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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언내언] ‘만추의 여인’ 문정숙

    그 유명한 영화 ‘만추’(李晩熙 감독)를 나는 보지 못했다.깊어가는 가을의 공원,쓸쓸한 벤치.주변엔 낙엽이 딩굴고 또 바람에 우수수 지고...바바리코트 깃을 올리고 벤치에 앉아 누군가 기다리는 우수에 젖은 여인.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만추’를 본 사람들의 가슴을 아직도촉촉하게 적셔주는 이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이다.이 영화가 개봉됐던 60년대에는 영화관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는 학생신분(게다가 한심한 ‘범생’)이었고 성인이 되고나서도 한참동안 한국영화에 대한 불신이 컸던 탓이다.그럼에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문정숙(文貞淑)씨의 서늘한 눈매,우수와 정열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는 내 가슴속에도 뚜렷한 각인을 남겼다. 그가 출연한 영화의 스틸 사진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드문 배우였기때문이다.‘7년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환풍구 위에 선 마릴린 먼로의 모습도 강렬하지만 문씨의 경우는 뒷 모습을 담은 한 컷의 사진 만으로도 숨을멈추게 한 미국의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과 더 닮았다고 할수 있다. 새봄이 오는 길목을 ‘만추’의 여인이 떠나갔다.한국영상자료원이 6일부터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영상자료원 시사실에서 ‘문정숙 회고전’을 열려던 참에 주빈이 개막식에 참석도 못하고 간 것이다.‘만추’의 여인에겐 그것이 더 어울리는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남은 사람은 그 뒷모습에 또 다시가슴이 젖는다.문씨의 별세를 전하는 기사들은 그가 1927년 평북 선천에서태어나 북한의 공훈배우까지 지낸 언니 문정복씨의 영향으로 연극무대에 섰다가 영화에 데뷔해 30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고 쓰고 있다.그러나 지난 80년대 초 한 신문인터뷰에서는 400여편에 출연했다고 그 자신이 말한 것으로나온다.데뷔작품도 52년 신상옥(申相玉) 감독의 ‘악야’와 56년 유현목(兪賢穆) 감독의 ‘유전의 애수’ 등 각각 다른 기록이 뒤섞여 있어 혼란스럽다.아직 체온이 느껴지는 스타의 기록이 이처럼 부정확한 것 또한 쓸쓸한 느낌을 안겨준다. 기록에 무관심한 우리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워낙 많은 작품에 출연한 탓에데뷔작을 그 자신 착각했을 가능성도없지 않다.그러나 생전에 그가 자신의대표작으로 꼽은 작품이 ‘만추’가 아니라 같은 감독의 ‘시장’이었다는사실은 흥미롭다.‘만추’는 홍성기(洪性麒) 감독의 ‘실락원의 별’‘애원의 고백’,이강천(李康天) 감독의 ‘나는 속았다’,권영순(權寧純) 감독의‘흙’,이만희 감독의 ‘주마등’‘귀로’‘검은 머리’‘7인의 여포로’ 등과 함께 “기억되는 작품들” 중 하나로 꼽았을 뿐이다.‘만추’도 ‘시장’도 네가필름이 없어져 버려 고인의 뜻을 헤아리기 어렵게 됐지만 그를 다듬어 낸 이만희 감독처럼 그도 한국영화의 한 신화(神話)가 될 것은 분명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임영숙 논설위원
  • [기고] 진정한 자치는 분권화로부터

    작은 농촌의 행정책임자로 일하면서 권력의 중앙집권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고 권력의 분권화라는 지방자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자치제 실시로 지역사회는 변화를 실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서비스 경쟁을 시작하고 자치단체 스스로 지역경제 활성화,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지역개발이 활발히 추진되면서 자치단체 사이에 자율 경쟁의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또한 지방행정에 깊숙이 남아있던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모습도 민주적으로 바뀌고있다. 하지만 진정한 자치를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자치권이 확대되고,자치단체 내부의 권력집중이란 새로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자치단체 권한이양 문제부터 보자. 정부는 지방의 자치역량 부족을 이유로 아직까지도 인사권,조직권,재정권 등 자치권의 확대문제에 소극적인 것같다. 그런데, 정부의 권한이 지방에 적절하게 이양되고 이에 필요한 재정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쪽 자치가 지속될 수밖에없다.또한 자치행정 조직과 관련,필요성의 최소한 범위에서만 행정자치부와 사전 협의하고,나머지조직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특성있는지역발전이 가능하다. 이것 못지않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바로 자치단체 내부의 권력집중이라는 새로운 중앙집중화 현상을 극복하는 일이다. 최근 방송보도에는 자치단체장이 갈 곳이 너무 많아 행정의 공백이 걱정될지경이라는 내용이 많이 나왔다.이런 보도가 자주 나왔으면 한다.사실 단체장들은 결재와 행사 참석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다. 어떤 단체든 행사를 하면 그 지역 시장 군수가 참석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시장군수는 참석하지 않으면 나중에 표를 얻는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신속한 서비스 행정을 위해서는 결재단계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지만,전결권 규정에 관계없이 조금 어려운 일이다 싶으면 과장,부군수를 통해 군수에게까지 결재가 올라온다. 시장 군수도 새로운 시책을 추진하는 데 오류가 얼마든지 있고,어떤 시책은추진하고 있는 다른 시책과 상충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부단체장이나 실과장의 지시도 마찬가지다.그런데 직원들이 이런 지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풍토는 아직 보장되어 있지 않다.여기서 낭비와 비능률이 잉태되는 것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지방자치의 정신에 위배되는 또 다른 권력집중과 다름없다.진정한 자치는 참여에 있고,권리 주장과 함께 책임의식을 가져야 확실히 정착될 수 있는 것이다.건의사항만 있고 주민이나 시민단체가 해야할 책임을뒤로 미루는 것은 자치정신에 맞지 않다. 자치단체 내부에서 이뤄지는 권력의 분산,이것이 제대로 될 때 참여자치라는 시대적 과제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주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위해선 일정 수 이상의 주민이 직접 의안을 의회에 상정할 수 있도록 주민발안제와 주요 현안을 주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주민투표제를 도입하고,시민단체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일도 필요하다. 시민단체는 비판 감시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집행기관의 외곽 정책 자문기구 기능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단체장 혼자 권력을 갖고 책임을지는 행정은 자치행정이라 볼 수 없다. 남해군은 주민과 각계의 전문가로 2000기획단을 구성하고 여기서 제안된 시책을 군정에 반영하고 있다.또 주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지역주민의 창의적인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주민이 감사대상을 지정해 감사를 청구하면 즉시 감사에 나서는 주민감사 청구제,군 발주 공사의 부실을 막기 위해 해당공사에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민을 명예감독관으로 임명하는 주민 명예감독관제도도 자차단체 내부의 권력분산을 위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자치역량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치권을 제한하려는 것에 맞서 보다 많은 자치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자치단체 내부의 권력집중을 막야야 한다.주민과 공무원이 자치시대에 걸맞는 책임의식과 참여의식을가질 때 단체장도 지역발전을 위해 차분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날 것이다. 김 두 관 남해군수
  • 뉴스피풀 3월9일자

