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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오후 7시 강서·은평구서 사고나면 대처 가장 늦는다

    [단독] 오후 7시 강서·은평구서 사고나면 대처 가장 늦는다

    서울에서 응급 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를 병원까지 이송하는데 드는 시간이 자치구별로 최대 2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내에서 화재·붕괴 등 재난이 터졌을 때 사고가 언제 났는지, 어떤 종류인지에 따라 초동 대응에 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로 갈렸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올해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 등을 겪으며 분초를 다투는 초동 대처의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소방·구급시설이 집중된 대도시에조차 여전히 재난 사각지대가 있다는 얘기다. 서울신문이 7일 성중기 서울시의회 의원을 통해 단독 입수한 서울시의 ‘황금시간 목표제 검증 및 평가를 위한 용역’ 보고서에서 이러한 결과가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시의 의뢰로 서울연구원이 작성했다. 서울에서 응급환자 이송이 가장 느린 지역은 도심 외곽인 강서구와 은평구였다. 연구진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지역별 출동정보 12만 3426건(2013년 1월~2015년 2월)을 토대로 자치구별 환자 평균 이송시간을 분석해 보니 두 자치구는 평균 15분이 걸렸다. 반면, 동대문구는 8분, 중구·중랑구·영등포구 등은 9분으로 전체 평균(11분)보다 빨랐다. 재난본부 관계자는 “강서와 은평 지역은 25개 자치구 중 2년간 응급 사고 발생 건수가 각각 2번째(1만 4641건)와 9번째(1만 2436명)로 많은데도 3차 병원(대형 대학병원)이 없다”면서 “환자나 보호자가 대형병원으로 가달라고 요구하면 여의도 등까지 옮기다 보니 시간이 지체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시간에 따라서도 대처 능력이 크게 갈렸다. 마(魔)의 시간은 오후 7시였다. 연구진이 시내 119안전센터 116곳의 위치 정보와 시간대별 차량통행량 데이터 3억 2800만건 등을 기초로 소방·구급대원의의 출동 가능 시간을 분석해 보니 오후 7시에 사고가 나면 시내 전 주소지의 25.9%에는 119 소방·구급 인력이 4분 내 도착할 수 없었다. 4분은 심정지 환자를 살리기 위한 ‘황금시간’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차나 구급차가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하거나 사이렌을 켜 양보받으며 달려온다고해도 러시아워 때 대형사고가 터지면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구급 출동이 가장 원활한 시간대는 새벽 4시로 4분 내 출동 불가 지역 비율이 6.2%뿐이었다. 사고 유형에 따라서도 소방·구급 인력의 지연 도착 가능성이 달라졌다. 연구팀은 9개 재난유형(도로터널·지하도상가·지하철역·공동구(共同溝)·시장 등의 화재, 대형 건축물 붕괴, 승강기 정전, 공연행사장·한강 교량 사고) 별로 소방·구급 인력이 늦게 도착할 가능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승강기 정전 때 지연 도착 가능성이 31.4%로 가장 높았고 시장 화재 22.1%, 지하도상가 20% 순이었다. 승강기 사고는 인명피해 가능성이 적어 상대적으로 느긋히 출동하는 경향이 있고 재래시장과 지하시설 등의 화재 때는 좁은 길 등 탓에 현장 접근이 어려워 출동 시간이 지연됐다. 또, 연구팀은 화재 등 사고 12만 3426건 때 실제 출동시간을 분석해 보니 61.9%가 교통량과 거리 등에 기초해 산출한 출동 가능 시간보다 1분 이상 더 걸렸다고 밝혔다. 원종석 서울연구원 박사는 “좁은 도로폭과 불법주·정차, 신호체계 등의 문제로 출동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사각지대로 구분된 지역에 안전센터를 추가로 짓거나 소방차 등이 교통신호를 조작해 신호대기없이 현장에 달려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구의역 사고’ 희생자 발인 9일 확정···사고 현장에 위령 표지 세우기로

    ‘구의역 사고’ 희생자 발인 9일 확정···사고 현장에 위령 표지 세우기로

    서울메트로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김모(19)씨가 숨진 현장에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한 위령 표지를 설치하기로 했다. 난항에 빠졌던 유가족 보상 문제도 서울메트로가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났다. 서울메트로는 7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수리하다가 사고로 숨진 정비용역업체 은성PSD의 직원 김씨의 발인식을 유가족과의 협의 끝에 오는 9일 아침에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인식은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되며, 장례 절차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서울메트로가 부담하기로 했다. 또 서울메트로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의미에서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보상 방안에 대해서는 유가족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고가 난 구의역 9-4 승강장 안전문 근처에는 사고 개요 및 추모의 내용을 담은 위령 표지가 설치된다. 서울시는 사고 지점 및 구의역 내 추모의 장소에 남겨진 각종 추모글과 추모 물품은 유가족과의 협의를 통해 서울시에서 별도의 장소를 마련해 보관하고 시민들이 열람토록 하기로 했다. 서울메트로의 정수영 사장직무대행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위로 말씀을 드린다”면서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사과라고 생각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의회 성중기의원 “메트로, 박원순시장 옹호 일관” 질타

