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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기철의 플레이볼] 본즈 약물의혹의 교훈

    지난 주 배리 본즈는 행크 에런의 통산 홈런 기록 755개를 깼다. 현대에서 세워진 대기록 가운데 통산 기록으로서 중요한 것을 들면 칼 립켄 주니어의 연속 경기 출장, 피트 로즈의 통산 최다 안타와 에런과 본즈의 통산 홈런 기록이다. 칼 립켄의 기록은 전 미국이 축하무드였다. 피트 로즈 역시 도박 사건이 전혀 냄새도 피우지 않을 때라 떠들썩한 분위기는 같았다. 그런데 에런과 본즈는 둘 다 찜찜한 구석을 남겼다. 1974년 에런이 베이브 루스의 기록 714개를 돌파할 때와 올해 본즈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국 사회의 시각을 대변하는 것은 커미셔너의 발언과 태도다. 그것이 옳고 그름은 별 관계가 없다.1974년 당시의 커미셔너 보위 쿤도, 올해의 커미셔너 버드 리그도 신기록의 현장에는 있지 않았다. 타이 기록을 세울 때는 모두 있었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다른 점을 살펴보자. 에런의 신기록 현장에 대리인을 보냈을 때 전 관중과 언론은 야유를 보냈다. 또 에런이 홈구장에서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원정 경기 출장을 보류하겠다고 했을 때 쿤 커미셔너는 원정 경기에 출장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올해 본즈가 신기록을 홈구장에서 세우기 위해 원정 경기를 쉴 때 리그 커미셔너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신기록 현장에 커미셔너가 없었다고 비난하는 언론도 없었다. 에런은 흑인이 백인의 기록을 깬 죄밖에 없다. 커미셔너는 팬과 언론의 주류였던 백인 루스 팬들의 눈치를 기술적으로 맞췄다. 본즈는? 이미 세월이 많이 변해 백인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또 본즈가 깨뜨린 기록 보유자 에런은 흑인이다. 본즈의 죄야 만천하에 알려진 약물 의혹이다. 리그는 그냥 현장에 없는 것으로 사태를 덮고 싶어했다. 현장에 있어 봤자 약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기록을 인정할 것이냐 등의 대답하기 힘든 질문만 나올 게 뻔했다. 프로야구에 커미셔너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1919년 발생한 ‘블랙삭스 스캔들’ 때문이다. 당시는 선수들이 도박꾼에게 돈들 받은 게 문제가 됐다. 초대 커미셔너 보위 쿤은 법원에서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된 선수 8명을 영구 추방하면서 메이저리그 이미지 개선이란 자리 값을 톡톡히 했다. 그 이후 커미셔너들도 도박에는 강력한 철퇴를 가했다. 요즘은 도박 관련 징계가 없다. 대신 약물이 관심사다. 최근 불거진 약물 파동은 일개 선수가 아니라 야구 자체의 이미지를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도박보다 심각하다.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리 제도를 갖추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혹시 제도가 갖춰진 이후 약물 사건이 일어나도 선수 하나의 잘못으로 국한된다. 다른 선수나 구단에까지는 피해가 가지 않는다.본즈처럼 대기록을 세워놓고도 찜찜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게 모든 구단과 선수에게 득이 된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cobb76@gmail.com
  • ESPN, 빅리그 10대 사기꾼 선정’약물’ 본즈 6위

    ESPN, 빅리그 10대 사기꾼 선정’약물’ 본즈 6위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홈런 신기록의 주인공 배리 본즈(4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향한 시선이 싸늘하다. 스테로이드 복용과 위증 의혹 때문이다. ‘기록은 인정하지만 위대함은 없다’는 야유라고 할 수 있다. 미 스포츠전문채널 ESPN 소속 전문가 7명은 만장일치로 ‘본즈의 기록은 스테로이드가 만든 작품’이라고 선언했다. 급기야 10일(한국시간) ‘빅리그 10대 사기꾼’을 선정해 발표했다. 본즈는 6위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블랙삭스 스캔들’이 1위에 선정됐다. ◇루 버뎃 버뎃은 워렌 스판과 함께 밀워키 브레이브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투수다. 57년 밀워키가 양키스를 누르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섰을 당시 버뎃은 2실점 완투승. 1-0 완봉승. 7차전 5-0 완봉승을 거뒀다. 1950~60년대 뉴욕 양키스의 투수였던 화이티 포드는 그의 자서전에서 “버뎃은 야구 역사에서 가장 스핏볼(침을 묻힌 공)을 잘 던진 투수”라고 주장했다. ◇놈 캐시 ‘악동’ 앨버트 벨. 새미 소사에 앞서 부정 배트를 사용한 선구자(?)다. 1961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1루수였던 캐시는 타율 0.361로 아메리칸리그(AL) 타격왕에 오른다. 캐시는 은퇴 후 메이저리그 규정에 어긋나는 코르크 방망이를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의문은 캐시가 코르크 방망이를 사용하고도 3할 타율을 넘어선 적이 17시즌 동안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1890년대 오리올스 처음에 내셔널리그(NL)에 속했던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악명높았다. 그 유명한 ‘볼티모어 촙’(홈구장의 딱딱한 내야를 이용해 타구를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크게 튀어오르게 만들어 내야 안타를 치는 것)의 주인공이다. 심판의 눈을 피해 주루시 베이스를 건너 뛰거나 주자의 벨트를 잡아채는 저질 플레이도 일삼았다. 볼티모어는 1894년부터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다. ◇게일로드 페리 1978년 만 40세의 나이로 NL 최고령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페리는 ‘스핏볼’로 유명하다. 실제 그는 6종류 이상의 변화구를 던지는 실력있는 투수였다. 314승을 거둔 그는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다만 스핏볼이 타자들을 상대할 때 심리적으로 유리한 영향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배리 본즈 본즈가 스테로이드 복용을 시인한 적은 없지만 정황 증거는 모든 의혹을 뒷받침한다. ◇할 체이스 1905년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데뷔한 체이스는 빅리그 15시즌을 뛰는 동안 당대 최고의 1루수로 평가받지만 수비만은 최악이었다. 이를 두고 ‘경기 베팅’을 위한 고의적 플레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결국 그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대신 야구계에서 추방됐다. ◇마크 맥과이어 20대에 6시즌 연속 평균 36홈런을 기록했던 맥과이어는 부상 후 두 시즌에는 한 자릿수 홈런에 그친다. 30대 들어 네 시즌 평균 61홈런을 기록한 후 부상으로 2001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이후 국회 청문회에 소환돼 금지 약물 복용을 시인하게 된다. ◇1877년 루이빌 그레이스 1876년 NL 창설 이듬해 루이빌 그레이스는 승부 조작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8월까지 선두였던 루이빌은 이유없는 패배를 되풀이한다. 후에 몇몇 선수들은 승부 조작 혐의를 시인했다. 결국 시즌 후 4명의 선수들은 물론이고 루이빌과 세인트루이스 역시 리그에서 추방됐다. ◇1951년 자이언츠의 사인 훔치기 뉴욕 자이언츠는 브루클린 다저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보비 톰슨의 극적인 홈런으로 NL 우승을 차지했다. 자이언츠는 당시 외야 가운데에서 망원경으로 포수의 사인을 훔쳐냈다. 톰슨은 상대 투수 랄프 블랑카의 다음 투구가 직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블랙 삭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919년 신시내티 레즈와의 월드시리즈에서 3승5패로 무릎을 꿇었다. 후에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도박사들의 사주를 받고 승부 조작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맨발의 조’ 잭슨을 포함한 8인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영구 추방됐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 강재훈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최경주 메이저대회 제패할 것”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우승컵에 ‘올인’을 선언했다. 9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골프장(파70·7131야드)에서 개막하는 PGA챔피언십에서다. 올해 두 차례 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상금랭킹 5위(355만 3825달러), 세계랭킹 13위에 오른 최경주의 기량은 절정에 올라 있다는 평. 우승할 경우엔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정상에 서게 되는 건 물론 세계랭킹 한 자릿수 진입과 동시에 시즌 상금 500만달러도 돌파하게 된다. PGA 투어 안팎에서도 그의 우승 가능성에 잔뜩 무게를 실어줬다.‘야후스포츠’는 타이거 우즈(미국)와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 이어 최경주를 우승후보 3위에 올려 놓았고, 영국의 도박업체 래드브록스는 최경주에게 33-1의 배당을 제시했다. 우승 가능성을 가늠하는 배당률이 최경주보다 낮은 선수는 7명뿐이다. 또 ‘골프매직닷컴’은 “최경주를 빼놓고 후보를 논할 수 없다.”면서 “곧은 샷과 그린플레이에 능한 최경주가 메이저대회를 제패할 첫 아시아 선수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대회가 열리는 서던힐스골프장은 전장은 그리 길지 않지만 페어웨이를 둘러싼 빽빽한 숲과 80개의 벙커로 무장한 까다로운 코스다. 페어웨이는 업다운이 심하고 좁은 탓에 그린 공략이 만만치 않다.그러나 최경주에게는 되레 호재다. 장타력보다는 원하는 지점에 공을 마음대로 떨구는 컨트롤샷이 경쟁자들에 견줘 한 수 위이기 때문. 걸림돌은 역시 며칠 전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 3연패를 달성한 디펜딩 챔피언 우즈다.지난해를 포함, 세 차례나 우승한 우즈는 2연패에 남다른 정성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메이저 우승 맛을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메이저 우승을 건너뛴 해는 1996년과 98년,2003년,2004년 등 네 시즌뿐이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세계 최고액 복권 당첨자 4년반만에 알거지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세계 복권 사상 최고액인 3억 1490만달러(약 3000억원)에 당첨됐던 미국인 잭 휘태커(60)가 채 5년도 안돼 알거지로 전락했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작은 마을 스콧 디포에서 건설회사 사장으로 일하다 2003년 1월 파워볼 복권 당첨으로 일확천금을 거머쥔 휘태커는 4년 반이 지난 지금 현금으로 가득했던 은행 계좌가 텅텅 비어 무일푼 신세가 됐다고 워싱턴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28일(현지시간) 본인의 말을 인용, 일제히 보도했다. ‘세계최대 행운의 사나이’로 불리며 부러움을 샀던 휘태커는 제3자의 부도수표 발행에 얽혀 기소됐을 뿐 아니라 음주 혐의로 체포되고 잇달아 강도를 당하는 등 인생이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특히 휘태커는 자신의 수표를 위조해 웨스트 버지니아와 켄터키주의 시티 내셔녈 뱅크 12개 지점에서 4만 9070달러를 빼내려다 들통나 제소된 토비 넬슨(31)의 사기사건에도 연루돼 법정을 오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앞서 휘태커는 복권당첨 뒤 세금을 공제하고도 1억 1170만달러(약 1000억원)를 쥐었으나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 당첨금을 탕진하고 음주운전, 술집지배인 폭행사건 등으로 수차례 체포되기도 했다. 또 스트립쇼 클럽에 주차된 자신의 스포츠카에서 현금과 수표 등 54만 5000달러가 든 가방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자신의 집에 자주 도둑이 들었을 뿐 아니라 도둑이 침입한 날 손녀딸 남자친구가 18세의 나이로 죽은 채 발견돼 언론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dawn@seoul.co.kr
  • 노대통령·이건희 위원도 프레젠터로

