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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혼 여교수에 “결혼도 못해 불쌍” 모욕한 동료 “150만원 배상”

    미혼 여교수에 “결혼도 못해 불쌍” 모욕한 동료 “150만원 배상”

    남자 교수와 동석한 술자리에서 미혼 여교수에게 성적 모욕을 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다른 여교수가 피해 교수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패소했다. 부산지법 백효민 민사28단독 판사는 부산 모 대학 교수 A씨가 같은 대학 교수 B(56)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15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B씨는 2016년 4월 동료 남자 교수들과 같이 술을 마시던 중 A씨를 향해 큰 소리로 “불쌍한 인간 아닙니까. 이 나이에 시집도 못 가고, 성관계도 못 하고 얼마나 불쌍합니까. 솔직히 얘기해서 바보 아닙니까”라는 취지로 모욕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B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 농담에 불과하고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멸적인 표현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기 충분했고, 도를 지나치게 넘어선 부적절한 언행으로 미필적으로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다”면서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후 피해자 A씨는 이 판결을 근거로 지난해 9월 B씨의 모욕적 발언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150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출근하다 빙판길 넘어져 다친 노동자 ‘업무상 재해’ 인정

    출근하다 빙판길 넘어져 다친 노동자 ‘업무상 재해’ 인정

    출근하다가 빙판길에 넘어져 다친 공사장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지난해부터 개정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하석찬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출퇴근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A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사 현장 안전반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1월 31일 아침 출근하다 횡단보도 앞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A씨는 ‘출퇴근 재해’를 입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급여를 신청했다. 기존의 산재보상법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으로 출퇴근을 하다 다친 경우에만 보호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법이 개정돼 지난해 1월부터 A씨처럼 도보나 지하철, 버스 등으로 출퇴근하다가 다친 사람들도 보호를 받게 됐다. 공단은 증인들의 말이 달라 사고 경위를 믿을 수 없고, A씨가 원래부터 어깨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출퇴근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법원이 공단의 결정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 판사는 “사고 발생 장소에 대한 목격자들의 진술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당일 출근 시간에 A씨에게서 사고 발생 사실을 들었다는 게 공통된다”면서 “A씨 주장처럼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는 도중에 사고가 실제 발생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사고 등으로 더 악화하거나 증상이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 재해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대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정보 공개해선 안돼”

    대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정보 공개해선 안돼”

    밀실에서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논란이 일어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문서를 ‘일반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최근 일본의 초계기 위협 비행으로 한-일 양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협정 정보가 공개되면 협정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대응전략이나 일본 측의 입장에 관한 내용이 노출돼 향후 상대 국가들의 교섭 정보로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고, 외교적 신뢰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정보공개를 할 수 없다고 한 원심 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일 양국은 2011∼2012년 수차례 외교·국방 과장급 협의를 거쳐 협정 문안에 임시 서명했고, 정부는 2012년 6월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이 협정을 즉석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그러나 ‘밀실협정’이라는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히자 정부는 정식 서명을 보류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체결 준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회의록 등을 공개하라고 외교부에 청구했으나 거부당하자 2013년 9월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협정 체결 과정에서 여론 수렴 과정이 없었던 점, 한일 간의 역사적 특수성, 협상에서 미국의 압력 여부, 졸속 처리 관련 의혹 파악을 위해 협상 체결 경위와 내용을 공개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협정 관련 내부 보고서 등에는 일본 측 제안에 대한 대응과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 등이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대응전략이 외부에 노출되면 다른 협정 상대 국가들이 교섭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며 정보공개를 해선 안 된다고 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기도 공항버스 한정면허, 시외면허로 전환 ‘정당’...법원 판결

    경기도가 지난해 시외버스 면허로 전환한 공항버스 운영과 관련, 기존의 ‘한정면허’로 환원해 달라며 소송을 낸 버스업체와의 법정 다툼에서 승소했다. 수원지법 행정1부(이정민 부장판사)는 24일 경기공항리무진버스 주식회사 등이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낸 공항버스 한정면허 기간 갱신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정면허란 운행 수익이 적어 일반사업자가 운영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발급하는 것이다. 1997년 공항버스 도입 때 처음으로 적용됐다. 그러나 시외면허가 국토교통부가 정하는 거리 비례제 요율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는 반면 한정면허는 적정 이윤을 반영, 운송사가 자체적으로 요금을 정한다. 때문에 같은 거리를 운행해도 시외버스보다 비싼 요금을 받고 있는데다 운행거리가 줄더라도 요금을 내리지 않아 ‘황금면허’란 지적을 받았다. 경기도는 공항버스의 이용객 증가 등으로 한정면허의 법적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난해초 면허 기간 연장을 거부하고 시외버스로 전환했다. 이에따라 수원과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공항버스의 경우 사업자가 경기공항리무진버스에서 용남공항리무진으로 변경됐다. 지난해 6월 시외버스 면허 전환 후 공항버스 이용 요금은 21.6%, 최대 4800원까지 낮아졌다. 공항버스 운영권을 잃게 된 버스업체들은 경기도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이번에 재판부는 경기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동일한 거리를 기준으로 할 때 과다한 요금이 산정될 수 있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구축해 승객의 교통비를 절감하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려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사업 초기 불규칙한 수요의 위험을 감수하고 노선을 운영하면서 공익에 기여한 점은 어느 정도 고려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한정면허를 부여받았다고 해서 면허 기간 종료 이후에도 해당 노선에 대해 독점적 운영권이 법률적으로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인천공항 이용객 수가 개항 초기인 2001년 연간 1450만명 수준에서 2017년 연간 6200만명으로 증가했고, 2009년 인천대교 개통으로 수원을 기준으로 인천공항까지 운행 거리가 18㎞가량 단축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원고와 함께 소를 제기한 다른 업체 2곳은 소송 진행 중에 청구를 포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예상한 결과”라면서도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보고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새롭게 경기도 운영을 이끄는 이재명 지사의 입장과 달라 향후 경기도 공항버스 정책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 지사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항버스의 시외버스 전환을 ‘공공자산인 노선 면허권을 무기한으로 개인, 버스업체에 주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해왔다. 이후 도 지사에 취임한 후인 지난해 7월 시외버스로 전환한 공항버스를 한정면허로 환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아내 약 사러 음주운전” 면허취소 정당

