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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탁 미래와 세상] 결혼과 주례사

    [이영탁 미래와 세상] 결혼과 주례사

    누구나 하는 결혼이지만 결혼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결혼 전에는 결혼을 동경하다가, 하고 난 다음에는 생각이 변하는 수가 많다.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라는 중립적 평가도 있지만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해질 것이고, 나쁜 사람을 만나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몽테뉴의 평가는 색다르다. “결혼은 새장과 같다. 안에 있는 새는 나오려고 하고, 밖에 있는 새는 들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전엔 결혼이 나이가 들면 으레 하는 필수 과정이었다. 지금은 결혼 연령이 훨씬 늦어졌고 아예 혼자 사는 사람도 흔하다.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된 것이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는 사람 중엔 미혼이 아니라 비혼(非婚)이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월이 흐르면서 결혼 풍속이 달라지는 걸 보면 결혼도 환경 변화에 따라 진화를 하고 있다고 할까. 결혼 이후의 모습도 달라진 건 마찬가지다. 어렵사리 결혼을 해도 출산율은 떨어지고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하는 꼴이다. 얼마 전 어느 결혼식에 참석해서 느낀 일이다. 주례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는데도 주례사 내용은 옛날 그대로다. 부모에 효도하고, 평생토록 사랑하며, 끝까지 인내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등 많이 듣던 얘기를 그대로 반복하는 게 아닌가. 주례가 신랑·신부에게 하는 얘기가 아니라 마치 자기 삶을 되돌아보면서 하는 넋두리 같다고 느낀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이 달라진 건 이제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결혼식을 진행하는 동안 신랑·신부가 연신 웃어대는 장면이라든가 어른들 앞에서 사랑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모든 것이 변화의 연속이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주례가 하는 주례사의 내용이다. 누가 주례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나이 든 사람이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주례는 대개 신랑·신부가 평소 존경하는 사람이다.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살아가면서 지침이 될 좋은 얘기를 듣고자 주례로 모신 것이다. 그렇다면 주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례는 무엇보다도 신랑·신부, 즉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자기보다 20~30년 젊은 사람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말을 해주어야 한다. 즉, 미래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현실에 있어 대부분의 주례는 과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과거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급속하게 변하는 세상에 미래의 부부관계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게 틀림없다. 남편과 아내의 역할 구분이 뚜렷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가 독자적인 영역을 유지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너 관계로 변모할 것이다. 초기의 열렬한 사랑이 세월과 함께 은은한 사랑과 신뢰관계로 변해가는 과정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의 부부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이 가능하면서 바람직한 모습일까? 부부 간에도 이기적 유전자가 작용하는 이상 미래의 젊은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고, 인내하고, 양보하며 살아갈까? 어떤 미래학자는 이제 곧 일부일처제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대처방식은? 차제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제안한다. 주례를 서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인생 선배로서 후배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얘기를 해주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내용이다. 요즘 주례 없는 결혼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주례사의 내용 부실에 있는 건 아닌지 음미해 볼 일이다. 주례를 서기 전에 미래 공부부터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주례사로 젊은이들의 미래를 잘 인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 공효진 촬영장 포착…추석연휴도 반납한 슬픈 공실

    공효진 촬영장 포착…추석연휴도 반납한 슬픈 공실

    배우 공효진이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드라마 촬영에 몰입했다. 공효진의 소속사 매니지먼트 숲은 20일 트위터를 통해 “모두들 추석 연휴를 잘 보내고 계시죠? 추석 연휴에도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 공실이의 모습입니다. 이제는 공실을 알아보지 못하는 주군 때문인지 왠지 공실이의 모습도 짠하고 애틋하네요”라는 글과 함께 드라마 촬영장에서 대본을 읽고 있는 공효진의 사진을 공개했다. 평소 밝은 분위기와 환한 미소로 ‘공블리’의 매력을 발산했던 공효진은 이날 사진 속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진지한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모든 기억을 잃은 중원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는 공실의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공효진은 리허설 중에도 더욱 애틋한 감정으로 대본에 몰입했고 촬영 현장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공효진이 열연하고 있는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은 25일 14부 방송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계의 추석… 지구촌은 가을 축제 중

