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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인 연출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 “내 연극은 비빔밥이다”

    일본인 연출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 “내 연극은 비빔밥이다”

    ‘일본 연극계의 상징’은 자신을 “헤엄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물고기”에 비유했다. “괴롭거나 슬픈 연극을 만들어도 그걸 본 관객들은 살아가는 희망을 품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연극을 세계에 알린, 그것도 서양이 자부하는 셰익스피어 등 ‘고전’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76)는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연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들고 한국을 찾은 그는 “관객을 빠른 시간 안에 연극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게 연출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막을 올린 지 3분 안에 극의 방향성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는 그가 연출한 스물 네 번째 셰익스피어 작품이다. 지난달 일본 사이타마 예술극장에서 초연한,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최신작이다. 재일교포 3세 아란 케이가 주인공 클레오파트라를 맡아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니나가와는 “아란 케이는 (일본에서 가극스타로 성공하기까지) 재일 한국인으로서 (수많은 편견과) 싸워왔다. 클레오파트라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패기를 지닌 아름다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아란 케이가 꼭 필요했다. 그녀의 용기를 응원하고, 존경과 우정을 표시하고 싶었다.”면서 “한국에 가볍게 오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흥분되고 겁도 난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나이 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 같은 거다. 중년 남자와 매력적인 여왕의 얘기인 만큼 정치, 질투, 이루지 못한 사랑 등 셰익스피어 작품의 많은 요소가 담겼다.” 1969년 연출가로 데뷔한 니나가와는 사회성 짙은 실험극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셰익스피어 대표작을 강렬한 무대 연출로 담아내 아시아 연극의 저력을 세계에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초기 실험극 정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상업 연극과 손잡았다.”며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나는 일본을 대표하는 연출가가 아니다. 나를 싫어하는 비평가도 많고 (나에 대한) 찬반이 있다. 거장이라고 해서 늘 존경받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유럽 연극이 이상적인 것이라고 배운 세대다. 거기에 우리 민족과 아시아인의 정체성을 연결하고 싶었다. 유럽에 나가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해 (공연하러) 나갔는데 새로운 표현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때 ‘이제 알았냐, 일본이 만든 셰익스피어, 아시아가 만든 희랍극은 이런 거다’ 하는 마음이 든 게 솔직한 심정이다.” 스스로 거장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는 그는 자신을 “싸우는 노인”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왜 그토록 강렬한 무대에 집착하는 것일까. “셰익스피어를 일본어로 공연하다 보니 설명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이를 보충하고 언어를 공유하고자 (관객이) 눈으로 보면서 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에 집착하게 됐다.” 연출 철학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의 비빔밥’을 예로 들어 눈길을 끌었다. “비빔밥 위에는 나물도 있고 고기도 있다. 그런 게 각각 제 작품의 하나다. 세계에 대한 감각, 인간에 대한 느낌을 한 작품으로 표현하긴 어렵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언젠가 그는 “서울은 그리스 비극을 하기 적합한 도시”라고 말한 적 있다. 그 이유를 물었다. “창덕궁도 돌아보고 (서울)거리도 다녀봤는데 도시 안에 산이 있는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보다는 바위가 많다. 그래서인지 뭔가 분출해 내는 힘이 느껴진다. 그리스랑 비슷하다. 야외극, 희랍극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변함없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니나가와 유키오의 가장 큰 특징인 강렬한 무대연출이 살아 있는 작품. 흰 액자를 연상시키는 무대에 스핑크스 등 거대 조형물이 현란하게 등장한다. 24~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3만~7만원. (02)2005-0114.
  • 쪽빛 데칼코마니 융프라우를 걷다

