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승격
    2026-01-01
    검색기록 지우기
  • 영국
    2026-01-01
    검색기록 지우기
  • 공약
    2026-01-01
    검색기록 지우기
  • 박상현
    2026-01-01
    검색기록 지우기
  • 경선
    2026-01-0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483
  • “감독 영전에 승리를” “1000번째 경기 필승”

    “감독 영전에 승리를” “1000번째 경기 필승”

    “원년 대회 최우수선수(MVP)였던 감독님의 영전에 우승을 바치겠다.” 지난 10일 조진호 전 감독과 영원한 작별을 나눈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 2위 부산이 25일 클래식 4위 수원을 홈으로 불러들여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을 치른다.사령탑을 잃은 뒤 리그 두 경기를 모두 이겨 1부 승격을 위한 플레이오프 진출을 굳힌 부산은 1996년 포항 선수로 수원을 꺾고 우승을 이끌어 MVP로 뽑힌 조 전 감독의 영전에 승리를 바치겠다고 전의를 불태운다. 2010년 결승과 지난해 16강에서 수원에 당한 빚도 갚겠다는 각오다. 조 감독은 대회 8강을 앞두고 “이번에는 우승해서 우리 선수 중 MVP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제 선수들이 답할 차례다. 챌린지에서 9골을 기록 중인 이정협이 스승의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신발끈을 조인다. 구단은 시즌을 마칠 때까지 후임 감독을 선임하지 않고 코치들의 집단 지도 체제를 운용하기로 했다. 경기 당일에는 부산 구덕운동장 한쪽에 고인을 추모하는 공간도 마련한다. 수원은 1995년 창단 후 1000번째 경기라 반드시 이기겠다고 맞선다. 지난해 결승에서 FC서울을 꺾고 포항과 나란히 최다인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수원은 4강 대결에 유독 강했던 것을 단단히 믿는다. 앞서 일곱 차례 준결승을 15득점 4실점을 기록하며 모두 이겼다. 부산에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FA컵 우승 땐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져 클래식 3위를 차지하겠다고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초유의 대회 5회 우승에 도전하는 수원과 조 감독의 유훈을 실행하려는 부산 가운데 어느 팀이 결승에 올라 울산과 격돌할지 주목된다. 울산은 전국체전과 겹쳐 지난달 먼저 치른 준결승에서 목포시청을 1-0으로 눌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반부패 총괄’ 왕치산 제외…‘기율위원’ 자오러지 실세로

    ‘반부패 총괄’ 왕치산 제외…‘기율위원’ 자오러지 실세로

    중국 공산당은 24일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향후 5년 동안 중국을 이끌 새로운 중앙위원 204명을 선출했다. 당대회 주석단은 대표단 2336명에게 222명의 중앙위원 후보자 명단을 제시했고, 대표단은 차액(差額)선거를 통해 204명을 뽑았다. 차액선거는 정원보다 약간 많은 후보자를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하는 중국 특유의 제한적 경선제도다.이날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상무위원 유임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중앙위원 명단에 없다는 점이다. 왕 서기는 지난 5년 동안 120만명에 이르는 부패 당원을 처벌하는 등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반부패 사정을 총괄한 인물이다. 올해 69세인 왕 서기는 ‘7상8하’(67세 이하는 유임할 수 있지만 68세 이상은 퇴직) 불문율을 지켜 지도부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했다. 시 주석은 그를 국가안전위원회(NSC) 위원장에 앉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진핑 2기에서 핵심 실세 역할을 할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조직부장은 중앙위원은 물론 중앙기율위 위원에도 이름을 올려 그가 왕 서기를 대신해 중앙기율위를 맡을 게 확실해졌다. 일각에서는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이 기율위 서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리 주임은 기율위 위원 명단에는 없었다. 리 주임은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구도를 놓고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와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도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들을 상무위원으로 승격시키지 않고 정치국 위원에 머물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리 후계자를 낙점해 발생하는 레임덕을 막겠다는 뜻이다.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은 신임 중앙위원 명단에서 빠졌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이끌었던 공청단의 핵심 인물인 리 부주석의 퇴임은 공청단의 몰락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조선족 출신 정치인들은 모두 중앙위원단 입성에 실패했다. 이경호(李景浩) 지린성 상무위원 겸 통일전선부장만이 후보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19기 중앙위원회 204명 가운데 소수민족은 16명(7.8%)에 그쳤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EPL] 뉴캐슬 새 주인 찾는다, 10년의 흑역사 만든 애슐리 대신

    [EPL] 뉴캐슬 새 주인 찾는다, 10년의 흑역사 만든 애슐리 대신

    무려 12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새 주인을 찾아 나선다. 뉴캐슬 구단은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마이크 애슐리 회장이 매각 의사를 밝혔다고 공식 발표했다. 뉴캐슬은 “구단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투자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지금 이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 구단을 운영하는 경영진은 뉴캐슬과 팬들의 최대 이득을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뉴캐슬은 지난 2007년 7월 스포츠 용품 판매업체 ‘스포츠 다이렉트’를 운영하는 애슐리가 1억 3440만 파운드(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2479억원)에 인수했지만 그 뒤 암흑기를 맞아 팬들의 공분을 샀다. 뉴캐슬은 1993년 프리미어 리그 승격 후 인수 전까지 단 한 차례도 강등된 적이 없었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컵(현 유로파리그)의 단골손님이었다.그러나 애슐리 회장 체제에서 지난 10년 동안 두 차례나 강등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10년 동안 10명의 사령탑을 교체했다. 그 중 7명은 28경기를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잘렸다. 애슐리 회장은 지난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뉴캐슬 인수를 “후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신이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 부자 구단들과 경쟁할 만큼 돈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더욱이 팬들이나 미디어와의 소통에도 문제가 있었다. 2009년 11월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자신의 기업 이름을 따 ‘스포츠 다이렉트 아레나’로 바꿔 팬들이 관 시위를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경기장은 2012년 제 이름을 되찾았다. BBC의 리처드 콘웨이 기자는 “3개월 전과 4개월 전에 비공식적으로 3억 5000만파운드와 4억파운드에 구단을 매각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적정 가격은 2억파운드라고 보는 게 좀더 현실적일 것 같다”고 짚었다. 애슐리 체제의 다섯 번째 감독으로 여덟 경기만 치르고 쫓겨났던 레전드 앨런 시어러는 트위터에 “방금 들었다”며 시트콤 출연자들이 오두방정을 떠는 ‘움짤’ 동영상을 올려놓아 구단 매각 방침을 환영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뉴캐슬은 지난 시즌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의 지도력을 등에 업고 잉글리시 챔피언십(2부 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해 3승2무3패, 9위로 나름 선전하고 있다. BBC는 뉴캐슬을 인수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여성 사업가 아만다 스테이블리(44)를 꼽았다. 스테이블리는 이달 초 뉴캐슬과 리버풀의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1부 리그 승격 확정지은 경남FC “클래식서도 좋은 성적 반드시 잔류”

