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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LL 무인항공 감시 검토

    NLL 무인항공 감시 검토

    본격적인 꽃게잡이철을 맞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 무인항공기(UAV)를 띄워 북한 해군의 동향을 감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최근 꽃게잡이철을 맞아 서해 NLL 해상에서 북한 해군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UAV를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토록 관련 부대에 지시했다. 군 당국은 이스라엘에서 수입한 ‘서처’와 국내에서 개발한 ‘비조’ 등 2종류의 UAV를 보유하고 있다.‘서처’는 비행 고도 2만피트,1회 비행시간 15시간, 관측거리 200∼250㎞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비조’는 시속 140㎞에 비행고도 3000∼6000피트, 비행시간 6시간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군 당국은 NLL 해상의 북한 함정의 무장상태와 함정 규모, 승선 인원 등을 분석함으로써 ‘적대적 의도’가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 대응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전투기와 달리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 무인항공기가 서해상 감시전력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취약지역의 효율적인 감시를 위해 해군 함정이 UAV를 싣고 NLL이남 일정수역으로 이동한 뒤 띄우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독도 영유권분쟁 한달] 예산 뒷받침 없이 ‘독도사업’ 남발

    ‘독도는 지키고 울릉도는 개발한다.’ 일본의 독도도발 직후 경북도가 신설한 ‘독도지킴이 팀’이 내놓은 독도수호 대책이다. 독도는 지형 특성상 개발에 한계가 있어 보존에 무게 중심을 두고 편의시설을 정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반해 독도로 들어가는 길목인 울릉도는 집중 개발해 독도개발효과를 거둔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예산의 뒷받침 없이 여론에 밀려 급조된 것도 적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독도지키기 사업은 관광객 불편 해소와 선박 대피를 위한 물량장(길이 150m, 폭 30m)확충, 독도 해양·생태·수산자원연구, 독도관리선 건조, 독도 정보통신시설 확충, 독도 탐방로 정비, 독도 안전·편의시설 설치 등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독도어장 전복방류 사업, 독도 청정에너지 공급시설 설치, 독도관련 전문가 양성 등도 본격 벌인다. 울릉도 개발사업은 울릉도 일주도로 유보구간 개설, 울릉 경비행장 건설, 울릉 사동항 개발, 독도전망대 설치 등이 포함돼 있다. 독도지키기에 1503억원, 울릉도 개발에 5060억원 등 모두 6563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그러나 사업추진에 장애가 많아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량장 확충사업은 독도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문화재청이 반대하고 있다. 또 해양·생태·수자자원연구는 이미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고 독도어장 전복방류는 경북도가 매년 정례사업으로 추진해 오던 사업이어서 전시용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울릉도 일주도로 유보구간 개설(사업비 1500억원)과 울릉 경비행장 건설(2790억원)은 예산 확보와 사업타당성을 놓고 정부 관련 부처가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동항 건설은 이미 울릉도에 도동과 저동 등 2개 항구가 있어 중복투자라는 것. 한편 지난달 24일 독도가 일반인에게 개방된 뒤 15일까지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은 2만여명에 이른다.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달말까지 울릉도 여객선 승선권이 주말에는 매진됐고 평일 예약률도 70∼80%에 이른다. 독도에 들어간 관광객은 97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도는 독도 접안시설을 확충하고 1회 하선인원을 70명으로 제한한 것을 완화시켜 주도록 문화재청에 건의키로 했으나 환경론자들은 과연 독도가 관광객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초대형 유람선 부산항에

    부산항 개항 이래 가장 큰 호화유람선이 부산을 찾았다. 미국선적 초대형 유람선인 ‘사파이어 프린세스’호(11만 5875t급)가 지난 9일 오전 부산항 2부두에 입항했다.11만t이 넘는 유람선이 부산항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1년 건조된 이 유람선은 아시아지역에 처녀 기항하는 배로 길이가 289m, 폭 50.1m, 높이가 17층 건물과 맞먹는다. 배안에는 풀장 4개,2층짜리 극장, 도서관, 결혼을 위한 작은 교회, 나이트클럽,9홀짜리 미니골프장, 식당 4개, 헬스장 등을 갖추고 있다. 승객 2644명과 승무원 1119명등 총 3763명이 승선하고 있는 이 유람선은 태국 방콕을 출발해 싱가포르-대만-중국 상하이-일본 나가사키-부산-중국 베이징 등을 둘러보는 것을 주항로로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5개 코스로 나눠 경주와 범어사, 통도사, 자갈치시장, 용두산 공원 등을 관광했다. 부산시는 소방악대의 환영연주와 전통민속공연 등 환영행사를 펼쳤고, 관광객 전원에게 기념품과 부산관광 홍보물을 나눠 줬다. 부정기 크루즈선인 이 배는 이날 오후 6시 부산을 떠났으며,17일과 26일 다시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또 이 유람선의 쌍둥이 선박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도 올 하반기에 3차례 부산에 입항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하프타임] 김현섭, 1만m 경보 한국新

    김현섭(20·삼성전자)이 6일 목포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실업육상선수권대회 남자부 1만m 경보 트랙 경기에서 39분41초94에 결승선을 끊어 신일용(삼성전자)이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39분58초88)을 16초94나 앞당겼다.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딴 김현섭은 지난 1월 전일본경보선수권에서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획득했다.
  • [조용섭의 산으路] 전남 순천 조계산

