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슬픔
    2026-06-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145
  • [카드뉴스] 당신에게 ‘그날’은 무엇인가요?

    [카드뉴스] 당신에게 ‘그날’은 무엇인가요?

    세월호 참사 1000일이 지났습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충격과 슬픔, 고통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는 어떤 것일까요? 시민 76명이 스케치북으로 응답했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기억’(48회) 그리고 ‘우리’(14회)였습니다. 우리 모두의 일이며,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시민들의 생각을 담아 봤습니다. 기획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제작 이지원 기자 leejw88@seoul.co.kr
  • 세월호 1000일 맞은 野잠룡 “정권교체로 진실 규명” 합창

    세월호 1000일 맞은 野잠룡 “정권교체로 진실 규명” 합창

    文 “반칙·특권 세력이 침몰 주범” 김부겸 “국가의 잘못 끝까지 추궁” 安 “책임자 처벌에 정치생명 걸 것” 문재인 차량 막은 보수단체 수사 세월호 참사 1000일째인 9일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세월호 진실규명을 약속하면서 정권교체로 참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얼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칙과 특권을 일삼고 국민을 겁박하고 속여 온 세력이 세월호 침몰의 주범”이라며 “반세기 적폐를 대청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00일의 슬픔과 1000만 촛불 앞에 대통령 탄핵은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부겸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국가의 잘못을 끝까지 추궁해 다시는 국가가 국민을 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충남도당 당원대표자대회에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과 진상 규명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등 야당은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보장하는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을 늦어도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은 물론 온전한 선체 인양,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경찰은 전날 경북 구미시의회를 찾은 문 전 대표의 차량을 가로막고 행패를 부린 보수단체 회원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주동자급 전원을 소환 조사하고, 특히 차량을 막거나 불법 집회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람은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카드뉴스] 당신에게 ‘그날’은 무엇인가요?

    [카드뉴스] 당신에게 ‘그날’은 무엇인가요?

    세월호 참사 1000일이 지났습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충격과 슬픔, 고통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는 어떤 것일까요? 시민 76명이 스케치북으로 응답했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기억’(48회) 그리고 ‘우리’(14회)였습니다. 우리 모두의 일이며,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시민들의 생각을 담아 봤습니다. 기획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제작 이지원 기자 leejw88@seoul.co.kr
  • (영상) ‘조작된 도시’ 지창욱 “고등학교 때 PC방 좀 다녔다”

    (영상) ‘조작된 도시’ 지창욱 “고등학교 때 PC방 좀 다녔다”

    배우 지창욱이 8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조작된 도시’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제작 과정 중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조작된 도시’는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한 남자가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반격을 펼치는 범죄액션 영화다. 지창욱은 이번 작품에서 한순간에 살인자로 몰리는 인물 ‘권유’ 역을 맡았다. 온라인 게임 내에서는 ‘게임의 신(神)’으로 통하지만, 현실에서는 무일푼의 평범한 20대 백수 청년이다. 그는 이 역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수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에서 강도 높은 액션 훈련을 받았고, 대규모 카체이싱 장면을 비롯해 와이어 액션, 격투 장면 등 위험천만한 액션을 모두 직접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창욱은 “액션을 위해 많은 훈련을 받았다. 너무나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PC방을 다니는 백수 캐릭터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 게임을 많이 했다. PC방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할 것이 없었다. 원래 해왔던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밖에도 지창욱은 살인자로 조작된 억울함과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 숨겨진 배후세력을 알게 된 후의 분노까지, 폭넓은 감정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작된 도시’에는 지창욱과 함께 심은경, 안재홍이 출연한다. 2월 개봉.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문재인 “세월호 1000일의 슬픔…진실 향해 끝까지 걷겠다”

    문재인 “세월호 1000일의 슬픔…진실 향해 끝까지 걷겠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조금만 더 견뎌달라. 기필코 정권교체로 희망이 되겠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9일 밝혔다. 세월호 참사 1000일 맞은 이날 문 전 대표는 자신이 페이스북에 “꿈에서라도 다시 아이들을 만난다면 이제는 돈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되었다고 말해줄 수 있도록 진실을 향해 끝까지 함께 걷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전 대표는 “304명의 희생자를 떠나보낸 세월호의 참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미수습자 9명은 지금도 차가운 바다에서 세 번 째 겨울을 맞고 있다. 1000일간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은 망각과 싸워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롱과 모욕을 가하며 가만히 있으라는 권력에 맞서 왔다. 그 1000일이야 말로 국가가 왜 필요한지 일깨우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글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은 대한민국의 아픔이었다”며 “2014년 4월 16일 국민들 마음에서 시작된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이 2016년 겨울 1000만의 촛불로 타올랐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1000일의 슬픔과 1000만의 촛불 앞에 대통령 탄핵은 시작일 뿐이다. 반칙과 특권을 일삼고 국민을 겁박하고 속여 온 세력이 세월호 침몰의 주범”이라며 “이 반세기의 적폐를 대청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 세월호는 [기억]이다

    세월호는 [기억]이다

    새해 첫 주말 추모 열기 가득 시민 76명 ‘스케치북 응답’ “기억” “우리” 가장 많이 언급 생존자 “구조 아닌 스스로 탈출” “1000번의 4월 16일이 지났습니다. 아들을 떠나 보내고 시간과 달력은 넘어가지 않았습니다.”(단원고 고 장준형군 아버지 장훈씨) “우리는 구조된 게 아닙니다. 스스로 탈출했습니다. 우리가 잘못한 건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입니다.”(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 10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새해 첫 촛불집회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은 당시의 충격과 슬픔, 고통을 마치 어제의 일인 듯 생생하게 증언했다. 시민들은 이들의 얘기에 고개를 떨궜다. 서울신문은 이곳에 모인 시민 76명에게 ‘세월호 참사는 당신에게, 우리 사회에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스케치북에 답을 적어 달라고 했다.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기억’(48회) 그리고 ‘우리’(14회)였다. 우리 모두의 일이며,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시민들의 추모 열기를 담아 봤다. 직장인 김정애(49·여)씨는 ‘세월호는 기억’이라며 “잊지 않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원 김동관(50)씨는 스케치북에 ‘우리 모두의 눈물이다’라고 적은 뒤 “너무 슬프니까”라고 짧게 답했다. 자신을 보수층이라고 밝힌 이광웅(67)씨는 ‘손주 보기 부끄러운 세상, 잊지 말자 세월호’라고 적은 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답답해했다. 중학생 한혜림(16)양은 ‘그림자’라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고, 떨쳐낼 수 없는 그림자처럼 계속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불쌍한 아이들 절대 못 잊는다”, “언제 떠올려도 아픈 머릿속 가시”, “자식 잃은 아픈 자리” 같은 글도 있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직장인 김정교(50·여)씨는 ‘세월호는 국민의 눈물’이라며 “국가가 더이상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슬픈 현실을 알게 해주었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생 박찬종(31)씨는 “만약 대통령이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다 해도, 국가 시스템에 의해 구조됐어야 할 아이들”이라며 “국가 시스템의 부재가 만든 뼈아픈 참사”라고 말했다. 두 딸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이철환(44)씨는 “이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라고 적으며 정부에 조속한 선체 인양을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함께 지겠다고 말한 시민도 있었다. 자영업자 김주영(55)씨는 세월호를 ‘어른들의 민낯’이라고 정의하고 “50대가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고 했다. 주부 곽인정(31)씨는 ‘어른들의 눈물’이라며 “아이들이 희생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무능한 어른들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설명했다. 스케치북에 ‘우리의 침몰한 양심’이라고 적던 김건희(43)씨는 “너무나 아픈 기억”이라며 울먹였다. ‘양심의 소리’, ‘그날, 대한민국도 침몰했다’, ‘얼룩진 우리의 거울’ 등의 대답도 있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단원고 기억교실 찾은 유승민 “부끄럽고 죄스러워… 세월호 인양, 진실 규명 노력”