    “아내 약 사러 음주운전” 면허취소 정당

    술을 마시고 귀가해 자다가 새벽에 복통을 호소하는 아내를 위해 약을 사기 위해 음주운전한 운전직 공무원의 운전면허를 취소한 것은 경찰의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방교육청 운전주사보인 A씨가 강원도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운전면허를 취소한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하급심 재판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해왔다”며 “A씨의 사정만으로는 경찰의 운전면허취소가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6년 1월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가 새벽 4시 무렵 아내가 복통을 호소하자 약을 사러 혈중알코올농도 0.129%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교육청이 운전면허 취소를 이유로 A씨의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직권면직’ 처분을 내리자 A씨는 “음주전력이 없고 모범공무원 표창을 2차례 받은 운전직 공무원에게 너무 가혹한 처분”이라며 면허취소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1·2심은 “운전면허취소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A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다. 성실하게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을 부양한 공무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라며 운전면허취소가 재량권 남용에 해당돼 위법하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근로정신대’ 피해자, 일본 전범기업 상대 2심도 배상 판결

    ‘근로정신대’ 피해자, 일본 전범기업 상대 2심도 배상 판결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가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부장 박미리)는 23일 이춘면(88) 할머니가 일본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춘면 할머니는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강제노동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2015년 5월 1억원 청구 소송을 냈다. 2017년 3월 1심은 “회사 측은 이춘면 할머니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불법적인 침략 전쟁을 수행하면서 군수업에 필요한 인력을 강제로 동원했고, 후지코시는 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편승했다”고 판단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학폭위 이대로는 안된다] “전학”→“학급교체” 번복에 숨어 다닌 피해자… 끝없는 고소·고발

    [학폭위 이대로는 안된다] “전학”→“학급교체” 번복에 숨어 다닌 피해자… 끝없는 고소·고발

    언제부턴가 아이의 교복 셔츠에 낙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간섭하지 말라는 아이에게 더는 묻지 못하고 매일 깨끗이 셔츠를 빨았다. 그러고 나면 다음날엔 보란 듯이 더 크고 진한 낙서가 그려졌다. 어느덧 몸에도 낙서 같은 상처들이 새겨져 왔다. 뭔가에 긁힌 듯 날카로운 상처, 피가 나고 멍이 든 흔적.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아이는 입을 꾹 닫았다. 답답한 속을 누르고 매일 셔츠를 박박 문지르며 빨았지만 낙서도, 상처도 더 커져만 갔다. 강모(43)씨에게 둘째 아들 김민호(가명·16)군은 그야말로 걱정할 게 없는 아이였다. 공부든 학교생활이든 스스로 잘해 냈다. 사업을 이유로 서울로 이사하면서도 조금의 걱정도 하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강씨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2017년 아들이 전학한 뒤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서다.“작은 놀림이 시작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김군이 지난해 6월 학교폭력위원회에 낸 진술서의 시작이다. 전학 온 아이라는 놀림과 장난이 점점 ‘폭력’이 되어 갔다. 3학년이 되면 끝날 거라 기대했지만 2학년 때 괴롭히던 학생은 새로운 반까지 찾아와 “민호를 갈궈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난을 빙자한 폭력”은 커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방과 책들이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머리나 발을 툭툭 치던 손길도 세졌다. 가방에 살충제가 뿌려지고 변기 물까지 입에 넣어야 했다. 수학여행에선 비 오는 밤 베란다에 가둬졌고 화장실에 갇혀 물세례를 맞았다. “모든 사실을 알면 힘들어 할 엄마의 고통이 무서웠다”, “내가 맞아야만, 괴롭힘을 당해야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사람에게 악이 어디까지 있을까 생각했다”, “때릴 때는 멍하게 다른 생각을 하면 시간이 갔다. 수업시간만큼은 자유였다”, “괴롭힘이 커지다가 결국 난 어떻게 될까”.(진술서 기재내용) 그러다 지난해 6월 더이상 감출 수 없이 커진 폭력이 터져 버렸다. 담임교사가 반 학생들 모두에게 진술서를 받았고 7명이 가해학생으로 지목됐다. 반 친구들의 진술서엔 “그동안 지켜만 봐서 미안하다”는 자책이 담겼다. 학교는 학폭위가 열리기 전 가해학생 5명에게 출석정지 10일의 긴급조치를 내리면서도 이들을 다른 교실에 모아 두고 자율학습을 시켰다. 학교는 “다른 학생들과 마주치지 못하게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가거나 점심식사를 한다”며 “격리가 됐으니 안심하라”고 했지만, 아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김군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모습에 강씨는 결국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열린 학폭위에 참여한 5명의 위원들은 가해학생들의 행위가 매우 심각하다고 공감했다. “잘못한 건 아느냐”는 질문에 7명 모두 “네”라고 답했지만 한 학폭위원은 “성인이었으면 명예훼손, 집단폭행, 공갈 등 범죄인데 부모들이 몰랐다는 것을 보니 학생들은 아직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폭위는 만장일치로 6명의 학생에게 전학과 특별교육 5일 및 학부모 특별교육 1일 처분을, 다른 1명에겐 학급교체와 특별교육 처분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전학을 가지 않았다. 가해학생들이 불복해 서울교육청 학생징계조정위원회 재심을 거쳐 징계처분이 학급교체로 낮아진 것이다. 김군은 “같은 학교에 도저히 다닐 수 없다”며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동급기관의 결정을 바꿀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학교에 나가기 어려우면 학교 측에 결석해도 출석일수를 인정해 주라고 하겠다”는 조치와 함께다. 재심 결과에 따라 가해학생들이 다른 반으로 흩어졌지만 여전히 같은 공간이었다. 이미 학교에 소문이 퍼졌고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 모여 목소리를 높이는 무리들을 더는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김군은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졸업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석일수만 맞추며 숨어 다니듯이 학교를 다녔다. 게다가 학교의 징계조치마저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됐다. 가해학생 중 A군이 지난해 8월 학교를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냈는데 12월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김용철)는 당시 학폭위에 학교 전담 상담교사가 위원으로 참석한 것이 위법하다는 A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건을 조사한 담당자가 학폭위에서 다시 심리에 참여한다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판단이다. 관련 판례도 없던 주장으로 A군은 징계를 무효화했다. 재판부도 김군이 석 달 넘게 겪은 일들을 알았다. 그러나 구성이 잘못된 학폭위의 처분은 그 자체로 무효로 볼 수밖에 없었다. 김군의 피해사실은 ‘서로 장난을 친 것일 뿐’, ‘각자 장난을 한 것이지 집단 괴롭힘이 아니다’는 A군의 주장으로만 판결문에 적혔을 뿐이다. 학교 측 항소로 재판은 지난 2일 서울고법으로 넘어갔지만 다음달이면 학생들은 졸업을 한다. 학폭위는 매듭은커녕 더 큰 싸움의 시발점이 됐다. 김군 부모가 가해학생 6명을 폭행 등 혐의로 고발하자 A군과, 2학년 때부터 김군을 괴롭힌 B군의 부모가 김군을 폭행과 무고 혐의로 각각 맞고발했다. 김군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A·B군의 사건은 서울가정법원에 넘겨졌다. 김군 부모는 지난 9일 가해학생 6명의 부모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강씨는 “아직까지 가해학생들이나 부모들에게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면서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게 되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끝’이 어딜지는 김군도, 부모도, 아무도 모른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김군은 혹시 가해학생과 가까운 친구들이 같은 학교에 가게 될지를 걱정하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조들호2’ 박신양, 납골당서 포착..불의 정면 돌파 예고

