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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시간이 용천소학생 피해 줄였다

    지난달 22일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사고로 인근 용천소학교(초등학교)건물이 폐허처럼 무너졌지만,때마침 학생과 교사 대부분이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 건물을 벗어났기 때문에 그나마 사상자가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평양에 부임,최근 용천 사고 현장을 둘러본 유니세프(국제아동기금)평양 사무소의 피에르테 부티(여) 소장은 최병렵 용천소학교 교장 등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유니세프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지난달 30일 부티 소장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용천 어린이들의 모습을 전한 유니세프측은 “폭발사고가 발생한 낮 12시10분쯤 용천소학교의 학생,교사 등 1300명이 대부분 점심을 먹기 위해 이미 건물 밖으로 나가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사상자가 덜 발생했음을 시사했다. 부티 소장은 “최 교장이 당시 폭발상황을 전할 때 여전히 슬픔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용천소학교에서는 63명의 어린이와 2명의 교사가 숨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통일부 관계자는 3일 “북한의 소학교는 도시락을 함께 먹는 점심시간이 별도로 없다.”면서 “오전 11시40분에 수업을 끝내고 종례식을 한 뒤 헤어진다.”고 말했다. 각종 소조활동이나 복습,생활총화 등을 위해 모이는 오후 1시30분까지 각자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온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식량난 때문일 수는 있겠지만 소학교 시스템이 오랫동안 굳어져 있다.”면서 “학교 뒷정리를 위해 남아 있던 학생,교사들이 화를 당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부티 소장은 이와 함께 “신의주의 한 병원을 방문,사흘 만에 혼수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난 10살난 여자 어린이를 만났다.”면서 “이 어린이는 폭발 당시 3층 건물에 쓰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용천소학교 학생들이 지난주부터 인근 중학교 2곳으로 나뉘어 다시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하면서 “이재민중 상당수가 친척들 집에서 지내고,일부는 국제적십자사와 중국측이 제공한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용천 주민들이 생기를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잠자는 미녀vs호두까기’ 뭘 봐야 좋을까

    ‘백조의 호수’와 더불어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로 불리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호두까기 인형’이 색다른 버전으로 오는 8일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고전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안무가 루돌프 누레예프의 작품. LG아트센터에서 막올리는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호두까기 인형’은 지난해 내한공연을 가진 ‘백조의 호수’처럼 현대발레를 활용한 댄스 뮤지컬이다.두 작품 모두 초등학생도 관람할 수 있는 무대여서 가족 단위의 공연으로 제격이다. ●국립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마녀의 저주로 100년간의 잠에 빠진 공주가 왕자의 키스로 깨어난다는 동화를 바탕으로 한 마리우스 프티파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고전발레의 모든 테크닉이 담겨 있어 ‘발레의 교과서’로 통한다.누레예프 버전은,1961년 서방세계로 망명한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출신의 전설적인 안무가 누레예프가 파리오페라발레단 재직 당시 프티파의 안무에 그만의 독특한 세련미와 남성미를 가미해 재안무한 것.남성 무용수들의 힘과 테크닉을 극대화함으로써 다른 공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화려하고,역동적인 무대가 특징이다.그만큼 무용수들에겐 많은 고통이 따른다. 워낙 어렵고 까다로운데다 누레예프 재단이 엄격하게 레퍼토리 관리를 하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단체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이탈리아의 라 스칼라발레단,오스트리아의 비엔나발레단 등 세 곳뿐이다.때문에 국립발레단이 창단 이후 처음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공연하면서 누레예프 버전을 선택한 것은 과감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국내에선 유니버설발레단이 마린스키 버전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공연한 바 있다. 명성에 걸맞게 제작 규모 또한 엄청나다.이탈리아에서 공수하는 300벌의 의상 대여료만 2억원.총 제작비는 11억 5000만원에 달한다.무용수도 100명이 넘는다.국립발레단은 누레예프와 25년간 함께 작업했던 영국인 안무가 겸 무용수 패트리샤 뤼안을 초빙해 단원들을 연습시키는 등 작품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공연에는 주역 세 커플이 번갈아 출연한다.국립발레단 간판스타인 김주원과 ‘발레 혜성’이란 별명을 얻은 신예 이원철,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발레단 솔리스트인 안바 자로바와 한국 대표 발레리노 이원국,미국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폴리아나 리베로와 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사이먼 볼이 각각 짝을 이룬다.15일까지 1588-7890. ●매튜 본 ‘호두까기 인형’ 우아한 여성백조 대신 근육질 남성 백조의 역동적인 군무(백조의 호수)로 파격의 즐거움을 선사했던 안무가 매튜 본이 이번엔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작 ‘호두까기 인형’을 댄스 뮤지컬로 각색한 무대를 선보인다. 국내에는 ‘백조의 호수’가 먼저 소개됐지만 안무 순서는 ‘호두까기 인형’이 앞선다.1992년 ‘호두까기 인형’탄생 100주년 기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매튜 본이 안무한 첫 장편 발레 공연으로 그해 에든버러페스티벌에서 성황리에 초연됐다. 고전발레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그의 독특한 안무 스타일은 ‘호두까기 인형’의 성공에 힘입어 이후 ‘하이랜드 플링’‘백조의 호수’‘신데렐라’‘카 맨’등 일련의 화제작을 낳았다. 이번에 공연되는 ‘호두까기 인형’은 매튜 본이 지난 2002년 공연단체 ‘뉴 어드벤처스’를 창단하면서 리바이벌한 것.초연 이후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지난 2월까지 영국 전역에서 ‘백조의 호수’를 능가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매튜 본의 ‘호두까기 인형’은 원작에 설정된 중산층 가정 대신 악랄한 고아원장이 원생들을 착취하는 춥고 음울한 고아원을 배경으로 택했다.사랑의 슬픔과 기쁨을 통해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는 클라라와 소년에서 근육질의 멋진 남성으로 변모하는 호두까기인형 등 성장드라마의 이미지를 강조한 점도 색다르다.클라라의 꿈속에서 고아원생들이 하얀 빙판위에서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나 오색 빛깔의 사탕과자나라 등은 단숨에 관객을 마법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장치들이다. 초연 당시 클라라역을 맡았던 에타 머핏이 같은 배역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어서 한층 기대를 모은다.30일까지(02)2005-011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회지도층 ‘자살 신드롬’

    ‘명예를 지키기 위한 극단의 선택인가,조직을 살리기 위한 희생인가.’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박태영(63) 전남지사가 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사회지도층 인사가 자살한 것은 올 들어서만 4번째다.앞서 지난 1일에는 김인곤 광주대 이사장이,지난달 11일에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또 2월4일에는 안상영 부산시장이 각각 자기 손으로 생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사회지도층의 자살이 잇따르는 이유가 비리 혐의로 인한 자존심 상실과 자기 비하,조직내 다른 구성원을 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등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그러면서도 지도층 인사의 자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은 생명 중시 가치관을 파괴하고 또 다른 자살을 부를 수 있다며 경계했다. 29일 낮 12시48분쯤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반포대교 남단에서 북쪽으로 450m 지점에서 박태영 전남지사가 한강에 투신했다.함께 있던 운전기사의 신고를 받은 용산경찰서 남부지구대 소속 순찰차와 경비정이 곧바로 출동해 박 지사를 구조,인근 한남동 순천향병원으로 옮겼으나 그는 낮 12시55분쯤 숨졌다. 박 지사는 2000∼200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초대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인사·납품 비리에 관련된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서 사흘째 조사를 받아 왔다. ●자존심에 상처…굴욕보다는 죽음을 선택 사회지도층의 연쇄 자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이들은 하나같이 명예와 자존심,타인의 존경을 ‘자산’으로 삼아 살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살연구전문가인 유수현 숭실대 사회사업학과 교수는 지도층 인사의 자살에 관해 “상실감과 절망을 참을 수 없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일 수 있다.”면서 “또 조직 속에서 한 사람이 희생하고 다른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이은철 연세로뎀 정신과 의사는 “비리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으면 에너지가 없어지면서 삶에 대한 목표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시대적·심리적 공통점 최근 잇따라 목숨을 끊은 지도층 인사들은 모두 1960∼1980년대 어려웠던 시절에 무언가 일궈낸 사람들이다.표창원 경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이들이 고생과 노력의 결과나 대가를 누려야 할 시점에 비리 혐의로 사회의 비난에 직면하게 된 것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베르테르 이펙트’ 우려 사회지도층의 자살은 갑남을녀의 그것과는 사회적 파장이 분명히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출세한 지도층 인사를 이상형으로 여기고 존경하는 많은 사람이 이상형의 자살로 허탈감이나 정신적 충격에 빠질 수 있다. 하상훈 생명의 전화 자살예방센터 원장은 “지난해 8월 정몽헌 회장이 자살한 뒤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도 죽는데 나같은 사람은 자살해도 된다.’는 식의 상담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이는 유명인이 죽은 다음 동조자살하는 현상을 일컫는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베르테르 효과’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이 로테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이 책을 읽은 19세기 유럽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살자가 급증한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유영규 김효섭기자 whoami@seoul.co.kr ˝
  • [北 용천참사] 소학교학생 매몰 4일만에 극적 구조

