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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康외교 “정부, 유엔 북한인권결의에 찬성해야”

    康외교 “정부, 유엔 북한인권결의에 찬성해야”

    한·미 정상회담 준비가 가장 급해… 일정 잡히면 美국무와 먼저 회동 위안부 문제 정책 협의·분석 바탕 日과 대화… 다른 부분도 증진해야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에 정부가 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19일 취임식 뒤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인권결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인권 전문가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기대를 알고 있는 저로선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2008년 이후 찬성했던 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2004∼2005년 유엔 인권위원회와 2005년 유엔 총회에서 실시된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내리 기권했던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2006년 찬성으로 돌아섰다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7년 다시 기권해 일관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부터 정부는 계속 찬성해 왔다. 강 장관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우리의 정책적 협의와 분석이 있어야 한다”며 “그것을 토대로 일본과 소통·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슈로 양국(한·일)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힌 뒤 “위안부 문제는 큰 현안이니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천하겠지만 양국관계의 다른 부분도 증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에 대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지 선언과 관련, “부담이라기보다도 그분들의 기대라고 생각한다”며 “인권 전문가로서의 공약도 있겠지만 한·일 관계 전반을 관리해야 하는 외교부 장관의 입장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강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피해자 관점에서 진정성 있는 조치가 취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등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강 장관은 “(오는 29∼3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가 급선무”라며 정상회담 이전에 일정이 잡히면 미국을 방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회동하겠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6·15 기념식 축사에 대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야 그것이 여건이 되고 대화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씀”이라며 “(그 이전에) 늘 하신 말씀의 기조와 맥락이 같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취임사에서 외교부가 여성 직원의 입부 비율이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높은 점과 자신도 일하며 세 아이를 키운 경험을 언급한 뒤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직원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강 장관은 취임식이 끝나고서는 행사장 출입구에서 20여분에 걸쳐 참석한 직원 전원과 일일이 악수하며 ‘감사합니다’, ‘제가 많이 챙기겠다’며 인사를 했다. 일부 직원들은 장관과 휴대전화 셀카를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여성 직원은 현장에서 자신도 육아 중이라며 취임사에 공감했다는 소감을 장관에게 밝히기도 했다. 이보다 먼저 강 장관은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한 뒤 관용차인 대형차 제네시스 EQ900 대신 후보자 시절부터 이용한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을 이용하기로 하는 등 임기 시작부터 파격적인 모습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여름이 더 무서운 부모님, 임산부가 꼭 챙겨야 할 Tip

    여름이 더 무서운 부모님, 임산부가 꼭 챙겨야 할 Tip

    해마다 여름철이면 강한 자외선과 높은 습도에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리고 짧은 외출에도 쉽게 지칠 수 있어 어린이나 노인, 임산부 등은 건강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실내외 온도 차가 커 면역력 저하로 인한 열사병이나 냉방병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기온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돼 몸 속 열이 방출되지 않아 생기는 열사병은 무기력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중추신경계 손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실내와 실외 온도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냉방병의 경우 심한 피로감과 두통,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이 지속되며 신체 리듬이 깨질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여름철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 아이템 중 하나로 비타민C 섭취를 권하고 있다. 자외선 노출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영양소인 비타민C는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노화와 피로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억제해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인체 감염 저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체력 보강을 위해 비타민C 성분이 많이 함유된 과일이나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성장에 필요한 콜라겐 생성에 도움을 얻기 위해 성인 하루 권장 섭취량 100mg 버금가는 비타민C를 섭취해야 하고 임산부라면 혈액의 구성 성분인 철의 흡수 및 태아의 골격과 조직 합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매일 10mg을 추가로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비타민C는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합성되지 않아 하루 5회 이상 과일과 채소 섭취가 필요하지만 이를 지키기가 어려워 현대인들은 비타민C 보충제로 간편하게 일일 권장량을 섭취하고 있다. 비타민 브랜드 솔가 에스터C는 상대적으로 높은 흡수율과 생체 이용률로 1989년 미국 내 특허를 인정받은 비타민C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솔가 에스터C는 섭취 후 24시간 동안 우리 몸 안에서 이용돼 하루 1회 복용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기대 가능하다는 게 솔가 측 설명이다. 또한 중성 비타민C 형태로 빈 속에 섭취해도 속쓰림이나 위장장애를 일으키지 않으며 실온에서도 90%의 비타민C가 2년 이상 유지되는 안정성을 가진 특허 ‘에스터C’를 원료로 제조됐으며 칼슘이나 로즈힙, 아세로라, 시트러스 추출물, 루틴 등 차별화된 부원료가 함유돼 있다. 솔가 마케팅 담당자는 “한여름 무더위를 건강하게 이겨내려면 꾸준한 비타민C 섭취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피로회복에 힘쓰는 것이 현명하다”며 “특히 에스터C는 원료부터 제조 설비까지 매년 엄격하게 관리하는 유태인 청결 식품 인증마크인 코셔(Kosher) 인증 제품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프리미엄 비타민C 제품”이라고 밝혔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IT단신]

    SK텔레콤 ‘에어케어 서비스’ SK텔레콤이 이 회사 스마트홈 플랫폼과 연동된 공기 관련 기기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세대별 맞춤형 실내공기 관리 가이드를 제공하고 연동기기를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스마트홈 에어케어 서비스’를 8일 출시했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에어워셔, 공기질 측정기 등이 SK텔레콤 스마트홈 플랫폼과 연동된다. 이들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미세먼지,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유기화학물의 5대 공기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게 된다. 8월부터는 공기질을 전문 기준에 따라 매우 좋음-좋음-나쁨-매우 나쁨 등 4단계로 나눠 나쁨 단계 도달 시 보일러, 에어컨, 에어워셔, 공기청정기 등을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기능이 추가된다. 음식을 할 때 유기화학물 수치가 나쁨 단계 이상이 되면 주방 후드가 자동으로 작동하게 설정해 놓는 식이다. ‘다크어벤저3’ 새달 27일 출시 넥슨은 불리언게임즈가 개발한 모바일 액션 RPG ‘다크어벤저3’를 오는 7월 27일 정식 출시한다고 8일 밝혔다. 안드로이드OS와 iOS 버전으로 국내 출시하고, 올해 안에 14개 언어로 전 세계에 서비스할 계획이다. 일본과 중국 시장엔 2018년에 순차적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넥슨 이정헌 부사장은 “다크어벤저 시리즈는 최상의 퀄리티에도 저사양으로 구현돼 전 세계 3500만 누적 다운로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넥슨은 정식 출시에 앞서 이날 ‘다크어벤저 3’의 브랜드 사이트를 오픈하고,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
  • 한라산에만 사는 ‘세바람꽃’ 소백산 발견… 빙하기 후 처음

