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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양균·신정아 수사] 申,학력위조 브로커에 속았다?

    신정아씨가 학력위조 사실을 부인하며 자신은 브로커에게 속았다고 주장하면서 ‘브로커’의 존재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씨가 예일대라는 이름이 들어간 ‘짝퉁’ 미인가 대학을 다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신씨의 미술관 지인들에 따르면 신씨는 인터넷을 통해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고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 예일대는 인터넷을 통한 박사학위 과정이 없다. 반면 미인증 대학들은 국내에서 인터넷 동영상으로만 수업을 받을 수 있고 학위를 준다. 미국에는 유명대학과 유사한 미인증 대학이 수두룩하며, 브로커들이 유명 대학 내에서 활동하면서 ‘통신 수업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며 공공연히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상당수 미인증 대학 출신의 학위자들은 이를 통해 학교를 졸업한다. 이날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시사IN 성우제 위원은 “신씨가 예일대 파트타임 교수(시간강사)로 알려진 트렌시 린다라는 사람을 통해 예일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예일대’라는 이름이 들어간 한 미인증 대학 졸업자에 따르면 이 학교의 박사 학위를 위해서는 총 36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하루에 3학점짜리 2개까지 들을 수 있고, 총 6학기를 다니면 된다. 졸업까지 기간은 대략 2년가량 걸린다. 입학, 졸업 기간도 온라인이기 때문에 정해져 있지 않다. 미인증 대학들은 수시로 이름을 바꿔 현재는 ‘예일대’라는 이름이 들어간 대학은 없다. 미인증 대학의 경우 박사 논문을 안 내도 졸업이 가능하며, 수업은 인터넷, 채팅 등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신씨의 박사학위 취득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된 것이 사실이라면 신씨 역시 속아서 진짜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착각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신씨가 인턴들에게 논문 표절에 대한 교정 작업을 시켰다는 정황이 파악됨에 따라 무조건 피해자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사 신씨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신씨가 브로커와 짜고 편법으로 학위를 취득하려 했다는 ‘공모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신씨의 주장이 죗값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받기 위한 거짓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신씨는 지금껏 캔자스대에서 학·석사 결합과정으로 미술학사(BFA)와 경영전문석사(MBA)를 받았다고 주장해 왔지만,1992년 봄부터 1996년 가을까지 캔자스대를 다녔으면서도 졸업을 하지 못했고 3학년으로 중퇴했다는 사실은 대학 당국이 공식 확인한 상태다. 이와 함께 성곡미술관측에 따르면 신씨가 예일대 박사학위 받는다며 미국으로 간 것은 2005년 9월로 신씨가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했다는 2005년 5월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신씨가 또 다른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경주 이경원기자 kdlrudwn@seoul.co.kr
  •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은막의 여왕’ 장미희 편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은막의 여왕’ 장미희 편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 표지모델편]10대땐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꾸던 여고생, 20대땐 최고의 여배우, 30대땐 대학교수. 여고시절 언니의 손에 이끌려 연예계에 입문한 장미희. 최고의 여배우로 이름을 날리던 정점에서, 유학을 떠남으로써 배움의 길을 선택하고 먼 길을 돌아 이제 ‘교수님’으로 교단에 서있다. 그녀가 ‘선데이서울 500호 특대호’의 표지 모델로 나온 1978년 6월은 배우가 된 지 고작 3년 만에 시가 1억짜리 저택을 마련했다고 말 많은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어대던 때다. 선데이서울은 그녀가 새로 이사한 마포구 서교동의 2층 양옥으로 찾아가 집을 마련한 내막을 자세히 소개했다. 장미희가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딘 작품은 76년 박태원 감독의 영화 <성춘향전>. 미술을 전공하던 언니가 <성춘향전> 주연배우 선발 오디션에 동생의 지원서류를 몰래 접수시켜 응시했던 게 계기가 됐다. 그녀의 끼는 오디션 심사위원이던 일간지 연예담당기자들의 눈에 띄어 몰표를 받으며 주인공으로 뽑혔다. 그녀는 자신을 여주인공으로 뽑아준 기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데뷔 다음해인 77년 김호선 감독의 <겨울여자>에 ‘이화’ 역으로 출연, 단성사 단일관에서만 5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신기록을 세워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것이다. 이 기록은 90년에 75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장군의 아들>이 나오기까지 깨지지 않았다. 영화를 보기위해 관객들이 종로3가 단성사 앞에서 비원 앞 물만두 집까지 장장 2000m의 장사진을 쳤다고 하니 가히 그 인기가 어땠는지 상상이 간다. ‘여대생의 성적 방황’이라는 소재를 다룬 <겨울여자>의 주인공 ‘이화’는 <별들의 고향>의 ‘경아’나 <영자의 전성시대>의 ‘영자’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성처녀상이며, 자유연애에 대한 논쟁이 있을 때면 지금도 입에 오르내리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풋내기 장미희는 이 영화를 통해 하루아침에 스타로 떠올랐고 70년대 후반 정윤희, 유지인과 함께 여배우 新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청순 가련 비운의 여인 장미희, 발랄한 여대생 유지인, 부잣집 외동딸 정윤희, 이들이 맡았던 단골 캐릭터 때문에 세 배우는 사람들의 머리에 이렇게 남아있다. 장미희가 톱스타로 떠오르기까지 어머니 최숙희씨가 매니저 역할을 하며 뒷바라지를 했다. 요즘은 소속사 매니저들이 배우의 모든 스케줄을 관리하지만 당시엔 연예기획사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가족이 매니저로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여자연예인들의 경우 어머니가 직접 매니저로 나서는 경우가 많아 ‘엄마 매니저’라는 신조어가 생겼는데, 장미희의 어머니가 바로 ‘엄마 매니저’의 시초인 셈이다. 장미희가 세살 때 홀몸이 돼 여자 혼자 몸으로 3남매를 키우느라 안 해본 장사가 없었다는 억척 엄마다. 영화배우로 최고의 몸값을 받으며 전성기를 달리던 1983년, 장미희는 돌연 파리로 유학을 떠나 구구한 억측을 낳기도 했다. 사실 그녀는 81년에도 4~5개월 동안 미국에 체류하며 유학을 시작했으나 끈질긴 영화촬영 요구에 중도포기하고 귀국한 적이 있었다. 파리에서 1년 반을 보내고 미국에서 ‘아메리칸 필름 인스티튜트’와 UCLA대학에서 영화 공부를 마치고 호손 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했다. 귀국후 1989년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연극영화과 시간강사로 대학 강단에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정교수로, 또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으로 ‘한국영화의 힘’을 키우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적도의 꽃>(1983), <깊고 푸른 밤>(1984), <황진이>(1986), <사의찬미>(1991). <애니깽>(1996) 등 8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느미>로 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적도의 꽃>으로 대종상 여우주연상, <불의 나라>로 백상예술대상, <사의 찬미>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과 대종상 여우주연상,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표지=통권 500호 (1978년 6월 18일) 박희석 전문위원 dr39306@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정덕희 교수도 ‘학력위조’…네티즌들 시끌

    정덕희 교수도 ‘학력위조’…네티즌들 시끌

    정덕희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도 학력위조를 했다는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시사저널은 13일자 기사에서 정교수의 학력과 경력 등이 모두 위조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날 “정교수는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동국대 교육대학원 졸업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예산여고 졸업이 최종학력”이라며 “방송통신대도 다닌 적이 없고,동국대 대학원도 학위가 없는 연구 과정을 수료한 것이 전부”라고 보도했다. 이어 시사저널은 “경인여대 교수를 지낸 적도 없다.”며 “확인 결과 시간강사로 잠깐 강의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교수는 알려진 학력·경력이 가짜인 것은 맞지만 스스로 이력을 위조한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 이후 네티즌들이 “정교수는 예전부터 스스로 고졸이라고 밝혀왔다.”며 “방송이나 강의 등을 통해 말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기사들 중에선 “고 2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선 학업도 포기해야 했어요.”(여성동아 2004년 7월호),‘1973년 예산여고 졸,1992년 동국대 교육대학원 수료’’(대전매일2004년 6월 28일자 [인물포커스]) 등으로 표기한 자료가 있었다. 반면 “언제까지 속이려고 했는지 정말 어이가 없다.”,“대통령도 학력 안 속이고 잘만 대통령 되던데….”,“학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속이지 않는 게 중요한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어 정교수를 옹호하는 측과 비난하는 측의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공연계 허위학력 의혹 집중 왜