    평안북도 용천역 대참사와 관련,북한의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일본 조총련 기관지 인터넷 조선신보는 28일 용천소학교(초등학교)에서 학생 1명이 매몰 4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고 전했다. 조선신보는 “지난 25일 폭발 사고 당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내며 무너진 이 학교에서 이 학생을 구조해 냈다.”면서 구조된 직후 이 학생은 “배가 고파요.”라고 소리쳤다고 보도했다. 인근 중학교로 이동해 수업을 받고 있는 용천소학교(초등학교) 학생들은 친구들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루 2만명이 동원된 복구작업 북한 중앙방송은 “피해복구 중앙지휘부가 3개월내 복구를 목표로 하루 2만명이 동원돼 복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방송은 “사고 현장에 파였던 구덩이가 초보적으로 메워졌고 기본 철길이 복구돼 열차 운행이 정상화됐다.”면서 “강한 폭음과 폭풍으로 실명되거나 귀가 먹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밝혔다.조선신보는 집을 잃은 주민들은 덜 부숴진 이웃의 집을 찾아 기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공식 밝힌 손실액은 3억 유로(약 4200억원)다. ●군의 일사불란한 모습 안보여 북한이 국제사회에 용천역 대참사 현장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도 북한 사회 노동력의 주력인 인민군의 복구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이 자재 조달 전문가인 노두철 부총리가 총책임을 맡은 ‘용천피해복구 중앙지휘부’의 구성과 활동상을 소개하면서도 인민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방송은 “평북 시·군과 공장·기업소 노동자를 총동원,복구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인민군이 실제 복구 작업에 빠졌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군 장비나,일사불란한 군대의 복구 장면이 외부 지원을 얻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북측이 병원의 참상을 구호단체에 공개하면서도 어른들이 아닌,어린이 부상자만 카메라에 담게 한 것도 같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실제 군이 투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용천 참사로 김정일 체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로 판단,인민군을 경계 태세 상태로 놔뒀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이와 함께 계속된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위용을 갖춘 군의 모습이 아니라 왜소한 북한 군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을 원치 않았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27일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정을 중국 방문 성과를 제외하고는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평안북도 용천군 행정책임자인 이춘화 인민위원장(군수)도 언론매체에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는데,사고 책임을 물어 해임됐거나 사고 당시 변을 당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美도 10만弗 지원키로

    |워싱턴 백문일·단둥 오일만 특파원|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참상과 피해규모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미국이 26일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1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답지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국제평가팀으로부터 사고 결과를 보고받았다.”며 “필요시 구급의료 전문팀뿐 아니라 의약품과 의약장비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국제 구호물자와 관련,전담부서인 국무부가 아닌 백악관이 직접 성명을 내고 구체적인 지원안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은 “이번 지원은 정치적 쟁점과 무관한 것으로 재해에 따른 필요물자를 인도적 차원에서 제공한다.”며 “인명 손실에 슬픔을 같이 하며 끔찍한 사고를 당한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김창국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재산피해가 3억∼4억유로(한화 약 4100억∼5500억원)에 이르며 가옥 1800채와 공공건물 12동이 완전 파괴되고 가옥 2000여채와 공공건물 10동이 부분적으로 파손됐다고 밝혔다. 인명피해와 관련,김 차석대사는 “현재까지 사망자는 154명,부상자는 1300여명으로 파악됐지만 인명피해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oilman@˝
  • [씨줄날줄] 머리에서 가슴까지/우득정 논설위원

    지난 1993년 1월20일 세계의 ‘요정’ 오드리 헵번이 사망한 날,전 세계 언론에는 ‘로마의 휴일’에 출연한 20대의 오드리 헵번과 아프리카 기아 아동을 안고 있는 60대 초반의 오드리 헵번 사진이 함께 실렸다.사진 설명에는 ‘사랑을 남기고 간 천사’라고 했던 것 같다.그녀는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입니다.어린이 100만 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라고 했던 자신의 믿음을 실천에 옮겼다.오드리 헵번의 유산은 오늘날 미국의 대표적인 여배우 제시카 랭을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을 사랑의 행렬로 끌어들였다. 그 행렬의 선두 대열에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김혜자씨가 있다.김씨는 지난 1992년 이래 월드비전 친선대사 자격으로 전쟁과 기아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찾아 아프리카,아프가니스탄,인도,동남아 등지를 돌아다녔다.김씨는 지난달 출간한 사랑의 실천 기록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에서 하루 100원짜리 끼니를 때우지 못해 죽어가는 수많은 제3세계 어린이들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이렇게 비참하게 죽게 만들 거면 왜 태어나게 했느냐.”며 신에게 거세게 항의한다.김씨는 오랫동안 안고 있어도 팔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 여윈 소말리아 어린이 때문에 슬픔에 잠기면서도 ‘사랑만이 희망’이라고 말한다.그리고 우리 모두 이들에게 두 손을 내밀자고 호소한다. 김씨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말한다.어떤 이는 머리에서 가슴까지 도달하는데 한평생이 걸리고,어떤 이는 죽을 때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질책과 함께.김씨는 수많은 통계를 나열하면서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굶주림에 지쳐 길거리를 헤매는 우리 아이들’임을 일깨운다. 북한 용천역 폭발참상을 알리는 피해 어린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도움의 물결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절반이 어린이라며 숫자로만 전해진 사망자,고통 속에 신음하는 아이들 모두 두 손을 내밀어 도와야 할 ‘우리’의 일부분이다.사상과 이념이 개입할 틈은 없다.“종은 누가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노래는 누가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다.”지금이야말로 희망이라는 이름의 사랑이 필요한 때다. 우득정 논설위원˝
  • 나는 어떤 유형과 잘 어울릴까

