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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金 대통령 訪日­韓·日 관계 변화 바람

    ◎현해탄에 ‘새 협력의 물결’ 인다/양국,진정한 동반관계 정립에 무게/과거사 족쇄풀고 교류증대 등 주력 【도쿄=梁承賢 특파원】 金大中 대통령과 아키히토(明仁) 일황의 만찬사를 보면 과거와 궤를 달리하고 있다.한·일 두나라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주가 아니다.특히 金대통령의 만찬사 답사에는 불행한 과거사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다. 아키히토 일황의 만찬사도 마찬가지다.두나라간 교류 및 협력관계 증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한때 한반도의 여러분께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시대가 있었는데 대한 깊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고 포괄적으로 언급했다. 따라서 金대통령의 이번 방일 목적은 말그대로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에 있다고 볼 수 있다.金대통령은 그 발판을 우리의 국정지표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서 찾고 있다.다시 말해 양국이 이제 공통 가치를 공유하게된 만큼 21세기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으로 부터 출발하고 있다.만찬 답사에서 전후 일본 경제발전과 의회민주주의 및 평화주의 구현을 높이 평가한 뒤 “양국의 협력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역설한 데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두나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일본이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되길 기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두나라 정상은 이날 만찬에서 2002년 월드컵대회가 양국의 동반자적 관계를 다지는 전기가 될 것으로 바랐다.金대통령은 “두나라 동반자적 관계를 세계에 과시하는”이라고 표현했다.金대통령의 ‘과거사는 과거사대로,교류·협력은 협력대로’라는 대일 해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두나라는 해묵은 과거사의 족쇄를 풀고 진정한 동반적 관계의 출발점에 섰다.그러나 金대통령은 ‘양국 지도자들의 성의 있는 태도’와 ‘열린마음’을 언급했다.두나라간 관계 발전에 있어 항상 걸림돌이 되어온 과거사 ‘돌출변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 金 대통령 어제 訪日 국빈만찬 참석

    ◎日皇 “크나큰 고통 가해 깊은슬픔”/金 대통령 “韓·日 관계 진정한 동반자로” 【도쿄=粱承賢 특파원】 金大中 대통령은 7일 부인 李姬鎬 여사와 함께 일본을 국빈 방문,일본 정부의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황궁으로 아키히토(明仁) 일황 내외를 예방했다.이날 저녁에는 아키히토 일황 내외가 주최한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金대통령은 만찬답사에서 “한·일 두나라 지도자들은 우리 앞에 놓인 역사적 사명을 인식하고,양국간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이끌어 나가자”고 제창했다. 아키히토 일황은 만찬사에서 “한때 우리나라가 한반도의 여러분께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시대가 있었다”면서 “그것에 대한 깊은 슬픔은 항상 본인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 의사를 밝혔다. 金대통령은 이날 아키히토 일황내외의 방한을 공식 초청했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뉴오타니호텔에서 재일동포와 간담회를 갖고 “일본과 불행했던 50년의 역사때문에 1,500년의 교류·협력관계를 포기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한 뒤 “재일동포들의 지방참정권을 비롯한 권익신장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해주도록 (일본 정부에) 강력히 요청할 생각이며 국내에서도 필요하면 재일동포를 위해 특별한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8일 오전 도쿄 시내 영빈관에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21세기를 지향하는 한·일 동반자 관계 형성방안을 논의한다. 金대통령은 오부치 총리와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회담논의내용을 토대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한다. 공동선언 발표에 이어 洪淳瑛 외교통상장관과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일본외상은 이 선언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은 분야별 ‘행동계획’을 공표한다. 공동선언은 전문에서 한국 식민지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처음으로 공식 명문화하며,한국측은 일본의 이러한 자세와 전후 세계평화에 대한 일본의 기여를 평가함으로써 한·일간 과거사 문제를 일단락지을 예정이다. ◎日 사죄뜻 명기… 공동선언문 오늘 발표/“통절한 반성·마음으로부터 사죄” 표현 【도쿄=黃性淇 특파원】 8일 金大中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후 발표될 공동선언문에서 오부치 총리가 ‘한국’이라는 국명을 사용해 한국 국민들에게 과거사에 대해 사과할 것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7일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이 입수한 공동선언문은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부제로 11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과거사 사죄등 역사 인식에 관한 기술이 첫 머리에 올라 있다. 오부치 총리는 “한국 국민에 대해 식민지 지배로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痛切)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를 표명하고 한국 국민에 대한 사죄의 뜻을 처음으로 문서에 명기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 총리나 일황이 ‘한반도 여러분’이라는 표현은 사용한 적은 있으나 ‘한국’이라는 정식 국명을 들며 과거사에 대해 사죄한 것은 처음이다. 金대통령은 이를 ‘평가’하고 양국이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바탕을 둔 미래지향적인 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신문은 밝혔다.
  • 아키히토 日皇 만찬사 요지

    일의대수(一衣帶水)를 끼고 있는 귀국과 우리나라 사람들 간에는 예로부터 교류가 있었으며 귀국의 문화는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8세기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사서인 ‘日本書紀’에서는 갖가지 교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이 기록에는 그 당시 국제사회의 국가 대 국가와의 관계와는 별도로 개인과 개인과의 유대가 공고했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같이 긴밀한 교류의 역사가 있는 반면 한때 우리나라가 한반도의 여러분께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시대가 있었습니다.그것에 대한 깊은 슬픔은 항상 본인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양국간에는 갖가지 국면을 지닌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우리는 이와 같은 관계에 있는 양국의 역사를 늘 진실을 추구하여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양국 국민의 노력에 의해 싹트기 시작한 상대방에 대한 평가와 경애의 마음을 미래를 향해 키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양국 인사들의 열의와 노력으로 각종 분야에서 교류가 진척되고 상호 이해와 우호관계가 증진되고 있음은 기쁜 일입니다.젊은 세대들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앞으로의 양국 관계 발전에 큰 기대를 갖게 합니다.일전에 정부가 주최하는 일·한 양국 청년친선교류사업의 일환으로 귀국을 방문했던 청년 한국 파견단을 만났습니다.단원들이 귀국의 많은 분들의 마음을 접하고 귀국에 대한 이해와 친근감을 다지고 돌아온 것을 기쁘게 느꼈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이번에 우리나라를 방문하신 것은 양국 관계의 장래에 매우 큰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이번 일본 방문이 가을의 결실과 같이 대통령각하와 영부인께 결실이 풍부하고 쾌적한 체재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 한가위 보름달을 그리며/임수경 통일운동가(굄돌)

    달이 하루하루 차오를수록 그리움과 외로움에 사무치던 때가 있었다. 창살에 가린 달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대롱대롱 매달리다가 뺨을 스쳐가는 찬바람이 슬퍼서 눈물을 떨구기도 하였다.수년 전,20대 초반의 나이에 세상의 모든 것과 처음으로 떨어져 감옥살이할 때의 일이다. 꿈 속에서만이라도 바깥세상에 있기를 소망한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니었다. 대낮엔 담장 안에,잠든 후엔 담장 밖에 있다면 감옥살이가 절반으로 줄어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은 부질없는 것이었지만, 매일 가져보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었다.하지만 그 희망은 차오르는 달 앞에서는 슬픔이었고 그리움이 되었다. 달이 주는 의미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이제 팔월 한가위를 며칠 앞두고 있다.꽉 찬 보름달을 보며 희망이 부스러져내린 조각을 허탈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겠다는 생각을 한다.고향을 두고도 갈 수 없는 이산가족,직업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가장·노숙자들,감옥에 있는 양심수,이들 모두가 견디기 힘든 현실을 꿈에서나마벗어나 보고파 하며 살아가리라.북녘 땅에서도 추석은 큰 명절이다.솔잎을 얹어 쪄낸 송편 한 접시도 제대로 먹기 힘든 식량위기의 북한 사람들도,달을 맞는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민족 고유의 명절을 보내며 민족 최대의 위기를 말하는 요즈음,이 절망의 시대에 귀가 번쩍 뜨이는 뉴스가 있으면 좋겠다.50년 넘게 고향가는 길을 잃고 살아온 이산가족에게 고향길 차편이 마련되는 일,남북간의 대치 상태가 사라져 평화구역이 선포되고 양쪽 군인이 모두 추석휴가를 가는 일,양심수가 전원석방된다는 정부 발표문에 박수를 보내는 일 등이 실현되기는 진정 어렵고 허황할까. 이번 한가위에는 달을 보며 슬픔이 아닌 희망이 담긴 소원을 꼭 빌어보고 싶다.
  • PC통신 ‘밝은 마음 동호회’ 환자돕기 3년째