    대한매일신보사가 발행하는 최고급 시사주간지 ‘뉴스피플’ 최신호(3월9일자,2월29일 발행)는 코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를커버스토리로 다뤘다.민주국민당의 창당으로 ‘1여3야’ 구도로 나뉜 정국과민심의 향배를 꼼꼼하게 점검해 봤다.아울러 흑색선전,금품공천설 등 혼미·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총선정국의 모습도 긴급 점검했다. 코스닥 시장과 관련,‘묻지마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상과 전망 등을집중 취재했으며 최근 젊은 층의 구입이 늘고 있는 비아그라의 인기비결과후끈 달아오른 조루증치료제 시장의 이야기 등도 밀착 취재했다. 또 미래의 문화를 주도해갈 마인드 바이러스의 실체를 짚어봤다.미래사회의문화를 창출하는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밈(meme)’이란 복제단위로 보는,이른바 ‘밈학(memetics)’이 국내에서도 서서히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스타 시스템’에 멍들고 있는 인기 연예인과 언더·인디 가수들의 뒷이야기도 자세하게 실었다.또 한반도에서는 유일한 고구려비인 중원고구려비의최초 판독작업으로 얻게 된 새로운 사실들도 흥미로운 읽을 거리다
  • 사진에 담은 시골장터의 정겨움/ 그리고 구멍가게가 생기기 전에는?

    현대인들에게 ‘시골장터’의 풍광들은 ‘아늑한 마음의 고향’이다. 시인 안도현씨와 사진작가 이흥재씨가 펴낸 ‘그리고 구멍가게가 생기기 전에는?’(실천문학사)는 이같은 시골 장터의 정겨움을 듬뿍 담고 있다. 시골장터에는 뜨거운 국밥이 있고 새벽같이 내온 곡물과 야채가 바닥에 펼쳐져 있다.어물전의 비릿내와 장사꾼들의 시끌벅적한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이 모든 것은 도시인의 가슴속에 잠자던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준다. 책에는 이씨가 전국의 시골장터를 누비며 찍은 50여컷의 사진과 안씨의 에세이가 어우러져 있다. 안씨는 “무선호출기를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고 휴대폰을 하루종일 갖고 다니는 편리함을 누리는 우리 시대의 모든 이가 외롭다고 말한다”면서 “왜그럴까”하고 되묻는다.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분명하다.사람들이 장터를 멀리하고 백화점 셔틀버스에 몸을 실으면서 현대인의 외로움이 심해지고있다고 주장한다.값 7,500원. 정기홍기자
  • [사설] ‘국민의 정부’ 2주년에 부쳐

    김대중(金大中)정부가 출범한 지 25일로 2주년을 맞는다.이 정부의 탄생에환호했던 사람들에게나 반대자들에게나 다같이 감회가 적지않을 것이다. 새 정부는 불운하게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는 미증유의 국난(國難)과더불어 출발했다.모두가 불안하고 앞이 캄캄하기만 했었다.정치적으로도 반대자가 많은 정부가 어떻게 굴러갈지 저으기 염려스러운 데도 없지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IMF 터널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는 안도감과 소수정부도 운영될 수 있다는 위안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정치적인 반대자들의비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이 정부의 업적을 대단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칠전 한 일간지가 조사한 것을 보면 국민의 73.7%가 김대통령이 2년간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와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이른바 기득권 세력의 생리적인 저항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없지 않다고는 해도 지지세력의 이반현상도 감지되고 있고,사안에 따라 정치력 부재라는 평판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해서도 안될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이른바 ‘20대80’ 사회로양분되고 있는 현상은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IMF 사태 극복과정에서파생된 현상이기는 하나 중도보수론을 내세웠던 정권 아래서 중산층이 무너졌다는 ‘결과’는 이 정부가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가의 잣대가 될 것이다. 중산층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감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생산적 복지’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제도적 장치를 확대해야 하고 장기간에 걸친 그릇된 부의 세습도 차단돼야 한다. 시장경제는 옳지만 시장의 폭력성에도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분배문제는정의사회 실현의 관문이다. 다음으로는 정치력 문제다.정권 초기 여소야대란 기초적 한계가 있었고 야당의 비이성적 반대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정치권을 전체적으로 아우르고이끄는 힘이 모자랐다는 평가도 있다. 총선후면 4당 구조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경우에 따라서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반대자와일일이 맞서 싸울 게 아니라통합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총선이 끝나면 때이른 대선정국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내각제 문제와맞물려 어떤 형국이 될지 알 수 없으나 정권 재창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역대정권에서의 교훈과 함께 결국 ‘업적’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것이다.대통령의 힘은 국민의 지지 여부에 달려 있다.그리고 국민의 지지는정권의 도덕성과 공정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재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중국서 피랍 조명철씨‘악몽의 18시간’

    지난 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중국교포 납치단’의 마수에 걸렸다가 18시간만에 극적으로 탈출한 전 김일성대 교수 조명철(趙明哲·40·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씨는 당시를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듯 고개를 흔들었다.20여일이 지났는 데도 손목에는 시뻘건 포승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지난달 30일 동료 연구원 정모씨(39)와 함께 경제교류 및 동북아경제협력등에 대한 자료 수집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조씨는 1일 밤 11시쯤 정씨와 차를 한잔 마시기 위해 방을 나섰다.때마침 저녁식사를 했던 음식점 앞에서 20대 중반의 중국교포 여종업원을 만났다.그녀는 “동포이니 안내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밤 11시가 넘어 찻집들은 문을 닫았고,여종업원이 안내한 곳은 오피스텔로 보이는 건물의 2층이었다.사무실인 듯했다.여종업원은 “오빠들이 오니 합석하자”고 말했다.잠시 뒤 삼십대 초·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2명과 이십대 중반의 여자가 나타났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남자 2명이 조씨와 정씨를 때렸고,순간 정신을잃었다.깨어보니 눈과 입이 테이프로 가려졌고 손과 발도 포승줄로 묶인 상태였다.조씨는 북한의 공작원들이 자신을 납북하려는 것으로 알고 눈 앞이캄캄해졌다.그러나 그들은 돈을 요구했다.일단 북한 공작원이 아니라는 사실에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들은 미화 50만달러를 요구했다.조씨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한국의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급한 일이 생겼다”며 6억원을 자신의 은행 계좌로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입금이 되지 않자 범인들은 조씨와 정씨의 온몸을 마구 때리고 흉기로 상처를 입히며 위협했다.조씨는 평소 거래하던 S은행 모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계좌에 있던 주택 구입자금 2억5,000만원을 범인들이 지정하는 환전상 장모씨의 어머니 계좌에 입금했다. 3일 오후 5시쯤 환전상이 조씨의 여권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자 범인들은 조씨의 왼쪽 가슴에 테이프로 담배값만한 폭탄을 달며 “허튼 짓 하면 죽는다,탈출해도 서울에서 죽는다”고 위협했다. 남녀 범인 2명과 호텔 로비에 도착한 조씨는 옆에 바짝 붙어있던 사내가잠시 떨어진 틈을 타 범인의 이동전화를 땅에 내동댕이치면서 사내에게 일격을 날렸다.이어 도망치는 여자 범인도 잡아 “강도다”라고 중국어로 소리쳤다. 로비에 있던 중국 공안국 직원들은 바로 달려와 범인들을 잡고 조씨의 왼쪽 가슴에 달린 폭탄을 제거했다.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중국 공안국의 조사 결과 다행히 폭탄으로 위장한 습도계임이 밝혀졌다.정씨도 비슷한시각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쳤다.조씨는 다음날 오전 한국으로 서둘러돌아왔다. 전영우기자 ywchun@
  • 풍자극 2편 ‘정치의 계절’ 정치 코믹질타