    ‘조들호2’ 박신양, 납골당서 포착..불의 정면 돌파 예고

    ‘조들호2’ 박신양이 치명적 약점을 극복하고 불의에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22일 방송되는 KBS2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이하 ‘조들호2’)에서는 조들호(박신양 분)가 자신의 잘못된 변호 때문에 자살한 피해자 이수진(서지원 분)의 납골당을 찾아간다. 한 손에 국화꽃을 쥐고 유골함을 바라보고 있는 눈빛엔 복잡한 심경이 읽혀 그의 변화가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 조들호는 국회의원 백도현(손병호 분)의 부탁으로 그의 아들 백승훈(홍경 분)의 ‘여자친구 강간 혐의’건의 변호를 맡았다. 자신은 죄가 없다며 자해까지 하는 백승훈의 거짓 연기에 조들호는 결국 무죄로 승소를 이끌었지만 피해자가 조들호의 차에 뛰어들어 죽음으로써 억울함을 호소한 것. 특히 이 사건은 조들호의 신변에 큰 충격을 안겼고 1년간 폐인의 상태로 지내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뒤에는 국일그룹의 실세 이자경(고현정 분)이 있었기에 점차 흥미로워지는 조들호와 그녀의 대결 구도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오늘(22일) 방송에선 심기일전하고 또 다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들호의 정면 돌파와 결심이 그려진다. 백도현 부자와의 질긴 악연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번에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그의 활약에 많은 시청자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한편, KBS2 ‘조들호2’는 22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유재석 6억 승소, 소속사 도산 후 여러 채권자들 “출연료 권리 우선”

    유재석 6억 승소, 소속사 도산 후 여러 채권자들 “출연료 권리 우선”

    방송인 유재석과 김용만이 전 소속사의 도산으로 법원이 대신 맡아 놓은 방송 출연료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유재석은 약 6억 원, 김용만은 약 9천만 원에 달하는 출연료를 이번 승소로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이 유재석 등과 같은 유명 연예인의 방송 출연계약 당사자는 소속사가 아니라 연예인 본인이라며 연예인이 직접 방송 출연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22일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유재석과 김용만이 전 소속사 스톰이엔에프(이하 스톰)의 채권자인 정부와 SKM인베스트먼트 등을 상대로 낸 공탁금 출금청구권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재석 등이 갖고 있었던 영향력과 인지도, 연예기획사와의 전속의 정도 및 출연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하면 방송 3사는 연예인인 유재석 등을 출연계약의 상대방으로 직접 프로그램 출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재석 등과 같이 인지도가 매우 높고, 그 재능이나 인지도에 비춰 타인이 대신 출연하는 것으로는 계약 의도와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경우에는 연예인의 출연의무는 부대체적 작위채무”라며 “소속사는 방송사와 사이에서 연예인들을 위해 출연계약의 체결 및 출연금의 수령행위를 대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2010년 스톰이 도산하자 유씨의 출연료 6억907만원과 김씨의 출연료 9천678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스톰의 여러 채권자가 각자 권리를 주장하는 가운데 누구에게 돈을 지급해야 할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유재석과 김용만은 이 공탁금을 두고 스톰을 상대로 소송을 내 이겼지만, 공탁금에 권리가 있는 다른 채권자 전부를 상대로 한 확정 판결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당하자 ‘공탁금을 출금할 권리가 자신들에 있다’는 내용의 확인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방송사들과 출연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유재석과 김용만 본인인지, 소속사인 스톰인지가 쟁점이 됐다. 유재석과 김용만이 출연계약 당사자라면 방송사들이 공탁한 출연료에 대해 가장 우선해서 권리가 인정되기 때문. 1·2심은 “스톰과 유재석 등이 맺은 계약 내용에 비춰볼 때 출연 계약의 당사자는 스톰이었다”며 유재석 등에게 공탁금을 출금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재석 등을 출연계약 당사자로 봐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한편 유재석 김용만은 현재 FNC엔터테인먼트에 몸담고 있다. 유재석은 JTBC ‘요즘애들’, KBS2 ‘해피투게더 시즌4’, SBS ‘런닝맨’ 등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김용만은 MBC ‘궁민남편’,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등에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유재석·김용만, 밀린 방송출연료 받을 길 열려…상고심 승소