    세계의 추석… 지구촌은 가을 축제 중

    지구촌은 가을 축제 중이다. 나라마다 이름과 시기는 다르지만 수확의 계절을 맞아 신과 자연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동양의 추석이 가족끼리 모여 조상을 기리는 대표적인 명절이라면 서양은 풍성한 음식을 곁들인 일종의 축제에 가깝다.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추석에 대해 알아봤다. 중국의 음력 8월 15일은 중추제(中秋節)이다. 이름 그대로 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추제에는 달을 상대로 제사를 지내고 달을 감상하는 풍습이 있다. 이는 신선이 되어 달로 날아가버린 미녀 창어(嫦娥)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대표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백과에서는 여자들이 중추제에 달을 보고 제사를 지내면 창어처럼 미인이 된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둥근 보름달은 흩어진 가족이 모두 모인다는 뜻의 ‘퇀위안’(團圓)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중국에서는 중추제를 퇀위안제라고도 부른다. 달을 상대로 제사를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가족이 모여 둥근 달을 바라보며 달을 닮은 전통 음식인 ‘웨빙’(月餠)을 먹는 행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웨빙은 밀가루 반죽에 각종 속재료를 넣어 만드는 전통과자다. 원래는 송편과 마찬가지로 제수 용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웨빙 겉면에는 전설의 주인공인 창어를 그려 넣거나 풍년과 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을 적는 일도 있다. 중국인들은 중추제에 반드시 웨빙을 먹기 때문에 중추제 선물로 애용된다. 시장이 크기 때문에 스타벅스, 하겐다즈 등 다국적 업체에서도 웨빙 제품을 대거 만들어 판매할 정도다. 고기소, 팥소, 오리알소, 곡류소 등 속재료에 따라 맛과 가격이 다르다. 금, 해삼, 샥스핀 등 고가 재료로 만든 제품도 많다. 웨빙은 선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 질과 가격은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중추제는 웨빙 판매가 부진하다. 당 중앙은 이달 들어 보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공공기관이 예산으로 웨빙 선물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모든 공공기관에 하달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총서기 취임 이후 근검절약과 허례허식 타파, 반부패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추석에는 공무원들이 국민의 혈세인 공공예산으로 웨빙을 사서 서로 주고받는 일을 금지시켰다. 올해 중국 웨빙 전체 생산량은 28만t 100억 위안(약 1조 7741억원)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중추제에는 ‘진인웨빙’(銀月餠)이라고 하여 웨빙 모양의 금 제품을 장인의 전통 공예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올해는 웨빙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이 진인웨빙이 ‘백보합’(百寶盒)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인 50g은 2만 위안(약 360만원), 347g은 16만 위안인데 올해는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판매상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에서 중추제가 공식 휴일로 지정된 것은 단오절 등 전통명절을 대거 부활시킨 지난 2008년 이후의 일이다. 춘제(春節·설)나 10월 1일 건국기념일과 같이 1주일에 달하는 긴 휴가 대신 3일가량의 미니 연휴를 즐긴다. 중추제 등이 민족 기념일이 된 것은 한국의 강릉단오제가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는 19~21일이 중추제 연휴로 지정됐다. 같은 중화권인 홍콩과 타이완에서도 중추제를 즐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웨빙을 먹고 초롱불놀이를 즐기지만 휴가는 단 하루뿐이다. 특히 홍콩에서는 약 1주일가량 빅토리아파크 앞에서 열리는 대형 등불 축제가 유명하다. 올해는 재물과 복을 동시에 기원하는 ‘윈차이샤오푸싱’(運財小福星)을 띄워 눈길을 끌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중추절을 지낸다. ‘쭝투’(Trung Thu)라고 부르며 웨빙을 먹는 풍습도 같다. 다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하거나 어린이들이 사자탈춤이나 가면놀이 등을 하면서 보내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위한 날로 인식된다. 우리나라에 한가위가 있다면 일본에는 ‘오봉’이 있다. 오봉은 음력 7월 15일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행해진 죽은 조상의 영혼을 추모하는 행사를 일컫는다. 지금은 양력 8월 15일로 바뀌어 이날 전후로 3일가량 쉬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가족끼리 모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오주겐’(お中元)이라고 일컫는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여름 휴가 기간과도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인파도 많아 일년 중 최대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신칸센과 비행기의 예약이 일찌감치 끝나고 고속도로도 연일 정체되는 경우가 많아 NHK가 실시간으로 고속도로 상황을 전하기도 한다. ‘오봉’은 일본 고유의 민속 행사에 불교 행사인 ‘우라봉’(盂蘭盆)이 합쳐져 지금의 형태로 생겨났다는 설이 유력하다. 오봉 연휴 시작 즈음 ‘정령맞이’를 위해 집이나 절의 대문 앞에 ‘무가에비’(迎之火·조상이나 죽은 사람의 혼을 맞이하기 위해 피우는 불)를 피워 놓고 절의 불단이나 임시 제단을 만든다. 과일, 채소 등 계절음식과 오봉 떡인 ‘보타모찌’를 올리는 등 조상을 공양하는 제사를 지낸다. ‘봉’은 제물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이다. 일본 아스카 시대 아귀도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는 부처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승려들에게 음식을 공양했다는 게 기원이라고 한다. 부처와 승려들에게 음식을 올리고 공양하며 특히 선조의 혼령을 공양하는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 오봉이다. 미국의 추석은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추수감사절’이다. 우리의 추석처럼 연례 최대 행사 중 하나로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열린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청교도의 신대륙 정착을 기념하는 축제다. 1620년 신앙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정착한 영국 청교도들이 이듬해 추수를 마치고 제사(예배)를 지낸 데서 유래했다. 청교도는 낯선 이방인들에게 경작법을 가르쳐 준 인디언을 초대해 칠면조를 나눠 먹었고, 이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은 일년 중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로 새벽부터 쇼핑센터 앞에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유럽의 추수감사절의 기원은 그리스도교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슷한 의식이 로마제국이나 그리스 등지에 있었고 유대인들도 ‘수케’, ‘시케’라는 가을 수확 무렵의 축제를 지냈다. 프랑스에는 ‘투생’이라 불리는 가을 명절이 있다. 매년 11월 1일에 행해지는 가톨릭 축일로, ‘모든 성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날엔 묘소에 꽃을 갖다 바치며 고인을 회상하는데 이것 이외에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특별한 풍속은 없다. 이날 페르 라셰즈, 몽마르트, 몽파르나스 등 파리의 대형 공동묘지에 있는 유명 인사들의 묘에는 꽃다발이 넘쳐난다. 학교는 ‘투생’을 전후해 약 2주일간의 방학에 들어가며 박물관을 제외한 공공기관은 문을 닫는다. 독일은 추석에 비교할 만한 명절은 없지만 추수감사절 특산품이나 지역별 축제가 유명하다. 포도·감자·밀·맥주 등 생산 품목에 따라 여름부터 가을에 이르기까지 한 해 농사에 감사하는 동네 축제를 연다. 포도가 많이 나는 라인강과 마인강, 모젤강 일대에서는 7~10월에 포도 축제가 이어진다. 모젤와인 산지에 있는 베른카스텔은 9월 초순, 라인팔츠 와인 산지인 바트 뒤르크하임은 9월 중순, 노이슈타트는 10월 초순에 고전의상을 입고 벌이는 대규모 축제행렬이 이어져 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맥주 축제로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뮌헨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가 유명하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서울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씨줄날줄] 세금과 헌금/안미현 논설위원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고급빌라촌. 서울시 세금징수과 조사관 15명이 열쇠수리공들과 함께 철문 잠금장치를 뜯어내고 있었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빌라였다. 최 전 회장은 지방세 37억원을 13년 동안이나 안 내고 있었다. 비자금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로 국가가 물린 추징금 1962억원도 내지 않았다. 조사관들은 안방 문 경첩까지 뜯어낸 뒤에야 비로소 굳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최 전 회장 부부와 맞닥뜨릴 수 있었다. 최 전 회장은 “금 덩어리를 땅에 묻어놓고 세금을 안 내는 게 아니다”라며 신경질을 냈다. 같은 날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의 제98회 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참석자 1033명 가운데 870명이 교회세습방지법안에 찬성했다. 반대는 81명. 압도적인 표차였다. 개신교의 맏형 격인 예장통합이 올해부터 교회 대물림을 공식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아버지 목사가 아들이나 사위 목사에게 교회를 넘겨주는 풍토는 개신교의 고질적 병폐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맨 먼저 세습방지법안을 채택하면서 자정 노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다시 최 전 회장의 집. 조사관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최 전 회장의 부인 이형자 횃불재단 이사장 앞으로 된 1500만원대의 월급 명세서, 명품시계, 600억원에 육박하는 주식 배당금 내역서 등이 집안 곳곳에서 나왔다. 조사관의 시선이 핸드백에 꽂혔다. 이씨는 명품이 아니라며 애써 감췄지만 가방 안에는 1200만원의 현금다발이 들어 있었다. 당황한 이씨는 “하나님 헌금으로 낼 돈”이라면서 “가져가면 벌 받는다”고 소리질렀다. 조사관은 이렇게 받아쳤다. “세금 내면 하나님도 잘했다고 하실 겁니다.” 사흘 후인 15일 마포구 돼지갈비집. 일요예배를 보고 나온 듯한 일단의 무리가 “목사님들도 세금을 내고 교회 세습도 않겠다며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 때문에 신자 수가 뚝뚝 떨어진다”며 푸념하고 있었다. 예장통합의 교인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보다 4만여명 감소했다고 한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성직자들도 2015년부터 기타소득세 4%를 내게 된다. “그나저나 (서울시 조사관과 최 전 회장 부인의 입씨름을 지켜봤다면) 하나님은 어떤 걸 더 좋아할까.” 돌발질문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의 대답에 이내 폭소가 쏟아졌다. “그야 세금 낸 뒤 헌금 많이 내는 거지.” 세상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하나님 법을 지키겠다고 하면 하나님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연설명에 더는 웃을 수 없었다. 안미현 논설위원 hyun@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긴급출동 24시(KBS1 밤 10시 55분) 2012년 9월 추석을 하루 앞둔 밤 11시. 남양주시 화도읍 물류센터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을 뒤로 한 채 현장으로 달려간 김성은 소방관. 8시간 동안 쉼 없이 이어진 작업은 추석날 아침에야 마무리되었고 그는 지친 동료들을 먼저 돌려보내고 마지막 불씨를 확인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위기탈출 넘버원(KBS2 밤 8시 55분) 추석특집으로 꾸며져 시어머니 대표 사미자, 예비 며느리 대표 박은지 등 MC 가족대표까지 총출동해 입담을 펼칠 예정이다. 또한 아나운서 도경완, 가수 장윤정 부부가 최초로 동반 출연해 토란을 먹을 때 주의할 정보를 알려주며, 새 신랑 도경완 아나운서의 팔불출 같은 모습도 모두 공개될 예정이다. ■일자리 창조프로젝트 드림헌터(MBC 오후 6시 20분) 사물의 특성이나 참과 거짓, 좋고 나쁨을 분별하여 판정한다는 뜻의 감정.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이 ‘감정의 세계’에 별별 틈새 직업들이 있다. 5조원에 달하는 국내 명품시장에서 꼭 필요한 인력으로 가짜 명품을 구분해내는 명품 감정사. 고가의 물품을 다루는 전문직인 만큼 이들은 3000만~4000만원의 초봉을 받는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SBS 밤 11시 10분)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양면성을 지닌 악역(한정희 역)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는 탤런트 김미숙이 찾아왔다. ‘엘레강스 김’이란 별명으로 1990년대 CF 여왕으로 등극했던 그녀. 그녀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간첩일 터. 첫 단독 토크쇼에 출연해 데뷔 34년의 연기인생을 털어놓는다. ■생방송 EBS 교육 대토론(EBS 밤 11시 40분) 최근 영유아 무상보육을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무상보육 대상이 올해 1월부터 0~5세로 전면 확대되면서 그에 따른 광역지자체의 재정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특히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무상보육 사업에 필요한 국비지원 확대를 요구했지만, 중앙정부가 이를 거절해 무상보육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추석특집-콩, 인류를 살리다(OBS 오후 5시 55분) 우리 민족과 콩의 관계를 조명하고 콩의 우수한 효능과 발효 식품을 소개한다. 세계의 식품으로 거듭나기까지 우리 콩이 거치는 300일간의 여정을 공개한다. 또한 우리 전통식품 청국장을 비롯해 태국 북부 산악지대 소수민족들의 토아나오와 인도네시아 템페, 일본의 낫토 등 아시아 각국의 콩 발효식품도 비교한다.
  • 안구건조증의 다양한 원인과 치료법

    안구건조증의 다양한 원인과 치료법

    현대인의 질병이라고 불리는 안구건조증은 흔히 눈물이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증발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구건조증은 다양한 원인에 따라 발병하기 때문에 안구건조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 현대인에게 안구건조증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건조한 실내환경, 컴퓨터·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근거리 작업, 소프트렌즈 착용 등이 있다. 잦은 냉·온풍기 사용은 눈물이 마르게 하고, 컴퓨터, 스마트폰 사용 시 눈 깜빡임이 줄어들며 눈물 분비량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환경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40세 이후부터는 눈물 분비량이 감소함에 따라 안구건조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갱년기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안구건조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외에 영양소가 부족이 원인이 되어 안구건조증이 발병할 수 있다. 비타민A는 동물의 간, 생선, 계란 노른자에 들어있는 영양소로 눈 건강에 필요한 성분이다. 체내에 이 성분이 부족할 경우 안구건조증뿐만 다양한 안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평소에 신경 써서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안구건조증은 건조감을 비롯해 눈 시림, 이물감, 자극 등이 증상으로 나타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 눈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결막염, 각막염 등 안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으므로 꾸준한 관리를 통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구건조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변환경 및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환경이 너무 건조하지 않게 일정 습도를 유지하고,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수시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이는 습관과 눈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 또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안구건조증으로 인해 눈의 불편한 증상이 계속된다면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무방부제 인공눈물을 점안하는 것 역시 도움될 수 있다. 이종호 서울밝은세상안과 원장은 “안구건조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므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여 꾸준한 관리를 통해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안구건조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난다면 자가면역질환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살아있는 게 뽑으세요” ‘게 자판기’ 등장(동영상)

    “살아있는 게 뽑으세요” ‘게 자판기’ 등장(동영상)

    중국에서 살아있는 게를 파는 이색 자동판매기가 등장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저장성 항저우시에 등장한 이 자판기는 완벽하게 포장된 살아있는 게를 뽑을 수 있으며, 크기와 품질에 따라 20~60위안(약 3500~1만 원)에 게를 사 먹을 수 있다. 자판기 내부는 사람들이 죽지 않은 신선한 게를 먹을 수 있도록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며, 포장 역시 생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제작됐다, 일반 자판기처럼 돈을 넣고 원하는 상품의 번호를 누르면 게가 나오는데,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뚜껑을 열면 게가 막 건져 올린 것처럼 집게발을 꿈틀 거린다. 입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자판기 게’를 사기 위해 몰려들었고, 이를 사기 위해서는 자판기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 현재는 인구유동이 많은 항저우시의 대로변과 난징시 지하철 역 내부에 설치돼 있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점차 대수가 늘 전망이다. 이색 자판기를 기획한 기업가 리우씨는 “길거리와 지하철 뿐 아니라 슈퍼마켓 내부에도 이 자판기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런 독창적인 자판기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품을 보다 빠르게 주문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자판기는 ‘자동판매기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 뿐 아니라 영국 등지에도 소개되면서 눈길을 모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재즈 인생 50여년…국내 남성 재즈 보컬 1세대 김준