    4월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 바람이 거센 가운데 우리 정치 현실을 곱씹어보게 하는 연극이 2편 내달 1일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극단 아리랑의 ‘기호0번 대한민국 김철식’(최일남 원작,방은미 연출)과 극단 작은신화의 ‘타르튀프?’(몰리에르 원작,반무섭 연출).‘기호0번…’이1940∼70년대 외곬수 정치인 김철식의 입을 빌려 요즘 선량들의 행태를 직접 꼬집는 반면 ‘타르튀프’는 중세시대 사기꾼 타르튀프의 권모술수를 통해위선적인 정치인 면모를 우회적으로 풍자한다. 4월30일까지 대학로 아리랑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기호0번…’은 작가 최일남의 소설 ‘숙부는 늑대’를 각색한 작품.주인공 김철식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4·19혁명까지 격동의 정치상황에서도 끝까지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살다간 ‘외로운 늑대’같은 인물이다. ‘애국청년단’을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치고,몽양 여운형의 암살범을 잡겠다고 무작정 상경하는가 하면,오로지 나라를 위해 몸뚱이 하나만 믿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그의 행동은 얼핏 돈키호테처럼 보이지만 요즘 정치인에게서찾기 힘든 순수한 열정과 살아 있는 양심을 느끼게 한다. 세번 출마해 번번히 낙선한 그의 삶은 세속의 잣대로 보면 실패한 인생이지만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점이라고 극은 주장한다. 연출자 방은미는 “정의감과 사람 사랑이 넘쳐나는 김철식같은 인물이 이 시대에 필요한 참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를 통해 2000년대를 사는우리 모습도 함께 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오봉산 불지르다’에서 열연한 박철민이 김철식 역을 맡아 특유의 걸죽한 입담과 감칠맛나는 연기를선사한다.(02)741-5332. 대학로 혜화동1번지소극장에서 3월12일까지 공연하는 ‘타르튀프’는 종교적 위선자를 묘사한 17세기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걸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했다.당대 최고의 사기꾼이자 바람둥이인 타르튀프가 위선과 허풍을이용해 맹신과 불신을 오가는 극단적 성격의 오르공집에 머물게 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타르튀프는 오르공의 눈을 피해 아내와 딸까지 유혹하고 마침내 재산까지 빼앗을 음모를 꾸민다.맹신에 눈이 먼 오르공과 그의 어머니는 아내와 딸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모르게 하는 죄는 죄가 아니다’라는 타르튀프의간계에 넘어간다. 극은 거짓 신자인 타르튀프의 위선보다 오히려 그에게 속아넘어간 경솔한 오르공과 그 가족에게 초점을 맞춘다.이는 드러난 위선보다 스스로 위선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벌이는 행위가 더 나쁠 수 있기 때문이다.사이비 정치인을 솎아내지 못하는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풍자한 셈이다. 작은신화가 ‘고전넘나들기 시리즈’두번째로 마련한 이번 작품은 시대와장소를 뛰어넘는 몰리에르의 ‘웃음의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02)902-2048. 이순녀기자 coral@
  • 부끄러운 교수들…제자 논문 베껴 평가위 제출

    인하대 체육학과 교수들이 제자들의 석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베껴 자신들의 연구실적 논문 등으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인하대는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김모 교수와 한모 부교수가 지난해 12월 승급심사와 연구실적 평가용으로 이 대학 평가위원회에 각각 제출한 논문이 같은해 2월 교육대학원생 문모,한모씨가 낸 석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김교수는 문씨의 지도교수로 문씨의 석사학위 논문인 ‘최대하 운동시 온도 및 습도 변화가 생리적 변인에 미치는 영향’을 ‘고온에서의 습도변화가운동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제목만을 바꾼 뒤 연구방법 및 결과를 비롯한 일체의 통계자료를 그대로 옮겼다.한 부교수도 한씨의 석사학위 논문인 ‘경직성 양측 뇌성마비아의 보행 특성에 관한 연구’를 ‘뇌성마비아의 보행패턴 분석’으로 바꾼 뒤 한씨의 논문 중 22쪽에 이르는 연구내용과 통계자료,참고문헌을 똑같이 베꼈다. 이들 두 교수의 논문은 사범대 교수들로 구성된 단과대학 평가위원회와 최근 대학본부의 평가관리실의 검증에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채 통과돼 현재 이 대학 교원인사위원회(위원장 부총장)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시베리아 대탐방](10)바르나울市 쿨루트 화훼농장