    ● 에니어그램 보는 법 자기 유형의 양옆 숫자 중 하나는 자신에게 숨겨진 성격.즉 1번에게는 2번과 9번 중 하나가 숨겨진 성격이다.또한 1번에게 들어오는 방향의 화살,7번은 1번이 성격의 장점을 살리는 경우 돋보이는 또 다른 성격이다.또 1번에서 나가는 화살표의 방향,4번은 안 좋은 상황일 때 드러나는 문제점으로 부각된다.이런 식으로 또 다른 유형들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어 이들과 서로 만나면 이해와 공감을 하게된다.반면 그외의 숫자 유형은 가까이 있어도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아 인연이 없다. 한편 같은 유형은 대부분 잘 맞지 않는다.단 5번 유형만은 같은 유형이 오히려 잘 맞는 편.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5번은 다른 유형과 만나면 상대를 외롭게 하기 때문이다. 도움말 허수경 매치코리아 대표 누구에게나 9가지 성격특성이 모두 내재되어 있다.더욱이 어느 성격이 더 좋거나,나쁜 것은 없다.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체크해 자신의 유형을 찾아낸다. ●1번 유형(개혁가) □나는 꼼꼼하고 성실하며 정직하려고 노력하고 때로 소심하다. □나는 원칙을 중요시하고 항상 공정하기를 원한다. □나는 실수하지 않고,완벽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약속에 철저하며 규칙을 잘 따르고 엄격하다. □화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한번 화가 나면 오래가는 편이다. ●2번 유형(조력가) □나는 주위에서 조언을 구할 때 기쁨을 느낀다. □나는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으며 이야기 나누기를 즐겨한다. □내 자신이 친절하고 따뜻하며,너그러운 사람이라는 것이 기쁘다. □남을 먼저 챙기기 때문에 정작 나를 돌보지 못할 때가 많다. □가끔 주위사람들이 내가 베푼 것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때 화가 난다. ●3번 유형(성취자) □나는 자신감이 넘치며 능력있는 사람이다. □나는 인간 중심적이라기보다는 목표중심적이다. □목적을 얻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타협하는 것 또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도 야망을 갖고 자신을 계발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나쁜 평가를 받으면 매우 화가 난다. ●4번 유형(예술가) □나는 시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어 대개 우울하고 상처받기 쉬운 감정들을 갖고 있다. □나는 친한 친구들한테서도 가끔 불편함을 느낀다.나는 고독한 사람인 것 같다. □인생은 연극무대,나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혼자 상상하다가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할만큼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다. □내가 도도하게 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5번 유형(사색가) □혼자 있는 시간을 가능한 한 많이 갖고 싶다.그 시간은 내게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 □다른 사람 앞에서 밝게 행동하거나 붙임성 있게 행동하는 것이 내게는 부자연스럽다. □중요한 주제에 대해서 정보없이 가볍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풀릴 때까지 그것만 생각한다. □조용하게 행동하는 것은 하나의 방어이다.그럴 때 나 자신이 강하다고 느낀다. ●6번 유형(충성가) □나는 믿음직스럽게 일한다.나와 내 가족을 위해,안전한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안전지향형으로 모험적인 일은 싫어한다. □항상 위험에 대비하고 최악의 상황에 처할 경우를 예상해 두는 편이다.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일의 능률이 오르고,내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는 힘든다. □눈에 띄지 않으며 주위사람들에 동화되고 싶다. ●7번 유형(낙천가) □어려운 상황에도 ‘어쨌든 잘 될 거야.’라고 낙관적으로 말한다. □나는 모험과 위험을 즐기며 변화를 추구한다. □나는 슬픔과 고통을 쉽게 극복하며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픔도 쉽게 해결해 주는 편이다. □나는 한 가지 일을 끝까지 파고들지 못하지만 여러가지 일을 대충 어느 정도까지는 잘 한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다.다른 사람이 언급하기 꺼리는 개인사도 쉽게 열어놓고 얘기할 수 있다. ●8번 유형(지도자) □나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다소 공격적인 면도 있다. □배짱이 두둑하고 남들이 어려워하는 힘든 일에도 도전,성취한다. □지도자로서의 기질이 있으며 카리스마가 있다. □도전할 수 있는 대상이 있을 때 힘이 솟는다.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그래서 다소 냉혹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9번 유형(조정자) □사람들은 나를 편파적이지도 공격적이지도 않으며 편안하고 다가가기 쉬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가끔 내게 답답하다고 화를 내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나는 좋은 사람이며 누구에게도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데….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을 누군가 강제로 시키면 대놓고 반발하진 않지만 잘 움직이지는 않는다. □나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공평한 중재자이다.내가 보기에는 어느 쪽도 비슷하다. □나는 서로 말다툼하고 그로 인해 갈등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에니어그램 테스트 무료로 할 수 있는 곳 ▲매치코리아 www.matchkorea.com(02-326-3238) ▲한국형 에니어그램 연구소 www.kenneagram.com (02-3446-3165) ▲멘토리닷컴 www.mentory.com (02-3143-7007) ˝
  • 한국영화계 대부 유현목 감독

    “유현목은 영화다.”“아니다,유현목은 인간이다.” 오발탄(1960년),임꺽정(61년),김약국의 딸들(63년),카인의 후예(68년),나도 인간이 되련다(69년),사람의 아들(80년)….건국 이래 한국영화 최고작으로 인정받은 ‘오발탄’을 비롯,43편의 작품을 통해 한국영화의 미학을 이끌어온 유현목(79) 영화감독.한국영화사의 산증인이자 영화계의 영원한 ‘대부’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삶은 흑백과 컬러필름으로 50년 동안 모질게도 온몸을 친친 감아왔다.까닭에 ‘유현목’하면 덜도 더도 없이 한편의 ‘영화’에 비유된다.평론가들은 현실을 바라보는 형형한 눈빛으로 한국 영화사를 관통했던 용감한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장 콕토는 ‘영화란 영상으로 쓰는 문장’이라고 했다.유 감독은 더 나아가 ‘영상으로 사고한다.’고 했다.일흔아홉의 성상은 그렇게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으며 질그릇에 켜켜이 담아왔다.이같은 그의 ‘시네마인생’을 흐트러짐없이 끄집어낼 수 있을까. 서울 남대문 옆 명지빌딩 20층에 자리잡은 ‘태평관기영회(太平館耆英會)’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태평관기영회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이사장 유영규)이 지난 2002년 12월 마련한 최고 원로들의 사랑방이다.명지빌딩 자리에 있던 조선시대 외교공관 ‘태평관’과 중국 송나라 때 은퇴한 현사들의 모임이었던 ‘낙양 기영회’에서 이름을 땄다.참여멤버는 유 감독을 비롯,고병익 전 서울대총장,이영덕 전 국무총리,정원식 전 국무총리,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등 내로라 하는 원로 32명이다.유 감독은 “매월 첫째주 수요일이면 빠지지 않고 이곳에 온다.같이 늙어가는 각계 원로들과 만나 서로의 경험담을 주고받는 일 또한 공부가 아니냐.”고 했다. 근황이 궁금해졌다.그는 파주시 교하읍 다율리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에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다.야트막한 동산을 뒤로 한 노독일처(老獨一處)인 셈이다.뒷산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30평의 주말농장에서 땅을 일구는 일에도 새록새록 재미를 느낀다.시금치,쑥갓,마늘 등 28가지의 채소를 가꾸며 동네사람들에게도 나눠준다. 나들이할 때는 늘 부인 박근자 여사와 동행한다.부인은 서양화가로 현재 여류화가협회 고문이기도 하다.부인은 지금까지 ‘여보’ 대신 ‘감독님’이라고 부른다.그는 부인 얘기가 나오자 ‘무던한 순둥이’라며 웃는다. 그는 지독한 골초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하루도 술을 거른 적이 없다.저녁 식사후 TV 9시 뉴스를 보고나면 반드시 맥주 3∼4병은 마신다.부인이 술을 못하기 때문에 혼자 식탁에 앉아 맥주를 들이켜며 세월을 음미한다.영화 같은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는 즐거움에 푹 빠지는 시간이다. 그의 예술가적 역마살은 소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됐다.어느날 지방순회 공연차 온 유랑 신파극에 매료됐다.교회에서 성극대본도 쓰고 연출도 직접 했다.방학때면 동네 창고에 천막을 치고 성냥갑 몇개로 입장시키는 놀이도 했다.그렇게 모인 성냥갑으로 엿을 바꿔먹기도 했다. 1939년 그는 고향을 떠나 서울의 휘문중학에 입학했다.하숙생활이 시작됐다.중학때는 기계조립에 취미가 붙었다.남산의 과학관을 다니며 ‘어린이 과학’이니 ‘학생과학’이니 하는 잡지에 탐닉했다.하루는 ‘에디슨 위인전’을 읽었다.발명왕 에디슨의 학력이 겨우 소학교 4학년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그는 중학2년 때 휴학을 했다.담임 선생한테는 중이염이라고 둘러댔다. 때마침 담임선생 아들이 만성 중이염에 따른 뇌손상으로 사망했던 터여서 휴학계를 선뜻 받아주었다.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고독의 가을을 만나면서 도화지와 수채화 도구를 둘러멨다.이리저리 쏘다녔다.흙을 반죽해 조각품을 만들기도 했다.하루는 바이올린 곡 ‘트로이메라이’를 듣고 폐장을 쥐어짜는 듯한 슬픔의 아름다움에 도취했다.어머니한테 졸라서 ‘스즈키 7호’ 바이올린을 샀다.그걸 끼고 다시 복학의 길을 떠났다. 이 무렵 학교에서 단체로 ‘조택원 무용발표회’를 관람했다.그는 처음 대하는 육체의 선율에 반해 무용가가 되기로 다짐하고 무용연구소를 맴돌았다.그러나 피골이 상접한 모습 때문에 번번이 거절당하고 말았다. 태평양전쟁의 막바지인 1944년 겨울이었다.조선인징병 신체 검사에서 불합격되는 바람에 졸업장을 쥐고 고향에 내려가 세무서 임시고용원으로 취직했다.그러나 숫자놀음이 격에 맞지 않아 곧 그만두고 평양을 드나들면서 헌책방에서 건축잡지를 탐독하기 시작했다.건축미술가의 꿈을 꾸었다. “하마터면 목사가 될 뻔도 했지.어머니의 성화로 인해 서울의 감리교 신학교에 원서를 냈는데 영어시험에서 낙방했어.그런데 외가집 소개로 아펜젤러 박사를 만나 연희전문학교 백남준 교장에게 입학시켜달라는 메모까지 받게 됐지.목사가 다 된 기분이었어.그런데 그만 메모쪽지를 잃어버렸지 뭐야.하나님께서 나를 목사자격 없는 놈으로 계시하신 줄 알고 포기했지.” 1946년 소련군이 진주하자 그는 다시 서울로 왔다.거리 곳곳에는 연극포스터들이 쫙 붙어있었다.그는 빼놓지 않고 관람했다.연극 연습장 한구석에서 하루종일 지켜보는 것이 한없이 즐거웠다. 결국 그 이듬해,희곡공부를 위해 동국대 국문과에 입학했다.이 무렵 그는 프랑스의 피에르 슈날 감독의 영화 ‘죄와벌’을 관람했는데 너무 감동을 받아 열 네번이나 미친 듯이 봤다.강의가 끝나면 최인규 감독의 ‘자유만세’‘죄없는 전선’ 촬영현장을 찾아다녔다.덕분에 여러 사람들을 사귈 수 있었다.무성영화였던 임운학 감독의 ‘홍차기의 일생’에 조감독 겸 출연까지 했다.이때 영화감독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빠졌다.미술,음악,무용,문학,건축,연극이 합쳐진 종합예술이라는 답을 얻었다. 1948년 동국대학교 국문과 재학시절,한국대학에선 처음으로 ‘영화예술연구회’를 창설해 ‘해풍’이란 영화를 만들었다.가난한 어촌을 무대로 풍파에 아버지를 잃고 미치광이가 된 젊은 아들의 이야기이다.이는 배우로서 데뷔작이며 마지막인 셈이다. “납북된 시인 김기림 선생이 지도교수였지.당시 신문기사에는 영화과가 없는 대학에서 이같은 유성(토키)대작을 만든 것은 동양에서 처음이라고 하더군.양주동 선생은 ‘배짱 하나 컸군,내 막걸리 한 잔 사지.’라고 거들기도 했어.돌이켜 보면 선무당이 사람잡는 모험이었으나 오늘날의 길을 굳혀준 출발점이기도 하지.” 그는 50년 영화인생을 뒤돌아볼 때 가장 아끼는 작품은 ‘오발탄’이라고 했다.그도 그럴 것이 ‘오발탄’은 1984년 영화진흥공사의 ‘광복40년 베스트 10’에서 1위,98년 ‘건국50년 영화,영화인50선’에서 1위,99년 ‘21세기에 남을 한국의 명작’에 1위로 뽑힐 정도였다. “다시 영화를 만든다면 인간의 영혼과 마음을 섬세하게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백발홍안’의 노(老)감독.예나 지금이나 술이 얼큰하면 저절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베마리아’를 부른다.집앞 골목에 이르면 정지용의 시에 채동선이 작곡한 ‘고향’을 부른다.그러면 기다리던 ‘무던한 순둥이’가 마중나와 팔짱을 낀다.이렇게 영화같은 그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그가 걸어온 길 ▲1925년 황해도 사리원 출생.45년 휘문고졸.49년 동국대 문과졸.64년 동국대 강사. ▲73년 한국영화인협회 감독분과위원장.76∼90년 동국대연극영화과 교수.80년 유네스코 문화위원. ▲81년 예술원회원(현).89년 한국영화학회장.90년 동국대예술대학장. ▲97년 부산국제영화제심사위원장,99년 춘사영화제 심사위원장.2000년 영화감독협회 고문(현). ▲주요 수상=서울시문화상,대한민국예술상,예술원상,대종상 등. ▲주요 작품=‘오발탄’‘인생차압’‘잃어버린 청춘’‘막차로 온 손님’‘카인의 후예’‘사람의 아들’‘불꽃’‘장마’ 등 43편. 김문기자 k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저 하늘에도 슬픔이/이윤복 글

