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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발전위를 제것처럼…버닝썬 투자사가 ‘대물림’

    경찰발전위를 제것처럼…버닝썬 투자사가 ‘대물림’

    르메르디앙 호텔 소유 업체 前 대표, ‘12년 동안 6연임’ 경발위원 꿰차“내가 은퇴하면 다음엔 現 대표 B씨 올 것”…특정업체 대표가 승계한 셈업체측 “지역 사회 봉사 차원” 해명…“지역 유력인사 민원창구” 비난 커클럽 ‘버닝썬’이 입주했던 호텔 소유 업체의 현직 대표가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 위원직을 약 9개월간 역임해 논란이 된 가운데 이 업체의 전임 대표가 2006년부터 약 12년간 강남서 경발위원 자리를 맡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이 예규를 무시한 채 자리 물려주기를 용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서 경발위원회는 지역 내 유력인사의 민원 창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28일 경찰과 호텔업계 등에 따르면 리츠칼튼 호텔의 소유업체인 전원산업 전 대표 A씨는 현직이던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강남서 경발위원을 맡았다. 리츠칼튼 호텔은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의 전신이다. 전원산업은 2017년 12월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2100만원을 출자하고 10억원을 대여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강남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점을 인정해 경발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발위원 임기가 2년이므로 6번 연임한 것으로 보인다. 경발위는 경찰행정발전을 위해 시민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각 경찰서가 운영하는 기구다. 구성원은 교육자,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등 지역 내 ‘지도층 인사’로 특정돼 있다. 유흥업소 운영 등 경찰업무 수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맡을 수 없다. 문제는 경찰이 특정 호텔 운영 업체의 대표에게 사실상 ‘당연직’처럼 경발위원 자리를 내줬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예규인 ‘경발위 운영 규칙’도 무시됐다. 운영규칙에 따르면 경발위원직을 맡기 위해서는 과·계장급으로 구성된 경찰 내 심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이제 나이가 많아 은퇴하게 됐으니 내 다음으로 B씨(전원산업 현 대표)가 오게 될 것’이라고 경찰에 의사를 전달했고, 실제 B씨에게 위원직을 승계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B씨를 추천한 사람을 묻자 이 관계자는 “알 수 없다”면서 “추천인은 A씨인 셈”이라고 말했다.전원산업 측은 경발위원 대물림 지적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전원산업 관계자는 “(A씨와 B씨가) 봉사 차원에서 위원직을 수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들었다”면서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려는 취지에서 수락한 것이지 민관 유착이라는 논리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경발위원 자격 등에 대한 점검 지시를 내렸고,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과 경찰 전문가들은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서울 지역의 한 현직 경찰관은 “유력가들과 안면을 트려는 경찰 고위직과 경찰과 친하게 지내면서 어깨에 힘주려는 지역 유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조직”이라면서 “시민 의견 청취가 목적이라면 인터넷을 못하는 지역의 노인 등 더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발위는 경찰이 듣고 싶은 얘기만 해 주는 친목단체”라면서 “경찰이 시민 감시를 통해 거듭나려고 한다면 경발위 운영보다는 행정 정보를 최대한 외부에 공개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52) 한화그룹 3세경영의 명암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52) 한화그룹 3세경영의 명암

    김동관 전무, 태양광사업 주도하며 차기 총수 유력김동원 상무, 한화생명에서 미래혁신및 해외총괄막내 김동선씨, 잇단 구설수로 경영에서 배제 한화그룹 김승연(67) 회장은 세명의 아들에게 역할 분담을 통해 경영권을 넘겨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장남 김동관(36) 전무에게는 태양광사업을, 차남 김동원(34) 상무에겐 금용사업을, 3남 김동선(30)씨에겐 건설사업을 맡겼다. 하지만 자식 문제는 아버지도 마음대로 안되는 법. 3남 동선씨가 최근 폭행 등 잇딴 구설수에 올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단 배제된 상태다.  현재까지는 회사 내 지위나 역할 면에서 장남 김동관 전무가 경영권 승계에서 동생들보다 한참 앞서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김 전무는 그룹의 차세대 신성장 사업인 태양광모듈사업을 주력으로 삼는 한화큐셀에서 CCO(Chief Commercial officer)로 영업, 마케팅, 사업개발 등을 총괄하고 있다. 다보스포럼 등의 국제행사에 참석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서울 구정중을 졸업한 뒤 미국 세인트폴고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10년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해 중국법인인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독일법인인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을 맡았다. 웨이팅 트레이닝과 브라질 무술인 주짓수를 비롯해 격렬한 운동을 즐긴다고 한다. 야구, 축구광으로 한화그룹의 해외 스포츠마케팅도 주도했다. 한화생명의 김동원 상무는 지난해 12월 미래혁신 및 해외 총괄을 맡았다.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던 디지털 사업전략을 구체화하고, 디지털 신사업 및 디지털 마케팅 활동을 통해 4차 산업 시대를 대비한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김 상무는 형과 같은 미 세인트폴고를 나와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후 작은 공연기획사나 마케팅 관련 회사에서 일했을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열혈 청년이다. 세 아들중 보스기질이 있는 김승연 회장과 성격이 가장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이던 2007년 술집 종업원과 몸싸움을 벌여 눈부상을 입자 김 회장이 보복 폭행을 해 1년 6개월간 실형을 선고받는 등 고초를 겪었을 정도로 애지중지하는 아들이다.  김 상무는 2014년에 입사한 뒤 한화그룹 디지털팀장,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 및 디지털혁신실 상무 등을 거치며 디지털, 핀테크 부문의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다소 딱딱하고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국내 보험시장 환경에서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핀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생명보험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자 시작한 ‘드림플러스’도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다. 3남 동선씨는 한화건설 팀장으로 재직중이던 2017년 1월 술집에서 종업원을 폭행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그러던중 2017년 9월에는 서울 종로구 한 술집에서 대형로펌인 ‘김앤장’의 신입 변호사 모임에 참석해 변호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해 또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김 회장은 사건 당시 입장문을 내고 “자식 키우는 게 마음대로 안되는 것 같다. 아버지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피해자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전 국가대표 승마선수이기도 한 김씨는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부문에서 각각 금메달을 땄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전에서 금메달,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다트머스대 출신이다. 현재는 회사를 퇴사해 독일에서 아시안 레스토랑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월까지 독일 서부 뒤셀도르프의 중심가에서 중식당과 라운지 바, 샤부샤부 레스토랑을 차례로 열 예정이라고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지역언론인 라인 포스트 온라인판이 최근 보도했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트럼프 직무박탈’ 모의 놓고… 美 쿠데타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2017년 자신의 탄핵 논의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앤드루 매케이브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대행과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을 겨냥해 “불법적이고 반역적 행동을 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역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2017년 자신에 대한 탄핵 모의 의혹 때문이다. 매케이브 전 국장대행은 지난 17일 자신의 책 ‘위협’ 출간을 앞두고 가진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5월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을 해임했을 때 로즌스타인 부장관과 수정헌법 25조 적용, 대통령의 직무박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수정헌법 25조는 내각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 여부를 판단하고 승계를 진행하는 절차가 담긴 조항이다. 결국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 댄 본지노가 폭스뉴스에서 이들의 수정헌법 25조 논의를 ‘쿠데타’라고 표현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지노의 쿠데타 표현을 두고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쳤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등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쿠데타가 아니다”라면서 폭스뉴스 출연자들이 잘못된 표현을 썼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대구상공회의소 가업승계제도 개선 건의

    대구상공회의소가 정부·국회에 가업승계제도 개선을 건의키로 했다. 대구상의는 지난 18일 열린 2019년 정기의원총회에서 가업상속공제 사전·사후 요건 완화 등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채택했다고 19일 밝혔다. 건의문은 가업상속공제 제도 가운데 중견기업 매출액 제한 삭제, 피상속인 지분 유지 비율·기간 등 사전요건과 정규직 근로자 수 유지 기한·비율, 10년 이상 업종 변경 불가, 가업용 자산 처분 제한, 상속 주식 지분 유지 등 사후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창업주가 고령화한 상황에서 가업 승계가 원활하도록 한시적 세제지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담았다. 대구상의는 총회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지원팀을 신설하고 달성군사무소를 달성사업본부로 격상하는 조직 개편을 의결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제명’ 이종명 의원직 잃나…‘5·18 망언’ 한국당 의원들 거취는?

