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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본사 주지·중진 스님들 징계자 사면·복권운동

    조계종 스님들이 종단내 징계자들에 대한 사면·복권운동에나서 주목된다. 대한불교조계종 승려사면·복권운동본부(상임대표 원성 스님)는 최근 본사 주지 19명과 중진 스님 1,080명의 서명을 받아 멸빈자(승적박탈자) 등 징계자에 대한 즉각 사면·복권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성 진관 재원 효림 진욱 스님을 필두로 한 이들 스님들은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종단의 화합과 일치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데도 종단분규로 인해 징계당한 승려들의 사면·복권이 이뤄지지 않아 종단안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중앙종회와 총무원 측에 징계자 사면·복권을 조속히 매듭지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20일 열릴 중앙종회를 앞두고 종회의원들과 총무원장에 각각 청원서와 탄원서를 낼 예정이며 원로스님들에 대한 서명운동도 벌여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처럼 본사 주지와 중진 스님들이 대거 참여해 종단 내의징계자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향후 중앙종회의 입장이 주목된다. 조계종은 지난 94년과 98년 종단운영을둘러싼 분규에 휩싸여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 퇴진과 3선반대에 나섰던 스님 10명이 멸빈을 당했고 80여명이 징계를 받았다. 따라서 종단내부에서 이들 멸빈자의 사면·복권 여론이 높았으며 정대 총무원장도 취임때부터 멸빈자 사면 복권을 강하게 추진해왔으나 일부 종회의원들의 반대에 부닥쳐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특히 정화개혁회의가 현 총무원장과 중앙종회를 상대로 진행해온 소송에서 현 총무원장과 중앙종회가 승소한 뒤 종단 내부에선 사면·복권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강경론을 펴는 종회의원들의 반발로 이렇다할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승려사면·복권운동본부 공동대표 진관 스님은 “징계자들에 대한 사면·복권은 조계종단 내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사안으로 중앙종회 의원들이 대국적인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순직 소방관 분향소 표정

    순직한 소방관들의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는 5일 하루종일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이날 밤 늦게까지 2만6,000여명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오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비롯,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고건(高建) 서울시장,최인기(崔仁基) 행자부장관등이 조문했다. 서울시내 21개 소방서 5,000여명의 소방관들은 분향소와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찾아 동료의 죽음을 슬퍼했다.서울 노원소방서 성윤제(54) 구조진압과장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소방관들을 잃은 것은 처음”이라면서 “열악한 근무여건이개선돼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말했다. 동료 20여명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서울 양천소방서 박성기(54) 소방장은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모두 가슴아파 하고있다”고 전했다. 출근길과 업무도중에 시간을 내 의로운 죽음을 기린 회사원들도 많았다. 자매인 이채우(69·광진구 화양동)·순우씨(68·서대문구홍은동)는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해서 조의금을 준비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점심시간을 쪼개 분향소를 찾은 오윤정씨(26·여·회사원)는 “점점 이기주의적으로 바뀌는 세상에 소방관들의 의로운 행동이 귀감이 됐으면 한다”며 기도를 올렸다. 오후 들어서는 1,600여명의 의용소방대원을 비롯해 창덕여중과 불광·은평초등학교 등 시내 초·중·고 교사 및 학생,조계종 승려 10명,마리아수녀회원,주부환경연합회원 등 시민 1만2,000여명이 분향소를 찾아 숨진 소방대원들의 넋을 달랬다. 유족들은 시신이 안치된 신촌 세브란스병원,강북삼성병원,세란병원 영안실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울음을 그치지못했다. 고 장석찬(34) 소방사의 누나 옥겸(玉兼·37)씨는 강북삼성병원 영안실에서 “석찬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울먹였다. 고 김철홍(金喆洪·35) 소방교의 가족들은 “전남 시골집에계시는 어머니가 고혈압과 심장질환이 있어 죽음을 알리지않았지만 어머니가 두번이나 생사를 묻는 전화를 걸었다”면서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통곡했다. 고 김기석(金紀錫·42) 소방교의 9살,5살배기 두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도 모른 채 세란병원 영안실 주위에서 뛰어놀아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한편 서울 용산 중앙대부속병원에는 매몰현장에서 구출되었으나 아직 의식 불명인 이승기(李承基·38) 소방관의 어머니손옥희(孫玉姬·67)씨가 아들의 쾌유를 두손 모아 빌고 있었다. 이 소방관은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는 있지만 유독가스를 많이 마셔 이틀이 지나도록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송하기자 songha@
  • 3월의 문화인물 성리학자 강항

    ‘3월의 문화인물’에 조선중기 문인으로 일본에 성리학을전한 수은 강항(睡隱 姜沆·1567∼1618)이 선정됐다.강항은정유재란때 왜군에 포로가 된 뒤 승려 후지하라 세이카(藤原惺窩)를 통하여 성리학을 전파,일본이 문예중흥기를 여는 단초를 제공했다.일본의 지리와 풍물,군사시설 등을 적은 장문의 보고서 ‘적중봉소(賊中封疎)’를 선조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전남 영광군 불갑면 유봉리에서 강극검(姜克儉)의 셋째아들로 태어나 일찍부터 놀라운 문재(文才)를 보였다. 27살에 과거에 급제하고 31살때 분호조청(分戶曹廳)의 종사관으로 군량을 모으다 고향 앞바다 논잠포에서 왜 수군에 붙잡혀 일본으로 끌려갔다.3년 동안의 억류생활 끝에 귀향한뒤에는 벼슬을 마다하고 고향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나머지생을 보냈다. 문화관광부는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영광문화원및 영광내산서원보존회와 함께 일본유적지 답사기행과 국제학술대회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 도자기에 새기는 남북통일 기원