    ◎“백혈병 환자에 희망을 주자”/회원 400명… 헌혈희망자 모집 구슬땀/기금전달 등 어려운 형편속 후원 ‘귀감’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는 10여명의 젊은이들이 더위도 잊고 유인물을 돌리고 있었다. 백혈병 환자들을 돕는 PC통신 천리안 ‘밝은 마음 동호회’ 회원들이었다. 헌혈증을 기증받고 혈소판 헌혈자를 모으느라 땀방울을 흘렸다. “PC통신에 헌혈할 사람을 급히 찾는 글이 많은 것을 보고 돕자는 마음에서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96년 11월 이 모임을 결성한 秋鐘鎬씨(33·대전 동구 삼성동)의 설명이다. 회원은 전국적으로 400여명. 자신이나 가족이 백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金鍾翰씨(24·과학기술대3)는 백혈병을 앓다 지난해 5월 수술을 받은 뒤 회원이 됐다. 캠페인에 세번째 참여했다는 金씨는 “선뜻 헌혈증을 내주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모르는 체하며 외면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회원들은 한달에 5,000원 이상 회비를 내고 후원금과 기금도 모아 환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아버지는노동을 하고 어머니는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생활조차 어려운 李모군(9·서울 중랑구 면목1동)에게 다달이 30만원을 보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일 호프집을 열어 430여만원을 모아 환자들에게 지원했다. 서울·경기지역 대표인 金慧媛씨(29·서강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는 “돕던 환자들이 세상을 떠날 때 회원들 모두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에 젖는다”면서 “그렇지만 꺼져가는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하자는 각오로 꾸준히 정성과 사랑을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 충남대 이숙희 교수 ‘한시 바로보기 거꾸로 보기’

    ◎漢詩 새로운 해석 눈길/“최치원 작품 ‘추야우중’ 唐서 고국생각 아닌 신라서 唐 유학시절 그린 시”/정몽주·이색 등 詩도 재해석 “가을 바람은 괴로움을 읊어대는데/세상에는 음(音)을 이해해 주는 이 드물구나/창 밖엔 삼경인데 비가 나리고/등 앞에서 만리를 향하는 이 마음이여” 신라 때의 학자 최치원이 당나라 유학 시절 고국을 그리워하며 지었다는 ‘추야우중(秋夜雨中)’이란 시다.그러나 이 작품은 지금까지 해석돼온 것처럼 당나라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쓴 시가 아니라 신라에서 당나라를 생각하며 지은 시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충남대 이숙희 교수(45·한문학과)는 최근 펴낸 연구서 ‘한시,바로 보기 거꾸로 보기’(이회)에서 그동안 널리 읽혀 온 대표적인 ‘한국 한시(漢詩)’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리고 있어 주목된다. 이교수는 먼저 최치원이 살았던 시대 배경과 그의 문집 ‘계원필경’을 근거로 ‘추야우중’을 새롭게 읽는다. 최치원은 10년이 넘는 당나라 생활 동안 1만여수의 시를 지으며 문명을 날렸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신라는 나말(羅末)의 혼란기로 6두품 출신인 최치원은 신분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이런 처지에서 최치원은 지음(知音),즉 자기를 알아주는 벗이 드문 신라 보다는 차라리 자신을 인정해주던 당나라를 못잊어했을 것이라는 것. 또 하나의 논거는 ‘계원필경’이다.최치원이 당에서 귀국한 뒤 그의 작품 가운데 훌륭한 것만을 스스로 뽑아 편집해 헌강왕에게 바친 책이 바로 ‘계원필경’ 20권이다. ‘추야우중’은 여기에 실리지 않았다. 최치원의 시를 혹평했던 성현이나 허균조차 ‘추야우중’을 높이 평가했음에도 ‘추야우중’이 ‘계원필경’에 실리지 않은 것은 이 시가 ‘계원필경’ 이후의 작품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교수는 고려 전기의 시인 정지상의 시 ‘대동강’에 대해서도 색다르게 해석한다. 이 작품은 흔히 이별의 아픔을 시적으로 잘 갈무리한 감상적인 서정시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 송군(送君)·비가(悲歌)·별루(別淚)라는 세개의 직설적인 시어만 빼면 어느 구석에서도 슬픔이나 외로움 혹은 아쉬움의 정서를 찾아볼 수 없다는게 이교수의 해석이다. 요컨대 “봄의 싱그러움 속에서 희망으로 여며보는 깊고 푸른 결심”의 세계를 그린 의지적인 분위기의 시라는 것이다. 시란 말 너머의 말이다. 그것은 일상의 언어로 표현될지라도 단순한 일상성을 넘어선다. 때문에 시는 해석에 따라 거듭 태어난다. 이교수는 이 책에서 널리 애송돼온 64수의 ‘국민적’ 한시에 대해 분갈이를 시도한다. 정몽주의 ‘춘흥(春興)’,허난설헌의 ‘소년행(少年行)’,이색의 ‘관물(觀物)’정도전의 ‘석탄(石灘)’,이제현의 ‘사귀(思歸)’,김부식의 ‘등석(燈夕)’,김시습의 ‘만의(晩意)’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 ‘설악산은 어디로 가는가’ 출간/한국 여행문학 흐름 한눈에

    ◎최윤 ‘문경새재’ 등 수록/이색 테마문학 작품집 일상을 벗어나는 여행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그것은 치열한 자기고민의 일부분이며,자신을 객관화시켜 반성해 볼 수 있는 사유의 한 형식이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유랑과 다르며 현실도피나 감상적인 이국취미와도 구분된다. ‘길떠남의 미학’,이에 대한 끈질긴 탐색은 문학의 역사와 그 맥을 함께 한다.동서고금의 모든 문학은 여행에서 시작해 여행으로 끝난다. 최근 도서출판 윤컴에서 펴낸 ‘설악산은 어디로 가는가’(박주택 엮음)는 한국 현대 여행문학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테마문학 작품집으로 눈여겨 볼만하다. 이 책에 수록된 작가는 모두 33명. 소설작품으로는 구효서의 ‘깡통따개 없는 마을’,최윤의 ‘문경새재’,윤대녕의 ‘신라의 푸른 길’,김소진의 ‘용두각을 찾아서’,김남일의 ‘영혼과 형식’,박덕규의 ‘세 사람’,정찬의 ‘슬픔의 노래’ 등 7편이 실렸다. 김남일과 윤대녕의 작품이 존재의 근원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이들의 여행을 다룬다면 정찬과 최윤 그리고 박덕규의 작품은 지난 시대 현실과의 만남을 다룬다. 구효서와 김소진의 소설은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을 강하게 드러낸다. 시작품으로는 황동규의 ‘몰운대행’,조정권의 ‘도피안사’,최동호의 ‘겨울 정동진의 사랑’,정호승의 ‘망경사’ 등 26편이 실렸다.
  • 인륜파괴의 끝은 어딘가(사설)

    마산 초등학생 손가락 절단사건의 범인이 아버지로 밝혀지자 온 나라가 깊은 슬픔과 충격에 휩싸여 있다.보험금 1,000만원을 타기 위해 평소 밥도 제대로 먹이지 못한 아들의 손발을 묶고 예행연습까지 했다니 경악과 분노를 참을 수 없다.주말 아이들과 함께 그 뉴스를 접한 부모들은 모두 자식들 보기가 민망해져 차라리 철모르는 10대 떼강도의 소행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 보험모집인과의 대질신문 때까지 범행사실을 숨기던 범인에 비해, 아버지를 걱정하며 그 일을 입밖에 내지 않고있다가 결국 털어놓은 아들의 모습이 너무 애처롭다.이제 불구의 몸에다 고아로 살아가야 하는 그 10살 소년 정우군이 오늘의 악몽에서 벗어나 어떻게 잘 자랄 수 있을지 걱정이다.그가 다니는 학교 어머니회에서 돕기 위한 방안을 찾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땅의 모든 부모들도 그를 돕는일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아버지의 소행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지만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면 많은 돈이 생긴다는 말에 따라 스스로를 희생한 소년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음은 물론 어른보다 오히려 더 어른스러운 의연함마저 느끼게 해준다.그렇게 태연하고 효성스런 정우군 앞에 어른들은 모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최근 가족붕괴현상과 황금만능주의의 만연으로 빚어지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돈벌이를 위해서는 가족마저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물신주의가 가정을 파괴하고 결국 우리 사회 전체를 무너뜨릴 위험수위에까지 이른 것이다.지난 2월 서울에서 발생한 중학생 자살 위장극의 경우 어머니가 아들을 시켜 자작극을 연출케 한 사건이었으며 지난 7월19일 울산에서 일어난 ‘장애아 농약 요구르트 독살 사건’도 보상금을 노린 아버지의 짓으로 드러나고 있다.지난 11일에는 경남 거제에서 50대 어머니가 60대 동거남과 함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20대 아들을 살해했고 12일에는 서울에서 남편을 독살한 30대 여인이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이같은 사건은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급작스런 대가족제도의붕괴와 이에 따른 가족내 위계질서 실종에다 ‘IMF한파’까지 겹쳐 내일에 대한 희망 상실과 급성적 분노,우울증상 등이 가세해 일어난 사회병리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그러나 이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사회붕괴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더 늦기 전에 도덕과 윤리 재무장을 위한 범(汎)국민적 정신개혁운동을 펼쳐야 하겠다.정부는 물론 사회단체,종교기관,각급학교 등 모두가 나서 희망과 온정이 넘치는 가정과 사회 건설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 벼랑선 클린턴­정치적 앞날