    1부 리그 승격 확정지은 경남FC “클래식서도 좋은 성적 반드시 잔류”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승격을 확정 지은 경남도민 프로축구단 경남FC가 내년 클래식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 예산과 관중 확보에 총력을 쏟는다.경남FC는 1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K리그 챌린지(2부) 우승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FC 승격을 위해 응원해준 도민과 축구팬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조기호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남FC가 올 시즌 1위라는 성적으로 클래식에 승격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지난 3월 5일 아산과 개막전을 시작으로 6월 24일 성남경기까지 18경기 무패 행진을 하며 챌린지 한 시즌 최다 무패 기록을 경신해 한국프로축구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 대표는 “내년에 클래식 잔류를 위해서는 현재 운영 예산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남도와 도의회 등과 함께 메인스폰서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격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 늘어나도록 하겠다”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과 기부문화 실천으로 팬들과 지역에 한 발짝 더 다가서 도민으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환원하겠다”고 다짐했다.2015년 12월 경남FC 감독을 맡아 두 시즌만에 클래식 승격을 이뤄낸 김종부 감독은 “프로무대 첫 감독으로 부임한 초기에 경남FC 여건이 여러가지로 어려워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무게를 두고 선수들을 이끌었다”며 “클래식 무대가 어렵겠지만, 도민에게 사랑받는 명문구단이 되도록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조 대표와 김 감독, 챌린지 득점 1위를 달리며 클래식 승격에 결정적 기여를 한 공격수 말컹과 주장 배기종, 부주장 최영준을 비롯한 선수단 대표 등은 구단주인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을 방문해 우승 기념 사인볼을 전달했다. 한 권한대행은 “경남FC 클래식 복귀는 350만 도민의 승리다”며 “경남도의 대표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격려했다. 경남FC는 지난 14일 K리그 챌린지 34라운드 서울이랜드와 홈 경기에서 2대1로 이겨 승점 73점(22승7무5패)을 쌓았다. 올 시즌 2경기가 남아 있는 현재 리그 2위인 부산아이파크에 승점 9점이 앞서있어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챌린지 우승과 클래식 승격이 확정됐다. 이로써 경남FC는 2014 시즌 뒤 2부 리그로 떨어진 지 3년 만에 클래식에 복귀하게 됐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자수정봉사센터 차하위계층 103쌍 합동 무료결혼식 실시