    [김문이 만난사람] 재즈 인생 50여년…국내 남성 재즈 보컬 1세대 김준

    전설의 재즈 뮤지션 루이 암스트롱에게 묻는다, 재즈가 무엇이냐고. “궁금해도 절대로 알 수 없을걸”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면서 “생각하면 생각한 대로 비비디 바비디 부”라고 한다. 아마도 재즈가 느낌으로 전해져 오는 음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재즈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재즈는 원래 블루스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아프리카와 유럽 문화권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프랑스인과 흑인의 혼혈인 크레올들의 음악적 요소가 뒤섞이면서 탄생했다. 1800년대 후반 농장에서 불리던 노동요나 뱃노래 등이 발전해 1900년대 초반 블루스적 특징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재즈음악이 들어왔을까. 흥미롭게도 대한매일신보 기자를 지낸 바 있으며 ‘봉선화’ 등을 작곡한 홍난파 선생이 재즈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1930년대 미국에 유학해 재즈를 익혔던 그는 지금의 KBS 전신인 경성중앙방송국에서 관현악단을 만들어 재즈를 연주했다. 1940년대 재즈 스타일 곡들이 대중음악에 조금씩 섞이면서 박단마가 부른 ‘나는 열일곱살이에요’가 국내 최초로 스윙 사운드를 사용한 재즈 스타일의 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광복 이후 미군 문화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재즈가 클럽에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1950년대 루이 암스트롱이 각종 영화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면서 본격적으로 재즈가 등장했다. 1960년대 미8군 쇼 무대는 가수 지망생들의 생활의 터전이었고 경음악단들이 앞다퉈 재즈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가을바람이 선선해지는 계절, 이쯤 해서 음악을 얘기해 보자. 음악은 귀로 마시는 황홀한 술이라고 했다. 이는 음악이 즐거움을 주는 것과 동시에 일상사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재즈는 어떨까. 재즈 인생 50여년, 우리나라 남성 재즈 보컬 1세대로 알려진 김준씨를 지난 5일 오후 만났다. 장소는 경기 남양주 호평동에 위치한 김준 재즈클럽이다. 3층 건물에 1층은 한식당(부인이 운영)이고 2층이 김준 재즈클럽 공연장이다. 단체 예약이 있을 때만 김씨가 직접 출연해 여러 곡을 선사한다. 클럽에 들어섰더니 ‘시작은 그 끝과의 약속이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신뢰에 대한 겸허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피아노와 드럼이 있다. 벽에는 재즈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미국 흑인 가수들의 공연 사진이 붙어 있다. 잠시 우리나라 재즈 1세대 뮤지션들의 얼굴이 나타난다. 1970~1980년대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수사반장’의 배경음악을 담당했던 재즈 드러머 유복성씨, 미8군 무대에서 비밥과 쿨 재즈를 다지면서 ‘영자의 전성시대’ ‘어제 내린 비’ ‘겨울여자’ ‘깊고 푸른 밤’ 등의 영화음악을 맡아 명성을 떨친 정성조씨, 피아니스트 신관웅씨, 트럼펫 연주가 강대관씨 그리고 보컬리스트 김준씨 등으로 이어진다. 클럽 내부를 잠시 구경한 뒤 야외에 마련된 의자에서 마주 앉았다. 주변에는 푸른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바로 앞에는 승마장이 있다. 자연의 치유에 대해 잠시 생각하면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여긴 언제 문을 열었나요?” “2002년부터 10년 동안 서울 평창동에 있다가 작년에 여기 왔어요. 재즈를 좋아하는 팬이 제공한 공간입니다.” “공연은 일주일에 몇 번 하는지요?”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모임이 있을 때, 그렇게 모인 분들을 위해 재즈 한마당을 선사합니다. 재즈는 즉흥적이라 그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다 좋아합니다. 누구나 어울리기 좋지요.” “요새 한강에서 공연도 하고 있지요?” “여의도 쪽에서 합니다. 물빛무대라는 곳이 있는데 매주 수·금·토요일 저녁 7시에 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예술총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관객이 700~800명쯤 모이는데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찾아와 재즈를 즐깁니다. 한번 오세요, 이 가을에(웃음).” “재즈는 사계절 중 언제 가장 듣기가 좋습니까?” “사계절에 다 맞출 수 있습니다. 가을에는 가을대로 맛이 있고요.” “국내 재즈 1세대는 몇 명이나 있나요?” “(잠시 생각하더니) 10명쯤 되지요. 공연 때 가끔 만납니다.” “국내 재즈 뮤지션은 어느 정도 됩니까?” “한 200~300명쯤 됩니다. 미국파가 있고 유럽 유학파가 있습니다. 우리 같은 1세대도 있지만 현재는 30대 전후인 재즈 3세대로 교체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재즈란 무엇인가요?” 지체 없이 답이 나온다. “가장 자유스럽고 민주적이고 창의적인 음악입니다. 또한 가장 합리적이고 영적인 치유가 있는 음악이지요. 그래서 재즈는 영원할 겁니다. 혼이 담긴 음악, 흥이 녹여진 음악이라서 재즈만 가지고 있는 DNA가 있습니다. 재즈는 또 지구 상의 어떤 음악과도 협연이 가능합니다. 포용력이 있는 음악이지요.” 그는 재즈 보컬리스트 외에도 작곡가로 많은 활동을 했다. 그동안 무려 1000여곡이나 작곡했다. ‘사랑하니까’(패티김)를 비롯해 1984년 TBC세계가요제 금상 수상곡 ‘나 이제 여기에’(박경희), ‘내 마음은 풍선’(장미화), ‘그래도 설마하고’(임희숙), ‘청바지 아가씨’(박상민)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그는 남성 4중창단 ‘쟈니 브라더스’의 멤버(리드 김현진, 테너 양영일, 바리톤 김준, 베이스 진성만)로 그 유명한 ‘빨간 마후라’를 불러 히트시켰다. 잠시 당시 얘기를 해 본다. 평상시에는 각자 점잖은 의상의 노신사들이지만 무대의상만큼은 반드시 화려하고 밝은 색상으로 통일했다. 김씨는 데뷔 시절부터 의상, 액세서리 등의 코디를 도맡았다. 그들에겐 ‘빨간 마후라’가 잘 어울렸고 정겨운 화음은 세월을 뛰어넘어 중장년층으로부터 깊은 공감을 얻었다. 김씨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1940년 1월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논밭 30만평을 소유한 대지주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탄 자전거 짐받이에 앉아 신의주 시내를 구경했다. 가죽 장화를 신고 허리에 긴 칼을 찬 일본 기마경찰의 모습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다 1945년 광복을 맞이했다. 소련군이 진주했고 조선 노동당이 들어섰다. 재산은 모두 몰수당했다. 아버지는 숙청 대상 1호로 낙인찍혔다. 가족들은 할 수 없이 진남포에서 배를 타고 인천으로 월남했다. 남산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곧 원주로 이사했다.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강원 영월과 경북 문경 등으로 피란을 갔다. 이어 1·4후퇴 때는 목포를 거쳐 제주로 피란 갔다. 현재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산방산 인근이었다. 사계초등학교 6학년을 거쳐 대정중학교에 입학했다. 이때 미군 부대 전용 교회의 찬양대에서 활동했다. 도내에서 열리는 음악 콩쿠르에서 ‘가고파’ ‘고향생각’ ‘고향이 그리워’ ‘달밤’ ‘봉선화’ ‘바다로 가자’ 등을 불러 우승을 휩쓸었다. 대정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단거리 육상과 마라톤 시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는 한편 음악 교사에게 피아노, 트럼펫, 바이올린 등을 배웠다. 합창단에서 바리톤도 맡았다. 195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사관학교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고등학교 교장 선생의 권유로 나간 ‘전국 남녀 고등학생 음악경시대회’(경희대 주최)에서 3위를 차지해 경희대 성악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의 음악 인생은 이때부터였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4·19로 인해 잦은 휴강이 이어지다 결국 휴교령이 내려졌다. 갈 곳이 없었던 그는 종로2가 ‘뉴월드 음악감상실’에서 DJ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5·16 후에는 예그린가무단의 합창단원으로 강제로 뽑혀 갔다. 당시 가무단장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였다. 그러나 1년여 만에 예그린합창단이 해체되면서 쟈니 브라더스를 결성하게 된다. 쟈니 브라더스는 1962년 당시 TBC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주말 프로그램 ‘쇼쇼쇼’에 전속 가수로 출연하면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 ‘방앗간집 둘째딸’ ‘니가 잘나 일색이냐’ ‘마포 사는 황부자’ 등의 히트곡을 쏟아냈다. 신영균이 주연한 영화 ‘빨간 마후라’의 주제곡을 부른 것도 이때였다. 1968년 쟈니 브라더스가 해체된 이후 각자 솔리스트로 변신한다. 김씨는 멤버 중 가장 먼저 독립했다, 스탠더드 팝과 재즈 번안곡이 주를 이룬 음반을 발표하면서 솔로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1970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음반을 발표하지 않은 해가 없을 정도로 ‘음악은 곧 인생’이라는 일관된 삶을 살아 오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저는 재즈 뮤지션으로서 더욱 열정적으로 재즈 음악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이뤄 나갈 꿈은 ‘김준 재즈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재즈 아카데미, 재즈 박물관도 생각하고 있지요.” 헤어지면서 미소 짓는 그의 모습이 나이보다 젊게, 해맑게 느껴진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김준은 1940년 평안북도 신의주 출생으로 경희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1962~1968년 ‘쟈니 브라더스’의 일원이었으며 KJC(한국재즈모임) 창립 회장과 고문을 역임했다. 이후 수원여대 대중음악과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에서 김준 재즈클럽을 운영하면서 극동방송 운영위원과 ㈔한국재즈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요 공연으로는 ‘김준 디너콘서트’(1995년), ‘김준 재즈콘서트’(1996년), ‘서울 솔리스트 재즈 오케스트라 공연’(2007년), ‘아름다운동행 재즈콘서트’(2010년), ‘영화 브라보 재즈라이프 출연’(2010년), ‘브라보 재즈라이프 콘서트 출연’(2010, 2011년) 등이 있다.
  • [새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

