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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드 강연서 깜짝 강연한 프란치스코 교황

    테드 강연서 깜짝 강연한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으로부터 영상 보내 강연청중들에 온유와 혁명 정신 강조 25일(현지시간)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지식강연 테드(TED)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깜짝 강연자로 나타났다. 바티칸으로부터 찍은 영상을 통해 ‘내’가 아닌 ‘우리’가 있을 때 “혁명이 시작된다”며 “온유의 혁명”(revolution of tenderness)을 촉구했다. 교황은 자신이 이탈리아계 아르헨티나 이민자임을 내세우며 “삶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관계를 경험하며 이뤄진다”고 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반이민 열풍을 역설했다. ‘알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이 강연 청중에게 교황은 그들이 가진 영향력과 힘을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데 사용한다면 이 세계는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과 기술 혁신이 평등과 사회적 포용을 가져온다면 얼마나 멋질 것인가”라며 “지구에서 먼 행성을 새로 발견했을 때 우리 주변의 형제와 자매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다면 얼마나 훌륭할까”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가난하고 병든 이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만날 때 “왜 내가 아니고 그들일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그럴 때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을 돌볼 책임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교황이 특정 단체나 집단을 위해 비디오 연설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국제 강연회에서 강연한 것은 처음이라고 테드 측은 설명했다. 테드 국제담당 기획자 브루노 지우사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1년 이상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교황의 강연은 시작 전까지 비밀에 부쳐져 행사 안내서에도 기재되지 않았으며, 연단 화면에 그의 모습이 나타나자 청중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박수로 환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조선의 시간, 그대로 멈추다…순천 낙안읍성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조선의 시간, 그대로 멈추다…순천 낙안읍성

    영화 ‘태극기 휘날리다’, ‘다물’, ‘천군’, ‘광해’ 그리고 드라마 ‘다모’, ‘대장금’, ‘장길산’, ‘토지’, ‘불멸의 이순신’, ‘구암 허준’ 등의 촬영장소는 어딜까? 순천의 낙안읍성이다. 낙안읍성은 진짜다. 현재를 과거처럼 만든 것이 아니라 과거 그대로 현재에 멈추어 있다. 방문객들이 옛 시간을 따라 담벼락을 돌면, 또 다른 옛 시간이 그들을 맞이한다. 발걸음이 처음으로 초가지붕 아래에서 돈독하게 움직인다. 샛길로, 고샅길로, 한길로 넘어가면 누구나 시간의 경계를 온몸으로 느낀다. 살아있는 옛날이다. 낙안읍성이 관광지로 가지는 매력은 바로, 이것저것 내세우지 않고 오직 고즈넉한 예전 시간 한 가지만 얼굴로 낸다는 것이다. 시멘트 덕지덕지 바른 담 위에 찰흙으로 세련되게 단장한 요사이 다른 ‘옛날’ 관광지에 내심 시큰둥하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연 일품의 여행지이자 방문지다. 지금의 낙안읍성을 에워싸고 있는 성곽의 길이는 총 1410m에 이른다. 높이 역시 고르지는 않으나 옛 마을 성곽으로는 제법 높은 4m에 이르고, 넓이 역시 우마차가 넉넉히 지나갈 정도의 성곽길을 지니고 있다. 현재 총 면적이 예전 셈법으로 4만 1018평으로 현재도 여전히 100세대 조금 못 미치는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사람 살고 있는 동네다. 원래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6년(1397)에 왜구들의 잦은 침입을 방비하기 위해 토성으로 쌓았다. 이후 세종 9년(1426)에 석성으로 다시 개축하였고, 유명한 임경업 장군이 낙안 군수로 재직하던 시기(1626)에 다시금 석성(石城)을 중수했다는 야사도 전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현재의 낙안읍성이 있는 지역명은 낙안군(樂安郡)이 아니라 순천시 낙안면이라는 사실이다. 원래 지금 보성의 벌교읍, 고흥의 동강면, 대서면, 순천의 외서면 등은 1908년 일제가 일부러 낙안군(樂安郡)을 폐군시키면서 인위적으로 세 도시에 강제로 편입시킨 낙안의 마을들이다. 당시 안규홍(1879~1911) 의병장을 비롯하여 수많은 항일 의병들이 현재의 벌교 지역, 옛 낙안군을 중심으로 결성되자 일제는 무자비하게 탄압하였고 아예 이 지역을 찢어 놓았던 것이다. 낙안 지역에서 일어난 항일무장독립투쟁이 일제로서도 쉬 대응하기 힘들 정도로 극렬했던 탓이었다. 흔히들 ‘벌교에서 힘 자랑하지 마라’라는 말은 지금은 주먹질로 곡해되어 와전되었지만, 원래 옛 낙안 지역이었던 벌교에서 일제 순사에 항거하던 거친 젊음과 독립운동가들이 많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보면 소설의 배경인 벌교 역시 역사적으로는 낙안지역이었기에 자연스레 등장인물에 낙안댁, 외서댁이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그러하기에 오히려 현재의 낙안면이 속한 순천시보다는 보성에서 낙안읍성이 더 가까운 연유가 이런 사연에서 나오는 것이다. 원래 낙안읍성에는 동서남북으로 총 4개의 성문이 있었지만, 현재는 낙풍루라고 불리는 동문, 진남루라고 일컫는 서문, 쌍청루인 남문이 제 모습을 유지한 채 남아있다. 읍성 안으로 들어가면 예전의 조선 동리가 그대로 성 안에 담겨 있는데, 물레방아, 옥사, 장터, 우물, 빨래터, 대장간, 객사와 동헌, 서당, 임경업 군수 비각 등이 옛 풍경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성곽 너머에는 낙안벌 멀리 장광산, 백이산이 보이며 이 산들을 지난 먼 거리에 조계산도 어렴풋이 짐작된다. 조계산 너머가 바로 지리산이고 섬진강이니 남도 중에서 아랫마을이 바로 낙안읍성이다. 낙안읍성은 CNN 선정 ‘한국 최고 여행지 50선’에 당당히 이름 올릴 정도이자 한국관광공사 선정 주요 방문지 순위에도 윗길에 앉아있을 정도이니, 올 봄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은 따뜻한 봄햇내 가득한 낙안읍성으로 가보는 것도 좋다. <낙안읍성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순천이나 벌교, 고흥, 여수 지역을 방문한다면 필수 코스다. 2. 누구와 함께? -가족 단위 여행지. 3. 가는 방법은?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061)749-8831/ 순천 시내버스로 63, 68, 61, 16, 670번이 있다. 4. 감탄하는 점은? -진짜다. 일부러 만든 옛날 동네가 아니라 진짜 옛날의 시간이 남아 있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최근 코레일의 내일로 여행 코스로 여수, 순천이 이름 얻으면서 관광객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옥사, 한지체험관, 동헌, 성곽길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가성비 끝판왕 한정식, 3인 이상 ‘대원식당’(744~3582), 남도의 제대로 된 한정식 한상을 원한다면 ‘명궁관’(741-2020), 돼지고기 김치찜 ‘진일 기사식당’(754-5320), 마늘통닭 ‘풍미통닭’(744-7041), 짱뚱어탕 ‘대대선창집’(741-3157), 찹쌀떡 ‘화월당 과자점’(752-2016)/ 지역번호 (061) 8. 홈페이지 주소는? -www.suncheon.go.kr/nagan/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뿌리깊은나무박물관, 태백산맥 문학관, 순천만 정원, 선암사 10. 총평 및 당부사항 -낙안읍성은 제대로 보존된 민속마을이다. 남도 여행을 간다면 낙안읍성과 더불어 옛 낙안군 지역이던 벌교 지역도 같이 둘러보자.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문화마당] 그 초 말고 이 초 이야기/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그 초 말고 이 초 이야기/김민정 시인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아주 짧은 동안. 찰나라고도 해 보자. 어떤 일이나 사물 현상이 일어나는 바로 그때. 작가 성석제는 데뷔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라는 참으로 시적인 제목의 소설에서 한 사내가 자동차 사고로 추락해 사망하기까지의 그 4.5초의 시간을 놓고 한 사람의 일생이자 인생을 꿰뚫은 적이 있다. 그게 됐냐고? 물론 됐다. 1995년 여름에 선보인 이 소설 속 남자의 캐릭터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침 사방에 튀겨 가며 나불거릴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니 말이다. 물론 제목이 주는 각인의 힘이 어마무시했다는 걸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이렇게 어느 날 문득 살짝 변형되어 나를 찌르기도 하나니, 나아가 모두와 한번 공유해 보고 싶은 마음도 먹게 하나니, 그래, 그러니까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나는, 또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게 될까나. 그리하여 우리 각자 종국에는 서로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까나. 경우에 따라 길면 길 수도 있는 시간일지 모르겠다. 한 시인은 1초간 떴다 가라앉은 까만 비닐봉지에서 오리의 날고 떨어짐을 비유한 적도 있으니 나 역시도 그 부지불식간에 사람을 귀신으로 보고 신던 슬리퍼를 내던진 적도 있으니 그 시간의 잴 수 있으나 잴 수 없음을 설명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시의 영역이 아니겠나 하면서도 얼마 전 어림잡아 그 두 배쯤 되는 8초간의 시간을 단 두 문장의 29자로 8분처럼 갖고 논 유일무이의 한 사람을 똑똑히 목도한 나는 정말이지 큰 혼란에 빠지고야 말았다. 요즘 그런 사람 누구겠나. 딱 한 사람 그 사람이지. 고개 숙이기밖에 더하겠어 할 때 탬버린처럼 손 흔드는 사람. 죄송하다라고밖에 더하겠어 할 때 억울하다고 눈물 흘리는 사람. 울기밖에 더하겠어 할 때 오히려 과감히 웃어버리는 사람. 세상의 상식이란 애초에 없는 공식이고 온전히 자기 논에 물 대는 일에만 입 대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박근혜.  4.5초에서 시작해 8초를 되새김질하다 보니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보였다. 이상하지. 흘려버리기 십상이던 그 시간의 우리들을 그 안에 투영해 보니 저마다의 오늘이 너무도 잘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만보기를 켜고 1초에 몇 보를 걷나 그 초의 숫자바뀜을 유심히 보니까 걸음으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라디오 생방을 가서 방송을 기다리며 째깍째깍 바뀌는 시계의 숫자를 유심히 보니까 설렘으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분식집에서 500원을 내고 오뎅 한 개를 산 뒤 그걸 한 입씩 나눠 먹기까지 채 5초도 안 걸린 몽골인 엄마와 그녀의 두 아이를 유심히 보니까 허기로 살아 있는 내가 느껴졌다. 일 초의 어려움, 일 초의 무서움, 일 초의 다함, 일 초의 전부를 인지하고 있을 때 사실 우리의 피로함은 극에 달한다. 어쩌면 그 지치는 헐떡임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그 일 초를 외면하고 사는 것이 우리인지도 모르겠다. 일 초를 일생이라 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삶과 사람에 대한 집중력은 얼마나 예의 바른 에너지일 것인가. 최소한 나 때문에 네 몸과 네 마음이 다치는 일은 없지 않을 것인가. 일 초 만에 사랑에 빠져 평생을 사는 부모가 있다. 일 초 만에 사람을 놓쳐 지금껏 혼자 사는 내가 있다. 일 초는 그런 시간이다. 누군가 어떤 이가 차기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냐고 묻기에 답하는 마음으로 썼다. 일 초를 섬기는 자여, 당신만이 오시라.
  • “무대 오르면 고통의 산 넘는 심정…이해 어려웠던 ‘나’를 알게 됐어요”