    쪽빛 데칼코마니 융프라우를 걷다

    얼마전까지 우리가 스위스를 돌아보는 방법은 주로 ‘관광’이었습니다. 기차나 곤돌라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 ‘바라보는 것’ 위주였습니다. 최근 걷기 열풍이 불면서는 스위스의 진면목을 걸어서 살피려는 움직임도 부쩍 늘었습니다. 그 중심에 스위스의 아이콘, 융프라우가 있었지요. 거대한 자연과 마주하는 여정입니다. 이제 여기에 치즈와 초콜릿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탭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스위스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여정입니다. 바로 그렇게 삶과 풍경이 어우러질 때라야 비로소 온전히 스위스를 돌아본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스위스관광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절반보다 작은 스위스 안에 조성된 하이킹 패스(path)가 6만㎞를 넘는다. 지구를 한 바퀴(약 4만 120㎞) 반쯤 돌 수 있는 거리다. 트레일은 2만개 정도 된다. 우리의 둘레길 같은 하이킹 코스들이 거미줄처럼 나라 전체를 촘촘하게 감싸고 있는 셈이다. # ‘유럽의 지붕’ 열차만 타지 말고 걸어보면… 스위스 하이킹의 핵심으로 꼽히는 융프라우 일대에도 76개의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있다. 저마다의 취향과 산행 능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융프라우 하이킹은 대부분 인터라켄에서 기차를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터라켄은 ‘두 개의 호수 사이의 마을’이란 뜻으로, 융프라우의 배후지 역할을 한다. 기차는 인터라켄 오스트역을 출발해 라우터브룬넨(796m)과 클라이네 샤이데크(2061m) 등을 경유해 융프라우요흐(3454m)까지 오른다. 시간은 2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평탄하게 이어지던 철길은 라우터브룬넨부터 궤도 사이에 톱니바퀴가 놓이기 시작한다. 기차를 타고 험준한 산을 오르는 동안 차창은 풍경화가 된다. 슈타우바흐 폭포 등 풍경의 보고들이 벽화처럼 내걸리는데, 입이 쩍 벌어질 지경이다. 오를 땐 기차 오른쪽, 내려올 땐 왼쪽에 앉는 게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선 저 유명한 융프라우 산악열차로 갈아탄다. 내년이면 설립 100주년이 되는 유서 깊은 철길이다. 산악열차에 오르면 ‘처녀’란 뜻의 융프라우(4158m)와 수많은 산악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거 북벽(3970m), 묀휘(4107m) 등 알프스의 고봉들이 어깨를 맛댄 풍경과 마주한다. 산악열차는 약 2㎞는 초원지대, 7㎞ 남짓한 거리는 아이거와 묀휘의 암벽을 뚫은 터널을 지난다. 소요시간이 50분에 달할 만큼 천천히 오른다. 고산병 증세를 일으킬 수 있는 고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터널 구간 중 아이거반트(2865m)와 아이스메어(3160m) 등 두 곳에서 각각 5분씩 정차한다. 아이거 암벽 속에서 알프스 전경을 내려다보는 맛이 각별하다. 종착역은 융프라우요흐다. ‘요흐’는 우리의 ‘재’와 비슷한 뜻으로, 융프라우와 묀휘 두 산자락이 내려와 만난 자리를 뜻한다. 역 밖의 플라토 전망대나 빙하지대로 이어지는 뒷문이 전망 포인트. 역 위쪽의 스핑크스 전망대도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와 22㎞를 뻗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알레치 빙하가 눈앞에 펼쳐진다. 고산증으로 인한 어지럼증도 이때만큼은 싹 가신다. 융프라우 하이킹은 산악열차나 곤돌라 등으로 고산 지역에 오른 뒤 되짚어 내려가는 형태가 많다. 그 가운데 한국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코스는 ‘아이거 융프라우 워크’다. 융프라우요흐에서 열차를 타고 내려오다 아이거 글래쳐(2320m)에 내려서 클라이네 샤이데크까지 걷는다. 융프라우와 아이거, 묀휘 등의 거봉들을 줄곧 등에 지고 내려온다. 앞쪽으로는 알프스의 산자락들이 마루름을 좁히며 다가선다. 스위스 목동들이 만들었을 것 같은 지그재그 코스는 하이킹 초보자들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쉽다. 1시간 남짓 걸린다. # 그뤼에르 치즈… 스위스 삶의 정수 스위스를 대표하는 식품은 치즈와 초콜릿이다. 그 둘의 명산지가 프리부르 지역이다. 스위스 연방을 이루는 26개 주(칸톤) 가운데 한 곳이다. 치즈와 초콜릿 생산 농가는 프리부르 지역 가운데서도 특히 그뤼에르 주변에 몰려 있다. ‘치즈 데어리 패스’(Cheese Dairy Path) 등 전통 치즈와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하이킹 코스도 그뤼에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인터라켄에서 그뤼에르까지는 ‘골든패스 파노라믹’ 등 기차를 바꿔 타며 이동한다. 스위스는 하이킹 패스 못지않게 철도 시스템도 그물망이다. 46개 철도회사가 총연장 5102㎞의 철로를 통해 스위스 구석구석을 연결한다. 관광객들이 어렵지 않게 4000m 가까운 산을 오르고, 꼭꼭 숨겨진 풍경들과 만날 수 있는 이유다. 1876년 첫 운행을 시작한 ‘골든패스 파노라믹’은 전원마을 츠바이짐멘에서 그뤼에르를 지나 레만호(湖)를 품은 몽트뢰까지 이어져 있다. 스위스 특유의 전원풍경을 차창에 달고 가는 노선으로, 스위스 기차여행의 정수로 꼽힐 만큼 줄곧 빼어난 풍경과 동행한다. 인터라켄이 독일어권 지역이라면 프리부르는 프랑스어권 지역이다. 특히 그뤼에르는 지역적으로 프랑스와 가깝다. 문화 또한 프랑스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당연히 고마움의 뜻을 전할 때 독일어 ‘당케 쉔’보다 프랑스어 ‘메르시 보쿠’가 더 잘 어울린다. 국내 한 포털 사이트는 그뤼에르에 대해 ‘거의 1000년 전부터 만들어온 경질 치즈’라고 적고 있다. 지명이 그 지역의 음식을 뜻하는 고유명사처럼 변한 것이다. 치즈 데어리 패스는 그뤼에르를 출발해 해발 1100m의 몰레종 마을까지 다녀온다. 그뤼에르에서 몰레종 마을까지는 5.7㎞, 왕복 4시간쯤 걸린다. 여기는 그러니까, 예쁜 수직 세상쯤 되겠다. 잣나무와 낙엽송 등이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어 있다. 그 아래는 들꽃 세상이다. 노란 민들레와 꽃반지 만들던 토끼풀 등 익숙한 녀석들은 물론, 어린아이 손톱보다 작은 들꽃들이 지천이다. 산길에서는 너나 없이 친구가 된다. 꼬장꼬장한 빨강 머리 독일 할머니도, 배불뚝이 스페인 아저씨도 수줍고 정감 있는 눈인사를 건넨다. # 해발 수천m에서 듣는 워낭소리 40분 남짓 산길을 오르면 워낭소리가 들리고 얼룩무늬 젖소들이 눈에 띈다. 스위스에선 이처럼 해발 수천m 고지대에서 소를 방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저지대 농가들이 싱싱한 풀을 찾아 고원의 초원지대로 올려 보낸 소들이다. 소떼는 봄에 올라와 가을이면 내려간다. 이들이 이동하는 것을 ‘포야’라고 부른다. 가을에 소떼가 내려올 때면 마을마다 축제가 펼쳐진다. 특히 그뤼에르의 중심지인 불에선 만국기를 걸듯 워낭으로 마을 하늘을 장식해 뒀다. 여간 이채롭지 않은 풍경이다. 몰레종 마을까지 가는 산길은 전형적인 스위스 시골 풍경을 담고 있다. 우리와 닮은 듯, 또 다른 풍경에 넋이 쏙 빠진다. 산길 중간의 ‘몽제롱’은 치즈에 식빵을 적셔 먹는 퐁듀로 유명한 집이다. 퐁듀 한 그릇에 17~19스위스프랑(약 2만 1000~2만 3000원)을 받는다. 몰레종 마을에서도 전통 수제 치즈 제작과정을 살펴보거나 다양한 치즈를 맛볼 수 있다. 초콜릿과 함께하는 길은 ‘치즈&초콜릿 트레일’로 불린다. 그뤼에르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떨어진 샤르메가 출발지. 초콜릿 박물관이 있는 브로크(Broc)까지 약 11㎞를 걷는다. 넉넉한 몽살뱅호(湖)와 고전 전쟁영화에서 봤음직한 수력발전소,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진 야운바흐 협곡을 따라 걷는다. 글 사진 인터라켄·그뤼에르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전기는 220V를 쓴다. 우리와 다른 형태의 콘센트(3점식)를 쓰는 곳이 많다. @산악지대가 많으므로 보온성이 좋은 가벼운 옷과 등산화, 선글라스, 선블록 등을 준비해야 한다. @스위스 패스가 무척 유용하다. 기차는 물론 버스, 유람선까지 이용할 수 있다. 산악철도나 케이블카는 할인혜택을 받는다. 스위스 관광청(www.myswitzerland.co.kr) 참조. @스마트폰 소지자는 스위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갈 것. 현지에서 여행서적 몫을 톡톡히 한다. @인터라켄 시내는 자전거로 돌아보기 딱 좋다. 인터라켄 서역(west), 호텔 등에서 대여해 준다. 1~2시간에 14스위스프랑(CHF). 1CHF(이하 프랑)는 약 1230원. @음료수 등 잡화를 살 때 ‘COOP’ 매장을 이용하면 싸다. @융프라우요흐에서 컵라면을 맛볼 수 있다. 7.5프랑. @브로크의 카예 네슬레 초콜릿 공장 입장료는 10프랑이다. 초콜릿 생산 공정 등을 들여다보고, 다양한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비교적 싼 초콜릿 매장도 마련돼 있다. @그뤼에르 고성(古城)은 스위스 국민들이 두 번째로 자주 찾는 고성이다.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좋다.
  • 21세기판 ‘스핑크스’ 영국 출현 박두

    21세기판 ‘스핑크스’ 영국 출현 박두

    노천 광산서 캐낸 각종 암석 부스러기가 풍만하기 짝이 없는 ‘녹색의 여신’으로 탈바꿈한다. 대중지 데일리 메일은 최근 영국 북동부 노섬벌랜드 주에서 폐광물과 흙 더미를 쌓아올린 뒤 표면에 잔디와 풀을 입힌, 나체 여신 형상의 거대한 조경 예술품이 탄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노섬벌랜드주 크램링턴 시의 랜드마크가 될 이 조형 작품은 무엇보다 독특한 조형미와 거대한 규모로 인해 벌써부터 ‘현대판 스핑크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가칭 ‘노섬벌랜디아‘(Northumberlandia)라는 이름으로 2013년 완성돼 공개될 이 작품의 조감도는 비스듬히 누운 ‘대지의 여신’ 형상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어마어마한 규모. 이 ‘녹색의 여신’의 누워있는 한쪽 길이가 무려 440피트(약 402m) 이고, 가장 높은 곳인 유두까지 높이가 35m에 이른다고 한다. 인간 신체를 본뜬 예술 작품으로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사이즈인 셈이다. 데일리메일은 이 거대한 조형물을 한눈에 보려먼 비행기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인근 A1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들은 그녀의 머리 부분만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런던과 에딘버러를 달리는 기차의 객실에선 ‘그녀의’ 풍만한 뒷태를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약 십수 마일 가량 발품을 팔면 관광객들이 ‘그녀의 신체’를 답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얼굴에서부터 발끝은 물론 가슴골 등 그녀의 은밀한 신체 곳곳을 둘러 보려면 20여분은 족히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공공 예술 디자인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환경보전과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 테마 파크 건설 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세계적 조경 예술가인 찰스 젠크스와 기꺼이 자신의 재산 일부를 기부한 귀족, 그리고 광산회사의 합작품으로 약 2억 파운드(약 35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울산박물관 ‘환상 동물… ’ 전시

    신화 속 세계의 환상 동물 이야기가 122일 동안 울산에서 펼쳐진다. 울산박물관은 오는 22일 개관을 기념해 대영박물관 소장 유물 169점을 전시하는 ‘신화의 세계, 환상의 동물 이야기’ 특별전을 오는 10월 22일까지 122일 동안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특별전에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을 표현한 조각과 회화, 도자기 등 169점이 전시된다. 전시 유물은 대부분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전시는 ▲선과 악, 용과 뱀 ▲힘과 의미, 불사조와 환상적인 새 ▲사실과 가상, 유니콘과 사자 ▲세계 너머, 그리핀과 키메라 ▲인간과 괴물의 경계, 스핑크스와 반인반수 생명체 ▲자연의 위협, 인어와 바다괴물들 ▲무시무시한 인간, 칸타우로스와 인간동물 ▲신성한 존재의 묘사, 신과 천사 ▲공포와 보호, 고르곤과 악마 등 9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김우림 울산박물관장은 “신화 속의 동물이 어떻게 인간의 욕구와 희망, 공포를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강원 태백 함백산 눈꽃 트레킹