    [새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여러모로 한국의 대도시를 닮아 있다. 주인공 마틴(하비에르 드롤라스)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수천 개의 빌딩이 제멋대로 솟은 곳”이며 “합리적인 건물 옆에 불합리한 건물이 있고, 미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불규칙한 곳”이라고 정의한다.외양만 비슷한 것이 아니다. 메트로폴리스의 군중 속에서 고독에 침잠하는 청춘의 모습도 닮았다. 웹 디자이너인 마틴은 공황 장애로 몇 년째 작은 아파트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은 인터넷으로 해결하고, 게임에 빠져 시간을 보낸다. 마틴은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가까워진 만큼 삶에는 멀어졌다”고 자각하지만 공허한 관계 속에서 시름에 젖어 있다.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마리아나(피욜라 로페즈 드 아야라)도 마찬가지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백화점에서 쇼윈도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마리아나는 사람 대신 마네킹과 대화를 나누고 마네킹을 애무한다. 의미 없는 관계에 매몰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터질 것 같다”며 포장용 ‘뽁뽁이’를 터뜨리기도 한다. ‘짧은 가을’과 ‘긴 겨울’, ‘마침내 봄’의 세 챕터로 이루어진 영화는 황량하고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마리아나가 ‘월리를 찾아서’를 “내 인생의 화두가 된 책”이라고 설명하는 것처럼 두 사람은 각자의 ‘월리’를 갈구한다. 그러나 “누구를 찾는지 알아도 못 찾는데 모르면 어떻게 찾을까” 자문하는 마리아나의 말에서 보듯 드넓은 도시에서 ‘월리’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대신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온라인 채팅에 빠져든다. 이 영화를 “도시의 우화이자 대도시 현대인의 삶에 대한 유머러스한 ‘건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는 구스타보 타레토 감독은 타자와의 관계 맺기가 폐쇄된 골방과 인터넷을 벗어나 바깥 세계에 발 딛는 순간에야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광고계에서 일하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감독은 영화에 자신의 취향을 집적해 놓는다. 우디 앨런의 영화와 라이카 카메라, 매킨토시, 임스 체어, 바흐의 골든베르크 협주곡 등이 영화 곳곳을 수놓는다. 영화적 소품을 통해 취향을 공유하는 즐거움이 있지만 진지한 주제의식보다 취향의 과시에 집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인상도 남는다. 애니메이션과 화면 분할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재기 발랄한 스타일로 미국의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에서 “우디 앨런에 반했으나 스타일은 미셸 공드리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94분.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얘들아, 대학가자-입시전문가 어드바이스] 대학별 사회계열 논술 대비

    [얘들아, 대학가자-입시전문가 어드바이스] 대학별 사회계열 논술 대비

    Q 정치와 법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계고 여학생 A입니다. 3학년 1학기까지의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성적은 3.5등급입니다. 정시를 목표로 학기 초부터 학생부보다는 수능 성적 향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목표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수능 성적을 더 올려야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수시 1차에 이미 지원한 대학은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경희대이고 숙명여대는 지원할 계획입니다. 모두 논술 전형입니다. 그리고 정시에는 갈 수 없는 정도의 상향 지원이기도 합니다.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남은 기간 논술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지원 대학별 논술 시험의 특징, 제 내신이 대학별로 얼마나 불리한지 등입니다. 남은 기간 수능 공부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수능최저학력기준만 목표로 하고 논술에 올인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6월 모의평가 이후로 1주일에 5시간 정도 논술 공부를 해 오고 있는데 논술 실력이 향상됐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수시에 지원한 대학을 중심으로 추석 연휴에 개설되는 논술 특강을 수강해야 할지도 궁금합니다. A 수시 모집 대학의 논술 전형 지원 경쟁률은 학과별로 20대1 미만부터 100대1을 넘기까지, 다른 수시 전형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논술 전형의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수능과 학생부 성적이 신통치 않아 수시에 지원할 전형이 마땅치 않은 차에 수능최저기준만 달성하면 단기간 논술 준비로 합격할 수 있다고 믿고 지원하는 수험생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 학생의 경험대로 논술 실력은 단기간에 향상되지 않습니다. 수시 대학별 논술 공부의 기초는 지난 기출문제와 올해 시행된 모의평가를 푸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해마다 대학별로 논술 경향이 크게 변하지는 않으므로 기출문제를 통해 논술 출제의 난이도와 범위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모의평가 문제는 올해 새로 변화된 논술 시험 내용에 대한 예고편이기 때문에 반드시 풀어 보고 참고해야 합니다. A 학생이 수시에 지원한 대학의 사회계열 논술 출제 내용과 대비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건국대는 지문 제시형으로 2문항(시험 시간 120분)이 출제되며 이해력과 분석력, 논증력, 창의성, 표현력 등을 평가합니다. 따라서 도표 자료를 포함한 인문, 사회, 문학 분야의 다양한 지문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사고를 측정하는 통합교과형 논술을 실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대학과 달리 사고의 최종적 결과물 외에?사고 과정까지 평가할 수 있도록제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건국대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문제가 요구한 답안 내용에 집중해야 합니다. 주어진 지문을 충분히 인식해야 하고 지문 간 연계성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주입된 지식(남이 가르쳐 준 지식)으로부터 수험생 자신의 지식을 도출해 내는 능력을 재고자 하는 것입니다. 홈페이지에서 지난해 기출문제를 해설한 동영상(약 15분)을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국대는 통합교과형 논술을 통해 특정 교과 영역의 단순 암기 위주식 지식이 아닌 다양한 사상이나 주장, 사회현상 등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합니다. 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설명하거나 비판적인 입장에서 수험생의 견해를 논리적, 창의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자 합니다. 홍익대는 독해·분석 종합 능력, 응용력, 논증력 창의력 및 표현력 등을 평가하며 시험 시간 150분, 2000자 내외 답안 분량으로 실시됩니다. 인문·사회 분야 통합교과형 지문을 출제하며 하나의 논쟁적 이슈나 현상에 대한 2~4개의 제시문으로 구성됩니다. 문제의 형태는 제시문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들을 요약하는 문제, 제시문에서 제시되고 있는 다양한 시각들을 비교 분석하는 문제, 논쟁적 이슈나 현상에 대한 자기 나름의 분석과 견해를 기술하는 문제입니다. 경희대는 시험 시간 120분에 3개의 논제가 출제되며 논술 답안 분량은 1500~1800자 내외입니다. 정치외교가 포함된 사회계열 논술에서는 현대사회의 문제 상황과 관련된 제시문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 특정 기준에 따른 분류 및 논리적 서술 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한 논제들이 2문항 출제되고, 수리적 사고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논제가 1문항 출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지원 대학과 달리 수리적 사고를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도 해야 합니다. 또한 영어 제시문이 하나 출제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종합해 보면 A 학생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사회계열 논술 문제는 수험생의 통합적이고 다면적인 사고 과정을 측정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지식을 통합해 창의적인 문제 해결 과정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또한 이러한 교과 통합형 논술은 결과보다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논리적 사고 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논술 준비를 해 나가야 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논술 학습 시간을 어느 정도 배분해야 하는지는 A 학생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서 정하되 주말을 이용해 1주일에 2편 이상 지원 대학에 맞춰 글을 써 보는 훈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추석논술특강’도 고려할 수 있지만 비용에 비해 실속이 없을 수 있으므로 선택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 봐야 합니다. 수시에 지원한 대학 가운데 경희대 우선선발을 제외하면 수능최저기준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쉬운 수능과 A, B형 수준별 응시에 따라 자칫 목표 등급을 채우지 못할 수 있으므로 수능 영역별 학습 비중 계획을 세우고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수능최저등급 달성만을 목표로 공부하기보다는 정시 지원에 대비한 수능 공부를 병행해야 합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
  • 실내공기만은… 깐깐한 종로구

    종로구가 주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지역 다중이용시설의 공기질 관리에 나선다. 종로구는 법적 관리대상이 아닌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관리대상을 확대한다고 5일 밝혔다. 관리대상을 지난 3월 70곳 늘린 것에 이어 이달부터 152곳을 추가했다. 관리대상 기관은 실내체육시설과 지역아동센터 등이다. 구는 2011년부터 주민들이 쾌적한 실내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소규모 어린이집(430㎡ 미만)과 경로당, 소공연장을 포함한 205곳의 실내공기질을 관리해 왔다. 올 상반기에는 유치원, 주민들이 찾는 작은도서관, 동주민센터·보건소 민원실, 자치회관 교육장 등 70곳을 포함시켰다. 이로써 구는 사각지대에 놓인 427곳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을 관리하고 있다. 공기질은 측정기를 사용해 미세먼지(PM10), 이산화탄소(CO2), 일산화탄소(CO), 포름알데히드(HCHO), 휘발성유기화합물(TVOC), 온도와 습도 등 6개 항목을 평가하게 된다. 구는 연 2회 해당시설의 공기질 측정 결과를 토대로 개선방안 등을 제시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김영종 구청장은 “지난 2년간 실내공기질 컨설팅을 통해 관리의식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앞으로도 건강 취약계층과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을 추가 발굴해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짐이다, 맡기자 情이다, 뭉치자…벌초의 두 얼굴

