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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크송 연합앨범 ‘FRIENDS’

    올 4월은 포크의 계절이다. 줄줄이 포크가수들의 공연일정이 잡힌 것에 이어 60∼70년대의 포크송을 담은 연합앨범 ‘FRIENDS’가 발매됐다. 송창식,김도향,윤형주,이정선,서유석,남궁 옥분,뚜에아무아,사월과 오월,김세환 등이 다시 모여 만든 이번 앨범은 단순히 편집앨범의 수준을 넘어 옛 곡을 새롭게 리메이크해 새 노래처럼 신선한 느낌을 준다.참가가수가 모두 함께 부른 타이틀 곡 ‘FRIENDS’는 팝송인 ‘We Are The World’ 풍의 노래로 포크가수들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앨범 제작을 제안했던 이백천 음악평론가는 “지난해 미사리 일대에서 포크 가수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고 아직 포크가 죽지 않았다고 느꼈다.”면서 “올 봄에는포크송 연합앨범을 발매해 40∼50대에게도 젊은날의 봄을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창식씨는 “포크송은 싱어송 라이터를 한국에 가져온 최초의 장르였다.”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멋있는 앨범이 나와서 기쁘다.”고 쑥스러운 듯 소감을 밝혔다. 타이틀 곡을 비롯해 송창식의 ‘사랑이야’ 김도향의 ‘바보처럼 살았군요’ 윤형주의 ‘사랑스런 그대’ 등 추억의 포크송이 10곡 실렸으며 ‘이별노래’‘슬픔이여 안녕’ 등이 보너스 트랙으로 담겨 있다.앨범 표지는 마치 LP판처럼 크게 제작되어 CD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 [대한광장] ‘보완재’인간과 ‘대체재’인간

    세상이 어지럽다.정치판을 들여다봐도,노동계를 둘러봐도평안해 보이는 구석이 없다.너나없이 모두 여유가 없어 보인다.자기 중심의 사고만 넘치는 것 같다. ‘어느날 문득'이라는 말은 대체로 회한으로 가득찬 깨달음이나 뒤늦은 안타까움을 동반한다.어느날 문득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다 이미 가버리고 없는 아버지의 실체를 깨닫기도하며, 어느날 문득 낯설게 다가오는 중년의 내 모습에 가만히 한숨짓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자아'를 만나고 있다는 또다른 표현인지도 모른다.성장을 정지해야 중요한 마디가 생겨나는 대나무처럼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은 늘 쉼표와 함께 한다. 인간에게 절대고독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그러나심심할 겨를이 없는, 더 정확히 말해서 심심한 것을 조금도참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절대고독'이란 사어(死語)에 다름아니다. 사람들은 ‘힘을 제압하는 것은 속도'라는 말을 증명하려는것처럼 뛰듯이 걷고 빠른 동작으로 핸드폰을 두드린다. 보지 않더라도 TV나 컴퓨터를 켜놓고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얻는다. 성취하고 전진하지 않는 삶이란 애초부터 고려대상이 아니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라는 조증무드의 진단에고개를 끄덕인다.이런 상황에서 ‘절대고독'이란 죽어버린말을 생생하게 뜻풀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철학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독이란 묻고 답하는 자신과 자신,즉 자신이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절대고독이란 ‘자아'를 가장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가끔 유체이탈을 경험했다는 사람의 얘기를 듣는다.그들의경험담에 의하면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 나와 자신의 주검을물끄러미 바라보는 나,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지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고 한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 경험담의 진위여부를 떠나 ‘절대고독'과 마주하는 한 인간의 영혼을 느끼곤 한다.이승과 이별하는 자의목이 메이는 슬픔,익숙한 모든 것에 다가설 수 없는 안타까움, 철저하게 홀로일 수밖에 없다는 쓸쓸함…. 그 과정에서자신의 부모형제, 배우자 그리고 아이들에게까지 적용되는비정하리만큼 무심한 객관화.저 사람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때로 인간은 본능적인 연대의식조차 끊은 연후에야진아(眞我)와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작은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살을 발라내어 뼈만 남기는 숙수(熟手)처럼 그렇게완전히 발가벗겨진 자신의 모습과 마주한 적이 있는가. 그렇게 되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한 적이 있는가. 한 화가는 진짜배기 예술가란 남의 도움없이 모든 것을 홀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잘 짜여진 팀워크를 강조하는 예술이란 애초에 인간이 홀로 되었을 때 뿜어져 나오는가장 원초적이고 강렬한 예술혼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아니므로 고갱이가 아니라는 것이다.좀 과격한 예술관이긴 하지만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동의못할 바도 없다. ‘대체재'와 ‘보완재'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주제넘게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런 얘기다.만년필이 없을 때는 볼펜으로대체하면 된다.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만년필과 볼펜은 대체재의 관계다.그러나 만년필에 잉크가 없으면,다시 말해 서로 보완해 주지 않으면 그 각자는 아무런의미를 갖지 못한다.그래서 만년필과 잉크는 보완재의 관계다. 사람들이 모여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보완재'의 미덕이 유난히 강조된다.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사람은 ‘보완재적 인간'일 것이다.그러나 개인적인차원에서만 보자면 ‘대체재적인 인간'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절대고독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만이 대체재적인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어느날 문득'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았을 때 절대고독의 순간들이 적지 않게 떠오를 수 있었으면 한다. 그 누구보다 우선내 자신부터…. 정혜신 신경정신과 의사
  • “뭬∼이∼야, 사약 ?”경빈 절규의 최후