    강원 태백 함백산 눈꽃 트레킹

    함백산(咸白山)에 갑니다. 백두대간의 일부이면서 눈꽃 트레킹 명산으로 제법 이름 높지요. 주변 풍광도 빼어나 베테랑 산꾼뿐 아니라, 초보 산꾼들도 즐겨 찾습니다. 도시인에게 겨울산행이 쉬운 도전은 아닙니다. 엘리베이터에 적응했던 두 다리는 쥐가 날 정도로 뻐근하겠지요. 맛있는 커피를 탐하던 입술은 밭은 숨결 내뱉느라 닳을 지경일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풍경은 고생한 자의 몫이란 겁니다. 발품 팔아 오른 그 산엔 당신만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결한 눈이 쌓여 은빛 세계로 변해 있을 함백산. 신기루처럼 눈앞에 아련하게 오버랩되더니, 조급증 걸린 두 발은 어느새 강원도 태백시로 향합니다. ●첩첩첩 산산산… 높은 산 깊은 풍경 설악산과 오대산, 대관령에서 뻗어온 백두대간이 남하하다 태백 인근에서 불끈 솟구친 산이 함백산(1573m)이다. 만항재와 화방재를 경계로 태백산과 이웃하고 있다. 함백산은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다. ‘태백의 지붕’이라 불리는 태백산(1567m)보다 높다. 예로부터 묘고산이라고도 불렸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과 같은 의미로, 신성한 산이란 뜻이다. 두문동재(1268m)와 은대봉(1422m), 피재(935m)로 이어지며 백두대간 코스를 이룬다. 산행에 앞서 온도계를 본다. 영하 17도다. 두터운 외투를 헤집고 살을 에는 칼바람이 밀려 온다. 태백시내가 이 정도면 산 정상은 얼마나 추울까. 산행 들머리는 두문동재다. 대체로 만항재에서 출발해 정암사나 두문동재로 내려 오는 게 일반적이다. 만항재가 1330m이니 함백산 정상까지는 243m만 오르면 된다. 하지만 길이가 짧은 대신 정상까지 된비알이 심하다.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 풍경과 마주할 여유를 갖지 못할 바엔 쉬엄쉬엄 오르는 편이 낫다. 두문동재에서 만항재까지는 약 8㎞. 4시간가량 걸린다. 태백시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두문동재터널이 나온다. 터널 바로 위가 백두대간 선상의 두문동재다. 고개 이름이 독특하다. ‘두문불출’(杜門不出)의 ‘두문’과 같은 한자를 쓴다. 풀자면 ‘문을 닫아 둔다.’는 뜻일 터. ‘태백시지’나 태백문화원에서 발간한 ‘우리 고향 태백’ 등 문헌을 보면 이름에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이성계의 조선 개국 이후, 고려 신하 가운데 72명이 조선의 녹을 먹지 않겠다며 벼슬을 버리고 현 황해도 개풍군 광덕산 기슭에 은거했다. 조정에서 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산에 불을 질렀지만, 이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불타 죽고 만다. 그때부터 광덕산 일대를 두문동이라 불렀다. 그런데 72명의 충신 가운데 7명이 태백으로 내려와 인적 드문 함백산 아래 산간 마을에 몸을 숨겼고, 이를 계기로 마을 이름은 두문동, 고개 이름은 두문동재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은빛 설원과 파란 하늘 하나 된 풍경 은대봉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도로에서 한 발짝만 떼면 곧 백두대간 능선이다. 내심 기대했던 상고대(나뭇가지 등에 서리가 얼어붙어 눈꽃처럼 핀 것)는 없다. 하지만 숲은 여전히 눈밭이다. 다져진 등산로를 살짝 벗어나면 금세 무릎 언저리까지 푹푹 파묻힌다. 봄철 연분홍 꽃잎을 곱게 밀어올렸을 철쭉 가지에도, 길가에 낮게 몸을 움츠린 산죽의 푸른 잎에도 순백의 솜털 옷이 달렸다. 여기에 코발트빛 하늘이 멋진 조합을 이루며 잠시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한다. 신갈나무와 사스래나무 숲을 지나 능선에 올라 붙자니 뒤편으로 광활한 산경이 펼쳐진다. ‘첩첩첩 산산산’이다. 대간 능선 트레킹은 이런 매력이 있어 좋다. 멀리 산자락 위편엔 새하얀 풍력발전기 여러 대가 서있다. 삼수령(각각 동·서·남해로 흘러드는 오십천·한강·낙동강의 발원지) 인근의 매봉산 자락에 세워진 현대판 풍차다. 한때 백두대간의 정기를 훼손한다며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것이, 어느새 풍경의 보고가 됐다. 등산로 초입은 제법 가파르다. 대간 마루의 이름값을 하는 것일 게다. 코가 땅에 닿을 듯, 허리 굽혀 40분 남짓 오르면 은대봉 정상이다. 너른 공터에서 잠시 다리쉼 하기에 맞춤하다. 사방이 나무에 가려 조망은 그리 좋지 않은 편. 이후 1~3 쉼터까지는 내리막과 오르막이 번갈아 펼쳐진다. 3쉼터를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함백산의 명물인 주목 군락지와 만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장생의 나무다. 말라 비틀어져 고사목처럼 보이지만, 이 추위에도 끄떡없이 살아 있다. 주목의 푸른 바늘잎이 싱싱한 생명력을 새삼 일깨운다. 눈을 딛고 선 주목들의 장한 자태를 담느라 산꾼들의 카메라도 덩달아 바빠진다. 예서 정상까지는 줄곧 급경사다.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나고, 허벅지에 경련이 일어날쯤에야 함백산은 비로소 제 몸을 허락했다. 사방이 탁 트인 정상, 바람이 땀을 씻는다. 차긴 하되 더없이 맑고 상쾌한 바람이다. 온갖 잡념들도 한줌 남김 없이 바람에 실어 보낸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에 백두대간의 힘찬 줄기를 품는다. 천천히 정상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대간의 고산준봉들이 거칠 것 없이 줄달음치고 있다. 머릿속에 관념으로만 머물던 ‘일망무제’가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북쪽 대간 길을 따라 은대봉, 싸리재, 금대봉이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고, 서쪽으로는 두위봉과 백운산, 장산이 산너울을 이룬다. 멀리 도심속에서나 보았던 검은 띠가 산과 하늘을 가르고 있다. 속세의 홍진이 모인 것인지, 대기오염 탓인지 알 길은 없으나, 승속을 구분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청명한 날이면 동해 앞바다까지 한눈에 찬다던데, 그런 행운은 없었다. 하지만 하늘과 맞닿은 곳에 서서 일망무제(한눈에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이 없음)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충분히 벅차다. ●태백산 눈조각전만 열려 구제역 여파로 ‘2011 태백산 눈축제’가 12일 전격 취소됐다. 하지만 핵심 행사인 눈 조각 전시회는 오는 21~30일 예정대로 진행된다.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과 함백산 아래 오투리조트, 그리고 시내 황지연못 등이 주 무대다. 올해 특징은 눈 조각의 대형화다. 지구촌 곳곳의 문명을 섬세하게 재현했다. 특히 주 행사장인 당골광장 사랑동산에는 ‘세계의 불가사의’라는 주제로 ‘진시황릉 병마용’과 ‘스핑크스’ 등 높이 4.5~11m, 길이 12~30m에 이르는 초대형 눈조각 11점이 전시된다. 글 사진 태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으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내처 달리면 태백이다. 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가 태백산 눈꽃열차 상품을 내놨다. 전세 기차를 타고 축제장과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는 당일 상품이다. 21~25일, 29~30일 서울 영등포역에서 출발한다. 4만 3000원. 버스는 2만 4900원. ▲맛집 닭갈비가 별미다. 볶음식의 춘천 닭갈비와 달리 고구마, 냉이 등을 육수와 함께 끓여 낸다. 대명닭갈비(552-6515)가 입소문 난 집. 태백닭갈비(553-8119)는 복매운탕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한우마을(552-5349)은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쇠고기집. 강산막국수(552-6680)는 막국수와 감자 부침 등 토속 음식을 잘한다. ▲주변 볼거리 태백의 명소를 전부 둘러보자면 하루해가 짧다. 구역별로 묶어서 계획을 짜는 게 좋겠다. 귀네미마을과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대단위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한 곳. 설경도 이에 못지 않게 빼어나다. 인근에 삼수령, 자작나무 군락지도 있다. 구문소(求門沼)는 약 5억만년 전의 고생대 지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수능천석(水能穿石)의 격언을 실감할 수 있는 기이한 세계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과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철암역두 등을 한 코스로 묶을 수 있다. 태백체험공원은 폐광지를 체험관광지로 조성한 곳이다. 석탄박물관과 함께 돌아보면 훌륭한 테마여행이 된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는 별도 코스로 계획하는 게 좋겠다. 예수원은 구제역으로 출입금지 상태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550-2081~5. ▲잘 곳 시내에 깨끗한 모텔이 많다. 5만원선. 가족과 함께라면 함백산 정상 아래 오투리조트(580-7000)를 고려하는 게 좋겠다.
  • [리영희 명예교수 타계] 한국 현대 지성사의 큰 별 떨어지다