    단원고 기억교실 찾은 유승민 “부끄럽고 죄스러워… 세월호 인양, 진실 규명 노력”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세월호 참사 발생 1000일을 하루 앞둔 8일 “세월호 인양과 진실 규명, 그리고 안전한 나라 만들기에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경기 안산시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다녀온 뒤 페이스북을 통해 “내일이 세월호 1000일인데 아직도 세월호는 인양되지 못했다”면서 “저 세상에 간 영혼들의 밝은 사진을 보면서 부끄럽고 죄스럽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소회를 남겼다.  이어 “2학년 7반 허재강 군의 어머니를 만나 재강이 걸상에 앉아 재강이 얘기를 들었다. 파충류를 좋아했고 농업고등학교를 가고 싶어했다는 얘기를”이라며 방문 내용을 소개했다. 이날 유 의원의 기억교실 방문 일정에는 유의동 의원과 보좌진만 동행했다. 유 의원은 특히 “2년 전 원내대표 시절 저는 세월호 인양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해 인양 결정을 끌어냈지만 아직도 인양되지 못해 참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4월 유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취임 후 첫 교섭단체 연설에서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의 가슴에 슬픔과 아픔, 그리고 부끄러움과 분노를 남겼다”면서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국가는 왜 존재하느냐. 우리 정치가 이 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기술적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그 결과 인양이 가능하다면 세월호는 온전하게 인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페이스북에 기억의 교실 입구에 쓰여진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우리 모두가 함께 기억하겠다’는 문구를 적으며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정규재 주필 누구? 노회찬 세월호 추모 브로치 지적 “가족들 집에 못간다”

    정규재 주필 누구? 노회찬 세월호 추모 브로치 지적 “가족들 집에 못간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TV토론에서 “연평해전 때 김대중 대통령은 축구 보러 갔지만 탄핵 안 됐다. 그건 다른 문제”라고 말해 화제가 되고 있다. 8일 방송된 KBS1 ‘생방송 일요토론’에서는 정규재 주필을 비롯해 노회찬 정의당 의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공정한 대한민국,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토론했다. 정 주필은 국회의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게임산업을 바보로 만들고 단통법을 통해 대형통신사에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고 서비스 발전법을 틀어막은 건 다 국회에서 이뤄진 일”이라면서 “일자리를 다 틀어막고 있는 게 국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월호 사태에 대해서도 그는 “사회적 슬픔은 어떤 사회가 성숙 되느냐 안 되느냐, 슬픔 비극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보여준다”라면서 “세월호처럼 어처구니없는 사건 생기지 않게 해야 하는데 관련 법안을 국회가 부결시켰다. 그런 문제가 간단하게 책임지게 할 그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함께 출연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세월호 브로치를 언급하며 “국회의원 배지 달면 세월호 가족들이 집으로 가려고 해도 못 간다”는 발언도 했다. 정규재 주필은 2015년부터 한국경제신문 주필을 맡고 있다. ‘기업최후의 전쟁’, ‘파우 자살인가 타살인가’(공저), ‘착한, 너무 착한 안철수’ 등을 집필했다. 인터넷 팟캐스트 ‘정규재TV’의 진행자도 맡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원순 촛불집회서 “朴대통령, 얼굴에 주사 달고라도 세월호 현장 갔어야”

    박원순 촛불집회서 “朴대통령, 얼굴에 주사 달고라도 세월호 현장 갔어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서울 광화문일대에서 열린 새해 첫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박 시장은 이날 청와대 방향으로 시민들과 함께 행진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종로구 청운동에서 시민들 앞에 섰다. 박 시장은 “(세월호 참사) 그날로부터 998일, 1000일이 지나고 있다. 긴 세월, 고통의 세월, 눈물의 세월이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박 시장은 “세월호 인양이 안돼고, 진실 인양이 안됐다. 이렇게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자식을 가슴에 묻은 세월호 부모님들의 슬픔은 가시지 않고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면서 “세월호 인양이 이뤄질 때까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이 눈물은 강이 되어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2014년 4월 16일 그날이 다시 한번 상기된다면서 “제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청와대에서 지체 없이 30분만에 헬기 타고 그 자리에 갔을텐데. 그리고 육해공군 비상명령을 내려 함대도, 헬기도 총출동시켜 한 명도 남김없이 구조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아이들을 돌아오게 하고, 만약 내가 대통령이라면 성역 없이 그 누구라도 제대로 진상 조사를 남김없이 해서 처벌시키고 진실을 만천하에 공개했을텐데”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제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광화문광장에서 석고대죄하고 모든 국민들에게 내 잘못이라고 빌었을텐데. 만약 대통령이었다면 부모님들 손 잡고 모든 게 내 책임, 내 잘못이라고 안심하시라고. 그리고 모든 조치를 취하고 이런 일 없도록 했을텐데라고 상상한다. 모든 국민의 상상 아니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어떻게 우리 아이들이 고통스레 죽어가고 있는데 나라가 아무 것도 안하나.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아무 것도 안했다”라면서 “주사를 얼굴에 달고더라도 갔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된 일이 있더라도 사과 한 마디 없고, 진실조사 안하고, 책임자 처벌 안하고, 제대로 조치 안하는 이런 나라가 나라냐. 이런 정부가 정부냐”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제가 할 수만 있다면, 구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다면, 이런일 없도록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냐”라면서 “저는 별이 된 아이들이 다시 우리 맘 속에, 품 속에 돌아올 수 있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 만들기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실천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월호가 인양되고 모든 진실이 공개될 때까지 행동하고 실천할 것”이라면서 “여러분,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세월호가) 인양되고 이 나라가 모든 국민에게 안전할 수 있도록, 아무 탈 없이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이 다시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그날까지 여러분 함께 갑시다”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2017년 낡은 질서를 깨고 과거와 다른 새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때까지 전진하자”면서 “국민이 기필코 이긴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박 시장이 “내가 대통령이었으면”이라고 말했을 때 연설을 듣던 주변 시민들 중 일부는 “여기 와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거나 “선거 유세 그만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길섶에서] 한겨울/최용규 논설위원

    러시아워. 대로에 스멀스멀 차량이 기어오른다. 창밖 한강변은 비운의 투탕카멘이 잠든 나일강변을 닮았다. 공히 2리나 3리쯤 될까. 허우대만 멀쩡한 물 폭, 청명과 다른 희한한 물색이 슬픔을 채색한다. 강 너머 물담배 파이프의 묘한 향이 음습함을 스멀스멀하게 하는 카이로 칸엘칼릴리. 이웃사촌이라 해도 시비 못 걸 보스포루스 해협의 이스탄불 그랜드바자르, 그리고 남대문시장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찬 바람이 휘감은 한강변 형형색색은 낯선 이방인을 품어준 카이로 불빛으로 되살아나 뇌리를 스친다. 한겨울, 시인들은 회색 구름, 나그네, 고단한 육신을 노래했다. 물담배 파이프는 안 물었지만 묘한 향이 스멀스멀하다. 꽃이 피었다 지는 것처럼 인간의 영고성쇠는 불변의 진리. 이를 누가 모르랴. 알지만 ‘쇠’를 더디게 하고 싶은 것이 욕망이요, 본능이다. 지난 5일 한강 남쪽 A병원. “확실히 ○○○병이구먼. 세포가 다 죽었어. 보이죠.” 그러나 반전이 일어난다. “손 이렇게… 자 걸어보세요. 어~ 굉장히 좋아졌네. 괜찮아 ○○○으로 죽지 않아요. 걱정 말고 돌아가세요.” 한겨울, 명의의 한마디에 화색이 돌고, 입춘이 기다려진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1000명 죽었는데 7년형”… 피해자 두 번 죽인 솜방망이 처벌

    “1000명 죽었는데 7년형”… 피해자 두 번 죽인 솜방망이 처벌

    사기죄 무죄 “위험성 알지 못해”… 유족 “항소” “제2참사 부를 것” 6일 법원이 신현우(69) 전 옥시 대표 등 가습기 살균제 업체 책임자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신 전 대표는 20년인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징역 7년형을 받았다. 그가 살균제의 위험성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재판부가 판단, 그에게 적용된 혐의 중 가장 법정형이 높은 사기죄에서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신 전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하는 데는 그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신 전 대표에게 검찰이 적용한 3건의 혐의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은 금고 5년, 표시광고법 위반은 징역 2년이 법이 정한 최대한의 형량이다. 특경법상 사기죄는 최대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 전 대표 등은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독성물질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의 농도가 낮고, 유독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신 전 대표 등이 안전성을 확인할 중요한 의무를 소홀히 한 건 맞지만 막연히 살균제가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음을 신 전 대표 등이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여 금전을 편취할 뜻이 있었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존 리(49) 전 대표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재직 중 표시문구가 거짓임을 의심할 만한 보고를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선고 결과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판부가 예상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자 슬픔과 분노를 이기지 못한 일부 피해자 가족들은 오열 끝에 실신해 법원 직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떠났다. 아들을 잃은 피해자 가족 강찬호씨는 “사람이 1000명 넘게 죽었는데 겨우 7년형이나 무죄라니 말도 안 된다”며 “당연히 (검찰이) 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환경보건시민센터도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피해자와 유족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의 생각과도 동떨어진 것”이라며 “국가는 책임을 회피하고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다 보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말(12월 23일 기준)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신고 누적인원은 5312명으로 이 가운데 1006명이 사망 피해자다. 이 가운데 정부가 실제 피해자로 인정한 인원은 695명, 보상 지원 대상자인 1∼2단계 피해자는 258명이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마법에 걸리기 전 여친의 짜증은 유전자 탓”