    단국대 김옥랑(62) 교수의 학력 위조가 불거지자 공연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가짜박사’ 의혹에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며 쉬쉬하는 분위기다. 공연계에 유독 허위 학력 의혹이 집중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짧은 기간 내에 많은 교육인력이 채용되는 가운데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전국 대학의 공연 관련학과는 8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70여개는 최근 10년 내에 생겨났다. 교육인력은 부족한데 갑자기 충원이 이뤄지면서 이 같은 부작용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교수 채용에 있어 학력 위주로 판단하는 대학의 보수적인 자세가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김광림 교수는“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예체능 분야에 한해 학위가 없어도 실무 능력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대학이 보수적이다보니 새로운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학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학력 위조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 라며 “법이 고쳐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도 사회 탓으로 돌리는 건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학위를 중시하면서도 검증 절차가 허술하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 슈킨연극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는 한 연출가는 “팩스나 전화 한 통이면 학위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는 대학이 몇 군데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교육이 대부분 대학에서 이뤄진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는 일반 대학에서는 이론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고 현장 예술인들은 아카데미나 컨서버토리를 통해 키워진다. 연극평론가인 순천향대 김형기 교수는 “우리나라는 예술 분야의 교육 시스템이 이원화되어 있지 않고 일반 대학에서 예술 교육이 이뤄지다보니 학위소지자를 중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화예술계 인사의 잇따른 학력 위조 사태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지키는 공연계 인사들도 적지 않다. 극단 미추 대표인 연출가 손진책씨는 서울 시내 4년제 대학 몇 군데서 교수직을 제의 받았지만 고사한 채 현장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극작가 겸 연출가인 이윤택 서울예술단 대표감독도 8년간 여러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강의를 했으나 교수가 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복지부 ‘아줌마 박사’ 3명 사무관 특채

    정부의 여성 특별채용에 따라 마흔 중반의 주부가 공직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손주영(45), 김세나(34), 장영은(34)씨 등 3명을 사무관으로 특채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손씨는 대학 졸업 후 2명의 자녀를 낳아 키운 뒤 36세에 가정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다음,2명의 자녀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44세에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가족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국내 대학 시간강사를 거쳐 서울 성북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사무국장 겸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와 장씨도 손씨와 마찬가지로 1명의 자녀를 둔 기혼여성으로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김씨는 국내 대학 BK 21사업단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으며 장씨는 미국 텍사스오스틴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복지부의 이번 특채에는 인문·사회과학·보건의료 분야 전공자 87명이 응시했다. 합격자들은 저출산 고령사회 분야 등에서 근무할 예정이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사설] 학생들이 직접 나선 ‘무능교수 퇴출’

    연세대 원주캠퍼스 총학생회가 2학기부터 교수·강사·직원을 상대로 수업과 서비스 실적 등을 평가, 그 가운데 ‘성적’이 나쁜 인원을 3%씩 선정해 퇴출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학생회는 이유 없이 휴강·단축수업을 하거나, 해마다 똑같은 내용으로 강의하는 것,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넘어가는 일 등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꺾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는 ‘마지막 방법’으로 살생부를 직접 작성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학생들이 교수를 존경하기는커녕 퇴출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나서니 누구라서 이같은 일을 옳다고 인정하겠는가. 그래도 학생들의 주장에 딱히 반론을 찾을 길이 없는 데다 오죽하면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나서겠나 하는 데 생각이 미치면 그냥 막막할 뿐이다. 대학에 철밥통을 끼고 앉은 엉터리 교수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지난해 1학기 교양 과목을 들은 학생 4만여명을 상대로 강의평가를 받은 결과 시간강사 강의가 가장 나은 반면 전임교수 강의는 제일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리고 그때 수집된 학생들의 불만은 이번 원주캠퍼스 학생들이 제기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교수사회는 최근 대학의 자율성 문제를 놓고 교육부·청와대 등과 한바탕 논전을 벌이고 있다. 많은 국민이 교수사회 주장에 동조하지만, 교수들의 권위가 내부에서조차 도전을 받으면 어찌 밖으로 내는 목소리가 떳떳하겠는가. 교수사회의 맹성과 자정 노력을 촉구한다.
  • [다시 보는 선데이서울] ‘80년대 옹녀’ 원미경

    [다시 보는 선데이서울] ‘80년대 옹녀’ 원미경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 표지모델편 ⑪] 그녀를 TV에서만 접한 세대에겐 뜻밖이겠지만, 80년대의 원미경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대근과 함께 주연한 영화 <변강쇠>(1986)에서 ‘옹녀’이다. 한번 걸려든 남자는 죽게 되고 마는 색녀인 ‘옹녀’는 20대 중반 원미경의 농염했던 이미지를 남성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1960년 4월 24일 생으로 서울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8년 미스롯데에 뽑혔다. 이어 TBC 공채탤런트 20기로 연예계에 등장, 선데이서울의 표지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78년은 TV드라마 <청춘의 덫>이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언론윤리위의 경고를 받고 중도에 막을 내리게 되었고, 작가 김수현은 이를 영화로 만들 계획을 짜고 있던 때였다. 원미경은 바로 이 영화 <청춘의 덫>(1979)에 캐스팅돼 데뷔했다. 남자주인공 동우(한진희)가 출세를 위해 윤희(유지인)를 버리고 선택하는 여자 영주 역을 맡아 열연한 <청춘의 덫>은 79년 8월 국도극장에서 개봉하여 2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19살의 무명 신인배우에서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원미경은 그해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고 배우와 탤런트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 <변강쇠>(1986) 시리즈와 <사노>(1987)를 통해 섹시스타로 떠올라 <뽕>(1986)의 이미숙, <어우동>(1984)의 이보희와 함께 80년대 트로이카 시대를 열면서 ‘에로 여왕’의 자리를 겨루기도 했다. 특히 이미숙과 원미경은 같은 1960년 4월생으로 78년 미스롯데 선발대회에서부터 자웅을 겨룬 전력이 있다. 토속 에로물을 통한 성적 판타지로 80년대 남성들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이들은 이제 안방극장의 아줌마로 변신했다. 원미경은 2000년 MBC 드라마 <아줌마>로 새천년의 시작과 함께 ‘아줌마 열풍’을 몰고 왔다. 재력과 학력을 내세우는 시댁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순종하며 가정부 같이 사는 아줌마, 그러나 보란 듯이 바람피우며 둘러대는 시간강사 남편과 이혼하고 당당하게 홀로서는 아줌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가부장사회를 향한 코믹 분투기를 통해 아줌마들의 속을 후련하게 풀어준 것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안방극장에 아줌마 홀로서기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가부장적인 남성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2002년 MBC 드라마 <고백>을 끝으로 연예계에서 모습을 감춘 그녀는 남편 이창순 PD와 아들, 두 딸과 함께 미국에 체류 중이다. 내년에 대학에 진학하는 큰딸의 뒷바라지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표지=통권 521호 (1978년 11월 12일) 박희석 전문위원 dr39306@seoul.co.kr
  • 7만명 정규직 전환 Q&A