    [조용섭의 산으路] 전남 순천 조계산

    전남 순천시 승주읍 송광면 주암면에 걸쳐있는 조계산(884m)은 동쪽에는 태고종찰 선암사를, 서쪽엔 승보사찰인 송광사를 품은 명산이다. 백두대간에서 가지친 금남호남정맥에서 다시 갈라진 호남정맥의 산이다.‘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며 정호승 시인이 사뭇 명령조로 읊조린 바 있는 동쪽의 선암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조계산(장군봉)에 오른 뒤, 능선으로 진행하여 연산봉∼송광굴목치에 이르고 홍골을 거쳐 송광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시간이 된다면 문화재 등 볼거리가 있는 두 사찰을 답사하는 것도 좋겠다. 선암사 매표소를 지나면 부도밭, 계곡위에 아름답게 걸쳐있는 승선교, 강선루를 차례로 지난다. 매점 앞의 삼인당(三印塘) 연못과 만세루의 육조고사(六朝古寺) 현판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헤아려 보고, 다닥다닥 복잡한 듯 들어서 있지만 단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가람 배치, 홍매화, 은목서, 삼나무, 측백나무 등의 수목들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산행 못지않은 답사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으리라. 산길은 사찰 왼쪽으로 나오면 되는데, 매점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갈림길에서는 대각암을 거쳐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을 택한다. 왼쪽의 선암굴목치로 향하는 길은 정상을 거치지 않고 송광굴목치∼송광사로 이어지는 길로서 시원한 편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산길은 너르게 아주 잘 나있다. 다만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을 띤 조계산의 산자락 중, 이 곳 오름길은 비교적 바위도 많고 가파른 편이다. 1시간여 땀흘려 진행하면 너른 옛 절터 쉼터에 닿는다. 이 곳에는 샘이 있다. 장군봉은 쉼터에서 30여분 오르면 닿는다. 내장산∼무등산을 거치며 남도의 산을 이어달리던 호남정맥이 지나가는 곳으로 이 산줄기는 북쪽 15분 남짓 거리에 있는 865봉에서 접치로 내려서며 백운산으로 향한다. 장군봉에서 펼쳐지는 조망도 막힘이 없다. 남쪽으로는 숨가쁘게 달려오던 남도의 산줄기를 넘겨준 고동산이 가깝다. 큰 오르내림없이 너르고 평탄하게 빙 두르며 이어지는 능선길은 그야말로 마음을 푸근하게 해줄 정도로 여유롭다.865봉 호남정맥 갈림길을 지나 계속 능선으로 나아가면 연산봉에 이른다. 정상에서 40분 소요. 서쪽 산자락 아래 가까이 보이는 호수는 주암호이다. 연산봉에서 30여분 내려서면 3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30여분 나가면 송광굴목치에 닿는다. 오른쪽 길이 홍골로 하산하는 길이다. 산행 종료지점인 송광사 매표소까지 약 1시간10분 소요된다. 호남고속도로 송광사IC나 승주IC에서 나와 22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대중교통으론 순천행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혹은 철도(전라선)를 이용해 순천역이나 터미널로 와서 선암사행 버스(50분 소요)를 타면 된다. 순천시외버스터미널 (061)744-8877. 선암사 주차장 옆 시설지구에는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많다. 그중에 전원가든(061-754-5510)이 많이 알려져 있다. 소설 태백산맥의 중심지 벌교를 비롯한 낙안읍성 주암호 등이 있다.
  • 시인 106명 ‘독도사랑 시낭송예술제’ 동행기 편부경 시인

    한국시인협회(회장 김종해) 주최로 4일 독도에서 106명의 국내 시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독도사랑 시낭송 예술제’가 열렸다.2003년 주민등록지를 독도로 옮겨 시인협회 독도지회장에 임명된 ‘독도시인’ 편부경(50)씨가 본지에 동행기를 보내왔다. 눈물길이었다. 독도가 깊은 숨을 내쉬는 순간 동해바다 너른 품은 온통 일렁임으로 받아안고, 쉽사리 닿을 수 없는 경외감을 전해주듯 바다는 거칠어졌다. 지난 3일 오전 10시 정각 울릉도를 향해 출발한 여객선이 물보라를 맞으며 나아가기 시작한 지 3시간여, 파도가 높아 저속운행하던 중 불안한 예감이 드는 안내방송. 해상기상이 악화되어 승객안전을 위해 포항으로 회항한다는 거였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시인들의 모습이 시야를 가렸다. 하늘이 하는 일이었다. 회항까지 5시간여의 승선 등 멀미와 실망감에 지친 모습으로 내일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4일 어슴푸레한 여명에 놀라 눈을 뜨고 바다를 내다봤다. 어제와는 다르게 잔잔히 밀려오는 물결. 다시 울릉도로 향하는 뱃길, 독도를 향한 기다림은 너울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틀치 행사를 한꺼번에 치러내야 하는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모두들 밝은 표정이었다. 말은 없어도 눈빛속에 담긴 간절한 소망하나,‘그대에게 가는 길 참 멀구나!’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하자마자 대기중인 삼봉호에 승선하고 독도로 향하는 길. 오전에 잔잔하던 물길은 다시 조금씩 거칠어졌지만, 물빛과 하늘빛은 서로 어우러져 독도사랑 시축제의 날을 기대하는 듯했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87.4㎞.‘독도주민’ 갈매기들, 선착장에 모여 환영의 날갯짓을 고르고 있으리라…. 입항 30분전. 독도는 뱃머리 전방에 뚜렷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항로는 좀 거칠었지만 어느 때보다 짙은 아청빛이었고, 그 푸르름은 시인들의 눈동자마다 가득들어 반짝였다. 심연을 딛고 일어선 독도가 봄햇살 가득안고 이제는 더는 외롭지 않으리라 두팔 벌려 우뚝했다. 입항 10분전. 아직도 접안이 확실치 않은 상태라 배안은 행위예술가 무세중씨와 굿누리 사물놀이패가 선상행사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고 낭송에 참여할 시인들 역시도 감회어린 눈빛을 주고받았다. 고은 시인은 “독도는 동해바다 한가운데 사는 내 아들”이라고 소감을 말하며 만면에 웃음을 띠고, 필자는 “‘선생님의 아들’ 독도의 애인인데요.”라고 맞받아쳐 좌중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마침내 축제가 시작됐다. 악기 행사는 선상에서만 진행키로 했고, 배 안에서는 끊임없이 함성이 이어졌다. 선착장은 너울이 심해지고 있었다. 시인들의 간절한 염원은 더없이 정성스러웠지만 독도는 언제나처럼 낯가림이 심했다. 이때 기다렸다는 듯 독도의 갈매기들은 일제히 날아올라 선상의 하늘을 덮었고 동도 정상에서는 경비대원들이 손을 흔들어줬다. 아! 이 아쉬움을 어쩌란 말인가. 높은 파도로 결국 시낭송은 갑판에서 진행됐다. 김종해 한국시인협회장의 결의문 낭독에 이어 성찬경, 고은, 이근배 시인의 한 달음으로 읽어내리는 시편들은 잔잔한 감동이 아니라 차라리 뭉클한 울음이었다. 너무나 아쉽게도 우리는 독도땅을 밟지 못했다. 오랜 시간 퍼포먼스를 준비한 무세중씨의 오열은 한참 모두를 숙연케 했지만, 독도는 분명 그 마음들을 읽었을 것이다. 선내에서는 유안진, 오세영 시인의 낭송이 잇따랐고, 계획했던 다른 행사들은 울릉도에서 갖기로 하고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독도야! 다시는 외롭지 말거라. 더는 헛소문에 시달리지 않는 평화로운 섬마을로 시인들의 시혼(詩魂)으로 세세토록 가득 채워지기를 염원하며 돌아온, 눈물의 길이었다. 편부경 시인
  • [하프타임] 이은정 베를린하프마라톤 한국新

    ‘여자마라톤의 희망’ 이은정(24)이 2005베를린하프마라톤대회에서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은정은 3일 독일에서 열린 하프코스(21.0975㎞) 레이스에서 1시간11분15초로 결승선을 끊어 지난 2월 일본 이누야마하프마라톤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1시간11분36초)을 21초 단축했다. 이은정은 독일의 루미니타 자이툭에 밀려 2위에 그쳤지만 한달새 두번이나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5·이상 삼성전자)는 1시간5분25초의 저조한 기록으로 14위에 머물렀다.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④-현대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④-현대그룹