    “뭬야∼사약?!” 금부도사를 비롯해 30명의 군졸들이 폐빈이 되어 귀양간 경빈 박씨의 초가 마당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전하께서 나를 죽이라고 명하실 리 없다! 내 그따위 거짓 어명을 받들수 없다!”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민속촌에서는 SBS ‘여인천하’의최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경빈 박씨의 사약을 받는장면이 한창 촬영 중이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표독스러운 ‘여우’의 길을 걸어왔던 경빈는 최후에 이르기까지 발악을멈추지 않는다. “지원아,배 속에서 소리를 내야지. 손끝까지 떨면서 흐느껴.” 김재형PD는 야심만만했던 경빈의 최후를 비장하고 잔인하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세자를 저주했다는 ‘작서의 변’에 연루된 누명을 쓴 경빈은 억울한 죽음을 맞는다.군졸들의 손에 끌려 억지로 마당으로 나온 경빈이 약사발을 뿌리치자 세 명의 건장한 군사들이 경빈의 뒷덜미를 잡아채 경빈의 입을 벌리고 바가지로 입에 사약을 퍼넣는다.맘에 차지 않는지 동이채 사약을 들이 붓는 장면이 잔혹하다 못해 처연하다. “전하 어찌 신첩을 버리시옵니까.신첩 억울하옵니다….” 의식을 잃지 않으려는 듯 핏발 선 눈으로 마지막 절규하는대사는 흠짓하게 만들면서도 공감을 산다.경빈의 마지막을구경하던 관광객도 경빈의 감정에 몰입되어 눈물이 나온다. “중전,난정이 이년들!내 저승에 가서라도 너희 두 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날 사용된 사약은 1.5ℓ짜리 콜라 6병과 12병짜리 쌍감탕.그 시금털털한 맛 때문인지 슬픔과 억울함 때문인지 약을 토해내는 경빈의 눈은 붉다 못해 새빨갛다. 경빈 역의 도지원은 “120회를 넘게 불을 내뿜는 악한 역할을 했더니 건강이 너무 안 좋아졌어요.100회가 넘으니 죽고싶었는데,그래도 죽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서운하더군요.”라고 목이 메인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드라마에서 시종일관 독하게 표현됐던 경빈 박씨는 사실 중종이 가장 사랑했던 후궁으로 장자인 복성군을 낳았다.귀양가서도 어사주를 하사받는 등 중종의 사랑을 받았지만 왕의줏대없음과 당파싸움으로 희생됐다. 김재형PD는 “처음부터 도지원에게 이 정도의 열연을 기대하진않았지만 도지원이 죽으면 드라마가 끝난다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힘이 빠지지 않도록 사건의 전개를 압축해서 긴박하게 풀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촬영분은 오는 4월8일 방송된다.이후 이야기는 전개속도가 빨라질 예정이다.중종과 인종의 죽음,희빈의 죽음,문정왕후의 섭정 등 다양한 이야기가 박진감넘치게 진행되다난정이의 자살로 끝을 맺는다. 이송하기자 songha@ ■폭발적 인기가 경빈 목숨 연장. SBS의 ‘여인천하’가 처음 시작할 때 경빈 박씨는 6회째에서 죽기로 예정돼 있었다.그러나 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20회로 수명이 늘어났다. 도지원의 뛰어난 연기가 강수연,전인화의 세 명의 그것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자 30회 넘어 죽는 것으로 결정됐다. ‘여인천하’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드라마가 80회로 연장되자 경빈의 목숨도 40회로 늘었다.드라마가 거듭 연장될수록 경빈의 목숨이 자꾸 자꾸 늘어나 드라마의 종영 직전까지 이른 것이다. 김재형PD는 “지원이에게 드라마가 100회에서 끝나면 80회쯤에서,120회에서끝나면 100회쯤에서 죽는 것으로 알아두라고 했다.”면서 “끝까지 안 죽이고 싶었던 것이 작가와 내심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떴다! 충무로에 중견여배우들

    충무로에 중견 여배우들의 기지개켜는 소리가 요란하다. 캐스팅 1순위 그룹인 몇몇 젊은 여배우들의 빛에 가려 움츠려 있던 30대 중·후반 여배우들의 활약이 올들어 놀랄만큼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개봉중인 류승완 감독의 새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의 이혜영을 위시해 이미숙(‘울랄라 씨스터즈’),배종옥(‘질투는 나의 힘’),유호정(‘취화선’),황신혜(‘패밀리’),하희라(‘몽중인’)등이 그 주인공. 이들의 급부상이 영화가에서 주목받는 배경은 간단하다. 무엇보다 여배우 기근으로 허덕이는 충무로 제작현장에 단비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한 제작자는 “톱스타 여주인공을 캐스팅하려고 너나없이 그가 촬영중인 영화가 끝나기를 목빼고 기다리던 풍토는 사라지는 추세”라면서 “중견 여배우들은 제작현장의 숨통을 터주는 ‘새 피’ 역할을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이들의 극중 역할은 양념이 아니라 흐름을 주도하는 주인공역.7년전 프랑스 유학을 떠났던 이혜영은 ‘중견 여배우 전성시대’의 물꼬를 텄다.투견장을 무대로 한 누아르 영화로 컴백한 그는 거친 뒷골목 사내들을 거뜬히 제압해내는 전직 금고털이로 변신했다. ‘주노명 베이커리’ 이후 2년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내민 황신혜도 ‘중견 여배우의 변신은 무죄’를 선언했다.신작 ‘패밀리’에서 형제 조폭에 겁없이 맞서는 룸살롱 마담이 되어 본격 코믹연기에 도전한다. ‘울랄라 씨스터즈’의 이미숙도 마찬가지.‘정사’‘단적비연수’‘베사메무쵸’ 등에 꾸준히 출연해온 그도 이번에는 코미디물로 새 모습을 보여준다.여성 4인조 댄스그룹의 ‘왕언니’가 되어 망해가는 클럽을 살리려고 백방으로 설치는 역할이다. 안방극장에서는 어느새 중견 대접을 받는 배종옥,유호정,하희라도 팽팽한 걸음새로 스크린에 나들이한다.지난 97년 ‘깊은 슬픔’ 이후 4년만에 영화를 찍는 배종옥은 가을에 개봉될 멜로 ‘질투는 나의 힘’에서 유부남과 청년 사이를 오가며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출판사 사진기자가 됐다.유호정에게는 이미 촬영을 마친 임권택 감독의 시대극 ‘취화선’이 영화 데뷔작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스크린 참여는 배우기근현상을 극복하는 단순 대안으로서의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다.‘질투는나의 힘’을 제작하는 청년필름의 김광수 대표는 “스타배우 캐스팅으로 흥행의 사활을 걸던 제작자들이 스타시스템의 강박에서 벗어나 영화 소재의 다양성과 완성도에 눈을돌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풀이했다. 황수정기자 sjh@
  • [씨줄날줄] 영세중립국 스위스