    서울시의회 성중기의원 “메트로, 박원순시장 옹호 일관” 질타

    서울시의회 성중기의원(새누리당, 강남 1)은 6월3일 교통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 267회 임시회 폐회 중 의사일정으로 서울메트로 및 도시교통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구의역 사고현장에 뒤늦게 방문한 박원순시장과 서울메트로의 서울시 보고체계를 질타하며 서울메트로에서 박원순시장을 옹호하는 답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5월 28일 오후 5시 57분경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시청에서 잠실로 향하는 열차에 승강장안전문고장으로 작업중이던 은성PSD소속의 김00군이 사망했다. 사고발생 4일이 지난 31일에서야 뒤늦게 현장을 방문한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사고발생현장과 추모장소에 얼굴을 비췄다. 이에 대해 성중기의원은 ‘서울메트로에서 사고발생이후 어떠한 보고를 거쳤는지’에 대하여 질의하자 김상균소장은 “사고발생 10분안에 문자메시지시스템을 통해 서울시와 시의회 관계자에게 상황전파를 하고, 서울시장에게 별도 보고한 사실이나 핫라인 보고는 없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뒤이어 질의한 최판술의원의 질문에는 “보고체계를 통해 보고가 이루어졌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지켜지지 않아 사고발생 이후 50분쯤 지나서 전달되었다. 서울메트로는 철도사고 및 운행장애조사 처리규정에 따라 직무사상 사고발생 이후 30분이내에 박원순시장에게 보고해야 했다. 또한 서울시가 해명한 자료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구의역 사고가 발생한 5월 28일 박시장은 오후 6시 1분 서울메트로 관제소가 단체전송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즉시 상황인지를 하고 있었고, 이후 당시 진행 중이던 일정이 끝난 후 당일 오후 7시경 수행비서관을 통해 해당 부서가 전달한 별도 세부사항을 구두로 보고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사고발생 다음날인 5월 29일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6 K리그에 참석하여 시축을 하며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인사하였다. 또한 31일 현장을 방문하기 이전까지도 다른 일정의 취소에 대하여 고민하는 행보를 보였다. 평소 SNS를 통해 사회 이슈에 대해 즉각 반응하던 박 시장이 구의역 사고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평도 없다가 현장을 방문하고 나서야 관련 사고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이에 성중기의원은 “현장을 뒤늦게 방문한 박원순 시장을 옹호하기 위해 서울메트로가 답변을 즉흥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의원들이 질문을 조금만 달리해도 답변을 상이하게 한다”며 “이 자리는 진실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이며 박원순 시장을 감싸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의회 김상훈의원 “서울시, 스크린도어 하청업체에 슈퍼갑질”

    서울시의회 김상훈의원 “서울시, 스크린도어 하청업체에 슈퍼갑질”

    서울시의회 김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마포1)은 6월 3일 오전 10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구의역 열린 구의역 사고 관련 특별 업무보고에서 서울메트로가 주도한 과업지시서의 부당계약 항목 등을 지적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김상훈 의원이 지적한 과업지시서는 서울 지하철 1∼4호선 구간을 맡은 서울메트로가 은성PSD라는 업체에 PSD(플랫폼 스크린도어)의 유지·보수 업무를 맡기며 작성한 용역계약서로 승강장 안전문에 대하여 계약기간동안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고장 등으로 인한 이용자의 불편이 발생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과업지시서의 원래의 목적과 달리 서울메트로가 원청의 지위를 이용해 ‘PSD유지보수 과업지시서’에 부당한 조항들을 계약을 한 사실이 들어났다. 서울메트로가 원청의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에 슈퍼 갑질을 한 것이다. 다음은 해당 조문들이다. 제7조(점검, 보수 등) ⑦ “계약상대자”가 계약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아 승강장 안전문의 고 장 및 사고 등이 발생한 경우 “계약상대자”는 원상복구 및 손해발생 등 에 대한 민, 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 라고 명시되어있다. 또 제14조(책임) ① “계약상대자”는 다음사항과 같은 고장,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이로 인한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1. 점검보수 중 발생한 모든 고장, 사고 2. 점검소홀, 정비 불량 등에 의해 발생된 모든 고장, 사고 3. “발주기관”의 지시에 불응하여 “계약상대자”가 임의로 원상 복구하여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사고 등에 대해 모두 하청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문구들이 대다수 이다. 김상훈 의원은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가 맺은 과업지시서를 보면 승강장 안전문 고장 사고 발생 시 원상복구와 손해배상에 대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은 하청에 떠넘기고 있다며, 애초에 서울메트로는 사고가 나면 빠져 나갈 궁리만 한 것 같다”며 관계자들을 질타했다. 또한 과업지시서 제18조(고장처리) 항목에서는 ② “계약상대자”는 고장 및 모든 장애시 신고 접수 후 1시간 이내에 출동 완료하여 즉시 처리할 수 있는 경우 즉시 처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에도 최대 24시간 이내에 처리가 완료되도록 하여야 한다. ③ 출동 후 즉시 처리가 완료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승객의 안전 및 열차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한 후 해당 역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라는 조항들을 만들어 작업자의 안전보다는 신속한 유지보수만 강조하여 실질적으로 2인 1조 근무를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김상훈 의원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는 서울메트로의 수퍼 갑질에 의한 부당한 계약서와 실제 유지보수 업무의 현실과 동떨어진 촉박한 시간제한을 규정해 놓음으로써 위험한 작업환경을 만든 것이 원인”이라고 말하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과업지시서의 전면 수정과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고 서울메트로 및 관계자들의 문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배달알바처럼…1시간내 현장도착 압박에 쫓겼다