    한라산에만 사는 ‘세바람꽃’ 소백산 발견… 빙하기 후 처음

    국내에서는 제주도 한라산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세바람꽃’이 충북 소백산국립공원에서 발견됐다.●해발 1000m 계곡 주변서 찾아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달 소백산 자연자원조사 중 세바람꽃의 서식지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세바람꽃은 해발 700m 이상의 차가운 지역(아한대)에서 서식하는 식물이다. 소백산 발견지(10㎡)는 해발 1000m 내외 계곡 주변의 작고 습한 곳이다. ●분포 지역 좁은 ‘특정식물 V급’ 이 꽃은 한 줄기에서 세 송이의 꽃을 피워 ‘세송이바람꽃’이라고 불리며, 분포 지역이 좁은 ‘특정식물 V급’(희귀식물)이자 ‘국외반출 승인 대상종’으로 지정돼 있다. 하루에 1~2시간 햇볕이 들면서도 습도가 유지돼야 하는 까다로운 생태적 특성 때문에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빙하기 이후 한라산에 고립된 세바람꽃이 한반도 내륙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진들 서식 배경 등 파악 나서 연구진은 한라산과 소백산의 세바람꽃 유전자 분석 및 서식지별 생물 계통학적 차이, 세바람꽃이 빙하기 이후 격리된 시기 등 한반도의 자연사와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에 나설 예정이다. 또 소백산 자생지 주변의 경쟁 식물에 따른 자생지 면적 감소와 상록성 식물 등이 만든 그늘이 생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모니터링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수형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장은 “유전자 등 과학적 분석을 통해 소백산에 서식하게 된 배경을 파악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기고] 연구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을/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기고] 연구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을/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제4차 산업혁명이 초미의 화두다. 기계, 디지털, 바이오 기술이 융합한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변화다. 기술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방식,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이 바뀐다. 뒷받침하는 산업양태도, 일자리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사무·관리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19세기 인간은 더럽고 위험한 일을 기계에 넘겼고, 20세기에는 단순한 반복작업을 넘겼다. 이제는 의사결정까지 넘기려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새로운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연구개발(R&D)의 역할에 답이 있다. R&D의 주된 기능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creation)이다. 원리 이해든, 적용 가능한 기술이든 새로운 지식(knowledge)을 만들어 낸다. 이 지식이 소비자에게 도달해 가치(value)를 만들어 내는 모든 과정 또한 R&D의 역할이다. 더 좋은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R&D의 순기능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연구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다. 연구를 혁신해야 한다. 연구 자체가 산업이 될 수 있다. 연구산업을 통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네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연구장비산업 활성화다. 1901년부터 2009년까지 과학 분야 노벨상을 보자. 총 304건 중 61건(20%), 수상자 539명 중 91명(17%)이 새로운 분석장비와 기술을 활용했다. 연구장비가 단순히 R&D의 수단이 아니라, 대상이자 목적이 되어야 한다. 기술개발을 넘어 연구장비의 유지, 보수, 운용 모두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이다. 둘째는 주문연구산업이다. 미래는 나 홀로 모든 걸 혁신할 수 없다. 한 대의 자동차에 2만개의 부품이 필요하듯 연구도 마찬가지다. 가치사슬의 빈 곳을 채우는 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 연구전문기업이 필요하다. 이미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마이다스IT는 포스코건설 사내벤처로 시작해 2000년 분사했다. 이미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칼리파’, 세계 최장 사장교인 ‘수통대교’ 설계에 참여했다. 600여명의 기술인력을 보유한 건설 엔지니어링 SW 분야 세계 1위 기업이 되었다. 셋째는 연구관리산업이다. 미래산업을 지향하는 R&D를 위해서는 기술이 가치화된 로드맵이 필요하다. 가치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수요를 예측하고 기술에 앞서 쓰일 곳을 설계해야 한다. 이것은 R&D 전 과정을 관리하는 기초가 된다. 기획부터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것이 전달될 때까지, R&D는 연구관리산업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넷째, 연구신산업 발굴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같은 신기술이 기존 산업과 접목되면 새로운 산업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기존 제품과 서비스가 이런 프레임을 거쳐 신산업이 된다. 신약 개발을 위한 AI 주문연구기업, 스마트 분석장비기업 등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직업과 일자리가 생겨난다. 새로운 것이 또 다른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플랫폼이 된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연구산업으로 대응하자. 연구산업을 통해 정부 R&D에 새 활력을 불어넣자. 키워드는 기존에 없던 새로움이다. R&D를 혁신하는 연구산업, 새로운 일자리의 희망이다.
  • 여야 구분 없앤 간소한 취임식… 대통령이 인선 설명 ‘파격’

    여야 구분 없앤 간소한 취임식… 대통령이 인선 설명 ‘파격’

    오전 8시 9분 임기 시작 10일 오전 8시 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체 위원회의에서 김용덕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린 순간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시작됐다. ‘대통령 문재인’으로서의 숨가쁜 첫날의 시작이었다. 오전 8시 10분 합참의장 통화 “전군의 작전태세는 이상 없습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시작 직후 이순진 합참의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우리 군 대비태세를 보고받았다. 대통령 당선 뒤 첫 공식일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3분가량 통화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우리 군의 역량을 믿는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합참의장을 비롯한 우리 장병들은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오전 10시 10분 현충원 참배 “금수저, 흙수저 구별하지 않는 나라.” “든든한 대한민국에서 마음 편히 노년을 맞게 해주세요.” 문 대통령의 첫 출근길에는 주민들의 소망이 담긴 팻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오전 9시 25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나오자 100여명의 주민은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빌라 입구부터 차량이 있는 곳까지 걸으며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100m가 넘게 이어진 환송 행렬이 문 대통령을 응원하며 ‘이웃 문재인’을 떠나보냈다. 문 대통령은 주민들을 향해 “우리가 함께 이뤄낸 것”이라고 말한 뒤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10분쯤 현충원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렸다.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는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 2017. 5. 10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었다.오전 10시 25분 4당대표 면담 현충원을 빠져나온 문 대통령은 곧바로 서울 여의도로 향했다. 그런데 먼저 들른 곳은 취임 선서식이 열리는 국회가 아니라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 당사였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당선되면 바로 그날 야당 당사를 방문하겠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고 손을 내밀겠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파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통합의 손을 내민 셈이다. 문 대통령은 먼저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국정운영의 협조를 구했다. 양측은 덕담을 나누면서도 뼈 있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정 대표는 “저는 문 후보의 안보관을 많이 비판한 사람인데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 불안한 안보관을 해소해 주고 한·미 관계, 대북 관계에 대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안보 문제, 한·미 동맹 부분은 한국당에서 조금 협력해 준다면 잘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안보에 관한 중요 사안들은 야당에도 늘 브리핑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선거 기간 자신을 향해 각종 비판 공세를 펼쳤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도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표도 언제 날을 세웠냐는 듯 활짝 웃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 상처받은 국민에게 문 대통령이 경험, 경륜을 갖고 선거 과정에서 좋은 약속을 공약했다”며 덕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바른정당, 정의당 순으로 지도부와 면담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회의장실을 찾아 정세균 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과 첫 상견례를 했다. 이 자리에는 황교안 국무총리, 양승태 대법원장,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이 참석했다. 정 의장은 “아침에 대통령께서 ‘사이다’ 같은 행보를 해주셨다. 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들을 순회하시면서 말씀도 하시고 그 행보 자체가 국민이 기대하는 협치”라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 상처가 깊은데 위로하고 치유하는, 요즘 말로 ‘힐링’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낮 12시 靑까지 카퍼레이드 낮 12시가 가까워 오자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여야 의원, 당직자,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모여들어 박수를 치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공식 선포하는 취임식은 이날 이례적으로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대통령 행사장에는 보통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지만 이날은 통제 범위가 평소보다 좁았다. 특히 당선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함에 따라 행사도 선서 위주로 간소하게 치러졌다. 과거 대통령 취임식과 달리 보신각 타종행사나 군악·의장대 행진, 예포 발사 등은 없었다.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듯 격식을 차리지 않은 취임식이었다. 의원들의 자리가 지정돼 있지 않아 여야 의원들이 구분 없이 섞여 앉아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감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나와 엄숙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어 취임 선서를 했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이 국회 본관을 나와 잔디밭으로 향하자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와! 대통령이다”, “대통령 문재인”을 연호하면서 환호를 보냈다. 문 대통령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에는 한 시민이 휴대전화를 내밀어 문 대통령과 ‘셀카’를 찍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차량에 탑승한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그는 선루프를 열고서 차량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삼거리까지 천천히 이동했다.오후 1시 청와대 입성 청와대 앞에는 주민 100여명이 문 대통령 내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운효자동 주민 대표가 꽃다발을 주자 문 대통령은 껄껄 웃으며 “어찌 주민들이 이렇게 많이 오셨냐”고 했다. 김 여사는 “잘 부탁드립니다. 잘할게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세종대왕처럼 하세요” 등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후 2시 45분 인선 발표 오후 1시쯤 관계자들의 환대를 받으며 청와대에 입성한 문 대통령은 황 총리와 오찬을 한 뒤 오후 2시 45분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정보원장, 경호실장 등 새 정부의 첫 인선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사전투표 기표소내 촬영으로 경찰에 신고되고, 잘못찍어 투표용지 찍어 무효표 등