    “마법에 걸리기 전 여친의 짜증은 유전자 탓”

    당신의 여자 친구가 ‘마법’에 걸리기 전후에 보이는 극심한 감정 기복은 어쩌면 특별한 유전자 탓일지 모르겠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간) 일부 여성이 중증 월경전증후군을 겪게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유전자 하나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오늘날 가임기 여성 중 약 85%는 생리 기간에 이르기까지 예민함이나 슬픔, 또는 불안감과 같은 감정 기복은 물론 피로감이 심해지고 때에 따라서는 여드름이 나거나 근육과 관절에 통증을 겪고 있는 데 우리는 이를 흔히 ‘월경전증후군’(PMS)이라고 부른다. 이들 여성 중 최대 5%는 위와 같은 증상이 훨씬 더 심하게 나타나는 이른바 ‘월경전불쾌장애’(PMDD)를 경험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은 이런 월경전불쾌장애(PMDD)에 여성이 민감한 정도(감수성)를 결정하는 유전자 발현의 분자적인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분자정신의학저널(Journal 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서 밝혔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골드만 박사는 “이번 발견은 PMDD를 가진 여성은 자발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정서적 행동만이 아니라 성호르몬 반응에 관한 분자적 구조에 내재적인 차이가 있는 것을 밝히고 있다”면서 “여성 건강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미 월경전불쾌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여성은 성호르몬 수치가 정상인 경우에도 정상적인 성호르몬 변화에 훨씬 더 민감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를 막으면 PMDD 증상이 사라지지만 이를 다시 분비하게 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여성의 백혈구에 있는 유전자에 반영될 수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PMDD를 가진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큰 차이점은 ‘ESC/E(Z)’(Extra Sex Combs/Enhancer of Zeste)로 명명된 유전자 복합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복합체는 뇌에서 성호르몬의 분비와 스트레스 민감도를 조절하는 데 PMDD를 가진 여성의 세포를 분석해보니 절반 이상의 ESC/E(Z) 유전자가 대조군과 비교해 과도하게 발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주된 유전자 4종의 단백질 발현은 PMDD를 가진 여성의 세포에서 감소했다. 또한 프로게스테론은 대조군에서 이들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켰지만 에스트로겐은 PMDD 환자에서 유래된 세포주에서 발현을 감소시켰다. 이는 PMDD에서 호르몬에 관한 세포 반응을 조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에 참여한 피터 슈미트 박사는 “우리는 의문스러운 이 유전자 복합체에서 PMDD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에 대한 세포 반응의 장애가 된다는 증거를 더하는 불완전한 발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한 “처음으로, 우리는 이제 PMDD를 가진 여성으로부터 유래된 세포에서 비정상적인 신호 전달에 관한 세포 상의 증거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에 관한 비정상적인 행동적 민감성의 생물학적으로 그럴듯한 원인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유전자 복합체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면 내분비계 관련 기분 장애의 치료법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Tom Wang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도깨비’ 이동욱, 고려시대 왕여 스틸 공개..장난기 싹 가신 ‘근엄 눈빛’

    ‘도깨비’ 이동욱, 고려시대 왕여 스틸 공개..장난기 싹 가신 ‘근엄 눈빛’

    배우 이동욱이 고독한 슬픔을 간직한 고려시대 왕여의 자태를 선보인다. 이동욱은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에서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잘 생기고 세련된 저승사자 역을 맡아 명품 열연을 펼쳐내고 있다. 지난 10회분 엔딩에서는 써니(유인나)가 전생에 김신(공유)의 여동생 김선이었음이 밝혀짐과 동시에, 용포를 입고 있는 저승사자의 모습이 담겨 충격을 안겼다. 써니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고, 김신이 가지고 있던 누이의 족자를 보고서 통곡을 했던, 저승사자의 전생이 왕여였던 것. 900년 동안 한 번을 못 만났던 여동생의 환생과 마주친 김신, 김신의 동생 김선과 전생이 왕여였던 저승사자의 비극적인 운명이 예고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와 관련 이동욱이 고려시대 왕여로서의 자태를 오롯이 드러낸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고독한 슬픔과 비통함이 담긴 표정 등 지금까지 저승사자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면모를 자아내고 있는 것. 과연 이동욱은 전생에 고려시대 왕여로서 어떤 사연을 그려낼 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동욱의 ‘고려시대 왕여로서의 등장’ 장면은 최근 수원시 팔달구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집중력을 요하는 장면의 특성상 이동욱은 쾌활하고 명랑한 평소 행동과는 달리, 말수를 줄인 채 오로지 대본에만 몰입했던 상태. 오랜만에 진행하는 사극 촬영에 대한 긴장감을 드러내면서도 저승사자와는 사뭇 다른 느낌에 대해 이응복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촬영을 준비해나갔다. 특히 이동욱은 비통함과 분노, 슬픔, 그리움 등 왕여의 심리 상태에 따른 감정의 진폭을 눈빛 하나에 모두 담아내며 물오른 연기력을 분출했다. 또한 극도의 감정 열연으로 힘든 촬영이 계속됐음에도, 모니터 앞에서 자신의 연기를 일일이 체크해보며 스스로 다시 촬영에 임하는 열정을 뿜어내 보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제작사 측은 “이동욱은 저승사자와 왕여, 전혀 다른 감정선을 가진 캐릭터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과 연구를 이어가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주 방송될 11회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고려시대 왕여의 본격적인 과거 스토리가 펼쳐지면서 흥미를 배가시킬 전망이다. 11회 본방송을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오는 6일 금요일 오후 8시 11회 방송. 사진=화앤담픽처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늙은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김유민의 노견일기] 늙은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16살이 된 푸들을 키우고 있다. 사람 나이로 80세가 된 할아버지 복실이. 이 친구의 눈이 어제보다 오늘 더 뿌옇다.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버거워 보인다. 어쩌면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내 곁을 영영 떠날지 모른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더 늦기 전에 쓰는 나이 든 반려동물과의 기록. 2001년 어린이날이었다. 엄마가 작고 꼬물거리는 생명체를 품에 안고 들어왔다. 막 태어난 생명은 왠지 모를 경이감을 느끼게 했다. 그저 신기하고, 조심스러웠다. 엄마는 촌스러워야 오래 산다며 ‘복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복실이누나’가 되었다. 살아온 시간의 대부분을 함께 했다. 초등학교 때 처음 만나 중고등학교, 대학교, 직장에 다니는 지금까지. 즐거울 때, 아플 때, 힘들 때, 외로울 때 옆에 있어 주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고3 시절 방에 틀어박혀 울고 있는 나를 이 친구가 체온으로 위로해주었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이해한다는 듯 내 품에 안겼다. 흐르는 눈물을 핥아 주니까 웃음이 새어나왔다. 사무치게 고마운 순간 중 하나다. 표현도 서툴고 말도 없는 가족은 복실이와 함께하면서 대화가 늘었고, 많이 웃었다. “강아지는 강아지일 뿐이야”라면서 과도한 애정표현을 삼가던 아빠는 집에 돌아오면 “아빠 왔어”라며 맨 먼저 복실이를 찾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가족들을 배웅하고, 반겨주는 이 친구를 안 예뻐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최근 복실이에게 온 변화는 낯설고, 슬픈 일이었다. 모든 생명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들고, 언젠가는 세상을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태연할 수는 없는 것임을 순간순간 실감하고 있다. 강아지의 시간은 사람보다 5~6배 빠르다. 우리의 1년이 강아지에겐 5~6년. 복실이의 몸에는 지방종이 생겼고, 검버섯이 많아졌다. 까맣던 눈동자는 백내장으로 희끗해졌고,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졌다.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야’라고 슬픔을 여며보지만 매일 저녁 현관문 앞에서 무너진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기만 해도 어떻게 알았는지 문 앞에 바짝 붙어 있던 녀석은 이제 비밀번호를 누르고 발소리를 내며 들어갈 때까지 내가 온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눈도, 귀도 어두워졌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있는 힘껏 귀를 쫑긋거리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 한 구석이 아리다. 안쓰러워하는 기색을 눈치 챌까, 오늘도 너무 놀라지 않게 말을 건넨다. 마냥 신나기만 했던 반려견과의 일상이 변했다. 부쩍 기력이 없는 모습에 울컥하다, 생기 있어진 어느 날 다행스러워하다가, 또다시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며 우울해지는 감정이 반복된다.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또 힘든 일인지 가슴 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 작은 생명이 내게 준 사랑과 행복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도. 늙은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어리고 귀여웠던 모습 대신 힘없고 아파하는 모습을 매일 같이 바라봐야 하는 일이다. 숨이 가빠할 때 마음을 졸이고, 끝까지 사랑으로 보살피겠다고 매일같이 약속하는 일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늙은 ooo를 키운다는 것은 oo이다”를 보내주세요. [노견일기]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 [고진하의 시골살이] 땔나무를 쪼개다가

