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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참사와 진술번복 해프닝/남윤호 전국부기자(오늘의 눈)

    『TV에 출연하고 싶어 거짓말을 했다』 지난 3일 상오 달서구청 환경미화원인 김만수씨가 『소방경찰의 위협에 못이겨 가스 누출을 신고한 사실을 부인했다』던 전날의 진술을 번복하자 취재진은 아연 긴장했다. 선량한 시민의 신고를,그것도 엄청난 피해가 생긴 가스누출 신고를 위압으로 무시해 버린 관행이 아직도 우리 권력 기관에 남았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이날 밤11시30분 쯤 소방사와의 대질신문을 거친 뒤 신고한 사실이 없다며 또 다시 말을 바꿨다.정상인으로 보기 어려운,이해할 수 없는 웃음을 흘려 주위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김씨의 말을 믿고 대부분의 신문들은 「시대 착오적인 강압수사」라고 대서특필했고,시민들의 애도 분위기는 당연히 분노로 바뀌었다.특히 대구 YMCA와 경실련 등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시민단체들은 수사본부장의 교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사고 원인을 정확하고 재빨리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한 수사본부는 당황하는빛을 감추지 못했다. 폭발 사고가 우리 사회의 고질인 무질서와 무원칙 때문에 빚어졌다면,김씨의 진술 헤프닝은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을 확인해 주었다. 일제 시대를 거쳐 군사 정권으로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굳어진,정부와 관에 대한 불신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신중하지 못한 대응으로 이런 불신이 심화될 경우 불필요한 갈등만 증폭될 것이다. 물론 아직도 곳곳에 과거의 나쁜 관행이 남아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그러나 30년만에 탄생한 지금의 문민정부는 출범초부터 과거의 적폐를 고치기 위해 애써오지 않았는가. 무조건 의심하고 반대하는 것만이 정의는 아니다.정부에 몸담은 공직자들도 따져보면 다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들이며 경우에 따라선 인척들이다.그들을 마냥 불신의 눈으로 볼 필요는 없다.
  • 자!5월이다(임춘웅 칼럼)

    대구지하철공사장 도시가스폭발사고로 우리는 또한번 분노하고,개탄했다.서울 아현동 도시가스폭발사고가 난 지 5개월이 채 안됐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모를 일이었다.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지하철이 터지는 이 땅의 현주소가 과연 어딘지 우리는 다시 한번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4월은 일본 요코하마시 전철역 독가스테러사건,미국의 오클라호마시 폭판테러사건으로 더욱 어지러웠다.요코하마사건은 세계를 놀라게 한 도쿄 사린독가스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도 안된 일이었고 일본 전국이 비상경계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바로 우리와 지근거리에 있는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했지만 테러의 성격이 우리도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니라는 우려와 공포심을 심어주었던 사건이다. 오클라호마사건도 다를 바 없다.이런 테러는 바로 우리자신이 피해자 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독가스사건과 우리에게 준 심리적 충격이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장이 「양심선언」이란 것을 하는 세상이다.지하철공사의 최종책임자가 지금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하철공사가 엉망이란 고백이다.시장의 「양심선언」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 또 있었는지 모르겠다.그러나 잘못된 것을 덮어두거나 위험한 것을 아니라고 우기는 것보다야 백번 낫다.알만한 사람들을 시켜 알아봤더니 지금 공사중인 5호선지하철 하나에서만 무려 2백쪽 책한권 분량의 지적사항이 나타났다는 고백이다.실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이것이 우리의 수준이고 우리의 한계다. 잔인했던 4월의 마지막날,대구사고로 졸지에 세상을 떠난 대구영남중학교 학생 32명의 합동영결식장에서 한 급우는 조사를 이렇게 했다.『잘 가거래이……』 어른들은 4월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것일까.영결식장을 울음바다속으로 몰아넣은 그 절절한 한마디 『잘 가거래이……』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4월의 아픔과 4월의 교훈을 새기고,다시 새기는 자기시련이 따라야 한다.무엇이 잘못됐는가를 뼈를 깎는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이제부터 무슨 일을 어디서부터 해나가야 할지를 챙겨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5월을 맞아야 한다.어둡던 그 4월에 영영 매달려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이제 5월이다.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어느새 푸르름이 무성해진 5월의 감동을 맛보아야 한다.저 신록의 감동은 바로 생의 환희다.그 빛나는 색깔은,그 위대한 생명력은,쌓였던 고통과 슬픔,절망과 좌절을 털어버리고 일어서라는 신의 계시다.그래서 봄은 더욱 빛나고 찬란하다. 자! 이제 4월일랑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서자.모두들 일어나 저 빛나는 신록의 산야를 바라보자.자연은 5월이 되며 다시 태어난다.어둡고 칙칙하던 겨울옷을 벗어 던지고 밝고 산뜻한 새옷으로 갈아입는다.이제 우리도 새옷으로 갈아입을 때다. 자! 5월이다.다시 시작하자.
  • “못다핀 꽃들 당신이 인도하소서…”/사고후 첫 등교 영남중 표정

    ◎희생된 교사 영결식장 또한번 통곡의 바다로/슬픔딛고 열심히 공부… 사고없는 세상 만들자 대구 가스폭발 사고 4일째인 1일까지 피해복구가 웬만큼 이뤄졌으며 장례식도 이어졌다. ○…42명의 희생자를 낸 영남 중학생들은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1일 사고 후 처음 등교.그러나 정상 수업 대신 자율학습을 했다. 담임 선생님과 친구 2명을 잃은 3학년 8반 교실에는 교단과 빈 책상을 국화꽃이 대신한 가운데 학생들의 흐느낌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3명이 희생된 2학년 1반 교실은 『친구를 잃은 슬픔을 딛고 열심히 공부해 이런 사고가 없는 세상을 만들도록 하라』는 담임 교사의 당부에 한동안 울음바다를 이뤘다. ○…영남중 교정에서 열린 이종수 교사(39)의 영결식장은 통곡의 도가니였다.『우리는 압니다.당신과 마흔두명의 우리 아이들을 이 세상에서 떠나게 한 것은 잘못이 거듭되어도 반성할 줄 모르는 불성실과 뻔뻔스러움이라는 것을…』 이길우 교장이 추도사를 읽는 중 50여명의 교사와 1천6백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오열했다. 가랑비까지 뿌린영결식에서 총학생회장인 나형준군(15·3학년9반)은 『어처구니없는 참변이 이 땅에서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 세상을 바로 잡아가는데 선생님의 남기신 뜻이 큰 힘이 돼 주시옵소서…』라고 추도. ○…대구시와 자매결연이 된 미국 애틀랜타시와 중국 청도시 등 외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구 가스사고 희생자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는 전문을 보내왔다. ○…대책본부는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끝나는 2일부터 유가족을 방문,위로하기로 했다. 구청 과장급 이상의 간부들이 애도의 뜻을 전하고 유족들의 요구사항을 청취,수습대책의 요구사항을 청취,수습대책에 적극 반영키로 했다. 한편 대책본부에 이날까지 1백70여건에 42억3천여만원의 성금이 접수했다.
  • 대형사고의 단절을 위해/그 누구도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사설)

