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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서라] 검사들은 그만둘 때 왜 흔적을 남길까

    [법서라] 검사들은 그만둘 때 왜 흔적을 남길까

    검찰 내부망에 ‘사의 표명’ 문화대부분 자기반성·당부·감사 인사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검찰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검사들이 조직을 떠날 때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 글을 남긴다는 점입니다. 의무는 아닌데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하면서 이제는 작별 인사를 하지 않고 떠나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고 낯설다고 합니다. 대체로 검사들은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짚으며 자기 반성과 당부의 글을 남기고 선·후배 등 검찰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식으로 끝을 맺습니다. 물론 일부 검사는 검찰 인사에 따른 불만, 서러움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다른 정부 부처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인데요. 같은 법조인인 판사들 세계에서도 이런 문화는 없다고 합니다. 댓글에 울고 웃는 검사들...‘댓글패’ 선물 지난 6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70여명의 검사가 옷을 벗으면서 수 많은 사의 표명 글이 내부 게시판에 올라 왔는데요. 이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첫 번째로 사퇴를 알린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글이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반듯하게 쓴 손글씨에 검찰 직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직접 펜으로 꾹꾹 눌러 쓴 4페이지 분량의 편지를 내부 게시판에 올렸기 때문인데요. ‘봉욱체로 지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흘러 나왔습니다. 이렇게 사의 표명 글이 올라오면 댓글이 달립니다. 실명 게시판이기 때문에 ‘악플’이 달리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한 전직 검사 표현에 따르면 성의 있게 댓글을 단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뉠 뿐입니다. 보통 평검사가 그만둘 때는 100~150개, 부장검사는 150~200개, 검사장급 이상은 300개가량의 댓글이 달린다고 합니다. 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검찰 안에서 인연을 맺은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댓글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텐데요. 봉 전 차장의 글에는 616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역대 최대치입니다. 4년 전 그만 둔 ‘마지막 중수부장’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이 세운 기록(613개)을 간발의 차이로 앞섰습니다. 이 두 사람 모두 댓글이 많은 이유는 “적을 만들지 않는 스타일 때문”이라고 합니다. 올해는 특히 댓글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검찰 내에서 평판이 좋은 검사들이 대거 나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 박윤해 전 대구지검장, 차경환 전 수원지검장,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에도 500개 안팎의 댓글이 달렸다고 합니다. 마지막 떠나는 인사에 달리는 댓글 수와 댓글의 진정성은 그 검사가 검사 생활을 제대로 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냉정한 ‘성적표’가 아닐까 싶은데요. 검사 입장에서도 자존심이 달린 문제입니다. 일부 검찰청에서는 댓글만 따로 출력해 ‘댓글패’를 만들어 퇴직 선물로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지난 6일 새로 보직을 받은 법무부, 대검, 재경지검 간부급 검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후배 검사와 수사관, 직원들을 배려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결국 우리(검찰)한테 부여된 업무를 얼마나 잘 하느냐는 우리 조직에서 얼마나 멋진 인간 관계를 유지하고 운영해 나가느냐와 직결돼 있다.”가족주의 문화, 전국 근무 특수성 반영 사직 인사 글은 이프로스 내 ‘검사 게시판’에 올라옵니다. 검찰 내부 직원들만 볼 수 있는 실명 게시판인데요. 검사 게시판이 만들어진 게 2001년 7월쯤이니 검사들의 ‘인터넷 작별 인사’ 문화도 그즈음부터 생겼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사의 표명 글이 올라오기 시작한 건 2003년쯤으로 보입니다. 검사들이 그만 둘 때 사의 표명 글을 올리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공직에 몸 담았다는 것은 뭔가 보람 있고 뜻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을텐데, 막상 떠나려고 하면 자신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게 된다. 검사로서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고, 함께 근무했던 동료 직원들과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프로스)까지 있으니 관례 비슷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검사들의 근무 특수성에 기인한 문화”라고 바라봤습니다. 검사는 전국을 돌며 근무를 하기 때문에 일선 검찰청 직원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많은데, 나중에 퇴직할 때 일일이 전화를 할 수 없으니 온라인을 통해 인사를 나눈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가족주의 문화가 온라인 공간의 활성화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검찰만의 끈적끈적함, 서로 밤 늦게까지 업무를 하면서 쌓인 ‘전우애’가 공직을 떠날 때도 발휘된다는 설명입니다.검사의 메시지 진화...작심발언에서 완곡법 배경이 어찌됐든, 검찰 인사가 날 때마다 어김없이 사퇴를 알리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물러날 때임을 직감했던 검사장들은 미리 준비한 글에 사자성어나 시 한 구절을 더해 자신의 생각을 대신 전했습니다. ‘특수통’, ‘공안통’ 등 수사 검사로 승승장구한 검사들도 떠날 때는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옷 벗을 각오를 한 일부 검사는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2003년 3월 요직 중 하나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국장에서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인사 발령을 받은 장윤석 전 검사장이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은 상당히 수위가 쎈 편입니다. “개혁을 위한 서열 파괴라는 미명 하에 선배를 후배 밑에 앉히는 것은 떠나라는 협박이다. 오늘 불명예스럽게 서울고검에 부임하고 사직하는 것은 스스로 물러서기보다 차라리 인사의 총탄에 맞아 죽어나가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2013년 9월 혼외아들설이 제기된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압박성 감찰을 비판하며 사의를 표명한 김윤상 전 대검찰청 감찰1과장의 글도 비장함이 묻어납니다. 김 전 과장은 당시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당시 황교안)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최근 사표를 낸 검사들이 올리는 사직 인사 글에서는 과거처럼 강경 발언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세련된 방식으로 불만이나 아쉬움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한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의 최근 사의 표명 글이 대표적인데요. 그는 “제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주 부장의 글은 완곡법이 더 강한 메시지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호텔 델루나’ 13호실 귀신 이민령, 청순vs섬뜩 두 얼굴 “눈도장”

    ‘호텔 델루나’ 13호실 귀신 이민령, 청순vs섬뜩 두 얼굴 “눈도장”

    ‘호텔 델루나’ 신예 이민령이 섬뜩한 ‘13호실 귀신’부터 청순한 여대생까지, 극단의 두 얼굴을 완벽하게 그려내는 신들린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3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오충환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지티스트)에서는 인간의 냄새조차 싫어한다는 ‘13호실 귀신(이민령 분)’이 재등장해 서늘한 공포를 선사했다. 여기에 한을 풀지 못한 채 소멸한 ‘13호실 귀신’이 인간들에게 복수심을 갖게 된 사연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첫 등장부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신예 이민령의 존재감은 이번에도 빛났다.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이고, 오싹한 비주얼에 숨겨진 청순한 반전 미모는 이민령에 쏟아지는 관심에 불을 지폈다. 이날 호텔 델루나를 빠져나간 ‘13호실 귀신’의 정체가 밝혀졌다. 13호실 귀신은 인터넷상에 유포된 사생활 동영상을 몰래 보는 남자들만을 찾아다니며 해코지를 하고 있었다. 사실 13호실 귀신은 생전 ‘몰카’ 사건으로 인해 죽을 만큼 괴로워했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대생 가영이었다. 13호실 귀신은 과거, 자신의 영상 유포자이자 지금은 불법 영상 업로드 업체를 운영하며 승승장구하는 정은석(오태경 분)을 찾아가 최종 복수를 하려고 했지만, 넷째 마고신(서이숙 분)에 의해 소멸되고 말았다. 인간에게 큰 해를 끼치고 악귀가 된 13호실 귀신은 한을 풀 기회조차 없이 소멸된 것.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던 정은석은 넷째 마고신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호텔 델루나’에 등장한 갖가지 사연을 가진 귀신들과 차원이 다른 공포를 선사했던 ‘13호실 귀신’을 연기한 신예 이민령은 이번 7화에서도 눈을 뗄 수 없는 맹활약을 펼쳤다. 복수심에 불타는 강렬한 눈빛과 기괴한 미소는 쫄깃한 긴장감을 배가시켰고, 사생활 동영상이 유포돼 괴로워하는 여대생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공감대를 높였다. 마고신에 의해 소멸당하는 순간의 한 맺힌 절규는 보는 이들까지 안타깝게 만들었다. 여러 독립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차분히 쌓아 올리고 있는 신예 이민령은 tvN ‘직립보행의 역사’, ‘라이브’, ‘왕이 된 남자’ 등에서도 활약한 바 있다. ‘호텔 델루나’를 통해 시청자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킨 이민령의 향후 활동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짧은 등장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발산한 신예 이민령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과거 사연이 너무 안타깝다”, “13호실 귀신의 반전 청순미”, “7화에서도 존재감 폭발한 13호실 귀신, 영원히 소멸한 게 슬프다”, “13호실 귀신 사연이 가장 현실적이고 공감됐다”,“그야말로 신들린 연기”, “이민령 처음 보는 얼굴인데 연기 좋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한편 ‘호텔 델루나’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tvN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호텔 델루나’ 여진구, 이지은 향한 진심 “예쁘네요. 슬프게”