    스위스 하면 눈덮인 아름다운 알프스 연봉,부자 나라,스위스 시계 등이 떠오르지만 지지리도 가난했던 시절도 있었다.그 시절을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루체른의 ‘빈사의사자상’이다.1792년 프랑스혁명 당시 부르봉 왕가의 루이16세를 위하여 죽는 순간까지 충성을 바친 스위스 용병을 위해 1821년 덴마크의 조각가가 새긴 것이라고 한다. 심장을 찔린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부르봉 왕가의 문양인 흰 백합이 새겨진 방패를 끌어안고 있는 사자의 모습을 보고 미국의 문호 마크 트웨인은 ‘이 세상에서가장 슬프고 가슴 저미는 바위조각’이라고 했다지만,안내를 맡은 가이드는 “가난했던 시절 용병을 나가서라도 벌어먹고 살아야 했던 슬픔과 고통을 후손들이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술 더 뜬다.면세로 산 스위스 시계를만지작거리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스위스가 오늘날처럼 부유한 나라로 발돋움한 데는 영세중립국이라는 국제무대에서의 처세술도 크게 이바지했다.윌리엄 텔 전설에서 보듯이,툭하면 개입하는외세를 막기 위해노력하던 끝에 1815년 빈 회의에서 영세중립국으로 승인받았다.영세중립이 국제조약에 의해 보장됐다고 하여도 거저지켜지는 것은 아니어서 스위스는 강력한 민방위 제도를 바탕으로 중립을 지켜왔다.말하자면 스위스의 영세중립은 ‘무장 중립’이었던 것이다. 스위스가 3일 유엔 가입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다.결과는 찬성 다수로 나타났다.1986년 국민투표에서는 75%의 국민이 유엔 가입에 반대,부결됐다.영세중립이 훼손될 우려가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정은 많이 바뀌었다.당시 유엔회원국이 159개국이었는데 지금은 바티칸과 스위스를 뺀 세상 모든 나라 189개국이 유엔에 가입해 있는 상태다.유엔의‘보편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영세중립이 고립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데 대한 조바심이확산돼 온 것도 가입 결정에 도움이 됐다. 스위스는 올 가을 190번째 유엔 회원국이 될 예정이다.한반도의 통일 후 위상과 관련,중립화 방안이 심심찮게 거론되어서 그런지,200년 가까이 영세중립을 지켜온 스위스가유엔 가입 후 어떤 길을 걸을지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린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 [대한포럼] ‘일본의 슬픔, 일본의 눈물’

    요즘 돈을 좀 갖고 있는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지킬수 있을까 고민중이다.불황이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다주식시장도 지수 1만엔 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할 뿐 오를 전망이 거의 없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또 4월부터는 정기예금이,내년 4월부터는 보통예금이 1000만엔까지만 보호될 뿐 그 이상은 원금 보호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예금을 가족 명의로 분산 예치하든가,외국계 은행에 외화예금으로 전환시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있다.시티뱅크는 지난해 외화예금 계좌 개설 건수가 2000년에 비해 40% 정도 늘었다고 한다.또 하나의 방법은 금을 사두는 것.지난 1월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일본에 골드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로 금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월까지 일본의 금판매는 전년대비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이처럼 긴 불황은 2차대전 후 처음이다.미래에 대한 불안,소비위축,경기하락,물가하락,생산 위축,부실채권 증가,자금공급 경색,실업증가가 물고 물리는 디플레이션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혈압도 안 좋지만 저혈압이 더 위험하다는말처럼 인플레이션도 고통스럽지만 디플레이션은 더 고통스러운 듯하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부실채권 문제다.일본 정부는 1991년 이후 10년동안 110여 곳의 금융기관을 무너뜨리면서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해 보려 했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해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지난 1월 일본 전국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24조엔이라고 발표됐지만 믿는 사람은없다.나고야 아이치슈쿠토쿠(愛知淑德)대학의 사나다 유키미쓰(眞田幸光) 교수는 “일본은 장기산업자본을 주로 생명보험회사들이 공급해 왔는데 디플레이션으로 생명보험회사들마저 신용 공급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면서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마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우려한다. 일본 정부는 27일 경제재정자문회의를 열고 디플레이션 대책을 내놓았다.주요 내용은 은행 부실채권을 2조엔 이상 추가 매입하며 3월말로 설정된 공적자금 투입시한을 사실상연장하는 것 등이다.28일에는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장은 이러한 조치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일까.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하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개혁조치를 지지한다고 강조해 온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기 직전 도쿄증시가 버블 붕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음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이번 안에대해서도 고전적인 디플레이션 대책인 재정 동원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고 세제개혁의 구체적 방안이 결여돼 있다는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일본 개혁에 대해 시장에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2월중순 미국의 타임지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똑같이 일본 경제 특집을 실었다.타임지는 ‘일본의 슬픔’이라는 기사에서 “이대로 5년 내지 10년이 지나면 일본은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대장성 전재무관(차관급)의 말을 결론처럼 인용하고 있다.이코노미스트는 타임에 비해 신랄했다.문제 해결은 진척되지 않고 있으며 새 대책은 과거의 대책과 마찬가지로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일본이 늪에서 빠져 나오려면 국민들이고통을 받아들이든가 총선에서 변화를 가로막는 정치세력을차 버리는 길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와 같은 극단적 민족주의자에게 길을 열어줄 우려가 있다고 덧붙인다.이 말을단순히 사족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일본 정부는 불황 타개를 위해 엔저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이미 아시아 국가들과마찰을 빚고 있다. 하지만 슬픔과 눈물 뒤에 올 후폭풍이 경제 분야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은 일본 사태를 더욱더 예의주시하도록 만들고 있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 [매체비평] 인권유린 언제까지

    희망을 찾아 해외 연수를 떠난 한국 여대생이 한 명은 피살되고 한 명은 실종된 사건이 있었다.지난 1월 영국에서살해된 진효정씨와 실종된 송인혜씨 사건이다.이국땅에서벌어진 이 사건에 대해 한국언론은 초기 집중적으로 보도하다가 1월 29일 영국 검찰이 이 사건의 용의자 민박집 주인 김씨를 살인혐의로 기소한 이후 더 이상 보도는 찾기힘들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도한 내용을 추적해 보면 심각한 인권유린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불행한 죽음을 맞은 고인과 그 슬픔에 잠긴 유가족에게 한국의 유력신문과 방송은 또 한번 매질을 했다. 조선일보는 1월15일자 신문에서 ‘英경찰,진효정씨 약물과용 사망 가능성 수사’라는 제목으로 ‘약물복용’과 ‘약물밀매조직원과 연계’ 등의 추측기사를 내보냈다.한겨레신문도 같은 날짜에 ‘숨진 진효정씨 마약복용 가능성조사’라는 기사를 소개했다. 경향신문도 이날 ‘英경찰,진씨 약물과용 사망 가능성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중앙 동아 한국 문화일보등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어떻게이럴 수가 있을까. 원인은 신문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연합뉴스에 있었다.연합의 런던특파원이 보낸 ‘약물기사’를 각 신문들은 보도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 연합 특파원의 이름까지 밝혔고 대부분 신문은 연합 크레딧만 달아서 보도했다.그런데 동아일보는 연합뉴스 기사에다 자사 ‘파리 특파원’이라고 이름만 바꿔서 내보내는 비윤리적 관행을 저질렀다. 각 신문이 연합뉴스를 받아서 게재했기 때문에 책임은 연합뉴스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저널리즘의 기본만 갖췄다면 이 기사가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미달의 기사인가금방 알 수 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 ‘진효정’이란 검색어로 들어가보면 총 33건의 관련기사를 찾을 수 있다.어떻게 된 셈인지이 약물 관련 기사만 쏙 빠져있다.그러나 이 기사를 전제한 각 신문사의 기사를 통해본 연합뉴스의 ‘약물기사’는 3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우선 피해자의 ‘약물복용과 범죄조직과의 연계성’에 대한 연합뉴스의 주장은 기소된 민박집 주인 김씨의 일방적주장에 근거하고 있다.그것도 인터넷상에서 나타난 그의주장을 기사화한 것이다.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정보를 취재에 이용하는 것은 기자의 자유지만 그것을 언론이라는 공적매체를 통해 기사화했을 때는 그 진위에 대한 법적책임이 해당기자와 언론사에 있다. 두 번째 이 기사를 면밀히 살펴보면 매 단락마다 ‘가능성’이란 단어를 5번이나 반복했다.‘알려졌다’ ‘시사한다’는 추측성 용어도 남발하고 있다.사실이 중시되는 ‘살해’같은 형사사건을 보도하면서 기자가 이처럼 ‘소설식 추측기사’를 작성하고 이를 각 언론사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한국언론의 비극이다. 세 번째 향정신성약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약물이름이나 복용방법 등을 언론에서 밝히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그런데 이 기사는 김씨의 주장을 인용,기사에 밝히고 있다. 공영방송 KBS와 MBC 방송도 예외가 아니었다.유가족에 대한 배려나 고인의 명예보다는 한건주의가 더 중요하단 말인가. △김창룡 인제대 교수
  • 개인의 불행 사회학적 투시

