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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술 한잔 받으시게” 아침부터 막걸리 권유에 빠져…

    서울신문과 행정자치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공동 추진하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우수 지역 탐방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여 동안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하는 우수 마을 50여곳을 다녀 왔다. 방문한 대부분의 마을이 본받을 만한 장점으로 가득했다. 기사로 쓴 내용보다 기사에 담지 못한 뒷얘기가 더 많다. 마지막으로 그 일부나마 소개해본다. ●어르신들 반짝이던 눈가에 이슬 맺히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사상마을로 향하던 차 안에서 주민 수가 100명 남짓이라는 말을 듣고 “많아야 4∼5명쯤 만날 수 있겠구나.”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은 족히 30∼40명은 됐다. 젊은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기자보다 20∼30년 이상 연배가 많은 어르신들이었지만, 눈빛만은 초롱초롱했다. 처음에는 기자의 질문과 설명이 와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좀 격한 표현을 썼다.“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지금 여기에 모이신 분들만 잘 되라고 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지금도 자식들은 모두 외지로 떠났는데, 어르신들이 살아계실지 모를 10년이나 20년쯤 뒤에 마을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마을이 남아 있을까요? 어르신들보다는 어르신들의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이곳에서 잘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왔습니다.”순간, 어르신 한 분과 눈이 마주쳤다. 반짝이던 눈가에 맺힌 이슬을 보았다. 열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얼마나 절실함을 느끼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자와 이 어르신은 눈으로 얘기했다. ●“우리도 궁금한 게 많은데…” 이처럼 현지 취재에 나선 기자가 주민들이 보여준 열의 때문에 머쓱해지는 순간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 신원리 대승마을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모이신 분들은 이 지역 주민들과 공무원만이 아니었다. 마을에 자문을 해주는 예원예술대 한지문화연구소 관계자 등 기자를 응시하는 눈이 너무 많아 괜한 부끄러움까지 들 정도였다.1시간여 동안 질문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순간,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기자님, 고작 그것만 물어보나요? 우리도 궁금한 게 많은데….” 이 후 기자는 그때까지 주민들에게 했던 질문보다 더 많은 답변을 해야 했다. 마을 발전을 갈구하는 주민들의 궁금증에 비하면 기사를 쓰기 위한 기자의 궁금증은 ‘새 발의 피’였다. ●“헉! 어르신 한명당 한잔?… 그럼 기자는?”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다랭이마을을 갔을 때다. 취재 일정을 빡빡하게 잡은 탓에 이른 아침 서둘러 마을을 찾았다. 취재를 마친 뒤 다른 마을로 떠나기 위해 부랴부랴 짐을 꾸리는 기자의 손은 어느덧 동네 어르신들의 몫이었다. 어르신들은 이구동성으로 “마을을 일부러 찾은 손님을 그냥 보내면 주인된 도리가 아니지. 이 술 한 잔만 받고 가시게. 우리 동네 막걸리는 술이 아니라, 약이야. 젊은 기자 양반이 막걸리 한 잔 못 마신다고 하겠어?” 하지만 속았다. 한 잔은 어르신 한 명당 한 잔이었다. 연거푸 막걸리 몇 잔을 들이킨 뒤 마을을 다시 둘러봤다. 우리 농촌에서 황폐해진 것은 눈으로 보여지는 주변 환경일 뿐, 가슴으로 전해지는 훈훈한 정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애교섞인 청탁에 대략 난감 “저는 그냥 취재 기자일 뿐인데요.” 현지 취재를 다니면서 기자가 가장 많이 한 표현 중 하나다. 정책 취지와 방향을 잘 알고 있을테니, 마을 발전에 조언을 하거나 중앙정부에 얘기를 잘 해달라는 식의 ‘애교섞인 청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민 평균 수입이 연간 1억원이 넘는 ‘전복 마을’을 찾았던 전남 완도군의 경우 기자에게 재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겠노라고 답변했지만,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현지에서 만난 지자체 공무원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관련, 기사화됐던 내용을 모두 꼼꼼히 스크랩한 뒤 방문 당시 궁금한 점을 조목조목 질문하는 ‘학구파형’이 상당수였다. 기자와 동행한 행자부 공무원 등에게 무조건 잘 할테니 잘 봐달라는 ‘읍소형’, 다른 지역의 동향부터 살피는 ‘스파이형’, 우리 지역 사정은 내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흔들림없이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요지부동형’ 등이다. 보여지는 모습은 달랐지만, 모습 뒤에 감춰진 열의는 대부분의 공무원이 똑같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금도 기자와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지자체 우수계획 선정을 위한 1차 심사 결과,126개 시·군 가운데 47곳이 통과했다. 다음달 초면 최종 선정 지역 30곳이 가려진다. 최근 1차 심사에서 탈락한 지자체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왔다.“장 기자님. 그동안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탈락했지만, 낙담하지는 않습니다. 더 노력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뽑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지역이 나아질 수 있는 길인데, 쉽게 포기할 수 있나요.”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마을 발전 씨앗 뿌리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정책은 ‘위에서’ 내려온다. 그러나 지역의 변화는 ‘아래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지역을 가꾸기 위해 소수의 실천가가 아이디어를 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파문을 일으킨다. 이 소수의 실천가는 마을 발전의 비전을 세우고 씨앗을 뿌려 주민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이런 실천가들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싶다. 전국 우수 마을 현장취재 당시 부산·울산·경남지역을 함께 다녀왔다. 이 지역에서도 이러한 실천가들을 중심으로 독특한 개성을 바탕으로 삶터를 가꾸어 가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울산 울주군 맑은내배꽃마을을 방문했을 때, 경남 밀양군 밀양연극촌을 방문했을 때 꽃보다 아름다운 마을 리더를 만났다. 마을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쇠락해 가는 마을을 재생하고자 하는 몸부림이 느껴졌다. 초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고 행정기관을 설득하는 이장님, 대도시가 아닌 소규모 도시에 연극단을 세워 ‘연극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단장님. 이들 모두가 지역의 숨겨진 보물과 같았다. 이런 마을 리더를 묵묵히 지원해주고 협력하는 많은 지원기관도 눈에 들어왔다. 지자체 공무원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그들이다. 지역만들기, 마을만들기는 민과 관이 서로 협력하고 자기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빚어낼 수 있는 조화로운 하모니다. 일본의 마을가꾸기 운동인 ‘마치츠쿠리’는 지난 1970년대 시작돼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늦었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우리도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마을이 있고, 이런 마을에서 활동하는 리더가 있고, 이를 지원하려는 정부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이제 막 시작됐지만, 그 터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닦여있었다. 김상광 행정자치부 사무관 살기좋은지역기획팀 ■ 밤에 눈 비벼가며 토론 ‘방관자’서 ‘참여자’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지방자치단체 우수계획 선정을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했다.2차 평가가 남아 있지만, 적어도 “우리도 하면 된다.”는 도전 정신과 희망을 갖게 됐다. 남원시는 지리산과 광한루, 섬진강을 간직한 살기 좋은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70년대 새마을 운동 당시 마을 환경을 정비한 뒤 30년 넘게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다 보니 인구 유출과 고령화의 늪에 빠져 탈출구가 필요했다. 이는 주민들의 열의로 증명됐다. 대상지역 선정을 위한 자체 공모에서 무려 16개 마을이 신청한 것이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대산면 구름다리마을을 대상지역으로 뽑았다. 지난해 11월 추수가 끝나지 않은 터라 주민들은 낮에는 들에 나가 농사일을 하고, 밤에 눈을 비벼가며 마을을 바꾸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마을 부녀회에서는 매일같이 밤참을 내왔고, 브레인 스토밍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주민들이 사실상 브레인 스토밍을 했다.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의 의견도 빼놓을 수 없었다. 마을에 위치한 대산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푸짐한 상품을 내걸고 ‘우리 지역을 어떻게 만들었으면 좋을까.’에 대한 아이디어도 받았다. 무려 75가지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모였으며, 상당수는 계획에 반영했다. 지금까지 지역개발 방식은 지역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중앙이 기획하고, 지방이 따르는 하향식이었다. 창의성과 특성있는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고, 주민 참여는 구호에 불과했다. 하지만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과 개성을 활용해 주민들이 직접 그려나가고 있다. 주민들을 ‘방관자’에서 ‘참여자’로 바꿔놓은 것이다. 강춘성 전북 남원시 부시장
  • “한국인 되면 시각장애인 돕는 일 할래요”

    “컴퓨터가 좋아요. 한국 사람이 되면 더 열심히 배워서 저같은 시각 장애인들을 돕는 일을 할래요.” 중국 동포 이진니(24·여)씨는 17일 치른 귀화 필기시험에서 90점을 맞았다.60점을 넘으면 합격인데, 최상위권에 들었다. 이씨 덕분에 귀화시험에 처음 도입된 점자 필기시험은 산뜻한 출발을 하게 됐다. 법무부는 이씨와 같은 시각 장애인 외에도 청각 장애인과 지체 장애인 등 다른 장애인 귀화 신청자도 시험을 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씨가 1996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어머니 정명희(50)씨를 따라 입국한 것은 2005년 10월.10여년간 어머니와 떨어져 중국에서 시각 장애인 학교를 다닌 그에게 한국 생활은 낯설기만 했다. 어머니는 그런 딸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한국시각장애인 복지관 기숙사로 보냈다. 이씨는 중국에서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았다. 세살 때 병치레를 한 뒤 시력을 잃어 어슴프레 빛만 보일 정도다. 그나마 언제 실명이 될지 몰라 눈가리개를 착용하고 걷는 연습도 한다. “중국에서는 중학교 과정까지밖에 못다녔어요. 한국에서 공부도 하고, 컴퓨터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훈련도 재밌어요.” 재활훈련과 컴퓨터 외에도 이씨는 점자공부, 한국 역사 공부를 하며 어느새 어머니의 바람대로 강하고 똘똘한 아가씨가 돼 있었다. 귀화해 한국인이 되는 방법도 이씨 스스로 찾았다. 귀화신청을 한 뒤 법무부 국적난민과에 연락해 시각 장애인이라고 밝히며, 시험을 볼 수 있는지 물었다. 법무부가 한국시각장애인협회 도움을 얻어 점자로 시험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넉달 동안 한국 역사를 배우고 답안지를 깨끗이 쓰는 법도 배웠어요. 한글을 만든 왕이 ‘새종대왕’인지 ‘세종대왕’인지 익히느라 힘들었어요.” 이씨는 “그래도 시험 덕분에 점자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웃었다. 낙천적인 성격의 이씨는 한국에 온 뒤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장래희망도 안마사에서 사회 복지사로 바꾸었다. “귀화시험 준비를 하면서 ‘내가 살 나라에 대해 모르는게 많구나.’라고 생각했어요.‘남대문’이 뭔지,‘이순신’이 누군지 몰랐던 게 부끄러워요. 시험에 합격했어도 더 공부해야겠어요.”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프로농구] LG 다잡은 경기 놓칠 뻔