    [리영희 명예교수 타계] 한국 현대 지성사의 큰 별 떨어지다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양심적 언론인, 언론학자였던 한국 현대 지성사의 큰 별이 떨어졌다. 최근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지병인 간경화로 힘겨운 투병생활을 해오던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가 5일 0시 40분 숨을 거뒀다. 그는 2000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병세가 호전되자 2005년 대담집 ‘대화’를 출간하고, 지난해 “한국 사회가 파시즘 시대의 초기로 회귀하고 있다.”고 사자후를 토하는 등 지성인의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병세가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투병중에도 지성인 역할 게을리 안 해 리 명예교수의 삶은 한국 현대사 그 자체였다. 1929년 평북 삭주군 대관면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영어교사로 재직하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입대해 1957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했다. 육군 통역장교로 복무하던 7년 내내 ‘미국이 불하한 외국 군대의 군복을 마다하고 작업복을 고집’했던 것은 그의 타협 없는 원칙을 엿보게 하는 하나의 일화였다. 공적인 자리에서 국가와 민족에 복무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이후 언론인이자 지식인으로서 사상을 벼리고, 시대정신을 일깨우는 작업에 한 치의 게으름도 없었다. 1957년 ‘합동통신’에 입사해 외신부 기자로 일하며 언론에 첫발을 내디뎠다. 1964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음 구속됐고, 1969년 ‘조선일보’에서 베트남 전쟁 파병 비판 기사를 썼다가 해직됐다. 1971년 군부독재 반대 지식인 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합동통신에서 또다시 해직됐다. 1972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로 옮겨 언론학자가 된다. 삶의 방법은 바뀔지라도 길이 바뀔 수는 없었다. 해직과 복직이 반복됐다. 1976년 한양대 조교수로 재직 중 해직됐고, 1980년 3월 복직했으나 광주민주화운동의 배후 조종자로 분류되며 같은 해 다시 해직된 뒤 1984년에야 복직됐다. 언론사와 대학에서 각각 두 차례의 해직,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10여 차례에 걸친 구속·감금 등의 경력은 그의 빛나는 이성과 냉철한 지성이 어떻게 실천됐는지 보여 주는 작은 장치였다. ●살아 있는 고전(古典) 된 숱한 명저들 1980년 리 명예교수가 신군부에 의해 구속됐을 때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그를 ‘메트르 드 팡세’(사상의 은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를 은사 삼은 제자들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시대가 엄혹할수록, 우상과 반이성의 광풍이 휘몰아칠수록 그를 사숙(私淑)하고자 하는 이들은 세대와 지역, 계층을 떠나 그를 ‘몽롱한 의식에 끼얹어진 찬물 한 바가지’로 읽고자 했다. 유신정권이 절정이던 1974년 리 명예교수는 인류사적·사회사적·외교사적인 냉철한 접근을 통해 반공·냉전·극우 논리가 판치는 기존 논리에 대해 새로운 사고를 제시했다. 시대의 고전이 된 ‘전환시대의 논리’는 특히 베트남 전쟁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꿨음은 물론이다. 1977년에는 역시 당시 금기의 국가였던 중국을 다룬 ‘8억인과의 대화’를, 한국 사회의 반이성적인 반공 극우 이데올로기를 혁파한 ‘우상과 이성’을 펴냈다. 이후에도 ‘분단을 넘어서’(1984), ‘역설의 변증’(1987), ‘자유인, 자유인’(1990),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1994), ‘스핑크스의 코’(1998), ‘반세기의 신화’(1999), 대담집 ‘대화’(2005) 등 숱한 저작을 남겼다. 홍세화(63)씨는 “(리영희를 통해) 삶의 중요한 변곡점을 얻었다.”고 자신의 삶에 끼친 영향에 대해 말했고, 고병권(39) 사회학 박사는 “리영희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자이기 이전에 각성을 전달하는 교육자였다.”고 높이 평했다. ●“나는 언론인 70, 교수 30이오” 리 명예교수는 경력으로 치면 대학에서 20여년, 언론사에서 14년을 지냈다. 하지만 평소 자신의 정체성을 일컬어 ‘언론인 70, 교수 30’이라고 자평했다. ‘리영희 평전’의 출간을 앞두고 최근까지 리 명예교수를 만나곤 했던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리 선생이 제일 안타까워한 것은 남북문제와 언론의 타락상이었다.”면서 “그는 최근 신문이 방송으로 나서는 것을 두고 ‘보수 언론과 이명박 권력이 화간하는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리 명예교수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이자 실천가였지만, 자신의 바람대로 언론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언론자유상과 늦봄통일공로상, 만해실천상, 한국기자협회 제1회 ‘기자의 혼’상, 한겨레통일문화재단상 등은 그를 삶의 귀감으로 삼고자 하는 언론계 후배들이 바친 헌사이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윤영자씨와 아들 건일·건석씨, 딸 미정씨가 있다.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임재경 전 한겨레 부사장, 고은 시인으로 결정됐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35)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고전 톡톡 다시 읽기] (35)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기원전 5세기쯤에 창작된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왕’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의 예언(신탁)을 받고 태어난 테베의 왕자 오이디푸스. 그는 예언이 글자 그대로 실현된 후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된 채로 테베를 떠나 버리고 만다. 이 비극은 서양문학과 연극의 고전 중의 고전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동서양의 수많은 문학 작품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되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정신분석학 용어나 고전문예학 교과서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출발점도 여기서부터다. ●신은 자연이자 우주 존재의 법칙 오이디푸스에게 내려진 신탁은 실은 아버지 라이오스의 죄에서(소포클레스의 작품에는 생략되어 있지만) 비롯된 것이다. 일찍이 라이오스는 미소년 크리소포스를 유괴, 강간한다. 분노한 크리소포스의 아버지는 “결코 아들을 두지 못할진저. 만약 아들을 두면 그 아들에 의해 죽음을 당하리.”라고 저주를 퍼붓고, 이것이 신에게 가닿아 신탁으로 내려졌다. 신이 말씀하셨으니 이는 운명이다. 이 운명 앞에 선 인간들은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려 한다. 아버지 라이오스. 그는 갓 태어난 아들의 발을 꽁꽁 묶어서 깊은 산속에 내다 버린다. 신탁대로 아들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운명으로부터 도망가려 했던 것은 아들 오이디푸스도 마찬가지였다. 운 좋게 목숨을 건져 양부모 밑에서 청년으로 자라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신탁을 알게 되자, 멀리 길을 떠난다. 양부모를 친부모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곁을 떠나면 자신의 운명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라이오스와 오이디푸스가 기를 쓰고 도망가려 했지만, 결국 신탁대로 모든 일이 벌어졌다. 신은 신탁을 내렸고, 인간은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 왜 이다지 인간은 무력한가. 신이 무엇이기에, 전지전능한 그의 능력 때문에 인간은 그저 복종만 할 수밖에 없는가. 그래서 ‘오이디푸스왕’이 비극인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소포클레스의 비극은 한갓 삼류드라마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가련한 인간을 위해 눈물이나 한번 흘리고 말면 잊혀질 이야기, 그뿐이다. 오이디푸스의 운명과 신의 존재는 그러나 훨씬 더 근본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신은 내 삶을 결정하는 존재다. 생성과 소멸을 관장하고, 삼라만상의 변화를 지휘하는 존재가 신이다. 이런 존재는 바로 자연의 섭리 그 자체다. 인간이 죽고 사는 것, 나아가 세상만물의 생로병사가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은 자연이자 우주적인 존재법칙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어떻게 자연에 맞설 수 있겠는가. 그에 맞서는 것은 내 삶을 포기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인간으로 살고 있는 한, 삶의 자연법칙을 벗어날 수는 없다. 더구나 ‘오이디푸스왕’에서 나오는 운명은 라이오스의 죄로 인해 내려진 인과응보다. 원인이 있으면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 죄에는 벌이 따른다. 그것이 자연법칙이자 운명이다. 그래서 이 운명은 피할 수 없다. ●운명 앞에 선 인간, 어떻게 할 것인가 신이 자연이고, 내 운명이 자연의 법칙에 닿아 있는 이상, 인간은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그것을 겪고 나서야 인간은 비로소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 그것을 감당하지 않고서는 그저 죽는 길만이 선택가능하다. 그래서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사건, 즉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 충격을 받은 어머니이자 아내인 왕비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다. 이 끔찍한 일들은 이미 일어난 과거의 사건들이고,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 오이디푸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버지의 죄 때문에 일어난 인과응보의 족쇄, 벗어날 수 없는 운명과 과거. 그 앞에서 왕비는 죽음을 선택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찌르고 장님이 된 채로 테베를 떠난다. 그가 운명을 감당한 방식은 장님되기, 국경넘기, 길찾기였다. 장님이 되어버리는 것은 바로 자신의 눈으로 보아온, 혹은 인정한 모든 것들을 내려놓는 일이다. 자신이 타고난 것을 과감하게 버리는 일이자,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결별하겠다는 결단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길을 떠난다. 테베를 떠나 이웃 콜로노스로 간 오이디푸스는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이다. 막강한 권력이었던 왕의 자리를 내려와, 자신의 영역이었던 국가 경계를 넘어가는 일은 자신이 소유했던 그 모든 것을 벗어나는 것이다. 장님이 됨으로써 자기 세계와 결별하고, 국경이라는 경계, 즉 자신에게 익숙했던 배치를 넘어서서 고행의 길을 떠남으로써 새로운 장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오이디푸스의 선택들은 아마도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고통을 선택했다는 것은 결국 벗어날 수 없는 과거를 껴안으면서 자신을 정화시키는 길에 다름아니다. 바로 이것이 운명이 채워준 족쇄에서 자유로워지는 오이디푸스의 선택이다. 이 순간 비로소 오이디푸스는 진정한 영웅으로 탄생한다. 스핑크스를 무찌르고 테베의 왕이 되었을 때가 아니라, 장님이 되어서 고행의 길을 떠나는 순간 진정한 영웅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이디푸스의 선택은 운명에 체념하는 수동성이 아니라 과거를 긍정하고, 운명을 사랑하는 그로 인하여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는 능동적인 행위이다. 과거를,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고 나아가 사랑한다는 것은 지금의 삶에 무조건 만족한다는 뜻이 아니다. 삶을 체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감당하기에 버거운 사건들과 마주쳤을 때, 어떤 것과 만나더라도 뒤로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것. 그것이 내 운명을 맞이하는, 그리고 그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김연숙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 남루한 인간풍경 탄식과 웃음으로 묘사

