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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를 부탁해’가 20년째 사랑받는 이유? 같은 듯 다른 두 여자의 연대·돌봄 덕분이죠

    ‘고양이를 부탁해’가 20년째 사랑받는 이유? 같은 듯 다른 두 여자의 연대·돌봄 덕분이죠

    오는 10월 개막하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뽑은 ‘여성 감독이 만든 최고의 아시아 영화’ 7위. 2001년 관객들이 주도한 다시 보기 운동 ‘와라나고’(‘와이키키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의 하나였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가 개봉 20주년을 맞았다. 26일 시작한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영화를 다시 선보인다. 영화는 어디든 가고 싶은 자유로운 영혼 태희(배두나 분), 커리어우먼의 야심을 키우는 혜주(이요원 분), 조용한 듯 그림을 잘 그리는 지영(옥지영 분) 등 밀레니엄 시기 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단짝 친구들의 스무 살을 그린다. 영화와 함께 데뷔 20주년을 맞은 정재은 감독과 영화 저널리스트이자 특별전을 기획한 김현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은 어떻게 기획됐나요. 김 최근 몇 년 동안 2000년대 초반의 한국 영화들을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왜 ‘고양이를 부탁해’는 없었을까’ 생각해 보면 여성 영화이기 때문에 뒤로 밀려난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 개봉 20주년을 맞아 영화제도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었고요. 20주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화질과 컨디션으로 관객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염원이 저와 영화제, 감독님에게 당연히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의 판권을 갖고 있는 제작사 바른손이엔에이, 블루레이 전문 브랜드인 플레인아카이브와 블루레이 제작까지를 목표로 협업하게 됐습니다. 정 현재는 필름으로 상영할 수 있는 극장 자체가 별로 없어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김 프로그래머가 이 작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정말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어요. 왜냐하면 필름 시대의 영화감독에게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이라는 건, 영화의 생명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DVD나 비디오는 굉장히 압축된 형태의 영상과 사운드이기 때문에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서 보면 약간 아쉽죠. 이번 작업을 통해서 필름에 남아 있는 먼지도 많이 닦아내고, 흔들리는 것도 잡고, 색감도 조금 더 풍부하게 디테일을 살렸어요. 저한테는 이후 세대들과 이 영화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였죠. 김 영화에 다시 호흡을 부여했다는 느낌이에요. DCP(디지털 시네마 패키지) 최종 검수할 때 봤는데, 약간 눈물이 날 뻔했어요. 너무 감격해서. 시간의 더께가 보이는 필름의 물질성 위에, 묘하게 선명한 현재성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영화제에서 ‘고양이를 부탁해’는 예매 시작 20초 만에 매진이 됐습니다. 요즘의 MZ세대는 영화를 두고 페미니즘적 비평을 시도하기도 하는데요. 20년 세월을 넘어서도 ‘고양이를 부탁해’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 여성의 삶을 이렇게까지 면밀하고 세밀하게 각인한 영화 자체가 없었던 거 같아요. 지금까지도요. 20대 초반 여성들 삶의 면면을 너무나 상세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그게 어떤 구호나 운동처럼 보이는 거 같고요. 특히나 ‘고양이를 부탁해’는 다른 어떤 영화도 다루지 않는 노동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친구들의 우정과 균열, 또 한 번의 결속과 함께 저변에 여성들의 노동 풍경을 그리고 있거든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장면은, 태희가 지영이를 찾아가서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데 (인천) 바닷가 근처에서 일하는 분들의 모습이 보여요. 그리고 같이 도시락 공장 앞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데 카메라는 이미 선행돼서 공장 안으로 들어가 있어요. 이런 것들을 배경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얘기가 영화 전반에 켜켜이 쌓여 있거든요. 그리고 IMF 시대의 근심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스무 살 여성들은 배제된 듯이, 그런 불안을 느낄 자격도 없다는 듯이 주체로부터 밀려나 있었거든요. 극 중 태희의 대사처럼 “배 타고 싶어요” 하면 “유람선 아니야”라는 답을 듣는 식이죠. 이들한테는 시급한 문제인데, 세상은 이걸 굉장히 한가하고 유치한 것으로 바라봐요. 그런 걸 이렇게 찌르듯이 말하는 영화는 없었던 거 같아요. 정 부끄럽네요(웃음).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는 아무도 그런 부분들을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런 식의 풍경을 영화를 통해서 보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한테는 좀 낯선 영화였던 거 같고요. 제가 다시 보며 느낀 건 태희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속이 깊고, 그가 지키고 있는 가치가 아름답다는 거예요. 이 사람의 고민은 자기한테만 향해 있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타인을 향해서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고 뻗어나가거든요. 여기 이곳에 머물러 폐쇄된 마음이 아니라 개방된 태도로 뚫고 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그게 결국은 여성들, 친구나 엄마에 대한 애정 등을 포괄하는 거 같거든요.김 방금 말씀하신 부분들이 시대를 앞서간 부분 같아요. 개봉 당시에는 태희를 엉뚱하게만 표현하는 문장들이 많았는데, 지금 세대가 볼 때는 자신들이 이상향으로 삼는 삶의 가치를 가지는 거죠. 절묘하게 저희 이번 영화제 슬로건이 ‘돌보다, 돌아보다’인데요. 태희가 그래요. 정 그러네요. -정 감독님이 데뷔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변영주, 박찬옥 같은 여러 여성 감독들이 등장했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주춤했다가 최근 들어서는 김보라, 윤단비 같은 신예 감독들이 다시 약진하고 있어요. 정 ‘너무 기쁘고, 다행이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긴 해요. 많은 여성 감독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걸 보면서 예전부터 했던 생각이 있는데요. 영화 판에서 사라지는 감독들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어떻게 하면 사라지지 않을까’를 제일 많이 고민했어요. 저는 이제 흥행을 안 해도 좋고 어쨌든 끝까지, 나이가 더 들어서도 영화감독이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싶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었어요. 제가 극영화만 바라보지 않고 다큐멘터리 같은 다른 작업을 한 것도 그런 전략에서 왔던 거 같아요.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건 작품들을 통해서 여성 감독의 다양한 세계를 보면서 관객들, 팬들이 생기는 게 현실화되는 거예요. 많은 여성 감독들이 두 번째, 세 번째 영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 어떤 현실적인 선택들을 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생존의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여성 감독들이 등장 이후에 어떻게 버텨나가는지, 어떻게 몇 편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드는지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김 2000년대만 해도 한국영화가 장르도 다양해지고 예술영화를 만드는 작가주의 감독들이 상업영화 쪽에서 활동을 했어요. 굉장히 새로운 물결이었죠. 그런데 2010년대부터는 스릴러나 블록버스터, 액션 같은 장르가 유행하면서 남성적 시선의 영화들이 많아졌었어요. 여성 영화들도 나오긴 했지만 대체로 피해자의 모습이거나 전통적인 남성 캐릭터를 여성주의를 의식해 성별만 바꾼 작품들이 많았죠. 그러다가 독립영화 진영에서 김보라, 윤단비, 김초희 같은 감독이 나오게 된 거죠. 이들 영화가 입소문이 나면서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저변이 확장된 상황은 반가워요.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독립영화 안에서 여성영화들이 나오다 보니까, 정 감독님 영화처럼 찬찬히 여성 서사를 얘기하는 영화들이 많아졌다는 거죠. 상업영화가 아니라, 독립영화라서 가능한 결들이 있거든요. 여성을 단순히 기능적, 도구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여자 얘기를 하는 거죠. 저 역시 이러한 영화들이 가져온 영향으로 첫 작품을 찍을 수 있었어요.(김 프로그래머는 지난해 단편 영화 ‘파란’을 연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 후보에 올랐다.) ‘이렇게 작은 이야기도 영화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 준 해였던 거 같아요. -20년 안팎의 세월 동안 영화하는 사람으로 사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정 사람마다 영화를 만드는 여러 목표가 있겠죠. 즐겁고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 한 방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복권 당첨처럼 흥행을 목표로 만드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어떤 게 낫고,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영화라는 게 그렇게 비좁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제게는 영화가 이야기를 던지는 방식이에요. 말과 글이 아닌 인물들을 선택해서, 그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김 저도 감독님과 비슷한 게, 기사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영화도 찍어 봤잖아요. 그중 가장 직접적이지 않은 방식이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작은 우주를 만들어 놓고,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은근히 전하는 게 매우 편안하고 잘 맞더라고요. 제가 쓴 대사를 누군가 그 캐릭터의 옷을 입고, 자기 말로 표현하는 것에 소름이 돋을 만큼 기뻤고요. 촬영, 조명, 사운드 등 여러 분야 스태프들의 전문성과 창의력이 더해진다는 것도 너무 좋아요. 그래서 그들에게 일할 수 있는 장을 주고, 지금은 독립 영화를 만들지만 어엿한 예산이 있는 감독이 된다면 일자리 창출도 되니까요. ‘고양이를 부탁해’의 엔딩은 집을 나온 태희와 지영이 새로운 출발을 함께 도모하는 것이다. 여성 노숙자를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사람”으로 인식하는 태희와 “그게 자유로운 거냐”고 일축하는 지영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을 하나로 모은 힘은 무엇이었을까. 정 감독은 지영에게 태희가 내민 ‘악수’ 이야기를 했다. “남성 캐릭터들이라면 포옹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건 악수였어요.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손 내미는 걸 받아서 친구가 되는 것도 어렵거든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은 모두 가족에 기반하는데 거기서 나와 같이 가고자 하는 친구를 찾는 것, 그게 삶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이를 김 프로그래머는 ‘적정한 거리’라고 얘기했다. “저는 둘이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또 같다고 봐요. 생의 경험이 완벽하게 같진 않지만 여성으로서 가지는 정체성은 비슷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교차해서 만들어 낸 연대라고 생각했고요. 여성으로서 우리가 페미니즘을 외칠 수 있는 이유도 여성이라는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다르잖아요. 그걸 인식하고 있으면, 잘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 “시설에서 나오니 자유 생겨… 용돈 설계하고 자립심 길러요”

    “시설에서 나오니 자유 생겨… 용돈 설계하고 자립심 길러요”