    “믿겨지지 않았다.” 2003년 8월 4일 새벽. 그룹 비서실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아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훗날 지인에게 “처음엔 얘 아빠(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나 남편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시숙(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에게서 그룹을 지켜야 했다. 경영 전면에 나섰다. 스물한살에 현대가로 시집와 30년 가까이 살림만 했는데 세상에 나오는 것이, 그것도 시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가 평생을 일군 그룹을 덜컥 떠맡는 게 두렵지 않았을까. 지인의 얘기다.“나도 그 점이 궁금해 언젠가 한번 물어봤었다. 그랬더니 그 때는 (경영권 분쟁으로) 상황이 너무 다급해 두려워할 겨를조차 없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현대가의 ‘조용한’ 며느리에서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때가 2003년 10월 21일. 그로부터 1년여.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관리종목’의 악몽에서 벗어나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4279억원)을 올렸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 역시 소폭이나마 첫 흑자(8억원)를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839억원), 현대증권(580억원 추정치), 현대택배(74억원), 현대경제연구원(3억원)도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거나 흑자를 지켰다. 그룹 경영을 맡은 지 불과 1년 만에 6개 계열사 모두를 흑자로 돌려놓은 것이다.2010년까지 그룹 매출을 20조원(지난해 말 6조 6400억원)으로 끌어올려 재계 10위권(현재 19위)에 입성하겠다는 현 회장의 ‘2010 프로젝트’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운’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왕회장(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현대에 몸담아온 한 임원의 해석은 다르다.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현 회장 취임후) 해운 경기가 살아나면서 그룹의 주축인 현대상선이 살아났으니까….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 전에 비해 그룹의 방향이 매우 뚜렷해졌다. 현 회장은 한번 결정을 내리면 단호하다. 흔들리지 않는다. 배포와 결단력은 오히려 몽헌 회장(MH)을 능가한다는 게 임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와 관련해 또다른 임원의 말이 재미있다.“현 회장을 보고 있으면 사업가 유전자라는게 따로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업가 집안의 둘째딸 현 회장은 1955년 딸만 넷을 둔 사업가 집안의 둘째로 태어났다. 훗날 현대상선에 흡수된 당시 신한해운의 현영원(78) 회장이 아버지다. 일제때 ‘호남의 거부(巨富)’로 이름을 날렸던 현준호씨의 후손이다. 어머니는 김용주 전남방직 창업주의 외동딸인 김문희(77) 현 용문학원 이사장이다.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현 회장에게는 외삼촌들이다. 현대가의 며느리 가운데 손아래 동서 김영명(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부인·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딸)씨와 더불어 친정이 가장 화려한 편이다. 현 회장은 그룹 홈페이지에 올린 ‘나의 삶 현대의 길’에서 “기업가 집안의 엄격한 가정교육 속에서 세상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시각을 조금씩 키워나갔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임원의 해석처럼 ‘유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업가 집안의 가풍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현 회장의 자매들 이름이다. 언니가 일선씨, 여동생이 지선씨다. 현 회장의 시조카들과 이름이 똑같다.“정씨 집안과의 혼사는 숙명”이라는 우스갯말이 나올 만도 하다. 언니 일선씨는 수입 침장(沈臧) ‘쉐르단’으로 유명한 홈텍스타일코리아 유승지 회장과 결혼했다. 유 회장은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의 친동생이자 유유산업 창업주인 고 유특한씨의 아들. 현 유유산업 유승필 회장의 친동생이다. 동서지간인 유 회장과 생전의 MH는 나이가 같아 유난히 친했다고 한다.MH가 죽기 직전 가족들과 외식을 할 때도 유 회장이 함께 했었다. ●‘군인’ MH와의 첫 만남 대학(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때인 1975년 1월 어느날. 현 회장은 아버지를 따라 울산의 현대중공업 선박 명명식에 갔다. 당시 아버지는 사업관계로 잘 알고 지내던 홍콩 행정 장관(C.Y. 퉁)이 방한하자 때마침 열린 선박 명명식에 ‘모시고’ 갔다. 애초 맏딸만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둘째딸의 성화에 딸 둘을 대동하고 나섰다. 몇달 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쪽에서 넌지시 연락이 왔다.“군대간 아들이 마침 휴가 나왔는데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선박 명명식에서 ‘참한 인상의 늘씬한 재원’을 처음 본 정 회장이 단박에 며느릿감으로 점지한 것이다. 이 때가 75년 5,6월께. 현 회장과 MH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뤄졌다. 언젠가 현 회장이 사석에서 털어놓았다는 MH의 첫인상이다.“요샛말로 필이 꽂히거나 그렇진 않았다. 군인이라 머리도 짧았고…그래도 듬직해 보였다.” 첫 데이트 장소는 ‘군인 커플’답게 서울 태릉사격장. 이듬해 7월 두사람은 결혼했다. ●“나도 내게 이런 속배짱이 있는 줄 몰랐다” 현 회장은 결혼 후 첫딸을 낳고도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라 페어리 디킨슨 대학원에서 인간개발론을 전공했다. 귀국해서 얘들 키우고 살림하는 동안에도 짬짬이 걸스카우트연맹(이사)·대한적십자사(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 등에서 ‘표 안나게’ 사회활동을 했지만 사업가로 나서게 되리라고는 그 자신 상상도 못했다. 현 회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임원의 얘기다.“그룹 경영을 맡은 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확실한 것은 배포가 여간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 참여를 결심한 것도,8개월에 걸친 경영권 분쟁을 버텨낸 것도 이같은 배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겉으로 보면 전형적인 현대가의 조용한 며느리인데 어디에 그런 배포가 숨겨져 있는지 모르겠다. 본인 스스로도 ‘내게 이런 속배짱이 있는 줄 몰랐다.’며 웃더라.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경영권 분쟁때의)그 지독했던 마음 고생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의지력도 대단하다. 더러 확신이 서기까지 결단을 늦추는 경향이 있어 답답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일단 확신이 서면 무섭게 밀어붙인다. 번복하는 일도 없다.”결단을 내려놓고도 마음이 여려 ‘가신’들의 주장에 흔들리곤 했던 MH와는 대조되는 면모다. 현 회장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일화 한가지. 지난해 8월 그룹 비전을 선포할 때의 일이다. 당시는 경영권 분쟁을 매듭짓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던 때라 사내외에 선언할 ‘비전’이 매우 중요했다. 현 회장은 ‘용기와 자부심의 현대’라고 직접 쓴 쪽지를 내밀었다. 임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살림만 하던 사람이 기업 경영과 직원 심리를 얼마나 알겠느냐.”는 냉소도 은근히 깔려 있었다. 그러나 현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용기와 ‘재계 1위 현대’에 대한 자부심이 절실한 때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선언문에는 이 문구가 그대로 들어갔다. 시간을 지체해 물건너갔다고 생각했던 가신그룹(김재수 당시 경영전략팀 사장 등)에 대한 인사도 그 해말 전격 단행해 임직원들을 다시한번 놀래켰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 숙부의 난 현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다른 사람도 아닌 시삼촌과 길고 지루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2003년 8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이면서 본격화된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30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은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집안의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비즈니스가 얽혀있어 개입할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중립이 현 회장을 도왔다. 현 회장측은 분쟁의 단초가 된 금호생명 대출 200억원에 대한 정상영 회장의 보증과 관련,“정 명예회장은 조카(MH)에 대한 의리라고 주장하지만 처음부터 경영권을 뺏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였다.”고 주장한다. 한 측근은 MH가 정상영 명예회장을 인간적으로 따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왕자의 난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정상영 회장이 MH의 자금줄을 교묘하게 막았다.”면서 “이 때문에 MH가 ‘그룹을 위해 (내가) 이렇게 희생했는데 상영 삼촌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언젠가 몹시 화를 낸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KCC측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여전히 팔지 않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이다. ●경영수업 받는 큰딸…‘코디’ 둘째딸… 사격 좋아하는 외아들 시어머니(변중석)가 아이 잘 낳는 보약을 하루가 멀다하고 들이미는 바람에 얼떨결에 일찍 가졌다는 큰딸. 딸을 낳자 시댁보다 딸만 넷인 친정의 실망이 더 컸다고 한다. 그 딸이 지금은 현 회장의 든든한 친구이자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지이(28)씨다. 서울대 고고미술학과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을 나온 그는 외국계 광고회사에 다니다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지난해 1월 3일 현대상선 재정부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올 1월 1일 대리로 승진했다. 회사 흐름을 가장 빨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재정부에 배치한 것을 보면, 제대로 경영수업을 받게 하려는 현 회장의 의지가 읽혀진다. 경영권 분쟁때도 현 회장은 정상영 명예회장 등 시댁 어른들과의 대면 자리에 반드시 지이씨를 데리고 나갔다. 맏이답게 찬찬하고 침착해 현 회장에게는 큰 의지가 된다고 한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이 매우 좋다. 지난해 10월 그룹 해체후 처음 가진 신입사원 수련회때는 다른 ‘신참’들과 똑같이 텐트에서 잠을 자고 장기자랑도 마다하지 않아 주위의 경계심을 녹였다.‘싼타페’를 직접 몰고 출퇴근한다. 아직 사귀는 사람은 없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터울이 크면 아들일 확률이 높다.”는 집안 어른들의 압력에 6년 7개월만에 가졌다는 둘째딸 영이(21)씨는 서울 상명여고 1학년때 혼자서 미국 유학을 떠났을 만큼 당차다. 보스턴에서 한시간 거리인 사립 고등학교 ‘쿠싱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현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부에 재학중이다. 언니와 달리 성격이 매우 활달하다. 방학을 맞아 귀국하면 엄마의 의상을 열심히 조언해준다. 막내 외아들인 영선(20)씨는 모 대학 경영학과를 다니다 지금은 휴학한 상태다. 군대를 먼저 다녀온 뒤 미국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아버지 장례식때 고3(경복고) 수험생이었는데도 어찌나 많은 친구들이 빈소로 몰려왔던지 조문객들 사이에 화제가 됐었다. 아버지를 닮아 총쏘는 것을 좋아한다. ●옛 영광 재현 꿈꾸는 핵심 브레인들 경영전략팀이 그룹의 ‘싱크 탱크’다. 다른 그룹으로 치면 구조조정본부에 해당한다. 현 회장 사람들로 전부 세대교체가 이뤄진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최용묵(57) 사장을 사령탑으로 이기승(55) 전무-하명호(47) 상무로 수직 연결된다. 현대엘리베이터 사장도 맡고 있는 최 사장은 경영권 방어전략을 촘촘히 짜 현 회장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급진적 개혁보다는 점진적 개선파로, 조직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현 회장 체제에서는 적임이라는 평을 듣는다.76년 현대건설 평사원으로 입사,84년 현대엘리베이터 창립과 함께 관리부장을 맡으면서 조직관리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임직원들과 회사 앞마당에서 족구를 하고 삼겹살 소주 뒤풀이를 즐긴다. 이 전무는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금융전문가의 보완을 절실하게 느낀 현 회장이 지난해 6월 외환은행에서 영입해온 이다.KS(경기고-서울대 법대) 출신답게 머리회전이 빠르면서도 친화력이 뛰어나 핵심인맥의 자리를 굳혔다. 미국 디킨스대 MBA(경영학석사) 출신인 하 상무도 재무 전문가다. 현대석유화학에서 지난해 말 그룹 심장부로 옮겨왔다. 그룹의 정신적 뿌리인 대북사업은 ‘서울대 트리오’가 이끌고 있다.“대북사업에 인생을 걸었다.”는 김윤규(61) 현대아산 부회장이 단연 첫 손에 꼽힌다. 왕 회장때부터 ‘소떼 방북’ 등을 성사시키며 현대와 동고동락해 온 김 부회장은 MH가 그 앞으로 남긴 별도 유서를 통해 “자주 윙크하는 버릇 고치라.”고 농담을 던졌을 만큼 2대에 걸쳐 각별한 신임을 얻었다. 얼마전 부회장으로 승진해 대북 라인 접촉 등 대외 업무에만 힘을 쏟고 있다. 대내 업무를 떼준 것은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이자 ‘거리 두기’라는 해석도 있다. 대내 업무는 윤만준(60) 현대아산 사장의 몫이다. 고문으로 물러나 있다가 김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된 그는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초창기부터 관여해 실무에 밝다. 서울법대를 나와 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MH와 함께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일궜다. 김 부회장의 서울대 공대 직속 후배인 심재원(58) 현대아산 부사장은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업무처리가 치밀하다. 그룹의 ‘캐시 카우’(돈버는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노정익(52) 사장이 이끌고 있다. 유동성 위기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던 2002년 9월 사장에 취임해 1000원대이던 주가를 2만원 가까이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자동차 운반선 매각 등 뚝심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때 들어온 1조원대의 현금이 없었다면 뒤이어 터진 대북송금·분식회계 등의 악재를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취임하자마자 승선 체험을 자청, 선원들과 거센 파도와 싸우며 하나가 된 덕분에 ‘캡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안살림을 꼼꼼하게 챙기는 안홍환(55·부사장) 지원본부장, 회사 매출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이재현(54·전무) 컨테이너본부장, 일반화물 영업을 이끄는 이동렬(56·전무) 벌크선영업본부장, 해양대 항해학과를 나와 선장으로도 근무한 ‘마도로스’ 신용호(56·전무) 해사본부장 등도 상선의 중추 세력이다. 2003년 6월 부국증권에서 스카우트돼 온 김지완(59) 현대증권 사장은 ‘현투(현대투자신탁증권) 책임분담금’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지어 그룹의 고민을 덜어주었다.‘숙부의 난’때는 오랜 증권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권 방어 전략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이어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하마평에 자주 오르기도 한다. 김 사장을 떠받치고 있는 노치용(53·전무) 도매영업본부장은 그룹 홍보도 겸하고 있어 여의도와 광화문을 오가며 ‘셔틀 업무’를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때 설득력있는 논리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숙부의 난 당시 격전지(경영전략팀) 한복판에 있었던 현기춘(51) 현 현대엘리베이터 전무도 눈에 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또다른 한 축인 한승준(51) 전무와는 춘천고 같은반 친구이다. 기획·관리 전문가로 ‘선 굵은 CEO’로 불리는 김병훈(55) 현대택배 사장, 경제연구원 최초로 수익모델 창출에 도전한 재무관료 출신의 김중웅(64) 현대경제연구원 회장,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주현(53) 현대경제연구원장 등도 그룹의 핵심 브레인들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경영권 분쟁이 오히려 약이 됐다. 몽헌 회장의 죽음으로 흔들리던 임직원들이 경영권이 위협받자 현 회장을 중심으로 차돌처럼 뭉쳤다. 이번 기회에 전열을 확실하게 정비해 그룹의 모태로서 옛 현대의 영광을 반드시 재현하겠다.” hyun@seoul.co.kr ■ ‘비운의 황태자’ 정몽헌 현대가 사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 한 현대맨은 “90년대 들어 언론에서 빅3(MK,MH, MJ) 운운했지만 그 때는 이미 왕회장이 MH를 후계자로 형제들에게 선언한 뒤였다.”면서 “좀체 칭찬을 하지 않는 왕회장이었지만 MH에 대해서는 심지가 깊은 아이라며 믿음을 내보였다.”고 전했다. 보성고와 연세대를 나와 미국 페어리 디킨슨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학위)를 딴 MH는 귀국후 1983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세워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급기야 2000년에는 그룹 단독 회장에 취임했다. ‘왕자의 난’의 상처를 털고 MH시대를 여는 듯했다. 하지만 2003년 8월 4일 계동사옥 12층 집무실에서 몸을 던지고 만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저 유서를 통해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만 했을 따름이다. 대북송금 특검 등에 따른 중압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한 측근은 당시 “극심한 중압감 때문이었다면 가족들이 낌새를 알아챘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일축했었다. 투신하기 직전, 가족과 식사한 것을 두고 미리 자살을 준비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이 역시 MH가 일요일에는 가족들과의 외식을 즐겼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MH는 바깥일을 집에 와 자상하게 털어놓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가급적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등 가정적인 편이었다. 한 측근의 얘기다.“(대북송금·비자금 수사 등이 진행되자) 나 혼자 책임지겠다는 말씀을 여러번 하셨다. 그때는 혼자 감옥가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살을 염두에 뒀던 것 같다. 그렇더라도 투신하기 두달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자 부인(현 회장)에게 매일 순두부를 끓이라고 했던 점으로 미뤄보아 투신 결심은 순간적으로 이뤄졌던 것 같다.” 소탈하면서도 합리적이고 머리도 좋아 따르는 이가 많았던 MH. 그는 그러나 끝내 아버지의 꿈(대북사업)을 완성하지 못하고 삶을 접었다. 이 때가 그의 나이 55살때였다. hyun@seoul.co.kr ■ 현대家 며느리들 현대가의 며느리들은 4월을 ‘제사의 달’이라고 부른다. 시아버지(정주영 회장)가 생전에 워낙 제사를 중시한 데다 온갖 제사가 몰려있어 4월에는 아예 청운동 시댁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다. 시아버지의 독특한 ‘밥상머리 교육’ 때문에 새벽마다 시댁으로 가 아침식사도 직접 준비해야 했다. 한 며느리는 “새벽 3시반에 갔다는 항간의 얘기는 다소 과장이고 이를 때는 4시반, 보통때는 5시나 5시반쯤 갔다. 시아버님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새벽마다 수행원들 몫까지 김밥을 엄청나게 쌌던 기억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언젠가 한번은 아들들이 꾀가 나 아침식사 회동에 몇번 빠졌다. 대로한 왕회장이 “모두 들어와 살라.”고 불호령을 내려 1년간 청운동 시댁 주변에 모두 모여산 적도 있다고 한다. 여자들이 나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왕회장이지만 말년에는 겸상 식사도 허용했다고 한다. 맏며느리 이양자씨는 수도여대를 나와 한때 아나운서로 활동했다. 이씨가 91년 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실질적 맏며느리 역할을 해온 둘째며느리 이정화(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인)씨는 당시 명문으로 꼽히던 숙명여고를 나왔다. 빼어난 미모로 유명했던 넷째며느리 이행자씨는 한양대 출신으로 세간에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숙명여대를 졸업했다. 유난히 여대 출신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여자는 여대를 가야 한다.”는 왕회장의 보수성 때문이었다. 이화여대에 수석 입학해 화제가 됐던 손녀 유희씨(고 몽필씨 딸)도 원래는 연세대 원서를 다 써놓은 상태에서 할아버지에게 ‘보고’했다가 된통 혼이 난 뒤 여대로 틀었다고 한다. 며느리든 딸이든 해외유학까지 다녀오고도 회사 경영이나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이가 거의 없는 것도 유교적 가풍 탓이다. 왕회장은 “살림에만 신경쓰라.”며 며느리들에게 골프도 치지 못하게 했다. 현정은 회장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골프장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월이 훨씬 흐르고서야 뒤늦게 골프를 배웠지만 영 재미가 붙지 않아 골프장에 딱 세번 나가본 뒤 관뒀다고. 오는 10월 ‘금강산 골프장’ 개관에 맞춰 상징 티샷을 날리라는 임원들의 압력이 많아 여간 고민이 아니라고 한다. 한때 기체조를 배웠으며 ‘걷기’ 가 취미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해경4명 억울한 옥살이 12년