    사단법인 자수정봉사센터(이사장 백병연) 주최로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저소득소외계층 및 범죄피해자 등 총 103쌍의 차하위 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합동결혼식이 오는 10월 17일 오후2시 서울 광화문 광장 야외 웨딩홀에서 진행된다. 이날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대상자들은 생활고 등으로 현재까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20대에서 80대까지의 103쌍, 총 206명으로, 합동결혼식과 더불어 선물과 신혼여행까지 무료로 제공을 받게 된다. 강동구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중식 봉사 등 약 12년 동안 지역사회에 나눔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며 2014년 강동구민대상 사회발전봉사부분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103쌍 무료합동결혼식’ 행사의 주최 측인 자수정봉사센터의 백병연 이사장은 더 많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봉사를 고민하던 중 2015년부터 차하위 계층을 대상으로 무료결혼식을 계획·진행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자수정봉사센터 주최로 2015년 15쌍, 2016년 12쌍을 대상으로 강동경찰서에서 진행했던 무료결혼식이, 센터가 사단법인으로 승격되어 정부 기부금단체로 지정되면서 올해 총 103쌍의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광화문 광장 야외 웨딩홀에서 무료 합동결혼식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주최 측 관계자는 “편견과 차별에 대한 희망이 피어난 곳이 광화문이었다. 때문에 반드시 이곳에서 이번 합동결혼식을 올려야 한다고 계획했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다행이 많은 분들이 이해하고 도와주셔서 이렇게 식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행사가 더 많은 분들이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는 계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병연 이사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국민들의 보다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숲과 물 사이 헤매던 뚝섬…서울숲이 살려낸 공간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숲과 물 사이 헤매던 뚝섬…서울숲이 살려낸 공간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8차 ‘서울의 물길-중랑천 물초록이야기’ 편이 지난달 23일 성동구 서울숲에서 진행됐다. 한강과 중랑천 사이에 조성된 약 49만 6000㎡(약 15만평)에 이르는 천혜의 숲에서 초가을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마실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이날 서울숲 방문자센터에 집결, 옛 뚝섬 승마장을 거쳐 은행나무길을 따라 걷다가 사슴 방사장과 나비정원에서 잠시 동심에 잠겼다. 이어 성수구름다리에 올라 멀리 성수대교참사위령탑을 조망한 뒤 수도박물관에서 투어를 마무리했다. 서울숲의 정체성에 어울리게 숲과 물이라는 2개의 주제로 나눠 진행했다. 1부는 김은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서울숲을, 2부는 황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중랑천과 수도박물관을 각각 맡았다. 참가자들은 보다 전문성 있고 개성 있는 해설을 즐겼다.공자는 논어에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이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정명(定名)을 설파했다. 사람의 이름을 인명(人名)이라고 한다면 땅의 이름은 지명(地名)이다. 지명이란 사람을 제외한 모든 자연과 삼라만상의 이름을 일컫는다. 사람의 지리적, 역사적, 민속학적, 유전학적, 문화적 특성이 지명에 깃들어 있다. 지명은 무언의 역사이다. 지명은 땅의 내력과 곡절을 숨죽여 외친다. 서술되지 않은 미지의 역사를 알려주는 열쇠이다. 우리에겐 서울숲이라는 지명보다 뚝섬(뚝도)이라는 지명이 익숙하다. 서울숲이라는 지명이 우리 곁에 온 지 이제 겨우 10여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새 지명이 공간을 지배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뚝섬이라는 지명은 어떻게 생성됐을까. 뚝섬은 서울 사대문을 가로질러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 청계천이 동대문을 지나 중랑천과 만난 뒤 한강과 합류하는 지점에 형성된 저지대 범람원이다. 불과 45년 전 지금의 동호대교 아래 한강에는 저자도라는 36만평에 이르는 큰 섬이 떠 있었다. 3면이 하천에 둘러싸인 뚝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왜 옛 사람들이 이곳을 섬으로 인식했는지 체감할 수 있다. 한양을 드나들려면 조선에서 가장 긴 돌다리인 살곶이다리를 건너거나 배를 타야 하는 경계의 땅을 섬이라고 인식한 셈이다. 지금도 동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 성수대교, 용비교, 내부순환도로가 복잡하게 교차하는 이곳에서 뭍과 섬을 분간하기란 쉽지 않다. 성저십리(城底十里)란 사대문 밖 서울을 이른다. 북쪽으로 우이천, 서쪽으로 모래내(사천), 남쪽으로 한강, 동쪽으로 중랑천을 사방 자연경계선으로 삼았다. 이 중 동대문 밖에서 아차산까지 드넓게 펼쳐진 동쪽 벌판이 동교(東郊)였다. 농사와 목축이 주로 이뤄졌고 사냥터로도 쓰였다. 팔도를 향해 육로와 수로가 열린 교통의 요충지였다. 2개의 역(청파역, 노원역)과 4개의 원(전관원, 이태원, 홍제원, 보제원) 중 동남쪽 관용 숙소인 전관원이 지금의 성동교 옆 행당중학교쯤에 있었다. 중랑천과 청계천이 만나는 한양대 앞 살곶이다리(전관교)는 한양과 뚝섬의 결절점이었고 뚝섬은 광나루, 송파나루의 길목이었다.역사적 시간과 지리적 경관은 서로 얽혀 생성되고 소멸한다. 지역성은 시간과 장소가 결합돼 나타나는 관성의 산물이다. 경상·강원·충청 3도 물산의 종착지이자 군마가 질주하던 뚝섬 강변에 정수장이 생기고, 경마장이 깃든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유통이 원활한 곳에 사람이 꼬이는 법이다. 중랑천 바깥에서 아차산 안쪽까지 땅의 통칭이 뚝섬이었다. 1946년 서울시가 서울특별시로 승격되면서 오늘의 성수동1~2가, 화양동, 송정동, 모진동, 능동, 중곡동, 군자동, 면목동, 구의동, 광장동, 자양동, 신천동, 잠실동이 서울로 편입됐다. 1970년대 한강개발사업으로 강남이 되기 전까지 잠실도 뚝섬의 일부였다. 뚝섬의 지역사는 말(馬)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조선은 목축이 금지된 병자호란 이전까지 전국 말목장에서 4만~5만 마리의 말을 길렀고 이 중 뚝섬은 최대 목축지였다. 말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 마조단(馬祖壇)이 한양대 캠퍼스 안에 남아 있고, 말에서 유래한 마장동·자양동·면목동·송정동·장안평이라는 지명이 건재하다. 왕의 군마 시찰과 사냥용 누정인 낙천정(자양동), 화양정(화양리)이나 마장동 축산시장도 흔적이다.1908년 준공된 뚝도정수장은 서울 최초의 근대적 상수도 수원지였다. 서울시민 3명 중 1명이 뚝섬물을 먹었다. 제방이 세워지고 농경지 개간이 본격화됐다. 1930년부터 경성궤도주식회사가 운영한 동대문~뚝섬 구간 13.6㎞의 뚝도선이 변화를 몰고 왔다. 동대문에서 왕십리까지는 전차로, 왕십리에서 뚝섬까지는 기동차라는 특이한 이름으로 불린 이 협궤열차는 1966년 운행이 중단될 때까지 채소와 곡물 그리고 숯과 석탄을 실어날랐다. 1960~70년대 뚝섬은 피서지의 추억으로 남았다. 하루 평균 10만명, 최대 20만명의 인파가 강수욕과 물놀이를 위해 몰렸다. 1986년 한강종합개발로 사라질 때까지 광나루, 우이동, 정릉과 함께 피서의 대명사였다. 성수동 경동초등학교가 옛 뚝섬유원지의 여름경찰서 자리다. 뚝섬의 오명은 성수동이 뒤집어썼다. 군사가 주둔하던 진터마을의 무예수련 장소인 성덕정(聖德亭)의 성(聖)자와 수원지(水源池)의 수(水)자를 합성한 새 지명인 성수동은 성수동 공업단지, 중금속오염하천 성수천, 성수대교 붕괴 등 비호감 이미지로 점철됐다. 그나마 서울숲이 자리를 잡으면서 군마가 갈기를 휘날리며 내달리던 드넓은 들판과 한강변 숲이 어우러진 뚝섬이라는 공간의 역사성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서울의 가을 - 호수와 공원으로 가을여행> ■일시: 14일 오전 10시 잠실역 11번 출구 앞 ■신청(무료) : 서울시 서울미래유산(futureheritage.seoul.go)
  • 출근길 심장마비로 떠난 조진호 부산 감독

    출근길 심장마비로 떠난 조진호 부산 감독

    유망한 지도자로 알려진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부산 아이파크의 조진호 감독이 10일 출근길에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등졌다. 44세.구단 관계자는 “조 감독이 개인 숙소를 나섰다가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심폐소생술에도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인은 심장마비. 조 감독은 지난해 11월 상주 상무에서 자리를 옮길 때부터 심장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감독이 이끄는 부산은 올 시즌 경남 FC(승점 70)에 이어 2위(승점 61)를 달리며 내년 시즌 클래식 승격에 대한 희망을 키우던 상황이었다. 오는 25일에는 클래식 수원과의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전을 앞두고 있어 압박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부재는 팀에 작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조 감독은 지난 8일 경남과의 경기를 마친 뒤 “내가 책임진다. 분패했지만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정신적으로 준비를 잘하겠다”며 플레이오프에 임할 경우의 각오를 전했는데 마지막 인터뷰가 되고 말았다. 고인의 부음은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 중이던 클래식 상위 스플릿 미디어데이가 끝나 가는 시점에 전해졌다. 2000년 부천 SK에서 선후배로 호흡했던 조성환 제주 감독은 “이게 무슨 소리냐”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침통해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 함께 출전했던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지금도 심장이 떨린다. 다른 감독은 몰라도 조 감독은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말 쾌활했다”며 그의 죽음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고, 최강희 전북 감독도 “정말 밝은 사람인데 안으로는 많은 것을 쌓아 두고 살지 않았나 싶다. 어떤 식으로라도 스스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에 빈소가 차려졌으며 발인은 12일. 유족으로는 부인과 중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심장마비 별세’ 조진호 감독 마지막 SNS 글 보니