    미확인물체처럼 소속 없이 회사 건물의 화장실 청소만 맡은 여자가 붉은 고무장갑과 장화를 낀 채 변기에 앉아 잠깐 졸곤 하는 모습을 스쳐간다(‘미확인물체’). 국적 불명의 ‘본 그랑드’가 동네 빵집 상권을 모두 먹어 치운 거리를 지나(‘라일락로 1번지’), 개업 한 주일도 못 되어서 문을 닫은 ‘화수목 구잇집’ 있던 골목 끝을 지나(‘책상 아래 벗어놓은 신을 바라봄’)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무사(無事)한 일상의 퇴근시간,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매번 심드렁히 던지는 “어디 갔다 오슈?” 질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새삼스레 고민한다(‘현관에 앉아있는 스핑크스’). 이는 고스란히 작가가 시(詩)와 삼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문숙이 두 번째 시집 ‘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창비 펴냄)을 냈다. 지난해 나온 첫 시집 ‘천둥을 쪼개고 씨앗을 심다’가 그러했듯 이문숙은 일상 속의 쇠락하는 것, 남루한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그렇다고 늘상 단순한 애정과 연민만은 아니다. 때로는 창처럼 뾰족한 느낌이지만 또 때로는 시편 곳곳에서 묻어나는 권태로움으로 읽는 이까지 나른하게 만든다. 그는 불운했던 고려시대 천재 시인 이규보의 끼니 걱정을 했던 처지(시 ‘가죽옷을 전당포에 맡기고’)와 식용유든 빵이든 먹고살 걱정 없는 자신을 대비시킨다. 이규보와 달리 절박함이 없는 자신의 시에 대한 한탄이기도 하다. 펜을 쥔 주먹, 매일 부글거리는 머리를 몽땅 악어의 벌린 입 속에 집어넣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악어가 입을 다물지 않는 한 그에게 시는 숙명이다(‘악어쇼’). 또한 10년 만에 친구를 만난 뒤 책먼지를 뒤집어쓰며 눈에 독이 들었던 청춘을 회상하고, 무엇을 위해 줄달음치며 내뺐는지 스스로 탄식한다(‘청계천 새물맞이’). 이는 시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뒤 첫 시집을 17년 만에 낸 이가 이문숙이다. 시인 김기택은 추천의 글을 통해 “시인은 지루함과 비루함과 고루함을 낯설게 재구성하고 병치하여 이상한 현실을 만든다.”면서 “탄식 같은 웃음, 웃음 같은 탄식을 만들어 낸다.”고 평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달·화성에 외계 유적 있다?

    전 세계가 지켜보며 환호했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그런데 미 항공우주국(NASA)이 세트장에서 날조한 것이라는 음모론도 끊이지 않았다. 공기가 없는 곳에서 성조기가 펄럭이며, 찍어온 사진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별도 보이지 않고, 우주인들의 그림자도 이상하다는 등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한때 NASA의 컨설턴트였던 리처드 호글랜드와 항공우주공학자인 마이클 바라는 달 착륙 조작설은 낭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나사, 그리고 거짓의 역사’(이재황 옮김, AK 펴냄)에서 커다란 음모론을 불쑥 들이댄다. 이미 오래 전에 NASA는 초고대 외계 유적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으나 계속 비밀로 해왔다는 것. 저자들은 NASA가 발표한 수많은 사진, 일부 전직 NASA 직원들의 증언과 이들이 빼돌린 자료에 돋보기를 들이대며 외계의 인공 건조물을 찾아낸다. 화성에는 사람 얼굴 모양의 인공물을 비롯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닮은 건축물이, 달에는 유리로 만든 돔이나 거대한 탑·성채·로봇 머리 같은 건축물이 있다고 말한다. 대개 화질이 떨어지는 사진들이라 진위를 가리기 쉽지 않지만 이마저 외계 유적의 존재를 감추기 위한 편집이라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실제로는 국방 안보의 필요성에 따라 설립된 준군사조직인 NASA가 외계 문명 존재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가 풍비박산날 것을 두려워해 이를 숨기는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에 NASA가 관여했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케네디 대통령은 옛 소련에 달을 함께 탐사하자고 제안했는데, NASA를 좌지우지하던 프리메이슨들이 달의 외계 유적을 소련 등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고 암살했다는 것이다. 2만 8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투탕카멘’ 문신 새긴 고양이 ‘학대’ 논란

    “패셔니스트 펫”vs “동물학대” 최근 러시아에서 몸에 멋진 문신을 새긴 고양이가 공개돼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고양이는 털이 나지 않는 희귀 ‘스핑크스’ 종으로 문신하기에 ‘적합한’ 몸을 가지고 있다. 마취 전문의의 마취를 받고 문신을 받게 된 이 고양이는 자신의 목 부분에 이집트의 투탕카멘의 상을 새겨 넣었으며 단색이 아닌 컬러로 시술받아 더욱 화려함을 자랑한다. 평소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투탕카멘에 관심이 많았다는 고양이의 주인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동안 특별하고 색다른 무언가를 만들길 바랐다.”면서 “내 고양이의 몸에 새긴 문신이 매우 맘에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신을 받은 고양이의 사진과 동영상이 러시아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동물보호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글로벌 동물보호단체인 ‘RSPCA’의 한 관계자는 “모스크바에서 야만인들이나 할 법한 몹쓸 행동이 유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동물을 이같이 이용하는 것을 철저하게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동물을 패션 악세서리로 이용하는 일부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다. 이러한 행동은 동물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는 증거”라며 “이러한 일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동물학대가 퍼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철학의 눈으로 ‘괴물’ 바라보기