    대구가 사전투표 첫날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자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안내방송을 내보내며 투표를 독려했다. 대구시청 구내방송은 ‘사전투표일과 투표시간’을 안내하면서 시간이 나는 직원들은 적극 투표할 것을 주문해 상당수 직원은 4일 점심때를 이용해 사전투표를 하기도 했다. 투표율이 낮은 것에 대해 김모(51·대구시 수성구)씨는 “과거 선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투표할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방황하는 보수 표심을 대변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지역에서도 사전투표가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성주군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오 기준 사전투표율은 5.60%로, 2016년 총선 때 같은 시간대보다 3.58%보다 2.02% 포인트 높은 것이다. 주민 이모(42)씨는 “사드 배치 등을 고려해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후보에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등 호남지역은 문재인·안철수 등 지지후보가 양분되면서 각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투표 참여 인파로 북적였다. 광주 서구 화정1동 사전투표소에 직장 동료 6명과 온 이모(24·여)씨는 “부정부패를 해소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적합한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선거날에 해외출장 중이라는 문모(55)씨는 “청년실업 해소 등 자녀의 미래를 가장 중요시 한 후보를 골랐다”고 말했다. 광주는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97%를, 16대 때는 노무현 후보에게 95%, 18대 때는 문재인 후보에게 91%를 던지는 ‘몰표 투표 성향’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최장 11일 황금연휴’에 제주로 휴가를 떠난 여행자들도 사전투표소를 찾아 오전부터 긴 줄을 섰다. 사전투표장인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1층 대회의실에는 관내선거인(주소지가 제주시인 사람)과 관외선거인이 줄을 서서 투표하도록 했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온 여행객들의 줄인 관내선거인보다 더 길었다. 의원회관 투표소는 제주국제공항과 가깝고 호텔이 밀집한 제주시 연동에 있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벼운 옷차림에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조현철(60·서울)씨는 “올레길을 걸으려고 아내와 함께 7박 8일 일정으로 제주에 왔다가 숙소와 가까운 사전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투표소 관계자는 “서울, 부산, 인천, 경기 등 전국 각지의 다양한 주소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제주에는 읍·면·동마다 1곳씩 총 43곳의 사전투표소가 마련됐다. 한편,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제주시 봉개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A(43·여)씨가 기표소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공직선거법상 기표소 내에서 특정 후보를 찍은 투표지를 촬영하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한편, 울산에서도 투표용지를 촬영했다가 제지를 받는 사례가 잇따랐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며 이날 정오까지 모두 8건의 기표소 내 용지 촬영이 적발됐다. 오전 6시 50분쯤 중구의 약사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 30대 남성이 투표한 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찰칵’하는 소리가 나자 선거관리위원회 측이 곧바로 이 남성에게 촬영 사실을 확인한 후 즉각 삭제하도록 했다. 선관위 측은 “투표용지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더라도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고, 곧바로 삭제조치 했기 때문에 유효표로 인정했다”며 “기표소 내의 사진촬영은 안된다”고 밝혔다. 또 중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80대 할아버지 1명이 기표를 한 후 “잘못 찍었다”며 곧바로 투표용지를 찢어 무효처리 됐다. 국토 최동단인 독도에 있는 유권자 38명도 4일 오전 독도 동도 접안지 임시 투표소에서 독도경비대원 32명, 경찰관 4명, 독도 주민 김성도씨 부부 등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스마트팜 빅데이터로 키운 토마토, 일반농가보다 77%나 더 주렁주렁

    스마트팜 빅데이터로 키운 토마토, 일반농가보다 77%나 더 주렁주렁

    농진청 ‘한국형 스마트팜’ 박차 2020년 3세대 수출형 모델 개발 지난달 19일 전남 화순에 있는 한울농장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완숙 토마토’의 생산성 향상모델 평가회가 열렸다. 스마트팜 10개 농가에 축적된 온도, 습도, 일사량, 수량 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토마토 생산량이 얼마나 증산됐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2014년 8월부터 축적된 빅데이터와 스마트팜이 만나 일궈낸 시너지 효과는 놀라웠다. 토마토 생산량이 일반 농가에 비해 77%나 늘어났다. 일반 농가가 3.3㎡당 평균 101㎏을 생산한 데 비해 스마트팜 농가에서는 179㎏이 나왔다. 농장 관계자는 “스마트팜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3.3㎡당 200㎏ 수확량과 비교해서도 별 차이가 안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농촌진흥청이 빅데이터를 접목시킨 한국형 스마트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 2020년부터는 ‘스마트팜 플랜트’를 해외에 수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기업과 대학, 민간연구소, 농업인 등으로 구성된 한국형 스마트팜 종합연구단을 출범시켰다. 올해는 딸기와 참외, 파프리카 등 고소득 시설원예 작물의 빅데이터를 정교하게 수집하기 위해 스마트팜 참여 농가를 기존 10곳에서 30곳으로 늘린다. 이를 통해 생육 시기별로 최적의 온도와 습도, 일사량, 수분 등의 빅데이터가 축적된다. 내년까지 원격 제어와 원격 모니터링 등 편의성에 중점을 스마트팜 1세대 기술을 작물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2세대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정황근 농진청장은 1일 “내년에는 생체 정보와 생육 모델에 대한 인공지능(AI) 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스마트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2세대 모델을 내놓고, 2020년에는 3세대 모델인 수출형 스마트팜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2세대 모델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작물별로 최적의 생육관리 기술을 응용한 것이라면 3세대 모델에서는 복합 에너지 관리, 스마트 농작업 시스템이 적용된다. 빅데이터와 만난 스마트팜 기술에는 대기업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KT의 경우 딸기 생산 빅데이터와 스마트팜 기술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딸기 시장은 지난해 농가 판매액 기준으로 1조 2000억원 규모다. 소매시장 규모는 그 두 배에 이른다. 조용빈 농진청 농업빅데이터팀장은 “농업과 축산 등에서 빅데이터 기술이 축적될수록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우리나라의 농업수출 선진국 도약 시점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금요 포커스]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 활용해야/이창재 국립산림과학원장

    [금요 포커스]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 활용해야/이창재 국립산림과학원장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를 계기로 봄철 불청객으로만 간주됐던 미세먼지가 공포의 대상으로 엄습하게 됐다. 영국의 에든버러대학은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뇌졸중을, 미국의 플로리다대학은 유방암의 발생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2015년과 2017년 각각 내놓았다. 지난 3월 네이처지는 2007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로 한국과 일본에서 조기 사망한 사람의 수가 3만 900명에 달했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2007년 통계가 이러하니 미세먼지 때문에 매일 마스크를 착용하는 요즘은 어떨지 걱정이 앞선다.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은 석탄 화력발전소나 경유 차량 등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미세먼지 특별관리 대책에 따르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양이 전체 양의 평시 30~50%, 고농도 발생 시에는 60~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세먼지는 국경을 넘나드는 오염 문제이기 때문에 국내 주요 배출원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공기 중의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무는 광합성을 하면서 20~30㎛ 크기의 기공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도 함께 들이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숲은 나무의 줄기, 가지 그리고 잎의 미세구조를 통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중의 미세먼지를 흡수하거나 흡착해 농도를 낮추는, 보이지 않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숲 1㏊에서 연간 168㎏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한다. 나무 한 그루가 연간 에스프레소 한 잔 분량인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셈이다. 특히 잎사귀가 많고 오랫동안 붙어 있는 침엽수는 그루당 44g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는데 이는 활엽수의 두 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런 나무들이 가득 찬 도시숲은 도심보다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 미세먼지를 빨리 가라앉힌다. 물론 생활권 도시숲 못지않게 도시 외곽에 있는 숲 또한 미세먼지와 도시 열섬화를 해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서울의 남산, 북한산, 대모산의 숲은 도시로 유입하는 미세먼지를 잡아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줄 뿐만 아니라 여름철 나무의 증산작용으로 3~7도 내려간 시원한 바람을 내려보내 도시의 열을 식혀 준다. 나무와 숲의 이러한 미세먼지 흡수, 흡착 기능과 기후 조절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숲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이 동시에 필요하다. 도시숲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63%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나라이지만 1인당 산림면적은 0.13㏊로 세계 평균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도시숲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도시지역 녹지면적은 2016년 말 현재 WHO가 권장하는 1인당 녹지면적 9㎡는 넘어섰지만 도시 간 편차가 크다. 도시지역의 비싼 땅값으로 인해 도시숲의 면적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도시숲 확대를 위한 관건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수단 강구가 필요하다. 도시숲 확대에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도시숲 특히 도시 외곽 산림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건강한 숲이 미세먼지를 더 많이 줄일 수 있다. 도시숲의 면적을 늘리는 것만큼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숲 건강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근교 숲의 건강등급이 5년 전에 비해 평균 4% 떨어졌고 심하게 쇠퇴한 숲도 12% 증가했다. 쇠약해진 도시근교 숲은 덩굴 제거나 솎아베기, 병해충 방제 등 숲을 가꾸어 건강하게 만들어야 미세먼지를 더 많이 줄일 수 있다. 건강한 도시숲은 우리와 미래세대가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희뿌연 하늘과 매캐한 공기를 살리는 노력은 도시숲을 조성하고 도시산림을 건강하게 가꾸는 일에서 시작된다. 시간이 필요하지 결코 늦지 않았다.
  • 세월호 미수습자 선내수색 개시…가방·신발·옷 등 유류품 속속 발견

