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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새끼 24시간 지킨 ‘어미 침팬지’ 감동

    인간만 자식의 죽음을 슬퍼하는 건 아닌가 보다. 새끼의 죽음을 맞닥뜨린 침팬지가 24시간 동안 사체를 끌어안고 슬픔에 잠겨 있는 행동이 과학자들의 카메라에 잡혔다. 잠비아 침펀시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어미 침팬지가 최근 16개월 된 새끼가 품에서 죽자 하루 동안 새끼를 끌어안고 지내다가 죽음을 인정하고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바라보는 장면이 목격됐다. 도구를 사용하고 집단사냥을 하는 등 인간과 유사한 점이 많은 침팬지는 자식을 기르는 방식도 인간과 많이 닮았다. 새끼가 태어나면 침팬지는 꼬박 2년을 품에 끌어안아 키우며 6살이 될 때까지 어미는 정성스럽게 새끼를 보살핀다. 최근 막스플랑크 언어심리학 연구팀이 촬영한 영상에는 침팬지가 새끼 죽음을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슬퍼하는 행동이 담겨 영장류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어미 침팬지는 새끼가 죽은 뒤에도 파리가 들끓는 새끼를 끌어안고 다녔다. 꼬박 하루가 됐을 때야 어미는 새끼의 죽음을 받아들인 것처럼 새끼의 사체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여기서 어미의 행동은 끝나지 않았다. 어미 침팬지는 사체가 있는 곳에서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죽은 새끼를 바라보았으며, 다시 새끼에게 돌아가서 얼굴과 목을 만져 상태를 파악했다. 마지막으로 동료들에게 새끼를 건네 죽음을 확인한 뒤 다음날에서야 어미는 새끼를 떠났다. 연구에 참여한 캐서린 크로닌 박사는 “침팬지가 자식을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얼마나 인간과 닮았는지를 보여준다.”고 연구를 평가한 뒤 “침팬지의 행동이 호기심인지 슬픔인지는 의견이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어미와 새끼 사이에 대단한 유대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광화문 연가’ 뮤지컬로 부활

    ‘광화문 연가’ 뮤지컬로 부활

    광화문 연가, 옛사랑,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사랑이 지나가면 등 가수 이문세의 목소리를 통해 1980년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가 뮤지컬이란 새 옷을 입게 됐다. 3월 20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공연을 갖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가 바로 그것. 국내 창작 뮤지컬에서 단일 작곡가의 대중음악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광화문 연가’는 생전의 이영훈 작곡가가 2004년부터 야심차게 준비해온 작품이다. 대장암으로 투병하는 와중에도 대본 작업을 하는 열정을 보였다. 2008년 2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무대에 올리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지인들이 고인의 뜻을 기려 사후(死後) 제작을 추진했다. 8년 만에 완성된 ‘광화문 연가’에는 YB밴드 출신의 가수 윤도현,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와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열연한 배우 송창의, 뮤지컬계의 흥행수표 김무열 등 화려한 얼굴들이 가세한다. 덕분에 지난 25일 티켓 판매 시작과 동시에 예매율 1위에 올라섰다. 고인의 주옥같은 노래 멜로디 외에도 가슴 아린 사랑 이야기가 7080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작품은 덕수궁 돌담길을 배경으로 첫사랑의 아픔과 우정 그리고 추억을 소재로 전개된다. 배경은 1980년대 서울 광화문 거리, 골방 작업실이 있는 라이브 카페 블루다. 이미 유명 작곡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상훈과 그를 따르는 현우, 그리고 여주인공 여주는 블루 아지트에서 음악을 공유하며 지낸다. 셋은 함께 광화문 주변을 어울려 다니고, 그들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하루하루 쌓아간다. 상훈의 조언으로 완성된 현우의 곡은 언제부터인가 민주화 시위현장에서 유행처럼 울려 퍼지는데…. 상훈 역에는 박정환이, 과거 회상 장면에서 등장하는 ‘회상 속 상훈’은 윤도현·송창의가 더블 캐스팅됐다.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상훈을 보호하려 했던 현우 역은 김무열과 임병근이 맡았다. 연출과 각색을 맡은 이지나씨는 지난 24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세월의 깊이에 따라 과거와 현재 세대가 공존하는 무대 연출을 선보이겠다.”면서 “고인의 곡 중 잘 안 알려진 ‘그대와의 대화’를 메인 테마로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히트곡이 나열되는 뮤지컬은 지양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어린 세대에게도 이영훈 작곡가의 곡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 양요섭을 캐스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7080을 넘어 청소년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만드는 게 ‘광화문 연가’의 최종 목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이영훈 작곡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가수 이문세씨는 4월 1일부터 진행되는 자신의 콘서트 일정으로 인해 합류하지 못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31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전라남도 여수. 너른 바다의 품에 안겨 반짝반짝 빛나는 작고 아름다운 섬, 금죽도. 김재연 할아버지와 곽수업 할머니는 이 그림 같은 섬의 품에 안겨 반백 년을 살았다. 빠른 것이 미덕인 시대. 모두가 ‘편리’를 찾아 섬을 떠나고, 오랜 시간 금죽도를 지킨 것은 오직 노부부뿐. 그런데 3년 전, 이에 낯익은 얼굴들이 다시 찾아온다. ●월화 드라마 드림하이(KBS2 밤 9시 55분) 진국은 공항에서 가까스로 도망치고, 뒤늦게 혜미와의 약속 장소로 달려간다. 하지만 혜미는 이미 가버린 뒤였다. 쌓여 가는 오해에 혜미와 진국은 점점 멀어지게 되고, 진국으로 인해 슬퍼하는 혜미의 모습을 지켜보는 삼동의 마음도 괴롭기만 하다. 한편 필숙은 제이슨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한다. ●미라클(MBC 오후 6시 50분) 민족의 대명절 설을 앞두고 도움을 요청한 의뢰인은 누구일까. 지금까지의 다둥이 가족은 가라. 인천의 명물, 칠남매 가족을 위해 ‘미라클’이 출동한다. 넘치는 책을 한번에 처리해 줄 넓은 책장과 실내 빨래 건조를 해결해 줄 만능 빨래 건조대.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쾌적한 공부방까지. 차원이 다른 엄청난 미라클이 공개된다. ●SBS 대기획 아테나(SBS 밤 9시 55분) 손혁은 아테나를 떠나겠다는 혜인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정우는 한정필 암살 현장에서 총을 들고 있던 혜인을 목격해 큰 배신감에 사로잡히고, 그런 정우에게 용관은 혜인을 직접 잡아올 것을 명령한다. 한편 아버지의 죽음으로 재희는 슬픔에 빠지고, 정우는 이를 안쓰러워한다.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한반도의 9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중앙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르완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 땅은 1994년 자행된 대학살로 기억되고 있다. 국민 740만명 가운데 80여만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처참한 내전의 땅이다. 하지만 르완다는 높은 산과 맑은 호수를 가진 나라이다. 아름다운 나라 르완다로 떠나 본다. ●경찰 25시(OBS 밤 11시 5분) ‘어머니, 저 좀 살려주세요.’ 한 50대 여인에게 도착한 아들의 문자메시지. 사채업자로부터 협박을 당하다 못해 감금돼 있다는 절박한 내용이었다. 아들은 한달 전 외출한 이후, 집에 돌아오지 않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진 남자. 그리고 그의 뒤를 밟는 실종수사팀 형사들의 수사과정이 공개된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1인 밴드 ‘달빛요정’의 못다한 이야기