    일본인 승려가 남북통일과 화합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도자기 제작에 나섰다.주인공은 서기 739년 왕실 사찰로 세운 일본 오사카 다이세이지(大聖寺)제54대 주지인 후쿠덴지 다이에이(福田寺大英·54). 25년전부터 한국 도자기를 연구해 국제적으로 도예활동을 펼치는 지한파인 후쿠덴지스님은,히로시마 피폭 한국인희생자기념비가 추모공원 밖에 있는 사실을 문제삼아 기념비를 공원 중심으로 옮기게 한 장본인이다.지난해 9월엔 대성사가소장한 17∼18세기 무렵의 ‘조선 무관도’를 중앙국립박물관에 기증해 관심을 모았다. 후쿠덴지스님이 도자기 제작에 나선 까닭은 지난 1월 말 지인의 소개로 경기도 파주 보광사를 방문해 그곳에 묻힌 장기수 묘지들을 보고 남북분단의 아픔을 실감했기 때문.민간인으로서 한국과 세계평화를 위해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4일 방한해 보광사에서 도자기 제작에 필요한흙을 채취해 일본으로 가져갔다.이 흙과 재일동포가 기증한북한 흙,원자폭탄 피폭지인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흙을 섞어3·1절인 오늘부터 손수 한반도 모형의 도자기 100여점을 제작하기 시작한다.장기수 무덤이 있는 보광사 것은 남북분단의 비인간성을,북한출신이 가져온 북쪽 것은 고향에의 그리움을,피폭지역의 것은 세계평화를 기원한다는 뜻에서였다. 도자기는 대성사 경내에 있는 가마에서 전통양식에 따라 굽는데,4월 중순쯤 불에 넣는 의식을 가진 뒤 10일 밤낮을 소나무로 계속 불을 때 4월말 가마에서 꺼낼 계획이다.제작기간 중에는 매일 ‘통일을 기원하는’기도를 올릴 예정이라고한다.남북 정상과 서방 7개국 정상,한국 불교계에 기증할 도자기 10점도 특별제작하는데 여기에는 7개 국어로 ‘남북통일 세계평화’란 글을 새겨넣는다. 후쿠덴지스님은 “종교 민족 국가를 초월해 생명의 존엄과약한 자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실천해 가는 것이 종교의 바른모습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은 일본문화의 근간을 이루게 한 고마운 나라로 일본인으로서 한국을 위해 할수 있는 일이 있다면,개인적인 차원에서 적극 나서겠다”고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2001 길섶에서/ ‘90리가 절반’

    우리 속담엔 “시작이 반(半)”이라고 한다.무슨 일이든 시작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전망이 반쯤 된다는 것이다.개인일이든 나라 일이든 일단 시작해 놓고 보면 수가 생긴다는얘기로도 들린다.그러나 서양 격언에는 “백리 길에는 구십리가 반이다”는 말이 있다.중국의 ‘전국책(戰國策)’에도“백리를 가는 자는 90리를 반으로 삼는다(行百里者 半於九十)”고 돼 있다.이는 무슨 일이든 신중하게 시작하되 끝이나기 전까지는 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여겨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충고다. 승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 선생은 ‘반구십리(半九十里)’에서 서양인과 조선인의 차이를 이같은 속담으로 비교하며 우리가 고쳐야 할 점을 이렇게 시조로 읊었다.“백리를 가려면 구십리가 반이라네/시작이 반이라는 우리들은 그르도다/뉘라서 열 나흘 달(月)을 온 달이라 하더뇨” 국민혈세 수천억원을 날린 시화호의 담수화 실패는 이것 저것 따지기 전에 우선 물막이 공사부터 저지르고 보자는 우리의식의 실패가 아닐까. 이경형 수석논설위원
  • 2001 길섶에서/ 인간의 향기

    죽으면 화장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어떤 이들은 “수십,수백년 차가운 땅속에 누워있다가 이름모를 개발업자에 의해 유골이 수습되는 ‘불행’보다는,일찌감치 재로 돌아가는깨끗함을 택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한다. 고려말 공민왕의 부름을 사양하고 해주 신광사에서 임제종의 종풍(宗風)을 떨친 승려 경한(景閑·1299∼1375)은 말년에 걱정거리가 생겼다.입적(入寂)후에 제자들이 행여 위패라도 모시거나,땅뙈기를 차지하는 흔적을 남기면 어쩌나 하는것이었다.임종게(臨終偈)에도 이같은 걱정이 배어있다.“잿가루로 만들어 사방에 흩어주게(作灰散四方),행여 한뼘의 땅이라도 차지하지 않도록 해주게(勿占檀那地).” 그는 “내몸 원래 없는 데서 왔고(我身本不有),마음 또한 어느 곳에머무는 것 아니거늘(心亦無所在)”하며 육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을 경계했다.제자들은 입적후 그의 저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간행했다.구텐베르크 인쇄본보다 70년앞선 금속활자본이다. 역시 인간의 육신은 찰나지만,그 향기는 오래도록 전해지나보다. 최태환 논설위원
  • ‘백지위의 창조’ 벤처의 조건…‘승려와 수수께끼’

    지은이는 오토바이로 미얀마를 횡단중이었다.우연히 만난 한 젊은 스님이 태워달라 청한다.땡볕속에 150㎞ 황무지길을 달려 사찰에 내려놓고 돌아서려는데 대뜸 첫 만남 장소로 도로 데려다놓으라 떼쓰는스님.밤기운은 으슬하고,여로에 지친 지은이,“도대체 뭣때문에 그러시느냐” 따지고 들자 사찰 주지스님이 수수께끼를 하나 던지는데…. 자못 알쏭달쏭한 도입부만으로 한가한 소리려니,‘승려와 수수께끼’(랜디 코미사 지음,이은선 옮김,바다출판사)를 휙 던진다면 실수하는거다. 한 페이지만 더 넘기면 풍경은 확 달라져 실리콘 밸리 중심가커피숍의 시끌벅적한 아침.이번엔 침 튀겨가며 ‘funeral.com’ 사업계획을 설명중인 다혈질 청년과 마주앉았다.본론은 여기서부터. 한풀 꺾이긴 했으되 벤처는 아직도 화력을 다하지 않은 경영혁명.당신이 첨단에 죽고못사는 ‘벤처인’을 지망한다면,‘…수수께끼’와는 분명 궁합이 잘 맞을 테다. 지은이 랜디는 일종의 벤처컨설턴트.벤처기업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경영자문을 해주고 유망한 창업희망자들을 투자자와연결도 시켜주는게 그의 몫이다. 루카스 아트 엔터테인먼트, 크리스털 다이내믹스 등의 CEO를 지낸 경력 짱짱한 그에겐 창업지망생들이 불나방처럼 날아든다.그는 그가운데서 옥석을 가리는 데 도가 튼 걸로 정평났다.인터넷 장례용품 상점을 차리겠노라는 청년 레니는 사이트만 열면 무조건떼돈이 벌릴 거라며 요령부득 랜디 바짓가랑이를 부여잡는다. 거칠게요약하면 책은 이 집념의 사내를 설득해가며 랜디가 털어놓는 ‘벤처기업론’. 20년 경력의 ‘구루’답게 그는 벤처창업을 수술대에 올려 산산이 해부해보인다.최소창업요건부터 조직,리더십,특유의 생리까지,벤처만의생존조건에 면도날을 댔다. 그러면서도 서점가에 넘치는 창업론류와는 가는 길이 틀리다. 문화사적으로 딴딴하게 단련된 랜디의 안목이한편의 ‘벤처철학’을 써내리고 있기 때문. 책에는 세기말의 첨단문화기호들이 한봉지의 스낵처럼 어울려있다.실리콘밸리,닌텐도게임,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쌍방향 디지털 등이 자전거여행,선승들 문답과 만났다 엇갈린다.생생한 현장중계와 경험담을 통해 실리콘 밸리의 속풍경을 엿보는 재미도 여간아니다. 랜디에 따르면 벤처란 돈벌이기에 앞서 백지위에 펼치는 창조행위.자기가 열정을 갖지 못하면 남도 감동시킬수 없단다.‘감동경영’‘신바람경영’ 등의 21세기 버전같은 결론이지만 속이 꽉찬 체험의 두께가 설득력을 더한다. 손정숙기자 jssohn@
  • 고문현장서 14년만에 위령제