    ‘제명’ 이종명 의원직 잃나…‘5·18 망언’ 한국당 의원들 거취는?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5·18 망언’ 논란으로 당으로부터 ‘제명’ 징계를 받으면서 향후 의원직 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당은 당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어 이종명 의원에 대해 ‘제명’ 조치를,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는 유예하기로 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이같은 징계안을 확정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중앙윤리위는 이들 의원들의 발언이 5·18정신과 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 가치에 반할 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심각한 해당 행위라고 보고 이 의원에 대해 제명 조치를,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 징계 유예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종명 의원은 10일 이내에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재심을 청구할 경우 다시 당 윤리위가 소집돼 징계 여부 및 수위에 대해 재논의한다. 재심에서도 제명이 결정되거나, 재심 청구가 없을 경우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종명 의원의 당적 제명에 대해 표결한다. 한국당 재적 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하면 이종명 의원은 최종적으로 한국당 당적을 잃게 된다. 사실상 출당 조치를 당하지만 어디까지나 당 차원의 ‘제명’이다. 국회 차원의 ‘의원직 제명’과는 다르다. 다만 이종명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다. 당적을 잃게 된 비례대표 의원의 의원직 유지 여부나 의원직 상실시 한국당의 비례대표 승계 여부에 대해서는 국회 사무처의 해석을 따라야 한다. 김 사무총장은 “이 문제는 전적으로 국회 사무처가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면서 “(당 차원에서는) 검토하지 않았으며, 국회 사무처의 해석을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2·27 전당대회에서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는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인 공고 시까지 윤리위원회의 회부 및 징계 유예를 받는다’는 당규에 따라 징계 유예 처분을 받았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가 다시 이뤄질 수도 있지만, 이때의 여론과 새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징계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별개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공조로 추진되는 ‘의원직 제명’은 한국당 의원 전원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의원직 제명은 재적의원의 2/3 이상(199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한국당을 뺀 나머지 의석 수를 다 합쳐도 185석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5·18 망언’ 의원 3명의 의원직 유지 여부는 국회 사무처의 해석, 2·27 한국당 전당대회 결과, 그리고 여론의 향배에 달려 있다. 한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관리 책임을 물어 주의 조치를 받았다. 김 사무총장은 “주의는 윤리위 차원에서 관리감독에 신경쓰라고 촉구한 것이고 징계에 해당되진 않는다”면서 “따라서 이후 내용에 대해서 김병준 위원장이 비공개 회의때 향후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당 사무처에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해 각별히 살펴보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사전 확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결정에 대해 김진태 의원은 개인 입장문을 통해 “이제 전당대회에 집중하겠다”면서 “이종명 의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조선업 부활의 신호탄 돼야

    산업은행이 어제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 인수 후보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을 계열사로 두는 중간지주회사 격인 통합법인을 설립하고, 여기에 현대중공업과 산은이 현물출자 등을 통해 지분 28%와 18%의 1대와 2대 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1145만t)이 2위인 대우조선(584만t)을 합병하면 세계 3위인 일본 이마바리(525만t)를 압도하는 초대형 조선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몸집을 불린 현대중공업은 연구개발(R&D)과 설계, 구매, 서비스 등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일본, 중국, 싱가포르 조선사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고,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 등을 인수해 고부가가치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한둘이 아니다. 우선은 동반 부실을 우려하는 현대중공업 노조와 합병 이후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대우조선 합병에 초기 현금 부담이 적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이제 겨우 구조조정을 끝낸 현대중공업이 영구채 2조 3000억원을 안고 있는 대우조선을 인수하게 되면 후일 재정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이번 합병은 외양에서 산은과 현대중공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져서 이뤄진 것이지만, 대우조선의 고용 문제 등을 우려한 정부가 밑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합병은 구조조정을 수반하니 고용 승계가 녹록지 않다. 답은 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여 수주량을 늘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현대중공업과 산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노조의 고통 감내가 뒤따라야 한다. 누릴 것 다 누리면서 고용까지 유지하는 마법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독과점 문제 등 합병 과정상의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13조원을 쏟아부은 조선업 구조조정은 조선업의 부활로 이어져야만 의미가 있다.
  • 하늘로 먼저 간 공무원 아내 연금 장학금 기탁한 퇴직 공무원 남편

    퇴직 공무원이 하늘나라로 간 아내의 뜻을 받들어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12일 충북 제천시에 따르면 윤종섭(68) 전 제천시 행정복지국장이 최근 시 인재육성재단에 1080만원을 기탁했다. 이 돈은 윤 전 국장이 승계해서 받는 아내 몫 공무원연금 1년치 전부다. 부인 김기숙씨는 시청에서 근무하다 지병으로 명예퇴직 후 60세인 2017년 12월 숨졌다. 매달 김씨 앞으로 나오던 연금 300만원은 그가 사망하자 관련규정에 따라 30%가 윤 전 국장에게 지급되고 있다. 윤 전 국장은 “아내가 평소 지역인재 육성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왔고, 장학금 기탁을 당부하는 유언도 남겼다”며 “앞으로도 아내가 남긴 연금을 모아 뜻깊게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국장의 장학금 기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6월에도 ‘아내의 유지’라며 1억원을 인재육성재단에 전달했다. 고인은 2016년 제천시청 행정직 여성공무원 최초로 국장에 올랐다. 나눔 활동에도 앞장선 그는 자원봉사 1000시간을 달성해 대한적십자사 표창장도 받았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이재용 3심 ‘서류전쟁’…1년간 의견서만 100여건

    이재용 3심 ‘서류전쟁’…1년간 의견서만 100여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이 1년 가까이 이어진 가운데 양측이 100건이 넘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서류씨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 측에서 70차례 이상 의견서를 제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의혹 수사 등이 자칫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사건은 지난해 2월 13일 대법원에 접수됐다. 이때부터 이 부회장 측은 총 76차례, 박영수 특별검사 측은 18차례 의견서를 상고심 재판부인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에 제출했다. 또 상고 과정에서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기재된 법리를 보강하는 상고이유보충서도 이 부회장 측이 총 7차례, 박 특검 측이 총 5차례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견서와 상고이유보충서를 합쳐 양쪽이 제출한 서류가 100건을 훌쩍 넘었다. 이 부회장 측 제출서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은 상고심 접수 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등에서 불거진 변수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의 승마지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 뇌물액수를 70억여원으로 판단한 것이 이 부회장 측의 불안감을 자극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이 부회장의 1심 판결과는 유사하면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과는 대치되는 것이었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삼성이 약속 혹은 지급한 213억원 중 코어스포츠 용역대금과 마필 구입비, 보험료 등 72억여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이 지원한 말의 소유권 자체는 최씨에게 넘어간 것이 아니다’라며 이에 해당하는 36억원을 뇌물 액수에서 제외했다. 결국 이 부회장 측은 뇌물 수수자인 박 전 대통령 등의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받아 들여져 뇌물액수가 70억여원으로 인정되면 공여자인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의견서 제출에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도 심상치 않은 변수라고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경영승계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삼는 이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성폭행·인종차별 논란 휩싸인 미국 버지니아주 ‘톱3’