    살아 있는 뱀이 뒤엉켜 있는 머리를 가진 고르곤이나 고르곤의 세 자매 중 하나인 메두사는 ‘괴물’이다. 수염난 여자나 영화 ‘엘리펀트 맨’의 주인공, 거인, 난쟁이, 스핑크스, 프랭크슈타인 등은 모두 괴물이다. 괴물은 괴상하고 무시무시한 상상 속의 짐승을 말할 때 흔히 쓰는 단어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에서 신체적 기형은 신의 표시이자 신의 메시지로 이해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원래 ‘몬스터’의 라틴어 어원인 몬스트룸(monstrum)은 ‘매혹적인 것, 사람을 끄는 것, 내보여야 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괴물은 매혹적인 것이란 뜻일까? ‘무엇이 괴물일까’(피에르 페주 지음, 문동호 그림, 이현정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는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괴상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어린이용 철학책이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펴내 프랑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시리즈물의 아홉 번째 책이다. 철학에서는 괴물을 어떻게 볼까. 물어보나 마나 인정하지 않는다. 괴물은 인간의 공포와 충격이 만들어낸 환상으로, 이성적으로 이해하면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괴물을 정의하고 나면 인간은 무엇인가, 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정상과 비정상, 문명과 야만, 우리와 그들 등의 이분법으로 나누기를 좋아한다. 이렇게 나눠 놓고 나면 나와 다른 누군가를 ‘괴물’이라고 낙인찍어 죄책감 없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가까운 예로 인간은 자신과 똑같은 인간 수십만명을 죽이는 전쟁을 벌이거나 유대인 대량학살인 ‘홀로코스트’를 저질렀다. 이런 인간의 행동은 괴물스러운가, 아닌가? 낯선 것을 괴물로 보지 않으려는 이성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신화와 전설 속의 괴물들을 등장시키면서 쉽게 풀어냈다. 75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카메라를 든 김정호’ 서해안을 재발견하다

    ‘카메라를 든 김정호’ 서해안을 재발견하다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사진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출사(出寫)가 보편적인 취미로 자리잡았고, 사진을 올리는 미니홈피나 블로그 하나쯤은 누구나 갖게 됐다.  하지만 일반인이든 예술가든 개인의 소소한 사변을 담아내는 것은 ‘지루한 혼잣말의 반복’이라고 미술평론가 김준기는 말한다.  1997년부터 대한민국 국토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야말로 ‘발로 찍은 사진’을 내놓고 있는 박홍순은 ‘카메라를 든 김정호’라 할 만 하다.  2년간 백두대간을 찍어 1999년 사진집을 냈을 때 그의 시선은 장엄한 우리 산의 기상보다는 ‘이성적 시선’으로 산꼭대기의 헬기착륙장·송신탑·기상대와 산허리의 스키장·공원묘지·도로를 찍어냈다.  구석구석 산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다 간첩으로 오인받은 적도 있다. 저쪽 산봉우리에 있던 군인들이 헉헉대며 달려 와 뭘 하느냐고 확인하고 가기도 했다.  2005년 전시회를 가진 한강의 풍경 역시 마찬가지다.  박홍순이 찍은 한강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만이 아니었다. 한강 유역의 큰 줄기인 남한강과 북한강의 현재를 원류에서부터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 사진은 강과 그 강에 닿아있는 인간을 담았다.  러브호텔의 공사판인 듯 굵게 패인 타이어 자국과 강물 위를 비행하듯 지나가는 수상스키 보트와의 대조, 댐과 댐 공사로 끊어진 물줄기, 홍수가 만들어낸 풀숲, 채 완공되지 않은 끊어진 다리 등이 그가 찍은 한강의 풍경이었다.  2006년에는 인간이 만든 서울 풍경이 박홍순의 카메라에 어떻게 보면 지극히 환상적으로 담겼다. 핀홀카메라로 찍은 서울의 풍경에 에펠탑, 스핑크스, 자유의 여신상, 풍차 등도 보인다.  실은 서울의 답십리, 청담동, 천호동과 송도, 양평, 퇴촌, 양수리, 천안, 충주, 청원 그리고 군산 등에서 발견하고 찍은 레스토랑이나 웨딩 홀의 유럽풍 외관이나 유원지의 조악한 짝퉁 조형물들이다.  바늘구멍 사진기(핀홀 카메라)로 찍은 탓에 흐릿하게 담긴 하와이,파라다이스,몰디브 등으로 이름붙여진 모텔의 풍경은 비루한 일상지만 환상적인 공간으로 다가온다.  2008년 박홍순의 발이 간 곳은 기름이 휩쓸고 간 서해안이다. 하지만 기름때를 닦아내기에 여념없는 자원봉사자들과 시커먼 기름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 아니라 갯벌을 갈아엎은 현장을 포착했다.  냉정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 본 서해안은 거기 그렇게 있는 자연과 조악한 인공의 다스림이 공존하고 있다. 그가 담아 낸 ‘서해안’ 사진전은 2월21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 제 3갤러리 20층에서 열린다.(02) 418-1315  박홍순은 풍경 사진을 찍고자 하는 이들에게 “풍경은 많이 간 사람에게 좋은 풍경을 보여준다.”면서 “자주 마음의 문을 열고 자연을 볼 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최기자 ‘딸랑딸랑’ 자선냄비 직접 쳐 보니 올해 최악의 ‘발연기’ 남녀 대상은 누구? 비상착륙하던 비행기에 치인 젖소부인 선글라스 기술 만든 사람은 우주인
  • 진주 남강유등축제의 유혹

    세계 각국 각양각색의 등(燈)이 다음달 진주 남강에 집결해 화려한 모양과 불빛을 뽐낸다. 진주시는 22일 남강 일대에서 다음달 1∼12일 ‘2008 진주 남강 유등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남강과 진주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빛의 축제인 남강 유등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까지 3회 연속 전국 최우수 축제로 지정할 정도로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유등(流燈)은 강물 위에 띄워지는 등불을 일컫는다. 진주 남강에 유등이 사용된 것은 1592년 임진왜란 때로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진주성 대첩’에서 진주성을 지키던 조선 군사들은 유등과 하늘에 풍등(風燈)을 띄워 성밖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했다. 특히 유등은 남강을 건너 진주성을 침략하는 왜군의 남강 도하를 막는 군사전술 및 진주성 밖의 의병과 연락하는 군사신호로도 사용됐다. 그 뒤 진주성 전투때 순국한 7만여명의 민·관·군의 영혼을 달래는 진혼의식과 가정·국가의 안녕을 비는 기원의식으로 개천예술제에서 유등띄우기가 행사가 비롯됐다.2002년부터는 밤의 축제로 특화·발전됐다. ‘물 불 빛 그리고 우리의 소망’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축제에서는 6만여개의 갖가지 등이 남강 일대에 전시된다. 갖가지 소망을 담은 2만 3000여개의 소망등과 자유의 여신상, 트로이 목마, 제우스신, 풍차, 인어공주, 스핑크스 모양을 한 세계 22개국의 풍물등 및 한국 전통등을 비롯한 3만여개의 유등,3000여개 창작등 등이 행사기간 내내 화려한 남강의 밤을 연출한다. 행사기간에 남강위로 사랑의 다리라는 이름의 부교 2개가 가설된다. 남강 유등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은 등이 소재다. 행사장 안내판에서부터 쓰레기통까지 등으로 만들어진다. 유등축제기간에 우리나라 지방예술제의 효시인 제 58회 개천예술제를 비롯해 제115회 진주 전국민속 소싸움대회,2008 진주실크박람회, 제1회 진주가요제, 시민의 날 종야 축제도 열린다. 진주시는 전국 유일의 밤의 축제인 남강 유등축제에 해마다 국내외에서 3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 1000억원의 경제 시너지 효과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케이트 모스, 30억원 ‘순금 동상’으로 제작

    세계적인 모델 케이트 모스가 ‘순금’으로 다시 태어나 전시된다.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마크 퀸(Marc Quinn)은 케이트 모스를 모델로 약 50㎏ 무게의 금상(金像)을 완성했다고 BBC 등 영국언론들이 보도했다. 지난 2006년에도 케이트 모스의 요가 포즈를 동상으로 표현한 ‘스핑크스’라는 작품을 발표했던 마크 퀸은 같은 모델로 ‘고대 이집트식’ 금상을 시도했다. 들어간 ‘금값’만 약 150만 파운드(약 29억 8000만원) 정도. 이집트 유물에서 모티브를 딴 이번 작품은 데미언 허스트, 안토니 곰리 등 주목받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서 전시된다. 오는 10월 4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대영박물관측은 작품 공개에 앞서 이번 작품의 얼굴부분 일부를 확대한 사진 만을 언론에 제공해 기대를 모았다. 한편 지난 13일까지 한국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퀸은 1991년부터 자신의 피를 뽑아 냉각해 만든 두상 ‘셀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작가로 ‘yBa(young British artists)’의 대표 주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문화마당] 문화적 차이의 의미/김성곤 서울대 영문학 교수·문화평론가