    ‘자립’. 사람은 태어나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스스로 살아갈 터전을 마련하고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삶의 통과의례가 발달장애인에겐 순탄치 않을 수 있다. 특히 장애가 심한 발달장애인들은 가족이나 활동보조인에게 24시간 도움을 받아야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애초에 탈시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구조적으로 장애인의 인권과 자유 등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시설의 태생적 한계가 너무 분명해서다. 뙤약볕 내리쬐던 지난달 30일 중증발달장애인들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마련한 컨테이터 농성장 옥상에 올라갔다. 이들은 2일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기에 앞서 탈시설에 대한 정의를 법률에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탈시설 정책은 장애인단체가 10여년간 추진해 온 숙원이다. 서울신문이 1일에 만난 발달장애인과 부모, 활동가들은 장애인들이 시설이라는 감옥에서 해방돼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설서 해방돼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야” “자유롭고 좋아요. 시설에선 간섭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지금은 자유가 생겼습니다. 돈을 모을 수도 있고 용돈 설계도 하고 자립심도 기를 수 있어요. 특히 가장 좋아하는 수박과 딸기 바나나를 먹고 싶을 때 사 먹을 수 있어요.” 지난달 20일 서울 관악구에 사는 중증발달장애인 이용찬(52)씨는 느리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장애인 시설에서 나와 ‘발달장애인 지원주택’인 이곳에 자리잡았다. 기초생활수급비 30만원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주4일 하루 5시간씩 일해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활을 꾸린다. 한 달 생활비는 대략 120만원 남짓.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누나는 미국에 살고 있어 혼자 살 수밖에 없는 그는 시설에서 나와 행복하다고 했다. 이씨가 시설에서 보낸 시간은 대략 30년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를 제외하고는 시설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김씨가 기억하는 시설에서의 시간은 유쾌하지 않다. 이씨가 현재 사는 거실 정도 크기의 방에서 10명이 생활했고 어디를 가든 감시당할 수밖에 없었다. 힘의 논리에 따라 강한 이들이 음식을 독차지했고 무엇 하나 이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에 반해 자립한 지금의 삶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활동지원가가 매일 8시간 집에 찾아와 식사나 청소를 도와주고 은행 업무를 비롯해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땐 함께 가 준다.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집 근처 하천을 산책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바로 만날 수 있다. 이씨는 그렇게 삶을 즐기다 보니 1년여 만에 15㎏이나 쪘다. 이씨는 취재진을 반기며 손수 냉커피를 타 줬는데, 실제로 이씨가 혼자 생활하기에 큰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탈시설협동조합 ‘도약’을 준비 중인 김치환 사회복지사는 “이씨는 탈시설 이후 용돈 관리 등 일상생활 여러 면에서 자립심이 많이 길러졌다”며 “시설에서 생활할 때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이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뒷받침돼야” 탈시설은 사실 외국에선 이미 정착된 시스템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통합’ 규정으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분리되지 않고 어울려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미 서구 및 북미 국가들은 1960년대부터 대규모 시설을 폐쇄하고 거주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 통합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 나라들에서 대규모 시설은 이미 대부분 폐쇄됐다. 한국의 탈시설에 대한 논의는 서구 국가보다 40~50년 늦었다. 실제로 국내 장애인의 탈시설은 더디기만 하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은 2251명으로 퇴소한 장애인 843명보다 3배가량 더 많다. 숫자만 보면 탈시설 정책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자립지원금을 받은 장애인은 총 192명으로 시설을 퇴소한 장애인의 22.7% 수준이다. 퇴소한 장애인 10명 중 8명은 자립 대신 다시 가족의 돌봄 속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시설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준 국내 장애인 거주시설은 1557곳으로 거주인원은 2만 9662명이다. 이 가운데 80%인 2만 3635명이 발달장애인이다. 2020년 국내 발달장애인은 총 24만 8000명으로 전체 장애인(263만 3000)의 9.4%다. 물론 탈시설 정책이 우리 사회에서 자리잡으려면 뒷받침돼야 할 조건이 있다.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시설처럼 장애인들이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발달장애인 대부분은 월 12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다. 하루 단위로 계산하면 4시간이다. 이씨의 경우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에 따라 2년간 한시적으로 120시간을 추가로 지원받아 총 월 240시간을 지원받고 있지만 장애 정도에 따라서 누군가에겐 이 지원도 부족할 수 있다. 자폐 장애인을 키우는 한 어머니는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아들의 자립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날이 당장 올 거라 기대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며 “물론 모든 조건을 갖추고 탈시설이 추진돼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장애를 가진 자녀의 자립을 결정하는 건 쉽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가족, 선택권 없는 탈시설엔 반대 이런 상황 탓에 탈시설 정책을 반대하는 부모도 있다. 탈시설 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장애 당사자와 가족의 결정·선택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부모회 100여명은 지난달 27일 상복을 입고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탈시설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며 “시설폐쇄는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장애인 자녀의 시설 입소만이 나머지 가족이 살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은 늙고 병들어 가는데 중증발달장애 자녀는 성인이 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장애인 시설에 입소한 중증장애인 중 50% 이상은 19~39세(남성 52.4%, 여성 51.1%)였다. ●시설서 나와 시설보다 못한 곳에 갈까 걱정 김명숙 대전발달장애인부모회 회장은 “당연히 우리 자녀가 탈시설하면 좋다. 그러나 자립할 수 있는 공간도 없는 상황에서 시설만 없애면 우리 장애인 자녀들은 어디로 가란 건지 모르겠다”며 “정작 시설에서 나와 시설만도 못한 곳으로 갈까 걱정된다. 개인별 사정과 기반 시설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탈시설만 외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론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사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은 일맥상통한다. 발달 장애인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2019년 9월 문재인 정부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세우겠다며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무엇보다 국가가 발달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부모들은 강조한다. 탈시설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황숙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강남지회장은 “어떤 사람이든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중증장애라고 시설에 남아선 안 된다”며 “발달장애인 정책의 대전제는 하나의 조직을 만들고 그 안에 장애인을 넣고 적응시키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에 맞는 지원을 하는 것이며, 이러한 정책이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아 부모들이 믿지 않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 머스크, 내일 베이조스의 우주비행 비꼬는 밈에 “하하”

    머스크, 내일 베이조스의 우주비행 비꼬는 밈에 “하하”

    “하하“ 세계 최고의 부자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57)는 20일 밤 10시(한국시간) 우주로 나아가는 가운데 그가 지표면으로부터 100㎞까지 밖에 안 올라간다는 사실을 꼬집은 밈 트윗에 일론 머스크(50) 스페이스X 창업자가 17일(이하 현지시간) 짧고 굵은 댓글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이 밈 트윗은 베이조스가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에 나오는 캐릭터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얼굴로 등장해 “나 우주로 갈 거야”라고 하자 그의 부인 파드메로 분장한 머스크가 “궤도야, 맞아?”라고 되묻는 것으로 편집돼 있다. 여기에 머스크가 재미있다고 댓글을 단 것이다. 그 외 아무런 코멘트가 없어 원래 라이벌 관계가 심한 둘의 관계를 의식해 자제했다고 볼 수도, 촌철살인 식으로 꼬집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AFP 통신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 황량한 사막에 들어선 ‘론치 사이트 원’에서 발사되는 재활용 로켓 맨 위에 자리한 탐사캡슐 ‘뉴 셰퍼드’에 다른 3명의 승객과 함께 앉아 100㎞ 떨어진 ‘카르만 라인(우주의 끝)’ 위까지 올라간다. 4명의 승객들은 3분여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해보고 발사부터 낙하산을 편 채로 사막에 안착할 때까지 불과 11분 남짓의 우주여행에 나선다. 발사 90분 전부터 BlueOrigin.com에서 라이브스트리밍으로 생중계된다. 4명의 승객은 18일 14시간의 사전 교육을 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모든 비행은 지상에서 완벽히 통제돼 로켓이나 캡슐에 조종사들은 타지 않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선발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으나 여성이란 이유로 꿈에 도전하지 못했던 월리 펑크(82)가 최고령 우주인 기록을 고쳐 쓰고, 네덜란드 18세 예비대학생 올리버 다먼이 첫 비행에 2800만 달러(약 320억원)를 베팅해 당첨된 사람이 일정이 맞지 않는다고 양보해 최초로 요금을 내는 고객으로 함께 해 최연소 우주인 기록을 새로 쓰며, 베이조스의 남동생이며 베이조스 가족재단의 재정을 담당하며 소방대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마크(51)가 함께한다.AFP 통신은 아흐레 전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버진 갤럭틱 ‘VSS 유니티 22’가 했던 첫 상업 우주관광에 첫 번째 기록을 내줬지만 그 여정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니티 22가 지표면으로부터 88㎞까지만 올라간 것보다 높이 뿐만 아니라 미래의 야심 자체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이조스는 2000년 블루 오리진을 만들 때부터 언젠가 수백만명이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인공 중력이 존재하는 떠다니는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제시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도 언뜻 그려졌던 모습이다. 이제 그는 그 꿈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다. 블루 오리진은 지금도 ‘뉴 글렌’이란 더 무거운 화물들을 수송하는 로켓과 달 착륙선 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참여를 겨냥하고 있다. 우주개척 컨설팅 회사인 아스트릴리티컬(Astralytical)의 창업자 로라 포르칙은 “그들은 뉴 셰퍼드의 무인 비행을 15차례나 성공했으며 우리는 그들이 사람들을 실어나르기 시작하는 날을 보길 몇년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엔진을 쓰며 마하(음속) 3의 속도로 솟구친다. 부스터 로켓에서 캡슐이 분리되면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풀고 무중력 상태를 3분 정도 경험하게 된다. 국제적으로 카르만 라인은 100㎞으로 여겨지는데 이들은 106㎞까지 올라간다. 캡슐의 표면 3분의 1을 차지하는 커다란 창문을 통해 지구와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된다. 부스터는 발사 지점의 북쪽에 떨어지고, 캡슐은 자유낙하하다 3개의 대형 낙하산을 펼쳐 사막에 부드럽게 안착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10분 남짓 밖에 안 걸린다. 유니티 22는 모선 ‘이브’에 실렸다가 카르만 라인보다 아래까지 갔다가 글라이더 비행으로 귀환해 60분 정도 걸렸다. 블루 오리진이 이날 첫 비행에 성공하면 앞으로 어떻게 관광 일정이 진행되는지는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버진 갤럭틱은 700명 승객이 짜여져 있는데 블루 오리진이 창업된 사실도 3년 뒤에야 공개될 정도로 오랫동안 비밀을 유지했다. 우주관광 티켓도 판매하지 않고, 다먼 같은 경우도 경매로 탑승권을 구매했을 뿐이다. 이 회사는 올해 두 번 더 비행하고 내년에 더 많이 한다고만 AFP 통신에 밝혔다. 포르칙은 초창기 비행이 얼마나 수요를 불러일으키느냐, 만약 사고가 일어나면 얼마나 보험이 적용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 X는 오는 9월 크루 드래건으로 첫 상업 궤도(400㎞) 비행에 나서는데 종국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악시옴(Axiom)과 합작 등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포르칙은 블루 오리진이 관광으로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스페이스 X를 NASA의 민간 부문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으며, 뉴 셰퍼드를 “디딤돌의 일종이자 더 큰 야망을 실현할 돈을 만드는 방식으로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조스와 머스크의 개인적 라이벌 관계와 달리 두 회사는 서로를 돕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 [여기는 호주] 아기 개물림 사고 부모...”우리 개를 100% 믿는다”

    [여기는 호주] 아기 개물림 사고 부모...”우리 개를 100% 믿는다”

    호주에서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생후 5주된 아기가 집에서 기르던 반려견에 물려 죽은 사고의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15일 데일리메일 호주판은 이번 개물림 사고 이전에 이웃집 개를 물어 죽인 전조 상황을 보도하며 견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문제의 반려견이 이웃집 개를 물어 죽인 지난달 6일은 공교롭게도 이번에 목숨을 잃은 아기 제일런이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종인 이 반려견은 해당 가족과 6여년을 함께 했다. 이들 가족은 해당 사고가 난 집으로 두어달 전에 이사를 했다. 그리고 제일런이 태어난 날 이 반려견은 이웃집 반려견인 애로우를 물어 죽였다. 코카 스패니얼 종인 애로우를 찾던 견주는 그만 담장 밑에서 죽어있는 반려견을 발견하고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애로우의 견주는 지역 자치회에 신고를 했고, 현장을 방문한 직원에게 "또 다른 사고가 나기 전에 해당 개를 조치할 것"을 당부했다. 지역 자치회는 해당 개의 공격성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이었다. 애로우의 죽음과 관련하여 방문한 사고견의 견주이자 아기의 부모는 "우리는 우리개를 100%는 믿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애로우가 물려죽은 날로부터 5주후인 지난 11일 새벽 2시20분경 생후 5주된 아기는 그만 동일 개에 물려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대원들이 차후 정신과 상담을 요할 정도로 현장은 처참했다. 아기의 엄마도 너무나 큰 충격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해당 가해견은 사건 이후 안락사를 당했다. 아기의 부모들은 아기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자신들의 집에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시드니에 있는 다른 가족의 집에서 머무르고 있다. 아기가 사망한 집 앞에는 이웃들이 갖다 놓은 카드들과 꽃과 아기 장난감들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아기가 사망한 같은 날 12시경 시드니에서는 목줄이 풀린 같은 종의 개가 산책을 하던 골든두들 종의 반려견과 견주를 공격했다. 반려견을 구하려는 견주와 가해견 사이에 몸싸움이 났고, 주변에 있던 행인 5명이 힘을 합한 후에야 겨우 가해견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견주의 손과 팔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고, 목숨을 잃을 뻔한 반려견은 4시간의 수술 후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이들 사고 이후 호주내에서는 해당 가해견종인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종의 사육을 금지시켜 달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종을 선호하는 견주들은 "개의 잘못이 아닌 견주의 잘못"이라며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 행동 전문가인 네이슨 맥크레디는 "공격성이 있는 개에게 아기는 사람이 아닌 먹이로 보여질 수 있다"며 "이미 공격성을 보인 개와 아기를 같은 공간에 있게 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 웬 고양이? 웬 전투기? 엘리트 미술에 한 방, 인간 욕망에 한 방