    지난해 11월 뇌경색으로 세상을 뜬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의 죽음은 많은 이에게 슬픔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회적으로 그의 죽음은 인디 음악인들의 현실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야말로 모두 다에게 행복을 퍼다 주는 사람…나를 연애하게 하라.”고 외치던 그. 이렇듯 힘 있는 목소리로만 그를 기억하던 팬에게는 더욱 뜻깊을 이진원의 유작 에세이 ‘행운아’(북하우스 펴냄)가 출간됐다. ‘행운아’는 이진원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출간을 위해 2년 동안 직접 준비한 원고를 모은 것이다. “저는 이 알량한 음악질 이외에 잘하는 게 없군요. 허접한 외모에 빠르고 더듬는 말투…”로 끝이 난 머리말은 ‘행운아’가 미완의 유고집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하지만 책은 서울 홍대 앞 인디 음악인의 꿈과 현실, 발표한 노래들 뒤에 숨겨진 사연들, 사회에 대한 통쾌한 시선 등 재미와 웃음을 주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노래 못지않게 책도 자신의 독립적인 창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들이다. 음악으로 못다 한 이야기를 푼 것이기도 하다. ‘1부 사전’은 이진원이 자신을 세상에 소개하는 내용이다. 자신과 관련된 키워드(야구, 박찬호, 라면, 술, 인디 뮤지션 등)를 고르고 사전 형식의 해설을 붙였다. 그는 자신을 ‘가내수공업 뮤지션’이라고 정의하고, ‘음악만으로 살기’를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제작 후기라 할 수 있는 ‘2부 노래’는 음반 수록곡 대부분에 얽힌 사연을 담고 있다. 그의 죽음 직후 인디 음악인들의 가난한 삶을 대변한 곡으로 화제가 된 ‘도토리’ 노랫말에 숨은 의미도 속시원히 밝혔다. ‘3부 일기’는 인디 음악인의 일상을 세밀하게 그렸다. 음악·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만 인터뷰하는 ‘루저’ 음악인의 비애부터 공연 포스터를 붙여 줄 사람을 수소문한 일화까지 고인의 살아 생전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4부 생각’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 부분이지만 사회 불의에 분노하면서도 유쾌하게 세상을 안으려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책 제목 ‘행운아’는 뇌출혈로 쓰러진 지 30시간 만에 발견되어 결국 37살의 나이로 저 세상으로 간 이진원의 삶과 너무도 대비되어 더 가슴 먹먹함을 안겨준다. 고인은 생전에 ‘달빛요정’이란 허황하고도 긴 이름에 대해 “요정이 예쁘다는 편견도 버려야 돼요. 요정이 왜 남자는 없을 거 같아요?”라며 유쾌한 일갈을 남겼다. 1만 3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 일깨워 주셨는데…”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 일깨워 주셨는데…”

    고(故) 박완서 작가에 대한 추모 열기가 교육 현장과 서점가를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고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작품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에서는 안타까움이 터져 나왔다. 일선 교사들은 “고인의 작품을 더 깊이 연구해 학생들에게 잘 가르치는 것이 이 시대에 훌륭한 보물을 남기고 가신 고인에 대한 예의”라고 입을 모았다. 강원 강릉여고 국어교사 임경아(35·여)씨는 “평소 굉장히 좋아했던 분이고, 그분의 작품을 학생들에게도 가르쳤었는데, 그분의 새로운 작품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교과서에 실린 고인의 작품을 접하고 애틋한 감수성을 채우는 사춘기 학생들도 남다른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동국대 사범대 부속여고 김아영(16·가명) 학생은 “박완서 작가의 ‘그 여자네 집’을 배웠는데, 만득이와 곱단이의 애틋한 사랑과 가슴 아픈 삶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적인 슬픔을 알게 됐다.”면서 “가장 좋아했던 작가님이 돌아가셔서 너무 슬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울 중곡동 김수연(17·여) 학생은 “문학교과서에 실린 ‘자전거도둑’을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이 물질적인 가치만 추구하는 삭막한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인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 줬다.”면서 “이 작품을 읽은 이후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모조리 탐독했다.”고 돌이켰다. 특히 대입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올 수능시험에 고인의 작품이 출제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고인의 작품을 직접 읽어야겠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교과서에 실린 고 박완서 작가의 작품으로는 옥상의 민들레 꽃(중학교 국어, 고교 문학, 초6 읽기), 그 여자네 집(고교 국어, 작문), 자전거도둑(고교 문학), 엄마의 말뚝(중학교 한문, 고교 문학),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고교 국어생활) 등이 있다. 서점가에서는 고인의 작품 회고전을 여는 등 추모 열기를 달구고 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에세이집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교보문고 기준 에세이 부문 2위까지 뛰어올랐다. 지난주(17~23일)에는 국내 도서주간 205위, 에세이 부문 25위였다. 서점 관계자들은 “고인의 책이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이 팔려 나가고 있다.”면서 “고인의 작품을 읽는 추모 열기가 계속돼 전 국민에게 따스함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준·최두희기자 apple@seoul.co.kr
  • 토니안 부친상, 병실비운 사이 ‘임종’ 못지켜

    토니안 부친상, 병실비운 사이 ‘임종’ 못지켜

    가수 겸 방송인 토니안(본명 안승호·32)이 바쁜 스케줄 중 부친상을 당해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애통함을 눈물로 쏟아냈다. 토니안의 부친 故 안의준 씨는 25일 오전 8시 께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별세했다. 향년 70세인 토니안의 부친은 몇 개월간 지병인 암으로 치료를 받아 왔으며 최근 병세가 악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1남 1녀 중 막내인 토니안은 현재 상주로서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아버지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TN엔터테인먼트 소속사 측 관계자는 “아버지의 건강이 악하돼 극진한 병간호를 해오던 토니안이 지난 저녁 스케줄로 병실을 비운 사이 아버지의 비보를 듣게 돼 더욱 슬픔을 가누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토니안은 군 제대 후 연예계 복귀에 성공하며 KBS2TV ‘백점만점’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뜨거운 형제들’ 등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멤버로 투입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갑작스런 부친상으로 차후 활동은 잠정 중단될 예정이다. 소속사 측은 “일단 이번 주 방송은 모두 취소된 상태이며, 다음 주 후에야 고려해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토니안은 “되도록 조용히 상을 치르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며 언론의 취재도 일체 사양한 상태다. 한편 토니안의 부친 상 소식에 동료 연예인과 팬들을 비롯,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3층 30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7일 오전 8시 예정이다. 사진 = 송효진 기자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
  • “내가 그려보는 천당은...” 박완서 생전 글 화제