    [고진하의 시골살이] 땔나무를 쪼개다가

    아침마다 장작을 패는 건 요즘 내 주요 일과야. 찬 구들방을 덥혀야 하니까. 정월 초하루 날도 나는 어김없이 장작을 패고 있었어. 이따금 개 짖는 소리 말고는 동굴 속처럼 고요한 마을, 장작 패는 소리가 온 동네를 뒤흔들어 놓았나 보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땀을 닦느라 쪽마루에 앉아 있는데, 누가 삐그덕∼ 대문을 밀치고 들어왔어. “아니, 좀 쉬시지 않고 새해 첫날부터 이 고된 일을…?” 오, 사람 좋은 뒷집 장 선생. 은퇴를 앞두고 작년에 우리 마을로 양옥집을 짓고 들어와 이웃이 된 분이지.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늙은이가 정초부터 장작을 패는 모습이 안쓰러웠을까. 사실 나는 평소 몸 쓰는 노동을 즐기는 터. 이런 일로 힘들다고 엄살떤 적이 없지. 장작을 쪼개는 일은 적당히 땀 흘릴 수 있어 몸에도 좋고, 정신 집중에도 으뜸이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어서 와요. 고되긴 뭐, 쉬엄쉬엄하는 걸요. 사실 이런 일은 힘들지 않은데, 어쩌다 인터넷 뉴스를 열면,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은 놈들 보는 게 힘들죠. 더욱이 세월호 사태에 대해 새로운 의혹이 뻥뻥 터지고 있는데,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짠해요.” 그랬어. 사태의 진상을 알 법한 이들이 아령칙한 답변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불쑥불쑥 일어나는 분노를 누르고 지내는 게 정말 힘들었어. 끝 간데없는 저 탐욕의 무리를 보며 한없이 울가망해지던 마음. 자기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다른 생명의 살 권리는 희생돼도 좋다는 거 아닌가. 물론 어떤 존재든 다른 생명의 희생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거 잘 알아. 생명이 다른 생명을 먹어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는 이 불가피한 현상을 누군가는 창조주의 비애라고 했지. 하지만 이런 얘기가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다른 생명의 살 권리를 빼앗아도 된다는 건 아니잖아. 다만, 지구에 주소를 둔 생명은 모두 다른 생명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는 걸 깊이 자각하라는 거지. 그래서 잡초를 먹고사는 우리 가족은 흔한 잡초를 뜯을 때도 ‘미안해, 고마워!’라고 말을 건네곤 하지. 내가 먹는 존재들이 곧 내 몸이 되는 것인데, 어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을 수 있겠어. 내가 먹는 존재들은 나와 둘이 아니잖아. 이런 분명한 자각을 지니고 사는 사람은 자기 곁의 생명이 겪는 아픔에 무관심할 수 없지. 동물 희생이 보편적 관행이었던 원시 시대에도 자기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동물의 희생에 경의를 표했다잖아. 이런 경의를 표할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공감과 자비의 영성으로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되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이 세상의 슬픔에 기쁨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했어. 하지만 누가 과연 이 세상의 슬픔에 기쁨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보살의 마음을 지닌 자라야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더덜뭇한 나는 보살의 지극한 마음과는 거리가 멀어. 그러니 타인의 슬픔에 기쁨으로 참여할 수가 없어. 그냥 타인의 슬픔에 슬픔으로 참여할 수 있을 뿐. 하지만 나이 들수록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이 점점 커져. 젊을 땐 드물던 그놈의 눈물도 점차 많아지고. 하여간 모든 생명의 뿌리는 하나라는 생각에 사무칠 때가 많아. 국정 농단을 저지른 이들조차 내 존재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곤 하지. 내 안에 박근혜가 있고, 내 안에 최순실이 있고, 내 안에 또 누구누구가 있다는 생각….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내 안의 박근혜, 내 안의 최순실이 저지른 죄상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그 죗값을 치르면 좋겠어. 심은 대로 거둔다는, 하늘 그물이 성긴 것 같아도 빠트림이 없다는 저 천상의 법대로 대가를 받으면 좋겠어. 누군가 아프면 나도 아프겠지만, 그것이 우주의 성스런 질서를 구축해 가는 일이므로. 에구, 정초부터 땔나무를 쪼개다가 문득 찾아온 뒷집 장 선생 때문에 주저리주저리 온갖 수다를 다 떨었네. 장 선생을 보내고 나서 쪼갠 나무를 수레로 실어다 바깥채 처마 끝에 쌓았어. 며칠 더 나무를 패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을 것 같아. 가지런히 쌓아 놓고 보니 아낌없이 자기를 내어주는 나무에게 절로 고마운 마음이 새록새록 하네.
  • ‘짧은 삶, 15시간’…생명 나누고 하늘로 돌아간 아기

    미국 오클라호마주(州) 캐쉬언에 사는 34세 전업주부 애비 아헌은 셋째 아이를 갖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임신 19주차 초음파 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아이에게 ‘무뇌증’이라는 불치병이 있어 태어나도 몇 시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 그 순간 그녀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배 속의 아이에게 닥친 무뇌증은 뇌와 두개골의 발육이 불완전한 결함으로, 임신 1000건 중 약 1건에서 발생하는 희소 사례며 대부분 유산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는 신생아 1만 명 중 1명 정도는 무뇌증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현재 5세와 7세가 된 딜런과 하퍼라는 이름의 두 딸을 두고 있는 그녀는 남편 로버트(34)와 상의 끝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그 이유는 짧게나마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신생아 장기 기증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일(현지시간) 이같이 뱃속 아이에게 불치병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낙태를 거부했던 한 여성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했다. 애비는 “이 같은 결정은 자신이 살면서 겪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른 가족이나 친구 누구도 자신들의 결정에 직접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우리는 아이가 정상적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희망하며 이를 위해 제왕절개술을 계획했다”면서 “우리는 아이와 함께 몇 가지 소중한 추억을 나누길 원했다”고 말했다. 또한 “심지어 내 두 자매는 모두 내가 임신을 계속해 나가는 것을 두고 우리 부부가 미친 줄 알았다고 나중에 말했다”고 말했다. 이후 부부는 담당의에게 뱃속 아이의 성별을 물었고 딸이라는 것을 알고 그 자리에서 이름을 정했다. 부부의 두 딸이 서로 이름을 지으려 옥신각신했지만, 바로 그때 그녀가 은혜(grace)라는 뜻을 가진 ‘애니’(Annie)라는 이름을 떠올려 아이에게 붙여줬다. 그녀는 “우리는 비록 아이가 이 세상에서 오래 살 수 없지만,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애니의 탄생에 앞서 부부는 장기기증 서비스 ‘라이프셰어’를 통해 장기 기증을 위한 수많은 병원 회의를 거쳤다. 그녀는 자신의 임신에 관한 악의 없는 질문에 고통스러웠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이후 2013년 6월 26일 마침내 출산일이 다가왔고 애비는 편안히 제왕절개술을 받았다. 그리고 마취에서 깬 그녀는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애니의 탄생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애니는 별로 울지 않았지만, 난 아이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서 “간호사가 내게 애니를 보여줬고 그 아이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손을 잡았고 내 얼굴을 밀착해 냄새를 맡고 계속 뽀뽀해줬다”고 덧붙였다. 애비는 그 순간 가슴이 아팠지만 모든 것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애니가 태어난 뒤 큰딸 딜런은 ‘천국은 진짜 있어요’라는 책 한 권을 가져와 부부에게 동생에게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애니에게 책을 읽어줬다는 그녀는 살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11시쯤 애니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그녀는 아이가 삶의 끝자락에 도달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애니는 14시간 58분 동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살았다”면서 “사랑과 기쁨, 그리고 평화에 둘러싸인 채 모든 삶을 보냈기에 숨을 거뒀을 때조차 슬픔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애니의 장기기증이 시작됐다. 하지만 심장 판막을 제외한 다른 장기들은 산소 수치가 너무 낮아 이식 수술을 할 수 없었고 일부 장기는 연구용으로 기증됐다. 그렇게 애니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이 지났다. 애비는 다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바’(Iva)를 임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애니의 이야기는 희망 중 하나다. 난 이 같은 이야기가 비극 중에서도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애니의 이야기는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애니의 이야기는 공유되고 있으며 난 내가 죽는 날까지 그렇게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상아가 뭐길래? 살해당한 피그미 코끼리