    세월호 미수습자 선내수색 개시…가방·신발·옷 등 유류품 속속 발견

    세월호 선내 수색이 개시된 가운데 가방, 신발 등 유류품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8명으로 구성된 수습팀은 18일 오후 1시쯤 구멍을 뚫어 확보한 진출입구를 통해 선체 4층 선수 좌현 부분 선내로 들어갔다. 작업자들은 드러누운 세월호 지상과 가장 가까운 진출입구를 통해 선체 안팎을 들락날락하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선체 내부에 있던 펄을 양동이로 퍼담아 옮기고 펄이 묻은 막대 등 지장물도 꺼내 옮겼다. 유류품도 상당수 나왔다. ‘백팩’ 형태의 가방, 여행용 캐리어, 옷가지, 빨간색 구명조끼, 신발 등이 속속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름표가 붙어있는 가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류품이 나오자 작업자들은 잠시 수색을 멈추고 둘러앉아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류품은 품목별로 파란색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트럭에 실려 갔다. 선내에서 나온 펄은 양동이째 도르래와 같은 장비로 지상으로 옮겨져 파란 비닐 위에 펼쳐졌다. 인양 과정에서 선체에서 나온 펄과 함께 정밀 탐색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장 관계자는 “큰 유류품이 섞여 있으면 펄을 제거하고 유류품 관리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나머지 펄은 혹시 더 나오는 게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따로 체(거름망)에 거르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유류품들은 세척, 소유자 확인 등을 거쳐 넘겨진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기사회생한 대우조선해양이 갈 길/최용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사회생한 대우조선해양이 갈 길/최용규 논설위원

    대우조선해양이 죽다 살았다. 생사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으로 이뤄진 채권단의 채무조정안을 결국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죽여야 하느니, 살려야 하느니 논란이 분분했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을 바라보는 시선은 버리기 어려운 국가기간산업임에도 곱지만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이라는 날 선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할 입장도 못 됐다. 그러니 채권단의 압박(?)에도 국민연금공단이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했던 것이다. 물론 채권단의 요구, 즉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국민연금공단으로 봐선 이득이다. 받아들이면 채권 회수율이 50% 이상이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수율 10%조차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채무조정안에 선뜻 동의하지 않은 것은 ‘문형표 트라우마’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감방 갈 일만 없으면 현 상태에서는 무조건 오케이인데 뒤탈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변양호 신드롬에 이어 문형표 트라우마가 어른거렸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보신주의고 무소신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연금공단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결과가 나쁘면 뒤통수를 치는 우리네 문화가 잘못된 것이다. 웃기지도 않은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를 연 것은 13일 저녁 이동걸 산은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긴급회동이다. 연장되는 3년 만기 회사채에 대한 국책은행 차원의 보증이 극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1조 3500억원의 회사채 가운데 가장 많은 4000억원의 회사채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채무조정안에 동의함으로써 다른 채권자들도 17일과 18일 열리는 채권자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다시 한번 회생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자는 물론 국민에게 또 한번 큰 빚을 졌음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강성 노조였던 대우조선해양노조가 자구 노력에 동참하는 등 전례 없는 변화의 모습도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걱정이 아닌 희망을 주는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이 회생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선주들이 배를 맡기느냐 맡기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최근 그리스 최대 해운사로부터 초대형 유조선 3척을 약 2억 5000만 달러(약 2800억원)에 수주한 것은 시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는 내·외부적인 복합요인이 작용했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세계경기의 위축과 최근 1~2년 사이 유가가 떨어지면서 발주가 급격히 줄었고, 과거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가 발목을 잡았다. 해양플랜트 경험이 일천함에도 단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신산업이란 욕심에 무턱대고 지른 게 화근이었다. 수주는 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납기가 지연되고, 재작업에 따른 인건비·재료비가 추가로 발생했다. 결국 원가가 계약가를 넘어서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이것이 부실 원인이다. 그 때문에 타사들이 부러워하는 초대형 LNG선이나 방산 기술력 같은 강점은 살리고 부실의 단초가 된 해양플랜트 같은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내는 자구 노력에 더욱더 매진해야 한다. 올해 흑자를 내지 못하면 사장직을 내놓겠다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말 또한 빈말이 돼서는 안 된다. 정 사장 혼자 그만두면 끝나는 게 아니라 혈세로 다시 한번 회생의 길을 열어준 국민에게 절망감을 안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인도금이 대거 들어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다니 다행한 일이다. 이번 채권단인 산은과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최대 보유자인 국민연금공단과의 피 말리는 밀당을 보면서 ‘변양호 신드롬’ 같은 독소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이 재차 확인됐다. 문제 될 소지가 있으면 손대지 않는 보신주의다. 과거의 정책 결정이 뒤탈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ykchoi@seoul.co.kr
  • [국민의 기업 특집] 한국농어촌공사, 스마트팜 700억원 투자로 ‘IoT 농업’ 쑥쑥

    [국민의 기업 특집] 한국농어촌공사, 스마트팜 700억원 투자로 ‘IoT 농업’ 쑥쑥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과 어업 분야에 4차 산업혁명을 도입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모으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드론 등 첨단기술로 농업용수를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스마트팜 온실을 확대해 농어업 소득 증대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전국 3394개 저수지와 156개 방조제 등 농업기반시설과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는 폐쇄회로(CC)TV와 3300여개 자동수위계측기를 활용해 수자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다. 정보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하는 시범 사업도 운영 중이다. 또 저수율 현황과 강수량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물이 부족한 저수지 76곳에 총 2470만㎥ 용수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등 일일 단위로 계량화된 물관리를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본사와 전국 8개 지역본부에 드론을 1대씩 들여 수리시설의 누수, 토사 붕괴 등 안전 점검과 오염원 유입, 녹조 측정 등 수질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효과가 좋으면 내년부터 시·군 단위의 지사에 드론을 보급할 계획이다. 농어촌공사는 스마트팜 온실 신축에 올해 7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할 예정이다. 스마트팜은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 생육조건을 컴퓨터,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 관리하는 시설이다. 새만금지구, 화옹지구 등 대규모 간척지에 스마트팜을 활용한 고품질 첨단 수출농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농어촌 공사의 중장기 목표다.
  • 문재인 아들 스승·친구 증언 “아무도 文 아들인 줄 몰랐다”