    지난 87년 박종철(朴鍾哲)씨 고문치사 현장인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경찰청 보안분실)에서 오는 14일 14년만에 ‘위령제’가 치러진다. 경찰청은 10일 “남영동 대공분실은 국가보안시설이지만 유족들이지금까지 사고현장을 보지 못한 점을 감안,14주기 기일인 14일 유족들의 ‘현장 방문’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는 이날 박씨의 아버지 박정기(朴正基·72·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의장)씨와 만나 보안문제와 함께 직계가족과 승려 등 최소 인원이 참석하는 조건으로 협의를 마쳤다. 경찰청은 지금까지 박종철씨 유족들의 현장 방문요청에 대해 “국가보안시설로 사용되고 있어 일반인의 방문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유족과 인권단체의 반발을 샀다. 경찰청은 지난해 남영동 대공분실의 내부를 개조하면서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과 교훈으로 삼고 인권수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며 박씨가 고문 끝에 숨진 509호실은 그대로 보존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화쟁기호학으로 풀어본 삼국유사

    ‘경덕왕 19년인 760년 4월 초하룻날에 해가 둘이 떠올라 열흘이 되도록 없어지지 않았다.…월명사가 도솔가를 부르며 산화공덕(散花功德)의 의례를 행하였더니 두 해의 괴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삼국유사’감통편 ‘월명사 도솔가’조)이 황당무계한 말은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국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이도흠 박사는 경덕왕이 전제왕권을 확립하는 마무리 책략으로 여러 면에서 모자라는 세살바기인 건운(혜공왕)을 세자로 옹립하려 하자 김염상을 비롯한 귀족세력이 왕권에 도전,두 세력이 맞선 것을 상징화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신라인들은 태양을 왕으로 여겼다는 얘기다.또 왕실의 안정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응 뿐 아니라 주술적인 힘도 필요해 승려로 하여금 화엄의 이상을 널리 펴는 꽃을 부리는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는 것. 이박사는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푸른역사 펴냄)에서 우리가 말로만 듣고 읽어보지 못했거나,읽었어도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삼국유사’를 원효의 화쟁(和諍)사상을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알기 쉽게 설명했다.자신이 창시한 화쟁기호학으로 풀어낸 우리 신화와 문화의 원형 찾기다.화쟁기호학은 이분법을 극복하고,세계를 셋으로 보는 화쟁사상을 바탕으로 형식주의와 마르크시즘 비평을 결합,텍스트의 의미와 미적 가치를 끊임없는 진동의과정에 놓는 새로운 인문학 비평이론이다. 우리 앞의 사물을 드러나는 모습(품)과 숨어있는 본질(몸),작용하는기능(짓)등 세가지 범주로 인식한다.우리문화는 한(恨)의 문화가 아니라 정(情)과 한의 화쟁의 문화이며,우리에게 최상의 맛은 ‘얕은맛이 나는 깊은 맛’이요 ‘뜨거운 시원함’이라는 것. 경문왕의 귀가 당나귀 귀가 된 이야기는 헌안왕을 속이고 왕위에 오른 사실을 은유한 것이며,조신의 꿈은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왕자였으나 계속 푸대접받는데 격분해 반란을 일으켰다가 처형당한 김흔과 그일가의 무상한 삶을 환유한 것이라는 등 명쾌한 해석을 내놓는다. 신라의 조상신들이 산으로 온 데서 풍류도를,선도산 상모 사소의 법회에서 풍류만다라를,도솔가에서 화엄만다라를 발견한다.신라인은 오랜 세월동안 풍류도라는 세계관으로 자기 앞 세계를 바라보고 대응하다가,불교가 들어오자 풍류도와 합해 풍류만다라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하더니,통일 후 극락정토 왕생을 소망하며 화엄의 원리를 체계화해 화엄만다라의 세계관을 정착시켰다고 강조한다. 김주혁기자 jhkm@
  • [조약돌] 부녀자 900여명 농락한 가짜 승려

    승려 행세를 하며 주부 10여명과 성관계를 맺고 돈을 빼앗는 등 전국을 돌며 부녀자들을 농락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수원 중부경찰서는 19일 이모씨(47·무직·서울 서초구 우면동)에대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 14일 오후 1시쯤 수원시 권선구 박모씨(30·주부) 집에 승려 복장을 하고 찾아가 “남편과 자식에게 재앙이 있어서 부적을쓰고 스님과 성관계를 맺어야 액땜이 된다”며 박씨를 성폭행한 뒤 500여만원짜리 고급시계를 훔치고 부적값으로 100만원을 받아챙기는등 지난 97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같은 수법으로 10여명의 주부를 농락한 혐의다. 이씨는 또 전국을 돌며 “남편 사업이 안돼 부적을 사야 한다”는등의 거짓말로 부녀자 900여명을 속인 뒤 시주비와 부적구입비 명목으로 모두 2,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백문일의 국제경제 읽기/ 亞경제‘3등석 증후군’ 신음