    |과테말라시티 임병선특파원| 강원 평창의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여부가 사흘 뒤 결정되는 가운데 평창이 그동안 갈고닦아온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의 윤곽이 드러났다. 평창유치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4시간에 걸쳐 최종 PT가 열릴 웨스틴카미노레알 호텔의 그란살론 레알홀에서 일반 리허설을 진행했다. 최종 PT는 4일 낮 12시15분(한국시간 5일 새벽 3시15분)부터 1시간 동안 펼쳐진다.●이영희 할머니 얘기로 표심잡기 단상 앞줄 맨 왼쪽부터 쇼트트랙 스타 전이경,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김진선 강원지사, 노무현 대통령, 한승수 유치위원장, 이건희·박용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장애인 스키선수 한상민이 앉는다. 뒷줄엔 왼쪽부터 평창의 겨울스포츠 후진국 청소년 양성을 위한 ‘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한 브리아, 자문교수 전용관(연세대 사회학과)씨, 프리랜서 방송인 안정현씨, 권혁승 평창군수 순으로 앉게 된다. 권양숙 여사를 비롯,48명의 지원단이 PT를 지켜본다. 프레젠터로는 이미 알려진 전이경·안정현씨 외에 노 대통령이 분단극복과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7번째 프레젠터로 나서고 삼성그룹의 정보기술(IT)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보장하는 이건희 위원의 연설로 대미가 장식된다. 정상의 PT 주도는 98명 안팎의 위원들 가운데 3분의1 정도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데다 표심이 적잖게 흔들리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몸짓으로 해석된다. 평창유치위는 PT 내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겨울올림픽을 개최하는 명분과 비전, 올림픽정신을 강조하며 ‘뭔가 다른 평창(Something different)’을 호소할 예정이다.4년 전 프라하총회 때 1차투표 1위를 이끄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영희 할머니(총회 얼마 뒤 작고)의 그 뒷얘기로 분단 극복의 메시지와 ‘왜 평창인가’를 결합한다. 당시 PT에서 한국전쟁 때 잃어버린 아들을 이산가족 상봉으로 반세기 만에 만났지만, 사흘 뒤 북으로 보냈던 이 할머니의 비극은 위원들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다시한번 이들의 심금을 울려 표심으로 연결한다는 것.●“특정 장소만 위원 접촉 허용” 이날 리허설은 3차례나 PT를 실시한 뒤 30여분간 입·퇴장 때의 보폭과 걸음걸이까지 점검할 정도로 세밀했다. 1일 입성한 노 대통령과 이건희 위원, 미리 도착한 박용성 위원이 역할 분담해 이날까지 도착한 60여명의 IOC위원을 맨투맨 설득한다.IOC는 총회장 근처의 레알인터콘티넨털 호텔 객실 10개 이상을 임대, 이곳에서만 위원들을 접촉하도록 허용했다. 알프레트 구센바우어 오스트리아 총리도 “평창과 소치만큼 돈은 없지만 잘츠부르크는 훌륭한 대회를 치를 능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스포츠 도박업체 윌리엄힐이 투표 직전까지 진행하는 온라인 베팅에서는 2일 오전 11시(한국시간)까지 평창이 1.5대1로 소치(4대1)를 많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bsnim@seoul.co.kr
  • [홍콩 반환 10년 현장을 가다] (중) 정체성 혼란 겪는 홍콩인들

    [홍콩 반환 10년 현장을 가다] (중) 정체성 혼란 겪는 홍콩인들

    TV 카메라 앞에서 울먹이는 외국인, 그는 홍콩 디즈니월드의 총책임자이다. 중국 국민들에 대해 사과를 하는 중이었다. 그는 ‘디즈니월드는 꿈이 아닌 실망의 동산이 됐다.’는 한 부모의 편지를 읽어내려 가다 감정을 가누지 못했다. 2006년 춘제(春節·설) 때의 일이다. 전년도에 개장한 홍콩 디즈니월드는 쏟아지는 행락객 앞에 어찌할 줄 몰랐다. 철문을 굳게 잠그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줄서기를 바라볼 뿐이었다. 울먹이는 아이들, 분통을 터뜨리는 부모, 격렬하게 항의하는 손님들…. 달리 할 말도 없었다.“우리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본 적이 없다….”라고만 되뇌일 뿐이었다. 이를 본 홍콩인들은 만감이 교차한다. 몇년전부터 홍콩 경제를 회복세로 되돌린 주요 요인 중의 하나가 대륙의 관광객들이다. 총 관광객 수의 절반이다. 홍콩인 K씨는 “그러나 이렇게 몰려오는 걸 모두들 마뜩지 않아 한다.”고 말한다. 과도한 내륙인 관광객이 ‘혼란’일 수 있음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율배반적이기까지 하다. 그래도 중국 정부는 이같은 홍콩인의 마음을 주시하고 있다. 이에 외국인보다 대륙인에 대해 더 엄격한 절차를 적용하며 매년 홍콩으로 들어가는 중국인 총수를 조절하고 있다. 홍콩에서 ‘대륙(大陸)’과 ‘대륙인’은 이처럼 두 얼굴이다. 과거 이 두 단어는 ‘메인랜드 차이나’를 폄하하거나 혐오하는 말로 쓰였다. 홍콩에서 중국인에게 ‘홍콩에 온 지 얼마나 됐느냐.’고 하면,‘당신 대륙인 아니냐.’는 물음이 될 수 있다.1987년 이후 7년을 거주한 뒤에야 ‘영구 거주민’이 될 수 있으므로 홍콩인으로서는 ‘지저분하고 소양이 부족한 중국인’을 분리해 내는, 우회적인 질문인 셈이다. 그러던 홍콩인들이 지금은 중국 표준어인 ‘만다린’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표준어 열풍 때문에 홍콩인의 평균 영어실력이 줄어가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97년 금융위기와 2003년 사스 위기 때 적지 않은 홍콩인들은 대륙으로 들어가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예전에는 여행 가기조차 꺼려 했던 곳이다. 이제는 전대를 차고 값비싼 물건을 싹쓸이해 가는 대륙의 졸부 쇼핑족들에게 서툰 표준어로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과거와는 달리 일체감도 부쩍 늘었다. 세 아이를 키우는 50대 프랜시스 팍.“스포츠 국가 대항전을 볼 때면 아이들이 자신이 중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한다.”고 전한다. 주변에서도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져감에 따라 중국인임을 내세우는 홍콩사람들이 늘어간다고 한다. 1999년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피폭사건으로 홍콩에서도 반미 시위가 일어난 일이나,2003년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의 홍콩 방문 때의 열렬했던 환영식도 그 한 예다. 그렇다면 과연 ‘홍콩인’은 ‘중국 공민’으로 거듭났는가. 지금도 홍콩 특별행정구 청사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함께 내걸린 홍콩기는 그들의 복잡한 정체성을 잘 설명해 준다.“이것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이런저런 행사에서 오성홍기만 내걸면 홍콩인들은 대단히 불쾌해 한다.”고 현지의 한국인 관계자들은 전한다. 홍콩인들에게 정체성의 불분명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번영과 함께 영국인 국적과 코스모폴리탄 홍콩인에 안주하던 이들에게 홍콩 반환이 결정된 1984년 중·영 연합성명 발표는 주요한 전환점이 된다. 해외로 떠나려던 홍콩인들은 자신들이 영국인이 아님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영국에 들어가려면 이민관의 심사를 받아야 했고, 정작 중국에서는 영국 영사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으로 지금의 ‘조국’ 중국은,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임을 단 한차례도 인정한 적이 없다. 그래서 72년 유엔 탈식민화위원회에서 홍콩과 마카오는 식민지 명단에서 빠졌다. 홍콩인들은 국제적으로도 ‘어정쩡한’ 신분 속에서 지내왔다는 얘기다. 홍콩 기본법은 홍콩인의 다른 나라 여권을 ‘여행 통행증’ 정도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홍콩인이 중국 공민의 정체성을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중국은 반환받을 당시 ‘홍콩의 생활방식’을 50년간 보장했다. 당시 중국의 한 고위 관료는 “홍콩에서 말(경마)은 계속 뛰고 주식투자와 춤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그 생활방식이 홍콩인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지는 못한다. 홍콩 경마협회가 최근 ‘축구 도박’을 정식으로 허용했어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최근 홍콩에서의 몇가지 고고학적 발견들을 근거로 고대 홍콩에 한족(漢族)이 살았다는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 홍콩에 대해 종족적·문화적 동질성을 강화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글 사진 홍콩 이지운특파원 jj@seoul.co.kr ■ ‘당신은 누구인가’ 설문조사 |홍콩 이지운특파원|“지금 ‘본토(本土)’라고 표현했나요.” 재차 확인을 했다. 스스로를 “차이니스 홍콩 피플”이라며 중국인임을 먼저 내세운 30대 천(陳)모씨. 그럼에도 그는 계속 홍콩을 본토라 표현했다. 홍콩인의 정체성에는 단순한 설문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그 무엇인가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사례다. 혹자들은 “사람간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고 공식 언어가 다르며, 화폐가 다르면 유럽연합이나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안의 나라들보다 더 이질감이 큰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를 묻는 정체성 설문조사가 홍콩에서 유행한 것은, 중·영 연합성명이 발표된 이듬해인 1985년부터로 알려진다. 홍콩에서 정체성 문제는 그 역사가 길다. 홍콩 중원(中文) 대학의 2006년 조사로는 홍콩 시민들의 21.5%는 스스로를 ‘홍콩인’으로,18.6%는 ‘중국인’으로 여겼다. “홍콩인이지만 중국인이기도 하다.”는 38.1%,“중국인이지만 홍콩인이기도 하다.”는 21.2%였다. 이중적 정체성을 보인 답변은 중원대학이 199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홍콩대가 1996년과 2006년 사이 홍콩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정체성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자신을 ‘홍콩인’으로 생각하는 청소년은 10년 전보다 5.2%포인트 줄어든 28.7%에 그쳤다.‘홍콩인이지만 중국인도 된다.’는 정체성이 담긴 ‘홍콩 중국인(Hong Kong Chinese)’은 39.4%,‘중국인이지만 홍콩인도 된다.’는 생각이 담긴 ‘차이니스 홍콩인(Chinese Hongkonger)’은 22.3%였다. 티모시 웡(王家英) 중원대 교수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커질 수록 홍콩인들의 중국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것이 감정적인 동일체 의식으로 변한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jj@seoul.co.kr ■ 대륙인의 지위 변화는 |홍콩 이지운특파원|1980년대 중반 개봉된 저우룬파(주윤발)·왕쭈셴(왕조현) 주연의 ‘에스케이프걸’은 좀더 나은 미래를 위해 홍콩으로 밀입국하는 대륙인의 모습을 다룬 영화다. 대륙에 공산정권이 수립된 49년부터 홍콩은 홍콩 땅만 ‘터치’하면 홍콩인으로 받아 주는 터치베이스(touch-base) 정책을 실시했다.(표 참조) 불법이주민의 지위 변화는 홍콩과 대륙과의 상관 관계를 보여 준다. 오늘날 홍콩의 심장부, 홍콩섬 금융거리 한복판에 유독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만을 내걸고 있는 ‘인민해방군 주홍콩 부대 빌딩’은 변화상의 결과물이다. 과거 영국 식민정부 청사로 쓰이던 곳이다. 현지인들은 “군인들이 아주 이따금씩 연병장에서 제식훈련 하는 모습이나 보일 뿐 공개적인 모습은 드러내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현재 대륙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홍콩을 왕래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국인보다 훨씬 까다로운 입경 심사를 받기도 한다. 49년까지 대륙과 홍콩은 국경 개념이 희박했다. 대륙인의 홍콩행은 76년 마오쩌둥(毛澤東)의 사망과 78년 개방 때 급증했다. 홍콩이 80년대 말 터치베이스 정책을 폐지한 것은 경제 구조개편에 따라 더이상 값싼 노동력이 필요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jj@seoul.co.kr
  • [MLB] 로즈 야구도박 오리발 ‘최악’