    상아가 뭐길래? 살해당한 피그미 코끼리

    세계에서 가장 작은 코끼리가 밀렵 당하는 사건이 3~4년 전부터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상아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바주에 서식하는 수컷 코끼리 ‘새이버’가 새해 전날 유골로 발견됐다고 한다. 새이버는 멸종된 ‘검치호랑이 송곳니’처럼 아래 쪽으로 굽어 자라는 엄니를 가지고 있어 전문 사냥꾼들에게 살해됐을 확률이 높다. 새이버는 아시아의 다른 코끼리보다 5분의 1정도 작은 보르네오 피그미 코끼리(Borneo pygmy elephant)에 속한다. 현재는 삼림 개간과 서식지 감소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오늘날 1500~2000마리만 남아있다. 새이버는 10월초 야자유 농장에서 환경보호활동가들이 처음 발견해 구출됐고, 카왕 보존림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졌다고 한다. 당시 새이버의 구조와 이동을 도왔던 수의사 구센즈는 "위치추적장치(GPS)를 채워 야생으로 보내면 안전할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은 정말 잘못된 것이었다"며 "슬픔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얼굴에서 엄니가 잘려 나간 채 끔찍하게 죽은 수컷 코끼리 한 마리가 더 발견됐다. 이 날은 중국이 2017년 말까지 상아 무역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이기도 했다. 야생생물보존학회(WCS)의 엘리자베스 베넷 부회장은 "세계가 아프리카 코끼리의 위기를 깨닫고 자국의 상아시장을 폐쇄하는 시점에, 이들을 잃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상아 거래 시장을 닫고 그에 대한 수요도 완전히 멈출 때, 아프리카와 아시아 전역의 모든 코끼리가 불법포획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밀렵 사건이 있기 전에도, 코끼리의 종보호는 주요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코끼리는 그 지역 관광객을 끌어당기며 종자분산을 통해 범람원과 산림을 생태학적으로 유지해왔지만 정부는 그들의 서식지를 침범해왔다. 비싼 야자유 농장에 해를 끼치는 짐승으로 생각한 셈이다. 그래도 아시아의 코끼리는 아프리카 코끼리보다는 밀렵 위협이 덜한 편이다. 아시아 코끼리의 상아는 깨지기 쉽고 노란빛을 띄고 있어서 가치가 덜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새이버의 유골을 최초 발견한 다나우기랑필드센터(DGF) 관계자는 "우리는 거대동물들을 잃고 있다. 코뿔소가 사라졌고, 야생 들소가 곧 사라질 것이며, 코끼리가 그 다음이 될 것이다. 우리의 보석을 잃는다면 다음 세대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찰을 촉구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금박·홀로그램 넣은 닭 우표로 새해 희망 기원”

    “금박·홀로그램 넣은 닭 우표로 새해 희망 기원”

    정유년 연하우표 2종류 도안 4개월간 작업 끝 지난달 탄생 각도에 따라 색 달라져 화려해 “풍요롭고 찬란한 2017년이 되길 기대하며 금박과 홀로그램을 사용해 우표의 화려함을 더했죠.” 우정사업본부가 지난달 1일 선보인 정유년 연하우표 2종은 김소정(46) 우본 우표디자인실 디자인총괄의 손에서 탄생했다. 2종의 우표 중 하나는 떠오르는 태양과 닭의 힘찬 발걸음을 코믹하게 표현했고 또 다른 우표에는 눈 속에서 멋진 자세로 서 있는 닭의 모습을 담았다. “닭은 예로부터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의 상징이었고 태양, 빛의 도래를 알리는 존재이며 귀신을 쫓는 능력이 있다고 여겨졌죠.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동물이지만 신성함 등 상징적 의미를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아요.” 김씨는 4개월여간 자료조사, 구상, 스케치 등의 과정을 거쳐 닭의 친근함과 신성성을 가로 3.5㎝, 세로 3.5㎝ 우표에 담았다. 특히 눈 위에 서 있는 닭을 형상화한 우표에는 최초로 홀로그램 특수효과를 넣어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채로운 색이 나타나도록 했다. 또 태양, 눈꽃, 닭의 부리 등에 금박을 넣어 화려함을 더했다. 김씨는 “지난해는 모든 국민이 슬픔과 허탈감으로 힘든 한 해였던 것 같다”며 “2017년을 맞는 모두가 새로운 도전과 희망,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염원하며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우표는 그 나라의 역사, 자연, 문화, 예술을 보여 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인쇄 특수효과를 이용해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우표 속에 꼼꼼히 기록해 나가겠습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당선 소감] 내가 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위안·기쁨이 되길…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당선 소감] 내가 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위안·기쁨이 되길…

    책이 참 좋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책을 읽으며 느끼는 그 감정들 때문일 거예요. 왠지 모를 설렘, 마음 따뜻해지는 행복감,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이루어졌을 때의 통쾌함.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슬픔까지도요. 제가 책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을 우리 반 아이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책 속에 빠져든 아이들의 모습들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됩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웃음을 참고 입꼬리를 씰룩거리다가도, 사뭇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들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요. 그 모습이 좋아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어린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동화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동화를 쓰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또 다른 시작에 설레기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꿈꾸는 일은 언제나 행복합니다.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작은 위안과 기쁨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늘 응원해 주는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들, 꿈에 한발 다가설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정해왕 선생님, 이 길을 함께 걷는 어작교 글벗 여러분 고맙습니다. 아직 서툰 글에 희망의 씨앗을 심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더욱 정진하라는 뜻으로 여기고 용기 내어, 꾸준히 걸어가겠습니다. ▲1985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서울교대대학원 초등국어교육과 졸업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밸러스트 - 문은강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밸러스트 - 문은강