    16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프로농구 경기 4쿼터 초반 LG가 64-58로 앞서 있었다.LG의 용병 퍼비스 파스코는 전자랜드 키마니 프렌드의 슛을 저지하다가 인텐셔널 파울을 받았다. 흥분한 파스코를 현주엽 등 동료들이 다독였다. 자유투 2개와 공격권까지 선물받은 전자랜드는 단숨에 점수를 2점 차로 좁혔다. 파스코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이후에도 5점 4리바운드를 보탰으나 전자랜드는 황성인이 3점포 3개를 터뜨리며 상승세를 탔다.4쿼터는 결국 76-76으로 끝났다. LG는 올시즌 5번째 연장전을 치르게 됐다. 시작과 동시에 앞서 단 1점으로 침묵을 지키던 조상현이 3점슛 2개를 거푸 림에 꽂았다. 파스코는 가로채기 1개를 성공해 조상현의 외곽포를 거들었다.LG는 브랜든 브라운에게 2점을 내줬으나 현주엽의 멋진 앨리웁 패스를 받은 파스코가 슬램덩크를 터뜨리며 인텐셔널 파울의 기억을 날려버렸다. 이날 LG 선수 가운데 찰스 민렌드(28점 10리바운드)와 박지현(21점)이 화력을 뽐냈으나 덩크 4개를 작렬시키며 팀 분위기를 띄운 파스코(15점 11리바운드)도 실속 면에서 못지 않았다.94-86으로 승리한 LG는 2연패를 끊고 18승15패가 됐다. 한편 이날 구리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 우리은행 김은혜(16점·3점슛 4개)는 금호생명이 바짝 추격해오자 3쿼터에만 3점포 3개를 뿜어내 팀 분위기를 추슬렀다. 우리은행에는 타미카 캐칭만 아니라 김은혜 등 젊은 선수들도 있었다. 김은혜는 리바운드를 따내려고 억척스러운 모습도 보여 갈채를 받았다.4쿼터에선 상대가 54-53으로 바짝 쫓아오자 김보미(8점)와 홍현희(4점)가 알토란 같은 3점슛을 터뜨려 따돌렸다. 우리은행이 금호생명을 67-62로 꺾고 3승1패를 기록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시론] 쏠림현상과 정부실패/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학 연구위원

    [시론] 쏠림현상과 정부실패/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학 연구위원

    60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 해라는 소문 때문인지 2007년 정해년을 맞는 국민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하지만, 정책담당자들은 새해 벽두부터 가계부채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금융시장의 쏠림현상이 금융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정책적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 총재, 금감위원장은 물론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철저한 관리를 언급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9월말 개인금융부채가 559조원으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말 186조원을 3배나 넘었다. 한 가구당 3500만원의 빚을 진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은행권 신규가계대출 36조원의 66%인 24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집값 급등을 봐온 국민이 너 나 할 것 없이 빚을 내 부동산을 마련하는 데 안간힘을 쓴 셈이다. 이처럼 시중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급준비율 인상이나 대출규제 강화 등의 정책들을 다양하게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시장의 쏠림현상을 탓하며, 시장실패를 은연중에 강조하던 정책당국이 이제는 정책의 쏠림현상을 고민해야 할 판이다. 최근 은행권 부동산담보대출의 97% 정도가 변동금리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대출자들은 금리인상에 취약한 편이다. 만약 경기침체로 가계소득이 크게 줄고 이자비용 부담이 늘면 버티지 못하는 한계대출자가 속출할 수 있다. 여기에 국민들사이에 향후 집값 급락 예상이 확산되면 부동산을 투매하거나 대출변제 대신 부동산담보를 포기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집값이 일제히 하락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집값 급락에 따른 가계 부실화가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지는 가계부채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정부는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부동산시장으로 유동성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과 같은 쏠림현상은 단기적 시야를 가진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일종의 시장실패로 지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쏠림현상은 정부정책에 의해 유발되는 측면도 크기 때문에 시장실패가 아닌 정부실패로 볼 수도 있다. 정부가 부동산가격 안정화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오히려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지켜봤던 국민들은 더 이상 정부정책을 믿지 못하고 있다. 시중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쏠려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현상은 시장실패일 뿐 아니라 정책실패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1일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 등을 담은 부동산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정부의 기존 주장을 180도 선회한 내용이다. 부동산값 급등에 당황한 나머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모습도 정책당국의 쏠림현상으로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쏠림현상은 다른 나라보다 더 뚜렷할지 모른다. 그게 우리의 국민정서이고 시장성격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걸 탓하기에 앞서 정책담당자는 그런 시장의 특성과 정책의 효과나 시차 등을 충분히 감안해 그런 시장에 걸맞은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수립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살펴보면 시장만을 탓하는 정책당국마저도 쏠림현상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학 연구위원
  • [카메라 탐방] 22일 새 1만원권 발행 앞둔 조폐창 24시

    [카메라 탐방] 22일 새 1만원권 발행 앞둔 조폐창 24시

    오는 22일 24년 만에 1만원과 1000원권 지폐를 새롭게 선보일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돈 만드는 공장’ 경북 경산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舊 경산조폐창)를 찾았다. 높은 담장과 망루, 건물 안팎에 설치된 수백대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직원들도 보안직원의 입회 하에 작업복으로 갈아입어야 근무를 할 수 있다. 기자 역시 출입을 위한 보안카드를 수령한 뒤 지문인식 등의 보안검색과정을 통과했다. 지폐 디자인실 등 최고의 보안시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홍채인식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외부인에게는 보안서약서를 작성토록 하고 안내를 맡은 직원과 보안요원이 철통같이 감시를 하며 일일이 취재과정까지 기록한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지폐 인쇄현장에는 공정별로 최첨단 시설의 육중한 기계가 24시간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충남 부여에 위치한 제지본부에서 들여온 100% 면(綿)으로 된 화폐 원지가 완성된 지폐가 되기까지는 10여개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공정마다 인쇄의 안정화를 위한 숙성과정, 계수작업, 불량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총 45일 정도 걸린다. 새 지폐는 위·변조방지를 위해 20여가지 기술이 사용되었지만 가장 특징적인 것은 홀로그램과 스크린인쇄이다.1만원권에 채택된 홀로그램은 우리나라 지도, 태극 및 액면숫자,4궤 등 3종류의 무늬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 뒷면에 채택된 스크린인쇄는 액면숫자가 각도에 따라 녹색과 황금색으로 보이도록 한다. 이러한 우수한 지폐제작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폐생산처에서는 수표 및 우표, 각종 상품권, 채권, 여권, 증지 등 돈만큼 중요한 상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주화뿐 아니라 세계 10여개국에 주화를 수출하고 있는 주화생산처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궁화대훈장을 비롯하여 대한민국정부에서 수여하는 각종 훈·포장과 표창, 기념주화, 기념메달 등을 생산한다. 나아가 조폐공사는 ‘문화재 재현실’을 2년 전에 발족하여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문화재를 자문단의 고증을 거쳐 전통기법으로 재현하고 있다. 현재 고구려 신라 백제의 금속공예품과 별전 등을 생산하여 상품화하고 있다. “돈공장에서 돈은 단지 소중한 제품이며 새돈 만드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평생의 영광으로 여길 수상자의 마음으로 훈·포장을 만든다.”는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오늘날 세계적인 화폐기술력의 바탕이 되었다. 사진 글 경산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유괴범과 父子같은 생활 4년간의 미스터리

    미국 미주리주에서 4년 6개월 전 실종된 소년이 유괴범의 집에서 무사히 발견됐다. 가족들은 ‘기적같은 일’이라며 기뻐했지만, 동시에 실종 소년이 중산층 주택가에서 유괴범과 함께 4년 동안 살아왔다는 점에서 충격과 함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소년은 2002년 미주리주 리치우즈의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다 실종된 숀 혼벡(15). 당시 11세였다. 어머니인 팸과 양아버지 크레이그 애커스는 하던일을 접고 숀을 찾는 일에 매달렸다. 범위를 넓혀 전국의 미아찾기 운동에도 헌신했다. 숀의 어머니 팸은 “4년의 악몽이 끝났다. 돌아온 숀은 모든 실종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경찰이 숀을 발견한 것은 나흘 전인 지난 8일 유괴된 벤 오운비(13)덕분(?)이다. 벤은 하굣길 스쿨버스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다행히 흰색 트럭을 본 친구가 있어, 용의자 마이클 데블린(41)의 꼬리가 잡혔다. 마이클은 숀을 유괴, 감금해온 장본인. 경찰이 마이클의 아파트 문을 열었을때 소년 둘은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기적’이라며 관련 소식을 쏟아내던 미 언론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혹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마이클이 왜 소년들을 유괴했는지, 어떻게 대했는지, 소년의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중산층 주택가에서 왜 눈에 띄지 않았는지 등등이다. 마이클은 피자가게 매니저로 일하며 파트 타임제로 장의사 일을 봐왔다. 조용한 성격으로,2건의 교통법규 위반 말고는 전과도 없었다. 마이클의 아파트 집주인은 “하수관 수리를 하러 집에 갔다가 숀으로 보이는 아이가 잠들어 있는 것을 봤는데, 아들로 생각했다.”면서 “숀의 창문에는 커튼조차 없었다.”고 했다. 길 건너편의 릭 버틀러(43)도 “소년이 공포에 떨거나 도망가려 하는 기색을 전혀 느끼지 못해 친아버지와 아들 사이로 알았다.”고 전했다. 숀이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다른 소년과 함께 축구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조사는 더 진행돼야 하겠지만,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공포의 제압’현상을 들고 있다. 범죄 심리학자 스티븐 골딩 박사는 “유괴범은 공포로 피해자의 마음을 제압한다.”면서 피해자는 달아나는 것이 자신이나 다른이들에게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고 걱정하며, 탈출 시도를 선택 범위에서 지워버린다는 것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그때 그 김근태