    ‘안타왕’ 피트 로즈의 도박 관련 ‘오리발’이 지난 20년 동안 미국프로야구(MLB)를 뒤흔든 10가지 거짓말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다. 10일 스포츠 케이블채널 ESPN 인터넷판은 통산 4256안타로 MLB 최다안타를 기록한 로즈가 1989년 신시내티 레즈 사령탑 시절 매일 밤을 새우며 야구도박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영구추방됐다가 15년 뒤에야 사실을 시인한 것을 최고의 거짓말로 선정했다. 명예의 전당 입회가 거부된 로즈는 2004년 펴낸 자서전에서 뒤늦게 팬들의 용서를 구하는 한편,MLB사무국에 꾸준히 복권을 요구해왔지만 동정표도 얻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거짓말로는 메이저리그 사상 네 번째로 3000안타와 500홈런을 함께 달성한 라파엘 팔메이로의 거짓말이 꼽혔다. 팔메이로는 스테로이드계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그는 미겔 테하다로부터 금지약물 성분이 포함된 비타민을 건네받았다고 동료까지 ‘팔아먹는’ 몰염치함으로 더 큰 욕을 자초했다. 이어 구단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 자유계약선수(FA)를 아예 뽑지 않기로 담합했던 구단주들이 세 번째를 차지했다. 줄곧 발뺌하던 구단주들은 실수를 인정하고 선수노조에 2억 8000만달러를 변상해야 했다.1995년 약물복용 실태에 관한 구단 대책회의에 참석하고도 10년 뒤에 그런 일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딱 잡아뗀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린 사례로 거론됐다. 토론토 사령탑 시절 팀워크를 강화한답시고 베트남전 무용담을 늘어놓았던 팀 존슨 감독이 전투에는 나가보지도 못한, 공병 출신이었던 게 드러나 물러난 일도 대표적인 거짓말 사례로 뽑혔다. ‘모범생’인 척했지만 다른 여자와 ‘두 집 살림’을 한 게 드러난 알 마틴,1994년 “코르크 배트라면 지금쯤 홈런 50개는 쳤을 것”이라며 부정 방망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다 실제로 이 배트가 적발됐던 앨버트 벨 등도 기억에 남는 거짓말쟁이로 뽑혔다.2002년 샌프란시스코 시절 오토바이 사고를 내고도 세차하다 다쳤다고 둘러댄 제프 켄트,1998년 쿠바를 탈출한 뒤 뉴욕 양키스와 계약할 때 28세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네 살이나 더 많았던 투수 올랜도 에르난데스도 거짓말의 대가로 공인됐다.연합뉴스
  • [데스크시각] ‘트레블’과 평창/김민수 체육부장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영어 단어가 3배,3중,3가지 등의 사전적 의미를 지닌 ‘트레블(treble)’이다. 처음엔 대박을 뜻하는 도박 용어였지만 국내 스포츠에서의 ‘삼관왕’과 같은 의미로 뿌리내렸다. 국내에선 트레블에 앞서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말이 즐겨 쓰였다. 뜻은 같지만 트레블은 축구 종가 영국에서, 트리플 크라운은 야구와 농구의 인기가 높은 미국의 용어로 이해하면 될 듯 싶다. 트레블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006∼07시즌 트레블 달성이 가시화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트레블은 유럽 프로축구에서 자국의 정규리그와 축구협회(FA)컵,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3개의 우승컵을 한꺼번에 들어올리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트레블을 일군 클럽이 1967년 셀틱(스코틀랜드),72년 아약스와 88년 PSV 에인트호벤(이상 네덜란드), 그리고 99년 맨유 등 4곳 뿐이란 사실은 그만큼 위대한 업적임을 방증한다. 맨유는 이번 시즌 ‘해리포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마법 같은 플레이를 축으로 웨인 루니, 박지성 등이 폭풍처럼 그라운드를 누비며 승승장구했다. 최근까지 맨유의 트레블 행보를 저지할 팀은 없어 보였다. 따놓은 당상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복병은 안에 있었다. 다름아닌 박지성 등 주전들의 줄부상. 결국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천적인 이탈리아의 AC밀란에 무너졌고, 트레블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무엇보다 국내 팬들은 박지성의 결장에 아쉬움을 더했다. 맨유의 꿈은 깨졌지만 우리에게 던진 교훈은 크다. 한국도 올해 스포츠 외교에서 트레블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 여름아시안게임, 같은해 강원도 평창 겨울올림픽 등 3개의 지구촌 빅이벤트를 한꺼번에 유치하는 일이다. 한국은 맨유처럼 빼어난 개인 기량과 탄탄한 조직력, 팬(국민)들의 강한 열망을 등에 업고 거침없이 대구 세계육상과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에 성공했다. 남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로 ‘화룡점정(龍點睛)’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스포츠 외교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맨유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부상이라는 내부 악재도 악재지만 맨유의 독주를 질시하는 팀들의 ‘공적’으로 내몰리며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좌절도 누적된 상처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평창 유치전도 마찬가지다. 세계육상과 아시안게임 유치 경쟁에서 패한 호주, 러시아, 인도를 비롯한 상당수 IOC 위원들이 한국의 독주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프랑스의 AFP통신은 지난달 말 “한국의 해트트릭은 끝났다.”는 한 IOC위원의 말을 인용, 대구 육상과 인천 아시안게임이 평창에 치명타를 입혔다고까지 전했다. 때문에 겨울올림픽 유치가 더욱 버거워졌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무적인 소식도 있다. 지난달 26일 박용성 IOC위원이 13개월 만에 복권돼 자연스럽게 다른 위원들과 접촉할 기회를 갖게 됐다. 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스포츠 교류행사인 ‘스포츠어코드’에서 삼성그룹 회장인 이건희 IOC위원 등이 하나된 모습을 보였다. 평창의 유치 여부가 결정되는 과테말라 IOC총회(7월5일)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한국 스포츠가 트레블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구와 인천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 세계인을 감동시킬 ‘비장의 카드’ 마련이 급선무다. 김민수 체육부장 kimms@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5대 MLB 커미셔너 보위 쿤

    지난 15일 메이저리그 제5대 커미셔너로 1969년부터 1984년까지 재임한 보위 쿤이 80세의 나이로 숨졌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그의 자서전 마지막 장을 읽고 있었다. 그의 재임 기간은 메이저리그가 혁명적 변화를 겪던 기간이었다. 억만장자 선수 출현의 원동력인 FA가 생겼고 관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캐나다에도 메이저리그 팀이 생기는 등 국제화의 효시가 됐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상당히 애매한 자리다. 아무 일 안 하고 두루두루 사이 좋게 지낼 수도 있으나 일 욕심이 있을 경우 싸움과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해피 챈들러 2대 커미셔너가 전자의 대표라면 후자의 대표가 보위 쿤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구단주 찰스 핀리는 단골 징계 대상이었고 뉴욕 양키스의 스타인브레너도 2년간 직무정지를 포함해 여러 차례 처벌을 받았다. 선수들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리그 회장의 전결로 처리했지만, 도박과 관련된 사안만은 직접 조사와 처벌을 담당했다. 이는 은퇴한 선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커미셔너의 권한이 막강하긴 하지만 노사협상에서는 예외다. 팬들은 커미셔너가 선수와 구단의 중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선수노조가 커미셔너의 중간자적 입장을 받아들일 리 없고, 구단 쪽의 협상은 커미셔너가 배제된 선수관계위원회에서 전담하고 있어 커미셔너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그럼에도 1981년의 파업 도중에 텍사스 구단주 에디 차일스에게 앉아서 비싼 연봉만 축내지 말고 길거리에 나가서 사람들 하나라도 설득하라는 비난을 면전에서 받았다고 자서전에서 술회했다. 실제로 쿤이 메이저리그에 공헌한 분야는 수익 창출이다. 마케팅 전담 부서를 처음으로 만들었고 중계권 협상에서도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덕분에 선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구단이 버틸 수 있는 근간이 됐다. 쿤이 커미셔너로 있으면서 가장 한스러웠던 일은 자신의 고향 워싱턴에 메이저리그 팀을 다시 유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구단 증설이나 이전 때마다 워싱턴으로 팀을 끌어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커미셔너의 권한은 구단주들의 입김 앞에 무력했다.어린 시절 워싱턴 세네이터스의 전광판 아르바이트 소년이던 그의 소원은 2005년 몬트리올이 이전해 와 워싱턴 내셔널스가 되면서야 성사됐다. 재임 도중에 언론으로부터는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커미셔너에서 밀려나 변호사로 복귀해서도 그가 창설한 로펌이 파산 신청을 내는 등 불행한 말년을 보낸 그에게 내셔널스가 죽기 전에 그나마 하나의 위안거리가 됐기를 바란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cobb76@gmail.com
  • [박기철의 플레이볼] 야구 올림픽출전 ‘험로’

