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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개봉 ‘터미널’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의 환승 라운지.이 한정된 장소는 할리우드 최고의 이야기꾼 스티븐 스필버그의 입맛에 딱 맞는 공간이다.미국 사회의 축소판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미국땅이 아닌 곳.그 곳에서 삶을 꾸려갈 수밖에 없는 한 이방인의 이야기는 아메리칸 드림부터 휴머니즘까지 요리해 넣을 수 있는 요소가 무궁무진하다. 영화 ‘터미널’(The Terminal·27일 개봉)은 예상대로 많은 이야기를 담았고 꽤나 성공적으로 그것들을 풀어냈다.동유럽의 작은 나라 크라코지아에서 온 평범한 남자 빅토르 나보스키(톰 행크스).뉴욕에 가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온 그에게 입국 심사대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돼 있었다.그가 날아오는 동안 크라코지아에 쿠데타가 일어나 여권의 효력이 상실됐기 때문.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그에게 공항 관리국 책임자인 프랭크(스탠리 투치)는 환승 라운지에만 머물라는 지시를 내린다. 많은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걱정이라면 접어두자.“이 곳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쇼핑”이라는 한 공항 직원의 대사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말뿐이 아니다.공항은 자본주의의 상징인 무수한 쇼핑숍이 자리잡고 있다.이를 거점 삼아 돈을 벌고 쓸 수 있고,상점·식당 등에서 일하는 여러 인종의 직원들로부터 다양한 인간 관계의 망을 짤 수도 있다. 스필버그는 어느 한가지도 놓치지 않고,공항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얼기설기 엮는다.어떻게 살아나갈까 싶던 나보스키는 카트를 제자리에 놓고 나오는 동전을 모으면서 생존의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한다.한 공항직원의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기내식도 얻어먹고,공사장에 취직해 많은 돈도 벌게 되고,승무원 아멜리아(캐서린 제타 존스)와 수줍은 사랑도 키운다.여기에 공항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쫓아내려는 프랭크의 공작과,나보스키를 도우려는 동료의 갈등까지 곁들여지면서 긴장과 감동까지 낳는다. 나보스키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높은 임금까지 챙길 수 있는 바탕은 성실과 인간애다.사실 그가 9개월간 공항에 정착하는 과정은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 과정이기도 하다.하지만 ‘미국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영화’라는 삐딱한 시선에 앞서 따뜻한 미소를 짓게 되는 건,영화에서 그려지는 나보스키의 인간애가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톰 행크스는 이를 표현하는데 더없이 좋은 배우다.어리숙하지만 모두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나보스키 역의 톰 행크스는,영화 속 인물이나 영화 밖 관객 모두 자기 편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흥미진진하게 연출하면서 재미를 주고,인종차별의 문제까지 사랑이라는 관점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안으면서 감동까지 낳는 스필버그의 솜씨는 나보스키라는 인물을 더 생기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스필버그 영화라면 빠지지 않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요소가 등장하는 건 가족주의에 경도된 스필버그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 듯싶다. 영화는 1988년 입국서류를 분실해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에서 11년간 기다린 실제인물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의 사연에서 모티프를 얻었다.영화 속 JFK 공항은 캘리포니아 팜데일의 1700평의 부지 위에 만든 세트.영화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국제플러스] 세계최대 美항공모함 日입항