    2004년 김근태(GT) 열린우리당 의장이 정동영 전 의장·정동채 의원과 함께 입각하기 며칠 전 그와 저녁을 함께 한 적이 있다.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상태였지만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GT는 통일부 장관에 대한 강한 미련을 거듭 표시하며 막판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차선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1990년대 후반 초선의 야당 의원 GT는 출입기자들에게 꽤 인기가 높았다. 그는 민주화운동의 거목이 주는 중압감을 기자들이 느끼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와 함께 한 저녁 자리는 3시간을 넘는 게 기본이었고, 언제나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에겐 그런 능력이 있다. 2002년 여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선거자금 2000만원 수수 사실 고백 역시 GT에 대한 인물평을 할 때 빠지지 않는다. 그랬다. 김근태는 기존 정치권과는 잘 맞지 않는 ‘희귀한’ 존재였다. 임명권자가 복지부 장관에 임명하겠다는데, 그 자리는 싫다고 반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과거 정치권에선 볼 수 없었던 일이다. 경선 자금 수수 고백도 그렇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일을 그는 저질렀다. 어느 자리에서나 진지함을 잃지 않는 것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런 모습을 기자는 ‘원칙주의자 김근태’로 규정짓고 싶다. 아직도 오피니언 그룹에서 꽤 인기가 높은 이유를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거짓말을 할 것 같지 않은 정치인 순위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GT가 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장이란 자리가 주는 중압감 탓일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도 하고, 잘 안 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도 목격된다. 그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권위주의 모습도 눈에 띈다. 특히 그가 통합신당의 중심축 역할을 자임하면서부터 무리수를 두는 모양새다. 정동영 전 의장과의 양자회동은 마치 김영삼-김대중의 ‘양김 회동’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 회동은 당내에서 2선 후퇴론까지 야기하지 않았던가. 계파 수장이란 것도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 옷 같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그는 국민들을 헷갈리게 했다.‘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야 하고 신당은 누구의 영향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며 노 대통령 배제론을 주창했던 그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통합신당 추진 과정에 대통령의 힘과 지원을 부탁하고 싶다.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마음과 힘을 같이 한다면 신당 당적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입장을 확 바꿔버린 것이다. 지리멸렬한 여당을 이끌어가야 하는 그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워봐야 좋을 게 없다는 현실론도 외면할 수 없다. 더욱이 지금은 노 대통령발(發) 개헌정국이다. 대권고지 등정을 꿈꾸는 그로선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고전하고 있는 ‘고건 학습효과’를 모를 리 만무하다. 하지만 이것은 ‘김근태식’이 아니다. 현실주의자 김근태보다는 원칙주의자 김근태가 우리에겐 더 친근하다. 우리 사회도 비록 대통령은 못 됐지만 더 비중 있는 국가원로로서 추앙받는 인물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을까.GT의 숙고를 기다려본다.jthan@seoul.co.kr
  • 광주 남구 ‘조손가정’지원 제도화

    광주시 남구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조손(祖孫)가정’을 제도적으로 돕기로 했다. 남구는 12일 ‘조손가정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포된 조례는 조손가정의 생활실태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눈 뒤 매달 수당을 지급하는 부가 급여와 학습도우미·성장도우미 사업 등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남구는 이에 따라 이달부터 관내 62가구 조손가정에 매월 2만원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손자·손녀의 건강과 학습 도우미 사업을 편다. 학습도우미 사업은 학습지를 제공해 학업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거나 학원 수강비를 보조해준다. 성장도우미 사업은 조손가정 아동의 건강한 사회화를 지원하기 위한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제공, 각종 체험 학습비 지원, 도서상품권 제공 등의 복지서비스이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13일 TV 하이라이트]

    ●라이프 n 조이(YTN 오전 11시35분) 우리나라 최대의 대나무 산지인 전남 담양을 찾아간다. 고즈넉한 대나무 숲을 찾아 한겨울의 이색적인 망중한을 즐겨본다. 예쁜 이름을 가진 여덟 개의 산책로가 있는 죽녹원을 거닐며 사색하는 기회도 갖는다. 또 실내에 있는 대나무 정원과 각종 대나무 분재를 둘러보고 다양한 체험학습도 해본다.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EBS 오후 9시30분) 시대를 넘어서 인간의 실존의식과 구원의 꿈에 대한 내밀한 탐구를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화가 루이스 스카파티에 의해 시각적으로 재해석되면서 다시 한 차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불후의 고전 ‘변신’을 살펴본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오후 11시15분) 완전범죄는 없다는 말을 비웃기나 하듯 미제사건의 범인들은 철저하게 준비한 범행으로 자신을 숨기고 있다. 그들과의 숨바꼭질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동안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되짚어 봄으로써 아직까지 미제로 남겨진 이유를 알아보고,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본다.   ●누나(MBC 오후 7시55분) 승주아버지는 기억이 되살아나지만 승주를 알아보지 못한다. 병원에서 수아의 이상한 행동을 본 건우는 핑크에게 수아가 노할아버지에게 어떻게 했냐고 물어본다. 핑크는 수아가 한 행동 그대로 노할아버지 팔목을 비틀어 잡으며 야단친 걸 흉내낸다. 초조한 수아엄마는 사채업자에게 전화를 하지만 계속 불통이다.   ●행복한 여자(KBS2 오후 7시55분) 준호는 황금박쥐 모임에서 고교시절 첫사랑 하영을 만난다. 하영은 준호의 와이프가 보고 싶다면서 함께 스키장에 놀러가자고 제안한다. 준호는 지연에게 함께 스키장에 가자고 하지만, 지연은 회사일 때문에 못 가니까 준호도 가지 말라고 한다. 한편, 대길은 빚 때문에 불려나가 호되게 얻어맞는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KBS1 오전 10시) 북섬과 남섬의 두 개 섬인 본토와 주변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뉴질랜드는 이국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운 바다와 화산, 그리고 거대한 모래언덕까지 다양한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는다. 자연과 문명이 어우러져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곳. 공존의 섬, 모험의 나라, 뉴질랜드로 떠나본다.
  • [그의 삶 그의 꿈] 질곡의 세월에도 단단한 ‘희망’

    [그의 삶 그의 꿈] 질곡의 세월에도 단단한 ‘희망’