    ♣세계의 비참 전3권(피에르 부르디외 지음/동문선 펴냄). 지난달 23일 세계의 약소국,힘없는 민중들은 그들의 편에서 용감한 발언을 해온 한 지식인 친구를 잃고 슬픔에 잠겨야 했다.‘불행의 예언자’‘무책임한 모험주의자’란비난에도 아랑곳없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대세에 반대의기치를 높이 들고 인간을 억압하는 자본과 권력의 문제를날카롭게 비판해 온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것.‘세계의 비참’(동문선)은‘좌파중의 좌파’지식인으로 불리던 부르디외의 대표적저서로 93년 프랑스에서 출간 당시 학계는 물론 일반대중에까지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문제작이다. 이 책의 목적은 대규모 공영주택단지,학교,노동현장,하층무산계급,그리고 가정이라는 세계 속에서 고통스러운 인간의 삶은 어떤 구체적 형태로 나타나는가,또 그러한 삶을만드는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것이다.이 책이 학계 내외에서 즉각적인 주목을 받았던 것은 사회학이인간의 현실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포착을 의무로서 명백히천명했다는 점과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통계조사와 같은 계량적 방법이 아닌 현장 인터뷰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부르디외는 책 뒤에 붙인 ‘추신’에서“오늘날의사회학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그저 자신들의 ‘양식’만으로 단단히무장한 채 세계에 대해 한마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비판하고 “숙련된 의사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뿐만 아니라 가려져 있는 질병까지 알아채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처럼사회과학도 드러나지 않은 사회적 위기의 표징들을 읽어내야만 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 부르디외는 이를 위해 22명의 동료 사회학자들과 함께 3년에 걸쳐 다양한 사회적 약자층과 인터뷰를 실시했다.책에는 각 응답자들이 삶의 고통을 겪도록 한 사회구조적 원인을 분석한 이론적인 글과 일문일답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독자들은 버려진 채 누워있는 전직 사회복지사라든가 노동자계층의 고아출신 금속기계공,정당한 권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닐 수 밖에 없는 집없는 사람들,도시폭력의 희생자가 된교사,빈민교외 지역의 하급경찰관 등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고통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부르디외는 “고통의 구조를 인식하는 것이 곧 모순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곧 이를 풀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하는 것”이라고작업의 의미를 설명한다.이와 같은 부르디외의 방법론은프랑스내 우파 사회학자는 물론 미국과 독일 사회학계 등으로부터 과학적 엄밀성 측면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그러나 홍성민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르디외의 방법론은 기존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내는 프랑스 학문의 큰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미 프랑스내에 부르디외학파가 두텁게 존재하고 그의 사후 영미학계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그의 이론은 이제부터 제2의개화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각권 2만6000원. 신연숙기자yshin@
  • [2002 길섶에서] 헤어짐과 만남

    꾸준한 활동을 하는 탤런트 김혜자씨가 제일제당과의 27년광고계약을 이달 말로 끝낸다고 한다. 김혜자씨는 이미 2년전에 한 브랜드 최장수 모델로 한국판 기네스 북에 오르기도 했다.그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라며 27년간 지속된 광고계약을끝내는 심정을 말했다고 한다.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는 불교용어인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만났다 헤어지고,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게 인생인 듯싶다.만해(卍海) 한용운은 님의 침묵에서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것을 염려한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고 님을 보내는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하기도 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들 한다.좋은 인연으로 만난 많은 주위의 사람들에게 고마워할 일이다.언젠가는 헤어지는날이 오겠지만 만남을 기뻐하며,또 헤어지는 슬픔이 있더라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살아갈 일이다. 곽태헌 논설위원
  • ‘자살단 모집’ 20대 조사중 자살

    인터넷 사이트에 동반 자살을 권유하는 글을 올렸던 20대가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중 독극물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5일 오전 1시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에서 인터넷에 “자살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린 혐의로 조사를받던 오모(22)씨가 갑자기 발작 증세를 일으켜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부검 결과 오씨의위 점막이 헐고 피멍이 든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오씨가 조사를 받던 중 강한 독극물을 먹고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오씨의 사체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한영 법의학과장은 “청산가리와 염산,파라키온 같은 독극물은 극히소량만 먹어도 수분내에 사망한다.”면서 “독극물의 정확한 성분분석에 1주일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독극물은 화공약품 판매점에 가면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경찰은 오씨가 조사를받던중 화장실에 다녀온 점으로 미뤄 미리 몸에 지니고 있던 독극물을 화장실 안에서 몰래 먹은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신문조서를 작성하던중 오씨가 갑자기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일어서다가 입에거품을 물고 쓰러졌다.”면서 “조사 직전 몸 수색을 할때는 독극물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장실에서도 오씨가 독극물을 먹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숨진 오씨는 유명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개설된 ‘슬픔이없는 시간 속으로’등 3개 사이트에 지난 8일 “자살단 100명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려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14일 오후 긴급체포됐다. 오씨는 지난해 1월 영등포교도소 교도대에서 병역 복무를 하던 중 탈영,수배된 상태였다. 이창구기자 window2@
  • “하루라도 DMZ근무”장애인이 입영 희망