    |도쿄 이춘규특파원|세계 최대의 원자력 항공모함인 미 해군의 존 C 스테니스호(10만 2000t,승무원 약 4500명)가 21일 오전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항에 입항했다.스테니스호의 일본 입항은 이번이 처음이며 원자력항공모함의 일본 기항은 지난 2002년 8월 에이브러햄 링컨호 이래 2년만이고,통산 6번째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미 해군은 6∼8월 항공모함 7척을 중심으로 공격부대가 세계 5개 해역에서 동시에 훈련하는 ‘서머 펄스 2004’를 실시중이며,스테니스는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돼 있는 항모 키티호크 및 오키나와주둔 미 해병대와 공군이 참여하는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서울지하철이 오는 15일로 개통 30주년을 맞는다. 서울지하철은 1974년 8월15일 청량리∼서울역 구간에서 도심 대중교통수단으로 첫 선을 보인 뒤 30년만에 서울시내 하루 유동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1000여만명을 실어 나르며 ‘시민의 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하지만 지하철은 때때로 경제난과 신병을 못이긴 서민들이 선로에 몸을 던지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수천억원에 이르는 빚더미를 안고 달리는 ‘애물단지’이기도 하다.‘서울인서울’은 지하철 개통 30주년을 맞아 콩나물시루 출근길과 심야 승객들의 퇴근길 풍경은 물론 볼거리 많은 역사와 지하철 사람들 등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서울지하철 24시간을 집중취재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30년만에 총연장 36배…세계 4위로 민족의 잔칫날인 1974년 제29회 광복절 때 온 국민들을 텔레비전 앞에 끌어모았을 정도로 관심을 끌며 첫 궤도를 밟았던 지하철은 그 뒤 30년 동안 서울은 물론 수도권 도심의 대동맥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서울시내를 오간 교통인구는 2968만명이다.이 가운데 지하철 이용자는 모두 1025만명이다.수송 분담률이 34.6%로 단연 1위다.반면 승용차는 26.9%,버스는 26%,택시는 7%에 머물고 있다.나머지는 오토바이,화물차,특수차 이용자로 5.1%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 서울 지하철은 8개 노선에 263개 역사와 전동차 3508량,노선거리 286.9㎞,연간 수송인원 22억명을 자랑한다.운행거리로 따지면 영국 런던,미국 뉴욕,일본 도쿄에 이어 세계 4위다.수송인원으로는 브라질 상파울루,도쿄 다음으로 많다.고작 7.8㎞ 구간으로 첫 발을 뗀 지 반세기도 안돼 초고속성장을 거듭했다.74년에 견줘 운행거리는 약 36배,역사 수는 29배로 늘어났다.하루 운행횟수도 296차례에서 4297차례로 15배 늘었으며 하루 수송인원은 23만명에서 50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땅 밑을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시 3000만 국민의 눈길을 끌며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등장했던 지하철도 초기 몇년간의 수송 분담률은 3%대에 불과했다.노선이 짧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시민들은 최도심 일부 구간만 움직이는 지하철이 신기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버스로 갈아타는 불편을 참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국가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현상이 극심해졌다.서울시는 ‘콩나물시루’를 떠올리게 하는 시내버스 등 만성적인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호선 개통 10년만인 84년 5월 강남과 강북을 원형으로 잇는 2호선 54.2㎞가 마무리됐다.이듬해인 85년 10월엔 서울을 X자로 관통하는 3·4호선 54.5㎞가 건설됐다.90년대 들어서도 3호선 지축역을 비롯해 양재∼수서간 연장구간,4호선 상계∼당고개와 사당∼남태령간 연장구간, 2호선 신정지선이 잇따라 개통됐다.이에 따라 20주년 때인 94년에는 총연장 131.5㎞에 114개의 역을 보유하는 위용을 뽐냈다. 96년 12월에는 방화∼상일·마천 52㎞를 잇는 5호선이,99년 7월엔 암사∼모란 구간의 8호선 17.6㎞에 지하철 길이 열렸다.이어 2000년 8월 장암∼온수구간의 7호선 42㎞,이듬해 3월에는 6호선 응암∼봉화산 31㎞가 개통됐다.마침내 2002년 4월엔 9호선 김포공항∼반포 25.5㎞가 착공됐다.바야흐로 3기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화려함 뒤에는 씁쓸한 기억도 많이 담겨 전동차도 처음에는 선풍기가 달린 전동차로 출발했으나 지속적인 투자로 냉방장치가 탑재된 최첨단 제어방식 ‘VVVF’ 전동차를 도입했다. 운임제도는 개통 초기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승차거리 만큼 부담하는 거리비례제였으나 3·4호선 개통 이후 지하철 규모가 커지면서 구역제로 개편됐다.역무자동화시스템(AFC)을 도입,승차권 발권에서 개·집표 처리까지 모든 과정을 전산화해 지하철 운영 시스템을 몇 단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이후 경제난 등으로 재원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하철마저 ‘동맥경화’ 현상을 빚고 있다.게다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부채 더미에 올라앉으면서 원래 목표인 분담률 50%에는 크게 밑돌고 있다. 질적·양적 성장 뒤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82년 현저동 지하철건설 공사장 붕괴사고,84년 영등포구청역과 89년 교대역 침수피해,89년 지하철노조의 3·16파업 등이다. 더군다나 공공성을 띠었다는 점 등의 부담 때문에 요금을 올려받기 힘들어진 데다 노선연장 등 추가건설에 따른 투자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스크린세이버 등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수천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야 하는 등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전력 사용량 ‘구리+의정부시’와 비슷 서울지하철공사와 철도청은 지하철 30년을 이끈 ‘개국 공신’임에도 서울도시철도공사라는 ‘신진 세력’의 등장으로 전동차 등 시설 노후화에 대한 세간의 ‘쓴소리’에 더욱 익숙하다.지하철에 얽힌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고물철’ 지적에 ‘벙어리 냉가슴’ 도시철도공사의 5∼8호선에서 운행 중인 전동차 1564량 가운데 10년 이상 지난 것은 한 량도 없다. 그러나 1∼4호선에는 10년 이상 된 전동차가 지하철공사의 경우 1944량 중 75.4%인 1466량,철도청은 1213량 중 45.6%인 553량이다.특히 20년이 넘은 전동차가 14.8%(469량)로 이들 대부분은 1·2호선에서 운행되고 있다. 까닭에 전동차에 설치된 모니터로 영화도 볼 수 있는 3∼8호선과 달리 편의시설이 부족한데다 이용객이 많아 ‘콩나물 시루’같은 1·2호선의 승객들은 불만이 아닐 수 없다.철도청 관계자는 “도시철도법은 전동차 교체를 위한 내구연한을 25년으로 못박아 임의로 교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다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비와 시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지하철공사 관계자도 “2002년까지 신형 전동차의 70∼80% 수준이던 구형 전동차의 냉방기 용량을 높여 1·4호선에서는 5·6번째 전동차를 ‘약냉방 차량’으로 지정,운행할 정도”라면서 “또 2006년까지는 모든 차량의 실내인테리어도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하철은 전기먹는 하마? 전적으로 전기에 의존해 전동차가 움직일 뿐만 아니라,대부분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역사에 불도 밝혀야 하는 만큼 전력사용량도 엄청나다. 지하철공사는 한달 평균 7100만의 전력을 사용한다.이는 서울시 전체 전력사용량의 2.7%에 해당하며,구리시나 김포시의 전략사용량과 맞먹는다.도시철도공사의 전력사용량은 한달 평균 5500만로 의정부시의 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연간 전기요금으로 지하철공사는 670억원,도시철도공사는 484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지하철공사는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큰 노후 전동차가 많아 전체 사용량의 71%를 전동차 운행에 쓰고 있는 반면,최신식 역사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도시철도공사는 55%만을 전동차 운행에 들이고 있다. 또 지하철역은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땅 밑 가장 깊은 곳이다.이 중 경기 성남시에 있는 8호선 남한산성역이 지상에서 지하철 승강장까지의 직선거리가 건물 15층 높이에 해당하는 56m로 가장 깊다.서울시내에서는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이 46m로 가장 깊고,노선별로는 ▲1호선 종로3가역 13m ▲2호선 이화여대입구역 30m ▲3호선 충무로역 28m ▲4호선 회현역 23m 등이 깊다. ●전력공급·통행방식도 차이 양 공사가 운영하는 구간에서는 1500V의 직류(DC) 전기가 흐르는 반면,철도청 운영 구간은 2만 5000V의 교류(AC)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까닭에 1호선 서울역∼남영역과 청량리역∼회기역,4호선 남태령역∼선바위역 등 3곳은 전력 공급방식 전환을 위해 전기가 흐리지 않는 ‘절연구간’이 존재한다.철도청 관계자는 “전기의 특성상 지상에서는 교류가,지하에서는 직류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면서 “순환운행하는 2호선을 제외하면 1호선 전동차는 좌측 통행을,3∼8호선 전동차는 우측 통행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승강장 길이는 1호선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에 이르는 9개역이 210m,나머지 1∼4호선의 역은 205m,5∼8호선은 165m 등이다.전동차 길이가 20m이기 때문에 1∼4호선은 10량,5∼8호선은 8량이 한 편성을 이루고 있다. 또 지하철에서 나는 ‘덜커덩’ 소리는 전동차 바퀴가 선로의 연결 부위를 지나면서 발생한다.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선로는 20m가 기본단위지만,용접을 통해 선로의 길이를 늘린다.”면서 “하지만 계절에 따른 선로 팽창률과 선로의 직선화 정도 등을 감안,지역에 따라 선로 길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선로 한개의 길이가 가장 긴 구간은 구파발역∼연신내역 사이로 1360m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지하철역엔 뭔가 숨었다 푹푹 찌는 날씨를 보인 7일 오후 4시 4·7호선 이수역 지하 1층에서는 경복고 록밴드 ‘사육신’의 공연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목을 붙잡아 놓고 있었다. 이어 6시엔 ‘메트로 실버악단’이 트럼펫·기타·아코디언·하모니카 연주로 눈을 휘둥그레하게 했다.피아노까지 동원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6호선 녹사평역 지하에서는 공짜로 사랑하는 이와 백년가약을 맺을 수 있다.역사 유리지붕으로부터 29m 아래까지 햇살이 들어오고 벽면은 갖가지 작품과 유리로 장식돼 황홀한 느낌마저 풍긴다.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는 시민들이 쏟아져 지하 4층에 폐백실,지하 2층에 신랑·신부 대기실을 만들었다.청소·전기료도 받지 않는다.신랑·신부는 설레는 가슴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4층 전시장에 내려와 나란히 입장한다.피로연장도 갖췄다. 1·2호선 신도림역 열린 쉼터에서는 무료 법률상담이 달라진 ‘지하 세계’를 실감케 한다.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낮 12시 3명의 변호사들이 상담을 해준다.매주 화요일 같은 시간엔 세무,둘째 화요일 오후 2∼4시엔 의료,매일 오전 8시∼오후 6시엔 생활·결혼문제,매주 화요일 오후 2∼4시엔 청소년 상담이 펼쳐진다. 매일 역사 어딘가에서는 남다른 ‘끼’를 지닌 이들의 공연과 시범이 쏟아진다.예컨대 10일 오후 4시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는 배명고 랩 동아리 ‘FMT’가 무대에 오른다.11일 오후 6시30분 공덕역에선 송학봉·남화선·이차석씨의 트럼펫·피아노·클라리넷 연주회가 손님을 맞는다. 4호선 충무로역엔 다섯가지 재미가 있는 곳이란 뜻인 ‘오! 재미동’이 있다.1동엔 영화·디자인 등 예술서적 400여권과 국내외 잡지 37종을 갖췄다.2동에서는 희귀 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물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3동에서는 참가자 마음대로 영화도 만들어 보며 강의도 들을 수 있다.4동은 60석 규모의 무료 소극장,5동은 센터 바깥에 2개의 대형 스크린과 5대의 PDP로 영상물을 감상하도록 꾸민 휴식공간이다.월요일은 쉰다. 전동차 역시 메마른 지하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오는 31일까지 7호선 ‘달리는 문화예술관’에는 차량마다 여성작가들의 미술작품이 꾸며진다.7호선 온수∼도봉산 구간엔 ‘하늘이 내린 살아숨쉬는 땅-강원도’라는 주제의 환경열차를 오는 10월14일까지 하루 왕복 3차례 운행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지하철에선 무슨일들이… 한 비구니 스님이 울긋불긋한 초롱 모금함을 들고 전동차에 뛰어든다.이어 “제 얼굴 한번만 봐주세요.자비사 ‘지우’입니다.여덟살짜리 아이가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하소연이 들려온다.(2004.6.8.오후 1시30분 3호선 수서행) 대중교통의 견인차인 지하철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평일의 경우 오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쯤까지,길게는 하루 19시간 손님을 실어나르는 전동차는 연인들의 사랑,떠나보내는 아픔,일터에서 언제 나왔는지 뒤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의 고달픔을 함께 실어나르고 있다. 주5일제 확산으로 사실상 주말인 6일 오후 11시30분쯤 지하철 3호선 도곡행 3010호 전동차.러시아워를 한참 지난 탓인지 그다지 혼잡하지는 않은 가운데 초로의 나이로 보이는 남성이 경로석에 잠들어 누워 있었다.오른쪽 다리를 반으로 접어 좌석에 구겨넣고 왼쪽 다리는 길게 뻗은 채 때때로 고르지 않은 숨을 길게 내쉬면서…. 출근길인 같은 날 오전 8시15분쯤 2호선 순환 전동차에서는 몸빼 차림에 배낭을 멘 한 여성이 선반 위에 놓인 신문들을 거둬들이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엄청나게 뿌려대는 무가지(無價紙)로 전동차가 어지럽혀지는 것도 최근 나타난 풍경이다.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경험이 있겠지만 바쁘게 내리다 보니 애지중지 여겨온 물건을 깜빡 하고 잃어버리는 일도 적잖다.서울지하철공사(1∼4호선)가 운영하는 구간에서 습득신고가 들어오는 분실물은 액수로 따지면 연 2억 3000여만원이나 된다.서울시내 지하철 유실물 반입은 지난 6월 168건,7월엔 무려 200여건에 이른다.이에 따라 서울·경기지역에 유실물센터를 일곱군데 개설해놓고 있다.승객들이 분실한 물건을 합치면 자그마치 10억원은 족히 된다는 얘기다. 지하철 승객들에게 언짢게 들릴 수도 있는 뒷얘기도 있다.직원들 사이에서는 ‘사고 3번은 나야 멈춘다.’는 표현이 통설처럼 전해지고 있다.자살사고 등이 발생하면 ‘안전 기원제’를 열곤 한다.특히 승강장이 밝으면 사고가 줄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무관하게 늘 밝게 유지한다. 대신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운행중단 사고가 나면 사고 지속시간이 30분 이하인 경우 대체 교통비로 5000원,그 이상이면 1만원을 승객들에게 지불한다.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있으면 환불만 해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1세대 기관사 정철영씨 “이름 정철영보다 비슷한 발음의 ‘전철역’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지난 1974년 지하철 개통 당시 30명의 ‘1세대’ 기관사 가운데 가장 신참이었지만,30년의 세월 앞에 현직에 남아 있는 유일한 기관사이자 지하철 역사의 산증인이 된 정철영(57) 신정승무사업소장의 지하철 사랑은 남다르다.“약관의 나이에 철도국(현 철도청) 직원의 집에서 가정교사를 했던 인연이 철도 기관사를 거쳐 지하철에 몸담은 지금까지 지속될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지하철이 생긴다는 소식에 주저없이 지원한 선택과 이후 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생활에 후회는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지하철 개통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개통행사를 치렀지만,당시 육영수 여사가 서거하는 불상사가 발생해 행사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개통 이후 아침부터 밀려든 시민들은 신기한 듯 지하철을 타면 내릴 생각은 않고 왔다갔다 했고,말끔히 단장된 역사에서는 구경나온 시민들이 둘러앉아 도시락을 까먹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기관사로 줄곧 근무하던 정 소장은 80년부터 열차운행을 통제하는 사령실로 근무지를 옮겼으며,84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개통을 앞두고 있던 3·4호선의 열차운행 자동화업무시스템 제작에 참여했다.이어 94년에는 다시 영국에 가서 2호선의 기존 설비를 개선하는 데 공헌했다.즉 전동차 하나하나,설비 여기저기에 정 소장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게다가 지난 99년부터는 기관사 등 승무원을 관리·양성하는 종로·성수·신정승무사무소 등에서 줄곧 근무하며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사소한 지하철 사고 소식에도 시민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이 앞서곤 한다.”면서 “지하철 30년의 역사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터”라고 말했다. 기차나 지하철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눈을 뗄 수 없다는 정 소장도 내년이면 정년이다.정 소장은 “부부도 30년을 같이하면 최고로 느껴지는데,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소회가 달리 느껴지겠습니까.”라며 말을 맺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DJ역장’ 김만오씨 “작은 노력 하나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DJ 역장’으로 더욱 유명한 김만오(56) 경복궁영업사무소장의 말이다.김 소장이 이같은 별명을 얻게 된 것은 1995년 ‘환승 지옥’으로 일컬어지던 신도림역무소장을 맡으면서부터다.“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뛰지 맙시다.’ 등의 딱딱한(?) 멘트로 시작한 역내 방송이 계기가 됐다.”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삭막한 공간이지만 시민들에게 한발짝 다가선다는 취지에서 차츰 멘트에 위트를 섞고,노래를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97년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신촌역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랩댄스와 힙합 등 젊은이 취향의 노래를 선곡,신촌 대학가의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했다.“방송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시민들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면서 “98년 연·고전 당시에는 초청받아 축제 무대에 서기도 했다.”고 귀띔했다.이어 현재의 자리에 부임한 2001년부터는 김 소장의 책임 하에 있는 9개역(3호선 지축역∼경복궁역 구간)으로 방송 활동영역을 넓혔다.특히 지난해 6월부터는 당시 강경호 지하철공사 사장의 특별지시로 지하철 1∼4호선 114개 모든 역사에서 김 소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시스템상의 문제로 모든 역에 생방송을 할 수 없어 직접 녹음·편집한 90분짜리 테이프를 각 역에 나눠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자비를 들여 편집·녹음장비들을 구입,한때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하지만 큰아들 정균(23)씨와 막내딸 덕교(20)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여전히 어눌하다는 생각이 앞선다.”면서도 “저의 존재 이유는 시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퇴직하는 그날까지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어느 역사에서는 DJ 역장의 “탈법을 일삼는 사람,오늘도 큰소리 뻥뻥 칠거야?’라는 목소리 뒤에 흘러나오는 가수 송대관의 ‘큰소리 뻥뻥’에 환한 웃음을 짓는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여성기관사 김현정씨 “앞으로 30년 동안 더욱 편하고 안전한 시민의 발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하철 전동차를 운행한 지 1년 남짓 지난 ‘새내기’ 여성 기관사 김현정(30·서울도시철도공사 신풍승무사무소)씨는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지하철 개통 30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서울지하철공사의 경우 960여명의 기관사 가운데 여성은 한명도 없다.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850여명의 기관사 중 여성이 1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특히 김 기관사는 지난 2002년 말 기관사 채용시험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28명의 신참 기관사 가운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3개월의 이론과정과 6개월의 실습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지하철 7호선 운행 기관사로 정식 배치됐다.”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놀랍다는 모습으로 악수를 청하면 비로소 기관사가 됐음을 실감한다.”고 미소지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 기관사가 전공과 전혀 무관한 기관사에 도전하게 된 데는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됐다.“대학 재학 시절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제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성 기관사를 본 뒤 그 존재를 알게 됐고,이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힘들 거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자동화시스템이 갖춰져 간단한 기계 조작만으로 수백t의 전동차를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성들도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적극 추천한다.“남녀 차별이 없을 뿐만 아니라,근무 여건이나 처우 등도 일반 사기업에 비해 좋은 편”이라면서 “다만 기관사는 전기·전자·기계분야에서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이 있거나,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지원할 수 있어 사전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기관사는 “다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사상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늘 신경써야 한다.”면서 “전동차 문을 여닫을 때 CCTV 등으로 확인하지만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어 문에 끼이는 등 사고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보다 여유를 갖고 승하차하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국제플러스] 젠킨스 ‘푸에블로호’ 사건에 협력

    |도쿄 이춘규특파원|미군은 일본인 납치피해자 소가 히토미의 남편인 찰스 젠킨스가 탈영 등 4가지 범죄 외에 1968년에 발생한 미 해군첩보함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에도 통역활동 등 직·간접 협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30일 미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푸에블로호 사건은 1968년 1월 23일 미 해군 보안군 소속 첩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영해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북한 해군 초계정과 미그기에 의해 나포된 사건으로 당시 승무원 1명이 죽고 82명이 원산항에 억류됐다 그해 12월23일 석방된 사건이다.
  • 착륙방송에 화장고치며 “사진 잘 나와야…”