    인구 1600만명인 A나라에 한국 축구가 무릎을 꿇는다 해서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5-0으로 지지 않는 한은.인구 2300만명의 B나라에선 야구가 가장 인기있는 종목이다. 인구가 곱절이고 최고 인기 종목으로 야구가 꼽히는 한국의 초등학교 선수는 1500명 정도지만 B나라는 무려 7000명. 이 나라와 야구 경기에서 한국이 지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감독과 선수, 기타 관계자들은 모두 비난의 불화살을 피할 길이 없다. 웬만한 팬이라면 A나라는 네덜란드이고 B나라는 타이완임을 짐작할 것이다. 네덜란드 축구에 대한 우리 팬의 관심은 상당해도 타이완 야구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런데 왜 네덜란드 축구는 인정하면서 타이완의 야구 실력을 인정하는 것에 인색한 것은 물론, 관심도 엷을까? 유럽은 부러운 존재이고 아시아는 부끄러운 존재여서일까? 타이완은 초등학교 선수 수에서 보듯 우리보다 튼튼한 저변을 갖고 있다. 프로야구도 우리보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진짜 프로다. 다만 너무 돈을 좋아해 도박과 리그간 싸움이 발전을 잠시 가로막았을 뿐이다. 우리가 타이완보다 나은 게 있다면 실력이 아니라 연봉뿐이다. 지난해 카타르 도하에서 타이완에 진 한국 야구는 11월 말에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다시 맞붙는다.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 두장 가운데 한장은 중국이 주최국 자격으로 미리 가져가 버렸다. 따라서 보통 아시아 대회에 나갈 때는 타이완만 이기면 체면은 세울 수 있고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번은 다르다. 타이완은 물론 일본도 물리쳐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그런데 타이완은 본토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메달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종목이 야구라서 총력을 기울인다. 일본도 메이저리그에 빼앗긴 프로야구의 인기를 회복하는 방법은 올림픽 메달뿐이라는 생각에서 벌써부터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우리는 한참 늦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타이완을 꺾으면 당연한 일이고 지면 창피한 일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누구도 선뜻 지도자로 나서길 꺼리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좋은 감독을 선발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찍 결정을 내려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도 매우 필요한 일이다. 현역 감독을 겸임시키든, 전임 감독을 뽑든 상당히 어려운 대회이므로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도 필요하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cobb76@gmail.com
  • [하재봉의 영화읽기] 타짜

    [하재봉의 영화읽기] 타짜

    <범죄의 재구성>으로, 최근 한국영화에서 가장 성공적인 데뷔를 한 최동훈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타짜>는, 허영만 김세영의 만화를 영화화 한 것이다. 《스포츠 조선》에 4년 동안 연재되었던 방대한 스케일의 4부작 원작 만화(1부 지리산 작두, 2부 신의 손, 3부 원 아이드 잭, 4부 밸제붑의 노래) 중에서 최동훈 감독은 주인공 고니의 욕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1부를 영화로 옮겼다. 그러나 각색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타짜, 화투를 가지고 노는 노름판 세계에서 최고수를 일컫는 은어인 이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짜>는 단순히 화투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세상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종의 장인 영화, 가령 로댕의 연인이며 그 자신 뛰어난 조각가였던 <까미유 끌로델>이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라이벌 의식에 초점을 맞춰서 내러티브를 풀어간 <아마데우스> 혹은 판소리 장인의 비장한 삶을 그린 임권택의 <서편제>처럼, 최고의 경지에 오른 전문도박사 <타짜>에는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뛰어난 성취를 이룬 장인들의 치열한 혼을 담으려는 야망이 숨겨 있다. 그러나 최동훈 감독의 야망은 부분적으로만 성공을 거두었다. <타짜>는 화투, 꽃으로 하는 싸움이라는 뜻의 전통적인 노름에 몰입해서 예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보여주는 진짜 장인 영화는 되지 못한다. 전작 <범죄의 재구성>에 비해 여유 있는 편집(<범죄의 재구성>은 1시간 58분, <타짜>는 2시간 25분)으로 훨씬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장인들의 삶과 어떤 경지를 보여주겠다는 최동훈 감독의 야심은 실현되지 않는다. 4부작 원작만화 중에서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장중한 3부나 4부보다는,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1부 지리산 작두를 영화화 한 최동훈 감독은, 타고난 승부사인 고니와 그의 스승인 전설적 타짜 평경장, 그리고 고니의 길동무인 서민형 타짜 고광렬, 도박의 꽃이자 설계자인 정마담 등 4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특히 원작에 비해서 팜므파탈 분위기를 강조한 정마담의 비중이 늘어났다. 그리고 원작만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1960년대와 7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으로 옮겨 놓았다. 시대상이 충실히 반영된 원작만화에 비해서 골프와 BMW 승용차 트렁크에 돈을 숨기고 다니는 내용으로 바뀌었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타짜>는 늘어난 런닝 타임만큼 웃음과 재미는 물론 김혜수의 풍만한 젖가슴 노출까지, 팬서비스 정신에 입각해서 종합선물세트를 선사하며 대중성은 확보했지만, 노름판의 꾼들이 아니라, 한 분야를 파고 드는 장인들의 치열한 삶은 형상화하는 데 실패했다. 허영만 김세영 원작만화는 인간의 허황된 욕망이라는 주제가 강하게 부각되어 있다. 그러나 최동훈 감독은 타짜들의 장인의식에 더 애정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가구공작 직원인 고니는 가구공장 한켠에서 박무석 일행이 벌이는 화투판에 우연히 끼어든다. 그는 삼 년 동안 일하면서 모아 두었던 돈을 섰다판에서 전부 날린다. 나중에는 이혼하고 돌아온 누나가 장롱 깊숙이 넣어둔 위자료까지 모두 들고 화투판에 갔다가 모두 날린다. 그것이 전문도박사들의 짜고 친 한판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집을 나와 박무석 일행을 찾아다니는 고니는, 우연히 전설적 고수인 평경장을 만나고 그의 제자가 된다. 자신이 잃었던 돈의 다섯 배를 따면 화투를 그만두겠다고 그는 스승과 다짐을 한다. 스승으로부터 비법을 물려받고 수많은 훈련 끝에 타짜가 된 고니는 지방을 돌며 원정게임을 하다가 장마담과 만나게 된다. 고니는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스승인 평경장과 헤어져서 정마담과 한 팀이 되기로 한다. 그러나 고니와 헤어져 기차를 타고 가던 평경장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고니는 경찰의 도박 단속을 피하던 중 입담의 최고수인 고광렬을 만나게 되고, 정마담과는 헤어진다. 욕망에 사로 잡힌 고니와는 달리 고광렬은 직장인 마인드로 화투를 하는 타짜. 두 사람은 함께 전국을 돌며 도박판을 휩쓸고 다닌다. 고니는 빚에 시달리는 술집주인 화란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또 자신을 화투판으로 끌어들였던 박무석과 그의 보스인 곽철용을 찾아내 복수를 한다. 곽철용은 전설적 타짜이며 평경장의 라이벌이었던 아귀를 끌어 들여 고니와 대결케 한다. 아귀는 정마담을 이용하여 화란과 안정된 삶을 살아가려는 고니와 고광렬을 화투판으로 유혹한다. 잔혹한 죽음의 타짜 아귀와 고니는 이제 마지막 한판을 벌인다. 평범한 가구공장 직원인 고니(조승우 분)가 이 시대 최고의 타짜가 되기까지의 험난한 인생 여정을 그리고 있는 <타짜>의 재미는, 새로운 소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개성적인 인물군상의 충돌에서 발생한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유해진이다. 그 자신 최고의 타짜 중 한 사람이며 고니의 친구 고광렬로 등장하는 유해진은, 미워할 수 없는 수다와 입담, 뛰어난 개인기로 살벌한 노름판의 긴장감을 풀어헤친다. 그것은 영화 속의 역할이면서 동시에 영화 밖의 관객과의 싸움에서도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고니 역의 조승우가 발휘하는 놀라운 카리스마와 탄력성 있는 매력, 깊은 내면 연기는, 그가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등 빅3의 뒤를 잇는 한국 남자 배우의 정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또 <얼굴 없는 미녀>로 연기자로 거듭난 김혜수의 깊은 내공과 농염한 연기는 그녀가 평범하게 세월을 보낸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 준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팜므 파탈 역으로 등장한 염정아와는 또 다르게, 김혜수만의 매력과 넉넉함, 그리고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포용력으로 상황을 끌고 가는 장마담 역을 수행하고 있다. 노름판의 설계자이면서 영화 전체의 내러티브를 큰 그림으로 끌고 가는 김혜수 역은 보여지는 것 이상이다. 그리고 50이 넘어 배우로 재발견 된, 고니의 스승 평경장 역의 백윤식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로 우리를 충족시켜 준다. 그러나 가장 빛나는 사람은 유해진이다. 그는 조승우의 옆에서 그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도록 양념 구실을 하고 있으며, 극의 긴장과 이완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해주고 있다. 유해진이 없는 <타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주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한 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배우는, 영화의 후반부에 커다란 비중으로 등장하는 아귀 역의 김윤석이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는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권투선수 출신이지만 지금은 중장비 기사이며 알콜중독자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아버지로 등장해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는, 무서운 내공으로 조승우의 반대편에서 영화의 힘을 균형 감각 있게 받쳐주고 있다. 4부작 중 1부만을 어렵게 각색해서 영화화 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타짜>는 시리즈물을 계산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흥행 여부에 따라서 속편이 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라스베가스로 건너간 고니가 공중전화를 하는 마지막 씬은 속편이 만들어질 경우, 화투가 아니라 카드를 갖고 노는 포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결국 문제는 욕망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갖는 허무함을 표현하기 위해 최동훈 감독은 노름판에 경찰이 들이닥치자 황급히 삽으로 현금다발을 자루에 퍼 담는 모습이라든가, 노름에 중독된 여자들이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이 아까워 수치심도 잊고 휴지통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오줌을 누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얼마나 인간성을 파멸시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월간 <삶과꿈> 2006.11 구독문의:02-319-3791
  • [박기철의 플레이볼] 재밌는 스포츠를 위한 실험들