     “내가 그려보는 천당은 내 고향 마을과 별로 다르지 않다.”  22일 별세한 작가 박완서씨가 생전에 쓴 천당에 대한 글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는 이 글은 가톨릭 신자였던 박씨의 수필집 ‘한 말씀만 하소서’에 등장하는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박씨는 의사를 꿈꾸던 아들을 잃은 후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간 슬픔을 기록하며 마음속의 고통을 조용히 견뎌낸 일기를 남겼다.  그는 이 책에서 “잡다하게 읽은 책 중 어떤 목사님이 죽었다 깨어나서 보고 왔다는 천당이 생각이 났다.”면서 “바닥은 온통 황금이고 궁전 같은 집은 화려한 보석으로 되어 있더라고 했다.”고 적었다. 박씨는 “내가 상상한 천당하고 너무 달라서 더 읽을 마음이 나지 않았다”면서 본인이 꿈꿔온 소박한 모습의 천당을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그는 “내가 그랬으면 하고 그려보는 천당은 내 고향 마을과 별로 다르지 않다.”면서 “풀밭, 풀꽃, 논, 밭, 맑은 시냇물, 과히 험하지도 수려하지도 않지만 새들이 많이 사는 산, 부드러운 흙의 감촉이 좋아 맨발로 걷고 싶은 들길, 초가집 등이 정답게 어울린 곳이다.”라고 소망했다. 이어 “내 고향 마을에서 천당으로 옮겨놓고 싶지 않은 건 터무니없이 크고 과히 깨끗치 못한 뒷간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애지중지 애완견 죽음에 따라 죽은 남자

    애지중지 애완견 죽음에 따라 죽은 남자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애완동물이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면 누구나 슬픔을 감추기 어려울 것이다. 애견의 죽음에 슬픔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한 남성의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선은 “현지 로더럼의 화물차 운전자 스티브 앤더슨(44)이 최근 싯웰 공원 골프 클럽에서 나무에 목을 매 자살했으며 그의 옆에 있던 가방에선 애완견 ‘비키’의 시체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앤더슨은 자신의 애견이 병에 걸려 동물병원에 데려갔지만 수의사들도 살릴 수 없어 충격에 빠진 나머지 충동적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클럽의 한 관계자는 “회원들이 15번 홀 근처에서 나무에 매달린 사람을 발견했다.”며 “경찰과 구급차가 재빨리 도착했지만 그는 이미 사망해 있었다.”고 말했다. 비키를 함께 키웠었다는 전 부인 던 데일리는 “이번 사고는 너무 슬픈 일이다. 비키는 그의 삶에 전부였다.”고 밝혔다. 현지경찰은 앤더슨이 자살 장소로 왜 골프장을 선택했고 정확한 사인이 무엇인지 더 조사할 계획이다. 사진=더 선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현장 톡톡] 개구리소년 사건 영화화 ‘아이들’ 제작 발표회