    ‘호텔 델루나’ 여진구, 이지은 향한 진심 “예쁘네요. 슬프게”

    ‘호텔 델루나’ 여진구가 이지은을 향한 진심을 드러내며 ‘로코킹’ 본능을 본격 가동했다. 지난 3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홍미란, 연출 오충환,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지티스트) 7회에서 여진구는 한을 풀지 못하고 소멸한 ‘13호실 귀신’의 사연에 분노하고 슬퍼하며 호텔 델루나 지배인으로서 또 한 번 성장했다. 무엇보다 이지은과의 로맨스도 더욱 불을 지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구찬성(여진구 분)은 장만월(이지은 분)과 함께 호텔 밖으로 빠져나가 복수를 시작한 ‘13호실 귀신(이민령 분)’을 찾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13호실 귀신이 생전 ‘몰카’ 사건으로 인해 죽을 만큼 괴로워했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3호실 귀신은 과거, 자신의 영상 유포자이자 지금은 불법 영상 업로드 업체를 운영하며 승승장구하는 남자를 찾아가 복수하려고 했지만, 넷째 마고신(서이숙 분)에 의해 소멸하고 말았다. 인간에게 큰 해를 끼쳤기에 한을 풀 기회조차 없이 소멸된 것. 뒤늦게 이 광경을 목격한 구찬성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가슴 아파했다. 호텔 식구들 역시 13호실 귀신처럼 슬프고 아프게 죽어 저승으로 쉽게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애달픈 감정을 토해냈다. 구찬성은 장만월의 초청장을 받고 호텔 델루나로 온 남자에게 ‘몰카’를 촬영했던 과거의 자취방을 보여주며 “여기서 당신이 한 짓을 기억하냐”며 차갑게 일갈했다.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던 그는 결국 넷째 마고신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구찬성은 월령수 앞에서 둘째 마고신(서이숙 분)을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월령수에 피어난 꽃망울을 발견했다. 둘째 마고신의 “너는 잘 하고 있나 보다. 꽃이 피게 생겼다. 잘 돌봐서 잘 갈 수 있게 해”라는 말에 구찬성은 장만월의 슬픈 얼굴을 떠올렸고 “예쁘네요. 슬프게”라고 대답했다. 장만월을 향한 구찬성의 진심이 드러나던 대목. 하지만 방송 말미 구찬성, 장만월, 그리고 이미라(박유나 분)가 만나게 되면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13호실 귀신의 안타까운 사연과 비극적인 소멸에 분노하는 동시에 호텔 식구들을 걱정하며 아파하는 구찬성의 따뜻하고 깊은 마음이 여진구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빛이 났다. 장만월을 떠올리며 했던 “예쁘네요, 슬프게”라는 말 한마디에 구찬성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는 여진구의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두 사람의 로맨스를 더욱 기대케 했다.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하며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여진구의 연기 내공에 시청자들은 즐겁기만 하다. 방송 말미 붉은 혼례복을 입고 서 있는 고청명(이도현 분), 과거 무주국의 공주와 닮은 이미라를 보며 흔들리는 장만월, 그리고 구찬성의 모습이 엇갈리며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이야기에 궁금증을 높였다. 전 여자친구 이미라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는 미묘한 삼각 구도와 애틋한 로맨스 연기로 ‘로코킹’ 저력을 발휘할 여진구의 활약에 기대가 쏠린다. 한편 tvN 수목드라마 ‘호텔 델루나’ 8회는 오늘(4일) 밤 9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위대한 쇼’ 송승헌, 첫 촬영컷 공개 ‘정치인→밑바닥’ 극과극 변신

    ‘위대한 쇼’ 송승헌, 첫 촬영컷 공개 ‘정치인→밑바닥’ 극과극 변신

    tvN ‘위대한 쇼’ 첫 스틸이 마침내 공개됐다. 송승헌의 ‘극과 극 모습’이 포착돼 그의 새로운 변신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8월 26일 밤 9시 30분 첫 방송을 확정한 tvN 새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연출 신용휘, 극본 설준석, 제작 화이브라더스코리아, 기획 스튜디오드래곤)는 전 국회의원 위대한이 국회 재입성을 위해 문제투성이 사남매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벌어지는 이야기. 금배지가 필요한 정치인과 아빠가 필요한 사남매의 날벼락 같은 만남이 웃음, 감동, 재미까지 아우르는 환상 시너지를 일으키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송승헌은 극 중 국회의원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아빠 코스프레를 결심한 속물 ‘전’ 국회의원 ‘위대한’ 역을 맡았다. 정의사회구현을 꿈꾸는 정치 신인이었지만 순탄치 않은 가족사로 정치 인생에 적색 경보가 켜진 인물. 하루 아침에 롤러코스터 인생을 살게 된 송승헌의 피 땀 눈물 고군분투와 함께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위대한 쇼가 펼쳐질 예정. 그런 가운데 송승헌의 파격 반전이 담긴 캐릭터컷이 첫 공개돼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개된 스틸 속 송승헌은 극과 극 모습으로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댄디한 매력의 금배지수트를 입고 유유자적하게 신문을 읽는 송승헌의 모습에서 위대한표 범접 불가한 카리스마와 포스가 물씬 풍긴다. 반면 송승헌의 소탈한 점퍼 패션이 포착돼 궁금증을 불러모은다. 일멋남(일생이 멋진 남자)의 여유만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생활고에 직면한 듯 사슴 같은 눈망울로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것. 송승헌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절박함과 짠내가 느껴져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호기심을 더한다. tvN ‘위대한 쇼’ 제작진은 “송승헌의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파격 변신을 기대해달라”며 “금배지를 달고 승승장구하던 정치인에서 밑바닥으로 추락하게 된 송승헌에게 닥칠 수난과 함께 그가 과연 국회 재입성을 이뤄낼지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tvN 새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는 ‘60일, 지정생존자’ 후속으로 8월 26일 월요일 밤 9시 30분 첫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주말N극장가]“따--따--따따따 따-따-”, “쌍투스”…영화 살린 명대사