    도박을 일삼는 아빠와 집을 나간 엄마를 대신해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기록한 소년 가장 윤복이의 일기가 40년만에 재출간됐다.1964년 처음 발간된 이 책은 이듬해 김수용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제작해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고,이후 세차례나 리메이크될 정도로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지금은 고인이 된 이윤복(1990년 작고)씨가 대구 명덕초등학교 4학년때 쓴 일기를 묶은 것.껌팔이,구두닦이 등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온갖 일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어린 윤복의 맑고 순수한 심성이 담긴 글들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메마른 가슴까지 적실 만큼 감동적이다.‘하늘을 쳐다보니까 참말로 맑았습니다.아무리 구름을 찾아보려고 해도 구름이 보이지 않습니다.우리 식구도 저 하늘처럼 말끔하면 얼마나 좋을까?저 하늘에도 슬픔이 있을까요?’(1963년 12월20일). 지난해 타계한 아동문학가 이오덕씨는 “광복 이후 나온 수많은 아동 작품중에서 단연 빛나는 봉우리를 차지하는 작품”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씨는 유명세를 탄 이후로도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출판사의 편집,외판 일 등을 하며 동생들을 공부시켰다.일기에서 애타게 찾던 어머니와 여동생 ‘순나’는 책이 출간된 지 수년 뒤에 모두 찾았다.그는 과로로 간암을 얻어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동생 윤식씨는 책 서문에서 “호롱불 아래에서 일기를 쓰느라고 앉아있던 형의 뒷모습이 지금도 아련하게 떠오른다.”면서 “형을 대신해 지금 이순간에도 가난과 슬픔을 견디며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말했다.수묵화가인 김세현씨가 부드러운 필치로 그린 그림들이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8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23일 TV 하이라이트]

    ●논스톱4(오후 6시50분) 논스톱밴드의 새로운 리더 현빈은 자신의 의견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서는 예슬이가 골칫거리다.영은은 매일 구박만 받고 사는 몽이 불쌍해진다.영은의 눈에는 몽이 무슨 일을 해도 불쌍하게만 보인다.결국 모두가 구박하는 몽을 영은은 감싸고돌기 시작한다. ●라이프n조이(오전 8시30분) 한강과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선진문물과 학문이 발달했던 문향의 고장 파주. 한국전쟁과 민족대립으로 인한 슬픔과 고통이 서려있는 임진각 관광지와 파주 곳곳의 명소들을 찾아간다.또 다양한 스타일의 신세대 액세서리 패션을 알아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액세서리를 만들어본다. ●미래의 조건(오후 9시40분) 장애인 고용과 직업현장에서의 차별실태를 살피고 장애인 고용에 관한 기업,정부,장애인 권익단체의 목소리를 들어본다.장애유형에 맞는 직업교육으로 사회,부모,교육생 모두가 만족하고 있는 ‘성남발달장애전화교육센터’와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덕수콜택시’를 찾아가 본다. ●코미디쇼 4막5장(오후 10시50분) 노래를 완성해야 졸업할 수 있다.실패하면 벌칙이 기다린다.가수 한서경과 함께 ‘베사메무초’에 도전해본다.제작진이 제시하는 엉뚱한 상황에 NG없이 도전하라에서는 ‘엽기적인 그녀’에 도전한다.한문제만 맞히면 실버벨을 울릴 수 있는 별난 어른들의 유쾌한 퀴즈대결이 펼쳐진다. ●청혼(오전 8시30분) 경희가 입원한 병실을 찾은 우경은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집으로 향한다.수정도 병실을 찾아와서 지난 일들을 용서해 줄 것을 빈다.경희는 어려서부터 남희와 지내온 일들을 생각하면서 행복해 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퇴원 수속을 하러 간 남희는 병원비가 이미 지불됐다는 것을 알고 궁금해 한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밤 12시10분) 발라드의 왕자 성시경,호소력짙은 목소리의 왁스.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와 신동 기타리스트들의 만남인 함춘호+Jr의 다양한 음악과 이야기들을 만난다.김제동의 ‘리플해주세요’에서는 만나서 얘기하면 애인 자랑을 끝없이 늘어놓는 친구 때문에 고민인 여자들의 사연을 듣는다. ●인물현대사(오후 10시) ‘Y’.이는 비밀리에 대북 첩보전을 수행한 북파 공작원을 일컫는 암호다.이른바 ‘Y’로 통칭되는 북파 공작원들은 이름 대신 암호로 불렸다.최초 공개되는 ‘Y공작 보고서’와 북파 공작원의 ‘비밀일기’ 등을 통해 잊혀진 존재가 되어 버린 북파 공작원들의 실체에 접근해 본다. ˝
  • [씨줄날줄] 인질의 자기책임/강석진 논설위원