    웬 고양이? 웬 전투기? 엘리트 미술에 한 방, 인간 욕망에 한 방

    미술관에 난데없이 고양이 떼가 나타났다. 미술품이 놓여 있어야 할 좌대를 고양이 다섯 마리가 하나씩 차지한 채 느긋하게 누워 있다. 길이 10m, 높이 6m가 넘는 전투기도 갤러리 한복판에 자리잡았다. 고양이나 전투기나 통상 미술 전시장과는 거리가 먼 조합. 지금 서울 마곡동 코오롱 미술관 스페이스K 서울과 삼청동 갤러리 바라캇컨템포러리에 가면 이런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주인공은 라이언 갠더와 피오나 배너.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영국의 개념 미술가들이다. 스페이스K 서울에서 개인전 ‘변화율’을 선보이는 갠더는 일상적인 사물에서 발상과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 내는 작업을 펼쳐 왔다. 같은 사물이라도 어떤 환경과 맥락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스토리텔링에 능하다. 감쪽같은 외양은 물론 심장박동까지 재현한 기계 고양이들을 전시장에 데려온 저의(?)는 작품 제목에 담겨 있다. ‘고양이 스모키가 조각가 조너선 몽크의 <풀 죽은 조각2(2009)>를 만났을 때’처럼 고양이들이 점령한 좌대가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 놓였던 좌대라는 점을 일러 줌으로써 일상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상’인 엘리트 미술에 유쾌한 한 방을 날린다. 갤러리 벽의 구멍에 20파운드짜리 지폐를 구겨 넣은 ‘난 뉴욕에 다시 가지 않을 거야’에서도 미술계의 속물주의에 대한 비판을 엿볼 수 있다.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시간성이다. 변화는 시간을 전제로 한다. 보이지 않는 비물질적 요소인 변화와 시간의 개념을 눈 쌓인 의자, 쥐가 갉아먹어 구멍이 뚫린 벽,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등 다채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보여 준다. 작가는 전시장 곳곳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여러 단서들을 감춰 뒀다. 만원권 지폐에 영어 문구를 적은 ‘기록하기엔 너무 모호한 아이디어’, 순은으로 제작한 담배꽁초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같은 작품은 의외의 장소에 놓여 있어 관람객에게 ‘발견의 재미’를 선사한다. 9월 17일까지. 피오나 배너는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 ‘프라나야마 타이푼’을 열고 있다. 1990년 중반부터 할리우드 전쟁영화, 포르노 등 특정한 시각 이미지가 전달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폭력 등 양가적 감정을 드로잉,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탐구해 왔다. 1층 전시장 절반을 차지한 거대한 전투기 설치물 ‘팔콘’은 실제로 전투에서 사용하는 눈속임용 전투기다. 고무 재질로 만든 풍선 모형에 공기를 불어 넣어서 적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미끼 전투기로 활용한다. 공기를 주입하고 뺄 때마다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몸을 부풀렸다가 움츠러드는 전투기의 모습이 권력과 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전투기는 영상 ‘프라나야마 오르간’에도 등장한다. 전투기 의상을 입은 두 사람이 황량한 바닷가에서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펼치는 제의적인 퍼포먼스는 실제 전투기 모형과 조응하며 성찰을 이끌어 낸다.전시 제목은 고대 인도의 전통 호흡법인 ‘프라나야마’와 자연 재앙인 ‘타이푼’(태풍)을 합성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영국 전역이 봉쇄된 상태에서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작가가 느꼈던 자연의 힘과 인간의 호흡 사이의 충돌을 암시한다. 배너가 작업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언어, 출판물과 관련한 작품들도 전시됐다. 여러 서체의 마침표를 고전 회화와 결합한 ‘마침표’ 시리즈, 자동차 백미러에 도서 등록 정보 ISBN을 새긴 거울 조각 출판물 등이 눈길을 끈다. 8월 15일까지.
  • 전시장에 웬 고양이와 전투기?…엘리트 미술·인간의 욕망을 향한 일침

    전시장에 웬 고양이와 전투기?…엘리트 미술·인간의 욕망을 향한 일침

    미술관에 난데없이 고양이 떼가 나타났다. 미술품이 놓여 있어야 할 좌대를 고양이 다섯 마리가 하나씩 차지한 채 느긋하게 누워 있다. 길이 10m, 높이 6m가 넘는 전투기도 갤러리 한복판에 자리잡았다. 고양이나 전투기나 통상 미술 전시장과는 거리가 먼 조합. 지금 서울 마곡동 코오롱 미술관 스페이스K 서울과 삼청동 갤러리 바라캇컨템포러리에 가면 이런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주인공은 라이언 갠더와 피오나 배너.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영국의 개념 미술가들이다. 스페이스K 서울에서 개인전 ‘변화율’을 선보이는 갠더는 일상적인 사물에서 발상과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 내는 작업을 펼쳐 왔다. 같은 사물이라도 어떤 환경과 맥락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스토리텔링에 능하다. 감쪽같은 외양은 물론 심장박동까지 재현한 기계 고양이들을 전시장에 데려온 저의(?)는 작품 제목에 담겨 있다. ‘고양이 스모키가 조각가 조너선 몽크의 <풀 죽은 조각2(2009)>를 만났을 때’처럼 고양이들이 점령한 좌대가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 놓였던 좌대라는 점을 일러 줌으로써 일상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상’인 엘리트 미술에 유쾌한 한 방을 날린다. 갤러리 벽의 구멍에 20파운드짜리 지폐를 구겨 넣은 ‘난 뉴욕에 다시 가지 않을 거야’에서도 미술계의 속물주의에 대한 비판을 엿볼 수 있다.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시간성이다. 변화는 시간을 전제로 한다. 보이지 않는 비물질적 요소인 변화와 시간의 개념을 눈 쌓인 의자, 쥐가 갉아먹어 구멍이 뚫린 벽,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등 다채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보여 준다. 작가는 전시장 곳곳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여러 단서들을 감춰 뒀다. 만원권 지폐에 영어 문구를 적은 ‘기록하기엔 너무 모호한 아이디어’, 순은으로 제작한 담배꽁초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같은 작품은 의외의 장소에 놓여 있어 관람객에게 ‘발견의 재미’를 선사한다. 9월 17일까지. 피오나 배너는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 ‘프라나야마 타이푼’을 열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할리우드 전쟁영화, 포르노 등 특정한 시각 이미지가 전달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폭력 등 양가적 감정을 드로잉,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탐구해 왔다. 1층 전시장 절반을 차지한 거대한 전투기 설치물 ‘팔콘’은 실제로 전투에서 사용하는 눈속임용 전투기다. 고무 재질로 만든 풍선 모형에 공기를 불어 넣어서 적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미끼 전투기로 활용한다. 공기를 주입하고 뺄 때마다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몸을 부풀렸다가 움츠러드는 전투기의 모습이 권력과 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전투기는 영상 ‘프라나야마 오르간’에도 등장한다. 전투기 의상을 입은 두 사람이 황량한 바닷가에서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펼치는 제의적인 퍼포먼스는 실제 전투기 모형과 조응하며 성찰을 이끌어 낸다.전시 제목은 고대 인도의 전통 호흡법인 ‘프라나야마’와 자연 재앙인 ‘타이푼’(태풍)을 합성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영국 전역이 봉쇄된 상태에서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작가가 느꼈던 자연의 힘과 인간의 호흡 사이의 충돌을 암시한다. 배너가 작업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언어, 출판물 관련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여러 서체의 마침표를 고전 회화와 결합한 ‘마침표’ 시리즈, 자동차 백미러에 도서 등록 정보 ISBN을 새긴 거울 조각 출판물 등도 전시됐다. 8월 15일까지.
  • 이동훈 “與, 윤석열 치려고 공작”

    이동훈 “與, 윤석열 치려고 공작”

    “여권 인사 ‘尹 공격 도우면 무마’ 회유중고 골프채만 빌려… 경찰 정치적 의도”경찰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수사” 반박이준석 “국민의힘 차원 진상 규명 착수”자칭 수산업자 김모(43·구속)씨로부터 골프채 등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경찰의 수사 배경에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노린 여권의 공작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3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전 논설위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이 전 위원이 김씨에게 받은 금품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위원은 8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해당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여권, 정권의 사람이 찾아와 ‘Y(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칭)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며 “경찰과도 조율됐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나는 ‘안 하겠다, 못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은 이어 “이후 (금품수수 의혹 대상으로) 제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도배됐다”며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하던 날(지난달 29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공작이다”고 덧붙였다. 이 전 위원은 경찰 수사도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윤 전 총장의 대변인으로 간 뒤 경찰은 이 사건을 부풀리고 확대했다”며 “사건 입건만으로 경찰이 언론플레이를 한 것은 유례없는 인권유린”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해 왔고, 앞으로도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전 위원은 자신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역시 부정했다. 그는 “지난해 8월 15일 골프 모임 때 김씨 소유의 캘러웨이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며 “이후 저희 집 창고에 아이언 세트만 보관됐다. 풀세트를 선물로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청탁금지법에 어긋나는 1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바 없다는 주장이다. 김무성 전 의원, 주호영 의원, 홍준표 의원 등 야권 인사가 다수 언급된 이번 사건을 경찰이 표적 수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치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권을 도우면 없던 일로 해 주겠다고 회유를 했다니… 충격적인 사안”이라며 당 차원의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징어 투자 명목으로 김씨에게 속아 100억원대 돈을 떼인 김 전 의원의 형과 전직 언론인 송모씨 등 피해자 5명은 김씨를 엄벌해 달라고 법원에 촉구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은 탄원서에서 “파렴치한 사기 사건을 자행한 김씨에게 법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최고형을 선고해 대한민국에 법이 살아 있음을 보여 주시길 청원드린다”고 호소했다.
  • [단독] 고된 육아·죄책감에 무너지는데… 보건소선 “괜찮죠?” 가족들은 “다 그래”

    [단독] 고된 육아·죄책감에 무너지는데… 보건소선 “괜찮죠?” 가족들은 “다 그래”