    배달알바처럼…1시간내 현장도착 압박에 쫓겼다

    2011년 2월 1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사거리에서 피자를 배달하던 김모(당시 18세)군이 버스와 부딪혀 사망했다. 대학 입학을 2주 앞뒀던 김군의 사망은 ‘30분 배달제’ 폐지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업주가 30분 내에 배달을 강요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벌금을 내게 하는 방식이 배달원을 시간에 쫓기게 해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숨진 스크린도어 정비직원 김모(19)씨 역시 5년 전 배달 ‘알바´로 사망한 김군과 다를 바 없이 시간에 쫓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도중 열차에 치여 숨지기 불과 몇 분 전에 회사 동료로부터 “을지로4가역도 고장 신고가 들어왔으니 가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가 사고 당일 혼자 구의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50분인 것을 고려해보면 정비 대상인 5-3, 9-4 승강장을 수리하고 을지로4가역까지 도착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오후 6시 20분까지 30분에 불과했다. 당일 서울메트로가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를 은성PSD에 접수한 시간이 오후 5시 20분이었고, 양사 간 계약서에 ‘정비기사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구의역에서 을지로4가역까지는 9개 역이 있어 지하철로 18∼20분 정도 걸린다. 김씨는 ‘서두르지 않으면 규정을 어길지도 모른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경황 없이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즉 인력부족 탓에 혼자 여러 건의 작업을 도맡은 상황에 더해 고장 접수 1시간 안에 해당 역에 도착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사내 규정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당신의 편의 위해 생명을 담보 삼는 ‘제2의 김군들’

    당신의 편의 위해 생명을 담보 삼는 ‘제2의 김군들’

    “운행 않는 야간수리가 안전 해답” “2시간 내 작업하기엔 인력 부족” “고객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겠습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의 스크린도어에 써 있는 문구다. 지하철은 시간약속을 잘 지킬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배경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각종 고장을 실시간으로 고치는 정비공 등이 있었음을 이번 ‘구의역 김 군 사망’으로 알게 됐다. 그 때문에 시민들은 2~3분 간격으로 빈번하게 다니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등을 낮에 수리하다가 사망자가 3년 새 3명이나 발생한 만큼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밤 시간대에 수리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2인 1조’로 수리를 나간다고 해도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일 지하철업계에 따르면 제4의 사고를 막으려면 ‘1시간 안으로 도착, 수리’ 등을 강요하는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수리 매뉴얼을 바꿔야 한다. 공선용 전 서울메트로 기술본부장은 이날 “서울메트로가 대책으로 내놓은 2인 1조 시스템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망가진 스크린도어가 있다면 열어놓고 안내판을 설치하고 운행하면 된다. 그리고 수리를 야간에 하면 사고 날 일이 없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무슨 일이 있어도 열차가 다니는 승강장에 작업자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면서 “이것이 모든 안전대책에 선행되어야 할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사고 예방 대책 핵심인 ‘2인 1조’ 작업보다 전동차 운행시간에 선로 쪽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지 않도록 작업 매뉴얼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공 전 본부장은 “고장 난 스크린도어에 안내원을 배치해 시민의 안전을 챙기고, 고장 수리는 운행이 끝난 시간에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종엽 서울메트로 미디어팀장은 “열차 운행이 중단된 오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다 고칠 수 있을지, 그러려면 인력을 얼마나 투입해야지 등 여러 가지 챙겨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지금의 인원으로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고장 난 스크린도어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나 사회적 합의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구의역 1번과 4번 출구 앞에 붙인 추모 메모에는 “안전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다”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고객의 ‘편리’를 위한 빠른 정비에는 왜 안전문을 고치는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가 없느냐”고 했다. “남의 일터가 안전하면 나의 일터도 안전해진다”는 문구도 있다. 지하철이 늦게 오면 비난하는 시민들도 자제하여 달라고 부탁했다. 영국 런던서 활동하는 김세정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이번 사고처럼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는 방식을 그대로 두고 비용을 낮추고 편의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불편함 때문에 목숨 걸어야 직업을 유지할 사람들이 없도록 하자고 했다. 고영환 부산김해경전철운영주식회사 대표이사는 “정비공이 안전한 수리가 진행되려면 불편함을 함께 견디려는 시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안전인식이 한 단계 성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단독] ‘메피아 갑질 계약’ 제재근거 없어

    [단독] ‘메피아 갑질 계약’ 제재근거 없어

    시정요구만 가능… 강제조치 못해 ‘구의역 사망 사고’와 관련해 서울메트로가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면서 부당한 계약 조건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인 서울메트로는 2011년 은성PSD와 스크린도어 관리 위탁 계약을 맺으면서 인력의 30% 이상을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으로 채우고, 이들에게 각각 월 500만원이 넘는 보수를 지급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했다. 이런 ‘갑질 조항’은 용역업체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 공공부문 용역계약의 부당·불공정 여부를 조사한 결과, 청소·경비 등 단순 노무용역을 쓰는 375개 공공기관의 용역 계약 703건 중 60.3%(424건)가 부당·불공정 계약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조항은 모두 774개로, 가장 많은 302개(39.0%)가 경영과 인사권을 침해하는 내용이었다. ‘발주기관을 퇴직한 자가 용역회사 직원으로 근무를 희망하면 우선 채용해야 한다’, ‘발주기관이 원할 경우 직원을 즉시 교체해야 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현행법 규정으로는 부당한 용역 계약이 적발되더라도 시정명령 등 강제 조치를 하기가 어렵다. 고용부가 2012년 1월 마련한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해 반드시 지킬 의무는 없다. 이마저도 공기업이 발주한 다양한 외주계약 가운데 단순 노무용역에만 적용돼 한계가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불공정한 위탁 계약 조항의 시정을 요구할 수는 있으나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 조치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위탁계약이 불공정 거래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기로 했으나 조항 자체만으로 불공정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 소지가 있는 조항이 왜 나왔는지, 실제 그 조항이 두 회사 사이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2014년부터 ‘공공분야 비정상의 정상화’ 시책의 하나로 공기업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을 강조해온 공정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메트로 ‘사표 쇼’ 임원 2명 수리