    ‘역시 일본답다.’ 이라크에서 납치됐다가 풀려나온 일본인 인질에게 쏟아지는 일본 사회의 비난이 모질다. 3명의 인질이 붙잡혔을 때 가족들이 기자회견에 나와 울고불며 ‘자위대 철수시키세요.’라고 고성으로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어 일본인도 많이 변했네.일본 사회가 저런 행동을 어떻게 수용할까.’ 궁금했었다. 그러면서 대비되어 떠오르는 것은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의 모습이었다.5000명이 넘는 주민이 건물더미에 깔려 숨진 대참사였지만 일본 매스컴에는 몸부림치거나 고성으로 울부짖는 유가족 모습은 거의 비치지 않았다.그저 손수건이나 소매로 눈물 방울 꼭 찍어내는 모습이 전부였다.구조 작업이 늦느니,구호물자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그들은 그렇게 슬픔을 견디고 정부를 신뢰했다.아니 그런 모습으로 비쳐졌다.그것이 일본식 모범 행동이다. 그런데 인질들은 위험지역에 가지 말라는 ‘피난권고’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들어갔다가 납치됐고,가족들은 자위대 철수 등 ‘정치적 발언’으로 국가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으니 용의 턱 밑에 난 비늘을 거꾸로 거스른 셈이었다.아니나 다를까.목하 인질과 그 가족들은 ‘자기책임’론을 앞세운 매스컴의 혹독한 비난과 구출비용 일부를 인질들에게 물려야 한다는 감정적 주장앞에 입도 벙긋 못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국가주의’,‘집단주의’에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프랑스 르몽드지는 ‘이젠 저 정도로 인도주의 활동을 하게 됐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국제적인 이미지를 개선시킨 젊은이들에 대해 일본 사회는 자랑스럽게 여기기는커녕 헐뜯고 있다.’고 지적한다.일본내 진보진영에서는 ‘자기책임’이라고는 하지만 분쟁지역에는 불가피하게 인도적 구원활동을 하거나 보도 활동을 하는 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자기책임으로만 몰아칠 수 있느냐고 목청을 높인다. 눈을 우리로 돌려보자.이라크에서 인질이 됐다가 풀려난 NGO 관계자는 아무런 여론의 질타도 받지 않고 ‘파병했더라면 무사히 풀려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그만큼 일본과 달리 우리는 ‘집단주의’나 ‘국가주의’로부터 자유로운 것일까.아니면 ‘자기책임’ 의식이 옅은 것일까.파병 시기가 다가올수록 우리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 김원일의 피카소/김원일 지음

    소설가 김원일(62)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간한 ‘김원일의 피카소’(이룸 펴냄)는 소설과 그림이 어우러진 평전이다.현대미술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화가의 세계를 한국의 큰 작가가 술술 풀어간다.‘발견자’의 입장을 견지하려는 노력에 힘입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피카소의 예술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책은 피카소의 예술세계를 연대기적으로 따라간다.초기 청색시대를 그린 ‘푸른 색으로 본 슬픔과 가난’에서 출발한 피카소 여행은 자신감 넘치는 ‘분홍색시대’‘입체주의’‘초현실주의’ 등의 간이역을 거쳐 ‘영광의 말년-92세에 붓을 놓다’라는 종착역에 이르기까지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과 삶을 9개의 정밀화로 그려간다.시기별 화풍을 증거할 대표 작품을 손수 골라 각 장의 앞에 싣고 글을 풀어간다.그 사이에 피카소의 그림 232점을 비롯,동시대 작가 35명의 작품 67점의 도판을 가이드로 세운다. 책의 장점은 생생한 묘사.질료는 다르지만 ‘새것’을 잉태하는 고통은 같아서인지 작가는 단순하게 서술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양념처럼 섞거나 피카소의 감정에 철저히 몰입한다.피카소가 새로운 화풍으로 돌아설 때마다 활력과 영감을 준 새로운 여인과의 사랑,친구들과의 우정 등을 묘사하는 대목은 소설속 주인공처럼 살아 움직인다.또 그림에 대한 나름의 생각과 해석을 덧붙여 피카소뿐 아니라 현대미술로 가는 길을 잘 닦아준다.“피카소는 자신의 그림과 예술을 위해 자녀,여자,친구 등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습니다.위대한 성취 뒤에는 희생과 고통이 뒤따르는 것이 필연적인 것 같아요.”라는 해석도 덧붙인다. 작가가 피카소에게 빠지게 된 계기는 10대 후반에 만난 ‘어릿광대로 분장한 화가 살바도’.“조잡한 인쇄의 이 그림을 벽에 붙여 놓고 하염없이 바라보던” 소년은 “모딜리아니 연인의 긴 얼굴과 배우 제임스 딘의 옆모습 사진을 연필화로 베끼던 것처럼 이 그림도 열심히 모사(模寫) ”(289쪽)한 추억을 들려준다.“비록 돈이 덜 든다는 이유로 작가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으면 화가가 됐을 것”이라는 고백은 피카소 평전이 그의 ‘운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1년 6개월 동안 집필해 2600장을 탈고하기는 글쟁이 40년 만에 처음”이라며 “내가 쓴 게 아니라 쉴 짬 없이 정력적으로 그려댄 피카소의 영혼이 부단히 이끈 결과”라고 고백하게 만든 본질은 피카소의 실험정신.‘노을’‘겨울 골짜기’‘마당 깊은 집’ 등의 수작으로 한국 전쟁과 그것이 남긴 생채기를 소설의 화두로 삼아온 작가가 피카소의 메마르지 않는 창작정신에 관심이 간 것은 자연스럽다.“(…)92세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쉴 틈 없이 자신의 세계를 새로 세우고 거푸 깨부수었던 부단한 변모와 실험정신,변화무쌍한 착상의 원천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피카소의 내면은 제가 풀고 싶었던 숙제였습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취임 10개월 이종욱 WHO 사무총장