    짐이다, 맡기자 情이다, 뭉치자…벌초의 두 얼굴

    # 대구에 사는 이모(72)씨는 지난 1일 피붙이 4명과 함께 울산 울주군 대곡댐 수몰지 인근 조상 묘를 찾아 벌초했다. 이들은 벌초를 하기 위해 30여분간 배를 타야 했다. 이씨는 “댐 수몰지역 주민들의 향수는 남다르다”면서 “그나마 벌초를 할 때마다 수자원공사에서 배를 준비해 줘 성묘까지 겸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조모(51)씨는 언제 부모 묘를 벌초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긴 지 벌써 수년째다. 조씨는 “산소가 있는 충북 보은까지 가려면 기름값에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10만원 가까이 들어가고, 형제들끼리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면서 “예초기를 구입해 직접 한다고 해도 그 돈이면 남에게 맡기는 게 훨씬 낫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짜증 나는 체증만 생각해도 진절머리가 난다”고 덧붙였다. ‘산 넘고 물 건너’ 가야 하는 벌초 길이 도시인에게 짐이 된 지 오래다. 벌초가 ‘전통 풍습을 지키는 미풍양속’과 ‘귀찮기만 한 고행’이란 혼란스러운 과도기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조상에 대한 공경심이 갈수록 옅어지는 시점에서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기는 사람은 늘어만 가고 있다.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때로는 재산상속을 둘러싼 자식들 간 갈등으로 벌초가 대행되는 씁쓸한 풍경이 연출된다. 이런 과정에서 집안 식구들이 모여 조상 묘를 깨끗이 정리하고 막걸리와 얘기꽃으로 정을 나누는 옛 모습은 점차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농협은 벌초대행 신청자가 해마다 20%씩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벌초를 의뢰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충북 청주에 사는 김모(49·회사원)씨는 전남 외딴 섬이 고향이다. 10년 전만 해도 김씨는 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찾아 벌초를 했다. 벌초를 중단한 것은 고향에서 홀로 살던 어머니가 치매를 앓은 뒤다. 어머니를 청주로 모셔 온 뒤 벌초를 단념해야 했다. 그는 “어머니 곁에 사람이 있어야 하고, 하루 한 번뿐인 고향 배편도 불편해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겼다”면서 “TV에서 벌초 차량 행렬을 보면 아버지 산소가 생각난다”고 우울해했다. 대전 시민 박모(64)씨는 재산상속 다툼으로 벌초를 중단했다. 동생들과 우애가 깊었으나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사이가 멀어졌다. 장남인 박씨가 재산을 많이 물려받자 동생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이 과정에서 동생들은 서서히 발길을 끊었고 집안일도 외면했다. 박씨 혼자 충북 청원에 있는 부모 산소를 벌초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힘에 부치자 대행업체에 맡기고 말았다. 박씨는 “동생들을 불러 벌초를 하고 싶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면서 “대행업체가 벌초를 끝낸 뒤 찍어 보내주는 부모님 묘 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청원에 사는 최모(75)씨는 벌초 얘기만 나오면 아들이 더욱 그립다. 함께 살면서 할아버지 묘를 벌초하던 아들이 5년 전 사고로 세상을 등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도와줄 집안 사람이 없자 결국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겼다. 농협 충북본부 관계자는 “자식들이 모두 딸이거나 아들이 있어도 외국에 나가 있어 벌초를 의뢰하는 집안이 꽤 있다”면서 “조상묘가 산꼭대기에 있어 작업이 힘들다면서 벌초를 맡기는 자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대행업체에는 벌초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충남 청양농협은 벌초 예약이 일찌감치 꽉 찼다. 1기에 6만원 정도 받고 있지만 이미 60여건이 들어와 현재 인력으로는 더 이상 작업이 곤란한 상태다. 충남 금산농협 금성청년부도 마찬가지다. 의뢰받은 벌초가 270건 안팎에 이른다. 이 단체는 1997년 농민 16명으로 구성됐다. 벌초 대행업의 ‘원조’ 격이다. 벌초해 주고 받은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자고 만들었다. 요즘도 연말이면 관내 불우이웃을 찾아 김장을 해 주고 쌀도 제공한다. 4개 조로 나눠 작업을 벌인다. 15분 정도면 묘 1기를 벌초할 정도로 노하우가 쌓였다. 회장 이창근(53)씨는 “어떤 묘는 수풀이 너무 우거져 찾는 데 엄청 애를 먹는다. 멧돼지가 마구 훼손한 묘도 있다”면서 “이제는 우리도 나이가 들어 힘이 부치는데 새 회원을 받으려고 해도 농촌에 젊은이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벌초할 때 가장 무서운 게 땅벌”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말벌과 달리 몸통이 작은 땅벌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발견이 쉽지 않다고 했다. 벌집을 건드려 땅벌이 떼로 달려들면 수십m쯤 도망가지만 별 수 없다. 벌이 옷 속으로 헤집고 들어와 옷을 벗어야 한다. 이 때문에 ‘첨병’ 한 사람이 갈퀴와 모기약을 들고 앞장서 조심스럽게 숲을 헤치면서 땅벌 확인작업을 벌인다. 청원군 오창농협 청년부장 김용회(57)씨도 농사를 지으면서 이웃 30여명과 팀을 짜 벌초 대행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벌초를 해 주고 이듬해 다시 묘를 찾아가면 풀만 수북하고 사람이 다녀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묘들이 상당수”라면서 “벌초만 맡기고 한 번도 조상 묘를 찾지 않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벌초비를 떼먹는 이들도 종종 있다. 서울의 한 사업가는 자신의 회사가 망했다면서 오창농협에 밀린 벌초비 26만원을 수년간 내지 않고 있다. 모 변호사는 벌초비를 내면서 1만원만 깎아 달라고 마구 졸라 고성이 오간 적도 있다. 하지만 직접 벌초를 고집하는 집안은 아직 많다. 경북 안동·임하호 수운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추석을 앞둔 이맘때면 매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직원 10여명이 휴일도 없이 꼭두새벽부터 전국에서 몰려드는 수몰지역 벌초·성묘객을 배 여덟 척으로 댐 내 골짜기에 실어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벌초 후 손짓만 하면 어디든지 달려가 뭍으로 옮겨준다. 인원 점검은 필수. 산속에 자칫 고립될 수 있어서다. 벌초객은 매년 3800여명에 달한다. 수운관리사무소 남영호(45)씨는 “직원들이 매년 추석 명절 때 수몰지 성묘객들을 모시느라 비상이 걸려 정작 자신들의 조상묘는 돌보지 못하고 있다”며 “조상님들께 죄스럽고 친지들에게 미안한 마음 그지없다”고 말했다. 전남 주암호 수몰민도 매한가지다. 이들의 벌초를 위해 군부대까지 동원된다. 배 타고 들어가야 할 주암호 주변 묘는 모두 611기다. 제주도의 벌초 문화는 유별나다. 추석 차례에는 참석하지 못해도 벌초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이곳의 오랜 풍습이다. 제주 주민들은 벌초를 안 해 방치된 묘를 ‘골총’이라고 부르며 자손의 몰락이라고 손가락질한다. 이 때문에 매년 음력 초하루가 되면 제주에 사는 토박이는 물론 출향인들도 어김없이 묘를 찾는다. 일본 교포들까지 벌초를 위해 고향 제주를 찾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항공사들이 벌초객을 위해 제주행 특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맘때면 제주섬 전체에서 벌초행사가 벌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벌초 방식도 육지와 다르다. 8촌까지 모여 고조부 등 4대조 묘까지 깨끗이 손질하는 ‘가족 벌초’를 실시한 뒤 문중 대표들이 모이는 ‘모둠 벌초’로 제주에 처음 정착한 입도조의 묘까지 정리한다. ‘식께 안 헌건 놈이 모르고(제사 안 지낸 것은 남이 모르고), 소분 안 헌 건 놈이 안다(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는 제주 속담은 벌초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장흥 마(馬)씨 강진파 제주 입도조의 묘는 한라산 정상(1950m) 턱밑인 해발 1600m 부근에 있지만 후손들은 해마다 왕복 7~8시간을 걷는 벌초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제주기상청도 해마다 이맘때면 긴장을 한다. 늦여름 태풍 예보 때문이 아니다. 벌초하는 날 예보가 어긋나면 주민들의 비난이 빗발쳐서다. 일부 학교에서는 효를 배우라는 뜻으로 ‘일일 벌초 방학’에 들어가기도 한다. 제주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제주에서는 벌초 행사로 가족이나 문중의 세를 과시하기도 한다”며 “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에 기인한 친·인척 중심의 ‘괸당(혈족을 일컫는 제주 사투리)문화’가 벌초 문화를 유별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데스크 시각] 민주당의 수영법/이지운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민주당의 수영법/이지운 정치부 차장

    수영 강사가 어느 정도 수영을 익힌 수강생들에게 얘기 중이다. “이제 방법도 좀 알 것 같고 자세도 좀 익어가는 게 느껴지시나요?” 고개를 끄덕이는 수강생들. “그 자세가 편안해지면서, 나한테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드세요?” 이어지는 강사의 말, “그건 전부 틀린 자세라고 보면 됩니다.” 돌연 단호해지는 목소리. “생각해 보세요. 이 수준에서 어떻게 편해질 수 있겠어요. 습관이 되면 고치기 힘들어요. 가르쳐 드린 대로, 원칙대로 하세요!” 오랜만에 만난 후배에게 해준 얘기다. ‘도대체 앞이 안 보여 답답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 보좌관에게 달리 위로해줄 말이 없었다. “야당은 원래 편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정보의 비대칭성은 야당을 힘들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정권이 무슨 카드를 들고 있는지 알기도 어렵고, 언제 어떻게 사용될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사안별 대응도, 전략의 수립도 쉽지 않다. 새 정권 출범 이후 지난 6개월의 민주당이 그랬던 것 같다. 힘들었으리라. 그럼에도 민주당의 영법(泳法)은 한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혹 편한 자세로 수영을 해온 습관은 없었는지. 되짚어 보니 확실히 그런 것이 띈다. ‘1기 야당’ 시절인 이명박 정권에서부터 이어져온 습관으로 ‘촛불’로부터 밴 것이 아닌가 싶다. 야당이 되자마자 가장 어려워야 할 것 같을 때, 10년 만에 다시 해본 야당은 의외로 쉬웠다. 광우병 시위로 이명박 정권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2년 뒤 지방선거에서는 예상 밖 선전으로 대망의 꿈을 되살렸다. 비장한 톤으로 “2017년을 차분히 준비하겠다”던 민주당 브레인들이 2012년을 직접 겨냥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 곧바로 문재인 전 비서실장을 대선 후보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무상 급식’은 흥행의 절정이었다. 지난 몇 년 여당과의 이슈 대결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전장이었다. 2년여 공방 내내 주도권을 쥐었고, 2011년 8월에는 마침내 오세훈 시장 몰아내기에 성공했다. 승승장구한 전투 때문이었는지, 민주당은 곳곳에서 ‘치밀함’의 부족을 드러내곤 했다. 천안함 사건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의혹론에 냅다 올라타 한참을 달리더니, 김한길 당 대표는 그 길을 거슬러 오느라 취임 이후 열심히 군부대를 방문해야 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슈에서 가던 길을 거꾸로 질주했다. 이후의 종적은 찾을 수가 없다. 너무 편하게 생각한 것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일들이다. 편하게 한 것으로 따지면 지난 대선전만 한 것이 없다. 후보 단일화 문제에서는 지지자보다 더 도취된 모습도 보였다. 지금도 촛불은 민주당에 달콤한 유혹일 수 있다. 사실 감정 해소에 그만한 것도 없다. 그러나 국정원 대선 개입 규명 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세밀하게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재래식으론, 요즘의 정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힘들다는 걸 민주당도 모르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숨은 가빠 오고 몸에 익어온 자세가 편해질 때가 문제다. 수영강사의 마무리는 이랬다. “편한 자세로는 절대로 안 돼요. 저도 실력이 쑥쑥 느는 것 같다가 초보부터 다시 시작했거든요.” jj@seoul.co.kr
  • 귀뚜라미 급습… 충남 인삼밭 비상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가 해충? 귀뚜라미가 인삼밭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유난히 고온다습한 날씨에 개체수가 부쩍 늘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 충남농업기술원 금산인삼약초시험장은 최근 서산, 태안, 당진, 예산 등 충남 서북부지역 인삼밭 1102㏊ 중 5%가 귀뚜라미 피해를 입었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 0.1%에 비해 50배나 급증한 피해 면적이다. 이 일대는 홍삼이나 정관장 등 고급 가공품을 만들 때 원료로 쓰는 5~6년근의 주산지. 귀뚜라미가 이들 인삼줄기를 갉아먹는 것이다. 알락귀뚜라미가 주범이다. 줄기가 갉아 먹히면 잎이 말라 죽으면서 광합성 작용을 못 해 인삼 뿌리에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한다. 5~6년근에 귀뚜라미가 꼬이는 것은 수확을 앞두고 있어 살충제를 쓰지 못하는 허점 때문이다. 주로 야산 등에서 서식하다 인근 인삼밭으로 잠입해 피해를 입힌다. 김선익 인삼약초시험장 연구사는 “잠입한 귀뚜라미는 낮에 인삼밭을 덮은 볏짚 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 주로 활동한다”면서 “낮에 인삼밭으로 들어가 떠들기만 해도 귀뚜라미들이 톡톡 튀어나와 달아난다”고 전했다. 귀뚜라미가 올해 급증한 것은 고온다습한 날씨 탓이다. 지난달 1~20일 이곳 최저기온이 평균 26도를 넘었고, 때때로 비가 내려 습도도 높았다. 농민들은 액체 유인제를 그릇에 담아 밭둑에 놓고 귀뚜라미를 끌어들여 죽이는 수법을 쓰고 있으나 인삼밭 유린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충남은 전국 인삼 재배 면적의 16% 이상을 차지한다. 김 연구사는 “인삼이 급성장하는 9~10월을 앞두고 귀뚜라미 습격을 당해 5~6년근 생산량이 예년보다 10%는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SUMMER VACATION RESORT SELECTION ①베트남