    해양경찰 대원이 1955년 중국으로 피랍돼 12년동안 옥살이를 했으나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사실이 23일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해양경찰대 소속 경비정인 ‘견우정’ 대원이었던 안영진(80·충북 보은군 수한면), 박래봉(79·부산시 동래구 명장2동), 김창호(77·제주도 북제주군 조천읍), 주시완(81·인천시 남구 봉춘동)씨 등 4명은 지난 6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이같은 사실을 진정했다. 안씨는 당시 계급이 경사였고 박씨 등 3명은 순경이었는데, 이들은 같은해 12월25일 오전 4시쯤 200t급 견우정에서 근무중 야음을 틈타 평화선을 침범해 불법 조업하던 중공 어선을 나포하던 중 오히려 피랍됐다. 견우정의 제1승선조인 이들은 당시 중공 선단중 한 어선에 재빨리 올라탄 뒤 저항하는 어부들을 신속히 제압하고 조타실, 기관실 등을 장악했으나 어둠속에서 추격해온 7∼8척의 중공 어선과 교전중 본선인 견우정과 떨어지면서 피랍되고 만 것. 이들은 피랍 과정에서 총 개머리판과 몽둥이 등으로 유혈이 낭자하게 구타당한 뒤 중공 정부로 넘겨져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와 지난(濟南)시의 감옥에서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는 극한의 옥고를 치러야 했다.1967년 4월 중공 정부가 구형한 형기를 마치고 풀려나 홍콩의 한국대사관을 통해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돌아왔으나 이미 행방불명을 이유로 면직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정부는 이들이 피랍된 뒤 1961년11월까지 종전대로 가족들에게 임금을 지급해 왔으나 박정희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마저도 중단해 가족들 역시 ‘굶기를 밥 먹듯’ 하며 처참한 생활을 이어갔었다. 이들은 다행히 고향으로 돌아온 뒤 7개월만에 복직됐다 스스로 그만두거나 정년퇴직했으나 중국에서의 옥살이 기간이 복무기간에서 빠져 퇴직금. 연금에서도 손해를 보아야만 했다. 특히 이들 중 주씨는 작년 8월 옥살이에서 얻은 지병 등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으며 박씨는 당시 고문으로 청각을 잃었고 안씨와 김씨도 모두 심각한 후유증을 앓아 매일 병원 신세를 질 정도이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seoul.co.kr
  • 울릉도 “독도야 고맙다”