    문재인 아들 스승·친구 증언 “아무도 文 아들인 줄 몰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채용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팩트 체크] 문재인 아들 고용정보원 채용 의혹 이 가운데 문재인 아들 문준용씨를 대학에서 가르친 스승, 대학시절 친구의 글도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앙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중앙대, 건국대 등에서 강사를 했던 사진작가 이흥렬씨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온몸으로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도 대견했지만, 그런 일종의 차별에 대해 자연언어가 아닌 영상언어로 시각화한 것을 보고 뭔가 해낼 친구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페이스북 전문 난 문재인씨 아들 문준용군의 건국대 재학 시절 선생이었다. 최근 또 다시 문군의 채용이 언론에 거론되는 것을 보다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1학년이나 2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수업이 ‘동영상 촬영 편집’이었다. 주제를 정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 편집하는 과제였는데 문군이 친구와 같이 작업한 비디오를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종로3가인지 지하철 환승통로에서 문군이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한 듯 보기도 하고 굴러다니다 다리라도 잡을라치면 비명을 지르며 피해다니기도 하는 그런 장면이었다. 웃으며 왜 찍었냐고 물으니 부산에서 서울로 유학왔는데 부산 사투리를 쓰는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마치 이방인 보듯 했다며 지하철에서 굴러다니는 이상한 사람으로 자신이 받은 느낌을 표현했다고 했다. 온몸으로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도 대견했지만, 그런 일종의 차별에 대해 자연언어가 아닌 영상언어로 시각화한 것을 보고 뭔가 해낼 친구구나 하고 생각했다. 몇 년 뒤, 어디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했는데 곧 미국 유학간다고 추천서를 써달라고 해서 잘 생각했다며 써 준 기억이 난다. 그때 학과장님께 들었다. 교수들중 아무도 문군이 문재인씨 아들이란 것을 몰랐다고. 졸업할 때 비로소 알았다고 했다. 그 뒤 2011년인가, 광주 비엔날레에 참가한 주목받는 작가라는 기사에 문준용군이 거론된 것을 우연히 보고 내가 주최한 모임에서 특강을 부탁한 적이 있다. 정통 사진을 하는 입장에서 관객과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아트는 한마디로 신기하고 훌륭했다. 각광받을 새로운 예술 장르였다. 어찌 보면 정치를 하게 된 아버지로 인해 알게 모르게 조심하며 불이익을 받아 온 문군이다. 차라리 한국을 떠나 편견없는 외국에서 훌륭한 작가로 살아가길 바란다.같은날 문준용씨의 친구 오민혁씨의 페이스북 글도 올라왔다. 오씨는 “(문준용 씨의 스승인) 이흥렬 선생님께서 (소셜미디어에) 작성하신 내용에 지하철 영상 촬영한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오씨는 “먼저 제가 절친인 걸 아시는 분들이 ‘청와대 들어가겠네~’라는 말씀 많이 하시는데 그런 일 1도 없다”면서 “앞으로도 제가 친구에게 부탁할 수 있는 것은 ‘책에 아버지 사인 좀 받아줘’가 전부다. (저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도 요즘 기사에 자주 나오는 준용이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한다”면서 “부산이 고향인 준용이와 제주도가 고향인 저는 건국대학교 디자인학부 00학번으로 만나 한 살 위 영하 형하고 셋이 자취를 하게 된다.(방 한 칸 반지하 방: 보증금 100만원. 월세 30만원. 1인당 관리비 포함 15만원 내고 생활.) 말이 없는 두 부산남자들이지만 같이 살다보니 아버지 직업에 대한 얘기도 하게 된다. ‘준용아, 니네 아버지는 뭐하셔?’, ‘부산에 계시다가 서울 오셨는데.. 무직이셔.’ 더 이상 묻지 않았다.(백수시구나..)(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 준비 위해 상경) 셋 중 생활비도 제일 적게 받고, 주말에 길에서 휴대폰 가입 신청자 받는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생활했던 친구여서 ‘아버지가 직장이 없으셔서 생활이 어렵구나’라고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대를 다녀오고, 05년도에 준용이는 학부 동아리중 제일 큰 ‘깸’ 이라는 영상 동아리 회장을 하게 된다”며 “당시 동아리 실력이 좋아 동아리친구들 대부분 좋은 직장 다니고 있다. 그 때도 교수님이 영상 관련 아르바이트 할 학생 찾을 때면(저는 당시 디자인학부 귀걸이 한 학생회장) 준용이를 소개해줬다.(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외부 조명영상 작업 등)”고 설명했다. 또 “한 번은 준용이가 ‘노무현’ 사인이 세겨진 홍주를 가져왔다”면서 “집에서 멋있어 보여서 가져왔다기에 친구네 또 반지하 자취방에서 안주도 없이 마셨다. ‘이거 어디서 났어?’, ‘아버지가 어떻게 청와대 취직하셔서 받으셨어.’ 더 이상 묻지 않았다.(경비하시나 보다..) 당시도 빈곤한 준용이의 생활모습에 아버지가 고위직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무직이셨는데 ‘경비원으로 취직 하셨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 보면 그때 생각이 어이없지만 사실”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경비 하시는 분에게도 선물을 하실 수 있는 분이다.(제가 이때 까지 먹어본 가장 맛있는 술이었다. 술병을 버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중에 준용이가 얘기하기를.. 아버지 화 안내시는데 노무현 대통령 사인 들어간 홍주를 마셨을 때는 화를 내셨다고 하더라. ‘죄송합니다. 아버님, 저랑 재문이라는 친구 같이 마셨습니다’”라고 밝혔다. 오씨는 “준용이는 졸업을 먼저 하고 휴학을 더한 제가 늦게 했는데 어느 날 공무원 준비하던 형이 저에게 먼저 물었다”며 “‘민혁아.. 준용이네 아버지 청와대 계셔? 청와대에 문 씨면 문재인인 거 같은데..’, ‘예전에 뭐 청와대 취직하셨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뭐 높은 사람은 아닐걸요’(당시에 민정수석이 누구고 그런 거 잘 몰랐다.) 별 생각 없이 넘겼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며칠 뒤 준용이를 만나 맥주 마시는데 생각나서 물었다. ‘준용아, 너네 아버지 성함 ‘문재인’이야?’, ‘어.. 어떻게 알았어?!’, ‘뭘 놀라(당시 생각에 대단한건가..) 추형이 물어봐서..’ 그렇게 친구 아버지의 직업을 알게 되었다”면서 “오래 보다보니 준용이의 부산 초중 친구들도 친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들도.. 아버지가 대선 나오실 때 알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끝으로 “평범한 우리 친구들.. 뭐 하나 하기 힘든.. 준용이한테 힘내라고 밖에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글을 맺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전란 속 父子 잃은 백제 위덕왕, 원찰 세워 넋 기리다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전란 속 父子 잃은 백제 위덕왕, 원찰 세워 넋 기리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4년부터 경주 월성을 발굴 조사하고 있다. 월성은 파사이사금 22년(101)에 새로 쌓아 내부에 궁궐을 지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신라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궁성(宮城)으로 기능했다. 발굴단 안팎에는 신라 역사를 밝히는 것 말고도 호기심 어린 기대가 하나 더 있다. ‘일본서기’ 기록이 사실이라면 월성에는 백제 성왕의 두골(頭骨)이 묻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월성으로 시작했지만 오늘 찾아가는 곳은 백제의 마지막 수도 사비, 곧 오늘의 부여다. 부여 이야기라면 의자왕으로 시작해 낙화암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부소산에 올라 고란사에서 약수 한 모금을 마신 뒤 정림사 터와 궁남지, 그리고 국립부여박물관을 차례로 둘러보는 것으로 부여 탐방을 마무리하곤 한다. 하지만 의자왕이 아니라 위덕왕에 초점을 맞추면 부여 여행 길은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신라와 연합한 백제는 551년 고구려를 공격해 한강 하류의 옛 영토를 회복했다. 그런데 고구려와 밀약을 맺은 신라가 553년 백제군을 밀어내고 한강 하류 지역을 차지해 버렸다. 백제는 분노했고, 훗날 위덕왕(재위 554~598)이 되는 창 왕자가 신라 정벌의 선봉에 섰다. 성왕(재위 523~554)은 창 왕자가 빼앗은 신라의 관산성에 50명 남짓 소수의 군사를 이끌고 독려하러 갔다가 신라 복병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관산성은 지금의 충북 옥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는 성왕이 전투 중 목숨을 잃은 것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일본서기’의 서술은 다르다. 신라는 노비 출신 장수 고도로 하여금 사로잡은 성왕의 목을 베고 머리뼈를 월성 북청(北廳) 계단 아래 묻었다고 했다. 신라 관리들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백제 왕의 머리를 밟는 모욕을 주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서기’는 성왕의 두골이 묻힌 건물을 “도당(都堂)이라 이름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관산성에서 왕을 잃은 백제는 군사 2만 960명이 죽고 말은 한 마리도 돌아가지 못했다고 ‘삼국사기’는 적었다. ‘일본서기’는 포위당한 창 왕자가 빠져나오는 모습도 그렸다. 군사들이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에서 축자국조가 활을 당겨 가장 용감한 신라 장수를 쏘아 말에서 떨어뜨렸고, 이 틈에 창 왕자는 샛길로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백제, 가야, 왜 연합군은 처절하게 패배했다. 부왕(父王)이 죽자 창 왕자가 왕위에 오른다. ‘일본서기’에는 “돌아가신 부왕을 받들고자 출가하여 불도(佛道)를 닦고자 한다”는 창 왕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창 왕자의 무모함으로 국가적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조정은 왕위 계승자의 출가는 말렸던 것 같다. 전후 사정을 보면 위덕왕을 비롯한 왕실 인사들의 중심 이념은 불교였음을 짐작하게 한다.백제는 두개골을 제외한 성왕의 시신을 오늘날의 능산리 고분군에 장사 지낸 것으로 추정한다. 능산리는 부여에서 논산 가는 길을 따라 3㎞쯤 달리면 나타난다. 사비성 외곽을 두른 나성을 막 벗어난 위치다. 고분군은 무덤이 3기씩 2열을 이루고 북쪽 기슭에 하나가 더 있어 모두 7기로 이루어져 있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금 서북쪽 산록에서 2기의 또 다른 왕릉급 무덤을 발굴하고 있다. 능산리 고분군에서 주인이 밝혀진 무덤은 아직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성왕이 묻혀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이웃한 능사(寺)의 존재 때문이다. 능사는 1993년 국립부여박물관이 발굴 조사 도중 백제 금동대향로를 찾아낸 곳이라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능사는 왕릉의 원찰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다. 위덕왕도 능산리에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듯하다.금동대향로도 중요하지만 능사에서 발굴한 창왕명석조사리감(昌王銘石造舍利龕)은 사비 시대 백제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사리감은 능사의 목탑(木塔) 터 중앙의 심초석 위에서 발견됐다. 내부에 사리장엄을 안치할 수 있도록 화강암을 다듬고 오목하게 홈을 판 모습이다. 좌우에 10글자씩을 새겼는데 ‘백제 창왕 13년 정해년에 누이 형(兄) 공주가 사리를 공양했다’는 내용이다. 정해(丁亥)는 567년에 해당한다. 한동안 위덕왕의 즉위는 패전의 책임론으로 순탄치 않았을 것이라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일본서기’가 창왕의 즉위를 557년으로 기록한 것도 이런 해석에 한몫했다. 부왕의 3년상을 치르며 책임을 곱씹어 귀족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리감에 적힌 대로 정해년이 즉위 13년이라면 위덕왕은 성왕 사후 곧바로 왕위를 계승한 것이 된다. 형 공주가 목탑의 사리를 공양했다고 능사 조성을 주도했다고 보는 것도 무리다. 미륵사 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수습된 사리구에도 무왕비 사택씨가 사리 공양의 주체로 등장한다. 그렇다고 무왕비가 엄청난 규모의 미륵사 건립을 혼자서 주도했다고 보지 않는다. 능사 조성 역시 위덕왕이 주도한 국가적 사업이었을 것이다. 관산성 패전에 결정적 책임이 있는 위덕왕이 부왕을 추모하고자 지은 절이라고 할 수 있다.부소산성 남동쪽에 능사를 세운 위덕왕은 완전히 반대편인 북서쪽에는 왕흥사를 창건한다. 백마강을 건너야 하는 곳이다. 당연히 왕흥사 터에 서면 강 너머로 부소산과 낙화암이 바라보인다. 왕흥사 터 목탑이 있던 자리에서는 2007년 발굴 조사에서 사리장엄구가 출토됐다. 심초석에 사리공을 만들고 그 위에 5각 지붕 모양의 뚜껑돌을 올려놓은 모습이었다. 청동사리합 표면에서는 명문이 드러났다. ‘정유(丁酉)년 2월 15일 백제왕 창이 죽은 왕자를 위해 절을 세우고 사리 둘을 묻었는데 신의 조화로 셋이 됐다’는 내용이다. ‘삼국사기’에는 왕흥사 창건 연대가 법왕 2년(600)으로 나오니 발굴 조사로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은 것이다. 일본에 사신으로 건너가 쇼토쿠 태자의 스승이 됐다는 아좌태자 말고도 위덕왕에게는 왕자가 더 있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확인됐다. 왕자의 죽음은 위덕왕 8년(561)과 24년(577) 신라를 침공했으나 각각 1000명과 3700명의 전사자를 냈다는 ‘삼국사기’ 기록과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사비 시대 여섯 임금은 성왕, 위덕왕, 혜왕, 법왕, 무왕, 의자왕이다. 오늘날의 공주인 웅진에서 천도한 성왕과 마지막 의자왕은 부여에 짙은 체취를 남겨 놓았다. 무왕은 전북 익산의 미륵사와 왕궁리 유적 등으로 자신의 위상을 다양하게 과시하고 있다. 능사와 왕흥사 발굴로 위덕왕의 존재 또한 뚜렷해졌다. 하지만 위덕왕의 동생인 혜왕과 혜왕의 아들인 법왕은 모두 즉위한 이듬해 세상을 등졌다. 사찰을 창건하는 등 사비에 흔적을 남기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글 사진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충혈된 눈·헝클어진 머리… 朴, 예상 못한 구속에 충격받은 듯