    “하루라도 좋으니 군번을 목에 걸고 비무장지대(DMZ)에서철책 근무를 하고 싶습니다.” 오른쪽 팔만 쓸 수 있는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박세호(34·부산시 해운대구 반송2동)씨는 8일 국방부 인터넷 홈페이지(www.mnd.go.kr)를 통해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과 최돈걸(崔燉傑) 병무청장 앞으로 입영을 희망하는 글을 띄웠다. 박씨는 지난 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에서 투포환 종목으로우승했고,97년에는 부산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성화봉송의최종 주자를 맡았을 정도로 인간 한계를 극복한 진정한 체육인이다. 부인 이상미(38)씨 사이에 아들 성민(9)군을 낳아 작은 가게를 꾸려 생계를 잇고 있는 박씨는 “유명인의 병역기피 사건을 보고 슬픔을 느끼며 국방의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면서 “마음과 정신이 올곧으면 장애인일지라도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설 황금연휴…오순도순 즐겁게

    설 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연휴는 토·일요일을 포함해 무려 5일에 이른다.따라서 TV 앞에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일단밖으로 나가야 후회없는 연휴보내기가 될 성 싶다. 이번 설연휴를 맞아 문화재청,국립중앙박물관,민속박물관,문화재보호재단 등이 우리 풍속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서울시내 고궁과 놀이공원등에서도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이벤트행사를 진행한다.답사단체 등에서도 저렴하게 참가할 수 있는 여행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뮤지컬과 연극,아동청소년극 등 다양한 무대가 곳곳에서 마련된다. 가볼만한 볼거리들을 소개한다. [국립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선 말띠해 설을 맞아 11∼13일 무휴로 말그림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실에서 ‘말소재 문화재 찾기,문화재 퍼즐놀이’‘십이지신상 스탬프찍기 및 탁본뜨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지난 1월부터 개최하고있는 말그림전은 3월4일까지 계속된다. 10개 국립지방박물관에서는 9일부터 16일까지 윷놀이,투호,널뛰기,연날리기 등 민속놀이한마당이 펼쳐지며,민속놀이영상물,가족영화감상회,가훈써주기 등의 행사도 열린다.26일엔 대보름을 맞아 장승세우기,쥐불놀이,달집태우기 등이 진행된다.연휴기간(11∼13일)에 찾는 말띠생과 한복 착용 관람객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문의 (02)398-5077. [국립민속박물관] 6∼28일 박물관 야외마당에서 한 해의 소원을 담은 종이를 불사르는 ‘소지(燒紙)끼우기’와 ‘소지올리기’를 행사를 연다.관람객 각각의 바램을 적은 소지는28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풍물패의 길놀이와 판놀음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보름 세시풍속의 하나인 달집태우기에 의해 한꺼번에 불살라진다. 이와 함께 축제기간중 박물관 앞마당에서 매일 전통민속놀이 한마당이 펼쳐지며 설날과 대보름날의 다양한 정월풍속을 설명하는 ‘설문화풍속전’,전통명주와 한과의 역사를 배우고 맛도 보는 ‘우리 전통 민속주-한과의 맛과 멋 특별전’도 이어진다. 설날인 12일엔 박물관 앞마당과 강당에서 전북 임실의 좌도풍물굿패 단원 30명이 관람객들과 함께 ‘임오년 액막이 풍물굿’을,21일엔 충남 연기군 소정면 대곡리 마을 주민들이솟대깎기 및 장승제를 진행한다.(02)734-1341. [고궁 민속촌 남산골한옥마을] 덕수궁 경복궁 등 4대궁과 종묘,14개 능원 등 23개 사적지가 연휴기간중 무휴로 개방된다.야외에 전통민속놀이마당을 개설 운영하며 한복착용자와 말띠생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한국민속촌에선 특별행사로 월드컵성공개최를 기원하는 ‘큰 굿 한마당’과 마을의 액을 물리친다는 장승을 세우는 ‘장승제’를 마련했다.또 설떡 만들기,인절미 떡치기,연날리기,소지올리기 등 세시풍속 행사와 함께 민속놀이 한마당,전통생활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이와 함께 연·팽이·제기·윷을 직접 만들어보는 코너가 운영되며 전통 얼음썰매타기대회도 열린다.(031)286-2111.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설풍속 체험행사와 전통예술공연 등을 묶은 ‘운수대통 설날큰잔치’를 마련했다.명절음식 만들기 및 전통연 만들기,차례상 진설법 강연,월드컵 8강기원 재수굿,민속놀이경연대회 등이 펼쳐진다. 이와 함께 서도소리(이춘목)와 배뱅이굿(이은관),봉산탈춤,남도소리(신영희),경기민요(이춘희) 등 전통공연과 서울풍물단의 타악퍼포먼스 ‘두드락’공연이 이어진다.(02)2266-6937·8. [놀이공원] 롯데월드에선 2월 한달간 매일 200여명이 등장해 왕 즉위 모습 재현,차전놀이,‘시집가는날’,춘향전을 잇달아 선보이는 전통퍼레이드공연을 펼친다.이밖에 김중자예술단의 북소리한마당,설운도의 특별공연,전통체험코너인 우리놀이 난장 한마당,외국인씨름대회도 마련된다.(02)411-2102. 서울랜드에선 11일부터 13일까지 뿌리패 예술단의 북춤 및외줄타기 공연,팔씨름대회,말편자 던지기 등이 이어진다.또연휴기간 내내 투호 윷놀이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 민속놀이한마당이 펼쳐진다.(02)504-0011.이밖에 드림랜드(02-982-6800)에서도 사물놀이 공연과 민속놀이마당,댄스 페스티벌,열전 노래방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콘도업계에선 한화리조트(02-729-5942)가 전국 체인콘도에서 다양한 설날맞이 이벤트를 준비했다.설악·용인·산정호수·해운대·대천콘도에서 품바공연 및 민속놀이 경연,얼음썰매타기,떡메치기,민속놀이,어린이 겨울풍경 사생대회,가족영화 상영 등이 이어진다. 임창용기자 sdragon@ ■설연휴, 춤·노래·연극 어우러진 무대 다양. [뮤지컬] 춤과 노래,연극까지 아우르는,부담없는 볼거리를원한다면 뮤지컬 무대로 눈을 돌리면 된다.신시뮤지컬컴퍼니의 ‘캬바레’(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80-1135)는 나치치하 베를린의 싸구려 캬바레에서 펼쳐지는 시민들의 혼란과생활상을 무대화한 작품.단순히 즐기는 차원보다는 혼란기시민의 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제법 묵직한 무대다.OD뮤지컬컴퍼니의 ‘리허설’(메사팝콘홀,02-552-2035)은 기존 나열식 구성의 갈라 콘서트가 아닌 본격적인 뮤지컬쇼.윤복희유희성 허준호 진복자 전수경이 출연한다. 극단 갖가지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02-3676-0151)은 괴테 원작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한 작품.뮤지컬 무대에 처음 도전하는 추상미의 새로운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무대다.열기획의 ‘NUNSENSE’(리틀엔젤스 예술회관,766-8679)는 수녀들이 벌이는 요절복통 콘서트.장기 공연작으로 박정자 윤석화 양희경 강애심 김미혜가 출연한다. [연극] ‘황소와 도깨비’(연우소극장,02-744-7090)는 천재작가 이상이 남긴 단 한편의 동화를 무대화한 특이한 작품. 극단 예우의 ‘新살아보고 결혼하자’(소극장 리듬공간,762-8846)는 기성세대의 통속적이고 이기적인 사랑과 신세대의진실한 사랑을 대비시켜 사랑의 참 의미를 부각시킨 로맨틱코미디다.극단 원형무대의 ‘싸리타’(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02-762-0810)는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 젊은 연출자의의욕적인 작품.13세 소녀의 사랑과 이별을 그렸다. 아동청소년극으로는 ‘돈키호테’,‘마당을 나온 암탉’,‘팥죽할멈과 호랑이’ 등이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고있는 레퍼토리.돈키호테(하늘땅소극장,02-7474-222)가 세르반테스원작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작품이라면 극단 민들레의 마당을 나온 암탉(문예회관 소극장,02-7665-210)은 오리새끼를 키우는 닮의 우화를 통해 부모 자식간 사랑을 부각시킨 작품.팥죽할멈과 호랑이(바탕골소극장,02-499-3487)는 극단 사다리와 호주 REM극단의 공동창작품으로,전래동화를 각색해놀이극으로 꾸민 게 특징이다. [국악] 12일 오후5시 국립국악원이 예악당(02-580-3042)에서 설날기획으로 마련하는 ‘우리소리 안에서 쉬다’는 음악회,줄인형 놀이,산조와 조명 퍼포먼스 등 다채롭게 꾸며진다. 정동극장의 설날맞이 전통예술무대(02-773-8960)도 산조합주 부채춤 사물놀이가 풀어지는 복합 무대로 한복 착용자와 3인이상 가족은 입장료 할인을 받는다. [악극] MBC의 ‘모정의 세월’(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368-1616)과 SBS의 ‘단장의 미아리고개’(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49-6705)등 두 편. MBC 신파극 시리즈 5탄인 모정의 세월(원제 두 아들)은 가난 때문에 버려야 했던 검사와 깡패 아들 사이에서 한스런 운명을 통곡하는 어머니의 슬픈 이야기.정애리,이덕화,최종원등 30여명이 출연한다.SBS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극단 가교와 공동작업한 악극 시리즈 아홉번째.6·25전쟁 때 남편과 헤어진 여인 가족에 얽힌 이산가족의 애절한 이야기이다.김성녀·권소정을 비롯해 윤문식 최주봉 박인환 등이 출연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굄돌] 선악의 흑백론을 넘어