    투고타저? 프로야구 올시즌이 마무리되면서 나오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도 40개를 넘는 홈런을 치고 있는데 한국의 홈런왕 이대호는 겨우 26개다. 야구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투고타저는 나쁘고 타고투저는 좋다고 생각한다. 뻥뻥 넘어가는 시원한 홈런이 관중을 모으고 1-0으로 끝나는 투수전은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베이브 루스가 도박 스캔들로 얼룩진 메이저리그를 살렸고 월드시리즈를 없앤 선수 파업을 새미 소사와 마크 맥과이어가 살렸다고 생각한다. 축구 행정가들도 마찬가지다. 골이 많이 나와야 인기가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프사이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예전의 야구에서 투고타저를 바꾸려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는 것은 재미가 있다. 메이저리그의 보위 쿤이 커미셔너를 하던 시절이다. 쿤은 1969년부터 1984년까지 그 어려운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자리를 지켰다. 선수 노조와 싸우면서 고생한 얘기나 오로지 한 일이라곤 다저스 구단주 오말리의 커피잔에 설탕 몇 개 넣어드릴 거냐는 언론의 조롱은 차후로 미루자. 쿤은 실험가로서 최고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오렌지 색깔의 야구공을 기억한다. 제안자는 오클랜드 구단주 찰리 핀리이지만 시범경기에서 한 번 써보도록 허가한 사람은 쿤이었다.5% 탄력이 더 좋은 공을 쓰자고 제안한 사람은 메츠 구단의 자니 모피이지만 그것 역시 커미셔너의 승인 아래 시범 경기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별 효과가 없자 이듬해인 1970년에는 10% 탄력을 더 높인 공도 시험되었다. 축구의 골을 늘리자는 이야기 가운데 가장 혁명적인 아이디어가 골대를 넓히자는 제안이다. 야구에서도 같은 제안이 있었다. 그것 역시 쿤 커미셔너의 재임 시절이다.1루와 3루를 넘어서는 파울 라인의 각도를 넓히자는 제안이다. 이것도 채택은 안 되었지만 실험 경기를 치렀다. 심지어는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삼진을 투 스트라이크면 아웃으로, 대신 볼넷은 볼셋으로 바꾸는 시험도 있었다. 볼셋이 18개가 나오는 통에 결국 이 아이디어도 묻혔다. 단 하나 살아 있는 아이디어가 지명타자다. 수많은 논란을 거친 끝에 아메리칸리그가 1973년 채택했다. 쿤이 커미셔너로서 좌충우돌한 것 같지만 위의 한 사례는 실패한 것만 고른 것이다. 지명타자는 아메리칸 리그만 채택해서 대성공은 아니지만 받아들인 아메리칸리그의 타격을 강화시킨 효과는 있었다. 단 필자는 지명타자를 싫어한다.‘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강학중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대학생 아들 도박에 빠져 ‘허우적’

    Q‘바다이야기’로 온통 난리인데 대학교 2학년 아들 녀석 때문에 죽을 맛입니다. 학교 등록금과 책값으로 받아간 돈까지 도박으로 날려버리더니 요즘은 제 누나와 사촌, 친척한테까지 돈을 빌려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몇 번을 대신 갚아주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다짐을 받았지만 그때뿐이고 죽도록 맞아도 그 버릇을 못 고칩니다. 한때 제가 도박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아내는 당신 닮아서 그렇다고 원망이지만 애처로운 마음에 저 몰래 아들한테 돈을 주기도 하는 아내도 문제입니다. - 반경수·가명·53세 - A절대 닮지 말았으면 하는 행동을 아드님이 하고 있으니 얼마나 기가 찰까요. 게다가 부인까지 남편을 원망하고 있으니 얼마나 화가 나고 답답하신지요. 그러나 도박 중독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몇 마디의 훈계나 체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충동조절 장애로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같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심각한 질병입니다. 먼저 도박중독을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나 전문가를 찾아 상담부터 받으시기 바랍니다. 부작용이 적은 약물치료로 의외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아드님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상담을 받으신다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도박중독에 빠지는 데에는 성격이나 유전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심리적인 요인, 사회구조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데 그 원인부터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아들이 잘못을 저질렀고 그것을 고쳐 주려는 교육적인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학교 2학년이나 되는 아들을 때린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닙니다. 대화가 단절되고 부모·자식 관계만 악화되며 더 큰 폭력을 낳을 수 있는 위험한 방법입니다. 대신 돈을 갚아주거나 아버지 몰래 어머니가 아들에게 돈을 따로 주는 것도 삼가셔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본인이 책임지게 하지 않고 늘 누군가가 그 뒤치다꺼리를 대신해 주다 보면 책임감마저 상실하게 되어 더 큰 문제를 낳습니다. 이번 한번만 용서해 주면 다시는 안 그러겠지 하는 착각 때문에 부모들이 번번이 속지만 자식들은 그것이 한 번이 아닐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하게 마음을 먹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아드님에게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창피를 무릅쓰고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절대 돈을 빌려주지 말라는 당부를 하셔야 합니다. 아울러 두 부부가 아드님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뒤 행동을 통일하시기 바랍니다. 자식 문제로 부부 사이까지 나빠져 더 큰 불행을 키운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아드님 또래의 학생들이 용돈으로 얼마 정도를 쓰는지 필요한 만큼의 용돈 액수를 상의해서 정하고 지출을 기록하게 하거나 그 이상의 용돈은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무엇보다도 도박 이상으로 즐겁고 보람있는 일을 맛보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십시오. 스포츠나 독서일 수도 있고 공연 관람이나 봉사일 수도 있는데 아드님의 성격이나 취향을 고려하여 함께 고민하고 상의하는 기회를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아직 미혼이어서 가정을 이룬 가장에 비해서는 그 폐해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병을 고치지 않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은 더 큰 불행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온 가족이 협력하여 좋은 결실 맺기를 바랍니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
  • 지구촌 좀먹는 도박의 바다

