교수를 배정했다. 현재 2차 수강신청까지 모두 마감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학교 관계자는 “방학에 해외에 있던 교수 스케줄 때문에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징계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수업에서 제외하는 건 교원 지위 관련 규정을 침해할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학내 양성평등위원회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A교수를 수업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방학 동안 A교수에 대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다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학생들의 수업권 보호를 위한 조치 여부’ 공문을 전달받고 나서야 A교수를 수업에서 제외했다고 비판했다. 한 재학생은 “교수의 비교육적인 행태를 알릴 당시만 해도 학교의 신속한 대처를 기대했으나 이번 강의시간표에서 A교수의 이름을 확인하고 당혹스러웠다”면서 “늦게나마 교수가 수업에서 빠져 다행이지만, 수강신청 때 A 교수 이름을 확인한 학생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면서 학교가 애초부터 학생들을 배려할 수 없었는지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A교수는 학생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국가인권위 등) 국가기관 조사 등에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학교 측에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손사탐 시절 연수입 50억…10대 때 청강한 청년들에 20년 만에 ‘빚’ 갚게 됐죠

    [단독]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손사탐 시절 연수입 50억…10대 때 청강한 청년들에 20년 만에 ‘빚’ 갚게 됐죠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보내던 1997~1998년. ‘손사탐’(손 선생 사회탐구)의 제자들은 맨날 학원 책상에 ‘박찬호 연봉 vs 손사탐 연봉’을 적어 놓고 비교를 하곤 했다. “아! 손사탐이 더 버네. 돼지 아냐. 그렇게 돈 많이 벌어서 뭐할 거야.” 이런 비아냥거리는 낙서도 종종 발견됐다.‘손사탐’ 손주은(56) 메가스터디 그룹 회장은 당시 오프라인 학원 강사료로만 한 달에 4억원을 벌었다. 여기에 교재비까지 더하면 연간 수입이 50억원에 달했다. 보통 월급쟁이들은 평생 만져볼 수조차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손 회장은 이렇게 번 돈을 토대로 2000년 교육기업 메가스터디를 설립했다. 메가스터디 그룹은 시가총액이 한때 2조 5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손 회장은 항상 빚진 기분이었다고 했다. “워낙 돈을 쉽게 벌었으니 학생들한테 일부는 환원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인생이 생각대로 잘 안 돼서 이걸 그냥 가지고 죽으면 안 되겠다고….” 2015년 말에 구체적인 결심을 한 그는 지난해 10월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했던 약속을 20년 만에 실행한 거죠. 이제 빚을 갚았다는 느낌에 홀가분해요.” 그래서인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메가스터티교육 본사에서 만난 손 회장은 표정이 유달리 밝아 보였다.→청년 창업을 위한 재단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애초에는 청년 창업보다는 인재 양성을 위한 재단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요즘 30대가 너무 힘들어합니다. 과거 10대 때 제 수업을 듣던 애들이죠. 당시 제가 “공부가 너희를 구원할 거다”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구원이 안 됐어요. 