    ‘심장마비 별세’ 조진호 감독 마지막 SNS 글 보니

    10일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부산 아이파크 조진호 감독이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별세하면서 그가 이틀 전 남긴 SNS 글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조 감독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간절한 마음으로 승리를 하기위해서 노력을 했지만 아쉽게 결과 만들지 못했습니다! 응원해주신 팬들께 승리로 보답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다시 재정비 해서 승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진호 감독 올림”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는 이날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33라운드 경남FC와의 경기 후 조 감독이 올린 글이다. 특히 플레이오프를 통한 내년 시즌 클래식 진출 의지가 담겨 있어 더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조 감독이 남긴 마지막 글에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타깝네요” “감독님 편히 쉬십시오”라며 조 감독을 애도하는 팬들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구단 관계자는 “조 감독님이 개인 숙소에서 출근길에 쓰러지신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진호 감독의 지인이 구단에 연락했고 위치를 파악해 응급 후송했다.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진 조진호 감독은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지만 결국 오전 11시 38분경 사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출근길 심장마비로 세상 등진 조진호 부산 감독 ‘어찌 이런 일이’

    출근길 심장마비로 세상 등진 조진호 부산 감독 ‘어찌 이런 일이’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부산 아이파크의 조진호 감독이 10일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허망하게 등졌다. 44세.부산 구단 관계자는 “조 감독이 개인 숙소에서 출근길에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지난해 11월 상주 상무에서 부산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산은 K리그 챌린지에서 경남 FC(승점 70)에 이어 2위(승점 61)를 달리며 내년 시즌 클래식 승격에 대한 희망을 키워오던 터라 조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오는 25일에는 클래식 수원과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전을 지휘할 예정이었다. 조 감독은 지난 8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과의 경기가 끝난 뒤 “경남에게 지지 않고 말컹(경남 FC 선수)한테 졌다”며 “내가 책임진다. 분패했지만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정신적으로 준비를 잘하겠다”며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각오를 전한 바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는 이어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밝힌 뒤 “선수들 모두 선전했다. 선수들에게 딜레마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준비하겠다”고 다독였는데 그게 마지막 인터뷰가 되고 말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보물문화재 밀양 영남루, 국보 승격 여부 연내 결정

    보물문화재 밀양 영남루, 국보 승격 여부 연내 결정

    경남 밀양시가 조선시대 누각인 밀양 영남루 국보 승격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경남도의회와 밀양시의회도 정부에 영남루 국보승격을 건의하는 등 힘을 보태고 나서 영남루 국보승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밀양시는 문화재청이 올해안에 문화재 위원회 심의에서 영남루 국보승격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영남루를 국보로 승격 지정해 줄 것을 경남도를 통해 지난해 12월 29일 문화재청에 신청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 영남루를 국보 승격 심의대상 문화재로 선정하고 지난 8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3명이 영남루 현장을 방문해 현지 실사와 조사를 했다. 현지 조사를 한 문화재 위원들이 조사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문화재청은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심의를 한 뒤 문화재 위원회의에서 국보승격 여부를 결정한다. 문화재 위원회는 한달에 한차례 열린다. 시는 올해안에 영남루 국보승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밀양시는 영남루 국보승격을 위한 문화재 가치 재조명을 위해 지난 6월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당시 심포지엄에 초빙된 관련 분야 전문 교수들은 영남루가 650년 역사를 가진 누각으로 창의성과 예술성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지난 9월 13일 문화재청장을 만나 영남루 국보 승격 타당성을 설명하고 국보승격을 요청했다. 경남도의회와 밀양시의회도 지원에 나섰다. 도의회는 지난 9월 20일 제 34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밀양 영남루 국보승격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해 국회와 문화재청 등에 건의안을 보냈다. 도의회는 건의안을 통해 “영남루는 관영 누각의 대표적인 배치와 건축 특성을 보여주는 조선후기 건축물의 백미로, 많은 문인들이 남긴 시문 등이 있어 인문학적 가치도 높아 국보로 지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양시의회도 지난 9월 12일 ‘영남루 국보 승격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해 국회의장과 문화관광부장관, 문화재청장 등에게 보냈다. 시의회는 “영남루 역사는 6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국보 1호인 숭례문이나 국보 224호인 경회루보다 역사가 더 오래됐다”며 “국보로 위상을 환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시의회는 “영남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누각 가운데 하나인 평양 부벽루는 북한 국보로 지정돼 있으나 영남루는 보물로 지정돼 있어 낮은 격 대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양강 옆 절벽위에 위치해 있는 팔작지붕으로 된 밀양 영남루는 1844년 중건된 조선시대 누각이다.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다. 신라시대 영남사라는 사찰이 있던 자리에 고려시대 누각이 건립됐다가 화재로 소실되고 조선시대 다시 지었다. 1955년 국보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회 총회에서 보물 문화재를 일괄 국보로 지정할때 영남루도 국보 제245호로 승격됐다가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공포에 따라 문화재위원회 회의에서 보물 제147호로 변경 지정된 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밀양시에 따르면 영남루는 그동안 문화재·학술적 가치 조사·평가에서 현존하는 대표적인 관영 누각으로 고려말 중창한 뒤 역사가 650년 이상된 명확한 건축기록을 가진 건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건물 구성·배면·형태면에서도 창의적이고 독특한 특징이 있어 가치가 높은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말은 오고 사람은 가고… 한양과 제주 이어 주던 땅끝 마을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말은 오고 사람은 가고… 한양과 제주 이어 주던 땅끝 마을