    서울메트로가 6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 2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직원 5명을 직위 해제하는 등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메트로는 보도자료를 내고 신재준 경영지원본부장과 최승봉 기술본부장 등 임원 2명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또 스크린도어 업무에 책임이 있는 김성렬 설비처장, 김성철 전자사업소장, 이영재 승강장안전문 관리팀장과 사고 당시 현장을 관리한 구의역장, 구의역 담당직원 등 총 5명은 직위 해제했다. 서울메트로 팀장 이상 전 간부 180명은 지난 5일 긴급 간부 대책회의를 마친 뒤 모두 사측에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서울메트로는 “조직을 빠른 시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사고에 직접 책임이 있는 임직원 사표를 조기에 수리하는 문책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면서 “근무자들이 동요하지 않고 본연의 업무인 안전·대시민 서비스를 차질없이 제공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수영 사장직무대행의 사표 수리는 사고 수습 등을 이유로 일단 보류됐다. 한편 서울메트로는 전날 경영 감독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함께 사표를 제출한 지용호 서울메트로 감사에 대해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곧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배달 알바’ 다를 바 없던 김씨” 사고 직전 다른 역 고장도 통보받아 쫓기듯 작업

    “배달 알바’ 다를 바 없던 김씨” 사고 직전 다른 역 고장도 통보받아 쫓기듯 작업

    #1. 2011년 2월 1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사거리에서 피자를 배달하던 김모(당시 18세)군이 버스와 부딪혀 사망했다. 대학 입학을 2주 앞뒀던 김군의 사망은 ‘30분 배달제’ 폐지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업주가 30분 내에 배달을 강요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벌금을 내게 하는 방식이 배달원을 시간에 쫓기게 해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숨진 스크린도어 정비직원 김모(19)씨 역시 5년 전 배달 ‘알바4로 사망한 김군과 다를 바 없이 시간에 쫓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도중 열차에 치여 숨지기 불과 몇 분 전에 회사 동료로부터 “을지로4가역도 고장 신고가 들어왔으니 가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가 사고 당일 혼자 구의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50분인 것을 고려해보면 정비 대상인 5-3, 9-4 승강장을 수리하고 을지로4가역까지 도착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오후 6시 20분까지 30분에 불과했다. 당일 서울메트로가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를 은성PSD에 접수한 시간이 오후 5시 20분이었고, 양사 간 계약서에 ‘정비기사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구의역에서 을지로4가역까지는 9개 역이 있어 지하철로 18∼20분 정도 걸린다. 김씨는 ‘서두르지 않으면 규정을 어길지도 모른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경황 없이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즉 인력부족 탓에 혼자 여러 건의 작업을 도맡은 상황에 더해 고장 접수 1시간 안에 해당 역에 도착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사내 규정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서울메트로, 구의역 사고 본부장 2명 사표 수리 등 문책

    서울메트로, 구의역 사고 본부장 2명 사표 수리 등 문책

    서울메트로가 6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 2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직원 5명을 직위 해제하는 등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메트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신재준 경영지원본부장과 최승봉 기술본부장 등 임원 2명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또 스크린도어 업무에 책임이 있는 김성렬 설비처장, 김성철 전자사업소장, 이영재 승강장안전문 관리팀장과 사고 당시 구의역 현장을 관리한 구의역장, 구의역 담당직원 등 총 5명은 직위 해제했다. 서울메트로 임원과 부서장을 비롯한 팀장 이상 전 간부 180명은 전날 긴급 간부 대책회의를 마친 뒤 모두 사측에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서울메트로는 “조직을 빠른 시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사고에 직접 책임이 있는 임직원의 사표를 조기에 수리하는 문책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면서 “현재 근무자들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감을 갖고 본연의 업무인 안전·대시민 서비스를 차질없이 제공하려는 조치”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임원 2명과 직원 5명이 공석이 된 서울메트로는 당분간 대행 체제로 비상운영된다. 서울메트로는 “당장 인사를 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고 내부적으로 대행할 인사를 찾아 운영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미 구의역 사망사고 전인 지난달 24일자로 이정원 전 사장이 물러나고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이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정수영 사장직무대행의 사표 수리는 사고 수습 등을 이유로 일단 보류됐다. 서울메트로는 “현 상황에서 직무대행까지 없으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면서 “이미 사퇴 의사를 밝혔고 8월 20일까지인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메트로는 전날 경영 감독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함께 사표를 제출한 지용호 서울메트로 감사에 대해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곧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생각나눔] 스크린도어 수리는 야간에, 시민도 지하철 연착 불편을 감내해야

    “고객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겠습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의 스크린도어에 써 있는 문구다. 지하철은 시간약속을 잘 지킬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배경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각종 고장을 실시간으로 고치는 정비공 등이 있었음을 이번 ‘구의역 김 군 사망’으로 알게 됐다. 그 때문에 시민들은 2~3분 간격으로 빈번하게 다니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등을 낮에 수리하다가 사망자가 3년 새 3명이나 발생한 만큼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밤 시간대에 수리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2인 1조’로 수리를 나간다고 해도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일 지하철업계에 따르면 제4의 사고를 막으려면 ‘1시간 안으로 도착, 수리’ 등을 강요하는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수리 메뉴얼을 바꿔야 한다. 공선용 전 서울메트로 기술본부장은 이날 “서울메트로가 대책으로 내놓은 2인 1조 시스템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망가진 스크린도어가 있다면 열어놓고 안내판을 설치하고 운행하면 된다. 그리고 수리를 야간에 하면 사고 날 일이 없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무슨 일이 있어도 열차가 다니는 승강장에 작업자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면서 “이것이 모든 안전대책에 선행되어야 할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사고 예방 대책 핵심인 ‘2인 1조’ 작업보다 전동차 운행시간에 선로 쪽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지 않도록 작업 메뉴얼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공 전 본부장은 “고장 난 스크린도어에 안내원을 배치해 시민의 안전을 챙기고, 고장 수리는 운행이 끝난 시간에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종엽 서울메트로 미디어팀장은 “열차 운행이 중단된 오전 1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2시간 동안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다 고칠 수 있을지, 그러려면 인력을 얼마나 투입해야지 등 여러 가지 챙겨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지금의 인원으로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고장 난 스크린도어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나 사회적 합의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구의역 1번과 4번 출구 앞에 붙인 추모 메모에는 “안전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다”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고객의 ‘편리’를 위한 빠른 정비에는 왜 안전문을 고치는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가 없느냐”고 했다. “남의 일터가 안전하면 나의 일터도 안전해진다”는 문구도 있다. 지하철이 늦게 오면 비난하는 시민들도 자제하여 달라고 부탁했다. 영국 런던서 활동하는 김세정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이번 사고처럼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는 방식을 그대로 두고 비용을 낮추고 편의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불편함 때문에 목숨 걸어야 직업을 유지할 사람들이 없도록 하자고 했다. 고영환 부산김해경전철운영주식회사 대표이사는 “정비공이 안전한 수리가 진행되려면 불편함을 함께 견디려는 시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안전인식이 한 단계 성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별난영상] 먹이 갖고 30분 동안 기싸움하는 물총새