    오는 9월 말까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7만 1861명이 정규직으로 바뀌지만 13만여명은 비정규직 근로자로 남게 된다. 이들에 대한 대책과 계획 등을 문답으로 알아본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규모와 이유는. -근속기간 2년 미만인 자 11만 2620명과 2년 이상 근속자 가운데 전문자격소지자 등 2만 2261명이다. 이들은 주로 지속적으로 근무하지 않는 일시적ㆍ간헐적 근무 8765명(39.4%), 고령자 4601명(20.7%), 전문적 지식ㆍ기술 활용자 2087명(9.4%) 등이다. ▶초·중학교 운동코치, 방과 후 강사, 대학 시간강사 등이 제외된 경우는. -운동코치는 체육교사와 달리 운동부의 성적과 연관해 계약제로 운영되는 점 등을 고려해 각 기관이 전환에서 제외했다. 방과 후 강사는 일반적으로 1주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으로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되고 수익자 부담 경비로 채용하므로 교육 성과가 나쁘거나 수강 신청자가 적을 때는 폐강되는 점을 고려해 제외했다. 대학 시간강사도 계약기간이 학기(4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데다 주 평균 근로시간이 9시간으로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된다. ▶이들을 위한 대책은? 2년 이상 근속자 가운데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근로자는 현행대로 기간제 근로 형태를 유지한다. 이의제기를 통해 합리적으로 인정될 경우 협의부처의 검토 및 추진위원회 보고를 거쳐 전환 여부를 다시 결정한다. 또 각 기관은 차별시정안내서 등을 참고해 차별시정계획을 수립ㆍ시행한다. 근속기간 2년 미만 기간제근로자는 내년 6월쯤 2차로 전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들이 법령·예산 등에 따른 사업의 종료나 폐지 등 합리적인 사유 없이 고용계약을 종료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20&30] 사투리, 그들의 ‘이중생활’

    [20&30] 사투리, 그들의 ‘이중생활’

    ‘니들이 사투리를 알어?’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사투리 등은 각종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 구수한 옛 정취를 풍겨낸다. 밋밋한 서울말보다는 거친 한마디 말이 더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 만큼 녹록지 않다. 현실에서는 사투리로 인해 부끄러워하고 좌절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사투리로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기도 하기 때문이다.‘서울 사투리’는 ‘표준어’지만 지방 사투리는 ‘비표준’이라고 불리는 현실속에서 사투리와 ‘사투’를 벌이며 살았고, 살아가는 ‘20&30’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놀림받기 일쑤… 피나는 서울말 연습 회사원 손모(27·여)씨는 대구에서 20여년을 살다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심한 ‘사투리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사투리 스트레스는 여자들한테 더 심합니다. 촌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간혹 사투리가 귀엽다는 사람도 있지만, 서울말 우아하게 쓰는 사람들 보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풋풋한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대생들의 관심사인 ‘미용’ 말고도 손씨는 ‘말투’까지 관리해야 했다.“친구들이 저랑 얘기할 때 제 말투를 흉내 내더라고요. 처음엔 따라 웃었는데, 계속 그러니까 나중엔 솔직히 짜증이 났어요. 그래서 말투를 고치기 시작했죠.” 회사원 송모(26)씨도 대학시절 입만 열면 튀어나오는 심한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촌스러워지는 자신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입생 때였어요. 미팅을 나갔는데 친구들에게 ‘화장실 가야쓰것다.’고 했더니 배꼽을 잡고 웃는 거예요.‘나도 서울말 쓸 줄 안다.’고 외치면서 ‘화장실 가야것다.’고 말했더니 애들이 뒤로 쓰러지며 웃더군요.” 송씨는 이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서울말 연습을 했다. 지금은 오랜 친구가 아니면 다들 자신을 서울 사람으로 착각한다고 한다.“사투리에 얽힌 추억을 말하라면 며칠 밤도 모자랄 겁니다. 지금은 옛 친구를 만날 땐 전라도 말로, 대학 친구를 만날 때 서울말을 씁니다.2개 국어인 셈이죠.” 5년전 대구에서 올라온 전모(34)씨는 처음 두 달 정도는 자기도 모르게 위축돼 말을 제대로 못했다고 밝혔다.“내 말을 사람들이 자꾸 못 알아듣는다는 게 큰 스트레스였어요. 심지어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죠.”서울말이 익숙해진 지금은 고향에 갈 때가 문제다. 언어습관에 관한 한 완벽한 ‘경계인’이 돼버린 것. “이제는 고향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봐요. 대구가 원체 보수적인 곳이고 외지 사람들이 별로 없거든요. 가끔 대구에 가는 게 싫어질 정도예요. 한번은 대구에 있는 식당에 갔더니 주인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고향 친구들도 내 말투가 간지럽다며 놀립니다.” ●사투리 속에 감춰진 편견과 선입견 회사원 김모(28·여)씨는 강원도 강릉이 고향이다. 그는 자신이 서울 사람들 앞에서 사투리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울에 살면서 사투리를 쓴다는 건 촌스럽다, 순진하다, 멍청하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준다.”고 말한다. 경상도가 고향인 전모(34)씨와 그의 아내는 네 살 된 아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배우지 않을까 싶어 아들 앞에서는 최대한 서울 말씨를 쓴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말투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걱정 때문이다. 전씨는 “아들이 태어나서 두 살 때까지 대구에서 자랐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투리 속에는 편견과 선입견이 감춰져 있다. 과거 전라도 사람들은 “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악역은 전부 전라도 사람으로 나오느냐.”는 불만을 털어놓으며 지역 차별의 한 징표로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전라도 출신으로는 최초로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될 즈음에 방영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는 주인공의 어머니를 괴롭히는 악당이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장안의 화제가 됐을 정도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평소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만 전화를 받을 때는 언제나 또박또박 서울말을 쓴다. 그는 “특히 항의전화가 왔을 때 사투리를 쓰면 ‘시민운동하고 데모하는 놈들은 전부 전라도 것들이지.’라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면서 “민감한 정치적 사안일 경우 지방 출신 시민운동가들은 말을 할때 굉장히 조심스러워 한다.”고 귀띔한다. ●독특한 말투는 취업 방해꾼? 20년을 대구에서 살았던 회사원 주모(26·여)씨는 학창시절 꿈꿔 왔던 아나운서도 포기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말끝마다 배어나오는 경상도 억양이 화근이었다. 주씨에게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해야 하는 아나운서는 넘기 힘든 강이었다.