    “무대 오르면 고통의 산 넘는 심정…이해 어려웠던 ‘나’를 알게 됐어요”

    국내 최장 공연인 7시간짜리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나진환 연출이 이끄는 극단 피악이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를 주제로 ‘악령’, ‘죄와 벌’에 이어 3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서 최다 금액(1억 4000만원)을 지원받은 이 작품은 방대한 원작을 1, 2부로 나눠 각각 3시간 30분씩 공연한다. ●3m 높이 구조물서 25분 독백 장면 압권 이번 작품에서 특히 주목할 배우는 총 공연시간 7시간 중 5시간 이상 무대에서 격정적 연기를 토해내는 정동환(68)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욕망의 시대를 대표하는 인간 군상의 다양한 민낯을 연기한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그는 2부 공연을 마친 직후라 다소 지쳐 보였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1969년 연극 ‘낯선 사나이’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50년 가까이 연기를 해 온 베테랑에게도 이번 작품은 큰 도전이었을 터. 그의 마음을 붙든 건 고전 작품이 지닌 특유의 힘이었다. “나 연출이 제게 이 작품을 처음 제안했을 때 10시간이든 20시간이든 상관없이 해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처럼 물질문명에 젖어서 인간을 가볍게 여기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풍요 속 빈곤’이라고 배불리 먹고 사는 것만 생각하면 동물과 다를 게 없죠. 연극이든 다른 매체든 보는 이들을 일깨우고 생각하게끔 해야 합니다. 특히 고전 작품에서 그런 자기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봐요.” 1인 4역을 맡은 그는 작품 속 화자인 도스토옙스키, 성직자 조시마 장로, 예수를 심문하는 대심문관, 악마를 상징하는 식객까지 성격이 서로 다른 인물을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나 연출은 선과 악, 지성과 무지 등 인간 내면의 다층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배우 한 명에게 4개 배역을 맡겼다. 특히 1부에서 대심문관이 3m짜리 구조물 위에 올라선 채 25분 동안 홀로 독백을 이어가는 장면은 단연 압권으로 꼽힌다. “그 위에 올라서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당이 안 돼요. 어떨 땐 대사 첫 자부터 생각이 안 나요. 앞으로 수만 자를 말해야 하는데 말이죠. 사람마다 심약한 면이 있겠지만 저에겐 고소공포증이 있어요. 관객이 앞에 있다는 정신적 위압감 속에서 20분 이상을 그 위에서 견뎌내는 게 쉽지는 않죠. 그저 하루하루 기도하고 올라서서 다시 기도하고 내려옵니다. 그 자리에서 극복하지 못하면 도망가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어요? 매번 고통의 산을 넘는 심정이죠.”●“인간성 상실의 시대, 성찰 기회 됐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 배역을 동시에 연기한 그는 다른 어떤 배우보다 이 작품의 주제인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한발 더 가까이 가닿아 있을 듯했다. “도스토옙스키가 이 작품에서 강조한 ‘만민은 만민에 대한 죄인’이라는 주제로부터 깨달은 바가 많아요. 날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내가 옳다고 자신할 수 없는 나, 천사와 악마의 싸움터로서의 나처럼 ‘나’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저에겐 참 고마운 작품이죠.” 다음에도 이번 작품처럼 ‘도전작’을 선택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했다. “당연히 하죠. 그건 시간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대심문관만 보더라도 사실 혼자서 20분 넘게 대사를 하는 장면은 연극에서도 흔하지 않잖아요. 관객들이 그런 특별한 현장에서 연극의 역사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휴가까지 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앞으로도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 1부는 18일, 2부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6만원. (02)765-1776.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In&Out] 우리가 지금 자연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김지인 스위스관광청 한국사무소장

    [In&Out] 우리가 지금 자연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김지인 스위스관광청 한국사무소장