    성폭행·인종차별 논란 휩싸인 미국 버지니아주 ‘톱3’

    “이번 주 나로 인해 버지니아 주민들이 느꼈을 고통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수치다.”(마크 허링 버지니아주 법무장관) 미국 버지니아 주정부 고위공직자 3명이 연이어 인종차별·성폭행 등으로 구설에 올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마크 허링 주 법무장관(57·검찰총장)은 6일(현지시간) 대학 시절인 1980년대 흑인 분장을 한 채 파티에 참석해 사진을 찍은 사실을 인정했다.그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열아홉살의 나이에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가할 고통을 무감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면서 즉각 사과했다. 2021년 차기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던 허링 장관은 앞서 랠프 노덤(60) 버지니아 주지사가 최근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자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과 함께 공개적으로 그의 사임을 촉구했었다.노덤 주지사는 1984년 찍힌 인종차별적 사진 속 인물이 자신임을 인정했다가 퇴진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2일 다시 사진 속 인물은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나섰다. 사진은 이스턴버지니아의과대 졸업앨범에서 나온 것으로, 노덤 주지사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에 실린 사진에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KKK) 복장과 흑인 분장을 한 졸업생 2명이 나란히 서 있다. 노덤 주지사는 지난 2일 “처음 사진을 본 뒤 가족과 친구 등과 상의했으며 더 신중하게 살펴본 결과 자신은 사진 속 인물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사임을 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노덤 주지사의 사진을 2017년 선거 당시 찾아냈다면 공화당 후보가 이겼을 것”이라며 노덤 주지사를 향해 주지사직을 내놓으라고 공세를 높였다.이런 가운데 버지니아 흑인 노예 후손으로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와 연방검사를 지낸 저스틴 페어팩스(39) 부지사에 대해서는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2004년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페어팩스 부지사를 만났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 잠시 문서를 가지러 호텔 방에 가자던 페이팩스 부지사가 돌변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페어팩스 부지사는 ‘합의된 관계’였다며 성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노덤 주지사와 페어팩스 부지사, 허링 장관은 모두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분류되는 버지니아주에서 2017년 치러진 ‘미니 지방선거’로 당선됐다. 주지사직 승계 1·2순위인 부지사와 검찰총장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주지사와 함께 모두 사퇴할 경우 주지사직이 공화당 소속 커크 콕스 주 하원의장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주지사에 이어 법무장관까지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민주당을 집어삼킨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러시아 육상 선수 12명 도핑 관련 출전 정지 4~8년

    러시아 육상 선수 12명 도핑 관련 출전 정지 4~8년

    2012년 런던올림픽 높이뛰기 챔피언 이반 우코프를 비롯해 12명의 러시아 육상 트랙과 필드 종목 선수들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도핑 관련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CAS는 우코프의 런던올림픽 기록은 물론 3년 동안의 출전 기록을 모두 삭제하기로 해 당시 세 명이나 됐던 공동 3위 로버트 그라바스(영국)가 연이은 도핑 징계로 은메달을 승계하게 된다. 12명의 선수들은 앞으로 21일 안에 CAS에 항소할 수 있다. 이로써 런던올림픽 기간 도핑 테스트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은 120건 이상으로 늘어 이전까지 가장 많았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의 86건을 한참 앞질렀다. CAS는 이들이 런던올림픽부터 이듬해 모스크바 세계선수권까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도핑 프로그램과 특정한 보호 수단으로부터 이득을 봤다고 설명했다. 우코프와 함께 2013년 세계선수권 높이뛰기 챔피언 스베틀라나 슈콜리나는 4년 출전 정지 징계를 당하지만 같은 대회 해머던지기 챔피언 타탸나 리센코는 8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2015년 11월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막았는데 지난달 징계를 올해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CAS는 IAAF를 대신해 선수들의 출전 여부를 심의하고 있으며 러시아육상연맹은 권한이 정지돼 어떤 징계 심의 절차도 진행할 수 없는 상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성남시, 제1공단 개발소송 패소…295억원 배상 위기

    경기 성남시가 수정구 신흥동 제1공단 부지의 아파트 개발을 막았다는 이유로 295억원을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제1공단 부지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공원 조성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개발사업을 불허한 곳으로 이 지사의 책임 논란도 일 전망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3민사부(부장판사 김수경)는 1일 신흥프로퍼티파트너가 성남시, 이재명 지사, 전 성남시 도시주택국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선고 공판에서 “성남시는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의 채권자인 G개발에 295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와 함께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의 채권자인 G개발 등 4개 법인·개인이 원고승계 참가했는데,재판부는 295억4000여만원을 제외한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3개 법인·개인,G개발의 추가 청구 등 2215억7000여만원의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또 이 지사와 전 성남시 도시주택국장에 대한 청구도 기각했다. 앞서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는 2012년 11월 “이 지사가 시장선거 공약으로 제1공단 부지 공원화를 내걸고 당선된 뒤 제1공단 도시개발사업 시행자 지정신청서를 반려하거나 불가처분해 손해를 봤다”며 2511억1000 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시는 그러나 적법한 행정처분이었다고 주장하며 6년여간 법정다툼을 벌여왔다. 시 관계자는 “3차례 반려나 불가처분을 내렸는데 재원조달방안 등 사업계획이 미비해 안정적 사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까지 했는데 같은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성남시가 550억원을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에 지급하라’며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지만 역시 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관련 성남시는 제1공단 부지 개발과 관련, 당시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의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에 대한 불가 처분은 적법한 행정처분으로 시가 개발사업자에게 295억여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송에서 성남시가 최종 패소할 경우 고스란히 시민 세금으로 배상액을 지급해야 한다. 수정구 신흥동에 위치한 제1공단 부지는 2009년 5월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1공단 토지 소유자인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가 도시개발사업 시행자 지정 신청서를 성남시에 제출했으나 시는 해당 신청서가 도시개발법 등 관련규정에 맞지 않다며 거부 처분했다. 한편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5503억원을 환수했고,이 가운데 2700억원을 제1공단 공원 조성에 썼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선거공보물과 유세에서 공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국세청, 상속세 사전안내 도입

    가상계좌 납부방식 모든 은행 확대 대기업 총수 ‘변칙 탈세’ 조사 강화 올해부터 상속세에 대한 사전 안내가 도입되고 하나의 전자납부 번호로 모든 은행에서 세금을 낼 수 있는 국세계좌 납부 서비스가 시행된다. 모바일로도 사업자등록 신청 및 업종 정정이 가능해지는 등 모바일로 가능한 세정 업무가 늘어난다. 국세청은 28일 한승희 국세청장 주재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국세 행정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한 청장은 “조세 정의를 훼손하는 불공정 탈세 행위에 엄정 대응해 공정과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국 세무관서장 293명이 참석했다. 국세청은 올해 처음으로 대법원으로부터 가족관계 자료를 제공받아 상속세 사전 안내 서비스를 한다. 상속세는 자진 신고 항목이기 때문에 이제까지 별도 통지가 없었다. 이에 따라 상속인이 상속세 납부 대상임을 모르고 기한 내에 세금을 내지 않아 가산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 현재 5개 은행에만 제공되는 가상계좌 납부 방식을 모든 은행에서 가능한 국세계좌 납부서비스도 확대한다. 이와 함께 모바일 민원실 기능을 개선해 사업자 등록 신청과 업종 정정, 민원증명 열람·전송 기능도 추가하기로 했다. 대기업 총수 등 자산가들의 변칙적인 탈세에 대한 조사도 강화한다. 대기업 사주 일가의 차명회사 운영, 사익편취, 자금 사적 유용,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경영권 편법 승계를 집중 점검한다. 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금융상품을 악용한 변칙적 탈세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해외 손자회사를 통한 소득 은닉, 해외 독점사업권 무상 이전, 해외신탁·펀드를 활용한 편법 증여 등 역외탈세와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다국적기업의 공격적 조세 회피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바벨’ 박시후 장희진, 격정멜로 “美친 드라마” 첫방부터 안방 압도