    제주의 유배 역사는 이제 관광자원으로도 적지 않은 몫을 한다. 추사가 위리안치됐던 서귀포 대정에는 기념관이 세워졌다. 세 개의 유배길도 만들어졌는데, 추사 유배길과 성안 유배길, 면암 유배길이 그것이다. 제주시의 성안 유배길은 제주목 관아를 나서 제주읍성터를 따라 면암 최익현과 우암 송시열, 광해군, 성호 이익을 비롯한 유배인의 흔적을 만난다. 면암 유배길은 최익현이 유배에서 풀린 뒤 한라산에 올랐던 루트라고 한다.육지와 제주를 잇는 해로(海路)도 궁금하다. 뱃길은 유배인과 관리뿐 아니라 모든 문물(文物)의 통로였다. 제주의 양대(兩大) 항구는 화북포와 조천포였다. 송시열과 김정희, 최익현은 화북포로 제주에 들어갔다. 하지만 청음 김상헌은 해배(解配)되고 조천포에서 제주를 떠났다. 제주를 방문한 점필재 김종직도 조천관에서 순풍을 기다리다 한편의 시를 남기기도 했다. 한양을 오가는 관리들의 숙소였던 조천관은 터만 남았다. 하지만 조천 연북정(戀北亭)은 이른바 유배 문화가 각광받으며 인기 있는 탐방지로 떠올랐다. ‘궁궐이 있는 북쪽을 바라보며 그리워한다’는 연북정의 이름부터 유배자의 정서와 맞물려 감회를 자아낸다. 물론 임금의 관심을 간청하는 마음은 벼슬아치들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화북리도 19세기에는 공북리(拱北里)라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공북’이란 임금을 향해 손을 모은다는 뜻이니 연북정의 작명원리와 일맥상통한다. 헌종시대 제주목사를 지낸 응와 이헌조는 연북정 주변에서 조천항 일대의 풍경을 묘사한 시를 남겼다. ‘바다 고을에서 제일 번화한 마을 /조천관 바깥에 깃발을 멈추었다 /이진(梨津) 사공은 바람을 타 배질하고 /선흘 사람들은 가랑비 맞으며 밭갈이하네’ 선흘은 조천의 마을이고 이진은 바다 건너 해남의 포구다. 조천으로 들어오는 육지 배가 출항하는 대표적 포구가 이진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오늘은 바로 그 해남 이진포로 간다. 전남 해남군 북평면의 이진리는 오늘날 반농반어(半農半漁)의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마을 앞 포구에 서면 왼쪽으로 달도를 거쳐 완도를 잇는 사장교인 완도대교의 주탑(主塔)이 있다. 이진에서는 땅끝도 멀지 않다. 그야말로 한반도 최남단이다.동네 초입에서는 지금 이진성을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조선은 1588년(선조 21) 이진에 군진을 세운 데 이어 1627년(인조 5)에는 종4품 만호가 지휘하는 만호진으로 승격시킨다. 이 지역은 고려시대부터 왜구의 침범이 잦았던 데다 을묘왜변과 임진왜란으로 이진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진성은 방어를 위한 목책과 해자까지 갖추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몰려드는 적군으로부터 성문을 방어하는 옹성도 일부 남아 있다. 이진성 안팎에서는 최근에 세운 친절한 안내판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른바 관방유적(關防遺蹟)으로 중요성을 알리면서 이순신 장군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곳이 한양과 제주를 잇는 간선로를 이루는 중요한 거점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은 포구에서도 찾지 못했다. 조선시대라면 군선(軍船)이며 관공선(官公船)이 적지 않게 정박하고 있었을 이진항이지만, 지금은 1t에 미치지 못하는 작은 고깃배들만 한가롭게 떠 있다. 그런데 포구에서 가장 가까운 민가의 나지막한 돌담에 눈이 간다. 담장을 이루는 돌은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이 대부분이다. 마치 제주도의 담장을 연상시킨다.집주인 아저씨는 “이것들이 제주에서 싣고 온 돌이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기 언덕 위 동네로 올라가면 더 많으니 한번 가 보라”고 일러 준다. 현무암들은 제주말(馬)의 하역항으로 이진의 역사를 보여 준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이 바람과 파도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은 평형수(平衡水)가 있기 때문인데, 과거에는 그 평형수 역할을 돌이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내리면 제주에서 싣고 온 현무암은 더이상 쓸모가 없었으니 항구에 그대로 버렸음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고려시대 이후 군마(軍馬) 사육장이었다. 물론 제주말을 반입하는 항구가 이진이 유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진 마량(馬梁)의 마도진(馬島鎭) 만호성 주변에서도 현무암이 발견된다고 한다. 땅이름으로 짐작해 봐도 마량은 중요한 제주말 반입항의 하나였을 것이다. 강진의 옛 이름인 탐진(耽津)도 탐라(耽羅), 곧 제주를 오가는 항구였기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 해도 이진의 현무암은 마량의 그것보다 많다. 현무암의 많고 적음은 배에 실어 운송한 말의 숫자와 비례할 수밖에 없다. 이진은 말 수송선을 포함해 조선 후기 제주를 오가는 선박의 출입통제소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제주로 가는 또 다른 항구였던 강진 남당포를 출발한 배도 큰 바다로 바로 나가지 않고 완도 북쪽의 이진포를 거쳤다. 고산자 김정호(1804~1866?)는 ‘대동지지’(大東地志)에 ‘이진진(梨津鎭)은 한양에서 950리 떨어져 있고, 성에는 해월루(海月樓)가 있다. 제주로 들어갈 사람은 모두 여기서 배를 타고 떠난다’고 기록했다. 조선 중기의 문인 임제 백호는 1577년(선조 10) 제주목사로 있던 아버지 임진을 만나고 돌아와 ‘남명소승’(南冥小乘)이라는 기행문을 남겼다. 임제는 12월 6일 강진 남당포를 출발해 저녁 늦게 이진보(梨津堡)에 이른다. 남당포는 간척이 이루어져 오늘날 옛 지형을 알 길이 없는데 강진읍 남포리로 추정하고 있다. 임제가 이진에서 배웅 나온 관리들과 작별한 것은 바야흐로 큰바다 항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임제는 9일 밤 제주 조천포에 도착한다. 돌아올 때는 화북포에서 출발해 해남 관두포로 상륙했다. 해남반도 서쪽의 관두포는 고려시대 이후 오래된 제주 뱃길의 항구였다. 김정호가 ‘이진성에는 해월루가 있다’고 적은 대목은 사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해남군은 최근 해남 남창리에 달량진성과 해월루를 복원했다. 북평면 소재지인 남창리는 해남과 완도를 잇는 땅끝대로를 사이에 두고 이진리와 마주 본다. 달량진성은 수군 만호 주둔지였지만, 이진에 만호진이 설치되면서 군진이 아닌 환곡을 위한 곡식창고인 남창으로 바뀌었다. 이진과 남창리는 실제로 멀지 않다. 고산자가 착각한 이유일 것이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에도 해월루를 이진 동쪽이 아닌 서쪽에 두었다. 지금 해월루 아래는 해변 산책 데크도 만들어 놓았으니 달량진 유적도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이진포 북쪽은 해발 498.6m 달마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기기묘묘한 암봉이 인상적인 달마산은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수려하다. 하지만 반대편 이진에서 바라본 달마산의 표정은 조금 온화하다. 달마산이라면 아름다운 절 미황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미황사는 달마산의 북서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이진포에서 달마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미황사 창건 설화가 문득 생각났다. 신라 경덕왕 시절 황금빛 피부의 외래인이 범패 소리를 울리며 노를 저어 땅끝마을 사자포 앞바다에 나타나 경전과 불상 및 탱화를 의조화상에게 건네주었고, 싣고 왔던 바위를 부수고 나온 검은 소가 점지한 자리에 절을 세우니, 곧 미황사라는 것이다. 흔히 인도 불교가 바다로 직접 전래된 증거로 이 설화를 들기도 한다. 그 ‘사자포’는 미황사에서 최단거리 항구인 이진포로 상정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글 사진 dcsuh@seoul.co.kr
  • “5·18 기념식 그냥 서 있는데 눈물…보훈 역할 절감”