한국이 지금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들어온 상태에서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건 결국 청년들이 힘을 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생각에서 청년 창업 지원 쪽으로 생각을 바꿨죠. →재단 이름 윤민은 무슨 뜻인가요. -아까 회의실에서 보셨겠지만, 관동별곡에 나오는 한 구절이 벽 액자에 걸려 있어요. ‘음애(陰崖)에 이온 풀을 다 살와내여사라’. ‘그늘진 벼랑에 시든 풀을 다 살려내라’, 즉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기업을 만들면 이런 정신을 가져야겠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이걸 두 자로 줄이면 윤택할 윤(潤), 백성 민(民), 윤민입니다. 1992년 교통사고로 먼저 간 딸 이름이에요. 집사람은 1991년 같은 교통사고로 먼저 숨진 아들 이름(광욱)에서도 한 글자를 따서 ‘광윤’으로 하자고 했는데,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들을 것 같아 그냥 윤민으로 했어요. 회사가 더 커지면 이름을 ‘윤민그룹’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 단계로 가기는 어려워졌고…. →25일까지 첫 지원을 받는데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요. -시도를 하나도 안 하면 0이지만, 한번 시도를 해 보면 언젠가 자기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큰 걸 만들 수 있어요. 여기에서는 꼭 해서 성공하라는 건 아닙니다. 그건 벤처캐피탈이 하는 거고. 우리도 벤처캐피탈을 갖고 있는데 대상을 찾을 때 성공할 애들을 찾아요. 그러면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는 사람만이 벤처캐피탈 지원을 받죠. 그보다 낮은 단계는 과감하게 시도조차 해보기 어려워요. “일단 원서를 내 봐라. 도전을 해 봐라. 실패도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한 300팀 정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0팀을 뽑습니다. →재원은 얼마인가요. -300억원을 출연합니다. 지난해 100억원, 올해와 내년 100억원씩이죠. 첫해엔 부동산 63억원, 현금 37억원을 출연하고 올해와 내년은 현금으로 지원합니다. 처음에는 400억원을 생각했는데 막상 딱 내는 순간에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100억원을 또 깎게 되더라고요. 실제 사람 심리가…. 이사장은 숙대 법대의 성민섭 교수님이 맡아 주셨어요. →이미 장학 사업을 하고 있지 않나요. -기존에 메가스터디가 학생들한테 올해까지 350억원 가까이를 지원했죠. 그거 말고도 여러 대학을 중심으로 기부활동을 해 왔어요. 특히 모교인 서울대 인문대에는 ‘손주은 인문학 장학금’이라 해서 인문학 후세대 양성을 위해 연간 1억원 가까이 계속 내왔는데 앞으로 그 부분을 이 재단에서 일부 담당하려고 해요. →기업인들이 재단을 재산 증여 등 관리 목적으로 설립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런 거 전혀 아닙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그런 게 절대 아닐 거라는 걸 압니다. 늘 얘기했듯이 다른 직업에 비해 한국 사교육 종사자들, 그중 스타 강사는 너무 쉽게 돈을 많이 벌었어요. 사교육이 하나의 열풍이었잖아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손사탐 시절에는 특히 그랬죠. 제가 1997~1998년 대중강의를 처음 시작하고 나서 한 5개월 만에 학생 2000명이 20개반에 몰렸어요. 한 반에 100명씩 쭉 줄을 서서 등록했죠. 1998년부터는 한 교실에 250명으로 늘려도 줄이 끝도 잘 안 보여요 .그걸 20개반을 하니 월 5000명, 게다가 저는 최고의 스타 강사니까 5대5 배분 비율이 깨지죠. 강사가 절대 강자니까 7대3(수입을 강사가 70%, 학원이 30%로 가져가는 것)까지 갔어요. 그래도 학원은 많이 남으니까. 엄청난 돈을 벌었죠.→외환위기 직후니 더 많아 보였겠네요. -그냥 돈 많이 번다가 아니고 노력에 비해 훨씬 큰 소득이죠. 예를 들어 그 당시 했던 16주 강의는 48만원을 받았는데. 그러면 저는 250명을 넣고 어떤 선생님은 10명도 못 넣었어요. 당장 25배 차이가 나잖아요. 그런데 25배가 아니죠. 그분은 배분을 5대5. 저는 7대3. 30배 이상, 한 40배 차이가 나잖아요. 어떤 선생님은 한 시간 강의하면 시간당 2만~3만원 정도가 평균가라면, 저는 한 시간에 100만~150만원. 하루 평균 9시간 강의를 했는데 하루 소득이 1000만원을 넘었어요. 분명 같은 노력에 비해 과도한 수입이죠. 그래서 그때부터 저는 두 가지 원칙을 정했어요. 