“고등학교 방송반 활동을 했을 때에는 몰랐는데,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방송국 활동을 하다 보니 서울말이 어렵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지더라고요.” 고등학교 때까지 전남 순천에서 나고 자란 서울 모대학 졸업반 윤모(26)씨는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면접 볼 때에는 깔끔한 서울 말씨를 써야지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잖아요. 아무리 고치려 해도 특유의 억양은 고치기 힘들더군요. 행여나 면접관들이 ‘저 사람은 말투하나 못 고쳐서 어디다 쓰나.’하고 생각할까 걱정입니다.” 서울에 처음 와서 친구들이 장난으로 촌스럽다 놀려대도 가볍게 웃어 넘겼지만, 취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얼마 전에는 존경하는 교수가 “요즘 취업 준비생들은 잘난 사람이 하도 많아서 조그만 약점이라도 눈에 띄면 감점요인이 된다.”면서 “사투리가 약점이 될 수 있으니 꼭 고쳐야 한다.”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하기도 했다. ●사투리? 뭐가 어때서! 사투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이모(27)씨는 주변에서 뭐라 하든 상관 않고 꿋꿋이 정통 부산 사투리를 쓴다. 친구들이 그만 고치라고 해도 개의치 않는다. 이씨는 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다고 말한다.“선생님은 왜 맨날 싸우는 말투에요?” “선생님 말 너무 빨라요.” 등 종종 학생들이 불만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씨는 “원래 경상도 말이 이렇다. 이 기회에 경상도 말 한번 배워봐.”라고 당당하게 대답해준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만 당당하면 된다는 게 이씨 생각이다.“사투리도 똑같은 언어입니다. 단지 문화 차이 때문에 쓰는 언어가 다소 달랐을 뿐입니다. 부산이 수도였으면 부산 말이 표준어 아니겠습니까. 뭐 문제될 게 있나요.” 강국진 이경원기자 betulo@seoul.co.kr ■ 오해를 부르는 사투리 “‘빠구리’치러갔는데요….” 경상도가 고향인 장모(38)씨는 10여년 전 광주에서 대학 시간강사를 맡았다가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밝히며 활짝 웃었다. 장씨는 “출석을 부르는데 ‘아무개 학생 안왔나?’하고 물으면 하나같이 ‘빠구리치러 갔다.’는 거예요. 내가 알기로는 ‘성교(性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알고 있는데 한두명도 아니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싶기도 하고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고 놀리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기분이 그렇게 나쁠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그는 전라도 목포가 고향인 친구로부터 “학생들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너는 수업 빼먹고 빠구리쳐본 적 한 번도 없냐? 나도 대학 다닐 때 빠구리 꽤나 쳤는데.”라는 말을 듣고 전라도 사투리에서 ‘빠구리’는 ‘학교나 직장을 몰래 빠져나온다.’ 다시 말해 ‘땡땡이’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이제는 전라도에서도 그 말을 쓰지 않는다. 전라도가 고향인 회사원 강모(33)씨는 중학교 때 사투리 때문에 오해를 받아 봉변을 당할 뻔한 적이 있다. 서울로 전학온 그는 갑자기 선배로부터 ‘버릇이 없다.’며 학교 뒤편으로 끌려 갔다. 강씨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 선배가 왜 그렇게 노발대발했는지 알았다. 강씨는 부모나 가까운 친척, 형이나 누나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 “누나, 밥 먹었능가.” “아버지, 진지 잡능가.” 등의 식으로 물어봤는데 그 선배는 그것을 자신에게 반말을 한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서울에서 다니다가 경북지역 대학에 입학한 소모(25)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오해해 밤새 술을 마시게 된 적이 있다.“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과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하는데 피곤하고 하숙집에서 해야 할 일도 있어서 같은 하숙집을 쓰는 선배에게 그만 가보겠다고 했지요.” 그 선배는 소씨에게 “그래. 들어가자.”라고 답했다. 소씨는 같이 하숙집으로 돌아가자는 말로 알아듣고 선배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선배는 일어날 기미가 없어 결국 새벽까지 술을 마셔야만 했다. 소씨는 “그 선배가 말한 ‘들어가자.’는 나에게 ‘그래. 너 들어가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그 선배 입장에서는 ‘들어가라.’고 계속 말했는데도 들어가진 않고 ‘들어가겠다.’는 말만 계속하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인터넷 사투리 사전도 있다 말의 철자, 발음, 의미를 전달하는 책 ‘사전’에 사투리만 모아놓은 사투리 사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오픈 백과’라 불리는 인터넷 사투리 사전이다. 기존의 사전과의 차이라면 전문가에 의해 가나다 순으로 체계적으로 집필돼 있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업데이트’에 의해 이뤄지지고 있는데, 상세한 풀이를 담고 있다. 네티즌들은 생활 속 사투리를 직접 올리고, 공감 정도에 따라 평점을 매긴다. 인터넷 사투리 사전에는 1만 3400여건의 사투리가 올라와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투리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영예(?)의 1위는 뭘까. 바로 평점 134점을 받은 ‘천지빽가리’다. 이 말은 무엇이 정말 많을 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천지’와 벽성의 준말인 ‘벽’, 곡식과 땔감을 쌓은 더미인 ‘가리’가 합쳐 ‘하늘과 땅 사이에 곡식 더미가 성처럼 쌓여 있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 2위는 평점 105점을 얻은 ‘신찬하다.’.‘품질이나 상태가 좋지 않다.’를 의미하는 전라도 사투리로 표준어인 ‘시원찮다.’와 발음이 유사하다.‘총각무’를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 ‘꼬달무’가 평점 92점으로 3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오두방종’의 경상도 사투리인 ‘녹띠방정’,‘말해줘도 모른다.’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 ‘고랑몰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 ‘떡애기’ 등이 순위에 올랐다.‘쭉담’,‘깻대’,‘갈부랭이’,‘왁왁 이우다.’등도 인기 목록이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의견에 리플을 달며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이 말 우리 할머니한테 들어봤다.’,‘정말 재미있다.’는 공감어린 리플에서 ‘그것 외에도 다른 뜻으로 쓰인다.’,‘꼭 그런 의미는 아니다.’는 보충 설명까지 반응은 다양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해가 쉽도록 예문을 달아 놓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사투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우리나라 각 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사투리 사전을 자주 이용하는 김모(26)씨는 “처음에는 재미로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를 보면서 문화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20&30] 블로거 전성시대