    [별난영상] 먹이 갖고 30분 동안 기싸움하는 물총새

    먹이 하나 갖고 30분 넘게 싸우는 물총새의 모습이 화제입니다. 최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Liveleak.com)에 게재된 영상에는 외국의 뒤뜰 난간에서 고기 한 점을 두고 30분 동안 기싸움을 하는 두 마리의 물총새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물총새들은 주택 주인의 접근에도 아랑곳없이 먹이에만 관심이 있는 듯 꼼짝하지 않고 승강이를 벌입니다. 추운 날씨 속 새들이 걱정된 여주인은 새들에게 티슈를 담요 삼아 덮어줍니다. 사진·영상= JigMagic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서울메트로, 2인1조 근무한 것처럼 허위서류 작성 지시했다

    서울메트로가 3일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에 2인 1조로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조작하라고 시킨 것을 인정했다. 서울메트로 정수영 사장직무대행은 이날 서울시의회 특별 업무보고에서 “작년 강남역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하는 은성PSD와 유진메트로에 1인1조 근무한 것도 2인1조 근무한 것처럼 허위로 꾸미라고 시킨 것이 사실이냐”는 질의에 “일부 그런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정 직무대행은 신설 자회사의 정비 인원을 최소 20명 증원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서울메트로는 재발방지 대책 중 하나로 자회사를 만들어 유지보수의 안전성 및 책임성을 강화하고, 인력 증원을 약속했다. 이날 서울시의회는 서울메트로가 은성PSD를 상대로 맺은 ‘갑질 계약’도 추궁했다. 김상훈 의원은 승강장 스크린도어의 고장 및 사고 발생시 원상복구와 손해배상에 대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은성PSD가 지도록 한 과업지시서 조항을 언급하며 “(서울메트로가) 처음부터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 예견된 사고였다”면서 “이것은 ‘슈퍼 갑질’이다. 어떻게 계약이라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직무대행은 “시정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11년 은성PSD 설립 당시 125명 가운데 72%에 이르는 90명이 서울메트로 출신인 사실도 확인됐다. 정 직무대행은 “퇴직 등으로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은 현재 36명”이라며 “연봉은 평균 5100만원 가량”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직무대행은 “자리에 연연할 생각이 없고 앞으로 사퇴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며 사퇴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씨줄날줄] 포스트잇 메시지 현상/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포스트잇 메시지 현상/박홍기 논설위원

    작은 종이 한 장의 힘은 엄청났다. 노랗거나 파란, 형형색색의 종이들이 붙은 게시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종이 속에 적힌 짧은 글, ‘손편지’는 목이 터져라 외치는 구호나 선동적인 연설과는 또 다른 큰 울림이 있다. 꾸밈이 없고 진솔한 까닭에 읽는 이가 누구든 가슴에 닿았다. 말 그대로 감정의 공유, 공감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출구에 세워진 게시판에 작은 종이들이 빼곡했다. 역내 9-4 승강장의 스크린도어(안전문)에도 촘촘히 붙어 있다. 지난달 28일 19세의 정비 용역업체 직원이 작업을 하다 지하철에 변을 당한 곳이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더 안전하고 나은 세상을 만들게요’, ‘그곳에서는 부디 컵라면 말고 따뜻한 밥 챙겨 드세요’라는 등의 글귀들이다. 추모의 글이자 분노의 글이다. 집단행동이나 말이 아닌 글을 통한 묵언의 시위다. 앞서 강남역 화장실 여성 살인사건 때 처음 나타난 사회 현상이다. 작은 종이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포스트잇(Post-it)’이다. 접착식 쪽지다. 포스트잇은 다국적 기업 3M의 연구원 스펜서 실버가 1968년 만든 제품이다. 실패의 산물이다. 실버는 애초 강력 접착제를 개발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접착력이 떨어지고 끈적거리지 않은 ‘이상한’ 접착제를 만들었다. 포스트잇과 반대로 게시판에 접착제를 뿌린 뒤 종이를 붙이고 떼는 식으로 사용했다. 상품성이 떨어졌다. 5년이 지난 1974년 동료인 아서 프라이가 발상을 전환했다. 쪽지 뒤편 일부에다 접착제를 바른 뒤 다른 종이에 붙였다 뗐다. 그 결과 다른 종이는 찢어지지도, 자국도 남지 않았다. 3M은 1980년 책갈피와 메모용 ‘포스트잇 노트’라는 상표로 출시해 사무용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포스트잇 ‘손편지’는 디지털 세상 밖으로 나온 댓글이나 다름없다. 한두 줄 문장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담았다. 애도, 슬픔, 아픔, 분노, 저항 등의 감정을 ‘그대가 곧 나’라는 전제 아래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자발적인 집단 메시지다. 대학가의 소통 수단인 대자보와는 기능이 다르다. 대자보는 보고 읽었지만 스스로 의견을 밝히는 데 한계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쪽지 한 장 한 장은 곧 참여다.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어서다. 특히 위험하고 불안한 사회를 향한 젊은이들의 소리 없는 함성이자 연대와 같다. 작은 쪽지의 전파력은 대단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소통력에 견줄 만하다. 쪽지에 적힌 문구를 찍은 사진이 인터넷이나 SNS를 타고 돌고 돌아서다. 포스트잇 추모 물결은 새로운 사회 현상이다. 개개인의 의견 표출이 집단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효순·미순 때의 촛불,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의 노란 리본과도 같은 추모 도구이지만 의미가 다르다. 메시지의 전달이 분명해서다. 포스트잇에 담긴 소망들을 이뤄나가야 한다, 우리의 과제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퇴직 공무원이 사장·부회장… 대구시 공모사업 선정 공정했나