    현재의 삶에 보다 충실하고자 하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전 세계적인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로 점차 자리잡고 있다. ‘욜로족’은 지금 이 순간을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 아닌 떠남을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 특히 매일 보는 비슷한 도심보다는 장엄한 자연을 찾아 자신을 돌아보거나, 자연의 품속에서 태고의 에너지를 얻고자 한다. 생경한 자연으로의 여행을 통해 이들은 현재를 더 잘 살아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영국 시인 워즈워스가 자연 속에서 경험한 작은 순간들은 ‘시간의 점’이며, 이 시간의 점들이 내재하고 있는 재생력은 우리의 삶을 더 높이 혹은 다시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힘이 되어 준다고 말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일까. 정치경제적인 현안들과는 무관하게 한국의 출국자 수는 매달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업계 역시 올해 긍정적인 출발을 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인 여행자의 성장세가 가장 도드라졌던 곳은 스위스로, 성장률이 7.1%에 달했다.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 여행자의 절반가량은 자연 때문에 이 나라를 찾는다고 답했다. 스위스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고 평가한 1위 국가다. 동시에 물가가 높은 나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한국인이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에서 삶을 채우고자 하는 갈증을 방증하기도 한다. 스위스는 이미 150년 전부터 영국인들에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관광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해발 3000m가 넘는 알프스 자연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산악기차와 케이블카를 만드는 동시에, 당장의 이익에 굴하지 않았던 스위스인들의 고집스러움은 현재까지 훼손되지 않은 지속가능한 자연 환경을 가능하게 했다. 국내에서 자연을 찾아 떠나려는 여행 트렌드는 이른바 ‘4050’ 중장년층들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중년 남성들의 여행을 주제로 삼은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다. 도심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불확실한 미래와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실은 젊은이들만의 이슈가 아니다. 그동안 가정과 회사에 대한 희생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이 중장년층의 ‘욜로족’들은 이제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거나 부부가 함께,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혼행’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자연에서 보내려는 경향이 더 높다. 막상 여행을 떠나도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 한 끼 같이 먹기 어려운 도심의 현실에서, 낯선 타국에서 오랜만에 마주한 가족끼리 얼굴을 맞대고 앉아 대화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대화의 소재부터 막힌다. 하지만 오랜만에 삶의 주연이 된 이들을 위해 소재와 무대가 되어주는 대자연이 존재한다. 자연은 세대 간의 차이를 넘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줄 수 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대자연의 숭고함 앞에 개인의 겸허함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함께 의지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자연의 품이라는 무대에서, 이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에 도전한 것도 좋겠다. 서울에서 울려오는 휴대전화는 잠시 꺼 놓고 산과 숲, 호수나 강, 바다, 하늘을 체험해 보자. 지금보다 조금 더 걷거나, 조금 더 용기 내 도전하면 그만이다. 가족과 함께 자연을 즐긴 ‘시간의 점’은 현재를 살아나가는 미래의 힘이 될 것이다.
  • [길섶에서] 천덕꾸러기/오일만 논설위원

    삼청동 한옥 마을을 걷는다. 툇마루에 드는 햇살을 보면서 문득 낡음에도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소중함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미친다. 새로운 것은 잠깐이나마 눈길을 잡아 두는 힘이 있지만 오랜 시간 마음까지 빨아들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곰삭은 묵은지나 수십 년 전통을 자랑하는 설렁탕 집에서 느끼는 그 깊은 맛은 영혼까지 흔들 정도로 여운이 있다. 햄버거와 콜라의 맛에 길든 인스턴트 세대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맛일 게다. 어릴 적 느낀 그 강렬한 맛의 경험이 뇌 세포 어디엔가 각인된 DNA처럼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낡음이 사람에게 적용되면 육체적 노후를 의미할 텐데, 여기선 다소 이율배반적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세월로 물들인 머리카락이 아닐까 한다. 간혹 거울 앞에 서면 산전수전 함께해 온 동지 같은 친근감도 있지만 노쇠함의 현장 증인처럼 지켜보는 느낌도 든다. 흰 머리카락은 젊어지고 싶은 본능 앞에서 가끔 천덕꾸러기가 된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아하! 우주] 현대천문학 최대 화두 블랙홀…팩트와 픽션