    [주말N극장가]“따--따--따따따 따-따-”, “쌍투스”…영화 살린 명대사

    주말 극장가 이슈를 얄팍하게 살펴보는 ‘주말N극장가’ 코너다. 심도 깊은 분석보다 의식의 흐름을 타고 수다 떠는 코너에 가까우니, 딴죽 거시려면 살포시 ‘백스페이스’ 눌러주시면 감사하겠다. 영화를 살리는 것은 무엇일까. 감독일까. 배우일까. 아니다. 다 틀렸다. 바로 명대사다. 어마 무시한 명작이 아닌 이상, 고만고만한 영화는 어차피 영화관 나서면 줄거리와 인상 깊은 장면 몇 개 빼놓고 다 까먹게 마련이다. 그러나 명대사는 영화관을 나서더라도 여전히 당신의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번 주 극장가는 반갑게도 ‘엑시트’, ‘사자’, ‘나랏말싸미’ 세 편의 한국 영화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거미인간도, 아프리카 사자도, 퍼런색 요정도 잠시 숨을 고르는 터에 한국 영화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그래서 세 편의 한국 영화 명대사를 골라봤다. (어차피 외화는 대사 기억하기가 어렵기에...) “내가 생각하는 명대사는 이건데?”라고 하면 할 말 없다. 타인의 취향도 존중해달라. “기X기가 또 스포 하나?” 할 수도 있겠다. (어흑, 이 정도는 좀 봐줘라...ㅠㅠ)우선 ‘엑시트’ 되겠다. 시내에 퍼진 독가스를 피해 용남(조정석 분)과 의주(윤아 분)가 도망간다는 내용이다. 칠순 가족잔치를 마친 뒤 독가스가 퍼지자 옥상으로 올라간 용남의 가족들. 구조를 바라지만 깜깜한 밤이어서 헬기가 이들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소리를 질러봐도 헬기는 오지 않는다. 그러자 의주가 꾀를 낸다. “휴대폰 꺼내세요!”라고 외친 의주는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가렸다 뗐다 하면서 “따라하세요!”라고 외친다. 그러면서 입으로 낸 소리. “따--따--따따따 따-따-” 바로 ‘SOS’를 뜻하는 모르스부호다. 영화 보면서 무릎을 탁 쳤던 장면이기도 하다. 잠깐 나오는 장면이지만, 나도 모르게 “따--따--따따따”를 속으로 되뇌는 자신을 보게 될 터다. 그리고 이 부호는 꼭 알아두시길 권한다. 누가 알겠나. 당신이 재수 없게 외딴 섬에 남을 수도 있잖은가.다음 영화는 ‘사자’다.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구마의식을 소재로 한다. 주인공 용후(박서준 분)가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로 스트레이트와 훅을 날린다면, 바티칸에서 파견 나온 안신부(안성기 분)는 가볍게 잽을 날린다. 처질듯한 영화 분위기를 안 신부가 독특한 애드립으로 살려놓는다. 술을 마시면서 “안주는 다른 거 없나?”라든가, 시종일관 질문에 “다 주님의 뜻이야”라고 받아치는 대사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정작 명대사는 이거다. 마귀에 들린 이의 머리를 부여잡고 외치는 바로 그 말. “쌍투스, 쌍투스, 쌍투스” 외국어임에도 쏙쏙 들어오고, 자칫 웃음까지 유발하는 이 대사. 그러나 뜻밖에 심오한 대사이니 조금 진지하게 바라보자. 라틴어로 “거룩하시도다”라는 뜻이다.마지막으로 최근 ‘핫’한 영화 ‘나랏말싸미’ 되겠다. (핫하긴 한데, 역사왜곡 논란으로 핫해서 문제지만) 영화는 세종대왕(송강호 분)이 승려 신미(박해일 분)를 만나 한글을 창제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세종대왕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 특유 억양으로 수많은 명대사를 히트시킨 이른바 명대사 제조기다. 예컨대 전작 ‘기생충’의 명대사 “아들아, 너는 계획이 있구나~”는 올해 명대사 중 명대사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영화 명대사는 신미가 거진 책임진다. 역적의 아들이어서 불가에 귀의한 인물로, 인도 글자 등에 능한 똑똑한 인물. 그러나 당시 조선은 유교의 나라였고, 불교는 탄압받는 종교였다. 역적의 아들인 데다가 승려여서 아무래도 속이 배롱나무처럼 배배꼬인 캐릭터로 나온다. 세종대왕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절을 하지 않는 신미. 세종이 “너는 왜 왕을 보고도 절을 하지 않느냐?”고 하자 “개가 어떻게 절을 합니까”라고 기세 좋게 맞받는다. 그래도 언어를 만들어야 하기에, 세종이 “난 공자를 내려놓고 갈 테니 넌 부처를 내려놓고 와라”라고 말한다. 그러자 신미가 던질 말. “아니오. 나는 부처를 타고 갈 테니 주상은 공자를 타고 오시지요.” 신미의 툭툭 던지는 말에 어이없어 하는 세종의 표정도 볼거리다. 상대방의 말을 멋지게 비트는 센스라니!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린철순’이냐 ‘대투수’냐

    ‘린철순’이냐 ‘대투수’냐

    두산 린드블럼 벌써 16승·탈삼진 132개 사상 첫 외국인 트리플크라운 가능성 KIA 양현종 완벽 부활 ‘토종 에이스’ 시즌초 부진 딛고 11승·2점대 방어율올 시즌 외국인 투수들이 KBO리그를 지배하는 가운데 토종 에이스들도 맹활약하며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역대급 승률을 보이는 조쉬 린드블럼(32·두산 베어스)과 양현종(31·KIA 타이거즈)은 지난 30일 경기에서 나란히 승수를 쌓았다. 린드블럼은 시즌 16승으로 지난해 15승을 벌써 넘어섰고 양현종은 11승으로 시즌 초 8점대로 치솟았던 방어율을 2점대까지 낮췄다. 린드블럼은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주중 3연전 첫 경기 선발로 나서 5이닝 1실점 6탈삼진을 기록했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순항하다 5회에만 32개의 공을 뿌렸지만 실점을 최소화하며 승을 챙겼다. 린드블럼은 7월까진 다승과 평균자책점(2.00), 탈삼진(132개) 모두 1위에 오르며 사상 첫 외국인 투수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한다.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프로야구 38년 사상 3명(선동열·류현진·윤석민)만 이룬 대기록이다. 린드블럼이 지금 같은 활약을 이어 간다면 2011년 윤석민(33·KIA) 이후 8년 만의 대기록을 이루게 된다. 남은 경기에서 7승을 추가하면 역대 외국인 최다승(2008년 다니엘 리오스 22승)도 경신할 수 있다. 린드블럼과 앙헬 산체스(30·SK 와이번스) 등 외국인 선수의 승승장구 속에 양현종은 동갑내기 김광현(SK)과 더불어 토종 에이스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양현종은 31일 현재 스탯티즈 기준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에서도 린드블럼(5.74)과 산체스(4.93)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4월까지 0승5패 평균자책점 8.01로 부진했던 양현종은 5월부터 7월까지 15경기에서 11승3패 평균자책점 1.36의 눈부신 호투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같은 기간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에서도 평균자책점 1위다. 강한 어깨와 뛰어난 내구력을 자랑하는 양현종은 2017년 20승을 세우며 시즌 최우수선수(MVP)가 된 데 이어 그해 한국시리즈 1승 1세이브로 MVP가 됐다. 남은 시즌 지금의 ‘대투수’ 모드를 이어 간다면 역대 자신의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인 2015년의 2.44를 넘볼 만하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기생충, 올해 네 번째 1000만