하나는 정직하게 소득 신고를 해서 세금을 정확하게 내자. 그게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으니. 그래서 지금까지 소득세, 양도소득세, 토지보유세 등 이래저래 낸 세금이 500억원 가까이 돼요. 또 하나는 어려서부터 갖고 있던 청교도 윤리에 따라 양심적으로 할 수 있는 기부활동을 했어요. 그걸 드러낸다는 건 나를 파는 것밖에 안 되니 모르게 했죠. →그래서 ‘깨끗한 장사꾼’을 모토로 삼은 건가요. -제가 서른여섯 살 때 10년간 사교육으로 번 돈을 접고 사립학교 하나 사서 이사장이 되려고 했어요. ‘사농공상’이라는 신분의식이 숨어 있었던 거죠. 제가 대학생들한테 강연 중에도 말하는데 생산력이 엄청 올라간 사회에서는 이 질서는 거꾸로 돼야 한다. ‘상공농사, 상자지천하대본’이다. 기업 하는 사람들, 장사하는 사람이 사회 주도층이 돼야 한다. 법률가 등이 사회 지도층이 되는 게 옳지 않다. 지금 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에너지와 원리는 기업이다라고요. 근데 내가 고작 강의 팔아서 하니까 나 보고 장사꾼이라고 욕을 할 거니까 장사꾼이라고 하자. 대신 깨끗하게 하자. 이런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저 스스로 ‘깨끗한 장사꾼’이라고 안 합니다. ‘깨끗한 기업인’이라고 합니다. →안철수 캠프를 도와주면서 정치를 할 거라는 말도 나옵니다. -아닙니다. 교육 관련 해서 조언만 해 준 것 뿐이에요. 안 의원과의 인연은 10년 전 손학규씨를 대신해 메신저 역할을 하기 위해 만나서 시작됐어요. 지난해 두 번째 만남을 가졌죠. 당시 입장(기업인으로 특정 정파를 지원하지 않는다는)을 분명히 밝혔어요. 이후 지난해 안 의원 쪽에서 교육 관련 대담을 하자고 했고 그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게 전부입니다. 무슨 캠프에 들어가거나 정치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정치는 인생 자체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통일주체국민회의 때와 경남 도의원 등 네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제가 직접 선거캠프에서 도와준 적이 있어 정치 세계를 잘 압니다. 더구나 저는 정치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사교육에서 돈을 번 사람이 정치하겠다고 하면 후안무치죠.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교육정책에 대해서 제언을 한다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입시를 바꾸는 게 현실적인 하나의 대안으로서는 맞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에요. 교실이 다 바뀌어야 해요. 한 교실에 애들을 다 집어넣고 수업을 한다는 건 근대 시민사회 초기에 있던 모형 아닙니까. 어느 정도 수준의 보편적 지식과 기능을 만들기 위해선 효율적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지식은 세상에 널려 있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또 그걸 가지고 실제 도전해 보고 체험해 보고 이런 작업들이 중요한 시대에 왔어요. 시간표 짜서 선생이 들어오는 이런 교실을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봐요. 입시 제도를 백날 바꿔서 되는 게 아니고 근본적인 교실 혁명이 있어야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교육 대전환이 가능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교육의 패러다임은 어떤 건가요. -완전히 깨부수어야 하는데 국민들은 일종의 의식의 지체에 빠져 있어요. 아직도 대학 잘 가서 우리 애가 성공하는 것, 아주 우수하면 의사 되는 것, 그다음으로 우수하면 로스쿨 가서 변호사 되는 것 아니면 교사가 되거나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 들어가거나…. 그런 질서의 세상이 얼마 안 남았는데 부모들은 아직도 이렇게 생각해요.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죠. 30년간 고도 압축 성장을 하면서 계속 해마다 나아지는 삶을 살았던 유례없는 경험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세상이 아니잖아요. 명문대 나와도 취직이 안 되고, 취직이 돼도 임금에 한계가 있고 위로 올라가면 층층이 쌓여 있고. 