    글·사진 최원준 시인 자갈치 아지매 김순이 씨. 우리 나이로 오십 넷이다. 1세대 자갈치 아지매가 6~70대를 훌쩍 넘긴 나이이고 보면, 자갈치 아지매로는 많은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김순이 씨의 자갈치 아지매 35년 이력을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가 실려 있다. 거의 자갈치 아지매 1세대급(?)의 인생역정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한국동란 이후 홀로 된 여인들의 혹독한 생활현장이었던 자갈치 시장. 이곳에서 자갈치 아지매들은 5~60년대 혼란의 전후 시절을 억척스레 살아왔다. 이들처럼 김순이 씨도 처녀시절, 전쟁을 피한 친정식구들과 함께 자갈치로 흘러 들어왔다. 그리고는 35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의 궤적을, 거친 자갈치 바람과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인생유전도 거칠고 급박했다는 이야기다. 자갈치 아지매, 그 무한한 아름다움 자갈치 아지매. 우리나라 억척 아줌마의 상징.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희망을 찾던, 우리 시대 대표적 여성상이자 ‘장한 어머니의 대명사.’ 그들에게 부여된 수식어들이다. 자갈치시장의 삶은, 여성의 힘으로 견디기에 녹록치 않은 노동환경을 담보로 한다. 많은 노동시간과 과도한 노동력이 자갈치 아지매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갈치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그녀들의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자갈치 아지매 중에는 남편과 사별한 이들이 많다. 남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갈치시장으로 흘러 들어온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자녀의 학업과 성공의 뒷바라지를 위해, 거친 시장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절망적인 삶의 환경과 미래에의 희망이 그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활기차고 인정 많은’ 우리 이웃 자갈치 아지매들의 힘의 원천이자 아름다움인 것이다. 행복했던 시절의 짧은 비망 그런 ‘자갈치 아지매’ 김순이 씨를 만났다. 거친 일에도 불구하고 곱상한 얼굴에 정감어린 미소가 담뿍 묻었다. 그러나 수줍은 듯 다소곳이 맞잡은 두 손에는, 신산했던 세월의 굴곡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얼핏 보니 걷어붙인 팔목 부위에 크게 긁힌 상처자국이 선명하다. 생선상자를 무리하게 옮기다 다친 상처라 했다. 김순이 씨는 남편과 함께 시장 일을 같이한 ‘자갈치 부부’였다. 자갈치시장에서 처녀, 총각으로 만나, 사랑을 키우고 내일의 희망을 같이했다. 남편은 자신의 고향 이름을 딴 ‘거제수산’이라는 수산물 도매회사를 설립하고,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회사를 차근차근 키워나갔다. 그만큼 행복도 ‘동전 모이 듯’ 차곡차곡 쌓여졌다. 남편은 자갈치 수협 중매인으로, 아내는 수산물 도매상으로, 호흡을 척척 맞추며 승승장구했었다. 한때는 자갈치 시장의 ‘경매 TOP’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었다. 살림 밑천이라는 딸 여섯도 고만고만하게 예쁘게 자라주었다.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낮과 밤이 바뀐 고된 생활 속에서도, 서로의 사랑과 가족의 다복함으로 마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IMF는 그들의 작은 행복을 송두리째 산산조각 내버렸다. IMF-모든 꿈은 산산조각 나고 사업이 잘되면서 회사 규모를 조금씩 키워 나가던 남편은, 소리 없이 불어닥친 IMF의 거대한 격랑 속에서 속수무책 휩쓸려갔다. 갑작스런 자금동결로 거래처 상당수가 도산을 하고, 그 여파로 남편 회사도 심각한 자금압박에 시달렸다. 회사를 살리려고 동분서주하던 남편은, 결국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가족들 곁을 떠나고 만다. 남편이라는 큰 기둥이 무너지고, 여자의 몸으로 남편의 뒷수습과 휘청거리는 회사를 지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회사는 파산하고, 집과 재산 전부는 경매에 붙여졌다. 한마디로 돈 한 푼 없이 길거리로 내몰린 것이다. 그 이후로 김순이 씨의 삶은 ‘뼈를 깎고 창자를 끊는’ 고통 그 자체의 세월이었다. 그 충격으로 혈압병도 얻고, 몇 년 자리보전도 했다. 그러나 마냥 이렇게 나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짊어진 빚도 빚이지만, 자식들에게 나약하고 실패한 어머니로 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십 년을 자갈치 아지매로 살아 온 자신이 아니던가? 자갈치시장에 새로이 좌판 하나를 마련했다. 주로 학공치와 꽁치를 취급하며 조금씩 빚도 갚아나가고, 그 시절의 악몽도 차츰 잊혀져 가는 요즈음을 맞고 있는 것이다. 잘 커준 여섯 딸이 평생의 재산 김순이 씨에게는 장성한 딸이 여섯 있다. 가정이 격랑 속에서 풍비박산 났어도, 아랑곳없이 잘들 커주었다. 첫째, 둘째는 시집가서 다복하게 잘 살고, 셋째 이민 씨는 엄마에 이어 ‘자갈치 아지매’가 되었다. 남포동에서 작은 가게를 내고 억척으로 일한 덕에, 보란듯이 자갈치시장에 횟집을 차렸다. 상호도 부모의 손때 묻은 ‘거제수산’으로 지을 만큼 ‘똑’소리 나는 여장부다. 횟집이 ‘시작’이란 뜻이다. ‘엄마’가 ‘자갈치시장’에서 잃은 것을, 반드시 ‘자갈치시장’에서 되찾겠다는 다부진 생각이, 상호에 오롯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넷째는 남포동에서, 다섯째, 여섯째는 국제시장에서 각각 가게를 하고 있다. 자갈치 아지매의 억척스러움을 모든 딸들이 한결같이 물려받았다. 그래서 김순이 씨는 든든하고 흐뭇하다. ‘농사 중에 제일이, 자식농사’라 했던가? 이즈음의 그녀는 자식농사 풍년으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좌판에서 영그는 내일의 희망 김순이 씨에게는 아직도 안고 넘어가야 할 짐이 많다. 그리고 그 갈 길이 만만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단단히 박혀있다. 비록 밤새 좌판에 앉아 있더라도, 몸이 부서지듯 힘들더라도, 그녀는 자갈치 아지매다. 자갈치 아지매는 결코 ‘포기나 실망’ 따위의 단어는 없다. 투박하고 억센 사투리 속에 묻어 있는 ‘내일과 희망’만이 있을 뿐이다. “싱싱한 고기 사이소~ 생선 사이소~” 크게 외치는 목소리에는, 손주들과 손잡고 편안히 마실 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소록소록 부풀어오른다. 온 가족이 모여 깔깔대며 행복해하는 모습도, 가득~한 것이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공기정화식물 어떤게 있나

    공기정화식물 어떤게 있나

    화분 하나 놨을 뿐인데…. 칼바람이 무서워 꼭꼭 닫아 걸은 창문 탓에 실내 공기는 탁해질 대로 탁해져 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셔본지 언젠지. 바깥 활동이 줄고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겨울철, 화분 하나가 많은 것을 해준다. 공기를 맑게 해주는 것은 물론 공간까지 아름답게 가꿔 주는 식물들. 공기정화식물 전물 쇼핑몰 해피트리(www.happytree.co.kr)의 도움을 받아 소개한다. # 집안에 ‘녹색 효과’를 식물을 선택하기 전 장소와의 궁합을 먼저 볼 것. 빛이나 습한 것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따져 특성에 따른 배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 거실에는 잎이 크고 넓은 식물을 키운다. 잎이 많은 식물은 공기정화도 잘되고 습도 조절에 도움이 되기 때문. 잎이 큰 파키라는 이산화탄소 흡수기능이 탁월한 식물. 외관상으로도 아름다워 실내 장식용으로도 좋다. 대량의 수분을 방출하는 아레카야자나 대나무야자도 잎이 많고 보기에도 좋아 거실이나 베란다에 배치하기 알맞다. 흡연자가 있다면 인도 고무나무가 좋다. 담배 연기나 실내에 떠다니는 미세분진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공간이 협소한 침실에는 스킨답서스 같은 작은 식물을 벽걸이용으로 걸어 놓는 것이 좋다. 잎이 아래로 계속 뻗어 나와 장식미도 있고 침실의 습도를 높이는데도 그만이다. 세균 발생이 우려돼 침실에서 가습기 사용이 꺼려진다면 스킨답서스가 고민을 해결해 줄 것이다. 또 선인장은 밤에 산소를 내뿜는 대표적인 식물이기에 침실용으로 제격이다. 녹색식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아이들 공부방에 향기가 은은한 로즈마리를 추천한다. 녹색효과뿐 아니라 향기효과까지 있어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에 그만이다. 산세베리아도 빠질 수 없다. 다른 식물에 비해 음이온을 30배 이상 배출하는 산세베리아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가 있다면 꼭 갖춰야 할 식물.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를 흡수하는데 탁월하며 야간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침실이나 어린이방에 놓아두면 좋다. 화장실에는 습하고 빛이 없는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인 고사리와 관음죽이 좋다. 관음죽은 암모니아 가스 등을 제거해 악취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요리시에 많은 가스가 나오는 주방에서는 스파티 필름처럼 불완전 연소 가스를 많이 흡수할 수 있는 식물을 키운다. 벤자민도 불쾌한 음식 냄새를 잘 잡는다. # 어떻게 하면 잘 키울까 화초를 집안에 몇 개나 두어야 할까? 식물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방 면적의 5% 정도를 식물로 채우면 실내 습도가 10%로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아파트 25평 기준으로 잎이 넓은 식물을 7∼8개 두어야 실내 습도를 10%로 올릴 수 있다. 식물이라고 다 햇빛을 좋아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남향의 거실과 베란다에는 햇빛을 좋아하는 팔손이 나무 등을 두고 습기가 많은 곳에는 고사리와 같은 양채식물이나 관음죽이 좋다. 겨울철 식물들도 세포활성이 줄어든다. 아무리 실내 온도가 높더라도 활동량이 줄어들어 수분 흡수도 줄어든다. 때문에 잦은 물주기는 ‘독’이 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화분 표면이 말라 보여 물을 자주 주는데 속에는 수분이 남아도는 상태. 계속해서 물을 줄 경우 뿌리가 썩어 숨을 못 쉬게 되고 결국 잎이 노랗게 변해 죽게 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탐사보도-법따로 현실따로 (2)] 4000만원 딱지 두달새 두배로… “없어 못팔아”

    [탐사보도-법따로 현실따로 (2)] 4000만원 딱지 두달새 두배로… “없어 못팔아”