    [아하! 우주] 현대천문학 최대 화두 블랙홀…팩트와 픽션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에 지난 17일자(현지시간)로 호주 스윈번 공과대학의 앨리스터 그레이엄 천문학 교수가 블랙홀에 관한 흥미로운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 내용을 약간 가공해 소개한다.​ 블랙홀에 대한 지식이 ​커갈수록 우주 마니아들의 블랙홀 사랑도 덩달아 커가고 있다. 블랙홀에 관한 최근 뉴스는 블랙홀 가족 중에도 아주 낯선 존재인 '중간질량 블랙홀'의 발견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블랙홀 중에는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질량 블랙홀이 있는가 하면, 태양 질량의 몇 배밖에 되지 않는 블랙홀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태양 질량의 2200배 정도 되는 중간 질량의 블랙홀이 발견되어 과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 블랙홀은 큰부리새자리47(47 Tucanae) 구상성단 안에서 발견되었는데, 중간 질량의 불랙홀로서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 큰부리새자리는 남반구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구상성단 자체는 겉보기 등급 +4.91로 맨눈으로 흐릿하게 보인다. 지구로부터 약 1만 6700 광년 떨어져 있으며, 성단의 지름은 무려 120 광년에 달한다. 가까이 접근하는 모든 물체를 가리지 않고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중력의 감옥, 블랙홀. 모든 연령층, 모든 직업군을 아우르면서 블랙홀에 대해 크나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검은 별(Dark stars)' 질량이 너무 커서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중력을 가진 존재에 대한 개념은 1783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18세기 영국의 과학자 존 미첼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만약 태양과 같은 밀도를 가진 어떤 구체의 반지름이 태양의 500분의 1로 줄어든다면, 무한한 높이에서 그 구체로 낙하하는 물체는 표면에서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를 얻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빛이 다른 물체들과 마찬가지로 관성량에 비례하는 인력을 받게 된다면, 그러한 구체에서 방출되는 모든 빛은 구체의 자체 중력으로 인해 구체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뉴턴 역학의 얼개 안에서 그러한 개념의 천체는 검은 별 또는 암흑성(dark stars)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 암흑성 개념은 19세기 이전까지 거의 무시되었는데, 질량이 없는 파동인 빛이 중력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1915년 아인슈타인이 우주를 기술하는 뉴턴 역학을 대체하여 시간과 공간이 하나로 얽혀 있음을 보인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직후, 암흑성 개념은 새로운 활력을 얻어 재등장했다. 독일의 카를 슈바르츠실트와 요하네스 드로스터가 각기 독립적으로 점질량에 대한 동일한 방정식의 답을 구했다. 이 풀이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일부 항이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을 가지는 특이행동을 보이는데, 이것을 오늘날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부른다. 이는 어떤 물체가 블랙홀이 되려면 얼마만한 반지름까지 압축되어야 하는가를 내타내는 반지름 한계점이다. 그러나 이 슈바르츠실트의 방정식은 당시 하나의 수학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았고, 그뒤 핵물리학이 발전하여 충분한 질량을 지닌 천체가 자체 중력으로 붕괴한다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 같은 예측은 결국 강력한 망원경으로 무장한 천문학자들에 의해 관측으로 입증되었고, 충돌하는 블랙홀이 만들어낸 중력파가 미국의 LIGO에 의해 검출됨으로써 오랜 블랙홀 논쟁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초밀도의 천체들 초밀도의 물체는 사람을 경악시키는 바가 있다. 예컨대 태양이 블랙홀이 되려면 얼마나 밀도가 높아야 할까?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풀이 공식으로 구해보면, 태양 질량을 그대로 지닌 채 70만km인 반지름이 3km까지 축소되어야 하며, 지구가 블랙홀이 되려면 반지름이 0.9cm로 작아져야 한다. 그러면 밀도는 자그마치 1cm^3에 200억 톤의 질량이 된다는 뜻이다. 각설탕 하나 크기가 그만한 무게가 나간다는 얘기다. 물질이란 게 이렇게까지 압축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고 하겠다. 만약 당신이 그러한 초질량의 물체가 다가간다면 끔찍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지구에서는 중력의 크기가 당신의 지금 키만큼 유지되게 해주고 있는 정도지만,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블랙홀의 강력한 기조력이 당신의 머리와 발끝에 동시에 작용하는데, 그 힘의 차이가 엄청나서 당신의 몸은 스파게티 가락처럼 사정없이 늘어나게 된다. 마치 강력한 크레인 두 대가 각각 당신의 발과 머리를 잡아당기는 형국이다. 그러면 결국 어떻게 될까? 당신의 몸은 최종적으로 원자 단위로 분해된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스파게티화'라 한다. 1958년에 미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핀켈스타인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사건 지평선이란 외부에서는 물질이나 빛이 자유롭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블랙홀의 중력에 대한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서 원래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경계를 말한다. 말하자면 블랙홀의 일방통행 구간의 시작점이다. 블랙홀, 화이트홀 1964년, 두 명의 미국인인 작가 앤 어윙과 이론 물리학자 존 휠러가 최초로 '블랙홀'이라는 단어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어서 1965년, 러시아의 이론 천체물리학자 이고르 노비코프가 블랙홀의 반대 개념인 '화이트홀'이라는 용어를 들고나왔다. 만약 블랙홀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면 언젠가 우주공간으로 토해낼 수 있는 구멍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이 화이트홀 가설의 근거다. 말하자면, 블랙홀은 입구가 되고 화이트홀은 출구가 된다. 이 아이디어는 부분적으로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로 알려진 수학적인 개념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1916년에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루트비히 플램에 의해 수학적으로 발견된 후, 1935년에 아인슈타인과 미국-이스라엘 물리학자 나단 로젠에 의해 재발견되어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는 나중에 역시 존 휠러에 의해 '웜홀(wormhole)'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962년, 존 휠러와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풀러는 그러한 웜홀이 양자 하나도 통과하기 어려울 만큼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정립했다. 블랙홀에 관한 팩트와 픽션 블랙홀의 현관 안으로 들어갔던 물질이 다른 우주의 시공간으로 다시 나타난다는 아이디어는 그다지 놀랄 만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 무수한 공상과학 스토리가 탄생했다. '닥터 후(Doctor Who)', '스타게이트(Stargate)', '프린지(Fringe)', '파스케이프(Farscape)' 디즈니의 '블랙홀' 등 끝이 없을 정도다. 이런 얘기들은 하나같이 등장인물들이 우리 우주와 다른 우주 또는 평행우주를 여행한다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그러한 우주는 수학적으로 성립되는 인공물일 뿐으로, 그 존재에 대한 증거는 아직까지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시간여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만약 우리가 엄청난 속도로 여행하거나, 또는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외부 관측자의 눈에는 시간의 흐름이 아주 느리게 보일 것이다. 이것을 중력적 시간 지연이라 한다. 이 효과에 의해 블랙홀로 낙하하는 물체는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고, 사건의 지평선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한대가 된다. 즉 사건의 지평선에 닿는 것이 외부에서는 관찰될 수 없다. 외부의 고정된 관찰자가 보기에 이 물체의 모든 과정은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기에, 물체에서 방출되는 빛도 점점 파장이 길어지고 어두워져서 결국 보이지 않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운동하는 시계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2014년의 영화 '인터스텔라'는 블랙홀 근처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었다. 우주 비행사 쿠퍼(매튜 맥커너히 분)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블랙홀'이란 이름은 사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명칭이다. 그것은 시공간의 구멍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떤 물체이든 그 안으로 떨어지면 더이상 물체로서 존재할 수 없이 극도의 고밀도 상태가 된다.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안에는 실제로 어떤 것이 있을까란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블랙홀 내부를 이해하기 위해 끈이론, 양자 중력이론, 고리 양자중력, 거품 양자 등등 현대 물리학의 거의 모든 이론들이 참여하고 있다. 어쨌든 당분간 블랙홀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질 때마다 일반의 관심을 고조시키며 물리학의 화두로서 위세를 떨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메디컬 인사이드] 화장실이 편해서… ‘치질’에 숨겨진 비밀

    [메디컬 인사이드] 화장실이 편해서… ‘치질’에 숨겨진 비밀

    항문 주위 조직 돌출되는 ‘치핵’설사 많이해도 울혈로 인해 발병화장실서 신문·책 읽는 건 금물장시간 근로도 위험 높이는 원인 우리가 보통 ‘치질’이라고 표현하는 항문질환은 사실 ‘치핵’과 ‘치열’, ‘치루’ 등 항문 주위에서 생기는 모든 질환을 함께 일컫는 말입니다. 치핵은 항문 주변의 조직이 돌출되는 것을, 치열은 항문관 부위가 찢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치루는 항문선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구멍이 생겨 고름 등의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환자들이 치질이라고 표현하는 증상은 대부분 치핵입니다.40대 이상이라면 가족이나 지인 가운데 이런 치핵 환자 한 명쯤은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치핵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65만명을 넘었습니다. 환자는 40대(21.1%)와 50대(20.8%)가 가장 많았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인 30대(19.6%), 20대(14.7%)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본인에게 왜 갑자기 치핵이 생겼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화장실 가기가 두려워 수술 전까지 한 달 만에 체중이 7㎏가량 빠질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주모(40)씨도 “노인도 아닌데 병이 생긴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래서 19일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치핵의 첫째 원인은 잘못된 배변습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굵고 딱딱한 변이 넓은 직장에서 좁은 항문으로 나올 때 장시간 힘을 많이 주면 괄약근에 부착돼 있는 혈관총(혈관이 밀집된 부위)이 항문 밖으로 빠지게 된다”며 “습관적으로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서 화장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 치핵이 잘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대변을 보는 시간은 3~5분 이내로 짧게 줄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장시간 힘 많이 주는 게 주요 원인 섬유질이 적고 동물성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자주 먹으면 변의 양이 줄고 변비가 생겨 어쩔 수 없이 화장실에 머무르게 됩니다. 설사를 많이 해도 항문에 울혈이 생겨 치핵이 생기기 쉽습니다. 술과 매운 음식도 항문을 자극해 좋지 않습니다. 결국 잦은 회식과 장시간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 습관이 치핵을 유발한다는 겁니다. 환자 주씨도 알고 보니 이런 잘못된 생활습관의 영향이 컸습니다. 주씨는 “돌이켜 보니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게임하는 것을 좋아해 15분까지 있기도 했고, 회식이 잦아 술과 설사를 달고 살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오랫동안 자세 변화 없이 선 채로 일하거나 앉아서 일하는 경우,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이 많은 경우에도 치핵이 생기기 쉽습니다. 특히 앉은 자세는 누운 자세보다 정맥압이 3배 정도 높아지기 때문에 치핵이 생길 위험이 더 높아집니다. 최 교수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작업시간 증가로 치핵 환자가 과거보다는 많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2위, 연간 2113시간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도 결국 치핵으로 연결된다는 겁니다. 겨울에는 치핵 위험이 더 높아집니다. 김범규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는 “겨울에는 ‘급성 혈전성 치핵’이 많이 발생한다”며 “추운 날씨로 인해 항문 주위의 모세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고 피가 혈관 안에서 굳어져 항문 점막이 돌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치핵 증상이 있다면 과도한 운동이나 낚시 등의 레저활동, 장시간의 운전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가벼운 실내 운동은 치핵 증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김 교수는 “3시간 정도 스키나 스노보드를 탔다면 30분 정도는 실내에서 몸을 녹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만약 대변을 본 뒤 저절로 들어가던 치핵이 잘 들어가지 않고 통증이 심한 상태에서 배변을 하는 도중 피가 나온다면 즉시 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비데를 사용한다면 가급적 섭씨 40~45도 정도의 온수를 이용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온수는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붓기를 완화할 뿐만 아니라 항문압을 줄여 항문 괄약근을 이완시키고 통증을 줄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비데 수압이 강하면 몸에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너무 세면 치핵이 터질 수 있습니다. 항문 주위를 잘 씻고 꼼꼼하게 물기를 말리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수술 안 하려면 초기에 병원 찾아야 항문 안쪽으로 1.5㎝쯤 들어가면 톱니모양의 ‘치상선’이 있는데 위쪽에 치핵이 생기면 ‘내치핵’, 아래쪽에 생기면 ‘외치핵’이라고 합니다. 외치핵은 대부분 수술을 하지 않아도 가라앉지만, 증상이 자주 재발하면 수술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내치핵은 증상을 방치할 경우 수술할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약물 치료와 좌욕, 밴드 결찰술, 경화요법, 수술적 치료 등의 순서로 진행합니다. 밴드 결찰술과 경화요법은 모두 통증이 적고 출혈이 적은 비수술요법이지만 초기에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수술을 받지 않으려면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최 교수는 “항문 출혈만 있는 1도 치핵에서는 약물치료를 주로 하고 치핵이 배변 시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지만 저절로 복구되는 2도 치핵에서는 밴드 결찰술을 활용한다”며 “하지만 배변 시 빠져나온 치핵을 손으로 밀어넣는 3도 치핵이나 항상 빠져나와 있는 상태인 4도 치핵은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좌욕을 할 때도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김 교수는 “욕조에 섭씨 40~45도의 따뜻한 물을 받은 뒤 쪼그려 앉지 말고 편안한 자세로 5~10분 정도 엉덩이를 푹 담그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버즈 윤우현♥럼블피쉬 최진이 결혼 ‘7년 열애 끝 결실’