    ‘이코노미 클래스(3등석) 신드롬’.여객기 3등석에서 장시간 비행하면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승객이 혈액응고로 숨질 수 있다는 신종 증후군이다.좌석이 넉넉한 ‘일등석’ 또는 ‘이등석’과 달리 비좁은 3등석 승객에게만 주로 나타난다. 기상조건이 나빠 기체가 요동치면 안전벨트를 오래 착용해야 하기때문에 발병 확률은 더 높다고 한다.물론 건강한 사람에게는 드물게나타나지만 항공사는 이륙전 증후군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줘야 한다. 실제 28세의 한 호주 여성은 지난 10월 호주 항공기를 탄 뒤 이같은 증후군 때문에 폐에 피가 뭉쳐 사망했다.호주 변호사들은 같은 사례들을 수집해 프랑스항공,뉴질랜드항공,브리티시항공,호주 콴타스항공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3등석 증후군에 빠졌다.경제적 재도약을 꿈꾸지만정치·사회적 혼란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돌지 않는 동맥경화를 앓고 있다.설상가상으로 미국경제의 후퇴는 기체를 마구 흔드는악천후로 작용,이들에게 안전벨트라는 족쇄를 채우고 있다. 한때 동남아시아의 떠오르는 별이었던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은 중증 상태다.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필리핀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3.3%로 전망했으나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2% 미만으로 점친다.인도네시아와 태국은 1% 안팎의 제자리 성장이 예상된다.이들 인구의 25%인 8,500만명은 절대 빈곤층으로 경제회생의 걸림돌이다. 태국은 반(反)부패위원회를 구성,부패 일소를 추진하고 있지만 ‘멍키 비즈니스’로 불리는 승려(몽크)들의 각종 비리로 불교국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승려들이 여자를 납치해 매춘을 일삼는가 하면각종 강간과 살인에 연루돼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다. 필리핀은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이 문제다.올해 5% 성장이 예상되지만 정정 불안으로 경제는 엉망진창이다.인도네시아는 32년간의 독재정권이 청산됐음에도 와히드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부족,97년보다 심각한 외환위기가 우려된다.한국도 구조조정과 정치적 안정이 선결되지 않으면 내년에 5%대 성장은 장밋빛에 불과하다. 1등석 승객인 일본도 안전하지 못하다.소비를 지나치게 억제하는 국민성과 은행 구조조정의 여파 속에 기업들은 자금난과 저성장이라는‘이중고’에 시달린다. 미국의 법률사무소들은 개인 및 기업의 파산과 관련한 소송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20∼30% 늘 것으로 본다.아시아 스스로 3등석의 족쇄를벗지 못하면 내년에 증후군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해답은안정 뿐이다. 백문일 국제팀 기자 mip@
  • 혜암종정 동안거 결제 법어

    대한불교조계종 혜암(慧菴) 종정은 동안거 결제일(10일)을 앞두고 8일 법어를 발표,전국의 수행납자들을 격려했다. 동안거란 음력 10월 보름부터 다음해 정월 보름까지 동절기 3개월간전국의 승려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몰두하는 행사. 해마다 전국 77개 선방에서 2,000여 수좌승(首座僧)이 참여하고 있다 다음은 결제 법어 전문이다. 임제의 할(喝)은 번뇌를 끊고 성품을 봄이요,덕산의 봉(棒)은 마음밖에서 도를 찾음이로다. 뜰 앞의 잣나무는 사도를 쳐부수고 정법을 널리 폄이요. 개의 불성(佛性)이 없음은 바람 불지 않는데 파도가 치도다. 자유로운 선객은 위없는 정인(正印)을 깨닫고 조계(曹溪)의 정통제자는 화살같이 지옥에 떨어지도다. 눈 밝은 큰 종사가 어째서 두려워하는가?(한참 묵묵한 후에 말하였다)봄이 오니 자연히 푸르더니 가을이 되니 저절로 누렇구나. 산은 청황의 뜻이 없건만 나뭇 잎이 스스로 춘추를 알리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요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이니 눈 속에서 불이타고 재 속에서 불을 얻는다. 필경 이 무슨 뜻인가?소 머리의 야차(夜叉)가 겨우 머리를 숙이니 말 얼굴의 옥졸이 문득주먹을 드는구나 아 악. 불기 2544년 11월 10일 조계종 종정 혜암김성호기자 kimus@
  • 불교계 800년 금기 깬 ‘看話禪’ 논쟁