    ■ 판교 신도시 ‘묻지마 투기’ 현장 ‘판교 로또’라고 불리면서 지난해 투기 광풍에 가까운 투자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판교의 겨울은 적막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9일 찾은 판교는 제2의 투기열풍이 불면서 내홍을 예고하고 있었다. 판교 신도시는 불법성 거래가 성행하는 투기의 온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상가 딱지는 없어서 못 판다.6월이면 값이 두 배로 뛸 텐데 누가 팔겠느냐.”고 말했다. 판교에서 처음 찾은 A부동산중개업소 이모씨는 “4000만∼5000만원에 거래되던 딱지가 최근 두 달 사이에 8000만원으로 올랐다. 원주민 대상자들 70∼80%가 이미 다 팔아 넘겨 매물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가 딱지를 10여개씩 물건 사듯 싹쓸이하는 사람도 봤다.”고 전했다. 상가 입찰우선권인 상가 딱지는 오는 6월 대상자로 확정되기 전에는 잠재적인 권리일 뿐이다. 그래서 ‘물딱지’라고도 불린다. 이런 허점을 노려 물딱지를 중복해서 팔고, 심지어 이중삼중으로 팔아넘긴 사례도 나온다.B부동산중개업소 오모씨는 “아직 등기를 확인할 수 없으니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딱지 하나를 4명에게 속여 팔았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도소득세를 편법으로 해결하는 아이디어도 나온다.C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부분 상가 딱지를 거래한 값이 8000만원이라면 양도세 부담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팔아넘긴 원주민은 차익의 5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지만 매입자 부담으로 떠넘기는 것이다. 양도세를 얼마나 내야 할지 모르는데도 양도세를 500만원에 해결해 주겠다고 나서는 부동산도 있다.D중개업자는 “매매가격을 1000만원으로 후려치는 ‘다운 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세를 500만원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판교 주변의 백현동·궁내동에는 상가조합이 난립해 있다. 거리 곳곳에는 조합원 가입을 권하는 플래카드들로 어지럽다. 조합들은 확성기 차량은 물론 지역신문과 지역 케이블 TV에 광고까지 내면서 치열한 유치전을 벌인다. 딱지를 많이 모아야 대규모 상가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E상가조합은 조합 가입 조건으로 토지매입비와 건축비 대납이란 약속을 내걸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상가 딱지는 말 그대로 분양권일 뿐, 진짜 상가를 분양받으려면 부지도 사야 하고 건물도 지어야 하는데 여기에만 최소 1억 500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면서 “부담이 될 테니 추가부담금을 조합에서 부담하겠다.”며 조합 가입을 부추겼다. F상가조합의 얘기는 달랐다. 관계자는 “일부 조합에서 공짜로 주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말도 안 된다.”면서 “비용을 대납하고 8평짜리 상가를 주겠다고 하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불리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을 ‘최대 규모’라고 내세운 G상가조합은 “무조건 조합원이 많아야 좋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조합원 수백명이 모이면 건물을 여러 층 지을 수 있고, 용적률에 따라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면 토지매입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며 가입을 권했다.H조합은 16평짜리 상가를 주겠다고 약속했고,I조합은 수익의 50%를 조합원에게 돌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거는 등 조합들은 조합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상가 딱지’ 중복 계약 확인 사실상 불가능 “정식 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피 튀기는 한 판 싸움이 벌어질 거요.” 판교 부근 백현동의 K조합에서 만난 원주민 대상자인 김모씨는 “이 조합, 저 조합에 동시에 가입한 사람도 많고 조합끼리 멱살잡이하는 모습도 가끔씩 목격할 수 있다.”며 판교 상가 딱지가 몰고 올 엄청난 후유증을 우려했다.‘피 튀기는 한 판’이 가시화되는 시점은 오는 6월쯤이 될 전망이다. 그때쯤에는 주택공사·토지공사·성남시 등 3개 공동시행처가 상가 딱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원주민 상가 딱지 대상자 개인이 아닌 그들로 구성된 조합이 계약 대상이다. 계약을 치르고 나서 원주민 대상자가 상가 딱지를 중복 계약한 게 드러나면 원주민 대상자와 매입자간 분란이 빚어질 게 뻔하다. 한 번 전매를 허용했기 때문에 딱지 매입자들은 원주민 대상자에게 자신의 명의로 이전을 요구할 테고, 이 과정에서 많게는 3중4중으로 중복 판매한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S부동산 관계자는 “조합과 시행처간 정식 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실제 권리를 가리려는 법정 분쟁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원주민 대상자들의 조합 중복가입이다. 토공 관계자는 “중복 가입으로 드러나면 조합은 상가 용지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1개 이상의 조합에 중복가입한 원주민 대상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해당 조합은 시행처와 상가 택지 분양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조합들간 무더기 소송은 불 보듯 뻔하다. 조합은 원주민 대상자들로부터 다른 조합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각서를 형식적으로 받고 있기는 하지만 중복 계약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주민 대상자들과 조합들 간의 분쟁 가능성도 있다. Q상가조합 조합장은 “조합 운영비만 한 달에 3000만원 이상 막대하게 들어간다.”면서 “벌써부터 시행사에서 빌려쓴 빚 독촉으로 잠적한 조합 임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 “불법매매 우린 몰라” 손놓은 공공기관 양모(32·여·회사원)씨는 원주민 대상자인 친척을 대신해 판교 상가딱지 매매가 문제가 없는지를 알기 위해 한국토지공사·성남시와 함께 판교 신도시 개발의 3대 시행사의 하나인 대한주택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주공의 판교사업단 직원 P씨는 판교의 상가 딱지 거래가 불법이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권리를 파는 것에 대해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막말로 우리가 알 바 아니다.”라면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 양씨는 토공의 판교사업단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사겠다는 사람과 약속을 해서 돈을 주고 받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될지는 본인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는 답변을 들었다. 성남시도 “대상자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체도 없는 생활대책용지 권리증 불법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은 몇번 들었고 나중에 사기피해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사기관이 할 일이지, 행정기관에 문의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신도시 기획팀 관계자도 문제점을 알고는 있지만 개인간 약속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기획탐사부 이창구 강혜승 유지혜 박지윤기자 tamsa@seoul.co.kr
  • [中 주장 삼각주 한국기업 르포 (下)] 세무·노무·환경 등 각종 규제 헤아릴 수 없을 정도

    [中 주장 삼각주 한국기업 르포 (下)] 세무·노무·환경 등 각종 규제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주장 삼각주 이지운특파원|“해고를 못하겠어요….” 기업인 A씨는 근무 태도가 불량한 한 직원을 해고하려 했다. 노동계약 만료 이전에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한달 전에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로 부담금’을 물게 된다.“법대로 사전 통지를 했더니 동료들을 부추기고 선동하고 나서 아주 힘듭니다.” A씨의 고민은 강화된 노무 행정에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사실상 일방 해고 통보만 있을 뿐이었다. 이제는 해고 대상자들이 약점을 악용해 해악질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한다. 사회보장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실을 꼬투리 잡아 경제보상금까지 요구, 꼼짝없이 당하는 사례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보험료, 고용계약 연장비용, 출장비, 야근 수당 등은 명확한 규정이 없어 ‘걸면 걸리는’ 수준이라고 코트라(KOTRA)는 경고하고 있다. B씨는 “이제 파업도 피해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현지의 한 관계자는 “과거 노사분규가 생겨 관(官)이 개입하고 나면 항상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었으나 요즘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거의 무조건 기업주 잘못으로 전가한다.”고 전했다. 중국인 직원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 때 명백한 사실과 그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노동자에게 유리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오는 3월 노동계약법이 시행되면 “근로자들은 더욱 대담해질 것”이라고 기업인들은 입을 모았다.“시행 초기 관리 감독이 철저해질 테니 조심하라.”는 주의보까지 나돌고 있다. 지난해 새로 생겨났거나 강화된 각종 규제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노무, 세무, 세관, 환경 등 분야별로 내놓을건 다 내놓았다고 보면 된다. 각각의 조치들은 향후 기업들에 메가톤급 충격을 던져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노동계약, 사회보장보험, 각종 보상 및 배상 관련 규정 등은 특히 탈이 많이 나는 분야로 꼽힌다. 세금 문제 역시 ‘지뢰밭’이다. 단순 임가공업체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뜻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재료를 수입할 때 저가 신고분에 대해 밀수혐의 조사를 벌여 형사범으로 처리하는 일도 생기는 상황이다. 공장지역 일대에 환경감시 차량이 돌아다니는 일도 잦아졌다. 가공무역 금지에 따른 타격도 상당했다.C씨는 자신이 업종이 가공무역 금지 품목에 해당되면서 세금 환급분이 2%나 줄었다.C씨는 “가격 경쟁력이 여기서 나오는데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C씨는 지난해 이 일대 수만평에 큰 공장 몇개를 짓고 사업을 본격화한 터라서 어떻게해서든 이 마진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일단 “수수료라도 줄이기 위해 대리 통관을 해오던 것을 직접 수속하고 있는데, 직접 중국 관(官)을 상대하면서 오는 부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법령은 사소해 보여도 일단 현실에 적용되면 영향력이 적지 않다.D씨는 “알고 보니 설비기계를 구매할 때 면세기준이 낮아진 것도 적잖은 부담이 됐다.”면서 “아주 세세한 것이 엄청나게 많이 변했는데, 아직 그 영향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지의 한 인사는 “이제 수출품에 대한 부가세 환급률이 조정되고, 관세율이 바뀌고, 환경 법령이 생겨나고, 각종 금지 조항이 확정되고 나면 각종 규제와 고임금, 인력난 등이 맞물려 기업환경은 급속히 나빠질 것”이라면서 “가장 ‘친(親)기업 환경적’이라는 주장 삼각지도 이제 더이상 기업의 천국으로 불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jj@seoul.co.kr ■ ‘주장 삼각주’ 이후 대안은 |주장 삼각주 이지운특파원|‘한계 기업’의 진짜 속앓이는 더 나은 환경을 물색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주장 삼각주에서 내륙으로 4시간쯤 들어간 곳에 공장을 이전한 A씨. 지금 후회막급이다. 우선 인력을 찾아갔으나 (사람)공급이 안됐다. 사람을 대주겠다는 지역정부의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몇차례 사람을 보내왔으나 얼마 안가 수십명씩 빠져 나갔다. 직장에 대한 사명감이 없어 직장을 들락거리기 일쑤였다. 지역정부는 ‘이젠 당신이 알아서 해라.’는 식이다. 한 관계자는 “인구 150만명 도시라도 실질 노동력은 20%도 안된다. 공장 몇 개 들어오면 금방 노동력이 바닥나고 만다. 농촌이나 탄광지역의 노동력으로는 미세 공정이 어렵다. 손이 거칠어 미세 부품 조립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건비는 싸지만 숙련공이 없고, 생산활동이 원활치 못하다는 푸념이다. B씨는 전력부족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에 당했다. 수도를 비롯한 기반시설도 생각보다 훨씬 낙후됐다.“툭하면 전기가 끊기고 수송에 문제가 생겨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둥관(東莞)에서 전자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공장 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가, 부품을 조달해야 하는 연관 산업이 주변에 없어 힘들어도 둥관에 남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얼마전 내륙의 한 도시에 다녀온 D씨는 “공장을 옮기기로 거의 마음을 굳혔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세금문제에 대한 답변이 오지 않아 가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내륙의 도시들은 하루가 멀다 않고 ‘혜택을 줄 테니 투자를 하라.’는 손짓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베트남 등 제3국 이전이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가구업계의 한 인사는 “베트남으로 갈까 하고 호찌민을 찾았더니 중국·타이완계 가구업체가 이미 2000개나 진출해 있었다.”고 설명했다.“아무래도 (그들은)중국의 관련 정책 정보를 먼저 입수하고 움직인 것 같다.”고 했다. 중국·타이완 업체는 베트남의 귀금속·장신구 등 공해 유발공장을 이미 발빠르게 선점했다. 특성상 더이상 남쪽으로 내려가기 어려운 업종도 있다. 공예품은 도금제품이 많기 때문에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생산이 쉽지 않다. 물류비용 부담도 더 늘어난다. 한국에서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주요 수출지역인 미주로 물건을 내보낼 때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중국에서는 조선족 동포가 있어 언어소통이 가능하지만, 동남아에서는 의사 소통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현지의 한 인사는 “많은 기업주들이 더이상 옮길 곳도 없고, 결국 (사업장을)접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결단을 못내리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유통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업종 전환만이 살 길”이라면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j@seoul.co.kr ■ 중국서 살아남으려면 |주장 삼각주 이지운특파원|“목재가 가공무역 금지품목에 포함됐다는데, 어떤 나무가 해당되고 어떤 나무가 해당되지 않는 건지….” 목재 가공업을 하는 A씨. 인터넷을 통해 한국 신문을 보고서야 자신의 업종이 가공무역 금지 조치대상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러나 주변 동종업자들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뭐가 바뀌긴 바뀌었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이게 내 일인지, 아닌지를 모르는 일이 허다하다.”고 혀를 끌끌 찼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1차적으로는 중국의 법령과 정책이 구체적이지 않은 탓이다. 지방마다 적용과 해석, 시행 속도가 다른 것도 원인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관계 기관에서도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 당사자들이 자신의 처지와 문제를 모르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내놓기 어렵다. 게다가 소규모 공장들이 곳곳에 산재한 주장 삼각주에는 한국 업체가 몇개인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계자들은 “공동파악, 공동대응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과 강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의 한 한인상회 관계자는 “자주 연락을 취하고 모이는 수밖에 없다. 한국이든, 중국이든 관(官)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타이완의 업체들은 이 점에 대단히 강하다. 무역협회는 중국의 투자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만큼 늘 경각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관계 법령도 철저하게 숙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저우 무역관의 김정태 과장은 “특히 세부 규정은 지방별로 달리 적용되기 때문에 지방 조례까지 세심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나중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j@seoul.co.kr
  • [10일 TV 하이라이트]