    산후우울증을 겪은 장연주(35·가명)씨는 출산 후 한 달 만에 실시한 보건소 산후우울증 검사에서 고위험군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검사를 진행한 담당자는 장씨를 한 번 훑어보더니 “괜찮으시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친정엄마도 “애 낳으면 다 그렇지 뭐” 하고 거들었다. 주변의 무관심 속에 장씨의 우울증은 더 깊어져 어느새 불안증과 건강염려증으로 번졌다. 장씨는 “코로나19 등으로 보건소 등의 프로그램 참여를 망설이다 결국 포기했다”면서 “당시 지속적으로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을 했을 때는 바우처부터 지하철 임산부석까지 사회적으로 지원을 받다가 출산 후엔 뚝 끊겼다”면서 “유일하게 기댔던 남편마저 ‘그만 좀 하라’고 했을 때 완전 무너져 버렸다”고 털어놨다. 서울신문은 한때 산후우울증을 앓다가 현재 이겨냈거나, 견디고 있는 ‘엄마’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말 그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우울한 엄마들은 명상이나 취미생활 등 각자의 방법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등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고, 산후우울증 관련 공공서비스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엄마들의 입을 통해 산후우울증의 고통과 함께 사각지대에 놓인 산모 지원에 대해 들어 봤다.9개월 아들을 키우는 이미진(35·가명)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출산을 했다. 자연분만을 계획했던 이씨는 16시간의 진통 끝에 응급 제왕절개수술로 아기를 낳았다. 몸을 회복할 새도 없이 수면 부족과 모유 유축과의 전쟁에 시달리다 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이씨는 산후우울증이라는 긴 터널을 헤어 나오고 있는 과정을 말하고 싶다며 지난달 28일 인터뷰에 응했다. 이씨는 “코로나19 여파로 가족들이 병원도, 산후조리원도 찾아오지 못해 홀로 갓난아기를 맞아야 했다”며 “몸이 아파 누워 있다가 ‘수유콜’(수유 요청)이 오면 어기적어기적 신생아실에 올라가서 잠깐 아기를 보고 왔다”고 말했다. 이는 조리원을 퇴소해도 마찬가지였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신생아를 돌보느라 그도 제대로 눈을 붙일 수 없었다. 아기가 잠이 들더라도 이씨의 시간을 쪼개 2시간마다 아기에게 먹일 모유를 유축해 놔야 했다. 아기가 100일이 되기 전까지는 꼼짝없이 집에만 갇혀 있었다. 친정엄마도 방문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씨는 “너무 외로운데 아기와 대화가 안 되니까 너무 답답했다”고 돌이켰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남편이 반가우면서도 원망스러워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다. 그는 “똑같이 아기를 낳았는데 나만 고생하는 것 같았다”며 “당신은 회사도 나가고, 밥도 편하게 먹고 커피도 마시지 않느냐”고 남편을 몰아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이씨는 우는 아기에게 소리를 지르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씨는 “남편이 놀라 방에서 나와 아기를 데려가고 난 뒤 반성과 후회를 했다”며 “아기와 같이 목놓아 울었던 날도 많다”고 회상했다. 그는 “때리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면서 “산후우울증이 아기한테 화살이 돼 돌아갈 수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일기를 쓰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그는 “감정을 분출할 방법이 없었는데 일기를 쓰면서 진정됐다”면서 “100일이 지나 친정부모님도 뵈면서 조금 기운을 차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산후도우미 덕분에 그나마 버텼다”며 “현재 정부 지원 기간이 2주인데, 출산한 산모가 기력을 차리려면 적어도 한 달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스스로 멘털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도 많이 무너졌다”며 “더 상황이 안 좋은 편부모 가정이나 취약계층에 있는 엄마들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세, 5세 두 딸을 키우는 김선희(35·가명)씨는 요즘도 혼자 아이들과 집에 있는 게 두렵다.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갑가지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지면서 식은땀이 난다. 한때는 공황장애를 의심할 만큼 호흡곤란 증상을 겪기도 했다. 김씨는 예전에 산후우울증과 관련한 끔찍한 사건·사고를 들을 때마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고 곱씹었다. 그랬던 그는 “아이들을 봐야 하는 주말이 오는 게 무서웠다”며 “어느새 나도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 털어놨다. 2017년 첫째 출산 후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김씨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출산과 함께 기존의 ‘나’가 빠져나가면서 사춘기에 느끼는 혼란을 또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누구이고, 아기는 누구이고, 너와 나의 관계는 무엇인가를 잘 설계한 엄마만 살아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주변의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친정엄마는 “호강에 겨웠다”며 핀잔을 줬다. 당시 신경외과 전공의였던 남편이 보다 못해 김씨를 대학병원 정신과에 데려갔다. 그는 “남편이 의사임에도 병원 가기가 무서웠고, ‘왜 나만 이러나’ 싶었다”며 “수유 중이었고 환자임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아 약을 먹지 않고 버텼다”고 회고했다. 이후 둘째를 낳고는 육아공포증 형태로 산후우울증이 발현됐지만, 명상센터를 다니면서 이를 극복하고 있다. 그는 “공포증의 근저에는 ‘스스로 약한 존재´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달았다”며 “나는 강한 사람이라고 세뇌를 하니까 점차 힘들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산후우울증으로 고통받는 동안 정책적으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는 “보건소에서 아이들이 잘 크는지 확인하러 오겠다고 했는데 산후우울증과 관련한 건 없었다”며 “혼자 끙끙 앓고 있는 모든 산모 대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현(43·가명)씨는 임신 중기에 둘째를 유산한 뒤 극심한 산후우울증을 앓았다. 유씨는 “이런 종류의 산후우울증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자청했다. 유씨는 5년 전 첫째를 낳았을 때도 우울감을 겪었다. 구립 어린이집 교사였던 유씨에게 아이를 돌보는 것은 익숙한 일상이었지만, 갓 태어난 신생아는 모든 것이 다르고 또 어려웠다. 유씨는 “나이가 있다 보니 몸이 아프고 힘들어서 아기가 이쁜지도 잘 몰랐다”면서 “도망 가고 싶고 무력감도 심했다”고 돌이켰다. 보건소에서 산후우울증 관련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산후우울증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시행한다든지, 산후우울증 산모에 대한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자 이번엔 육아를 소홀히 했다는 죄책감이 휘몰아쳤다. 유씨는 “누구 엄마도 좋지만 나를 찾아가는 기분이었다”며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났다. 항상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심리 상담과 요가 등으로 마음을 추스르던 유씨는 둘째를 계획했지만 계류유산이 반복됐다. 그러다 찾아온 아기를 임신한 지 5개월째 그는 병원에서 “태어나도 생존 확률이 낮다”는 이야기를 듣고 임신 종료를 권유받았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찾은 대학병원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그는 결국 아기를 하늘로 보냈다. 유도분만으로 유산 과정을 진행하다 보니 일반 출산과 똑같은 고통과 호르몬 변화를 그대로 겪었다. 유씨는 “이전의 우울증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바닥을 쳤다”며 “첫째만 없으면 나도 따라갈 텐데 왜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 유씨를 겨우 붙잡아 준 것은 첫째 아이였다. 그는 “첫째를 보면서 경이롭고 감사했다”면서 “정신이 스위치 들어오듯이 꺼졌다 나갔다를 반복했다”고 했다.
  • “4차 대유행 확산에...” 코로나19 신규 확진 1100명대 예상

    “4차 대유행 확산에...” 코로나19 신규 확진 1100명대 예상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진행되는 가운데, 13일 신규 확진자수도 1100명대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 영향으로 검사건수가 줄어들면서 확진자 수도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확산세는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확산세가 비수도권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4차 대유행이 전국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늘 신규확진 1100명 안팎 기록할 듯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1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일(1324명)보다 224명 줄어든 수치이지만, 일요일(발표일 기준 월요일) 확진자 수로는 가장 많았다. 이날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도 비슷한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중간 집계한 신규 확진자는 총 1007명으로, 직전일 같은 시간의 1020명보다 13명 적었다. 밤 시간대에 확진자가 많이 증가하지 않는 추세를 고려했을 때 이날 신규 확진자수는 1100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부터 전날까지 하루 평균 119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1141명에 달했다. 확진자수 증가에 각종 방역 지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일별 검사 수 대비 확진자 수를 나타내는 양성률은 지난 11∼12일 이틀 연속(6.42%→6.24%) 6%대를 나타냈다. 지난달 1∼4%대, 평균 2%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또 최근 일주일(7.4∼10)동안 발생한 신규 확진자 7381명 중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조사중’ 비율은 31.9%(2358명)까지 치솟았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중이 늘어나면 당국이 접촉자에 대한 추적 및 관리가 어려워져 확산세 차단도 어려워진다. 비수도권에서도 확산세가 커지는 양상이다. 전체 지역발생 확진자 중 비수도권 비율은 지난 8일부터 19.0%→22.1%→22.7%→24.7%→27.1%를 기록해 닷새 동안 배 가까이 상승했다. “누적 감염원·델타 바이러스 증가”“상당 기간 유행 지속될 수 있는 상황”정부는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8월 중순쯤 신규 확진자수가 2300명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1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하는 만큼 정부는 상황이 안정적으로 통제되면 2주 후부터는 확진자가 줄어들어 8월 말쯤에는 1000명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다. 전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에서 “3차 유행 이후 장기간 누적된 감염원과 전파력이 높은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증가로 상당 기간 유행이 지속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감염 재생산지수가 1.22인 상황에서 현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8월 중순에는 하루 확진자가 2331명까지 증가한 후에 감소할 것으로 추계됐다”고 밝혔다. 다만 “수도권 4단계 시행 효과로 전파 확산이 강력하게 통제될 경우에는 향후 2주 정도는 현 수준의 증감을 유지하다가 8월 말 무렵에는 600명대 규모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앞으로 2주라는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거리두기가 지켜져 방역 효과를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2주 이내에 확산세를 꺾고 이후(26일)부터 시작되는 50대 예방접종과 맞물리면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모쪼록 2주간은 힘을 보태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서울·경기 자율접종 시작...운수업 종사자 등 대상유치원·어린이집·초 1~2 교사 접종도 시작한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이날부터 서울·경기 지역의 자율접종과 함께 초등학생 2학년 이하 아동을 돌보는 교사 및 돌봄인력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자율접종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과 방역상황을 고려해 지역별 접종 대상을 선정하고 배정된 백신을 접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서울시에 화이자 백신 20만명분, 경기도에 같은 백신 14만명분을 각각 배정했다. 앞서 이달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지자체 자율접종은 정부와 이스라엘이 백신 교환(스와프) 협약을 맺으면서 화이자 백신 70만회분 물량 조기 도입에 따라 일정이 보름 이상 빨라졌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여러 사람과 자주 만나는 직군인 학원 종사자, 운수업 종사자,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등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한다. 접종 대상자들은 서울시 예방접종센터 43곳과 경기 예방접종센터 51곳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두 지자체는 총 34만명에 대한 접종을 오는 26일까지 2주간 집중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오는 26일부터는 지자체 자율접종이 확대돼 전국 80만명에 대한 접종이 시행되고, 내달 2일부터는 186만명에 대해 접종이 진행된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 1·2학년 교직원 및 돌봄인력 38만명도 이날부터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이들은 앞서 오는 28일부터 접종할 예정이었지만 이스라엘 제공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되면서 접종 일정이 13∼17일로 앞당겨졌다.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3학년, 아동시설 교육·보육 종사자에 대한 접종은 예정대로 오는 28일부터 8월 7일까지 진행된다. 사전예약 기간은 오는 14∼17일이다. 또 고등학교 교사 대상 접종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함께 오는 19∼30일 시행된다.
  • [문화마당] 충분하지 않은 시간의 힘/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문화마당] 충분하지 않은 시간의 힘/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미국의 명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남긴 말이 있다. “위대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첫째는 ‘계획’, 둘째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다.” 참 맞는 말이다. 우리가 성취다운 성취를 맛본 순간들을 돌이켜 보면 언제나 시간의 압박이 존재했다. 어렸을 때는 학예회, 고등학생 시절엔 대학 입시 준비, 사회에 나와서는 입사 면접 준비, 입사 후에 프레젠테이션. 이런 일들을 앞두고 만족할 만큼 완벽하고 여유 있게 준비를 해서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는 상황이 과연 우리에게 있긴 했을까? 그러면서도 꾸준히 실력을 천천히 쌓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들인 완벽히 준비된 상태를 허황되게 꿈꾼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걸 해내는 이에게서 나오는 여유를 동경한다. 현대인들 대부분은 시간결핍증후군에 시달린다. 저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착각일 수도, 핑계일 수도 있다. 시간이 모자라고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는 건 그래도 지금 하는 일과 삶에 집중하고 이를 즐기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냥 정신없이 바쁜 것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시간이 충분한 가운데 마음만 바쁘게 살 수 있는가 하면, 시간이 모자라지만 계획을 가지고 주어진 일을 얼마든지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힘과 더불어 에너지의 중요한 함수다. 분명 많이 먹으면 힘이 나고 적게 먹으면 힘이 달릴 텐데, 오히려 배부른 상태에서는 능률이 오르지 않고 약간 허기진 상태에서 최고의 능률을 발휘하게 된다. 시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배부를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면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어느 정도의 시간적 압박이 있을 때 오히려 보란 듯이 해내는 인간은 영험하면서도 게으른 동물이다. 신께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씩의 시간을 주셨는데, 시간을 인위적으로 쪼개서 ‘투 두 리스트’(to do list)에 빼곡히 할 일들을 적어 스스로를 압박하면 능률과 성취가 더해진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24시간을 부여받았다는 그 전제가 사실은 우리를 나태하게 하고 쳇바퀴 돌아가는 삶으로 이끌고 있다. 분명한 건 신은 우리에게 24시간을 분배한 적이 없다. 해와 달을 만들어 주고 식물과 동물을 사냥하고 수렵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사냥하는 장면을 생각해 보라. 언제 사냥감이 눈앞을 스쳐 지나갈지 모른다. 아니면 인간 스스로가 맹수의 사냥감이 된다고 생각해 보라. 언제가 될지 모르니 미리 계획을 세워 놓기는 하지만 일이 닥치면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긴장과 몰입, 그로부터 나오는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일 테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사계절이 지나며 언제나 다르니, 해가 지기 전에 밭을 갈고, 겨울이 오기 전에 추수를 해야 하는 유동적인 압박감은 농경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냉장고에 저장할 수 있고, 비닐하우스로 겨울재배도 가능해지니 언제나 경작을 할 수 있고 섭취할 수 있다는 여유가 생기는지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시간은 냉장고에 저장할 수 없다. 화살처럼 해와 달도 그들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구나 거사를 앞두고 “내게 하루만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언제나 가지게 된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 대가가 돼있을 것이라 믿고 싶지만, 공연이 내일이고 마감이 내일이어도 상황은 매한가지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모호하고 착한 학습보다는,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를 의식해 한계에 부딪혀서 일을 달성시키고야 마는 인간이 지닌 잠재력에 한 표를 던진다.
  • 생후 4개월 아들 주먹질로 숨지게 한 친모…1년 전에도 딸 사망