    ‘바벨’ 박시후 장희진, 격정멜로 “美친 드라마” 첫방부터 안방 압도

    TV CHOSUN ‘바벨’이 첫 방송부터 안방극장에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이멀전시 대격돌의 서막을 알리며 2019년 ‘美친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지난 27일 첫 방송 된 TV CHOSUN 특별기획 ‘바벨’(극본 권순원, 박상욱/ 연출 윤성식 /제작 하이그라운드, 원츠메이커 픽쳐스) 1회는 수도권 시청률 4.3%(닐슨코리아 유료 방송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5.4%까지 치솟으며 첫 방송부터 화끈한 출발을 알렸다. 무엇보다 ‘바벨’은 첫 오프닝부터 피범벅이 된 채 살해당한 김지훈의 모습이 펼쳐지는 19금 드라마다운 충격 전개와 파격적인 영상 스케일, 시간을 역순으로 배치해 사건을 되짚어가는 박진감 넘치는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중독되게 만들었다. 특히 권순원, 박상욱 작가의 치밀하고 쫀쫀한 구성력, 대작 드라마의 거장 윤성식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리얼 퍼펙트 빛삭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여기에 박시후-장희진-김해숙-김지훈-장신영-송재희-임정은 등 출연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졌다. 극 중 거산가를 둘러싼 얽히고설킨 차우혁(박시후)과 한정원(장희진), 신현숙(김해숙), 태민호(김지훈), 태유라(장신영), 태수호(송재희), 나영은(임정은)이 촉발된 두 개의 사건 속에서 복수와 욕망 그리고 사랑을 생생하게 덧칠하면서, 눈코 뜰 새 없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첫 방송에서 박시후는 오직 복수를 향한 갈망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고뇌하는 차우혁 역의 극과 극 면모를 깊이 있는 연기로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을 안방극장 1열로 불러 모았다. 차우혁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일어난 불의에 거친 육두문자를 던지는 데 이어, 법적 지식을 활용한 능청스러운 해결을 도모했다. 더욱이 거산그룹을 무너뜨리기 위해 법무팀장을 자처해 적진으로 돌진하면서도 뒤에서는 추적을 이어가는 치밀한 면모를 보였던 것. 또한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복수의 칼날 끝에 있던 태회장(김종구)이 숨만 쉬는 주검의 상태로 돌아오자 망연자실해하다, 헬기 사건 조사를 맡게 되자 다시금 복수를 향한 질주 태세를 가다듬었다. 차우혁과 추악한 비리로 얼룩진 거산가의 불꽃 튀는 전쟁의 서막이 예고되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장희진은 삶에 희망을 잃고, 벼랑 끝에 서게 된 여자 한정원 역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한정원은 최고 톱스타 여배우에서 거산가 차남 태민호의 아내가 된 후 친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일을 도와주며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태민호의 이중적 태도와 거산가의 비열한 민낯의 무게에 지쳐가는, 절망적 삶을 살아가고 있던 터. 게다가 헬리콥터 추락으로 인해 실종된 후 죽은 줄 알았던 남편 태민호가 살아 돌아오자, 기쁨 대신 겁에 질린 채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으로 한정원의 인생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김해숙은 광분한 아들 태수호를 진정시키기 위해 표정 변화 없이 뺨을 내리치고 이내 돌변한 채 뺨을 다독이는 등 날 서린 두 얼굴, 신현숙의 변주를 그려냈다. 신현숙은 남편 태회장이 위독한 상황에 당도하고, 태민호가 죽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듯 쓰러졌지만, 걱정하는 가족들이 병실에서 물러나자 손을 틀어막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하는 모습으로 소름을 안겼다. 이어 서둘러 이사회를 소집해 태수호를 회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눈에 불을 켰지만. 그 순간 태민호가 살아 돌아오자 하얗게 질린 얼굴을 드러내, 신현숙과 태민호의 숨겨진 이야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지훈은 오프닝부터 태회장 집무실에서 피범벅인 채 눈을 부릅뜬,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태민호의 모습으로 충격을 선사했다. 태민호는 계모 신현숙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생을 후계자 승계에 관심 없다는 의지를 보이다가 태회장으로부터 실질적 후계자로 지목되자 서슬 퍼런 이빨을 드러냈다. 더욱이 헬리콥터 추락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다시 살아 돌아온 후 신현숙에게 비릿한 웃음을 보내는가 하면, 선물이라며 의문의 물건을 건네는 등 반전 행보로 소름을 드리웠다. 과연 태민호를 죽음으로 몬 사람은 누구일지, 진범을 찾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 가동되면서, 태민호의 행보에도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뿐만아니라 성폭력범 변호를 의뢰받았지만, 강단 있게 사퇴를 결정하는 변호사 태유라 역의 장신영, 첫 회부터 개차반 행동을 일삼는 재벌 3세 태수호 역의 송재희, 그리고 파격적인 쿨내 진동 면모를 과시한 나영은 역의 임정은까지 빈틈없는 열연이 어우러지면서 극적 몰입도를 드높였다. 그런가하면 이날 방송에서는 차우혁과 한정원이 비극적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계단 키스’ 엔딩이 담겼다. 죽은 줄 알았던 태민호가 살아 돌아온 것을 목격하고, 충격에 휩싸여 병원 비상계단으로 달려가는 한정원을 쫓아간 차우혁이 눈물을 쏟아내는 한정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애처롭게 바라보다 위로의 키스를 건넨 것. 이때 태민호가 건너편 계단에서 두 사람을 몰래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펼쳐지면서, 비극적으로 엮여버린 세 사람의 관계가 태민호의 죽음과 어떻게 맞닿아 있을지 궁금증을 폭등시켰다. 한편 TV CHOSUN 특별기획 ‘바벨’은 매주 토,일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약자에 강했던 ‘사법 엘리트’… 입법 로비·재판 거래로 무너졌다