    ‘간화선(看話禪)은 이 시대에도 적합한 수행법인가’ 불교계가 간화선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불교에서 깨달음을 얻기위한 ‘방편’은 수없이 많지만 ‘간화선’은 한국불교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선 수행법으로 자리잡았고 ‘최고의 수행법’이란당위론에 따라 지난 800년간 논의 자체가 금기시됐다. 중국 송대 임제종 대혜 종고(大慧 宗고·1089∼1163) 선사가 제창한수행법인 간화선은 묵조선과 함께 선종의 양대 수행법으로 받아들여져왔다.묵조선이 ‘좌선을 통해 망연(妄緣)을 멸하면 그것이 그대로붓다의 깨달음’으로 봐 좌선 그 자체를 중시한다면 간화선은 화두(話頭)를 참구해 깨달음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에선 1209년 보조(普照)가 절요(節要) 말미에서 “생사에서벗어날 한가닥 살길(出身一條活路)”로서 제시한 것이 최초인 셈이다.당시 송광사의 수선사에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전국의 선원들이 간화선 참구도량으로 맥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의 논쟁은 이같은 금기를 깨고 가열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간화선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깨닫는 돈오의 한 방법으로 훌륭한 수행법이긴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견해와 “간화선은 대승불교최고의 수행법이며 간화선을 능가하는 수행법은 없다”는 종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선 간화선에 비판적인 입장은 화두는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한 방법일 뿐 유일하게 뛰어난 수행법이란 인식은 옳지 않다고 비판한다. 즉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화두만 붙잡고 수행한다는 것 자체도 어려울뿐 아니라 그런 방식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은 매우 힘들어 오히려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불교의 실용주의와 상대적 가치관의 유연성이 수천년간 불교를 혁신시켜온 힘이며 불교가 현대사회의 변화에 맞춰 미래의 가르침으로살아나려면 화두에 매달려온 전통을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정신문화연구원 한형조교수)“선불교를 잘못 이해한 스님들이 경전이나어록 등을 제자들에게 가르치지도 못하고 심지어 경전 어록공부를 하지도 못하게 해 불교를 모르는 불교인을 만드는 현실이 안타깝다”(성본스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반론자들은 선 수행이 독특한 수행법이긴 하지만 어려운 것이 아니며 논쟁의 대상으로 삼기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이다.“선이나 화두를 중국의 어느 선사가 만들었다는 식의분류는 불교에 대한 모독”(명진스님),“화두란 스승으로부터 점검을받기에 깨달음이 객관화되는 것”(영진스님)이란 주장이 그것이다. 최근 일고있는 이같은 논쟁은 이미 불교계에서 ▲화두공부 ▲수행법▲선 수행자 사회 등이 적지않게 거론돼왔던 터라 결과가 주목된다. 불교계 한켠에선 선승들이 주로 화두로 들고있는 ‘이뭐꼬’등은 간화선을 수행할 수 있는 화두가 아니라는 주장을 적지않게 펴왔다.수행자의 자세에 대해서도 간화선 수행자들에게서 오히려 편견 독선 편협 배타 이기심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4일 조계사에서 열린 간화선 토론회에 참석했던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은 “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는 일반인들을 감동시키고 이끌어가는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참선수행하는 승려들은 만인이감동받을 수 있도록 온몸을 바친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간화선 수행 선승 해마다 줄어. 선원은 스님들이 모여 참선하는 도량으로 일반인들의 접근이 막혀있다.대부분의 선원은 하안거 동안거 등 안거때가 되면 참선 스님들로붐비지만 평소엔 객승들의 거처로 사용돼 한적하기만 하다. 이땅에 간화선이 등장한 이래 800년간 전국의 선원은 간화선을 좇는선승들의 참구도량으로 자리잡아왔고 여전히 한국불교의 선을 잇는요람이 되고 있다.하지만 근래 들어 수행 선승의 수와 질이 떨어지고있다는 게 교계의 귀띔이다. 현재 전국에 산재해 있는 선원은 총림 5개,비구선원 42개,비구니 선원 30개 등 모두 77개.이들 선원은 대부분 화두를 주된 참구 방편으로 삼는 간화선을 택하고 있다. 하안거 동안거 결제기간중 선원에 입실한 선승들은 엄격한 규율에따라 정진 법문 포살(참회수행) 경책(큰스님 훈시) 운력(공동노동)산행 삭발·목욕 자자회(自恣會)에 참여해야만 한다.정진은 3가지로구분한다.일반정진은 하루 8∼10시간,가행정진은 12∼14시간,용맹정진은 일반적으로 1주일간 매일 18시간 이상 참선을 해야하는 고행시간이다.용맹정진은 종전엔 매철마다 반드시 했으나 지금은 철마다 하는 곳은 드물고 1년에 한번씩만 하는 곳도 있다. 법문 포살은 보름마다 하는게 원칙이지만 현재 법문·포살을 함께시행하는 곳은 해인총림과 조계총림 뿐으로 조실이 궐석인 선원에선법문도 듣지 못하는 곳이 많은 실정이다. 운력은 모든 선승들이 빠지면 안되는 가장 엄중한 규칙이며 삭발·목욕은 보름에 한번 하는 것이 원칙으로 요즘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안거의 마무리는 자자회.안거에 참여했던 모든 선승들이 마지막날모두 큰방에 둘러앉아 그간의 수행을 평가하는 의식이다.서로 상대방의 허물을 지적해줌으로써 잘못을 고치도록 한다. 한편 선원의 운영에 대해 해인총림 원융 스님은 “지금 전국의 선원에는 조실이 공석인 곳이 많고 수행자 수도 해마다 줄어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간화선은 참선스님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불자들이누구나 참구할 수 있는보편적 참선법으로 일반화할 필요가 있다”고말했다. 김성호기자
  • [굄돌] 벤처 사업가와 파우스트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승려와 수수께끼’라는 책에 나 오는 이야기 하나.어느 날 젊은 사업가 지망생 한 사람이 인터넷에서 관을 팔아 장례업계를 제패하겠다는 풍운의 꿈을 안고 실리콘 밸리 를 찾아온다.이른바 장례업 포탈 사이트인 Funerals.com.그에게 있어 자금만 충분하다면 ‘장례업계의 Amazon.com’이 되는 것은 시간문 제일 뿐이었다. 그의 사업 계획서는 나름대로 치밀했으며,아이디어 역시 참신한 것 이었다.과연 이 젊은이는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하기엔 아직 멀었다’ ‘실리콘 밸리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이 책 저자의 주장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사 업은 단순히 숫자와 서류 놀음이 아니다.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돈이 곧 사업인줄 안다.사업에 대한 진정한 열의와 비전이 없다면,그 사업 가는 언제라도 몇 푼의 돈과 자신의 영혼을 거래하려고 들 것이다.문 제는 그들이 돈을 위해 사업을 팔기 시작하면 사업 자체가 망가진다 는 걸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온통 한 벤처 사업가의 로비설로 떠들썩하더니,마침내 그 로 비에 연관돼 있다는 의심을 받던 정부 관리가 자살을 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말았다.불과 작년까지만 해도,벤처라는 단어는 도전과 개척 정신의 동의어였으며,건전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마지막 엘도라도 같은 곳이었다.그러나 이제 벤처의 주위를 떠도는 것은 모두 우울한 말들뿐이다.물론 현재 벤처의 위기는 벤처 사업가 한두 사람의 문제 도,단순히 개인 도덕성의 문제도 아니다.하지만 우리의 젊고 유능했 던 사업가들은 너무 일찍 돈을 위해 사업을 팔아버리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지상의 향락’에 취해 악마에게 ‘영혼’을 넘긴 파우스트 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돈을 위해 사업을 파는 사업가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투자자들은 시장을 불신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었을 까? 모든 사업이 다 그렇지만,특히 벤처에게 벤처 정신은 구호나 액 세서리가 아니다.지금까지 벤처들은 그 철학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기 고,위기를 극복해 왔다.하지만 그 철학을 언제라도 몇 푼의 돈과 흥 정하고,언제라도 도망갈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로 득실거린다면,누가 그 시장에 신뢰를 보내고 다시 투자를 하겠는가?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
  • [김삼웅 칼럼] 늦가을, 존재의 근원을 찾는다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흐르는 세월의 소리를 듣는다.새천년의장엄한 일출을 축복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캘린더는 두장만 남기고 오늘 상달의 마지막날이다. “아아,쉬임없이 흐름으로써 우리를 고문하는/ 잔인한 세월이여/ 너를 죽여 모든 생활을 얻은들/ 모든 생활을 죽여 너를 얻은들/ 또 무엇하리.” 양정자 시인의 ‘가장 쓸쓸한 일’의 전문이다. 일순의 쉼표도 없이 흐르는 세월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유난히 아름답다는 올 단풍도 하나둘 본자리로 돌아가고나무들은 겨울채비를 서두른다. 흔히 추수가 끝난 가을은 초목의 잎이 시드는 조락의 계절로 불리지만 생명의 원리에서 볼 때 조락은 복귀의 과정이다.낙엽귀근(落葉歸根)이란 말에서도 ‘생명복귀’의 원리를 읽는다.가을이 없다면 생물은 한없이 자랄 것이고 이것은 조화를 위한 절도를 넘어선다.천지는이렇게 조화와 절도를 부여받았다. 요즘 TV드라마로 부활한 조선시대의 저항적 학자 허균에게도 가을의교외는 풍성했다. “가을이 무르익어 즐거운 들판/ 기쁨의 소리가 원근에서 들리네/ 집집마다 흰 막걸리를 기울이고/ 곳곳에서 누른 벼를베고 있구나.” 신라의 승려 혜심(慧諶)은 ‘회향일(回向日)’에서가을의 번뇌와 망상의 식멸(息滅)을 말했다.“나부끼며 지는 잎은 숲에 떨어지고/ 쓸쓸히 날아가는 기러기는 새벽소리 보낸다/ 여기서 보고 듣고도 깨닫지 못한다면/ 부처님 마음 저버림이 얼마이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는 사람은 일하지 않은 결과이다.가을에 너울거리는 은빛 억새꽃을 보고도 사념(思念)이 없다면 심신이 산성화된 사람이다. 가람 이병기는 빼어난 가을시조를 남겼다.“들마다 늦은 가을 찬바람이 움직이네/ 벼이삭 수수이삭 으슬으슬 속삭이고/ 밭머리 해그림자도 바쁜듯이 가누나/ 무 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 두고// 젖먹는 어린아이 안고 앉은 어미 마음/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 줄을 모르네.” 세월 앞에 파괴되지 않는 진실이란 무엇일까.인간의 타고난 사악함과 바닥과 천장을 모르는 탐욕은 순환하는 계절의 질서를 지켜보면서도 진실을 익히지 못한다. 조용우는 ‘양파’란 시에서탐욕을 뒤짚어 쓴 인간의 속살을 벗긴다.“껍질을 벗긴다// 탐욕의 껍질/ 위선의 껍질/ 독선의 껍질// 한꺼풀 한 꺼풀을 벗기니/ 그 속에 숨어 있는 작고 하얀 속살/ 껍질까지도 용납하고 품어 준 진실의 속살/ 여태껏 나를 버티게 해준 것이/ 이 작은 진실이었구나/ 한 꺼풀씩 껍질을 다 벗긴 뒤에/ 그 속에 아무것도 없었다면/ 나는 그만 흙속에서 썩고 말았을 게다.”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인도 전역을 걸어다니며 지주들을 만나고,가난한 이웃들에게 땅을 내주도록 설득하여,스코틀랜드만한 거대한토지를 헌납받은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사회개혁가인 비노바 바베의평전이 이제야 번역되어 가을을 앓는 영혼들에게 위안을 준다.브라만계급 출신이면서도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분뇨 치우는 일을 맡았던그는 말한다.“어린아이의 배를 고프게 하시는 분은 그 어미의 가슴에 젖을 채워주시기도 한다.그분은 자신의 일을 완성되지 않은 채로그냥 두시지 않는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란 ‘전설’의 시절에 쓴 안재홍의 ‘독서개진론’은 지금도 유효성을 갖는다.“황국 단풍이 어느덧 무르녹아 달밝고 서리 찬 밤 울어 예는 기러기도 오늘 내일에 볼 것이다.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다.하늘 높고 바람 급한 적에 호마가 소리쳐 장부의 팔이 부르르 떨치면서 넌지시 만리의 뜻을 품는 것은 가을의 감정이다.” 조선후기 철학자 이덕무의 글은 늦가을 국향(菊香)의 맛이다.“티끌 세상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더라도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책 읽을 여유를 가진 사람은 군자이다.”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채운다.탐욕과 증오와 당파심을 털고 거리의 나무들처럼 겨울채비를 서두르자.새봄의 신록을 기약하면서,그리고뿌리로 돌아가는 잎새에서 존재의 근원을 생각하면서. “우수수 가을 바람 갈대잎 쓸쓸타 마라/ 이 한밤 잠못든다 흰머리외롭다 마라/ 천지에 한가닥 맑은 뜻을 우리만이 안다네.”(이은상,벽노기)김삼웅 주필.
  • 韓·中·日 종교교류 무르익는다