    SUMMER VACATION RESORT SELECTION ①베트남

    세상은 넓고 리조트는 많다. 열 사람에게 물어도 다 다른 추천이 돌아오게 마련. <트래비> 기자들이 직접 다녀온 3국의 리조트 이야기는 두 발로 적은 생생한 스토리다. VIETNAM 베트남 중부의 몽유도원 부모님의 계모임 여행지로만 남겨두기에 베트남은 너무 아까운 곳이다. 특히 중부의 해안지역, 유러피안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 다낭과 나트랑이 그렇다. 최근 들어 직항편이 생기면서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두 도시에 들어선 리조트의 면면만 봐도 믿고 가볼 만하다. 바다색이야 필리핀, 태국만 못하다지만 베트남 중부 특유의 문화와 먹거리, 호치민이나 하롱베이에 비해 넉넉하고 여유로운 풍경은 꽤나 치명적이다. 라구나 랑코Laguna Langco 어촌마을 속에 감추인 몽유도원 19세기 통일왕조 시대의 문화유산으로 볼거리 많은 베트남 중부가 ‘관광지’에서 ‘럭셔리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다낭 인근의 소박한 어촌마을, 랑코Langco에 럭셔리 호텔 자매 브랜드인 반얀트리Banyantree와 앙사나Angsana가 들어선 까닭이다. 나트랑Nah Tran 휴식을 선물 받으세요 베트남의 중남부에 위치한 해안마을 나트랑Nah Trang. 냐짱이란 현지식 발음으로 더욱 많이 알려진 이곳은 수십년 전부터 유럽인들이 사랑한 휴양지다. 특별한 관광지도, 뛰어난 액티비티도 없는 이곳에 전세계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편안한 아름다움 때문이다. 유려한 해변과 완만한 파도는 ‘동양의 나폴리’란 별명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나트랑 바다에 발을 담그고 설 때, 진짜 나트랑의 우아한 풍경이 다가온다. 1. 무위를 맛보다 안람 빌라 닌반베이An Lam Villa - Ninh Van Bay 배에서 내리면 흙길이다. 아스팔트도 블록도 아니다. 자박자박 소리를 내어 걷다 보면 발바닥에 닿는 흙의 느낌이 감격스럽다. 안람 빌라 닌반베이는 자연주의, 프라이빗을 표방하는 나트랑의 풀빌라 리조트다. 흙길과 나무 울타리,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은 꼭 필요한 선에서 다듬고 정리된다. 하나하나 독채로 꾸며진 리조트 안으로 들어서면 양쪽으로 우거진 풀들이 꽃을 피우고 있고, 개인수영장 앞으론 잎을 내린 나무들이 가득하다. 안람 빌라 닌반베이의 자연주의를 가장 잘 말해 주는 건 각 빌라의 야외 샤워시설이다. 파란 하늘이 그대로 올려다보인다. 벽이 없는 곳에서 벌거벗고 샤워를 한다는 것이 주는 기쁨은 상상 이상이다. 개인 수영장도 그렇다. 눈치 볼 것 없이 언제든지 개인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보자. 홀딱 벗고 나와도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다. 이곳에선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곧 자유로운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나트랑의 둥근 산등성이를 뒤로하고 크루즈 위에 누워서 노을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안람 닌반베이에서 운영하는 선셋크루즈는 배 위에서 나트랑의 조용한 해안을 관찰할 수 있고, 바다로 떨어지며 빛을 내려놓는 태양의 우아한 발자취도 감상할 수 있다. 직접 기른 오가닉 푸드와 인근 바다에서 잡힌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안람 닌반베이는 리조트 안에 직접 관리하는 오가닉 농장을 5군데 운영하고 있다. 바로바로 공수하는 싱싱한 채소들은 어떻게 요리되어도 향긋한 본연의 맛을 간직하고 있다. 로브스터와 생선은 바다에 맞닿은 나트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다. 특히 리조트에 따로 신청을 하면 로브스터 농장을 방문해 직접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사 온 로브스터는 레스토랑에서 요리해 준다. 프라이빗한 서비스는 위치에서부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나트랑 시내에서 차를 타고 20여 분, 바닷가에 있는 선착장에서 10분 가량 보트를 타고 들어가면 둥글게 호를 그리며 자리한 안람 빌라 닌반베이가 있다. 리조트가 자리한 곳은 육지와 이어진 만이다. 하지만 높은 산이 있어 육로로는 닿을 수 없다. 때문에 리조트에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만 하고, 배를 타고 들어간 만에는 단지 안람 닌반베이뿐이다. 고립된 위치 때문에 외롭단 생각이 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유롭게 느껴진다. 안람 닌반베이는 총 빌라 수가 35개로 바다를 향하고 있는 비치빌라, 라군을 향하고 있는 라군빌라, 산의 언덕 쪽에 있는 힐락빌라 등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빌라 수는 적지만 그래서 한 빌라당 차지하는 면적이 넓다. 또 빌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 않고 일정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어서 답답하지 않다. 각 빌라마다 개인 버틀러가 배정되어 이동을 도와주고 일정을 관리해 주니 넓은 리조트 안에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요금 힐락빌라 USD400 주소 Ninh Van Bay, Nha Trang, Ninh Hoa, Vietnam 홈페이지 www.anlam.com 2. 모든 것을 즐겨라 빈펄 Vinpearl 섬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빈펄은 그 면적과 다양한 서비스로 나트랑의 명물로 일컬어진다. 나트랑에서 최대 크기의 수영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빈펄은 독채로 이루어진 빈펄 럭셔리와 호텔식으로 꾸며진 빈펄 리조트로 나뉘어져 있다. 개인 수영장이 갖춰진 풀빌라로 설계된 빈펄 럭셔리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어긋남이 없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이곳저곳에서 조경사들이 꼼꼼하게 작업하면서 가꾸는 덕이다. 편하게 길을 낸 인도와 잔디가 깔린 마당, 아담한 테라스는 마치 외국의 작은 마을처럼 느껴진다. 빌라 안으로 들어서면 나무의 질감을 살린 가구들의 굵직굵직한 디자인이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콘솔, 소파와 침대 등 마치 최고급으로만 꾸며진 가정집 같은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도 색다르다. 여행지란 느낌보다 집처럼 느껴진다. 이름처럼 럭셔리하고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도 특징이다. 빈펄 럭셔리에서 묶는 여행객들을 위한 레스토랑이 따로 있고, 또 요청한다면 빌라 안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인빌라다이닝 서비스도 가능하다. 총 84개의 빈펄 럭셔리 빌라들은 위치에 따라서 풀빌라, 비치프론트빌라, 힐탑스위트, 그랜드힐탑스위트, 프레지덴셜스위트, 풀사이드스위트 등 6개로 나뉜다. 커플들뿐만 아니라 복층으로 만들어진 빌라도 있어서 가족들이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 빈펄 리조트는 호텔식이긴 하지만 시내에 위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면적이 상당히 크다. 총 485개의 객실은 빈펄 리조트의 규모를 어림짐작해 볼 수 있는 숫자다. 또 그만큼의 여행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수영장도 있다. 빈펄 럭셔리에 버금가는 서비스와 시설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가족여행객들이 많다. 여기저기서 깔깔깔 웃는 아이들의 즐거운 소란스러움은 지친 마음을 달래 주는 가장 좋은 소리이기도 하다. 빈펄에서는 골프, 놀이공원 등 일반적인 호텔 서비스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빈펄 리조트 안에 있는 놀이공원인 빈펄랜드는 놓치면 아쉬운 시설이다. 20만 평방미터 크기의 놀이공원은 각종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번지점프, 워터파크, 4D 시네마 등 화려한 시설을 자랑한다. 일종의 아쿠아리움인 빈펄 언더워터월드The Vinpearl Under Water World에서는 베트남의 다양한 해양 생물들을 볼 수 있다. 오락 외에도 쇼핑과 식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서 조용한 나트랑에서 화려함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요금 빈펄 럭셔리 풀빌라 USD400. 빈펄 리조트 딜럭스힐뷰 USD270 주소 Hon Tre Island, Nha Trang, Vietnam 홈페이지 www.vinpearl.com 3. 가장 가까이 느끼는 나트랑 호텔 노보텔 나트랑 Hotel Novotel Nha Trang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나트랑의 해변이라면? 나트랑 시내에 위치한 노보텔은 전 객실이 나트랑 해변을 향하고 있다. 방 어디에서도 창을 통해 바다가 보일 뿐만 아니라 테라스로 나가면 흰 모래사장이 길게 휘어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저녁이 되어 해안도로를 따라 불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절로 행복해진다. 나트랑의 바다를 직접 즐긴다면 더 좋을 터. 미리 호텔에 요청하면 해변에 있는 파라솔과 수건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오토바이가 많아 위험한 도로를 건널 때 호텔 직원이 에스코트 해주는 섬세한 서비스도 있다. 도로를 건넜다면 해안을 따라 조성된 공원을 따라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 노래를 부르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구경하면서 나트랑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누려 보자. 요금 스탠다드룸 USD135 주소 50 Tran Phu Street, Nha Trang, Vietnam 홈페이지 www.novotel.com 4. 