    약자에 강했던 ‘사법 엘리트’… 입법 로비·재판 거래로 무너졌다

    “너무 완벽한 게 흠” “체제에 순응적 성향” 법원행정처 경력만 8년… 승진 코스 개척 청문회때 “권력분립, 민주주의 징표” 언행 불일치가 국가적 불행으로 이어져 유신시절 ‘긴급조치 유죄 판결’로 논란 여성단체 “인권 감수성·약자 이해 부족” 71번째 생일 앞두고 수감자 신세로 전락“너무 완벽한 게 흠이라면 흠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24일 구속 수감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1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다. ‘엘리트 판사’로 이름을 날렸던 양 전 대법원장은 부정적 평가를 한 증인에 대해 몹시 불쾌했을 것이다. 인사청문회 직전에도 그는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을 대기실로 모아 놓고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트레킹하면서 겪은 무용담을 풀어놓았다고 한다. 증인들이 모두 자신을 긍정적으로 증언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런 그가 2017년 9월 퇴임사에서도 밝혔듯이 ‘뜻하지 않게´ 맡은 대법원장직 때문에 스스로를 무너뜨렸다. 1월 26일생인 그는 결국 71번째 생일을 이틀 앞두고 사법부 1인자에서 구치소에 갇히는 신세로 전락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97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군법무관을 거쳐 1975년 판사가 됐다. 사법연수원 수료생 중 최고만 갈 수 있다는 서울민사지방법원에 당당히 입성한 그는 2005년 대법관에 임명되기까지 30년 동안 사법부 내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동료 판사들이 서울과 지방을 오갈 때,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과 법원행정처에서 번갈아 근무하며 대법관으로 가는 승진 코스를 개척했다. 법원행정처에서의 경력만 8년이다. 대법원도 2005년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을 대법관으로 추천한 이유로 재판 실무와 사법 행정에 탁월하다는 점을 높이 샀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에 처음 불려 갈 때도 “안 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을 정도로 행정보다는 재판을 더 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재판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1999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초대 수석부장판사 때다.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도산 직전에 몰린 기업들이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 짓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나름의 절차와 기준을 가지고 부실 기업들을 회생시켰다. 2001년 서울지법 북부지원장(현 서울북부지법원장) 시절, 그는 “남성 우선 호주 승계 등을 규정한 민법 조항이 남녀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보수적인 법조계에서 소신 판결을 했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이듬해인 2002년 양 전 대법원장은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여성권익 디딤돌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9년 뒤인 2011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양승태를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법부 독립 수호나 사법개혁 실천에 대한 의지가 의심스럽고, 대법원장으로서 갖춰야 할 인권 감수성과 사회적 소수자, 약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2003년 4차 사법파동 때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서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번복한 것도 문제 삼았다. 또 1970년대 유신 시절 긴급조치 사건에 배석 판사로 참여해 유죄 판결을 내린 것도 논란이 됐다. 이런 우려에도 국회 청문회를 무사 통과한 양 전 대법원장은 본격적으로 상고법원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를 활용한 의회 로비,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등 각종 불법 행위 등이 자행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판사에 대해 사찰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그동안 양 전 대법원장이 그토록 강조했던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은 말뿐이었던 것일까. 그는 2011년 청문회 당시 이런 얘기를 했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법언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권력분립의 원칙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적 징표라고 확신한다. 특히 사법의 독립 없이는 민주주의가 이뤄질 수 없다는 데에 신앙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불러온 비극은 개인의 몰락을 넘어 국가적 불행이 됐다. 제왕적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 보수화와 관료화로 인한 폐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긴급조치 사건에서 유죄를 선고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체제 순응적인지 알 수 있다”면서 “엘리트 법관으로서 사법부를 관료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월드 Zoom in] 주식·펀드 등 위험자산 많은 日 고령 투자자들, 죽음과 함께 증시에서 6년간 270조원 사라져

    주식·투자신탁 등 일본 자본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닛케이평균주가가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만큼 시장이 강세를 보였지만, 개인투자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사회의 변화를 말할 때 많은 경우가 그렇듯 여기에도 고령화의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일본 증시에서 개인투자는 27조엔(약 270조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투자자의 고령화’가 있다. 고도성장기와 거품경제기를 거치며 가파른 경제 팽창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투자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이유가 크다. 현재 일본 증시의 개인투자자는 19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니혼게이자이는 “투자자 평균연령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평균 연령을 60대 후반으로 보고 있으며 다른 중견 증권사의 경우는 70세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1860조엔에 이르는 일본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은 인구의 4분의1을 구성하는 65세 이상 인구가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 또 절반은 75세 이상 인구가 갖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일본의 독특한 연령대별 투자 성향이 자본시장에 대한 고령화의 영향을 증폭시킨다. 주식·펀드와 같은 위험자산은 일반적으로 젊은층이 선호하는 경향이 높지만, 일본은 반대이기 때문이다.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에서 위험자산을 보유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가계 연령대는 70세 이상으로, 금액이 줄잡아 110조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280조엔 규모로 추정되는 가계 위험자산의 40% 가까이를 70세 이상이 보유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고객 투자금액이 지난달에 1000만엔, 그 전월에는 3000만엔이 빠져나갔다. 수억엔 단위로 줄어드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대형 증권사 직원의 말을 인용하며 주식·투신에서 운용하던 고객 자산이 자녀들에게 승계되지 않고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투자자의 사망에 따른 유족들의 자금 인출 요청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들은 원 소유자가 갖고 있던 투자 형태 그대로 상속재산이 유지되기를 바라지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자녀들은 현금화해 은행에 예치하는 성향이 강하다. 일본 증권업계에는 고령 투자자의 유고로 후대에 상속이 이뤄질 경우 해당 자산의 30% 정도는 은행 등으로 빠져나간다는 분석도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해욱, 회장 승진… 대림도 ‘3세 경영’

    이해욱, 회장 승진… 대림도 ‘3세 경영’

    이해욱(51) 대림산업 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승진 취임했다. 이로써 대림산업의 3대 후계 승계작업이 마무리됐다.이 회장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대림산업 창업주인 고 이재준 회장의 손자다. 이 회장은 1995년 대림에 입사해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때부터 대림산업의 양대 축인 건설과 석유화학 부문을 장악하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회장은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명예회장님과 선배님들이 이뤄 놓은 대림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다. 절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라는 취임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IMF) 당시 석유화학 사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석유화학 사업 빅딜 및 해외 메이저 석유화학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키며 그룹 전체의 재무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건설 사업의 체질을 개선하려고 신평면 개발 및 사업방식 개선,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전 분야에 걸친 원가혁신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주택공급 실적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건설업을 바탕으로 석유화학과 에너지 분야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광화문 D타워를 성공적으로 개발했고, 서울숲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와 세계 최장의 현수교로 건설 중인 터키 차나칼레대교를 개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화 분야에서는 미국에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개발하는 내용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포천 LNG복합화력발전소를 포함해 호주, 칠레, 요르단 등 7개 국가에서 에너지 개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족보도서관 설립, 시장 바뀔 때마다 달라집니다…우리 핏줄의 역사 문제 아닙니까”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족보도서관 설립, 시장 바뀔 때마다 달라집니다…우리 핏줄의 역사 문제 아닙니까”