    ●클로즈 업(YTN 오후 1시30분) 누구나 새해를 맞으면 새로운 각오로 희망을 말한다. 세상이 어렵고 삶이 힘들수록 용기를 주는 희망의 메시지는 더 절실한데, 요즘이 바로 그런 때일 것이다.‘우리시대의 대표적 지성’으로 통하는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과 함께 새해의 의미와 우리 사회의 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PDP,LCD,CRT, 프로젝션. 다양한 TV 어떻게 골라야 할까? TV는 무조건 클수록 좋다? TV가 근시의 원인이다? TV를 오래 보면 머리가 나빠진다? TV에 얽힌 여러 궁금증을 풀어본다.‘돈이 보이는 특강’에서는 우리 아이를 위한 노후를 어떻게 계획해야 할지 재테크계 미다스의 손, 백정선씨에게 들어본다.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2001년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돼 연예활동을 중단했던 황수정이 5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복귀 논란을 놓고 그녀가 드라마 제작보고회에서 밝힌 솔직한 심정을 소개한다. 연기자로 평가받고 싶다는 그녀의 촬영장 모습도 공개한다. 또 김정은, 이서진을 ‘연인’마지막 촬영 현장에서 만나본다.   ●생방송 오늘아침(MBC 오전 8시30분) 혼수가 웬수? `혼수’갈등으로 인한 이혼이 늘고 있다. 많거나 적거나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양가부모들 사이에 어떤 식으로든 마음의 상처를 남기게 된다는 대한민국 혼수문화. 대한민국 중산층의 평균 혼수 액수는 어느 정도이며 혼수로 인한 파경을 막을 수는 없는지 그 실태와 대안을 짚어본다.   ●신년특집 추적 60분(KBS2 오후 11시5분)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부터 충청도 농촌 마을, 전라도 항구도시, 부산 자갈치시장.40여일 동안 약 200여명의 민심을 직접 들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1년 남은 참여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추적 60분’신년특집 2부작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환경스페셜(KBS1 오후 10시) 흔히 ‘히말라야의 보석’이라 불리는 불교 왕국 부탄. 중국과 인도의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나라 부탄은 지구상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천연의 요새 같은 지형을 갖고 있다. 때문에 고유문화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완벽하게 유지, 보존되는 곳이기도 하다. 물, 바람 그리고 하늘의 나라 부탄을 찾아가본다.
  • 렌트 조승우 파워 빌리다

    렌트 조승우 파워 빌리다

    이 젊은 배우는 8편의 출연작으로 뮤지컬계의 신적 존재로 떠올랐다. 지난 7일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렌트’의 주인공 조승우(27)는 두시간 만에 모든 출연분이 팔려나간 ‘괴력의 티켓 파워’를 부담스러워했다. “연습도 들어가기 전에 표가 갑자기 다 팔려 그 중압감은 어떻게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조승우는 연습실에 일찍 와서 연습했다고 밝혔다. 뮤지컬계 최고의 흥행 배우지만 어머니의 이사 때문에 단 한번 불참했을 정도로 진지하고 충실하게 두달여 연습에 임했다고 한다.‘조승우 표는 조승우도 못 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제 속에서 막을 올린 렌트 공연은 조승우·조서연 남매가 함께 무대에 서 더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조서연은 지난 6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시사공연 직후 급성후두염 등으로 쓰러져 현재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회복되는 대로 무대에 곧 오를 예정이다. ‘렌트’의 제작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맘마미아’에 출연 예정이던 배우 손지원도 연습 도중 건강이상으로 결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조서연은 동생과 함께 공연하면서 “낙하산이나 누구의 누나가 아닌 배우 조서연으로 보여지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던 만큼 무리한 연습이 배우들의 건강에 이상을 일으킨 셈이다. ‘렌트’는 2000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 이후 꾸준히 국내에서 공연됐던 인기 뮤지컬. 조승우 역시 고등학교 때 렌트 음악을 듣고 모든 음악장르를 다 녹여낸 조너선 라슨의 천재성에 매료돼 렌트 마니아가 됐다고 말했다. 라슨은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기 위에 고군분투하다 렌트의 초연 직전에 급작스럽게 사망한 불우한 천재 작곡가다.‘렌트’는 에이즈 환자, 동성애자 등 월세(렌트) 내기도 힘든 뉴욕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승우가 맡은 로저는 작곡가 라슨의 이미지가 투영된 고뇌하는 음악가이자 에이즈 환자다. 조서연은 로저의 상대역 미미가 아닌 행위예술가 머린역을 맡았다. 그동안 남경주, 이건명, 김수용, 송용진 등이 로저역으로 뮤지컬 스타의 입지를 굳혔다. 이번 렌트는 소극장에서 연극 규모로 공연되면서 치밀해진 무대와 박칼린 음악감독의 개사작업으로 이야기 전달을 강조한 노래를 선보인다. 스타 조승우를 중심으로 신동엽, 나성호, 고명석 등 젊은 배우들의 신선한 열정을 만날 수 있다. 조승우의 전작 ‘지킬 앤 하이드’나 ‘헤드윅’처럼 폭발할 듯한 주인공의 에너지를 강조하진 않지만, 렌트 마니아로 뭉친 젊은 배우들이 조화된 에너지를 뿜어낸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지금 경산에선] 대학도시 넘어 교육 명문도시로