    한국과 중국,일본의 종교인들이 동북아 3국의 종교교류 활성화를 위한 모임을 잇따라 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천주교 주교 24명은 다음달 7∼8일 경남 양산 정하상바오로영성관에서 한일주교교류모임을 갖고 새천년 양국 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을 벌인다.이에앞서 지난23일부터 25일까지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의 불교인들은 서울에서 한중일 불교우호교류위원회의를 갖고 3국의 지속적인 불교 교류 활성화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한일주교교류모임은 한국에서 박정일 주교회의 의장을 비롯해 주교15명이,일본에선 시마모토 카나메 주교회의 의장과 8명의 주교가 참석해 양국의 사목활동에 관한 의견과 정보를 나눌 계획이다.특히 양국의 주교들은 이번 모임에서 양국의 근대사와 관련한 교회성찰에 대해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6년 ‘한일 교과서 문제 간담회’ 형태로 열리기 시작한 이모임은 정치 사회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한일 과거사와 양국 종교교류에 대해 종교차원에서 접근해온 회의.그동안 한일과거사 반성을 중심으로 6차례 양국을 오가며 회의를 열어왔다. 이번 회의는 특히 다음달 10일부터 열릴 임시 주교회의 총회를 앞두고 양국 과거사를 조명해본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주교회의 임시총회에서는 그동안 가톨릭계가 추진해온 교회사 반성내용이 의제로 다뤄질 예정인데 주교회의는 이번 임시총회에서 결정되는과거사 반성내용을 오는 12월초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현재 주교들간에도 과거사 반성에 대한 논란이 적지않은만큼 일본의 한국침략 등 근대사에 대한 한일 주교들의 논의가 상당부분 임시총회에서반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주교회의에 따르면 현재 일본측 주교들은 일본 정부보다 한일 과거사 청산과 반성에서 더욱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CCK)사무총장은 “국민정서상 한일교류에 걸림돌이 많은 현실에서 교회가 문제해결을 해보자는 차원에서시작된 이 모임에 양국 천주교계의 관심이 늘고 있다”며 “이번 회의는 한국내에서 일고있는 과거사 반성과 맞물려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3∼25일 열린 한중일 불교우호교류위원회의는 그동안의교류와는 달리 구체적인 교류내용을 확정했다.한중일 3개국 불교계를대표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중국불교협회, 일중한국제불교교류협의회는 이번 모임에서 지속적인 불교교류를 위해 3국의 승려들이 각각사원생활체험을 위한 수행단을 파견하는 것과 함께 공통불교경전 제작을 추진키로 합의,이를 위해 내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다시 한중일교류위원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한편 3국 불교인들은 모임에서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을 한중일불교교류에 참가시킬 것에 동의,내년 베이징 회의에 북한 불교계가 참여할수 있도록 공동노력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상설 위원회를 설치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中출신 첫 노벨문학상 가오싱젠/중국서 버림받은 중국혼의 문예가