    기생충, 올해 네 번째 1000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개봉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국 영화로는 19번째, 외화를 포함하면 26번째 1000만 영화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는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에 이은 네 번째다. 봉 감독 영화 중에는 ‘괴물’(2006)에 이어 두 번째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21일 누적 관객 1000만 249명을 기록했다. 지난주 평일 관람객이 1만명을 밑돌았지만 20~21일 주말 이틀 동안 2만 3435명을 동원해 가까스로 1000만명의 벽을 넘었다. 봉 감독은 “관객의 넘치는 큰 사랑을 개봉 이후 매일같이 받아 왔다고 생각한다.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연배우 송강호도 “우리 관객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자긍심과 깊은 애정의 결과여서 영광스럽다”고 배급사인 CJ ENM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는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봉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로 풀면서,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봉 직전 한국영화 최초로 프랑스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골고루 갖춘 영화로, 칸 영화제 수상은 봉 감독 개인의 성취인 동시에 한국영화 전체의 성장을 상징하는 쾌거”라며 “외국 필름마켓에서 한국영화의 파워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 평론가는 “초반 이슈몰이에 과하게 몰두하면서 스크린 독과점제의 폐해도 극명하게 보여 줬다”고 꼬집었다. 영화는 개봉 초반 전체 스크린 수를 30% 넘게 장악했지만 ‘알라딘’의 인기에 추격당하고 이번 달 2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개봉 이후 ‘뒷심’이 달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개봉 직전인 지난달 29일과 30일에는 일 관객수 80만명, 76만명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지난 2일엔 18만명으로 급격히 관객이 줄었고 이후에는 하락세가 눈에 띌 정도였다. 정 평론가는 “배급사가 초반 스크린 수를 줄이고 장기 상영을 꾀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이번 영화로 7번째, 특히 올해에만 ‘극한직업´에 이어 두 번째 1000만 영화를 배출했다. 황금종려상 수상에 힘입어 22일 기준 판권을 산 나라가 203개국에 이른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5일 개봉 이래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됐으며, 베트남에서는 상영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대만, 홍콩, 마카오에서는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흥행 1위를 달성하는 등 개봉한 나라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곧 미얀마와 태국, 필리핀에 이어 올해 안에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스웨덴, 이탈리아 등 모두 20개 나라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한다. 윤인호 CJ ENM 팀장은 “203개 국가 판권 판매는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의 기록”이라며 “외국 개봉 이후 성적도 좋아 일정 관객을 넘어서면 수익 분배도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남북 정치 상황 어려워도 스포츠 교류 이어가야”

    “남북 정치 상황 어려워도 스포츠 교류 이어가야”

    2017년 최문순지사 北 평창올림픽 제안 남북정상회담·북미 핵협상까지 이어져 “남북유소년팀, 세계에 평화 메시지 전파”“남북 정치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민간 교류는 중단돼서는 안 됩니다.” 김경성(61) 사단법인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이 늘 강조하는 말이다. ‘남북한 체육 교류 전도사’로 불리는 그는 남한 사람이면서도 2007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청소년 17세 이하(U17) 월드컵축구대회 당시 북한축구협회 대표에 선임되는 등 북한 남녀 축구 발전에 기여해 왔다. 그는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간 전운이 감돌던 2017년 12월 중국 윈난성 쿤밍 ‘제3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북한 대표단에 제안한 게 계기가 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성사됐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핵협상까지 이어졌다”며 남북 간 스포츠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리스포츠컵은 남북체육교류협회와 북한 국무위원회 산하 4·25체육단이 공동 주최하는 남북 사이의 유일한 축구 교류전이다. 정치 변수와 상관없이 열린다. 그는 “2014년 11월 열린 제1회 연천대회는 대북전단 살포로 북 포격 도발이 있던 시기에, 이듬해 8월 제2회 평양대회는 목함지뢰 사건과 남북 포격전 이후 준전시 때에 치러졌다”며 “남북 간 윤활유 역할을 하는 대회”라고 말했다. 지난해 평양과 춘천에서 열린 제4~5회 대회는 선수단이 육로를 이용하는 첫 전례를 남겼다. 다음달 8개국 12개 팀이 참가하는 제6회 평양대회를 개최하고 10월에는 제7회 미국 시애틀대회를 추진한다. 12월에는 남북 단일팀을 만들어 스페인 마드리드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이 과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남북에서 동시 방송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남북 유소년 단일팀은 북한에 대한 이질감을 완화하고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32세에 교보생명 최연소 영업국장으로 승진하는 등 보험업계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다가 2002년 고향인 경기 포천에 축구센터를 설립한 후 전지훈련지를 알아보기 위해 쿤밍을 방문했다가 홍타스포츠센터 임대 운영권을 얻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북한 대표팀이 홍타에서 전지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북한 체육계와 친분을 쌓았다. 그가 지원한 북한의 U20 여자청소년대표팀이 러시아 여자청소년월드컵에서, 남자팀은 아시아 U19 축구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뢰를 얻었다. 여자청소년월드컵 우승은 FIFA 주관 대회 아시아 여자 축구 최초이다. 북한은 김 이사장의 공로를 높이 사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평양 능라도에 ‘김경성 초대소’를 짓고 평양 사동구역의 35만㎡ 규모 땅을 줬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평양대회 유치 등에도 나설 각오다. 그는 9월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국제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스포츠인과 단체에 주는 골든 몽구스 국제 스포츠 어워즈상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안태근 항소심서 징역 2년 유지… 보석신청도 기각

    안태근 항소심서 징역 2년 유지… 보석신청도 기각

    법원 “서지현, 사과 못 받고 명예 실추” 여성계 “조직문화 변화 큰 지표 될 것”지난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이성복)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 전 검사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안 전 검사장 측이 낸 보석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검찰 인사권을 사유화하고 남용해 공정한 인사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피해자인 서 검사는 성추행과 인사상 불이익 외에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본질과 무관한 쟁점으로 검사로서의 명예가 실추돼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추행 문제가 계속 불거져 누구보다 검사로서 승승장구한 본인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서 검사에게 사직을 유도하거나 검사로서의 경력에 치명타를 가하려 한 것”이라면서 “엄중한 양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이 같은 사실이 검찰 내부에 알려지자 2015년 8월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당시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지위를 이용해 서 검사에게 인사 보복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항소심에서도 “지난해 1월 언론보도 전까지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추행을 목격한 검사가 다수로,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진상조사를 벌였고 이후 임은정 검사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검찰과 법무부 주요 보직을 계속 맡은 피고인의 ‘전혀 몰랐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고 경험칙에 명백히 반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대법원에서도 형이 유지되길 바란다”면서 “서 검사는 우리 사회에 최초로 미투운동을 촉발한 인물이라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조직 문화가 바뀌는 데 큰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서 검사처럼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2차 피해까지 감수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이번 판결이 가해자와 이들을 감싸는 조직에 경고를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메달 쏠림현상도 전략…될성부른 떡잎 키운다