    동남아 제3국에 머무르던 탈북자 2진 241명이 대한항공 특별기 편으로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전날 227명이 성남 서울공항으로 들어온 데 이어 468명 모두가 무사히 한국땅을 밟은 것이다. 이들은 비행기안에서 “남한은 어디가 살기 좋으냐.”고 은근히 장차 살아갈 곳을 수소문해 보는가하면,곧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오자 “사진을 찍으면 잘 나와야 하는데….”라며 화장을 고치는 등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김일성’할 때 ‘성’이라니까요 “어렵게 탈출하셨으니 남한에서 잘 정착했으면 좋겠습니다.”탈북자 2진을 태운 대한항공 KE9682편 특별기가 제3국을 이륙하자 안상범(52) 기장은 이렇게 기내방송을 했다.비행기는 현지시간 오전 2시30분에 떠나 4시간55분 동안 비행하여 오전 9시29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정형철(44) 사무장은 “탈출한 지 오래된 분들이라 자본주의에 낯설어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면서 “선글라스를 낀 남자와 색동저고리에 머리에 리본을 단 여자 아이,옅은 화장을 한 여성 등 생각보다 얼굴표정이 좋고 차림새도 깔끔했다.”고 말했다. 승무원 안혜란(25)씨는 “식사 후에 커피를 서비스했는데 사탕가루(설탕)와 우유가루(크림)를 달라고 하더라.”면서 “탈북자들은 기내식을 ‘해산물’이라고 설명하자 잘 알아듣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안씨가 한 탈북자에게 입국신고서와 검역신고서 작성을 도와주면서 이름의 ‘성’을 ‘승’으로 잘못 알아듣자 “그게 아니라 김일성할때 성이요.”라고 크게 말해 주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다. ●취재경쟁 신기한듯 얼굴 내밀어 탈북자들은 전세버스 6대에 모두 나눠탄 뒤 관계 당국의 승용차 10여대의 인솔에 받으면서 공항을 빠져 나왔다.버스가 신공항고속도로로 가는 동안 언론사 차량 20여대가 뒤따르면서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탈북자들은 이 모습이 신기한 듯 버스 중간통로로 머리를 내밀고 쳐다보기도 했다.이들은 오전 11시57분쯤 전날 먼저 입국한 탈북자들이 있는 경기도의 공공기관 연수원에 도착했다.경찰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외부인의 접촉을 철저히 통제했다.탈북자들과 면담을 하겠다고 들어간 안산 출신 박순자 국회의원(한나라당)도 관계당국이 허락하지 않자 연수원장만 만난 뒤 곧바로 나왔다. 인천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특별기 승무원이 전하는 탈북자 모습

    탈북자를 태우고 27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아시아나항공 특별전세기의 조종사 송치호(38) 부기장은 “조종사와 승무원들도 스케줄을 몰랐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는데 잘 끝나서 다행”이라며 “처음에는 긴장했던 탈북자들도 나중에는 밝은 모습이 돼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승무원 박종필(36) 사무장은 “탈북자들이 난관을 거쳐 한국으로 왔는데 다들 한국 생활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다음은 송 부기장과 박 사무장이 전하는 탈북자 모습과 운항 분위기. ●긴장된 탈북자들 잠 못이뤄 이륙 전 누군가 조종석 입구 화장실을 망가뜨려서 승객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그때 통로에서 (탈북자를)만났다.머리 염색을 한 어린이들도 있었다.모두들 흥분돼서 잠도 안 자는 것 같았다. 이륙 1시간쯤 뒤 승객 1명이 위경련을 일으켜 누워 있어야 했다.환자 유무 체크를 지시하고 기내를 돌아봤다.탈북자 5∼6명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주고 보여줬더니 굉장히 좋아했다.친밀감을 표시하니까 그들도 흐뭇해하면서 친밀감을 표시했다.(송 부기장) 처음에는 대부분 무표정하고 경직된 모습이었다.비행기도 처음 타는 것처럼 보였다.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멀미나 두통,복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몇명 있어 이들이 화장실을 끊임없이 이용했다.여성이 많았다.20대의 젊은 여성들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50대후반∼60대초반의 여성들도 있었고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연령 분포는 다양했다.항공기 운항 상황을 보여주는 스크린을 신기한 듯 봤다.탈북자들의 긴장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박 사무장) ●서울공항에 도착하자 안도하는 모습 보통 기내방송을 할 때보다 용어를 부드럽게 하고 가급적 우리말을 썼다.현재 운항고도가 얼마라고 하는 얘기를 “비행기가 땅으로부터 1만 1000m 높이로 날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비행기를 처음 탄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최대한 편안하게 얘기해 줬다. 제주도 인근에 와서 한국 땅이 처음 보였을 때 “이제 한국 땅입니다.”라고 설명했다.화산섬이고,백두산 다음으로 높은 한라산이 있다고 방송했다.그런 말을 할 때 나도 감격스러웠는데 그 사람들은 얼마나 감격스러웠겠나.(송 부기장) 밤 비행이라 식사는 가볍게 딤섬 종류와 밥을 곁들인 쇠고기 요리를 제공했다.한국 노래를 들려주고 간단한 영상물도 틀었다.탈북자들이 음료 주문을 할 때 “커피,홍차,주스 중에 무엇을 드릴까요.”라고 물으니 “과일물을 주세요.”라고 대답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아무거나 달라.’는 분도 많았다. 탈북자들은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자 긴장감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밖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했다.긴장 속에 장시간 여행하다가 막상 도착해서인지 상기된 표정이었다.(박 사무장) ●극비에 부친 운항 지난 토요일 회사로 출근했다가 관리팀장으로부터 운항 일정을 전해들었다.정보를 미리 들었지만 기밀을 유지해야 했다.승무원들도 자기 스케줄을 모르고 탔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유지 속에 진행됐다.해외운항을 하면 보통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하루 전 현지로 가서 쉬었다가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승무원들의 경우 출발 당일 사실을 알고 바로 투입돼 더 피곤할 것이다. 나와 불가리아 출신 기장은 일요일 오후 출국했다.이번 운항과 관련해 특히 기장은 제3국 출신이어서 ‘정치적인 문제에 꼬일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만일의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왕복 비행시간 11시간과 성남공항과 인천공항을 오간 시간을 감안하면 17∼20시간 정도 일하는 강행군이었다.(송 부기장) 운항 당일 오전 알았다.나머지 승무원들은 당일 직전 ‘특별기가 뜬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오후 미팅에서 함께 갈 승무원들에게 ‘북한 손님들이니 각별히 편안하게 모시라.’고 얘기해 줬다.(박사무장)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특별기 승무원이 전하는 탈북자 모습

    특별기 승무원이 전하는 탈북자 모습

    탈북자를 태우고 27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아시아나항공 특별전세기의 조종사 송치호(38) 부기장은 “조종사와 승무원들도 스케줄을 몰랐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는데 잘 끝나서 다행”이라며 “처음에는 긴장했던 탈북자들도 나중에는 밝은 모습이 돼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승무원 박종필(36) 사무장은 “탈북자들이 난관을 거쳐 한국으로 왔는데 다들 한국 생활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다음은 송 부기장과 박 사무장이 전하는 탈북자 모습과 운항 분위기. ●긴장된 탈북자들 잠 못이뤄 이륙 전 누군가 조종석 입구 화장실을 망가뜨려서 승객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그때 통로에서 (탈북자를)만났다.머리 염색을 한 어린이들도 있었다.모두들 흥분돼서 잠도 안 자는 것 같았다. 이륙 1시간쯤 뒤 승객 1명이 위경련을 일으켜 누워 있어야 했다.환자 유무 체크를 지시하고 기내를 돌아봤다.탈북자 5∼6명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주고 보여줬더니 굉장히 좋아했다.친밀감을 표시하니까 그들도 흐뭇해하면서 친밀감을 표시했다.(송 부기장) 처음에는 대부분 무표정하고 경직된 모습이었다.비행기도 처음 타는 것처럼 보였다.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멀미나 두통,복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몇명 있어 이들이 화장실을 끊임없이 이용했다.여성이 많았다.20대의 젊은 여성들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50대후반∼60대초반의 여성들도 있었고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연령 분포는 다양했다.항공기 운항 상황을 보여주는 스크린을 신기한 듯 봤다.탈북자들의 긴장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박 사무장) ●서울공항에 도착하자 안도하는 모습 보통 기내방송을 할 때보다 용어를 부드럽게 하고 가급적 우리말을 썼다.현재 운항고도가 얼마라고 하는 얘기를 “비행기가 땅으로부터 1만 1000m 높이로 날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비행기를 처음 탄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최대한 편안하게 얘기해 줬다. 제주도 인근에 와서 한국 땅이 처음 보였을 때 “이제 한국 땅입니다.”라고 설명했다.화산섬이고,백두산 다음으로 높은 한라산이 있다고 방송했다.그런 말을 할 때 나도 감격스러웠는데 그 사람들은 얼마나 감격스러웠겠나.(송 부기장) 밤 비행이라 식사는 가볍게 딤섬 종류와 밥을 곁들인 쇠고기 요리를 제공했다.한국 노래를 들려주고 간단한 영상물도 틀었다.탈북자들이 음료 주문을 할 때 “커피,홍차,주스 중에 무엇을 드릴까요.”라고 물으니 “과일물을 주세요.”라고 대답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아무거나 달라.’는 분도 많았다. 탈북자들은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자 긴장감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밖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했다.긴장 속에 장시간 여행하다가 막상 도착해서인지 상기된 표정이었다.(박 사무장) ●극비에 부친 운항 지난 토요일 회사로 출근했다가 관리팀장으로부터 운항 일정을 전해들었다.정보를 미리 들었지만 기밀을 유지해야 했다.승무원들도 자기 스케줄을 모르고 탔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유지 속에 진행됐다.해외운항을 하면 보통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하루 전 현지로 가서 쉬었다가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승무원들의 경우 출발 당일 사실을 알고 바로 투입돼 더 피곤할 것이다. 나와 불가리아 출신 기장은 일요일 오후 출국했다.이번 운항과 관련해 특히 기장은 제3국 출신이어서 ‘정치적인 문제에 꼬일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만일의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왕복 비행시간 11시간과 성남공항과 인천공항을 오간 시간을 감안하면 17∼20시간 정도 일하는 강행군이었다.(송 부기장) 운항 당일 오전 알았다.나머지 승무원들은 당일 직전 ‘특별기가 뜬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오후 미팅에서 함께 갈 승무원들에게 ‘북한 손님들이니 각별히 편안하게 모시라.’고 얘기해 줬다.(박사무장)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세계 일류에서 배운다-日 JR동일본] 고구레 가즈유키 이사