    중국 작가로선 처음이자 아시아 문인으로선 네번 째로 노벨문학상을 탄 가오싱젠(高行健·60)은 극작가이자 소설가일뿐 아니라 연출가미술가 번역가 등 예술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발휘했다.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했고 대표작을 중국땅이 아닌 해외에서 썼지만 그는 중국어로 글을 쓰고,중국어로 사고한 중국혼의 작가이다.이는 “문학적 보편성,매서운 통찰력,언어적 탁월함을 통해 중국의 소설과 연극에 새길을 열어줬다”는 한림원의 선정 이유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1940년 동부 장시성 간저우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가 아마추어 배우여서 어렸을때부터 연극과 문학, 그림과 음악에 관심을 쏟게됐다.중국 체제 아래서 기본교육을 받기 시작해 62년 베이징 외국어대에서불문학 전공 학위를 얻었다.그러나 문화혁명(66∼76)에 휩쓸려 재교육 하방캠프로 끌려갔으며 그간 쓴 원고 가방을 몽땅 불태우지 않으면 안되었다.39세 때인 1979년이 되어서야 작품을 발표하고 프랑스이탈리아 등 외국에 나갈 수 있었다.87년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까지그는 단편 에세이 희곡 등을 잡지에 발표했으며 소설창작론 등에 관한 책도 냈다.특히 ‘근대소설기법 초론’은 마오쩌둥의 사회주의적리얼리즘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큰 논쟁을 일으켰고 당국의탄압을 사 반체제인사로 망명하게된 단초를 열었다.82년 브레히트,아르토,베케트 등의 실험적이며 전위적인 극작법에 영향을 받아 쓴 첫희곡 ‘위험신호’는 베이징 무대 상연에서 대성공을 거뒀으나 83년부조리극 ‘버스정류장’은 당시 당국의 지식인 억압정책에 걸려 크게 비판당했고 85년작 ‘야만인’은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86년 그의 ‘강 건너편’이 판금되고 말았는데 이후 중국에서 그의작품은 일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이에 가오는 사천성 양자강가의오지를 10개월동안 답파하면서 절망감을 삭였으며 87년 중국을 떠났다.1년뒤 정치적 망명객으로 파리에 정착했는데 고국에서 89년 천안문사태가 일어나자 중국공산당을 정식 탈퇴했다.이 사태를 소재로 ‘도망자’를 파리에서 창작,발표하자 중국당국은 그를 반국가 인사로규정하고 전 작품을 금서로 묶게된다. 그는 82년 여름부터 그의 걸작 소설인 ‘영산(靈山)’을 쓰기 시작했다.이 작품은 중국 산하를 시공간적으로 거대하게 편력하는 구성방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근원과 마음의 평정,자유를 찾는 한 개인을 형상화하고 있다.이어 좀 더 자전적인 취향의 수작 ‘한 개인의 성경(聖經)’으로 거대 스케일의 ‘영산’을 보완했다. 여러 작품이 다수 외국어로 번역되었으며 그의 연극작품은 언제나세계 한두 곳에서는 공연되고 있다. 가오는 또 동양화에 일가견을 가진 화가로서 국제적으로 30여 차례의 전시회를 가졌으며 자신의 책표지 그림을스스로 그리고 있다.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 기사훈장 등 많은 상훈을 받았다. 김재영기자 kjykjy@.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가오싱젠 대표장편소설 ‘영산'.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 가오싱젠의 대표 장편 소설 ‘영산’(靈山)은 격조 높은 내용과 함께 서사구조에 있어 대담한 시도를 담고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등장인물들의 그림같은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여행기이면서 철학적 여정의 기록이다.또 부분적으로 사랑 이야기와 우화적인 내용도 등장한다. 이처럼 변화 무쌍한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서 수많은 인물과 이야기들이 작품속에 뒤섞여 있다. 도교와 불교 승려,비구니에서 신비한 원시 인간형 까지 어찌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갖가지 유형의 인간이 그들이다.또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뱀과 매연을 내뿜는 버스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문명이 엇갈린다. 기존의 인습이 도전받고 선입견도 위협받는다.그래서 약함과 강함을 함께 지닌 인간 조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만다. 그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테두리에 놓여 있던 기존의 중국 문학과는 전혀다른 면모다.이처럼 동양적인 신비주의와 서구의 모더니즘을융합한 가오싱젠의 작가적 노력이 그의 작품을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광이지만 예상못했다”. 가오싱젠은 12일 스웨덴 한림원의 수상자 발표 소식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놀라움을 표시했다. 파리 교외 바뇨레에서 살고 있는 그는 이날 AFP통신과의 회견에서“놀랐다”고 소감을 밝힌 뒤자신이 수상 유력자로 거론되지 않았던 점을 들어 “아마 그런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지난 88년 중국에서 프랑스로 정치적 망명을 한 가오는 “(노벨상수상은) 영광이지만 아직은 그것을 충분히 음미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가오의 대표작 ‘영산’은 미국에서도 지난해에야 영문판이 나왔으며 국내에는 소설이나 희곡이 전혀 소개된 적이 없다.국내의 중국문학 전공학자들도 그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별로 깊지 않았다.
  • ‘8~9세기… 신라의 위상’ 학술대회