    메달 쏠림현상도 전략…될성부른 떡잎 키운다

    체구 작고 민첩한 中 다이빙 초강세 긴 팔다리 유리한 러 아티스틱 석권중국이 다이빙이면 아티스틱 수영은 러시아다.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선수권대회 다이빙과 아티스틱 수영 두 종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메달 싹쓸이가 재현되고 있다. 세계 대회는 물론 올림픽까지 다이빙장이 중국의 독무대가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광주에서는 한발 더 나갔다. 지난 16일 중국은 유일한 세계 대회 미답 종목이었던 ‘혼성 팀’ 경기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신고했다. 정식 종목이 된 2015년 카잔 대회부터 3번째 도전 끝에 일궈낸 결과다. 앞서 중국은 남녀 1m 스프링보드를 비롯한 7개 종목 모두 정상을 차지했다. 초강세의 이유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중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국가 주도의 체육정책을 시작하면서 다이빙을 메달 전략 종목으로 채택해 인적·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5∼8세부터 유망주들을 발굴, 집중적으로 육성한 뒤 10대 중반이 되면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길러냈다. 지상훈련 프로그램도 원동력이다. 체구가 작고 민첩한 자국 선수에 맞는 ‘신기술’은 23개나 된다. 아티스틱 수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 16일까지 치러진 5개 종목 중 팀·듀엣·솔로·혼성 듀엣 테크니컬 등 4개를 석권했다. 초창기에는 미국, 캐나다, 일본의 강세가 두드러졌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가 대약진했다. 종목이 7개로 늘어난 2007년 이후부터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2007년 멜버른 대회와 2009년 로마 대회에서 금메달 6개, 2011년 상하이와 2013년 바르셀로나에서는 7종목을 석권했다. 자국에서 열린 2015년 카잔 대회 때는 총 9개 종목 중 8개 부문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효미 아티스틱 수영 대표팀 코치는 “이 종목은 팔·다리가 길어야 유리한데 러시아는 신체 조건에서 탁월하고, 전공 대학이 있을 정도로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서 “연령별로 교육 과정을 갖추고 있는 데다 아티스틱 수영에 대한 저변이 넓은 것도 강국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강인 슈퍼주니어 탈퇴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 [전문]

    강인 슈퍼주니어 탈퇴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 [전문]

    강인이 그룹 슈퍼주니어를 탈퇴한다. 11일 강인은 자신의 SNS에 “저는 이제 오랜 시간 함께했던 ‘슈퍼주니어’란 이름을 놓으려 합니다”라며 슈퍼주니어 탈퇴를 직접 언급했다. 강인은 “항상 멤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고 말하며 “하지만 제 문제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는 멤버들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탈퇴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강인은 팬들에게도 “무엇보다 14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언제나 과분한 사랑을 주신 E.L.F. 여러분들께 가장 죄송한 마음입니다. 많이 늦었지만 슈퍼주니어란 이름을 내려놓고 홀로 걷는 길에도 항상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슴에 새기고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강인이 슈퍼주니어 탈퇴를 선언한 가운데 슈퍼주니어 소속사 측은 “논의 끝에 이특, 희철, 예성, 신동, 시원, 은혁, 동해, 려욱, 규현 9인이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강인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강인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여러분들께 소식을 전하네요. 좋지 않은 소식이라 마음이 무겁지만 고심 끝에 글을 올립니다. 저는 이제 오랜 시간 함께했던 ‘슈퍼주니어’란 이름을 놓으려 합니다. 항상 멤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결심하는 것이 맞다고 항상 생각해왔지만 못난 저를 변함 없이 응원해 주시는 분들과 회사 식구들이 마음에 걸려 쉽사리 용기 내지 못했고 그 어떤것도 제가 혼자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문제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는 멤버들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14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언제나 과분한 사랑을 주신 E.L.F. 여러분들께 가장 죄송한 마음입니다. 많이 늦었지만 슈퍼주니어란 이름을 내려놓고 홀로 걷는 길에도 항상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슴에 새기고 나아가겠습니다. 끝까지 저를 배려해 준 멤버들과 회사 식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언제나 슈퍼주니어가 승승장구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보잉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타이틀 에어버스로 넘기나

    보잉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타이틀 에어버스로 넘기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사우디아항공 자회사인 플라이어딜이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737맥스 기종 50대 주문을 취소했다. 737맥스 기종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추락사고를 냈다. 사고 발생 후 구매 주문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라이어딜은 지난 7일(현지시간) 보잉과 지난해 12월 체결한 59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737맥스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대신 보잉의 경쟁사인 유럽 에어버스 A320네오 항공기 30대를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플라이어딜은 “(보잉 737맥스의 안전을 우려하는) 승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보잉이 7년 내리 지켜온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타이틀을 유럽 에어버스에게 넘겨줄 것이 확실시된다. 잇단 추락 사고로 타격을 입은 보잉의 상반기 판매량이 40% 가까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잉은 9일 올해 상반기 항공기 인도대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나 급감한 239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주력 기종인 737맥스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의 추락 참사로 운항이 금지되면서 사실상 신규 수주가 끊긴 상태다. 여기에다 기존 주문마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바람에 이 기간동안 보잉의 순주문은 마이너스(-) 119대로 집계됐다. 현재 737맥스 기종의 재고는 150대를 웃돌고 있다고 WSJ가 전했다. 보잉은 당초 오는 9월 중 안전 심사를 위한 수정안을 제출해 운항 허가를 받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최근 미 연방항공청(FAA)이 737맥스 기종에서 새로운 잠재적 위험을 확인했다고 발표하는 통에 이 마저도 불투명해져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반면 에어버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389대를 인도하며 보잉과의 격차를 벌렸다. 지난해 상반기(303대)보다 28%나 폭증한 규모다. 에어버스의 상반기 순주문은 88대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연간 기준으로도 에어버스가 세계 1위 타이틀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어버스가 보잉을 넘는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WSJ는 “에어버스는 올해 880~890대의 항공기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에어버스의 인도량은 통상 하반기에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보잉의 연간 판매 목표는 905대였다. 이런 가운데 보잉은 오는 24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추산된 10억 달러 이외에도 737맥스 생산 감소에 따른 추가 손실 규모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항공사들이 항공기 도입을 늦추고 있다는 것도 향후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보잉의 인도대수에는 지난달 18일 브리티시 에어웨이(BA)의 지주회사인 IAG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에어쇼에서 보잉에 737맥스 기종을 최대 200대를 발주하는 내용의 의향서를 체결한 발주 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나이트 크롤러’ 당신이 보고 있는 뉴스는 진실인가?

    ‘나이트 크롤러’ 당신이 보고 있는 뉴스는 진실인가?

    4일 10시부터 12시 20분까지 영화채널 OCN에서 영화 ‘나이트 크롤러(Nightcrawler)’가 전파를 탄다. 댄 길로이 감독,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나이트 크롤러’는 117분 분량의 미국 범죄스릴러영화다. 루이스(제이크 질렌할)는 우연히 목격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특종이 될 만한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TV 매체에 고가에 팔아 넘기는 일명 ‘나이트 크롤러’를 보게 된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빠르게 나타나 현장을 스케치하고 전화를 통해 가격을 흥정하는 그들에게서 묘한 돈 냄새를 맡은 루이스는 즉시 캠코더와 경찰 무전기를 구입하고 사건현장에 뛰어든다. 유혈이 난무하는 끔찍한 사고 현장을 적나라하게 촬영해 첫 거래에 성공한 루이스는 남다른 감각으로 지역채널의 보도국장 니나(르네 루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매번 더욱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뉴스를 원하는 니나와 그 이상을 충족 시켜주는 루이스는 최상의 시청률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한다. 자신의 촬영에 도취된 루이스는 결국 완벽한 특종을 위해 사건을 조작하기에 이른다. 2015년 2월 26일 국내 개봉해 관람객 평점 7.86, 네티즌 평점 8.38, 누적관객수 56,299명을 기록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공피자들] 그 경찰들만 승승장구… 송전탑 할매들은 사과받지 못했다