    *大雪原위에 피운 러 최고의 꽃밭. [바르나울(러시아)김규환 특파원] 시베리아의 중심지 노보시비르스크 남동쪽으로 200여㎞쯤 떨어진 광업·농축산업의 핵심도시 바르나울.서부 시베리아의 대표적 철광석벨트인 벨로네츠크와 인스코예 광산지대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한 이곳은 흐린 날씨에다 건물들마저 우중충해 칙칙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그러나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기분은 금세 사라진다. 바르나울 북쪽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시베리아 유일의 국영 데코라팁트이쿨루트 화훼농장이 있는 덕분이다.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겨울철에도 쉬지 않고 그윽한 꽃향기를 내뿜고있는 이 농장이 ‘대설원(大雪原) 위에 핀 꽃’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냄으로써 인상을 단번에 바꿔 놓고 있다. 농장의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진한 꽃냄새가 코를 찌른다.유리 온실속의 국화·장미·튤립 등 수많은 꽃들과 묘목들이 저마다 자태와 향기를 뽐내며 손님들을 맞고 있는 것이다.10여만평에 이르는 농장안에는 100여명의 화훼전문농업기사들이 이리뛰고저리뛰며 35개동의 온실을 관리하기 위해 바쁜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꽃은 50여종의 꽃과 각종 식물.벨리안즈·임타·레오나라·에벨린 등 국화계통 135개종과 파리·그란드갈라·암바사도르·랑콤 등장미계통 35개종,리기나·카르멘 등 알스트라메리아계통 2개종,런던·포비에라 등의 튤립계통 3개종 등 모두 300여가지의 꽃을 키우고 있다.특히 집에서화분으로 기를 수 있는 꽃도 무려 200여개종에 이른다. 지난 1975년 설립된 데코라팁트이 쿨루트 화훼농장은 당시 2.5ha(7,500평)의 소규모 농장으로 출발했다.혹한에다 일조시간이 한해 1,900여시간에 불과,꽃을 키우기에는 불모지나 다름없어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다.게린그 블라디미르 사장(60)은 “이곳에 화훼 농장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모험이었다”며 “개척하는 심정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이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노력을 통해 혹한과 일조시간의 부족 등 열악한자연환경의 어려움을 극복,러시아에서 꽃의 품질이 가장 좋고 신선도가 뛰어나다는 평판을 얻어 연100만달러(약 11억2,000만원)를 벌어들이는 러시아최고 화훼농장으로 성장했다.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좌절하지 않는 정신력과 화훼전문 농업기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택이다.이들은 ‘식물도 섬세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데,이 감정을 잘 조절해주면 질좋은 꽃을 생산할 수 있다’며 꽃의 관리를자식 돌보듯이 아껴왔다. 라이사 빌라예바 주임기사(여·38)는 “아침에 온실에 들어설 때 마음이 포근하면 장미들이 ‘우리들은 잘 자라고 있어요’라고 반기는 감정을 느낀다”며 그러나 썰렁하면 왠지 ‘우리들이 자라고 있는 환경이 쾌적하지 않아요’라고 불만족을 토로하는 것같다”고 전한다. 두번째 요인은 고지식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신용을 지킨 점이 꼽히고 있다. 조금 비싸더라도 가장 좋은 품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과 얄팍한 술수로 소비자를 속이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세웠다.그래서 판매용 상자에 꽃을 담을 때는 역설적이게도 나쁜 꽃은 위로,좋은 꽃은 아래로 포장토록 하고 있을 정도다.블라디미르 사장은 “상대방이 비록 어려움에 처해도 계속 꽃을 공급,‘한번 맺은 사업 동지는 영원히 버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서비스산업에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인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신념을 보여줌으로써성공을 거뒀다”고 털어놓는다. 현대적인 농장 관리기법도 성공에 한몫을 했다.화훼농장의 운영은 모든 게컴퓨터로 관리된다.컴퓨터 자동 난방장치를 설치한 것은 물론 비료·물·온도·습도·광도(光度) 등의 공급과 조절도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얘기다.빌라예바 주임기사는 “온실 관리는 무엇보다 온도조절이 가장 중요하다”며 “온도 조절을 제대로 못하면 한꺼번에 꽃이 피기 때문에제대로 수확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데코라팁트이 쿨루트 농장은 특히 꽃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장기술만 전담하는 농축산연구소,유전공학의 응용기술을 연구하는 농업연구소 등 이지역 연구기관들과 철저한 분업 및 전문화 체제를 통해 경쟁력도 키우고 있다.블라디미르 사장(60)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원활하지 못해 지금은 국내시장 판로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며 “앞으로는 해외시장 개척에도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농장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옛소련이 붕괴되고 개혁·개방의 바람이 불면서 구조조정의 파고에 시달렸다.95년까지만 해도 직원이 270여명이었으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농업기사를 100여명으로 줄인 것이다.블라디미르 사장은 “지금 생각하면 구조조정으로 수익구조가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곳을 떠난 사람들에게는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전한다. 화훼농장 정문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마한 꽃전시관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이다.30여평 남짓한 이 꽃 전시관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국화·장미 등 여러 꽃들을 전시,손님들에게 팔기도 하고 화훼 바이어들에게 상담을 해주는장(場)이다.꽃을 사러온 세르게이 곤드라치예프씨(40)는 “집안에 행사가 있으면 자주 들른다”며 “이 농장은 바르나울의 자랑”이라고 엄지손가락을치켜 세웠다. khkim@. * 시베리아의 인기 식품. [바르나울 김규환 특파원]시베리아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은 단연 아이스크림과 만두이다.‘마로지나(러시아어로 아이스크림)’라는 간판이 붙은가게 앞에는 어김없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몰려들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마로지나를 사 먹기 위해서다.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이 추운 시베리아의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잘 이해하기 힘들다. 친구와 함께 마로지나를 맛있게 먹고 있던 타냐 주가노바씨(23·여)는 “양에 비해 열량이 높은 데다 너무 너무 맛있지 않느냐”며 “마로지나는 춘하추동 계절을 가리지 않고 시베리아 사람들이 즐기는 일종의 기호품”이라고자랑한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객에게도 마로지나의 인기는 마찬가지다.열차가 역에 정지할 때마다 승객들이 우르르 열차 밖으로 몰려나가 아이스크림을 한아름씩 사가지고 열차 안으로 들어와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먹는 모습을 쉽게볼 수 있다. 특히 마로지나 가게에서는 마로지나광(狂)들이 아이스크림을 10∼20개씩 무더기로 사가는 바람에 커다란 봉지에 마구 구겨넣는 진풍경을 연출한다.하지만 아이스크림이 망가질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온 천지가 꽁꽁 얼어붙은 추운 날씨인 까닭에 그렇게 마구 집어넣어도 마로지나의 모양이 잘 변하지 않는 탓이다. 만두도 시베리아에서는 한끼를 때우는 주요 음식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포장마차와 같은 조그마한 음식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길가의 간이음식점 어디를 가도 쉽게 만두를 사 먹을 수 있다. 시베리아 만두는 우리들이 만두를 빚는 방법과 똑같다.만두의 크기는 추석등 명절에 먹는 조그마한 송편만하다.발음도 만트로 우리 말과 비슷해 정감을 느낄 수 있고,맛도 우리 입맛에 꼭 맞는다.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피요도르 벨레조프스키씨(36)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입맛에도 잘 맞는다”며 “자동차 여행 중에는 자주 만두를먹고 있다”고 전한다. 시베리아 만두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부인 나이나 여사에 의해 더욱 유명해졌다.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부인 라이사 여사의공격형 내조에 식상한 러시아 국민들이 현모양처로 인기를 끈 나이나 여사가‘시베리아 만두를 빚어 놓고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로 알려지면서 서민들의 음식을 대표하는 것으로 평가받은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했다.화교들의 왕래가 빈번해지며 중국식 만두가게들이 시베리아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 다시‘새장’에 갇힌 生佛

    [뉴욕 연합] 지난 1월 중국을 탈출해 인도 북부 접경지역 다람살라에 머물고 있는 티베트 불교계의 제17대 카르마파(生佛)인 우기엔 트린지도르지(14)는 외부인들과 접촉이 엄격히 통제된 사실상의 가택연금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미국 ABC 방송이 최근 현지발로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그의 망명허용 문제가 인도와 중국간의 정치쟁점으로 부각된 가운데 카르마파는 협소한 규토사원에서 산보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통제와 감시를 피해 망명길에 오른 도르지가 또다른 ‘새장’에 갇힌 생활을 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물론 신변안전때문이다. 중국이나 카르마파의 지위와 재산을 노리는 라마교의 경쟁자가 그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현지 경찰의 판단이기도 하다.특히 외국인들은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때문에 그의 경호원들은 카르마파를 접견하려는 관광객들에게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의와 시계는 물론 양말까지 벗도록 하는 철저한 몸수색을 실시하고 있다.심지어 방문객들은 경호상의 이유로 비단목도리를 선물하는 관습도 허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카르마타가 격리선에서 20피트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접촉 자체가 불가능하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소식통들은 카르마파가 사원들을 방문하는데도 제약이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곤충생태 동영상으로 배운다

    서울대공원은 봄방학을 맞는 초등학교 4∼6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오는 20일부터 7일간 대공원 곤충관에서 인터넷과 대형 스크린 등 다양한 영상매체를활용한 ‘곤충교실’을 마련한다. 영상곤충교실에서는 곤충의 세계를 컴퓨터 동영상 등을 통해 볼 수 있으며인터넷을 활용한 사이버자연관찰과 가상체험학습도 경험할 수 있다. 공원측은 참가 어린이들에게 습지 및 연못 생태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환경교육을 비롯,대공원내의 자연을 관찰하는 프로그램도 제공하기로 했다. 오는 14일 오전 9시부터 전화로 480명을 선착순 접수한다.동물원 입장료 1,500원과 교재비 500원외에 참가비는 없다.문의 500-7593. 심재억기자
  • [시베리아 대탐방](8)’사슴 공화국’ 고르노알타이