    지구촌 좀먹는 도박의 바다

    지구촌이 도박에 푹 빠졌다? 정보화 확산속에 편벽한 시골 촌구석까지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사이버 도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도박 인구는 곱절로 늘었고 정보강국으로도 부상 중인 중국에선 지난 6월 형법을 개정하는 등 도박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파친코의 천국’ 일본에선 엄격한 규율과 적절한 행정지도, 절제있는 이용문화의 정착을 통해 자칫 사행성이 판칠 수도 있는 파친코를 국민 오락으로 가꿔가고 있다. ■ 日-4명중 1명 파친코 즐겨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에서 파친코는 도박이 아닌 국민적 오락이다. 돈을 잃고 따는 점에서 사행성 도박으로 볼 수 있지만, 국민 생활속에 깊숙이 뿌리내려 여가활동이나 오락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서도 “파친코는 젊은 여성들까지 좋아하는 게임으로 ‘대중오락의 왕’”이라고 소개할 정도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파친코 영업점수는 1만 5165개.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접할 수 있다. 국민 4명 중 한 명이 파친코를 즐긴다는 조사도 있다.90년대 중반에는 매출액이 30조엔을 돌파했었다. 기간산업인 자동차나 백화점 매출액보다 많다. 일본 파친코 산업의 70% 정도는 한국계나 조총련계 동포들이 좌우하고 있다. 일본에선 도박을 법으로 엄격히 규제해 합법적인 도박은 경마와 경륜, 경정 3종류뿐이다. 카지노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파친코는 도박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영업소내에서 직접 돈을 환산해 받지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장내에서는 구슬을 구입한 뒤 게임을 즐기다 구슬을 따게 되면 라이터나 문진, 담배 등과 같은 경품을 받는다. 경품은 별도 장소의 별도의 업자가 운영하는 교환소에서 돈으로 환급받으며, 경품은 다시 중간수집상을 거쳐 파친코점으로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경품의 90% 이상이 환금되지만, 각 주체의 행위에 도박성이 없기 때문에 경찰에서 단속할 근거가 없다. 한때는 경품 교환소에 야쿠자 같은 조직폭력이 자금원으로 개입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폭력단의 경품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일본의 파친코가 국민적인 오락으로 자리잡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오락성과 함께 사행성이 분명하지만 환급률이 높다는 점에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환급률이 70∼80% 정도로 높아 실컷 즐기고 업소 이용료나 수수료 정도를 내는 셈이다. 요즘에는 업소간 경쟁이 심해 환급률을 더 높게 조정해놓은 곳도 있다. 대부분은 ‘한탕’보다는 ‘절제된 도박’을 즐기고 있다. 업주들도 파친코나 파치슬롯 등의 기계에 대한 정확한 게임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회계와 경영도 투명화해 세금 탈루가 없게 하는 등 업계의 자율 규제와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파친코 점포도 상업지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다. 주택가로 파고드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또한 경품 교환소도 지자체별 조례에 따라 장애인 단체 등 지원이 필요한 단체에서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taein@seoul.co.kr ■ 中-형법강화·사이트 폐쇄 ‘무용지물’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도박은 중국 4세대 지도부가 추진 중인 ‘조화로운 사회’ 건설의 10대 장애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심각하다. 1년 관광 수입 정도가 해외 인터넷 도박, 축구 복권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베이징대 공익복권사업연구소는 보고 있다. 지난 한해 국가 복권사업 규모의 10배에 해당하는 6000억위안(약 72조원)이 유출됐다는 추정도 나온다. 독일월드컵 기간 전세계에서 축구 도박 및 복권 구매 자금으로 흡수된 100억파운드(17조 5000억원) 가운데 60% 이상이 중국과 동남아 화교권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밖에서 운영되는 중국어 도박 사이트만 미국, 타이완, 홍콩, 동남아 등지에 700여개 이상으로 중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축구 등 스포츠 경기 결과 알아맞히기도 올림픽을 앞두고 성행하고 있다.‘체육 복권’이 있지만 중국인들의 ‘도박성’을 충족시켜 주지 못해 지하 도박의 확산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환율이나 채권·주식 이자율 등 금융 수치를 대상으로 하는 도박도 유행이다. 미인대회나 가요대회 등 각종 선발대회 결과도 도박 대상이 되고 있다. ‘사행성 인터넷 게임’도 확산일로다. 유력 인터넷 사이트나 게임 개발업체들이 사행성 사이트로 변질 운영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게임 사업의 선두 격인 ‘성다(盛大)’는 ‘촨치스제(傳奇世界)’를 통해 ‘제톈라오(劫天牢)’라는 사행성 게임을 서비스했다. 텅쉰(騰訊)이나 광퉁(光通) 롄중(聯衆) 등도 사행성 게임 사이트로 변질됐다는 비난을 일고 있다. 중국 공안부장인 저우융캉(周永康)은 지난해 1월 ‘도박금지 인민전쟁(禁睹人民戰爭)’을 선언, 본격적이고 대대적인 도박 단속에 돌입했다. 중앙 17개 부서를 망라하는 전문 부처까지 설치했다. 일부 공무원들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금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고 있어 부패 방지 차원의 성격도 있다. 도박과의 전쟁이후 전국적으로 15만여건이 적발돼 60여만명 이상이 도박 혐의로 처벌받은 것으로 중국 언론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도박은 근절은커녕 확산일로다. 인터넷 도박은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인터넷 바와 도박 사이트들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도박 사이트를 대량 폐쇄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이트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도박을 좋아하는 네티즌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알려진 전문 도박 사이트만 1000여개가 넘는다. 전인대 상무위는 지난 6월 형법개정을 통해 3년으로 돼 있는 도박에 대한 최고 형량을 10년으로까지 늘리며 강경 대처하고 있으나 효력은 아직 미지수다. jj@seoul.co.kr ■ 美-인터넷 도박인구 800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에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형태의 도박장은 없지만 인터넷 도박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 단속을 해보려 하지만 인터넷 도박을 뿌리뽑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인터넷 도박 이용자는 800만명. 이들이 1년 동안 쏟아붓는 돈은 60억달러(약 6조원)를 넘는다. 미국게임협회는 전세계 인터넷 도박 시장에서 미국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들어 미국인 전체의 4%가 온라인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가 늘어난 수치다. 현재 미국에서 운영 중인 인터넷 도박 사이트는 2300개 정도라고 한다. 미국의 온라인 도박은 인터넷 카지노와 스포츠 경기 결과에 대한 내기가 주종이다. 그러나 갈수록 사람들의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박들도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인 벳어스닷컴의 경우 “피델 카스트로(쿠바 국가평의회장)가 죽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구체적인 사망 날짜에 돈을 걸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도박이 큰 돈을 벌어들이자 골드만삭스나 피델리티같은 미국의 세계적인 금융회사들도 뮤추얼펀드를 통해 도박업체에 거액을 투자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처럼 인터넷 도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미 의회가 입법을 통한 제재에 나섰다. 미 하원은 지난달 인터넷 도박 금지 법안을 찬성 317대 반대 93의 압도적인 다수로 의결했다. 이 법안은 은행과 신용카드사가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 돈을 결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이뤄지는 모든 형태의 국제 도박에 대한 정부의 단속권도 확대했다. 미 법무부도 인터넷 도박은 “집 안에 슬롯머신을 한 대씩 갖다 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불법 활동에 대한 대대적 감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의회와 정부의 입법과 단속이 미국의 인터넷 도박을 발본색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일단 상원은 하원과 달리 이 법안의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다. 인터넷 도박을 불법화하기보다는 규제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자체를 차단하지 않는 이상 미국인의 제3국 도박 사이트 접근을 막기 어렵다. 짐 리치 의원 등 하원의 인터넷 도박 금지법안을 발의한 의원들도 인터넷 도박이 마약이나 매춘처럼 근절되지 않는 사회악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dawn@seoul.co.kr
  • [14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35분) 과학기술부는 올해 과학영재 발굴과 육성사업을 위해 과학영재육성사업과 이공계 국가장학사업에 총 1095억원을 지원한다. 무한한 잠재력과 창의성을 갖춘 과학영재의 체계적 육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과학영재 교육기관을 찾아가 선진 과학한국의 초석으로 일하고 있는 과학영재들을 만나본다.   ●다큐 맞수(EBS 오후 9시30분) 동양생명 수원지점에서 근무하는 두 명의 보험설계사, 오미영씨와 조용숙씨. 올해 서른 둘 서른 한 살의 주부이자 고교 동창생. 같은 지점의 보험설계사로, 실적 1,2위를 다투는 맞수다. 경력은 오미영씨가 좀 더 앞서지만, 오미영씨 팀의 일원이었다가 매니저가 된 조용숙씨는 수원지점의 떠오르는 유망주인데….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55분) 집주인에게 보증금 8000만원 중 4000만원을 미리 주기로 하고 전세계약을 마친 남자. 집주인은 먼저 받은 4000만원을 현 세입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후, 집이 경매에 들어가자 잠적해 버렸다.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현 세입자에게 4000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데, 먼저 준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까.   ●얼마나 좋길래(MBC 오후 8시20분) 동수는 선주의 사랑 고백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형철의 존재를 알고 있는 동수는 선주에게 결혼할 사람이 있지 않으냐며 선주를 타이르는데, 선주는 확신이 없어 혼란스럽다. 한편, 오복은 미국행 비행기에 타지 않고 공항 근처 찜질방에서 머물다가 어이없게도 주부 도박단으로 몰리게 된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프랑스 파리 근교 신 개선문 광장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대형 조각 작품을 영구전시하게 된 중견 미술가 임동락. 예술의 본고장 유럽에서 세계적인 조각가들과 나란히 작품을 전시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의 독창적인 미술 세계와 30여년의 미술인생이 공개된다.   ●TV책을 말하다(KBS1 오후 11시40분) 10년의 자료수집,1만 여개의 주제별 파일,4년여의 집필기간. 강준만 교수의 ‘한국 현대사 산책’. 이 책은 1945년부터 1999년까지,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스포츠, 대중문화 등 방대한 주제를 10년 단위로 구성하고 있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가의 시각에서 되돌아본다.
  • [커리어 우먼] 유미연 LG전자 디자인 책임연구원

    [커리어 우먼] 유미연 LG전자 디자인 책임연구원

    연애하듯이 일하는 여성이 있다.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강약을 조절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애인의 마음이 변할세라 업계의 최첨단 유행을 빠뜨리지 않고 챙긴다. 기업들이 앞다퉈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부담도 커졌지만 일할 맛이 난다는 사람. 초콜릿폰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데 기여한 유미연(38)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 책임연구원(부장급). 유 책임연구원은 LG전자 휴대전화의 색상·소재·향기 디자인을 총괄하면서 요즘 한창 뜨는 오감(五感)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다. ●LG전자 고유의 색상 창출 지난해 초 휴대전화 부문으로 오기 전까지 5년 동안 LG전자에서 출시되는 가전제품의 색상과 소재 디자인에 대한 지원업무를 맡았었다. “LG전자 고유의 색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대 임무다. 블랙 레이블(Black Lable) 시리즈는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덕성여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녀는 LG전자에서 일하기 전 현대자동차에서 외관 디자인을 했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취향이 고급스러워 일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검정색이라고 똑같은 게 아니다. 고광택을 연출하면서 깊이감을 낼 수 있는 공법을 찾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며 대박폰인 초콜릿폰에 얽힌 후일담을 이어갔다.“초콜릿폰은 한마디로 리스크가 큰 제품이었다.”고 했다.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겨냥했다. 그러다 보니 기능을 최대한 단순화했다. 젊은 세대에게 휴대전화가 단순한 통신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면서 다양한 기능을 포기한다는 것은 당시로선 ‘도박’이었다. 후발주자로서 과감한 시도가 불가피했다. 결과적으로 도박은 대박이 됐다. LG전자는 초콜릿폰 블랙과 화이트에 이어 핑크 제품을 내놓았다. 핑크는 마니아층을 겨냥한 한정 상품이다. 지난 2월 출시한, 은은한 라벤더향이 흘러나오는 화이트 초콜릿폰도 그녀의 아이디어다. 곧 화려한 색상의 덮개가 있는 휴대전화와 표면에 오돌토돌하게 글씨를 새긴 디자인도 내놓을 예정이다. ●“오감만족 트랜드 상당기간 지속될 것” 유 책임연구원은 “휴대전화업계는 색상전쟁에서 소재전쟁으로 접어들었다.”면서 “관건은 어느 회사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하느냐.”라고 했다. 그녀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트렌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녀는 제품의 색상과 소재에 대한 단초를 유행에서 찾는다. 향기 나는 휴대전화 역시 아로마테라피 등 날로 높아지는 웰빙에 대한 관심에서 착안했다. 트렌드를 예측하는 국내외 기관들이 내놓는 보고서도 빠뜨리지 않고 읽는다. 해외 전시회도 자주 찾고 트렌디한 문구와 유행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스포츠신문도 빼놓지 않는다. ●가전제품 색상 분야 최고 전문가 유 책임연구원은 2002년 한국색채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수상작은 붉은 색상의 휘센 에어컨. 에어컨은 그때까지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은색이나 푸른색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그녀가 ‘레드’로 파격을 줬다.“지루하다는 인상을 주는 실내 분위기에 변신을 줄 수 있는 색상이 들어간 가전제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부 입장에서 접근해 얻은 성과였다. 결혼해 남매를 둔 유 책임연구원은 직장과 결혼생활 10년 동안 터득한 지혜가 있다. 첫째, 성실이라는 덕목의 재발견이다.“어릴 때는 성실하다는 말이 정말 싫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은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어요. 후배들에게도 결국 성실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더라고요.” 둘째, 나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현대차에 있을 때 열정으로 똘똘 뭉친 자동차 마니아인 동료에게 열등감 아닌 열등감을 가졌었다. 그러면서도 남녀 차이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관심과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남녀차는 인정하는 대신 나의 장점을 극대화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상품을 선택할 때 최고의 성취감을 느끼는 그녀는 “제2의 ‘대박폰’을 만들어야죠.”라며 활짝 웃는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유미연 책임연구원은 ▲1992년 덕성여대 시각디자인과 졸업 ▲1992∼1996년 현대자동차 디자인실 근무 ▲1997∼LG전자 디자인연구소 재직 중 ▲2003년 제2회 한국색채대상 수상
  • 당구 남성만 즐기라는 법 있나요