    |파리 함혜리특파원|그는 언제나 당당하고 활력이 넘친다.유엔 최대,최고(最古)의 전문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를 대표하는 이종욱(李鐘郁·59) 사무총장.그의 어깨에는 세계인의 보건의료 향상이라는 무거운 책임이 주어져 있다.‘인류의 건강 증진’이라는 미션을 누구보다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그의 잠재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20여년간 WHO에서 근무하며 닦은 전문성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일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다. ●올해 역점사업은 교통안전 지난 7일 세계보건의 날을 맞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 파리에 온 이 사무총장은 “질병이나 전염병을 퇴치하는 데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교통사고는 우리가 노력하면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안전을 WHO의 올해 역점 사업과제로 정한 것과 관련,그는 “교통사고로 죽거나 다치면 의료재정에 부담을 주게 되고 가정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보건의료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논리를 폈다. 그의 관심사가 교통안전 뿐일까? 물론 아니다. “1000만명의 아동이 고칠 수 있는 병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치료받아야 할 에이즈 환자 600만명 중 내년 말까지 300만명을 치료받도록 해야 하고,올해 말까지는 소아마비를 완전 퇴치해야 합니다.담배협약을 각국이 준수하도록 후속조치도 취해야 하고 조류독감이 전세계적 인플루엔자로 변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세계 질병발생 감시망도 확대할 것입니다.” 그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기구의 대표로 선출돼 WHO 사무총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해 7월. 지난 10개월 동안 가장 보람 있던 일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에이즈 예방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조류독감 백신균주를 만들어 보급하게 된 것,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식생활에 대한 전략을 수립한 것 등을 꼽았다.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끝도 없다. ●직원 9700여명·예산 13억弗 거대조직 수장 인류의 보건향상을 위해 추진해 나가야 할 과업들은 한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 사무총장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는 “WHO는 관료적인 특성과 함께 극도로 전문화된 아카데믹한 전문가들의 조직”이라며 “전문직 사람들은 결정을 내리는 데서 즐거움을 찾기 때문에 각자가 자기 책임하에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조직 관리 철학을 내비쳤다. WHO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의 본부 직원 3000명을 포함,전세계 9700여명의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이다.동시에 연간 13억달러의 예산을 쓰는 거대 조직의 최고경영자 역할도 해야 한다. 자유를 주되 책임은 스스로 지도록 한다는 것이 그의 지휘 철학이다.그는 직원들에게 사업 계획을 맡긴 뒤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최선을 다했다면 실수를 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는 “조직을 모른다면 업무를 맡기는 것이 겁이 나겠지만 지난 21년간 일한 덕분에 조직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내 문제는 조직을 너무 잘 안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한센병(나병)과 인연이 깊다.대학재학 시절 경기도 안양시 나자로 마을에서 한센병환자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다. 나자로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일본인 아내 레이코 여사도 만났고,한센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미국 하와이대에서 공부할 때도 한센병을 전공했다. ●“한센병퇴치 한우물… 아내도 성공도 얻었죠” 미국 하와이대에서 한센병 전문의 자격을 딴 뒤인 1983년 WHO 서태평양 지역 사무처의 나병자문관으로 WHO와 인연을 맺은 이후 21년간 의료의 사각지대에서 봉사하며 한센병과 소아마비,결핵 퇴치사업을 주도했다. 특히 1994년부터 5년간 백신국장을 맡아 백신특별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그는 ‘백신의 황제’라는 자랑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WHO 사무총장 특별보좌관을 거쳐 결핵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북한에 6만명분의 결핵약을 공급하는 등 19개 국가의 결핵퇴치 사업을 벌였다.그가 6번째 WHO 사무총장에 당선된 것도 이같은 국제보건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조직운영 능력 등을 평가받은 결과다. 그동안 고생스러운 순간이 없었을 리 없다.남태평양 섬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한센병환자들에게 약을 공급하던 시절부터 승산없는 사무총장 선거에 도전할 때까지 어느 한순간도 쉽다고 느껴진 적이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의 최고위직에 올랐다. 이 사무총장은 “중요한 자리에서 내가 좋아하고,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나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곳에도 관심을 가져라” 오늘의 이 사무총장이 있게 된 데에는 한센병에 대한 그의 관심이 단초가 됐다고 할 수 있다.“한센병은 아직도 안 풀린 문제들이 있고,사람들에게 실제 이상으로 겁을 주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 그가 한센병에 몰두하게 된 동기다.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은 곳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것은 인생 선배로서 그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경쟁이 치열해 성공하기 힘들 뿐 아니라 사회가 균형있게 발달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균형’을 무척 중요시 여기는 이 사무총장은 독서도 균형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그는 매일 사무실에 배달되는 헤럴드트리뷴,르몽드,아사히 신문을 읽고 인터넷으로 들어가 한국의 뉴스를 검색한다. 의학저널,과학저널 등 전문분야의 정기 간행물도 빼놓지 않고 보고 있으며 유럽 사회의 잡다한 뉴스를 접할 수 있는 ‘파리마치’도 애독한다.한때 셰익스피어의 고전에 흠뻑 빠졌던 그는 요즘에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오디오를 들으며 읽고 있다. 그는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여러 분야에 폭넓게 관심을 가진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뜻을 세우라.”고 당부했다. ■ 프로필 ▲ 1945년 서울 출생 ▲ 경복고,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 하와이대학 보건대학원 역학석사 ▲ 1983∼92년 WHO 서태평양지역 한센병자문관 ▲ 1991∼1994년 3월 WHO서태평양지역사무처 질병예방 및 관리국 국장 ▲ 1994년 4월∼1999년 9월 WHO 백신국장 ▲ 2000년 12월∼2003년 6월 WHO 결핵국장 ▲ 2003년 7월∼현재 WHO 사무총장 ▲ 가족관계:부인 레이코(59)여사와 아들 충호(27·코넬대 전기공학과 박사과정)씨 lotus@seoul.co.kr˝
  • 칠레작가 세풀베다의 ‘외면’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으로 세계적 작가가 된 칠레 출신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집 ‘외면’(열린책들 펴냄)에는 황량한 세상을 바라보는 라틴아메리카 문학 특유의 여유와 기지,마술적 세계관이 가득하다. 절판된 작품집에 실렸거나 미발표 중·단편소설 27편을 모은 이번 작품집은 사람,자신,흐르는 시간,사랑 등을 외면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그 속에는 불가피했거나 애써 피하고 싶지 않았던 실수와 파멸에 얽힌 사연,그로 인해 외면하고픈 상황들이 즐비하다. 현실에서 소외받고 외면당하는 주인공들은 친구·연인 심지어는 자신조차 믿지 못한다.15년 전 옛 연인을 보러 새벽 기차역에 나갔지만 창에 비친 모습만 슬쩍 보기만 하고 돌아오거나 지난날의 추억이 묻은 사진을 찢고 싶어도 용기가 없어 감행하지 못한다.사랑하는 여인의 집 현관문 벨을 누를 용기가 없어 망설이거나 한밤중에 집 앞에 정차한 차에서 위협을 느끼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마치 날선 칼날 위에 서 있는 위태한 형국들이다.그럼에도 작가는 여유와 넉넉함으로 희망의 단서들을 길어 올린다.특유의 섬세한 문체에다 환상을 통한 망각·착각의 여유를 실어나르면서 비참한 현실을 잊게 하거나 달래준다.그 힘은 직접적인 묘사보다 마술이나 환상의 요소를 많이 배치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 같다. 번역을 맡은 권미선씨는 “그런 실패와 패배들이 소망으로,사랑으로,우정으로,꿈으로,정치적 포부로 바뀌어 가면서 슬픔은 슬픔으로 다가오지 않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고 말한다. 이종수기자˝
  • [12일 TV 하이라이트]

    ●불새(오후 9시55분) 세훈은 지은을 사랑하는 대가로 받아야만 했던 고통,상처,분노를 뒤로하고 유학을 준비한다.세훈이 미국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은이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집을 뛰쳐나가고 이상범은 지은의 뒤를 쫓는다.지은을 멈춰 세우려던 이상범이 지은이가 보는 앞에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다.세훈은 이 사실을 모른 채 미국으로 떠난다. ●사이언스+(오전 8시30분) 나라의 운명을 건 종자전쟁을 알아본다.국내 종묘시장의 약 50% 이상을 외국계 종묘회사가 점유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종자상품 대부분이 외국계 기업 제품들이다.하지만 정작 씨앗을 사고 파는 상인들과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식량안보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국내 종자시장 현황을 취재했다. ●일과 사람들(오후 8시20분) ‘생생!직업속으로’ 코너에서는 영업·판매 분야에 대해 알아본다.유용하고 좋은 물건들을 최첨단 방식으로 잘 만들었다 한들 이를 팔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특히 관련 상품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판매하고 고객에게 기술적인 지도를 수행해야 하는 기술영업사원에 대해 알아본다. ●리얼TV 경찰24시(오후 10시55분) 남동 경찰서에서 실적이 가장 부진한 강력5반 형사들에게 사건은 마치 전쟁과도 같다.백화점 위조 상품권,편의점 강도,마약 복용 용의자 신고까지 계속 터지는 사건들로 형사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그러나 형사들은 말한다.형사에게 사건은 끝없는 기다림의 싸움이라고.그렇게 강력 5반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오후 11시15분)박신양,염정아,백윤식,이문식이 말하는 ‘친한 친구에게 사기당했다는 느낌이 들 때’를 들어본다.6년 된 친구지만 알고보니 한 살 어린 친구,나만 빼고 단체미팅 나간 친구 등 기발하고 황당한 답변을 들어본다.또 ‘부부 싸움할 때 아내의 이런 행동이 겁난다.’를 주제로 대한민국 기혼 남자들의 답변을 들어본다. ●폭소클럽(오후 11시) 김인석,한상규의 ‘남자이야기’에서는 이 시대 남자들의 불만을 들어본다.이번 주는 탤런트 양택조의 출연으로 원조격 불만을 듣는다.재치만점,마술사 최현우의 신기한 퍼즐마술이 펼쳐진다.한편 장하나의 ‘첫사랑의 숨겨진 본능’에서는 새로운 스탠드업 장르로 떠오른 과학코미디 편으로 연애심리와 과학을 엮어 웃음의 본능을 자극한다. ●한민족 리포트(밤 12시10분)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 계에서 제2의 마거릿 조로 인정받고 있는 티나 김.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큰 소리로 웃는 티나 김. 그녀에게는 동양 여인 특유의 조신함은 없다.그녀에겐 슬픔을 웃음으로 극복할 줄 아는,보기만 해도 유쾌한 코미디언의 모습이 보인다.그러나 LA,할리우드에 막 입성한 그녀에게는 갈 길이 멀다. ˝
  • [이런책 어때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세르주 브람리 지음