    「잔인한 4월」은 또한번 슬프고 두렵고 절망스런 사고를 안겨주고 물러갔다.대구지하철공사장사고는 그 소중한 어린 생명들을 한꺼번에 앗아간 슬픔을,사람이 저지르는 하찮은 실수가 이렇게 커다란 위험을 동반한다는 사실의 두려움을,집요할 만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대형사고의 절망을 또 한번 경험시켰다. ○동일사고 되풀이의 절망감 예측할 수 없었던 천재지변도 아니고 특정한 세력의 계획된 범행도 아닌,사람이 저지른 실수라는 사실이 여전히 우리를 암담하게 하는 대형사고였다.이런 대형사고가 그때 마다 그 대응에서도 똑같은 일로 거듭된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절망시킨다. 사람이 사는 사회에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계속되게 마련이다.특히 우리처럼 치열한 역사의 시련과 곤고한 현실의 어려움에 맞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장의 현대사를 개척해온 사회에는 하고 많은 모순과 부조리들이 부산물로 잉태되게 마련이다.급성장하는 경제의 부작용으로 졸속과 부실의 체계가 생산현장에는 물론 정책현장에도 만연하게 마련이고 그에 반해 성급한사회적 기대와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불화와 원한의 심정적인 채권자를 숱하게 낳아놓게 마련이다. ○흥분·분노·개탄만으론 안돼 그 모두가 사고를 예측시키는 요인인데도 그 대응에 우리는 효율적이지 못했다.흥분과 분노와 개탄으로 절절 끓기만 하다가 식어버리면 그만인 사고의 형태와 그에 유사한,비이성적이고 정밀성도 없는 대응만 해온 것이다.언제부턴가 우리는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재빨리 책임지울 상대부터 찾아내는 일에 이골이 나버렸다.특히 언론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모든 사고를 원한의 확대재생산에 활용하는 것에 크게 기능한 것도 그에 도움을 주었다.반성할 일이다. 그런 일은 사고를 줄여가는 일에 효율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책임을 질 사람들에게 도덕적 불감증을 키워줄 뿐이다.중학생이 시험지를 훔쳐내도,지존파가 살인공장을 차려도 사회를 탓할 핑계를 제공해 주고,가스누출 신고를 받고도 외면하는 직업인과 그것을 감시해야하는 공직자도 냉소적인 채 무책임할 수 있는 탓거리를 만들어준다.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우리 모두가책임진다는 자세를 보여야지 선동적인 방법으로 희생양을 내세워 책임을 전가하고 말끔히 잊는다면 아무 도움도 안된다.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대형사고가 아주 총체적인 실수와 실패의 집합체라는 사실이다.내탓 만도 아니고 네탓 만도 아니다.우리 사회는 이미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하이테크 사회가 되었다.그러므로 그 대응도 그에 준해야 한다.전문가·학자·심리학자·사회학자·수사책임자들이 참여하여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냉정한 대처를 해야 한다. ○특별조사·연구팀 구성해야 미·일 등 선진국의 경우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기관·회사·개인들이 책임의 회피가 아니라 자기쪽에 원인이 있는것이 아닌가를 철저히 객관적으로 규명하는데 전력함으로써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인다.우리 모두가 배우고 실천해야 할 자세다.이번 사건을 하나의 시범케이스로 종합 분석하고 연구해 결과와 대책을 보고케 하는 특별 「케이스 스터디 팀」의 구성을 제의 한다. 우리는 지금 싫든 좋든 세계의 일원으로살아남아야 하는 문명의 대전환점에 와 있다.그것은 분홍빛 미래상이 아니라 준열한 당위이다.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세계시민이 되지 않으면 따라갈 수없는 가혹한 현실이다.그러자면 무슨 핑계를 정부와 사회에 떠넘기고 법과 규칙을 외면하며 이기적인 삶을 사는 방식으로는 감내할 수없는 시대를 뜻한다.따뜻한 인정도 필요하지만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무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국민일반 안전의식 고취도 가혹한 횡액에 의해 억울하게 스러진 넋을 위로하는 일도 그런 일로만 가능하다.지루하고 답답하더라도 같은 잘못이 거듭되지 않게 하는 노력만이 최선의 대응이다.교육 등을 통한 국민일반의 안전의식 고취도 중요하다.5월을 맞으며 우선 그것을 시작하자.
  • “잘가거래이…”통곡의 교정/“꽃다운넋”대구 영남중32명 어제장례식

    ◎“이승에서 못다피운 꿈 저승에서 필치길”/“한번만 엄마 불러다오” 모정 실신/운구행렬 지날때 대구시민 눈시울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싸늘한 시신이 된 32명의 꽃다운 넋들이 30일 차마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발걸음으로 하나,둘 정든 학교를 다녀갔다. 『친구들아 이승에서 못한 일 저승에서 한없이 하고 영원히 나와 같이 뛰어놀고 영혼이라도 행복하렴』 승민이의 유해 앞에서 부르짖는 헌규(14·2학년4반)의 애타는 진혼곡은 봄바람에 실려 허공을 맴돌았다. 『부모 형제 다 버리고 일순간에 사라졌구나.아 안타깝구나,이미 이승의 인연은 끝이 났으니 저승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피워보며 꽃송이 육신은 편히 잠들고 모두 모두 훗날 만나 이승의 이야기 나누며 영생하라』 같은 학부모를 위로하러 온 한 촌부는 노제를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즉석에서 조사를 띄워 보냈다. 선생님들도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눈물을 감추며 어린 영혼들을 어루만졌다. 『오빠…』 하얀 체육복을 입고 하나 뿐인 오빠의 신위를 받쳐든 열두살 은진이도오빠의 교실 책상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흰 국화꽃 한송이를 올렸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좋은데 가라케라』 은진이는 끝내 아빠의 품에 안겼다. 『재경아,엄마 한번만 불러봐라.엄마 여기 있잖아』 운동장에서 노제를 치르다 재경이 어머니는 실신하고 말았다.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뒤 재경이를 「이끌고」 어머니를 「모시며」 꿋꿋하게 버텨온 고등학교 2학년 재학이도 입술을 꼭 깨물었다. 『준희야 다 잊고 고이 가거래이.이놈들 에미 마음도 모르고…』 준희·준형이 쌍둥이 형제의 꿈이 뛰놀던 운동장에서 어머니는 운구차에 매달려 몸부림쳤다. 『형석아 이놈아 느그 학교데이.느그 친구들도 많이 있데이』 「고 배형석 신위」­동생의 신위를 들고 본관 2층 3학년 10반 교실로 올라간 형진군(17·계성고 2)은 텅빈 동생의 책상에 흰색 국화꽃 8송이를 올려놓고 한동안 묵묵히 바라보다 마침내 그렁그렁 눈물을 떨구었다. 『형석이와는 반은 달랐지만 3년동안 항상 도시락을 같이 먹을 정도로 친했는데…』 형석군의 영정을 든 만길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어린 주검들이 영구차에 실려 차례대로 교문을 들어서자 이들을 기다리던 친구,이웃 주민,학교 관계자 1천여명은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학생들은 교문에서 학교건물까지 4백여m를 두줄로 늘어서 친구들의 마지막 길을 눈물로 전송했다. ◎제자 보내는 영남중 이길우 교장/운동장서 뛰놀던 모습 선한데/추모비·기념관 꼭 건립… 겨우 사흘전만 해도 사랑스런 제자들이 맘껏 뛰놀던 운동장에서 그들을 멀리 떠나보내는 노제가 열리는 것을 사무실 창밖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남중학교 이길우(이길우·63)교장의 눈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 『하늘로 간 제자들이 다시 돌아오진 못하겠지만 재임중에 꼭 추모비와 기념관을 세울 생각입니다』 슬픔에 겨운듯 이교장의 얼굴은 몹시 초췌했다.사고가 나자 아이들을 맡긴 부모들을 볼 낯이 없어 학교에 혼자 남아 밤을 새운지 벌써 사흘째다. 『그렇다고 애지중지하던 자식을 등교길에 잃은 부모의 마음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훌륭하게 키워달라고 맡긴 제자들을 제가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 같아서…』­울부짖음 속에서 치러지는 노제가 이교장을 다시 슬픔에 잠기게 했는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59년 경북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영어교사로 부임한 뒤 37년동안 줄곧 이학교를 지켜온 이교장에게 이번 사고는 참으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사고가 난 28일 상오7시50분 이교장은 달서구 송현동 집에서 출근을 준비하다 엄청난 폭발음을 들었다.그러나 그 굉음이 42명의 어린제자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비극의 전주곡이라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오늘이 37년 교직생활 가운데 가장 슬픈 날입니다』 이 교장은 그러나 슬퍼할 수 만은 없었다.사고수습대책위원회와 학부모·유가족들 사이에 마찰을 막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자의 한사람으로 가슴아픈 기억을 안고 살게 됐지만,그래도 29일 밤9시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학교로 전화를 걸어 위로해 준 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 비탄속 유족들의 분노/박찬구 사회부 기자(현장)