    [고르노알타이스크(러시아 고노노알타이 공화국) 김규환특파원] 시베리아의중심지 노보시비르스크에서 450㎞쯤 떨어진 산간오지의 고르노알타이공화국.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녹용과 사향 등이 생산되고 있어 ‘사슴 공화국’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알타이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싼 해발 4,000m의 고원지대의 분지인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은 ‘사슴의 나라’답게 사육하는 사슴의숫자가 주민수보다 많다. 산업 발달이 낙후된 이곳은 사육하는 사슴에서 생산된 녹용을 해외에 수출,국가 재정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을 정도다. 수출물량은 매년 20∼25t 정도.수출가격은 품질에 따라 다르지만 1㎏에 1,000달러선.녹용수출로 한해 2,000만∼2,500만달러(약 24억∼30억원)를 벌어들이는 셈이다. 이곳에서 만난 빅토르 로마노프씨(43)는 “우리나라의 최대 산업이자 최고의 외화벌이 사업은 단연 사슴”이라며 “특별한 공산품 제조산업이 열악해조세 수입이 적은 탓에 국가재정의 대부분을 사슴과 관련된 산업의 판매로충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은그러나 국제사회의 야생동물 보호론자들의 ‘주적(主敵)’으로 거론되고 있다.알타이산맥에서 주로 서식하는 사향노루를 남획하고 있다고 보는 탓이다. 하지만 결코 영리를 목적으로 사향노루를 잡는 법이 없다고 고르노알타이주민들은 주장한다.아나톨리 이바노프 국영 카른 사슴목장 사장(42)은 “사슴목장에 사향노루가 침입해 냄새를 퍼뜨리고 다니면 사슴들이 흥분해 서로싸우는 바람에 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향노루를 잡을 수 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인다. 이런 실상을 모르는 극성 동물애호가들이 러시아 정부에 압력을 넣는 바람에 자신들이 괴롭다는 것이다.고르노알타이 공화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압력도 압력이지만,사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한국과 중국에서 진짜와 가짜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진짜 사향을 제값에 팔기 어려운 게 아쉽다”고 털어놓는다. ‘사슴의 나라’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은 해발 4,0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탓에 시베리아에서 유일하게 철도망이 없다.시베리아의 철도종점인비스크로부터 250여㎞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4∼5시간이나 걸리는 지역이다.국토 면적은 9만2,000㎢.한국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겨우 20만명에 불과하다.인구를늘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부인을 여러명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민족 분포는 러시아인이 60%로 가장 많고 순수 알타이인은 30%에 불과하다. 종교는 이슬람교·불교·기독교 등이 혼재하고 있으며,12년째 선교활동을 펴고 있는 여성 선교사 한명이 유일한 한국인이다. 고르노알타이 공화국 초입에 들어서면 70년대 고향을 찾은 듯한 정겨움을느낀다.고르노알타이산 녹용의 80% 이상이 ‘보약을 좋아하는’ 한국으로 들어와 유통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사둔(사돈)·삼춘(삼촌)·밥·옷·말·물·닭·마늘 등 한국말을 듣는 게 아니냐는 착각을 들게 하는 낱말들은 물론,거리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모습도 우리들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시골처럼 때묻지 않고 인심이 좋은 것도 말할 필요도 없다.병이 나면 약재를 달여 먹는 점도 비슷하다.1,850종류의 각종 약초들이 서식하고 있는 덕분이다.그들이 영약으로 꼽는 것은 불로초(?)와 사향,웅담,녹용 등이다.특히불로초와 약초를 캐기 위해 입산하기 전에 산신들에게 제를 올리는 모습은한국의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고르노알타이의 말과 얼굴,전래 풍습 등에서 우리들과 닮은 것은 같은 알타이계통이기 때문이라는 것.그레고리 체쿠라셰프 고르노알타이공화국 경제부장관은 “조상이 같은 알타이계통이어서 외형·언어·문화 등의 부문에서 매우 비슷한 것같다”고 설명한다. 사슴 사육과 함께 주민들은 곰·노루를 사냥하거나 잣을 따 생계를 꾸려 나간다.체쿠라셰프 경제부장관은 “우리 조상은 원래 유목생활을 해 사슴 등동물 사육에 조예가 깊지만,지금은 정착해 사료작물·곡류 재배 등에도 많은사람들이 종사하고 있다”며 “금·아연·철광석 등 광물자원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지만 돈이 없어 이들 자원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인다. 관광산업도 돈벌이의 주요 수단중의 하나다.단풍나무·자작나무·황철나무등이 온갖 색깔로 아름답게 물들즈음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달력 제작자들이 대거 몰려든다.고르노알타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담기 위해서다.겨울철이면 고르노알타이의 모든 산들이 자연적인 스키장화돼 미국과 일본,유럽등지에서 스키 휴양지를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비고,여름철에는 계곡물 타기관광을 즐기려는 카누족들도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룬다.생업이 곰·노루사냥인만큼 수렵관광도 이들이 자랑하는 주요 관광상품이다. *고르노알타이스크 민속박물관 [고르노알타이스크 김규환특파원] 베틀·맷돌·절구통·곰방대·금줄….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의 수도 고르노알타이스크에 있는 민속박물관은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처럼 화려하지도,다양하지도 않다.하지만 이 민속박물관을 찾은 한국사람은 강한 애착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선사시대부터 근대사회에 이르기까지의 우리 조상들의 손때가 묻어난 전래 용품들을 한데 모아놓은 게 아니냐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고르노알타이스크의 중심가에 위치한 민속 박물관은 대지 500여평 위에 지어진 3층짜리 건물.고색창연한 빛을 띤 자그마한 이 박물관 앞은 휴일이면언제나 어머니나 친구들과 삼삼오오 손을 잡고 구경온 어린 학생들로 붐빈다. 박물관 1층에 들어서면 고르노알타이의 어제와 오늘의 생활의 단면이 면면히 담겨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각종 사진들과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왔다는 독일인 기데온 라이만(49)씨는 “이곳으로 오는데 빙판길이어서 되돌아갈 생각도 여러번 했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비록 이곳의 생활수준은 낙후돼 있지만 2,000∼3,000년 전에는 매우 높은 문화수준을 누렸음을 새삼 알게 됐다”고 전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2층에 마련된 고르노알타이 문화사 코너.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한국의 선사시대 및 고대·중세·근세사회로 되돌아간 느낌을준다.전시된 물품들이 한국식 베틀에서 절구통·곰방대·맷돌·아이가 태어난 후 부정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문 앞에 걸던 금줄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우리들에게 익숙한 전래용품들이다. 문화사 코너를 돌아가면 고르노알타이의 선사시대의 삶을 담아낸 각종 장비들도 발길을 잡기에 충분하다.특히 돌도끼 등 각종 사냥 도구와 선사시대의토기,기원전 6∼7세기 때의 장례풍습과 물품이 전시돼 있다.친구들과 함께구경온 니콜라이 자바스키군(13)은 “조상들이 이런 물건들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며 “지금 사용하는 것들도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우리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이곳에서 와서 느꼈다”고 말한다. 3층으로 올라가면 알타이산맥에서 서식하는 각종 동물들의 박제품들이 전시된 선사시대 동물박제품 코너.곰·독수리·올빼미·여우·노루·오소리·사슴·산양 등의 박제품은 마치 살아움직이는 것 같아 이국(異國)나그네의 눈을 매료시킨다. 특히 최근 시베리아 북부 타이미르반도 하탕가지역의 얼음 속에서 발견된 2만년 이상된 털북숭이 매머드처럼 수천∼수만년전의 매머드뼈와 원시인들의뼈가 조금도 훼손되지 않고 보관돼 있어 인류사나 고고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 선사시대 동물코너를 지나가면 유명작가들이 고르노알타이의 풍물을소재로그린 각종 판화와 그림 등 여러가지 예술작품들이 반긴다. 유명한 러시아 판화작가인 초로소 쿠르겐의 작품 50여점과 쿠르겐의 제자들의 작품과 고르노알타이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소재로 그린 추발코프의 유화 30여점이 그것들이다.
  • [미리보는 4·13총선](3) 전국정당화 (중) 부산·울산·경남