    65년 족보 인쇄 외길 회상사 박병호 대표가 말하는 ‘족보’“6층에 보관하고 있는 족보 책이 한 3만~4만 권이 될 겁니다. 그리고 필름으로도 그만큼 보관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문중의 족보는 여기에 다 있습니다. 그런데 족보 인쇄가 사양길에 접어들다 보니 이걸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관하는 족보는 개인 재산 차원을 넘어 한국인의 핏줄 역사가 담긴 문화재입니다. 대전시가 족보도서관 만들어 영구보관한다고 이야기 나온 게 십수년이 됐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입니다.” 6층 회상문보원 서가엔 900여가문 족보 빼곡히 꽂혀 65년째 족보 인쇄의 외길을 걷는 대전시 동구 중동 회상사(回想社)가 족보 보관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11일 박병호(73) 대표를 찾았다. 회상사 겉모습은 출판사라기보다는 창고와 같아 보였다. 건물 1층 사무실에 석유난로를 켜고 직원 몇 사람이 일하는 모습이 보이기에 ‘박병호 대표를 만나러 왔다.’라고 했더니 한쪽 책상에 앉아있던 ‘내가 박병호입니다.’라며 일어나 기자를 맞았다. 1층 사무실을 둘러보니 벽에는 철제 캐비닛이 몇 개 서 있고, 책상만 몇 개 놓여 있었다. 박 대표는 한쪽에 있는 소파에 앉으라고 권하더니 석유난로를 옮겨왔다. 족보 책은 보이지 않았다. 족보 전문 출판사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족보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그는 대답 대신 나가자고 했다.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올라갔다.6층엔 회상문보원(回想文譜院)이란 간판 아래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서화 냄새가 어우러진 특유의 냄새가 진동했다. 그 안에는 금천 강씨(衿川 姜氏)부터 900여 가문의 족보가 가나다순으로 서가에 꽂혀 있었다. 한쪽 벽면엔 각종 문집과 향교지 등도 보관하고 있었다. “1991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족보도서관인 여기에 보관된 족보가 한 3만~4만 권쯤 될 겁니다. 2007년 제가 취임한 후로 대동보(大同譜) 500여종, 세보(世譜·일명 파보) 1500여종, 가승보(家乘譜) 900여종 등 모두 600만 부 이상 발간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휘호도…윤보선부터 김대중 대통령까지납 활자본도 고스란히…희귀 벽자 700여개도 보관“하루 족보 35쪽 입력…족보 한권은 통상 800쪽”5층엔 선친 박홍구의 아호를 딴 춘전(春田)기념관이 있다. 여기에는 족보를 받은 문중에서 기념으로 선물한 고서화, 병풍 등이 가득했다.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화친(和親)’도 보였다. 1983년 윤보선 전 대통령의 해평윤씨 대동보 발간 기념 친필 휘호,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 백자 도자기, 199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회상사 방문 및 친필 실사구시(實事求是) 휘호도 받아 별도로 보관하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따로 연락이 없었다고 말한다. 4층엔 납으로 인쇄하던 시절의 활자본이 보관돼 있었다. “중국에서 넘어온 사람은 옥편에도 안 나오는 한자를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읽는 법은 당사자에게 물어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한자로 짜잡기해서 글자를 만든 벽자(僻字)도 700개 남짓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선 족보를 만들기 위한 인쇄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여성직원이 기존의 족보 책을 뜯어내 하나하나 컴퓨터로 입력하고 있었다. “몇십 년 전에 납 활자로 인쇄한 족보는 컴퓨터 데이터가 없어 이렇게 일일이 손으로 입력합니다. 하루 8시간 작업하면 35~40페이지 정도 입력합니다. 족보 만들 때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보통 족보 한 권이 800페이지 전후이니 수작업의 번거로움이 짐작된다. 창문 너머 건물 하나를 가리키며 “저곳엔 족보 필름이 책으로 환산하면 3만~4만 권이 보관돼 있지요.”그가 5층과 6층의 족보도서관과 기념관을 보여주고 나서 문을 자물쇠로 굳게 잠그고 나서 다시 확인했다. “도서관이라면서 왜 이렇게 잠그느냐”라고 물었다. “도둑이 들어서…. 과거엔 사람들이 와서 열람도 하고 했는데 이젠 인력이 부족해 관리가 소홀하니 족보도 훔쳐가고 고서화도 훔쳐가고 해서…. 도난당한 족보만 해도 수천 권에 이를 갑니다.”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말을 이었다. “아까 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도 도둑맞은 겁니다. 모사품을 새로 걸어둔 것이지요.” 그리고 보니 박 전 대통령의 휘호가 아무렇게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낙관도 어쩐지 흑백이더라. 체계적 보관과 관리가 시급해 보였다. “도난당한 족보 수천권…박정희 대통령 휘호도 도난당해체계적 관리, 영구보존 대책 시급…시장 박뀌면 백지화”“이렇게 관리상에 어려움이 많아도 이 자료들이 나름대로 귀중한 문화재 아닙니까. 소멸하면 혈족에 관한 국가적 문화재가 사라지는 것이니 출판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를 빼고 모든 자료를 대전시에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영구보존하려는 것이죠. 회상사가 설립된 1954년부터 출판한 450문중의 대동보와 14문중의 인터넷 족보, 600문중의 전자족보, 800여 권의 한문 서적 등을 기증하기로 한 것입니다.” 대전시가 족보도서관을 만든다고 이야기가 나온 지 십수년이 됐습니다만 확약서를 쓰지 않은 탓인지 여태까지 잘 안 되고 있단다. “우리 회상사가 대전시에 기증할 족보와 고서화 등의 자료를 보관할 장소가 500~600평 정도 필요하지만 대전시문화원이 제공하려는 공간은 260평 정도로 협소하고, 관리·보존이나 재원 마련 계획도 없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바뀌면 이런 계획마저도 백지화됩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요즘 일거리가 많은지 물었다. “1970~80년대 족보 만들기가 붐이었지요. 전쟁통에 불타거나 잃어버린 집안이 많아서…. 그때는 집성촌을 찾아가 남아있는 족보를 모아서 복원하곤 했지요. 족보 인쇄를 시작하면 문중에서 개판식(開版式)을 성대히 치렀습니다. 특수(特需)를 톡톡히 누렸지요. 그런데 요즘엔 누가 족보 만들려고 하나요. 그래도 제대로 족보 만드는 기업이 하나쯤은 있어야 할텐데….” 최근에 한글을 병기한 족보에 조상의 사진도 넣는다고 한다. 일부 문중은 전자족보, 인터넷 족보를 운영한다고 귀띔했다. “한때는 디스크나 CD롬으로 족보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요즘 컴퓨터엔 CD플레이어가 부착돼 있지 않으니 보려면 불편합니다. 첨단기술이라는 게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 종이 족보는 보관만 잘하면 수백 년 흘러도 볼 수 있고 편리합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납 활자로 족보를 만드는 기업, 200년 역사의 회사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부 문중 전자족보, 인터넷 족보 운영종이 족보 보관 잘하면 수백년 문제 없어”요즘 또 다른 고민은 가업인 족보 인쇄를 맡아갈 아들을 찾는 것이다. “사양 산업으로 돈벌이가 잘되지도 않으니, 아들들이 서로 맡지 않으려 합니다. 아들이 넷이 있는데 서로 상의하고 있겠지요.” 그도 1954년 설립된 회상사를 2007년에서야 맡았다. “선친이 장남인 제게 이 일을 물려줄 생각에 공고에 가라고 해서 대전공고에 들어갔죠. 그때만 해도 족보 만드는 일을 계승할까 했는데, 어느 날 경쟁업체 사람들이 도끼를 들고 쳐들어와서 큰 싸움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걸 보고 오만 정이 다 떨어져, 선친의 뜻을 어기고 약대로 진학했습니다. 도립 충남홍성병원에서 약제과장을 지내다 약국 개업도 했지요. 그때도 선친이 회사에 들어오라고 했지만 저는 뿌리치고 시의원과 초대 및 3대 대전 동구청장을 지내며 제 길을 갔습니다.” “구청장 임기 끝나고부터 회상사 일을 맡았습니다. 선친이 많이 편찮으셨거든요. 그때가 2007년 1월이었습니다. 직원들 퇴직금도 밀린 상태였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한창 때는 직원이 150명도 넘었는데 …. 이 일대가 한창때 우리가 일거리를 주면서 생겨난 업소들 거리였습니다. 이젠 어엿한 ‘인쇄 골목’이 됐지만.” 족보를 만들면서 봤거나 겪었던 특이하거나 재미난 성씨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박 대표는 “그 문중을 부끄럽게 하는 일이”라며 한사코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어떤 문중에서는 족보가 발간되자마자 이를 받아들고 회상사 건물 앞 계단에서 조상님들께 고하는 고유제를 지냈습니다. 또 직원들 한명 한명 붙잡고 감사하다고도 인사했지요.” “한창 시절, 경쟁업체가 도끼 들고 쳐들어와만정 떨어져, 가업 계승 대신 구청장 길 걸어발간된 족보 들고 제사 지내는 문중도 있어”회상사엔 세가지 불문율이 있다. 먼저 족보 내용이 인쇄된 파지는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또 인쇄된 용지는 밟고 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족보는 ‘모신다.’라는 말을 쓴다는 것이다. 족보 유래는 중국 한나라 시대의 왕실의 제왕년표(帝王年表)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중기 의종 때 김관의가 지은 왕대종록(王代宗錄)이 시초다. 민간 족보는 1423년(세종 5년)에 나온 문화류씨(文化柳氏)의 영락보(永樂譜)인데 기록만 전한다. “회상사에는 선친의 피눈물이 들어있습니다. 이를 가업으로 잘 넘겨주는 것이 제 마지막 소원입니다. 선친은 충북 제천에서 ‘권학사’라는 서점을 운영하며 돈을 좀 만졌습니다. 6·25때 총부리를 겨누고 협박하는 인민군에게 돈을 빼앗겼고, 다시 방첩대는 인민군에게 돈 줬다고 선친을 불러다 엄청나게 때리고 재산을 다 빼앗아 갔습니다. 전쟁 이후 권력 기관에 의해 괴롭힘을 무척 많이 당했습니다. 선친이 한번은 어린 저를 붙잡고 치욕적이라며 부들부들 떨며 우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맨손으로 아무도 모르는 대전으로 나왔던 거죠. 인쇄소에 1년 남짓 다니시다가 족보를 인쇄할 생각을 하셨던 거죠. 그리곤 전국 최대의 족보 인쇄 회사를 일구셨습니다.” 가짜 족보 문제도 많다고 얘기를 꺼냈다. “우리는 족보를 출판하는 인쇄업자입니다. 족보 내용은 문중의 종친회장인 발행인의 승낙 없이는 손대지 못합니다. 문중의 어르신들이 와서 돋보기를 들고 하나하나 다 교정을 봅니다. 족보는 정확성입니다. 그것이 신뢰이고, 우리의 철칙입니다. 요즘 가짜족보 문제는 문중 재산 즉 조상 땅 싸움 때문에 발생합니다. 문중에서 법정 소송이 벌어지면 족보가 증거로 채택됩니다. 검찰에서 우리가 보관한 족보를 복사해 간 적이 몇번 있습니다. 자신의 할아버지를 족보에 끼워달라는 부탁을 몇 차례나 받았습니다만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최근 가짜 족보 문제는 문중 재산 싸움 탓우린 출판업자, 발행인 승낙 없이 수정 못해족보는 과거 아닌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그에겐 족보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가업을 승계하는 차원을 넘었다. “고리타분한 핏줄, 즉 혈연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자는 것입니다. 족보는 그런 면에서 현재의 나와 조상을 이어주는 네트워크인 셈입니다.” 한편, 2015년 통계청 조사결과 한국인의 성씨는 모두 5582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인 이상인 성씨는 530여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0년대의 270여개 성씨와 비교하면 급증한 것이다. 다문화의 영향으로 외래 성씨가 급격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은 삼국시대부터 일부 계층이 성을 갖게 되었다. 한국인 모두 성을 갖게 된 것은 110년 전인 1909년 민적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대전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취임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취임