    [20&30] 블로거 전성시대

    ‘1인 미디어’의 총아로 우뚝 선 ‘블로그(blog)’가 탄생한 것은 1997년.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로 ‘인터넷 항해일지’라는 의미다.10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 7000만여개의 블로그가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다.2001년 국내 최초의 블로그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대형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개인의 신변잡기 수준을 떠나 전문가 뺨치는 ‘내공’으로 중무장한 20&30 블로거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 블로그 변천사 1997년 뉴요커인 데이브 와이너가 스크립팅 뉴스를 만든 것을 기점으로 ‘1인 미디어’ 블로그가 탄생한 지 1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이용자 3412만명(지난해 말 기준) 가운데 1350여만명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짧은 기간 동안 블로그는 진화의 과정을 거듭하면서 ‘보편적 서비스’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금은 기업형 블로그가 대세 우리나라 최초의 블로그는 2001년 12월 문을 연 ‘웹로그인코리아(위크·www.wik.ne.kr)’. 현재는 폐쇄됐지만 당시 활동하던 블로거 중 약 150명이 지금도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기업형 블로그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블로그’(blog.co.kr)도 2003년 초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서버 임대료를 충당하지 못하고 지난해 4월 문을 닫았다. 현재는 네이버, 다음,SK커뮤니케이션즈 등 주요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 네이버 블로그는 800만명 정도이며,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는 2000만명 정도가 가입해 있다. ●수익 공유하는 독립형 블로그 출현 최근에는 웹2.0 등을 통해 사용자의 정보 생산기능을 강화한 독립형 블로그가 인기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포털업체도 개인의 활동영역을 더욱 높인 새로운 블로그 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기존 기업형 블로그가 개인의 활동에 어느 정도 제약이 있는 ‘아파트’라면 독립형 블로그는 디자인부터 내부 구조까지 주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개인주택’에 비유할 수 있다. 다음이 블로그 기술 개발업체인 태터앤컴퍼니와 제휴,‘티스토리’를 선보인 데 이어 네이버는 올해 초 개방성을 강조한 ‘블로그 시즌2’를,SK커뮤니케이션즈는 차세대 블로그인 ‘싸이월드2’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세계적으로는 ‘워드프레스’라는 독립형 블로그 서비스 사이트가 유명하다. 독립형 블로그의 경우 구글의 애드센스와 다음의 애드클릭 등을 통해 자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동영상을 게재한 블로그의 경우 하루 평균 10만 페이지뷰 정도를 달성하면 한 달 최고 5000만원의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만 다는 초소형 블로그도 등장 최근에는 기능이 단순화된 초소형 블로그도 인기를 얻고 있다.‘플레이토크’(playtalk.net)와 ‘미투데이’(www.me2day.net) 등은 댓글을 달듯 간단한 글을 작성해 공유할 수 있다. 읽는 것도 간편해 모바일 기기와 결합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자신의 플레이토크 사이트를 활용해 민심을 살피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블로그는 내 삶의 활력소 2003년 서강대 독어독문학과 박사과정에 다니며 시간강사로 일하던 김선미씨는 취미삼아 시작한 블로그로 인생의 나침판이 바뀌었다. 요리를 소설이나 영화와 연관시켜 풀어낸 ‘런∼의 맛있는 컬처레서피’ 덕분에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요리란 말 그대로 요리인 줄만 알았는데 ‘이런 쪽으로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쪽이 나한테 맞는 거 같고 풍부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분야란 생각이 들어 삶의 경로까지 바뀐 케이스죠.” 박사 논문을 쓰면서 양·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딴 김씨는 지난해부터 아예 시간강사 생활을 접고 한국전통음식연구소 평생교육원에서 전통음식을 공부하고 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이 너무 힘든 데다 유명세를 타면서 더욱 조심스러워져 요즘엔 정성을 기울여 일주일에 두세 번만 글을 올린다고 했다. 김씨는 “미니홈피가 추억을 담는 공간이라면 블로그는 전문화된 분야를 특화시켜 놓을 수 있고 그걸 외부 활동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서 “일반인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나처럼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블로그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패션잡지 기자인 최혜미(27)씨도 스타 블로거다.2005∼2006년 중반까지 한참 블로그에 열중할 때는 평일 밤 두세 시간은 기본이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시간을 쏟아붓기도 했다. 블로그를 개설한 지 4개월 만에 방문자 2만명을 돌파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최씨는 “미니홈피는 일단 창도 작고 시각적으로도 매우 답답하다. 또 이름이 모두에게 공개되고 익명성 보장이 안 되는 것도 싫었다.”면서 “일상의 나와 다른 글쓰는 내가 따로 있는데 블로그는 그게 어느 정도 보장이 되기 때문에 택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타인과 소통하는 또 다른 공간 직장인 김모(26)씨도 하루에 2시간씩 짬을 내 ‘이글루스(www.egloos.com)’에 마련한 블로그에서 생활하는 자타공인 블로그 마니아다. 평소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나서 그 감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했던 김씨는 혼자 다이어리에 쓰곤 했던 자신의 느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 김씨의 블로그 예찬은 끝이 없다. 블로그는 홈페이지를 꾸밀 때보다 컴퓨터 활용능력이 덜 필요하고,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홈페이지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찾기 쉽지 않지만 블로그는 새로운 인연을 창출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란 점도 유용하다. 실제로 김씨는 블로그를 통해 특별한 인연을 만들었다. “2005년 11월쯤 내 블로그의 서평에 ‘좋은 글 고맙다, 잘 읽고 간다.’는 댓글을 단 친구가 있었다. 그의 블로그에 방문했다가 콘텐츠가 마음에 들어서 이웃이 됐고, 나중에 내가 그 친구의 블로그에 ‘영화 신작이 나왔는데 개봉하면 보자.’고 해서 만나다가 결국 연인이 됐다.”고 수줍게 털어놓았다. 국민대 졸업반인 임모(26)씨가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4년. 당시 싸이월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일촌’이라는 관계를 맺어야만 공개가 되는 등 폐쇄적인 성격이 짙었다. 이런 점 때문에 ‘싸이질’을 하는 누리꾼들도 많겠지만 임씨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다. 임씨는 블로그에 정치적 소견이나 온라인 칼럼을 올리거나, 때로는 음악이나 영화평을 쓰고 다른 이들의 평가를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살짝 귀띔했다. 최근에는 이른바 미니블로그로 불리는 ‘플레이토크’(playtalk.net)와 ‘트위터’(twitter.com)의 재미에 흠뻑 빠졌다.‘댓글놀이’와 비슷한 이들 미니블로그는 신속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몇 마디 댓글만으로도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친구들을 얻을 수 있다고 임씨는 설명했다. 트위터의 경우 등록을 해 놓으면 휴대전화와 연동되는 것도 편리하다. ●틀에 박힌 블로그는 싫다 자타공인 ‘인터넷 얼리어답터’인 웹PD 송모(32)씨는 2000년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다가 3년 전 블로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2005년 ‘이글루스’에 둥지를 틀었던 송씨는 지난해 설치형 블로그 전문인 ‘워드프레스(www.wordpress.co.kr/wp/)’로 이사를 갔다. 제공된 툴에 따라 획일적인 블로그를 꾸미는 데 염증을 느껴 자신 만의 개성이 담긴 ‘새 집’을 짓고 싶었기 때문이다. 송씨는 “나만의 공간인 블로그를 내 손으로 디자인하고 싶었다. 손이 많이 가서 귀찮을 때도 있지만 전에 쓰던 블로그보다는 훨씬 애착이 많이 간다.”고 설명했다. ●블로그의 또 다른 재미 블로그 애용자인 회사원 최모(27)씨는 최근 블로그의 의도치 않았던 새로운 기능에 감탄했다. 하숙집에서 새집으로 옮기면서 냉장고와 세탁기를 처분하기로 한 그는 동네 중고품 재활용가게에서 각각 13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최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신의 블로그에 ‘중고 가전제품’이라는 제목과 함께 글을 올려 보았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 달 동안 50통 이상의 전화와 휴대전화 문자를 받은 것. 결국 최씨는 냉장고는 18만원에 팔았고, 세탁기는 20만원 선에서 협의중이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광고 효과를 본 셈이다. 최씨는 주위의 친구들 중 몇몇도 이런 이유로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털어놓았다. 회사원 김모(29)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무료 웹하드로 이용한다. 평소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놓았던 포스트들을 스스로 다운받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니홈피도 같은 기능을 할 수 있으나 창의 크기가 작고 댓글이 없으면 누가 다녀갔는지 몰라 웹하드로는 적절치 않다는 것. 반면에 모든 사람에게 개방형으로 열려 있는 블로그는 저장 용량도 커 용이하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임일영 이경주 이경원 정서린기자 argus@seoul.co.kr ■ 블로거 스타들 블로거들 사이에도 스타가 있다. 하루 1만여명의 네티즌들을 유혹할 정도면 웬만한 톱스타가 부럽지 않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톡톡 튀는 글솜씨, 풍성한 콘텐츠로 누리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블로거 스타들의 공간을 들여다보자. ●보윤이랑 보성이랑 (blog.naver.com/shriya) 쌍둥이 아들을 둔 가정주부 문성실씨(사진 아래·블로거 메인 창)는 네이버 최고의 블로거 스타다. 쌍둥이가 태어난 지 18개월이 되면서 아기 키우는 과정의 어려움과 에피소드 등을 일기 형식으로 적기 시작했고 이후 맛깔스러운 요리 사진과 무럭무럭 커가는 아이들 모습을 담은 가족사진이 업데이트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등록된 이웃만 3만여명, 스크랩 100만건을 돌파하는 등 기록적인(?) 인기를 뽐낸다. ●조너선 블로그 (blogs.sun.com/jonathan_ko) 세계적인 IT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최고경영자(CEO)인 조너선 슈워츠의 블로그로 IT업계의 최신 기술과 비즈니스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글들로 업계 종사들로부터 인기가 뜨겁다. 모든 글에 대해 포스팅을 허용해 놓은 데다 한글 서비스를 하는 것은 이 블로그의 또 다른 강점이다. ●서명덕 기자의 人터넷세상 (itviewpoint.com/tt/index.php) 블로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떡이떡이’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현직기자 서명덕씨의 블로그.2004년에 문을 연 ‘서명덕 기자의 人터넷세상’에는 그가 취재해 신문에 실은 기사에서부터 인터넷 세상 소식, 컴퓨터·디지털카메라·검색엔진 이야기, 블로깅 알짜배기 팁, 중국 소식 등 2700여건이 실려있다. 다른 사이트나 블로그에 없는 신선도 높은 정보와 인간적 냄새 풍기는 글들에 매료된 네티즌들이 하루 평균 1만명 방문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비정규직법 시행령 더 손질해야

    노동부가 정규직 전환 예외직종을 변호사, 의사, 박사학위자 등 16개 직종으로 하고 파견대상 업무를 현행 138개에서 187개로 늘리는 내용의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기간제 부문에선 고용의 안정성을, 파견제 부문에선 고용의 유연성을 보다 강화한 내용으로 평가된다. 재계와 노동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부닥쳐 온 상황에서 노동부가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노동부는 2년을 근무한 뒤에도 계속 비정규직 형태로 남을 수 있는 16개 직종으로 변호사와 의사, 한의사, 약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을 선정했다. 고학력자나 고소득자는 굳이 법으로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노동부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 직종에 ‘박사학위자’라는 모호한 개념을 넣어, 대학 시간강사와 연구원 등을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박사급 시간강사나 연구원을 비정규직법 대상에 포함할 경우 오히려 이들의 고용 불안정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본 듯하다. 그러나 그런 논리라면 석사급 시간강사나 연구원과 형평이 맞지 않다. 법 시행을 앞두고 상당수 석사급 강사와 연구원의 집단 퇴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시행령에 대해 그동안 파견업종의 대폭적인 확대를 기대했던 사측은 고용 유연성을 무시한 법안이라며 볼멘소리다. 반면 노동계는 파견업종 확대로 자칫 정규직의 지위마저 흔들릴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새로 포함된 파견업종이 직업운동선수와 화가 등 대부분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노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재계 또한 고용 유연성만을 고집해선 안 된다고 본다. 개방시대를 맞아 노사가 윈-윈하려면 생산성 향상으로 파이를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 [女談餘談]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정은주 지방자치부 기자