    ◎11월선거 민주부진땐 치명타/스타보고서 공개로 여론 들끓어/민주당 의원도 대통령에 등 돌려/지지도 높고 의회 레임덕에 ‘위안’ 클린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밧줄에 묶인 사자꼴이 돼버렸다.탄핵 논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고 자칫 사임을 결단해야할 지도 모를 위기에 몰렸다. 말도 많던 성추문에 대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의회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여론이 들끓고 민주당 의원들마저도 마음을 바꿨다.보고서의 공개에 앞서 하원에서는 야당인 공화당과 여당인 민주당이 공개해야할 지를 놓고 표결을 했다. 결과는 363대 63.압도적인 표차로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결됐다.민주당 의원들마저 클린턴과 반대입장을 보였다. 산술적으로도 어려운 처지다.클린턴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곳은 하원의 법사위와 본회의,상원 본회의.하원 법사위는 공화당 의원 21명에 민주당 15명,하원 전체는 공화당 228명에 민주당은 207명이다.상원은 100석 가운데 55석이 공화당이다. 탄핵에서 연방 대배심격은 상원 본회의.3분의 2 찬성으로 탄핵여부를 결정한다.공화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도움없이 실제 탄핵을 할 수는 없다.그러나 정치란 산술적이지만은 않다.실제로 74년 워터 게이트 사건에 연루됐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정치권의 요구를 무시했지만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자 사임을 결심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물론 닉슨과 입장이 전혀 다르다.국민들이 우선 탄탄하게 지지하고 있다.보고서 공개 직후 미국의 CNN방송과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클린턴이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하고 성추문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클린턴을 몰아세울 의회가 힘을 잃고 있다는 대목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의회는 11월3일의 중간 선거일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레임덕 현상에 빠졌다.하원 전체와 상원의 34석을 새로 뽑는 선거. 선거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늘린다면 클린턴은 ‘르윈스키 컴플렉스’를 완전히 털어버릴 것이다.그러나 공화당에게 몇석이라도 더 내준다면 탄핵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자칫 사임해야 할지 모른다.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눈총을 극복해가며 중간 선거를 대승으로 이끌어야 하는 이중고를 안게 된 셈이다. ◎국내 반응/미 일부의원 “보고서 내용 구역질 난다”/의회 웹사이트 예상대로 접속건수 폭주 성추문 의회 보고서 공개는 큰 파문을 불러왔다.미국은 물론 세계의 언론들은 저마다 촌평을 내놓고 심지어 국가 원수들까지 나서 한마디씩을 거들고 있다.클린턴 대통령은 ‘부인’을 일관해오던 태도를 바꿔 뒤늦게 ‘공개적’으로 참회와 용서를 빌고 있다.자치사 국제질서의 부재로까지 비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고서가 공개된 의회 웹사이트는 예상대로 접속건수가 폭주.하원 웹사이트 접속을 시도한 사람중 10%만이 성공했다는 후문.CNN이 설치한 웹사이트에는 11일 하오 분당 32만3,000건의 접속이 이뤄져 61%의 접속률을 보였다고. ○…클린턴 대통령은 보고서가 공개되기 수시간전인 11일 상오에 있은 조찬 기도회에서 “가장 중요한 나의 가족,또 나의 친구들,참모진,각료,모니카르윈스키와 그 가족,그리고 미국민 등 상처를 받은모든 이들이 내가 느끼는 슬픔이 진실이라는 점을 아는 것이 내게 중요하다”며 공개적 사과.이 자리에는 앨 고어 부통령,부인 힐러리 여사,125명의 종교 지도자 등이 참석.힐러리도 300명의 입양자와 사회사업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설했으나 클린턴의 성추문에 대해서는 함구. ○…미국 의원들은 일부에서 ‘구역질이 난다’는 극단적 반응을 나타냈으나 전반적으로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보브 돌 전 상원 원내총무는 “이번 일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공화당 의원들의 자제를 호소. ○…공개된 보고서에 정치 지도자들이 신중한 반응을 보인 반면 일반 시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시민들은 백악관 정문에서 닉슨 도서관까지 줄을지어 선 채 클린턴의 탄핵을 요구.버지니아 출신의 제프 테일러(32)는 “정부의 권위를 지키려면 클린턴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캘리포니아 출신의 리처드 에번스(69)는 “교활한 윌리(클린턴)가 사기꾼 딕(닉슨)을 성인처럼 보이게 한다는 내용의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할 것”이라며 클린턴을 맹비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워싱턴 포스트,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스타 검사의 보고서가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성관계를 입증하는 충분하다고 평가된다고 일제히 보도.스타 검사 보고서로 거의 전 지면을 채우다 시피한 이들 매체들은 상세한 내용과 함께 ‘클린턴의 권력남용과 사법방해 고발’등의 제목으로 1면 머리와 해설,분석기사로 지면을 장식. ○…보고서 공개에도 불구,미국 증시에서는 주가가 일제히 뛰는 등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11일(현지 시간) 폭락 이틀만에 반등세로 돌아서 179.96포인트(2.36%) 오른 7,795.50에 폐장. 다우지수의 이날 상승폭은 사상 9번째로 높은 수치.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500은 28.81포인트(2.95%) 오른 1,009.06에 마감돼 1,000선을 하룻만에 회복하고 폐장. ◎해외언론 반응/르몽드 “클린턴사태 세계위기 초래 우려”/일 신문 “미 정부 정책 수행능력 떨어질것” ○…프랑스의 르 몽드는 1면 머리기사에서 “클린턴 사태가 세계의 위기를 낳을 수 있다”다고 지적하고 ‘미국식 지옥’이라는 사설에서 스타 보고서를 “필요 이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들춰낸 것”이라고 평가. 독일의 디 벨트는 “클린턴이 거짓말을 했다”면서 “그러나 그가 잘못을 저지른 것과 해임하는 것은 같은 선상의 문제가 아니며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다”고 지적.이탈리아 밀라노의 코리에레 델라 세라지는 “미국이 클린턴을 사임으로 몰아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권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는 “이번 추문으로 미국 대통령의 권위가 심각히 훼손될 것이며 정부의 정책수행능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 홍콩의 밍빠오(明報)는 클린턴의 장래가 매우 어둡다고 예측하면서 국내외 치적에도 불구,“다른 국가들이 미국인들을 어떻게 존경하겠느냐”고 반문.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는 사설에서 성추문이 러시아 및 북한 문제 등 미국의 지도력이 필요할 시기에 터져나온 것은 미국의 정치력 마비라고 지적. ◎해외지도자 반응/영 총리,클리턴에 전화 “변함없는 지지” 천명/독 총리 “빠른시간내 문제가 해결되길” 촉구 영국,독일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 지도자들은 성추문에도 불구,클린턴에 대한 든든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궁지에 빠진 클린턴과는 거리를 두라는 국내 각계의 조언에도 불구,11일 전화를 걸어 북아일랜드 문제,러시아 사태 등에 대해 30분간 대화를 나누는 등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며 국제사회에서 클린턴의 가장 절친한 동반자임을 자처.영국 총리실은 또 클린턴 지지를 분명히 하듯 21일로 예정된 방미일정이 취소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부인. ○…헬무트 콜 독일 총리는 독일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클린턴 대통령이 완전히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빠른 시간내에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면서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 자기 의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조기수습을 촉구. ○…중국의 정치지도자와 외국정책전문가들은 사견임을 전제로 클린턴의 위기가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클린턴 대통령간의 우호관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전망.중국 사회과학아카데미의 미국 전문가 진 칸롱은 “안정적인 양국 관계를 위해서는 강력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대부분 생각하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중국 지도부의 뜻을 간접 전달.
  • 롯데그룹(한국경제를 이끌어온 기업)