    충혈된 눈·헝클어진 머리… 朴, 예상 못한 구속에 충격받은 듯

    호송차 탄 박 前대통령 지치고 굳은 표정… 여성 수사관들 뒷자리 양옆서 자리 지켜 중앙지검서 16분 만에 서울구치소 도착… 구치소 앞 지키던 윤상현 의원 고개 떨궈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벽 4시 29분쯤 서울중앙지검을 떠나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전날 법원에 들어설 때만 해도 청와대 경호실이 제공한 대형 에쿠스 승용차를 이용했으나 구치소로 향할 때는 검찰이 제공한 중형 K7 승용차에 탑승했다. 뒷자리 그의 양옆에는 여성 수사관이 자리했다.밤새 뜬눈으로 결과를 기다린 듯 박 전 대통령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예상하지 못한 구속 결정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22일 오전 6시 45분 20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서면서 보였던 옅은 미소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날 단정하게 정리됐던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올림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 구속 소식에 눈물을 흘린 듯 두 눈은 붉게 충혈된 상태였다. 한없이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에선 ‘19년 정치인생’을 비롯해 모든 걸 잃은 듯한 상실감마저 묻어났다. 박 전 대통령은 청사 밖으로 나서기 전 화장을 지우고 머리핀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서문 방향으로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K7 승용차를 타고 15㎞ 거리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속 시 수감 장소로 서울구치소를 일찌감치 지정한 바 있다. 검찰과 사전 협의가 된 대로 청와대 경호팀은 최소한의 차량 경호는 계속 유지했다. 실제 호송 과정에서 경호차가 줄지어 달렸고, 경찰 사이드카도 후방 지원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가 청사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대기하던 지지자 10여명은 일제히 “대통령님”이라고 소리치면서 울먹였다. 차가 완전히 떠난 뒤에도 그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법원과 검찰을 향해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벼락 맞아 죽을 놈들”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박 전 대통령이 탄 차는 새벽 4시 45분쯤 구치소 정문 앞에 도착했다. 검찰 문을 나선 지 16분 만이었다. 검찰 호송차는 서초역을 지나 우면산 터널로 접어든 다음 경기 과천과 안양을 거치는 최단거리로 내달렸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앞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차는 정문을 지나쳤고, 철문은 다시 굳게 잠겼다. 구치소에 들어가기 전 포착된 박 전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힘없이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날 새벽 서울구치소 앞에도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려는 지지자 200여명이 몰려 소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며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구치소 앞을 지키던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가 정문을 지나가자 고개를 떨궜다. 이들 가운데 ‘박사모’ 정광용 회장의 모습도 보였다. 서울구치소에는 최순실(61·구속 기소)씨를 비롯해 김기춘(78·구속 기소) 전 비서실장, 조윤선(51·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용(49·구속 기소) 삼성전자 부회장, 장시호(38·구속 기소)씨 등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대부분이 수감돼 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남녀는 물론 공범자들도 분리해서 관리하기 때문에 입을 맞출 우려는 없다”면서 “운동시간까지도 다르게 조절하는 만큼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와우! 과학] 공기 정화하는 바이오 벽

    [와우! 과학] 공기 정화하는 바이오 벽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일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 기본권은 최근 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대기 오염이 심해지면서 공기가 탁해진 때문이죠. 실외 대기 오염도 문제지만, 사실 실내 대기 오염 역시 적지 않은 문제입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대기 오염 물질은 물론 음식 조리나 청소 시 나오는 미세 먼지, 각종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상황에 따라서는 실내에서 더 고농도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실을 알기 어렵지만, 잠재적인 질병 위험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가정에서 공기정화 식물을 키우거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미국의 퍼듀대학과 월풀사는 공동으로 공기정화 식물을 실내 환기 시스템에 연결한 바이오 벽(BioWall)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실내 환기 및 냉난방 시스템과 공기정화 식물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부분이 없는 것 같지만, 기존의 시스템과 몇 가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이오 벽은 인공조명과 상자 모양의 식물 재배 시스템을 이용해서 햇빛이 닿지 않는 건물 내부 및 집안에도 설치할 수 있으며 벽면의 일부나 전체에 수직으로 식물을 재배해서 공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공기정화 식물은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추천되지만, 한 가지 간과되는 점은 꽤 넓은 재배면적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NASA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의미 있는 실내 공기 정화를 위해서는 대략 9.3㎡(약 2.8평)의 재배면적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화분 한두 개로는 실내 공기의 질을 크게 끌어올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사람 살 공간도 부족한데 집안에 정원을 꾸밀 수도 없는 일입니다. 바이오 벽은 이 문제에 대한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벽은 실내 환기 시스템과 연결되어 작동하며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비롯한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습도를 자연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냉난방 시스템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디자인을 잘하면 조명과 인테리어를 한 번에 해결하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투박한 벽보다 식물이 살아 숨 쉬는 벽은 그 자체로 자연 친화적인 실내 인테리어가 될 수 있으며 공간의 제약 때문에 정원을 가꾸지 못했던 도시인에게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공기청정기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로 바꾸는 능력도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공기청정기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 아니라 아무래도 비용이 올라갈 것입니다. 살아있는 식물인 만큼 관리도 더 까다로울 것입니다. 현재는 타당성 조사를 위해 프로토타입 연구가 진행 중인데,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내 오염을 줄이고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하는지 역시 더 검증이 필요합니다. 아무튼, 이와 같은 연구가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 자체가 더는 자연스럽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니까요.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인공지능 CCTV 스스로 ‘경보’

    인공지능 CCTV 스스로 ‘경보’