    [문화마당] 문화적 차이의 의미/김성곤 서울대 영문학 교수·문화평론가

    여중생 장갑차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지만,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부족은 때로 두 나라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과 심각한 오해를 불러온다. 예컨대 고의가 아닌 ‘사고(accident)’의 경우 처벌하지 않거나 가벼운 벌을 내리는 미국에서는 교통사고(traffic accident)를 일으킨 운전자가 형사재판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망하면 피해자 가족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구속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 운전병들이 무죄로 풀려났을 때, 한국인들은 분노했고 미국인들은 한국의 그런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또 한국인들은 시위를 할 때 우선 공공기관부터 점거하지만, 사유지 침입이 심각한 범죄가 되는 미국문화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문화를 잘 모르는 미국인들은 단순히 항의의 표시일 뿐인 한국 데모대의 공공기관 진입시도를 엄청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한·미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는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한국인들은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믿는 반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미국인들은 국가 간에 한번 맺은 조약에 재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재협상을 하면 애초의 협상이 의미가 없어지고 상호신뢰가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촛불시위에 반대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한 용기 있는 대학생은 한국문화에서 특이한 경우에 해당된다. 한국인들은 모여서 단체행사를 하려고 깔아놓은 멍석을 치워서 흥을 깨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대학생은 수많은 촛불시위대에 대항해 홀로 멍석을 치우고 있다. 촛불집회 지지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했다는 위협적인 말들에서도 한국문화의 특징은 발견된다. 시위대는 그를 향해 “너나 미친 소 먹어라.”,“너와 같은 신방과 학생인 것이 부끄럽다.”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겠다.” “친일파.” 그리고 “ 고등학교는 어디 나왔느냐.”라고 위협했다고 한다. 외국인들에게 앞의 세 가지 비난은 이해가 가지만, 뒤의 두 비난은 마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와도 같을 것이다. 도대체 미국산 쇠고기와 친일파가 무슨 상관이며, 출신 고등학교는 또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한국문화와 한국인의 정서를 알면 그 숨은 의미를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즉, 데모대가 볼 때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것은 반민족적 행위인데, 한국에서는 반민족적 행위가 곧 친일행위와 상통하기 때문에 그 대학생은 “친일파”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또 한국에서 출신 고등학교는 대단히 중요하다. 대학사회나 정치판이거나 간에 우리는 언제나 같은 고등학교 출신들끼리 파벌을 만든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그 이상한 현상의 이면에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 사귄 친구가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평생친구라는 사고방식이 숨어 있다고 한다. 외국인들에게는 그것이 참으로 유치한 유아적 발상처럼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고등학교 어디 나왔는가.”라는 질문은 곧 우리 편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미국에 귀화한 영국시인 W H 오든은 “문화적 오해는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익숙해져온 것들과 반대되는 편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제 우리와 다른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른 목소리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다. 진정한 선진국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과 다른 것들을 용납하고 포용할 줄 알아야만 한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학 교수·문화평론가
  • “의원님들, 해외연수 맞나요”

    ‘연수인가, 외유인가.’울산에서 지방의회 의원의 해외연수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울산시민연대는 최근 중구·남구·울주군 3개 의회가 총선 직후 외유성 해외연수를 갔다며 울산시 감사관실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의회측은 연수지원팀을 구성해 적지를 선정하고 경비 일부를 자비를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지방의회 의원의 관광성 외유 논란이 그치지 않는 터여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동구의회는 잡음이 크게 일자 전국 처음으로 시민단체와 동행 연수를 떠났다. 울산시민연대(공동대표 김승석·홍근명)는 중구 등 3개 의회가 총선이 끝난 직후 해외연수를 갔다온 것과 관련해 지난 15일 울산시 감사관실에 주민감사(지방자치법 제 13조)를 청구했다. ●“목적 불분명한 외유성… 예산 낭비” 시민연대는 감사청구 이유로 해당 의회의 해외연수가 준비부터 부실했으며 연수 목적도 불분명했다고 주장했다. 또 외유성 연수로 지자체 예산을 낭비하고 업무 연관성이 없는 공무원을 동행해 행정 공백을 불렀다고 말했다. 시민연대는 울산대공원 등 중·남구와 울주군 지역을 돌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주민감사는 청구서를 제출한 뒤 3개월안에 지자체별로 주민 150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 서명이 제출되면 감사청구심의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감사여부를 결정한다. 3곳의 의회는 비슷한 시기에 연수를 갔다. 울주군의회는 지난 4월11∼17일 이스탄불·아테네·카이로 등을 방문해 피라미드·스핑크스·파르테논신전 등을 둘러봤다. 중구의회도 4월27∼5월7일 러시아·덴마크 등 북유럽 4개국을 방문했다. 남구의회는 이과수폭포를 비롯해 브라질·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둘러봤다. 이들 의회는 시민단체 등이 감사를 청구하자 시민단체·주민을 초청해 해외연수 보고회를 열고 “업무와 연관된 연수였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보고회 등 통해 ‘업무 관련´ 해명 남구의회는 지난 26일 의회 회의실에서 시민단체 대표와 의정모니터 요원 등을 초청한 가운데 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서 의원들은 브라질 쿠리치바시의 도시정책, 대중 교통망, 친환경적 공원 조성, 문화유산 보존관리 실태 등에 대한 연수 내용을 설명하고 토론을 했다. 중구의회도 29일 의회 회의실에서 구민들을 초청해 보고회를 했다. 중구의회는 중구의 복지정책과 관련시설의 관리실태를 비교 견학하기 위해 사회복지제도가 잘 발달돼 있는 북유럽 국가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의회측은 사전에 의원·사무국 직원 등 6명으로 ‘연수·견학 지원팀’을 구성해 지난 2월부터 여러 차례 회의와 토론을 거쳐 연수 대상국을 선정하는 등 내실있는 해외연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동구의회는 시민단체 따라가 ‘감시´ 연수 논란이 커지자 동구의회는 23∼30일 공원을 주제로 독일·프랑스로 해외연수를 가면서 이례적으로 시민단체인 동구 주민회와 ‘의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측 회원 각 1명을 단체측 경비로 동행케 했다. 의회측은 투명하고 내실있는 연수를 위해 시민단체와 동행하고 경비 50%를 의원 개인이 부담했다고 밝혔다. 동구주민회 임상호 회장은 “연수 계획이 목적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취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아 연수 내용을 영상 등으로 기록하고 문제점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따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회 이성규 사무국장이 의회 연수 모든 일정을 동행하며 내용을 기록하고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신경림 누항나들이]‘잃어버린 10년’은 없다

    [신경림 누항나들이]‘잃어버린 10년’은 없다

    지난 1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나라 이집트를 다녀왔다.1981년에 집권한 무바라크가 28년째 계엄 통치하고 있는 나라이지만,50년대 나세르가 쿠데타로 집권했을 때만 해도 가장 희망이 있는 신생국으로 주목 받았던 터이다.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희망 없는 나라로 지목했던 같은 신문에 나세르가 혁명 10년을 맞이하여 ‘새 이집트를 위한 나의 포부’라는 논문을 기고하여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 기억을 아직도 나는 가지고 있다. 그 논문에서 그는,“우리가 해야 했던 가장 본질적인 과업은…가장 기본적인 자유인 일하는 자유, 먹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었으며, 토지를 자기 것으로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자기 가족을 보호하며 자기 재산을 가질 수 있게 국가가 조정하는 것은 바로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를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때가 바로 5·16 쿠데타 직후여서인지 5·16이 곧 나세르의 쿠데타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설이 무성했으며, 나세르를 뒤따르는 것만이 성공의 길이라는 주장도 많았다. 한데 지금 그 나라 형편은 어떠한가. 무바라크의 다섯번째 임기가 끝나는 2011년에는 그 아들이 그 자리를 계승할 것이라고 한다. 인구 8500만명에 경찰이 100만명, 땅은 우리의 열배며 자원도 풍부하지만, 관광 외에는 산업다운 산업이 없다. 민주화는 말할 것도 없고 나세르가 강조한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못하다. 웬만한 길목이면 다 낡은 총을 멘 경찰들이 지키고 서 있으며, 우연히 만난 지식인들은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을 크게 꺼린다. 정부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곧 추방이나 죽음을 의미하는 만큼 반정부 시위 따위는 생각도 못한다. 관광지에는 무장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차를 타고 조금만 멀리 가는 여정이면 으레 경찰이 동승한다. 대통령도 국민을 믿지 못해 한번 거동하면 3000명의 경비원이 따른다고 한다. 경찰이 관광지에서 함께 사진을 찍거나 셔터를 눌러준 다음 엄지와 검지를 비벼 돈 세는 시늉을 하면서 “원 달러”를 되뇌는 풍경은 이제 슬픈 풍속도다. 국민의 하위 10%는 하루 1달러로 연명하고, 상위 10%가 부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기쁘게 생각했지만, 문득 24∼25년전 우리 모습이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숙연해졌다. 물론 우리는 적어도 1달러로 생활하지는 않았으며 외국인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원 달러”를 구걸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름 아래 존칭을 생략했다고 하여 몇년씩 감옥을 살고 정부가 하는 일을 반대하다가 맞아 죽기도 하는 모습은 예사로 있었던 일들이다. 그런 체제가 계속되었더라면 정부가 앞장서 이끌어 가까스로 일어서고 있던 우리 경제도 그쯤에서 주저앉고 말았으리라. 국민의 힘의 동원 없이는 제대로 된 경제성장은 절대로 불가능했을 터이다. 이제는 대통령이고 정부고 마구 욕하고 비판해도 좋은 세상이 되었다. 이 민주화가 경제성장의 뒷받침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이것이 저절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들 잊고 있는 것 같다. 이만큼 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갇히고 다치고 죽었으며, 그 끝마무리 점에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립은 그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에 힘입은 바 크다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두 정권의 오만과 편견, 아마추어리즘과 경박함이 국민의 외면을 자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다져놓은 10년을 고집스럽게 ‘잃어버린 10년’으로 격하하려는 시도 또한, 신생국 중 가장 성공한 예로 드는 우리 역사를 실패한 역사로 매도하는 청맹과니 시각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신경림 시인
  • 화려한 볼거리 ‘점퍼’ 가족애 듬뿍 ‘화성아이’