    “5·18 기념식 그냥 서 있는데 눈물…보훈 역할 절감”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 부처로 격상된 국가보훈처의 수장을 맡은 피우진(61) 처장의 여군 헬기조종사 시절 항공 호출명은 ‘피닉스’(불사조)였다. 피 처장은 30년간의 군생활 내내 남성 중심의 군 문화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권위의식에 맞서 싸웠다. 여성 첫 보훈처장으로 다시 한번 불사조처럼 날아오른 피 처장을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 집무실에서 만났다.→취임 4개월여를 맞는 소감은. -4개월이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오늘은 여성 제대군인 취업지원과 관련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네 나라 보훈부와 우리 현역 군인, 예비역들이 참석한 국제보훈워크숍에 다녀왔다. 워낙 다양한 일이 많았고 특히 새로운 보훈정책의 틀을 만들고 밑그림을 그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취임 다음날 새벽에 달려가서 치렀던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신 유가족들이 가장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첫 임무를 수행하면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정말 그냥 서 있는데 눈물이 나오더라. 그날 온 나라가, 온 국민이 다 함께 그 유가족들을 보듬는 장면 자체가 감동이었다. 우리 사회의 아픔을 따듯하게 보듬는 역할이 ‘보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가 한동안 논란이 됐었다. 이를 해결할 복안이 있는지. -이 노래는 국민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곡으로 인식돼 있어 보훈처는 기념곡으로 계속 제창할 계획이다. 제창 문제를 법제화시킨다든지 규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되는데 지금으로서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당사자인 5·18 유공자와 유족 분들이 원하는 것을 국가에서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 광복절에 부르는 노래, 6·25 행사 때 부르는 노래처럼 그분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선 보훈처가 각종 국가 이슈의 중심이 된 적도 있다. 새 정부의 보훈 정책 방향은. -국가 안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왜 내가 희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얻는 게 보훈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예우하고 그분들이 영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문 대통령께서도 늘 강조하셨던 사항이고 보훈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최상의 보상과 예우를 실천하는 것이다. 단순한 보상과 예우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유공자 분들이 소외당하지 않도록 의료, 요양, 복지, 안장서비스를 강화해 국가유공자의 명예와 자부심을 높이는 ‘따뜻한 보훈’을 추진하는 것을 보훈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 →보훈처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되고 보훈처의 정부 내 위상도 달라졌는지. -보훈처의 장관급 승격은 국가유공자 분들의 숙원이었고 우리 사회에서 보훈의 역할을 생각할 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장관급 승격에 따라 조직 등이 일부 달라지고 실무적 부분에서 부처 협의가 원활해진 점도 있다. 무엇보다 보훈에 대한 많은 분들의 생각과 관심도가 달라졌다고 느낀다. 국민들께서 국가유공자 분들의 공헌·희생에 대해 높이 평가해 주시고 보훈 관련 기념일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시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새 보훈정책인 ‘따뜻한 보훈’이란 무엇인가. -‘따뜻한’이라는 의미는 정책과 제도가 아닌 ‘사람’ 중심의 개념이다. 전국적으로 240만여명에 달하는 보훈 대상자들은 다친 몸과 고령화로 인해 자신들이 헌신한 나라와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느낌을 갖기 쉽다. 단지 제도로 보상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보훈 가족을 찾아가 뵙고 눈높이를 맞추는 현장 중심의 보훈정책이 ‘따뜻한 보훈’의 배경 철학이다. 보훈섬김이, 복지사 등 보훈복지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국가유공자들에게 보훈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부 방침을 토대로 향후 이들의 고용 안정성을 제공하고 근무 환경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보훈처장으로서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매사 단순명료하고 명쾌하게 살아가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업무는 고리타분할 정도로 원칙을 중시한다. 보훈처가 보훈가족 중심의 ‘따뜻한 보훈’ 정책을 펼치고 실현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희망이자 바라는 점이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경주서 靑석불좌상과 쌍둥이 불상 발견

    경주서 靑석불좌상과 쌍둥이 불상 발견

    일제강점기 경주에서 서울로 옮겨져 지금은 청와대 관저 뒤쪽에 안치된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과 형태가 매우 비슷한 쌍둥이 불상이 경주 남산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석불좌상을 조사한 임영애 경주대 교수는 “경주 남산 약수계에 청와대 석불좌상보다 약간 더 크지만 형태와 양식이 동일한 불상이 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청와대 석불좌상(오른쪽 위)과 경주 남산 약수계 석불좌상 그림. 남산 약수계 석불좌상은 불상의 머리가 없고 무너져 있는 상태다. 임 교수는 두 불상의 공통점으로 불상을 받치는 ‘삼단사각대좌’ 등을 꼽았다. 청와대 석불좌상의 중대(오른쪽 아래)는 국립춘천박물관에 있고, 하대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경주 석굴암과 양식이 유사한 청와대 석불좌상은 풍만한 얼굴과 약간 치켜 올라간 듯한 눈이 특징으로 ‘미남불’로도 불린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승격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MLB] ‘끝판왕’ 오승환, 팀 떠나나

    ‘파이널 보스’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 올 시즌 뒤 이적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전망이 나와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지역 매체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에서 미국프로야구(MLB) 세인트루이스 소식을 전하는 칼럼니스트 릭 험멜은 19일 독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이같이 내다봤다. 험멜은 “오승환이 올해 이후 세인트루이스의 (마운드 운영) 계획에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미국 내 다른 팀의 계획안에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오승환은 2015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명문 세인트루이스와 2년(1+1년)간 최대 1100만 달러(약 124억원)에 계약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첫 시즌인 지난해 옵션을 모두 채웠고 올 시즌도 옵션을 충족할 것으로 보여 2년간 계약 최대치를 모두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은 지난해 76경기에 나서 79와 3분의2이닝 동안 19세이브 14홀드(6승3패), 평균자책점 1.92의 눈부신 성적을 보였다. 중간 계투로 출발했지만 ‘돌직구’를 앞세워 ‘마무리’로 승격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현재 중간 계투로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샌디에이고전까지 59경기에 등판해 20세이브 7홀드(1승5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특히 피홈런이 늘어나는 등 불안한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현재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있다. 험멜은 “오승환은 2년간 약 40세이브를 올렸지만 슬라이더가 말을 안 들을 때는 고전했다”면서 “올해 세인트루이스의 불펜 가운데 상당수는 내년에 보지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근 불펜 피칭을 마친 오승환은 조만간 실전에 나선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종전의 기량을 과시하기가 쉽지 않아 향후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인트루이스 잔류나 다른 빅리그 팀으로의 이적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복귀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뛰던 황재균이 국내 복귀를 선언했고, 필라델피아로 옮긴 김현수도 복귀 가능성이 있다. 오승환마저 돌아오면 올겨울 ‘FA 시장’은 역대 최고 열기에 휩싸일 전망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중국, ‘농업+사물인터넷’ 적용 성공