    유재석·김용만, 밀린 방송출연료 받을 길 열려…상고심 승소

    방송인 유재석씨와 김용만씨가 전 소속사의 파산으로 지급받지 못했던 방송 출연료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는 유씨와 김씨가 전 소속사 스톰이엔에프(스톰)의 채권자인 정부와 SKM인베스트먼트 등을 상대로 낸 공탁금 출금청구원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한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사건 내용을 보면, 앞서 유씨와 김씨는 2010년 전 소속사인 스톰이 채권 가압류를 당하면서 각각 6억 9000여만원과 9000여만원의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스톰이 도산하자 유씨와 김씨의 출연료를 법원에 공탁했다. 스톰의 여러 채권자가 각자 권리를 주장하는 가운데 누구에게 돈을 지급해야 할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유씨와 김씨는, 소속사는 대리인으로 출연료를 보관했을 뿐이라며 방송사가 연예인에게 직접 출연료를 줘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방송사들과 출연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유씨와 김씨 본인인지, 소속사인 스톰인지가 쟁점이 됐다. 1·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스톰과 유씨 등이 맺은 계약 내용에 비춰볼 때 출연계약 당사자는 스톰이었다”면서 유씨와 김씨에게 공탁금을 출금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유씨 등이 갖고 있었던 영향력과 인지도, 연예기획사와의 전속의 정도 및 출연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하면 방송 3사는 연예인인 유씨 등을 출연계약의 상대방으로 직접 프로그램 출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씨 등과 같이 인지도가 매우 높고, 그 재능이나 인지도에 비춰 타인이 대신 출연하는 것으로는 계약 의도와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경우에는 연예인의 출연의무는 부대체적 작위채무”라면서 “소속사는 방송사와 사이에서 연예인들을 위해 출연계약의 체결 및 출연금의 수령행위를 대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법원은 유씨와 김씨를 출연계약 당사자로 봐야 한다면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2%만 외주여도 ‘직접생산 확인 취소’···중소기업 사활 걸린 소송 치열

    2%만 외주여도 ‘직접생산 확인 취소’···중소기업 사활 걸린 소송 치열

    인증 취소 중소기업 “중기는 공공매출 규모가 커 문 닫아야 할 판”중기중앙회 “봐주기 시작하면 100% 자체 공정 회사들이 피해를 봐”법원 “필수공정이면 극히 일부 하청 해도 직접 생산으로 볼 수 없어” 중소기업이 공공조달 시장에 진입하려면 필수로 거쳐야 하는 ‘직접생산 인증’을 두고 법적 분쟁이 치열하다. 극히 일부 공정만 하청을 줘도 직접 생산 인증이 취소되고 있다. 공공조달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처분이 과하다고 항의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는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김정중)는 승강기 제조 A사가 중기중앙회를 상대로 낸 직접생산확인 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지난 2017년 중기중앙회로부터 자사가 생산한 승강기에 대한 직접생산 확인을 받고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승강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다른 회사에 승강기의 일부 강판의 절단 공정을 하도급했다. 이에 중기중앙회는 “일부 원자재 절단 공정을 하도급해 직접 생산하지 않은 제품을 공공기관에 납품했다”면서 직접생산 확인을 취소했다. A사는 재판 과정에서 “절단 공정에 들어간 비용이 승강기 전체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면서 “극히 일부 공정의 외주제작은 ‘하청생산 납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자재를 절단하는 공정은 필수공정인 가공공정에 해당한다”며 A사가 하청생산을 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A사처럼 직접생산 확인이 취소돼 제기된 행정 소송 중 지난해 확정된 것만 25건이다. 이 중 원고 승소 사건은 3건뿐이다. 승소 가능성이 낮지만 회사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무조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A사 대표이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 회사는 공공조달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데 직접인증 확인이 취소돼 1년 동안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면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중기중앙회 입장에서는 공정 경쟁을 위해 엄중한 처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극히 일부 공정이라고 해서 봐주기 시작하면 선의로 100% 자체 공정으로 생산하는 회사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면서 “직접생산 확인은 새로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에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어서 공정 경쟁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여성 부하에 “정자과장” 농담한 군 간부, 징계 취소 소송 승소