    지구 지표 생물의 총 무게 중 25프로는 개미다. 자신의 무게의 50배 이상을 들 수 있는 이 생물이야말로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근원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자전하고 있는 지구의 비밀은 이 25프로의 개미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엄지로 짓눌러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개미와 당신은 닮아 있다. 어슴푸레하고 고요한 세상 속에서 나는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걱정이다. 개미굴처럼 깊숙하게 숨어 있는 당신의 집이. 당신이. 집은 퀴퀴한 냄새로 가득하다. 때 낀 수저와 밥그릇이 흐트러져 있다. 오래되고 요란한 살림살이 속에 파묻힌 당신이, 그곳에 누워 있다. 자그만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당신은 유충 같다. 당신의 미간엔 잔뜩 주름이 가 있다. 그 언저리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당신이 눈을 번쩍 뜬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쉰다. 밖은 아직 어둡다. 당신은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켠다. 새벽 뉴스가 한창이다. 당신은 합죽한 입을 우물거리며 뉴스를 바라본다. 당신의 굽은 등이 곧 천장에 닿을 것만 같다. 당신은 찬밥을 꺼내 보리차를 부어 숟가락으로 뒤적인다. 합죽한 입으로 밥알을 몇 번 오물거리곤 단번에 삼킨다. 당신은 음식물을 온전히 씹지 못한다. 아내는 그것을 유난히 안타까워했다. 언젠가 치과에 가자는 아내의 손을 떼어내며 당신은 한사코 싫다 말했다. “내는 틀니 안 한다. 그거 하면 불편해서 맘 편히 먹지도 몬한다더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으면 된다. 그게 훨씬 편하다.” “어머니 그거 요즘은 얼마 하지도 않아요. 그냥 저랑 같이 가서 하세요. 고기도 씹어 드시고 하셔야죠.” 아내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여자는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불필요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처리해야 할 업무는 항상 산더미였다. 아내가 불러 간신히 빠져나온 점심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당신과 점심을 함께 하자는 아내의 말이 퍽 고맙게 느껴져 나온 자리였지만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참, 어머니가 하고 싶으신 대로 그냥 해드려.” 그때 당신의 뭉툭한 손톱은 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다. 당신은 국물을 몇 번 떠먹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침 식사를 마친 당신은 민경에게 전화를 건다. “민경아 아무래도 이상타. 느 오빠한테 전화 함 해봐라.” 수화기 너머의 민경은 짜증을 낸다. 당신은 아랑곳 않고 소리를 지른다.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몸도 으슬으슬하니 춥고 정신도 사나운 것이 불안타 안카나.” 새벽부터 전화해 오빠 타령을 하는 당신이 민경은 못마땅한 모양이다. 한참이나 지속되던 말싸움은 엄마 때문에 이 서방 깼다는 민경의 말 한마디에 곧바로 끝이 난다. “이 서방 아침 잘 챙겨 묵여라. 나가 일하는 사람은 뱃속이 든든해야 한다.” 당신은 사위의 아침 식사를 걱정하며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는다. 머플러로 얼굴을 꽁꽁 감싸고 허리끈으로 바지를 바싹 조인다. 그 위에 무명으로 만든 전대를 찬다. 전대를 열자 정돈되지 않은 천 원짜리들이 불쑥 튀어 나온다. 그것을 집어 들고 침을 묻혀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두이, 서이….” 몇 번이나 다시 세어보고선 전대 안으로 다시 돈을 집어넣는다. 이불맡에 있는 소쿠리를 집어 든다. 아침이 오고 있다. “사람이 많이 죽었대요.” 자줏빛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옷가게 여자가 당신의 곁에 와 재잘댄다. 당신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자 여자는 더욱 바싹 다가온다. 당신의 소쿠리에는 더덕과 뭉툭한 과도가 들어 있다. 당신은 더덕을 꺼내 과도로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더덕에서 나오는 진득한 진물은 손톱을 금방 새까맣게 물들인다. 여자는 호들갑스럽게 뉴스의 내용에 관해 떠든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 사람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노. 치아라.” 더덕을 깎는 당신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장사나 할 것이지. 쓸데없이 와가 뭐라 해쌌노.” 당신의 시선은 더덕을 향해 있다. 당신의 핀잔에 여자는 머쓱하다는 듯 홀로 중얼거리더니 옷가게 안으로 쏙 들어간다. 당신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여자는 옷가게에서 좌판대를 꺼내 물건을 밖에 진열시킨다. 죄다 유행이 지난 옷들뿐이다. 반짝이는 외투에 호피무늬 스커트, 형광색의 레깅스까지 진열하고 나서야 여자는 손을 탁탁 털고 기지개를 켠다. 당신은 여자를 한참을 바라보다 고개를 젓는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더덕은 소쿠리에 곱게 누워 있다. 꼭 발가벗은 갓난아이 같다, 당신은 껍질 벗은 더덕을 두고선 민경과 닮았다며 웃어대곤 했다. 더덕의 뽀얀 속살이 민경의 살갗과 닮았다는 것이었다. 민경이 속을 썩일 때마다 당신은 ‘아가 태어날 때 내가 바빠 제대로 옷도 몬 입혀 주고 만날 발가벗겨 놓고 있어서 그런다’며 오히려 민경을 두둔했다. 열아홉의 민경이 덩치 큰 남자 손을 잡고 찾아와 임신했노라고 말하던 순간에도 당신은 더덕의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민경은 비장한 표정으로 ‘우리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제야 당신은 과도를 내려놓았다. 거리는 한산했다. 옷가게의 여자만이 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고개를 들어 민경과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곤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아라. 느그 때문에 손님 안 온다.” 민경은 그날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곤 했다. 마치 한 편의 시트콤 같던 민경의 사담을 들을 때마다 그날의 거리를 상상해 보았다. 결혼할 사람이라며 아내를 처음 소개하던 날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당신은 아내의 손을 부여잡고 몇 번이고 고맙다 말했다. 아내는 난감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 우석이 참말로 좋은 아다. 내 아들이라 하는 말 아니다.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신랑이 될끼다.” 당신은 아내의 손을 연신 쓰다듬었다. 본격적인 출근 시간이 되자 거리는 인파로 북적인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모퉁이에 당신만이 유일하게 멈춰 있다. 구둣발이 금방이라도 소쿠리를 치고 지나갈 것만 같다. 당신이 앉은 자리에서는 모든 것이 거대하게 보인다. 아주 조그만 개미 같은 당신은 지나는 사람들의 발밑에서 묵묵하게 장삿거리를 정리한다. 그러다 문득 분주한 손짓을 멈추고 멍하니 구두들을 바라본다. 앞코가 동그란 구두, 뾰족한 구두, 헤진 구두, 흙투성이의 구두. 저마다의 구두들. 당신은 코를 한번 훌쩍인다. 언젠가 당신에게 정장과 구두를 선물 받은 적 있다. “옷가게 동상한테 비싸게 산 거잉게 오래오래 입그라.” 당신은 거칠한 손바닥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대단타 하드라. 우석이 이리 턱하니 좋은 회사 취직했다고.” 그즈음 당신과 나의 거리에는 과연 어떤 단어가 놓여야 할지 몰랐다. 당신은 엄마와 어머니의 경계선에 놓여 있었다. 선택한 방법은 당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었다. 의식적으로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당신을 생각하면 마음 한켠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나를 괴롭게 했다. “미안타. 고맙다.” 당신은 정장 입은 내 모습을 보고 한참을 글썽였다. 당신은 더덕을 깎다가 과도에 손을 벤다. 손가락 위로 동그랗게 맺히는 핏방울을 입으로 쪽쪽 빤다. 거리의 구두굽 소리가 잦아들 즈음 당신은 벌떡 일어난다. 더덕이 들어 있는 소쿠리를 살짝 밀어 놓고 옷가게로 성큼 들어간다. 나이가 지긋한 손님이 옷을 고르고 있다. 당신은 계산대에 있는 전화기에 손을 뻗는다. 여자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당신에게로 쪼르르 달려온다. “형님 지금 손님 있으니까 이따가 와서 전화기 쓰셔. 응?” 당신은 여자의 말에 대답도 않은 채 수화기를 든다. 익숙한 번호를 재빠르게 누르고 통화 연결음을 듣는다. 찰나에 당신의 표정은 수십 번 바뀐다. ‘연결이 되지 않아….’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적인 음성을 듣고 당신은 한숨을 내쉰다. 여자는 당신의 눈치를 보며 손님에게 다른 옷을 권한다. 당신은 다시 수화기를 들어 민경에게 전화를 건다. 민경이 전화를 받자 당신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오빠한테 전화했나?” 당신은 소리를 빽 지른다. 덕분에 옷가게의 여자와 손님은 깜짝 놀라 당신을 쳐다본다. 당신은 간절한 표정으로 민경의 대답을 기다린다. 한참 뒤 당신은 계산대가 놓인 탁상을 쾅 친다. “그라믄 새언니한테다 전화해 봐야 할 것 아니가. 얼른 전화하그라. 집에만 박혀가 암것도 안 하믄서 그거 하나 몬하나.” 당신이 씩씩거리자 손님은 집어 들었던 옷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밖으로 나간다. 민경과 당신은 한참이나 말다툼을 한다. 민경이 먼저 전화를 끊자 당신은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는다. “형님 손님 있을 때는 이렇게 불쑥불쑥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형님 때문에 그나마도 없던 손님 다 나가겠네.” 여자는 씩씩거리며 팔짱을 낀다. “여기가 뭐 백화점이나? 길거리에서 옷장사하믄서 손님, 손님 따지게.” 