    이해욱(51) 대림산업 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승진, 취임했다. 이로써 대림산업의 3대 후계 승계작업이 마무리됐다. 이 회장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대림산업 창업주인 고 이재준 회장의 손자다. 이 회장은 1995년 대림에 입사해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때부터 대림산업의 양대 축인 건설과 석유화학 부문을 장악하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사무실에 나오기는 하지만 경영은 이 회장에게 거의 모두를 맡겼었다. 이 회장은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명예회장님과 선배님들이 이뤄 놓은 대림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다. 절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라는 취임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IMF) 당시 석유화학사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석유화학사업 빅딜 및 해외 메이저 석유화학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키며 그룹 전체의 재무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건설사업의 체질을 개선하려고 신평면 개발 및 사업방식 개선,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전 분야에 걸친 원가혁신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주택공급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건설 시장에서는 플랜트 분야의 강자로 키우기도 했다. 최근에는 건설업을 바탕으로 석유화학과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하려고 다양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광화문 D타워를 성공적으로 개발했고, 서울숲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와 세계 최장의 현수교로 건설 중인 터키 차나칼레대교를 개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화 분야에서는 미국에서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개발하는 내용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포천 LNG복합화력발전소를 포함해 호주, 칠레, 요르단 등 7개 국가에서 에너지 개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75m 위의 삶 힘들었지만 굴뚝 밑 현실이 더 서글펐다”

    “75m 위의 삶 힘들었지만 굴뚝 밑 현실이 더 서글펐다”

     “굴뚝에서 426일만에 내려왔지만 굴뚝 아래 현실이 더 서글펐습니다” ‘세계 최장기 굴뚝 농성’을 마친 홍기탁(46) 전 파인텍 노조 지회장은 1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년을 훌쩍 넘긴 농성 기간 동안 몸도 힘들었지만 땅 위의 현실을 내려다보면서 느낀 절망감이 더 컸다”는 것이다.  박준호(46) 노조 사무장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그는 지난 11일 노사의 극적 합의로 고용승계를 약속받고 땅으로 내려왔다. 굴뚝에서도 동료들이 올려준 배터리 덕에 스마트폰으로 세상 소식은 지켜봤다고 한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75m 높이 ‘하늘 감옥’ 에서 버틴 그는 “육체적 고통보다 오히려 정신적 고통이 컸다”고 말했다. 몸이 굳지 않게 하려고 매일 두시간씩 운동을 하며 버텼지만, 굴뚝 밑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밀려오는 절망감은 참기 어려웠다. 그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재판거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석방, 비정규직 사망사고 등을 보며 자본과 정치 권력의 연결고리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근본적 구조 변화가 없이는 파인텍을 비롯한 현장 노동자의 절망적인 현실 역시 그대로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홍 전 지회장은 지상에서 풀어야 할 남은 과제가 고공 투쟁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승계를 합의했다고 하지만 3년 간 고용을 보장받은 것이어서 노조 입장에선 미흡한 점이 많다고 했다. 오는 4월까지 단체 협약을 체결하려면 교섭도 재개해야 하고, 7월 공장 재가동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결과 어렵게 이룬 합의이기 때문에, 더 잘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면서 “지상에서 나보다 더 힘들었을 동료들, 응원 문자를 보내 준 익명의 동지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굴뚝에서 단식까지 했던 그와 박 사무장은 지상에서 단식을 벌인 차광호 현 파인텍 노조 지회장과 함께 서울 녹색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굴뚝 농성자 두 명은 다음달 중순 서울 양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경찰은 두 사람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사를 미뤘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 양측을 중재해 온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사 간 신뢰보다는 주변의 설득과 사회적 요구가 발판이 돼 합의한 것이기에 단협 체결부터 파인텍 재가동까지 신뢰회복이 가장 큰 과제”라고 내다봤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426일… 그들은 왜 굴뚝에 스스로를 가뒀을까