    독도가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울릉도에 때아닌 관광특수가 일고 있다. 21일 ㈜대아고속해운에 따르면 지난 19일 경북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썬플라워호를 타고 울릉도로 들어간 여행객은 721명으로 평상시 주말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또 포항∼울릉도, 강원도 동해∼울릉도를 연결하는 여객선의 오는 4월 주말 일반실 승선권도 매진됐다. 울릉도 전문 여행사인 대아여행사 관계자는 “정부가 독도 입도를 전면 허용하면서 독도 관광여행을 문의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여행사들이 울릉도 여객선 승선권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도∼독도를 오가는 관광선인 삼봉호는 4개월여 만에 운항을 재개했다. 지난해 6월 첫 운항에 들어간 삼봉호는 독도 관광객이 없어 지난해 11월 14일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울릉도 지역의 호텔과 여관, 민박집 등 숙박시설과 울릉도 지역 음식점에도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다. 40개의 객실이 있는 울릉호텔의 경우 도동항 및 저동항과 거리가 가까워 독도 방문을 희망하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관광 비수기임에도 전체 객실의 30∼40% 정도가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 울릉도 특산물인 오징어나 약초나물, 호박엿 등을 제조·판매하는 점포나 식당 등에도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 취재진,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난해 이맘 때와 비교했을 때 매출이 평균 15% 이상 늘어났다. 울릉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안현수·진선유 세계쇼트트랙선수권1500m 동반 우승