    |도쿄 이춘규특파원|“끊임없이 승객들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비행기나 자동차,사철(私鐵)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겠다.” JR동일본의 장기경영계획과 경영전반의 전략을 맡은 고구레 가즈유키 종합기획본부경영관리부장 겸 이사는 JR동일본의 장래를 낙관했다. 고구레 이사는 인터뷰를 통해 현재 회사는 안정적인 고수익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천덕꾸러기 신세였던 국철 시절에 비해 튼튼한 우량기업으로 변신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2001년부터 5년간 중기경영계획을 세워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맨션분양 사업 등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재무·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있다.이 목표는 올해중 조기달성된다고 소개했다.외부 아웃소싱도 확대하고 있다.안전운행에 필수적인 기관사·승무원 등은 정규직으로 서비스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설비 등은 아웃소싱으로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그는 “비행기나 버스 등 운수업체 전체에서 경영면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수익구조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경영안정성 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부채 부담문제는 솔직히 인정했다.매년 3000억엔대의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1600억∼1700억엔의 이자부담 때문에 순익이 크게 줄어드는 게 부담이라는 설명이다.따라서 철도부지 매각 등을 통한 자금확보로 부채규모를 끌어내릴 계획이다.초기보다 이자부담이 줄어 이미 상당한 부담을 덜었다. JR동일본이 관장하는 철도노선은 먼저 신칸센의 경우 도후쿠·조에쓰·나가노·아키다·야마가타 등 5개 노선이다.일반 전철은 JR야마노테센·주오센·소부센 등 핵심노선들을 운영하고 있다.1964년 10월1일,개통된 도카이도신칸센은 JR동해 관할이다. 고구레 이사는 신칸센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다.현재 타이완 이외에 신칸센기술이 수출된 곳은 없지만 앞으로는 확대되길 기대했다.현재 미국 보스턴,뉴욕,워싱턴 지역을 잇는 고속열차 참여가 검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칸센의 안정성도 자랑했다.신칸센 열차는 전용철로를 이용하고,도로와 교차하는 건널목이 없고 사람 출입이 안 되게 차단벽이 설치돼 있어 개통후 인명사고가 1명도 없다는 것이다. 일본 사회의 변화와 함께 일본 철도사업도 변하고 있단다.정부측이 월 10만엔까지 신칸센 통근자에게 세제혜택을 확대하며 신칸센 승객은 늘고 있다고 한다.도쿄에서 100㎞까지는 통근이 가능하다.하지만 JR전철은 이동인구 감소와 ‘도심회귀현상’ 등으로 인해 주수입원인 승객이 줄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유지 문제에 대한 고민도 토로했다.오사카 규슈 지역 등 다른 지역을 관할하는 철도 회사보다는 상황이 좋은 편이지만 비행기,자동차,사철 등과의 승객유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직통열차 등의 획기적인 서비스를 개발중이다. 영국의 경우처럼 민영화를 단행하면 사고가 빈발하는 등 민영화의 폐단이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은 단호히 일축했다.영국은 레일·노반·신호 등 안전부문을 관리하는 회사와 철도여객사업을 하는 회사가 달라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여객회사가 가격경쟁 때문에 요금을 내려 안전문제를 소홀히 해,사고가 빈발하면서 승객이 떠났고 경영에 위기를 맞았지만 일본은 두 사업을 한 회사가 관할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향후 수익원 개발과 관련,고구레 이사는 “열차를 타지 않더라도 역에 가서 쇼핑 등을 하고 싶도록 역사(驛舍)의 르네상스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JR동일본이 발행,900만명이 이용중인 스이카 카드를 2006년부터는 도쿄의 지하철과 사철은 물론 백화점과 슈퍼 등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수익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고속철도 KTX가 프랑스 기술을 채택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시했다.그러면서도 고구레 이사는 “회사발족 이후 작년에 최고의 경상이익을 냈다.”며 한국여행자들이 싸고 편리하다는 ‘JR패스’를 많이 이용해줄 것을 당부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taein@seoul.co.kr
  • [세계 일류에서 배운다-日 JR동일본] ‘세금먹는 하마’가 ‘민영화 교과서’로

    지난 1987년 국철(JNR)이 민영화되기 전 2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 일본 철도산업은 그야말로 ‘세금먹는 하마’였다.그러나 민영화 이후 JR동일본,JR서일본,JR동해 등은 화려하게 변신했다.특히 도쿄와 일본 동북지역에서 영업중인 JR동일본은 올 3월 결산에서 1043억엔(약1조 430억원)의 순익을 내는 세계적 우량기업으로 변신했다.이에 따라 민간기업의 경영기법을 도입한 도쿄대 등 일본 국립대학들이 민영화교사로 JR동일본 경영진 모시기 경쟁을 벌일 정도다. |도쿄 이춘규특파원|JR동일본은 지난 1987년 일본 국철 JNR(Japanese National Railways)가 만성적인 적자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행한 민영화 과정에서 탄생했다.특히 동일본은 도쿄생활권을 영업기반으로 해 일본 철도산업이 적자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이런 JR동일본은 민영화 원년부터 흑자경영기조를 구축,민영화 성공의 국제적 모범사례로 평가된다.특히 올 3월의 결산에서 연간 영업수익이 1조 8972억엔,영업이익 3075억엔,경상이익 1832억엔에 당기순이익이 1043억엔에 이르는 우량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대로 가면 망한다” 정신무장 단단히 일본 국철은 “더 이상 국민의 세금을 퍼부을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수년간 최고 13만명의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을 거쳐 민영화를 단행한다.이렇게 해서 JR동일본,동해,서일본,시코쿠,규슈,홋카이도 등 JR 6개 회사가 탄생했다.이 중에 JR동일본이 2002년 6월,서일본이 올 2월 완전 민영화됐고,나머지는 아직 중간단계다. 상처를 수반한 채 단행된 민영화는 시행 첫 해인 1987년부터 경상이익 770억엔을 기록하는 등 효과가 곧바로 나타났다.직원들이 “이대로 가면 망한다.”며 경쟁 정신으로 재무장,목표를 조기달성했다고 한다. 이후 변신노력은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인력활용 효율을 극대화했다.돈이 될 만한 철도부지는 팔아 부채를 줄였다.사업성이 있는 토지는 직접 건물을 지어 수익성을 높였다.아웃소싱 등 철저한 경쟁원리를 도입했다. 17년의 뼈를 깎는 노력은 효과가 컸다.현재 무디스나 S&P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은 JR동일본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있다.부채는 여전히 많지만 이익을 많이 내기 때문이다.운수업체 전반에서도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고,경영 안정성은 전 기업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라는 게 경제관련 전문지들의 평가다. 실제 순이익이 지난해 869억엔,올해 1043억엔,내년 결산기에는 1080억엔(약 1조 800억원)으로 예상되는 등 수익구조가 탄탄하다. ●군살빼기로 경쟁력 키웠다 JR동일본은 국철 시절의 무사안일,비효율을 배격해 변신을 이룰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종신고용 등 일본식 온정주의도 버렸다.군살도 뺐다. 인적 구조조정도 계속,2001년 7만 5000명선이던 직원수가 지난해는 7만 1000명선으로,올해는 6만 8000명선으로 줄었다.승무원,기관사 등 핵심 요원들은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지만 비용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역내운전 등은 아웃소싱을 했다. 부채도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민영화 초기 6조 4000억엔이던 부채를 3조 9000억엔 수준까지 줄였다.조만간 3조엔대 초반으로 끌어내려 이자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홍보부 마스야 가즈시는 “합리화,효율화만이 요구된다.”면서 “첨단기술을 집적,세계 제일의 철도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기차역을 쇼핑·오락등 대중소비 중심으로 JR동일본은 수익구조의 70% 정도는 수도권전철과 신칸센 수입이다.30% 가까이는 부대사업에서 얻는다.수도권전철과 신칸센의 수익 기여 비율은 5대 3정도인 상태다.마스야는 “철도부분 수익구조가 점차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업분야에서 수익을 증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된다는 사업은 뭐든지 한다.운수사업을 기초로 호텔,소매·음식업,물류, 여행업·렌터카,프로축구단,광고·출판,청소업 등 다양하다.광범위한 철도부지와 연관된 사업을 하기 위해 부동산관리,건설컨설턴트,주택분양,설비보수사업도 벌이고 있다.전국의 호텔만도 42개나 된다. 그 중에서도 역사를 이용한 쇼핑센터의 운영이 눈에 띈다.큰 역,작은 역을 가리지 않고 식당은 물론 책방,음반가게 등 개찰구안 역구내서도 사업을 한다. 기차역이 기차를 타러가는 곳만이 아니라 쇼핑과 오락 등 지역대중소비의 중심이 되도록 만들려는 복안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승객감소로 인한 철도산업 자체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예를 들어 하루 이용승객이 100만명이 넘는 도쿄 신주쿠역(사철 포함) 등의 승객을 그냥 보내지 않고 수익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역쇼핑센터에서 팩스송신·택배·공연 티켓구입·휴대전화 급속충전까지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여서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경영환경,장밋빛만은 아니다 JR동일본의 장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전체 영업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반전철 승객이 96년 이후 상당히 줄고 있다.1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경영안정성 위협요인은 많다.2006년 이후 총인구가 줄어들 전망이다.다행이라면 JR동일본 영업지역인 수도권 인구는 2016년까지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점이다.위험에 대처할 시간이 남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의 귀재로 꼽혀 국립대학이나 기업의 유명 강사인 오쓰카 무스다케 사장은 “시장경쟁의 격화와 인구감소 등 경영환경은 엄중하고,결코 낙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성장과 안정을 동시추구, 기업 체질을 강화해 극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일각에서는 “민간회사 JR동일본의 본격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taein@seoul.co.kr
  • [그섬에 가고싶다] 홍도·흑산도