    ◎30대 기업중 재무구조 1위/“위기는 기회다” 공격경영 변신/내실 바탕 잇단 기업 인수설 돌아/최근 1조규모 제2롯데월드 착공/‘한국서 번돈 100% 재투자’ 유명 사장단 회의가 없는 그룹,인력 배치 때 전공학과를 따지지 않는 그룹,두달에 한달(짝수달)씩은 회장이 자리를 비우는 그룹. 롯데 그룹엔 여러모로 특이한 면이 많다. 연 매출액 9조원(98년 예상치),계열사 27개,종업원수 3만5,000명인 국내 11대 그룹의 이같은 독특한 운영은 실험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롯데는 분명 경제위기를 맞은 이래 ‘가장 잘 나가는’ 그룹으로 꼽힌다. 우선 롯데는 지난 6월의 55개 퇴출대상 기업 발표와 무관했다.10대 그룹중 7개,11∼30대 그룹중 20개 그룹이 영향권에 들었지만 롯데는 무사했다. 무사함을 넘어 이제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다른 그룹들이 계열사를 팔아치우려 한다는 소문의 돌 때마다 롯데라는 이름은 소문의 한 가운데에 있곤 했다.인수 대상 그룹으로서다. 롯데 그룹의 인수설이 나돈 기업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동아건설의 동아시티백화점 해태제과 해태음료 서울·제일은행 등등…. 실제로 서민 상대 장사로 짭잘한 재미를 누리던 그랜드백화점 본점의 경우는 현재 롯데로부터 중도금까지 받은 상태다. 이밖에도 롯데의 공격성은 곳곳에서 드러난다.금년 하반기에 롯데백화점 광주점을 열고 내년 초엔 일산점을 열 계획이다.최근엔 1조원 규모의 제2롯데월드 공사에 착공했다. 이 모든 게 부채비율 216%로 30대 그룹중 가장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가능한 한 은행돈 안쓰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辛格浩 회장의 경영철학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잘 나가게 된’ 중요한 원인으로 책임경영제를 빼놓을 수 없다.롯데그룹은 오래 전부터 사실상 계열사별 책임경영제를 운영해왔다.사장단 회의를 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롯데가 가진 최대의 강점은 역시 수익금의 재투자라 할 수 있다.롯데는 일본 롯데가 한국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태어난 독특한 탄생과정을 가졌으면서도 한국 롯데의 수익금을 고스란히 한국에 재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탄탄한 자본력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롯데그룹측은 이같은 장점들에 그룹 특유의 경영상 일관성이 가세함으로써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도 세를 키워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유통과 관광에 치중한다는 반론에 대해서도 롯데측은 관광산업이 제조업보다 월등히 높은 외화 가득률을 보인다는 논리를 내세운다.일례로 호텔롯데 하나가 97년 한해에만 51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여 3억3,0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롯데는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 독일 동남아 등에까지 호텔롯데와 롯데월드를 건립하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롯데는 그러나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지 않으면 다른 것을 절대 넘보지 않는다는 고유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룹 성장사/‘햇님이 주신 선물’ 롯데제과가 모태 ‘햇님이 주신 선물’ 오늘날 40대 중년 이상이라면 아련하게나마 기억속에 간직하고 있을 이 광고 구호가 한국 롯데 그룹의 태동을 알리는 신호음이었다.67년 4월 오늘날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롯데제과는 이 광고 문구와 함께 탄생했다. 롯데제과는 곧 한국인의 입맛을 파고들면서 승승장구 성장기반을 닦아나갔다.설립 당시 자본금 3,000만원에 직원수 500명 정도로 제법 규모도 갖췄었다. 롯데 그룹은 스스로의 역사를 크게 4단계로 나눈다. 롯데제과의 한국진출로 대변되는 태동기와 70년대 도약기,80년대 성장기,90년대 미래 지향기가 그것이다. 60년대 후반 껌 과자 등을 제조·판매해 기초를 튼튼히 한 롯데는 70년대 들어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 롯데햄 롯데우유 등을 설립,단숨에 국내 최대의 식품기업군으로 자리잡았다. 80년대에는 국내 최대의 식품기업군 지위를 유지한 채 롯데냉동 한국후지필름 롯데자이언츠 등을 세워 보다 완벽한 체제를 갖추게 된다.이어 롯데월드라는 거대한 작품을 완공,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이 과정에서 이웃주민들의 반발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세계속의 롯데를 과시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는 평을 듣는다. ◎辛格浩 회장/42년 봄 희망 찾아 단신 도일/우연히 맛본 츄잉껌 하나로 성공기반 마련/철저히 한국 국적 고수·사람쓸땐 의리 중시 辛格浩 롯데그룹 회장(76)은 IMF사태 이후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이면서도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로 남아 있다.롯데 직원들조차 그와 대화해본 사람이 드물다.홀수 달에 한국에 와 있을 때도 계열사 사장들로부터 브리핑을 듣는 게 전부다.회의를 열거나 그룹내 행사에 참가하는 일은 좀체로 없다. 불필요한 언사도 거의 없다.조용한 성격이다.젊은 시절 시속 200㎞ 이상의 속도를 즐겼던 스피드광이었다는 사실과는 퍽 대조적이다. 그에겐 몇가지 철칙이 있다.첫째는 철저히 한국 국적을 지킨다는 점이다.또 책임경영제를 활용한다.대신 현장 점검만은 엄격하다.과자 하나를 새로 만들 때도 꼭 자신이 먼저 시식한다. 사람을 쓸 때는 학식보다 소양을 중시한다.일에 대한 정열,동료에 대한 의리를 최고 덕목으로 친다.‘오야붕­꼬붕’식 위계를 중시한다.이 점에선 다분히 일본적이다. 이 때문일까,사업에 관한 한 실패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다.그래서 기업인으로서 辛회장의 성장사는 작위적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1942년 봄,가난했던 辛회장은 약관의 청춘에 ‘성공하고 싶어서’ 관부연락선에 올랐다.첫 부인 盧舜和씨(작고)와 경남 울산군 상남면 둔기리(현 울산광역시 울주군) 고향마을을 뒤로 한 무단가출이었다.당시 그의 손에 쥐어 진 돈은 83엔.이것이 오늘날 롯데그룹의 밑거름이었다. 학업 성적도 신통치 않았고 특별한 재능도 없었던 청년에게 일본은 희망의 땅이었다.도쿄의 친구 자취방에서 더부살이를 하면서 우유·신문배달로 연명했다.그러면서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학 이학부) 야간부 화학과를 졸업했다. 재학중인 44년 돈을 빌려 선반용 커팅오일 제조공장을 차렸다.그러나 첫번째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1년여만에 B­29기의 폭격으로 공장이 폐허로 변했다. 곧이어 벌인 화장품 제조업은 대성공이었다.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열망을 업고 날개돋친듯 팔려나갔다.辛회장은 이때부터 사업의 묘미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전해진다.일본 여성인 다케모리 하츠코와 결혼한 때도 이 무렵(45년)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추잉껌을 먹어본 뒤(실제로 삼켜 버렸다고 함) 그 맛에 반했다.전후(戰後) 기호품 부족 사태에 착안한 그는 즉시 껌 제조업에 뛰어들었다.대성공이었다. 사업이 번창하자 48년 6월 도쿄 스기나미구에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해 사장에 취임했다.비로소 롯데라는 이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롯데라는 이름은 괴테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따왔다.약관 시절 문학청년의 전력이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름의 선택은 절묘했다.패전국 일본은 전후 국가개조의 모델을 독일로 삼았었다.그런 일본인들에게 독일 작가 괴테 작품에 나오는 구원의 여인 샤롯데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사업은 계속 번창해 55년 연매출액이 12억엔에 달했다.辛회장은 서구를 본받아 소비문화가 뿌리 내릴 무렵인 61년 초컬릿 생산을 개시키로 결심했다.또 다시 성공이었다.이로써 롯데는 일본내에서 거대 종합과자 메이커로 부상했다. 辛회장은 시대를 읽는데 타고난 재능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된다.여기에다 ‘자신 없는 분야에 무모하게 뛰어들면 국민경제에부담만 준다’는 경영철학이 맞물려 오늘의 성공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한·일을 오가며 두개의 롯데 왕국을 무리없이 꾸려가는 辛회장의 저력은 이런 재능과 경영철학에서 비롯된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계열사 현황(’98년 8월 현재,★=상장회사) 회사명 설립일자 주업종 ★롯데제과(주) 67. 4. 3 껌,과자,빙과류,제조판매 (주)호텔롯데 73. 5. 5 관광호텔 롯데쇼핑(주) 79.11.15 백화점 ★롯데칠성음료(주)50. 5. 9 청량음료,주류,제조 도소매 ★롯데건설(주) 59. 9.15 토목 건축 등 종합건설 ★호남석유화학(주)76. 3.16 합성고무 및 플라스틱 제조판매 롯데알미늄(주) 66.11. 4 알루미늄 압연가공 등 롯데상사(주) 74.11. 2 무역업 (주)롯데햄·우유 78. 4.12 축산물 가공판매 ★(주)롯데삼강 58. 1.10 빙과,유지,음료제품 제조판매 한국후지필름(주)80. 6. 2 사진 감광재,사진기기,비디오테이 프 등 롯데전자(주) 73.11. 2 음향기기및 기타 제조판매 (주)롯데기공 73.11. 1 환경,건설,냉열,산업기기 등 롯데냉동(주) 80. 3.28 냉동창고업 (주)롯데리아 79.10.25 햄버거 등 판매외식업 (주)대홍기획 82. 4. 8 광고대행업 (주)D.D.K 90. 6.11 광고대행업 (주)롯데자이언츠 82. 4.22 프로야구단 (주)롯데캐논 85. 5.10 복사기,프린터 등 사무기기 제조판매 (주)호텔롯데부산 84. 5.11 관광호텔 롯데역사(주) 91. 5. 4 백화점 롯데물산(주) 82. 6.15 관광호텔 및 레저 롯데산업(주) 74. 1.26 운동설비 운영 등 롯데할부금융(주)95.11.28 할부 및 팩토링 금융 등 (주)롯데세기 97. 6. 1 컴퓨터 오락 게임시설 유원지 운영 롯데정보통신(주)96.12.28 소프트웨어 개발,컴퓨터 주변기기 판매 롯데로지스틱스(주)96.10.14 물류관리,컨설팅
  • 민주열사 열전:4/金相眞 서울농대생(정직한 역사 되찾기)