    한국 남녀 쇼트트랙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 첫날 2개 금메달을 독식,4년 연속 종합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남자 간판 안현수(한국체대)와 여자 기대주 진선유(광문고)는 11일 중국 베이징 수도빙상경기장에서 벌어진 대회 1500m 결선에서 각각 1위로 결승선을 통과, 금사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로써 지난 대회 전체 10종목 가운데 9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던 한국은 올해도 첫날부터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며 2002년 이후 4년 연속 종합우승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2분14초396으로 캐나다의 프랑수아-루이 트랑블레이(2분14초992)를 제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안현수는 첫 금메달의 기쁨은 물론 개인종합 3연패의 기대까지 부풀렸다. 대표팀의 막내 이승훈(신목고)도 2분15초244의 기록으로 중국의 베테랑 리자준을 4위(2분17초641)로 밀어내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1주일 전 국내에서 열린 세계팀선수권에 불참, 안현수와의 리턴매치가 무산됐던 ‘숙적’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는 준결승에서 반칙으로 실격,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여자대표팀의 진선유는 2분20초461로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끊었고, 강윤미(과천고·2분20초743)는 왕멍(중국·2분20초876)을 3위로 밀어내고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에이스’ 최은경(한국체대)은 4위(2분20초978)에 그쳐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女봐라 세상아!

    해양경찰의 20대 여성 간부가 최신예 경비정의 지휘관인 정장에 부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8일 민꽃별(28·여) 경위를 새로 건조한 최신예 경비정 P-30호(50t) 정장에 임명했다. 해양경찰이 창설된 지 51년이 지났지만 여성 경비정장이 부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 경위는 올 초 정기 승진시험에 합격해 20대 첫 여성간부가 되면서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이번에 여성 첫 정장으로 발령받아 또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인명구조와 해상치안을 담당하게 될 P-30호 정장으로 부임한 민 경위는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를 졸업해 2000년 12월 해경에 특채,1500t급 경비구난함 1503함에서 근무하는 등 다채로운 근무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해경에 들어오기 이전에 5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승선경력과 3급 항해사 자격을 갖고 있어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해경함장들의 실력에 뒤지지 않는다고 부산해경은 설명했다. 민 경위는 “승조원들을 단합시키고 화목한 분위기를 조성해 해상범죄 예방과 단속이라는 기본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이은정 女하프마라톤 한국新

    이은정(24·삼성전자)이 한국 여자마라톤의 새 희망을 쏘아올렸다. 이은정은 27일 일본 이누야마시에서 열린 2005이누야마하프마라톤(21.0975㎞)에서 1시간11분36초에 결승선을 끊어 일본의 호리모토 마리코(와코르·1시간12분36초)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 기록은 2002년 전국체전에서 배해진이 세운 종전 한국기록(1시간12분13초)을 37초나 앞당긴 것으로 3년만의 한국기록 경신이다. 이은정은 마라톤 입문 1년만인 지난해 3월 2004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6분17초의 역대 한국 2위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깜짝 우승’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기록은 97년 춘천마라톤에서 권은주가 세운 한국최고기록(2시간26분12초)에 불과 5초 뒤진 것. 이은정은 이어 이상 폭염으로 인해 ‘마라톤 여제’인 영국의 폴라 래드클리프(31)까지 기권하는 등 이변이 속출한 아테네올림픽에서도 끝까지 완주,19위(2시간 37분 23초)로 골인했었다. 164㎝,48㎏의 이은정은 충남 서산 산성초교 시절 6년 내내 6㎞ 등굣길을 뛰어다닌 게 기초체력을 쌓는 원동력이 됐고, 뛰는 게 좋아 마라톤에 입문했다.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은 “이은정은 앞으로 스피드를 보강,1시간10분대에 진입해 세계의 벽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도 이은정을 베이징올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라고 평했다. 한편 남자부에서는 ‘차세대 유망주’ 허장규(삼성전자·1시간3분12초)와 엄효석(건국대·1시간3분13초), 이봉주(삼성전자·1시간3분19초)가 나란히 2·3·4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허장규와 임효석의 기록은 대회신기록이며 한국 역대기록 3·4위에 해당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제86회 동계체전] 김형철 “한국스키 나도 있다”