    ◎“사후처리 미흡”… 2중 설움 폭발 『아이고 석아…』 어이없는 참사를 빚은 대구도시가스 폭발사고 이틀째인 29일 대구보훈병원에는 밤새 통곡한 유족들이 이날 아침 빈소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앞에 주저앉아 불귀의 객이 돼버린 가족의 영정을 힘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영안실이 턱없이 좁아 앞마당에 20여개의 천막을 치고 밤을 꼬박 샌 유가족들은 아직도 엄청난 비극이 믿기지 않는 듯 도리질치고 있었다. 이틀째 슬픔을 삭이느라 기진맥진해진 이들은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한탄을 털어놓을 뿐이었다. 아들을 찾으며 몸부림치는 어머니,지아비를 잃은 여인,손자의 신발을 쥐고 눈물만 흘리는 할아버지­이들의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 이상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영안실에는 기가 막힌 죽음의 사연들이 가득 차 있었다. 『몇분만 늦게 갔어도 살 수 있었는데…』『버스가 조금만 일찍 출발했다면…』 그러나 유가족들의 애끊는 몸부림을 누구도 속시원히 받아줄 수 없었다. 『사고대책본부가 복구에만 신경쓸뿐 유가족들의 처지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30대남자의 절규에 합동분향소는 온통 울음바다로 돌변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당국은 사건의 파장을 줄이는 데만 급급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번만큼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치인들의 방문 때문에 구조활동이 늦어지고 있다더라』는 등 격렬한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합동분향소의 울부짖음이 순식간에 터무니없는 사고를 당한 분노로 이어졌다. 사각형 반듯한 영정에서 조용히 미소짓는 어느 나이어린 중학생의 꿈이 차가운 영안실 한 귀퉁이에서 애절한 향냄새와 함께 스러져가고 있었다.
  • 일가3명 영정 나란히…「가족재난」에 가슴쳐/대구가스참사 이모저모

    ◎30대 여인,“내 남편 시신 좀 찾아달라”절규/목숨던진 구출… 용감한 시민 미담 잇따라/잇단 정치인방문에 대책본부 직원들 “업무방해”일침 대구 도시가스폭발사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수습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고 이틀째로 접어든 29일 사고대책본부 등에는 전날에 이어 전국 각지에서 성금이 계속 답지하고 있으며 졸지에 중경상을 당한 부상자들을 위한 헌혈도 줄을 잇고 있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 가운데는 일가족 3명이 포함돼 있어 최악의 가족재난을 기록. 경북대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김종철씨(47·회사원)와 부인 오점수씨(37),아들 동우군(대구 남중학교1) 등 일가족 3명의 영정이 나란히 놓인 채 유족이라고는 김씨의 형인 명철씨(55)부부와 누나(52),부인 오씨의 친청 식구 3명뿐이어서 주위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형 명철씨는 『동생이 93년초쯤 중국에 돈을 벌러 간다며 집을 나섰으나 별다른 돈벌이도 하지 못한 채 지난해말 귀국했다』면서 『네가 이럴 수 있느냐.동우까지 데려가다니…』라고 울부짖다가 한때 실신. ○…사고현장의 지하 30m 아래에서 일하던 우신종합건설 인부 50여명은 대폭발에도 불구,LPG가스의 특성때문에 대부분 무사했던 것으로 밝혀져 눈길. LPG가스는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일정량의 산소와 결합하면 위로 올라가면서 폭발을 일으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사고당시 지하 30여m 지점에서 목공일을 하던 김유덕씨(33)는 『지하에 있으면 더 위험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우리의 피해가 적었다니 놀랍다』고 어리둥절한 표정. ○…이날 하오 5시쯤 사고대책본부가 차려져있는 달서구청에는 이틀째 소식이 끓긴 회사원 김태진씨(45)의 부인 윤인숙씨(39)가 친척들과 함께 달려와 『남편의 시신이라도 찾아달라』고 통곡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평소 남편이 사고시각에 현장을 지나기 때문에 변을 당한 것이 확실하다는 윤씨는 『병원에서 남편의 것이 확실해 보이는 시신이 있어 거두어가겠다고 했지만 확인이 될 때까지는 안된다고 거절했다며 한시라도 빨리 신원을 확인해달라』고 통사정. ○…사망자의 유가족 및 부상자를돕기 위한 성금이 전국 각지에서 답지,슬픔과 비통에 잠긴 이들을 다소나마 위로하고 하루빨리 재기하도록 격려. 농협 대구·경북지역본부 임직원은 이날 상오 대책본부에 성금 1천만원을 전달하고 12개 병원에 흩어져 있는 유가족에게 1천개의 도시락을 전달.대구·경북농협 주부대학 수료생 3백여명도 1백10만원의 성금을 모금. 인천시도 대구시에 성금 2천만원을 기탁하고 이날부터 공무원을 비롯한 범시민 헌혈운동을 전개. 한편 포항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훈련단 장병 1천여명은 이날 상오 대대적인 헌혈운동을 벌여 4만㏄의 피를 긴급공수. ○…대구 달서구청에 설치된 사고 대책본부에는 사고가 발생한 28일부터 정치인들이 계속 방문해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낮에는 유족들까지 들이닥쳐 책상과 집기를 집어던지는 등 한때 소란을 피워 직원들은 매우 곤혹스런 모습. 한 직원은 『정치인들의 얼굴내밀기식 방문이 바로 업무방해』라면서 『대구민심을 달래려면 과시용 방문보다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뼈있는 한마디. ○…28일 사고현장에서 이용선씨(51)는 7명의 고귀한 생명과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맞바꿔 「살신성인」을 구현. 목격자들은 『사고지점 이웃구간의 지하철공사를 맡은 화성산업 소속 교통정리반장인 이씨가 이날 부서진 차안에 갇혀 있던 부상자 2명을 구해낸 뒤 공사장 지하로 내려가 쓰러져 있던 5명을 업어 올렸다』고 증언. 이씨는 부상자 등을 구출하기 위해 다시 지하로 내려가다가 무너져내린 복공판에 깔려 그자리에서 숨졌다고 목격자들이 전언. ○…사고현장에서는 또 용감한 시민 3명이 온몸을 던져 30여명의 생명을 구출한 사실이 밝혀져 훈훈한 인간애를 발휘. 개인택시기사 손중오(42)씨와 버스기사 임해남(29)·전기배관공 제갈천(40)씨등 「의인」3명은 2차폭발의 위험도 아랑곳없이 철제빔에 매달려 있거나 지하공사현장에 쓰러져 있는 시민 30여명을 구출해냈다는 것. 특히 손씨는 지난 81년 경산역 열차사고때도 우연히 사고현장에 있다가 20여명의 인명을 구조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은적이 있어 대형사고와 묘한 인연을 갖게 된 셈. ○…이날 상오11시쯤 대구 보훈병원 영안실 합동분향소에 정호용 의원 등 민자당 대구시 출신 의원 7명이 찾아왔으나 유족들은 이들의 분향을 저지하는 등 한때 실랑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정의원이 『국회의원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문상하고 정부측에 적절한 보상을 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다짐.그러나 유족들은 『시체를 눕혀놓고 보상이 웬말이냐』고 분향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의원들을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로 끌고가 강제로 밀어넣기도. ○…대구광역시교육청은 이번 사고로 학생 49명이 숨진 것과 관련,각 교육청 교육장및 각급 학교 교장회의 등을 긴급소집하고 사망자에 대한 조문을 직접 하라고 지시. 또 교사들을 보훈병원 등 8개 병원에 교대로 보내 입원·치료중인 학생을 위문하도록 조치하고 학생회및 간부학생에게도 위문하도록 적극 권장. ○…이날 사고현장감식에는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아현동 가스폭발사고때 참여한 가스전문가들이 다시 등장해 관심을 증폭. 검·경합동수사본부측의 자문요청을 받고 대구에 급히 내려온 김홍일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를 비롯,김외곤 한국가스안전공사 기술지도부장·김윤회 국립과학연구소 일반물리실장 등 3명이 이날 현장감식에서도 맹활약. 김 실장은 『지난번 사고와 이번 사고는 가스누출경로나 누출경위 등 내용면에서는 공통점을 전혀 찾을 수 없지만 약간만 주의를 했더라도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고 아쉬움을 토로.
  • 대구로 달려간 정·관가/대구 가스참사 수습노력