    ◎할복 자결… 反 유신의 魂으로 부활/학생운동사 목숨 던진 첫 인물/꺼져가던 투쟁의 불씨 되살려/암울한 시대 희망의 새싹 틔워 “…무엇을 망설이고 무엇을 생각할 여유가 있단 말인가! 들으라! 우리는 유신헌법의 잔인한 폭력성을,합법을 가장한 모든 부조리와 악을 고발한다…” 75년 4월11일 상오 11시. 서울대농대 4학년 金相眞은 수원에 있는 농대 캠퍼스에서 그렇게 ‘양심선언문’을 읽어 내려갔다. 격정의 순간이었지만 오히려 차분했다. 그러나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는 비장함에 묻혀 이내 사그라졌다. 선언문 낭독이 거의 끝나갈 즈음. “이 보잘것 없는 생명,바치기에 아까움이 없노라…”는 말이 나오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순간 그는 품속에서 과도를 빼 치켜들었다. 그리고 하복부를 깊게 찔러 위로 그어올렸다. 그는 친구들에게 들려 택시까지 가며 “애국가를 불러달라”고 했다. 수원도립병원에서 1·2차 수술을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중이던 12일 상오 8시55분 그는 앰뷸런스 안에서 눈을 감았다. ○죽어가며 “애국가 불러주오”金相眞 열사는 민주화투쟁 학생운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던진 최초의 인물이다. 주변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죽음을 위한 치밀한 준비를 했고,그 파장까지도 충분히 예측했던 것 같다. 75년 2월 朴正熙 정권은 유신체제에 대한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에서의 승리를 내세워 강경으로 선회했다. 정부가 약속했던 구속학생과 교수들의 복학·복직을 불허하고 극심한 언론탄압을 일삼는 등 유신체제가 오히려 폭악화되자 그는 어떤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미온적인 동료·후배들의 자세도 그를 피할 수 없는 ‘결단’으로 밀어댔다. 그는 ‘양심선언문’과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장’을 꼼꼼히 작성했다. 그리고 4월9일 ‘인혁당 재건 사건’으로 8명이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가 무섭게 사형당했다는 소식에 치를 떨며 과도를 구입했다. 인혁당사건은 10년 뒤인 95년 모방송사가 법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사법사상 ‘가장 치욕스런 판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김상진기념사업회 安鍾健 회장(50·방송대 교수)은 “相眞이는 복학후 되도록 시위에서 빠지려고 했다. 그러나 74년말부터 급격히 암울해지는 시대상황에 매우 당혹스러워했고,무언가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회고했다. 安회장은 金相眞 열사와 고등학교 및 대학 같은 과 동기다. 그는 또 “相眞이가 할복 전날 밤 자신을 찾아와 칼을 보여주며 가족과 애인 걱정을 했다”고 전한다. “相眞형은 항상 ‘이래선 안되는데’라고 중얼거렸어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때다’‘내가 해야할 것 같다’고 결의를 나타내기도 했구요”후배 鄭鉉敦씨(축산·74학번)의 회고다. ○시위 확산에 긴급조치 9호 선포 朴正熙 정권은 金相眞의 죽음이 반유신의 상징으로 남지 않게 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숨을 거둔 지 15시간만에 장례식도 없이 화장하게 했으며,서울대 농대를 사실상 폐쇄했다. 각 대학에도 휴교·휴강 조치를 내려 4월 중순까지 25개 대학이 전면 휴강에 들어갔으며,시위 주동자의 대량 연행과 구속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5월13일 체제에 관한 어떤형태의 반대의견이나 행동도 금지하는 긴급조치 9호를 선포했다. 그러나 서울대생 1,000여명은 5월 22일 관악 캠퍼스에서 기어이 ‘金相眞 열사 장례식’을 거행하고 긴급조치 철폐를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른바 ‘5·22사건’이다. 朴炯圭 목사는 95년 金相眞 20주기 행사때 “모든 사람들이 좌절할 때 꺼져가는 민주화운동의 불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댕긴 이가 金相眞 열사”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튼 민주화와 정의의 물길을 우리가 제대로 타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반문했다. 당시 5·22사건으로 수배됐던 金槿泰 의원(국민회의)은 “金相眞형과 그 사건은 아직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진정한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제의 폭압아래 똑같은 나이(27살)에 옥사한 尹東柱의 ‘서시’는 그의 이상이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金相眞 열사는 尹東柱의 ‘서시’처럼 한점 부끄럼 없이 살려고 노력했다. 그는 시대의 아픔을 가슴에 간직한 채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민주화투쟁은 오늘의 민주주의로 승화됐고 밝은 미래의 희망으로 존재할 것이다. ◎어머니 朴載娟 여사의 통곡/“정부에 의한 명예회복 평생소원” “에미로서 자식 마음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고 혼자 고통을 겪다 가게 했어요…” 金相眞 열사의 어머니 朴載娟 여사(80)가 아직도 못내 아쉬워하는 점이다. ‘군대까지 다녀와서 데모에 끼겠느냐’며 항상 어머니를 안심시키던 아들. 그가 죽자 슬픔과 원망이 뼈에 사무쳤지만 朴여사는 차차 목숨을 던져야 했던 아들의 장한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相眞이는 유난히 정이 많고 심지가 깊었어요. 친구를 무던히도 좋아했지요. 친구들을 몰고와 내가 음식상을 내오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했어요” 어머니는 95년 20주기 행사때 손수 음식을 장만해 벽제 묘소로 가져가 100여명의 아들선·후배 동료들을 먹였다. 朴여사는 아들이 죽자 병원에서 “제발 화장하지 말고 묘를 쓰게 해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포항에 있던 맏아들을 불러올려 억지로 설득해 화장을 강행했다고. 그녀는 “화장터로 쫓아가 ‘우리가 뿌릴 터이니 유골단지를 달라’고 해 중앙청 옆 법륜사에 감췄다”고 했다. 그로부터 1년후에 金相眞 열사는 벽제공원묘지에 묻힐 수 있었다. 朴여사는 현재 서울 갈현동 자그마한 한옥에 혼자 산다. 신경통과 위경련을 앓고 있지만 심하지는 않은 듯했다. 고려컨테이너 부사장인 맏아들 상운씨와 대한투신 원주지점장으로 있는 둘째아들 상근씨 등 8남매가 모두 건실하게 살고 있어 흐뭇하다고 했다. 그녀는 “아들이 공식적으로 정부에 의해 명예회복이 이루어지는 것을 죽기 전에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후배 鄭赫基씨의 맺힌 恨/“긴 겨울 몰아낸 ‘민주햇살’ 빛 봐야” 김상진기념사업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鄭赫基씨(42·산야농산 대표)는 “相眞이 형이 죽은 이후 학생들은 감옥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재야나 지식인들이 자기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金相眞 할복사건이 유신독재정권이 내리막길을 걷는 시대적 분기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朴正熙 정권의 폭압이 절정에 달해 정권 말기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죠. 공권력으로는 도저히 국민의 항거를 막기 힘들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건 당시 축산과 새내기였던 그는 金相眞 열사가 할복하는 순간 바로 앞에 앉아 있었다.“뒤에 있던 선배들은 그가 칼을 빼드는 순간 그 뜻을 얼른 알아차리고 덮쳤지요. 그러나 정작 저는 ‘단순히 각오를 다지기 위해 빼들었겠지’했어요. 그런데 막상 할복하고 쓰러지자 정신이 멍하고 아찔했습니다” 그는 “그후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鄭씨는 지난 95년 기념사업회가 출간한 金相眞 열사 평전 “긴겨울 얼음뚫고’의 정리작업을 맡았었다. 3년이나 걸린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는 “죄책감에 대한 빚갚음의 의미도 있지만 相眞이 형의 진실이 진정한 역사로 기록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화가 후퇴하고 권력이 부패하면 언제라도 제2,제3의 金相眞이 나올수 있다”는 鄭씨. 그는 “全·盧 시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며 “지금의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이 항상 경계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金相眞 열사 연보 ▲1949년 金東壽·朴載娟씨의 3남6녀중 여섯째로 서울에서 출생 ▲1962년 혜화국민학교 졸업 ▲1965년 보성중학교 졸업 ▲1968년 보성고등학교 졸업,서울대농대 축산학과 입학 ▲1971년 군입대.경기 포천의 공병대에서 근무 ▲1974년 2학기 복학 ▲1975년 4월11일 서울대 수원농대 교정에서 유신정권의 허위성을 고발하는 ‘양심선언문’낭독하고 할복 자결 ▲1975년 4월12일 상오 8시55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도중 사망
  • 우는 자와 함께 울라/崔一道 목사(서울광장)