    부산·경남(PK)은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4·13총선을 계기로전국정당화를 노리는 여권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반여(反與)정서의 벽이 높다.특히 삼성자동차 처리와 함께 지방은행·종금사 등의 잇따른 부도로 인한 민심의 동요가 총선 표심(票心)을 흔들고 있다. 선거구 획정 결과 44곳에서 38곳으로 줄어든 지역구 가운데 한나라당 현역의원이 버티고 있는 곳은 31곳.한나라당은 나머지 7곳에도 지명도가 높은 인물을 출전시켜 ‘완승’을 거두겠다는 게 목표다.갑·을 선거구가 통합된 동래·남·금정·사상 등 부산지역 4곳의 현역의원 가운데 일부를 다른 전략지역에 출전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여권은 현재 여당의원이 차지하고 있거나 공석(空席)인 지역구를 거점으로 ‘PK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지명도 높은 여권 후보의 선전(善戰)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권이 구상하는 ‘PK 돌격선’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의원의 부산 북강서을에서 시작해 서석재(徐錫宰)의원의 사하갑,김운환의원의 해운대 기장갑,김정길(金正吉)전청와대 정무수석의 영도,자민련 김동주(金東周)의원의 해운대기장을 등으로 이어진다.갑을 선거구가 통합된 민주당 이규정(李圭正),자민련 차수명(車秀明)의원의 울산남,민주당 김태랑(金太郞)의원의 경남 창녕밀양으로 공세의 축이 연결된다. 치열한 접전지역으로는 김정길 전수석이출마한 부산 영도를 꼽는다.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의원과 무소속 김용원(金龍元)변호사 등과 3파전 구도가 형성돼 있다. 여야의 대립구도를 벗어난 돌출변수도 도사리고 있다.물갈이 여론을 업은 30∼40대 무소속 군단이 총선구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부산지역 출마예상자 가운데 30∼40대 정치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가깝다.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의 각개약진식 출마가 일부 선거구의 판세를 혼전으로 몰고갈 수 있다.38곳의 지역구에 한나라당 공천을 공개 신청한 인사만 110여명이나 된다. 지역특성상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행보도 만만찮은 변수다.YS계 출마자의 공천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김전대통령간 갈등이 재연되면 총선구도는 복잡해진다. YS계 인사로는 강삼재(姜三載·마산회원)·김동욱(金東旭·통영고성)·박종웅(朴鍾雄·사하을)의원을 비롯,김광일(金光一·해운대기장갑)·오규석(吳奎錫·해운대기장을)·최광(崔洸·사하갑)·조홍래(趙洪來·의령함안)·김우석(金佑錫·진해)씨 등 10여명이 출사표를 낸 상태다. 민주당이 눈독을 들이는 박찬종(朴燦鍾)전의원의 거취와 울산지역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활약도 관심거리다. 박찬구기자 ckpark@ *[집중조명] 부산 북강서을 현역인 무소속 한이헌(韓利憲)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선거구다.때문에 민주당이 ‘PK공략’ 1순위로 꼽고 있다. 15대 지역구인 서울 종로를 뒤로 하고 부산을 선택한 노무현(盧武鉉)의원의 높은 인지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노의원은 부산지역의 연고성을 부각시키며 “동서화합의 물꼬를 마련하겠다”고 바닥표를 훑고 있다. 노의원은 지난 13대 총선때 부산 동구에서 허삼수(許三守)전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95년부산시장 선거때는 문정수(文正秀)전시장에게 석패(惜敗)한 경험도갖고 있다. 특히 노의원은 차세대 인물론과 지역발전론을 필승 전략으로 삼고 있다.“부산 발전을 위해서는 여당의원이 필요하다”며 지역 현안인 삼성자동차,그린벨트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당정(黨政)을 상대로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아직 후보를 확정하지 않았다.충북도지사 출신으로 2년째 표밭을 갈고 있는 허태열(許泰烈)지구당위원장과 강서 토박이로 15대 총선과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던 안병해(安秉海)전 민정당 위원장이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노의원의 지명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는 다른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선거구 통폐합으로 당내 현역의원과 공천경합을 벌이게 된 동래을의 이기택(李基澤)고문이나 사상갑의 권철현(權哲賢)의원 등 주력군(主力軍)을 내보내는 방안이다.공천 갈등으로 자칫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줄 수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찬구기자 **
  • 총선연대 ‘국민주권의 날’ 시민반응

    제1회 시민행동 국민주권 실천의 날 행사가 열린 30일 서울역 앞 광장에는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혁명’을 다짐하며 나온 4,000여명의 시민들로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행사장에 미리 나온 시민들은 호주머니에서 푼돈을 꺼내 낙천·낙선운동 지지 모금함에 넣거나 ‘공천반대’라고 적힌 노란색 엽서를 샀다. 행사는 인기가수 엄정화의 ‘페스티발’과 이정현의 ‘바꿔’를 개사한 노래가 나오자 열기가 더했다.이어 통기타 연주그룹 ‘혜화동 푸른섬’이 ‘아침이슬’ 등을 연주하자 30대 참석자들은 “6월 항쟁이 생각난다”며 감회에젖었다. 70대 할아버지는 김기식(金起式)사무처장에게 다가가 “김기식씨 아니냐”라고 물은 뒤 “젊은이가 이런 뜻깊은 일을 하다니 대견하다”고 격려했다. 장원(張元)대변인 사회로 행사가 시작되자 4,000여명의 시민들은 ‘공천반대’라고 적힌 노란카드를 흔들며 “퇴출 낡은 정치,퇴출 부패정치”를 힘차게 외쳤다. 이균우(73·서울 종로구 창신동)씨는 “지금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후세들이 고생한다”면서 “부정부패 정치와 군사정권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시민들이 더 힘을 모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족 단위 참여자들도 많았다. 부인 및 8살 아들과 함께 나온 송솔(40·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아이들에게 바른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면서 “시민들의 작은 힘이모여 정치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데 큰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행사에 참가한 장애인 정지영(27·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낡은 정치를 바꿔보기 위해 장애인 10여명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도 정치개혁을 원하는 마음은 하나였다. 회사원 정지석(鄭芝錫·30)씨는 “일부 정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정치공세에만 몰두하고 있어 한심하기 그지없다”면서 “정치권이 정신을 차릴때까지 시민들이 표로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 광장에서의 장외행사가 끝난 뒤 명동성당까지 행진을 하는 동안 버스에 타고 있던 시민들은 창문을 열고 박수를 쳤다.“차가 막혀도 좋으니더열심히 하라”고 성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이날 부평역에서 열린 ‘인천 시민 행동의 날’ 행사장에서 낙천·낙선 대상 의원 4명은 성명서를 통해 “총선연대가 발표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우리를 선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반발했다.그러자 인천행동연대는낙천·낙선 선정 기준을 조목조목 밝히는 등 인천지역에서도 명단 발표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정치인 사이에 대립 양상을 보였다. 김재천 이랑기자 patrick@
  • KBS 2TV 신설 ‘숫자 쇼!‘아무 의미없는 공허한 웃음만