    화가이자 건축가,공학자,군사전문가,과학자,해부학자,식물학자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의 상징이다.이런 통속적인 이해에도 불구하고 다 빈치만큼 베일에 가려진 인물도 드물다.미술사가 조르조 바사리가 “외모가 얼마나 수려한지 그를 보기만 해도 슬픔이 사라졌다.”고 했을 정도로 다 빈치의 존재는 그 자체가 칭송의 대상이었다.책은 다 빈치가 영향을 받은 마사초·조토·알베르티의 예술관,미켈란젤로와의 갈등,말년에 후견인을 찾아 쓸쓸하게 프랑스로 떠나는 장면 등을 소개한다.천재의 일생을 편견없이 들여다봤다.전2권 각권 1만 5000원.˝
  • [이런 책 어때요]

    ●살아 있는 무명용사 이야기-장이브르 나우르지음 20세기 사학계의 큰 흐름으로 떠오른 것은 단연 신문화사·미시사·일상생활사·심성사였다.이런 역사 글쓰기의 계보를 잇는 이 책은 1차대전후 행방불명된 앙텔므 망젱이란 한 프랑스 귀환 병사의 이야기를 다룬 ‘전쟁미시사’다.프랑스는 전쟁이 자국 본토에서 일어났던 만큼 그 인적·물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1차대전 최대 피해국 중 하나다.1914년부터 1918년까지 25만명의 군인이 행방불명됐다.‘살아 있는 무명용사’로 불린 망젱은 그 비극을 대변한다.이 책은 ‘마르탱 게르의 귀향’을 떠올리게 하는 현대 신문화사의 역작이다.1만 5000원. ●제국의 슬픔-찰머스 존슨 지음 ‘선제공격’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어떻게 자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나아가 세계 각국의 주권을 짓밟으며 확대되고 있는가를 고찰.미국의 정치학자인 저자는 미국은 해외 식민지를 정복하고 착취하는 과거의 제국들과는 달리,군사기지를 해외 전략적 요지에 진출시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새로운 유형의 제국,즉 ‘군사기지의 제국’이라고 주장한다.미국은 전 세계에 725개(2002년 기준)의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저자는 해외주둔 미군의 ‘전사문화’가 역으로 미국 사회 전체를 군국주의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2만원. ●문익환 평전-김형수 지음 “역사는 꿈을 통해 부활한다.”고 한 늦봄 문익환.그는 신학자이자 목회자였으며,어려운 한자어에 갇혀 있던 성서를 생동하는 우리 말로 옮겨놓은 구약연구자였고,시편의 맛을 살려내기 위해 한국시를 섭렵하다 스스로 시인이 돼버린 사람이다.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엄혹했던 ‘겨울공화국’에 희망의 불씨를 심은 민주인사로 기억된다.이 책은 현대사의 질풍노도를 온몸으로 헤쳐온 그의 진정한 면모를 밝힌다.저자(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는 문익환은 ‘좌’도 ‘우’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꿈꾼 ‘중립화 통일론자’라고 주장한다.1만 8000원. ●침팬지 폴리틱스-프란스 드 발 지음 정치적 권력관계와 사회적 우열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침팬지에 관한 보고서.동물행동학자인 저자는 네덜란드 아넴 지방의 한 동물원에서 침팬지 무리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 사이에 고도의 정치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침팬지들은 싸움을 한 뒤엔 서로 회피하기보다는 갖가지 접촉행동에 나선다.싸움이 끝난지 1분도 안돼 서로 껴안고 키스에 몰두하거나 털을 골라주기도 한다.갈등을 해소할 필요성을 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저자는 인간의 권력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은 거의 모두 침팬지사회에 연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1만 8000원. ●경주문화권-국민대학교 국사학과 지음 경주는 사로국으로 출발한 신라의 발원지였다.신라문화권의 모태가 된 경주문화권엔 경주를 비롯해 영천·포항·경산·청도·울주·울산 등이 포함된다.경주 사람들이 사방 80리 지역에 해당하는 영해나 영천,울주와 통혼권을 형성해왔던 사실은 경주문화권의 유구한 전통을 잘 말해준다.신라 멸망 이후 경주는 정치적으론 소외돼갔지만 그 사회경제적인 기반은 고려·조선시대에도 계속 이어졌다.조선시대 여주 이씨·경주 손씨의 집성촌인 양동마을이나 ‘경주최부잣집’ 같은 만석꾼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1만 5000원.˝
  • [후보자 채점합시다-참여인사 릴레이제언] ① 고은

    서울신문은 17대 총선과 관련,반부패국민연대와 함께 ‘후보채점·투표참여 유권자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이와 관련,각계 인사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지난 세기의 표는 돈 몇 푼과 술 몇 잔에 스스로의 운명을 팔아넘긴 노예와 거지,도둑의 한 표였습니다.이제 우리 국민들은 자기 운명과 직결된 사람을 지지하는 ‘자유인의 한 표’를 던져야 합니다.” 1960년대까지의 한국 시단의 주류는 ‘다락방의 허무’에 갇혀 있었다.그러나 74년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를 발표하며 문학을 분단 현실이라는 ‘거리’로 나오게한 이가 바로 시인 고은(高銀·71)씨다.2일 경기도 안성 자택에서 만난 고씨는 ‘시인은 시대의 아픔과 슬픔에 관여하는 존재’라는 평소 지론대로 13일 남은 총선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해부했다. “현재의 개인은 아버지의 자식이자 미래의 아들의 아버지라는,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시민으로부터 정치공동체를 창출하는 ‘한바탕 놀이’인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현실 도피에 불과합니다.” 제대로된 후보자 선택과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그의 목소리가 날카롭다.고씨는 이번 총선에 대해 “군사 정권과 3김(金) 시대라는 분단 모순에 점철된 한국현대사와 결별하는 분기점”이라고 말문을 텄다.그에게 있어 이번 총선은 단순히 국회의원 몇 사람을 국회의사당에 보내는 절차가 아니라 “낡은 시대의 풍경을 정리하고 새 시대의 풍경을 개막하는 축제”다. 그는 ‘낡은 시대’를 “반공이데올로기가 세상에 독점적으로 군림했던 시대”라고 정의내렸다. 이번 총선을 통해 열릴 새 시대에는 분단 극복과 자유,평등 등의 민족 보편적인 가치가 재정립돼야 한다고 믿는 까닭이다.“투표는 우리가 사는 공간에 대한 치열한 분석과 대결을 통한 ‘깨달음의 한 표’”라고 강조했다. 고씨는 여성의 대규모 국회 진입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여성들이 ‘남성 굴레바퀴’ 아래에서 신음하며 눈물을 흘려온 지 벌써 수천년”이라면서 “왜곡된 성차별 구조의 변화를 위해서는 여성이 총선에서 대거 국회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다음 대선에서는 여성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뿌리 깊은 지역감정도 점차 해체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도 한국 사회를 낙관하게 하는 근거다.“여전히 지역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대가 남아있다.”면서도 “총선을 몇번 거치고 나면 지역감정의 극복과 그에 따른 기득권 해체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의 새 풍경을 여는 동력으로는 ‘젊은 세대들의 촛불집회’를 꼽았다.“민주주의의 고향인 서구에서도 우리의 촛불집회를 세계 시민운동사의 모범으로 삼는다.”고 흐뭇해했다.이어 “나 역시 30여년 동안 민주화운동을 해 왔지만 기존 관습에 젖었던 기성 세대”라면서 “아직 우리 사회에는 바뀌어야 하는 것들이 많은 만큼,이제 정치권력의 방향타를 젊은 세대들에게 넘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다고 기성세대를 배제한다는 것은 아니다.기성세대에게는 살아온 경륜과 완성하지 못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고씨는 “젊은 세대들은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기성세대에게 묻고 기대야 한다.”면서 “이러한 세대간 조화를 통해 분단현실에서 서구와 다른 새로운 민주주의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성 이두걸기자 douzirl@ ˝
  • 영화 ‘범죄의 재구성’ 주연 박신양