    여성 부하에 “정자과장” 농담한 군 간부, 징계 취소 소송 승소

    군 간부가 여성 부하와의 대화 중 “정자과장”이라는 농담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정직 징계를 받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부(이승영 부장판사)는 육군 장교 A씨가 부대장을 상대로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년여 전 여성 하급자인 B씨를 상대로 성희롱성 발언과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자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A씨의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A씨의 징계 혐의 중에는 자신을 “정작과장님”이라고 B씨에게 “예전에 누군가는 내게 ‘정자과장’이라고 했었다”라고 말한 사실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정자과장’이라는 말 자체만으로는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그 말 외에 다른 언동을 하지 않아 그것만으로는 성적 언동이라고 추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씨의 “정작과장”이라는 말이 실제로 “정자과장”이라고 들려 과거 있었던 일이 기억난 것일 뿐, 성적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 역시 “이 말을 듣고 기분이 불쾌했지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지는 않았고, A씨에게 다른 성적 농담은 들은 바 없다”고 진술한 것도 근거로 삼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말한 ‘정자’가 여러 뜻을 가진 동음이의어라서 꼭 ‘수컷 생물의 생식세포’를 의미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이 논리는 2심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 밖에 재판부는 A씨가 복도에서 길을 비켜주던 중 B씨에 가깝게 몸을 돌리며 스쳐 지나가다가 서로 팔이 닿도록 접촉했다는 징계 사유도 성희롱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행동 자체는 부적절한 면이 있고, 그 일이 있은 직후 상관의 명령으로 사과하기도 했지만, 겨울 옷을 입고 있어 직접적인 피부 접촉은 없었고 성적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학폭위 통지 안 해서, 해명 기회 안 줘서… 재판서 가해자 ‘면죄부’

    학폭위 통지 안 해서, 해명 기회 안 줘서… 재판서 가해자 ‘면죄부’

    “피고가 원고에게 한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한다.” 법원에서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의 처분을 뒤바꾸는 요인은 크게 세 갈래다. 가해학생 측은 주로 학폭위에서 다뤄진 행위가 ‘학교폭력’이라고 볼 수 없거나 징계 처분이 내려질 만한 사안이 아니며, 징계 수위가 과하다는 주장을 한다. ‘실체적 하자’에 대한 주장이 받아들여져 학폭위 처분이 취소·무효화된 경우는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확정된 관련 소송 108건 중 63건(58.3%)이었다. 그런데 최근 ‘절차상 하자’를 주장해 학폭위 처분을 취소시키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에는 학교폭력 관련 행정소송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절차상 하자’에 대한 주장이 앞서고 있다. 학교나 교사의 행정 실수나 누락을 파고들어 징계 자체를 무효화하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법원에서 행정재판을 맡고 있는 부장판사는 “초창기 학폭위 소송에서는 주로 사실관계를 다투는 주장이 많다가 학폭 사건이 늘어나고 전문 변호사들이 생기면서 절차상 하자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2학년이던 A군은 2016년 같은 반 학생이 책상을 민 것에 화가 나 이 학생을 밀치고 올라가서 넥타이를 잡고 안경을 밀쳐냈다는 이유로 학폭위에 넘겨져 서면사과 처분과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처분, 학급교체 처분 등을 받았다. A군 측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피해학생 편을 들어 학폭위를 개최했고, 행위에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이 없었으므로 지나친 처분”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은 절차상 하자가 있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처분이 아니라며 A군 주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항소심에서 A군 측은 당시 학폭위 구성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새로 내놨다. A군 학교가 학폭위 구성을 위한 학부모 전체회의 소집 과정에서 ‘학부모회 규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규약에는 학부모총회 소집 안내를 위한 가정통신문을 5일 전에 보내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3일 전에 발송했고, 가정통신문에 학폭위 선출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1월 A군의 징계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학교 측이 이틀 늦게, 내용을 꼼꼼하게 적지 않고 보낸 가정통신문이 A군에게 면죄부가 됐다. 2016년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 1학년생이던 B군도 학폭위에 포함된 학부모대표 6명이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분 무효’ 판결을 받아 들었다. B군을 비롯해 11명이 같은 반 학생에게 학교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을 일삼았다는 것이 학폭위에 넘겨진 사유였다. B군이 승소한 뒤 함께 학폭위에 넘겨졌던 C군과 D군도 잇달아 소송을 내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서 모두 같은 판단을 받았다. 학폭위에서 가해학생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아 절차상 위법하다는 주장이 받아 들여진 판결도 6건이었다. 4건은 원고인 학생들이 쌍방 다툼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피해학생인 줄 알고 학폭위에 참석했는데 가해학생으로 뒤바뀌어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에서도 이들이 학폭위에서 변명이나 반성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학교폭력예방법에는 “학폭위는 징계조치를 요청하기 전에 가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학폭위 심의 안건에 ‘OOO학생’이라고 특정하지 않고 ‘학생 7명이 1명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신고 내용(서울 노원구 한 중학교)’이라고만 적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지적이다. 나머지 2건은 가해학생이 학폭위 처분에 불복해 시·도 지역 학교폭력대책위에 재심을 신청한 뒤 학교 측에서 가해학생에게 재심사 결과를 공식적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는 점이 ‘하자’가 됐다. 서울 구로구의 고등학교는 재심결과를 생활기록부에만 반영하고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아 2명의 학생이 각각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거나 징계가 과하다는 판결이 나온 사건들은 주로 학생들 간 관계나 다툼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였다.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갈등마저 무조건 학폭위에 넘기다 보니 실체를 깊이 다루지 않고 기계적으로 징계조치를 내린 탓으로 풀이된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 2학년이던 E양은 2017년 11월 “수련회에서 같은 반 F양의 머리를 손으로 눌러 신체적인 피해를 입히고 F양의 수건을 버려 정서적인 피해를 주었다”는 이유로 학폭위에 넘겨져 교내봉사 3일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한 달 전 E양이 “F양 등 9명이 지속적인 험담과 욕설을 했다”며 학교폭력 신고를 해 F양 등 8명이 징계조치를 받은 일이 있었다. 징계를 받게 되자 F양이 그해 7월에 있던 수련회에서의 일을 학폭위에 신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은 당사자들 사이의 대화와 타협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경기 용인의 중학교 2학년생이던 G군이 친구의 엉덩이를 때리고 간지럼을 피운 이유로 서면사과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수원지법 행정재판부는 “장난을 넘어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나 모욕적으로 여겨질 만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봤다. 성추행이나 성관계를 이유로 학폭위에 넘겨진 사건 4건은 법원이 “성폭력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모두 징계 조치가 취소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아시안게임때 ‘사용료’명목 부과 세금 177억원 취소해달라” 인천시, 1심 승소