    ◎행사 취소… “사후조치 만전” 지시/청와대/현장·병원 방문,부상자 등 위로/총리실/당직자 현장 급파… “보상에 최선”/여야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측은 물론,여야를 막론하고 정·관가 인사들은 28일 예기치 않은 대구가스 폭발사고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순 말을 잊었다.이들은 침통한 표정속에서도 조속한 현장복구와 민심수습을 위해 현장방문길에 나서는등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청와대◁ ○…김 대통령은 이날 하오 청와대에서 사고현장을 다녀온 이홍구 국무총리로부터 사고상황등에 대해 보고받고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나 많은 국민이 희생된 데 대해 아픈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하고 사고수습과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등교하던 어린 학생들이 많이 희생당한 것을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애통해 했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제4백50회 충무공 이순신장군 탄신 기념행사에 참석한뒤 천안 제2공단을 방문한자리에서 대구 사고에 대해 언급,『아주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김대통령은 이날 저녁 예정됐던 민자당 초·재선 의원들과의 만찬을 즉시 취소하고 사고이후 조치를 확인하는등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김대통령은 『이런 사고는 모두 부주의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사고 수습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예방하는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아침 사고발생을 보고받고 동행키로 했던 한승수비서실장에게 청와대에 남아 사고수습을 챙기라고 지시했으며 행사 도중 박성달행정수석을 통해 수시로 상황보고를 받았다. 김대통령은 조만간 사고현장을 방문,수습대책을 점검하는 한편 유가족과 부상자들을 위로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이홍구 국무총리는 사고현장을 다녀온 뒤 이날 밤 긴급관계장관회의에 이어 긴급 고위당정회의에 잇따라 참석,사고수습대책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홍재형 부총리,안우만 법무·이양호 국방·서상목 보건복지·오명 건설교통·오인환 공보처장관과 김무성 내무·박운서 통산부차관 등이 참석한 긴급관계장관회의는 시종 침울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어 민자당의 김덕룡 사무총장 현경대 원내총무 박범진 대변인 이상득 제2정책조정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이 총리는 『사후대책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내일 당장 경제부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이 문제를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총리는 『원만한 사고대책을 위해 앞으로 긴밀한 당정협의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특별지시도 있는 만큼 정부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에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이총리는 이날 하오 김숙희교육부장관과 함께 사고현장과 피해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을 차례로 방문,유가족과 부상자들을 위로한 뒤 상경,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민자당◁ ○…이춘구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현장을 방문하는 한편 상오와 하오 두차례에 걸쳐 고위당직자회의를 여는 등 대책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대표는 이날 낮 12시30분쯤대구에 도착,사고현장을 돌아보다 『흙에 묻혀 보이지 않는 곳에 희생자가 더 있을지 모르니 유족들에게 더 큰 슬픔을 주지 않도록 수습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침통한 표정으로 경찰과 소방관계자등 복구요원들에게 당부했다. 정호용 대구시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지구당위원장들을 중심으로 대책위를 구성해 희생자 및 보상문제를 당차원에서 수습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민자당은 이날 하오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부상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29일 상오 여의도당사에서 당직자와 사무처요원들이 헌혈을 하고 당 재해대책기금 3억원을 희생자 가족들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이기택 총재는 이날 하오의 총재단회의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상오 11시쯤 비행기편으로 대구로 내려갔다. 하오 3시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이총재는 이의호 대구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사고 현황을 보고받은 뒤 『정부가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같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사망자와 부상자에대한 철저한 사후조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또 국회 내무위·통상산업위 소속의원과 대구지역 지구당위원장등으로 사고진상조사단을 구성,진상조사와 함께 복구대책,피해자 보상문제 등에 대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홍구 총리 대국민사과문 오늘 대구 지하철공사현장에서 일어난 가스폭발사건은 참으로 엄청난 사고였습니다.무엇보다도 먼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이번 사고로 희생된 사망자들,그리고 현재 부상해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들께 심심한 애도와 함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이번 사고 희생자들 가운데는 그 반이상이 어린학생들이었습니다.따라서 우리 모두의 가슴아픔이 한결 더하는 것은 바로 이 나이어린 학생들이 이 뜻하지 않는 사고로 희생되었다 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안전,특히 안전사고예방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했던 정부로서 참으로 큰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할말이 없습니다.정부를 대표해서 국민과 대구시민,그리고 특히 오늘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사망자,부상자 가족 여러분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는 이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입니다.모든 전문가를 동원해서 왜 이런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는가를 꼭 확인할 것입니다. 이 엄청난 사고를 당해 대통령께서도 이 사고지역을 특별한 재해지역으로 간주하여 정부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지원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사후대책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어떠한 어려움도 없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다시한번 말씀 드립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관계장관을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했습니다.저희로서는 모든 힘을 다해서 이런 사고가 다시는 나지 않도록 거듭 노력하겠습니다.그러나 모든 국민과 기업,그리고 단체들이 안전을 위해서 합심해 주실 것을 다시한번 당부드립니다. 오늘 하오에 대구 현장에 갔었습니다.참으로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현장이었습니다.그러나 또 바로 이 어려운 현장에서 주민들이 합심해서 슬픔을 나누고 쓰라림을 나누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시는 그 장면을 보고 경의를표하고 또 감격도 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전국민이 하나의 공동체로 이 슬픔과 어려움을 극복하여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거듭 부탁드립니다. 다시한번 이번 사고로 사망하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부상자들이 하루빨리 쾌유되시길 또 빌겠습니다.국민들께는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남북대치상황선 대통령제 꼭 필요”/김대통령기자간담모두발언(요지)

    ◎사법개혁 불가피… 7월까지 합의 도출/내년 총선 총재로서 당위해 유세 나설것 김영삼 대통령은 26일 하오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방선거 및 북한 경수로지원문제를 비롯한 정국현안과 국정전반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 앞선 김 대통령의 발언요지는 다음과 같다. 오랜만에 기다리던 단비가 내려 농사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비가 계속 올 것이기에 가뭄 때문에 올해 큰 걱정을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이점을 우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세계화로 나가기 위해 사법개혁을 단행했습니다.국민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변호사 숫자를 늘림으로써 해결단계로 들어갔으며 전관예우관행을 고치게 됐습니다.다만 학제문제는 7월까지 합의를 도출할 것입니다.개혁은 후퇴될 수 없습니다. 세계 최강의 나라인 미국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테러사건이 일어나 미국전체가 슬픔에 잠겨 있고 세계에서 치안이 제일 잘돼 있다는 일본에서도 고베지진과 가스중독살인사건,그리고 경찰총수가 피습돼중태에 빠지는 상황을 상기해볼 때 우리나라는 남북대치속에 평화를 유지해 참 자랑스럽습니다. 공항·항만 등 외국인이 많이 출입하는 곳을 철저히 감시토록 이미 내각에 지시했으며 이같은 감시활동은 앞으로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 역시 테러에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북 경수로지원문제는 반드시 한국표준형이어야 하며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나갈 것입니다.강석주북한외교부부부장이 갈루치 미국핵대사에게 편지를 보내와 미국이 우리측에 협의를 해왔습니다.우리는 미국에 아무 조건 없이 만나도록 답신을 보내도록 했습니다. 경수로문제는 21일 시한이 지났지만 절대시한이 아니며 시간이 걸려도 결과적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북한은 한국형을 받을 때 너무 많은 것을 얻게 되고 거부하면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우리가 중시하는 남북대화는 북한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대화를 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입니다.남북대화는중요하며 반드시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단히 잘돼 있습니다.내 임기동안 헌법개정을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장기집권을 하고 부정을 저질러 정권이 불행해지고 국민이 고통을 겪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됩니다. 남북대치상황속에서 단호하고 책임있고 강력한 대통령중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입니다. 지방자치선거는 공명정대한 선거가 돼야 하며 잘못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격을 박탈할 것입니다.후보로 등록하면 구속될 사람이 있습니다.이 부분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40년동안 지방자치를 하지 못했는데 나는 지방자치를 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습니다. 제일 개혁이 안된 곳이 정치입니다.정치의 후진성은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단상을 점령하고 의장공관과 의장실을 점령하고… 이것이 정상적인 방법입니까.지구상에 그런 일은 없으며 후진국에도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정치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의 대통령과 총리는 국회의원선거가 있을 때 유세를 합니다.내년에 있게 될 15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우리 당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나설 것입니다.유세한다는 말입니다.선진국 정치를 우리나라에도 하겠다는 것입니다.내년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총재로서 민자당을 적극 지원해나갈 것입니다.
  • 재미 바이올리스트 데이비드 김 독주회(객석에서)