    생후 4개월 아들 주먹질로 숨지게 한 친모…1년 전에도 딸 사망

    생후 4개월 된 셋째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친모가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1년 전 둘째 딸도 머리부위 손상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1일 오후 2시 인천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호성호)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등에관한 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 상습상해, 상습학대),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기소된 A씨(25·여)의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고,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유기 및 방임)죄로 기소된 남편 B씨(33)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와 각각 10년간, 5년간의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했다. A씨는 지난해 6월2일 대형마트 회 판매코너 직원인 B씨와의 사이에서 C군을 출산했다. 그는 가정주부로 집에서 첫째 D양(3)과 C군을 양육하며 생활해 왔다. 학대는 C군이 태어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 2020년 7월부터 시작됐다. 그는 C군이 분유를 먹지 않거나 울면 매일 2~3차례씩 온몸을 팔로 세게 조여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부터 8월초 사이 이 같은 수법으로 C군의 몸에 미세 골절 상해를 가하고도 방치했다. 학대 강도는 점점 더 강해졌다. 그해 8월초부터는 C군의 쇄골에 골절상을 가했고, 9월에는 몸통과 늑골 골절상을 가하고도 방치했다. 9월 중순쯤엔 팔이 골절돼 움직이지 못하는데도 방치했고, 9월19일쯤에는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에 혹이 생겼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9월말부터 10월2일께는 C군이 울면 주먹으로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 때 C군은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지만, A씨는 C군을 방치했다. 그해 10월25일 오전 7시50분쯤에는 C군을 돌보기 귀찮아지자 붙박이장과 사장대 사이 좁은 공간에 C군을 놓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수유패드에 젖병을 꽂아 입에 물려 고정하고 분유를 먹게 하기도 했다. 그는 10월 22~25일, 또 27~30일 나흘씩에 걸쳐 머리를 계속해서 내리쳐 10월30일 오전 7시30분쯤 사망에 이르게 했다. C군 사망 당일에는 주먹질 횟수가 20~30회 이상 이를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그는 C군 시신을 방치한 상태에서 평상시와 같이 D양을 유치원에 등원시켰고, B씨는 회사에 출근했다. A씨는 10월30일 오후 6시38분쯤 C군에 대한 사망 신고를 했다. C군에게서는 장기간 강한 힘이 가해져 생긴 것으로 보이는 몸통 골절, 갈비뼈 골절, 뇌손상, 망막 출혈 등이 발견됐다. 또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 있는 경우 발생한 증상도 확인됐다. 특히 머리에서는 사망 3~7일 전 바닥에 부딪치거나 발로 밟는 등의 강한 둔력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보이는 상처도 발견됐다. B씨는 A씨의 학대행위를 지켜봤음에도 아이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고 방임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미 3살인 D양을 양육하고 있었고 2019년 10월24일 둘째를 출산한 바 있었으나, 둘째는 머리부위 손상 및 합병증으로 사망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지속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했음에도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집안에 그대로 방치했다가 숨지게 했다. 피고인 B도 A가 상당 기간에 걸쳐 매우 심각한 학대 행위 및 폭행을 피해자에게 가한 것임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피고인들의 죄책이 무겁고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 하나, A는 과거에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고 B도 다른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것 외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마지막까지 남는 관계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마지막까지 남는 관계

    표절이나 아웃팅, 대필 문제로 주변 작가들이 정점에서 바닥으로 추락할 때, 미투나 폭력 문제로 유명인들이 인생의 진창으로 떨어져 꼼짝없이 붙들릴 때 맨 먼저 드는 생각은 ‘인간이 어쩌면 저럴 수 있나’가 아니다. 그들의 과오를 점검하고 비판하는 와중에 곧바로 떠오르는 생각은 ‘나도 만약 저런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하지?’다. 이건 인간의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누구나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데다 사회는 이미 좁아질 대로 좁아져 여기 사람들이 한꺼번에 손가락질한다면 달리 벗어날 곳을 찾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럴 때는 보통 마지막까지 자신을 신뢰해 줄 사람 한두 명을 찾아가게 될 텐데, 나는 몇 번의 생각 속에서 K선생을 떠올렸다. 그와 나는 관계를 맺은 지 18년쯤 됐다. 20대 때 나는 그의 칼 같은 글에 사로잡혔고, 30대 때는 저자ㆍ편집자가 돼 간간이 그의 책을 내는 것에 출판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40대가 되니 예전만큼 흠모하거나 들뜨는 기분은 옅어졌지만, 뭔가 작지 않은 산이 뒤에 버티고 있는 느낌이고 앞으로도 이 관계는 지속될 것 같다. K선생과 나는 초반에는 얼굴 보고 만나서 밥도 먹고 했지만 지방과 서울이라는 거리 때문에 대면하는 일이 점점 드물어졌고, 전화통화를 한 일도 손에 꼽으며, 거의 이메일로만 소통한다. 하지만 20대 때부터 내 세계를 구축하는 데 그는 영향력을 미쳤고, 그가 가끔 보내오는 격려와 신뢰는 중간에 텅 빈 시간을 곧바로 메울 만큼 힘이 있다. 역사 속의 수많은 사람이 ‘동지’, ‘동반자’라 일컬을 만한 관계를 맺었다. 그중 인상적인 예를 꼽자면 18세기 후반의 황윤석과 김용겸이다. 한양의 명문 거족 출신인 김용겸과 궁벽진 시골 출신에다 관직도 보잘것없는 황윤석은 나이 차가 거의 서른 살이 났는데도 ‘박학’(博學)에 대한 관심이 일치해 단단한 동반자 관계가 됐다. 황윤석이 한양에 머문 기간은 3~4년에 그쳤으며, 그 시절에도 늘 만났던 것은 아니지만, 김용겸은 황윤석에게 귀한 책들을 제공해 주었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세계에 들어오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사실 그 시절 큰 어른이기도 했던 김용겸은 사람을 사귀는 데 호방하고 탁월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 박지원, 이덕무, 홍대용 같은 젊은이도 김용겸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간은 모순된 힘을 지녀 어떤 관계는 시간의 축적으로 단단해진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호기심을 건조하게 변화시켜 지난 수십 년의 관계가 끊어지는 데 별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다. 아마 가장 큰 잣대는 상대가 추구하는 세계(관)에 내가 계속 흥미와 흠모의 마음을 갖느냐 아니냐일 것이다. 얼마 전 봤던 라주 리 감독의 영화 ‘레미제라블’에서는 경찰이 문제를 일으키는 한 어린이에게 오발탄을 쏘는 장면이 나왔다. 사건 직후 고무탄을 쏜 경찰, 옆에서 이를 지켜봤던 동료 경찰, 그리고 고무탄을 얼굴에 맞아 눈과 피부가 일그러진 아이, 이 세 사람은 각자의 고독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중 주목할 만한 인물은 엄청난 사회적 비난에 휩싸일 경찰이었다. 나는 그의 행위보다는 사건 직후 그가 엄마 집으로 가서 일상적 안부를 나누며 엄마의 품에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장면이 더 눈에 들어왔다. 인간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자기가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할 때(요즘은 이런 일이 빈번하니까)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경관에게는 그게 엄마였지만 꼭 가족일 필요는 없다. 그냥 옆에 있어 내 사연을 들려주지 않고도 무언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관계면 된다. 인간관계는 시간의 압력을 버텨 내지 못하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부단히 인연이 쌓여 단단하고 깊어지기도 한다. 우리 개인의 삶에는 그런 관계가 하나둘씩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는 잠시나마 당신을 구해 주고 뒷사람들에게 당신과의 기억을 전해 줄 이가 있는가.
  • 박영선 “촛불정부 지켜달라” 오세훈 “공정한 서울 만들겠다”

    박영선 “촛불정부 지켜달라” 오세훈 “공정한 서울 만들겠다”