    #1.“극성 엄마가 되는 게 무서워서요.” 결혼 8년차인 A(38)씨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캠퍼스 커플인 A씨 부부는 만난 지 10년만에 결혼했다. 그들은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서 일하며 집도 마련하고, 고급 승용차도 구입했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부부관계도 돈독하다. 다만 아이가 없을 뿐이다. “친구들이 하나둘 ‘극성 엄마’로 변하는 걸 목격했어요. 아이를 옭아매 경쟁에서 이기는 법만 가르치더군요. 순간 무서워졌습니다.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남편도 아내의 고민을 이해했다. 오랜 대화 끝에 부부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 부모님도 ‘늙어서 우리 원망하지 말라.’며 끝내 손을 들었다. “잘한 결정일까 걱정되지만 제가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칠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요.” #2.“남편이 아이를 싫어해요.” 국문학 박사로 대학 시간강사인 B(38)씨는 남편 때문에 아이를 포기했다. 그녀의 남편은 10년째 집에서 글을 쓰는 무명 작가다. 책을 냈지만 몇 권 팔리지 않아 생계가 힘들다.B씨가 중·고등학생을 가르쳐 근근이 살아간다. 그러나 아이를 포기한 건 돈 때문이 아니다.“남편이 아이들을 증오해요. 글을 쓸 때 동네 아이들이 밖에서 시끄럽게 굴면 당장 나가서 마구 혼냅니다. 이웃집과 아이 때문에 얼마나 싸우는지…. 이사도 여러번 했어요.” 가족들은 “그래도 제 자식은 귀여워할 것”이라며 아이를 낳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B씨는 아이를 두고 모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남편이 아이를 싫어할 가능성이 높은데 아이를 갖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아빠를 증오하면 누가 책임질 건가요?” ‘황금돼지해’를 맞아 출산 붐이 일고 있는데 나는 공교롭게도 ‘무자녀’를 결심한 여성들을 잇따라 만났다. 결혼 4년차에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 때문일까. 그들의 고민이 칼날처럼 가슴에 박혔다. 사랑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있듯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일까. 정은주 지방자치부 기자 ejung@seoul.co.kr
  • “시간강사도 근로자”

    대학 시간강사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5일 연세대와 고려대 등 55개 학교법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업재해보상보험료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간강사들이 강의계획서를 제출하고 학사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강사료를 보수로 받는 등 시간강사는 대학과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때문에 시간강사들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임을 전제로 산업재해보상 보험료 등과 가산금을 대학에 부과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30년만에 명예회복’ 했지만…

    유신정권에 밉보여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접어야 했던 한 교수가 30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세월은 야속하게도 기다려 주지 않아 더 이상 강단에 복귀할 수 없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의환)는 22일 박정희 정권 때 경제개발정책을 비판하는 논문과 당시 중·고교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다 재임용이 거부된 차모(72)씨에 대해 해당 D대학이 낸 교원징계재심사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차씨는 서울 D대학 시간강사를 거쳐 1973년 부교수로 승진 임용됐다. 그러나 박사후 과정으로 휴직중이던 76년 ‘재임용 탈락’통보를 받았다. 연구실적도 뛰어났고 교내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문제였다. 그는 연구논문, 저서에서 유신정권의 경제정책에 따른 환경오염의 폐해를 다뤘다.또 73년에는 현직 중·고교 교사들을 상대로 한 강의에서 교과서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그의 지적은 기사화되면서 당시 문교부는 대학 총장에게 항의했고, 차씨는 총장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다.차씨는 05년 7월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자 재임용이 거부된 지 29년 만에 교육부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에 재임용거부처분에 대한 심사를 청구했다. 심사특별위는 “차씨가 정권의 미움을 사 부당하게 재임용이 거부됐다.”며 차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학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그동안 미국 LA에서 연구원을 하던 차씨는 이날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미 대학교수 정년이 지나 임용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씨는 해당 대학을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를 법원에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열린세상] 소위 ‘인문학 위기’에 관해/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인류학자 레나토 로살도는 필리핀 루손 지역의 북부에 살고 있는 일롱고트 족의 한 노인에게 물었다. 왜 다른 부족의 머리를 자르는 사냥(헤드 헌팅)에 참가하느냐고. 그 노인은 주변에 누가 죽은 뒤 느끼는 상실감에 기인하는 분노를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로살도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상실에 기인하는 분노라니. 하지만 같이 현지조사를 하던 부인이 실족해 죽자, 오랫동안 이해되지 않던 그 말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역시 상실에 기인하는 비통함, 또 그 비통함에 뿌리를 둔 엄청난 분노와 직접 대면했기 때문이다. 의문을 가진 지 14년 만에 답을 얻게 된 것이다. 여기서 그는 민족지를 서술하는 자신의 위치가 ‘입장을 가진 주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인문학의 위기’가 사회에 회자되고 있다. 이제는 하도 들어서 식상할 정도이다. 선언문이 나돌고, 연구비가 증액되었다는 말도 들린다. 인문학이 위기라니? 대체 누구의 위기란 말이냐. 요즘 쏟아져 나오는 인문학 관련 서적들이 얼마나 많은데. 시간을 쪼개가며 읽어도 서가에 쌓여만 가는 인문학 관련서적들을 보면 위기란 말은 가당치 않다. 만일 당신이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지금의 한국은 단군 이래 최고의 인문학 르네상스를 맞이하는 중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역사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매일 밤을 새워도 읽어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서들이 출간되고 있지 않은가? 필자가 가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인문학도들도 ‘위기’ 담론에 시큰둥하다. 이들은 오랜 시간을 강사로 보내면서 제도권에 터전을 잡기를 거의 포기했다. 처음에는 분노가 솟구쳐 올랐지만 이제 거의 체념으로 기가 죽은 사람들이다. 간혹은 간발의 차이로 제도권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한다. 가능성이 희박한 제도권 진입은 꿈도 꾸지 않으니, 제발 인문학자로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시간강사 월급이나 정상화하라고 말한다. 기아 임금 문제는 제쳐두고 회자되는 ‘인문학의 위기’란 이들에겐 ‘당신들의 위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사실 제도권 안팎의 젊은 인문학자들의 연구와 출판 활동은 활발하다.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봄철 분위기 같다. 이들에겐 실험정신이 있다. 고답적인 분위기의 인문학적 글읽기와 글쓰기를 혁파하며 새로운 인문학 전통을 세우려 노력하고 있다. 좋은 책을 열심히 번역하기도 한다. 물론 생계를 위협받고 있지만 자신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즐겁게 일을 한다.1980년대 반독재 데모 시절 모두 막걸리집에서 벤야민과 보들레르, 아도르노와 스트라빈스키를 토론했고, 예술과 문학과 사회과학에 탐닉했던 세대였다. 그때는 모두가 인문학도들이었다. 이들은 위기의 징후를 달리 본다. 강고한 분과 학문의 벽, 고답적인 교과목, 그리고 학내에 사라진 토론과 실험정신이다. 어느 때부터인지 대학 내 활기찬 지적 토론이 사라졌다. 학자들의 대화도 격이 떨어져버렸다. 명강의라 불릴 만한 강좌도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연구비를 증액한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느냐고 이들은 반문한다. 게다가 최근 진입하는 학생들은 책을 거의 읽지 않은 인문학 무지의 세대이다. 괴테를 읽어본 적이 없는 학생이 독문학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고, 발자크나 도스토옙스키를 읽지 않은 학생이 프랑스 문학이나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겠다고 달려들 리가 없다. 책을 읽지 않고 요약본을 암기하며, 학원에서 배운 앙상한 삼단논법을 글쓰기라고 생각하는 세대를 양산시킨 현행 논술시험 제도도 대학 내 인문학의 수요를 급감시킨 주요인이 아닐까. 차라리 논술시험에 동서양 고전도서 목록을 지정해 주면서 그것만이라도 열심히 읽게 만드는 것이 좀 나은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 [대기자 칼럼] 떨고있는 여성 박사들/신연숙 문화담당