    버즈 윤우현♥럼블피쉬 최진이 결혼 ‘7년 열애 끝 결실’

    그룹 버즈 기타리스트 윤우현과 럼블피쉬 보컬 최진이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7일 한 가요 관계자는 “2010년부터 7년간 교제한 윤우현과 최진이가 최근 결혼 날짜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윤우현은 멤버 중 신준기, 김예준에 이어 세 번째로 장가를 가게 됐다. 두 사람은 오는 3월 26일 서울의 한 한옥 카페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가친척과 소수의 지인만 초대해 조촐히 예식을 치를 예정이다. 결혼 소식이 보도되자 윤우현은 팬카페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그는 “버즈가 데뷔한 지 14년이 되었는데요. 그 시간의 절반인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저와 버즈를 묵묵히 응원하고 항상 제게 힘이 되어 준 친구입니다”라며 예비 신부 최진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아낌없고 변함없는 여러분의 사랑에 항상 감사드리며, 좋은 음악과 활동으로 그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윤우현의 팬카페 글 전문 안녕하세요 우현입니다. 벌써 기사로 소식을 접하신 분도 계실 테고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버즈에서 세 번째로 저도 유부남이 됩니다. 결혼 한 달 전에 여러분들께 먼저 알려드리려 했는데 기사가 먼저 나가게 되어,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저와 결혼할 그 친구의 존재를 알고 계셨기 때문에 저의 결혼은 많이들 예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버즈가 데뷔한 지 14년이 되었는데요. 그 시간의 절반인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저와 버즈를 묵묵히 응원하고 항상 제게 힘이 되어 준 친구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연인이자 친구이자 음악적 동료로 저의 옆자리를 지켜준 그 친구와의 결혼을 여러분께서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결혼 생활이 앞으로 저의 삶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주겠지만, 버즈의 멤버로서 여러분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여러분과 함께하는, 지금과 같은 행복한 시간들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아낌없고 변함없는 여러분에 사랑에 항상 감사드리며, 좋은 음악과 활동으로 그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사진제공=인넥스트트렌드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公公’의 적 디스크 수술 꼭 해야 하나

    업무 스트레스와 밤샘 근무, 승진 경쟁은 공무원들에도 예외는 아니다.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지 못할 때가 많다. 질병을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 등 되돌리기 힘든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퍼블릭인 ‘메디컬 라운지 코너’를 통해 전문가와 함께 직군별 공무원들이 흔히 경험하는 질병과 치료법을 전한다.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상당수 사무직 공무원들에게 ‘요통’(허리통증)은 언제나 골칫거리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긴 만큼 허리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전체 인구의 80%가 살아가는 동안 한 번 이상 요통으로 고생한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구조물로, 우리말로는 ‘추간판’이라고 한다. 무리한 힘 때문에 디스크가 돌출하면 다리로 내려가는 요추 신경이 눌리게 돼 요통과 함께 다리가 아프고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을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한다. 일반인들은 ‘디스크’라고 부른다. 허리 디스크 환자에서 가장 두드러진 두 가지 증상은 요통과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이다. 대부분의 허리 디스크는 요통보다 다리 통증이 더 심한 것이 특징이다. 확진을 위해 돈이 많이 드는 정밀 검사를 곧바로 할 필요는 없다. 환자의 75%는 1~2개월 쉬면 통증에서 해방된다. 따라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하다가 증상이 심해지면 척수강 조영술,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수술은 마지막 선택이다. 전문가들은 ▲발가락이나 발목 힘이 현저하게 약해진 경우 ▲대소변을 보는 힘이 약해지거나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할 때 ▲통증 때문에 사실상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때 등의 상황에서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병원에서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를 동시에 권하면 비수술적 치료부터 먼저 이용해보는 것이 좋다. 황 교수는 “척추 수술은 다른 수술과 달리 얻는 것이 있는 반면 잃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또 수술은 완치 과정의 일부분이지 결코 전부가 아니며, 수술에서 회복된 뒤 운동을 통해 허리를 강하게 만들어야 수술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복부에 힘을 주고 등으로 지면을 누르기 ▲윗몸을 일으켜 정지하기 ▲오금(무릎 뒤쪽)에 베개를 대고 다리에 힘을 줘 누르기 ▲양 무릎으로 베개를 잡고 힘을 줘 누르기 ▲엎드린 자세에서 팔을 앞으로 뻗고 한쪽 다리를 곧게 들어올리기 등의 운동은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근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각 동작을 10초씩 3회, 하루 2회 실시하면 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데스크 시각] 책의 위기, 책의 미래/안동환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책의 위기, 책의 미래/안동환 문화부 차장