    426일… 그들은 왜 굴뚝에 스스로를 가뒀을까

    굴뚝 위 사람들이 426일 만에 땅을 밟았다. 그사이 계절은 겨울·봄·여름·가을을 거쳐 다시 겨울이 됐다. 섬유회사인 파인텍 노사가 지난 11일 극적으로 해직 노동자의 고용 승계에 합의하면서 홍기탁(46) 전 지회장과 박준호(46) 사무장의 목숨 건 투쟁도 끝났다. 이들은 왜 75m 굴뚝 위에 올라가야 했으며 내려오기까지 왜 426일이나 걸린 것일까.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두 차례 굴뚝 고공농성 배경과 과정을 되짚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봤다.겨울, 투쟁의 시작… 세 번 불 꺼진 공장 파인텍 사태의 뿌리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전 지회장 등 굴뚝 농성을 주도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 조합원 5명은 경북 구미의 한국합섬 출신이다. 한국합섬은 당시 국내 최대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업체로 생산직 노동자 800여명을 고용한 대기업이었다. 그러나 화학섬유산업 침체와 중국산과의 경쟁, 과잉 투자 등이 겹치면서 2004년부터 경영난에 빠졌고 2006년에는 생산직 절반을 정리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노동자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해고자들은 “투쟁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고 기억한다. 정리해고에 반발한 노조는 2006년 3월부터 공장 점거에 돌입했다. 한국합섬은 2007년 결국 파산했지만, 노동자들은 남아 있는 제2공장을 지키기 위해 공장 점거 투쟁을 이어 갔다. 104명의 조합원이 불 꺼진 공장을 지킨 지 5년이 지난 2010년, 인수 기업이 나타났다. 옥외광고용 섬유 제조사인 스타플렉스였다.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는 고용·노조·단체협약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당시 자산가치 800억원의 공장을 399억원에 인수했다. 상호도 ‘스타케미칼’로 바꿨다. 그러나 공장에 돌아왔다는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회사가 “적자 때문에 운영이 어렵다”며 1년 7개월 만에 공장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강민표 파인텍 대표(스타플렉스 전무)는 “당시 인수 후 적자 폭이 차츰 개선됐지만 새 노조가 들어선 뒤 급여 조건 등을 이유로 파업했고 이 여파로 월 30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청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가 5년간 적자를 애초 예상했음에도 가동을 조기에 중단한 건 공장을 팔고 ‘먹튀’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노조의 반발은 폐업을 막을 수 없었다. 2013년 1월 3일 시무식에서 김세권 대표는 폐업을 선언했고 노조 집행부도 권고 사직안을 받아들였다. 직원 168명 중 28명이 희망퇴직을 거부하자 2014년 5월 26일 사측은 이들을 해고했다. 해고 다음날 해고자복직투쟁위 대표를 맡았던 차광호 현 파인텍 노조 지회장은 공장 매각 중단,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45m 높이 굴뚝에 올랐다. 차 지회장은 “공장 정상화를 위해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첫 번째 굴뚝 농성이었다.봄, 408일 1차 굴뚝 농성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차 지회장이 굴뚝에 올라갔지만, 사측과의 대화는 쉽지 않았다. 농성 89일째 시민들이 모인 ‘희망버스’만이 굴뚝을 찾아 농성 상황을 전국에 알렸다. 고공 농성 200일이 지나서야 노사 간 교섭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노조는 “스타플렉스가 해직자를 직접 고용해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농성 407일째 되던 날, 굴뚝 위로 희소식이 들렸다. 스타케미칼의 모기업 스타플렉스가 신설 법인을 세워 11명의 고용을 보장하고, 해고자 노조와 2016년 1월까지 단협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노조가 요구한 직접 고용 대신 자회사 ‘파인텍’으로 고용한다는 타협안이었다. 당시 김세권 대표는 스타케미칼 청산인 대표로, 강민표 대표는 파인텍의 대표 예정인으로 합의서에 서명했다. ‘1차 굴뚝 합의’였다. 농성 408일 되던 2015년 7월 8일 차 지회장은 땅을 밟았다. 그러나 파인텍은 오래가지 못했다. 충남 아산의 새 공장으로 온 해고자 8명에게 주어진 것은 컨테이너 기숙사와 점심 한 끼뿐이었다. 생계보장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월급 120만원을 받기 어려웠고 노조 활동을 하면 임금이 더 줄어 70만~80만원을 겨우 받았다. 동료들은 하나둘 공장을 떠났고 5명만 남았다. 2016년 1월 내에 체결하기로 했던 단협도 지지부진이었다. 노사가 10개월 동안 18차례 만났으나 임금 인상 등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공장 상황과 교섭 과정에 대해 김옥배 부지회장은 “처음부터 사측이 파인텍을 제대로 운영할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강 대표는 “상여나 사택 등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결렬 이유”라며 반박했다. 당시 경험은 이번 교섭에서도 노조가 자회사를 통한 고용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었다. 2016년 10월, 단협이 체결되지 않자 노조는 ‘굴뚝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사측은 2017년 8월 기계 반출과 공장 폐쇄로 대응했다. 그해 11월 12일 홍 전 지회장, 박 사무장이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위로 올랐다. 2번째 굴뚝 농성이었다. 차 지회장은 “돌아갈 공장이 없으니 파업도 불가능하고 방법이 없었다”며 “굴뚝 생활을 알기에 두 사람을 말렸지만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여름·가을, 두 번째 굴뚝 농성… 6차 교섭까지 ‘팽팽’ 2년여 만에 다시 굴뚝에 오른 노조는 “김세권 대표가 대화에 나서라”고 계속 요구했다. 노동자 고용 보장을 약속했던 한국합섬 인수부터 파인텍 설립까지 실질적 결정권자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측은 “법적으로 파인텍과 스타플렉스는 별도 법인”이라며 거부했다. 지방고용청과 노동위원회가 중재하려 했지만 “양측 입장 차가 너무 크다”며 결론 내지 못했다. 그사이 굴뚝 고공 농성은 400일을 훌쩍 넘겼다. 농성자들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강해지고, 농성장을 찾는 시민들도 줄을 이었다. 결국 종교계 중재로 고공 농성 411일 만인 지난달 27일 노사가 처음 마주 앉았다. 교섭은 계속 난항을 겪었다. ‘합의 파기 트라우마’가 있는 노조와 ‘강성 노조에 대한 반감’이 강했던 사측 사이에는 깊은 불신의 골이 있었다. 노조는 “1차 굴뚝 합의 파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직접 고용하라”고 했지만, 사측은 “노조가 오면 모기업도 망한다”며 “회사가 어려운데 노동자를 평생 고용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1~5차 교섭 내내 노동자들의 고용을 김 대표가 책임질지 여부를 두고 팽팽히 대립했다. 지난 8일 사측 강민표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노조를 비판하며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10일 열린 6차 교섭 때 상황이 반전됐다. 김세권 대표가 두바이 출장을 앞두고 있어 ‘더이상 시간이 없다’는 데 동의한 노사 양측은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20시간에 걸친 밤샘 교섭 끝에 고용방식에서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하면서 협상이 극적 타결됐다. 김세권 대표는 파인텍 대표를 맡겠다고 했고, 노조는 3년 고용 보장을 받아들였다. 협상에 참여한 강민표 대표는 “굴뚝 위에 있는 사람들이 내려와야 한다는 사회적인 압박이 강했기 때문에 김세권 대표가 결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차 지회장도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농성이 길어지면 안 돼 합의에 이르렀다”고 했다. 다시 겨울, 파인텍 사태가 남긴 것 합의서에 따르면 노사는 ▲회사의 정상적 운영 및 책임 경영을 위해 파인텍 대표이사를 김세권 현 스타플렉스(파인텍의 모회사) 대표가 맡고 ▲회사는 2019년 7월 1일부터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해직 조합원 5명을 업무에 복귀시키며 ▲고용은 2019년 1월 1일부터 최소한 3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또 2015년 1차 합의와 달리 노조를 교섭단체로 인정하고, 노조 활동을 존중·보장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포함됐다. 파인텍의 정상 가동을 위해 기존 생산품에 스타플렉스 물량 중 가능한 품목과 신규 품목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도 포함됐다. ‘파인텍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 측은 “스타플렉스의 직접 고용이 이뤄지지 않았고 고용 보장 기간도 3년밖에 안 돼 아쉽지만, 김세권 대표가 고용을 책임지고 파인텍 노조를 인정하기로 한 데다 단체협약 체결도 약속받는 등 노동자의 요구가 합의에 담겼다”고 평했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듯하지만 과제는 여전하다. 사회적 중재로 이뤄진 합의인 만큼 노사 양측의 합의 이행 노력이 필요하다. 파인텍 공장 부지 선정, 생산 품목 선정 등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용 보장 기한인 3년이 지난 뒤 노동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강민표 대표는 “3년 뒤 회사가 잘될지 내다볼 수 없지만 회사가 이윤을 남기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회사가 잘 운영되면 노사 간 신뢰도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제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빈번해질 게 뻔한 상황에서 고용 승계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과제로 남겼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파인텍은 이미 오랜 노사 갈등이 있던 기업인 만큼 정부가 갈등 초반 적극적으로 중재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인수합병 과정에서 기본 고용기간을 정하는 등 고용에 대한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적 인프라와 노동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기업도 인지해야 한다”면서 “파인텍 사태를 고용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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