    “이전까진 멜로나 슬픔에 기댄 캐릭터를 주로 맡았는데 이번엔 은행·경찰은 물로 사기꾼에게도 사기를 치는 통쾌한 역할입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멜로 배우’에서 형사와 조폭두목 등 다양한 캐릭터로 탈주해온 박신양(36).그가 15일 개봉하는 ‘범죄의 재구성’(제작 싸이더스)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변신한다.영화는 사기꾼 대부 김선생(백윤식)에게 사기당한 뒤 자살한 형 창호의 복수를 위해 창혁이 ‘한국은행 50억원 사기인출극’을 벌인 뒤 같은 사기꾼 일당들도 속이는 과정을 밀도있게 다뤘다.박신양은 노랗게 염색한 머리와 화려한 셔츠에다 가죽점퍼를 입고 한탕을 노리는 동생과 책방 주인인 소설가 형의 2역을 맡았다. 30일 시사회가 끝난 뒤 그를 만나 ‘킬리만자로’에 이어 두번째로 1인2역을 마친 느낌을 물었다.“둘 다 싸이더스 작품인데요,이번에도 흥행이 안되면 3번째 1인2역 영화찍자고 하겠죠(웃음).쌍둥이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킬리만자로’처럼 철학의 문제를 담았다면 심각했겠죠.” 두 역을 동시에 소화하느라 고충도 많았을 듯.“형으로 나올 땐 라텍스로 분장을 했는데 표정이 안드러나고 얼굴이 구겨지기도 해 어려웠어요.특히 5시간쯤 찍다보면 너무 힘들어 ‘입 주위 라텍스를 없애달라.’고 주문한 적도 있습니다.”분장은 감쪽 같았다.파트너인 염정아도 낯설어 “오지도 마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형과 비슷한 인물을 홍익대 근처 헌책방에서 찾았어요.만나서 녹음도 하는 등 준비를 한 덕분에 형의 캐릭터에 힌트를 많이 얻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동생 역할이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촬영장이 조용할 때도 맡은 캐릭터 때문에 혼자 흥분하고 들떠있는 역을 하느라 힘에 부치기도 했습니다.쉬운 역은 아니었죠.” 간담회 내내 그는 작품과 최동훈 감독에 대한 감탄사를 연발했다.“시나리오가 너무 좋았습니다.촬영이 20%쯤 진행됐을 때 ‘언제까지 이렇게 재미있게 갈 수 있을까.’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놀랍게도 만족감이 마지막 내레이션 작업까지 이어졌습니다.한국 상황에서 이런 작품을 찍은 최동훈 감독의 능력,특히 변해가는 상황을 중간중간 흡수하면서 촬영을 이어 가는 솜씨에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이종수기자 vielee@˝
  • [Doctor & Disease] 고대 안암병원 우울증센터장 이민수 교수

    “예전엔 사람들이 우울증을 ‘마음의 병’이라고 믿었어요.마음이 문젠데 약물치료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후 원인이 드러나,마음이 아니라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있다는 게 확인이 된거죠.당연히 치료도 되고요.” 고대 안암병원 우울증센터장을 맡고 있는 ‘우울증 박사’ 이민수(53) 교수.그의 우울증 얘기는 재밌고 명쾌해 우울하지 않았다. ●정상적 생활 가능하면 ‘우울감’일 뿐 우울증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질환으로서의 우울증은 일반 사람들이 단속적으로 느끼는 우울감과는 구별된다.슬프다,괴롭다는 느낌은 누구나 갖는 감정인데,이런 감정이 일상적 수준을 넘어 2주 이상 지속적으로 생활에 영향을 미칠 경우 우울증으로 진단한다.일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면 그건 우울감이지,우울증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발병 실태는 어떤가. -국민의 평생유병률,즉 일생동안 한번 이상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전 국민의 7∼8% 정도이니,가볍게 볼 질환이 아니다.최근에는 우울증의 진단 범위가 확대돼 보다 적극적인 우울증 판정이 가능해졌다.사회구조가 단순했던 옛날에 비해 우울증 발현의 소지는 크게 높아졌다. 원인은 어디에 있나. -우리 사회의 모든 환경이 원인이다.예컨대,신세대 자녀가 컴퓨터를 모르는 부모에게 “e메일 보냈으니 챙겨보세요.”라고 한다.부모에게 이건 압박이고 소외다.이런 게 우울증의 단초가 된다.타고난 경우도 있고,스트레스,암 등 다른 질환이 주는 절망감,사고에 의한 뇌손상,핵가족화에 의한 의지처의 상실,평균 수명 증가에 따른 뇌기능 약화 등이 다 원인이 된다. 유전적 소인은 어느 정도 되는가. -드러난 환자의 10∼15%가 유전적 소인을 갖고 있다.이보다 훨씬 많은 40∼50%의 환자는 체내 신경전달물질의 생성 및 공급체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다.이걸 신경생화학적 요인이라고 하는데,뇌하수체가 통제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이나 세로토닌,토파민 등이 부족해 발병한다.이런 우울증은 비교적 치료가 쉽다. ●‘양념’이 없으니 삶이 재미없고 우울한 것 그는 우울증을 설렁탕으로 설명했다.“우리 삶이 설렁탕이라면,먹기 전에 거기에는 소금과 다른 양념을 넣어 맛을 내야 하는데,양념에 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체내에서 조달되지 않습니다.그러니 삶이 재미없고 슬퍼지죠.”그는 얘기 도중,조울증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우울증이 슬픔,괴로움,절망감 등 정상보다 처지는 감정을 느끼는 질환이라면,조울증은 이런 감정과 함께 정반대되는 비현실적 망상이 교차되는 질환입니다.증상이 복합적이라 우울증보다 다루기도 어려운데,헤밍웨이가 대표적인 조울증 환자였죠.그는 조증 발현 때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하다가,우울증이 발현돼 자살을 했습니다.” 의학적 진단 기준은 무엇인가. -증세에 따라 경도,중등도,고도로 구분한다.주요 증상과 부수적인 증상의 발현 정도를 가려 판정한다. 우울증과 자살은 어떤 상관성이 있나. -우울증은 공격성과 파괴성을 갖는데,그런 성향이 타인을 향하면 타살,자신을 향하면 자살이 된다.조사해 보니 자살자의 뇌에서는 세로틴이 정상인보다 훨씬 적었다.실제로,우울증 환자의 60∼70%는 한번 이상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이중 10∼15%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인데,이는 정상인의 40배가 넘는 수치다.성별로는 여자가 남자보다 자살을 3배나 더 많이 시도하지만,성공률은 남자가 여자보다 3배 정도 높다.노인도 성공률이 높다. 증세의 심각성에 비해 일반인들의 이해도는 낮은 편인데. -그게 문제다.학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는 사람이 전체 환자의 20%에 불과하다고 보고있다.나머지 80%는 치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명백하게 ‘뇌의 병’으로 입증된 우울증을 아직도 ‘마음의 병’으로 아는 무지,우울증을 부끄러워하고 숨기게 하는 사회적 편견,그리고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지 못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문제다. ●항우울제 좋아 감기보다 치료 잘돼 그러면서 그는 우울증은 반드시 치료받아야 하고,또 양질의 항우울제가 많이 개발돼 감기보다 치료 효과가 좋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우울증은 치료되는 병인가. -당연하다.치료만 받으면 환자 10명중 8명은 정상 생활이 가능하며,나머지 1명도 약물과 정신·재활·행동인지치료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어떤 질병도 이렇게 높은 치료율을 보이지 않는다.약도 좋다.예전의 약물은 치료효과가 좋고 값이 싼 대신 심장에 부담을 주거나 녹내장,체위성저혈압 등 부작용이 있었다.그러나 요즘 약제는 부작용을 대폭 개선한 것들이다. 난치성 우울증도 있을텐데. -망상증 등 정신병과 겹치거나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또 예전에 치료반응이 안좋았거나 알코올중독,불안장애 등 다른 증상이 겹치면 치료효과가 떨어진다.그러나 꼭 약물로만 치료하는 건 아니다. ●사회적 편견 없애는 데 정부 나서야 우울증에 대한 그의 확신이 미더웠다.그는 정부가 우울증에 대한 계몽과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진단 및 발굴,그리고 사회적 통념을 제거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한 사람의 우울증 환자는 가족 등 주변 사람도 우울하게 만듭니다.이런 점에서 우울증은 전염되지 않지만,전파되는 병입니다.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끝으로,그는 이렇게 덧붙였다.“모든 병은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우울증을 가진 사람은 심신이 우울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규칙적인 운동과 활발한 사교활동,취미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며,가족들도 언젠가는 정상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으로 돕고 기다려야 합니다.포기는 절망입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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