    북한과 국제사회 문제도 우리 각자의 삶의 일부이기에 저처럼 거의 문외한인 사람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지칭할 때 사용한 ‘악의 축(axis ofevil)’이라는 단어는 정치현장의 미묘함을 반영하기에 부적절할 종교적 윤리주의적 단어로 보입니다.기독교윤리학을 가르치는 한 미국인 교수님은 수 년전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종교적 언어를 구사하는 것에 상당히 불쾌하게 느낀다고 하시더군요.클린턴 대통령은 여유있는 모습으로 메시아적 구원의 착각을 주었다면 부시 대통령은 종말론적정의의 심판을 집행하는 환상을 심고 있습니다. 부시는 미국과 자신은 ‘선의 축’에 두고 있음을 암시합니다.이러한 자기 중심적 선악 이분법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함정을 벗어나는지 의문입니다.국민을 굶기면서 군사력을 유지하는 북한의 사악함보다는 덜하다 하더라도 한국에 전투기를 사라고 세일즈하는 대통령은 사악함과 관계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북한에 군사물자를 제공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사악하다고 비난하지 않는 점에서 그의 교서는 종교적 수사를 사용한 정치적 발언으로 보입니다. 종교적 언어는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서는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때문에 우리는 테러로 희생당한 분들과 그 가족에 대한 슬픔을 함께 하며,힘과 보복적정의를 넘어 평화를 만드는 정의가 집행되기를 원합니다. 정의를 위한 노력은 군수업자의 사업을 번성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사람과 이슬람 사람들,북한주민과 한국국민 모두가 ‘선의 축’으로 회복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긴장의 강화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또한 북한의 군사적 고양은 북한 주민들을 더 괴롭게 만듭니다.그래서 우리 시민들은 정부로부터 북한의 군사적 활동이 우리 대한민국과 국제 사회에 대해 어떻게 위협이 되는지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받아 현실감각을 높이며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한민족으로서의 독자적입장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저같이 나이브한 사람들의 이상주의가 설 자리 있는 것은 남북한 문제는 군사적 경제적 측면을 넘어서 이산가족 문제처첨 정서적 민족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유해신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육위원장
  • 곽승 지휘 서울시향 세번째 무대

    서울시향과 새 지휘자 곽승이 연출하는 세 번째 연주무대가 7일 오후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종교음악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레퍼토리들로 꾸며진다. 국내 초연인 프랑스 작곡가 길망의 ‘오르간교향곡’과 롯시니의 종교음악 ‘스타바트 마테르’ 등이 선정된 곡들. 오르간교향곡은 ‘오르간 협주곡’이라 불릴 정도로 오르간의 비중이 높아,장엄하고 화려한 오르간 소리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곡이다.김희성 이대교수 협연. ‘스타바트 마테르’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그리스도 옆에 선 성모마리아의 슬픔을 담은 노래로 종교적 경건함과롯시니 특유의 선율이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소프라노 이정애,메조 장현주,테너 김영환,베이스 김인수등 협연,(02)399-1512신연숙기자 yshin@
  • 치떨리는 테러…목숨 건 응징 ‘콜래트럴 데미지’