    미국 제45대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는 12권이 넘는 책을 쓴 다작 작가다. 대부분 자서전이거나 자기 계발서인 게 보통의 작가들과 다를 뿐이다. 그는 후보 시절 공공연히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TV 카메라에 포착된 그의 집무실엔 책꽂이가 없었다. 책상 위에는 자신의 얼굴을 표지로 쓴 잡지들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TV 쇼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을 묻는 질문을 받자 자서전인 ‘거래의 기술’을,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성경의 ‘눈에는 눈’을 꼽았다. 그는 “언제나 옳은 결정을 하기 때문에 수백 페이지의 글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사안의 핵심을 쏙쏙 뽑아 흡수하는 매우 뛰어난 효율적 인간”이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레거시’(업적) 지우기는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 폐기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북칼럼니스트 미치코 가쿠타니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8년을 버틴 힘은 잠들기 전 1시간의 독서”라고 고백할 정도로 애독가였다. 오바마는 재임 기간 중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여름 독서 목록’를 공개했다. 2010년 그가 읽은 조너선 프랜즈의 장편소설 ‘자유’는 100만부 넘게 팔렸다. 전체 도서 판매량도 덩덜아 늘었다. 두 딸 말리아와 사샤를 데리고 동네 서점을 찾는 그의 모습은 미국민의 독서욕을 자극하는 캠페인이었다. 매년 8월 대통령의 휴가철 독서 목록 발표는 제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백악관의 전통이지만 의무적인 건 아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독서 리스트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신임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국 출판계의 걱정도 커지는 듯하다. 400개 출판사들의 대표 기구인 미 출판협회(AAP)는 지난해 12월 그에게 출판산업의 지적재산권과 저작권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대통령이 책을 읽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도 작가 출신이니 독서의 중요성을 이해할 것이라는 착잡한 심경의 코멘트를 덧붙였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보다 더 비관적인 건 한국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 조사에서 한 해 동안 1권 이상 도서(교과서·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를 읽은 성인은 65.3%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미국 성인의 독서율은 73%로, 전 해보다 2% 포인트 늘었다. 한국인 3분의1은 1년 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매주 한 권 이상 읽는 ‘습관적 독서율’은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40.1%) 중 최하위다. 지난해 우리 국민의 개별 여가활동 비율 중 독서는 가장 낮은 1.2%였다. 국내 2000여개 출판사, 1200여개의 서점과 거래하는 국내 2위 도매상인 송인서적의 부도로 출판사와 서점들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이달 어음 결제를 하지 못하는 출판사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한다. 학계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뇌를 변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난독증 인구가 늘었다는 연구도 있다. 더 깊이 사유하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책을 안 읽는 게 아니라 ‘못’ 읽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22일 별세한 박맹호 민음사 회장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다. 평생 1만종의 책을 일궈 온 ‘탐서가’인 고인의 말은 그래도 책의 미래를 낙관하게 한다. “‘완성된 인간’은 책 없이는 불가능하다.” ipsofacto@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궁극의 생명(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이한음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세계 석학들의 지식 프로젝트 모임인 ‘엣지’가 엄선한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의 마지막 책(전 5권)이다. 생명과학의 첨예한 이슈와 견해가 담겼다. 476쪽. 2만 2000원. 21세기 자본을 위한 이단의 경제학(박양수 지음, 아마존의나비 펴냄) 한국은행에 재직하고 있는 경제학자인 저자가 불평등, 구조적 장기 침체, 인공지능 발전 등 세계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탐구했다. 292쪽. 1만 5000원. 각방 예찬(장클로드 카우프만 지음, 이정은 옮김, 행성B잎새 펴냄) 저자가 150여쌍의 커플을 인터뷰해 각방을 쓰면서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52쪽. 1만 4000원. 시간의 힘(임석재 지음, 홍문각 펴냄) 건축사학자인 저자가 마천루에 사라지는 옛 건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가 쌓인 오래된 건물의 보존과 지혜로운 나이 듦을 풀어간다. 326쪽. 1만 8000원.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구시다 마고이치 지음, 심정명 옮김, 정은문고 펴냄) 일본 문필가이자 철학자인 저자가 연필 등 56개의 문방구에 얽힌 추억을 전하며 문화의 힘을 사유한다. 224쪽. 1만 1800원. 블록체인 혁명(돈 탭스콧·알렉스 탭스콧 지음, 박지훈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원천 기술 중의 하나인 블록체인이 만들어 낼 인터넷의 변화와 미래상을 탐구한 책. 588쪽. 2만 5000원.
  • [사설] 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과 삼성의 숙제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예상대로 특검과 삼성 측은 최순실 일가와 미르·K스포츠재단에 줬거나 주기로 약속한 433억원이 뇌물이냐, 아니냐를 놓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격돌했다.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이 있는 뇌물이라는 특검의 주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삼성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만으로 봤을 때 뇌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 즉 다퉈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장실질심사를 끝내고 무려 18시간의 법리 검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서울구치소에 대기 중이던 이 부회장은 일단 구속 위기를 면했다. 그렇지만 영장 기각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무죄의 최종 결론은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영장 기각은 의욕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특검에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영장 기각에 박영수 특검팀은 “매우 유감”이라며 “흔들림 없는 수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파죽지세를 보이던 특검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추가 수사를 통한 영장 재청구 여부는 조만간 정해지겠지만 이 부회장 신병 처리 이후 롯데, CJ, SK 등 다른 총수들을 수사하려던 계획이 일정 부분 틀어지게 됐다. 특히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박 대통령의 혐의 입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재벌 총수라고 해서 봐줘서도 안 되지만 여론을 의식한 수사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혐의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돼야 하고, 이 같은 원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혐의는 오로지 팩트와 법리로 입증해야 한다. 특검은 이번 일을 계기로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거나 과욕을 부린 것은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한다. 어느 때보다 촘촘하고 빈틈없는 수사가 요구되고 있다. 특검이 흔들림 없는 수사를 강조한 만큼 응당 그래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 기각 결정이 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조 판사를 법리에 밝고 꼼꼼한 판사라고 치켜세울 때는 언제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이 나왔다고 뭇매를 가하는 태도는 무엇인가. “사법부 판단에 늘 존중하는 입장을 갖는 게 법치의 엄격성과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견해가 유독 돋보인다. 이번 결정이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까지는 갈 길이 멀다. 출국 금지와 앞으로 진행될 재판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전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른 글로벌 경영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경영 공백과 신뢰도 회복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초래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그릇된 관계를 단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불신의 강’ 건너 다시 한배 탄 김무성·유승민

    ‘불신의 강’ 건너 다시 한배 탄 김무성·유승민

    탄핵·탈당 두고 지루한 엇박자 ‘순망치한’ 아닌 ‘오월동주’ 관측金·劉측 “민심 따라 갈등 해결”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또다시 한배를 타게 됐다. 21일 동반 탈당을 결행하며 새로운 둥지를 틀기로 하면서다. 정치적 대척점에 선 지 2년 남짓 만에 가까스로 ‘순망치한’의 관계를 선택했지만 실제로는 ‘오월동주’로 관측된다. ‘K(김무성)·Y(유승민) 라인’ 사이에는 사실 그간 깊은 불신의 강이 흘렀다. 탄핵 정국에서 단 둘이 만나거나 전화한 일도 없을 만큼 차가웠다. 전날 두 사람이 단독 회동을 갖기 전까지 당 안팎에서는 주류·비주류보다 K·Y라인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더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당의 투 톱이자 비박(비박근혜)계의 중심축으로 동지적 관계였던 K·Y라인의 틈이 벌어진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7월 유 의원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때였다. 유 의원 측근들은 김 전 대표를 “시어머니 옆에서 뺨까지 때린 시누이”로 기억한다. 그러나 김 전 대표 측에선 유 의원이 버틸 때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온몸으로 화살을 다 맞아 주는 처지였다고 생각한다. 김 전 대표는 그날 “오락가락 눈치만 본다는 비판을 듣고도 당의 단합을 위해 견뎠다”고 토로했다. 4·13 총선 당시 ‘옥새 파동’은 골을 더욱 깊게 했다. 김 전 대표 측에서는 ‘30시간의 법칙’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등 온갖 비난과 수모를 겪고도 유 의원을 살려냈다고 떠올린다. 그럼에도 유 의원은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반면 유 의원은 당시 “힘든 격전을 겪고 당당히 승리하는 게 목표였다”며 아쉬워했다. 자력으로 충분히 이기고 힘을 키울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아예 꺾었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유 의원 측근들은 이미 공천에서 대거 탈락했다. 수족을 다 잘라 놓고 정치적 입지마저 좁혔다는 이유에서 “김 전 대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총선 이후 유 의원이 김 전 대표에게 식사나 한번 하자고 했지만 김 전 대표가 “우리 둘이 밥 먹어서 뭐하나. 기사만 나오지”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엔 유 의원이 김 전 대표의 문자메시지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최순실 사태’ 이후 회의 석상에서 자주 얼굴을 맞댔지만 불신은 여전했다. 게다가 김 전 대표는 한 발자국씩 빨랐고, 유 의원은 두 발자국 정도 느렸다. 한 비주류 의원은 “유 의원은 원칙주의자인 반면 김 전 대표는 실용주의, 행동파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7일 박근혜 대통령 탈당을, 13일엔 탄핵을 주장했다. 23일에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유 의원은 지난달 13일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고 20일 검찰의 공소장을 본 뒤 탄핵을 언급했다. 대선까지 포기한 김 전 대표 측에서는 “앞에서 싸우는 건 김 전 대표의 몫”이라며 뒤따라 오는 유 의원을 “책임지지 않는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유 의원 측은 김 전 대표의 원칙 없는 돌발 행동이 불만이었다. 특히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을 만나거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만나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논의한 것을 “정치적 거래”이자 유 의원을 궁지에 몰기 위한 것으로 여겼다. “민심을 따르다 보면 갈등은 해결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없지 않지만 동행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전 대표에겐 ‘사명’과도 같은 개헌에 대해 유 의원은 전날 “개헌을 신당의 당론으로 정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들이 탄 배는 첩첩산중 앞에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서해 최북단, 기항지의 노래…백령도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서해 최북단, 기항지의 노래…백령도