    [공피자들] 그 경찰들만 승승장구… 송전탑 할매들은 사과받지 못했다

    “시위대는 할매(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 노인네들이 왜 젊은 경찰 앞을 막아섰겠어요. 그저 삶의 터전을 지켜내고 싶었을 뿐이었죠.” 2014년 6월 11일. 이날은 경남 밀양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한국전력공사의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주민 반대가 극심하자 국가는 ‘행정대집행’이라는 명목으로 이들을 찍어 눌렀다. 대부분 노인이었던 시위대 160여명을 상대하려고 경찰은 13배에 달하는 20개 중대 21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최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송전탑 부지에 마련한 움막 농성장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웃옷을 벗은 할머니들이 남성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채증, 불법사찰, 특별관리, 회유 등 정보활동을 벌였다. 진상조사위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있었다고 판단,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경찰청장 사과를 권고했다. 밀양 단장면 주민대책위원회 대표인 구미현(69)·고준길(74) 부부도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 부산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 퇴직한 이후 건강을 위해 조용한 시골 마을로 옮겨 왔다가 송전탑 사태를 겪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건강권과 재산권 등을 지켜 내기 위해 싸웠지만 국가 공권력을 끝내 이겨 내지 못했다. 이제 마을 뒷산에 거대한 송전탑이 들어선 지 2년 가까이 됐다. 이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경찰청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습니다. 구미현(이하 구)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진상조사위 발표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아무 잘못 없다’며 내밀던 오리발이 쏙 들어갈 테니까요. 다만 경찰청장이 말로만 사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당시 열심히 진압했다며 표창을 받은 경찰들, 특별승진한 경찰들, 그리고 승승장구한 밀양 경찰서장부터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선 할매들의 억울함이 풀리지 않을 겁니다.” -최근 3·1절 특사 대상에 밀양 송전탑 사건도 들어갔는데요. 고준길(이하 고) “아무 의미 없습니다. 저도 특수공무집행 방해로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특사 대상 5명에 포함됐더라고요. 밀양지청에서 특사 증서를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는데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안 가져가면 돌려보내야 한다고 하길래 돌려보내라고 했죠. 이제 와서 복권 받아 봤자 뭐가 중요합니까.” -행정대집행 당시 두 분은 어디에 계셨나요. 구 “저는 마을 뒷산에 있는 송전탑 부지에 움막을 짓고, 그 안에 다른 할매들이랑 들어가서 앉아 있었어요. 끌어내지 못하게 쇠사슬을 목과 배에 두르고 다른 할매들이랑 움막을 연결했어요. 움막 밖에는 외부에서 와 준 연대시민들이 지켜주고 있었고요. 그럼에도 경찰을 막을 수 없더라고요. 움막을 칼로 북북 찢고 들어오고 1m에 달하는 커터기를 가지고 목에 두른 쇠사슬을 잘라냈습니다. 많은 사람이 부상을 당했죠.” 고 “남자 주민들과 움막 지붕 위에 올라가 움막을 지키고 있었지만 경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우리보단 움막 안에 있던 할매들이 더 용감했죠. 어찌나 고통스러웠을지….”-물리력 행사뿐만 아니라 불법 사찰도 있었다고요. 구 “정보과 형사들이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면서 회유를 했어요. 저한테도 어느 젊은 경찰이 와선 ‘세상 다 똑같지 않느냐’고 말하길래 ‘뭐가 똑같으냐’고 쏘아붙이니 더는 오지 않더라고요. 자체적으로 밀양 주민들을 X, △, ○ 세 분류로 나누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으니 X 표시를 해놨을 테고, 어느 정도 넘어올 것 같다고 생각되면 △ 표시를 해놓고 공을 들였겠죠. 회유당한 주민은 ○ 표시를 했을 테고요.” 고 “주요 인물이 아닌 주민 대부분을 대상으로 사찰 및 회유 작업을 벌였습니다. 시위에 거의 참석도 하지 않은 동네 할머니가 정보경찰 명단에 올라와 있더라니까요.” -이번 조사 결과에 들어가지 못한 이야기도 많을 것 같습니다. 고 “진상조사위엔 확실한 사례만 들어가야 하니까요. 어떤 할매 아들은 서울에서 보험회사에 다니는데 어느 날 사장이 불러선 ‘어머니가 시위 나가신다던데 다치면 어떡하냐. 하지 말라고 전해라’고 말했다대요. 아들이 ‘어머니가 80살이 넘었는데도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을 나서는 건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면서 ‘사장님이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시냐’고 대꾸하니 대답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정부가 주민들 가족 신상까지 파악해서 회사에 전한 것 아닌가 의심됐죠.” 구 “경찰 헬기가 마을에 피해를 주기도 했는데 그 내용도 빠졌습니다. 행정대집행 날 헬기가 마을을 세 차례 위협하듯 저공비행을 했습니다. 먼지가 날려서 온몸 구석구석에 들어가고 소음도 엄청났습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양어장 은어들이 죄다 배가 터져서 죽었고요. 이러한 피해 사실을 말했는데 공식 기록상에 경찰 헬기가 뜬 적이 없다고 해서 끝내 인정되지 못했습니다.” -경찰이 왜 이렇게까지 강경 대응해야만 했을까요. 구 “명목상으론 큰 정전 사태가 있어 송전탑 건설이 시급하다는 것이겠지만 정부가 승인한 국책 사업인데 감히 주민들이 반대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에서였겠죠.” -가장 큰 후유증이 무엇인지요. 구 “공동체가 붕괴됐다는 점입니다. 시골 마을이라 일가친척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은데 송전탑 사태로 완전히 사이가 틀어져 서로 제사에도 안 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전과 합의를 한 측과 합의하지 않은 측으로 갈려 다투는 거죠. 조카가 이모, 삼촌한테 욕설을 퍼붓고 반대로 욕하기도 하고. 저희 마을은 합의한 비율이 낮아서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이미 대부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이후 변화가 있었나요. 구 “없습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공무원은 그대로니까요. 산업통상자원부와 제도개선위원회 위원 구성을 놓고 협의를 했습니다. 저희는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그룹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합의가 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산업부 측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을 넣겠다고 하루아침에 말을 바꾸더라고요. 아직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무엇이 가장 시급한가요. 구 “진상조사위 권고에도 나와 있습니다. 기업은 자신의 사업 활동과 관련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아 야 하는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유엔 국제기준을 국내에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또 송전탑 인근 주민들의 재산적 피해와 정신적·신체적 건강 피해에 관한 실태를 조사하고 치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한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산업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당시 경찰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구 “위에서 내려온 명령대로 했다고 말을 하겠죠. 그게 정말 궁금해요. 공무원이면 무조건 명령에 따라야 하는가. 히틀러의 부하들도 명령이니까 그대로 했을 거고, 전두환의 부하들도 명령이니까 그대로 했을 거고. 양심도, 사람에 대한 기본도 없나? 이런 질문들을 하고 싶습니다.” -송전탑 사태를 겪으면서 개인적인 변화가 있었나요. 고 “친자연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밀양으로 이주해 왔는데 송전탑 사태를 겪으면서 내가 살아가는 삶과 내가 사는 이 터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구 “건강이 안 좋아져서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왔는데, 건강이 회복되면 여행도 다니고 노년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송전탑 사태로 인생이 180도 바뀌었지요. 남들이 당했을 때 제3자로서 분노하는 것하고 실제로 내가 당해서 분노하는 건 다르더라고요. 앞으론 지금 하고 있는 탈핵 운동, 노동 운동과 같은 시민 활동을 계속할 것 같아요.” 글 사진 밀양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엘리트의 대물림… 제국대학은 韓 ‘금수저’ 산실