    김형철(24·강원랜드)이 동갑내기 맞수 강민혁(용평리조트)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동계체전 남일반부 3관왕 김형철은 24일 개막된 제86회 동계체전 첫날 알파인스키 남일반부 슈퍼대회전 결승에서 1분3초27로 결승선을 통과, 강민혁(1분3초46)과 허승욱(33·지산리조트·1분3초47)을 제치고 우승했다. 올해 처음 일반부로 출전한 지난해 동계체전 4관왕이자 최우수선수(MVP)인 강민혁은 2년 연속 4관왕 등극에 아쉽게 실패했지만, 주 종목인 회전과 대회전 등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날 한국체대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일반부 1500m에서는 김량희(안양시)가 2분55초080의 대회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대학부 1500m에서는 동계유니버시아드 전관왕에 빛나는 ‘에이스’ 최은경(한국체대)이 2분33초680의 기록으로 우승, 최강임을 과시했다. 강원도 도립바이애슬론장에서 펼쳐진 남일반부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10㎞에서는 이인복(경기도연맹)이 28분26초8로 한경희(평창군청)를 1분30여초 차로 제치고 가볍게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발해뗏목탐사대 교신두절

    발해 뗏목탐사대인 ‘발해호’가 지난 19일 오후 5시40분부터 러시아해역인 독도 북방 295마일(546㎞) 해상에서 통신이 두절되자 해경이 21일 항공기 및 경비정을 급파해 수색을 벌이고 있다. 해경은 북한측의 협조를 받아 이날 낮 12시45분 해경초계기 ‘챌린저’를 급파, 오후 4시18분 독도 북방 242마일(448㎞) 해역에서 발해탐사대의 뗏목을 발견했다. 해경 관계자는 “뗏목이 뒤집혀지지 않은 채 정상적인 상태에서 돛을 올리고 내리는 광경이 목격된 점으로 미뤄 탐사대원들이 일단 무사한 것으로 보이나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길이 11m, 폭 4.5m, 무게 11t의 ‘발해호’는 탐사대장 방의천(45)씨 등 4명이 승선하고 있으며 자동위치측정시스템(GPS)과 위성전화, 자체발전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3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을 출발한 발해호는 항로의 공식 출발점인 러시아 포시에트항으로 향했다.16일 오전 10시30분 포시에트 외항에 정박한 뗏목은 19일 오전 8시 예인선 ‘탐해호’와 분리된 뒤 자력에 의한 단독항해에 나서 25일간의 항해를 거쳐 3월13일 일본 니카타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해경은 통신이 두절되자 북측의 영공비행 허가를 얻어 지난 1월20일 파이오니아나야호 침몰사건 이후 두번째로 북측 영공에 초계기를 띄웠으며,5000t급 경비정 ‘삼봉호’도 이날 오후 6시 뗏목 발견지점으로 급파됐다. 해경은 탐사대가 배터리를 절약하기 위해 통신기를 일부러 끄고 있었거나 통신기가 고장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통신두절 원인을 파악중이다. 지난 97년 12월31일 출항한 1기 발해뗏목탐사대는 이듬해인 98년 1월24일 일본 근해에서 폭풍에 휘말려 장철수 대장 등 대원 4명이 모두 숨지는 참변을 당한 바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이상화 ‘금빛 질주’

    한국 여자스피드스케이팅 ‘기대주’ 이상화(16·휘경여고 1년)가 여자 빙속 사상 처음으로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이상화는 지난 19일 핀란드 셰뇨키에서 열린 2005세계스피드스케이팅주니어선수권 여자 500m 결선에서 39초93으로 결승선을 통과, 안네테 게르리첸(40초44)과 이레네 우스트(40초74·이상 네덜란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여자 스프린터가 세계주니어선수권을 제패한 것은 이상화가 처음. 1990년 스프린트선수권 3위, 93년 세계선수권 은메달 등 한국 여자 빙속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유선희도 주니어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남자부에서는 76년 세계선수권 남자부 종합우승을 차지했던 이영하 등이 주니어대회를 제패한 바 있다. 이상화는 20일 여자 1000m에서 1분22초46을 기록, 우스트(1분22초44)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이틀 연속 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상화는 이날 결선에서 스타트가 돋보였지만,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지며 우스트에 0.02초 차로 금메달을 내줘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여자 1500m에서는 이주연(경희여고)이 2분07초78로 동메달을 따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울리히 “암스트롱 7연패 안될걸”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미국)을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차르트로 치자면, 얀 울리히(독일)는 그늘에 가려진 라이벌 살리에리다. 암스트롱이 2살이 더 많지만 인간 한계의 시험장이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도로일주사이클대회(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울리히가 2년 앞선 97년 정상에 올랐다. 93년 세계선수권 챔피언에 오른 암스트롱은 96년 고환암에 걸려,2년 여의 사투 끝에 99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극적인 인생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이후 암스트롱은 지난해까지 6연패의 질주를 이어갔지만, 울리히는 97년 우승 이후 준우승만 4차례나 하는 등 만년 2인자에 머물렀다. 이들은 경쟁자이면서 페어플레이 정신을 드높인 동반자이기도 하다.2001년 대회에서 울리히가 산악 내리막길에서 넘어졌을 때 암스트롱은 추월하지 않고 그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2년 뒤에는 반대 상황이 연출됐다.15구간 결승선을 앞두고 관중의 가방에 자전거 핸들이 걸리는 바람에 암스트롱이 넘어졌던 것. 뒤를 따르던 울리히는 역전 우승을 노릴 수 있었음에도 암스트롱이 다시 재속도를 낼 때까지 잠시 숨을 골랐다. 다시 숙명의 레이스가 펼쳐지게 됐다. 올해 7월 열리는 투르 드 프랑스에 불참한다고 소문이 났던 암스트롱은 17일 소속팀 홈페이지를 통해 7연패 도전을 선언했다. 암스트롱은 “아직 컨디션은 엉망이지만 7연속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스트롱의 소식을 들은 울리히도 이날 개인 홈페이지에서 “랜스의 7연패를 바라는 팬들도 있겠지만, 그것을 막아내기를 기대하는 팬들도 있다.”고 밝히며 전의를 불태웠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儒林(286)-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86)-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나는 선원에게 내가 찾아온 목적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선원은 귀를 기울여 들은 후 내게 말하였다.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제가 군청에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 선원은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담배를 피우며 쪽빛으로 푸른 호수를 바라보았다. 관광객들은 쉴 새 없이 계단을 내려와 표를 사고 유람선에 차곡차곡 승선하고 있었다. ―사실이었을까. 나는 눈부신 봄 햇살이 끓어오르고 있는 수면을 바라보며 생각하였다. ―이퇴계와 두향의 사랑은 과연 사실이었을까. 불과 9개월의 짧은 재임기간 동안 퇴계와 기생 두향의 상사(相思)는 과연 무르익을 수 있었을까. 퇴계가 그처럼 다정다감한 풍류객이라 할지라도 두향은 한갓 미천한 신분의 기생.9개월의 짧은 만남이 50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세기의 로맨스가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는 과장된 후세의 조작이 아니었을까. 이퇴계는 당대 최고의 거유이자 명신으로 ‘해동공자(海東孔子)’라고까지 불렸던 성인이었다. 그러한 이퇴계가 쉰에 가까운 ‘지천명(知天名)’, 즉 ‘하늘의 뜻을 알았던 나이’때 미천한 기생 두향과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 가능하였을까. 퇴계언행록에 기록된 대로 ‘남녀간의 사랑이 비도 오고 바람이 부는 만물의 생성(生成)’과도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퇴계는 과연 엄격한 신분을 초월할 수 있었을까. 만약 퇴계와 두향의 상사가 떠도는 풍문에 불과한 것이라면 나는 지금 헛소문을 따라서 두향의 무덤을 찾아가고 있음이 아닐 것인가. 그때였다. 문득 내 머릿속으로 하나의 상념이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인도 특유의 세습적인 신분제도인 카스트를 능가하는 엄격한 조선의 신분계급 속에서도 비교적 너그럽고 자유로웠던 이퇴계의 에피소드였다. 인간에 대한 박애정신으로 가득 찼던 휴머니스트 이퇴계. 율법과 형식에 초월하였던 자유주의자 이퇴계. 이퇴계의 그러한 면모를 엿보게 하는 야사 하나가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며 그 야사의 내용을 더듬어 보았다. 퇴계가 단양의 군수로 부임한 것은 1548년 정월. 그러나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이퇴계는 뜻밖의 불행을 겪게 된다. 이때의 고통을 이퇴계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몸이 쪼개지듯 아프다. 지탱하기 힘들다. 원통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퇴계를 이처럼 고통스럽게 하였던 것은 다름 아니라 그의 둘째아들 채가 21세의 젊은 나이로 갑자기 급사하였기 때문이었다. 퇴계가 둘째아들 채의 죽음을 특히 슬퍼하였던 것은 채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생모이자 퇴계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허씨가 죽어 유모 손에서 고아처럼 자랐기 때문이었다. 성장해서는 퇴계와 떨어져 외할아버지의 농사일을 감독하며 농사꾼으로 외롭게 자랐다. 그런데 더욱 슬픈 것은 정혼을 해 놓고도 혼례를 올리지 못한 채 숫총각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이때의 비통함을 퇴계는 조카사위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하고 있다. “단양군에 와서 좋은 일이라고는 없고 자식을 잃어 병만 더욱 심하다. 오래 있고 싶지 않아서 두세 번 감사에게 사직을 청하였으나 들어주지 않는다.”
  • 한국남매 金·金·金… 골드러시