    업체 “심사위원과 친분” 의혹 市, 잡음에 곤혹… 재발방지 추진 대구시가 퇴직 고위 공무원 취업과 관련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퇴직 공무원이 취업한 업체가 대구시 공모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최근 공모를 통해 시내버스 승강장에 지붕을 설치하는 유개승강장 사업자로 K업체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공모에는 5개 업체가 신청했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3년 동안 대구시 1300여곳의 승강장을 관리하고 50억원 상당의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업계에서는 노른자위 사업으로 통한다. 문제는 K업체에 지난해 말 대구시청에서 퇴직한 A씨와 올 초 퇴직한 B씨가 각각 부회장과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대구시 전직 국장, B씨는 전직 과장이었다. 탈락 업체들은 사업자 선정 과정에 이들이 개입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탈락 업체 관계자는 “대구시와 시민을 위한 특별투자제안에서 K업체는 유개승강장 17곳 설치, 금액은 1억 70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은 쉼터 50곳, 태양열 승강장 100개와 온열의자 설치 등 투자 금액이 5억~6억원에 이른다”며 “그런데도 K업체가 평가 점수를 다른 업체들보다 6점에서 많게는 12점이나 더 받았다”고 선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탈락 업체 관계자는 “여러 분야에서 평가 점수가 모자라는 K업체가 최종 입찰자로 선정된 것은 퇴직 공무원과 무관하지 않다”며 “전직 국장 A씨는 일부 심사위원과 친분이 깊다”고 주장했다. 심사를 맡을 평가위원회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 예비 명부를 부적정하게 작성하는 등 관련 법규를 어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사업자를 선정할 때 예비평가위원을 3배수로 둬야 하는데 대구시는 이번 평가에서 이를 어기고 13명 가운데 6명을 선정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심사 과정에는 한 점의 의혹도 없다고 밝혔다. 제안서에 표기된 업체명을 모두 지워 평가위원이 알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평가위원도 응모 업체 관계자들이 직접 추첨해 선정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변명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퇴직 고위 공직자를 고용한 업체가 선정돼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한 고위 공직자의 업무 관련 기업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지만 이 업체는 자본금(10억원 이상)과 연매출(100억원 이상) 등에서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일 열린 정례조회에서 “퇴직 공무원이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 취직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지시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경남도 서울서 투자유치설명회 성황리에 개최