    엘리트의 대물림… 제국대학은 韓 ‘금수저’ 산실

    제국대학의 조센징/정종현 지음/휴머니스트/392쪽/2만원 중앙고등보통학교 2학년 재학 중 3·1운동에 참가했다가 체포된 한종건은 그해 11월 6일 징역 6월, 집행유예 3월을 선고받는다. 출소한 그는 현해탄을 건너 가나자와 제4고로 향한다. 교토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한국으로 돌아온다. 고등문관시험 사법과·행정과를 합격한 그는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들이는 경찰부 보안과장이 된다. 3·1운동에서 만세를 외치던 소년의 변신이 참으로 드라마틱하다.●조선의 ‘금수저’ 등 1000여명 유학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엘리트들. 그들의 뿌리를 쫓아가면 ‘제국대학’ 학생들을 마주하게 된다. 식민지 조선에 있었던 경성제국대학생을 떠올릴 수 있지만, 진짜 엘리트는 따로 있었다. 일본 본토 9개 제국대학 유학생들이다. 신간 ´제국대학의 조센징´은 일본 제국대학을 졸업한 조선인 유학생의 행적을 추적한다. 저자 정종현 인하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10년 전 교토에서 조선인 유학생 명부를 본 뒤, 그들의 실체를 밝히려 졸업생 명단을 정리하고 동창회보와 각종 역사서를 뒤졌다. 지금까지 일본 본토의 제국대학을 졸업한 조선인은 모두 784명이다. 중도 포기한 이들까지 합치면 1000여명이다. 대부분 ‘있는 집 자제’였다. 제국대학에 입학하려면 일반적으로 중학교 5년, 고교 3년의 최소 8년 동안 유학생활을 해야 했고, 대학 졸업까지는 적어도 11년이 걸렸다. 제국대학 평균 1년 학비와 수업료는 당시 가장 부유했던 평양시민 연평균 수입에 버금갈 정도였다. 소시민 출신, 또는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한 사례가 종종 있지만, 어지간한 부자가 아닌 이상 꿈도 못 꿀 일이었다.●네트워크 기반으로 부와 관직 차지 제국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자신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부를 일구고 관직도 꿰찼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연수를 꼽을 수 있다. 고려대와 동아일보를 설립한 김성수의 동생이다. 전라도 대지주 집안 아들이었던 그는 열다섯에 유학 가 교토제국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도쿄 유학생 모임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활동했던 그였지만, 졸업 이후 일본인 동창생과 긴밀히 지내며 한국 재벌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경성방직(경방)을 세우는 등 승승장구한다. ●이회창 前의원 등 제국대학 엘리트 집안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겨뤘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가문은 제국대학 엘리트 집안의 대물림을 보여 주는 사례다. 본가, 외가, 처가가 모두 제국대학, 고등문관시험, 식민지 관료라는 사회자본의 종합적 구현체다. 독립운동가 문정손 재판에 참여했고, 후배들에게 출전을 권유한 총독부 판사 출신 이충영도 비슷한 경우다.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그의 아들 이수성의 뒤에는 제국대학 출신의 판사 아버지가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침략정치 비판’ 박영출 등 다른 행보도 물론 제국대학 출신이 모두 비슷한 길을 걷지는 않았다. ‘재교토 조선인학생 민족주의 그룹사건´으로 윤동주와 함께 체포돼 옥사한 송몽규를 비롯해 교토제대에서 유학하며 일본 침략정치를 비판하고 한국에선 좌익운동을 하다 옥사한 박영출, 친일로 전향한 아버지 최남선을 거부하고 여운형을 따른 도쿄제대 졸업생 최한검 등의 행보는 분명 이들과 다르다. 세속적 성공과 시대적 한계 사이에서 갈등하다 학문으로 파고들거나, 더 나은 대우를 받으러 북으로 향한 사례도 있었다. 수재로 불리던 소년들이 식민지 조국을 떠나 제국대학으로 향하고, 정체성이 흔들린 채 귀향해 친일 또는 개인 영달에 급급했던 사례를 읽는 일은 썩 유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지난 행보에 관해 하나같이 “고통에 신음하는 식민지 동족을 구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합리화한다. 그러나 이들과 반대의 삶을 살았던 이들도 분명 있었다. 제국대학 출신들이 근대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이 적지 않았기에, 일본 식민주의의 진정한 청산을 위해 이들을 좀더 냉정하고 정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인연인가 악연인가…지금의 윤석열을 만든 채동욱과 황교안

    인연인가 악연인가…지금의 윤석열을 만든 채동욱과 황교안

    윤석열(59·사법연수원23기) 검찰총장 후보자는 검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대검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등 ‘특수통’ 주요 요직을 모두 거쳤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을 전전했다. 윤 후보자의 운명을 바꾼 국정원 댓글수사 사건은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채동욱(60·14기) 전 총장과의 인연은 2006년 대검 중수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법대 선후배인 이들은 중수부에서 현대차와 론스타를 수사했다. 박영수 중수부장 밑에 채동욱 수사기획관이 있었고, 윤석열 후보자는 부부장검사였다. 2013년 4월 채동욱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당시 ‘특수통’ 검사가 검찰총장에 오른 것은 이명재 전 총장(2002년) 이후 11년 만이었다. 채 총장은 취임하자마자 경찰이 송치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던 윤석열 후보자를 팀장으로 지명했다. 공안 사건에 ‘특수통’ 검사를 앉힌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정작 윤 후보자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안 사건이기도 하고, 늦장가를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윤 후보자는 이 사건으로 고초를 치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 영장 청구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 갈등이 극에 달했고, 결국 수사팀은 6월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곧이어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채 총장은 취임 6개월만에 낙마했고, 직후 국정감사에서 윤 후보자는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항명 파동’ 이후 윤 후보자는 정직 1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지휘·결재권자인 조영곤 지검장에게 보고를 누락하고 공소장 변경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윤 후보자는 이후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등 한직을 전전했다. 채 총장은 퇴임 이후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8월 법무법인 서평을 설립했다. 황교안(62·13기)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스터 국보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공안통’ 검사였다. ‘특수통’인 윤 후보자와는 분야가 달라 근무 인연이 없다. 기수 차이도 많이 나고 학교도 다르다. 황 대표는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그러다 황 대표가 2013년 법무부 장관에 오르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황 장관이 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자 감찰을 지시한 것이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윤 후보자는 황 장관이 수사에 외압을 행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박범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수사 외압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관계가 있는 이야기냐”고 묻자 윤 후보자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황 장관은 압력을 넣거나 수사를 못하게 한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윤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에서 핍박받고 문재인 정부 들어 빛을 봤다면, 황 대표는 반대로 노무현 정부에서 빛을 못 받다가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들어 승승장구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 임수경 방북 사건 등을 담당하고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출판한 대표적인 공안 검사인 황 대표는 2006~2007년 두차례 검사장 승진에서 밀려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사장, 고검장에 오른 뒤 2011년 9월 검사 생활을 그만 두고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이후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기생충’ 누르고 ‘알라딘’ 역주행… 흥행 소원도 이루어진다