    만약 당신이 식당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 500만원을 보내 주식투자를 권한다면. ‘88’이란 숫자가 무엇을 연상시키느냐는 질문이 던져지고 누군가 ‘미아리 텍사스’라고 용감하게 대답하자 다른 방청객들이 박수로 호응한다(20일 방영분). 이런 거짓말 같은 일이 TV브라운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KBS 2TV가 드라마에서 소외돼왔던 소재를 다루었다해서 적지 않은 상찬을 받았던 ‘광끼’를 폐지하고 신설한 ‘숫자 쇼! 1플러스 2’(목요일 오후7시5분)를 지켜보면 조금은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든다.정보와 오락의 결합이라는 기획의도는 간 데 없고 재미도 없고 얻는 것도 없는,맹탕한 프로의 앞날이 예감되는 것이다. 27일 방송에서는 ‘425’란 숫자를 제시해 이 숫자가 박찬호의 2000년 연봉이란 사실을 알리며 박의 연봉에 대한 기발한 분석과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선수협의회를 다루었다.‘14’는 올해 최연소 의대생으로 입학하는 한 영재의 나이를 가리키는 특별난 숫자라면서 영재란 무엇인가 등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얼마예요’ 코너는 피부청결사를 통해 때밀이의 비밀을 알아보고 이태리타월의 역사를 확인하는 등 필요한 정보인가 하는 의심이 드는 사소한 궁금증을 푸는 데 열중했다. ‘재벌탄생’은 수익의 절반을 불우이웃 돕는 데 쓴다는 조건이 따라붙었지만 결코 적다고 할수 없는 돈을 홍서범에게 주식투자용으로 건네면서 ‘묻지마 투자’의 위험성과 왕초보의 안절부절 증후군을 가학적이다 싶게 부각시켰다.TV속에서 한 가족이 침대에 드러눕고 걸터앉아 초보적인 투자정보를 퀴즈로 풀면서 “성공하면 우리에게도 증권CF 좀 들어올거야” 등을 연발하는모습도 좋지 않았다. ‘1’이란 숫자를 제시하고 1년만에 컴백하는 그룹 ‘터보’를 초대한 것도스타 모시기의 변명에 불과했으며 어눌한 멤버들은 성의없는 언행으로 일관해 채널을 돌리도록 만들었다.댄스강연이 어설픈 건 말할 것도 없고.숫자는분명 복잡다단한 현대 문명을 푸는 키워드 역할을 한다.정말로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숫자의 ‘맥’을 이 프로가 빨리 짚었으면 한다. 임병선기자 bsnim@
  • 한국인 삶에 묻어난 용의 모습

    용(龍)은 농경사회였던 동양문화권에서 비·바람 등 자연현상을 조절하는 초능력을 가진 존재이자,사회전체를 대표하는 최고 지배자의 상징이었다.또한전통적인 십이지(十二支) 띠 동물의 하나로 보통사람들에게 현실의 희망을대변하는 상징동물이기도 했다. 경진년 용띠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이 한국인의 삶에 나타난 용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용의 꿈’특별전을 26일 시작했다.오는 3월20일까지 54일 동안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는 전통문화속에 나타난 용의 상징성 및 관련 민속을 상세히 소개한다.더불어 전통적 생활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전승되어왔으면서도 갈수록 잊혀져 가는 십이지에도 새로운 의미를 조명한다. 첫번째 전시실의 주제는 ‘십이지 속의 용’이다.이 곳에서는 전통적인 십이지의 시간·방위개념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게 있다.십이지가 새겨진 해시계,인장,탁본과 용두,황룡기,청룡기와 십이지로 보는 띠별 상호관계와 시대별 용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제2 전시실의 주제는 ‘새천년의 꿈,용에 실어-용꿈에서 승천까지’.태몽에서땅에 묻힐 때까지 한 사람의 생애가,용과는 뗄 수 없는 관계였음을 4개의 소 주제별로 확인시켜 준다. ‘꿈속에 그리는 용’코너에선 용무늬의 이불보와 베갯모,초와 촛대,장 등용꿈꾸기를 바랐던 선인들의 생활도구들을 살펴볼 수 있다.‘공부하는 용’에는 용모양 벼루와 먹,묵함,능화판 등 출세를 바라면서 용을 새겼던 문방사우를 한데 모았다.‘생활속에 복을 주는 용’에선 비녀와 화각실패,표주박,선추,대야,바둑판,담배함,열쇠패,이층장 등 용모양이나 용무늬가 새겨진 생활용품들이 흥미롭다.‘믿음의 용’에서는 화관과 무신도,용신도,목어,상여의 용문판,용모양 향로,경회루에서 출토된 용 등 용을 소재로 한 신앙 및 의례용구들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회는 볼거리와 함께 관람객,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공간과 시연(試演)이 마련되어 있어 즐거움을 준다.상상속의 동물인 용의 모습을 자신이 생각한 대로 그려보고,용이 그려진 스탬프를 한지에 찍어 연하장도만들며,용무늬 능화판(菱花板)을 탁본하는 코너는 개막일부터 붐빈다.엄마·아빠와 곤룡포를 입고 일월풍악도 앞에서 사진을 찍는 코너엔 어린이보다 오히려 외국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선다.십이지 캐릭터와 북마크,시계,메모지,명함케이스,스탬프,열쇠고리,엽서 등을 파는 문화상품판매코너도 인기다. 이밖에 오는 2월9∼10일에는 공주문화대 만화학과 학생들과 용만화 그리기행사가,2월26일에는 중국의 전통용춤 공연이 각각 열린다. 서동철기자 dcsuh@
  • [매체비평] 알권리 외면한 언론