    무자비한 테러범의 손에 알토란같은 가족을 잃은 남자 주인공.분노에 찬 그가 목숨을 건 복수에 나선다는 이야기설정은 미국 할리우드 액션의 단골소재다. ‘도망자’,‘언더시즈’의 감독 앤드류 데이비스가 연출한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2월8일 개봉)도 정확히 그 밑천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다음 두가지 점에서 영화는 최근의 고만고만한 액션물 무리에서 앞줄에 나설만하다.뭣보다 ‘액션 영웅’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모처럼만에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한다는 점.또 하나는 ‘9.11 테러’의 사전 시나리오라 오해받기 딱 좋을 만큼 이야기 구도가 닮았다는 점이다.그 때문에 영화는 미국 개봉이 무기한 미뤄져 왔었다.제목의 사전적 의미(무고한 희생자)가 영화 주제의 절반은 귀띔해준다.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LA 소방관 브루어(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불과 몇 미터 앞에서 아내와 어린 아들이 폭탄테러로 공중분해되는 치떨리는 참사를 목도한다. ‘울프’라는 별명의 콜럼비아 반군 지도자 끌로디오가 LA 콜럼비아 영사관 직원들을 목표로 대규모 폭탄테러를 저지른 것이다. 가족을 잃은 가장의 분노가 내내 영화를 끌어가는 동력이 된다.글썽거리는 눈물을 애써 감추는 슈워제네거의 감정연기가 초반에는 주요 감상포인트가 된다. 유가족의 슬픔은 아랑곳없이 국익만 앞세우며 얼렁뚱당사건을 덮으려는 정부 당국의 처사에 못마땅한 브루어는테러리스트를 응징하러 홀몸으로 콜럼비아 정글로 들어간다.브루어의 그런 돌발행동에 CIA(미 중앙정보국)는 마뜩찮기만 하다.폭약 전문가인 브루어는 끌로디오를 죽이려폭탄을 설치하지만 번번이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만다. 이번 영화에서 슈워제네거의 무기는 ‘맨손’과 ‘분노’이다.남미의 밀림을 무대로 특수효과에 기대지 않는 묵직한 육탄전이 슈워제네거의 ‘무공해 액션’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그러나 악질 테러범인 끌로디오가 아내의 만류로브루어를 살려주는 등 몇몇 대목에서는 영화의 빈약한 논리가 드러난다.1인 영웅주의에 기대려는 설정도 흠이라면흠이다. 황수정기자 sjh@
  • 일하는 엄마 희망의 ‘육아보고’

    ■엄마 없어서 슬펐니?-김미경 외 10명 지음/이프 펴냄. “나는 딸에게 아침밥도 먹이지 않은 채 학교에 보낸다.” “아이를 키우면서 우유를 데워 먹인 적이 없다.우유온도가 왔다갔다 하면 아이가 민감하게 반응할까봐 아예 처음부터찬 우유를 그대로 먹여 버릇한 것이다.” “우리 딸은 생후 6개월부터 영아탁아소에서 지냈다.” 모성신화가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새엄마들의 전처 자식 학대기같은 육아일기가 출간됐다.‘엄마 없어서 슬펐니?’(김미경 외 10명 지음,이프 펴냄)는 지난 94년 초보엄마들의 생생한 육아일기인 ‘초보엄마 화이팅!’으로 눈길을 끌었던 15명의 엄마들 중 11명이 다시 모여 보여주는 10년 뒤의 모습. 지은이들인 김미경 스카이라이프 가이드 편집장,박미라 이프 부사장,박민희 한겨레신문 사회부기자 등 11명의 일하는엄마들은 죄책감,슬픔,괴로움,어려움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내가 죽어야 해.엄마는 혼자 회사 다니면서 살아.나는 미국가서 아빠랑 살게.아니 아빠랑 살 필요도 없어.내가 죽어야 해.나는 나가서 벽돌 베고자야겠다.엄마는 일이나 하고혼자서 살아.” 엄마가 잦은 야근으로 아이를 거들떠보지 않자 아이는 엄마의 심장에 못을 박는 투정을 한다.그러나 엄마는 “나는 내인생이 있다.내가 너를 위해 희생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없고 너는 내게 그런 걸 요구할 권리도 없다….”고 대답하며 제 가슴을 친다. 이렇듯 11명의 일하는 엄마들이 소개하는 육아일기는 세련되지도 훌륭하지도 않다.아이들을 때때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위협하는 커다란 짐으로 인식했으며 일년도 안된 아이들을 나몰라라 남의 손에 맡기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공부 잘하고 반듯한 모범생은 아니지만 어른스럽고 착실하게 잘 자란다.아이의 인생을 자신의 것과 혼동한 엄마의 그릇된 모정에서 해방됐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함부로 막 키운 자식이지만 지은이들의 자식사랑도 여타의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스스로를 아이와 함께 커가는 미성숙한 존재로 인식하고 모성신화의 고통에서 벗어난 11명의 일하는 엄마들은 아이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을 쌓는다. 일하는 엄마들이 아이들 급식당번을 해주지 못해서,소풍에따라가지 못해서,선생님을 찾아가지 못해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죄책감에 시달릴 때 이 땅의 아빠들은 무엇을 했을까.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솟아난 의문이다.8500원. 이송하기자 songha@
  • [대한광장] 이산상봉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반세기의 기다림만에 이루어진 1차 남북 이산상봉,그 날을나는 잊을 수 없다. 2000년 8월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이산가족 상봉장을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을 때 나를 흔들었던 감동은 아마 방송화면을 통해 본 모든 이들에게도 유사한 경험이었으리라 짐작된다.상봉장의 한쪽 벽면에는 83년 이후 상봉을 신청했던 8만 여명의 이름이 새겨지고 85년남북 이산상봉 당시 모자(母子)가 애절하게 만나는 대형 그림을 설치했었다.그리고 그 날 만남에서 한 80대 노모는 60대 아들에게 “네가 올까 이사도 안 했어.”라며 아들을 포옹했다.생사도 알 수 없는 이별의 50년은 그침이 없는 모정의 세월이었다. 다시 헤어질 때 노모는 “앞으로 창가에서골목길을 쳐다보지 않을 거야.”라며 아들을 안심시켰다.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의 합의에 따라 세 차례에 걸쳐 3,600여명의 이산가족이 남과 북에서 혈육을 상봉하였다는것은 내게는 참으로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2차 상봉 때 남측의 어머니를 상봉한 한 북측 당사자는 “셰익스피어가 살아 있어도 이런 비극적인 삶을다룬 글을 쓰지 못했을 겁니다.”라며 울먹인 것을 기억한다.정상회담 못지 않게 이산가족 상봉의 장면은 전 세계 언론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것은 오랜 동안 정체되었던 우리민족의 자존심을 훌쩍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는 사건이었다.이산가족 상봉을 전후하여 행사의 실무적 논의를 협의하였던 북측의 한 간부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상봉의 장면들을감동적으로 지켜 보았다고 한다. 그는 “김 위원장은 효심이 강하고,통이 매우 큰 분이라 점차적으로 모든 이산가족문제를 풀 것”이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세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성공적으로 끝난 시점에서는 이산가족들 사이에 조심스런 희망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었다.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남북 사이에서 합의되었던 제4차 이산가족 상봉 및 우편물 교환 그리고면회소 설치가 모두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에 의하면 남한에 거주하는 이산 1세대는 123만명이고,이 중 60대가 50만명,70대가 30만명,80세 이상은 14만명정도로 추정되고 있다.한 노모는 지난해를 넘기면서 북측에있는 아들에게 그저 “미안하다.”는 짧은 말과 함께 오래전부터 겨울내의를 선물로 준비해 놓고 있다는 가슴 아픈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너무나 오랜 세월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만남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남북관계는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로 끊겼다 이어졌다 하는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산의 슬픔을 풀기 위해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어떤 정치적 난관도 초월하는 자세가 요구된다.2차 상봉 때 100세 노모가 체해 머리를 흔들면서도 비행기를 타고 아들을 만나러 평양에 가서,“너 만나려 못 죽었어….”라며 한을 풀던 장면은 우리에게 ‘모정의 승리’로기억될 것이다.남쪽에 남겨진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 아들에게,“다 잘 있다.남쪽 일은 꿈에서도 잊으라.”던 씩씩한칠순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또한 잊을 수 없다.3차 이산 상봉 때 23세에 잃어버렸던 꽃 같던 딸을 32년 만에 만난 어머니는 “난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어머니야.내가 제일불행한 줄 알았는데 아니야.”라고 말했다.반세기의 기다림에는 이런 모정의 인내가 있었던 것이다.이들의 인내를 보상하는 상봉의 기회가 결코 끊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금년에는 김 위원장의 60회 생일과 동시에 김일성 주석의90회 생일이 있는 해이다.우연하게도 많은 이산가족들이 90세를 바라보고 있으며,그들의 자제 또한 환갑에 접어들고있다.김 주석 90회 축제의 선물 보따리에 ‘이산가족 상봉’이 포함된다면 더할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그리하여 ‘겨울내의’ 선물을 품에 안고 아들을 만나려는 노모의 기다림이 만남으로 실현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박재규 경남대 북한대학원장 전 통일부장관
  • 이수현 장학회 발족