    [그섬에 가고싶다] 홍도·흑산도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홍도와 흑산도는 애환을 담은 노래가사로 더 유명한 남도의 섬이다.기생 ‘홍도’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고 지금 ‘흑산도 아가씨’는 노래비로밖에 알 수 없지만 홍도와 흑산도의 진면목은 아직 처녀성을 간직한 자연의 정취다.요즘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다.깊은 밤 또는 새벽녘에 길을 나서야만 가능했던 이곳이 고속철(KTX) 개통으로 좀더 가까워졌다. ●기암괴석,소나무의 섬 홍도 홍도는 기암괴석과 소나무 분재의 섬이다.목포에서 115㎞나 떨어진 홍도는 육지에서 너무 멀어 조선시대에는 귀향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남북길이 6.7㎞,동서 2.4㎞ 전체가 65년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돼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고 있다.82년에는 흑산도 등과 함께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섬 전체에 산재한 120개의 동굴은 예부터 어부들이 쉬어가던 휴식처다. 홍도(紅島)는 바다가 붉게 보이고 그 바다가 반사돼 섬 전체가 붉게 물든다 하여 이름붙여졌다.이 섬엔 차가 없다.관광은 배로만 가능하다.자랑인 홍도 10경 외에 섬 전체가 예술품과 같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행운과 만복을 내리는 해탈의 문이라는 ‘남문바위’를 비롯해 돛대바위,서울의 독립문보다 먼저 세워졌다는 독립문바위,거북바위 등 유람선을 통해 만나는 기암괴석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천하대장군과 만리장성은 크게 눈을 뜨고 찾아봐야 한다. 홍도에서는 30여년간 유람선 가이드를 하고 있는 정방철(64)씨를 만날 수 있다.알듯말듯한 전라도 사투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그의 ‘홍도 해설’로 인해 배 안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홍도에서는 마음 외에 아무것도 소지할 수 없다.그중에서도 소나무는 더욱 소중하다.홍도 소나무는 생존기간에 비해 키가 매우 작다.영양분이 없는 것도 이유지만 태풍과 강풍에 맞서 생존하기 위한 조건이다.자연 분재는 바람이 만들어낸 예술품이다.홍도 소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진면목을 보려면 잔풀이 말라죽는 겨울에 가야 한다. ●흑산도는 유배의 땅 흑산도(黑山島)는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하여 이름붙여졌다.예로부터 해산물 양식이 활발하고 고깃배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기에 여기서 돈 자랑은 금물이다.흑산도 예리항은 동중국해와 서남단 인근 어장의 전진기지로,많을 때는 2000여척의 어선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역사적 의미도 간직한,유배의 섬으로 수많은 문화유적이 있다.다산 정약용선생의 둘째형이자 조선후기 문신인 정약전 선생이 유배 15년을 기록한 자산어보의 본거지다.의병장 최익현 선생이 독립국임을 강조한 ‘箕封剛山 洪武日月’ 친필이 흑산면 천촌리 손바닥 바위에 새겨져 있다.진리 지석묘군을 비롯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던 귀신을 부르는 나무 초령목(招靈木)이 고사해 아쉬움을 준다.상라봉은 흑산도와 홍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정상을 오르는 굽이굽이 길과 동백 군락지,흑산도아가씨 노래비와 봉수대,해넘이를 볼 수 있다.우리나라 섬 가운데 유일하게 대다수 주민이 천주교인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안개는 반드시 확인해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홍도·흑산도 여행은 가능하다.그러나 안개가 낀 날엔 가면 안된다.유람선이 뜨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에서도 아무 것도 볼 수 없다.세일여행사 이영주 사장은 “남도 섬 여행은 반드시 날씨를 챙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것도 맛보세요 남도여행의 즐거움은 역시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다.전국의 낙지 음식점 상호 중 가장 많은 게 ‘목포낙지’다.그만큼 낙지는 목포를 대표하는 음식이다.그 중에서도 세발낙지가 단연 입맛을 당긴다.여객터미널 주변을 거닐다 보면 좌판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시중에서 마리당 3000∼5000원하는 세발낙지가 단돈 1000원이다.말만 잘하면 어린 낙지를 서비스로 맛볼 수도 있다.더욱 별미는 ‘탕탕이’다.도마 위에 놓고 탕탕거리며 잘게 썬 낙지를 달걀 노른자와 섞어 내놓는데,숙취 해소는 물론 영양식으로도 충분하다.한 접시에 1만원. 흑산도에 홍어가 있다면 홍도에는 전복죽과 일명 거북손으로 불리는 ‘보찰’이 있다.1만 5000원인 전복죽은 내장을 모아 끓여주는데 육지에서 먹는 흰죽이 아니라 노란 유채기름을 뿌린 듯한 고소함이 묻어난다.선착장 주변 광성횟집(061-246-2600)을 비롯해 어느 식당에서나 싱싱한 전복과 전복죽을 맛볼 수 있다. 유람선(요금 1만 5000원) 관광 중 바닷가에서 따먹는 자연산 미역도 색다른 경험.유일하게 무료다. 홍도는 거친 파도로 해산물 양식이 안돼 생선회 값이 육지보다 더 비싸다.흑산도 홍어는 이름값이 대단하다.4명이 맛이라도 보겠다면 최소 12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그보다는 흑산도에서 양식이 활발한 전복과 우럭을 먹는 편이 값싸고 알차다. 홍도·흑산도는 당일 관광이 불가능한 코스로 숙소 예약이 필수다.특히 성수기인 7월 말부터 8월 중순에는 하루 2000여명이 방문,예약하지 않으면 숙소를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대략 2인 1실 기준으로 비수기에는 2만 5000원,성수기에는 5만∼8만원 선이다.40여개의 민박과 30개의 여관이 있다.서해모텔(061-246-3764),홍도여관(061-246-2500) 등을 비롯해 흑산농협이 운영하는 내고향쉼터(061-246-4932) 등이 있다.민박은 전남 신안군(061-240-1241)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섬 관광을 위해서는 선글라스와 얇은 긴팔 셔츠 또는 점퍼,오징어를 준비하면 좋다.목포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을 섬 주민들은 ‘멀미배’라고 부른다.멀미약을 먹더라도 파도가 심하면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는다.오징어는 배멀미를 줄여줄 뿐 아니라 심심풀이로도 제격이다.경치를 즐긴답시고 배의 앞부분이나 2층에 올라가면 안된다.승무원들도 이곳은 피하는 장소로,배멀미를 극대화시킨다. 흑산도를 거쳐 홍도로 들어가는 배는 목포여객선 터미널에서 하루 3편이 왕복운항한다.출발시간은 오전 7시50분,오후 1시20분,오후 2시이며 홍도 출발시간은 오전 10시20분,오후 4시이다.목포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한 쾌속선은 당일 빈 배로 흑산도에 왔다가 다음날 오전 9시30분 홍도를 출발,목포에 되돌아온다.자세한 배편은 목포여객선터미널(061-244-9915)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홍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DVD 폐인]더위잡는 DVD 20선

    성큼 다가온 무더위.당장이라도 바닷가로 떠나고 싶지만,시간적 여유도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다.양동이에 물을 채워 발을 담가 보지만 영 시원치 않은 느낌.어디 좋은 피서법은 없을까.자 이제부터 DVD 공포 영화속으로 한번 풍덩 빠져 보자.친숙한(?)귀신들과 괴물들이 브라운관으로 몰려나와 단번에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더위가 싹 달아날 것이다. 늑대인간(The Wolf Man,1941) 우리가 알고 있는 늑대인간의 외모가 처음으로 완성된 작품.사운드 스테이지에서 만들어내는 과장된 분위기와 정상인이 언제 괴물로 변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매력적인 서스펜스를 제공한다.감독 조지 와그너.70분. 피의 향연(Blood Feast,1963) 미국에서 고어 영화 장르를 개척한 기념비적인 작품.한 요리사가 이집트 여신을 광적으로 섬긴 나머지 죄없는 부녀자들을 음식으로 바친다는 이야기이다.감독 허셀 고든 루이스.67분. 악마의 씨(Rosemary’s Baby,1968) 뉴욕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부부가 임신과 출산을 통해 사탄과 결탁하고 희생당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아내와 아이를 담보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남편의 광기가 소름끼치는 공포감으로 다가온다.감독 로만 폴란스키.137분. 엑소시스트(The Exorcist,1973) 두 신부가 악령에 싸인 어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퇴마술을 펼치는 내용.십자가로 자위행위를 하고,거꾸로 물구나무를 선채 피를 흘리며 걷고,초록색 오물을 쏟아내는 소녀의 기괴한 행동에 몸서리가 쳐진다.감독 윌리엄 프리드킨.132분. 서스페리아(Susperia,1977) 탬이라는 학교를 배경으로 이 학교를 설립한 그리이스 이민자가 실제 마녀임이 밝혀지면서,그 비밀을 눈치챈 여학생들이 하나 둘씩 잔인하게 살해되는 섬뜩한 이야기.감독 다리오 아르젠토.98분.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I Spit on Your Grave) 노골적인 성폭행 묘사로 공포감을 넘어 불쾌감까지 던져주는 작품.도시에서 온 여인이 네명의 시골 청년에게 집단 강간 당한 뒤 처절한 복수극을 펼친다.감독 마이어 자키.100분. 할로윈(Holloween,1978) ‘슬래셔 무비’의 장르를 만들어낸 작품.제이미 리 커티스의 멋진 비명이 하나의 특징이 되어버린 이 작품은 정교한 플롯에 세련된 연출 감각으로 같은 포맷의 다른 호러 영화들과 격을 달리한다.감독 존 카펜터.92분. 시체들의 새벽(Dawn of Dead,1978) 시체들이 트럭에 치이는 잔혹한 장면 등 특수효과가 리얼한 공포감을 준다.공포영화의 법칙을 깨는 짜릿한 스릴 속에서도 유머를 살린 세련된 감각의 연출이 극적 재미를 더한다.감독 조지 로메로.127분. 좀비(Zombie,1979) 죽은 뒤에도 다시 살아나 걸어 다니는 시체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소름 끼칠 정도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거칠고 투박한 입자의 화면을 통해 진가를 드러낸다.감독 루치오 풀치.91분. 에이리언(Alien,1979) 인간의 신체에 침입해 부화되는 우주 괴물 ‘에일리언’과 우주 승무원들간의 사투를 그린 SF 걸작.충격적인 시각적 장면과 하이테크 팬터지가 서스펜스를 제공한다.감독 리들리 스콧.116분.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1980) 살인마가 캠프장에 투숙한 여행객들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13일의 금요일’에 잔인하게 살해한다는 내용의 공포 영화.감독 숀 S.커닝햄.90분. 샤이닝(The Shining,1980) 미친 아버지가 아내와 아들을 도끼로 죽이겠다고 뛰어다니는 이야기.광기 어린 아버지가 벌이는 막판 눈밭의 추격전 장면은 절대 잊지 못할 공포감.감독 스탠리 큐브릭.143분. 이블데드(Evil Dead,1982) 한적한 산속 주택에 머물게 된 젊은이들이 악령을 깨우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공포물.핸드 헬드 카메라의 사용과 거친 편집이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감독 샘 레이미.85분. 좀비오(RE-Anamator,1983) 공포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가 잘 결합된 작품.수술대에 누운 여주인공이 피투성이 머리통만 남은 닥터 힐에게 강간을 당하는 선정적인 장면이 관객의 입을 떡하니 벌어지게 만든다.감독 스튜어트 고든.85분. 고무인간의 최후(Bad Taste,1987) 한적한 해변 마을을 무대로 좀비처럼 변한 인간들과 이들을 추적하는 요원 일행의 사투를 그린 SF 코믹 호러물.구역질나는 잔혹 영상에 번뜩이는 재치를 불어 넣은 작품이다.감독 피터 잭슨.91분. 헌티드 힐(House on Haunted Hill,1999) 상금을 따기 위해 귀신 들린 집에 모인 파티 참가자들이 차례로 죽음을 당한다는 이야기.고전 공포영화의 소재를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포장했다.감독 윌리엄 말론.96분. 킹덤(The Kingdom,1994) 코펜하겐에 있는 대형 병원인 킹덤을 무대로 병원의 일상과 유령 이야기를 섞은 스릴러물.공포와 공상·코미디·드라마가 뒤섞인 혼합 장르.감독 라스 폰 트리에.265분.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2002) 미래의 지하 유전자 연구소를 배경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되살아난 시체(좀비)들을 피해 사활을 건 탈출을 감행하는 주인공 일행의 모험을 그린 서스펜스 SF 액션 스릴러물.감독 폴 W.S.앤더슨.101분. 식스센스(The Sixth Sense,1999) 죽은 자들의 모습이 눈에 나타나는 소년과 아동 심리학자와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물.원제 ‘여섯번째 감각’은 인간의 의식이 쉽게 무시해 버리는 또 다른 영역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감독 M.나이트 샤말란.107분. 디아이(The Eye,2002) 두살때 시력을 잃은 여자가 각막 이식 수술을 받은 뒤 죽은 이들의 혼령을 보는 능력을 갖게 되는 내용의 심리 공포물.카메라 워크와 음향·조명 효과로 피튀기는 어느 공포영화보다 더한 공포감을 선사한다.감독 팡 브라더스.98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DVD 폐인]더위잡는 DVD 20선