    당구 남성만 즐기라는 법 있나요

    최고의 두뇌스포츠 남녀노소가 없다 한때 당구장이 한량들이나 들르는 곳으로 치부됐던 적이 있었다. 청소년이나 여성들에게는 금기시 됐던 성인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건달들의 집합처로 악명이 높았던 과거의 잘못된 이미지 때문이다. 그러나 당구가 집중력과 정신력, 감정조절 능력을 키우는 최고의 두뇌 스포츠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 당당하게 ‘가족 스포츠’의 한축으로 자리잡았다. 여성과 중·고생들은 물론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까지 당구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두뇌 운동은 물론 즐겁게 군살까지 뺄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당구는 여성들을 위한 운동’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빌리아드 우먼클럽’ 회원들을 만나봤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당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들이 치면 더 즐겁고 유쾌하다. 지난달 30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스타밸리타워 4층 한국당구아카데미에서 만난 여성 당구동호회인 ‘빌리아드 우먼클럽’(회장 장민화).4구와 3쿠션, 포켓볼, 스누커 등을 즐기는 회원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당구대에 삼삼오오 모인 40∼50대 회원들의 모습은 당구가 이렇게 즐겁고 재밌는 스포츠였던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빌리아드 우먼클럽은 한국당구아카데미에서 당구를 배운 여성 회원들을 중심으로 1998년 결성돼 현재 4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나이와 직업을 초월해 모인 이들은 30∼50대 주부가 대부분이지만 10대와 60세 이상 회원들도 적지 않다. ●운동량 예상보다 훨씬 많아 ‘당구의 장점이 뭐냐.’는 질문에 동호회장인 장민화(52·포켓볼 주부선수)씨의 답변이 재미있다. “당구요…. 글쎄, 돈이 전혀 들지 않아요. 당구는 원래 게임에서 진 사람이 돈을 내는 경기 잖아요. 동호회에는 300점 이상 고수들이 많아 어디가서 져본 적이 없거든요.” 실제로 동호회 활동을 통해 4구의 경우 2∼3개월 정도 배우면 120∼150점 정도 실력이 되고,1∼2년 정도 배우면 300점 정도의 ‘고수’가 된다. 일반인들은 수십년 당구를 쳐도 200점을 넘기기 쉽지 않지만 동호회에서는 체계적으로 당구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구가 무슨 운동이 되느냐며 반문할지 모르지만 회원들은 “당구를 한두시간 치고 집에 들어가면 피곤해 잠이 든다.”며 고개를 흔든다. ●스트레스·수면장애·치매 예방에도 그만 당구대 주위 둘레가 약 10m정도로 1시간 정도 게임을 하면 2㎞ 이상을 걷게 된다고 한다. 스트로크를 위해 허리를 굽혔다 폈다도 수십차례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회원들은 당구를 “하는 일 없이(?) 땀나고 지치는 운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구를 치면 그날 푹 잠을 잘 수 있어 수면장애 환자에 좋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란다. 게임을 즐기며 살을 뺄 수 있어 여성들에게는 다이어트에도 좋다. 또 게임 내내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노인들은 치매 예방에도 좋다. 실제로 회원 중에는 고문인 김유양(68)씨 등 60세 이상 회원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력 키워 남자 친구들의 콧대 꺾을래요” 회원들의 동호회 가입 동기도 재밌다. 이날 모인 회원중 가장 나이가 어린 신진화(26·경인교육대 2년)씨는 남자 친구들의 콧대를 꺾어 놓기 위해서다.3개월된 신씨의 현재 에버리지는 120점. “솔직히 남자 친구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당구를 시작했어요. 동호회에서 실력을 키운 뒤 실력을 숨기고 있다가 방학이 끝나면 남자친구들을 불러 하나둘씩 다 이겨 보려고 합니다.” 회원 장미수(43·삼성생명 직원)씨는 “남편이 몰래 회원 등록해 놓는 바람에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다.”면서 “나이 먹어서 남편과 함께 당구를 치며 보낼 생각”이라며 즐거워했다. 장씨는 남편이 큐를 사줬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주부 유해진(51·동작구 상도동)씨는 아들 자랑을 늘어 놓는다. 그는 “대학 다니는 큰아들이 엄마와 당구치고 싶다며 아르바이트 해서 회비를 내줬다.”면서 “두 아들과 어울려 당구를 치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의 가족 스포츠” 회원들은 당구를 최고의 ‘가족스포츠’라고 입을 모은다. 당구는 가족끼리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내 운동이라 날씨 걱정도 할 필요 없고, 운동을 하다가 다칠 염려도 없다. 또 복장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큐와 공 등 모든 장비를 빌려줘 따로 장비를 마련할 필요도 없다. 주부 홍선희(33)씨는 300점 정도 실력인 남편과 함께 당구를 치기 위해 회원에 등록했다.“부부끼리 할 수 있는 운동이 별로 없잖아요. 골프는 돈이 많이 들고, 부킹도 힘들고, 매일 하기도 힘들어요. 그렇지만 당구는 아무때나 남편과 올 수 있잖아요.” 빌리아드 우먼클럽은 여성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장미화 회장은 ‘이쁘고 날씬한 사람’이라고 농담을 하지만 당구시설이 많지 않은 탓에 한국당구아카데미에 회원 등록을 해야 한다. 당구 수업은 4구, 포켓볼,3쿠션, 스누커 등 4개반으로 다양하지만 입문하면 4구부터 배운다. 스트로크와 자세, 당구의 원리 등 어느 정도 기본 실력을 갖추고 나면 포켓볼과 3쿠션도 배울 수 있다. 매월 셋째주 일요일 낮 12시 회원들간의 친선시합을 개최하며, 실력향상을 위해 매월 마지막 셋째주에는 친목도모 대회도 개최한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전문가가 밝힌 당구 상식 당구에는 다양한 종류의 공과 당구대, 큐가 사용된다. 지난 15년간 당구 동호인 육성에 앞장서 온 한국당구아카데미 손형복(52) 원장으로부터 당구의 일반에 대해 알아봤다. ●테이블이 커질수록 공은 작아진다 당구는 크게 4가지 종류다. 캐롬으로 불리는 4구와 3쿠션, 포켓볼(풀), 스누커 등으로 분류된다. 당구대는 정사각형 두개를 붙여 놓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당구대 크기는 4구의 경우 가로·세로 길이가 4피트(122㎝)×6피트(183㎝)이며,3쿠션은 5피트×10피트, 스누커는 6피트×12피트로 당구대의 크기가 점점 커진다. 반면 당구공의 크기는 4구가 65.5㎜,3쿠션이 61.5㎜, 스누커와 포켓이 57.3㎜로 작아진다. 손 원장은 “당구는 테이블 크기가 커질수록 공이 작아진다.”면서 “게임이 어려워 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만큼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포켓볼·스누커용 큐는 앞뒤 굵기 똑같아 큐도 다르다.4구와 3쿠션의 큐는 탭으로 불리는 맨 꼭지의 굵기가 12㎜이며, 뒷부분으로 갈수록 굵어진다. 큐가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또 포켓볼 큐는 굵기가 13㎜, 스누커는 9㎜이며,4구의 큐와 달리 앞과 뒷부분의 굵기가 같다. 장비를 구입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개인용 장비를 갖추고 싶다면 큐가 전부다. 큐는 3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지만 10만∼20만원짜리 큐를 대부분 선호한다. 극히 드물게 당구공을 구입하기도 하는데 가격은 6만∼7만원 정도다. 가정에서는 정식 당구대를 5분의1 크기로 축소한 미니 당구대를 비치해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미니 당구대는 4구가 26만원, 포켓이 35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한국당구아카데미는… ●회원제로 운영 한국당구아카데미(www.kbac.co.kr)는 회원제로 운영돼 회원들만 당구를 칠 수 있다. 때문에 당구장 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도박이 금지되는 등 쾌적한 환경에서 건전한 가족 여가를 즐길 수 있다. 회비는 강습료 등이 포함되는데 1주일 5회(월∼금) 강습을 받을 경우 1개월에 4구·포켓볼은 20만원(3쿠션은 25만원)이다. 직장인의 경우 토·일 주말반을 운영하는데 2개월에 20만원이다.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아무때나 이용할 수도 있는 16회 쿠폰은 20만원이다. 10분에 1500원의 이용료를 내는 일반 당구장과 비교해 저렴한 편이다. ●선수 60여명 배출 당구아카데미는 지난 15년 동안 60여명의 당구 선수를 배출한 명문 당구학교. 손 원장은 2002년 ‘스포츠당구 활성화를 위한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로 용인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당구활성화에 열정을 쏟고 있다. 가는 길은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옛 가리봉역) 1번출구(1호선)와 3번 출구(7호선)에서 나오면 보인다. 문의 2027-0909.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만화인생 40년 허영만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만화인생 40년 허영만