    ◎화환없는 무대에 감동의 선율/빈 객석 무색… 연주자·청중 완벽한 교감 성공적인 연주회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연주가의 기량보다는 객석이 얼마나 찼으며,어떤 유명인사들이 왕림했는지 등 외형적인 것에 비중을 두고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분위기가 우리 음악계에는 만연해 있다. 그러나 24일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열린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김(33) 독주회는 연주자와 청중들의 완벽한 교감과 그로부터 얻어지는 감동,즉 내면적인 충족감이야말로 성공의 진정한 기준이란 것을 느낄 수 있게 한 뜻깊은 자리였다. 재미교포 2세인 데이비드 김은 지난 86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 입상한 이후 왕성한 연주활동으로 꾸준히 국제적 명성을 다져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다.3살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8살에 많은 명연주자를 길러낸 도로시 딜레이(줄리어드 음악학교)의 제자가 됐고,줄리어드 음대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현재 보스턴 콘서바토리 객원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 로드아일랜드 여름실내악축제 음악감독을 맡고있다. 국내에 학연도,지연도 없는 그의 독주회에는 그 흔한 화환하나 없었다.객석은 절반이 조금 넘게 찼다. 무대에 나서면서 객석이 많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데이비드 김은 특유의 곱상한 미소띤 얼굴로 인사를 하고 모차르트의 소나타 10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많은 소나타 가운데서도 특히 단정하고 유려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흔히 「예쁘다」고 표현되는 그의 연주색깔과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의 연주에 청중들은 빠져들고,그 역시 자신의 음악을 듣기 위해 찾아온 청중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연주했다. 이날 청중의 대부분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씨,피아니스트 백혜선씨 등 연주인들을 비롯해 교수·평론가,음악대학과 예술고등학교 학생들.데이비드 김의 연주력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성의있는 연주가와 귀기울여 들어줄 줄 아는 청중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회의 분위기는 빈 객석이 무색하게 열정적이었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초국」(조국)에서 여러분을 위해 이렇게 연주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연주를 마친 데이비드 김은 혼자서 책을 보며 익혔다는 서툰 한국말로 청중들에게 인사하고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과 「중국의 북」을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무대 뒤의 연주자 대기실이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북새통을 이룬것은 당연했다.
  • 적대감 떨쳐 버릴수 없나/김향숙 작가(기고)

    한차례 감기를 지독하게 앓느라 바깥출입을 못했던 까닭인지 비 온 뒤의 거리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 왔었다.샛노란 종들의 합창소리가 들려 올 듯한 개나리며 그 고운 꽃잎의 아른한 색감으로 온 세상을 물들일 듯 화사한 연분홍빛 벚꽃,그리고 겨우내 뒤집어썼던 먼지를 말끔히 털어버린 초록빛 나무들의 싱싱함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절기가 바뀌어도 덤덤하기 일쑤인 마음도 비온 다음 날의 초록빛을 보는 동안엔 그 아름다운 봄의 색깔들로 찰랑이는 듯했었다. 겨우내 앓는 동안 다시는 잎을 틔울 것 같지 않던,고목나무만 같은 마음에도 새순이 돋으려고 해 자연의 힘이 가진 치유력에 다시한번 감복하기도 했었다.어찌해 볼 수 없는 굳은 습관처럼 된 삶에 대해 또 다시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하는 힘이 봄의 풍경속에는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이처럼 아름다운 절기에 난데없이 듣게 된 폭탄음이란.폭탄이 터지는 굉음속에서 죽어간 혹은 부상한 사람들의 고통스런 신음소리란 지하도며 쇼핑센터 구석에서 피어오른 독가스의 악취란.개발이라는 명목으로자연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파괴하려드는 인간의 저 멈출 줄 모르는 욕망에도 불구하고 저 자신이 가진 아름다운 순화력을 아직 잃지 않은 자연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람들 중의 누군가는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에 폭탄을 던지고 요코하마의 쇼핑센터 어딘가에 독가스를 가져다 놓음으로써 봄기운에 피냄새와 독기를 퍼뜨리고야 말았다니. 4월이 사계절 중에서도 가장 초록빛이 연하고 부드럽게 아름다운 계절 이어서인가.오클라호마시티의 한적한 거리에서 벌어진 그 살육의 현장이 문득 실감없이 다가오기도 한다.분노하게 되기보다는 내 자신 폭탄이 터지는 굉음 뒤의 멍함 속에서 내가 본 처절하게 무너진 연방건물의 잔해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떠올리기도 싫은 피범벅이 된 아기들 모습,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리를 잘라야 했다는 젊은 여성의 모습이 분노보다는 슬픔을 불러일으키질 않았던가.굳이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삶과 죽음의 경계가 한 순간임을 절감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도 된다. 인간은대체 어떤 존재일까 하는 물음도 쉽게 머릿속에서 떠나려 하질 않는다.이 아름다운 계절에,겨울의 스산한 무거움을 떨치고 살아 볼만한 기운을 얻었을 사람들로 가득한 곳에 폭탄과 독가스를 가져다 놓는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폭탄과 독가스를 던지는 마음속에 가득한 것은 적대감일까.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적대감을 어쩌지 못해 그 일을 하게 된 것일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두려움이 샘솟는다.폭탄과 독가스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적대감 때문에 자식이 아버지를,아내가 남편을,아버지가 자식과 아내를 살해하는 경우를 보아왔다. 나처럼 아둔한 사람은 귀와 눈을 열어두는 것이 내키지 않을 정도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숨가쁘게 달려가는 여러 현상들을 보여준다.정보화 사회니 인터넷이니 하는 용어들의 홍수 속에 있다보면 낙오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고 앞으로 이 세상의 주역들이 될 젊은 세대들은 참 힘들겠다는 노파심에 빠져들게도 된다.이 변화의 시대에 발맞추기 어려운 사람들의 소외감일까,허득임같은 감정들도 내 것인 양 이해할 수 있기도 한 것이다.이처럼 빡빡하고 급격한 변화의 시대의 시대를 살아야 한다는 게 꼭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물음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된다.미국연방수사국이나 일본 경찰청은 범인들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니까 범인들은 잡힐 테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민족주의적 감정이나 종교적 신념 같은 것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째서인지 나로선 그 모든 명분들 밑에 썩은 물처럼 고여있을 적대감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어떤 그릇된 명분이나 종교적 맹신은 그것의 주술이 걷히고 나면 떨쳐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그러나 우리들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을 더께처럼 앉은 적대감은 그리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노릇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고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의 복합적인 힘이 너무 무겁게 다가와,어떻게 하면 이 숨막힐 듯한 속도전의 세상에서 자신만의 쉼터를 만들 수 있을까,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 클린턴,폭탄테러 총력대응 선언/미정부의 대처/지구촌 테러