    [DVD 폐인]더위잡는 DVD 20선

    성큼 다가온 무더위.당장이라도 바닷가로 떠나고 싶지만,시간적 여유도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다.양동이에 물을 채워 발을 담가 보지만 영 시원치 않은 느낌.어디 좋은 피서법은 없을까.자 이제부터 DVD 공포 영화속으로 한번 풍덩 빠져 보자.친숙한(?)귀신들과 괴물들이 브라운관으로 몰려나와 단번에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더위가 싹 달아날 것이다. 늑대인간(The Wolf Man,1941) 우리가 알고 있는 늑대인간의 외모가 처음으로 완성된 작품.사운드 스테이지에서 만들어내는 과장된 분위기와 정상인이 언제 괴물로 변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매력적인 서스펜스를 제공한다.감독 조지 와그너.70분. 피의 향연(Blood Feast,1963) 미국에서 고어 영화 장르를 개척한 기념비적인 작품.한 요리사가 이집트 여신을 광적으로 섬긴 나머지 죄없는 부녀자들을 음식으로 바친다는 이야기이다.감독 허셀 고든 루이스.67분. 악마의 씨(Rosemary’s Baby,1968) 뉴욕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부부가 임신과 출산을 통해 사탄과 결탁하고 희생당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아내와 아이를 담보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남편의 광기가 소름끼치는 공포감으로 다가온다.감독 로만 폴란스키.137분. 엑소시스트(The Exorcist,1973) 두 신부가 악령에 싸인 어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퇴마술을 펼치는 내용.십자가로 자위행위를 하고,거꾸로 물구나무를 선채 피를 흘리며 걷고,초록색 오물을 쏟아내는 소녀의 기괴한 행동에 몸서리가 쳐진다.감독 윌리엄 프리드킨.132분. 서스페리아(Susperia,1977) 탬이라는 학교를 배경으로 이 학교를 설립한 그리이스 이민자가 실제 마녀임이 밝혀지면서,그 비밀을 눈치챈 여학생들이 하나 둘씩 잔인하게 살해되는 섬뜩한 이야기.감독 다리오 아르젠토.98분.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I Spit on Your Grave) 노골적인 성폭행 묘사로 공포감을 넘어 불쾌감까지 던져주는 작품.도시에서 온 여인이 네명의 시골 청년에게 집단 강간 당한 뒤 처절한 복수극을 펼친다.감독 마이어 자키.100분. 할로윈(Holloween,1978) ‘슬래셔 무비’의 장르를 만들어낸 작품.제이미 리 커티스의 멋진 비명이 하나의 특징이 되어버린 이 작품은 정교한 플롯에 세련된 연출 감각으로 같은 포맷의 다른 호러 영화들과 격을 달리한다.감독 존 카펜터.92분. 시체들의 새벽(Dawn of Dead,1978) 시체들이 트럭에 치이는 잔혹한 장면 등 특수효과가 리얼한 공포감을 준다.공포영화의 법칙을 깨는 짜릿한 스릴 속에서도 유머를 살린 세련된 감각의 연출이 극적 재미를 더한다.감독 조지 로메로.127분. 좀비(Zombie,1979) 죽은 뒤에도 다시 살아나 걸어 다니는 시체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소름 끼칠 정도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거칠고 투박한 입자의 화면을 통해 진가를 드러낸다.감독 루치오 풀치.91분. 에이리언(Alien,1979) 인간의 신체에 침입해 부화되는 우주 괴물 ‘에일리언’과 우주 승무원들간의 사투를 그린 SF 걸작.충격적인 시각적 장면과 하이테크 팬터지가 서스펜스를 제공한다.감독 리들리 스콧.116분.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1980) 살인마가 캠프장에 투숙한 여행객들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13일의 금요일’에 잔인하게 살해한다는 내용의 공포 영화.감독 숀 S.커닝햄.90분. 샤이닝(The Shining,1980) 미친 아버지가 아내와 아들을 도끼로 죽이겠다고 뛰어다니는 이야기.광기 어린 아버지가 벌이는 막판 눈밭의 추격전 장면은 절대 잊지 못할 공포감.감독 스탠리 큐브릭.143분. 이블데드(Evil Dead,1982) 한적한 산속 주택에 머물게 된 젊은이들이 악령을 깨우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공포물.핸드 헬드 카메라의 사용과 거친 편집이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감독 샘 레이미.85분. 좀비오(RE-Anamator,1983) 공포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가 잘 결합된 작품.수술대에 누운 여주인공이 피투성이 머리통만 남은 닥터 힐에게 강간을 당하는 선정적인 장면이 관객의 입을 떡하니 벌어지게 만든다.감독 스튜어트 고든.85분. 고무인간의 최후(Bad Taste,1987) 한적한 해변 마을을 무대로 좀비처럼 변한 인간들과 이들을 추적하는 요원 일행의 사투를 그린 SF 코믹 호러물.구역질나는 잔혹 영상에 번뜩이는 재치를 불어 넣은 작품이다.감독 피터 잭슨.91분. 헌티드 힐(House on Haunted Hill,1999) 상금을 따기 위해 귀신 들린 집에 모인 파티 참가자들이 차례로 죽음을 당한다는 이야기.고전 공포영화의 소재를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포장했다.감독 윌리엄 말론.96분. 킹덤(The Kingdom,1994) 코펜하겐에 있는 대형 병원인 킹덤을 무대로 병원의 일상과 유령 이야기를 섞은 스릴러물.공포와 공상·코미디·드라마가 뒤섞인 혼합 장르.감독 라스 폰 트리에.265분.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2002) 미래의 지하 유전자 연구소를 배경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되살아난 시체(좀비)들을 피해 사활을 건 탈출을 감행하는 주인공 일행의 모험을 그린 서스펜스 SF 액션 스릴러물.감독 폴 W.S.앤더슨.101분. 식스센스(The Sixth Sense,1999) 죽은 자들의 모습이 눈에 나타나는 소년과 아동 심리학자와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물.원제 ‘여섯번째 감각’은 인간의 의식이 쉽게 무시해 버리는 또 다른 영역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감독 M.나이트 샤말란.107분. 디아이(The Eye,2002) 두살때 시력을 잃은 여자가 각막 이식 수술을 받은 뒤 죽은 이들의 혼령을 보는 능력을 갖게 되는 내용의 심리 공포물.카메라 워크와 음향·조명 효과로 피튀기는 어느 공포영화보다 더한 공포감을 선사한다.감독 팡 브라더스.98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그섬에 가고싶다] 홍도·흑산도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홍도와 흑산도는 애환을 담은 노래가사로 더 유명한 남도의 섬이다.기생 ‘홍도’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고 지금 ‘흑산도 아가씨’는 노래비로밖에 알 수 없지만 홍도와 흑산도의 진면목은 아직 처녀성을 간직한 자연의 정취다.요즘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다.깊은 밤 또는 새벽녘에 길을 나서야만 가능했던 이곳이 고속철(KTX) 개통으로 좀더 가까워졌다. ●기암괴석,소나무의 섬 홍도 홍도는 기암괴석과 소나무 분재의 섬이다.목포에서 115㎞나 떨어진 홍도는 육지에서 너무 멀어 조선시대에는 귀향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남북길이 6.7㎞,동서 2.4㎞ 전체가 65년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돼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고 있다.82년에는 흑산도 등과 함께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섬 전체에 산재한 120개의 동굴은 예부터 어부들이 쉬어가던 휴식처다. 홍도(紅島)는 바다가 붉게 보이고 그 바다가 반사돼 섬 전체가 붉게 물든다 하여 이름붙여졌다.이 섬엔 차가 없다.관광은 배로만 가능하다.자랑인 홍도 10경 외에 섬 전체가 예술품과 같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행운과 만복을 내리는 해탈의 문이라는 ‘남문바위’를 비롯해 돛대바위,서울의 독립문보다 먼저 세워졌다는 독립문바위,거북바위 등 유람선을 통해 만나는 기암괴석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천하대장군과 만리장성은 크게 눈을 뜨고 찾아봐야 한다. 홍도에서는 30여년간 유람선 가이드를 하고 있는 정방철(64)씨를 만날 수 있다.알듯말듯한 전라도 사투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그의 ‘홍도 해설’로 인해 배 안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홍도에서는 마음 외에 아무것도 소지할 수 없다.그중에서도 소나무는 더욱 소중하다.홍도 소나무는 생존기간에 비해 키가 매우 작다.영양분이 없는 것도 이유지만 태풍과 강풍에 맞서 생존하기 위한 조건이다.자연 분재는 바람이 만들어낸 예술품이다.홍도 소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진면목을 보려면 잔풀이 말라죽는 겨울에 가야 한다. ●흑산도는 유배의 땅 흑산도(黑山島)는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하여 이름붙여졌다.예로부터 해산물 양식이 활발하고 고깃배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기에 여기서 돈 자랑은 금물이다.흑산도 예리항은 동중국해와 서남단 인근 어장의 전진기지로,많을 때는 2000여척의 어선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역사적 의미도 간직한,유배의 섬으로 수많은 문화유적이 있다.다산 정약용선생의 둘째형이자 조선후기 문신인 정약전 선생이 유배 15년을 기록한 자산어보의 본거지다.의병장 최익현 선생이 독립국임을 강조한 ‘箕封剛山 洪武日月’ 친필이 흑산면 천촌리 손바닥 바위에 새겨져 있다.진리 지석묘군을 비롯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던 귀신을 부르는 나무 초령목(招靈木)이 고사해 아쉬움을 준다.상라봉은 흑산도와 홍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정상을 오르는 굽이굽이 길과 동백 군락지,흑산도아가씨 노래비와 봉수대,해넘이를 볼 수 있다.우리나라 섬 가운데 유일하게 대다수 주민이 천주교인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안개는 반드시 확인해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홍도·흑산도 여행은 가능하다.그러나 안개가 낀 날엔 가면 안된다.유람선이 뜨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에서도 아무 것도 볼 수 없다.세일여행사 이영주 사장은 “남도 섬 여행은 반드시 날씨를 챙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것도 맛보세요 남도여행의 즐거움은 역시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다.전국의 낙지 음식점 상호 중 가장 많은 게 ‘목포낙지’다.그만큼 낙지는 목포를 대표하는 음식이다.그 중에서도 세발낙지가 단연 입맛을 당긴다.여객터미널 주변을 거닐다 보면 좌판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시중에서 마리당 3000∼5000원하는 세발낙지가 단돈 1000원이다.말만 잘하면 어린 낙지를 서비스로 맛볼 수도 있다.더욱 별미는 ‘탕탕이’다.도마 위에 놓고 탕탕거리며 잘게 썬 낙지를 달걀 노른자와 섞어 내놓는데,숙취 해소는 물론 영양식으로도 충분하다.한 접시에 1만원. 흑산도에 홍어가 있다면 홍도에는 전복죽과 일명 거북손으로 불리는 ‘보찰’이 있다.1만 5000원인 전복죽은 내장을 모아 끓여주는데 육지에서 먹는 흰죽이 아니라 노란 유채기름을 뿌린 듯한 고소함이 묻어난다.선착장 주변 광성횟집(061-246-2600)을 비롯해 어느 식당에서나 싱싱한 전복과 전복죽을 맛볼 수 있다. 유람선(요금 1만 5000원) 관광 중 바닷가에서 따먹는 자연산 미역도 색다른 경험.유일하게 무료다. 홍도는 거친 파도로 해산물 양식이 안돼 생선회 값이 육지보다 더 비싸다.흑산도 홍어는 이름값이 대단하다.4명이 맛이라도 보겠다면 최소 12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그보다는 흑산도에서 양식이 활발한 전복과 우럭을 먹는 편이 값싸고 알차다. 홍도·흑산도는 당일 관광이 불가능한 코스로 숙소 예약이 필수다.특히 성수기인 7월 말부터 8월 중순에는 하루 2000여명이 방문,예약하지 않으면 숙소를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대략 2인 1실 기준으로 비수기에는 2만 5000원,성수기에는 5만∼8만원 선이다.40여개의 민박과 30개의 여관이 있다.서해모텔(061-246-3764),홍도여관(061-246-2500) 등을 비롯해 흑산농협이 운영하는 내고향쉼터(061-246-4932) 등이 있다.민박은 전남 신안군(061-240-1241)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섬 관광을 위해서는 선글라스와 얇은 긴팔 셔츠 또는 점퍼,오징어를 준비하면 좋다.목포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을 섬 주민들은 ‘멀미배’라고 부른다.멀미약을 먹더라도 파도가 심하면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는다.오징어는 배멀미를 줄여줄 뿐 아니라 심심풀이로도 제격이다.경치를 즐긴답시고 배의 앞부분이나 2층에 올라가면 안된다.승무원들도 이곳은 피하는 장소로,배멀미를 극대화시킨다. 흑산도를 거쳐 홍도로 들어가는 배는 목포여객선 터미널에서 하루 3편이 왕복운항한다.출발시간은 오전 7시50분,오후 1시20분,오후 2시이며 홍도 출발시간은 오전 10시20분,오후 4시이다.목포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한 쾌속선은 당일 빈 배로 흑산도에 왔다가 다음날 오전 9시30분 홍도를 출발,목포에 되돌아온다.자세한 배편은 목포여객선터미널(061-244-9915)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홍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남부 집중호우 10여명 사망·실종