    일본 도쿄(東京)의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李秀賢·26·당시 고려대 무역학과 4년 휴학중)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1주기인 26일 일본에서 열린다. 이씨가 재학 중이던 일본어학교 아카몬카이(赤門會)의 아라이 도키요시(新井時贊) 이사장은 이날 ‘이수현 장학회’를 발족시킨다. 장학회는 이씨의 아버지 성대(盛大·62)씨가 기증한 1000만엔에 일본인들의 성금을 보태 만들어졌으며 매년 일본에 유학 온 100∼120여명의 아시아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장학회는 이날 이씨의 부모를 초청해 위령제를 열고 이씨가 숨진 신오쿠보(新大久保)역 사고지점에 헌화한다. 한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는 25일 이수현씨 1주기를 추모하는 내용의 전보를 이씨 아버지 성대씨 앞으로 직접 보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 전보에서 “”이씨의 희생에 많은 사람이 슬픔을 함께 한 지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에 이씨의 숭고한 행동이 새겨져 있다.””며 “”고인이 생명을 던짐으로써 보인 용기를 후세에 길이 전하고자한다.””고 밝혔다. 이씨 부모는 이씨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6일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 [씨줄날줄] 이수현 1주기

    일본에 유학 중이던 이수현씨가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취객을 구하기 위해 일본 사진작가 세키네 시로(關根史郞)와 함께 선로에 몸을 던졌다가 유명을 달리한 지 26일로 1년을 맞는다. ‘의인(義人)’으로 불리게 된 두 사람의 희생은 한·일 양국에 해일과 같은 감동의 물결을 불러일으켰다.두 의인의 아름다운 마음을 기리는 각종 행사와 추모 열기는 1년이 지난지금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지난 1년간 양국에서는 선로에떨어진 임산부나 취객을 구하려는 용감한 시민들의 행동도잇따랐다.두 사람이 자신의 희생으로 치켜 세운 용기와 희망의 등불이 꺼져가던 시민 정신을 회복시켰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또 자국민인 세키네가 희생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이수현씨를 앞세워 기리고,거리에서 직장에서‘정성’을 모았던 수많은 일본 시민들의 모습엔 한·일 양국의 밝은 미래가 어린 듯했다. 하지만 그 큰 감동의 물결과 비교해 본다면 현재 한·일 관계는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싸늘하게 식어 있는상태다.어업협상,역사왜곡 교과서 문제,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악재들이 줄줄이이어졌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서는 우리도 할 말이 많지만최근 일본측 인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본 쪽도 할 말이 많았겠다는 인상을 받는다.1주기가 양 국민이 다시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는 계기가 된다면 그들의 희생은 더욱 값지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29일 대한매일 본사 1층 서울갤러리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 제1회 수사(秀史)문화제는 뜻깊은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수현씨의 ‘수(秀)’자와 세키네 시로의 ‘시(史)’자를 한 자씩 따서 이름이 지어진 문화제는서울·부산과 도쿄에서 동시에 열린다.도쿄에서는 이수현씨가 좋아했던 음악제로 열리고 서울·부산에서는 세키네의 사진전이 열리게 된다.그가 남긴 작품들을 보면 중국인들의 모습을 담은 것들이 많다.격랑의 시대를 살아가는 중국인들의풋풋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진에서 그의 인간애를 다시 느끼게 된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말이있지만 이수현씨와 세키네를 함께 기리면 희망의 메시지가더 크게 울려 퍼지지 않을까.독자들도 서울갤러리 수사문화제에서 감동을 느껴보기 바란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 佛 이브 생 로랑, 마지막 패션쇼

    [파리 연합] 프랑스가 낳은 패션 디자인의 거장 이브 생로랑(65)이 22일 저녁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고별 패션쇼를 가졌다. 이는 당초 생 로랑의 패션 인생 40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으나 그가 지난 7일 은퇴를 전격 선언하는 바람에 40주년 기념 겸 마지막 패션쇼가 됐다. 파리 중심가에 있는 현대 예술의 요람격인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2000여명의 하객이 몰렸다. 이날 패션쇼는 그의 40년 회고전과 2002년 여름 컬렉션쇼를 겸해 진행돼 100여명의 모델들이 300여점의 의상을선보였다. 회고전에서는 패션계의 고전으로 통하는 사파리 재킷,여성 턱시도에서부터 반고호,피카소 등의 그림을 응용한 의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됐다. 생 로랑은 코코 샤넬 이후 세계 여성 패션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꼽힌다. 특히 여성 바지 정장을 성공시켜 여성과 패션을 해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 로랑은 알제리 태생으로 1953년에 크리스티앙 디오르에 입사해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62년 이브 생 로랑 패션하우스를 차린 후 현대적이고 신선한 디자인으로 60년대를 정점으로 세계 패션계를 풍미했다. 생 로랑은 이날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무질서와 퇴폐의 시대로 우아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내게 많은 슬픔을 가져다줬다.”며 “그 어느때보다 고독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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