    ‘동계종목의 대명사’ 스키점프와 쇼트트랙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금빛 낭보를 쏟아냈다. ‘한국 스키점프’의 1인자 최용직(22·한국체대)은 13일 독일 브로테로데에서 벌어진 컨티넨탈컵 스키점프 K-120에서 1·2차 합계 267.9점으로 유럽의 강호들을 따돌리고 한국선수로는 대회 사상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시리즈에 이어 2번째로 큰 컨티넨탈컵에서 정상에 등극한 것은 성인 선수가 단 6명에 불과한 한국 스키점프에선 큰 사건. 앞서 지난 2002년 최흥철(25)이 첫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달 인스브루크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는 휴학자 출전금지 규정에 걸려 출전하지 못했던 최용직은 1차에서 109.5m를 나는 데 그쳐 메달을 확신할 수 없었지만 2차 시기에서 무려 123.5m를 날아 종합점수 260.8점을 기록한 칼레 케이투리(핀란드)를 7.1점차로 따돌렸다. 동반 출전한 김현기(22)와 강칠구(21·이상 한국체대)도 70명 가운데 상위권인 8위,16위에 오르는 등 선전을 펼쳤다. 한편 13일 슬로바키아 스피슈스카노바베스에서 막을 내린 04∼05쇼트트랙월드컵 6차대회에서는 진선유(17·광문고)가 여자 2관왕 및 개인종합 정상에 등극하며 전날 500m에서 남녀 모두 메달사냥에 실패한 한국대표팀의 체면을 살렸다. 진선유는 여자 1000m 결선에서 1분30초71로 동료 여수연(20·중앙대·1분30초81)과 ‘베테랑’ 양양A(중국·1분30초87)를 제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지난 11일 1500m에 이어 2관왕에 올랐고,5차월드컵에 이어 또 한번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해 ‘차세대 간판’임을 입증했다. 남자 간판 안현수(한국체대)도 3000m에서 5분15초45로 ‘숙적’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5분15초46)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오노도 1000m와 1500m,5000m릴레이에서 금메달을 따내 개인종합 우승을 거머쥐는 등 건재함을 뽐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육여사 경호원 오발로 사망” 주장

    육영수 여사는 저격범 문세광이 아닌 경호원의 오발탄에 맞아 숨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팀 배명진(정보통신공학부) 교수팀은 11일 “1974년 8·15 경축식장에서 문세광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해 4발을 쏘았고 나머지 3발은 경호원들이 발사한 것”이라면서 “경호원들이 쏜 총은 네번째, 여섯번째, 일곱번째였는데 네번째로 쏜 총탄에 육 여사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이 총소리는 뛰어나오면서 총을 쏘고 있는 문세광을 저지하기 위해 후방 좌측 5∼10m 거리에 배치된 경호원의 총에서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세광이 쏜 세번째나 여섯번째 총탄은 객석과 연단과의 거리, 소리의 속도 등을 종합해 계산한 결과 육 여사를 명중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배 교수팀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팀의 요청에 따라 총소리를 분석했으며, 당시 녹화된 비디오와 총성이 녹음된 테이프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지난 1월 SBS와 MBC가 제기한 박 전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 정보 공개 청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수민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관련자 진술조서 등 사생활 유출의 우려가 있는 자료는 제외하고 객관적 사실에 관한 자료는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공개하기로 한 자료는 ▲대통령 저격사건 발생 관련 저격범 검거 보고 ▲문세광씨 입국신고서와 숙박기록 등 문씨 행적과 관련한 자료 ▲압수조서 현장검증 조서 ▲총탄 감정 결과 ▲혈흔 감정 회보 ▲저격현장 녹음분석 결과 보고 ▲문씨를 만경봉호에 승선시킨 안내원의 몽타주 ▲만경봉호에서 문씨에게 대통령 암살 지령을 내린 북한 지도원 몽타주 사진 등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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