    [현장 톡톡] 개구리소년 사건 영화화 ‘아이들’ 제작 발표회

    “부모님들은 오랜 시간 동안 상처를 안고 계셨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오래돼서 물기가 빠져나간 석회질 같은 마음 상태를 그 분들에게서 볼 수 있었다. 이 분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다시는 이런 아동대상 범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바람이었다.”(이규만 감독) 새달 10일 개봉하는 영화 ‘아이들’은 1991년 일어난 ‘개구리 소년’ 사건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1991년 3월 26일 도롱뇽을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간 대구의 초등학생 5명이 실종된 후 유해는 발견됐지만, 공소시효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사건 전모는 베일에 가려 있다. 지난 11일 서울 돈의동 피카디리극장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도 실제 사건의 묵직함 때문인지 여느 영화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이 감독은 “사건 자체가 워낙 비극적이고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줘 실화와 픽션(허구)을 정확하게 나누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혀지는 것도 안타까웠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박용우가 사건을 파헤치려는 다큐멘터리 PD 강지승 역을 맡았고 류승룡은 개구리 소년의 범인을 지목하는 교수 황우혁으로 출연했다. 2007년 ‘리턴’으로 데뷔한 이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이 걸렸다고 했다. 워낙 예민한 사건이고 실종된 아이의 부모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많은 고민을 했다는 얘기다. 그는 “가슴으로 영화를 찍으려 했다.”면서 “사건을 조사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또 다른 사연과 슬픔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비극적인 실화를 토대로 한 만큼 출연에 대한 배우들의 부담도 컸다. 류승룡은 “소재를 듣고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고사했었다.”면서 “부모님들이 힘들어하실 텐데 얄팍한 상술로 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실종 소년의 부모님 등을 만나는 과정에서 이런 사건은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0)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0)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은 국내에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곱사등이 종지기 카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의 러브 스토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원작에서 이는 주제를 떠받치는 다양한 소재 중의 하나일 뿐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자유와 낭만을 외치던 스물아홉의 위고는 15세기로 거슬러 가 복잡하게 얽힌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곳에는 아름답고 정교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고, 성당의 닫힌 문을 두드리는 이교도들이 있으며,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교수대와 지하 감옥이 있다. 인간들은 그곳에서 나고, 자라고, 죽고, 미친다. 위고는 15세기 노트르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을 조감하듯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세기의 진통을 고찰하고자 했던 것이다. 작품 첫 장은 1482년의 ‘광인절’ 묘사에 할애된다. 그레브 광장에서는 광인들의 교황을 선출하는 일이 한창이고, 파리 재판소에서는 한 판 풍자극이 벌어진다. 이런 날이면 학생들과 장사꾼, 거지들이 한마음이 되어 귀족과 성직자들을 조롱하기에 여념이 없다. “타도하라, 앙드리 나리를, 교회지기들과 서기들을, 신학자들을, 의사와 교회법 박사들을, 소송대리인들을, 선거인들과 총장을!” 이 소리에 불쾌해진 대학 서적상이 말한다. “이 시대의 빌어먹을 발명품들이 모든 걸 망쳐놓고 있다 이겁니다. 대포며 세르팡틴 포며, 구포, 그리고 특히 저 독일에서 온 또 하나의 가증스러운 발명품인 인쇄술 같은 것 말이지요. 이젠 수사본도 없어지고 서적도 없어졌소! 인쇄술이 서점을 죽이고 있어요. 말세가 왔어요, 말세가.” ●‘마녀사냥’ 유행한 15세기 프랑스 배경 1450년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세상에 내놓은 이래 이렇게 ‘말세’가 왔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이렇게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혁명이 왔다, 해방이 왔다! 위고는 거리의 시인 그랭구아르, 곱사등이 카지모도, 거지들의 왕초 클로팽 등을 통해 노트르담 뒤편에서 꿈틀거리는 이 기운을 포착해낸다. 신에게 바치는 숭배의 표현이었던 노트르담 대성당은, 실은 신에게 보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등 뒤에 가리고 있었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 끝에 ‘기적궁’이라는, 이름과 맞지 않는 거지들의 아지트도 수많은 은폐물 중 하나다. 도시에 더럽게 얹혀 사는 이들이야말로 광인절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들이며, 아름다운 도시와 성당을 의도치 않게 위협하는 세력이었을 것이다. 15세기에 사람들은 이들을 광인, 이교도라 불렀다. 프랑스 대혁명과 7월 혁명을 거친 뒤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을 이루게 되는 것 역시 그들이다. 그곳은 예외지대로, 국가의 통치권은 결코 거기까지 닿지 못한다. 헝가리,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인간들은 프랑스 국민도, 파리의 시민도, 성당의 신도도 아니다. 영토 안에 있지만 사실상 외부에 존재하는 그들은 모두 집시이고, 일종의 디아스포라(Diaspora, 離散)이며,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불법체류자들이다. 그런데 작품 초반 비럭질과 사기를 일삼는 존재들에 불과했던 이들의 양상이 후반부에 이르러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에스메랄다를 구출하고 동시에 못마땅했던 성당을 노략질하기 위해 기적궁을 나선다. 그리고 진입 시도 중 나이 어린 학생 하나가 무참히 살해당하자, 그 분노에 힘입어 미친 듯 전진하기 시작한다. 광인절에 광장 위를 시궁창처럼 흐르던 이들이 바야흐로 거센 급류가 된 것이다. 이것이 ‘파리의 노트르담’의 시작이고 어쩌면 모든 것이다. 위고는 어떤 문이 아주 잠깐 열리려는 바로 그 순간을 그려냈다. ●개인의 욕망이 모두의 혁명으로 이어진다 잠재되어 있던 것들이 어떤 촉발에 의해 느닷없이 발현될 때가 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때 혁명계수는 최대치가 된다. 아름다운 여성을 욕망하면서 이루어진 카지모도의 변신을 보자. 그는 눈물과 슬픔을 알게 되고,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인간임을 느낀다. 그런데 이때의 변신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변화시킨다. 희희낙락 교수형을 구경하던 군중들은, 교수형에 처해지기 직전 에스메랄다를 구출한 뒤 노트르담을 오르는 카지모도에게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 순간 카지모도는 왕과 사법에 저항하는 민중 영웅이 되고, 구경꾼들은 그에게 동조함으로써 평범했던 어느 날을 광인절로 되돌려버린다. 귀족과 성직자를 흉내내며 한껏 비웃는 불경한 날로. 이렇듯 혁명은 다른 삶과 다른 나를 욕망하기 시작한 누군가가 다른 이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어나게 하는 순간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혁명의 지속성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혁명이 모든 사람들을 영원히 안락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도 허상이다. 잠시 왕을 위협하는 세력이었던 거지들은 이내 흩어지고, 카지모도는 무지 속에서 아군인 기적궁 거지들을 죽인다. 잠시 일어났던 소요로 성당이 무너지거나 파리가 함락될 턱이 없다. 위고가 보여주는 건 여기까지다. 작품은 교수형 당한 에스메랄다의 시신을 껴안은 채 아사한 카지모도의 백골을 보여주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어쩌면 작품 전체는 서문에서 언급된 ‘숙명’(ANAΓKH)이라는 단어에 대한 긴 주석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고는 숙명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헛된 시도와 미망을 보여주기 위해 펜을 들었던 게 아니다. 기적궁 거지들과 카지모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생명이 본능적으로 만드는 혁명의 기운 그 자체다. ●존재의 생사·존재의 변신 모두 숙명 존재의 생사가 숙명이라면, 존재들의 변신 또한 숙명 아니겠는가. 사랑이 본능인 한 혁명은 언제까지고 그와 함께한다. 마구잡이식으로 마녀사냥을 하던 15세기, 혁명과 반혁명이 이어지는 어지러운 19세기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싸웠다.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 박애사상의 대두, 그러나 곧바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1830년 7월 혁명과 영광의 3일, 다시금 왕의 부활…. 구체제와 혁명의 끊임없는 갈등과 긴장관계, 그 한복판에서 위고는 무지하고 추한 인간들을 대거 등장시킨 이 작품을 집필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쓰는 행위가 곧 싸움이고 숙명이었던 셈이다. 오늘도 시궁창은 도시를 가로지르고 호텔과 백화점들 뒤에는 기적궁이 엎드려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사랑이 있고, 하루하루 만들어지는 삶이 존재한다. 21세기에도 화려한 빌딩숲 뒤에 사는 수많은 존재들이 언제 어디서 더 나은 생을 위해 성문을 부수려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 순간이 오면, 사랑과 혁명의 에너지가 폭발하듯 솟구칠 것임은 물론이다. 안명희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 · 수유+너머 공동기획
  • 창업주 꿈 심어준 ‘젊은 베르테르’ 롯데호텔, 전 직원 새해 특별선물로

    창업주 꿈 심어준 ‘젊은 베르테르’ 롯데호텔, 전 직원 새해 특별선물로

    롯데호텔 직원들은 지난 3일 특별한 새해 선물을 받았다. 바로 세계적 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영문판이다. 좌상봉 대표이사 지시로 독일어 원문을 영문으로 번역해 특별 제작한 이 책은 4500여명의 국내외 호텔 전 직원에게 “일과 삶에 대한 열정을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전달됐다. 세계적 고전이긴 하나 약혼자가 있는 여성을 사랑한 젊은 변호사의 비극적 종말을 다룬 이 작품이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직원들의 마음가짐을 다지는 목적으로 사용된 데는 이유가 있다. 1940년대 초 20대 때 일본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했던 젊은 시절의 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을 사로잡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와세다대에 다니면서 신문팔이, 우유배달 등을 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신 회장은 문학에 심취했다. 당시 소설을 읽고 샤롯데를 향한 베르테르의 사랑과 정열에 크게 감명받은 신 회장은 이후 기업명과 상품명을 ‘롯데’로 짓고 사랑, 자유, 풍요로운 삶의 실현을 기업정신으로 삼았다. 신 회장은 늘 “정열이 있으면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즐겁게 이겨낼 수 있지만, 정열이 없으면 흥미도 없어지고 일의 능률도 떨어진다. 경영자의 정열과 직원 모두의 정열이 하나로 엮어질 때 그 회사는 큰 발전이 기약된다.”고 강조해 왔다. 좌 대표는 창업주의 경영 철학을 되새기며 새해 업무를 시작하자는 바람을 전달하기 위해 이 소설을 활용한 것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문화마당] 자유는 생명의 본질이다/현기영 소설가