    지난 24일 총선시민연대는 낙선운동 대상자 67명의 명단을 공개하며,그들이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 자세히 유권자들에게 알려주었다. 이후 신문지면은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의 정치적 파장에 관한 기사로 가득 채워졌다.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에 폭발적인 힘을 부여한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축적된 혐오와 분노이다. 그러나 총선시민연대로 쏟아지는 국민들의 성원은 우리 언론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기도 하다.걸핏하면 국민들의 알권리를 내세우는 언론이지만,과거고스톱 국회의원 명단의 공개를 거부한 것처럼,비리 정치인들의 ‘알량한’명예를 지킨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하기 일쑤였다.언론이 정치인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외면해왔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제공하는 정보가 엄청난 국민적 호응을 받는 것이다. 물론 언론도 정치권을 질타해왔다.그러나 실질적으로 정치개혁에 필요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지는 않았다.특히 우리 언론의 선거보도는 저질 후보자와 양질의 후보자를 가릴수 있을 만한 정확하고 상세한 뉴스제공을 거부했다.그러다 보니 전과자,비리혐의자,저질욕설과 상습도박을 일삼는 자,특정기업의 하수인이나 다름없는 자들이 정당의 공천을 받고 버젓이 국회의원으로당선이 된 것이다.그 결과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는 늘 혼수상태 아니면 난장판이 되곤 했다. 지난해에 드러난 일부 정치부 기자들의 행태는 국민들로 하여금 왜 우리 정치가 그 모양인지 이해할수 있게 해주었다.언론인들이 겉으로는 국민의 편에서서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제로는 정치인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즉 우리 언론이 겉으로는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실제로는 국민의 편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편에 서서,기득권 수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 언론이 정치인들의 무능과 비리를 못본체 하고 감춰주고 있을 때,시민단체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앞장섰다.그들은 중앙선관위에 행정소송까지제기하면서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시민단체의 실무자들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도 못하는 임금을 받으면서도 양심과 정의를잃지 않고 시민의 편에서 일해왔다.시민운동단체의 성실성과 공정성에 대한국민들의 신뢰가 바로 낙선운동에 대한 국민적 지지의 원천인 것이다. 한편 일부 언론은 반성은 커녕,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선거법 위반이라며딴죽을 걸기도 했다.물론 시민단체도 법을 지켜야 한다.그러나 민주주주의원칙에 어긋나는 악법에 불복종하는 것도 시민의 권리이다.현재 우리 언론이누리는 언론의 자유가 지난 87년 6월 수많은 국민들이 집시법을 어기면서거리로 뛰쳐나와 독재정권에 항거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 언론만 모르고 있는가?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이 보여주는 것은 진실의 위력이다.정치인에 대해 혐오하고,정치보도에 무관심하던 국민들이 낙선운동에 커다란 관심을 갖는 것은 지금까지 감춰졌던 진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도덕성과 신뢰성을 갖추지 못한 언론,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해온 언론이 만들어낸 우리의 서글픈 정치적 현실인 것이다.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 [새천년 민주당 출범] 창당대회 이모저모

    새천년민주당이 20일 개혁과 국민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닻을 올렸다.‘한국개혁-이제는 정치다’를 창당대회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오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창당대회에서는 최첨단 기구와 인터넷을 활용한 이벤트가 눈길을 끌었다.개회 직후 당기가 지구본 모양의 타임머신 조형물을 타고 떠올랐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당총재 선출 직후 객석 곳곳에 설치된 대형 풍선이 부풀어 올라 21개의 무궁화가 활짝 피어오르는 모습도 연출했다. 정당사상 처음으로 창당대회 과정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했으며인천 현지의 대의원과 행사장 사회자가 인터넷 화상대화를 주고받는 등 사이버 정치의 단면을 부각시켰다. ◆박용호(朴容琥) 인천 계양·강화을 지구당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본행사는 초대총재 선출 과정을 거치면서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김대통령은총재 취임사에서 “소수 정당의 한계 속에서도 이만큼 이뤄낸 데는 자민련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박태준(朴泰俊)총리 등 모든 자민련 분의 힘이 컸다고 믿으면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해 공동여당의 우의를 강조했다. 송자(宋梓)창당준비위 상임부위원장은 창당선언문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담는 정신으로 희망의 정치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인사말에서 “사람답게 살려는 보통사람과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애국시민의 전령사가 되겠다”고 피력했다.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패배는 혼란”이라며 “마지막 땀 한방울까지 다 바쳐…생명과혼을 불어넣어 달라”고 말해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행사장에는 ‘화합의 새물결,꿈을 여는 민주당’‘경제회생도 민주당,정치개혁도 민주당’ 등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대의원 6,000여명과 러시아,이탈리아,헝가리 등 11개국의 주한외교사절,신지식인 90명 등 1만2,00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자민련에서는 내각제 강령배제에 항의,김종필명예총재와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 대신 김현욱(金顯煜)총장이 참석했다.창당대회는 전대협 초대의장을 지낸 이인영(李仁榮)창당준비위원과 영화배우 오정해(吳貞孩)씨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한 뒤 막을내렸다. ◆앞서 국민회의는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대의원대회를 갖고 4년4개월간의 활동을 마감했다.손세일(孫世一)전국대의원대회 의장은 합당결의문에서 “정치의 거듭남을 위해 용단을 내린 국민회의의 선택이 진리였음을 세상에알리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박찬구 이지운기자 ckpark@
  • 상습도박 승려등 8명 구속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20일 상습적으로 도박판을 벌여온 포항 용연사 주지임희규(46·법명 준제),정범사 주지 김병윤(42·법명 삼봉),포항 명일철강대표 서석호(41),포항복싱연맹이사 이원재씨(44) 등 8명을 도박혐의로 구속했다.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3월 초순부터 12월24일까지 경북 포항시남구 대도동 명일철강 사무실에서 카드 52장을 이용,1회에 최저 10만원에서최고 100만원까지 판돈을 걸고 속칭 ‘바둑이' 도박을 30여차례에 걸쳐 벌여온 혐의다.검찰은 이들이 포항시내 2∼3개 업체 사무실을 옮겨다니면서 상습적으로 도박판을 벌였으며,오고 간 판돈만도 1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포항 이동구기자 yidonggu@
  • [외언내언] 德談

    세초(歲初)다.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소원성취 하십시오”하며 새해인사를 나눈다.이른바 덕담이다. 딱히 언제부터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먼 옛날부터 우리민족은 해가 바뀌는 정초에 덕담을 나누는 세시풍속을 갖고 있다.그야말로 미풍양속이다.서양이라고 신년인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처럼 구체적이고 상대에 따라 다른인사법을 가진 나라는 흔치 않다. 우리는 나이가 어지간한 어른에게는 “부디 오래오래 사십시오”라고 하고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금년에는 꼭 쾌차하십시오”라고 인사한다.대학입시를 앞둔 손아래 학생에게는 “좋은 대학에 가야지”라고 인사한다. 우리의 이런 세시풍습은 언령관념(言靈觀念)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견해가지배적이다.우리는 예부터 말에는 신비스런 힘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말로서 그렇다고 하게 되면 실제로 그렇게 이루어지는 신령함이 말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원시종교에서 보는 점복(占卜)사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유독 시작에 큰 의미를 두는 민족이다.이른아침에는 나쁜 말을 삼갈 뿐 아니라 듣고 싶어하지도 않는다.좋지 않은 일을 하지도 당하지도 않으려 한다.“아침부터 재수없게” 따위의 관념이다.이런 생각은 아침 뿐 아니라 정초에도 마찬가지다.“정초부터 무슨 꼴이람” 같은 게 그런 것이다. 우리사회 전래의 풍습도 그렇거니와 하물며 나라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환세(換歲)에 범부도 삼가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경위야 어떻든 잘된 일이 아니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 총재권한대행의 말 한마디가 정초부터 정가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이 대행은 구랍 31일 KBS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민련과 호흡이 맞지 않아 도대체 일을 할 수가 없다.연합공천도어렵다”고 한 말이 사단이 됐다. 이에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가 1일 있었던 자민련 단배식에 참석하러 당사에 들렀다가 이 문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에 따라 당차원에서 성명을 내는 등 양당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벌어졌다. 이대행은 자민련을 자극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개인적으로는사과까지 한 모양이지만 엎질러진 말을 다시 주워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는 최근들어 합당문제,선거구제 문제로 그렇지 않아도 좋지만은 않은 관계다.더구나 총선을 앞둔 미묘한 때에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연초부터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아무래도 신중치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길 없다. 임춘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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