    경남도 서울서 투자유치설명회 성황리에 개최

    경남도는 2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외국인투자기업 및 수도권기업 최고경영자(CEO), 홍준표 경남지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남도 투자유치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도는 이날 설명회에서 경남도가 온 힘을 다해 추진하는 ‘경남미래 50년 전략사업’을 소해하고 경남 투자환경의 강점, 투자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설명했다. 도내 18개 시·군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및 경남개발공사 등이 모두 45개 사와 1대1 투자상담을 해 7295억원의 투자의향을 이끌어냈다. 중국 A사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화장품 제조·판매기업 B사는 이달 중에 현장을 방문해 투자계획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투자협약을 협의하기로 했다. 특히 도는 그동안 핵심산업 중심으로 18개 시·군과 협력해 투자유치 활동을 벌여 19건에 8481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계융합분야에서는 초고압계기용 변압기 제조분야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일본 도코다카오카와 국내 청탑산업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남문지구 안에 70억원을 들여 제조공장을 설립한다. 중국 산동 자본의 강관제조회사인 테크스틸앤케미칼이 김해시 일대 6611㎡ 부지에 100억원을 들여 제조공장을 설립한다. 첨단나노융합 분야에도 일본 미쓰이물산이 한국카본에 자본을 투자해 자동차경량화 부품 제조공장을 건립하기로 협약했다. 또 경기 성남에 있는 반도체부품 회사인 쎄코가 300억원을 투자해 밀양 나노국가산업단지 안에 나노 신소재 공장을 세운다. 국내 최대 단조회사인 동은단조도 나노국가산업단지 안에 330억원을 투자해 제조공장을 짓는다. 도는 독보적 연료전지 기술을 가진 두산 퓨얼셀과 후지전기코리아, SK건설, 부산강서산업단지 등이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안에 민자 4900억원을 투자해 60MW 규모의 국내 최대 연료전지발전소를 건립하는 협약을 이날 체결했다고 밝혔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소재 30여개 정보통신(IT) 기업이 경남테크노파크에 입주하는 협약도 체결돼 경남지역 산업구조를 하드웨어산업에서 소프트웨어융합산업으로 고도화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항공산업 분야에서도 씨엔리가 사천시 종포일반산업단지안에 149억원을 투자해 항공기부품 제조공장을 건립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경기 양주 대성IDS가 20억원, 대구 광무스틸이 32억원을 각각 투자해 거창군 거창승강기밸리에 승강기부품 제조공장을 설립하기로 협약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홍준표 도지사는 인사말에서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지난 1일 ‘채무제로’를 선포한 경남도는 빚 없는 건전재정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투자지원을 확대하고 투자기업이 활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을의 입장에서 행정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열린세상] ‘예우’보다 ‘전관’을 없애야 한다/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예우’보다 ‘전관’을 없애야 한다/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장판사 출신의 여 변호사가 구치소에서 수임료 반환 문제로 의뢰인과 승강이를 벌이다 폭행을 당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건을 시발로 전대미문의 법조비리 사건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여 변호사가 구치소에서 의뢰인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 자체가 예사롭지 않은데다가 변호사가 단지 형사사건 2건으로 1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대중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의 흥행성(?)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결한 브로커 이씨가 스스로 자신이 변호사의 사실상 남편이라고 주장하였다고 하고 여기에 한 해 100억원 가까운 수입을 신고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등장으로 사건은 점점 폭발성을 띠어 가고 있다. 흔히 대표적인 법조비리로 소위 브로커를 통한 사건수임과 전관예우를 든다. 그런데 브로커가 주로 전관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전관예우가 더 근원적인 문제일 수가 있다. 전관예우가 전혀 없다면 브로커도 자연히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전관예우가 과거에 같이 근무했던 사람에게 남다른 호의나 특혜를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면 사실 전관예우가 법조계에만 존재하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고위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소위 낙하산으로 산하 유관기관에 취업하도록 주선하는 것도 전관예우요, 협력업체에서 대기업에 근무했던 퇴직자를 채용하는 것도 전관예우 현상의 범주에 든다. 그런데 법조계에서 특히 전관예우가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전관예우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지탱하는 사법정의를 크게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관예우로 인하여 흔히 말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현실화되고 덜 가진 사회 구성원들의 좌절감을 촉발시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 우리 법조계에 전관예우라는 현상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존재한다면 일반 국민들이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것일까.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전관 출신의 변호사가 그렇지 않은 변호사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냈다고 해서 곧바로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랫동안 농축된 실무경험과 탄탄한 법률지식으로 무장한 변호사가 그렇지 않은 변호사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일차적으로 이러한 이유로 의뢰인들은 더 높은 수임료를 지불하면서도 전관을 찾게 되는 것이다. 과거 우리 법조계가 전관예우 문제로 심각한 몸살을 앓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관에게 단순한 실력 차이 이상의 특혜성 예우가 주어졌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법원, 검찰은 제도 개선을 통한 기관 차원의 끊임없는 자정 노력을 계속해 왔고 그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전관예우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뚜렷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관예우를 통하여 가장 이익을 보는 집단은 사건 브로커들이나 전관들이다. 전관예우가 실체보다 부풀려 유포될수록 사건은 전관에게 집중되고 브로커들은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사법 수요자인 국민들은 실제 이상으로 전관예우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작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전관예우의 심각성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전관예우 그 자체에 한정되지 않고 더 나아가, 법조계에 강력한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일반 국민들의 오도된 인식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연고로 인하여 공적인 이익이 훼손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관예우는 이러한 고질적인 연고주의가 법원 또는 검찰이라는 같은 직장에서의 근무 인연으로 인하여 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국민 정서에 뿌리 깊이 박힌 연고주의는 단기간의 노력으로 근절되기 어렵다. 연고주의에 따른 예우가 쉽게 극복되기 어려운 현상이라면, 예우의 근절보다는 전관의 근절이 더 효율적인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영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평생검사제 또는 평생법관제의 확립을 통하여 아예 전관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책이 될 성싶다.
  • “If… 내가 거기에 있었다면” 공감… 추모의 힘, 대한민국을 움직인다