    중국, ‘농업+사물인터넷’ 적용 성공

    중국 정부가 농업 산업과 사물 인터넷의 혁신적인 만남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최근 장쑤성(江苏省)에 소재한 현대농업산업단지(现代农业产业园区)에서 녹색 채소 작물 재배와 관련해 사물 인터넷 기술이 처음으로 투입된 것이 확인됐다. 중국전신 장쑤카오요우공사(中国电信江苏高邮分公司)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농업에 사물인터넷을 적용하는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시범 운영에 성공한 사물인터넷 분야는 녹색 채소 재배 시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수반되는 온도, 습도 제어 장치에 데이터만 입력하면 직원 관리 없이도 작물 재배에 필요한 자연 환경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온도, 습도, 바람, 물 등 자연 환경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한 채, 작물 재배에 인간의 노동력 대신 사물 인터넷 기술이 투입되는 첫 시범 연구다. 이번 실험이 실행된 장쑤성 내 현대산업단지는 지난 2008년 농업 시범 단지로 지정됐다. 이후 2014년 12월 양주시 농업 단지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2015년 12월에는 양주 국가 농업 개발원으로 승격됐다. 총 1만 5000㎥규모로 조성된 현대 농업 과학 기술 혁신 시범단지 내에는 신흥 영농 기지와 국제 기술 협력 시범 기지 등이 자리해 있다. 이색 농작물 재배 및 유통을 통해 농가 수익을 활성화 시키는데 목적을 둔 이 곳은 향후 정부 지원금을 통해 온실 온도, 습도 등 자연 환경에 민감한 농작물 재배 분야에 스마트 정보 사업 및 사물 인터넷 기술 적용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단지 내에는 생산과 유통을 간편하게 이어주는 복합 물류 센터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농업과 사물인터넷의 융합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단지 내에 조성된 사물인터넷 시스템에는 온도, 습도 조절기, 효율적인 친환경 에너지 저장 시스템, 작물이 생장 주기에 따른 데이터 저장 시스템 등이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中企 정책 공백

    3개 실장도 공석… 장기 정책 손 놔 15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접한 중기부 공무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7월 26일 중소기업청에서 부처로 승격했다고 박수 쳤는데 부처 출범 두 달이 다 되도록 선장 잃은 신세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발표 직전까지도 사퇴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과 연계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당분간 ‘홀딩’ 상태로 갈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불쑥 사퇴 발표가 나오자 중기부 관료들은 사실상 일손을 놓아버렸다. 한 중기부 국장은 “일상적인 업무 이외의 업무는 사실상 올스톱 된 상태”라면서 “오늘이 중기부 출범 52일째인데 지금까지도 수장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허탈해했다. 중기부는 장·차관, 4실 체제다. 하지만 기획조정실장을 제외한 중소기업정책실, 창업벤처혁신실, 소상공인정책실 등 3개 실장 자리가 공석이다. 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후속 인사도 맞물려 멈춰 선 상태다. 장관 공백 때문에 다른 정부 부처들은 모두 끝낸 대통령 업무보고도 중기부만 못 하고 있다. 볼멘소리는 중소기업계에서도 터져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수출 양극화로 중소기업계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는데 지원책과 관련 정책을 조율해야 할 수장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새 장관 후보자는 최대한 빨리, 그리고 청문회 통과가 확실한 사람으로 골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서둘러도 10월 말이나 돼야 중기부가 정상화될 것”이라면서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들과도 정책을 협의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추진력이 있는 후보자가 지명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선이 너무 지연된 만큼 검증이 끝난 관료 출신이나 정무 감각이 있는 정치인 출신이 지명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역사관·창조과학 신봉 논란’ 박성진 중기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역사관·창조과학 신봉 논란’ 박성진 중기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역사관 및 창조과학 신봉 논란을 빚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자진해서 사퇴했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중기부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지 22일 만이다.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나흘 만에 물러났다. 포항공대 교수인 박 후보자는 지명 이후 창조과학회 활동, 뉴라이트 역사관 등이 문제가 된 데 더해 부동산 다운계약서 탈세, 주식 무상 증여 등 각종 논란에 시달리며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박 후보자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청문회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이념과 신앙 검증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전문성 부족을 명분으로 부적절 채택을 한 국회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제가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여 자신 사퇴를 결정하였습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통합하고 상생해 사람 중심의 더불어 잘 사는 나라로 발전하길 소망한다”며 “저를 지명해주신 대통령님과 저와 함께 해주시고 청문회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해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고 말했다. 포항공대 교수인 박 후보자는 지명 이후 창조과학회 활동, 뉴라이트 역사관 등이 문제가 된 데 더해 부동산 다운계약서 탈세,주식 무상 증여 등 각종 논란에 시달리며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지명 이후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에서도 해명했으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바꾸지 못했다. 박 후보자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성경 내용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겠다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해 종교 편향성 논란을 빚었다. 이어 뉴라이트 계열 학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극우 논객 변희재 씨 등을 학교 세미나 강사로 초청하고, 보고서와 언론사 칼럼 등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역사관과 이념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그는 한 연구보고서에서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 시기로 규정한 문 대통령의 역사 인식과 달리 1948년 정부수립을 건국으로 적어 뉴라이트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샀다. 박 후보자는 “건국과 정부수립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았으며 뉴라이트 회원이 아니고 정치 이념적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여당 지지자들뿐 아니라 일부 야당도 역사관에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의 장관후보자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종교관과 역사관 편향 논란에 정치권뿐 아니라 과학기술인단체와 시민단체도 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에 공헌할 일이 있다”며 자진사퇴를 거부했다. 박 후보자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맞았으나 종교관,역사관 논란을 오히려 키웠으며 장관후보자로서 능력을 각인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지구 나이는 신앙적으로 6천 년”이라고 대답해 종교 편향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지 못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 문제 등 중기부 현안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거나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의원들이 중기부를 이끌 능력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 후보자를 보호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마저도 인사청문회 뒤 박 후보자의 역사관과 능력 등을 문제 삼으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야당 의원이 박 후보자의 역사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어색한 장면이 보이기도 했으나,야당도 일제히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에서 “박성진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부적격하다”는 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인사청문회에서 국회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던 박 후보자는 결국 이날 자진사퇴의 길을 택했다. 박 후보자의 사퇴로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을 살리고자 외청에서 부처로 승격시킨 중기부의 본격 가동은 후임 장관이 정해질 때까지 미뤄지게 됐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청에서 승격해 지난 7월 26일 출범했으나 이날까지 52일째 장관 자리가 비어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 빅5리그 최초의 여자주심 슈타인하우스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 빅5리그 최초의 여자주심 슈타인하우스