바다를 향해 가다 쉐라톤 나트랑 호텔 & 스파 Sheraton Nha Trang Hotel & Spa 베트남 음식을 좋아한다면, 쉐라톤 호텔에서 베트남 특유의 풍미가 느껴지는 요리를 직접 배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명 이상 신청하면 수업이 시작된다고. 베트남의 요리재료를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나트랑 어디서도 볼 수 없을 만큼 일품인 쉐라톤 수영장의 멋진 풍경도 즐겨보자. 6층에 위치한 수영장의 높이와 나트랑 해변을 향해 있는 구조 때문에 바다 수평선과 수영장의 끝이 겹쳐지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수영을 하다가 얼굴을 들어보면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인지 해변에 가지 않고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영장 옆에 있는 작은 바에서 맥주 한 캔의 여유를 즐겨도 좋을 것. 요금 딜럭스힐뷰 USD270 주소 26-28 Tran Phu Street, Nha Trang, Vietnam 홈페이지 www.sheratonnhatrang.com 글·사진 차민경 기자 취재협조 아일랜드 마케팅 www.islandmarketing.co.kr 02-3276-2332 ▶travie info 둘이어서 좋아, 나트랑 허니문패키지 아일랜드 마케팅은 최근 허니무너들을 위한 안람 닌반베이 상품을 선보였다. 나트랑 캄란 공항 직항편인 대한항공을 이용한다. 매주 목요일, 일요일 21시15분에 출발하며 약 4시간 가량 소요된다. 도착시간이 늦기 때문에 당일에는 나트랑 시내에 있는 노보텔에서 숙박하고 이튿날 안람 닌반베이로 이동한다. 3박5일, 4박6일 상품이 있으며 안람 닌반베이 힐락빌라 기준으로 3박5일 상품이 180만원대다. 허니문패키지에는 안람 닌반베이에서의 캔들라이트디너, 선셋크루즈, 스파가 포함되어 있다. 문의 아일랜드 마케팅 www.islandmarketing.co.kr 02-3276-2332 5. 은밀하게 호화롭게 ‘반얀트리식’ 휴식 반얀트리 랑코 Banyantree Langco 베트남 중부 지역은 두 눈이 바빠지는 관광지다. 19세기 베트남 최초의 통일 왕조의 화려한 문화유산과 불교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후에Hue, 갤러리와 아기자기한 숍, 카페들이 빼곡하게 자리한 호이안Hoian의 구시가지. 그리고 베트남 제3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다낭Danang은 급속히 도시화되면서 해변가에는 호텔들이 경쟁하듯 들어서고 있다. 이 세 도시 사이에 비밀스럽게 감춰진 어촌마을 랑코Langco에 세계적인 럭셔리 리조트가 들어선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호텔이 들어서기 전까지 길도 없고, 전기도 통하지 않던 랑코만Langco Bay에는 순백의 백사장이 그믐달 모양으로 펼쳐져 있고, 등 뒤로는 완만한 산등성이가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휴양지로서 더없이 완벽한 조건을 간직한 이곳을 발견한 반얀트리 그룹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라구나 랑코Laguna Langco라는 리조트 단지로 조성해 지난해에 문을 열었다. 아직까지 라구나 랑코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푸껫, 발리처럼 ‘검증된’ 휴양지만 찾는 탓일 테다. 하지만 반얀트리, 앙사나라는 이름만 믿고 랑코를 찾아간다 해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아시아 최고의 럭셔리 리조트 브랜드인 반얀트리는 랑코에서도 그 명성을 이어간다. 몰디브에서, 발리에서 그랬듯이 반얀트리 랑코에서도 지역색을 살린 고풍스러운 객실에 머물며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각각 독립형 풀빌라로 이뤄진 49개 객실은 찬란했던 후에 왕가의 저택을 박물관으로 복원한 것 같다. 빌라의 외관이 단아한 반면, 실내는 베트남의 전통 미를 품은 비단자수, 연꽃문양의 장식품과 가구들이 화려하게 어우러져 있다. 전용풀에서 아늑한 휴가를 즐기다가 매트리스에 누워 일몰을 바라보면 옛 베트남의 콧대 높은 왕족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니아층까지 형성될 정도로 명성이 높은 반얀트리 스파는 이곳에서도 돋보인다. 테라피스트들의 손길이 뻐근하고 아린 곳들을 어루만지고 지나갈 때면 잠시나마 내 몸이 아무 흠 없는 낙원 속의 완전체가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 천상의 향을 머금은 천연 아로마는 몸에 스며들며 전신의 기를 살려준다. 다양한 요리를 골라 먹는 재미도 남다르다. 해변을 마주하고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주라Azura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제공하며, 인테리어도 어촌마을 랑코 지역을 상징하듯 통발로 조명을 꾸몄다. 이름 그대로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의 라이브러리Library에서는 다양한 차와 알콜 음료, 스낵을 종일 제공하며 태국음식을 즐길 수 있는 샤프론Shafron, 베트남의 풍미를 담은 프랑스 식당 워터코트Watercourt까지 다국적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반얀트리에서 누렸던 완벽한 휴식을 오래오래 추억하고 싶다면 갤러리Gallery에 들르면 된다. 고급 수공예품, 의류, 잡화를 구매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반얀트리와 앙사나를 상징하는 스파 제품들을 집으로 가져가 그 향을 누릴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6. 가족들을 위한 스타일리시 리조트 앙사나 랑코 Angsana Langco 완벽한 프라이빗이 보장되는 반얀트리에서 베트남 왕족처럼 쉼을 누릴 수 있다면 현대적인 분위기의 가족형 리조트 앙사나에서는 느긋한 휴식과 다양한 종류의 스포츠를 함께 만끽할 수 있다. 반얀트리 리조트의 전체적인 색깔이 진한 갈색으로 차분한 느낌이라면 앙사나는 주황색과 은색의 조화로 밝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앙사나 랑코는 229개 객실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아시아의 리조트 중에서도 최장 길이에 해당하는 300m 풀장이 리조트 전체를 휘감고 있다. 전체 6개 객실 타입 중 가장 저렴한 딜럭스룸을 제외하면 모든 객실에 풀이 딸려 있기에 반드시 공용풀장만 이용하겠다는 여행객이 아니라면 풀이 있는 객실을 선택하는 게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하지만 반얀트리처럼 완벽한 프라이빗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유념하는 게 좋다. 앙사나 랑코에서는 보다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호텔 바로 앞의 깐뚱 해변Canh Duong Beach에서는 바나나보트, 윈드서핑, 카야킹, 제트스키 등을 즐길 수 있으며 ATV, 산악자전거, 각종 스포츠도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어 가족여행객들에게 적합하다. 닉 팔도가 설계한 골프코스는 아빠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보다 정적인 놀이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베트남의 수준 높은 수공예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것을 추천한다. 앙사나 랑코에도 다양한 레스토랑이 있다. 조식 뷔페가 제공되는 마켓플레이스Market Place는 베트남식과 다양한 서양식이 조화롭게 제공되며 라이스볼Rice Bowl에서는 쌀을 이용한 다채로운 아시아 요리들이 제공되는데 비빔밥, 불고기 등 한식도 맛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해변에 위치한 뭄바Moomba는 스페인식 전체요리인 타파스Tapas와 음료를 판매하며 바로 앞의 얕은 풀장에서 몸을 담근 채 알콜을 즐길 수도 있다. 앙사나에서도 반얀트리에 버금가는 스파를 받아 볼 수 있다. 반얀트리가 전통적이고 전문적인 스파를 제공한다면 앙사나는 ‘모던하고 시크하고 활기찬’ 트리트먼트를 제공한다고 한다. 대체 ‘모던하고 시크하고 활기찬’ 스파가 무엇인지 알 요량은 없지만 몸의 활력을 살려준다는 점에선 앙사나나 반얀트리나 어금지금할 것이다. 요금 반얀트리 랑코 라군풀빌라 기준 USD531부터, 앙사나 랑코 딜럭스룸 기준 USD208부터 주소 Cu Du Village, Loc Vinh Commune, Phu Loc District, Thua Thien Hue Province 리조트 가는 법 인천에서 다낭까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베트남항공이 직항편을 운영하고 있다. 다낭공항에서 리조트까지는 차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문의 +84 54 3695 800 www.lagunaLangco.com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반얀트리 호텔그룹 www.banyantre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OUR 소담스런 호이안, 웅장한 후에 리조트 단지 라구나 랑코Laguna Langco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호이안과 후에의 정확히 중간 지점에 위치해 전혀 다른 매력의 두 도시를 여행할 수 있으며, 호텔에서 교통편과 가이드를 포함한 투어프로그램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포르투갈,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와 무역이 활발했던 도시 호이안은 그만큼 다양한 문화를 품고 있다. 투본강변을 따라 형성된 구시가지에는 수공예품과 강렬한 색채의 액자 그림을 파는 갤러리가 줄지어 있으며 근사한 레스토랑, 카페도 많다. 씨클로를 타고 한가롭게 구시가지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의 호치민이 수도로 지정되기 전까지 베트남의 수도였던 후에에는 왕궁과 왕릉, 불교사원 등 문화유적이 풍부하다. 어촌마을 랑코의 호젓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일정도 있다. 커다란 바구니 모양의 나룻배를 타고 현지인 어부와 함께 낚시를 체험하거나, 동식물 전문가와 함께하는 에코투어에 참여할 수도 있다.
  • [정점 치닫는 시리아 내전] 오바마 “군사력 동원 여부 미결정”