    비정규직법의 국회 통과로 2년이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의무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고용주들의 발등의 불이 되었다. 특히 대학과 연구소들은 그동안 싼값에 써왔던 비전임교원, 계약직 연구원 등의 계속 임용 여부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다고 한다.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1년 단위 계약제로 2∼3년씩 활용해 왔던 관행을 계속하면 정규직화 대상이 돼 엄청난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되리라는 걱정 때문이다. # “연구 계속할 수 있는 여건 기대” 이런 소식에 접하면서 즉각 떠오른 것은 지난달 어느 토론회 청중석에서 손을 번쩍 들고 일어나 열변을 토하던 한 여성 박사의 모습이었다.‘여성과학기술인력 현황의 실제적 문제점과 과제’를 주제로 한 이 토론회에서 그는 “아무리 현란한 육성·지원정책을 얘기해도 연구를 하고 싶은 여성 박사들이 연구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는 듣기 좋은 소리일 뿐”이라면서 비정규직 박사 문제의 실상과 구체적인 해결책을 조목조목 제시하였다. 그의 요지는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연구를 할 수 있게 별도의 연구비 지원제도를 마련해 주고, 강사직이라도 좀더 안정적으로 신바람나게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정규직법 통과 이후 보도를 보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 같은 분위기다. 정규직화 요구를 피해 1년 단위이던 재계약 기간이 10개월로 줄었다거나 2년 이상 채용을 안 하겠다는 말도 들린다. 여성박사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을지 짐작이 간다. 대학부터 석·박사학위까지 10년 공부를 마친 고급인력들이 직장을 못 잡아 비정규직으로 떠돌고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그토록 앞장서서 활발한 육성책을 펴고 있는 여성 과학기술인력이 과학기술분야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 시간강사 30%가 여성 과학기술부의 ‘2005여성과학기술인력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공계 전체 대학교원 5만 6566명 중 여성은 1만 1261명으로 19.9%이다. 그러나 이를 직위별로 보면 정규직 교수의 여성비율은 10.2%인데 반해 연구교수 등 비정년직 교수는 18.2%, 시간 강사는 30%가 여성이다. 여성은 절대 숫자도 적지만 비정규직에 집중돼 있음을 볼 수 있다. 공공연구기관의 경우 비정규직 집중도가 더욱 심하다. 전체 정규직 중 10.7%가 여성인데 반하여 비정규직 중 43.1%가 여성이다. 여성 과학자들은 이같은 상황이 일어난 원인으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있음에도 과학자 채용에 차별이 여전하며, 비정규직이라도 감수하여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여성 과학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분야별로 인력의 과잉공급이 초래된 데도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 분야별 인력 과잉공급이 근본원인 그러나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고급 과학기술인력은 더 많이 배출돼야 한다. 특히 어렵게 배출된 인력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남녀 간의 불균형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이런 측면에서 획일적 비정규직 정책에 고급과학기술 인력의 활용이 묻혀져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걱정이 되어 여성과학자에게 전화를 걸어 후일담을 들었다.‘유망여성과학자네트워크’라는 단체를 만들어 ‘부산지역 박사급 여성과학자 PR박람회’를 열었다고 했다. 여성 박사 30명이 자기 소개 포스터를 제작, 전시하여 부산지역의 CEO와 CTO들에게 ‘나를 사가세요’를 외쳤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대학 수준에서부터 장학금, 용돈까지 주어가며 과학자를 육성하고, 한쪽에서는 ‘인력시장’까지 서는 이 상황을 개선할 길은 없을까. 신연숙 문화담당 yshin@seoul.co.kr
  • [사설] 교수 철밥통 깨야 마땅하다

    교수로 임용되기만 하면 연구 실적이 있건 없건, 강의를 제대로 하건 말건 승진과 정년이 보장돼 온 교수사회의 ‘철밥통’ 관행에 슬슬 금이 가는 모양이다. 교수신문이 전국 주요대학 15곳을 조사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사립대학의 교수 승진심사에서 탈락한 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탈락률이 아주대에서는 70.8%, 연세대 57.7%, 성균관대 45.2%에 이르렀다. 교수가 승진심사에서 한차례 탈락했다고 바로 퇴출당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연세대·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은 일정기간에 승진하지 못하면 교수직을 박탈하는 ‘직급정년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승진 탈락률이 12.1%인 한양대와 27%인 경희대 등을 비롯한 많은 대학들도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무능·불성실한 교수를 대학사회에서 솎아내는 제도적 장치는 갈수록 정밀하게 작동하리라고 우리는 기대한다. 교수직 철밥통이 깨져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올 1학기 교양 과목을 들은 학생들을 상대로 받은 강의평가 결과를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시간강사의 강의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교수직의 강의는 최하위로 꼽혔다. 강의를 조교에게 떠맡기거나 농담까지도 매학기 똑같이 하는 교수들의 행태가 적잖게 지적됐다. 교수 철밥통은 마땅히 사라져야 할 폐습(弊習)이다. 대학 당국이 철밥통 깨기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그에 앞서 교수들 스스로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 새달 20일 퇴임 어윤대 고려대 총장