    '철새의 전부를 남북(南北)으로 당기는/ 마음의 마찰음(音) 끊기고/ 바람 받는 마스트의 검은 깃발/ 축대에 바닷물이 튀어오른다' 황동규 시인의 작품, ‘기항지 2’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천 연안 여객터미널에서 4시간도 넘는 뱃길을 따라 도착한 백령도(白翎島) 용기포 부두 선착장 축대에 오르면 머릿속에 맴도는 절묘한 노래다. 실제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 북위 37도 52분에 위치한 섬으로, 한국전쟁 당시 도화지에 연필로 금 긋듯 그려진 38도선에 아직도 머물러 있는 남북분단의 상징이기도 하다. 인천 연안 부두에서 항로거리로 220Km나 떨어진 먼 섬이지만, 오히려 북한의 장산곶과는 불과 1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섬이어서 육안으로도 늘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어 처음 이 섬을 방문한 민간인들에게는 꽤나 낯선 섬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군에 있어서는 군사거점으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는 섬이어서 현재도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중국 화북지역과 연결되는 항로상의 섬이기도 해서 중국입장에서도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주요 지정학적 교역 요충지 역할도 담당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백령도는 뭍에서 4시간 넘는 힘든 바닷길만 아니라면 아마도 제주도 버금가는 인기 섬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은 볼거리가 풍부하고, 해안선 총둘레 길이가57㎞, 섬 전체 면적은 51.086㎢에 달하는 남한의 섬 중에서는 면적으로는 8위에 해당하는 큰 섬이니 생활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 또한 주민 숫자만으로 5400여명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해병여단이 주둔하고 있어 백령도는 의외로 젊음의 활력이 넘치는 섬이기도 하다. 이 곳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한국전쟁 시절 천연비행장으로도 사용되던 사곶해변과 형형색색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콩돌해안,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두무진 선대암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사곶해변의 경우, 석영으로 구성된 단단한 모래사장이 길이 약 3Km, 폭 0.2Km로 펼쳐져 있는데 이 곳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비행기활주로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전세계에 해변을 활주로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이탈리아의 나폴리 해변과 이곳 사곶해변 밖에는 없을 정도로 귀한 장소이자 지금도 RKSE라는 ICAO 공항코드까지 부여받는 진짜 공항이기도 하다. 현재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간척사업으로 인한 방파제 사업으로 해변 가장자리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바닷물 침식현상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다. 필자의 소형 렌트카 역시 모래에 바퀴가 빠져 꽤나 진땀을 흘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겨울바람 한 가운데 파도를 밟으며 해변을 질주하는 쾌감은 꽤나 이국적 경험이어서 백령도의 으뜸 명소로는 제격이다. 특히 타이어에 부딪히는 바닷물의 마찰감은 엑셀을 밟고 있는 발끝을 통해 몸으로 온전히 전해진다. 짜릿함 그 자체로 역대급 여행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 사곶해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천연기념물 제 392호로 지정된 콩돌해안도 볼만하다. 규암으로 구성된 콩돌 크기 형형색색 자갈로 구성된 800미터 길이의 해안가는 모래로 구성된 해변가와는 달리 해안가를 거닐 때 나는 서걱거리는 소리가 파도소리와 더불어 관광지 운치를 더하기도 한다. 또한 백령도를 대표하는 명물로는 두무진 선대암이 있다. 현재 문화재 명승 제8호로 지정된 곳으로 백령도 북서쪽 400m 지점에 4㎞가량 펼쳐진 50~100m 높이의 규암으로 이루어진 기암 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조선 광해군 시절인 1612년 이대기(李大期)의 <백령도지>에서 '늙은 신(神)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했을 정도의 절경이다. 이 곳에는 선대암 외에도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물개바위, 부처바위, 잠수함바위, 가마우지 서식처 등등의 볼거리가 풍부하다. 이외에도 백령도에는 중화동 교회, 심청각 관광지, 등대해안 등 섬 구석구석에는 백령도만의 숨겨진 보석같은 명소들이 많다. 특히 여름 한철이나 휴가철에도 이 곳 백령도는 비교적 조용한 휴식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아 힐링을 원하는 도시인들의 방문 장소로는 제격이다. <백령도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꼭’이라는 표현보다는 ‘시간이 된다면’이라는 조건이 앞선다. 왕복 9시간의 뱃길은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힘에 부칠 수 있다. 색다른 여행지를 찾는 분들에게는 최적화된 장소. 2. 누구와 함께? -혹시 북녘 땅을 바로보고 눈물지을 사연이 있는 분이라면, 특히 황해도가 고향인 어른을 모시는 가족이라면, 50대 부부 모임으로 어울려 가도 좋은 장소. 해병대 출신 아저씨들의 추억의 장소. 3. 가는 방법은? -인천항 연안 터미널. 오전 7시 50분, 오전 8시 30분에 출항./ 해상기상조건에 따라 배가 출항하지 않는 날이 많으니 반드시 출항여부를 체크할 것. www.hferry.co.kr 4. 감탄하는 점은? -사곶해변에서의 드라이빙. 이 경험 하나만으로 4시간 넘는 배시간은 감당할 수 있을 듯.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그리 알려져 있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조용히 쉴 수 있는 섬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사곶해변, 콩돌해안가, 두무진 선대암, 심청각, 중화동교회 7. 먹거리 추천? -백령도 특유의 황해도식 메밀 냉면. 8. 홈페이지 주소는? -www.baengnyeongdo.com/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대청도와 소청도. 10. 총평 및 당부사항 -필자의 경우 기상상황으로 인하여 배가 뜨지 않아 섬에서 이틀을 더 머물렀다. 시간에 딱맞는 일정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늘 염두에 둘 것. 이때 읍내의 목욕탕 방문도 좋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오늘 7차 촛불집회] 푸른고래, 대형 촛불,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의 희망

    [오늘 7차 촛불집회] 푸른고래, 대형 촛불,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의 희망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튿날인 10일에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선 세월호 유가족들의 활동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전날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에 눈물을 흘리던 이들은 촛불집회에서도 “잊혀진 7시간의 진실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파란 고래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품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의 자유발언에 앞서 오후 6시 30분 쯤에는 미술인들이 제작한 8.5m 크기의 대형 촛불이 빛을 뿜었다. 대형 촛불은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바로 뒤에 설치됐다. 이후 많은 시민들이 잠시 멈춰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김현수(29)씨는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사건인데 몇년이 지난 이제야 하나씩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국민들이 목소리를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환(31)씨는 “촛불이 원래 추모와 애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의 촛불에는 정권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도 들어 있을거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딸과 함께 나온 임모(50)씨는 “엄마로서 볼 때마다 남의 얘기 같지 않다”며 “어른들 때문에 희생된 애들이 너무나 안쓰럽다. 빨리 진상이 규명돼 명복을 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종로구 통인동에서 차와 핫팩, 빵 등을 나누어 주었다. 뒤에는 ‘이젠 한걸음, 우린 지치지 않는다. 세월호 엄마 아빠는 촛불 국민과 함께 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현수막도 붙어 있었다. 전날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방청한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진짜 시작”이라며 “박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10년, 20년은 앞당겨진 것 같다. 국민의 힘이 이렇게 위대한 것이었다”며 울먹였다. 희생자 아버지 김영오씨는 트위터에 “박근혜를 탄핵할 수 있도록 촛불을 밝혀 주신 국민들과 국회의원님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 2년 8개월동안 억눌렸던 울분을 토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세월호 7시간 밝히기 위한 저녁 7시 1분 소등