    인천시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낸 177억원의 세금을 되돌려달라며 남인천세무서를 상대로 낸 1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남인천세무서는 당시 조직위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지급한 591억원이 한국-쿠웨이트 조세 조약에 따라 ‘사용료’에 해당한다며 2015년 법인세 등 177억원를 부과했다. 이에 시는 같은 조세 조약에 따라 사용료가 아닌 사업 분배금은 국내에서 과세할 수 없게 돼 있다며 2017년 인천지법에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 행정2부(부장 김예영)는 인천시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가 당시 OCA에 지급한 금액은 ‘사용료’라고 보기 어려워 세금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세금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지난 18일 판결했다. 통상 OCA를 비롯한 국제체육대회 주최 기관은 개최국의 조직위원회와 함께 다양한 수익사업을 하고 그 수익을 나눠 가진다. 앞서 시 아시안게임 조직위도 2010년 OCA와 마케팅 권리양도 협약을 체결해 공동 마케팅을 하고 그 수익을 분배하기로 약정했다. 조직위는 이 협약에 따라 마케팅 수익 중 591억원을 OCA에 분배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박근혜 풍자화’ 훼손한 예비역 제독…“400만원 배상”

    ‘박근혜 풍자화’ 훼손한 예비역 제독…“400만원 배상”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를 파손한 해군 예비역 제독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작가에게 그림값도 물어주게 됐다. 서울남부지법에 민사15단독 김재향 판사는 화가 이구영씨가 예비역 제독 심모(65)씨와 목모(60)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원고에게 그림값 400만원과 지연된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심씨는 2017년 1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 있던 이 작가의 그림 ‘더러운 잠’을 벽에서 떼어낸 후 바닥에 던져 훼손했다. 근처에 있던 목씨는 그림을 액자에서 꺼낸 뒤 구기고 액자 틀을 부쉈다. 심씨와 목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이달 중순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받았다. 해당 그림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으로 박 전 대통령이 침대에 벌거벗은 채 누워있고, 최순실씨가 옆에서 하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재판부는 “이 작품의 시가는 400만원 상당”이라고 언급하며 “현재 캔버스 천 일부가 찢기고 다수의 구김이 발생해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이 그림이) 인격권 침해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훼손한 행위를) 정당방위나 정당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고가 이번 사건으로 빨갱이, 여성 혐오 작가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고 하지만, 이런 비난은 작품 내용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지 피고들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며 화가 이씨가 제기한 1000만원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요가하다 뼈 부러진 中 50대 여성, 손해배상 소송 승소

    요가하다 뼈 부러진 中 50대 여성, 손해배상 소송 승소

    중국의 한 여성이 피트니스 클럽에서 요가수업을 듣던 도중 무리한 동작으로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뒤, 해당 피트니스 클럽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에 사는 여성 훙 씨(55)는 지난해 2월 현지의 한 피트니스 클럽에서 요가 수업을 듣던 중 요가 강사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취하다가 대퇴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요가 강사는 훙 씨에게 나비자세(baddha konasana)로 불리는 자세를 취하게 했다. 나비 자세는 다리와 골반을 열어 나비의 날개처럼 펴주는 동작으로, 골반과 고관절을 자극해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을 없애주는 대표적인 자세로 알려져 있다. 훙 씨는 이 자세를 취하다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해당 강사가 속한 피트니스 센터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훙 씨는 강사가 더욱 완벽한 나비자세를 위해 자신의 자세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힘을 가했고, 이 탓에 대퇴골이 골절됐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자세를 교정받는 동안 고통을 호소했지만, 강사는 올바른 자세를 해야 한다며 교정을 멈추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다룬 상하이 푸둥인민법원은 피트니스 클럽이 훙씨에게 치료비 1만 5000위안, 심리적 보상금 1만 위안, 대퇴골 골절로 인한 영구적인 손상에 대해 17만 위안 등 총 19만 5000파운드, 한화로 3232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푸둥인민법원 측은 “요가 강사가 트레이닝을 받는 사람의 나이 및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요가 강사를 고용한 피트니스 클럽 측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법원, 日후지코시 근로정신대·강제징용 피해자도 배상 책임 인정

    법원, 日후지코시 근로정신대·강제징용 피해자도 배상 책임 인정

    1940년대 일본 군수기업인 후지코시에 강제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도 회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을 받았다. 이들은 앞서 1심에서도 승소해 후지코시 측에서 항소했지만 법원은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 임성근)는 18일 근로정신대·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 27명이 일본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 1명당 8000만~1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1928년 설립된 후지코시는 태평양 전쟁 당시 12~18세 소녀들 1000여명을 끌고가 일본 도야마 공장에서 데려가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피해자들은 1~2달 군대식 훈련을 받은 뒤 군함이나 전투기 부품을 만드는 작업에 투입돼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12시간의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피해자들은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인 개인의 청구권은 포기됐다”며 패소했고, 2011년 일본 최고재판소도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나 2012년 5월 대법원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의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고, 불법 식민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법원의 판결은 국내에서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이에 따라 후지코시 징용 피해자인 김계순(90) 할머니 등 17명은 “일본 전범기업이 대한민국 국민을 강제동원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피해자들의 행복추구권과 생존권, 신체의 자유,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며 국내 법원에 2013년 2월 소송을 냈다. 2014년 10월 1심은 “피해자들에게 “1인당 8000만~1억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후 후지코시 측이 항소해 그해 12월 서울고법으로 사건이 접수됐지만 지난해 12월 마지막 재판이 열리기까지 4년 동안 사건이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해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와 강제징용 사건을 두고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다시 들어주면서 멈췄던 재판이 재개됐고,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들도 4년여 만에 다시 승소 판결을 받아들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는 불법”… 中에 맞짱 뜨는 베트남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는 불법”… 中에 맞짱 뜨는 베트남