    유엔이 28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데 나흘이 더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대(對)시리아 공습도 다음 주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신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시리아 공격과 관련해 의회에 제출한 동의안에서 “유엔 현장조사단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군사적 행동을 취하지 않겠다”며 한 발짝 물러났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를 방문한 시리아 반군 지도자와 만나 “시리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며 공습 연기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과거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유엔 동의 없이 감행했던 군사적 응징의 부작용이 또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미국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군사력 동원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달 4~5일쯤 공습을 단행하고 싶어한다며 상반된 내용을 전했다. 다음 달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만큼, 시리아의 우방국인 러시아에서 일정이 시작되기 전 군사적 행동에 나서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유엔 5대 상임이사국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는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로 1시간 만에 무산됐다. 곧바로 러시아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습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대한 현장 조사 보고서를 검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도 미국의 군사 공습을 막기 위해 두 나라가 긴밀히 공조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화학무기 조사단이 오는 31일 시리아에서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는 유엔 조사단에게 조사가 끝난 뒤에도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다. 서방의 군사 제재 시점을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노숙 투쟁 더 세게… 이해찬·문재인 동참하라”

    “노숙 투쟁 더 세게… 이해찬·문재인 동참하라”

    민주당은 29일 ‘민주주의 수호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의원 워크숍’을 열어 9월 정기국회 입법 투쟁 전략과 원내외 병행 투쟁 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비공개 자유 발언에서는 장외투쟁을 더욱 강하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강경 발언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이 의원에 대한 내란 음모 혐의 수사에 대해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알려진 혐의가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면서도 “다만 국가정보원 개혁이 국민적 요구로 대두된 시점에 불거진 사건이므로 민주당은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추이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재인 의원을 포함한 117명 가운데 26명이 나선 비공개 자유 발언 시간에는 주로 원내외 병행 투쟁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이었다.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발언 이후 브리핑에서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원내와 원외투쟁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둬야 하는지, 원내와 원외투쟁이 어떻게 보완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쟁 전략과 방향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에 위임키로 했다. 특히 장외투쟁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성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이미 국정원 국정조사가 끝났는데 왜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는지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변인은 “국정원 불법 정치 개입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 국정원 개혁 등 세 가지로 집중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노숙 투쟁에 대한 격려와 함께 더욱 강경한 투쟁을 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유은혜 의원은 “당 대표가 더욱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당 원로들의 비중 있는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익표 의원은 “중진 의원들이 같이 천막에 와서 노숙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이해찬 의원이나 문재인 의원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투쟁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황주홍 의원은 “장외투쟁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데 원내에 들어가서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단 한 차례도 국회 보이콧을 얘기한 적 없다”면서 “(9월 2일) 정기국회 개원식은 참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데스크 시각] 불신시대 넘어 소통시대로/조현석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불신시대 넘어 소통시대로/조현석 사회부 차장

    현대문학의 거장 박경리 선생의 작품 중에는 1957년 발표된 ‘불신시대’(不信時代)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주인공 진영(塵纓)의 남편은 9·28서울수복 당시 폭사했고, 외아들은 돌팔이 의사의 무관심 속에 뇌수술을 받다 숨졌다. 폐결핵 치료 때문에 찾은 병원은 환자들에게 엉터리 진료를 하고, 진영과 친한 먼 친척 아주머니는 곗돈을 떼먹는다. 아들의 위패(位牌)를 안치해 놓은 절은 시주만 밝힌다. 병마와 싸우며 홀어머니와 힘겹게 살고 있는 그녀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녀를 기만하고 배신한다. 최근 들어 힘겹게 살아가는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불신을 키우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연초부터 대기업 총수들이 횡령과 배임, 탈세, 해외 재산 도피 혐의로 줄줄이 법정에 섰다. 중요 국가시설인 원전 시설에 짝퉁 부품을 쓰고, 시험 성적서를 조작해 뒷돈을 받은 고위직 공무원들이 검찰에 불려다닌다. 전임 정권의 4대강 사업 비리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거액의 미납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도 국민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전직 국가정보원장과 전직 서울경찰청장이 대통령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법정을 오간다.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됐다는 내란음모 사건마저 국민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국민들을 기만하고 배신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국민들은 적잖이 분노하고 있다. 분노는 실망으로, 실망은 불신으로 이어져 수사 당국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도 쉽사리 수긍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번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압수수색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반응만 봐도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느껴진다. 30여년 만에 터져 나온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당혹해하면서도 국정원이 대선 개입 사건을 덮기 위해 기획 수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려 한 형법상 최고의 범죄를 적용해 수사를 벌이면서도 구체적인 혐의를 밝히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국정원과 검찰이 앞서서 무리하게 기소했다가 최근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간첩사건도 떠올린다. 이러한 불신이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로 인해 국론분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어졌던 정치권에 대한 불신, 사법부에 대한 불신, 정부에 대한 불신이 훨씬 더 커지고, 사회 전반으로 이어진 듯하다. 최근 들어 보수와 진보의 대립도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불신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소통(疏通)이라는 말이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여전히 불통(不通)이다. 저마다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불신이 존재하는 한 올바른 소통은 기대하기 힘들다. 스스로의 치부도 과감하게 밝히고 개선하며 국민들의 불신 장벽을 걷어내야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소통을 해야 한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누구를 믿어야 할까. 시류에 이끌려 다니며 사회에 기만당하고 배신당하는 불신시대 주인공 진영처럼 국민들의 머릿속에 드리워진 불신의 그늘을 걷어낼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이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 추상적이고 애매한 모습으로 국민들의 불신을 키워서는 안 될 것이다. hyun68@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해발 1303m의 매봉산 정상에는 40만평에 이르는 배추밭이 있다. 큰 일교차로 생기는 이슬과 한낮의 온기를 머금은 돌은 매봉산 배추가 자라는 데 최적의 생태 환경이 돼 준다. 이정만씨네는 그 매봉산 정상에 사는 유일한 가족이다. 배추 농사꾼이면서 화가이자 문학인인 이씨. 부모의 반대에도 매봉산에 들어온 이씨 가족의 밥상을 엿본다.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KBS2 밤 8시 55분) 평균 연기경력이 50년인 베테랑 여배우들이 뭉쳐 일찌감치 화제다. 이름만으로도 포스가 느껴지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김영옥, 김용림, 김수미, 이효춘. 이‘마마’들이 이동할 차량의 운전기사가 된 배우 이태곤. 드라마 속 상남자 이미지로 ‘아줌마들의 대통령’으로 군림했던 그의 상상 밖 모습도 신선하다. ■투윅스(MBC 밤 10시)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뜬 재경(김소연) 앞에 문일석(조민기)이 나타난다. 태산(이준기)과 재경은 일석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인다. 일석은 태산에게 총을 건네며 재경을 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승우(류수영)는 재경의 독단적인 행동에 분노한다. 한편 지검장실로 들어오던 재경은 제 발로 자신을 찾아온 조서희(김혜옥)와 마주치게 된다. ■자기야-백년손님(SBS 밤 11시 20분) 삼복더위에 고추 따느라 고생한 남 서방(남재현)은 더위를 식히고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다. 가는 길에 우연히 지나게 된 후포리 이발소. 남 서방은 다시 한 번 후포리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기고 만다. 한편 열심히 딴 고추를 말려 두고 온천관광을 나서는 남 서방과 장모님이 한창 길을 가던 중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 용서(EBS 밤 9시 50분) 함께 꿈을 키워 나갈 거라 생각했던 서울의 택시운전사 정태성·최장열씨. 화해 여행을 통해 목숨을 걸고 손님을 모시는 필리핀 팍상한 폭포의 방카사공과 행복하게 운전하는 지프니 기사들을 만난다. 두 사람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의기투합에 나선다. 과연 이들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까. ■아버지와 딸(OBS 밤 11시 5분) 9년 전 아빠 오치근씨는 도시의 삶을 접고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지리산 자락으로 귀촌했다. 쉬는 날이면 딸 은별과 은솔을 데리고 그림도구를 챙겨 지리산 깊숙이 들어가 그림을 그린다. 지리산 구석구석을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책으로 엮어내 적지 않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아버지와 딸은 지리산의 일부가 되어 살고 있는데….
  •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 남북관계선 대화국면 열매… 야당과 ‘허니문’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허니문’ 기간 없이 처음부터 야당과 충돌했다. 인사 파동과 정부조직 개편 문제 등으로 출범 전부터 야당과 대립각을 세웠고 이후에도 ‘스킨십’ 부재로 야당의 원만한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경제 활성화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법안들이 야당의 반발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 등으로 소통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지난 6개월은 최악의 ‘대야(對野) 관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난항을 겪자 취임 열흘도 안 돼 대(對)국민 담화를 통해 야당을 몰아세웠고 이에 민주당은 “오만과 불통의 일방통행”이라고 반발했다.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 등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것도 야당의 비판을 자초한 대목이다. 여당 내에서조차 더 적극적으로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단독 회담 제의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3자 회담 제안을 수용하는 대신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 회담을 고수하는 것은 ‘야당 존중’과 거리가 먼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반면 긴장과 대치 상태의 남북 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돌려놓고 미국, 중국 등 주요 2개국(G2)과의 정상외교에서 북한 비핵화의 공조 기틀을 마련한 점은 성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 취임 전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개성공단 폐쇄 등 최고조로 치달은 한반도 긴장을 ‘신뢰’라는 원칙을 갖고 관리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6월 대표의 ‘격’ 문제로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고 개성공단이 파국 직전에 이르는 고비를 반전시키는 결과물을 도출했다. 개성공단은 7차례의 실무회담을 거쳐 발전적 정상화의 기틀을 다졌고, 다음 달 25~30일에는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3년 만이다. 이는 대립 속에서도 원칙을 고수하고유연성을 발휘한 전략적 접근이 주효했다는 평을 듣는다. 물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 위기는 잠시 진정됐지만 북핵 해법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대일 관계 ‘안정화’ 또한 시급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남북 및 대외 관계에 대한 국정 평가가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청와대의 과도한 관여와 컨트롤 타워 역할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면서 “대야 관계 등 내치와 외치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점은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남북 관계가 진전될수록 민간 분야까지 다양한 행위자가 참여해야 하고 여야 간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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