    ◎미 폭약전문가 “범인색출”총집합/특정국가 연루땐 파문 엄청날듯 클린턴 미행정부는 오클라호마 연방건물 폭파사건의 범인 체포에 전수사력을 총동원 하고 있으나 19일 밤 현재 수사당국은 범행동기의 추정이나 범인의 윤곽등에 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번 폭파수법이 차량폭탄을 이용한 전문테러리스트에 의한 것으로 보이나 자살폭탄공격인지 아니면 원격조종에 의한 것인지 아직 판단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방송들은 2년전의 세계무역센터 폭발사건이후 발생한 일련의 차량폭탄사건이 중동의 회교과격주의자들의 소행이 많았음을 지적,중동지역의 테러리스트 등이 관련된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범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나 수사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지역에서 회교원리주의 단체들이 회합을 가졌으며 이들중 일부 단체인 팔레스타인 과격회교세력 하마스와 관련이 있는 단체도 참석해 혹시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FBI지휘하의 「위기대책반」을 현지에 파견,법무부와 연방주류담배총포류단속국(ATF), 군당국및 주정부와 시당국의 협력을 받아 수사를 진행토록 했으며 제임스 위트연방긴급구호청장을 파견,복구및 관련업무를 지원토록 조치했다.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연방건물이나 시설에 대한 경비강화를 강화토록 지시했다.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기자회견을 가진 제닛 리노법무장관은 총력대응의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리노 장관은 ▲오클라호마에 FBI지휘본부를 설립했고 ▲4명의 FBI특별요원,4개 FBI증거수집팀및 폭약전문가팀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보스턴·시카고·마이애미·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등 미 전역에서 폭약전문가들이 현지로 집결중이라는 것이다. 이번 수사를 위해 FBI수뇌부,AFT전문가팀,백악관경호실의 폭약전문가,미육군의 폭약전문가등도 합세했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어린 아이들이 집중적으로 희생된데 대해 분노하면서 『그들을 반드시 체포해 살인자로 다룰것』이라고 말했다.만약 이번 사건이 특정국가와 연관된 테러집단에 의해 연출된 것이 드러난다면 이에 따른 국제적 파장은 대단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 폭탄테러 세계의 반응/영국/북아일랜드 테러사건과 유사/유엔/무고한시민 희생에 깊은 분노/이스라엘/구조작업 등 미 신속지원 용의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의 연방정부 사무실 빌딩에서 19일 발생한 폭탄테러사건에 대해 세계각국은 경악과 함께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이츠하크 라빈 총리는 사건소식을 접한 직후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 『우리는 이번 끔찍한 테러사건으로 인해 클린턴 대통령과 미국 국민들이 겪을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눈다』고 위로했다.그는 또 그동안 이스라엘이 겪은 각종의 테러사건에 대한 경험을 언급,『우리 정부는 구조작업 지원을 포함해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을 지원할 용의가 있으며 이같은 뜻을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에게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영국=영국 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한 TV는 『이번 사건이 북아일랜드나 스페인의 바스크지역에서 발생하는 테러사건과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캐나다 보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문앞에서 다이너마이트를 가득 실은 차량에 불을 붙이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같은 사건이 언제든 재발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도쿄 지하철 독가스테러에 이어 19일 발생한 요코하마 전철역 유해가스 테러로 가뜩이나 테러공포에 휩싸여 있는 일본은 이번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서의 차량폭탄 테러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언론들도 이를 주요뉴스로 보도했다. ▲유엔=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발표,이번 차량폭탄공격을 『비겁한 행위』라고 비난하고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데 대해 깊은 혐오감을 느낀다고 밝혔다.그는 또 이번 폭거로 희생된 가족들과 클린턴 대통령 및 미국시민들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뉴질랜드=짐 볼저 총리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위로메시지를 보내 『이번 사건은 끔찍한 비극』이라고 말하고 『특히 어린이들이 피해를 당한데 대해슬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동아시아 최대의 회교국가인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테러에 의존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돼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명분을 위한 투쟁에는 평화적인 방법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세계 주요 폭탄테러 일지 ▲93.2.26=뉴욕 세계무역센터 차량 폭발.6명 사망,1천명 부상. ▲93.5.27=이탈리아 우피지 화랑에서 차량 폭탄테러.5명 사망. ▲94.4.6=이스라엘 아푸라 폭탄차량 테러.9명 사망,45명 부상. ▲94.7.18=부에노스아이레스 유태인빌딩에 폭탄차량 돌진.95명 사망,2백여명 부상. ▲94.10.19=텔아비브 시내 버스폭발.20명 사망,48명 부상. ▲95.1.30=알제리 폭탄차량 폭발.42명 사망,2백86명 부상. ▲95.2.27=이라크의 한 시장에서 차량 폭탄테러.94명 사망. ▲95.4.9=가자지구 연쇄 폭탄테러.미국인 1명과 이스라엘군 7명 사망.40여명 부상.
  • 부활절(외언내언)

    부활절을 영어로는 이스터 데이(EASTERDAY)라고 한다.「이스터」는 춘분절의 한 축제에서 비롯된 말이다.춘분은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절기. 기독교인들이 부활절을 지키게 된 것은 서기 2세기 무렵부터이다.로마 교황 빅토르1세가 모든 교회에 봄철의 특정일요일을 부활절로 지내도록 명령했었다.때문에 나라마다 또 교회마다 부활절이 달랐다.서방기독교의 부활절이 확정된 것은 서기 3백25년 니케아회의.기독교의 중요교리들이 결정된 이 회의에서 그레고리오력으로 3월21일 춘분이후 최초의 만월이 있는 첫 일요일을 부활절로 정했다.그러나 그리스정교회등 동방교회의 부활절은 다르다.동방교회는 율리우스력으로 유월절이후 첫 일요일을 부활절로 지내고 있다.서방교회와 무려 5주간의 차이가 있다.어쨌든 부활절은 성탄절과 함께 기독교의 2대명절중 하나이다. 이날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뜻을 성스러운 마음으로 되새긴다.부활은 죽음을 전제로 하고 죽음은 고난을 전제로 한다.그리고 고난은 사랑을 바탕으로한다.따라서 부활은 절망과 희망,슬픔과 기쁨등 인간사회의 상반된 모습이 늘 함께 하는 속에서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인간구원의 교훈이다. 올해의 부활절은 16일.이날 새벽 한국의 26개 개신교단은 서울의 여의도광장을 비롯,전국의 주요도시에서 부활절연합예배를 가졌고 카톨릭도 이날 0시를 기해 전국의 성당에서 부활절특별미사를 봉헌했다.개신교가 교파를 초월해서 부활절연합예배를 가진 것은 75년부터.올해로 꼭 21년이 된다.그전에는 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측과 비NCC측이 서울의 경우 남산과 덕수궁에서 따로 예배를 드렸다. 여의도광장에서의 부활절연합예배는 올해가 마지막이다.내년부터 이광장이 재개발되기 때문.마지막 여의도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은 여느해보다 감회가 깊었을 것이다.
  • 독 우익/「종전=해방」역사해석에 반기