    세월호 7시간 밝히기 위한 저녁 7시 1분 소등

    3일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본집회가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저녁 7시엔 모든 사무실과 가정이 1분간 전등을 끄는 ‘1분 소등’ 행사가 펼쳐졌다. 주최측인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저녁 7시에 소등하는 것은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히라는 차원에서 기획했다”며 “광화문 광장은 물론 전 국민 모두 함께 박근혜 즉각 퇴진과 구속 염원을 모아 1분 소등에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주최측은 이날 오후 6시 30분 기준 90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주최측은 “청와대 100m 앞부터 남북 방향으로 광화문과 시청까지, 동서 방향으로 서대문과 종각까지 참가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서울에서만 150만명이 모인 지난주 최대 집회보다 동시간대 참여자가 10만명 더 많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후 6시 40분쯤에는 초대가수 한영애가 ‘조율’, ‘홀로 아리랑’ 등을 불렀다. 세월호 유가족인 이금희씨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함께 해주셔서 국민에게 감사드린다”며 “인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국가에 보호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고 말했다. 박경석 장애인부양의무제 폐지 운동연합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문란 결과로 장애인들은 지옥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길섶에서] 대봉감/최광숙 논설위원

    매년 이맘때쯤이면 대봉감을 한 상자 정도 산다. 대봉감은 다른 감보다 모양이 좋아 ‘명품’ 분위기를 풍긴다. 맛도 좋고 색깔까지 예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제철 과일이다. 대봉감은 홍시로 먹어야 제맛이다. 그러려면 잘 익혀야 한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너무 온도가 높아도 안 되고 너무 싸늘해도 안 되고 적절한 시간의 흐름이 지나면 먹기 좋게 알맞게 익는다. 기다림의 미학을 알지 못하고서는 맛있는 홍시를 만나기 어렵다. 혹자는 대봉감을 하나씩 잘 담아 그 사이에 사과 하나를 넣어 둘 것을 권한다. 이유인즉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가 대봉감을 잘 익게 한단다. 아무래도 뭔가 다를 것 같다. 온전히 대봉감 제 힘으로 성숙한 맛을 내는 것과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은 질(質)에서 차이가 날 터. 한 지인은 어릴 적 추운 겨울 할머니가 장독 안에 고이 보관해 뒀다가 남몰래 내 준 홍시의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하의 날씨에 살짝 언 듯하지만 따스한 방안에 들어오면 아이스크림처럼 살짝 녹는 그 홍시의 맛을 지금 아이들은 모를 것이다. 홍시가 시간이 주는 선물임을 알려면 그들의 머리에 살짝 하얀 눈이 내려야 할 게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월드피플+] 샴쌍둥이 수술 후…처음 마주한 서로의 얼굴

    서로의 머리가 붙어 태어난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 후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등 현지언론은 샴쌍둥이 형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형제가 서로를 쳐다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얼굴에 붕대를 잔뜩 감은 채 형제가 서로를 쳐다보는 이 사진은 현재 아기들의 상태를 한 눈에 보여준다.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샴쌍둥이는 지난해 9월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이제는 생후 14개월 된 아기의 이름은 각각 아나이스와 제이든 맥도널드 형제. 이들 형제는 언론의 관심 속에 지난달 13일 뉴욕 브롱크스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 머리를 분리하는 목숨을 건 대수술을 받았다. 서로의 두개골과 두뇌조직을 분리하는 고난도 수술은 무려 27시간이나 이어졌고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머리를 분리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아니이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고 추가로 7시간의 수술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5주가 지난 22일. 병원 측은 추수감사절 이후 형제가 재활시설로 옮겨질 것이라고 회복 경과를 밝혔다. 담당의사인 필립 굿리치 박사는 "같은 수술을 받은 환자 중에서 역대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제이든은 활발하게 움직일 정도지만 안타깝게도 아나이스는 바이러스성 질환과 감염 등으로 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아나이스도 곧 건강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면서 "제이든의 존재가 아마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에 따르면 앞으로 쌍둥이 형제는 기나긴 회복과 재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서로 공유된 뇌 조직을 잘라낸 탓에 몸의 일부를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빠 맥도널드는 "중요한 것은 두 아이가 모두 살아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의료진은 물론 모금을 통해 십시일반 온정을 베풀어 준 네티즌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문화마당] 그나마 고맙습니다/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그나마 고맙습니다/김재원 KBS 아나운서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그동안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도 잊고 살았습니다. 모처럼 헌법을 찾아보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과 내가 그 주권을 가진 국민이라는 사실을 되새겨 줘서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95%의 국민이 한마음 되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월드컵 때만큼 신나고 즐겁지는 않았지만, 6·10 항쟁만큼 뭉클하고 뿌듯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참정치가 무엇인지 가르칠 수 있게 해 줘서 참 고맙습니다. 솔직히 방송하는 사람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언론의 역할을 알면서도 잘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통해 어떤 모습이 참언론의 모습인지 알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그나마 이제라도 조금씩 따라갈 수 있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말 한마디라도 국민의 눈치를 보도록, 국민의 마음을 담도록 노력하게 해 줘서 참 고맙습니다. 솔직히 중고등학생들에게 미안했습니다. 거리로 나와 준 청소년들이 고마웠지만, 엄청난 입시 부정으로 그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참 미안했습니다. 그나마 이제라도 대학들이 한 치의 부정 없이 공정한 선발을 할 것 같아 참 고맙습니다. 오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는 수험생들이 오히려 공정한 입시를 기대하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솔직히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미안했습니다. 노란 리본 달며 오래오래 기억하겠다고 다짐하고 약속했었는데, 너무 금세 잊은 것 같아 무척 미안했습니다. 그나마 이제라도 세월호를 다시 기억하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가려진 시간의 진실이 드러날 희망을 보여 줘서 고맙습니다. 세월호의 상처가 진한 흉터로 남더라도 아물기를 기대하게 해 줘서 참 고맙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보기에 답답한 영화들도 있었습니다. 다양성은 인정하지만 저 정도까지 만들 필요는 없었는데 하는 영화 말입니다. 의외의 흥행도 의아했습니다. 이제 모든 진실을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동안 핍박과 압력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 준 영화가 고맙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고맙습니다. 그나마 누가 용기 있는 문화예술인인지 옥석을 가려 줘서 고맙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지도자에게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지도자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오롯이 국민의 힘으로 나라를 이만큼이라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소통 없는 지도자가 얼마나 끔찍한지, 진정성 없는 사과가 얼마나 화나는지, 잘못된 멘토가 사람을 어떻게 망치는지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지도자를 신중하게 뽑아야 한다는 것도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나마 앞으로 나올 지도자들도 국민을 두려워하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최악의 정치였지만 최선의 정치를 기대하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물론 이 모든 일이 없었으면 좋았겠지요. 이렇게까지 속상하고 다른 나라에 이렇게까지 창피하지는 않았겠지요. 그나마 이렇게라도 감사의 조건을 찾지 않으면 쓰러질 것만 같았습니다. 기왕 크게 다친 것, 곪아 터져 새살이 돋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난 속에 꽃이 피고, 난세에 영웅이 난다지요. 이 어려운 시기에 탄생한 진정한 영웅은 국민입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이 생각납니다. 재단사의 엉터리 옷을 입은 임금에게 벌거벗었다고 솔직히 말한 사람은 아이 한 명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는 재단사가 사기꾼이라고, 임금이 벌거벗었다고 거리에 나와 외치는 국민이 백만명이나 있습니다. 훌륭한 국민들이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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