    큰 물난리를 겪을 때 TV에 나온 어느 정치인은 이렇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합니다.오늘 밤엔 제발 비가 멈추길 바랍니다”.나는 그때 오늘의 재앙을 두고 하늘도 무심하다고 말할 자격이 과연 그들에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정작 피해입은 사람들은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탄식하는 이가 드물다.서민의 분노는 그 방향이 하늘이 아니라 지체 높으신 위정자란 사실을 과연 그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특히 국회를 향한 국민의 분노는 위험수위를 범람하고 있다.시민단체에선 여야당 간부들을 직무유기죄로 고발하는가 하면 PC통신에는 국회를 어떻게 해버리자는 섬뜩한 주장이 거침없이 오르내리고 있는 현실이다.그럴만도 한것이 IMF한파에 200만명 이상이 직장을 잃고,생계마저 위태로운 때에 엄청난 폭우를 만났다.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조단위의 재산피해가 생겼다는데 국회는 여전히 감투싸움이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향한 분노 위험 수위 자연훼손을 일삼은 인간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기상이변이라면 도탄에 빠진 국민들의 위정자에 대한 심판의메시지는 공사공멸이다.IMF라는 괴물을 만나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고꾸라진 것이 엊그제였다.그런데 몇달이 지나고 나니 괴물도 별게 아닌 것처럼 이 땅은 여전히 사치와 과소비와 향락을 일삼았다.정치인들은 여전히 당쟁을 일삼았다.기업인들은 부당이득을 취하려고 뇌물을 상납했다.교육현장의 촌지도 여전했다.정의와 진리의 강물은 메말랐고 명예욕과 향락의 탁류가 범람했다. 지금 참으로 중요한 것은 정신의 혁명이다.뭔가 획기적인,정신적인 혁명이 필요하다.오늘 우리가 겪는 고통을 비극적으로 결론 짓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의 재난을 필요한 아픔으로 여겨서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전환시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아직도 늦지 않았다.희망을 잃지 않는 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현재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다.지금 우리가 겪는 이 엄청난 슬픔과 아픔은 분명히 재난이다.기상학자들은 전문지식을 동원해서 재난의 원인을 ‘엘니뇨’나 ‘라니냐’라는 현상학적인 용어를 사용해 설명해 주고 있지만 그러나 성직자의 한 사람으로양심상 오늘의 참상을 자연재해로만 일축할 수는 없다. 대홍수를 바라보며 너 나 할 것없이 옷깃을 여미고 겸허하게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국민 모두가 뼈를 깎는 자기 개혁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민 위로할 자 누구인가 이렇게 엄청난 슬픔과 아픔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추스려 나가느냐고 반문하지 말자.하루 아침에 온 재산을 날리고 가족·친지도 잃어버려 비탄에 잠긴 이웃들과 함께 울자.마틴 루터 킹 목사가 눈물과 한숨속에 살아가던 흑인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그가 가진 꿈과 희망이었다.흑인들의 눈물을 씻겨주었던 그는 그 꿈을 대중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가시적인 성과를 생전에 성취하지 못했음에도 장기적으로는 흑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구조악을 개선시킬 수 있었다. 지금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다.피눈물을 흘리며 등을 돌려버린 이 백성들을 위로할 자가 누구이던가.우는 자와 함께 우는 것이 쇼라고 비난하는 자가 있더라도 개의치 말자.이젠 쇼라도 좋으니 제발 위정자들이여 우는자와 함께 울라.당장의 고통을 덜어줄 떡을 약속하기 전에 그대들 마음을 찢고 진정 참회하고 우는 모습을 보일 때만이 우리 모두가 살길이 아닌가.참사랑의 실천만이 병든 이 사회의 질병을 깨끗이 치유할 수 있는 길이다.
  • “구조조정 감내해야 경제 회복”/金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전문

    ◎실업자 계속 늘어 재정운영 변화 불가피 오늘 1998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 제출하고 그 심의를 요청하면서 이번 추경예산안을 편성하게 된 배경과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최근의 수해로 슬픔과 어려움에 처해 있는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면서 정부는 재난을 당한 분들의 구호와 시설복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말씀드립니다. ▷경제 현황◁ 우리 경제는 지난해 12월 금융·외환위기 이후 어둡고 고통스런 구조조정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한때 국가부도 위기로까지 갔던 외환사정은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자금 지원 그리고 우리의 대외 신뢰회복 노력에 힘입어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만,아직도 대외 경제여건은 크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경기침체와 자금경색은 기업부도와 대량실업을 초래하고 있으며,이에 따라 근로자·가계·기업·금융기관 등의 경제주체 모두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커다란 고통을 겪고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구조조정 기간은 더욱 길어지고 경제회복이 그만큼 늦어져서 큰 시련을 겪게 될 것입니다. ○건실한 성장토대 구축 ▷구조조정과 개혁◁ 구조조정의 큰 의미는 과거 권위주의적 경제운영 과정에서 파생된 정경유착·관치금융·부정부패·도덕적 해이 같은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경제운영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보다 건실한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경제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총체적인 국가개혁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라는 새로운 국가운영의 기본틀을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국민의 정부가 모든 국민과 함께 추진해 나가고자 하는 ‘제2의 건국’운동인 것입니다. 정부는 나라를 구하고 또 나라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하기 위한 ‘제2의 건국’운동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정부는 앞으로 모든 경제주체들이 겪는 고통을 최소화하면서도 구조조정과 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실직자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강화하고 기업의 자금난을 완화해 나갈 것이며,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재정의 역할을 적극 확대할 것입니다. 아울러 수해로 인해 파괴된 생산설비와 사회간접자본시설을 조기에 복구하고 이재민에 대한 생계비 지원 등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세수 5조5,000억 차질 ▷추경의 불가피성◁ 금년도 우리 경제는 지난 3월 제1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실업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재정운영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세입 면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둔화와 수입감소 때문에 부가가치세·특별소비세·관세 등에서 약 5조5,000억원의 세수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며, 이는 경제회복의 지연과 최근의 수해에 의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세출 면에서는 소비와 투자가 지나치게 위축되어 산업기반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재정투자가 추가로 필요하며 6조원 규모의 재정지출안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이같은 세입 결함과 추가적인 세출 소요에 따라 총 11조5,000억원의 재원대책을 내용으로 하는 금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된 것입니다. 5조5,000억원의 세입부족분에 대해서는 이미 확보된 한국은행의 결산잉여금 약 1조원과 이자소득세·교통세 등의 세율 인상분 7,000억원,공기업 주식매각자금 1조2,000억원으로 충당하는 한편 교육세 등의 세수감소분 7,000억원은 지방교육양여금관리 특별회계 세출을 감액하여 대처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세입부족분 1조9,000억원과 실업 및 경기대책을 위한 추가 세출소요 6조원은 부득이 국채발행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6조원의 실업 및 경기대책을 위한 세출예산은 실직자에 대한 지원과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에 배정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방재정 지원도 강화 ▷실업대책◁ 정부는 실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하여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직자에 대해 고용보험을 확대적용하고 공공근로사업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자 하며,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와 함께 수출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지원 여력을 더욱 늘리기로 했습니다. 고용창출 및 성장잠재력 유지를 위해 투자우선 순위가 높고 고용유발효과가 큰 공항·고속도로·철도·댐·항만 등의 SOC사업에 대한 재정투자를 늘리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지방 재정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자 합니다. ○재정규모 80조804억 ▷예산 조정 내역◁ 이에 따라 일반회계는 98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에 비하여 6조원이 증가한 74조9,004 규모이며,일반회계와 재정융자특별회계 순세입을 합친 재정 규모는 80조804억원으로 제1회 추경예산에 대비하여 12.2%가 증가하였습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대폭적인 적자재정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만 이는 지금 우리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구조조정 작업과 실업 및 경기 대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의원 여러분께서는 이 점을깊이 이해하셔서 금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하여 주시기 바라며 정부가 국회에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한 이후 발생한 수재민구호 및 시설복구를 위한 자금소요에 대해서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깊이 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위안부의 恨달랠 예술한마당/역사관 개관준비위 15일 용인 희원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개관 준비위원회(위원장 宋月珠스님)가 마련한 ‘광복 53주년 8·15 예술한마당’ 공연행사가 15일 하오 7시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앞뜰의 전통정원 희원에서 무료로 펼쳐진다.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함께 생활하고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나눔의 집(원장 혜진 스님) 옆에 세워질 종군 위안부 역사관 운영기금 마련을 위해 열리는 이 공연에서는 시인 高銀이 집필한 창작판소리 ‘접동새’를 명창 안숙선의 창으로 들려주며 대금명인 이생강이 나라잃은 슬픔을 담은 노래 ‘목포의 눈물’을 대금으로 연주한다. 창작판소리 ‘접동새’는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의 성노예가 돼야 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구한 사연과 해방후에도 고향과 가족을 찾지 못하고 이역만리를 떠돌아야 했던 망향의 한을 접동새의 피맺힌 울음으로 표현한 작품. 이어 무용가 이정희(중앙대 무용과 교수)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절벽에서 몸을 던져야 했던 위안부들의 슬픈 사연을 현대무용으로 풀어낸다. 이밖에 서도소리 명창 박정욱씨,바리톤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최익환과 서울풍물단의 무대도 마련된다.
  • 高宗과 조개탕(秘錄 南柯夢:20)