    [문화마당] 자유는 생명의 본질이다/현기영 소설가

    무한질주. 모두가 달려간다. 우승열패의 이 속도전 속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모두가 정신없이 죽을둥 살둥 달려간다. 도대체 이 속도 이데올로기는 우리를 어떤 파국으로 데려가고 있는 것일까? 지금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속도 이외의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 이데올로기 속에서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실업자들은 양산된다. 일터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가혹한 노동력 착취에 시달려야 한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이것이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인간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일 뿐이다. 이 무한질주의 무서운 속도는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도 망가뜨려 강과 숲, 논밭의 아름다운 풍경을 폭력적으로 뚫고 내달리면서 시멘트의 회색 풍경으로 만들어 버린다. 강이 콘크리트 수로로 만들어지듯. 인간의 자유도, 강의 자유도 없다. 자유는 생명의 본질이다. 강은 자유롭게 흘러야 하고 인간은 강가의 푸른 풀밭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인간으로부터 왔지만, 본디는 자연으로부터 왔다. 요즈음엔 인간이 인간을 낳고 기르지만, 과거에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인간을 낳고 길렀다. 내면에 축소된 자연을 늘 간직하고 있는 인간, 그것이 본연의 인간일 것이다. 자연스러운 생각, 자연스러운 행동은 바로 그러한 내면이 만들어 낸다. 4대 강, 그 강들이야말로 인간을 낳고 키워낸 모태가 아닌가. 그런데 지금의 형편은 어떤가. 인간은 자유를 빼앗긴 도구적 인간이 되어버렸고, 수만년을 유유히 흐르며 인간을 낳고 키워 온 저 어머니 강들은 무도한 폭력 앞에 흐름의 자유를 잃고 강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어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앞 강물, 뒷 강물’하고 노래했던 소월의 음률도 더 이상 없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라는 비유도 더 이상 소용없게 될 판이다. 수만년의 유구한 시간이 만들어 놓은 대자연의 질서를 어찌 비틀고 왜곡할 수 있단 말인가. 제 어미에게 칼을 들이대는 패륜행위나 다름없지 않은가. ‘창조의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질타한 종교인들의 말씀이 가슴을 친다. 도구적 인간만을 강요하는 사회는 비리에 둔감하고 눈물도 고갈되어 있기 마련이다.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예컨대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심정도 그저 무덤덤하기만 하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타자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아니, 그 슬픔과 고통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공감 없고, 슬픔 없는 세상을 한탄하여 어느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했다. 그것은 내가 가끔씩 울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4대 강의 슬픔이 어찌 타자만의 슬픔이겠는가. 저 강들은 타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를 낳은 모태이며, 우리가 도구적 인간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늘 지향해야 할 정신적 지표로 존재한다. 우리가 아무리 눈물에 둔감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솟을 때가 있다. 예컨대 강둑에 홀로 서서 서편 하늘과 강물 위에 붉게 번진 장엄한 낙조를 볼 때 느닷없이, 까닭없이 눈물이 솟구치는 수가 있다. 우리의 내면에 남아 있던 자연의 조그만 흔적이 몸 밖의 대자연과 제대로 만나는 순간의 감동인 것이다. 내가 저 대자연의 어쩔 수 없는 일부로구나, 하는 자각이 눈물을 솟구치게 한다. 그렇다. 우리는 저 강이 낳은 자식이다. 어머니 강을 방관만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무심했다. 더 늦기 전에 어서 달려가야겠다. 온갖 생명을 보듬은 자연인 저 강들은 자연을 허물어 세운 도시보다 더 잘 꾸며지고 더 아름답고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롭다. 강이 가르치는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 자유와 평화를 본받기 위해서라도 강의 흐름은 손상되어서는 안 되겠다. 어서 가야겠다. 저 어머니 강을 만나기 위해 급히 달려가야겠다. 우리의 자유를 위해서.
  • [4일 TV 하이라이트]

    ●러브인 아시아(KBS1 오후 7시 15분) 5년 전 한국으로 귀화해 중국인 ‘장진룽’에서 한국인 ‘장금영’이 된 것은 그 전해 한·중 친선대회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김대경씨와의 결혼 때문이다. 한국으로 오면서 11살 때부터 잡은 소총을 잡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사격 선수 출신 남편의 응원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장금영씨를 만나 본다. ●뛰뛰빵빵 구조대(KBS2 오후 4시 30분) 쉬퐁이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거울을 보는데, 얼굴에 수염이 났다. 우연히 쉬퐁의 집 앞을 지나가던 레비레스 때문에 온 마을에 소문이 퍼지고, 쉬퐁은 슬픔에 잠긴다. 톡톡이는 쉬퐁이 염소버섯을 먹어 수염이 난 것을 알아차리고, 해독제인 수염 열매를 찾으러 혼자 허리버리 타운 숲속으로 떠난다. ●뽀뽀뽀 아이조아(MBC 오후 4시 10분) 뽀뽀뽀 동산에는 어떤 신나는 일이 있을까. 뽀뽀뽀 친구들이 소개해 줄 오늘의 이야기. 똑똑 수학 놀이터 ‘노래하는 요술 냄비’. 가장 넓은 뗏목을 타고 가장 좁은 길을 지나 둥둥이랑 함께 보물 찾으러 떠나자. 두 번째 이야기, 잉글리시 매직 세븐. 소리 없이 정답을 맞혀라. 동그리동, 뽀미 언니가 내는 퀴즈를 엄마와 함께 풀어 보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지난해 화제의 주인공들을 만나 본다. 등교거부에 수업거부, 엄마는 교실 앞 5분 대기조다. 선생님과 맞짱뜨던 8살 ‘도헌이’. 공부가 죽기보다 싫은 8살 ‘동현이’. 매일 끝나지 않는 밥상머리 전쟁, 밥을 거부했던 ‘예슬이’와 ‘다원이’ 등 온 국민을 경악시킨 최고의 악동들이 돌아왔다. ●세계테마기행 대자연의 매혹, 서호주 2부(EBS 오후 8시 50분) 핫핑크 색깔로 시선을 사로잡는 핑크 염전과 전 세계로 수출되는 서호주의 특산물 록 랍스터 수확 현장에서 훼손되지 않은 청정바다 인도양의 진가를 확인한다. 또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이를 보전하면서도 지혜롭게 바다를 이용하며 넉넉한 삶을 일궈온 호주 사람들을 만나 본다. ●멜로다큐 가족(OBS 오후 11시 5분) 학교를 다니지 않는 13살 소년 ‘류옥하다’는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폐교를 개조한 곳에서 살고 있다. ‘류옥하다’의 선생님은 어머니 옥영경(44)씨. 그리고 자연이다. 언뜻 보면 13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큰 덩치에 틀에 박힌 교육을 거부한 소년, 자유로운 촌 아이 류옥하다는 어떤 아이인지 만나 본다.
  • “나는 배고프다”… 일그러진 美의 기준이 그녀를 앗아갔다