당신은 여자에게 역정을 내며 밖으로 나온다. 찬 바람이 당신의 품으로 파고든다. 당신은 옷섶을 여미고 당신의 자리로 터벅터벅 돌아간다. 밸러스트. ‘와 뱃일을 하려 하느냐’는 당신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었다. 출항할 때 항만에서 탱크에 바닷물을 채우고 다른 항구에 도착해선 물을 버리는 이 무게중심 유지 장치는 당신과 민경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늘어날수록 당신과 민경의 무게는 조금 더 가벼워졌고, 당신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나는 가벼워졌다. 적정량의 무게를 유지해야만 나아갈 수 있는 선박처럼 우리는 살아왔다. 서로의 무게를 나눠 가지면서 말이다. 당신의 남편이 죽던 날, 당신은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민경은 당신의 등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당신은 이를 악물고 화장장으로 들어갔다. 당신은 남편이 재로 변하는 과정을 눈도 돌리지 않고 집요하게 응시했다. 당신의 입술은 너무나도 팽팽해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우석이 민경이 내가 잘 키울 것이다. 번듯하게 키울 것이다.” 당신의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아침잠이 많았던 당신이 새벽부터 일어나 거리로 나섰던 것은 그날 했던 말을 책임지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민경은 고작 다섯 살이었다. 제대로 옷도 챙겨 입지 못하던 민경은 껍질 벗겨진 더덕처럼 방 안에 남겨졌다. 옷장에는 소매가 누렇게 변한 옷가지들이 가득이었다. 당신이 거리에서 팔아가는 채소의 가짓수가 늘어갈수록 우리는 나이를 먹었다. 학부모 참관 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면 잠을 참아가며 당신을 기다리곤 했다. 당신을 마주하는 날보다 기다리는 날이 더 잦았다. 대학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도 어김없이 늦는 당신에게 편지를 써놓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머리맡에서 느껴지는 당신의 시선에 눈을 떴다. “우석아 기계 배우는 곳으로 가그라.” 당신은 거슬거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떨리는 손끝에서, 붉어진 귓불에서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더 공부하고 싶었다. 남들처럼 대학은 나오고 싶었다. 어린 민경은 당신의 품에 파고들며 어리광을 피웠다. 당신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을 기다렸다. 언젠가 보았던 당신의 팽팽한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과 민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박용 구조물을 생산하는 하청회사에 취직했다.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뜨내기를 챙겨 주는 사람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착같이 일해야 했다. 밤낮없이 일했다. 아마 당신도 이런 마음으로 일했으리라. 때문에 당신에게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았다. 원청업체에서 구조물 하자를 핑계로 납품을 거부했을 때, 그것이 오롯이 회사에서 가장 어렸던 내 탓으로 돌아왔을 때,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른 채 사장에게 고개를 숙였을 때, 처음으로 당신이 원망스러웠다. 홀로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당신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대문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당신 얼굴은 참 많이 늙어 있었다. “와 인자 오노. 뭐 이리 술은 마셨노.” 당신은 비틀대는 내 손을 잡아끌며 잔소리를 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당신의 온기에 목구멍에서 무언가가 울컥울컥 치밀어 올랐다. “나 기계 만지는 거 싫어.” 울음이 터졌다. “엄마….” 한번 내보인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밖으로 꾸역꾸역 터져 나왔다. 아이처럼 당신의 품에 안겨 울었다. 당신은 등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쌀쌀한 밤바람을 핑계로 당신에게 오랫동안 엉겨 붙어 있었다. “불쌍한 내 새끼. 우짜면 좋노. 우짜면 좋아.” 당신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아마 당신은 울고 있었을 것이다. 후에 번듯한 선박 회사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신은 거리 한복판에서 춤을 췄다. “보소. 우리 우석이가, 우리 아들이, 그 좋은 회사 들어갔다 안하요. 보소. 동네사람들 보소.” 당신은 우스꽝스럽게 팔다리를 휘적거렸다. 옷가게 여자는 그날의 당신을 설명하며 깔깔댔었다. “우석아 나는 그때처럼 네 어머니의 가벼운 표정을 본 적이 없어. 몸짓도 표정도 깃털 같아서 저 위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니까.” 소쿠리가 거리에서 나뒹군다. 당신은 재빠르게 소쿠리를 집어 든다. 생면의 남자가 커다란 천막을 치고 있다. 당신의 돗자리와 방석은 한쪽에 처박혀 있다. 당신은 돗자리를 집어 들어 탁탁 턴다.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진다. 당신은 천막 쪽으로 다가간다. 천막 안에는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네댓 명의 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탁자에는 커피포트와 커피믹스, 종이컵이 그득하다. 당신은 그들에게 다가간다. 당신을 발견한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차 한 잔 하세요.” 여자는 종이컵에 녹차 티백을 넣어 당신에게 건넨다. 당신은 컵을 밀어낸다. “여기서 뭐하는 거요? 여기는 내가 장사하는 덴데. 고새에 남의 물건 치워뿔고 뭐하는 거요.” 여자가 물끄러미 당신을 건너다본다. 당신과 여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얽힌다. 여자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누군가를 불러 귓속말로 속삭인다. 그들은 서로 무언가 이야기하더니 구석에서 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는 여자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당신에게로 다가온다. 당신은 소쿠리를 안고 매섭게 남자를 쏘아본다. 남자는 자신을 장 집사라고 소개하며 정중하게 허리를 구부려 당신과 눈을 맞춘다. “장 집사고 뭐고 난 모르는 일이고 여기는 내 자리요. 이거 다 치우고 비켜주소.” 당신은 장 집사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그는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리고 당신을 후미진 자리로 끌고 간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여기에서 장사하시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천막을 쳐 버렸네요. 어머니께서 양해해 주시고 오늘만….” “없기는 뭐가 없대요. 내가 떡하니 돗자리도 펴놓고 더덕에 소쿠리도 놓고 장사하고 있었구만.” 당신은 나뒹구는 돗자리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과 장 집사를 번갈아 쳐다본다. 장 집사는 얼굴을 찌푸린다. 그는 당신이 무슨 말인가를 더 해주기를 기다린다는 듯 말없이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은 합죽한 입을 앙 다물고 그를 응시한다. 그는 한숨을 푹 쉰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는 여기서 어머님이 장사하시는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이렇게 이미 천막도 치고 있고 테이블도 옮겨 놓았답니다.” 장 집사는 당신의 손에 들려 있는 소쿠리를 흘긋 보며 웃음을 짓는다. “어머니 짐은 이 소쿠리뿐이시잖아요. 어머니께서 양해 좀 해주세요.” 그는 인자하게 웃으며 당신의 소쿠리에 손을 올린다. 당신은 그의 손을 확 쳐내고 소쿠리를 자신의 품에 더 세게 끌어안는다. “나는 여기서 몇 년을 앉아 물건 팔았소. 여기는 내 자리란 말이요. 갑자기 와서 이것저것 놓는다고 이 자리가 댁 자리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요.” 거리를 오가던 몇몇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수군거린다. 장 집사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당신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어머님 이 자리에서 허가받고 장사하시는 거 아니시잖아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절대 못 움직여요.” 당신은 장 집사를 거칠게 밀어낸다. “동네 사람들 여기 보소.” 당신이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자 여자들이 다가와 당신을 말린다. 옷가게 여자가 깜짝 놀라 뛰쳐나온다. 당신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지른다. 옷가게 여자는 당신의 등을 때리며 우선 들어가자고 소매를 잡아끈다. 주변의 여자들도 당신의 등을 은근히 떠민다. “진정하세요. 어머니 진정하세요.” 한 여자가 당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당신은 어깨를 휙 젖힌다. 덕분에 당신의 품에 있던 소쿠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소쿠리 안에 있던 더덕들이 바닥에 나뒹군다. 당신은 재빨리 몸을 숙여 더덕들을 소쿠리에 담는다. 옷가게의 여자는 당신을 따라 땅에 떨어진 더덕을 손으로 급하게 움켜쥐고는 억지로 당신을 자신의 가게 안으로 들여보낸다. “형님도 참. 좋게 이야기하시지. 거기서 그렇게 역정을 내시면 어떡해요.” 옷가게 여자는 당신에게 물을 건넨다. 당신은 단박에 그것을 들이켜고 숨을 몰아쉰다. 한참이나 씩씩거리던 당신은 바닥에 놓인 소쿠리를 내려다본다. 정갈하게 누워 있던 더덕들이 마구잡이로 흩어져 있다. 당신은 더덕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어 정리한다. 여자는 당신을 보며 한숨을 쉰다. “오늘은 여기서 그냥 장사 접고 들어가요. 