    ◎嚴妃,남편 바람기 재우려 안간힘/“女色 멀리하도록 잘 보필하라” 鄭환덕에 경고/기다리다 못한 엄비 직간했다 고종의 미움 사/부부끼리 서로 의심… “왕비 폐출”흘리기까지/크게 놀란 엄비 가슴치며 하소연하다 쓰러져… ‘왕과 왕비’라고 부부싸움을 하지말란 법은 없다. 다만 원인이 다를 뿐이다. 가난이 유죄라고 사가에서는 돈때문에 부부싸움을 하지만 왕실에선 돈 걱정할리 없다. 걱정이 있다면 여자 문제다. 고종은 참조개탕을 즐기셨는데 하루는 조개탕을 들다가 이가 뿌러졌다. 누구의 책임인가 당연히 감선청(監膳廳)이 책임을 져야 했다. 상감께서 참조개탕(蛤子湯)을 좋아하셨다. 그래서 감선청에서는 조석으로 수라상에 조개탕을 올렸는데,하루는 상감이 조개탕을 드시다가 앞니 하나가 뿌러져 소반위에 떨어졌다. 덩그렁하며 소반에 이가 떨어지자 상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옆에 있던 순종은 크게 웃으시면서 측근을 불러 명하시기를 “감선당번은 무엇을 했는가. 당장 원도로 유배하라”고 명하셨다. 감선당번은 서인택(徐仁宅)과 이봉천(李鳳天) 두 사람이었다. 한 개 치아로 말미암아 두 사람이나 유배당하게 됐으니 과연 국법이 무섭기도 하다. 조개탕 사건이 일어나서 그랬던가. 우연치 않게 고종과 엄비사이에 작은 전쟁이 벌어졌다. 1904년 고종의 나이가 50대 초반이었으니 아직 노쇠하였다고 보기 어려웠고 조개탕을 즐겨 그랬는지 양기에도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엄비는 상감의 옥체에 이상이 있을까 두려워했다. 순비(엄비)께서 내게 은근히 말씀하시기를 “상감께서는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않은 나이(非老不少之年)신데 방사(房事=남녀의 동침)가 너무 빈번하셔 옥체를 상하실까 두렵소. 그대는 상감을 항상 가까히 모시고 있으면서 어찌 한번도 간하여 아뢰지 않았는가”라고 나무라셨다. 며칠 뒤 순비께서는 병풍 뒤에 숨어서 상감마마의 동정을 살피셨다고 들었다. 왕비도 여자인지라 남편이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질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정환덕을 불러서 질책하듯 원망하듯 황상을 잘 보필하라 했다. 엄비의 질책을 받고 정환덕은 기어이 상감께 성색(聲色)을 삼가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기로 결심했다. 마침 상감이 매우 기분좋은 상태에서 정환덕에게 물었다. 상감께서 자못 기쁜 기색으로 물으시기를 “역색(易色)이란 말뜻을 아는가”하셨다. 이에 아뢰기를 역색이란 얼굴빛을 바꾼다는 뜻으로 여색을 좋아한다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여색을 좋아하는 마음에는 귀천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아옵니다. 그러나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슬픔이 찾아오고(樂極哀生) 음탕함이 극에 달하면 재앙이 찾아오는 것(淫極災生)이 자연의 이치라 군자는 반드시 중도를 지킴으로써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였습니다”고 아뢰었다.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엄비는 직접 고종에게 이렇게 간했다고 하는데 후환이 두려운 말이었다. 근래 국법이 해이하여 궁인들이 대궐 밖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으니 혹시나 병에 걸려 들어오는 아이가 있지 않을까 두렵사오니 궁인을 상대하실 때는 반드시 정환덕에게 명하시어 그 사람의 몸에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때 고종은 묵묵 부답하며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날 고종은 정환덕을 불러 독대하시더니 말씀하시기를 “짐이 경과 함께 지내기를 밖으로는 군신지간(君臣之間)이었으나 안으로는 부자지간으로 정분을 나누어왔다. 그러니 무슨 말을 하지 못하겠는가. 묻겠는데 엄비에게 큰 비밀이 있다고 들었다. 그대는 아는가. 숨김없이 대답하라”고 하시었다. 깜짝 놀란 정환덕은 시침을 떼고 대답하기를 “청천벽력같은 말씀으로 소신은 전혀 아는 바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정녕 그러한가?” 고종께서 다시 다그쳐 물어 보았는데,그때 정환덕의 등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러면서도 “도끼로 맞아죽는다고 해도 아뢸 말이 없습니다”고 잡아뗐다.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하니 동네사람의 부부싸움도 말리기 어려운데 하물며 국왕 내외에 있어서랴. 무슨 재주로 말릴 수 있겠는가 싶었다. 다음날 대궐에서 입궐하라는 명이 내려 인력거에 올라탔다. 대한문에 들어서니 안내자는 “오늘은 함녕전에서 부르신 것이 아니고 경선궁에서 부르신 것이니 그리로 갑시다”고 했다. 경선궁에는 엄비가 계셨다. 엄비가 물으시기를 “그대는 상감을 뵙고 무슨 말을 하였는가”고 하셨다. 사실대로 대답했다가는 대번에 야단맞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드디어 속여서 말씀 드리기를 “어제 밤 상감께서 소신에게 물으신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간사한 무리들이 혹은 일본에 붙고 혹은 러시아에 붙어 유언비어를 만들어 서로 이간질하고 마침내는 나라를 팔아 먹고 있으니 이 나라 운명의 길흉이 어떠한가를 물으셨습니다. 다른 말씀은 없었습니다”고 아뢰었다. 그러자 엄비께서는 손으로 가슴을 치며 말씀하시기를 “상감께서 내게 의심을 품으셔 장차 나를 폐출하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그런 말씀이 있었는가”하셨다. 나는 시침을 떼고 “소신은 듣느니 처음입니다. 내외간 일을 상감이 소신에게 물으실리 있겠습니까. 천부당 만부당한 일입니다”고 대답했다. 엄비가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신하에게 하소연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엄비가 졸도하여 의식을 잃고 말았다. “순비가 졸도하여 죽었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어린 영왕은 어머니를 부르며 통곡하고 있으며 상궁나인들은 한편으로 엄비의 입에 기름을 넣어 드리고,다른 한편으로는 물을 목구멍에 넣어 드리느라 분주하다. 약으로는 사향환(麝香丸)을 갈아 드리고 있으나 삼키지 못하고 침을 흘릴 뿐이다. 어찌 하면 좋겠는가” 하시기에 나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니 길한 일이 모인다’(用死終生吉相聚)는 말을 인용하며 “염려 마시옵소서. 반시간만 지나면 깨어나실 것입니다”고 아뢰었다. 벽시계를 보니 7시반이었다. 고종께서는 시계를 보더니 “과연 8시에는 깨어나시겠느냐”고 물으셨다. 그러더니 “너는 여기 있으라” 하시며 종종 걸음으로 대청으로 나가 내의(內醫)를 불러 화제(和劑)를 쓰라고 하시니 내의들은 강화자음전(降火磁陰煎)이 좋다느니 청심진정탕(淸心鎭靜湯)이 더 좋다느니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기를 30분이 지나 괘종시계가 8시를 쳤는데 그때서야 내의의 화제가 나왔다. 사후 약방문 격이었다.
  • 재해방송/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일본의 고베지진이나 미국 오클라호마 폭발사건에서 보았듯이 외국의 전파매체들은 신속하고도 지속적인 현장중심 보도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재난극복에 나설수 있도록 국민화합을 이끌어낸다. 서울·경기지역에 집중 호우가 쏟아진 최근의 우리 방송도 방송매체만의 헌신적인 역할수행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호감을 샀다. K2TV를 제외한 3사가 정규방송을 중단한채 수해특별방송으로 범람위기의 하천등 주요 포스트에 취재기자와 중계차를 투입,피해상황과 수위변화등 피해지역 주민들과 구급활동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마치 스포츠 실황중계나 하듯이 흥미를 유발시키는 종래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재난을 당한 자의 슬픔과 아픔을 절감케 하는 성숙한 자세였다.수해현장을 취재하던 취재팀이 촬영에만 급급하지 않고 급류에 휩쓸려 가는 주민을 구출한 것도 전에는 볼수 없던 광경이다. 참상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돕는 성금방송으로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게 한 것도 기민한 대처다. 전파미디어의 역할과 기능은 현장을 있는 그대로보여줌으로써 엄청난 재난을 시청자로 하여금 몸소 실감케 하는 점이다. 바로 2년전 경기·강원지역을 강타한 수마로 수많은 재산피해를 냈을 때는 방송이 이를 외면하고 올림픽중계에만 매달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방송이 천재지변을 외면한다면 공기능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일부지역에서는 이번 수해특보를 두고 대한민국엔 ‘서울과 경기만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전쟁을 방불케 하는 물난리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이 지역이 집중 보도된 미흡감은 원망할 만도 하다. 영국의 지그타와 BBC시청자연구소에 따르면 시청자는 어떤 위기상황에서 매체로부터 ‘정보와 해석’을 얻기를 원한다. ‘많은 양의 가공되지 않은 뉴스’속에서 ‘마음의 평정’을 잃거나 혹은 ‘걱정과 무관심을 극복하여 정상적인 활동으로 유도된다’는 것이다.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TV가 시청자의 눈과 귀가 되어 국민화합의 에너지를 일치단결로 이끌어내는 것은 TV만의 위력이다. 그리고 TV는 우리생활의 일부로서 기쁨과 슬픔,모든 위급한 상황을 함께하면서 언제나 선두에 서는 일상적 실재라는 생각이다.
  • 柔弱한 물이건만 성내면 무섭나니(박갑천 칼럼)