로스쿨 나와서 변호사 돼도 몇 개 대형 로펌 외에는 답이 전혀 없어요. 더구나 지금까지 교육은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주로 했어요. 옛날에는 이기고 나면 뭔가 소득이 있었죠. 지금은 경쟁에서 이겼는데도 ‘헬조선’이라고 얘기합니다. 이런 교육을 하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교육의 본질에 기초한 비즈니스가 뭔지 요즘 고민하고 있어요.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노량진이 공무원시장이잖아요. 공무원 학원도 있고 입시 학원도 있고. 거기에서 저희도 오피스텔 이런 걸 지어 분양해서 성공도 했지만, 학생들한테 입시를 계속 팔고 있거든요. 노량진을 보면 세계에서 20대 인구 비율이 1등인 곳입니다. 군대 같은 특수한 곳 빼고는 일반인이 사는 곳 중에서는 유일할 겁니다. 그런데 많은 공무원 학원들은 “너희가 공무원 되면 안정된 미래가 열릴 거다” 이러잖아요. 실상은 2~3년 어두운 인생의 터널을 지나서 패배의 상처를 안고 가는, 젊음이 썩어 들어가는 공간이잖아요. 비극이죠. 그래서 우리는 이 젊은이들에게 삶이 그렇게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면서 ‘힐링’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요. 연내 노량진에서, 시험에 찌들어 사는 젊은이들에게 작은 빛을 줄 수 있는 시도를 하나 할 겁니다. →오래전부터 “사교육은 끝났다”는 말을 해 왔는데. -사교육업체들도 2000년대 후반 2010년쯤 와서 “어 세상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사교육 시장이 끝났다”는 얘기를 하고 다닌 지 7~8년쯤 됐죠. 실제로 끝났고 일종의 잔불이 남아 있는 걸로 보는데.그런 비판을 해 오다가 최근에 얻은 영감은, 일본 도쿄에 가면 ‘쓰타야’라는 서점이 있거든요. 마스다 무네아키라는 분이 쓴 ‘지적자본론’에 나오는 얘긴데요. 서점은 다 망한다고 했어요. 당연히 인터넷 서점으로 가고 있으니. 그런데 이분이 거꾸로 서점수를 일본 전역에 1440개로, 회원수는 5000만명으로 늘렸어요. 연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 내는 신화적인 일본의 오프라인 서점으로 성장시켰죠. 이분이 하는 말이 서점은 서적을 팔면 망한다고 합니다. 그럼 뭘 팔아야 되냐. 책 안에 들어 있는 새로운 삶의 양식, 철학, 행복 등 여러 가지를 팔아야 한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직원들에게 “사교육업체가 사교육을 팔면 틀림없이 망한다”고 해요. →그러면 사교육업체는 뭘 팔아야 하나요.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인 더 나은 삶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이걸 팔아야만 진정한 교육 기업이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교육에 대해선 지금도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소비를 하고 있거든요. 사람들이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당장 우리 애 성적이 안 나오니 한다, 이런 생각으로…. 이런 소비는 오래가지 않아요. 그런데 교육 기업이 우리한테 행복을 줬다고 생각하면, 행복을 팔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미래 지향적인 가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자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이 뭐냐. 그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김성수 산업부장 sskim@seoul.co.kr ■프로필 ▲1961년 경남 창원 출생 ▲부산 동성고 졸업(1979년)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1987년) ▲2000~2010년 메가스터디 대표이사 사장 겸 이사회 의장 ▲2007년 코스닥 상장법인협의회 이사 ▲2010~2014년 메가스터디 대표이사 회장 겸 이사회 의장 ▲2014년~현재 메가스터디그룹 회장 겸 메가스터디 이사회 의장 ▲2015년~현재 메가스터디교육 이사회 의장 ▲2016년~현재 윤민창의투자재단(이사장 성민섭)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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