    ‘지능형 시스템’ 급속 상용화 쓰러지거나 싸우는 모습도 인식 오작동에 성능인증시스템 도입충북 청주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는 2015년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 아파트 단지를 출입하는 수많은 사람을 살피기에 경비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능형 CCTV는 아파트 관리실과 경비실, 지하시설물 등을 접근금지 구역으로 설정했다. 최근 CCTV는 아파트 주변을 서성거리는 남자를 발견해 아파트 상황실에 1차 경보를 울렸다. 잠시 후 이 남자가 아무도 없는 관리실에 침입하려 하자 2차 경보가 울렸다. 경비원들이 즉시 출동해 물건을 훔치려던 남자를 붙잡았다. 26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능형 CCTV가 빠른 속도로 상용화되고 있다. 지능형 CCTV는 컴퓨터가 CCTV 영상을 항상 감시해 재난·범죄 등 특정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경보를 울린다. 일정구역에 10초 이상 머무르거나(배회), 담장 등을 넘어 들어오는 행위(침입), 무단으로 쓰레기봉지를 두고 가는 행위(유기) 등을 파악하고 관리자에게 알린다.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싸우는 상황, 불을 지르는 모습도 포착해 낼 수 있다. 사람이 쓰러져 몸이 완전히 바닥에 닿고 움직임이 없는 시점부터 10초가 지나면 관제센터에 경보를 전달하는 식이다. 그러나 지능형 CCTV의 오작동 사례가 적지 않게 접수되면서 인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KISA는 지난해 10월 지능형 CCTV 성능 시험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능형 CCTV 인증제도가 있는 나라는 영국과 우리나라 두 곳뿐이다. 현재까지 국내 인증을 받은 업체는 2곳에 불과하다. 이성재 KISA 보안성능인증팀장은 “얼굴인식 기반의 CCTV에 지능형 기능이 추가로 적용되고, 앞으로는 사물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활발하게 보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新전원일기] 연 매출 10억… ‘덴마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新전원일기] 연 매출 10억… ‘덴마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덴마크 무궁화를 보러 가는 길에 눈이 살짝 덮인 산을 봤다. 눈가루가 엷게 나무들 위에 얹혀 있었다. 초코케이크 위에 올려진 슈거 파우더처럼. 바람도 제법 차가웠다. 그러나 분명 봄이었다. 누군가 그랬다. 봄은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계절이라고. 차가운 바람 속에 잠깐 머물다가 가버린다고.지난 2일 비닐하우스 14개 동이 늘어선 충북 음성의 ‘하신농장’ 앞에서 강하늘(28)씨와 인사를 나눴다. 우선 덴마크 무궁화를 눈에 익히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둘러봤다. 덴마크 무궁화라는 꽃 이름은 생소했지만 막상 꽃을 보니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꽃이었다. 덴마크 무궁화는 ‘하와이안 히비스커스’를 개량한 품종이라고 한다. 우리의 ‘나라꽃’인 무궁화도 히비스커스로 넓게 보면 같은 품종이다. 덴마크 무궁화가 우리나라에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경쟁해서 키우다가 지금은 하신농장에서 독점 재배하고 있다. 많은 꽃들 중에 왜 덴마크 무궁화를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우선 꽃이 크고 화려해서 한 송이만 피어도 화분이 꽉 차 보여요. 꽃알도 많고, 하나가 지면 또 다른 꽃이 연이어 피죠. 그래서 3월부터 11월까지 꽃을 볼 수 있어요. 잎도 광택이 있어서 고급스럽고, 실내나 베란다에서 월동이 가능해서 키우기 어렵지 않아요. 그래서 관상용으로 한국시장에 잘 맞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자식 자랑하듯 강씨의 덴마크 무궁화에 대한 자랑이 길게 이어진다. 2000평 규모의 시설비닐하우스 안은 입구에서 건너편 끝까지 생육 단계에 따라 분류된 화분으로 채워져 있었다. “비닐하우스가 제법 넓은데 실내의 온도와 습도, 환기 등은 어떻게 조절하나요?” “덴마크 무궁화는 습도가 높은 걸 좋아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 주는 게 좋아요. 온도는 20도에서 25도를 유지합니다. 통풍도 잘 되도록 주기적으로 천창을 열어서 환기시킵니다. 농장을 한정된 인원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조절 장치들은 어느 정도 자동화돼 있어요. 예를 들어 적정 온도를 미리 설정해 놓으면 그 온도보다 낮아지면 보일러가 자동으로 돌아가고, 높아지면 부저가 울리는 식이죠. 물을 주면 자연스럽게 습도가 올라가지만 그래도 적정 습도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기도 합니다.” 그녀의 말에는 전문가의 확신과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강씨는 열여섯 살에 중국 푸젠성 장저우로 유학을 갔다. 중국이 좋아서 한번쯤 중국에서 살아 보고 싶어서 무작정 떠난 유학이었다. 한국인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그곳에서 그녀는 2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한국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유학길에 올랐지만 처음엔 학교 교육 과정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중국의 옛 한시들을 외우고, 화학 원소들을 중국어로 익혀야 했다. 아침 7시에 시작된 일과는 밤 10시가 되어야 끝났다.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장저우에 대한 추억을 물으니까 망고 얘기를 먼저 꺼낸다. 장저우 시내 가로수가 망고나무였는데 나무에 달린 망고는 국가 것이라서 딸 수 없지만 떨어진 망고는 누구나 가져갈 수 있었다고 한다. 길을 가다가 잘 익어서 떨어진 망고를 발견하면 운이 좋은 날이었다고. “본격적으로 화훼농장을 해 보리라 결심한 것은 언제부턴가요?” “중국 유학에서 돌아온 후 잠깐 직장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어디에 얽매어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제겐 좀 답답하더라구요. 부모님이 하시는 일을 이어받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열심히 하면 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엇보다 꽃을 만지고 심는 게 좋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해 봤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한국국립농수산대에 진학하게 되었고 대학을 다니면서 평생 화훼 농사를 해야겠구나 마음을 굳혔어요.” 국립농수산대는 2학년 때 10개월간 의무적으로 현장 실습을 나간다. 강씨는 네덜란드 ‘피마바우스 농장’으로 실습을 나갔다. 꽃이 피는 ‘호야’(덩굴성 상록다년초)를 기르는 농장이었다.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그녀는 선진 농법과 첨단 관리시스템을 익혔다. 꽃박람회를 참관하는 등 장차 화훼농으로서의 시야를 넓혔다. “농사를 지으면서 제일 걱정하는 게 있다면 뭘까요? 다른 농사는 대체로 판로를 걱정하던데.” “솔직히 판로는 크게 걱정 안 해요. 잘 키우면 판로는 있다고 믿어요. 그러니까 무엇보다 잘 키우는 게 중요하죠. 또 화훼는 한 품종이 끝나면 다음엔 어떤 품종을 선택할까 계속 고민해야 해요. 단순히 지금 농사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 또 그다음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 힘들어요. 자료를 찾고 정보를 수집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야 하죠. 이것 때문에 힘들지만 이것 때문에 재밌어요.”경기 고양시 하신농장을 음성으로 확장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이미 10년 전에 강씨의 아버지 강종희(53) 하신농장 대표가 농장을 확장하려고 했다. 땅을 확보해 놓고도 일손이 모자라서 비닐하우스 뼈대만 세우고 방치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에 강씨가 결혼을 하고 남편 임상학(28)씨와 음성으로 내려와 정착하면서 농장을 확장했다. 둘은 같은 대학에서 만났다. 임씨는 축산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하신농장에서 화훼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하신농장은 일종의 가족 농장 형태를 띠고 있다. 중요한 일은 모두 모여 회의를 통해 결정하지만 각자 맡은 일은 나뉘어져 있다. 강씨는 정보를 수집하고 홍보를 책임지고 있다. 남편 임씨는 재배를 담당하고 있고, 남동생 신구(25)씨는 판로를 책임지는 판매실장이다. 어머니 이정희(50)씨는 구매 담당이다. 물론 이들의 중심에는 강종희 대표가 있다. 그는 평생 화훼 농사를 했다. 아이디어가 풍부해서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먼저 시도했고, 덕분에 좋은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홍수가 나서 한강 둑이 무너졌을 때 고양 하신농장의 피해도 컸다. 난 화분이 물에 다 잠긴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강 대표는 유럽을 둘러보고 화훼시장의 눈을 넓혔다. 돌아와서 ‘안시리움’(아메리카 원산지의 관엽식물)으로 다시 시작했다. 화훼농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강 대표에게 들어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입니다. 요즘같이 정보가 오픈되어 있는 때에 기술이나 재배 방법은 비슷비슷합니다. 남들과는 다른 아이디어가 있어야 생산자로서 위치를 유지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중간 상인에게, 소비자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게 됩니다.” 강씨가 화훼 농사를 하겠다고 선뜻 결심한 데에는 이런 든든한 아버지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성 하신농장에서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덴마크 무궁화는 키가 1m 30㎝쯤 된다. 중간에 지주(支柱)를 세워서 기존의 덴마크 무궁화보다 키를 키웠다. 도매상에게 샘플을 보냈을 때, 키를 좀더 키웠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이런저런 궁리와 시도 끝에 지주를 이용한 지금의 재배 방법을 사용하게 됐다. 이 방법은 가지가 나오기 전에 잎을 계속 따주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또 모든 덴마크 무궁화를 이렇게 재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품종이 따로 있다고 한다. 재배 과정이 번거로운 대신 수형이 독특해서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다. 키가 크기 때문에 개업 축하나 행사장에 사용되는 관엽식물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지주를 세워서 키를 높게 한 덴마크 무궁화를 선보이는 것은 전 세계에서도 하신농장이 처음이다. 덴마크 본사에서 거래처 현지 방문차 와서 보고 덴마크 무궁화의 변신에 흡족해했다고 한다. 몇 년 동안 경쟁을 통해 독점계약까지 체결하게 된 배경에는 하신농장 식구들의 이런 노력이 숨어 있다. 화훼 농사도 1년 내내 병충해를 주의해야 한다. 생육 과정마다, 계절마다 병충해가 있다. 병충해를 입지 않으려면 주기적으로 약을 치고 현미경으로 확인해야 한다. 눈으로 확인되기 전에 미리미리 대처해야 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화훼는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어요. 비닐하우스가 자동화돼 있지만 규칙적으로 온도계와 습도계를 확인하고 체크해야 해요. 기계도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외국에서 들여오는 상토도 밖에서 뜯고 사용하기 전에 미리 다 소독을 합니다. 거기에 어떤 벌레 알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죠. 만약 병충해에 노출되면 한 배드를 다 버려서라도 피해를 막아야 해요. 화훼 농사는 한 번의 작은 실수로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어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에만 매달린다는 강씨의 말이 와닿았다. 화훼 농사는 비전이 있는 편이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꽃 소비도 증가한다. 집 안에 꽃을 두는 것을 가구를 놓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긴다. 예전보다 꽃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다. 중국 시장도 크고 러시아나 일본 시장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신농장은 올해 매출 목표를 고양농장 5억원, 음성농장 5억원 등 총 10억원으로 잡고 있다. 강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어가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정환이네 집’ 사진이 캡처돼 있다. 사진 속 계단 양옆으로 붉은색 동그라미 두 개가 보인다. 그 동그라미 안을 자세히 보면 덴마크 무궁화 화분이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거기에 어떤 꽃이 있는지 신경을 쓰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강씨의 눈에는 덴마크 무궁화 화분이 보였던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놓치지 않았고 자랑삼아 그 장면을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덴마크 무궁화에 대한 애정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긍지가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가을 음성 하신농장에 심겨진 덴마크 무궁화가 올해 첫 출하를 앞두고 있다.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강씨는 요즘 기대와 긴장 속에서 지낸다. 하신농장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화분들은 사무실에, 행사장에 혹은 어느 집 베란다에 놓일 것이다. 손바닥만 한 붉은 꽃이 주위를 환하게 만들 것이다. 무궁화라는 이름처럼 꽃 하나가 지면 다른 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꽃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글쓴이 소설가 강진 2007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건조주의보’로 등단. 소설집 ‘너는, 나의 꽃’, ‘피크’(공저), ‘캣캣캣’(공저) 등.
  • 동부지법 떠나고 손님 끊겼는데 1만명 생계대책 손놓은 기관들