    [지금 경산에선] 대학도시 넘어 교육 명문도시로

    ‘전체 인구 23만명 중 대학관련 인구만 16만명.’경북 경산시가 ‘상아탑의 도시’에서 명실상부한 ‘교육 명문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날개를 펴고 있다. 대구의 동쪽에 위치한 경산은 1972년 영남대가 터를 잡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4년제 5개대,2년제 8개대 등 13개 대학이 몰린 대학도시이다.4년제 종합대학으로는 영남대를 비롯해 대구대, 대구한의대, 경일대, 대구가톨릭대학이 있고 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 대경대 등이 2년제 대학이다. 이처럼 대학이 몰려있는 도시답게 광역 교통망 구축 등 각종 도시 인프라 확충과 명문 학교 육성, 평생 학습도시 지정 등의 사업이 착착 진행 중이다. ●교육도시 인프라 조성 교육도시 건설을 위한 최대 현안인 대구지하철 2호선 경산연장(대구 수성구 사월동∼경산시 대동 영남대 앞 3.32㎞) 사업이 새해 착공된다.2011년까지 추진될 이 사업의 총 투자비는 2388억원(국비 1432억, 지방비 956억원). 또 같은 해 대구지하철 1호선 경산연장(대구 안심역∼경산시 하양읍 청천역 3.2㎞)을 위한 타당성 조사도 이뤄진다. 이들 사업은 대구∼경산을 매일 오가는 10만 학생·교직원들의 수송에 없어선 안될 중요한 혈류이다. 아울러 대학 등이 밀집된 지방 중소도시를 학원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학원도시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도 재추진된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교육도시 육성을 위한 법적 지원장치가 마련되며, 정부의 재정지원이 가능해져 교육도시 건설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학도시 특화 우선 올해부터 대동·임당지구 60여만평에 지역 대학의 심장부 역할을 맡을 ‘대학촌(村)’이 건설된다. 이곳에는 교직원촌을 비롯해 연구·업무·문화시설 등 각종 아카데미 인프라가 들어서 대학발전을 선도하게 된다. 특히 오는 2008년 말까지 대동리 4만 5000여평에 1000억원을 투입하는 ‘한류(韓流) 캠퍼스 복합타운’ 조성사업도 추진된다. 외국인 유학생 2400여명을 수용하는 전용 기숙사와 한국어연수원, 영어마을, 한류 R&D(연구개발)센터, 대학 테마파크 등을 갖춘다. 외국인 유학생의 친한화(親韓化)를 유도하고 한류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한류타운은 앞으로 인근에 조성될 삼성현(원효·설총·일연) 역사유적공원 및 민속마을과 연계, 한류문화 관광 벨트화된다. 또 경산시장과 지역 13개 대학 총·학장 등으로 구성된 ‘학원도시 발전협의회’를 더욱 활성화, 대학 특화와 경쟁력 향상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명문 중·고교 육성이 관건 경산은 대학도시이면서 명문 중·고교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매년 성적이 우수한 초·중학생 수천명씩이 인근 대구 등지로 전출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이에 따라 시는 오는 2015년까지 10년간 100억원의 장학기금을 확보,23개 지역 중·고교의 교육여건 개선과 성적 우수생을 위해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또 이들 학교에 대한 교육경비(영어타운 조성 등) 지원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7억 9400만원에서 올해 34억 8000만원으로 6배 이상 올렸다. 뿐만 아니다. 지역 교육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 13개 대학과 초·중·고 36개교 간의 자매결연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서울 강남구와의 인터넷 수능방송 공동 활용 등 문화교류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명문 중·고교 육성 등의 사업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오는 3월에는 지역 교육의 숙원인 경산과학고(부지 1만 6000여평)가 갑제동에 문을 연다. 우선 3학급(학급당 20명씩) 규모로 문을 열게 될 이 학교는 미래 과학 한국을 주도할 영재 육성의 산실이 될 전망이다. 2007학년도 대학진학(수시)에서 전례없는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13명이 합격한 것을 비롯해 10개 고교 3학년 전체 학생 2052명 중 714명(35%)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대학·주민간 네트워크 구축 경산은 올해 정부에 의해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지역 대학 등 24개 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으로 모든 시민이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하기로 했다. 각급 기관·단체들로 평생학습도시 정책협의회·실무협의회 및 평생교육 기관간 협의회 구성·운영으로 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대학과 190여개 부설연구소,1600여 기업체, 경북테크노파크 등으로 산·학·연·행 공동 협의체 구성을 실현, 제대로 된 교육도시를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대학이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체육공간 등 각종 학교시설을 개방하고, 교양강좌 및 축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상호 발전을 유도할 방침이다. 경산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대학도시특별법 제정 전폭적 예산지원 필요” “대학·학원도시에 머물고 있는 경산을 세계적 교육도시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이를 위해 경산 시민과 지역 교육계의 모든 역량이 결집돼야 합니다.” 경산시의 미래 청사진인 교육도시 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병국 경산시장은 “허허벌판이던 경산이 대학·학원도시를 넘어 교육 명문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은 훌륭한 시민들의 저력 덕택”이라고 말했다. 최 시장은 “교육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도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면서 “시민과 대학, 관련 자치단체들과 연대해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교육 육성을 위해 중앙정부의 전폭적 예산지원이 절실히 요청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정부가 1963년 쓰쿠바(筑波)를 연구학원도시로 결정한 이후 1970년 특별국회에서 쓰쿠바 연구학원도시건설법을 제정해 도시를 육성한 결과, 수도권 과밀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류 타운 조성과 관련해 최 시장은 “막대한 사업비가 드는 만큼 민간 및 공공자본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며 “특히 민간(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든 달려갈 것”이라고 특유의 강한 집념을 보였다. 최 시장은 “새해 지역 홍보와 학원도시 조성을 위한 연대 분위기 확산을 위해 시민과 지역 대학 등이 대거 참여하는 대학도시 및 평생학습도시 선포식을 가질 것”이라며 “또한 2008년과 2009년에 전국 대학생 축제와 세계 대학생 축제를 경산에 유치한다는 계획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교육 명문도시 건설이 국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한다.”고 성원을 당부했다. 경산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美 ‘맞춤형 배아’ 판매 논란

    ‘원하는 아기를 입맛대로 고른다?’ 인간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배아 판매를 둘러싸고 윤리적 논란이 거세다. 정자와 난자 제공자들의 학력, 외모, 성격, 건강 등 자세한 신상정보를 참고하고 미래에 태어날 아기의 가상 컴퓨터 사진까지 미리 본 뒤 마음에 맞는 배아를 골라 임신하는 서비스가 제공된 탓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6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샌 앤토니오에 있는 ‘에이브러햄 생명센터’란 회사가 세계 최초로 배아 판매를 시작하면서 이 같은 논쟁이 불붙고 있다고 전했다. 생명이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애리조나주의 한 백인 여대생으로부터 기증받은 난자와 정자은행에서 구한 백인 남성 변호사의 정자로 22개의 배아를 만들었다. 이미 2명의 여성 고객에게 각각 배아 2개씩 임신 시술까지 마쳤다. 캘리포니아주의 한 40대 여성은 두 차례의 배아 시술을 받는 계약을 맺었다. 또 유타주의 항공사 여승무원 난자와 뉴욕주 의사 남성의 정자로 만든 배아도 판매를 앞두고 있다. 배아 가격은 2500달러. 임신 시술까지 포함한 비용은 1만달러 미만이다. 벌써 150명 이상의 부부들이 배아 시술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고객들은 난자와 정자 제공자의 학력, 외모, 성격, 건강 등 구체적인 신상 정보를 설명듣는다. 태어날 아기의 모습과 성인이 된 모습도 컴퓨터 사진으로 제공된다. 신장, 지능지수, 머리색깔로 사전에 디자인하는 ‘맞춤형 아기’까지 가능해진다. 회사측은 난자 제공자의 경우 대졸 학력 이상의 20대이고 정자 제공자는 박사·변호사 등 고학력자로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자·난자 제공자에 대한 신체검사와 성장 환경, 가족사도 조사한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회사측은 “아기 갖고 싶은 사람들을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린스턴대 로버트 조지 교수는 “인류가 경고해온 ‘신세계’로 인간이 옮겨가고 있다.”면서 “인간의 상품화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켄터키주 루이스빌대의 마크 로드스타인 생명윤리학 교수도 “아기를 상품처럼 취급하고 있다.”면서 “규격을 주고 원하는 컴퓨터를 주문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Seoul In] 종이 지적도 전면 전산화

    구로구(구청장 양대웅) 100년간 사용해 오던 종이 지적도를 완전 전산화했다. 종이 지적(임야)도는 온도와 습도 등으로 변형될 수 있고, 사용 빈도에 따라 훼손·마모 등이 일어난다. 또 토지 경계가 부정확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하지만 이번 전산화로 지적(임야)도를 발급받기 위해 15분 정도 기다리던 대기 시간이 1분 이내로 단축됐다. 특히 종이 지적도의 도면 복사에 따른 훼손, 마모 등이 없어지게 됐다. 지적과 860-2800.
  • [서울신문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책을 돌려주세요/조영희