    대한민국 제1·2도시인 서울·부산의 시장 후보들은 투표일을 하루 앞둔 6일 인물론과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마지막 유세에 모든 것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새벽 4시 서민을 상징하는 6411번 버스에 올랐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에 실망한 2030을 겨냥해 신촌에서 마지막 유세를 진행했다. 민주당 김영춘,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1박 2일 동안 부산 전 지역을 도는 투혼을 발휘했다. ■ 진보·서민의 상징 6411번 버스 탄 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6일 오전 4시 진보정치와 서민을 상징하는 ‘6411번 버스’ 유세로 마지막 날을 시작해 여의도·광화문에서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을 공략한 뒤 홍대 앞을 찾아 2030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끝난 자정까지 이날 하루만 18시간의 강행군을 펼친 박 후보는 ‘박근혜 탄핵’을 외치며 촛불을 함께 들었던 이들에게 “다시 물대포가 뿌려지는 서울시를 원하느냐”며 막판 결집을 시도했다. 박 후보는 이날 낮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광화문 집중 유세에서 “오세훈 시장, 이명박 대통령 시절 광화문·시청 앞 광장(하면) 무엇이 생각나느냐, 물대포다. 그 물대포를 맞으면서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았나”라고 호소했다. 박 후보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겨냥해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을 용인할 수 없지 않나”라며 “그동안 민주당이 부족함이 있었다. 철저하게 반성하고 뼈저리게 느껴서 투표일을 계기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했다. 납작 엎드리면서도 민주당과 자신이 국민의힘과 오 후보보다 낫다는 ‘차악론’으로 여전히 고민하는 진보·중도성향 시민들을 설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지막 유세 장소는 촛불집회의 상징성을 지닌 광화문을 선택했다. 박 후보는 “우리가 나아가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 촛불정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반성하고 있으니 ‘촛불’로 만들어 낸 정부를 지키기 위해 다시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앞서 박 후보는 자신의 옛 지역구인 구로에서 6411번 버스를 타고 강남 빌딩을 청소하러 가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진보정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지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6411번은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투명인간들’을 위한 정치를 강조하며 언급했던 노선이다. 박 후보는 홍대 상상마당 앞 집중 유세에서 “유세현장에 갈 때마다 바람의 속도가 바뀌고 있다”며 “내일 투표하면 승리한다”고 자신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도 정의와 공정을 약속하며 20대에 박 후보의 지지를 요청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젊음의 상징 신촌에서 피날레 吳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마지막 하루는 지난해 4·15 총선에서 출마했다가 처절하게 패배한 ‘서울 광진구’에서 시작됐다. 절치부심 끝에 1년 만에 반전을 이뤄낸 그는 6일 자신이 낙선한 지역구에서 출발해 보수당의 약점으로 꼽히는 ‘강북 지역’ 전역에 발도장을 찍으며 압승을 노리는 전략을 폈다. 특히 오 후보는 4·7 보궐선거의 피날레 유세 장소로 젊음의 상징인 신촌을 택하면서 ‘2030세대’ 공략에 방점을 찍었다. 오 후보는 오전 8시 광진구 자양사거리 출근 인사로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 여러분을 뵙고 광진구의 발전을 기약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중랑·노원·강북·성북·종로·은평·서대문구를 차례로 돌며 북부지역 전역을 훑었다. 오 후보는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내내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열세를 보였던 ‘비강남’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특히 비강남권에서 부동산 개발 등의 공약을 강조하면서 ‘균형발전’ 카드로 민심을 공략했다. 오 후보는 이날도 청년층에 가장 공을 들였다. 최근 이어 온 선거유세 패턴인 청년 선(先) 연설 후(後) 본인이 화답하는 방식의 유세로 청년 발언권을 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역 마지막 총유세로 선거운동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례적으로 보수정당에 쏟아진 2030세대의 공개 지지를 전면에 내세워 당의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려는 전략이다. 오 후보는 신촌 유세에서 “(청년들이 말하길) 국민의힘이나 오세훈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무능함에 지쳤다. 그래서 기회를 한 번 줘 보려고 할 뿐이라고 한다”며 “젊은층의 이런 경고가 두렵다. 당선돼 서울시에 들어가면 불공정하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공정한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저녁 마지막 유세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주호영·유승민 중앙선대위 상임부위원장, 나경원 공동부위원장 등이 총출동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러 극동 병원 지붕에 불길 치솟는데 2시간 심장수술 침착하게 마무리

    러 극동 병원 지붕에 불길 치솟는데 2시간 심장수술 침착하게 마무리

    러시아 극동 아무르강(헤이룽강) 강변에 위치해 있으며 중국과의 국경이 멀지 않은 블라고베시첸스크 시의 한 병원 지붕에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고 12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와중에도 의료진이 개심(開心) 수술을 무사히 마무리했다고 영국 BBC가 2일 전했다. 낡은 건물의 지붕은 목재라 불길이 거세 소방대원들이 진화에 매달리는 동안 수술진은 일층 수술실에서 긴급 전력선을 연결하고 팬을 돌려 연기를 밖으로 몰아내면서 수술을 마쳤다.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었으며 개심 수술을 마친 환자도 나중에 건물 밖으로 옮겨졌다. 집도의 발렌틴 필라토프는 “이 사람을 살려내기 위해 모든 일을 했다”면서 불이 일어나기 직전에 시작한 2시간의 수술에 8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현지 위기대응 부서는 병원 건물이 차르 황제 시대인 1907년에 지어졌으며 불길이 “목재 지붕을 통해 벼락에 맞은 듯 요란하게 옮겨 붙었다”고 말했다. 응급요원 안토니나 스몰리나는 병원 직원들이 “전혀 패닉(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실리 오를로프 아무르주 지사는 수술진이 프로 근성을 보여줬고 소방대원들도 불을 끄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두 집단 모두에 포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은 이 일대에서 유일하게 심장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K반도체 핵심축 부상…시민들과 ‘용인 백년대계’ 그릴 것”

    “K반도체 핵심축 부상…시민들과 ‘용인 백년대계’ 그릴 것”

    126만평 반도체 클러스터 국내 첫 조성일자리 1만 7000여개 창출 2024년 준공 내년부터 인구 100만 이상 특례시 지위 민원인 시각에서 보게 ‘현장 행정’ 강조‘신갈오거리 도시재생’ 균형발전에 도움난개발 오명 벗으려 ‘센트럴파크’ 추진백군기 경기 용인시장의 지난 3년은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의 연속이었다. 2018년 민선 7기 시장으로 선택받은 이후 시민이 시정의 근본이 되는 새로운 변화의 큰 틀을 만들기 위해 매진했다. 특히 환경 및 경제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자연과 공존하는 조화로운 발전 기준을 정립하는 등 친환경 생태도시로 안착할 수 있는 토대를 다졌다. 난개발 도시라는 오명을 씻고 친환경 생태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한 기반이 구축돼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 분야에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성공적 유치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산업 지도를 바꿀 메가톤급 사업이 용인 원삼에 자리잡은 것이다. 백 시장은 “단순히 수도권 베드타운이 아닌 경제적 자립성을 갖춘 도시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반시설이었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백 시장은 기흥구 보정·마북 일대에 용인 플랫폼시티 건설을 본격 추진하는 등 시의 백년대계를 빈틈없이 그려 왔다. 31일 백 시장을 만나 그동안 이룬 성과와 앞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이 무엇인지 들었다.-용인시가 K반도체 핵심축으로 떠오른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원에 약 415만㎡(약 126만평) 규모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조성된다. 국내 최초의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로 용인시 100년 먹거리를 준비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10년간 무려 120조원이 투자된다. 주요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토지 보상 절차에 착수해 이르면 하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지난 23일 정부로부터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됐으며, 이에 발맞춰 ‘소부장 산업 생태계 육성 전략’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클러스터에는 2025년부터 4년 단위로 4개의 팹(Fab)이 건설되는데 총 1만 7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모든 것들이 완성되면 용인시는 이천~용인~수원~평택~안성을 잇는 ‘K반도체 벨트’의 중심지로서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축이 될 것으로 자부한다.” ●반도체 클러스터 120조 투자 하반기 착공 -내년부터 용인시 등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지위를 준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32년 만에 개정되면서 용인시가 시 승격 25년 만에 특례시로 격상된다. 이제야 110만 대도시 체급에 걸맞은 옷을 입게 된다. 시 차원의 노력과 4개 특례시 공동 대응으로 110만 도시 규모에 걸맞은 재량권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광역시에 준하는 행정, 재정 권한을 확보해 나가고자 한다. 그동안 시는 인구가 광역시급으로 성장했음에도 인구 5만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와 같은 제도를 적용받는 역차별을 받고 있었다. 이를 없애고 행정·상하수도·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구 규모에 걸맞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특례시로 가기 위한 로드맵은. “지난 1월부터 특례 사무 발굴과 권한 확보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특례시 출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기회의를 갖고 있다. 지난 2월에는 4개 특례시의 시장,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늦어도 4월에는 전국특례시시장협의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특례시 출범 TF는 용인, 수원, 고양, 창원시 등 4개 특례시의 로드맵을 공유하고 특례 발굴을 위한 공동 추진 방법, 간담회 개최 등을 논의하고 있다. 특례시시장협의회는 특례시 관련 권한 확보와 대정부 교섭 활동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코로나로 무너진 민생경제 474억원 지원 -직원들에게 현장 행정을 강조하는 이유는. “모든 민원의 답은 현장에 있다. 단순하게 ‘민원인이 생겼구나’가 아닌 ‘민원인이 왜 이러한 민원을 제기했는지, 당사자가 얼마나 오랜 시간 불편함을 느껴 민원을 제기하는지’ 생각해 달라고 공직자들에게 당부해 왔다. 서면으로 보고를 받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껴야 시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시민들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찾지 못했던 대안도 모색할 수 있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불편하다고 말씀하신 곳은 언제 어디든 수시로 방문해 불편을 예방하고 해결해 나가겠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거나 집중하는 부문이 있다면. “올해 최대 현안이자 가장 집중하는 것은 민생경제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 지역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 시민들의 삶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없다. 이를 위해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제3차 용인시 경제 지원 대책을 마련해 474억원을 별도로 편성해 지원했다. 올해 예산안도 일자리를 창출하고 골목상권,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시민들이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민생경제 회복을 목표로 편성했다. 일자리는 하반기에 입주하는 기흥 ICT밸리, 용인테크노밸리에서 1700개 등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도 용인형 일자리 사업을 비롯해 2만 72개를 계획한다.” -그동안 신구도심 균형 발전에 힘을 쏟았는데 신구도심 발전 전략은. “시민들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원도심 활성화와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도시재생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시민 모두가 잘사는 용인시를 만들기 위한 필수 과제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신갈오거리 도시재생사업이다. 과거 신갈오거리는 ‘용인의 명동’으로 불릴 정도로 지역 상권의 중심지였으나 주요 관청의 이전과 인근 대규모 개발사업 등으로 인구와 기업이 빠져나가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확보한 114억원의 국·도비를 포함해 총 484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110만 시민 모두가 시장’이 시정 원칙 -친환경 생태도시를 지향하고 공원 조성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그동안 용인시는 ‘난개발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오명을 벗는 게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다. 취임 직후부터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해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종 조례나 규제 등을 정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도 시민들의 바람에 전적으로 공감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생태도시’ 조성은 난개발을 방지하는 것과 동시에 개발로 인해 훼손된 자연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추진하는 시의 핵심 사업이다. 57만 1253㎡ 규모로 구축하는 (가칭)용인센트럴파크는 마평동 종합운동장 부지의 평지형 도시공원, 포곡 경안천 도시숲, 모현 갈담 생태숲, 유방동 시민녹색쉼터 등을 모두 아우르는 대규모 녹지축이 될 것이다. 경안천을 따라 17㎞나 이어지는 이 녹지축은 자연스럽게 처인구의 도심으로 연결돼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될 것이다.” -끝으로 시민들이게 한마디 한다면. “용인시민이 힘을 모아 주신 덕분에 지난해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에도 많은 성과를 이뤄 냈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처럼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열정으로 바람을 거스르고 물살을 거슬러 큰 결실을 맺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꿈이었겠지만, 시민 여러분이 함께해 주셨기에 가능했다. 이제 또 한번 거친 바람과 물살을 헤쳐 나가야 한다. ‘110만 시민 모두가 시장’이라는 시정 원칙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고 현장에서 시민 한분 한분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나가겠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엉덩이 힘주는 법” 학생들 앞 女제자 바지 내린 교수