    ◎고위인사 280명 “잘못만 부각”대전 재평가 주장/사민당 중심 “진실은폐 국수주의적 사고”맹 비난 일본에서 국회 부전결의 채택을 둘러싼 찬반 시비가 확산되는 가운데 독일 우익인사들도 종전 50주년기념일(5월8일)의 역사적 재평가를 공개요구,파문이 일고 있다. 독일 보수우파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2차대전의 해석과 관련,일방적으로 독일의 과오만 부각되고 있다는 반발 심리가 깔린 것으로 개전 책임과 관련한 역사적 진실을 상대화,축소하려는 국수적 사고 방식이 고개들기 시작한 징후로 주목받고 있다. 카를 디터 슈프랑어 개발장관,집권 기민당(CDU) 원내총무를 지냈던 알프레트 드레거 등 전·현직 고위 정치인들과 저명 학자 등이 포함된 보수우익인사 2백80여명은 최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에 공동성명을 내고 2차대전 종전이 독일에 주는 역사적 의미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다. 이 성명은 종전기념일을 나치정권 전체주의 체제로부터의 해방일로 보는 일반적 역사해석에 반기를 들면서 『이날은 나치 폭압으로부터의 해방일인 동시에 동구지역 독일인들의 집단추방과 동독에서의 새 억압체제,분단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들은 지금까지의 2차대전 평가가 일방적이었다면서 『이같은 진실을 호도하거나 억누르고 상대화하려는 어떤 역사인식도 독일의 자화상이나 자긍심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이들은 종전기념일 하루 전인 5월7일 뮌헨에서 별도 기념집회를 가질 계획이라면서 성명에 서명자 전원의 이름을 명기하고 찬조금 접수를 위한 은행구좌도 함께 게재함으로써 자신들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확산시키고 지지세력을 규합해나갈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들의 성명은 야당인 사민당(SPD)을 비롯,각계에서 즉각 비판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사민당은 성명을 내고 『지성적 정직성이라는 허울 아래 민주주의의 기초를 뒤흔들고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부채질하는 극단주의』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자비네 로이토이서 쉬나렌베르거 법무장관도 ARD방송 회견에서 우익보수세력의 이같은 시각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시키고 역사적 진실을 상대화하려는 시도로 규정했다.이같은 논란에 대해 독일정부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묘한 뉘앙스를 주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페터 하우스만 총리실대변인은 종전 50주년 기념일의 의미 해석을 둘러싼 논란에 정부는 개입할 생각이 없다면서 『독일정부로서는 이 성명에 대해 공감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동시에 유태인 대학살 희생자들과 독일군 전사자들에 대한 슬픔도 종전기념일의 의미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 북에서 온 손녀(외언내언)

    북한 TV를 볼때면 우리를 참을 수 없도록 가슴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아직 유아음이 남아있는 북한 어린이들이 이상한 몸짓으로 『경애는 하는 수령님…』을 찾으면서 뭣도 주시고를 되뇌며 김일성 부자에 대해 학습한 내용을 지어낸 목소리로 외고 있는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빈약한 옷에 빨갛고 커다란 리본을 머리에 얹은채 특유의 억양으로 『수령님』타령을 달달 외는 여자어린이의 모습은 절망감을 안겨준다.보모의 닦달을 의식하는듯 할끈할끈 눈치를 보며 톤높은 가성으로 소리치는 이 자동인형같은 어린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순진무후한 어린 영혼을 그토록 오염시킨 죄는 갚을 길이 없어 보인다. 일가 5명을 이끌고 북을 탈출해온 오수룡씨는 『아들과 손녀의 장래를 위해 목숨을 건 탈출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그의 팔과 그의 부인의 팔에는 눈이 까맣고 너무도 귀엽게 생긴 손녀가 하나씩 안겨 있다.우리가 북한 뉴스에서 슬픔과 분노를 억제하며 바라보곤 하던 바로 그만한 나이의 어린이들이다.이 손녀들 때문에 탈출을 감행한 그들은 위대한 조부모다. 그들의 용기가 해낸 일은 이 까맣고 아름다운 눈동자들이 해괴하게 자라는 일에 희생되지 않고 사람답게 성장하여 자유롭게 자기 인생을 개척하며 사는 길을 열어주었다.이곳에서의 삶이라고 해서 다 만족스러우리라는 말은 할수 없다.그러나 적어도 그들은 그들의 유아음이 다 가시기도 전에 그 소름돋는 의성어로 뜻도 모르는 소리를 지껄여야 하는 운명은 벗어난 것이다. 어린 생명의 먹이는 일,입히는 일을 인질삼아 충성을 각인하고 그 죄임쇠를 조종하는 것으로 집단을 경영하고 있는 그들은 잘못되었다.그것을 알지만 죽음을 무릅쓴 탈출을 모두가 다 할 수는 없다.오씨 일가의 탈출 성공은 그래서 값지다.그손녀와 손녀들의 가족을 환영한다.
  • 남자와 여자는 왜 생각이 다른가/남녀 두뇌기능 차이점 속속 규명

    ◎미 예일대·펜실베이니아대 첨단장비 활용개가/세이워츠 박사/“운율 맞출때 남­왼쪽뇌 여­좌우뇌 활동”/거 교수팀/“휴식땐 남자만 측뇌변연계 움직임 확인” 남자와 여자는 왜 생각이 다른가.그리고 왜 다르게 반응하고 행동하는가.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언어구사 능력이 뛰어난 반면 남자들의 경우 궁지에 몰려서도 그럴듯한 변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 여자들은 슬픔을 생각할 때 두뇌활동이 더 활발해지는데 비해 남자들은 수학문제를 풀 때 뇌 운동이 더 왕성해진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 이러한 남녀의 두뇌차이는 지금까지 통념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뇌가 사물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순간의 모습을 포착하는 기능적 자기공명 촬영법(FMRI)등 첨단 진단장비가 속속 등장하면서 남녀간 두뇌의 실제 기능상 차이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와 「네이처」,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이와 관련한 실험결과를 잇달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미국 예일대 의대 세이위츠박사 부부는 지난 2월 남자와 여자가 운율을 맞출 때 각각 다른 뇌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남녀 19명에게 무의미한 단어들을 두개의 스크린에 비추면서 서로 운율이 맞는지를 판단토록 한 결과 남자는 모두가 왼쪽 눈썹 뒤에 있는 좌측 하전두회의 한 부위가 활발한 움직임을 나타낸 반면 여자의 경우 19명중 11명이 좌측 뇌부위 외에 우측 눈썹 뒷부분까지 함께 활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뇌의 왼쪽이 언어를 관장하는데 비해 오른쪽은 감정에 관여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여자가 언어능력이 뛰어난 것도 어쩌면 단어를 구사할 때 이성(좌뇌)뿐 아니라 감정(우뇌)도 활용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런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펜실베이니아대 루벤 C 거 교수팀은 뇌가 활동하지 않을때도 남녀간에 큰 차이를 나타낸다는 실험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자 37명과 여자 24명으로 하여금 조용하고 조명을 약간 어둡게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도록 한 뒤 양전자 방사단층 X선촬영법(PET)로 남녀 두뇌의 기능상의 차이점을 비교했다. 실험 대상자들에게 「머리를 비운채」 편안한 마음으로 쉬도록 하면서 두뇌의 활동상태를 촬영한 결과 남자의 경우 측뇌변연계가 움직임을 보였다.이 부위는 싸움등 다분히 노골적인 감정표현을 관장하는,뇌부위 가운데 가장 진화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이와 달리 여자의 경우 대부분 뇌가 활동하지 않을 때 후대상회의 신경계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후대상회는 포유류의 뇌에서만 발견되는 진화된 부위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팀은 따라서 『사람의 뇌란 쉬고 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남자의 경우 공격성을 다스리는 뇌가 항상 깨어 있다면 여자에 비해 더 폭력적인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슬픔의 눈/석지명 청계사주지·철학박사(굄돌)

    나는 예전에 바둑을 두다가 크게 마음이 상한 적이 있다.중요한 고비에서 상대가 물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상대는 과거에 물려주고 받은 예를 들었고 나는 그 한 수가 승패를 결정한다고 주쟁했다.결국 우리는 그 바둑을 흩어버리고 말았다. 겉으로 점잖은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이 감정싸움에 말려든 것을 본 일이 있다.각기 두 사람에게 나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상대는 아주 약한 인간이라는 것,혼자 있을 때는 외로워하고 몸과 마음이 다칠 때는 아파하고,결국 죽게 될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그런데 각종 보도에 「모래시계」라는 드라마가 잘 되었다는 말을 여러번 접하면서 왜 사람들이 그 드라마를 좋아하는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드라마의 작가나 연출가가 돈과 권력과 폭력으로 이루어지는 추악한 현실을,슬픔을 눈으로 본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출연하는 인간 군상은 이래저래 악에 물들어 있거나,아무리 순진하고 정의로운 척하는 사람도 그러한 처지를 누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악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그러나 그 모두는 아주 약하디약한 사람들이다.슬픈 사람들이다.그들이 이룬 모든 것은 남김없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그리고 모래시계를 뒤집어놓는 것처럼,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고집·억지·무지·악의 야망 등을 슬픔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떤 사람에 대해서든지 연민의 마음을 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 자비정신 그린 불교영화 “레디 고”