    베트남이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맞짱을 뜰 기세다. 중국 측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자산 배치의 즉각적인 철회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로이터통신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남중국해 ‘우발 충돌방지를 위한 행동준칙’(COC) 협상 초안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베트남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폐쇄와 미사일 등 전략무기 배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해상 봉쇄, 미사일 발사대 등 공격형 무기 배치 등 분쟁 수역에서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취한 조치들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협정(남중국해 COC 협정)을 원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어 “베트남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초안에 담았다”고 덧붙였다.‘COC’(Code of Conduct)는 중국과 아세안이 2002년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분쟁 당사국 간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담을 예정이다. 중국과 아세안은 2017년 8월 외무장관회의에서 COC 협상 초안을 채택하고 지난해 3월부터 협상에 본격 착수했다.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은 올해 안에 COC 타결을 주요 추진 목표로 제시했다. 베트남은 모든 분쟁 당사국이 핵심 무역항로에서 국제법에 따라 영유권 주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중국해 90%의 영유권을 주장해 온 중국이 근거로 제시한 이른바 ‘남해 9단선’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다. 베트남이 대중 강경노선을 표방하면서 올해 타결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아세안과 중국의 남중국해 COC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ISEAS 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남중국해 전문가 이언 스토리 시니어 펠로는 “베트남은 중국이 지난 10년간 (남중국해에서) 해 온 일들을 금지하는 내용을 COC 협정에 담으려 한다”며 “따라서 이를 둘러싸고 베트남과 중국 사이에 매우 짜증스러운 언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맞닿아 있는 해역이다. 서태평양과 인도양, 중동을 연결하는 해상 물류 중심지이자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세계 해양 물류의 25%, 원유 수송량의 70%가 이곳을 통과한다. 금액으로는 한 해 5조 3000억 달러(약 5974조원)에 이른다. 석유 매장량은 최소 110억 배럴, 천연가스는 190조 ft3로 추정된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첨예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군도)와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등에 인공섬을 잇따라 건설해 활주로와 항공기 격납고 등을 구축하고 지대공미사일과 발사 차량, 레이더 등을 배치하는 등 군사기지화해 역내에 긴장을 고조시켰다.베트남은 특히 과거 자국이 관할하던 스프래틀리제도와 파라셀제도가 1974년과 1988년에 중국에 각각 강제로 점령당한 ‘아픔’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 2016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필리핀 정부가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다. 중국은 한발 더 나가 2013년 일방적으로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고 이곳을 지나는 모든 항공기는 자국에 식별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주변국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베트남의 도발이 곤혹스럽기만 하다. 힘 자랑을 하려던 중국이 베트남 공격에 나섰으나 번번이 패퇴하는 바람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정식 수교한 이후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그해 1월 29~2월 5일 워싱턴을 방문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지미 카터 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애송이가 말을 안 듣는다. 엉덩이를 때려 줘야겠다.”(小朋友不聽話 該打打股了) 불과 한 달여 전인 1978년 12월 25일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한 사실을 두고 한 말이었다. 베트남군은 당시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1979년 1월 7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함락시키고 중국이 지원하는 크메르루주 지도부는 국외로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군 6만여명이 1979년 2월 17일 전격적으로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이 국민 총동원령으로 맞섰다. 주력군이 캄보디아 쪽에 배치돼 있어 민병대와 여성들이 전투에 앞장섰다. 중국군은 20만명까지 병력을 늘렸지만 졸전 끝에 2만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한 달 만에 퇴각했다. ‘말 안 듣는 애송이’를 손봐 주겠다던 덩샤오핑은 머쓱해졌다. 190년 전인 청(淸)나라 때도 마찬가지다. 건륭제(乾隆帝)는 베트남 왕이 황제를 칭하자 20만 대군을 보내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군은 수륙 양면작전으로 맞섰다. 10만 군사와 전투용 코끼리 100마리를 앞세워 기습작전을 펼쳤다. 청군은 궤멸하고 건륭제는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 송(宋)나라와 원(元)나라도 베트남을 침략했다가 쓴맛을 보고 돌아서야 했다. 베트남은 939년 중국 대륙이 5대10국의 혼란기에 접어든 틈을 타 독립한 이후 명(明)나라 때 일시적으로 식민지가 됐던 20년간을 빼고는 1884년 프랑스 식민지가 될 때까지 줄곧 독립을 지켰다. 독립 이후 중국 역대 왕조와 여러 번 전쟁을 치렀지만 그때마다 승리했다. 민족적 자부심이 유난히 강한 이유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제외하고 남의 지배를 거의 받지 않았다는 것이 베트남 힘의 원천인 셈이다. 때문에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제도와 파라셀제도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일 때마다 전 국민이 똘똘 뭉친다. 2011년 5월 중국 해군이 베트남 석유·가스 탐사선의 해저 케이블을 끊었을 때 베트남 전역이 반중(反中)시위로 들끓었다. 군부는 “중국이 파라셀제도를 점령하면 우리는 육로로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분위기를 격앙시켰다. 2014년 5월 중국의 석유시추 장비 설치에 항의하던 베트남군이 다치고 어선이 파손됐을 때도 벌떼같이 들고일어났다. 중국인 소유 공장들이 잿더미로 변하고 화교들은 탈출했고 결국 중국 해군은 철수해야 했다. 지난해 6월에도 베트남 정부가 추진한 경제특구 조성 관련 법안에 외국인 투자자에게 최장 99년간 토지 임대를 허용하는 조항이 들어간 데 대한 항의로 반중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이 같은 조항이 중국에 특혜를 제공해 자국의 땅을 팔아넘기고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반발한 것이다. 현행법상 다른 지역의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최장 70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고속도로 점거 및 차량 방화로 비화됐다. 시위대는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반중시위는 수도 하노이시, 남부 경제 중심지 호찌민시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반중 정서에 밀린 베트남 정부는 급기야 경제특구 관련 법안 처리를 연기하고 토지임대 조항을 빼기로 했다. 지난해 사태의 기저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벌이는 영유권 분쟁 등의 이유로 베트남 사회 저변에 짙은 반중 감정이 깔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당당히 맞짱 뜨는 베트남을 절대로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여기는 중국] 요가하다 부상입은 女, 피트니스 상대 소송 승소