    “엉덩이 힘주는 법” 학생들 앞 女제자 바지 내린 교수

    실습수업 중 학생 10여명 성추행한 교수법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성적만족 얻기 위한 추행 아닌 것으로 보여” 실습수업 중 여제자 10여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광주여대 교수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 4단독(재판장 박상현)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다만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및 취업제한 명령은 면제했다. A씨는 광주여대 물리치료학과 조교수로 재직하던 2015년 9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여학생 10여명을 25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주로 진단학과 근육학 등 교과 실습과정에서 추행을 저질렀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브라 탑이나, 짧은 반바지, 몸에 밀착되는 옷을 입고 오도록 지시한 뒤 실습실 침대에서 범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학생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실습대상자를 지정하는가 하면, 여대생들의 특정 부위를 만졌다. 특히 한 여학생에게는 “엉덩이에 힘을 주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 뒤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엉덩이골이 보이도록 바지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학점·취업과 관련한 불이익을 우려해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고 A씨의 수업을 들어야 했던 학생들은 자신들을 ‘마루타’라고 칭하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을 주장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실습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신체 부위를 촉진한 것일 뿐 강의의 한계를 벗어나 추행한 사실이 없고, 추행의 고의 또한 없었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인정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렇다면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재판부의 양형 이유는 무엇일까. 재판부는 “A씨가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여대생들인 피해자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고, 추행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다수이고 여전히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 점과, 일부 추행은 진단학이나 근육학 등의 실습과는 무관한 점은 불리한 정상이지만, A씨 추행의 경우 성적 만족 등을 얻기 위한 주관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아무런 범행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및 취업제한명령은 면제에 대해서 재판부는 “A씨가 입을 불이익의 정도 및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기대되는 사회적 이익과 성폭력 범죄의 예방 및 피해자 보호 효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취업제한을 명해서는 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18년 2월 학교 측으로부터 파면 조치됐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예술의 경계 지우다 문학에 미술 입히다

    예술의 경계 지우다 문학에 미술 입히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야심적 행사가 열리고 있다. 봄날 햇살 가득한 오후 참으로 오랜만에 덕수궁을 찾았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지인인 윤효 시인과 동행했는데, 윤 관장은 김인혜 학예연구실 근대미술팀장과 함께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우리는 김 팀장의 꼼꼼하고도 친절한 설명을 통해 이번 전시의 내용과 함께 1930년대를 전후로 한 한국 예술사의 빛나는 장면들을 충실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꽤 익숙한 문인들 사이로 가끔씩 돋을새김되는 생소한 이름의 화가들이 퍽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문학사와 미술사는 그렇게 한 몸이 되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다.●경계를 허무는 예술, 동행자로서의 미술관 전시장 첫 코스는 이상(李箱)이 차린 ‘제비다방’ 분위기를 담았다. 제비다방 사진이 남아 있는 것은 없지만 이상의 ‘자화상’(1928)이 걸려 있었다는 증언은 있으니, 이 공간은 그런대로 90여년 전 경성거리를 탐사하는 기분을 밝혀 주었다. 전시 기획 가운데 단연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1930년대 전후 잡지들이 문인과 화가를 결합시켜 만들어낸 ‘화문’(畵文) 장르였다. 가령 ‘여성’ 1938년 3월호에 백석의 유명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발표됐는데, 그의 절친인 화가 정현웅이 그림을 함께 그려 넣어 이 작품은 아름다운 채색 시화로 남은 것이다. 이들 말고도 이상과 구본웅, 김기림과 이여성, 이태준과 김용준, 김광균과 최재덕, 구상과 이중섭 등 문학과 미술이 주고받은 ‘이인행각’(二人行脚)은 우리에게 풍요롭고 아득한 시간의 힘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렇게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순간은 수많은 파생적 아우라(Aura)를 만들어 간다. 서로 분야가 다른 예술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 내는 이러한 접점은 우리를 그 안으로 초대해 숱한 이야기를 건네 온다. 문학을 품은 미술, 미술이 녹아든 문학이 협업해 이루어 낸 이러한 융합의 차원이야말로 그야말로 윤 관장의 생애를 빼닮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화두는 언제나 ‘시화일률’(詩一律)이었다.“문인과 화가는 같은 울타리 안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예술적 동반자로 살아왔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런 풍경이 보편적이었지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 문인과 화가가 동석하는 일은 드물어졌고, 좋게 말해 전문화라지만 통섭과 융합의 관점에서 보자면 빈곤해진 형국이라고 윤 관장은 말한다. “우리나라의 장르 결벽증도 이러한 융합 지향의 움직임을 다소 방해하는 것 같고요.” 윤 관장은 1982년 미술평론가로 등단해 40여년 동안 우리 미술 현장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서양미술사가 주류인 우리 미술계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동아시아미술이나 제3세계 미술에도 관심을 갖고 그것의 실체를 추적했다. 나아가 그는 미술이 단순한 감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이라는 실체 안에서 ‘생활미술’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재작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맡으면서 구체적으로 형태를 갖추어 대중들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4관 체제다. 과천, 덕수궁, 서울, 청주 각각의 특성화 작업을 통해 효율적 운영을 하고 있다. 그는 “미술관을 한마디로 은유하면 친구이자 동행자”라고 했다. “관람객의 눈높이와 취향이 워낙 다양하니까 이제는 쌍방 소통이 필요하다”고도 부연했다. 미술관 규모가 커지고 각각 특성화하면서 미술인들의 역할과 국민들의 기대가 함께 커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에게는 예술적 담론을 만들어 내는 모체가 되고, 일반 관객들에게는 문화적 취향을 충족해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하는 미술관이 되게끔 하는 것이죠.” 윤 관장은 무엇보다 한국 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연구 기능을 강조한다. 전시 기능 위주에서 연구하고 교육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수립하는 미술관을 생각하니 정말 ‘윤범모 브랜드’를 보는 듯하다. “우리 미술을 중심에 두는 주체적 자존심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시작의 스승으로서의 독서와 여행 윤 관장은 시집을 다섯 권 펴낸 시인이다. 미국 뉴욕에 잠시 체류하던 1980년대에 그는 첫 시집 ‘불법체류자’(1988)를 상재했다. 등단이라는 절차가 생략된 채였다. 그 시집은 후기에서 밝혔듯이 “불법이라, 정처를 찾지 못하고 언제까지 방황해야 할 것인가. 언제 합법적 공간에서 여유 있는 체류가 가능할까” 하는 젊은 날의 고백을 담은 성장 기록이었다. 이 시집은 모국의 역사, 이를테면 우리가 분단 시대를 겪고 민주화 운동을 치르면서 필연적으로 가지게 된 역사철학적 고민을 담고 있다. 그곳에서 느낀 백인문화도 비판적으로 담아내면서 ‘시인 윤범모’가 노래해 갈 시적 의제(agenda)를 오래전부터 만들고 있었다. 미술에서 우리 것을 강조했듯이, 시에서도 우리의 역사와 숨결을 가득 불러온 것이다. 시인은 미대생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결같은 답변을 한다. “좋은 그림은 좋은 시와 마찬가지 원리를 품고 있죠. 독만권서(讀萬券書) 행만리로(行萬里路)!” 책을 많이 읽고 먼 곳을 여행하라는 말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고 한다. 젊었을 때부터 그는 이 말을 지침 삼아 실천하려고 애썼고, 독서와 여행은 한때의 직업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책과 여행이 시작(詩作)의 스승인 셈이다. “미대생들에게 세계문학전집 100권 읽기를 숙제로 내줍니다. 인문학적 배경이 부실하면 그만큼 그림 바탕이 허술해지죠.”그는 한국 미술사를 공부하다가 불교 미술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 가운데 ‘석굴암’이 역시 이 땅 최고의 걸작임을 깨달았다. 그런데 석굴암 관련 문헌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객관적 논증은 어렵지만 그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석굴암을 알아가게 됐고 어느새 그 발견 과정을 시로 쓰기 시작했다. 그때 비로소 시를 천천히 공부할 시간을 가졌고 2008년에 등단 절차를 치렀다. 이어 시집들을 균질적이고 지속적으로 펴내면서 시인으로의 길에도 매진하고 있다. ‘노을 씨, 안녕!’(2009), ‘멀고 먼 해우소’(2011), ‘토함산 석굴암’(2015), ‘바람 미술관’(2020)으로 이어지는 그의 시는 “가슴에 내리꽂히는/ 하늘의 죽비 소리”(‘노을 씨, 안녕!’ 속 ‘천둥소리’)로, “소나기 죽비를 불러 모아/ 절마당을 가득 채우고”(‘멀고 먼 해우소’ 속 ‘달빛 소나기’) 있는 달빛으로 다가온다. 특별히 석굴암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복원한 토함산 석굴암은 우리로 하여금 석굴암에 대한 경모와 감동의 서사를 경험하게끔 해 주는 장편 연작 시집이다. 이 시집에 대해 시인은 “석굴암의 가치가 국제무대에서 재인식되는 계기에 조그만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후기’)고 썼다.●동량 만들어 일가를 이루어가는 ‘시인 윤범모’ 미술학도로서 시를 써 가는 삶은 어떤 것일까? “시는 왜 쓰는가 하고 항상 묻지요. 왜 이런 끌탕을 자초하는가. 시인은 스스로 천형(天刑)을 안아 들이는 존재 같아요. 좋은 시는 좋은 삶과 직결될 것이니 얼마나 어려운 경지입니까?” 그러고 보니 최근 발표한 작품에서 그는 “집 한 채 세우는 데는 천지가 도와야 합니다/ 동량(棟樑) 만들어 일가(一家)를 이루는데 쉬워서야 되겠습니까”(‘시와 소금’ 2021년 봄호 중 ‘늙은 목수의 이야기’)라고 노래했다. 동량을 만들어 일가를 이루어 가는 어려운 도정을 두고 윤효 시인은 “세상의 이치를 한꺼번에 잡아 일필휘지하는 필력”이라고 의견을 주었다. 그렇게 시인은 시를 통해 “캄캄한 밤/ 염치불구하고 박차는 문/ 멀고 먼 해우소 가는 길에/ 드디어 터지는 오도송(悟道頌)”(‘멀고 먼 해우소’)을 얻어 갔다. 그에게 시는 형상 없는 그림이요, 그림은 형상 있는 시였던 셈이다. 시와 그림은 한 몸이고 한마음이라는 엄정한 사실이 체현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릇을 만들던 사기장(沙器匠)은 물레를 버리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불상을 깎던 불모(佛母)는 만년에 자신이 만든 불상은 가짜라고 깨부수었다는 이야기. 나는 무애행(無碍行)에서 한 소식을 얻고자 희망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풍류까지 곁들여 있다면 비단 위의 꽃일 테고요.” 윤범모 시인은 자신의 예술관을 이렇게 피력한다. 불가적 깨우침과 치열한 삶의 탐구가 결속한 그의 시가 무애행으로 펼쳐질 것을 예감케 해 준 순간이었다. 덕수궁관 관람객이 대개 장년층일 거라는 나의 예측은 보기 좋게 날아갔다. 젊은층이 단연 많았기 때문이다. “원래 덕수궁은 중년 이상이 주된 층이었는데, 저도 놀랐죠. 새로운 변화로 매우 좋은 일입니다. 외국인들이 ‘다이내믹 코리아’를 미술관에서 느낀다고 합니다.” 오래전 이상은 그의 유작 ‘실화’(失花)에서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라고 썼다. 지금도 윤 관장은 ‘우리 것’이 중심에 서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꿈꾸면서 자신만의 비밀을 키워 가고 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포토] B.A.P 힘찬, ‘강제추행’ 징역 10월 실형