    화려한 볼거리 ‘점퍼’ 가족애 듬뿍 ‘화성아이’

    연초부터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명 SF문학소설을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두편이 나란히 도전장을 내밀었다.14일 개봉한 액션영화 ‘점퍼’와 휴먼드라마 ‘화성아이, 지구아빠’. 이들 작품이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흥행에 성공한 ‘해리포터’,‘반지의 제왕’,‘황금나침반’의 뒤를 이을지 관심을 모은다. ●‘순간이동’으로 에펠탑·스핑스크 여행 영화 ‘점퍼’는 미국 SF소설계의 샛별로 불리는 스티븐 굴드의 대표작. 순간이동을 자유자재로 하는 초능력을 지닌 점퍼들의 세계를 다룬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평범한 한 소년이 1초 만에 자신이 원하는 곳은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점퍼’의 능력을 소유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액션 블록버스터로 영화화되면서 머릿속에서만 그려지던 장면들이 실제로 눈앞에 등장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눈만 깜빡하면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빅뱅, 이집트의 스핑크스,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을 제집 드나들듯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주인공 데이비드(헤이든 크리스텐슨)는 묘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순간이동이라는 소재 탓에 11개국,13개 도시를 돌며 현지 촬영을 했고,‘글래디에이터’ 때도 나오지 않았던 로마의 콜로세움에서의 액션 장면도 등장한다. ‘본 아이덴티티’와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등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덕 리만 감독은 소설적 상상력을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오락영화의 미덕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점퍼들을 처단하기 위한 비밀조직 ‘팔라딘’과의 대결이나 자신의 가족과 능력에 얽힌 비밀 등 뻔한 할리우드 코드를 답습한 부분도 적지 않다.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다소 만화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팔라딘역으로 출연한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새뮤얼 L. 잭슨은 영화의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15세 이상 관람가. ●SF의 탈을 쓴 드라마 ‘화성아이, 지구아빠’ 이에 도전장을 내민 ‘화성아이, 지구아빠’는 ‘스타트랙’과 ‘환상특급’으로 국내에도 유명한 SF작가 데이비드 제럴드의 ‘화성아이(The Martian Child)’를 원작으로 했다. 자신의 양아들과의 실제 관계를 토대로 한 이 단편은 미국의 4대 SF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잇따라 받았다. 발간된 지 10여년 만에 영화화된 이 작품은 SF소설가인 주인공 데이비드 고든(존 쿠삭 분)이 자신을 화성인이라고 주장하는 6살짜리 사내아이 데니스(바비 콜맨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데니스는 지구중력이 약하다며 건전지로 만든 무쇠벨트를 허리에 차고,‘화성소원’을 빌면 눈을 감고도 맛으로 초콜릿 색깔을 알아 맞히는 ‘4차원 꼬마’. 태양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지구중력 때문에 피가 머리까지 가지 않아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 데니스의 ‘기행’을 접한 초보아빠 고든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 작품은 원작에서 실제 SF소설가의 진솔한 경험담과 아이를 ‘화성인’으로 묘사한 부분이 설득력을 갖춰 호평을 받았다. 소설이 주는 상상력에 코믹한 요소를 가미해 기존의 아이-어른 커플이 등장해 인기를 모은 ‘어바웃 어 보이’,‘아이엠 샘’ 등과는 또다른 매력을 안겨 준다. 전체 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스핑크스가 물속으로? 이집트 유적지 침수 ‘비상’

    스핑크스가 물속으로? 이집트 유적지 침수 ‘비상’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로 잘 알려진 이집트 카이로 부근의 기자(GIZA) 지역 고대유적지들이 해마다 상승하는 지하수로 일부 침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고고학최고평의회(Supreme Council of Antiquities)의 자히 하와스 사무국장은 지난 30일 “피라미드 주변 유적에서 물이 넘쳐 침수됐다.“고 밝히면서 ”이로 인해 피라미드 건설노동자와 귀족 등의 주거지였던 ‘피라미트 타운’ 발굴 작업이 계속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발표했다. 염분이 포함된 지하수는 지난해 여름부터 넘쳐 오르기 시작, 고대 이집트 4왕조기(기원전 2613~2494년)에 형성된 피라미드 타운과 귀족의 주거지 및 토기가 다수 출토되고 있는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스핑크스 바로 밑 부분에서도 지하수가 넘쳐흘러 침수 및 범람이 우려되고 있으며 주변 유적지의 벽돌건물은 지하수를 빨아들여 가루처럼 부서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본 후지여자대학의 코바야시 미쓰나 교수는 “나일강의 아스완하이댐(Aswan High Dam)으로부터 물이 스며들고 있으며 농지의 하수나 배수시설의 정비가 잘 안돼 있는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영화리뷰] 판타스틱4

    고층 빌딩 한가운데를 뚫고 나오는 은빛 몸뚱아리의 외계인. 매끈하게 빠져 메탈릭 광채를 뿜어내며 맹렬한 기세로 다가오는 그를 보면서 ‘물건’이겠구나 싶었다. 적어도 예고편에서는 말이다. ‘판타스틱4’의 속편 ‘실버서퍼의 위협’은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 비해 ‘약체’로 평가받았다. 영화는 이러한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기대를 너무 키우지 말고 가급적 예고편에 노출을 피하고 만화(만화가 원작이니까!)가 줄 수 있는 재미에만 만족한다면 부담없이 즐길 만하다. 게다가 러닝 타임까지 93분으로 알뜰하다. 외계에서 지구 파괴 임무를 띠고 온 실버서퍼가 지나간 자리 곳곳에 기상 이변이 속출한다. 일본 해상이 갑자기 얼어붙고, 이집트 스핑크스 위로 눈이 덮인다. 미국 대도시는 정전으로 암흑으로 빠져들고, 말라버린 영국 런던 템스강에는 원인 모를 깊은 웅덩이가 파인다. 몸을 자유자재로 늘리고 구부리는 천재 과학자 ‘판타스틱’ 리드(이언 그루퍼드)와 순식간에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인비저블’ 수전(제시카 알바), 인간 불덩이로 변하는 수전의 동생 ‘파이어’ 자니(크리스 에번스), 오렌지 색 ‘바위인간’ 싱(마이클 시크리) 등 판타스틱4에게 또 다시 지구를 구하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판타스틱4가 너무 막강해져서일까. 위풍당당했던 악당들이 맥없이 사라져버려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실버서퍼가 지구를 파괴하러 온 이유 또한 설득력이 떨어지고 특히 수전의 친절에 감읍한 실버서퍼가 쉽사리 마음을 바꿔 지구를 위해 장렬히 전사하는 결말은 더더군다나 어이없다. 하지만 볼거리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실버서퍼가 서핑하듯 건물 외벽을 수직 강하하는 장면이나 전편에 비해 판타스틱4 멤버들이 생활 속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는 장면은 쏠쏠한 재미를 준다. 유전자 변형을 유발하는 실버서퍼와 접촉한 뒤 멤버들의 능력이 순간적으로 뒤바뀌는 것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네 명이 합체해 되살아난 악당 ‘닥터 둠’(줄리안 맥마흔)에게 한방 먹이는 순간은 만화적 상상력이 극대화된 장면으로 나름대로 통쾌하다.8일 개봉,12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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