    [여기는 중국] 요가하다 부상입은 女, 피트니스 상대 소송 승소

    중국의 한 여성이 피트니스 클럽에서 요가수업을 듣던 도중 무리한 동작으로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뒤, 해당 피트니스 클럽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에 사는 여성 훙 씨(55)는 지난해 2월 현지의 한 피트니스 클럽에서 요가 수업을 듣던 중 요가 강사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취하다가 대퇴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요가 강사는 훙 씨에게 나비자세(baddha konasana)로 불리는 자세를 취하게 했다. 나비 자세는 다리와 골반을 열어 나비의 날개처럼 펴주는 동작으로, 골반과 고관절을 자극해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을 없애주는 대표적인 자세로 알려져 있다. 훙 씨는 이 자세를 취하다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해당 강사가 속한 피트니스 센터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훙 씨는 강사가 더욱 완벽한 나비자세를 위해 자신의 자세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힘을 가했고, 이 탓에 대퇴골이 골절됐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자세를 교정받는 동안 고통을 호소했지만, 강사는 올바른 자세를 해야 한다며 교정을 멈추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다룬 상하이 푸둥인민법원은 피트니스 클럽이 훙씨에게 치료비 1만 5000위안, 심리적 보상금 1만 위안, 대퇴골 골절로 인한 영구적인 손상에 대해 17만 위안 등 총 19만 5000파운드, 한화로 3232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푸둥인민법원 측은 “요가 강사가 트레이닝을 받는 사람의 나이 및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요가 강사를 고용한 피트니스 클럽 측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한 표 차 충남 청양군의원 당락 또바뀌어

    ‘당, 낙, 당’ 충남의 가장 작은 자치단체인 청양군의원을 놓고 한 표 차로 결정된 두 후보의 당락이 소청과 소송으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대전고법 제2행정부(최창영 부장)는 16일 김종관(57) 청양군의원이 충남도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낸 당선무효 결정 무효확인 소송에서 “선관위의 결정은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충남선관위가 바꾼 당선자를 법원이 원점으로 되돌려놓은 것이다. 김씨가 법원에 소송한 것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문이다. 2개 선거구밖에 없는 청양군의원 가 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김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임상기(58) 후보를 한 표 차로 따돌리고 3등을 했다. 득표수대로 3명을 뽑는 선거구여서 간신히 당선되는 듯했다. 하지만 임씨가 “‘1-나 임상기 후보’에 정확히 기표했으나 아래 칸의 ‘1-다’에 인주가 묻은 투표지 한장을 청양군선관위가 무효 처리했다“며 “이런 경우 중앙선관위는 유효표라고 예시하고 있다”고 충남선관위에 소청을 냈다. 1심이다. 충남선관위는 지난해 7월 11일 재검표를 실시해 이 투표지를 득표로 인정했다. 이로써 둘은 1398표로 동수가 됐지만 공직선거법에 따라 나이 많은 임씨가 당선자가 됐다. 제190조는 ‘득표수가 같으면 연장자 우선’이라고 규정했다. 임씨는 1961년 10월 20일생, 김씨는 1962년 10월 25일생이다. 순식간에 낙선자가 된 김씨는 곧바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심인 재판부는 또다시 재검표에 들어갔고, 충남선관위가 임씨 것으로 본 투표지를 무효화하고 김씨를 찍고 다른 후보 칸에 흐릿한 흔적이 있던 다른 투표지 하나를 김씨 득표로 인정했다. 이날 법원에서 김씨가 임씨를 2표 차로 이긴 것이다. 청양군의원 가 선서구에 당시 후보 9명이 출마했고 임씨는 2번, 김씨는 7번 칸이었다. 재판부는 “두 후보 간에 다툼이 있는 투표용지는 9장인데 이 중 한 후보에 기표를 하고도 다른 후보 이름이나 기표칸, 후보 구분 테두리선 등에 인주 자국이 있을 경우 그 크기, 선명도, 위치와 투표용지의 접힌 상태 등을 따져 특정 후보에 대한 기표 의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김씨는 1399표로, 임씨는 1397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인 충남선관위와 임씨는 이날 선고 직후 “법원 판결문을 받아보고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대법원에 상고해 승소를 하더라도 임씨의 남은 임기는 채 3년이 안될 전망이다. 최종심까지는 당초 당선자인 김씨가 군의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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