    ‘기생충’ 누르고 ‘알라딘’ 역주행… 흥행 소원도 이루어진다

    좀도둑 알라딘이 램프 요정 지니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모험을 그린 디즈니 영화 ‘알라딘’이 흥행 역주행으로 눈길을 끈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알라딘’은 지난 17일 하루 관객수 13만 1239명으로 1위를 유지했다. 지난 주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일 관객수 1위에서 끌어내린 뒤 평일에도 정상을 이어 갔다. ‘기생충’ 개봉일인 지난달 30일 이후 2위를 달리던 ‘알라딘’은 격차를 매일 줄여 나가다 17일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전체 누적 관객수는 545만 7052명으로, 개봉 25일째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체 994만명을 기록한 ‘보헤미안 랩소디´(2018)가 개봉 29일째, ‘레미제라블´(2012)이 30일째 500만명을 돌파한 것보다 빠른 속도다. ‘알라딘’은 4DX 상영에서도 34만명을 동원하며 32만명을 기록한 ‘어벤져스4: 엔드게임’(2019)을 제치고 역대 영화 가운데 2위에 오르며 승승장구 중이다. 1위는 ‘겨울왕국’(2014)으로 48만명이다. ‘알라딘’의 약진에는 영화 속 음악의 힘도 컸다. 나오미 스콧이 부른 ‘스피치리스’는 지난 17일 음원 사이트 벅스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 타이틀곡인 ‘어 홀 뉴 월드’와 윌 스미스가 부른 ‘아라비안 나이츠’ 등도 여러 음원 차트에 진입했다. 1992년 2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알라딘 타이틀곡 ‘어 홀 뉴 월드’는 65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 5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음악상 등을 받은 바 있다. ‘알라딘’에 밀린 ‘기생충’은 누적 관객수로는 844만 9987명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어벤져스 히어로 ‘토르’ 주연 크리스 헴스워스를 내세운 ‘맨 인 블랙:인터내셔널’은 3위로, 누적 관객수는 68만 693명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윤석열 후보자, 검찰개혁·정치적 중립 책무 막중하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청와대는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의 신망을 받았다”며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고, 시대의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현 문무일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년 후배다.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31년 만에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검찰 수장에 오르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기수와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 조직에 큰 변화를 초래하는 역대급 파격 인사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검찰개혁의 완수다. 지난 2년간 검찰은 권력에 굴복하고 기생했던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셀프 개혁’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한계를 드러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말로만 개혁, 조직 쇄신을 내세울 뿐 정작 제 식구를 감싸는 구태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개혁 성향으로 평가받았던 문 총장이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민주적 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발한 것이야말로 검찰의 조직이기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 줬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는 검찰개혁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 불가결한 조건이다. 여야 4당이 이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이유를 윤 후보자도 잘 알 것이다. 윤 후보자는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권력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거부하는 강직한 면모를 보여 준 발언으로 회자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을 이끄는 리더이지만, 검찰의 막강한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조직이 아니라 국민에 충성하는 검찰총장이 돼야 하는 게 당연한 책무다. 윤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때 청와대 등 권력의 부당한 수사 외압에 단호히 맞서다 좌천된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 낼 것으로 믿는다.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도 똑같이 결연한 자세로 임하길 기대한다. 윤 후보자는 현 정부에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승승장구했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 등은 “전형적인 코드 인사”, “정치보복성 적폐수사 강화”라며 거세게 비판한다. 6월 국회가 열린다면 인사청문회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윤 후보자는 검찰총장이 충성할 대상은 정권도 조직도 아닌 오직 국민뿐이란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 댓글수사 항명에 좌천… “사람에 충성 않는다” 국민검사로 불려

    댓글수사 항명에 좌천… “사람에 충성 않는다” 국민검사로 불려

    “위법한 지휘·감독은 따를 수 없다” 朴정부 때 윗선과 갈등으로 한직 전전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 최순실 특검 때 수사팀장으로 전격 발탁 “檢 비판한다고 위축되면 국민이 피해” MB·양승태 등 적폐청산 수사 지휘 65억 재산·수사권 이슈 청문회 치열할 듯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후보자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특수부 검사로 승승장구하다가 국가정보원 댓글수사로 ‘항명 파동’을 일으켜 좌천, 이후 검찰총장으로 지명되기까지의 25년을 정리해 봤다. ●승승장구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2013년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던 윤 후보자는 이 발언으로 일약 ‘국민 검사´로 자리잡았다. 위법한 지휘·감독은 따를 수 없다고 대답하는 윤 후보자의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응원을 보냈다.당시 윤 후보자는 국정원 댓글수사 팀장으로 원세훈 전 국장원장을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등 법무·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국정감사장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이후 보고나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집행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한직으로 분류되는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을 전전했다. 수사팀 부팀장이었던 박형철 검사는 변호사로 개업했다가 현 정부 들어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윤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79학번이지만 남들보다 9년 늦은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남기춘(15기) 전 검사장, 김수남(16기) 전 검찰총장, 공상훈(19기) 전 검사장, 이완규(23기) 전 차장검사와 대학 동기다. 대학 시절 모의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아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한 이유로 사법시험 2차에서 매번 낙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특수통´으로 잔뼈가 굵었다.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맡아 정몽구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2008년에는 파견검사로서 BBK 특검에도 참여했다. 이후 중수2과장과 1과장을 지내며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했다. 대구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 요직을 모두 거쳤다. ●와신상담… 고검 검사에서 검사장 수직 상승 박근혜 정부 들어 ‘꺼진 불’이 됐던 윤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말기 최순실 특검이 출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윤 후보자를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항명 파동’으로 좌천된 이력 때문에 취재진이 보복 수사 가능성을 묻자 단칼에 일축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고검 검사에서 검사장으로 수직 상승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급이 가는 자리였는데, 문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검사장급으로 격하하면서까지 윤 후보자를 앉혔다. 2017년 5월 취임식을 생략한 윤 후보자는 소속 검사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기대와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검찰 비판 여론이 높다고 해서 위축되기만 하면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처럼 운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수1~4부 소속 검사만 56명에 달한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시작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고, 사법농단 수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며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권토중래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문 대통령의 지명 직후 윤 후보자는 매우 짧은 소감을 남겼다. 강골이자 거침없는 칼잡이로 알려졌지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문무를 겸비한 훌륭한 검사”라고 평가했다. 부친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다. 52세 때인 2012년 뒤늦게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김건희(47)씨와 결혼했다. 법무·검찰 고위직 간부 중 재산이 가장 많은데, 대부분 배우자 명의다. 지난 3월 재산 공개 당시 65억 9077만원을 신고했다. 대부분이 예금(51억 8600만원)으로, 이 중 배우자 예금이 49억 7200만원이다. 신고가액이 12억원인 서초동 복합건물도 배우자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장모와 관련된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진정이 들어와 감찰을 받기도 했지만 무혐의 종결됐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재산 문제와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가 검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안정보다 파격 택한 靑…文정부 2대 검찰총장에 윤석열

    안정보다 파격 택한 靑…文정부 2대 검찰총장에 윤석열

    문재인 정부 두번째 검찰총장에 윤석열(59·사법연수원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내정됐다. 윤 후보자는 대표적인 ‘특수통’이자 ‘칼잡이’로 꼽힌다.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1년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늦깎이로 합격한 탓에 기수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이다.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대검 중앙수사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등을 거쳤다. 특수통 검사로 승승장구 했으나 채동욱 검찰총장 시절 국정원 댓글수사팀장 당시 정권의 뜻과 다르게 수사하려다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2013년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국민 검사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 내내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 한직에 머무르다가 최순실 특검 당시 박영수 특검이 수사팀장으로 발탁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원래 고검장이 앉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으로 낮추면서 검찰총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법농단 수사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했다. 윤 후보자는 문무일 총장보다 5기수 아래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사례는 1981년 정치근 검찰총장을 제외하고는 없다. 검찰 관례에 따라 19~22기 고검장과 검사장 16명은 옷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에서 대규모 인적쇄신이 불가피하다. 청와대가 조직 안정보다 파격을 택하면서 향후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과 적폐청산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자로서는 청와대의 숙원 사업인 수사권 조정에 마냥 찬성하기도, 전임인 문 총장처럼 반대하기도 쉽지 않다. 적폐청산 수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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