    이른바 나당연합군이 백제와 고구려를 물리치고 신라를 삼국의 패자로 만든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그러나 통일 이후 국제사회에서 신라의 지위를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않을 것 같다. 한국사학회와 백산학회가 6∼7일 경주에서 가진 ‘8∼9세기 아시아에 있어서 신라의 위상’학술대회는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의 하나로 열린 이 대회에 일본과 중국의 학자가 참여하여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 것도 뜻깊었다. 이기동(李基東) 동국대교수는 9세기 일본 승려 엔닌(遠因)이 쓴 ‘입당구법순례행기’를 바탕으로 당시 중국 도처에 깔려있던 신라인의눈부신 활약상을 강조했다.실제로 미국 하버드대교수 출신으로 케네디행정부 시절 주일대사를 지낸 에드윈 라이샤워가 지적한대로,당시일본인들이 중국을 왕래하려면 신라상인의 배편을 이용하지 않고는불가능했을 만큼 신라인들은 동아시아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윤명철(尹明哲) 동국대교수도 “통일신라인은 고구려와 백제의 개척정신과 해양능력을 계승하여 부를 창출하였고,당연히 국제환경속에서 정치 외교적 위치도 비중있게 격상됐다”면서 “동아지중해가 완벽하게 지중해적 성격의 기능을 발휘한 시대가 이 시기”라고 신라의지위를 높이 평가했다. 나아가 변인석(卞麟錫) 아주대교수는 “그동안 서안(西安)과 종남산(終南山) 일대를 답사한 결과 적지않은 신라의 사적을 찾아냈다”면서 “신라인들이 당나라가 이룩한 국제적 문화창출에 큰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적극적 해석을 하기도 했다. 반면 첸샹솅(陳尙勝) 중국 산뚱대교수는 “현재의 산뚱성에 설치됐던 신라원을 신라 교민활동의 결과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당나라가신라승려들의 구법활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썼음을 증명해주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신라관은 당 조정이 신라에서 온 조공사절단이 묵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용여관일 뿐”이라고 국내학자들과는 다른 시각을 내놓았다. 서동철기자
  • [대한광장] 이 가을에

    가을이다.새벽예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귀뚜라미가 따라와 운다.문득 외로움을 느낀다.가을날 새벽에 지니는 이 외로움은 투명하다. 찻잔에 차를 내리며 은은한 차 향기에 나를 맡긴다.문 밖에는 비가내리고 바람이 문을 흔들며 지나고 있다.가을에는 모든 것이 슬퍼 보인다.어둠이 외로워 보이고,밤길을 걷는 사람의 뒷 모습이 그렇다.그토록 당당해 보이던 바쁜 일상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사람에 대해 연민을 가지는 시간도 또한 가을이다.나뭇잎이 떨어지듯 우리 모두는떠나야할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가을에는 너무도 구체적으로 다가서기때문이다. 찻잔에 가득 고인 차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수행자의 마음은 사라지고 일상에 묻혀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 모습이 편협하고 이기적이며 또한 속되다.부처님 슬하에서 세월을묻고 산 지 십수년이 되었지만 내 마음의 어느 한 자락도 부처님의발 끝조차 스치지 못하고 있다.무엇을 일러 ‘중’이라고 할 수 있을지,이제 나는 대답할 자신이 없다. 가을이면 찻잔을 앞에 두고 나는언제나 자신을 돌이켜 본다.차 향이 잔잔하게 온 방안에 퍼지듯 내 삶의 향기가 그렇게 은은히 번지기를 바라면서.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와서야 비로소 향기를 머금은 차잎이 피어나듯 혹독한 자기반성과 눈뜸 없이는 자신의 삶의 향기를 만날 수 없는 일이다. 이 가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 마음 속에 이기를 버리고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너무도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기에 마음을 나누는 법을 잊어 버린 것만 같다.마음은 나눌수록 부유해지는 법인데,나는 스스로 가난을 택해 살아온 것이다. 그것은 형식과 이기에 얽매인 자연스러운 삶의 결과이기도 하다.마음은 있지만 승려이기 때문에,하고는 싶지만 귀찮기 때문에 하는 전제들을 모두 버리고 누구에게나 마음을 건네며 함께 웃고 울고만 싶다.가진 것이 없는 삶인데 마음마저도 넉넉하게 나누지 못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인색한 인생살이 아닌가. 며칠전 밤에 한 통의 전화를받았다.먼 제주도에서 바람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도반 스님이 일부러 전화를 한 것이다.전화기를 통해서 말없이 건네던 바람소리를 처음에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들려? 바람소리가”.도반 스님의 해석을 통해서야 나는 비로소 바람소리라는 것을 알았다.스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서울 살더니 바람소리도 잊었네.사람이 왜 그리 됐어.눈을 뜨고,귀를 열고 밖을 좀 내다봐. 제주도의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 일부러 전화했어”라고.바람소리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 일부러 전화를 준 스님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선물을 할 때처럼 시간과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마음을 내기만 하면된다.그러나 이 마음을 내는 일에 대개의 사람들은 서툴다.바쁜 일상속에서 타인과 자연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마음을 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음을 비워야만 한다. 그리고 그비워진 자리는 백지처럼 언제나 깨끗하게 간직할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연으로이 세상에 와 함께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다.마음의 문을 닫고 살기에는 인연의 무게가 너무나 지중하다.마음을 열고,마음을 나눌 때 한 생명의 아름다움은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갈 수 있으리라. 가을이다.길을 떠나야겠다.이기와 형식에 얽매인 나를 버리고 따뜻한 나눔의 길을 떠나야겠다. 성전 조계종 옥천암 주지
  • 지광스님 하버드대 불교연구단 초청 강연

    “한국불교를 미국의 지식인 사회에 알리고 나아가 세계적으로 선양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초청에 응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동양학부 불교연구커뮤니티(HBC) 초청으로 오는 10월2일 현지에서 ‘한국불교의 오늘과 내일’이란 주제로 강연하는 대한불교 조계종 능인선원 원장 지광(智光) 스님은 25일 기자들과 만나한국 불교도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를 떠나 적극적으로 세계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BC는 하버드내 불교에 관심이 많은 학자·학생 400여명으로 구성돼오래전부터 한국불교를 연구해온 지식인 그룹으로 국내 불교계에 수소문끝에 지광스님을 초청연사로 결정했다.하버드대에서 한국의 승려가 강단에 서기는 22년전 숭산(崇山) 스님이래 처음이다. “세계 곳곳에 한국불교를 연구하려는 지성들이 많습니다.이런 수준높은 관심을 한국불교 본래의 모습과 연결해 정착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미국의 우리 사찰만 보더라도 대부분 자그마한 암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이같은 사찰을 한국불교 전파의 터전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번 강연을 계기로 한국불교를 배우려는 각국 석학들을 내년부터정기적으로 한국의 능인선원에 초청해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지광스님.그는 오는 2003년 개교를 목표로 대학원 중심의 불교대학 설립을 구상중이기도 하다. 김성호기자 ki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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