    후드득 후드득. 아침부터 오던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아. 한낮인데도 온 세상이 캄캄해. 진서의 노란 비옷이 캄캄한 세상에 점처럼 박혀 있어. 할머니는 꼭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은 날씨라고 하셨지. 하지만 진서는 겁나지 않아. 옷자락을 꼭꼭 여미고 찢어진 깜장 우산을 받쳐 들었지. 진서는 도서관을 좋아해. 작은 언덕배기에 있는 도서관은 넓고 깨끗해. 그곳에 있으면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져. 진서는 도서관 입구에서 우산을 접어 흔들었어. 비를 피해 들어온 떠돌이 개도 몸을 흔들었어. “안녕.” 어린이 자료실의 마음 좋게 생긴 선생님이 진서를 반갑게 맞아주었어. “그 책 들어 왔어요?” 도서관에서의 첫 말이 몇 달째 똑같아. “아니, 아직.” 선생님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진서는 조금도 재미있지 않았어. “누가 빌려 갔어요? 왜 안 돌려준대요?” 또로롱 또로롱. 선생님이 자료실에 걸려온 전화를 받았어. 진서는 선생님의 책상에 매달려서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어. 보고 싶었던 책이 몇 달째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오늘은 꼭 듣고 싶었어. 하지만 통화는 생각보다 길어졌어. 진서는 슬슬 지겨워졌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졌어. 아침 똥을 거른 게 문제였나 봐. 화장실은 넓고 깨끗한 도서관에 어울리지 않게 좁고 어두웠어. 오늘은 비가 와서 더 칙칙해 보였지. 진서는 가운데 칸에 들어갔어. 그리고 힘을 끙! 주고 보니 화장지함에 화장지가 없는 거야. 주머니를 뒤져도 나오는 건 먼지뿐이었어. 휴지통도 살짝 봤지만 손이 가진 않았어. 얼굴이 빨개지고 손바닥엔 땀이 뱄어. 바스락 바스락. 그때, 바로 옆 칸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렸어. 사람이 있었나봐. 다행이지 뭐야. “휴지 있어요?” 진서가 칸막이벽을 두드렸어. 비닐봉지가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렸고 곧 칸막이 밑으로 화장지 한 뭉치가 쑥 들어왔지. “고맙습니다.” 진서는 마음이 탁 놓였어. 진서는 볼 일을 마치고, 손도 깨끗이 씻었어. 그리고 화장실을 나가려는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든 거야. 진서가 앉아 있던 칸의 옆 칸, 그러니까 가장 안쪽의 칸은 평소에 청소 도구들을 놓는 곳으로 쓰고 있었어. 이제 청소 도구들을 치우고 원래 목적으로 쓰고 있는 걸까? 진서는 그 칸의 문 앞으로 가보았지. 문이 살짝 열려 있었어. 진서가 모르는 사이에 나가 버린 걸까? 확인하기 위해서 진서는 문을 살짝 밀었어. 문은 스르르 열리다가 어느 순간에 딱 멈췄어. 안에 있던 사람이 열지 말라고 문을 밀었다면 다시 닫혔을 텐데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딱 멈췄어. 무언가 꽉 찬 느낌이었지. 진서는 문을 힘껏 밀어 보았어. 끄으윽. 냄비 바닥을 긁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어. 청소 도구가 끌리는 소리인가? 확실히 사람이 내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았어. 진서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었어. 그러자 ‘퐁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어. 그곳엔 빗자루와 대걸레, 쓰레받기가 잔뜩 쌓여 있었어. 두루마리 화장지도 한 봉지 있고 말이야. 역시 청소 도구를 놓는 곳이었던 거야. 진서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변기 속을 들여다봤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변기 속에는 진서가 애타게 찾던 바로 그 책이 떨어져 있었어. 진서는 책을 건져야겠단 생각에 변기 옆에 세워져 있던 싸리 빗자루를 집어 들었어. 흠뻑 젖었지만 잘 말리면 그럭저럭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 푸르풍풍. “앗! 차가워!” 변기 속에 빗자루를 넣는 순간, 빗자루는 사라지고 커다란 갈색 도깨비가 나타났어. 도깨비는 화장실 한 칸을 꽉 채울 정도로 컸어. 머리는 천장에 닿았고, 구부정한 자세로 팔을 앞으로 쭈욱 빼고 있었어. 유난히 빨간 얼굴,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부리부리한 눈은 진서의 짝꿍을 쏙 빼닮았어. 진서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지. “감히 날 변기 속에 넣다니.” 도깨비가 눈알을 뒤룩뒤룩 굴렸어. 아하! 조금 전의 싸리 빗자루는 이 갈색 도깨비였던 모양이야. “이래 봬도 깔끔한 몸이시라고.” 도깨비는 몸을 부르르 떨었어. 그러는 사이, 진서도 정신을 차렸지. 몇 달 동안 돌아오지 않았던 책이 변기 속에 있어. 그것도 커다란 갈색 도깨비와 함께 말이야. “이 책을 돌려주지 않은 게 너야?” 진서가 도깨비를 쏘아봤어. 도깨비는 흠칫했지. 자기를 보고 도망가지 않은 것만 해도 놀라운데 오히려 겁을 주고 있으니 말이야. “응? 네가 그런 거냐고.” 진서가 한 발 앞으로 왔어. 도깨비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지. 하지만 그 좁은 화장실 안에 갈 데가 어디 있겠어. 도깨비는 몸을 뒤로 빼다가 물 내리는 손잡이를 눌러 버렸어. 콰르르르르. 변기 속의 물이 소용돌이를 쳤지. 진서는 깜짝 놀라 도깨비를 화장실 밖으로 끌어냈어. 겨우 찾아낸 책이 군데군데 찢겨 변기 속을 떠다녔어. 이제는 건져서 말린다 해도 절대 절대 읽을 수 없을 거야. 진서의 눈에 불이 일었어. 도깨비의 눈보다 부리부리해졌지. “이제 어쩔 거야?” “미안.” “미안하다면 다야? 저 책을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진서의 얼굴은 퉁퉁 붓고, 도깨비는 점점 더 오그라들었어. “어쩔 거냐고!” 점점 더 오그라들던 도깨비가 진서의 손을 잡아끌었어. 도깨비가 진서를 데리고 간 곳은 어린이 자료실이야. “책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 거나 읽으면 안 돼?” “안 돼!” 진서는 도깨비의 손을 뿌리쳤어. “골라줄까?” 도깨비가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진서는 대답하지 않았어. “이거 어때? 한 번 읽어봐.” 도깨비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진서의 눈앞에 대령했지. 진서는 웃음이 나는 걸 꾹 참았어. 이렇게 쉽게 용서해 주면 안 될 것 같았지. 그보다 사서 선생님한테 도깨비가 한 짓을 모두 일러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선생님의 책상이 비어 있었어.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어. 도깨비를 혼내는 건 진서의 몫이 된 거야. “너 말이야.” 진서가 도깨비를 은근히 바라봤어. “그 책 말고도 돌려주지 않은 책 있지?” 도깨비는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어. 달아나려고 했던 거야. 하지만 진서가 재빠르게 붙잡는 바람에 둘 다 넘어졌어. 포쇼쇼. 도깨비는 어느새 싸리 빗자루가 되어 있었어. 진서는 빗자루를 들고 바닥에 마구 내쳤지. “돌아와, 돌아오란 말이야.” 몇 번을 내쳐도 싸리 빗자루는 여전히 싸리 빗자루였지. 진서는 싸리 빗자루를 들고 화장실로 달려갔어. “변기에 넣어버릴 거야!” 푸르풍풍. “안 돼! 하지 마!” 변기에는 빠지고 싶지 않은가봐. “돌려주지 않은 책 있지?” 도깨비는 빨간 얼굴을 더욱 붉히며 고개를 끄덕했어. “어디야? 앞장서.” 진서는 도깨비의 누더기 옷자락을 꼭 붙잡았어. 도깨비는 말없이 화장실을 나갔어. 그리고 넓은 홀을 지나 도서관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 밖에는 아직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어. 진서는 가방에 꽂아 두었던 찢어진 깜장 우산을 활짝 펼치고 도깨비를 보았어. “같이 쓸래?” 하지만 진서의 우산은 도깨비한테는 얼굴 가리개 정도밖에 안 되는 크기였어. 진서하고 도깨비는 키도 맞지 않았지. 우산을 얼굴에 대보는 도깨비를 보다가 진서는 웃음을 터뜨렸어.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지. 진서의 몸이 하늘로 들렸어. 그제야 진서는 깜짝 놀라 웃음을 멈췄어. 도깨비가 진서를 번쩍 들어 어깨에 올린 거였어. 그렇게 하고 우산을 쓰니 진서의 몸도 가려지고 도깨비의 얼굴도 가려졌어. 도깨비는 도서관 아래의 체육관을 지나고, 과수원도 지났어. 그리고 그 아래의 좁은 산책길로 올라갔지. 도깨비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면 안 돼. 비에 젖은 갈참나무 잎사귀들이 진서의 눈앞에 나타나면 진서는 팔을 휘저어 갈참나무 가지들을 밀어줘야 했고, 우산도 놓치면 안 되는 거였어. 도깨비는 작은 산을 넘어 진서가 처음 보는 동네로 내려갔지. 그러고도 도깨비는 한참을 굽이굽이 골목을 돌아갔어. “이상한 데로 데려가면 혼난다.” 진서의 말에 도깨비가 씩 하고 웃었어. 도깨비가 멈춘 곳은 허름한 책방 앞이었어. 유리창엔 ‘헌 책 사고 팝니다’라고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지. 붓글씨 같았어. 도깨비가 책방의 나무문을 열자 꿉꿉한 책 냄새가 훅 풍겨 나왔어. 진서는 우산을 접고 도깨비를 따라 들어갔어. 오래된 책들이 천장까지 쌓여 있었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모두 쓰러져 버릴 것 같았지. 그래서 진서는 조심조심 걸었어. 도깨비가 천장에 매달린 전구를 켰지만 그것만으론 책방 안을 환히 밝힐 수 없었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전구의 빛은 책방 구석까지 가지 못했어. 그 구석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진서는 겁나지 않았어. “우와! 이게 모두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이야?” 진서는 도서관에 있는 책보다 여기에 있는 책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야!” 도깨비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어. “사람들이 이사 가면서 내버린 책들이 훨씬 많아. 그런데 사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책이 이렇게 많이 쌓인 것에 대한 그럴듯한 까닭이었어. 도깨비가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을 고르는 동안, 진서는 발아래 있던 책을 한 권 집어 들었어. 첫 장을 펼치니 누군가 써놓은 굵은 글씨가 보였어. 진서가 태어나기도 전의 날짜와 함께 책을 산 사람의 이름이었지. 진서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 “난 낡은 책이 좋아. 도깨비는 원래 오래된 물건을 좋아해.” 도깨비가 슬며시 와서 말했어. “이거 읽어도 돼?” 도깨비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어. “여기서 읽을게. 읽어도 되지?” 진서가 책을 꼭 끌어안고 말했어. 그제야 도깨비는 진서와 함께 책 더미 옆에 나란히 앉았어. 진서가 펼친 책에는 도깨비 이야기도 있었지. 도깨비 그림이 나올 때마다 책방의 도깨비가 얼굴을 붉혔어. 도깨비가 처음 출연했던 책이라나 봐. 무척 부끄러워하더라고. 그러고 보니 이곳에 있는 책의 표지에는 도깨비 그림이 유난히 많았어. “네가 변기에 빠뜨린 책에도 도깨비가 나와?” “응, 우리나라 도깨비는 아니지만 조금.” 도깨비의 대답에 진서가 고개를 끄덕끄덕했어. “정말 읽고 싶었는데.” 그리고 가만히 중얼거렸지. “그 마음 알 것 같아. 몇 번을 읽어봐도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어.” 도깨비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어. “몇 번을 읽어봐도?” 진서가 도깨비에게 바짝 다가왔어. “몇 번을 읽었으면 혹시 나한테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진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어. 도깨비는 그 눈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야. 작은 책방에 이야기 나라가 펼쳐졌어. “기관사 루카스 아저씨는 기쁨의 나라에 살고 있었단다. 그 나라는 아주 작은 나라였어.” 이야기 나라는 저녁이 되면 문을 닫아. 하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열리지. 진서는 이 작고도 넓은 나라의 첫 번째 손님이 되었어.
  • [2006하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삼성전자 ‘하우젠 은나노’

    [2006하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삼성전자 ‘하우젠 은나노’

    2007년형 ‘하우젠 은나노´ 드럼세탁기는 살균·항균 성능이 향상됐다. 은나노 살균·항균 시스템을 세탁에서부터 불림, 헹굼까지 세분화해 10가지 세탁코스를 선택·사용할 수 있다. ▲아기 옷, 운동복 등 세균곰팡이에 취약한 세탁물에 적합한 ‘은나노 파워항균코스´ ▲이불, 커튼 등 때가 잘 빠지지 않는 세탁물을 위한 ‘은나노 불림세탁코스´ ▲세탁조 곰팡이의 악취를 막아주는 ‘은나노 통세척코스´ 등이 이번 모델에 추가됐다. 국내 최초로 국제양모사무국의 울마크를 획득, ‘울 세탁코스´를 통해 모직 의류를 손상·수축 없이 안전하게 세탁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간편하고 위생적인 세탁을 가능하게 하는 에어워시 기능도 추가됐다. 이 기능으로 건조 과정의 습도 및 온도, 드럼 회전속도와 작동 시간 등을 섬유 특성에 맞게 조절해 물세탁을 하지 않고도 냄새, 진드기, 세균 등을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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