    “나는 배고프다”… 일그러진 美의 기준이 그녀를 앗아갔다

    30㎏ 안팎의 체중에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 이탈리아 거식증 반대 광고에 등장해 유럽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프랑스의 배우 겸 모델 이사벨 카로(28)가 지난달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숨기고 싶던 아픔을 용기있게 털어놓고 함께 치유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던졌던 젊은 모델의 죽음 앞에 유럽사회가 슬픔에 잠겼다. ●지난달 17일 “호흡기질환 악화” 카로의 남자친구인 스위스 가수 빈센트 비글러는 30일 “카로가 일본 도쿄에서 일을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온 뒤 지난달 17일 숨졌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10년 넘게 거식증에 시달려온 카로는 지난달 급성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사망했다. 카로의 연기를 지도해온 다니엘 뒤브뢰이 프레보는 “정확한 사인(死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늘 그랬듯 거식증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13세부터 15년간 식욕부진 고통 13살부터 거식증을 앓아온 카로가 유럽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이탈리아 사진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와 손잡고 찍은 반(反)거식증 캠페인 광고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거식증 반대’라는 제목 아래 깡마른 전신을 드러낸 채 안쓰러운 눈빛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카로의 사진은 일그러진 미의 기준을 만족시키려 무리한 다이어트를 강요하던 유럽 패션계에 큰 메시지를 던졌다. 브라질의 21살 모델이 거식증에 걸려 숨진 사건 이후 진행된 이 캠페인의 영향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의 패션쇼 무대에서 ‘말라깽이’ 모델들이 퇴출당하기도 했다. 키가 165㎝인 그는 한 인터뷰에서 “광고 촬영 당시 몸무게가 27㎏이었다.”라고 밝혔다. ●‘反거식증’ 캠페인으로 유명세 사회에 퍼진 거식증을 치유하려는 카로의 노력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는 남자친구 비글러와 공동으로 비글러가 작곡한 ‘재 팽’(J´ai fin)이라는 곡의 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프랑스어로 ‘나는 끝났다.’는 뜻의 이 곡의 제목은 ‘나는 배고프다.’와 발음이 같다. 비글러는 “TV에 출연한 카로의 모습을 보고 감동해 희망과 치유에 초점을 맞춘 가사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카로 스스로도 거식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며 패션업계에 거식증의 위험에 대해 줄곧 경고해왔다. 다양한 노력을 통해 ‘말라가는 사회’에 큰 울림을 줬던 카로는 끝내 자신의 병을 이기지 못한 채 지상에서 스러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한 몸에 머리2개 ‘쌍두 기형아’ 충격

    한 몸에 머리2개 ‘쌍두 기형아’ 충격

    가녀린 몸에 머리가 2개가 달린 남자 아기가 태어나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많은 이들이 간절하게 기적을 바랐지만 아기는 불과 1시간 만에 짧은 생을 마감해 안타까움을 줬다. 인도방송 TV9뉴스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티루파티 지역에 사는 한 여성이 몸 하나에 크기가 비슷한 머리 2개가 달린 사내 아기가 낳았다. 남편의 도움을 받으며 집에서 출산을 하던 여성은 아기의 모습을 확인하자 마자 놀라서 근처 병원으로 달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에 도착할 때만해도 아기는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아기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며 이 아기의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분리수술을 시도 해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주민은 아기의 모습을 보고 건강을 염원하려고 병원에 몰려 들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간절한 염원과 달리 아기는 입원해 치료를 받은 지 1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희박하긴 했으나 또 한번의 기적을 바랐던 아기의 부모과 마을 주민들은 깊은 슬픔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쌍둥이 아기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자랄 때 이중 한명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머리만 자라 남은 쌍둥이 형제의 어깨에 연결돼 자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2년 전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머리가 둘 달린 여자아기가 태어나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당시 이 아기의 머리 중 하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리에 받았다. 사진=TV9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29일 ‘라스트 갓파더’ 개봉, 심형래 감독&30일 ‘까페 느와르’ 개봉, 정성일 감독