    ‘사이(間)예술’이라고 한다. 익살과 재치로 그 사이를 춤추듯 넘나든다. 마른 나무에 꽃을 피우게 하는 시(詩)적 감동도 담겨 있다. 특유의 과장과 생략으로 경묘(輕妙)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렇다.‘만화’라 한다. 눕거나 엎드리거나, 혹은 떼굴떼굴 구르며 보면 더욱 재미있어진다. 학창시절 한번쯤 안 빠져본 사람이 있을까. 수업시간에 ‘지리부도’로 앞을 가로막고 몰래 보다가 들켜 혼났던 일, 끼니를 건너뛰며 동네 만화가게 들락거리다가 어머니한테 야단맞았던 일, 이에 대한 몰입의 추억은 어른이 돼도 늘 화젯거리의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비트´등 15편 히트작 영화나 드라마로 만화가 허영만(60)씨. 이 시대의 최고 만화가로 인기몰이를 한다. 그 비결이 뭘까. 나이 예순이면 게으름으로, 혹은 쌓은 명성으로 어느 정도 느슨해질 법도 한데 결코 아니다. 젊은이 못지않은 창작열정으로 고삐를 죈다. 또한 굽힐 줄 모르는 치열한 자기관리의 고집과 도전 정신으로 변화무쌍한 대중문화계를 파고들고 있다. 요즘 들어서도 음식만화 ‘식객’은 드라마로 준비 중이고 도박만화 ‘타짜’는 한창 영화촬영 중일 만큼 대중문화의 장르를 여전히 뛰어넘는 주인공이다. 허씨는 올해로 만화계에 입문한 지 꼭 40년을 맞는다. 그동안 ‘비트’‘퇴역전선’‘아스팔트 사나이’ 등 무려 15편의 히트작이 영화 또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사오정 시리즈를 유행시킨 ‘날아라 슈퍼보드’는 애니메이션으로는 방송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오!한강’은 서울대 학생회 필독서로 선정됐고 ‘태양을 향해 달려라’는 70년대 스포츠만화를 이끌기도 했다. 허씨는 그렇게 시대가 흘러도 대중문화의 한 중심에서 살아왔다. 지난주 서울 강남구 수서역 근처의 작업실에서 허씨를 만났다. 오피스텔 초인종을 눌렀더니 뜻밖에도 큰 개 한마리가 꼬리를 치며 가장 먼저 반긴다. 맹인 안내견같이 생긴 순둥이였다. 개 이름을 물었더니 영국산이어서 ‘처칠’이라고 했다. 허씨는 연재만화의 스케치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옆자리에는 보조팀 4명이 색깔을 칠하는 등 작업을 돕고 있었다. 사방 벽 책장에는 자료집이 빼곡히 꽂혀 있어 평소의 준비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작업실 옆방으로 자리를 옮겨 허씨와 마주 앉았다. 스포츠형의 짧은 머리여서 그런지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보인다고 하자 그냥 멋쩍게 웃으며 “그런 얘기 종종 들어요.”라고 했다. 먼저 40년 만화인생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방송 프로그램에 ‘가요 반세기’라는 말이 있잖아요. 벌써 (자신의) 만화 반세기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피력했다. 이어 “한 가지 일만 해왔다는 게 고맙고…, 종이와 연필 들고 다닌 세월이었지요.”라고 했다.(90년이 넘는 우리나라 만화역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그동안 수십 편의 만화를 그렸는데 가장 아끼는 작품이 어떤 것이냐고 했다.“전부 다 소중하지만 그중 ‘망치’‘오!한강’‘각시탈’‘사랑해’‘식객’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라고 대답했다. 문득 만화란 무엇이냐는 우문을 던졌다. 그러자 지체없이 “청량음료지요. 매번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라고 전제한 뒤,“답답할 때 떠나는 것처럼 (갈증을)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재미와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는 또한 적절한 생략과 과장이 필요하지요.”라고 설명했다. ●치열한 도전정신으로 대중문화계 우뚝 진도 안 나갈 때는 어떻게 할까.“밤새 낑낑댑니다. 어떨 때는 새벽 두세시에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 돌아다니기도 하지요.”라고 했다. 또한 “줄거리 쓸 때가 가장 어려워요.‘식객’인 경우 식욕을 느끼게 해줘야 하거든요. 사진도 많이 찍지요. 도축장의 경우 400장 정도 찍었어요. 연재를 하려면 최소 스토리 60개를 준비한 뒤 시작합니다.”고 했다. 아울러 연재 중에도 강원도나 전라도로 계속 돌아다니며 현장취재를 해야 독자들의 입맛에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준비와 취재, 각고의 노력이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그의 이름을 지탱해 주는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폭력물이니, 무협물이니 하는 대중의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혼자만이, 즉 ‘허영만식’의 독특한 장르를 추구해와 많은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항상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유혹이 많은 바깥 대중문화에 시선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대중을 이끌고 가는 방식이다. 그는 평소 1등에 연연하지 않는다.‘5위권 안에만 들면 된다. 난 나의 길을 가자.’고 다짐하며 나름대로의 마음 단련을 한다. 그럴 것이 70년대엔 이상무씨,80년대에 이현세씨가 최고였을 때도 자신만의 길을 가면 된다며 묵묵히 자기관리에 열중했다. 요즘 만화계의 현실에 대해 “사회적인 제약도 없어졌는데 오히려 과거보다 분위기가 더 가라앉아 있어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영화나 연극처럼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고 인터넷과의 관계 설정도 필요할 때입니다.”라는 설명이다. 만화가들 또한 발로 뛰면서 취재를 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8남매 중 셋째인 그는 어릴 적부터 늘 만화와 가까이 있었다.‘코주부삼국지’ 등 누나와 형이 보던 만화를 즐겨 봤다. 또 사무라이 소설을 자주 읽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남다른 그림솜씨로 공부가 끝나면 학교에 남아 혼자 환경정리를 도맡아 했다. 중학교 때에는 명작 위인전을 많이 접했다. ●‘허영만 사단´ 현재 문하생 10여명 원래 미대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부친의 멸치사업 실패로 인해 포기하고 고향인 여수를 떠나 서울로 상경, 만화에 입문한다. 이때가 66년 1월. 이후 박평일·이향원 등의 문하를 거쳐 74년 ‘소년한국일보’ 신인공모에 ‘집을 찾아서’가 당선되면서 정식 만화가로 홀로서기를 한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신동우 화백은 “우리 시대는 이제 갔다.”고 할 정도로 허영만의 천부적인 감각과 소질에 찬사를 보냈다. ●“아이디어 얻으려 새벽까지 광화문 배회” 예견은 빗나가지 않았다.‘각시탈’(74년),‘태양을 향해 달려라’(77년),‘망치’‘벽’(88년) 등 거의 매년 베스트셀러를 내놓으며 만화계를 주도했다.88년에는 문하생이 무려 23명까지 달했다. 하지만 작품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새삼 마음을 고쳐먹고 문하생을 6명으로 줄이는 등 돈보다 작품의 생명력 강화에 정성을 쏟았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른바 ‘허영만 사단’이라고 하는 문하생은 10명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윤태호나 김준범 등이 현재 만화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요.” 만화 외에는 어떤 일에 관심을 둘까. 그는 ‘산사나이’라고 할 만큼 산을 좋아한다. 등반가 박영석씨와 함께 해외 원정도 4차례나 했다. 에베레스트는 해발 6400m까지 올랐다가 고산병으로 도중 하차했다.2년 전에는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산행멤버는 15명 정도. 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도봉산에서 야영하고 아침에 작업실로 곧장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산은 그에게 정신적 휴식의 공간이자 작품구상의 장소이기도 하다. 산행할 때마다 스케치북을 놓지 않는다. 이밖에 요즘에는 약간 멀리하고 있지만 골프 20년 경력(베스트 스코어는 1언더파)에다 바다낚시도 가끔 즐기기곤 했다. ●교육만화 준비중… 에베레스트도전 ‘산사나이´ 허씨는 요즘 교육만화를 준비 중이다. 어린이들이 나중에 커서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담은 만화다. 이를 위한 자료수집을 거의 끝냈고 연말쯤이면 선보일 수 있다고 했다. 판타지 만화에 대해서는 “당분간 현실적 만화를 계속 그릴 작정입니다. 나중에 손자·손녀를 보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라고 대답했다. 슬하에는 아직 미혼인 아들과 딸 둘을 두었다. 직장에 다니는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 그림을 잘 그린다. 가족 중 유일하게 아버지가 그린 만화에 대한 모니터와 평론역할을 하고 있다. 딸은 현재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 중이다. 기회를 봐서 부녀 공동전시회를 생각 중이라고 귀띔했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7년 여수 출생 ▲66년 여수고등학교 졸업 ▲66년 서울에서 만화계 입문 ▲74년 소년한국일보 신인공모에 ‘집을 찾아서’로 입선 ▲99년 스포츠조선에 ‘타짜’ 연재 ▲2002년 동아일보 ‘식객’ 연재 ●주요 작품집 태양을 향해 달려라(77년), 변칙복서(83년), 무당거미(84년), 퇴역전선·고독한 기타맨·오!한강(86년), 망치·벽(88년), 날아라 슈퍼보드(90년), 아스팔트 사나이(92년), 비트·세일즈맨·미스터Q(94년), 오늘은 마요일(95년), 안개꽃 카페(96년), 사랑해(98년), 타짜(2000년) ●상훈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대상 만화대상(04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04년)
  • [브리핑 Worldcup]

    ●에릭손감독 플레이보이 축구인 2위 스벤 예란 에릭손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이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폭스스포츠가 13일 선정한 ‘역대 플레이보이 축구인 20명’에 이름을 올렸다. 폭스스포츠는 인터넷판에서 에릭손 감독을 ‘플레이보이 축구인 20명’ 가운데 2위에 올려놓고 “2002년 TV진행자 울리카 존슨과의 열애설이 타블로이드신문을 통해 알려졌으며, 지난해에는 잉글랜드축구협회 비서인 파리아 에일람과도 염문을 뿌렸다.”고 설명. 역대 축구인 전체를 통틀어 선정한 플레이보이 20명 가운데는 에릭손 외에 웨인 루니가 3위, 파비앵 바르테즈 5위, 호나우지뉴가 7위에 올랐다.●브라질 주장 카푸 2년 징역형 위기 브라질 대표팀의 주장 카푸가 여권을 위조한 혐의로 2년간의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AP통신은 13일 이탈리아 ANSA 통신을 인용, 이탈리아 검찰이 카푸와 그의 아내를 여권 위조 혐의로 2년간 징역형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푸를 비롯한 몇몇 브라질 출신 선수들은 비유럽 선수가 세리에A에서 뛰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을 피하기 위해 이탈리아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여권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카푸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AS 로마에서 뛰었고 현재는 AC 밀란 소속이다.●중국 “월드컵을 썰렁하게” 중국은 월드컵 기간에 베이징에서는 음주운전 단속을, 상하이에서는 월드컵 내기도박 단속을 집중 강화키로 했다. 베이징시 공안교통관리국은 식당이나 술집에 모여 늦은 저녁이나 새벽까지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경기가 끝난 후 음주상태에서 직접 운전해 귀가하는 운전자 단속에 나섰다. 상하이시 공안국도 술집이나 카페에 모여 월드컵 경기결과를 놓고 내기를 하는 도박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영자지 상하이데일리가 13일 보도했다.●미 월드컵 시청률 4년전보다 64% 껑충 축구 인기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월드컵축구대회 시청률이 4년 전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13일 월드컵 개막 첫 주 미국 ABC방송 시청률이 2002한·일월드컵 때보다 64%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전문채널 ESPN도 10∼12일 ABC를 통해 방송된 잉글랜드-파라과이, 멕시코-이란, 트리니다드토바고-스웨덴 등 3경기의 평균 시청률은 2.8%로 한·일월드컵의 같은 기간 두 경기 평균 1.7%보다 1.1%포인트 높았다고 보도.
  • 맨U 루니 도박빚 구설수

    주급 5만 파운드(약 8340만원)를 받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웨인 루니(20·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70만 파운드에 달하는 스포츠 도박빚이 있으며, 마이클 오언(뉴캐슬)도 도박빚 대열에 끼었다고 영국 BBC방송 홈페이지가 주간 ‘선데이 미러’를 인용해 9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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