요즘 감기 기운도 있으시담서.” 당신은 아무 대답 않고 가만히 소쿠리만 바라보고 있다. “아유 암튼 고집은.” 여자는 고개를 젓는다. 한참의 정적이 지속된다. 여자는 못 견디겠다는 듯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인다. 뉴스가 한창이다. 뉴스에서는 어제 발생한 사고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는 몸을 감싸며 혀를 찬다. “불쌍해서 어째.” 당신도 고개를 들어 텔레비전을 바라본다. 사망자 명단이 하단에 천천히 지나간다. 옷가게의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당신과 여자는 동시에 그곳을 바라본다. 장 집사가 한 손 가득 과자와 음료수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죄송해서요. 저희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렸으니 용서해 주십사 하고 왔습니다.” 장 집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과자와 음료수를 당신에게 내민다. 당신은 고개를 돌린다. 눈치를 보던 여자가 멋쩍게 웃으며 그것들을 받아 든다. “어유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여자가 당신 의 등을 쿡 찌른다. 당신은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앉아 있다. 장 집사는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괜스레 옷가게 안을 두리번거린다. ‘참으로 애석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 속 앵커는 사무적으로 비통함을 토하고 있다. “정말 슬픈 일이죠.” 장 집사는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말한다. 당신은 그를 쏘아본다. “저희는 어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이렇게 모였답니다. 기도드리고 찬송도 하려고요. 모든 슬픔의 무게는 함께 나누어야 더욱 가벼워지는 법이지요. 사람은 저마다 짊어질 수 있는 무게의 양이 한정되어 있답니다. 너무 무거워지면 버티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저희는 그 짐을 나누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왜 내 자리에서 하냔 말이요.” 당신은 장 집사에게 삿대질을 한다. “어머니의 자녀분께 저런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 보세요. 부디 어머니의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당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지금 뭐라 했노.” 당신은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지른다. 장 집사와 옷가게 여자의 눈이 동그래진다. “내 자식들한테 저런 일이 와 생기노. 와 생기냔 말이다.” 당신은 소쿠리에 있는 더덕을 꺼내 장 집사에게 던진다. 장 집사는 놀란 얼굴로 당신 팔을 부여잡는다. 당신은 더덕을 내려놓고 온 힘을 다해 그의 등을 때린다. “썩 꺼져라. 나쁜 놈의 새끼. 꺼져라.” 당신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장 집사는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만 본다. 옷가게의 여자는 장 집사의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내보낸다. 당신의 쪼글한 얼굴이 금방 눈물범벅이 된다. “이게 뭔 난리래.” 옷가게의 여자는 혼자 중얼거리며 휴지를 찾는다. 당신은 바닥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앙앙 울고 있다. 조용히 당신의 곁에 앉아 당신의 눈물을 닦는다. 당신은 내가 온 줄도 모르고 미동 없이 울고만 있다. 이따금 점점 늙어가는 당신의 죽음에 대해 그려보곤 했다. 그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건 당신의 죽음과는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 회사에서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는 와중일 수도 있고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도중일 수도 있다. 당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 다가올 일이었다. 당신의 죽음이 필연적이라면 평화롭게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너부러진 더덕처럼 거리에서 쓰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것이 당신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당신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었다. 손을 부여잡고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 목구멍 안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를. 당신과 나의 거리에서는 부끄러웠던 문장을. 우리의 마지막에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찬송가가 울린다. 당신은 눈을 감고 찬송가를 듣는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아픔은 모두 털어내시고 부디 주 안에서 평안하소서. 마이크를 잡은 장 집사가 소리친다. 여기저기서 ‘아멘’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는 인자 집에 갈란다.” 당신은 소쿠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옷가게 여자도 당신을 따라 일어난다. “이제 좀 진정이 된대요? 아이고 오늘 형님 때문에 놀라 자빠지겠네.” 옷가게 여자는 당신 손을 잡고 말한다. “형님도 나이도 드셨고. 우석이랑 민경이도 자기 앞가림 다 하고 있고. 인자 장사는 쉬엄쉬엄 해요. 뭣하러 그렇게 목숨 걸고 하신데요.” “그러게 말이다.” 당신은 옷가게의 유리를 통해 비친 거리를 바라본다. “내도 모르겠다. 아새끼들 데리고 살아보겠다고 길거리에 나왔는데 인자는 내가 나와서 뭐라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해 몬 살겠더라.” 전화벨이 울린다. 옷가게 여자가 손을 뻗는다. “여보세요.” 찬송가는 더욱 크게 흘러나온다. 주위는 어둠에 잠기고 검은 그림자 걷히고. 당신이 옷가게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여자가 황급히 잡는다. “형님, 민경이에요.” 여자의 표정이 불안하다. 당신은 재빨리 수화기에 귀를 댄다. “아야 엄마다. 뭔 일이고.” 당신은 소리를 내지른다. 우리는 오직 주 안에서 평안하리라. 찬송가 소리에 민경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지 당신은 더욱 귀를 수화기에 바짝 가져다 댄다. 민경은 흐느끼고 있다. 당신은 놀라 무슨 일이냐며 민경에게 재차 묻는다. 민경의 흐느낌이 더욱 거세진다. “민경아 아가 울지 말고 말해 봐라. 응? 와 우노. 와 우는 거고.” 당신은 민경을 달래듯이 말한다. 주의 영광 내게 비추어 주소서. “아야 나가서 저놈들 좀 조용히 하라 캐라. 정신 사나워서 살긋나.” 당신은 옷가게 여자에게 말한다. 여자는 어찌할 바 모르고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민경아 아침부터 전화해서 엄마가 짜증내서 그라는 거지? 뭔 일 있는 거 아니고 어매 때문에 그러는 기지? 그래서 우는 기지?” 당신의 꺼슬꺼슬한 목소리가 갈라진다. 민경이 겨우 입을 뗀다. 당신의 동공은 점점 커진다. 주는 귀를 기울이사 다 듣고 계시네. 당신은 민경에게 재차 다시 말해 보라며 다그친다. 민경은 뭉개진 단어들과 함께 흐느낀다. “아니다.” 당신은 중얼거린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은 울고 있는 민경을 뒤로 한 채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뭐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은 허겁지겁 가게 문을 나선다. 당신의 발에 더덕이 들어 있던 소쿠리가 차인다. 옷가게 바닥으로 더덕이 흩어진다. 당신은 그것을 주워 담을 생각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간다. 당신의 자리에는 낯선 사람들이 모여 찬송을 부르고 있다. 당신은 거리의 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사람처럼. 장 집사가 당신을 발견하고 재빨리 눈을 피한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통행에 방해가 되는 당신을 거칠게 밀치며 지나간다. 그제야 당신은 정신이 드는 듯 어딘가를 향해 몸을 튼다. 주의 얼굴 뵈올 때 나의 영혼 기쁘다. 당신의 등 뒤로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그럴 리가 없다. 그라믄 안 되는 일이다. 하늘이 그라믄 안 된다. 세상 사람들한테는 다 그래도, 우리 우석이한테는, 그 아한테는, 그 불쌍한 거한테는 그라믄 안 된다.” 당신의 신발 한 짝이 벗겨져 나뒹군다. 바람이 분다. 거침없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몸을 떠민다. 그러나 더 이상 당신을 따라갈 수 없다. 때아닌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눈이 내리고 있었구나. 나는 나직이 중얼거린다. 아직 추워질 때가 아닌데. 당신은 달린다.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당신은 달린다. 눈송이는 당신의 뒷모습을 지워나간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신발 한 짝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신발 속에는 어느새 차가운 공기가 가득 차 있다. 당신의 신발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당신의 한쪽 발이 걱정스럽다. 당장이라도 신발을 주워 들어 당신께 건네고 싶다. 그러나 손은 닿고 싶은 곳, 그 언저리만을 천천히 맴돌 뿐이다. 살아남아 있는 당신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맴돈다. 지친 영혼이여 부디 평안히 쉬소서. 찬송가는 점점 옅어진다.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도 지워지고 당신이 서 있던 거리 풍경도 점점이 뒤로 물러난다. 흩어진 풍경 사이로 눈발이 분말처럼 반짝인다. 결국 마지막까지 못난 아들이라 죄송하다. 왜 이리도 가벼운 것인가. 당신이 떠나버린 내 몸의 무게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