    29일 ‘라스트 갓파더’ 개봉, 심형래 감독&30일 ‘까페 느와르’ 개봉, 정성일 감독

    여기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영화감독이 있다. “작품성 대신 애국심에 호소한다.”며 온갖 혹평을 들었던 심형래(52) 감독, “신랄하고 현학적인 영화비평으로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타박 들었던 정성일(51) 감독이다. 이 두 감독이 평단과 대중의 평가를 동시에 기다리고 있다. 심 감독은 29일 ‘라스트 갓파더’를, 정 감독은 바로 그 다음날 ‘까페 느와르’를 스크린에 건다. 두 사람을 서울 삼청동 카페와 신사동 카페에서 각각 만나 ‘그들의 영화 이야기’를 들었다. ■심형래 감독 “미국형 ‘영구’ 캐릭터 통할 것” 심형래는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웃음의 대명사였다. 바보 캐릭터가 전매특허. 영구로, 파리로, 펭귄으로 활약하다가 어느 순간 영화에 열중했다. 스크린에서 ‘영구 없~다!’를 외치고 빨간색 레깅스를 입은 에스퍼맨으로 날아다니기도 하며 어린이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던 어느날, 슬며시 메가폰을 잡기 시작하더니 별안간 ‘용가리’(1999)로 세계를 공략한다고 나섰다. 덕택에 ‘신지식인 1호’로 꼽혔다. TV CF를 통해 “못해서 안 하는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하는 겁니다.”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2007년 ‘디 워’는 완성도 논란, 애국심 마케팅 논란 등을 낳으며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다뤄지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8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흥행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디 워’보다 관객이 많이 든 한국 영화는 6편에 불과하다. ●840만명 관람객 동원 ‘디 워’ 만든 심 감독 이번에는… →오랜만에 영구를 꺼내들었다. 이제는 낡은 캐릭터 아닌가. -찰리 채플린은 요즘 봐도 재미있지 않나. 영구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채플린이, 영국에 미스터 빈이 있다면 우리에겐 영구가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인기 있었던 캐릭터가 세계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토속적인 캐릭터가 해외에서도 통할까. -그래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마피아 이야기에 접목했다. 캐릭터도 너무 튀지 않으려고 다듬었다. ‘영구 없~다.’는 그 뉘앙스를 영어로 옮기기 힘들어 아예 뺐다. 대신 “오케이(OK)”라는 대사가 비슷한 느낌을 살려줄 것이다. 한복도 양복으로 바꾸고, 땜통도 없앴다. 미스터 빈도 원래 분장을 많이 하는데 미국에 진출할 땐 맨 얼굴로 가지 않았나. 대신 그쪽 트렌드에 맞게 머리 스타일을 2대8 가르마로 했다. →그래도 영구 같은 슬랩스틱 코미디는 철 지난 유행처럼 느껴진다. -슬랩스틱은 코미디의 기본이다. 음악으로 치면 오케스트라다. 요즘은 입으로 하는 개인기가 많지만 슬랩스틱은 많은 사람들의 호흡이 정확히 맞아야 웃음을 자아낸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해외를 공략할 때 가장 좋은 장르다. 예전에는 훌륭한 슬랩스틱 선배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후배가 드물다. ‘달인’의 김병만 같은 친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했는데, 현장 반응은. -촬영 3일째 되는 날부터 반응이 달라지더라. 감독 심형래보다 영구 심형래가 더 환영받았다. 처음에는 자제를 많이 했는데 스태프들이 더 좋아했다. →연기파 배우 하비 케이틀을 캐스팅했는데. -처음에는 마피아 영화인줄 알았다가 시나리오를 읽으며 점점 빠져들었다고 했다. 늘그막에 둔 네살배기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더라. →잘나가던 코미디를 접고 영화에 도전한 까닭은. -할리우드가 부럽고, 전 세계 시장이 부러웠다. 국내에서만 인기 있으면 무엇하냐는 자괴감도 있었다. 우리 문화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갖고 나갈 장르로 영화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하나 도전해 보는 중이다. ●“온 가족 함께 볼 수 있는 작품 만드는 게 내 철학” →서러움도 많이 겪었을 텐데. -코미디 쪽도 영역이 침범당하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정통 영화인이 아니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점점 그런 시선이 없어졌다. 심형래가 만든 영화는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은 좀 아쉬웠다. 나만의 철학이 있다면 온 가족이 함께 팝콘을 먹으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거다. ‘디 워’ 때 영구를 보던 아이가 아빠가 돼서 아들과 같이 오는 등 가족 3대가 함께하는 경우도 있었다. →‘디 워’ 때 논란이 많았다.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는 등 시련도 있었는데. -작품에 대한 논란은 모두 작품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고마운 일이다. 사기 고소건은 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일일이 신경 쓰다가는 뜻을 이룰 수 없다. 우리 젊은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갈 때 수월해질 수 있다면 그 정도의 시련이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코미디언 출신으로 영화 거장 대접을 받는 기타노 다케시가 부럽지 않나. -물론 부럽다. 하지만 부러워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더욱 노력해서 기타노 이상 가는 작품을 만들겠다. →서세원, 이경규 등 코미디언들의 영화 도전 사례가 잦은데. -개그맨들이 원래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런 끼를 풀 수 있는 통로로 영화가 제격이다. 그래서 도전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다음 작품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해외 입양아가 주인공인 3차원(3D) 애니메이션 ‘추억의 붕어빵’과 ‘디 워 3D’를 준비 중이다. 언젠가는 서부로 간 영구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하하.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정성일 감독 “감독들 평가 의식한 적 없다” 정성일은 악독함의 대명사였다. 이제는 없어진, 그러나 영화팬들 사이에서 무척이나 유명했던 영화잡지 ‘키노’(KINO) 편집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에게 욕을 먹지 않은 감독이 없었을 정도였다. 현학적인 문체는 대중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마니아들에게 그의 영화비평은 ‘복음’과도 같았다. 그의 비평은 지금껏 보지 못한, 지적 유희를 안겨줬다. 그런 ‘평론가’에서 ‘감독’이란 수식어를 새로 달고 나타난 정성일. 과연 정 감독은 서슬 퍼런 눈빛으로 ‘칼’을 갈고 있는 영화인들을 잘 물리칠 수 있을까. 과연 세 시간이 넘는 그의 데뷔작 ‘까페 느와르’는 정 감독에게 상처 입은 원혼(?)들의 입을 막을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까. ●‘악독한 평론가’ 타이틀 떼고 메가폰 잡은 정 감독 이번에는… →정 감독은 참 악독했다. 충무로에서 “정성일이 영화를 만든다면 감독들이 돈을 모을 거다. 얼마나 잘 만드는지 보려고”란 농담이 떠돌았을 정도였으니. -그런데 말만 그렇게 하고 돈을 모아주지 않았다.(웃음) 이 영화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예술영화 지원작으로 선정되지 않았으면 만들기 어려웠을 거다. →어쨌든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트위터 팔로어다. “시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글을 올렸던데. 꽤 두려워하는 듯 보였다. -내가 감독들을 참 많이 괴롭혔다. 하지만 신기할 정도로 ‘이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라고 의식한 적은 없었다. 아마 의식했다면 영화를 찍지 못했을 거다. 다만 시사회 때에는 민감해지더라. 내 자리가 있었지만 앉아서 보지 못했다. 이게 보는 사람에 대한 예의 같았다. 사람들의 웃음·한숨소리에도 신경이 엄청 쓰이더라. →지금까지 평가는 어땠나. 앙갚음하는 사람은 없었고. -아직 내 앞에서 악평을 하는 건 망설이던데?(웃음) 다만 내 영화적 아버지로 여긴 임권택 감독님이 아직 영화를 못 보셨다. 그 평가가 가장 두렵게 느껴진다. 기억에 남는 사람은 홍상수 감독이다. 원래 남의 영화 안 보기로 유명한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더니 “내가 기대했던 정성일이란 사람이 오롯이 담겨 있어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 →홍 감독 얘기가 나왔으니,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홍 감독의 ‘극장전’은 장면 자체가 인용돼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경제적인 이유로 제작에 어려움을 겪을 때 극장전을 보고 안식을 얻었다.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홍 감독한테 쓰고 싶다고 말했더니 3분 만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네, 고맙습니다.”라고. 우정이랄까. 특히 인용된 신발끈을 매는 장면은,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끈 매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영화중 ‘극장전’ 장면 인용은 홍상수 감독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 →일단 내용을 보자. 첫 번째 부분에서는 유부녀를 사랑한 한 남자, 하지만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해 자살을 감행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극적으로 살아난 남자가 또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우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어느 인터뷰를 보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도스토옙스키의 ‘백야’ 내용을 담았다고 했던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로테가 베르테르에게, ‘백야’의 나스첸카가 투르게네프에게 “우리는 사랑이 아닌, 우정을 나눠야 한다.”고 말하는 유사한 구절이 있다. 이 두개가 맞물리는 거다. 다만 나는 베르테르가 권총으로 자살하도록 만든 괴테의 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심리적 길이가 아닌, 물리적 길이로 늘리고 싶었다. 198분의 부담스러운 길이지만 난 더 가능하다면 더 늘릴 수 있었다. 물론 그랬다면 개봉이 불가능했겠지만. →두 번째 부분은 흑백으로 처리했다. 결국 물에 뛰어든 주인공이 유령이 돼 떠돈다는 의미로 봐도 될까. -물에 뛰어들었을 때는 죽은 상태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죽지 않는다. 산 자의 눈에서 죽은 자의 눈으로 바뀐 것이고, 그래서 흑백이다. →영화는 남산과 청계천과 같이 계속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 같은 장소지만 그 내용이 바뀌는 듯하다. -영화의 공간은 시간과 만난다. 구체적인 공간이 카메라를 만나면서 단순히 현재의 모습뿐 아니라 과거의 내용을 담는 거다. 가령, 영화에서 나오는 청계천의 모습은 아시아 근대가 그 게임값을 치를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 현대의 변증법적 시간의 정지였다. →평론가를 만났으니 평론관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영화평론은 상당 부분 내러티브(줄거리)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어떻게 보나. -영화평론이 뭔가. ‘이 내러티브가 왜 좋았던 거야.’라는 물음에 대한 근본적인 답이다. 숏이 어떻고, 연기의 동선이 어떻고, 찍어야 할 장면을 안 찍어서 어떤 식으로 정서적 임팩트를 넣어줬는지 설명을 해주는 거다. 영화는 숏(한번의 테이크를 통해 촬영된 장면)이 가장 기본적이고 이를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게 내러티브다. 비평은 근본적인 영화적 질문에 답해야 한다. 비평이 단순히 내러티브에 머물러 있다면, 이건 비평가의 게으름이 시작된 거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이지아, ‘눈으로 말해요’ 눈빛종결자 등극