    ◎이일목 감독 「카루나」·정인엽「산은 산이요…」제작/「카루나」/불교적 세계관으로 분단비극 해소 시도/「산은…」/열반한 성철 스님의 일대기 다룬 대하극 불교의 자비정신을 그리는 본격적인 불교영화 두편이 만들어진다.독실한 불교신자인 이일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카루나」(KARUNA)와 정인엽 감독이 연출하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가 화제의 작품. 지난 10일 우리영화사상 처음으로 조계사 경내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져 눈길을 모았던 「카루나」는 남북통일에 대한 비원을 불교적 세계관으로 풀어낸 서사드라마.그동안 민족분단의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지만 분단상황을 불교와 접맥시켜 해소하려는 시도는 「카루나」가 처음이다. 「카루나」는 이웃의 슬픔과 고통을 나의 아픔으로 끌어안는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남북분단으로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한을 품게된 도예공의 후손이 자신의 몸을 불살라 통일을 기원하는 5백나한 청자상을 완성한다는 줄거리다.대대로 청자를 구어온 도공의 비색청자에 대한 염원과 조국분단으로 인해 두 아들을 잃게된 혈육의 한을 불교의 자비사상이라는 큰 틀안에서 그려낸다. 「휘모리」이후 약 1년만에 연출일선에 나선 이일목 감독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과 휴전선 철조망이 무너지는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는 등 생생한 볼거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불교 조계종단으로부터 인력과 촬영장소 등을 대거 지원받을 예정이며 옥소리,김청,김정훈 등이 출연한다. 특히 1년 6개월여만에 은막으로 돌아온 옥소리는 비구니 역을 위해 청도 운문사에서 삭발까지 감행할 작정이어서 눈길.시대의 격랑을 온몸으로 헤쳐나가다가 끝내 불교에 귀의,분단의 아픔을 딛고 통일한국을 기원하는 메신저 분님 역이 그의 몫으로 「삭발대가」로 1억2천만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성철 스님의 유명한 법어를 그대로 제목으로 붙인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열반때까지 수행자로서의 자세를 한치도 흐트러뜨리지 않았던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대하극 형식으로 다룬다. 「애로영화의 대부」격인 정인엽 감독이 심오한 불교적 주제를 어떻게 소화해낼지가 관심거리.여배우 장미희가 성철 스님의 딸 불필 스님 역을 맡아 삭발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며,성철 스님 역은 불심이 깊은 30∼40대의 신인을 전국공모를 통해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임권택 감독의 「만다라」,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맥을 잇는 대작 불교영화로 만들겠다는 것이 정 감독의 포부다. 이 두 영화는 모두 20억∼30억원대의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할 방침으로 세계화시대를 맞아 해외시장 배급을 겨냥한 본격 문예물로 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지난 1월 판문점 망향제로 첫 촬영을 시작한 「카루나」는 추석에 맞춰 개봉될 예정이며 「산은 산…」도 4월중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 늦깎이 시인 박해석 시집 「눈물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시인의 땀과 눈물 물씬/독자 큰 호응… 발간 1주일 만에 재판 돌입/소시민·밑바닥인생에 따뜻한 시선 담아 최근 출간된 박해석(45)시집 「눈물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민예당 펴냄)가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국민일보 문학상」 2천만원 고료 시부분 당선작들을 묶은 「눈물은…」은 시집으로서 초판 발간 1주일만에 2쇄를 찍는 등 독자들의 큰 반응을 얻고 있다.이같은 결과는 시쓰기에 뜻을 둔지 30여년 만에 문단에 늦깎이로 등단한 시인의 아픔과 고뇌가 아름다운 결정으로 맺혀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리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더 이상 바랄 아무런 것도 없이/우리가 한몸이 되기 위하여/우리는 서로의 피를 나누어 가질 수밖에/그보다 먼저 예행연습하듯/서로의 조바심으로부터 마음을 빼앗기 위해/응,응,그래,그래,마음을 덮치는 수밖에/그때 남루의 옷자락이 한켠으로 벗겨지면서/봉긋 솟은 알몸의 마음을 서로 부둥켜 안는 수밖에/숨이 끊어질 때까지 마음에 젖꼭지 물리고 빨리는 수밖에』(「마음을 덮치다」)소시민과 밑바닥 인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시편들에서는 어려웠던 지난 시절 시인의 땀과 눈물이 물씬 묻어난다.박씨는 고교시절부터 문재를 날려 68년 경희대 국문과에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했으나 어린시절 부친을 여읜 가정형편상 1년만에 학업을 중단하고 군에 다녀온후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그 이후 여러 잡지의 편집장을 전전하면서 시를 버렸고 생활에 함몰당했다. 대학친구인 정호승시인이 첫시집을 낼때 유명한 발문을 써서 한동안 문단에도 알려졌으나 자신은 『발문이나 쓴다』는 자괴감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시를 버렸다.지난 89년 몸을 다쳐 두달여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박씨는 자신에 대한 심한 모멸감과 반성으로 다시 시를 적기 시작했고 그것이 등단의 바탕이 됐다. 『그동안 많은 것을 떠나보내고 흘려보내고 잃어버렸다.그러구러 기쁨 보다는 슬픔과,즐거움 보다는 괴로움을 동무삼아 살아왔다.분노와 좌절을 느낄 때마다 마지막 기댄 곳은 시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회고한 시인은 『내 시가 요란하고 화려하기 보다는 겸손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 「혼자는 왜 삽니까」 펴낸 71세 이기옥 할머니(인터뷰)

    ◎“자신을 철저히 분해해야 홀로 설수 있어”/남편과 사별후 쓴 일기·편지모아 출간 『남편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늙은이의 넋두리로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아직 일구어야할 텃밭이 많은 젊은이들이 삶의 건강한 모습을 그속에서 찾아줬으면 합니다』 올해 71세의 이기옥할머니.전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강석영박사와 90년 사별한뒤 틈틈이 적어둔 일기·편지를 한권의 책으로 엮어내 초봄 서점가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혼자는 왜 혼잡니까」(도서출판 정우사간)­「그리운 사람들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일흔의 할머니가 이런 고운 감성을 가질수 있을까』『부부란 이처럼 아름다운 관계구나』『가족,그리고 삶은 아무리 끈적여도 엮고 사랑할만한 것이구나』 등등…읽는이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준다. 「누구누구의 아내」로 편히 지내다 한겨울 냉기처럼 급작스레 다가온 「홀로서기」.모든것이 허망하게 느껴져 지난 일기를 태우다 『철저히 나를 밑바닥까지 분해해야 홀로설 수 있겠다』고 판단,남편의 간병기간에 중단했던 일기를 쓰며 용기를 얻어 낸 책이다. 마당에 핀 할미꽃 한송이에서 애틋한 가족사를 찾고,어스름 새벽녘 기운에서 삶의 애착을 느끼는 모습을 편지·일기글에 그려놓은 이할머니. 『제 글을 통해 노인을 소홀히 한다든가 「늙은이들은 이렇겠지」하는 젊은이들의 그릇된 관념을 수정해주었으며 해요』 5㎝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구둣소리 내며 경쾌하게 걸어보고 연극과 음악회를 항상 가까이 하며 디스코청바지에 셔츠차림으로 지내는 신세대패션파인 그는 14년째 해온 조각보잇기와 「퀼트」솜씨가 개인 전시회를 열어도 될 만큼 수준급이다.KBS라디오와 평화방송에서 「이기옥 5분칼럼」「황혼의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코너를 맡고 있으며 「노년을 멋지게」「아름답게 늙는 지혜」등의 책과 역서를 갖고 있는 할머니는 방송원고를 묶어 책을 낼 예정으로 있어 노년의 풍요가 넘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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