    세상에 부드럽고도 헤무른 존재로 물보다 더한것이 있다 하겠는가. 쑤시면 들어가고 쥐면 으스러진다.자르면 베이고 막으면 갇히며 차면 얼고 뜨거우면 증발한다.네모진데서는 네모져지고 둥근데서는 또 둥글어진다.오로지 하늘뜻만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그렇건만 붉덩물로 성내어 매대기쳐 흐를때는 무섭다.맑은 얼굴로 흥얼대며 흐르던 때와는 다른 몽짜스럽고도 감때사나운 상판때기다.산자수명을 노래했던 선비들도 그런 물을 이르면서는 수마(水魔)라며 마귀에 빗대는걸 서슴지않는다.유약함을 보인것은 헛낯짝이던가.한번 성이 난 물은 세상의 굳세고 강한것들을 제압하며 깡그리 휩쓸어버린다.이를두고 [노자](36장·78장등)는 유제강(柔制剛:부드러움이 굳셈을 누름)의 세상이치를 말한다.그렇다.힘없이 꼭뒤눌리기만 하던 백성이 총칼 앞세워 무작스레 꺼두르던 굳셈을 꺾지 않던가. 인지(人智)가 제아무리 발달해도 하늘뜻은 알지도 못하려니와 당해내지도 못한다.그래서 옛사람들은 말한다.“사람들은 그 완성된바를 알지만 그 형체없는 작용은 알지못하니 이를 일러 하늘의 공덕이라 한다”([순자]天論편). “대저 하늘과 땅이란…본디 끝장나기도 어렵고 다하기도 어려우며 헤아리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도록 되어있다”([열자]天瑞편).그렇다할때 천재(天災)라는것도 사람들 가치기준에서 재앙일뿐 자연스런 하늘의 운행이라 해야겠다. 지리산참사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부리센 물벼락은 서울·경기쪽을 덮치면서 슬픔과 아픔을 거푸 안긴다.양쯔강범람등 남의 일 걱정할 겨를 안주는 엄청난 재변이다. 이 하늘의 게릴라 해매는 그같은 세계의 재난과 연관 된다고도 할것이다.누구는 잘못된 예보를 나무라지만 사람이 어찌 하늘뜻(天機)을 헤아린다고 하겠는가.구극적 하늘뜻은 알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되는 법이었다. 다만 이같은 천재가 문명화에 따른 오만이나 방심이 빌미로 된 인재(人災)로해서 더욱더 커진 점에 대한 성찰만은 해야 옳다.하늘의 운행은 무심한듯 영원할것이기 때문이다.이를 경계하는 가르침 가운데서 [설원](敬愼편)의 글귀에 귀기울여보자.“환난은 소홀함에서 생기고 재화(災禍)는작은일에서 비롯된다.한번 오욕을 입으면 씻어내기 어렵고 일을 그르치면 되돌릴수 없다. 심념원려(深念遠慮)하지 않았다가 후회하는일이 얼마나 많은가”
  • 수해 복구에 온 국민 나서자(사설)

    지리산에 이어 서울과 경기북부지역이 폭우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200여명의 고귀한 인명을 잃었고 1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재산피해가 추산되고 있다. 졸지에 생활터전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수많은 이재민들의 모습이 참담하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있는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하늘만 쳐다보고 절망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은 모두가 나서 재난을 수습하고 피해를 복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온국민이 정성과 온정으로 수재민의 상처와 아픔을 씻어주고 하루 빨리 재기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재민의 구호가 우선 시급하다. 집과 논밭이 물에 잠기고 생활수단까지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당장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갈수 있도록 지원해야하고 생활터전을 되찾도록 최대한 도와주어야 한다. 수해에 뒤따르는 수인성 전염병과 피부염등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방역과 보건대책도 필요하다. 이재민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금은 신속하게 집행되어 이재민들의 재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것이다. 끊어지고 막힌 도로와 철도,통신시설의 복구도 늦출 수 없는 일이다. 침수된 농작물에 대한 병충해 방제와 사후관리로 감수(減收)에도 대비해야 한다. 엄청난 수재의 복구에는 정부의 재해대책비나 행정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군의 유휴인력이나 쉬고있는 민간 장비등의 지원을 비롯, 모든 능력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의 따뜻한 동포애가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과거에 종종 보아왔던 ‘높은 분’들의 너무 잦은 현장시찰등 이재민들을 돕기는 커녕 오히려 성가시게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여름 휴가철이긴 하지만 이재민들의 아픔을 더하게 하는 무분별한 행동들도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좋을것 같다. 수재복구 노력과 함께 앞으로 이런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상예보체제를 비롯한 종합적이고도 효율적인 재난대책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이번 물난리는 어떤 의미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를 비롯한 기상관계기관들이 엘니뇨의 영향으로 동남아등지의 홍수위험을 여러차례 경고했었고 세계 곳곳이 기상이변의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웃인 중국의 양쯔강 일대가 엄청난 물난리를 겪고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비가 소홀했었고 기상예보마저 번번이 빗나가기만 했다. 같은 비구름대가 지나간 일본 니가타현이 기민한 예보와 조직적인 대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것과 좋은 대비가 되고 있다. 겉만 요란하고 속은 없는 재난대책으로 큰 피해를 당하고서야 허둥대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것이다.
  • 원혼이여 이젠 편히 쉬소서/괌참사 1주기… 희생자 추모비 제막

    ◎어제 니미츠 힐에서 지난해 8월6일 대한항공(KAL) 801편에 탑승했다가 숨진 229명의 원혼을 달래는 추모비가 5일 괌 아가냐의 니미츠힐 언덕에 세워졌다. 괌 한인회와 괌 정부는 사고 1주기를 맞아 니미츠힐 언덕에서 희생자 유가족 354명이 오열하는 가운데 추모비 제막식과 희생자 추모제를 치렀다. 추모비는 8m 높이의 검은 화강암을 재료로 한 4각뿔 모양으로,앞면에 사망자와 생존자,추모비 기증자의 이름과 함께 한글 추모시 ‘영혼의 노래’와 영문시 ‘Wash Away’가 새겨져 있다. 유가족 대표 金元均씨(55)는 “사고 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슬픔을 떨칠 수 없었다”며 한인회와 괌 정부가 추모비를 세워준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괌 정부 마델린 보르다요 부지사는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같은 악몽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추모비를 세웠다”면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추모비 제막식에 이어 종교별 추모행사가 이어졌으나 일부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이 숨진 당일인 6일에 맞춰 추모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6일 상오 추모제를 다시지내기로 했다.
  • KAL機 괌추락 참사 1년­유가족 1년후

    ◎시신 못찾은 유족 평생 恨으로…/辛基夏 전 의원 두아들 사법시험 준비 몰두/한양대 교수 1,000억臺 상속 소송 휘말려/사고후 건강 악화… 악몽 잊기 위해 부심 오는 6일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 1주기를 맞는 유족들은 악몽을 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 57명의 유족들은 평생 멍에를 지고 살아가고 있다. 국민회의 申基夏 의원(당시 57세)의 두 아들 泳錄(25)·相錄씨(24)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법조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부모를 잃은 이들은 할머니마저 사고 49일만에 세상을 떠나자 한때 방황했지만 슬픔을 딛고 사법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泳錄씨는 지난 2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고,相錄씨는 한양대 법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아내와 남매,장인,장모 등 8명을 사고로 잃은 한양대 의대 신경과 金熙太 교수(35)는 사고후 장인이 남긴 1,000억원대의 재산상속권 소송에 휘말렸다. 장인이 남긴 전 재산을 사회사업에 기증하겠다고 밝힌 金교수는 1심에서 승소,오는 20일 열리는 항소심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둘째 아들 長禹씨(당시 37세)와 며느리 李殷好씨(40),손자 漢奎군(13)을 한꺼번에 잃은 金悳模(73·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權純甲씨(70·여) 부부는 아들과 손자의 시신을 끝내 못찾았다. 金씨는 “사고 후 아들이 경영하던 식품회사를 맡았지만 결국 부도가 나서 아들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고 말했다. 여행사를 운영하던 아버지 張命男씨(당시 51세)와 중학교 2학년이던 여동생 孝眞을 잃은 希旭씨(24·군인)는 4박5일의 특별휴가를 받아 어머니,형과 함께 괌으로 떠났다. 그는 “힘들때마다 집안의 기둥이었던 아버지 생각이 절실하다”고 털어놓았다. 사위 金재홍씨(41),딸 李애심(40),손녀 세희(22),세원양(15)을 잃은 李재두(67)·金말술씨(63·여) 부부는 사고후 일산의 사위 집을 처분하고 사진도 모두 치워버렸다. 사고후부터 심장이 약해져 병원을 다니고 있다는 金씨는 “내 손으로 직접 키운 손주들이라 더 생각이 난다”면서 “손녀들의 시신을 결국 못 찾은게 한이 맺힌다”고 울먹였다. 아내와 외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숨진 속초 金택정변호사의 노모 李진형씨(70)는 사고후 협심증이 생기는 등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지만 아들 사진만 바라보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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