    제7호 태풍 ‘민들레’의 영향으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져 집과 도로가 침수된 데다 빗길 교통사고와 매몰사고 등이 잇따라 1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4일 오전 7시35분쯤 충북 영동군 용산면 가곡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46다 51××호 카니발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운전자 이모(32)씨와 부인이 숨지고 생후 7개월된 아들이 중상을 입었다. 오전 8시16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모 군부대 앞 도로에서 충북 31고 63XX호 매그너스 승용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운전자와 탑승자 권모(20)씨가 숨졌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인천 영종도 해상에서 나모(56)·최모(60)씨 등 2명이 가로 2m,세로 1.8m 두께 10㎝의 스티로폼 2장을 겹쳐 묶은 뒤 올라타 물놀이를 하다 썰물에 남서쪽 바다로 밀려가 실종됐다. 또 오전 10시40분쯤 강원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 사천천에서 물고기를 잡던 최모(52)씨가 불어난 물에 빠져 숨졌다. 앞서 3일 오후 5시20분쯤 경남 창원시 북면 매곡리 B레미콘 회사의 공사현장 위쪽 절개지가 무너지면서 조립식 건물안에 있던 박모(70)씨가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3일 시간당 63㎜의 비가 내린 목포에서는 4일 오전 3시35분쯤 해수위가 높아지면서 산정동 북항,삼학도,갓바위,동명동 어판장 일대 도로 4곳이,주택과 상가 등 136채가 물에 잠겼다.경북 구미시 인의동과 전북 김제시 요천동 일대 상가 100여채,전남 목포시 죽교동과 전북 김재시 만경읍 일대 농경지 32㏊가 침수됐다. 4일 오전 10시5분쯤 전남 여수시 만덕동 만성리 해수욕장 방파제 부근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1000t급 석유 운반선 1대가 강풍으로 좌초됐다. 선박에는 12명의 승무원과 80t의 경유가 실려 있었지만 인명 피해나 기름유출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6시45분 김포발 포항행 아시아나항공 OZ 8331편이 기상악화로 이륙하지 못하는 등 서울에서 남부지역을 오가는 왕복 항공기 131편이 잇따라 결항됐다.인천과 목포,통영항 등을 운행하는 연안 여객선 154척의 운행도 중단됐다. 18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주요 등산로 132개 구간이 통제돼 등산객 87명이 지리산 장터목 등 8곳의 대피소에 대피했고,울릉도를 찾은 300여명의 관광객도 높아진 파도로 발이 묶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남부 집중호우 10여명 사망·실종

    제7호 태풍 ‘민들레’의 영향으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져 집과 도로가 침수된 데다 빗길 교통사고와 매몰사고 등이 잇따라 1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4일 오전 7시35분쯤 충북 영동군 용산면 가곡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46다 51××호 카니발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운전자 이모(32)씨와 부인이 숨지고 생후 7개월된 아들이 중상을 입었다. 오전 8시16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모 군부대 앞 도로에서 충북 31고 63XX호 매그너스 승용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운전자와 탑승자 권모(20)씨가 숨졌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인천 영종도 해상에서 나모(56)·최모(60)씨 등 2명이 가로 2m,세로 1.8m 두께 10㎝의 스티로폼 2장을 겹쳐 묶은 뒤 올라타 물놀이를 하다 썰물에 남서쪽 바다로 밀려가 실종됐다. 또 오전 10시40분쯤 강원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 사천천에서 물고기를 잡던 최모(52)씨가 불어난 물에 빠져 숨졌다. 앞서 3일 오후 5시20분쯤 경남 창원시 북면 매곡리 B레미콘 회사의 공사현장 위쪽 절개지가 무너지면서 조립식 건물안에 있던 박모(70)씨가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3일 시간당 63㎜의 비가 내린 목포에서는 4일 오전 3시35분쯤 해수위가 높아지면서 산정동 북항,삼학도,갓바위,동명동 어판장 일대 도로 4곳이,주택과 상가 등 136채가 물에 잠겼다.경북 구미시 인의동과 전북 김제시 요천동 일대 상가 100여채,전남 목포시 죽교동과 전북 김재시 만경읍 일대 농경지 32㏊가 침수됐다. 4일 오전 10시5분쯤 전남 여수시 만덕동 만성리 해수욕장 방파제 부근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1000t급 석유 운반선 1대가 강풍으로 좌초됐다. 선박에는 12명의 승무원과 80t의 경유가 실려 있었지만 인명 피해나 기름유출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6시45분 김포발 포항행 아시아나항공 OZ 8331편이 기상악화로 이륙하지 못하는 등 서울에서 남부지역을 오가는 왕복 항공기 131편이 잇따라 결항됐다.인천과 목포,통영항 등을 운행하는 연안 여객선 154척의 운행도 중단됐다. 18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주요 등산로 132개 구간이 통제돼 등산객 87명이 지리산 장터목 등 8곳의 대피소에 대피했고,울릉도를 찾은 300여명의 관광객도 높아진 파도로 발이 묶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유엔 헬기 추락 24명 사망

    |프리타운(시에라리온) AFP 연합|승객과 승무원 등 24명을 태운 유엔헬기가 시에라리온에서 비행중 추락,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고 샤론 맥퍼슨 유엔 현지 대변인이 29일 발표했다.사고 항공기는 러시아산 Mi-8기로 러시아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사고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유엔본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에서 이륙해 서부 카이라훈시로 향하던 헬기가 작전비행중 추락했으며 현재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 이란억류 英해군 석방될 듯

    중동에 새로운 긴장 요인이 추가됐다.이라크와 이란의 국경을 이루는 샤트 알 아랍 수로에서 영국 해군 함정 3척과 승무원 8명이 이란에 나포되고 이란이 이들에 대한 기소 방침을 시사한 것.이란은 국경 침범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이란의 핵사찰 비협조와 인권 탄압 등을 둘러싸고 영국이 이란을 맹렬히 비난한 데 따른 이란측 불만이 표출된,계산된 행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영국이 미국의 하수인 노릇 한다” 이란은 “영해를 침범한 외국 선박을 나포하는 것은 이란 해군의 법적 의무”라며 이들 8명 모두 이란 법에 따라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알 아람 TV가 이란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이란은 지난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핵사찰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영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결의안 채택과 대이란 비난에 앞장섰다고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그러나 카말 카라지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억류중인 수병들에 대한 조치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경위를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알리 샴카니 이란 국방장관도 “이번 문제가 해결가능한 사안”이라면서 “이란과 영국이 서로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고 협상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군 고위관계자는 “조사결과 불순한 의도가 없다면 이들을 곧 석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경제제재 등 들어 이란에 압박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유엔의 경제제재 조치를 맞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그러나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의 원자력은 에너지 생산 등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될 뿐이라면서도 서방측 압력에는 결코 굴복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양측이 한치도 양보없이 대립하는 한 파탄은 시간 문제다. 이라크의 치안 불안 확산,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최근 테러의 새 온상으로 떠오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란의 핵사찰을 둘러싼 마찰이 중동의 또 다른 긴장 유발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제 석유시장도 불안 국제석유시장은 21일 이라크의 석유수출 재개로 일단 하락세를 보였다.그러나 이란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특히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제2의 산유국이란 점에서 이란의 불안은 석유시장을 다시 요동치게 만들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 이란의 영국 함정 나포 소식에 국제 금 시세가 크게 뛴 것도 이같은 불안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14) ‘제2 고리채 정리’ 나선 정대근 농협 회장