    새달 20일 퇴임 어윤대 고려대 총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2003년 2월 취임 이후 체중이 5∼6㎏이나 늘었다. 전보다 배가 많이 나와 불편할 정도다. 비즈니스를 위해 1주일 내내 바깥에서 저녁 자리를 갖고 못 마시는 술까지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음달 20일 퇴임하면 바로 운동을 해 예전 체중으로 되돌리는 게 최우선 목표란다.‘최고경영자(CEO) 총장’의 대명사로 불리는 어 총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경영철학,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엄청난 규모의 학교 발전기금 유치가 지난 4년간의 최대 성과로 꼽힐 듯한데. -취임 이후 3년9개월간 기업과 교우회 등으로부터 연구비 포함,4700억원을 유치했다. 고려대는 물론이고 한국에서 제일 많은 액수일 것이다. 사실 나 스스로 놀라고 있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나. -그동안 학교의 역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 긍정적인 사고로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교우들이 많이 호응해 줬다. 특히 모금할 때 어떤 프로젝트에 왜 돈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를 잘 설득한 게 주효했다고 본다. 물론 건학 100주년이라는 중요 행사가 있었던 것도 큰 보탬이 됐다. ▶영어강의 시행 등 추진력 없이는 할 수 없는 어려운 일들을 많이 했다. -어떤 회사에 사장이 새로 와서 매출 20% 증대를 독려한다고 치자. 그 사장도 20%보다는 15%를,15%보다는 10% 목표를 직원들이 더 좋아한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변화에 대한 수용능력을 ‘목이 찰 때까지’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같은 아시아권에서 세계 19위 평가를 받는 싱가포르 국립대학 등을 따라잡을 수 없다. 또 총장을 계속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연임에 도전한 이유는. -사실 4∼5개월 전까지는 연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교우회 등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혁신을 시스템화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했다. 현행 선거 시스템에서는 낙선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도전했다. 교수들의 반발이 생각보다도 컸다. 교수들의 일이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어선지 변화를 잘 수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발전기금 유치 과정에서 학교로 기업을 너무 끌어들였다는 얘기도 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러면 삼성이 재단인 성균관대학은 어떻게 설명하나. 미국 하버드대학은 학교명 자체가 기금 기부자의 이름이고 거의 모든 건물에 기부자의 이름이 붙어 있다. ▶외형에 치우쳐 내실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전혀 모르는 소리다. 그동안 내가 가장 중점을 둬온 것이 시스템 구축이다. 정보의 문서화, 직원 해외연수, 학장 권한 강화 등 다양한 조치들이 쉼 없이 이어졌다. 교육수준을 높이기 위해 학생 50명에 한 명씩 조교를 붙였고 시간강사들이 하던 강의를 전임강사급 이상으로 강화했다.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들어갔다. 홈페이지에 교육환경 개선함을 마련해 무려 3000건 이상을 개선했다. 외형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내실이 가려졌을 수 있다. ▶향후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분야 전문 지식이 있고 실무에서 일을 많이 한 편이다. 앞으로도 그런 일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몇몇 민간 섹터에서 CEO로 오라는 제의를 해온 상태다. 일각에서 정계 진출 얘기도 나왔지만 나는 정치적 역량이 없다. 그런 게 있었더라면 이번 총장 선거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임기를 마치면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그동안 외국대학 총장들과 만나며 다양한 네트워크를 쌓았다. 그 관계들을 학교 발전에 더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총장 임기가 짧은 것은 문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110년 역사에 총장이 8명밖에 안 나왔다. 하버드대 총장은 평균 20년을 한다. 반면 고려대는 지난 60년간 총장이 12명이나 된다. ▶CEO형 총장이 하나의 경향으로 굳어지는 것 같다. -선진국 대학총장 중 CEO형이 아닌 사람은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30년 전부터 시작됐다. 우리는 늦었다. 대학이 옛날과 달리 엄청나게 커졌다. 우리 학교 1년 예산이 1조원이다. 이제는 큰 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자기 분야에서 학문적 카리스마가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에 더해 관리 능력과 국제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총장이 되기 전부터 금융통화운영위원, 국제금융센터 초대 소장, 공적자금관리위원 등 활발한 외부 활동을 했는데. -국내 처음으로 국제금융을 미시적 측면으로 접근했고 국내 최초로 대학에 국제금융론 강의를 개설했다. 경제가 개방되니까 국제금융 전문가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런 점이 여러 곳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퇴임 후 개인적인 계획은. -3개월 동안 체력단련을 해야겠다.4년간 병원 신세 안 진 유일한 총장이지만 바쁘게 살다 보니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내년 1월에는 2주일간 아내(정복주 이화여대 음대학장)와 아프리카 케냐로 여행을 갈 계획이다. 대담 김태균 사건팀장 정리 서재희 도준석기자 s123@seoul.co.kr
  • 10년지기 신동일 감독 - 배우 김재록

    10년지기 신동일 감독 - 배우 김재록

    “내 영화 보고 배우 지망생들이 희망을 갖는대. 형 같은 사람도 주연을 한다면서…”“야야, 인상 좀 펴라. 어째 그렇게 표정변화가 없냐.”지난 14일 만난 영화 ‘방문자’(제작 LJ필름)의 신동일(38) 감독과 주연배우 김재록(41)씨. 이 십년지기 감독과 배우는 시종 농담을 섞어가며 허물없이 대화를 이어갔다.“13년 전에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때 제가 만든 단편영화에서는 모두 주연을 해 준, 저한테는 주연배우죠.”(신 감독)“근데 다음 영화에서는 안쓰더라고요.(웃음)” 어울리지 않는 듯 은근히 조화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방문자’의 주인공 호준, 계상과 연결된다. 영화속 호준(김재록)은 사회적 외톨이다. 이혼남에다 불만이 가득한 386세대이자 ‘안팔리는’ 시간강사이다. 좋지 않은 수식어를 모두 가진 그를 찾는 것은 잘못 걸린 전화나 외판원뿐이다. 늘 욕실문이 말썽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고장이 나 호준은 욕실에 갇히고 만다. 우연히 그의 집에 들러 그를 구해준 방문전도사 청년인 계상(강지환). 모든 것이 불만인 호준은 순수 청년 계상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차 세상과 소통해 간다.“영화는 사실 지난해에 완성됐어요.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해 국내 개봉이 늦어졌죠.”(신 감독) 하지만 개봉 지연이 악재만은 아니었다. 그 사이 영화는 해외에서 많은 이슈를 낳았다. 신 감독은 시애틀영화제에서 최고의 신인감독에게 주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앞서 베를린영화제에서는 ‘한국의 우디 앨런’이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유쾌한 유머 속에 숨겨놓은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이 비슷하다는 뜻이다.“제가 87학번 386세대예요. 말이 앞서고, 실천을 못하는, 뭐 그런 부분이 있잖아요. 강렬하게 사회를 비판하던 열정이 사라지는 듯한…. 일상에서 느낀 그런 것들을 너무 무겁지도, 또 가볍지도 않게 표현해 봤죠.”(신 감독) 또 다른 386세대(85학번)인 김재록이 그래서 그렇게 호준에 잘 녹아 들었을까.“실제는 호준처럼 스스로 적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자기모순에 빠진 386세대의 모습을 표현할 만큼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죠. 확실히 이전에 치열했던 고민과 열정은 퇴색되고 있잖아요.”(김재록) 이들의 생각은 영화 곳곳에 포진해 있다. 미국 대통령 얼굴에 던져진 휴지조각이나 머리에 얹은 라면 면발, 아무리 달려도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와 같은 산책로 장면이라든지. “정치적 성향이나 문제의식은 의도해서 억지로 밀어넣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진짜 원하는 것은 사람 냄새가 나는, 진실을 품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죠.”(신 감독) “신 감독은 뚝심이 있는 사람이에요.10년 이상 지내오면서 가장 열려 있고, 다른 사람을 아우르며 가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죠. 배우는 아무리 잘나도 좋은 감독을 만나야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신 감독이 있으니 이제 저도 배우로서 만개할 수 있지 않을까요.”(김재록) 두 사람의 바람은 하나다. 영화 ‘방문자’를 보면서 관객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스스로 모순에 빠져 있거나, 일종의 안티소설(비사교적)이나 괴팍하고 이기적인 사회적 자폐아(소설 ‘배려’에서 나오는)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영화 ‘방문자´는 현재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상영 중이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웃음주는 악역, 귀엽게 봐주세요”

    탤런트 이세창이 다시 악역에 도전한다.KBS2TV 드라마 ‘아줌마가 간다’에서 능력은 없지만 허영이 넘치는 시간강사 ‘광재’역이다. 광재는 바람기도 있다. 고생하는 조강지처를 슬쩍 내치고는 화려한 여자를 찾아 간다. 역시나 우울하고 극단적인 불륜 드라마? “아니에요.‘낭랑 18세’의 김명욱PD가 연출해서인지 정말 경쾌하게 그려내요. 깔깔깔 웃으면서 스트레스 확 풀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겁니다.” 악역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예전엔 멋진 역을 해야 CF가 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나 스스로가 재미있는 역을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악역이 좋아요.” 대뜸 ‘게리 올드만을 아느냐?’더니 작품마다 독특한 악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그를 좋아한다고도 했다.“거기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마냥 나쁜 게 아니라 어딘가 어수룩해서 귀여운, 그런 캐릭터예요. 최소한 식당에서 아주머니들한테 맞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악역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리마리오’도 한몫했다.“아내 한번 웃겨주려고 ‘웃찾사’에 나갔던 건데, 그 덕에 사람들이 저를 보고 많이 웃어주세요. 그러다보니 감독님들도 예전에는 아예 고려도 않던 배역들을 저한테 권하기도 하시고요. 참 즐겁고도 고마운 기억이죠.” 그러고보니 이번 드라마에는 아내 김지연도 출연한다. 두 사람은 2002년 아침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추다 눈이 맞아 결혼했다.“지난 아침드라마에서는 감독님한테 혼났어요. 드라마에서는 헤어지는데 실제로는 사귄다, 결혼한다 그러면 시청자들이 뭐라겠냐고. 그 때 아내가 몰래 울기도 했는데, 그 서운함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아줌마가 간다’는 시장통 밥집 아줌마가 푸드채널 요리사로 변신하는 과정을 재밌게 그리는 드라마다. 다음주 월요일 오전 9시 첫 전파를 탄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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