    독일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 프로축구 빅리그 가운데 첫 여성 주심인 비비아나 슈타인하우스(38)가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5월 1부리그 심판으로 승격한 슈타인하우스는 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헤르타 베를린과 베르더 브레멘의 경기에서 처음 주심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분데스리가를 포함해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 5대 리그 경기에서 여성 주심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슈타인하우스는 1-1로 비긴 90분 경기를 흠잡을 데 없이 마쳤다. 슈타인하우스는 경기 뒤 “솔직히 말하면 끝나서 안심이 된다”며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경기를 마친 슈타인하우스에 찬사를 보냈다. 라인하르트 그린델 독일축구협회 회장은 “역사적 순간이었다”며 “부담감 속에서도 침착하게 올바른 판정을 내린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베를린의 수비수 세바스티안 랑캄프는 “그녀는 매우 잘해냈는데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고 베다드 이비세비츠도 “엄청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홈팀 베를린은 슈타인하우스의 주심 데뷔를 기념하기 위해 여성 관중에게 입장권을 반값으로 할인해주기도 했다. 경찰관인 슈타인하우스는 2007년 독일 프로축구 첫 여성 주심이 된 후 2부 리그에서 10년간 80경기 이상을 진행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영국 BBC는 그녀가 2부리그 심판을 본 기간은 6년이라고 다른 얘기를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축구 결승전에서도 주심을 맡았다. 올해 초 여자챔피언스리그 결승,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7 예선 경기 등에도 휘슬을 불었고, 지난달 독일컵 바이에른 뮌헨-쳄니처 1라운드 경기에 주심으로 나섰다. 앞서 지난 9일에는 로레인 왓슨이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리그2 에딘버러 시티가 버윅 레인저스를 1-0으로 물리친 경기에 최초의 여성 심판으로 등장해 휘슬을 불었다고 BBC는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퍼블릭 IN 블로그] 살충제 달걀 파동 뒤엔 식약처·농식품부 ‘불편한 관계’가 있었다

    “저희가 어디 가서 하소연하겠습니까.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때리는 대로 맞는 거죠.” # 늦장 대응 비난… “억울해도 하소연할 데 없어” 지난달 30일 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와 통화 중 나온 말이다. 식약처는 최근 ‘살충제 달걀’ 사태와 ‘유해성 생리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식약처가 일련의 사태에 대응하면서 늦장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 안일한 대처로 일관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살충제 달걀을 점검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능했고, 생리대 출시 전 안전성·유효성 검사를 하지 않을 정도로 안일하게 관리해 왔다. 그러나 식약처는 억울한 면도 있다고 토로한다. 어떤 점이 억울했던 것일까. 우선 농식품부와의 관계다.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를 통해 두 부처의 불편한 관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식약처가 농식품부에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식약처는 식의약품 안전의 역사상 현재 가장 높은 지위에 있다. 1998년부터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식약청’이었던 식약처는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무총리실 산하 처 단위로 승격했다. 그간 부처마다 흩어져 있던 식품안전관리 권한을 식약처에 몰아줬다. 이 덕에 식의약품 안전 컨트롤타워의 지위도 부여됐고, 정책수립·입법 기능과 부처 간 조정 기능도 부여됐다. # 식약처 “농식품부 일방적 대국민 발표에 혼란” 그러나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에서 보듯 농식품부는 사태 초기에 식약처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식약처에 알리지도 않고, 달걀 농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식약처가 농축산물 생산단계의 안전관리를 농식품부에 위탁하고 있어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 식약처에 알려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대국민 발표를 해 논란을 키웠다는 게 식약처 측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식약처에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고 알려야 할 법적 의무나 권고도 없다지만, 일방적으로 대국민 발표를 한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식약처장이 국민들께 혼선을 빚어 미안하다, 달걀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원칙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면 혼란이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식약처에 빼앗겼던 농축산식품 안전관리 권한을 다시 가져오려는 포석이 깔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2013년 식품안전관리 권한이 농식품부에서 식약처로 이관될 때 농민단체의 반대가 거셌다. 식품안전관리 기능을 농식품부에 그대로 둬야 식품 검사를 받을 때 비교적 느슨하게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식품안전관리 권한은 식약처에 넘어갔지만, 현장점검·집행 기능은 농식품부에 그대로 남게 됐다. # 안전관리는 식약처… 현장 점검은 농식품부 식약처 다른 관계자는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식품산업의 진흥을 담당하는 부처와 식품안전관리를 담당하는 부처를 따로 두고 있다”며 “식약처가 껍데기 권한만 갖고 있는 상태에서 비판을 받으니 억울해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사설] 중소벤처 진흥이 이념과 무슨 관계 있나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이념과 역사관을 둘러싼 논란만큼 코미디 같은 일도 없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박 후보자가 2015년 연구보고서에서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이승만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립을 위해 독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으며, 새마을운동을 찬양했다는 이유로 ‘적폐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박 후보자는 그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포스텍(포항공대) 1기로 학업을 시작했고,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지만 정치적·이념적으로 성향을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장관 후보자가 되기까지 한 차례도 정치 활동을 해 본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정치·이념적 지향이 박 전 회장의 영향을 받았지만, 정치 활동을 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믿는다면, 이런 표면적인 몇 가지 일로 뉴라이트라 몰아붙이고 장관 부적격자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까지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반발이 있다는 이유로 ‘자진 사퇴 불가피’ 기류를 형성했다가 청와대가 “장관 후보로 결정적 하자는 없다”로 방침을 굳히자 11일의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세간의 여론에 부화뇌동하는 여당의 모습이 한심하게 보인다. 중소기업을 일으키고 벤처를 육성하는 일에 이념을 따지고 “건국과 정부 수립의 개념 차이 등 역사에 무지해 죄송했다”는 사죄를 받아서 어쩌자는 것인가.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지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우수 인재 유치·확보 지원, 여성·장애인 기업 육성,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활성화 추진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주요 업무다. 청으로 있던 조직을 부로 승격시켜 실패를 거듭했던 중소기업 진흥 정책을 제대로 일구자는 국민의 바람이 담겨 있다. 박 후보자는 연구실과 강단만을 오간 연구자가 아니다. 중국음식점, 정육점을 운영했던 부모님 아래에서 컸고, 대기업 근무를 거쳐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실패해 본 경험이 있다. ‘재벌 왕국’ 대한민국에서 고사 상태의 중소·벤처기업을 회생시킬 최적임자는 아니더라도 좌고우면하지 않은 경험을 살린다면 차선의 선택일 수 있다. 그에게 제기돼 있는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조과학회 활동, 자녀 이중국적 및 위장전입, 아파트 다운계약 의혹 등은 청문회에서 따져 물으면 될 일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