    이지아, ‘눈으로 말해요’ 눈빛종결자 등극

    배우 이지아의 눈빛 연기가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이지아는 SBS 월화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극본 김현준 유남경, 연출 김영준 김태훈 황정현)에서 국가대테러정보국 NTS의 엘리트 요원 한재희 역을 맡아 출연 중이다. 특히 때론 애절하고 때론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몰입도를 높여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재희는 옛사랑 정우(정우성 분)을 바라볼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애절하고 슬픔이 가득한 눈빛을 보인다. 열렬히 사랑했던 만큼 그 사랑을 지켜봐야 하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기 때문.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지만 정우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절실한 사랑의 감정을 드러낸다. 따뜻했던 재희의 눈빛이 얼음보다 차갑고 냉정하게 변하는 경우는 미국국토안보부 DIS 동아시아 지부장 손혁(차승원 분)과 마주할 때다. 늘 NTS의 우위에 있는 듯 행동을 해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던 차에 DIS가 NTS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사무실까지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손혁은 동양인 최초로 DIS 동아시아 지부장 자리에 오른 범상치 않은 인물. ‘아테나’에서 가장 돋보이는 카리스마를 뽐내고 있다. 그런 그의 맞수로 떠오른 사람이 바로 재희다. 사람의 심중까지 꿰뚫어 보는 듯 한 그녀의 카리스마 눈빛은 손혁을 당황케 만들었다. 두 캐릭터가 부딪힐 때에는 팽팽한 긴장감까지 조성한다. 재희는 앞으로 손혁과 러브 라인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 카리스마 커플이 어떻게 애정 전선으로 넘어갈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 ‘아테나: 전쟁의 여신’ 캡처 서울신문NTN 손재은 기자 jaeni@seoulntn.com
  • 죽은 할머니가 벌떡 ‘크리스마스 기적’ 화제

    죽은 할머니가 벌떡 ‘크리스마스 기적’ 화제

    브라질의 80대 할머니가 사망선고를 받은 지 하루 만인 크리스마스에 관에서 깨어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가족과 담당 의료진은 물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이 사연은 ‘성탄절의 기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 주에 있는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마리스 다스 도레스 콘세이카오(88) 할머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도시가 들떴던 지난 24일(현지시간)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맸다. 콘세이카오 할머니는 몇 달 전 극심한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동맥경화와 관다발병, 알츠하이머를 잇달아 앓고 지난 11월에는 오른쪽 다리마저 절단하는 등 위독한 상태였다. 담당 의료진은 할머니의 호흡과 맥박이 멈추자 더 이상 깨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사망선고를 내렸다. 할머니의 가족은 슬픔을 머금고 할머니의 사체를 장의사에 보냈다. 할머니는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오후 3시 근처 한 교회 공동묘지에서 열릴 장례식을 앞두고 수의로 갈아입고 관에 넣어져 응접실에 보관되는 상태였다. 장례식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을 때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장례식 참석 차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든 가운데 관에 담긴 할머니 사체에서 경미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 몸을 조금씩 비틀던 할머니는 작게 호흡을 시작해 장례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할머니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할머니에게 사망선고를 내렸던 바로 그 병원이었다. 손녀 노에메 실마 아만시오(31)는 “할머니는 이번에는 앰뷸런스가 아닌 영구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져서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할머니는 중환자실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아직 의식이 돌아오진 않은 상태다. 하지만 할머니의 가족은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너무 이르다.”면서 “할머니가 장례식장에서 깨어난 건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기적이기에 다시 한번 기적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병원 측은 콘세이카오 할머니에게 사망선고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없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마리스 다스 도레스 콘세이카오의 건강했던 모습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타임 선정 올 실패기술 25선

    타임 선정 올 실패기술 25선

    첨단 기술의 대변혁이 일어난 올 한해 동안 인류는 수많은 상상을 현실로 바꿔냈다. 그러나 성공한 기술 뒤편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실패 사례가 있었다. 미 시사 주간 타임 온라인판은 올 한해 시장에서 쓴맛을 보거나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실패 기술’ 25선을 추려 23일 발표했다. 우선 온라인시장의 거인으로 우뚝 선 구글의 실패 사례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기술이 개인정보 유출 파문을 낳았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 S)인 ‘구글 버즈’다. 구글은 페이스북 등 기존 SNS 서비스의 아성을 뛰어넘으려고 버즈를 내놓았으나 이 서비스를 통해 G메일 사용자의 이메일 주소를 동의 없이 공개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결국 구글은 피해자들에게 850만 달러(약98억원)를 주기로 합의하고 이 일을 마무리 지었다. 구글의 또 다른 SNS 서비스인 ‘웨이브’도 1년여간 임시 서비스만 제공하다가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해 개발을 중단했다. 아이폰 등으로 ‘스마트 혁명’을 이끈 애플도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폰 4의 특정 부위를 손으면 감싸면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안테나 게이트’로 홍역을 치렀던 애플은 아이패드 등 자사 제품을 하청받아 만드는 팍스콘사의 중국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잇달아 자살하자 고개를 숙였다. 애플사는 공식적으로 ‘근로자의 연이은 자살에 슬픔과 혼란을 느낀다.’고 밝혔으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잡스가 애플을 비난하는 자사제품 이용자에게 “팍스콘 공장의 자살률은 중국 평균 자살률을 밑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비난받았다. 또 올해 최악의 환경 재앙인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사의 석유 굴착 기술도 실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BP는 심해에 로봇을 내려보내 손상된 유정 파이프를 수리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유출 지역을 거대한 돔으로 덮고 파이프를 연결해 원유를 빼내려던 시도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타임은 이 밖에 ▲출시 2개월 만에 판매가 중단된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스마트폰 ‘킨’ ▲비싼 가격 탓에 판매가 부진했던 3D TV ▲화질 논란을 일으켰던 3D 영화 등을 대표적인 실패 기술로 꼽았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아이유 ‘인형변신 3단고음’

    아이유 ‘인형변신 3단고음’

    ‘소녀가수’ 아이유가 ‘엠카’의 사랑스러운 장난감인형으로 변신해 ‘3단 고음’을 선보였다. 아이유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케이블채널 Mnet ‘엠카운트다운’(이하 엠카)에 출연했다. 이날 아이유는 아기자기한 장난감 나라의 인형으로 분해 깜찍한 매력을 뽐냈다. 이날 ‘엠카’ 방송에 앞서 아이유는 “3단 고음 종결하러 왔다”는 당찬 코멘트를 엠카 트위터에 남기기도 해 팬들의 기대를 한츷 고조시켰다. 새 앨범 수록곡 ‘첫이별 그날밤’과 타이틀곡 ‘좋은날’을 소화한 아이유는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채 러플 장식이 사랑스러운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빨간 구두를 신은 채 살아있는 인형이 됐다. 아이유의 ‘좋은날’은 오빠를 짝사랑하는 소녀의 설렘과 슬픔, 기쁨 등 다양한 감성을 가사에 담고 있다. 특히 아이유는 ‘좋은날’을 소화하며 3단고음 처리의 놀라운 가창력을 드러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한편 16일 방송된 ‘엠카’에는 아이유를 비롯, 걸그룹 티아라와 가수 서인영, 박효신, 윤하, 2PM, 베베미뇽 등이 출연해 화려한 무대를 꾸몄다. 사진 = Mnet ‘엠카운트다운’, 엠카 트위터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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