    [포토] B.A.P 힘찬, ‘강제추행’ 징역 10월 실형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그룹 비에이피(B.A.P) 출신 힘찬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힘찬은 징역 10개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내려졌지만 법정구속되지는 않았다. 2021.2.24 뉴스1
  • 그룹 B.A.P 힘찬 ‘강제추행’ 유죄…1심 징역 10개월 실형

    그룹 B.A.P 힘찬 ‘강제추행’ 유죄…1심 징역 10개월 실형

    “피해자 용서받을 기회 부여” 법정구속 면해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그룹 B.A.P 출신 힘찬(본명 김힘찬·31)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정성완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힘찬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렸다. 다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법정구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힘찬은 지난 2018년 7월 24일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의 한 펜션에서 동행한 20대 여성 A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펜션에는 힘찬과 지인 등 20대 남성 3명과 여성 3명이 함께 있었고, A씨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지만 조사 증거에 의하면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유죄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또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 다만 “처벌 전력이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힘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힘찬은 2012년 보이그룹 B.A.P로 데뷔했다. B.A.P는 2018년 8월 멤버 2명이 탈퇴했으며, 2019년 남은 멤버들도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그룹 역시 사실상 해체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詩 떠메고 봄 햇살 둘러메고 천생 시인, 천상에 들다

    詩 떠메고 봄 햇살 둘러메고 천생 시인, 천상에 들다

    지난 15일 시인 김형영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다. 선생은 1944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1966년 문학춘추로 등단한 이래 55년 동안의 시력(詩歷)을 쌓아 온 우리 시단의 대표 중진이다. 오랜 세월 ‘시’와 ‘신앙’이라는 두 바퀴로 조용조용 달려온 그의 정결한 생애를 두고 빈소에 모인 지인들은 깊은 추념과 안타까움을 나누었다. 시선집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문학과지성사)는 선생이 지상을 떠나던 그날 지상에 내려앉았다. 투병하던 당시 시인 스스로 그동안의 시집 10권에서 213편을 선정해 최종적으로 정본 작업을 완료한 시적 에센스가 영정 앞에 놓인 것이다. 비록 고인은 만져 보지 못했지만 그 책은 그 순간 선생의 몸이 되어 그가 천생 시인이었음을 증언하고 있었다.●저항의 세계에서 통회의 심연으로 선집 체재는 네 개의 시기별 분류를 택했다. 시인 스스로 ‘저항’→‘신앙’→‘자유’→‘교감’을 키워드로 해 자신의 삶의 궤적을 조감하도록 배려한 결과로 읽힌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초기시는 폭력이 미만한 세계에 대한 항의와 저항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물론 그의 시는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아니라 깊은 곳에서 조용하게 솟구쳐 오르는 나지막한 것이었다. 그 은유적 상관물로 시인은 ‘모기’를 택했는데 가령 시인이 간절하게 속으로 외친 소리는 “모기들은 죽으면서도 소리를 친다/죽음은 곧 사는 길인 듯이”(‘모기’)처럼 작고 소소한 이들의 마음으로 현상했다. 2015년 박두진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저는 지금도 왜 시를 쓰느냐고 자신에게 가끔 묻는다. 쓰면 쓸수록 어렵기만 하고, 때로는 숨이 막히게도 하는 시”라고 말씀한 그 ‘시’를 평생 떠메고 모기 소리처럼 작은 저항의 세계를 온축했던 선생은, 원치 않은 병고로 말미암아 스스로 깊은 신앙의 세계로 들어간다. 지금도 나는 김형영의 ‘통회(痛悔)시편’ 연작을 선연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나도 신앙의 문전에서 어정거리고 있을 때였기 때문일 것이다. “주님, 저를 죽이지 마소서./화가 나시더라도/ 흐느끼는 이 소리 들으소서.// 뼈 마디마디 경련이 일고/ 내 마음 이토록 떨리는데/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이 목숨 살리소서.”(‘통회시편 1’) 1980년대에 쓴 이 기도는 하늘에 상달되어 그로 하여금 ‘영성의 시인’으로 우리 곁에 머무르게끔 해 주었다. 무릇 모든 존재자는 현상계에서 물질적 존재 방식을 한시적으로 취하다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라져 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소멸이란 온통 비극적인 것이 아닌가. 하지만 선생은 그것을 평생 통회의 심정으로 탐구하고 형상화하면서 스스로의 존재 증명을 해 갔다. 선생의 말처럼, 모든 것이 은총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김형영은 이때부터 평범한 일상에서 근원적 사유와 형이상학적 전율의 세계를 길어올린다.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희원하는 시인의 품과 격을 보여 준 것이다. 깊은 영성을 시로 담아 냄으로써 남루한 존재자들이 신성한 존재와 연루되고 있음을 고백하고 증언하고 탐구하는 지향을 일관되게 개척해 간 것이다. 그만큼 시인에게 가톨릭에 기반을 둔 사유와 감각은 신성한 존재를 희구하고 물어가는 실존적 사건이었으며 그러한 시선이 마침내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회귀성을 가지게 해 주었다. 세례명이 ‘스테파노’인 그는 수많은 이들의 대부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전동균 시인은 “가톨릭 영성을 심층적으로 서정성과 결합해 탐색해 낸 정말 보기 드문 시인”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신성의 자유로운 현장으로서의 자연 후기로 갈수록 김형영 시의 주된 요소는 자연과 시인이 상응하는 장면에서 일어나게 된다. 말하자면 자연 사물의 구체성과 시인이 지향하는 삶의 지표가 서정적 순간성 속에서 견고하게 결속한 것이다. 그 빛나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김형영 브랜드인 형이상학적 빛을 한껏 쬐게 되고 이때 우리도 스스럼없이 환한 서정과 영성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후기 대표작 가운데 한 편을 읽어 보자. “봄비 오시자/ 땅을 여는/ 저 꽃들 좀 봐요.// 노란 꽃/ 붉은 꽃/ 희고 파란 꽃,/ 향기 머금은 작은 입들/ 옹알거리는 소리,/ 하늘과/ 바람과/ 햇볕의 숨소리를/ 들려주시네.// 눈도 귀도 입도 닫고/ 온전히/ 그 꽃들 만나고 싶거든/ 마음도 닫아걸어야겠지.// 봄비 오시자/ 봄비 오시자/ 땅을 여는 꽃들아/ 어디 너 한번 안아보자.”(‘땅을 여는 꽃들’) 물론 자연은 신성의 거소(居所)이자 고유의 향기와 소리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신성 자체이기도 하다. 작은 입으로 하늘과 바람과 햇볕의 숨소리를 들려주는 봄날의 꽃을 온전하게 만나기 위해 시인은 눈도 귀도 입도 마음까지 닫은 채 크나큰 품으로 온전하게 봄날의 꽃들을 안아 들인다. 그러한 신성과의 소통 과정을 일러 시인은 ‘교감’이라고 규정했을 것이다. “영혼이 오가는 순간을/ 어찌 귀와 입으로 붙잡겠는가./ 눈도 아니다./ 생각도 아니다./ 나 없는 내가 되어/ 가슴으로 듣는 말,/ 사랑의 숨결이다.”(‘교감’) 이처럼 시인이 들려주는 사랑과 영혼의 소리에 우리도 가장 행복한 마음의 상태를 경험한다. 김병익 선생도 시선집 해설에서 “육신의 회복과 정신의 부활을 치르면서 김형영의 시는 이 세계와의 교감과 공감을 싱싱하게 드러낸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그에게 ‘시’는 생명의 리듬이 만져지고 보이는 음악이요, 숨결의 형식이 선연하게 들려오는 보이지 않는 그림이었을 것이다. 시선집 ‘시인의 말’에서도 선생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 태어나고 사라지는 생명들과의 교감 그리고 가끔 거기서 얻은 감동을 시로 꽃피우는 즐거움, 그 은총이야 말해 무엇하리”라고 적었다. 이러한 김형영 시의 지향은 결국 실존적 형이상학의 세계로 귀납될 것이고, 그때 그의 언어는 우리의 마음을 깊이 울리는 음악으로 남을 것이다.●샘터, 아버지, 그리고 봄 햇살을 따라 선생은 ‘샘터’에서 30여년간 편집자로 일했다. 이 오랜 전통의 월간지가 정점을 구가할 때였을 것이다. 법정, 이해인, 최인호, 정채봉 등 이 책을 그득하게 채웠던 언어들은 지금도 한국문학의 보석이 되어 빛을 뿌린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소설가 한강이 대학을 졸업하고 샘터에 들어갔는데, 입사 직후의 그를 만나러 대학로의 붉은 벽돌 건물 앞에서 얼떨결에 선생을 뵈온 일이 있었다. 나중에 선생의 시집 해설도 쓰고 같은 잡지의 자문편집위원도 하면서 선생의 말년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마지막 투병 중 전화로 들었던 선생의 떨리는 목소리의 힘으로 선생의 시에 대한 기록을 더 깊이 수행해 갈 다짐을 해본다. 빈소에서 인사를 나눈 둘째아들 김상조씨와 장례를 마치고 전화 통화를 했다. “저나 형한테는 늘 친구 같은 아버지셨어요. 같이 식사하고 탁구나 배드민턴도 같이 치고, 힘들 때 서로 전화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던 분이셨습니다.” 상을 치르면서는 지인과 후배들이 휴대폰에 남긴 내용이나 빈소에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새삼 ‘큰 분’이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유품을 정리하다가 지난해 12월 20일에 온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을 발견했어요. 자신이 한없이 방황할 때 신앙으로 인도해 주신 마음에 고마움을 표하는 감사 카드였습니다.” 선생의 묘역은 따로 없다. 가톨릭대학에 시신을 기증했기 때문이다. 상조씨는 아버지가 ‘유언시’라고 하시면서 1월 중에 보내 주신 작품 한 편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주었다. 처음 공개되는 선생의 마지막 작품 전문이다. “사랑하는 아들들아, 내가 죽거든/ 무덤일랑 만들지 마라/ 납골당에도 가두지 마라// 나를 먼지로 만들어/ 관악산 중턱 후미진 곳에서 뿌려다오/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구름이 흘러가면 구름 따라/ 새들 지저귀면 새소리로/ 꽃들 향기 뿜으면 그 향기에 취해/ 천지사방 허공을 떠돌며/보이지 않는 자연이 되어 날아다니고 싶다”(‘화살시편115-내가 죽거든’) 지금쯤 선생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훨훨 흘러가고 계실 것이다. 이제 선생은 스스로 언어의 화살이 되어 하늘나라로 들어갔다. 나는 새삼 그의 세례명을 생각했다. 신약성서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스테파노는 돌에 맞아 순교하면서도 햇살보다 더 밝은 얼굴로 신에게 영혼을 의탁하는 모습이 기록된 분이다. ‘김형영 스테파노’의 얼굴에도 그 햇살이 환하게 비추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늘로 돌아간 그날 출간된 시선집 제목처럼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따뜻한 봄 햇살로 우리에게 남을 것이다. 스스로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은 작품 한 편을 선집에서 꺼내어 봄 햇살에 비추며 읽어 본다. “별이 하나 떨어졌다./ 눈에 없던 별이다.// 캄캄한 하늘에 비질을 하듯/ 한 여운이 잠시/ 하늘에 머물다 사라진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보다 작게/ 보다 낮게/ 한 점 남김없이 살다 간 사람.// 그를 기억하소서./ 그의 여운이 아직 사라지기 전에/ 한때 우리들의 이웃이었던 그를.”(‘무명씨’)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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