    동부지법 떠나고 손님 끊겼는데 1만명 생계대책 손놓은 기관들

    송파 문정동 신청사 이전 완료 주변 임대료 자양동의 3배 넘어 식당 등 자영업자 이사 못 가 서울시·광진구·법무부·대법원 12년째 부지 활용안 도출 못해“여기서 30년 장사를 했는데 이렇게 장사가 안 된 건 처음입니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고 앞으로 더 줄 것 같은데 아직 개발 계획도 없다니 앞날이 막막합니다.” 8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서울동부지방법원·검찰(동부지법·지검) 구청사 인근에서 만난 안모(35)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동부지법·지검 근처에서 2대째 이어온 안씨의 식당은 한산했다. 45년간 지켜온 동부지법·지검이 지난 6일 송파구 문정동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식당엔 손님이 뚝 끊긴 탓이다. 안씨의 고민은 쉬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지법 부지를 소유한 대법원, 동부지검 부지를 갖고 있는 법무부, 서울시, 광진구 등 유관기관들이 구청사 부지 개발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구 청사가 있었던 7만 8147㎡ 땅에는 빈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대법원이 파견한 직원 2명만 닫힌 철문 앞을 지킬 뿐이다. 10일부터 광진구가 관리를 맡을 예정이지만 구도 부지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청사 이전이 2005년 6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확정된 것을 감안하면 12년간 부지 활용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한 셈이다. 이날 동부지법·지검 앞에는 청사 이전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민원인들이 닫힌 철문에 붙은 청사 이전 안내판을 보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꽤 보였다. 이 지역에서 19년간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한 안모(66)씨는 “지금은 그나마 청사 이전 사실을 모르고 찾아온 상담 고객이라도 있지만 곧 있으면 이런 분들도 없을 것”이라며 “사무실을 신청사 쪽으로 옮기고 싶어도 임대료가 3배 이상 비싸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무실을 아예 접을 생각도 있다고 했다.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5)씨도 “(동부지법·지검이) 이사 가고 나서 하루 10만원도 못 팔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광진구에 따르면 구청사 주변에 있는 식당, 법무사, 변호사 등 개인사업체는 2500여개, 관련 종사자 수는 1만명 수준이다. 구 관계자는 “임대료 때문에 동부지법·지검과 함께 문정동으로 이전하거나 이전을 계획 중인 자영업자는 전체의 10%도 안 된다”며 “현재 법무부와 구청사 활용 방안을 두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구 신청사 건립 계획도 검토하고 있지만 법무부 측과 논의조차 안 된 상태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구글 스트리트뷰’로 지구온난화 막는다?

    ‘구글 스트리트뷰’로 지구온난화 막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의 관측결과에 따르면 ‘2016년은 기후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음모론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조작된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엄연한 사실이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매년 폭염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은 열대지방은 물론 사람과 차량, 각종 건축물이 몰려 있는 도심지역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도심 거리나 건물 옥상에 나무를 심는 등 녹화사업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들은 다른 지역보다 평균 온도가 높은 열섬효과가 쉽게 나타나는 도심지역에 그늘을 제공하고 나뭇잎의 증발 효과로 주변 열을 빼앗는 냉각효과까지 있다. 실제로 산림청은 도심 숲은 여름 한낮의 평균 기온을 3~7도 낮추고 평균 습도는 9~23%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가로수로 많이 활용되는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하루 평균 15평형 에어컨 10대를 7시간 가동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국립기상과학원도 2013∼2015년 동안 도심 녹지율이 높은 서울 강남 선정릉과 주변 상업지역의 여름철 기온을 측정했다. 그 결과 6~8월 오후 4시 선정릉 중앙은 평균 27.8도, 주변 상업지역은 이보다 2.8도 높은 30.6도를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이런 녹지로 인한 주변지역 온도 강하 영향거리는 300m 내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도심 한가운데에 크기가 큰 녹지를 하나 조성하는 것보다는 작은 크기의 여러 개의 녹지를 곳곳에 조성하는 것이 도시열섬 효과와 지구 온난화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도시계획에서 녹지조성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싱가포르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가 함께 만든 미래도시연구소 연구진이 10만 장에 가까운 구글 스트리트뷰를 활용해 도심 에코시스템을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누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해 비교적 정확한 녹지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녹지가 도시 전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량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ETH 미래도시연구소는 구글 스트리트뷰에서 추출한 10만 개의 이미지를 활용해 싱가포르 전체 도로의 80% 이상을 50m 간격으로 쪼갠 뒤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복사열과 녹지 분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나무가 우거져 차양처럼 도로 위를 덮을 정도로 늘어져 있는 경우 태양복사열의 지표 도달 정도가 낮아져 지표면의 온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비가 내려 발생하는 도심 홍수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나무에 의한 ‘녹색 차양’의 면적이 지표면 온도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나무 차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도심 녹화가 진행된다면 폭염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강조하고 있다. 또 연구진은 구글 스트리트뷰를 이용해 계절에 따라 변하는 도심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역의 계절별 도시계획을 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터 에드워즈 미래도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럽이나 온대지역에서도 이 같은 효과는 관찰되지만 싱가포르 같은 열대지방의 도심에서 나무는 그늘을 제공해 사람들에게 쾌적함을 주는 등 녹화 효과는 더 크다”고 설명했다. 에드워즈 박사는 “이번 연구는 많은 사람에게 공개된 구글 스트리트뷰라는 정보를 이용해 가로수가 제공하는 그늘의 양이나 태양복사열 연구를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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