    “If… 내가 거기에 있었다면” 공감… 추모의 힘, 대한민국을 움직인다

    서울 구의역에서 숨진 비정규직 청년 김모(19)씨의 죽음에 대한민국이 슬퍼했다. 23세 여성이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숨지자 대한민국은 분노했다. 공감을 바탕으로 한 추모의 힘이 대한민국을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시작된 추모 물결은 오프라인으로 번졌고, 추모는 분노를 넘어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합쳐졌다. 지난달 28일 정비용역업체 직원 김씨가 작업 중 변을 당한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는 1일 ‘포스트잇’(접착식 메모지)을 이용한 시민들이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구의역 1, 4번 출구 쪽 대합실 내에는 흰색 테이블과 게시판, 포스트잇, 필기구 등이 마련됐다. 시민들은 포스트잇과 꽃 등으로 이곳에 앞다퉈 추모의 뜻을 남겼다. 30일 오전부터는 사고가 일어났던 내선 순환 방면 9-4번 승강장 스크린도어 옆에도 붙기 시작했다. 포스트잇이 넘쳐나자 구의역 관계자들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아래층 개찰구 옆으로 추모 공간을 옮겼다. 시민들은 포스트잇에 ‘아들 같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적는 등 저마다의 추모 문구로 고인의 넋을 달랬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현실이 슬프다’거나 ‘내가 김군과 같은 참사를 당하지 않으란 법이 없다’는 내용의 글귀도 이어졌다. 포스트잇 아래쪽에는 고인이 숨지기 전 가방에 넣고 있었다던 컵라면도 여러 개 놓였다. SNS인 페이스북에도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김씨와 비슷한 연령대의 한 직장인은 30일 ‘성남이로운재단’에 직장에서 받은 우수사원 포상금의 일부를 기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나는 정규직임에도 퇴근 없고 주말 없는 고된 일이 이어졌다”면서 “마침 포상금을 받게 돼 이를 유족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고를 나와서 한 달에 140만원 벌었다잖아요. 저 막 입사했을 때 생각이 났어요.” 회사원 이모(33·여)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10년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문대를 나와서 한 달에 100만원 조금 넘게 받았다. 사무직이었지만 처지는 김씨와 다를 게 없었다”며 “어린 나이에 얼마나 열심히 살았을지 남의 일 같지 않더라”고 말했다.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 사회는 1990년대 들어 대형 사건·사고가 잦았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1995년 4월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사고, 6월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6월 화성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건,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화재 등 참사가 이어졌다. 정부는 안전 대책을 마련하며 다시는 인재(人災)가 없을 거라고 말했지만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 사고에 이어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도 경기 남양주시에서 지하철 공사 현장 붕괴 사고로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연이은 사건·사고와 뒤이은 시민들의 추모 행렬 앞에서 전문가들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끄집어냈다. ‘내가 세월호에 탔다면’, ‘내가 강남역 화장실에 있었다면’, ‘내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면’이라는 생각이 이어지면서 고인들에 대한 추모 열기가 번졌다는 것이다. 김상준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는 “기존에는 고인과 친구이거나 친척 관계일 때, 혹은 고인이 유명 인사일 때만 추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추모라는 것 자체가 고인과의 동질감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위로받지 못한다는 데 시민들이 공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위기감과 불안감이 고인의 일을 자신의 일로 여기게 했다는 분석이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공감대가 누군가 문제를 해결해 주기 전에 우리가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적극성으로 연결됐다”면서 “시민들이 연대 의식을 표출하며 고인에 대한 미안함,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트잇을 보면 단순 추모글도 많지만 고인에 대한 미안함이나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담은 내용도 많았다. 이런 시민들의 추모를 바탕으로 한 분노가 퍼지자 정부도 시민들의 목소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강남역 화장실 사건 이후 정부는 여성 안전 대책을 내놨고, 구의역 사고 이후 현장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산하기관 외주화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배규한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러 번 사건이 반복되면서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 시민들이 오랜 세월 쌓아 왔던 분노를 터뜨린 것”이라며 “사회의 무기력과 무능함에 대한 질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수대교 붕괴 이후 20년 넘게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에 대해선 우리 사회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사고가 나면 이를 통한 반성, 문제 제기가 사회를 바꾸는 동력이 돼야 하는데 선순환이 되지 않고 있다. 조금만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이다 보니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든 사고는 경제성만 생각해 비용을 줄이려다 나는 것”이라며 “인간이 중심이 아니라 인간이 부수적인 도구가 돼 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이 묵인하지 않고 방관하지 않는 모습을 계속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 커뮤니케이션에 취약했던 나이든 사람이나 권력의 상층부에 있던 사람들이 이번 추모 열기를 통해 ‘이런 사고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구나, 많은 사람이 변화를 원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단순히 개인의 울분을 푸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고질적인 사회 병폐를 고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서울포토] ‘당신을 기억할게요’

    [서울포토] ‘당신을 기억할게요’

    1일 서울 광진구 2호선 구의역에서 시민들이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 모(19)씨를 추모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28일 오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대구 상가 투자 최적지는? 수요 끊이지 않는 전통상권이 해답

    대구 상가 투자 최적지는? 수요 끊이지 않는 전통상권이 해답

    지난 해부터 각종 기록에서 최고를 달렸던 대구 부동산 시장의 불길이 상가 분양으로 옮겨 붙었다. 대구 혁신도시, 테크노폴리스 등 신도시와 함께 기존 상권인 동성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 변수가 많고 준공 이후 활성화 여부를 알 수 있는 상가 투자의 경우에 현재의 모습을 보고 판단이 가능한 투자처를 살피라고 조언한다. 신도시의 경우는 활성화 기간이 필요하고, 수요 예측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동성로는 이미 100년간 유지된 전통 상권이고 현재도 대구백화점, 현대백화점, 동아쇼핑 등 주요 쇼핑 시설이 밀집된 대구의 대표 상권이다. 교통 접근성도 우수하다. 대구도시철도 1,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역과 1호선 중앙로역이 주요 교통편에 해당한다. 특히 반월당역은 대구도시철도 이용객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두 개 역이 있는 반월당 네거리, 중앙네거리 사이의 중앙대로의 버스 승강장 역시 대구 이용객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성로의 풍부한 수요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유커 등 국내외 관광객을 통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대구국제공항이 무비자 환승공항으로 지정되면서, 대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동성로에서 쇼핑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상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최근 손님 10명 중 3~4명은 외국인이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동성로를 찾는 이유는 쇼핑시설이 밀집돼 있고 약전골목이나 진골목, 고택, 계산성당 등을 비롯해 도심 속 볼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에서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근대골목 투어도 한몫 했다. 중구는 최근 관광객 대상 순환버스를 만들고, 코스를 확대 조성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분양하는 신규 상가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애비뉴 8번가라는 상가는 컨셉트를 ‘헤리티지 로드몰’로 잡았다. 상가 내외부 디자인에 대구의 근현대 모습을 본 따 조성한다는 컨셉트다. 위치도 진골목 입구에 있어 근대골목투어와 연계해 관광객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애비뉴8번가는 상가 내부 중앙에 무대를 설치해 상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동성로 내에서 입지도 접근성이 좋다. 대구도시철도 반월당, 중앙로역에서 도보 3분 거리의 더블 역세권인데다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풍부한 유동인구가 기대된다. 애비뉴 8번가 관계자는 “올 여름으로 준공을 앞두고 있어 올해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쇼핑과 볼거리 등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해 새로운 관광 명소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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