    정대근 회장은 헌칠한 키(180㎝)만큼이나 말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60평생을 살면서 줄곧 지켜온 신념이 진솔하고 투명하게 사람과 일을 대하자는 것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정 회장은 “지금이 나의 30년 농협 활동에 있어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안팎으로 처한 우리 농촌과 농업의 현실이 그만큼 위중하다는 얘기다.그는 ‘혁신’밖에는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농촌 고리채 정리가 반평생의 숙원 사업 세상 물정 몰랐던 서른 한 살에 처음 작은 시골 조합장이 됐다.내리 8번 연임을 하고,환갑이 된 지금 중앙회장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반평생을 농협에 바친 셈이다. 내 고향은 낙동강이 굽이치는 밀양시 삼랑진읍이다.마산과 부산이 갈라지는 곳으로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로 꼽혔던 곳이다.부친께서 3만평 정도의 농사를 지었으니 마을에서 꽤 큰 부자로 통했다. 초등학교 시절엔 수재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부산공고에 다닐 때에도 2등이라곤 몰랐다.부산상고와 더불어 부산공고도 명문 중 하나였다.부산공고 총학생회장 시절에 4·19혁명이 터졌다. 대구 경북고에서 시작된 학생운동은 부산에서도 요란했다.공부도 안 하고 학생운동한다고 돌아다녔다.부산시 학생회를 만든 뒤 부산의 한 대학에 들어갔지만 중간에 그만두었다.동네 사람들이 “저 친구 서울 명문대 갈 것”이라고 했는데 공부를 제대로 못했으니 나도 가족들도 참담한 심정이었다.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마침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집안 살림도 형편이 어려워졌다.무작정 고향으로 내려왔다. 동네 유지들이 나에게 농협 조합장을 맡으라고 권했다.똑똑했던 어릴 적 모습 때문이었다.조합이 뭔지는 몰랐지만 집에서 과수원도 했기 때문에 농산물에 대해서는 훤했다.1975년 삼랑진 조합장에 처음 당선됐다.“그래,우리 고장을 정말 아름답고 잘 사는 곳으로 만들어 보자.” 사실 그때에는 정치에도 마음이 있었다.물론 지금은 “흙에서 태어났으니 조용히 흙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달라” 조합장을 하면서 나는 아침마다 일부러 부산까지 가는 통근열차를 탔다.그때 열차에는 통학생들과 함께 부산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탔다.기차에 오르면 승무원의 도움으로 안내방송 마이크를 잡았다.“○○공판장으로 가세요.그곳에 가면 좋은 값에 팔 수 있습니다.” 삼랑진 복숭아를 한 곳에 다 모아서 시세를 잘 받아 팔았다.지금으로 말하면 농산물 ‘계통출하(공동판매)’였던 셈이다.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었지만 그 길만이 조합원들이 조금이라도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어떤 때는 삼랑진 복숭아를 하루 동안 화물차 35대분을 실어 날랐다.토마토는 인천 공판장까지 싣고 가기도 했다.서울 공판장에도 발이 부르틀 정도로 돌아다녔다.그래서 공판장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입으로 웅얼웅얼대는 경매인의 눈빛만 봐도 “저 친구 어젯밤에 술 좀 마셨구나.”하고 알 수 있었다.소주를 몇병 먹었는지 안주를 잘 먹었는지 못 먹었는지조차 훤히 눈에 들어왔으니 그날 경매시세를 가늠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에는 한국 농협 대표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쌀시장 개방반대 운동을 했다.전국 농민대표로서 서울 여의도에서 최대 규모의 농민집회도 이끌었다.협동조합운동이든 농민운동이든 농민이 떳떳하게 잘 살도록 해 주는 게 진짜 운동이다.농민대표 노릇을 하며 외친 구호는 “농협을 민주화시키고 중앙회장 자리를 농민에게 돌려달라.”였다.결국 나는 2000년 1월 농협,축협,인삼협을 합친 통합 농협의 1기 민선 회장에 당선됐다. ●실익을 주고 믿을 수 있는 농협 지금까지 살면서 잊지 못하는 일이 있다.70년대 말 3선 조합장으로 일할 때 조합장실에 지팡이를 짚고 남루한 두루마기를 입은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왔다.할아버지는 대뜸 “돈 50만원을 빌려 달라.”고 했다.워낙 큰 돈이어서 “어르신,왜 그러십니까.”하고 물었더니 할아버지는 “집사람이 일찍 죽고 혼자서 늦둥이 딸을 키웠는데 곧 딸이 시집간다.”면서 “죽기 전에 부모 노릇 좀 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사정했다.나는 고심한 끝에 대출계 직원에게 50만원을 빌려 주라고 지시했으나 직원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양반에게 거액대출은 절대로 안 된다.”고 버텼다.3일을 설득해 내가 보증인이 돼 대출을 해 주었다. 몇년 뒤 나는 돌연 농림부로부터 감사(監査)를 받았다.이유를 캐보니까 도시에 사는 그 할아버지의 조카가 “정대근 조합장이 어리숙한 시골 노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리를 뜯고 있다.”고 농림부에 투서를 했던 것이다.감사결과 대출금리 연 15%가 다른 조합과 똑같은 것이어서 혐의는 벗었지만 도시은행들의 연리 10%보다는 무척 높은 편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처음에 조카 말만 듣고 조합을 괘씸하게 여겼던 할아버지는 오해가 풀리자 담배 2보루를 들고 찾아왔다.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뚝뚝 떨궜다.나는 그때 생각했다.“순박한 촌부가 나를 오해하면서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농민 대출의 높은 금리를 도시 은행들처럼 합리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길은 없을까.”결국 이때의 고민이 오늘 농민대출의 금리를 크게 내린 계기가 됐다. 아내는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장인이 일본에서 의과대학을 나온 분이어서 아내는 유복한 집안의 딸로 자랐다.나는 1년에도 제사를 셀 수 없이 많이 지내야 하는 보수적인 집안의 장남이다.그런 아내가 젊은 나이에 돈벌이도 시원치 않고 선거판이나 돌아다니는 남편에게 시집 와서 고생했으니 돌이켜보면 참 몹쓸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아내는 평생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나를 내조했다.문밖 출입도 제대로 못한 채 살았다.그런 아내와 지난해 처음 제주도에 갔다.아내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우리나라에 있었느냐.”며 좋아했다.나를 믿고 따라준 사람들을 위해 나는 해야 할 일이 많다. 농협이 잘 돼야 농민이 산다.나는 반평생 조합장을 하면서 “사촌이 잘 사는 것보다 농협이 잘 되는 것이 여러분에게 낫습니다.”라고 말하곤 했다.농협이 잘 되면 돈을 얼마든지 빌릴 수 있다.그러기 위해서는 농협의 자립이 중요하다.자립할 수 있는 조합은 살아남고 농민에게 실익을 주지 못하는 부실조합은 어쩔 수 없이 도태될 것이다. 나의 경영철학은 정도(正道) 경영이다.기본에 충실하면 된다는 것이다.사람을 바르게 대하고 올곧게 뜻을 펼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게 평생의 신조다.농민과 농협이 서로 협동하며 상생(相生)하고,농민과 도시민이 함께 잘 사는 게 내 꿈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중앙회가 단행한 일선 지역조합의 상호금융 대출금리 인하 조치는 농민도 도시민과 더불어 잘 살아보자는 것이다.‘제2의 농어촌 고리채 정리사업’이라고 부를 만한 일이다.농촌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현재의 농협은 61년 농업은행과 구 농업협동조합이 합쳐져서 탄생했다.72년부터 농림수산업자를 대상으로 신용보증 업무를 시작했다.그때는 촌에 사는 농민들은 편하게 돈 빌릴 곳이 없어 고리 사채에 손대기 일쑤였다.그러나 신용사업 덕분에 고리채가 없어졌다.농협이 최초로 농촌에서 고금리 사채를 몰아낸 것이다. 그로부터 3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그러는 사이 또다시 도시와 농협간 금리 차이가 생겼다.도시 은행들은 서로 경쟁을 하며 자연스럽게 금리를 낮췄지만 열악한 금융환경의 농촌에서는 이런 혜택을 누릴 수가 없었다.농민들은 또다시 비싼 이자를 물면서 대출받아 농사를 지었다.앞으로 통합 2기 농협은 고금리를 농촌에서 몰아낼 계획이다.전에는 농협도 신용조합 등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연 9∼1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시중은행 수준인 8.5% 정도다. 전국 1320여개 지역조합 가운데 1218곳이 금리를 인하했다.중앙회 방침에 적극 호응해 준 지역조합에 고마움을 전한다.그러나 지역조합은 저금리 체제로 가면서 그만큼 생긴 이익감소를 자구책을 통해 메워야 한다.필요하다면 구조조정도 해야 할 것이다. 통합 2기 농협은 유통 대혁신에도 나설 것이다.농민은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에만 몰두하고 판매와 정산,수송은 농협이 책임지겠다는 것이다.또 농협을 지역사회의 문화복지 센터로 만들겠다.이것이 내가 반평생을 몸 담고 있는 농협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일이다. ■ 정대근 회장은 정대근(鄭大根·61) 농협중앙회장은 지난달 25일 통합농협(농협·축협·인삼협)의 2기 회장으로 재선됐다. 1999년 3월 전임자의 잔여임기를 넘겨받아 지금까지 5년여 동안 회장으로 있으면서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거뒀다.지역조합 예수금이 65조원(98년)에서 103조원(2003년)으로 늘었고,같은 기간 순이익도 1144억원에서 6448억원으로 증가했다.적자 조합은 106곳에서 26곳으로 줄었다.최근에는 은행·보험 등 금융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경기침체로 고통받는 농민들을 위해 올초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낮춰 환영받기도 했다. 바른 말과 거침없는 행동으로 유명한 정 회장이지만 부리부리한 눈에 눈물도 자주 고인다고 주변에서는 말한다.거세지는 농산물시장 개방압력과 내부환경 변화 등 안팎으로 대 전환기에 선 지금,정 회장의 ‘개혁적 공격경영’이 농협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궁금하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불법출입국 ‘도우미’ 공무원들

    대검찰청은 지난 1월부터 4개월여 동안 여권 위·변조사범 등을 집중 단속,114명을 입건해 45명을 구속기소하고 6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이번 단속에서 위조여권을 소지한 조선족 동포들을 국내에 불법입국시키는 과정에 개입한 출입국관리사무소 전·현직 직원 2명을 처벌하고,일부 경찰관이 위조여권으로 출국하려던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사실도 확인했다.검찰은 또 한국인 여권 위·변조사범 260명의 명단을 일본으로부터 넘겨받아 88명을 구속기소하고 5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이모(41·구속)씨는 지난해 11∼12월 6차례에 걸쳐 위조 여권을 가진 조선족 동포 16명을 불법입국시켜준 뒤 전직 출입국관리소 직원 최모(46)씨로부터 700만원을 받았다.검찰은 중국에 체류 중인 이 사건의 주범 신모(43)씨 검거를 위해 중국 공안당국과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모(29·여)씨 등 2명은 지난 1월 여권 브로커에게 400만원씩을 주고 위조여권을 각각 구입한 뒤 인천공항경찰대 소속 경찰관 2명의 안내를 받아 승무원 등이 이용하는 공항 상주직원 통로를 통해 출국하려다 적발됐다.검찰은 정씨 등을 안내해준 경찰관들이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의 부탁으로 출국 편의를 제공한 것일 뿐 여권위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함에 따라 정확한 경위를 캐고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뒷다리가 쑤욱 앞다리가 쏘옥

    기내식용 샐러드를 먹으려고 포크를 들었는데 자그마한 청개구리가 샐러드 속에서 당신을 쳐다보고 있다면? 호주 멜버른에서 뉴질랜드 웰링턴으로 가던 콴타스 항공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영국 BBC방송이 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생식용(?)’으로 등장한 휘파람 청개구리의 크기는 4㎝였다. 물론 이 기내식을 제공받은 여성 승객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달려온 승무원은 냉큼 샐러드 접시와 청개구리를 치웠다.청개구리는 웰링턴에 도착한 뒤 검역관에 의해 ‘안락사’됐다.밀입국이 좌절된 순간이다. 청개구리는 가끔 화물칸을 통해 양국을 오간 적은 있어도 기내식에서 발견되기는 처음이라고 뉴질랜드 농무부의 퍼거스 스몰 대변인이 밝혔다. 전경하기자 la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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